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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3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이화여대 사태, 최경희 총장이 키웠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계획을 둘러싸고 빚어진 이화여대 학내 사태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학교 측의 요청으로 경찰 병력이 투입된 데 대한 반발심까지 작용한 결과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이 어제 엿새째 이어진 가운데 졸업생과 학부모들까지 시위에 가담하는 양상이다. 일부 졸업생들은 학교 정문 앞에 졸업장 사본을 붙여놓고 졸업장 반납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갈등이 확대된 데는 학교 측의 책임이 크다.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계획을 추진하면서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교수들에게조차 며칠 전에야 이런 계획이 이메일로 전해졌다고 한다. 단과대학 신설규정 마련을 위한 절차상 더 이상 감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최경희 총장이 본부 보직교수들 위주로 계획을 추진해 왔다는 얘기다.

직장인이나 사회인을 위한 재교육 계획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요즘처럼 실생활에 적용되는 지식·기술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은 거듭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평생대학원을 통해 비슷한 전공과정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단과대학까지 만들어야 하느냐 하는 점에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졸업장 장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만도 하다.

사태의 배경에는 재정지원을 앞세워 학교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교육부도 무관할 수 없다. 이번 평생교육 계획도 교육부의 지원사업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계획으로 교육부 선정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올해 30억원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학생들의 집단 반발로 최 총장이 “관련된 향후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계획을 완전 철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학생들에게도 잘못이 없지 않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본관을 점거·폐쇄했다는 자체가 옳지 않다. 시위 대열에 외부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이제 사태는 미래라이프 설립철회 차원을 넘어 최 총장에 대한 퇴진요구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러나 서로 한발씩 물러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성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만큼 이번 사태도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2. 불가역적 ‘위안부 합의’ 기껏 이 정도인가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합의가 지금도 유효한가. 위안부 합의가 가까스로 타결된 지난 연말 이래 줄곧 제기되는 의문이다. 일본이 자꾸 딴소리를 하는 탓이다. 지난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 출범으로 양국의 위안부 합의 이행이 본격 국면에 들어섰는데도 소녀상 철거 요구 및 재단출연금의 배상금 성격 부인 등 일본의 망발은 갈수록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급기야 일본 집권 자민당 3인자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정조회장까지 망발에 가세했다. 그는 최근 TV대담에서 “소녀상은 ‘일본군이 20만명의 젊은 여성을 강제 연행해 성노예로 삼았다’는 잘못된 인식의 상징”이라는 황당한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양국이 합의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면서 한국 측의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소녀상 철거가 양국 합의사항인 것처럼 포장하는 농간까지 부렸다.

‘소녀상’은 물론 ‘이전’, ‘철거’ 등의 용어는 합의문 어디에도 없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서술돼 있을 뿐이다.

이나다는 출연금 10억엔이 ‘미래지향적’ 용도로 쓰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 역시 합의문에 없는 내용이다. “위안부의 명예·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쓴다”가 전부다. 딱히 못 박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죄·반성, 일본 정부예산 투입에 비춰볼 때 사실상의 배상금으로 해석된다. 출연금을 오롯이 피해자들에게 쓰려고 재단운영비까지 떠안은 우리 정부의 순수한 노력을 짓밟는 망언에 분노가 치민다.

아베 총리가 ‘첫 여성 총리감’으로 꼽는 이나다의 이런 인식에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 측 시각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일본 정·관계 인사들은 여전히 역사 왜곡을 거듭하며 ‘불가역적 합의’를 무색케 하고 있다.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 본인들을 포함해 국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터에 일본의 방약무인 태도를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 최악의 경우 합의 파기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본때를 보여야만 한다. 우리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서울신문]

3. ‘인증 취소’ 폭스바겐, 소비자 두려워해야

요즘에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과 배출가스 실험인증서 조작이 발생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과 자회사 아우디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우롱한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는 어제 배출가스 인증서를 허위로 작성해 2009년 7월 25일 이후 판매한 폭스바겐 32개 차종, 80개 모델 8만 3000대를 인증 취소하고 국내 판매를 중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증 실험을 하지 않고 차량을 판매한 폭스바겐에 과징금 178억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인증이 취소된 12만 6000대를 포함하면 2007년부터 폭스바겐이 국내에 판매한 30만 700대 가운데 68%인 20만 9000대가 인증이 취소되고 판매가 정지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스캔들인 동시에 폭스바겐의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조는 독일에서 인증받은 아우디 A6의 시험성적을 아우디 A7인 것처럼 속여 제출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폭스바겐이 우리 정부와 소비자를 우습게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이 터지자 미국에서는 17조원을 배상하겠다고 납작 엎드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1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내놓겠다고 밝혀 공분을 샀다. 지난해 환경부가 12만여대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리자 세 차례나 부실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한 것도 모자라 “법을 어긴 적이 없다”며 고압적인 자세까지 보였다.

우리나라 환경 관련법이 국내 기업을 육성한다는 이유로 허술한 건 사실이지만 조작은 엄연히 성격이 다르고 명백한 범죄행위다. 환경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어난 개정 법률을 적용하면 최고 68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폭스바겐 측이 지난달 25일부터 32개 차종에 대해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한 점을 고려해 과징금 상한액 10억원을 적용했다고 한다.

폭스바겐은 그러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증서가 조작된 건 사실이나 배출 기준은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폭스바겐 측이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상한액을 10억원이 아닌 100억원을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인 ‘옥시사태’에서 보듯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에 직면할 수 있음도 깨닫게 해 줄 필요가 있다.

4. 이해충돌 방지 조항 살리기 아직 늦지 않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합헌 결정 이후 정치권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담은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도 그런 징후다. 이 개정안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원내 1, 2당 지도부가 최근 헌재의 합헌 결정에 따라 현행 김영란법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영란법의 원래 이름인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되찾겠다는 데 어느 국민이 반대하겠는가. 우리는 여야가 의지만 있다면 법 시행 전에 공직 부패를 뿌리 뽑으려는 김영란법의 본뜻을 온전히 되살릴 방도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각계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여전히 교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혁명적으로 제고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의 이면에 소비를 얼어붙게 해 경제를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드리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의) 기본 정신은 단단하게 지켜 나가면서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에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한 데서도 읽히는 기류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투명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내수 경기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고민의 일단을 표시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김영란법 개정 내지 보완 움직임은 그런 맥락에서 십분 이해가 간다. 이를테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시행령을 개정해 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 않았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농축수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식사비와 선물 상한액을 3만·5만원에서 5만·10만원으로 높이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런 논의들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다만 시행령을 고쳐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더불어 현행 김영란법의 허술한 구멍을 메우는 보완 입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반쪽 김영란법’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해충돌이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정한 직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킨다면 이를 방지하지 못한 채 공직사회의 투명성 확보가 가능하겠는가. 다만 9월 28일 시행이 예정된 마당에 김영란법을 개정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게다. 하지만 여야가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데 의기투합한다면 방법을 왜 못 찾겠나. 국민권익위가 마련 중인 이해충돌방지법을 별도로 처리하는 것도 대안이다. 국회는 친족을 보좌관이나 인턴으로 채용해 물의를 빚은 서영교 의원 파동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기 바란다.

[동아일보]

5. 국민과 괴리된 대통령 현실 인식, ‘보고서’만 본 탓인가

취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할 때마다 인적 쇄신 방안을 내놨다. 박 대통령의 휴가 뒤 첫 국무회의가 비상한 관심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안보·경제·국론분열의 복합 위기에 ‘민중은 개돼지’라는 고위 공직자의 망언, 공직 기강 해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논란까지 겹쳐 조각(組閣) 수준의 전면 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어제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의 거취나 정국 수습용 개각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않고 “우리 경제 회복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국민을 실망시켰다.

박 대통령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수준을 기록했다”며 소비-투자-고용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은 ‘매우 희망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그제 2400여 개 제조업체 중 절반이 “지금 수익원은 사양화 단계”라고 답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것과는 딴판의 현실 인식이다.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 장밋빛 경제전망을 말했을지 모르나 4·13총선 전에 국회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책상을 쳤던 ‘야당 책임론’을 또 시작한 느낌이다. 

국민의 삶과 괴리된 인식을 대통령이 갖게 된 것이 경제 부처에서 비서실을 통해 올라오는 보고서에 매몰된 때문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경기 성남시 판교 창조경제 밸리 방문 사례를 들면서 “창조경제 활성화로 창업 벤처 붐이 본격화됐다”고 했지만 동의할 경제 전문가가 있을까. 참모들이 일부 ‘잘나가는’ 현장 중심으로 대통령 행차 일정을 짜서 전체적 상황을 모르게 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다. 수출이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어떻게 청와대 보고서를 써 올릴지는 안 봐도 훤하다.

박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사드 배치에 대해 “저도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며 ‘감성 언어’로 사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작금의 국론 분열상이 벌어지기 전에 군통수권자로서 좀 더 선제적, 적극적으로 대(對)국민 설득에 나섰다면 대통령 지적처럼 ‘괴담과 유언비어로 안보의 근간마저 위태롭게 흔들리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추경도 타이밍이 늦으면 효과가 반감되듯, 대통령의 설득도 실기(失期)하면 울림이 없다.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단체장도 직접 만나겠다”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성주 방문이나 성주 주민들의 청와대 초청을 통해 호소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어제 우 수석 거취에 입을 다문 것은 여론에 귀를 닫고 ‘일방통행 식 국정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통보로 들린다. 우 수석은 진경준 검사장 검증 실패만으로도 문책 대상이다. 설령 개각을 한다 해도 우 수석의 인사 검증은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됐다. 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민심을 도외시한 채 ‘마이 웨이’로 일관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을 연상케 한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

[매일경제]

6. 수출 회복 찬물 끼얹는 원화 강세 예의주시해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19개월째 뒷걸음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마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우리 경제에 더 깊은 주름살이 생길까 우려된다. 

그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13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대로 올랐다. 어제는 단기간 상승에 따른 조정이 이뤄지면서 1110원으로 회복됐지만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전분기 대비 1.2%(연율 기준)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6월 경상수지가 121억6000만달러로 5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도 원화 강세를 점치는 이유다. 브렉시트 여파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다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은 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원화 강세는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과 저유가에 따른 저물가,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에는 부정적 측면이 강하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기업들은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7월 수출도 410억4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2%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채산성이 떨어지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조업일수 등 일시적 요인을 제거한 하루 평균 감소율이 -1.6%로 올해 들어 최소치를 기록했고, 이달 이후 수출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원화 강세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막기 위한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가는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위험이 있고 지난달 1.25%로 인하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환율이 요동칠 때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세워놓을 필요가 있다. 수출기업들도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등 환율 급변동을 극복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7. 관영매체 동원해 사드 막말 나선 中의 무례한 행태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로 바꿀 수도 없는 문제"라고 못 박고 나선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 탑재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끊임없이 고도화시키고 있는 상황인데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어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는데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중국의 사드 반발, 거듭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속에서 언제까지 자중지란을 계속해야 하는지 국민도 답답한 심정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을 만나 설득하겠다고 했는데 서둘러야 한다. 내분을 빨리 수습하고 사드 보복을 가시화한 중국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협박성 사드 여론몰이에 나섰다. 인민일보는 1일 사설을 통해 "한국이 미국의 앞잡이를 자처한 것"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은) 악과(惡果·나쁜 열매)를 스스로 먹는 결과"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21세기 상호평등과 호혜원칙에 입각한 정상적 국가 간에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표현들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외교적 무례와 고압적 언사를 일삼아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중국은 평상시에는 G2로서의 위상과 책무를 앞세우다가도 자국의 이익이 걸린 문제만 나오면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일방적인 자기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종주국 행세를 지켜보는 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심기 또한 편할 리 없다.

중국은 한국산 철강제품 반덤핑 판정, 화장품 검역 강화, 지방단체 교류 중단,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까지 사드를 빌미로 한 경제보복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수출 시장의 26%를 차지하는 중국이 이런 식의 몽니를 계속 부린다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민적 반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가 6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쌓아온 시진핑 주석과의 붕우(朋友·오랜 친구) 관계 역시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한·중이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해야겠지만 그 전에 중국의 도를 넘은 외교적 무례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8. 유해물질 500t 바다에 버린 공기업 엄벌해야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의 울산화력본부가 지난 5년간 유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 500t과 폐유를 바다에 방류하다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호흡기 자극, 태아의 생식 능력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이 회사는 물과 기름이 혼합된 폐유를 바다에 몰래 버리기 위해 유수분리조 안에 잠수펌프까지 설치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폐유는 별도 공간에 저장했다가 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해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공기업이 5년 동안 상습적으로 해상 환경을 파괴하는 불법 행위를 해온 것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어민들이 바다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고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해 울산 해양경비안전서가 조사에 나선 것이니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바다에 유해물질을 쏟아내는 것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변 어민들의 생업에 큰 타격을 미칠 뿐 아니라 인명에도 해를 끼칠 수 있는 범죄 행위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냉각수의 거품을 제거하는 실리콘계 소포제로 해양환경관리법상 배출 제한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동서발전 측은 이 물질은 허용 농도 등 세부 기준이 없어 타 발전소도 사용했고, 논란이 있어 2015년 8월부터 다른 물질로 변경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물질은 농도 제한 없이 배출이 금지된 물질이라는 것이 해경 측 설명이다. 잠수펌프 설치도 위법인데 태풍으로 폐유가 넘쳐 해양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업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벌인 일이라면 부도덕한 것이고 부주의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사건이어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울산 해경은 업무 담당자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인데 유해물질 방류가 실무자 선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닌 만큼 윗선의 방조나 묵인이 있었는지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임직원들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할 뿐 아니라 조직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이라면 엄벌해야 한다. 

공기업이 유해물질을 바다에 콸콸 쏟아내고 있으니 민간기업의 도덕불감증은 더 최악일 수 있다. 해경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해양 오염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

9. 9월 시행 김영란법, 고치려 들기보다 새로운 기회 삼아야

9월 28일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 속에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도 이상의 값비싼 선물이나 고가 식단이 아니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상품과 식단 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법 시행의 근본 취지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청렴사회 구현인데다 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높아 적응을 위한 모두의 변신 노력은 피할 수 없고 바람직스럽다.

우선 법이 시행되면 5만원이 넘는 선물은 주고받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벌써 농수산물을 생산 판매하는 농어민이나 관련 업계가 그 이하의 실속형 중저가 선물 준비를 서두르는 까닭이다. 비교적 비싸지 않은 농수산물이나 이를 가공하는 식품업계의 적응 노력이 특히 돋보인다. 이들은 특정 축산물 분야와는 달리 법을 어기지 않는 선물용 상품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경북 안동의 한 특산품 생산업체는 판매 중인 5만원이 넘는 상품의 포장 내용을 조정해 팔 계획이고, 충남 보령의 김 생산공장은 대부분 5만원을 밑도는 상품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에서는 여러 특산물을 골고루 섞은 선물상품을 개발하되 가격도 5만원 이하로 맞추고 있다. 전북의 특산물 생산업체는 비교적 중저가의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오히려 법 시행에 따른 특수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3만원 이상의 식사가 금지되는 식당가의 변신도 시작됐다. 소위 ‘영란세트’라 불리는 식단 마련과 같은 자구책으로 손님을 끄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식당가의 변화는 당연하다. 농수산물 업계의 자구노력처럼 이는 법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 올바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눈앞의 타격은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제도 정착과 부패 없는 사회라는 법 실현의 값어치는 헤아릴 수 없다.

썩지 않은 건강한 사회는 국민의 꿈이다. 헌재가 우리 사회의 부패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의지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그래서다. 2일 대통령의 “법 시행으로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성장 잠재력도 개선될 수 있다”는 강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젠 제도 정착에 모두 나설 때다.

10. ‘미래차 산업 도시’ 대구시 의지와 추진 속도에 달렸다

대구시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자동차 산업을 핵심 신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래차 관련 기술 개발과 실용화 추세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서다. 시가 그동안 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노동집약적인 자동차부품 산업에서 첨단 미래형자동차 산업으로 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것도 미래차가 대구의 새 성장동력이자 미래 먹거리를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대구시는 ‘전기차 생산도시’ ‘자율주행차 허브도시’를 목표로 미래차 산업 중장기 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지난 2월 C오토 기획추진단을 발족했다. 추진단이 최근 중간보고 형태로 공개한 로드맵에서 대구가 급변하는 미래차 산업을 어떻게 선도하고 준비할 것인지 등 많은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계획에 따르면 시는 3단계에 걸쳐 전기차`자율주행차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1단계로 2020년까지 전기차 생산기반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단계 2030년까지 자율주행 스마트도시 구축과 전기차 20만 대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2030년 이후 3단계는 전기차`자율차 등 미래형 이동체를 대구의 신산업으로 굳힌다는 구상이다. 

미래형자동차 산업은 얼마만큼 빠른 시간 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인프라 구축과 기업 유치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구글`바이두 등 세계적인 IT 기업과 벤츠`도요타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기술 확보와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는 전 세계 자율주행차 연간 판매량이 2024년 110만 대에서 2035년 4천20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경쟁에서 대구가 살아남으려면 미래차 산업 육성에 대한 명확한 좌표 설정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 선결 과제다. 가능성만 믿고 어설픈 전략으로 시간을 끈다면 실패는 기정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차별화된 기술 확보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만약 기대와 달리 추진 의지가 약하거나 기술기업 유치 등 역량 결집에서 실패한다면 ‘미래차 산업 도시, 대구’는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하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목멱칼럼]대중음악계 신구(新舊) 갈등 심상치 않다

대중음악계가 신·구세력 간의 갈등으로 양분될 위기에 처했다. 실세 음악제작자나 매니저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신진세력들이 현행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구세력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세럭화에 나섰다. 어느 집단에서나 있을 법한 신구세력 간의 갈등이다. 하지만 이번 대중음악계의 갈등은 방송사와 대형기획사와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그 파장이 만만치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대중음악 제작자의 친목과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설립한 공인 단체는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회장 김영진)가 유일하다. 그러나 최근 젊은 제작자를 중심으로 한 대중음악 매니저들이 현행 협회와는 다른 새로운 단체를 만들겠다며 열심히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인가하는 가칭 사단법인 한국연예매니저연합회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문광부 산하 단체이지만 새 연합회는 서울시 산하 단체로 탄생할 예정이어서 확대하여 해석하면 정치적 의미도 부여할 만하다. 

새로운 단체 구성을 주도하는 세력은 64년생 이후 제작자와 매니저들이다. 가장 왕성한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펼치고 있는 이른바 ‘여의도 실세’들이다. 이들은 단체 설립 명분으로 현재의 집행부가 대중음악계를 위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과 불신을 내세우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음악제작 환경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는데 협회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업계의 선배, 또는 구세력에 대한 반기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앞으로 활동 표적은 방송사나 대형기획사로 향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방송사의 줄 세우기, 대형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독점 같은 비합리적인 행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방송사 줄 세우기란 두 가지로 보인다. 쇼프로그램의 생방송 엔딩 무대에 그날의 출연진을 모두 올라오도록 하는 것과 쇼프로그램 PD와 매니저가 정례적으로 갖는 페이스 미팅이다. 순서를 끝낸 모든 출연진이 엔딩무대를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줄 세우기의 표본이란 것이다. 또한 페이스 미팅을 위해 방송사 사무실 공간에서 수십 명의 매니저들이 줄서서 기다리게 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갑을 관계의 상징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방송사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엔딩무대는 연출을 위한 하나의 장치이며, 정례적인 페이스 미팅은 PD나 매니저들의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 요일이나 시간을 정해놓은 것일 뿐이며, 별도의 공간 확보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단체 구성원이 더욱 심각하게 바로 보는 것은 대형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독점 현상이다. 이는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대형기획사와 방송사의 밀착관계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출연 카르텔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시장의 원리와 정면배치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신진세럭들은 이러한 문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 현행 집행부가 실제 제작자들이나 매니저들의 고충을 외면한 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단체 구성을 역설한다. ‘거대공룡’에 비유되는 방송사와 대형기획사에 대한 개별적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 협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소장파 실세 기획자나 매니저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행 집행부는 하나의 협회 안에서 함께 현안을 풀어나가자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소장파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2000년대 초반에도 몇몇 젊은 제작자들이 모여 젊은제작자연대라는 명칭을 내걸고 꿈틀대다 기존 세력의 압력에 눌려 공식화하지 못한 적이 있다. 이번 신진 소장파 매니저들의 움직임은 그때와 다른 것 같다. 나름대로 킬러콘텐츠를 가진 실세 제작자들이 주도하고 있고 기존 공인 단체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워낙 골 깊게 쌓여간 탓이다. 응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그 기세가 자신들의 이익이 아닌 우리 대중음악계에 긍정적인 바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2. [이데일리][목멱칼럼] '부산행'과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

‘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한 신원호 PD는 최근 한 행사에서 ‘응답하라 1988’을 만들게 된 동기를 털어놨다. 신원호 PD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하나는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이고 다른 하나는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간 세월호 참사다. 

졸지에 고인이 된 신해철 때문에 한참을 울었다는 신원호 PD는 그 누구에게나 남아 있는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응답하라’ 시리즈를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그가 ‘응답하라1988’에서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 동기가 됐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너무나 큰 생채기를 남긴 사건을 위로하고 달래기 위한 일종의 의무감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최근 개봉한 영화 ‘부산행’을 보면서 떠오르는 게 세월호 참사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고속철도 KTX는 마치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를 그대로 닮았다. 좀비들은 서로 물고 뜯으며 마치 물밀 듯이 객차에서 객차로 넘어온다. 그 장면에서 좀비들은 정말 객실로 쏟아져 들어온 바닷물처럼 가득 채워지며 공포감을 준다. 그런데 정작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객실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영화에서 고속버스 회사 상무 용석(김의성)은 그 이기심의 결정판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저 편에서 좀비들을 뚫고 이쪽 객실로 넘어오려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자신이 살겠다고 막아 세운다. 그리고 그렇게 힘겹게 살아온 그들을 마치 보균자나 되는 듯 다른 칸으로 내쫓아버린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봤던 끔찍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자기만 살려는 이들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무고한 생명들은 ‘부산행’이라는 영화가 가진 공포의 실체다. 오로지 서민들만 다른 서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좀비는 무서운 존재라기보다는 서민을 대변하는 듯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닮았다. 함께 우루루 몰려다니고 오로지 타인을 물겠다는 본능만 남아있는 좀비들은 영화 후반부에 이르면 오히려 슬픈 존재처럼 처연하게 다가온다. 

부산행은 좀비 장르라는 틀을 가져왔지만 우리 현대사의 많은 장면들을 그 안에 압축해 넣고 있다. ‘오 필승 코리아’의 전화벨 소리에 달려가는 좀비들은 2002년 월드컵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고 시민들을 지켜줘야 할 군인들이 좀비가 돼 시민을 공격하는 장면은 광주민주화운동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결정판은 앞서 얘기했듯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가 차지하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 없는 콘트롤 시스템을 이 영화에서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부산행의 이러한 구도는 우리 재난 영화에서 낯선 게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한강변에 출몰하는 괴물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내세워 우리네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 바 있다. ‘괴물’에서 정부가 사람들을 구하기보다는 격리시키는데 더 힘을 쏟다보니 괴물과 싸우는 건 결국 가족을 잃은 서민들이다.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에는 감염된 이들을 종합운동장에 산처럼 쌓아놓고 살처분 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많은 이들은 이 영화가 주는 공포를 떠올렸다. 

응답하라1988의 가족과 부산행의 공포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얽혀 있다. 저게 사실일까 믿기 힘든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지만 국민을 보호해야할 정부는 이기적인 선택으로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다. 그러다보니 믿을 건 결국 가족뿐이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믿기 힘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3. [서울신문][씨줄날줄] 최남선·이광수 문학상/박홍환 논설위원

육당(六堂) 최남선과 춘원(春園) 이광수. 동시대의 또 다른 걸출한 인물 벽초(碧初) 홍명희와 함께 일제강점기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렸던 한국 근대 문학사의 양대 거두다. 두 사람 모두 문인이면서 사상가였고, 문화운동가인 동시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씻을 수 없는 친일의 오점도 함께 남겼다.


한국의 현대 시는 각 7행씩 6연으로 구성된 육당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1917년 벽두부터 6개월간 매일신보에 연재한 춘원의 장편소설 ‘무정’은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자 연애소설로 문단사에 기록돼 있다.

10대 청소년기 일본 유학 시절부터 교류한 육당과 춘원은 ‘소년회’ 활동과 최초의 근대적 종합 잡지로 꼽히는 ‘소년’ 창간 등을 통해 암울했던 우리 민족의 각성을 위한 신문화운동을 주도했다. 이들이 창간한 ‘소년’ ‘청춘’ 등은 민중 계몽의 도구이자 문학 발전의 토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독자들은 육당의 논문과 춘원의 글을 통해 시대정신을 깨우쳤다.

육당과 춘원은 독립운동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3·1독립선언서를 대표 집필한 육당은 2년8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일본 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을 주도한 춘원은 곧바로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설립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춘원은 독립신문을 창간해 사장 겸 편집국장, 주필로서 임정의 선전활동을 담당했다.

역사가 여기까지였다면 두 사람에 대한 인물평은 긍정 일변도로 마무리될 것이다. 하지만 육당과 춘원은 긴 일제 암흑기를 견디지 못하고 변절의 길을 택했다. 독립운동가보다는 학자이기를 원했던 육당은 조선총독부가 식민사관 유포를 위해 설립한 조선사편수회 편수위원으로 참여했는가 하면 각종 신문 등에 내선일체 등 친일 칼럼을 기고했다.

임정 동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국한 춘원은 ‘민족개조론’을 통해 식민지 통치에 타협적인 입장을 내보이더니 이름까지 가야마 미쓰로로 바꿔 버렸다. 육당과 춘원은 태평양전쟁 시기에 학도병 지원을 독려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 행각을 벌였다. 1943년 11월 24일 일본 도쿄 메이지대학에 모인 1000여명의 조선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두 사람은 황국(皇國)을 위해 목숨을 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당과 춘원이 친일 행각을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시대상을 감안해야 한다는 동정론도 적지 않다. 한국문인협회는 “친일 행각과 문학적 성과는 별개”라며 내년부터 최남선·이광수 문학상을 시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문인들은 “친일 문학상을 만드냐”며 반발하고 있다. 진보적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도 조만간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문학사의 ‘문제적 인물’인 육당과 춘원이 또다시 문단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4.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한번은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나간다. 그러면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소크라테스(BC 470~399)는 인간이 죽으면 육체는 사라지지만 그의 혼은 불멸한다고 믿었다. 플라톤(BC 427~347)의 대화편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감옥에서 독약을 마시고 죽기 직전, 제자들과 영혼 불멸과 사후 세계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전해 주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늘 육체의 욕망에 휘둘리는 감각적 삶보다 이런 것들에 초연할 수 있는 이성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학자의 혼은 이성을 따르고 언제나 이성과 함께함으로써, 그리고 의견의 대상이 아닌 참되고 신적인 것을 정관하고 양식으로 삼음으로써 (쾌락과 고통에 얽매이는) 감정들에 초연해야 한다고 믿네.”

소크라테스가 평소 혼을 강조했지만, 혼이 불멸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제자들도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심미아스 같은 이는 혼은 항상 몸과 함께하며 이 둘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각각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혼은 일종의 조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육신이 죽으면 혼 역시 소멸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혼은 사람의 형태와 몸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존재”하며, 혼이 들어 있기에 몸이 살아 있는 것이므로 죽음은 단지 육신과 혼을 분리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혼은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 심판자에 의해 죗값을 치르거나 응분의 보답을 받아 각자 적절한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이 육체와 혼을 함께 소멸시키는지, 아니면 혼만 홀로 남아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나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는 과학적 검증의 문제를 넘어 신학적 믿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혼이 불멸한다면 결국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만약 죽음이 모든 것으로부터의 도피라면 죽음은 악인들에게는 횡재겠지. 그들은 죽음으로써 혼과 함께 몸과 자신들의 악행에서도 해방될 테니까. 그러나 혼이 죽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지금, 혼이 악행에서 도피하거나 구원받을 길은 달리 아무것도 없네. 최대한 선량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것 말고는.” 소크라테스가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미덕과 지혜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다.

“만약 혼이 죽지 않는다면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을 위해 혼을 보살펴야 하며, 만약 누가 혼을 소홀히 하면 무서운 위험에 빠지게 되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네.” 소크라테스는 죽음 앞에 담담했다. 혼의 불멸을 믿은 그는 죽음은 삶의 종결이 아니라 지혜로 갈고닦은 맑은 영혼의 ‘고상한 모험’의 출발이라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5.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아이들 꿈에 직업이 빠져도 좋다

얼마 전 상담을 받던 중학교 2학년 아이에게 꿈을 물었다. 아이는 꿈이 없다고 했다. 기록을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이의 꿈은 과학자였다. “너 어릴 때는 꿈이 과학자였잖아. 왜 꿈이 없어졌어?”라고 했더니, 아이는 “저, 공부 못해요. 성적이 너무 나빠요”라고 대답했다. 많은 아이가 이렇다. 

다수의 아이가 꿈 때문에 무기력하다. 나는 이런 아이들에게 “꿈은 직업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꿈을 직업으로 여기면 너무 일찍 한계에 부딪힌다. 아이들이 꿈이라고 말하는 소위 좋은 직업은 대부분 공부를 아주 잘해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은 아이는 너무 하고 싶지만, 부모가 “너 그거 해서는 제대로 먹고살지도 못해”라고 겁을 준다.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으로 떠오르는 직업 하나가 건물 임대업자라는 말을 들었다. 건물 임대업자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무궁무진한 꿈을 꿀 수 있는 나이에, 아이들이 너무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것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직업은 꿈이 아니다. 아이에게 ‘꿈 혹은 장래희망’을 물으면서 ‘직업’을 답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미래의 직업을 결정하라는 것은 꿈을 꾸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이 없다. 게다가 아이가 자라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될 20년 후에는 지금의 직업도 절반은 더 사라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직업을 꿈으로 갖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이의 꿈이 궁금하다면, 아이들조차 이미 꿈을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으므로, “네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할 것 같으니?” 내지는 “네가 어떤 일을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라고 물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꿈이 없다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사람이 꼭 뭔가 대단한 인물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야. 누구나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이 될 필요는 없어. 그들은 5000년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사람이야. 꿈이라는 것은 내가 보람 있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 그 일이 속한 영역 정도까지만 생각해 두면 되는 거야. 특정 직업을 정해야 하는 게 아니야.” 

그리고 자신이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을 찾아보게 한다. 잘하는 것, 재미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아이도 있다. 이때는 사소한 것부터 생각해 보게 한다. 인사를 잘하는 것, 친구와 잘 노는 것, 만화책을 읽는 것도 다 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잘한다고 느끼지 못하거나 주위에서 발견을 못 하는 것뿐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아이에게는 ‘끌어주고 지도하는 영역’이 맞을 수 있다. 그 안에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블록을 조립해서 완성한 후 굉장히 뿌듯해하는 아이에게는 ‘무언가를 혼자 차곡차곡 완성하는 영역’이 적당할 수 있다.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꿈을 잘 찾아가도록 돕기 위해서는 부모 또한 어릴 때부터 아이의 특징을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도 매일매일이 힘들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놀고 싶어도 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밀린 숙제를 하는 것도, 친구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도, 끊임없이 잔소리를 듣는 것도 무척 힘들다. 이 힘듦을 잘 버티기 위해서는 꿈이 있어야 한다. 꿈은 인생의 나침반과 등대다. 

아이가 꿈을 찾는 것을 도울 때는 반드시 과녁의 정중앙에 자신을 두게 해야 한다. ‘나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어떤 일을 할 때 비교적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가’ ‘어떤 일은 유독 좀 싫고 힘들어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꿈을 찾는 과정은 나를 파악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에 대한 이해가 끝났다면 이타적인 것을 좀 고려해야 한다. 나와 친한 사람, 가까운 사람에게는 내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내가 속한 이웃 내지는 사회, 국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본다. 꿈에는 이타적인 면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진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는 것만으로는 꿈을 이뤄가는 어려운 과정을 견뎌내기가 어렵다. 기여란 엄청난 것이 아니다. 음식점을 하면서 좋은 식재료를 써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도 기여다.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세상을 원대하게 바라보며 자기 자신을 발달시켜 나가게 된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꿈이란 것은 늘 우회의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도 지금의 삶이 100% 만족스럽진 않아도 유사한 일을 하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살고 있지 않은가? 꿈은 인생에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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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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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3일 신문 브리핑 #



"감사는 고결한 영혼의 얼굴이다."

- 제퍼슨



<< 정치/외교 >>

1.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을 늘리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부자증세’ 논쟁이 다시 점화될 조짐임

- 과거 야당은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넘어가는 식의 논평을 내는 데 주력했으나, 20대 국회에서는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각종 정책 현안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 수권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두 차례 대통령 선거를 놓친 야당이 ‘정책 정당’으로 이미지를 바꿔 내년 대선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옴



<< 경제 일반 >>

1. 삼성전자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해머스타인볼룸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제휴사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홍채 인식, S펜(스타일러스펜) 방수·방진 등 차세대 기술을 담은 5.7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을 공개함

- 삼성전자는 다음달 애플 아이폰의 새 모델 출시에 앞서 갤럭시노트7을 내놓으며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오는 6일부터 국내에서 예약 판매를 시작하며 19일께 미국·중국·유럽 등에서도 정식 출시할 예정임


2. 환경부는 서류를 위조해 불법인증을 받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대해 2일 인증 취소 처분을 내림

- 인증이 취소된 80개 모델은 2009년부터 지난달 25일까지 판매된 차량이며, 이들 차량은 이날부터 신규 판매가 금지됨


3. CJ대한통운이 4억8600만위안(약 811억원)을 투자해 TCL의 물류 자회사 스피덱스 지분 50%를 인수하는 형태로 중국 가전업체 TCL과 물류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2일 발표함

-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기준 세계 물류시장 17위이며, 선두권 업체를 빠르게 추격할 전략으로 중국 시장 공략을 택함



<< 금융/부동산 >>

1. 금융위원회는 2일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를 3단계로 나눠 기업금융 업무를 차등 지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발표함

-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기업금융 관련 외국 환전 업무를 할 수 있음

-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초대형 IB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어음 발행은 물론 IMA 업무를 볼 수 있으며, 은행에만 열어줬던 부동산담보신탁 업무까지 일부 허용해 줄 방침임


2. 미래에셋생명이 영국 푸르덴셜의 한국법인인 PCA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음

-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을 인수해 자산 규모를 확대하고 자산운용사로서의 기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은 보장성보험 등 인보험보다는 변액보험에 특화된 보험사라는 공통점이 있음


3. 서울 압구정지구 재건축 추진 단지 집값이 2009년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으며, 일부 단지 아파트 값은 석 달 새 3억원 이상 급등함

-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보증 중단 등의 정부 조치가 지난달 나온 뒤 개포지구 등 강남권 신규 분양단지에 몰렸던 투자자금 일부가 압구정 기존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옴



<< 국제 >>

1.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9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3.7% 하락한 배럴당 40.06달러로 거래를 마침

- WTI는 지난 6월8일 연중 최고가인 51.23달러로 반등했다가 약 두 달 만에 21.8% 폭락했으며, 북해산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도 배럴당 42.25달러로 떨어져 같은 기간 하락폭이 19.5%에 달함


2.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아베 총리가 2일 국무회의에서 28조1000억엔(약 304조원) 규모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실현하는 경제대책’을 의결함

- 닛케이225지수는 대규모 경제 대책에도 전날보다 1.47% 내린 16,391.45에 마감했으며, 경제 대책 규모가 이미 알려진 만큼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아베 총리가 경제 대책 규모에 집착하면서 정부 출연 금융기관의 융자까지 포함해 사업 규모가 부풀려졌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은 지적함


3. 통폐합을 통한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 중인 중국 정부가 철도, 원전, 철강에 이어 중공업 분야에서도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짐

-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신흥제화그룹과 제일중형기계의 통합을 검토 중이며, 두 회사 자산을 합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00억위안(약 28조원)에 달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야당과 정부의 세법개정안 주요 비교 내용

(1) 법인세 부분

- 과표 500억 초과 구간 신설해 세율 22%->25% 인상(더민주안) VS 현행 22% 유지(정부안)

- 과표 5000억원 구간 신설해 최저한세율 17%->19% 인상(더민주안) VS 검토(정부안)

-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임금 인상분 가중치 50% 상향, 배당 제외(더민주안) VS 임금인상분 가중치 50% 상향, 배당가중치 20% 하향(정부안)


(2) 소득세 부분

- 과표 5억원 초과 구간 신설해 세율 41% 적용(더민주안) VS 현행 1억5천만원 초과 구간 38% 유지(정부안)

- 과표 1억5천만원 이상 소득자의 세액공제.감면 한도액 과표기준의 7%로 억제(더민주안) VS 검토(정부안)

- 대기업이 발행한 대주주의 주식 양도세율 20%->25%로 인상(더민주안) VS 중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범위 확대(시총 20억~25억원 이상-> 시총 15억원 이상)(정부안)


(3) 상속증여세

- 상속.증여신고세액공제한도 10%->3% 축소(더민주안) VS 검토(정부안)

- 가업상속공제제도 대상 10년이상 중소기업으로 축소(더민주안) VS 검토(정부안)

- 연령별 증여 차등 과세(더민주안) VS 과표 구간별로 10%~50% 유지(정부안)


(4)부가가치세

- (대형마트 백화점 유흥주점 등의 부가세 신용카드 대리납부(더민주안) VS 국세청은 긍정적, 기재부는 부정적(정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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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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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김영란법, 시행 이후가 더 중요하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적용과 관련한 혼선이 크게 진정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우리 사회 건강의 척도가 아직 밑바닥까지 추락한 것은 아니라는 증좌이기 때문이다. 농·수·축산물 예외 인정과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선 규정 등 조정할 문제가 일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단 ‘시행 후 보완’으로 대세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최대 논란거리인 국회의원 포함 여부도 대충 정리된 듯하다. 국회의원도 엄연히 공무원이므로 식사(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 상한선을 똑같이 적용받게 된다. 더 나아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수수는 직무연관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게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다. 의원들이 국민 대표라는 점에서 국민고충 전달 차원의 청탁은 허용하되 공익 목적이 아닌 개인적 차원의 사사로운 청탁은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

다만 법안의 원래 내용에서 이해충돌 부분이 사라진 건 문제다. 공직자가 자기 가족을 관련기관에 채용하거나 본인 또는 가족이 관련기관과 납품계약 등을 맺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살아 있었다면 최근 논란이 된 국회의원의 자녀 보좌관 채용은 원천 봉쇄됐을 것이다. “국회의원만 쏙 빠졌다”는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나려면 국회 스스로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시행 이후다. 다른 현행법에 부정청탁 처벌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땅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더 이상 방치했다간 선진사회 진입이 요원하다는 절박한 차원에서 만들어진 게 김영란법이다. 그러나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얕은 편법과 술책들이 벌써부터 온라인, 오프라인을 뒤덮고 있어 걱정이다.

접대 식사비가 3만원은 안 되고 2만 9000원까지는 괜찮다는 인식은 김영란법에 대한 모독이다. 공무원, 기자, 교사 할 것 없이 공짜로 얻어먹는 것을 당연시하며 ‘갑질’하지 말라는 입법취지를 무색케 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선물과 경조사비도 상한선만 안 건드리면 문제없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청렴사회를 반드시 이룩하겠다는 전 국민의 정신무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혁명’으로 평가되는 김영란법도 기존 규제법의 하나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2. '불황형 흑자행진' 어디서 멈출 것인가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6월 12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6월 중 경상수지 흑자가 121억 7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로써 2012년 3월 이후 52개월 연속 경상수지가 흑자 행진을 거듭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게 박수칠 만한 일은 아니다. 수출 실적이 좋아서 경상수지 흑자가 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결과다. ‘불황형 흑자’라는 얘기다. 6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 줄어든 반면 수입은 10.1%로 더 많이 줄어든 게 그 배경이다.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교역국들의 경기 둔화로 수출이 주춤한 가운데 내수 부진으로 원자재 등 수입이 더 감소한 것이다. 이로써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라는 달갑지 않은 신기록도 함께 세우게 됐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수출시장 전선이 하반기에도 그렇게 밝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브렉시트에 따른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상쇄할 만한 회복 기미가 거의 엿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배포한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SR)에서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이 그것이다. 그나마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라는 무역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더구나 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차하면 순식간에 무역 보복을 당할 수 있는 경계선에 놓여 있는 처지다. 그렇다고 우리 입장을 마땅히 호소할 데도 없다.

결국 내수 부진에 따른 불황형 흑자 기조를 깨기 위해서는 산업 고도화와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조선·해운업종은 물론 건설·화학·철강 등 취약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하반기 예산과 추경을 적극적으로 푸는 조치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공허한 경상수지 성적표가 그것을 말해준다.

[서울신문]

3. 檢 알맹이 없는 ‘셀프 개혁’이라면 시작도 말라

지난주 진경준씨가 현직 검사장으로는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 검찰로서는 ‘참극’이었다. 그러자 검찰은 부랴부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하겠다고 나섰다. 걸어다닌 비리 종합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 검사장 사건으로 검찰은 낯을 들 수 없는 지경이다.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 비리, 검사 자살 사건, 전직 검사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까지 줄줄이 겹쳤으니 검찰의 속이 얼마나 답답할지 빤하다. 개혁 선언을 하지 않고 하루도 더 버틸 수 없던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검찰개혁추진단을 꾸리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개혁 과제로 내건 것은 청렴문화 확산, 바람직한 조직문화 조성, 검사실 업무 합리화, 바르고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립 등이다. ‘셀프 개혁’을 하겠다고 검찰이 밝힌 내용들에서는 그러나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알맹이 없이 두루뭉술한 구두 선언으로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것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검찰 울타리 밖의 우려와 내부의 긴장감 사이에는 온도 차가 너무 많이 나는 듯하다. 이번에도 별 기대를 품기 어렵겠다고 지레 혀를 차게 되는 까닭이다.

검찰의 셀프 개혁은 식상할 만큼 식상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2013년 검사와 피의자의 성관계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다. 셀프 개혁 카드를 꺼낸 검찰은 한번도 속 시원한 결과물을 보여 주지 않았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에 외부 인사를 임명하겠다고 장담하더니 결국 자기 식구인 검사 출신을 심었다. 기소독점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기소배심제 도입을 약속하고서도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번번이 그런 식이었으니 검찰의 자정 선언을 귓등으로 듣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진 검사장의 다채로운 뇌물수수 비리는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입증한 셈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진경준 사건만 놓고도 검찰은 내부를 찌르는 비장한 개혁의 변죽도 울리지 않았다.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린 현안이건만 조직의 치부는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게 숨겼다. 최근의 비리들은 검찰 내부에서 부정과 비리를 감싸 준 덕분에 괴물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에도 검찰이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개혁의 본질을 비켜 가지 말아야 한다. 또 면피로 끝낼 요량이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여론이 왜 이토록 뜨겁게 지지하는지 그 의미를 새겨 보면 해답이 나온다.

4. 北 해킹에 뚫린 외교·안보 부처의 허술한 보안

국방부·외교부·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 일부 공무원들의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가 북한 해킹 조직에 넘어갔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해커들이 개설한 피싱 사이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접속해 스스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북한 해킹 조직의 먹잇감이 된 피해자들이 대부분 북한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라는 점에서 타깃을 정해 놓고 개인정보를 훔치는 스피어피싱 공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국가 기밀 자료가 포함돼 있을지 모르는 이들의 이메일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다. 무엇보다도 피해자 중에는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현역 군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데 이런 허술한 보안 의식으로 어떻게 북한의 집요한 사이버 공격을 제대로 막아 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북한 해킹 조직은 외교·안보 부처 공무원과 방위산업체 임직원, 북한 관련 연구소 교수 등 90여명의 이메일 계정을 노렸다. 올 1월부터 총 27개의 피싱 사이트를 개설, 외교부와 방산업체·대학교·각종 포털업체 사이트 보안 담당자를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비밀번호가 유출됐으니 확인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에 속아 피싱 사이트의 비밀번호 변경 창에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한 피해자가 56명에 이른다. 북한 해킹 조직은 2014년에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당시 비슷한 수법을 이용한 바 있다. 누구보다 철저한 보안 의식을 갖추고 북한 해킹 시도에 대비해야 할 외교·안보 부처 인사들이 아무런 경각심 없이 비슷한 수법에 당했다니 해당 부처와 피해 당사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이 강하게 우려했을 정도로 북한의 사이버 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찰총국 산하 121국이 직접 해킹을 주관하고 있다. 6000여명에 이르는 북한의 ‘사이버 전사’들은 외교·안보 부처 공무원의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해킹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국민 생활과 밀접한 보건·금융·산업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까지 서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해킹해 회원 정보를 빼돌린 뒤 돈을 달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규모 해킹 시도 소식을 들을 때마다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부처 공무원들조차 이토록 보안 의식이 희박하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범정부적 차원의 북한 해킹 대책 수립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5. 성주 사드 민심 수렴하되 갈등 조장 말아야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어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군을 방문했다. 국회 교섭단체 중 유일하게 사드 반대 당론을 확정한 국민의당 의원들이 민심이 들끓는 현장에 대거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찬반 논란이 비등하는 현안에 대해 민심 수렴은 필수이겠지만, 대안 없이 갈등만 조장해서도 곤란할 게다. 우리는 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진 정치인이라면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해진 측면과 지역민의 피해 의식을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고 본다. 정당이 국가적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현장의 생생한 여론을 듣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치꾼’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면 사회적 갈등을 대치가 아닌 대화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럼에도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이날 현장 방문에 앞서 “오늘을 계기로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언했다. 마침 성주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군민들이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시기에 나온 발언이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안전 협의체 등을 통해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에 잘못된 신호를 준 형국이 아닌가.

성주 군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위험이 애초 우려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지역민들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일종의 혐오시설을 정부가 사전에 일언반구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배치한 것 자체가 불만일 게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에서 그런 여론을 전달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건 정당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혹여 원내 야당인 국민의당이 사드 촛불집회를 기웃거릴 요량은 꿈에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입법 독재’가 거론될 정도인 여소야대 국회에서 과거 군사정부 때와 같은 장외투쟁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한다고 착각하지는 말라는 뜻이다.

물론 국가 안보를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하더라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정당이 중·러와의 군사·경제적 마찰에 대한 우려나, 특히 우리 지역에는 배치할 수 없다는 주장을 마냥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예컨대 고준위 방폐장 설치 등 꼭 필요한 국가적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정당들이 결정권을 매번 지역민에게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할 것인가. 사드 문제는 지역 민심을 최대한 수렴해 국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해 결론을 내고, 정히 이에 불복하는 정당은 “우리 당이 집권하면 사드 기지를 없애겠다”고 공약하고 대선에서 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구하는 게 옳다고 본다.


[매일경제]

6. 서둘러야 할 부적격자의 운전면허 통제와 관리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 도심 교차로에서 광란의 질주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승용차 운전자 김 모씨가 뇌질환에다 심장 협심증 환자로 순간 발작을 일으켰을 수 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는 정기적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가끔씩 정신을 잃는 경우가 있다는데도 통제되지 않은 채 버젓이 운전을 하다가 참사를 냈다. 

운전자는 사고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한다. 더욱이 2013년 이후 낸 교통사고 중에 운전 중 보행로를 타고 올라가는 비정상적인 사고마저 있었다니 어떻게 계속 운전면허를 유지했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큰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도 방치됐음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못해 분통까지 터질 지경이다.

이번 사고는 뇌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의 운전면허 취득과 관리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아닌지 우려하게 만든다. 차량을 보행로로 몰고 올라가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낸 김씨의 전력을 볼 때 뇌전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경찰 측 견해다. 뇌전증은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으로 운전면허시험 응시 결격 사유다. 

김씨는 1993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 그동안 두 차례 적성검사를 받고 면허를 갱신했으나 뇌질환 검증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현행 규정에 정신질환이나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당사자가 병력을 밝히지 않으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 10년마다 실시하는 적성검사도 시력이나 청력 등 간단한 검사만 할 뿐이라 뇌질환 등을 걸러내지 못하니 유명무실하다.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정신질환이나 뇌질환 환자의 운전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려면 운전면허 취득과 갱신 단계에서 심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는 개인 병력을 운전면허 발급기관과 병원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결격 사유에 해당하면 정밀 감정해 부적격자를 가려내고 있다니 참고할 만하다. 

인지나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자들도 운전면허 갱신 기간을 10년에서 5년 단위로 줄였지만 더 단축하고, 연령대 차별 없이 실시하는 적성검사를 나이별 맞춤형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7. 野, 부자 증세 전에 면세자 축소부터 말하라

야당이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소득 총액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 5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어 40%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행 세법은 과표 1억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38%의 최고세율을 매기고 있는데 초고소득자에 대해서는 그보다 무거운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정부는 고소득자 세금 부담을 일방적으로 늘리는 데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소득세 부담이 적은 편이다. 2014년 소득세 세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3년 8.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체 세수 중 소득세 비중도 16%대에 그쳐 24%대인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세 부담은 소수의 고소득자에 집중된다. 2014년 종합소득세 과표 5억원 초과자는 전체 신고자의 0.3%인 1만8000여 명이었는데 이들이 전체 소득의 15% 남짓을 차지하고 전체 세액의 33%(6조9000억원)를 부담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과표 8800만원 초과자가 전체의 1.6%인 27만여 명인데 이들이 전체 소득의 10% 가까이 차지하고 전체 세액의 40%(10조3000억원)를 냈다.

하지만 전체 납세대상자 중 48%(802만명)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근소세 면세자 비율은 2005년 48%에서 2013년 32%로 꾸준히 낮아지다 연말정산 파동에 따른 땜질 처방 탓에 다시 급증했다. 우리나라처럼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제를 운영하는 일본의 면세자 비율이 16~18%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세제 개편의 기본 방향은 가능한 한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을 추구하면서 세수 증대와 공평 과세를 균형 있게 도모하는 것이 돼야 한다. 야당은 소수의 고소득자에게만 세 부담을 늘리는 안을 무작정 밀어붙일 게 아니라 그 전에 먼저 지나치게 높은 면세자 비율을 대폭 낮춰 국민개세(國民皆稅)의 원칙이 실현되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인기영합적인 발상으로 세제의 기본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8. 신뢰 갉아먹는 은행 ISA `수익률 뻥튀기` 막아야

IBK기업은행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을 부풀려 공시했다가 신뢰 손상을 자초하고 있다. 은행권은 올해 4월부터 판매에 나선 ISA의 수익률을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공시했다. 매일경제는 그중 기업은행 일임형 ISA 수익률이 부풀려진 사실을 지적했고 기업은행은 '금융투자협회 공시 기준을 잘못 해석한 결과'라며 오류를 인정했다. 

기업은행은 당초 은행권 일임형 ISA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낸 것으로 공시했던 '고위험스마트 모델포트폴리오(MP)'의 수익률을 2.05%에서 0.84%로 수정했다. 첫 수익률 공시에서 노출된 이런 오류가 은행권 일임형 ISA에 대한 신뢰를 전반적으로 훼손할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적금은 물론 주식·펀드·파생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로 매년 2000만원씩 5년 동안 1억원에 대해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농어민·자영업자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올해 초 도입됐지만 원금손실이 가능한 상품이라는 사실 때문에 일임형 ISA를 은행권에 허용할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일임투자 경험이 없는 은행 직원들이 무턱대고 판매실적을 올렸다가 고객에게 손실이 발생하거나 예상보다 수익률이 낮으면 은행 신뢰만 손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 수익률 공시에서 뻥튀기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기업은행은 '3개월에 적어도 1회 이상 MP를 재조정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ISA 약관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은행권은 ISA 판매 초기 직원 1인당 판매목표를 할당하는 구태의연한 영업 방식으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은행권에서 판매한 일임형 ISA 계좌 수는 증권사를 크게 웃돌지만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저조해 애당초 은행권에 이 상품을 허용한 것이 옳았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ISA가 은행권 신뢰를 더 실추시키지 않도록 은행들이 영업직원 전문성 강화와 자산관리 시스템 구축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은행·증권사의 ISA 운영·판매에 대해 수시로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동아일보]

9. 19개월째 수출 줄어도 정부는 위기의식 없는가

7월 수출이 10.2% 줄어들면서 한국의 수출이 월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인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구조가 굳어져 6월 경상수지 흑자는 반갑지 않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덫에 걸린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년에 비해 조업일수가 1.5일(6.6%) 줄어들고 선박 수출이 감소하는 등 ‘일시적 요인’ 탓”이라며 “8월 이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힌 것은 안이한 설명이다. 지난달에도 “하루 평균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회복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회복을 기대했다. 결국 위기의식을 못 느낀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는 흐름에서 가장 큰 패배자는 한국이라고 지적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는 뼈아플 정도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중간재를 중국은 이제 자체 생산하고 있다. 한국이 놓친 선박 수출은 이미 중국에 돌아갔다. 휴대전화나 첨단 TV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추월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지 오래다. “가계부채와 노동인구 감소, 그리고 정부의 의미 있는 대응 부족 때문에 한국은 앞으로도 10년은 연 2% 이상의 경제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본적 문제 해결에 달려들기는커녕 1년 7개월 남은 현 정부의 실적에만 관심을 두고 백화점식 단기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민관합동 수출대책회의 때 거론되는 방안이라고는 세제 지원, 수출금융과 종합상사 확대, 자유무역협정 활용 같은 구태의연한 지정곡뿐이다. 지금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보호무역주의에 동참해 ‘수출한국’의 목을 조를 태세다. 정부가 6월 강조했던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관료들부터 일시적 모면만 하면 된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연합뉴스]

10. 이화여대 학내 갈등 대화로 풀어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사학 이화여자대학교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설립 문제를 두고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달 28일부터 대학 본관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사흘째였던 지난달 30일에는 학교 측의 요청으로 1천600여 명이나 되는 경찰 병력이 투입돼 '감금'됐다고 주장한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을 '구출'하기도 했다. 경찰 병력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농성이 수그러들기는커녕 1일에는 참가 학생 수가 더욱 늘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학생들 가운데 '감금 행위 주동자들'을 가려내 이른 시일 안에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혀 이 사태가 형사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갈등의 발단이 된 미래라이프대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했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나 성인이 된 뒤 대학에 다니려는 사람들을 위한 단과대학이다.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전공 등의 과정을 운영하며 정원은 150여 명이다. 지난 5월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해 선정된 이화여대는 9월부터 학생을 모집해 2017학년부터 4년제 학위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관해 학교 측과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부로부터 30억 원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졸속으로 추진된 사업"이라면서 "기존 학생들은 물론 미래라이프 대학의 학생들도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학교 측은 "입학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양질의 교육과정을 준비해 자질과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할 계획"이라며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을 갖춘 고졸 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미래라이프대학의 설립과 관련한 일정을 중단할 뜻을 밝히고 학생들에게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바로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최 총장은 학생과의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점거농성 해제를 든 반면에 학생들은 최 총장이 농성장으로 와 면담하기를 바라고 있어 양측의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이루는 모양새다. 학교 당국이 진작 학생, 교수, 동문 등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벌였더라면 지금과 같은 극심한 갈등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교 측이 밝힌 대로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명분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은 군대나 사기업과 같이 지도자가 결정을 하면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뒤를 따르는 조직과는 의사결정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 

학생들의 대응 역시 문제가 있다. 학교 측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 설립자의 동상을 훼손하고 농성 중 교수와 교직원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지성적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총장이 문제가 된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설립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까지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는데도 강경한 주장을 고수하면서 농성을 풀지 않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학교 당국과 학생들은 이제부터라도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해 합의를 도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경찰도 학내 문제에 섣불리 개입해 사태를 격화하는 것보다는 학내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감금' 혐의에 대한 형사적 처리는 모두의 흥분이 가라앉고 사태 해결의 가닥이 잡힌 후에 본격 착수한다고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일주일 휴대폰 없이 살아보기

“전화 안 받으셔서 완전 잠수 타신 줄 알았어요.” “감옥가신 줄 알았어요. 해외도피 하실 분은 아니고, 하하.” “왜 문자를 씹지, 나한테 화났나 생각하다 휴대폰을 분실했을 것 같아서 통쾌했어요. 맨날 나보고 덜렁거린다고 핀잔줬잖아요.” “세상하고 담쌓고 살 것 아니면 휴대폰은 켜 놓고 다니셔야죠.”

겨우 일주일 휴대폰을 꺼 놓았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온갖 추측으로 나는 사람이 아닌 무엇이 되어 있었다. 네트워크 체제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이 세상에 살지만 완전히 단절된 존재, 서서히 멀어져가는 존재가 된 것이다. 겨우 일주일만 어떤 정보도 보지 않고 어떤 문자나 메시지도 받지 않고 생활해 본 것뿐인데.

첫날은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전화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고 책도 읽고 해방된 느낌이었다. 둘째 날이 되니 ‘혹시 중요한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친구 어머님이 위독하다고 하셨는데 염려되기도 하고, 다음 주 강의 때문에 원고 달라고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약간 불안해지기도 하였다. 

셋째 날은 한 번만 문자를 보고 다시 꺼야 할지 망설여졌다. 청년학교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혹시 사고라도 치지는 않았는지 온갖 상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성주 사는 후배는 사드 반대 데모에 가서 다치지는 않았는지, 북에서 엄포 아닌 실제 국지전을 감행하는 건 아닌지, 평소에는 전혀 없던 애국심마저 생기는 거였다. 

넷째 날이 되니 아, 내가 사이보그였구나, 기계와 유기체의 통합으로 살아왔구나 하는 자각이 든다. 기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안경 빼면 뵈는 게 없고 핸드폰 없이는 소통도 못하고 길도 못 찾는 무능한 존재,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에 의해서 내 삶이 길들여지고 좌우되는, 오히려 인간이 기계의 부분 같은 오싹함이 드는 거였다.

인류의 조상이신 ‘오선생님’(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래 꾸준히 인간은 진화를 거듭해 왔는데 알고 보니 인간이 기계를 만들었지만 기계가 다시 인간을 진화시키고, 조금 진화된 인간이 발전된 기계를 만들어 그 발전된 기계에 의해 또다시 인간은 진화되고 결국 기계와 인간은 같이 ‘공진화’한 거라는 학자의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셨군요. 일하셔야죠.” 그래, 스마트폰이 있어야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남길 수 있구나. 

하지만 일주일 동안 별일 없었고 가끔은 영혼의 접속을 어디에 해야 할지 깨닫기 위해 휴대폰과 이별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깊게 한 일주일이었다.


2. [서울신문][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영화 코어에서 인터스텔라까지

불볕더위와 열대야로 밤낮없이 뜨거운 날이다. 더운 날씨에는 사람들이 영화관을 많이 찾아 영화업계도 앞다퉈 대작을 쏟아내고 있다. SF는 영화계에서 사랑하는 주제 중 하나다. 지구과학에서 특히 주목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2003년 개봉한 ‘코어’라는 작품이다.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개발한 무기가 가동되면서 지구 내부에 액체로 이루어진 외핵의 운동이 멈춘다.


그에 따라 지구자기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지구상 생명체가 절멸할 위기에 처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지구 내부로 들어가 운동을 멈춘 외핵에 핵폭탄을 터트려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지구과학을 주제로 다룬 것도 흥미롭지만, 지구 내부로의 여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장면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구 내부의 사실적 묘사를 위해 영화 제작 과정에 많은 지구과학자가 자문단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지구 내부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코어(핵)는 철과 니켈을 주 구성성분으로 하며 내부 압력이 매우 높다. 이곳에는 지구 생성과 함께 많은 에너지원이 쌓여 있고 높은 열이 끊임없이 방출되고 있다. 고온, 고압 환경 때문에 액체 상태인 외핵과 고체 상태인 내핵이 분리되어 공존하고 있다. 액체 상태인 외핵은 지구 생명체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 내부의 열과 지구 자전으로 외핵 내에서는 끊임없이 액체 철의 유체 운동이 발생하고, 그 결과 지구는 거대한 막대자석의 성질을 가지고, 지구를 감싸는 거대한 자기장을 형성한다. 이 자기장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을 차단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지구가 생성된 지 45억년 동안 외핵은 꾸준히 운동하며 생명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언젠가 지구 내부의 열 에너지원이 바닥나고 내부가 식어 외핵이 고체 상태로 변하면 지구는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외핵은 지구의 자전 속도도 조절한다. 행성은 생성 초기 빠른 회전으로 행성의 모양을 만들고 고유의 자전 속도를 유지한다. 지구는 외핵이 액체로 되어 있어 내핵과 지구 표면이 분리된 채 각기 다른 자전 속도로 회전한다는 것이 밝혀져 과학계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구 내부의 이해는 다른 외계 행성의 환경과 성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최근 우주 선진국들은 다양한 외계 행성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외계 행성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인터스텔라’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이해는 우주의 신비를 푸는 열쇠다. 영화들에서 등장하는 지구와 다른 행성의 다양한 정보와 지식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일부 발견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기초과학 분야의 발전은 지난한 시간과의 싸움이며, 시간과 연구 역량 투입에 비해 당장의 경제적 효과와 국가적 이득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꾸준한 지원과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2014년 4.29%로 세계 1위, 절대 금액 면에서도 세계 6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연구개발 투자 총액이 19조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원천 기술개발이나 거대 과학기술에 해당하지 않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소홀하다.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알아낸 지식과 정보가 당장의 먹거리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과 정보는 인류의 원초적 호기심을 푸는 열쇠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인류가 갑작스레 당면할지 모르는 생존의 문제를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 정보가 될 수 있다.


3. [동아일보][광화문에서/이원홍]올림픽 엽기 사건

올림픽에서는 엽기적인 사건도 많이 발생했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려고 속임수를 쓰다 일어난 사건이 많았다. 

1960년 로마 올림픽 근대5종 단체전 경기에서였다. 근대5종은 수영 승마 펜싱 사격 크로스컨트리(육상)를 함께 치르는 종목이다. 튀니지 대표팀과 상대하던 선수들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펜싱 경기에 나선 튀니지 선수들의 경기가 너무 똑같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튀니지 대표팀 선수 3명 중 1명이 다른 2명을 대신해 경기를 했다. 펜싱 경기에는 마스크를 쓰고 나서는 점을 이용했다.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들켰고 실격 처리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1600m 계주에 나설 예정이던 푸에르토리코의 마델리네 데 헤수스는 대회 도중 부상으로 경기를 하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자신을 응원하러 온 쌍둥이 자매를 몰래 경기에 내보냈다. 푸에르토리코 여자 대표팀은 결선에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코치가 상황을 알아채고 사태가 커지기 전에 팀을 결선에서 철수시켰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에 출전했던 독일의 도라 라트옌은 4위를 한 뒤 2년 뒤에는 세계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였다. ‘그녀’를 수상하게 여긴 동료들로 인해 그의 정체가 밝혀졌고 기록은 삭제됐다.

경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벌어진 사건도 많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태권도 80kg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쿠바의 앙헬 발로디아 마토스가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킥을 날려 쓰러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외적인 이유로 올림픽을 이용하려 한 사건도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마라톤 선두를 달리던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리마가 결승점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37km 지점에서 닐 호런이라는 괴한의 습격을 받아 쓰러졌다. 호런은 “세상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다 같이 춤을 추자”고 주장해 왔다.


호런은 춤이야말로 사람들을 평화로 이끌 수 있다며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자신과 함께 춤을 추자고 했다. 호런은 올림픽 이전에도 시속 250km가 넘는 자동차 경주장에 뛰어들어 비슷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호런 자신은 세계 평화를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이런 사건을 일으켰지만 자신의 주장을 위해 올림픽을 방해했다. 리마는 결국 3위에 그쳤고 브라질은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며 분노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의 올림픽이 마주한 현실에 비하면 과거의 이런 사건들은 어쩌면 소극(笑劇)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성적과 명예에 대한 욕망은 자매를 대신 출전시키거나 다른 선수를 대리 출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러시아의 예에서처럼 국가가 개입하는 대규모 도핑 사태로 번졌다.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신선한 피를 새로 수혈받거나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는 기괴한 행위들이 적발되고 있다. 

춤으로 세계 평화를 이끌어내자는 주장은 돌이켜 보면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은 대규모 테러의 공포 아래 놓여 있다. 테러는 합리적인 소통을 거부한 채 일방적인 메시지만을 강요하는 가장 야만적인 형태의 폭력이다. 

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위협은 역설적으로 올림픽의 광대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위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올림픽 참가자는 성실성과 도덕성, 그리고 타락한 욕망의 유혹을 물리칠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 요소들은 경기장 밖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이런 점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미래를 위한 전사들이기도 하다. 6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개막한다. 당당히 싸우고 돌아오라.


4. [동아일보][야마구치의 한국 블로그]한국에 ‘이모’들이 많은 까닭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구로 국제어린이영화제가 서울 구로구에서 열렸다. 일본 영화 ‘사랑이 꽃피는 가족’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는 ‘지방창생’(지방 부흥)의 일환으로 시즈오카 현 미시마 시민 약 1만 명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영화다. 일본 전통가옥도 촬영 장소로 제공받고, 많은 일반 시민이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인구가 지방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지방은 고령자만 남아 쇠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골을 부흥시키자는 운동이 국가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영화도 제작 과정을 통해 고향에 대한 애착심을 증폭시키고 고향 자연의 아름다움, 전통문화를 지키려고 하는 마음을 모으는 효과를 얻었다. 

일본의 축제는 마을을 결속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지역별로 특색 있는 음악과 춤, 의상으로 1년 동안 축제 준비를 한다. 지금도 지역별로 축제를 이어가고 있는데, 가마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는 바람에 축제가 없어지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영화는 가족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모여서 가족을 이루게 됐는데 부부가 “가족이라는 게 무엇일까”라는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열매가 열리고 씨가 땅에 떨어지는 과정을 가족의 모습으로 비유했다. 또 옛날 서당 같은 곳에서 함께 배웠던 동무들도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대사도 나온다. 뜻을 함께하여 같이 가는 사람들도 가족이라고 말했는데 이 개념은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정착되어 있다. 

나의 일본어 제자는 나에게 이모를 여러 명 소개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사람은 친척이 많은 사람인가 봐’라고 생각했다. 식당에 가도 이모가 있고 그냥 이모가 있고 아는 이모가 있고 나중에야 친척이 아님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상대가 위인지 아래인지를 알아야 경어를 쓸 것인지, 편하게 대할 것인지 태도를 정할 수 있기에 그런 것 같다.

만나자마자 ‘형, 동생, 언니, 누나’라고 정하는 것도 특유한 일이다. 일본이나 유럽 쪽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여성에게는 결혼했는지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 본인이 말할 때까지 물어보지 않고 지내는 일도 많다. 10년 전 알게 된 동업자가 결혼한 사람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물어보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 전철에서 옆 좌석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계단 앞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서 있을 때 젊은 남자가 들어다 주는 것도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대가족주의라는 큰 사회 통념이 있다. 연세가 드신 분을 부모처럼 대하고 남의 집 자녀를 내 자녀처럼 보살피는 등 마음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서울시나 구에서 마을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의 ‘지방창생’과 통하는 것을 느낀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아이들을 돌보기가 어려운 가정은 마을에서 함께 밥도 먹여 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고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도 안심하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고 자녀들도 방치되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공동체 모두가 가족처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정신적 교육적으로 지원해 주는 체제가 되면 범죄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열심히 일해도 아이들을 정서적 교육적으로 돌봐 주는 역할을 못 하면 자녀들은 공부도 못 하고 좋은 직장도 못 구하고 환경은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마을공동체 결속이 필요한 때다. 연세가 드신 분을 자신의 조부모, 부모처럼 생각하고 어느 아이들에게도 자식처럼 잘해 주고 마을 전체가 한 가족처럼 필요한 역할을 서로 해줄 때 한국 사회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퇴직한 교사, 예술가, 상담사들이 재능기부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 모든 지역에서 꾸준히 이뤄졌으면 한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청소년들이 바르게 자라고 각자의 재능을 계발하고 사회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스승의 역할을 더불어 해줄 수 있는 사회 기구가 필요하다. 한국의 대가족주의가 한국뿐만 아니라 국가, 인종의 벽을 넘는 가치관으로 온 세계에 확산되면 좋겠다.


5. [중앙일보][삶의 향기] 세상의 꼰대들과 결별하는 방법

순대·곱창·돼지 껍데기·닭발·산낙지·번데기…. 생각만 해도 침이 절로 고이는 ‘소울 푸드(Soul Food)’ 목록이냐고? 아니다. 얼마 전 모 신문에 실린 일명 ‘아재 테스트’다. 30여 종의 음식을 나열하곤 그중 먹을 수 있는 것들의 개수를 세어 보란다. 내 경우 딱 한 가지가 아리송했다. 새끼보. 암퇘지의 자궁 부위를 일컫는다는데 경험이 일천해서인지 아직 접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머진 다 먹는다고 답하니 어이없게도 나더러 ‘뼛속까지 아재’란다.

편식하지 않는 건전한 식습관을 가졌을 뿐인데 다짜고짜 아재로 낙인찍다니. 울컥 억울한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뒤져봤다. 요즘 뜨는 가요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ㅇㄱㄹㅇ(이건 레알)’ 따위 유행어를 얼마나 아는지 묻는 비슷비슷한 판별법이 난무한다. 입맛이 아니라 노래나 말을 잣대로 자가 진단을 해 봐도 결과는 거기서 거기. 이쯤 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래, 기를 쓰고 아닌 척했지만 실은 아재 맞다”고.

그래도 아재는 양반이다. 연식이 좀 오래돼 감이 떨어진다는 것뿐 심각한 비호감의 대상까진 아니다. 청년들 입장에선 자기들과는 다른, 그래서 배려가 필요한 ‘옛날 사람’ 정도랄까. 문제는 꼰대다. 단지 나이만 많은 게 아니라 그 많은 나이를 흡사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시대착오적 족속을 칭하니 말이다. 젊은 세대에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불통의 대명사다. ‘설마 난 아니겠지’ 하면서도 내친김에 시중에 나도는 ‘꼰대 테스트’까지 도전해 봤다.

‘"내가 너희만 할 땐~”이란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누굴 만나면 대뜸 나이부터 물어본 뒤 어리면 말을 놓는다/"솔직하게 말하라”고 해 놓곤 막상 후배가 그렇게 하면 기분이 상한다/회의 때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자”고 한 뒤 결국 먼저 답을 제시한다…’

이 리스트를 보며 가슴이 뜨끔한 건 과연 나뿐일까. 그나마 판정 결과가 ‘꼰대 경보 발령’에 그친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아직은 만회할 여지가 남아 있단 소리니까. 할 수 없는 건 빼고, 급한 대로 할 수 있는 것부터 고쳐 보기로 했다. 우선 “내가 너희만 할 땐~”으로 시작하는 잔소리라도 줄여 볼까 한다. “난 신입 때 소주 한 잔도 못 마셨는데 선배들이 주는 대로 다 받아마시다가 주량을 두 병까지 늘렸잖아.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는 거야” “칼퇴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옛날엔 야근한 뒤에도 ‘집에 잠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겨우 갔거든”… 1988년이면 모를까 2016년엔 폭력이 될 수도 있는 얘기들 말이다.

‘권력간격지수(Power Distance Index)’란 말, 혹시 들어 보셨는지? 네덜란드 사회학자 기어트 홉스테드가 만들었는데 특정 집단이 권위나 위계질서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를 나타낸다. “직원들이 상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데도 무서워서 말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나” “나이 많은 사람이 두려움의 대상인가” 등의 질문을 던져 측정했다고 한다. 다들 짐작할 수 있듯 한국은 이 지수가 높은 축에 속하는 나라다. 그런데 이 지수가 절대 높으면 안 되는 대표적 조직이 바로 항공사다. 조종사들 간의 원활한 소통 부족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단 항공사뿐일까. 어디든 젊은이들은 입을 다물고 기성세대만 목소리를 높이는 조직의 미래가 밝을 턱이 없다(얼마 전 멀쩡한 검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검찰 조직만 봐도 뻔하지 않나). 더욱이 기상천외한 상품과 서비스를 속속 내놓지 않고는 삼성이 아니라 삼성 할아버지라도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요즘 기업마다 창의력을 높인다며 앞다퉈 조직 문화 바꾸기에 나선 건 그래서다. 오랜 세월 수직적인 질서에 안주해 온 꼰대들로선 무시무시한 퇴출 위기를 맞은 셈이다. 좋든 싫든 청년 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만이 살길이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 앞서 소개한 꼰대 테스트 속에 답이 있지 않나 싶다. 상대가 듣기 싫은 말 안 하고, 하고 싶은 말 들어 주란 얘기다.

이도 저도 힘들면 틈나는 대로 아재개그라도 날려 보시라. “항상 미안한 동물은? 오소리” “새우가 출연하는 사극은? 대하사극” “가장 야한 채소는? 버섯”… 소통을 위해 이 정도까지 망가질 수 있다면 비웃음을 살망정 적어도 꼰대 소리는 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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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2일 신문 브리핑 #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능지수, 감성지수를 높이기보다 감사지수를 높여야 한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특이내용 없음


<< 금융/부동산 >>
1.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쇼크’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 1년1개월여 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108원까지 하락함(1일 서울외환시장 마감 지표)
- 이날 원·달러 환율 급락은 미국 2분기 성장률이 1.2%(연율 기준)로 시장 기대치(2.6%)를 크게 밑돈 영향이 크며,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 결과임

2.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인상과 함께 과세표준 5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40% 초반의 세금을 물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2일 발표할 예정임
- 더민주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 이미 개정안을 발의한 대로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의 대기업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며, 또 미성년자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율을 올리는 방안과 대주주가 회사 지분을 가족에게 양도할 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음

3. 올 상반기 10대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총 1조14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7% 급감함
- 5년 만에 활황세를 보인 작년의 기저효과 때문이긴 하지만 실적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음

4. 삼성전자가 장중 158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 돌파를 눈앞에 둠
- 반도체 가격 상승과 갤럭시노트7 조기 출시로 3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으며, 다시 시작된 자사주 매입도 상승세에 힘을 보탬

5. 대우조선해양이 드릴십(이동식 원유시추선) 건조를 끝냈으나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앙골라 소난골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단독으로 대출 보증을 서기로 함
-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이 차질없이 이뤄지면 대우조선은 1조원 상당의 드릴십 인도대금을 소난골로부터 받을 수 있음

6. 중국이 알리페이 등과 같은 온라인 제3자 지급결제 플랫폼을 위해 청산결제기관을 설립하기로 함
- 신용카드와 관련한 청산결제 업무를 담당하는 은련(유니온페이)과 같은 독립기관을 세워 핀테크산업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임


<< 국제 >>
1.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회사인 우버의 중국법인 우버차이나와 ‘중국판 우버’로 알려진 디디추싱이 조만간 구체적인 합병계획을 발표할 예정임(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내용)
- 거대시장인 중국을 놓고 출혈경쟁을 벌여온 두 회사가 수익을 더 중시하는 상생전략으로 급선회한 것으로서, 합병법인의 가치는 350억달러(약 39조원)에 이를 전망임
- 우버는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높아졌으며,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으로 우버의 기업가치가 6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함

2.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가 `구글맵`을 대체할 자체 지도 서비스 개발에 5억달러(5546억원)를 투자함
- 한때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우버와 구글의 관계가 멀어지고 있는 또 다른 신호라는 평가임

3. 세계 철강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초대형 인수합병(M&A) 작업이 이어지고 있음
-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5위 바오산강철과 세계 11위 우한강철의 합병을 발표한 데 이어 세계 2위 허베이강철과 세계 9위 셔우강강철의 합병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짐
-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 및 허베이강철과 셔우강강철의 합병이 완료되면 세계 철강업계는 현재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1위인 아르셀로미탈(9714만t)에 이어 바오산강철+우한강철 6072만t, 허베이강철+셔우강강철 7630만t 등의 ‘빅3’ 체제로 재편되게 되며, 4위인 일본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스미토모금속·4637만t) 및 5위 포스코(4197만t)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됨

4. 중국 국유 에너지기업 시노펙(중국석유화공그룹)이 셰일가스 개발에 집중 투자해 중국 내 천연가스 생산량을 5년 안에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함
- 중국은 셰일가스 매장량이 미국의 약 1.5배에 달하며, 미국은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면서 셰일가스 개발 붐이 시들해지고 있음

5.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영국 최대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갈바니생체전자공학’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제약업계에 뛰어듬
- 두 회사는 갈바니에 앞으로 7년 동안 총 5억4000만파운드(약 787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생체전자공학을 이용해 당뇨·천식 등 만성질환 치료법을 찾겠다는 계획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위안화 청산결제은행(元化 淸算決濟銀行)
-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 결제대금 청산을 담당하는 은행으로 국가 간의 환전소로 기능하며 유동성 관리 등의 역할도 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하나의 국가당 한 개 은행을 지정하며 기관투자가만 이 청산결제은행을 이용할 수 있어 개인이 직거래에 참여할 경우 다른 은행을 통해야 함.
홍콩, 대만뿐만 아니라 2014년에만 영국, 독일, 한국, 프랑스, 룩셈부르크, 캐나다, 카타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설립이 진행되었음.
한국에서는 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되었음.
위안화 청산은행의 출범은 곧 위안화의 직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임.
중국이 이처럼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과도한 외환보유액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이. 중국은 외환보유액의 상당수를 미국 국채로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비싼 금리로 돈을 빌린 후 낮은 금리의 미국 등의 국채에 투자해 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임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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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책임지는 리더십 없었다’ 지적한 메르스 백서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 선언을 한 지 1년여 만에 메르스 백서를 내놓았다. 모두 476쪽 분량의 백서가 나온 까닭은 간단하다. 메르스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배경을 따져 교훈을 얻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백서는 중앙정부의 대응 조직과 협력 체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짚었다. 60대 남성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전염성이 낮다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은 정부의 오판은 지금 돌아봐도 안타깝고 답답하다. 8일 뒤에나 대책본부를 만들었던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반성의 초점이 모아졌다. 한국보건사회원구원이 설문한 관계자 291명의 절반 이상은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문제라고 꼽았다.

위기 과정에서의 정부 소통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뻔히 방역망이 뚫렸는데도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을 합당한 이유도 없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 탓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각종 괴담과 유언비어가 퍼졌던 혼란에 정부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비밀주의로 정부가 스스로 신뢰도를 치명적으로 떨어뜨렸다는 지적은 누가 봐도 맞는 말이다. 이질적인 집단이 대책본부를 꾸린 탓에 일사불란한 업무 조정이 애초에 쉽지 않았다는 지적도 아프게 새겨야 한다.

백서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집약된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느라 책임지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문 응답자의 76%가 지휘관리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메르스 대응의 정부 컨트롤타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불요불급한 보고를 요구했으면서도 보고 체계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결코 메르스 사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관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정보 소통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는 국민 불신을 배가시켰다. 정부가 앞으로의 위기 상황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정부의 반성을 토대로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자는 것이 백서 발간의 취지다. 그런데도 일선 의료기관의 응급실 감염 예방 태도는 언제 위기가 있었냐는 듯 안이해지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방문객 출입 통제 등 권고 수칙 이행률이 최근 몇 달 새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 현장과 시민의 자세가 함께 변하지 않고서는 백서가 백 권이 나온들 헛일이다.

2. 국회의원 ‘김영란법’ 예외 고수, 저항 두렵지 않나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법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사실상 뺀 데 대한 논란은 더 커졌다. 법 시행 전으로 접대를 당기려는 갖가지 꼴불견 행태들이 춤을 춘다.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서둘러 시행령을 법제 심사에 넘겼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등 일부 부처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인 이른바 ‘3·5·10룰’이 온전히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국민들은 부정청탁과 관련해 국회의원을 예외로 하는 조항을 김영란법에 둔 점에 대해 몹시 의아해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민원인들의 청탁이 잦은 대표적인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민간인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에까지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회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요지부동이다.

한 언론사가 김영란법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 2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응답자 19명 중 10명이 예외 조항을 없애는 데 반대했다. 6명만이 법 개정에 찬성했다. 반면 시민단체와 변호사, 상급노조도 적용 대상에 넣어야 하느냐는 질문엔 10명이 찬성했다. 공공성이 높은 직군이라는 것이다. 공공성 측면에서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보다 더 강한 직업은 없다. 양심이고 논리고 다 팽개치면서 법 위에 군림하려는 몰염치가 놀랍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허수아비로 여기지 않는다면 이럴 수 없다고 본다.

김영란법이 합헌 결정을 받긴 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권익위는 헌재 결정 하루 만인 지난 29일 법제처에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한 법제심사 요청서를 보냈다고 그제 밝혔다. 시행령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농식품부 등이 식사·선물 금액 기준 조정을 위해 시행령을 정부입법정책협의회에 상정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3·5·10룰이 국무조정실의 조정으로 바뀔 수도 있다. 시행이 며칠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이 극심해질까 우려된다.

권익위는 물론 검찰, 경찰은 김영란법 시행 전후 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권익위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종별 매뉴얼을 제작해 다음달 발간할 예정이다. 다만 농식품부 등 타 부처의 요구대로 선물 등의 상한액이 조정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청탁 금지 기준의 핵심인 ‘업무 관련성’에 애매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경찰의 자의적 판단을 줄이기 위해 촘촘하면서도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엄밀한 수사 원칙도 세워야 한다. 수사 착수나 처벌이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하면 표적 수사나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 벌써 김영란법이 검찰의 힘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부패법이 공정성을 의심받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김영란법을 외면하는 정치권과 법을 집행할 행정·수사 당국이 항상 새겨야 할 대목이다.

3. 여야 대표 선거, 큰 그림은커녕 黨 절박감조차 없다

원내 제1, 2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예상치 못했던 참패를 당했고, 야당 맏형인 더민주는 전통의 텃밭인 호남을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에 내주는 치욕을 맛봤다. 돌아선 민심을 하루속히 되돌리지 못하는 한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 희망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더민주가 총선 때의 ‘1석 승리’에 안주한다면 정권 교체는 일장춘몽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두 당 앞에 놓인 진땀 나는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양당의 대표 선거에서는 그런 절박감이 읽히지 않는다.

이정현·이주영·한선교·정병국·주호영 후보 등 범친박 3명과 비박 2명 간의 5파전으로 확정된 새누리당의 대표 경선은 계파싸움으로 일관하고 있다. TV 토론에서도 총선 패배 책임 공방에만 몰입했을 뿐 국민적 공감대를 자극할 정책이나 비전은 내놓지 못했다. 계파 실력자들이 뒤로 빠진 채 고만고만한 후보들끼리 ‘대리전’을 치르고 있으니 애당초 흥행은 언감생심이다. 원내대표라도 지낸 후보가 한 명도 없어 ‘사무총장급 대표 선거’라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식이라면 누가 되더라도 당내 리더십조차 제대로 세우기 어려울 지경이다.

추미애·송영길·김상곤·이종걸 후보가 나선 더민주의 대표 경선은 대여(對與) 선명성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들은 지난 대선의 공정성을 재론하거나 박근혜 정권을 과격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정권 교체를 노리는 수권정당임을 확인시켜 줄 정책이나 비전 경쟁은 실종됐다. 이 후보를 제외한 3명의 후보가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으로 차별이 안 되니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해 청와대 및 여당과 각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당 내부에서조차 ‘도로 운동권당’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이번에 선출되는 두 당의 차기 대표들은 대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년 대선에서 자당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야만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정책과 비전을 개발해 제시함으로써 대선 후보를 더욱 빛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두 당의 대표 후보들에게서는 그런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하다못해 내년 대선을 어떤 전략으로 치를지에 대한 절박한 고민도 엿볼 수 없다.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 교체든 선택은 당원이 아닌 국민이 한다. 두 당의 대표 후보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동아일보]

4. 조계종, 푸른 눈 현각 스님의 비판 뼈아프게 새겨야

미국 하버드대 출신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이 조계종을 비판하며 개혁을 촉구했다. 현재 그리스에 머물고 있는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달 중 마지막 한국 방문 계획을 밝히고 “앞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만 활동하겠다”고 적었다. 현각 스님은 “(조계종 승려로) 25년 살아보니 외국인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이라며 “한국의 선불교를, 누구나 자기 본래의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그냥 기복 종교로 항복시켰다”고 비판했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현각 스님은 미국에서 포교활동을 하던 조계종 화계사 숭산 스님을 만나 1992년 출가했다. 숭산 스님은 약 50명의 외국인 지식인을 출가시켰고 그중에서도 현각은 가장 잘 알려진 스님이다. “내 전생이 한국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사랑이 남달랐던 현각 스님이 한국의 조계종에 대해 돈으로 복을 사는 기복신앙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해 불교계 안팎에 충격이 크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발언이 조계종에 대한 결별 선언으로 해석되자 어제 한 언론에 영문 e메일을 보내 “조계종을 떠난다고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계종의 교육은 달마의 가르침과 기술에 대한 독특하고 귀중한 그릇”이라면서도 “불행히도 정치와 돈과 극단적으로 완고한 민족주의 때문에 현재 조계종의 방향은 그 기술을 세계에 전하는 귀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한국 승려와 불자들의 개혁을 촉구했다.

현각 스님의 불만은 그가 원장을 맡았던 화계사 국제선원(외국인행자교육원)이 3월 문을 닫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조계종은 “외국인행자교육원을 폐쇄하고 은사 스님이 직접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조계종의 낡은 관행에 반발하는 외국인 승려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조계종 지도부 사이의 알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조계종은 현각 스님이 던진 ‘기복=$, 슬픈 일’이란 표현을 죽비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조계종 역사에 처음 등장한 외국인 승려의 비판을 낡은 관행 개선의 계기로 삼지 못하면 조계종은 세계화는 고사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5. 꼼수로 출자회사 늘린 公기관… ‘공공개혁’은 헛소리였나

공공기관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 자회사를 149개나 설립해 방만 경영으로 부실을 키운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어제 발표한 ‘공공기관 출자회사 운영 실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이 정부와 사전협의 의무를 어기고 무분별하게 출자회사를 세워 매년 적자가 쌓이는데도 정부는 아예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 출자회사에 은밀하게 재취업한 퇴직 임직원들이 지난 5년간 213명이나 될 정도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들의 낮은 생산성과 비효율적 경영, 과도한 임금 및 복지 등 도덕적 해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선진국에선 국영기업 민영화 등 공공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노무현 정부 5년간 공공기관이 260개에서 305개로 되레 늘었다. 2009년 공기업 총부채가 213조 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 원을 넘어서자 정부는 공공기관 출자회사의 48%(131개) 정리 방안까지 발표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출자회사가 모기업 방만 경영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 결과 74개 공공기관이 소유한 출자회사가 560개로 2009년 말(330개)보다 230개나 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수치상으로 신설된 출자회사는 302곳이지만 그나마 일부가 통폐합 또는 매각됐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 진출’을 명분으로 2010년 725만 달러(약 81억 원)를 들여 우즈베키스탄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세웠으나 최근 5년 동안 적자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2015년 설립한 공영홈쇼핑은 그해 19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손실로 고스란히 옮겨진 형편이다.

이처럼 출자회사가 난립하고, 상당수는 경영부실로 적자가 나는데도 정부 부처나 국회는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 현행 공공기관 체제가 관료, 정치인, 공공기관 임직원의 이익이 한데 엮인 거대한 카르텔 구조인 까닭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부채 감축, 임금피크제 도입 등 과거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공공기관들이 완료해 가고 있다”며 공공기관장들을 칭찬했다. 공공기관들이 출자회사를 통해 뒤로 부실을 쌓아둔 실정을 알고도 칭찬한 것인지 궁금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주말 강원 평창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 하계포럼에서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한데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경직된 노동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겠지만 정작 공공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현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 출자회사로 비대화를 꾀하는 공공기관 감시의 사각지대를 없애지 않고는 공공개혁의 진의를 의심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데일리]

6. 항공기 대형참사 터져야 정신 차리려나 

국적 항공사들의 항공기 사고가 최근 빈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29일 일본 나리타에서 출발해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대한항공기의 앞바퀴 타이어가 활주로에서 완전히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거나 전복되지 않아 승객과 승무원 157명 중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자칫 인명 피해를 동반한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아찔한 순간이었다. 

걱정은 올해 들어 국적 항공사들의 고장이나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5월에도 일본 하네다공항을 이륙하려던 항공기의 왼쪽 엔진에서 불이 나 탑승자 319명이 비상 탈출하는 사고를 냈다. 올해 1월에는 김포에서 상하이를 향해 이륙했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이륙 후 바퀴가 접히지 않는 바람에 회항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래서야 어디 항공기를 마음 놓고 탈 수 있겠는가. 

저비용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진에어 여객기가 운항 중 유압시스템 이상으로 일본 간사이공항에 긴급 착륙하는 사고가 있었다. 진에어는 1월에도 필리핀 세부에서 부산으로 오는 여객기의 출입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이륙했다 회항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엔 김포를 떠난 제주항공 여객기가 기내 압력조절장치 이상으로 급강하해 비상착륙했다. 불길한 조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잦은 항공기 사고를 가벼이 넘겨선 안 된다.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방심할 일이 결코 아니다. 대형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또는 우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다. 이전에 작은 기체 결함 등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항공 당국과 항공사 모두 항공기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한항공에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모든 항공사들의 안전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울 필요가 있다. 항공사들은 스스로 항공기 정비와 운항체계, 안전의식에 허점은 없는지 살펴야 함은 물론이다. 빈발하는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경계해야 한다.

7. 세제개편안 '생색내기' 논란 벗어나려면

정부가 최근 내놓은 올해 세제개편안은 침체 국면에 빠진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 부담은 줄이고 기업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과세 평형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세입기반을 확보해 국가경제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 방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둘째·셋째의 출생·입양 세액공제액 확대가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자녀가 1명 있는 근로소득자가 둘째를 출산하면 현행 30만원인 출생·입양 세액공제액을 50만원으로, 셋째 아이를 낳으면 7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솟는 육아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출생이 일생에 한 번뿐인 점을 감안할 때 세액공제를 몇십만원 더 받겠다고 아이를 더 낳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득세 과세 체계에 드러난 문제점을 그대로 둔 점도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2014년 근로소득세 납세 대상자 1669만명 가운데 거의 절반인 802만명이 세금을 한 푼도 안 내 면세자 비율이 48.1%에 달한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데에는 정부가 2013년 세액공제를 도입할 때 면세자 기준을 과도하게 낮춰 기존 납세자 상당수가 면세자로 처리된 데 따른 결과다.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가 전체 납세대상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은 조세 원칙은 물론 헌법에 명시된 국민개세주의(皆稅主義)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비율이 2.4%나 됐다. 관리재정수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재정의 적자 기조가 자칫 고착화할 위험마저 보이고 있다. 정부가 조세 형평의 원칙을 엄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주의에 입각해 세원을 넓히고 공평 과세를 통해 세수를 증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급증하는 복지 수요에 발맞춰 조세 부담을 조절하는 균형자 역할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매일경제]

8. 어린이 안전사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적용해야

지난달 29일 전남 광주에서 네 살 어린이가 유치원 통학버스에 7시간 넘게 갇혀 있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는 최고 35.3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냉방 장치가 꺼진 버스에 방치됐다. 5년 전에도 경남 함양에서 폭염 속에 7시간 동안 어린이집 차 안에 갇혀 있던 다섯 살 난 어린이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광주에서는 차 안에서 혼자 잠들어 있던 여자 아이가 2시간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한여름 바깥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면 차 안 온도는 90도를 넘는다. 아이 혼자 차 안에 방치하는 것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니 참으로 큰일이다.

어린이 안전 지침이 없는 것도 아니다. 4년 전부터 어린이 등·하원 시간 기록, 통학버스 운영자와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의무화됐다. 어린이들이 통학버스에 방치되지 않도록 맨 뒷자리까지 반드시 확인하도록 교본에도 나와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인솔 교사는 내부를 제대로 둘러보지 않았고 유치원에서는 출석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어린이 10만명당 3명 정도가 각종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최근 5년간 차 안 방치 등 통학 차량 사고로 숨진 어린이만 40명이다. 반복되는 어린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어린이를 차 안에 방치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금고나 2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지만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다. 앞으로는 고의성이 없더라도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 

전국 민간 어린이집은 3만7000곳이 넘는다. 영세하다는 이유로 외주업체에 통학버스 운행을 맡기거나 인솔 교사를 배치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안전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상시 점검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안전에 소홀한 어린이 시설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중앙일보]

9. 대화와 타협보다 물리적 충돌로 치달은 이화여대

교내 갈등에 경찰까지 끌어들인 이화여대 사태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이성적 대화보다 거친 물리력을 앞세우는 반지성적 문제해결 방식으로 치달아 착잡함을 느끼게 한다. 이번 갈등은 학교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에 이대가 추진 대학으로 선정되면서 단과대 신설에 나선 것이다. 추가 정원을 뽑아 기존 입학 정원은 유지하면서 직장인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학사일정이 진행되는 단과대다. 이런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고등교육의 기회 확대와 평생교육 사이클을 만든다는 국가 교육이념에 부합하는 모델이다.

문제는 이런 단과대 소식에 학생들이 ‘돈벌이’ ‘학위 장사’로 반응할 정도로 대학과 학생 간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총학생회는 이번 사업이 교육부에서 30억원을 지원받는다는 점에서 학교가 돈벌이를 위해 설립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표명했다.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고, 학교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한데 국내 명문사학이 학생들로부터 교육의 질을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학교 스스로 반성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와 학생의 반지성적 문제 해결 방식이다. 학생들은 대화와 타협의 노력과 사회적 공기로서 대학의 역할이나 미래형 대학의 갈 길이라는 비전에 대한 고민보다 물리력을 앞세운 점거농성 방식을 택했다. 이에 맞서 총장은 경찰을 불러들였다. 대학 내에 공권력을 끌어들이는 것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보기 드문 일이었다. 명분도 변명도 찾기 어려운 행위다. 이로써 이대 사태는 ‘이화여대’라는 브랜드 가치를 믿고 지성적 대화로 문제 해결에 이르는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을 실망시키며 새로운 갈등 국면으로 증폭되고 있다. 나름 명분이 있는 사업을 둘러싸고도 소통보다 물리적 충돌로 치닫는 명문사학의 모습에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10. ‘음주운전 경찰청장' 검증 제대로 한 건가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가 23년 전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은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그가 경찰 간부 지위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으로 공직자들의 도덕성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찰청장 인사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내정자는 강원경찰청에 근무하던 1993년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 벌금 1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그는 휴무일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술을 마신 뒤 개인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한다. 그는 또 2005년 부인 명의로 강원도 횡성군의 대지를 매입해 2층짜리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내정자 가족이 이곳에 주민등록을 둔 적이 없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내정자가 정선경찰서장 재직 중 얻은 개발 정보로 부동산을 샀다는 것이다.

이 내정자는 “23년 전의 일이지만 경찰공무원으로서 음주운전을 한 데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부적절한 처신에 거듭 사죄드린다”고 했다. 부동산 의혹의 경우 추후 청문회에서 사실 여부가 가려지겠지만 음주운전은 그 자체만으로 경찰청장 자격을 문제 삼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경찰의 총수가 음주운전 사고로 벌금형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8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89년 간부후보생 시험을 거쳐 경찰 간부의 길을 걸어온 이 내정자가 음주운전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몰랐을 리 없지 않은가.

이 내정자 논란을 계기로 고위직 인사 검증을 맡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진 검사장 인사 검증 실패에 처가 부동산 거래 의혹까지 불거진 우 수석이 이 내정자를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중이던 지난달 28일 경찰청장 내정 발표를 하면서 당분간 우 수석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부실 검증 논란을 대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겨레][김곡의 똑똑똑] 터치

만진다는 것, 즉 터치는 소통, 접속, 인지 따위의 현학적인 개념들로는 참으로 다 설명해내기가 어려운 말이다. 그딴 말들로 다 설명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터치에는 여전히 해명되지 않은 어떤 신비한 잉여작용들이 남는다. 개인적인 사례 중 으뜸은, 얼마 전 밥을 먹다가 마침 앓고 있던 충치를 반찬이 건드리는 바람에 까무러쳤던 경우다(깍두기가 충치의 협곡과 정확히 도킹되어 고통은 끝장이었다). 정말이지 차라리 죽고 싶은 고통이었다. 아내가 와서 슬며시 안아주고, 그로 인해 고통이 꼬리를 내리기 전까진. 또 하나의 부끄러운 사례는 담배를 끊었던 2년 전이다. 담배를 끊으니 입도 심심하고 손가락도 심심하고 해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아무 모서리나 만지던 해괴망측한 버릇이 생겼다. 만짐의 공핍을 정말 만짐으로 채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까? 아내의 포옹이 내 충치의 반란을 누그러뜨렸던 바로 그 신비로운 방식처럼?

물론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충치의 고통을 정말로 제거한 것은 다음날 당신이 찾아간 치과 의사 선생님의 정밀한 과학이고, 무엇보다도 모서리나 만지던 일시적인 버릇은 다시 담배를 피우면서 사라질 심리적 증상이었을 것이란 반론들이 그것이다. 맞는 말이나, 반만 맞는다. 왜냐하면 충치의 고통을 영원히 제거한 것도 의사 선생님의 ‘터치’였으며, 모서리 촉각을 흡연에 다시 투항하게 한 것도 역시 니코틴과 폐의 ‘터치’였을 테니까 말이다. 터치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도, 그리고 서로에 대해 승리하고 패배하고 승복하고 다시 개기는 것도 터치끼리다.

난 터치의 이 신비한 힘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과학자들은 호르몬과 신경물질의 변화일 뿐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생체자극을 통한 환영 같은 심리적 변화일 뿐이라고 대답하면 속은 편하시겠지만. 하지만 그들 역시 반만 옳다면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치는 우리의 삶에서 정말로 작동하는 실재임을 잊고 있기 때문이리라.

터치의 힘은 단지 호르몬도, 단지 심리도 아니라, 그 둘 중간쯤 어딘가를 가로지르는 놈, 다름 아닌 몸에서 나오는 것일 게다. 몸은 우리가 생을 살아내며 자주 잊곤 하는 요소지만(특히 한국처럼 몸을 ‘은따’시키는 유교적 질서 아래에선), 실상 몸은 소통의 중심이고 모든 자극과 신호들의 중앙교환국이다. 몸은 진정한 지식의 저장폴더다. 그렇다면 터치는 진정한 지식의 산출이다. 가장 진정한 지식이란 감각과 그 변화의 패턴, 즉 정서에 다름 아니다. 고통스러워하던 나를 어루만지던 나의 아내가 나에게 준 것은, 단지 신경물질도 심리적 환영도 아니다. 그것은 어떤 지식이었고, 진정 내 몸을 해결하는 지식이었다. 사실 모든 소통의 근원은 터치다. 왜냐하면 모든 발신자와 수신자의 원형은 몸이기 때문이다. 원격으로도 익명으로도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에 웬 몸 타령, 터치 타령이냐고? 사실 디지털의 ‘digit’도 손가락을 뜻한다. 디지털도 손가락 터치에서 온 놈이다.

마지막 변론을 ‘터치의 귀환’으로 대신하련다. 요새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다. 그것 역시 터치를 잃기 쉬운 이 시대에 맛이야말로 가장 공감되는 터치이기 때문이리라. 터치가 돌아오고 있다. 물론 이 터치를, 터치할 수 없는 티브이 스크린으로 대리하고 있음은 슬픈 일이다. 충치가 다 나았다. 아내와 함께 외식하러 나가련다. 진짜 터치를 위해. (깍두기 콜.)


2. [매일경제]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드라마 ‘태풍이 지나가고’

늘 개봉 전부터 필자를 설레게 만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 신작 ‘태풍이 지나가고’ 역시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개봉 전 먼저 만나본 영화. '역시나' 좋았다.

궁극적으로 '사랑'을 말해오는 감독은,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가족애'를 풀어낸다. 사실 그는 늘 '가족애'를 말해왔다.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늘 탐구해왔다. 그와 동시에 '죽음'에 대한 성찰도 꾸준히 해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두 요소 모두 들어있다.

특히, 2013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에 발표된 세 작품은 '가족'의 탐구에 집중을 가한다. 2015년에 발표한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그랬고, ‘태풍이 지나가고’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전작들이 늘 그래왔으나 특히 최근 세 작품들을 보면,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 흩어져 있다. 심지어 구성원들은 '가족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의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혈연 이상의 끈끈한 가족애를 발휘한다. 여기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휴머니즘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휴머니즘. 이것이 감독의 인기 비결이다.

‘태풍이 지나가고’의 료타네 가족들 역시 흩어져있다. 명작가를 꿈꾸는 사설탐정인 료타는, 부인과 헤어진 상태다. 아들과는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난 결혼생활에 후회와 그리움이 가득한 료타. 그는 전 부인과 아들의 일상을 엿보기까지 한다. 태풍이 휘몰아치려는 날, 료타네 가족은 료타의 어머니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을까?

영화는, 가족의 부재와 상실을 통해 '현재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료타는 가족 관계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그다지 원만하지 않다. 이는 료타를 둘러싼 모든 생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소홀했던 그는 살아생전 아버지의 생활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누나와의 관계도 석연치 않다. 아직 철 들 날이 머나먼 듯 보이는 료타. 그는 태풍을 맞고, 그것을 지나 보낸 이후 무언가 '깨닫게' 된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로 그 메시지! '있을 때 잘 하자'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다 익히 '들어와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앎을 실천에 옮기는 데는 한없이 서툴다. 마치 료타처럼 말이다. 우리는 사랑했던 이를 잃고 난 후에야 후회한다. 곁에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한들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사랑했던 연인이 재회하고 이혼했던 부부가 재결합하기도 경우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음'에 이르렀다면, 어떠한 수를 쓰더라도 후회를 메울 수 없다. 죽음은 이별의 극단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책이나 영화 등에서는 늘 죽음이라는 소재가 동반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좋은 '삶'을 위한 동기부여에는 죽음이 뒤따른다. 죽음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료타는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을 잃었다. 뒤이어 또 다른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도 이별할 날이 올 것이다. 삶의 중요한 메시지를 깨달은 그와 우리는 이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태풍은 타격이 큰 천재지변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많은 것들을 앗아간다. 죽음, 관계의 상실은 태풍 후에 남겨진 슬픈 결과들이다. 물론, 태풍 이후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을 잃기 전에 그것들을 꽉 잡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있을 때 잘 하자, 후회하지 말고'. 이 가르침을 전해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3. [동아일보][표정훈의 호모부커스]여행과 독서

“제게 진짜 여행은 독서입니다. 연주 여행을 하도 많이 하니까 제게 여행이란 일처럼 다가오기 마련이죠.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도 무덤덤하게 몸만 이곳저곳 다닐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책을 읽으면 그게 더 진실한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말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도 여행 독서에 일가견이 있다.

“여행 갈 때면 책을 무척 신중하게 고릅니다. 짐도 싸기 전부터 어떤 책을 갖고 갈 건지, 그 책이 3박 4일짜리 여행에 적합한지 1박 2일짜리 여행에 적합한지 고민합니다. 가지고 간 책을 여행 도중에 다 읽어버리면 금단 증상이 나타나니까요.”(‘책읽기의 쓸모’)

소설책 갖고 여행 떠나는 서양 풍습이 우리 땅에 들어온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이효석의 장편 ‘화분’(1939년)에 나온다. ‘피곤은 했어도 긴 날이어서 초저녁부터 침실로 들어가기도 멋쩍은 판에 객실에 불을 켜놓고 이곳저곳에 앉아 소설책에 정신을 팔기 시작했다. 다 각각 몇 권씩의 소설책들을 지니고 왔던 것이 다행이어서….’

여행 중 독서, 특히 열차 안 독서는 무료함을 달래는 데 제격이다. 북한이라고 예외는 아닌가 보다. 2013년 자유아시아방송에 소개된 한 북한 주민의 말이다. “무산행 열차가 며칠 연착됐지만 차 안에서 소설책 보면서 심심치 않게 돌아왔어요. 평양역에서부터 소설책 배낭을 가지고 오른 한 여성이 외쳤어요. ‘책 보고 싶은 사람은 다 모이시오!’ 열차가 자주 연착되자 책대여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바야흐로 휴가 여행의 절정기다. 작년에 모 호텔 예약 사이트가 사람들이 여행 중 호텔 침대에서 하는 행동을 조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9%가 책을 읽는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전 세계 여행객들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하위권은 멕시코 25%, 홍콩 27%였으며 스웨덴이 60%로 1위를 차지했고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순이었다. 한국인 여행객 대다수는 호텔에서 TV 시청이나 웹서핑을 즐긴다고 답했다.

“책 만 권을 읽어 신령스러운 경지와 비로소 통할 수 있고, 만 리를 여행하여 마침내 세상사를 제대로 따질 수 있으리.” 중국 북송시대 소동파의 말이다. 조선의 서거정(1420∼1488)도 독서와 여행을 함께 강조한다. “만 권 책을 읽어 근본을 튼튼히 하고, 세상을 유람하여 실천 능력을 기른 뒤에 비로소 큰일을 할 수 있다.” 갖고 가는 물건이 아니라 함께 가는 친구, 여행의 반려 책 한 권을 챙기자.


4. [동아일보][횡설수설/한기흥]태극기 아래 첫 금메달

‘처음’이란 말은 두근거림과 설렘을 동반한다. 오랜 염원을 이룬 ‘집단의 기억’ 속에서라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해진다. “1976년 8월 1일 오전 10시 양정모 선수의 늠름한 목줄기에 금메달의 영광이 드리워지고 사상 처음으로 애국가가 장엄하게 세계만방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몬트리올 하늘에 휘날리자 모두는 제어할 수 없는 감격에 북받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건국 후 첫 올림픽 금메달 소식을 전한 40년 전 본보 8월 2일자 1면 톱기사는 흥분 그 자체였다. 

‘게임의 룰’이 역시 중요했다. 양정모는 마지막 경기에서 몽골의 오이도프에게 8-10으로 졌다. 하지만 결승 리그에 오른 선수 3명이 맞대결해 벌점 적은 선수가 우승하는 시스템 덕에 금메달을 땄다. 양정모는 벌점 3점, 오이도프는 4점, 미국의 존 데이비스는 5점.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은 일장기를 달았으니 몬트리올 쾌보에 온 나라에 난리가 날 만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또 다른 양정모를 육성할 한국체육대학교 설립을 지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엔 금메달은 ‘순도 1000분의 925 이상’의 순은으로 만들고 6g 이상의 순금으로 도금하게 돼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 금메달도 494g의 은에 6g의 금박을 씌운 것으로 원가는 70만 원 정도. 실제 성분은 금, 은메달이 큰 차이 없으니 진짜 금인지 확인하려고 깨물어 보는 선수들이 허탈할까. 흘린 땀에 따라 달라지는 메달의 의미는 단순한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데….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순위 10위 이내가 목표다. 그간 여름올림픽에서 거둔 메달은 금 81개, 은 82개, 동 80개. 남의 잔치인 올림픽에서 우린 언제나 금메달을 따보나 마냥 부러워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양정모의 고향 부산 동광동 40계단 앞에선 금메달 획득 40주년 행사가 오늘 열린다. 그가 이를 악물고 뛰어 오르내린 그곳에서 국민의 환희가 영글었다.


5. [동아일보][박윤석의 시간여행]화재도 일으켰던 폭염, 그 끝에 태풍도 몰려와

삼복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8월 5일이었다. 열기 후끈한 서울의 초저녁에 정체 모를 악취가 진동했다. 서울의 낮 기온은 36.7도까지 올라 10년 이래 최고를 기록한 날이었다. 1929년이었다. 

10년 전의 최고기온이란 1919년 8월 1일에 관측된 37.5도를 말한다. 3·1운동 투옥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서대문형무소의 감방 속에서는 똥통이 끓는다고 작가 심훈이 술회한 기미년 8월의 그 폭염. 

1929년의 서울 시가에 퍼진 고약한 냄새의 정체는 유황이었다. 그 진원은 동쪽 광희문 밖 신당리로 밝혀졌다. 거기 경성부청 수도과 분실창고에 보관 중인 화공 약품들이 폭발하면서 누출된 가스였다. 수도 가설 공사에 쓰이는 유황과 초산 등 유독물질이 연일 치솟는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었다.


저녁 7시. 창고 한 곳에서 불꽃이 일어나면서 바로 지붕이 터져나가고 불길이 건물 전체를 휩쌌다. 경성 전역의 소방대가 출동하여 겨우 불을 껐을 때는 창고 한 채가 전소되고 또 한 채를 반쯤 태운 뒤였다. 그 1시간 반 동안 맹독성 기체가 서울을 뒤덮은 것이었다.

‘작열하는 햇발은 땅덩어리를 태워버리려는 듯이 뜨거워 실내의 유황이 자연 발화하여 더운 세상에 더운 화재를 일으키고, 병원마다 일사병 환자가 넘치고, 구루마를 끌던 말과 소가 더위를 먹고 여기저기 자빠지는 등 참극이 연출되었다. 오는 13일이 말복이니 장차 얼마나 더 더우려는가.’(동아일보 1929년 8월 7일자)

20여 일간의 가뭄으로 전국의 농작물은 초토화된 상태였다. 천수답은 이미 마른 지 오래고 저수지마저 일부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이 모양으로 5, 6일만 가뭄이 더 계속되면 전국의 농작물은 거의 전멸”이라고 총독부 농무과장은 걱정했다. 경상남도의 피해가 특히 심하다고 했다.

‘벌겋게 단 화로같이 뜨거운 세상에서 다만 바라는 것은 비.’ ‘앞으로도 언제나 비가 올는지 알지 못한다.’

이러한 기사 제목들 사이로 경성측후소 관계자의 말이 실렸다.

“동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고기압은 아직도 움직일 생각도 없는 모양이오. 얼마 전 양자강 방면으로부터 온 저기압은 동북으로 진행하는 중이므로 북조선에는 약간 희망이 있을 뿐이오. 남조선은 여전히 개어 있어 언제나 비가 올는지 알 수가 없소.”(8월 7일자) 

그리고 열흘쯤 지나 희소식이 들려왔다. 멀리 남태평양으로부터 태풍이 일어 장차 한반도로 접근할 것이라는 예보였다. 

‘지난 7일 필리핀 북부 루손 섬에서 생겨난 태풍은 8일 대만 서남 해상에 나타나 11일 대만을 횡단하면서 돌연 방향을 고쳐 북서로 나아가 14일에는 중국 상해의 동남쪽 항주에 접근해 거기서 어름어름하고 있었다. 온 조선이 낙망도 하고 한편으로 기대도 하고 있었는데 15일 아침 태풍은 결연히 그곳을 떠나 조선쪽인 동북으로 출발을 했다고 한다.’(8월 16일자)

태풍은 무섭지만 가뭄과 더위가 더 무서운 것이었다. 태풍 예보는 이어진다.

‘지금은 한 시간에 10킬로 내지 15킬로의 더딘 걸음이나 한 번 바다 위로 나오면 매우 빠를 것이고 더욱이 몽고 방면의 고기압으로 이 태풍은 꼭 조선에 올 것이 틀림없다는데, 그때가 되면 강한 동풍이 불고 큰비가 내려서 넉넉히 장기간의 가뭄 피해를 걷어낼 수 있으며 더위도 끝낼 것이라.’ 

늘 그렇듯 이번에도 폭염 뒤에 태풍과 홍수 피해가 또 잇따를 것이다. 87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연의 순리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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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1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하는 마음은 거만해지지 않도록 하며, 조용하고 겸손한 인간을 만든다."

- 보드 새퍼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중국 화장품회사들이 한국 업체의 핵심 인력을 잇따라 스카웃하면서 ‘K뷰티’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화장품업계에 중국발(發) 인재 유출 비상이 걸림

- 이와 동시에 중국은 동시에 한국산 화장품 등을 견제하기 위해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국내 화장품 관련 기술은 전자나 자동차와 달리 법률상 ‘핵심 기술’로 대우받지 못해 인력과 기술 유출에 무방비라는 지적이 나옴


2. 중국 정부가 급성장이 예상되는 화장품 시장에서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화장품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음

- 중국 정부는 지난 4월8일부터 세액 50위안(약 9000원) 미만 해외 직접구매(직구) 품목에 적용하던 면세 혜택을 폐지했으며, 면세 혜택이 사라진 뒤 해외 직구를 통한 중국 수출이 급감하고 있음

- 내년 5월부터 해외 직구로 수입하는 화장품도 중국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위생허가를 받도록 할 방침이며, 중국에서 화장품 위생허가를 받으려면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과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임 


3.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지난 29일 싱가포르에서 BW그룹 산하 BW탱커스와 31만8000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두 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힘

- 계약 규모는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으며, 회사의 집중 여름휴가가 시작됐지만 정 사장이 직접 싱가포르를 찾아 사업을 챙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음


4. ‘늦은 밤 안전한 귀가를 책임진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처음 시작한 콜버스랩의 ‘심야 콜버스’ 서비스가 지난해 12월 시범 운행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인 29일에 본격 운영에 들어감

-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택시조합 등 이해집단을 설득하고 차량 출고, 개조 및 용도 변경, 한정면허 취득 등 법적 절차를 거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함


5. 7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 30일 개통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첫날부터 6차례나 운행을 중단하는 등 사고가 잇따랐음

- 2조3000억원 가까운 사업비를 들인 첨단 지하철을 두고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가운데 1일 첫 평일 운행을 앞두고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음



<< 금융/부동산 >>

1. 1일부터 증권·파생상품·외환시장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됨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부터 정규시장 거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30분 늘어나며, 파생상품시장 마감시간도 오후 3시15분에서 3시45분으로 30분 연장됨

- 거래시간 연장으로 외국환 중개회사들의 외환거래 마감시간 또한 30분 늦춰지게 되며, 종가 단일가 시간, 자기주식매매 신청서 제출 시간, 착오매매 정정 시한, 서킷브레이커(CB) 발동 시한 등도 30분씩 늦춰짐


2. 31일 국세청의 ‘국세통계 조기공개’ 자료를 보면 2015년 상속세 신고로 집계된 총 상속재산가액 합계는 전년보다 21.7% 증가한 13조1885억원으로 나타남

- 이 중에서 총 상속재산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한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은 2014년보다 12.1% 늘어난 1785명, 총 상속재산가액이 100억원을 초과한 피상속인은 167명으로 전년 대비 39.2% 증가했으며, 500억원 초과 피상속인도 18명으로 80.0% 급증함

-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2016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피상속인(사망자)이 후순위 상속인(자녀 배우자 등)에게 유언을 통해 상속한 금액은 상속 공제한도에서 배제되어 고액자산가의 편법 상속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됨


3. NH투자증권 관계자는 31일 “벤처·신기술펀드의 투자 성과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힘

- 이는 국내에선 최초로, 벤처·신기술펀드는 벤처캐피털과 신기술사업금융회사가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서, 투자받은 기업이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사업 프로젝트 등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자에게 펀드 원금과 수익금을 돌려주게 됨


4. 서울시는 지난 상반기 전체 주택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계약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포인트 상승한 48.3%를 기록했다고 31일 발표함

- 임대차 계약을 맺은 주택 중 월세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주택 유형은 아파트로서, 지난 상반기 아파트의 월세 계약 비중은 38.3%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5.7%포인트 증가함



<< 국제 >>

1.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1.2%(연율 기준)로 시장 전망치 2.6%의 절반을 밑돌았다고 31일 보도함

- 미국의 ‘GDP 쇼크’는 부진한 기업 투자와 재고 감소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또다시 불확실해짐


2.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일부 철강제품에 최고 22.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하자 중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서는 등 무역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

- 중국은 지난 2년간 EU에 수출할 철강 생산량을 두 배 늘렸으며, 같은 기간 철강 가격은 40% 정도 떨어짐


3. 그레그 클라크 영국 기업에너지부 장관은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중국광핵그룹(CGN)이 각각 2 대 1의 비율로 총 180억파운드(약 26조7000억원)가 투입되는 ‘힝클리포인트 C’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계약 체결을 최종 계약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연기한다고 밝힘

- 이를 두고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은 메이 내각이 캐머런 전 총리의 족적을 없애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포석이라고 보도함


4. 중국의 대형 게임업체 상하이자이언트가 글로벌 게임업체 시저스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CIE)의 온라인 게임부문 플레이티카를 총 4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함

-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게임업체의 해외 게임업체 인수는 1차적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하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게임시장의 지배력 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음


5. 고이케 유리코 전 일본 방위상이 사상 처음으로 여성 도쿄도지사에 오름

- 31일 NHK에 따르면 이날 불법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중도 사임한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지사의 후임을 뽑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후보가 당선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신기술사업금융회사

-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응용하여 사업화하는 중소기업자(신기술사업자)에게 투자 또는 융자해주는 금융회사. 사업개시일 7년 이내의 중소기업에 출자만하는 창업투자회사와는 달리 융자업무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남.

융자한도는 소요자금의 90∼100%이며 상환기간은 8∼10년(거치기간 3년 이내 포함)이며, 원리금 상환을 대신해 사업결과로 발생하는 매출액에 비례한 로열티를 일정기간 받음. 그리고 사업 실패시에는 최소상환금만 물면 됨.

- 출처 : 매일경제, 매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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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9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김영란법 합헌’, 진통 겪을 준비 됐는가

헌법재판소가 어제 공직자들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조항 등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왔으나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교육과 언론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 근거다.

이번 결정은 오는 9월 28일 법 시행을 앞두고 혼선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2년 김영란법 제정안이 발표된 이래 그 내용을 두고 각계의 논란이 지속돼 왔다. 지난해 3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시행령은 이미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고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그리고 국무회의 의결 절차만을 남겨놓은 단계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막아 우리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공직자들에 대한 식사대접이 3만원 한도로 제한되며, 선물과 경조사비도 각각 5만원, 10만원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접대문화가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들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배경이 바로 거기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법 시행을 불과 2달밖에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전반적인 경제위축 가능성을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농·축·수산업 분야에 대한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관공서 주변의 한정식집 가운데서는 진작 문을 닫아버린 경우도 없지 않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SK·LG 등 주요 그룹사 임원들이 법 시행 이후의 골프 약속을 모두 취소하는 등 파장이 확대될 조짐이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진통이다.

이번 합헌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재판관들의 위헌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포함시키는 게 불가피했다면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영향력이 큰 다른 직종도 포함시키는 게 상식적이다. 더욱이 당초 법안에 포함됐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이해충돌 조항도 어떤 식으로든 되살릴 필요가 있다. 법을 세련되게 다듬어야 하는 과제가 다시 국회로 넘겨진 셈이다.

2. '추경 쪽박'까지 깨트려선 곤란하다

추가경정예산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에 대한 정치권의 이견으로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26일 국회에 제출된 1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일자리 추경안’을 다음달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누리과정 예산 대안부터 내놔야 한다며 추경 심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추경을 편성할 정도라면 상황이 꽤 다급하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는 2년 내리 2%대 저성장이 확실시되고 청년실업은 사상 최고로 치솟는 등 형편이 여간 어렵지 않다. 수출은 18개월째 감소세이고 내수도 부진한 터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까지 겹쳤으니 상황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우려하던 브렉시트 후유증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몇달 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보호무역주의 대폭 강화가 예상되는 등 대외 여건도 매우 비우호적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추경도 시기를 놓치면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국회 시정연설(황교안 국무총리 대독)에서 “추경은 그 속성상 빠른 시일 내에 신속히 집행돼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도 더민주가 구조조정이나 일자리와 전혀 별개인 누리과정을 추경과 연계하고 나선 것은 ‘정책 끼워팔기’란 고질병이 또 도진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집권 경험도 있는 더민주가 이런 후진 행태에 젖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현실론적 접근으로 과시했던 수권정당의 면모가 다시금 빛을 잃는 모양새다. 추경 대가로 ‘서별관회의’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는 전과를 올려놓고 이제 와서 박 대통령에게 “추경이 왜 필요한지 제대로 된 설명조차 내놓지 못했다”며 딴죽 거는 것은 정치 도의에도 어긋난다.

그러고도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면 추경안을 통과시켜 주겠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자기모순이 아니다. 야당이 경제 발목잡기로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유도하면 할수록 스스로의 집권능력을 위축시키는 부메랑 효과가 커진다는 역설을 명심해야 한다. 가뜩이나 경기에 불씨를 지피기에는 규모가 크게 모자란 것으로 간주되는 추경이 시기마저 놓쳐선 안 된다.

[서울신문]

3. 절실한 세수증대 기대 충족 못한 세법 개정안

정부가 어제 ‘2016년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일자리 창출을 겨냥해 신성장 산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서민·중산층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세법 개정안의 방향에 대해 “경제활력 제고 및 민생 안정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근로자의 신용카드·체크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가 2019년까지 3년 연장되지만 연봉 1억 2000만원 초과 고소득자는 내년부터 소득공제 한도가 축소된다. 근로장려금 지급액이 10% 인상되고, 월세 세액공제율은 10%에서 12%로 상향 조정되는 등 정부가 밝힌 취지에 부합되도록 애쓴 흔적이 적지 않다. 미래형 자동차와 지능정보 등 11대 신산업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기술(R&D) 세액공제 제도를 전면 개편한 것이나 신성장산업 투자 세액 공제를 확대한 것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겨냥한 것이다. 이런 내용의 세법 개정안은 다음달 18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8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 2일 정기국회에 넘겨질 예정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연간 3171억원이다. 지난해 세법 개정안의 세수 증대 효과(6000억원)의 2분의1에 불과하다. 증세도 아닌, 감세도 아닌 어정쩡한 세법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3대 세목인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았다. 올해 예산안 기준 소득세 세입은 60조 8000억원, 법인세는 46조원, 부가세는 58조1000억원 등으로 전체 내국세(186조 9000억원)의 88%를 차지한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우리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세율 체계를 조정할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재정은 인구구조 변화, 저성장 기조, 복지 지출의 급격한 증가 등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질적·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특히 소득의 양극화 등 빈부격차의 모순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도 입만 열면 빈부격차 해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소득분배 기능 강화 차원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이 다소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민주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50%까지 높이는 법안을 냈고, 여권도 자본이득세 강화 등 소득세 확대 방안을 거론한 상황이다. 앞으로 국회 논의에서 소득의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세법이 보강돼야 한다.

4. 외국인 300만 시대 다문화 국가에 대비해야

우리 사회는 단일민족, 단일문화 국가에서 언어와 문화를 달리하는 다민족, 다문화 국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문화 지체, 이른바 아노미 현상이 발생해 개인 또는 사회 차원에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폭증하는 갈등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르기 전에 300만 다문화 국가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법무부는 그제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200만 1828명을 기록해 전체 인구의 3.9%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외국인 증가율 8%를 고려해 2021년이면 외국인 수가 300만명을 돌파, 전체 인구의 5.8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5.7%를 웃도는 수치다. 법무부가 밝힌 외국인 통계에는 국제결혼으로 입국한 뒤 국적을 취득한 11만여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질적인 외국인 숫자는 통계치보다 많은 셈이다. 유엔에서는 우리의 낮은 출산율을 고려해 2050년이면 외국인 숫자가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문화 국가에 걸맞은 대비책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부르는 ‘다문화 이주자’는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장기 체류 외국인, 국제결혼 이주자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외국인 비율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누가 뭐래도 사회 갈등이다. 최근 유럽 여러 나라가 겪고 있는 사회 갈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갈등을 줄이려면 먼저 정부 차원에서 사회통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이주자 정책은 기본적인 언어교육 등 이주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분야에 제한돼 있다. 이제부터는 국민을 상대로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고 인종과 언어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의식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다문화 이주자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첨단과학 분야 등의 우수한 인재를 유치, 다문화 이주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문화 사회에서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는 차이를 인정하고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중 언어의 장점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 화교들에게 가했던 차별정책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주거·고용·보건 등 모든 분야에서 동등한 대우를 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5. 부패 뿌리 뽑자는데 왜 국회의원만 봐줘야 하나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9월 28일부터 시행될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법에 따르면 공직자와 배우자는 한번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 넘는 금품(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하고 연좌제적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지만 워낙 뿌리 깊은 공직사회 부패를 발본색원하려면 다소 무리한 법 시행에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금품·향응 수수, 부정 청탁의 소지가 가장 큰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 초안엔 예외 규정이 없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신설됐다. 또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의 자녀·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빠져 있다. 국회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청탁과 민원엔 눈을 감아 허수아비 법안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독일 반부패법이 국회의원의 뇌물 수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과 정반대다.

공직 부패를 뿌리 뽑자는 법의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특히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70여 개국 중 10년째 40위 안팎에 머물러 있다. 많은 국민이 김영란법에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인 중의 공인인 국회의원의 청탁과 민원에 예외를 인정한다면 알맹이가 쑥 빠진 부실 입법이다. 이런 누더기 법안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직 부패를 어떻게 청소할 수 있겠는가.

김영란법이 반부패법의 효과를 거두려면 시행 전 당초 취지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등의 민원 전달을 부정 청탁의 예외로 둔 조항을 삭제하고 국회의원·고위 공직자의 가족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되살려야 한다. 그게 글로벌 기준이다. 겪고 나서 개정하겠다는 건 무책임하다. 국민에게 떳떳한 김영란법을 시행 전에 내놓는 게 20대 국회의 첫 임무다.

[매일경제]

​6. 제 살 도려낸 검찰, 이젠 상명하복문화 바꿀 차례

인격 모독적인 언행으로 후배 검사를 자살에 이르게 한 책임을 물어 검찰이 김대현 서울고검 부장검사 해임을 법무부에 청구했다. 검사 파면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됐을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해임은 최고수위 징계다. 후배에 대한 폭언·폭행을 이유로 검사 해임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이번 일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지난 5월 "병원에 갈 시간도 없다"며 업무에 중압감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김 부장검사와 함께 근무한 검사·수사관·공익 법무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최근 2년 5개월 동안 이뤄진 17건의 비위행위가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결혼식장에서 독방을 마련하지 못했다거나 식당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도 후배 검사에게 모욕적 언행을 가했다. 김홍영 검사가 친구들에게 '자살충동이 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직접적인 이유로 보인다. 김 검사의 유가족이 형사고소를 검토한다니 그 법적 책임도 앞으로 가려나갈 일이다. 

검찰 발등에 떨어진 과제는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2004년 검찰청법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을 삭제했음에도 상명하복으로 움직이는 수직적 문화가 검찰에 팽배하다. 이런 시대착오적 문화에서는 '결격 상사'를 걸러낼 수도 없고 사법정의를 실현하기도 힘들다. 수평적 조직문화로 나아가게끔 검찰이 하루빨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7. 투자·일자리 늘릴 세제 개혁 더 큰 그림을 그려라

정부가 어제 내놓은 세제 개편안은 한마디로 '투자와 일자리는 늘리고 서민·중산층 부담은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신성장 산업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려주고, 술집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서비스업체가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며, 고용 창출 중소기업에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기로 했다. 또한 일하는 저소득층과 아이를 둘 이상 낳는 맞벌이 가구, 월세를 사는 서민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지금처럼 투자와 일자리가 말라붙고 있는 때는 세금을 깎아줘서라도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우고 근로자의 일하려는 의욕을 북돋워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세제 유인만으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국 문턱을 넘기도 전에 조로 현상을 보이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미세조정 수준의 세제 개편에 머무를 게 아니라 보다 큰 그림을 갖고 세제의 틀을 바꿔나가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올해 세제 개편에는 그런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정부 임기 말이 다가오고 대선을 앞둔 여야의 생각이 크게 엇갈려 큰 틀을 바꾸는 세제 개혁이 말처럼 쉽지 않음은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 세수 증대와 공평 과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근로소득세 납세 대상자의 절반인 800만명이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각종 조세 감면 제도 정비가 늦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복지 수요와 조세 부담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시급하다.

[매일신문]

8. 여름철 시민 짜증 더하는 악취, 근본 대책 세워라

매년 이맘때면 대구 곳곳에서 악취 소동이 되풀이되고 있다. 찜통더위에 가뜩이나 짜증이 나는데 원인 모를 악취까지 더해져 시민들의 원성이 높다. 두통은 물론이고, 목의 통증과 피부병을 호소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더욱이 대구시에 접수되는 악취 민원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할 때다.

대구에서 악취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은 서구, 달서구, 북구 순이다. 서구는 염색산단, 북부하수처리장, 위생처리장 같은 악취의 원인이 되는 시설이 밀집해 있다. 달서구는 성서공단 인근에서 악취 민원이 많고, 북구는 서구와 붙어 있어 악취 피해를 입고 있다. 

염색산단과 인접한 서구 지역에서는 1만여 가구, 2만여 명이 1년 내내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염색산단에는 130여 개의 염색업체가 공장을 가동하면서 심한 악취를 뿜어낸다. 대다수 영세한 업체여서 환경오염 방지 시설이 허술하고 악취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이곳 주민들은 대구시에 숱하게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결 기미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대구시와 구`군청이 악취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군청이 민원에 따라 현장 점검을 나가더라도, 악취 원인이나 악취 배출 업체를 찾지도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에서 지금까지 악취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은 당국의 무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염색산단 앞 도로변에 서 있기만 해도 악취가 코를 찌르는데, 배출 업체를 파악하지도 못하거나 기준치 이하라고 판정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대구시와 구`군청은 매년 반복되는 악취 문제를 더는 내버려 둬선 안 된다. 단속이 어렵고 피해 범위가 광범위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시민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른 시간 내에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구시는 업체와의 자율 협약으로 악취를 줄이겠다고 공언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배출업체를 엄하게 단속하고 방지시설을 갖추게 하는 강단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더 이상 시민들이 악취와 함께 여름을 보내게 해서는 안 된다.

9. 정부 간섭 자초한 지방의회, 뼈아픈 자정이 필요하다

행정자치부가 27일 전국 17개 시`도에 지방의회 의원의 배지 제작 가격을 국회의원 배지(3만5천원) 이하로 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행자부의 이 같은 조치는 전국의 지방의회 의원 배지 제작 값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일부 지방의회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만들어 나눠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배지를 잃어버려 다시 제작해 배부할 때는 의원이 돈을 주고 사도록 권고했다. 지방의원 배지 제작에 관한 한 분명한 안내선을 제시한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권고 공문은 지방의회 의원의 수준과 품격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잘 드러낸 한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부끄러운 우리 지방의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오죽했으면 행자부가 권고문을 통해 지방의원 배지 제작과 관련, ‘일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정도의 가격으로 제작해야 한다’면서 사례로 국회의원 배지 가격까지 제시하면서 그 이하로 만들 것을 권고했겠는가. 권고지만 24K순금으로 배지나 만들며 나랏돈을 함부로 헛되이 없애지 말라는 엄중함이 배인 사실상의 간섭이나 다름없다.

이번 정부의 권고는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음이 있다. 실제로 경북의 시`군의회 의원 배지 제작 가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청송군의회는 경북에서 가장 비싼 46만3천원에 만들었다. 이 밖에도 봉화군의회를 비롯해 상당수 시`군 의회에서는 20만~40만원대의 값비싼 의원 배지를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분실에 대비해 아예 금배지 형틀까지 미리 사놓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경북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님이 틀림없다. 정부가 전국 시`도에 같은 공문을 보낸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일 것이다. 

이번 정부의 간섭은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빚은 일이다. 지방자치의 자율성 침해로 볼 수 있지만 지방의회가 자초한 일이다. 그러잖아도 지방의회는 폐지 논란에 휩싸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방의원의 각종 비리와 부패, 호화 관광과 같은 의회 운영상의 문제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폐지 30년 만인 1991년 부활된 지방자치가 되레 뒷걸음질이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의원의 남다른 자정(自淨)과 각오가 필요할 때다.

[중앙일보]

10. ‘넓은 세원-낮은 세율’의 원칙 언제 세울 건가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은 경제 활력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서민·중산층 부담은 줄이겠다는 기본 방향을 세웠다. 이런 방향 아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여 안정적 세입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생색내기가 적지 않다. 둘째·셋째의 출생·입양 세액공제액 확대가 대표적이다. 현재 30만원에서 각각 50만·7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일생에 한 번뿐인 일이란 점에서 이 정도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더 중대한 결함은 소득세 과세 체계의 근본 모순을 그대로 덮어뒀다는 점이다.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669만 명 중 802만 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2014년 면세자 비율이 48.1%에 달하기 때문이다. 회사원 둘 중 한 명이 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안 낸다는 얘기다.

이런 모순은 2013년 세액공제 도입 때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면세자 기준을 과도하게 낮추면서 기존 납세자 상당수가 면세자로 빠져나간 데 따른 부작용이다. 소득이 낮으니 세금을 안 내면 어떻겠느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소득이 있으면 1000원이라도 세금을 부담해야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보편적 원칙이 실현된다. 그래야 고소득자의 탈세 유혹을 막고 부유층에 대한 과세도 정당해져 결과적으로 나라의 재정이 튼튼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느 나라나 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 안팎에 그친다. 일본은 15.8%, 독일 19.8%, 캐나다 22.6%다. 미국은 32.9%로 높은 편이지만 한국은 여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부는 이런 불균형을 즉각 시정해 32.4%였던 2013년 수준으로 면세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 면세자와 이들을 앞세운 정치권 일각의 반발이 두려워 비정상을 방치한다면 세제에 뚫린 구멍이 재정을 흔들게 된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기본 원칙이 흔들리면 정부의 공평 과세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윤제림의 행인일기] 그 여름날의 심학규씨

일주일에 한번씩 작은 라디오 방송국엘 갑니다. 지하철을 삼십분쯤 타고 가서 다시 삼십분쯤 걸어갑니다.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썩 물러나 앉은 '올드 브랜드'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연관된 시를 읽는 시간입니다.
지난주엔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하다가 '심청가' 한 대목을 낭독했습니다. 심봉사가 황성잔치에 가는 여정이지요. 뺑덕 어미는 다른 남정네와 눈이 맞아 줄행랑을 치고 심봉사 혼자 뙤약볕 속을 걸어가다가 물소리 반겨 듣고, 목욕을 하는 광경입니다.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오뉴월 염천에 몸은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고, 속에선 천불이 날 지경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심봉사 좋아라, '얼씨구 절씨구. 저런 물에 가 목욕을 허면 서러운 마음도 잊힐 테요, 깨끗한 정신이 돌아올 테니, 어찌 아니 좋을손가?' 상하의복을 벗어놓고 물에 가 풍덩 들어서며, '에, 시원허고 장히 좋네.' 물 한 주먹 덥벅 쥐어 양치질도 퀄퀄 허고, 물 한 주먹 덥벅 쥐어 가슴도 훨훨 씻어보면, '에, 시원허고 상쾌허다. 삼각산 올라선들 이에 더 시원허며, 동해수를 다 마신들 이에서 더 시원허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툼벙툼벙 장히 좋네."(한애순 창)

생각만 해도 시원해집니다. 어떤 음료, 어느 빙과(氷菓)가 저 심봉사가 만난 계곡물만 할까요. 그러나 청량감도 아주 잠시. 심봉사는 금세 또 허망하고 슬퍼집니다. 목욕을 하는 동안, 어느 도적놈이 옷가지를 홀랑 집어 가버린 것입니다. 심봉사는 또 열이 오릅니다. 다시 비난과 증오의 불길이 활활 타오릅니다.
누가 심봉사의 불을 끄나 안타까워 할 때, 고마운 이가 나타납니다. 이 고을 무릉 태수입니다. 실성한 사람처럼 알몸으로 행차를 막아서는 심봉사에게 태수는 연유를 묻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그가 선뜻 의복을 내어 줍니다. 
심봉사는 백배 감사하고 다시 길을 갑니다. 가다가 그늘에 앉아 쉬고 있자니, 동네 부인네들이 와서 방아를 찧어달라고 청을 합니다. 방아타령을 하면서 한바탕 일을 하고, 술과 밥을 얻어먹습니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알바'를 한 셈인데, 일값을 제대로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심봉사는 황성 땅을 밟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늘 황후가 된 심청이가 야속합니다. 이런 궁금증 때문입니다. "왜 심황후는 황주 관아에 영을 내려 부친 심학규 씨를 모셔 올리지 않았을까? 아니면, 왜 직접 도화동으로 행차하여 부녀상봉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저는 지금 판소리 사설에서 이야기의 합리성이나 리얼리티를 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폭염 속 심봉사의 처지가 너무나 딱해서 이야기의 구성까지 원망스러운 것입니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황금수레를 탈 수도 있는 신분의 아버지가 저토록 생고생을 하게 한 심황후에 대한 불만이지요.
가만가만 짚어보면, 심청가 후반부의 염량세태(炎凉世態)가 지금 우리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심학규 씨의 여름을 더욱 혹독하게 만든 일들과 오늘 우리를 더욱 열불 나게 만드는 사건들이 잘도 포개집니다.
딸 팔아 '전곡(錢穀)'이나 좀 만진다는 걸 알고 심봉사를 속여넘긴 여자. 남의 여자를 꾀어 줄행랑을 친 사내. 아내도 잃고 외로이 길을 가는 불쌍한 홀아비. 빈털터리 맹인의 옷을 들고 간 도둑. 알몸으로 땡볕 속을 걸어간 노인. 앞 못 보고 물정 모르는 행인을 아주 헐값에 부려먹은 방앗간 여인들 …. 요즘 우리가 보고 듣는 뉴스의 주인공들과 얼마나 닮았습니까.


그러나, 심청가 속의 못된 사람들은 그리 오래지않아 자취를 감췄을 것입니다. 옷을 잃은 심봉사에게 무릉 태수가 보여주는 행동이 그런 심증(心證)을 단단히 굳혀줍니다. 그는 심봉사를 위해 이렇게 명령합니다. 가마꾼에게 이르되, '너는 수건을 써도 상관없으니 갓과 망건을 벗어서 심봉사에게 줘라' 합니다. 수노(首奴)한테는 여비는 물론, 담배와 담뱃대까지 챙겨줄 것을 당부합니다.(정권진 창)
내친 김에, 멋대로 상상해보고 싶어집니다. 심청이 아니 심황후의 나라는 그런 나라였습니다. 그런 시절이었기에 황후의 아버지가 황성까지 걸어오게 되었을 것입니다. 황후는 아마도, 사사로운 일로 나라 전체를 수고롭고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심황후가 궁금했던 것은 아버지의 일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부친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나라 안에 얼마나 되는지, 그들 모두를 위로할 수 있는 법은 없는지.' 사람을 불러 묻고, 천자께 청을 했겠지요. 이윽고, 황후의 마음씀씀이에 탄복하며 천자가 하교(下敎)했을 것입니다. "황성에 맹인잔치를 베풀라."
심봉사와 나라 안의 모든 맹인들이 일시에 눈을 뜨게 된 내력을 판소리에서는 부처님 도술(道術)이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송천자(宋天子)와 심황후 그리고 무릉태수처럼 '백성의 값을 아는 사람들의 은공'으로 믿고 싶어집니다.


2. [동아일보][@뉴스룸/손효림]책장 속 학벌 사회

‘아, 서울대학교’라는 책이 있었다. 서울대 합격 수기집으로, 1990년대 중고교생들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모의고사 후 OX 노트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않고 일과를 짰던 방식 등 세세한 공부법을 담은 책을 돌려가면서 읽었다.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성적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았다. 욕망을 대놓고 자극한 고색창연한(?) 제목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아이도 있었다. 서울대에만 합격하면 인생의 비단길이 펼쳐질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팽배했던 분위기였기에. 

막노동을 하며 공부해 서울대 법학과에 수석입학한 장승수 씨(현 변호사)가 쓴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는 전국을 강타했다. 그토록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울대, 그것도 법대를 갈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 그의 삶에 독자들은 열광했다. 섹시한 제목은 ‘○○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각종 패러디를 낳았다. 

홍정욱 전 국회의원(현 헤럴드 회장)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과정을 담은 ‘7막 7장’은 국내 명문대에 쏠려 있던 시선이 해외 명문대로 옮겨가고 있던 당시 변화상을 반영했다. 인생의 여러 단계가 한참 남았다는 의미에서 문장마다 마침표 없이 쓴 이 책은 아이비리그를 꿈꾸게 만들었다. 

입시제도는 갈수록 복잡해졌다. 고학력의 학부모조차 대입 전형표를 해석해 내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화제를 모은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전략’은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서는 정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이 명문대 합격에 필수적인 3요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던 때였다. 

요즘에는 아주 ‘핫한’ 입시 전략책이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어려운 환경이나 부진한 성적을 딛고 명문대에 합격한 저자들이 쓴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미쳐야 공부다’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모두가 알 만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왜일까. 대학 서열화를 비판하며 활동했던 시민단체인 ‘학벌 없는 사회’가 올해 3월 자진해산한 건 학벌의 위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단체는 학벌보다는 자본의 힘이 훨씬 강력해졌다며 해산 이유를 설명했다. 명문대에 가려면 자본이 필요하고, 자본 없이 학벌만으로는 안정된 삶을 보장받기 힘든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나와도 흙수저는 영원히 흙수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머니를 탈탈 털어 아이의 사교육에 쏟아붓는 부모가 적지 않다. “명문대 나와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알아. 그래도 안정적으로 살 확률이 조금은 높아지지 않을까?” 초등학생 자녀를 둔 친구의 말이다. 반면 사교육 시킬 돈을 모아 아이가 컸을 때 가게를 사는 데 보태주는 게 더 낫다고 진지하게 말하는 부모도 봤다. 점점 작아지는 명문대 졸업장의 힘은 세월의 흔적이 쌓인 책장 속에서 그렇게 확인할 수 있었다.


3. [매일신문][기고] 자녀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신 학부모께

7월 14일 자 매일신문에 참 반가운 기고 글이 실렸다. 아동문학가이면서 고1, 초6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의 글을 읽고, 참 멋진 학부모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 교육에 참여하는 멋진 학부모님들을 여러분 만나 뵈었는데, 그런 학부모님 중의 한 분이라 느낀다. 부모가 학부모가 되면 두 가지 역할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배움을 꾸준히 실천해 오는 것, 바로 대구학부모교육이 꿈꾸는 학부모의 모습이다.

2008년부터 학부모교육에 참가해 온 남지민 님이 기고 글에서 소상하게 설명해주신 대로, 대구학부모교육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기본과정과 학부모역량개발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심화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에선 연간 10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드리고 올해부터는 학부모교육 이력관리시스템(일명 ‘자녀사랑마일리지’)을 구축해 학부모가 무슨 교육을, 어디서, 얼마나 받았는지 센터 홈페이지나 모바일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자녀사랑마일리지는 현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야구 경기 관람 입장료 할인 및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입회비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으며, 향후 사용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학부모교육은 참여 학부모들의 의지, 학부모교육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 수준 높은 강사진, 학교 담당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대구학부모들의 자녀교육 열의는 매우 높고, 또한 이제 학부모들은 ‘귀명창’까지 되어 더욱 수준 높은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센터는 강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강사 선발`연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담당교사들의 업무를 조금이라도 줄여 드리기 위해서 업무 매뉴얼을 개발하고, 학부모코디도 배치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반복적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부모교육과정과 교재를 개편하기도 했다. 

요즘 우리 센터의 고민은 학부모교육을 운영하는 학교가 참여하는 학부모의 수에 연연하지 않고, 학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참여형 교육’으로 전환을 시도, ‘코칭형`상담형’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근 학교를 묶어 교육을 진행하는 형태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2012년까지 3년간 거점학교를 지정해 운영해 본 결과,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다니지 않는 학교의 교육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일 년에 서너 번이라도 가서 교육과 상담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는 평생교육은 현재 대구시로 사업이 이관되어 대구교육청 예산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자율적 조직인 학부모회에서 이런 형태의 자발적 교육과 학교 참여는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도 교육부 공모에서 선발된 16개 학교에 200만원씩을 지원,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를 돕고 있다. 앞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이 글을 쓰는 내내 행복을 느낀다. 학부모교육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든든함이 한결 어깨를 가볍게 한다, 학부모교육의 내일을 설계하고 함께 손잡고 같이 가줄 분들이 계시다는 믿음이 마음을 환히 밝혀 준다. 학부모교육에 관심과 참여를 아끼지 않고 있는 많은 학부모들께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고 싶다. 

“고맙습니다. 더 노력하고 연구하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걸어가겠습니다.”


4. [서울신문][씨줄날줄] 조선통신사 배 복원/박홍기 논설위원

통신사(通信使)는 조선시대 왕이 일본에 파견한 공식 외교사절이다. ‘믿음으로 통한다’는 통신은 외교의 다른 말이다. 통신사가 처음 일본 교토에 있던 막부(幕府)에 갔다 온 것은 1429년 세종 11년의 일이다. 1590년 선조 23년 일본의 침략 의도를 살피려고 갔던 사절도 통신사다. 통신정사 황윤길은 “내침에 대비해야”, 부사 김성일은 “그런 정상은 발견하지 못해”라고 보고했다. 정반대다. 선조는 김성일의 견해를 채택했다. 그 결과 임진왜란(1592~1598)이라는 전란을 치렀다.


외교 단절은 쉽지 않다. 이해관계와 맞물려서다. 조선도 그랬다. 철천지원수 같은 일본과 모든 교류를 끊고 싶었지만 결코 단절이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본이 먼저 국교 회복을 요구했다. 임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1536~1598)가 죽자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1542~1616)가 체제 구축을 위해서다. 대륙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조선이 필요했다. 조선도 일본의 정세를 파악해야 했다.

국교 회복에는 대의명분이 있어야 했다. 사명대사가 적을 정탐하는 사절(探敵使)로 일본을 찾아 도쿠가와를 만났다. 전쟁을 다시 일으키지 않고 조선인을 돌려보내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조선은 일본의 국서(國書)와 임란 때 왕릉을 파헤친 범인(犯陵賊)의 인도도 요구했다. 결국 국서가 진짜인지, 범릉적이 진범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약속이 이행되자 교류 재개를 결단했다.

임란이 끝난 지 10년째 되던 1607년 선조 40년 통신사가 다시 일본 땅을 밟았다. 한·일 양국이 요즘 말하는 조선통신사의 시작이다. 이후 1811년 순조 11년까지 200년 남짓 12차례에 걸쳐 통신사절단이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은 조선에 일본 국왕사(國王使)라는 사절을 보냈다. 통신사절단은 초기에 국정 탐색에 역점을 두다 1636년 인조 14년부터는 막부 쇼군(將軍)의 즉위나 그의 후계자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바뀌었다. 선린 우호·문화 교류 사절단의 성격을 띠었다.

조선통신사는 한양에서 일본 수도 에도(현 도쿄)까지 왕복하는 데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규모는 대략 400~500명이었다. 부산에서 길이 34m, 너비 9.5m, 높이 3m에다 바닥이 평탄한 구조의 평저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넜다. 쓰시마(對馬)번에서는 1500명 정도가 호위에 나섰다. 내륙에 닿은 뒤 다시 배를 타거나 걸었다. 멀고 먼 여정이었다. 그러나 행렬은 장관이었다. 한·일 양국이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다. 통신사절단이 끊기고 100년이 지나 조선은 일본에 강제 병합됐다. 다시 105년이나 지난 현재도 일본의 그릇된 역사 인식 탓에 관계는 매끄럽지 못하다. 문화재청이 2018년까지 통신사절단이 탄 배를 원형대로 복원하기로 했다. 제작될 배가 한·일 양국의 얽힌 매듭을 푸는 매개체가 되길 기대한다.


5. [한국일보]국제 호랑이의 날

7월 29일은 ‘국제 호랑이의 날’이다. 지구에 남은 가장 거대한 고양이과 맹수인 호랑이를 멸종 위기에서 구하자는 취지로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호랑이 정상회담’에서 저 날을 정했다. 

회담에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중국 국무원 총리 원자바오 등 야생호랑이 서식지 13개국 정상(대표)을 비롯, 월드뱅크 의장 로버트 죌릭, 월드뱅크와 세계자연기금(WWF) 스미소니언 위원회 등이 2008년 출범시킨 ‘글로벌 타이거 이니셔티브(GTI)’ 등 국제환경단체가 참석했다. 그들은 2022년까지 야생 호랑이 개체 수를 2배 늘리자는 데 합의했다. GTI 등에 따르면 한 세기 전 약 1만 마리에 달하던 지구의 야생 호랑이는 2010년 3,200마리로 격감했다. 

호랑이 보호의 관건은 서식지 보존과 밀렵 근절이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서식지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최대 밀렵지로 꼽히는 인도 당국의 밀렵 감시와 최대 소비처인 중국의 호랑이 제품 밀수ㆍ유통 단속이 주요 관심사다. 효능이 미심쩍은 약제와 천박한 사치재의 재료로 쓰이는 밀렵된 호랑이는 한 마리당 약 2만5,000~5만 달러(2010년 기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상회담은 총 3억2,900만 달러의 재원을 마련해 호랑이 한 마리당 약 1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 개체 보호ㆍ확대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 4월 WWF는 지구의 야생호랑이가 약 5년 새 3,890마리로 증가, 지난 세기 내내 이어져 온 격감 추세가 비로소 반전됐다고 발표했다. 야생호랑이의 최대 서식처인 인도의 환경당국은 2015년 1월, 보호활동을 전개한 이래 1,411마리에서 2,226마리로 개체수가 급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갑자기 늘어난 포식자로 인해 인도의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서울대 수의대 이항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독자적으로 ‘한국호랑이’의 복원 계획을 진행 중인 학자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등 아시아 극동지역에 서식하는 400~500마리의 통칭 ‘아무르 호랑이’와 1920년대 남한서 멸종한 한국호랑이의 유전자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한국 호랑이는 멸종되지 않았고 상황이 개선돼 연해주의 호랑이가 늘어나면 국경을 넘어 한반도로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그의 목적도 한국호랑이 자체가 아니라 호랑이도 살 수 있는 자연생태계의 복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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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29일 신문 브리핑 #



"불평거리를 찾다보면 어느새 희망은 사라지고, 감사거리를 찾다보면 어느새 절망은 사라진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언론인, 교사를 포함한 공직자 등의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한 일명 ‘김영란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옴

- 식사와 선물 등 접대와 청탁이 모두 제재 대상이 됨에 따라 기존 접대 관행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으며, 농수축산업계와 요식업계가 소비 위축에 따른 장기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데다 부정청탁이나 직무 관련성 등에 대한 구체적 판례가 확립되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상당기간 혼란이 예상됨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반기 최대 규모인 17조원 이상을 설비 증설 등에 투자함

- 투자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 집중하며, 대량 증설을 통해 이들 부품에서 경쟁사를 확실히 따돌리겠다는 전략임


2.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과 가전제품에 연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음

- 철강업계는 미국 수출을 사실상 포기하고 이 물량을 다른 나라로 돌리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으며, 재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반덤핑 관세를 다른 업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음



<< 금융/부동산 >>

1. 정부는 2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2016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함

- 관련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 별도 요약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정부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비상장기업 대주주 범위를 `지분율 2% 이상 또는 주식가치 50억원 이상`에서 `지분율 4% 이상 또는 주식가치 15억원 이상`으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한 `2016년 세법개정안`을 28일 발표함

- 대주주 기준이 되는 지분율은 올라가고, 주식가치는 내려간 것인데 비상장기업이 대부분 규모가 작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강도가 약해진 것으로 풀이됨


3. 내년 세법 개정으로 우정사업본부의 주식 차익거래 관련 증권거래세가 다시 면제됨에 따라 우정사업본부가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임

- 차익거래는 주식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베이시스)를 활용해 저평가된 현물(또는 선물)을 사고 선물(또는 현물)을 팔아 위험 없이 수익을 추구하는 거래를 말함


4.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7일(현지시간) 연 0.25~0.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함

-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 번 연속 동결 결정이지만, FOMC는 성명서에서 “미국 경제의 단기적인 위험이 감소했다”고 밝혀 다음 9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함


5.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14일에 만기(1년)가 돌아온 농협은행의 삼성중공업 여신 2000억원에 대해 삼성전자가 농협은행에 이를 연장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함

-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 지분 17.62%를 가진 대주주이고 그룹사의 재무상황을 총괄하고 있으며,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의 여신 연장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예금 예치도 삼성중공업과는 무관하다"고 밝힘


6. 삼성증권이 대만 증권사 KGI증권과 제휴를 맺고 다음달 1일부터 대만 주식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8일 밝힘

- 우리나라 증권사 중에서 대만 주식 중개를 하는 곳은 삼성증권이 처음으로, 이번 대만 주식 중개로 삼성증권에서는 미국 일본 홍콩 등 총 29개국 주식에 대한 주식 매매가 가능해짐


7. 금융위원회는 28일 월세·반전세로 사는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월세입자 투자풀 조성 방안’을 발표함

- 월세입자가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한데 모아 ‘투자풀’을 조성한 뒤, 뉴 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세입자에게 되돌려주는 게 이 방안의 뼈대임



<< 국제 >>

1.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보호무역’ 정책 방향을 내놓자 국내 통상 전문가 사이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 아래는 공화.민주 양당이 발표한 정강의 주요 내용임

* 공화당

-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무역협정

- (미국 입장에서 현재보다) 더 잘 협상된 무역협정 필요함

- 공정무역 거부하는 나라에 상계관세 부과

- 외국이 미국의 기술.노하우.특허 등을 훔쳐가게 둬선 안됨

- 중국의 환율조작 계속되지 않게 해야 함

- 레임덕 시기에 급하게 무역협정 맺지 말아야 함


* 민주당

- 이미 맺은 무역협정도 재검토

- 무역정책은 미국 내 일자리 증가에 초점 맞춰야 함

- 무역협정이 대기업의 이익만 늘렸고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을 파괴했다고 보임

- 30년간 너무 많은 무역협정 맺었고 위반하는 상대국도 많아짐

- 기업들이 (미국 밖에서) 일자리 아웃소싱하는 사례 늘었음

- 중국 등 교역상대국이 환율조작 시 무역제재 실시


2. 인텔이 연말 ‘3차원(3D) 크로스포인트’란 뉴메모리 반도체를 앞세워 메모리 시장에 다시 뛰어듬

- 1987년 메모리 생산에서 손을 뗀 인텔이 29년 만에 복귀하는 것으로서, 중국이 메모리 분야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텔과도 사활을 건 경쟁을 해야 할 상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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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8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신생아 없는 ‘100세 사회’ 재앙이다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상황에서 100세 이상 인구는 늘어나는 등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생아 수는 3만 4400명으로 1년 전보다 5.8%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래 5월 기준으로는 최저치다. 혼인 건수도 지난해 동기 대비 8.6% 줄어든 2만 5500건으로, 역시 2000년 이래 가장 적었다. 젊은이들이 적령기에 이르러서도 결혼도 늦추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지난해 11월 기준 만 100세 이상 고령자는 3159명으로, 2010년보다 72.2%(1324명) 증가했다. 2005년 961명에서 10년 사이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인구는 2005년 2.0명에서 2010년 3.8명, 지난해 6.6명으로 급증세다. 신생아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데도 기존 장년층은 점차 늙어가는 기형적인 인구구조의 고착화가 아닌가 걱정이 크다.

건강한 장수 사회는 축복이다. 하지만 서로 출산을 기피하는 상황에서의 고령화는 국가적으로 재앙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주요 노동력인 15∼64세 인구 비중이 감소하는 등 이미 인구절벽에 도달해 있다. 노동력 감소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 노인인구 부양비용 증가 등의 위기가 현실로 닥칠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미덥지 못하다.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난 10년간 15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올 상반기 합계출산율 추산치가 1.2명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되레 뒷걸음치는 셈이다. 올해부터 5년간 200조원을 들여 2020년에는 합계출산율을 1.5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극복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돼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인구 1억명을 지키자는 의미의 ‘1억 총활약상’이라는 장관직을 신설하는 등 저출산·고령화 극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우리도 1년에 한두 차례 회의에 그치는 허울뿐인 위원회 중심 체제에서 탈피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 부처 신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계획 차질 없도록

정부가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 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2028년까지 선정한다는 내용의 기본계획을 내놓았지만 벌써부터 원전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처분시설이 건설되기까지 사용후 핵연료를 잠정적으로 원전 구내에 저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시 처분시설 건립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면 임시저장 시설이 그대로 영구시설로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을 것이다. 최근 산업부 주최의 공청회가 주민 반발로 무산된 데서도 이러한 우려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원전마다 사용후 핵연료를 수조에 넣어 저장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것부터가 문제다. 월성원전은 2019년에, 한빛·고리원전은 2024년으로 포화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그 뒤로도 한울원전(2037년)과 신월성원전(2038년) 등이 꼬리를 잇게 된다. 결코 강 건너 불처럼 한가하게 바라볼 수 없는 처지다.

역대 정부가 이런 점을 뻔히 내다보고도 미리 저장시설 건립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다. 198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변죽만 울리다가 지역여론에 부딪혀 슬그머니 넘어가곤 했다.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다음 정부로 계속 책임을 떠넘겨 온 측면이 다분하다. 정부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현 정부도 최근 황교안 국무총리 책임하에 기본계획을 확정했지만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사용후 핵연료는 고준위 폐기물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저장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구내에 쌓아둘 수밖에 없고 그러고도 넘치면 결국 주택가 골목길로까지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계획에 따르더라도 부지선정에만 12년이 걸리고 이후 중간저장시설을 거쳐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는 데까지 줄잡아 30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에서도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획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점이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이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하지만 일방적인 강행은 금물이다. 주민 반발을 초래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물론 주민 설득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책임이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계획이 차질을 빚어서는 곤란하다.

[서울신문]

3. 집안 잔치 하느라 미 대선 의원외교 외면하나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확정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그런데도 여당인 새누리당은 관례적으로 보내던 대표단을 이번엔 파견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세연 의원이 유일하게 자비로 지난 20일 공화당 대회를 참관했을 뿐이다. 미 정가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이 격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외유가 아닌 진짜 ‘의원외교’를 펼칠 기회를 스스로 박찼다면 집권당으로서 중대한 직무유기일 것이다.

개인 자격으로 공화당 대회를 참관한 김 의원은 “한·미 동맹 약화와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우리의) 준비가 절실함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본지에 기고한 참관기를 통해서다. 특히 인터뷰에서 “바닥 민심을 보니 트럼프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더욱 아쉬운 노릇이다. 여야 정당들이 소위 ‘트럼피즘’의 진면목을 살펴보고 그의 참모진과 네트워크를 만들 무대를 외면했다면 말이다. 혹여 트럼프가 집권하면 한국은 그가 표방한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외교 정책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김대중 정부 때도 공화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불변일 것으로 마음을 놓았다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사사건건 부딪쳤지 않았나.

얼마 전 공화당이 정강에서 북한을 ‘김씨 일가의 노예국가’로 규정하자 민주당도 그제 ‘가학적 독재자가 통치하는 가장 억압적 정권’으로 적시하는 정강을 발표했다. 이런 정책 동조 현상의 이면에 깃든 함의는 현장에서만 감지할 수 있는 일이다. 두 당의 정치 이벤트에 무관심해선 안 될 까닭이다. 더욱이 트럼피즘은 그의 당선 여부를 떠나 이미 미국의 대외 정책에 투영되기 시작했다. 그제 발표된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보라. 힐러리 후보 역시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지 않았나.

그럼에도 28일(현지시간) 막을 내릴 미 민주당 전당대회장에마저 새누리당 참관인이 결국 한 명도 없다면? 다음달 전당대회를 앞둔 여당이 집안 잔치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게다. 트럼프가 내건 ‘미국 우선주의’라는 모토에 이미 미 여론이 출렁거리고 있다면 힐러리가 이기더라도 차기 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할 게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당들이 미국 사회 저류의 변화 기미를 읽고 유사시 국익을 극대화할 대화 채널을 확보하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때다.

4. 北 5차 핵실험 위협만 받고 끝난 ARF

2016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그제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 북한에 우호적인 회원국들에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외교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패권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설 자리는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의장성명에 회원국들이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우려하고,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체면치레를 했다. 중국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사드 배치에 반감을 드러냈고, 미국은 사드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이었다. 북한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벌어진 한·중 관계의 틈을 비집고 핵실험의 정당성을 선전하며 고립에서 탈피하려 안간힘을 썼다.

ARF의 최대 관심사인 의장성명은 폐막 하루가 지나서야 채택됐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해 분쟁 등 현안들을 놓고 회원국의 입장이 첨예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남중국해 영해 문제를, 중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이슈화하면서 두 패권국에 끼인 우리나라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우리는 남중국해 이슈에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중립을 지켰다. 그런데도 중국과 러시아는 의장성명 초안에 사드 배치 관련 내용을 포함하려 해 이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안일한 대응으로 혹을 떼려다 되레 혹을 붙인 격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리용수 북한 외무상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에 입국한 뒤 리 외상에게 친밀감을 과시했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는 사드 배치에 따른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윤 장관의 발언 중에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괴는 등 비신사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4일 라오스에 도착한 직후 윤 장관을 만나 “최근 한국의 행위는 양국의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며 사드 배치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장관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설득했으나 그는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ARF에서 보았듯이 외교 무대에서 사드에 관한 한 중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의 비협조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도 무력적인 방법 외에는 효과적인 대북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을 믿고 5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외교적으로 더욱 정교한 전략과 지혜가 요구된다. 중국이 남중국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드 문제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사드 외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방어용 사드 배치가 외교 무대에서 우리에게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5. 신부 살해 IS 세계인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전사를 자처하는 무장 괴한이 그제 프랑스 소도시의 성당에 침입해 신부를 살해했다. 괴한들은 미사를 집전하고 있던 84세 노()사제를 무릎 꿇리고 목을 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2명의 괴한은 성당 뒷문으로 들어가 자크 아멜 주임 신부와 수녀 2명, 신도 2명을 인질로 잡았고,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신도 한 사람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 도처에서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IS 테러는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 예사였다. 잦은 테러에 둔감해졌다고 그저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성당에 침입한 IS 세력의 신부 살해는 또 다른 종교 전쟁을 불러일으킬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톨릭의 역사가 깊은 유럽은 이번 사건으로 반(反)IS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사국인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당장 IS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우리뿐 아니라 독일 등 다른 나라도 같은 처지에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IS가 ‘십자군 동맹’으로 지칭하는 유럽 국가들이 테러에 겁을 먹기는커녕 더욱 굳게 결속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IS는 테러로 잃은 것만 있을 뿐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좋다. 프랑스 이상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교황청이 사실상의 종교전쟁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절제된 성명을 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IS는 이번 테러가 유럽과 미주의 가톨릭과 기독교 국가의 국민뿐 아니라 종교를 불문하고 양식 있는 모든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통제 불능 상태의 테러가 결국은 자신들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IS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상당수 테러는 철부지 추종자들의 소행이다. IS는 그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광신(狂信) 집단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이제 문명 세계로 복귀할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지고 있음을 모르는가.

[동아일보]

6. ‘인격 학대’ 부장검사와 ‘갑질’ 금수저에 뿔난 사람 많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두 달 전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에게 폭언 및 폭행을 한 김대현 부장검사가 법무부와 남부지검에 근무한 2년 5개월 동안 검사들과 공익법무관, 직원들에게 인격을 모독하는 욕설과 행동을 17건이나 자행했다고 어제 밝혔다. 김 검사를 불러 술시중을 들게 했고 등이나 어깨를 여러 차례 때렸으며 결혼식장에서 술 마실 방을 구해오지 못하자 폭언한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감찰위는 그에게 최고 수위 징계인 해임을 법무부에 청구하고 남부지검장에겐 검찰총장이 서면 경고하도록 했다. 

정병하 감찰본부장은 김 부장검사가 김 검사의 등이나 어깨를 여러 차례 때린 것은 ‘잘해 보라’는 경고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릇된 지도 방법이 문제이고 자기 행동이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폭언이나 폭행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려는 것으로 들린다. 유족은 물론이고 동료, 친구들이 이 발표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김 검사의 유족은 김 부장검사를 형사고소할 것을 검토키로 했다.

김 부장검사의 난폭한 언행에 분노한 많은 직장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자기 일처럼 동병상련의 공감을 표했다. 인성에 결함이 있는 직장 상사의 ‘인격 살인’에 가까운 언행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달 중순에는 경찰에서 부하 직원을 괴롭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경감이 파면됐다. 김 부장검사 같은 ‘결격 상사’를 걸러내지 못한다면 남부지검에서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강압적인 리더는 조직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존재라는 점을 최고경영자들이 새겨야 한다.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로 비난받은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사장은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최근 3년간 운전기사를 12명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들은 평균 석 달간 법정근로시간보다 4시간 긴 평균 주 56시간 일했다. 숨 막히는 매뉴얼에 들볶이다 길이 막히면 욕설과 구타를 일삼는 사람 밑에서 오래 버티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정 사장은 현대가(家) 3세의 ‘금수저’로 높은 자리에 올랐다. 눈물 젖은 빵도 풍파도 겪지 않고 성장한 사람의 비뚤어진 품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마구 대하면 조직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결국 부메랑처럼 상처만 안기게 될 뿐이다.

7. 일자리 해외로 쫓아낸 수도권 규제 당장 수술해야

2009년 이후 5년 동안 수도권 규제 때문에 투자를 철회한 기업 중 공장을 지방으로 옮긴 기업은 9개인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은 28개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6일 개최한 ‘수도권 규제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이다. 이 기간 62개 기업이 공장 신·증설 투자 시기를 놓쳐 3조332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일자리 1만2059개가 날아갔다. 1982년 도입한 수도권 규제가 기업과 일자리를 해외로 몰아내는 부작용만 드러낸 셈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국토기본법 등에 명시된 중복 규제로 한국은 기업 하기 힘든 나라로 낙인찍혔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무허가 공장이 난립하면서 환경오염이 되레 심해지는 예상치 못한 사태도 생기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을 옥죄면 지방 일자리가 늘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기업들이 공장입지를 중시하는 현실을 헤아리지 못한 탁상행정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수도권, 비수도권을 구분하지 않는 기능적 접근’을 규제 완화의 해법으로 내놓았다. 수도권만 골라 규제를 철폐하면 지방이 반대할 것이니 수혜지역의 티가 나지 않도록 하는 우회 전략인 셈이다. 규제 기요틴 과제 추진, 산업단지 인허가 규제 완화, 규제프리존 도입 추진이 모두 이런 기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실망스럽다. 최근 상황은 변죽만 울리는 규제 완화만으로는 일자리와 성장의 두 토끼를 모두 놓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만 입증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지방경제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역 간 편차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항구 인근의 지방에 적합하므로 규제프리존 등 특화산업 선정 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앙의 인허가권을 지자체로 넘겨 지방을 달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를 맞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일본이 수도권 문호를 개방하며 기업 유치에 매진하는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뒷걸음만 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이 최근 야당 의원으로서 10년 만에 수도권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규제 완화를 추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수도권 정책을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 공장 신증설 규제부터 완화하고 이에 따른 과실을 지방과 나누는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8. 탈북 여성 성매매 방치하면 한반도 미래가 없다

탈북(脫北) 여성의 상당수가 불법 티켓다방에서 성매매를 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본지의 어제 보도(16면)는 우리 사회의 탈북민 지원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들이 성매매라는 상황에까지 몰리는 것은 한국 입국 후 받는 취업교육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까닭이다.

지난달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2만9543명으로 그중 70%가 넘는 2만896명이 여성이다. 이들 중 거의 90%에 가까운 여성이 중졸 이하의 학력에다 북한에서 무직 또는 일용직 근로자 같이 특별한 기술이 없는 비숙련 인력이다. 그러다 보니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며 월 150만원 이하의 낮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 절반에 달한다. 게다가 이들 중 많은 수는 탈북 때 생긴 빚을 갚거나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을 해야 하는 처지여서 돈을 좀 더 벌 수 있는 성매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탈북민에게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찾아주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각종 탈북민 정착과 취업·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리 온 통일’이라 일컬어지는 탈북민 지원은 통일 한반도의 안정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통일은 한순간에 일어날 수 있지만 남북한 주민의 완전한 통합은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통일된 지 30년이 다 돼가는 독일도 동·서독 주민 간의 화학적 통합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탈북민들은 남북이 하나가 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테스트 베드(시험공간)’다. 어떻게 해야 이들을 민주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시킬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한민족의 통합을 위한 저력이 된다. 예산에 한계가 있는 정부 차원을 넘어 관심을 갖는 민간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그들과 탈북민을 잘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탈북자 5명 중 1명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현실로는 한반도 미래가 암울하다.

[매일경제]

9. 신한은행 자율 출퇴근,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길

신한은행이 재택 근무, 자율 출퇴근제 등을 도입해 25일부터 근무 형태를 혁신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 처음 도입하는 이런 근무 형태는 출퇴근 교통 체증에 따른 고충을 덜고 워킹맘의 일·가정 양립을 도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신한은행은 상품·디자인 개발 등 은행 전산망을 사용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직원들에게 재택 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전체 직원의 46%인 6500명이 그 대상이다. 또 자율 출퇴근제를 신청하면 하루 9시간 근무한다는 전제 아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강남과 용인 죽전, 서울역 부근 등 3곳에는 스마트워킹센터를 만들어 시간이나 복장에 제한받지 않고 생활패턴에 맞춰 편안하게 일하도록 했다.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 틈틈이 공부하며 일하는 직원 등이 이런 유연한 근무제도를 이용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한 기업 비율이 미국은 81%, 유럽은 66%에 달하는 것도 직원들의 만족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이달 말부터 직원 66%를 대상으로 재택 근무를 확대시행하는 등 3대 대형 은행이 모두 재택 근무를 도입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에서는 자율 출퇴근제 도입률이 고작 12.7%에 불과하다. 상사나 동료 눈치를 봐야 하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 탓이 크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해도 여기저기 눈치 보느라 활용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만큼 이런 보수적인 기업문화부터 타파해나가야 할 일이다. 

은행권 지점 통폐합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유휴인력을 해소하려는 방편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신한은행은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근무제도이고 전체 근무시간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급여에도 영향이 없다고 강조한다.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이런 점을 잘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유연한 근무'가 '유연한 급여체계'와 병행하는 것이 옳은 만큼 경직적인 호봉제를 성과급제로 바꿔나가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10. 일본서 발생한 충격적 증오범죄, 남의 일 아니다

일본에서 20대 남성이 장애인 수용시설에 침입해 45명에게 칼부림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19명이 죽고 26명이 다쳤는데도 범인은 "장애인 따위는 사라져야 한다"며 반성하는 기미조차 없었다고 하니 끔찍하다. 전후 최악의 증오범죄라는 점에서 일본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도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소득·계층 양극화 등 양국 간에 유사한 점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IS) 테러가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마다 경기침체, 실업, 양극화 등에 따른 차별과 편견, 분열을 극복하는 문제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은 증오의 뿌리를 본인이 속한 공동체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회 통합이 테러의 근본 해결책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증오범죄는 사회 빈곤층이나 소외 계층이 평소 쌓아뒀던 억울함·분노·원망 등을 불특정 다수한테 무작위로 폭발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 3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 가짜 폭발물 설치 사건 등은 우리 사회에도 증오범죄가 본격 발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사회는 왕따, 갑질, 폭언·폭행 등 분노가 일상화된 사회다. 장기 불황, 취업난, 대량 해고 등으로 인한 피해 심리와 적개심이 증오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가뜩이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사회통합 지표가 꼴찌다. 어려울 때 기댈 사람 하나 없을 만큼 사회관계망이 헐거워져 있다는 얘기다. 증오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체계 재정비, 정신보건 정책 등을 보다 촘촘하게 다시 짜야 한다. 인권 교육 강화,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재무장, 기부 등 공동체 회복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에 일본도 장애인 시설이 범죄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데 국내에 우후죽순 생겨난 요양원, 장애시설, 복지시설 등도 마찬가지다. 시설 운영 실태, 방호 체계 등에 대한 일제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신문][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국민메뉴가 된 함흥냉면

함흥냉면은 감자가 많이 나는 함경도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감자녹말을 주원료로 해서 쫄깃하고 질긴 면을 만들어 매운 양념으로 비비고 가자미회 등을 양념으로 무쳐 고명으로 얹어 먹는 음식이다. 원래 이름은 냉면이 아니고 ‘농마(녹말 사투리) 국수’였다. 지금은 감자녹말 대신 고구마녹말을 쓰고 가자미 대신 홍어회 등을 고명으로 쓰는 집이 많다.


함흥냉면 마니아들은 그 질긴 면발에도 불구하고 절대 가위를 대지 않는다. 면발이 대접에서 젓가락을 거쳐 입속 너머까지 이어져야 제맛이란다. 매운 양념맛과 어우러지는 구수하고 뜨거운 육수가 함흥냉면의 동반자다.

함흥냉면 원조 동네로는 피란민들이 많이 살았던 서울 중구 오장동을 꼽을 수 있다. 1953년 이곳에 자리잡은 ‘흥남집’은 필자하고 동갑내기다. 고구마전분에 매운 홍어회 또는 간자미회를 쓴다. 비빔냉면은 매운 양념을 비벼서 내오나, 회냉면은 면에 양념을 하지 않고 매운 양념과 참기름, 설탕 등을 취향대로 더해 먹는다.

흥남 출신인 창업자의 손녀딸인 현재 주인에 얽힌 일화가 있다. 바로 모자상 화폐다. 모자상 화폐는 1962년 5월 16일 발행되었으나 화폐개혁으로 단 25일간 유통된 최단명 화폐다. 통상 화폐에는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 지폐에는 그야말로 ‘보통사람’인 한복 입은 여인과 어린 아들이 등장한다.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다. 그 여인은 당시 조폐공사에 다니다 결혼으로 퇴직한 뒤 조폐공사 도안실장이 덕수궁으로 나오라고 해서 사진을 찍었고 그것이 화폐도안으로 이어졌다. 이 모자가 바로 흥남집 여사장과 그 아들이다.

오장동에서는 흥남집과 함께 ‘오장동 함흥냉면’ 그리고 지금은 평택으로 이전한 ‘신창면옥’이 함흥냉면 트로이카로 오랫동안 이름을 날렸다. 다른 지역에서도 맛과 명성을 자랑하는 집들이 도처에 있다. 1967년 개업한 ‘영등포 함흥냉면’은 고명을 간자미로 하고 있다. 영등포 일대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명동 골목에 자리잡은 ‘명동 함흥면옥’도 오랜 단골들이 많은 집이다.


정통 함흥냉면은 아니나 특유의 불타는 매운맛을 자랑하는 냉면이 숭인동 ‘깃대봉 냉면’이다. 원래 창신동에 있다가 지금 자리로 옮겼는데 창신동 시절 깃대봉이 있는 집에서 장사를 해 그렇게 불린다. 매운 정도별로 매운 맛, 보통 맛, 덜 매운 맛, 안 매운 맛, 거의 안 매운 맛, 하얀 맛 등 6단계가 있다. 보통 맛도 보통 매운 게 아니니 신중히 주문해야 한다. 이북 피란민들이 많이 살았던 부산, 속초 등에도 역사가 오랜 이름난 집들이 적지 않다.

그렇게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내공 있는 집들이 전통을 이어 가고, 새롭게 역사를 써내려 간 결과 함흥냉면은 이제 전국 음식이 되었다. 6·25 대전란 후 피란민들의 향수를 달래는 음식에서 출발했으나 특유의 매콤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미식가는 물론 일반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더 나아가 중독 현상까지 일으키면서 어느덧 한국인 대다수가 사랑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함흥냉면은 한민족 현대사의 작은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음식이 아닐까 한다.


2. [동아일보][2030 세상/우지희]식당 아줌마 ‘진심’ 밥상에 마음 훈훈

어떤 식당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메뉴판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돈만 내면 남들처럼 똑같이 먹을 수 있는 요리 말고 식당 주인이 특별히 그 손님을 위해 만들어 주는 음식이 진짜라는 뜻이다. 붙임성 좋은 평소 성격 덕분인지 단골 가게 주인들의 너그러운 마음 씀씀이 덕분인지, 종종 식당에서 이런 ‘특별식’을 얻어먹곤 한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나온 홍게라면과 포장마차에서 나온 감자전이 그랬다. 두말할 것 없이 그 집의 어떤 대표 메뉴보다 맛있었다. 

최근 집 앞에 새로 가게를 낸 백반집이 있다. 하얀 간판에 명조체로 가게 이름 두 글자만 반듯하게 적어놓은 것이 마음에 들어 처음 들렀는데, 거기서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주인 아줌마께서 내 옆에 혼자 밥을 먹던 또 다른 남자 손님 테이블에만 자꾸 다른 반찬을 더 놓아 주시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 온 뜨내기손님이라 이렇게 대하고 저 남자 손님은 단골이라 융숭한 대접을 한다고 봤지만 추가로 놓인 반찬들이 특별식이 아니어서 궁금해졌다. 

“저번에 보니 익은 김치를 더 잘 먹더라” 하시며 김치보시기를 하나 더 놓으시곤 “아차차, 멸치 조린 것도 있어” 하시며 절반이나 비운 밥공기 옆에 그걸 갖다 주시더니, 급기야 밥숟갈을 놓으려는데 “내 정신 좀 봐, 들기름 발라 새로 구운 김 준다는 게” 하시며 다 먹은 밥상에 결국 김을 내어 오셨다. 처음엔 조카나 아들쯤 되나 했는데 대화를 들어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자꾸만 눈길이 갔다. 

“이러시면 제가 죄송해서 못 와요 이제.” 남자 손님의 반응을 보니 점점 더 두 사람의 관계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그 남자분이 정확히 밥값만 지불하고 떠난 후 괜히 슬쩍 주인장에게 떼를 써 보았다. “저도 멸치조림 주시면 안 될까요?” 

주인아줌마는 빙긋이 웃으시며 반찬 그릇을 내미셨다. 곧이어 “좋아하는 반찬 있어요? 금방 되는 거면 해줄게” 하고 덧붙이셨다. 나 역시 식사를 거의 마쳐갈 즈음이라 정중히 사양했다. 그 대신 이 희한한 상황에 대해 더 여쭈어 보았다. 

주인아줌마는 평생을 집에서 살림만 하던 ‘솥뚜껑 운전사’였는데 최근에 기회가 닿아 생전 처음으로 장사라는 걸 하시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백반집을 열고 보니 장사라는 것이 만만치 않으셨단다. “음식 팔아 떼돈 번다는 이야기는 옛말”이라며 몸은 고되고 수지는 맞지 않아 후회도 많이 하셨다고 담담히 고백하셨다. 그러다가 당신 나름의 장사 철학을 세우셨는데 바로 ‘한 끼 잘 때우고 가는 식당’이었다고 한다. 

한 테이블이라도 손님을 더 받으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니 음식은 소홀해지고 위생도 문제가 생겨 걱정이 시작되었고, 그 와중에 ‘혼밥’하러(혼자 밥 먹으러) 오는 젊은 사람들이 마치 타국에 있는 당신의 아들처럼 짠한 마음이 드셨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 점점 깊어지자 얼마를 벌든 기쁘게 밥을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가 오든 ‘끼니를 잘 때웠다’고 말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겠노라 결심하신 것이다.

그러고 나선 수저는 꼭 끓는 물에 세 번 삶아서 마른 행주로 닦아 집에서 살림을 살 듯 가게를 정돈했고, 콩자반을 좋아하는 손님에겐 꼭 그것을 내어 드리는 고집을 부렸으며, 밥 같은 밥은 여기서 먹는 게 전부일 젊은이들에겐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밑반찬 하나라도 더 해주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식당을 운영하자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굳이 다 손님으로 받지 않고 능력이 되는 만큼만 팔고 나머지 사람들은 돌려보내신다고 한다. 그래야 지금의 이 마음으로 오랫동안 장사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란다.

밥숟갈을 놓고 한참 동안 식당 주인아줌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타입의 특별식을 목격하며, 약간이나마 인생이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 한 끼를 잘 때울 수 있는 공간이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든든해졌다. 

주인아줌마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철학을 가지고 진심으로 대하면 스스로뿐만 아니라 상대도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괜찮은 밥집이, 동네가, 사회가, 나라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꿈에 잠시나마 마음이 부풀었다.


3. [중앙일보][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한국영화의 숨은 매력…세계의 문을 두들겨라

지난 몇 년간 한국 문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문화권에서 K팝·한국드라마 같은 한류 콘텐트를 소비·경험하는 사람은 한정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K팝을 좋아하는 사람은 주로 10대 청소년이거나 과거 동아시아 문화권의 콘텐트를 소비하던 사람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한류 콘텐트는 매력적이지만 남녀노소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통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한류 콘텐트보다 한국 영화가 오히려 그런 잠재력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에선 1990년대부터 한국 영화가 인기였다. 그 어떤 한류스타보다 김기덕이나 박찬욱 같은 한국 감독이 더 유명하다. 나는 뭘 봐도 다 비슷한 고예산 할리우드 영화보다 신선하면서 특색 있고 수준 높은 한국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한국 영화가 더 많이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내가 본 문제점은 첫째, 영화관들이 관객수만 의식한 탓인지 인기 할리우드 영화 위주로 상영해 다양한 작품을 보기 힘들다. 특히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지역은 물론 서울에도 거의 없다. 둘째, 수준 높고 잘 찍은 영화라도 대중성이 약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 같은 데 가면 뛰어난 인디영화를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볼 기회가 거의 없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 콘텐트가 되려면 예술영화 상영관을 늘려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유럽·남미를 겨냥해 적극적으로 한국 영화를 알리면 한류가 아직 강하지 않은 지역에서 한국 문화를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한국의 신인 감독과 그 작품들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 기회가 되면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처럼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작품을 제작할 수도 있겠다.

2003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선 한국 영화만 상영하는 ‘한국영화제(www.koreafilmfest.com)’가 처음 열려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다. 밀라노에서도 매주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생겼다. 배우 문소리씨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다. 이렇듯 관심을 갖고 성원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많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나도 팬으로서 계속 응원하고 싶다.


4. [동아일보][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영등포공원 담금솥과 맥주의 역사

일본 삿포로 도심엔 ‘삿포로 팩토리’가 있다. 1876년 세운 삿포로 맥주공장을 교외로 이전하고 1993년 공장 건물 일부와 굴뚝을 살려 생활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흉물 같았던 공장 굴뚝은 삿포로를 상징하는 명물이 되었고 삿포로 시민과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1876년이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맥주가 들어온 해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맥주 마시는 사람이 늘어났고, 1933년 우리나라에도 맥주 회사가 생겼다. 그해 대일본맥주가 조선맥주를 세웠고, 기린맥주는 서울 영등포에 맥주공장을 짓고 소화기린맥주를 설립했다. 조선맥주는 하이트맥주로, 소화기린맥주는 동양맥주 오비맥주로 이어졌다. 

서울 영등포역 바로 옆 영등포공원은 오비맥주의 공장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 가면 커다란 담금솥이 있다. 오비맥주 공장에서 맥아와 홉을 끓이는 데 사용했던 대형 솥을 공원에 전시해 놓은 것이다. 1933년 솥을 만들어 1996년까지 사용했으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제조용기인 셈이다. 나사가 몇 개 빠지고 약간 찌그러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오비맥주 영등포공장이 1997년 경기 이천으로 이전하자 서울시는 이곳을 공원으로 조성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 맥주공장의 터라고 하기엔 썰렁하기 짝이 없다. 맥주공장의 다른 흔적들은 온데간데없고 담금솥 하나만 공원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열차를 타고 영등포를 지날 때 늘 차창 밖으로 스쳐갔던 맥주공장의 풍경. 우리 일상의 음식문화 가운데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은 맥주. 그 역사를 영등포 공장 터에서 제대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공장 건물도 몇 개 남겨 놓고, 여기에 기념관과 박물관도 꾸미고 이런저런 맥주 체험공간도 마련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맥주공장의 굴뚝 한두 개도 살려 놓았다면, 지금 멋진 풍경이 되었을 텐데. 1997년 이천으로 공장을 옮길 때 공장의 굴뚝을 남겨 놓으려 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했다고 한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인식 부족, 의지 부족이 더 큰 문제였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흔적을 너무 쉽게 없애고 훼손해 왔다. 영등포공원에서 만나는 담금솥 하나로는 우리 맥주의 역사를 제대로 체감할 수 없다. 담금솥은 그래서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삿포로 팩토리가 부러운 까닭이다.


5. [매일신문][목요일의 생각] 알파고, 포켓몬 고, 그리고?

올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전 세계의 관심이 우리나라로 집중됐었다. 인간과 인공지능(AI) 간의 바둑 대결은 단순한 바둑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미래를 미리 경험하게 했다는 측면에서 큰 화두를 던졌다. 두려움이 낙관을 압도했지만, 덕분에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깨닫게 하는 등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얻었던 것이다.

또 이 세기의 대국은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포스트 휴먼의 정의는 무엇인가 등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엄청나게 뿌렸다. 우리 정부는 1조원이 넘는 돈을 AI 연구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AI 육성책까지 내놓기도 했다.

알파’고’가 떠나고 4개월 뒤, 또 다른 ‘고’가 나타났다. 이번엔 스마트폰 게임인 ‘포켓몬 고’다. 포케몬 고는 증강현실기술(AR)을 이용해 거리 곳곳에 나타난 작은 몬스터를 스마트폰 화면에서 포획해 훈련시키고 서로 싸움도 벌이는 게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서비스 지역이 아니지만 속초, 울릉도 등의 일부 지역에선 몬스터 포획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사람들이 너나없이 속초 등지로 몰려들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지인은 자녀들과 함께 올여름 휴가지를 속초로 정했단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인 ‘포켓몬 고’를 해야 한다고 하도 졸라대서 온 가족이 함께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속초행 여행 상품이 최근 일주일 새 2배 이상 판매율을 기록하자, 속초시는 아예 ‘포케몬 고 전략`지원사령부’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사령부는 게임 트레이너와 관광객에게 필요한 정보 및 편의를 제공하고, 게임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잘 만든 게임 하나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게임 강국임을 자처하는 우리는 왜 이런 게임을 만들지 못했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충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매번 우리는 뒷북만 친다.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다. 왜 그럴까?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외국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한 저명한 과학잡지가 떠오른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의 얘기다. 네이처 6월호에서는 “한국은 연구의 필요성을 가슴으로 깨달으려 하기보다는 돈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경직된 문화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포케몬 고의 열풍으로 한국 토종 캐릭터 뽀로로가 등장하는 ‘뽀로로 고’(가칭)의 출시 얘기가 들린다. 뽀로로 고 제작사 측은 “뽀로로 고는 재미 중심의 포케몬 고와 다르게 교육적인 요소에 집중할 것”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용이 어찌 됐든 포케몬 고의 아류작일 뿐이다. 다음번 ‘고’ 시리즈에서는 한국만의, 한국에서 스타트하는 ‘고’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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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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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28일 신문 브리핑 #



유대인 어머니의 자녀교육

"첫째, 어떤 경우든 모든 일에서 감사하라."

"둘째, 원망하는 사람과 사귀지 말라."

"셋째, 감사하는 사람과 친하라."



<< 정치/외교 >>

1.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의 최종 결과물인 의장성명이 27일 공개됨

- 성명에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우려를 밝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김

- 중국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내용은 의장성명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사드를 내세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균열을 내려던 북한의 외교적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옴



<< 경제 일반 >>

1.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쏟아낸 무역제한조치는 월평균 21건에 달함

- 보호무역 움직임으로 최대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국으로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조치 4000여건 가운데 1000여건이 한국을 표적으로 함


2. 중국 등지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두 분기 연속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영업이익률도 감소해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역대 최저치인 7.6%포인트로 좁혀지는 등 애플의 고속성장 신화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

- 애플 실적이 부진한 데는 중국 시장 매출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며, 지난 분기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에서 애플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1% 감소함


3.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 구축에 1조9900억원을 투자함

- 경기 파주에 구축되는 생산시설에서는 가로 1500㎜, 세로 1850㎜의 플라스틱 OLED 기판을 월 1만5000장 제작하게 되며, 이는 스마트폰 3000만대에 해당하는 규모로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할 예정임


4. 네이버의 메신저 자회사인 라인은 27일 도쿄증권거래소에 2분기 매출 382억엔(약 4113억원), 영업이익 80억엔(약 86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함

-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고, 영업이익률은 21%로 모회사인 네이버(1분기 기준 27.4%)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섬


5. 오는 10월부터 페루 필리핀 중국에서 한국형 원격의료 서비스가 시작됨

- 정부 간 양해각서(MOU) 체결 단계에 머물던 원격의료 서비스 해외 수출이 본격화하는 것으로서, 의료기기, 제약 등 보건 분야 전반에서 한국 기업의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옴



<< 금융/부동산 >>

1. 라정주 중견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발표한 ‘가업상속세의 거시경제적 효과 및 가업상속 과세특례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가업상속세가 없어지고 전체 중견기업이 가업을 상속하면 매출과 법인세 등이 400조원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음

- 연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과세표준을 고려해 설정한 가업상속세율(현행 50%)을 0%로 끌어내린 이후 전체 중견기업의 절반이 가업을 상속할 경우 이들 기업으로부터 거둘 수 있는 상속세는 4조4000억원 줄어들지만 법인세는 4조5000억원 늘고, 매출은 397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됨


2. 이마트가 199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쇼군본드를 발행함

- 쇼군본드는 해외 기업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외화(엔화 제외) 표시 채권으로서,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날 일본 채권시장에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3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함


3. 국토교통부는 올 상반기 전국 지가 상승률(연초 대비)이 1.25%로 나타났다고 27일 발표함

- 월별로 2010년 11월 이후 68개월 연속 상승세로, 상반기 기준으로는 2008년 이후 8년 만의 최대 상승폭임


4.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글로벌 부동산에 투자할 수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증시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상장하기로 함

- 국내 기업이 해외 증시에 리츠를 상장하는 첫 사례로서, 리츠 상장으로 조성한 자금 중 일부는 미국 하와이 하얏트리젠시와이키키호텔 등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에 투자될 예정임



<< 국제 >>

1.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사업부 대표는 지난 26일 2분기 실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담당하는 컨슈머사업부의 올해 매출이 작년 대비 4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함

- 앞서 화웨이는 25일 홈페이지에서 스마트폰 판매 급증 덕분에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2455억위안(약 41조75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화웨이는 올해 실적 목표치 달성을 위해 연말까지 전 세계에 직영 스마트폰 판매 매장을 1만5000개 신설하기로 함


2.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가 2위 업체 사브밀러를 인수하기 위해 80억파운드(약 12조원)를 더 내겠다고 약속함

- 원래 710억파운드를 주고 사기로 했는데 지난달 23일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난 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2% 넘게 떨어지자 사브밀러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웃돈을 얹어주기로 한 것임


3. 일본 정부가 올 최저임금을 사상 최대폭인 시간당 24엔(약 260원) 인상함

- 일본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심의회 소위원회는 2016회계연도 최저임금을 전국 평균 시간당 24엔 인상한 822엔(약 8836원)으로 결정했다고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리츠(REITs)

-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로 부동산투자신탁이라는 뜻으로,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대출에 투자하여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으로 증권의 뮤추얼펀드와 유사하여 '부동산 뮤추얼펀드'라고도 함.

주로 부동산개발사업·임대·주택저당채권 등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며, 만기는 3년 이상이 대부분임.

리츠는 설립형태에 따라 회사형과 신탁형으로 구분됨. 

회사형은 뮤추얼펀드와 마찬가지로 주식을 발행하여 투자자를 모으는 형태로 투자자에게 일정기간을 단위로 배당을 하며 증권시장에 상장하여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음. 신탁형은 수익증권을 발행하여 투자자를 모으는 형태로 상장이 금지되어 있음.

리츠의 특징은 주식처럼 100만 원, 200만 원의 소액으로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어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증권화가 가능하여 증권시장에 상장하여 언제든지 팔 수 있으며, 또한 부동산이라는 실물자산에 투자하여 가격이 안정적임. 가치상승에 의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가격상승에 따른 수입증가분의 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음

- 출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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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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