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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1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세계일보]

1. 탈북자 관리시스템 무용지물 만들어선 안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국내에 들어온 것은 당국이 치밀한 작전을 펼친 결과로 보인다. 이들이 동남아 제3국을 경유해 입국한 것은 해당국가의 외교적 입장을 고려한 조치다. 탈북자 입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식당 매출이 급감했는데 북한 당국의 외화 상납 요구는 강화돼 곤경에 처했다고 한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입국 경위와 발표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얘기도 제각각이다. 이들이 근무한 북한 해외식당이 어디인지에 대해 중국 저장성이라는 주장과 동남아 국가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북한은 중국과 동남아 등 12개국에서 130여곳의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 중 100여곳이 중국에 있다. 중국 내 식당이었다면 중국 정부의 용인과 한·중 간 조율이 있었을 것이다. 대북 제재에 대한 협력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탈북자 정책 변화 징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발표 배경과 시점이다. 정부는 이들이 입국한 다음날 이 같은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지금까지 신변 보호를 이유로 탈북자 입국 확인조차 꺼리던 정부가 조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제 “이 같은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발표는 탈북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는 탈북자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비난했고, 중국 동북 3성을 관할하는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교민들에게 ‘북측이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긴급 안전공지문을 발송했다. 그러니 무리한 발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통일부 대변인은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한꺼번에 탈북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북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것이 서둘러 발표할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국가정보원이 이번 사건을 주도하면서 탈북자 관리시스템 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탈북 관련 외교 시스템을 무너뜨린 것은 대외관계에서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다.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논란의 소지도 크다. 정부는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놔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엄중한 시점에서 이런 식의 논란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신문]

2. 재벌 대물림 경영 전 '인성교육' 먼저 시키라

이번에는 현대가(家)다. 현대가 3세인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의 갑질 역시 가관이었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그의 횡포는 배우만 캐스팅하면 그대로 개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도 손색없다. 운전기사용 수행 매뉴얼이 A4 용지로 100여장이나 된다는 사실부터 어처구니가 없다. 빨리 가자는 명령이 떨어지면 교통법규를 모두 무시하고 불법 운행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벌점에 감봉, 퇴직 처분됐다. 길이 막히면 수행 기사들은 운전 중에도 뒤통수를 맞거나 폭언과 폭행을 수시로 당했다. 매뉴얼을 어기면 정신교육을 받게 했다는데, 대체 정신교육은 누가 받아야 했을지 의문스럽다.

가당찮은 행실에 공분이 쏟아지니 정 사장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실었다. 눈곱만큼의 진정성을 찾기 힘든 졸속 사과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로 역풍을 맞고 있다.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했다”는 사과 내용에 여론은 아연실색이다. 46세나 된 중년이 젊은 혈기를 핑계 삼는 태도를 납득할 사람은 없다.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소아병적이라는 비판이 들끓는 이유다.

갈수록 태산이다. 제 정신 박힌 오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천박한 행태들이 사흘이 멀게 들통난다. 수행 기사를 노예처럼 부린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셔터를 내렸다고 경비원을 때린 ‘미스터 피자’ 정우현 MPK 회장 사건이 며칠 전 일이다. 안하무인의 횡포를 일부 오너들의 인격장애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정 사장과 이 부회장은 능력과 별개로 경영 세습의 특혜를 누린 재벌 3세들이다. 노비문서 같은 매뉴얼로 지탄받는 것도 개긴도긴이다. 재벌 금수저 세계에는 비상식적인 비서 매뉴얼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는지도 짚고 넘길 일이다.

‘재벌 갑질’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 정식 등재돼야 할 판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40, 50세가 넘어도 기본 인성조차 갖추지 못한 재벌 후손들을 참고 보기 힘들다. 고질이 된 갑질병을 고치려면 일벌백계의 징벌이 따르는 수밖에 없다. 세계 경영사에 유례없는 대물림 경영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려면 재벌가는 지금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천방지축 3, 4세가 기업의 얼굴에 구정물을 튀기지 않도록 인성 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 한다. 기업은 고객 없이 설 수 없다.

3. 최고 사전투표율, 최고 총선투표율로 이어지길

8, 9일 이틀간 진행된 20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12.2%로 최종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사전투표에는 전국 유권자 4210여만명 중 513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는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11.5%보다 0.7% 포인트 올라간 역대 최고치다. 높아진 사전투표율이 최종 투표율까지 끌어올렸으면 한다. 하지만 여야의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인한 정치 불신 등으로 최종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당초 예상된 사전투표율 14~15%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제 끝난 사전투표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투표 당일날 얼마나 투표하는가다.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한 안보위기 등 안팎으로 헤쳐 나가야 할 파고가 높다. 파고를 넘으려면 능력 있는 국회, 멀리 내다보는 국회가 있어야 한다. 19대 국회처럼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밤낮 끼리끼리 이해관계에 얽혀 싸움질이나 해서는 위기 극복은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구호로 ‘문제는 경제다’를 내걸고 있지만 ‘문제는 정치다’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함량 미달의 국회가 경제는 물론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는 까닭에서다.

제대로 된 국회라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올바른 정책은 입법으로 힘을 실어 주고, 그렇지 않다면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와 행정부가 견제와 균형의 추를 유지해야 민주주의도, 국가도 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정치는 외려 국정의 난맥상만 초래하는 진원지가 됐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할 일을 안 하고, 계파의 이익과 기득권 앞에서는 여야 모두 한통속이었다. 이런 정치를 확 뜯어고치려면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필수다.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더민주는 80~110석,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체 지역구 253곳의 3분의1 정도가 안갯속이라고 한다. 여야 선거 판세가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유권자들을 향한 각 당의 구애작전도 치열하다. 유세 과정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막말과 선심성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의 군부대 이전 공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체 부지 선정과 재원 대책 등도 없이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무책임한 공약을 일삼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 후보 등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가차 없이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4. 北 집단탈출 보고도 核 개발 미망 못 벗나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의 지상분출시험 장면을 그제 공개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미사일발사장에서 진행된 분출시험을 직접 시찰한 뒤 “적대 세력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했다”며 신형 ICBM에 보다 위력적인 핵탄두를 장착해 미국 본토 등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엄혹한 제재 국면에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의 아둔함이 안타깝다. 집단탈출 등 심각한 내부 동요조차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한국행은 김정은 정권으로선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과거에도 1987년 김만철씨 일가족 탈북 등 집단탈출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변경의 주민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탈북한 것이지 이번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13명이 ‘한 배’를 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잘 알려져 있듯이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부모가 대부분 출신 성분이 좋은 평양 주민들이고, 그들 역시 북한 내에서 김정은의 처 리설주의 모교인 금성학원 등 예능 명문학교를 졸업한 재원들이다.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관계 당국의 심층조사가 필요하겠지만 기득권층, 또는 체제수호 세력의 일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이 북한 체제에 등을 돌리고 집단탈출한 것이다.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공동 숙식, 합동 출퇴근 등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근무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그만큼 대북 제재 이후 사정이 절박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해외 북한 식당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경영난에 봉착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외화 상납 요구는 가중되고, 충족되지 않으면 문책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니 좌불안석 아니었겠나.

대북 제재 이후 김정은 정권은 ‘제2의 고난의 행군’ ‘군자리 정신’ 등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인내를 종용해 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북한 주민의 식량 배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줄었다.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는데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과연 나라 운영을 책임진 집권자의 양심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김정은의 ‘핵공격 수단 다종화·다양화’ 지침에 따라 핵탄두 기폭장치, 대기권 재진입체 등을 공개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데 혈안이 돼 있지 않은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은 12개국에 130여개가 있다. 여기서 근무하는 종업원을 포함해 전 세계에는 5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외화 벌이에 나서고 있다. 이들도 눈과 귀가 있다.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한국 TV드라마를 보고 남북의 현격한 국력차와 북한의 폐쇄성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집단탈출이 도미노처럼 이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핵을 포기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5. 막판여론 공표 막는 '깜깜이 선거', 표심 왜곡시킬 판

각 당이 어제 자체 판세를 분석한 결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한 4·13총선 예상 의석수를 새누리당은 145석 내외, 더불어민주당은 100석 이하, 국민의당은 35석 내외로 추정했다. 주요 여론조사기관 4곳이 선거일 6일 전 여론조사 공표 금지 때까지의 조사 결과와 정당 지지율을 합산해 새누리당 157∼175석, 더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5∼31석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어느 당이 엄살을 부리고 어느 당이 위기를 맞고 있는지, 또 어떤 돌풍이 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연일 “새누리당 과반수가 깨지게 되면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다”고 호소해 지지층 사이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민주당이 어제 “새누리당에서 엄살과 쇼를 부리고 있는데 180석 정도의 거대 여당이 출현할 것”이라며 야권 지지층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것과 딴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만이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 지지자지만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3번 찍겠다는 유권자가 많다”며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자신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은 각 당의 주장만 사실 여부도 알지 못한 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선진국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일 전 일주일 넘게 공표를 금지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가 1월 정당만이 무선전화 안심번호를 이용해 여론조사를 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것도 유권자의 ‘정보 비대칭’을 증폭시켰다. 정당들은 이동통신사에서 안심번호를 구입해 당내 경선에 활용하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계속 여론조사를 실시해 선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당들이 발표하는 판세 분석이 정확한 것인지, 선거 전략인지 알 수가 없다.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흑색선전이 유통돼 표심이 왜곡될 수도 있는 일이다. 

2002년 야권에서 노무현-정몽준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여론조사로 한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각 정당은 여론조사로 후보를 공천하고, 여론조사를 무기로 표심을 흔들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20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가 9일 1403건으로 2014년 지방선거 때의 1.7배다. 특히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는 응답률도 떨어지는데 등록 기준의 문턱이 낮아 부실한 조사를 심의위가 걸러내지도 못하고 있다. 사람과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할 선거를 오차범위가 크고 오류도 많은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외주 민주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실 여론조사를 걸러내는 조건으로 여론조사를 선거 하루 전까지 공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데일리]

6. 정일선 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이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 사장은 그동안 운전기사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는데 이러한 사실이 운전기사 증언으로 드러난 것이다. 회사측은 A4용지 140장에 달하는 ‘수행 기사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기사가 ‘가자’라는 문자를 받으면 번개같이 뛰어나와 출발 30분 전부터 대기하고 정일선 사장이 빨리 가자고 할 때는 신호·차선·버스전용차로를 대부분 무시하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기사들이 이를 지키지 못하면 정 사장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고 주먹으로 기사 머리를 내리치는 폭행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사들이 매뉴얼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벌점을 받고 벌점 누적에 따라 정신 교육·견책·감봉·퇴직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다. 이 정도면 업무 매뉴얼이 아닌 ‘노예 매뉴얼’이나 별로 다를 바 없다. 

정 사장은 고(故) 정몽우 전(前)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이다. 고 정몽우 전 회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정 사장의 할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봐, 해봤어?”라는 말로 함축되는 기업가정신을 선보이며 국내 산업화를 이끈 위인이다. 정 사장도 지난 7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신뢰와 혁신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100년 역사를 창조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지 않았던가. 그러나 회사 구성원인 기사에게 온갖 갑질을 하면서 고객을 섬기겠다는 정 사장의 발표는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기업 총수들의 갑질 논란은 정일선 사장만이 아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前) 부사장을 비롯해 김만식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등 총수 갑질이 잊을만 하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그릇된 행태가 ‘반(反)기업 정서’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 않는가.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 총수들이 맞서 싸워야 할 상대는 회사 종업원이 아닌 글로벌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7. 치솟는 미세먼지와 오보… 환경부 장관은 뭐하나

주말 전국을 강타한 미세먼지로 국민이 큰 고통을 겪었다. 사흘 연속 계속된 미세먼지는 국민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건강을 위협했다. 서울의 농도는 주의보 발령 기준인 2시간 이상 ㎥당 150㎍을 훨씬 넘는 241㎍까지 치솟았다. 본격적인 황사철을 맞아 불청객의 습격은 더 잦을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이다. 초미세먼지는 숨을 쉴 때 폐나 심장에 침투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디젤차 도심 진입 제한 등 선진국이 미세먼지 감축에 힘을 쏟는 이유다.

환경부의 대처는 실망을 넘어 공분을 자아내게 한다. 가뜩이나 예보 정확도가 62%에 그쳐 불신이 큰데 이번에는 사흘 내내 오보를 냈다. 예보를 맡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8일 농도를 ‘보통’으로 발표했지만 4시간도 안 돼 ‘주의보’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춘객이 많았던 토·일요일은 더 심했다. 수도권 농도를 ‘나쁨’ 수준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숨이 턱턱 막히는 ‘매우 나쁨’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 때 예보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한 환경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 한심한 것은 인력·장비·예산 타령만 한다는 것이다. 예보 전담자가 12명뿐이고, 장비 개선 예산이 없으며, 기상청과의 통합 운영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재임기간이 38개월로 현 정부 최장 국무위원인 윤성규 장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효율적 조직 운영도, 예산 확보도 장관의 책임 아닌가.

윤 장관은 사즉생의 각오를 보여야 한다. 미세먼지는 발생 요인이 복합적인 만큼 중국과의 환경외교를 강화하고, 당장 예보의 선진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경유 승용차 도입 허용에 따라 2005년 565만 대였던 경유차가 지난해 862만 대로 급증한 것에 대한 정책 재설계도 필요하다. 자동차 제조사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에서 봤듯 ‘클린 디젤’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다. ‘소극 행정’이 윤 장관의 장수 비결이란 소리가 들린다. 미세먼지에도 소극적인 장관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매일경제]

8. 아베노믹스 한계 드러낸 엔고 후폭풍 대비해야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작년 6월 초 125엔으로 고점을 찍은 후 올해 1월까지 줄곧 120엔 선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지난주 말에는 108엔 선까지 밀렸다. 그만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뛴 것이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뜻을 내비치면서 달러 강세가 멈춘 데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갑작스러운 엔고는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공격적인 통화 살포다. 아베노믹스가 가시화한 2012년 9월부터 작년 6월까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38%나 추락했다. 엔저 공습 덕분에 일본 기업들 이익이 급증하면서 닛케이지수는 9000선에서 2만 선으로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개월 새 엔화 가치가 16% 가까이 반등하면서 엔저와 기업 이익 증대의 선순환 고리는 끊어졌다. 

일본 기업들이 올해 들어 엔고 때문에 날린 이익만 5조엔(약 5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익이 줄어든 기업들은 임금 인상을 더욱 꺼리게 되고 이는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더욱 위축시켜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통화 살포, 재정 확대, 구조개혁) 가운데 유일하게 작동했던 통화정책이 엔고라는 거센 역풍을 맞으면서 자칫 아베노믹스 전체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팽배해 있다. 

이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베노믹스 3년의 경험은 무엇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소홀히 하면서 무작정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려고 하면 일시적인 성과는 거둘 수 있어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양적완화(QE)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실험은 뜻밖의 역풍으로 무위에 그칠 위험을 안고 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엔고로 일본 기업과 수출 시장 경합도가 가장 높은 한국 기업들이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일본 정부가 다음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무리하게 엔고 저지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지만 더욱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엔저 공습은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 기업들은 그전에 흐트러진 수출 전략을 재정비하고 정부는 각국 통화 가치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막을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9. 공공기관장 빈자리 총선 후 '정피아'로 채워선 안돼

현재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공공기관은 7개이고 총선 후 3개월 이내에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공공기관장 자리도 2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4·13 총선 출마 때문에 중도하차한 기관장은 13명인데 이 중 5명의 자리가 아직 비어 있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리는 5개월째 공석이고, 지역난방공사는 2월 사장 공모를 했지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면서 재공모에 들어갔다. 지난달 사장이 사임한 코레일은 아직 공모 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7월까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은 21곳이지만 사장 공모에 들어간 곳은 3개뿐이다.

공공기관장 인사와 공모 절차가 이렇게 늦어지자 낙선자나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낙천자에게 주려고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선거가 끝난 후 '정피아(정치권 마피아)'들이 공공기관 요직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현상이 잦았는데 더 이상 이런 구태가 반복돼선 안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새로 임명된 금융공공기관의 사외이사 중 상당수가 정피아로 채워진 걸 보면 공공기관장 인사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민간 금융기업의 사외이사 기준을 강화해놓고 정작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의 사외이사에는 정피아가 득세하게 해놓은 것이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정치인들을 공공기관으로 내려보냈다가 경영을 망친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인천공항공사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했던 이 공기업은 정피아 CEO들이 줄줄이 정치판으로 떠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언제까지 공공기관을 정치인들이 스펙 관리나 하는 놀이터로 방치할 것인가.

전문성 없는 수장의 폐해, 걸핏하면 발생하는 경영 공백으로 인한 조직의 경쟁력 상실은 수도 없이 봐왔다. 총선 후 낙선자들이 위로 선물이라도 받듯 우수수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국민의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전문성 있는 인물을 배치하는 투명한 인사를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

10. 은행 일임형 ISA 과열경쟁·불완전판매 막아야

증권사에 이어 은행도 오늘부터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판매하는데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걱정이다. 지난달 14일 신탁형 ISA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판촉전을 벌였으니 일임형에 대해서도 가입자 유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일찌감치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한 데 이어 고액의 경품까지 내걸었다고 하니 재테크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아도 ISA는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으로 출시 12일 만에 100만명이 가입할 만큼 인기가 높다. 매년 2000만원까지 5년 동안 투자할 수 있는데 수익금 200만원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알아서 상품을 고르는 것이라 논란의 소지가 별로 없지만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가입자 성향에 따라 투자 상품을 정해 운용하는 것이라 손실이 나면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일임 경험이 없는 은행 직원들이 가입 실적을 채우는 것에 급급해 상품 설명을 소홀히 한다면 후유증이 생길 게 뻔하다. 일임형 ISA는 예금과 적금뿐 아니라 위험이 높은 주식형 펀드와 파생결합증권에도 투자하기 때문에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은행 창구 직원이 안전한 금융상품인 것처럼 현혹해 가입을 유도하면 큰일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주요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과당경쟁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는데 말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은행 창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수시로 암행 감찰을 시행해 불완전판매 등 문제점이 있으면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운용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도 과당경쟁보다는 영업 직원들의 자산관리 전문성 강화와 더 많은 운용 인력 확보, 안정적 시스템 구축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시장의 주류인 은행들은 국민 재테크 통장인ISA의 성공적 정착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를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타인의 성취

음악회에 잘 가지 않는다. 어쩌다 간 음악회도 자발적으로 갔다고는 말할 수 없다. 누가 표를 보이며 같이 가자고 할 때쯤 되어야 마지못해 따라나서곤 했으니. 그렇게 간 음악회에서 실망한 적은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강한 삶의 의지와 사랑으로 충만했다. 그 시간 동안엔 문학적 열정도 꿈틀거렸으니 음악회에 갈 때와 돌아올 때의 나는 같지 않았다. 얼마 전, 오랜만에 자발적으로 음악회에 갔다. 그 음악회를 연 피아니스트와 아는 사이라 가끔 만나지만 그의 연주회에 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늘 접하던 클래식 공연의 틀을 깬 구성부터가 신선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는 열정적 연주에 감동해 얼마나 열심히 손뼉을 쳤던지. 열심히 손뼉을 치면 어깨뼈가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음악회에서 나는 그의 성취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사실 나는 손뼉을 치다가 주변의 시선을 곧잘 받았을 정도로 어디서든 타인이 이룬 성취에 열심히 갈채를 보내는 편이다. 내가 가장 높이 샀던 것은, 그날의 성공적인 공연을 가능하게 했을 그의 끈기였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재주와 끈기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예술의 성패를 가르는 예술가의 훌륭한 자질은 끈기이고, 어떤 면에선 재주 이상으로 갖기 힘든 것이다. 두 가지 모두를 가진 그를 보며 부러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나는 목석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을 터.

2. [한국일보]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 태어나다

산도르 마라이(Sandor Marai)는 헝가리 작가다. 그는 지금은 슬로바키아 코시체(Kosice)가 된 헝가리(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카싸(Kassa)에서 1900년 오늘(4월 11)일 태어났다.

청년 시절 독일서 유학했고, 신문 등에 독일어로 문학 비평 등 기사를 썼다. 나치 준동이 시작된 30년대 중반 그는 독일어를 버렸고, 48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조국을 떠났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1989년까지 이탈리아 미국 스위스 등지를 떠돌다 머물다 했다. 왕정, 좌익 독재, 우익 독재, 두 차례 대전과 파시즘 공산주의 20세기 자유주의…. 20세기 거의 모든 이념과 체제를 겪으며 그는 가난한 모국어와 함께 내내 고독했다. 그 고독을 그는 이렇게 썼다. 

“인간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네. 없고 말고. 이것을 깨닫고 나면 강인해지고 외로워진다네.”(‘결혼의 변화’ 김인순 옮김, 솔)

“고독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유혹한 다음 무덤 속에 내팽개치는 세상에 아첨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실패, 붕괴가 사색하는 인간에게 더 어울린다. … 혼자 남아 대답하는 것…”(‘하늘과 땅’) 

“사람들은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밀함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한동안 일종의 우정으로 보였던 친밀함을 후회하게 되지.”(‘열정’)

그이 조국은 그를 인민의 적으로 대했고, 책 출간을 금했다. 헝가리 문학 작품을 헝가리어로 읽지 못하는 세계인을 동정한다는 도저한 자부심의 헝가리인들은 다만 독일어 번역본으로 그를 은밀히 사랑했다고 한다. 

소비에트 말년인 88년 헝가리 출판사들이 비로소 책 출간을 제의하자 마라이는 조국이 민주화되기 전에는 책을 안 내겠다고 거부했고, 문학비 건립 제안에도 냉소했다. “모든 기념비 공동의 운명은 개들이 발치에 오줌을 눈다는 것이다.” 

‘열정’에서 그는 아흔 살쯤 되면 늙는 양상도 달라져 “서글픔이나 원망 없이 늙는다”고 썼다. “고귀한 천, 가족 모두 힘을 합해 온갖 정성과 꿈을 엮어 만든 몇 백 년 묵은 비단이 그렇게 낡는다.” 그리고, 1943년 이후 평생 쓴 ‘일지’에 “지나치게 오래 사는 것은 분별 없는 짓”이라 쓰고 얼마 뒤인 89년 2월 21일 자살했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 핑크 카펫/박홍기 논설위원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많은 이들과 스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지하철엔 별별 풍경이 다 있다. 그중 하나가 핑크 카펫이다. 작년에 등장했다. 영화제에 나오는 레드 카펫을 본뜬 듯싶다. 어감도 나쁘지 않다.

핑크 카펫은 좌석이다. 긴자리 양쪽 끝에 지정돼 있다. 의자도, 발판도, 등받이 뒤쪽도 분홍색이다. 동그란 스티커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 바닥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 카펫’이라고 씌어 있다. 임신부를 위한 배려석이다.

출근길 핑크 카펫은 여성들의 독차지다. 임신부가 앉지만 여학생, 젊은 여성, 중년 여성 등의 좌석일 경우도 허다하다. 북적댈 때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서 있는 승객에겐 ‘배려’처럼 생각한 적도 있다. 공간이 넓어져서다.

퇴근길엔 주인이 없다. 먼저 앉는 승객이 임자다. 얼굴이 불그스레한 젊은이가 졸다 일어나자 중년 남성이 얼른 차지한다. 이어 대학 점퍼를 입은 여성이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는다. 핑크 카펫에라도 지친 몸을 기대고 싶어서일까. 문구가 눈에 띄지 않아서일까. 출근길과는 영 딴판이다. 핑크 카펫을 비워 놓았으면 싶다. 임신부들이 부담 없이 앉을 수 있도록.

4.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알랑거리는 말에 다친다

신흠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임금에게 덕을 쌓고 왕업을 닦으라는 뜻으로, 조정에 임할 때 경계해야 할 일 임조잠(臨朝箴), 한가로이 거할 때 경계해야 할 일 연거잠(燕居箴), 학문에 힘쓸 일 진학잠(進學箴), 하늘의 도를 본받을 일 체건잠(體乾箴) 등 네 가지 잠을 지어 올렸습니다.

임금은 모름지기 신하를 얻기 위해 애써 노력해야 한다면서 ‘독한 약에 병이 낫고, 알랑거리는 말에 다친다’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충언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좋은 계책을 수용하고, 기쁜 마음으로 행하라’고 하면서 ‘사람을 잘 취해야 왕도가 열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귀에는 거슬려도 곧은 말이 일을 성공으로 이끌며 당장 듣기는 좋아도 아첨하는 말이 일을 망치니, 의견이 다른 신하도 포용해야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에 듣기 좋은 말을 따르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귀에 대고 알랑거리는 말을 칼날 피하듯 피하고, 거슬리는 말을 보약 마시듯 기꺼이 들이켜겠다는 자세가 있을 때라야 바른 판단이 서고 바른 행동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신흠(申欽·1566~1628)

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경숙(敬叔), 호는 상촌(象村), 본관은 평산. 홍문관 대제학, 좌의정 등을 역임했다. 이정귀·장유·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문장사대가로 일컬어진다. 신중한 성품과 뛰어난 문장 실력으로 선조의 신망을 받아 항상 문한직을 겸해 맡았고, 당대 사림들에게 추앙받았다.

5. [머니투데이][광화문]공중파의 몰락

“어떻게 했길래 공중파 방송이 망할 수 있단 말인가?”지난 4월1일 밤 12시. 홍콩의 양대 공중파 방송 중 하나인 ATV(AsiaTelevision Ltd) 채널은 끝내 폐쇄됐다. 파란색 정지화면 위에 “프로그램 신호가 중단됐다”는 자막만 뜰 뿐이다. ATV는 사실상 문을 닫았다. 

한 때 홍콩 방송·연예계를 호령했던 이 공중파 TV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TV의 실타래가 꼬인 결정적 사건은 2011년 7월6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TV는 정규 방송 도중 긴급 자막으로 ‘장쩌민 전 중국 국가 주석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ATV는 이어진 10시30분 정규 뉴스 시간에 또다시 장 전 주석의 사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ATV의 이 보도는 불과 하루 만에 ‘세기의 오보’로 바뀌었다. 중국 정부의 입으로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이 사망 사실을 정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ATV는 곧바로 “6일 밤 장쩌민 선생의 별세 보도를 철회한다”며 “시청자와 장쩌민 선생에게 사과한다”고 오보를 인정했다. 장 전 주석은 같은 해 10월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에 모습을 보이며 건재를 알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오보를 낸 ATV의 사주가 왕정으로 바로 장쩌민 전 주석 외조카라는 점이다. 장 전 주석 사망 여부를 어느 매체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ATV는 정반대로 시대의 오보를 날렸다. 이후 ATV는 감당하기 힘든 위기를 맞는다. 홍콩 정부가 ATV에 일제 조사를 벌여 41개 시정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ATV의 공중파 무료 채널 면허가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장쩌민 오보는 상징적 사건일 뿐 ATV 내부는 이미 곪을대로 곪아있었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는 실질적 사주인 왕정의 역할이 한 몫 했다는 평이다. 왕정은 2010년 3월 ATV 지분 52.4%를 확보하며 ATV를 홍콩의 CNN으로 키우겠다고 야심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행보는 CNN과 거리가 멀었다. 

시청률의 관건인 드라마 제작을 중단하는가 하면 감봉과 직원 재교육 정책으로 능력 있는 직원들을 내쫓다시피 했다. 한때 700명을 넘던 직원들은 400여명으로 뚝 떨어진데다 충원된 직원들의 경험미숙으로 크고 작은 방송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위기는 숫자로도 입증됐다. ATV의 적자는 2012년 3억4000만 홍콩달러(505억원)에 이어 2013년에는 3억7800만 홍콩달러로 치솟았다. 

망하는 기업들이 그렇듯 내부 분쟁도 엿보인다. ATV의 2대 주주인 대만 왕왕그룹 차이옌밍 회장은 2012년 왕정 등의 방만한 경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며 홍콩 법원에 주주 권리 보호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홍콩 법원은 차이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왕정 측에게 지분 10.75%를 제3자에게 매각하라고 주문한다. 

왕정은 새 투자자를 찾아 나섰지만 깨진 독에 물을 붓겠다는 투자자는 없었다. 급기야 홍콩 상무경제부는 2015년 3월 ATV의 공중파 무료 채널 면허를 연장하지 않고, 2016년 4월 1일 자로 면허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ATV 몰락의 진짜 이유는 바로 시청자들의 외면이었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자, 광고 수입이 급감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 제작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는 다시 시청률 저하로 이어지며 끝없는 악순환을 낳았다. 가장 참담한 장면은 시청자들이 59년 역사의 ATV 면허 연장에 관심조차 없고, ATV 채널이 사라졌어도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0개가 넘는 유선방송과 위성TV가 있는 홍콩 TV 환경을 탓할 일이 아니다. 공중파도 고객이 외면하면 얼마든지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삶의 여기저기에 대입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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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11일 신문 브리핑 #

"가장 축복받는 사람이 되려면 가장 감사하는 사람이 되라."
- C. 쿨리지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전체 수출액이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로 지난달 농식품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함
-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수출액이 5억668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 늘어났다고 10일 발표했으며, 이는 1970년 관세청이 월별 수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임

2.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산업별 노동조합 산하 지부·지회가 독립성이 있다면 스스로 산별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다시 나오면서 기존 산별노조 중심 노동운동의 근간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
-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이모씨(45)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장 등 4명이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상신브레이크 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발표함

3.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이달 초 24개에 이르는 프로젝트팀을 동시다발적으로 신설함
- 네이버가 이 같은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은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의 뒤를 잇는 ‘차세대 기술리더’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서, 신 대표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로는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 신화의 주역임

4.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외국 선주들과 용선료(선주에게 배를 빌려 쓰는 비용)를 낮추는 협상에 들어감
-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를 보고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임
-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용선료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낮추라고 지침을 준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소 1억달러 이상은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한진해운이 연간 해외 선주에 지급하는 용선료는 8억달러임


<< 금융/부동산 >>
1. 금융당국이 국내 보험회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감독 기준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럽연합(EU)의 솔벤시Ⅱ(SolvencyⅡ)와 비슷한 체계로 개편하기로 함
-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위험부담금(요구 자본) 적립 기준(현재 8~12%)을 크게 늘리는 규제로, 2020년 도입 예정인 IFRS4 2단계(부채를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국제보험회계기준)와 맞물려 보험사에 대한 자본 확충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임
- 또한 이러한 변화는 삼성전자 지분 7.2%를 포함한 20조원어치의 계열사 주식을 효과적으로 처분할 대안이 될 수 있어서 삼성그룹 금융 부문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음

2. 은행들이 11일부터 가입자가 맡긴 돈을 금융회사가 알아서 투자하는 방식인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를 시작함
- 지금까지 증권사만 판매해온 일임형 ISA 시장에 은행까지 가세하면서 두 업권 간 ISA 판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임

3. 로보어드바이저와 인간 펀드매니저 간 자산운용 실력 대결을 펼치는 `매경 로봇 vs 인간 투자대회`가 지난 8일 6개월간의 치열한 경쟁에 돌입함
- 이번 대회는 지난달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 간 바둑 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로봇을 활용한 자산관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를 보여주고, 신뢰할 만한 것인지 검증하기 위해 마련됨

4. 중국이 경기 둔화로 최근 2년 새 은행에 쌓인 부실채권 규모가 두 배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부실채권을 해소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음
- 이를 방치하면 경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며, 중국 정부는 은행 부실채권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증권처럼 증권화해 시장에 매각,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과 부실채권을 대출기업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허용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

5. 법인세 실효세율을 놓고 국회 예산정책처와 정부가 서로 다른 계산법으로 충돌하고 있음
- 예산정책처는 법인세 실효세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보고서를 낸 반면 정부는 제대로 된 통계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실효세율은 오히려 상승했다고 밝힘


<< 국제 >>
1. 산유국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산유량 동결 합의에 대한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상승함
- 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6.6% 상승한 배럴당 39.72달러를 기록했으며, 런던 ICE 선물시장의 6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6.4% 오른 배럴당 41.94달러 선에서 거래됨

2. 미국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X가 우주로 발사한 1단계 추진 로켓을 지난해 12월 지상에서 회수한 데 이어 지난 8일 바다 위 무인선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함
- 지상이나 바다에서 1단계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면 우주선 발사 비용을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이에 따라 일반인들이 우주로 여행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

3. 중국이 `진주목걸이` 전략 거점인 스리랑카에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과 인도의 군사협력에 정면 대응하고 나섬
-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경계하는 미국은 최근 인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8일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미국에서 군사용 드론 `프레데터` 40대를 수입하기로 함

4. 인도의 인구 증가가 경제성장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지만 교육 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히려 경제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CNN머니가 9일(현지시간) 보도함
- UN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인도의 총인구는 14억1000만명으로 중국(13억8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금융지주회사(金融持株會社, financial holding company)
-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사업 없이 금융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주식이나 지분을 소유하여 경영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함.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는 주식 또는 지분의 소유를 통하여 1개 이상의 금융기관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로서,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회사로 정의됨. 주된 사업이라 함은 금융지주회사가 보유하는 자회사 주식총액이 금융지주회사 자산의 50% 이상인 경우를 말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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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8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한·미 핵우산 독트린 검토할 만하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제 국방부 기자단 인터뷰에서 북한이 조만간 핵탄두 폭발 시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소형화가 상당 수준 진전됐다고도 평가했다. 핵탄두를 만들어 터뜨리는 실험은 핵무기 보유의 마지막 단계로 인식되는 만큼 국방부 장관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를 언급한 것은 퍽 이례적이다. 북한의 핵 능력 평가에 신중했던 정부가 조만간 북핵의 실전 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예고했다는 차원에서다. 우리는 정부가 그런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이에 상응한 확고한 대응책을 확립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국제사회는 그간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북한의 핵클럽 가입을 논리적으로 용인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북핵 포기를 유도하는 게 지상 과제라고 해서 북측이 핵·미사일 실전 배치 수순을 착착 밟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통상 4∼5차례의 핵실험 후 핵무기를 보유한 다른 나라의 핵개발 과정에 비춰 볼 때 올해 초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어느 정도 핵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을 개연성을 부인하긴 어렵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한 장관이 강력한 북핵 대응 의지를 밝힌 점은 평가한다.

문제는 구체적 대응 방안이 있느냐 여부다. 한 장관은 킬체인 구축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다시 거론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는 ‘현실’에 비춰 볼 때 한가한 느낌이다. 우리 군이 2023년까지 킬체인을 구축하는 데 17조원이 든다는데 천문학적 비용도 문제지만 자칫 차 지나간 뒤에 손 드는 격일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고체 연료 추진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주입 시간이 긴 액체 연료 로켓에 비해 탐지 시간이 짧아 선제 타격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이보다 비용 면에선 효율성이 있는 사드는 중국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어떻게 발동할지에 대한 한·미 간 ‘핵 독트린’ 마련이 필요하다”는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의 어제 제안이 주목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핵에 맞서 핵무장론도 제기해 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와의 마찰 등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핵무장보다 핵우산을 빌리는 게 현실적 대안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유사시 핵우산 제공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담은 한·미 간 핵 독트린으로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북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은 가성비 높은 선택이라고 본다.

2. 볼수록 어이없는 청사 보안, 엄중히 책임 물어야

정부서울청사가 공시생 한 명에게 허무하게 뚫린 사건은 갈수록 가관이다. 공무원들의 보안의식이 얼마나 허술한지 우스우면서도 웃지 못할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건물에선 불과 4년 전 한 남성이 침입해 18층에서 불을 지르고 투신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부랴부랴 고가의 첨단 보안장치를 설치하는 등 보안 강화에 나섰지만, 정작 중요한 공무원의 보안의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행정자치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공시생 송모씨는 지난 2월 28일 이후 수시로 청사에 드나들면서 단 한 번도 제지받지 않았다. 결국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버젓이 들어가 컴퓨터로 점수를 조작하는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정부청사의 보안이 어떻게 이렇게 엉망인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침입자는 청사의 첫 관문인 정문이나 후문에선 훔친 신분증을 내밀어 무사통과했다. 얼굴과 신분증을 대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인 확인은 보안검색대 통과 때도 없었다. 건물 엘리베이터로 통하는 스피드게이트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스피드게이트는 방화 사건 이후 설치한 첨단 보안장치로, 고가의 화상인식 시스템까지 갖췄다. 그러나 방호원 누구도 송씨가 들어갈 때 그의 얼굴과 스피드게이트 상단에 큼지막하게 뜬 신분증 주인의 얼굴을 대조하지 않았다. 범인이 훔친 신분증 하나에 보안 3단계가 허무하게 뚫린 것이다. 범인이 사무실에 들어가는 과정은 더 황당했다. 출입문에 도어록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청소원이나 음료 배달원 등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누군가 적어 놓은 것이다.

만약 1~3단계 보안시설 방호원 중 단 한 명이라도 범인의 얼굴과 신분증 사진을 확인했다면 범행은 불가능했다.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도우미’만 없었어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이번 사건 후 지문인식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상인식 시스템이 뚫린 데서 보듯 문제는 보안시설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보안의식이다. 정부는 테러 방지를 위한 보안 강화를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정작 공무원들의 보안 교육엔 태만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공무원들의 보안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또 범행을 사실상 눈감아 준 것이나 다름없는 관계자들은 물론 이들을 지휘 감독하는 고위층까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3. 여야, 지역 정서에 기대거나 자극할 생각말라

4·13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은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분위기다. 여야의 텃밭인 대구와 광주를 중심으로 고질병인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깊어진 정치 혐오증 상황에서 투표 자체를 고민하는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릴까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오늘부터 이틀간의 사전 투표가 1차 승부처라는 판단 아래 여야의 선거전략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정치를 4류로 몰고 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를 보자. 새누리당 대구 지역 출마 후보 11명은 그제 ‘진박 감별사’를 자처했던 최경환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패권 공천’을 용서해 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자신들의 텃밭인 대구 지역에서 탈당한 유승민 후보 등 무소속 돌풍에 고전하면서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읍소작전을 펼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최근에도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요새 대구 선거에 걱정이 많으셔서 밤잠을 못 이루시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펼쳐 구설에 올랐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박 대통령을 도와주십시오’라는 선전 문구로 재미를 봤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대구 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유권자들을 너무도 우습게 보는 처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30년 동안 야당만 찍어서 얻은 게 뭐냐. 전북 도민들은 배알도 없나”라는 발언으로 지역 정서를 건드렸다. 여당을 뽑으라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공당의 대표가 지역감정을 부추겨서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얄팍한 술수를 부려서는 안 될 일이다. 어느 때보다 여야 후보가 난립하면서 막말과 흑색선전, 비방이 춤을 춘다. 욕먹는 건 잠깐이고 표만 얻으면 된다는 발상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광주에 ‘삼성 미래차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정작 삼성 측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돌풍에 텃밭인 광주가 흔들리자 앞뒤 가리지 않고 대기업인 삼성과 일자리를 앞세워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를 자처한 김 대표가 막무가내식으로 재벌을 끌어들이는 선거 전략은 광주의 표심을 되레 싸늘하게 만들 뿐이다. ‘호남의 적자’를 둘러싼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의 저질 공방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지역 정서를 자극하려는 저질 선거에 유권자들의 분노와 실망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총선 관련 벽보와 현수막들이 곳곳에서 훼손되는 사태에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싸늘한 표심이 담겨 있다.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패거리 정치의 얄팍한 술책이 선거판에 투영되면서 여야의 텃밭 표심이 분노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지지층 결속을 위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구태를 되풀이할수록 지지층들이 떠나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 정서에 기대는 정치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동아일보]

4. 현대重 노조, ‘알리안츠 헐값 매각’ 보고도 배가 불렀나

2013년 4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연간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보내 달라는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어제 사측에 내놨다. 성과급을 지난해의 두 배인 250%로 올리고, 조합원 사망 시 자녀나 배우자 중 1명을 특별 채용하는 고용 세습 조항도 담았다. 이런 요구안을 모두 실행하는 데는 연간 4000억 원 가까이 든다. 

조선업 장기 침체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현대중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배짱이 놀랍다. 현대중 노조는 2004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탈퇴했지만 지난해 10월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 후보가 당선되자 올해 민노총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노총 소속 기업 750곳 가운데 절반 정도가 고용 세습 조항을 두었다. 이러니 기업이나 정부가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촉구해도 먹힐 리가 없다.

현대중과 함께 조선 3사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어제 거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거제시와 시의회에 요구했다. 총선 후보자들에게도 대량실업 사태가 우려된다며 고용안정 대책을 공약으로 촉구했다. 지난해 8조 원대의 적자를 낸 3사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이런 현실에 눈감은 채 노조는 구조조정에 저항할 태세인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조하던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국내법인인 한국알리안츠생명을 300만 달러(약 35억 원)의 헐값에 인수키로 했다는 소식은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제일생명을 4000억 원에 인수했지만 누적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1차적인 책임은 경영진의 무능에 있지만 성과급제 도입에 반발하는 등 구조조정에 저항한 노조에도 책임이 작지 않다. 알리안츠생명 노조 역시 조선사 노조처럼 지난해 말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는 기업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정책이다. 정부가 발권력까지 동원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깎아내지 않으면 ‘좀비기업’만 연명시키는 꼴이 된다. 현대중 같은 기업의 노조원들을 해외연수 보내주느라 국민이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 같은 희생을 떠안을 순 없다.

[이데일리]

5. 대기업의 '中企기술 베끼기'는 범죄다

중소기업이 개발·보유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눈길을 끈다. 중소기업이 개발하고도 미처 특허청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기업이 그 기술을 베껴쓸 경우 형사 처벌키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업비밀을 침해할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벌금도 종전보다 10배로 올려 처벌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수사·재판 및 법 집행에 이르기까지 과거에 비해 겹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크게 박수칠 만하다.

정부가 이번에 공개한 기술유출 실태를 살펴보면 그 천태만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대기업 L사는 배터리라벨 제조 중소기업 S사의 기술로 자체 생산하다 당국에 적발됐다. 품질관리 차원에서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취득한 기술을 무단 사용한 것이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A사 연구소장은 퇴사 후 경쟁업체 B사 기술자문으로 활동하면서 A사 제품과 유사품을 출시했다. 도의적으로도 어긋나는 처신이다. 정부가 이번에 단속에 나선 것도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여러 방법으로 유출되는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조치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인수와 투자가 일반화된 미국 실리콘밸리와 달리 국내에선 중소기업들의 기술을 부당하게 가로채는 악습이 기업문화 저변에 깊게 도사리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갑’으로 모셔야 하는 대기업의 기술 프레젠테이션이나 기술자문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기술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도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소기업이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슬며시 빼앗아 가는 것은 범죄행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건전한 상생관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치는 대기업들의 ‘프리 라이더’(무임승차) 관행은 하루빨리 개선해야만 한다.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경영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과 규제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6. 이제 믿을 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뿐

4·13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야 정당들이 ‘집토끼’를 지키느라 골몰하는 모양새다. 전통적 지지자들의 대대적인 이탈 조짐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연일 긴급 선거대책위원회를 열어 집토끼 이탈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텃밭인 대구 지역의 후보들조차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모여 무릎을 꿇어가며 한 표를 달라고 읍소하는 등 여간 부산스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지지 기반이던 호남에서의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도 마땅한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과거 같으면 ‘산토끼’(중도층)를 잡느라 여념이 없을 선거운동 막바지에 정당들이 집토끼 챙기기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새누리당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주연의 ‘막장 공천’으로 집토끼를 내몰고는 이제 와서 “잘못했으니 회초리로 때려라. 하지만 표는 달라”는 억지를 쓰고 있다. 더민주는 ‘셀프 공천’, ‘도로 친노(親盧)당’ 파문의 장본인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07석 못 얻으면 당을 떠나겠다. 비례대표도 미련 없다”며 배수진을 치면서 ‘삼성전자 미래차사업 광주 유치’를 공약으로 내거는 무리수까지 뒀다. 하지만 괘씸한 행태가 워낙 컸던 탓인지 유권자들의 반응은 떨떠름할 뿐이다.

이번 총선은 각 후보의 인물 됨됨이와 공약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애당초 선거구 획정이 5개월이나 미뤄진 데다 공천마저 각 당이 파벌싸움의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토론을 거부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박탈하기까지 했다. 어제부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돼 그나마 선거판의 흐름을 읽기도 어려워졌다.

이제 믿을 건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뿐이다. 투표일까지 닷새밖에 안 남았지만 지금이라도 각 후보의 경력과 행적을 철저히 따지고 선거공보에 나타난 공약들을 면밀히 비교한 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어떻게든 당선되려고 마구 쏟아내는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가선 안 된다. 그랬다간 이번 선거로 구성되는 20대 국회 역시 ‘사상 최악의 국회’로 낙인찍힌 19대 국회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7. 기업가 정신이 만들어낸 셀트리온 성공 신화

셀트리온이 생체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 마침내 미국 시장을 뚫었다. 셀트리온은 6일 램시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FDA가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판매 승인을 내준 것은 램시마가 처음이다.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는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와 같은 효능을 내지만 가격은 30~40% 싸다. 레미케이드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약 12조원어치가 팔렸다. 관련 의약품의 미국 시장 규모만 약 20조원, 10%만 차지해도 연 2조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램시마의 승인 획득으로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성공의 눈으로 보면 실패와 좌절도 아름다운 법이다. 셀트리온의 성공 스토리도 그렇다. 서정진 회장의 도전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34세에 대우자동차 임원이 된 서 회장은 잘나가는 샐러리맨이었지만 바이오산업엔 문외한이었다. 2002년 ‘미래 산업의 대세는 헬스케어’란 확신 하나로 그는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바이오 문외한이 아무도 못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할 턱이 없다”는 비아냥이 쏟아졌지만 그는 버텼다.

서 회장은 2006년 램시마 개발에 착수해 4000억원의 거금을 쏟아부었다. 연구 자금이 모자라 사채시장을 전전했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끌어 쓰기도 했다고 한다. 주식 시장에는 음해성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낼 기술력을 의심받아 자살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의 성공 신화를 쓴 것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이 일궈낸 쾌거다. 서 회장은 “남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에겐 바이오산업의 무궁무진한 성장성이 보였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당뇨 치료제 개발로 대박을 터뜨린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스토리와 닮은꼴이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의 성공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 미래를 내다보는 눈, 눈앞의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으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만이 부진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건져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매일경제]

8. '설탕과의 전쟁' 국민적 자각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비만과 당뇨 등 만성질환의 주범인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저당 레시피' 개발 등 식습관 개선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한국인의 총열량 대비 당류 섭취량은 2007년 13.3%(59.6g)에서 2013년 14.7%(72.1g)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가공식품을 통한 국민 평균 당류 섭취량은 하루 44.7g(총열량의 8.9%)으로 적정 섭취기준(10%) 이내지만 어린이·청소년들은 이미 초과했고 당류 섭취가 빠르게 늘고 있어 걱정이다. 국내 청소년 비만율도 2014년 12.9%로 5년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당류를 과잉 섭취할 경우 비만, 고혈압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각각 39%, 66% 높은 것으로 조사된 만큼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당류 저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보다 비만도가 높은 각 나라들은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05년 당류 섭취가 119g에 달하자 공립학교 내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했고, 현재 어린이 자판기는 열량, 당 등 성분에 따라 빨강, 노랑, 녹색으로 칸을 구분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실천운동, 영양표시 의무대상 가공식품 확대, 커피전문점 자율영양표시제 등을 통해 설탕 줄이기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이드라인 제시와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수준이어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식품·외식업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만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영국은 '반 슈가보이'로 불리는 셰프 제이미 올리버의 학교급식 개선과 '슈가 러시'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 효과를 봤는데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영국은 향후 2년 이내에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설탕세를 매기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 비만도가 심각하지 않고 식음료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설탕세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봤는데 국민캠페인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를 대비해 설탕세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9. 총선 투표율 높일 사전투표권 적극 행사해야

20대 총선 사전투표가 오늘과 내일 전국 3511곳에서 실시된다. 신분증만 있으면 별도 부재자신고를 하지 않고 주소와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니 유권자들이 편리하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사전투표제는 2013년 4·24 재보궐선거 때 도입됐고, 같은 해 10·30 재보선과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실시됐다. 전국 단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두 차례 재보선 때 사전투표율은 각각 4.9%, 5.5%에 그쳤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11.5%로 상승했다. 낮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특별한 대형 이슈가 없는 데다 여야 모두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키우고 있어 벌써부터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당의 공천 파동과 야권 분열은 유권자들을 실망시켰고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 역시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늘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은 1월 초 22%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말에는 27%로 증가했다. 예상 투표율이 최고 60%에 이를 것으로 계산해도 680만명 이상이 부동층이라는 얘기다. 이들이 끝까지 지지 정당과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해 투표장으로 가지 않는다면 투표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막판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권자들도 신성한 권리인 참정권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전투표제를 적극 활용해 국민에게 실망만 주는 낡은 정치세력을 표로 심판해야 한다.

[세계일보]

10. 진경준 '주식 대박' 조사도 청와대 지시 있어야 하다니

검찰 고위 간부의 ‘주식 대박’ 스캔들이 확산일로다. 지난달 25일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120억원의 차익을 낸 것으로 드러난 뒤 의혹이 날로 무성해지고 있다. 진 검사장이 넥슨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는지가 핵심이다.

2005년 진 검사장과 외국계 컨설팅업체 간부 박모씨, 대기업 변호사였던 김상헌 현 네이버 대표가 넥슨 미국법인장을 지낸 이모씨로부터 넥슨 주식을 주당 4만원에 1만주씩 사들였다. 이들이 사들인 주식 3만주는 넥슨 전체 주식의 1%에 근접했다고 한다. 넥슨 주식은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희귀 매물이었고 넥슨 승인이 없으면 일반인은 사들이는 게 불가능했다. 시중에서 주당 10만∼15만원에 거래되던 넥슨 주식을 주당 4만원에 산 것도 의문이다.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넥슨 창업자 김정주 대표로부터 비공개 정보를 제공받고 주식을 싼값에 사들였는지가 의혹의 대상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근무를 하고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지낸 진 검사장 직무와 넥슨 주식 보유 간에 연관성이 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주식 대박’ 의혹은 검찰의 도덕성과 공직 윤리와 직결된 문제다. 법무부와 검찰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당국도 즉각 조사에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약속이나 한 듯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여론 눈치나 살폈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대한변협이 수사 촉구 성명을 내도 묵묵부답이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 만에 진 검사장에게 소명요구서를 발송한 게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진 검사장과 넥슨도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어제서야 청와대가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 검사장이 낸 사표 수리를 보류하고 의혹부터 밝혀내라는 뜻이다. 청와대 지시가 떨어진 이상 법무부와 검찰 등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 기관이 대통령 입만 쳐다보며 팔짱만 끼고 있던 셈이다. 이번 의혹은 청와대가 철저한 진상 규명을 강조할 만큼 엄중한 사안이다. 법무부와 검찰, 금융당국은 주식 거래에 불법적 요소가 없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기자수첩]장동민에게 '밝은 웃음'은 뭘까

장동민이 또 구설에 올랐다. 지난 3일 방송된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한부모 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콩트가 문제가 됐다. 새 장난감을 자랑하는 친구에게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다" "선물을 양쪽으로 받으니 재테크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악질이다.

여성비하 발언과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 조롱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밝은 웃음으로 보답하겠다"고 눈물을 흘린 지 1년여 만이다. 장동민은 "대본대로 한 것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연기자의 잘못"이라고 급히 사과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여전한 장동민의 언행은 더 좋은 개그나, '전적'이 있는 개그맨으로서 자신의 발언이 가질 무게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은 모양새다.

JTBC 웹 예능프로그램 '마녀를 부탁해'에 게스트로 출연해 '가모장적' 발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우먼 김숙에게, "그러다 (나처럼) 잘못된다"고 말한 대목은 "개보×" "여자는 멍청해서" 등 자신이 했던 말과 김숙의 패러디가 갖는 사회적인 맥락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장동민의 개그는 여성이나 삼풍백화점 사고 피해자에서 한부모 가정 자녀, 즉 또 다른 사회적 약자로 타깃을 바꿨을 뿐이다. 상대를 비하하고 상처를 들쑤시는 본질은 그대로다.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인 뒤 1년 동안, 장동민은 여전히 잘 나갔다. 각종 예능물에 게스트나 특별MC로 얼굴을 비쳤다. 이번 사건의 공동 가해자인 '코미디 빅리그'도 "장동민에게 떠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나섰다.

이번에는 한부모가정 권익단체인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까지 나서 일이 좀 커지고 있지만, 그래도 장동민은 잘 나갈 거다. 방송계는 언제나처럼 '우리 동민이가 거칠어 보여도 알고 보면 여자친구에게도 잘 하고, 속 깊고 착한 아이'라는 포장지를 덧씌워 장동민을 계속 부르겠지.

그렇다면 장동민식 '밝은 웃음'의 다음 타깃은 누가 될까. 또 다른 약자 집단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2. [이데일리][목멱칼럼]설현과 선거, 그리고 연예인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어느 선거이든 선거는 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초등학교 반장을 뽑는 선거든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든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선거는 늘 그래왔다. 

이번 선거 역시 그렇다. 공천부터 시작된 잡음과 논란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선거라는 속성상 2등이 필요 없는 인간 본능의 생존게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치열하고 각박한 경쟁은 늘 논란의 불씨를 낳아왔고, 거기에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연예인이 가세하면 그 논란의 폭발력은 훨씬 증폭되기 마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을 선거 홍보대사로 위촉한 뒤 선거 캠페인 광고를 선보였다. 투표참여를 독려하려는 취지의 이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였다. 마치 화장품이나 스마트폰 광고를 연상케 하는 이 영상의 핵심 메시지는 4월13일이 투표일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영상 속 설현의 섹시한 웨이브 춤,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할 때 사영된 대사다. 이를 두고 “성 차별적이다“ ”시민의식이 없는 시민으로 표현됐다” “선거 캠페인을 너무 성적 표현에 의존했다”는 부정적 의견이 쏟아졌다. 물론 이 광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는 신선한 광고다” “딱딱하고 근엄했던 기존 선거광고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파격적인 영상”이라는 의견이 그런 시각이다. 

트렌드나 시대변화, 그리고 기술의 진보에 따른 새로운 변화에는 항상 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기술의 진보에 따른 변화로 인해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투표 인증샷’이었다. 당시 이효리 김제동 김미화 등으로 촉발된 투표 인증샷은 SNS를 타고 번지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고, 일부 연예인은 목표 투표율을 걸고 공약실천을 약속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는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의견과 개인 정치색을 드러내며 특정 정당을 지원하려는 의도된 연출이라는 의견으로 대립하며 논란을 가열시켰다.

시대변화에 따른 이른바 폴리테이너(Politainer: 연예인(Entertainer)과 정치인(Politician)의 합성어)의 등장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정치인을 꿈꾸며 선거판에 뛰어들거나, 후보자의 유세 지원에 팔 걷고 나서거나, 소신 발언으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원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사회 변화에 따른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는 대중적인 인지도와 유명세로 인해 단기간에 홍보효과가 극대화되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논란을 불러올 개연성이 크다. 선거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후보자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아주 복잡하고 민감하다. 거기에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연예인이 가세하면 대중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된다. 그런 폭발력 때문에 연예인은 자의든 타의든 선거판에 뛰어들게 되어 자연스럽게 잡음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대중의 관심을 높여야 하는 게 선거광고와 선거마케팅의 본질이라면 이번 광고는 분명 성공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인기 연예인 설현을 앞세워 ‘선거광고 같지 않은 선거광고’라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기존 광고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논란마저 불러일으켰다. 

광고의 목적과 성 차별적 논란은 별개의 문제다. 논란으로 번진 광고 콘셉트나 표현 기법은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이나 선거운동 참여도 마찬가지다. 선거와 연예인은 속성상 대중의 관심과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논란의 여지도 클 수밖에 없다. 폴리테이너라도 선거와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나 엄격하게 적용받는 ‘신중’과 ‘냉정’ 모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3. [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게임에서 추억을 공유한 세대

회식을 마치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가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택시 기사님 목소리에 내렸습니다. 내린 곳은 어딘가 낯익은 풍경의 동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모여 시간을 보내던 친구 자취방 앞이었습니다.

현관문 앞에 서자 창문 틈으로 친구들이 보입니다. 양복을 입은 내 모습과 달리 친구들은 대학 시절 얼굴 그대로입니다. 무릎이 튀어나온 운동복 바지, 세수도 안 한 듯한 얼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멍하니 서 있는데 한 친구가 묻습니다. “가져왔어? 위닝 일레븐 4.”

위닝 일레븐 4는 1999년 최고 인기를 자랑하던 콘솔 축구 게임. 일단 대학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게임을 합니다. 만화책을 보고, 친구에게 머리 좀 자르라고 구박도 합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이름을 외치며 한참 웃으며 게임을 하는데 멀리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택시에서 꿈을 꾸다 현실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 대표적 게임 개발사 코나미가 지난달 유튜브에 올린 영상 줄거리입니다. 1995년 판매를 시작한 위닝 일레븐 게임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인데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50만 건을 기록했고,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전한 이 게임의 인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유튜브 등에 남겨진 댓글을 살펴보면 정작 게임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각자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보냈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리 오랜만에 만나서 밤새워 당구나 치면서 놀자’ ‘추억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 ‘다들 잘 사니. 오랜만에 한번 뭉치자’.

코나미가 동영상을 통해 이 게임의 재흥행을 기대하는 속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용자들은 상관없다는 눈치입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전 일을 상기시키는 동영상 내용에 ‘무장해제’를 당한 셈입니다. 한 이용자는 이런 댓글을 남겼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고,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남들처럼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다 보니 예전 일들을 다 잊게 됐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에게 “심심해”라며 자주 전화를 했었는데 지금은 마지막으로 심심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요. 친구들과 밤새워 게임을 하고, 실없는 소리나 뱉으며 웃고 떠들며 시간을 때웠던 적이. 동영상은 주인공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며 끝납니다. “여보세요. 우리 오랜만에 말이야….” 이 영상을 보고 저도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4. [한국일보]와우아파트 붕괴

1970년 4월 8일, 서울 마포구 창천동 와우산 기슭(현 와우공원)의 시민아파트 한 동(와우아파트 15동)이 준공 3개월여 만에 붕괴됐다. 먼저 입주한 15세대(총 30세대) 주민과 아래 판자촌 주민 등 33명이 숨졌고 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60년대 서울 주택상황은 열악했다. 54년 124만 명이던 서울 인구는 59년 200만 명을 넘어섰고, 67년 400만 명이 됐다. 이철용이 <꼬방동네 사람들>에 썼듯 변두리마다 “몇 집 움막을 치고 살던 곳이 몇 년 새 수백 세대의 천막촌으로 변”하고 천막에 판자를 덧대“하룻밤만 자고 나면 판잣집이 몇 채씩 늘어나”던 시절이었다. 66년 서울의 주택 부족률은 50%였고, 주택당 주거인은 평균 10.5명이었다. 

강준만의 <한국현대사 산책>에는 63~66년 서울시장 윤치영이 서울시 국감에서 한 발언이 인용돼있다. “내가 서울에 도시계획을 하지 않고 방치해 두는 것은 바로 서울 인구 집중을 방지하는 한 방안입니다.” 64년 국회 내무위에서 윤치영은 “지방에서 서울로 진출해 올 사람은 각 도지사의 사전허가를 받고 다시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는, 그런 입법조치를 연구해 주십시오”라고도 했다. 

박정희의 무허가 건물 정리 지시가 그 끝에 나왔다. 66년 군인 출신 김현옥이 취임한 66년 서울 무허가 건물은 13만 6,650동이었다. 그는 4만여 동을 보수ㆍ양성화하고 9만여 동은 아파트 건립과 경기 광주 대단지 이주로 해결하고자 했다. 68년 말 시민아파트 건립계획이 발표됐고, 69년 32개 지구 406동 1만 5,840가구 아파트 건립공사가 시작됐다. 첫 현장 중 한 곳이 와우산 기슭이었다. 

빈민 세간을 감안해 설계하중을 낮췄고(부실 설계), 저가 입찰ㆍ무허가 하청, 자재 빼돌리기 등 부실 시공. 6월 26일 착공한 아파트는 12월 26일 완공됐다. 실제 입주민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처럼 빈민이 아니라 ‘딱지’를 산 중산층이었다.

김현옥은 일주일 뒤 쫓겨났다. 시민아파트 안전도 검사 결과 405동 중 349동이 안전기준에 미달했고, 71~77년 101개 동이 철거됐다. 현존 두 동의 시민아파트(회현시민아파트, 남아현 시민아파트)는 와우아파트가 무너지는 걸 지켜보며 지어졌다.

5. [중앙일보][마음산책]우리나라 빈곤 아동들도 함께 도와요

지난달 강원도 정선에 있는 위스타트(We Start) 마을에 다녀왔다.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단순 시혜적 복지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구조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곳이 바로 위스타트다. 아이의 건강, 정서적 안정, 학습 능력을 돌보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의 아버지가 일이 없다면 직업 훈련과 연결해주고, 엄마가 우울증에 시달린다면 심리 상담과 부모 역활 교육을 돕는다. 2012년 나눔대사로 임명돼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안산 마을, 속초 마을, 원주 마을을 방문했는데, 이번 정선 마을에 가서는 그곳 아이들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경로당에 계신 할아버지·할머니를 찾아가 손 마사지도 해 드리고, 준비해 간 도시락 공양도 올리고, 아이들과 함께 노래와 악기 연주도 했다. 복지 혜택을 받는 입장에만 있던 아이들이 남을 돕고 베푸는 경험을 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지역 어른들과의 유대감 형성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좋은 시간이었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그냥 가기가 서운해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며 함께 놀았는데, 산이 많은 지역의 아이들이라 그런지 체력이 좋아 어른인 나보다 더 잘 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선 아이들에게 나는 스님이 아닌 얼마 전 ‘무한도전’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유명인이었다. 아이들이 사인을 해 달라고 줄을 서는 바람에 난생처음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너무도 착하고 예뻐 금방 정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많은 아이의 가족이 해체된 상황에 놓여 있거나, 아니면 우리말이 서툰 부모를 둔 다문화가정이었거나, 아니면 집안 환경이 아주 열악한 경우였다. 학교 방과 후 집에 가면 혼자 덩그러니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위스타트 마을에 와서 같이 공부도 하고 간식도 먹고 놀기도 하니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린아이를 돕는 구호 기관과의 인연은 내가 20대 때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시작됐다. 우연히 미국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중남미 국가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에 마음이 움직여 가난한 유학생 시절이었지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그 인연으로 몇 년 동안 과테말라에 있는 호세라는 남자아이를 후원하게 됐는데 1년에 한 번씩 그 아이가 커 가는 사진과 함께 보내온 카드를 받으면 늘 마음 한구석이 따뜻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아프리카 같은 해외에 있는 아동 구호에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전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많이 윤택해졌으니 절대빈곤을 경험하는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돕는 것은 훌륭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 거기에 나의 바람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해외 아동을 도우면서 이왕이면 우리나라 아이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기초보장수급자 가정으로 선정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의 빈곤 아동의 숫자가 무려 68만 명이나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수급을 받는 가정의 아이들보다도 훨씬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신체적·정서적 아동학대가 수급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가정에서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고, 평일 학업을 하는 시간도 빈곤하지 않는 가구 아동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 더구나 더 심각한 것은 걱정거리가 있을 때 상의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은 ‘아무와도 의논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왔다.

한번은 해외 아동 후원 광고는 감동적으로 아주 잘 만드는데 어째서 국내 아동 후원을 독려하는 광고는 가슴을 울리게 만들지 못하는지 관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 나왔다. 광고를 감동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야 하는데 국내 아이들의 얼굴을 그렇게 노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 지점이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아이가 슬픈 표정으로 그런 광고에 나가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내 아동 후원 광고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이 아닌 인지도 있는 홍보대사의 목소리나 사진이 주를 이룬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국내 아이를 돕는 후원은 비교적 활발하지 못하다.

최근 들어 아동학대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어 저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그냥 넘기지만 말고 그럴수록 국내 아동을 후원하는 기관을 찾아 좀 더 깊은 관심과 후원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기들 스스로가 힘드니까 도와 달라는 말을 하기 어렵다. 이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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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8일 신문 브리핑 #


"당신 스스로 행운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면 먼저 지금껏 당신이 이룬 것들을 생각해보고 그것에 감사부터 해야 한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총선 관련 외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삼성전자가 올 1분기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잠정)을 냈다고 7일 공시함

- 영업이익이 5조원대에 머물 것이란 증권업계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란 평가임


2.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가 지난해 7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함

- 2014년 3사의 영업손실 합계가 1751억원이던 것에 비하면 적자폭이 1년 만에 네 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임


3. 저(低)유가가 지속되면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고위험·저수익 사업으로 전락한 플랜트 비중을 줄이고 지하철 터널 등 특수 토건(토목·건축) 사업을 늘리고 있음

-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건설 수주액 가운데 석유화학·가스 등의 플랜트 부문(52억달러) 비중은 45.9%로 최근 6년 새 최저치로 떨어짐


4. 올해 16조원 규모 공공부문 공사에 ‘하도급대금 직불제’가 적용됨

- 하도급대금 직불제는 발주처가 원청업체는 물론 하도급업체들에까지 공사·임금·자재·장비 대금을 직접 주는 것임



<< 금융/부동산 >>

1. 코스피지수가 외국인 자금의 복귀로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감

- 작년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갔던 중동계 자금이 때마침 귀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으며, 업계 소식통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르면 내년 국영 에너지 회사인 아람코를 상장한 뒤 지분 일부를 매각해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의 운용 자산을 2조달러(약 2300조원)까지 늘릴 계획임


2.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달러 ELS펀드` 판매 금액이 2억달러를 돌파했다고 7일 밝힘

- 지난해 4월 옛 외환은행이 국내 은행권 최초로 출시한 `달러 ELS펀드`는 달러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며, 투자 대상 자산은 증권회사가 발행한 ELS로 연 3~5%의 수익률을 제공함


3. 금융당국이 이번주 중 대기업 주채무계열을 선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함

- 주채무계열은 금융권 총신용공여액이 1조3581억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선정함



<< 국제 >>

1.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가 잇따라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음

-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1위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놓고 인터넷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주가연계증권(ELS)

-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

자산을 우량채권에 투자하여 원금을 보존하고 일부를 주가지수 옵션 등 금융파생 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금융상품으로, 2003년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상품화되었음. 

일반적으로 ELN(Equity-Linked Note)으로 불리고, 넓은 뜻으로는 신주인수권 증서인 워런트(warrant)도 포함됨.

- 출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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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7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국내 건설시장도 중국에 넘겨줄 건가

제주도에 새로 들어서는 ‘드림타워 카지노 복합리조트’ 시공이 결국 중국건축에 돌아갔다. 드림타워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롯데관광개발과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그제 상하이에서 중국건축과 최종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이 리조트 건물은 현재 38층(169m)으로 계획되고 있어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랜드마크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대형건물 시공을 중국업체가 국내에서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드림타워 시공이 중국업체에 맡겨진 것은 한국 업체들로는 새로운 시련과 도전에 직면했음을 말해준다. 국내 건축·토목 시장만큼은 아직 우리 건설사들이 굳게 지키고 있었으나 이제부터 외국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중국건축은 국내에는 그리 소개될 기회가 없었지만 매출 규모로 세계 1위 규모다.

더욱 긴장되는 것은 중국건축이 제시한 ‘책임준공 확약’이라는 조건이다. 설사 발주업체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체 자금으로 건물을 완공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착공 후 18개월 동안은 아예 외상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당초 한화건설과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2년 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자금조달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는 점에서도 위기감이 엄습한다. 중국건축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국내 건설사들은 말도 꺼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내 건설사들로서는 설상가상이다. 이미 중동,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도 중국업체들이 우리 건설사들을 따돌리고 시장을 싹쓸이하는 양상이다.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중국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따낸 공사 규모가 133억달러에 이르는 반면 우리 건설사들의 실적은 8800만달러에 그쳤다는 사실이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중국 건설업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막강한 자금조달 능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이를테면, 발전소를 자체 자금으로 건설·운영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개발형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번 중국건축의 드림타워 시공도 비슷한 범주에 속한다. 우리도 긴장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정부와 업계가 조속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 '변호사 복덕방', 소비자 눈길로 본다면

변호사의 부동산중개업은 불법인가, 합법인가. 이른바 ‘변호사 복덕방’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그제 공승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앞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공인중개사가 아닌 이들이 부동산 명칭을 쓰고 거래를 중개했다”며 공 변호사를 공인중개사법 위반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검찰은 곧 위법성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변호사 복덕방’ 논란은 사실 밥그릇 싸움이다. 변호사업계가 ‘합리적 수수료’를 내세워 부동산중개 시장에 뛰어들자 위기의식을 느낀 공인중개사들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공 변호사는 지난 1월 “집값이 3억원이든, 10억원이든 최대 99만원의 자문료만 받겠다”며 업계에 뛰어들었다. 매매가 10억원 기준으로 보면 현행 공인중개업체 수수료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반향이 컸다.

거래는 얼어붙고 중개업소는 늘어나는 데다 ‘직방’, ‘다방’ 등 온라인 업체들까지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터에 공인중개업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사회적 강자인 변호사들이 영세 중개사들의 밥그릇을 뺏는 ‘골목상권 침해’라며 들고 일어섰다. “부동산 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의 고유 영역”이라는 법 조항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법을 위반했다면 위반한 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부동산 중개업무나 관행이 과연 공정한지 새삼 돌아보게 됐다는 점이다. 변호사들의 중개시장 진입은 골목상권 침해의 소지가 없지 않지만 ‘합리적 수수료’는 소비자에게 환영할 일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업계의 가격거품 조장 및 비싼 수수료 등으로 소비자 불신이 적지 않았다. 변호사들의 진입을 자초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논란은 부동산 중개업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정거래 질서가 뿌리를 내리기 위한 하나의 진통 과정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중개수수료가 적정한지, 거래 정보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 등을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법적인 결론과는 별개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부동산중개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서울신문]

3. 120억 차익 얻은 진경준 수사 나서야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 취득으로 120억원이라는 막대한 차익을 거둔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진씨에게 넥슨의 주식 투자를 권유한 인물이 김정주 NXC 대표와 친분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이들의 친분 관계가 주식 거래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씨의 사표로 이번 일을 아무 일 없듯이 덮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그가 부당하게 불법 이득을 얻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첫째, 진씨의 주식 매입과 직무관련성 여부 때문이다. 그가 넥슨의 주식을 산 시점은 2005년으로 당시 그는 금융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직후였다. 주식 취득 후인 2009~2010년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으로 재직했다. 그의 이런 경력만으로 그의 주식 취득 자체를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한다면 그의 넥슨의 주식 취득 및 보유는 부적절한 게 사실이다. 직무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수사는 불가피하다.

둘째, 진씨의 주식 투자 과정이 의혹투성이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식 매입 경위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투자했다”고 했다. 하지만 같이 주식을 샀다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넥슨 주식을 같이 산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누가, 왜 거짓말을 하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들은 외국계 컨설팅사에 근무하던 박성준씨의 주선으로 주식을 샀다고 한다. 이들 모두 대학 동문이긴 하지만 박씨가 수많은 동문 중 하필 법조인인 그들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한 경위도 석연찮다.

검사 신분에 4억원이라는 거액을 한 주식에 몰방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확실한 정보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진씨는 당시 주당 10만원을 줘도 매물이 없던 우량주를 4만원에 1만주를 샀다. 일반인들의 거래가 거의 원천 봉쇄됐고, 주식이 거래돼도 김 회장의 재가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넥슨 주식 매입은 그 자체가 특혜다. 진씨의 특수한 신분과 모종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검사 개인의 단순한 주식매매 행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공직자의 신분으로 수사를 받게 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4. 수험생 침입해 PC조작해도 깜깜했던 청사

서울 세종로에 있는 정부서울청사가 또 뚫렸다. 세종시로 정부 부처가 대거 옮겨 가기 전까지는 대한민국의 행정 중심부인 정부종합청사였던 곳이다. 현재 국무총리와 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집무실이 몰려 있는 데다 행정자치부·통일부·여성가족부·국민안전처 등이 들어 있는 국가의 핵심 시설이다. 20대 공무원시험 응시생이 훔친 공무원 신분증으로 청사를 한 달 동안 제 집처럼 드나들고, 공무원 개인용컴퓨터(PC)를 자기 PC처럼 사용했다. 청사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공시생이 아니었다면, 생각 자체만으로도 끔찍하고 아찔하다.

공시생 송씨는 무모하리만큼 대담했다. 지난달 5일 치러진 2016년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 시험에 지원했다. 필기시험을 앞두고 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 몰래 들어가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 3장을 훔쳤다. 이어 시험지를 훔치려고 인사혁신처가 있는 청사 16층 채용관리과 사무실 침입을 다섯 차례 시도하다 실패했다. 같은 달 24일과 26일 사무실에 잠입해 담당 공무원의 PC를 켜고 자기 이름을 합격자 명단에 올렸다. 성적도 고쳤다. 인사혁신처는 나흘 뒤인 30일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다 1명이 늘어난 사실을 발견하고 1일 경찰에 신고했다. 현재까지 수사에서 드러난 사건의 전말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청사라는 점이다. 2012년 10월 60대 남성이 가짜 공무원 신분증으로 청사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투신해 사망한 사건과는 성격과 차원이 다르다. 보안 시스템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사와 사무실을 헤집고 다녔고,PC까지 접속해 조작했다. 그렇기에 체력단련장에 어떻게 출입했는지, 신분증을 분실한 공무원들은 지금껏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특히 PC에 어떻게 접속했는지는 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의 기밀 관리에 대한 허점이 노출된 탓이다. 내부 공모 여부를 수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송씨가 청사를 멋대로 드나들 때 정부는 이미 북한의 잇단 도발과 관련해 ‘테러 경비태세와 출입통제 강화’ 지시를 내렸었다. 또 5년 전 사건으로 출입자 제한 원칙도 강화했었다. 하지만 뚫렸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말대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보안관리 시스템의 재검토도 당연한 수순이지만 무엇보다 공무원 스스로 원칙에 충실하고 있는지, 기강 해이는 없는지 묻고 각성해야 한다. 일이 터졌을 때만 호들갑 떠는 대응으로는 재난을 막을 수 없다. 2년 전 세월호 참사도 예고 없이 터졌다.

5. 경제·복지 선거공약 공개토론 해보자

20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수뇌부가 전국을 순회하며 득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남과 호남 등 각자의 텃밭은 물론 중원, 수도권을 넘나드는 강행군 속에 연설과 악수를 하느라 목이 쉬고 손이 부르틀 정도다. 여당은 ‘야당이 승리하면 나라가 결딴난다’고, 제1야당은 ‘8년간의 배신의 경제를 심판해야 한다’고, 제2야당은 ‘거대 양당 철밥통을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당의 공약에 대해서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경쟁당의 공약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라며 극단적인 비판에 나서는 것도 수뇌부 유세 현장의 공통된 풍경이다.

여야 각 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민생과 밀접한 경제·복지 공약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어제도 중산층 복원을 위한 자영업 지원 공약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 5탄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삼성의 미래차 사업을 광주에 유치해 호남 지역에 2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의 ‘호남경제 살리기’ 공약을 내놓았다. 여야가 이처럼 경제·복지 공약에 집중하는 것은 대형 정치적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진영과 노선보다는 ‘먹고사는 문제’가 결국 총선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쏟아지는 여야 각 당의 공약을 유권자들이 꼼꼼하고 냉정하게 분석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조차 좋은 공약과 나쁜 공약을 정확하게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문외한인 유권자로서는 그야말로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돈을 더 풀겠다는 새누리당의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더민주는 “국제적으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더민주의 노인 기초연금 30만원 균등지급 공약에 대해 새누리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검증 없는 비판에 유권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약속한 일자리 창출 규모만 해도 새누리당은 545만개, 더민주는 270만개, 국민의당은 85만개, 정의당은 198만개에 이른다. 각자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지만 유권자들이 검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누가 실현 가능하고 현실성 있는 공약을 내놓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나랏빚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데 여야가 내놓은 경제·복지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추가로 최근 5년간 증가한 나랏빚과 맞먹는 200조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돼야 할 판이다. 유권자들은 어느 당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면서 끊어진 경제의 숨통을 되살릴 수 있을지 알 권리가 있다.

유권자가 각 당의 정책공약 장단점을 제대로 판단해 소신 있는 투표를 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정책 선거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으로 자기 공약은 최선이고, 남 공약은 최악이라는 일방통행 유세로는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할 수 없다. 최소한 경제·복지 공약만이라도 여야 4당이 모두 참여하는 공개토론을 통해 상호 검증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때마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어제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이런 게 공급자 아닌 수요자 중심의 진짜 정치다. 여야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

[동아일보]

6. 테러방지법 통과만 외치더니 정부청사는 왜 뚫렸나

박근혜 대통령은 2월 국회 연설에서 “테러분자들이 잠입해 언제, 어디서든지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급히 테러방지법을 제정해 국민 안전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며칠 뒤에는 테러방지법 통과가 야당의 반대로 계속 지연되자 “정말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책상을 내리쳤다. 3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시작되자 박 대통령은 전국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국토해양부는 재난·테러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전국이 비상경계에 들어간 올 2월 말∼3월 말 7급 공무원시험에 응시한 대학생 송모 씨가 정부서울청사를 6차례나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송 씨는 청사에 몰래 들어온 뒤 시험지 유출과 컴퓨터 조작까지 시도했다.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는 야간 출입금지 구역을 침입당한 보안 사고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송 씨가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데 그쳤기에 망정이지 테러범이었다면 엄청난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대통령의 지시로 경계태세를 최고로 강화한 때 어떻게 정부청사가 그렇게 쉽게 뚫릴 수 있는가. 담당 공무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청사 출입자의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대조하지 않고 대충 넘겼기 때문에 발생했다. 2012년 60대 남자가 위조 신분증으로 들어와 불을 지르고 투신했을 때 정부가 내놓았던 각종 대책은 허울뿐이었다는 건가. 정부세종청사로 이사 갈 준비를 하느라 인사처 출입문 관리가 허술했다는 변명에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리눅스 운영체제(OS)가 설치된 휴대용 저장장치를 꽂으면 비밀번호를 몰라도 컴퓨터를 열 수 있다. 이 정도는 대학생만 돼도 쉽게 알 수 있지만 서울청사의 보안 시스템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인사처 직원은 비밀번호가 해제된 사실을 다음 날 확인했다. 그런데도 보안이 뚫린 사실은 몰랐다고 하니 의문은 꼬리를 문다. 서울청사 출입 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만큼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차제에 다른 주요 시설의 보안 실태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7삼성 끌어들여 ‘광주 표심’ 사려는 김종인의 5共식 발상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광주에 ‘삼성 미래차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 2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양향자 후보와 함께 발표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 후보가 지난달 29일 “5년간 삼성전자 전장사업에서 3조 원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한 공약을 중앙당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이 사업은 스마트카에 들어가는 전기·전자·정보기술(IT) 장치를 만드는 삼성의 신산업이다. 양 후보는 “삼성이 얘기를 해 달라고 했다”며 “광주에 이미 현대·기아차가 있어 최적”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 대표가 재벌을 끌어들여 사업을 유치하려는 데 많은 국민은 어리둥절해한다. 글로벌 기업의 미래가 걸린 사업을 공약으로 만든 더민주당의 발상이 참 놀랍기만 하다. 양 후보의 말만 듣고 해당 기업에 확인도 하지 않고 불쑥 발표한 ‘야당 권력’의 밀어붙이기 식 태도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정치가 시키면 무조건 따라간다는 5공(5공화국)식 발상”이라고 공격했을 정도다. 

더민주당의 무리한 발표는 국민의당에 밀리고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광주와 전남·북 지지율은 지난달 11일 27.6%에서 이달 4일 42.1%로 급등하면서 더민주당(43.7%→27.2%)을 앞질렀다. 이 분위기가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로까지 번지면 “107석 안 되면 당 떠난다”고 밝힌 김 대표에겐 끔찍한 시나리오다.

경제·안보 복합위기에 글로벌 기업까지 선거에 이용하려는 야당의 행태는 위험천만하다. 청년수당 지급 같은 서민 공약은 식언(食言)으로 인한 실질적 피해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같은 실착은 국가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칫 경제에 깊은 주름이라도 남기면 어쩔 심산인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을 신설해 신성장동력을 하나씩 개척해 나갈 계획이었다. 더민주당이 첨단산업의 전진기지를 광주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하면 해외 신용평가기관들이 즉각 검증에 나선다. 반나절 만에 허위로 드러났으니 제1야당으로선 망신살이 뻗쳤다. 그러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야당이 기업 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마침 어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김 대표와 경제공약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여기서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을 선거에 이용하지 말자는 신사협정이라도 체결하라. 여야가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차기 국회 개원 직후 통과시키는 것에도 대승적으로 합의했으면 한다.

[중앙일보]

8. 제집 하나도 못 지키고 공시생에게 농락당한 정부

사실상 ‘정부의 심장’으로서 최고 수준의 경비와 보안을 유지해야 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가 20대 공무원 시험 응시생에게 농락당했다. 지난 5일 체포된 이 응시생은 훔친 공무원 신분증으로 지난 3월 말부터 한 달여 동안 청사를 수시로 침입하면서 범법 행위를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응시한 지역인재 7급 공무원 필기시험지의 유출을 시도한 것은 물론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를 열고 자기 성적을 조작하기까지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마디로 서울 한복판 정부청사의 경비와 공직자의 보안 수준이 국기를 흔들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이 정도라면 여염집보다 나을 게 없다. 만일 테러범이나 스파이가 침입이라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다.

게다가 문제의 응시생이 청사에 침입하기 시작한 시기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청와대 타격 위협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3월 24일)한 무렵이다. 대통령의 엄중 지시를 일선에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 셈이다. 더구나 이 건물에는 정부청사의 관리를 맡은 행정자치부가 입주해 있다. 정부가 제집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소를 잃은’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보안 실패’의 반면교사로 여기고 반성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사건 진상부터 철저히 규명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는 게 순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경비·보안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해 체계적으로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정부 보안 2.0’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의 보안의식을 높이고 근무 기강을 재확립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책임자 문책도 당연히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보안을 업그레이드하기 힘들다면 국내외 전문 보안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국민이 정부의 보안 수준을 걱정하게 하는 사건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9. 중국의 제재 이행, 북이 핵 포기할 때까지 이어져야

중국의 대북제재가 공식적인 이행 단계로 진입하면서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이 탄력을 받게 됐다. 중국 상무부는 5일 홈페이지에 석탄과 항공유 등 대북 수출입을 금지하는 25개 품목을 공시했다. 해관총서(세관본부)와 공동 명의로 발표된 공고문에 따라 중국의 대북 금수(禁輸)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33일 만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서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엄격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힌 지 4일 만이다.

중국이 공고한 대북 수입금지 품목은 석탄과 철광석· 금· 희토류 등이며 수출금지 명단엔 항공연료 등이 포함됐다. 안보리 결의안 내용대로다. 중요한 건 중국 정부가 유엔 결의안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를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북한의 ‘민생 목적’ 등일 경우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있는 걸 거론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선 법인 대표 도장이 찍힌 보증서 제출이나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물론 유엔 제재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점 등을 규정해 예외가 쉽지 않도록 했다. 실제로 중국이 얼마만큼 성실하게 대북제재를 이행했는지는 90일 내 유엔 제재위에 제출하기로 된 보고서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번 금수 목록에 포함된 석탄과 철광석 등 7개 광물이 북한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9%에 달하며, 이 품목들의 97%가 중국으로 수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철저한 제재 이행이 북한에 미칠 타격은 엄청나다. 중국 정부가 금수 품목을 공식 발표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더 이상의 무모한 ‘북한 감싸기’는 없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북한은 ‘제재는 공기처럼 익숙하다’며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자기 최면에 걸려 있다. 하루 빨리 꿈에서 깨어나 비핵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중국도 북핵 포기 때까지 제재 이행을 엄격하게 지속해야 한다.

[매일경제]

10. 바이오시밀러로 미국시장 뚫은 셀트리온의 쾌거

셀트리온이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을 획득한 것은 국내 제약사에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다. 관절염 치료제인 램시마는 미국이 최초로 승인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단백질 의약품인 기존의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분자구조가 복잡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데 이어 미국 시장을 뚫는 데 성공한 것은 오리지널 약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제품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벽을 넘어선 만큼 다른 국가들을 접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단일 품목으로 관련 시장이 20조원인 미국에서 연간 2조원, 유럽까지 포함하면 3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최대 제약사인 한미약품의 매출이 1조3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잘 키운 한 품목이 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램시마가 거둔 쾌거는 남보다 빨리 바이오시밀러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꿰뚫어보고 밀어붙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뚝심의 결실이다. 그는 샐러리맨 생활을 접고 14년간 우직하게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가 2014년부터 줄줄이 만료된다는 것을 깨닫고 시장 선점을 노리고 도전한 것이 램시마의 성공을 가져온 것이다. 

중후장대한 제조업의 성장판이 닫히면서 한국 경제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약품이 신약 수출로 잭팟을 터뜨린 데 이어 셀트리온이 미국에 깃발을 꽂으며 돌파구를 만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셀트리온은 향후 5~10년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이후에는 신약 개발에 뛰어들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는데 지금처럼 '퍼스트무버' 정신으로 도전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제약 시장은 영세하지만 연구개발과 도전정신으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린다면 그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을 셀트리온이 다시 한번 보여줬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최재석 칼럼>5평 단칸방 '10남매 가족'의 행복

'첫눈 오는 날이 공휴일인 나라',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바로 히말라야 고산 준봉에 둘러싸인 작은 국가 부탄 얘기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각자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 얼마 전 부탄 대표가 출연했다. 그는 부탄 국민이 행복한 이유를 "불교 사상 중에 '현재에 만족하라'는 말이 있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로 만족하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탄의 수도 팀푸에서는 "첫눈 내리는 날이 공휴일이 맞다"고도 했다. 부탄이 농업국가라 눈이 많이 오면 물이 풍부해져 수확도 잘 될 거라서 하루 쉰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부탄 나라 얘기를 꺼낸 것은 광주(光州)의 '10남매 가족'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10남매를 낳아 어렵게 키우는 40대 부부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는 첫 소식을 접하고 '교육적 방임'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 가족의 사연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들을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워지고 오히려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를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준다. 

지금까지 이 가족을 조사하거나 지원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전해진 사연은 대강 이렇다. 물론 이 가족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 아니라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A(44) 씨 부부는 20대 후반에 충북 청주에서 수천만 원의 사채를 빌려 음식점을 하다 실패했다. 빚은 이자를 합쳐 눈덩이처럼 불었다. A 씨 가족은 사채업자를 피해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2006년께 부부 중 한 명의 연고가 있는 광주에 정착했다. 이자까지 합쳐 8천만 원 가까이 불어난 빚을 친인척의 돈까지 끌어모아 겨우 갚은 뒤였다. 

A 씨 부부는 빚에 쪼들려 한동안 한 곳에 정착하기 힘들 정도로 생활형편이 어려웠지만 1990년생인 첫째를 시작으로 2009년생 막내까지 1∼3살 터울로 5남 5녀를 낳아 길렀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는 "어린 시절 외롭게 자라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10명의 자녀 중 큰딸(26)과 현재 초등학생인 막내 2명을 제외한 둘째(24)부터 여덟째(12)까지 7남매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대신 중학교를 도중에 그만두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큰딸이 동생을 가르쳤다. 이런 식으로 동생들은 오빠, 언니, 형, 누나에게서 한글과 셈법을 배웠다. 옛날에는 A씨 가족처럼 가정 형편 때문에 맏이만 정식교육을 받고 동생들은 대신 오빠나 언니들한테 배웠던 집들이 적잖았다.

그 사이 성년이 된 큰딸은 기술을 배워 독립했고, '홈 스쿨링'을 한 둘째와 셋째도 맏이의 길을 따라 다른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이들은 가족에게 꼬박꼬박 생활비를 부치고 있다고 한다. 남은 7남매와 부부는 미닫이문으로 부엌과 나뉘는 5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지낸다. 밤이 되면 부부가 막내를 품고 부엌에서 잤고, 스무 살 넷째가 남은 동생들을 데리고 방에서 잔다고 한다. 그동안 가계 수입은 몸이 아픈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혼자 벌어오는 일당 8만 원과 기초생활수급비 월 98만 원이 전부였다. 

부부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것을 늘 미안해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 사랑은 남달랐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과 형제자매의 우애 속에 자랐다. 이들 가족 사연이 알려진 후 그간 학교에 다니지 않은 아이들을 면담한 학교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학습능력에 문제가 없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특히 인성교육이 잘된 것 같다고 전했다. 예의가 발랐고 한마디로 버릇없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A 씨 가족의 사정을 살펴본 구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들은 풍요롭지는 않아도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은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A 씨 가족 이야기를 처음 보도한 연합뉴스 기자는 "이들 가족을 쭉 취재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부탄 생각이 났다"면서 "여러 가지로 형편이 어려웠지만, 가족 간에 사랑이 있었던 전통적인 우리 가정의 모습을 보는듯했다"고 말했다. 10남매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된 후 각계에서 도움이 손길이 오자 아버지 A 씨는 생활고 해결을 위한 후원금이나 생필품 지원은 원하지 않고 미취학 자녀 교육과 기초생활수급만 받아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주위에서 관심을 그만 가져달라고 거듭 말했다고 한다.

이 가족의 사연은 부부가 지난 2월 동 주민센터에 자녀의 교육급여 지원을 신청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외부와 단절한 채 가족끼리 사랑으로 어려움을 견뎌낸 이들이 비로소 세상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때다. 10남매 중 일곱째와 여덟째는 관계기관의 도움으로 이달 5일 처음으로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가가 나서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고, 나머지 부족한 것은 이웃들이 메워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건강한 사회다.

2. [한국일보]레고 창업자 올레 크리스티얀센 탄생

조립 블록 완구기업 ‘레고 LEGO’의 창업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Ole Kirk Christiansen)이 1891년 오늘(4월 7일) 덴마크 빌룬트(Billund) 북부 필스코프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의 열 번째 아들. 간신히 고등학교를 마친 뒤 목수 일을 배워 처음 연 목공소는 아이들의 불장난으로 불탔고, 다시 취업해 번 돈에 빚까지 얻어 목공소를 새로 열었을 땐 대공황이 터졌다. 그는 파산 직전에 몰렸고, 아내와도 사별했다. 1932년, 41세의 그에게 남은 건 전기요금 대기도 버거운 작업장과 은행 빚, 그리고 네 아이뿐이었다. 

목수인 그가 주로 만들던 건 생활 소품과 가구였고, 당시엔 당연히 주문 제작이었다. 일도 돈도 없던 그는 어느 날 작업장 자투리 나무들로 아이들에게 줄 오리를 깎기 시작했다. 그 나무 오리에 동네 아이들이 반색했고, 그는 널린 나무토막과 널린 시간으로 온갖 장난감을 만든다. 동물, 미니어처 집, 가구…. 1934년 그가 작업장에 새로 내건 간판이, 덴마크어 ‘Leg Godt(영어론 play well)’의 첫 두 글자를 따 만든 ‘LEGO’였다. 그는 완구제작업자가 됐다. 

47년 올레는 덴마크 최초로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를 사들여 합성수지 완구를 출시했고, 레고는 금세 200여 종의 나무ㆍ플라스틱 완구를 생산하는 완구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 같은 조립식 블록은 셋째 아들 고트프리드(Godtfred, 1920~1995)의 아이디어였다. 42년 무렵부터 아버지 일을 거들던 그는 50년 나무쌓기에서 응용한 플라스틱 블록 시제품을 제작했고, 1958년 조립 안정성을 고심하던 끝에 똑딱단추 원리의 블록을 만들어냈다. 그 해 66세의 올레 크리스티얀센은 심장 마비로 별세했다.

레고는 변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유아를 위한 듀플로 시리즈(67년), 회전축과 모터까지 달린 테크닉 시리즈(77) 마인드스톰 로봇 시리즈(98년)…. 스타워즈, 해적선, 캐슬 등 주제별 다양한 시리즈와 테마파크 레고월드, 놀이교재 연구 등 사업 다각화. 

달라지지 않은 건 고트프리드가 정한 레고 철학, 즉 ‘안전하고 완전하고 평화로운 완구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한다. 자식을 위해 나무오리를 깎던 아버지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3. [서울신문][세종로의 아침] 예술이 순수함을 잃었을 때/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지난달 24~26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2016 아트바젤 홍콩’에는 세계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유명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해 최고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35개국 239개의 프리미어급 갤러리들이 참여한 이번 페어에서는 특히 세계 굴지의 갤러리 부스에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정창섭 등 한국 단색화 화가들의 작품이 내걸려 한국 현대미술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우환의 1970년대 후반 작품인 ‘선으로부터’와 ‘점으로부터’ 시리즈를 보는 심경은 무척 복잡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거장의 작품 앞에서 감동을 받아야 마땅할 텐데 “이 그림 혹시 가짜 아닌가?” 하는 의구심부터 들었으니 말이다.

상당수의 위작이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근거로 경찰이 지난해부터 수사를 벌이고 있고,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서 위작인 듯한 그림이 판매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던 터라 몇 군데 화랑이 내건 이우환의 작품 앞에서 자연스레 발길이 머물렀다. 한 외국 갤러리에서 판매 중인 1979년 작 ‘선으로부터’를 요리조리 뜯어보다가 출처를 물었다. 작품의 이력서에 해당하는 프로브넌스에는 일본의 컬렉터에서 도쿄의 갤러리를 거쳐 유럽의 개인 컬렉터에게 팔린 작품이라고 적혀 있었다. 스위스 복원 전문가의 컨디션 리포트까지 첨부돼 있어 서류상으로는 완벽했다. 이런 서류를 보니 신뢰가 가기보다는 위작을 국제시장에서 ‘세탁’한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것만 같았다.

취재 결과 이 작품 뒷면에 적힌 일련번호 ‘7****2’는 2014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던 1979년 작품 ‘점으로부터’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29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120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가 같은 일련번호를 가진 다른 작품이 존재하는 것이 알려져 문제가 됐었다. 또다시 같은 일련번호를 가진 작품이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나온 것은 왜일까.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를 나란히 내건 도쿄의 한 갤러리 주인은 꼬치꼬치 묻기 시작하자 “작가가 본 것 중에 가짜가 하나도 없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왜 그런 소문이 도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럼에도 경찰의 압수품 감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이번 아트페어에 나온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를 살펴본 뒤 “그림 그린 방식이나 색깔, 사인이 위작으로 판명된 것들과 너무 흡사한 것이 있다”고 했다.

미술관이나 슈퍼 컬렉터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세계 굴지의 갤러리들이 ‘위작’을 판매하고 있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해진다. 생존 작가의 위작 스캔들이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 망신에 더해 겨우 불붙기 시작한 K아트의 부흥은 찬물을 뒤집어쓰게 된다.

작가의 단호함이 결과적으로 위작범들에게 날개를 달아 준 셈이 됐다. 작가는 강 건너 불 바라보듯이 가끔 화랑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역정을 내고 말 일이 아니다. 위기 의식을 갖고 지금이라도 지혜로운 행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작가 자신도 살고, 한국 미술도 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4. [동아일보][광화문에서/이광표]우리 동네 오래된 빵집

서울 돈암동에 사는 내게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집 앞에 나폴레옹 빵집이 있어 정말 좋겠습니다.” 그 빵집은 장사가 잘된다. 역사도 오래됐다. 1968년에 생겼으니 이제 50년이 다 되어 간다.

내가 가본 빵집 중 제일 붐비는 곳은 단연 군산의 이성당 빵집이다. 종종 군산에 가면 그 빵집에 들른다. 그때마다 손님들이 빵집 앞 도로변 멀리까지 죽 늘어서 있었다. 손님이 하도 많다 보니 직원들은 늘 바쁘다. 카운터에서 빵을 봉지에 담아주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군산 여행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이성당 빵집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다. 이성당 빵집은 1945년에 생겼다.

대전역엔 성심당 빵집의 매장이 있다. 대전역 매장은 항상 붐빈다. 사람들은 성심당의 빵을 사들고 열차를 탄다. 성심당 빵은 그렇게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과 만난다. 사람들은 그 빵에 대해, 그 빵집에 대해 이야기한다. 1956년에 생겼다는 얘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간식으로 제공됐다는 얘기…. 동대구역에도 삼송빵집의 매장이 생겼다. 대구 삼송빵집은 1957년에 문을 열었다.

요즘 빵집 얘기를 참 많이 한다. 전국의 유서 깊은 빵집을 순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빵을 즐기는 것은 그 빵집의 빵 맛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즐기는 것은 그 빵집의 역사와 스토리다.

몇 달 전 서울 장충동 태극당 빵집 앞을 지나다 리노베이션을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걸 보았다. 1946년에 생긴 태극당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어떻게 리노베이션할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 태극당이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외관은 예전 모습을 유지했고, 내부는 과거의 흔적을 많이 살렸다. 홍보 간판과 카운터 안내판은 옛날식 그대로였다. 카운터 안내판에는 여전히 ‘납세로 국력을 키우자’라고 쓰여 있다. 1960, 70년대 분위기다. 곳곳에 오래된 타일, 찌그러진 전기 스위치, 고장 난 두꺼비집(누전 차단기)도 살려놓았다. 근대 건축물을 활용한 작은 박물관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오래된 빵집들은 점점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건물은 건물대로, 빵의 맛과 스토리는 또 그들대로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미래의 유산인 셈이다. 서울시는 미래유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훼손되거나 사라질지 모를 근현대 유산을 미리 보존하자는 취지다. 여기엔 청진옥(1937년), 한일관(1939년) 같은 음식점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두 음식점은 서울 청진동 재개발의 와중에 원래 장소를 잃고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옮기다 보니 외관도 바뀌고 내부도 바뀌었다. 당연히 분위기도 바뀌었다.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엔 청진동의 청진옥, 피맛골의 한일관으로 남아 있는데, 무분별한 재개발이 두 음식점의 장소성(場所性)을 망가뜨린 것이다. 

일본 가가와(香川) 현의 고토히라(琴平)가 생각났다. 작지만 역사가 깊은 마을이다. 이곳엔 고토히라를 대표하는 긴료(金陵) 양조장이 있다. 그 역사가 무려 200여 년에 이른다. 지금도 술을 제조해 팔면서 공간 일부를 술 박물관으로 꾸며놓았다. 긴료의 역사를 그대로 보존한 것이다. 둘러보면 우리의 지역마다 오래된 빵집들이 있다. 빵을 먹으며 우리는 그 빵집의 역사를 주고받는다. 빵집의 역사는 소중한 생활사이다. 우리 동네 빵집들이 오래 살아남아 100년을 넘기고, 빵집 어딘가에 빵 박물관 같은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

5. [동아일][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우선순위

사무실 이사를 앞두고 열흘 동안 온통 ‘버리는 일’에 몰두했다. 우선 1000권이 넘는 책을 반으로 줄이는 일이 큰 과제였다. 더러 같은 책이 두 권 있거나 별로 관심분야가 아닌 책들이 섞여 있는 바람에 어느 정도까지는 골라내기가 수월했다. 문제는 다음 단계였다. 10년 이상 간직해온 책을 버린다는 게 쉽지 않아 책꽂이에서 뺐다 꽂았다 하니 작업 속도는 점점 늦어졌다. 

온종일 아쉬운 마음으로 책과 씨름하다가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많이 가졌다는 게 반드시 행복한 일은 아니구나”라고 중얼거렸다. 언젠가 다시 꺼내서 읽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까워서 쌓아둔 것도 결국 나의 욕심이었다.

그렇지만 소득도 있었다. 정말 가치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 분명하게 확인했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좋은 책의 기준이 확실해졌다. 어떤 책은 버리고 어떤 책은 남기는 작업을 직접 하다 보니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 것인지가 간단명료하게 와 닿았다.

선별의 우선순위는 진정성이었다. 아무리 장정이 화려하고 비싼 책이어도 작가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으면 버리는 데 별반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작가의 오랜 정성이 들어간 책은 그럴 수 없었다. 많은 책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어 살펴보면서 큰 공부를 한 기분이 든다. 살아가면서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았으니 말이다.

요즘 선거판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 제목이 떠오른다. 선거운동이 무슨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후보자에 대한 진지한 검증은 어디로 가고 모 후보의 딸이 미모라는 둥, 조카가 연예인이라는 둥 곁가지가 더 무성하다. 마침 우리 집의 아래층에 사는 분이 출마했기에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그 후보의 딸에게 “요즘 딸들이 열심이던데 아빠 선거운동 하느라 힘들겠네요”라고 했더니 “전 예쁘지 않아서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도 며칠 밤새워 만든 동영상을 갖고 가는 길이에요”라며 급히 뛰어갔다. 

국회의원을 뽑는데 웬 가족들의 미모 타령일까. 다 읽고 난 책을 선별하여 버리기도 쉽지 않아 몇 번이나 망설이는데 이제라도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에 대해 더 진지하고 신중하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선택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볍게 선택하면 가볍게 취급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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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7일 신문 브리핑 #   


"배은 망덕은 자연스런 들풀 같아서 가꾸지 않아도 무성하지만, 감사는 장미와 같아서 물을 주어 곱게 기르고 사랑해야만 자란다."

- 카네기



<< 정치/외교 >>

1.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삼성의 미래형 자동차 사업을 광주광역시에 유치해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해 논란이 일고 있음

- 하지만 삼성 관계자는 “양 후보와 광주공장 가전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을 협의한 적은 있지만, 전장사업 투자 협의는 없었다”고 밝힘


2.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북한이 고립되는 양상임

- 북한전문매체 미국의소리(VOA)는 6일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결의 제2270호에 따라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선박 27척이 모두 외국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고 북한 영해나 공해를 오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함



<< 경제 일반 >>

1.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램시마(미국명 인플렉트라)의 판매를 승인했다고 6일 발표함

- 지난 2월 ‘승인 권고’ 이후 2개월 만에 램시마의 미국 판매를 최종 허용한 것으로서, 연간 5조원어치 이상 판매되는 초대형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가운데 미국 시장을 뚫은 것은 셀트리온이 처음임


2.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구자열 민간위원장(LS그룹 회장) 주재로 제16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열어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기술 보호 종합대책’을 심의 확정함

-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구제 실효성을 높인 것이 핵심으로, 우선 중소기업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 손해액의 세 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벌금액을 기존의 열 배로 상향 조정함


3. 정부가 전기자동차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남

- 전기차가 많은 서울은 30대가 충전기 한 개를 같이 쓸 정도로 열악하며, 반면 전기차 대중화에 앞선 미국은 전기차 두 대당 한 개꼴로 충전기가 있음


4. 한국 조선사들의 올 1분기 수주량이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남

- 중국은 물론 그동안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여겨지던 프랑스, 이탈리아에도 뒤처짐

- 6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3월 한국 조선사들은 총 17만1188CGT(표준환산톤수: 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를 수주했으며, 전분기와 비교하면 8분의 1, 전년 동기 대비 17분의 1 수준으로 줄었음


5. 검찰은 4일 중소기업청 민간주도 창업지원사업(TIPS·팁스)의 보조금을 받아준다는 명목으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5곳에서 지분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를 구속함

- 팁스는 운용사로 선정된 투자회사가 벤처기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중소기업청이 최대 9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벤처 육성 사업이며,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로 스타트업 열풍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



<< 금융/부동산 >>

1. 일본 엔화 가치가 지난 5일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1년5개월여 만에 최고치인 109엔대까지 상승함

- 대규모 양적 완화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임


2. 투자자가 많지 않은 ‘자투리 펀드’를 정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계획이 흔들리고 있음

-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펀드 비중을 19% 이하로 낮추라는 가이드라인을 지킨 업체는 절반에 불과했으며, 강제로 펀드를 없애겠다는 방침에 반발하는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게 자산운용사들의 설명임



<< 국제 >>

1.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3% 미만에 그치며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외교협회(CFR) 주최로 열린 워크숍에 참가한 경제학 교수와 금융전문가, 지정학 전략가 등 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1%만이 중국이 앞으로 연 4~6%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택했다고 6일 전함

- 반면 중국이 1~3%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본 전문가 비율은 61%에 달했으며, 나머지 8%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함


2. 중국이 인공지능(AI)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음

- 올해부터 적용되는 ‘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에서 인공지능 분야를 주요 국가전략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데 이어 앞으로 3년간 인공지능 분야 육성 계획을 담은 ‘차이나브레인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음


3.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승부처로 꼽힌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꺾고 승리함

- 크루즈 의원을 중심으로 '반트럼프' 진영이 트럼프의 진격을 제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경선은 혼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음

-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56.5%를 득표해 43.2%를 얻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지음


4. 미국 자치령이자 `북중미의 그리스`로 불리는 푸에르토리코가 80조원이 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함

- 푸에르토리코 채권을 보유한 미국 지방 뮤추얼펀드 등 채권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돼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됨


5. 이란이 산유량 동결에 불참할 뜻을 밝힘(이란 석유장관, 6일 인터뷰)

- 이란은 내년 3월까지 산유량을 하루 400만배럴까지 올릴 계획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양적완화

-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너무 낮아서 금리 인하를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공급을 늘리는 정책으로,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임.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자산은 국·공채나 주택저당증권(MBS), 회사채 등 다양하며, 미국, 영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일제히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

이렇게 양적완화로 돈이 풀리면 이들 선진국의 통화가치는 하락하며, 반면 넘치는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돼 신흥국의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게(신흥국 통화의 환율 하락)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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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6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슈퍼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정보사회 구현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1000억원 이상의 개발자금을 투입한다는 잠정적인 계획도 마련됐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초고성능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우리 자체 역량으로 슈퍼컴퓨터를 개발키로 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그동안 전자·통신 분야를 비롯해 무인자동차, 로봇 등의 분야에서 나타난 국내 연구수준도 괄목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연구 여건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당장이라도 우수 인력들이 달라붙을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야심찬 계획을 마련한 데 대해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슈퍼컴퓨터란 대용량의 정보를 초고속으로 저장·처리·활용하는 것이 가능한 첨단 컴퓨터다. 따라서 기존의 보통 기술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척척 답변을 제시하게 된다. 최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 선수의 시합에서 드러났듯이 슈퍼컴퓨터의 기능은 이미 사람의 사고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세계 각국이 개발경쟁에 뛰어든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처럼 개발 계획을 마련한 것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의 첨단기술 개발 추이를 살펴볼 때 선발주자들의 꽁무니를 따라가기 바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왕이면 바짝 추격해서 단시일 내에 따라잡는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알파고의 3배 이상 빠른 슈퍼컴퓨터를 2020년까지 개발키로 목표를 잡은 것이 그래서일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계획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장기간에 걸쳐 수행돼야 하므로 안정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중요한 계획도 해당부처 장관이 바뀌기만 해도 주춤해지기 마련이 아닌가. 하물며 앞으로 5년, 10년 뒤의 계획이라면 더더욱 장담하기 어렵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존폐 문제에 대해서조차 미리부터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슈퍼컴퓨터 개발계획과 함께 장기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2. 급증하는 해외소비 국내로 돌릴 방안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이 외국만 나가면 돈을 펑펑 쓴다고 한다. 뭔가 잘못된 얘기다. 정부가 온갖 소비 진작책을 내놓으며 경기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금과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지출한 돈은 모두 26조 27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

이에 비해 지난해 국내 소비지출은 708조 3700억원으로 2.7% 증가에 그쳤다. 통계청이 집계한 가계소비성향은 사상 최저 수준인 71.9%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해외 소비지출증가율이 국내 소비지출증가율의 5배도 넘었지만 소비자들이 인터넷 등으로 외국 제품을 직접 구매한 ‘해외 직구’나 외국 출장길에 업무용으로 쓴 금액 등을 포함하면 증가율은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내수 부진이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이것이 다시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도 해외 씀씀이는 대폭 커졌다는 얘기다. 주요 원인은 소득 수준 향상으로 외국 여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한국관광공사에 의하면 지난해 해외 여행객은 1930만명을 넘어서 전년보다 20%나 늘어났다.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쓴 돈의 일부만이라도 국내로 돌렸다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으리라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배어난다. 그렇다고 요즈음 같은 국제화 시대에 무턱대고 외국 여행이나 현지 씀씀이를 자제하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그보다는 여행객들이 자발적으로 해외 소비를 국내 소비로 돌리도록 유도하는 정책 수단을 서둘러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국내 관광 활성화가 절실하다. 외국의 어느 명승지 못지않은데도 홍보 부족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관광지가 허다하다. 돈 있는 사람들이 맘껏 쓸 수 있도록 규제를 확 풀어 시설을 고급화하고 이용도 한결 편리하게 해야 한다. 연간 100만명도 넘는 골퍼가 외국에 나가 몇조원씩 쓰는 왜곡된 현상을 시정할 해법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각종 소비재와 서비스에 매겨지는 세금을 낮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도 요긴하다.

[서울신문]

3. 나랏빚 1300조의 절반이나 되는 연금부채

나라 살림살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재정적자가 200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38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국가부채도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2015 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38조원으로 집계됐다. 국가재정을 살피는 대표적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쌓아 둬야 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흑자를 뺀 것이다.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특히 세수가 예상보다 2조 2000억원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11조 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적자 규모가 커졌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1.8%로OECD 평균 115.2%와 비교하면 건전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문제는 재정적자 증가 추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9%로 1년 만에 2.0% 포인트 늘었다. 올해 상황은 더 나쁘다. 연초부터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도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이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국가부채 1284조 8000억원 가운데 연금충당부채가 전체의 51.1%인 659조 9000억원에 이른다. 연금충당부채는 2013년 569조 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60조 3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반쪽짜리 공무원연금 개혁 탓에 증가율이 뚝 떨어져 16조 3000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아직 본격적인 논의도 하지 못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해외 지출액이 26조 2722억원으로 전년보다 13.7%(3조 1593억원)나 급증한 점도 재정 상태를 악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선거공약 가운데 복지, 고용과 관련된 장밋빛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은 여야 합쳐 200조원이 훌쩍 넘는다. 재정건전성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는 전형적인 묻지마 공약이란 비판을 면할 길 없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4. 국세청, 명예 걸고 한국인 역외탈세 추적해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가 외국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사실이 들통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그제 전 세계 1150만건의 조세회피 자료를 폭로했다. 노씨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012년 페이퍼컴퍼니 3개를 설립했다. 그 자신이 주주 겸 이사로 취임한 문제의 회사들은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했다. 노씨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계좌 개설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척동자라도 탈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유령회사의 전형이다.

의혹의 진상은 추후 더 밝혀야겠으나, 세계가 주목한 ‘역대급’ 조세회피 폭로 자료에 그의 이름이 들었다는 사실부터 국민들 속을 뒤집는다. 바통을 이어 졸렬한 사고를 치는 것이 우리 전직 대통령 아들들의 전매특허인가 싶을 지경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똑같이 버진아일랜드의 탈세 유령회사가 발각돼 지탄을 받았던 게 불과 3년 전이다. 대통령의 아들이란 사람들이 번번이 탈세와 재산 도피 혐의로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낯 뜨거운 일이다.

이번 폭로 자료에서는 주소를 한국으로 기재한 한국인도 195명이나 됐다. 이들의 탈세 수법이나 계좌 관련 정보와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덜미가 잡힌 규모만 보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역외 탈세를 할 수 있었다는 정황은 파악되고도 남는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서민들은 울화가 치민다. 쥐꼬리 월급을 받더라도 유리지갑의 샐러리맨들은 십원 한 장까지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들 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역외 탈세를 일삼는 것은 사회 정의에 구정물을 끼얹는 중대하고 파렴치한 범법 행위다.

국세청이 이번에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길 기대한다. 3년 전 전재국씨를 포함한 182명의 역외 탈세 파동에서는 48명에게서 1324억원을 추징한 게 고작이었다. 국민들 눈에 국세청은 조세 정의를 세우는 일은 뒷전이고 세수 확보의 수단쯤으로 그때그때 탈세를 적발한다는 인상이 짙다. 해외 조세회피자가 국세청의 고발 의지로 단단히 벌을 받았다는 사례를 들어 본 적이 별로 없다. 국제 공조를 서둘러 한국인 명단을 확보하고 탈세 혐의자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검찰 수사도 강화해 해외 재산 도피는 아예 꿈도 못 꾸게 엄벌해야 한다.

5. 정책 꼼꼼히 보고 배례대표 정당 선택하길

서울 종로는 흔히 ‘정치 1번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종로에서도 세종로 사거리는 서울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중심이라고 해도 크게 과장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각 후보 진영이 앞다투어 유세전을 펼치는 선거운동의 핵심 요지다. 하지만 4·13 총선을 앞둔 세종로 사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총선이 이곳에서는 남의 이야기인 것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저녁 수많은 직장인이 세종로 거리를 뒤덮다시피 하지만 대부분은 종로 선거구의 유권자가 아니다. 출근 시간 세종문화회관과 동화면세점 앞 버스 정류장에서는 분당과 일산을 비롯한 경기도 남부와 북부 지역 주민들이 광역버스에서 줄지어 내린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시청역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도 종로 유권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세종로 사거리에서 조용히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군소 정당 후보들이다. 유세차와 확성기, 그리고 유니폼 차림의 운동원을 다수 동원하는 유력 정당 후보들과 달리 이들의 선거운동은 조촐하기만 하다. 후보자는 건널목에서 녹색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명함을 건네고, 다른 한 사람이 핵심 공약을 담은 피켓을 들고 있는 정도다. 자기 선거구 유권자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광고용어로는 소구대상(訴求對象)을 완전히 잘못 짚은 캠페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면 자신(自身)의 존재가 아닌 자당(自黨)의 존재를 알리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유력 정당들이 생산한 이슈에 우선순위가 밀린 자당 정책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당부다.

오는 13일 투표소에 가면 유권자는 두 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한 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용지이고, 다른 한 장은 지지 정당을 고르는 투표용지다. 미래지향적 정책의 설득력 있는 이행 방안을 제시하는 정당에 국회 진출 기회를 주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제도라고도 한다. 실제로 군소정당의 정책 공약 가운데는 유력 정당에서 찾을 수 없는 참신한 내용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기회는 많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후보를 낸 정당은 21개에 이른다. 물론 정책 생산 능력이 없는 이름뿐인 정당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건전한 군소정당이 공약을 유권자에게 알릴 기회는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믿는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들 한다. 낡은 정치세력을 미래지향적인 정치세력으로 교체하는 한바탕 축제의 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유권자다. 지역구 의원은 유권자의 판단에 따라 인물과 능력 중심으로 투표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지지 정당 투표는 직관만으로는 판단이 쉽지 않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선거공보를 꼼꼼히 읽어 보고 지지할 정당을 선택하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능력 있는 인물과 조화로운 정책이 국회에 넘쳐날 때 정치도 발전한다. 지지 후보와 지지 정당이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20대 국회가 얼마나 건강하게 태어날지는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

[동아일보]

6. 봉은사·조계사 재정 공개, 종교계 과세로 이어져야

대한불교조계종이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인천 강화 보문사, 경북 경산 선본사 등 총무원 관할 직영사찰 4곳의 수입과 지출을 공개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 봉은사의 수입(일반회계)이 210억8700만 원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200억4900만 원)보다 많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사찰 재정을 최초로 일반에 공개한 것은 불교계가 스스로 다짐했던 개혁의 첫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2012년 일부 승려들이 연루된 백양사 도박사건이 불거지자 조계종은 자성과 쇄신, 종책(계파) 해산 등을 선언했지만 이후에도 ‘금권선거’ ‘종단정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작년 초 종단 혁신을 모색하는 초유의 대중공사(大衆公事)가 열렸고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사찰 재정 투명화를 통해 신뢰받는 종단으로 거듭나겠다”며 직영사찰과 특별분담금사찰, 1년 예산이 30억 원 이상인 사찰을 대상으로 7월부터 재정 공개 계획을 밝혔다. 

당시의 다짐에 비해 공개 범위가 대폭 축소됐고, 시기도 아홉 달이나 늦춰졌지만 불교계 자정(自淨) 노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투명한 재정 공개가 개혁의 첫걸음이다. 재정 공개 대상을 모든 사찰로 확대하고 외부 회계 전문가 감사는 물론이고 예산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미 2007년부터, 대부분 교회들도 주보에 헌금 명세를 싣고 매년 당회에 결산보고를 하고 있다. 재정의 투명한 공개는 다른 종교로도 확산돼야 할 것이다. 

차제에 종교인 과세 유예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 자료로 추산한 2014년 종교단체 기부금이 약 8조 원이다. ‘소득 있는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당초 2015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로 1년 유예되더니 작년 12월 통과된 법안에선 2018년으로 또 늦춰졌다. 선거를 의식해서라는 뒷말이 파다하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무려 1284조 원이다. 종교계가 스스로 세금 납부를 앞당기는 것도 사회 통합을 돕는 길이다.

[중앙일보]

7. 유권자 판단 흐리는 여론조사 정비 필요하다

총선을 1주일 앞두고 새누리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원내 과반의석은커녕 135석 안팎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존 ‘집 전화 여론조사’ 방식에 휴대전화 표본을 섞었더니 수도권에서 여당 후보의 확실 우세지역이 25곳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심야 긴급 선대위회의를 소집하는 등 호들갑이다.

하지만 정작 어리둥절한 건 유권자다. 어안이 벙벙한 걸 넘어 현기증을 느낀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수도권 122곳 중 40개 지역에서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총선 상황실을 포함해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한 수치다. 그러니 고정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해 투표장에 내몰려는 새누리당의 엄살이란 말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선거 전략 차원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들쭉날쭉 활용한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판세 분석의 근거가 되는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가뜩이나 동일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기관별로 상반되거나 지지율이 제각각이어서 혀를 차게 만드는 게 한국의 여론조사 시장이다. 100개가 넘게 난립한 조사 회사들이 응답률 2%가 되지 않는 자동응답기 조사를 마구잡이로 쏟아낸다. 표본과 응답률도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왜곡이 의심되는 7개 여론조사기관, 53개 조사를 적발해 처벌했다. 전문가들조차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문제는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표심을 출렁이게 하고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선거 여론조사는 정치 현장에서 의사 결정과 건전한 여론 형성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성이 생명이다. 조사 과정과 결과는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그러려면 문항 내용과 표본 채취를 공개하고 안심번호를 활용해 신뢰성을 검증받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총선을 계기로 선거 여론조사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

8. 北정권 검은돈 조세회피처 통한 세탁 차단해야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조세회피처 안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무기를 팔아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했던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4일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폰세카에서 유출된 조세회피처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를 인용해 영국 은행가 나이절 코위가 북한인 김철삼과 공동으로 2006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인 'DCB파이낸스'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코위는 김정일 정권 때인 1995년 입북해 북한 첫 외국계 은행인 대동신용은행을 설립하고 은행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이 회사를 세운 직후인 2006년 7월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고 그해 10월에는 첫 핵실험을 실시했는데 여기에 DCB파이낸스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 후에도 DCB파이낸스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북한 정권에 검은돈을 공급하는 채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2013년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확산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대동신용은행과 DCB파이낸스, 이 회사 중국 다롄 지점 대표 김철삼을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DCB파이낸스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이 DCB파이낸스 같은 페이퍼컴퍼니를 조세회피처에 세우고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과 물품의 길목을 막는 포괄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고 지난달 16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할 목적으로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무기를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면 제재 효과는 반감된다.

정부는 가급적 많은 국가들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 정권이 불법적으로 검은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대북 제재에 빈틈이 생기지 않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

[부산일보]

9. 토론회 불참 후보틀, '유권자 무시' 여론 깊이 새겨야

4·13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도 정책도 보이지 않는 '깜깜이 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뒤늦은 선거구 획정에다 공천 잡음 끝에 본격적인 선거전의 막이 올랐지만 유권자에게 후보들은 여전히 '너무 먼 당신'이다. 당리당략에 따른 공천으로 누가 후보로 나오는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정국'이 한동안 계속된 데 이어 이번에는 입후보자들의 공약과 인물 됨됨이를 차분히 검증할 기회조차 봉쇄당할 판이다. TV 토론회를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후보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선거운동에 전념하겠다" "(치열한 당내 경선 혹은 탈당으로)토론회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정치 신인이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른 후보와 토론을 벌이는 게 부담스럽다" 등 토론회에 불참하는 후보들이 내건 이유도 가지가지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되레 자신의 약점만 드러나 자칫 '안 한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정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운동장이나 광장 등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던 합동연설회를 TV 브라운관으로 옮긴 방송 토론회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법정 토론회다. 정당한 사유 없이 토론회에 불참하게 되면 4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물리게 되어 있다. 후보 검증과 정보 전달이라는 '미디어 선거'에 대한 애초의 기대가 오로지 당선만을 노린 채 유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후보들에게 일방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론회 불참자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혀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직선거법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이럴수록 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요청된다. 이참에 총선 슬로건으로 '당신의 투표를 응원합니다'를 내건 본보가 기획하고 있는 '유권자가 만드는 DIY 공약'과 후보들을 집중 검증하는 '상호 쟁점 질의'도 일독을 권한다. 

[매일신문]

10. 대구에서 무소속'야권 후보의 선전이 말해주는 것

대구 총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 독식 구조에 큰 균열이 가는 조짐이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12개 선거구 가운데 6곳에서 새누리당 탈당파 무소속과 야권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 수성갑은 김부겸 후보의 우세가 유지되고, 수성을도 주호영 후보가 이인선 후보에 앞선다. 북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홍의락 후보가 양명모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선다. 동갑에서는 류성걸 후보가 정종섭 후보와 치열하게 경합 중이고, 북갑과 달성에서는 권은희`구성재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새누리당 무공천 지역인 동을의 유승민 후보는 이미 당선 안정권에 진입했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대구 의석 가운데 최대 6석이 비새누리당 후보로 채워지게 된다. 물론 선거날까지 아직 8일이나 남았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무소속과 야권 후보가 예상 밖의 선전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새누리당이 전 의석에서 일관되게 우세를 달렸던 19대 총선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는 대구 민심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케 한다. 새누리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에서 후보별 선택적 지지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구에서 무조건 ‘1번’을 찍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는 분석에 큰 무게가 실린다. 그 원인은 ‘공천 파동’에서 드러난 새누리당의 오만이라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 유권자의 뜻에 배치하는 후보를 일방적으로 꽂거나 이 지역, 저 지역으로 후보를 옮겨 심는 ‘돌려막기’ 공천으로 대구 유권자를 ‘핫바지’ 취급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새누리당은 이런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이는 지역 차원에도 해당하는 금언이다. 대구가 발전하고 못하고는 유권자가 대표를 잘 뽑느냐에 달렸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후보의 인물됨과 정책을 꼼꼼히 비교`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없는 투표는 선거권의 실질적 포기나 마찬가지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한 때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리뷰]스릴러로 변주한 멜로드라마,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시간이탈자'

공교롭게도 tvN 드라마 ‘시그널’이 먼저 방송되면서 김이 빠진 측면이 없잖다.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이 주연한 ‘시간 이탈자’는 꿈으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남자가 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1983년 1월1일,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은 같은 학교 동료이자 애인인 윤정(임수정)에게 청혼하던 중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의식을 잃는다. 2015년 1월1일,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 역시 뒤쫓던 범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생사를 오간 이들은 이때부터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된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의 곽재용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한국영화다. 스릴러의 구조를 띄고 있으나 ‘감성추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부를 잃은 남자의 안타까운 사랑을 추적극으로 풀어냈으나 결국은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만나 사랑하겠다는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찬가다.

국민적 인기를 끈 ‘응답하라 1988’까지 본 관객들로서는 1980년대와 2015년을 오가는 이 영화 속 그때 그 시절 풍경에서 추억을 되새길 일이 딱히 없다. 후발주자의 어려움이다. ‘시간’을 이용한 스릴러도 너무 많이 나왔다. 누가 범인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지환과 건우가 어떻게 과거를 바꿀지, 과연 두 사람은 윤정(혹은 현재의 소은)을 살릴 수 있을지, 스릴러적 긴장감은 있다. 

요즘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영화가 번번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를 가미한 스릴러이고 여배우의 역할이 다른 스릴러에 비해 큰 편이라 흥행성적이 따라주면 여배우들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임수정은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이 정점이었다. ‘은밀한 유혹’(2014)을 거쳐 ‘시간이탈자’를 내놨는데, 이번 영화는 임수정의 기존 매력을 활용할뿐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녀의 숨은 매력을 발굴할 작품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의 ‘해어화’와 같은 날인 13일 개봉한다. 

2. [한국일보]막내 잃은 흰고래 벨루가의 눈물

지난 주말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살던 멸종위기종인 흰고래 벨루가 3마리 가운데 ‘벨로’(수컷)가 다섯살 나이로 폐사했다는 것이다. 벨루가가 야생에서 35~50년까지 사는 것을 감안하면 벨로는 너무나 일찍 죽었다. 롯데월드는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고, 결과는 2주 뒤 나올 예정이다.

국내 수족관의 문제를 다루는 기사를 준비하고 있던 차에 나머지 2마리는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4일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와 함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매일 두 번씩 하던 벨루가 생태설명회는 중단된 상태였다. 3마리가 살았던 수조에는 벨리(9세.수컷)와 벨라(5세.암컷) 2마리만이 쉴새 없이 위 아래로 헤엄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귀엽다”를 연발하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한눈에도 수조는 고래 2마리가 헤엄치기에도 너무 비좁아 보였다. 롯데 측은 높이 7.5m, 1,250톤의 물이 담긴 수조로 공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 얘기는 다르다. 공간 자체도 좁지만 특히 수평으로 좁기 때문에 벨루가들이 위아래 수직이동만 가능하고, 관람객으로부터 몸을 숨길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벨루가는 한번 잠수해 2, 3㎞를 이동하니 아무리 넓은 수조라고 해도 그들에겐 감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조 속 벨루가에게 공간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벨루가는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무리를 지어 함께 살도록 하면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을까. 이형주 활동가는 “오히려 좁은 공간 속 개체 간 갈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벨리와 벨로가 벨라를 공격하고, 벨라는 피부에 상처를 입은 채 계속 좁은 수조 안에서 도망 다니는 게 목격되기도 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도 수컷 2마리가 암컷을 공격해 암컷 1마리를 좁은 보조수조에 격리해 오다 지난달부터는 수컷 1마리를 따로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징후가 없었냐는 질문에 롯데 측은 “어린 벨로는 면역력이 약해 평소 감기 등 잔병치레가 많았다. 폐사 전 식욕감퇴와 컨디션 저하 등 이상 징후가 있어 집중 관찰 중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벨로만 유독 면역력이 약한 개체였을까.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사육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개체도 면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벨루가의 모유 수유기간은 2년이다. 두살 때 포획된 벨로, 벨라는 젖을 떼기 전이나 떼자마자 붙잡혀 1년 7개월은 강릉 송어양식장에, 이후에는 수조 속에 갇힌 채 원하지도 않는 무리들과 살면서 먹이를 먹기 위해 몸을 돌리고 물을 뿜어내는 쇼를 해야만 했다.

롯데 측은 벨리와 벨라에 대해 최근 정밀 건강 검진을 실시했고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동물자유연대는 성명을 내고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으로 나오든 간에 근본적인 원인은 ‘야생동물의 인공시설 감금’이라고 했다. 벨로가 죽으면서 현재 국내에서 살고 있는 벨루가는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3마리, 거제 씨월드 4마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2마리로 총 9마리가 됐다. 더 이상은 ‘벨로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3. [서울신문][오늘의 눈]거꾸로 가는 국내 전기차 정책/박재홍 산업부 기자

사전 주문 27만대, 예상 매출 13조원.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출시하지도 않은 ‘모델3’를 통해 3일 만에 거둔 기록이다. 모델3는 아직 생산 작업에도 착수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내년 하반기 생산에 들어가 2018년에야 차량을 받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27만명의 고객이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라는 것과 공개된 외부 디자인만으로 100만원이 넘는 돈(1000달러)을 기꺼이 지불했다.

전기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여전히 뜨거운 아이템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재편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미래 시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현재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은 재정 지원을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책 발표 이후 최대 860만원(7500달러)의 지원금을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신차의 20%가 넘는 전기차 보급률을 자랑하는 노르웨이는 취득세와 부가세 면제 등 구입 시 지원뿐 아니라 충전시설, 톨게이트 비용 등 실질적 지원책도 확대 중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을 펼치고 있다. 공용차량의 30%는 전기차로 구입하고 차량 가격의 최대 40%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덕분에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1만대가 넘는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라는 정책 아래 2020년까지 자국 전기차 브랜드의 연간 판매량을 100만대 이상으로 늘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도 7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는 중국 내에서 4만 3069대(1~10월)를 판매해 일본의 닛산과 테슬라 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칸디(KANDI)와 중타이자동차(ZOTYE) 등도 각각 1만 7021대와 1만 5384대를 팔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각국 정부가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전기차에 투자하는 이유는 하나다. 미래에 다가올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최소한 자국의 도로에 전기차가 돌아다녀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전기차 정책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11일부터 전기차 급속충전 시설을 이용하는 데 당 313.1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급속충전만 사용할 경우 휘발유 자동차 대비 약 60%의 연료비에 해당하는 액수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 사업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들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가장 큰 목적이 연료비 절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조치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이 테슬라나 선진국에 전혀 뒤질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와 관련한 기술력인데 현재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졸속 행정으로 업계의 발목만 잡는다면 이 같은 기술력도 중국이나 미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4. [서울신문][길섶에서]찬란한 봄/구본영 논설고문

몇 주 전 아침. 동네 뒷산을 산책하다가 양지 바른 곳에서 활짝 핀 진달래를 올 들어 처음 봤다. 봄꽃도 햇볕을 많이 받는 곳에서부터 피기 시작한다는 자명한 이치를 새삼 깨달았다.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희망으로 부푸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절반은 따스한 햇살 덕분일 듯싶다. 하긴 사람의 뼈조차 햇볕을 받으면 생성되는 비타민D 덕분에 튼튼해진다지 않나.

전직 의사 한 분이 보내 준 메일 글에서 비타민D 못잖게 ‘비타민M(문화)’이 필요하다는 대목을 읽고 무릎을 쳤다. 누구나 성장 과정에서 문화적 소양을 쌓아야 당사자도, 그가 속한 사회도 건강해진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문득 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떠나 문화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젊은 후배의 말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에 일터서 잘리지 않고 따뜻한 봄날에 새 출발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한. 들을 때는 걱정스러웠지만. 이제 와서 보니 축복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릴 적부터 ‘문화 비타민’이란 영양소를 듬뿍 섭취한 그가 이 봄에 찬란한 햇볕 세례까지 받으면서 새 길을 걷는다니….

5. [서울신문][양진건 유배의 뒤안길]미남의 이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때문에 송중기 앓이가 심하다. 드라마가 시작되는 밤 10시 이후에 남편은 부인의 감정이입에 방해되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며, 가능하다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까지 나돌 정도다. 예로부터 여자들이 미남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유배인 중에 미남이라면 단연 김춘택(金春澤·1670~1717)이다. 그가 대궐에 들어서면 궁녀들이 난리였다. 그는 미남계를 이용해 궁녀들을 손아귀에 넣었고, 장희빈의 오빠 장희재의 처도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정보를 빼냈다. 또한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와도 내연의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 영조가 숙종의 아들이 아닌 김춘택의 아들이라는 소문을 만들기까지 했다. 김춘택이 죽자 숙빈 최씨도 공교롭게 얼마 안 있어 죽으니 소문은 증폭됐다.

제주 유배 중에는 석례라는 기생과도 관계가 깊었다. 김춘택의 매제인 임징하는 그녀를 두고 “백우(伯雨·김춘택)가 유배 와서 살고 있을 때 정을 두었던 사람”이라고 했는데 임징하가 제주에 유배를 오자 늙은 석례는 먼 길을 찾아와 연인이 남긴 ‘별사미인곡’을 부르기까지 했다.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조 문제로 김춘택은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불편한 이름 가운데 하나로 취급돼 왔다.

그런가 하면 박태보(朴泰輔·1654~1689)도 미남으로 당대 처녀들의 마음을 뒤흔들던 사내였다. 후일 남인의 탄핵으로 선천에서 유배 생활도 하지만 젊을 때 그에게 반한 어느 대갓집 여종이 상사병을 앓다가 죽음을 각오하고 박태보의 집을 찾아가 하루만이라도 함께 지내 줄 것을 요청했다. 오죽이나 미남이었으면 여종이 반상의 법도를 어기면서까지 그러했겠는가. 이에 아버지는 그녀의 요청을 들어 주라고 했다. 법도란 사람을 위한 것이고, 가엾은 여인이 원한에 차 죽으면 그 또한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말에 따라 박태보는 그녀와 하루를 만나 준다. 소원을 푼 그녀는 아마도 평생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남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여자도 있었다. 권진응(權震應·1711~1775)은 젊을 때 여행 중에 광주의 어느 아전 집에 며칠 머물렀는데 그 집의 딸이 그만 그에게 반해 버린다. 미남인 권진응을 보고 딸이 상사병을 앓기 시작하자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아전은 그에게 자기 딸을 소실로라도 삼아 주기를 청했다. 오죽하면 아버지로서 그랬겠는가. 그러나 권진응은 끝내 거절을 한다. 그러자 아전의 딸은 상사병이 악화되더니 끝내 죽고 말았다.

미남 때문에 한 여자가 목숨까지 잃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일 이후 권진응의 진로에 액운이 끼기 시작했다. 아마도 부녀의 원한 때문일 터인데 미남들은 매사 조심할 일이다. 제주 유배 중에 권진응은 송시열의 유배를 기리는 비석을 세우게 하고 직접 비문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꽃은 피면 지기 마련. “피지 않았을 땐 조바심에 더디 피는 걸 염려하다가(未開躁躁常嫌遅), 한창 피고 나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애태우며 다시 걱정한다(旣盛忡忡更怕衰)”라는 시도 있듯이 성쇠(盛衰)의 이치는 미남이든 미녀이든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유배인 정약용의 말처럼 “황혼의 시각 보내기가 새삼 어려운 줄을”(銷得黃昏一刻殊) 알게 될 때가 이제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리 애타지 말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치를 따르는 편안한 마음일 터이니 송중기와 함께 출연해서 얼핏 늙어 보인다는 송혜교가 그래서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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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6일 신문 브리핑 # 


"무슨 일이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감사는 즉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효과는 배가 된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중국 상무부는 5일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구체적 이행 조치로 북한에 대한 수출입을 금지하는 품목 25종을 발표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감

- 중국 중앙정부가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된 이후 구체적인 이행 조치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임



<< 경제 일반 >>

1.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10나노미터(㎚)대 D램 양산을 시작함

- ‘공정기술의 한계’로 여겨지던 10㎚ 벽을 뚫은 것으로서,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2년까지 벌렸다는 게 시장의 평가임


2. 면세점업체들의 제품 판매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혐의가 인정된다고 잠정 결론 내리고 롯데 신라 SK(워커힐) 등 여덟 개 업체에 조사 결과를 최근 통보함

- 이달 열릴 예정인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담합으로 최종 판정되면 면세점업체에 과징금이 부과되고 시정명령이 내려질 전망임



<< 금융/부동산 >>

1. 롱쇼트 전략이 대세이던 한국형 헤지(사모)펀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음

- 지난해 10월 헤지펀드 설립 요건(자본금 60억원→20억원)이 완화되면서 새로 시장에 진입한 운용사들이 기업공개(IPO)나 비상장 기업 투자, 메자닌 펀드 등 차별화된 무기로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음


2. 5일 대신증권이 업계 최초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운용되는 펀드 상품에 부과하던 관리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힘

- 그동안 IRP 계좌에서 가입한 펀드는 관리수수료와 펀드보수가 이중으로 부과된다는 단점이 있었음


3. 동양생명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함

- 안방보험은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1조1300억원에 인수한 지 6개월여 만에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섬


4. 유명 엔젤투자가인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41)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수십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됨

- 정부 보조금을 받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회사 지분을 무상으로 받아낸 것으로 드러나 엔젤투자업계의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임


5. 인도중앙은행(RBI)은 5일(현지시간) 뭄바이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6.75%에서 6.50%로 0.25%포인트 내림

- 이는 201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금리 수준으로서, 인도의 금리 인하는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중앙은행이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됨



<< 국제 >>

1. 미국의 2월 무역수지 적자액이 지난달보다 더 늘어나면서 최근 6개월간 가장 큰 적자 규모를 기록함

- 미국 상무부는 2월 무역수지 적자액이 471억달러(약 54조6300억원)로 한 달 전의 459억달러보다 2.6% 증가했다고 5일 발표함


2. 인도 정부가 자국의 소매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월마트, 카르푸 등 외국 유통업체에 적용했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기로 함

- 라진더 파우다리 인도 산업정책촉진부 대변인은 5일 “인도 소매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지분을 10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메자닌 펀드

- 비교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채권의 성격과 향후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주식 관련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하며,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이 이에 해당함.

일반적으로 채권(선순위채권)과 주식(stock)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혼합 형태의 금융상품을 말하는데,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가진 하이브리드 형태의 금융상품을 통칭하기도 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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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5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텃밭 공천=당선 등식이 깨지는 이유 직시해야

4·13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초반 판세가 드러나고 있다. 특징은 여야가 고수해 왔던 전통적인 텃밭에서 균열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영남과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영·호남 지역은 특정 정당의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해 왔다.

지역구 당선만 놓고 보면 19대 총선은 18대 총선에 비해 지역 구도가 오히려 강화된 선거였다. 18대 때는 ‘친박연대’의 돌풍으로 당시 한나라당이 영남 68석 가운데 46석을, 민주통합당은 호남에서 31석 가운데 25석을 차지했다. 양당 구도로 치러진 19대 총선은 새누리당이 영남 지역 67석 중 63석을 쓸어 담았다. 민주통합당 3석, 친새누리당 성향 무소속에 1석만 내줬다. 민주통합당은 호남 30석 가운데 25석, 정책 연대를 한 통합진보당이 3석, 민주통합당 성향 무소속에 2석을 내줬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들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후보가 전북 전주을과 전남 순천에서 선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더민주 후보가 사하갑과 북·강서갑, 경남 김해갑, 김해을에서 의미 있는 선전을 하고 있다. 야권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구에서는 더민주 김부겸 후보가 여전히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구에서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 수혜자인 무소속의 유승민 후보와 다른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해 새누리당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친박연대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주고 있어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이러한 지형 변화는 원칙을 무시한 공천 파문과 명분 없는 야권 분열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텃밭 민심을 무시한 오만함에 대한 유권자의 반격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 대표의 옥새 파동으로 번진 새누리당의 공천 파행은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텃밭과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야권 분열에 따른 반사 이익을 기대했던 것만큼 얻지 못하고 있다. 더민주도 마찬가지다. 호남에서 더민주 후보들은 공천 컷오프를 두려워해 탈당한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밀리고 있다. 여론을 무시한 당내 패권주의가 가져온 참담한 결과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호남의 맹주가 더민주냐, 국민의당이냐를 놓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후보의 면면과 지명도만 놓고 보면 국민의당이 비교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호남 이외의 모든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야권 분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선거 초반이긴 하지만 지역 구도 완화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텃밭 유권자나 국민을 무시한 공천 파행과 야권 분열의 원치 않은 결과라는 점이 안타깝다. 총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언제나 현명했다는 점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2.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조작 의혹 진상 뭔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살균제 제조사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팀 보고서가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않은 채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그제 드러났다. 연구팀 보고서가 실제와 달리 왜곡된 사실이 밝혀지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연구팀의 조작이든, 제조사의 조작이든 간에 위험에 노출된 생명을 고의성 여부를 떠나 방치한 결과와 다름없는 까닭에서다.

사건은 2006년부터 불거진 의문의 폐질환 논란 속에 2011년 임신부 4명의 급성 폐질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에 맞춰지면서 비롯됐다. 이후 집계된 피해자는 임신부를 포함해 영·유아까지 무려 143명에 이른다. 검찰은 2012년 관련 업체에 대한 고소·고발을 4년 가까이 손놓고 있다가 올해 1월 말에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 초점은 제조사나 유통사가 제품을 시판하기 전에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또 흡입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품을 제조했는지 등에 맞춰져 있다.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검증이 핵심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서 서울대 연구팀이 회사 측에 회신한 보고서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살균제가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보고서가 제조사 측에 유리하게 작성된 정황이 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현재로선 의혹 수준이다. 최근 서울대 연구진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사 측도 곧 소환하기로 했다. 옥시 측은 지금까지 연구팀 보고서를 근거로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검찰은 충분한 실험 결과를 담지 못한 채 보고서가 작성된 경위를 밝혀내야 한다. 옥시 측의 주도 아래 또는 서울대 연구팀이 독자적으로, 아니면 합의에 의해 부실한 보고서가 만들어졌는지를 캐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사인을 둘러싼 공방이 첨예한 만큼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과학적 역량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실체적 진실의 규명만이 피해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 있는 데다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뒤늦게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사건이라며 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반성이자 과제다.

3. 제재 후 첫 협상 언급한 北, 국면 전환 바라나

북한 국방위원회는 그제 유엔의 대북 결의에 대해 “시대착오적이고 자살적인 망동”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에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대변인 명의의 담화로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부질없는 제도 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고 주장하면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 채택 한 달째를 맞아 북한 정권이 빼든 국면 전환 카드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별무효과라고 강변하면서도 제재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이중적 태도였다. 이런 태도가 핵을 포기하려는 신호로 보긴 어려운 만큼 북한의 핵 포기를 견인하기 위한 우리의 중장기 전략을 재점검할 때다.

현시점에서 대북 제재의 성패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그리고 우리와 미국·일본·유럽연합 등의 독자 제재 효과를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할 열쇠를 쥔 중국의 태도가 아직 미심쩍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북한을 오가는 화물에 대한 검색 등 유엔 결의안을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긴 하다. 하지만 북·중 접경 지대에서 각종 금수 품목들이 매일 북한으로 밀반출되고 있다는 엇갈린 보도도 있지 않나. 다만 북한 국방위가 제재가 “(우리에게) 공기처럼 익숙한 것”이라느니, “(우리를) 천하에 둘도 없는 자립·자력·자강의 강국으로 전변시켰다”고 강변하고 있음은 뭘 말하나. 북측도 제재 국면이 장기화되는 데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그렇다면 굳이 이 시점에서 제재의 고삐를 늦출 이유는 없을 게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자는 중국의 제안에 힘을 실어 주면서 슬쩍 제재를 피하려는 게 북한의 진짜 속내라면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북측의 ‘협상’ 거론에 “지금은 대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본 정부의 인식은 적실하다. 핵을 포기하려는 의지가 없는 북측의 협상 제스처에 섣불리 장단을 맞춰 북한의 ‘도발→제재→대화→보상→도발’의 악순환이 되풀이돼선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재의 효과가 가시화된 후 본격화할 대화 국면에도 미리 대비하기 바란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아닌, 북한의 핵 포기가 일차적 목표라면 이에 따른 중장기 안보 전략의 큰 그림을 그려 놓으란 얘기다. 북한이 ‘핵 포기’가 아닌 ‘핵 동결’ 카드로 우리의 어깨너머로 미·중과 협상을 시도하려 한다면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북한이 제재를 모면하려 협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미·중과의 전략적 대화가 긴요하다.

[동아일보]

4. 노태우 前대통령 장남이 해외 유령회사 세운 이유 뭔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조세회피처에 3곳의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어제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파나마의 최대 로펌 ‘모사크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홍콩 주소를 썼던 노 씨 외에 한국 주소를 기재한 195명의 한국인 이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헌 씨가 2012년 설립해 주주 겸 이사로 취임한 3개 회사는 재산 도피나 탈세에 악용될 소지가 큰 페이퍼컴퍼니(서류상의 유령회사)다. 노 씨는 “사업 진행이 안 돼 계좌 개설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2011년 홍콩에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한 뒤여서 재산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뉴스타파 측은 ‘노태우 비자금’이나 매형SK 최태원 회장과의 연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유령회사를 만든 경위가 뭔지 당국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2013년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를 비롯한 182명도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수천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형사처벌 받은 데 이어 두 아들까지 탈세와 재산 도피 혐의로 도마에 오른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당시 국세청은 48명에게 1324억 원을 추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시의 10배가 넘는 자료가 유출된 만큼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탈세 혐의가 밝혀지면 검찰 수사를 의뢰해 엄벌해야 한다.

ICIJ와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1977∼2015년 자료는 1150만 건에 달한다. 사상 최대 조세 회피 문건의 폭로로 일파만파(一波萬波)가 예상된다. ICIJ가 주도한 자료 분석에 뉴욕타임스 인디펜던트 르몽드를 비롯한 전 세계 109개 언론매체가 참여했다. 이 속에는 전현직 국가 정상 12명,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와 배우 청룽 같은 유명인사의 금융 거래 실태도 들어 있다.

조세피난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 53개국이 참여하는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 체결로 해외 탈세 적발이 한층 쉬워졌다. 재헌 씨 등 196명의 탈세 사실이 밝혀지면 엄하게 처벌해 조세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5. 與 선대위원장 증세 불가피하다면서 왜 공약에선 빼놨나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그제 증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이 증세를 하지 않고 쓰기만 하다가 세계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며 “증세를 안 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가가치세율 3%로 시작한 일본의 경우 선거를 의식해 재정 적자가 나는데도 올리지 못하다가 지금 8%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이 “부가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냐”고 묻자 강 위원장은 “선거 때는 언급하기에 안 좋다”며 즉답을 피했다. 공약과 무관한 평소 소신이라고 해도 새누리당이 영입한 경제통 선대위원장이 ‘증세 불가피론’을 말하면서 선거공약에선 제외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날 오전 강 위원장은 4년 내 최저임금 시간당 8000∼9000원으로 인상,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비정규직 임금 인상 등을 추가 경제공약으로 발표했다. 이때도 그는 “법인세 인상, 부자증세를 통한 분배개선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산업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된다”고 야당의 증세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증세 없는 복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이번 총선 공약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집에는 바이오·나노 신기술 및 에너지 신산업 육성, U턴 기업 경제특구 설치, 고교 무상교육 등의 공약에 2020년까지 56조 원이 든다고 소개돼 있다. 그러면서도 증세를 포함한 재원 확보 방안은 쏙 빼놓은 것은 무책임하다.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은 저성장과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로 재정파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세제 및 재정 개혁을 강조한 바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일반 재정지출은 연평균 2.6% 늘어나지만 복지 분야의 법정지출은 6.7% 늘어난다. 전체 복지예산 가운데 정부가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돈의 비중만 무려 70%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한계에 봉착하는 등 새로 돈 나올 곳은 없는데 증세 없이 무슨 수로 복지를 늘린다는 건지 의문이다. 달콤한 공약으로 표를 산 다음 총선 이후 증세를 추진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일과 다름없다. 

유승민 의원(무소속·대구 동을)은 1일 방송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은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인 강봉균 전 장관도 하는데 내가 한 말만 왜 그리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정부 여당은 지금까지 야당의 증세 불가피론을 비판해 왔지만 외부에서 영입한 강 위원장의 증세론까지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 위원장은 증세론을 경제공약의 맨 앞줄로 올리는 게 정정당당하다.

[이데일리]

6. 대전 과학 벨트 '속빈 강정' 안되려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정식 출범도 하기 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 관련기관들이 지난해 7월부터 대전시 유성구 신동·둔곡지구에 조성하고 있는 첨단기업 및 연구소 육성 단지다. 그러나 아직 입주를 확정지은 대상은 중소기업 3곳에 불과하며, 연구기관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래서는 막대한 국민 혈세를 투입해 조성하는 과학벨트 사업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사업은 국내 과학계에서 외면받고 있는 기초과학을 육성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자는 취지로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시작했다. 과학벨트 연구소에서 나온 성과를 곧바로 비즈니스로 연결한다는 사업 목표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과학·문화·산업이 융합하는 창조경제의 지식생태계로 만든다는 거창한 구상이었다. 정부가 모두 5조 7400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한 가운데 지금까지 1조 6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도 이 같은 의욕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산은 예산대로 들어가고도 추진 실적은 제자리 걸음이다. 과학벨트 조성사업이 이처럼 빨간불이 켜진 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떠밀기식 행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부와 특구진흥재단은 직접 이해 관계자인 대전시와 LH가 유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전시는 주무부처인 미래부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LH는 토지 보상과 개발사업 문제만 책임질 뿐 기업유치는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는 입장이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책임 한계를 명확히 정하지 않았기에 생겨난 결과다. 세금을 펑펑 쏟아부으면서도 주먹구구로 사업을 계획한 것이다. 이렇게 관련기관들이 서로 네탓 공방을 주고받는 동안 세계 상위 1% 수준 과학자 500명을 유치하겠다는 원래 목표는 그냥 사그러들고 있다.

과학벨트 사업은 기초·응용과학자와 기업인이 손잡고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드는 클러스터 조성에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관련기관은 이 사업을 통해 우리의 밝은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세계적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역할 분담과 지원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7. 이젠 정책으로 당당하게 심판받아야

4.13 총선이 여드레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후보 단일화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된 어제 이후에는 후보가 단일화된다 해도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그대로 남게 되므로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투표 직전의 후보 단일화는 되레 유권자들의 반감을 유발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정장선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이 “앞으로 당에서 단일화 얘기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힌 것도 그래서일 게다.

이번 총선은 야권 후보 단일화가 초반 판세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정작 선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후보의 인물 됨됨이와 공약은 뒷전으로 밀려난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거셌다. 선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無黨派)가 25% 안팎에 이르며, 지역에 따라서는 30%를 넘고 있다. 정치철학은 없고 정치공학에만 몰두하는 후진적인 우리 정치 행태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여야는 이미 공천 과정에서부터 많은 실망을 안겼다. 새누리당은 현직 정의화 국회의장이 대놓고 ‘악랄한 사천(私薦)’이라고 개탄할 정도의 뻔뻔한 계파 이익 챙기기로, 더민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셀프 공천’으로 골수 지지자들의 대거 이탈을 자초했다. 그나마 공천 파동을 덜 겪은 국민의당은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한 권은희(광주 광산을) 후보의 막말 선거포스터 파문으로 발목이 잡혔다. 두 거대 정당에 실망해 ‘제3당’을 기웃하던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국민은 선거 때마다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 그러나 정치는 계속 뒷걸음질쳐 왔다. 국민들의 판단이 꼭 올바르지만은 않았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번에는 ‘공약 전쟁’이 시들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럴수록 결국 믿을 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뿐이다. 선거 때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느라 온갖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쏟아내지만 막상 당선되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권력자 눈치나 보는 후보에겐 절대 표를 줘선 안 된다. 야권 단일화를 놓고 오락가락하다 체면을 구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공정선거를 이룩하려면 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8. [키워드로 보는 사설]비례대표제도

비례대표제도는 각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해 국회의원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보통 단독적으로 채택되기보다 선거구 단위로 후보들이 경쟁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과 병행 실시되는 제도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지역구에 대별되는 전국구 개념으로 각 선거구에 입후보한 각 정당 후보들의 득표를 전국적으로 합계해 그 비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제도가 위헌 결정을 받음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지역 단위의 선거구에 입후보한 후보들에 대한 투표와 별도로 정당 지지 투표를 실시해 그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시행하고 있다. 즉, 자력으로는 국회 진입이 힘든 소외계층이나 약자들 그리고 전문가 집단을 진출시켜 국민에게 필요한 입법활동을 하기 위해 채택된 제도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비례대표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게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갈등 양상을 보면 여전히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내 계파 간 나눠먹기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영입한 인사들에게 자리를 배분하는 수단 등으로 오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은 각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향후 대한민국 정치 개혁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매일경제]

9. 법무부·공직자윤리의 부실 대응 땐 제2진경준 낳는다

재산공개에서 불투명한 주식매매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둬 논란을 빚자 사의를 밝힌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관련 당국의 뒤처리 여부가 계속 관심을 끌 것 같다. 검사장급인 진 본부장은 2005년 비상장기업 넥슨 주식을 샀다가 지난해 126억여 원에 처분해 한 해 동안 38억여 원의 차익을 거뒀다고 신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명을 뒤늦게 했으나 되레 더 의혹을 키우고 말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1일 뒤늦게 해당 주식 보유 적절성이나 고의 누락 또는 오류 등 진 검사장 신고 내역에 대한 재검증에 들어갔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의 심사 결과 거짓이 있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나면 경고에서부터 징계나 파면까지 제재를 요청할 수 있다. 특히 위법 혐의를 찾으면 법무부 장관에게 조사를 의뢰할 수 있고, 장관은 내부 감찰이나 검찰에 조사를 지시해야 한다. 하지만 진 검사장은 윤리위의 심사를 피하기 위해 공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꼴이니 법무부는 윤리위의 심사 마무리 전에 그의 사직서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 퇴직자에게는 자료 제출이나 소명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시민단체 등의 고발 없이는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진 검사장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그가 금융거래 정보를 분석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근무를 마친 직후 해당 주식을 매입했고 이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역임했다는 점에서다. 아무리 부인해도 업무 연관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일반인은 취득하기 어려운 비상장 주식을 진 검사장이 어떤 경위로 얼마에 누구로부터 샀는지 밝혀내야 한다. 친구로 알려진 김정주 넥슨 대표에게서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았는지, 넥슨의 일본 상장 계획을 사전에 알았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검찰은 불투명한 재산 형성 흠결을 가진 검사장급 간부에 대해 인사 전 얼마나 철저한 자체 검증을 했는지도 묻고 싶다. 공직자윤리위와 법무부가 이번에 대충 넘어가면 고위 공직자 재산 문제에 '제2의 진경준' 사태가 또 생길 수 있음을 알기 바란다.

10. 전기차 대중화로 산업 판도 바꾼 테슬라의 혁신

미국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3일 만에 27만6000대나 예약 판매된 것은 혁신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건이다. 모델3는 한 번 충전으로 약 350㎞를 달릴 수 있을 만큼 다른 전기차에 비해 경쟁력이 있고, 다양한 편의 장치와 고급 디자인을 갖췄음에도 가격은 3만5000달러에 불과하다. 이전 모델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값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한국에서도 모델3를 판매한다고 밝혔는데 전기차에 붙는 보조금을 감안하면 2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모델3에 대한 열광은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를 연상시킨다. 아이폰이 휴대폰 시장을 스마트폰으로 재편한 것과 같이 '모델3'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면서 산업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혁신 기업 중에는 테슬라처럼 기존 시장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적지 않다. 지난달 이세돌 9단과 다섯 번의 바둑 대국에서 4승을 거둔 구글 알파고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한 단계 올려놓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마존은 드론 배송으로 물류·택배 분야에서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이 회사 창업자인 제프 베저스는 발사체 회수가 가능한 로켓을 개발하며 우주관광시대를 열고 있다. 15억명의 가입자를 둔 페이스북도 광고·마케팅 등 많은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정보통신기술(ICI)과 바이오 의약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지만 산업 자체를 바꿀 기술이나 제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에서 테슬라 같은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혁신 기업을 키울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과 벤처가 독창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적기에 투자를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실리콘밸리처럼 혁신 기술의 가치를 알아주고 평가하는 시스템도 미진하다. 테슬라가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면 '모델3' 같은 제품이 나왔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부는 '게임 체인저'가 나올 수 있도록 벤처 생태계의 질적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파괴적 혁신을 통해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리뷰]한효주와 한복패션은 좋다, 영화 '해어화'

우리나라 대중가요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제강점기에 태동했다. 1926년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최초의 대중가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대중가요의 시대가 열렸다. 기존의 판소리와 잡가 등 전통음악들을 제치고 재즈와 만요, 신민요, 유행가(트로트)와 같은 새로운 장르들이 인기를 모았다. 1936년을 전후로 광복 이전까지 황금기를 누린다.

이때 권번 기생들이 가요를 부르며 대중가요계에 활력을 더했다. 권번은 기생학교로 요즘으로 치면 연예기획사에 해당된다. 1940년대 전후 ‘대정권번’과 ‘한성권번’, ‘한남권번’, ‘조선권번’이 조선을 대표하는 4대 권번으로 이름을 떨쳤다. 

권번에 소속된 기생은 예의범절, 서화, 기조, 창, 가야금, 유행가, 일본 노래 등 가무와 풍류는 물론이고 예능과 교양을 겸비한 교양인으로 대우 받았다. 권번의 기생이 되기 위해서는 정해진 수업 과정을 거쳐 시험에 통과해야 했는데, 실력에 따라 일패(一牌)와 이패(二牌), 삼패(三牌) 기생으로 나뉘었다.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1943년, 가수를 꿈꾸는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다. 뮤지컬 가수 차지연이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당대 인기가수 이난영을 연기했고 한효주와 천우희가 이난영을 동경하는 경성 제일의 대성권번 소속 일패 기생으로 나온다.

권번의 선생 산월(장영남)의 딸인 소율(한효주)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권번에서 자란 연희(천우희)와 둘도 없는 친구다. 둘 간의 비극은 소율이 어려서부터 사모하던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역시 기생의 아들인 윤우(유연석)가 자신의 노래를 부를 가수로 연희를 점찍으면서 시작된다. 

소율을 사랑한 윤우는 처음에는 연희를 자신의 노래를 부를 가수로 생각하나 어느 순간 마음을 뺏긴 자신을 발견한다. 우정과 사랑을 모두 잃은 소율은 이때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그들에게 상처 입히고 자신 역시 변해간다. 

한효주와 천우희가 부르는 노래는 시대 분위기와 겹쳐지며 마음을 울린다. 한효주는 우리나라 전통가곡인 정가를 실제로 불렀다. 청아하면서도 섬세한 목소리가 제법 예인처럼 보인다. 천우희도 민중들의 마음을 울렸던 ‘사의 찬미’와 ‘조선의 마음’을 열창한다. 계속 듣고 싶어지는 노래다. 민족의 한이 느껴지는 ‘아리랑’ 등 유연석의 유려한 피아노 연주도 눈길을 끈다. 스스로도 모르게 대역인지 아닌지 확인하게 되는데, 유연석이 실제로 연주했다.

‘곱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는 각양각색 한복부터 소율의 방에 품격을 더하는 소품 등 화려한 미술과 의상이 볼거리다. 적어도 여자 관객이라면 밑단을 레이스로 처리한 저고리며 파격적 색상을 적용한 치마 등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둘도 없는 친구에서 연적이 되는 한효주와 천우희의 연기호홉도 돋보인다. 특히 한효주는 연기력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20대 연기자로 정평이 나있었지만 이번 영화로 100억원에 육박하는 시대극도 이끌수 있는 주역임을 증명해낸다. 새삼 한효주를 다시 보게 된다.

‘해어화’는 큰 범주에서 보면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여자의 사랑과 질투를 인간의 보편적 욕망과 감정으로 끌어올린다. 그 중심에 한효주가 있다. 유연석의 대사처럼, 복사꽃처럼 순수하고 어여쁘던 소녀부터 춤과 노래로 조선총독부 경무국장의 마음을 훔치는 예인, 그리고 친구와 애인의 배신에 180도 달라지는 상처 입은 여인까지 자유자재로 오간다.

다소 유치할 수 있는 장면도 사랑스럽게 풀어내는 한효주는 세 남녀 사이에서 빚어진 비극 이면의 복잡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후반부 노인 분장은 다소 허를 찌르나, 마지막 소율을 위한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그녀의 뜨거웠던 열망과 깊은 회한이 느껴진다. 

물론 위태로운 점도 있다. 세 남녀가 빚어내는 비극의 드라마가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구태의연한 전개로 스토리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진다. 호흡도 느린 편이라 속도에 길들여진 젊은 관객들이 고비를 잘 참아낼지 우려된다. 

‘조선의 마음’을 만들어 민중을 위로하고자 한 작곡가 윤우의 야심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그 시대의 아픔을 품어내지 못한 것도 아쉽다. 15세관람가, 13일 개봉.

2. [머니투데이][기자수첩]이건 고쳐야 할 말입니다.

요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큰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 말투도 유행한다. 바로 ‘~ 말입니다’다. 
군대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다나까’ 말투다. ‘~다’와 ‘~까’로 문장을 끝내야 하는 것인데 의문형 문장의 경우 이중 ‘까’밖에 쓸 수 없을 때도 있고 문장의 제약, 무리한 사용으로 인해 일종의 변형인 ‘~말입니다’가 만들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다나까’ 말투는 왜 쓰는 것일까. 군기를 세우기 위해, 특히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말투 자체로도 정중하고 명확함을 담기 위해 사용토록 한 게 ‘다나까’ 말투의 시작이라고 한다. 즉, 말투부터 기강을 잡는다는 것이다. 

최근 국방부는 ‘다나까’로 말을 맺도록 하는 경직된 병영 언어문화를 개선하고자 ‘새 병영언어 생활지침’을 일선 부대에 내려보냈다. 기계적 말투인 ‘다나까’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막고 어법에 맞지 않는 언어 사용을 초래했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국방부는 ‘다나까’ 원칙을 접고 상황과 어법에 맞게 바꿔 사용하도록 교육할 것을 지시했다. 교육훈련과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선 ‘~다’ ‘~까’ 등 정중한 높임말을 쓰되 생활관에서 편하게 대화하거나 비공식적인 자리에선 ‘~요’로 말을 맺어도 된다. “말씀하시지 말입니다”와 같이 어색한 말투 대신 “말씀하세요”로 쓰면 된다는 것이다.

군대에선 강압적인 상하관계 분위기 개선과 사병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바꾸려는 말투가 드라마의 인기로 일반인들 사이에선 유행처럼 퍼진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국방부는 서열을 강조하는 군대식 높임말인 ‘압존법’ 관행도 바꿔나가기로 했다. ‘압존법’은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제3자에 관해 말할 때 제3자가 윗사람보다 지위가 낮으면 윗사람 기준에 맞춰 그를 낮춰 부르는 용법이다. 이를테면 군대에선 김 일병이 박 병장에게 이 상병을 이야기할 때 “이 상병님은 안 계십니다”가 아니라 “이 상병은 없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압존법을 경직되게 사용하다보니 신병들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서열’ 외우기에 바쁘다. 

국립국어원은 압존법이 사적 관계에선 써도 좋지만 직장과 사회에선 언어예절에 맞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국방부도 여론을 의식한 듯 “압존법이 언어예절에 맞지 않다는 것을 장병들에게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군인들의 말투가 한결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질 것 같으나 드라마의 인기로 일반인들은 한동안 어색한 말투를 쓸 것 같다.

3. [동아일보][야마구치의 한국 블로그]"한국의 거리엔 담배꽁초가 너무 많아요"

한국에서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 등 자주 인용되는 속담이나 표어가 있듯 일본에서도 사람 행동을 재촉하는 마법의 문구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그 자리에) 왔을 때보다 깨끗하게 (하고 떠나라!)’라는 표어는 수십 년 동안 일본인을 움직이는 큰 원동력이 돼 있다. 나도 남의 집 화장실에 가면 휴지로 더러운 곳을 닦기도 하고 전봇대, 버스정류장에서 여기저기 광고 전단 등으로 인해 지저분하게 남아 있는 초록색 테이프를 발견하면 열심히 떼기도 한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하다 보면 계속 하게 된다. 머릿속에는 ‘왔을 때보다 깨끗하게’라는 말이 반복해 들린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가 싶을 때도 있지만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한 번도 자랑한 적이 없는 나만의 비밀이지만, 일본인이라면 아마 누구나 이 문구가 자주 떠오를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 주문이 널리 퍼지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녔을 때 나는 학교 주변을 청소하는 학부모 단체 ‘깔끔이 봉사단’에서 활동했다. 당시 청소하고 있는 내 앞에서 담뱃갑 비닐 껍질을 아무렇지도 않게 길가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등굣길이나 운동장에도 담배꽁초가 수없이 버려져 있었고 골목길에도 수북이 쌓여 있었다.

깨끗하게 치워도 다음에 청소할 때는 똑같은 상태였다. 중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일본어를 가르친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줬더니 가게 앞이나 길가에 비닐 껍질을 아무 생각 없이 버렸다. 나는 큰 충격을 받고 “왜 길가에 버리느냐”며 소리쳤다. 중학교 계단에도 과자 껍질이 떨어져 있었고 왜 이렇듯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가 생각하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당시 장면들이 떠올랐다. 

식당에서 한국인 남편 친구들이랑 식사를 했는데, 그때 주변 테이블에서 수저를 싼 종이를 식당 바닥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버리는 것을 봤다. “왜 바닥에 버리느냐”고 물었더니 “청소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길거리에도 청소하는 사람이 있으니 버려도 되는 건가? 청소하는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

한국에선 각 개인의 집은 대체로 깨끗하다. 공간을 넓게 보여주는 깔끔한 구조로 하루에도 두세 번씩 바닥을 물걸레로 닦고 쾌적한 공간을 확보한다. 일본의 집은 여러 가지 물건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좁은 공간을 메우고 활용하기 위한 ‘수키마(틈) 가구’라는 것이 등장할 정도로 수납공간이 눈에 보이게 돼 있어 한국처럼 넓고 깔끔한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는 쓰레기 하나 볼 수 없다. 우선 아무도 길에다 쓰레기를 안 버린다. 

일본은 흡연하는 여성도 많고 패밀리 레스토랑에도 흡연석이 있을 정도지만 흡연자는 뚜껑이 있는 휴대용 재떨이를 이용해 담뱃재도, 꽁초도 다 본인이 갖고 다닌다. 그래서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찾는 게 어렵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당시 많은 사람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한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어떤 나라에선 많은 사람이 모이면 차 위에 올라타거나 옷을 벗거나 강에 뛰어 들어가거나 경기에 열중한 나머지 이성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달랐다.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빨간색 티를 입고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이웃들과 즐겁게 TV를 시청하고, 질서 있게 각자의 쓰레기와 주변 정리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은 집 밖이 아닌 커다란 거실에 이웃사촌들이 사이좋게 앉아 TV를 함께 보면서 조국애를 나누고, 거리를 자신의 집과 마당처럼 애착을 갖고 기꺼이 청소하고 간 것이다.

이제 해외봉사자 배출 수가 일본을 넘어 미국 다음의 세계 2위가 된 대한민국. 부지런하고 정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 나라. ‘왔을 때보다 깨끗하게’ 길거리도 자신의 집처럼 애착을 갖고 치운다면 ‘깨끗한 화장실 운동’처럼 주변이 못 알아볼 정도로 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보고 싶다.

4. [서울신문][씨줄날줄]열린사회와 퀴어 축제/박홍환 논설 위원

뮤지컬과 영화로 대성공을 거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 ‘레드 앤드 블랙’은 후렴부의 색깔 규정에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빨강-분노한 이들의 피, 검정-지나간 암흑시대/ 빨강-여명을 맞는 세상, 검정-결국 막 내리는 어두운 밤.” 우리 선조들은 청·백·적·흑·황을 이른바 오방(五方)색이라 하여 천지사방과 세상의 중심을 표현했다. 인류는 색깔에 의미를 부여해 희로애락, 만사를 담았다.

가슴 설레게 하는 분홍색과 무지개색에는 슬픈 사연이 숨겨져 있다. 이른바 핑크 트라이앵글과 레인보 깃발은 모두 동성애 인권운동의 상징이다. 분홍색 역삼각형인 핑크 트라이앵글은 원래 나치 독일이 수용소에서 동성애자를 식별하기 위한 코드로 사용했다. ‘저열인간’을 탄압하는 일종의 주홍글씨였던 셈이다.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깔로 표현하지만 동성애 사회의 무지개 깃발에는 남색이 빠져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 고안된 상징 깃발에는 분홍과 남색이 있었지만 당시 분홍은 상업용 도료가 시판되지 않아 제외했고, 남색은 최초의 동성애 커밍아웃 시의원이 저격당한 것을 계기로 사라졌다. 사라진 남색은 조화(調和)를 상징한다. 동성애를 벽안시하는 사회에 대한 항거로 볼 수 있다.

1969년 6월 28일 새벽 뉴욕 맨해튼의 게이바 스톤월에서 역사적인 동성애 인권운동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동성애 사회에서는 스톤월 항쟁이라고 말한다. 이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찰의 단속이 있었지만 동성애자들과 주변 군중들까지 똘똘 뭉쳐 저항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뉴욕에서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동성애자 퍼레이드가 펼쳐졌고, 그 물결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뉴욕의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또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퍼레이드’, 호주 시드니의 ‘마디그라 퍼레이드’, 브라질 상파울루의 ‘파라다 게이’…. 명칭과 프로그램은 다르지만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떳떳이 세상에 나서는, 그래서 스스로 자긍심을 갖는 축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부터 ‘퀴어(성소수자) 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성 정체성에 관한 한 매우 보수적인 탓에 국내에서는 매년 퀴어축제 때마다 큰 논란이 벌어지곤 한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행사가 진행되자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보수세력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망사 스타킹 등 참여자들의 복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올해도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는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냈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도 수용 의견을 밝혔다. 거리 퍼레이드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을 마귀에 비유하는 반대 함성 또한 거셀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 성소수자 불용은 또 다른 색깔론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 미성숙하다는 방증이다.


5. [중앙일보][분수대]'할미넴'

금요일 밤, 아무 생각 없이 TV 채널을 돌리다 할머니와 힙합가수가 떼로 등장하는 기묘한 장면과 마주쳤다. 이름하여 ‘힙합의 민족’(JTBC). 나이 여든의 배우 김영옥을 비롯해 평균 나이 65세 할머니들의 힙합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란다. 아무리 힙합이 대세라지만 허세와 디스(상대를 말로 깎아내리는 것)·욕설 탓에 40대인 나도 때론 거부감이 드는데 이걸 할머니들한테 시킨다고?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채널을 고정했다. 힙합의 ‘힙’자도 모르면서 젊은애들 가르치려 드는 막무가내 할매들 상대하느라 땀 좀 빼는 힙합가수들, 이런 걸로 좀 웃겨 보려는 얄팍한 예능이려니 했다.

그런데 웬걸.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할머니와 힙합가수 둘 다 진지했다. 어느 누구도 예능이라는 방패막 뒤에 숨어 “(어린) 니들이 인생을 알아?”라고 꼰대질하거나 “(늙은) 니들이 힙합을 알아?”라고 디스하지 않았다. 또 적당히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도전하고 그런 모습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시했다. 과정뿐 아니라 결과도 훌륭했다. 민망한 헛웃음을 기대했다가 기분 좋은 일격을 당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방송이 끝난 후 악플 일색이던 포털과 SNS에 “할미넴(‘할머니’와 미국의 유명 힙합가수 ‘에미넴’을 결합한 말), 멋있다”거나 “저렇게 늙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진 걸 보면 나처럼 느낀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할머니의 도전뿐 아니라 같이 출연한 힙합가수에게도 냉소적이었던 젊은 힙합 팬 마음을 돌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나이를 벼슬처럼 앞세우는 대신 나이와 무관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또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상대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할머니들의 열린 자세였을 것이다. 힙합 특유의 스웨그(자아도취)는 유지하면서도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힙합가수 역시 한몫했을 테고.

그러고 보니 지난해 개봉해 "세대 간 화합 영화”라는 평을 받은 ‘인턴’도 그랬다. 간부로 퇴직하고 인턴으로 새 인생을 출발한 늙은 인턴 벤이 나이를 앞세우지 않고 경륜으로 젊은 CEO 줄스와 호흡을 맞추는 걸 보면서 많은 젊은이가 “저런 어른을 갖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땐 다들 영화 속 얘기일 뿐이라고 했지만, 할미넴의 도전을 보니 우리에게도 이런 어른이 없으리란 법이 없겠다.

할머니가 랩을 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갈등의 해법을 어렴풋이나마 봤다. 힙합과 할머니. 대척점에 선 이 조합이 이토록 훌륭한 조화를 이뤄낸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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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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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5일 신문 브리핑 #

"남과 비교하며 불평하기 전에 우선 현재 당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라."
- 평생감사 카드


<< 경제 일반 >>
1. 연봉 4000만원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원이 현행법상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로 분류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음
- 연봉에는 상여금과 성과급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최저임금엔 상여금 등은 빠지고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계산되고 있기 때문임

2.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항체의약품 개발회사인 미국 애브비를 상대로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함
-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출시를 지연시키려는 다국적 제약사와 ‘특허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음

3. 정부가 농업의 ‘블루오션’ 분야로 손꼽히는 곤충산업을 키우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함
- 연구개발(R&D) 확대, 소비·유통체계 개선 등을 통해 2020년까지 관련 산업 규모를 연간 5000억원, 곤충 사육 농가는 1200호까지 확대하기로 함
(농림축산식품부, 제2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



<< 금융/부동산 >>
1. 2014년 7월 이후 1년 반 넘게 이어진 ‘달러 랠리(달러화 가치 상승)’가 끝나고 있음
-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다시 정책의 가닥을 잡자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음
-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주요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원화가 유독 강세임
(한국은행자료, 지난 3월 한 달간 원·달러 환율 8.15% 하락)

2. 중국 경제 위기 `뇌관`으로 지목돼 온 천문학적 규모의 은행권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출자전환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남
- 4일 차이신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정부 고위 당국자 말을 인용해 "중국 은행권 부실채권 출자전환이 곧 승인될 것"이라며 "출자전환 규모가 1조위안(약 18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함

3. 국제 금값이 지난 1분기 17% 급등하면서 최고의 투자상품으로 부상함
-  이 수치는1986년 이후 분기 상승폭으로는 30년 만에 최대이며, 이달 들어 1223달러로 밀렸지만 여전히 1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

4.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공제회가 올해 약 3조원을 국내 사모펀드(PEF)에 출자할 예정임
- 지난해(약 2조3000억원)보다 30%가량 늘어난 액수로서,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기관투자가들이 PEF 등 대체투자 비중을 급속히 늘리고 있음

5. 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 시중 은행이 속속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끝내면서 증권사와의 ISA 가입자 유치 경쟁이 달아오를 전망임
- 일임형 ISA는 금융회사가 투자상품을 알아서 선택해주는 만큼 신탁형 ISA보다 금융소비자가 가입하기 쉬움

6.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다른 주택의 지분 일부를 소유하고 있어도 실제 거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 나옴


<< 국제 >>
1. 상하이 선전 등 중국의 핵심 대도시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지난 1월 중국의 부동산 구매 선납금에 대한 대출액이 9억2400만달러(약 1조590억원)로 6개월 전인 작년 7월에 비해 세 배 규모로 불어남(중국 상하이 컨설팅 회사 잉칸의 분석 자료)
- 이 같은 부동산 대출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을 연상시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함

2.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신형 전기차 ‘모델3’가 공개된 지 3일 만에 돌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흔들고 있음
-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내년에 출시하는 모델3의 예약 판매 대수가 27만6000대를 넘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으며, 대당 평균 차량 가격이 4만2000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돈으로 약 13조3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3일 만에 올린 셈임

3. 지난해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건설 수주에서 중국에 고배를 마신 일본이 인도네시아 신항만 건설로 반격에 나섬
-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엔차관을 투입하는 인도네시아 최대 항만 정비사업을 최종 조율 중이며, 사업비는 2000억엔(약 2조500억원) 규모로 알려짐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출자전환
-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기업의 빚을 탕감해 주는 대신 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는 부채조정 방식으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해당 기업의 채권을 직접 주식으로 전환하는 직접 출자전환 방식과 투자자가 매출 채권을 할인 매입한 뒤 기업의 주식과 상계하는 간접 출자전환 방식이 있음.
출자전환을 하면, 자본시장의 침체와 별도로 손쉽게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기업의 경상이익을 개선할 수 있는 등 금융기관과 기업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그러나 이러한 출자전환의 형태가 장기적이 되면 기업의 회생 여부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 대주주의 경영권 상실로 인한 경영 부실 등 기업 부실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음
- 출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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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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