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7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학교 이름만 돈 주고 빌려온 제주국제학교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잇달아 들어서는 국제학교에 대해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제주주민자치연대가 최근 도의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국제학교에 관심을 두기보다 공교육을 튼튼히 하는 계획부터 세우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국제학교가 당초 취지를 벗어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반발이다.
내년 9월 개교 예정으로 현재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SJA Jeju) 설립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한 것도 주민들의 반발 배경이다. 10만 2000㎡ 부지에 건립되는 SJA제주는 실내수영장과 체육관, 극장 등 최고의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외국 학교의 이름만 빌려왔다는 사실부터가 취약점이다. 미국 SJA 본교의 교육과정에 따라 운영된다고 하지만 졸업하더라도 본교 학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버몬트에 위치한 본교가 미국 30대 대통령인 캘빈 쿨리지를 배출한 명문 사립학교인 것은 틀림없지만 SJA제주는 본교와 로열티 계약에 의해 학교 이름과 일부 교육과정만 빌려온 관계이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 Jeju)와 브랭섬홀 아시아(BHA)가 국제학력 인증을 갖춘 것과도 대비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자회사로서 학교운영법인인 해울이 SJA제주 설립을 추진해 온 과정부터가 졸속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원래 외국학교들의 제안요청서를 평가한 뒤 심사를 거쳐 선발하는 공개모집 방식이 원칙이지만 SJA는 순서가 바뀌었다. 제주교육청의 보완 요구를 무시한 채 착공식이 이뤄진 것도 의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더욱이 해울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방만경영에 대한 질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관할하는 국토교통부가 사전에 이런 점을 몰랐을 리도 만무하다. 그런데도 최근 착공식에 참석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SJA의 진출로 제주 영어교육도시가 국내 영어교육의 중심이자 동북아 교육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칭송했다. 진행과정을 몰랐다면 무책임이고, 알고도 그렇게 말했다면 국민을 오도한 것이다. 제주 국제학교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2. 우병우 특별감찰 시늉에 그쳐선 안 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착수는 이번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대통령직속 특별감찰관의 존립 의의가 처음으로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3월 특별감찰관법 국회 통과에 이어 작년 3월 이석수 변호사를 초대 특별감찰관에 임명했다.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비리를 근절하겠다는 대선 당시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우 수석에 대한 감찰은 진경준 검사장 인사검증 소홀과 아들의 유기준 의원실 인턴채용 및 의경보직 청탁에 집중될 것이라 한다. 최근 집중 거론되고 있는 처가의 가족회사 재산 축소신고도 함께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 특별감찰관은 어제 감찰 착수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주말”이라면서 “법에서 정한 대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감찰은 한 달 동안 실시되며 필요할 경우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한 달씩 연장된다.
우 수석 관련 의혹이 양파껍질 까듯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감찰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여권은 “일단 감찰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시간끌기용’, ‘세탁용’이라며 비난 일색이다.
야당이 그동안 정부를 무리하게 몰아붙인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야당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현직 비리’ 규정에 따라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수상한 1300억원대 부동산 거래가 감찰 대상에서 배제된 자체가 문제다. 이 사안은 진 검사장 인사부실 검증과 직결되는 만큼 진상규명이 필수다. 특별감찰관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상시 감찰로 비리를 예방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야 ‘뒷북 감찰’이냐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은 이번 사건에 경악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철저한 감찰로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고 의혹을 떨쳐내야 한다. 야권이 벌써부터 국정조사와 대정부질의를 예고하며 잔뜩 벼르고 있고 여당도 예전처럼 감싸기 일변도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도 명심할 일이다. 우 수석은 더 이상 대통령 치마폭에 숨지 말고 자연인 신분으로 떳떳하게 조사받는 게 바람직하다. 진정한 대통령 측근이라면 대통령과 정권에 짐이 되는 처세는 피해야 한다.
[서울신문]
3. 고용난 해소에 새 길 튼 한수원의 인력 수출
극심한 경기 침체와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대란이 가시화한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1조원대의 운영 용역 수출을 성사시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 4기에 대한 운영지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그제 밝혔다. 우리나라가 부품 생산이나 건설 공사가 아닌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한 인력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는 취업·실업 대란의 와중에 한수원의 인력 수출 계약은 그야말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계약에 따르면 한수원은 내년 5월부터 2030년까지 해마다 평균 210명, 총 3000여명의 운전원과 운영요원 등 전문인력을 파견하게 된다. 모든 비용은 UAE 원자력공사가 부담한다. 본 계약 6억 달러(약 6800억원)와 주택, 교육 등 간접비 지원 3억 2000만 달러(약 3600억원) 등 총 9억 2000만 달러(약 1조 400억원) 규모다.
지금 우리 경제는 갈수록 악화하는 고용 환경에서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형편이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만 5000명에 그쳐 2013년 8월 이후 가장 적었다. 6월 청년실업률은 10.3%를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형국에서 한수원의 대규모 인력 수출은 가뭄에 단비다. 특히 일자리 가뭄을 겪고 있는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 점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고용대란 타개를 위한 새 길을 텄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설 운영이나 관리 인력은 한시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건설 분야 등의 인력과 달리 시설이 가동되는 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UAE는 현재 건설 중인 4기의 원전 이외에 추가로 4기를 발주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운영 인력을 더 충원할 가능성이 크다.
꼭 원전 분야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엔 각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적지 않다. 정부와 기업들이 모두 해외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한수원의 계약도 양국 정부, 특히 양국 정상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한수원이 새로운 길을 튼 만큼 다른 분야에서도 제2, 제3의 인력 수출 계약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4. 사드 배치 늦더라도 성주 제3후보지 검토하길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어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예정 지역인 경북 성주군을 방문했다. 그는 현지 주민 간담회에서 “성주군민·경북도·미군·새누리당과 대화의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성주 안전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만시지탄이나 집권 여당이 군 당국을 포함한 정부와 지자체 간 대화의 가교역을 맡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부디 건설적 대화를 통해 국가적 안보 과제와 나름의 이유가 있는 성난 지역 민심 사이에서 최적의 접점이 찾아지기를 기대한다.
한·미 양국이 주한 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끄저께 저녁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을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신뢰 훼손” 운운하는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이런 반응의 연장선상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상황에서 대놓고 보복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경제가 티 안 나고 속으로 멍들게 제재를 기도할 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어제 관영 CCTV로 ‘중국판 사드’ 격인 ‘훙치19’ 미사일의 요격 성공 장면을 공개했다. 중국의 이런 이율배반적 행태야말로 주한 미군 사드 배치가 불가피함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실전 배치를 코앞에 둘 정도로 고도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제시해 달라”고 했지만, 사드 배치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고육책인 셈이다. 그러나 지역민들 입장에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일 수 있다. 군 당국이 사드를 성주군 성산리의 방공기지에 배치하기로 하면서 인구가 희소한 농촌 지역임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개발에서 소외된 곳에 기피시설을 들여놓겠다고 하니 주민들의 상실감만 커진 형국이다.
정부는 사드 도입을 먼저 결정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배치 지역을 발표했지만, 지방자치의 성숙을 기대했다면 순서를 바꿨어야 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짐을 떠맡는 주민들에게 안전에는 큰 문제는 없더라도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약속하며 미리 양해를 구해야 했다는 것이다. 사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을 수도 있다. 성주보다 좁은 면적에 4배나 많은 인구가 밀집된 괌에 사드 배치 이후 건강 민원이 별반 제기되지 않았다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라도 정부·여당이 지역 민심에 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경북도가 인구가 더 적은 염속산과 까치산 등 성주 내 제3후보지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고 한다. 설령 작전 효용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아 보이더라도 일도양단으로 폐기할 게 아니라 한·미 양국이 정밀 조사를 하는 등 주민들에게 끝까지 성의를 보여 주기 바란다.
[동아일보]
5. 3개 분기 연속 0%대 성장, 勞철밥통만 지키다간 거덜 난다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가 직전 분기 대비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한국은행이 어제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으로 0%대 성장률이다.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0.4%로 2011년 1분기(―0.3%)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부진을 타개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 여파로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민간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임시공휴일 효과가 없었다면 2분기 성장률은 더 부진했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8%로 이미 낮췄다. “추가경정예산이 없다면 성장률은 2.5% 안팎”이라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예측은 재정의 도움 없이 저성장 극복이 힘들다는 의미다.
경제성장률 하락세는 경제의 기본 실력인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2%대 중후반인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에 이르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암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문제”라고 했지만 노동생산성 하락, 설비투자 부진, 경제 전체의 효율성 하락이 겹친 총체적 난국이다.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판매량을 추월했다. 그런데도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는 철밥통 지키기에만 골몰한다. 덩달아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만 늘었다.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빙하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기우만은 아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우파 정권인 영국 독일 스페인뿐 아니라 좌파가 집권한 이탈리아 프랑스조차 고용의 유연화를 뼈대로 노동혁신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노동과 산업구조 개혁이라는 정답을 손에 들고도 주춤거리며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일할 수 있는 인구를 늘리고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는 개혁은 고통 분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대중적 인기를 끌긴 힘들다. 그래도 정부가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실천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나중엔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중앙일보]
6. ARF서 드러난 한국 외교의 무기력증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2016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및 관련 회의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 폐막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27개국 외교 수장이 총출동하는 ARF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은 물론이고 남북한이 참여하는 이 지역의 유일한 다자안보 협의체라는 점에서 매년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올해는 남중국해 분쟁을 둘러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 결정으로 역내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 열려 더욱 관심을 모았다.
ARF에서 북핵은 늘 주요 이슈였다.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놓고 남북한은 치열한 외교전을 벌여 왔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기조를 굳건히 유지하고,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중국이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그 틈새를 노려 북한이 적극적 외교 공세에 나서면서 대북 공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ARF 논의 결과를 담은 의장성명에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견고한 대북 압박 대오(隊伍) 유지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에 서둘러 사드 배치를 결정해 공표한 탓도 있지만 그 불가피성과 당위성을 보다 당당하고 조리 있게 설명하고, 납득시키지 못하는 한국 외교의 무능에도 문제가 있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누가 보더라도 명분은 우리 쪽에 있다. 북한의 무모하고 위험한 핵 개발을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막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위적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한국은 의장성명에 사드 배치에 관한 언급이 포함되느냐 마느냐는 문제로 막판까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핵 문제에 관한 창의적이고 대담한 아이디어로 다자 간 논의의 장(場)을 주도하며 끌고 갈 수 있을 텐데도 오히려 끌려다니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7. 1030만 명 정보 유출, 2차 피해는 최대한 막아야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났다. 제대로 정보를 관리하고 보호할 능력도 없는 기업들이 왜 그렇게 개인정보 수집에 안달을 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경찰은 지난 5월 초 인터파크 전체 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030만 명의 이름, 아이디, e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 가는 해킹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인터파크 측은 지난 11일 해커 조직이 3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한 뒤에야 해킹 사실을 파악했다. 해커 조직은 인터파크 직원들에게 악성 코드를 심은 e메일을 보낸 뒤 회사 데이터베이스(DB)에 침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파크 측은 공지문을 통해 “고객 정보를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주민번호와 금융정보 등은 유출되지 않았고, 비밀번호는 암호화돼 있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출된 개인정보가 거래될 경우 보이스피싱 등 고객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4년 KB국민·NH농협 등의 회원 정보가 1억 건 이상 유출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주소와 여행 스케줄이 함께 유출됐다면 휴가철 빈집털이 등 오프라인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인터파크는 사건 파악 후 열흘 이상이 지난 25일에야 피해 사실을 공지했다. “2차 피해 가능성이 적고, 경찰이 수사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사후 처리 과정에서 고객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정보 유출 사건 이후 회원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용 약관을 변경해 고지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뒤늦게 조사에 나선 정부 역시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비밀번호 변경 등을 당부하는 데 그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정보는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 문제다. 정부와 기업들은 정보 유출의 근본적 원인을 규명해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차 피해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조차 고치지 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매일경제]
8. `규제 양산` 의원입법, 국회 차원 별도 심사기구 구성을
20대 국회 들어 무분별 의원입법의 폐해가 한층 심화될 조짐이다. 20대 국회 개원(5월 30일) 후 두 달여 만에 무려 1008건의 의원입법안이 발의됐다. 의원들 간에 보여주기식 입법 경쟁이 과열되면서 문구 하나, 비율 하나 살짝 바꾼 재탕 삼탕 입법이 판을 치고 있다. 부실·졸속도 문제지만 더 큰 폐해는 의원입법이 온갖 규제의 산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1008건 중 259건이 규제 신설 법안이라는 게 국무조정실 분석이다.
국회가 국민안전 등 규제가 꼭 필요한 분야는 뒷북 입법으로 일관하면서 지역 민원이나 이해관계집단을 의식한 포퓰리즘식 규제 법안은 별도 여과 장치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내고 있으니 참 큰일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물류시설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물류단지에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의 신규 입점을 금지하는 이 법은 국내 면세점 사업을 일대 혼란에 빠뜨리고 국제 경쟁력까지 떨어뜨린 '홍종학법' 2탄이 될 공산이 크다. 우원식 더민주 의원이 내놓은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부활시키자는 반(反)시장적 법안이다. 19대 국회 사례를 분석해 보면 의원입법의 가결률은 10%도 채 안 된다. 의원입법의 태반은 세(勢) 과시용 또는 기업 길들이기용이라는 얘기다.
폭주하는 의원입법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 국회 스스로 자정(自淨)에 나서야 한다. 정부입법은 규제영향 보고서, 부처 규제영향 분석,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 삼중장치를 거치지만 의원입법은 견제장치가 전무하다.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자체 규제영향 평가기구 도입을 주장했는데 귀담아들을 만하다. 의원입법도 법안 발의 단계에서 규제 사전 검토서를 첨부하고 소관 상임위에서 규제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의원입법을 남발하는 이유는 의정활동 평가가 법안 건수 중심의 정량평가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부실 날림 법안 수백 개보다 제대로 된 법안 하나를 더 높이 평가하는 정성평가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매일신문]
9. 경북 ‘착한가게’ 급증세가 보여준 성숙한 공동체 인식
계속된 불경기에도 경북도 내 ‘착한가게’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지역 중소 자영업자가 매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지역 사회복지기관을 중심으로 최근 활발하게 펼쳐온 착한가게 캠페인의 영향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어려운 이들과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겠다는 사회적 인식과 가치가 크게 높아진 때문이다.
착한가게는 중소 규모 자영업 종사자 가운데 매출액 중 일정액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이들을 일컫는 이름이다. 어렵게 번 돈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고 또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가게들이다. 무엇보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광역시와 비교하면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현실에서 소규모 영업장을 가진 경북지역 자영업자의 공동체 인식만큼은 훨씬 성숙하고 두텁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12년까지 경북의 착한가게는 195개였다. 그러다 2013년부터 매년 300곳 이상 늘어나 올해 7월 현재 1천450곳이 됐다. 전국 착한가게 1만5천900여 곳의 9.1%를 차지한다. 대략 전국의 착한가게 열 곳 중 한 곳이 경북에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영업 종사자 중 착한가게 가입자 비율(0.36%)을 봐도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타 시도와 비교해 2, 3배 높은 수치다.
착한가게가 출연한 기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 들어 경북의 착한가게들은 모두 1억9천여만원을 모금했다. 이 액수는 2013년 한 해 착한가게 기부금(1억6천여만원)을 뛰어넘는 모금액이다. 2014년 2억4천200여만원, 지난해에는 3억1천800여만원이 모였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처음으로 4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국가 경제와 서민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현실에서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니라 내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랑의 실천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이자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이런 ‘해피 바이러스’가 가까운 대구는 물론 전국 각지로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10. 사드 배치를 강압할 수 없다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인식은 옳다
정부가 지금까지 성주의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주민과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노력보다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당위성만을 내세워 왔다. 정부`여당은 사드의 성주 배치에 찬성하면 국익(國益)을 위한 것이고, 배치에 반대하면 국익을 저해하는 행동이라는 식의 논리를 설파해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성주를 방문해 그나마 성주 군민들이 경청할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성주 군민과의 공감대 없이는 사드 배치가 실현되기 매우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성주 군민`경북도`미군`새누리당 등 대화의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성주안전협의체를 구성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의 제안은 주민의 의사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옳다.
사실 정 원내대표의 제안은 성주에 대해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원론적인 수준의 수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문제는 지금까지 정부 관계자에게서 이런 수준의 제안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신선해 보이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당연하게 해야 할 조치인데도, 여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이런 제안을 듣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따름이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여당의 강압적인 자세에 비해서는 훨씬 유연하고 전향적인 태도임이 분명하다. 정 원내대표의 말이 아니더라도, 주민이 강하게 반대하는 이상 사드 배치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배치 시기가 늦춰지더라도 주민의 설득과 이해를 먼저 구하겠다고도 했는데, 상당히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런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투쟁위는 정부와 대화 창구를 만들어 소통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하니 정 원내대표의 방문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 같다. 앞으로 정부`여당과 주민이 대립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행복한 삶의 조건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바란다. 그런데 무엇이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이 저마다 다르니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감의 수준도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재산, 권력, 명예, 사랑, 건강 등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많다. 동서고금의 숱한 현인들은 행복한 삶의 물음에 끊임없이 몰두했다. 로마의 철학자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BC 106~43)도 ‘투스쿨룸 대화’에서 행복의 요건에 대한 담론을 펼쳤다.
풍족한 재산으로 쾌락과 안락한 생활을 즐기며, 유형무형의 권위로 남을 굴복시키는 힘을 누리고, 승리의 명예와 드높은 명성을 떨치는 것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키케로는 이러한 모든 일을 거의 무가치한 일로 치부하고 자연의 본성만을 탐구하며 사물을 관조하고 인식하는 일을 앞세우는 이들, 이른바 지혜를 탐구하는 철학자들의 삶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운명의 힘을 누구에게나 닥칠 법한 인간 만사를 참아 낼 수 있는 것으로 여겨, 이로부터 아무런 두려움도 고민도 얻지 않으며, 어떤 것도 탐하지 않으며, 영혼의 헛된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이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입니까?” 키케로는 영혼의 모든 격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덕을 성취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철학하는 삶이 좋은 삶을 만든다는 의미다. 행복을 추구하는 데 덕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속세의 온갖 달콤한 욕망으로부터 초연할 수 있는 덕을 갖추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물며 철학이 부재한 오늘날에 있어서랴. 그럼에도 우리는 소크라테스(BC 470~399)의 말에서 보다 쉽게 현실적인 행복한 삶의 조건을 찾을 수 있다. 키케로가 플라톤(BC 427~347)의 대화편 ‘메넥세노스’에서 한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한 대목을 주목하자.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는 적합한 모든 것들이 자기 자신 안에 있고 다른 사람들의 행운과 불행에 기대지 않으며 타인의 사건들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에게는 가장 행복하게 사는 이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절제하는 사람이고 용감한 사람이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는 모든 희망을 늘 자신 안에서 찾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성공한 자들에게 으레 던져지기 쉬운 시샘과 질투를 경계하고 자족(自足)의 인생관을 강조했다. 키케로가 강조한 소크라테스적 행복관의 요체는 자족과 절제다. 행불행은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달렸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행유부득(行有不得) 반구저기(反求諸己)’와도 상통한다. 행복의 비결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2. [동아일보][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내 삶의 전환점 찾기
나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는지 우리는 종종 모르고 삶을 살아간다. 우리에게는 돈과 시간이라는 선택이 있다. 하나는 보다 넓은 집과 좋은 차를 가지고 비싼 외식을 할 수 있는 돈이다. 또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다. 이 선택권은 우리에게 딜레마를 안겨주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시간의 자유를 넓히려면 연봉이라는 돈은 줄어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은 이러한 선택권을 생각할 겨를 없이 보다 높은 연봉과 직책을 주는 쪽의 삶을 살아간다.
최근 직장생활을 하다가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기회가 있었다. 강의모 작가가 25명을 인터뷰하여 쓴 책 ‘땡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의 북 콘서트에서 공동 사회를 보게 되면서 실제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이들을 만나 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이들에게 터닝 포인트란 돈에서 시간의 자유로 이동하는 삶이라는 점이다.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누구나 알 만한 세계적 기업의 영업담당 전무를 거쳐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의 지사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사표를 내게 된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평소 좋아하던 사진을 찍는 데 쓰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장애인들이 사진을 찍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사진관에 가지 못한다는 점을 알게 된 뒤로 사진관 운영 방침을 일반인이 유료로 사진을 의뢰하면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료 사진 촬영을 해주는 원 플러스 원 방식으로 정하게 된다. 영리 사업으로 시작했던 사진관을 비영리로 전환했고, 현재 그의 뜻에 동참하여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는 사람이 200여 명에 이른다.
또 한 명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서울 은평구에서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윤성근 씨였다. 보통 헌책방 주인이라면 할아버지일 것 같지만 그는 컴퓨터 전공에 IT 회사를 다니던 청년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종로서적의 폐업에 충격을 받고 책 관련 사업을 시작한 그는 자신이 직접 읽어보고 좋아하게 된 헌책만을 판다. 북 콘서트에서 그가 “직장 다닐 때와는 달리 헌책방을 하면서 좋은 점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나는 솔직히 움찔했다. 직장생활하면서 고객이나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해왔던 내 경험이 탄로 난 것 같아서였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시간을 쓰는 자유를 선택하기 위해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선택을 했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 현재 만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가는 직장인은 소수다. 왜 그럴까.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을 보면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란 것이 나온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주변을 살피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게 되고, 다수의 사람이 하는 방식을 따라가는 심리적 성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1000만 관객’ 영화나 ‘100만 부가 팔린’ 책을 왠지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칙의 부작용도 있다는 생각을 어느 날 문득 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승진을 하고, 50대 근처에서 직장을 나오면, 퇴직금으로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 직장인의 삶이기 때문에 우리는 해답이 없는 삶을 남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삶이 만족스럽다면 다행이지만, 남과 비슷하게 살아가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정말 재능이 있고 좋아할 일을 할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강 작가는 삶의 터닝 포인트를 만든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나서 쓴 에필로그에서 이들의 공통점을 상대적인 가치보다 자신만의 절대가치를 찾는 것으로 보았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회의가 든다면 나에게 어떤 카드가 있는지를 다시 살펴보자. 내가 정말 좋아하고,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해도 오랫동안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강 작가의 결론처럼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이다”.
3. [중앙일보][시론] 학교 급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부실한 학교급식 사진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급식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 언제나 교육청이 나서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를 하고 학교 현장의 누군가를 징계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학교급식의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급식현장의 관리책임을 물어 부분적인 상처만 도려내고 봉합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차제에 학교급식과 관련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접근과 대책이 요구된다.
학생들의 급식비는 해마다 인상되는데 왜 급식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 것일까? 학교급식과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분노에 찬 질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대다수 학교들의 급식비 인상이 단지 물가 인상률만을 반영한 것이기에 급식의 질은 항상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부끄러운 이유가 또 존재한다. 급식비 가운데 30% 정도가 급식 종사원들의 인건비와 식당 운영비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무상급식이 이뤄지는 초등학교와는 달리 학생들의 급식비만으로 자체 운영을 하는 중·고교의 경우는 급식 종사자들의 인건비와 식당 운영비를 모두 급식비로 충당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한 끼에 4000원 내외의 급식비를 받아 인건비와 식당 운영비 30%를 떼고 나면 실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는 2800원짜리가 되고 만다. 단순 논리로 2800원짜리 식사를 학생들이 4000원을 내고 사먹는 형국이다.
그러니 학부모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학교급식 대신 햄버거 가게로 달려가는 편이 낫겠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학생들이 낸 급식비에서 빠져나가는 인건비 내역을 보면 분통을 넘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급식 종사자들의 급여는 물론 10여 가지가 넘는 각종 수당이 학생들이 낸 급식비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위험수당, 교통보조비, 시간외 수당은 기본이고 장기근무 가산금, 자격증 가산금, 기술정보수당, 가족수당, 명절 휴가비, 맞춤형 복지비, 연차수당, 퇴직연금이나 퇴직금, 그리고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급식 종사자의 경우 그네들의 학자금조차도 학생들이 낸 급식비에서 떼 주어야 한다.
게다가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지역의 학교들은 종전 월 2만원씩 지급하던 영양사 자격증 수당을 8만3500원으로 인상해 주고, 설 명절과 추석에 지급하는 명절 휴가비를 연 4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려주라는 교육청 공문이 얼마 전 날아들었다. 향후 어떤 항목에 얼마만큼의 인상 통지가 또 날아들지 모르는 일이다. 급식비는 학생들이 내는데 급여를 포함한 각종 수당의 인상지침은 교육청이 내린다. 이 또한 기이한(?) 구조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실질 급여가 높은 것도 아니다. 아니, 하는 일에 비해 너무 적다는 표현이 맞다. 그 이유는 학교가 급식 종사자를 선발할 때 고등학생 자녀가 없는 사람, 자격증 수당이 나가지 않고, 장기근속 수당이 붙지 않는 무경험자를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급식의 질 관리만큼이나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예산 관리다 보니 인건비 절약의 문제가 역기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영양사와 조리 종사원 간의 실질 임금격차와 보이지 않는 갈등이 촉발되고 이와 같은 갈등이 급식의 조리과정과 배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결국 매년 되풀이되는 학교급식의 논란을 잠재우고,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질 좋고 맛있는 급식 제공을 위한 핵심 과제는 우리 사회가 급식 종사원들의 인건비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있다.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학교급식 문제만 잘 해결해 주어도 장차 이들이 건강한 군인, 건강한 직장인, 그리고 100세 시대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할 노후 건강보험료를 줄이는 긍정적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정부나 지자체가 급식비 지원은 못해 줄지언정, 언제까지 우리는 학생들의 급식비를 빼내어 학교식당을 운영해야만 하는 것인가.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던 선거공약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학생들의 급식 문제만이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부실대학 구조조정에 퍼주고 있다는 600억원의 교육예산, 지난해 목표치를 2조2000억원이나 초과해 거둬들였다는 세수(稅收)의 얼마라도 초·중·고교의 급식을 개선하는 데 쓰게 된다면 더 이상 푸석한 볶음밥에 단무지 쪼가리가 놓인 학교급식 사진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값싸고 질 좋은 학교급식의 혜택을 누리는 독일에서는 학생들이 맛있는 급식을 먹기 위해 학교 가는 걸 좋아할 정도라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의 학교 급식은 걸핏하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형편없는 실정이다. 언제까지 한국이 학교급식 후진 국가로 남아야 하는 것인가.
4. [서울신문][씨줄날줄] 달라이 라마 효과/오일만 논설위원
국제무역에서 ‘달라이 라마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티베트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 그 국가는 중국에 경제 보복을 당한다는 뜻이다. 독일 괴팅겐대학의 안드레아스 폭스와 닐스 헨드릭 클란 교수가 ‘국제무역에서의 달라이 라마 효과’라는 연구를 통해 제기한 학설이다.
시진핑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시대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 해당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무조건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장관급 각료의 경우 무역 감소폭은 8.5%였고 대통령급이 만나면 16.9%로 대폭 줄어들었다. 두 교수가 159개국의 사례를 통해 조사한 결과다.
2008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달라이 라마와 만난 일이 있었다. 중국은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중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진행됐던 에어버스 항공기 150대 구매 협정을 무산시켰다.
프랑스 외무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과 티베트가 중국 영토의 통합된 일부분이라는 것을 재확인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실상 백기 투항이었다.
달라이 라마 효과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이 깊다. 핵심 이익에 대한 정의는 다소 모호하지만 후진타오 정권 시절 당시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상세한 설명을 했다. 2000년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서다.
그는 사회주의 체제 유지와 국가 안보와 영토·주권 수호, 경제·사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중국의 3대 핵심 이익으로 제시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대만 문제)과 티베트·위구르 분리독립, 서구식 다당제 반대, 남중국해 및 센카쿠 영토 분쟁 등이 해당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그 어떤 외국도 우리가 핵심 이익으로 거래할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010년 노벨상위원회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중국은 노르웨이 연어 수입을 금지했고 2010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격화될 당시 일본이 중국 어선의 선장과 선원을 억류하자 즉각 희토류 수출을 중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대구 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했던 중국 칭다오시가 불참을 통보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경제 보복이 아니냐는 보도가 적지 않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날 선 공세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핵심 이익이라고 단언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은 이미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했다’고 규정했다. 중국이 국제 시선 때문에 대놓고 경제 보복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카드를 갖고 우리를 흔들 가능성은 크다.
5. [서울신문][문성일의 盞소리]최저임금 올라 힘드시죠?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 오른 시간당 647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이번 인상률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인상률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이번 결정으로 올해 월 기준(209시간) 126만27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엔 135만2230원이 됩니다. 20대 국회 4년간 이같은 인상률이 이어질 경우 2020년엔 시간당 최저임금이 7993원, 월 기준 167만537원이 되는데요. 연봉으로 환산하면 2004만6444원이 됩니다. 이중 소득세(근로·지방)와 국민연금, 건강·고용보험료 등 8.7% 가량을 뗍니다.
노동계는 ‘최악의 인상률’이라며 반발했고 경영계는 ‘불황속에 높은 인상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려 당초 시급 1만원을 공약했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포용정치에 배치된다”며 유감을 표한 반면, 여권은 “경제상황 고려해 속도 조절 필요하다”고 논평했습니다.
좀 더 들여다 볼까요. 경영계는 이번 결정과 관련,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지불능력 한계를 벗어난 소상공인들이 범법자로 내몰리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다소 과격하고 극단적인 비유를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비정규직 중심의 최저임금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영세기업이나 도·소매, 서비스업 등 생업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란 예상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볼까요.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최저임금 근로자 고용이 많은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경우 전체 매출대비 영업이익은 대략 25% 정도입니다. 이를 점주와 대기업 가맹본부가 통상 6.5대 3.5 정도의 비율로 나눕니다.
이때 편의점 운영 비용의 절대치인 임대료와 알바생 고용은 점주가 책임져야 합니다. 여기에 가맹본부가 일부 보전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전기료, 공과금, 카드수수료까지 점주가 대체로 부담합니다.
지역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 모두를 감안하면 점주가 실제 가져가는 돈은 당초 이익금의 10~20%에 그치는 곳이 상당하다는 게 관련 종사자들의 설명입니다.
대기업 가맹본부가 최저수익보장으로 제시하는 500만원을 벌어도 점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50만~100만원에 불과한 셈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적자를 면치 못하는 편의점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편의점 점주의 계약 파트너인 가맹본부 상황은 어떨까요? 가맹본부는 점주에겐 절대 ‘갑’입니다. 운영과정에서 손실을 견디지 못한 점주가 폐점을 요구하면 시설 인테리어 잔존가, 중도해지 위약금, 일시 지원금 반납 및 철거 비용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원씩의 위약금을 받아갑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률이 1~3%대를 오갔던 편의점 업계 1,2위(점포수 기준) CU와 GS25의 경우 지난해 나란히 4%대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30% 안팎에 달하는 매출 증가세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일부는 이 과정에서 점주 등을 위한 판매관리비를 줄이기도 했습니다.
이들 대기업 가맹본부는 이렇게 벌어들인 이익금 가운데 각각 1000억원 이상을 유보금으로 쌓았고 골프장 인수를 비롯해 각 계열사 지원에 사용했습니다. 배당금도 40~100% 늘려 벌어들인 돈의 상당액이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대기업 가맹본부들이 알바생의 시급을 올리는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합니다. 알바생들의 월급을 지급하는 점주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음을 걱정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맹본부들이 진심으로 점주들을 걱정해 준다면 고통분담 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보전책을 고민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점주나 소비자 고통까지 감안하면 편의점에 보내는 물건값이나 마구 올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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