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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사드 전격 배치, 불가피한 선택이다

주한미군이 어제 새벽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 핵심장비를 전격 반입했다. 발사대와 사격통제 레이더, 요격 미사일 등이 포함됐다. 한·미 군 당국이 사드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지 9개월여 만이다. 미군 측은 별도 시설공사 없이 핵심장비를 신속하게 배치하는 방법으로 빠른 시일 내에 초기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내달 중 가동에 들어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작전 능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대통령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급작스레 배치작업이 진행된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다. 일단 김일성 생일(15일)과 북한 건군기념일(25일)이 별 탈 없이 지나갔다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 준비를 끝내고 언제 도발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전단을 한반도에 집결시키고 중국의 북한 국경지역 관할 부대가 ‘1급 전비 태세’에 들어간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가 사드 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사드배치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부적절한 조치라는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문재인·안철수 후보 진영은 배치 중단을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잘못과 한밤중 기습적인 배치작전으로 주민들의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문제점도 없지 않다. 한·미 군 당국의 미숙하고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하지만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 사안이다. 안보를 튼튼히 하는 작업은 촌각을 다툴 수밖에 없다. 대선 전략의 유불리를 따져 정략적으로 접근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사드배치를 무작정 미루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선거가 끝나고 다시 논의가 시작된다면 언제 배치될 것인지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사드 배치는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더 이상의 찬반 논란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사드가 온전히 작전운용 능력을 갖추도록 철저를 기하는 일이다.



2. '후보들 못 믿겠다' 늘어나는 부동층

대선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판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지지도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며 역전을 노리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며칠 사이 조사에서는 오차범위를 넘어 10%포인트 이상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양강 구도’가 깨지는 듯한 분위기다.

보수·진보세력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우리 현실에서 양쪽 지지층을 모두 붙잡으려는 안 후보 진영의 선거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결과다. 오히려 양쪽 진영으로부터 집중적인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는 데다 그동안 몇 차례 TV토론이 이어지면서 안 후보가 대북 안보관에 있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탓이다. 지금껏 안 후보에 쏠렸던 중도 보수층이 지지 대열에서 서서히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만큼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탈표의 상당 부분은 분명한 의사표시를 거둔 채 중간지역에서 맴돌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여러 여론조사 결과 부동층은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선거전이 달아오를수록 부동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후보들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흡입력이 지지표를 끌어모으기에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하고도 “앞으로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자꾸 늘어가는 추세다. TV토론을 통해 검증이 거듭되면서 후보들에 대한 믿음과 실망이 교차하고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보수진영 및 ‘비문(非文)’ 후보들 간의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단일화가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인위적인 단일화 작업은 도리어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층을 어떻게 공략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후보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무엇보다 진영 논리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서울신문]

3. 훈풍 부는 한국 경제, 경기 호조 이어가려면

우리 경제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코스피는 어제 6년 만에 2200선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무역지수 또한 경제회복의 기운을 실감케 했다. 수출물량지수 잠정치는 151.26을 기록해 지난해 3월보다 4.9%나 올랐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체감 경기를 끌어내리며 우리 경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이달 들어 101.2를 기록해 전달보다 4.5포인트나 상승,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46만 6000여명이 늘어난 것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성장률 예상치도 오르고 있다.

경제 관련 지수들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것은 세계적인 경기 호황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제 유가 상승, 달러화 약세 등에 힘입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과 석유류 제품, 선박 수주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올린 기업들의 노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우리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하리라는 장밋빛 예상이 기대감을 높인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의 경우 올 들어 4개월 만에 총 39척, 23억 달러 상당의 선박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최대의 성과다. 국내 정유업체가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은 1억 17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나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3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의 기가스틸 전용 자동차 강판 공장을 어제 준공해 침체한 세계 철강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시장 장악은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대의 가전회사인 월풀을 끌어내리고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 들어서는 LG전자도 월풀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경쟁하듯 매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경기 호조를 이어 나가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순조롭게 진행돼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정치적 불안정이 시장과 기업에 부담을 주는 일은 빨리 해소돼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반기업 정서는 최대한 해소하고 수출과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책은 꾸준히 실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 곧 출범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더 과감한 경제정책을 마련해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을 모색하기 바란다.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의 통상 압력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대선 후보들은 모처럼만에 찾아온 경기 훈풍이 큰 불씨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4. 일자리·복지 재원 제대로 제시 못한 후보들

빅이슈가 없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그나마 유권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각 후보의 일자리와 복지 공약일 것이다. 청년 실업과 양극화 해소가 최대 화두인 시대에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공약이 소리만 요란할 뿐 내실은 있는 것인지, 특히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나 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부터 앞선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5년간 들어가는 총 21조원의 재원은 “재정 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마련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현재 10만~20만원인 기초연금도 30만원으로 인상하고 노인의 70%에게 지급한다는데, 4조 4000억원이 넘는 재원에 대해서는 “예산에 반영한다”고만 돼 있을 뿐이다. 사병 월급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50%까지 올리는데, 얼마나 드는지 예상액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5년 한시적인 청년 고용 보장을 실시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2년간 1200만원을 지급하고 구직 청년에게는 6개월간 18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재원은 “17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조정해서 확보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초연금은 30만원을 노인 50%에게 지급하는 데 3조 3000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뉴딜 정책으로 110만개의 일자리를 확보한다는데, 예산액은 물론 재원 조달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초연금 인상액은 문 후보와 같고, 사병 월급은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린다고 공약했다.

후보들이 일자리·복지를 포함한 공약을 실행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5년간 550조원으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문 후보 178조원부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208조원까지 대략 한 해 40조원이 들어간다. 문제는 증세 70조원을 포함해 구체적인 내역을 밝힌 심 후보 외에는 재원 조달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2016년에 더 걷힌 세금 10조원 정도가 5년간 매해 들어올 것으로 셈하고 있다. 거기에 세출을 구조조정해서 생기는 여력을 더해 국민의 부담을 덜겠다는 듯하지만 그것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비



과세·감면의 정비는 물론 증세가 불가피하다. 심·유 후보는 증세에 적극적인 반면 표를 의식한 듯 문·안 후보는 모호한 입장이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 때 장밋빛 ‘공약 가계부’의 실패를 경험했다.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 얼마인지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고 판단을 구하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다.



[중앙일보]

5. 제대로 된 대선 토론 가능성 보여준 4차 TV 토론

그제 모처럼 제대로 된 대선 TV토론을 봤다. 25일 저녁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제4차 토론에서 후보들은 그동안 TV토론이 네거티브 공방으로만 메워졌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선지 정책 토론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우선 주제와 동떨어진 상대방 헐뜯기나 일방적 의혹 제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양극화와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등 이날의 주제인 ‘경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그동안 TV토론이 과거 얘기만 하다 끝난 점을 자진해 사과하고, 앞으로는 미래만 논하겠다는 선언(안철수 후보)이 나온 점도 긍정적이었다.



이날 토론은 2차와 3차 토론에서 채택한 ‘스탠딩 토크’ 방식 대신 후보 5명이 원탁에 마주 앉아 얘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논의의 밀도와 수준이 스탠딩 토론을 압도했다. 토론의 질은 ‘스탠딩’ 같은 형식이 아니라 토론에 임하는 후보들의 의식과 노력에 좌우되는 것임을 보여 준다.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정책 토론은 활발했지만 구체적인 처방 대신 원론적 해법을 내놓는 선에 그쳤고 나라의 장래에 대한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후보도 찾기 어려웠다. 문재인 후보는 난처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고압적인 말 자르기와 답변 회피, 감정적 대응으로 비난을 받았다. ‘노무현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을 재차 거론해 소모적인 말싸움을 유도한 홍준표 후보의 태도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토론이 모처럼 정책검증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아직도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엔 부족한 수준임을 보여 준다.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관망층이 줄지 않고 있다. 국민이 후보들의 정책과 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한 방증이다. 앞으로 두 차례 남은 TV토론에서는 복지를 비롯한 사회·경제 현안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후보들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토론의 질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발언 하나 하나를 면밀히 살피면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릴 비전을 갖춘 후보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창구로 TV토론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6. 차기 대통령 저출산 극복 '국가 어젠다'로 실행하라

인구 재앙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올해 만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처음으로 줄어든 데 이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기 울음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어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2월 출생아 수는 3만600명으로 2015년 12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 연간 출생아 수가 36만 명대로 주저앉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002년 이후 15년 만에 40만 명 선마저 붕괴되는 ‘출산절벽’에 내몰리는 것이다. 

국가로서는 큰 위기다. 전문가들은 그 여파로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0.9%가 자연 증발하는 등 갈수록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복지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비혼·만혼·청년실업 같은 사회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인구 재앙이 곧 국가 재앙'이라는 의식이 뚜렷한 국가 지도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을 보면 미덥지가 않다. 주요 후보 5명 모두 아동수당 신설, 육아휴직 확대, 국공립시설 확대 같은 '퍼주기' 공약만 남발한다. 국가 차원의 큰 그림과 구체적인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덜컥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돈이 없어 난리가 났던 이전 정부의 기초연금·누리과정 공약과 뭐가 다른가. 저출산 문제를 ‘표’로 접근했을 뿐 국가 존망이 걸린 어젠다로 인식하지 않는 탓이다.

이대로라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인구 5000만 명 지키기도 버겁다. 2006년부터 10년간 102조원을 대증요법으로 쏟아붓는 바람에 효과는커녕 16년째 초저출산(1.3명 이하)의 늪에 빠져 있는 게 그 교훈 아닌가. 차기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안보 버금가는 '국가 어젠다’로 설정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일본의 ‘1억 총활약상(장관)’처럼 정부 조직 안에 컨트롤타워를 맡을 인구부총리나 인구부를 신설하는 것도 방안이다. 결혼·출산·보육·교육을 망라한 대통령 프로젝트로 저출산 극복의 구심점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음 TV토론에서 의지를 보여주면 어떤가.



[매일경제]

7. 사상 최고 넘보는 코스피, 기뻐할 수만 없는 이유

코스피가 어제 2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넘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크게 조정을 받았던 코스피는 꾸준히 상승해 2011년 5월 2일 2228.96까지 올랐지만 그 후 약 6년간 박스권에서 탈피하지 못했는데 최근 흐름이 달라졌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주요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자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이번에는 박스권을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북한 핵과 미사일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해소된다면 이전 최고치를 뚫고 2300선을 넘을 것으로 낙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대세 상승을 확신하기에는 복병이 너무 많다. 지수를 밀어올리는 외국인 자금의 투기성이 강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은 탓도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이 상승세를 이어가기에는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일부 상위 종목이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특히 삼성전자 비중이 너무 높아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지난 25일 종가 기준으로 20.96%에 달했는데 1년 전에 비해 6%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 추정 지수는 1700선으로 뚝 떨어진다. 삼성전자 같은 몇몇 우량 종목을 제외하면 주식시장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내수 불황이 이어지고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와 차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유럽 정치 상황 급변 등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돌발 악재)까지 터진다면 코스피는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다시 박스권에 갇힐지도 모른다. 

코스피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성장률 등 펀더멘털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의 경쟁력과 내수 경기 회복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은 하루빨리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최근 소비심리가 나아졌다지만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사상 최고치를 넘보는 코스피에 기뻐만 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다음달 출범하는 새 정부의 어깨가 무겁다.



8. 법인세율 35→15%로 성장엔진 돌리려는 美, 거꾸로 가는 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35%에 이르는 미국 법인세율을 15%로 내리는 파격적인 감세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앞세운 '트럼프노믹스'의 핵심 정책을 약속한 대로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미국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내릴 때마다 10년 동안 연방정부 세수가 대략 1000억달러씩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세율을 20%포인트 떨어트리면 그것 자체로 2조달러 안팎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는 재정적자 축소보다는 먼저 법인세 부담을 낮춰 성장의 활력을 높이는 쪽을 선택했다.

물론 이 계획을 관철하려면 의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상·하원 모두 집권당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한 없는 감세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공화당 의석은 52석에 그친다. 또한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세율을 20%까지만 낮추자는 공화당 주류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파격적인 감세안이 실현된다면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위스, 헝가리, 아일랜드, 폴란드, 라트비아, 캐나다(8.5~15%)와 더불어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높은 세금 부담 때문에 해외에 쌓여 있던 기업 이익의 환류 효과도 기대된다.

OECD 국가 법인세율은 2000년 평균 34%에서 지난해 22.5%로 줄곧 낮아졌다. 우리나라도 노태우정부 때 34%에서 김영삼(28%), 김대중(27%), 노무현(25%), 이명박정부(22%)를 거치면서 계속 세율이 낮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 주요 정당 대선후보 중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만 빼고 모두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최고 22%인 법인세 명목세율을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먼저 실효세율을 높인 다음 필요하면 명목세율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이명박정부 이전(25%)으로 세율을 되돌리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처럼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해 법인세율을 올리고서도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보는지 누구도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9. 실체 없는 중국의 대북 유화론을 경계한다

‘4ㆍ25 위기’를 넘기자마자 중국 언론이 “북한에 채찍 대신 당근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불과 사흘 전 미국의 북핵 시설 타격을 용인하고, 대북 원유공급까지 대폭 축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의 속내가 반영됐다면, 애초에 중국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가 혼란스럽다. 당장의 위기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것인지, 중국이 과연 북한 핵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나 한 것인지 등의 의문이 잇따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채찍으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을 막을 수 없으며 국제사회는 당근의 중요성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재와 핵활동은 잠정적으로 동결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4월 도발’을 포기하면 그만한 대가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4월 위기를 넘긴다고, 북한의 도발 위협이 사라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북한이 태양절이나 인민군 창건일을 그냥 지나친 것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에서가 아니라 미국 등의 강력한 대북압박에 일시적으로 몸을 사린 것에 가깝다.

북한은 국제적 대북공조가 느슨해질 때를 기다려 핵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여전하다. 중국 언론의 보도는 북한의 이런 의도에 장단을 맞춰 주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설사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동결한다 하더라도 실전배치 직전까지 다다른 고도화된 핵 위협은 여전히 남는다.

중국이 지금까지 대북 제재를 행동에 옮긴 것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일시 중단한 게 고작이다. 그밖에는 경제ㆍ군사적으로 말 폭탄만 날렸다. 이걸 갖고 할 일 다했다고 하는 건 결국 제재 시늉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제재의 목적은 최소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거부한다면 중국 내 북한 노동자를 송환하고, 불법 국경밀무역 단속을 강화하고, 원유공급을 축소하는 등 대북 압박의 고삐를 죄는 게 중국 정부에 주어진 국제적 책무다.

북핵 문제는 도발→협상→보상→파기→도발의 악순환을 30년 가까이 겪었다. 지금 국제사회는 다시 북핵 도발에 따른 시험대에 서 있다. 미래를 또 인질로 잡힐 것인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다음 기회는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사들에게 “수십 년간 (북한 문제에) 눈감아 왔지만 이젠 해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실체 없는 대북 유화론부터 경계해야 한다.



10. 문재인 후보 측의 송민순 압박, 너무 심한 것 아닌가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과 진실공방을 벌여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처지가 곤혹스럽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 중 관련 대목이 5ㆍ9대선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급기야 그는 문 후보 측으로부터 “용서하지 않겠다” “몇 배로 갚아주겠다” 는 등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까지 받았다고 한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기도 하다. 송 전 장관이 엊그제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직을 사퇴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찮아 보인다.

문 후보 지지자들의 이른바 ‘문자 폭탄’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일각에서 문 후보와 초록동색이라고 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조차 대선후보 2차TV토론 중 문 후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 세례를 받았다. 송 전 장관도 그런 문자 폭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송 전 장관은 문 후보 캠프의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사람”이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 측은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송 전 장관이 직접 밝히라”며 역공세를 취하고 나섰지만 그가 없는 얘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송 전 장관에 대한 고발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문 후보는 2007년 11월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자신의 주도로 북한에 의견을 물어본 뒤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을 했다는 송 전 장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송 전 장관이 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당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소외돼 흐름을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검찰로 끌고 가 풀겠다는 발상은 틀렸다. 패권주의 비난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송 전 장관은 논란이 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의 머리말에서 “긴 여정을 거쳐 나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지렛대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하나로 묶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시 도달했다”고 썼다. 그의 회고록에 기본 바탕으로 깔린 이 같은 문제의식은 바로 문 후보 외교안보 노선의 핵심이다.



송 전 장관은 북한 핵 문제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던 ‘9ㆍ19공동성명’ 채택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경험은 문 후보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북핵과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 참고가 될 자산이다. 그런 그를 당장 선거에 불리하다고 마구 몰아붙이는 것은 단견과 속 좁음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주요신문칼럼



1. [연합뉴스][김은주의 시선] 최초의 여성 개업의 허영숙

"재작년에 동경녀자의학뎐문학교를 졸업하야 조선에 처음으로 녀의(女醫)가 된 허영숙 녀사는 이번에 서대문뎡 일뎡목에 녀의원을 내이고 금일부터 개업을 한다는데 병원 일훔은 영혜의원(英惠醫院)이라 하며 이로써 조선녀자가 의원을 개업하기는 처음이라 하겟더라." ('허영숙 여사 개업' 동아일보 1920. 5. 1.)

1918년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의사시험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합격한 허영숙이 1920년 5월1일 서울 서대문정 1정목 9번지, 즉 서대문 1가 9번지에 의원을 열었다. 주로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산부인과, 내과, 소아과 등을 진료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개업 의원이다. 

허영숙은 국내 의사 면허를 받은 첫 번째 여성이다. 의사시험에 합격한 첫 여성이자 국내 여성 개업의 1호이다. 전공은 산부인과였다. 그러니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 1호이기도 하다.



영혜의원은 5년 후인 1925년 5월6일 규모를 확장해 한성의원으로 간판을 바꾸었다. 병원 위치는 그대로인데 이번에는 개성병원 출신의 김기영이라는 의사와 함께 개업했다. 

그러다가 1938년 5월31일 효자동 175번지에 해산전문병원 허영숙산원을 열었다. 신문에는 "허영숙씨(여의) 효자정 175번지에 해산전문병원 산원을 개원"(동아일보 1938. 5. 31.)이라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보면 '조선온돌 산실 완비'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온돌방 입원실이 30실 정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잡지 월간 '여성'의 기자로 일하던 시인 노천명은 다음과 같은 탐방 기사를 썼다.

"효자동 가는 전차를 타고 진명고녀 앞에서 내려 들어가노라면 삼분을 채 못 걸어 바로 길가에 유난히 눈에 띄는 아담한 순조선식 큰 건물 하나가 있다. 살림집으로는 지나치게 크고 그렇다고 무슨 공무를 보는 집으로는 맞지 않게 아늑하고 다정한 맛을 주는 여기가 허영숙씨가 새로 개업한 씨의 산원이다… 이 산원의 특징은 조선식 온돌방에서 생활하고 또 이 온돌 따뜻한 방에서 해산을 해온 조선부인들이 병원엘 갑재기 들어가 침대 우에서 느끼던 종래의 불편을 일소하기 위해서 여기는 순조선식의 좋은 점을 살려가지고 우리 부인들에게 맞게 설비한 점이라고 한다…" ('허영숙산원 탐방기' 여성 1938. 12.)

노천명의 기사에 따르면 허영숙은 개업하고 있다가 3년 전에 다시 일본으로 가서 도쿄 적십자산원에서 공부를 하고 1937년 6월에 돌아와 8월부터 이 산원 건축에 들어갔다.



1895년 서울에서 출생한 허영숙은 진명소학교와 관립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를 거쳐 도쿄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했다. 

1918년 학교 부속병원에서 실습하던 중 각혈로 병원을 찾아온 조선 청년을 만났다. 그가 바로 이광수였다. 이광수가 와세다대학교에 재학하며 소설 '무정'을 발표한 뒤였다. 이광수는 폐결핵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는데 허영숙의 극진한 간호로 소생했다고 한다. 

1919년 도쿄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이광수는 이를 전달하기 위해 상하이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도산 안창호를 만나 독립운동에 동참하기로 하고 여운형이 조직한 신한청년당에 들어갔다. 또한, 임시정부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기관지 독립신문사의 사장을 맡았다. 그러나 허영숙이 상하이로 찾아와 귀국을 종용하자 1921년 3월 귀국, 허영숙과 결혼했다. 

이광수는 1923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허영숙은 1925년 학예부장으로 일하던 이광수가 병으로 눕게 되자 대신 원고정리를 해줄 생각으로 신문사에 나갔다가 기자가 됐다. 그해 12월에는 남편으로부터 학예부장 자리를 이어받아 신문 사상 첫 여성부장이 되어 일하다 1927년 3월 퇴사, 의사 본업으로 돌아갔다.

기자 허영숙은 전문분야를 살려 의학상식, 육아, 가정 등에 관한 기사를 썼다. 1926년 3월1일부터 6일까지 6회에 걸쳐 연재한 '가정위생'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어린아이 울 때 어머니의 주의,' '해산과 위험,' '아이를 못 낳는 부인과 남편' 등의 기사가 실렸다.

첨단을 걷는 신여성으로서 여성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주장을 폈다. 인습을 타파하고 여성의 권익향상과 사회참여를 독려했다. 예컨대 '부인문제의 일면-남자 할 일, 여자 할 일'(1926.1.1), '남자가 여자로=여자가 남자로' (1922.1.2) 같은 기사를 남겼다. 기자가 되기 전에도 수차례 신문에 기고했는데, 성병에 걸린 사람은 법으로 혼인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기고문 '화류병자의 혼인을 금할 일'(동아일보 1920년 5월10일)은 한동안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이광수가 납북되고 혼자서 세 자녀를 기른 허영숙은 말년에 자녀들이 사는 미국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1971년 75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떠났다. 1975년 5월 춘원 기념비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폐렴에 당뇨와 동맥경화증까지 겹쳐 그해 9월8일 사망했다. 허영숙은 3년에 걸쳐 이광수의 유고를 정리하고 자료를 수집해 1963년 20권에 달하는 춘원 전집을 완성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는 박에스터이다. 본명은 김점동으로 1879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이화학당을 졸업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병원인 보구여관에서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윌리엄 홀과 로제타 셔우드 홀 부부의 통역과 간호 보조 일을 하다가 이들의 도움으로 1895년 도미, 다음 해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에 입학해 의학을 공부했다.



1900년 의학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보구여관에서 3년간 진료했으며 1906년 평양 광혜여원(기홀병원)으로 옮겨 일했다. 평안도, 황해도 일대를 순회, 무료진료를 베풀었으며 평양에 맹아학교와 간호학교를 설립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로 인한 폐결핵과 영양실조로 1910년 31세로 사망했다. 

허영숙은 두 번째 여의사이자 최초의 여성 개업의였다. 그러나 정작 의사로서 보다는 이광수의 부인으로 더 알려졌다. 이광수에 가려져 여의사로서의 활약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이후 유영준, 현덕신, 한소제 등의 여의사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개업의가 되기도 하고 의료활동 외에 여성운동, 독립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여자의사의 수는 2만명을 훌쩍 넘는다. 2017년 2월 현재 대한의사협회에 신고를 필한 의사는 10만1천618명이다. 이중 여자의사는 2만3천929명으로 23.9%를 차지한다. 박에스터가 의사가 된 1900년에는 이러한 성장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여성의 인권이나 여성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던 개화기. 당시 여의사는 단순한 전문직 이상이었다. 현재 당연한 것으로 누리고 있는 생활 조건들이 이들 선각 여성들의 치열한 삶에 힘입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 [여성신문][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북유럽은 어떻게 세계 최고 복지국가가 됐나

힘든 농촌일과 도시의 빈부 격차로 인한 좌절감, 아무리 노력해도 낮은 임금 때문에 제대로 된 자녀교육은커녕 어린 자녀들을 어려운 살림에 보태기 위해 일터로 내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좌절한다.

도시에 가면 성공한다는데 우리 딸아들은 고생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국가 안위가 어려우니 차라리 주권을 포기하고 강대국에 아예 국방권을 맡겨버리는 것이 어떨까? 눈만 뜨면 노동자 파업, 직장폐쇄, 정당끼리는 매일같이 치고 받고 상대정당 책임이라고 싸우는 것에 이제는 지쳤다.

“차라리 이민이나 가버릴까?”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지만 북유럽의 두 나라, 덴마크와 스웨덴의 1940년대까지의 모습이다. 덴마크는 1864년 강대국 독일과 국경분쟁을 벌이다가 당시 국토의 4분의1을 잃었고, 아예 주권을 독일에게 맡기고 하나의 독립주로 될 것을 요청했으나 독일은 이를 거절했다. 현 덴마크 여왕이 직접 증조부 할아버지의 숨은 외교를 털어놔 세상에 알려졌다.



스웨덴은 1930년대 초까지 빈부격차, 노사대립, 진보와 보수정당간 정권 쟁탈로 의회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1∼2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노사 분규가 심해 노동손실 일수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1910년대까지 스웨덴 인구의 4분의1인 150만명이 미국 이민길을 택했다. 그만큼 삶이 척박했다는 말이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 정치인 청렴성, 정치적 안정과 복지가 가장 잘돼 있는 나라, 양성평등이 가장 잘돼 있고 노동참여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대학원까지 무상으로 제공되고, 삶의 환경이 높아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라고 할 때 예외없이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가 덴마크와 스웨덴이다.

물론 노르웨이와 핀란드도 예외가 아니다. 불과 70년만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떻게 해서 두 나라는 가난의 질곡, 대립과 항쟁의 투쟁, 노사 쟁의를 뒤로 하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물게 천지개벽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덴마크는 1941년 독일에게 다시 한 번 침략을 당해 주권을 4년동안 내줘야 했다. 스웨덴도 독일 침략을 피하기 위해 철길을 열어줘 독일이 점령한 노르웨이까지 물자와 무기 수송을 도와줬다. 전쟁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주권국가로 큰 외교적 굴욕임에는 틀림없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발견되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뿌리는 시민교육운동과 정당사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 의식이 낮으면 국가의 운명을 외세에 맡길지 모른다고 시작한 그룬트빅 목사는 시민교육학교를 세계 최초로 1844년에 개설했다. 스웨덴도 1868년 이 학교를 모델로 전국에 시민교육학교운동을 전개했다.



이 학교를 통해 산간벽지까지 교육을 받지 못한 청소년, 성인을 위해 평생교육이 시작됐다. 시민교육운동은 노동운동과 연계돼 정당 설립에 기초가 됐다. 1880년대에 이미 보수당, 농민당, 자유당, 사민당이 뿌리를 내리고 자유무역-보호무역을 둘러싸고 정책 대결을 벌였다. 선거가 정책 대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당들이 있어 가능했다.

정당들은 국가 실패는 정치인의 책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미래 정치인이 될 청년들을 정당에 데려와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시민교육운동과 정당들의 청년교육운동은 지금도 전통으로 이어 내려오고 있다.

국가 성패는 경제가 좌우한다는 일념으로 덴마크는 농경지 신경작법의 도입과 농촌특화경제를 통한 수출에 몰입한 것이 1800년대 말이었고, 스웨덴은 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정당들이 노사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것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봤다. 1950년대 들어 덴마크와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모범적인 강소국의 모델로 서서히 거듭났다. 적극적 정치 참여를 통한 국가 재건에 동참한 국민의 민주적 소양과 배려 그리고 창의적 교육은 나라를 빼앗겼던 국가의 생존을 위한 미래전략의 핵심이 됐다.

덴마크의 안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군사 동맹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해결했고, 스웨덴은 중립국을 표방하며 자주국방을 근간으로 육․해․공군의 첨단국방산업을 가진 국가로 발돋움했다. 지금 미국에서 고등훈련기 사업의 수주를 따기 위해 한국의 T-50과 경쟁하는 업체 중 하나가 스웨덴의 사브사가 있을 정도로 방산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궤를 같이 한다.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금을 통해 복지제도를 구축한 북유럽 두 나라는 안정적이며 투명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해 경제성장이 함께 이뤄지고, 책임 있는 경제의 두 주체간 상생의 합의를 통해 노사 평화가 이뤄져야 질 높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정당들의 국민 행복의 비전을 복지와 분배 정책으로 완성한 예다.

우리도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민주주의 발전의 진통을 겪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한반도 주변의 상황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하지만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있는 북유럽 두 나라의 근대사를 통해 겪은 아픔은 우리가 번듯한 민주국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3. [서울신문][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고고학적 현대 건물

서울 도심의 청진동 일대에 최근 지어진 높고 멋진 현대 건물에 들어갔다가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 고고학 발굴 현장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신기하고 흥미로운 장면과 마주친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 장면은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이 실은 한 나라의 수도가 된 지 623년이나 된 세계적인 역사 도시임을 새삼 일깨워 주었을 것이다. 역사가 남긴 물체, 곧 유구(遺構)를 내포한 그러한 ‘고고학적 현대 건물’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앞으로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역사 도시에서 더욱 자주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를 개발하느라 땅을 파다가 유구가 나오면 문화재 전문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그 가치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 높은 점수를 받으면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유구를 보존해야 한다. 방법은 현지보존, 이전보존, 기록보존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문화재를 실제로 보존하는 방법은 현지보존뿐이다.



이전보존은 엄밀히 말하면 보존이 아니라 옮겨서 재현하는 것이다. 유구는 대지 위에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옮기는 것 자체가 파괴다. 또한 모든 역사적 장소는 특정한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유구의 자리를 옮기면 문화재로서의 진정성이 왜곡되거나 사라진다.

얼마 전까지 현지보존 결정이 내려지면 개발자는 지뢰를 밟은 심정으로 유구를 노려보곤 했다. 유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발굴 전 상태로 복토(覆土)해 보존하거나 외부에 노출해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구를 다시 덮고 그 위에 보호층을 만드는 복토보존을 하면 그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으나 지하층은 만들 수 없다. 도심의 고층 건물에서 지하층은 대개 1, 2층 다음으로 임대료가 비싸서 그것은 큰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유구를 노출해 보존할 경우 새 건물의 공간 활용이 제약받기 쉽다.

그동안 도시 개발자들은 문화재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현지보존을 가장 난감하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 생각은 신축 건물의 바닥 면적이 넓을수록 경제적 이득을 많이 보았던 개발시대의 산물이다. 경제 저성장이 이어지고 도시화가 정점에 이른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제 짓기만 하면 분양이나 임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실률을 줄이고 임대료 하락을 막기 위해 인접한 건물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새로운 건물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 거주환경과 매력도다. 거주환경은 친환경 성능 등을 갖추는 건축 기술로, 매력은 좋은 건축 디자인으로 확보된다. 그런데 건축 기술과 디자인의 수준은 점차 상향평준화돼 이 두 측면에서 건물이 차별성을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떤 건물에 오래된 역사의 흔적인 유구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은 큰 관심거리가 되어 건물에 특별한 매력과 품격을 더해 주고 건물주의 이미지까지 상승시켜 준다. 이러한 매력과 좋은 이미지는 분양가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그 건물은 경쟁력을 갖게 된다.

문화유산과 도시 개발을 서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다. 작년 10월 에콰도르의 키토에서 열린 유엔 해비탯3 회의에서는 앞으로 20년간 도시 개발의 방향을 설정한 ‘새로운 도시 의제’를 채택했다. 그중 한 항목은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해 문화유산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오는 12월 인도의 델리에서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총회와 함께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심포지엄은 ‘유산과 민주주의’라는 주제 아래 네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소주제가 ‘다양한 공동체의 참여를 통한 유산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통합’이다. 이 소주제에 일백수십 편의 논문 발표가 신청됐다.

필자는 방금 논문 초록 심사를 끝냈는데 전 세계에서 문화유산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통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나라의 역사 도시에 등장하고 있는 고고학적 현대 건물이라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건물 유형이다. 이제 문화유산은 도시 개발의 지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해 조상이 준 선물이다.



4. [서울신문][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전통시장 맛집 탐방

시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장소다. 어머니가 장바구니를 들고 가족을 위해 찬거리를 장만하러 가던 곳이며, 설날이나 추석 때면 제수음식이나 명절음식 또는 설빔 등을 마련하기 위해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로 인해 활기찬 ‘장터’가 벌어지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백화점, 대형마트, 대형할인점들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정겨웠던 시장통의 옛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전통시장은 대형상가가 줄 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와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시장 곳곳에 줄지어 자리잡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값싸게 제공하는 가게들이 구수한 냄새와 정겨운 분위기로 손님을 끄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작고 개방되어 있는 가게가 대부분이지만, 시장 상인은 물론 수많은 고객이 오가는 곳이라 입소문이 빨라 맛과 명성을 자랑하는 곳들이 많다.

광장시장은 1905년 개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서울 도심 한가운데인 종로4가와 예지동에 걸쳐 있다. ‘광교’와 ‘장교’ 사이를 복개해서 만들려고 했다 하여 ‘광장시장’이라 불리게 됐다. 포목, 직물, 의류, 침구, 수예, 나전칠기, 주방용품 수입품, 청과 건어물, 정육, 생선, 야채, 제수용품 등 ‘고양이 뿔 빼고는 다 있다’는 전국 최대 규모의 도소매시장이다.

역사와 규모가 있는 만큼 시장통 맛집 또한 즐비하다. 빈대떡, 국수, 김밥, 육회, 순대, 곱창, 족발, 수제비, 만둣국, 오뎅, 떡볶이, 모듬전, 비빔밥, 보리밥, 닭튀김, 생선회, 매운탕, 토스트 등등 100여개의 식당이 밀집해 있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식당가다. 그래서인지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띈다.

즉석에서 맷돌에 녹두를 갈아 부쳐 주는 빈대떡집이 곳곳에 있어 길모퉁이 작은 테이블에서 막걸리 한 잔과 빈대떡을 즐기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순희네 빈대떡’집은 ‘배트맨’, ‘가위손’의 팀 버턴 감독이 극찬했던 곳이다. 바삭한 식감에 고소한 맛을 자랑해서 항상 붐비고 포장 손님도 줄 선다. 칼국수, 콩국수, 잔치국수, 열무국수 등 국숫집들도 즐비하게 포진하고 있다. 시원한 멸치국물에 즉석에서 면을 썰어 칼국수를 끓여내는 ‘강원도 손칼국수’는 2대째 이어온 집으로, 빈자리를 기다려야 하며 단골손님도 많다.

김밥집은 바쁜 상인이나 손님들로 붐빈다. ‘마약김밥’집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보여준다. 단무지와 당근 등만 넣고 깨를 뿌린 꼬마김밥은 겨자소스에 찍어 먹는데, 중독성이 있다. ‘마약’은 먹을수록 또 먹고 싶어진다 하여 손님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육회골목에는 이름난 육회집이 여러 곳 있다. 소고기 육회와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한 ‘자매집’은 줄이 길어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

광장시장 외에도 전통시장의 맛집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 삶의 옛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정겨운 전통시장에서 장도 보고 시장통 맛집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즐거움은 결코 작지만은 않을 것이다.



5. [조선일보][만물상] '가장 위대한 순간'

영국인들이 "가장 위대한 순간(finest hour)"이라고 말하는 역사가 있다. 1940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독일군 공습으로 영국 도시 곳곳이 불바다가 됐을 때다. 런던에서만 3만명이 죽고 5만명이 부상당했다. 런던 시민 6분의 1인 140만명이 집을 잃었다. 처참했다. 그런데 영국인들은 왜 반대로 말할까.



​폴 콜리어 등이 쓴 '제2차 세계대전'은 런던 대공습에 대한 서술을 18세 영국 청년이 당시 쓴 일기로 대신한다. 청년은 거리에 쌓여가는 시신을 보면서 이렇게 썼다. '나치가 저지른 이 끔찍한 범죄 현장보다 훨씬 높은 저곳엔 뜨겁게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시련을 이겨내고자 하는 영국 국민의 의지다. 이 정신으로 우리는 결국 이길 것이다.' 이 청년은 군에 자원해 전쟁터로 갔다.



프랑스가 굴복하고 미국은 외면할 때였다. 영국에 승산은 희미했다. 대공습이 시작된 뒤 11주 동안 런던에 폭탄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하루에 불과했다. 나치가 노린 건 영국인들 마음의 구멍이었다. 공포에 질린 시민이 정부에 항복하라며 폭동을 일으키길 기대했다. 프랑스에선 그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독일은 영국을 잘못 알았다. "(내가 여러분께 줄 수 있는 것은)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밖에 없습니다." 처칠 총리의 호소에 국민은 "런던은 견딜 수 있다(London can take it)"고 답했다.

그제 서울 일대에 비행기 굉음이 울렸다. "북한 전투기 아니냐?" "전쟁 난 거 아니냐?"는 전화가 경찰, 구청, 국방부에 수백 통 걸려 왔다고 한다. 주말 에어쇼를 준비하는 비행팀의 훈련을 오해해 일어난 소동이었다. 그러자 주최 측이 향후 훈련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해도 무덤덤한 시민들이 비행기 몇 대에 놀란 이유는 무엇일까. '위기 불감증'과 '전쟁 공포증'은 동전의 양면인가.

영국인들이 런던 대공습을 '가장 위대한 순간'이라고 부르는 건 살육과 파괴, 비참과 공포를 이겨낸 공동체의 정신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이를 '블리츠 정신(Blitz spirit)'이라고 한다. 독일이 프랑스를 휩쓴 작전 '전격전(Blitzkrieg)'에서 따왔다. 물론 일부 런던 시민은 동요했다. 정부를 원망하고 굴욕적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약탈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국인은 자존심을 잃지 않고 공포 앞에서 질서를 지켰다. 우리에게도 분명 그런 의지가 있다. 필요한 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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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뉴스 큐레이션
2017년 4월 27일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1. 선거철만 되면 보수 진영의 '색깔론' 공세가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주적 논쟁', 송민순의 '북한인권 결의안 논쟁' 등으로 야권 후보들을 공격하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지난 10년간 ‘쥐 닭’이 하도 갉아먹고 쪼아 먹어서 식상해서 그런 게지...

2. 알앤써치의 조사에 의하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2주 연속 상승세이며 이는 지지 유권자층이 겹치는 상황을 맞으면서 표심의 향방이 점차 선명해지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남아있는 지지층은 선명하게 다를 텐데, 단일화는 가능할까? 꿈도 꾸지 마까?

3. 문재인 후보가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데 대해 성 소수자 단체 회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왜 내 존재를 반대하냐’ ‘참여정부가 약속한 차별금지법 공약하라’ 등 문 후보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 건 자유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라는 얘기지요~

4. 홍준표 후보는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 득표율의 80%만 목표로 한다. 그걸 복원하면 이번 선거 이긴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에서 여론 조사하면 체감은 더 높다’며 ‘지금 급속히 복원 중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80%는 개뿔, 득표율 15%도 못 넘겨서 선거자금 환급 못 받을 걱정이나 하시지~

5. 안철수 후보는 ‘후보 단일화 같은 것 하지 않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지만,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4차 TV토론에서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 의사를 물은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설마 다음 토론에서 “저를 음해하십니까, 안 하십니까?” 직접 물어볼 건 아니지?

6. 유승민 후보는 ‘네 번째 TV 토론회에 대해 유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 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였다’고 자평했습니다. 또 ‘문재인 후보는 오만하고, 안철수 후보는 초등생, 홍준표 후보는 술 덜 깬 동네 아저씨’라고 싸잡아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유승민은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계란이 왔어요’ 아저씨 같던데...

7. 심상정 후보가 3차례의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가장 잘했고, 안철수 후보가 가장 못 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심 후보의 10%에 육박하는 지지율 상승과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는 TV토론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니까...

8. 연합뉴스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기호가 뒤바뀐 사진을 기사에 첨부해 각 후보 지지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文·安, 지지율 추이 시각차’라는 기사에서 경선 당시 사진을 가져다 쓰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 보진 않지만, 연합뉴스라 영 꺼림칙해... 근데 누가 손해야?

9. 한미 양국이 심야에 사드 발사대 6기, X-밴드 레이더, 요격미사일, 발전기·냉각기 등의 장비를 기습 배치했습니다. 이는 그간 대통령 선거 이전 사드 배치는 어려울 것이라던 국방부 설명과 전면 배치돼 거짓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유력 후보 대부분이 모호한 입장이니... 그래도 도둑놈도 아니고 황 교활한 놈들~

10. 북한이 창군 85주년이었던 25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전개했습니다. 이어 우리 군도 26일 육군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창군 이래 아홉 번째로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방위비 지출은 세계 10위라면서 미국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군대... 아 쪽팔려~

11. 박근혜 탄핵 기각을 위한 ‘탄기국’이 ‘가짜뉴스’ 의혹을 받았던 보수신문들의 발행비용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탄기국이 보수신문들의 배포뿐 아니라 창간과 발행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풀이돼 논란이 예상됩니다.
빨랑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이런 돌아이 집단이 없어질 텐데... 머리 아파~

12. 김경숙 전 이대 학장이 정유라의 입학 청탁을 받지 않았다며 김종 전 차관과 엇갈린 증언을 했습니다. 다만, 김종이 '건너건너 아는 집의 자녀가 승마 특기생으로 지원했다'는 말을 했고, '정유연'이라고 적힌 쪽지를 건넨 부분은 인정했습니다.
건너건너 아는 집? 최순실, 박근혜 건너건너 방에서 오래오래 살아야 할 듯...

13. 신연희 강남구청장에 대한 배임·횡령 혐의를 내사 중인 경찰이 횡령액수가 수억 원대에 이른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중입니다. 신 구청장 측은 ‘구청 직원에게 돌아갈 포상금을 빼돌렸다는 것은 시스템상 불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이 주장하는 거랑 어쩜 그리 똑같냐... 역쉬 새끼 박근혜~

14. 서울시가 지난해 시행했다가 중앙정부의 반대로 한 달 만에 중단됐던 '청년수당' 사업이 다음 달부터 본격 재개됩니다. 서울시는 대상자 선정 작업을 거친 뒤 오는 6월 말경 수당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몽니가 뽑혔으니 마음껏 진행하세요~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15. 고대영 KBS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없는 점이 경영 악화의 원인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왔습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고 사장은 ‘수포사(수신료 포기 사장)’로 ‘KBS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수신료를 포기한 수포사가 아니라 공정방송을 외면한 ‘공외사’가 아닐까 하는...

16. 글로벌 보안회사 시만텍은 북한이 사이버 공격으로 세계 각국의 은행을 상대로 1천억 원 이상을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최근 체제 전복을 노린 사이버 공격뿐 아니라 대규모 사이버 절도도 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못 하는 게 없는데, 혹시 전두환, 이명박근혜, 최순실 계좌 좀 찾아주면 안 될까?~

17. 혼인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신생아 수도 올해 3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가 주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어 매년 논란만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혼에 2억 원, 육아에 월 107만 원... 이러면 결혼은 서민용이 아니라는 거지~

18. 아시아 인구에서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많은 남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동지역을 포함한 아시아 인구는 남자 22억4천만 명, 여자 21억4천만 명으로 남자가 1억 명이나 많았습니다.
1억 명은 결혼을 못 한다는 소리네... 감사하면서 살아야지... 고맙습니다~

@전인권 ‘걱정 말아요 그대’ 표절 논란. 그만~
@나경원, ‘문재인 ‘코리아패싱’도 모르나’. 돼지흥분제는?
@민주당 '우병우 특검법' 발의. 잡자~
@우버, 2020년 비행 택시 첫 도입. 날아서 출근?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이 오늘도 지속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쌓인 먼질랑은 툭툭 털고 깨끗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날씨만큼 대한민국 정치도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류효상의 고발뉴스 조간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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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조선일보]

1. 대선막판에 다시 떠오른 '단일화' 문제

대선을 2주일 남겨두고 중도·보수 단일화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지난 24일 의총에서 국민의당에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한 연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일부지만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 일각에서도 호응하는 기류가 있다. 이는 최근 안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고 상당수 중도·보수층이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는 원칙적으로 각 정당이 후보와 공약을 내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는 선거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정책이 비슷하면 얼마든지 연대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보수 정당 간 단일화는 부자연스럽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한국당·바른정당은 가장 중요한 안보 정책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치하는 점이 있다면 문 후보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친노·친문(親文) 세력으로 상징되는 배타적 증오 정치와 패권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은 중요한 명분일 수 있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사드, 북한 정권과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 대북 제재 등 안보 핵심 주제에 대한 이견 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억지 단일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실적 가능성도 낮고 시간도 너무 촉박하다. 안 후보는 "인위적 단일화는 없다", 유 후보는 "완주하겠다"고 했다. 차라리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각자 최선을 다하고 단일화는 국민이 투표로 하는 것이란 자세를 갖는 것이 더 당당할지 모른다.



2. '북핵 실험 억제'가 목표일 수는 없다

북한이 군 창설일인 25일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같은 대형 도발을 하지 못했다.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북은 대신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라면서 화력 훈련을 벌였다. 북은 무슨 기념일 어간에 대형 도발을 저질러왔다. 그러나 김일성 출생일인 지난 4월 15일 열병식을 하고 이날 화력 훈련을 했을 뿐 그 이상으로 나가지 못했다.

물론 북이 앞으로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거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당장 오늘이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북한이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협력하는 지금의 대북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미국은 이날 전략 핵잠수함을 부산항에 입항시킨 데 이어 칼빈슨 항모 전단을 27일쯤 동해상 해역에 진입시킨다. 선제타격과 요격 준비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북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중국 시진핑 주석 및 일본 아베 총리와 릴레이 전화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과는 정상회담을 한 지 5일 만에 통화를 하더니 12일 만에 또 통화를 했다. 미·중 정상이 이렇게 특정 문제를 놓고 자주 의사 교환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청에 실제로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은 며칠 전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하더라도 군사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무리 군사 동맹이라고 해도 북의 핵과 미사일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국은 또 만약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으로 보내고 있는 원유를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북이 다섯 번 핵실험을 하고 수없이 많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안 '쌍방 자제'만을 외치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트럼프가 이끌어낸 중국의 이런 변화가 북에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지금 북의 정권을 교체할 생각까지는 없지만 도발은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메시지를 북에 명시적·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유엔 안보리의 각국 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더 강력한 추가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북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마치 목표를 이룬 듯 안주하려는 분위기다. 북을 압박하는 최종 목표는 추가 핵실험 억제가 아니라 북의 핵무기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다. 북은 그동안 대화에 응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켜 왔다. 불과 2~3년 후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을 실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미국이 군사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금은 북이 30년 가까이 핵을 개발해온 역사 속에서 미·중이 함께 움직이는 최초의 기회다. 그러나 미·중의 협력이 어느 순간 거래로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이 '북핵 실험과 ICBM 시험 동결'에 만족하는 선에서 거래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그렇게 되면 우리만 피해자가 된다. 또 어정쩡하게 대화로 돌아가 지금의 이 초유의 압박 동력을 상실해버리면 2~3년 후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진 북을 상대해야 할 수 있다.


[매일신문]

3. 직원 임금 떼먹고도 사업주는 떵떵거리며 사는 사회

임금`퇴직금을 고의로 체불하고도 번질나게 해외여행 등을 다닌 악덕 기업주가 구속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구미시에서 한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를 경영해오다 지난해 폐업한 A씨는 근로자 67명의 임금`퇴직금 15억5천만원을 주지 않다가 적발돼 최근 사법 처리됐다. 그가 임금을 체불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작 자신과 가족은 흥청망청 돈을 썼다. 그러고도 땀 흘려 일한 직원들의 월급`퇴직금은 나 몰라라 한 것은 기가 막힐 일이다.



드러난 A씨의 악덕 행위는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는 수시로 공금에 손을 댔다. 부인 성형 수술비, 해외여행 비용, 아들 사업자금, 사채 변제 등 회사 공금은 아예 쌈짓돈이었다. 원청업체로부터 납품비를 모두 받고도 당국 조사에서는 “일부만 받았다”고 속였다. 임금을 떼먹기 위해 온갖 거짓말과 추잡한 수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문제는 A씨 사례처럼 기업 활동을 빙자해 반사회적인 악행을 서슴지 않는 기업주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구미공단 내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이나 친척 명의로 회사를 쪼갠 후 폐업과 법인 신설을 반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세금 문제를 피하거나 근로자 임금`퇴직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상적인 수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최근 재산을 빼돌려놓고 지방세를 장기 체납해온 기업주 등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우리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임금 체불과 탈세 문제가 사실상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한국의 임금 체불이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일본의 10배에 달한다는 통계다. 지난해 임금을 받지 못한 전체 근로자가 약 32만 명으로 체불 규모는 1조4천억원으로 나타났다. 불경기를 핑계로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업주가 적지 않고, 회사 사정이 나쁘지 않은데도 임금 지급을 미루는 사례도 있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임금 체불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악덕 기업주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에서 더는 비난만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국은 체불 문제에 엄히 대처해야 한다.



​[서울신문]

4. 마지막까지 정책으로 승부하라

어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선주자 4차 TV 토론회가 열렸다. 5·9 장미 대선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정부의 집권 구상에 대해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토론회였다. 엊그제 열린 3차 TV 토론회가 네거티브 전략을 토대로 과거 이야기에 매몰됐다는 여론의 질책을 의식해선지 초반에는 그나마 정책 토론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와 비정규직 해법, 일자리 창출 등을 놓고 각 당 후보들의 치열한 토론도 전개됐다.


하지만 엄중한 안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한 경제개혁과 국민 기대에 한참 모자란 정치 개혁 등에 대해서 원론적 해법 제시 정도에 그쳤다는 평이 많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철학과 비전, 구체적인 정책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교 안보 분야 토론에서도 그동안 3차례 토론회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어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네거티브 전략에 편승했고 표심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모호한 답변과 토론 주제와 무관한 변명만 늘어놓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송민순 문건 논란과 돼지 흥분제, 안 후보 부인과 문 후보 아들의 특혜 채용 문제 등을 놓고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국가의 미래와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으로 치닫는 이 순간,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지도자들의 능력을 보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도 과거 보수·진보 정권들의 책임론만 부각하는 ‘네 탓 공방’은 여전했다.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자는 큰 틀에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중국 역할론과 사드 배치 및 보복 문제 해법을 놓고 판이한 입장 차이만을 드러냈다. 간혹 주제와 동떨어진 네거티브 공세를 주고받으며 수준 이하의 말싸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나마 내용 면에서 과거 TV 토론회보다 진보된 측면은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토론이었다.

투표일이 보름 남짓 남았음에도 여전히 부동층이 줄지 않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은 당장 5월 9일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펼칠 정책조차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를 이끌 수 있는 정확한 미래의 좌표를 제시하길 기대한다.


5. 가치 공유 없는 安·洪·劉 단일화되겠나

대선을 불과 2주 앞두고 급부상한 반(反)문재인 단일화 논의가 선거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이른바 ‘안·홍·유 후보 단일화’ 논의는 엊그제 바른정당이 의총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손학규 국민의당 중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사퇴를 거론한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 의장을 최근 만나 단일화를 논의했고, 정병국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어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단일화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정당 수뇌부가 후보 단일화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과 달리 후보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 단일화로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유 후보는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고, 홍 후보는 이념과 정체성의 다름을 들어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안 후보 역시 인위적인 단일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더라도 연정은 불가피하고, 단일화 논의 자체가 거창한 가치 실현보다는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반문 공동전선 또는 동맹 성격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입장 변화는 시간의 문제일 뿐 열려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중소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들 사이의 후보 단일화는 그동안 여러 번 있었다. 1997년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대표적이다. 역대 대선을 보더라고 단일화로 집권에 성공한 사례가 없지 않았으니 발등에 불이 붙은 이들 정당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법하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집권이 정당의 존재 이유일진대 얼마든지 통합하고 후보를 단일화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과연 그렇게 하면 정권을 잡을 수 있느냐다. 집권에 성공하기 위한 후보 단일화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상식과 원칙으로 명분을 얻어야 하며, 가치 공유로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안·홍·유 단일화가 과연 그런 것인지 의문이다.

반문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이는 이종교배에 가깝다. 중도와 보수의 통합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정강과 정책이 다르고 색깔도 다른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삼척동자도 웃을 잡탕밥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5.9 대선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선거다.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의 바람이 크다는 점에서 섣부른 단일화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 보수의 살길은 단일화에만 있지 않다고 본다. 보수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대한민국에서 합리적인 보수가 설 수 있는 기틀을 이번 대선에서 만들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당선만 막으면 된다는 식의 무원칙한 합종연횡은 야합과 다르지 않으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도 실패할 것이다.


6. 공무원 임금 상승 속도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올해 공무원 월평균 임금이 처음으로 500만원을 넘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9급 공무원부터 총리까지 전체 공무원 102만명의 세전 평균 연봉은 6120만원이다. 세전 총소득을 12개월로 나눈 뒤 올해 임금 인상분까지 더하면 공무원 일인당 월 소득액이 평균 51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3.9% 늘어났다고 한다.

정부는 연령·경력 등이 유사한 민간 근로자와 비교하면 민간 대비 83.2% 수준이라고 하고 하위직 공무원들은 20년 이상 일해야 그 정도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체 국민을 기준으로 할 때 적은 월급은 아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94만원 정도다. 하위직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근로자 2000만명의 평균 월급이 230만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월급 책정 때 비교 대상은 대기업이다. 대기업에 비해 박봉이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공무원 월급 상승 속도도 빠르다. 불과 6년 사이에 월 소득액이 115만원 늘어났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빠른 속도다. 기업은 봉급 인상 때 전년도 실적 등을 기본으로 해서 이익 발생액 등을 반영한다. 동결하거나 깎는 해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에게는 동결한 해가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해마다 3%(올해는 3.5%)대의 보수 인상률을 적용해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업률은 4.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이 둘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6.4를 기록했다.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인 삶의 어려움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공무원은 무풍지대다. 더구나 공무원의 생산성이 과연 민간에 필적할 만큼 높은지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 30만명에 이르고 10대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잖은 임금에 부족하면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 주는 공무원연금과 정년 보장, 임금피크제 무적용 같은 공직의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민원 현장에 가 보면 과거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근무를 태만히 한다는 말이 많다. 공무원이 ‘철밥통’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업무의 강도,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보수에 걸맞게 일도 열심히 해야 공무원 월급 이 정도로는 부족하니 더 줘야 한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매일경제]

7. 계속되는 독도·위안부 도발, 대선후보들 對日외교 큰 그림있나

일본 외무성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2017년판 외교청서를 어제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일본은 매년 외교청서에서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는데 이번에는 지난해 한국 국회의원 등의 독도 방문에 대해 "단호하게 용인할 수 없다"는 내용까지 담는 등 도발 수위를 높였다. 또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2015년 12월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라며 차기정권에서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이 영토·역사 이슈로 한국을 자극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대선정국인 데다 북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일 공조를 논의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나선 것은 치졸한 행동이다. 위안부 합의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유력 대선 후보들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외교부는 일본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스즈키 히데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외교청서에 대해 항의했지만 형식적인 항의로 일본의 뻔뻔한 태도가 바뀔 것 같지 않다.

부산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귀국했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85일 만인 지난 4일 복귀하면서 한일 외교의 구멍이 메워지는가 했는데 일본의 한국 때리기로 한일관계는 다시 삐걱거리게 됐다. 한국과 일본은 박근혜정부 4년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동북아 안보, 경제 등을 고려할 때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차기 대선주자들도 대일 외교에 대해 큰 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어 양국 관계는 더 경색될 수 있다. 하지만 위안부 재협상은 국가 간 합의를 뒤엎는 것이어서 국제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 선거만을 의식해 일본에 각을 세우는 건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영토·역사 갈등을 넘어 교착 상태에 빠진 양국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북핵 공조뿐 아니라 한일 통화스왑 협상, 고위급 경제 협의 재개 등 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8. 벼랑 끝에 몰린 北 또 막가파식 인질외교인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또 한국계 미국인을 억류했다고 전해진다. 핵실험 때마다 반복해온 인질외교를 또다시 시도하려는 행태로 보이는데 그런 오판이 가져올 파국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22일 평양과기대에서 강의를 마치고 출국하려던 한국계 미국인 토니 김 씨(한국명 김상덕)를 억류했다고 외신에 전해진다. 이미 북한은 미국인 2명을 억류 중인데 이번 김씨 억류가 주목되는 까닭은 과거 핵실험 때마다 반복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직전 북·중 접경지대에서 미국 커런트TV 여기자 2명을 체포했고 3차 핵실험과 4차 핵실험 직전에도 한국계 미국인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고는 핵실험 후 이들의 석방협상을 미끼 삼아 북·미 간 대화 물꼬를 트는 지렛대로 이용해왔다. 

북한 인질외교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남 독살사건을 처리하면서 올해 3월 또 한번 악명을 떨쳤다. 유엔이나 대사관 근무를 위해 북한에서 체류 중이던 말레이시아인 11명을 인질로 잡고서 시신 처리 방식이나 수사 결과를 휘둘렀다. 그 깡패 같은 짓에 질린 말레이시아는 이제 북한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안컵 축구예선전에도 선수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할 정도가 됐다. 이런 행태를 본 중국 내 조선족들도 북한에 들어가는 발길을 줄이고 있다니 자업자득이다. 

북한은 이런 구태의연한 수법과 함께 25일 원산 일대에서 대규모 화력훈련을 실시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최근 판이하게 달라진 국제사회 분위기에서 그런 허장성세가 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이번주 동해에 진입하는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놓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 단호한 메시지를 북한이 흘려들어선 안 된다.


중국도 과거와 다르게 북핵 시설을 미국이 외과수술식으로 타격할 때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북한에 원유 공급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내보내고 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길만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


[중앙일보]

9. ‘4월 위기’ 넘겨도 미·중 대북 압박 늦춰선 안 된다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시험 가능성으로 ‘4월 위기설’을 낳았던 25일 북한 건군기념일이 결정적 도발 없이 지나가는 모양이다.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긴 했지만 요란한 협박과는 달리 김정은 정권은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은 포기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일치단결한 국제사회의 견제와 압박 덕분으로 봐야 할 것이다. 

대북 견제와 압박의 선봉에 섰던 미국과 중국은 유례없이 강하게 나왔다. 미국은 이미 동해에 파견한 핵항공모함 칼빈슨함 외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잔뜩 실은 핵잠수함 미시간호까지 부산으로 보내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설 만큼 외교 채널로도 전방위 압박전략을 구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사를 초청해 “안보리가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를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이 레드라인, 즉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감행할 경우 선제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다시 한 번 나왔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가 “ICBM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분명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TV 인터뷰를 통해 공언했다. 

북핵 해결의 열쇠를 쥔 중국의 태도도 완연히 달라졌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 매체의 논조부터 완강해졌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모든 당사자가 결과를 감내해야 하겠지만, 특히 북한은 가장 큰 손실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석유 공급 중단을 포함해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북 제재에 착수하겠다는 뜻이 분명히 읽힌다.

최근 평양 시내 주유소에 석유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은 예사롭지 않은 신호다. 평양 주유소마다 기름을 넣기 위해 자동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북한 스스로 석유 비축에 나섰을 수 있지만 이미 중국이 공급을 줄이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중 양국뿐이 아니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한·미·일 삼각협력도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끝에 나온 메시지도 강경했다. 세 나라 대표는 “북한이 도발하면 감내할 수 없는 징벌적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징벌적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고강도 응징에 합의한 것만은 틀림없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에 물샐틈없이 공조하고 있는 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번 북한 건군기념일이 별탈 없이 지나갔다고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여러 정황상 북한은 추가 핵실험 준비를 끝냈으며 ICBM 개발도 막바지 단계로 보인다. 레드라인만 넘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레드존’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4월 위기설이 지나가더라도 북한이 경거망동하면 가혹한 응징이 즉각 뒤따를 것임을 깨닫도록 국제사회는 견제와 압박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10. 러 잠수함 잡아낸 해군…북은 SLBM 도발 포기하길

지난달 말 동해에서 우리 해군 해상초계기(P-3)가 수중에 있는 러시아 잠수함을 78시간 추적 끝에 잡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러시아 잠수함은 P-3의 끈질긴 초계작전에 결국 물 위로 부상하고 말았다. 은밀성이 무기인 잠수함이 추적에 못 이겨 부상한 것은 전투에서 패배한 것과 다름없다.


문제의 잠수함은 디젤 엔진으로 운항하는 킬로급(3950t)으로 러시아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의 주력이다. 수심 300m까지 잠수할 수 있고 수중에서 시속 31∼46㎞로 항해한다. 러시아 킬로급 잠수함이 부상하지 않고 수중에서 계속 도망갔으면 해군은 작전수칙대로 폭뢰로 격침시켰을 것이다.

해군이 동해에서 러시아 잠수함을 찾아냈듯이 북한 잠수함이 침투할 때도 덜미를 잡아챌 게 분명하다. 북한 고래급 잠수함이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려면 울릉도ㆍ독도 아래까지 내려와야 한다. 조만간 배치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요격범위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휘된 우리 해군의 능력을 보면 북한 잠수함은 이동 과정에서 탐지돼 격침되기 십상이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도발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기 전에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이미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한반도 해상으로 복귀했다. 어제는 원자력 잠수함인 미시간함이 부산기지에 입항했다. 이 잠수함에는 2500㎞를 비행해 10m 이내를 타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이 적재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SLBM 발사 등 어떤 도발도 자멸을 부를 뿐이다. 

돌아보면 그동안 몰래 침투하다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리거나 잠망경을 발견한 어부의 신고로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이 들통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우리 해군 초계기가 직접 러시아 잠수함을 잡아낸 것은 처음이다. 자랑스러운 일이자 온 국민에게 안도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로 한반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우리 군이 바다와 하늘, 육지에서 더욱 철통 같은 경계로 적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꺾어놓길 기대한다.



주요신문칼럼


1. [한겨레][유레카] 파르티잔 미디어

지난 2월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 <버즈피드>는 이른바 ‘극단적으로 정파적인’(hyper partisan) 정치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흥미로운 보도를 내놨다. <리버럴 소사이어티>라는 ‘진보 편향적’ 인터넷 매체와 <컨서버티브 101>이라는 ‘보수 편향적’ 인터넷 매체의 보도가 서로 판박이처럼 비슷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사실을 다룬 문장들은 아예 똑같았고, 단지 몇 개의 단어들만 다르게 사용해 각자가 내세우는 편향에 맞게 보도했을 뿐이었다. 더 파헤쳐보니 두 매체는 아예 같은 회사, 즉 마이애미에 있는 ‘아메리칸 뉴스 유한책임회사’ 소유였다. 이 회사는 이들 말고도 두 개의 또 다른 정파성 강한 인터넷 매체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진보건 보수건 관계없이 정파적인 태도를 앞세워 ‘클릭’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극대화된 광고비를 거둬들이는 것이 이 회사의 주된 목적이었던 것이다.

영미 언론계에서는 이른바 ‘페이크 뉴스’ 논란의 실체는 ‘정파적 미디어’라는 지적이 높다. 한때 디지털 매체들은 전통 매체들이 앞에선 ‘객관적 저널리즘’을 내세우지만 뒤에선 정파적 태도로 이익을 챙기는 것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새롭게 쌓았다. 그러나 지금은 되레 전통 매체들이 디지털 매체들의 노골적인 정파성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액시오스>는 지난 20여년 동안 새롭게 생겨난 89개의 디지털 매체가 거의 모두 정파적 성격을 지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파르티잔’(정파성)의 핵심은 ‘절대적인 적대’다. 그리고 절대적인 적대를 부추기는 정파적 미디어 뒤에는 어김없이 상업적인 이익이 있다. 누군가의 손가락질에 따라 소리를 지르고 돌을 던지면서 속이 시원하고 후련함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제대로 한번 톺아보길 권한다. 그 손가락의 주인공에게 당신은 그저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도구일 뿐이다.



2. [조선일보][일사일언] 귀로 읽는 소설

목요일 저녁. 책꽂이로 둘러싸인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의자가 빼곡히 놓여 있다. 서른 남은 명이 커피나 생맥주를 들고 자리에 앉는다. 8시 정각이 되자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쏠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 책과 책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그녀의 음성. "K의 술집에서는 세 종류의 위스키만을 팔았다. 싱글몰트로만…"

이곳은 지하철 3호선 백석역 근처에 자리 잡은 작은 책방 미스터버티고다. 한 달에 한 번씩 셋째 주 목요일마다 은희경 작가의 낭독회가 열린다. 오늘 낭독한 글은 소설집 '중국식 룰렛'(2016)의 표제작인 '중국식 룰렛'이다. 단편소설 하나를 작가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이 행사가 벌써 5회째다.

들으면서 읽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마치 귓구멍을 통해 들어온 글자들이 뇌를 거쳐 눈동자에서 발사되어 종이에 새겨지는 느낌이랄까. 아니, 내가 활자를 노려보면 녀석들이 소리로 변신하여 종이 위로 튀어 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문자화되면서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난 언어가 낭독을 통해 음성화되면서 다시금 시간의 축 위에 존재하게 된다. 소설 속 사건과 소설 밖 사건이 동시에 진행된다. 어쩌면 이것이 평행우주?



소설가는 소설로만 말한다지만 텍스트 바깥의 얘기를 듣는 것이 쏠쏠할 때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터넷 동호회 '차이니스 룰렛'이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게이클럽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낭독 중간의 해설을 듣고 나서였다. '회원은 모두 남자였다. (중략)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는 문장에서 감을 잡았어야 했는데.

묵독은 개인적 체험이지만 낭독은 공동의 체험이다. 우리는 재미있는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렸고 야한 장면에서 숨을 죽였다. '(…) 죽음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거기에 천사의 몫도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그 영혼이 싱글 몰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문장을 듣고서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이 세상에는 체험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하나 존재하고 있었다.



3. [세계일보][곽금주의 심리카페] 혼족의 미학 

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족에 이어 요즘은 혼행(혼자 여행), 혼영(혼자 영화), 혼클(혼자 클럽), 혼놀(혼자 놀기) 등 혼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상품도 개발되면서 솔로이코노미 산업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고령 인구 증가, 젊은 층의 결혼 기피로 인해 1인가구가 이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생활을 추구하고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려 한다. 사람 간의 관계는 외로움을 잊게 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관계가 좋은 사람은 노화도 더디고 더 오래 산다고 한다. 그럼에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잘 안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가지는 매력도 크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다른 사람의 직접적인 요구에서 해방되고 사회적 압력을 감소시키며 자신의 정신적·물리적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한다. 즉 다른 과도한 자극, 부담스러운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단지 누군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행동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



전시회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를 생각해보자. 작품 앞에 나 혼자 있을 때는 그 작품에 마구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그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접근하게 되면 그 순간 방해를 받게 되고 자신과 그림만의 공간은 없어진다. 내가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을 신경 쓰게 된다. 나만의 모드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모드로 바뀌게 된다.

타인 속의 나를 확인시켜주는 주변 사람과 환경에서 배제되므로 혼자만의 시간은 자아성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기가 누구이며 무얼 좋아하는지 등 자기개념을 확실하게 해준다. 불안정했던 내 모습에서 안정된 자아정체감을 확립하게 된다.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성찰이 일어난다. 그래서 복잡했던 문제가 여러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받는 때 보다 더욱 분명하고 선명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혼자만의 시간은 현실의 틀에서 벗어나 여러 상상과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상상속의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새로운 나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면서 자기개념이 바뀌는 자기변형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이전의 내가 아닌 더 발전적인 나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그런 상상의 경험은 더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면서 때로는 창의적인 발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은 유익할 수 있다. 단 혼자의 시간을 지나치게 가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타인과의 시간과 나만의 시간 간의 안배가 중요하다. 적절한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주중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많았다면 온전한 자신만의 주말을 보내는 것도 좋다. 반대로 주중에는 혼자의 시간이 많았다면 사람들과 같이 하는 주말을 계획해 봐야 한다.

다음 주 긴긴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미처 다른 계획을 못 세웠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떤가. 혼자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가까운 곳을 여행해보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은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만큼, 혼자만의 충만함도 즐길 수 있는 휴식이 됐으면 싶다.



4. [서울신문][공희졍의 컬쳐 살롱] 꿈

나는 목공을 해 보고 싶었다. 숲의 향이 사라지지 않은 거친 나무를 다듬고 잘라 새로운 쓰임새로 만들어 가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멋진 디자인, 합리적 가격의 기성품도 많지만, 어설프면 어떠랴, 내가 만든 하나뿐인 가구가 아닌가. 목공에 대한 생각만 여러 해,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연희동 어느 목공방에서 일일 강좌가 있다 하여 열 일 제쳐 놓고 찾아갔다.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사십대 주인장 목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기자를 하다가 비행기 조종사도 하고 영화사, 박물관 등에서도 일했다. 마음에 딱 드는 가구가 없어 직접 톱과 망치를 든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 만든 건 침대. 하나가 완성되니 그 옆에 놓을 테이블, 의자가 기다렸다는 듯 이어졌다.

목공은 생업을 버리고 빠질 만큼 새로운 기쁨이었다. 그는 좀 더 완벽한 목수가 되기 위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도제(徒弟)로 배우고, 사숙(私淑)으로 연마해 갔다. 철저하게 배우자는 마음 하나였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생각을 담고 싶어 무던히 고민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정말 좋아하니까요”라고 무덤덤하게 답했다. 생업도 바꿀 만큼 목공을 향한 그의 꿈은 뜨거웠다.

꿈꾸는 자를 당할 장사는 없다. 지난해 50여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모인 101명의 소녀 연습생들이 트레이닝과 국민 투표를 통해 아이돌로 데뷔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올해는 소년 101명이다. 첫 무대는 화려했고, 참가자 모두는 벅찬 감동에 젖어 있었다.



그들 중 눈길을 끈 연습생은 이미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연습생이 된 이십대 중반의 4명이었다. 함께 참가한 연습생들도, 다시 연습생이 된 그들도 그런 그들을 훈련해야 할 트레이너들도 서로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다는 그들에게 노래와 춤은 아직도 식지 않은, 식을 수 없는 꿈이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꿈이 희미해지는 건 아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경남 하동 어머니들이 나오셨다. 일흔 고개를 훌쩍 넘긴 어머니들은 TV에서 보던 연예인들이 마을을 떠들썩하게 하니 마냥 흥겨워하셨다. 이 마을엔 시를 쓰는 어머니들이 계셨는데 시는 봄날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민들레처럼 수수했지만 여운은 오래갔다.

어려운 살림, 남자 형제들에게 치여 글조차 제대로 못 배우셨던 어머니들은 까막눈으로 살아오셨다. 어느 날 마을에 열린 한글학교, 평생의 한을 풀게 됐으니 주저할 것 없었다. 굽은 손으로 잡아 본 연필은 어색했고, 하루 종일 힘든 밭일에 눈꺼풀은 자꾸 내려왔지만 글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이기진 못했다.



콩밭을 어지럽히는 꿩을 쫓다 수업 시간에 늦어 ‘쎄가 빠지게’ 달려갔다는 어머니는 꿩이 콩밭만 파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글까지 파먹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시로 쓰셨다. ‘빨간 찌푸차’에 어머니와 오빠를 태우고 세상 구경 하고픈 꿈은 이룰 수 없지만 그 마음을 글로 쓸 수 있는 어머니는 행복해 보였다.

꿈꾸는 사람들의 얼굴은 밝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고, 즐겁게 할 일이 있으니 힘든 줄도 모른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다가오는 꿈의 실체,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



5. [아시아경제][충무로에서] '꼰대'와 '멘토' 사이

칩 콘리(Chip Conley)는 2013년 에어비앤비에 입사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가 당시 31세였으니 회사 구성원들의 나이가 얼마나 어렸을지 짐작이 간다. 20~30대 청년들이 모여 있는 기술기업에 그가 입사하게 된 것은 체스키와 그의 공동 창업자들이 '멘토가 되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콘리는 26세에 조이 드 비브르(Joie de VivreHospitality)라는 부티크호텔을 창업한 후, 24년 동안 CEO로 재직하면서 미국에서 두 번째 큰 부티크호텔 체인으로 키운 인물이었다. 호텔을 매각한 후 할 일을 찾던 그에게 체스키가 제안을 했고 그는 받아들였다.



사실 그는 기술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코딩을 할 줄 모르는 것은 물론이요, 에어비앤비를 사용해 본 적도 없고 휴대폰에 우버앱을 깔지도 않았다.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기업가들 눈에는 '한물 간 꼰대'로 보일 수 있는 전통 숙박업계의 인물이 첨단 인터넷기업의 조언자로 입사한 것이다.

콘리가 에어비앤비에 입사한 첫 날, 자신이 멘토가 아니라 인턴인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회의에서 받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가져왔던 지식과 경험, 판단력 등을 모두 유보하고 새로운 직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면밀하게 관찰하고, 묻고, 피드백을 받고, 그리고 최대한 많은 동료들과 어울렸다.

그는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디지털 지능이 뛰어난 그들에게 감성지능을 보완해주는 것"으로 정리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온라인세상을 개척하는 데 능한 '기술전문가'들이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동기부여를 하는 등의 '감성지능'에서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콘리는 마침내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공식적으로는 인턴의 자세를, 개인적으로는 멘토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인턴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콘리 자신에게 오히려 자유와 젊음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기술기업의 운영이나 기술적 측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호기심을 유지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전문가의 함정을 피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는 자신의 나이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아는 척'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묻고 경청하는 동안 자신이 더 젊어졌다고 느꼈단다.

콘리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20년'의 격차를 겪고 있다. 부모세대보다 10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게 되었지만 디지털시대의 권력은 10년을 건너뛰어 밀레니얼세대에게 넘어갔다.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지고 쓸모없다고 느끼는 기간, 즉 '꼰대'로 취급받는 기간이 20년 추가된 셈이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또는 소위 '386세대'가 '꼰대노릇'으로 비판을 받는다. '부장님들, 제발 회식하지 마시라'고 충고하는 부장판사의 글, '완장 찬 꼰대가 된 386세대의 반성'을 촉구하는 논설위원의 칼럼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방증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남부럽지 않으나 시대의 변화 속에 어느새 '꼰대'가 되어버린 분들에게 콘리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와 질문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젊은 세대에게 보완해 줄 부분이 있다면 가르치려 들지 말고 마치 '상사'를 대하듯 존중하는 태도로 조언한다. '공식적으로는 인턴, 개인적으로는 멘토'가 되려고 노력한다면 누가 '꼰대'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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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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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25일 (火) 조간 


※ ICT정책/동향
[동아일보]마윈의 디스토피아? “인류 30년간 인터넷때문에 고통”


[중앙일보]4차 산업혁명 접근법, 정부 주도 틀 못 벗었다


[머니투데이]살길 찾는 창조혁신센터, 사업 따내기 열전


[디지털타임스]IPv6 도입률 내년까지 10%대로 올린다


[조선일보]보증 없어도 30억까지 지원… U-테크 밸리, 창업 붐 이끌다


[경향신문]대전시, 은퇴 과학자를 '대학생 창업 멘토'로


#ICT
[ZD넷코리아]ICT 차기 정부조직 개편 놓고 ‘5黨5色’


[디지털타임즈]퓨전데이타, ICT 이노베이션 대상서 국무총리 표창


[이데일리]미래부, ICT융합제품에 대한 국제표준 적합성 시험 지원 확대


[동아일보]사이버보안 없는 ICT는 ‘일장춘몽’



[매일경제]세종, 방송통신 자문에서 M&A까지 미래먹거리 ICT 선점 길잡이


#블록체인
[매일경제]"블록체인, 금융 외에도 유용…무역비용 20% 줄일 수 있어"


[조선비즈]‘홍채 인증으로 보험 가입’...블록체인 등 신기술 도입 나선 보험업계


[뉴스토마토]은행권 블록체인 첫 사업 '공동인증'으로 선회


[연합뉴스]코인플러그, SKT IoT-블록체인 융합 컨소시엄 참여


[메트로신문]無매체 시대…은행, 공인인증서 대신 '생체인증·블록체인' 속속


[조세일보]우리은행, '빅데이터·AI·블록체인' 디지털 조직 강화


#4차산업혁명
[매일경제]4차 산업혁명 앞서려면 車산업 경쟁력 강화 시급


※ 오피니언
[전자신문]신근어의 언가복야


[디지털타임스]4차 산업혁명, 인식 개선이 먼저다


[경향신문]지식 습득 너머 지식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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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이데일리]

1. 물가와 실업난에 짓눌리는 서민경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말 그대로 경제고통지수의 변화가 그것을 말해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경제고통지수는 6.4로, 2012년 1분기(6.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한 수치가 경제고통지수라는 점에서, 일반 서민들이 물가 및 일자리 부족으로 생활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아닌 게 아니라, 물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굳이 지난 1분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2.1% 상승률로 지난해 같은 기간(0.9%)에 비해 1.2%포인트 올랐다니, 서민들의 장바구니에 미치는 여파를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식탁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결과다. 계란·맥주·콜라 등 생필품 가격에 지자체별로 상하수도·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임금에 비해서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심각하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물가상승률이 24.6%로 나타나 근로자 평균명목급여 인상률(21%)을 앞질렀다는 게 한국납세자연맹의 조사 결과다. 물가가 그만큼 근로자들의 실질 연봉을 잠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월급이 올라도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면 구매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실업난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1분기 기준으로 올해 실업률은 4.3%로, 2010년(4.7%)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조선·해운업종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실업자가 계속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 중에서도 아직 일자리를 잡지 못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선 마당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금방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추세로 미뤄본다면 오히려 더 악화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내달 대선 결과와 함께 곧바로 들어서는 새 정부도 서민들의 이러한 경제적 고통을 풀어주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어설픈 처방을 내세워 가볍게 달려들다가는 골병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성장전략이 앞세워져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2. 오늘 세계가 주시하는 北, 핵실험은 파멸만 재촉

북한이 오늘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맞아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한반도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의 인터넷 선전매체 ‘메아리’는 어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도발 광기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4월 전쟁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면서 “제2의 한국전쟁이 나면 이길 것”이라고 강변하고 나섰다. 한반도 해역으로 향하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에 대해 “수장해 버리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세계가 한반도를 주시하는 중대한 순간을 맞았다.

북한은 지난해에만 1월과 9월 두 차례의 핵실험과 8차에 걸친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했다. 올해도 실패 여부를 떠나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4차례나 미사일을 쐈다. 엊그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에서는 트레일러로 보이는 물체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북한의 동향을 정밀감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등의 군사적 행동을 벌일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이례적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통화를 해 북핵에 긴밀히 대응하기로 했다. 북핵 저지를 위한 공동 행보에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일을 넘어 중국의 북한 압박 움직임이 심상찮다. 북한이 90% 이상 의존하고 있는 ‘생명선’인 대북 송유 중단까지 내비치고 있다.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엊그제 사설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은 원유 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한다면 외교적 수단으로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묵인 방침과 다름없다. 칼빈슨호는 일본 호위함들과 함께 서태평양에서 공동훈련에 돌입했다.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인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북핵 해결에 적극적이다. 중국의 대북 역할론도 미·중 정상회담 이후 달라졌다. 중국은 북핵을 주요 의제로 삼고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확실하게 종전과 다른 상황에 부닥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벼랑 끝 전술도 통할 수 없다. 북한은 ‘특단의 선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기보다 파멸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할 때다.



3.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검토를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대피시키다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교사를 ‘순직 군경’으로 예우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숨진 교사는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군인이나 경찰, 소방 공무원이 담당하는 위험 업무를 하다가 사망했으므로 단순한 ‘순직 공무원’ 이상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의 이런 판단을 이끌어 내기까지 참사를 당한 교사들의 유가족이 어떤 고통을 겪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즈음해 사고 현장에서 학생들을 인솔하다 숨진 1년 계약직 기간제인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 여부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단원고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국회와 정부에도 관련 입법 처리와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가 공무원이 아니므로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달리 적극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다. 2015년 국회입법조사처는 기간제 교사를 공무원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이미 제시하기도 했다. 기간제 교사가 상시적인 공무를 집행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인사혁신처의 논리는 옹색한 측면이 있다.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법을 근거로 임용돼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을 뿐 공무원증을 발급받는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정부의 난처한 처지가 이해되기는 한다. 단원고 교사들의 순직을 인정하면 기간제 교사 전체를 공무원으로 적용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공무원연금을 1년마다 가입하거나 탈퇴하는 혼란이 뒤따를 것이다. 그렇다고 행정적 불편과 형식 논리에 얽매여 귀를 닫고 있을 일은 아니다.

기간제 교사는 현재 전체 교원의 9.5%인 4만 6000여명에 이른다. 기간제 담임교사 비율도 9%가 넘는다. 세월호 참사에서 숨진 기간제 교사들도 모두 담임 신분이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교육 현장의 한 축이다. 교육 현장에서 제자들을 구조하느라 희생한 교사를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눠 따질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기간제 교사의 차별을 해소하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당장은 공무수행 중 순직한 이들을 예우할 수 있는 별도의 법률부터 제정해야 한다.



4. 미래 논하는 정책 선거여야 유권자 관심 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6차례의 대통령 선거와 달리 14일 앞으로 다가온 5·9 대선은 지역과 이념 대립의 색깔은 옅어지고 선거판을 흔들 빅이슈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송민순 문건’ 파동으로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을 둘러싸고 안보관을 따지는 후보 간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일 뿐 미래를 놓고 다투는 정책 싸움으로 보기는 어렵다.

2002년 대선 때는 행정수도 이전, 2007년은 4대 강 사업, 2012년은 경제민주화란 대형 쟁점이 있었다. 격렬한 찬반 토론이 있었고 성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있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청사의 세종시 이전을, 이명박 대통령은 4대 강 사업을 임기 중에 실행했다. 아쉽게도 이번 대선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거대 공약을 찾아볼 수 없다. 빅이슈의 부재는 유권자의 대선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여론조사에서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유권자의 부동화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을 18일 앞두고 공표된 지난 21일 한국갤럽의 주간 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 후보를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34%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자의 3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자의 30%가 그렇게 답했다. 5년 전 한국갤럽이 대선 19일 전에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의 17%, 문 후보 지지자의 22%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유권자의 지지 변동 가능성이 3분의1에 이른다는 것은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지지자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 이유로는 후보 공약이 차별성을 느끼게 하지 못할 만큼 대동소이하다는 점, 후보를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모자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18대 대선은 2012년 벽두부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시작해 후보 검증 시간이 1년 가까이 됐지만 이번 대선은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검증이 시작돼 판단을 최후까지 미루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지 변동성은 지역으로 볼 때 대구·경북이 40%로 가장 높았다. 연령대로는 20대가 62%나 된 것은 젊은 세대가 미래의 불안을 해소해 줄 후보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의 그제 TV 토론은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해 줄지 알 수 없는 깜깜이성 이전투구였다. 불투명성에 갇힌 국민의 후보 선별 능력을 높이기보다는 소모적 네거티브 공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5월 8일까지 후보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구체적인 공약과 정책에 집중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수준 낮은 공격으로 일관하는 후보에겐 매서운 심판을 내려야 한다. 남은 3차례 TV 토론에서 각 후보는 대한민국의 밝은 앞날을 느낄 수 있는 내실을 보여 줬으면 한다.



[조선일보]

5. 국민 부끄럽게 한 '역대 최악급' 대선 토론회

23일 중앙선관위 주관 첫 TV 토론회는 많은 국민에게 '정말 저 사람 중에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가'라는 회의(懷疑)를 안겨줬던 최악의 대선 토론회였다. 지금 우리는 북의 핵·미사일 위협 앞에서 군사 조치를 포함한 미·중의 선택이 우리 진로를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는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싫든 좋든 지금 후보 중 한 명에게 이런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23일 토론회는 그에 대한 논의가 주(主)가 돼야 했으나 시작 때 북핵 해법에 대한 공통 질문에 각자 짤막하게 답한 것이 전부였다. 북핵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도 미국과의 공조,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다자 외교 주도, 미 전술핵 재배치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들뿐이었다.

국민은 누가 안보 적임자인지가 궁금했지만 이후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했다. 한 후보는 자기 가족에 대한 다른 후보 측 검증 공세를 비판하는 데 자기 시간의 상당 부분을 썼다. 국방·안보 정책이라고 해 봐야 병사 월급을 얼마나 올려줘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 거의 유일했다. 인터넷과 SNS에서 '유치함의 극을 달렸다' '이런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 투표권도 부끄럽다' '결국 국난은 국민의 몫'이란 혹평이 나왔다. 앞으로 대선까지 세 번의 TV 토론이 남았다. 23일과 같은 토론이 계속되면 유권자들이 아예 외면할 것 같다.



6. 반가운 수출 호조, 일자리 안 늘면 무슨 소용인가

올 1~2월 수출이 16% 늘어 세계 10대 수출국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수출 주도의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용 시장은 전혀 회복 조짐이 없다. 지난달 실업자는 100만명을 웃돌았고, 청년실업률은 11.3%에 달했다. '고용 없는 성장'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출 호황이 몇몇 대기업 잔치일 뿐, 고용 비중이 훨씬 큰 중소기업·서비스업은 여전히 침체이기 때문이다.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석유화학 등 업종은 공정 자동화로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고, 그나마 해외 쪽 고용만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국내 인력은 3년 연속 줄었으나 해외 고용은 3년 새 4만명(약 14%) 늘었다. 21년째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은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생산량이 해외 생산에 역전당했다. 이들이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지만 강성 노조와 경직된 노동 제도 등 국내 고용 부담이 큰 탓도 있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만이 만들 수 있다. 규제 개혁으로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일본·포르투갈·아일랜드·스페인이 산 예다. 모든 대선 후보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규제를 풀어 창업과 기업 활동을 돕겠다는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반(反)개혁 이익집단과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하려는 것이다. 그 피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7. 美 이어 佛 기성 정치세력 교체… 變革물결 세계 휩쓸다

23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중도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국민전선 마린 르펜 후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5월 7일 1, 2위 간의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1958년 5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좌우파 양대 주류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가 집권을 독점해온 프랑스에서 두 당 후보가 모두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프랑스를 유럽연합(EU)에서 떼내는 프렉시트(Frexit)를 추진하겠다는 르펜 후보의 결선 진출은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정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르펜의 당선을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르펜의 지지표는 한계가 있어 2002년 결선투표에 진출했다가 떨어진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르펜의 결선 진출은 보호주의라는 조류가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교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다행스럽게도 프랑스 유권자들은 중도적인 흐름에 힘을 실어주는 균형감을 보여줄 것 같다. 결선에서 원내 의석도 없는 마크롱이 르펜을 이길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사회당 정부 경제장관에 임명된 마크롱은 규제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마크롱법’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집권당 분열과 의회의 저항에 환멸해 2016년 4월 새정치운동에 나섰다가 넉 달 후 대선 도전을 선언한 친시장주의자다. 마크롱이 당선된다면 기성 정치권이 강한 불신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런 불신은 이미 미국과 영국을 한 차례 흔들어 놓았다. 지난해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가 거의 모두의 예상을 깨고 후보가 되더니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주당 경선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할 정도의 돌풍을 일으켰다. 영국에서도 브렉시트를 반대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물러났다.

나라마다 각기 처한 사정은 다르지만 기존의 정치 구도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점은 비슷하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이든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이든 경제를 살리지도 못하고 나라를 테러에서 안전하게 지키지도 못했다고 여기고 두 당을 심판했다.

우리나라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좌우파 집권기를 막론하고 성장률은 하락 추세에 있고 일자리는 계속 없어졌으며 북핵 문제는 악화됐다. 우리 유권자들도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기존 양대 정당 구도에 경종을 울리고 초유의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체제를 만든 것도 변화를 갈구하는 표심이었다. 그 표심이 2주 후 어떻게 나타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중앙일보]

8. 미세먼지와 황사에 ‘마스크 공화국’ 되는가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일 열린 ‘미세먼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초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라고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대처 방안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초미세먼지가 황사마스크에 의해 완벽하게 차단되지 못하고, 입자가 작아 실내로 침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장에서 착용하는 산업용 마스크가 그나마 효과적이라며 권고했다.



​머지않아 방독면 얘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미세먼지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도피할 곳이 없다는 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마스크에 매달리는 절박한 심정은 이해가 간다. 경찰청은 신형 황사마스크 제품 4980개를 구입해 교통경찰관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얼마 전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교육청들은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야외 수업을 자제하고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러다가 온 국민이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마스크 공화국’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국민들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국가와 공무원에게 뭘 했는지 묻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는 석탄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난방 연료, 공장 매연에다 고등어구이까지 다양하다. 중국발 미세먼지도 상당하다. 원인을 안다면 해결책을 제시하고 풀어 나가야 할 책무가 국가와 공무원에게 있다. 일시적이라지만 서울의 공기 질이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악명 높은 중국 베이징보다 더 나쁘다는 소식은 치욕적이다. 지난 수년간 미세먼지 대책으로 쏟아부은 조(兆) 단위의 돈을 어디다 썼는지 엄중히 따져야 한다.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는 천부적인 생명권이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안보를 지키고 경제를 되살리려 해도 몸이 건강해야 할 것 아닌가. 미세먼지의 이름부터 ‘살인 먼지’로 바꿔야 한다. 국민이 허약하면 국가도 쇠퇴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길 국민은 애타게 바라고 있다.



9. 시진핑·아베와 통화하며 한국은 빼놓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연속 통화한 것은 긴박한 북핵 문제 논의와 해법 조율을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우리는 이번 통화가 북한 건군기념일인 25일을 앞두고 6차 핵실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한반도 주변으로 미 군사력이 집결 중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만일 북한이 핵·미사일을 앞세운 전략적 도발로 ‘레드라인’을 넘으면 미국이 ‘외과수술식 타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대북 군사조치를 하려면 압도적 무력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정치적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중국의 묵인·방조, 미 지도부의 의지·결단, 그리고 우리의 의사결정 참여가 기본이다. 이 가운데 중국의 대북정책은 이미 변화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지난 22일 사평(社平·사설)에서 “한·미가 군사분계선 침범과 북한 정권 교체를 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중국이 미국의 북핵 시설 타격을 받아들이고 대북 원유 공급을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북핵은 북·중 우호조약상 보호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트럼프 행정부도 대내외적으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외교안보 수뇌부가 26일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새 대북정책을 비공개 브리핑하면서 의회에 이해를 구하고 내부 소통을 강화하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오는 28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장관급 북핵회의를 주재해 북한 도발 시 취할 고강도 압박과 제재를 논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우리다. 트럼프의 이번 통화 대상에 우리 수뇌부가 빠졌다는 사실은 우려스럽다. 물론 우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대선을 치르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아무리 특수한 상황이라도 국가와 공동체의 운명이 걸린 중대 상황에서 소외돼선 안 된다. 당장 오늘 도쿄에서 열리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회의에서부터 우리 의사가 분명히 전달되도록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매일신문]

10. 국민 생명 위협하는 불법 무허가 총기 

경산 농협 권총 강도 범죄의 용의자가 사건 55시간 만에 붙잡혔다. 용의자가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아 사건이 장기화하거나 미궁에 빠질 수 있었는데 사건을 조기에 해결한 경찰의 수사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사건이라도 범인이 반드시 잡힌다는 사실이 이번에 재차 확인됐다.



그러나 허술한 총기 관리 실태도 함께 드러났다. 경찰서 방범대장으로 활동하기까지 한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45구경 미국산 권총은 경찰 관리 선상에 없었다. 용의자는 2003년 칠곡군의 한 빈집에서 우연히 권총과 실탄을 발견한 뒤 이를 자신의 차 트렁크에 보관하면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국내에 얼마나 많은 불법 무허가 총기가 돌아다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총기 사용 범죄가 2010년 46건에서 2015년 90건으로 늘었는데 이 중 불법 소지 총기에 의한 범죄 비중이 46%에 이른다. 해외 직구나 밀수입을 통해 국내로 반입하다가 적발되는 총기만 해도 한 해 200정에 가깝고,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제 총기류의 경우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가늠조차 안 된다.



정부는 총기나 화약류 제조 방법을 온라인에 올릴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올해 초에 신설했지만,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총기 제작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상용 총기마저 복제해 낼 수 있다.



경찰 관리하에 있다는 수렵용 총기 역시 범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 국내에는 수렵용 총기 소지 허가자가 10만 명인데 이들 중에는 범죄 전력이 있거나 정신질환을 앓는 이가 소수이지만 있다.



경찰은 무허가 총기 제조 판매 소지 행위의 형량을 ‘현행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상 30년 이하 징역’으로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입법은 감감무소식이다. 불법 총기류의 반입을 더 철저하게 단속해야 하고 인터넷에 사제 총기 제작 정보가 마구 유통되는 것을 차단할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총기 청정국이 아니다’라는 소리를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고진하의 시골살이] 구부러진 길이 좋아

낡고 오래된 한옥에서 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흙과 돌과 나무로 지어진 한옥은 틈틈이 수리해 주어야 제 모양을 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잘것없는 넝마살림이지만 집수리는 크게 걱정이 없다. 흙과 돌과 나무는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노동은 내 몸으로 때우면 되기 때문이다. 식구들의 거처인 본채는 솔가하고 나서 꾸준히 수리를 해 제법 새뜻해졌다.



이제 대문과 이어진 사랑채가 사람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사랑채 바깥벽이 화방벽(火防壁)으로 돼 있는데 여기저기 손상된 곳이 많아 수리를 미룰 수 없다. 내가 사는 시골에서도 화방벽이 있는 집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화방벽을 무슨 문화재라도 되는 것처럼 소중히 여긴다. 화방벽은 건물 안에 불이 났을 때 그 불길이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불에 잘 견디는 재료로 만든 벽을 말한다. 그러니까 볏짚으로 지붕을 이었던 시절에 화재를 막기 위해 벽 바깥에 돌과 흙을 이용해 쌓은 벽이다.



며칠 전 나는 진흙을 모래와 짚과 섞어 개어 놓고, 돌과 돌 사이의 흙이 허물어져 손상된 틈을 메우기 시작했다. 혼자 하는 작업은 더뎠다. 시절은 봄인데 거의 초여름에 가까운 날씨라 금세 온몸이 땀에 젖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데, 경로당 회장이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다 흙범벅이 된 나를 보고 말했다. “고 선상, 그렇게 사서 고생하지 말고 이젠 시멘트를 개어 발라 버리시구려!”

내가 대꾸했다. “회장님, 저는 이 화방벽이 좋아 잘 보존해 보려고요.” 얼굴 생김이 초강초강한 경로당 회장은 내 대꾸가 맘에 안 들었던지 그냥 혀를 끌끌 차더니 부르릉 스쿠터를 몰고 가버리신다.

시골 노인들도 옛것에 대한 애착이 없다. 편리와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의 힘에 굴복한 탓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살아온 구부러진 삶의 방식을 견디지 못한다. 구부러진 길은 직선으로 펴야 하고, 집도 반듯하고 빠른 시간에 뚝딱뚝딱 지어야 한다.

속도전이 몸에 배어 이제 시골 사람들도 곡선보다는 직선을 선호한다. 10여 년 가까이 한옥 살이를 하면서 터득한 건축 철학이 있다면, 서둘러 짓는 집은 결코 좋은 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세나 지세를 존중해 자연스레 닦인 길을 좋아하는 나는 ‘구부러진 길’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구부러진 길이 좋아/캄캄한 밤에는/뿔 달린/도깨비들도 더러 나타나니까./구부러진 길이 좋아/후미진 길 모롱이에 숨어/돈을 빼앗고/시를 선물하는/예쁜 도둑들도 더러 출몰하니까/구부러진 길이 좋아/저, 저승길은/되도록/천천히 천천히 가야 하니까.”

한나절 동안 진흙으로 화방벽을 수리했지만 절반밖에 하지 못했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수리된 화방벽을 바라보니 흐뭇하다.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마무리를 해야지. 성질 급한 아내가 보았으면 오늘 끝마치지 또 내일로 미루느냐고 퉁아리를 하겠지만, 딱히 서두를 생각이 없다. 겨우내 육체노동을 안 하다가 몸을 쓰니 몹시 피곤했기 때문이다. 집수리도 그렇고 농사일도 무리하면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 나름 터득한 지혜다.

나는 수돗가에서 대충 몸을 씻고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풍물시장 다녀온다고 출타한 아내는 오늘도 늦을 모양이다. 나는 대문 앞의 텃밭으로 향한다. 작은 바구니를 들고 점심 때 해먹을 국거리 풀을 뜯는다.

명아주로 끓인 된장국이 먹고 싶은데, 명아주는 아직 너무 어리다. 나는 냉이와 꽃다지, 개망초, 민들레, 달래 등을 뜯어다 된장국을 끓인다. 나는 잡초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으며 생각한다.

내가 씨 뿌려 기르지 않은, 하늘이 기르는 잡초는 때가 있다.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늘날 이 첨단 문명의 미덕으로 사람들은 ‘느림’을 운위하지만, 느림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철에 따라 나는 식물을 먹기만 해도 느림의 미덕을 배울 수 있다.

구부러진 길을 좋아하는 내가 명아주가 자랄 때를 느긋한 맘으로 기다리듯이.



2. [중앙일보][삶의 향기] 밥상머리 예절과 '오이 혐오'

1년에 한두 차례 한국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몇 주간 있다가 온다. 외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문제가 되는구나 싶은 것 중 하나가 아이의 식성이다. 아이는 영국 기준으로는 식생활 습관이 꽤나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일을 좋아하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자기 몫으로 접시에 담긴 음식은 남기지 않고, 남의 접시에 있는 음식을 탐내지 않는다.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고 과자나 단것도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 영국인들의 ‘길티 플레저(guiltypleasure)’, 그러니까 너무나들 좋아하는 한편 먹으며 죄책감을 느끼는 음식인 초콜릿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 입장에서는 상당히 마음이 놓인다. 먹지 말라고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뭔가 좋아하는 걸 못하게 막는 거, 이거 참 큰일이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만큼이나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식성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분류된다. 아이는 채소를 좋아하지 않고 매운 것도 먹지 못한다. 그러니 김치나 한국식으로 마늘을 듬뿍 넣고 조리한 음식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찬이 주르르 늘어서 있는 한국식 밥상의 경우 아이가 좋아하거나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늘 듣는 소리는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지낼 때 아이는 좋아하는 몇 가지 음식을 돌려 가며 먹는다. 영국에서는 이래도 타박을 듣는 일이 없다. 2015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직장인 중 32%는 매일 똑같은 것을 점심으로 먹는다고 한다.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치즈샌드위치다. 같은 음식을 매일 먹는 것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음식을 싫어해 먹지 않는다고 해도 역시 상관하지 않는다. 영국인들은 음식에 관한 한 변화를 싫어하고 안정을 추구하며 각자의 취향을 건드리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면 편식을 내버려 두는데, 그렇다고 해서 다들 덜 건강하거나 한 것은 아닌 듯하다. 사실 영양소를 골고루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과 여러 종류의 음식을 다양하게 골고루 먹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그 전날 먹은 것을 다시 먹는 일이 별로 없다. 한국에서 일할 때 소위 밥총무였다. 일주일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인데 가장 유의할 점은 식단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어떤 메뉴를 빼 달라는 얘기를 내놓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자고로 음식을 가려 먹어선 안 되는 거다. 밥상 위에 올라오는 반찬은 한 젓가락씩은 먹어야 하고. 그게 한국의 밥상머리 예절 아니던가.

한국 사회에서의 골고루 먹기에 대한 강조는 아주 어려서부터 시작된다. 그건 물론 본인을 위한 것일 테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태도다. 최근 ‘오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생겨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으며 순식간에 세를 확장했다. 그냥 모른 척 슬쩍 안 먹으면 되지 오이를 ‘혐오’씩이나 한다고 외쳐야 한단 말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모임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오이 혐오자’들은 오이를 안 먹는다는 이유로 꽤나 험한 꼴을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왜 싫으냐는 추궁 내지 모자란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은 가벼운 정도고 먹으라는 강요를 당한 적도 많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안 먹겠다는 사람을 위한 건지 강요하는 사람의 만족을 위한 건지 살짝 헷갈리기 시작한다. 먹으라는 강요나 모욕 등 나쁜 기억까지 겹쳐 정말로 그 음식을 혐오하게 됐다면, 게다가 그런 강요나 모욕을 가한 사람까지 싫어하게 됐다면 그게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나. 서로에게 말이다.

나 역시 아이가 좀 더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식을 좋아하게 된다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늘어나는 것이니 기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강요나 모욕으로 되는 게 아니다.

더구나 자기 자식도 아닌 바에야 남이 어떤 음식을 싫어하든 말든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지 않나. 차라리 메뉴를 정할 때 싫어하거나 못 먹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편이 낫다. 그게 더 예절에 맞는 태도다. 게다가 훨씬 즐거운 식사를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3. [아시아경제][일터삶터] 슬로우 트래블

봄이 되면 내가 속한 스키동호회는 버스를 대절해 연례 식도락 나들이 여행을 떠난다. 꼭두새벽 서울에서 출발하는 왕복여행으로 당일치기로 진행한다. 작년 전라남도 순천과 여수 여행에 이어 올해는 4월 중순 토요일에 보성과 해남을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야심 찼다. 먼저 보성에서 녹차밭에 들렀다가 벌교에서 점심을 먹고 해남에서 대흥사를 둘러 본 후 땅끝마을에 갔다가 저녁을 먹고 다시 상경하는 것. 누가 봐도 알찬 일정이었다. 애초 몇몇 운영진과 세부적인 일정을 짜면서 내심 뿌듯했다. 일년에 딱 한번 단체로 가는 장거리 봄 여행인데 가능한 많은 명소에 들르고 되도록 많이 먹어야 하지 않나, 하는 논리였다. 

비 예보까지 빗나간 화창한 당일, 보성으로 향한 버스 안 분위기는 무척이나 밝았다. 여기에 일정을 더욱 알차게 할만한 누군가의 즉흥적인 발상이 이미 들뜬 마음을 자극했다. 남도에 가는 참에 해남 명소 한 곳을 생략하고 담양에 있는 죽녹원을 일정에 포함하면 어떨까. 그럴 듯했다. 보성과 해남에 담양까지 추가하면 남도 소도시 세 곳을 다녀오는, 참으로 보람찬 여행이 될 터. 일단 가능성을 열어 놓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녹차밭에 도착하니 상황은 달라졌다. 예상보다 멋지고 규모도 컸다. 대충 훑어보긴 아까운 풍경이었다. 짧은 코스부터 긴 코스가 있었지만, 단체여행 특성상 여기저기서 셀카는 기본, 이 사람 저 사람, 또 단체로 사진도 찍고, 앞서가는 사람도 있고 더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기 마련. 박진감 넘치는 가위바위보 내기로 녹차 아이스크림 쏘기까지 하면서 스케줄은 더욱 느슨해졌다. 푸른 하늘 아래 녹색 자연은 마냥 좋았다.

벌교에서 푸짐한 꼬막정식 점심식사를 마친 후 우리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해남 땅끝마을로 향했다. 길이 막혀 3시가 훌쩍 넘어서야 도착한 땅끝마을 해변가 역시 대충보고 갈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버스기사님 왈 "서둘러봤자 담양 죽녹원 문 닫기 전에 도착 못해요"라고 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니 4시, 전망 좋은 커피숍에서 단체로 커피 주문 하고 기다리면서 잡담하고 마시고 나와서 사진 찍은 후 다시 모노레일 타고 내려오니 5시 반이었다.

해남 시내에 있는 유명 떡갈비 식당에 도착한 건 약 한 시간 후. 신선하고 다양한 반찬으로 빼곡하게 차려진 상이 나오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정말 정신없이 먹었다. 어느새 깜깜해진 밖으로 나온 회원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때 문득, 이 기분 좋은 포만감은 비단 맛난 저녁상에서만 오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포만감은 그날 하루에 대한 만족감이었다. 가능한 많은 명소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서둘러 둘러 본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기분이었다. 보성녹차밭과 해남땅끝마을 전망대 구석구석을 푸짐하게 차려진 상 위의 반찬처럼 하나씩 제대로 맛보고 음미한 느낌이랄까. 

목적지 세 곳이 두 곳으로 줄어든 게 오히려 덕이 됐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마침 회원 중 친한 형은 아내와 함께할 5월 이탈리아 여행 계획을 10일로 세웠다고 했다. 일정은 대충 잡고 어떤 한 곳이 좋으면 그곳에서 더 머무를 거라고. 마음에 드는 곳 있으면 더 깊이 더 자세히 보고 즐기겠다는 취지란다.

이 원고를 쓰면서도 입에 맴도는 떡갈비 맛처럼 그날 하루의 여운이 느껴진다.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보고 찍고 느끼고 맛 본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른바 슬로우 시대라고 한다. 슬로우 푸드처럼 슬로우 트래블도 힐링에 안성맞춤일 듯하다. 쫓기는 듯한 여행이 아닌, 느슨하게 잡은 일정 안에서 특히 끌리는 곳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는, 그런 여유 있는 여행.



4. [세계일보][우찬제의 책읽기, 세상읽기] 철쭉 속의 무한 우주

“한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신비로운 체험을 시로 형상화했던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 부분이다. 정말 그렇게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한순간에서 영원을 보고,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보고, 그 무한의 우주를 체험하고 터득할 수 있다면 참으로 황홀하겠다. 그렇지만 그런 황홀경이 실제 삶에서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기에, 일련의 실망이나 절망 속에서도 다시 도전하는 게 아닐까.

흔히 ‘대지의 청지기’로 불리는 미국의 농부이자 시인, 문명비평가인 웬델 베리는 과학 기술에 근거한 현대 문명을 심각하게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 과학 기술은 객관적 앎의 척도를 제공하기보다 존재하는 생명을 제대로 못 보게 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모래를 알기 위해 미분화해 분석, 종합하지만 정작 모래에서 세계를 볼 수 있는 거룩함의 경지에는 이를 수 없다. 과학적으로 분석할 때 들꽃의 신비도, 손바닥 안의 무한도 터득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피조물 자체의 생명성보다 과학적 환원주의로 치닫기 때문이다. 

‘삶은 기적이다’에서 베리는 그 위험성을 논한다. 피조물을 대하는 태도가 경의에서 인식으로 바뀐 것이나,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계가 청지기에서 절대적 소유자, 관리자, 기술자로 바뀐 것, 그리고 생명의 ‘거룩함’을 ‘전체성’으로 바꾼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소박한 듯 심원한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생명은 우리가 향유하는 것이지만, 우리 너머에 있다. 어떻게 해서, 왜 우리가 생명을 누리게 되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생명에,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생명을 파괴할 수는 있지만 만들 수는 없다. 생명은 통제될 수 없다. 생명에 대한 통제는 환원주의와 함께 엄청난 파괴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그는 과학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타당하지 않은 현대의 미신이라고 말한다. ‘알지 못함’의 심연을 헤아리지 못한 채 ‘앎’으로 포장되는 사례가 많은 까닭이다. 그가 보기에 삶은 온갖 ‘알지 못함’으로 넘쳐나는 신비로운 것이고, 과학적으로 분석 가능한 것 이상으로 훨씬 기적적인 것이다.



그런 성격을 회복하는 일이 긴요하다. 신비롭고 기적적인 삶의 심연으로 내려가기 위해 기준과 목적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피조물과 애정으로 가득 찬 세계로, 우리가 살고 있는 기쁨과 슬픔의 세계로, 모든 과정들에 앞서면서 동시에 그 뒤에도 살아남는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술적 능력보다는 지역과 공동체의 성격에 근거해 행동해야 하며, 생산성보다는 지역에 대한 적응성, 기술혁신보다는 친밀성, 힘보다는 우아함, 소비보다는 검소함 같은 건강하고 타당한 생태 윤리의 지평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그는 강조한다. 그래야 다시 절망에 도전할 수 있단다.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할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기적적인 삶의 신비, 그 ‘알지 못함’의 심연이 그 어두운 그림자에 매몰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침 벚꽃이 지고 철쭉이 신비롭게 피어나는 계절 아닌가.



5. [국민일보][한마당] 테임즈 신드롬

“한국에 가지 않고 미국에 계속 있었다면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응하지 못하면 치즈버거를 팔아야 할 것이라는 각오로 다시 시작했다. 한국에서 많은 것을 읽고 마음의 평화를 공부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릭 앨린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의 고백이다. 올 시즌 초반 그가 써내려가고 있는 메이저리그 귀환기는 경이롭다. 18경기를 뛰었을 뿐인데 벌써 홈런 8개로 24일 현재 메이저리그 이 부문 전체 단독 1위다. 이 중에는 팀 역사상 타이기록인 5경기 연속 홈런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장타율 2위(0.828), 출루율 3위(0.461), 타율 7위(0.359)에 올라있다. 2014∼2016년 NC다이노스 소속으로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를 주름잡았던 ‘마산 로보캅’이 야구 본고장까지 접수할 태세다. 미국 팬들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이제 나타났느냐’고 열광할 정도다. ‘테임즈 신드롬’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그의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2008년 전체 219번째로 토론토에 입단했지만 3년 뒤에야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좋은 타자였지만 빅리그에선 그저 그런 선수였다. ‘눈물 젖은 빵’을 수없이 먹어야 했다. 2013년 방황하던 그에게 바다 건너 저 멀리서 연락이 왔다. 한국의 신생팀 NC였다. 한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출전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언제나 주전, 그리고 4번 붙박이 타자로 매 경기를 뛸 수 있었다. 운명의 땅에서 그는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 나갔다. 운동장에 제일 먼저 나왔고 그날 경기에 만족하지 못하면 스스로 훈련에 매진했다. 3년 내내 그랬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2015년 한국 최초 40홈런-40도루를 달성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2016시즌이 끝난 뒤에는 미국으로 유턴하는 데 성공했다. 몸값도 달라졌다. 한국으로 오기 직전 마이너리그에서 연봉 49만 달러(약 5억7000만원)에 불과했던 그는 3년 1600만 달러(약 187억원)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밀워키 유니폼을 입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덤이었다.

테임즈는 팔 및 정강이 보호대에 ‘테임즈’라는 한글을 새겨 한국에서 뛰었던 시절을 잊지 않고 있다. “한국인을 향한 나의 애정을 보여주고 싶다(I’m showing my love for Korean people)”고 했다. 노력의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향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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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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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중앙일보]

1. 또 네거티브로 얼룩진 TV 대선토론, 달라져야 한다

23일 밤 ‘사전 원고 없는 스탠딩 형식’으로 두 번째 치러진 대선후보 TV토론회는 2시간 내내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네거티브 문제는 지난 1차 TV토론에서도 큰 흠결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2차 토론에서 개선은커녕 후보간의 진흙탕 공방은 더욱 심화됐다. 장시간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들 뇌리엔 후보들 간의 낯 뜨거운 말싸움 외엔 남은 것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외교안보와 정치개혁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홍준표 후보의 대학 시절 성추행 의혹을 놓고 사퇴 공방이 벌어졌다. 이어 ‘송민순 문건’과 가족 불법채용 의혹, 말바꾸기 논란 등을 놓고 난타전이 계속됐다. 추궁당한 이는 동문서답으로 피해 가거나 “당신은 그런 적 없나”며 받아치기 일쑤였다. 정책 토론은 당연히 뒷전이었다. 국민들은 지지율 선두인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진검 승부를 기대했지만 다른 후보들의 공방전에 두 사람의 토론이 가려지면서 검증다운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대선까지 빠듯한 일정을 감안하면 TV토론은 후보들의 능력을 측정할 유일한 기회다. 남은 세 차례의 TV토론(중앙선관위 2회, 중앙일보·JTBC 1회)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상대방 약점 우려먹기나 임기응변 순발력을 가리는 경연장이 되지 않게끔 개선과 보완이 절실하다.

5명 후보 전원이 참여하는 토론 외에 지지율에서 앞서는 2자 혹은 3자만의 별도 토론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18분간 주어진 발언 시간을 특정 후보 공격에만 쏟아붓는 폐단도 막아야 한다. 이래선 현재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후보들의 대북·안보관을 비롯한 핵심 사안에 대해 심층토론을 끌어낼 수 없다.



주요 쟁점에 대한 시간제한을 없애고, 질문권도 균형 있게 배분한 뒤 끝장토론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바른정당이 경선 후보 토론에 이 방식을 도입해 호평받은 바 있지 않은가. TV토론에 대한 후보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대신 본인의 능력을 국민에게 알릴 최고의 무대로 TV토론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2. 미국의 ‘외과수술식 북한 공격’ 묵인 시사한 중국

25일 북한의 건군절(인민군 창건)을 앞두고 한반도 상황이 또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대북 압박 공조에 나선 미·중을 향해 결사항전 의지를 거듭 나타내는 등 도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만약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국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예방적 타격’과 같은 파국적 상황을 피할 수 없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요즘 상황을 보면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 21일 “수소탄에서부터 대륙간탄도로켓(ICBM)에 이르기까지 가질 건 다 가지고 있다”며 “평화를 위해 특단의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22일에도 “미국이 대결을 바란다면 끝까지 가겠다”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말뿐 아니다. 북한 내 움직임으로 보아 김정은 정권은 도발 준비도 하는 듯하다. 북한은 최근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전례로 보아 핵실험을 준비 중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 20여 년간 구사했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 계속 통할 걸로 믿으면 이는 오산 중 오산이다. 북한은 세상 바뀐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영원한 우방으로 여겼을 중국부터 태도가 급변했다. 시진핑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 매체의 논조를 보면 중국의 대북 정책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환구시보는 “한·미 양국이 38선을 넘어 북한을 공격하면 중국도 즉각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전례 없는 이야기를 했다. “미국이 고려하는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서는 외교적 수단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문맥상 핵 실험장이나 미사일 발사장 등을 골라 때릴 경우 외교 채널을 통한 반대 정도에 그칠 거란 얘기다. 사실상 묵인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뿐만 아니라 그전엔 전혀 없던 대북 송유 중단 얘기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미국 쪽 상황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공격 가능성은 훨씬 더 농후해 보인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건군절 직후인 26·27일께 동해에 진입해 특단의 사태에 대비하게 된다. 이에 맞춘 듯 26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 상원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북 정책을 설명한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설명회가 비공개로 열린다는 점이다. 비공개인 이유가 군사 기밀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예방적 타격을 고려 중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종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밀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세상 바뀐 줄 모르고 도발을 일삼았다간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는 걸 김정은 정권은 잊어선 안 된다.



[서울신문]

3. “北 공격해도 군사개입 안 할 것”이라고 한 中 언론

중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외부 타격이 있어도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사해 주목받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희망을 바라야 하나’라는 사평(社評)을 통해 “미국이 고려하는, 북한 주요 핵시설 등의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선 일단 외교적인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환구시보가 25일 북한 창건 85주년을 맞아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북·중 양국이 1961년 체결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규정된 군사 개입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측면도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규정, 중국의 자동 군사 개입 의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한·미 군대가 38선(휴전선)을 넘어 북한을 지상에서 침략,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반도의 불안정한 안보 환경의 근원이랄 수 있는 북한 핵시설 타격에 대해서는 자동 개입을 하지 않겠지만,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전면전에는 개입할 수 있다는 ‘선별적 자동 개입 원칙’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시 원유공급 축소 규모에 대해선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선을 그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군사·경제 제재에 북한은 물론 한국과 미국 모두에 중국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의 핵무기 불용 의지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북·중 우호조약상 중국의 ‘자동군사개입’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 등의 타격 용인과 대북 원유공급 축소 시사는 북한의 안보·경제를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선택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협조 기조가 뚜렷해지는 흐름 속에서 중국의 국가 이익 기준에 맞춰 고강도 제재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유례없는 협조’를 극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의 강력한 경고를 북한이 이번에도 무시할 경우 파멸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보류하고 북·중 고위급 대화 등을 통해 국제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4. 사상 최악 대졸 실업, 일자리 나누기로 돌파를

우리나라 실업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대학 나온 사람’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를 보면 올해 1~3월 전체 실업자 117만명 가운데 대졸 이상이 54만 3000명(46%)으로 학력별로 가장 많다. 분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대졸 실업자가 크게 느는 것은 고학력자들이 원하는 직업과 갈 수 있는 일자리 간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갈수록 벌어지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가 늘고 공무원 준비 학원이 ‘공시족’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커다란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신규 채용에 오불관언이다. 특히 은행권의 무책임한 처사는 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4대 은행들은 평균 1조 4000억여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올 1분기에 사상 최대치인 1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4대 은행 가운데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일정과 규모를 확정한 곳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지난해 신규 공채도 전년보다 무려 39%나 줄였다. 막대한 과실을 자기들끼리 독점하고 대졸 청년 실업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대졸 실업 해소는 민간경제를 활성화해 잠재 성장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려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저성장 상태에서 장기적 방안은 될지언정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턱없이 한가한 대책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한시적인 특단의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소득자의 임금 동결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대선이 끝나는 대로 국회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재원 조달이 선결 과제이긴 하지만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확대하는 것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몇 년간 한시적으로 현행 3%인 공공기관의 청년 고용 비율을 확대하고,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기업 규모에 따라 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협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세계일보]

5. ‘송민순 문건’, 북풍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다

어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보 이슈가 재점화됐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북한에 미리 의사를 물어보라고 했는지 여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북한 의사 사전 타진을 뒷받침하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문건과 관련해 “북한에 물어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는 “(11월)16일 이미 기권이 결정됐다”면서 “이제 안보팔이 장사, 색깔론은 끝내야 한다”고 반격했다.

문 후보 측은 TV토론에 앞서 2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 후보 측의 대변인인 김경수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작성한 청와대 자료에는 11월16일 인권결의안에 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기권으로 하는 것으로 하자”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선원 당시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11월18일 작성했다는 자필 메모에는 송 전 장관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북한에 보낼 문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변인은 “인권결의안 관련 회의는 문 후보가 주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제 공개된 문건은 11월16일 기권 결정이 내려졌다는 문 후보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16일 회의 직후 “기권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호소 편지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틀 뒤 재차 회의가 열렸다고 반박했다. 회의의 성격을 놓고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을 다독이는 자리였다고 설명하는 반면 송 전 장관은 문 후보가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북한과 접촉한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문 후보는 기권 결정을 통보하는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 본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공개한 김 전 국정원장의 육성과 맞지 않는다. 김 전 국정원장은 “(북한에) 찬성 분위기를 한 번 던져봤다. 북한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전에 북한에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북한이 당시 격한 반응을 보인 점에 비춰볼 때 기권 결정 전에 의사를 확인했을 개연성이 짙다.

문 후보는 ‘송민순 문건’과 관련해 “선거를 좌우하려는 제2의 NLL사건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사안을 안보팔이 정치 공세로 치부해선 안 된다.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로선 안보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중대사다. 유권자에겐 대선후보의 안보관과 ‘송민순 문건’의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6. 문자테러, 지역감정 조장하면서 국민통합 외쳐서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제 통합정부추진위 출범식에서 “편가르기 정치,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인재들을 폭넓게 기용해 대한민국 드림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대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국민과의 약속, 미래비전선언’에서 “보수, 진보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두 유력 후보가 공히 통합을 강조하고 있으나 상황은 되레 역주행하고 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쪽을 공격하는 반민주적 행태가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문재인 후보의 팬클럽인 온라인 카페 ‘문팬’에 “댓글 (공격) 지원 요청한다”는 제목과 함께 문 후보 관련 기사 링크가 첨부됐다.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의 요청으로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직전 북한에 물어봤다는 걸 입증할 메모를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공개했다는 기사였다. 링크 된 포털 사이트 뉴스에는 12시간 만에 댓글 1만4000여 개가 달렸다. 대부분 송 전 장관을 인신공격하는 내용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9일 2차 TV토론에서 문 후보를 비판했다가 항의 전화와 비난 댓글로 곤욕을 치렀다.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가수 전인권씨 역시 SNS상에서 ‘적폐 가수’라는 공격을 받았다. ‘문빠’로 불리는 문 후보의 극성 지지자들이 댓글과 문자 폭탄으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폭력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대선에서 영호남 지역대결 구도가 완화됐지만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망국적 언행이 여전하다고 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17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문재인은 대북 송금 특검을 해서 우리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 문재인은 거짓말과 변명으로 호남을 무시한다”고 했다.

국민통합을 외치는 문·안 후보의 다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통합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언행부터 단속해야 한다. 문 후보는 전씨가 공격받은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제가 한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적절치 않은 처신이다. 문 후보나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른 정당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협치를 하려면 지금부터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데일리]

7. ‘북한인권안 기권’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하면서 북한 측 반응을 먼저 타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이 결정에 적극 동참했다는 것이 논란의 초점이다. 앞서 “북한은 주적인가”라는 토론회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던 문 후보의 대북 안보관을 검증하는 또 하나의 단서다.

엊저녁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TV토론에서도 이와 관련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거짓말로 들통 날까봐 계속 말 바꾸기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문 후보를 추궁했고, 문 후보는 “구태의연한 색깔론이 실망스럽다”며 역공을 시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역대 정부에 남북관계 악화 책임이 있다”며 차별성을 강조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거짓말하는 사람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며 공격에 가세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실 공방이 아니라 그때 결정의 적절성을 가리는 게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의혹은 일과성 논란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에 의해 제기됐다는 점에서도 정확한 사실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빙하는 움직인다’ 회고록에서도 관련 내용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참여정부의 기권 방침에 강력 반대했던 입장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이 당시 노 대통령 주재의 안보정책조정회의 발언자료 등을 제시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유권자들로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울 뿐이다. 의사를 타진했든, 결과를 통보했든 북한 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한 것만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문제 표결에 기권했다는 자체가 북한의 눈치를 봤다는 뜻이다.

문 후보 측은 오히려 “송 전 장관이 ‘외교부에서 북한과 접촉한 결과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더라도 북한이 크게 반발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송 전 장관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혼란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국정원을 포함한 다른 관련부처에서도 이에 관련된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도 조속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8. 美 ‘동해’ 표기 외면, 외교부는 뭘 했는가

호주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그제 “칼빈슨호가 며칠 안에 동해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동해를 ‘East Sea’가 아닌 ‘Sea of Japan(일본해)’로 표현했다고 한다. 미군도 지난 5일 북한 탄도미사일이 떨어진 동해 해상을 ‘일본해’로 표기했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동해’ 표기 요청에도 미국은 못 들은 척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외교당국의 전략 부재와 무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강제할 수 없지 않으냐”는 식으로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 외교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발언의 대응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명백한 역사왜곡의 망언인데다 양국 정상이 그릇된 인식을 토대로 한반도 운명을 논의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분명한 해명을 요구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외교부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며 대충 넘어가려 했다. 미온적이라는 비판에 마지못한 듯 “사실이 파악되는 대로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래서야 우리 주권을 제대로 지킬 수 있겠는가.

이러한 사태는 우리 외교가 처한 엄혹한 현실을 새삼 일깨운다. 미·중은 한국이 없는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며 모종의 ‘빅딜’을 했다고 한다. 당사자인 우리는 그 실체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는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구애를 보내며 밀월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미·일 정상은 벌써 2번이나 만났으며 다음 달에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대통령 궐위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외교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 간 외교는 잠시라도 틈을 보이면 국익에 커다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우리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미·중, 미·일 관계의 변화는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강대국 외교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자칫 ‘투명 국가’로 전락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오늘부터 모나코에서 ‘동해’ 표기가 논의될 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열린다. 28일에는 미국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있다. 외교당국은 나라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매일신문]

9. 경제교류·협력 확대, 급할수록 기반 조성이 먼저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커지자 대구경북이 중국 이외 국가와의 경제협력과 통상교류 확대 등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력 시장인 일본`대만`베트남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다지는 한편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은 아세안 국가와의 교류 확대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현실에서 지역 통상구조 변화와 경제위기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시장 다변화 전략은 무엇보다 중국에 편중된 지역 경제구조를 바꾸는 기회인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구시는 일본과의 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직항 노선이 연결된 5개 도시를 중심으로 통상교류를 넓혀나가고 문화`관광 등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최근 무역사절단 파견과 투자 유치 설명회 개최, 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교류 기반을 확대한다는 방침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경북도의 경우 11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계기로 베트남과의 통상교류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베트남이 동남아 한류 확산의 중심지라는 점을 활용해 현지에 경북도 통상투자지원센터를 열고 한류 우수 상품전 개최, 글로벌 청년 보부상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다. 베트남을 아세안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적극 활용해 아세안 국가와의 교류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또 한국 방문 촉진 등을 위해 입국 제도 개선 등 국가적 지원책도 뒤따라야 한다. 

 
2020년 외국인 방문객 4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일본 정부는 외국인 입국 절차 간소화 등을 서두르고 있다. 종전 중국 부유층에 국한된 복수 관광비자를 최근 중산층까지 확대 방침을 발표한 것만 봐도 문화`관광교류 확대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한다. 

 
제3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는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건성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양국 관계나 상호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이고 일회적 교류에만 매달리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당장은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관계를 넓혀가는 중장기 전략 등 차분한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다.



10. 중국, 북핵 해결에 ‘大國’다운 전향적인 모습 보여야

중국이 미국의 북한 핵시설 타격을 용인하고, 대북 원유 공급을 축소하는 등의 초강경 메시지를 내놓아 주목된다. 이 메시지가 관영 매체를 통해 나온 것인 만큼 실현 가능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중국의 조치 가운데 초유의 강경책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북핵 저지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을 갖게 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社評`사설)에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북핵 문제 해결책에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과 한미 양측 모두에게 중국의 선택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 외교적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되,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 정권 붕괴나 지상 전면전은 용인할 수 없지만, 대북 원유 공급 축소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타격은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환구시보가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매체임을 감안하면 ‘북한 핵시설 타격 용인’이라는 문구는 임의로 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밀린 탓인지 모르겠으나.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 긴장 상태를 엄중한 사태로 규정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북한 핵시설 타격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좁게 해석하더라도, 제재와 대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중국이 고강도 제재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중국은 북핵과 관련해 어정쩡한 태도를 고수하다 북한을 제어하는 데 번번이 실패한 전력이 있다. 중국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기대에는 전혀 부응하지 못하면서 북핵 문제의 주도권만 잡으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핵실험을 일삼고, 한반도 긴장이 이만큼 높아진 데는 중국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크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굴기(崛起`우뚝 섬)만 있을 뿐, 화평(和平)은 없는’ 어설픈 외교 전략만 보여준 채 체면을 구겨왔다. 이번만큼은 실효성 있는 제재와 조치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대국’(大國)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주요신문칼럼



1. [매일경제][클래식 산책] 지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불멸의 명곡`

몇 해 전 초등학생 아들이 불멸의 명곡이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데 쉽게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것이 의외로 어려웠다. 불멸의 명곡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시대를 앞서갈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변함없이 인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을 일컫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으로 손꼽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나는 파리의 노트르담 봉스쿠르(Notre Dame de Bon Secours)라는 19세기 성당에서 무반주 모음곡 전곡 녹음 중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작품이야말로 혁명과 전쟁과 문화의 변혁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여전히 살아남은 불멸의 명곡의 대표주자라 하겠다. 음악은 사람의 영혼을 정화시킨다. 꿈꾸게 하고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준다. 특별히 나에게 바흐의 음악이란 에너지와 영감의 원천이다. 내겐 오랜 습관이 있는데, 에너지가 고갈되거나 일상에 치여 감각이 무뎌졌을 때 아주 천천히 바흐의 느린 악장을 연주한다.



활의 움직임과 심호흡이 하나가 되어 오직 음악의 흐름을 따라간다. 복잡한 생각과 굳어진 몸이 비워질 때까지 오롯이 음악과 마주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나면 새 순이 돋아나듯 어느새 내 안에 세상을 마주할 용기가 솟아난다. 그렇게 바흐의 음악은 단지 기쁨을 주는 것을 넘어서는 지적이면서도 매우 영적인 작품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앙코르 곡으로 즐겨 연주하는 느린 스페인 춤곡인 사라방드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내포한 시를 읽는 느낌을 준다. 각 악장마다 나름의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는, 섬세하고 투명하고 때론 파격적이기까지 한 이 음악이 주는 만족감은 결코 지나치는 법이 없다. 이러한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기에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정답이란 없고 섬세한 뉘앙스를 다양한 주법으로 표현하는 신선한 즐거움이 있을 뿐이다. 카잘스에서 빌스마에 이르기까지, 또한 여러 바로크 연주자들에 의한 연구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애호가로서 바흐 음악의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한 제안이라면 프렐류드, 알라망드, 쿠랑트, 사라방드와 같이 모음곡을 이루는 각 악장의 뜻을 찾아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나아가 15~16세기에 형성된 이 음악 형식이 도대체 어떻게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었는지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재즈 연주자와 현대 작곡가 심지어 팝 가수들마저 바흐의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바흐의 음악은 살아 꿈틀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 [강원일보사][발언대] 추락버스 사망 `0'의 기적

지난해 7월19일 경찰청은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7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사태 등 정치적인 혼란으로 보류된 상태로 유지되다가 이번 2017년 4월5일 정부의 교통사고 줄이기 종합대책 발표로 인해 재추진돼 빠르면 올 연말부터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가 이뤄 질 예정이다. 

이토록 안전띠 착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안전띠 착용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 줄이기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중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일명 `금오공대 버스사고' 역시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떠나던 관광버스가 도로변 5m 아래로 추락했으나 44명의 학생 모두 가벼운 부상만 입었던 이유가 바로 전원 안전띠를 착용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자동차의 모든 부속품 중에서 안전띠를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기도 하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안전띠 착용률은 2014년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도로안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의 시행에 앞서 더욱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다.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은 단지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더 이상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지 않도록 모든 도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해 교통안전 선진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3. [중앙일보][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프로 독신’에게도 희망을

오랜만에 재밌는 일본 드라마를 한 편 발견했다. 지난해 가을 일본 TBS에서 방영돼 인기를 모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사진)는 드라마다(한국에선 ‘채널W’에서 방영 중). 독특한 제목은 헝가리 속담에서 왔다는데 확인은 어렵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인생의 정면 승부에서 ‘도망’을 선택한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을 발랄하게 그린다.

주인공은 미쿠리라는 20대 여성인데,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해 대학원으로 ‘도망’쳤다. 학업을 마치고 계약 사원으로 취직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자 다시 무직. 얼떨결에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는 히라마사라는 30대 남자의 집에 파트타임 가사 도우미로 나가게 되는데, 하면 할수록 가사일이 적성이란 걸 깨닫는다.



히라마사 역시 미쿠리의 도움으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느끼며 ‘수요’와 ‘공급’의 접점을 맞이한 두 사람. 부모의 귀촌으로 살 곳이 없어진 미쿠리가 히라마사의 집에 입주해 가사일을 하는 형태의 ‘계약 결혼’을 제안한다. 그리고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해 월 19만4000엔(약 202만원)의 급여를 받는 진짜 계약서를 쓴 후 둘은 함께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허황된 이야기인데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취업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일본의 상황, 결혼 없이 혼자 살거나 동거만 하는 등 삶의 방식은 다양해졌는데 제도나 인식은 미비한 현실 등을 꽤 설득력 있게 그리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가 사회문제로 제기되면서 일본에선 최근 새로운 결혼의 형태로 ‘연대(連帶) 결혼’ ‘가성비 결혼’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 드라마는 실제 이런 결혼을 시도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에 대한 (판타지 가득한)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다.

방영 당시엔 ‘프로 독신’이라는 유행어도 만들어냈다. 히라마사처럼 혼자 사는 데 익숙해져 결혼이라는 변화를 피하려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러나 프로의 길은 험난한 법. 주거비는 부담스럽고 가사일은 힘들며 부모님에겐 늘 죄책감을 느낀다. 하여 히라마사도 계약 결혼으로의 ‘도망’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에도 ‘프로 독신’은 늘어가지만 이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는 찾기 어렵다. 이 ‘정치의 계절’에도 1인 가구 유권자들을 배려한 선거 공약이라곤 거의 볼 수 없으니 하는 말이다. 홧김에 ‘연대 결혼’이라도 하고 싶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저 ‘하늘이 정해준’ 일주일 치 설거지로 주말을 보내는 1인 가구의 푸념 되시겠다.



4.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레이첼 포저

비발디나 바흐로 대변되는 바로크 음악은 오늘날 화려하고 풍성한 음악에 비해 담백한 편이다. 하지만 일단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철현으로 연주되는 오늘날의 현악기와 달리 바로크 시대 악기들은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gut strings)이다. 철현보다는 소리가 작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잦은 조율이 필요하지만 철현에 비해 음색에 깊이와 따뜻함이 있고 복잡한 배음을 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세월 저 너머의 작곡가들의 숨결을 듣는 맛도 적지 않다. 눈길을 끄는 화려한 테크닉은 없지만 서서히 마음을 파고드는 우아한 서정성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최근 바로크 시대의 향취를 재현해내려는 현악기 연주자가 많이 등장한다. 영국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첼 포저(Rachel Podger, 1968년~)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바흐 음악 연주에 있어서 일찌감치 인정을 받으면서 ‘30대 젊은 나이에 바로크 연주의 정상에 서다’라는 평을 받았다. 그녀가 보여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들은 바로크 음악의 대부 지기스발트 쿠이켄(SigiswaldKuijken, 1944년~) 이후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계 아버지와 독일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포저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대다수 저명 연주자와 다소 다른 길을 걸었다. 일찍부터 조기 음악 수업을 받았던 것이 아니라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사춘기를 보낸 곳은 흔히 ‘슈타이너 학교’로 불리는 저명한 대안학교인 독일 카셀의 발도르프 학교(Freie Waldorfschule Kassel). 이곳에서는 단순한 예체능 활동에서 더 나아가 음악과 말과 내적 의미를 몸의 동작으로 표현하는 조화된 동작(eurythmy)을 통해 우주적 조화와 관계의 의미를 깨닫는 교육을 시킨다. 바로 이런 균형감각이 그녀의 말과 연주에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다. 

19세 때까지 슈타이너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포저는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페리하트를 사사하고, 길드홀 음악연극학교에서 미카엘라 콤베르티와 데이비드 타케노 문하에서 바로크 바이올린 공부를 계속했다. 그녀가 본격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동료들과 함께 바로크 전문 연주 단체인 플로릴레기움(Florilegium)과 팔레디언 앙상블(ThePalladian Ensemble)을 조직해 연주 여행과 레코딩 작업을 시작하면서다. 이후 1992년부터 네덜란드의 레이블인 ‘채널 클래식’의 간판 독주자로 활약하며 1급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0년 세계적인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는 포저를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유일하게 ‘새 천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고음악계에서 그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다. 현재 런던 길드홀의 바로크 바이올린 교수이자, 독일 브레멘대의 바로크 바이올린 교환 교수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크 시대 음향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원전(原典)연주의 매력은 과거 시대의 향취를 다시 피어올리는 맛에 있다. 포저 연주의 남다름은 그 안에서도 바이올린의 메탈 현이 만들지 못하는 따뜻함과 힘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그 여운은 오래 깊숙이 남는다. MSG를 치지 않은 음식의 부드러운 담백함처럼.


5. [서울신문][씨줄날줄] 전설의 고려버거

영화 ‘파운더’는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의 성공 신화를 다룬다. 보고 나면 씁쓸하다. 재주는 곰(맥도날드 형제)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크록)이 크게 벌었으니 말이다. 1954년 보잘것없던 미국의 세일즈맨 크록이 우연히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에서 30초 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친다.



성실하고 정직한 맥도날드 형제는 품질 관리를 위해 가게 한 곳에만 매달렸지만 크록은 그들을 설득해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냈다. 그 후 그는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아이디어와 상표권을 헐값에 사들여 오늘의 맥도날드 왕국으로 키웠다.

햄버거는 콜라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세계 4위 부자이지만 ‘6살 식성’을 지닌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아침 식사 메뉴도 햄버거다. 그는 돈을 많이 벌었을 땐 특별히 베이컨과 치즈 비스킷이 들어간 3.17달러짜리 햄버거를,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에 소시지만 들어간 2.61달러짜리 햄버거를 먹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햄버거를 달고 살아 의사로부터 햄버거 금지령을 받았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햄버거 사랑으로 유명하다.

2009년 북한 최초로 햄버거 가게 ‘삼태성’(三台星·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명의 큰 별을 의미)이 평양에 문을 열었다. 북에서는 햄버거를 ‘다진 소고기와 겹빵’이라고 불렀는데 2011년 김정일이 현지식으로 표기하라고 해서 ‘함버거’로 바꿨다. “햄버거 한 번 먹으면 모르지만 세 번 먹으면 제 맛을 알고 다섯 번째부터는 중독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한 시민들에게 인기다.

최근 ‘태양절’(김일성 생일)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한 기자가 북한 고려항공의 햄버거를 ‘전설의 고려버거’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조너선 카이먼 기자는 지난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고려버거를 “북한의 국영항공사 고려항공에서 승무원이 제공하는, 비밀스러운 나라(북한)만큼이나 신비로운 버거”라고 비꼬았다. “고려버거는 차가운 상태로 제공되고 종이 냅킨이 한 장 깔렸다”며 “버거 빵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와 가공된 치즈, 채 썬 양배추와 상추 한 장이 들어간다. 그리고 약간의 달콤한 맛이 나는 브라운 소스도 뿌려져 있다”고 묘사했다.

하늘 위에서 만나는 기내식은 여행 중에 먹는 음식이라 고유의 맛 이상의 설렘을 갖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하지만 고려항공의 기내식은 세계 최악의 기내식 1위로 꼽힐 만큼 악평을 받는다. 그 이유는 고려버거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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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24일 (月) 조간 


ICT정책/동향
[전자신문]대선후보별 ICT정책 관련 공약


[조선일보]사람이 하는 업무 2069개 중 34% 앞으론 로봇이 한다


[조선일보]하늘의 불청객 드론 잡는 안티 드론 뜬다



오피니언
[중앙일보]벤처 북돋울 ‘M&A 혁신거래소’ 만들 때


[디지털타임스]‘4차 산업혁명 공약‘ 들여다보기


[디지털타임스]‘한국호‘ 새 리더가 갖춰야할 것


[디지털타임스]‘지식재산‘ 통합관리 필요하다


[중앙일보]우울한 50세 생일, 과학계가 자초했다


[전자신문]4차 산업혁명 시대, SW가 답이다


[전자신문]SW교육 의무화, 양질 교사 양성 중요


[조선일보]물건보다 경험을 사고, 혼자 쓰기보다 함께 즐겨야


#4차산업혁명
[보안뉴스]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그리다


[오마이뉴스]'4차 산업혁명'은 '창조경제'와 달라야 한다.


[오마이뉴스]4차 산업혁명시대의 영어교육, 기계가 될 것인가? 소통자(communicator)가 될 것인가?


[매일경제]국토부, 4차 산업혁명 종합판 `테스트베드` 만든다


[이데일리]"4차 산업혁명 주도할 예비 기술전문가 찾습니다"


[뉴시스]4차 산업혁명 만난 반도체 슈퍼사이클, 없던 길 가나


[투데이신문]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 융합


#ICT
[서울경제]정황근 농진청장 "스마트팜 구축·ICT-BT와 융복합...농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울 것"


[전자신문]통신학계, 정보통신기술(ICT) 컨트롤타워 설립 공감대


[조세일보]ICT 사업 연속 수주에 세미나..SK(주) C&C, 외연 확장 '구슬땀'


[연합뉴스]'스마트'한 모든 것을 실험하는 도시…'커넥티드 타운' 생긴다


#블록체인
[한국금융신문]블록체인·AI·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핵심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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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4월 24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할 줄 아는 마음씨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타고나야지 이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창조할 수 없다."

- 헬리팩스



<< 정치/외교 >>

1.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지난 22일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희망을 바라야 하나’란 제목의 사평(사설)에서 “미국이 고려하는 북한의 주요 핵시설 등을 타깃으로 한 외과수술식 타격에 대해 일단 외교적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실제 타격이 이뤄지면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함

- ‘외교적 해결 우선’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중국 관영 언론이 북한 선제 타격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핵 개발을 고집하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옴



<< 경제 일반 >>

1.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성동조선해양에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23일 말함

- 성동조선은 지난해 초부터 1년4개월째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해 정상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며, 채권단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현재 15척의 일감을 갖고 있지만 올해 10월 중순이 넘어가면 바닥난다”고 밝힘


2.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인 현대상선이 올해 국내외 화주와의 운임 협상을 통해 연간 4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거둘 전망임

-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주요 선사와 화주 간 ‘2017년 운임 협상’이 이달 말로 대부분 마무리되는 가운데 현대상선은 미주 서부 노선(상하이~미국 롱비치 등)의 운임을 지난해 4월에 맺은 계약보다 1TEU(6m짜리 컨테이너 1개)당 20% 가까이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이에 따라 서부 노선은 TEU당 1200~1400달러, 유럽 노선은 600~900달러의 가격대가 책정될 전망임


3.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렌플렉시스(SB2) 판매를 허가받았다고 23일 발표함

- 렌플렉시스는 연간 9조3000억원어치가 팔리는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항체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로서, 류머티즘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의 치료제임



<< 금융/부동산 >>

1.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이 지난해 말 이후 약 4개월 만에 1조5600억원 이상 늘어 8조원을 돌파하면서 헤지펀드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PBS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음

- PBS는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신용공여, 증권대차,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지난해 기준 PBS 시장규모는 연 1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됨


2.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 두산엔진이 공장 부지와 설비를 담보로 1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함

- 두산엔진은 국내 최초로 공모와 사모 두 가지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키로 해 무담보 공모채 위주였던 국내 회사채 시장의 자금 조달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옴


3. 보험사들이 의료비 관련 보험금 지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음

- 교보생명은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류를 보험사에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연내 시행할 계획이며, KB손해보험은 KB국민카드로 병원비를 결제하면 소비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온라인으로만 보내도 되는 서비스를 시작함

-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도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앱에 업로드하면, 보험사가 온라인으로 심사해 보험금을 지급할 예정임(보험금 지급한도 100만원)


4. 재건축이 활발한 서울 잠원동에서 ‘나홀로 재건축’ 단지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음

- 같은 단지 다른 동(棟)과 떨어져 홀로 재건축하는가 하면 인근 단지의 구애를 뿌리치고 끝까지 1개동 단위 재건축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몸집이 가벼워야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임


5. 국토교통부는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용지에 당첨된 뒤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기 전에 팔아 차익을 얻는 형태 등의 공공택지 내 단독주택용지 불법전매 집중 단속에 나선다고 23일 발표함

- 지난달 LH가 경남 양산 물금2지구에서 공급한 점포 겸용 단독용지는 청약자를 경남 거주자로 제한했지만, 같은 시기 내놓은 경남 김해 율하2지구 주거단독용지는 지역 제한을 두지 않아 전매를 노린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웃돈이 수천만원 붙은 것으로 알려짐


6.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강남구청은 24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한 달간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시작함

- 해당 사업은 삼성역(지하철 2호선) 사거리에서 봉은사역(지하철 9호선) 코엑스사거리 구간에 국내 최대 규모의 광역복합환승센터와 문화·상업 등 공공 인프라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지하공간은 길이 950m, 폭 70m, 깊이 51m에 지하 6층, 연면적 15만391㎡ 규모로 조성됨



<< 국제 >>

1. 22일(현지시간) 원유정보업체 베이커 휴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동 중인 석유·가스 시추기는 857개로 지난해 5월(404개)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미국 내 시추기 수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2014년 9월 1931개까지 증가함

- 이런 영향으로 작년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으며, 유가 상승을 예상하고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잡은 국내 조선·건설업체들에는 비상이 걸림


2. 프랑스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23일 오전 8시(현지시간) 프랑스 전역 6만7000여개 투표소에서 시작됨

- 이번 대선은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국민투표에서 가결돼 관련 협상이 본격 진행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뒤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등 국제 경제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것으로서, 이날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주 뒤인 다음달 7일 결선 투표가 치러질 예정임


3. 중국이 자체 개발한 첫 화물우주선 톈저우(天舟) 1호가 발사 이틀 만인 지난 22일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와 도킹에 성공함

- 톈저우 1호는 3개월 동안 우주공간에서 추진제 급유에 필요한 실험 등 10가지 종류의 실험을 진행하게 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 PBS란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사에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대출, 증권 대여, 자문, 리서치 등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말함.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 사업자만 할 수 있으며, 현재 국내 PBS 사업자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개사임.

- 출처 : 매일경제, 매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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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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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서울신문]

​1. 시진핑,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는 궤변 해명하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제 월스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이달 초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10여분간 설명했다”고 전했다. 동북아 역사를 부정하고 한민족의 자존과 명예를 무시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즉각 해명하고 사죄해야 한다.

정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며 미국과 중국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당신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 국민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발언의 진위도 확인해 주지 않은 채 사과도 없이 얼버무리고 만 것이다.



“지난 수천년간 한중 관계의 역사에서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정부의 논평처럼 한국은 고대로부터 중국의 속국이 아니었다. 중국에 조공을 바치기는 했지만 독립국의 지위는 계속 유지했다. 시 주석이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중국 정부는 2002년부터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발해와 고구려 역사를 자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왜곡 작업을 펼쳐 왔다. 시 주석이 왜곡 역사관을 처음 내보인 것도 아니다. 2010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항미원조전쟁 참전 제60주년 좌담회’에서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 주석은 “제국주의가 중국 인민에게 강요한 것이었다”며 북한의 6·25 남침에 참전한 것을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미화했다. 아베 총리 등 일본 우익들이 심심찮게 외쳐 대는 “일본군의 중국 침략과 난징 대학살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만약 시 주석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중국 침략을 부정하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아베의 역사관보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

다만 시 주석이 실제로 이렇게 말한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하거나 들은 것을 과장해 말한 것인지, 혹은 통역 실수인지 등은 확인되지는 않았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에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명백한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국에 더 강력히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중국은 자국 위주의 역사관만을 고집하는 국수주의적 태도로는 21세기 선진 대국으로 대접받을 수 없다. 일국의 최고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의 품격을 대변한다. 주변국에 상처를 줬다면 해명과 함께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2. 남성 육아휴직 빈익빈 부익부여서야

남성 육아휴직자가 부쩍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1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2%나 늘었다. 수적 증가만큼이나 주목할 대목은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중이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전체 육아휴직자의 10%를 넘었다.

육아휴직 아빠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성이 출산에 양육까지 도맡아서는 바닥 없이 추락하는 저출산 실태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가치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육아휴직 제도가 정착된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등은 20%를 모두 넘어선다. 갈 길이 아직은 멀다.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와 아울러 이즈음에서 되짚어 봐야 하는 것이 남성 육아휴직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다. 남성 대기업 노동자의 육아휴직은 일년 새 5% 포인트 늘어났지만,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는 2.6% 포인트나 오히려 떨어졌다. 배경은 간단하다. 육아 휴직 결심은 임금이 높은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육아휴직이 절실한 상황이어도 당장 가계 수입이 없어 생계가 힘들어진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중소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문화를 장려하려면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중소·영세 사업주에게는 지원금을 늘려 주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주 지원 상한액을 한 명당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고 대체 인력을 활용하는 사업주에게도 지원금 지급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당국의 이런 정책적 배려와 지원은 꾸준히 확대돼야 한다. 일·가정 양립 정책의 혜택마저 부익부 빈익빈이 돼서는 곤란하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올해부터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기로 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런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이들이 많아져서는 안 될 것이다.



육아휴직을 독려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중소기업에는 더 큰 세제 혜택 등 우대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육아휴직 이용률이 10% 증가하면 직원 한 사람이 창출하는 기업 이윤이 3.2%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꿈쩍도 않는 저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실마리는 가까이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조선일보]

3. 180억 기부자에 훈장 아닌 세금 폭탄 주고 7년 괴롭힌 나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장학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황필상씨에게 수원세무서가 증여세 140억원을 물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황씨가 소송을 낸 지 7년 5개월 만이다. 황씨는 회사 주식 90%(당시 180억원 상당)를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했었다.



이 재단을 이용해 무슨 이득을 취할 목적이 아닌 순수 기부란 것은 법원도 인정했으나 2심은 증여세 부과에 사안별로 예외를 둘 수 없다며 세무서 손을 들어줬다. 좋은 뜻으로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사람에게 기부금과 별도로 140억원의 세금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 강탈범과 다를 게 없다.

황씨는 말로 못 할 고통을 겪어야 했다. 재판이 7년을 넘기며 연체 가산세가 붙어 세금은 225억원으로 불어났고 사는 집까지 압류당했다. 선의를 베풀었다 맞은 이 날벼락을 보면 기가 막힌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공익 재단 등에 5% 이상 주식을 기부할 경우 증여세를 매기도록 돼 있다. 재벌들이 재단을 이용해 편법 상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년 전 만든 조항이다. 그러면서 황씨 경우와 같은 선의의 기부자를 위한 조항을 두지 않았다.



황씨 사건이 벌어지자 '말이 되느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정부와 국회는 수수방관했다. 국회가 지난해 개정 논의를 했지만 중단 상태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법을 고치지 않는 국회나 재판을 질질 끈 사법부 모두 이렇게 무책임할 수 없다. 자신이나 제 가족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아마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사회를 위한 기부자에게 훈장을 못 줄망정 이런 고통을 주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빌 게이츠 같은 창업자들의 기부는 대부분 주식으로 이뤄지지만 여기에 세금을 매기진 않는다. 선진국에선 오히려 소득공제 혜택까지 준다. 이번 기회에 주식을 포함해 다양한 기부 방식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고쳐야 하지만 그에 앞서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우리 사회에 절망을 느끼게 된다.



4. 전인권·정의당 몰매 공격 文 지지세력이 바로 적폐다.

19일 대선 2차 TV 토론회가 끝나고 나서 정의당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 공격에 시달렸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문 후보에게 질문을 집중했던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의당에는 '같은 진보끼리 왜 공격하느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SNS에서는 심 후보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민주당 송영길 선대위 총괄본부장도 가세해 '정의당의 정의가 아닌 듯하다'고 했다.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은 '앞으로 정의당 비례대표 안 찍겠다'는 글이 넘쳐났다. 한때 정의당 홈페이지는 접속 지연 현상까지 발생했다. 급기야 정의당 사무총장이 이제 그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수 전인권씨는 안철수 후보를 칭찬했다가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적폐 가수'라고 뭇매를 맞았다. 그럼에도 전씨는 19일 안 후보를 따로 만나 지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전씨는 민주당 경선 때 안희정 지사를 지지한다고 했다가 비슷한 일을 당했다. 안 지사는 당시 "질린다"고 했었다. 전씨는 촛불 집회에서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런 고초를 겪는다. 이들에겐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다 적(敵)이다.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전씨가 당한 일에 대해 "제가 한 건 아니지 않으냐. 그리고 그런 식의 문자 폭탄은 옳지 않다"고 했다. 문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한 적도 있고, 어제는 전씨에 대해 촛불 집회 공연 감사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문자 폭탄, 18원 후원금 같은 행태에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란 말을 한 사람도 문 후보다. 어느 것이 진심인가. 진짜 적폐가 문 후보 바로 곁에 있다.



[이데일리]

5. '주적(主敵)'을 주적이라고 왜 말 못하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안보관이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KBS가 그제 주최한 심야토론에서 안일한 안보관을 드러냄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대선 지지율에서 양강 구도를 이룬 두 후보의 안보관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대응 움직임으로 한반도 긴장이 일촉즉발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대목은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임을 끝내 못 박지 않은 문 후보의 모호한 대북관이다. 그는 “북한이 주적이냐”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며 슬그머니 넘어갔다. 평양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닐진대 스스로 국군통수권자가 되겠다는 입장에서 주적을 밝힐 소신조차 없대서야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쪽에 미리 물어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색깔론’으로 덮으려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적대로 안보는 대통령후보의 본질에 관한 문제다. 보수권인 홍·유 후보와 상반된 입장에 있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사드배치 및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문 후보의 말바꾸기를 작심한 듯 성토한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 후보는 김대중 정부의 불법 대북송금에 대한 황당한 평가로 비난을 자초했다. 자신의 표밭인 호남 민심을 의식한 발언이겠지만 불법에 공도 있고 과도 있다니, 해괴하기 짝이 없다. 햇볕정책은 시각에 따라 공과 과가 엇갈릴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불법송금은 ‘무조건 잘못한 것’이라고 선을 긋는 단호함을 보였어야 했다.

이번 토론은 역대 대선 사상 처음으로 원고나 각본 없이 긴박감 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단편적으로나마 후보들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토론자가 많은 탓에 좌충우돌과 중구난방으로 이어져 심층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그런 중에서도 후보들의 안보관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중요한 소득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더 검증이 이뤄져야만 한다.



6. 미·중 간에 ‘한반도 책략’ 시작됐는가

한반도와 중국의 역사적 관계가 새로운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느냐 하는 역사인식이 그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근 미·중 정상회담 과정에서의 언급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다. 시 주석의 왜곡된 역사관도 문제지만, 그런 내용을 여과없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한 내용을 보면 얘기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중국과 한반도(Korea) 역사에 대해 말했다.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전쟁에 대해서”라는 내용으로 미뤄 두 사람이 북핵 해법을 논의하면서 과거 중국과 한국의 역사 관계에 대해서도 상당한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 주석이 주로 말했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듣는 쪽이었을 것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앉아 이런 얘기를 꺼낸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한국 문제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받으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하면서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후원자 역할을 자처해 온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내용의 ‘동북공정’ 의도를 다시 드러낸 듯한 느낌이다. 한반도 역사를 고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이후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왕조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은 일관되게 독립국가 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협력관계였다. 중국과 전쟁을 치르기도 했지만 을지문덕과 연개소문 장군은 각각 수·당나라의 침략을 물리치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계속 감행할 경우 현 김정은 체제를 물리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들이세운다는 구상이 미·중 간에 논의됐을 법도 하다. 그럴 경우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에 대해 시 주석 발언의 사실관계 확인에 그칠 일이 아니다. 이미 강대국들 사이에 ‘한반도 책략’이 시작됐을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한다.



[중앙일보]

7. 대법원 "주식 기부라도 공익 목적이면 면세" 판결

어제 대법원이 황필상 수원교차로 창업주의 180억원대 주식 기부에 세무서가 140억원대 증여세 폭탄을 물린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심 황씨 승소, 2심 수원세무서 승소로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7년여 만에 상고심 결론이 난 것이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까지 열어 내놓은 이번 판결의 의미는 매우 크다. 공익적 주식 기부의 비과세 문제와 관련한 첫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익 기부를 장려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존중·반영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2002년 비영리재단인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여기에 자신이 보유한 수원교차로 주식 지분 90%(평가액 180억원)와 현금 15억원을 출연했다. 이를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했다. 그러나 6년 뒤 수원세무서가 증여세를 부과하면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상속?증여세법'상 공익재단 등에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하면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도록 한 게 근거였다. 기업의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한 조항이었다. 

당연히 황씨는 "기부하는 데 일일이 법 공부하고 해야 하느냐. 기부가 무섭다"며 억울해했다. 이어진 소송전에서 1심은 "편법 증여가 아닌데도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공익사업의 재원 확보에 지장만 초래할 것"이라며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2심은 "사안별로 예외를 인정해선 안 된다"며 뒤집었다.



이번에 대법원은 상속·증여세법상 '기부금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아니라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특칙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결국 "황씨가 기부 직후 주식 보유비율이 10%라서 최대주주에 해당하지 않아 비과세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기부금 출연 후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면 더는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이 없어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황씨가 내야 할 세금은 연체 가산세가 붙어 225억원으로 늘어났다.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압류당했고 건강도 나빠졌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국내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촉진제로 삼고 황씨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8. 미, 테러지원국 재지정까지 검토 … 북한은 오판 말아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2008년 이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6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도발할 경우 강력한 행동을 취할 것임을 경고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미 강도 높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도 실질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을 조만간 테러국가로 지정할 수 있다는 틸러슨의 발언은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북한과 손을 완전히 끊으라는 분명한 메시지다. 북핵 해결에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이끌어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의 로널드레이건 항모에서 북한과 양자나 다자 회담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협상 대상이 아니고 포기 대상임을 강조한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유엔본부에서 북한을 향해 “우리와 싸우려고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이 김일성의 생일인 지난 15일에 핵실험을 하지 않은 대신 군창건일인 오는 25일 6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선 싱가포르에 있던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한반도로 즉각 투입되지 않고 호주 서부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항모의 한반도 주변 해역 진입 시기는 군사작전상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다. 미국 지도부의 잇따른 발언은 바로 이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은 상황을 오판하지 말고 자신의 고립된 처지를 곰곰이 챙겨봐야 한다. 



[매일신문]

9.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공공시설

장애인들의 이동 수단인 휠체어는 발과 같은 꼭 필요한 보조 기구다. 휠체어가 있다고 해서 모든 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도심 외곽지 등 먼 거리에 위치한 공공시설의 경우 더욱 그렇다. 힘들게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해 공공시설을 오가는 교통편인 셔틀버스를 타려고 해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승강 시설을 갖추지 않아 휠체어로 셔틀버스에 탈 수 없어서다. 장애인들로서는 나들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문화 향수와 나들이 꿈을 좌절케 하는 사례는 대구미술관과 달성군의 비슬산 자연휴양림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구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은 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에서 미술관을 잇는 셔틀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지만 승강 시설이 없어 휠체어는 이용할 수 없다. 2.5㎞를 ‘알아서’ 찾아가야만 한다. 비슬산 휴양림은 더욱 열악하다. 미술관과 달리 일반 차량은 아예 출입이 통제된다. 대신 ‘반딧불이 전기차’가 운행되지만 역시 휠체어로는 어쩔 수 없어 발길을 돌리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일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 부족과 무관심, 행정 편의주의가 빚은 결과다. 문화 소비자로서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고민조차 않았다는 증거다. 작은 식당에서도 장애인 보행권 확보와 편리한 접근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이런 대형 공공시설이 들어선 지 오래됐으나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안일한 대구 행정의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관련 규정의 미비 탓도 있다.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으로 시내버스가 저상버스를 도입해 운영하는 것과 달리 이들 시설에는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굳이 지난 2월 이 같은 불편 해소를 권고한 까닭도 같다. 먼저 당국은 장애인 접근을 어렵게 하는 공공시설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해 장애인의 이용도가 높은 공공시설부터 개선에 나서야 한다. 미비한 규정과 기준도 마련해 임기응변 처방보다 제도적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늦으면 또 다른 차별이다. 공공시설 혜택은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한다.



[한국일보]

10. 대선 TV토론, 5자 틀 깨기 어려우면 진행자 역할 키워야

그제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은 공식 대선레이스 돌입 후 처음 열린 자리인데다 시간총량제와 자유토론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5자 토론회 시청률이 지난 13일 1차 TV토론의 2배를 넘어 26.4%를 기록한 것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갈증을 보여 주는 증거다.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30% 안팎의 국민들이 변경기준으로 TV토론을 꼽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날 토론 역시 성과 만큼 과제도 많이 남겼다. 무엇보다 5명의 후보가 사회자와 함께 120분의 시간을 나눠쓰다 보니 상호 검증 및 공방을 소화하기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둘째는 자유토론으로 역동성을 높였다고 해도 선두주자 1~2명에 공세가 집중되다 보니 토론이 청문회처럼 방어와 해명으로 흐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탓에 비언어적 요소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스탠딩 토론의 취지 역시 말 그대로 '체력 테스트'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런 식이면 TV토론은 짧은 시간에 상대를 흠집내고 약점을 울궈먹는 네거티브 순발력과 임기응변의 경연장 이상이 되기 힘든다. 일자리ㆍ성장전략ㆍ복지 등 미래지향적 정책공약이나 국가통합 비전 등 큰 그림을 둘러싼 생산적 논쟁을 기대하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토론 과정에서 "주적은 저쪽인데 왜 나를..."이라는 황당 발언이 나오고 "언제적 대북송금 특검을 갖고..."라는 자조적 일침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선 TV토론은 내달 9일 투표일까지 4차례(중앙선관위 3회, JTBC 1회) 더 남아 있다. 후보들 간에 어렵사리 합의한 절차와 방식을 이제 와서 크게 바꾸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그래도 TV토론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면 개선하고 보완하는 게 당연하다. 우선 여론조사 등 객관적 자료에 의해 우열이 뚜렷이 드러난 5명에게 똑같은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기존 틀에 효율성 잣대를 가미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자 혹은 3자 집중 토론이 어렵다면 전체 토론시간이라도 늘리는 게 옳다. 형평성을 이유로 후보당 9분 내에서 상대를 검증하고 자신을 팔라는 게 말이 되는가.

아울러 진행자의 역할을 단순 '시간 관리자'에서 '논점 촉진자'로 확대하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다. 자유토론이라고 해도 특정인에게 질문이 집중되거나 공방이 겉돌면 진행자가 개입해 논점을 정리하고 명확한 대답을 요구해야 한다. 시비가 두려워 이 역할을 포기한다면 '스탠딩만 미국식이고 진행은 한국식'이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데스크 시각] 법인세 인상 언급 전에 정부 씀씀이부터 따져 보자

하루에 1000만원씩 매일 쓰면 얼마가 지나서 1조원을 다 쓸 수 있을까. 기자가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던 시절 예산실 간부들이 던졌던 질문이다. 답은 ‘1조÷(1000만원×365일)=273.8’, 273년을 써야 한다. 조 단위 돈에 대한 현실감이 적은 사람들에게 그 돈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 주려고 하는 질문이다. 하기사 1억원 모으기도 버거운데 올해 정부 예산 400조 5000억원은 그저 거대하다는 느낌뿐이다.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을 하겠다는 ‘그릇’에 맞게 큰 돈에 대한 발언도 쉬운 모양이다.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겠다는데 이 실행에는 조 단위 돈이 들어간다. 이 돈의 출처는 제대로 거론되고 있지 않다. 유력한 후보는 법인세 인상이다. 우리나라의 10% 후반대인 법인세 실효세율이 선진국의 30% 안팎인 실효세율의 절반 수준이라 그 유혹이 강하다.

공무원들이 은퇴하고 사업을 하거나 회사를 차리면 잘되는 경우보다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대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계획 세울 때 돈이 자연히 생길 거라고 생각하니까. 고위공무원 출신의 민간인은 내기 골프를 예로 들면서 돈에 대한 집착이 약해서라고 평가했다.

공무원들은 공직에서 사업을 할 때 예산을 받는다. 국세청이 세금으로 걷고 기획재정부가 나누는데 사업의 공익성과 필요성만 설득하면 된다. 설득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공무원이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일반인 대상보다 쉽다. 10원, 100원 따지며 치열하게 고민해 보지 않는다. 남의 돈이니까.



​민간에서 정부 조직으로 파견 갔던 한 기업인은 왜 언론에서 ‘혈세’라고 쓰는지 실감했다고 했다. 정부 예산은 조금이라도 불용되면 다음 연도에 예산을 받아 오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해에 예산을 다 쓰려고 난리를 친다고 했다. 예산 집행이 3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이면 마지막 해에 몰아 쓰는 관행도 낭비를 조장한다.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논하기 전에 정부의 씀씀이 방식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불용예산이라도 합리적으로 절약해 발생한 경우라면 되레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관행적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해 시장구조를 왜곡해 놓은 경우는 없는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사교육 절감용’이라고만 하면 학교 규모와 상관없이 도서관 신·증축 예산이 집행되고, 저출산이라는 슬로건만 달면 출산·양육과 상관없는 사업이어도 예산 따기가 쉽다. 늘 해왔던 사업들이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왔다는 현재와 미래에도 필요한지 짚어 봐야 한다.

올 연말이면 기업소득환류세제도가 끝날 예정이다. 대기업이 거둔 이익에서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에 쓰지 않는 돈에 세금을 매기는 법안인데 대선이 끝나면 연장 여부에 대해 논란이 붙을 거다. 반(反)기업 정서가 강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연장하고, 임금 증가에 협력업체를 포함한 직원들의 복지 확대를 넣자. 투자에선 비수도권 지역이나 취약지구에 대한 투자에 가중치를 부여하자. 나아지고 있는 경기 지표가 ‘반디’(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 확대에 따른 현상이라 체감 경기는 여전히 춥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데 정부 차원에서 드는 돈이 2300억원이라고 한다. 이 돈 들여서 수십조원의 돈을 불필요하게 더 걷는 정권을 만들 수는 없다. 예산도 매년 꼭 늘어나라는 법은 없다. 정부는 더 걷기 전에 내부 단속을 하고, 기업들이 먼저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위해 더 쓰게 해야 한다.



2. [세계일보][정여율의 문학기행] '열림'의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좋은 토론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은 ‘토론에서 이기는 법’을 아는 것이 토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토론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려면 뛰어난 논리와 화술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승패를 가리기 어려운 난상토론,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의 토론에서 실제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듣는 능력’이다. 때로는 진정한 토론을 위한 질문이라고 보기도 힘든 공격적 발언이 쏟아질지라도,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진의를 해석하며 흔들리지 않는 사람,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질문과 비판에 열린 마음으로 임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우리 마음은 창문을 닮았다. 마음을 열어두면 세상 모든 것을 향해 활짝 개방되지만, 마음을 닫으면 단단한 벽이 돼버린다. 창문은 열려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서는 잠시 닫아둘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열기 위한 것이 창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창문’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창문은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은 닫으면 문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 창과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안 된다/ …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다.” 시인의 담담한 고백이 가슴을 울린다.



좋은 시는 이렇게 읽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독자의 마음을 활짝 열어 젖힌다.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힘을 위해서가 아니라 열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야말로 타인과 나의 다름을 존중하는 내면의 힘이다. 



그런데 막상 타인을 향해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말을 한다 해도, 돌아보면 그 말들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을 숨기기 위한 말일 때가 많다. 김중일의 시 ‘창문의 소용돌이’는 마음이라는 창문을 통해 우리가 소통하는 모든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인은 창문이 “사라지려는 힘과 나타나려는 힘이/ 같은 힘으로 떠밀고 있는” 존재임을 발견한다. 창문으로는 온갖 사람들의 천태만상이 다 보인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지? 자신이 만든 요리에 감탄하는 조리사”도 보이고,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창문에 불어넣은 입김이 사라지기 전에 잽싸게 싸인 연습을 하는 가수지망생”도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창문을 꼭꼭 닫아 놓지만,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사람에게는 닫힌 창문마저도 어떤 간절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김중일 시인은 ‘사거리가 보이는 창문, Heat Roller’라는 시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여보세요, 하나의 창문 속에/ 너무 많은 창문을 숨겨놓으셨네요/ 저 창문들/ 언제 다 읽을까요.”



단열과 방음을 위해 이중 삼중으로 덧댄 현대사회의 창문들처럼, 우리 마음은 이렇게 여러 겹의 창문들로 겹겹이 숨겨져 있다. 이쪽에서는 한사코 창문을 닫아 놓고 있어도, 닫힌 창문 뒤로 꽁꽁 숨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관찰력과 통찰력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십일 것이다.



3. [아시아경제][초동여담] '나'라는 이데올로기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1만5000여건의 결혼 기록을 검토해보니, 이름 첫 글자가 같은 사람들의 결합이 눈에 띄게 높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조엘(Joel)은 제니(Jenny)와, 알렉스(Alex)와 에이미(Amy), 도니(Donny)와 데이지(Daisy) 같은 경우 말이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이 자신의 저서 '인코그니토'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그는 책에서 “그 사람에게서 자신과 같은 부분(이름의 첫 글자)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을 떠올린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무의식적 자기애' 내지는 익숙한 것을 보면서 느끼는 일종의 '안락감'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남자는 원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인생에서 ‘사랑’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사랑하고픈 여자를 만났고, 여자가 모델 케이트 모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과거로 돌아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케이트모스 이야기를 꺼낸다. 여자는 반색했고 둘은 연애의 커튼을 부드럽게 열어낸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의 변형일 수 있겠다. 남녀 관계 뿐이겠는가. 자녀에 대한 극진한 사랑 역시 나의 분신이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타임지의 수석 편집자이자 작가인 제프리 클루거는 ‘옆집의 나르시시스트’라는 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표적인 나르시시스트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모기지’ ‘트럼프 파이낸셜’ ‘트럼프 초콜릿’ ‘트럼프 생수’ 등의 이름을 붙인다. ‘트럼프 대학’도 있다. 상대방을 공격하고 막말을 일삼는 것도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적인 행동이라고 한다. 본인이 가장 소중하기 여기는 ‘자기’와 결을 달리 하는 타인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응징 밖에는 대응책이 없다고 여기는 것 아닐까. 

이처럼 지나친 자기애는 ‘나’가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때로는 지향하는 가치도 '나'에 우선하지 못한다. 결국 내가 잘돼야 한다는 의식 혹은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백범 김구 선생은 상하이임시정부를 찾아가 “문지기라도 시켜달라”고 했다는데, 지금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나의 존재감’ 찾기에 골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자기애는 끊임없이 벗어나보려 해도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나 멀리 떨어질 수 있느냐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그렇게 말해도 상투적인 소리로 들릴 뿐이겠지만, 그럼에도 민주사회에서 공직은 국민의 심부름꾼이거나 머슴이라는 게 본질이다. '나'만 잘 돼봤자 '우리'는 별 볼 일 없게 된다. 

제프리 클루거의 말이 와 닿는다. "자신감, 야망, 매력, 자기애는 전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복잡한 교향곡에서 꼭 필요한 화음들이다. 제대로 연주하기만 한다면 이러한 화음은 풍부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면 그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자아의 북소리에 지나게 않게 된다."



4. [아시아경제][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공룡의 침묵

'쥐라기 공원(Jurassic Park)'은 1993년에 나온 미국 영화다.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소설이 원작이다. 코스타리카 서해안에 있는 어느 섬에 최신 기술로 복원한 공룡들을 풀어놓은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공룡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일반 공개를 앞두고 정밀 점검에 나선다. 최첨단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자 공룡들이 통제를 벗어나 날뛰고, 전문가 일행은 공룡에 쫓겨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공룡은 멸종해버린 동물이다. 약 2억5000만 년 전에서 6500만 년 전까지를 전성기로 본다. 인류의 기원을 약 250만 년 전에 살았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보아도 인간과 공룡이 마주칠 일은 전혀 없었다. 현생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이라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야 나타났으니 말해 무엇 하리. 그러나 다른 주장도 있다.

'창조과학'이란 성경의 창조론을 과학적 사실로 믿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기독교 신앙운동이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젊은 지구 창조론'. 성경(창세기)을 근거로 우주가 6000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엿새에 걸쳐 창조됐다고 한다. 둘째 '오랜 지구 창조론'. 신이 긴 시간에 걸쳐 생명체들을 창조했다는 주장이다. 창세기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지질학적 연대기라는 것이다. 셋째 '지적설계론'. 우주와 생물을 '지적 존재'가 설계ㆍ제작했다는 주장이다.

창조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공룡과 함께 살았을 수 있다.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욥기 40장 16~18절)에서 공룡을 본다. "저 억센 허리를 보아라. 뱃가죽에서 뻗치는 저 힘을 보아라. 송백처럼 뻗은 저 꼬리, 힘줄이 얽혀 터질 듯한 저 굵은 다리를 보아라. 청동관 같은 뼈대, 무쇠 빗장 같은 저 갈비뼈를 보아라." 성경에 '베헤못'으로 나오는 이 풀 뜯어 먹는 동물이 공룡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원형심리나 집단무의식 차원에서 공룡을 용(龍)의 원형으로 보는 견해와 통한다. 용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강력한 존재로서 두려움의 대상이다. 동양에서는 존엄하고 상서로운 존재인 반면 서양에서는 악의 결정체로서 타도 대상이라는 점만 다르다. 공룡과 함께 지내며 생명을 위협받은 고대 인류의 공포가 현대로 이어져 용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쥐라기 공원에서 공룡들이 포효하는 장면을 재미있게 보았다. 정말 그랬을지는 모른다. 공룡은 파충류로서 뱀이나 도마뱀, 악어, 거북 따위가 그 떨거지다. 이들 가운데 어떤 놈도 고함치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나는 공룡의 멸종 원인이 화산폭발이나 행성충돌로 인한 지구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그들의 침묵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부재, 이해의 단절은 곧 고립과 개개의 소멸로 이어진다. 침묵이 진실로 금(金)인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는 '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목은 생명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혈관, 숨관, 식도, 신경 등이 통과한다. 뇌에서 보내는 신호도 목을 거쳐 온몸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나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신체기관은 목울대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울려 만든 소리로 생각을 신호(언어)로 전환해 무리에 전함으로써 지적 동물로서 신이 베푼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5. [세계일보][양경미의 영화인사이드] 할리우드 영화 왜 강할까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두 달가량은 극장가 비수기다. 이 때문에 소위 대박 나는 한국영화가 드물다. 올해 3월에는 예년에 비해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32%에 불과했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는 다양한 소재로 인기를 끌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비수기여서 그럴까? 그렇지만은 않다.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3월 중 총 관객 수는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한국영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해법을 할리우드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할리우드 영화들은 미래지향적이며 희망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라이프’는 우주 탐사라는 미래를 담고 있고 ‘컨택트’는 미지의 문명과의 조우를 다룬다.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우주 개발에서 큰 역할을 한 흑인 여성들이 겪는 부조리한 인종차별을 비판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를 극복하는 미국의 저력을 그리고 있다. 영화 ‘파운드’ 역시 별 볼일 없던 믹서기 세일즈맨 레이 크록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회사인 맥도날드 경영자로 성공하는 신화를 보여준다. 과거를 담고 있되 꿈과 희망을 제공한다.



반면 한국영화는 과거를 담고 사회 부조리를 지적하지만 미래와 희망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영화를 본 관객들로 하여금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2016년 큰 인기를 끌었던 ‘밀정’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그리고 저예산에서도 ‘귀향’ ‘동주’까지 그렇다. ‘내부자들’ ‘아수라’ ‘더킹’ ‘마스터’ 그리고 ‘재심’ ‘프리즌’까지 사회비판 영화도 결코 희망을 주지는 못한다.

객석에 감동을 안겨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영화의 흥행은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감동을 건네는가와 연관이 있다. 영화 ‘핵소고지’는 오키나와에서 홀로 수많은 부상병을 구한 실제인물 도스의 활약을 그리며 미국의 우월함을 전한다. 2009년 제작된 ‘챈스 일병의 귀환’에서는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실제인물 챈스 일병의 유해 운구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전사자에 대한 예우와 유해에 깊은 조의를 표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고 동시에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시나리오 구조도 탄탄하다. 할리우드는 철저한 분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감독이 연출을 맡고 시나리오까지 직접 담당할 뿐만 아니라 제작사를 소유하기도 한다. 영화에 있어 탄탄한 이야기 구조는 생명과도 같다. 할리우드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영화는 유사한 패턴의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면서 관객을 모으는 데 실패한다.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관객을 모을 수 있다.

한국영화는 과거에 비해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과거보다 미래를, 절망과 비관보다 희망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내시장이 할리우드 영화에 잠식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또한 세계시장에 상업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 이유를 보면 한국영화가 나아갈 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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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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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21일 (金) 조간 


※ ICT정책/동향
[동아일보]“뇌-컴퓨터 연결해 생각만으로 단어 입력”


[동아일보]“학문-취업 두 토끼 잡기… 좋게 보면 열정, 뒤집어 보면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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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신문]대선 주자들의 '4차 산업혁명' 공약 살펴보니...


[보안뉴스]첨단기술 융합을 통한 농업·농촌의 4차 산업혁명, 본격 준비 착수



※ 오피니언
[전자신문]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4차 산업혁명


[중앙일보]속하고 싶지 않기에, O2O


[동아일보]“과학문화 대중화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하자”


[경향신문]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전자신문]스마트공장 보급사업, 기대와 우려


[한국경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 조건


[조선비즈]4차 산업혁명을 위한 진짜 적폐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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