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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0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SK·CJ 인수합병 불허 최선이었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노력이 끝내 무위로 그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합병 신청에 대해 최종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합이 이뤄질 경우 전국 케이블TV 권역별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가격·서비스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데다 KT나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불허 결정 이유다.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려 또한 감출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케이블TV 업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M&A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율적인 구조조정의 돌파구가 막혀 버린 셈이다. 이번 합병 무산으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내부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개연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결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어긋난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현재 영역의 장벽을 뛰어넘어 ‘국경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심사 결과를 통해서도 유료방송 업계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M&A까지 포함한 여러 사항을 감안해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짜야 하지만 관련 규제가 아직 모호하다는 얘기다.

앞으로 유료방송 업계에서의 M&A는 시장 경쟁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소업체끼리의 결합만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M&A를 시도할 만한 자본의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M&A를 통한 업계의 성장동력 마련은 거의 어려워진 상황이다. 콘텐츠 투자 등 방송업계의 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처지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신청이 접수되고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최대 120일로 정해진 심사기간이 7개월 이상 이어졌다는 사실도 되짚어야 할 문제다. 늑장 결론으로 인해 방송·통신 업계에 혼란만 가중시켰다. 해당 업체에 미친 영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공정위가 외부 눈치를 살피느라 심사를 끌고 있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심사기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 인적 쇄신으로 공직기강 다잡아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전면 개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저마다 불미스러운 일로 궁지에 몰린 두 야당이 국면 전환용 역(逆)공세로 펼치는 성격이 짙기는 하나 작금의 총체적 국정 난맥상을 감안하면 일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잇따라 터져나온 대형 사건 중에서도 검찰 역사상 첫 현직 검사장 구속 사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진경준 검사장은 120억원대 ‘주식 대박’과 재벌 탈세 내사 무마 등의 혐의로 구속됐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처가와 넥슨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연루 의혹에 휘말려 있다. 진 검사장과 우 수석이 이미 구속된 홍만표 전 검사장과 밀접한 ‘3각 친분’이라는 대목에서는 의혹의 심증이 더해진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혼란은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이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근거 없는 괴담이 마구 퍼져 민심을 들쑤시고 국력을 탕진시키곤 한다. 광우병과 메르스, 세월호 사태를 보면 가히 ‘괴담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사드 괴담’이 퍼지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안이한 정책 탓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병세 외교장관은 사드배치 발표 시점에 백화점 쇼핑이나 하고 교육부 간부는 “민중은 개, 돼지”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미세먼지를 고등어 탓으로 돌린 환경부나 국가브랜드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화체육관광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에 앉혔다가 나라 망신을 자초한 기획재정부 등 어느 한 곳 믿을 데가 없다.

일국의 장관이라면 국가적 도전에 대처하는 예지와 난국을 타개하는 추진력은 기본 덕목으로 갖춰야 하나 실상은 영 딴판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흐리멍덩한 눈매로 부하들이 써 준 자료나 읽다가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쩔쩔매는 장관이 한둘이 아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도 “장차관 모두 복지부동을 넘어 행동과 언행을 이해하지 못할 게 많다”고 쏴붙였지만 장관이든 수석이든 비리 연루자나 함량 미달자는 과감히 물갈이해야 한다. 정권 말기로 접어드는 지금이야말로 인적 쇄신으로 공직 기강을 다잡을 적기다.

[서울신문]

3. 우병우 부동산 거래 의혹 수사로 진위 가려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 사이의 1300억원대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의혹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확산되고 있다. 우 수석은 사정 총괄, 인사 검증 등을 맡은 현 정부의 실세이고, 넥슨은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에게 126억원의 주식 대박을 안겨 준 김정주 NXC 회장이 운영하는 기업인 까닭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의혹은 친구인 진 검사장의 소개로 넥슨 창업주 김 회장이 5년 전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을 1326억원에 구입한 사실에서 비롯됐다. 우 수석은 “정상적 거래 절차를 통해”라며 ‘삼각 커넥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의혹 수준이지만 거래 과정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잖은 탓에 수사로 명백하게 진위를 가리지 않고 우 수석의 해명만을 믿고 넘길 수는 없다. 우 수석은 변호사 때 ‘몰래 변론’한 의혹까지 사고 있다.

우 수석과 관련된 의혹은 먼저 넥슨이 2011년 3월 부동산 불황인 데다 상속세 근저당권까지 설정된 우 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부동산을 제값에 샀어야만 했느냐는 것이다. 넥슨은 1년 4개월 뒤 되팔아 겉으로는 79억원가량 차익을 남겼지만 취·등록세와 이자 등을 포함하면 오히려 15억~27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또 넥슨이 강남 신사옥을 세우기 위해 굳이 이면도로 부지를 선택한 점도, 직원들조차 모르게 추진했다는 사실도 개운찮다. 넥슨은 당시 판교에 신사옥을 짓고 있었던 때다. 더욱이 3055억원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넥슨 재팬을 통해 일본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잔금을 치르기까지 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진 검사장의 부탁을 받은 넥슨이 상속세 납부 문제로 고심하던 우 수석에게 부동산 매입이라는 호의를 베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우 수석은 ‘정상 매매’라는 해명과 달리 구청에 중개인 없이 ‘당사자 거래’라고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우 수석을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 석연찮은 부동산 거래가 우선 조사 대상이다. 호의적 거래가 ‘뇌물’의 성격이었는지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진 검사장이 지난해 2월 검사장 승진 인사 검증 때 신고한 88억원어치의 넥슨 주식을 문제 삼지 않은 우 수석의 판단 경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수사 선 긋기로 비칠 수 있는 “사실 확인이 안 된 의혹 부풀리기”라는 식의 대응을 자제하는 편이 옳다.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 수사는 국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4. 남남갈등 부추기는 북한 미사일 도발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우리 내부의 가장 큰 적은 ‘남남 갈등’이다. 우리는 정치권이 대북 정책의 큰 방향을 놓고 벌이는 정책 토론까지 남남 갈등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사드 배치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직 북한만 이롭게 할 뿐이다.

북한은 어제 새벽에도 남한 전 지역을 사정거리에 둔 스커드C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3기를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노림수는 자명하다. 지난 11일 포병국 중대 경고를 통해 사드 배치가 확정되는 시각부터 물리적 대응 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미사일이 발사된 황해북도 황주와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는 380㎞ 정도 떨어져 있다. 성주군 일대가 사정권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남남 갈등을 증폭시키고자 하는 속셈이다.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노림수에 말려들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런데도 갈등 해소를 위한 공론의 장이 돼야 할 국회는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사드 배치와 관련된 긴급 현안 질문에서 국민의당은 배치 연기, 취소, 재검토의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배치 철회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의 정치를 했다거나 한반도를 군비경쟁의 늪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등 자극적인 발언을 이어 갔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배치 지역 결정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국방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정부의 답변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회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회를 찾아 속 시원한 답변을 듣고 싶어 했던 성주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미 군 당국이 괌에 설치된 미군 사드 기지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고, 주민들은 21일 상경 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성주 주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면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사드 괴담으로 참외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성주 참외 사주기 운동을 벌였으면 한다. 작은 실천이지만 의미 있는 소통의 통로가 되지 않을까. 국회는 정치 공세를 중단하고, 공론화를 통해 사드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사드 배치에 따른 득실과 전자파 유해성 여부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5. 전기요금 거리병산제 검토할 만하다

전기 생산 시설이 집중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공론화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그제 한 회견에서 전기요금 거리병산제를 제기했다. 그는 “서해안을 오염시키면서 생산된 전기의 60%가 수도권으로 가고 이 과정에서 송전탑 문제도 발생한다”면서 지역별 요금 차등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내 고장에 혐오시설이 자리잡는 것을 꺼리는, 이른바 ‘님비 현상’이 만연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거리병산제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대안이라고 본다.

보령과 당진, 태안, 서천 등 충남 4개 시·군은 지난주 국회에서 회견을 갖고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를 딱히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기도 어렵다. 이들 지역에는 국민 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인의 하나인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총 53기) 중 약 절반인 26기가 가동 중이다. 생산한 전력의 일부만 자체 소비하고 나머지는 수도권으로 보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를 보면 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충남 상공의 2차 미세먼지는 서울의 2배 이상이다.

충남도는 인천·부산시와 9, 10월쯤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공청회를 열고 정부에 관련법 제정도 건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행보다. 발전소가 있는 지자체들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사회적 갈등만 떠안고 있다면 그렇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이 거리병산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갈수록 심화될 님비 현상을 해소하고 에너지 수급 정책을 합리적으로 재편하는 차원에서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를 권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입지한 충남 지역뿐만 아니라 원전이 밀집된 경북·부산 지역 주민들에게도 전기료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할 때 혐오 시설이 있는 지역에도 주민들이 선호하는 시설도 들어서 지역균형 개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 과다 사용국인 우리 현실에서 국민이 전기를 아끼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도 차등 요금제는 가야 할 길임을 거듭 강조한다.

[중앙일보]

6. 최경환·윤상현 공천 개입 불법성 규명해야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난 총선 때 지역구를 옮기라고 특정 예비후보를 협박·회유하는 목소리가 녹음으로 공개됐다. 최 의원은 “동료 정치인으로서 강제성 없는 권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뜻’을 내세운 데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도전한 김성회 전 의원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뒤에 대통령이 있다. 까불면 안 된다. 내가 별의별 것 다 갖고 있다”고 협박성 언급을 했다. 지역구를 옮기는 게 대통령의 뜻인지 묻는 김 전 의원에게 최경환 의원은 “그럼, 그럼”이라며 “옆에 보내려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선 “총선 기간 저는 최고위원은커녕 공관위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고 공천 개입을 부인했다.

물론 공식·공개 석상에서의 발언이 아닌 데다 전체 맥락이 드러나지 않은 일방적 녹취란 걸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당내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를 협박·유인하거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약속하는 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새누리당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넘어 사법 당국이 나서 불법 여부를 규명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최·윤 두 의원이 “대통령 뜻”이라고 앞세운 것과 관련, 과연 자신의 뜻이었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말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국민 백서를 공개했다. 4·13 총선이 끝난 지 3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291쪽에 달하는 백서 어디에도 참패의 명확한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없어 친박 눈치를 본 ‘맹탕 백서’란 평가를 받았다. 친박의 오만에서 비롯된 막장 공천극과 진박 마케팅, 윤상현 막말이 선거 패인이란 건 친박세력만이 외면하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뜻과 관계없이 최·윤 두 의원이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한 일이었다면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두 의원을 엄정하게 조치해야 결백이 입증된다.

[매일경제]

7. 8·15 사면,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 계기 만들어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9일 대법원에 재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 회장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신체적·정신적으로 재판을 더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CJ 측이 밝힌 이유이지만 8·15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은 샤르코 마리 투스(CMT)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과 신장이식 후유증 등으로 치명적인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고 한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8·15 특별사면 방침을 공식화한 이후 재계에 사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경제 어려움과 재기의 기회"를 언급한 때문인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자원 LIG 명예회장 등 특별사면 대상자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기업인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국민 일반의 법 의식은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음주운전자를 포함시키는 것조차 부정적으로 볼 만큼 고양된 상태다.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중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매번 경제위기를 빌미로 면죄부를 받는 모습이 쉽게 용납될 리 없다. 대주주와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박 대통령에게도 사면은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 단 두 차례, 기업인과 정치인을 가급적 배제하고 사면을 단행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제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래 먹거리는 앞이 보이지 않고 수출, 투자, 고용, 소비할 것 없이 꽉 막혔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 돌파의 선봉에 설 기업과 기업인이 절실하다. 특히 총수가 앞장서 진두지휘해야 투자든 일자리 창출이든 신산업 육성이든 일이 이뤄지는 게 한국적 기업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인 사면은 악화 일로인 경제흐름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카드가 될 수 있다. 가석방·사면 요건을 갖췄거나 형 집행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사면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국가에 기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기업인들 역시 사면·복권의 기회가 주어질 경우 국민 기대를 넘어서는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

8. 새누리당 친박 행태, 더는 눈뜨고 못볼 지경이다

새누리당이 '8·9 전당대회'를 앞둔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의 민낯과 그로 인한 계파 갈등이 또다시 노출됐다. 친박 주축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4·13 총선 공천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총선 참패 후 3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친박계가 새누리당 내 갈등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19일 서청원 의원이 당권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계파갈등이 수그러들 것 같지도 않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최경환·윤상현 의원은 4·13 총선에서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려던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지역구로 옮기라고 회유했다. 그 과정에서 윤 의원은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디 있는지 알잖아"라거나 "안 하면 사달 난다니까. 내가 별의별 것 다 갖고 있다니까"라며 아예 협박으로 들릴 만한 발언을 했다.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할 수준이다. 공직선거법 237조는 당내 경선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협박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뜻' 운운하며 친박계가 막장 공천파동을 주도한 명분은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지역을 결정할 때 친박계가 보여준 행태는 그야말로 생떼 정치라 할 만하다. 사드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로 발표했을 때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 21명이 단체로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그들 대부분이 친박계였다. 공천파동에서 곤욕을 치른 비박계 유승민 의원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명에 불참한 것과 대비된다. 

공천받을 때와 당권 경쟁할 때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우고 지역 표심이 걸린 문제를 만나면 제 살길만 찾는 행태다.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친박계 측은 전당대회를 겨냥한 '불순한 의도' 운운하며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이들이 여당 핵심 세력이라니 국정이 걱정이다.

9. 北, 美공화당 노예국가 압박 보고도 계속 도발인가

미국 공화당이 18일 공개한 새 정강에 북한을 김정은 일가의 노예국가라고 규정하면서 집권할 경우 강한 압박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올 11월 치를 대선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 열린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대북정책인데 인권 문제와 핵 개발에 초점을 맞춰 북한을 몰아붙였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완벽하고 검증 가능한 비가역적 해체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도 적시했다. 특히 김정은 정권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중국에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후보로 뽑힌 도널드 트럼프는 그동안 유세에서 북한 김정은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유화적인 발언을 했는데 이번 정강에서 보면 집권 후 북한을 옥죄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한 것이다.

미국 민주당도 정강정책 초안에서 북한을 가학적인 독재자가 다스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체제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압박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장거리 마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개발하려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진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양대 정당의 정강에 담긴 대북정책을 보면 김정은 독재를 위해 주민 인권을 유린하고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기조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8일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자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쐈고, 19일에는 탄도미사일 3발을 쏴 맞불을 놓았다. 사거리가 500㎞이니 내년 말 사드를 배치할 경북 성주포대를 겨냥할 기술을 가졌음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거듭된 도발은 국제사회의 제재만 두껍게 만들 뿐이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은 수용되기 어렵다. 과거 6자회담에서 합의한 것처럼 핵 동결을 비롯한 최소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태도 변화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매일신문]

10. 경북체육중·고 학생 인권 침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경북체육중학교의 여학생이 지난 6일 기숙사에서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으려다 친구에게 발견됐다. 여학생은 유서에서 평소 운동부 지도교사로부터 외모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지속적으로 들었다고 썼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여학생이 목숨까지 버리려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도 학생만 전학조치했다. 교사를 내버려둔 학교나 교육 당국의 학생 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살 기도 여학생이 다니던 경북체육중`고교는 경북 엘리트 체육 교육의 산실이다. 기량을 가진 학생을 발굴해 유망 스포츠선수로 키우는 학교다. 따라서 전문교육과 함께 엄격한 규율을 필요로 하고 성적을 중요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반학교처럼 학생 전인교육 역할도 맡는 엄연한 대한민국 교육기관이다. 학생을 아끼고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며 미래 인재로 키우는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동안 일어난 여러 일을 보면 학교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여중생의 자살 기도뿐만 아니라 지도교사의 폭언으로 지난달에도 한 여고생이 자해를 시도했다. 지난해에는 기숙사 생활 남학생끼리 게임 과정에서 음란 행위를 강요한 것이 드러났다. 동급생끼리의 폭력 사건, 불법 찬조금 모금 같은 나쁜 일도 일어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일만으로도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도 남는다.

운동과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이어져도 교육 당국은 태평이다. 여중생 자살 기도와 관련해 관할 경산교육청은 문제교사의 수업 배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인권이 침해된 학생에 대한 배려는 전학뿐이었다. 경북도교육청은 아예 몰랐다. 도교육청은 앞서 지적한 다른 문제를 감사했으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다. 

학생 인권에 대한 학교나 교육 당국의 처사는 한심하고 실망스럽다. 학생을 보호하고 미래 엘리트 체육인으로 키우는 본연의 의무를 잊고 있다. 자녀를 맡긴 학부모 심정은 헤아릴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불미스러운 일의 재발 방지 의지는 기대조차 접어야 할 상황이다. 학생 인권 존중 교육의 필요성이 나오는 까닭이다. 학교와 교육 당국의 학생 인권에 대한 배려와 깨인 의식이 절실한 때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신문][공희정 컬처 살롱] 엄마와 딸

“착한 내 딸이 왜 이렇게 됐을까.”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이 세상 모든 여자는 ‘누구나’ 딸이고 ‘대부분’ 엄마로 살아간다. 서로에게 기쁨이면서 희망이고, 때로는 슬픔이면서 아픔인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마음을 흔들었다. 다시 태어나면 엄마의 딸로 때어나고 싶다고, 삶이 수백 번 바뀌어도 너의 엄마로 또 살아가겠다고 서로에 대한 의리를 힘주어 말하지만 모녀지간의 일상은 맹세와 달리 치열한 갈등의 연속이었다.

같이 볼까 하는 마음에 거실에서 TV 보고 계신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뭐하세요?” “테레비 본다.” 코고는 소리가 낮게 울린 듯해서 “주무시지 않았어요?” “안 잔다니까. 연속극 보고 있다고.” 엄마는 졸다 들킨 아이처럼 괜히 목소리를 높이셨고, 그 바람에 나는 심통이 나 같이 보자는 말도 하지 않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

세월의 옷을 입은 엄마를 보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건강마저 엄마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건 슬프기까지 하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맛난 음식과 예쁜 옷을 만들어 주셨다.

때로는 아빠보다 힘센 모습으로 집안일을 하셨고, 어떤 때는 대범한 용기로 가족을 지켜 내셨다. 애지중지하는 흰색 양산 쓰고 한여름 거리를 사뿐사뿐 걷는 ‘젊은’ 엄마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두서없이 부딪치는 모녀의 일상을 몇 장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해결해 주진 못한다.

엄마는 딸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한다. 어떤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딸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겠느냐며 엄마 말대로만 하면 잘될 것이라고 한다. 딸들은 엄마에게 원한다. 엄마의 길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힘이 들어도 해볼 터이니 지켜봐 달라고.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삼십대 딸은 그렇게 말한다. 고생하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원하는 착한 딸로 살아왔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냐고. 이제는 좀 놓아 달라고. 그건 엄마의 삶이지 나의 삶이 아니라고.

도움이 필요할 땐 돌아서 있었고, 독립이 필요할 땐 과도하게 간섭했다. 격려가 필요할 땐 야단쳤고, 따끔한 일침이 필요할 땐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했다. 엄마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딸에게 엄마는 항상 아쉬운 존재였다. 엄마도 한때는 딸이었다. 자신은 엄마 말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하시지만, 외할머니의 말씀은 달랐다. 세상 안에서 자유롭고 싶었고, 세상 밖으로 도전해 보고 싶어 하며 할머니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한다. 무엇이 엄마로 하여금 청춘의 꿈을 잊고 잔소리 쟁이가 되게 했을까.

엄마와 괜한 신경전을 치르다 세수 한번 하고 거울을 보니 보이는 것은 나인데 그 안엔 엄마가 있었다. 오십의 딸이 아직도 걱정인 엄마도 문득 딸에게서 오래전 잊었던 젊은 시절의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과 감정이 대물림되는 모녀지간, 자신의 과거와 미래는 서로의 모습 안에 들어 있었다. 마치 오래전 잘려 나간 탯줄이 다시 이어진 듯 엄마와 딸은 하나였다.

딸들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착하고, 엄마는 딸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엄마의 엄마가 그러했고, 딸의 딸이 그러할 것처럼.


2. [중앙일보] [차이나 인사이트] 나이 스물에 사장이 못 되면 대장부가 아니라는 중국

한국에선 많은 젊은이가 좋은 직장 취직을 꿈꾼다. 중국에선? 너도나도 창업해 ‘라오반(老板·사장)’이 되려 한다. 남이 장군이 ‘남아 스물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훗날 그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리오’라고 읊은 반면 요즘 중국의 청춘 사이에선 ‘나이 스물에 사장이 되지 못하면 그 누가 대장부라 부를까’라는 말이 유행 중이다. 그만큼 창업 열기가 뜨겁다. 창업의 밑천으론 모두 다 혁신을 외친다. 어떤 힘이 중국을 창업 국가로 만들고 있나.
왕양(汪洋·61)은 중국 부총리다. 내년 가을 열릴 제19차 당대회에서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이 유력하다. 그러나 중국 청년 사이에서 주목받는 왕양(汪洋)은 따로 있다. 1990년생 왕양이다. 그는 체중계 제조업체 ‘윈마이(雲麥)’의 창업주다. 지난해 스마트 체중계 50만 대를 팔아 샤오미(小米) 체중계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90년생 왕양은 중학 시절 게임에 빠져 20만 회원의 게임 커뮤니티를 운영했지만 학교로부터는 자퇴를 권고받았다. 부모의 설득으로 다시 학업에 매진한 그는 대학생이 돼선 PC용 소프트웨어 상점을 차려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인생 세 번째 창업에 나선 건 24세 때인 2014년.

창업 아이템으론 집집마다 하나씩 있는 체중계를 택했다.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접목하자는 ‘인터넷 플러스’ 열풍을 타고 체중계를 가족 건강을 챙기는 ‘스마트 매개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공하려면 혁신이 필요한 법. 그의 체중계는 중국 최초로 중국인이 무게를 잴 때 익숙한 근(斤·1근=500g)을 기준 단위로 채택했다.

또 스마트폰 앱과 연동시켰다. 비만 상태를 알려주는 신체질량지수(BMI)와 골격량, 신체 나이 등 8가지 데이터가 스마트폰 앱에 표시되며 식단 조절과 운동법까지 알려준다. 놀라운 건 가격. 프리미엄 모델인 ‘윈마이 하오칭(好輕)’이 199위안(약 3만5000원)이고 79위안짜리 체중계도 출시했다.

그런 윈마이에 중국 벤처업계는 지난해 4000만 위안을 투자했다. 향후 10조 위안을 웃돌 중국 헬스케어 시장에서 윈마이가 체중계의 성공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건강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현재 1억2500만 위안인 기업 가치가 얼마로 뛸지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엔 90년생 왕양처럼 창업을 꿈꾸는 수많은 청춘이 넘실댄다. 대륙에 창업 열풍의 불을 지핀 건 리커창(李克强) 총리다. 지난해 봄 중국의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인대, 정협회의) 때 ‘대중창업 만인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을 외치면서다. 혁신과 함께하는 창업이 중국의 성장동력임을 강조한 것으로 제2, 제3의 ABT(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가 나와야 중국 경제가 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후 중국의 창업 열기는 수치가 보여준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신설 법인은 443만9000개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5년 전 94만 개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하루 평균 1만2000개 이상의 창업이 발생한 셈이다. 우리 전체 벤처기업 총수의 약 150배 가까운 숫자다.

중국을 창업의 나라로 만드는 힘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다. 세 방면에서의 도움이 두드러진다. 먼저 창업을 잘할 수 있게끔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 중국 청년 창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 베이징(北京)의 중관춘(中關村)을 비롯해 성(省)마다 혁신 산업단지를 만들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중관춘엔 40여 개 대학과 200여 개의 국가 과학연구소, 122개의 국가지정 연구센터가 밀집해 중국 전체 창업 투자의 3분의 1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곳에 창업과 관련한 기금 마련, 해외 진출 지원, 혁신거리 조성, 창업 지원 서비스 플랫폼 구축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광둥(廣東)성 선전(深?)이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등과 같은 2선 도시에 소프트웨어 파크나 하이테크 파크 등으로 불리는 산업단지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산업단지는 창업(創業)과 창신(創新·혁신)의 쌍창(雙創)기지로 일컬어지며 2018년까지 중국 전역에 28개가 만들어져 정보통신(IT) 중심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게 된다. 중관춘이 소프트웨어 중심이라면 선전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창업)이 가장 주목하는 곳이다.

중국 정부의 두 번째 지원은 인재에 대한 투자다. 이미 2011년부터 우수 유학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천인(千人)계획’을 마련했다. 천인계획 대상자로 선정되면 창업 초기 자본금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이르는 모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연구 착수자금으로 200만~400만 위안이 지급되고 중국의 톱9 대학과 동급의 연봉이 주어진다. 천인계획은 더 나은 배움을 위해 중국을 떠났던 인재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도록 만드는 물질적·정서적 지원책이기도 하다.

세 번째 지원은 투자자가 마음 놓고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가의 창업 투자에 대한 실패를 정부가 보상하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상하이(上海) 시정부가 지난 2월부터 에인절투자 활성화를 위한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게 대표적 예다. 이에 따르면 에인절투자가가 벤처기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투자액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경우 최대 600만 위안의 보상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중국 창업의 힘은 민간 영역에 의해 뒷받침되는 측면도 크다. 현재의 창업 열풍이 비록 정부 주도로 펼쳐지고 있긴 하지만 알리바바나 바이두, 텐센트 같은 민간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적극적 투자를 진행해 창업 열기를 달구고 있다.

한 예로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윈은 다른 30여 개 투자회사와 공동으로 ‘촹커(創客)’ 계획을 발표하고 100억 위안 규모의 창업자금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텐센트와 레노버 등도 창업센터 개소, 기금 조성 등을 통해 신생 벤처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미 대기업으로 발돋움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유망 스타트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선순환적 창업 문화가 형성된 셈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의 청년 세대를 창업의 길로 이끌기 위해 국력을 쏟아붓는 이유는 무얼까. 중국은 30년 가까운 고도 성장기를 마치고 이제는 ‘신창타이(新常態·중국판 뉴노멀)’라 불리는 중속 성장의 시대에 진입해 있다. 중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혁신을 무기로 하는 창업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취업난 해소 목적도 크다. 중국엔 매년 750여 만 명의 신규 인력이 발생한다. 현재 중국 대졸 인력의 절반가량인 300여 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2014년 10.5%에서 지난해엔 15%를 넘어섰다.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 청년은 또 단순히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에 대해 강한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대졸자 취업 연간 보고서(2014)’에 따르면 ‘현재 연봉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6%에 달했다. 이처럼 불만족스러운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창업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일고 있는 창업 열기는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중국에서 사상 최대의 창업 붐이 조성되는 건 한국 신생 벤처기업에도 좋은 기회다. 중국 ICT 기업의 성공 사례를 이어 가려는 창업 열기가 향후 5~6년은 지속될 전망으로 중국 창업 생태계를 활용해 더 큰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청두시에는 7만㎡ 규모의 ‘중·한 혁신창업보육파크’가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이 보육파크는 지난해 10월 말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리 총리는 “중국의 ‘대중창업 만인혁신’ 전략과 한국의 ‘창조경제’ 전략은 모두 청년의 창의력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 진출 시 고려 사항이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통신환경과 사용자 습관이 다른 시장이기에 선행 조사가 필요하다. 또 중국 시장은 물론 중국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요구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전략이 나온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섹시한 퍼스트레이디 후보 멜라니아

대통령 부인을 뜻하는 ‘퍼스트레이디’는 미국에서 유래됐다. 12대 대통령인 재커리 테일러가 1849년 4대 대통령의 부인 돌리 매디슨 여사 장례식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한다. 18일 클리블랜드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후보가 마지막 날 등장하는 관례를 깼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슬로베니아(옛 유고 연방) 출신의 전직 모델인 부인 멜라니아(46)를 ‘미국의 차기 퍼스트레이디’라고 직접 소개했다.

유세 때 언론 노출을 자제한 멜라니아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동유럽의 억양이 강한 영어로 “미국을 위해 싸울 적임자”라며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 박수를 받았다. 한데 연설 중 두 대목이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있었던 미셸 오바마의 연설과 판박이여서 구설에 올랐다. 연설 전 “원고를 직접 썼다”는 말이나 안 했으면 좋았을걸.

‘가장 섹시한 퍼스트레이디 후보’로 평가받는 멜라니아는 트럼프의 세 번째 아내다. 트럼프의 첫 아내, 두 번째 아내도 모델 출신이다. 1996년 미국에 온 멜라니아는 28세 때 뉴욕 나이트클럽에서 24세 연상 트럼프와 만나 2005년 결혼했다. 둘이 사귀던 2000년 남성잡지 GQ에 멜라니아의 요염한 세미누드 화보가 실렸다. 상대 후보가 이 사진을 선거운동에 이용한 탓에 ‘완벽한 몸매’는 더 유명해졌다.

멜라니아는 머리도 비상해 ‘트럼프의 비밀병기’로 불린다. 대학에서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슬로베니아어 영어 프랑스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독일어에 능통하다. 한 지인은 “그는 좋은 퍼스트레이디가 되겠지만 그 남편이 걱정”이라고 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인 남편 탓인지 멜라니아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 부인으로 나타났다. 무급에 공식직함도 아니지만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의 귀’로 통한다. 언제든 대화를 나누고 직언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최초의 동유럽 공산권 태생 퍼스트레이디에 오를 그는 사진기자들을 바쁘게 할 것 같다.


4.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아이와의 약속에 함정이 있다

형택이(만 4세)는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사람을 미는 버릇이 있다. 엄마는 오늘도 키즈카페에 가기 전,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너 오늘은 절대로 친구 밀면 안 돼.” 아이는 알았다고 했다. 말로만 하는 것은 마음이 안 놓여 “약속해!” 하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을 찍고, 손바닥으로 복사까지 했다. 그런데 아이는 카페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친구를 밀고 말았다. 놀란 엄마는 부리나케 아이에게 달려가 말했다. “너 엄마랑 약속했지?” 아이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약속 안 지키면 어떤 사람이야?” 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나쁜 사람요”라고 대답했다. “나쁜 사람한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셔? 안 주셔?” 엄마는 내친 김에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이야기했다.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은우(만 5세)는 오늘이 엄마가 장난감을 사주기로 약속한 날이다. 옷을 챙겨 입고 막 장난감을 사러 나가려는데, 엄마가 말한다. “아까 가지고 논 장난감들 치워. 장난감 정리 잘 안 하면 새 장난감은 안 사기로 약속했지?” 아이는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허둥지둥 장난감을 치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다. 아이는 “갔다 와서 치우면 안 돼요?”라고 말한다. 엄마는 “무슨 소리야? 네가 약속 안 지키면 엄마도 약속 안 지켜.” 아이는 훌쩍이면서 장난감을 치운다. 

나는 종종 “그놈의 약속”이라는 말을 한다. 약속은 지켜야 하고 아이한테 가르쳐야 하는 가치이기는 하나, 아이에게는 너무 어렵고 무거운 개념이다. 그런데 부모들은 자주 ‘약속의 힘’을 악용하여, 아이를 마음대로 다루고 통제하려는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동생을 때렸어도, 장난감을 사 달라고 해도, 정리를 잘 안 해도, TV를 많이 봐도, 편식을 해도, 친구와 싸워도, 선생님 말씀을 잘 안 들어도, 숙제를 제때 안 해도 부모들은 “너 약속했잖아”를 들이댄다. 그러면 아이는 할 말이 없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너무 대전제이고 상위 가치이기 때문에 대항할 방법이 없다. 일순간 아이는 대역 죄인이 돼서 부모가 풀어놓는 비난을 다 들어야 하고, 무슨 벌이든 달게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육아 상황에서 아이와의 ‘약속’은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서 하게 된다. 위의 형택이 엄마도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밀어서는 안 된다’를 가르치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약속을 강조할 게 아니라 “화가 나도 누구를 밀면 안 되는 거야. 기분이 나쁘면 그 친구한테 말로 해”다. 이것 하나만 가르쳐서 다시 들여보내면 된다. 아이가 계속 그 행동을 반복하면 “오늘은 더 이상 놀기 어렵겠다. 다음에 또 오자”며 집으로 오면 된다. 그래야 아이가 ‘다른 아이를 밀면 안 되는구나’를 배운다. 

은우 엄마도 ‘자기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자기가 정리해야 한다’를 가르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보고 약간의 유연성을 발휘해도 된다. “네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은 네가 치워야 하는 것은 맞는데, 갔다 와서 꼭 치우자”고 하면 된다. 약속을 위해 약속을 한 것이 아니므로 그 순서는 좀 달라져도 된다. 그 순서를 꼭 엄마 마음대로 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약속을 어겼을 때는 약속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원래 가르치려고 했던 그것을 가르치면 된다. 

사실 아이들은 부모의 무언의 압력으로 억지로 약속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꼭 지켜야겠다는 동기가 있어서, 지킬 자신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논리적인 생각을 갖기에는 아이는 아직 너무나 어리다. 그저 약속을 하지 않으면 혼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혹은 약속을 하면 부모가 그 상황만은 칭찬을 해주기 때문에 ‘멋모르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키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부모는 그렇게 얼렁뚱땅 한 약속을 어겼다고, 아이를 비난하고 협박하고 죄책감까지 준다. 그리고 당당히 아이를 통제한다. 약속을 못 지켰다는 것을 전제로 자꾸 타율로 가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자율성, 책임감, 자기 효능감, 자존감 등은 모두 떨어지게 된다. 벌이 두려워서 싫지만 억지로 지키게 될 때도 아이의 자율성, 책임감, 자존감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때는 욕구 불만이 생기고 무력해지기까지 한다. 

아이와의 약속은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으로 최소한만 정하되, 그것도 아이와 충분히 합의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일방적인 지시가 ‘약속’의 형태가 되면 안 된다. 어겼을 때도 융통성을 좀 발휘해 줘야 한다. 약속은 부모가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5. [주간경향][백가흠의 눈]소설,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기

소설가 S는 처음으로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아테네가 최종 목적지였다. 항공 마일리지라는 것이 막상 사용해 보니 제법 쏠쏠했다. 잊고 부었던 적금 만기 같았다. 소설가라는 직업이 원래 놀아도 일인지라 여행의 목적은 말로는 항상 거창했다. 그는 조금 들떠 있었는데, 말로만 들었던 비즈니스 클래스를 경험해볼 참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을 흘깃거리거나 주변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그는 자신이 타고 가는 비행기 가격을 알고 깜짝 놀랐다. 자중하려던 기대감은 그리하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그는 시간에 쫓기면서도 공항 비즈니스라운지에 들러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생맥주도 한 잔 하면서 여유를 만끽했다. 모든 시설이 공짜라는 말에 집에서 나오며 샤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비행기 타기 전에 씻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는 내심 더 일찍 집에서 나올 것을 하고 후회했다.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막상 탑승시간에 쫓겨 그는 정신없이 발을 떼었다. 비행기는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게 참 신기했다. 그는 갑자기 모든 게 생소해서 긴장되었다. 비행기를 제주도 갈 때도 타 보고 부산 갈 때도 타 보고 외국에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 익숙했지만, 2층 좌석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참 낯설었다. 개인좌석이 넓은 것도 그렇고 널찍한 공간에 사람들이 몇 명 없는데 승무원들이 많은 것도 그랬다. 그는 좀 부자연스러웠고,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어려운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저 자격지심이겠거니 스스로를 다독였다. 곧 승무원이 와서 무릎을 꿇고 친절하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미소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런데 승무원이 무릎을 꿇고 인사하고 식사 주문을 받는 그 시간이 그는 아주 길고 어렵게 느껴졌다. 괜히 옆 사람을 흘깃거리며 당황한 자신이 좀 촌스러운 건가 조바심마저 일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은 남자는 샴페인을 마시며 여유롭게 승무원에게 이것저것을 계속 주문했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거나 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이 불편함을 겪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기대했던 식사시간이 되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비즈니스 클래스에 탄 것을 후회했다. 음식이야 평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것보다도 훌륭했으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근사한 유리잔에 음료를 담아 마시고 식기에 서빙을 받아 나이프나 포크를 두 개씩 사용하며 음식을 먹는 일이 그리 우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꾸 뭔가 신경 쓰이고 불편했다. 솔직히 그 풍경은 좀 우스꽝스러웠다.

그가 유일하게 승무원에게 말을 건 순간은 누군가 사용한 잔에 음료를 따라줘서 바꿔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것도 누군가 알아서 승무원이 난처해질까 그는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동행도 없는 아래층의 이코노미 클래스가 괜스레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잠 자는 사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비행기는 내렸고, 그는 아테네로 향하는 비행기로 환승했다. 독일 국적 항공이었고 역시 비즈니스 클래스였는데, 한국 항공사에 비해 서비스는 초라했다. 승무원은 말할 때마다 무릎도 꿇지 않았고 유리로 된 근사한 와인잔이나 식기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비즈니스석에 사람이 적으니 승무원 한 명이 모두를 서브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그 편안함의 정체에 대해 그는 아테네 도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올 때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곰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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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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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20일 신문 브리핑 #


"영성을 가늠하는 최고의 기준은 감사의 능력이 얼마나 큰가에 달려 있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북한이 19일 새벽 스커드와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세 발을 동해로 발사함

- 그동안 무수단(사거리 3000㎞) 등 중거리 미사일 도발을 해온 북한이 이번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정부가 지난 13일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발표한 지 6일 만에 벌인 ‘무력시위’임



<< 경제 일반 >>

1. 중국 정부가 니켈카드뮴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에 대해 안전성 평가에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안전성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기 위한 새 기준을 마련하기로 함

- 세계적 평가기관이 모두 안전하다고 평가한 삼원계 배터리에 대해 올초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보조금을 끊은 뒤 한국 정부가 항의하자 새롭게 내세운 후속조치로서,  “새 기준을 만들어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주장이지만, 자국 업체들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분석임


2. 미국에 이어 멕시코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에 나섬

-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멕시코 무역위원회는 지난 11일 동부메탈의 한국산 고탄소 페로망간(FeMn) 제품에 대해 35.65%의 반덤핑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렸으며, 이는 미국발(發)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인접국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으로 보임


3.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한 중견기업특별법이 오는 22일로 시행 2주년을 맞지만 중견기업은 여전히 판로, 차별, 제도 등 이른바 ‘3대 규제’에 발목을 잡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

- 정치권이 기업인의 표를 얻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난 뒤 이와 관련한 일반법과 시행령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임


4. 뉴질랜드 야당인 노동당 방위담당 대변인인 필 고프 의원이 19일 현지 언론에 “현대중공업의 파업이 걱정된다”며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에 우려를 나타냄

- 현대중공업은 뉴질랜드 정부와 5억뉴질랜드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해군 급유함 수주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뉴질랜드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수주 계약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옴



<< 금융/부동산 >>

1. 우리은행이 올 상반기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부담에도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45.2% 급증하는 등 깜짝 실적을 발표함

- 정부가 추진하는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51.06%)의 분할매각을 통한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예보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 중 30%가량을 4~10%씩 쪼개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


2.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금융노조가 95%가 넘는 높은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함

- 은행연합회는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을 최대 40%까지 더 받을 수 있는 성과연봉제 개선안을 추진해왔고 금융노조는 이에 대해 반대해왔음


3. 부산은행은 홍콩과 싱가포르, 유럽 투자자를 대상으로 후순위 채권형 달러 표시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2억5000만달러어치를 발행했다고 19일 발표함

- 하반기 들어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들이 줄줄이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자본 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산은행이 가장 먼저 채권을 발행함


4.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공모 부동산펀드가 판매 한 시간 만에 300억원 모집액을 다 채우고, 투자자들의 요청이 이어져 운용사로부터 추가로 확보한 210억원어치 물량도 모두 소진됨

- 이 상품은 서울 회현동에 있는 티마크그랜드호텔(특2급 호텔)을 매입해 하나투어의 자회사인 (주)마크호텔에 20년간 임대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로서, 마크호텔이 20년간 장기 책임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최소 보장 임대료만으로도 연간 평균배당률은 연 5.5%가 나오게 됨


5.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 및 규칙 개정안을 20일부터 시행함

- (지분)공유자 80% 이상 동의로 노후 건축물 재건축 가능

- 건축물 복수용도 인정기준 마련

-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도 건축자재 제조현장 점검 가능

- 연면적 661제곱미터 이하 다가구 등은 건축허가권자가 감리자 지정

- 2개 대지를 결합건축하려면 100m 이내 등 조건 충족해야 함

- 전용 30제곱미터 이하 소규모 시설은 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

- 장애인 승강기 설치면적은 모든 건축물 면적서 제외


6. 정부와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낙후된 서울역 일대 재개발사업에 나섬

-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인 서울역고가도로 보행공원화 사업에 반발해 서울역 북부역세권(서울역~염천교 철도부지) 개발을 미뤄왔던 정부가 이 사업에 협력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이 지역 재개발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



<< 국제 >>

1. 미국 공화당이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18일(현지시간) 개막한 전당대회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정강(政綱)을 공식 채택함

- 한국 등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을 정책 청사진에 포함하지 않았으며, 북한을 ‘김정은의 노예국가’라고 규정하고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명기함


2. 19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삼성을 공격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18일 홍콩 법원에홍콩 동아은행(BEA·東亞銀行)이 외부의 인수 제안을 받았을 때 BEA를 지지한다는 일부 주주와의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함

- 중화권에서 금융사업 확장을 노리는 이들에게 BEA 경영권을 매각하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데, BEA와 일부 주주의 계약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불만에서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복습입니다^^)

- 주식 전환 또는 상각의 사유조건을 증권 발행 당시 미리 설정해 두는 채권임. 즉

,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경영개선명령을 받거나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등 경영이 악화되는 특정 사유가 발생되면 파산 전이라도 원리금이 주식으로 자동 전환되거나 원리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후순위 채권이며,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함. 투자위험이 큰 만큼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음.

2013년 12월 도입된 은행권 재무건정성 강화제도 바젤Ⅲ에 의해 금융지주회사, 은행이 발행하면 보완적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줌. 

국내에서는 최초로 JB금융지주가 2014년 9월 2000억 원 규모의 상각형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위하여 청약하였으나 일반 모집(1527억 원 한도)에 55억 원 규모의 청약이 접수되는 데 그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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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9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총선 참패 ‘친박’ 책임론 희석시킨 새누리 백서

새 누리당이 그제 공개한 4·13 총선의 참패 원인을 정리한 국민백서를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마지못해 내놓은 ‘면피용’ 백서라는 지적이다. 백서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진단해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을 얻기 위해 만드는 ‘반성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백서에는 처절한 반성과 참회가 없다. 외부 전문가와 일반인, 당원, 총선 경선 후보 등의 의견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을 뿐이다. 집권 여당이 2당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고도 겨우 이런 백서를 내려고 지난 석 달여 동안 시간을 허비했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새누리당은 선거 참패의 책임 소재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주변 인사들의 얘기나 늘어놓을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백서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배신자’를 찍어 내겠다며 공천권을 휘두른 친박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데도 백서가 이를 ‘계파 간 공천 갈등’이라고 눈 가리고 아웅을 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대선을 치를 생각이 있는 정당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공당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친박들이 ‘완장’을 차고 공천권을 휘둘렀다.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오만하고도 독선적인 공천위 운영에 친박 인사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선거 때 ‘진박’ 사진 마케팅을 벌여 민심을 악화시킨 이도 친박들이었다. 친박 인사들의 경거망동이 선거를 망쳤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아직도 새누리당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 줄 뿐이다. 오죽하면 이번 백서가 “친박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면죄부를 줬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백서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자로 실명으로 거론한 이는 이씨와 김무성 전 대표 등 두 명뿐이다. 친박의 막장 공천에 반기를 들고 막판에 ‘옥새 파동’을 벌인 김 전 대표의 책임도 당연히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 당 패배의 책임을 씌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이씨가 공천 전횡을 하도록 멍석을 깔아 준 것도 친박이고, 뒤에서 손뼉 친 것도 친박인데 뒤늦게 그를 희생양으로 몰아가는 것은 친박 책임론을 희석시키는 꼼수일 뿐이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백서를 내고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의 진실을 가리는 선거 참패 ‘흑서’를 내는 새누리당의 미래가 안 보인다.

2. 檢 ‘제2의 진경준’ 막을 대책 내놓으라 

진 경준 검사장의 구속 사태를 맞아 검찰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진경준 검사장이 156억원 상당의 재산을 신고한 이후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그의 비리를 보면서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국민으로부터 부패를 척결하고 사법 정의를 세우라는 임무를 위임받은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자신과 친인척의 재산을 불리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진 검사장은 게임업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에게서 10억원의 주식매각 대금과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복귀한 직후 제네시스 차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진그룹을 압박해 처남의 청소용역 업체에 130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파렴치한 범죄도 구속 사유다.

‘진경준 사태’는 우리 사회의 권력 시스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다. 검찰 내부의 고장 난 감찰 시스템은 물론 검사장 승진 과정에서 검증을 제대로 못 한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도 지적받아야 한다. 진 검사장이 평검사 시절 비상장 넥슨 주식을 1만주나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근무했다. 부장·차장 검사는 물론 주식을 대거 보유한 평검사도 금융 관련 업무를 보는 데 제한 장치가 없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더 욱 우려되는 것은 ‘제2, 제3의 진경준’이 과연 존재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홍만표 전 검사장이 연루된 최근의 법조 비리에 비춰 볼 때 교묘한 수법으로 검찰 권력을 이용해 개인 재산을 축적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진 검사장과 김 회장처럼 학연과 지연으로 결탁된 범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은밀하게 싹트고 있을 것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어제도 국회에 출석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권력과 돈의 검은 유착이 횡행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이번 사건이 보여 주듯 검은돈은 늘 비호 세력을 찾고 있다. 제도적인 견제 장치 없이는 언제든지 제2의 진경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이번에 국민은 똑똑히 목격했다. 기소 독점주의라는 방패막이 뒤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던 검찰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검찰 조직을 위해서라도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같은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3. 열정과 노력의 가치 되찾아야 미래 있다

반 세기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자리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행복을 유예하는 것쯤은 당연시 여기며 헌신한 세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빈손으로 시작한 이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열정이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것은 ‘지금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절실한 염원이자 간절한 기구(祈求)였다. ‘열정과 노력’은 보상받는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는 개발 시대 도덕성 붕괴를 지연시키고 최소한의 사회적 건강을 유지하게 한 정신적 바탕이기도 했다.

서울신문이 창간 112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1970~1980년대 사회 분위기의 일단을 보여 준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50대와 60대는 짐작처럼 ‘열정과 노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젊은 시절을 개발 시대 경제 활동의 최일선에서 보낸 세대다. 하지만 20대와 30대는 ‘경제력’과 ‘인맥’을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들었다. 40대는 ‘경제력’이 가장 많았지만 두 번째는 ‘열정과 노력’이라고 답했다니 세대별 의식 차이는 분명하다. 20~30대는 분명 글로벌 금융위기 뒤끝의 저성장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고달픈 세대다. 극심한 ‘취업 절벽’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해도 일자리의 질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해도 ‘경제력과 연줄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는 사실에는 우울함을 감추기 어렵다.

[동아일보]

4. 현대車-현대重 연대 파업, 일자리 잃는 자해행위 아닌가

현 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번 주 19, 20, 22일 3차례에 걸쳐 부분적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연대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1일에도 부분 파업하기로 해 오늘부터 4일 연속 파업한다.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두 노조의 동시 파업은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맹의 공동 파업 이후 23년 만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직원 평균임금이 9600만 원인 현대차와 7800만 원인 현대중 노조가 거리로 나오는 상황을 온당하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올 들어 현대차가 국내에서 만든 자동차 비중은 전체 생산 대수의 36%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 가깝고 생산비가 싼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한 결과다. 국내 전체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어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의 지위를 인도나 멕시코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구조조정 대상인 현대중이 고통 분담을 하기는커녕 파업에 나서는 것은 혈세로 조선업을 지원한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격이다.

현 대차 노조는 기본급 7.2% 인상 및 일반 연구직 조합원에 대한 승진거부권 보장을, 현대중 노조는 기본급 5.09% 인상과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에 대한 해외연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야 어떻게 되건 단물만 빨아먹고 내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발상이다. 대우조선해양에 기생하며 회사를 거덜 낸 정피아 낙하산 집단과 뭐가 다른가.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부분 파업과 잔업 거부로 입은 손실은 4500억 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진출을 외면하고 국내 기업은 해외로 이전하는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오랜 기간에 걸쳐 경제에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상처를 안길 것이다.

두 대기업 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는 노동개혁의 시동을 다시 걸 필요가 있다. 노동 4법 가운데 파견법 개정안은 대상 업종을 용접 도금 등 뿌리산업으로 확대해 파업으로 초래되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 럼에도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결과로 나타난 수치가 아니라 행간에 담긴 젊은 세대의 목소리여야 한다고 믿는다. 조사 결과 부모·자녀와 비교해 경제환경을 묻는 또 다른 질문에 50대 이상은 ‘부모보다 더 잘살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반면 20대와 30대는 ‘부모보다 잘산다’는 응답이 각각 8.9%와 14.0%에 불과했다니 부모 세대와 비교해도 상대적 박탈감은 매우 크다. 특히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분야’를 골라 달라는 질문에 20대는 ‘고용’이라는 응답이 절반에 육박했다고 한다. 원인을 알았으면 치유의 길은 가깝다.

열정과 노력의 가치가 부각되지 않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열정과 노력 대신 경제력과 인맥이 성공의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는 사회라면 병세는 벌써 깊다. 20~30대의 진단대로 우리 사회는 우선 고용의 불공정부터 회복해야 한다. ‘로스쿨’ 입학에서부터 기능직 채용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갑질 문화’를 청산하는 것은 50~60대 기성세대의 몫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제도적 모순을 없애는 데 다시 한번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20~30대는 그들대로 ‘현실의 벽’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용기를 발휘하기를 바란다. 경제력과 인맥에 기가 죽어 열정과 노력을 포기하기에는 젊음이 너무 아깝다.

5. 검찰개혁, 결국 청와대 의지가 관건이다

김 현웅 법무부 장관은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태에 대해 “법무장관인 저 스스로도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죄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주식 대박 의혹이 터졌을 때 바로 감찰에 착수하지 않은 초동 대처의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피해 사과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남겼다.

김수남 검찰총장 역시 어제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고 사과한 것을 비롯해 진 검사장의 파렴치한 비리에 대한 자성의 소리가 내부에서도 높다. 김 총장은 재산등록에 대한 심층 감찰 등 검찰 쇄신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견제받지 않는 비대한 검찰권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 해결책을 찾지 않고선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2012년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9억 원대 수뢰사건이 터졌을 때도 검찰은 사과와 함께 외부인을 영입한 감찰위원회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스폰서 검사’ ‘성추문 검사’ ‘뇌물 검사’ 비리가 꼬리를 물었다. 이날 새누리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법무부 차관에게 비리 근절 대책을 시급히 마련토록 했지만 검찰에 ‘셀프 개혁’을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어제 검사 출신 야당 의원들이 개최한 ‘검찰개혁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검찰의 근본적 문제는 지나치게 큰 권한에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어느 검찰보다 우리 검찰은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을 독점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비대한 검찰권은 결국 부패하고 남용의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제2, 제3의 진경준 비리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권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

이 명박 정권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될 때 직을 걸고 검찰 수사권을 지킨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는 개업 이후 한 해 100억 원 넘게 수임했다. 이것이 전관예우(前官禮遇)와 무관하다고 보는 국민은 없다. 그가 왜 검찰 수사권을 그토록 지키려 했는지 알 것 같다. 검찰 권력을 축소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선진국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거나 검찰인사위원회를 강화하고 청와대 파견 검사는 검찰에 복귀할 때 일정 기간 임용을 제한하며 부당한 축소 수사를 막는 재정신청 제도를 확대하는 견제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에 달려 있다.

[이데일리]

6. 자동차업체들 국내 고객 차별 너무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새 차를 판매하면서 인체유해 성분인 메탄올 워셔액을 넣어주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앞 유리를 닦을 때 쓰는 세정액으로 메탄올 성분이 들어간 워셔액을 주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5개 업체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운 전자가 워셔액을 사용할 때마다 메탄올이 공기 중으로 뿜어진다는 게 문제다. 메탄올을 5㎖만 흡입해도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두통이나 구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게 된다. 심할 경우 실명까지 야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도로 보행자들도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메탄올 사용을 규제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점도 맹점이다. 미국,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차량 워셔액으로 인체유해 정도가 약한 에탄올을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메탄올은 엄격 규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대형마트나 자동차 용품 매장에서 판매되는 워셔액이 모두 메탄올을 함유하고 있을 정도다.

이 들 자동차업체들이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에 차별을 두는 이중잣대도 질타를 받기에 충분하다. 해외 수출용 신차에는 현지 규정을 이유로 에탄올 워셔액을 넣고 국내출고 신차에는 메탄올을 사용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소비자는 봉’이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는가.

최근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수시장 중요도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와 함께 시장이 판매자 중심의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에서 소비자 중심인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 으로 재편된 지도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차량과 수출차량에 차별을 두어 국내 소비자들의 애국심에만 의존하는 판매전략은 접을 때가 됐다. 이미 국내출고 차량에 부착된 저가 에어백과 범퍼 부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마당이다. 여기에 워셔액에 있어서까지 차별을 둔다면 소비자들의 집단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산차 업체들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와 배려를 더 이상 늦춰선 곤란하다. 품질 강화와 서비스 개선에 소홀해서는 제 발등을 찍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7. 박 대통령 귀국 이후 사드 해법을 묻는다

최 근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출장 때마다 국내에서 미묘한 사안들이 이어지고 있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정도다. 그러나 밖에서 아무리 뛰어난 외교적 성과를 아무리 거둬도 안이 시끄러우면 말짱 헛일이다. 박 대통령이 4박5일에 걸친 몽골 공식방문을 마치고 어제 오후 귀국한 이번에도 또 그런 처지다. 이번엔 사드(THAAD) 미사일방어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에 따른 혼돈을 조기에 수습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발등의 불이다.

황 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성주 군민들을 설득하려고 한민구 국방장관과 함께 현지로 내려갔다가 계란과 얼음물병 세례의 곤욕을 치르며 6시간 반이나 극렬 시위대에 갇혔던 사건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총리가 대통령 부재중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는 건 사실상의 국정 공백을 의미한다. 정부는 “통신선이 유지됐으므로 국정 공백은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당시 황 총리는 휴대폰과 국정 현안이 적힌 수첩까지 빼앗긴 상태였다.

박 대통령의 가시적인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가장 급한 것은 국민 설득이다. 또다시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뒤에 숨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고 성주 군민들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요긴하다.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관행을 과감히 떨치고 사드 배치의 현실적 측면을 인정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등 야권 인사들도 폭넓게 만나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사

드 배치에 집단 반발한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과 성주군수 등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아무리 선출직이라지만 근거 없는 ‘사드 괴담’을 부채질한 행태를 모른 체 넘어가는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의 덕목이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마케팅’으로 당선되고도 이제 와서 표심에 눈멀어 박 대통령 등에 비수를 꽂는 그들의 몰염치를 응징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레임덕을 재촉하는 꼴밖에 안 된다.

황 총리 억류사태에 대한 수사도 서둘러야 한다. 성주 군민들이 더 이상 폭력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은 다행이나 외부세력의 개입이 드러난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따라야 한다. 폭력행사 관련자를 엄벌하고 애먼 군민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앙일보]

8. 석연치 않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 건물 매각 과정

우 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의 소개로 처가 건물을 넥슨 측에 팔았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이번 사건은 그 파장을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의 특임검사가 우 수석에 대한 조사에 나서거나 국회가 특검을 도입해 수사를 벌일 경우 박근혜 정부의 최대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우 수석은 “처가 건물은 정상적 거래 절차를 통해 넥슨에 팔렸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진경준 검사장 승진 때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과 120억원대 주식 대박 사건이 불거졌는데도 미온적 반응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 수석 처가의 건물이 2011년 3월 진 검사장의 주선으로 넥슨코리아에 1300억원대에 매각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김정주(넥슨 창업주)-진경준-우병우’의 커넥션을 의심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우 수석은 입장문을 통해 처가 소유의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김정주 대표와는 단 한 번도 접촉한 일이 없으며 10억원에 가까운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정상적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례적이고 신속한 대응이다. 이 같은 우 수석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완전히 풀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넥슨 측이 강남역 인근 골목에 있는 건물을 굳이 살 필요가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넥슨이 매입을 완료한 시점은 2011년 3월이지만 건물 협상은 2010년부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래가 침체된 때여서 석연치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당시 넥슨 측이 경기도 판교에 신사옥을 짓고 있었던 점도 의혹을 부추긴다.

1000억원대의 상속세 납부 문제로 고심을 하고 있던 우 수석을 위해 진 검사장이 넥슨 김 대표에게 부탁을 해 호의적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사건이 불거진 이후 우 수석과 김현웅 법무장관의 수수방관적 언행 때문에 검찰 수사가 한동안 표류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 진 검사장 개인에 대한 처벌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마침 김 장관이 국회에서 “구체적 범죄 혐의나 수사 단서가 확인되면 당연히 수사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니 검찰의 대응을 국민들은 주시할 것이다. 검찰도 청와대나 법무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넥슨 관계자부터 소환해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또 이미 신병이 확보된 진 검사장을 상대로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홍만표 전 검사장과 진 검사장 사건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한다.

9. 포켓몬 고 뜨자 “규제 풀겠다”는 뒷북 정부

정 부가 어제 게임문화진흥계획을 발표했다. 게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를 설립하고 청소년은 0시부터 6시까지 무조건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강제적 셧다운제(신데렐라법)를 부모 선택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꽁꽁 묶어놓았던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종덕 문화체육부 장관은 “포켓몬 고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켓몬 고 열풍이 불 때 정부의 이런 대응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2008년 닌텐도DS가 빅히트하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는 왜 저런 것을 못 만드나”라고 했다. 몇 달 전 알파고 열풍이 불자 정부는 그전까지 나 몰라라 했던 인공지능(AI) 분야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정부의 뒷북 대응에 업계는 이미 이골이 나 있다. 오죽하면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이럴 줄 알았다”며 “안 도와줘도 되니 방해하지만 말아 달라”고 말하겠나.

전 세계에 둘도 없는 신데렐라법과 각종 규제로 우리가 쥐고 흔들던 온라인 게임산업의 패권은 중국에 넘어간 지 오래다. 지금은 되레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2010년 2만658개이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지난해 1만4440개로 5년 새 30%가 급감했다. 게임업계 종사자 수도 2012년 5만2466명에서 작년에는 3만9221명으로 25%가 줄었다. 산업의 활력도 사라졌다.

포켓몬 고의 성공을 부른 것은 증강현실이다. 실제 공간과 가상의 객체를 연결하는 증강현실은 100% 허구의 세계인 가상현실, 인공지능과 더불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3대 핵심 키워드로 불린다. 4차 산업혁명의 성패가 이들에게 달렸다. 게임이야말로 이들 3대 키워드를 관통하는 산업이다. 게임산업을 잃는 것은 무한한 미래가치를 잃는 것과 같다. 1990년대 한국 게임산업은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화려한 성공신화를 썼다. 뒤늦게 정부가 규제 완화로 가닥을 잡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포켓몬 고 열풍을 타고 반짝 시늉만 냈다간 또다시 ‘그럴 줄 알았다’는 소리나 듣게 될 것이다.

[매일경제]

10. 불안한 지구촌, 해외여행 안전이 최우선이다

지 난 14일 프랑스 니스의 트럭 테러 당시 한국인 60여 명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들의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가족들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16일 터키 군부 쿠데타 당시 이스탄불 공항에 발이 묶인 140여 명의 한국 여행객은 10시간 동안 극도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테러 공포와 정정 불안에 휩싸인 나라가 늘어날수록 지구촌을 누비는 한국인들은 더 많은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지난해에는 2000만명 가까운 한국인이 해외로 나갔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해마다 방학과 휴가철에는 관광과 연수, 선교 활동을 위해 출국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는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끼어 있는 올해 7~8월에는 작년 같은 기간(350만명)보다 많은 이가 해외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온갖 범죄와 테러, 전염병 같은 위험에 그만큼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재외국민 사건·사고는 지난 5년 새 연간 7000여 건에서 1만3000여 건으로 급증했다. 한국인이 피해자가 된 사례는 작년 한 해에만 8000여 건에 이르렀다. 2004년 무역회사 직원 김선일 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살되고, 2007년 분당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인질로 잡힌 것을 비롯해 지난 10여 년 새 한국인 피랍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이제 선진국에서조차 무고한 민간인(소프트 타깃)을 겨냥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이슬람국가(IS)는 한국도 공격 대상에 올려 놓았다. 필리핀에서는 불과 몇 년 새 한국인 수십 명이 피살됐고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그 럴수록 정부는 재외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위기 대응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여행자 스스로 안전을 위한 행동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부가 여행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관광과 사업, 선교를 위해 무리하게 위험 지역에 들어가서 사달이 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는 위험 지역에 대해 여행유의, 여행자제, 철수권고, 여행금지로 구분해 경보를 내리는데 이 안내만 잘 따라도 불필요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신문][씨줄날줄] ‘서울마당’/구본영 논설고문

서구의 도시들은 다중이 모이는 넓은 공간, 즉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고라가 그 원형이다. 동양권의 도읍에도 마당과 같은 공터는 있었지만 대개 소규모였다. 남사당패가 공연하던 우리네 시골 장터를 떠올려 보라.

르 네상스 시대 이래 도시계획가들은 광장을 도시의 중심적 위치에 놓고 설계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론나·시에나의 캄포,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 등이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광장 중심의 도시 공간 구조라는, 구대륙의 전통은 신대륙에서도 계승됐다. ‘빌리지 스톰퍼스’의 경음악으로 더 유명해진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가 대표적이다. 뮤지컬 영화 ‘에비타’에서 본 아르헨티나의 ‘5월의 광장’도 그랬다. 에비타로 분한 마돈나가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란 애절한 노래를 부른 무대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심장부인 대통령궁 발코니였으니….

소 설가 최인훈은 ‘광장’에서 남북 분단의 현실을 뛰어넘는 유토피아로서 광장을 그렸다. 하지만 유토피아의 어원 자체가 ‘아름답지만 세상에는 없는 곳’이란 뜻이다. 최인훈이 꿈꾸던 이상향과 달리 현실에서의 광장은 역사적으로 늘 불온한 공기가 감도는 곳이었다. 고대 아테네 시민들은 아고라에 모여 도자기 파편에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독재자가 될 소지가 있는 인물들을 추방했다. 소위 ‘도편 추방제’였다.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시민들이 탱크를 동원한 중국 군부에 의해 진압된 6·4사건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일어났다.

몇 년 전 파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에펠탑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콩코르드 광장까지 걸었던 기억이 난다.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콩코르드 광장은 평온했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등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무시무시한 역사를 갖고 있는 광장이 편안하게 다가온 까닭이 뭐겠나. 양쪽이 차도로 차단돼 보행인의 접근이 어려운 광화문 광장과 달리 쉽게 다가가 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일 듯싶다.

정도(定都) 600년을 넘긴 서울에 작지만 아름다운 시민 광장이 생겨났다. 어제 창간 112주년을 맞은 서울신문사가 세종대로 사옥 앞에 잔디와 거장 이우환의 조형물 등으로 조성한 2600㎡의 공간이다. 시민들이 가까이서 체취를 나누며 생각을 교환하는 작고 정겨운 광장을 만드는 것이 21세기 도시계획의 대세다. 엄청난 군중을 동원하려는 큰 광장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일지도 모르겠다.

본사는 시민 공모를 통해 ‘서울마당’이란 이름을 골랐다.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조곤조곤 정담을 나눌 이 쉼터에 우리네 수도 서울의 새로운 스토리가 입혀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렇다면 굳이 먼 나라의 넓은 광장을 부러워해야 할 이유도 없다. 누군가 ‘작은 것은 아름답다’고 했다.


2. [머니투데이][정유신의 China Story] 바뀐 독서습관과 인터넷쇼핑

중국정부가 인터넷 활용을 중시하는 인터넷플러스전략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인터넷쇼핑이 양적 질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쇼핑이란 뭔가. 보통 PC나 휴대폰을 통해 상품·서비스를 구입하는 걸 말하는데, 기업과 개인간의 B2C 거래와 개인간의 C2C 거래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론 인터넷쇼핑 웹사이트에서 상품정보 검색 및 수주, 결제와 배송까지 모든 구입절차를 마칠 수 있다.
어 느 정도 확산되고 있나. 2015년 12월 중국의 인터넷쇼핑 고객수는 4.13억명으로 2014년보다 5183만명 증가했다. 증가율이 14.3%로 인터넷 이용자 증가율 6.1%의 2배 이상이다. 질적 측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첫째,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쇼핑 고객 수가 급성장세다. 지난해 말 기준 고객 수는 3.4억명, 전년 대비 증가율은 43.9%로 인터넷쇼핑 고객 전체의 82.3%를 차지한다. 인터넷 중에서도 스마트폰 쇼핑이 갈수록 보편화한다는 얘기다. 둘째, 소셜미디어, 소셜사이트를 활용한 인터넷쇼핑도 활발하다. 지난해말 고객수는 1.45억명으로 2014년보다 19.1%(2330만) 증가. 텐센트의 웨이신을 이용한 웨이상 모델, 텐센트와 징동 의 공동 빅데이터를 이용한 인터넷쇼핑 등이 유명하다.

셋째, 특히 해외 인터넷쇼핑도 관심의 대상이다. 해외 인터넷쇼핑은 해외 쇼핑사이트에서의 직접구매, 중국 내 전자상거래업체를 통한 간접구매, 중국에 입주한 해외업체의 쇼핑사이트를 통한 구매로 구분되는데, 2015년 그 고객 수가 2014년 2356만명에서 4091만명으로 급증했다. 증가율은 무려 135.8%, 인터넷쇼핑 총고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년 만에 4.8%에서 9.9%로 2배 이상 높아졌다. 급등 이유로는 소비재 수입 확대, 소비관세율 인하 등 중국 정부의 소비촉진정책과 중국 소비자들의 외국제품에 대한 관심을 꼽는다. 특히 소득증가로 품질에 민감한데다 인터넷쇼핑을 통해 외국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 브랜드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 터넷쇼핑 판매액은 얼마나 되나.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인터넷쇼핑 판매액은 전년 대비 33.3% 증가한 3조8800억위안(약 700조원)으로 중국 총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9%. 특히 관광상품이 판매액 6349억위안(약 114조원)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42.4%)을 기록해서 최근 중국인들의 국내외 여행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고 한다. 인터넷쇼핑 거래건수도 2015년 256억건(1인당 62건)으로 전년 대비 35%나 급증했다.

인터넷쇼핑 판매의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2013~2015년 ‘인터넷쇼핑 톱5’를 보면 의류 및 신발이 3년 연속 1위로 부동의 인기품목이고 일용잡화가 2위, 순위에 없던 녹음 및 녹화제품이 단번에 3위로 도약했고 가전제품은 5위를 유지했다. 녹음 및 녹화제품 판매가 급증한 것은 인터넷판매 할인율이 큰 데다 중국인의 독서습관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5년 기준 중국 성인의 독서는 디지털서적에 의한 비중이 전년 대비 6%포인트 높아진 64%로 일반서적 36%보다 훨씬 높다.

둘째, 성별 특징은 어떤가. 남성의 인터넷쇼핑 금액은 지난해 기준 1만25위안(180만원)으로 여성보다 약 15% 많다. 주로 PC, 디지털제품 등 단가가 높은 제품소비가 많고 여성은 화장품이나 미용제품, 유아용품 등 중저가소비가 주류라고 한다. 셋째, 최근 급증세인 해외 인터넷쇼핑의 인기품목과 지역은 어떤가. 해외 인터넷쇼핑에선 역시 화장품과 미용제품의 비중이 53.4%로 단연 압도적이라고 한다. 분유 및 아기용품, 의류 보건 관련 제품도 인기품목이다. 지역적으론 미국이 48%로 1위고 일본 45.3%, 대한민국 37.8%, 호주 18.6%, 독일 16.6%의 순으로 톱5를 형성했다.

이처럼 빠른 확장세를 보이는 만큼 중국 인터넷쇼핑업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까진 알리바바의 톈마오와 징동이 시장의 80~90%를 장악했지만 지난해부터 또다른 전자상거래업체 쑤닝 등이 뛰어들면서 업체간 M&A, 한정판매, 특가바겐세일 등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이익률이 하락하면서 알리바바 등을 중심으로 해외 인터넷쇼핑 진출을 서두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3. [서울신문][남순건의 과학의 눈] 상상력과 미적 감각의 산물, 과학

요 즘 들어 창의력과 상상력을 강조하는 말들이 자주 들린다. 최근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도 이런 차원 때문일 게다. 흔히들 인문학이 물리학 같은 ‘딱딱한’ 과학보다 훨씬 더 상상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적 상상력이라는 말에 더 익숙한 이유도 과학에는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편견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과학에서는)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과학의 발전이 정확한 지식과 이성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창의적 과학 연구는 상상력, 직관력 그리고 미적 감각에 기대는 바가 많다. 과학 분야 연구라는 것이 교과서나 참고서의 문제처럼 주어진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계속 던져 온 근본적인 질문들, 예를 들어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바로 과학이다. 과학자들은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지도에 없는 새 항로를 개척하려는 탐험가들과 같다. 그래서 용기도 필요하고 상상력도 필요하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사학자 제럴드 홀튼 교수가 1970년대에 당시에는 생소한 ‘과학적 상상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혹 자는 또 과학은 미적 감각과 가장 거리가 먼 분야라고 이야기한다. 과학에서 미적 감각이란 자연이 보여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과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각자가 다르게 해석한 형태로 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술에 여러 화풍이 있고 화풍마다 보이는 대상을 달리 표현하는 것과 흡사하다. 다양한 표현들 중에는 보다 많은 호응을 얻는 것도 있고 소수만이 그 가치를 아는 경우도 있다. 과학에서는 이런 방식의 창의적 연구활동들이 모여 엄청난 과학적 성과와 세계관을 만들어 왔고 상상을 초월하는 큰 혜택을 인류에게 가져다줬다.

과학에서 성공하기 위해 또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행운이다. 비과학적 이야기 같지만 과학에서 행운은 ‘거인의 어깨 위에 앉을 수 있어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하버드대 시드니 콜먼 교수가 이야기한 ‘내 앞에 나보다 키 작은 사람들이 많이 서 있어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그런 의미이다. 이런 행운은 앞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창의적 연구성과들이 모일 때 가능한 것이다.

과학에서 창조적 결과를 많이 이뤄낸 경험이 있는 선진국들에서는 과학자들 스스로 연구 방향과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제도와 재원을 마련해 주는 방식으로 과학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빨리, 그대로 답습하고 추격하는 형태의 연구 경험만 있어 항상 단기간에 가시적 결과만을 기대해 왔다. 물론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과학을 시작할 때에는 이런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

이제는 제대로 된 과학을 할 때가 됐다. 과학자들이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본연의 과학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과 학적 상상력을 동원해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창의적 문제들은 간단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실패한 시도들 가운데에 몇 개만 살아남는다.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지도자가 과학적 성취기간을 정하고 선언한다고 해서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인류사회에 큰 족적을 남기는 과학의 산물을 내놓기를 원한다면 겨우 뿌리 내리려 하고 있는 과학생태계를 교란하는 조급한 결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과학자 사회를 믿고 꾸준히 지원하는 국민과 정부를 가진 많은 선진국을 한번쯤 바라볼 필요가 있다.


4. [동아일보][한옥에 살다/김성현]도시인에게 자연 바람을 선사하는 한옥청사

대 부분의 사람들은 집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그렇기에 회사는 단순한 업무공간이 아니라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복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선 넉넉함과 온유함이 풍겨 나온다. 서울 혜화동 로터리의 북쪽 한 골목을 지나가다 보면 의젓하게 잘 지어진 한옥이 눈에 띈다. 바로 혜화동주민센터다. 청사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관공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전통 한옥 형태로 지어졌다. 낮은 담장, 사랑방, 대청마루, 기둥, 서까래, 사주문(四柱門), 나무 한 그루에 이르기까지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툇마루에 한지로 장식한 미닫이문이 있고 문서보관함도 철제가 아닌 전통 문양 장이다.

이곳과 나의 인연은 2년여 전 시작됐다. 출근 첫날 나는 청사를 앞에 두고도 두리번두리번하다가 한옥 입구에 부착된 ‘혜화동주민센터’ 문패를 겨우 발견했다. 관공서가 콘크리트 건물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길을 헤맸다.

한 옥 근무는 단연 장점이 많다. 일단 월요병이 없어졌다. 출근이 소풍 가듯 즐겁다. 밀린 업무로 답답할 때면 널찍한 마당으로 나가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아파트에서만 살던 나는 마사토가 곱게 깔린 청사 마당에 매료됐다. 이 마당은 아름드리나무와 어우러져 나를 위로해 주곤 한다. 마당은 동네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산책하러 들르기도 한다. 마당은 그야말로 ‘포토존’이 될 때도 있다. 나도 업무를 보다가 방문객들에게 “마당 나무 앞에서 사진 찍으면 인생샷 나옵니다”라고 외친다. 청사는 어린이집 산책 코스가 되기도 하고 외국인들은 “원더풀”이라며 찬사를 늘어놓고 간다.

청 사 대청마루나 마당에서는 어느 오케스트라 공연보다도 멋있는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한옥청사를 사랑하는 주민들이 공연도 하고 감상도 하며, 알음알음 알게 된 방문객들도 온다. 마당에 돗자리를 펼치고 바람 소리와 음악이 처마 끝에 머무는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고 느낀다.

직원들 또한 한옥이 뿜어내는 단아한 기운 때문인지 행동 하나하나 정중히 하게 된다. 직원들은 “한옥이 정서를 순화해 마음가짐까지 차분하고 온화하게 한다”고 한다. 게다가 방문객들이 “우아∼ 이런 곳에서 일하다니 너무너무 부러워요”, “안에서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라고 말하면 자연스레 이곳 근무를 감사히 생각하게 된다.

한옥청사에선 사계절을 온전히 만날 수 있다. 한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빛은 마음의 안정을 준다. 햇빛 좋은 봄이면 일하는 중간중간 쪽마루에 앉아 사색도 즐긴다. 여름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면 항상 한옥 문을 열어 놓는다. 모든 직원이 창밖의 한옥 채를 배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에 심취한다. 살면서 한 번은 느껴봐야 할 경치다. 한옥에서는 떨어지는 빗소리마저도 다른 곳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한옥은 사소할 수 있지만 스쳐 가는 사람들에게 행복지수를 높여 주기 때문인 것 같다. 한겨울 창문 밖 한옥 지붕에 쌓인 하얀 눈은 직원에게도, 민원인에게도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 민원인들은 우연히 천장을 보고는 천장 서까래가 보여 시골집에 와 있는 듯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나 또한 도심 한가운데서 근무하고 있지만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민원인들에게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온 듯한 추억에 빠지게 한다.

방문객이 우연히 들렀다가 어릴 적 한옥의 향수를 느끼고 그 아름다움을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다면서 아이와 함께 오는 경우도 잦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직원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한 동안 한옥은 옛날 집, 불편한 곳이라고만 치부했다면 이곳에 한번 들러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곧 다가올 가을에 이곳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누구나 부담 없이 와도 되는 소통의 공간이다. 한여름 나무 아래 의자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쉬면서 땀 식히고 가는 열린 공간이다. 한옥청사의 사주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5. [중앙일보][The New York Times] 아직도 먼 100% 자율주행 차량의 꿈

운 전대를 잡지 않고 ‘해리포터’ 영화를 보고 있었을 것이란 보도 때문일까. 자율주행 중인 차량에서 처음으로 목숨을 잃은 테슬라 운전자 조슈아 브라운은 죽음을 자초한 사람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실제보다 자율주행이 훨씬 실현 가능한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로 이런 위험한 믿음 때문에 목숨을 잃은 첫 희생자가 브라운이라는 주장이다.

브라 운은 사고 당시 테슬라가 요구한 자동주행 규칙을 지키지 않은 걸로 보인다. 차가 자동주행 중이라도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아야 하며 언제라도 즉각 운전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브라운은 이를 어긴 대신 테슬라모터스의 창립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의 말을 더 귀담아들은 걸로 보인다.

머 스크는 ‘영업의 귀재’로 유명하다. 그는 자동주행 기능을 홍보하면서 그런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자동주행차는 사람보다 두 배는 더 훌륭하다”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애틀까지 1300㎞ 거리를 운전대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머 스크의 얘기를 “과장됐다”고 비난하며 자율주행차 전체를 매도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자율주행차 내러티브와 맞아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차 운전이 실질적으로 완성된 만큼 자율주행 차량의 보편적 보급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주장 말이다. “언제?”라고 물으면 실리콘밸리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라고 대답한다. 이런 세상에선 대중교통이 불필요해지니 그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원까지 등장할 정도다.


자 율주행차의 ‘파괴적 혁신’에 사람들이 열광하자 자동차 업체마다 “우리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이들 업체가 마구잡이로 터뜨리는 ‘신제품 출시’ 소식은 공학적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자율주행차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최근 볼보가 발표한 ‘드라이브 미 런던(Drive Me London)’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차 100대를 2년간 일반 도로 위에서 시험 운행하는 프로젝트다. 볼보는 “영국에서 최고로 야심 찬 자율주행 시험이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이 소식에 흥분한 나는 ‘로봇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트래펄가 광장을 돌아다니는 꿈’을 꾸며 볼보에 응모했다. 그러나 ‘드라이브 미 런던’은 런던 시내 일반 도로가 아니라 고속도로에서만 시행되는 프로그램이란 응답을 듣고 환상을 깨야 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즉각 인간이 운전하는 수동 모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차의 기술 수준이 아직 멀었음을 보여준다.

고속도로 운전은 자율주행 차량에서 가장 쉬운 대상이다. 모든 차량이 같은 방향으로 주행하고 속도도 비슷하다. 보행자가 갑자기 뛰어들 가능성도 없다. 요즘 ‘자동주행’이라고 선전하는 대부분은 ‘오토 크루즈 컨트롤(정속주행)’ 기능을 발전시킨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렇게 낮은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조차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자율주행 차량은 긴급 상황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는 상황을 가정한다(예외가 있다면 운전대와 브레이크가 아예 없는 구글 자동차뿐이다). 이럴 경우 치명적 문제가 발생한다. 자동차가 인간의 판단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위급 상황에서 운전자의 눈은 도로에 집중하는 대신 낮잠을 자느라 감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의 문제는 이뿐 아니다. 고속도로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이 힘든 게 시내 도로 주행이다. 예고 없이 도로에 파인 구멍을 자율주행 차량은 피해 가기 어렵다. 비가 쏟아지는 날,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맨해튼 거리를 무인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지 입증한 업체는 한 군데도 없다.

고속 도로에서부터 복잡한 시내 주행까지 그 어떤 것도 자율운전 차량은 안전운행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증명하지 못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슬픈 현실이다. 실리콘밸리가 자랑하는 ‘운전대가 필요 없는 차’는 아직 인류의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

자율주행 차량의 등장을 가장 현실적으로 예측한 업체는 구글이다. 구글은 늦어도 2020년 말까지는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 차량을 시장에 내놓게 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암시해 왔다. 그러나 지난 2월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이 시범운행 중 버스와 충돌하는 첫 사고를 일으켰다. 부상자는 없었지만 구글은 계획을 급변경해야 했다. 크리스 엄슨 구글 프로젝트 총괄에 따르면 구글은 운전자가 원하는 곳은 어디나 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 차량을 30년 뒤에나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한다.

기술발달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라면 ‘30년 뒤’라는 말은 ‘실현 불가’와 동의어임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을 염원하는 얼리어답터들은 자동차 업체들이 내놓는 시간표보다는 훨씬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기가 지루하다면 지금 당장 차에 시동을 걸고 드라이브를 즐겨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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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19일 신문 브리핑 #


"감사는 소유의 크기가 아니라 생각의 크기이고 믿음의 크기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미국은 18일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한국 국방부 관계자들과 기자단에 공개함
- 미국이 사드 기지를 외부에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우리 군이 처음으로 레이더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검출된 전자파가 방송통신위원회 인체 보호 기준치의 0.00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남


<< 경제 일반 >>
1.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산하 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JHICC)가 초기투자금 370억위안(약 6조3000억원)으로 D램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공장을 착공함
- 중국이 D램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공장을 착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점하고 있는 세계 D램 시장에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됨

2. 국내 한의학계 선두주자인 경희대 한방병원이 지난달 말 한방병원 교수 워크숍에서 한방병원 5개 병동 225개 병상을 3개 병동 171개 병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한방병원 병상 효율화 방안’을 공개함
- 경희대는 지난 3월에도 서울 대치동에 있는 강남경희한방병원 문을 닫았으며, 한방 의료 수요가 줄면서 경영난이 심해진 것이 한방병상을 줄이는 배경으로 알려짐

3.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최종적으로 불허 결정을 내림
- 공정위가 7개월 넘게(235일) 심사를 끌면서 인수 대상 기업인 CJ헬로비전은 기업정보 노출과 조직 동요 등 심각한 경영 손실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

4. 삼성그룹의 바이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판매허가를 유럽에 신청함
- 암젠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와 일본 인도 등 해외 제약사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면서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음


<< 금융/부동산 >>
1. 1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단기 부동자금은 한 달 전보다 15조1398억원 증가하여 역대 최대 규모인 958조9937억원으로 집계됨
- 단기 부동자금이란 장기 투자에 묶여 있지 않아 언제든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는 돈으로, 현금과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 등이 여기에 속함

2. 신한카드가 회원은 물론 비회원에게도 결제와 대출, 송금, 펀드가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금융플랫폼 사업에 나섬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회사인 알리바바가 구축한 알리페이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존 카드사업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임


<< 국제 >>
1.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반도체 설계회사 ARM홀딩스를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한다고 18일 발표함
- 손 사장은 이날 “사물인터넷(IoT)이 가져오는 중요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ARM 인수 배경을 밝혔으며,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3일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뒤 엔화 가치가 파운드화 대비 30%나 뛴 데 힘입어 소프트뱅크가 신속한 인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함

2. 일본 7대 자동차회사가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연구개발비로 사상 최대인 2조8000억엔(약 3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임
- 연초 이후 엔화 강세 전환으로 실적 증가세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나서는 건 미래를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며, 투자금은 주로 친환경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사용될 예정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세포·조직·호르몬 등의 유효물질을 이용하여 유전자재결합 또는 세포배양기술을 통해 분자생물학적 기법으로 개발한 의약품인 바이오의약품(생물의약품; 생물학적제제·유전자재조합의약품·세포배양의약품·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의 복제약(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모방하여 만든 약품)을 뜻하는 말이며, 동등생물의약품 또는 FOB(follow-on biologics)라고도 함.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등한 품목·품질을 지니며, 비임상·임상적 비교동등성이 입증된 의약품임
화학 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 generic)의 경우 오리지널 약품의 화학식만 알면 쉽게 만들 수 있고, 화학반응에 이변이 없어 오리지널 의약품의 공정과 똑같이 생산됨. 반면 살아있는 단백질 세포 등을 이용하여 만드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아무리 염기서열이 동일한 의약품을 개발하려 해도 구조적 복잡성으로 인하여 특성 분석이 어렵고, 배양배지·배양온도·배양크기에 따라 매우 민감하여 오리지널 약품과 똑같은 복제약을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단지 유사한(similar) 복제약을 개발할 수 있을 뿐임. 또 합성의약품 복제약을 개발할 때에는 임상시험이 생략되지만 바이오시밀러의 경우에는 비임상·임상시험에 통과해야 함.
고가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점이 있으며, 많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들이 2012년 이후 특허가 만료되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임.
- 출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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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8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폭력적인 불만 표출 사드 배치 해결책 아니다

황 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이 엊그제 경북 성주군청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협조를 구하다 주민들의 봉쇄로 6시간가량 발이 묶이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총리가 외부와 자유롭게 연락을 주고받는 등 국정 수행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한 상황이어서 하마터면 안보 공백 상태를 초래할 뻔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황 총리의 연설 도중 욕설과 고성이 이어졌고, 물병과 달걀, 소금 등이 날아들어 총리가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총리 일행이 탄 버스를 가로막는 등 폭력적인 불만 표출도 이어졌다. 총리와 국방장관의 발이 묶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수밖에 없다. 수사 당국은 사드 배치 반대 집회와는 상관없이 폭력 사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법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외부 세력의 가담 여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부도 좀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했었다. 성주 주민을 상대로 사전에 어떠한 설명도, 설득 작업도 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 지역을 발표한 뒤 주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나선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어제는 성주에서 듣도 보지도 못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사드배치 찬성 가두 행진을 벌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누가 됐든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갈등만 부추기고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관련 전문가로 하여금 과학적인 증거를 토대로 진실되게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10여년 전 서울시내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문제가 됐을 때 서울시가 시설 보완과 실증을 토대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한 사례를 참고해 볼 만하다.

정부는 괴담 수준인 주민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탄도미사일 탐지용 ‘그린파인 레이더’까지 공개했다. 레이더 최대 탐지거리가 900㎞로 사드 탐지거리 800㎞보다도 더 강력하다. 이어 한·미 양국은 성주에 배치될 사드와 동일한 미군 괌기지 사드 포대를 어제부터 언론에 공개했다. 사드의 안전 논란을 잠재우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은 오산이다. 이와는 별도로 김항곤 성주 군수가 주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단의 괌 사드 포대 방문 요구를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검증단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사드를 둘러싼 각종 괴담과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을 종식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폭력적인 의견

2. 檢 뼈 깎는 성찰·쇄신 일깨운 진경준 구속

이 쯤 되면 검찰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는 게 맞다. ‘주식 대박’ 진경준 검사장이 어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기는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검사장이 어떤 자리인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거머쥔 검찰 조직 내부에서도 ‘꽃’이라 부르며 선망하는 자리다. 그런 막중한 권한과 임무를 부여받고서도 진 검사장은 완장을 차고 돈만 밝힌 장사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검사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속속 확인된 의혹들에 낯이 화끈거린다.

진 검사장은 칼자루를 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부정이란 부정은 다 저질렀다. 친구인 넥슨 회장과 짬짜미해서 120억원대의 주식 시세차익을 챙긴 것도 모자라 내사하던 대기업을 봐주는 대가로 처남 회사에 130억원대 일감까지 몰아줬다. 검찰의 고위 공직자가 어떻게 기업한테서 고급 승용차를 공짜로 받아 타고 다녔는지, 비리를 덮어 주겠으니 내 가족 회사에 일감을 달라는 거래는 얼마나 철면피라야 가능한지 상상하기 어렵다. 권력을 개인 축재에 밥 먹듯 써먹은 사람이라면 과연 이 정도의 비리뿐이었을까 의심스럽다. 계속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진 검사장의 구속 직후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과 정도로 넘길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던 진 검사장의 비리가 이만큼이라도 확인된 것은 비난 여론에 떠밀려 특임검사가 임명된 덕분이다. 의혹이 제기되고도 석 달여나 개인 간 거래일 뿐이라며 팔짱 끼고 있었던 게 검찰과 법무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서 검찰총장은 끝까지 꿀 먹은 벙어리인 모양이다.

이 참담한 사건은 검찰 개혁이 얼마나 급한지 여러 말이 필요 없게 한다. 제2, 제3의 진경준이 검찰 조직 내부에 더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검찰의 신뢰는 지금 더 떨어질 바닥도 없다. 법무부와 검찰은 있으나 마나 한 인사 검증 시스템부터 당장 대수술해야 한다. 청와대의 허술한 검증도 마찬가지다. 비리의 결정판인 인물을 꽃 보직에 앉혀 승승장구시킨 것은 내부의 심사 기능이 완전히 고장났다는 의미다. 진 검사장이 뇌물로 덩치를 키운 특혜성 수익 126억원도 십원 한 장 남기지 않고 추징하는 것이 옳다. 그런 선례를 남겨서라도 검찰은 조직 쇄신의 엄중한 풍토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3.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국민 눈높이서 해야

국 회의원의 특권을 손보기 위한 국회의장 직속의 자문기구가 이번 주초 출범한다고 한다. 서영교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으로 촉발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자문기구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각 당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다는 원칙 아래 인선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특권 논란이 일 때마다 개선 움직임은 있었다. 19대에서도 불체포특권 남용을 막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 돈 받는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회의 불참 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수당 관련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론이 식자 방치되다가 대부분 자동 폐기됐다. 이번에는 기구까지 설치해 특권 전반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20대 국회 임기 초반이라 관련법 개정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걱 정스러운 것은 검토 대상이 많아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될까 하는 점이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각종 특권이 200여개에 달한다. 자칫 양적 성과에만 매달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자문기구는 먼저 그동안 폐해가 가장 심했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권·특혜를 우선 검토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탁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선출직이란 이유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공직자의 부정 청탁 금지를 위한 법을 대한민국 최고위 공직자인 국회의원이 거부하면 다른 공직자들에게 영이 서겠는가.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 규정도 꼭 마련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당별로 윤리 규정을 두는 방식으론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회의에 불참하면서 수당을 꼬박꼬박 챙기는 행위, 의원 1인당 7명의 유급 보좌관을 두는 것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회기 중 불체포 특권도 제한적으로만 허용해 ‘방탄국회’ 오명을 벗어야 한다. 면책특권은 제한할 경우 권력과 행정부 견제 역할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이 오는 30일 전후로 일제히 유럽과 남반구 순방에 나선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브렉시트에 대해 공부하러 간다지만, 휴가철 외유에 대한 국민 시선이 싸늘하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면서 여행 가방이나 싸는 의원들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이번에 의원 외유에 대한 국고 지원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권 내려놓기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신뢰와 직결된다. 국민 눈높이에서 특권을 내려놓아야 국민도 다시 믿음을 줄 것이다.

[이데일리]

4. 지방의회 의정비·보좌관 타령 어이없다

지 방의회의 염치없는 행태가 지나치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은 지난 달 의정활동비를 두 배 이상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달 들어서는 광역의회에 유급 보좌관을 두도록 법을 고쳐달라며 입법로비를 벌이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원들이 겸직 가능한 유급제도 성에 안차 의정비 인상에 보좌관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염불보다 젯밥만 챙기려는 꼴이다.

서울시의회 신임 의장단은 지난 주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추미애 의원 등이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를 요청했다. 개정안은 광역의원 1명당 정책지원 전문 인력 1명을 두도록 하는 것이다. 명분은 광역단체를 효율적으로 감시·견제하고 의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공감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지방의원들의 자질과 도덕성이 못 미덥기 때문이다. 1년에 한 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는 의원이 수두룩하다. 의원직을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거나 이권에 개입하는 등 각종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의장 자리를 놓고 조폭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혈서 각서’ 파문까지 터졌다. 정책보좌관을 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곳간만 더 축낼 뿐이다.

현재 광역의원 150만원, 기초의원 110만원인 활동비 상한을 각각 380만원, 285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것도 그렇다. 광역의원은 1인당 평균 의정비가 5672만원(수당 3872만원 활동비 1800만원)에 달한다. 그들 요구(연 4560만원)대로 올리면 일부 광역의원 의정비는 연 1억원이나 된다. 오랜 경기침체로 서민들 삶은 고달프기만 한데 일은 제대로 않으면서 ‘연봉 1억’을 챙기겠다니 몰염치가 따로 없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 당시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2006년부터 유급제로 바뀌어 1인당 4000만∼6500만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겸직도 가능하다. 하지만 밥값을 제대로 하는 의원들은 손으로 꼽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방의원이 유급 보좌관을 두도록 하는 나라도 거의 없다. 지방의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의정비 인상과 유급 보좌관 요구를 철회하는 게 온당하다.

5. '소프트 타깃 테러'에 대비책 있나 

프 랑스 남부의 대표적 휴양지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25톤 대형 트럭이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역사적인 날에 축제에 참가한 이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광란의 질주를 벌이며 총격을 가해 80여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당한 것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말 파리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테러로 130여명이 희생된 데 이어 프랑스에서 또다시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니스 테러 배후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 추종자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공포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 려스러운 대목은 최근 테러 양상이 갈수록 극악무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 대상이 과거에는 주로 군사시설이나 정부기관 등 ‘하드 타깃’이었다면 최근에는 휴양지, 해변가, 식당 등을 찾는 민간인 등 ‘소프트 타깃’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스 테러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산책하고 불꽃놀이를 관람했던 무고한 어린이와 시민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더욱이 대형 트럭이 돌진해 마치 볼링 핀을 치듯 사람을 쓸어간 것도 모자라 총까지 난사한 점은 천인공노할 만행이 아닐 수 없다. 세계가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니스테러는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없음을 재확인시킨 사건임에 틀림없다. 과거엔 중동과 유럽 특정 국가를 향했던 공격이 이제는 휴양지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또한 대형 트럭의 돌진 공격은 과거 특정 목표물을 겨냥한 차량 자살폭탄 테러와 차원을 달리한다. 이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테러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테러 장소로 악용할 수 있는 IS의 폭력적 극단주의 무대가 더욱 넓혀질 것이라는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IS가 공격 대상인 ‘십자군 동맹국가’에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았는가. IS가 안전불감증에 빠진 한국을 겨냥해 해운대나 한강변 등에서 니스테러와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IS의 테러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테러 대응 시스템을 총점검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6. 터키 불발 쿠데타, 하루빨리 정세 안정 되찾아야

지 난 15일(현지시간) 터키에서 6시간짜리 불발 쿠데타가 일어나 260여 명이 숨지고 1400여 명이 다친 것은 참으로 불행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유야 어쨌든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권을 무력으로 몰아내려는 것은 정당화되기 힘들다. 다수의 터키 국민이 쿠데타에 반대하며 몸으로 탱크를 막아내는 모습은 이번 군부의 행동이 민심을 얻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쿠데타로 근대화에 접어들었던 터키일망정 민의를 거스르는 행위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이 나라 군부는 깨닫기 바란다.

동서양의 가교인 터키는 작금의 세계 정세 속에서 전후 어느 때보다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등 서방세계와 손잡고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테러단체 소탕의 전초기지로 활약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리아 등 중동 분쟁지역에서 밀려오는 난민들을 소화해 냄으로써 유럽의 짐을 결정적으로 덜어주고 있다. 이런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 정세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위기를 넘긴 에르도안 정권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안정을 찾아야 한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쿠데타 후유증이다. 에르도안 정권은 6000명 이상의 쿠데타 관련자를 체포한 뒤 혹독한 숙청을 벼르고 있다.

레 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자신이 “(쿠데타 관련자들은) 반역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터키에서 진작 폐지된 사형제 부활까지 논의될 모양이다. 분노한 터키 군중마저 쿠데타 가담 군인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있다는 점으로 보아 자칫 피바람이 불 위험이 짙다. 피는 피를 부르는 법이다. 이번 쿠데타가 터키의 헌정 질서를 무시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법치주의에서 벗어난 감정적 보복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도 장기집권과 언론 탄압, 편중 인사 등 쿠데타의 명분을 줄 만한 과오를 적잖게 저질렀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만큼 이번 불발 쿠데타가 정적 제거의 기회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대목은 교민 및 관광객 등의 안전 문제다. 갈수록 악화하는 국제적 갈등 탓에 각종 테러와 소요 사태가 하루 평균 4.7건씩 발생한다고 한다.

이 처럼 불안한 국제 정세에도 웬만한 해외 명소치고 한국 관광객이 북적대지 않는 곳이 없다. 인기 여행지로 부상한 터키의 경우도 지난해 22만 명이 넘는 한국 관광객이 찾았다고 한다. 이번 쿠데타 때도 110명의 한국 관광객이 터키 공항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다. 며칠 전 일어난 프랑스 니스 테러 때도 60여 명의 한국 관광객 등이 한때 연락 두절되기도 했었다.

관광객뿐 아니다. 터키에는 64개 국내 업체가 진출해 있으며 4000여 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 이렇듯 우리 국민이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는 터라 당국은 교민 및 해외 관광객들의 신변 안전에 만전에 만전을 기할 일이다.

7. 간신히 봉합된 최저임금…이제 결정 방식 바꿔야 한다

최 저임금위원회가 16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3% 인상된 시급 6470원으로 의결했다. 노동계 인사로 구성된 근로자위원이 빠진 상태에서다. 사용자위원 중 소상공인 대표 2명도 표결에 불참했다. 노사 모두 불참한 가운데 의결 정족수만 겨우 채워 결정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최종 수정안을 내고 그 안대로 표결을 진행한 사용자 측조차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의결이 되자마자 성명을 내고 “경제불황기에 고율 인상이 이어져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킨다”고 했다. 앞에서 찬성표를 던지고 뒤에서 고함을 지르는 격이다.

이래서야 최저임금의 법적 지위가 존중받을 수 없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아 골머리를 앓는 판이다. 한데 노동계와 경영계 중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수량적 민주주의’에 근거해 결정된 최저임금이 시장에서 온전하게 통할 리 없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의 교섭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노사는 회의 때마다 자기주장만 펴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조정이나 중재 기능은커녕 협상장을 제공하고 27명의 위원에게 20만원의 회의비만 꼬박꼬박 지불했을 뿐 국가 임금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 권고처럼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하고 노사 합의에 의한 방식보다 경제지표와 소득분배 상황 등을 살펴 최저임금을 정하는 게 맞다. 특히 최저임금 액수에 얽매일 게 아니라 근로장려세제와 같은 세제 개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 저임금위원회가 앞으로 할 일은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에 힘을 써야 한다. 어쩌면 차관급 기구로서의 지위를 털어내는 결단을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의견을 수렴하고 최적의 분배 정책을 조언하는 정책분과 정도가 딱 어울릴 수 있다. 그게 협상을 빌미로 한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살 길인지도 모른다.

[매일경제]

8. 토지거래 절벽 부른 `양도세 폭탄` 반드시 재개정하라

국 회가 지난해 말 세법을 개정하면서 과도한 의욕을 부린 탓에 올해 들어 토지 거래가 얼어붙어 버렸다. 직접 거주·경작하지 않는 비사업용 토지가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으면서 땅 주인들이 거래를 기피해 올해 1분기 토지 거래량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8.8%나 줄어든 것이다. 울산시는 300실 규모 일본계 비즈니스호텔 투자를 2년 동안 공들여 유치했다가 무산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갑자기 늘어난 양도소득세에 놀라 땅 주인이 토지 매각을 거부하고 나선 탓이다.

정부는 땅 투기를 막기 위해 2007년부터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60%에 달하는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적용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2009년부터 이 제도를 유예하고 지난해까지 사업용 토지와 마찬가지로 양도세율 6~38%를 적용하다가 올해 다시 중과세 제도를 부활했다.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16~48%로 높아지게 된 것이다.

당초 정부는 세법 개정안에 토지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3~10년 이상 보유자에게는 양도차익 10~30%를 차감해주는 특별공제 혜택을 담으려 했다. 상속·증여 등으로 비사업용 토지를 보유해온 사람들도 양도소득세가 갑자기 높아지면 땅 매각을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과거 토지 보유 기간은 5년이든 10년이든 전혀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 3년 이상 보유하는 때에만 양도소득세를 공제해주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어 버렸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공제를 2018년 말 이후에만 받을 수 있게 되자 토지 주인들이 걱정했던 대로 거래를 기피했고 정부에는 민원이 쏟아졌다.

결국 정부는 2016 세법 개정안에서 비사업용 토지와 관련해 '장기보유 특별공제' 조항을 다시 손보기로 했다고 한다. 토지 취득 이후 3년 이상 장기보유자에게는 기간별로 양도차익 10~30%를 공제해서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내용이다. 국회에서 과한 욕심을 부려 공제 조항을 수정한 탓에 토지거래 절벽이라는 시장 혼란만 불렀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경제활동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비사업용 토지 중과세 원칙은 유지하되 부동산 거래 절벽을 막기 위해 국회는 반드시 세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9. 최저임금 올려도 264만명이나 적용 못 받는 현실

내 년 최저임금이 7.3% 오른 6470원으로 지난 16일 새벽 진통 끝에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여러 산출 근거를 제시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동계는 최소 두 자릿수 인상을 기대했던 터라 즉각 반발했고, 동결을 주장했던 경영계와 영세 소상공인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264만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한 해 전에 비해 30만명 이상 늘어난 263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근로자 1923만2000명의 13.7%, 즉 7명 중 1명이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시장의 척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점은 최저임금 미달 대상이 비정규직과 대학생에게 몰려 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와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 청년실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할 곳이 크게 줄다 보니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과 대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다. 25세 이하 청년들 중에서도 대학 재학생과 휴학생은 10명 중 4명꼴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니 안타깝다.

이런 사태는 사업자의 비양심적인 행태가 1차 원인이지만 정부의 감독 소홀 탓도 크다. 처벌 규정 자체는 엄격한 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최저임금을 근로자에게 알리지 않은 사업주도 1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위반했어도 실제 처벌받는 사업자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고용부가 적발한 3만2997건의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자 중에 불과 0.2%만 제재를 받았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자를 적극적으로 적발하는 등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경영계도 비양심 사업자가 생기지 않도록 자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동계 역시 최저임금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

[매일신문]

10. 권력 구조 개편에 쏠린 개헌론, 속셈이 의심스럽다

정 치권이 제헌절을 맞아 ‘개헌론’을 쏟아냈다.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헌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댕긴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2018년 제헌절 이전에 새 헌법을 공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중구난방이다. 4년 중임제와 내각제는 물론 ‘한국형 협치 대통령제’, ‘대통령 직선 내각제’ 등 듣도 보도 못한 권력 구조까지 거론된다.

이 런 주장들의 공통 인식은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나 시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87년 체제 및 5년 단임제 한계론’과 ‘제왕적 대통령 권력 제한론’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권을 위한 정치권의 주장일 뿐이다. 우선 현행 헌법이 시대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다. 시대적 한계라는 주장이 경제 활력 저하를 얘기하는 듯한데 그 원인은 헌법이 아니라 신성장 동력 발굴 실패 등 경제 자체에 있다.

5 년 단임제 한계론 역시 그럴듯한 얘기일 뿐이다. 레임덕은 대통령제의 속성이다. 4년 중임제라고 레임덕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레임덕은 정치권이 대통령에게 잘 협조하면 시기를 늦추고 정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는 위치를 바꿔 가며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데 매진해 왔다. 그렇게 레임덕이 걱정이라면 국회가 나서서 대통령에게 협조하면 될 일이다.

‘제 왕적 대통령론’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현재 ‘제왕’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이다. 대통령은 국회의 협조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4년이 넘도록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주장은 대통령의 권력을 떼 국회로 가져오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정 치권의 개헌론은 권력 구조 개편에만 쏠려 있다. 이는 야당으로서는 정권을 잡는 데, 여당의 입장에서는 정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민은 개헌에 큰 관심이 없다. 헌법 때문에 모든 것이 잘 안 돌아간다는 것은 정치권의 주장일 뿐이다. 지금은 개헌 논의로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아니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커피 보리와 천사 다방과 어디야 다방

나 는 '커피 보리'에 앉아 있다. '커피 보리'는 읍내의 작은 카페다. 읍내라지만 변두리 골목 안에 숨은 빈티지 커피숍. 그래도 커피 맛은 아주 좋다. 나는 이 가게의 단골이다. 때로는 며칠씩 '출근부'를 찍는다. 그러니까 여기는 내 아지트다. 나는 여기서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 잘 읽힌다. 그래서 어려운 책은 일부러 카페로 들고 간다.

사실 읍내에 내 아지트는 두 곳이 더 있다. 하나는 천사 다방(엔제리너스). 번화가에 자리한 가장 좋고 비싼 커피숍이다. 또 하나는 어디야 다방(이디야).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가장 싸고 북적이는 커피숍이다.

나 는 세 곳의 아지트를 내 나름의 기준에 따라 애용한다. 예컨대 한두 시간이 나면 '어디야', 두세 시간이 나면 '보리', 서너 시간이 나면 '천사'로 간다. 한 시간 쯤 짬이 나는 데 '어디야' 말고 다른 데로 가기엔 본전 생각이 난다. 서너 시간 죽칠 작정인데 '보리'로 가면 어쩐지 눈치 보인다. 이럴 땐 커피 값이 비싸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천사'가 낫다.

책 들고 읍내 다방을 돌고 도는 나! 그것이 좁은 시골 바닥에서 뒷소문이 나 졸지에 나는 '홍 반장'이 됐다. 나처럼 읍내 다방을 애용하며 수다를 즐기는 젊은 아줌마들이 쑥덕거린 얘기가 한 바퀴 돌아서 나에게 왔다. "저 꽁지머리 아저씨는 완전 홍 반장이야. 가는 데마다 있어." 영화 주인공 <홍 반장>의 오지랖이 넓긴 넓은가 보다. 이 외진 동네에까지 분신을 두었으니.

카페에서 책 읽기. 이것이 나의 호사여서 다행이다. 더 비싼 호사라면 감당 못할 뻔 했다. 벌이를 내려놓았으니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마음대로 다할 순 없다. 하고픈 일마다 돈이 많이 든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얼마나 골치 아플까.

내 가 원하는 일이 읽고 쓰고 걷는 한 세트로 간추려져서 좋다. 이 일은 돈이 별로 들지 않는다. 경제적이다. 책은 주로 빌리거나 헌 책을 사서 읽는다. 커피 값은 나만의 호사로 친다. 이 일은 또한 시간과 장소에 자유롭다. 전천후다. 언제 어디서든 읽다가 쓰고 싶으면 쓰고, 쓰다가 걷고 싶으면 걷고, 걷다가 읽고 싶으면 읽는다. 셋은 한 통속이다. 하나처럼 사이가 좋다. 서로 어긋나거나 충돌하지 않는다.

여행을 가도 헷갈리지 않는다. 집에서는 읽고 쓰다가 걷는다. 여행할 때는 걷다가 읽고 쓴다. 쿵쿵작 쿵작작! 강약이 바뀌지만 박자는 똑 같다. 한 나절 낯선 길을 걷다가 마주친 작은 카페. 그곳 또한 나의 아지트다. 세상 구석구석에 숨겨둔 나의 안가다. 그곳에서 다리를 쉬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 창밖의 풍경을 바라볼 때, 책장을 넘길 때, 무언가 끄적일 때 그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 때로 돌아다니고 싶어 여행을 간 건지, 이름 모를 카페에 앉고 싶어 여행을 간 건지 헷갈리곤 한다. 읽고 쓰고 걷기는 이렇게 하나로 섞여 내 삶을 이룬다. 내 삶을 채운다. 그러면 충분한 것 아닌가.


2. [동아일보][이슈&뷰스]여름휴가, 국내에서 보내자

한낮 기온이 연일 높아지면서 여름휴가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데 세계 경기 부진과 수출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면서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정 부는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내자는 방안이다. 국내 휴가는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의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 휴가를 즐기는 사람도 행복하지만 관련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는 측도 행복해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여행객의 10%만 국내 여행으로 돌릴 경우 4조2000억 원 이상의 내수 진작 효과, 5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 단체들과 동아일보, 채널A가 ‘여름휴가는 국내에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올해 여름 휴가지를 결정하지 못한 분들에게 국내로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국내 휴가가 가져다주는 매력은 오감(五感)으로 경험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따끈한 오곡밥과 구수한 청국장찌개, 고소하게 구운 굴비, 형형색색 다채로운 맛의 산나물로 이루어진 여름휴가의 만찬은 생각만 해도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이렇듯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게 해주는 신토불이 토종 밥상은 국외에서는 즐기기 어려운 행복이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 체험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강원도 산골 속 허름한 한옥의 할머니표 메밀막국수나 제주도 해녀가 당일 물질하여 잡은 신선한 해산물로 조리한 찜요리는 맛의 신세계를 선사한다.

지 쳐 있는 마음까지 따뜻하게 안아주는 우리나라 특유의 푸근한 자연환경도 매력적이다. 장성 편백나무숲길이나 거제 바람의 언덕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온몸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각종 스트레스로 눌려 왔던 어깨는 편안해지고 무거웠던 머리는 가벼워진다.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주고 눈을 맑게 해준다. 진정한 휴식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전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우리나라는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각 지방에서는 여름휴가 기간에 맞춰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 머드축제, 빛축제, 꽃축제 등 각종 콘셉트의 행사에는 눈, 코, 입 등 전신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하는 매 순간은 가슴속 앨범으로 남아 평생의 선물로 가져가기 충분하다. 각 행사에는 지역의 오랜 역사와 특색이 녹아 있어, 행사 참여를 통해 선조들의 옛 숨결을 느끼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뿌듯함과 자랑스러움도 얻어갈 수 있다.

휴가는 치료제이자 회복제이며 동시에 예방약이라는 말이 있다. 빗대어 표현하면, 국내 휴가는 쉼표 없이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내고 생활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치료제이다. 동시에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활성의 회복제이자 사회 구성원의 행복과 우리 경제의 건강을 유지하는 예방약이다. 올해 여름에는 종합비타민 같은 국내 휴가로 사랑하는 가족, 친지, 친구와 함께 보내는 것은 어떨까. 소중한 추억도 남기고 순도 높은 힐링도 경험해보길 바란다.


3. [매경이코노미][신병주의 ‘왕으로 산다는 것’] (36) 순조의 즉위와 세도정치 시작…농민 분노에 ‘홍경래의 난’ 발발 정권 위기

1800 년 6월 조선 후기 개혁정치를 이끌던 정조가 투병 끝에 승하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선 중흥을 이끌던 정조의 죽음은 조선 정국에 파란을 몰고 왔다. 정조 승하 후 왕위는 11세의 순조(1790~1834년, 재위 1800~1834년)가 이어받았다. 순조의 즉위는 영·정조 시대의 강력한 왕권이 사라지고 왕실의 외척이 권력을 독점하는 세도정치의 시작이 됐다.

순조는 정조와 수빈 박씨 사이에서 1790년 6월 창경궁 집복헌(集福軒)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공(玜), 호는 순재(純齋)다. 정조는 왕비인 효의왕후와의 사이에서 후사를 보지 못했다. 의빈 성씨에게 문효세자(1782~1786년)를 얻었으나, 문효세자는 5세 나이로 요절했다. 순조는 1800년 1월 효의왕후의 양자로 들어가 세자로 책봉됐다. 그해 6월 정조가 승하하자 11살의 나이로 창덕궁 인정문에서 즉위식을 올리고 왕위에 올랐다. 조선 전기에 단종 12세, 성종 13세, 명종이 12세에 왕위에 오른 사례가 있었지만, 조선 후기엔 숙종이 14세에 즉위한 것을 제외하면 이례적으로 어린 나이에 왕이 됐다.

19세기 세도정치가 시작된 원인을 어린 왕이 즉위한 것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19세기에만 유독 세도정치가 극성이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세력 있는 외척 가문이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17·18세기에 행해졌던 붕당 간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특히 왕실과의 정략적인 혼인은 외척 세력에게 한층 더 큰 날개를 달아줬다. 성종이나 숙종은 신하의 보필을 잘 받고 왕으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기에 왕권이 외척의 힘에 결코 휘둘리지 않았다.

순조가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관례대로 당시 왕실의 최고 어른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하게 됐다. 1759년 15세에 영조의 계비로 들어왔던 정순왕후는 증손자인 순조가 즉위하면서 46세의 나이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정조 재위 기간 동안 큰 존재감이 없었던 정순왕후는 본격적으로 정치 일선에 등장했다. 정순왕후의 수렴청정 후 정조 친위부대인 장용영이 혁파되고 개혁정치의 중심기관인 규장각이 축소된 것은 이런 정치적 변화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노 론 벽파를 두둔했던 정순왕후는 1801년 신유박해라는 천주교 탄압을 주도했다. 천주교가 당시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천주교 신자 대부분이 남인인 것도 박해의 큰 원인이었다. 신유박해로 이가환, 이승훈, 권철신 등 300여명의 신도와 청나라 신부가 처형됐다. 정약용은 겨우 처형을 면한 채 전라도 강진으로 귀양을 갔다. 외가 근처인 강진에 귀양을 간 것은 정약용이 지금까지도 최고의 실학자로 기억될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 순조 초반에 전개된 정순왕후의 천주교 탄압은 결과적으로 위대한 실학자 정약용을 만들어준 셈이다.

순조 즉위 초반에는 정순왕후로 대표된 경주 김씨의 외척 세력이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1804년 순조가 15세가 되면서 정순왕후는 수렴청정을 거뒀다. 이후 1805년 정순왕후가 승하하자, 안동 김씨가 권력을 잡았다. 안동 김씨는 순조의 왕비인 순원왕후를 배출한 집안으로 순조 초반 최대 실세가 됐다. 어리고 허약한 왕을 대신해 정치를 해준다는 명분으로 외척 중심의 세도정치를 펼친 것. 순조는 정조를 도왔던 노론 시파 안동 김씨 김조순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의 도움을 받게 된다. 안동 김씨는 병자호란 때 순절한 김상용과 척화파의 대표자인 김상헌 이후 17~18세기 수많은 재상을 배출한 명문대가로 성장했는데, 순조 즉위는 안동 김씨의 권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었다.

세 도정치는 원래 ‘도를 회복시킨다’는 의미의 ‘세도(世道)정치’로 쓰였다. 하지만 정조 즉위 후 홍국영이 정조의 측근으로 지나치게 권력을 행사하면서, ‘세도(勢道)정치’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순조 즉위와 함께 세도정치는 19세기 외척과 소수 가문에 의해 독점되는 정치 형태를 뜻하는 용어가 됐다.

세도정치는 안동 김씨 외에도 남양 홍씨, 풍양 조씨, 여흥 민씨, 대구 서씨, 반남 박씨 등 명문 양반 가문이 혈연적으로 깊은 연결을 맺으면서 정권에 참여해 서울 양반의 연합정권과 같은 성격도 띠게 된다. 왕은 허수아비와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순조 이후에도 헌종(재위 1834~1849년)과 철종(재위 1849~1863년)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안동 김씨나 풍양 조씨 등 외척 가문은 대왕대비나 왕대비를 권력의 기반으로 삼아 확고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왕이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정치가 소수 외척 가문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조선왕조는 점차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19세기 세도정치가 전개되면서 가장 고통을 받게 된 계층은 가난한 농민들이었다. 세도정치는 권력의 독점을 가져왔고 수령직까지 매관매직 대상이 됐다. 수령과 아전들은 세금을 더욱 혹독하게 거뒀고 전정(田政·토지에 대한 세금), 군정(軍政·군역), 환곡(還穀·봄에 곡식을 빌리고 이자를 쳐서 추수에 갚음)의 폐단은 극에 달했다. 농민들은 고향을 버리고 유민이 돼 떠돌아다니거나, 산속에 숨어 살며 화전민이 되기도 했다. 농한기에는 광산에 모여 임노동에 종사했다. 국경 밖으로 넘어가 간도나 연해주에 이주한 농민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 바로 홍경래의 난이다. 홍경래는 우군칙, 김사용, 이희저, 김창시 등과 함께 봉기의 횃불을 높이 올렸다.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농민들 삶이 곪을 대로 곪은 시절, 홍경래는 서북지방의 대상인과 향임층(지역 향반), 무사, 유랑 농민, 노비 등을 규합했다. ‘서북지방 지역 차별 타파’와 ‘나이 어린 임금 아래에서 권세가 있는 간신배가 국권을 농단하니 백성의 삶이 거의 죽음에 임박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반란을 일으켰다. 홍경래는 어린 왕 순조가 제대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세도정치가 심화되는 상황이 반란의 동기임을 분명히 밝혔다.

1811년 12월 18일 저녁, 홍경래는 평서대원수의 직함으로 가산의 다복동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다음과 같은 격문을 낭독하며 출정식을 올렸다.

“무 릇 관서지방은 단군조선의 터전으로 예부터 문물이 빛나고 임진·병자의 전란을 극복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 난 자랑스러운 곳이다. 그런데도 조정에서는 이 땅을 천시하니 어찌 억울하고 원통하지 아니한가? 현재 왕의 나이가 어려 김조순, 박종경 등 권신의 무리가 국권을 농단해 정치는 어지럽고 백성은 도탄에 빠져서 헤어날 길을 모르고 있다. (중략) 각 군현의 수령들은 동요하지 말고 성문을 활짝 열어 우리 군대를 맞으라. 만약 어리석게도 항거하는 자가 있으면 철기 5000으로 밟아 무찔러 남기지 않으리라.”

10 년간 준비 끝에 일으킨 거사인 만큼 초기 반란군 위세는 대단했다. 처음 다복동에서 1000여명의 병력으로 군사를 일으킨 홍경래는 평안도 백성의 호응을 얻어 순식간에 청천강 이북의 9개 읍을 점령하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내 전열을 가다듬은 관군의 반격에 가로막혔다. 홍경래 일당은 박천의 송림전투에서 관군과 접전을 벌였으나, 완강한 관군의 저항에 밀려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남기고 정주성으로 퇴각했다. 전황은 반군에게 점차 불리해졌다. 반군 수뇌부들은 최후 거점인 정주성에 들어가 2000여명의 농민군과 함께 마지막 저항에 나섰다. 그럼에도 관군의 거센 공격에 1812년 4월 19일 정주성은 함락됐다. 거병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홍경래는 남문 부근에서 전사했다. 당시 관군에 체포된 자는 총 2893명으로 이 중 10세 이하 어린이를 뺀 1917명이 즉시 처형됐다. 장장 4개월간 평안도 일대를 휩쓸었던 농민 봉기의 열풍은 이날 정주성 위로 타오르는 시체의 검은 연기와 함께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홍경래의 난은 세도정치 척결과 지역 차별 철폐를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켰지만 세도정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장기간 준비한 반란이었지만 충분한 물자가 준비돼 있지 않았고 지방 차별 타파라는 명분이 전국적인 호소력을 갖지 못하면서 평안도 지역에 한정된 농민전쟁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편으로 홍경래의 난은 19세기 조선 사회를 저항의 시대로 열어나가는 원동력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반란은 진압됐지만, 홍경래의 난에 대한 후유증은 컸다. 순조는 세도정치에서 파생되는 정치, 사회, 경제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보이지 못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왕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큰 원인이었다. “경연을 여는 날이 적어 책 한 권도 끝을 맺을 기약이 없다”는 영의정 김재찬의 지적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왕은 정치 의욕을 잃고, 농민 부담은 더욱 가속화되면서 19세기 조선 사회는 점차 위기에 빠지게 된다.


4. [머니투데이][기고]'팝콘 브레인'을 경계하며

누 구나 어릴 적 아빠의 퇴근을 기다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엄마 손을 잡고 아빠를 기다리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오늘은 혹시 통닭을 사들고 오시지는 않을까. 장난감 선물을 갖고 오시지는 않을까. 정작 아빠보다는 아빠 손에 들린 무언가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놀랍게도 아빠도, 선물도 아닌 스마트폰을 갖고 놀기 위해 아빠의 이른 퇴근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다.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에 친숙해진 우리 아이들은 이제 인형이나 장난감 등과 같은 고전적인 놀잇감에는 관심이 없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이전부터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칭얼대거나 다른 일로 바쁠 때 자기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준다. 가족 외식을 하거나 운전을 할 때도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가 없으면 자녀를 통제하기 어려운 부모들도 많다. 한 술 더 떠 아이들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깨우치고 잘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내 아이가 천재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

그 러나 이렇게 스마트폰을 일찍부터 접하기 시작한 아이들은 신기한 장난감에 깊이 빠져들어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급기야 타인의 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소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도 낮지 않다.

미 국 워싱턴대학의 데이비드 레비 교수가 처음 언급한 ‘팝콘 브레인’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거나 여러 기기로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이 증후군은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현실에 무감각해지면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증상을 동반한다. 마치 팝콘이 튀면서 부풀어 오르듯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비유한 것.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 또는 느리고 섬세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진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 역시 스마트폰을 장기간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겪는 부작용이다. 이에 레비 교수는 팝콘 브레인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뇌는 상당히 강력한 수준이 아니면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이 삶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지만 이를 잘못 이용하면 부작용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고, 스마트 환경이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 보다 능동적인 스마트폰 이용자로서 올바른 이용습관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어른들이 만든 세상이니 어른들이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만 뭐라 할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단순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스마트폰 이용을 절제할 줄 아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들의 생활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이들을 위해 △유아 대상 바른인터넷 윤리교실 △초등학생 대상 한국인터넷드림학교 △교원 대상 원격·집합연수 △인터넷 리터러시(식별 및 기록, 판독 능력) 교육 등 참여형 체험활동을 통한 인터넷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펼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방학부터는 ‘밥상머리 인터넷 윤리교육’을 시작한다.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올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젝트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이용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자녀들이 스스로 ‘밥상머리 실천노트’(가칭)를 쓰도록 함으로써 부모들이 아이의 스마트폰 이용행태를 살펴보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이 밖에도 전국민 공모 창작동요제인 ‘인터넷드림 창작동요제’, 학교 현장 교원 대상 ‘우수 교안 공모전’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리의 노력들이 분명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 리 아이들을 인터넷윤리와 책임의식이 투철한 디지털 사회의 훌륭한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 아이들이 ‘펑’ 하고 부풀어 올랐다 꺼지는 ‘팝콘’이 아니라, 한여름 뙤얕볕과 폭풍우를 견디며 단단히 여무는 옥수수 알갱이처럼 건장하게 자라나길 바란다.


5. [연합뉴스]<김종현의 풍진세상> 역사는 드라마가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놓고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데 다른 쪽에서는 국가를 해치는 일을 했다고 아우성이다.

나 라 밖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싸움이 세계의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하자 필리핀과 베트남의 후견인격인 미국은 재판 결과를 인정하라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처지다. 사드는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후방인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했다. 감시 범위가 중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걸 정부는 어필한다. 배치 자체는 동맹인 미국, 입지는 전략적동반자인 중국의 눈치를 본 결정이다.

남 중국해 문제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국 편에 서라고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은 해방 이후 줄곧 우리나라를 지켜준 맹방이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다. 중국은 6ㆍ25 때 대군을 투입해 한국의 북진통일을 저지한 북한의 혈맹이지만 우리 수출의 26%를 점하고 있는 새로운 목숨줄이자 글로벌 패권을 꿈꾸는 세계 두 번째 강대국이다.

현재의 패권과 미래의 패권(아직은 불투명하지만)은 반드시 충돌하게 돼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편에 서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양다리를 걸치는 건 평화시에나 가능하다. 큰 고래가 싸울 때는 중립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두 눈 똑똑히 뜨고 어느 쪽이 센지를 지켜봐야 한다. 강한 쪽에 붙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우리 역사가 그랬다. 우리 땅을 인도양이나 아프리카 해역쯤으로 들어 옮길 재주가 없는 한 이 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지정학적 숙명이다.

14 세기 말 중원에서 원나라와 명나라의 세력 교체(조선건국), 16세기 말엽 명나라와 일본의 동아시아 패권 다툼(임진왜란), 17세기 초반 명나라를 밀어낸 청나라의 대륙쟁탈(병자호란), 19세기 후반 청나라와 일본의 한반도 지배권 전쟁(조선 멸망) 등 600여 년간 우리의 운명을 가른 강대국의 쟁투는 4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지배층이 제대로 시류를 읽고 대처한 건 원명 교체기 뿐이다. 그것도 내부 갈등을 관리하지 못하고 결국은 쿠데타로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를 바꿨다.


나머지 3차례는 조선이 전쟁터가 되거나 정벌을 당해 국토는 황폐화하고, 백성은 어육이 되거나 굶주려야했다. 이들 비극은 TV 사극에서 하도 많이 봐 국민이 스토리를 뚜르르 꿰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역사드라마가 넘쳐나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처럼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국민도 없다니 아이러니다.

역 사적 비극의 공통점은 국가가 힘(경제력과 군사력)이 없고, 명분에 매몰됐다는 점이다. 임금과 신하가 패를 갈라 밤낮없이 권력투쟁을 하고 있었다는 점도 추가돼야 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비극적 결함은 시세의 흐름을 읽지 못한 지도층의 썩은 눈이었다.

청 나라와 친교 해야 할 때 오랑캐와는 상종할 수 없다며 망하는 명나라를 섬기고, 일본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대책을 세워야 할 때 근본 없는 왜놈들이라고 무시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동학이라는 이름으로 백성이 들고일어나자 청나라군과 일본군을 불러들였다.

그 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건 지역 혹은 글로벌 패권의 향방을 예측해 미리 대비하는 능력이다. 일단 그것만 제대로 하면 대책 없이 나라가 결딴날 일은 없다. 물론 지금은 평화기이므로 한쪽으로 올인할 게 아니라 주변 열강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낭만시대가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첨예화는 우리에게 한쪽으로 줄을 설 것을 강요한다. 요즘은 좀 잠잠하지만, 중국의 GDP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선 2010년 전후로 중국이 얼마 안 가 미국을 누르고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봇물을 이뤘다. 최근엔 중국이 이번 세기에 미국의 벽을 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운명을 함께할 나라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의 안위, 명분이 아닌 실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래들의 패권 전쟁에 휘둘리는 가련한 운명이 되지 않으려면 힘을 길러야 한다. 대하사극 『정도전』에서 정도전은 말한다. "국제관계에서 미사여구를 다 제외하고 남는 단 한 글자는 힘(力)이다." 열강 사이에서 힘의 균형추를 흔들 수 있는 수준이어야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어느 나라도 한국을 마음대로 집어삼킬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정치권과 국민은 사드니 신공항이니 개헌이니를 놓고 다투느라 진을 뺄 여유가 없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을 정도로 내공이 바닥을 드러낸 나라의 힘을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극대화할 수 있느냐를 갖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북한은 경제 대신 핵을 택했다. 핵만 안고 있으면 어떤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다고 자신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국력을 쏟아 미래를 도모해야 하는가. 그걸 화두로 잡고 답을 내야 한다. 그 게 주변 열강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랏일을 줏대 있게 결정할 수 있는 길이다. 주변 강국이 으름장 한 번 놓으면 냉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어찌할 줄 몰라하며 서인과 동인, 주화파와 척화파, 훈구와 사림, 진보와 보수가 갈라져 싸움질하다 세월 다 보내는 자해적 바보짓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나.

임진왜란 7년간 백성은 절반으로 줄고 20만 명이 일본으로 끌려갔다. 병자호란 때는 임금이 적장에게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모자라 청나라에 50만 명의 백성을 노예로 바쳤다. 대한제국의 종말로 백성은 36년간 종살이를 하고, 해방 후에는 나라가 둘로 갈라서야 했다. 역사는 소설이나 드라마가 아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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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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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18일 신문 브리핑 #


"하루에 일만 번씩 감사하면 못 고칠 병이 없다."
- 후지다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440원) 오른 시간당 6470원(월급 135만2230원, 209시간 기준)으로 결정됨
- 2013년 4860원에서 4년 새 33%(1610원)나 인상되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옴

2. 삼성중공업이 3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사업을 올 연말께 수주할 전망임
-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영에너지 기업인 ENI는 지난해 6월 발주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사업과 관련해 삼성중공업이 포함된 컨소시엄과 단독 협상을 하고 있으며, 이 컨소시엄에는 프랑스 테크닙, 일본 JGC 등이 포함됨

3. 전문 간호사나 요양사가 집을 찾아와 노인을 돌봐주는 ‘실버 홈케어’ 산업이 각광받고 있음
-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요양원이 아니라 가정에서 질 좋은 요양서비스를 받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이며, 해외 요양서비스 기업들이 속속 한국에 진출하면서 시장 성장 기대도 커지고 있음


<< 금융/부동산 >>
1. 정부가 국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임원 등의 근로소득에 최초 5년간 17%의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외국인 근로자 과세특례제도’(조세특례제한법 제18조의2)를 수정하기로 함
- 국내 근로소득자에게는 최고 38%에 달하는 누진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상황에서 고소득 외국인에게만 낮은 단일 세율을 적용하면서 ‘외국인 부자 감세’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임

2. 국내 주요 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 ‘영업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음
- 신한·우리은행이 현지 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영업 보폭을 넓히자 KB금융지주가 인도네시아 재계 3위인 시나르마스그룹 소속 시나르마스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음
- 현대증권 인수를 마무리한 KB금융이 경쟁 그룹보다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글로벌 사업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임

3. 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에게 연 3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노란우산공제’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세(稅)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
-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2007년 도입된 제도지만 소기업·소상공인(업종별 연 매출 10억~120억원)이면 소득 규모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임


<< 국제 >>
1. 18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3개월여간 미국 대통령선거 본선이 치러지게 됨
- 미국 선거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당대회는 본선을 알리는 신호탄이어서 흥행이 필수이며, 특히 첫째날에는 공화당의 한반도정책을 담은 정강이 채택돼 발표됨

2. 터키 군부세력 일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10시29분 쿠데타를 일으킴
- 이번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유럽 사회는 터키 쿠데타가 테러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음

3. 일본이 미국, 유럽 등과 공동으로 컴퓨터·자동차·가전제품 등을 제어하는 자국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음
- 이번 제안은 각국 정부가 외국계 기업에 소스 코드 공개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토록 하는 데 있으며, 공개를 의무화하면 다른 기업의 모방이 늘어나 정작 소프트웨어를 처음 개발한 기업은 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음
- 중국은 지난해 자국 은행과 거래하는 해외 IT업체에 소스 코드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함은 물론 이를 통신 분야 등으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등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짐

4. 미국 보잉이 스텔스 전투기를 공동개발하자고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에 제안함
-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3대 항공전시회인 영국 판버러에어쇼에서 보잉은 일본 측과 일본자위대가 보유한 F-2의 후속 전투기 개발을 협의함
-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4월 스텔스 성능을 갖춘 첫 번째 일본산 전투기 X-2의 시험비행에 성공했지만, 제5세대 전투기에 필요한 고성능 레이더와 전자전에 대비한 기술까지 개발하려면 전체 개발비용이 1조엔에 달할 전망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근로소득 세액공제
- 근로자에게 부과한 소득세에서 소득에 따라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제도. 소득별로 한도를 정해 놓고 근로자 개인의 산출세액에서 일정 비율을 곱해 나온 금액만큼을 빼주는 방식임.
2015년 4월 7일 정부가 도입한 연말공제 보완 대책에 의하면 연소득 3300만원 이하 근로자는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 금액이 66만원에서 74만원으로 늘어남
근로소득에 대한 종합소득 산출세액 공제액
130만원 이하 산출세액의 55%
130만원 초과 715,000원 + (근로소득산출세액-130만원)×30%
-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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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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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5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제2의 진경준' '제2의 김정주'는 없는가

진 경준 검사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은 ‘금수저’들 사이의 타락상을 속속들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사회 정의를 지켜야 하는 검사의 신분으로서 대학동창인 기업인으로부터 주식구입 자금과 내부자 정보를 제공받아 거액을 챙겼는가 하면 재벌의 탈세를 봐주는 대가로 친척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수법이다.

김정주 NXC(넥 슨지주회사) 회장의 잘못도 작지 않다. 2005년 진 검사장에게 4억 2500만원을 주어 비상장 넥슨주식 1만주를 사게 한 후 1년 만에 10억원에 되산 것으로 드러났다. 진 검사장은 이 돈으로 넥슨재팬 지분을 매입했다가 2011년 일본 증시 상장 이후 126억원에 처분했다. 진 검사장은 또 넥슨이 리스한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로 제공받았고,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 내사 무마 조건으로 처남의 청소용역업체가 대한항공에서 130억원대의 일감을 따내게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주식매입 자금 출처를 놓고 여러 번 말을 바꾼 진 검사장은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면서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않은 점을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성은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전날 이례적으로 특임검사실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공소시효가 끝난 잘못들만 시인한 것만 봐도 그렇다. 김 회장이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면서 대가성이나 업무 관련성을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제2, 제3의 진경준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홍만표 전 검사장이 연루된 최근의 법조 비리에 비춰볼 때 “더 이상은 없다”고 자신 있게 장담하긴 어렵다. “제2의 김정주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진 검사장과 김 회장처럼 개인적으로 막역한 사이에서 이뤄지는 결탁은 적발해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게 문제다. 금수저들 내부에서 자기들끼리만 연결되는 먹이사슬이다.

권력과 돈의 검은 유착이 횡행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이 사건을 맡은 이금로 특임검사는 진 검사장과 김 회장 사이의 뇌물관계를 엄격히 가려내고 한진그룹의 탈세 의혹도 다시 뒤질 필요가 있다.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선 곤란하다. 그것이 검찰이 늘 외치는 ‘사회정의’의 마지막 보루다.

2. 기상청의 잦은 날씨 오보 짜증난다

기 상청의 일기예보가 자주 빗나가고 있다. 지난 며칠 사이에도 전국적으로 내려진 장맛비 예보가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지역에 따라 1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으나 실제로는 흐린 정도에 그치거나 심지어 쨍쨍한 날씨를 보이기도 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 또는 야외활동에 나서려는 시민들이 일기예보를 믿었다가 낭패를 겪으면서 불만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일기예보 가 심심하면 틀리다 보니 시민들이 아예 예보와 반대로 움직이는 진풍경마저 빚어진다. 맑은 날씨를 보일 것이라는 예보가 내려지는 경우에도 하늘에 구름이라도 끼어 있으면 출근하면서 알아서 우산을 챙기는 식이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틀린 예보 때문에 자칫 비를 맞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청개구리 예보’에 ‘청개구리 대응’인 셈이다.

변하 기 쉬운 비바람의 조화를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바 아니다. 특히 장마철에는 기상 상태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제대로 알아맞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다음날 날씨조차 내다볼 수 없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당일 오후의 예보가 틀리기도 한다. 도대체 기상청이 왜 존재해야 하느냐 하는 질문까지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관측장비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지난 2월부터는 고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4호기까지 가동되는 중이라고 한다. 48억명이 1년간 매달려야 하는 분량의 계산을 단 1초 만에 뚝딱 처리할 수 있다는 기본 성능에 비해 예보 실적은 너무 엉뚱하다. 컴퓨터 구입에 들어갔다는 532억원의 비용이 아까울 뿐이다.

물론 기상청 나름대로 고충과 이유가 있을 법하다. 슈퍼컴퓨터가 날씨 도면을 만들어낸다 해도 예보관이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예보가 틀리기 쉽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예보관 인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비가 올 조짐이면 오보를 면하려고 면피성 예보에 치중하다가 문제를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이러다간 팔다리만 욱신거려도 비가 내릴 것으로 알아맞히는 시골 어르신네들에게 일기예보를 맡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서울신문]

3. ‘내 지역 사드’ 놓고 다른 길 간 친박과 유승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대다수인 대구·경북(TK) 의원들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 결정을 놓고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 25명 중 21명은 최근 집단 항의 성명서를 내고 선정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드 설치에 따른 레이더 전자파의 진실을 알리며, 국책 사업 지원 등 인센티브를 마련하라는 등 3개항을 요구했다. 이들 중에는 친박 핵심인 최경환·조원진 의원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곽상도 의원 등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논란을 일으켰던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다.

국가와 국민 전체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정서에 영합해 자신들의 표만 지키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역력하다. 박근혜 정부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집권당의 권력 기반인 친박계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TK 지역에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사람은 우리”라고 지지를 호소했고 상당수 의원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정권의 핵심 지지 세력이어야 할 주류 TK 인사들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님비(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상황인 된 것이다.

유 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의 선거 운동 당시 대통령 사진을 반납하라고 윽박지르면서 ‘박근혜 마케팅’으로 당선된 사람들이 이런 후안무치한 행동에 나서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중에서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들 TK 친박계가 지난 총선 공천 기간 ‘국정 발목 잡기’로 비판하며 탈당을 강요받았던 유 의원이 항의 성명에 동참하지 않고 묵묵히 정부 결정을 지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드를 도입하지 않으면 국가 안보가 무너질 듯 지지의 목소리를 높이다가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지 역구 의원들이 근본적으로 국가 대사를 좌우하는 이슈보다 지역 현안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는 이해하지만 적어도 국가 안보나 경제 위기 등과 관련해 여당 의원들이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국정 운영 자체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사드 배치에 따른 효용성 문제와 인체 유해성 등과 관련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최근 친박계의 무책임한 행동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라도 진정성을 갖고 지역 주민 설득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4. 과학적 검증 믿고 ‘사드 괴담’ 퍼뜨리지 말아야

고 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제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할 사드 포대를 경북 성주군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심지어 현지에서는 ‘사드 참외’니 ‘불임(不姙) 위험’이니 하는 괴담까지 나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에서 “인체나 농작물에 전혀 피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레이더 전자파 발사에 따른 시뮬레이션 작업 등 한·미 공동실무단의 분석 결과에 근거한 설명일 게다. 하지만 일부 지역민들이 여전히 과도한 우려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다수 국민이 사드 배치에 대한 공감대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의구심을 해소할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기 바란다.

사드 배치 부지로 성주군 성산리 일대로 결정되기까지 주거지로부터 1.5㎞ 떨어진 400m 고지라는 지역 특성이 십분 고려됐다고 한다. 별다른 산업시설이 없는 농촌에다 상주 인구가 적은 점이 감안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역 농민들로선 날벼락 맞은 심경일지도 모른다. 개발에서 소외된 곳에 기피시설만 하나 더 들어선 형국이라 주민들의 피해 의식이 번지기 딱 좋은 토양이란 얘기다. 정부가 지역민들의 애국심에만 호소할 게 아니라 전문가들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사드의 안전성을 설명해야 할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군 당국이 어제 언론에 운용 중인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PAC)2 및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인 ‘그린파인’ 기지 등을 공개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두 곳에서 측정된 레이더파 세기가 앞으로 배치될 사드 X밴드 레이더의 그것보다 높게 나왔다면 말이다.

사 드 배치에 따른 지역민들의 반발이야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성주 군민들에게 부지 선정에 대한 이해를 구하면서 경제적으로 낙후됐음에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적잖은 짐을 떠맡은 지역에 대한 최소한도의 인센티브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게다. 하지만 정치권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사드 무용론’을 펴면서 민심을 흔드는 건 옳지 않다. 사드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핵·미사일 도발을 해온 북한이나 이를 눈감아 주다시피 한 중국이 왜 기를 쓰고 반대하겠나. 더욱이 외부 세력이 전자파 등에 대한 지역민의 불안감에 편승해 광우병 사태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때처럼 괴담을 증폭시켜선 안 될 말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제 성주 군민들을 만나 사드가 배치되면 맨 먼저 레이더 앞에서 전자파를 시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감성적 접근보다 과학적 설명이 국민들이 과도한 우려를 해소할 지름길이다. 마침 미군이 다음주 중 괌 사드 기지를 국내 언론에 최초로 공개한다고 한다. 성주 군민 대표들도 여기에 동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드 전자파가 유해하다면 고지대인 성주와 달리 평지에다 인구 밀집 지역에 자리 잡은 괌이 더 위험할 게다. 말로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눈으로 보여 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겠나. 정부는 각종 사드 괴담이나 유언비어를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책은 민심에 투명하고 진솔하게 다가서는 일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5. 김영란法, 부패근절은 좋지만 불필요한 혼란 최소화해야

국 제투명성기구는 부패를 ‘사적(私的) 이익을 위한 공적(公的) 직위의 남용’으로 정의한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70여 개국 중 10년째 40위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통과됐을 때 많은 국민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를 이제야 뿌리 뽑을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에 대해 각계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012년 입법예고 뒤 이듬해 국회에 제출됐을 때부터 적용 대상이 공직자, 교직원, 언론 종사자와 가족까지 400만 명으로 너무 넓고 위헌 소지도 있다고 지적됐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신중한 논의 없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최근 동아일보가 8회에 걸쳐 보도한 ‘김영란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 된다’ 시리즈에도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걸면 걸리는’ 모호한 규정이 너무 많다”는 공감의 소리가 이어졌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수사기관의 악용 가능성과 배우자 신고 의무의 문제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을 정도다.

김영란법 의 가장 큰 문제는 금지 항목 15개와 허용 행위 7개의 기준이 모호해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조차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분명하게 가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법기관이 이 법을 무기로 ‘사찰’에 나설 수도 있다. 직무와 관련된 식사비까지 3만 원이라고 법령으로 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합리적 소통과 교류까지 가로막을 위험이 다분하다. 부패 추방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개인의 본질적인 자유와 권리에 관한 헌법적 가치마저 훼손해서는 안 된다. 농어민과 화훼상인,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호텔 골프장 요식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찮을 것이다.

김용철 반부패정책학회장은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와 인사 청탁을 막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의원들을 부정 청탁 대상에서 쏙 빼고 교사와 언론사 종사자들을 포함시켰다. 법이 통과된 지 5일 만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언론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소송을 냈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초 취지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적용 대상을 선진국처럼 명확하게 고치고 이해충돌 방지 규정도 되살려야 한다. 혼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겪고 나서 개정하겠다는 국회는 무책임하다.

[중앙일보]

6. 개방과 융합의 힘 보여주는 ‘포켓몬 고’ 열풍

대표적 피서지인 강원도 속초가 때이른 대목을 맞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게임회사 닌텐도가 미국 증강현실(AR) 기업인 나이언틱과 함께 개발한 ‘포켓몬 고’라는 게임 덕분이다. 이 게임은 ‘피카’와 같은 ‘포켓 몬스터’ 캐릭터들을 휴대전화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해 찾아 모으는 내용이다. 지난 7일 미국과 호주 등에서 처음 출시됐는데, 가입자 수와 이용 시간이 전무후무한 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5~6년간 맥을 못 추던 닌텐도 주가도 지난 일주일 새 75.9% 급등했다.

‘포 켓몬 고’ 열풍은 개방과 융합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추세를 잘 보여 준다.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로 군림해 온 닌텐도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내 것’만을 고집해 왔다. ‘수퍼 마리오’ 같은 게임을 ‘게임보이’나 ‘위’ 같은 전용 게임기로만 즐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포켓몬 고’는 이런 폐쇄성을 벗어나 안드로이드나 애플 휴대전화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예전처럼 자사의 게임기를 고집했다면 이런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포켓몬 고’는 사실 복잡한 게임이 아니다. 휴대전화를 들고 가상의 캐릭터를 찾아다니는 일종의 보물찾기 놀이다. 그럼에도 화제를 모으는 건 캐릭터 파워와 GPS라는 정보통신(IT) 기술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TV에서 ‘포켓 몬스터’를 보고 휴대전화를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20~30대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꼭 새롭고 거창한 신기술이어야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답 답한 건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에겐 ‘미키 마우스’나 ‘포켓 몬스터’ 같은 세계적 캐릭터가 없다. ‘뽀로로’가 성공했다지만 유아용 캐릭터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중후장대 산업 위주의 하드웨어 마인드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지도를 해외에 반출할 수 없다는 법규 탓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할 수 없다. 셧다운제처럼 게임을 유해물질 취급하는 규제도 수두룩하다. 개방과 융합이 구호에만 머무르고 있다. 이래서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불가능하다.

7. 연봉 9600만원 현대차 노조의 어이없는 파업 이유

대 자동차 노조가 또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올해로 5년 연속이다. 매년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승급분 이외에 기본급을 15만2050원(7.2%) 올려달라는 것이 명분이다. 지난해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의 30%도 내놓으라고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들의 1인당 연평균 급여는 9600만원이다. 이것도 모자라 임금을 더 달라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경제가 장기 침체국면에 들어선 마당에 이게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노조가 할 행동인가 싶다.

더 어이없는 건 일반직과 연구직 조합원(8000여 명)에게 승진거부권을 보장하라는 대목이다. 자칫 회사가 어려워져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 그 소용돌이를 피하려 승진도 거부하고 노조의 우산 아래 있겠다는 뜻이다. 이는 경영진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내놓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모든 회사원의 꿈인 승진을 거부할 정도면 그들에게 창의성이나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자리나 지키고 안주하려는 그들에게 회사의 일원으로서 사명감을 바랄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올 1분기 현대차 국내공장 가동률은 98.4%로 5년 만에 최저치다. 주문이 줄어 생산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국내 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 만드는 데 26.8시간이 걸리는데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14.7시간에 불과하다. 해외공장의 생산·판매실적은 2010년에 비해 70%나 급증했다. 국내 공장은 쪼그라드는데 해외공장은 날개를 달았다.

지금이라도 노조는 현대차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막무가내식 파업을 당연한 문화쯤으로 여긴다면 현대차 조합원은 물론 수십만 협력업체 근로자의 일자리도 위태로워진다. 노조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경영진이 각오를 다져야 한다. 국내 공장을 한동안 닫을 각오로 대처해야 한다. 창의력도, 회사의 일원으로서의 사명감도 포기한다면 경쟁력을 바랄 수 없다. 공장 문을 완전히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일자리의 소중함을 알도록 해야 한다. 한국 대표 기업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자세다.

[매일경제]

8. 얼음 위 불꽃 같은 자산거품 리스크 관리 만전을

홍 수처럼 불어난 글로벌 유동성이 자산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일부 자산시장에서는 거품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5개월 새 17%씩 뛰어 나란히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S&P 500 종목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사적 평균은 16배 정도인데 지금은 27배 가까운 수준이다. 그만큼 기업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지난 2월 이후 15%나 부풀었다.

초 저금리가 키운 채권시장 거품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저께는 독일이 사상 처음으로 10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 투자자들은 독일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보관료를 무는 것이다. 유통시장에서는 이미 20년짜리 일본 국채와 50년짜리 스위스 국채까지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채권 투자의 큰손 빌 그로스는 13조달러나 되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언젠가 폭발할 초신성'에 비유했다.

실물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는 5개월 새 10% 올라 2000선을 회복했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돈은 특히 부동산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일부 재건축과 신규 분양 아파트는 과열로 치달았다. 전국 땅값은 지난해 5% 뛰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외 자산시장의 열기는 얼음 위의 불꽃 같은 것이다. 자산시장 활황이 지속되려면 실물 경제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하는데 지금은 되레 저성장 고착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물 경제와 괴리된 자산 거품은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고 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 정상화를 서두르지 않고 한국은행도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과잉 유동성에 의존하는 자산 가격 상승은 매우 위험하다. 금융감독 당국과 투자자들은 자산시장 거품을 경계하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넘치는 유동성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리는 대책도 시급하다.

 

[조선일보]

9. 노골적 친박·비박 대결 새누리黨, 총선 大참패 벌써 잊었나

새 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4일 서울의 한 대형 컨벤션센터를 빌려 '전당대회 2주년 기념행사'를 치렀다. 2년 전 자신이 당대표가 됐던 전당대회 때의 조직원 13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였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반드시 김무성" 같은 구호를 외치는 등 무슨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총선 참패로 붕괴한 지도부를 새로 뽑는 8월 9일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번에 출마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가 이러는 것은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놓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는 이미 비박(非朴) 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를 위해 인위적 단일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불과 3개월 전 총선 대(大)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참패의 가장 큰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이 져야 하지만 김 전 대표라고 해서 자유롭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이 또다시 계파 조직 대결, 세 대결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것을 국민이 고운 눈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친 박(親朴)의 행태도 더 이상 봐주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엔 무슨 일이 있어도 당권을 놓을 수 없다며 최경환 의원에게 몰려가 "당신은 홀몸이 아니다"며 나서라고 했다. 최 의원이 결국 거부하자 이번엔 서청원 의원에게 몰려가 출마를 강권(强勸)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을 재고 있는 서 의원도 새누리당 최고 현역 원로의 처신으로는 도저히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친박은 이미 비대위원장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끌어내렸고 사무총장마저 밀어냈다. 패거리 지어 몰려다니며 친박이 아니면 모두 적(敵)을 대하듯 하는 패권주의 행태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 민이 총선 때 새누리당을 심판한 것은 이런 친박의 독선과 서로를 잡아먹을 듯한 당내 계파 정치에 질릴 대로 질렸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걷어내라고 치르는 전당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면 전당대회 이후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벌써 후보들이 경쟁자의 과거 비리를 들추어내고 '금수저' 같은 자극적인 말로 상대를 공격하고 있지 않은가.

 

지 금 이 나라는 북의 핵·미사일 실험, 사드 배치, 미·중의 남중국해 충돌 등 국가의 명운(命運)이 걸린 문제들 속에서 살얼음판 걷는 듯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도 명색이 집권 여당에 몸담고 있다는 사람들이 당 주도권이나 쥐려고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으니 여당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총선 직후만 해도 혁신을 외치며 당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나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10.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비상장주식 로비, 진경준뿐인가

김 정주 넥슨 창업주가 엊그제 검찰 조사에서 "진경준 검사장에게 2005년 넥슨 주식 매입 자금 4억2500만원을 무상으로 줬다"고 진술했다. 진 검사장도 이를 인정했다. 넥슨 측은 지난달 "진 검사장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부정한 돈거래를 감추려고 진 검사장이 4억2500만원을 넥슨 계좌에 입금하고 석 달 뒤 다시 돌려받기까지 했다고 한다. 검찰은 사실을 감추려고 수사를 방해한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지 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친한 친구라는 이유로 벤처기업 창업자가 검사에게 4억원이 넘는 회사 주식을 공짜로 줬다는 것이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당시 넥슨은 매년 수백억원씩 흑자를 내면서도 상장은 하지 않아 보통 사람은 주식 자체를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김정주 당시 넥슨 대표가 검사 친구에게 귀한 회사 주식을 그저 '우정의 증표'로 주었을 리 없다. 시중에선 김 전 대표가 병역비리와 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피하려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부정한 주식 거래를 둘러싼 배경이 무엇인지 밝혀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벤처사업가가 주식을 미끼로 검찰에 손을 뻗쳤다는 점에서 과거 재벌이 권력자들 뒷돈을 챙겨주며 로비를 일삼던 구태(舊態)를 빼닮았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당시 일부 기업 대표들이 회사 지분을 로비 수단으로 활용했던 벤처 비리의 재판(再版)으로 비치기도 한다. 1세대 벤처기업인이 재벌들 못된 버릇부터 흉내냈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비 상장 주식을 뇌물로 이용한 로비가 진 검사장 한 명뿐이겠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될 당시 넥슨의 주주 가운데 지분이 많은 50인 중 38명이 한국에 주소지를 뒀다. 지분이 적은 기타 주주도 354명에 달했다. 넥슨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과거 비상장주식 거래와 주주 변화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누군가 진 검사장처럼 비상장 상태에서 주식을 받은 뒤 되팔아 차익을 챙겼는지 알 수 없다. 검찰은 넥슨이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비상장주식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해야 한다. 넥슨의 '비상장주식 로비'가 규명돼야 재벌 구태를 흉내내는 벤처기업들의 몹쓸 행태가 사라질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동아일보][밤샘 톡톡]야행 끝에 요지경을 본다‘올빼미족’에 교통량도 늘어
“낮 에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야간에는 119를 찾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밤에 대기실에서 잠시 눈을 붙여 보지만 깊이 잠들지는 않습니다. 화재나 구조출동 벨이 울리면 빨리 가려고 서두르다 발목을 삐는 일도 있습니다. 식당에서도 벨소리가 울리면 괜히 놀라기도 하죠.”―은소민 씨(32·신당119안전센터 구급대원)

“밤에 근무가 많다 보니 일반 직장인들과 생활패턴이 잘 안 맞아요. 그래서 연애하기도 힘들죠. 그렇다 보니 오히려 병원 내부에서 인간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합니다. 결혼도 교대근무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병원 사람과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저 역시 같은 간호사와 결혼했답니다.”―이병걸 씨(33·세브란스병원 응급실 간호사)

“새벽 3, 4시까지 일을 할 때가 많아요. 통근 시간이 1시간 30분이 넘는데 왔다 갔다 길에서 3시간을 허비해야 하죠. 그래서 그냥 회사에서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작업하곤 합니다. 정말 바빠서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야식도 안 시켜 먹고 일만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박현주 씨(25·디자이너)

“대 한극장 옆에 애견센터가 많아요. 거기도 일이 늦게 끝나는데 낮에 바쁘니까 생일파티를 못 했다가 새벽에 저희 가게에 와서 케이크 놓고 축하 파티를 할 때가 종종 있더라고요. 늦게 오시는 손님들은 영화감독이나 애견센터 직원, 새벽에 인쇄 작업하는 분이 대부분입니다.”―전성순 씨(45·서울 충무로 진양상가 곰장어집 사장)

“전국 도로의 야간 교통량이 늘었습니다. 통계를 낼 때 야간 시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를 말하는데, 지난해 야간 교통량은 5년 전인 2010년에 비해
4.2% 증가했습니다. 전체 차량 등록대수가 늘어 야간 교통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박현석 씨(42·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

기다리는 사람들


“나 이키 조던 시리즈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서 이틀까지도 버텨 봤어요. 단순히 신발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게 아니라 조던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하죠.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을 갈 때에는 같이 기다리는 분들이 대신 기다려 주기도 합니다. 물티슈를 이용해 간단히 몸을 씻기도 하고요.”―서원 씨(28·회사원)

“신화 팬이었던 중학교 3학년 때 대구 동성로에서 에릭 사인회가 열렸어요. 전날 밤부터 동네 애들이 종이상자를 주워 와서 길 한가운데 깔고 앉았죠. 거기 앉아서 컵라면 먹고 팬들끼리 다 같이 신화 노래 틀어 놓고 따라 부르며 밤을 새웠습니다.”―이수지 씨(25·취업준비생)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6S의 첫 번째 구매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전날 오전 8시 30분부터 명동 프리스비 앞에 캠핑의자를 갖고 가서 대기했어요. 너무 심심해서 두 번째 대기자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오후 1시가 다 돼서야 오더라고요. 출시 시간까지 기다리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죠.”―오원택 씨(30·잡지사 에디터)

공부하는 사람들

“수능이 얼마 안 남아서 마음이 급해요.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다 나와요. 엄마가 불안한지 데리러 나오세요. 고등학교 3학년이 5시간 이상 자면 안 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저 외에 다른 친구들도 다들 잠을 확 줄입니다. 저희 반에도 독서실을 안 다니는 애들이 없더라고요.”―김소미 양(17·고교생)

“대학교 미생물 실험실에서는 실험 결과를 기다리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예사죠. 밤사이 세포가 자라거나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자라야 원하는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워낙 공부할 양이 많아서 밤새우는 경우가 흔한데 새벽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중간에 실험실에 가서 확인하고 오곤 해요.”―전수진 씨(23·대학생)

“전 공이 의상학인데 과제를 하다 보면 친구들과 함께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요. 그때마다 카페에서 케이크를 한 조각씩 사왔어요. 기운 내자고 다 같이 한 조각씩 먹으려고요. 작업하다 출출해지면 또 야식을 시켜 먹곤 해요. 다들 피곤해서 작업하다가 옷핀에 찔리고 다치는 일도 많지만 모두 소소한 재미죠.”―김현재 씨(25·대학생)

새벽장을 보는 사람들

“청 량리 도매시장에 오전 3시 정도에 도착했어요. 지금이 5시 15분이니 5시 30분 정도에 가게를 열겠네요. 가게는 오후 7시까지 여니까 잠을 별로 못 자죠. 이렇게 일한 지 한 40년 됐어요. 힘들다고 생각하면 일 못 해요. 재미로 한다고 생각해야죠.”―조대권 씨(66·서울 수유재래시장 야채가게 사장)

“중국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제가 살던 고향은 다들 집에 일찍 들어가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한국은 새벽에도 안전하고 나와서 노는 사람도 많아 늦게 들어가도 괜찮죠. 곱창이나 삼겹살, 닭발구이 등을 먹고 마음에 드는 코트를 구입하기도 했어요. 청춘을 즐기고 있다는 기분도 들고 스트레스도 풀리죠.”―유학비 씨(29·핸드백 브랜드 직원)

“미국에서 30년을 살았는데 정말 동대문 야간시장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수준이에요. 밤에 와서 야식도 사 먹고 혼자 윈도 쇼핑을 하며 뭐가 지금 유행하는지 살펴보기도 해요. 야간 시장 둘러보고 내일 첫차를 타고 집에 가거나 걸어서 남대문시장에 가보려고요. 남대문시장에 가면 손녀 줄 예쁜 옷을 살 거예요.”―이승연 씨(58·주부)

노는 사람들

“술 먹고 통금 시간이 지나 기숙사에 들어가면 벌점을 받거든요. 기숙사가 열리는 오전 5시까지 밖에서 놀며 밤을 새우곤 합니다. 한창 놀다가 기숙사 창문이 열려 있는 걸 발견하면 같이 놀던 친구들끼리 창문에 몸을 끼워 넣어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몸집 큰 친구가 창문에 낀 모습을 보고 실컷 웃기도 했죠.”―엄지이 씨(22·대학생)

“남자 친구랑 헤어진 뒤 저를 위로해 주겠다며 친구가 불러냈어요. 둘이 맥주를 준비해 동대문 영화관에서 새벽 내내 영화 세 편을 연달아 보여주는 ‘무비올나이트’로 영화를 봤어요. 중간에 잠깐 졸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어서 좋았어요.”―이하연 씨(27·변호사)

“야 간에 아파트단지 구석에서 술 먹고 밤늦게까지 고성방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거의 다 고등학생이에요. 술 먹을 때 담배 피우는 애들도 있는데, 보니까 요즘은 여학생이 많더라고요. 남학생들과 함께 피우는데 할 말이 없죠. 장난치는 고등학생들도 있는데 밤에 1층 문 두드리고 도망가는 아이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런 애들 잡아서 학교에 연락하고 다시는 안 하겠다는 각서도 받고 그러죠.”―김모 씨(73·아파트 경비원)

“아프리카TV라는 곳에서 리듬게임 방송을 했어요. 팬도 많고 시청 순위도 꽤 높았어요. 방송을 하는 게 너무 재미가 있어서 학교 갔다 오면 PC방에서 밤새우며 꾸준히 했죠. 나중에는 저를 따라서 아프리카TV 방송을 PC방에서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생겨나기도 했죠.”―최예랑 씨(30·중국어 번역 프리랜서)

“작 년 1월에 친구와 새벽기차를 탔어요. 밤바다를 가기 위해서였죠. 골목길에서 야경을 내려다 보니 마치 별바다에 떠 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해가 뜨기까지 한 시간은 걸리더군요. 정말 추워서 어그부츠 신고 재킷 입고 담요까지 몸에 둘둘 말고 있었어요.”―문소영 씨(23·대학생)


2. [동아일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터미널터미널 ― 이홍섭(1965∼ )

젊은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지시곤 했다
강원도 하고도 벽지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번뿐인데
아버지는 늘 버스가 시동을 걸 때쯤 나타나시곤 했다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대 병원으로 검진 받으러 가는 길
버스 앞에 아버지를 세워놓고는
어디 가시지 말라고, 꼭 이 자리에 서 계시라고 당부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벌써 버스에 오르셨겠지 하고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그 자리에 꼭 서 계신다


어느새 이 짐승 같은 터미널에서
아버지가 가장 어리셨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터미널이 ‘여행’의 출발선이라면 좋겠다. 나를 더 멋진 곳으로 데려다줄 좋은 곳. 이런 터미널만 알고 있다면 당신은 환한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면서 알게 된다. 피곤하고 어두운 터미널과 쓸쓸하고 외로운 터미널 등을 배우게 된다. 이홍섭 시인의 시에도 또 다른 인생의 터미널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어린 아버지의 터미널’이다.

시 인의 고향은 강원도에 있다. 어린 시인은 가끔 아버지를 따라 타지에 나왔는데, 돌아갈 때는 버스를 놓칠까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기댈 곳은 아버지뿐인데, 아버지는 한참 자리를 비우곤 했다. 아버지가 안 오면 어쩌지, 버스가 떠나면 어쩌지, 나는 어쩌지, 이런 생각으로 어린 시인은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다 자란 시인은 또다시 터미널에 오게 되었다. 예전에는 아버지를 따라 왔는데, 이제는 아들이 아픈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 버스를 타기 전에 아들은 커피도 마셔야 했고 담배도 피워야 했다.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버스 앞에 꼼짝없이 서 있었다. 마치 버스와 아버지를 놓칠까봐 자리를 지키던 어린 자신처럼, 늙은 아버지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아들이 안 오면 어쩌지, 버스를 놓치면 어쩌지, 나는 어쩌지, 이런 생각으로 힘없는 아버지는 맘을 졸였을 것이다.

자라 보니, 아버지는 완벽한 사람도 멋진 사람도 아니었다. 잘생기지도, 강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았다. 대단한 아버지를 잃어가면서 우리는 소중한 아버지를 알게 된다. 아마도, 아버지는 자식에게 나이와 힘을 나누어 주느라 다시 어려졌는가 보다.


3. [연합뉴스]<최재석의 동행> 검은 세단에서 보이는 세상은 작다

모 르는 게 약인데 알고 나니 괜스레 신경이 쓰인다. 건강검진 얘기다. 올해는 처음 자율신경균형검사(스트레스 검사)라는 걸 했는데 3가지 항목 모두가 '매우 나쁨'으로 나왔다. 검진기관에서는 카페인 음료나 음주, 흡연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 및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운동을 하란다. 틀에 박힌 건강법 말고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좀 알려줬으면 좋으련만 덩그러니 걱정거리 하나 던져주고 알아서 잘하라는 식이다.

원래 매사에 걱정이 많고 예민한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런 데이터를 받고 보니 일할 의욕도 떨어지고 기분이 영 개운찮다. 스트레스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다가 내가 지금 행복한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포르투갈이 이달 11일 끝난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우승한 후 팀의 주역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스타가 축구 인생을 걸고 조국의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뛰어왔다니 우승 순간이 얼마나 벅찼을까. 그의 행복이 부러울 따름이다.


나 는 언제 행복했던가. 행복을 위한 목표는 무엇인가. 훗날의 막연한 행복만 믿고 지금의 작은 행복을 포기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문다. 한국인은 먹고살기 위해,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노후 걱정 때문에 등등 갖가지 이유로 너무 열심히 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천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천770시간)보다 무려 354시간이 길다.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이 일한다. 그런데도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이 각종 지표에 나타난다. 올해 3월 발표된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세계 157개국 중 58위로 작년보다 11계단이나 떨어졌다.

행복감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희망이 있을 때는 현실이 힘들어도 그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는 희망을 주는 소식이 언제 있었던가 싶다. 남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도 점점 찾기 힘들다. 계층 간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엄연히 존재하는 세상이다.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 공고화'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교육부 고위공무원으로 있었다는 게 단적인 사례다.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KB금 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이달 6일 발표한 '2016년 한국 부자 보고서'만 봐도 부의 쏠림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금융자산 10억 원이 넘는 사람(부자)이 21만1천 명으로 전년 대비 15.9% 증가했다. 전체 인구 중 부자의 비율은 2011년 0.28%에서 지난해 0.41%로 늘었다. 이 0.41%가 전체 금융자산의 15.3%를 차지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한 사회의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논리만 작동하고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사회적 가치의 편중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우리 사회의 가치를 배분하는 법과 제도를 만든다. 그 정치가 잘못되면 법과 제도의 당사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에게 주어진 권력은 특정 세력이나 계층이 아닌 다수의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써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은 국민의 삶을 모르고서는 제대로 할 수 없는 법이다. 그 일의 시작은 정치인의 특권 내려놓기가 될 것이다. 지하철을 타 보지 않고서는 지하철 문제를 알 수 없다는 논리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국민의 눈높이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그들의 애환과 고통을 알 길이 없다.

며칠 전 한 조간신문에 20대 국회의 한 초선의원이 백팩을 메고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모습이 사진으로 실렸다. 어느 북유럽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모습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참 신선한 풍경이다. 초선 비례 대표를 중심으로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니 변화의 희망이 보인다. 국회의원에겐 한 달에 차량유지비 35만8천 원과 기름값으로 110만 원이 지급된다. 이 돈으로 대부분 의원이 검은색 세단 승용차를 빌려서 이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검은 세단에서 보이는 바깥세상은 너무 작다. 버스를 타고 보는 세상은 더 크다. 게다가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더욱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다.


4. [기고] 한류의 매력에 빠진 불가리아/신부남 주불가리아 대사

‘불 가리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요구르트, 장미오일, 장수마을 그리고 아름다운 흑해 연안 휴양지 정도가 아닌가 싶지만, 기후 좋고 공기 신선하고 미세먼지 적고 인프라가 적당히 개발돼 계곡에는 자연산 송어가 넘치고 대부분 농산물이 친환경 제품으로 물가는 한국의 반 정도로 문명사회에 있는, 지구의 비경이 있다면 여기가 아닌가 싶다.


남 부에 있는 로도피 산간은 장수촌으로 유명한데 맑고 깨끗한 공기, 친환경적인 식생활, 제올라이트가 함유된 이온수가 비결이라고 한다. 국토 곳곳에서 분출하는 광천수는 위장, 관절 등에 특효가 있으며, 1000여개의 온천 중 약 80%는 의료적 효과가 있어 의료관광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오아시스인 바 우리나라 의사도 이곳에 요양병원을 세우려고 한다.

아울러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와인 생산국으로 특히 세계 와인 마니아에게는 가격 대비 맛과 질이 뛰어나 ‘아는 사람만 아는 와인’으로 통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나는 ‘마부르드’라는 품종이 유명하다.

또 한 불가리아는 우리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풍부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나라다. 전국에는 발굴되지 않은 스파르타쿠스의 트라키아 및 로마 시대 유적, 특히 유럽 내에서는 가장 많은 고대 거주지와 1만여개의 무덤이 땅속에 묻혀 있어 고고학자들에게 불가리아는 꿈의 땅으로 불린다.

우리와는 지리적으로 멀리 있으나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릴라 수도원 등 수도원과 교회를 중심으로 독실한 신앙심과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500년간의 오스만터키 지배 등 수많은 외세 침략을 극복하고 정체성을 지켜 왔다. 지금도 700만 인구의 나라에 2400여개의 정교회와 200여개의 수도원이 있다.

고유의 문자도 가지고 있는데, 855년 키릴과 메토디 형제가 글라골이라는 문자를 만들었으며 이후 제자들이 러시아 등 슬라브권 국가들이 사용하는 ‘키릴문자’로 발전시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그 런데 우리에게 놀라운 것은 이 나라에서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한국어와 한식, 전통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약 3000명의 한류 팬이 수십여 개의 크고 작은 동호회를 운영 중이며, 온라인 한류 라디오 방송도 있다.

여기서 부는 한류 바람은 학교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소피아대학은 한국학과를 2010년부터 독립 학과로 운영해 유럽에서 제일 많은 8명의 교수를 보유하고 있다. 소피아 소재 명문 외국어전문학교에는 2011년 고교 과정에 한국어 반을 처음 개설한 후 2013년에는 초등과정에 한국어 반을 열었고 내년에는 중등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올 6월 처음으로 한국어반 졸업생을 배출해 필자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는데 이는 유럽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다.

한국에 대한 불가리아인들의 관심이 큰 것은 문화적·역사적 유사점 특히 전쟁 후 폐허 속에서 놀라운 국가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한국을 닮고 싶어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나라에 현대인들이 찾는 여러 친환경적인 요소들이 산재하고 있어 앞으로 이 나라의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5. [중앙일보][마음산책] 우리에겐 ‘적당한’ 책임이 있습니다

지 인을 통해 특이한 독일 친구 한 명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 온 지 5년이 넘었다는데 우리나라 말을 거의 하지 못했고 한국 문화나 역사에도 그리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알고 보니 원래 계획은 일본에 있는 대학원에서 석사 공부를 하는 것이었는데 일본에선 장학금을 받을 수 없어 차선책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에 온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일본 음식은 잘 먹는데 조금이라도 매워 보이는 우리 음식은 먹어 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석사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됐기에 한국말을 배울 필요가 없었으며 지금 다니고 있는 한국 회사에서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대화가 진행될수록 이 친구는 한국 생활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단 서울의 공해가 너무 심하고, 일본에 비해 거리가 더러우며, 사내 문화가 극도로 경직돼 있어 숨이 막힌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서열문화가 심해 회의 시간에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도 번번이 상관으로부터 무시만 당할 뿐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고 말이다. 문제점만 조목조목 끄집어내 지적하는 독일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어서 서양 사람이 우리나라 회사에서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 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그러면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일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애초에 한국에 올 계획이 아니었고 일본 문화나 일본 음식을 더 선호하니 말이다. 그랬더니 이 친구 말이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 일해 볼 생각으로 도쿄의 한 회사에서 두 달간 인턴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서 생활해 보니 오히려 한국보다 더 갑갑하더란다. 한국 사람들은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표정 등에서 드러나는데 일본 사람들은 속내를 통 알 수 없어 힘들었다고 말이다.

한국도 문제고 일본도 문제라면 고향인 독일로 돌아가는 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독일도 역시 문제란다. 독일인은 아시아인처럼 상냥하지 않고 무뚝뚝하며 자기 고향에는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도 없단다. 서울처럼 교통이 편리하지도 않고 빨리빨리 일 처리를 해내지 못해 답답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화가 여기까지 이르자 지금 이 친구는 전형적인 성격장애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나 책임이 없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점이 그랬다. 한국에서 살기로 스스로 선택했으면서도 그 선택에 따르는 결과의 책임은 지려 하지 않고 무조건 남 탓, 외부 조건 탓만 하는 것이다. 본인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기는 바꿀 것이 없고 다른 사람, 외부 조건이 변해 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세상이 내 마음처럼 되진 않는다. 그러니 불만과 원망만 늘어나고 불행한 심리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바로 자기 책임이 아닌 경우인데도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기에게로 돌려서 자학하는 경우다. 이런 증상을 보통 신경증이라 하는데 항상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 예를 들어 외국 바이어와 같이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켰는데 음식이 좀 늦게 나오면 안절부절못하고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것에 대해 바이어에게 반복해 사과를 한다. 사실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것은 식당의 잘못이지 본인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자기 때문에 남들이 불행해진다고 여기면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책임을 지려고 한다.

사실 나도 교수로 임용돼 처음 미국 대학 강단에 섰을 때 학생들의 강의 반응에 상당히 민감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지 않거나 수업 태도가 불량하면 그것이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강의를 좀 더 잘하려는 노력은 하게 됐지만, 어느 순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와 주지 않는 학생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리 읽어 와야 할 교재를 읽어 오지 않고, 몇 번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과제를 하지 않으면서 무단결석을 일삼는 학생도 있었다. 이런 경우까지 모두 내 탓으로 돌리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부터 깨달았다.

우리에겐 ‘적당한’ 책임이 있다. 앞서 말한 독일 친구처럼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남들에게로만 돌리는 것도 문제이고, 반대로 본인 책임이 아닌 것까지 다 뒤집어쓰면서 자학하는 것도 문제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가 자신의 책임을 내게 다 떠넘기려 할 때 경계선을 분명하게 긋고 그건 당신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는 균형점을 잘 찾아 지혜로운 삶을 사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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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15일 신문 브리핑 #


행복을 주는 두 가지 천국 언어가 있다.
"내가 못해줘서 미안해요!"
"당신이 잘해줘서 감사해요!"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위해 14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 몽골에 도착함
- ASEM 출범 20주년을 맞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15~16일 이틀간 열리는 ASEM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세계 각국의 주요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국제회의임


<< 경제 일반 >>
1. `미·일 동시 상장`을 추진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이 14일(현지시간) 공모가 대비 대비 28% 상승한 주당 42달러의 시초가를 기록하면서 뉴욕 증시에 상장됨
- 라인의 성공적인 상장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여파로 대형 기업들의 뉴욕 증시 상장이 위축된 가운데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라인에 대한 매력도가 집중 부각된 결과로 풀이됨

2. 한진해운이 외국 선주들과 벌이고 있는 용선료(선박 임차료) 인하 협상을 곧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임
- 용선료 인하폭은 목표치(30%)에 가까운 27~28%로 전해짐

3.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다 포기한 한화가 산업은행에 지급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상당액을 되돌려주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옴
- 한화는 2008년 10월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9639만주를 6조3002억원에 사기로 하고 이행보증금을 우선 지급했으며, 그해 12월29일까지 최종계약을 맺지 못하면 보증금을 산업은행이 가진다는 양해각서도 체결했었음


<< 금융/부동산 >>
1. 한국은행이 14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낮추고 기준금리(연 1.25%)는 동결함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하반기 경제가 어려울 것이고, 교역 감소, 주택 초과 공급 등으로 투자가 급랭할 것으로 예상함

2. 최근 은행처럼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사모대출펀드(PDF)가 금융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음
- 저신용자들이 물어야 하는 이자는 연 15~20% 안팎으로서, 부실률을 10% 이내로만 관리하면 수수료를 떼고도 투자자들에게 연 5%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함

3.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법정관리 중인 중소기업 에버테크노에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의 기업회생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에버테크노 충청공장을 183억원에 사들여 곧바로 재임대할 계획임
- 지난해 5월 세일앤드리스백 프로그램을 도입한 캠코가 올해 법정관리 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한 뒤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첫 지원 결정임
* 세일앤리스백(sale&lease back) : 건물 등 자산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해 쓰는 것을 말함. 부채가 많은 기업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활용됨. 아래 경제용어 추가 설명 참조

4. 13일 독일이 시행한 48억유로(약 53억달러) 규모의 국채발행 입찰에 유럽 각국 자금이 몰리면서 금리가 연 -0.05%까지 떨어짐
- 일본과 스위스가 10년 만기 국채를 지난 3월과 4월 각각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한 적은 있지만 유로존에서는 독일이 처음으로, 독일 국채금리는 유럽 다른 나라 국채금리에 벤치마크가 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훨씬 클 전망임

5. 영국 중앙은행(BOE)이 14일(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양적완화 수단인 자산매입 한도도 기존 3750억파운드로 유지하기로 함
- BOE의 금리 동결 결정은 경제 상황을 평가할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임

6. 지역농협과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 회사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포괄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연대보증을 요구한 대출 규모가 1조6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남
- 불건전 영업 유형으로는 연대보증이 9885억원, 포괄근저당 설정이 6534억원, 꺾기가 46억원이었음

7. 서울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전세 수요가 풍부하던 성동구 금호동과 옥수동 전셋값이 대단지 아파트 입주와 전세기간 만료가 맞물리면서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음
-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금호2가동 ‘래미안하이리버’ 전용면적 84㎡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해 말 6억5000만원에 달했으나 지난 5월 5억7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5억3000만원으로 떨어졌으며, 인근 ‘금호자이1차’ 전용 59㎡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 1월 5억원이었으나 석 달 뒤인 4월에는 4억4000만원으로 6000만원 하락함

8.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가 서울 여의도 랜드마크인 국제금융센터(IFC)의 새 주인이 될 전망임
- 예상 매각가는 3조원 이상으로, 한국 부동산 단일 거래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됨


<< 국제 >>
1.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구리와 흑연 납 등 9개 광물에 대한 중국의 수출관세(5~20%) 부과 행위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함
-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판결한 이후 미·중 간 외교·군사적 대립이 불거진 가운데 양측의 통상분쟁까지 격화되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세일앤리스백(sale&lease back)
- 기업이 소유하던 자산을 리스회사에 매각하고 다시 리스계약을 맺어 이를 사용하는 형태를 말함
기업측에서는 자산의 소유권이 넘어가고 리스료를 계속 내야하는 대신 자산을 계속 사용하면서 목돈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임.
부동산일 경우 계약과 동시에 매도자(기업)가 빌딩전체를 다시 임차해 매수자에게 일정한 임대료 수입을 보장해 주는 부동산 매각방식 중 하나임
매수자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고 적정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매도자(기업) 입장에서는 매각한 물건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까지 할 수 있고 후에 다시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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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4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드 설득 나서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부지가 경북 성주군 성산리 일대로 결정됐다고 한다. 다른 지역보다 군사적 효용성이 큰 데다 민간인 밀집 주거지로부터 1.7㎞ 떨어진 400m 고지여서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전해진다. 후방지역이기 때문에 사드가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하는 중국의 공세를 비켜갈 수 있는 여지도 고려됐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군사·외교적 측면을 두루 살핀 결정이라는 얘기다.

배치 지역이 결정됨으로써 정책적 혼란은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성주 주민들이 즉각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절대 불가, 강력 저지’를 결의하는 등 반발은 그치지 않고 있다. “사드 전자파로 주민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걱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레이더에서 100m 이상 떨어지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과학적 설명이다. 이를 외면하고 반대만 외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요 ‘님비 현상’일 뿐이다. 영남권 신공항을 서로 유치하려던 ‘핌피 현상’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때에 국론이 갈라지고 배치 예정 지역 주민들까지 집단 반발에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과 지자체 수장들이 단식 농성을 하는 등 되레 주민을 선동해 ‘안보 님비’를 부추기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국가 안보를 외면한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무 엇보다 내부 결속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해당 지역민의 대승적 협조가 긴요하다. 분열과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불임’, ‘방사선 참외’ 등 근거 없는 괴담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등 주민 설득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외부 세력이 반목을 조장해 경제·사회적 낭비가 극심했던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주먹구구 추경 예산 편성을 우려한다

우 리 경제 여건이 추가경정예산에 기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어려워졌다고 한다. 경기가 잠깐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하다가 상승국면을 미처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회복세가 끝나 버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성장률이 2.5%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솔직한 실토다. 추경 예산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해 실물 부문에 투입돼야 한다는 얘기다.

경 제정책 수행에 추경 예산 투입이 당연시되기에 이른 자체가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현오석·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호기를 부리며 추경을 투입했으나 돌아온 것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 성장률 둔화에 불과했다. 그러는 사이 국가 부채와 함께 가계 빚도 큰 폭으로 늘어가는 추세다. 주어진 여건이 불리하기도 했지만 어정쩡한 정책에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추경 예산을 거창하게 편성하고도 정작 집행 과정에서는 원칙도 없이 사용하는 행태부터가 문제다. 메르스와 가뭄 사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11조원 이상의 추경을 편성했던 지난해의 사례도 예외가 아니다. 저소득층과 사회 초년병의 직업훈련 과정을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이나 경기부양책으로 마련했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도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연예술계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편성된 티켓구입지원 계획도 목표에 미달했다.

이 처럼 추경 예산은 물론 본예산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니 추경 편성이 주먹구구로 이뤄졌다고밖에는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추경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기 활력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원인을 추경에 돌리려는 핑계가 아니냐는 지적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올해 추진 중인 10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이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점이다. 이렇게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게 된다면 추경 예산을 아무리 많이 편성하더라도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없다. 경기진작 차원을 떠나서도 국민의 세금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발상이 문제다. 지금 상황에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전시행정 차원의 항목 배정은 없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3. 檢, 가습기 사태 정부 책임도 분명히 가려야

가 습기 살균제 참사의 책임이 관련 기업들에만 있다고 보는 사람은 지금 거의 없을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앞세워 생명을 경시한 악덕 기업의 부도덕성이야 눈곱만큼도 동정할 여지가 없다. 그와 동시에 철저히 책임이 가려져야 하는 쪽은 다름 아닌 정부다. 정부와 관련 책임자가 누구인지 한창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사정인데 검찰이 정부 책임을 제대로 따져보기도 전에 한 발 빼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검찰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중이다. 정부 책임을 따지는 수사 범위는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된 1996년부터 20년간이다. 검찰은 대부분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그마저도 법리상 직무유기죄 정도만 적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지레 앓는 소리를 내지 않아도 수사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는 있다. 가습기 사태는 정권이 몇 번이나 바뀌면서 진행된 해묵은 사건이다. 결정적 고비마다 정부 당국과 관계자들이 어떤 실수와 오판을 했으며 책임을 방기했는지 규명하는 작업이 쉬울 리 없다. 그렇다고 공무원 형사처벌 불가론부터 앞세우며 소극적인 수사를 한다면 그 결과를 누가 납득하고 신뢰하겠는가.

가뜩이나 늑장 수사로 정부만큼이나 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대 사건이다. 치명적 유해물질이 15년이나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했는데도 정부나 검찰이나 움직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들이 한둘 아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유독물이 아니라고 고시했다가 15년이 지난 2012년에야 유해물질로 지정했다. 피해가 줄을 잇는데도 아무 조치 없이 미적댄 것도 도무지 석연치 않은 일이다. 직무태만인지, 기업 유착이 있었는지 반드시 가려야 한다.

지 금이라도 검찰은 수사 의지를 곧추 세워야 한다. 적극적인 수사 의지가 전제돼야 진실에 한 치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은 애초에 정부를 수사 대상에 넣지도 않으려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결정하자 태도를 바꿨다. 국정조사 면피용으로 대충 넘길 생각은 접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에 안전마크까지 붙여준 정부의 행위는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4. 남중국해 충돌, 패권주의는 찬성할 수 없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양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 가 그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았던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면서부터다. 중재재판소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도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의 완패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남중국해 도서는 중국의 영토”라면서 “중재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불복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해군과 공군 전력을 분쟁 해역에 투입해온 미국 측도 “국가 이익이 걸려 있는 만큼 눈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강의 형국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남중국해 일대의 제해권을 차지하려는 미·중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새로운 접근과 함께 해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분쟁의 핵심은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포괄하는 U자 형태의 남해구단선에 대한 합법성 여부였다. 중국은 1953년 구단선을 지도에 표시한 뒤 선 안에 있는 섬·암초·산호초와 해역을 자국의 영토와 관할로 규정했다. 영유권을 위해 역사적 권원(權原)까지 내세웠다. 판결은 바로 2013년 1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분쟁 소송을 제기한 결과다. 남해구단선의 합법성은 부인된 데다 9개의 해양 지형물도 섬이 아닌 암초·간조노출지로 판정됐다. 중국이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건설한 인공섬은 법적 지위는커녕 환경 파괴 행위라는 판단까지 받았다. 인공섬을 기점으로 한 12해리·배타적경제수역(EEZ) 200해리 주장도 헛된 일이 됐다. 국력이 약한 동남아 국가들을 힘으로 밀어붙인 중국으로서는 굴욕이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번 판결이 아시아의 안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미·중 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해양 강국을 꾀하던 중국은 제동이 걸린 반면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펴는 미국은 ‘항행의 자유’의 명분을 얻었다. 미국의 중국 저지인 셈이다. 미국은 석유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수송로이자 군사작전의 요충지인 남중국해를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는 것을 팔짱을 끼고만 있을 수 없었다. 중국의 판결에 대한 강력한 반발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시위는 옳지 않다. 국제 질서를 깡그리 무시한 패권주의나 다름없어서다. 미국의 물리적 맞대응도 바람직하지 않다. 양국의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은 남중국해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중 간의 대립인 탓이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는 북핵과 관련된 협조가 더 확고해야 할 상황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도를 국제 분쟁 지역으로 몰아가려는 일본의 망동도 어느 때보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고민이 깊을수록 국제법의 원칙에 입각해 신중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국익이 우선이지만 패권주의에는 찬성할 수 없다. 정부가 남중국해 분쟁 판결과 관련해 내놓은 ‘평화로운 해결’이라는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현명한 외교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동아일보]

5. ‘소수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 내건 英보수당 여성총리

영국 집권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13일(현지 시간) 영국의 76대 총리에 취임했다. 신임 메이 총리는 취임을 앞두고 “국민이 유럽연합(EU)을 이탈하는 브렉시트(Brexit)에 찬성한 만큼 총리로서 EU를 떠난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브렉시트 투표 전까지는 ‘EU 잔류파’였지만 이제는 브렉시트 현실을 인정하면서 변화를 원하는 자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실용적 기회주의(pragmatic opportunism) 노선을 보인 것이다.

‘철 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으로서 총리 자리에 오른 메이는 강경 보수주의자로 통하지만 ‘작은 정부와 큰 시장’에 집착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역별 전략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고용을 창출한다’는 상생의 경제를 주장한다. 최근 들어선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를 강조하고 “완전히 노동자 편에 설 것”이라는 발언으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하고 주주들이 경영자의 연봉을 결정하는 정책으로 사회 통합을 추진하려는 정책이 대처 식 신자유주의 경제와 어긋나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적응해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그가 6년 동안의 내무장관 재직 중 경찰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도 범죄 발생률을 줄이는 성과를 낸 것도 효율을 중시하는 유연성 덕분이었다.

이 같은 보수의 ‘진화’는 빠르게 변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과거의 교훈에서 나왔다. 대중이 원하는 것이라면 노동당 정책도 받아들이는 보수당의 DNA가 브렉시트라는 위기 국면에서 정책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그렇게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처칠, 대처, 메이저 등 보수당 총리들의 전통이기도 하다.

영 국 보수당의 행보가 반드시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새누리당의 행보는 보수도, 진보도, 중도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눈치만 보는 격이어서 한숨만 나온다. 시장경제 수호라는 고유 가치를 정책화하지도 못하면서 어설픈 경제민주화 논리로 야당 흉내만 낼 뿐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국민의 변화 요구에 따라 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계파 다툼에 골몰하는 새누리당은 영국 보수당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6. 배부른 현대차-현대중 노조 때문에 노동개혁 시급한 것

현 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협상과 관련해 연대파업 카드를 들고 나왔다. 현대차는 기본급 7.2%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일반 연구직 조합원의 승진거부권을 요구한다. 2년간 5조 원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 노조는 기본급 5.09% 인상, 성과급 250% 보장,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를 요구하고 있다. 통념과 어긋난 승진거부권을 요구하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간 회사를 상대로 해외연수까지 보내 달라는 것을 보면 철밥통 노조 이기주의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현대중 노조는 13∼15일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역대 투표를 보면 가결이 확실시된다. 현대차는 5년, 현대중은 3년 연속 파업에 23년 만의 동반 파업이라는 치욕적 기록이 나올 판이다.

어 제 발표된 6월 청년실업률이 10.3%로 두 달 만에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올 들어 청년실업률은 전년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좌절하고 있는데, 대기업 노조들이 자기들 잇속만 챙기느라 혈안이 됐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는 최근 “정규직 보호를 완화하는 노동시장 개혁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2016 고용전망’을 발표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심한 한국 같은 나라일수록 노동개혁을 추진하면 고용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다. 비정규직 비율이 25%였던 스페인에서는 정규직 중심의 고용시장 개혁을 단행한 결과 신규 고용에서 정규직 고용이 3.1%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차-현대중 같은 정규직의 보호를 완화하는 노동개혁을 해야 청년고용도 늘어날 수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와 소득불평등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사회통합까지 저해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의 위기라는 사실, 왜 귀족노조의 눈에만 보이지 않는가.

[중앙일보]

7. 검사직을 비즈니스 수단으로 쓴 주식 대박 검사장

진 경준 검사장이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지난 3월 말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주식 대박’ 의혹이 불거진 뒤 거짓 해명과 침묵 사이를 오갔던 그가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일부 사실관계를 시인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이것이 공직자, 특히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에게 걸맞은 행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어제 “진 검사장이 변호인을 통해 자수서 형식의 자료를 제출했으며 그 내용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에는 그간 불거진 의혹에 대한 해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매입할 당시 넥슨에서 4억여원을 빌린 사실과 함께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을 처남 명의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일부 시인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2006년 주식을 10억여원에 되팔고 다시 넥슨재팬 유상증자에 참여한 과정에 특혜가 없었다고 하는 등 대가성과 업무 관련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 검사장의 자수서 제출은 결국 상황을 또다시 모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임검사팀 수사가 120억원대의 주식 대박 의혹을 넘어 처가(妻家) 명의 청소용역 업체 운영, 차명계좌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수사의 칼끝을 피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검찰은 어제 김정주 넥슨 창업주를 소환한 데 이어 오늘 진 검사장을 피의자로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진 검사장은 주식 매입 자금에 대해 “개인 돈”이라고 했다가 정부 공직자윤리위 조사에선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달 초 넥슨이 주식 매입 자금을 대줬다고 인정한 뒤에도 그는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뒤늦은 자수서로 형사처벌을 피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검사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진 검사장은 검사직을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닌가. 검찰은 허울뿐인 자수서에 수사 강도를 낮춰선 안 된다. 시민들은 “떳떳하지 않게 자기 앞가림만 하려는 사람이 어떻게 수사를 했고, 어떻게 검사장까지 올라갔느냐”고 묻고 있다. 검찰은 관련 의혹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매일경제]

8. 메르스 대비하랬더니 내시경 구입에 쓴 추경 예산

지 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후 급하게 마련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지원받은 병원들이 감염병 대비와 무관한 엉뚱한 곳에 돈을 썼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메르스 연관사업을 제쳐놓고 평소 구비해야 하는 제세동기를 사거나 내시경 장비 등을 마련하는 데 탕진했다는 것이다. 메르스 대비용으로 총 500억원가량이 투입됐는데 이렇게 부적절하게 혈세를 써버린 것은 물론 아직까지 정산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병원이 있다니 더 심각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5회계연도 결산자료를 보면 추경을 통해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추가로 예산을 투입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사업이 수두룩했다. 추가로 늘린 추경예산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기존의 본예산조차 다 쓰지 않았는데 추경으로 돈을 더 지원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지원사업에는 본예산 2746억원에다 추경으로 628억원을 증액해 3374억원까지 불어났으나 실제 집행된 예산은 본예산보다 적은 2562억원에 그쳤다. 본예산도 전부 집행하기 버거웠는데 추경을 한다며 억지로 끼워 넣어 불용액만 늘린 주먹구구식 편성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메르스와 가뭄 등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며 국민 혈세로 11조원 넘게 추경을 편성했지만 편성과 집행 과정 곳곳에 숭숭 뚫려 있는 구멍을 보니 걱정스럽다. 올해에도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 등의 명목으로 1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데 다시 졸속 편성으로 세금 낭비를 반복할까봐서다. 이번에는 추경 결정 시점이 늦은 만큼 이달 내 추경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민간 부문에서의 역할이 제한적일 때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과 추경 같은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경기 활성화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부분에 추경을 편성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9. 금리 내렸지만 투자는 안 늘고 가계빚만 늘었다니

지 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늘어 잔액이 667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4조8000억원 증가해 잔액이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6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1조2000억원 줄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중소기업 대출은 1조7000억원 늘었지만 전달에 비해 증가 폭이 둔화된 것이고, 대기업 대출은 2조9000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기업의 활발한 투자를 유발하기보다는 가계 빚만 늘린 꼴이니 답답할 노릇이다. 기업들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수요부진 등에 짓눌려 과감한 투자를 미루고 여유자금을 그냥 쌓아두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기업 투자 부진 장기화는 대량 실업과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게 뻔하다. 전반적인 수요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은 이해하지만 신사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 없이 돈을 은행에 쌓아 놓고 있어서야 어떻게 지금과 같은 경기 부진을 타개해나갈 수 있겠는가.

이렇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저금리에 올라탄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우려가 된다. 올해 상반기에 불어난 은행권 가계대출 28조4000억원 중 주택담보대출은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 부가 7월부터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을 규제했지만 풍선 효과로 다른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향후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대로 방치해선 곤란하다. 특히 저소득층의 가계 부채는 부실화 가능성이 커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좀 더 치밀한 가계부채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세계일보]

10. 도 넘은 공직기강 해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황 교안 국무총리가 어제 중앙행정기관 감사관 회의를 소집해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황 총리는 “앞으로 공직기강 해이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했다.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으로 처신을 바르게 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총리가 감사관 회의에 직접 참석해 공직기강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어제 회의는 교육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 파장을 수습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나 기획관은 최근 한 언론사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막말을 일삼았다. 공직자의 자질과 직분을 망각한 망언이다.

무개념 공직자의 일탈 현상은 몇몇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자에 불거진 사건만 해도 셀 수 없을 지경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사무관은 외국 출장에 동행한 부하 직원에게 자녀의 학교 숙제를 대신 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에선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의적인 휴직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을 날려버린 홍기택 부총재의 행동은 국제 망신감으로 손색이 없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양국의 사드(THAAD) 배치 방침을 발표하던 8일 오후 백화점 쇼핑으로 구설에 올랐다. 윗물이 이런 정도이니 아랫물의 기강을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공 공개혁은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의 첫 단추다. 그런데도 개혁의 바로미터인 공직기강부터가 여전히 엉망이다. 공직기강은 총리가 몇 번 호통을 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눈치나 살피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정부는 갑질·막말·복지부동하는 공직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회초리를 제대로 들지 않으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신문][씨줄날줄] 이준 열사와 상설중재재판소/강동형 논설위원

‘네 덜란드 헤이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은 이준 열사다. 그는 1907년 7월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고종 황제의 명을 받고 이상설·이위종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해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알리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불귀의 객이 됐다. 그는 일본 대표인 가토 다카아키가 고종 황제의 친임장이 위조됐다며 퇴장을 요구했고, 영국이 가세하는 바람에 회의 참석이 좌절됐다. 그는 이때 ‘선혈(鮮血)의 호소’라는 연설문을 낭독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헤이그에 묻혀 있던 그 유해는 1963년 고국의 품에 안겼다. 그의 죽음에 대해 과거에는 항의의 표시로 할복 자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통함이 원인이 된 악성종양으로 호텔방에서 쓸쓸히 숨을 거뒀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설중재재판소(PCA) 는 이 열사가 뜻을 이루지 못한 바로 그 회의에서 창설된 기구다. 1899년 열린 제1회 만국평화 회의에서 ‘국제 분쟁의 특정한 처리 방법을 위한 조약’이 체결되었고, 이 조약은 다시 2차 만국평화회의에서 ‘국제 분쟁의 평화적 처리 방법을 위한 조약’으로 수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PCA는 유엔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설립되면서 그 역할과 기능이 축소됐다. 그러나 국가 간의 분쟁만을 다루는 ICJ와 달리 국가와 개인 간의 분쟁도 처리한다. 이 재판소의 한계는 판결 결과를 지키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PCAICJ가 나란히 입주해 있는 건물을 ‘평화 궁전’(Peace Palace) 이라고 부른다. 평화 궁전은 당시 국제평화재단을 설립한 미국의 철강재벌 앤드루 카네기의 지원으로 건립됐다. 건물 주변에 전 세계 197개국에서 보내온 돌을 전시한 공원이 조성돼 있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평화의 불꽃 등 평화를 주제로 한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 관광 명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만국평화회의의 산물로 탄생한 ‘PCA의 판결’이 평화를 가져오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PCA가 그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역사적·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자 중국은 판결 내용을 무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견됐던 일이지만 국제사회에서 힘이 곧 정의라는 현실을 접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지역에서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미·중의 무력 충돌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영해라고 그어 놓은 9개의 선을 지도상에서 살펴보면 너무 과해 실소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중국은 실효지배를 하고 있고 강대국인 반면 PCA에 제소한 필리핀은 힘이 없다. 미국이 뒤를 받치고 있지만 애처로워 보인다. PCA가 제 역할을 할 그런 날은 올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이준 열사의 분통함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PCA 판결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서울신문][세종로의 아침] 위작의 메커니즘과 과학적 진실/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살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은데 또 한가지가 추가됐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우환 화백이 경찰이 압수한 그림 13점에 대해 “모두 내가 그린 것 맞다”고 말한 것이다.

국 과수의 과학 감정, 미술 감정 전문기관의 안목 감정 결과 위작으로 판명났고 체포된 위조범이 범행을 시인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림의 주인인 작가 자신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고 자격 없는 사람들이 위작 판단을 내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심지어 경찰이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했다.

경찰이 압수한 그림들이 이 화백이 그린 1970년대 후반의 그림들과 다르다는 것, 그러니까 위조범들이 그린 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40년 전 그림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증거는 여러 가지 있다. 굳이 수억원짜리 장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육안으로 쉽게 가짜임이 드러나는 것들이었다고 경찰 감정에 참여했던 복수의 감정위원들은 전한다.

이 화백은 이런 모든 증거들을 부정하려 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기관의 권위와 과학적 판단 자체를 무시하려 들고 있다. 이런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경찰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은가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배경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화백의 ‘진품 주장’을 사주하는 사람들로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이 이 화백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대형 화랑들이다. 미술시장의 구도를 놓고 보면 위조 조직과는 별개로 이 화백 작품을 거래하는 몇몇 대형 화랑과 이들이 소유한 옥션, 컬렉터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2007~2008 년 반짝 경기 이후 미술시장이 수년째 불황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한국의 추상회화 운동인 ‘단색화’는 화랑가에는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대형 화랑들은 국내 시장이 좁다며 해외에까지 나가 전시회를 열었고, 국내외 경매에서 거래를 부추기면서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우환 위작을 만든 위조범들에게는 멋지게 한탕 할 찬스가 온 것이다. 작가는 “내가 본 그림 중에 위작은 없다”고 거들고, 화랑이 요구하면 확인서도 써주었다. 화랑은 작품에 사인도 대신하고, 겹치는 일련번호를 매기기도 했다.

이런 그림을 컬렉터들에게 팔고, 컬렉터들은 대형화랑이 소유한 옥션에 그림을 다시 내다 판다. 컬렉터는 차익을 챙기고 옥션은 수수료를 챙긴다. 누구도 밑지는 장사가 아닌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위작은 진품으로 둔갑한다.

미 술계에서는 시장 위축을 우려하며 위작 관련 법제를 강화해야 하고, 지금이라도 위작을 걸러낼 검증시스템을 공고히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다. 돈이나 권력보다 과학적 진실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화백이 과학적 증거 앞에서 위작임을 순순히 인정한 뒤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위조범들에게는 엄한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2016년 6월 29일, 이 화백은 예술가로서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찬스를 놓쳐버렸다.


3. [동아일보][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공세리 성당과 이명래 고약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불리는 곳, ‘태극기 휘날리며’ ‘사랑과 야망’ ‘아내가 돌아왔다’ 등 7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한 곳.

바 다에 인접한 충남 내포(內浦) 땅 아산에 가면 공세리 성당이 있다. 내포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 이에 걸맞게 공세리 성당의 역사도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0년 공세리에 공소(신부가 상주하기 전 단계의 소규모 천주교회)가 생겼고 1895년 프랑스인 에밀리오 드비즈(한국명 성일론) 신부가 부임했다. 그는 1897년 한옥 성당을 신축했고 이어 1922년 직접 설계해 지금의 공세리 성당을 지었다.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된 공세리 성당은 우아하면서 단정하다. 그런데 언뜻 보면 근대기에 지어진 다른 성당과 그 모습이 비슷하다. 그럼, 이 성당이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건물의 외관도 외관이지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주변 경관과의 조화다. 수령 350여 년의 느티나무를 비롯해 건물 주변엔 고목이 여럿이다. 그 고목과 서양식 건축물의 조화가 압권이다. 성당 마당엔 순교자 32위의 넋을 기리는 공간도 있다. 순교의 흔적이 찾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이 성당엔 빼놓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1900년 전후, 아산 지역엔 종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모습을 안타까워한 드비즈 신부는 나름대로의 의약 지식을 활용해 종기 퇴치 약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신통하게 종기는 곧 나았고 화제가 되었다. 당시 공세리 성당에서 심부름을 하던 10대 소년 이명래가 있었다. 소년은 드비즈 신부로부터 열심히 고약 조제법과 치료법을 배웠다. 그러다 1906년 종기를 치료하는 고약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에 힘입어 아산에 ‘명래한의원’을 개업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명래 고약’은 공세리 성당에서 그렇게 탄생했다.

성당 한쪽엔 박물관도 있다. 사제관 건물을 박물관으로 바꾼 것이다. 박물관엔 성당과 순교의 역사, 성당 건축 과정, 이명래 고약 등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 드라마 가운데 대표작의 관련 영상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공세리 성당은 언제 가도 아름답다. 뜨거운 여름 태양에 빛나는 붉은 벽돌도 좋고 건물 외벽에 드리운 고목의 그림자도 좋다.


4. [동아일보][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보기 힘들다, 볼 수 있다, 매우 보여진다

영 화 대사 한 줄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들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영화 ‘내부자들’ 속 권력자 백윤식의 대사 말이다. 이 말은 알고 보면 관객의 공분(公憤)을 자아내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이 대사를 듣고 ‘아하! 난 개돼지에 절대로 속하지 않아. 나는 상위 1%니까. 하하하’라며 기분 좋아할 관객은 세상에 별로 없을 것이므로. 공분이란 최대 다수의 최대 공감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정서인 것이다.

그런데 ‘내부자들’의 명대사는 따로 있다. 백윤식이 “어떠어떠하다고 보기 힘들다, 볼 수 있다, 매우 보여진다…. 같은 말이어도 누구에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힘 가진 자는 무슨 극악무도한 짓을 하더라도 대부분 ‘나쁘다고 보기 힘들다’고 표현되지만, 힘없는 자는 웬만하면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나쁘다고 매우 보여진다’로 치부된다는 얘기다.

이 번에 지탄을 받게 된 고위관료는 이런 논리가 거꾸로 적용된 경우다. 일도양단하자면 한국사회에서 그는 ‘힘 있는 자’로 분류되기에, 힘없는 다수의 입장에서 볼 때 그는 ‘나쁘다고 보기 힘든’ 게 아니라 외려 ‘나쁘다고 볼 수 있는’ 것을 넘어 ‘나쁘다고 매우 보여지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의 공분은 북핵보다 무섭다.

올해 상반기 국내 개봉 영화들에서도 폐부를 찌르는 명대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라스트 홈’엔 집을 잃고 쫓겨나는 사람들의 등에 칼을 꽂는 서슬 퍼런 대사가 나온다. “이 나라는 패자를 구해주지 않아. 오직 승자들을 위해 세워졌지. 승자의, 승자를 위한, 승자에 의한 나라이니까.” “100명 중 단 한 명만 방주에 올라타는 거야. 나머지는 물 밑으로 가라앉는 거지.” 그렇다. 공분을 자아내기 딱 좋은 ‘상위 1%론(論)’인 것이다. 할리우드도 한국처럼 공분이 돈이 되는 시장인가 보다.

미 국 여성 사업가의 성공 실화를 옮긴, 제니퍼 로런스 주연의 영화 ‘조이’에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대사가 등장한다. “착각하지 마. 세상은 당신에게 빚이 없어.” 아, 동정 없는 세상은 결코 패자에게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는 냉정한 진실을 이처럼 천연덕스럽게 속삭이는 대사가 또 있을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대사 “말은 제대로 하자. 넌 노력하지 않아. 단지 징징대는 거야”보다 몇 곱절 더 싸늘하고 잔인하다.

하지만 영화에는 삶의 의욕을 뿌리째 꺾어놓는 나쁜 대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로와 희망을 주는 대사도 많다.

영 국 최초 스키 국가대표 선수의 도전 실화를 옮긴 감동적인 영화 ‘독수리 에디’에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꼴등’ 선수 에디에게 세계 1위가 건네는 철학적인 대사가 나온다. “너와 나는 한 시와 열한 시 같아. 나머지 시간들보다 서로와 더욱 가깝지.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는 영혼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점프를 하지.” 얼마나 멋진 은유인가! 12시라는 최고의 자리를 이미 맛본 자신(1시)만큼이나 12시를 향해 달려가는 에디(11시)의 삶도 소중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멜로물에 정통한 곽재용 감독이 뜻밖에 내놓은 스릴러 ‘시간이탈자’에도 사고뭉치 제자에게 스승이 건네는 명대사가 등장한다. 역시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은유다.

“선 생님, 저 양아치 맞거든요? 이제 그만 저를 포기하시라고요.”(제자) “허∼. 나침반 바늘이 움직이는 동안은 방향을 알 수 없는 법이지.”(스승) “예?”(제자) “네가 길을 잃어서 나침반을 꺼냈다고 생각해 봐. 그럼 방향을 찾으려고 나침반 바늘이 마구 움직이겠지? 그동안 너는 눈금을 읽을 수 있을까?”(스승) “당연히 없죠. 근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제자) “넌 지금 방향을 찾고 있는 거야, 인마! 네 나침반 바늘이 아직 움직이고 있는데, 남의 말이나 듣고 내가 널 판단해서야 쓰겠냐? 나침반 바늘이 움직이는 동안 난 너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기로 했다.”(스승) “그게 언제까지 움직일 줄 알고….”(제자) “교사의 본분은 가르치는 게 아니야. 기다려 주는 거지.”(스승)

아, 상대의 나침반 바늘이 움직이는 동안 기다려 주는 아량과 배려가 이 세상엔 이미 멸종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나를 믿고 기다려 주는 단 한 명만 세상에 있어도 제법 살맛이 날 터인데. 영화 ‘계춘할망’에서 할머니가 손녀에게 건네는 대사로 이번 칼럼을 마감할까 한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야. 내가 네 편 해줄 테니 너는 네 원대로 살거라.”


5. [동아일보][열린 시선/문태학]어르신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한 제언

같 은 속도로 나란히 달리던 두 차가 앞서가던 화물차가 떨어뜨린 적재물을 동시에 발견했다. 두 차의 운전자 모두 전방 주시를 철저히 했지만 한 대는 교통사고를 피했고 다른 차는 화물을 들이받았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운전자의 나이였다. 사고를 피한 차의 운전자는 33세, 사고가 난 차의 운전자는 75세의 어르신 운전자였다.

위험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걸리는 반응시간은 성별 연령 컨디션 주의력 및 위험 예측의 정도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지연된다. 30대 운전자의 반응시간은 0.7초였지만 70대 운전자는 1.2초가 걸렸다. 그만큼 정지거리가 길어지면서 적재물을 들이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고 사례에서 보았듯이 다른 조건이 같더라도 어르신 운전자는 청장년층 운전자에 비해 교통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통계(경찰청 자료)를 보면 운전자의 연령이 61세 이상일 경우 사망률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65세 이상일 때 사망률은 60세 이하의 1.5배 수준이고 71세 이상은 2배 이상이다. 같은 기간 어르신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 점유율 역시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 대비 6.1%(2011년)에서 9.9%(2015년)로 증가하는 추세다.

어르신 운전자들에게 운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제도적 보완과 개인의 노력이 합쳐지면 어르신 운전자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먼저 고령자로 하여금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 또는 자발적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 최근 동아일보 기획기사처럼 대한노인회가 적성검사 기간 단축이나 점진적 인지능력 검사의 의무화 방안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르신 운전자는 본인의 신체 및 정신적인 상태가 운전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르신 운전자는 노화에 따른 감속운전 및 차간거리 확보 등의 운전행동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도 로교통공단에서는 65세 이상 어르신 운전자의 교통안전과 보험료 절약을 위해 노인운전자 교육과정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3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교육 중에 실시하는 인지지각 검사를 통과한 어르신 운전자는 2년간 자동차 보험료를 5% 할인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어르신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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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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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14일 신문 브리핑 #


"가장 기본적인 감사는 지금 이순간 살아 숨쉬는 것부터 시작된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한·미 군당국은 13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함


<< 경제 일반 >>
1.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이 10.3%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함
-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자는 46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만8000명 늘어남

2. 보건복지부는 13일 제52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2017년도 중위소득을 4인 가구 기준 446만7380원으로 심의·의결함
- 지난해보다 1.7% 상승한 수치로서, 이에 따라 생계급여 대상과 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급여 금액도 소폭 늘어나게 됨

3. 상선과 해양 플랜트, 크루즈선 등 중대형 선박에 사용되는 고급 목재시장을 국내 중소기업이 뚫었음
- 영림목재는 이달 초 화재 방지 시험을 통과해 노르웨이·독일 통합선급협회(DnV GL)로부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유럽 선박장비인증(EU-MED)’을 국내 최초로 받았다고 13일 밝힘
- ‘조선 대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국내 조선소들은 EU-MED 인증을 받은 한국 업체가 없어 해외에서 선박용 목재를 조달해 왔으며, 이번 인증통과로 연간 약 700억원의 수입 대체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됨

4. 13일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달 2M 가입을 위해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머스크, 2위인 스위스 MSC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함
- 이에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가입을 논의 중인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으로부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확답을 받아오라고 요구함


<< 금융/부동산 >>
1.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67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6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증가함
-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4조8000억원 늘어나 잔액이 500조9000억원에 달함

2. 코스피지수가 2000선, 코스닥지수는 700선을 회복함
- 브렉시트 충격이 잦아들고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부양책으로 주식시장 유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옴

3.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일본과 미국 동시 상장을 위해 진행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24 대 1을 기록함
- 13일 라인 상장주관사인 노무라증권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네 개 증권사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틀간 일본과 미국 등에서 청약을 받은 결과 2조7720억엔(약 31조8364억원)이 청약증거금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짐

4. 롯데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과 자산 유동화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중단됨
-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부담을 느낀 기관투자가들이 롯데 계열사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임

5. 만 55세 이상 연금 가입자는 14일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개인연금 적립금을 세금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이체할 수 있음(금융위원회 발표)
- 종전까지는 IRP에 있는 돈을 개인연금으로 옮기면 6.6~41.8%의 퇴직소득세를, 개인연금에서 IRP로 돈을 이체하면 15%의 기타소득세를 부담해야 했었음

6. 서울대와 신용보증기금(신보), KOTRA는 기술·금융·수출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통합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힘
- 3각 협력체계를 통해 수출 중소기업에 △서울대의 기술 컨설팅 △신보의 금융지원 서비스 △KOTRA의 해외 바이어 발굴 및 수출 마케팅 지원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구상임


<< 국제 >>
특이내용 없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개인형 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 개인퇴직계좌(IRA)를 대체하는 퇴직연금으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2012년 7월 26일 개정되면서 새롭게 도입됨.
이전의 퇴직연금제도는 퇴직 때 지급받는 급여수준이 정해진 확정급여(DB : defined benefit)형과 운용 결과에 따른 수익금을 지급받는 확정기여(DC : defined contribution)형 등 크게 두 가지가 있었음.
개인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개인퇴직계좌(IRA)도 있었지만 사실상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중간정산 때 일시적으로 자금을 넣어 두는 저축계좌에 불과해 유명무실함.
IRP는 이 IRA의 단점을 보완해 퇴직하지 않아도 누구나 개설할 수 있고, 연간 1200만 원까지 추가 납입이 가능함. 또 연간 개인연금저축 납입액과 합쳐 총 400만 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혜택도 있으며, 기존 퇴직금제도하에서 퇴직자는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선택해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게 있음.
단, IRP는 예금ㆍ펀드ㆍ채권ㆍ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지만, 주식투자는 투자금의 40%까지로 제한됨. 그리고 IRP는 퇴직 근로자에게 강제되고, 확정급여(DB)형ㆍ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재직자와 자영업자(2017년부터 가입)도 가입할 수 있음.
한편 퇴직연금에 가입했던 근로자가 회사를 옮길 때 받는 퇴직 일시금은 자동적으로 개인퇴직연금(IRP)으로 전환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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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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