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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0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새누리당 내부에서 불거진 막말파동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새누리당 내부에서 원색적인 막말 파동이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이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를 향해 내지른 언사가 언론에 불쑥 공개된 것이다. 공천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미묘한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장막으로 가려진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녹취록으로 공개된 문제의 발언부터가 심상치 않다. “김무성이 죽여 벼려”라거나 “먼저 그런 사람부터 솎아내라”는 등의 김 대표 공천 배제를 촉구하는 발언이다. 군데군데 원색적인 욕설도 섞여 있다. 윤 의원이 최근 지인과의 통화에서 말했다는 내용이다. 당사자인 윤 의원도 이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있으니, 발언 내용이 사실인 것만은 틀림없다. 야당으로부터 ‘막장 드라마’라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끼리 최소한의 위계나 윤리의식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물어보고자 한다. 스스로 정통 보수계의 맥락을 이어 왔다고 자부하는 집권당이 아닌가. 공천작업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 사이의 알력이 드러나고 있다손 치더라도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막말을 포함한 추태 의원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마당이다.


이미 윤 의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김 대표를 공격한 전례도 없지 않다. 김 대표의 오픈 프라이머리 구상에 대해 반기를 들었는가 하면 다음 대선에서 김 대표가 후보로 나서는 데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비치기도 했다. 친박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장이었다. 이번에는 공천 살생부 논란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고 하지만 역시 그 밑바닥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감이 도사리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이러한 개인적인 통화 내용이 녹음 상태로 외부에 유출된 경위도 석연치는 않다. 그 배경에 의도적인 음모가 깔려 있다는 반박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정치인으로서 문제의 발언에 대한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어차피 그런 사람들끼리 섞여 있는 집단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 유권자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2. TV홈쇼핑 '속임수 광고' 그냥 놔둘 건가

 텔레비전 홈쇼핑업체들의 선전 문구가 대부분 거짓이거나 과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상 최저가’, ‘단 한 번도 없던 초특가’, ‘방송에서만 판매’라는 등의 문구가 그것이다. 효능과 성능을 부풀렸는가 하면 중도해지 위약금과 추가 비용 등 계약 체결에 불리한 정보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엉터리 광고로 소비자를 속인 것이므로 사기와 다름없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 등 6개 업체의 100개 방송을 조사한 결과 70개 선전이 ‘최저가’, ‘방송에서만 판매’ 등으로 광고했다. 그러나 이 중 82.9%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방송에서만 판다던 물건을 실제로는 방송 후에도 자사 인터넷몰에서 계속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가’라는 상품이 다른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보다 비싼 경우도 없지 않았다.

100개 방송 중 39개 선전에서는 상품의 효능과 성능을 속이기도 했다. 일부 업체의 모바일앱은 소비자가 크게 할인받는 것으로 오인하도록 일시불, 자동주문 할인 등을 적용한 최저가를 판매가처럼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렌털 및 여행상품 30개 중 93.3%는 반품, 중도해지 위약금 등 중요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부도덕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들의 부도덕한 행태는 고질적이다. 홈앤쇼핑, NS홈쇼핑 등 4개 업체 간부 7명이 2012년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겼다가 사법처리됐다. 2014년엔 롯데홈쇼핑 간부 2명이 같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해에는 납품업체에 일방적인 판매조건 강요 등 불공정행위를 한 사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리와 ‘갑질’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TV홈쇼핑은 지난 20여년 동안 고속 성장해 왔다. 그에 비례해 납품업체에 대한 횡포와 비리도 늘어났다. 피해는 고스란히 납품업체와 소비자가 떠안아야 했다. 공정위는 일이 터지면 재발 방지를 장담했지만 달라진 건 거의 없다. 경고나 시정조치, 과징금 처분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속임수 광고를 엄중 처벌해 홈쇼핑업체들의 부도덕한 행태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동아일보]

3. 대통령측근 윤상현의 “김무성 죽여”… 공천 개입 靑뜻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이 죽여 버려 이××. (비박계) 다 죽여”라고 한 ‘막말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윤 의원은 ‘공천 살생부’ 보도가 나온 지난달 27일 밤 다른 친박 의원과 통화한 경위에 대해 “너무나 격분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어제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취중의 사적 대화를 녹음해…의도적인 음모”라고 역공했다. 막장으로 치닫는 새누리당 공천 드라마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윤 의원은 통화 유출 경위를 추적하겠다고 했지만 적반하장이다. 통화 내용의 진위부터 먼저 규명돼야 한다. 그는 “내일 (김무성을) 쳐야 돼!” “내가 ○○형한테다가…정두언이하고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어”라며 살생부 발언을 폭로한 정 의원과 조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음 날부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결국 김 대표는 사과했고,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


이 위원장과 서 최고위원 등은 ‘취중실언(失言)’이라며 덮고 가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안될 말이다. 새누리당은 먼저 윤 의원과 통화한 사람과 친박 핵심들이 실제로 ‘김무성 죽이기’에 나섰는지, ‘공천에서 떨어뜨리겠다’는 윤 의원의 말과 살생부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형’은 친박 고위 핵심을 지칭한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재오 의원은 “‘내일부터 공략하라’ ‘다 빼라’ 지시하는 건 공천 지침을 하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니 새누리당 공천의 공정성을 누가 믿겠는가. 국민에게 약속한 상향식 공천은 이한구 위원장이 사실상 전략공천인 단수·우선추천제와 컷오프를 단행하면서 물 건너갔다. 이 위원장이 ‘보이지 않는 손’의 지침을 따른 것은 아닌지, 김 대표가 침묵을 지키는 것이 완장 찬 친박 실세의 ‘김무성 죽이기’와 관련은 없는지 의구심이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공천(公薦)’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사천(私薦)’ ‘박천(朴薦)’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냈고 박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나’라고 부르는 윤 의원은 ‘박근혜의 남자’로 통한다. 그의 ‘취중진담’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당의 공천에 친박 핵심과 청와대가 공모해 개입했다면 일종의 국정농단이다. 청와대 개입 없이 그렇게 했다면 ‘친박 패권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삼권분립 논란에도 윤 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해 감쌌던 박 대통령의 인사 탓도 크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심각한 해당(害黨) 행위를 한 윤 의원은 공천 배제, 아니 출당 같은 엄중한 조치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4. 北김정은 “핵탄두 소형화” 발언도 정부는 가볍게 듣나

북한 김정은이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 이것이 진짜 핵 억제력”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김정은이 핵무기연구소를 찾아 소형 핵탄두로 보이는 모형 앞에서 지도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김정은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것은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핵·미사일 포기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달 초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통과시켰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독자 제재에도 나서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를 무시하듯 “위력이 있고 정밀화, 소형화한 핵무기들과 운반수단을 더 많이 만들라”며 실전 배치한 핵무기로 미국과 한국을 선제 타격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이 소형화한 핵탄두와 KN-08 실전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마크 웰시 미국 공군참모총장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핵과 관련한 소형화 기술은 어느 정보 확보하고 있지 않느냐”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도 북의 4차 핵실험이 수소폭탄 아닌 증폭핵분열탄이라 해도 핵탄두 소형화와 연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작년 말 북이 수소폭탄 보유를 밝혔을 때도 “수소폭탄 제조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던 정부가 또 판단 잘못을 한다면 국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핵탄두 무게가 2t 정도면 노동미사일에 실어 주한미군 기지를 비롯해 한국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 정부는 김정은의 말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한미 공동실무단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는 물론이고 탄도미사일에 대응한 4D(탐지 교란 파괴 방어) 작전계획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5.해남군 출산율 4년 연속 1위의 교훈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2001년 1.3명 이하로 떨어진 이후 15년째 1.2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05년에는 1.07명까지 떨어졌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014년 기준 합계 출산율은 세계에서 꼴찌인 1.21명이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친다.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아도 당사자인 젊은 부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출산율 증가는 헛구호일 뿐이다. 그런데 땅끝마을 전남 해남으로부터 출산율 1위라는 희망의 소식이 4년째 전해지고 있다.

해남군은 2014년까지 3년 연속 출산율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5년에도 출산율 1위가 확실시된다고 한다. 지난해 10월까지 태어난 신생아는 681명이다. 예년과 비교하면 이 숫자로도 전국 1위라고 한다. 해남군의 2014년 합계 출산율은 2.43명. 전국 평균 1.21명의 두 배다. 인구 7만명의 해남에서 한 해 800명, 4년 동안 30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남의 혁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해남의 출산율은 그저 얻은 게 아니다. 출산에서 보육, 교육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라는 정책 수행과 이를 믿고 따른 주민들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먼저 해남군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산장려금 예산을 보통 3억~4억원을 책정하는 것보다 10배나 많은 4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유인책으로 경제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5년 전 100가구에 그쳤던 1억원대 부농이 5년이 지난 지금 651가구로 증가했다. 적극적인 귀농정책으로 800가구 2000여명이 귀농했다고 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 535가구에 대한 지원책도 입체적이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의 취업을 군에서 지속적으로 챙기는 등 출산율 장려에 진력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이가 늘면서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들이 결혼보다는 자기 계발을 중시하면서 결혼 시기를 늦추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출산율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해남군의 출산율 증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결과인 셈이다. 정부는 물론 전국의 시·군·구에서 해남군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 같다.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 만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시행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해남군의 교훈’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바란다.

6. 막장으로 치닫는 與 계파 갈등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막말 파문은 4·13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당 전체를 들쑤셔 놓고 있다. 공천 방식 갈등,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문서 유출 등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악재 가운데 파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막말 이전의 사건들은 공천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측면이 강했던 탓에 계파들은 유불리를 따져 비교적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은 차원이 다르다. 당 대표를 특정해 공천 배제를 노골적으로 거론한 데다 육두문자까지 서슴지 않은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생중계되듯 드러났다. 집권 여당 내에서 벌어지는 계파 간 진흙탕 싸움의 실상과 수준이 까발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당 기강뿐만 아니라 공천의 투명성마저 의심하고 있다. 윤 의원 개인의 자질 문제로 치부해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윤 의원은 ‘여당 의원 40명 살생부’ 파동이 불거진 지난달 27일 누군가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대표를 거명하며 “죽여 버려. 다 죽여. 가장 먼저 그런 ××부터 솎아 내”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 냈다. 발언은 당시 윤 의원을 만난 제3의 인사에 의해 녹음돼 폭로됐다. 윤 의원은 김 대표에게 공개 사과하면서도 “취중의 사적 대화까지 녹음해서 언론에 전달한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구랑 대화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의원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다. 그러나 궁색하기 짝이 없다. 술에 취했다 해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다. 윤 의원은 말 그대로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직했을 만큼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실세이고, 사무총장·대변인 등 당 요직을 두루 거친 중진 정치인이다.

윤 의원은 무엇보다 먼저 ‘누구와 통화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당 대표의 공천 여부까지 거론할 수 있는 지인이라면 비박계 이재오 의원의 말처럼 “공천을 통하거나 권력을 통하거나 김 대표를 죽여 버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취중을 빌미로 얼렁뚱땅 넘어가기에는 너무 심각한 사안이다. 자칫 공천관리위원회의 권위와 함께 공정성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 윤 의원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도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함도 당연한 절차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진상을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지만 진상 결과에 따라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새누리당만이 아닌 정치 쇄신을 위해서다.

막말 파문은 새누리당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친박·비박의 계파 갈등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이 사실상 물 건너가고 살생부 파동으로 궁지에 몰린 김 대표 측에게는 친박을 압박해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다. 실제 비박계가 총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공방이 계속될 경우 당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자명하다. 새누리당 대표 회의실의 백보드에 쓰인 글귀 ‘진짜 잘하자’가 헛구호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기도 하다. 자중이 요구된다. 대신 공천 개혁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새누리당 스스로 말해 왔듯 한순간 훅 갈 수 있다.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매일경제]

7. 부실기업 구조조정 정치논리에 밀리면 공멸로 간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5조5000억원 영업손실은 대한민국 기업사에 전대미문 기록으로 남을 듯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공룡기업 대우가 한 해 9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지만 조선업 단독으로 평시에 이런 적자를 본 건 전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지난해 수조 원씩 적자를 보면서 조선업 전체가 애물단지 신세다. 조선 외에 해운, 철강, 석유화학까지 과거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중후장대 산업의 주력 업체들이 줄줄이 추락 중이다. 공급과잉 업종 기업의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마련했지만 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으니 걱정이다. 

좀비기업의 가장 큰 해악은 자신과 해당 업종을 넘어 연관된 정상기업이나 모그룹을 감염시켜 함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그룹 내 계열사의 빚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대표적이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채 2200억원어치를 받아준 그룹 맏형 대한항공은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판에 그만큼의 재무 리스크를 더 떠안았다.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엘리베이터도 현대상선에 운영자금을 수혈해주고,현대상선 보유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가며 총대를 멨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 여부가 그룹과 핵심 주력사를 흔드는 족쇄가 돼버린 것이다. 

부실기업 처리가 이렇게 시급한데도 앞장서 수술을 주도해야 할 주체들이 눈치만 보고 있으니 심각하다. 특히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력에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마냥 휘둘리고 있어 실망스럽다. 당장 정리해야 할 조선업체들의 일부 사업장을 해당 지역 여당 의원들 입김에 미루면서 부실만 더 커지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떠안거나 주채권은행을 맡은 부실기업의 경우 신속한 매각과 정리를 해야 하지만 사실상 손놓고 있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까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정부, 채권단의 보신주의,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수건 돌리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자꾸 미루다가는 한국 경제 전체가 공멸로 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8. 인공지능 시대의 본격화 알린 알파고의 승리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결에서 완승했다. 아직은 인간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대다수의 예상과 달리 186수 만에 이 9단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초반 포석부터 끝내기까지 허점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대국 내내 보여준 수읽기는 프로기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탄탄했다. 컴퓨터가 강점을 갖고 있는 형세 판단과 계산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목할 점은 많은 바둑 전문가가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두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알파고는 초반 이 9단의 실리 작전에 맞서 두터운 세력을 형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반에 결정적인 침입수를 날려 승기를 잡아 나갔다. 응수타진과 손빼기처럼 프로기사가 둘 법한 수단도 종종 등장했다.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인 인지·판단·추론의 영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국은 아직 네 판이 남아 있다. 승부의 최종 결과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첫 대국만으로도 AI는 이미 그 잠재력을 입증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프로기사 저단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불과 넉 달 새 세계 최고수 반열에 올라섰다. 이런 발전 속도는 이미 AI가 핵심 기술이 되고 있는 무인자동차와 원격진료, 금융투자 같은 분야에서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알파고의 승리를 계기로 AI의 현재와 미래를 냉철히 그려볼 필요가 있다.

이는 AI에 대한 활발한 연구개발(R&D)과 상용화를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만 해도 구글과 IBM·MS·애플·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모두 나서 다방면에 걸친 연구와 제품화를 서두르고 있다. AI를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국가적 전략도 아직 없다. 역사적인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의미를 곰곰이 되짚어야 할 이는 이세돌 9단만이 아니다.

[부산일보]

9. 높아진 북항·원도심 관심은 '균형 발전 부산' 위한 희소식

최근 부산 북항 재개발지와 인근 원도심에 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달 '북항 그랜드 마스터플랜'이 발표된 이후 이 일대의 부동산을 바라보는 투자자들과 시민들의 시선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곳이 앞으로 명품 주거지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인해 현재 분양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들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단다. 여기에다 우암 1·2 재개발 지역이 국토부의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북항 일대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이런 기대가 반영되어선지 여러 공공기관이 부속청사의 북항 이전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북항에 들어설 부산지방합동청사의 규모가 기존 계획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사안들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그간 기형적이란 지적을 받아 온 부산 도시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은 일찍부터 거대 도시의 중심을 원도심으로 옮겨 오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 왔다. 끝 모르게 외곽으로만 뻗어 나가는 도시 발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였다. 마구잡이 개발과 시설 확충으로 환경 훼손, 예산 낭비 등이 잇따른 데다 도심 슬럼화에 따른 악성 문제들이 폭증했던 것이다. 부산시도 이만큼은 아니지만, 동서 격차나 원도심 낙후 같은 고질이 지적돼 온 게 사실이다. 

원도심의 부흥을 통해 부산의 틀을 바로잡을 '북항 그랜드 플랜'은 그간의 도시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안겨 주고 있다. 북항 재개발 성공으로 부산이 유라시아 출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원도심이 기존의 해운대·강서 지역 등과 시너지 효과를 올린다면 도시 경쟁력이 급격하게 올라가게 된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부산시, 부산항만공사 등이 지역 경제계와 힘을 똘똘 뭉쳐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발전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점을 내세워 중앙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받아 내도록 해야 한다. 또 북항 재개발지에 고부가가치의 시설을 유치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지금 계획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된다. 이를 소홀히 하다 매립지가 빈터로 남아 고생한 외국의 전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10.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허위 서명, 과연 몸통은 없나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을 위한 허위 서명의 윤곽이 드러났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가 지난 8일 밝힌 중간수사 결과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박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 서명을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들이 주도한 것으로 밝혀진 때문이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홍 지사와 박 교육감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경남도 산하기관인 경남FC 박치근(구속) 전 대표와 박재기 경남개발공사 사장의 주도하에 범행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범행에 가담한 24명은 경남개발공사 직원 11명, 경남FC 직원 4명, 대호산악회 회원 3명, 박 전 대표의 지인 등이다. 이들은 박 전 대표와 박 사장의 지시를 받고 특정 장소에 모여 허위 서명에 동참했다는 게 경찰의 발표 내용이다. 두 기관 직원들은 준공무원 신분인데도 평일 업무 시간에 출장계까지 내어 범행에 가담했고, 박 사장은 간부들을 대동해 격려 방문까지 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과연 뭔가. 정말 박 전 대표와 박 사장의 홍 지사에 대한 과잉 충성이 빚은 돌출 행위인가. 홍 지사는 도민 사과문을 통해 '도 산하기관 임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선을 그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홍 지사는 지난해 7월 경남의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이 자신의 주민소환을 예고하자 기자 간담회를 통해 "나를 지지하는 그룹이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 지사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이번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경찰의 남은 수사 과제는 박 전 대표와 박 사장의 윗선 및 추가 개입 여부를 밝히는 일이다. 이와 함께 당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도민 2만 4천여 명분의 주소록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행정기관의 협조 없이 이처럼 많은 주소록과 신상 확보가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경찰은 명예를 걸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가난에 대한 차별을 가르치는 어른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휴거라고 알아?"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던 중 한 놈이 뜬금포(?)를 날린다. '종말론 얘기가 다시 도나?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지레짐작하는 사이 뜬금포의 주인공이 답을 내어놓는다.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조카에게서 듣고 자기도 깜짝 놀랐단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는 임대주택 사는 아이를 '휴거'라고 부른다고. 휴거는 종말론도 뭣도 아닌 '휴먼시아 거지'의 줄임말이라고.

'말도 안 돼. 같은 반 친구한테 그렇게까지 하겠어.' 설마 하는 생각은 얼마 가지 못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했더니 실제 '휴거' 얘기가 적잖다. 공공 임대주택 사는 사람인데 자기 아이도 그런 놀림을 받을까 고민이라는 글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한 부모가 문제라는 격앙된 말까지 '휴거'를 걱정(?)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임대아파트 거지', '초등학생 휴거' 등 관련 검색어도 부지기수다.

휴먼시아는 불과 몇년 전까지 쓰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아파트 브랜드다. 휴먼시아는 한때 판교신도시, 서울 상암동 등 요지에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며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휴먼시아 브랜드는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 '휴먼시아=가난한 아파트'라는 낙인이 브랜드 사용을 중단하게 된 이유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휴먼시아는 'human(인간, 인류)과 'sia'(넓은 공간, 대지)를 합친 말이다. 말 그대로 '인간의 공간', '함께 하는 공간'이란 의미다. 그런 휴먼시아가 어느새 가난 그리고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는 말이 돼버렸다.

'선생님, XXX동 아이들은 따로 모아서 공부시키면 안 돼요? 다른 아이들이랑 함께 섞이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XXX동은 이쪽 출입구랑 엘리베이터 사용하지 말아요. 그 돈 내고 이 아파트 사는 것만도 감지덕지지. 어딜….' 일반 주민 중 일부는 임대주택의 '임'자만 들어도 경기에 걸리는 듯하다. 그들에게 싼 임대료를 내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임대주택 주민들이 비싼 돈 주고 분양받은 내 집의 가치를 갉아먹는 적들이다.

아이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저 집 아버지는 대기업 임원이라는데. ○○이 학원 어딘지 좀 알아봐', '그 집은 임대잖아. □□이랑은 같이 다니지 마' 요즘 초등학생들은 친구를 사귀기 전 그 아이가 몇동에 사는지, 집은 몇 평인지, 아버지 직업은 무엇인지 사전 호구조사가 필수다.

조금 더 가진 어른들은 덜 가진 어른들을 향해 치졸하기 그지없는 우월감을 드러내고 이는 다시 아이들에게서 가난에 대한 그릇된 편견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아이들은 임대주택 사는 친구들을 스스럼없이 '거지'로 부르고 가난한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이재를 밝힌다는 유대인조차 가난한 사람을 경멸하고 손가락질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경멸하는 것은 가난과 그 가난을 가져오는 게으름이다. 그 경멸스런 가난이 널리 퍼지지 않도록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 또한 유대인의 오랜 철칙이다. 알량한 우월감으로 차별을 가르치기보다 서로 도와가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는 게 먼저다.

2.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동행]때가 왔다

최근에 심상치 않은 책제목을 보았다. ‘노후파산’이다. 한때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제목만으로도 널리 회자되었는데 ‘노후파산’이란 제목 역시 관심을 끈다. 파산이 노후라는 힘없는 단어와 만나니 더욱 파괴적으로 느껴진다. 아무리 아파도 청춘에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위로가 되지만 파산한 노후는 말만으로도 아프다.

노후에 대해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한 분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충무로에 상업사진 스튜디오를 낸 김한용 선생이다. 1950년대 이후 80년대까지 그분에게 사진을 찍히지 않은 톱스타가 없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그분도 초창기에는 가난해서 충무로 스튜디오에서 마포에 있는 집까지 걸어서 출퇴근하고 점심을 거르기도 했다고 말한다.

“버스비가 없을 때는 ‘얍! 드디어 걸어야 할 때가 왔다!’, 점심 값이 없으면 ‘얍! 드디어 점심을 굶을 때가 왔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씩씩하게 걸어 다니고 굶고 그랬어요. 어허허허.”

마치 신나는 일이라도 생긴 듯 그렇게 기합을 넣으며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충무로의 명물로 꼽혔던 그분의 힘찬 기합소리와 웃음소리는 구십의 연세에도 여전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시절 충무로의 스튜디오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수년 전, 오랜 세월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좀처럼 지갑을 여는 일이 없던 그분이 폭탄선언을 했다. 

“팔십이 넘으면서 결심했어요. 앞으로 내가 점심을 사면 몇 번이나 살 기회가 있겠어요. 이제부턴 내가 점심 값을 내기로 했소. 야압! 어허허허.” 

그날 한바탕 웃음으로 우리 모두 기분이 좋았다. 80년 몸에 밴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연세에 획기적인 전환을 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 놀랍고 유쾌했다. 그 이후로도 두어 번 더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뵐 때마다 기합소리의 음량은 줄고 있었지만 대신 마음의 여유가 커지는 모습이 ‘참 멋진 노후’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사실 “때가 왔다”는 것은 곧 “때가 갈 것이다”라는 말과 통한다. 행복하든 고통스럽든 담대하고 의연하게 견디면 결국 그 시간은 흘러가고 더 강하게 단련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픈 청춘이든 파산한 노후든 새봄에 어울리는 기합 한 번 넣어보면 어떨까. “이야아압! 희망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라고.

3. [동아일보][림펜스의 한국 블로그]‘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의 독소

‘안 되면 되게 하라.’ 이 말을 처음 들은 지 10년 정도 된 것 같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 친구 문수가 군대 얘기를 하다가 이 말을 가르쳐 줬다. (문수야, 연락 너무 안 해서 미안해. 곧 방문할게, 약속한다.) 군대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라고 했다. 이를 듣고 놀랍고 또 신기했다. ‘이게 뭐야, 무슨 무책임한 태도일까’ 하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해 볼 만한, 그러니까 내게는 새로운 접근이었던 것 같아 ‘괜찮다!’ 또 ‘역시 한국의 정신이 대단하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정신은 분명 대한민국이 ‘경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 굴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서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 마음만 먹으면 어떤 문제든, 어떤 장애든 극복할 수 있다는 그 확신,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창의적인 해결법을 찾아내는 능력…. 그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신기술, 스포츠, 문화 등 한국의 인상적인 다양한 성과를 설명할 수 있다. 요새 ‘올드 유럽’에서는 이런 투쟁심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다는 것도 되새겨봤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그 마인드가 어찌 보면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성공 비결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에 살다 보니 이 대단한 사고방식이 ‘양날의 칼’이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되게 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버릇이 되면 큰일이다. 

첫째로 일단 확고한 계획이 세워지기 힘들다. 차질이 생기지 않게끔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음에도 다수의 한국 사람은 습관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 보지 뭐’ 하며 계획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일할 때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계획보다 순간적인 반응성이 중요한 환경에서는 높은 생산성을 이루기 어렵다. 모든 일을 이번 주, 오늘, 지금 처리하게 되면 모두 급하게 해내야 한다. 모든 일이 급하다면 결국 아무것도 급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이런 환경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힘겹고 납득이 안 가는 순간이 꽤 있다. 

‘되게 하라’라는 말의 두 번째 큰 문제는 규칙을 무시하게 된다는 점이다. 무엇을 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규칙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되게 해야’ 한다면 규칙을 위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출퇴근시간 나의 통근버스 2200번은 승객들이 위험할 만큼 초만원이 되어 붐빈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비극도 무질서한 규칙이 난무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 번째로 ‘되게 하라’고 말하는 사람의 99% 정도는 그 명령이 실행되기 힘든 사항임을 충분히 아는 사람이라는 점이 문제다. 그런 상황이라면 명령하는 사람은 무시당하게 될 수밖에 없다. 불가능한 것을 어쩔 수 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니 이점(利點)을 얻기 힘들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다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한 결정자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은 희생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무모하게 자신감 있는 상사 아래서 일하는 직원이 참 불쌍하다. ‘야근의 왕’이 되어 수고해도 결국 인정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면 실행자가 책임감을 완전히 잃게 되고 효율적으로, 적극적으로 일할 마음, 혹은 동기가 사라진다. 직원으로부터 개인적인 의견을 듣기 싫어지고 “알겠습니다”란 말만 듣고 싶은 보스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기는 힘들다. 이의가 있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는 의견의 자유가 없어지고 직원의 결단력 또한 약해진다. 그런 환경에는 비전(vision)을 갖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가 없다. 

요즘 얼핏 보이는 사회병리 현상도 어느 정도 그 ‘되게 하라’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 같다. 결점이 많은 비뚤어진 사고방식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판단력 없이 실행하면 역효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규칙과 계획을 무시하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무시하고 또 인간의 지능을 무시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다른 나라처럼 한국 사회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상당히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점에 대한 한국인의 의견이 참으로 궁금하다.

4. [중앙일보][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왜 지구 반대쪽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까

며칠 전 한국에 사는 브라질 학생들을 집에 초대해 고국 음식을 대접했다. 이들은 2~3년 전 브라질 정부가 지원하는 ‘국경 없는 과학회’ 프로그램에 따라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나는 주한 브라질 대사관 교육담당관으로서 이들을 지원했다.

이들이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대개 비슷했다. 대개 K팝·드라마 등으로 접한 한국 문화나 한국 대기업의 세계적 명성 때문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나 장학금 때문인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대개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기억과 이미지를 간직하곤 브라질로 귀국해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부는 브라질에 가서도 한국을 그리워하며 어떻게든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다. 며칠 전 초대한 학생들은 용기를 내어 이를 실행에 옮겼다.

왜 돌아왔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취업이다. 최근 브라질 경기가 나빠지면서 취업이 힘들어지자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한국은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한국엔 브라질 등 중남미에 해외 지사를 둔 대기업이 많은데, 수출을 많이 하려면 그 나라 언어·문화를 이해하는 현지 출신이 필요하다. 둘째는 한국 사람의 정이다. 브라질 정서와도 어느 정도 맞닿는 부분이다. 친절하고 매력적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하거나 사귀던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려고 돌아왔다는 학생도 있다. 마지막 이유는 한국의 안전성과 편리함이다. 치안이 좋지 않은 브라질에서 지내다 한국에 오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본인도 안전한 곳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살 수 있고, 부모님도 안심시킬 수 있어 한국을 택한 것이다.물론 한국이라고 행복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브라질 특유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정신에 따라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한다. 한국의 ‘하면 된다’와 비슷하다. 지구 반대쪽까지 다시 날아온 이들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 나라에서 좋은 사람들과 많은 것을 배우며 살고 싶어 한다.

이들을 보며 내 과거가 떠올랐다. 장학생으로 한국에서 공부한 뒤 귀국했다가 다시 한국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당시엔 정말 많이 고민했고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의 매력을 잊지 못하고 다시 이 땅을 밟은 브라질 학생들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5. [중앙일보][이정재의 시시각각] ‘님티’들의 천국

보름쯤 전 헬스클럽에서 가슴에 통증이 왔습니다.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심장이 멎는 느낌이라더니. 3분쯤? 통증은 사라졌지만 불안·불쾌한 기억은 남았습니다. 며칠 뒤엔 늘 오르던 회사 계단 6층에서 멈춰야 했습니다. 한걸음도 더 디딜 수 없었습니다. 병원을 찾았습니다. 협심증. 관상동맥 두 곳이 하나는 많이 또 하나는 좀 길게 막혔다고 합니다. 친구 의사 녀석은 걱정하는 제게 쿨하게 말했습니다.

“사람 몸은 오래 쓰면 낡고 고장 나. 혈관도 그래. 오래되면 헐고 막혀. 운이 좋아 일찍 발견하면 약물로, 좀 늦으면 스텐트 시술, 더 많이 늦으면 수술로 처리하지. 한날, 한시라도 빨리 하는 게 좋아. 그래야 심장이 사니까.”

혈관이 막히면 심장이 멎는다. 심장이 멎은 생물은 살 수 없다. 생물이라? 흔히 경제는 생물이라고 합니다. 막힌 혈관이 뚜렷이 보이는 심장 사진을 들여다보며 난데없이 왜 저는 한국 경제를 떠올렸을까요. 직업병이라면 이런 직업병도 없겠지요.

5년쯤 전 우리 수출에 통증이 왔습니다. 수출 단가가 급락했습니다. 한번 시작된 통증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역대 최장입니다. 10년 전 5% 넘게 늘던 소비는 2%대로 주저앉은 지 몇 년 됐습니다. 기업 매출은 지난해엔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총체적 협심증. 한국 경제가 멈춘 겁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경제의 심장으로 가는 주요 혈관 10개(제조업 가동률, 수출 물량·단가, 소비·생산성 증가율 등)가 모조리 막혔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세계 경제가 어렵고, 중국이 쪼그라들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구조개혁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 산업도 기업도 오래되면 낡고 병듭니다. 수시로 약물 치료나 외과 수술을 해줘야 합니다. 그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안 했습니다. 그 결과 병이 골수에 찼습니다. 500대 기업의 10%(111개)가 벌어들인 돈으로 빌린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입니다. 누군가 칼을 들고 피를 흘리며 환부를 도려내야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습니다. 그저 미루고 덮고 떠넘기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것입니다. ‘내 임기 중엔 안 된다(Not in my time)’는 이른바 ‘님티족’이 정·관·재계에 널렸다는 겁니다. 지난 정부의 실세 한 분은 STX·동부·동양 등의 구조조정 요구에 대해 “이 정권에선 안 된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부도 다르지 않습니다. 돈을 풀고, 부동산을 띄우는 마약 치료에만 집중했습니다. 하다하다 안 되니 지난해 말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산업별 구조조정 계획을 한 차례 내놓기는 했습니다. 그나마 시한도 방법도 기준도 없었습니다.

주무부서인 금융위원회도 미적거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구조조정 전문기업 유암코에 “속도를 안 낸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게 고작입니다. 그러니 작년 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일몰로 폐지됐을 때 “국회가 법을 안 통과시켜서 구조조정을 못 한다”고 아우성을 친 게 다 쇼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총선의 계절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총선이 코앞이라 구조조정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합니다. 정치권은 오로지 공천, 공천, 공천입니다. 경제를 가끔 말하기는 합니다만, 온통 총선용 퍼주기뿐입니다. 구조조정을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대통령도 ‘경제살리기법’만 말할 뿐, 힘든 수술을 견디자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야당 압박용 아니냐고 의심받는 것입니다. 이래서야 20대 국회가 열릴 때까지 4~5개월은 또 허송하게 생겼습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5조원 넘는 적자를 냈습니다. 수술을 미룬 결과입니다. 그런데도 관계자들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되레 영전한 사람도 꽤 됩니다. 대우조선 같은 회사가 널렸습니다. 경제의 협심증이 그만큼 깊고 위중합니다. 자기 혈관이 막혔더라도 대통령·관료·국회의원·기업인이 과연 이렇게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경제의 심장이 멈추면 국가도 멈춰섭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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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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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전담여행사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덤핑 여부를 상시적으로 심사해 적발되는 여행사에 대해서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키로 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가 어제 밝힌 방침이다. 그동안 저가 상품 위주로 운영돼 오던 중국 단체관광 시장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우리 관광산업 수준을 질적으로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앞으로 분기별 심사를 통해 문제점이 3회 적발되면 전담여행사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그만큼 바빠질 것이겠지만 전자관리 시스템의 도입으로 상시 심사가 가능해졌다는 것부터가 다행이다. 이와는 별도로 전담여행사로 지정받고 2년이 지난 업체들을 대상으로 관광객 유치실적과 재정 건전성, 법령준수 여부 등을 가려 조만간 대폭 정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국 관광객들이 대폭 늘어났다고 하면서도 실속은 보잘것이 없었다. 오히려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숙박시설이나 음식 수준이 관광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평을 듣기도 했다. 가이드가 관광객들에게 관광지 구경을 시키기보다는 면세점이나 쇼핑센터로 안내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도 들려오던 터였다. 여행사들이 서로 ‘제 살 깎기 경쟁’으로 관광객을 유치했기에 나타난 부작용이다.

정부가 꾸준히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뿌리깊은 덤핑 관행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거나 자격증을 빌려서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일부 여행사들의 이러한 불공정 행위로 한국 관광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이 더 심각하다. 정부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가세 즉시 환급특례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관광산업이 도약하려면 덤핑 관행부터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올해 중국 관광객 유치 목표를 800만명으로 세우고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 여행사에 대해서는 지원 방안이 마련되는 데다 중국 여행객들의 지역·계층·소득별 수준에 맞는 테마 콘텐츠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여행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이 따르지 않고는 모든 노력이 헛수고에 그치기 십상이다.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여행사들의 몫이다. 


2. 사이버테러 맨날 당하기만 할 건가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닥쳤다. “정부 주요 인사들의 스마트폰이 해킹됐으며 조사 결과 북한 소행으로 확인됐다”는 게 그제 국가정보원이 발표한 내용이다. 북한이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 이후 국가기반시설 인터넷망과 스마트폰 등을 해킹하며 우리의 사이버 공간을 위협하고 있고, 지난달 18일에는 코레일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다 발각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는 벌써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북한은 2011년 농협 전산망을 공격했고 2013년에는 KBS·MBC와 금융계 전산망을 마비시킨 전력도 있거니와 최근에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 제재에 강력히 반발하며 대남 도발 강도를 높여 왔다. 정부는 3차 핵실험 직후 대규모 사이버 테러가 자행된 점에 주목하고 지난달 사이버 위기 경보를 4단계인 ‘관심’에서 3단계 ‘주의’로 격상한 바 있다.

사이버 테러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혼란을 유발하고 국가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멈추지 않는 사이버 도발을 경고하고 철저한 대응을 주문한 것도 그래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어제 국정원 3차장이 주관하는 긴급 국가사이버안전대책회의를 열고 정보 공유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강구한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근 사이버 테러를 포함한 테러 역량의 적극 결집을 정찰총국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맹방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국제 제재에 동참한 데다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이 전개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독자 제재에 나서면서 북한이 대남 도발을 발악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핵탄두 실전 배치” 운운하며 대남 핵 위협을 노골화하기도 했다.


한반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컨트롤타워조차 설치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재연돼선 결코 안 된다. 아울러 이제는 근원 추적이 어려워 신속 대응이 어렵다는 타령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막강한 정보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 사이버부대를 키워 공세적으로 대응할 때다. 이제는 더이상 당하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서울신문]

3. 달러 뭉치 北 유입 막는 게 대북제재 핵심이다

어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독자적 대북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별도로 내놓은 금융 및 해운 제재를 중심으로 한 추가 제재안이었다. 발효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를 보완해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죄려는 수순인 셈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해 온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 등 북측 단체·개인들을 금융 제재 대상으로 추가하고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는 내용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우리는 이왕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자금줄을 차단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가 일사불란하게 힘을 보태야 한다고 본다.


유엔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가동 중인 터라 정부의 이번 독자 제재안의 강도는 높지 않다. 어찌 보면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자행한 이후 발동한 5·24 조치를 강화한 수준일 수도 있다.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 출입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북한 주민과의 접촉 제한’ 조항을 구체화한 대목이 그렇다. 물론 이는 온 국민의 협조가 없으면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조치다. 북한 정권이 동족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할 기미를 보일 때까지라도 우리 여행객들이 해당화식당 등 해외 각국에 산재한 북한 유흥업소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옳을 듯싶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어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발표한 독자 제재안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러시아 측에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을 통보했다는 보도를 주목한다. 우리는 이를 불가피한 차선의 고육책으로 이해한다. 러시아산 유연탄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이 프로젝트는 당장은 적자지만 언젠가 러시아와 남북 간 철도 연결을 통해 업그레이드할 경우 남북과 러시아가 윈·윈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항구에 들렀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한 현시점에서 이를 계속하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이다. 다만 러시아 측이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한반도를 초토화할 수 있는 ‘핵 불장난’을 하려는 북한을 말릴 생각은 않고 경제적 실익만 찾겠다는 것은 노름판에서 개평 뜯는 행태와 다름없지 않나. 정부가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영구적 사망 선고를 내린 게 아니라 핵 포기 등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한 잠정적 중단 조치임을 러시아 측에 당당하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일차적 목표가 뭔가. 핵·미사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북한의 잘못된 셈법을 바꾸려는 게 주목적이 아닌가. 그렇다면 가급적 북한 주민들보다는 북한 정권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해외의 북한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을 이번에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분상으로도, 실효적으로도 적실하다고 본다. 정부는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대북 제재 국면에서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이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뭉칫돈 차단에 주안점을 두기 바란다. 이른바 ‘벌크 캐시’의 대북 유입을 막는 국제 공조가 북핵 포기를 이끌 관건임을 유념하라는 뜻이다.


4. 바둑에 도전하는 AI, 미래산업으로 키우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세계 바둑의 최강자 이세돌 9단에게 도전하는 세기의 대결이 오늘부터 펼쳐진다. 대국은 15일까지 5번기로 진행된다.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과연 경우의 수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바둑에서마저 인간을 따라잡을 것인가. 아니면 아직은 인간 두뇌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이 9단이 입증할 것인가.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에게 5대0 완승을 거두고, 한 달에 100만판씩을 소화하면서 진화를 거듭해 왔다. 바둑 팬들은 물론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가 주목하는 이번 이벤트는 그 어떤 스포츠 게임보다 흥미진진한 행사가 될 듯싶다.

세계의 이목이 이토록 쏠리는 것은 알파고를 통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의 대주제였다.

인공지능은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보석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람의 두뇌를 빠른 속도로 쫓아오면서 이미 우리 생활상을 크게 바꿔 놓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인공지능 기반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10년 이내에 도로를 사실상 점령할 것으로 내다본다. 애플의 ‘시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등 인공지능을 장착한 개인 비서 프로그램은 자신의 ‘보스’가 저장해 놓은 일정을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내용을 알려 준다. 명령을 하면 최적의 해법까지 제시해 준다.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처방법을 의사에게 보여 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의사가 적절성을 검토해 선택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준비와 투자는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글 등 해외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는 반면 우린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전통적인 자동차산업이나 컴퓨터 제조업, 은행 같은 금융서비스업 등은 사양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이 수행하던 역할은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새로운 기술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 산업이라는 절박한 각오로 인공지능을 육성하기 바란다.


5. 北 해킹 막을 법안 통과시키고 해커 양성해야

북한이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을 해킹, 통화 내용까지 녹음해 탈취하고 인터넷뱅킹 보안 소프트웨어 제작 업체의 내부 전산망까지 장악했었다고 국가정보원이 어제 열린 긴급 국가사이버안전 대책회의에서 밝혔다. 아울러 철도 운영기관 직원의 메일 계정 탈취를 시도하는 등 북한의 사이버테러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이 국정원 측의 설명이다. 때맞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으로 오프라인 테러에 대한 방패는 마련했으니 이제는 온라인 방패도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전방위적이며 치밀한 사이버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 태세를 엿보기 위해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사이버 탐지에 나서는 한편 금융전산망 대량 파괴, 철도교통 관제 시스템 장악, 인터넷뱅킹 마비 등으로 혼란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력·교통·통신·금융·국방 등의 사이버 보안 취약지대를 집중해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유례없는 강력하고도 포괄적인 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사이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철저한 대비 태세가 필요하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원천 봉쇄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사안보다 서둘러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형법이 없어서 도둑이 날뛰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과 대비 태세가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다. 사실 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들이 수상한 문자 메시지에 첨부된 악성 코드를 클릭해 스마트폰을 해킹당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초등학생도 아는 보안 상식조차 무시하는 인사들이 안보 정책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니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2009년 7월 청와대와 미 재무부를 비롯해 한·미 양국의 주요 기관 23개 사이트가 다운됐고, 2011년 4월에는 농협 전산망이 마비됐는가 하면 2013년 3월에는 언론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이 집중 공격을 당했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 5000여명의 사이버 전사를 실전 배치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외교·안보 담당자들조차 이토록 허술한 보안 의식을 갖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관련 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화이트해커 양성과 사회 전반의 보안 의식 제고 등으로 튼튼한 방패막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


[동아일보]

6. 국민의당 김한길, ‘정당 브레이커’라는 말 또 들을 텐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죽더라도 광야에서 죽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의 통합 제안을 거부한 지 이틀도 안 돼 다시 당이 분열될 조짐이 보인다. 어제 천정배 공동대표는 “여당의 압승을 저지할 수 있는 전략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수도권 연대’를 언급했다. 4일 의원총회·최고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통합 거부 당론을 정하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회에선 한완상 전 부총리가 “그분은 광야에 살지 않고 넉넉한 가정에 살아서 잘 모를 것”이라고 안 대표를 비판하며 이른바 시민사회의 원로들과 함께 야권 연대를 촉구했다.


특히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더민주당에서) 패권주의 청산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야권의 개헌선 저지를 위한 뜨거운 토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합칠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친노 청산 컷오프’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 같다.


그럴 양이었으면 김 위원장은 애당초 더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패권주의 청산’을 어디까지로 판단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는 “모욕적”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통합 주장을 계속하니 자신의 지역구(서울 광진갑)에 더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밀약설(密約說)’까지 나오는 것 이다.


김 위원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 창당을 준비하던 안 대표의 손을 이끌어 그해 3월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당했다. 더민주당을 떠나면서는 기득권 양당 구도를 깨는 제3의 정당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엔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면서 선도(先導) 탈당을 결행해 결국 열린우리당을 해체시켰다. 이제 국민의당을 깨느냐 마느냐도 사실상 그의 손에 달렸으니 당을 깨뜨리는 ‘정당 브레이커’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과 제3당의 꿈 실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매일경제]

7. 가난해진 20·30대 희망사다리는 노동개혁이다

가구주가 20·30대인 가정의 지난해 소득이 2003년 가계동향 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인 가정의 소득은 2013년 7.4% 증가했으나 2014년 증가율이 0.7%로 급격히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0.6% 줄어들었다. 청년 취업이 어려워진 데다 직장을 얻더라도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서 생긴 것인데 몇 년 전부터 예고돼온 일이다. 올해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청년 고용절벽'이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견해왔다. 노사정위원회가 2014년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를 구성하고 노동개혁에 착수한 것도 이런 절박한 이유 때문이다. 그 후 1년 반 동안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도입,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진행돼왔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노동개혁 5개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이들 법률안은 노동개혁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이 정도만으로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13만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15만개, 고소득자 임금 인상 자제를 통해 9만개 등 3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추산해왔다. 절박한 노동개혁을 위해 정부는 최대 쟁점이던 기간제법을 유보하기로 했는데도 야당의 막무가내식 반대로 노동개혁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9.2%까지 높아졌다. 그로 인해 20·30대 가구의 지난해 근로소득은 0.8% 줄어들었고 이들 젊은 층 가구의 전체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일자리를 이미 차지하고 있는 40대 중장년층 가구의 소득이 지난해 2.8% 늘어났고 60대 이상 가정 소득도 6.8% 증가한 사실과 대조를 이룬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가구 간 소득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왕성하게 사회활동과 소비를 해야 할 젊은이들이 취업난, 소득 감소, 지출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노동개혁 법안은 당장 통과돼야 한다.


8.김종인의 더민주, 서비스산업法 왜 방치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기득권과 정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며 "꼭 필요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오늘까지 무려 1531일째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지금처럼 수출제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성장과 고용 모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므로 내수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게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옳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평균 취업유발계수(산출액 10억원당 직간접 취업자 수)는 13명 남짓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업 지원(30명)과 보건복지(19명), 교육(18명)을 비롯한 서비스 부문은 전기전자(5명)와 운송장비(7명)를 비롯한 제조 부문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훨씬 크다.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좋은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틀을 짜는 법안마저 야당이 한사코 반대하는 바람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이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의 속셈을 감추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 어디에도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문구가 없는데도 그런 프레임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위하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려면 더 이상 반대로 일관하지 말고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인 서비스법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수출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는 터라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그 돌파구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열어야 한다. 김 대표는 "경제정책 전환을 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20년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판할 요량이라면 먼저 서비스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 통과에 협력함으로써 책임 있는 민생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옳다. 김 대표는 더민주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시키고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강단 있고 실용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서비스법 통과를 위해 다시 한번 리더십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중앙일보]

9. 주민소환에 서명 날조한 경남도 사례 철저히 수사해야 

경남도에서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을 둘러싸고 벌어진 작태는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황당한 부조리극이다. 경남도에선 두 건의 주민소환운동이 벌어졌다. 하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와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며 진보진영이 벌인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다. 이에 대한 맞불 격으로 나온 게 보수진영의 박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었다. 한데 박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 과정에서 허위서명이 벌어지고 여기에 홍 지사의 최측근들이 연루돼 구속되면서 주민자치를 위한 제도가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나쁜 사례가 돌출했다.

주민소환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시·도지사 등 선출직 공무원을 주민들이 해임할 수 있는 견제제도다. 일정 기준 이상의 주민 서명을 받아 선관위에 투표를 청구한 뒤 주민들이 다시 투표해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단체장의 비위와 권한 남용 등을 주민이 직접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이 개입하거나 정치적으로 남용돼서는 안 되는 주민자치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번 박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엔 홍 지사 선거 캠프 인사인 경남도 산하기관과 출연기관장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들은 아예 서명서 날조를 위해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조직적으로 허위 서명서를 만들었다는 게 경찰 발표다.

이번 사건이 주민자치를 훼손한 정치적 남용 사례인 점은 분명해졌다. 물론 홍 지사 혹은 경남도 등 관권이 직접 개입한 증거는 없다. 홍 지사는 이번 사건을 ‘측근들의 일탈’로 규정하고 공보관을 통해 대리 사과했다. 하지만 도민들 사이엔 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 중 서명을 위조하는 데 사용한 2만4000명 분량의 개인정보가 경남도로부터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제도에 관이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사기관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남은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주민자치제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헤럴드경제]
10. 檢, 음주 사망사고 처벌강화 ‘만시지탄’
검찰이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에 대해 살인범에 준하는 처벌을 하기로 했다. 음주운전을 적극 만류하지 않은 동승자 역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며, 구형량을 높이는 등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해 실제 업무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는 법정 최고형이 징역 3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도 엄격히 적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간 검찰은 면허취소수치(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일때만 특가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도 대법원 양형기준에 교통사망사고는 징역 8월~1년6개월이 기본이라 집행유예가 가능했다. 국내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가 평균 징역 1년~1년 6개월에 그치고 그마저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이유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처벌이 이뤄지게 됐다니 다행스럽다. 억울하게 생명을 잃는 희생자나 유족 입장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보며 또 한번 고통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는 거대한 흉기이자 거리의 살인자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채 날벼락을 맞는 것이다. 지난해 온 국민을 분노케했던 ‘크림빵 뺑소니’사건처럼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음주운전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검찰총장이 예로 든 일본의 경우 9명을 숨지게한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된 바 있으며 동승자도 2년형을 받았다. 미국은 살인죄 최저형량과 비슷하게 취급하고, 영국도 평균 5년 이상의 형을 내린다. 유독 술로 인한 사건 사고에 관대한 우리 문화는 그렇지 못했다. 고위공직자들의 음주로 인한 성추행이나,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사고때도 법원의 판결은 지나치게 가벼워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통사고 사망자 10만명당 10.8명으로 OECD 1위에,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4621명) 중 음주사고 사망자가 12.6%(583명)에 달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강력한 처벌이 더 빨리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검찰은 음주측정 수치에만 의존하던 수사관행도, 이후 동석자나 술을 판매한 식당업주의 진술까지 적극 수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동승자 처벌은 좀 더 신중하게 보완돼야한다. 동승자가 적극 만류했는지, 또 만류해야할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검찰의 처벌강화 방침 천명을 환영하며, 차제에 거리에서 음주운전이 뿌리뽑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 [목멱칼럼] 연예인 성(性) 스캔들, 욕망을 버려야 한다
“사건 당시 연일 대서특필되어 성범죄자로 낙인 찍혔다가 3년이나 지난 다음에 결백을 입증하여 무죄라는 기사가 몇 줄 나와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미 대중들의 머릿속에 나는 성범죄자로 기억되고, 그 일로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꽤 오래된 이야기다. 강간 사건에 휘말렸던 한 유명 개그맨이 3년여의 법정싸움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연예인이 ‘성 스캔들’에 휘말려 한순간에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사례를 수없이 봐왔다. 한 여자 연예인은 지리한 법정싸움 끝에 무죄 취지로 결론났다. 하지만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최근 한 방송사 프로그램이 이른바 ‘시크릿 리스트’로 불리는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를 다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저 소문에 불과한 이야기라고 에둘러 외면해 왔던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이처럼 연예인 스폰서나 성 스캔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연예인’이란 타이틀과 인간 삶의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은밀한 성(性)과 돈으로 얽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예인은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화려한 직업 중의 하나다. 초등학교 학생 50% 이상이 장래 희망으로 연예인을 꼽고 있고,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언제나 문전성시일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부와 명예와 권력(문화권력)을 한꺼번에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다. 예쁘고 화려한 꽃밭에 벌이 날아들듯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에겐 악마의 유혹이 들끓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쌓아올린 명성과 인기를 약점으로 이용하려는 사람, 화려한 성공을 손쉽게 이루려는 일부 무명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의 어리석은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해 남다른 성취감이나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연예인 성 스캔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추악한 욕망이 서로 맞아떨어지며 만들어진 스캔들은 연예인이란 선망의 타이틀을 달고 SNS 등 미디어를 타고 속절없이 확대 재생산되어 급속도로 번진다. 급기야 극소수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으로 인한 일들은 전체 연예인으로 비화하여 마치 연예계 전체가 비도덕·비윤리의 온상처럼 비춰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를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도 그랬다. 방송 이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배우 김상중은 “방송을 하는 동안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토로했다. 많은 연예인이 연예계 전체로 매도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와 경계심을 드러냈다.

연예인의 성 상품화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슬픈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연예인이란 직업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근절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연예인 성 스캔들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연예 기획사 설립 조건을 강화했다. 누구나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던 기획사를 대표나 임원 중 범죄 사실, 특히 성범죄 전력이 있으면 무조건 등록을 불허하는 등록 허가제로 바꾼 것이다. 범죄 관련자는 아예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한 이 제도가 힘없는 연예인 지망생들을 보호하는 데는 어느 정도 이바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 성 스캔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은 못될 것이다. 연예인 성 스캔들은 인간 삶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유혹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스캔들을 만들어내는 당사자들이 욕망과 탐욕을 버려야 한다. 극소수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은 손쉽게 성공하려는 허황한 욕망을 버려야 하고, 약자의 욕망을 이용하려는 일부 가진 자들은 짐승 같은 탐욕을 버려야 한다. 설령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그릇된 일탈행위가 있더라도 연예인 전체로 매도되는 일은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연예인 연습생이나 연예인 지망생은 말 그대로 지망생일 뿐, 연예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여성신문]이혼 부부와 자녀 잇는 ‘면접교섭’

대부분 이혼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을 자기 탓으로 여긴다(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삶이 보다 나아지기 위해 이혼을 선택하지만 아이들은 이혼 과정에서, 그리고 이혼한 후 경제적, 심리적으로 많은 나쁜 영향을 받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학생 76명 등 2100여 명 학생을 조사한 결과, 부모의 이혼으로 국어 성적은 0.282점, 수학 성적은 0.443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회심리 발달 상태를 나타내는 내향적·외향적 문제 행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이혼으로 부모 일방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이혼으로 같이 생활하지 않는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혼은 너의 잘못이 아니고, 이혼으로 한 집에 살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엄마, 아빠라는 것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서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중지하고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아이를 면접교섭하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 비양육부모는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이와 눈을 맞추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시작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또 아이가 비양육부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양육부모가 상대방에 대한 험담만 늘어놓으면 아이는 양육부모에게 진심을 터놓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힘이 없이 상대방의 눈치만 보게 된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맞추는 삶을 살게 된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렵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그가 어떤 사람이든 소중한 친구다. 교우관계 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같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등을 숙고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한다는 사람과 쉽게 결혼을 하게 되니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다. 그래서 부모처럼 이혼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혼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한편, 이혼한 대부분 부모들은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아이에 대한 애정이 급상승해 무리하게 많은 시간 아이를 보려고 하는데 횟수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달에 4번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 때마다 일에 쫓겨 약속 시간을 미루거나 늦거나 또는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마친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애정을 가지지 못한다. 부모에게 자신이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 단지 심심할 때 만나는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반면 한 달에 한 번을 만나기로 했어도 그 날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난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최근 외할머니의 면접교섭을 인정한 판결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를 양육했던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편 비양육부모의 면접교섭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해하는 것일 때에는 면접교섭이 제한되거나 배제돼야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미성년 자녀가 학업 성적과 사회심리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건강한 면접교섭이 행해지길 소망한다.


3.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소크라테스가 받은 최고의 선물

기원전 5세기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아테네에서는 시민 누구나 민회에서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천명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탁월한 언변과 용기가 필요했다. 자연스레 연설의 비법을 가르치는 소피스트가 최고의 인기 직업으로 부상했다.


프라타고라스나 고르기아스처럼 유명한 소피스트들은 연설 교습의 대가로 비싼 수업료를 받아 큰 부를 쌓았다. 소크라테스(BC 470~BC 399)는 소피스트들이 참다운 지혜가 아닌 말재간과 터무니없는 궤변을 가르친다고 비난했다. 그는 수업료를 받지 않고 청년들이 아름다운 영혼과 비판적 지혜를 갖추도록 가르쳤다. 이런 탓에 소크라테스는 평생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고, 아내 크산티페의 바가지 긁는 소리를 참고 견뎌야 했다.

로마의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BC 4?~65)의 저서 ‘베풂의 즐거움’에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은 스승의 빈궁한 생활을 안쓰럽게 여기고 무상 교육의 은혜를 갚기 위해 자기 능력껏 여러 선물을 바쳤다. 특히 명문 가문의 부자였던 알키비아데스는 넉넉하게 선물을 했다.

그런데 아이스키네스(BC 390~BC 314)는 너무 가난해 아무것도 바칠 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소크라테스에게 자신의 처지를 고백했다. “저는 가난해서 선생님께 드릴 변변한 물건은 없고, 바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는 저 자신뿐입니다. 선생님, 저라도 기꺼이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서운해 하기는커녕 최고의 선물을 받은 듯 격려했다. “너 자신보다 더 큰 선물이 또 있더냐. 설마 너 자신을 별 볼 일 없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 선물로 받은 너 자신을 처음 받았을 때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어서 되돌려주마.”

아이스키네스는 소크라테스의 가장 충실한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소크라테스는 약속대로 아이스키네스를 아름다운 영혼과 지혜를 갖춘 청년으로 키웠다. 아이스키네스는 소크라테스가 신을 부정하고 청년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민회의 사형 언도를 받고 독약을 마실 때 임종을 지켰다. 그 뒤로 소크라테스의 참모습을 전하는 저작을 많이 남겼다.

소크라테스는 아무런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지혜를 청년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고, 아이스키네스는 최고의 선물로 그 은혜에 보답했다. 선물은 선의를 표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서의 선물은 금전적 가치의 크기보다 주는 사람의 정성과 의도가 더 소중하지 않을까.


4. [서울신문][씨줄날줄] 다빈치형 對 잡스형 인재/박홍기 논설위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환생한 듯싶다. ‘다빈치형’, ‘네오 다빈치’라는 표현을 종종 듣고 볼 수 있어서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문화창조아카데미 입학식에서 네오 다빈치를 언급했다. 김 장관은 “새로운 종류의 다빈치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 시대 ‘네오 다빈치’가 쓰는 새로운 종류의 물감은 바로 디지털 코드”라고 말했다. 작년 대학 입시에는 다빈치형 인재 전형도 있었다.

다빈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르네상스맨이다. 미술, 의학, 문학, 과학, 철학, 종교, 기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여 준 천재다. 모든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었다.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에는 수학적 원근법을 사용한 데다 기존의 프레스코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물감을 만들어 썼다. 창의력과 생산력을 동시에 실현하는 인재가 바로 다빈치형이다. 개럿 로포토 역시 저서 ‘다빈치형 인간’에서 억압을 싫어하고 큰 그림을 그리며 창조와 변화를 추구하는 등의 요건을 갖춘 유형으로 규정했다. 천재성을 발휘하려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전제도 깔았다.

스티브 잡스(1955~2011)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다빈치형이다. 아이폰에 대해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라는 게 잡스의 말이다. 남들이 할 수 없다는 일을 해내고, 남들과 다르게 사물을 봤다. 그러나 잡스를 ‘지휘자’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엔지니어가 아닌 까닭이다. 영화 ‘스티브 잡스’에서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 “기술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하는 넌데, 왜 매일 모든 뉴스에는 천재라고 나오냐”며 잡스를 거칠게 몰아붙인다. 잡스는 “뮤지션은 악기를 연주하고 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고 맞받는다. 엔지니어, 기획자, 마케터 등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전체를 이끌어 가는 지휘자, CEO로서의 역할을 피력한 것이다.

잡스의 지휘자론은 링겔만 효과와 다름없다. 유능한 리더가 조직원의 동기 유발에 탁월하다는 이론이다. 줄다리기의 참여자 수가 늘수록 한 사람이 내는 힘의 크기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사령탑을 맡았을 때다. 모리뉴의 연봉은 선수들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싹쓸이해 가다시피 한 명문팀 감독에게 거금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만하다. 선수들에게 열정을 심어 줘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팀을 조화롭게 이끄는 감독의 역량, 리더십의 값어치라는 게 답이다.

다방면에서 경계를 허무는 사고를 가진 다빈치형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빈치형이 될 수 없다. 한 우물을 파는 인재가 많아야 함도 당연하다. 인재들을 찾아내 빛을 보게 하는 게 잡스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빈치형이든, 잡스형이든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 인재다.


5. [서울신문][길섶에서] 섬진강 ‘벙굴’/강동형 논설위원

봄을 알리는 꽃 소식과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섬진강 하구의 ‘ 벚굴’ 채취 소식이 들려온다.


섬진강 물이 긴 여정을 마치고 광양만에 들어서기 직전 잠시 숨을 돌리는 곳이 망덕포구다. 강은 강인데 강이 아닌 것 같은 이곳에서 나는 굴을 ‘벚굴’이라고 한다. 벚굴의 원래 이름은 ‘벙굴’이다. 굴의 크기가 손바닥만 하지만 차지거나 야무지지 않다는 의미로 ‘벙’이라는 접두사가 붙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벙굴’은 사라지고 ‘벚굴’이란 이름이 통용된다. 벚굴이 된 사연을 물으니 우연한 스토리텔링 결과란다. 광양제철이 들어서면서 외지인들이 늘었다. 이들이 벙굴이란 이름의 연유에 대해 궁금해하자 현지인이 벚꽃 필 무렵 나오는 굴이라고 둘러댄 것이 벚굴이 됐다는 얘기다. 우연한 작명이 입소문을 타면서 섬진강 하구의 명물이 됐다. 이제 이곳 사람들은 벚굴에 더 익숙하고, 자부심마저 느낀다.


별미로 먹는 벚굴은 숯불에 구워 초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섬진강에서 벚굴 채취가 한창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사어가 돼 버린 ‘벙굴’이란 말이 그리워진다. 아마도 놓아 주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추억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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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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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8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 교수 철밥통 위해 수강권 사고파는 대학이 정상인가

대학에서 일부 학생들 간에 수강권을 사고파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졸업하려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 강좌나 인기 강좌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암표 거래하듯 벌어지는 일이다. 수강권 가격은 강좌의 특성이나 학생의 급한 사정에 따라 적게는 1만, 2만 원에서부터 수십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2010년 서울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졸업하려면 꼭 수강해야 한다며 계절학기 대학영어1 수강권에 100만 원을 주겠다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다.

대학들은 최적의 수업환경 조성을 위해 수강인원 제한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이 대세가 되면서 수강인원이 늘어나 ‘수강신청 대란’이 불가피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강좌를 수강하지 못하는 바람에 졸업을 못 해서 취업과 대학원 진학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대학 측이 사전에 정확한 수요를 파악해 강좌 수를 조정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추가로 개설하는 것이 ‘강의 소비자’에게 친절한 ‘공급자’의 책무일 것이다.

대학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 솔직한 이유는 교수들 사정에 있다. 일부 과목에 수강신청이 몰리면 다른 쪽에선 신청인원 미달로 폐강되는 과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책임강의시간을 몇 년 연속 채우지 못하는 교수들은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승진 급여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결국 교수들에게 철밥통을 보장해 주기 위해 대학이 ‘강의 시장’을 왜곡시켜 학생들이 암시장에서 수강권을 거래하게 된 셈이다. 

교수들이 경쟁 없이 편하자고 학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대학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해 폐강이 거듭되는 교수는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 좋다. 교수 이기주의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 ‘피해자’가 되는 대학사회는 불공정하다. 대학 개혁은 이런 후진적이고 구조적인 환부를 도려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 “성장세 둔화” KDI 선언과 딴판인 대통령의 경제낙관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경기 하강을 ‘우려’했고, 한 달 전에는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데서 성큼 나아가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민간 연구기관도 아닌 국책 기관이 이런 판단을 내놨다는 것은 정부에 요란한 경고음을 울린 것과 다름없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도 경제 상황이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느닷없이 ‘경제 낙관론’을 폈다. “재정 조기집행 등의 정책효과가 본격화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KDI 분석과는 정반대의 발언까지 했다. 

국민의 경제 불안 심리를 달래고 희망을 주기 위한 대통령의 배려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과 국내총투자율 등 10개 경제지표에 일제히 적신호가 켜지는 등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졌다는 그제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와도 동떨어진 인식이다. 안종범 경제수석이 2일 “부진했던 경제지표가 내수 회복세를 바탕으로 2월 이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브리핑한 것을 보면, 참모들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지도 의문이다. 

4·13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경제 실패’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어제 “(정부가) 경제 실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국민에게 알리면서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일본처럼 한국도 ‘잃어버린 20년’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심판론’으로 선거를 몰고 갈 태세다.

박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은 비상상황”이라며 경제활성화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국회 심판론’을 강조한 바 있다. 불과 두 달도 안 돼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위기에서 낙관으로 바뀐 이유가 총선에서의 경제 심판론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위험하다. 경제 상황과 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야당이 서로 상대 탓만 하면서 국민을 골병들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선거용 낙관론을 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비상한 경제 상황 관리에 돌입하도록 독려해야 마땅하다.

3. 이한구는 ‘청와대 공천’ 믿고 물갈이 밀어붙이나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의 1차 공천심사 결과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전날 김무성 대표가 공관위 결정에 “단수 추천은 당을 분열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터라 공관위 결정이 반려되면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웠다. 최고위는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공관위 결정을 추인했다. 이 위원장의 판정승이다. 그는 최고위 참석 후 “앞으로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면서 “공관위는 독립된 기관으로 누구도 압력을 넣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까지 날렸다.

새누리당 공천을 책임지고 있는 이 위원장의 행동은 지나치게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예고 없이 1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극도로 민감한 단수와 우선추천 지역을 다수 선정했고, TK(대구경북) 출신의 친박 중진인 김태환 의원을 현역 가운데 1번 타자로 공천 탈락시켰다. 당헌 당규 위반 지적이 나오자 “선거는 전쟁이다. 전쟁이 났는데 교본대로 하면 죽는다”고 응수했다. 공천의 원칙인 상향식 경선을 위주로 하되 단수와 우선추천을 최대한 병행하는 이한구식 공천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와 당헌 당규까지 능가할 정도로 비치는 이 위원장의 이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가 국민의 바람인 것은 사실이다. 경쟁 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10명의 현역을 공천 탈락시킨 데 이어 어제 일부 전략 공천을 발표했고, 조만간 추가 탈락까지 예고하고 있는 점도 자극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공천에는 파워 게임이 작용한다. 현실적으로 친박 비박 간의 갈등도 거세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국민의 지지가 상당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 없이는 이 위원장이 이렇게까지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국회에 제대로 된 인물을 보내야 한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으로 보면, 박 대통령의 남은 2년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을 공천의 대의로 여기는 듯하다.

새누리당이 어제 예비후보 추가 공모를 마감한 선거구 변경 지역 102곳에 하필이면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을)가 포함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유 의원을 경선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다른 유력 인사를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공천이란 이 정도로 민감한 것이다. 공천은 유권자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지 대통령 해바라기가 아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공감을 못 얻는 공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4.  말로만 '만능통장'이 돼서는 안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다음주 드디어 첫선을 보인다.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이나 펀드, 파생결합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에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가 ISA다. 의무 가입기간으로 설정한 5년을 채운 후 돈을 찾을 때 수익이 200만원 이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준다. 대부분 금융상품이 수익의 15.4%에 해당하는 세금이 붙고 일부 투자상품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수익을 낸 상품에 있어서는 정해진 세율대로 세금을 내야 하는 점과 비교하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뿐만이 아니다. 오는 5월부터는 계좌이동도 손쉽게 할 수 있어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저소득층의 재산 형성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ISA가 벌써부터 ‘만능통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금융권 내에서 ISA 시장에 몰리는 자금이 적어도 5년 안에 1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점치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사들로서는 ISA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로 피 튀기는 경쟁을 펼쳐야만 하는 현실이다. 이미 호화 경품을 내건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서도 세계여행 상품권이나 승용차, 골드바 등을 경품으로 제시한 모습에 쓴웃음을 감출 수 없다.

더욱이 금융사들이 ISA 상품 판매에만 주력한 나머지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우려된다. 가입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의무 가입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약할 경우에 대비한 보호장치를 제대로 마련했는지도 아직은 모호하다. 더 나아가 ISA 투자상품에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도 포함하고 있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을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

금융당국이 ISA를 도입한 중요한 목적은 가입자들이 효과적인 금융자산 운용을 통해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도록 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ISA가 고객들에게 믿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되도록 안전장치를 갖추는 등 관련 법규를 보완해야만 한다. 만능통장이라는 별명이 공허한 말장난으로 끝나지 않도록 최대한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5

5. 언제까지 성차별 후진국에 머물 텐가

오늘은 제108회 ‘세계 여성의 날’이다. 미국의 여성 노동자 2만여명이 1908년 2월 28일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달라”며 뉴욕 거리로 나선 역사적 거사를 기리는 날로 1975년 유엔이 3월 8일로 공식 지정했다. 세계 주요 국가가 100년이 넘도록 여성의 날을 기리고 있다는 사실은 성차별 해소가 아직도 시대적 과제로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에 관한 한 한국은 명함도 못 내미는 후진국 신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현재 한국 기업에서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성의 6분의 1 수준인 0.4%로 OECD 꼴찌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직장 내 성차별) 지수에서도 한국은 4년 내리 OECD 최하위다.

대기업은 더하다. 작년 6월 말 현재 반기보고서 제출 대상 348개 대기업의 임원 97.7%가 남성이고 여성은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삼성전자(4.0%)를 포함해 현대자동차(0.8%), SK이노베이션(3.7%), 포스코(1.3%),LG전자(0.6%) 등도 형편없이 낮고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등 238개 회사는 여성 임원이 아예 한 명도 없다.

해마다 ‘세계 여성의 날’이 되면 듣기도 민망한 성차별 관련 통계가 쏟아지고 반성의 목소리도 덩달아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국은 그때뿐이고,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신통찮다. 유럽과 남미 등에서 내각의 절반 안팎을 여성으로 채우는 나라가 속속 늘어나고 심지어 중동의 아랍에미리트도 여성 장관이 7명이나 되지만 전체 장관 17명 중 여성은 여성가족부 장관 1명뿐인 게 우리의 현실이다.

취업 차별, 임금 격차, 경력 단절 같은 유리천장 타파는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느냐, 못 오르느냐를 가를 핵심 과제의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여성 지위 향상과 출산율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 정부, 공기업, 상장기업 등의 고위직 여성 비율 강제 할당도 그런 사례다. 능력에 관계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서울신문]

6. 소청委 온정주의 버려야 복지부동 잡는다

인사혁신처가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퇴출 방안을 담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어제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직무태만 등 ‘소극행정’ 공무원에 대해 징계 기준이 없었는데 이번에 마련됨으로써 일하는 공직사회 풍토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묻지마 감경’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무력화하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역할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이번 조치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공직사회에서는 일하다 ‘그릇’ 깨는 것보다 납작 엎드려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불문율이 통한 게 사실이다. 규정이 없어도 재량권 범위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나중에 감사에 걸리면 골치 아프다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은 인허가 사항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데도 민원인들을 오라 가라 하며 ‘갑질’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에 무사안일과 같은 소극행정도 징계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부작위 개념 등이 모호한 점은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 징계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자칫 상급자의 눈치 보기나 인사권 남용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관련 부처에서 공무원들에게 파면 같은 중징계를 내렸어도 소청심사위원회에만 가면 흐지부지된다면 징계 규정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소청심사제는 공무원이 받은 징계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심사·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서울시 모 구청의 국장이 건설업체로부터 50만원어치 상품권을 받아 단돈 1000원만 받아도 징계한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적용을 받아 처음으로 해임됐다. 하지만 이 국장은 서울시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해 ‘해임’에서 ‘강등’으로 감해졌고,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결국 복직했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성매매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불법 성매수를 해 징계를 받았다가 소청심사를 통해 감경을 받은 적도 있다. 2008~2012년 소청심사 건수 3781건 중 약 42%인 1579건이 감경을 받았다고 한다.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소청위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징계가 무력화된다면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묻지마 감경’을 일삼는 소청위부터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7. 여야, 쟁점 법안 ‘결자해지’ 책임 다해야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19대 국회 임기 내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쟁점 법안의 처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쟁점 법안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정치공세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일자리 창출과 선진 경제 도약을 위한 출발점인데도 국회에 최초로 법안이 제출된 지 1500여일이 지난 지금도 발이 묶여 있다”면서 국회에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노동개혁 4개 법안과 관련해서도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2월 임시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야당의 협조만 있으면 경제법안의 처리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요지부동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서비스법은 의료·보건 분야 중 쟁점 부분만 더 논의하고 나머지 서비스 분야를 통과시키자고 했지만 새누리당이 거부했다”며 여당에 책임을 전가했다. 또한 노동4법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논의도 안 된 것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야당의 협조와 여당의 유연성이 없는 한 쟁점 법안 처리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우리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국회에 계류 중인 쟁점 법안의 처리를 촉구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경제성장률을 매년 7% 이상 성장에서 앞으로 5년간 6.5% 이상 성장으로 낮추는 등 주변 여건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0.21%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노동생산성 증가율, 제조업 가동률, 기업매출 증가율 등 우리나라 10대 경제 지표가 5년 이상 하락세를 보이는 등 우리 경제는 구조적 장기 침체로 인해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경제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148개 단체가 일간지에 게재한 ‘경제법안은 왜 외면하십니까’라는 호소문을 읽어 보았는가. 야당의 반대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동계의 이해관계와 불만을 대변하는 것도 야당의 몫이 맞다. 그러나 개혁을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노동계의 일방적인 이익만 옹호할 게 아니라 현장을 다니면서 민심을 들어 봐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능사가 아니다.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경제상황이 좋을 때면 모르되 자칫 장기 침체에 빠질지도 모르는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쟁점 법안들의 처리가 무산되면 야당은 또 한번 ‘경제 발목 잡기’란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을 것이다. 여당도 유연성을 보이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한 마지막 협상에 나서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8. 사상 최대 한·미 훈련, 北 도발 대비에도 만전을

한·미 양국이 어제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미군 1만 7000명, 한국군 30만명 등 양국의 최정예 부대가 참가하고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최신예 전략자산도 대거 동원된다. 지휘소훈련(CPX)인 키리졸브 연습은 오는 18일까지,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연습은 다음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훈련은 병력과 장비 등 모든 전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으로 북한 핵심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도 포함돼 있다.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등을 선제 타격하는 ‘작전계획 5015’가 처음 적용된다. 한·미 연합 기동부대가 항공력 지원을 바탕으로 평양을 점령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등 기존 작전보다 공세적인 것이 특징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한반도의 군사적 환경이 급변한 것을 반영한 결과다.

한·미 연합훈련 개시와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대북 제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 직면해 북한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어제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미군과 그 추종 세력들의 핵전쟁 도발 광기에 전면 대응하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3일에는 “선제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위협과 함께 사거리가 150㎞에 이르는 300㎜ 방사포를 시험 발사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현 국면은 남북 모두 위기 관리가 전혀 작동되지 않는 일촉즉발의 상태나 다름없다. 휴전선 부근과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언제든지 국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서로 압박과 위협 수위를 높여 가다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다.

북한 정권은 오판하지 말고 자중해야 한다. 자신들의 후원국 격인 중국과 러시아까지 유엔 안보리의 전면적 대북 제재에 동참한 상황에서 무력 시위와 대남 도발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도발에 가차없이 응징을 해야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상식과 합리성이 결여된 정권이란 점을 고려해 무작정 압박만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정은 정권이 핵 개발 집착에 따른 고통을 확실하게 느끼게 하되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체제 생존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남북 모두 군사적 충돌 같은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한반도 긴장과 위기를 지혜롭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

[매일경제]

9. 기술혁신 강조하는 中國 구조조정에 적극 대응하라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낮추면서도 경제구조조정 의지는 재차 강조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성장률을 6.5~7%로 제시하면서 구조적인 개혁을 고려한 목표라고 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9%였는데 올해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뜻이니 수출 25%를 중국 시장에 내보내는 한국으로선 긴장해야 할 소식이다. 

우리나라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2.2% 줄어들어 이미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으로 향하는 수출도 12.9%나 줄었는데 중국은 이번 전인대에서 이례적으로 수출입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만큼 대외무역 환경을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건국 이래 최고 수준인 3%로 끌어올리며 경기 방어에 적극 나서기로 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은 G20 국가 중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력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중국발 위기'에 지나치게 위축돼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21%포인트 떨어진다고 한다. 중국 경제 영향이 어마어마한 만큼 수출과 자금 시장으로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 못지않게 구조조정을 통한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장단기 대책도 긴요하다.

중국 구조조정은 우선 과잉 설비 해소라는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철강산업에서 50만명, 석탄산업에서 130만명을 감원하는 대담한 구조조정 계획도 발표됐다. 이는 단기적 충격일 수도 있지만 과잉 경쟁을 완화해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하는 중국 구조조정은 외국산 수입 대체를 위한 품질혁신이라는 점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12월 중국이 세계 볼펜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지만 볼펜 볼은 90%가량 수입하고 있다며 기술혁신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런 혁신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도전 요인이 된다.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이른바 4대 개혁을 내걸었지만 큰 진척이 없는 한국이 중국 구조개혁을 구경만 하다가는 갈수록 커지는 '중국발 충격'에 휘둘리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10. 중구난방 청년일자리 정책 실효성 있게 정리하길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 최대 현안 해결을 위해 지난해 정부가 쏟아부은 예산은 1조98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기간 만들어진 일자리는 4만8000여 개에 불과했다. 일자리 1개당 4125만원을 투입한 꼴인데 이들 중 대다수는 연봉 3000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고 새 일자리도 42%가 비정규직이다. 지난 1월 청년실업률은 9.5%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절벽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헛돌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년일자리 사업은 현재 13개 부처에서 무려 57개를 시행하고 있다. 부처별로 유사·중복 사업이 넘쳐나는 데다 쪼개져 있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통폐합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부처별 밥그릇 싸움에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각 부처가 주로 채택하고 있는 사업은 청년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주 지원 방식'인데 이는 재정 투자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저조하다. 기업 인건비를 정부가 대주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공공기관들도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는 '체험형 인턴'만 대거 뽑아 생색내기 채용에 그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할 정부가 전시 행정에, 부처 간 실적 경쟁이나 벌인다면 청년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청년일자리 예산은 2조800억원에 달하지만 지금처럼 행정편의주의식으로 운영된다면 또 줄줄 새고 말 것이다. 민간 중심으로 1200억원을 모은 '청년희망펀드'도 이달 가동을 시작하지만 정부 정책과 상당 부분 중복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개혁도 시급하지만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책을 가다듬어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달 청년 일자리대책을 발표한다는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용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실업자가 급증하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월 5000마르크의 일자리 5000개를 만드는 '아우토 5000'을 추진했다. 15~20% 낮은 급여와 탄력적 노동시간을 적용하는 일자리 프로젝트였는데 우리도 과거 대책을 재탕, 삼탕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협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례를 만들어보라.

주요 신문칼럼


1. [매일경제][한예슬 변호사 칼럼] 여행계약

1. 서설
개정민법에 제9절의2 여행계약편이 신설되어, 2016. 2. 4. 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여행과 관련된 분쟁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여행계약의 내용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여행계약은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 운송, 숙박, 관광 또는 그 밖의 여행 관련 용역을 결합하여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깁니다.여행자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여행자는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여행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도 계약상 귀환운송(歸還運送) 의무가 있는 여행주최자는 여행자를 귀환운송할 의무가 있습니다.여행대금의 지급에 관하여, 여행자는 약정한 시기에 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그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따르고, 관습이 없으면 여행의 종료 후 지체 없이 지급하여야 합니다.

여행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여행자는 여행주최자에게 하자의 시정 또는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이에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시정 청구, 감액 청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여행자는 여행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그 시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여행주최자는 대금청구권을 상실하고, 다만, 여행자가 실행된 여행으로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을 여행주최자에게 상환하여야 합니다.위와 같은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에 따른 권리는 여행 기간 중에도 행사할 수 있으며, 계약에서 정한 여행 종료일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하여야 합니다.

이에 더해, 여행 개시 전의 계약해제,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과 계약 해지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는 약정으로서 여행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였습니다. 

3. 결론
이러한 여행계약 규정의 신설로 여행과 관련한 분쟁의 소지가 줄어들고, 여행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이데일리]중대형아파트에 주목해야 할 7가지 이유

작년 가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다. 아파트 과잉 공급에 대한 불안감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거래가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는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봄 이사철 전셋값 상승에 따라 실수요자의 주택 거래가 다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주택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는 무엇일까? 아마도 중대형 아파트 시세 향방일 것이다. 중대형 아파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꾸준히 하락했다. 하지만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값이 회복될 조짐이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중대형 아파트에 주목해야 할 이유 7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과 입주 부족이다. 전용면적 11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2000년 이후 매년 2만~6만 가구 가량 공급됐다. 그러나 2013년 이후에는 2000가구 이하로 줄었다. 공급량이 약 20분의 1로 확 줄어든 것이다. 

두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의 주요 수요층인 40대~50대 인구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연령대별 인구 중 가장 많은 세대는 베이비붐세대가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보다 50만명이 더 많은 ‘F세대’(Formidable members)이다. 구체적인 연령대는 1966~1974년 사이의 출생자들이고, 이들이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층이다. 

세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 수요층인 4~6인 가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그 감소율이 연간 1% 이하인 반면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 감소율은 연간 20%로 나타나 수급 밸런스가 깨졌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수요의 변화에 비해 공급의 변화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네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이 중소형 아파트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이후 연간 누적변동률을 비교했을 때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연간 4.7%, 중소형은 연간 3.37%로 나타나 이미 전세시장에서는 중대형 선호가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 변동이 매매가 변동에 선행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매매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80%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된다. 수도권 중소형의 경우 전셋값 비율이 높아 2013년 하반기부터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렸다면 중대형은 2016년 가을부터 매매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여섯 번째는 중대형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하반기에 신규 분양이 늘면서 전체 미분양은 소폭 증가했지만 준공 후 미분양, 특히 중대형 미분양은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의 존재는 시세 형성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준공 후 미분양이 팔리고 나면 다시 시세가 형성되는 소위 ‘마감효과’가 나올 수 있다.

일곱 번째는 일반적으로 주택 경기 회복 초기 단계에는 소형이 강세를 보이지만 주택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중대형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주택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1989~1991년과 2003~2007년에 중대형 아파트 강세가 나타났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정량에 못미치고 있다. 2000~2010년 수도권 아파트 평균 입주 물량은 16만 5000여 가구인데 반해 2012~2016년에는 평균 10만가구로 약 40%가 줄었다. 이런 점이 수도권의 전세난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수도권에서 2~4년간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봤을 때 이르면 2016년 가을, 늦으면 2017년부터 중대형 아파트의 본격적인 회복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정성희]공공장소에서 젖먹일 권리

‘대부분이 독특한 방식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얼굴을 가리지 않은 여자일 경우에는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있다.’(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구한말 외국인들이 찍은 사진이나 기록, 화가 신윤복의 그림을 보더라도 당시에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젖가슴을 내놓고 다니는 일이 드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미혼 여성은 그러지 않은 걸로 봐서 젖가슴을 드러낸 것은 섹슈얼리티가 아니라 수유(授乳)의 목적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공공장소에서의 수유는 문화적 금기 혹은 품격 떨어지는 행동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하철이나 식당 등 공개된 장소에서 젖을 먹이는 여성이 사라진 것은 문명화의 증거인가. 글쎄다. 모유 대신 우유를 먹이는 엄마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엄마들이 모유 수유의 번거로움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일이 있다면 여성권의 퇴보일 수도 있다. 공공장소에서 젖먹이는 여성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회문화가 형성된다면 저출산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버니 샌더스 후보가 유세장에서 딸에게 젖을 먹이는 마거릿 엘 브래드퍼드에게 감사 의사를 표한 것을 계기로 공공장소에서의 모유 수유가 미국 대선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이 여성이 수유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배고픔을 호소하는 딸에게 젖을 물린 것은 모성의 자연스러운 발로’라는 찬성 의견과 ‘교양 없는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모욕적인 메시지가 동시에 쏟아졌다. 이 해프닝을 샌더스 지지로 연결하는 ‘버니를 위한 젖가슴’이라는 캠페인이 생겨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수유할 시간을 달라고 하는 여자 변호사에게 “역겹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가 맘에 들지 않는 여성을 향해 쏟아낸 막말이 한둘이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수유를 불쾌하게 여기는 여성도 많은 걸 보면 이는 남녀의 시각차나 진보 보수 이념의 문제만은 아니다.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아이에게 젖먹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홍보물로 쓴다면 한국에서도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4. [동아일보][황광해의 역사속 한식]명태

참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동아일보 1921년 8월 30일의 기사다. ‘북관명산(北關名産)의 명태는 명천의 어부 태(太)씨의 어획이 그 시초되었음으로, 그를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함경도) 명천에 사는 태씨 어부의 명태’는 고종 시절 영의정을 지냈던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 책 제27권 ‘춘명일사’ 편에 명태가 소개된다.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고을 아전이 도백(道伯)에게 올렸는데 도백이 이 물고기를 맛있게 먹고 이름을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자 도백이 “명천 사는 태 어부가 잡은 물고기니 명태라 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명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이 이야기의 뒷부분에는 명태가 많이 잡혀서 팔도에 퍼졌고, 이름이 ‘북어’라는 점과 노봉 민정중(1628∼1692)의 예언(?)이 실려 있다. ‘300년 뒤에는 이 고기가 지금보다 귀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유원은 ‘원산을 지나는데 명태가 마치 오강(五江·한강 일대)에 쌓인 땔나무처럼 많아서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었다’고 적었다.

민정중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명천에 온 도백’이 물고기 이름을 지었다는 ‘동화’는 가능성이 있다. 관찰사는 ‘도백’이다. 민정중은 한때 함경도관찰사를 지냈다. 민정중이 처음 이름을 지었을 수도 있다. 

명태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처음 나타나는 것은 효종 3년(1652년) 9월의 ‘승정원일기’ 기록이다. ‘강원도에서 대구알젓 대신 명태알젓이 왔으니 해당 관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음 달인 10월에도 과일과 생선이 상했고, 역시 대구알젓 대신 명란이 올라왔으니 담당 관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사옹원 제조가 보고한다. 

18세기에는 명태가 자주 등장한다. 시골에 사는 노인에게 구호물자로 곡식, 장과 더불어 ‘명태 한 마리’를 주었으니 인색한 지방 관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도 나타난다. 희한하게도 조선 초기 기록에는 명태나 북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해류의 온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잡히지 않았거나, 흔하게 먹지 않았거나 혹은 먹으면서도 이름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효종과 민정중의 17세기를 지나면서 명태는 자주 등장한다.

민정중보다 160년 후 사람인 오주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북어’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우리나라 동북 해안에 있는 물고기다. 폭이 좁고 길이가 1척(30cm) 이상으로 길다. 머릿속에 오이 같은 타원형의 뼈가 있다. (…) 이름은 북어인데 속칭 명태라고 부른다. 봄에 잡은 것은 춘태, 겨울에 잡으면 동태(冬太)다. 동지 무렵 시장에 나오는 것은 동명태(凍明太)다. (…) 흔해서 천하지만 귀하게 먹는다. 늘 먹으면서도 그 이름을 모른다.’

‘북어(北魚)’라는 이름은 ‘북쪽 해안의 물고기’라는 뜻이다. 명천을 포함한 함경도 해안이다. 북어는 민정중의 예언대로 300년 후인 20세기 중반에는 귀해졌고 우리 시대에는 거의 사라졌다. 한때는 1인당 매년 20마리씩 먹었던 생선이다. 

일제강점기에도 가끔 명태 어획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동아일보 1926년 6월 1일의 기사에는 ‘조선 명태가 일본으로 이사를 갔다는 것은 이미 보도한 바와 같거니와, 그 대신 멸치가 많이 잡힌다. 명태의 주요 산지는 함북 청진, 경성군, 명천군 양화 등’이라는 내용이 있다. 역시 동북 해안이다. 

언론인 고 홍승면 씨가 공개한 ‘북어대가리 사용법’을 전한다. ‘북어대가리를 의뭉한 불에 바싹 굽는다. 태우지 말아야 한다. 이걸 유리잔에 넣고 뜨겁게 덥힌 청주를 붓는다. 접시로 잠시 덮어두었다가 불을 붙인다. 푸른색 불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일식집에서 흔히 보는 복어 지느러미 대용품임을 알 수 있다. 이름이 낭만적이다. 이른바 ‘북어두주(北魚頭酒)’다. 

참 흔한 물고기지만 귀하게 썼다. 살은 탕으로 끓였다. 얇게 썰어 전으로, 말린 다음 제사에 쓰거나 혹은 탕으로 먹었다. 아가미와 알, 내장으로 젓갈을 담갔다.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명태순대’는 함경도의 별미다. 명태 속에 나물과 곡물을 넣고 익힌 것이다.


5.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기다리는 동안, 아이에게 스마트폰 주지 마세요

여섯 살 남자아이와 엄마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내가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에게 “이제 엄마랑 원장님이랑 얘기를 좀 해야 해. ○○이는 좀 기다리고 있어야겠다”라고 하자 아이는 곧 엄마 쪽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엄마는 힐끔 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안 된다고 했잖아” 한다. 아이는 바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짜증은 금세 떼로 바뀌었다. 엄마는 몹시 난처해하며 “얘가 참. 안 돼, 오늘은 안 된다니까…” 한다. 아이의 떼는 잦아들 줄 몰랐다. 안절부절못하던 엄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럼, 딱 5분만 해야 돼” 하면서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꺼냈다. 

잠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단호하게 “어머님, 주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얼른 스마트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아이는 “아, 왜∼요∼?”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원장님은 기다릴 때 스마트폰 못 주게 해.” 아이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뺄 대로 빼며 다리를 쭉 뻗어 진료실 책상을 발로 탁탁 쳤다. “그럼, 난 어떡하라고요!” 여전히 화가 많이 난 목소리다. “밖에 네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많아. 만화를 보여줄 수도 있어.” 아이는 싫다고 했다. “그럼 책을 봐. 그림책도 많아. 장난감도 많고. 다른 선생님들이 그림 그리기나 종이접기를 해줄 수도 있어.” 아이는 다 싫다고 했다. “그럼, 그냥 기다려.” 아이는 처음에는 퉁탕퉁탕 화를 내기는 했으나 결국 스마트폰 없이 기다리다 갔다. 

요즘 지하철에서도, 자동차 안에서도, 병원에서도, 식당에서도 어린아이가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어린아이일수록 두뇌는 물론이고 여러 발달 면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아이는 늘어만 간다. 부모들의 변명은 항상 똑같다. “안 주면 난리가 나서….” 정말 그럴까? 아니다. 그보다는 스마트폰 없이 기다리는 연습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반응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충동적이다, 산만하다, 조금만 지루해도 못 견딘다, 생각하기를 싫어한다”며 혀를 찬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것들은 부모가 침묵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을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은 아이가 유별나서가 아니다. 스마트폰 없이 기다리는 연습을 성공적으로 해보지 않은 탓이다. 이 글을 읽은 이 순간부터 기다리는 동안, 제발 아이에게 스마트폰 좀 주지 말자. 아이가 울고불고 고집을 피울 수도 있다. 그래도 안 주면 된다. 그 대신 재밌게 놀아주면 된다. 초등 저학년 이하는 부모가 정말 재미있게 놀아 주면 의외로 쉽게 스마트폰을 잊는다. 물론 한 번의 경험으로 잊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없이 기다려본 경험이 서너 번만 쌓여도 아이는 더이상 떼를 부리지 않는다.

지금 이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는 스마트폰 같은 도구가 없으면 혼자서는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이 된다. 기다리는 것도 연습을 해야 한다. 몸에 배어야 자연스럽게 나온다.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면, 아이가 아무리 심심하다고 해도 “기다리는 거야”라고 말하자. 그리고 같이 기다려주자. 너무 힘들어하면 좀 도와줄 수는 있다. 이때 도와주는 것은 “그럼, 스마트폰 5분만 하고 기다리는 거야”가 아니다. 어떻게 기다리는지를 보여주고 가르쳐주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벌이 아니다. 부모가 느긋하고 편안하게 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아이도 기다리는 것을 ‘짜증 나고 지루한 시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몇 가지 팁을 주자면, 기다리는 장소가 자동차 안과 같이 다른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부모의 어릴 적 이야기, 아이의 어릴 적 이야기, 동요 부르기, 끝말잇기 등을 할 수 있다. 좀 더 조용히 노는 방법으로는 말 참기 놀이와 눈(目)싸움, 눈빛이나 표정으로 말하기, 손가락 놀이도 있다. 떠들 수 없는 곳이라면 조용함 속에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있어 보게 한다. 가만히 주변 사물이나 사람을 관찰하고, 하늘도 보고 발밑도 보고 공기도 느끼면서 기다려보게 한다. 아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부모가 편안한 표정으로 그런 장소에서 그렇게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아이도 그냥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줄 안다. 눈에 익고 몸에 배기 때문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진실로 아이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게 하고 싶다면 부모뿐 아니라 모든 어른이 필요 이상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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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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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7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한국인 살해하라”는 IS의 테러 선동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최근 우리 국민 20명의 이름, 이메일 주소와 함께 인질 참수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발견하면 모두 죽여라”라고 선동했다. 신상이 공개된 사람들은 공무원과 기업 홍보직원 등 모두 민간인이다. IS가 지난해 한국을 공격 대상국에 포함시킨 이후 처음으로 우리 국민을 살해하라며 공개적으로 부추기고 나선 것이다. 테러가 우리에게 가상의 위협이 아니라 눈앞의 위험으로 닥쳐온 셈이다.

IS는 지난해 11월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주뿐 아니라 이스탄불, 자카르타 등 아시아로까지 테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자카르타 테러처럼 각국의 자생 동조세력들과 연계해 이른바 ‘자생적 테러’를 유도함으로써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번 IS의 공개 테러 선동으로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이미 IS의 보복 대상국인데다 우리 청소년이 SNS를 통해 IS에 포섭된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도 IS를 따르는 무리들이 테러를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는 지금 IS의 테러뿐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지만 늦은 감이 있다. 현실적으로 테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연간 30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역의 테러 대비라는 게 고작 외주용역 3명과 철도경찰 2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천공항과 인천항에서 보았듯 국가 중요시설의 보안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려 외국인 밀입국자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 대(對)테러 장비와 인력, 보안시스템 등 모든 것이 한심한 수준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IS 테러든 북한 도발이든 어떠한 경우라도 단 한명의 국민도 무고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IS의 테러는 축구장이나 극장, 카페 등 도심지 번화가에서 무방비 상태의 시민과 관광객을 노리는‘소프트 타깃’으로 옮겨가면서 대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 철저한 감시체계 구축, 실효성 있는 테러 차단 조치 등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철저를 기하기 바란다. 

2. ‘마이너스 경제’의 탈출구는 없는가

전경련이 우리 경제에 대해 어두우면서도 솔직한 분석을 내놓았다.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수출이 감소하는 등의 ‘마이너스 행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하락세가 지속돼온 악순환의 결과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벌써 5년 이상에 이른다. 구조적인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분석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역대 최장기인 연속 14개월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30% 이상을 유지하던 수출 증가율은 이미 꿈같은 얘기가 돼버렸다. 기업투자와 민간소비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 추세가 마이너스 지표를 부추기고 있다. 70세 이상 인구가 460만명으로 이미 10세 미만 인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는 인구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이처럼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마땅한 성장 동력은 엿보이지 않고 있다. 말로는 노동개혁이니 구조개혁이니 하면서도 썩어가고 있는 환부에 대한 수술조차 자꾸 미뤄지고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지만 기업 규제는 여전하다. 이러다간 국민소득 3만 달러는커녕 오히려 2만 달러 아래로 주저앉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주체들이 마이너스 경제의 악순환에 대해 안이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서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정치권의 과도한 포퓰리즘부터가 문제다. 이번 총선도 그렇지만 내년 대선에 돌입하게 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걱정된다. 지금이야말로 경제주체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적어도 우리 경제가 더이상 마이너스 방향으로 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동아일보]

3. 中速성장’ 선언한 중국, 공격적 中華主義 우려된다

중국 정부는 5일 시작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보고를 통해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中速)성장 시대’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중국은 지난해 25년 만에 최저치인 경제성장률 6.9%를 기록하며 7% 이상의 성장을 의미하는 ‘바오치(保七) 시대’의 막을 내렸다. 중국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을 6.5%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전망이 어둡다. 이미 올해 성장률은 6.5%보다 낮은 6.3%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시진핑 주석 1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는 것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이 개혁 개방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던 기반은 고도성장이다. 성장 둔화는 국민의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에 중국 지도부가 대응할 필요가 커진 셈이다.

시 주석이 취임을 전후해 보시라이 충칭 시 서기를 부패 혐의로 척결한 이후 반(反)부패 투쟁은 그가 정치적 라이벌을 통제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 중국 언론은 최근 시 주석을 후진타오 전 주석 시대의 집단지도 체제 때 사라진 ‘핵심’이라는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 전국인대와 이틀 앞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개인숭배의 조짐마저 엿보인다. 서방 언론에서는 시 주석이 독재 권력을 휘두른 마오쩌둥을 닮아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연계된 1인 체제 강화는 한국에도 경제적으로나 군사·외교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던 중국 경제의 하락세는 전 세계의 경기 둔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고 인접국인 한국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중국발 수요 감소는 미국발 수요 감소보다 한국에 5배 가까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군사·외교적으로 성장 둔화와 1인 체제 강화에 따른 불만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국수주의(國粹主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미국과의 신형대국 관계를 외치며 센카쿠 열도, 난사 군도, 시사 군도에서 인접국과 갈등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의 군사적 균형에 민감한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중국이 동참한 유엔 대북 제재의 실효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우리도 중국의 변화에 대응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을 위한 다른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4. 정책은 없고 진흙탕 싸움만 있는 최악의 깜깜이 총선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드라마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공천 살생부’ 논란과 사전여론조사 유출 파문에 이어 어제는 1차 컷오프(공천 배제)에 걸린 예비후보들이 당사에서 시위를 벌여 시끄러웠다. 울산 울주의 강길부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중앙당에서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소위 친박 2명만 상대로 조사가 시행됐다”며 “상향식 공천은 어디로 갔냐”고 항의했다.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하는 김무성 대표는 공천면접 심사장에서 단수추천의 문제점을 따지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사전여론조사 유출로 이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중앙선관위 조사까지 받았다.

정책에는 관심 없고 이전투구(泥田鬪狗)만 난무한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4·13총선 공약의 가안을 보고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자리에선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여론조사의 방법,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암투(暗鬪)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18대 공천 때는 ‘친박 학살’, 2012년 19대 공천 때도 ‘친이(친이명박) 학살’ 논란이 불거졌다. 8년이나 집권한 데다 분탕질을 쳐도 주요 선거마다 연전연승하니 권력에 취한 극도의 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

야권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양극화 해소 공약인 ‘777플랜’을 발표했다. 국민의당도 복지공약을 발표했으나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야권 통합 카드를 빼들자 정책 이슈는 파묻혔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의 국면전환용 카드가 공약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셈이다. 어제도 김종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날 선 논쟁을 벌였다. 더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이슈를 들고 나와 판을 흔든 이후 정책에서 여당에 계속 밀린다. 2012년 대선 때는 야당의 전매특허라 할 경제민주화 이슈마저 여당에 선수를 빼앗겼다.

이번 총선은 안보에 경제위기까지 겹쳐 정책경쟁이 어느 선거 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와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각종 현안과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공약들이 산적해 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중간층을 잡기 위한 복지공약 경쟁이라도 했다. 가뜩이나 선거구 획정까지 질질 끌어 정책경쟁을 할 시간도 없는 터에 진흙탕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니 최악의 ‘깜깜이 총선’이 불을 보듯 뻔하다.

5. 안철수, “통합하면 죽겠다”는 말로 내홍 잠재우겠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하책으로 만년 야당 하자는 이야기와 같다”며 거부 의견을 다시 밝혔다. 안 공동대표는 “정치 공작”이라는 말로 김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그러나 죽음을 걸고 지키겠다는 독자노선의 내용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철수 정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려는 심중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냥 ‘야당 통합’ 반대에 목숨을 걸겠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답답해 보인다. 

이번 총선 결과가 야권의 분열로 여 압승-야 참패로 나오면 안 대표가 책임질 거냐는 우려가 야당 지지층에서 나온다. 안 대표는 이참에 김 대표와 만나 협력과 대화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정책의 차별성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그가 표방한 ‘열린 정치’에 맞을 것이다. 말로는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여야의 일대일 구도를 깨겠다”면서 “죽으면 죽었지 (통합)못한다”는 식의 대응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다시 일으켜 세울 내공과 역량을 지녔는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당은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김종인의 통합론에 이러저리 흔들리고 있다. 4일 밤 ‘통합 불가(不可)’ 쪽으로 당론을 모았지만 내홍은 잠복했을 뿐이다.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야권연대 없으면 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대표는 “수도권 연대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는 말로 지역별 연대의 물꼬를 열어뒀다. 통합에 반대한 의원들도 정치적 명분보다는 더민주당으로 가도 공천과 당선 가능성이 분명치 않다는 현실적 이유로 몸을 사리고 있다.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은 정치적 비전과 차별화에 실패한 안 대표의 내공 부족과 리더십 결핍이 결정적 이유다. 위기에 처한 안 대표가 ‘사즉생(死則生)’의 결기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풍비박산(風飛雹散)의 처지로 몰려 ‘포말(泡沫)정당’이 될 수 있다.


6.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한 처방

수출 감소세가 역대 최장인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였던 감소폭이 올해 두 달 동안에는 15.6%로 늘어났다. 현재의 부진은 구조적 성격이 강해 얼마 안 있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성의 차원이 이전과는 아예 다르다. 

수출 증감은 세계교역 변동과 교역상품 구성 변동, 시장점유율 변동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교역의 부진이다. 지난해 수출 감소의 70%가 세계교역 위축에 의한 것이다. 세계경기 부진으로 교역이 위축되는 데다 세계경기 부진에 비해서도 교역이 더욱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분업구조 확산과 선진국 버블경제에 힘입은 수요 증가로 세계교역이 급증했지만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며 글로벌화가 둔화하는 등 교역이 조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가 하향 흐름을 보이면서 수입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등 개발도상국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상품 구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수출 환경 전망이 밝지 않다.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전기전자, 철강, 조선 등 내구재와 자본재의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인구 고령화와 경제의 서비스화로 내구재의 수요비중 하락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세계경기 하향에 따라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약화되면서 자본재 교역 역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서 소비로 성장 방식이 변화하면서 중국의 투자 증가율이 2000년대 중반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부담이다.

수출 규모는 줄어들지만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어 우리가 선방하고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출이 줄어들고 매출이 압박을 받음에 따라 투자를 포함한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점유율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우리 주력 품목들은 전기전자, 조선 등 세계시장 내 선두자리가 빈번히 바뀌는 치열한 경쟁 산업에 몰려 있다.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등에서 중국은 추격을 넘어 추월을 현실화하고 있고 선박 신규 수주에서도 우리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수출 부진은 당연히 성장둔화를 초래한다.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세 하락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내수보다도 수출 부진이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을 먼저 경험한 일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가운데 대외부문의 비중이 일본보다 훨씬 높아 과거 일본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화장품 등 새로운 품목에서 수출 확대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세계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제약 등 바이오 분야와 항공기 등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의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부문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나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내수기반 강화는 성장세 확충에 더해 대외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경제구조를 갖추는 일도 된다. 요체는 규제 개혁을 통해 경쟁과 효율을 지향하는 것이다. 상황의 절박성에 비해 개혁 의지는 한참 못 미친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규제개혁에서 기존 사업자의 이권에 발목 잡혀 새로운 경쟁 도입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봉쇄되는 일이 잦다는 이야기다. 


[서울신문]

7. 계파 초월 ‘현역 물갈이’ 외에 공천개혁 답 없다

총선이 임박해지면서 여야의 공천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휴일까지 반납한 채 분주하게 후보 면접을 계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중 두 번째 현역 컷오프 명단 발표를 비롯해 지역구 공천 심사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참신·유능한 후보를 발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주 한 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3당 모두 현재까지의 공천 과정에 대해 낙제점 평가를 받았다. 공천개혁을 위해 정당들의 심기일전을 촉구하는 이유다.

여야 각 당이 총선에 출정하면서 모두 공천개혁을 다짐한 것은 국민들이 그것을 너무나 염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국민들은 19대 국회가 4년 임기 내내 무엇 하나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쟁으로 점철하면서 혈세만 축냈다는 점에 여간 분노하고 있는 게 아니다.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자초한 19대 국회 아닌가. 옥석은 가려야 하겠지만 많은 현역 의원들이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이용해 또다시 국회에 입성한다면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의 복사판이 될 게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지금껏 공천에서 제외된 현역 의원은 더민주 10명, 새누리당 1명 등 11명에 불과하다.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까지 포함해도 채 30명이 안 된다. 이 정도의 ‘현역 물갈이’로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없다. 새누리당이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현역 물갈이와 공천개혁을 주도해야 하지만 오히려 살생부 파문, 사전여론조사 유출 등으로 공천 내홍에 휩싸여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공천관리위가 지난주 경북의 친박계 중진인 김태호 의원을 내쳤으나 살생부 그대로 비박계를 대거 배제하려는 ‘논개작전’ 의혹이 제기돼 빛이 바랬다.

앞서 새누리당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양반집 도련님이나 월급쟁이와 같은 부적격 현역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바 있다. 그 칼날은 대상이 친박계라 해서 무뎌지고 비박계라고 곤두세워져선 안 될 것이다. 계파를 뛰어넘는 현역 물갈이일 때만 당사자들도 수긍하고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 이번 주 예정된 2차 공천 결과부터는 친박계와 비박계를 망라한 현역 컷오프 명단이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최소한 중진과 친노계까지 과감하게 내친 더민주 수준의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게다가 더민주는 이미 2차 물갈이까지 예고한 상태 아닌가.

더민주 역시 당내 징계위에까지 회부됐던 막말 의원 등이 1차 물갈이 때 빠진데 대해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만큼 2차 컷오프에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계파를 불문하고 부적격 의원들을 대거 솎아내기를 바란다. 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국민의당은 한 명의 현역 의원이라도 아쉽겠지만 소속 의원 모두가 재신임 받을 만큼 능력이 출중하다고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민주에 남아 있었다면 컷오프 대상에 포함됐을 법한 인사들은 심사 단계에서부터 과감하게 쳐내야만 한다. 계파를 초월한 현역 물갈이는 어느 정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8. 등록금 멋대로 쓴 대학에 솜방망이만 들 텐가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교비 회계를 쌈짓돈처럼 함부로 쓴 대학들이 또 적발됐다. 교육부가 일부 사립대학들의 회계 내역을 감사해 지난 4일 공개한 비위는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총장 딸의 1000만원이 넘는 해외여행 경비, 이사장 전용 차량에 들어간 수천만원의 임대료와 유류비, 심지어는 총장의 아파트 관리비를 교비 회계로 마구 썼다. 복지와 임금 수준이 높아 요즘 안 그래도 부러움이 쏟아지는 교직원들에게는 자녀 보육료까지 등록금으로 지원해 줬다. 김천대, 명지전문대, 부천대, 동덕여대에서 들통난 사례들이다. 할 말이 없어진다.

대학생 자녀를 둔 집마다 다락같이 치솟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휘는 현실이다. 보통의 서민가정에서는 신학기를 앞둔 최근 몇달 동안에도 등록금 홍역들을 치렀을 것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휴학을 반복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대학들의 도덕성이 바닥 수준인데, 생때같은 등록금을 알아서 주무르도록 맡기는 방법밖에 없는지 답답할 뿐이다. 이번 감사 대상은 전국 355개 사립대 중 27곳이 무작위로 선정됐다. 전부 들추면 이런 비위들이 얼마나 만연해 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사립대의 등록금 유용 비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교직원들의 사학연금 보험료를 등록금으로 대납한 대학들이 무더기로 들춰져 기가 막혔던 적도 있다. 등록금을 눈먼 돈처럼 써대면서 아무 법적 근거도 없는 입학금까지 별도로 걷어 최근 지탄이 쏟아졌다. 그러면서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총장이나 이사장, 그 가족들이 연루된 교비 회계 비리는 사립대 감사에서 단골 비리 메뉴가 됐다.

알 수 없는 것은 교육부의 태도다. 등록금으로 엉뚱한 짓을 하는 대학들에 속시원히 본때를 보여 준 적이 없다. 교육부가 등록금 유용 비위를 관행으로 키운다는 비판을 들어도 억울할 게 없다. 살인적 등록금 때문에 빚쟁이로 전락한 대학생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판이다. 물렁한 조치로는 부도덕한 대학들이 정신 차릴 리 없다. 유용액을 전액 환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력한 형사 처벌까지 받도록 엄중히 감독하고 제재해야 한다. 대학들의 자율적인 단속도 급하다. 등록금을 자꾸 엉뚱하게 빼돌렸다가는 등록금 인하 여론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

[매일경제]

9. 금통위원 임기 분산시켜 통화정책 연속성 확보해야

한국은행이 다음달 20일로 임기를 마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의 후임자 추천 요청 공문을 대상 기관들에 발송했다고 한다. 7명 가운데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대한상공회의소 그리고 한국은행 추천의 4명이 동시에 임기가 만료돼 총재와 부총재를 뺀 5명의 외부 인사 몫 중 80%가 한꺼번에 바뀌게 된다. 4년의 짧은 임기도 문제지만 대거 들어오는 신임 위원의 성향을 모르는 시장의 불안감과 위원 교체로 생길 수도 있는 변화 가능성에 통화정책 자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으니 걱정이다.

4년 후 똑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차제에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개별 금통위원의 임기 만료 시기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4명 중 2명은 일단 2년 임기를 부여해 일하게 한 뒤 다시 4년 임기로 연임할 수 있는 규정을 부칙에 명기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임명되는 시점부터 개인별로 4년의 임기를 적용하는 현행 방식을 바꿔 외부 인사 5명의 경우 직책에 임기를 정해 교체 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게 좋다. 4명의 임기 만료가 한번에 몰린 것은 2010년 4월부터 공석 금통위원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2년여 방치해 생긴 현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우 임기 14년인 7명의 상근위원에 대해서는 각각 2년 단위로 교체하도록 명문화해 미리 사임하지 않는 한 한꺼번에 위원이 바뀌는 사태를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 차제에 사실상 청와대 결정이면서 형식적으로만 행사하는 유관 기관 추천제를 폐지하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통령 지명을 받으면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기준금리 결정으로 수행되는 통화정책은 시중 금리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는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한 상태인 데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망라해 갈수록 연관성을 높이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금통위원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금통위원의 활동과 선임 과정을 보면 고액 연봉만 받으며 제 할 일은 못하는 '꽃보직' 정도로 치부되는 지경이다. 청와대와 한국은행은 이런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금통위원의 역할과 대외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로 삼기 바란다.

10. 미공개정보 2·3차 이용자 처벌 실효성 제고가 관건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처벌 규정이 작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은 여전히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잘 모르고 있다. 이 규정은 형사처벌을 받는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가 아니더라도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경우 과징금을 매기도록 한 것이다. 2·3차 정보 수령자도 처벌 대상이 되고 시세조종 목적이 없더라도 허수호가, 가장매매, 통정매매, 풍문 유포로 시장질서를 흩뜨리면 과징금을 물린다는 게 새로운 점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8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구체적으로 무엇이 불법이 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투자심리와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사례별로 불법 여부를 판단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불필요한 혼란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특정 집단만 공유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주가를 움직일 정책 정보를 얻고 이를 이용해 차익을 챙겼다면 그 1.5배까지 과징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증권사 직원에게서 펀드나 외국인 매매 동향을 미리 전해 듣고 거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형사처벌 중심의 기존 불공정거래 규제를 보완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 같은 명백한 증권 범죄조차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 터에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저질러지고 있을 온갖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과연 얼마나 잡아내고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신감청이나 계좌추적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불법 행위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법원이 아닌 행정당국이 내린 과징금 처분에 대한 불복 사례도 많을 것이다. 유사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도 많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홍보와 교육 강화는 물론 불법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유경희의 ‘힐링의 미술관’]애정결핍은 예술의 원동력?…여성에 상처 입은 뭉크의 섬뜩한 ‘마돈나’

인간에게 제일 큰 병은 애정결핍증이다. 모든 애정결핍 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것은 모성애의 부족이다. 

모성결핍은 세상에 드러난 범죄와 정신질환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 불우했던 유년 시절의 외상에는 일찍 죽은 어머니, 가출한 어머니, 부모의 불화와 이혼 등 어떤 식으로든 어머니와의 결별이 관련돼 있다. 어쩌면 이런 모성결핍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깊은 슬픔과 우울증의 근원이리라. 

어머니의 부재를 경험한 예술가들은 모성결핍을 어떻게 작품 속에 표현했을까? 

서양미술사의 오랜 테마 중 하나가 ‘성모자상’이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가면 성모자상이 넘쳐난다. 너무 흔해 아무 생각 없이 건성건성 지나칠 때가 많다. 모자관계의 가장 이상적인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이 도상이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성스러운 모자관계,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레토릭이 일종의 클리셰(Cliche·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로 전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 테마를 화가와 화가 어머니의 관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그림이 아주 흥미롭게 다가온다. 100% 남자들 작품이니, 남성들의 모성애에 대한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말씀. 게다가 성모마리아라니,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 존재해야 마땅한 희생적이고 자애로운 어머니를 갖고 싶다는 세상 모든 남자들의 로망을 반영한다. ‘무염시태(성모마리아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입어 원죄에 물듦 없이 잉태됨)’의 성모마리아! 영락없이, 남성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영원한 모성상이다. 그러니까 남성들은 아버지 없이 홀로인 엄마, 영원히 처녀인 엄마의 이미지를 원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남성의 집단무의식을 표현한 미술사의 걸작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안나와 성모자’다. 

다빈치는 공증인과 시골 소녀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고, 아버지는 그가 태어날 무렵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유년 시절을 친모, 외조부모와 함께 보내던 그는 어머니가 결혼할 무렵인 네 살쯤 친부에게 돌아간다. 레오나르도는 어린 나이에 계부와 계모를 동시에 경험한 셈이다. 이후 계모가 4번 바뀌었지만 그들과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래서인지 다빈치는 이 작품에서 계모와 친모를 결합시켰다. 할머니인 성안나는 친모, 마리아는 계모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마리아의 치맛자락에 독수리 형상을 그려 넣었다는 것. 다빈치는 이집트의 모성신으로 독수리 형태를 한 무트(Mut·독일어로 Mutter, 즉 mother)라는 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이를 그림에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유인즉슨, 무트신은 수컷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람’에 의해 수태를 하며 대개 그 자신이 남성 성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처녀 생식을 하는 모성신에 대한 환상을 꾸며냈다. 이런 환상을 만들어낸 것은 그를 버렸던(나중에는 받아들였지만) 미운 아버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성모자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애로운 어머니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에겐 엄마가 두렵고 불안한 존재고, 묘연하게도 파악이 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여자며, 자식을 돌보지 않고 내팽개치는 파렴치한 인간일 수도 있다는 식이다. 

베네치아 르네상스 전성기의 화가 조반니 벨리니는 성모자상을 가장 많이 그린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왜 그렇게 성모자상에 집착했던 것일까? 

그의 성모자상은 피렌체 르네상스의 날카로운 감수성, 딱딱한 형태감과는 달리 베네치아 화파만이 가진 빛에 대한 부드럽고 섬세한 색채감각이 돋보인다. 마돈나는 더욱 유려하고 아름다워진 느낌인데, 그게 다가 아니다. 어딘지 베일에 가려진 듯 훨씬 신비스럽고 몽환적이다. 

벨리니 전기를 보면 그는 가족과 떨어져 지냈으며 어머니 유언에도 벨리니 이름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벨리니의 어머니가 생모가 아닌 계모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벨리니가 그린 성모자상에는 아기 중심의 어머니가 아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주이상스(Jouissance·열락)를 즐기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 그림 속 예수는 처연한 표정으로 자기에게 관심 없는 마리아에게 간청한다. 자기를 좀 봐달라고, 사랑해달라고 울먹거린다.  


뭉크 역시 마돈나를 자주 그렸다. 그런데 그의 마돈나는 우리가 봐왔던 성스러운 여자가 아니다. 뭉크가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마돈나를 그린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모성애 결핍과 관련이 있다. 

뭉크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폐병으로 잃고 열네 살에는 엄마 역할을 해주던 열여섯 살의 누이도 같은 폐결핵으로 잃는다. 그리고 연이어 여동생의 정신질환, 아버지의 자살과 남동생의 죽음 등을 경험한다. 뭉크 전작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처절히 서려 있는 이유다. 이런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여성 혐오로 이어진다. 자기가 사랑하는 두 여자, 즉 엄마와 누이가 자기를 두고 일찍 죽었다는 사실이 아이에겐 버림받은 트라우마적 사건으로 각인된다. 그래서 모든 여자는 나를 버릴 것이라는 무의식적 사고가 뿌리내리고, 여자를 사랑하지만 여성에게 빨리 싫증을 내며 여성을 혐오하게 된 것. 사랑의 반작용이다. 게다가 실제 보헤미안적 자유부인이었던 첫사랑은 뭉크에게 뼈아픈 상처만을 남긴 채 떠나갔다. 

‘마돈나 3부작’은 다그니 유을이라는 어릴 적 고향 후배를 모티프로 제작된 작품이다. 그녀는 심각할 정도로 여성 혐오증에 시달린 뭉크의 편견을 깨끗하게 없애주는 유형의 여인이었다. 아름답고 교양과 지성미가 넘쳤으며 매혹적인 데다 예술적인 기질도 뛰어났다. 뭉크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녀는 예술가 모임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뭉크는 그런 그녀에게 사랑과 존경심을 동시에 품고 다가섰다. 지난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지만, 뭉크의 사랑은 또 한 번 매몰차게 내동댕이쳐진다. 유을이 뭉크의 친구인 한 건축가와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데이트를 하다가 결국 뭉크의 친구와 결혼했던 것. 뭉크에게 다가온 두 번째 사랑 역시 지독한 상처와 환멸만을 안겨준 채 끝나고 만다. 

‘마돈나 3부작’이 다그니 유을을 모델로 했어도 그림에는 뭉크의 곁을 스쳐간 어머니, 누이, 첫사랑 등 그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은 여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버무려져 있다. 그래서 분명 성모마리아인데도 불구하고, 섬뜩하리만큼 서늘하고 무시무시하며 유혹적이다. 마돈나를 표현하면서 여성에 대한 무의식을 표출한 셈인데 이런 표현은 그의 상처와 절망을 얼마간 치유해줬다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감정의 표출은 한 인간에게 최소한의 힐링 포인트가 되니까. 덕분에 평생 독신이었던 뭉크는 갖은 육체적·정신적 질병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았다. 전 생애 동안 자기 감정에 대단히 충실했던 까닭에 다작과 걸작을 동시에 생산한 보기 드문 화가로 남아 있게 된 셈이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예술작품이란 예술가가 가진 근친상간, 동성애, 살인 충동, 파괴 욕망 등을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방식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의 창작 행위는 일종의 자가 치료 행위다. 또한 그런 예술가들의 그림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고통, 고독,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그림을,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다.


2.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숯장이’란 단어에서 유래된 카르보나라 크림 넣어 걸쭉하게 만든 건 미국식

파스타는 대표적인 이탈리아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어느 지역의 레스토랑을 가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카르보나라(Carbonara)다. 고소한 달걀과 치즈 베이스, 베이컨과 스파게티면을 넣고 함께 볶아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인 카르보나라는 오일 파스타, 토마토소스 파스타와 더불어 이탈리아 파스타의 기본이라고 할 만큼 대중적인 메뉴다. 

카르보나라의 정식 이름은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spaghetti alla carbonara). 카르보나라라는 이름은 로마 방언으로 ‘숯장이(광부)’를 뜻하는 ‘Carbonaro’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 지방 탄광에서 종일 석탄을 캐던 광부들이 그날 아침에 갓 세상에 나온 싱싱한 달걀과 보관이 편리한 절인 고기, 치즈만으로 간편하게 파스타를 만들어 끼니를 해결한 데서 시작됐다고 알려진다. 보관이나 조리가 쉬운 데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열량이 충분해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광부들에게 적합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광부들이 이 음식을 먹다 몸에 붙어 있던 석탄가루가 접시에 떨어진 것에 착안해 굵게 으깬 통후춧가루를 뿌려 먹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몇 년 전 ‘파스타’라는 드라마가 방영될 정도로 파스타는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카르보나라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기는 메뉴가 됐다. 

그런데 막상 이탈리아 현지 레스토랑에서 카르보나라를 주문하면 생각지도 못한 비주얼에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크림을 듬뿍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내지만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는 생크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전통 카르보나라 레시피는 달걀노른자, 돼지의 뺨과 목살 부위를 이용해 만든 햄인 구안치알레, 후추, 로마 전통의 양젖치즈인 로마노치즈만을 넣어 만든다. 때문에 소스가 흘러넘치지 않고 노른자가 면에 코팅돼 크림색이 아니라 노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소스가 적고 뻑뻑해 보이는 비주얼이 나온다. 

어떻게 노른자와 치즈가 스파게티면에 버무려질까. 로마에서는 달걀노른자가 뻣뻣하게 굳는 것을 막기 위해 구안치알레에서 나오는 기름을 미리 달걀물에 추가하고, 파스타 삶은 국물을 넣으면서 재빨리 버무린다. 크림을 넣지 않기 때문에 진한 맛은 덜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노른자 특유의 고소한 맛이 아주 좋아 한번 먹어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이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다. 

크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식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건너온 방식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이탈리아 사람이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그들이 미국인 입맛에 맞춰 변형시켰다. 한국의 짜장면과 비슷한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렁탕이나 곰탕을 먹을 때 뽀얗게 우러난 진한 국물을 선호해 식당에서 프림을 넣어 한때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카르보나라도 미국식의 진한 맛을 좋아한다. 또 국물 문화에 부드러운 면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성에 맞춰 한국식 카르보나라는 미국식보다 더 부드럽게 변형됐다. 생크림과 우유를 넣고 끓이다 파마산치즈를 넣어 걸쭉하게 끓여내는데, 어떤 식당에서는 아예 뚝배기에 국물이 흥건한 카르보나라를 내놓기도 한다. 캐주얼한 식당에선 크림소스 스파게티와 카르보나라를 동의어로 취급할 정도다. 심지어 카르보나라 떡볶이, 카르보나라 돈가스 같은 새로운 메뉴까지 등장했다. 

필자는 학창 시절 우리나라 경양식 식당에서 카르보나라를 처음 맛봤는데 부드럽고 달달하며 진한 크림 맛이 너무 좋았다. 그때의 카르보나라는 사실 돈가스에 나오는 크림수프하고 비슷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싸고 맛없는 크림소스였는데 그 시절엔 얼마나 맛있었던지! 친구들끼리는 카르보나라를 ‘깔보지마라’라고 부르곤 했다.

미국에서 먹은 카르보나라는 우리나라 카르보나라처럼 크림이 많고 양도 푸짐했다. 영국에서 맛본 카르보나라는 좀 실망했는데 면이 너무 익어 뚝뚝 끊어져 있고 카르보나라라기보다는 일반 크림 스파게티 맛이었다. 브라질의 카르보나라는 간이 셌다. 브라질의 짠맛은 우리가 상상하는 짠맛의 몇 배는 될 것이다. 소금을 듬뿍 뿌려놓은 간고등어를 씻지 않고 그냥 구워 먹는 짠맛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될까. 짠맛이 너무 강해 머리가 얼마나 아프던지. 하지만 치즈의 풍미가 아주 좋아 뒷맛은 즐거웠다. 

스페인에서는 좀 특별한 카르보나라를 맛봤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이베리코 하몽햄을 올린 카르보나라다. 짭조름한 하몽과 크림소스의 조화가 일품이어서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노른자와 크림, 치즈, 거기에 이베리코 하몽햄의 밸런스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일본에서 먹어본 카르보나라는 다른 나라의 카르보나라보다 크림이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다. 일본은 워낙 크림 종류도 많고 제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높기에 맛 또한 훌륭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식 정통 카르보나라 우리나라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우리나라에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를 파는 곳은 흔치 않다. 재료와 만드는 법이 간단하니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괜찮다. 재료가 간단할수록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모든 파스타가 그렇겠지만 특히 카르보나라는 최대한 심플하게 기본에 충실한 재료로 만드는 것이 최상의 맛을 내는 비결이다. 

달걀노른자는 주황색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통통 튈 것처럼 탄력 있는 것이어야 한다. 치즈도 흔한 슬라이스치즈로는 맛내기가 어렵다. 가루로 시판하는 파마산치즈로도 부족하다.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파마산치즈를 갈아서 사용할 때 가장 만족할 만한 맛을 선사한다. 파스타의 면은 일반적으로 스파게티면을 사용한다. 알덴테로 삶아 준비하는데 만약 크림이 많이 든 카르보나라소스에 버무릴 것이라면 완전히 익은 상태도 괜찮다. 파스타를 둘러싼 걸쭉한 소스와 면의 질감을 맞추기 위해서다.

카르보나라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엔 고소하고 진한 맛이 좋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해서 많이 먹지 못한다. 필자도 카르보나라를 먹을 때 느끼한 맛이 많아 김치를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카르보나라를 만들 때 매콤한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의 고춧가루는 고추향이 강하므로 주재료 본래의 맛을 방해하지 않도록 페페로치노나 태국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마늘도 느끼함을 잡아주고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 카르보나라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카르보나라는 먹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얼른 스파게티면을 삶아 베이컨과 볶아서 달걀과 치즈에 버무려 먹고 싶어진다. 

이탈리아식이든 미국식이든 이제 어느 것이 정석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고소하고 풍미 좋은 카르보나라를 취향껏 즐겨보자.


3.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하이든 현악사중주 ‘종달새’…봄소식 알리는 청량한 실내악 선율

계절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완연한 봄이다. 당연히 많이 받는 질문은 봄에 들을 만한 클래식 음악이 무엇이냐는 것.

다른 어떤 곡보다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종달새’가 떠오른다. 하이든은 흔히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며 교향곡의 틀을 마련한 작곡가지만 ‘현악사중주의 창시자’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종달새’다. 1악장을 시작하는 아름답고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이 ‘종달새의 노래’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종달새’라는 부제가 붙었다.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이 곡은 4악장 빠른 템포의 느낌 때문에 영국 선원들이 추는 ‘혼파이프(hornpipe·동물의 뿔로 만든 파이프혼으로 반주하며 추던 영국의 활발한 춤)’를 연상시킨다. 때문에 이 곡을 혼파이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종달새와 혼파이프라는 이름은 모두 하이든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니다. 다만 마치 어린 새의 지저귐같이 날아가는 듯한 청량한 도입 부분의 선율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종달새’로 불리는 것이 대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자주 볼 수 없지만, 본디 ‘종다리’로 불리며 봄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가 종달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있다. 하이든의 ‘종달새’는 노래다. 언제, 어디서, 누가 들어도 종달새가 행복하고 아름답게 노래하는 것으로 들리는 것이 현악의 선율이다. 

우리는 새의 소리를 ‘노래’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운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새가 ‘노래한다’고 얘기하는데, 한국인만 유독 새가 ‘운다’라 표현한다고 석학 이어령 선생이 얘기했던 게 기억난다.

이런 표현을 우리만이 하게 된 건 여러 가지 상황과 우리만의 특색이 있을 터. 하지만 하이든의 ‘종달새’를 들으면 역시 새는 ‘노래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새의 노래를 사람이 표현하기 위한 곡인 만큼 연주가 결코 녹록지 않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현악사중주 팀이 이 곡을 연주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하이든은 생의 많은 부분을 그를 후원하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1790년 후작이 세상을 떠나면서 30년간의 궁정음악가 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던 시기에 작곡한 곡이 ‘종달새’다. 그는 이 곡을 에스테르하지 궁정 오케스트라의 제2바이올린 수석주자였던 요한 토스트에게 헌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견이 있다. 

대부분 학자들은 하이든이 토스트의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 실력에 감탄해 이 곡을 헌정했다고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토스트가 하이든이 없는 틈을 타 출판업자에게 이 작품이 자신에게 헌정된 것이라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여러 뒷얘기에도 불구하고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종달새’는 아름다운 봄노래다. 4대의 현악기가 서로 어울리며 이어나가는 선율을 들으면서 아직 체취가 남아 있는 겨울의 잿빛 흔적을 떠올리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종달새’가 노래하지 않는가? 툴툴 털고 가볍게, 싱그럽게 날아오르자. 이제 봄이 왔다.


4. [매경이코노미][HEALTH] 3월까지 독감 유행 주의보-변종 바이러스 기승…예방주사 맞으세요

올겨울 독감 환자 수가 최고치에 달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38도 이상 고열, 기침, 목 통증 등을 호소하는 독감 의심 환자 수는 지난 2월 7~13일 사이 1000명당 53.8명. 독감 유행주의보 기준치(1000명당 11.3명)의 약 5배 수준이다. 3월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앞두면서 더 급속히 확산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혜숙 건국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병원 상황을 보면 독감 유행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월 독감 확진자 수는 1월 확진 환자 수의 2배 수준을 일찍이 넘어섰다. 3월까지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4월경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금씩 잦아들 거란 예상”이라고 말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유행성 호흡기 질환이다. 현재 유행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독감 바이러스는 A형 바이러스 중 H1N1과 H3N2, 그리고 B형 바이러스다. 이 중 현재 국내에서 검출된 독감 바이러스 대부분은 H1N1 타입이다. A형과 B형 바이러스는 증상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B형에 비해 A형 증상이 비교적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2009년 유행했던 신종플루 바이러스 역시 H1N1의 아류형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해 지금 유행하는 A형 바이러스와 똑같은 종류라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과거의 신종플루가 지금 재유행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짚었다.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통 2일 후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독감 증상 후 5일까지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38도 이상 고열에 마른기침과 오한, 두통, 인후통, 근육통 등 전신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후, 기관지, 폐 등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또 폐렴, 심장근육염, 뇌수막염과 같은 2차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위험하다.

독감 판정을 받으면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처방받아야 한다. 감염 후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병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복용하는 것을 권한다. 중요한 것은 소아, 성인 상관없이 5일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것. 중간에 약을 끊으면 내성이 생겨 이후에 타미플루를 처방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복용 시 구토나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독감 예방법으로는 백신 접종이 일차적이다. 65세 이상, 생후 6~59개월 소아, 임신부, 당뇨를 비롯한 만성질환자는 특히 독감 위험군에 해당해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독감 백신은 예방주사를 맞은 2주 후부터 면역이 생기고 6개월가량 효과가 지속된다. 

정 교수는 “아직 독감 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확실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가을 접종한 독감 백신이 현재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백신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좋고, 지난해 가을 이후 예방접종을 한 경우라면 재접종까지 권하지는 않는다”고 조언했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 예절을 지키는 것은 독감 예방의 기본. 실내 온도와 습도를 각각 20~22도,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독감이 유행할 때는 되도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5. [한국일보]팝스타 45명이 목소리 모은 '위 아 더 월드' 나오다

1985년 3월 7일 슈퍼 프로젝트 그룹 ‘USA(United Support of Artistsfor Africa’의 앨범 ‘We are the World’가 발매됐다.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한 자선 앨범. 마이클 잭슨, 밥 딜런, 폴 사이먼, 케니 로저스, 다이애나 로스, 빌리 조엘, 디온 워릭, 브루스 스프링스틴, 케니 로긴스, 대릴 홀, 신디 로퍼, 조 코커…. 20세기 최고의 뮤지션 45명이 1월 28일 10여간 여 넘게 합심해 만든 음반이었다. 당일 현장에 못 온 레이 찰스와 스티비 원더 등은 ‘후시녹음(post recording)’으로 목소리를 보탰다. 노래는 마이클 잭슨과 다이애나 로스가 함께 만들었고, 음반은 퀸시 존스와 마이클 오마션이 공동 제작했다. 
https://youtu.be/M9BNoNFKCBI


저 거대한 기획을 제안하고 성사시킨 이가 ‘칼립소의 제왕’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 1927~)였다. 한 해 전인 84년 아일랜드 뮤지션 겸 사회운동가 밥 겔도프(Bob Geldof,1951~)의 1억인 아프리카 기아 구제 프로젝트‘밴드 에이드’ 공연에서 감명과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겔도프, 말론 잭슨 등과 함께 코러스로도 동참했다.


뉴욕 할렘 태생의 벨라폰테는 자메이카 출신 어머니와 함께 유년기를 자메이카에서 보내며 칼립소를 체득했다. 자메이카는 유럽의 서인도제도 흑인 노예무역 중심지였고, 칼립소는 그들 노동요특유의 리듬이었다. 그의 57년 음반 ‘칼립소(Calypso)’는 31주간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 ‘jamaica farewell matida' 등이 큰 인기를 누렸다. 억눌린 것들을 환한 자리에 놓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고 힘이 되던 시절이었다. 재즈가 수많은 걸출한 뮤지션들의 활약 덕에 세계인의 음악이 됐다면, 칼립소는 거의 그의 열정으로 빛을 얻었다. 벨라폰테는 음악인을 넘어 소수자 인권과 정의를 위한 활동가로 평생 헌신하며 85년의 저들- 특히 흑인 뮤지션들-이 기량을 펼 수 있는 예술적ㆍ사회적 공간을 여는 데 기여했다. 저 바쁜 이들의 숭고한 열정을 깨워 한날 한 시에 모이게 한 바탕에는 그를 향한 그들의 신뢰와 존경, 감사의 마음이 있었다. 

2013년 9월, 벨라폰테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는 국제사면위원회의 2013 양심대사상(Ambassador ofConscience Award)을 수상했다. 86세의 벨라폰테는 감사를 전한 뒤 “특히 우리 시대 진정한 영웅 유사프자이와 함께 수상하게 돼 더욱 영광”이라고, “그를 향한 나의 존경심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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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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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4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북한인권법, 왜 11년을 끌어야 했나

북한이 다시 기습적인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어제 오전 강원도 원산에서 동해 쪽으로 단거리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발표다. 이날 새벽 유엔 안보리에서 이뤄진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무력시위라 여겨진다. 우리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것도 북한 지도부에는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이에 대한 반발을 미리부터 예상하던 터였다.

그러나 북한 도발이 걱정된다고 해서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를 미루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가급적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북한과의 충돌을 피해간 데 있었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서로 만나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것은 좋았지만 북한이 그런 틈을 노려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것을 말릴 수가 없었던 게 문제다. 우리의 역대 정부와 정치인들도 북한 핵개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 인권법이 비슷한 사례다. 북한 주민들이 탄압·공포정치 아래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제17대 국회 당시인 2005년 처음 국회에 제출되고 무려 10년 6개월이 지나서야 이번에 겨우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이 이제야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서도 우리 대북정책의 무책임한 궤적을 짐작하게 된다.

북한 당국은 아직도 주민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폐쇄체제에서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을 세계가 뻔히 알고 있는데도 공연한 발뺌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와 협력하여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듯이 원칙적인 차원에서 대북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도발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다음주부터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반발 강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철저히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유엔 제재나 북한인권법 자체가 헛수고일 뿐이다.

2. 가시권에 들어온 美대선과 우리의 대응

미국 대선 가도의 최대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오는 11월의 대선 구도가 점차 가시권으로 다가서고 있다. 백악관 안주인과 국무장관을 거쳐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클린턴과 부동산 재벌로서 기성 정치권을 거부하는 ‘정계의 이단아’ 트럼프의 맞대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예전과 달리 ‘국외자’(아웃사이더)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민주당 버너 샌더스 상원의원은 젊은층의 폭발적 지지를 끌어내며 ‘샌더스 신드롬’을 낳았다. 백인 서민층을 등에 업은 트럼프는 더 극적이다. ‘슈퍼 화요일’의 패배로 기세가 꺾인 샌더스와 달리 히스패닉, 무슬림, 여성 등에 대한 막말 파문에도 쾌조의 연속이다. 이젠 “링컨의 공화당이 트럼프의 공화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더 이상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국면이다.

클린턴은 그제 12개 주 경선에서 8개 주를 휩쓸었고, 트럼프는 11개 주 중 8개 주를 가져갔다. 플로리다 등 5개 대형 주를 아우르는 오는 15일의 ‘미니 슈퍼 화요일’에도 두 사람이 예상대로 승리한다면 더 이상의 경선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뽑을 대의원의 약 50%, 공화당은 60%가 각각 결정되기 때문이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된다는 얘기다.

근년 들어 중국이 다방면에서 ‘굴기’하고 있다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미국의 대선 과정과 결과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과 최대 군사동맹으로 맺어진 한국은 더더욱 그렇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 한·미 관계에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격변을 가져올 가능성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우리 처지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지만 대선까진 8개월이나 남았으므로 속단은 금물이다. 다만 대비는 이를수록 좋다. 양 진영의 정책과 인맥을 예의 분석해 놓았다가 상황에 맞춰 민첩하게 대처해야 한다. 결과가 나온 뒤에야 움직이는 뒷북치기를 또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

3. 안철수의 리더십 결핍, 국민의당 자중지란 불렀다

제 부산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에 대해 “필리버스터 중단에 따른 국면 전환용으로 비겁한 공작”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제 이름은 안철수입니다. 철수 안 할 겁니다. 진짭니다”라는 반격 메시지도 날렸다. 그러나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 나머지 의원들은 몇몇을 빼곤 솔깃해한다. 이대로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들 게 불 보듯 뻔하다.

그제 박지원 의원의 입당으로 국민의당 소속 의원은 18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더민주당이 싫어 떠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다시 합치거나 몸을 의탁해도 좋을 만큼 더민주당이 변한 게 뭔가. 달라진 게 있다면 국민의당일 것이다. 창당 전 더민주당을 능가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잡탕 인사’들이 참여하고 안보 이슈에서 정체성이 오락가락하면서 지지율이 더민주당의 절반도 안 되는 8%(한국갤럽의 2월 넷째 주 조사)까지 급락했다. 이런 위기가 소속 의원들의 마음을 흔드는 주된 동력이다. 

국민의당은 창당발기취지문에서 “시대변화에 뒤처진 낡고 무능한 양당체제의 종언을 선언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타협을 모른 채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당 정치에 실망한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6억 원의 국고보조금도 받았다. 그러나 제3당으로서의 역할을 보여준 적이 없다. 안 대표는 1일 창당 한 달 기자회견에서 “부족함을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안 대표는 주요 정치 고비마다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몸집 키우기에 주력한 탓에 이번에는 더욱 존재감이 약했다. 그렇다 쳐도 통합 부채질에 소속 의원들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 국민에 대한 배신이 따로 없다.

안 대표는 여러 차례 소신을 접는 ‘철수 정치’를 한 전력이 있는 터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래도 소속 의원과 지도부까지 야권 통합이나 후보단일화에 동조할 경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국민의당의 운명은 안 대표에게 달렸다. 자신만 대의명분을 추구해선 안 된다. 소속 의원들이 공감하고 동참하도록 정치생명을 걸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제3당의 길도, 대선의 길도 열린다. 그러지 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뿐이다.

4. 첫 ‘4세 경영’ 두산, 위기 돌파해 기업가정신 입증해야

올해 설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에서 그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차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한국 주요 대기업이 ‘4세 경영 시대’에 돌입했다. 박정원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박승직 상점’을 설립해 두산그룹의 기틀을 잡은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4대째 장손이다. 두산그룹주는 4세 경영인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부문 매각 소식이 겹치면서 이틀째 동반 상승했다.

박정원 회장 체제는 형제들이 순차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해 온 두산가(家)의 전통을 감안할 때 예견됐던 수순이다. 2005년 박용성 회장 취임 당시 형인 박용오 회장이 동생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고발한 ‘형제의 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내부 가족회의에서 합의한 뒤 전격적으로 경영권 승계 사실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등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면모를 갖춘 승부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족경영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는 한국에서 두산의 4세 경영은 중요한 시험 무대다. 경영세습과 부의 대물림이라는 측면에서 논란이 있지만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능력으로 존재가치를 입증할 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소유경영 체제’인 월마트와 ‘전문경영 체제’인 K마트를 비교하며 오너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장기성과 달성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박정원 신임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 돌파라는 첫 과업부터 분명히 완수해야 한다. 두산그룹 계열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은 2012년부터 4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말 20대 신입사원에게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논란을 키웠다. DNA에 새겨진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부실을 털어내고 혁신을 통해 이윤 창출에 나서야 한다. 두산그룹에 대한 재계의 기대가 높지만 환호하기엔 이르다. 1년 뒤 성과에 따라 박수를 받을지, 비판을 받을지 판가름이 난다.

[서울신문]

5. 정체성 팽개친 야권 통합은 국민 기만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가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 대표는 어제도 “야권이 총선 승리를 거두기 위해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며 국민의당을 겨냥해 당 대 당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거 때가 되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야권 통합론이 20대 국회를 구성하는 4·13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진 것이다.

집권을 추구하는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런 일이다.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 속에서 총선을 치를 경우 야권이 참패할 것이란 위기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는 선거를 책임진 사령탑의 자구책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서는 온도 차가 크다. 김 대표는 연일 “탈당한 의원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계를 냈는데 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김 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가 친노 세력 일부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고 더불어민주당의 노선과 체질 자체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김 대표가 꺼내 든 야권 통합 카드는 유권자의 뜻을 무시하고 승리만을 위한 선거공학적 발상이란 지적도 많다.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 분열 이후 탈당과 창당 과정에서 새로운 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채 통합을 말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야권 통합론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총선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국민의당 내부는 통합 제의에 대해 찬반 양론이 갈리면서 갈등의 조짐마저 일고 있다. 야권이 통합 블랙홀에 빠져들면 제대로 된 공천이나 정책 대결의 초점은 흐려지고 승리 지상주의로 흘러갈 공산도 없지 않다.

통합의 대상으로 지목된 국민의당은 패권적 친노 세력, 낡은 운동권 진보 세력과의 결별을 목표로 정강이나 정책, 현안 대응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양당 정치에 대한 염증과 제3당의 출현을 기대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우리는 당의 정강과 지향점이 다른 정당이 합쳐지면 어떤 길을 갈 것인가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분열 과정에서 충분히 지켜봤다. 국민들에게 야권 통합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설득하지 못하는 물리적 결합은 결국 표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6. 실업 청년 울리는 귀족노조의 고용세습

대기업 노동조합의 고용세습이 거센 비판 여론 속에 개선되거나 폐지되기는 했지만 일부 귀족노조들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3000개 기업의 단체협약 실태 조사에 따르면 30대 기업 중 8곳이 조합원의 자녀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조항이 포함된 단협을 체결했다. 2013년 4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하청 근로자의 분신 자살로 불거진 노조의 일자리 대물림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청년 실업률이 지난달 16년 만에 최고치인 9.5%를 기록한 참담한 현실도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다.

고용세습 조항을 둔 대기업은 기아자동차, 현대오일뱅크,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LG유플러스, 한국GM,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이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적잖다. 30대 기업은 아니지만 금호타이어와 현대백화점도 같은 조항을 두고 있다. 고용세습은 정년 퇴직자와 장기 근속자, 업무 중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근로자 등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노사의 협약이다. 엄밀히 따지면 노조를 달래려는 수단으로 사측이 두루뭉술하게 받아들인 까닭에 합작품이나 마찬가지다.

고용세습은 없애야 할 비정상적인 관행이다. 울산지법은 2013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고용세습에 대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취지로 무효 판결을 내렸다. 법의 판단을 떠나 업무상 재해로 숨졌거나 큰 장애를 가진 근로자의 자녀를 특별 채용하는 조치는 나름대로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의 근무를 이유로 고용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행태는 음서제의 부활이다.

대기업 노조는 일자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 취업 포털사의 조사를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대학 졸업 예정자 중 16.9%만이 정규직에 취업했다. 60%는 아예 취업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비중은 32.5%에 이르고 있다. 기득권을 통째로 내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일자리마저 제 몫인 양 챙기려는 구습은 빨리 버려야 한다. 정부도 차제에 고용세습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부과하는 최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비롯해 단체협상 자체를 무효화하는 식으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매일경제]

7. 사회지도층 도덕불감증 드러낸 `서울시향 사건`

2014년 12월 불거졌던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폭언, 성추행, 인사전횡 의혹이 모두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의 '조작극'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직원들의 허위 투서 작성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 구 모씨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구씨가 박 전 대표를 내쫓기 위해 시향 직원과 휴대폰으로 투서와 관련해 지시하는 취지의 문자를 나눴다니 실로 충격적이다.

결국 시향 직원 10명이 박 전 대표가 남자 직원을 성추행하고 폭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이 사건은 모두 허위이고 그 배후가 구씨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경찰은 구씨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소환을 통보했으나 회신이 없어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명훈 전 감독이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공로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인정한다. 그렇지만 예술감독의 부인이 시향 운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직원들을 조종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관철시킬 수 있다는 우리 사회지도층의 오만방자함, 도덕불감증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 몽고간장 직원 상습 폭행, 성추행 서울대 교수 등 문제가 됐던 일련의 사회지도층의 슈퍼 갑질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줄곧 해외에 체류 중이라고 한다.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강제소환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 전 감독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는 것이 도리다. 정 전 감독도 지난해 감독직을 그만뒀지만 부인이 허위사실 유포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이 반전을 거듭하며 진실공방을 벌이게 된 것은 서울시의 미흡한 대응 능력 탓이 크다. 서울시는 사건이 터지자 시민인권보호관을 통해 사건을 조사하고 시향 직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박 전 대표의 징계를 권고했다. 이에 박 전 대표가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직원들을 고소하면서 '막장드라마'로 치닫게 된 것이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박 전 대표가 피의자에서 명예훼손 피해자로 밝혀진 데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8. 여야, 선거판 혼탁 주범 가려내라

4월 13일 치러질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늑장과 졸속, 파행의 연속이다. 총체적 부실·날림공사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국 253개 선거구에서 1300여 명 예비후보자들이 물불 안 가리고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규율하고 단속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2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기부행위·비방·흑색선전 등 각종 불·탈법 혐의로 선관위가 검경에 고발한 게 57건, 수사의뢰한 건이 16건에 이른다. 현장의 체감 혼탁상은 훨씬 심하다고 한다.

선관위가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한 예비후보자는 범법 혐의가 뚜렷하지만 조사권만 가진 선관위로선 형사상 증거 확보 등이 어려워 수사기관에 의탁한 경우다.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데다 선거에 당선해도 무효대상이 될 가능성이 많아 정치권에선 일찍이 이들을 공천 부적격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 공천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은 부적격자 대상을 선정할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은 촉박한 선거 일정에 치여 국회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와 덕목을 가볍게 여긴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오직 상대당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지지율·인지도 수치에만 집착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공천 부적격자 범주엔 전과·체납·표절·병역기피 같은 과거 기록의 문제나 부패·막말·공갈·갑질 같은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행위, 선거 현장에서 수집된 불·탈법, 혼탁 조장행위를 모두 담아내야 할 것이다.

특히 선거 현장에선 각 정당이 앞다퉈 도입한 ‘여론조사 경선’ 때문에 예비후보자들이 정책 제시, 정견 발표보다 음성적인 전화 응답조직을 확대하는 데 골몰하는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 속에 ‘여론조사 책임응답 유권자 100명 명단’ 등을 제시하며 금품을 요구하는 신종 브로커도 등장했다. 불공정·조작 여론조사로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는 단체들이 급증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이 밖에 허위학력 의혹, 허위사실 유포, 장학금 명목의 금품 지급,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철새 전력 등 숱한 부적격 행태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20대 총선의 시대정신은 역대 최악으로 비난받는 19대 국회 같은 입법부가 탄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 정당은 예비경선 단계부터 공천 부적격자를 보다 엄격하게 걸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 혼탁과 유권자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 중에 시민단체의 이름을 걸고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표적 제거하는 사례도 있다. ‘2016총선 시민네트워크’라는 곳에선 어제 공천 부적격자 명단 9명을 발표했으나 여당이 8명이고 나머지 1명은 더민주의 김현종 예비후보였다. 정당과 이념에서 지나친 편향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선정 기준 자체가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당과 선관위가 제 역할을 하면 이런 선동적인 단체의 활동을 주변으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매일신문]

9. 자녀를 공무원 만들고 싶어하는 사회, 미래가 있는가

우리나라 부모 3명 중 1명은 자녀가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난과 고용 불안을 겪은 부모들이 아이만큼은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길 원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씁쓰레한 결과다. 

인구보건협회가 2일 20~50대 기혼 남녀 1천335명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자녀의 미래 직업을 물어보니, 공무원(37.2%)이 1위로 꼽혔다. 다음으로 의료인(16.5%), 교사 (14.8%), 법조인(7.5%), 연예인(3.8%), 운동선수(2.3%) 순이었다. ‘아이 자신이 선택하는 직업’을 갖기를 원한다는 응답자는 114명이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공무원, 의료인, 교사 등은 안정적 수입과 정년 보장이라는 장점이 돋보이는 최고의 일자리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한국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는 현실을 지켜본 부모들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자녀를 공무원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입신양명을 하려면 관직 말고는 다른 길이 없던 조선시대도 아닌데, 너도나도 공무원을 하려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과학자, 기업가, 예술인 같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업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라면 우리 미래는 암담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대구의 남자 인문계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절반 이상이 공무원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그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한 케이블방송이 서울의 초`중`고생 83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공무원과 건물주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한국인은 역동성과 끈기로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안정 지향적인 생활 태도와 직업만 선호하는 국민 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전진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도전하는 젊은이,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를 북돋워주고 키워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새로 만들어야 할 때다.

10.  ‘문화관광형 시장’ 약령시, 변신 위한 밑그림 다시 그려야

대구약령시가 전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공모한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문화관광 콘텐츠 발굴 등 경쟁력 강화를 통해 관광 명소로 키우기 위한 사업으로 2018년까지 국비 포함 모두 18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상인회가 중심이 돼 약령시를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 위기를 맞은 약령시를 되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이번 사업을 계기로 다시 부활의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350년 약령시의 재발견’이라는 슬로건 아래 10년여간 대구시와 약령시 상인회가 많은 돈과 노력을 쏟은 결과 약령시의 외형은 크게 바뀌었다. 2005년 한방특구 지정 이후 약전골목 정비를 시작으로 한의약박물관 건립, 한약산업 육성, 관련 상품 개발 등 대표 브랜드 육성, 한방문화축제, 주말장터 등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약령시 고유의 멋과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했고, 전통을 기초로 한 문화 아이콘으로의 질적 변화도 뒤따르지 못해 지금은 거의 답보 상태다.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부족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과 요식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고 시민의 무관심 속에 약령시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2009년 210개이던 한약 관련 업소가 지난해 말 177개로 준데서도 약령시의 현주소를 짚을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10년 내 자연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은 어쩌면 약령시를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다. 약령시를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상품으로 키워내려면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가 중요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뀌지 않고는 더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을거리 개발이나 캐릭터`앱 제작, ICT안내판 설치와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으로는 어림없다.

먼저 약전골목을 차량없는 거리로 지정하는 등 시민과 관광객이 언제든 찾고 즐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방문객과 각 업소가 함께 호흡하는 상설시장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각오와 밑그림을 먼저 그린 후에 특색있는 콘텐츠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게 순서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비행복을 만든 윌버 프랭크스 나다

놀이기구를 타고 급상승하거나 하강할 때 몸이 감당하는 중력이 달라진다. 살과 뼈야 고형이니까 그 자리에 붙어 있지만 혈액 같은 액체는 얘기가 다르다. 올라갈 땐 아래로, 내려갈 땐 위로 쏠린다. 운동 상태 변화에 대한 물체의 저항력, 곧 관성의 힘이다.

놀이기구는 기껏해야 2~3G(Gravity), 즉 지구 중력보다 2,3배 수준이다. 작은 변화, 안전하게 통제된 사소한 일탈은 쾌락의 한 방편이다. 하지만 4G 이상이면 혈액 순환 장애로 빈혈이 시작되고 ‘그레이 아웃(GreyOut, 부분적 시각ㆍ의식장애)’ ‘블랙 아웃(BlackOut, 전면적 일시적 시각ㆍ의식장애) ‘G-loc(G-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중력 변화에 의한 실신)’같은 위험한 상황에 순차적으로 이르게 된다. 대뇌 혈류 감소 때문이다.

2차대전 초기 전투기 조종사들은 적국 전투기 못지않게 저 치명적 인체의 한계에 맞서야 했다. 항공기술 발달로 전투기의 속도와 가속력이 신장됐고, 긴급회피기동이라도 할 경우엔 5G이상(요즘 전투기는 7~9G)의 중력가속도를 감당해야 했다. 개인차는 있지만 통상 5G부터 장애가 시작되고, 지속되면 시력과 의식을 잃기도 한다. 

캐나다의 암 의학자 윌버 라운딩 프랭크스(Wilbur Rounding Franks, 1901~1986)는 원심력 때문에 시험관이 자주 파손되는 문제로 곤란을 겪곤 했다고 한다. 궁리 끝에 그는 물을 가득 채운 병 속에 시험관을 넣음으로써 저 문제를 극복했다. 2차대전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그는 그 원리를 비행사들의 옷에 적용했다. 즉 물을 채운 고무 패드로 비행사의 허리와 다리 주변을 압박함으로써 중력 가속도에 따른 혈류의 쏠림 현상을 완화한 것. 최초의 중력방호복(G-Suit)인 ‘프랭크스 비행복 Franks Flying Suit’이 그렇게 탄생했다. 그의 토론토 대학 동료로, 당뇨병 특효약인 인슐린을 공동 발견해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탄 프레드릭 밴팅(FrederickBanting, 1891~1941)이 시험단계에서 그의 비행복을 입고 비행하다 추락, 사망하기도 했다. 어쨌건 그의 비행복은 2차대전 연합국 비행사들에게 공급돼 대독일 항공전에서 결정적인 전술적 우위를 갖게 했고, 그는 1944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다. 미 공군이 물 대신 압축공기를 활용한 ‘버거 수트’를 보급한 건 대전 말기인 44년 무렵이었다. 3월 4일은 최초의 중력방호복을 만든 윌버 프랭크스의 생일이다.


2. [머니투데이] [광화문] 국립박물관과 에버랜드의 공통점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물의 보고다. 에버랜드리조트는 우리나라 민간 테마파크 중 단연 최고라 할만하다.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시설까지 겸비한 테마파크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방문객 규모도 국내에서 빠지지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만 따지면 연간 350만 여명, 전국 국립박물관(12개 지역과 1개 전시관)을 합하면 연간 850만 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한다. 에버랜드는 한 곳의 사업장임에도 연간 850만 명이 다녀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민간 테마파크를 일부러 비교할 이유는 없다. 다만 최근 두 조직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함을 해소할 기회가 있었는데 엉뚱한 대목에서 공통점을 발견해서다. 그것은 주변에 대형 관광차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주로 패키지 여행상품에 가입해 오는 단체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여행객의 큰 손인 중국 관광객을 잡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에버랜드도 나름 고민이다. 에버랜드는 지리적 요건을 가장 큰 이유로 분석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같은 원인에서 나온 결과라는 생각에 미친다. 우리 관광의 현주소는 ‘한류 관광 상품=(화장품)=쇼핑 관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객, 특히 단체 관광객들은 면세점이 가깝거나 명동과 같은 대형 쇼핑센터에 몰린다. 패키지여행을 주도하는 여행사에서는 이런 소비에 효과적이지 않은 동선을 넣을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관광차는 잠실 롯데월드(면세점)나 경복궁과 명동 주변에 머문다’는 얘기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여행사들이 박물관 내 상품점이나 식당을 이용할 때 40% 정도 할인을 요구하더라고요. 시내서 떨어져 있어서 그 정도 혜택을 줘야 오겠다는 겁니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박물관을 찾는 숫자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저 ‘양’에 매달리는 건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한국에 오래 체류하는 이들(어학연수인 등), 한국의 문화가 진짜 궁금해서 발품을 팔고 다니는 개별 여행자들의 증가 추이를 보고 있다”며 “그 방문객의 의견을 수렴해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한다.

3일, 에버랜드에 ‘판다’가 왔다. 판다의 고향인 중국에서 오는 여행자들은 한국에 온 자국 판다를 만나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을까. 에버랜드는 그저 판다만이 아닌 VR(가상현실)) 등 첨단 IT(정보기술) 기술을 접목한 ‘판다 월드’라는 더 큰 콘셉트의 문화상품을 준비 중이다. 중화권 관광객이 지금보다 늘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쇼핑이 아닌 ‘견학’과 ‘놀이’, 궁극적으로는 ‘한국만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판다는 적어도 그 ‘관광차 동선’에서는 여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숫자로 보는 한국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국가별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세계경제포럼, WEF)에서 우리는 29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지표는 세부 평가항목이다. 자연 및 문화자원은 22위로 조사됐는데, 인프라는 40위, 관광정책 및 여행 여건은 무려 82위로 처졌다. 관광 수지 지표는 심각성을 더 한다. 우리 관광 수입은 2010년 103억2800만달러에서 2014년 178억3600만달러로 늘면서 18위를 기록했지만, 2014년 관광 지출은 194억6900만달러로 무역적자다.

바깥으로 나가는 국민을 잡는 방법이든 들어오는 해외 여행자를 잡는 방법이든 핵심은 콘텐츠다. 쇼핑 문화 외에 우리의 귀한 자연과 문화를 더 좋은 여행 상품으로 구성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권순활]중국의 ‘K뷰티’ 견제

탤런트 이영애 송혜교 전지현은 중국에서 ‘한류 여신(女神)’으로 통한다. 한국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뒤 한국 화장품(K뷰티) 모델로 활동하면서 K뷰티 붐을 확산시켰다. 황정음 이하늬 송지효 김고은도 K뷰티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국 연예인들의 뽀얗고 깨끗한 피부는 중국의 젊은 여성에게 선망의 대상. 이들을 모델로 기용한 한국 화장품의 인기도 높아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샤넬과 일본의 시세이도 화장품이 대표적인 고급 화장품으로 꼽혔다. 한국 여성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지들에게서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다. 당시 우리 화장품은 해외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내수 품목이었다. 지금은 중국 대만 홍콩 등 중국권과 동남아시아,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K뷰티 열풍이 거세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29억2948만 달러(약 3조8405억 원)로 전년보다 52.7% 늘었고 특히 대중(對中) 수출은 99.2% 급증했다.

▷중국 시장 공략의 선두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국내외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프리미엄 한방화장품 설화수를 앞세워 5조50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는 P&G나 로레알에는 못 미치지만 시세이도와 SK-Ⅱ 같은 일본 브랜드를 제쳤다. LG생활건강도 프리미엄급 후(后) 브랜드를 내세워 화장품 부문에서만 2조40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이 수입 화장품을 강하게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6월 화장품 조례를 바꿔 한국의 경쟁력이 높은 미백 화장품을 위생허가 소요기간이 11개월이나 걸리는 ‘특수 화장품’으로 재분류한 데 이어 주름 개선 화장품도 같은 조치를 취해 규제할 태세다. 자국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한국 화장품을 겨냥한 견제 성격이 짙다. 수출의 새 효자로 떠오른 K뷰티가 중국의 비관세 수입 장벽에 막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민관(民官)이 힘과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한다.


4. [동아일보][@뉴스룸/조영달]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1994년으로 기억된다. ‘서울의 달’이라는 TV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다. 시청률이 40%가 넘을 정도로 인기였다. 당시만 해도 변두리 달동네였던 약수동이 배경이다. 시골 출신으로 허황된 성공을 꿈꾸는 제비족 홍식(한석규)과 어리숙하고 우직한 춘섭(최민식), 두 시골 청년이 상경해 겪는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드라마 속 인물이 보여주는 우리네 이웃의 고단한 세상살이와 팍팍한 삶은 시청자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식이나 춘섭 말고도 당시 가난한 시골 출신이 ‘서울드림’을 안고 무작정 상경하는 일은 흔했다. 의지할 곳 하나 없었지만 서울은 그들에게 ‘희망의 땅’이자 어쩌면 성공을 보장하는 ‘약속의 땅’이었다. 

2016년 오늘, 20여 년 전인 1994년과 비교하면 서울도 많이 변했다.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약수동 달동네는 재개발로 사라졌고 높다란 빌딩과 아파트 단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런 환경적 변화 말고도 눈에 띄는 게 또 하나 있다. 희망을 안고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보다 서울을 등지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서울에 사는 인구는 1029만 여 명. 2010년(1057만 여 명)부터 5년째 감소세다. 이런 추세라면 3년 후면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서울의 인구 감소는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최근 탈(脫) 서울의 주체가 경제활동의 중심축인 30, 40대라는 것이다. 지난해 13만7000여 명이 줄었는데 절반이 넘는 7만3000여 명이 30, 40대였다. 

30, 40대는 왜 서울을 떠나는 걸까. 높은 주거비용이 첫째 원인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명 중 6명이 ‘주택 문제’로 서울을 떠났다고 했다. 좀 더 싼 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야하는 ‘전세 난민’이 된 셈이다. 나이 들어 퇴직하고 귀농하거나 쾌적한 환경을 찾아 가까운 중소도시로 떠났던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30, 40대의 이탈은 서울의 고령화를 가속화시킨다. 고령화는 곧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악화와 복지수요 증가, 지역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동안 인구 감소가 국가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서울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풍요롭고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지 않고서는 30, 40대의 탈 서울을 막을 방법은 없다. 

30, 40대를 다시 끌어들여 ‘젊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거지와 창조산업 활성화를 통한 노동참여 기회를 늘려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복귀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추진해 온 세출구조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가 서울의 도시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책도 세워야 한다. 서울시가 30, 40대의 탈 서울을 막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5. [동아일보][박성연의 트렌드 읽기]기부로 가는 손을 주머니에서 빼려면

88회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거머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대자연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자”라는 멋진 수상 소감을 밝혔다. 평소에도 하이브리드 차를 몰고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만큼 환경을 아끼는 이 유명 배우는 쓰레기 재활용 벤처기업에 58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투자하고, 환경보호기구에도 1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국내에서 온정의 손길이 끊기기 시작하는 요즘 유명인의 기부 소식은 특별한 감동을 준다. 흔히 기부는 돈이 차고 넘칠 때에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서는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 중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경제적 여유’는 2011년 62.6%에서 2013년 60.9%로 줄어든 반면 ‘기부 방법을 몰라서’가 3.7%에서 4.2%로, ‘직접 요청받은 적이 없어서’가 5.7%에서 7.8%로 늘었다. 

그래서인지 쉽고 빠른 기부 방법들이 주목을 받는다. 걷는 걸음 수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체크해 목표치에 도달하면 기부가 되는 ‘빅워크’, 하루 1분 앱으로 광고를 보면 아동을 후원하는 ‘힐링히어로즈’, 음식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만 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음식을 후원하는 ‘피디(Feedie)’ 등이 그런 예다. 피디는 제이미 올리버 같은 유명 셰프들의 동참 덕에 지금까지 1200만 장이 넘는 사진이 공유됐다. 이들은 모두 사람들이 하루 온종일 끼고 있는 스마트폰과 연계해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사람들의 잠재 동기를 수면으로 끌어올려 ‘행동’으로 옮기도록 한 것이다. 

쇼핑 활동도 기부로 연결될 수 있다. 신발업체인 ‘탐스슈즈’는 신발 한 켤레만 사면 또 다른 한 켤레를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빠른 기부(Fast Donation)’로 사업을 번창시켰다. 그 여세를 몰아 이제는 선글라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선글라스 하나를 사면 안과 진료나 백내장 수술과 같은 시력 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스웨덴의 한 의류 회사는 헌옷 쇼핑백을 만들어 새 옷을 사면 흰색 쇼핑백에 넣어 준다. 이 쇼핑백의 용도가 재미있다. 쇼핑백을 뒤집으면 검정 택배봉투가 되는데, 집에 가서 입고 입던 헌옷을 벗어 이 봉투에 넣어 기부용으로 보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옷캔’이라는 비영리단체가 누구나 한번쯤 작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옷을 기부 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기부와 놀이가 결합되기도 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기부’라는 모토로 ‘기부 방방’을 벌이고 있다. 대형 트램펄린(방방)에서 뛰다가 동전을 떨어뜨리면 그 동전이 기부되는 것이다. 어린이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와 놀이를 결합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메이즈는 유명 인사나 연예인과의 데이트를 기부와 결합했다.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참가자가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응모권이 생기고 그중에 운 좋은 한 명은 데이트 당첨의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이벤트는 유기견 보호 단체부터 유니세프까지 다양한 단체가 벌인다. 만약 이벤트에서 당첨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낸 돈이 어딘가에서 좋은 일에 쓰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도무지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도 나왔다. 일명 선행버스(Do good Bus).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버스에 올라타서 버스가 내려주는 곳에서 좋은 일을 하면 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는 버스가 정해준다. 사전 정보가 없어 오히려 열린 태도와 설레는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다.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초보 자원봉사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를 본떠 ‘어떤 버스’(gogeeks.co.kr)가 나왔다.

이러한 기부 방법은 ‘착한 소비’와 같은 메가 트렌드와 맞물려 참여자의 욕구와 흥미에 초점을 맞춰 점점 더 세분화할 것이다. 기부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그 수혜자 규모도 덩달아 커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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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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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노컷뉴스]

1. 한국말 연설 UN대사 "같은 민족에게 들으라고 그랬다"

오준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3일 오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2270호)와 관련, 중국이 제재 이행을 얼마나 충실히 할지 여부에 대해 "지키지 않을 것 같으면 왜 동의했겠느냐"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오 대사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유엔대사들의 평가인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중국이 강력한 제재를 많이 받아들였다, 동의했다, 이렇게 봐야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해서 동북아에 긴장이 조성되고 군비경쟁이 일어나고 하는 것이 중국의 이해에 맞지 않는다 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유엔 제재위원회가) 이행 감시를 통해 가급적 철저히 이행되도록 하기 때문에, 100% 이행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효과적인 이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사는 이번 제재안의 가장 큰 특징에 대해 웬만한 것은 다 잡아내는 '포괄적 방식'(catch all)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량살상무기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외화벌이라든지 물자 이동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북한의 무기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며 "굉장히 범위가 확대되고 정도가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사는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병행 논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어떤 것을 '동시'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비핵화가 전제가 돼야 하는 점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말해 우리 정부의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 대사는 이날 새벽 안보리 회의에서 영어 연설 도중 한국어로 '깜짝 발언'한 배경에 대해서는 "같은 민족으로서 그런 무기(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을 좀 전달하기 위해서, 일부러 다른 이사국들도 들으라고 한국말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회의 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며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북한의 통치자에게 부탁합니다. 이제 그만 하세요(please stop it now)"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데일리]

2. 필리버스터로 무엇을 얻었는가

우리 정치사에서 47년 만에 다시 등장한 필리버스터가 9일간이라는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면서 막을 내렸다. 개인 기록에 있어서도 김광진, 은수미, 정청래, 이종걸 의원이 과거의 기록을 연달아 갱신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 38명이 계속 릴레이로 연단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당연히 세계 기록이다.

야권에서는 이번 필리버스터로 상당한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며 무척 고무된 듯한 분위기다. 실제로도 필리버스터에 찬동하는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정치에 무관심했던 국민들의 눈길을 국회로 끌어들인 측면이 없지 않다. 의원들이 용변을 참으면서까지 단상을 지키며 열변을 토하는 모습에서 정치인들에 대해 새로운 면모를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표면적인 분위기로만 평가할 것은 아니다. 그 명분이 적절한 것이었는지부터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을 시정하려는 의도였다지만 일반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에는 설득력이 모자랐다. 유엔총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논의되고 북한이 청와대를 겨냥해 독설을 늘어놓는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서로 잘했다며 격려하고 부둥켜안는 모습은 하나만 알고 둘은 지나친 탓에 생겨난 결과다.

더구나 4·13 총선을 앞두고도 선거구를 획정짓지 못함으로써 유례없는 위헌 사태까지 초래됐던 마당이다. 우선적인 임무를 내팽개치고 9일 동안이나 필리버스터에 매달렸다는 사실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한다. 민생법안에 이토록 열성을 보인 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이 그 자체로 선거운동 효과를 거두는 동안 경쟁자로 나선 예비후보들은 선거구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이익을 받아야 했으니, 올바른 상황은 아니었다.

이제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여야가 다시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돌입하고 있다. 테러방지법과 선거법도 절차에 따라 이날 저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로 변한 것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결국 선거운동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야권으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소득으로 간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발목잡는 야당’이라는 이미지는 더욱 굳어지게 됐음을 깨달아야 한다. 무기력하게 끌려다닌 여당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유엔 제재 결의안 이후가 중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오늘 새벽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고강도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러시아의 몽니로 하루 늦춰지긴 했지만 북 도발에 대한 유엔 차원의 국제 제재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대북 제재에 나선 것은 반드시 북한의 핵 야욕을 포기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결의안은 북한의 모든 화물 검색, 항공유 수출 금지, 광물거래 차단 등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는 조치를 거의 다 담았다. ‘주민생계 목적’ 등 예외 조항으로 허점이 없지 않지만 과거 20여년 간의 안보리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로 나올 것인지, 제재에 맞서다 핵을 안고 고사할 것인지를 분명히 선택해야 할 것이다.관건은 중국이 결의안을 얼마만큼 성실하게 실천하느냐다. 중국이 겉으로는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협상’을 제안한 속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제재보다는 대화에 방점을 찍은 행보다. 지속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설지 의구심이 든다. 북한과의 국경지대 무역을 방치하는 등 구멍이 뚫린다면 제재가 무위에 그칠 우려가 없지 않다.

미국의 기류 변화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은 결의안 논의과정에서 중국이 반발하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에서 한 발 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이 안보리의 고강도 북한 제재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은 사드 배치에 유연성을 보이기로 전략적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 북한과 비공식으로 평화협정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국제사회의 공조, 특히 중국과 미국의 역할이 긴요하다. 개성공단 폐쇄 등 우리의 독자 제재로는 한계가 있다. 외교력을 총동원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중국 등 주변국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병행 협상론’이 힘을 받게 되면 우리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대북 제재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동아일보]

4. 총선 42일 전 ‘野통합 제안’ 김종인, 국민은 안중에 없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야권이 4·13총선 승리를 거두기 위해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며 ‘당 대 당’ 야권 통합을 제안했다. 대통령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을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겨냥해 김 대표는 “이기심에 집착하지 말고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안 공동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진의를 알아보겠다”며 온도 차를 보여 ‘통합 폭탄’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야권 통합 또는 후보 간 연대 논의는 김 대표가 꺼내지 않았더라도 불거졌을 일이었다. 불과 몇 %의 득표율 차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박빙 지역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는 야권에 불리한 구도임이 분명하다. 새롭게 획정된 선거구에서 수도권 의석이 10석이나 늘면서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수도권에서만이라도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 더구나 19대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로 재미를 본 기억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총선을 42일 앞둔 이 시점에 통합 제의를 한 것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본보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 대해 “정직성이 결여돼 있다”고 했고,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했던 김 대표가 자신이 한 말조차 뒤집는데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통합 협상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한데도 사전 의사 타진도 없이 불쑥 통합을 말하니까 ‘필리버스터 국면 전환용’, ‘국민의당 흔들기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를 탈당한 분들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을 했는데, 그 명분은 지금 다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총선 지휘탑이라고 해서 실질적 오너인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정리됐거나, 운동권 체질이나 ‘낡은 진보’ 청산이 완결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안철수 대표가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은 것도 이 때문일 터다.

친노 패권주의 정당을 개혁해 ‘수권 정당’을 만들겠다던 김 대표가 총선 승리만을 위해 이미 떨어져 나간 당을 다시 붙이자고 하는 것은 정당 발전에도, 민주정치 발전에도 역행한다.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모두에 실망해 제3당에 기대를 걸었던 유권자는 선택할 기회마저 뺏기는 일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야권 분열에 대해 “4년 동안 제대로 일하지 않다가 국민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가 창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국민의당을 분열시키면서 총선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통합 폭탄’을 던진 것이라면 노회한 책사(策士)의 선거용 정치공학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선거 후 정책연대를 한다면 몰라도 선거 전에 당을 뗐다 붙였다 하는 건 선진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행태다.


5. 테러방지법 괴담, 개혁 못한 국정원 탓도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이종걸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192시간 25분 만에 필리버스터를 끝내면서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국의 9·11테러를 계기로 법안이 제출된 지 15년 만에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단을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가정보원이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금융계좌까지 모두 들여다본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더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아마 국내 휴대폰 공장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광주 서을 출마 예정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정보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해야 하므로 정보통신 업계가 우려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인터넷에선 ‘아이폰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말도 파다하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을 다시 듣는 듯하다. 

테러방지법이 테러단체나 조직원, 위험인물로 대상을 한정한 취지를 무시하고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 것처럼 퍼뜨리는 것은 극단적인 과장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국정원을 음습한 ‘악의 총본산’으로 몰아가는데도 국정원에서 적극 해명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기억하는 이들은 국정원이 테러방지를 핑계로 공작을 할 수 있다고 의구심을 품고 있다. 김영삼 정부의 권영해 안전기획부장은 북풍·총풍 사건으로,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신건 국정원장은 불법 감청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대선 댓글 개입으로 구속됐고 최근에는 대공수사에 문외한이지만 민정수석과 친한 최윤수 2차장이 임명돼 신뢰를 깎아먹기도 했다. 

국정원은 먼저 어두운 흑(黑)역사를 극복하고 개혁에 매진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테러방지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서울신문]

6. 사교육 배불리지 않는 자유학기제 실현을

새 학기 시작으로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지필고사를 치르지 않고 진로와 적성을 찾는 데 주력하게 하는 교육 과정이다. 전국의 모든 중학교가 2학년 1학기까지의 세 학기 중 한 학기를 선택하게 돼 있다. 요즘 아이들은 미래의 꿈이나 계획 없이 맹목적인 학습에 매달리는 것이 큰 문제다.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지만 그런 답답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면 자유학기제는 무엇보다 가치 있는 교육 정책일 수 있다.

문제는 교육 현장에서 그 취지를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하는 점이다.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져야 정책이 신뢰를 받아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부모들은 걱정을 접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필시험이 없으니 한 학기를 손놓고 보냈다가 다음 학년에서 낭패를 보게 되지나 않을지 불안할 뿐이다. 교과 평가 방식이나 대입제도 등은 바뀌는 게 없는데, 한 학기를 적성 찾기로만 자유롭게 보내 보라니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들의 그런 불안감을 더 부추기는 쪽은 사설 학원들이다. 학원가에서는 자유학기제 집중 특강이란 이름의 사교육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른 지역들과 달리 중학교 1학년 두 학기 내내 자유학기제를 확대 적용하는 서울에서는 사정이 더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어제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학원 단속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래서다. 정기적인 점검을 하되 자유학기제 정착을 방해하는 불법 마케팅을 반복하는 사설 학원은 등록 말소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얼마 전에는 교육부 장관이 학원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협조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기왕에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는 성공한 정책이 돼야 한다.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도록 학원만 틀어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국으로서야 오죽 다급하겠는가마는 자유학기제의 명운을 사설 학원들이 쥐고 있는 듯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는 딱하다. 공교육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튼실히 갖추는 작업이 관건이다.

취지만 던져 주고 정작 창의체험 교육 프로그램은 일선 학교와 교사들이 알아서 만들라고 떠넘기는 청맹과니 정책부터 손보기 바란다. 정책적인 배려 없이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알찬 체험 콘텐츠를 선보이라. 사설 학원을 곁눈질할 이유가 없어진다.


7. 노동개혁법 등 남은 법안도 속히 처리해야

국회가 어제 필리버스터 정국을 매듭짓고 선거구 획정과 함께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등 다수의 법안을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등 비대위 지도부가 많은 소속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총선을 앞두고 이념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겠다는 고육책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야당은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모처럼 많은 국민들로부터 ‘정치가 재미있고 살아 있다’는 공감을 받은 것만으로도 테러방지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편 것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고 본다. 필리버스터의 장기화로 상당수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필리버스터 중단으로 국회가 정상화되고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등 쟁점 법안이 처리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테러방지법은 상정 15년 만에, 북한인권법은 11년 만에 국회를 통과해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로 이슬람국가(IS)의 묻지마 테러와 북한의 핵 도발로 야기된 테러 가능성의 증가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시점과 맞물려 북한인권법을 처리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는 테러 방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감청 오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는 아직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쟁점 법안들이 미처리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2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연속 두 자릿수로 줄었고, 역대 최장기인 14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기 둔화로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 신용도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 수가 56곳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수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가장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중 전체 산업생산도 지난해 12월보다 1.2%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4% 줄었다. 여기에 주거비(월세 기준)는 월평균 7만 4227원으로 전년보다 20.8% 늘어나 가계 살림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이 역시 2003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법·파견근로자법 등 노동 관련 4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국회가 정부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게 옳다고 본다.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기업구조 개혁과 함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의 양극화도 완화할 수 있다. 이 법안들은 이와 연관이 있다. 야당이 법안에 반대만 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책임 정치와 모순된다. 법안에 큰 문제만 없다면 정부가 일을 하게 한 뒤 그 결과를 놓고 책임을 묻는 게 순리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와 미처리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데 충분한 시간은 없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야당은 심각한 경제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무턱대고 반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따져 봐야 한다.


[매일경제]

8. 무디스의 中 신용등급 하향이 한국에 던지는 경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어제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은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결정이라 예의 주시해야 한다. 

무디스는 변경 이유로 중국 정부 부채 규모가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32.5%에서 지난해 40.6%로 상승하는 등 재정지표가 나빠졌고, 외환보유액이 최근 1년6개월간 큰 폭으로 감소해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연연하며 개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신용등급 하향의 요인이 됐다. 

중국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까지 떨어진 것은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침체로 인한 위기 징후는 연일 나오고 있다. 2월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2% 줄었고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월 전체 산업생산도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와 투자가 부진했던 탓이다. 수출과 산업생산이 역주행하며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은행권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말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은 1.71%로 전년 말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서둘러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데도 가시적 성과는 미미하다. 중국 정부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국가신용등급 하락 요인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경쟁력을 잃은 기존 산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바이오 의약 같은 신기술과 서비스 분야를 키워야 한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에 이어 한국을 먹여 살릴 신제품 개발과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중국을 대체할 신흥시장 공략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미 위기의 조짐이 곳곳에서 목격되는 만큼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9. 힐러리-트럼프 좁혀진 미 대선 향배에 미리 대비해야

지난 1일(현지시간) 13개주에서 동시에 치러진 미국 대선 경선 '슈퍼 화요일'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압승을 거두면서 양당 후보 지명에 바짝 다가선 분위기다. 경선 완주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의 뒤집기 가능성도 없지는 않고,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와 마코 루비오 간 후보 단일화로 경선판을 흔들 수도 있으나 힐러리-트럼프 대세론을 뒤집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물론 힐러리와 트럼프에게 각각 약점도 적지 않다. 힐러리는 이메일 스캔들 외에도 권모술수에 능한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공격을 받는다. 트럼프는 극단적인 막말과 좌충우돌 행보로 주류나 당 지도부에서 후보 교체를 검토할 정도이지만 우파 보수층의 열성적인 지지를 얻는 양면성을 가졌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는 민주당 샌더스나 공화당 트럼프처럼 그동안 정치판의 아웃사이더들이 대중에게 각광을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현실을 다시 보게 만든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의료개혁에 반발하는 백인 보수층과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환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더 심해진 양극화에 샌더스의 사회민주주의 성향이나 월스트리트에 대한 공격이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이례적이다.

우리로서는 군사적으로 동맹이자 최대 우방인 미국의 차기 대통령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힐러리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통일을 지지한다지만 그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한국이 더 우선순위를 차지하도록 공을 들여야 한다. 주한미군 유지 비용을 더 부담하라며 한국의 무임승차를 거론하는 트럼프에게 실상을 제대로 이해시키고 관련 발언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후보에게든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미 간 현안에 대해 우리의 입장과 전략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민간에 걸쳐 다양한 채널이 확보되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조선일보]

10. 쪼그라드는 경제, '好況 맛' 한번 못 보고 5년 임기 끝낼 건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200달러를 기록, 9년째 3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민소득은 전년보다 1000달러 넘게 줄었다. 미국·일본·독일 같은 선진국은 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가는 데 길어야 5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9년째 '2만달러의 함정'에 갇혀 있다. 환율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수출도 14개월째 줄고 있다.

 

올해와 내년도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임기 내 소득 4만달러'는커녕, 3만달러도 달성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칠 운명에 처했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한 이래 임기 중 호황을 단 한 순간도 맛보지 못하는 첫 번째 정권이 될 것이 확실하다. 김대중 정부는 벤처기업 붐,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발(發) 호황을 누렸고 이명박 정부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넘어 2009년 6%대 반짝 고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성장률 2~3%대를 맴돌며 온 국민을 불경기 속에서 지내도록 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제 환경이 어려워 어느 정도 감속(減速) 성장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뚜렷한 성장 전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정부가 성장 엔진에 불꽃을 지피기 위해 어떤 청사진을 갖고 노력했는지 떠오르는 게 없다. 집권 초엔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며 135개나 되는 국정 과제를 들고 나와 방황을 거듭했고, 성장 목표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창조 경제라는 도무지 국민이 이해하기 힘든 개념으로 경제 부흥을 꾀하겠다고 했다. 취임 초 1년의 골든타임을 허비해버린 뒤, 재작년 하반기부터 노동·교육·금융·공공의 4대 개혁을 들고 나왔지만 말로만 부산 떨었을 뿐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양적(量的)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한국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구조 개혁 외에 답이 없다. 부실·좀비 기업을 정리하고 경쟁력이 떨어진 취약 산업을 과감히 손질하면서 새로운 성장 산업을 발굴해 규제를 풀어주고 국가 자원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뼈를 깎는 구조 개혁 대신 추경예산을 뿌리고 금리를 내리는 손쉬운 대증(對症)요법에 치중하다 결국 성장 엔진에 불을 지피는 데 실패했다. 정부가 만병통치약처럼 내세우는 '창조 경제' 역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무슨 기여를 했는지 체감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수출 부진은 세계 경제 침체 탓, 내수 침체는 국회 탓이라며 '남 탓'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엊그제 3·1절 기념사에서도 "경제가 어려운데 국회가 마비 상태"라고 또다시 국회를 겨냥했다. 국회의 무책임 행태는 아무리 비판받아도 모자라지만, 경제 침체를 극복해야 할 주도적 책임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와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대로 2년을 허비하면 현 정부는 재임 중 평균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역대 정부 최저를 기록할 것이다. 역사의 냉정한 평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기자수첩]영화 '스포트라이트'와 기레기

영화의 소재나 이야기보다 쾌적한 근무환경과, 야근없고 권위없고 마초없고 알아서 일 잘하는 취재팀 분위기에 충격받은 1인.”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지난달 29일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자 한국의 어느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다른 기자들은 “한국 근무환경과 비교하다니 당신 실수한거야”, “자료조사원이 따로 있고 한 사건에만 몇 달 간 여럿이 추적 조사하는 놀라운 환경”이라고 반응했다.

올해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은 이렇듯 한국 기자는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에서 일한 미국의 일간지 탐사보도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2002년 가톨릭 교회에서 수십년에 걸쳐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보스턴글로브 신문의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의 실화다. 각본상까지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속도와 검색어가 우선적 가치처럼 돼버리며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출현한 한국의 언론계 종사자들에게 시사점이 많은 작품이다. 특히 최근 한국영화에서 그려진 기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떠올리면 더욱 더. 

물론 기자뿐 아니다. 전 직종에서 ‘밥벌이의 무게’가 모든 가치를 앞지르면서 직업윤리가 퇴색된 지 오래다. 지난 여름 ‘베테랑’이 ‘사이다 영화’로 관객의 사랑을 받은 것은 직업윤리를 회복한 형사가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을 ‘킹 메이커’로 그린 ‘내부자들’에서도 조승우가 연기한 검사는 출세욕이 사건 추적의 동기지만, 결국 정의감이 우선적 가치가 되면서 관객의 막힌 속을 펑 뚫었다.

다행스럽게도 ‘스포트라이트’에는 그렇게 영웅적인 기자가 나오지는 않는다. 자신의 일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성실하고 집요한 기자들일 따름이다. 팀의 특성도 작용했겠지만 모든 것은 협업의 결과다. 3명의 팀원과 1명의 팀장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편집국이 합심해 언론의 구실과 기능을 고민하면서 같은 목표를 향해 한 발짝씩 내딛어 마침내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지만 보다 현실적이다. 

성직자의 아동성폭행이라는 선정적 사건을 재연하지 않고 취재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점도 주목된다. 비슷한 소재의 한국영화 ‘도가니’(2011)가 가해자의 폭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감정에 호소했다면 이 영화는 아무래도 기자들이 주인공이어서인지 이성적이다. 다소 지나칠 정도로. 중요한 팩트를 알아낸 순간에도 쉽게 감정을 나타내지 않고 그저 수고했다는 인사만 건넨다. 

관객들의 분노를 끌어내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는다. 취재 과정을 통해 가해자의 잘못과 피해자의 고통을 분명히 짚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사건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와 권력관계 등 다양한 처지와 목소리를 다룬다. 

무엇보다 자사의 실적을 위해 독자를 자극하거나 공분을 유도하지 않는다. 기사가 보도됐을 때 사회적 파급력과 행여나 선정적 이슈에 본질이 희석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한 뒤에야 보도를 결정하는 인내와 숙성의 시간이 돋보인다.

“다른 회사에서 냄새 맡기 전에 빨리 보도하자”는 한 기자의 주장에 상사들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신부들의 개인문제로 사건이 축소될까봐 경계해서다. 이들에게는 신부들의 수장인 보스턴 대주교가 사건의 내막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그 여부가 더 중요하다. 시스템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극중 인상적인 장면. ‘스포트라이트’팀을 이끄는 로비 팀장(마이클 키튼)은 보스턴 대교구를 위해 일했던 변호사에게 보도에 앞서 성추행을 한 신부들의 리스트를 건네며 확인을 요구한다.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며 확인을 거부하는 그에게 로비는 정의를 부르짖는다. 처음에는 미동도 않던 변호사가 뒤늦게 마음을 바꾸고 로비를 따라 나와 서류를 확인한 뒤 말한다. 

“그러는 너희 언론은 그동안 뭘했느냐. 왜 이렇게 늦게 이 사건을 다뤘느냐.” 성폭력 피해자가 ‘스포트라이트’ 팀이 요구하는 자료들을 이미 5년 전 신문사로 다 보냈다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은 발 빠르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한다. 그렇게 공분을 일으키고 또 다른 뉴스로 이동한다. 이 영화는 공분만 일으키고 그 자리를 떠나는 언론의 모습이 과연 옳은지 묻는다. 좋은 뉴스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뉴스를 발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일어난 뉴스 속에 여전히 살아있음도 상기시킨다.

더불어 아동학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 나온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다.”


2. [머니투데이]타이완의 타이베이에는 한국이 없었다

타오위앤(桃園)국제공항. 타이완(臺灣)의 수도인 타이베이(臺北) 서북쪽 40Km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에서 2시간30분 정도면 날아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이다. 

지난 2월27일 오전 11시20분(현지시간,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타오위앤공항에 내리고 나서 잠시 눈을 의심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한국 관련 광고판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세계 어느 공항을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반면 일본 기업의 광고는 자주 눈에 띄었다. 

공항이라서 그런가 하고 시내로 향했다. 하지만 시내로 연결된 고속도로 주변이나, 타이베이 시내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광고판이나 매장은 찾기 힘들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스린야시장(士林夜市場)과 서울의 명동 같은 시먼딩(西門町), 타이베이101빌딩이 들어서 중심가로 통하는 신이취(信義區)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먼딩에서 눈에 번쩍 뜨인 이니스프리(innisfree, 화장품) 매장과 101빌딩 지하1층에 있는 이랜드의 ‘Teenie Weenie 매장’만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너무 없으면 섭섭하니 구색이나 맞추려는 듯이 말이다. 

타이베이에서 머무르는 2박3일 동안 한국 관련 광고나 매장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거의 찾지 못했다. 저층 건물 외벽에 있는 삼성갤럭시S 기어2 광고와 돌아올 때 타오위앤공항의 면세점에서 아주 자그마한 삼성전자 매장을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 상품은 도처에 넘쳐 났다. 택시는 도요타이고, 자가용은 도요타 혼다 미쓰비시가 대부분이고, 전자제품은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이고, 옷은 유니클로와 무지(無印)였다. 편의점은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가 거의 전부였고, 식당도 요시노야 같은 체인점이 수두룩했다. 

타이완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반일(反日) 감정이 없을 리 없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일본판일까? 반면 한국은 소련이 무너지기 전까지 타이완과 국교를 맺고 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한국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까?

타이완 인구는 2335만 명 세계 51위(2014년 7월 기준)이고 면적은 3만5980㎢다. GDP(국내총생산)은 5278억 달러로 세계 22위(IMF 기준)에 달한다. 인구와 면적 및 경제규모가 한국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놀랍게도(한국사람 대부분은 이렇게 클 정도로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타이완은 한국의 5대 교역국이다. 중국 일본 홍콩 미국 다음이다. 

그런데도 타이완에서 한국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꽃보다 할배’에서 타이베이의 고궁박물관이 소개된 이후 한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타이완에서 경제활동을 더욱 넓힐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에 비해선, 존재감이 거의 없다. 

무엇 때문일까?
한국이 1992년에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타이완과의 국교를 단절할 때 타이완이 많이 섭섭해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산업구조상 타이완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을 경쟁상대로 여겨 협력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타이완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다가 중국이 수입대체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 총통(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것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젊은이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88만원 세대’라는 말처럼 타이완에서는 ‘22K 세대, 2만2000달러(약83만원) 세대’가 유행어가 되면서 젊은 층 표가 야당으로 쏠렸다.한국도 중국에 ‘올인’하다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타이완 수출은 2014년에 약150억 달러에서 2015년에 120억 달러로 급감했다고 한다. 올 들어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과 경제가 어려울 때 타이완과의 관계를 회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것도, 난관에 부딪쳐 있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3. [한국일보]딘 헤스 ‘전쟁고아의 아버지’?

미 극동공군사령부 소속 딘 헤스(Dean Hess, 1917~2015) 중령은 6ㆍ25전쟁 중 F-51D 머스탱 전투기로 250여 회 출격했고, 한국 공군 창설 작전(일명 ‘Bout One’) 책임자로 활약했다. 그는 50년 말 1ㆍ4후퇴의 혼란기에 C-47 수송기 15대를 동원, 서울 각 고아원에 수용돼 있던 전쟁 고아 950여 명과 보모 등 직원 80여 명을 안전지대인 제주도로 안전하게 피난시켜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알려졌고, 그 공로로 한ㆍ미 양국에서 무공훈장 등을 탔다. 

미국 오하이오 출신인 그는 41년 메리에타 칼리지 신학 전문인과정을 졸업, 클리블랜드 교회 목사로 서임됐다. 그 해 11월 진주만 피습 사건이 터졌다. 그는 공군에 입대, P-47 전투기 조종사로 프랑스 전선에 투입돼 모두 63차례 출격했다고 한다. 2차대전 종전 후 예편했다가 48년 7월 현역으로 복귀했고, 연합군 점령지 일본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 전선에 투입됐다. 


‘영웅’서사는 부풀려지곤 한다. 그가 작전 후 부대로 복귀할 때 전투기에 전쟁 고아를 태워오기도 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가 1ㆍ4후퇴 때 수송대를 편성해 서울의 전쟁 고아 1,000여 명을 우선 대피시킨 사실은 여러 차례 국내 언론에도 보도됐고, 56년 자서전 ‘Battle Hymn 전쟁 송가’의 인세 전액을 한국 전쟁고아 후원 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책을 각색한 같은 제목의 영화(록 허드슨 주연)도 이듬해 개봉됐다. 영화 속 그는 자서전에서보다 더 ‘영웅’이었다고 한다. 그는 65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6ㆍ25전쟁 베테랑으로 제대 후 지역사회운동가가 된 조지 드레이크(George F. Drake)라는 이가 2004년 와이오밍의 한국전쟁 아동 희생자 추모단체 홈페이지에 ‘헤스: 기만적 영웅(Fraudulent Hero)’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요지는 그가 전쟁고아 대피 작전(Operation of Kiddy Car Airlift)의 공을 가로챘다는 거였다. 실질적인 주역은 공군 군목 러셀 블레이스델 중령과 멀 스트랭 하사였고, 헤스의 역할은 제주도에 고아 수용시설을 마련해준 게 전부라는 거였다. 드레이크는 “헤스는 그 작전을 계획하지도, 지휘하지도, 참여하지도, 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연기시키려고 했다”고 썼다. 2000년 블레이스델은 뒤늦게 작전의 공을 인정받았지만, 스트랭은 98년 숨졌다. 헤스는 지난해 3월 3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4. [동아일보][@뉴스룸/신수정]수입차에 뿔난 소비자들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부 수입차 업체의 개별소비세(개소세) 환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정부가 지난해 말 종료된 개소세 인하 혜택을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달 초 개소세 세율을 5%에서 3.5%로 낮췄다. 개소세에 붙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인하 효과 등을 더해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을 일제히 1.8% 낮췄다. 이와 함께 1월에 개소세를 내고 차를 산 소비자들에게는 개소세 인하분만큼 환급을 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 인피니티 등 일부 수입차 업체는 “이미 프로모션을 통해 개소세 인하분만큼 할인해 줬기 때문에 환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해당 수입차 업체들은 1월에 판매한 차 대부분이 12월에 통관돼 개소세 인하 적용을 받은 만큼 이를 반영한 가격으로 고객에게 차를 팔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주장과 달리 1월에 수입차를 산 많은 소비자들은 “차를 살 당시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했다는 등의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개소세를 환급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수입차 업체가 계속 개소세 인하분 환급을 거부하면 집단소송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바른 소속 하종선 변호사는 “수입차 업체들이 지난해 12월 개소세를 인하받고 수입해온 차를 1월에 팔면서 마치 개소세를 대신 내주는 것처럼 프로모션했다면 과장 광고 또는 허위 광고에 해당한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등을 통해 이러한 논란이 확산되자 수입차 업체들은 “개소세 관련 부당 이득은 없었다”며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억울함만을 호소할 뿐 통관 가격 등 정확한 정보 공개는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수입차 판매 가격은 통관 가격에 개소세, 교육세를 합한 ‘소비자 공급가액’에 수입차 업체와 딜러 마진, 부가세를 붙여 정한다. 상당수 수입차 업체는 마진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통관 가격 공개를 꺼리고 있어 소비자들은 수입신고필증을 확인하지 않으면 개소세 인하분이 판매 가격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알기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차는 24만3900대가 팔려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5%나 됐다. 수입차 연간 판매량이 20만 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으로, 수입차는 국내에서 2년 연속 20%대 성장률을 보이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수천만 원을 주고 ‘드림카’를 장만했던 국내 소비자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한 일부 수입차 업체의 대응 태도다. 억울하다는 항변만 늘어놓거나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침묵만 하고 있으면 의혹만 커질 뿐이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1월 구매 고객들에게 통관 가격 및 개소세 인하분을 명확히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5. [동아일보][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슈퍼히어로의 조건

1. “당신(관객)은 아마 지금 이런 생각을 하겠지? ‘남자친구가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해서 함께 보러왔는데 주인공이 지금 저 남자를 엿 같은 케밥처럼 (칼로) 쑤셔대고 있잖아’ 하고.”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에서 주인공은 관객을 힐끗 꼬나보며 조롱하듯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이런 슈퍼히어로는 시쳇말로 ‘듣보잡’이다. 특수부대 출신의 주인공은 말기 암인 자신을 치료해 준다는 악당의 꾐에 빠져 의문의 실험에 참여하고, 실험 후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놀라운 세포재생능력을 갖게 되지만, 얼굴은 흉측하게 변한다. 주인공은 복면을 쓴 채 자신의 몰골을 망친 악당들에게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펼친다.

마블코믹스의 캐릭터인 영화 속 데드풀은 기존 슈퍼히어로들과는 당혹스러울 만큼 다르다. 일단 입에 ‘걸레’를 물었다. 인도계 택시운전사에게 “홀쭉한 갈색친구”라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붓는 데다 “씨×” 하는 쌍욕을 입에 달고 산다. 또 적의 머리통을 댕강댕강 날리기를 무슨 사이다병 뚜껑 따듯 할 만큼 잔인무도하며, 무엇보다도 세계 평화나 정의란 대의명분이 없다.

“난 슈퍼히어로가 아니야. ‘슈퍼’이긴 하지만 ‘히어로’는 아니지.”

2. 그렇다. 슈퍼이긴 하지만 히어로는 아니다. 하긴, 어려서부터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을 연구해온 나로선 진정한 슈퍼히어로라고 인정한 대상이 별로 없다. 팬티를 바지 밖으로 입고 다니는 변태 같은 슈퍼맨은 중력의 제한을 받지 않은 채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므로 고난과 한계를 극복하고 인류를 구원한다는 슈퍼영웅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은 또 어떤가. 이들은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다는 점이 치명적 문제다. 정의를 지킨답시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폭력을 통해 상대를 응징하니 얼굴을 감출 수밖에 없겠지. 캡틴 아메리카는 성조기가 그려진 방패로 무장한 채 아메리카만 지키므로 활동 범위가 너무 좁고, 헐크는 제정신이 아닌, 일종의 공황장애 상태에서만 지구를 지키므로 ‘주폭(酒暴)’에 가까우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나 나올 법한 명품 황금밧줄을 채찍 삼아 휘두르며 상대를 동여매고 희열을 느끼는 원더우먼은 일종의 사도마조히즘 환자가 아닐까 말이다.

양영순의 상상력 넘치는 성인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누들누드’에 등장하는 ‘정의의 사도 Z.O.T.’도 진정한 슈퍼영웅이라 보기 힘들다. 그는 악당을 물리치고 인질을 구출하는 정의로운 과업을 수행하지만, 야한 장면을 보고 치솟아 오르는 세 번째 다리를 이용할 때에만 적을 퇴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지박약 혹은 호르몬 결핍으로 봐야 한다.

외려 잘생긴 얼굴을 감추지 않고 엄청난 재산을 기반으로 특수 슈트를 개발해 그것을 입고 날아다니면서 연예인인 양 스스로를 뽐내는 아이언맨이야말로 자본주의 시대의 슈퍼영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영혼까지 살 수 있다는 돈이야말로 ‘슈퍼’이고, 신의 영역까지 파헤치는 첨단 과학이야말로 ‘히어로’가 아닌가 말이다.

3. 얼마 전 나는 이준익 감독의 ‘동주’란 최신작에서 진짜 영웅을 발견했다. 시인 윤동주를 사려 깊게 그린 이 시적인 영화에서 윤동주는 ‘슈퍼’는 아니지만 진정한 ‘히어로’다. 소심한 그는 늘 스스로를 부끄러워한다.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고, 남의 나라 일본에서 시를 쓰는 자신이 부끄럽다. 하지만 그는 후쿠오카 감옥에서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내용의 진술서에 서명하라는 강요에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며 이렇게 절규한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 시를 쓰기를 원하고 시인이 되기를 원했던 게 너무나 부끄럽고, 앞장서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한 게 부끄러워서 서명을 못하겠습니다!”

적을 부숴버리는 일보다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였던 윤동주의 숙명 같은 자괴감이야말로 진짜 슈퍼파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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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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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정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필리버스터 이후의 정국 순항할까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총선을 앞두고 꽉 막혔던 정국에 비로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필리버스터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테러방지법 중재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한 이래 9일째에 이르면서 캐나다 새민주당이 2011년에 세운 종전 세계기록을 거뜬히 갈아치웠다. 이렇게 기록을 세우는 동안 국민들은 뒷전이었다.

더민주가 격론 끝에 필리버스터를 중단키로 한 데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더민주는 출구전략을 찾자는 당 지도부와 ‘빈손’으로 끝낼 수 없다는 원내지도부가 팽팽히 맞섰으나 김 대표가 그제 심야 비대위에서 “이념론을 경제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종걸 원내대표를 설득함으로써 극적 타결을 봤다는 후문이다.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총선이 불과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회가 엉뚱한 쟁점에 발목 잡혀 선거구 획정조차 못했던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물론 야당 책임만은 아니다. 그동안 야당의 법안 연계처리 전략을 맹비난하던 여당이 이번에는 테러방지법 등의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나섰으니 그야말로 남이 하면 불륜이요, 자기가 하면 로맨스란 식이다.

그러나 더민주가 진짜 힘을 내야 하는 것은 지금부터다. 마치 필리버스터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 분위기에 당내 강경파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필리버스터를 하루 더 연장해야 했지만 그 박수소리가 대부분 기존 지지층에서 나온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필리버스터 세계 신기록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더 오르는 추세이며 더민주는 제자리걸음인 게 그 증거다. 자기편의 환호에 열광하느라 국회를 마비시키고 선거운동에 악용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은 꼴이다.

새누리당도 집권당답지 않게 야당처럼 몽니나 부리다간 코앞에 닥친 총선에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여당의 무능력이든,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든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키우기는 매한가지다. 국회는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며칠 안 남은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를 깔끔히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유권자인 국민에 대해 속죄하는 길이다.

2. 광화문 현판의 색깔부터 틀렸다면

2010년 복원작업이 마무리된 광화문 현판을 둘러싸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현판의 원래 모습이 지금과 달리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였다는 주장이 새로이 제기됐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복원작업 과정에서 고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차원에서 경복궁을 복원했다고 하지만 정문 현판에서부터 고증이 틀렸다면 다른 부분에서는 더 말하나 마나다.

광화문 현판의 원래 모습이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였다는 것은 단순히 주장 차원이 아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소장한 사진에서 그대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모임이 공개한 이 사진은 1893년 9월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사진에 나오는 조선 군병들이 1895년 폐지된 군복을 착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사진의 역사적 시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광화문 현판이라고 해서 색깔이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광화문이 과거 왕조의 권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것을 바꾸려면 합당한 설명이 따라야만 한다. 더구나 문화재청은 광화문 복원과정에서 바탕색과 글씨 색깔이 바뀌었다는 전문가들의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현판을 복원했다. 이것이 문화재를 복원하고 관리하는 우리의 한심한 수준이다.

사실은 조선총독부를 헐고 경복궁을 복원하면서부터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화강암으로 건축된 총독부 청사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촘촘히 박혔던 9300여개의 소나무 말뚝을 그대로 놓아둔 채 복원작업을 밀어붙인 것이다. 전각과 담장의 겉모습이 복원됐다고는 하지만 경복궁 지하 4m 바닥에서는 바늘처럼 박힌 소나무 말뚝들이 지금도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아찔하다. 그러고도 복원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광화문 현판의 색깔 고증이 잘못됐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복원작업 이후 이미 현판이 갈라지는 사태까지 이어진 마당이다. 광화문 현판의 복원은 과거 책임자들의 잘못이지만 지금도 비슷한 사례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러고도 민족정신을 되살리겠다며 입버릇처럼 외쳐대고 있으니 애처로울 뿐이다.

[동아일보]

3. 대기업 62%인 중소기업 임금, 격차 줄여야 청년실업 준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62%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대기업 임금은 월평균 501만6705원으로 전년보다 3.9% 올랐지만 중소기업은 311만283원으로 3.4% 상승에 그쳤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대기업의 80% 수준이었던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2009년 65%, 2011년 62.6%로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해진 것이 큰 이유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로 인한 압박을 많이 지적하지만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과 경쟁력이 대기업보다 낮아 임금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4년 한국 대기업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3만7756달러(약 3976만 원)로 일본보다 39% 많다는 보고서를 냈다. 일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1.29배인 데 비하면 대기업 임금 수준이 너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임금 격차가 크다 보니 사회적 갈등은 대기업 취업난에 중소기업 구인난, 학력 인플레 유발 등 심각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도 낮은 임금 수준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들어갈 바에야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 준비를 하겠다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 늘면서 청년실업률은 9.5%로 치솟았다. 고실업과 중소기업 구인난의 고용시장 미스매치(부조화)를 줄이기 위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축소는 시급한 과제다. 

일본의 중소기업 중에는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기술 경쟁력으로 임금 수준이 대기업 못지않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임금 상승과 병행해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개편도 필요하다. 경총은 대졸 정규직 초임 3600만 원 이상(고정급)인 기업은 초임을 조정해 그만큼 신규 채용을 확대하고 임금 격차도 줄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대기업 정규직 귀족노조의 과도한 기득권을 타파하는 노동개혁으로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

4. 포스코·한전 이란 수주, 제2 중동 붐 기대 크다

핵 타결 이후 빗장이 풀린 이란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발걸음이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란과 2조원대 제철소 건설에, 한전은 7400억원 규모의 발전소 건립에 참여하기로 했다. 때마침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란을 방문해 양국 간의 경제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이란 특수를 노리고 발 빠르게 움직여 도대체 우리 정부와 기업은 뭘 하나 걱정했는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는 그제 이란 철강기업인 PKP사와 쇳물부터 각종 철강 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구두 계약이나 다름없는 업무협약(MOU)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갖는 실질적인 계약서인 합의각서에 정식 사인한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보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자원외교 등과 같은 사업에서 적지 않은 계약이 이뤄졌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보여 주기식 계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코의 이란 진출은 실질적인 제철소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까지 간 것이니 기대가 크다.

합의각서보다는 약하지만 한전의 이란과의 발전소 건설 계약 체결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해외 다른 기업들이 가로채지 않도록 본계약까지 성사시켜 나가야 한다.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에 참석한 주 장관도 이란으로부터 옛 도심 개발과 호텔 건설 사업에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이란은 37년 동안의 경제 제재 조치로 낙후된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시설 등에 대한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뛰어들 사업이 널려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얘기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세계 1위의 자원 대국이다. 인구 8000만명의 거대 시장으로 내수 시장까지 고려하면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나라다.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유일하게 시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란의 제재가 풀리자마자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양국 교역 증대 방안을 합의한 이유가 거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중동 4개국 순방 후 경제 재도약을 위해 ‘제2의 중동 붐’을 해법으로 내놓은 적이 있다. 바로 절호의 기회가 왔다. 활짝 열린 이란 시장을 잡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더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5. 최악 국회에 남은 시간은 9일뿐이다

4·13 총선을 앞둔 2월 임시국회가 갈지자걸음이다. 그제 처리하기로 했던 선거구획정안도 테러방지법을 빌미로 한 무제한 토론 정국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제 심야 비대위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하고도 3·1절인 어제 추인 여부를 놓고 의원총회 등에서 온종일 진통을 겪었다. 선거를 40여일 앞두고도 표밭 구획 정리도 마무리 짓지 못하는 판이다. 이러니 노동개혁이나 민생 법안 처리는 기약조차 할 수 없다. 여야는 19대 국회가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는 순간까지 정쟁으로 얼룩진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가뜩이나 최악이라는 오명을 듣는 19대 국회였다. 그 까닭이 뭐였겠나. 민생을 돌보는 데 꼭 필요한 법안은 정쟁을 벌이며 끝없이 지연시키면서 없어도 그만인 법안들은 무더기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여야 의원들은 제 몫 찾기에는 서슴없이 짝짜꿍했다. 각계 이해집단의 민원을 반영하는 수많은 의원 입법에는 앞다퉈 총대를 멨지만, 공직 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의 규율 대상에서 현역 의원들은 쏙 뺀 게 대표적이다. 그러니 야권이 재·보선 때마다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왔지만 먹혀들 턱이 없었다. 정부·여당이 민생을 살리는 데 별반 유능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유권자의 눈에는 각종 경제활성화법의 발목을 잡는 야권의 태도가 더 못 미더웠기 때문일 게다.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과 테러방지법을 놓고 벌인 여야의 정략은 목불인견이었다. 애초 여당이 테러방지법과 공직선거법 처리를 연계한 일도 잘못이었다. 아무리 테러방지법이 시급하더라도 발등의 불인 선거구 획정과 한데 묶어 야당식 연계 전략을 쓴 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일주일 넘게 해온 필리버스터 중단을 스스로 결정하고도 의원들이 뒷북 갑론을박을 벌인 것은 더 황당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지금의 법안보다 더 국가정보원에 폭넓은 수사권을 준 테러방지법을 발의했던 야당이 이제 뼈 빼고 살 뺀 ‘맹물 법안’으로 북한의 테러를 막겠다니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혹여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라는 정치 게임에 대한 일각의 관심을 다수 국민의 지지로 착각해선 안 될 게다. 필리버스터 이후 어디 여론조사에서 야당 지지도가 올라갔던가. 19대 국회가 비효율적인 정쟁 국회라는 오명을 20대 국회에 대물림해선 안 된다. 여든 야든 오늘부터 10일까지 남은 회기 중에라도 지지층 결집에만 골몰하지 말고 시급한 민생 법안 절충에 당력을 쏟기를 당부한다.

6. 北 핵포기 않고는 대화 없다고 밝힌 박 대통령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목전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생존 차원의 핵 개발 포기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 9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핵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북한 정권을 유지시킬 수 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압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오늘 채택될 예정인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메시지를 아울러 전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압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제 공조를 강조하면서 주변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언급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에 우회적으로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원칙적 수준이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선택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경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지만, 북한이 선(先) 비핵화 의지를 밝힐 경우 6자회담 재개 등의 다양한 대화 채널을 가동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존 켈리 미국 국무부 장관도 밝혔듯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목적에는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것도 포함돼 있다. 국제사회의 북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의지를 희석시키는 모호한 평화협정 논의를 차단하고 북한의 확실한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중요한 화두였다.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타결된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성실한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으로 옮겨서 미래 세대에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이른바 ‘불가역적’ 합의의 성립은 일본의 향후 실천에 좌우된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아베 정권이 위안부 합의 이후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녹아 있다.

유례없이 강력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오늘 채택될 예정이다. 북한의 주요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육상과 해상은 물론 하늘까지 봉쇄하는 수준이다. 안보리 제재와 별도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자체 제재도 조만간 발효된다. 북한의 후원국 격인 중국마저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북한 김정은 정권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이란 망상에 집착하는 한 한반도 평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핵을 껴안고 패망의 길로 갈 것인가, 핵을 포기하고 공존공영의 길로 갈 것인가 선택은 북한에 달렸다.

[중앙일보]

7. 테러방지법 처리…노동개혁법도 서둘러야

국회가 오늘 본회의를 열어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선거구획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오랜 갈등과 대립의 대상이었던 법안들에 대해 여야가 타협점을 찾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테러방지법만 해도 야당은 일주일 넘게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법안의 문제점을 부각했다. 국가정보원에 의한 인권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핵심이었다. 이런 우려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안 가운데 특정인에 대한 통신제한조치(감청)의 목적을 ‘테러 방지를 위해’에서 ‘국가 안전 보장의 우려가 있는 경우 테러 방지를 위해’로 강화하는 중재안을 내놓음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의구심은 정부와 국정원이 충실한 법 집행으로 씻어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재단을 설치하고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도 발의 11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다.

시급한 민생법안도 일부 처리된다. 금융회사의 법정 최고금리를 27.9%로 제한하는 대부업법과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서민금융생활지원법 등이다. 이들 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없었던 무쟁점 법안이거나 지난 연말로 자동 일몰되는 한시법이었다. 그럼에도 선거법 등 다른 쟁점에 막혀 처리가 늦어지면서 아슬아슬한 법적 공백이 초래됐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과 채권단,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여야의 각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가 미루고 있는 중요한 법안들이 아직 남아 있다.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노동개혁법안은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을 근거로 만들어졌지만 야당의 반대와 한국노총의 무효 선언으로 진통을 겪어 왔다. 관련 법안 5개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2개가 완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발의된 게 불씨가 됐다. 대통령도 이를 감안해 기간제 근무를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기간제법을 철회했다. 하지만 중장년층 파견업종 제한을 풀고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는 파견법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나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테러방지법이 발등의 불이 되면서 여야 간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서비스산업발전법 역시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고용 안정성과 의료의 공공성을 걱정하는 이런 지적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법안이 통과된다고 바로 경제가 좋아질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들 법안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개혁법안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내수산업 육성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대다. 한두 가지 문제를 이유로 전체를 반대할 사안은 아니다. 영 문제가 있으면 테러방지법처럼 타협하면 될 일이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숙제인 이들 법안을 조속히 해결하는 여야의 노력을 촉구한다.

8. 비자 수수료 파동 따른 징계, 당장 거둬들여라

최근 벌어진 비자수수료 면제 논란과 이에 따른 외교부 좌천 파동은 잇따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번 소동은 지난해 12월 그달 말로 끝날 예정이던 중국 등 5개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비자 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관광객이 격감하자 수수료 면제 시한을 올 연말까지로 늘린 것이다. 문제는 비자 수수료가 120명에 달하는 현지 비자 담당 보조 인력의 인건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거였다. 수입이 없어지게 되자 외교부는 뾰족한 대책 없이 이들을 몽땅 해고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현지 보조인력들이 사라지면 비자 발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거라는 점을 무시한 주먹구구식 조치였다. 뒤늦게 막심한 후유증을 깨달은 외교부는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해고를 철회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의 조치들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삼척동자도 알 부작용을 헤아리지 못한 채 현지직원 해고라는 단세포적 대응으로 파문을 일으킨 것 자체만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현지 직원이라지만 그처럼 쉽게 자른다면 누가 충성을 다해 일하겠는가.

그 뒤에 벌어진 정부의 대응은 유치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와 법무부에 수수료 면제 연장을 재고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외교부 담당자들이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항명성 ‘공직기강 위반’이라며 좌천성 인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각 부처 수뇌부들이 결정한 사안이라도 부작용이 막대하다고 판단되면 시정을 건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조직을 살리는 소통이다. 자유롭고 원활한 말길은 절대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비자대란’을 막은 외교부 담당 직원들에게 상은 못줄 망정 좌천을 지시했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즉각 징계 조치를 거둬들여야 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을 벌하면 누가 고언을 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겠는가.

9. ‘세월호 교실’ 갈등, 부모의 마음으로 풀 때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쓰던 교실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릴지 주목된다. 한국 사회의 갈등이 교실이란 공간에 집약돼 있다는 점에서 그 매듭이 소통의 정신으로 풀리길 기대한다.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측, 재학생 학부모 대표, 유가족 대표 등이 지난달 28일 단원고 정상화를 위한 협의회를 열고 ‘사회적 합의로 교실 문제 등을 해결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조기에 풀기로 한 것이다. 이날 모임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DRP)가 4·16연대와 도교육청의 중재 요청을 수용해 이뤄졌다.

그간 희생 학생들이 사용했던 10개 교실을 놓고 유가족이 “안전 교육의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존치 입장을 고수한 반면 재학생 학부모들은 재학생들에게 교실을 돌려 달라고 요구해왔다. 지난달 16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교실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재학생 학부모 등의 저지로 무산되는 등 갈등이 외부로 분출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대립에 대해 사회적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원통하게 희생된 자녀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교실을 남겨두고 싶은 희생 학생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울감과 불안감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힘들다는 재학생 학부모들의 하소연에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300여 명의 신입생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늦출 수도 없다. 종교계가 중재에 나선 만큼 서로 마음을 터놓고 협의에 나서길 바란다. 특히 경기도 교육 행정을 책임지는 이재정 교육감은 “교실은 본래의 교육 목적대로 써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설득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

오늘 입학식에 재학생 학부모와 유가족 대표가 함께 참석해 신입생 등과 학부모들에게 논의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호소한다고 한다. 이제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최선의 결론을 내야 할 때다.

[매일경제]

10. 3개월째 두자릿수 감소한 수출 특단대책 필요하다

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2001년 3월~2002년 3월(13개월) 역대 최장 기간 마이너스 성장 기록도 갈아치웠다. 특히 작년 12월(-13.8%), 지난 1월(-18.5%)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대 감소세가 이어져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364억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중국 경기 둔화, 저유가 등 대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소비심리 급랭, 주택 가격 하락 반전 등 내수 침체가 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수출마저 최장기 감소세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행인 것은 1월 수출은 단가·물량 모두 감소했지만 2월에는 물량이 11.2% 증가했다는 점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29.7%) 화장품(22.4%) 등 신규 품목 수출이 늘고 컴퓨터(6.2%) 일반기계(2.4%) 등 일부 주력 품목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점, 지역별로는 베트남·미국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된 점도 반가운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48.4)보다 또 떨어진 48.0을 기록한 것은 불길한 징조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2월 제조업 PMI도 49.0으로 2011년 11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달 29일 대형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7.5%에서 17%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며 경기 방어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7000억위안(약 132조원)의 유동성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 간에 양적 완화와 환율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각국이 돈을 풀수록 통화 유통 속도는 더 떨어지는 추세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 반전은 힘들어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의례적인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수출 증대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막힌 곳은 어딘지, 애로사항은 뭔지 발로 뛰며 독려해야 한다. 수출 품목과 수출 지역을 하나라도 더 발굴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민감한 시기인 만큼 통화 환율 정책에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기자수첩]휴대폰 액정이 깨지니 보이는 것들

최근 액정 내부가 깨졌는지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 비싼 수리비를 핑계로 새 폰을 사기로 했다. 새 기기를 알아보고 온라인 가입신청서를 작성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넣고, 사용 중인 번호를 입력했다. 본인인증이 필요하단다. 방법은 세 가지다. 첫 번째, 자기 명의의 휴대폰 문자를 통해 본인을 인증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휴대폰 액정이 나갔다. 문자를 볼 수 없다.' 

두 번째, 공인인증서를 통한 방법. 최근 컴퓨터를 포맷해 공인인증서가 없다. 은행 홈페이지에서 인증서 재발급을 신청했다. 절차가 있다. 자기 명의의 휴대폰 문자를 통해 본인을 인증해야 한다. 

그런데 '핸드폰 액정이 나갔다. 문자를 볼 수 없다.' 

세 번째, 아이핀 번호를 이용한 방법이다. 아이핀에 로그인했다. 아이핀 번호 발급을 클릭했다. 절차가 있다. 앱이나 자기 명의의 휴대폰 문자를 통해 본인을 인증해야 한다. 

그런데 '휴대폰 액정이 나갔다. 문자를 볼 수 없다.'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 없이 문자를 확인하는 방법을 찾았다. 통신사에 계정을 만들어 문자를 컴퓨터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유료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통신사에 전화했다. ARS를 통해 전화번호와 생년월일을 입력했다. 본인이 인증됐다는 기계음과 함께 상담원이 연결됐다. 

휴대폰 액정이 나갔다. 그래도 문자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상담원이 명의자를 확인하고 용건을 물었다. "컴퓨터로 문자를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본인 명의의 휴대폰 문자를 통해 본인을 인증해야 한다"고 했다. 전화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휴대폰 액정이 나갔다. 문자를 볼 수 없다.' 

은행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이핀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이스에선 아이핀 번호 발급을 위해 "서울 여의도 본사로 직접 찾아와 얼굴을 보여달라"고 주문한다. 

이게 인터넷 가입자 비율 세계 최고라는 IT강국의 현주소다.

과거 웹사이트 회원 가입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를 통한 본인인증, 집주소, 직장, 취미 등이 필요하던 시절이 있었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규제라는 반발로 이젠 이메일만 있으면 본인을 인증해 가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풀겠다고 나섰고, 나름 여러 방면에서 열심히 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이렇게 암담하다. 휴대폰 액정이 나가면 문자를 볼 수 없고, 본인 인증 하나 맘대로 못 한다. 결국 계좌이체든 송금이든 초보적 금융거래조차 막힌다. 

정부나 금융계는 부인하지만 분명한 건 모든 것을 휴대폰 문자로 통하게 획일화한, 우리의 정보 및 금융서비스 수준은 '우간다'만도 못하다는 점이다. 

휴대폰 액정이 깨지니 많은 것들이 보였다.


2. [이데일리]피자값만 598만원‥미국의 '돈' 선거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젭 부시 전(前) 플로리다 주지사가 1억3000만달러(약 1607억원)를 어떻게 날려 먹었는가란 내용이다. 

부시 전 주지사는 아버지와 형이 모두 대통령인 미국의 대표적인 ‘로열패밀리’ 출신이다.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끌어모았던 부시지만 그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사퇴했다. 

존재감 없이 사라지면서 부시가 쓴 돈도 허공으로 날아갔다. NYT에 따르면 부시 캠프는 광고에 8400만달러(1039억원), 컨설팅 회사에 1000만달러(124억원), 인건비로 830만달러(103억원), 각종 지역모임 지원에 9만4100달러(1억1635만원)를 사용했다. 심지어 발레 파킹하는데 1만5800달러(1954만원), 그리고 피자를 주문하는 데에도 4837달러(598만원)를 썼다. NYT는 “부시는 인기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자신의 팀을 배고픈 상태로 놔두질 않았다”고 평했다. 

미국의 대선은 그야말로 ‘쩐(錢)의 전쟁’이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공개적으로 이뤄진다. 미국 갑부들은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사람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한다. 뒷돈이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당당하게 싸인까지 해서 준다. 마치 주식에 투자한 것과 비슷하다. 

미국 정치인은 돈을 낸 사람을 외면할 수 없다. 기부금 장부는 미국 정치인의 족쇄이자 자금의 원천이다. 소수 자산가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이다. 

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체 1억2000만가구 가운데 단지 159가구가 낸 돈이 정치 기부금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NYT는 이들 미국 갑부들이 사는 집을 항공사진을 공개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대저택이다.)  미국 금융의 심장부 월스트리트 역시 미국 정치판의 핵심적인 돈줄이다.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선 후보의 기부금 2억9000만달러 중에서 3분의 1 이상이 월스트리트에서 나왔다. 

월스트리트의 돈은 보통 공화당으로 몰리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前) 국무장관에게도 상당한 돈이 집중됐다.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해 하반기에 모은 2500만달러 중에서 1500만달러가 월스트리트에서 흘러나왔다. 헤지펀드계 거물 조지 소로스는 700만달러 이상을 클린턴에게 투자했다. 클린턴은 부시 다음으로 많은 돈을 모았다. 

월스트리트의 돈을 거의 받지 않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클린턴은 월가를 개혁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공격하는 건 상당히 근거 있는 얘기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클린턴과 비교하면 모은 정치자금이 5분의1도 안된다. 원래 돈이 많은 트럼프는 남의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 어쩌면 정치자금에서 가장 자유로운 후보가 트럼프다. 그는 자신 있게 부자 증세를 외친다. 

부시는 엄청난 돈을 날려 먹었지만 그가 돈을 댄 부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건 부시에게 돈을 낸 사람들의 선구안이 부족한 탓이니까 말이다. 미국 정치판은 철저히 주는 대로 받는(give and take) 문화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한기흥]이토 히로부미에게 현혹된 조선

영국 ‘데일리메일’의 특파원으로 한국에서 러일전쟁과 3·1운동을 취재한 프레더릭 매켄지는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일본을 신랄히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그런 그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선 “한국의 독립을 박탈하는 일에 종사했지만 한국의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다른 일본인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호감을 얻었으며 존경을 받았다”고 평했다. 친일파들만 만났나 싶어 관련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이토 통감은 덕과 공로가 높고 학문은 고금을 통달하였으며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실로 크게 떠받들고 지탱하여 준 공로가 있기에 짐은 언제나 존중하는 사람이다.”(순종실록 1907년 11월 19일) 순종이 이토를 태자태사로 임명해 영친왕 교육을 맡기고 황족인 친왕(親王)으로 예우하겠다며 한 발언이다. 1905년 을사늑약 후 국권을 빼앗기면서도 왕이 그런 생각을 했으니 대신들이라고 침략의 원흉에 감히 맞섰겠는가.

이토가 초대 한국통감으로 서울에 온 것은 꼭 110년 전인 1906년 3월 2일이었다. “조선을 독립국으로 승인해야 한다고 처음 말한 사람은 바로 본인이다. … 일본은 한국을 합병할 필요도, 그런 생각도 없다….” 부임 직후 ‘제1회 한국시정에 관한 협의회’에서 그는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았지만 당시 지도층은 도로망과 교육시설 건설 등 그가 내보인 당근에만 관심을 쏟았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이토 처단에 대해 고종과 순종의 탄식을 전한 일본 기록을 보면 배신감이 들 정도다. 망국엔 다 이유가 있다. 

이토는 “한국에 인물이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나라를 빼앗겼으니 항변도 어렵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어떤지 국정을 책임진 정관계 인사들을 떠올려본다. 격동의 한반도에 대한 주변 4강의 이해와 전략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지, 행여 검은 속내를 숨긴 현대판 이토에게 현혹당하는 일은 없을 것인지…. 당대에도 걱정이 태산인데 후대는 이 시대를 과연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


4. [동아일보][@뉴스룸/임희윤]비틀스, 스키틀즈, 기틀즈

“잘하면 아이유처럼 차트 줄세우기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준비 많이 했어요. 워낙에 전설이잖아요.”(지난달 28일 N 음악 서비스 사이트 관계자)

지난달 29일 0시, 비틀스 17개 앨범의 국내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반세기 만에 처음 개시됐다. 합법적 방식으로 비틀스의 음원을 국내에서 구입해 듣는 법은 그 전까지는 없었다.

멜론, 지니, 엠넷, 벅스, 네이버뮤직을 포함한 국내 10개 음원 서비스 사이트들은 이날 일제히 메인 화면에 비틀스 배너를 게시했다. 음원을 듣거나 내려받으면 음반이나 티셔츠를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엑소, 빅뱅의 컴백에 맞먹는 대규모 프로모션이었다. ‘Yesterday’ ‘I Want to Hold Your Hand’를 비롯한 주요 10∼20곡을 완전 무료 공개하는 파격적인 홍보수단도 동원됐다. 국내 한 음원 서비스 관계자는 “음악 팬으로서 비틀스의 역사적인 디지털 서비스 개시에 일조하게 돼 영광이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러나 희망은 꿈이었다.

1일 발표된 2월 29일자 멜론의 일간 종합(가요, 팝 통합) 차트 100위권에 비틀스의 음원은 한 곡도 안 들어갔다. 팝 차트 100위권에 그나마 든 9곡도 전부 메인 화면에 노출된 히트곡 모음집 ‘1’에 담긴 것뿐이었다.

한국에서 비틀스를 누른 2월 말의 팝스타는 단연 밀젠코 마티예비치다. 미국 헤비메탈 밴드 스틸하트의 보컬. ‘She‘sGone’(1990년)으로 유명한 그는 팝 음악계 주류에선 이미 몇 발짝 물러난 옛 록스타이지만 MBC TV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한 ‘번개맨’이 실은 그였음이 지난달 28일 저녁에 밝혀지자 10, 20대에게도 화제가 됐다. ‘(복면을) 쓰고 부르면 유명해지고 벗고 부르면 망한다’는 가요계 격언이 물 건너온 마티예비치에게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2분 30초 안에 끊어라.’ 196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런 공식이 있었다. 길이가 3분이 넘어가면 히트가 힘들다는 것이다. 팝 제작자들은 인상적 후렴구를 2, 3번 반복한 뒤 서둘러 끝나도록 음악을 자르는 데 골몰했다. 비틀스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1967년) 같은 음반을 통해 앨범 전체를 통으로 들었을 때 쾌감을 느끼도록 길을 개척했다. 곡 아닌 앨범의 예술을 만들었다.

비틀스, 핑크 플로이드, 롤링 스톤스…. 옛 음악 전설들의 젊은 팬 확보 전략은 요즘 글로벌 거대 음반사에 의해 거의 매년 계속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금의 음악 소비자들은 수많은 채널에서 밀려오는 정보와 재미의 홍수 속에 산다. ‘I Want toHold…’(2분 24초)는 스마트폰 속 52초짜리 드라마보다 두 배 더 길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과자처럼 문화를 즐긴다고 해서 그런 걸 ‘스낵 컬처’라 부른다.

한때 해외 유명 과자 ‘스키틀즈(Skittles)’를 모방한 ‘비틀즈’란 국산 제품이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진짜’나 ‘전통’ 같은 말을 너무 강조하면 거부감이 든다. 요즘 세상에 진짜가 어디 있나. 그래도 가끔 핏줄을 확인하고 싶어질 때는 있다. 역사를 이룬 세계 예술의 기틀들, 또는 대동맥.


 5. [동아일보][이기호의 짧은 소설] 아들의 기도

늦었다. 그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계속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저녁 8시 25분. 담임목사 부부와 장로, 안수집사가 집으로 찾아온다고 약속한 시각은 저녁 8시. 저녁도 먹지 않고 최대한 빨리 온 것인데…. 그래도 또 아내는 찬바람 쌩쌩 날리면서 두 눈을 흘겨대겠지. 그는 쩝, 입맛을 다셨다. 아, 아니다. 목사님도 있고 하니까 내색은 못 하겠구나. 속 깊고 인자한 척, 모든 걸 다 이해한다는 듯 나를 대하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 이렇게 목사님이 집으로 직접 찾아오는 심방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네. 좀 귀찮기는 하나, 어쨌든 목사님 앞에서는 화목한 가정 흉내라도 낼 수 있으니까. 자기도 느끼는 게 있으면 목사님 가자마자 남편을 쥐 잡듯 닦달해대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그는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그는 한 교통사고 취급 전문 로펌에 소속되어 있는 변호사였다. 보험회사를 상대로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위임을 받아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였다. 사망 사고는 7%, 일반 부상은 10% 하는 식으로 그는 보험회사로부터 받아내는 보상비의 일부를 수임료로 받았다. 교통사고는 매일 끊임없이 일어났고,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도시락을 먹어가며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이나 신체감정서를 들여다보며 피고답변서를 준비했다. 의뢰인에게 화해권고를 받아들일 것을 전화로 종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기는 때가 많았다. 그러면….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남들 남편보다 많은 월급을 가져다주면, 고마워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이건 무슨 옆집 강아지 대하듯 말 한 번 따뜻하게 건네는 법이 없으니…. 그저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 아들 하나만 금이야 옥이야 하고 앉아 있으니…, 그는 괜스레 위축됐던 마음을 풀어보려고 길게 호흡을 한 번 했다. 그리고 집 현관문을 열었다.

심방은 다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담임목사의 축복 기도를 받고, 성경 말씀을 듣는 순서로 이루어졌다. 그는 아내와 아들 사이에 앉아 경건하게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불렀다. 힐끔힐끔 아내의 얼굴을 살폈으나,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별다른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심방이 그럭저럭 마무리되어 갈 때쯤 담임목사가 말했다.

“제가 이렇게 심방을 하면 제 기도만 하는 게 아니고, 성도님들 한 분 한 분 기도를 듣는 시간을 꼭 갖습니다. 그래야 저도 성도님들의 어려움을 알고 함께 기도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김승우 어린이 먼저 기도를 하고, 그 다음에 김성철 성도님, 이정은 집사님 순서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담임목사가 그렇게 말하자 장로와 안수집사가 먼저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다. 그와 그의 아내는, 어리둥절 자신들을 쳐다보는 아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다. 그의 아들은 잠시 주눅이 든 표정을 짓더니 두 눈을 감고 소리 내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주님, 그럼 제 소원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소원은…. 이 땅에서 특목고와 자사고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입니다. 특목고와 자사고 때문에 작년부터 영어와 수학 과외를 받았습니다. 내년부터는 스펙을 쌓기 위해서 과학경시대회도 나가야 한답니다. 그거 때문에 과외도 또 하나 늘었습니다. 일반고에 들어가면 대학도 다 끝이라고 엄마가 말했습니다.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특목고와 자사고 좀 꼭 문 닫게 해주세요…. 주님, 그리고 엄마와 아빠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각방을 쓰지 않게 도와주세요. 엄마는 아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싫다고 하십니다. 아빠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합니다. 주님, 아빠 일이 줄어들도록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이 늘어나게 해주세요. 그래야 아빠 일이 깔끔해진다고,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야 아빠가 돈도 더 많이 번다고 하셨습니다. 주님, 우리 아빠와 엄마를 위해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더 많이….”

그의 아들은 기도를 하다가 끝내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는 감고 있던 눈을 떠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내와 그의 눈이 아들의 머리 위에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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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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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 與, 유권자를 뭘로 보기에 ‘비박 살생부’ 논란 나오나

새누리당 현역 의원 40여 명이 공천 물갈이 대상이라는 ‘살생부(殺生簿)’ 진위를 놓고 여권 계파 다툼이 막장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은 공천 살생부가 있다는 의혹에 어제 “3김 시대 음모 정치의 냄새가 난다”며 당 공식기구의 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친박(친박근혜)계 김태흠 의원도 같은 날 “김무성 대표가 친박 인사로부터 살생부를 받았는지 경위를 밝히라”며 “마치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에 개입하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며 사태에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살생부 논란은 26일 비박(비박근혜)계 정두언 의원이 “전날 김 대표 측근을 만났더니 ‘김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 의원 40여 명의 물갈이 명단을 받았다’고 했고, 거기엔 나도 포함됐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김 대표는 27일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을 통해 “물갈이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도 명단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얘기를 김 대표 측근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2008, 2012년 총선 때도 여당에선 살생부가 나돌았다. 2008년엔 당시 비주류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천이 잘못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지만 공천 후 “(당 안팎의) 살생부와 비슷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결국 공천 탈락 후보들이 ‘친박연대’라는 신당을 급조해 선거를 치렀고 살생부를 주도한 이방호 사무총장 등은 낙선해 ‘민의의 심판’을 받았다. 2012년에는 친박계가 칼자루를 잡고 친이(친이명박)계 다수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런 과거가 있으니 이번에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나오고 반대쪽에선 ‘자작극’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살생부 괴담이 나도는 것만으로도 새누리당은 맹성(猛省)해야 한다. 나라는 안보위기, 경제위기라면서 이념적 차이도 두드러지지 않은 집권 여당에서 계파 공천 다툼을 벌이는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오만한 자세다. 이 위원장은 “나를 우습게 보지 않으면 물갈이 명단 같은 소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국민 눈 밖에 난 정치인을 솎아내는 대신 대통령과 당 안팎의 권력자들 눈 밖에 난 의원들을 쳐낸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일이 될 것이다. 여당 공천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총선에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 주거비 20% 급등해도 국토부 장관 “이상 ” 할 텐가

지난해 가계의 주거비가 월평균 7만4200원으로 전년보다 20.8%나 급등했다는 통계청 가계 동향 분석이 나왔다. 2013년 7.0%, 2014년 4.0%에 이어 2015년 역대 가장 높은 증가세다. 주거비에는 월세만 포함되고 자가(自家) 가구나 전세 가구의 주거비는 0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월세 가구만 떼어낸 실제 주거비 부담은 더 높을 것이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한국 고유의 임대제도인 전세는 씨가 마르는 추세다. 지난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대거 전환한 데다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세입자들이 월셋집에 입주하면서 임대차 거래 중 44.2%가 월세인 ‘신(新)월세 시대’가 됐다. 정부가 2014년 말부터 ‘월세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하니 집주인들도 수익 면에서 더 유리한 월세로 자연스럽게 돌아선 측면이 있다. 

소득은 찔끔 증가하는데 월세 전환이 늘어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정책 효과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기존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마당에 비슷한 대책을 또 내놨다가는 총선에 불리하다는 계산도 정부 내부에서 분주히 오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열흘 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월세 시장에 이상 징후가 없다”고 말하는 식의 현실인식은 세입자의 절망감을 키울 뿐이다. 임대차시장이 변하는 과도기에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주택기금 등을 활용한 저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고 월세 전환 이율 상한선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처럼 정부가 통계를 바탕으로 월세 관련 정보탐색-계약-입주·관리 등의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월세 주거비가 1년 만에 20% 이상 급등했는데도 국토부가 손놓고 있다면 대체 누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3. 野, ‘필리버스터 선거전’ 끝내고 선거구획정안 처리하라

오늘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안을 법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는 어제 법정시한을 4개월 보름 이상 넘기고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선 야당이 테러방지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23일부터 7일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고 있다. 여야 간에 테러방지법 처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면서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표결이 실시되고,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처리가 가능하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새누리당에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수용 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수정안을 거부하고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풀지 않는다면 오늘 선거구 획정안의 처리는 물 건너간다. 더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원내대표가 진행하는 것이라 제가 뭐라 말씀드릴 수 없다”며 이 원내대표에게 떠민 것은 대표답지 않은 무책임한 처신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테러방지법을 당장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책상을 칠 일이 아니다”는 글을 올리는 등 연일 필리버스터를 응원하고 있다. 마치 운동권 친노(친노무현) 좌장으로 돌아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지 말라고 ‘교시’를 내리는 것 같다.

필리버스터가 합법적인 절차이긴 하나 시급하고 필요한 다른 법안의 처리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회 마비 조장이나 다름없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막고 있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문제 완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의 처리 시간도 부족해질 판이다. 

더민주당은 지금까지 새누리당에서 “선거법보다 민생이 우선”이라며 선거구 획정 문제와 쟁점 법안 처리를 연계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이 다른 어떤 사안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발등의 불’인 선거구 획정안부터 처리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행태도 문제다. 자신을 지역구 예비후보라고 알리거나 본인의 책을 소개하는 등 선거유세전으로 활용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더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총선 전략으로 삼는다면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총선 일정도 촉박하다. 2월 24일부터 3월 14일까지 선거구별로 재외선거인명부를 확정해야 하는데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선거인명부 작성과 후보자 등록 신청까지 차질이 생겨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면 더민주당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데일리]

4. 또 멈춰선 원전에 국민은 불안하다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가 그제 갑자기 멈춰 섰다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발전본부는 27일 오전 5시 16분께 한빛 1호기 복수기에서 저(低)진공 신호가 발생해 발전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경북 울진 한울원전 1호기가 원자로 보호계통 이상으로 한 달여 동안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사고다. 특히 한빛원전은 지난해 여러 차례 가동이 중단됐던 원전단지로 작은 사고라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한빛본부는 복수기 즉, 터빈을 돌리고 남은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장치의 고무신축이음관이 일부 파손된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혔다. 고무신축이음관 파손에도 펌프는 작동해 1시간가량 복수기가 가동됐지만 파손 부위가 확대돼 복수기 진공상태가 낮아져 결국 원자로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한빛본부는 “가동 중단에 따른 방사능 유출은 없다”며 “현재 발전소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5기 원자로도 모두 정상 가동중”이라고 했다. 

원전 측 설명대로라면 다행히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미덥지 못하다. 한빛원전의 경우 유달리 가동중단 사고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3호기가 원자로 냉각재펌프 제어회로 오신호로 발전을 멈췄다. 6월에는 2호기가 원전과 송·배전 설비를 잇는 송전선로 스위치 야드에서 문제가 발생해 전기공급 이상으로 가동을 정지했다. 일 주일 만에 재가동한 2호기는 채 두 달도 안 된 8월에도 냉각재 펌프 3대 중 1대에 이상이 생겨 다시 발전을 중단해야 했다. 

원전은 한번 사고가 터지면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으로 이어진다. 옛 소련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단적인 예다. 원전 사고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100% 안전’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한수원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은 물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국민 불안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 원전단지에서 이렇듯 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빛본부의 원전 관리·운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5. 소비심리 되살릴 구조개혁 서둘러야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소득에 대한 소비 비율을 나타내는 소비성향이 지난해 71.9%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소비성향이 떨어졌다는 것은 소비자가 지갑을 굳게 닫아 쓰는 돈을 아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가계동향’에서도 이러한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014년보다 1.6% 늘어났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 증가율이 둔화하자 소비심리도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비지출은 아예 0.2% 감소했다. 가계 소득이 쥐꼬리만큼 늘어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성향 하락은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금융 불안과 수출 부진으로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가계가 지출을 늘려야 기업의 숨통이 트이고 일자리와 투자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갑을 닫으려는 현재 가계재정으로는 이러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소득 증가율이 정체인 가운데 국내 가계 빚은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소비가 좀처럼 늘어날 수가 없다.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 빠진 일본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일본인구 고령화와 은퇴를 앞둔 세대가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돈을 쓰지 않아 경제가 활력을 상실한 것이다. 현재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는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소비를 인위적으로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4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소비진작에 실패한 일본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결국 구조개혁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외에는 따로 없다. 안정된 일자리를 많이 양산해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서울신문]

6. 남의 일 아닌 일본의 첫 인구 감소

일본 인구가 지난해 사상 처음 줄었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는 5년 전보다 0.7%인 94만 7000여명이나 감소했다. 5년 단위로 인구조사를 해 온 1920년 이래 감소 기록은 처음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위기론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실제 감소세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일본 정부는 당혹스런 모양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단계별로 따라가고 있는 처지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다. 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증가 수치는 16만 3000명에 그쳤다. 자연증가는 신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수치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다. 1980년대 60만명대, 2000년대 20만명대에서 다시 16만명대로 수직감소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2028년에는 우리나라도 사망자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자연감소 사회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치다. ‘늙어 가는 사회’의 경보음이 진작에 울렸지만 내실 있는 대책 없이 시간만 보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우리 정부의 노력과 대응은 여전히 미진하다. 2006년 이후 10년 가까이 저출산 정부 대책으로 150조원을 쏟아부었으나 출산율은 0.13명밖에 오르지 않았다. 취업, 결혼, 보육이 산 넘어 산이니 출산 기피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답변의 증가세가 청소년층에서까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정책이 오히려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내지는 않는지 백번 살펴야 한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면 과감한 궤도 수정이 절실하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유연한 이민정책에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는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한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노동력 부족이 눈앞의 현실인데도 정책이나 국민 인식은 지나치게 한가한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했더니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이주를 좋지 않게 여긴다고 한다. 인구 재앙을 앉아서 당하지 않으려면 정책과 인식의 대전환은 필수 요건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

7. 러시아·중국, 대북 제재동력 떨어뜨려선 안 돼

미국과 중국 간 합의에 따라 일사천리로 급진전됐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주춤대고 있다. 최근 20년간 안보리가 내놓은 결의안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결의안 초안에 대해 러시아 측이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어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소집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아무리 늦어도 현지 시간으로 3월 1일이나 2일쯤이면 채택될 것으로 예상한다지만 러시아가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자칫 제재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측은 “많은 양의 세부 사항과 분석이 필요한 부록들을 포함하고 있어”라는 설명과 함께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초안 작성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만큼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는데 반대나 비난할 상황은 물론 아니다. 북한과 일정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결의안 통과 시 자국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하게 따져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철저히 고립된 북한에 대한 물밑지원 등의 전략적 계산이 담겨 있는 경우다. 이는 고강도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컨센서스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대북 제재에도 ‘골든타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엔이 북한의 해운·항공·무역을 모두 봉쇄하는, 20여년 만에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제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제사회가 기대했던 효과는 거두기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미·중 양국이 이번 결의안을 도출하면서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기로 합의한 데다 주민생활을 위한 교역활동은 제외하는 등 결의안 자체의 허점도 적지 않은 마당에 제재 착수 시점마저 놓친다면 북한은 코웃음 치며 핵무장 능력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 뻔하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 것은 잠깐 동안의 제재 후 협상 국면으로 바뀌어 제재가 무뎌졌던 것과 무관치 않다. 어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해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한의 질적 변화를 위해 대북 제재의 전면적 이행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은 다행스럽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돈줄을 막기 위한 이번 제재가 성공하려면 접경 지역 곳곳에서 북한과의 교역이 활발한 중국이 확실하게 채찍을 휘둘러야만 한다. 대화와 협상부터 거론한다면 제재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매일경제]

8. 통화전쟁 막을 G20 정책 공조 물 건너갔다

주요 20개국(G20) 재정·통화 정책 수장들은 지난 주말 상하이에 모여 글로벌 저성장과 금융 불안에 대한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했으나 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27일 공동성명에서 "통화 정책만으로는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며 "통화·재정·구조개혁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실효성 있는 정책 공조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컨센서스도 이뤄지지 않았다.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유로권과 일본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국내 수요를 촉진할 가능성이 낮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혁신적인 통화 정책조차 효과가 감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 확대도 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유로권 맹주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가능성을 일축했고,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도 추가적인 긴축을 시사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글로벌 통화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데도 G20가 이를 막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G20는 통화 가치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한다는 상투적인 수사만 되풀이했다. 일본의 엔저 공습과 중국의 불확실한 환율 정책에 따른 금융 불안이 심각한데도 고작 '외환시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만 추가했을 뿐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이 불러올 부정적 파급효과 문제를 제기했지만 국제 공조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G20가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버금가는 정책 공조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제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부족한 글로벌 수요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통화전쟁은 더욱 무질서하게 확산될 공산이 커졌다. 어느 나라든 통화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모두 외부 충격에 민감한 한국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우선 다음달 유로권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확대로 외환·자본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칠 것에 대비해야 한다.

9. `매경이란포럼` 제2 중동특수 점화 계기 삼자

37년 만에 빗장이 풀린 이란에 대한 전 세계 선점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본지가 한·이란 경제협력을 위해 개최하는 '매경 이란포럼'이 2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렸다. 대기업 총수와 한국 대표 기업 CEO급 100여 명을 포함해 400여 명의 한국 사절단이 참석을 희망할 정도로 이란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기를 기대하는 기업인이 많았다. 이란 기업인들도 KOTRA와 무역협회 등이 주관하는 비즈니스 상담회에 200여 명이나 참가를 신청해 한국 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기업들에 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꿈의 시장'임에 틀림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미 이란을 다녀가는 등 각국이 구애를 보내고 있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공략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인들이 대거 동참한 매경·이란포럼은 양국이 협력을 모색하고 교역 물꼬를 트는 비즈니스의 장이 될 것이다. 더구나 지난 26일 개최된 총선에서 개혁파가 압승을 거둠에 따라 이란 시장 개방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에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 등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기회의 땅'이다. 한국과 이란은 한때 연간 170억달러의 교역 규모를 자랑했지만 제재 이후 쪼그라들어 지난해에는 61억달러에 그쳤다. 29일 정부는 10년 만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테헤란에서 양국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는데 '잃어버린 교역 100억달러'를 되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서방 제재 때문에 이란의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스트럭처와 원유시설은 크게 낙후돼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 경제 제재 이전 이란은 해외 건설 수주액 기준 중동 국가 중 5위였으나 현재는 8위로 떨어진 상태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에서 평판이 좋고 기술력도 높아 '제2 중동 특수'를 일으킬 수 있는 호기다. 다만 이란 재정이 고갈된 상태이니 국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란 특수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속도가 중요한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이 돼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중앙일보]

10. 정신질환 조기 발견 못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정부가 25일 1차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을 내놨다. 3만 개가량의 동네의원을 1차 의료망으로 활용하고 진료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는 게 골자다. 전 부처가 참여해 확정한 점, 범부처 차별개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기로 한 점 등은 2012년 보건복지부 차원의 대책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한국인의 정신건강은 재차 언급할 필요 없을 정도로 좋지 않다. 4명 중 1명꼴로 우울·불안 등의 정신건강 악화를 경험한다(2011년 조사). 2011년 이후 경제성장이 뒷걸음치면서 더 악화됐을 게다. 문제가 생겨도 15%만 서비스를 이용하고 발병한 지 1년 반 후에 의사를 찾는다. 미국은 환자의 39%가 서비스를 이용한다. 영국은 발병 후 7개월 정도 만에 의료진을 찾는다. 한마디로 한국은 병원에 덜 가고 늦게 간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정신질환은 조기진단-조기대처가 중요한데 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되면 갖가지 해악이 발생한다. 경증과 중등단계 정신질환이 생기면 실업자가 될 위험이 일반인의 두세 배다. 중증은 6~7배다. 우울증이 있으면 당뇨병·암·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본인과 가족이 불행해지고, 나아가 국가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조기 발견을 위해 동네의원 인프라를 이용하겠다는데 방향은 잘 잡았다. 진료 과목 구분 없이 3만 개가량의 동네의원이 실핏줄이 돼 조기에 환자를 잡아내 치료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특히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같아서 정형외과의원이 노인의 무릎을 치료하면서 우울증을 같이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러려면 동네의원이 참여할 동기가 있어야 한다. 정신질환 환자는 진료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적절한 수가를 마련해야 하고,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낼 경우 보상해야 한다.

전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마음건강 주치의(정신과 전문의)’를 배치하려는 계획도 지금 인력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전국 224개 기초자치단체 중 정신과의원이 없는 데가 85곳(38%)에 달한다. 경남·경북·전남 등지는 이런 데가 절반이 넘는다. 안 그래도 정신과에 잘 안 가는데 ‘원정 진료’까지 할 리가 없다. 한국 인구 10만 명당 정신과 의사는 8.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런데 신규 전문의 배출이 줄고 있다. 정신과 의사나 전문간호사 등을 늘려야 한다. 원격의료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정신건강 증진의 핵심은 편견 해소다. 정신병 범주에서 경증 질환을 빼는 게 우선이다. 우울증이든 불안장애든 유형에 관계 없다. 하지만 이를 담은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2년 넘게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다. 19대 국회가 반드시 이를 처리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 정부도 2012년 계획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고 이번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진전 사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7) 졸업·입학식 축하 와인…‘고진감래(苦盡甘來)’ 의미를 담은 ‘샤토 디켐’

겨우내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봄의 소리가 들려오는 2월엔 전국의 학교에서 성대한 졸업식과 입학식이 열린다. 대학 졸업이나 입학, 결혼 또는 취업 같은 특별한 날에 와인 선물이 빠질 수 없다. 유럽의 주요 와인 생산지에선 자녀가 태어난 해에 만든 와인 중 일부는 판매하지 않고 고이 저장했다 자녀의 결혼식, 졸업식, 입학식 등 특별한 날에 선물로 주는 전통이 있다. 주로 기분을 좋게 해주는 달콤한 샴페인이나 스위트 와인이 인기가 높다.

졸업이나 입학 축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와인으로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 소테른 지역의 스위트 와인 ‘샤토 디켐’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스위트 와인 특유의 제조법에 기인한다. 스위트 와인은 포도가 더 익어 단맛을 내도록 일부러 포도 수확을 늦게 한다. 다른 포도보다 더 오래 여물어 달콤한 와인이 되는 과정이, 마치 오랜 공부를 마치고 사회로 나가는 졸업생의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떠올리게 하는 것. 단, 가격이 80만원대여서 졸업 선물치고는 고가인 점이 흠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고 오랜 추억을 담아줄 졸업 축하 와인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독일 모젤 지역의 독일식 샴페인 ‘SMW 디히터트라움 아이스바인젝트 2004’ 혹은 샤토 디켐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소테른 지역의 ‘샤토 기로’를 추천한다.

SMW 디히터트라움 아이스바인젝트는 모젤와인협회장을 역임한 아돌프 슈미트 대표가 만든 젝트(독일 스파클링 와인)다. 아돌프 대표는 지난 2006년 ‘독일 최고 젝트 생산자’로 선정된 유명 양조기술자다. 그런 그가 만든 와인이니 맛이 얼마나 좋겠는가. 디히터트라움은 최근 4년 동안 와인품평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던 젝트 중 다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최상품을 선발하는 대회에서 3번 이상 베스트 젝트로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이 와인은 추운 겨울 영하 7℃에서 얼은 상태의 포도를 수확해 양조한 아이스바인을 다시 10년 정도 효모를 접촉시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열대 과일, 꿀, 레몬, 복숭아 등의 다양한 향과 마른 과일의 깊은 단맛이 만들어진다. 아이스바인의 산미와 탄산이 살아 있어 마시는 순간 특유의 신선함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케이크, 아이스크림, 생과일 등과 특히 잘 어울린다. 가격은 8만~10만원 정도.

샤토 기로 와인은 ‘신의 물방울’에 소개된 유기농 귀부 와인이다. 2011년 소테른 지역에서 최초로 유기농 인증서를 취득했다. 1981년 세기의 결혼식이었던 영국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식 공식 디저트 와인 자리를 두고 특1등급(Premier Cru)의 샤토 디켐과 자웅을 겨뤄 유명세를 탔다. 2006년 프랑스 자동차 기업인 푸조가 와이너리를 인수·운영하면서 품질이 더 좋아졌다는 평이다. 2012년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2009년 빈티지가 5위로 선정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보트리티스 시네레아, 즉 귀부병(포도가 무르익을 때 포도 껍질에 생성되는 곰팡이의 일종)에 걸린 포도송이를 엄선해 손으로 수확하고 오크통에서 3주~2개월간 발효시킨다. 이후 50% 정도를 약 18~24개월간 새 오크통에 숙성시킨 후 병입한다. 특이한 점은 다른 샤토에 비해 소비뇽 블랑의 블렌딩 비율이 높다는 것. 보디감이 진하고 진득한 꿀, 마멀레이드, 오렌지, 복숭아, 열대 과일, 페트롤(석유) 향이 일품이다. 디저트,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과 궁합이 좋다. 가격은 6만~8만원대.

대학 입학생에게 추천하는 와인은 칠레 마이포 밸리의 ‘모란데 그란 레세르바 2014’다. ‘한 그루의 작은 나무가 울창한 숲을 만든다’는 의미의 이 와인은 대학에서 열정을 갖고 공부하면 졸업 후 사회에서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모란데는 세계 5개 대륙, 35개국 이상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는 칠레의 대표 와인이다. 과일향이 풍부하며 오크의 풍미를 받쳐주는 순한 타닌의 지속감과 우아함이 훌륭하다. 스테이크, 갈비찜 등과 아주 잘 어울린다. 가격은 3만~3만5000원대.


2.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첫 내한 3대 바리톤 ‘토마스 햄슨’ 음색·연기·외모 갖춘 ‘성악계 신사’

성악가. 이 중 오페라 가수들은 참 매력적인 존재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등 여성 가수는 물론 테너, 바리톤, 베이스를 맡는 남성 가수의 ‘아름다운 묵직함’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 20세기를 풍미했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3대 테너에게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그 때문일 터. 3대 테너도 이제 한 사람은 가고, 한 사람은 건강이 안 좋다. 유일하게 도밍고만이 활동 중이다. 아쉽고 허전한 일이다. 

21세기는 이제 3대 바리톤 시대다. 3대 테너의 뒤를 잇는 테너 가수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리톤 시대가 열리는 모양새로 더욱 흥미롭다. 3대 바리톤은 미국 출신 토마스 햄슨, 영국 출신 브린 터펠, 이름 외우기가 참 어려운 러시아 출신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등이다. 이 중 토마스 햄슨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온다. 3월 2일 예술의전당에서다. 이미 내한한 바 있는 터펠과 흐보로스톱스키와 달리 햄슨은 첫 한국 방문이라 눈길을 모은다. 

바리톤은 오페라 가수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노래와 연기 외에도 특별히 외모까지 요구된다. 오페라 속에서 바람둥이 역할을 가장 많이 하며, 극 주인공인 소프라노와 테너를 위기로 모는 음모꾼이거나, 극 전체의 틀을 끌고 가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햄슨은 그런 점에서 가장 ‘최적화된 바리톤’으로 꼽힌다. 

아름답고 묵직한 음색 못지않게 배우 같은 연기력, 귀족 같은 수려한 외모와 190㎝를 넘는 큰 키까지. 바리톤으로서 그는 모든 것을 갖춘 가수다. 

덕분에 오늘날 세계 유수의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에서 햄슨은 특유의 연기력, 시원시원한 발성으로 현존 3대 바리톤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뉴욕필하모닉으로부터 임명된 첫 번째 ‘상주 음악가(Artist in Residence)’고, 미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비엔나 슈타츠오퍼로부터 ‘캄머쟁거(궁정가수·Kammersanger)’의 칭호를 받았다. 

햄슨의 매력은 베르디의 ‘맥베스’나 ‘돈 카를로’에서의 열연, 안나 네트렙코와 롤란도 비야손과 함께 환상의 호흡이라는 평을 받은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 푸치니 ‘토스카’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그의 오래된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볼프람 리거와 함께하는 이번 내한공연은 세계의 찬사를 받았던 2015년 카네기홀에서의 프로그램을 다시 재연해 ‘전쟁의 울음과 한탄’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독일 근대음악의 거장인 R. 슈트라우스가 아내에게 바쳤던 ‘은밀한 초대(Heimliche Aufforderung)’부터 세계 평화를 위한 ‘쉬어라, 나의 영혼이여(Ruhe meine Seele)’ 등 다양한 음악을 표현할 예정이다. 햄슨의 첫 내한에서 그의 오페라 아리아를 듣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약간 있지만 오히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묵직한 무게의 무대라는 점에서 더 기대가 된다. 그가 특별히 내건 주제 또한 최근 여러 가지 어수선한 정세를 겪고 있는 한국을 고려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성악계의 신사로 불리는 그가 들려줄 가곡의 유려하고 진지한 감동이다. 3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3. [매경이코노미][HEALTH] 소두증 공포의 주범 ‘지카 바이러스’ 수혈·성접촉 전파…브라질·태국 여행 조심

브라질에서 발생한 소두증 신생아 수가 지난 2월 17일 500명을 넘어섰다. 일주일 새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소두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두증은 선천성 기형으로 머리 둘레 약 48㎝ 이하, 10세 이하 소아는 평균 머리 둘레보다 약 5㎝ 작은 경우에 해당한다.

소두증이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는 있지만 아직 정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지진 않았다. 임신 중 풍진을 비롯해 소두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원인은 다양하다. 뚜렷한 원인 없이 소두증이 발생되기도 한다.

김태형 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에게서 소두증이 관찰된 사례 자체가 많지 않으며, 현재 증가하는 신생아 소두증 가운데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는 내용만 갖고 상관성을 추측할 뿐이다. 소두증 환자 중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구체적인 비중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은 ‘이집트숲모기’. 우리나라에선 이집트숲모기 서식이 관찰된 바 없다. 유사 모기로 흰줄숲모기가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흰줄숲모기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국내 발생 가능성을 확정 짓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종숙주(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기생하는 곳) 동물과 전파 매개체(모기), 그리고 기후와 같은 계절적 요인까지 삼박자가 모두 맞아야 전파된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에선 크게 유행했지만 바로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선 나타나지 않았듯, 실제 사례가 관찰되기 전까지는 바이러스 유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도 “현재는 흰줄숲모기 활동 시기가 아니며, 국내에는 아직 지카 바이러스가 없기 때문에 여행 이력이 없는 국내 임신부에게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소두증 신생아 출산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 감염자와의 일상적인 접촉만으로 전염되지는 않지만 모기에 물리거나 드물게 감염자 피를 수혈받은 경우, 또는 성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때문에 임신부는 바이러스 발생 국가로의 여행을 당분간 자제하고, 발생 국가를 다녀온 경우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귀국 후 한 달간은 헌혈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남성은 피임기구를 사용하고 가임 여성은 한 달간 임신을 연기하는 것이 좋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의 주된 증상은 갑작스러운 발열과 관절통, 결막염이다. 대개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판단하긴 어렵다. 최근 발생 지역인 브라질, 태국과 같은 관련 국가를 여행한 직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겪은 메르스의 기억 때문에 이번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는 호흡기로 대인 전파되는 메르스와 달리 일반적인 접촉만으로 감염되지 않으므로 너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4. [이데일리][신현상의 신의 커피]②맛있는 커피를 찾는 여정, 나만의 원두 찾기

[신현상 쟈뎅 수석로스터] 최근 스페셜티 커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콩 재배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이 엄격하게 관리되는 커피로, 일반 원두커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커피 제3의 물결’로 주목받으며 국내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커피맛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커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구분하고 개인마다 취향에 맞는 원두를 찾고 즐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공인된 스페셜티 커피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 맛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스페셜티 커피를 찾을 수 있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고가의 유명한 커피가 아닌 내 입맛에 꼭 맞는 커피라 해도 무방하다. 자신의 커피 취향을 파악하기 전에 우선 다양한 원두의 특성을 익혀야 한다. 원두가 커피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는 품종에 따라 크게 아라비카 종과 로부스타 종 2가지로 나뉜다. 아라비카 원두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가장 대중적인 품종으로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브라질 등 열대 지역에서 재배된다. 다른 원두에 비해 단맛과 신맛이 강하며 향기가 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 품종에 속한다. 대표적인 아라비카 원두로는 중남미의 브라질과 콜롬비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케냐 그리고 카리브해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등이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급경사 지역에서 자라는 원두로 강한 신맛에 독특한 향기를 자랑한다. 부드러운 맛과 은은한 꽃향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에티오피아를 추천한다. 커피의 여왕이라 불리는 블루마운틴은 카리브해 자메이카섬 블루마운틴 산비탈에서 생산된다. 커피 특유의 신맛과 함께 우아한 초콜릿 향이 어우러진 고급 원두다. 케냐에서 수확하는 커피는 강렬한 과일향과 바디감이 특징이다. 다른 아프리카 원두와 마찬가지로 신맛이 강한 편이다.

로부스타 원두는 주로 베트남에서 생산되며 다른 커피 열매에 비해 훨씬 단단하다. 아라비카에 비해 구수함과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2배 정도 높으며 향기가 약하다. 일반적으로 로부스타는 강한 쓴맛을 줄이고 높은 바디감을 살리기 위해 부드러운 아라비카 품종과 블렌딩된다. 

하지만 묵직한 바디감과 강한 커피 맛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로부스타 단일 원두에 시럽 등을 넣어 독특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 별미 중 하나로 로부스타에 연유를 섞어 마시는 아이스 커피가 있다. 쓴맛 뒤에 이어지는 부드러움과 달콤함으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필자가 처음 방문했던 커피 산지는 세계 최대 커피 산지인 브라질이다. 비행기로 총 24시간이 걸려 상파울로에 도착한 뒤 다시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 생애 첫 커피나무를 만났다. 나무의 가지 끝에 달린 커피 열매를 보고는 바로 한 알을 따서 입으로 가져갔다. 열매를 머금고 있으니 달콤한 점액질과 함께 싱그러운 풀냄새, 커피 열매의 싱싱한 과육이 느껴졌다. 감격스러운 순간을 더 기억하고 싶어 커피나무 아래 흙을 한 움큼 집어 향을 맡아보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 그 열매의 맛과 흙의 향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생애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14세 소녀가 손님을 위해 로스팅, 분쇄, 추출까지 에티오피아 전통 방식을 따라 정성껏 내려준 커피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이후 여러 산지를 돌아다니며 쟈뎅에서 만든 한 잔의 커피로 사람들에게 한 잔의 행복을 전할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해오고 있다.


5. [한국일보]영화 ‘스파이 브리지’ 주인공 제임스 도노번 태어나다

톰 행크스 주연의 스티븐 스필버그 신작 ‘스파이 브릿지(Spy Bridge)’는 1957년 6월 체포된 소련 스파이 루돌프 이바노비치 에이블(1903~1971)을 변호해 사형을 면하게 하고 소련에 체포된 미국 첩보원과의 스파이 교환 비밀협상을 성사시킨 미국 변호사 제임스 도노번(James B. Donovan)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57년이면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제조 기밀을 소련에 넘긴 혐의로 사형을 당한 지 4년 뒤. 핵 냉전의 공포와 반공주의가 극에 달한 때였다. 영화는 당시 소련 간첩을 변호하는 일이,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핀치가 흑인 청년 로빈슨을 변호하던 것 못지않은 용기와 자존을 요구하는 일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도노번은 다들 마다했던 에이블의 변호를 맡아, 시늉만 하라는 주문을 무시하고 헌신적으로 변호했다. 미 수정헌법 6조는 형사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는 FBI의 증거 수집 절차가 수정헌법 4조(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 금지) 위반이라며 증거능력을 항변했고, 재판에서 가망이 없자 그를 살려두는 게 스파이 교환 등 예상되는 국면에서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판사를 설득도 한다. 57년 11월 재판부는 에이블에게 사형이 아닌 30년 형을 선고했고, 도노반은 항소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도노번은 에이블이 적이라는 이유로 범죄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비겁자는 아니었다. 전장을 버리고 도망치지도, 자신의 존엄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우리도 그에게, 우리의 법치와 민주주의 시스템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냉전의 가장 위대한 무기가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대사 수정)62년 미국 신예 첩보기 U2가 소련 영공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 조종사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가 소련 법정에 서게 된다. 기밀 누설을 염려한 미ㆍ소는 동독에서 비밀 교환 협상을 시작하고, 미 당국은 도노번에게 협상을 의뢰한다. 영화는 도너번의 에이블 변호와 저 협상 과정의 활약상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제임스 도노번은 1916년 2월 26일 태어났다. 하버드 법대를 나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검찰로 참여했고, 50년 동료와 뉴욕서 로펌을 차려 보험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역시 변호사였던 그의 형 존(1913~1955)은 51년 뉴욕 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심장마비로 숨진 55년까지 재직했다. 제임스 도노번은 61년 4월 피그만 침공(미국에서 훈련받은 쿠바 망명자들의 카스트로 정부 전복 작전) 실패로 쿠바에 억류돼 있던 포로 교환 협상 임무(62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그 해 말 뉴욕주 민주당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1970년 별세. 영화의 또 한 명의 주인공 에이블은 모스크바로 돌아간 뒤 KGB의 해외 첩보원 양성 책임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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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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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6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더민주 ‘컷오프’ 정치권 변혁 기폭제로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의원 10명을 4·13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5선의 문희상 의원과 4선의 신계륜 의원, 3선의 유인태 의원과 노영민 의원이 포함됐다. 문 의원과 유 의원은 참여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지냈다. 노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이다. 역시 ‘컷오프’에 포함된 김현 의원은 춘추관장을 역임했고, 임수경 의원도 대표적 운동권 출신 친노 인사다.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은 비판받아 왔던 친노패권주의를 불식하는 차원을 넘어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에도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가 결코 과장은 아니라고 본다.

더민주는 애초 현역 의원의 20%를 탈락시킨다는 방침이었다. 지역구 의원 21명과 비례대표 4명 등 모두 25명이 대상이 돼야 했다. 하지만 탈당과 불출마 선언이 늘어나면서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설명이었다. 한편으로 탈락 의원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내용에서는 애초 관측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물론 공천 배제가 결정된 의원 중에서도 탈당하고 국민의당으로 옮기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고민하는 의원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사실상의 ‘정치적 사망선고’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몇몇 중진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민주의 결정은 정치 개혁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를 수용했다는 것이 일반 정서다. 그럼에도 공천 개혁에 동참해야 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문제의식을 가다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은 “거기는 무식하게 대놓고 싹둑 잘라 버린다. 우리는 하나하나 솎아 낸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김정현 대변인도 “이런 식의 잘라 내기가 정당 정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지 강한 의문이 든다”며 평가절하했다고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반응과는 거리가 멀다.

19대 국회는 헌정 사상 최악의 무능 국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대 국회에서는 공천 단계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더민주도 아직 끝이 아니다. 3선 이상 중진의 50%와 초·재선 30%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력 평가에서는 더욱 냉정한 ‘컷오프’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공천 주도권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멈추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공천에서부터 개혁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 “국민안전처에 테러정보 수집권” 주장 난센스다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으려는 야권의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어제 사흘째 이어졌다. 그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 동안 발언하는 진기록을 세우는 동안 이를 주도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회의장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이로 인해 테러방지법은 물론 오늘 공직선거법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필리버스터를 합법화한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한 ‘정치쇼’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려다가 자칫 선거구 획정이 지연돼 4월 총선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될 판이다.

야당 의원들이 한국판 기네스북 기록을 갈아치우려는 듯 경쟁적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서고 있지만, 테러방지법은 박근혜 정부가 원조는 아니다. 2001년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테러 이후 대다수 국가들이 유사한 내용으로 입법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국가정보원에 대테러센터를 두는 테러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테러방지법을 추진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더민주가 집권 시절과 정반대 논리로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국내 정치 개입과 수사권 남용 등 국정원의 원죄가 있는 건 사실이다. 여야가 그간 협상에서 대테러센터를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합의한 것도 그런 우려를 고려한 결과다. 국민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한 대테러 인권보호관 신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테러정보 수집권을 국민안전처에 주자는 더민주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신설 부처인 국민안전처에 현행 국정원 수준의 정보 수집 능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어제 더민주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국정원의 권력남용과 인권침해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일정한 장치가 마련되면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상설 전임위 전환을 요구하면서다. 작금의 야권 필리버스터에 대해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일종의 ‘출구전략’을 마련한 제안이라면 다행일 게다. 여야가 권한남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 도입에는 합심해야겠지만, 정보기관의 전비(前非)를 부풀려 존재 이유 자체를 부인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야권은 47년 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라는 정치게임에 대해 국민 일각에서 잠시 관심을 보이는 것을 두고 마치 총선 승기를 잡은 양 착각해선 큰코다칠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3. 대북 강경 제재안 비핵화 실현으로 이어져야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초안에 합의했다. 유엔 안보리는 오늘 회의를 열어 결의안 초안을 논의한 뒤 이달 안에 대북 제재 결의안을 최종 채택할 방침이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대북 제재안은 중국의 북한 광물 수입 중단과 중국 은행들의 대북 금융거래 차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북한의 돈줄 차단에 초점이 맞춰졌다. 항공유 공급 중단을 비롯한 원유 공급 제한과 북한 선박의 국제항구 접근 제한 등 해운 제재, 북한 항공의 유엔 회원국 영공통과 금지 등이 망라돼 있다. 그동안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했던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나 대북 금융거래 차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제재안을 포함해 역대 어느 대북 제재보다 강력하고 실효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북 제재 결의안이 발효되면 북한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뻔한 상황이라 안보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난달 6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 달 보름 이상 갑론을박을 벌였던 대북 제재안이 최종 합의됨에 따라 이제 국제사회는 실효적인 실천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이에 대한 응징으로 채택한 숱한 대북 제재안들이 종국적으로 실패했던 이유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북한의 수출 가운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90%에 이르는 상황에서 중국이 직접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북 제재 효과를 높이려면 한국과 미국의 단단한 공조를 지렛대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실천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질서를 좌우하는 미국과 중국이 북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 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쳤던 외교전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북핵·미사일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대국의 국가 전략에 따라 우리의 국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우리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주한 미군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등 초강경 대북 전략에 착수했지만 미국은 “비핵화만 되면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사드 배치에 급급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충격을 줬다. 입을 맞춘 듯 미국은 사드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발표 예정 20분 전에 연기를 통보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안보 주권 차원의 결정도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외면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추궈훙 주한 중국 대사 역시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며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 힘이 지배하는 국제 외교의 현주소다.

북핵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외교가 유연하고 전략적이지 못하면 한반도는 냉전 시기 강대국의 대결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역학 관계가 얽힌 한반도 정세를 풀어 가려면 자제력을 잃지 않고 상황을 주도하는 냉정한 자세가 절실하다.

[동아일보]

4. 더민주 김종인, 햇볕정책과는 다른 대북정책 내놓아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으나,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는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호남과 중도층을 겨냥해 “낡은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호남에서 제2, 제3의 김대중(DJ)으로 자라날 차세대 지도자를 키워 ‘호남불가론’이 사라지게 하겠다는 각오는 국민의당에 밀리고 있는 호남에 대한 구애(求愛)다.

더민주당은 4월 총선에서 호남에서는 안철수 의원 등이 이끄는 국민의당과 혈투를 벌여야 한다. 피차 호남 선거에서 실패하면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후보 단일화 같은 야권 연대가 안 되면 새누리당 및 국민의당과 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중도층, 나아가 개혁적 보수층을 공략하지 않고는 승산이 낮다. 

선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실천이 따라야 한다. 김 대표가 진정 북한 핵에 대한 우려에서 햇볕정책의 종언으로 간주되는 ‘대북정책의 진일보’를 언급했다면 우선 더민주당이 그간 북을 두둔했던 행태부터 반성해야 옳다. 북의 대남 도발과 핵·미사일 개발에 분명한 어조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북한인권법 처리도 지체할 이유가 없다. 당장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테러방지법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북핵에 맞서는 햇볕정책의 대안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더민주당이 낡은 과거와 단절하고 대안정당이 되려면 당에 깊숙이 뿌리 내린 친노 패권주의와 운동권 체질의 청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결과가 민생과 경제, 안보 관련 입법의 발목잡기로 나타났다. 낡은 체질 개선은 구호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어야 가능하다. 더민주당이 그제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 현역 의원 10명을 발표했지만, 정작 정청래 의원처럼 진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을 일삼거나 운동권 체질에 찌든 인사들은 대부분 빠졌다. 

김 대표 체제의 더민주당은 3선 이상 중진 50%, 초·재선 30%를 대상으로 정밀심사를 벌여 추가로 공천 배제자를 가려내겠다는 각오다. 어제 운동권 출신의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광주 북갑 강기정 의원 지역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정해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공천혁신’이 아니라 ‘공천쇼’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것이다.

5. 초등 1, 2학년 영어수업 금지가 옳다는 비현실적 헌재

헌법재판소는 어제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영어 과목 개설을 금지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고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고시는 영어 과목에 대한 사교육의 지나친 과열을 막기 위한다는 정당한 목적이 있고 초등학교 3∼6학년에게는 영어 과목을 인정하고 있어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2013년 교육부는 초등교육과정 고시에 1, 2학년 과목 중 영어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1, 2학년 대상으로 영어 교육을 하는 서울 영훈초 등에 2014년부터 수업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영훈초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관 9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내려진 헌재 결정이지만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 과목 금지가 사교육 과열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는 판단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적잖은 학부모들이 이미 유치원 때부터 자녀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다시 영어를 배운다. 초등학교 1, 2학년에서만 영어 교육을 금지하면 학교 밖에서 영어 교육을 시키게 된다.

초등 1, 2학년에서 영어 교육을 하는 곳은 대부분 사립학교다. 공립초등학교는 수업료를 한 푼도 내지 않지만 사립초등학교는 분기당 85만∼170만 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공립초등학교보다 영어 교육을 훨씬 잘 받을 수 있고 사교육으로 영어 교육을 시키는 것보다는 돈이 덜 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공교육 체계하에서 한글을 처음 접하는 시기로 이때 영어를 배우면 한국어 발달에 장애가 올 수 있다는 헌재의 판단도 전제부터 비현실적이다. 오늘날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한글을 처음 접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외국에서 이중언어(bilingual) 초등학교가 많은 걸 보면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배운다고 언어 장애가 오는 것 같지도 않다. 학부모의 선택에 맡겨서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왜 국가가 일률적으로 규제하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데일리]

6.평균 2400만원씩 빚 떠안은 국민들

가계 빚이 마침내 1200조원대를 넘어섰다.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해 말로 1207조원을 기록했다는 게 한국은행의 발표다. 이를 우리 전체 인구 수인 50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약 2400만원씩 빚을 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4인 가구로 따진다면 가구당 평균 1억원에 가까운 빚더미를 깔고 앉아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가 진작에 1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지만 공식 수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도한 빚은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서 경제 전반에 부담을 끼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찮게 여기기 쉬운 가계부채가 자칫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뇌관으로 불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음이 제기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벌써 몇 해 전부터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거듭 경고해 왔기 때문이다. 빚으로 경기를 떠받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가계부채가 늘어날수록 경제 흐름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계부채가 지난 1년 사이에 지나치게 늘었다는 점이다.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말 1085조 3000억원에서 1년 사이에 사상 최대인 121조원 규모나 증가한 점만 봐도 그렇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빚 폭탄’이 팽창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취약한 경기의 숨통을 짓누르게 된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의 3% 경제성장 달성 목표도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부채가 폭증하는 데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와 이에 따른 주택담보 대출규제 완화 탓이 크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아파트 소유자 10명 가운데 7명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저신용자들에 대한 위험성 대출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야만 한다. 부동산 정책으로 내수를 부양하기보다는 수출 확대 등 경제활성화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7.급증하는 노인진료비 대책 있는가

노인 진료비가 갈수록 우리 사회에 큰 부담으로 다가서고 있다. 노인 연령층이 급속히 늘어나는 이상으로 노인들의 진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존립을 위협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5년도 진료비심사 실적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는 모두 622만명으로 인구의 12.3%에 이르지만 이들의 진료비는 21조 4000억원으로 전체의 36.8%나 차지했다.

지난해 노인 가입자는 3.6% 늘었으나 노인 진료비는 10.4%나 뛰어 전체 증가율 6.4%를 크게 웃돌았다. 2010~2015년의 추세에서도 노인 가입자 비중은 2.1%포인트 올랐으나 노인 진료비는 5.2%포인트나 치솟았다. 이에 따라 1인당 노인 진료비는 지난해 344만원으로 전체 평균(115만원)의 3배였고, 특히 70세 이상의 진료비는 392만원이나 됐다. 이쯤 되면 혜택은 별로 못 누리면서 보험료로 매월 수십만원씩 내야 하는 청장년층의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노인 가입자와 진료비 증가는 국제적 현상이지만 우리처럼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의 경우에는 얘기가 또 달라진다. 한국은 2000년 노인인구 비중 7.2%로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데 이어 2017년 14.0%로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사회에 각각 진입할 전망이다. 노인인구 비중이 40%선까지 오르는 2060년에는 노인 진료비가 올해 나라살림 규모(386조원)에 육박하는 337조원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추정도 나와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잖아 노인 진료비가 건강보험 재정은 물론 국가 재정에 대재앙으로 떠오르며 세대 충돌을 유발할 게 뻔하다. 국가 차원의 노인건강 증진 대책이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미 2009년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이 펼치는 다양한 노인정책은 우리에게 훌륭한 참고자료다. 노인들 스스로도 노력해야겠지만 정부도 이들이 운동·금연·절주 등을 통해 건강한 노후를 누리도록 유도하고 미국의 메디케어 같은 노인의료지원제도 도입도 적극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앙일보]

8. 당사자도 모르는 카카오톡 압수수색은 인권침해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고 카카오톡 서버에서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위법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인터넷 메신저 압수수색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용규 판사는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대학생 용혜인(26)씨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대한 검경의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낸 준항고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그제 밝혔다. 용씨는 2014년 5월 세월호 피해자 추모집회를 여는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상은 이틀간 카카오톡 대화방 57개의 대화 내용이었다. 용씨는 1년 후 재판 과정에서 압수수색 사실을 알게 되자 취소 청구를 했다.

법원이 압수수색 취소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김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시 ‘급속(急速)을 요할 때’는 피의자에게 알려주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지만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과 계정 정보는 피의자가 은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급속을 요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카카오톡에는 내밀한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 실사용자 수가 지난해 말 4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터넷 메신저 이용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호흡하듯 메신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바일 시대에 수사기관이 사용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화 내용을 들여다본다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A4 용지 88쪽에 달하는 용씨의 카카오톡 대화에는 이름만 올렸던 단체카톡방 대화나 용씨가 동생에게 ‘세탁기를 돌려달라’고 부탁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범죄 수사에 필요하다 해도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법 원칙이다. 이 원칙을 넘어 범죄와 무관한 사생활까지 넘나든다면 그것은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검찰은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명확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


9. 미·중 강력 대북제재 합의…사드 전략적 접근을

미국과 중국이 24일(현지시간) 강도 높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에 합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 정찰총국·원자력공업성 등 핵·미사일 개발에 참여한 관련 부서 및 주요 인물 30여 대상이 제재 목록에 추가됐다고 한다.

이는 기존 제재에도 포함됐던 거라 그리 새로울 건 없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투기용 항공유 공급 중단을 비롯, 석탄과 철광석 등 광물 수입 금지 등 전에 없던 강력한 응징수단이 상당수 포함될 거라는 사실이다. 핵·미사일 관련 부품의 선적이 의심되는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북한 항공기의 유엔 회원국 영공 통과 금지 등 다른 방안도 예사롭지 않다. 얼마나 철저히 지켜질 것인가가 여전히 문제지만 솜방망이 제재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건 틀림없어 우리로서도 크게 반길 일이다.

물론 여기에는 즉각적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 등 우리의 강경 대응이 한몫했을 게다. 부정적인 중국 내 대북 여론도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우리는 사드 배치와 중국의 강경 대응을 맞바꿨을 거라는 ‘미·중 빅딜설’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드 배치와 대북제재는 별개 사안”이라는 게 그동안 되풀이돼 온 한·미 양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만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략적으로 얼마든지 연계해 다룰 수 있는 사안인 까닭이다.

미·중이 두 사안을 놓고 막후 협상 중이란 징조는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존 케리 국무장관 발언부터 그랬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드 배치에 급급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입장을 감안해 얼마든지 사드 배치에 유연해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된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돌연 미뤄진 것도 중국 때문이란 관측이 나돈다.

이런 판에 우리만 앞뒤 보지 않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다 없던 일이 되면 그런 낭패가 없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쐈음에도 별 대응수단이 없어 결국 사드 배치 카드를 꺼내야 했던 정부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미·중 고공전 끝에 사드 배치가 유야무야된다면 얻는 것 없이 중국 인심만 잃는 꼴이 된다.

결국 사드를 들여오더라도 중국과의 문제는 미국이 맡아 풀게 하는 게 낫다. 사드 포대는 미국이 유사시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들여온다. 그러니 그 혜택을 직접 볼 미국이 중국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사드 배치를 처음으로 주장한 것 역시 주한미군 측이었다. 우리는 동유럽 내 미사일방어(MD) 배치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시 MD 계획에 반대했던 러시아를 다룬 건 배치국 폴란드·체코가 아닌 미국이었다.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미국이 사드 카드를 신중하게 다룰 분위기라면 우리 역시 이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옳다. 바람이 바뀐 줄도 모르면서 불로 치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10. 갈등 봉합하고 세계 최고의 제주민군복합항 되길

‘21세기 청해진’이라 불리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 준공식이 오늘 열린다. 1993년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23년, 2007년 강정해안으로 부지가 선정된 지 9년 만의 결실이다. 지난해까지 1조765억원이 투입돼 49만㎡(14.9만 평)의 면적에 잠수함 3척을 포함, 군함 20여 척과 15만t급 초대형 크루즈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규모다.

제주해군기지는 물동 교역량의 99%가 해상교통로를 이용하는 한국의 남방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해양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한국 해군의 모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와 함께 아시아 최고의 크루즈 거점항인 중국 상하이에서 20시간 내에 도착 가능한 유일한 항구라는 지정학적 이점으로 한·중·일 크루즈 항로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 경우 2025년까지 1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크루즈 관광객 수용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준공에 이르기까지 제주해군기지는 평화와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과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지금까지 찬반으로 입장이 갈린 친척들이 제사까지 따로 지낼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으며 강정마을에 남아 있는 소수의 활동가들이 여전히 반대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우리가 치른 비용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은 제주해군기지의 완벽한 성공밖에 없다. 미국 하와이, 호주 시드니, 프랑스 툴롱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자 휴양지인 항구들은 모두 대규모 군항이 함께 있는 민군복합항이다. 평화란 안보라는 반석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해군도 부산 제3함대 기지 건설에서 얻은 노하우를 적극 발전시켜 ‘오염 제로’를 위해 노력해 환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많은 세계인이 새로 제주 민군복합항의 탄생을 관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군과 지역주민, 국민 모두 합심해 세계 최고의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향해 힘차게 닻을 올려야 할 때다.


주요 신문칼럼


1.[이데일리][목멱칼럼]소셜미디어는 소셜한가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자살을 준비해왔던데.”백화점 과장 영수(김인권 분)는 회사에서 상사 눈치, 집에서 가족들 눈치를 보며 격무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을(乙)이다. 백화점 옥상 플래카드를 손 보려고 올라갔다 실족해 죽게 된 그는 지옥행 티켓을 받게 된다. 하루 두 끼 인스턴트, 수면부족으로 ‘명백한 학대 행위’를 한 데다 뇌경색, 심근경색, 간경화 등 15가지 지병을 갖고도 건강을 방치한 ‘자발적 자살자’라는 게 이유였다. 24일 시작된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극본 노혜영, 연출 신윤섭) 이야기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막 살았네”라는 영수의 말처럼 어쩌면 일상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을 ‘학대’할 지도 모른다. 지난 1주일간 어떤 음식을 먹고, 몇 시간 수면을 취하였는지 모르는 채로 하루 하루 주어진 일을 해 나가느라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더구나 스스로의 마음 상태까지는 꾹 눌러둔 채로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우리 주변 일상은 영수와는 정반대다. 화사하고 아름답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 화보에 나올 법한 풍경, 프로페셔널한 글까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산뜻해진다. 거래처 앞에 무릎을 꿇는 굴욕도, 상사에게 “잘 하는게 뭐냐”고 무시당하는 일도, 결혼기념일에 남편 상사의 상가에서 심부름을 해야 하는 아내 마음도 없다. 소셜미디어는 소셜(social), 즉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이용하는 소통 창구이기 때문일까. 소셜미디어를 자신의 약점 보다는 장점을 드러내는 장치로 여기는 것만 같다. 

소셜미디어의 ‘소셜’은 전통적 의미의 ‘사회적’이라는 뜻과 차원이 다르다. 소셜미디어 이전 ‘사회적인 사람’은 보통 양질의 사람들과 호의적이고 깊은 관계를 맺고 그들과 직접 만나기도 하는 사람을 뜻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전화를 걸어 친구와 시간 약속을 잡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 디폴트, 코드 등 기술적 요인은 친구 소식을 나에게 끊임없이 전달해준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알 수도 있는 친구’를 지속적으로 추천하고 ‘친구’가 봤던 콘텐츠를 이용자 타임라인에 보이게 하는 알고리즘으로 날마다 친구를 만나게 한다. 친구의 글과 말을 확인하라는 빨간 알림이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반짝거린다. 

과연 우리는 그 친구들과 얼마나 사회적이며 얼마나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을까. 암스테르담대 교수 반 다이크는 ‘연결성 문화: 소셜미디어의 비판적 역사’에서 소셜미디어의 사회성은 질(質)이 아닌 양(量)으로 전환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페이스북에서 감정 표현은 오직 ‘좋아요’ 하나의 키로만 표시한다. ‘나빠요’를 표현할 수 없는 작동방식에서 ‘좋아요’는 결국 수(數)를 뜻한다. 이용자와 친밀한 관계이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이든, ‘친구’로 동일한 가치가 주어져 연결된다. 친구 수가 많으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산업적인 필요와 맞닿게 된다. 

물론 소셜미디어는 분명 일반인 목소리를 담을 그릇을 마련해주고 갑(甲)의 목소리가 아닌 을의 목소리를 모아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줄 공간이 있다. 그러나 연결성의 작동 방식은 새로운 유형의 사회성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에서도 질적으로 풍부한 관계를 원하는 요구 덕분에 어라운드와 같은 익명 소셜미디어가 단기간에 자리잡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익명 소셜미디어에는 과거 소셜미디어에서 보기 어렵던 내용이 채워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사회성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반갑다. 그럼에도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들으며 친구와 대화하는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몇 해 동안 페이스북에서 날마다 소식만 봤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2.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어리석은 자는 묻지 않는다

의심나면 어찌하여 묻지 않을 수 있나.
묻는 것을 어찌하여 정밀히 하지 않을 수 있나.

의호부질(疑胡不質)
질호부정(質胡不精)
김낙행 질의잠(質疑箴) ‘구사당집’(九思堂集)

‘질의잠’은 ‘의심나는 것을 묻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글’이라는 뜻입니다. 김낙행은 의문이 나도 물을 생각을 안 하는 게 배우는 자의 병폐라 하고, 묻더라도 정밀하게 묻지 않는다면 제대로 묻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또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가 생기고 자세히 물으면 분명히 알게 되지만, 모르는 것을 쌓아 두거나 그냥 넘어가면 학문에 방해가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천하의 의리와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음을 ‘어리석고 나약한 일’이라 하며, 어른뿐 아니라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모르는 것은 묻겠노라 스스로 다짐합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물을 곳이 있다면 참 다행한 일입니다. 내가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의 나이나 신분은 돌아볼 이유가 없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묻기를 좋아해 누구에게라도 묻습니다. 그래서 점점 더 지혜로워집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묻는 것을 부끄러워해 모르면서도 아는 척합니다. 그래서 점점 더 어리석어집니다.

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지혜로워지는 일입니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이진]70세 현역 임지순의 상상력

‘노벨상 수상이 가장 유력한 한국 물리학자’ 임지순 서울대 석좌교수(65)는 세미나에서 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졸면서 언제 발표를 들었을까 싶은데 질문 시간에는 가장 먼저 손을 드는 ‘기인(奇人)’이다. 임 석좌교수는 강연자에게 미안하다면서도 “내내 조는 건 아니다. 발표의 핵심 내용은 대체로 뒷부분에 나오고 앞부분은 재미가 없어서…”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임 석좌교수는 어릴 때부터 천재로 불렸다. 수재들만 모인다는 경기고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입학예비고사 전국 수석이었으며 본고사를 치르던 시절인 1970년 서울대에 수석 입학하는 실력을 뽐냈다. 그런 그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유학 가서는 기가 죽었다. 외우고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데는 앞섰지만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많은 미국 학생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박사과정 때 ‘전산고체물리학’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했다. 1998년에는 탄소나노튜브를 여러 다발로 묶으면 반도체 특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후 수소를 고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물질구조를 발견하는 괄목할 성과를 냈다. 2011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학술단체인 미국과학학술원(NAS) 종신회원이 된 국내 첫 물리학자가 됐다. 주 6일 연구실을 지키면서도 시간이 아까워 욕을 먹을지언정 대학 보직을 맡지 않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연구 덕목으로 창의성을 꼽는다.

경력으로 보면 공부벌레 같지만 경기고 시절 3선 개헌 반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다 정학을 맞았다. 대학 때는 계엄령과 위수령이 번갈아 내려져 전공 공부보다는 소설과 사회과학 책을 많이 읽었다. 그는 폭넓은 독서가 깊은 생각을 이끌고 이는 상상력 발휘로 이어진다고 후학들을 안내한다. 어릴 때부터 현실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그의 연구는 실용적이다. 그는 3월부터 70세 정년이 보장되는 포스텍 석학교수로 옮겨 신소재 분야의 산학협력연구를 진행한다. 70세 현역을 꿈꾸는 그의 상상력이 활짝 필 날을 기대한다.


4.[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가상현실과 유령집회

‘젠장(Damn), 괴기스럽네요(it‘s kind of creepy).’ 22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진에 달린 댓글입니다. 당시 저커버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그는 이날 삼성전자 신제품 공개 현장에 연사로 깜짝 등장한 직후 현장 사진 3장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중 유독 한 사진에만 관심이 쏠렸습니다. 25일 낮 12시 현재 이 사진에 달린 댓글은 1만4626건. 나머지 사진 2장에 달린 댓글이 모두 합쳐도 400건이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반응입니다. 

화제의 사진 속 저커버그는 미소를 머금고 연단을 향해 청중 사이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다들 삼성전자가 새로 공개한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상태였거든요. 

이 사진을 본 해외 누리꾼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VR에 빠져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일도 몰랐다는 사실에 섬뜩함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한 누리꾼은 VR에 빠진 청중을 ‘좀비’로 비유했습니다. ‘미래는 망했다(The future looks fucked up)’라는 댓글도 있었죠. 이처럼 VR시대가 암울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댓글은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사진을 보자마자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미국 마블코믹스의 ‘엑스맨’ 캐릭터 ‘사이클롭스’가 떠올라 우스꽝스럽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누리꾼들이 괜히 호들갑을 떤다고 여겼죠. 하지만 찬찬히 댓글을 읽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습니다. 

마침 제가 그 사진을 본 날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령집회’가 열린 날이었습니다. 유령집회는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제한받는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홀로그램 영상을 활용한 가상 집회입니다. 경찰이 유령집회에 대해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누리꾼들은 “경찰도 홀로그램 물대포 쏘고 홀로그램으로 강경 진압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비꼬았습니다. 

한편에서는 “이제 집회는 홀로그램으로 하면 되겠네”라며 유령집회를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유령집회를 새로운 평화 집회 유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칼럼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이런 평가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앰네스티 관계자는 “오히려 유령집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우려한 반응이었다”며 “유령집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커버그가 올린 사진 한 장과 유령집회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최근 각광받는 VR와 홀로그램 영상은 분명 다른 기술이고요. 하지만 그런 시대를 그려 보기에는 꽤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고민하다 문득 어린 시절 친구 집에서 본 영화 ‘데몰리션 맨’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 배경은 2032년, 남녀 주인공이 VR기기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저와 제 친구들은 매우 허탈해했죠.

20여 년 전 영화 속 장면은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VR를 활용한 성인 콘텐츠가 이미 시판 중이거든요. 한 페이스북 지인은 VR를 컬러 모니터에 비유했습니다. 컬러 시대에서 흑백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VR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는 얘기입니다.

다만 VR시대가 디스토피아일지 풍요로운 신세계일지는 결국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VR로 즐기는 영화나 게임은 무척 기대되지만 VR에서 사랑을 나누거나 집회나 시위를 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괴기스럽네요.


5. [동아일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길

길 ―김기림(1908∼?)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시인 김기림은 과수원집 아들이었다. ‘무곡원’이라는 이름의 과수원집에는 여섯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중에서 유일한 아들이자 막둥이가 김기림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1910년대 함경북도 학성군, 지금 지명으로는 김책시의 한 집안에서 김기림이 얼마나 사랑받고 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의 유년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가 이 시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에 잘 나와 있다.

어린 시절, 김기림은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다. 어머니의 상여는 언덕길을 돌아 사라졌는데 처음에 어린 아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몰랐기 때문에 기다렸다. 하지만 와야 할 사람은 오지 않고 대신 다른 것들만 돌아왔다. 노을에 젖은 빈 마음이 돌아왔고,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만 열심히 돌아왔다. 어린 아들은 언젠가 어머니가 갔던 길로 내려와 제 뺨을 쓰다듬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결국 이 아들은 자라서 어떻게 했을까. 그가 언덕에서 만난 모든 의미들은 결코 답안지를 채워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길을 따라 떠날 수 있을 나이가 되자마자 떠났을 것이 당연해 보인다. 스스로 어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 떠나는 그의 가슴에는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라는 보퉁이가 안겨 있었다. 그리고 이 보퉁이가, 기억이, 어머니가 어린 과수원집 아들을 시인 김기림으로 만들었다. 

이 시가 반짝거리는 이유는 한 시인의 탄생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탄생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아픔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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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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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4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총선 50일 전에야 타결된 선거구 획정안

가슴을 태우던 선거구 획정 협상이 드디어 타결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을 불과 50일 앞둔 어제 4·13 총선의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253석과 47석으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지역구는 7석이 늘어나는 대신 비례대표는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합의와 번복이 되풀이됐던 그동안의 협상 과정에 비춰 보면 여전히 마음을 놓기 어렵다. 여야 합의안을 넘겨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미세 조정을 거쳐 내일까지 최종 획정안을 국회로 다시 넘긴 후 26일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터져나올지 모른다. 특히 자치구·시·군의 일부 분할은 불허하나 일부 불가피한 경우 예외를 인정한다는 단서조항이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

이 획정안에 대한 합의는 진작 이뤄졌으나 테러방지법 등의 쟁점 법안과 연계 처리하자는 여당과 그럴 수 없다는 야당의 의견 충돌로 최종 타결이 마냥 늦춰져 왔다. 국회선진화법을 등에 업고 반대만 일삼는 야당도 한심하지만 야당의 법안 연계 전술로 번번이 골탕 먹던 여당이 똑같은 전술을 들고 나와 헌정사상 초유의 ‘선거구 실종’ 사태를 장기화시킨 것은 집권당답지 못했다는 질책을 면키 어렵다. 쟁점 법안이 아무리 중요해도 선거구 획정과 꼭 연계시켜야 했느냐는 의문이다. 그 바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선거연령 인하 등의 정치 개혁은 논의조차 못했다.

이번 선거구 협상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민낯 그대로 드러낸 대목이다.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작년 12월 15일부터 따지면 두 달도 훨씬 넘겼지만 일부 예비후보가 제기한 ‘부작위 위법 확인 및 선거구 획정 청구 소송’으로 국회가 법정에 피고로 서는 망신은 면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남은 것은 여야가 선거구 늑장 획정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는 것이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으로 지목된 19대 국회의 재판이 돼선 곤란하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두 눈 부릅뜨고 진짜 민의의 대변자를 골라내는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2.반쪽짜리 ‘문화가 있는 날’ 오명 벗으려나

정부가 ‘문화가 있는 날’의 법제화를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법제화를 통해 관련 사업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누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그 운영 근거가 포함된 문화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발의됐다니,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번 상반기 중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약속에 기대를 건다.

한 달 중에서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춰 국민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자는 뜻에서 2014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이 ‘문화가 있는 날’ 제도다. 이러한 뜻에 따라 전국 영화관·공연장·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이날만큼은 입장료를 할인 또는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문화융성’을 국정기조의 하나로 표방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이 제도에 대해 생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문화시설 중에서는 참여율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당초 내걸었던 의지에 비해 운영 실적이 초라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문화가 있는 날’의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 올해 안으로 국민 참여율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도 저조한 실적에 대한 반성이라 여겨진다.

국민들이 문화를 쉽게 누릴 수 있도록 생활 여건이 조성된다면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재산이라 할 만하다. 요즘처럼 경제 흐름이 어렵고 사회 분위기가 각박해질수록 정신적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를 접함으로써 내면의 정서가 풍성해지는 한편 그 토양이 계속 확대된다면 평균적인 교양 수준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세계 속에 내세울 수 있는 ‘일류 국민’이란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물론 제한된 예산으로는 정책 추진에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올해 배정된 정부 예산도 지난해와 비슷한 130억원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은 내실을 높일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기업·학교·종교계 등의 적극적인 참여도 요구된다. 이제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불명예를 벗어야 한다. 마침 오늘이 2월의 ‘문화가 있는 날’이다.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

[동아일보]

3.체감경기 바닥인데 ‘경제부처 우수’ 평가 누가 믿겠나

2015년 정부업무평가 결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예산과 주요 경제정책 결정권을 틀어쥔 힘 있는 부처들이 최고 등급인 ‘우수’로 평가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3주년을 하루 앞두고 나온 이번 성적표는 정부의 자기평가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민간 전문가와 정책 수요자 600여 명을 평가에 참여시켜 객관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재부 등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대 구조개혁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냈고, 국민편익을 증진했을 뿐 아니라 핵심 개혁 과제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했다는 평가는 공감하기 어려운 자화자찬(自畵自讚)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한 3.8%에 턱없이 못 미치는 2.6%에 그쳤고, 수출은 전년보다 7.9% 감소했다. 작년 청년실업자 수도 11년 만에 최대치인 39만7000명이나 됐다. 한국갤럽의 16∼18일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46%)고 답한 사람들이 첫손에 꼽은 이유도 ‘경제정책’이었다.

국민이 느끼는 평가와 정부 평가가 이처럼 동떨어진 원인은 평가항목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국정과제(50점), 규제개혁(20점), 정책홍보(20점), 정상화과제(10점), 기관 공통사항(±10점) 등의 항목과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고 대통령을 의식한 잣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국민의 인식을 바꾼 공을 들어 인사혁신처를 ‘우수’로 평가했다. 하지만 기존 퇴직자나 50대 현직 공무원들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맹탕 개정안을 성공적이라고 보는 국민은 드물다. 보도자료 건수로 규제개혁 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장관의 방송 출연이나 신문 기고횟수로 정책 홍보성과를 매기는 것은 정부가 소통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얘기다.

우수 부처 소속 공무원들은 포상금과 상훈을 받겠지만 흔쾌히 박수쳐 줄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정부평가는 대통령과 코드를 잘 맞춘 부처가 아니라 국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정책을 제대로, 잘 집행한 부처를 가려내는 것으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4.총선 D-50 여야 기득권 수호로 끝낸 선거구획정

19대 총선 직전 선거구 획정 때 여야는 세종특별시가 신설됐으니 19대에 한해서만 국회의원 정수를 1명 늘려 300명으로 하기로 정했다.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는 무법 상태가 50일을 넘긴 어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300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에 합의했다. 지역구는 246개에서 253개로 늘어나고, 그 대신 비례대표 의석이 54개에서 47개로 줄어든다. 역대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는 19대 국회가 정원을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299명으로 환원키로 한 당초 약속마저 어긴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3 대 1에서 2 대 1로 줄여 표의 등가성 왜곡을 시정하도록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선거구에 2 대 1 인구편차를 적용하면 농어촌 선거구가 상당수 사라졌을 것이다. ‘농촌당’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결국 지역구를 7개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게 됐다. 그것도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텃밭인 경북과 호남에서 각각 두 석 줄이기로 합의해 양쪽 다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 2001년 헌재가 인구 편차를 4 대 1에서 3 대 1로 줄이라고 했을 때도 국회는 274석이던 의원 정수를 299석으로 늘려버렸다.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자꾸 국회의원 수만 늘린 꼴이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19대 의원들이 법을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 역력히 드러났다. 정파적 이해에 휘둘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작년 5월 공직선거법까지 개정하고도 여야는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여야는 헌재가 제시한 선거구 조정 시한을 어겨 기존 선거구를 모두 무효로 만드는 초유의 사태까지 초래했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처음엔 야당이 비례대표 인원 축소에 반대하면서 비례대표 선출 방식 변경까지 요구하는 바람에, 나중엔 여당이 쟁점법안들과의 연계 처리를 고집하는 바람에 합의가 어려웠다. 4년 후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선거구획정위가 여야 대리전을 펴지 못하도록 위원 구성과 의결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5.현역 의원 물갈이 없는 與 공천개혁 공허하다

여야의 공천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도권 공천 후보자 면접 심사를 마친 새누리당은 어제부터 부적격자 선별 작업에 착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살생부나 다름없는 현역 20% 컷오프(탈락) 명단을 개별 통보했다. 수도권 후보자 면접을 마친 여당은 어제부터 자격 심사에 들어가 도덕성과 개인 신상, 경쟁력에 문제가 있거나 해당 행위를 한 전력의 공천 신청자들을 우선적으로 배제하기로 했다. 여야의 이런 움직임은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의회 경쟁력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본회의 표결 참여 의원 비율도 64.8%에 그쳤고 ‘의회 효과성’이란 측면에서 27개국 가운데 26위를 기록할 정도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비율이 80%를 넘나든다. 여야 모두 현역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는 만큼 국민적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경우 내일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결되는 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벌써 물갈이 대상을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간에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친박과 비박 간의 공천 전쟁으로 비유될 정도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더민주는 컷오프를 통과한 3선 이상 중진의원 50%, 재선 이하 의원 30%를 추가 물갈이 대상자로 삼기로 했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어제 선거대책위를 출범시킨 국민의당 역시 무기득권·무계파·무패권을 원칙으로 정했지만 인물난 때문에 구조적 물갈이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4·13 총선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 정세를 둘러싸고 슬기롭게 국난을 헤쳐 가야 하고 세계적인 경제불황 속에서 우리의 활로를 찾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 권력 실세나 당내 지도부와의 인연, 사회적 인지도로만 후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가슴에 금배지나 달고 갑질에 이골이 난 의원들은 공천에서부터 배제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은 총선 때마다 ‘공천학살’이나 ‘보복공천’을 통해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물 위주로 당을 꾸려 온 측면도 적지 않다. 이런 의원들은 당선 후 당 지도부 방침에 따라 거수기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년간 의정 활동을 꼼꼼히 평가해 국민의 눈높이에 미달하는 의원들부터 퇴출해야 한다.

현역 의원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백안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기준을 토대로 옥석을 제대로 가려 공천을 해야 한다. 공천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면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온갖 갑질로 지탄을 받아 온 함량 미달의 국회의원들은 반드시 이번 기회에 솎아 내라는 것이 국민의 지상명령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6.콜버스 운행 지역 확대하라

정부가 심야 콜버스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택시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시간대 13인승 승합택시를 기존 전세버스 공유 서비스인 심야 콜버스처럼 운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콜버스와 운영 방식은 다르지 않다. 심야 콜버스는 지난해 12월 1일 시범 운행에 들어간 이후 승차 거부를 일삼는 택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택시보다 낮은 요금으로 이용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도 환영을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콜버스를 허용하기로 한 것은 ‘공유경제’로 대표되는 서비스 부문 신산업 육성이 국가적 당면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당연하다.

콜버스는 심야시간대 부족한 교통수단 공급을 늘려 소비자의 편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이미 효용성은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은 상황이었다. 서울 택시는 전체 7만대 가운데 5만대가 개인 사업자다. 문제는 개인택시 사업자의 평균 연령이 60대를 넘어섬에 따라 심야시간대 운행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콜버스 도입을 주저한 것은 택시와 버스 사업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국토부가 이들에게도 운행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바람직스러운 해법이다.

사실 콜버스 형태의 교통수단은 전라북도가 지난해 6월 정읍시와 완주군에 처음 도입했다. 승객과 노선 수요에 탄력 대응하는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로 주민 호응을 이끌어 냈다. 충청남도 당진시도 ‘해나루 행복버스’라는 이름의 DRT 사업을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다.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하는 일종의 콜버스 사업이다. 농어촌 지역 대중교통 이용자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고령화하는 데 따른 맞춤형 교통수단이다. 콜버스 허용 여부를 두고 유독 서울에서만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규제 혁파를 강조한다. 지난주에도 “규제를 모두 물에 빠뜨려 놓고 꼭 살려 내야 할 규제만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심야 콜버스 규제는 더욱 풀어야 할 것이다. 콜버스 도입의 실마리를 제공한 기존 사업자를 배제하는 것은 새로운 규제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콜버스 운행을 서울 지역에 국한하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수도권은 이미 행정구역 경계가 무의미한 공동생활권이다. 콜버스 공급이 수도권으로 확대된다면 그만큼 일자리도 늘어난다.

[한겨레]

7.개성공단 상품 없는 ‘개성 패션 바자회’

롯데백화점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파트너사들을 위한 ‘개성공단 패션 대바자회’를 19일부터 열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큰 피해를 본 기업들을 도와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응해 연 행사다. 황교안 총리가 21일 행사장을 찾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모범사례”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실제 파는 제품은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게 얼마 되지 않고, 개성공단 공동 브랜드는 아예 행사에 초청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행사였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롯데백화점은 25일까지 본점과 영등포점에서 여는 이번 행사에 개성공단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파트너사 34곳 가운데 14곳에서 30여개 브랜드가 참가한다고 밝혔다. 80억여원어치의 물품을 준비했고, 고액 구매자에게는 상품권을 주는 사은행사도 한다고 홍보했다. 행사 이름이 ‘개성공단 패션 바자회’인 만큼 개성공단 제품을 파는 것으로 받아들일 만했다. 그러나 매대에 진열한 상품 가운데 원산지가 개성인 제품은 열에 서넛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원청업체들도 개성공단보다 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더 많이 팔았다고 한다.

개성공단에서 재고품을 많이 갖고 오지 못한 기업들이 다른 곳에서 만든 재고라도 많이 팔아 자금을 확보하게 도와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개성공단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여성복 5개 브랜드도 이번 행사에 참여시켰다. 그러면서도 공단 입주 기업들이 개성에서 생산하는 공동 브랜드 ‘시스브로’나, 개성공단 제품을 한데 모아 파는 개성공단상회 쪽에는 행사 참여 제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피해가 크고, 판로가 없어 막막한 곳은 외면한 꼴이다.

갑작스러운 공단 철수로 입주 기업들은 지금 앞날이 아득하다.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일부 기업은 존립을 걱정할 정도다. 물론 롯데백화점이 상품 대금을 평소보다 20일 앞당겨 지급하기로 하고, 행사 마진을 최대 20%포인트 인하한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피해 기업들에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자 했다면, 그에 걸맞게 행사를 잘 준비해야 했다. 파트너사가 아니라고 외면당한 기업에 상처를 남겼고, 피해 기업을 돕자는 마음으로 행사장을 찾은 고객들에게도 혼란을 주었다.

[중앙일보]

8.대북 문제에 유연성 잃지 말아야 한다

2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에서는 북핵 문제 해법이 깊숙이 논의될 게 틀림없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이달 중 나올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양국 간 교감도 이뤄질 것이다. 그간 중국 역시 북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터라 양국이 제재 착수에 뜻을 모아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수위와 폭이다. 누차 강조했듯 북한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대북 경제제재는 무용지물이다. 중국은 북한이 완충지대가 아닌 감당 못할 짐이 됐음을 하루빨리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노력에 발맞춰 물샐틈없는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 바란다.

왕 부장의 방미와 관련,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대목은 그가 거론했던 평화협정 문제다. 그는 지난 17일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병행 추진하는 협상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기에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평화협정 논의란 있을 수 없다는 게 한·미 양국의 일관된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북·미 간 비공식 접촉의 전말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인식과 접근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 “4차 북핵 실험 며칠 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비핵화 전제 원칙을 접고 북한과 평화협정 논의에 은밀히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회담 의제에 비핵화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미국 측 요구를 북한이 거부해 무산됐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도 “논의를 먼저 제안한 건 북한”이라고 토를 달았을 뿐 접촉 사실은 시인했다.

비록 북·미 협상이 불발에 그쳤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비핵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고 외쳐온 오바마 행정부가 뒤로는 북한에도 귀를 열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란 사태를 해결한 오바마 행정부가 이제 북한 문제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북한이 거부해서 그렇지 만약 비핵화 논의 카드를 받았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뉴욕이든, 동남아 모처에서든 북한과 미국 관계자들이 만나 북핵과 평화협정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머리를 맞댔을 게다. 우리를 빼고 말이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채 밀실에서 이뤄지는 북·미 간 한반도 논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위험이 있는 까닭이다.

이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철벽을 치고 ‘비핵화 없는 협상 불가’만 외칠 일이 아니다.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란 이름 아래 비핵화 없는 대화 거부를 고수하던 미국마저 필요하면 언제든 전략을 바꿀 수 있음이 이번에 재확인됐다. 정의와 명분보다는 실리와 국익이 우선시되는 곳이 국제사회다. 대북 문제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우리도 초라한 들러리 신세로 추락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9.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불가피했다

2012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된 이래 첫 직권상정 케이스가 발생했다.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합의 없는 안건의 처리를 극도로 어렵게 하고 있어 19대 국회를 무능·무력한 식물국회로 만든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

정 의장은 “IS(이슬람국가)는 이미 우리나라를 십자군 동맹국, 악마의 연합국으로 지목하며 테러 대상국임을 공언해 왔고 최근 북한은 국가 기간 시설에 대한 테러, 사이버 테러 등 대남 테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며 “국민 안위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을 국가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 국가 비상사태로 본 것이다.

테러방지법안은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제출한 이래 15년 동안 국회에서 계류와 폐기, 상정을 반복해 왔다. 유엔은 9·11사건 이후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공조를 결의하고 이를 위한 법령 제정을 각국에 권고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테러 방지를 위한 법률을 제정한 상태다.

그동안 국가정보기관의 권한 확대가 인권 훼손, 시민의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에 야당이 반대해 온 건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파리 테러에서 보듯 세계적으로 연결되고 기술적으로 첨단화하며 잔혹성이 더해가는 사악한 집단의 조직적 테러를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 것도 사실이다. 테러방지법안은 테러용의자에 대한 정보수집권을 국가정보원에 부여하는 것과 함께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테러인권보호관을 두는 등의 제동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국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감시는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 권력이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기에 자기들이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야당은 오히려 자신들이 집권할 경우를 대비해 국정원의 정보 능력 향상이라는 관점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유의하면 현실적으로 여야 합의가 불가능한 테러방지법안을 국회의장 책임으로 직권상정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본다.

10.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과학수사의 전범 돼야

임신부와 영·유아 등 143명이 폐 손상으로 숨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간 사망 원인을 놓고 공방이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2006년부터 불거진 의문의 폐질환 논란은 2011년 산모들이 급성 폐질환으로 잇따라 숨지면서 가습기 살균제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살균제를 폐 손상 원인으로 추정한 데 이어 2014년 3월에는 의심사례로 접수된 361건 중 168건에 대해 살균제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의료비 지원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된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대표 8명을 경찰에서 송치받은 뒤 지난달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압수수색 등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이번 수사에 대해 검찰은 “비리 척결도 중요하지만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사건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100명 넘는 사람이 숨진 상황에서 피해자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관련 업체 처벌도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과징금 5000여만원이 전부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셈이다. 사법 처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떠나 피해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수사의 핵심은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업체들이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위험성을 알고도 제조·판매했는지다. 인과관계 성립 여부를 놓고 업체들은 “극히 낮은 농도의 독성을 흡입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고, 쥐를 이용한 질병관리본부 실험 결과를 사람과 연결시키는 건 곤란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검찰은 기존 실험 결과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유무죄나 살인죄 적용 등 결론을 미리 내리지 말고 인과관계와 사전 인지 등 실체적 진실부터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 검찰의 과학수사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데일리안]21세기 청춘들이 '식민지' 윤동주에 열광하는 이유

최근에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나 백석의 ‘사슴’ 그리고 윤동주의 시집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몇백부 나가기도 힘든 시집이 몇만부씩 나가는 현상은 기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런 시집들이 많이 나가게 된 이유에 대한 많은 분석들이 있었다. 

시가 다시 부활했다는 지적도 많다. 이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디카시라든지 SNS 시 등이 크게 눈길을 끌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들은 인터넷 혹은 스마트폰 환경에서 크게 화제가 된 시들이다. 주로 재미와 기발함 그리고 위트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짧고 일상적인 내용이 사소하기까지 해서 이것을 시 작품이라고 할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까지 있었다. 

그런 점에 비해 ‘진달래꽃’이나 ‘사슴’,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같은 작품들은 좀 더 고졸한 시의 맛이 더 한 작품들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시집은 복각본이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복각본은 말그대로 예전 시집과 똑같이 발행하는 방식이다. 대개 고전을 다시 출판할 경우에는 표지나 안의 편집을 현대의 기호에 맞게 바꾸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세련되고, 시대를 앞서가는 면도 있다. 

복각본은 이러한 트렌드를 정면으로 전복시켰다. 복각본은 원래 초판본의 표지 이미지나 글자체도 같다. 본문에는 심지어 한글과 한자가 그래도 혼용되거나 오늘날과 다른 그당시의 한글표기법을 그대로 발행한다. 대개 다른 책들은 읽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본문의 내용들을 현대의 표기법으로 바꾸는 것이 통례인 것과 달랐던 것이다. 독자들에게 더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은 본래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 본래의 모습은 기존의 책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점에서 원본의 아우라를 복제본으로라도 느껴보고 싶은 독자들의 심리를 복각본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거꾸로 말하면, 그 복제본 자체를 소장하고 싶거나 그것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희소성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20대들이 많이 구매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왜 20대들은 이런 복각본 책들을 구매하는 것일까.

그 가운데 주목해야할 시인이 바로 윤동주이다. 최근에 시집만이 아니라 영화 ‘동주’, 그리고 공연 ‘윤동주, 달을 쏘다’도 큰 성원을 받고 있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윤동주가 오롯하게 20대의 감수성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20대만이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이 공감대를 더 얻기 때문이다. 

윤동주는 부끄러움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한다. 단지 부끄러움만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이 더 울림을 낳는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살았던 엄혹한 시대적 상황 때문에 더 큰 울림을 준다. 

윤동주는 식민지 상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부끄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시대적 상황 속에 처해 있었다. 맑고 순수한 20대의 감수성은 물론 그가 살아낸 세월의 모슴들이 지금의 20대가 살고 상황과 멀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 상황이 어렵고 그 상황에서 고민하는 20대의 삶이 불투명할 수록 그것을 투영될 수 있는 것이 윤동주의 시집이고, 그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시 작품들과 삶을 분리 시키지 않고, 윤동주의 시와 삶 전체를 같이 대할 때 20대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 디지털 시대에 잘 볼 수 없는 아날로그 정서가 그를 다룬 영화나 공연 작품에도 충분히 담겨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과 가치를 온전히 지키고 싶은 청춘들의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수 밖에 없고, 그런 점은 윤동주에 대한 선호를 영원히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결국 시 작품이라는 것이 시인의 삶과 분리되어 존재할 때, 덜 공감대를 갖게 만든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복각본이 화제를 모은 것은 시안의 내용이 아니라 시집 자체가 갖고 있는 아우라의 흔적이었다. 

시집이 나왔을 때 그 처음의 모습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아우라가 갖는 관점은 맞으면서도 틀렸다. 복제본이라도 그 아우라의 흔적을 찾으려는 대중심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복각본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 작품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고 있다는 지적들도 이런 면에서 맞으면서도 틀렸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시 작품 자체가 아니라 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람들의 소망이자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알고 이는 시를 버렸기 때문에 시를 얻은 것이 된다. 시 자체의 형식이나 본질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매개로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다.


2.[주간경향][편집실에서]거짓말 정부
‘정부는 거짓말한다.’ 미국 언론인 I F 스톤이 한 말이다. 언론인의 사명을 함축하고 있어 늘 가슴에 새겨 왔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이르는 과정을 보며 새삼 이 말이 떠올랐다. 정부의 대응논리가 거짓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불법행위를 옹호하려다 보니 또 다른 거짓말을 하거나 억측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곤궁한 처지. 박근혜 정부가 그렇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임금 70% 핵개발 전용’ 발언을 보자. 홍 장관은 지난 12일 핵무기 개발 전용 의혹과 관련해 “여러 관련 자료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당은 그게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2094호 위반(허위 보고)이라고 지적했다. 대북결의안 2094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도움이 되는 금융거래와 현금 제공을 금지하고 관련국에 제재 이행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홍 장관은 그 후 “(자료) 공개는 어렵다”(14일), “확증은 없다” “와전된 게 있다”(15일)며 오락가락했다.

그러나 18일 “여러 경로를 파악한 바”라며 앞의 해명을 뒤집고 애초 발언을 재강조했다. “학자적 양심” 운운하면서 오히려 당당했다. 무엇이 홍 장관의 말을 바꾸게 했을까. 그의 속을 알 수 없지만 합리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홍 장관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밝힌 근거는 남북교류협력법 4항과 5항이다. 4항은 ‘통일부 장관은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그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5항은 ‘정지를 명하거나 승인을 취소하려면 청문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홍 장관은 4항에 따라 조치를 취했지만 5항의 청문 절차는 밟지 않았다. 명백한 불법행위다.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의 통치행위’ 발언도 마찬가지다. 황 총리는 18일 개성공단 중단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며 위법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헌법 76조 1항은 대통령이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한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제가 있다.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76조 1항), 그리고 ‘처분과 명령을 한 때에는 국회에 보고하여 승인을 얻어야 한다’(76조 3항). 정부가 이 조치를 취했을 때 국회는 개회 중이었고, 정부는 국회에 보고해 승인을 얻지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조치는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은 불법행위인 셈이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라 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이 시점에서 거짓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낳은 비극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가 안위와 관련해 국민을 설득하려면 정확한 사실에 바탕해야 한다. 정부의 거짓논리로 되돌릴 수 없는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구를 탓할 것인가. 우리의 비극일 뿐이다.


3.[한국일보]캐나다의 영웅 토미 더글러스 별세

캐나다 병원에는 의료비 수납창구가 없다. 의료보험증만 들고 가면 누구든 ‘공짜’로, CT든 MRI든 수술이든 진료 받고 입원도 한다. 물론 ‘공짜’라는 건 오해다. 캐나다 시민들은 형편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낸다. 중산층 이상 건강한 이들이 더 내고 덜 쓴 의료서비스를 저소득층과 장애인들이 덜 내고 더 쓰는 구조다. 부족분은 연방과 주 정부가 예산으로 충당한다. 비싼 진료를 했다고 해서 병원 수입이 느는 게 아닌 만큼, 의사의 판단 착오가 없는 한 과잉 진료도 없다. 대신 공중의료다 보니 큰 비용 드는 검사에 인색해서 부실 진료로 말썽을 빚는 예가 없지는 않다. 

캐나다 병원에는, 다른 데선 생경한 ‘트리아지(triage)’라는 직분의 의료진이 있다. 내원한 환자의 증상과 병세를 살펴 응급과 대기를 분류하는 이들이다. 매달 많은 보험료를 내는 이라도 경미한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면 3,4시간씩 예사로 대기해야 하고, 월 10만원 미만을 내더라도 트리아지가 판단해 응급 환자라면 즉각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늦게 온 환자를 왜 먼저 진료하는지, 누가 항의해도 그들은 사정을 설명하는 법이 없다. 환자의 비밀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돈 많은 이들은 캐나다의 공중의료 대신 사비를 들여 이웃 미국으로 가서 비싼 양질의 진료를 받기도 한다.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도 장단점이 있고, 아무리 좋다고 해도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의료 복지가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까닭은, 적어도 가난 때문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못 받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포괄적 공중의료체제의 기틀을 닦은 이는 전 서스캐처원 주 수상(1944~61년 재임) 토머스 더글러스(ThomasDouglas, 1904~1986)다. 영국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1910년 캐나다로 이민 온 그는 어려서 골수염을 앓았다. 난치병의 가장 경제적인 치료법은 다리 절단이었는데 당시 한 의사가 의대생들에게 치료ㆍ수술 과정을 견학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무료로 진료, 다리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훗날 사민주의 정치인으로서 공중의료정책을 설명하며 그는 저 체험을 언급했다. “어떤 아이도 부모의 경제력에 자신의 다리 혹은 생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 수입 감소를 염려한 의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스캐처원 주는 포괄적 공중의료정책을 도입했고, 그 정책은 66년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 시행됐다. 

2월 24일은 캐나다 국민이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꼽는 토미 더글러스의 기일이다.


4.[동아일보][송평인 칼럼]박근혜는 속고, 시진핑은 웃은 3년

박근혜 대통령은 내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뒤 취임 3주년을 맞는다. 

북한은 3년 전 두 정상이 취임하기 직전 3차 핵실험을 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094호’의 통과에 찬성했다. 올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유엔안보리 제재가 논의되고 있다. 중국은 뒷문을 열어놓고 결국 찬성할 것이다. 완벽한 기시감(旣視感)이 3년이란 시간차를 잊게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중국이 변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중국이 변했다고 주장한 이들은 중국의 본심을 드러낸 작지만 중요한 해프닝 하나를 간과했다. 중국 공산당교 기관지 ‘쉐시(學習)시보’의 덩위원(鄧聿文) 부편집장이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글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했다가 직위에서 해제됐다. 이번에는 덩위원같이 주장하는 사람도 없다. 시진핑 집권 3년 동안 무슨 변화가 있었다면 이것이 변화다. 

한중 수교와 북핵의 역사는 시기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한국은 1992년 중국과 수교했고 북한은 이듬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 한국은 한중 수교 이후 굴곡이 있었지만 대체로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중국 전승 70주년에 서방 지도자들의 불참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선 것은 한중 관계의 정점이었다. 한국의 보수 정권마저 한미 관계의 균열을 감수하더라도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중국으로서는 북핵이 아니라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가 걱정거리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는 중국만큼이나 한국도 바라지 않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한국이 북한의 발전을 지원하면서 통일을 향해 나아간다는 발상은, 그것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부르든 뭐라고 부르든 중국에도 한국에도 유익한 것이다. 시진핑은 이미 손안에 쥔 확실한 것(북한)을 놓으면서까지 새 것(미국에도 중국에도 치우치지 않은 통일 한국)을 추구할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중국을 세운 마오쩌둥은 잔인했지만 ‘사기’와 ‘자치통감’을 끼고 살 만큼 역사적 안목이 깊었다. 프랑스 파리 유학파인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의 통찰력으로 공산주의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갔다. 시진핑에게는 그런 역사적 안목이나 통찰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진핑은 태자당 출신이다. 자기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후광으로 칭화대에 들어갔다. 관료로서 승승장구한 것도 태자당의 인맥 덕분이다. 

시진핑은 안보에 관해서는 아주 보수적이다. 칭화대 졸업 이후 국방장관 부관으로 3년 일한 이후 군 관련 일을 계속 해왔다. 중국의 ‘핵심 이익’, 즉 주권과 영토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센카쿠 열도, 스프래틀리 군도, 파라셀 군도에서 강도를 높여온 도발을 상기해 보라. 한반도의 군사적 완충지대 북한을 쉽게 버릴 사람이 아니다. 그는 북한을 6·25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린 혈맹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장쩌민 이래 중국 지도자의 임기는 10년이다. 시 주석은 2022년까지 집권한다. 그를 앞으로도 7년을 더 상대해야 한다. 7년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난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중국 미몽(迷夢)에 잃어버린 20년’이란 칼럼을 통해 중국이 북한을 움직여 줄 것이라는 미몽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중국 지도자들의 노회한 페인트 모션에 속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처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그 결과 너무나 중요한 3년을 허비했다.

중국은 이번엔 평화협정을 들고 나왔다. 슬슬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할 태세다. 우리로서는 평화협정을 지금 논할 아무런 실익이 없는데도 평화협정에 호응하는 이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평화협정은 한미일 동맹으로 북한과 중국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본 뒤에도 북핵 저지에 실패하면 그때 가서 검토하되, 한국의 핵무장이라는 상반된 옵션과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검토할 일이다.


5.[중앙일보][양선희의 시시각각] 혼자 살 준비가 됐나요?

그들 노부부가 사는 집은 현관문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아내, 왼쪽은 남편의 구역이다. 그들이 함께 식사하는 건 기념일에 자녀들과 함께하는 외식 정도다. 서로 생활에 간섭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아내는 “부부는 40년쯤 살아도 타인이다. 간섭하고 기대할수록 갈등만 깊어진다는 걸 깨닫고 환갑 때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타인으로 살자고 남편과 합의했다. 그 이후 인생이 훨씬 쿨하고 평화로워졌다”고 했다. 서로 부대낀 세월만큼 닮아가는 이상적인 부부도 많지만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부부도 많다. 황혼이혼이 신혼이혼을 훌쩍 앞서는 건 그래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미 대세다. 네 가구 중 한 가구(27.1%)가 1인 가구라는 통계뿐 아니라 이들처럼 한집에 살아도 따로 사는 정서적 싱글족도 많다. ‘혼자 잘 사는 법’을 찾는 건 우리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

혼자 사는 지인은 “요즘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라는 명칭은 1인 가구를 처량하고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려는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를 대변한다”고 했다. 정말 혼자 살면 외롭고 불행할까? 서울연구원의 1인 가구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힘들다(51.2%) 등의 어려움을 지적했지만, 그럼에도 절반 가까이 혼자의 삶에 만족(48.2%)한다고 답했다. 불만족은 6.2%였다.

그는 또 “우리 사회 시스템은 1인 가구에 비우호적”이라고 했다. “싱글족이 세금도 더 많이 내는데 사회 시스템은 시대착오적이다. 한 예로 관공서들은 왜 그렇게 등기우편을 부치는지 모르겠다. 평일 낮시간에 집에서 어떻게 우편물을 받나. 아직도 사회 시스템은 엄마가 낮에 집을 지키는 시대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1인 가구 정책은 거의 없다. 서울시의회가 지난해부터 1인 가구 지원조례를 만든다고는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지 감도 못 잡는 실정이다. 1인 가구의 45% 이상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빈곤과 주거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만 있을 뿐이다. 가족은 이렇게 빨리 변하는데 사회적으론 준비가 안 됐다는 얘기다.

그나마 다행은 1인 가구를 지원하는 민간단체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거다. 1인 가구는 연령대, 수입 규모, 혼자 사는 이유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대응방법도 다양해야 한다. 비슷한 이해관계의 소규모 집단을 상대로 한 민간 차원의 접근은 그래서 유용하다. 프랑스에서 2003년 폭염으로 1만7000명의 독거노인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등장한 노인과 청년이 함께 사는 ‘코아비타시옹’도 민간단체 활동으로 시작됐다.

최근 1인 가구 대상 사회운동은 ‘타인과 함께 사는 삶’이 주류다. 싼 주거공간 확보를 위한 공동주택운동도 1인 가구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뒷받침하는 형태로 발전 중이다. 실제로 1인 가구는 이웃과 연대한 기초적 돌봄이 없으면 고독사 등 각종 사회문제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 한데 활동가들은 "인내와 사랑, 간섭과 기대감 같은 가족주의적 관계에 익숙한 우리 문화가 타인과 함께 사는 생활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청년 대상 공동주택을 운영하는 민간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대표는 “타인과 살 때는 자신의 불편과 이해관계를 드러내 놓고 토론하는 민주적 과정이 중요하고, 감정이 배제된 느슨한 공동체로 부대끼는 장면을 줄여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1인 가구 연합에는 갈등을 조정하는 외부의 조정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타인과의 삶은 가족과의 삶과는 다른 규칙과 태도, 가족주의와 충돌되는 가치의 습득을 요구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부터 관계를 지탱하는 인프라까지 모든 면에서 달라야 한다는 거다. 1인 가구가 중심인 사회에서 살려면 ‘타인과 잘 사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가족 중심에서 타인과의 삶으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변곡점에 있는지도 모른다. 더 연구하고 대책을 찾고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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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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