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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28일 신문 브리핑 #

"가장 현명한 사람은 늘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가자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감사하는 사람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북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가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 이후 36년 만인 다음달 6일 열림

- 6일부터 사흘 정도 일정으로 열릴 이번 대회에서 집권 5년차를 맞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정치·국방·경제 등 각 분야에서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림



<< 경제 일반 >>

1. 한진해운은 외국 선주사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 시한이 올 연말까지 주어진다면 연간 용선료를 10~20%(1000억~2000억원) 정도 낮출 수 있다는 보완책을 산업은행에 제시할 예정임

- 한진해운은 또 용선료 인하 협상을 하면 외국 선주사가 정부 또는 산업은행의 보증을 요구할 것이란 의견을 산업은행에 전달하기로 함


2. 정부는 27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일자리 토론회를 열어 아래의 내용을 담은 ‘청년·여성 취업 연계 강화방안’을 발표함

- 정부는 ‘청년취업내일공제’(가칭)를 도입해 중소기업 취업자의 자산 형성을 돕기로 했으며,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근속하는 청년 근로자가 2년 동안 매달 12만5000원씩 30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600만원, 기업이 300만원을 지원해 만기 때 이자까지 1200만원 이상을 받게 됨



<< 금융/부동산 >>

1.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해외 기업 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임

-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이탈리아 베트남 라오스 등 ‘출신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업체 인터코스를 비롯 베트남 LS전선아시아 등 한국 기업 해외법인까지 상장 대열에 참여해 ‘공모주 열풍’을 이끌 것으로 보임


2. 금융위원회는 27일 열린 제3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함

- 공모펀드의 운용보수(수수료)가 수익률에 따라 달라지게 되며, 투자자들은 펀드 수익률이 사전에 정한 목표치에 미달하면 운용 보수를 조금만 떼어줘도 됨


3. 중국판(版) 세계은행’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출범 첫해인 올해 아시아 지역 사회간접자본(SOC)에 최대 15억달러를 투자함

- 한국이 AIIB의 주요 출자국인 만큼 국내 건설업체와 금융회사들도 AIIB 투자 사업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옴



<< 국제 >>

1.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 지난 26일(현지시간) 2016회계연도 2분기(2015년 12월27일~2016년 3월26일) 매출이 505억6000만달러(약 58조11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8% 감소했다고 발표함

-  애플의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03년 1분기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의 실적 악화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임


2. 일본 정부가 향후 5년간 민간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최대 3조엔(약 31조원)을 투자함

- 일본 기업들의 자원개발 사업을 지원하고 자원 가격 급등에 대비하기 위해서임


3.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이 최근 이어진 저유가로 수익은 급감한 반면 부채는 급증한 결과로, 1949년 이후 67년간 유지해온 최상위 신용등급을 상실함

-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6일(현지시간) 엑슨모빌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함


4. 메릴랜드 등 미국 동부 5개주에서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대승을 거두며 당 대선후보 지명에 바짝 다가섬

- 트럼프는 이날 105명의 대의원을 추가 확보해 누적 대의원 수를 기존 845명에서 950명으로 늘리면서, 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전체 대의원 2472명 중 과반인 1237명)의 76.8%를 확보했으며,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194명의 대의원을 더해 누적 대의원 수를 2159명(슈퍼 대의원 포함)으로 늘리면서, 경선 승리에 필요한 대의원(2383명)의 90.6%를 확보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펀드의 보수 및 수수료

- 펀드의 보수(fee)·수수료(commission)는 투자자가 펀드를 취득함에 따라 구입하게 되는 각종 서비스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가지며, 펀드에서 펀드 관련회사에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보수와 펀드 투자자가 직접 지급하는 수수료로 구분될 수 있음.

펀드의 보수에는 펀드 운용에 따른 운용보수, 판매에 따른 판매보수, 사무관리에 따른 사무관리 보수, 자산의 보관·관리·운용행위 감시에 따른 수탁보수로 구분되며 통상 펀드의 순자산가치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있음.

수수료는 투자자가 펀드 취득시 또는 환매시 판매회사에 대하여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있음.

법령상 판매보수와 판매수수료의 한도는 각각 1%, 2%로 한도가 정해져 있음. 다만, 판매보수의 경우 투자자의 투자기간에 따라 판매보수율이 감소하는 경우로서 2년이 넘는 시점에 적용되는 보수율이 1% 미만이면 1.5% 범위까지 정할 수 있음.

- 출처 : 금융감독용어사전, 2011. 2.,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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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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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7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노동 관련법 개정 없이 원활한 구조조정 어렵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제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 3차 회의에서 “구조조정 부작용 방지를 위해 노동개혁 4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 문제에 대비하려면 고용안정, 근로자 재취업 지원 등을 위한 고용보험법, 파견법 등의 입법이 시급하다”면서 “여야 각 당에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기업과 산업 상황에 따라 3단계 트랙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용 부문의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것은 어떤 단계든 불가피하다. 충격파를 최소화하려면 하루빨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서둘러 입법에 나서도 시원치 않을 정치권은 시늉으로만 일관하고 있어 임 위원장의 ‘정치권에 법 개정 요청’ 발언도 나왔을 것이다.

지금은 정치권이 노동 관련법을 놓고 기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경과야 어떻든 이제는 명분보다 실리를 좇지 않으면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노동개혁 4개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에도 제19대 국회 회기 안에 ‘노동개혁 4법’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파견근로자보호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처리 불가’ 방침을 고수한다. 다른 3개 법안도 지금의 형태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민의당은 파견근로자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3개 법안은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피력한 적도 있다. 구조조정으로 고통받을 근로자를 생각하고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할 엄청난 견해차는 아니다.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 3단계 트랙의 제1트랙은 정부가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경기민감 업종의 구조조정, 제2트랙은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상시적 구조조정, 제3트랙은 해당 산업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과 설비 감축에 나서는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조선·해운 분야는 제1트랙으로 먼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철강과 석유화학도 그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주력 산업으로 종사자도 그만큼 많은 업종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닥치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정치권만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은 총선 민심에 대한 배반이다.

3당은 당장이라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부문의 부작용을 입법 차원에서 어떻게 줄여 나갈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파견근로자법을 제외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의 분리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협상 과정에 걸림돌이 된다면 ‘노동개혁’이라는 표현도 양보해야 할 것이다. 야당도 파견근로자법의 장단점을 정부·여당과 다시 한번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은 없는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여야는 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 법안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민생·경제 법안을 최우선 처리한다’는 엊그제 원내총무 회동의 합의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지 말라.

2. 박 대통령 '소통정치' 각계각층으로 보폭넓혀야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방문 후 빠른 시일 내에 여야 3당 대표를 만나고, 3당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안에 따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여야와 정부가 서로 소통해 가면서 일을 풀어 나가자고 정치권에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어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총선 후 처음으로 직접 밝힌 향후 ‘소통 정치’ 구상이다. 여소야대라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두 야당과의 접촉면을 넓혀 민생 문제 등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팎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야당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조조정과 북핵 위기 등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복합적으로 몰아치는데 대통령과 야당, 여당과 야당이 ‘따로국밥’처럼 겉돌아서는 위기 극복은커녕 국민의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했듯 3당 체제를 탄생시킨 이번 총선은 서로 밀고 당기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의 변화 욕구가 표출된 것 아닌가. 협력도 하고 견제도 하면서 민생 살리기와 경제 활성화 등을 이끌어 내는 게 대통령과 여야 3당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회, 특히 야당을 배제한 채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 정치에 몰두해 왔다. 국민에게 정치인들의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역설했지만 총선 결과는 야당 승리,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분석일 것이다. 어제 간담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스스로 “국민과 국가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며 다시 한번 국회를 탓했다. 국민의 생각과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교과서로 배우면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된다”며 한국사 국정 교과서 강행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 인적 개편 등을 통한 국정쇄신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모든 사안들은 거야(巨野)의 핵심 요구 사안들이다. 야당과의 협치가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해 주는 것 같아 아쉽다.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각계각층과의 협력과 소통을 잘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청하고 이해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되길 기대한다.

3. 웃음 강요하다구류 받은 갑질 고객

은행원에게 웃으라고 강요하며 행패를 부린 30대 남성이 구류를 선고받았다. 즉결심판에서 이런 처분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 창구에서 이 남성은 막무가내식 횡포를 부렸다. 여직원에게 서비스직이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며 일할 때는 웃으라고 강요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현금 5000만원을 올려놓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직접 돈을 세어 보라고 강요했다. 이런 가당찮은 갑질로 1시간 넘게 은행 직원을 못살게 굴었다.

세상의 누구도 타인에게 웃으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서비스직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감정까지 마음대로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발상은 몰지각하기 짝이 없다. 이번 판결에는 여러 모로 새겨볼 만한 의미가 있다. 서비스 종사자의 인격을 함부로 대하는 상식 밖의 갑질을 일삼다가는 법의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서비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산업이 발달하고 서비스업이 증가하면서 감정노동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1770만여명의 국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최소 560만명이 감정노동 종사자로 파악된다. 전체 근로자 열 명 중 세 명꼴이다. 많게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쯤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데도 이들의 스트레스 강도는 극심하다. 서비스 종사자라는 이유로 감정적 학대를 견뎌야 한다는 호소가 심각한 수준이다. 2013년 노동환경연구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히 여성 감정노동자의 약 절반이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약 30%는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했다.

감정노동 피해는 건성으로 넘어갈 수 없는 사회문제다. 지난달 감정노동자의 적응장애와 우울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다. 이런 법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고통받는 감정노동자가 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언어폭력이나 일방적인 갑질을 거절하거나 법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덮어놓고 고객이 최고라는 인식은 후진사회에서나 통한다. 사업주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고객이 왕일 수는 없다. 기업 스스로 직원들의 감정을 소중한 노동자원으로 인식하고 몰지각한 고객의 횡포에는 선을 긋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도적 보상보다 예방 노력이 몇 배 절실한 문제다.

[이데일리]

4. 고뇌와 우울증에 빠진 '아픈청춘'들

우울증을 겪는 젊은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20대 남성 환자가 2010년 1만 5800명에서 2015년 2만 2200명으로 늘었다는 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다. 무려 40%나 증가한 규모다. 이에 비해 20대 여성 환자는 같은 기간 3만명에서 2만 9500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절대 수로는 남성보다 월등히 많게 나타났다. 정신과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다.

젊은층이 이같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은 이유가 뻔하다. 취업 준비에 따른 각종 스트레스와 결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결과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인생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안고 한창 꿈과 이상을 꽃피워나가야 하는 이들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봐도 심각한 문제다. 청년들의 좌절과 정서적 장애는 사회적인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 이어 인간관계, 집 장만, 취업, 꿈마저 내려놓은 ‘7포 세대’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부모 재산과 직업에 따라 자녀들 운명이 정해진다는 ‘금수저·흙수저’ 논란에도 기성세대에 대한 짙은 반감이 실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2%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취업을 한다고 해도 허드렛일 수준에 지나지 않는 등 여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바늘구멍보다 좁은 대기업 취업문을 뚫고 입사에 성공했어도 입사하자마자 희망퇴직 대상으로 삼은 경우도 없지 않다.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젊은 세대가 우울증에 빠진 데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부가 무능한 탓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갈등,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등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청년고용을 촉진하는 각종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게 지금의 현주소다. 청년층에게 도전정신만 요구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기회의 사다리’부터 만들어 주는 게 온당하다.

[매일경제]

5. 내수위축 부를 김영란법 서둘러 손질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다"며 "위헌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직자 골프 문제에 대해서도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그동안의 금지령을 풀고 허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건의한 다음달 6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내수활성화 의지를 보였다.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에 대해 심리 중인 김영란법은 반부패, 뇌물수수 방지를 위해 마련됐지만 식사대접, 선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 소비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농수축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이 법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시행 연기와 예외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 영역까지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 것이다. 부패 척결이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내수를 얼어붙게 만들 소지가 크다면 박 대통령 말처럼 국회 차원에서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 헌재가 헌법소원에 대한 결론을 앞당겨 내리는 것이 논의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제기구와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2%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로 작년 4분기(0.7%)에 이어 2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민간소비는 0.3% 감소하면서 작년 4분기(1.4%)보다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소비절벽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어떤 진작책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대한상의가 임시공휴일 카드를 들고나온 것도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처럼 고궁이나 숙박시설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가라앉은 경기에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 조선·해운 구조조정, 빅딜 포함 과감한 해법 내놓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마치고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날 회의에서는 조선·해운은 신속한 구조조정 산업으로, 건설·철강·석유화학은 설비 과잉 업종으로 우선순위를 달리하기로 결정했다. 진짜 사즉생의 각오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조선·해운 업종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2010년부터다. 이제껏 미루다가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됐고, 특히 수출 물류의 대동맥인 해운업은 양대 해운사가 용선료 협상에 실패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업종 자체가 사라질 판이다. 이런데도 철강·석유화학·건설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니 또 화근을 키우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방안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치고는 인력 감축, 비용 절감 외에 딱 부러진 게 없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합병·빅딜은 없다고 선까지 그었다. 이런 식이라면 또다시 국민 혈세로 산업은행에 수혈하고, 산은은 이 돈으로 부실회사를 자회사로 떠안겠다는 구상이 아닌가 싶다. 산은은 이미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을 자회사로 편입해 구조조정 시기를 늦추다가 산업 전체 경쟁력을 악화시켰다. 대우조선의 경우 단순히 업황 불황에 의한 대규모 부실이 아니라 분식회계 의혹까지 발생한 만큼 대주주인 산은과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선행돼야 한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대주주의 사재 출연, 노조의 고통 분담 역시 전제돼야 한다. 

조선업계 '빅3'는 지난해 8조5000억원 적자를 냈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3년간 당기순손실이 각각 1조원을 상회한다. 조선·해운 5개사의 지난해 부채 총액은 78조원이다.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이번에도 구조조정을 어정쩡하게 했다가는 금융권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판국이다. 금융당국은 경제 논리를 최우선으로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한 가지 목표만 갖고 임해야 한다. 합병이든 빅딜이든 이 같은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처방을 도출해 하루속히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7. 내달 6일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침체 숨통 틔워라
대한상공회의소가 다음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면 나흘 황금연휴가 생겨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는데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거둔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당시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정한 임시공휴일은 내수 진작 효과가 1조3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백화점, 관광업, 음식업, 숙박업 등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철도, 고속도로 이용객도 급증했다. 이번에는 전국 대다수 초·중·고교가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데다 정부도 5월 1~14일을 '봄 여행주간'으로 설정한 상태라 내수 살리기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가 임시공휴일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로 작년 4분기(0.7%)에 이어 2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민간소비는 0.3% 감소하면서 작년 4분기(1.4%)보다 급격히 둔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의 진작책으로 소비가 반짝했지만 다시 소비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임시공휴일처럼 고궁이나 숙박시설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가라앉은 경기에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난해에도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지정해 즉흥적이라는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충분히 논의하고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은 아쉽다. 

지난해 한국노동조합연맹의 설문조사 결과 임시공휴일에 쉴 수 있는 근로자는 전체의 65.6%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정상 쉴 수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통상임금의 150%인 휴일수당을 지급해야 해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임시공휴일을 남발해선 안 된다. 이를 지렛대 삼아 소비 침체 터널을 어떻게 탈출할지 근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중앙일보]

8. 낙하산 보내면서 공공개혁 하겠다는 뻔뻔한 정부

총선이 끝나자 ‘정·관피아(정치권·관료+마피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부채가 1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에는 총선에서 낙선한 조전혁 전 의원이 감사위원 자리를 꿰차고 이성한 전 경찰청장이 신임 감사로 추천됐다. 부채비율 6900%의 한국광물자원공사 신임 감사에는 김현장 201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이 임명됐다. 광물자원공사는 민간기업이라면 진작에 파산했을 수준의 부채비율 때문에 지난달 인력 20%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도 역주행 인사를 했다는 얘기다. 참 뻔뻔한 정부다.

공공기관알리오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340개 공공기관 가운데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로 연말까지 낙하산 대전이 펼쳐질 기관장 자리는 97개에 달한다. 이들 기관에 이번 총선에서 낙천·낙선된 친박 인사들을 앞세운 정·관피아가 속속 들어서면 그동안 벌여온 공공기관 정상화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이 자원개발·택지개발처럼 역대 정부의 과도한 공약 실현에 동원되면서 깊어진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2013년 말부터 경영혁신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의 창궐로 공공기관 개혁은 물속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낙하산 사장이 총선·도지사 출마를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전락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수용능력 포화상태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낙하산 사장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던 여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역대 정부의 반복적 과잉투자로 빚 134 조원의 부채공룡이 됐다.

낙하산 기관장과 감사는 정부가 공약을 이유로 무모하게 투자 드라이브를 걸거나 직원이 과도한 복지후생을 누려도 태생적 약점 때문에 뒷짐만 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낙하산을 내려보내서는 공공개혁이 잘될 리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임원 선임체계부터 투명화해야 한다. 경영능력이 인정된 민간기업 출신에게도 기회를 주고 능력이 있으면 내부 승진을 허용해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기관장에게는 강력한 권한을 주되 경영 성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부산일보]

9. 국민 생명 다루는 병의원 비리 발본색원 해야

병의원은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다룬다는 점에서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 받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개보험 제도에 따라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가 절대적인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병의원은 우리 사회의 공적 인프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과 공공성 추구란 상반된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들은 이 같은 책무를 망각한 채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환자와 짬짜미가 돼 요양급여를 불법 수령하는 등 불·탈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적발된 부산·경남 산부인과 3곳은 4년간 사진관 업주들에게 1만 4천여 명의 산모 개인정보를 넘기고 그 대가로 1억여 원어치의 의료장비 대금을 대납하도록 했다. 사진관 업주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산모들에게 아기 사진 촬영의 영업을 벌였다고 한다. 사진관 업주들이 병원의 묵인 아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신생아실에 맘대로 들락거리며 산모 개인 정보를 촬영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가뜩이나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이 외부에 노출돼 심각한 감염은 되지 않았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부산 남부경찰서에 구속된 서 모 씨의 경우 6년 동안 소위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대장 용종 절제술을 한 것처럼 허위 진료서를 꾸며 20여억 원의 요양급여를 부정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과잉 경쟁 탓에 많은 병의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같은 불법 의료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병의원의 고질적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보건당국과 건강보험공단의 강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특히 태반의 불법 행위에는 환자와 보험회사 등이 연루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 각자의 각성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매일신문]

10. 2·18 안전문화재단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기대한다
2`18 안전문화재단이 2003년 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 13년 만에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대구는 일찌감치 과거의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오늘의 생생한 교훈으로 승화시켜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제야 사고 희생자`부상자에 대한 추모 및 복지사업을 벌이게 됐다는 점에서 부끄러움과 다행스러운 마음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재단은 법인 설립을 위한 사업자 등록을 마쳤고 이번 주에 사무실 개소, 다음 달 사무국장과 직원을 뽑는다. 지난달 이사진과 감사가 선임됐고, 사무국 구성까지 완료하면 제 틀을 갖춘다. 재단의 임무는 피해자들을 위한 장학 및 안전복지사업, 연구`기술지원사업, 추모공원 조성 등이다.

지하철 참사 후 재단이 출범하기까지는 살얼음 위를 걷는 듯 너무나 위태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피해자 단체끼리 다투고 반목하고 대립했던 과거가 있었다. 대구시는 팔짱만 낀 채 피해자 단체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2월 피해자 단체 간에 합의가 성사되면서 재단 설립의 숙원을 이루게 됐다.

재단 출범 전에 벌어진 일을 거론한 것은 옛 상처를 헤집자는 뜻이 절대 아니다. 아픈 과거를 교훈 삼아 다시는 다투고 갈등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진 면면과 집행부 구성, 사업 방향 등을 보면 과거와 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에 일말의 우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단은 피해자의 추모`복지사업에 집중해 대구를 ‘안전도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 또다시 반목과 대립이 빚어진다면 희생자`부상자에 대한 모욕 행위나 다름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재단 운영진이 시민과 함께해야만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재단 출범을 축하하며 올바른 자리매김을 기대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우리나라 이름이 대한민국인 이유

우리 나라의 국호(國號), 즉 나라 이름이 왜 대한민국(大韓民國)일까?

이 질문에 대해선 그동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답변이 통용됐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선 정확한 검증 작업이 그다지 이뤄지지 않았다. 

A: 중국에서 신해혁명을 일으켜 청(淸)을 무너뜨리고 1912년에 세운 나라 이름을 중화민국이라고 했는데 대한민국을 중화민국의 민국을 모방한 것이다.
B: 대한민국의 민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를 가리키는 말의 준말이다. 

동국대학교 황태연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펴낸 『대한민국 국호의 유래와 민국의 의미』(청계, 2016. 4)는 왜 우리나라 국호가 대한민국이 됐는지를 여러 가지 사료(史料)를 발굴해 검증하고 있다. 나아가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에도 국호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연원에 대해 '확실한' 설명을 내놓는다. "대한민국의 대(大)는 '하나로 통합해 크다'는 의미다. 한(韓)은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三韓)처럼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고유의 말이다. 민(民)은 말 그대로 백성이며 국(国)은 나라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삼한을 통일한 큰 한으로서 백성의(백성이 주인인) 나라를 가리킨다"는 설명이다. 

"한이 우리나라를 가리킨다는 것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기 전부터 일본에서는 정한론(征韓論)이 제기됐고, 조선시대에도 명․청(明淸) 외교문서에서 조선을 한(韓)으로 부른 사례가 많이 나온다. 민국은 조선왕조실록, 특히 영․정조 실록에 많이 등장한다. 왕조실록을 번역하면서 민국을 '백성과 나라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백성의 나라'를 뜻하는 한 단어"라는 지적이다. 

민국(民國)의 어원은 3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민유방본(民惟邦本) 본고방녕(本固邦寧)'이 민국의 어원이라는 것이다. 민유방본은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라는 뜻이고 본고방녕은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말이다. 두 말을 이으면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그 근본(백성)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다'는 민국이 성립된다. 

황 교수는 "중화민국에서 가져왔다면 3.1운동 직후 자주독립 국가를 되찾기 위해 수립한 상해 임시정부가 국호부터 자주적이지 않고 사대주의적이며, 민주국가의 준말이라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헌법1조는 동어반복"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반도 통일국가의 국호도 대한민국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한다. '남한의 대한민국과 북한의 조선인민민주공화국에서 일부를 떼 내 국호를 정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은 역사성과 민족성과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민국과 옛날부터 통일 한반도를 가리키는 대한을 합한, 대한민국이야말로 명실상부한 통일 한국의 국명으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영문이 'Republic of Korea(ROK)'인데 이것도 대한민국의 원래 뜻에 맞게 'National State of GreatKorea(NOK 또는 NGK'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주토피아의 유토피아를 꿈꾸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돌연 하늘로 간 팝스타 프린스의 앨범 3개가 25일 빌보드 차트 톱10에 올랐다. 

인터넷에서도 그의 음악과 전성기 시절 영상을 돌아보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그중에서도 2007년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그가 펼친 우중 공연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157㎝의 작은 거인이 폭우 속에서 펼친 공연에 관객들은 온몸이 흠뻑 젖는 가운데 열광적으로 환호했고, TV 앞에 앉은 전세계 시청자도 열광했다. 그 환호와 열광의 순간만큼은 이념도, 종교도, 인종도, 국경도 부질없었고,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였다.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 귀에 대고 "뭐가 그리 복잡한가. 우리는 똑같은 사람 아닌가. 같이 즐거워하자"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역주행 흥행 중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24일까지 누적 관객수 44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외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최고의 흥행 기록이고,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중 5위의 기록이다. 

'주토피아'의 마지막 장면에서 팝스타 가젤의 콘서트 장면이 프린스의 슈퍼볼 하프타임쇼와 오버랩된다.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가젤의 노래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며 즐거워한다. 키 큰 기린도, 육중한 코끼리도, 손바닥만 한 쥐들도, 느림보 나무늘보도 하나가 돼서 '위 아 더 월드'를 연출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네, 핵실험을 하네, 연일 시끄럽다. 같은 이슬람국가임에도 상극인 사우디와 이란의 신경전,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만행으로 지구촌은 위태위태하다. 물론, 굳이 해외로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한반도 안에서 매일같이 분열과 갈등의 현장을 마주하고 경험한다. 

'주토피아'가 흥행하는 것은 뒤늦게 이 영화의 메시지와 스토리에 눈뜬 어른 관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는 바로 '위 아 더 월드'다. 

'주토피아'는 종족의 생리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던 때는 '롱롱 타임 어고'였고, 이제는 교양있고 세련되며 진화된 동물들이 모두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주토피아라는 이상적인 사회를 무대로 한다. 키도, 몸무게도, 생김새도, 먹이도, 성향도 다 다르지만 다채로운 동물들이 모두 한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이념이나 종교나 종족의 차이는 존중될지언정, 분쟁이나 불화의 대상이 되지 않고 서로의 차이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훌륭한 문화 속에서 보존된다. 

영화는 이러한 '수준 높은 평화'가 분열주의자의 획책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가치관 아래 잘 묻어두었던 그릇된 편견과 힘의 논리가 다시 스멀스멀 수면 위로 기어 올라오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그린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며 막을 내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류애와 평화의 가치를 촌스러운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주입하려 해 빈축을 샀다면, '주토피아'는 같은 메시지를 아닌 척하면서도 상당히 세련된 방식으로 운반해 깊은 울림을 준다. 

작은 흑인 가수 프린스의 죽음이 전세계적으로 일으킨 보라빛 추모와 애도의 물결, '주토피아'의 세계적 흥행 물결 아래 공통으로 놓인 '위 아 더 월드'의 공감대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는 없는지 생각해본다.

지진으로 발밑이 뒤집히는 판에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네 편, 내 편' 싸움이 신물 나는 요즘이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 ‘작은 결혼식’/구본영 논설고문

셰익스피어는 “남자가 (여성을) 설득할 때는 화사한 4월”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맞는 듯 4월이 되니 청첩장이 하나둘 쌓이고 있다.

시인 하이네가 그랬다. “결혼 행진곡을 들으면 언제나 싸움터로 향하는 군대 행진곡을 떠올린다”고. 가슴 설레는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일지라도 막상 결혼 생활은 남녀가 서로 부딪치는 험난한 과정이기 십상이란 뜻일 게다.

하긴 요즘 결혼식 하객들도 한바탕 전투를 치르기 일쑤다. 몇 주 전 세 건의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서울 강북에서 열린 선배 아들 결혼식엔 축의금만 대신 전달하고 강남이 식장인 친지 딸 결혼식에 얼굴을 비춘 뒤 친구 아들 피로연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계획을 짰다. 하지만 계획은 철저히 어긋나 버렸다. 교통난으로 늦게 도착한 세 번째 결혼식 피로연은 벌써 파장이었고, 다른 커플의 하객들로 채워질 참이었다.

우리네 결혼식 풍속도가 늘 이렇다면 딱한 노릇이다. 숱한 고통을 이겨 내야 할 인생의 전장이 기다리고 있는데 새 출발 하는 남녀가 큰돈을 들이고도 쫓기듯 혼례를 치러야 한다면…. 집 주변의 학교 강당, 혹은 교회·성당 등에서 치르는 ‘조촐한 결혼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4. [서울신문][공희정 컬처 살롱] ‘동네’에서 다시 시작하자

한때 동네는 신나는 놀이터였고, 따뜻한 집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는 뒤로한 채 아이들과 골목을 누비며 놀았다.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가쁜 숨이 턱에 차오를 때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우리들은 그 집으로 달려가 맛난 간식을 함께 먹었다. 낮은 담장 너머로 고만고만한 집들이 늘어선 곳, 우리는 그곳을 ‘동네’라 불렀다.

작지만 마당 한쪽엔 나무 한 그루쯤 있어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꽃 피고 지는 사계절을 볼 수 있었다. 볕 잘 드는 곳에 놓인 항아리에선 간장·된장·고추장이 익어 가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개발이란 이름 아래 동네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억의 흔적조차 쫓아갈 수 없게 변해 버린 그곳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현관문만 열면 옆집이지만, 누가 사는지 쉽게 알 수 없었다. ‘누구네’라는 호칭보다 ‘몇 호집’이라는 숫자로 서로를 불렀다. 더 큰 세상, 더 풍요로운 일상을 꿈꾸며 미련 없이 모든 걸 내놓은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한 동네. 우리가 찾는 큰 세상은 쉽게 보이지 않았고, 풍요로운 일상도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고 지쳐 돌아가고도 싶었지만, 돌아갈 동네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동네’가 살아나고 있다.

37년 동안 일요일 낮 12시면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하는 ‘전국노래자랑’.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무대에 올라 한껏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싶었다. 하지만 수백 명의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 치열한 예선 때문에 ‘동네 스타’들은 마음 졸이며 몇 날 밤을 뒤척였다. 이제 제작진이 이들을 찾아 나섰다. 이집 저집 숨겨 둔 사연 들어 가며 울고 웃다 보면 슬그머니 잊혀진 동네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일명 ‘동네 스타 전국방송 내보내기’, 상당히 감동적이다.

‘동네 변호사’도 있다.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나타난 좌충우돌 괴짜 변호사. 동네 사람들 말은 무조건 믿어 주고,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당한 억울함은 어떻게든 풀어 주려 했다. 그는 근엄하기 짝이 없는 판검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고, 돈으로 못 할 것 없다는 부자들 앞에서도 당당했다. 거창한 사회 정의보다 내 이웃의 삶이 소중하다 믿는 그를 사람들은 ‘동네 변호사’라 불렀다. 이런 사람 있는 곳이 진짜 동네구나 싶었다.

그뿐 아니다. ‘동네의 영웅’도 있다. 영웅들이 지키려고 한 것은 결국 일상의 행복과 평화였다. 누군가 그리울 때 슬며시 다가와 시시콜콜 이야기 들어 주고, 맛있게 익은 김치 한 조각 얹어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눠 먹을 수 있는 그런 일상. 그것을 지켜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그 말도 일리 있어 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동네일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동네를 찾게 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동네는 우리 삶의 원점이다.

조금은 촌스럽고, 미성숙하고, 찌질하지만, 나와 내 이웃이 매일매일 부딪치며 숨쉬는 곳이다. 길을 잃었을 때 원점으로 돌아가면 어디로 가려 했는지 보이듯 동네엔 우리가 숨겨 놓은 인생 지도가 있다. 사실이 의견인 듯, 의견이 사실인 듯 엇갈리고, 참과 거짓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바꿈하는 세상에서 더이상 헤매고 싶지 않은 우리들은 그래서 동네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생 지도 들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5. [연합뉴스]한국어가 더 유창한 노무라는 일장기…매킬로이는 아일랜드 대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우승한 노무라 하루(24)는 알려졌듯이 한국계 일본인이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노무라는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한국에서 다녔다. 문민경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자랐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유창한 까닭이다. 골프를 하기 전에는 한국의 '국기'(國技) 태권도를 했다.

노무라는 '경계인'(境界人)이다. 

경계인의 사전적 정의는 소속됐던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으로 옮겼을 때, 원래 집단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금방 버릴 수 없고, 새로운 집단에도 충분히 적응되지 않아서 어정쩡한 상태에 놓인 사람이다. 노무라는 이 사전적 정의에 딱 맞는 '경계인'이다.

가치관이 형성되고 언어를 비롯한 생활 습관이 자리를 잡는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한국이 노무라의 원래 소속 집단이라면 성인이 되어서 옮겨간 일본은 적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집단이다.

노무라는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으면 한국 사람도 아니고, 일본 가면 또 일본 사람도 아니고…"라고 말한 바 있다. '경계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과 일본은 제한적으로 복수 국적을 허용한다. 대개 노무라처럼 한국과 다른 나라 국적을 다 취득할 수 있는 여자는 만 22세 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노무라는 22세 때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일본이 프로 무대 규모가 더 크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노무라는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일본 대표 선수로 참가할 게 거의 확실하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유창한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일본골프협회나 일본올림픽위원회 입장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더 익숙한 선수가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상상해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지금은 세계랭킹 3위지만 작년까지 세계랭킹 1위였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부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는 로리 매킬로이는 아일랜드 대표 선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매킬로이의 국적은 영국이다. 그는 영국의 정식 국명인 '그레이트 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의 수장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신민이다.

하지만 그의 정체성은 '아이리시'(Irish)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일랜드골프협회 소속으로 뛰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그는 아일랜드 대표 선수로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북아일랜드는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영국에 잔류한 곳이다. 가톨릭교도보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 신자가 더 많은 지역이다. 아일랜드 섬 전체에서는 가톨릭교도가 절대다수지만 북아일랜드에서는 가톨릭이 소수다. 매킬로이 부모는 가톨릭이다. 

그는 정치적,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일랜드 대표 선수였기 때문에 올림픽도 아일랜드 대표로 나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킬로이의 선택에 영국 국민과 아일랜드 국민의 반응은 따로 언급할만한 게 없다. 

브라질 대표로 유력한 미리암 나글(35)은 8살 때 독일로 생활 터전을 옮긴 부모를 따라 브라질을 떠났다. 그는 독일에서 아동, 청소년기를 보냈다.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녔고 대학도 미국에서 마쳤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등 골프 선수 경력도 대부분 미국에서 쌓았다. 

독일에서 만난 독일인 남편과 가정을 꾸린 나글은 인생 대부분을 독일인으로 살았다.

그는 그러나 지난해 브라질골프협회의 권유를 받고 먼지 쌓인 브라질 국적을 되찾았다. 나글이 브라질 국민 대다수가 일상어로 쓰는 포르투갈 어를 구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나글의 선택에 브라질이나 독일에서 어떤 언급을 했는지 역시 특별히 적을 게 없다.

지난 1999년 제1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 한국 대표팀에는 미국 국적 펄 신(49)이 포함됐다. 9살 때까지 신지영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살던 그는 부모와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가서는 14살 때 미국 국적자가 됐다. 

일본과 대항전을 앞두고 너무나 현격한 전력 차이 탓에 일방적인 패배가 걱정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일본 쪽 양해를 구해 펄 신을 대표로 뽑았다.

펄 신은 아마추어 시절 미국-영국 골프 대항전 커티스컵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바 있었다. 펄 신은 이듬해 열린 2회 대회 때도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펄 신은 '고국'에 대한 헌신으로 상당한 찬사를 받았다. 한국 기업의 후원도 줄을 이었다.

2004년 제5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에도 미국 국적 교포 크리스티나 김(32)이 한국 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김초롱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출전한 크리스티나 김은 펄 신과 달리 팬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에는 "외국인에게 태극 마크를 달아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크리스티나 김은 이후 한국과 인연을 끊고 산다.

노무라뿐 아니라 미셸 위(미국·한국 이름 위성미), 리디아 고(뉴질랜드·한국 이름 고보경), 이민지(호주), 대니 리(뉴질랜드·한국 이름 이진명), 케빈 나(미국·한국 이름 나상욱)도 엄밀하게 말하면 '외국인'이다.

한국 골프가 만약 지금 같은 수준에 올라오지 못해 리우 올림픽에 파견할 마땅한 선수가 없는 상황을 상상해봤다. 그래서 대한골프협회가 대리 리나 케빈 나, 리디아 고, 미셸 위, 노무라 등에게 부탁해 그들이 태극 마크를 달고 리우 올림픽에 나선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태극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새겨 넣은 노무라의 캐디백을 보면서, 매킬로이와 나글의 선택을 전해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들의 선택이 우리가 아니라도 그들을 적대시하거나 백안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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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27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하는 마음은 타인을 향하는 감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하는 감정이다."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는 371조8450억원으로 전기보다 0.4% 증가함
- 이런 증가율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이 컸던 작년 2분기(0.4%) 이후 최저치임

2. 정부는 26일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사와 벌이고 있는 용선료(선박 임차료) 인하 협상의 마감 시한을 다음달 중순으로 최종 결정함
- 이때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현대상선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중단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넣기로 함
현대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 매출 10조2728억원, 영업이익 3252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발표함
-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013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섬

3. 한국수출입은행은 주한 이란대사관과 공동으로 《이란의 주요 산업현황과 우리 기업의 진출방안》을 26일 발간함
- 석유·천연가스, 석유화학, 건설·인프라, 전력, 통신, 자동차, 정보기술(IT) 기기, 광업 등 이란의 8개 주요 산업별 현황과 구조, 동향 분석과 함께 한국 기업의 진출방안을 기록함

4. KT가 26일 기존 와이파이(무선랜)보다 최대 50배 이상 속도가 빠른 사내 무선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전용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선보임
- 모바일 오피스 확산 등 산업 현장의 트렌드 변화에 맞춰 내놓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 상품으로서, 모바일용 전용회선을 기업에 깔아주는 사업 모델임

5.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가스공사가 2005~2012년 발주한 12건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13개 건설사에 총 35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발표함
- 업체별 과징금은 삼성물산이 732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우건설(692억원), 현대건설(620억원), 대림산업(368억원), GS건설(325억원)이 뒤를 이음


<< 금융/부동산 >>
1. 유럽계 생활용품 회사 유니레버는 25일(현지시간) 3억유로 규모의 4년 만기 회사채를 표면금리 0%, 수익률 0.08%의 조건으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함
- 국채가 아닌 회사채 금리가 제로수준까지 떨어진 것인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 완화(채권 매입) 대상에 회사채까지 편입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며, 오는 6월부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핀란드 등 6개국 중앙은행이 신용등급 ‘BBB-’ 이상의 투자등급 유로화 표시 회사채를 매입함

2. 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 채권 펀드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아시아퍼시픽 채권 펀드로 흘러든 글로벌 자금만 11억5400만달러(약 1조3500억원)에 달함(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 26일 발표 자료)
- 세계적으로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한 만큼 안전자산 중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나은 아시아 채권 펀드에 대해 투자자 선호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옴

3.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다음달 3일 3000억원어치 회사채(만기 3년·5년) 발행을 앞두고 지난 25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 1조5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옴
- 포스코가 지난 4년 동안 약 6조원의 차입금을 감축하는 등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펼쳐온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임

4.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해운업계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해운사로부터 9척의 선박을 인수할 계획임
- 캠코는 2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며, 이 중 1000억원은 직접 출자하고 나머지는 금융회사 등 투자자를 모집해 조달할 계획임

5. 국토교통부는 올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사업승인) 물량이 16만3009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37.2% 증가했다고 26일 발표함
- 반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3845가구로 전월(2월)보다 2.3%(1258가구) 줄었으며, 지난해 12월 6만1512가구 이후 매달 감소세임


<< 국제 >>
1. 사우디의 ‘실세’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31)는 지난 25일 “우리는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에 중독돼 있어 위험하다”며 15년간의 경제전환계획인 ‘비전 2030’을 발표함
- 사우디가 유전을 개발한 지 약 80년 만에 석유 의존형 경제에 대해 ‘반성문’을 쓰고 구조개혁을 밝힌 것임

2.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인 마이금융그룹(앤트파이낸셜그룹)이 45억달러 투자를 유치함
-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비상장 기술기업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마이금융그룹의 투자 유치가 순조롭게 끝난 것은 인터넷부문 국가대표급 기업에 대한 중국 투자자의 투자 열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채권단 자율협약
- 흑자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및 신용위기로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채권단이 이를 구제하기 위해 지원하는 정책을 말함. 즉, 채권금융기관과 기업이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포괄적 협약을 맺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임.
이는 워크아웃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기업이 대상이 되며, 일종의 선제적인 지원에 해당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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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6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오너 일가에 기업경영 부실 책임 물어야

조선 및 해운 분야를 시작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아직은 겉도는 모양새다. 정부 대책도 대책이지만 기업 차원의 자구노력이 미진한 탓이다. 한진해운이 어제 채권단에 자율협약 정상화방안을 신청했으면서도 구체적 계획 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구계획을 포함한 포괄적인 정상화 방안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자칫 채권단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지원 결정에는 철저한 심사가 따라야만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칫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지고도 일시적인 처방에 그쳤던 근본적인 원인이다. 기업들의 자구노력은 따르지 않은 채 부실 요인을 정부 지원으로만 메우려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번에 제기된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일가의 사전 주식처분 의혹이 명백히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겼다면 오너 일가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만 한다.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갖은 특혜를 누리고도 기업이 적자상태에 빠져 마지막 정상화 과정을 겪으면서도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도록 허용한다면 사회적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대상선을 포함해 부실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다른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만성적인 경영 부실에 빠져 있으면서도 최고 경영진은 거액 보수를 받으며 거리낌없는 대우를 받아 왔다. 도덕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다보고 알짜 부분을 미리 빼돌린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막대한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기업 구조조정은 말 그대로 살과 뼈를 깎아내는 작업이다. 채권단의 지원 요청에 앞서 기업 차원의 책임있는 자구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번에는 야당들도 구조조정 방안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룸으로써 실업자들에 대한 재교육 등 다양한 추가 대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의 일탈행위에 대한 엄중한 단속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2. 국민의당 연립정부론 진정성 있는가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연립정부론이 아연 정치권을 강타했다. 국민의당 소속 중진들이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연합정부론을 앞다퉈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각론에서는 저마다 견해가 다른 동상이몽의 성격이 짙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거의 비슷하다. 연립정부가 출범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크게 뒤바꿀 초대형 변수임에 틀림없다.

연립정부론은 국민의당이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확실한 결정권을 쥔 제3당으로 우뚝 섰다는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동안 당의 발목을 잡았던 야권통합론의 명맥을 끊고 향후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당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사례로 들어 단순한 엄표용이 아니라며 한술 더 떠 독자집권론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어느 쪽과도 연대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양대 정당 모두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더민주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갈등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터에 신경 써야 할 혹이 하나 더 달린 셈이다. 총선 참패로 혼돈에 빠진 새누리당은 대놓고 표현하진 못하지만 정국을 타개할 훌륭한 대안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여권과의 연대가 성사된다면 보수와 진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는 ‘가치의 통합’으로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앞당기고 정쟁 과잉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야권 연대는 내년 대선의 최대 현안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이 어느 쪽과 연대하든 그 파괴력은 가공스럽다는 얘기다.

다만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대의를 망각하고 제3당의 영향력 극대화에 집착한 정치공학적 산물이라면 연립정부든 뭐든 기대할 게 못 된다. 국민의당의 총선 승리는 ‘막장 공천’에 실망한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반 덕택이 크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경제와 안보는 보수’를 거듭 외치지만 당내 이념의 공감대가 미약하고 지역당의 한계도 안고 있다. 국민의당은 고유의 정체성 확보를 소홀히 한 채 결선투표제나 연립정부론 등 대선 현안에 매달림으로써 진정성을 의심받았다간 대선은커녕 내년 4월 재·보선에서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신문]

3. 2년여 만의 靑·언론인 대화, 소통 출발점 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언론인들과의 간담회는 2013년 7월 10일(논설실장·해설위원실장)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청와대 측은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 이후 첫 소통 행보이자 민심을 청취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권의 총선 참패 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이라 이번 간담회는 여러 모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국내외적으로 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 집권 후반기 북핵으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 위협과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 문제 등으로 국내외 안팎으로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의회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간 20대 국회에서는 과반 의석을 점한 19대 국회와 정치 상황이 판이해졌다. 여권의 국정 운영 동력이 현격하게 떨어진 상황인 것이다.

여권의 총선 참패와 대통령 지지율 급락은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도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소통 미흡이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방식 등이 단골 메뉴로 오르는 이유다.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한 국민의 반발인 것이다. 총선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국정 운영 방식과 새누리당의 수습 지연 또한 국민의 실망감을 증폭시킨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중심제의 정치구조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단합된 추진 동력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해 온 4대 개혁은 물론 정책 수행에 필요한 사소한 입법이라도 야당의 협조는 절대적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참된 소통으로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소통은 일반 국민이나 야당은 물론 당·정·청 간에도 확대돼야 한다. 언로가 막혀 장관이나 수석들조차 대통령을 면담하기 어렵다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여당은 청와대 지시에 움직이는 ‘하명식 정치’란 오명에서 벗어나야 하고 국무위원들도 받아쓰기식 행정으로 국내외 거센 파고를 극복할 수 없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당·정·청 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허심탄회하게 국가 대사를 논하는 분위기를 만들 책무가 있다. 집권 후반기 내각과 청와대 개편 같은 인적 쇄신이나 갈라진 민심 수습을 위한 국민통합 방안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야당을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국정 협력의 파트너로 삼으라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이다. 이번 언론인과의 대화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 설득과 소통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총선 표심대로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인적 쇄신을 포함한 대규모 혁신에 나선다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다. 이번 언론인들과의 대화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소통과 설득의 정치로 바뀌는 일대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4. 아이 낳을 의욕 꺾는 누리과정 예산 충돌

만 3~5세 어린이를 위한 무상보육 정책인 누리과정의 재원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4·13 총선 전에 이미 해법을 찾았어야 할 쟁점이었지만 총선 뒤로 어물쩍 넘긴 탓에 떠오를 수밖에 없는 현안이다. 청와대와 중앙정부, 여당이 한편이고, 야당과 대부분의 교육청이 다른 한편이라는 점에서 맞상대는 똑같다. 그러나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정국이 여소야대, 즉 힘의 균형이 변했다는 점만 크게 다르다. 정부가 이른바 거야(巨野) 체제에서 맞닥뜨린 첫 과제나 다름없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 측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 더 확고해졌다. 정부는 지난 22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다. 누리과정의 예산 편성을 법제화하는 조치다. 시·도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일부를 반드시 누리과정에 쓰도록 강제하도록 못박아 두는 것이다. 현재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거둔 세금 중 내국세의 20.7%를 교육청에 교육 교부금 명목으로 주면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자율 편성해 지출하고 있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예산 협의를 의무화하는 관련법 시행령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지자체를 통해 교육재정 편성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트려는 의도에서다.

야당과 일부 교육청도 변한 게 없다.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이 아닌 국가의 책임으로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 교부금의 강제 규정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광주·강원·전북 등 3개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까닭에 관할 어린이집들이 ‘외상’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보육을 넘어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1.2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한편에서는 누리과정과 별개인 듯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갖가지 저출산 극복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출산과 보육은 따로가 아닌 한 묶음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보육대란은 출산 의욕마저 꺾을 뿐이다. 이제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힘겨루기를 끝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의 장래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길 바란다. 국고든, 교육 교부금이든 결국 국민에게서 나온 예산이다.

[동아일보]

5. ‘성공보수 금지’ 大法판결, 전관예우 착수금만 높였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100억 원대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변호를 맡다가 지난달 해임된 최모 변호사가 어제 “정 대표가 ‘A 변호사에게서 항소심 재판장과 통화가 다 됐고 100% 집행유예 확답을 받았다’며 사임을 요구해 사임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최 변호사도, A 변호사도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前官) 변호사로 양쪽 다 전관 출신이 포함된 자문 변호사단까지 꾸렸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로 감형됐다. 그가 원했던 집행유예나 보석 결정을 얻지 못했으니 일단 전관예우는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 통념을 넘는 거액의 수임료가 오간 사실이 밝혀졌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서 수임료로 50억 원을 받았으나 해임되면서 성공보수로 받은 30억 원을 돌려줬다. 나머지 20억 원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역시 성공보수로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 변호사는 “30억 원을 받기 전에 착수금으로 따로 받았다”고 반박했다. 의견다툼으로 정 대표가 구치소로 찾아온 최 변호사를 폭행해 고소사건으로까지 비화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법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변호사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아무런 실효성이 없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20억 원은 논란이 되고 있으니까 차치하더라도 30억 원을 성공보수로 받은 것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모두 인정한다. 대법원 판결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약정만 하고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지불되던 성공보수가 지금은 수임료에 포함돼 수표 형태로 예탁됐다는 것 정도다. 

A 변호사는 최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정 대표에게 집행유예를 자신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A 변호사에게 들었다는 ‘재판장과의 통화’ 발언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형사사건 수임료는 많아도 통상 1억, 2억 원을 넘지 않는다. 최 변호사든 A 변호사든 실패한 전관예우이긴 하지만 전관예우를 노리고 수십억 원의 수임료가 오간 만큼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공교롭게도 어제는 법무부 장관·대한변호사협회 회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이 한결같이 법의 신뢰 추락을 개탄하며 “법조계부터 법치구현”을 다짐한 ‘법의 날’이었다.

6. 한진해운·현대상선 연명시키는 구조조정은 하나마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오늘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산업 구조조정 플랜을 공식 발표한다. 심각한 부실이 드러난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침을 밝히고 구조조정의 원칙을 언급할 것이다. 5대 취약 업종 중 해운과 조선업의 경우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주채권 은행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할 예정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 구상에는 과거에 본 듯한 익숙한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다. 산은이 기존 대주주 지분을 줄이는 감자(減資)를 실시한 뒤 새로운 자본을 충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빚이 많아 마이너스로 떨어진 순자산 가치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대신 산은이 해당 기업의 대주주가 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부실을 처리하고 구조조정하려면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은 이런 전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산은은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다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을 구조조정할 시기를 놓친 전력이 있다. 정부는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할 것”이라고 강조하겠지만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혈세를 퍼준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한국형 양적 완화’를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자칫 좀비 기업의 수명만 연장할 공산이 커질 뿐이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파산 가능성이 높은 법정관리보다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업 사태나 지역 경제의 파탄 같은 후폭풍을 회피하고 싶어서다. 그렇게 구조조정을 미룬 대가를 우리는 지금 혹독하게 치르는 중이다. 좀비 기업들이 멀쩡한 기업들과 출혈 경쟁한 결과 공멸의 지경에 이르렀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처럼 당장 도미노 도산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위기 상황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부실 기업을 모두 산은 자회사로 편입하는 식의 모르핀 처방에 그친다면 속으로 곪은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빈사 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7. ‘윤상현 복당’ 군불 때는 與, 총선 민심 외면할 참인가

20대 총선에서 윤상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직후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인천시의원 2명과 인천 남구의원 4명이 22일 인천시당의 당원자격 심사를 거쳐 모두 복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13총선 당선 뒤 이들과 함께 15일 복당 신청을 한 윤 의원의 복당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당 안팎에 무성하다. 오늘 열리는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윤 의원 등 탈당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는 윤 의원 외에 유승민 주호영 강길부 안상수 장제원 이철규 등 7명이다. 윤 의원만 친박(친박근혜)이고 나머지는 비박(비박근혜)이다. 모두 복당하면 새누리당 의석은 122석에서 129석으로 늘어 더불어민주당(123석)을 제치고 제1당의 자리를 다시 꿰차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김무성 전 대표를 겨냥한 막말 공천개입 파문을 일으킨 해당(害黨) 행위자다. 어제 ‘새누리당 혁신모임’(가칭)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해 (당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 규범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당내 세력 확장에 윤 의원이 ‘고리’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옥새 파동’을 일으킨 김 전 대표와 함께 보수층이 여당에 싸늘하게 등 돌리게 만든 책임이 무겁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윤 의원의 복당이 거론되는 것을 보니 총선 참패에도 새누리당은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비박계인 심재철 의원이 어제 윤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제외한 5명부터 먼저 복당시키자는 ‘5+2’ 방식을 제안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유 의원은 ‘개혁적 보수’ ‘수평적 당청관계’를 지향하다 박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혀 쫓겨났다는 점에서 윤 의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도 윤 의원과 유 의원의 복당을 동급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은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동반 탈락’을 주장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의원의 복당은 시도당 의결을 중앙당 최고위원회가 추인해야 가능하다. 지금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가 해체됐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지연되고 있다. 지금이 보수층의 이반(離叛)을 초래한 해당 행위자의 복당 군불이나 때고 있을 한가한 때인가. 친박 세력은 아무리 박 대통령이 그를 총애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의석을 잃었는지부터 돌이켜보기 바란다. 총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고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새누리당은 내년 대선에서 다시 매서운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8.보석 조건이 50억원…과다 수임료 의혹 철저 조사해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을 변론했던 최모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논란에 대해 서울변호사협회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정 대표가 자신의 항소심 재판을 담당했던 여성 변호사 최씨를 구치소 면회장소에서 폭행하면서 불거졌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 대표는 보석 석방을 조건으로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금조로 30억원 등 모두 50억원을 건네줬다고 한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 결정을 내리지 않자 정 대표는 최 변호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정 대표는 이후 최 변호사에게서 30억원을 돌려받은 데 이어 20억원마저 반환을 요구하면서 다툼을 벌였다. 정 대표를 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최 변호사는 “20억원은 사건 처리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20억원 중 세금을 제외한 11억원은 법률 자문 및 송사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물론 법조계 인사들조차 최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 윤리장전은 “변호사 보수는 절대로 과다해서는 안 되며, 부당한 축재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무의 공공성과 전문성에 맞게 수임료를 책정해야 하며, 성공보수를 받아선 안 된다는 의미다. 도박 사건이 최 변호사 주장처럼 10여 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간여할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는 최 변호사가 부장판사 경력을 이용해 ‘전관예우’ 차원에서 거액의 변호사 보수를 받은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그 때문에 변호사협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변호사 업계의 고질적 수임비리 전반에 대해 점검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마침 어제가 법의 날이었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한변협 회장 등이 모처럼 함께한 자리에서 ‘믿음의 법치(法治)’를 강조했다. 변협은 최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논란이 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엄중하고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9. 朴대통령 언론 이어 각계 두루 만나 민의 들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46개 중앙 언론사 편집국장들과 갖는 간담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4·13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 후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밝혀 민심 청취를 위한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원래 잡혀 있던 국무회의를 하루 연기하고 언론사 간부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으니 국민의 목소리를 다시 확인하는 기회로 삼기를 주문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언론사 간부들과 간담회를 세 차례 했고 출입기자단과 오찬도 하는 등 언론과 다각도로 소통에 나섰지만 이후 3년여 유사한 자리를 갖지 않았다. 오랜만에 언론과의 대화를 통해 민심을 듣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고 환영할 일이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이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향후 국정과제 추진 방향과 의지를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등의 불로 떠오른 해운과 조선 부문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 현안과 북핵 도발 등 안보 이슈도 국민과 언론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민심이 표로 보여준 변화 요구에 수용하는 자세와 그에 맞는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국민은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면서 정부와 여당에 야당과 대화하고 주요 정책에 협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와 국회, 여당과 야당 간에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라는 주문인 만큼 정부와 여당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민의를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언론간담회에서 이런 민심의 변화와 주위의 쓴소리를 받아들이겠다고 흔쾌히 국민에게 화답했으면 한다. 참석 언론인들도 허심탄회하게 대통령과 대화해 여론을 충실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언론계와의 간담회에 이어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측근 비서진에게선 나오기 힘든 얘기를 듣고 국정에 반영하는 진정한 소통 정치를 펼쳐야 한다. 국회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간 현실을 인정하고 야당 대표들과도 만나 각종 법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해야 한다. 1년10개월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꾸려가려면 대화와 설득에 먼저 나서기 바란다.

10. 옥시 가습기 살균제 실험조작 의혹 철저히 밝혀라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자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무책임한 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추가 의견서를 지난해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봄철 황사와 가습기 자체에서 번식한 세균 등이 폐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지난 5년간 고통을 받았던 피해자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빌어도 부족할 판에 책임을 회피하려고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니 기가 막힌다.


옥시는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려고 서울대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의뢰해 받은 실험 결과에서 불리한 내용을 빼고 제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실험보고서를 2개로 나눠달라고 요구한 뒤 자사에 유리한 것만 받아 제출했고, 질본 역학조사 결과와 내용이 유사한 KCL 보고서는 수령을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월에도 짜깁기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삶이 망가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결코 해서는 안 될 패륜을 저지른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옥시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기로 한 데 이어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37개 단체와 공동으로 어제부터 불매운동에 들어갔는데 옥시가 자초한 일이다. 옥시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검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실험 조작 여부에 대해서도 진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법적으로 책임질 사안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피해자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처럼 잘못을 축소·은폐하려고만 하면 존립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검찰은 이번주부터 사건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해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성분 안전성 검증 과정에서 조작된 것은 없었는지, 옥시 영국 본사가 내린 조치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인 만큼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주길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현경숙 칼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내가 만일 병 속에 시간을 저장할 수 있다면/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영겁이 지나갈 때까지 매일을 저장할 거예요/그 시간을 당신하고만 지내면서요." 미국 가수 짐 크로스의 히트곡 '병 속의 시간'(Time In a Bottle)의 노랫말 일부다. 애처가였던 그는 아내가 아기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이 가사를 썼다고 한다. 영원히 아내와만 지내고 싶다는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아내를 사랑하는 한국 남편들의 진담 같은(?) 좌우명들을 잠깐 보자. 인명재처(人命在妻; 남편의 목숨은 아내에게 있다), 지성감처(至誠感妻; 지극한 정성에 아내도 감동한다), 개과처선(改過妻善; 잘못을 뉘우치고 아내의 선처를 기다린다), 사필귀처(事必歸妻; 모든 일은 아내의 뜻에 따른다) 등이다. 이를 보면 아내 사랑에서 크로스는 한국 남편들을 따라오지 못할 것 같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국회의원과 아내의 공통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남편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말이 많다, 아는 체도 하지 않다가 필요하면 아양 떤다, 바빠 죽겠다고 하는데 매일 노는 것 같다, 말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등이 공통점으로 꼽혔다. 아내가 국회의원보다 나은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밥은 해 준다'이다. 국회의원이 아내보다 나은 점도 있다. '4년 마다 갈아치울 수 있다'이다. 으레 농담 속에는 뼈가 있기 마련인지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이런저런 것들을 보면 남편에게 아내는 끔찍이 사랑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갈아치우고 싶기도 한가 보다.

윤진하(연세의대)·강모열(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직장의 근무시간이 긴 아내와 함께 사는 남편일수록 우울한 증상을 보일 위험이 크다고 한다. 아내가 무직일 때 우울한 남편은 7.1%에 불과했지만, 아내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일 때 10.7%, 주 50시간 이상 60시간 미만일 때 11%, 주 60시간 이상이 되자 13%로 점차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크로스의 노래처럼 아내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남편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일까.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 같은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요즘 가계 경제가 말이 아니다. 눈덩이 가계 빚, 가장의 조기 퇴직,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전셋값, 청년 실업과 캥거루족 자녀, 저임금 아내, 고령화, 노인 빈곤 등으로 도무지 집안이 편치 않다. 가계를 짓누르는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천200조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조4천억 원의 90%에 육박하는 규모다. 온 국민이 1년 내 벌어서 가계 빚을 갚는다고 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1년 동안 늘어난 빚만 120조 원 이상이다. 가계 빚 급증은 천정부지의 전셋값이 원인이었다. 은행 문턱이 높아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도 13조6천936억 원으로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350만 명 이상이고,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이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158만 가구다. 

빚이 많은 집일수록 부채는 더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한다. 가계부채는 부동산경기가 나빠지면 금융권 위기로 파급돼 한국 경제를 좌초시킬 수 있는 '뇌관'이 될 정도로 위험 수위다. 2~3년 뒤에는 가계부채로 인한 내수 위축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다 사상 최고 수준인 12%를 넘는 청년 실업률, 비정규직 청년들은 가정 내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될 조짐마저 보인다. 집값은 수억 원에 이르는 데 비해 소득 감소로 인해 집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20~30대는 부모에게서 얼른 집을 물려받길 원한다고 한다. 평생 일군 재산이라고 해야 집 한 칸이 전부여서 집에 큰 애착을 가진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 세대는 부모의 집을 팔아 사업 밑천이나 생활비로 삼고 싶어 한다고 한다. 

가계가 어렵다 보니 아내들이 집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아내들의 긴 근무시간은 생활고의 또 다른 얼굴이고, 남편들의 우울은 팍팍한 가정 경제의 결과물일 것이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저성장으로 인해 항시적으로 발생하는 고용불안, 청년 실업, 양극화 등이 가져온 가정 경제의 주름살로 남편들의 가슴은 무겁고, 아내의 부재는 여기에 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윤 교수팀은 근무시간이 일하는 당사자의 육체, 정신적 피로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겨울이 매서웠던 만큼 볕이 기꺼운 봄이 왔건만, 이 땅의 가장과 아내의 마음은 무겁다. 우울증에는 햇볕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한다. 햇빛은 만인에 공평할 뿐 아니라 돈 없이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사계절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태국에는 실제로 우울증 환자가 별로 없다고 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민이 낙천적이고 명랑한 것은 일조량이 많은 이 나라의 기후, 지리와 무관하지 않다. 햇볕을 받으면 나쁜 균이 죽듯 봄에는 범죄도 감소한다고 한다. 

우울한 남편과 일하느라 지친 아내들이여, 무작정 봄볕으로 들어가 보자. 찌든 삶으로 인한 우울과 마음의 병이 봄빛에 녹고 삶을 이어갈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먹고살기 바빠 봄이 오는지 가는지조차 느낄 새 없는 부부들이 염려된다. 고용 한파 속에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 500만 명 이상이고, 이들 밑에서 일하는 무급 가족 종사자가 6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폐업 직전의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하니 봄이 왔으되 봄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과 아내가 많을 것 같다.

2. [서울신문][기고] 당신이 몰랐던 동물성 단백질의 진실/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지난해 소시지를 둘러싼 발암 논란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다.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는 게 연구의 골자다. 이어 붉은 육류의 섭취도 발암 가능성이 있다며 발암물질 2A군으로 분류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소시지와 육류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나 담배만큼이나 나쁘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육류 섭취가 질병의 원인’이라는 식의 낙인을 찍은 셈이다.

사실 이번에 발암 위험성이 부각된 주된 대상은 가공육이다. 가공육은 가공 과정에서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가고 신선육과는 달리 가공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발암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 더욱이 이번 WHO 발표문을 보면 가공육 소비가 개인에게 미치는 대장암 발생 위험은 작으나 섭취량이 많아지면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육류 섭취는 해롭기만 한 것일까. 단백질은 체내에서 신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을 만드는 주요 재료이고, 면역물질을 만드는 데도 필수적인 영양소다. 이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 또한 적절한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는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국내 노년층에서 가장 많이 사망하는 질병 중 하나가 바로 뇌졸중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뇌혈관의 주요 구성물질 중 하나가 단백질이기 때문인데 단백질 섭취 감소로 뇌혈관이 약화되면서 혈류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터져 버릴 수 있다. 일 년간 한국인 평균 육류 섭취량은 40㎏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인보다 고기를 2배 이상 섭취하는 유럽의 경우 뇌졸중 발생률이 더 낮았다고 보고됐다.

또한 세계적인 장수 국가인 일본에서 5만여명의 일본인 남녀를 장기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0g 이내의 육류 섭취는 심혈관질환 사망률과 뇌졸중 사망률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와 유사한 식단과 생활습관을 가진 일본인에서의 결과이므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한국인의 경우 국이나 찌개 중심의 밥상으로 인한 나트륨 과다 섭취와 고탄수화물식이 뇌졸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국내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은 고탄수화물, 고나트륨 식사를 줄임과 동시에 지방이 적은 육류와 생선 등 단백질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최고의 밥상은 ‘균형 잡힌 식단’이다. 고콜레스테롤·고지방이 걱정된다고 육류 섭취를 결코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양질의 단백질을 육류로만 섭취하기 힘들다면 콩이나 두부를 같이 먹는 게 좋다. 또한 육류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부적절한 조리법에 기인하므로 직화구이가 아닌 삶거나 프라이팬에 구워 먹도록 한다. 적정 육류 섭취량(137.3g)을 준수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식습관이다. 양질의 고단백 식품을 통해 우리 건강을 지키도록 하자.

3. [서울신문][시론] 대학로 호객행위, 단속이 능사인가/최윤우 연극평론가·‘연극in’ 편집장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흔히 대학로라고 불리는 이곳은 공연예술의 중심지다. 반경 2.5㎞ 내에 170여개 공연장이 밀집해 있고, 연간 1200여편이 넘는 공연이 올라간다.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인프라를 자랑한다.

그런데 요즘 대학로와 관련된 뉴스에는 공연보다 ‘호객행위’라는 단어가 더 많이 등장한다. 대학로 호객행위 문제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대학로가 공연장 밀집 지역으로 형성된 이후 지속해서 거론된 잠재적 이슈였다. 다만, 최근 혜화경찰서를 비롯해 종로구, 대학로파출소, 공연예술계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호객행위 단속을 강화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몇몇 공연 제작사들이 ‘생존권 위협’이라는 자극적 문구를 들고나오면서부터 관심이 뜨거워졌다. 급기야 호객행위로 단속을 받은 이들이 혜화경찰서 앞에서 시위하기에 이르렀고, 언론매체는 앞다투어 대학로 호객행위 현실을 기사화했다.

몇몇 곳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호객행위의 정당성을 피력한다. 마치 거대 집단이 소집단의 적극적이고 일반적인, 혹은 어려운 삶을 타파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방해한다는 논조다. 서로 간의 협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사실관계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이야기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호객행위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간과한 데서 비롯된다.

호객행위는 그 자체가 불법이다. 불법 행위에 논리적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없는 일이다. 불편하고 힘들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눈감고 넘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불법적인 행위 역시 어떤 연유가 있을 것이니 큰 피해가 아니라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호객행위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불법 호객은 관객들의 공연 선택권을 침해하고, 대학로를 불편한 공간으로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수준을 담보한 공연은 호객행위 없이도 관객이 알아서 찾는다. 호객행위를 하는 공연은 반대의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또 호객꾼에게 이끌려 공연을 본 이들은 공연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작품성이 떨어지는 공연을 본 이들은 다시는 대학로 공연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호객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대학로에 대한 관객들의 오해와 공연예술의 수준에 대한 왜곡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호객’이라는 불법적 행위는 정상적인 공연 질서를 저해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정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그간 공연예술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통해 공연법 개정을 촉구해 왔다. 다만, 공연법 내 호객행위 금지 조항의 신설 등이 자칫 공연의 행위 및 홍보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가능한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시 문화지구 조례 개정이다. 서울시는 대학로를 2004년 5월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말 그대로 문화지구는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공간이다. 대학로가 공연예술 밀집 지역이자 공연예술의 중심지로서의 역할과 기능할 것을 서울시가 기대한다면 서울시가 문화지구 조례를 개정해 대학로 현실에 맞는 호객행위 근절 방안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2014년 종로구는 ‘대학로 관리지구 계획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계획안에는 노점상 및 호객행위 전면금지 구역을 운영하고 단계별로 확산하는 내용이 있다. 호객행위 등에 과태료 부과를 위해 지역문화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법 개정 후 호객행위 단속을 위한 단속팀 운영 등 다양한 제안이 들어 있었다. 아울러 소규모 공연 제작사를 위한 공동 마케팅 방안, 연극홍보 도우미 활동 등도 담겨 있다. 이런 내용을 이미 만들어 놓고도 실행하지 않은 배경은 모르겠다. 하지만 호객행위 근절 방향은 명확히 잡은 듯하다.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한다면 대학로 호객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설 수도 있다.

4. [동아일보][횡설수설/이진]맑은 날 미세먼지

지난 주말 야외활동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날씨만 보면 토요일인 23일과 일요일인 24일은 천양지차였다. 23일은 주변이 온통 뿌옇게 보여 미세먼지 탓하는 사람이 많았다. 24일에는 시정(視程)이 6∼20km로 탁 트여 미세먼지가 하루 만에 물러갔다는 환호가 나올 정도였다. 서울의 한 하프마라톤 대회에서는 1만여 명이 달렸고 대구에선 시민 생명축제가 열려 4000여 명이 자전거 타기 등 봄날을 즐겼다.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23, 24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상당히 나빴다. 입자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미세먼지(PM10)의 하루 평균 농도가 m³당 81∼15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면 나쁨, 151μg 이상이면 매우 나쁨 판정을 내린다. 23일은 16개 시도 중 13개 시도가 하루 평균 151μg을 넘어 매우 나빴고, 24일에도 8개 시도가 매우 나쁨이었다.

입자 지름이 2.5μm 이하로 작은 초미세먼지(PM2.5)가 많으면 주위는 흐릿해진다.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아 빛의 산란효과는 더 크기 때문이다. 23일에는 황사가 몰고 온 흙먼지에 안개가 끼어 시정이 나빴다. 24일에는 안개가 가신 데다 습도까지 10%대로 내려가 ‘맑은 황사’가 연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주말에 초미세먼지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일반인의 상식을 깨는 설명이다.

평균 300μg의 미세먼지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가 발령돼 차량 운행 제한, 조업 단축 등의 조치를 내린다. 서울 강남구는 23일 오후 9시부터 24일 오전 4시까지 300μg을 넘었고 한때 479μg까지 치솟았다. 이 상태에서 1시간 있으면 담배 연기가 가득 찬 방에서 4시간 정도 숨쉬는 것과 같다고 한다. 미세먼지나 담배 연기 모두 1급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서울은 경보가 나올 일이 거의 없다. 환경부가 경보 기준을 적용하는 전국 39개 권역 중 서울은 전체가 1개 권역이다. 서울에 경보가 발령된다면 호흡기 피해자가 상당수 나온 다음일 듯하다.

5. [동아일보][이라의 한국 블로그]결혼식 하객에 깜짝 놀란 미국인 老부부

오래 알고 지내던 미국인 노부부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구경과 함께 며칠 동안 같이 다니면서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에 적어 준비했다. 그중 재미있어 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정은 고전미술관, 조카 결혼식, 전통시장, 탄천공원 방문이었고, 내가 직접 함께 다니며 소개해 주었다.

공원에서 보낸 시간은 그 나름으로 즐거웠다. 한쪽에서 흥겹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재미있는 행사를 하나 가 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 ‘버스킹’이라 불리는 1인 공연을 하는 분이 이웃돕기 모금 활동 삼아 노래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는 친절하게도 신청곡을 받고 ‘Sweet Caroline’이라는 신나는 팝송을 불러 주었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두 내외가 바로 일어나 손을 마주 잡고 흥겹게 춤을 추셨다. 고희가 지난 연세에 한 분은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아 행동이 부자유스러웠지만 너무나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벤치에 둘러앉아 구경하던 관객들 중 한두 분이 일어나 같이 합류할 것 같더니 쑥스러운 듯 슬며시 다시 앉았다. 감정 표현이 빠르고 자연스러운 미국인들과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한국인들이 갖는 문화 차이인가 싶었다. ‘남편이나 아이들과 서로 애정 표현을 자주 하며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가끔은 눈에 보이는 것이 마음속에 감춰져 있는 것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구나 싶었다. 

장조카 결혼식에도 함께 갔다. 한국의 결혼식이 어떤지 보여주고 싶었다. 결혼식장 건너편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하던 중 꽃집 트럭에서 축하화환을 내리고 있었다. “무슨 꽃이냐”는 물음에 “각종 행사나 결혼식 때 축하하는 의미로 보내주는 화환”이라고 하니 아주 신기해했다. 미국에선 큰 사이즈의 화환보다는 대개 집 화병에 꽂아둘 수 있는 정도의 꽃다발을 많이 쓴단다. 

3층 엘리베이터 문을 나서자 하객으로 가득한 로비가 나왔다. 또 하나의 경이로운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와∼, 이 사람들이 모두 결혼식을 축하해 주러 온 손님이야?”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참석한 결혼식을 처음 본다고 했다. “여러 커플이 같은 건물 내에서 결혼하는 날이라서 그렇다”는 설명에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았다. 자기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에 열심히 두리번거린다. 한복을 입은 시어머니랑 사진 여러 장도 찍고 신부대기실에 들어가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신부와 같이 사진도 찍었다. 조금 있다가 슬며시 오시더니 신부와 찍은 사진을 미국 가족에게 보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워낙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그 나름의 문화나 종교, 관습들을 따라 여러 형태의 결혼식이 있지만 한국에서 보낸 이번 봄 여행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몽골에서는 결혼식을 주로 늦여름이나 가을에 많이 한다. 5월이 다 되어가는 며칠 전에도 눈이 내린 사진을 받을 정도로 몽골의 4, 5월은 아직 추운 계절이다. 몽골의 4월은 한국의 늦겨울 정도 날씨라 결혼식은 따뜻한 여름이 와서 초원이 초록색으로 변한 이후 7월부터나 시작된다. 도시의 결혼식 모습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지만 울란바토르 시내에 결혼식장이 하나밖에 없어서 이른바 ‘손이 없는 좋은 날’에는 오전 4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결혼식이 이어진다. 결혼식장에서 식이 끝나면 바로 식당이나 별도로 준비한 곳에 가서 어른들 덕담을 듣는다. 그리고 식사와 함께 축하 공연, 친척과 친구들의 축하 노래, 선물 전달식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진다. 지방에서는 전통의상 차림으로, 그 지방의 격식에 맞게 전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카자흐스탄 등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그들만의 특별한 결혼식이 열린다.

올해 만 스무 살이 된 아들이 여자친구와 식사를 한번 같이하자고 한다. 요즘은 ‘만난 지 1년도 안 된’ 아들 여자친구와도 밥을 같이 먹나 보다.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싶기도 하고. 이 아이가 더 커서 장래의 어느 날 예쁘고 참한 아가씨를 데리고 오면 4년 전 딸아이 결혼식에 이어 두 번째 결혼식을 치른다. 첫 번째는 한국식으로 치렀으니 둘째 아이 결혼식은 계획을 잘 세워 한국식, 미국식, 그리고 몽골식의 예쁜 부분만을 골라 ‘국제식’으로 치러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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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26일 신문 브리핑 #

"비난(Criticize), 비평(Condemn), 불평(Complain)을 자주 언급하는 사람과 사귀면 불행을 당하기 쉽지만 반대로 항상 감사하는 사람과 사귀면 만사가 행복하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UN 안전보장이사회가 24일(현지시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언론 성명을 별도 회의 없이 15개 이사국의 전원 동의로 채택함
- 북한의 SLBM 발사와 관련해 UN 안보리가 공식 문서를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임


<< 경제 일반 >>
1. 해운 경기 악화로 경영난에 빠진 한진해운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재 출연 약속이 없는 상태에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신청서를 25일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함
- 이에 대해 산은 등 채권단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개시에 필수적인 운영 자금 부족분 조달 계획이 미흡한 점을 들어 구체적인 자구안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함

2.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서 해운동맹 유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음
- 글로벌 해운동맹의 재편 과정에서 양대 국적선사가 소외되면 국내 해운업이 붕괴해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임

3. 서울대가 관악구 낙성대로에 있는 5만8000㎡ 규모의 서울과학전시관 일대를 종합 연구개발(R&D)단지로 조성함
- 의과대학과 병원이 있는 연건(대학로)캠퍼스는 바이오·메디컬, 2018년 완공 예정인 경기 시흥(배곧)캠퍼스는 기계공학 연구단지로 꾸미는 등 3각 산·학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함


<< 금융/부동산 >>
1.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초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 인가 개선 및 운영 방안’을 발표하기로 함
-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내 한 개 운용사만 두도록 하는 기존 인가 정책을 손질해 액티브, 패시브, 헤지펀드, 연금 등 분야별로 복수 계열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여러 자산운용사를 거느린 자산운용 금융그룹이 탄생할 전망임

2. 한진해운이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한 여파로 이 회사 채권 가격이 액면가(1만원)의 40%선까지 폭락하고, 거래량은 평소 두 배로 증가함
- 2013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의 회사채 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 논란에 힘입어 투자 원금을 거의 돌려받은 것과 비슷한 상황 전개를 기대하고 투기적인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이지만, 한진해운과 동양 계열사들의 사정이 판이하게 달라 ‘위험천만한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나옴

3.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재원 확보를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자본 확충을 추진하기로 함
- 한국은행을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각각 1조원가량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짐

4.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부지가 올해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하림그룹에 매각될 전망임
- 인수금액은 지난 1월 9차 유찰된 공매 최저가인 4525억원으로, 하림 측이 계약금 10%를 낸 뒤 나머지 금액은 계약 한 달 이내에 조달하기로 함

5.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전시·컨벤션, 스포츠, 공연·엔터테인먼트, 수변 문화여가 공간이 어우러진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중심지로 조성하는 내용의 종합계획을 25일 확정해 발표함
- 총 사업비는 2조8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1조원은 현대자동차가 낸 옛 한국전력 부지 공공기여금으로, 나머지는 민간 투자로 충당함


<< 국제 >>
1. 중국의 가계와 기업, 정부가 안고 있는 빚을 모두 더한 순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37%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주장함
- FT는 “자체 계산 결과 지난 3월 중국의 대내외 순부채는 163조위안(약 2경8760조원)에 달했다”며 “중국이 ‘미국식 금융위기’ 또는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져들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함

2. 지난주 뉴욕 경선 승리에 이어 26일 예정된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코네티컷 등 5개주 경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가 예상되자 공화당 내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와 존 케이식 후보가 전격적으로 트럼프 대선후보 지명 저지를 위한 반(反)트럼프 연대를 구축함
- 경쟁 후보들뿐만 아니라 공화당 최대 후원자이자 돈줄인 억만장자 석유 재벌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조차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지지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자산운용사
- 채권과 주식을 매매하고 펀드를 관리하는 펀드매니저가 있는 회사.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며, 펀드의 운용 상태를 정기적으로 투자자에게 공개하거나 보내줌. 보통 펀드의 투자 수익률은 자산운용사에 달려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어디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함
- 출처 : 시사경제용어사전, 2010. 11., 대한민국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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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5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北 핵실험 하면 할수록 파멸만 재촉할 뿐

북한이 언제든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할 준비를 갖췄다고 한다. 이르면 북한군 창건일인 오늘이나 늦어도 제7차 당대회가 예정된 다음달 초를 전후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가 떨어지기만 하면 5차 핵실험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보 당국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해 왔으며 최근 들어 새로운 핵실험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례없이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도 5차 핵실험을 감행하려는 북한의 만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북한의 무모함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최근 들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쏴대는가 하면 핵탄두부터 대기권재진입체까지 죄다 공개하며 핵과 미사일 능력을 자화자찬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제도 또다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기습 발사하지 않았는가. 이 모든 게 “핵 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김 제1위원장의 무모한 지시에 따른 것이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당과 군의 핵심 기관들이 그의 지시를 관철하는 데에만 매달리고 있을 뿐 주민들의 피폐한 삶에 대한 고민은 안 보인다.

무리수를 두다 보니 실패도 잇따른다. 지난 3월 18일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얼마 날지도 못하고 공중 폭발했는가 하면 지난 15일 처음 발사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또한 몇 초 만에 폭발해 발사 인력 등이 그 자리에서 폭사(爆死)했다. 그제 발사한 SLBM은 최소 비행거리인 300㎞에 크게 못 미치는 30㎞를 날아가는 데 그쳤다고 한다. 김 제1위원장이 지켜본 탓에 북한은 ‘대성공’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전력화까지는 3~4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북한은 이처럼 핵 위협 극대화를 위해 총력적으로 핵 투발수단 다양화에 매달리고 있다.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그제 AP통신과의 회견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중지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핵실험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그는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고 위협한 바 있다. 애당초 성격이 달라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는 한·미 군사훈련과 핵실험을 연계한 이번 발언도 핵실험 중단에 방점이 찍혔다기보다는 5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 공산이 크다.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준비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5차 핵실험은 북한 정권의 재앙이 될 것이다.

이미 한·미·일 3국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5차 핵실험 이후의 추가 제재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북 원유수출 완전 차단, 고려항공 영공통과 금지, 북한 근로자들의 대북 송금 차단 등이 추가 제재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차 핵실험에 따른 제재로 북한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번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출 사실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 김 제1위원장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재촉하지 않길 바란다.

2. 폐 손상이 황사 때문이라는 뻔뻔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의 최대 책임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고 나면 더 커지고 있다. 사망자의 70%가 사용한 제품을 만든 책임이 밝혀졌는데도 무성의한 발뺌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이제라도 피해 수습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도 시원찮을 판에 피해자들의 폐 손상이 황사 때문일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의 본격 수사로 꼼짝없이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 닥치자 대형 로펌인 김앤장의 도움을 받아 이런 의견서를 새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매를 번다”며 격분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옥시의 무책임한 처사에 국내 소비자들은 온라인 불매 운동을 펼칠 조짐이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지 며칠 전에도 옥시는 무성의하기 짝이 없는 이메일 사과문을 내놨다. 그러면서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은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고 검찰 수사에 물타기를 하려는 꼼수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옥시는 문제의 제품과 인체 피해의 연관성을 실험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도 파렴치한 술수를 부린 의혹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연구용역을 조작하게 뒷돈을 줬다는 의심을 받는 데다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연구 결과는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검찰은 영국 본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전·현직 임원을 소환할 방침이다. 정화조 청소용으로 쓰는 화학물질이 소비자의 생명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돈벌이만 생각했던 기업이라면 어떤 사정에서라도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 당국의 대응과 수습 태도에도 각성이 필요하다. 다국적 기업 옥시의 오만하고 몰염치한 태도가 그동안 우리 당국이 일관해 온 소심하고 수세적인 대처 탓과 무관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정부한테도 크다는 사실을 국민이 잘 알고 있다. 문제의 제품들을 오랫동안 사용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심각하다. 폐 말고 만성 비염,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도 살균제 탓이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피해 사례를 추가로 접수하기로 했다. 폐질환 이외의 추가 피해 여부를 따져 피해 진단 기준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집단 불안증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

3. 마지막 임시국회 면피성 법안 처리 안 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어제 만났다. 3당 원내대표는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민생·경제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무쟁점 법안도 우선 처리한다’는 합의문도 내놓았다. 합의문에는 ‘19대 국회가 마지막 임기까지 최선을 다하여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로 가능한 입법을 최대한 실천하겠다’는 구절도 들어 있다. 임기 내내 정쟁만 일삼고 민생 현안은 내팽개치다시피 했던 제19대 국회가 마치 회개한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가 개회하고 사흘이나 지나 법안 처리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순서가 뒤바뀐 일이다. 총선 민심이 ‘경제 살리기’에 있다고 입을 모은 3당이었으니 임시국회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임시국회에 임하는 3당의 자세에선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적극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최소한의 제스처로 욕이나 먹지 말자는 이심전심만 보인다.

3당 원내대표는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은 합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규제프리존특별법에는 의견이 상당 부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특화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고 세제에서도 혜택을 주는 내용으로, 투자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전국 14개 시·도가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냈을 만큼 지역 공통 현안이다. 야당이라고 큰 틀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 여기에 상임위 심의를 거쳐 법사위에 넘겨진 93개에 법안 가운데 상당수는 무쟁점 법안이다. 일회용 주사기의 재사용을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신해철법’으로도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 개정안,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야가 정쟁을 벌이느라 처리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고 업적이라고 내세운다면 낯부끄러운 일이다.

4월 임시국회는 3당 원내대표의 합의문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합의문 내용의 이행에 그친다면 제19대 국회에는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그저 무쟁점 법안을 통과시키는 절차가 남아 있을 뿐이 아닌가. 한 달 남짓이면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될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여당의 개혁 법안 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법안들이 국회에서 정쟁이 아닌 경제 효과 차원에서 치열하게 논의가 오가는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각 당의 관점이 구체적으로 제시됐을 때 제20대 국회도 시간 낭비 없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데일리]

4. 거듭되는 열차사고 안전불감증 걱정된다

전남 여수에서 22일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 기관사가 숨지고 승객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기관차와 객차 4량이 탈선했고 사고 구간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기관사가 선로 변경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 운행을 한 데 따른 전형적인 인재임에는 틀림없다. 다행히 새벽시간대여서 탑승 승객이 27명에 불과해 사상자가 많지 않았지만 자칫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뻔 했다. 

지난달 11일 경부선 신탄진역 부근에서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열차사고가 난 것은 코레일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고 지점은 상행선으로 달리다 다시 하행선으로 바뀌는 곡선 구간으로 기관사가 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줄여야 하는데도 127㎞로 달렸다고 한다. 기관사가 소중한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마치 곡예 운전하듯 하니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관사 교육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코레일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국토교통부 역시 코레일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탈선사고가 최근 잇따른 데에는 최고경영자 공백에 따른 코레일 전체 조직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최연혜 전임 사장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물러난 후 사령탑 부재에 따른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기강해이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안전을 챙기는 막중한 자리를 걷어차고 금배지를 달기 위해 사퇴하는 모습도 볼썽사납지만 최고경영자 공백에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코레일의 위기관리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2년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정부당국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그러나 탈선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구호만 요란했을 뿐 바뀐 것은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예다. 이번 열차사고도 기관사가 안전관리 매뉴얼만 철저히 지켰어도 예방할 수 있었다. 코레일은 해이해진 조직 기강을 하루빨리 바로잡아 안전관리 체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5. 흡연 경고그림 담뱃갑 상단에 둬야

정부의 ‘흡연 경고그림 담뱃갑 상단 배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본회의를 열어 흡연 폐해 경고그림 위치를 담뱃갑 상단으로 규정한 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 조항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가 받아들여지면 경고그림 위치는 담배회사 자율에 맡겨진다.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정부 방침에 반대해 온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규개위 권고는 재고돼야 한다. 경고그림 부착은 흡연자에게 혐오감과 경각심을 주어 금연을 유도하려는 의도에서다. 효과를 높이려면 경고그림이 눈에 잘 띄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 하단에 두면 경고그림이 진열대에 가려져 효과가 반감될 게 뻔하다. 규개위 권고는 담배회사의 반발을 의식한 눈치 보기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규개위는 ‘경고그림 상단 배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상단 배치의 효과가 좋다는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경고그림을 도입한 80개국 중 51개국, 63.8%가 상단 배치를 명시했다. 올해 새로 도입하는 21개국 중 18개국도 상단에 넣기로 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경고그림을 위쪽에 두는 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43.1%(2014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국민 건강과 흡연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금연은 중요한 정책 과제다. 금연정책은 담뱃값을 올리는 가격통제 위주였다. 하지만 지난해 담뱃갑을 2000원이나 올렸지만 담배 세수가 전년보다 3조5608억 원이나 늘어난 데서 보듯 가격 정책은 한계가 있다.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OECD 평균(29%) 수준으로 낮추려면 비가격 정책이 중요하다. 경고그림 도입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관련 법안이 첫 발의된 2002년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해 경고그림의 상단 배치를 관철시키길 바란다. 현재 담뱃갑 면적의 50% 이상인 경고그림 넓이를 캐나다(75%), 호주(95%)처럼 더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한겨레]

6. 검찰과 법원의 '좌익효수' 감싸기

‘좌익효수’란 아이디로 인터넷에 악성 댓글 등을 단 국가정보원 직원 유아무개(42)씨에게 최근 법원은 모욕 혐의만 인정하고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익명으로 몰래 쏟아낸 각종 악성·저질 정치개입 발언의 ‘죄상’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판결이다. 그런데 법원의 ‘면죄부 판결’ 뒤에는 검찰의 ‘봐주기 기소’가 있었다. 검찰과 법원이 힘을 합쳐 국정원 직원의 명백한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해 11월 유씨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애초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이 발견한 유씨의 선거 개입 게시물 등 수백개의 글을 제외한 채 10개의 글만 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수사팀은 유씨가 2011~2012년에 당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비난하는 글을 비롯해 선거 개입 게시물과 댓글을 수백건이나 올린 것을 파악하고 상세한 수사기록까지 남겼으나, 정작 기소 단계에서는 이런 혐의가 모두 빠져버렸다.

검찰은 애초부터 유씨 비호에 급급했다. 유씨한테서 입에 담지 못할 수치스러운 모욕을 당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씨가 고소장을 냈는데도 검찰은 2년간이나 수사를 질질 끌었다. 검찰이 좌익효수의 신원확인조차 하지 않던 사이에 이씨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패소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검찰은 이미 유씨의 범죄행각을 속속들이 알면서도 뭉그적댔고, 마지못해 기소하면서도 중대한 범죄혐의를 모두 빼버린 것이다. 이러고도 검찰이 법과 정의를 외칠 수 있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검찰의 알맹이 없는 ‘축소 기소’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법원의 면죄부 판결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판결문에서 “유씨가 선거와 관계없이 매우 저속하고 과격한 표현으로 비방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으니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 다른 사건과 비교해볼 때 형평성도 없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글을 올린 서울시 공무원이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등에 대해 법원은 어김없이 유죄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여권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좌익효수 엉터리 기소 사실이 드러난 이상 관련자들과 검찰 지휘라인에 대한 철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또 검찰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마땅히 추가 기소를 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의 국정원 감싸기는 법치주의의 기본을 뒤흔들고 사법기관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위다. 

[중앙일보]

7. 대주주도 구조조정의 고통을 분담하라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면서다. 새누리당은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는 “정부가 청사진을 그려주면 협력할 것은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통령과 정부, 여야 국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구조개혁의 청사진을 함께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 차가 적지 않다. 실업자 대책, 고통 분담, 국민 세금 지원 등 합의가 어렵거나 정치력을 동원해 풀어내야 할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이걸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구조조정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그 시금석이 해운업종이다. 해운업은 조선업과 함께 세계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은 줄고 용선료 부담은 늘었다. 빚을 빚으로 갚는 악순환이 8년째 이어져 왔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부채는 각각 4조8000억원,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지난 주말 이사회를 열어 자율협약 신청을 의결했다.

자율협약이란 채권 금융회사들이 빚 상환을 연기해 주면서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절차다. 보통은 부실기업 측이 경영권 포기각서와 사재 출연 등 자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과 물밑 조율을 거친다. 한진해운은 그러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전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일각에선 사재 출연 압박 등을 피하기 위해 한진 측이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 측은 “사전에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고 진정성 있는 자구 노력을 보여준 현대상선과 비교된다”고 꼬집었다. 현대상선 현정은 회장은 지난달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대주주 일가의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두 딸과 함께 보유 중인 한진해운 주식 97만 주(약 27억원)를 자율협약 발표 하루 전인 21일까지 모두 팔아치웠다. “원래 계획된 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한진해운 주가는 자율협약 신청 사실이 알려진 22일 하루에만 7.5% 급락했다. 가뜩이나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타계한 뒤 경영권을 맡아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 당국이 내부자 거래 여부를 조사 중이라니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하필 민감한 시기에 그래야 했는지 의문이다. 제일 먼저 배를 버린 난파선 선장과 뭐가 다른가.

구조조정은 진검 승부다. 피가 튀고 뼈가 부서지는 고통이 따른다. 노동자는 해직의 숙명을 강요받는다. 조선업 구조조정에만 최소 2만여 명의 실직자가 쏟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고 국민 혈세도 투입된다. 대주주가 열과 성을 다해도 노동자의 눈물을 다 닦아주기는 어렵다. 하물며 한진처럼 대주주부터 나몰라라 해서야 어떻게 노조에 희생과 양보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여·야·정 협의로 어렵게 싹튼 구조조정의 불씨가 맥없이 사그라질까 걱정이다.

8. 북한 핵포기·국제사회와의 공존만이 살길이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5차 핵실험 강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지난 주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기습적으로 실시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핵 공격 역량을 갖췄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이 지난달 15일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탄두 폭발 실험을 함께 지시한 사실을 고려할 때 5차 핵실험도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이 발사하는 SLBM은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북한이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 게다가 SLBM이 수면 위에서 캡슐을 벗은 뒤 점화돼 공중으로 치솟는 콜드론치(cold launch) 기술 등이 지난해 12월 시험발사 때에 비해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전 배치 시기를 향후 2~3년 안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핵무기가 북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최후 수단이라는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아시아 핵무장 도미노를 초래할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를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한·미·일 3국은 이미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욱 강력한 제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과거처럼 유명무실하게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서둘러 깨는 게 좋다. 정부도 국제공조를 더욱 긴밀히 해 빈틈없는 대북제재를 이끌어야 한다.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핵 포기, 국제사회와의 공존만이 살길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북한에 보내야 한다. 이란과 쿠바와의 관계 진전에서 보듯, 핵을 포기한 북한에 대해 미국이 결코 적대적일 이유가 없음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서 대화 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가장 크고 효과적인 무기다.

[한겨레]

9. 혐오 앞세운 ‘극우 기독교’ 정치화, 위험하다

차별과 혐오를 공공연히 내건 기독교 정당 두 곳이 20대 총선에서 3%가 넘는 득표율을 올렸다. 당이 갈라지지 않았다면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을 보내는 일이 현실화할 뻔했다. 동성애와 이슬람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 기독교 정당이 활개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상식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23일치 <한겨레> 토요판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기독자유당 후원회장을 맡은 서울시내 대형교회 목사는 총선이 끝난 뒤 신도들 앞에서 “4년 후엔 3~4배로 커져서 원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독자유당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반기독교 악법 저지 1000만 기독교 서명운동’을 벌이며 위세를 키워가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극우 기독교의 정치세력화에 보수 개신교계가 조직적으로 힘을 실었다는 사실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개신교 주요 기관이 기독자유당을 지지하고 대형교회 목사들도 가세했다. 극우 기독교 운동은 이번 총선에 앞서서도 우리 사회의 전진을 가로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 2007년 이후 성별·장애·종교·지역·인종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됐으나 보수 기독교의 조직적 반대로 무산됐다.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한 ‘서울시민 인권선언’이 성소수자 차별 금지 내용이 빌미가 돼 좌초한 데도 보수 기독교의 반대운동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소수자 차별과 약자 혐오는 박애와 관용을 가르치는 기독교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부 기독교 세력의 이런 위험한 질주를 막으려면 기독교계 전체가 각성해 참다운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가는 자정운동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 인권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민주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특히 차별금지법을 하루빨리 제정해 반인권적 혐오세력이 발붙일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경향신문]

10.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모녀의 수상한 주식 매각

한진해운 전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두 딸이 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 결정 직전에 보유하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매각량은 전체 주식의 0.39%인 96만여주로, 시가로 치면 31억원 규모이다. 최 회장 일가의 주식 매각이 완료된 이튿날 한진해운 이사회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 신청을 결의했다. 한진 측은 최 회장의 주식 매각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2015년 유수홀딩스에서 한진해운을 떼낼 때 보유 지분 매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상태”라며 “계획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석연치 않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한진해운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자율협약 신청 등 고강도 자구책을 촉구한 게 지난달 말이다. 특수관계인인 최 회장 일가가 이런 움직임을 모를 리 없다. 자율협약은 대주주의 경영권 포기를 통한 본격적 채무 재조정을 의미한다. 결정이 내려지면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함께 대주주가 갖고 있는 주식은 감자 조치된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숨진 이후 경영권을 맡았지만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부실을 키웠다. 2013년에는 영업적자가 3000억원이 넘어 마른 수건을 짜내던 시절임에도 거액의 보수를 받고 퇴직금 산정 기준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돈을 빼갔다. 한진그룹에 한진해운을 넘긴 뒤에는 외식업에도 진출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상황이다. 경영부실을 초래한 장본인이 부실 책임은커녕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활동하고, 마지막 남은 사익까지 챙겨가는 모습에 허탈감마저 든다. ‘수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시장법은 내부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 회장 일가의 지분 처분 경위와 주가 변동 내용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해운사 대주주나 채권단의 늑장 구조조정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 문제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해운사들은 매년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거액의 회사채를 판매했다.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투자자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동양그룹이 기업어음을 불완전 판매해 거액의 손실을 떠넘긴 사례는 기억에도 새롭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 [법과 시장]결혼유지가 최선의 노후대비다

바야흐로 '노후대비' 열풍시대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연도인 1955년생이 올해 62세, 종료연도인 1964년생이 올해 53세. 베이비붐세대가 900만명이라고 하니 어림잡아 한국인구 5천만명의 1/5.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퇴직한 후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중이거나 이미 퇴직해 새로운 소득원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그러니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전국민적 관심사요, 각종 노후대비용 보험, 연금, 투자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질 수밖에.
그런데 노후대비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황혼이혼이 퇴직 후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다. 보통 결혼기간 20년 이상의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황혼이혼으로 분류하는데, 2015년 통계에 의하면 2015년 11만5510건의 이혼사건 중 결혼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가 28.7%를 차지했다. 황혼이혼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다.

문제는 황혼이혼이 노후생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2014년 대법원이 퇴직금과 연금도 이혼시 재산분할대상이 된다고 판결한 후 공무원 연금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공무원 이혼시 배우자의 분할연금수급권이 적용되며 앞으로 다른 연금법들도 점차 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혼하면 쪽박찬다'는 얘기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사례를 보자.

올해 50세인 A씨는 20년간 공무원생활을 해 65세부터 월 16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현재 결혼기간 20년인 처와 이혼수속을 밟고 있는데 이혼하게 될 경우 결혼기간인 20년동안의 공무원연금 절반을 처에게 줘야 한다. 은퇴까지 남은 10여년간의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A씨는 은퇴 후 월 100만원이 안되는 소득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A씨의 다른 재산은 7억짜리 집 한 채인데 대출 2억 빼면 5억, 이혼시 처와 절반 나누면 2억 5천이 된다. 퇴직시까지 10여년 남았으니 조금 더 모은다 하더라도 A씨는 3억원 정도의 자금과 100만원 이하의 월소득으로 20년의 노후를 버텨야 한다. 3억원 미만의 작은 집을 한 채 마련한다면 최저생계비수준(2015년 1인 최저생계비는 65만원) 정도의 생활을 해야하는 것. 여기에 자녀들의 학자금과 결혼자금지원까지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A씨의 사례는 황혼이혼을 하는 부부들의 평균적인 경우다.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자산은 5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인데, 황혼이혼으로 자산을 반씩 나누고 퇴직금과 연금까지 반으로 줄어든다면 이혼 후 당장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퇴직 후 이혼하려던 계획을 수정하는 경우도 생긴다. 올 7월 명예퇴직예정인 은행원 P씨는 1년 전 퇴직과 동시에 명예퇴직금 5억을 포함한 재산 7억원을 반씩 나누고 이혼하기로 합의했지만 얼마 전부터 생각을 바꿨다.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해방되고 싶어 덜컥 이혼하자고 했지만 정작 퇴직이 몇 달 후로 다가오니 지금 재산의 반으로 노후를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별거를 제안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처가 수용할지는 미지수. 이럴 줄 알았다면 처와의 관계개선에 더 노력해 볼 걸 하고 후회중이다.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중년 이상의 남성들은 '평생 내가 먹여 살렸는데 왜 내가 재산을 나눠주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미안하지만 그건 본인생각일 뿐이다. 분할비율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어쨌든 이혼하면 배우자가 재산의 상당부분을 가져간다. 나눠주기 싫어도 법원이 강제로 나눠주게 만든다. 그러니 재산을 두 배로 불릴 자신이 없다면 배우자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그나마 노후가 편안하다. 노후대비 재테크 고민할 시간의 반만 써서 배우자와의 관계개선을 고민하라. 결혼유지가 최선의 노후대비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음주운전 처벌 기준/임창용 논설위원

얼마 전 대법원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었다. 피고는 지난해 1월 새벽 청주의 한 도로에서 만삭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남성을 치고 달아났었다. 사망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대법원은 피고에 대해 징역 3년 실형을 확정했다. 피고는 사고 전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자백했다. 다만 이를 증명할 근거 부족으로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결론 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 사건은 운전자가 술을 마시는 순간 자동차가 도로 위의 흉기로 돌변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사망 교통사고 중 음주사고가 15%를 차지한다. 미국에선 교통사고 사망자의 3분의1이 음주운전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각국에선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서구에서 단속 기준이 가장 강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1990년 처음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2%로 대폭 강화했다. 러시아와 폴란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02년 0.03%로 기준치를 낮췄다.

상당수 국가에선 아직 우리나라와 같은 0.05%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청소년이나 사업용 운전자에 대해선 더 낮은 기준치를 적용하는 나라들이 많다. 독일이나 캐나다에선 청소년은 수치와 관계없이 술 냄새만 나도 단속된다. 0.00%여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21세 이하인 운전자는 알코올 농도가 0.02% 이상이면 처벌받는다. 이들 나라에선 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운전자도 0.00~0.03%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는다. 대형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하려는 취지다.

처벌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벌금과 구금 등 형사처벌과 운전면허 행정처분을 병과하고 있다. 다만 처벌 방식에 따라 강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면밀한 연구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사례조사 및 분석에 따르면 형사처벌보다는 행정처분이, 형사처벌에서 구금형보다는 벌금형이 효과가 높다는 의견도 있다. 북유럽의 몇몇 나라에선 알코올 수치가 같더라도 개인의 수입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한다.

검찰과 경찰이 어제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는 등 음주운전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음주 차량 동승자,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도 술을 판 식당 주인까지도 처벌 대상이다. 집행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나 여러 대의 차량 소유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 논란도 예상된다. 그러나 음주운전과 관련해 동승자(일본)나 주류 판매자(미국, 일본), 차량 제공자(핀란드)에 대한 처벌은 이미 다수의 나라에서 하고 있다. 정교하고 강력한 실천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차제에 음주 단속 기준을 강화하거나, 소득에 따라 벌금을 달리 부과하는 북유럽 방식도 도입했으면 한다.

3. [동아일보][@뉴스룸/조종엽]‘온통 당신이 되는 날’

17일은 마술적 사실주의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타계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의 소설 ‘백년의 고독’을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주인공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는 주변의 모든 것에서 사랑하는 소녀 레메디오스를 떠올린다.

“나른한 오후 두 시의 공기 속에 있는 레메디오스, 장미가 조용히 발산해 내는 향기 속에 있는 레메디오스, 나방들이 뒤덮고 있는 물시계 안에 있는 레메디오스, 아침 빵에서 솟아오르는 김 속에 있는 레메디오스, 어디에나 있는 레메디오스, 영원히 존재하는 레메디오스….”

사랑에 빠진 이들의 상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가 보다. 이별 뒤에도 마찬가지다.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의 그 공기 속에도…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저 의자 위에도/물을 마시려 무심코 집어든 유리잔 안에도/나를 바라보기 위해 마주한 그 거울 속에도/귓가에 살며시 내려앉은 음악 속에도/네가 있어”(넬 ‘기억을 걷는 시간’)

좀 비약해 보자. 이처럼 낯선 사람, 심지어 솟아오르는 김이나 의자 속에 ‘당신’, 즉 숭배하는 대상이 있다면 우리는 낯선 것들을 얼마든지 사랑하고 반길 수 있을 거다. 구약성경에서 신이 아브라함 앞에 낯선 나그네로 모습을 드러내고 아브라함이 나그네 일행을 왕같이 대접한 것처럼 말이다.

사랑에 빠진 이들이 적어서일까. 사회에서 낯선 이라면 곧 사회적 약자일 텐데, 우리 현실은 약자를 환대하기는커녕 조롱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최근 한부모 가정을 희화화한 케이블TV 개그가 논란이 됐다. 사실 지상파도 오랫동안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어 왔다.

사회적 약자 캐릭터가 개그에서 조롱당하지 않고 오히려 성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선사할 수는 없을지 생각해 본다. 발달장애인이 ‘동네 바보 형’이 아니라 서양 중세의 광대 캐릭터처럼 등장할 수도 있을 거다. 범인과는 다른 지혜를 갖고 있으며 헛소리를 통해 영주의 잘못을 꼬집기도 했던 광대 말이다. 어눌한 말투로 ‘사장님 나빠요’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에 공감을 일으켰던 ‘블랑카’ 같은 모델도 있지 않나.

“사랑하는 사람의 수만큼, 그리움의 수만큼, 억울한 죽음의 수만큼 제주에는 당신이 많다… 감귤이 당신이 되고, 은대금잔의 제주 수선화가 당신이 되고, 흔들리는 아기동백이 당신이 된들 이상할 것이 없다. 저자거리의 옥돔 돌돔이, 전복 소라 멍게가 어느 날은 당신이 되고 말 것이다. 들판의 감자와 고구마가 무 배추 당근이 또 당신이 되는 날도 올 것이다.”

병마와 싸우다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주용일 시인의 시 ‘제주에는 당신이 많다’의 한 구절이다. 한국에서는 굶는 이들 앞에서 폭식하는 일이 벌어지더니 미국에서는 약자 조롱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잦은 사람이 유력 대선 후보가 됐다. 이 시 구절처럼 ‘산꼭대기에서 바다 깊은 물속까지 삼라만상이 온통 당신이 되는 날’이 오기까지는 우리의 감수성이 아직 한참 모자란 것 같다.

4. [중앙일보][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내 인생에 기대를

TV를 보며 훌쩍대는 건 나이 드는 징조 같아 참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요즘 ‘눈물유발자’는 JTBC ‘힙합의 민족’(사진)이다. 올해로 80세가 된 배우 김영옥씨를 비롯해 이용녀·양희경·이경진·문희경·최병주·염정인·김영임 등 평균 나이 65세의 ‘할머니급’ 여성 8명이 프로 래퍼와 팀을 이뤄 힙합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 실소를 자아내는 ‘병맛 예능’ 선호자인 터라 웃음이 터지길 기대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웬걸,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같은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일 때 한 음악평론가에게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노래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랩까지 잘하네요. 왜 그럴까요?” 그의 대답은 이랬다. “힙합이란 게 원래 억압받고 살아온 흑인들의 한풀이로 생겨난 장르잖아요. 우리야말로 ‘한의 민족’ 아니겠습니까. 랩으로 상대를 비판하는 ‘디스(diss·disrespect에서 나온 말)’도 그래요. 당쟁과 사화, 이게 다 디스의 역사예요. 하하.” 반쯤 농담으로 들었지만 ‘힙합의 민족’을 보면 살짝 알 것도 같다. 힙합의 소울(Soul)이란 이런 것인가.

그동안의 힙합 프로그램에서 젊은 래퍼들이 풀어낸 인생 스토리란 대개 가난한 환경을 딛고, 혹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의 길을 선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짧게는 오십 몇 년, 길게는 팔십 년을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온 ‘할미넴(할머니+에미넴)’들의 사연은 ‘레벨이 다르다’. 누구는 전쟁을 겪었고, 암 투병을 했고, 이혼을 했고, 한때 삶에 지쳐 목숨을 끊으려 했다.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신데렐라였지만 불운하게 뜨지 못했고, ‘딴따라’의 길을 반대하는 부모님께 들킬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연습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리듬에 실려 주르르 흘러나오니, 김영옥 할머님의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밖에. “얘들아, 이게 진짜 힙합이다.”

더 큰 감동의 순간은 ‘망하더라도 한번 해볼까’라는 도전을 넘어,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의 실력을 확인할 때다. 박자 감각이 영 없어 보이던 출연자가 조금씩 리듬을 타기 시작할 때, 아들뻘인 래퍼와 속사포랩 배틀을 멋지게 해냈을 때 가슴 찡한 위안이 찾아온다. “여든이든 아흔이든 하고 싶은 건 하면 된다”(김영옥)는 것, 노력하면 누구나 나아질 수 있다는 것. 1회 때 왜 이 프로에 출연했느냐는 질문에 한 출연자가 답했다. “내가 내 인생에 기대를 할 수 있잖아요.” 맞다. 내 인생에 대한 기대를 멈추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건 아직 너무 많다.

5. [동아일보][표정훈의 호모부커스]독서비망록

읽은 책을 잊지 않으려고 골자를 적어 둔 것, 독서비망록이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멤버 아트 가펑클은 홈페이지에 1968년부터 2015년까지 47년 동안 읽은 책 1227권을 정리해 놓았다. 읽은 날짜와 저자, 제목, 출간 연도, 전체 쪽수를 기록했다. 

‘가펑클 라이브러리’로 일컬어지는 이 온라인 독서비망록은 루소의 ‘고백록’부터 시작해 제임스 개빈의 ‘쳇 베이커’(한국어판 을유문화사),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까지 잡식성 광폭 독서의 경이로운 흔적이다. 고백록은 1968년에 처음 읽고 1983년에 다시 읽었다. 프랑스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의 ‘봉건사회’는 1982년에 제1권, 1991년에 제2권을 읽었다. 

조선 후기 문신 홍석주(1774∼1842)는 평생 읽은 책들을 분류하여 개요를 기록한 ‘홍씨독서록(洪氏讀書錄)’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동생이 ‘나처럼 마구 읽어 요령을 얻지 못할까 염려하여’ 독서록을 쓰기 시작했고, ‘일찍이 읽어 감명받은 것과 대개는 읽고 싶었으나 읽지 못한 책을 골라 제목을 나열하고 개요를 기록했다’.(‘역주 홍씨독서록’·이상용 역)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독서 기록이 있지 않을까. 이순신 연구가 박종평에 따르면 이순신이 직접 읽었다고 기록한 책은 류성룡이 보내준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方略)’ ‘동국사(東國史)’, 독후감을 남긴 ‘송사(宋史)’뿐이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고 깊이 사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흔적은 많다고 한다.

우리 시대에는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이 쓴 일기이자 유고, ‘행복한 책읽기’(문학과지성사)가 있다. 1989년 6월 18일 김현은 이렇게 적었다. ‘이제는 갈수록 긴 책들이 싫어진다. 짧고 맛있는 그런 책들이 마음을 끈다. 두껍기만 하고 읽고 나도 무엇을 읽었는지 분명하지 않은 책들을 읽다가 맛좋은 짧은 책들을 발견하면 기쁘다. 바르트의 어떤 책들, 그리고 푸코의 ‘마그리트론’….’

학교 독후감 숙제 탓에 책과 멀어졌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 상황을 기록한다. 그런 생활기록부가 대입 전형에서 중요해질수록, 자발적으로 솔직하고 즐겁게 쓴 독서비망록은 드물어질 법하다. 중국 명나라의 이탁오가 말했다. “성정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기르는 것이 바로 책 안에 있다.” 생활기록부 독서비망록이 자꾸만 성정을 불편하게 하고 정신을 위축시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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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25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할 만한 일에 감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정한 감사는, 도저히 감사할 수 없는 때조차도 감사할 줄 아는 것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북한이 지난 23일 동해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발을 기습적으로 발사한 데 이어 제5차 핵실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음
- 한국 미국 일본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을 완전 차단하는 등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함


<< 경제 일반 >>
1.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에 흩어져 있는 방위사업부문을 통폐합하여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민수와 군수(방산)로 나우는, 이른바 ‘투-트랙(two track)’으로 추진 ‘빅딜’을 구상하고 있음
- 이를 위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항공산업 빅딜로 출범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영 구조와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조선업계는 해양 방산사업 빅딜이 이뤄지면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KAI(2015년 매출 2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클린 컴퍼니(우량회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음

2.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하면 자구계획 등 자체 경영정상화 방안을 보고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임
- 산업은행이 요구하는 한진해운 자구계획의 핵심은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용선료 인하와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채권자 채무에 대한 재조정임

3. 민간 기업이 공공사업에 투자한 뒤 성과가 나면 사업비에 더해 성과금을 주는 ‘사회성과보상사업’(SIB)이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됨
- 서울시는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경계선지능아동(지능지수 71~84인 아동) 등을 대상으로 제1호 SIB를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고 24일 발표했으며,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처음 도입함

4.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등이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에서 최대 200억달러(약 22조8000억원)에 달하는 건설공사 수주를 추진하고 있음
- 이 중 상당수 공사는 다음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가계약 및 양해각서가 체결될 예정임

5. 시뮬레이터 제조업체인 이노시뮬레이션이 내년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음
- IPO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가상현실(VR) 전문업체 1호 상장사가 될 전망임


<< 금융/부동산 >>
1. 골드만삭스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1억4000만달러(약 1조303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급감하고, 매출은 63억4000만달러로 작년 106억2000만달러에서 40% 감소함
- 저금리로 인한 일시적 슬럼프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앞으로 과거의 전성기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음


<< 국제 >>
1. 교세라, 일본전산, 니토전공 등 일본 주요 6개 전자부품업체의 1분기 수주액이 4년 만에 감소함
- 일본 전체 업종 가운데 생산 비중이 세 번째로 큰 전자부품업계의 수주 감소가 일본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옴


<< 사회/기타일반 >>
1.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24일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음주운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25일부터 시행하기로 함
- 음주운전 전력자가 사망 교통사고를 내면 차량을 몰수당하며, 음주운전 차량에 함께 탄 사람도 방조 혐의를 적용받아 형사처벌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사회성과연계채권(社會成果連繫債券 , social impact bond)
- 범죄, 실업자, 빈부 격차, 오염 등 사회문제나 환경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소셜투자(social impact investment)의 한 형태로, 정부가 민간운영업체에 정책 과제를 위탁한 후 민간업체가 정책 수행 목표를 달성할 경우 관련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고, 실패할 경우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성과급 투자 방식임.
2010년 영국에서 처음 시행된 방식으로, 사업비는 민간업체가 채권 발행을 통해 민간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아 마련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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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규제 풀 대상이 '맥주 보이'뿐인가

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파는 ‘맥주 보이’가 전면 허용됐다. 주류 소매점에서 선물용 와인을 택배로 배달하는 서비스 규제도 풀렸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치맥 배달’에 대해서도 국민 편의를 고려해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동일 사안에 대해 규제 강화로 결정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로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부는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이른바 ‘손톱 밑 가시’를 없애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했지만 이런 규제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 자체에 어리둥절한 국민이 적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불특정 장소에서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며 맥주 보이의 생맥주 판매를 규제하기로 했고, 국세청도 허가된 장소에서만 주류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주세법에 맞다는 결정을 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것이다. 프로야구 역사가 우리보다 앞선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핫도그, 도시락과 함께 생맥주 이동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형적인 탁상 규제라는 비판이 거셌다. 식약처는 결국 야구장을 술 판매가 허용되는 넓은 의미의 ‘영업장’으로 해석해 맥주 보이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와인 택배나 치맥 배달 역시 비슷한 사례다. 국세청은 지난해 기획점검을 벌인 끝에 통신판매로 술을 판매한 소매점 업주들에게 과태료 2억 6800만원을 부과했다. 고객이 술을 사려면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현행법 때문이다. 치킨 배달 때 맥주를 주문하거나 짜장면을 배달할 때 고량주를 주문하는 것도 현행법 위반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 때문에 국민이 본의 아니게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금을 거둬 국가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국세청이나 국민의 위생을 책임지는 식약처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허위 영수증 발급으로 인한 주류 탈세액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현실을 눈감을 수 없는 노릇이고, 가짜 양주의 유통을 막고 청소년 음주를 방지하려는 취지 역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럼에도 상거래 자체가 온라인으로 바뀌는 현실에서 오프라인 상거래만 고집하는 규정은 누가 봐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이자 소비자인 국민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 처사다. 말로만 규제 완화를 외치기 전에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규정이나 법규는 과감하게 손을 봐서 국민의 불편을 덜어 줘야 한다.

2. 시대착오적인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거액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어버이연합의 사무총장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전경련 명의로 1억 20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보여 주는 문건이 나왔다. 전경련이 건전한 시민운동을 펴는 단체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부하는 행위 자체를 따질 수는 없다. 문제는 지원한 어버이연합이 지금까지 보여 준 행태가 상식적인 시민운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기부가 아닌 뒷돈을 대주고, 시민운동이 아닌 집회·시위에 나서도록 부추겼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국민들에게 전파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이래 거리집회 위주로 활동했다. 야당 인사나 진보단체 행사를 규탄하거나 아예 맞불 시위를 벌였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조롱하는 ‘반세월호’ 집회를 벌이는가 하면 한·일 양국 간의 위안부 합의를 규탄하는 집회에 맞대응해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시국 현안마다 발 빠르게 나서 정부와 여당 편을 들어 왔다.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불법적인 집회가 아닌 이상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닌 전경련의 자금 지원 아래 또는 권력기관의 요구에 따라 ‘계획된’ 시위나 집회를 가졌다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전경련은 정관 1조에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라고 밝힌 사단법인이다.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일을 집행할 경우 정관 개정 등의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하는 단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어제 전경련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유다. 전경련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일 때가 아니다. 의혹의 실체가 사실일 경우 엄중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 개입이자 인위적인 여론 몰이인 까닭에서다. 검찰은 어버이연합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전경련이 돈을 주게 된 경위, 전경련의 배후가 있는지,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를 지시했는지, 재향경우회가 집회 참가자들의 일당을 댔는지 등을 철저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다. 검찰과 전경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3. 신산업 육성하겠다는 '산업 개혁'기대 크다

정부가 ‘산업 개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기존의 4대 개혁에 산업 분야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산업 개혁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신(新)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구조조정이 과잉 투자가 이루어진 분야의 부실 기업을 정리하는 차원에 머물렀다면 산업 개혁이란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산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춘 것이 엊그제다. 정부 또한 3.1%를 고수하던 성장률 전망치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총선 이후 입법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치 구도가 형성된 데 따른 고육지책의 성격이 없지 않다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알파고가 보여 준 인공지능(AI)의 발전 수준에 충격을 느끼며 새로운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20세기적 산업 구조를 21세기적 산업 구조로 바꾸어 가겠다는 정부의 개혁 천명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기존의 제조업 중심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가야 할 필요성을 지적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유 부총리는 “신산업은 ‘고위험 고수익’인 만큼 세제 지원이나 투자 분담이 필요하며 정책 지원도 백화점식으로 모두 다 할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으로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바이오신약, 헬스케어 산업 분야가 일단 물망에 올라 있다고 한다. 이번만큼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머뭇거려서도 안 된다. 총선을 앞두고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총선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먼저 구조조정을 언급하고 나선 분위기 변화는 산업 개혁의 호기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에는 협조하겠다”면서도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확실한 실업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에 따른 최선의 실업 대책을 세워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야당의 요구와 관계없는 정부의 책무다.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겠지만, 산업 개혁은 재경부의 일방 독주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는 복잡다단한 과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신산업 관장 부처는 물론 창의력 있는 인재를 공급할 교육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처가 협력해 정교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업 개혁은 특성상 기존 4대 개혁과 달리 각 부처의 정책 팀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헛심만 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유 부총리는 산업 개혁을 제대로 진두지휘해 부총리의 역할을 충실히 해 주기 바란다.

[동아일보]

4. 19대 마지막 국회, 민생법안 처리로 '불명예' 씻으라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어제 한 달 일정으로 열렸지만 법안을 심의한 상임위는 한 곳도 없었다. 이달 중 일정이 잡힌 상임위도 법제사법위가 유일하다.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데 대해 여야는 “소속 상임위에 낙선 위원이 많아서” “선거 직후 임시국회가 생소해서” “본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서”와 같은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총선 민심을 벌써 잊어버렸는지 묻고 싶다.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추락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전경련이 30대 그룹을 조사한 결과 신규채용 예정인원은 12만6394명으로 작년보다 4.2% 줄었다. 16개 그룹이 채용을 축소할 계획이다. 경기 악화와 정년 연장으로 기업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절박한 현실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재계는 호소한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국회가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경제 법안들을 처리해야만 조금이나마 불명예를 씻을 수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경제활성화법은 실패로 판명됐고 서비스법도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총선 민심은 집권당의 오만에 염증을 느껴 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줬지만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막무가내 행태에도 넌더리를 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총선 직후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위한 주요 법안 통과가 더 어려워졌다”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의미를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총선 후 야당 일각에서 친(親)시장-친기업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더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인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20일 당선자 대회에서 “의원 모두가 친기업인이 돼야 경제가 산다” “성장이 최대의 복지요, 최고의 분배다”라고 강조했다. 서비스법에 야당이 한사코 반대한 의료산업을 포함하자는 말도 했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금기시하던 기업 구조조정에 협조의 뜻을 밝힌 것도 바람직하다.

20대 국회의 의회권력을 장악한 거야(巨野)가 경제정책에서 현실노선으로 전환하면 국민과 기업, 국내외 투자자의 불안을 줄이고 경제의 성장엔진을 재가동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달여 남은 임시국회에서 서비스법과 노동개혁법, 규제프리존특별법의 통과에 과연 야당이 어느 정도 협조할지 국민이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이데일리]

5. 야권의 변신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요즘 야권의 변신 움직임이 부쩍 두드러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기업 구조조정’을 들고나온 것부터가 그렇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그제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 상임대표는 “구조조정을 넘어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한술 더 떴다.

구조조정은 그동안 야권이 금기시하던 사안이다. 사회안전망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대량실업과 지역경제 위축이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수용하기가 곤란한 탓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실기업을 마냥 끌고가다간 나라 경제가 결딴난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넓히는 분위기다.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을 아우르는 ‘산업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나 구조조정이 절박한 재계로선 그야말로 불감청고원이다.

더민주 당선자대회에서는 ‘기업과 경제를 옥죄는 정당’이란 비판에 대한 반성도 나왔다. 김 대표의 경제 브레인으로 통하는 최운열 비례대표 당선인은 “성장이 최대의 복지요 최고의 분배”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의료 분야도 포함시키자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가 화급한 터에 유독 의료만 산업화를 막아선 안 된다는 논리로, 의료 민영화 우려를 내세워 극력 반대해 온 기존 당론과는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야권은 4·13 총선에서 ‘경제 심판론’을 내걸었으나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세월호 특검, 국정교과서 폐기, 전·현직 대통령 청문회 등의 정치 문제부터 끄집어내 많은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두 야당 내부에서 강력한 제동이 걸리고 김 대표와 안 대표도 ‘경제와 민생 우선’을 재차 확인하면서 논란이 진정되는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야권의 변신 움직임이 과연 행동으로 옮겨지느냐다. 말뿐이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김 대표가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지난한 ‘실업대책’을 내세워 실효성을 스스로 떨어뜨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경제 정당’을 거듭 표방했으나 당내 강경파에 밀려 번번이 흐지부지되곤 했던 전례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의 책임 있는 행동이야말로 ‘3당 체제’를 만들어 준 민의에 보답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이 변화의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매일경제]

6.  野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전향적 태도에 주목한다

기업 구조조정을 금기로 여겼던 야당이 총선 후 달라진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그저께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실업 문제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더민주도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미시적 구조조정 정도가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실제로 이 문제를 다룰 당내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야당 지도부에 협조를 구하면서 정부와 야당 간 구조조정 협의 채널도 가동될 것이라고 한다.

과거 야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계 눈치를 살피며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아예 외면하거나 무작정 반대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 후에는 지도부 공백으로 우왕좌왕하는 여당보다 앞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가장 절박한 이슈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어차피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면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잡아 책임 있는 수권정당으로 평가받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동안 야당의 반대가 구조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 돼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태도 변화는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야당 일각에서는 언제든 고용 불안을 빌미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노동계 지원으로 당선되거나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김종인 대표가 협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관련해 정부 조치가 미흡하다며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려 할 수도 있다. 여·야·정이 진정한 협치의 정신을 살리지 못하면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구조조정은 속도가 생명이다. 부실 정리는 기업의 썩은 살을 도려내는 외과 수술이라 어느 정도 출혈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집도를 맡은 채권단과 정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여야가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필요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야당은 고용과 지역경제 충격을 줄이면서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 배분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땜질 처방으로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게 아니라 부실의 근원을 완전히 없애는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 서비스법에 의료 포함해야 한다는 최운열의 苦言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당선자가 20일 열린 당선자대회 강연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적용 대상에 보건의료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한 말은 귀담아들어야 할 주장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법에 의료 분야가 들어가면 의료 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는데 당론을 거스르면서까지 강조한 배경에는 현실적 절박함이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 제조업이 무너지고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실이 그것이다. 최 당선자는 "이 시대의 최대 화두가 청년 일자리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대 복지라면 의료 분야를 산업화해 국가에 기여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서강대 부총장 등을 역임한 최 당선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례대표로 추천한 인사로 4·13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았고 경제 공약 설계에도 깊이 관여했다. 그런 그가 당론과 배치된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당내에서 논란이 되자 개인 소견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서비스산업이 일자리 창출의 보고라는 점에서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서비스산업은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취업유발계수(산출액 10억원당 직간접 취업자 수)가 전체 산업 평균보다 훨씬 높다. 보건복지만 해도 19명으로 전기전자 등 일반 제조업의 2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법이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민영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그러나 서비스법과 의료 민영화의 관련성이 별로 없고 더불어민주당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의료관광객 유치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발생할 이득을 고려하면 반대할 명분이 약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취업에 목말라 있는 청년들을 생각하며 깊은 고심 끝에 내놓은 최 당선자의 고언을 외면하지 말고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서비스법을 통과시켜주길 바란다. 이는 제1당을 넘어 수권 정당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8.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 결국 청년고용 축소로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지만 기업 10곳 중 6곳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의 신규 채용도 축소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300곳을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42.7%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 중 42.3%는 "정년 연장으로 신규 채용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30대 그룹 중 16개 그룹이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줄일 계획이라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정년 연장이 신규 채용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가 2013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 통과 때 이미 예견됐었다. 정년 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져오는 만큼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도 동시에 진행했어야 했는데 일방적으로 정년 60세 의무화만 처리했기 때문이다. 313개 전체 공공기관은 지난해 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지만 민간 기업은 노조가 임금이 삭감된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정년 연장은 올해 30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고, 내년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될 예정이니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 문제는 기업들의 채용 여력이 줄어들면 청년들이 가장 먼저 고용절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채용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임금피크제가 정착돼야 한다.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와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양대 지침을 현장에 배포했지만 노동개혁법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아졌으니 이 역시 무력화될 것 같다. '사실상 실업' 상태인 청년이 1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기득권층이 정년 연장만 챙기고 임금피크제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국회, 기업, 노동계는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데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중앙일보]

9. 선거 참패하고도 집안싸움만 하는 새누리당

새누리당 원로들이 4·13 총선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참패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원유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주최한 상임고문단 오찬 회동에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막중한 국가위기 앞에서 집권당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유준상 상임고문도 “선거에 져놓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는커녕 계파싸움만 해대니 국민의 화가 풀리겠나”고 나무랐다.

원로들의 지적대로 새누리당이 지난 한 주간 보여준 행태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역대 총선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하고도 그 참패의 핵심 책임자 중 한 명인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우려던 것부터 민심을 거스르는 행동이었다. 총선 전날까지 “다시 받아줄 일 없다”고 못 박았던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을 슬그머니 추진하면서 “김무성, 죽여버려” 같은 막말을 퍼부은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을 끼워넣은 것도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반면 “당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대해선 친박과 비박계가 찬반으로 갈려 싸우기 바빴다.

새누리당의 이런 혼란상을 보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뜻은 물론 원내 2당으로 몰락한 신세의 의미조차 깨닫지 못한 듯하다. 벌써 국정 현안을 야당이 주도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앞다퉈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촉구하며 야당의 금기를 깼다. 경제와 민생을 앞장서 챙겨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반면 새누리당이 총선 이후 보여준 모습은 책임의식 상실과 차기 당권을 노린 계파싸움뿐이다. 이런 무책임하고 안이한 자세로는 내년 대선을 비롯해 어떤 선거에서도 무너진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집안싸움을 멈추고 중도개혁파를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다음달 초 선출될 새 원내지도부를 합리·개혁적인 인사들로 구성해 변화 의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

[부산일보]

10. 지역대학 기부는 지역 인재 양성과 발전의 원동력

요즘 대학의 경영난이 기업 못지않다. 국·공립과 사립 중 사립이 더 그렇다. 재정 보충을 위해 사립대학들은 기부금 모집에 총력을 쏟는다. 하지만 실적이 너무 저조하다. 부산지역 사립대학 전체가 한 해 동안 받은 기부금이 서울 한 사립대학 기부금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기보다 '뒤집어진 운동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립대 측은 경영 합리화 조치가 미흡한 데 대한 정부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부금 모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실적은 충격적이다. 2014년 전국 153개 사립대의 재학생 1인당 기부금 수입 규모를 비교했더니 부산은 최하위권이 대부분이었다. 135위인 경성대(4만 3천 원)를 비롯해 대부분이 100위권 밖이었다. 2014년 대학별 전체 기부금 수입 규모도 마찬가지였다. 동명대 103위(5억 3천만 원), 영산대 95위(6억 원), 경성대 93위(6억 3천만 원), 동서대 85위(7억 3천만 원)로 집계됐다. 부산지역 사립대 중 상위 20위권 내에는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반해 대구지역은 부산보다 형편이 나았다. 영남대(9위), 대구가톨릭대(11위), 계명대(14위) 순이다.

기부금이 적은 대학은 여러모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들은 한편으로는 자구책 차원에서, 다른 한편으론 교육 당국의 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기부금 실적 경쟁을 벌인다. 그런데 같은 기간 부산지역 사립대 전체의 기부금 수입(160억 원)은 1위를 차지한 서울 한 사립대(507억 원)의 32%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기부금 격차는 학교간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의 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고착화된다고 진단한다.

대학 간 무한경쟁은 학생수의 격감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학생수는 갈수록 주는 걸로 예측된다. 지역 사립대 관계자들은 문을 닫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다고 한다. 대학의 부실은 학교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재가 없으면 지역사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학교, 동문, 지역사회가 고민할 문제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광화문]'백투더 퓨처'이코노미

“타이거즈가 거의 꼴찌라구. 바둑 국수 조훈현 9단이 국회의원? 서울 명동에는 중국사람 천지고?” 
1985년 전후로 유행했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백투더퓨처'에는 시간여행 얘기가 나온다. 영화 속 시간배경인 1985년에서 30년 전인 1955년과 30년 뒤인 2015년을 오가는 것이 시리즈의 골격을 이룬다. 

타임머신 기계 오류로 1955년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기계 고장을 바로잡아줄 과학자에게 건넨 1985년 풍경 묘사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1985년에서 왔다면 그때 미국 대통령은 누구지?” 
“로널드 레이건이요.”
“뭐 레이건, 영화배우 레이건? 그 삼류 배우 놈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기도 안 차다는 듯) 그럼 장관은 자니 카슨인가?”(참고: 레이건은 1940~60년대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해 70년대 주지사를 거쳐 80년대 대통령이 됐다. 자니 카슨은 30년 이상 방영됐던 유명 토크쇼의 진행자로 활동당시 지명도로는 레이건보다 더 알려졌던 인물이다.)

난데없이 시간 여행 얘기를 꺼낸건 무섭도록 변해온 기업환경과 금융사와 기업 등의 변신 때문이다. 말머리의 타이거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해태제과는 이달 말 상장을 위한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21세기에는 타이거즈가 해태가 아니듯 해태제과도 옛 그 회사가 아니다. 해태제과는 1945년 설립된 옛 해태제과의 제과사업 부문을 넘겨받아 2001년 설립한 다른 회사로 2005년에는 경쟁사인 크라운제과가 경영권을 인수하며 주인도 완전히 바뀌었다. 

주력제품도 조금씩 바뀌면서 '부라보콘'과 '맛동산'도 향수를 자아내지만 사람들은 '허니버터칩'의 해태를 더 많이 기억한다. 그런 해태가 ‘부채비율을 낮추고 해외로 더 뻗어나가려고’ 다시 상장을 하는 것이다. 

상전벽해의 사례는 또 있다. 도로명 주소 때문에 기억하기 힘들지만 행정구역상 서울 중구 저동(명동성당으로 올라가는 고갯길쯤이라고 말해야 쉽다)에는 유서깊은 영화관이 있었다. 한때 30대 대기업에 속했던 벽산그룹의 중앙극장이 그 곳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명동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이었던 이 곳에는 증권사 건물이 들어선다. 

황소상(상승장을 의미)과 더불어 여의도 증권가의 터줏대감인 대신증권이 30여 년 만에 둥지를 옮기는 것이다. 대신증권에게 명동은 ‘영광의 터전’이었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를 인수한 고(故) 양재봉 대신증권 명예회장의 진두 지휘로 명동 옛 국립극장 사옥을 매수해 사옥을 지었던 1976년 이후로 상당기간 업계 수위권을 달렸다. 

영광의 무대였던 명동에서 대신증권을 비롯해 자산운용·에프앤아이·저축은행 등 전 계열사가 한데 모여 금융 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여의도에서 내실을 다진 만큼 재도약한다는 선언인 셈이다. 

벽산그룹(중앙극장)과 대신증권 모두 둥지를 옮기고 오간 데는 회사의 부침도 함께 한다. 벽산은 IMF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금융위기 와중에 그룹 위상이 예전같지 않아지면서 모태 같았던 극장부지를 팔 수 밖에 없었다. 대신증권은 1980년 증시침체로 회사가 어려워져 애초의 명동사옥을 팔아야 했고 여의도로 옮기면서는 오랜 기간 신영증권과 한지붕 두가족 생활을 했다. 

회사들이 바뀐것처럼 명동도 바뀌었다. 가장 비싼 땅이라는 곳(명동 8가길)들의 주인은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북적거리는 화장품 업체들이 됐고 우리은행은 명칭과 지배구조가 계속 바뀔 여지가 있다. 

'백투더 퓨처'의 드로리안같은 타임머신을 탄다면 색다른 과거와 새로운 미래에 놀랄지 모른다. 걸그룹 소녀시대나 걸스데이의 아이돌들은 트로트가수나 국민이모가 돼 있고 이세돌은 알파고의 스승으로 인공지능의 대부가 됐을 수도 있다. 변화나 변동성은 금융투자회사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나 JP모간이 아닌 K-뷰티나 한류에 버금가는 스톡 한류나 한국형 IB의 미래가 현재 진행형이다.

2. [이데일리][허영섭 칼럼]송중기한테 배워야지 말입니다

유시진 대위, 아니 송중기의 인기가 꺾일 줄을 모른다. 텔레비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와 짝을 이룬 뛰어난 연기력으로 국내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드라마가 이미 세계 30개국에 수출된 데다 며칠 전 종영과 함께 열린 팬미팅에 일본인, 중국인을 포함해 4000명도 넘게 몰려들었다니, 인기의 부피를 실감하게 된다.

이런 추세라면 그를 향한 박수갈채가 앞으로도 꽤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전지현이 ‘천송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최근 ‘응답하라 1988’에서 이혜리·박보검 등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데 이어진 후속타다. 물론 이들에 앞서서도 배용준을 비롯해 이영애·고현정·김수현·장근석·박해진 등이 한류를 이끌어 왔다.

한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정치인들도 어떻게 하면 이들 연기자들처럼 국민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 새누리당이 순식간에 몰락한 반면 창당한 지 두어 달밖에 안 된 신당에 정당투표가 쏟아졌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인들이 신망을 잃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송중기가 어느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작가 입장이 되어 ‘이 대사를 왜 썼을까’라며 생각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작가의 의중을 떠올리며 대본에 충실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니, 간질거리는 표현조차 시청자들의 가슴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물론 그의 인기가 타고난 꽃미남 덕택에 일정 부분 먹고 들어가는 효과가 없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방 시청자들을 휘어잡기 위해서는 연기로 보여줘야 했다. 그가 작가의 입장에서 대본을 곰곰이 들여다봄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에게도 보수·진보를 떠나 유권자들의 주문이 있기 마련이다. 민의를 대변해 이렇게 처신하고 저렇게 말하라며 각자마다 대본을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그 대본을 무시하고 자기들 멋대로 무대를 휘젓고 다녔으니 믿음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 입으로는 국민을 떠받든다고 하면서도 밑바닥 민심을 거들떠보지 않은 결과다.

정치인들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대본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아니다. 내용으로 치자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기본적이다. 기본에 충실하기만 해도 됐을 것을 나 몰라라 뿌리친 것이었으니, 유권자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만무했다. 아예 대본을 거두고 배우들을 갈아치웠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에 새로 선출된 당선자들조차 그동안의 그릇된 선례를 따라갈지 모른다는 조짐이다. 국민들은 정치 지형의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여야 정당은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민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내부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공천 갈등으로 내쫓은 사람들의 복당 문제나 서로 네탓으로 돌리며 당내 계파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처절하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됐듯이 민심은 냉혹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평소에는 모르는 척하면서도 심판을 내릴 때는 여지가 없다. 눈밖에 난다면 이미 늦어버린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이 되었고,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번 ‘태양의 후예’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았던 송혜교의 언급도 가슴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언제나 마지막 작품인 듯이 연기한다”는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언제라도 마지막인 듯이 소신껏 뜻을 펴라는 권유다. 다음에 또 공천을 받겠다며 어영부영 지도부의 눈치만 살피며 끌려다니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국회의원도 송중기와 송혜교로부터 연기를 배워야만 한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할머니들의 성금/강동형 논설위원
아름다운 것에는 다 그만한 까닭이 있다. 참되고 바르다는 의미를 가진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4월 21일자 서울신문 사회면에 작지만 아름다운 기사가 실렸다. 김복동(90)·길원옥(87) 위안부 할머니 두 분이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규슈 지역 구마모토현 주민들을 위해 써 달라며 130만원을 성금으로 내놨다는 얘기다. 할머니들은 “우리는 일본 사람들과 싸우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에게도 성금 모금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지만 위안부 관련 단체와 할머니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성금 130만원은 보상금 10억엔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성금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건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들의 고운 마음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로 이어졌으면 한다.

4.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금수저 강아지, 흙수저 강아지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으로 피해를 본 것은 사람들만이 아니다. 집과 주인을 잃은 반려동물도 적지 않다. NHK는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자원봉사 활동을 소개했다. 지진 피해로 다들 정신없는 와중에도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돌보는 마음 씀씀이에 코끝이 찡해졌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격상된 표현을 반영하듯 요즘 반려견을 테마로 한 TV 예능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얼마 전 채널A의 ‘개밥 주는 남자’에서는 방송인 최화정 씨와 반려견 준이의 하루를 소개했다. ‘준이 엄마’ 최 씨는 아침마다 손수 건강식을 준비해 똑같은 음식을 ‘준이 한 입, 자기 한 입’ 나눠 먹었다. 소변을 제대로 못 가리는 준이를 향해 “엄마가 뭐랬어? 아무 데서나 오줌 싸면 안 된다고 했어, 안 했어?”라고 다그치더니 금세 준이 애교에 활짝 웃음 짓는다. 평범한 가족의 일상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반려동물의 세계에도 금수저 흙수저는 분명 존재한다. 강아지를 상품처럼 ‘생산’하는 번식장을 ‘강아지공장’이라고 부른다. 이곳 출신 ‘흙수저 강아지’를 보통 가정에서 나고 자란 강아지인 양 속여 파는 분양 사기가 극성이라고 한다. 반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샤넬’을 지휘하는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의 샴 고양이인 슈페트 라거펠트는 대표적인 금수저. 자동차와 화장품 광고에 출연해 한 해 수입만 400만 달러에 이른다. 슈페트의 인스타그램에는 5만8000여 팬이 따른다.

▷주인에 따라 반려동물의 일생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2007년 미국 뉴욕의 부동산 여왕 리어나 헴슬리가 타계했을 때 미국 사회가 시끌벅적해졌다. 반려견에게 1200만 달러의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장이 공개된 것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반려견 셰퍼드에게 8000만 달러를 상속해 준 독일의 백작부인도 있다. 물론 주인 잘못 만난 탓에 잔혹한 운명을 맞게 된 반려동물이 훨씬 많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2010∼2014년 버려진 반려동물이 37만 마리, 이 중 25%는 안락사됐다. 반려동물에게도 갈수록 깊어지는 양극화 현상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5. [중앙일보][시선 2035] 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

열혈팬이 많은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MBC ‘무한도전’을 놓고 최근 온라인 여론이 들썩였다. 최고의 인기를 끌다 16년 전 은퇴한 아이돌그룹 ‘젝스키스’가 무한도전과 함께 게릴라콘서트를 열고 재결합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사가 경쟁적으로 이어지며 베일에 가려져야 할 게릴라콘서트의 구체적인 일시·장소가 노출돼 버렸다. 결국 예정된 스케줄은 취소되고 날짜를 다시 잡아야 했다. 그러자 관련 내용을 단독 보도한 기자의 실명이 댓글에 오르내리며 “스포일러가 된 기레기는 반성하라”는 네티즌의 맹비난이 쏟아졌다.

무한도전뿐만이 아니다. 보수나 진보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정치적 기사나 성(性)처럼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뤘을 때도 ‘기레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곤 한다. ‘기자+쓰레기’를 뜻하는 기레기는 세월호 사건 이후 보통명사가 됐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흔히 말하는 ‘낚시성’ 기사나 취재가 덜 된 ‘베끼기’ 기사로 보이면 가차 없이 기레기라는 댓글이 쏟아진다. 때로는 자기 생각과 많이 다른 글을 쓴 이에게도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있다.

숨겨진 비리를 파헤치고, 불의에 항거하며, 굳은 신념을 잃지 않고…. 이상적인 기자의 모습은 ‘스포트라이트’(2015),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2009) 같은 영화에서 잘 나온다. 이 땅의 젊은 기자들도 대개 그런 꿈을 꾸며 언론사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동료 기자들 중에는 초심은커녕 일에 치여 하루를 무사히 넘기기에 급급한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도 “취재는 제대로 한 거냐”며 기레기라고 비아냥거리는 인터넷 댓글을 보면 서글퍼진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알파고’의 인공지능(AI) 때문이다. 아무런 감정 없이 ‘객관적으로’ 기사를 양산할 수 있는 로봇 저널리즘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현실이 됐다. 2012년 포브스가 처음 도입했고 AP통신·LA타임스 등도 일부 기사를 AI에 맡기고 있다. ‘워드스미스’라는 AI는 2014년에만 10억 개의 기사를 쏟아냈다. 바둑 9단 이세돌뿐 아니라 ‘기사 9단’ 기자들도 언제든 패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로봇 저널리즘이 판치고 ‘인간성’이 사라지면 기레기란 용어마저 사치가 될지 모른다. 기자들이 설 자리도 좁아지겠지만 독자들도 차가운 로봇에 욕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직 ‘인간적 기사’가 독자의 공감을 얻을 때 한 발이라도 더 뛰고 1분이라도 더 취재해야겠다. 독자와의 피드백이 사라지고 기레기가 ‘멸종’하는 끔찍한 그날이 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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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22일 신문 브리핑 #

"사람이 쓰는 말 중에서 감사라는 말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말은 없다. 감사가 있는 곳에는 인정이 있고, 웃음이 있고, 기쁨이 있고, 넉넉함이 있기 때문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현대중공업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직원을 3000명가량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짐
- 현대중공업 전체 인력(2만7409명)의 10%를 넘는 규모로, 구조조정 대상에는 생산직 직원도 포함됨

2. 세계 해운강자들이 힘을 합쳐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재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의 두 회사는 제외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퇴출될 처지에 놓임
-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매출의 60% 이상은 미주와 유럽 등 해운동맹을 기반으로 한 장거리 노선에서 나오며, 부산항을 거쳐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국내 양대 선사가 무너지면 부산지역 경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

3.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사진) 일가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채권단 관리) 체결을 앞두고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함
- 한진해운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갈 경우 예상되는 대주주 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 등에 따른 주가 하락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옴

4. 법원이 채권추심원 등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해 “회사의 지휘를 받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음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임금, 퇴직금, 시간외수당을 비롯한 근로조건에서 최저한도 이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해당 근로자들이 퇴직금,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시간외수당 등을 받을 근거가 생기기 때문에 기업 부담이 늘어나게 됨

5. 통상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초부터 해외 주요국의 비관세장벽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작업에 착수함
- 이는 관세 등 전통적인 무역장벽 대신 기술표준 등 비관세장벽이 새로운 통상마찰 요인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며, 21일 산업부가 발간한 무역기술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한 TBT 건수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연간 1000건 미만이었지만 2010년 이후에는 2000건 내외로 불어남


<< 금융/부동산 >>
1. 코스피지수가 4개월여 만에 2020선을 넘어서고 코스닥지수도 2거래일 만에 700선을 다시 돌파함
- 국제 유가 급등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한 데다 철강·정유·화학·금융업종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오면서 강세 분위기를 형성함

2.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대어급’ 기업과 해외 기업의 잇단 상장에 힘입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전망임
-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25개, 코스닥시장 155개 등 180개 기업이 상장할 예정이며, 대어급 기업의 연이은 상장으로 공모주 열풍이 다시 불 것이란 관측임

3. 업계 자산 규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퇴직연금 전용 펀드 ‘타깃데이트펀드(TDF: target date fund)’를 국내에 들여와 은퇴시장 공략에 나섬
- 국내에서 퇴직연금 전용 금융상품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퇴직금은 무조건 원금이 보장돼야 한다’는 인식 속에 연 1~3% 수익률에 머물고 있는 원금보장 상품 비중(89.2%)이 절대적으로 높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옴

4.유럽중앙은행(ECB)이 21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동결함
- 연 -0.40%인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리와 기준금리(0%), 한계대출금리(0.25%)를 그대로 유지함

5. 미분양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신규 분양계약도 실거래 신고 대상에 포함됨
- 김경환 국토교통부 차관은 2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주택통계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주택통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스템을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힘


<< 국제 >>
1. 중국 기업 러에코(LeEco)가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최고시속 약 200㎞에 자율주행·주차 기능까지 갖춘 고사양 전기차 ‘러시(LeSEE)’ 시제품을 공개함
-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투자한 전기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퓨처모빌리티는 독일 BMW의 차량개발 핵심인력을 통째로 스카우트했으며, 중국 기업이 그동안 선보인 전기차 수준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TDF(target date fund)
- TDF는 원금보장은 안 되지만 연 4~5%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며, 근로자의 은퇴 시기에 따라 자산배분 계획을 세우고,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펀드임.
보통 20~30대 때는 주식 비중을 높여 고수익·고위험 중심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다가 은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 비중을 높임. 
주식 종목 선택도 20·30대는 성장주 위주, 50대는 배당주 중심으로 투자하며, 미국은 TDF 가입 금액이 900조원에 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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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1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나라 망신 해외 성매매 뿌리 뽑아야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외국으로 나가서까지 성매매를 하는 추한 한국인들 얘기다. 한·미 합동단속반은 그제 미국 뉴욕 일대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 온 한국인 성매매 업주와 여기에 고용된 여성 등 모두 48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마사지 업소 등을 차려놓고 시간당 200달러(약 22만원)를 받고 불법 성매매를 해온 혐의다. 국격을 떨어뜨리고 나라 이미지를 해치는 해외원정 성매매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뿌리 뽑아야 한다.

해외 성매매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성매매 수출대국’이라는 오명까지 들을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달에도 일본 도쿄 유흥가 주변에서 성매매를 한 여성들과 알선책, 업주 등 47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8월에는 마카오의 호텔 투숙객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일당 80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과 미국을 포함해 호주, 대만, 동남아 등 우리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러 떠나는 나라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외국에까지 나가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낯 뜨거운 행태도 문제다. 해외 관광을 핑계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황제 관광’이 암암리에 활개를 친다고 한다. 지난해 8월 한국 남성 207명이 필리핀 원정 성매매에 나섰다가 무더기로 경찰에 꼬리를 붙잡힌 게 그런 경우다. 이들은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해외 성매매 카페에서 이 상품을 접했다고 한다.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 등 각종 인권보고서는 한국 남성을 동남아 성매매의 주요 고객으로 분류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성매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성 상품화에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비뚤어진 인식이 문제다. 국내 풍토부터가 그렇기 때문이다. 가벼운 처벌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해외 성매매로 적발돼도 현지에서 추방 정도에 그치거나 국내에 들어와서도 대부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나기 마련이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해외 성매매를 근절하기 어렵다. 처벌을 한층 강화해 스스로 모멸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지 경찰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음성적으로 성매매 관광객을 알선·모집하는 인터넷 카페들의 실태도 철저히 점검할 일이다.

2. 산업구조조정,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정부가 조만간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짓고 조선·해운 분야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취약 업종인 건설·철강·석유화학 분야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다른 분야도 여건이 다급하지만 한꺼번에 손을 대기보다는 심각한 분야에서부터 메스를 대겠다는 구상이다. 고름을 짜내고 건강 체질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더 이상 구조조정을 미룰 만큼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말로는 구조조정을 한다면서도 차일피일 미뤄온 탓이다. 구조조정의 부담을 떠안아야 할 은행들의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해당 기업들에 있어서도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어려운 때문이었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한다면서도 부실기업에 자금을 퍼붓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깨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수밖에 없었고, 끝내 지금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특히 조선과 해운업은 상황이 심각하다. 대형 조선소가 집중된 울산이나 거제도의 지역 경기가 가라앉아 주민들이 한숨만 내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의 처지를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세계 시장을 석권하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3사의 경영 여건이 거의 마찬가지다. 한때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중심 산업이 어느새 이처럼 벼랑에 처하게 됐는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조조정을 망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자금 지원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고 군살을 빼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폐해만 커지기 마련이다. 2~3년 전에는 호미로도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가래로도 어려워진 것이 바로 시기를 놓친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경기 흐름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 노조도 일정 부분 책임이 없지 않다. 경기가 어려워지는 국면에서도 임금 인상을 고집하는 등 자기 밥그릇만 앞세움으로써 경영 악화를 부채질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각 업체마다 대량 해고를 실시하게 됨으로써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가뜩이나 청년실업으로 풀이 죽어 있는 사회 분위기가 이중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단기적으로는 지역 경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 과정을 이겨내야만 한다.

[서울신문]

3. 재계 수사 법의 잣대로 환부만 도려내야

검찰이 그제 한진중공업,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KCC건설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업체들은 내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된 원주~강릉 도시고속철도 공사의 구간별 사업자들이다. 검찰은 업체들이 4개 공사 구간을 ‘짬짜미’로 수주하려고 입찰가를 사전 합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처인 철도시설공단의 신고로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검찰은 통상의 경우처럼 공정위 고발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일각에서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업 비리에 대한 사정(司正)이 본격적으로 재개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공교롭게 그동안 설(說)만 무성했던 부영그룹에 대한 수사 사실도 확인됐다. 국세청이 총자산 20조원 규모로 재계 순위 21위인 부영그룹과 이중근 회장의 조세 포탈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이 곧 고강도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임대주택 건설 사업을 통해 급격히 성장한 부영그룹은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외에는 특별하게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기업이다. 국세청은 이미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국세청 고발 전 이미 수사 착수에 대비해 관련 비리를 검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4개 건설사와 부영그룹 외에 D사와 L사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그렇잖아도 항간에는 여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총선 이후 국면 전환을 위해 사정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착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검찰은 명심하길 바란다. 물론 기업비리든 공직부패든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법의 잣대에 따라 추상같은 사정의 칼날이 미쳐야 한다. 거기에는 어떠한 성역도 예외도 있을 수 없다. 일체의 ‘정치적 고려’ 또한 배제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과거 검찰은 그렇지 못했다. 멀리까지 돌아볼 필요도 없다. 지난해 특정 정치세력을 표적 삼아 ‘하명’에 따라 시작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는 무려 8개월에 걸쳐 말단 하청업체까지 저인망식으로 샅샅이 훑어 표적수사 시비를 자초하지 않았는가. 그렇잖아도 올해 초 엘리트 검사 10여명을 모아 ‘부패범죄수사단’을 발족시킨 검찰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가 매섭다. 중앙수사부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하명수사 시비에 휘말린다면 검찰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이번 재계 수사는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법의 잣대에 따라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가 돼야 한다.

4. 청문회 열자는 식 발상으로 민생 못 챙긴다

오늘부터 한 달간 19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4월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가 ‘낡은 정치’를 답습하면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할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감투를 쓰려다 망신살을 자초했다. 야권도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보수정권 청문회’를 선창하자 더불어민주당이 화답했다가 역풍이 일자 일단 꼬리를 내렸다. 이러다간 선거전에서 이구동성으로 했던 여야의 경제 살리기 약속도 자칫 공수표가 될 판이다. 여든 야든 차기 대선을 겨냥한 때 이른 권력 게임보다 민생을 먼저 챙기라는 총선 민의를 곡해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위기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2%대 저성장 국면이 고착되지 않도록 하려면 구조 개혁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서비스시장을 육성해 청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전자는 국제경쟁력 재확보를 위해, 후자는 내수 진작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 면에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본지 회견에서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노동개혁 등 모든 구조 개혁은 단기적으로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라 인기를 끌기도 어렵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이를 실행할 각론을 합의하기란 매우 지난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 와중에 정쟁 불사를 외친다면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의 오명을 씻을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고 봐야 할 게다. 천 공동대표가 “청문회, 국정조사 등 모든 의회 권력을 발휘해 구정권 8년 적폐를 단호히 타파하겠다”고 했다니 말이다.

다만 희망적 조짐도 없지 않다. 여당 내 개혁파 의원들이 청와대가 중점 과제로 추진해 온 노동개혁 4법과 관련해 국민의당의 수정안을 일부 수용할 낌새다. 청와대의 뜻을 금과옥조로 여기기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은 타협과 절충이 의회정치의 본령이란 차원에서 바람직한 변화일 수 있다. 총선 승리 후 야권 내부에서 불거진 청문회·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야권 지도부와 중진들이 선을 긋고 나선 것도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정부·여당발(發) 경제활성화법을 모조리 원점 재검토하겠다”(이종걸 원내대표)는 더민주 측의 기세등등한 자세가 걱정스럽다.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을 19대 국회 4년 내내 반대하다가 이제 여소야대가 됐으니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자가당착일 뿐이다.

어차피 의정을 선진화하긴커녕 입법 활동을 마비시켜 온 국회선진화법에 기대는 한 생산적 국회는 언감생심이다. 여야의 의석 역전으로 공수만 바뀌었을 뿐 식물국회는 고사하고 무생물국회라는 꼬리표가 20대 국회에도 붙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어느 당도 자력으로만 입법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다당제 구도를 만들어 줬다. 그렇다면 여야가 국익과 민생을 맨 앞자리에 놓고 협치(協治)하는 일 이외에는 답이 없는 셈이다. 여야는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민생을 돌보는 생산적 국회를 다짐하고 있지만, 당장 이번 4월 국회에서 대화와 절충을 통한 협치를 실행하기 바란다.

[동아일보]

5.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파악한 한반도의 안보위기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19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만약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자체 핵무장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한 발언이 아니라 핵 확산 방지와 한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미국이 핵우산을 포기하고 ‘한일 핵무장 용인’을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의 의미가 강하다.

브룩스 지명자는 트럼프가 거론했던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대해서도 “지난해 한국은 미군 주둔 인적 비용의 50%가량인 8억800만 달러(약 9130억 원)를 부담했고 매년 물가 상승으로 오르게 돼 있다”고 정확한 수치까지 인용해 트럼프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관해 “북의 위협에 대처하는 다층적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보와 관련된 만큼 그의 발언은 우리에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그는 중국의 대북(對北) 억지력에 대해 “중국이 김정은 정권의 존속을 위협할 수준의 압력을 가하지는 않고 있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북한 상황에 대해서는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오만하고 충동적이어서 상황을 오판할 위험성이 큰 독재자”라면서도 “김정은이 북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파악돼 정권 붕괴를 암시할 만한 불안정성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태평양사령부의 육군사령관으로 민감한 질문에도 단호하게 답변하고, 엄중한 현실에 바탕을 둔 논리로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시키는 모습이 신뢰감을 준다. 신상털기식 청문회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업무능력 검증에 집중하는 의원들이나 철저한 업무 파악 역량을 보여준 지명자가 부럽기까지 하다.

새 주한미군사령관이 파악한 한반도의 엄중한 안보 현실에 비춰 정작 핵과 미사일을 이고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안이하다. 북의 5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됨에도 여야 정치인들은 권력 다툼에만 열중하느라 안보 위기에는 관심조차 없다. 브룩스 지명자는 “주한미군은 오늘 밤이라도 당장 싸울 준비태세를 갖춘다는 각오로 한국과 함께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우리 안보 당국자나 정치인들로부터도 듣고 싶다.

6. 김종인 대표 추대? 더민주당이 문재인의 私黨인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석 달 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하면서 비례대표 2번 보장과 함께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달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대표는 어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실제로 나하고 그렇게 얘기했다”고 확인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김 대표의 ‘차기 대표 합의 추대론’이 공연히 터져 나온 게 아닌 것이다. 그러나 더민주당 사람들조차 그런 묵계를 알지 못했다. 문 전 대표가 당권을 줬다면 김 대표는 무엇을 주기로 했는지, 그것이 ‘대선후보’인지 밝혀야 한다.

문 전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 파동이 일어난 3월 22일 김 대표의 사퇴를 막기 위해 자택으로 찾아가 “다음 대선까지 역할을 계속해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도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게 차기 당권을 보장하는 약속임이 명확해졌다. 아무 당직도 없는 전(前) 대표가 무슨 권리로 차기 당권을 약속할 수 있는가. 문 전 대표 스스로 더민주당의 상왕(上王)이거나 더민주당을 사당(私黨)으로 여기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대표는 4·13총선에서 비례대표에 당선돼 비례대표로만 5선 고지에 올랐다. 1988년 13대 총선 때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으나 당시 평화민주당 이해찬 후보에게 패했다. 믿기지 않지만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김 대표의 ‘정무적 판단’도 그때의 패배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로만 정치를 해온 데다 한번 나섰던 선거에서마저 패한 터라 ‘선거 공포증’ 때문에 대표 경선을 기피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권력자에 의해 당 대표가 낙점되는 5공(共)시대가 아니다.

김 대표는 어제 당선자대회에서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종전과 같은 모습을 또 보인다면 유권자들이 굉장히 냉혹하게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 승리에 대한 자신의 공을 알아달라는 당부이자 내년 대선도 잘 치르고 싶으면 자신을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행여 김 대표가 더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데 대한 보상 심리에서 합의 추대를 바란다면 그 역시 터무니없는 일이다. 더민주당의 승리는 새누리당의 오만을 유권자들이 심판한 데 따른 반사이익이 더 컸다.

친노(친노무현) 일각에서도 김 대표 추대론이 나오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정청래 의원은 “비리 혐의로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은 과거사라도 당 대표 자격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김 대표는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대표직에 뜻을 둔 다선 의원들도 합의 추대는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말한다. 정당법은 정당의 운영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정당의 대표는 경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돼야 한다.

7. 민심 오판한 靑비서관, 문책은커녕 국민銀 감사로 보내나

 정권의 낙하산 회장과 현 정권의 낙하산 은행장 간 갈등으로 촉발된 ‘KB 사태’ 이후 1년 4개월 동안 비어 있던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에 신동철 전 대통령정무비서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가 그 자리에 앉는다면 총선 후 첫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낙하산이 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지만 내정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노동개혁을 외치던 청와대발(發) 낙하산 인사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신 전 비서관은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여론조사 전문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심의 변화를 잘못 짚어 여당이 140석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했다고 한다. 총선 전날 그가 사표를 낸 사실이 14일 알려지자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문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기환 정무수석은 문책은커녕 그의 새 직장을 물색해주느라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를 가리지 않고 찔러댔다는 소식이다.

국민은행은 정부 지분이 없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지만 지배주주가 없어 지배구조가 여전히 취약하다. 이 때문에 정권의 후광을 업은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직원들은 승진에 목을 매며 실세에게 줄을 대는 풍토에 젖어 있다. 그 와중에 청와대 낙하산 인사까지 이뤄진다면 KB 사태 이후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민간회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현재 316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6월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26곳에 이른다. 청와대와 정치권 인사들이 이 자리를 메운다면 박 대통령이 18일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고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발언이 허언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8. 부산시, 부산영화제 운영 민간에 확 맡겨야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영화제 독립성과 자율성을 주장하는 영화계와 행정기관으로서 일정 부분 간여는 불가피하다는 부산시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규옥 경제부시장 등 영화제 관련 부산시 공무원들이 어제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오는 10월 개막하는 제21회 행사 전면 불참을 선언한 지난 18일 영화계 9개 단체의 움직임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날 부산시 측은 “저희가 오해를 받고 있다” “갈등이 표면화돼 안타깝다” “예술영역을 침해하지 않겠다” 등 원론만 되풀이했다.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부산영화제 사태는 2014년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이빙벨’ 상영을 계기로 불거졌다. 상영 중단을 요구한 부산시의 요청을 영화제가 거부했다. 이후 이용관 전 공동집행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부산시의 영화제 관계자 검찰 고발 등이 잇따르며 갈등이 고조됐다. 정치적 외압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화제 전체를 총괄하는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히며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였으나 정관 개정을 둘러싼 부산시와 영화제 측의 이견으로 또다시 미궁으로 빠진 상황이다.

가장 큰 쟁점은 새 조직위원장 선출 방식이다. 부산시는 집행위원회에서 복수의 후보를 추천받아 임명할 방침이지만 영화제 측은 부산시가 통제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그 대신 영화인이 다수 참여하는 총회에서 조직위원장을 뽑아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타협과 양보 없이는 앞으로 6개월도 남지 않은 올 행사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의 위상이 급락할 게 분명하다. 영화·미술·음악 등 문화행사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영화제 운영을 민간에 확 맡기는 부산시의 대승적 결단이 요청된다. ‘표현의 자유’가 한가하게 들릴 만큼 현재 부산영화제는 중대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9. 교육부 '로스쿨 입시부정'조사 투명하게 공개해야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고위층 자녀들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조계가 시끄럽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부터 25개 로스쿨 입학과정을 전수조사했는데 대법관 출신 등 법조인 자녀 40여 명이 불공정 입학으로 적발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자기소개서에 부모 스펙을 기재하거나 면접에서 부모 이름을 거론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입시를 치렀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로스쿨협의회는 그제 "입학전형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변호사 133명은 의혹이 제기된 대법관과 해당 로스쿨에 대해 밝히라며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나섰다. 

2009년 첫 개원한 로스쿨은 입학과 취업과정에서 불공정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윤후덕 의원(새정치연합) 로스쿨 출신 딸의 대기업 특혜취업 논란에 이어 신기남 의원(새정치연합)이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 한 의혹이 일면서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거셌다. 거기에 신평 경북대 교수가 저서를 통해 특혜 입학 의혹을 폭로하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입시요강이다. 법학적성시험(LEET), 학부 성적, 공인영어성적, 자기소개서 제출과 면접을 거쳐 합격자를 가리는데 자소서에 대한 지침도 따로 없다. 정성평가 비중이 높고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이나 방법, 합격점수 등이 공개되지 않다보니 깜깜이 선발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만약 의혹처럼 자소서에 부모 스펙을 쓰는 것이 부정행위로 간주되지 않고 용인됐다면 '금수저'들이 권력과 부를 세습하는 통로로 로스쿨을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틀리지 않은 것이다. 법조인 선발 과정이 이렇게 불투명하고 허술해서야 어떻게 국민이 법조인을 신뢰하겠는가.

신입생 선발 절차를 대학 자율에 맡겨두고 한 번도 감사를 하지 않은 교육부 책임도 크다. 조사 결과 발표를 늦출수록 의혹이 커지는 만큼 신속하고 투명하게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교육부는 개선 방안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땜질 처방에 그칠 게 아니라 폐쇄적인 입시제도 전반을 개선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라.

10. 신임 금통위원들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라

통화정책 수단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신임 위원 4명이 오늘 취임식을 하고 4년 임기에 들어간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 등으로 7명의 위원 중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이라 다음달부터 정책 향방에 변화가 얼마나 있을지 이목을 집중시킨다. 면면에서 보듯 관료 출신이거나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 몸담아왔다는 점에서 새 위원들은 물가 안정이나 중앙은행 독립에만 연연하지 않고 경기 부침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시장에서는 관측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기준금리는 연 1.5%에서 10개월째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으로 우리 경제가 2%대의 저성장을 고착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일각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다.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이나 경기 부양 측면에서 정부 재정정책과의 원활한 보조가 기본이다.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한 우리로서는 자본 유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EU, 일본 등의 움직임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엔 금리 이외에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나라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통화정책 결정을 둘러싼 복잡한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금통위원들과 금융시장 참가자들 간의 원활한 소통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의 즉흥적 판단보다 장기적인 안목에 입각한 접근이 절실하다.

어제 퇴임한 4명의 전임 금통위원들은 재임 중 한번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취임 당시 연 3.25%에서 7차례 인하 결정만 내렸다. 내년부터는 기존의 한 해 12차례 금리결정 금통위를 8차례로 줄인다. 명절이나 휴가철 등 월별 경제지표가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시점의 금리 결정 어려움을 줄이려는 것이다. 제도를 보완해 경제 상황 변화에 가장 효율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금통위의 결정을 이끌려는 노력이다. 4명의 신임 금통위원들이 고액 연봉만 받으며 제 할 일 못하는 꽃보직 이미지를 떨쳐내고 경제 분야 최고의 현인클럽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권위를 쌓아보기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막스 베버가 정치인들에게 던진 것

독일의 정치ㆍ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고 했다. “모든 희망의 좌절조차 견디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의지를 갖추어야”한다고, “그 어떤 상황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만년의 저작 <직업으로서의 정치>(전성우 옮김, 나남출판)에 그렇게 썼다. 

저 책은 1919년 1월 독일 뮌헨대 진보학생단체 ‘자유학생연합’이 주최한 ‘직업으로서의 정신노동’에서 베버가 한 강연을 엮은, 정치 철학의 고전이다.(1917년 11월의 강연 저작 <직업으로서의 학문>도 있다.) 

그는 국가를 목표나 기능이 아닌 특수한 수단, 즉 ‘물리적 강제력’의 독점 주체로 규정했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자는 그러므로 “모든 폭력성에 잠복해 있는 악마적 힘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135쪽) 그 힘을 적절하게 제어하기 위해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질로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열정, 책임의식, 균형감각. 그의 ‘열정’은 비창조적인 흥분 즉 개인적 자기 도취와 구분되는 ‘대의에 대한 뜨거운 확신’이다. ‘책임의식’은 합법적 폭력 행사권이라는 수단을 위험하고 파괴적으로 휘두르지 않게 하는 덕목이다. ‘균형감각’은 일종의 거리감이다. “내적 집중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 즉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107쪽)

더불어 그는 정치인의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 특히 책임 윤리를 강조했다. 신념을 갖되 정치의 결과가 신념(의도)에 어긋난다고 해서 세상의 어리석음을 비난해선 안 되며, 인간이란 어리석고 비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해 정치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의 강연은 1차 대전 패전 독일의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이뤄졌다. 직업, 나아가 소명(vocation)으로서의 정치에 대한 저 높다란 기준에 비춰 현실은 그를 불행하게 했을 것이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택한 학자답게 끝내 냉정과 객관성을 잃지 않았다. 그는 1864년 오늘(4월 21일) 태어나 저 강연 직후인 1920년 6월 14일 별세했다. 향년 56세.

2.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TV사극의 대부 신봉승

1961년 국방부가 300만 환을 내걸고 시나리오 현상공모를 실시했다. 요즘으로 치면 3억 원 넘는 상금을 거머쥔 당선자는 강원 강릉의 한 초등학교 교사. ‘현대문학’ 시 부문으로 등단한 그가 새 장르에 도전한 것은 시만 써서는 먹고살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금을 받고 의기양양해 서울의 유명 양복점에서 친구 20여 명의 옷을 맞춰주며 통 큰 인심을 썼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원고청탁서에 치여서 죽는가 보다’라며 내심 걱정한 것은 그의 착각이었을 뿐. 어디서도 청탁은 오지 않았고 그는 조용히 강릉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때 시나리오를 쓴 경험은 훗날 그가 ‘사모곡’ ‘연화’ ‘별당아씨’ 등 대한민국 TV사극의 1인자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그제 83세를 일기로 타계한 원로극작가 신봉승 씨의 얘기다. 

▷그가 등장하면서 야사 중심의 사극은 방대한 독서와 고증을 통한 정통 역사물로 물꼬를 트게 됐다. 만 쉰 살 때부터 8년간 방영된 대표작 ‘조선왕조 500년’의 모태는 조선왕조실록. 국역되기 전이라 혼자서 떠듬떠듬, 때론 한학자의 도움을 빌려 2, 3회 원전을 완독했다 한다. “조선왕조실록 국역본은 모두 413권. 하루 100쪽씩 읽어도 꼬박 4년이 걸린다. 웬만해선 진력이 빠져 그거 다 못 읽는다. 나는 40년 세월을 그걸 붙들고 살았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역사 고증과는 담쌓은 사극이 주목받는 시대다. 역사적 사실과 인문적 상상력의 만남으로 정사(正史)의 대중화에 기여한 그의 상실이 아쉽다. 사팔뜨기 간신으로 폄하된 한명회나 부인에게까지 배신자로 낙인찍혔다고 알려진 신숙주는 신봉승 사극을 통해 재조명될 기회를 얻었다. 무엇보다 그는 식민사학에 짓눌린 조선에 대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데 기여한 점에 자부심을 표시했다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그가 남긴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조선에서는 임금이 제 맘대로 한 적이 없다. 선비들은 임금에게 직언하고 배운 대로 행했다. 신하들이 임금을 무턱대고 따라 한 적이 없다.”

3. [동아일보][광화문에서/이광표]수덕여관

예산 수덕사에 종종 간다. 수덕사의 매력은 단연 대웅전(국보 49호, 고려 1308년)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맞배지붕의 간결함과 우직함. 선(禪)의 사찰에 걸맞은 모습이다. 요즘 수덕사에 가면 대웅전 못지않게 일주문 왼편에 있는 수덕여관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수덕여관을 둘러볼 때마다 이런 얘기를 듣는다. “어떻게 절 앞에 여관이 있어요?” “예전엔 출가하려는 사람들이 여기 와서 잠도 자고 그랬단다.” “여기가 바로 고암 이응노 화백이 살았던 곳이야. 저기 저게 문자추상 석각(石刻)이고….”

수덕여관 하면 흔히 고암 이응노를 떠올린다. 이응노가 1945년 이 여관을 매입했고,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이곳에서 요양을 했으며 그때 문자추상 석각을 남겼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응노보다 더 절절한 사연으로 얽혀 있는 사람이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다.

나혜석이 수덕여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37년 말 수덕사로 일엽 스님을 찾아가면서. 당시는 나혜석이 ‘이혼고백서’ 발표 등으로 인해 가부장적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심신이 피폐해질 때였다. 나혜석과 동갑내기 일엽은 신여성의 선두에서 여성해방과 자유연애를 외쳤으나 1933년 출가해 수덕사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나혜석은 수덕사에서 출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1944년까지 수덕여관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그림도 그렸다. 자식이 보고 싶을 때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도회로 나갔으나 전남편 김우영으로부터 수모를 당하기만 했다. 간혹 서울의 오빠 집에 들렀으나 돌아온 건 오빠의 냉대였다. 나혜석은 비극의 바닥으로 빠져들었다. 동공은 풀어지고, 손은 떨렸다. 뇌졸중이 심해 잘 걷지도 못했다. 수덕여관을 떠나 이곳저곳 전전하다 1948년 서울시립남부병원에서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했다.

최근 나혜석 평전을 읽었다. 선구적이었기에 오히려 비극과 파탄에 이른 나혜석의 삶. 책장을 넘길수록 애처로움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미술평론가 이구열 선생은 이렇게 평했다.

“조선사회의 도덕적 형벌은 이토록 가혹하였다. 이 땅의 근대 문화와 새로운 사상에 그토록 많은 공헌을 남긴 선각의 여성이 단지 한때의 과오로 인해 그처럼 가혹한 비극의 심연에 처넣어져 모진 종말의 길을 가게 될 때, 지난날 그녀가 항시 사랑했던 조국 조선은 일제로부터 해방과 독립이 이루어졌다. 3·1운동에도 가담했고 만주에선 압록강을 넘나들던 항일 독립투사들의 내왕을 도왔던 나혜석이 그 감격을 어디서 혼자라도 외치기나 했을까.”

지난해 말 나혜석의 막내며느리가 나혜석의 ‘자화상’과 ‘김우영 초상’을 고향인 수원시(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 기증했다. 막내아들인 김건 전 한국은행 총재의 유지(遺志)에 따른 것이다. 생전에 나혜석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막내아들이었다. 그 기증은 어쩌면 나혜석과 막내아들, 나혜석과 세상의 화해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부터 나혜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에게 드리운 편견을 걷어내려는 움직임도 많다. 수원에는 나혜석 거리를 조성했고 집터도 단장해 놓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 수덕여관이다. 이곳은 나혜석의 비극적인 흔적 가운데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수덕여관엔 나혜석에 관한 기록이나 기념물 하나 없다. 28일은 나혜석 탄생 120주년이 되는 날이다. 나혜석의 관점에서 수덕여관에 좀 더 주목해야 할 때다.

4.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우렁각시

퇴근하여 집에 오면 종종 구석구석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고 식탁 위에는 몇 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오늘도 다녀갔구나.” 가슴 저 밑바닥에서 형용할 수 없는 고마움이 치솟지만 그렇다고 얼른 전화하여 “고마워요!” “힘든데 뭐 하러 자꾸 그래요”라는 말로 넘기는 것이 싫어서 꿀꺽 말을 삼켜버리고 만다. 벌써 5년째다.

“어머님이 생전에 간곡하게 부탁하셨어요. 나 없으면 상심하여 몸 상할까 걱정이다. 네가 자주 들락거리며 네 시누이 좀 살펴줘라.” 

5년 전 봄날, 엄마 보내드리고 돌아오면서 새언니가 전한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어머님이 그러셨다고 한들 서로 바쁘게 사는 마당에 그 말씀 받들지 않으면 누가 뭐랄까. 그런데 고지식한 새언니는 그 이후 꼬박꼬박 한 주에 한 번꼴로 식구가 모두 외출하여 비어 있기 일쑤인 우리 집에 우렁각시처럼 다녀간다. 

실은 새언니도 처음 결혼했을 때는 나처럼 살림이라곤 전혀 모르는 왕초보여서 우렁각시가 필요했다. 나의 엄마는 그런 며느리를 못마땅해하기는커녕 계속 김치와 밑반찬을 실어 나르며 기꺼이 딸처럼 품어주셨다. 엄마가 연로하여 병석에 눕기 전까지 그렇게 며느리 뒷바라지를 해주신 것이 결국 딸에게 우렁각시를 남겨주는 실마리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귀가하여 아침과 달라진 깔끔한 집을 보면 마치 하늘나라에서 엄마가 살짝 다녀가신 듯해 눈물겹고 시어머니에 대한 새언니의 지극한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진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소리 없이 나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누군가를 꿈꾼다. 그러나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몸을 태워 재로 남는 뜨거운 헌신이 없이는 결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안도현 시인의 물음은 뜨끔하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우렁각시가 다녀간 날, 시인처럼 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까지 나는 누군가의 가슴을 뜨겁게 해준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면 한 장의 연탄보다 나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엄마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떠나셨지만 한평생 뜨겁게 정성을 다했으므로 그 온기가 지금까지 남아 나의 가슴을 따듯하게 덥혀 주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 사랑이 사랑을 낳는다. 내가 먼저 사랑이 되어야 한다. 

5. [중앙일보][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다이어트 집착하는 나, 정말로 비정상인가요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운동하는 ‘셀카’나 다이어트용 샐러드·닭가슴살·콩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이어트는 여성들과 대화할 때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답답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학벌·직장 경쟁처럼 이젠 다이어트나 몸으로도 경쟁하게 된 것 같다. 다이어트는 원래 ‘식습관’이란 뜻인데, 요즘엔 살을 빼고 근육질의 멋진 몸매를 가꾸기 위한 극단적인 식생활을 의미하게 된 듯하다.

나도 요즘 몸 관리에 많이 집착하는 것 같다. 과거 스페인에서 잠시 살 때도 더 좋은 몸, 더 운동을 잘하는 몸을 만들겠다며 1년 동안 채식만 하기도 했다. 채식을 하면서도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은 방법, 복근이 더 빨리 생기는 식생활을 하루 종일 연구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다이어트는 생활의 전부가 됐다. 심지어 피자를 주문할 때 치즈를 빼 달라고 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살이 찔까 봐 걱정이 돼서다. 주변의 놀림을 당해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결국 친구들을 만날 시간에 차라리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태권도나 합기도를 수련할 때도 어떤 동작을 하면 더 멋진 몸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무도 정신을 잠시 잊은 셈이다.

그러다 어느 날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이 주제를 다룬 글을 읽다 반성하게 됐다.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바람에 친구·가족에 집중할 시간이 줄면서 인간관계가 나빠졌으며, 내 매력만 생각하다 우울해졌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결국 나는 외로웠던 것이다. 머리는 다이어트 관련 고민으로 복잡해졌고 마음은 우울해졌다. 그럼에도 더 멋진 몸매를 만들면 사람들이 나를 다시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그게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숨은 동기였다. 나는 자신감이 떨어졌고, 남들로부터 사랑받고 싶었으며, 늙어가는 것이 두려웠다.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 세 가지 이유 중 하나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몸을 관리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며 운동을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만 자연이 준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각자 좋아하고 열정을 느끼는 운동을 골라서 꾸준히 해야 몸이 좋아지고 마음도 편해질 것이다. 식사 때마다 칼로리를 따지고 몸매 만들기에 집착하는 건 건강한 행동이 아니다. 몸매보다 성격이,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신경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제발 먹는 재미는 잊지 말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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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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