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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 태풍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간 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내달부터 사무인력 채용 형태를 기존의 기간제에서 정규직으로 바꿀 방침이고, SK브로드밴드는 하청대리점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다른 금융업체와 대기업들도 비정규직 축소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가 일자리위원회 신설이고, 취임 이틀 만에 첫 현장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 방문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방침을 선언한 만큼 민간 부문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피해갈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민간 부문의 ‘정규직화 바람’은 어차피 닥칠 일이라면 정부 압력에 마지못해 쫓아가느니 차라리 자발적으로 나서는 게 떳떳하다는 의중이라 읽힌다.
배경이야 어떻든 이러한 움직임은 두 손을 들어 환영할 만하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고용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해 32.8%로, 관련법들이 제·개정된 2007년(35.9%) 이후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근로자 3명 중 1명꼴로 비정규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도 단연 높아 회원국 평균의 2배다.
문제는 뒷감당이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생산성과 상생정신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부작용을 빚기 마련이다.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른 세금·요금 인상과 신규채용 축소, 노사 및 노노 갈등을 초래해 결국 겉치레에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임금은 그대로인 채 2년 한시직만 면탈해 주는 무기직 전환도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어긋나므로 진정한 정규직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려면 비정규직 위주로 운영되는 기업에는 부담금 등의 불이익을 줄 필요가 있다. 기업의 업무 형태를 정밀 분석해 사람만 바꿔가며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는 꼼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경영 여건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이 감안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2. 4대강 논란, 이번엔 종지부 찍으려나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해 정책감사를 진행토록 전격 지시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감사를 통해 불법행위나 비리가 드러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 처리한다는 방침도 마련됐다. 감사 결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면적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문 대통령의 뿌리깊은 불신감이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진보 진영은 그동안 이 사업으로 오히려 수질이 악화되는 등 심각한 환경 훼손을 초래했다고 주장해 왔다. 4대강에 설치된 물막이 보 가운데 녹조 발생이 심하고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 영향이 적은 6개 보가 내달부터 즉각 개방되도록 결정이 내려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이 불신을 받게 된 이유가 졸속 추진에 있음은 물론이다. 이 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본격 추진된 이 사업은 마스터플랜 확정과 착공에 돌입하는 과정에서도 졸속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당초 대운하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게 아니냐는 눈총도 여전하다. 청와대가 이날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한 것이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다.
문제는 이 사업에 대해 이미 세 차례나 감사가 진행됐는데도 아직 확실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멍박 정부 시절인 2011년 ‘하자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나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서는 ‘총체적 부실’로 결론 내려진 게 그것이다. 그조차도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실제 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게 아니라 건설사의 담합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감사 결과였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를 실시해야 하는 지금 현실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부작용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 그동안의 모든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바란다. 잘못된 점과 아울러 잘된 점도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 이번 감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도 치우친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노컷뉴스]
3. 대북 '유연정책' 시동···北 태도 변화가 관건
정부가 계속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의 폭을 확장한다는 기조를 내비치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서만 북한이 두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이어간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당분간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통일부는 22일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면서도 "현재 남북관계의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이 교류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단절이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여러 접촉과 방북 승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대북 접촉을 승인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바로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 차례 더 감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와 화합에 더 무게를 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경일변도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 군사 도발에는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민간교류는 이와 분리해 활발하게 진행하겠다는 새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은 인도주의적 대북 교류부터 시작해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북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을 천명해 왔다. 정의용 신임 안보실장도 22일 국회를 방문해 "여러 여건 상 본격적인 대화를 현 단계에서 바로 재개할 수는 없지만 연락통신망, 판문점에서의 핫라인같은 것은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이같은 구상을 뒷받침했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원론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아무리 남북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비정치적, 비군사적 차원의 교류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대단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새 정부 들어 두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도발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 '도발 중단'을 비핵화 협상으로 가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삼겠다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등의 입장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관건이 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험난하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원칙적으로 대화와 협력은 중요하지만, 북한이 계속 도발을 감행하는 가운데 갑자기 대화를 하자고 하면 국내 반대여론이나 국제사회의 강경기조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상황에 맞춰서 좀더 유연하게 수위 조절을 해 나가야 할텐데, 이 과정이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의 로드맵은 올해 안에 6차 핵실험을 끝내고 비공인 핵보유 국가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핵 없이 무장 해제된 상태에서 문호를 개방하면 체제가 무너지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핵실험을 차단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4. 北 미사일, 다종·다양·고속발전…ICBM 문턱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액체엔진과 고체엔진을 사용하는 두 종의 미사일 기술로 사거리를 다양화하고 있어 북한의 최종 목표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도 머지않아 문턱을 넘을 태세다.
북한은 22일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이번 발사를 통하여 리대식(무한궤도식) 자행 발사대 차에서의 냉발사체계, 탄도탄의 능동구간비행 시 유도 및 안정화 체계, 계단분리특성, 대출력고체발동기(엔진)들의 시동 및 작업특성들의 믿음성과 정확성이 완전확증되였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안정성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으로선) 미사일 기술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데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군은 북극성 2형을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각도(30도 45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2천㎞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분류했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엔진을 이용한 지상형 미사일인 북극성 2형을 지난 2월 12일 시험발사한 이후 불과 석달 만에 실전 배치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안정화 기간을 거쳐 실전배치 되는 기간이 짧아졌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사거리 3천~5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IRBM)인 화성-12도 곧 실전 배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액체엔진을 쓴 이 미사일은 최고 고도가 2천㎞를 넘어 실제 사거리가 5천㎞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북한이 이 미사일까지 실전 배치하면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하와이와 알래스카까지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갖추게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이번 북극성 2형 미사일 시험발사는 지난 14일 화성-12를 쏜 지 1주일 만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화성-12는 북극성 2형과 달리 액체연료를 추진제로 쓰는데 결국 북한이 고체와 액체엔진 2가지 기술을 동시에 투트랙으로 발전시키며 공격용 미사일을 다종·다양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연료공급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탄두를 목적지에 떨어뜨리는 정확도가 높지만 연료 주입 시간이 길어 적에게 노출이 쉽고 안정성도 떨어진다. 이에 반해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적이 대응할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미국 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액체연료를 쓰는 노동미사일의 발사 준비 시간이 30∼60분인 데 비해 북극성 2형의 발사 준비에는 5분밖에 안 걸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한이 준중거리이상의 미사일에 액체연료와 고체연료 두가지를 다 활용하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ICBM의 정밀성과 은밀성, 안전성을 다 고려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군 당국은 그러나 아직도 북한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ICBM의 경우 거리가 1만㎞가 넘어 대기권 재진입시 속도가 마하 24에 달하는데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미사일의 경우 이에 크게 못미쳐 ICBM으로서 극복해야 할 환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기권 재진입 시 7천도에서 최고 8천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해 사실상 탄두가 불덩이로 변하면서 탄두가 깎여나가는 '삭마' 현상이 나타난다.
탄두가 일정한 비율로 깎여나가지 않으면 고열과 진동으로 대기권 재진입후 낙하지점을 제대로 찾지 못하거나 기폭장치 오류로 공중폭발할 수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화성 12의 경우 대기권 재진입 속도가 마하 15에서 20사이인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 미사일이 ICBM급 재진입 기술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마하 5에서 10 정도의 속도를 더 내야되며 그 속도에서 빚어지는 고열을 극복하는 기술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이 ICBM 기술을 확보하기까지는 대체로 2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인데 최근의 상황으로 보면 그 기간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신문]
5. 南 대화 의지시험하는北 북극성 2형 실전배치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미사일 ‘북극성 2형’을 김정은의 승인을 받아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고 어제 밝혔다. 주장대로라면 북의 사거리 2000㎞급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전력화돼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미군 증원 전력과 이들 전력이 출발하는 일본과 괌의 미군기지를 위협권에 두게 된다. 또한 북한은 지난 14일 발사에 성공한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의 타격 목표가 미국의 하와이와 알래스카라고 명시함으로써 대미 위협 수위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이 1주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하루라도 빨리 대화의 장을 열라고 재촉하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선제타격, 정권교체 같은 초강경 입장에서 최근 대화로 선회한 미국의 오락가락하는 태도에 초조해하는 북한 지도부의 모습도 엿보인다. 미사일 발사가 있었던 그제 저녁 한?미, 한?일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긴급 통화를 잇달아 갖고 북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북극성 2형이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이지만, 남북 대화의 복원을 고려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통일부는 어제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새 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을 제시했다. 현재의 남북 관계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민간 교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환영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인도적 지원까지 중단시켰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 대해 통일부는 “북핵 진전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분명한 조건을 제시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율해 나온 가이드라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가이드라인 의미를 김정은은 새겨들어야 한다. 며칠 전 조선신보를 통해 북한은 남북 대화를 촉구했다. 나아가 “그자들(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남한이 북·미 대화의 중개자가 될 것도 요구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전쟁 위협을 높이는 고도화한 미사일 도발이 새 정부와 남한 사람들에게 남북 대화를 유도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정 신임 안보실장이 단절된 남북 관계를 우리 주도로 복원한다고 천명했다. 판문점 연락사무소, 핫라인의 조기 재개를 어제 강조했다. 필요하다. 하지만 대화를 서두르다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비난의 표적이 되고만 과거의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 유념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6. 7년간 네 번째 4대강 조사, 풍차를 괴물이라고 또 돌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감사원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보의 철거 또는 보강 여부 판단도 2018년 말까지 하겠다고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감사원이 세 번을 감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첫 번째 감사에선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과 사이가 나빴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인 2013년 1월 발표된 두 번째 감사에선 '졸속과 부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박 정부 때 세 번째 감사에선 '시공업체 간 담합이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을 동원해 시쳇말로 이 잡듯 뒤졌다. 그러나 공사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고초만 겪고 별것 없이 끝났다. 네 번째 조사 결과도 뻔하다. 이 전 대통령에게 원한이 있는 문 대통령이 지시했으니 감사원이 그에 맞춘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그 감사 결과를 들고 검사들이 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민관 합동평가 역시 박 정부 때 이미 했다. 중립적으로 평가받은 민간 전문가 9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240회 현장 조사를 거치면서 1년을 활동한 끝에 2014년 12월 2500쪽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결론은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홍수와 가뭄 대비 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환경단체 등에선 4대강 보가 물 흐름을 정체시켜 수질이 극히 나빠지고 있다면서 '녹조 라테'라는 말을 써왔다. 통상 녹조의 지표로 받아들여지는 여름철 남조류(藍藻類) 세포 수가 낙동강 최하류 함안보는 4대강 공사 이후 8배로 늘었다. 그러나 중상류 칠곡보는 3분의 1로 도리어 개선됐고, 중류 고령보 지점은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수질 항목들(BOD·COD)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뚜렷한 추세 변화를 확인하기 어렵다. 수질은 기상 등 조건에 따라 크게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다.
공사 전에 4대강은 처참한 상태에 있었다. 갈수기엔 개천 수준이 되는 곳이 흔했고 영산강은 강 흐름이 끊어진 지점들조차 있었다. 강물에서 나는 악취로 주민들조차 가까이 가지 않으려 했다. 이제 4대강은 모두 풍부한 수량을 확보한 강의 모습을 갖췄다. 4대강 주변을 달려보면 누구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4대강 공사 이후 홍수 피해가 사라지다시피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해야 할 공사라고 해도 22조원을 들여 돌파 작전 하듯 한꺼번에 해야 했느냐는 것은 많은 논란이 있다. 과욕과 졸속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관련 장관들조차 없는 상태인데 '보 철거'까지를 언급하면서 본때를 보이겠다는 듯 나서는 것 역시 과욕이자 졸속일 수 있다. 대통령이 독립기관인 감사원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놓고 지시하는 것도 옳지 않다.
4대강 사업은 규모가 컸던 만큼 찬반이 있을 수 있다.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도 모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좌파 언론들이 마치 부정적 효과밖에 없는 듯이 수년간 집요하게 공격하고 야당이 가세함으로써 4대강을 마치 무슨 '악(惡)'인 양 만들었다. 심지어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수량을 가뭄 때 쓰려고 수로(水路)를 만드는 일조차 반대를 했다. 풍차를 괴물이라며 돌진했다던 소설 이야기가 떠오를 지경이다.
7. 美국적·위장전입, 민주가 野였으면 어떻게 했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고위 공직 배제 5대 비리'를 제시했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 전입이다. 그런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위장 전입과 미국 국적 보유가 논란이 됐다. 강 후보자 장녀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고교 시절 한국으로 전학하면서 강 후보자가 나온 여고에 진학하기 위해 친척집에 위장전입했다 한다.
또 이중국적이다가 성년이 되면서 한국 국적을 버렸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 사실을 미리 밝히면서 "그럼에도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미리 밝힌다고 문 대통령이 약속한 '고위 공직 배제 원칙'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공표한 원칙을 처음부터 무너뜨린 것이다.
강 후보자 장녀 위장전입은 부동산 투기 목적도, 진학에 유리한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이 됐고 성년이 돼 미국인이 되겠다고 택한 것을 부모가 뭐라 할 수도 없는 세상이다. 심지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고치자는 주장도 많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확보해야 할 외교부 장관직에 이런 상황이 적절하냐는 논의는 있을 수 있다. 결국 우리 사회가 합의를 찾아가야 한다.
문제는 만약 지금 민주당이 야당이었으면 이 문제에 어떻게 했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강 후보자 외에도 청와대 수석의 논문 표절, 특보들의 자녀 국적 포기 및 병역 문제가 있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으면 '사퇴하라'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겠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인사청문회를 정권에 흠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문 대통령이 그런 점에 유감을 표하고 자신이 약속한 공직 배제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사과하면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일경제]
8. 저성장 극복을 우선순위 1번에 둔 김동연의 경제관이 옳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그저께 문재인정부 첫 경제사령탑으로 지명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5년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살리기를 볼링에 비유했다.
김 후보자는 먼저 "우리가 겨냥해야 할 1번 핀이 저성장"이라고 했다. 또한 "(10개 핀을 모두 쓰러뜨리는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1번과 3번 핀 뒤에 있는 킹핀(5번 핀)을 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숱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겨냥해야 할 정책 목표는 저성장 탈출이며, 이때 저성장을 초래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재인정부가 무엇보다 시급한 국정 과제로 제시한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는 저성장 탈출 없이는 실현할 수 없는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저성장 극복을 경제정책 우선순위 1번으로 내세운 김 후보자의 인식은 전적으로 옳은 것이다. 물론 저성장 탈출을 위한 방법론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추경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재정 확대가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과 일자리 가뭄 해갈의 마중물 구실을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이때 지엽적인 문제들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 후보자의 말마따나 성장 활력 제고라는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꼴이 되면 곤란하다.
청년실업이나 저출산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상 뒤에 가려진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옳다. 김 후보자는 복지정책 역시 복지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갖고 우선순위를 제대로 따져서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제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는 국정자문기획위원회와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김진표 국정자문기획위원장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7월 초에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며 "성장과 고용과 복지가 함께 가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개에 이르는 대선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려면 볼링에서 1번 핀부터 때려야 하듯 저성장 탈출을 가장 시급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새 정부 인수위 구실을 할 기획위는 이 점에서 1기 경제팀과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세계일보]
9. 인사 청문 시작… 자질과 능력 검증 철저히 가려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내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검증의 서막이 오르는 것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9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은 내달 청문회를 치를 예정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내달 22일까지 처리키로 여야가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으나 자유한국당은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세금탈루, 병역면탈, 위장전입 등 무려 세 가지가 해당된다”고 했다.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당은 서 후보자에 대해 대북관과 안보관,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선 ‘코드인사’ 등을 집중 거론할 방침이다.
김이수 후보자 인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시 김 후보자가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했다는 점에서 보수정당은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법의 최종 심판자로서 균형감이 중요한 헌재 수장의 자리에 ‘소수 의견’의 편향성을 지닌 사람을 앉힐 수 있냐는 것이다.
장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논란이 번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화약고로 꼽힌다. 강 후보자는 어제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그런 상황은) 사실”이라며 “자세한 얘기는 청문회 과정에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첫 여성 외교장관 후보자로서 국민의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도덕적 흠결은 별개다.
강 후보자의 장녀는 위장전입과 미국 국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문제는 문 대통령이 천명한 고위 공직 배제 5대 비리에 속할 뿐 아니라 민주당이 야당 시절 단골로 사용했던 저격 소재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남주홍 통일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던 사유이기도 하다. 강 후보자는 북핵과 4강 외교 경험이 없어 역량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 ‘약점’을 미리 공개하며 양해를 구했다. 일국의 장관 청문회가 양해 받고 넘어갈 사안일 수는 없다. 엄격 검증으로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경향신문]
10. 넥슨이 우병우 처가 부동산인 줄 안 정황 자료 묵살한 검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부동산을 사들인 넥슨이 매매계약 체결 전 땅 주인의 신상을 알고 있었고, 검찰이 이를 인지하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넥슨은 검찰에서 땅 주인이 우 전 수석 처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시종 진술했다. 우 전 수석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으니 특혜 매입도 있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에 따르면 검찰은 넥슨이 갖고 있던 ‘소유자 인적 사항 정리’라는 문서를 확보했다. 넥슨 실무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받은 이 문서에는 ‘이상달씨 자녀 둘째 이민정, 남편 우병우(서울지검 금융조사2부장)’로 부동산 소유자가 적혀 있다. 문서 작성 시점이 2010년 9월로 넥슨과 우 전 수석 처가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6개월 전이다.
검찰은 어찌 된 일인지 이 문서를 경시했다. 은행 대출 자료일 뿐 내부 보고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넥슨 실무자 등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파트 전세 계약만 해도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누군지 궁금한데 하물며 1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계약을 하면서 상대를 알려 하지 않았고, 알지 못했다는 넥슨 측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도 피의자들의 말을 이렇게 곧이곧대로 수용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넥슨이 매입 과정에서 우 전 수석 처가에 특혜를 주지 않았다며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도 의혹투성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은커녕 휴대폰 통화 내역도 조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겨냥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특별수사팀 팀장은 ‘우병우 라인’의 핵심인 윤갑근 대구고검장이었다.
우 전 수석은 수사 받는 신분이었음에도 법무·검찰 수뇌부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박영수 특검 수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 사건’을 은폐·조작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여기에 우 전 수석과 유착한 검찰 고위층의 ‘돈봉투 만찬’ 사건도 터졌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특임검사 임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개입과 개인 비리는 물론이고 과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검사들의 비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경제][로터리] 가축을 넘어 펫코노미로
요즘 양손에 걸레를 들고 집안을 샅샅이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몇 달 전에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아직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다른 가족이 일어나기 전에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강아지 입양은 대만족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면 강아지는 자기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꼬리를 흔들고 나를 반겨준다. 아이들이 고등학생·대학생이 된 후 닫혔던 방문이 강아지를 매개로 열리고 대화가 재개된 것도 흐뭇하다.
동물의 위상은 세월에 따라 크게 변화했다. 오랫동안 동물은 전쟁과 사냥의 도구, 농사와 이동의 도구로 인간생활에 유용한 ‘가축’이었다. 이후 개와 고양이·새 등 인간에 대한 친밀도와 충성도가 높은 동물들이 ‘애완동물’로서 귀여움을 받게 됐다. 이제는 아파트에서도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伴侶)동물’로 위상이 높아졌다. 저출산·고령화로 2인 이하인 가구의 비중이 상승하는 만큼 반려동물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 부자들만 키울 수 있던 애완동물이 일반 서민도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된 것이다.
반려동물이 가족처럼 여겨지면서 의식주는 물론 생로병사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 시장, 즉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이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기농 사료부터 미용·전문훈련소·유치원·호텔서비스와 장례서비스까지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보편화 됨에 따른 부담도 발생한다. 예방접종, 질병 또는 상해에 따른 치료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벌써 필자는 입양 후 두 달 동안 50만원 이상의 돈을 부담했다. 반려동물이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수백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인이 겁을 주기도 한다. 동물 치료에 대한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니 더 걱정이다.
이런 걱정을 덜어 주는 것이 ‘펫보험(petinsurance)’이다. 반려동물의 질병·상해로 인한 치료비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배상책임과 사망 시 장례비용까지 펫보험이 보상한다. 스웨덴의 펫보험 보급률은 약 80%로 이미 정착 단계다. 일본의 펫보험 가입률은 4~5% 정도이지만 반려동물의 수와 의료비가 증가하면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부터 펫보험이 판매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입률이 0.1%로 아직 초기 단계로서 많이 부족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프지 않는 것 등 사소한 것에서 느낄 수 있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류는 행복한 삶의 극대화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왔듯이 반려동물을 위한 인프라도 초기 단계부터 안착시켜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반려동물 산업이 금융·보건의료·식품·패션산업 등을 전방위적으로 융합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서울신문][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퍼즐과 실루엣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대한 동시 다발적인 항공기 테러 이후 미국 공항에는 보안검색 강화를 위해 전신 스캐너가 설치되었다. 옷 속에 감추어 반입될지 모를 위험물을 비행기 탑승 전에 탐지하기 위한 장비다. 항공 운항 안전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스캐너는 영상을 통해 몸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 때문에 공분의 대상이 됐고, 결국 인체 투영 부분은 단순화된 모습으로만 표시되도록 수정된 새로운 장비로 대체되면서 이 일은 일단락되었다. 한편으로 이 해프닝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의 수준에 새삼스레 놀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정밀 영상화는 고주파수 에너지를 활용한 다양한 각도에서 피사체 투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진파를 통한 지구 내부 영상화는 녹록지 않다. 지구 내부 영상화 작업은 보이지 않는 물체로부터 생긴 그림자를 통해 본래의 피사체의 모양을 추정하는 일과 같다.
우리 머리 위에서 비치는 해는 발아래로 동그란 그림자를 만들어내지만 뉘엿뉘엿 지는 해는 전봇대와 같은 그림자를 길게 그려놓는다. 이 모든 그림자는 모두 우리의 실루엣이다.
지표에서 수집된 정보는 이렇듯 다양한 각도에서 만들어진 그림자와 같다. 그림자 간에 서로 모양이 다를지라도 이들 중 일부는 별개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표에서 수집된 다양한 정보는 지구 내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어 때론 충분치 않고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심지어 지표에서 자료 수집조차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현재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판구조 운동은 지진 분포, 대륙의 모양, 동물 종의 분포, 고지자기 방향 등 지구 표면에서 관측되는 다양한 자료를 기반으로 추론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구조 운동을 유발하는 지구 내부의 대류 운동 규모와 특성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지표 관측 자료 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동반되기도 한다. 초대형 지진의 발생 기작과 환경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그것이다. 암석 고압 마찰 실험을 통해 응력과 마찰의 상관관계, 단층의 파열과 미끄러짐 등 복잡한 관계를 실험을 통해 하나씩 이해해 가고 있다.
최근 제한적이지만 지구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생기고 있다. 이런 직접 확인은 그간 막연히 믿어왔던 여러 사실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 해양연구소가 주축이 돼 시도하고 있는 난카이 해구 지역 직접 시추가 한 예다. 연구소 측은 직접 시추를 통해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는 판경계부의 물질 상태와 응력 분포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또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23개국이 참여하는 해양 지각 시추 탐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활성 단층에 대한 직접 시추를 통해 단층면의 상태를 직접 모니터링함으로써 지진 발생 기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의 한계로 이런 직접적인 관측과 자료 수집은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각각의 연구 결과는 전체 그림을 이루는 수많은 퍼즐 가운데 하나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과 같다.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전체 그림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결국 전체 그림과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퍼즐 맞추기는 때론 비슷한 퍼즐 조각을 반복적으로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도 있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투영된 다양한 그림자들을 모아 조금씩 실체를 이해해 가고 있는 과정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렇듯 지구를 이해하는 일도 다양한 관측과 연구 결과의 종합으로 도달할 수 있는 일이다.
지구과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에 대한 학문이다. 이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고 있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어렵고 지난하지만 지구과학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3. [한국경제][천자칼럼] '스웨덴 캥거루족'의 역설
스웨덴 청년 4분의 1이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라니 뜻밖이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청년(20~27세)의 24%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시작된 1997년(15%) 이후 최고 수치라고 한다. ‘복지 천국’으로 꼽히는 나라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스웨덴의 청년실업률은 25%에 이른다. 한때 세계를 누비던 자동차 회사들이 외국으로 넘어가는 등 민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볼보는 승용차 부문을 중국에 팔았고 트럭과 중장비만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브자동차도 인도에 넘겼다. 민간부문 고용이 취약하니 전체 취업자의 30%를 공공부문이 떠안았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의료분야도 완전 무상이 아니다. 1년간 소요되는 진료비의 최대치까지 낸 뒤에야 무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치과는 더하다. 충치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데 2500크로나(약 32만원)를 내야 한다. 아무런 처치 없이 의사가 체크만 해도 800크로나(10만원), 신경치료라도 하면 6000크로나(77만원)가 날아간다. 스웨덴인 절반의 실질 월급이 2만크로나(약 256만원)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부담이 크다.
주택 부족과 집값 상승도 심각하다. 우리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스톡홀름 광역권의 100㎡(약 32평) 아파트 가격이 평균 7억원을 넘는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호주 시드니, 캐나다 밴쿠버보다 비싸다. 정치인들이 임대주택 보급 확대를 외치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대기자가 40만 명을 넘는다. 그러니 청년들이 부모 집에 눌러앉는 것이다.
빈부 격차도 크다. 소득 격차는 작지만 자산 격차가 심하다. 정부가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 자산을 자국에 붙들어두고자 상속세를 폐지하고 부가가치세와 근로소득세를 높인 결과다. 월급을 받아봤자 얼마 안 되니 젊은이들의 근로의욕이 낮고 ‘청년 백수’가 그만큼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연간 국내총생산 증가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는 어떤가. 그나마 한국 청년실업률은 지난달 1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3%)보다 낮다. 저출산 여파로 20대 인구가 매년 20만 명씩 줄어들어 2027년이면 인력 부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마냥 ‘헬조선’을 외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청년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 비율이 18%로 OECD 평균(15%)보다 높은 게 문제다.
4. [매경이코노미][무비클릭] 겟 아웃
공포는 어디에서 올까? 많은 공포영화들은 낯익은 곳에서 낯선 곳으로의 이동에서 출발하고는 한다. 때로는 그 낯선 것이 일상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는 공포를 잘 느끼지 않는다. 다르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공포의 출발지점일 수도 있겠다. 영화 ‘겟 아웃’은 그런 공포를 동시대적이며 구체적인 공간성으로 극대화한 작품이다. 미국 사회의 오래 묵은 문제, 인종차별의 문제로 공포영화의 기반을 다졌으니 말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 자신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에 함께 가보자는 여자 친구의 말에 남자는 망설인다. 이상할 것 없는 매우 평범한 제안인데도. 여자 친구는 백인이고, 남자는 흑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서야 이상할 것도, 눈에 띌 것도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여자 친구가 살고 있다는 시골 마을에서는 ‘이상한 일’로 비칠 우려가 있다.
여자 친구 로즈는 절대 그럴 일 없다며 남친 크리스를 달랜다. 게다가 자신의 부모님은 신경외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로 매우 합리적이며 진보적인 분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도착하는 순간 주변에서 엄습하는 분위기는 기대와는 다르다. 여자 친구 집에 가는 길에 발생했던 로드킬 역시 어쩐지 불길한 앞날의 예고처럼 느껴진다.
외떨어진 그곳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지배적인 공간이다. 백인 위주의 파티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로즈의 엄마는 최면을 통해 모든 육체적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심지어 로즈의 남자 친구인 크리스의 흡연 습관을 최면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원치도 않는 그에게 최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침내 크리스는 최면 상태에 빠져든다. 신호음과 함께 그렇게 크리스는 로즈 어머니의 명령에 꼼짝없이 복종하게 된다.
영화 ‘겟 아웃’은 사회적으로 팽배한 차별과 그 폭력성을 기폭제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 마을이 존재할까 싶은 의구심이 들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 폭력에 노출되는 미국의 현실을 떠올려보자면 영화적 제안은 매우 개연성 있는 상상력으로 다가온다. 흑인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들, 가령 노동 능력이 뛰어나고 섹스를 잘할 것 같다와 같은 차별적 편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마을이 완전히 영화적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꽤나 설득력 있는 기반 위에 ‘겟 아웃’은 정통적인 공포영화의 긴장감 축조술로 관객들의 주목을 끈다. 정신을 지배하고 육체를 감금하는 최면술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과연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지 끝까지 갈등케 하는 극적 긴장감도 탄탄하다. 영화 ‘곡성’이 불명확한 공포를 끝까지 유지하는 힘의 영화였다면, 아마도 ‘겟 아웃’은 너무도 명확한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서사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미국 대중영화가 그렇듯 ‘겟 아웃’의 결말은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영화의 끝이 해결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과연 영화가 제시한 결말이 사회적으로도 통용이 될까 싶은 불안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가령 백인 여성이 죽고 흑인 남성이 정당방위를 주장한다면 과연 미국 사회에서 이런 주장이 통용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 그만큼 현실적 모순과 깊이 교감하고 있는 공포영화 ‘겟 아웃’이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거북이의 날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에 사는 주부 수전 텔럼(Susan Tellem)과 남편 마셜 톰슨(MarshallThompson)이 1990년 비영리 거북이 보호단체ATR(American Tortoise Rescue)를 설립했다. 위협적 상황에 처한 거북이라면 어떤 종이든 구조해서 치료한 뒤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게 그들과ATR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구한 거북이가 약 4,000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그 일을 세계인이 함께 하자고, 적어도 거북이의 멸종을 앞당기는 일에 가담하지는 말자고 2000년 벌인 게 ‘세계 거북이의 날’을 지정하는 거였다. 소수 회원들이 시작한 캠페인에 여러 국가 환경 및 동물보호단체들이 동조하면서 이제는 제법 국제적인 행사가 됐다. 그 호응의 주요 밑천은 거북이, 특히 어린 거북이의 매력이었지만 그건 위기의 원인이기도 했다. 학자들은 지금 추세라면 50년 안팎으로 거북이가 멸종하리라 전망한다.
그들을 위협하는 것들은 꽤나 많다. 해양생태계 파괴와 해안 개발. 근년 들어 속도는 둔화했지만, 산란지인 모래사장은 지금도 사라지거나 오염되고 있다. 원양어업 특히 참치 기업들의 집어 장치를 동원한 무차별 선망어업도 지탄의 대상이다. 참치 그물에 희생되는 고래 등 해양생물이 적지 않고, 그 중 하나가 거북이다. 거북이를 식용으로 소비하는 국가들도 꽤 된다. 동남아 등 몇몇 국가에서는 강장식품으로 밀거래 되기도 한다.
하지만 ATR이 가장 힘들여 막아온 것은 어린 거북이를 애완동물로 거래하는 일이다. 등껍질이 4인치 미만인 바다거북이는 미국의 경우 거래 자체가 불법이지만, 거꾸로 4인치 이상 자란 거북이는 인기가 별로 없다. 앙증맞은 어린 거북이의 매력에 넘어가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어른들은 여전히 많다. 법의 규제도 애당초 거북이 보호가 아니라 어린 거북이들이 살모넬라 균의 숙주여서 인간, 특히 어린이 건강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었다. 2007~08년 미국 34개 중에서 발병한 살모넬라 전염 원인이 애완 거북이였다.
해양파충류인 거북이에겐 적당한 물과 햇빛, 정화시설과 적정 공간이 필요한데, 그들이 평균 수명을 살만큼 장기간 정성을 쏟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애완용 거북이는 평균 10년을 살고, 종에 따라 100파운드 이상 몸집을 키운다. ATR이 구한 거북이들이 대개 그런 버림받은 거북이였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 태풍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간 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내달부터 사무인력 채용 형태를 기존의 기간제에서 정규직으로 바꿀 방침이고, SK브로드밴드는 하청대리점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다른 금융업체와 대기업들도 비정규직 축소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가 일자리위원회 신설이고, 취임 이틀 만에 첫 현장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 방문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방침을 선언한 만큼 민간 부문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피해갈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민간 부문의 ‘정규직화 바람’은 어차피 닥칠 일이라면 정부 압력에 마지못해 쫓아가느니 차라리 자발적으로 나서는 게 떳떳하다는 의중이라 읽힌다.
배경이야 어떻든 이러한 움직임은 두 손을 들어 환영할 만하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고용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해 32.8%로, 관련법들이 제·개정된 2007년(35.9%) 이후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근로자 3명 중 1명꼴로 비정규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도 단연 높아 회원국 평균의 2배다.
문제는 뒷감당이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생산성과 상생정신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부작용을 빚기 마련이다.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른 세금·요금 인상과 신규채용 축소, 노사 및 노노 갈등을 초래해 결국 겉치레에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임금은 그대로인 채 2년 한시직만 면탈해 주는 무기직 전환도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어긋나므로 진정한 정규직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려면 비정규직 위주로 운영되는 기업에는 부담금 등의 불이익을 줄 필요가 있다. 기업의 업무 형태를 정밀 분석해 사람만 바꿔가며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는 꼼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경영 여건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이 감안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2. 4대강 논란, 이번엔 종지부 찍으려나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해 정책감사를 진행토록 전격 지시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감사를 통해 불법행위나 비리가 드러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 처리한다는 방침도 마련됐다. 감사 결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면적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문 대통령의 뿌리깊은 불신감이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진보 진영은 그동안 이 사업으로 오히려 수질이 악화되는 등 심각한 환경 훼손을 초래했다고 주장해 왔다. 4대강에 설치된 물막이 보 가운데 녹조 발생이 심하고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 영향이 적은 6개 보가 내달부터 즉각 개방되도록 결정이 내려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이 불신을 받게 된 이유가 졸속 추진에 있음은 물론이다. 이 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본격 추진된 이 사업은 마스터플랜 확정과 착공에 돌입하는 과정에서도 졸속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당초 대운하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게 아니냐는 눈총도 여전하다. 청와대가 이날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한 것이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다.
문제는 이 사업에 대해 이미 세 차례나 감사가 진행됐는데도 아직 확실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멍박 정부 시절인 2011년 ‘하자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나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서는 ‘총체적 부실’로 결론 내려진 게 그것이다. 그조차도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실제 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게 아니라 건설사의 담합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감사 결과였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를 실시해야 하는 지금 현실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부작용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 그동안의 모든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바란다. 잘못된 점과 아울러 잘된 점도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 이번 감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도 치우친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노컷뉴스]
3. 대북 '유연정책' 시동···北 태도 변화가 관건
정부가 계속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의 폭을 확장한다는 기조를 내비치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서만 북한이 두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이어간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당분간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통일부는 22일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면서도 "현재 남북관계의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이 교류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단절이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여러 접촉과 방북 승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대북 접촉을 승인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바로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 차례 더 감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와 화합에 더 무게를 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경일변도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 군사 도발에는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민간교류는 이와 분리해 활발하게 진행하겠다는 새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은 인도주의적 대북 교류부터 시작해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북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을 천명해 왔다. 정의용 신임 안보실장도 22일 국회를 방문해 "여러 여건 상 본격적인 대화를 현 단계에서 바로 재개할 수는 없지만 연락통신망, 판문점에서의 핫라인같은 것은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이같은 구상을 뒷받침했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원론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아무리 남북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비정치적, 비군사적 차원의 교류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대단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새 정부 들어 두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도발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 '도발 중단'을 비핵화 협상으로 가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삼겠다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등의 입장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관건이 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험난하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원칙적으로 대화와 협력은 중요하지만, 북한이 계속 도발을 감행하는 가운데 갑자기 대화를 하자고 하면 국내 반대여론이나 국제사회의 강경기조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상황에 맞춰서 좀더 유연하게 수위 조절을 해 나가야 할텐데, 이 과정이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의 로드맵은 올해 안에 6차 핵실험을 끝내고 비공인 핵보유 국가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핵 없이 무장 해제된 상태에서 문호를 개방하면 체제가 무너지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핵실험을 차단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4. 北 미사일, 다종·다양·고속발전…ICBM 문턱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액체엔진과 고체엔진을 사용하는 두 종의 미사일 기술로 사거리를 다양화하고 있어 북한의 최종 목표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도 머지않아 문턱을 넘을 태세다.
북한은 22일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이번 발사를 통하여 리대식(무한궤도식) 자행 발사대 차에서의 냉발사체계, 탄도탄의 능동구간비행 시 유도 및 안정화 체계, 계단분리특성, 대출력고체발동기(엔진)들의 시동 및 작업특성들의 믿음성과 정확성이 완전확증되였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안정성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으로선) 미사일 기술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데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군은 북극성 2형을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각도(30도 45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2천㎞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분류했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엔진을 이용한 지상형 미사일인 북극성 2형을 지난 2월 12일 시험발사한 이후 불과 석달 만에 실전 배치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안정화 기간을 거쳐 실전배치 되는 기간이 짧아졌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사거리 3천~5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IRBM)인 화성-12도 곧 실전 배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액체엔진을 쓴 이 미사일은 최고 고도가 2천㎞를 넘어 실제 사거리가 5천㎞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북한이 이 미사일까지 실전 배치하면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하와이와 알래스카까지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갖추게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이번 북극성 2형 미사일 시험발사는 지난 14일 화성-12를 쏜 지 1주일 만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화성-12는 북극성 2형과 달리 액체연료를 추진제로 쓰는데 결국 북한이 고체와 액체엔진 2가지 기술을 동시에 투트랙으로 발전시키며 공격용 미사일을 다종·다양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연료공급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탄두를 목적지에 떨어뜨리는 정확도가 높지만 연료 주입 시간이 길어 적에게 노출이 쉽고 안정성도 떨어진다. 이에 반해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적이 대응할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미국 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액체연료를 쓰는 노동미사일의 발사 준비 시간이 30∼60분인 데 비해 북극성 2형의 발사 준비에는 5분밖에 안 걸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한이 준중거리이상의 미사일에 액체연료와 고체연료 두가지를 다 활용하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ICBM의 정밀성과 은밀성, 안전성을 다 고려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군 당국은 그러나 아직도 북한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ICBM의 경우 거리가 1만㎞가 넘어 대기권 재진입시 속도가 마하 24에 달하는데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미사일의 경우 이에 크게 못미쳐 ICBM으로서 극복해야 할 환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기권 재진입 시 7천도에서 최고 8천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해 사실상 탄두가 불덩이로 변하면서 탄두가 깎여나가는 '삭마' 현상이 나타난다.
탄두가 일정한 비율로 깎여나가지 않으면 고열과 진동으로 대기권 재진입후 낙하지점을 제대로 찾지 못하거나 기폭장치 오류로 공중폭발할 수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화성 12의 경우 대기권 재진입 속도가 마하 15에서 20사이인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 미사일이 ICBM급 재진입 기술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마하 5에서 10 정도의 속도를 더 내야되며 그 속도에서 빚어지는 고열을 극복하는 기술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이 ICBM 기술을 확보하기까지는 대체로 2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인데 최근의 상황으로 보면 그 기간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신문]
5. 南 대화 의지시험하는北 북극성 2형 실전배치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미사일 ‘북극성 2형’을 김정은의 승인을 받아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고 어제 밝혔다. 주장대로라면 북의 사거리 2000㎞급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전력화돼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미군 증원 전력과 이들 전력이 출발하는 일본과 괌의 미군기지를 위협권에 두게 된다. 또한 북한은 지난 14일 발사에 성공한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의 타격 목표가 미국의 하와이와 알래스카라고 명시함으로써 대미 위협 수위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이 1주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하루라도 빨리 대화의 장을 열라고 재촉하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선제타격, 정권교체 같은 초강경 입장에서 최근 대화로 선회한 미국의 오락가락하는 태도에 초조해하는 북한 지도부의 모습도 엿보인다. 미사일 발사가 있었던 그제 저녁 한?미, 한?일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긴급 통화를 잇달아 갖고 북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북극성 2형이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이지만, 남북 대화의 복원을 고려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통일부는 어제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새 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을 제시했다. 현재의 남북 관계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민간 교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환영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인도적 지원까지 중단시켰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 대해 통일부는 “북핵 진전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분명한 조건을 제시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율해 나온 가이드라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가이드라인 의미를 김정은은 새겨들어야 한다. 며칠 전 조선신보를 통해 북한은 남북 대화를 촉구했다. 나아가 “그자들(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남한이 북·미 대화의 중개자가 될 것도 요구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전쟁 위협을 높이는 고도화한 미사일 도발이 새 정부와 남한 사람들에게 남북 대화를 유도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정 신임 안보실장이 단절된 남북 관계를 우리 주도로 복원한다고 천명했다. 판문점 연락사무소, 핫라인의 조기 재개를 어제 강조했다. 필요하다. 하지만 대화를 서두르다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비난의 표적이 되고만 과거의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 유념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6. 7년간 네 번째 4대강 조사, 풍차를 괴물이라고 또 돌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감사원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보의 철거 또는 보강 여부 판단도 2018년 말까지 하겠다고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감사원이 세 번을 감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첫 번째 감사에선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과 사이가 나빴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인 2013년 1월 발표된 두 번째 감사에선 '졸속과 부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박 정부 때 세 번째 감사에선 '시공업체 간 담합이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을 동원해 시쳇말로 이 잡듯 뒤졌다. 그러나 공사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고초만 겪고 별것 없이 끝났다. 네 번째 조사 결과도 뻔하다. 이 전 대통령에게 원한이 있는 문 대통령이 지시했으니 감사원이 그에 맞춘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그 감사 결과를 들고 검사들이 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민관 합동평가 역시 박 정부 때 이미 했다. 중립적으로 평가받은 민간 전문가 9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240회 현장 조사를 거치면서 1년을 활동한 끝에 2014년 12월 2500쪽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결론은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홍수와 가뭄 대비 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환경단체 등에선 4대강 보가 물 흐름을 정체시켜 수질이 극히 나빠지고 있다면서 '녹조 라테'라는 말을 써왔다. 통상 녹조의 지표로 받아들여지는 여름철 남조류(藍藻類) 세포 수가 낙동강 최하류 함안보는 4대강 공사 이후 8배로 늘었다. 그러나 중상류 칠곡보는 3분의 1로 도리어 개선됐고, 중류 고령보 지점은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수질 항목들(BOD·COD)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뚜렷한 추세 변화를 확인하기 어렵다. 수질은 기상 등 조건에 따라 크게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다.
공사 전에 4대강은 처참한 상태에 있었다. 갈수기엔 개천 수준이 되는 곳이 흔했고 영산강은 강 흐름이 끊어진 지점들조차 있었다. 강물에서 나는 악취로 주민들조차 가까이 가지 않으려 했다. 이제 4대강은 모두 풍부한 수량을 확보한 강의 모습을 갖췄다. 4대강 주변을 달려보면 누구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4대강 공사 이후 홍수 피해가 사라지다시피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해야 할 공사라고 해도 22조원을 들여 돌파 작전 하듯 한꺼번에 해야 했느냐는 것은 많은 논란이 있다. 과욕과 졸속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관련 장관들조차 없는 상태인데 '보 철거'까지를 언급하면서 본때를 보이겠다는 듯 나서는 것 역시 과욕이자 졸속일 수 있다. 대통령이 독립기관인 감사원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놓고 지시하는 것도 옳지 않다.
4대강 사업은 규모가 컸던 만큼 찬반이 있을 수 있다.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도 모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좌파 언론들이 마치 부정적 효과밖에 없는 듯이 수년간 집요하게 공격하고 야당이 가세함으로써 4대강을 마치 무슨 '악(惡)'인 양 만들었다. 심지어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수량을 가뭄 때 쓰려고 수로(水路)를 만드는 일조차 반대를 했다. 풍차를 괴물이라며 돌진했다던 소설 이야기가 떠오를 지경이다.
7. 美국적·위장전입, 민주가 野였으면 어떻게 했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고위 공직 배제 5대 비리'를 제시했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 전입이다. 그런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위장 전입과 미국 국적 보유가 논란이 됐다. 강 후보자 장녀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고교 시절 한국으로 전학하면서 강 후보자가 나온 여고에 진학하기 위해 친척집에 위장전입했다 한다.
또 이중국적이다가 성년이 되면서 한국 국적을 버렸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 사실을 미리 밝히면서 "그럼에도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미리 밝힌다고 문 대통령이 약속한 '고위 공직 배제 원칙'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공표한 원칙을 처음부터 무너뜨린 것이다.
강 후보자 장녀 위장전입은 부동산 투기 목적도, 진학에 유리한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이 됐고 성년이 돼 미국인이 되겠다고 택한 것을 부모가 뭐라 할 수도 없는 세상이다. 심지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고치자는 주장도 많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확보해야 할 외교부 장관직에 이런 상황이 적절하냐는 논의는 있을 수 있다. 결국 우리 사회가 합의를 찾아가야 한다.
문제는 만약 지금 민주당이 야당이었으면 이 문제에 어떻게 했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강 후보자 외에도 청와대 수석의 논문 표절, 특보들의 자녀 국적 포기 및 병역 문제가 있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으면 '사퇴하라'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겠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인사청문회를 정권에 흠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문 대통령이 그런 점에 유감을 표하고 자신이 약속한 공직 배제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사과하면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일경제]
8. 저성장 극복을 우선순위 1번에 둔 김동연의 경제관이 옳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그저께 문재인정부 첫 경제사령탑으로 지명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5년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살리기를 볼링에 비유했다.
김 후보자는 먼저 "우리가 겨냥해야 할 1번 핀이 저성장"이라고 했다. 또한 "(10개 핀을 모두 쓰러뜨리는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1번과 3번 핀 뒤에 있는 킹핀(5번 핀)을 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숱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겨냥해야 할 정책 목표는 저성장 탈출이며, 이때 저성장을 초래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재인정부가 무엇보다 시급한 국정 과제로 제시한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는 저성장 탈출 없이는 실현할 수 없는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저성장 극복을 경제정책 우선순위 1번으로 내세운 김 후보자의 인식은 전적으로 옳은 것이다. 물론 저성장 탈출을 위한 방법론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추경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재정 확대가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과 일자리 가뭄 해갈의 마중물 구실을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이때 지엽적인 문제들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 후보자의 말마따나 성장 활력 제고라는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꼴이 되면 곤란하다.
청년실업이나 저출산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상 뒤에 가려진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옳다. 김 후보자는 복지정책 역시 복지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갖고 우선순위를 제대로 따져서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제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는 국정자문기획위원회와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김진표 국정자문기획위원장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7월 초에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며 "성장과 고용과 복지가 함께 가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개에 이르는 대선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려면 볼링에서 1번 핀부터 때려야 하듯 저성장 탈출을 가장 시급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새 정부 인수위 구실을 할 기획위는 이 점에서 1기 경제팀과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세계일보]
9. 인사 청문 시작… 자질과 능력 검증 철저히 가려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내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검증의 서막이 오르는 것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9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은 내달 청문회를 치를 예정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내달 22일까지 처리키로 여야가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으나 자유한국당은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세금탈루, 병역면탈, 위장전입 등 무려 세 가지가 해당된다”고 했다.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당은 서 후보자에 대해 대북관과 안보관,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선 ‘코드인사’ 등을 집중 거론할 방침이다.
김이수 후보자 인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시 김 후보자가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했다는 점에서 보수정당은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법의 최종 심판자로서 균형감이 중요한 헌재 수장의 자리에 ‘소수 의견’의 편향성을 지닌 사람을 앉힐 수 있냐는 것이다.
장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논란이 번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화약고로 꼽힌다. 강 후보자는 어제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그런 상황은) 사실”이라며 “자세한 얘기는 청문회 과정에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첫 여성 외교장관 후보자로서 국민의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도덕적 흠결은 별개다.
강 후보자의 장녀는 위장전입과 미국 국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문제는 문 대통령이 천명한 고위 공직 배제 5대 비리에 속할 뿐 아니라 민주당이 야당 시절 단골로 사용했던 저격 소재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남주홍 통일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던 사유이기도 하다. 강 후보자는 북핵과 4강 외교 경험이 없어 역량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 ‘약점’을 미리 공개하며 양해를 구했다. 일국의 장관 청문회가 양해 받고 넘어갈 사안일 수는 없다. 엄격 검증으로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경향신문]
10. 넥슨이 우병우 처가 부동산인 줄 안 정황 자료 묵살한 검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부동산을 사들인 넥슨이 매매계약 체결 전 땅 주인의 신상을 알고 있었고, 검찰이 이를 인지하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넥슨은 검찰에서 땅 주인이 우 전 수석 처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시종 진술했다. 우 전 수석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으니 특혜 매입도 있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에 따르면 검찰은 넥슨이 갖고 있던 ‘소유자 인적 사항 정리’라는 문서를 확보했다. 넥슨 실무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받은 이 문서에는 ‘이상달씨 자녀 둘째 이민정, 남편 우병우(서울지검 금융조사2부장)’로 부동산 소유자가 적혀 있다. 문서 작성 시점이 2010년 9월로 넥슨과 우 전 수석 처가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6개월 전이다.
검찰은 어찌 된 일인지 이 문서를 경시했다. 은행 대출 자료일 뿐 내부 보고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넥슨 실무자 등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파트 전세 계약만 해도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누군지 궁금한데 하물며 1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계약을 하면서 상대를 알려 하지 않았고, 알지 못했다는 넥슨 측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도 피의자들의 말을 이렇게 곧이곧대로 수용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넥슨이 매입 과정에서 우 전 수석 처가에 특혜를 주지 않았다며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도 의혹투성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은커녕 휴대폰 통화 내역도 조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겨냥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특별수사팀 팀장은 ‘우병우 라인’의 핵심인 윤갑근 대구고검장이었다.
우 전 수석은 수사 받는 신분이었음에도 법무·검찰 수뇌부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박영수 특검 수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 사건’을 은폐·조작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여기에 우 전 수석과 유착한 검찰 고위층의 ‘돈봉투 만찬’ 사건도 터졌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특임검사 임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개입과 개인 비리는 물론이고 과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검사들의 비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경제][로터리] 가축을 넘어 펫코노미로
요즘 양손에 걸레를 들고 집안을 샅샅이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몇 달 전에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아직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다른 가족이 일어나기 전에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강아지 입양은 대만족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면 강아지는 자기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꼬리를 흔들고 나를 반겨준다. 아이들이 고등학생·대학생이 된 후 닫혔던 방문이 강아지를 매개로 열리고 대화가 재개된 것도 흐뭇하다.
동물의 위상은 세월에 따라 크게 변화했다. 오랫동안 동물은 전쟁과 사냥의 도구, 농사와 이동의 도구로 인간생활에 유용한 ‘가축’이었다. 이후 개와 고양이·새 등 인간에 대한 친밀도와 충성도가 높은 동물들이 ‘애완동물’로서 귀여움을 받게 됐다. 이제는 아파트에서도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伴侶)동물’로 위상이 높아졌다. 저출산·고령화로 2인 이하인 가구의 비중이 상승하는 만큼 반려동물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 부자들만 키울 수 있던 애완동물이 일반 서민도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된 것이다.
반려동물이 가족처럼 여겨지면서 의식주는 물론 생로병사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 시장, 즉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이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기농 사료부터 미용·전문훈련소·유치원·호텔서비스와 장례서비스까지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보편화 됨에 따른 부담도 발생한다. 예방접종, 질병 또는 상해에 따른 치료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벌써 필자는 입양 후 두 달 동안 50만원 이상의 돈을 부담했다. 반려동물이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수백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인이 겁을 주기도 한다. 동물 치료에 대한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니 더 걱정이다.
이런 걱정을 덜어 주는 것이 ‘펫보험(petinsurance)’이다. 반려동물의 질병·상해로 인한 치료비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배상책임과 사망 시 장례비용까지 펫보험이 보상한다. 스웨덴의 펫보험 보급률은 약 80%로 이미 정착 단계다. 일본의 펫보험 가입률은 4~5% 정도이지만 반려동물의 수와 의료비가 증가하면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부터 펫보험이 판매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입률이 0.1%로 아직 초기 단계로서 많이 부족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프지 않는 것 등 사소한 것에서 느낄 수 있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류는 행복한 삶의 극대화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왔듯이 반려동물을 위한 인프라도 초기 단계부터 안착시켜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반려동물 산업이 금융·보건의료·식품·패션산업 등을 전방위적으로 융합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서울신문][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퍼즐과 실루엣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대한 동시 다발적인 항공기 테러 이후 미국 공항에는 보안검색 강화를 위해 전신 스캐너가 설치되었다. 옷 속에 감추어 반입될지 모를 위험물을 비행기 탑승 전에 탐지하기 위한 장비다. 항공 운항 안전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스캐너는 영상을 통해 몸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 때문에 공분의 대상이 됐고, 결국 인체 투영 부분은 단순화된 모습으로만 표시되도록 수정된 새로운 장비로 대체되면서 이 일은 일단락되었다. 한편으로 이 해프닝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의 수준에 새삼스레 놀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정밀 영상화는 고주파수 에너지를 활용한 다양한 각도에서 피사체 투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진파를 통한 지구 내부 영상화는 녹록지 않다. 지구 내부 영상화 작업은 보이지 않는 물체로부터 생긴 그림자를 통해 본래의 피사체의 모양을 추정하는 일과 같다.
우리 머리 위에서 비치는 해는 발아래로 동그란 그림자를 만들어내지만 뉘엿뉘엿 지는 해는 전봇대와 같은 그림자를 길게 그려놓는다. 이 모든 그림자는 모두 우리의 실루엣이다.
지표에서 수집된 정보는 이렇듯 다양한 각도에서 만들어진 그림자와 같다. 그림자 간에 서로 모양이 다를지라도 이들 중 일부는 별개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표에서 수집된 다양한 정보는 지구 내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어 때론 충분치 않고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심지어 지표에서 자료 수집조차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현재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판구조 운동은 지진 분포, 대륙의 모양, 동물 종의 분포, 고지자기 방향 등 지구 표면에서 관측되는 다양한 자료를 기반으로 추론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구조 운동을 유발하는 지구 내부의 대류 운동 규모와 특성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지표 관측 자료 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동반되기도 한다. 초대형 지진의 발생 기작과 환경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그것이다. 암석 고압 마찰 실험을 통해 응력과 마찰의 상관관계, 단층의 파열과 미끄러짐 등 복잡한 관계를 실험을 통해 하나씩 이해해 가고 있다.
최근 제한적이지만 지구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생기고 있다. 이런 직접 확인은 그간 막연히 믿어왔던 여러 사실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 해양연구소가 주축이 돼 시도하고 있는 난카이 해구 지역 직접 시추가 한 예다. 연구소 측은 직접 시추를 통해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는 판경계부의 물질 상태와 응력 분포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또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23개국이 참여하는 해양 지각 시추 탐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활성 단층에 대한 직접 시추를 통해 단층면의 상태를 직접 모니터링함으로써 지진 발생 기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의 한계로 이런 직접적인 관측과 자료 수집은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각각의 연구 결과는 전체 그림을 이루는 수많은 퍼즐 가운데 하나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과 같다.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전체 그림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결국 전체 그림과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퍼즐 맞추기는 때론 비슷한 퍼즐 조각을 반복적으로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도 있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투영된 다양한 그림자들을 모아 조금씩 실체를 이해해 가고 있는 과정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렇듯 지구를 이해하는 일도 다양한 관측과 연구 결과의 종합으로 도달할 수 있는 일이다.
지구과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에 대한 학문이다. 이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고 있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어렵고 지난하지만 지구과학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3. [한국경제][천자칼럼] '스웨덴 캥거루족'의 역설
스웨덴 청년 4분의 1이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라니 뜻밖이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청년(20~27세)의 24%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시작된 1997년(15%) 이후 최고 수치라고 한다. ‘복지 천국’으로 꼽히는 나라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스웨덴의 청년실업률은 25%에 이른다. 한때 세계를 누비던 자동차 회사들이 외국으로 넘어가는 등 민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볼보는 승용차 부문을 중국에 팔았고 트럭과 중장비만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브자동차도 인도에 넘겼다. 민간부문 고용이 취약하니 전체 취업자의 30%를 공공부문이 떠안았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의료분야도 완전 무상이 아니다. 1년간 소요되는 진료비의 최대치까지 낸 뒤에야 무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치과는 더하다. 충치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데 2500크로나(약 32만원)를 내야 한다. 아무런 처치 없이 의사가 체크만 해도 800크로나(10만원), 신경치료라도 하면 6000크로나(77만원)가 날아간다. 스웨덴인 절반의 실질 월급이 2만크로나(약 256만원)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부담이 크다.
주택 부족과 집값 상승도 심각하다. 우리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스톡홀름 광역권의 100㎡(약 32평) 아파트 가격이 평균 7억원을 넘는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호주 시드니, 캐나다 밴쿠버보다 비싸다. 정치인들이 임대주택 보급 확대를 외치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대기자가 40만 명을 넘는다. 그러니 청년들이 부모 집에 눌러앉는 것이다.
빈부 격차도 크다. 소득 격차는 작지만 자산 격차가 심하다. 정부가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 자산을 자국에 붙들어두고자 상속세를 폐지하고 부가가치세와 근로소득세를 높인 결과다. 월급을 받아봤자 얼마 안 되니 젊은이들의 근로의욕이 낮고 ‘청년 백수’가 그만큼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연간 국내총생산 증가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는 어떤가. 그나마 한국 청년실업률은 지난달 1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3%)보다 낮다. 저출산 여파로 20대 인구가 매년 20만 명씩 줄어들어 2027년이면 인력 부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마냥 ‘헬조선’을 외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청년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 비율이 18%로 OECD 평균(15%)보다 높은 게 문제다.
4. [매경이코노미][무비클릭] 겟 아웃
공포는 어디에서 올까? 많은 공포영화들은 낯익은 곳에서 낯선 곳으로의 이동에서 출발하고는 한다. 때로는 그 낯선 것이 일상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는 공포를 잘 느끼지 않는다. 다르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공포의 출발지점일 수도 있겠다. 영화 ‘겟 아웃’은 그런 공포를 동시대적이며 구체적인 공간성으로 극대화한 작품이다. 미국 사회의 오래 묵은 문제, 인종차별의 문제로 공포영화의 기반을 다졌으니 말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 자신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에 함께 가보자는 여자 친구의 말에 남자는 망설인다. 이상할 것 없는 매우 평범한 제안인데도. 여자 친구는 백인이고, 남자는 흑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서야 이상할 것도, 눈에 띌 것도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여자 친구가 살고 있다는 시골 마을에서는 ‘이상한 일’로 비칠 우려가 있다.
여자 친구 로즈는 절대 그럴 일 없다며 남친 크리스를 달랜다. 게다가 자신의 부모님은 신경외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로 매우 합리적이며 진보적인 분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도착하는 순간 주변에서 엄습하는 분위기는 기대와는 다르다. 여자 친구 집에 가는 길에 발생했던 로드킬 역시 어쩐지 불길한 앞날의 예고처럼 느껴진다.
외떨어진 그곳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지배적인 공간이다. 백인 위주의 파티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로즈의 엄마는 최면을 통해 모든 육체적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심지어 로즈의 남자 친구인 크리스의 흡연 습관을 최면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원치도 않는 그에게 최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침내 크리스는 최면 상태에 빠져든다. 신호음과 함께 그렇게 크리스는 로즈 어머니의 명령에 꼼짝없이 복종하게 된다.
영화 ‘겟 아웃’은 사회적으로 팽배한 차별과 그 폭력성을 기폭제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 마을이 존재할까 싶은 의구심이 들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 폭력에 노출되는 미국의 현실을 떠올려보자면 영화적 제안은 매우 개연성 있는 상상력으로 다가온다. 흑인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들, 가령 노동 능력이 뛰어나고 섹스를 잘할 것 같다와 같은 차별적 편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마을이 완전히 영화적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꽤나 설득력 있는 기반 위에 ‘겟 아웃’은 정통적인 공포영화의 긴장감 축조술로 관객들의 주목을 끈다. 정신을 지배하고 육체를 감금하는 최면술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과연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지 끝까지 갈등케 하는 극적 긴장감도 탄탄하다. 영화 ‘곡성’이 불명확한 공포를 끝까지 유지하는 힘의 영화였다면, 아마도 ‘겟 아웃’은 너무도 명확한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서사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미국 대중영화가 그렇듯 ‘겟 아웃’의 결말은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영화의 끝이 해결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과연 영화가 제시한 결말이 사회적으로도 통용이 될까 싶은 불안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가령 백인 여성이 죽고 흑인 남성이 정당방위를 주장한다면 과연 미국 사회에서 이런 주장이 통용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 그만큼 현실적 모순과 깊이 교감하고 있는 공포영화 ‘겟 아웃’이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거북이의 날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에 사는 주부 수전 텔럼(Susan Tellem)과 남편 마셜 톰슨(MarshallThompson)이 1990년 비영리 거북이 보호단체ATR(American Tortoise Rescue)를 설립했다. 위협적 상황에 처한 거북이라면 어떤 종이든 구조해서 치료한 뒤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게 그들과ATR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구한 거북이가 약 4,000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그 일을 세계인이 함께 하자고, 적어도 거북이의 멸종을 앞당기는 일에 가담하지는 말자고 2000년 벌인 게 ‘세계 거북이의 날’을 지정하는 거였다. 소수 회원들이 시작한 캠페인에 여러 국가 환경 및 동물보호단체들이 동조하면서 이제는 제법 국제적인 행사가 됐다. 그 호응의 주요 밑천은 거북이, 특히 어린 거북이의 매력이었지만 그건 위기의 원인이기도 했다. 학자들은 지금 추세라면 50년 안팎으로 거북이가 멸종하리라 전망한다.
그들을 위협하는 것들은 꽤나 많다. 해양생태계 파괴와 해안 개발. 근년 들어 속도는 둔화했지만, 산란지인 모래사장은 지금도 사라지거나 오염되고 있다. 원양어업 특히 참치 기업들의 집어 장치를 동원한 무차별 선망어업도 지탄의 대상이다. 참치 그물에 희생되는 고래 등 해양생물이 적지 않고, 그 중 하나가 거북이다. 거북이를 식용으로 소비하는 국가들도 꽤 된다. 동남아 등 몇몇 국가에서는 강장식품으로 밀거래 되기도 한다.
하지만 ATR이 가장 힘들여 막아온 것은 어린 거북이를 애완동물로 거래하는 일이다. 등껍질이 4인치 미만인 바다거북이는 미국의 경우 거래 자체가 불법이지만, 거꾸로 4인치 이상 자란 거북이는 인기가 별로 없다. 앙증맞은 어린 거북이의 매력에 넘어가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어른들은 여전히 많다. 법의 규제도 애당초 거북이 보호가 아니라 어린 거북이들이 살모넬라 균의 숙주여서 인간, 특히 어린이 건강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었다. 2007~08년 미국 34개 중에서 발병한 살모넬라 전염 원인이 애완 거북이였다.
해양파충류인 거북이에겐 적당한 물과 햇빛, 정화시설과 적정 공간이 필요한데, 그들이 평균 수명을 살만큼 장기간 정성을 쏟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애완용 거북이는 평균 10년을 살고, 종에 따라 100파운드 이상 몸집을 키운다. ATR이 구한 거북이들이 대개 그런 버림받은 거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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