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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19일 신문 브리핑 #



<< 정치/외교 >>

1. 여야 3당이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를 개회하고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산업법) 등의 처리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에 합의함

- 하지만 새누리당은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이들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태도지만 야당은 일부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며 원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됨


2. 박근혜 대통령이 5월1~3일 이란을 국빈 방문한다고 청와대가 18일 밝힘

- 박 대통령의 방문은 1962년 양국 수교 이후 정상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임



<< 경제 일반 >>

1. 해양수산부는 18일 2020년까지 노후 여객선 63척을 새로운 선박으로 교체하는 내용을 포함한 ‘제1차 연안여객선 현대화계획’을 발표함

- 해수부는 우선 고가의 카페리와 초쾌속선 건조를 위해 정부가 직접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1000억원 이상)에 출자하고 건조 금액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선박 건조 시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2차 보전사업도 확대함



<< 금융/부동산 >>

1. 미국과 일본이 ‘엔저(低) 정책’을 놓고 정면 충돌하자 엔화 가치가 장중 1.5엔가량 치솟음

- 엔화 강세로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에 닛케이225지수는 3.4% 급락함


2.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만 55세 이상 근로자(또는 은퇴자)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사이에서 이동할 때 소득세 납부를 일시 면제(연금수령 시로 과세 이연)해주기로 함

- 개정 시행령은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됨


3.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글로벌 자산배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

- 자산·지역별로 2500개가 넘는 ETF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데다 투자비용이 저렴해 분산투자에 유리하기 때문임


4. 금융감독원은 18일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자동차보험 개선 방안을 내놓음

- 보험료 할증 차등화 : 쌍방과실 시 과실비율에 따라 할증률 차등(난폭운전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높은 할증료 적용)

- 사망.후유장래 등 위자료 상향 조정 : 현행 4500만원인 사망위자료 8000만~1억원으로 상향

- 다둥이 특약 상품 출시 : 자녀가 많은 보험가입자에겐 보험료 할인 혜택 제공

- 형사합의금 지급 시점 개선 : 형사합의금 지급 이전에도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 지급 가능


5. 태영건설 등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유니시티가 이달 중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옛 39사단 부지에서 ‘창원 중동 유니시티’ 1차 아파트 분양에 나섬

- 대지 106만2083㎡에 아파트 총 6100가구가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영남권 최대 단일 단지로 꼽힘



<< 국제 >>

1. 사우디와 러시아를 포함한 18개 산유국이 지난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석유 생산량 동결을 논의했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합의에 실패함

- 그 후폭풍으로 18일 국제 유가가 6.6% 급락하고 자원생산국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시장이 요동침


2.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하원은 이날 재적의원 513명 중 찬성 367명, 반대 146명(기권·불참 포함으로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킴

- 이제 공은 상원에 넘어갔으며, 상원은 수일 내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탄핵안을 심의하게 되고 특위 참여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호세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연방대법원의 탄핵심판이 시작됨


3. 중국 정부가 철강·석탄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180만명의 실직자에 대한 종합지원 방안을 내놓음

-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 실업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최근 곳곳에서 제기되어 왔으며,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철강·석탄산업에서 발생할 실직자 지원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들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옴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

- 특정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index fund)'로,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됨.

주가지수 등락율과 같거나 비슷하게 수익률이 결정되도록 주식을 적절히 편입하여 만든 펀드를 인덱스펀드라 하는데, 이 펀드를 기초로 발행하는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 주식을 바로 ETF 증권이라 하며, 투자자들은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이 증권을 사고팔게 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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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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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8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지구촌 연쇄 지진, 우리는 안전한가

지난해 8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네팔 대지진 1주년을 일주일여 앞두고 지구촌이 지진 공포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 14일과 16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리히터 규모 6.5 및 7.3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40명 이상이 숨지고 부상자가 1000여명을 넘었다. 어제는 일본과 함께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강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최소 77명이 사망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주변 해역에 거대 대륙판 등의 경계가 없어 대형지진의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구마모토 지진처럼 가까운 일본의 지진대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구마모토 지진 때 부산과 울산, 대구 일대에서까지 건물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대거 접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재앙이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 국내의 지진발생 건수는 증가 추세다. 1980년대엔 1년에 평균 16회 정도였지만 2000년대엔 44회, 2010~2014년엔 58회에 달하는 등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전북 익산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2014년에는 충남 태안 해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나는 등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대비는 허술하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2011년 전국 건축물과 공공시설에 대한 내진보강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10만 5448개소의 내진설계 대상 중 42.4%만 내진 성능을 갖췄을 뿐이다. 송유관은 대상 5개 중 하나의 시설도 내진설비가 돼 있지 않았으며 학교시설(23%), 전기통신설비(36%), 철도(40.1%) 등도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진 대비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지진을 미리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를 잘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진 다발지역의 지각 조사 등을 통해 대형지진 발생 가능성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내진설계 및 보강 계획의 차질없는 진행도 중요하다. 경보·비상체계 구축, 주민 대피계획 등 유사시 효율적인 대비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2. 선거사범 수사 신속·엄정히 이뤄져야

검찰이 제20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선거사범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거운동원은 물론 당선인들도 수사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1차 수사 대상에 오른 당선인들만 해도 10여명에 이른다니, 당선의 기쁨을 누리기에 아직 이른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당사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으나 어차피 혐의 여부를 가려야 한다면 정공법으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미 홍일표·김진표·박준영·윤종오·박찬우·이철규 당선인 등 6명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들은 각각 사전선거운동과 금품살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혐의가 있는지, 설사 혐의가 있더라도 당선이 무효 처리될 정도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억울하게 혐의를 받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 만큼 본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신속하고도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선거사범으로 입건된 당선자가 무려 104명에 이른다. 지난 19대 때의 79명에서 31.6% 증가한 숫자다. 선거 운동원이 입건된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과거 양당 체제에서 치러진 선거에 비해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3당 경쟁 체제로 치러졌기에 선거운동이 훨씬 혼탁해진 결과다. 선거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검찰로서는 정치적 상황에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확인된 사실에 따라서만 판단을 내리면 된다. 여당이나 야당의 눈치를 살필 것도 없다. 올바르지 않은 수단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온당하다. 지난 17~19대 총선에서 당선되고도 선거법 위반으로 결국 금배지를 떼야 했던 의원이 모두 36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적지 않은 당선무효 사태가 나올 것이라 여겨진다.

여기에는 법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과거처럼 공연히 질질 끄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정치적인 오해를 야기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1심과 2심을 각각 2개월 이내에 선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하니,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불법 당선자에 대해서는 단호하고도 엄정한 응보가 내려져야 한다.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처리는 정치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한국일보]

3. 보수층이 정권심판에 가세한 이유 뼈아프게 돌아보길

새누리당 참패와 여소야대로 끝난 4ㆍ13 총선 결과에 보수층도 만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본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5~16일 실시한 유권자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9.3%가 선거 결과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진보층(86.5%)과 중도층(72.0%)은 그렇다 치고 보수층이 56.5%나 여소야대 결과에 만족을 표시했다는 것은 의외다. 보수층의 이반이 여당 참패의 주된 요인의 하나였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기반인 보수층으로부터도 외면 당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에 지역주의와 무관한 계층적 텃밭인 서울 강남벨트(서초_ 강남_송파_강동)에서 절반(10석 중 5석)을 야당에 내준 것은 보수층의 이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막장 공천극으로 드러난 오만과 독선은 물론이고 경제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정권의 무능에 상당수 보수층이 분노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보수층 이반은 새누리당만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위기라고 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신의 정치 응징을 호소했다. 총선 전날까지도 국정 발목을 잡는다며 야당과 국회의 심판을 국민들에게 주문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야당 탓, 국회 탓에 동의하지 않다는 것을 표로서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번 유권자인식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새누리당 패배 요인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40.0%)을 새누리당 잘못(38.0%)과 비슷하게 꼽았다. 야당과 국회 이전에 청와대와 새누리당부터 먼저 달라지라는 게 총선 민의인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0.5%로 급락하고,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26.2%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 추락이 겹치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10개월 동안 국정동력을 이어가기 어렵다. 이른바 레임덕(권력누수)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안으로는 합리적 보수 노선을 재정립하고, 밖으로는 이번에 약진한 야당들과의 협력 정치를 모색해 나가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 권력누수를 막겠다며 어설프게 사정 정국을 기도하거나 친박계 중심으로 새누리당의 재편을 꾀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는 총선 결과로 나타난 엄정한 정권 심판 민의를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총선 참패 후 첫 조치가 스스로 내친 무소속 당선자들 입당 허용인 것은 새누리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뜻이다. 순리에 따라 발상을 전환하고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서울신문]

4. 여성 공학인재는 국가경쟁력의 바탕이다

정부가 여성 공학 인재양성을 위한 지원 사업에 나선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교육부는 여학생들의 공대 진학과 이들의 취업에 힘쓰는 10개 대학을 선정해 3년 동안 150억원을 지원한다. 정부가 여성 공학도 육성을 위한 별도의 재정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여성 과학기술자의 육성·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친 지 오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방침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잘한 일이다.

지금 청년 실업이 심각하지만 공학계열의 인력은 오히려 부족하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기존의 인문·사회 계열 등의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은 늘리도록 각 대학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프라임사업’을 추진한 것도 그래서다. 더구나 산업구조는 사물인터넷, 핀테크, 빅테이터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지만 인력은 더 부족한 실정이다. 이 분야는 창의성, 세밀함을 요구해 여성친화적 공학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프라임 사업과 별개로 여성 공학도 지원에 나선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현재 여성 기술인력은 산업기술인력의 11.6%, 공학계열 과학기술인력 중 여성은 10.7%에 불과하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늘지만 공학계열의 여학생의 비율은 17%로 여전히 저조하다. 그러니 여학생들도 공학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여성의 공학분야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여성 공대생의 커리어 패스 개발, 여성 공학전문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공대에 소수의 여학생만 입학하고, 또 이들 중 소수만 취업을 한다. 정부는 단순히 공대 여학생들의 역량 개발뿐만 아니라 이들의 취업 및 창업 등까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허울만 좋은 여성 공학도 육성 사업에 그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성 등 소수집단을 일부러 채용한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식과 관점, 통찰력 등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성 공학인재 육성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 공학 분야에 여성들을 투입한다는 식으로 일차원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남성과 다른 관점의 수용을 통한 국가의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여성 과학 인력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5. 총선후 첫 3당 회동, 오직 민생만 생각해야

오늘 여야 3당 원내대표가 4·13 총선 이후 처음으로 회동을 한다.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처리를 위한 자리다. 19대 국회에서 쟁점으로 남은 법안들은 그동안 여야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섰던 상황인데다 총선 결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바뀐 까닭에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양당에서 3당 체제로 바뀐 상황에서 서로 각자의 주장만 하다가 공전과 파행이 거듭하지나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번 총선에서 성난 민심은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했다. ‘삼포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절망, 돌파구가 보이질 않는 어두운 경제 현실 등을 애써 눈감고 계파 싸움에 매몰된 정치권을 단죄한 것이다. 20대 국회를 구성할 4·13 총선은 막을 내렸지만 19대 국회의 임기는 다음달 29일까지 40여일이나 남았다. 이 기간 동안 국회의원들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수천만원의 세비를 받는다.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19대 국회가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엄혹하다. 국내외 권위 있는 기관들이 연이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3년 연속 2% 성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출이 매달 두 자릿수로 격감하는데다 최악에 직면한 청년실업률은 2월에 이어 3월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전·월세난에 직면한 취약계층의 생활고는 갈수록 악화되는 것은 우리의 현주소다.

19대 국회에는 여전히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채 수북이 쌓여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4대 노동개혁법안이다. 노동개혁 법안을 놓고 여야가 벌써 옥신각신 입씨름을 벌이고 있어 통과 자체가 불투명하다. 서비스법 역시 의료 영리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쟁점법안 모두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자는 법안인 만큼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서로 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타협의 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우리에게 시급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이념이 아니라 실사구시가 돼야 한다.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돼 20대 국회에서 또다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모두 생산적 국회를 약속한 만큼 시간 낭비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그동안의 논의를 토대로 반드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야당을 설득하는 대신 힘으로 밀어붙였던 여당은 국회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하며 여소야대를 만든 야당 역시 19대 국회처럼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라 수권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당부한다. 민생 문제에 당리당략을 앞세우면 야당도 심판을 받을 것이다.

여야 3당의 당면한 과제는 총선 민의를 수용해 생기를 잃어 가는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무너지는 중산층과 서민경제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은 과거 강경노선을 그대로 유지해 여권과 무한 대치 정국을 형성할 경우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권력에 도취해 국민을 무시하다가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6. 북, 핵 도발 중단하고 생존의 길로 나오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조짐이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최근 차량과 인력·장비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게 그런 징후라고 어제 정부가 확인했다. 북측은 지난 15일 실패했다고는 하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핵 도박’을 계속하려는 일련의 동향이다. 우리는 이런 무력시위가 김정은 체제를 지키려는 목적이라면 긴 눈으로 볼 때 과녁을 잘못 겨눈 자해 행위임을 지적해 둔다.

김정은 정권은 요즘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기세다. 어떻게든 장거리미사일 발사 및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해 이를 토대로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을 하려는 낌새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인 지난 15일 그간 한 번도 시험하지 않은 무수단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게 그 일환이다. 사거리가 3000∼4000㎞에 이르는 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은 태평양의 괌 미군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특히 북측은 5차 핵실험 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소형화된 핵탄두 폭발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정권의 이런 계산이 실제로 통할 리는 만무하다. 북측으로선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의 핵 군축 및 평화협상을 벌일 지렛대로 삼겠다는 배짱일 게다. 리수용 북 외무상은 오는 22일 파리 기후변화 협약 서명식 참석차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다. 이에 앞서 북한이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IRBM을 쏘아 올린 것도 미국과의 거래를 염두에 둔 포석일 게다. 하지만 이는 ‘오발탄’일 뿐이다. 이번 무수단 미사일 시험이 실패해서가 아니다. 미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확인돼야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지 않는가.

결국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욱 가혹한 국제 제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의 통치 금고가 마르고 북한 주민들의 민생고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북측이 다음달 7일 열릴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면 이 또한 오산이다. 최근 탈북한 중국의 북한식당 종업원들도 “대북 제재로 북한 체제에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탈북 동기를 토로하지 않았나. 안으론 탈북자가 늘고 밖으로는 전례 없이 촘촘한 대오를 갖춘 국제 제재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북한 정권은 발상의 전환이 긴요하다. 핵 보유에 대한 미련을 접어야 외려 김정은 정권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매일경제]

7. 일본 구마모토 지진 재앙,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주말 일본 구마모토(熊本)현과 남미 에콰도르에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 16일 규모 6.5와 7.3의 강진이 덮친 구마모토현에선 1000여 명의 사상자와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것 중 가장 강력하다. 더욱이 같은 환태평양 조산대 국가인 에콰도르에서도 16일 1979년 이후 최고로 센 규모 7.8의 강진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지진 도미노’의 전조가 아닌지 경계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 태평양 군도, 알래스카, 북·남미 해안으로 이어지는 ‘불의 고리’인 환태평양 조산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강진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서다. 14일 밤 구마모토 지진을 전후로 필리핀과 바누아투공화국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연쇄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한반도는 불의 고리에서 벗어나 있고, 그간의 피해도 경미하다. 하지만 지진 빈도는 잦아지고 있다. 80년대 16건에서 2000년대 44건으로 늘었고, 2013년 한 해에만 91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17건이 감지돼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한반도 주변 지각구조 분석, 내진설계와 시공, 경보체계와 비상시스템 구축 등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지진을 남의 나라 일로 여기는 탓에 정부 대책은 겉돌고 있다. 16일의 경우 남부 지방은 물론 충청·수도권까지 흔들림이 감지됐다는 신고가 4000건이나 접수됐는데도 ‘알림 시스템’이 없어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안에 떨었다. 호우·대설 때처럼 전국적인 알림망을 구축해야 한다. 건축물 내진 성능도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88년에 6층 이상, 2005년에 3층 이상으로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확대했지만 기존 민간 건물은 대부분 무방비 상태다. 전국 건축물 10곳 중 7곳이 그렇다니 대형 지진을 맞을 경우 아찔하기만 하다. 1, 2층으로 한정한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 지방세 감면 혜택을 전층으로 확대하는 등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8. 기업 구조조정 고삐 죄겠다는 유부총리 제대로 챙겨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기업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 없다며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머문 미국 워싱턴DC에서의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얘기인데 부실기업 정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니 반갑다. 유 부총리는 해운회사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예정대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정부가 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까지 말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에서 어느 일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현안임에도 4·13 총선과 맞물리며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해운업의 경우 현대상선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가야 하고, 한진해운은 채권단과의 경영개선협약을 통해 회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호황을 누렸을 때 외국 선사들과 맺은 선박 임대료를 깎아 받는 협상을 벌여 성과를 거두면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포함한 지원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니 절박하다. 

조선업도 빅3 업체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수조 원씩의 적자를 보는 등 나락으로 떨어져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과감한 수술을 해야 하는 판이다. 하지만 조선소가 있는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라 정부와 채권단, 기업 모두 눈치만 보고 있었고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은 표심에 올라타려 오히려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사탕발림식 언사를 남발해 훼방을 놓았다.

4·13 총선을 마쳐 국회의원 후보들의 표심 구애가 사라졌지만 내년 말 치를 대통령선거를 감안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감원 회오리를 부를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계속 꺼릴 게 뻔하다. 각당이 내년부터 대선 캠페인에 본격 돌입할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말까지 남은 8개월여의 시간을 한국 경제를 수렁에서 건질 골든타임으로 삼아야 한다. 

여소야대로 변한 20대 국회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한층 더 적극적인 설득과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새로운 변수다. 우리에게 경제성장률 2%대의 저성장은 일시적인 경기 후퇴가 아닌 중장기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산업 전반의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에서 생긴 비효율을 걷어내고 새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환골탈태를 위한 수술이어야 한다. 유 부총리는 올해를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제대로 챙기기 바란다.

9. 남은 한달 임시국회 열어 경제관련법 꼭 처리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성과 내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17일 국회 운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국민의당은 다음달 29일 19대 국회 임기가 만료하기 전에 세월호특별법 개정안과 민생 경제 법안을 처리하자며 임시국회 개최도 제안했는데 바람직한 태도다. 향후 국회 운영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18일 마주 앉을 예정이라고 한다. 4·13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이 준엄했던 만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도 지금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끝없이 대치할 게 아니라 이제는 협력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법안 1만74개가 계류돼 있는데 이들 법안은 다음달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정부가 69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국회에 제출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8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데 이어 19대 국회에서 또다시 그런 운명에 직면해 있다. 국회 상황도 여의치 않다. 새누리당은 지도부가 와해된 가운데 불출마 또는 낙선한 의원들도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동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을 반대해온 더민주는 이들 쟁점 법안에 관한 태도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이렇게 대치하며 시간을 허비해도 좋을 만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2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7%로 낮췄고 금융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 등도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달 11.8%로 3월 기준 역대 최고다. 총선에서 무서운 민심을 확인했다면 정치권은 20대 국회 개원까지 기다려서는 안된다. 당장 임시국회를 열어 달라진 국회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양당 구도 개혁을 주장해온 국민의당은 이 과정에서 역할도 중요하고 책임도 크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 민생 법안을 놓고 국민의당이 기존 야당과 똑같은 태도로 여당과 대치하기만 한다면 3당 체제를 만들어준 국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할 것이다. 국민의당은 타협·조정의 정치력을 발휘해 새누리당과 더민주 대치 속에서도 민생 법률안 통과라는 성과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

[매일신문]

10.대구·경북 국회의원 당선자, 신공항 유치에 함께 힘 모아야

4`13 총선 이후 대구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잇따라 영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대구`경북 정치권은 부산 정치권과는 달리, 신공항 유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정부의 조치만 바라보고 있거나,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게 맡겨놓고 나 몰라라 한 것이 사실이다. 뒤늦게나마 지역 정치권이 신공항 유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김부겸 대구 수성갑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14일 “신공항을 놓치면 대구의 운명이 어두워지는데도 절박감이 없다”라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게으른 자세를 꼬집었다. 이어 김 당선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공항을 무산시켰을 때 부산 의원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고 있지 않으냐. 대구에서는 삭발로 항의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안일하게 대응했다”라며 이런 풍토를 바꿔놓겠다고도 했다.

정종섭 새누리당 대구 동갑 당선자는 15일 “영남권 신공항은 반드시 밀양에 유치해야 한다”며 “대구 국회의원이라면 여야 구분없이 모두 신공항 유치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두 당선자가 치열한 선거 과정을 통해 지역 민심을 제대로 알게 됐기에 이런 발언을 한 것임이 분명하다.

총선 기간에 대구`경북 정치권은 신공항과 관련해 별다른 공약이나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부산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공약, 유세, 서약서 작성 등의 과도한 유치운동을 벌이는 추태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5개 시`도지사 간에 합의한 ‘유치운동 자제’ 약속을 위반한 것이어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우리는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부산 정치권처럼 약속을 어기는 비신사적 행위를 주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오는 6월 영남권 신공항 예정지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부산 정치권보다 열정과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어서야 하겠는가. 경북지역 국회의원도 예전처럼 뒷전에 물러앉아 ‘대구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방관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지역 정치권 모두가 힘을 모으고 노력해야만, 모두 만족할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유경희의 ‘힐링의 미술관’]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백작부인을 사랑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미국 다큐 채널의 한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조사했다. 과연 미국 여성에게 가장 매혹적인 성적 판타지 대상은 누구였을까? 한편으로 당혹스럽고, 한편으로 솔직하고, 한편으로 그럴듯했다. 

3등은 UPS 맨(페덱스와 유사한 우편택배회사로, 직원이 갈색 제복을 입은 젊고 근육질의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2등은 소방대원, 그리고 1등은? 여자다. 성적 판타지를 느끼는 대상이 동성이었던 것이다. 물론 성적 판타지의 대상과 사랑의 대상이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랑의 완성이 영과 육의 결합이라면…. 무언가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조사 결과다. 

남자들은 여자끼리의 연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끼리의 우정과 사랑, 거기에는 남자에게는 없는 그 무엇이 있다. 남자들이여! 긴장하시길….

마리 앙투아네트는 한 여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혹 자기로 인해 사랑하는 이가 처형될까봐 크게 두려움에 떨며 몹시 슬퍼했다. ‘페어웰, 마이 퀸(2012년)’이라는 최근 영화에서 앙투아네트는 책을 읽어주는 시종에게 말한다.

“혹시 한 여성에게 매료돼본 적이 없느냐? 그녀가 없으면 끔찍하게 괴로워서 눈을 감고, 그녀의 갸름한 얼굴과 보드라운 살결, 빛나는 눈을 상상하곤 하지.”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으로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인 상황 속에서도 그녀만을 생각하는 자기가 한심스럽다는 듯 푸념 어린 고백을 한다. 앙투아네트가 그토록 사랑한 여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가브리엘 폴리냑(1749~1793년) 백작부인이다. 폴리냑 백작부인의 어떤 점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매료시켰던 것일까? 

앙투아네트는 폴리냑 부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자길 흥분시켰다고 고백한다. 6살 연상의 백작부인은 쉽게 다룰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데다 무례하기조차 한 그녀의 행동이 앙투아네트는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궁전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고, 누구나 다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앙투아네트의 마음에 들려 애쓰지 않는다는 점 또한 높이 샀다. 

“난 그녀의 자유분방함이 너무 좋았어. 그렇지만 그녀는 지금 내 곁에 없어. 난 그녀의 포로가 됐어. 인정할 수밖에 없어.” 

그녀 때문에 상심한 적이 많았던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의 살생부 명단에서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그녀에게 빨리 베르사유를 떠나라고 말한다. 그렇게 앙투아네트는 자신보다, 사랑하는 이의 안위를 먼저 걱정했다. 

폴리냑 부인은 후작 가문에서 태어나 1767년에 폴리냑 백작(후에 공작)과 결혼했다. 폴리냑 가문은 대대로 부르봉 왕가를 섬겼고, 루이 14세와 루이 15세 시대의 대표적인 외교관 집안이었다. 한때 추기경을 배출하는 등 위세를 떨쳤지만 쿠데타 등 여러 사건에 연루돼 당시엔 가운이 쇠퇴하고 있었다. 폴리냑 백작 부부는 궁정에서 영향력이 미미했던 왕세손빈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접근해 가깝게 지내면서 신뢰를 쌓았다. 루이 15세가 죽고 앙투아네트의 남편인 루이 16세가 즉위하면서 폴리냑 부부는 일약 궁정의 실권을 장악하게 된다. 그렇게 권세를 휘두르던 폴리냑 백작부인은, 그러나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가장 먼저 국왕 부부를 버리고 오스트리아로 망명했다. 비록 앙투아네트가 폴리냑 백작부인의 아첨과 유혹에 놀아났다 하더라도, 두 사람이 남녀 간 사랑 이상의 아름답고 기묘한 시절을 보냈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앙투아네트는 그녀의 궁정화가인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1755~1842년)과도 우정을 나눴다. (물론 우정이라기보다는 총애에 가까운 것이지만) 둘 사이가 그저 왕비와 신하 정도의 수준에서 머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쨌거나 현존하는 앙투아네트의 주요 초상화는 거의 엘리자베스 비제의 작품이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최고로 인정해준 조력자가 바로 앙투아네트였던 셈이다. 

명성이 자자한 남성 화가들이 판을 치는 궁정에서 앙투아네트가 여성이면서 나이도 젊은 엘리자베스 비제를 선택한 것은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과 내면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탁월한 감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그런 앙투아네트가 동성애를 했다 한들 무슨 대수랴. 게다가 엘리자베스의 미모와 패션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마도 그녀는 왕비가 홀딱 반할 만한 패션으로 왕비를 매혹시켰던 것은 아니었을지. 

엘리자베스 비제 역시 자신을 최고로 우대해주는 왕비를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그린 왕비 그림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그림에는 여왕의 우아한 기품뿐 아니라 인간적인 내면까지 드러나 있다. 사실 왕실화가의 사명은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인물이자 무한한 권력과 부의 소유자인 왕과 왕족을 그림을 통해 만천하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그린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아이들’은 기존 왕실 초상화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왕비의 가정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펼쳐진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왕비는 요람을 곁에 둔 채 아기를 보살피고 있다. 왕비는 아기를 무릎에 안고 있고, 그 옆에는 딸아이가 평범한 엄마에게 그렇게 하듯 살포시 기대어 있다. 엘리자베스는 왕비의 이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세 아이의 자상한 어머니’였음을 백성들에게 알렸다. 

두 사람이 서로 깊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들이 동갑내기이기도 했거니와 둘 다 비슷한 시기에 어린 자식을 잃은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는 일이 그렇듯, 오랜 대화 속에서 서로를 깊이 알아나갔던 그들은 틀림없이 어머니로서의 걱정과 기쁨도 함께 나눴을 것이다. 이 작품은 한때는 여왕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른 궁정화가들은 그릴 수 없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인간적인 매력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으로 손꼽힌다. 

엘리자베스 비제가 그린 그림에는 앙투아네트의 동성 연인인 폴리냑 부인 초상화도 몇 점 있다. 아마 연인의 모습을 담고 싶어 특별히 엘리자베스에게 요청했으리라. 왕실화가의 손에 의해 그려진 여왕의 동성 연인 초상화라니! 그림은 백작부인에 대한 앙투아네트의 마음이 얼마나 절절한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폴리냑 부인의 매력이 무엇인지 또한 얼마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명민하고 아름다운 모습 뒤에 감춰진 암고양이 같은 무심함과 태연함이 얼마나 연인의 애를 태웠을까….

앙투아네트의 동성애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는 모든 여자들의 첫사랑 상대가 엄마, 즉 여자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여자가 훨씬 더 양성적인 존재’라고나 할까. 

프리다 칼로도 여성이든 남성이든 일단 사랑을 하게 되면, 육체적인 결합을 통해서 더욱 완벽해진다고 믿었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녀 역시도 말년에 병든 자신을 극진히 간호해주던 여자와 다시 한 번 깊은 사랑에 빠졌다.

2. [동아일보][표정훈의 호모부커스]사라져가는 독서세대

잡지 하나가 세대를 대표하는 드문 경우로 ‘학원’(1952∼1979년)이 있다. 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1938년생)는 “많은 청소년들이 지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학원’에서 얻었다”고 회고한다. 시인 정호승(1950년생)은 중학생 때 학원문학상 우수상을 받았고 고교 1학년과 3학년 때도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탔다.

‘학원’에 글을 발표하거나 학원문학상을 수상했거나 ‘학원’을 읽으며 문학적 감수성과 교양을 키운 작가들은 이루 다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1954년 제1회 학원문학상 수상자 이제하, 황동규, 마종기를 필두로 이청준, 조세희, 황석영, 최인호, 김원일, 문정희, 김병익, 김주영, 전상국, 김승옥, 황지우 등등. 1954년 8월호는 8만 부를 발행했는데, 당시 대표적 일간지의 발행부수를 상회하는 정도였다.

자유교양추진회와 동아일보사 공동 주최로 1968년 11월 23일 제1회 전국자유교양대회가 열렸다. 대회 목적은 ‘고전을 통한 교양의 함양’이었다. 고등부 지정도서는 ‘삼국유사’ 일부와 ‘택리지’, 대학부 지정도서는 ‘논어’, ‘맹자’,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이었다. 저술가 황광우(1958년생)는 “자유교양대회를 위하여 ‘삼국유사’, ‘신곡’,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등을 읽었는데 그렇게 어설프게나마 고전을 읽은 기억이 참 좋았다”고 말한다.

작가 장정일(1962년생)의 중학생 때 독학 문학수업은 삼중당문고 200여 권 독파였다. 문화평론가 정윤수(1966년생)는 고교 시절 “헌책방에 일동 기립하고 있는 삼중당문고 한 권을 왕복 버스비로 살 수 있었기에 버스를 타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잡지 ‘학원’(1952년)과 자유교양대회(1968년), 삼중당문고(1975년)는 독서 세대론을 가능케 하는 계기들이다.

그 이후로는 어떤 독서 세대론이 가능할까? 공통의 독서 경험으로 한 세대가 누릴 수 있었던 교양의 폭과 깊이를 감안하면 ‘인간시장 세대’나 ‘해리 포터 세대’를 거론하긴 힘들다. 독서 세대론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책과 지식교양의 다변화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변화라는 것이 파편화와 같은 뜻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통 수단이나 지불 수단이 되는 화폐를 통화(通貨)라 한다. 독서세대가 끊어진 시대와 사회는 공론 형성의 수단이 되는 지식통화가 증발한 시대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최소한의 지식 기반이 허약해진 사회라는 말이다. 지식정보사회는 초고속 정보통신망과 같은 뜻이 결코 아니다.

3. [중앙일보][서소문 포럼] 영혼 없는 대학은 망하게 놔둬라

빌 게이츠에게 응용수학을 가르쳤던 미국 하버드대 해리 루이스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하버드가 잃어버린 교육, 대학 교육의 미래는』의 저자인 그는 “대학은 학생의 장래성을 키워주는 곳이다. 학교와 교수가 그걸 못해 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게이츠는 왜 하버드대를 중퇴했을까. 루이스 교수에게 물었더니 “명석하고 독창적인 학생이었는데 (우리가) 잠재력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떠났다”며 자성했다. 그리고 하버드가 잃어버린 것은 영혼, 바로 학생 교육에 대한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세계 최고의 하버드대도 고민을 안고 산다. 특히 공학 분야에서 스탠퍼드대에 밀리자 교육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등 비상이다. 하버드대뿐만이 아니다. 세계 고등교육계에 ‘파괴적 혁신’ 바람이 거세다. 아이비리그 수준의 강의를 반값에 공부할 수 있는 미국 온라인 대학 미네르바 스쿨이 하버드대보다 더 입학하기 어렵고, 세계 명문대 강좌를 무료로 수강하는 무크(MOOC)의 확산으로 강의실 국경도 무너지고 있다. 21세기 문명사적 대전환을 맞아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이 요동치는 것이다.

세계의 대학들은 천리마처럼 달리는데 우리는 어떨까. 한마디로 우보(牛步)다. 저출산에 따른 ‘학생 절벽’ 앞에서도 셀프 혁신에 굼뜨다. 올해 59만 명인 고교 입학생이 내년엔 52만 명, 내후년엔 46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건 뭘 의미하는가. 현재 대입 정원이 53만 명인데 5년 뒤 46만 명 중 80%(37만 명)가 대학에 가더라도 80곳(정원 2000명 기준)은 문을 닫아야 할 판 아닌가.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린다. 교육부가 재정을 미끼로 구조조정을 압박하니까 억지로 시늉만 낸다. 이달 말 지원 대상 19곳을 뽑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이 그 하이라이트다. 대학 한 곳에 연간 최대 300억원 등 3년간 6000억원을 대주는 초대형 사업이다. 대학들은 자존심도 팽개치고 군침을 흘린다. 신청 대학 70곳 중엔 교명까지 바꾼 곳도 있고, 공대를 강화한다며 정체불명의 전공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곤 점수를 잘 받으려 줄 대기에 혈안이다. 교육부의 위세가 어떻겠는가.

사실 경마 레이스 같은 재정사업은 교육부엔 꽃놀이패, 대학엔 연명 수단도 된다. 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부실 대학 53곳 중 19곳이 특성화 사업 등에 뽑힌 게 그렇다. 숨통을 끊어야 할 곳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연명 수단이 안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는데 교육부의 배짱이 놀라울 뿐이다.

대학은 집단 지성의 집합소다. 자율성과 다양성, 자존감이 작동돼야 인위적 간섭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런데 ‘샤워실의 바보’가 돼 버렸다. 교육부가 ‘차가운 물(대학 설립 준칙주의)’을 틀자 우후죽순 설립하더니, ‘뜨거운 물(정원 감축)’로 급변침해도 말을 못한다. 학생 추계를 엉터리로 한 교육부에 근본 책임이 있지만, 대학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결국 교육부와 대학이 공진화(coevolution)하지 않으면 절대 고등교육 생태계는 바뀌지 않는다.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대학이 망하든 말든 그대로 놔두자. 스스로 학생 절벽을 넘으면 살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 교육부가 수도꼭지를 갖고 장난치지 말라는 얘기다. 다만 국립대에 한해 원 포인트 개입을 허(許)하자. 전국 41개 대학을 단계적으로 통합해 ‘1도(道) 1국립대’로 만드는 일이다. 교육대를 거점대에 통합하고, 캠퍼스별로 전공을 특화하면 가능한 일 아닌가. 둘째, 대학별 정원·전공 자율조정 시스템을 가동하자. 기준은 인문사회 25명, 공학 20명 등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다. 학생 확보를 못하면 지체 없이 폐과·폐교하라. 학생이 없는데 무슨 수로 교수 월급을 주려는가. 셋째, 선택과 집중이다.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7%에 불과하다. 언제까지 수도권·비수도권·권역별로 나눠줄 작정인가. 세금만 축낼 뿐 결코 글로벌 대학을 키울 수 없다.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교육부와 대학이 잃어버린 영혼을 찾는 일이다. 누구 때문에, 왜 존재하는가.

4. [서울신문][씨줄날줄] 일본 대지진/강동형 논설위원

환태평양 지진대를 형성하고 있는 ‘불의 고리’가 요동치고 있다. 일본 규슈지방의 구마모토 인근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진은 불의 고리대에 있는 타이완과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발생했다. 17일 에콰도르에서는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 현재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인 16일에는 대만에서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웃 나라 일본은 연이은 지진에다 아소산이 화산 활동을 재개해 공황상태에 빠졌다.

일본은 2000여개의 단층대가 있는데다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있어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일 날이 없다. 2011년 3월 11일 오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몰고 온 쓰나미 영상은 아직도 선명하다. 리히터 규모 9.0으로 일본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을 기록했다. 이는 1960년 발생했던 규모 9.5의 칠레 대지진, 1964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규모 9.2 지진,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발생한 규모 9.1에 이어 지진 규모를 측정한 이후 네 번째로 강력한 지진이다. 사망자 1만 5200여명, 실종자 8400여명이라는 인명피해를 냈다. 이에 앞서 1995년 1월17일에는 고베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나 630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일본 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일 것이다. 우리나라와도 사연이 깊다. 도쿄와 요코하마 일대를 강타한 규모 7.9~8.5의 간토대지진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실종자를 포함한 사망자 수가 약 16만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자경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불령선인(不逞鮮人·불온한 조선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여 6000여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인 교수는 2500여명, 일본 정부는 233명이라고 발표하는 등 숫자는 크게 다르지만 있을 수 없는 만행이 발생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이 우경화와 군국주의의 길을 걷는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일본 도쿄는 에도 시대인 1855년 10월 2일에도 대지진이 발생해 도시가 파괴되는 등 재난을 당했다.

지난 14일 규모 6.5, 16일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규슈지방의 구마모토 대지진은 사망자 수만 40여명에 이르고 24만여명이 피난했다고 한다. 아소산이 화산 활동을 시작해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 속에서 보여주는 일본인들의 질서 의식은 이번에도 돋보이는 풍경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지진은 예측하기 어렵고, 천재(天災) 앞에서 인간은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한밤의 지진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남의 나랏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난을 예측할 수 없다면 이를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은 물론 에콰도르에서도 지진 피해자들이 힘든 과정을 잘 이겨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5.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벚꽃 필 때 가장 맛있는 ‘섬진강 벚굴’…벚굴에 장아찌·신 김치 올려 ‘벚굴 삼합’

봄바람에 벚꽃 잎이 아름답게 흩날리는 계절, 이맘때쯤 가장 맛있는 것 중에 섬진강 벚굴을 빼놓을 수 없다. 

강굴이라고도 불리는 벚굴은 말 그대로 강에서 나는 굴이다. 강 속의 바위 위에 붙어 있는 수많은 벚굴이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리면 속살이 하얗게 보이는데, 그 모양새가 벚꽃처럼 하얗고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가 하면 벚꽃 필 무렵이 가장 맛있다고 해서 벚굴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벚굴은 매년 2월이 되면 알이 차기 시작해 3~4월에 맛의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지난해에 가뭄이 심해 요즘 캔 굴은 속이 꽉 차 있지 않다. 그래서 올해는 5월까지 섬진강 벚굴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크고 거친 껍데기 속에 뽀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들어차 있는 벚굴은 오로지 섬진강에서만 서식한다. 그중에서도 1급 수질을 자랑하는 하구의 망덕포구에서 주로 잡힌다. 망덕포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한 곳이다. 때문에 벚굴은 바닷물의 짠맛과 민물의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점은 플랑크톤이 풍부해 물고기 크기가 큰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 굴도 일반 바다 굴보다 3~10배가량 크다. 작은 것은 20~30㎝, 큰 것은 어른 손바닥보다 훨씬 큰 40㎝에 이른다. 수심 3~4m 깊이의 바위에 붙어서 서식하는 벚굴은 머구리라는 잠수부가 강 속에 들어가 직접 채취한다. 양식은 하지 않는다. 

카사노바가 날마다 굴을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만큼 굴은 남자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여성의 피부에도 매우 좋은 식품이다. 굴 중에서도 벚굴은 크기가 큰 만큼 영양가가 훨씬 많다. 벚굴에는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 마을 주민들이 ‘강 속에 있는, 살아 있는 보약’이라 부른 게 다 이유가 있다.

섬진강 굴은 벚꽃에만 비유되고 있지만 매화꽃과도 연관이 깊다. 매년 광양에서 매화꽃 축제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찾아오는데 덩달아 벚굴도 이때 많은 사랑을 받는다. 광양 매화꽃 축제는 얼마나 사람이 많던지 매화꽃 반, 사람 반인 광경이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복잡하기도 하지만 매년 짧은 한철이라, 때맞춰 그곳에 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섬진강 벚굴까지 맛볼 수 있으니 일부러 찾아가볼 만하다. 

섬진강 벚굴은 다른 바다 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가 굉장히 크다. 어떻게 한입에 넣을까 고민될 정도의 풍성함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곤 한다. 

몇 년 전, 손님들께 양질의 벚굴을 대접하기 위해 구입처를 알아볼 겸 섬진강을 찾았다. 좋은 벚굴을 직접 구하기 위해 섬진강으로 내려가던 길에 활짝 피어 살랑거리던 벚꽃 터널이 얼마나 예뻤던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긴 했지만 직접 현장에서 맛집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사람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구경하고 있길래 바로 차를 세우고 지켜봤다. 한 작은 차량에서 벚굴을 내려놓는데 굴이 얼마나 크고 좋던지. 그곳까지 내려가면서 고생스러웠던 생각이 확~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섬진강 유역 중에서도 하동군 고전면 신방촌과 재첩특화마을 일대에서는 벚굴을 직접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벚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꽤 있다. 그곳에서 생굴은 물론 구이, 전, 튀김, 죽 등 다양한 벚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벚굴은 보통 개수가 아니라 ㎏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몇 ㎏씩 주문해 먹는다. ㎏이라고 하면 아주 많은 양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섬진강 벚굴은 워낙 커서 양이 아주 많지는 않고 그냥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정도다. 가격은 채취량과 요리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2~3명이 먹을 수 있는 5㎏ 기준으로 4만~5만원 선이다.

굴 사이즈가 엄청 커서 한입으로 먹기 힘들 때는 반을 잘라서 먹기도 한다. 한입 베어 물면 굴 즙이 입안에 가득 차오르는데 그 맛이 매우 신선하면서 특유의 풍미가 아주 일품이다. 벚굴은 바다 굴처럼 짠맛이 없고 달착지근하면서 담백한 맛이 특히 좋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일반 바다 굴과 비교한다면 굴 향이 조금 덜 나고 비린 맛이 살짝 더 난다. 비린 맛에 예민하다면 굴 구이나 전 등으로 익혀 먹는 것이 낫다. 

굴 구이는 푹 익히는 것이 아니라 굴 뚜껑이 살짝 벌어질 정도로만 익혀야 굴 특유의 맛과 풍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달걀 반숙처럼 살짝만 익히면 뭉글뭉글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뿐더러 향도 좋다. 많이 익히면 촉촉함이 사라지고 쪼그라들어 질겨지며 벚굴 본연의 맛이 사라진다. 구이를 먹을 때는 껍질에 살짝 고이는 국물이랑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다. 강에서 갓 건져 올린 싱싱한 벚굴을 구워 먹으면 맛이 더 담백하고 상큼해서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캠핑 갈 때 벚굴을 사다가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구이를 덜 익혀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 굴전도 살짝 덜 익혀야 맛있다. 벚굴을 살짝 쪄낸 것 역시 촉촉하면서도 탱탱한 살이 아주 부드럽다. 재첩특화마을 일대 식당에서는 굴 구이가 가장 많이 나간다고 한다. 

오로지 섬진강에서만 서식, 올해는 5월까지 맛볼 수 있어

한 식당 주인장이 굴을 맛있게 먹는 법이라며 ‘벚굴에 매실 장아찌와 신 김치를 얹은 벚굴삼합’을 알려줬다. 매실 장아찌의 짠맛과 매실 향, 그리고 김치의 신맛이 더해져 굴을 그냥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보다 훨씬 별미였다. 그런데 신 김치 대신 매실 장아찌에 레몬만 살짝 뿌려 벚굴에 곁들여 먹으면 더 깔끔하고 굴 맛도 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레스토랑에서는 섬진강 벚굴이 들어오면 껍질의 이물질을 세척한 후 굴 전용 칼로 입을 벌리고 속살을 먼저 뺀다. 그리고 80도 정도 되는 소금물에서 약 10초가량 데치고 얼음물에 식힌 후 물기를 제거한다. 꽤 크기 때문에 반으로 자르고 굴 속에 있던 굴 즙과 데친 굴을 굴 껍질에 함께 담은 다음 폰즈소스나 새콤한 유자셔벗을 올려서 손님에게 제공한다. 굴을 살짝 데치면 굴의 헐렁한 살에 탄력이 생겨 식감이 더욱 좋아지고 굴 특유의 비린내를 깔끔하게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벚굴을 주문해 집에서 요리할 때도 이렇게 살짝 데쳐주면 간편하게 맛있는 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매년 섬진강에서 잘 자란 벚굴이 올라오면 고생해서 따온 벚굴을 보여주며 주름진 미소로 반겨주시던 그곳의 여러 분들이 생각난다. 굴을 따기 위해 얼마나 수고하는지 알기 때문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굴을 요리하게 된다. 

또 하나. 봄에 섬진강에 간다면 벚굴과 함께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재첩국이다. 재첩은 4월부터 5월이 가장 맛이 좋을 때다. 제철의 재첩으로 끓인 국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정말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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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18일 신문 브리핑 #

"감사의 마음은 얼굴을 아름답게 만드는 훌륭한 끝손질이다."
- T.파커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냄
- 지난주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금융권 빚이 많은 39개 주채무계열 기업집단을 선정해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라 한계기업 퇴출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음
- 유 부총리는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고 하며 이례적으로 특정 회사 이름을 거론했으며,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이달 중 명운이 갈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짐

2. 17일 한국무역협회 집계 결과 올 1분기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5억4404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38억7962만달러)보다 15.7% 줄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2분기20.3%를 기록한 이후 분기당 실적으로 7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임
- 반면 올해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수출국으로 떠오른 베트남에는 1분기에 70억7430만달러를 수출해 전년보다 7.6% 증가함

3. 총 낙찰가격이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동통신 3사의 주파수 경매 전쟁이 시작됨 
- 이동통신 3사는 18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주파수 할당 신청을 내고 본격적인 경매 수싸움에 들어감

4. 9년간 끌어온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도입에 방위사업청은 오는 8월까지 1차로 도입하는 물량을 전량 이탈리아산으로 채택함
-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작전요구 성능(ROC)의 모든 항목을 통과한 이탈리아 방산업체 핀메카니카그룹의 AW-159(와일드 캣) 헬기를 다음달까지 4대 도입하기로 최근 방침을 정함

5. 차음료 전문 프랜차이즈업체인 공차코리아가 공차 글로벌 본사인 대만 로열티타이완(RTT)을 인수함
- 2012년 미국 본사를 사들인 스무디킹코리아에 이어 한국지사가 글로벌 식음료 프랜차이즈 본사를 사들이는 두 번째 사례가 될 전망임


<< 금융/부동산 >>
1. 그동안 달러 대비 엔화 약세를 용인하던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추가 개입 예고에 급제동을 걸고 나섬
-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일 양국이 환율정책을 놓고 충돌(clash)을 일으킨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함

2.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함
-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경고성 발언’이 나옴에 따라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됨

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불확실성이 클 때는 섣부른 통화정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함
- 1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다시금 보인 것임

4.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지원으로 건전성이 악화된 수출입은행 지원을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 5000억원어치를 현물출자하려던 계획이 출자 과정에서 산은이 예기치 못한 500억원가량의 법인세를 내야할 상황에 처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음
- 산은은 “정부 방침에 따라 수은에 출자하는 것인데 왜 세금까지 내야 하냐”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세(稅) 경감을 요청했지만 기재부와 금융위는 “세법에 예외를 둘 수는 없으니 산은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며 한 발 빼고 있음

5. 금융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7일 밝힘
- 오는 6월29일부터 개별기업 주식 총수의 0.5% 이상을 공매도한 기관이나 개인투자자 명단이 공개되며, 또 개별기업에 대한 공매도 규모가 10억원 이상이면 해당 내역을 3거래일 안에 금융감독원에 보고토록 하는 의무도 신설됨

6. 정부가 국내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30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함
- 주식시장 거래 시간이 30분 연장되는 것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임

7. 신한·삼성·KB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1분기 앱카드 취급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남
-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30% 이상 성장이 무난할 전망이지만, 삼성페이 등이 앱카드 주도의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도 나옴

8. 금융회사들이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신용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
- 금융위원회는 비식별정보의 활용 근거 등을 담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오는 20일 입법예고한다고 17일 발표함


<< 국제 >>
1. 일본 구마모토(熊本)에서 연쇄 강진이 발생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산업계 피해도 확산되고 있음
- 이번 지진 사망자가 42명으로 늘어나는 등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최대 지진 피해가 발생함

2.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회의에서 오는 10월까지 산유량을 지난 1월 수준으로 동결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함
- 하지만 FT는 “대부분 국가가 이미 지난 1월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 애널리스트들은 산유량 동결 효과에 회의적”이라고 전함

3. 최근 저유가에 따른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엘니뇨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표준시간을 30분 앞당길 계획이라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밝힘
-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표준시간은 미국 워싱턴이나 쿠바 아바나 등과 같아지게 됨

4.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독일 프랑크푸르트-한 공항 인수에 나섬
- 항공 물류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페덱스, UPS 등 배송업체와의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

5. 디지털 제조 혁신의 핵심인 스마트공장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독일 일본 미국 등 제조업 강국들의 경쟁에 불이 붙음
- 다른 국가 및 기업의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정해지면 지금까지 개발하거나 사용해온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며, 가장 빨리 움직인 건 정부 차원에서 2011년 11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전략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채택한 독일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현물출자
- 동산, 부동산, 채권, 유가증권, 특허권 등 금전 이외의 재산에 의한 출자형태를 현물출자라 함.
어떤 형태의 회사에서도 현물출자는 인정하고 있지만, 특히 주식회사에 있어서는 현금출자를 원칙으로 하고, 회사의 설립 또는 신주발행시에 예외적으로 현물출자도 인정하고 있음.
주식회사설립시의 현물출자는 회사의 설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특별히 발기인에 한하여 허용하고 있으며, 이때 현물출자는 과대평가되어 회사자산의 충실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정관에 현물출자를 하는자의 성명, 출자자산, 가격, 수량과 이에 대하여 부여할 주식의 종류와 수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음
- 출처 : 매일경제, 매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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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5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경제 현안에서부터 실마리 풀자

총선이 끝났다고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다. 당면 문제가 선거로써 일거에 해결될 수 없다는 뜻이다. 가장 큰 현안은 역시 침체에 빠진 경제를 어떻게 살리느냐 하는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추경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서도 지금의 경제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대외 여건이 더 악화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대외 여건이 나아질 기미가 희박하다는 게 정책 당국의 고민일 것이다. 결국 확장정책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대외 여건만이 아니다. 내부적인 여건은 더욱 심각하다. 수출이 연속 15개월 감소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소비도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길거리 진열대마다 ‘바겐세일’ 쪽지를 붙여놓고 있어도 고객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 분위기다. 창고에 재고품만 쌓여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고용이 늘어날 리 없고 청년 실업자들은 한숨을 삼키고 있다. 이처럼 소득 감소로 인해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함으로써 정부 의지대로 확장정책을 이끌어갈 형편이 못 된다는 사실부터가 심각하다. 정책 운용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선거 참패가 정부·여당의 정책 실정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측면도 결코 작지 않다. 확장정책을 쓴다고 해서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전임 현오석·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경예산을 편성했으나 결국은 깨진 독에 물붓기로 끝나고 말았다. 건설 경기를 부추긴다며 주택대출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오히려 가계부채만 1200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그렇다고 일관성 없는 좌충우돌식 정책에 대해 책임질 사람도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수렁에 빠져 있다. 단기 실적을 올리겠다고 함부로 나섰다간 자꾸 깊이 빠져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확장정책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부터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2. '국민이 걱정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4·13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정치권의 분위기는 엇갈린다. 과반 의석에 크게 모자란 122석으로 쪼그라든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사퇴와 함께 지도부 해체 수순에 들어간 반면 당초 목표를 훨씬 초과한 123석으로 원내1당에 오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교체까지 가자”며 벌써부터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38석의 캐스팅보트를 쥔 명실상부한 ‘제3당’의 입지를 굳혔다.

이번 총선은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새누리당은 편가르기 식의 공천 분탕질에 분노한 지지층의 이탈로 ‘1여다야’ 구도에서도 참패를 자초했다. 연이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외면하던 끝에 분당 사태까지 빚은데다 절대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잃었으며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에 뒤진 더민주도 마냥 희희낙락할 계제는 아니다.

정치권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벌써부터 20대 국회가 ‘사상 최악의 국회’로 낙인찍힌 19대보다도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16년 만의 여소야대로 박근혜정부의 국정동력 추락이 불가피한 가운데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국 주도권 쟁탈전이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오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젠 ‘국민이 걱정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 그러자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 문재인 후보가 마음에 안 들어 박 후보를 찍은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에 교차투표가 위력을 떨치고 새누리당이 서울 강남, 대구, 부산 등 텃밭에서조차 많은 의석을 내준 것이 그런 사실을 간과한 오만에서 비롯됐다. 야권 역시 총선 승리에 도취해 국정 발목잡기로 일관하다간 금세 민심을 잃고 내년 대선도 기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야는 사안에 따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하며 국정 운영의 묘를 살리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 박 대통령이 확 달라져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선과 불통을 떨치고 여야와 적극 소통하며 대선 공약인 ‘대통합’에 매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그것이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청와대를 떠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서울신문]

3. 살인 가습기 살균제 업체의 반도덕적 '만행'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문제의 업체 옥시레킷벤키저가 법적 책임을 피하려 온갖 계략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 간 제품을 팔았으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 것이 순리다. 각성과 사태 수습은커녕 시종일관 ‘면피’할 속셈뿐이었다니 공분의 철퇴를 맞는 것은 당연하다.

한창 막바지 수사 중인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12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 형태를 바꿨다. 임신부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사망하면서 진상 규명 여론이 뜨겁던 시점이었다. 누가 봐도 옥시 측이 형사 처벌을 피하려고 부린 빤한 꼼수로 읽힌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으면 공소 기각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벌을 피하겠다고 느닷없이 신분 세탁을 했던 셈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을 옥시의 겁없는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상품 후기 수백 건을 홈페이지에서 무더기로 삭제했다.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뒤늦게나마 시작된 검찰 수사조차 무력화하려 한 심각한 범죄 행위다.

10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업체의 의도된 결과였을 리는 없다. 예기치 못한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렸더라도 최선을 다해 수습하려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의 자세다. 그렇건만 실험 결과를 짜맞추기한 정황까지 들통났으니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 제품과 폐 손상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정부 자료에 반박하려고 대학 연구소에 의뢰한 실험 보고서마저 유리하게 조작한 의혹이 짙다.

이쯤 되면 더이상 나쁠 수가 없는 악덕 기업의 전범이다. 소비자 무서운 줄 모르는 악질 기업으로 손가락질을 당해도 억울할 게 없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영국의 다국적 기업인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합병한 회사다. 전체 사망자 146명 중 103명이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의문의 사망자가 숱하게 나왔는데도 4년 넘게 방치하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 업체의 은폐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반도덕적 의도를 묵인하거나 동조한 관계자도 먼지 한 톨의 의혹이 남지 않게 수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4. 국민의당, 민생국회 선도하는 큰 역할 기대한다

총선 민심이 만들어 낸 새로운 정치 구도의 중심에 국민의당이 있다. 38석을 차지해 단숨에 원내교섭단체를 이룬 ‘녹색 바람’의 발원지가 호남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 지지율 26.74%는 제1당으로 도약한 더민주 지지율 25.54%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역구에서 25석에 그친 정당이 비례대표에서 13석을 차지한 것도 우리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다. ‘건강한 제3당’의 출현을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가 특정 지역의 지지에 머물지 않는 전국적인 교차투표로 이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민의당이 ‘호남당’에 그치지 않고 ‘전국정당’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는 작지 않다.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 굳건한 제3당의 지위를 부여한 이유는 자명하다. 국민의당이 그렇게 외쳤던 글자 그대로의 ‘새 정치’를 해 달라는 것이다. 뒤바뀐 제1당과 제2당이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무엇보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정쟁에만 매몰된 국회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주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그동안 새 정치를 말하면서도 그 실체가 무엇인지 보여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유권자들에 의해 국민의당이 앞으로 국회에서 감당해야 할 새 정치의 실체가 제시된 꼴이다.

국민의당은 20년 만에 등장한 제3 원내교섭단체다. 1996년 총선 당시 자유민주연합은 충청권을 중심으로 52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의 주역을 자임하는 대신 권력을 추구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른바 DJP 연합의 공동정부에서 작은 권력을 누리기도 했지만, 2000년 총선에서 17석을 얻는 데 그쳐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다. 2004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의석이 4석에 불과했고, 지지율은 2.8%로 추락해 비례대표 1번이었던 김종필 총재마저 낙선하면서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국민의당은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금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대권이 아니라 퇴색한 의회주의의 복원이며 생기를 잃은 민생 활력의 회복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언한 대로 제20대 국회에서는 우선 양극화된 이념정치를 극복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의 무능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다시 보듬는 이미지를 국민의 뇌리에 축적해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건전한 제3당이 다수 의석의 제1당과 제2당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세상 민심이 저절로 따르지 않겠는가.

5. 박근혜 정부, 준엄한 심판에 쇄신으로 답해야

20대 국회를 구성할 4·13 총선에서 여권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 152석에서 30석이나 줄어든 122석을 얻었다. 집권 여당이 과반수 의석은 고사하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에 원내 1당까지 내줬다. 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심리 발동 차원을 넘어 청와대·정부를 포함한 범여권 전체에 국민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형국이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재현됨에 따라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당·정·청은 그저 국면 전환용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국정 쇄신으로 여권에 등을 돌린 민심에 답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총선 참패에 따라 대표직 사의를 밝혔다. 여당 내 공천 갈등 과정에서 ‘옥새 파동’으로 여권의 내분을 희화화한 그의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친여 무소속 당선자 복당을 놓고 당내 친박과 비박이 여전히 딴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여권이 패인을 제대로 직시하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표로 심판해 달라”고 했지만,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나온 유승민 의원이 당선되고 수도권의 친박 후보들이 대거 낙선한 사실은 뭘 말하나. 청와대와 친박계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친박 마케팅’과 ‘진박(진실한 친박) 코스프레’가 지지층마저 고개를 돌리게 한 주요인임을 뼈아프게 인식해야 한다. 유권자를 주머니 속 공깃돌인 양 여기는 오만한 여권에 누가 표를 주겠는가.

의회 권력이 야당 수중에 떨어진 선거 결과는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가 가시밭길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가뜩이나 입법을 마비시키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민생법안 하나 제때에 처리하지 못하던 여당이었다. 이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 등 야 3당 의석이 167석으로 무소속 의원들까지 포섭할 경우 재적 3분의2 의석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자칫 노동개혁 등 4대 구조 개혁 과제의 마무리는커녕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번에 회초리를 든 국민도 그런 국정 차질을 원치는 않을 게다. 야권 또한 오만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교훈을 명심해 국정 발목 잡기를 자제해야 할 이유다.

그렇다고 해도 국정의 무한 책임은 현 여권에 있음은 불문가지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경제는 성장 지체와 일자리난 등 복합 위기를 맞고 있고, 안보도 북한의 핵무장과 주민들의 집단 탈북으로 긴박한 국면이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차원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을 단계적으로 일신해 나가야 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국회 심판론이 유권자들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은 사실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성찰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당 등 야권과의 사안별 정책 연대에도 열린 자세로 임할 필요도 있을 듯싶다. 우리는 1년 10개월 남은 박 대통령의 임기 중 국정 운영 기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매일경제]

6. 朴대통령·새누리당 국정운영방식 큰틀 바꿔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원내 제2당 추락, 국민의당의 돌풍과 3당 체제 출현으로 요약되는 4·13 총선의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 모두에 혁명적이고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민의(民意)의 분출이다. 

집권 초부터 이어진 인사 난맥상에 더해 불통과 독선의 리더십으로 일관한 박 대통령, 무능하기 짝이 없는 행정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공천 다툼, 편 가르기, 호가호위를 일삼은 새누리당에 대한 총체적 심판인 것이다. 주요 외신들도 지적했듯이 이번 총선은 지난 3년간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중간평가다. 처음부터 실체가 모호한 창조경제를 들고나온 박근혜정부는 대기업들을 앞세워 전국에 창조경제센터를 짓는 등 전시 행정에만 치중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과감한 규제개혁과 산업 재편을 통해 무인차·전기차·가상현실·로봇·인공지능·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에 매진할 때 한국은 절체절명의 구조조정도 미뤘다. 그저 중국 탓, 유가 탓, 국회 탓만 했을 뿐이다. 규제개혁과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개혁은 실체도, 성과도 없이 허망한 구호에 그쳤다.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대기업 편중,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탕평 인사는커녕 낙하산 인사만 더 판쳤다.

박근혜정부의 실패는 능력과 실력보다는 충성심과 논공행상을 앞세운 TK(대구·경북) 일색 인사 때부터 일찌감치 예고됐다.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는 물론 장관·수석들과도 대면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 불통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남북관계조차 사상 최악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대통령과 청와대가 '배신자 찍어내기'에 몰두하고 공천 개입, 선거 개입 의혹을 자초한 것 역시 지지층 이탈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지난 3년간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악화 일로로 치달았다.경제성장률은 3%대조차 요원하고 청년 실업률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민은 치솟는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 구조조정 불안, 노후 걱정에 희망을 잃어버렸다. 

노동소득 분배율과 가계소득 증가율이 악화되면서 노동자와 가계는 갈수록 쪼그라든 반면 대기업 사내유보액은 700조원을 넘어섰다. 양극화·계층화로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는데 재벌 2·3세들과 기득권층의 '갑질' 행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와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조기 레임덕을 차단하려 '국회심판론'과 진박(眞朴)마케팅을 앞세웠지만 총선 결과는 이와 정반대로 나타났다.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청와대는 물론 총리·부총리까지 포함하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는 과거의 독단적·일방적 행태로는 국정 수행이 불가능하다. 낮은 자세로 야당과 소통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 누수를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 자신이 환골탈태의 각오로 변해야 한다.

7. 20대 국회 원활한 운영 선진화법 개정이 필수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 국민의당 협조 없이는 국정을 주도하기 힘들게 됐다. 국민의당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쟁점 법안 등의 처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복병이 있다. 지금의 국회선진화법이 존속되는 한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연대해도 160석에 불과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과 협력해도 170석이 겨우 넘는다. 국회선진화법에 명시된 법안 개정 의결 요건인 180석(재적 의원 5분의 3)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당이 선진화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으니 이를 당론으로 확정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18대 국회 말에 통과된 선진화법은 폭력 사태를 방지하고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19대 국회를 무력화하고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를 지연하는 데 악용됐다. 여야가 중요한 법안을 주고받기식 졸속 협상으로 처리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선진화법이 망국법이라고 성토하는 사람도 많았다. 20대 국회가 제대로 입법 활동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선진화법을 바꿔야 한다. 선진화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더불어민주당도 다수당을 견제할 제3당이 탄생한 만큼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된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 1당을 차지했으니 선진화법이 더불어민주당에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19대 국회 폐막 전에 여야 합의로 선진화법을 개정해주길 바란다.

8. 메르스 악몽 생생한데 방역망 또 뚫렸다니

그저께 새벽 서울시내 한 병원을 찾아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환자가 병원을 탈출하는 소동이 있었다. 최근 입국한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한 여성이 메르스 의심 증상으로 강북삼성병원을 찾아오자 의료진은 격리 치료를 받으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격리 환자용 텐트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호텔로 돌아가버렸다.

보건당국과 경찰은 4시간 만에 그를 찾아냈고 UAE 대사관 관계자까지 대동해 설득한 끝에 겨우 국립중앙의료원 격리 병상으로 옮길 수 있었다. 다행히 1차 검사에서 메르스 음성 판정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양성으로 나왔다면 이 여성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해 수백 명을 격리해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작년 12월 메르스 사태 공식 종료를 선언한 지 넉 달 만에 또다시 온 국민이 감염 공포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의 악몽은 아직도 생생하다. 작년 5월 20일 첫 환자가 나온 후 218일 동안 이어진 메르스 사태 때 3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만6000여 명이 격리됐다. 식당과 대형마트, 관광지에 발걸음이 끊기며 엄청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을 고치고 질병관리본부를 쇄신하며 방역망을 보완했지만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탈출 소동에서 보듯이 병원 측이 감염 의심환자를 격리하려 해도 본인이 완강히 거부할 때 당장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문제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외교 문제 소지까지 있는 외국인 환자를 제어하기는 더욱 어렵다. 올해 들어 메르스 의심환자 77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시민들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금껏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방역망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때다.

[매일신문]

9. 여야, 무소속 힘 모아 대구 발전 위한 어젠다 만들자

20대 총선에서 대구는 새누리당 후보 8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1명, 무소속 후보 3명이 당선됐다. 대구 정치판에 여와 야, 무소속이 골고루 포진한 것은 전례가 없는 변화다. 지역 유권자가 이런 구도를 만든 의미는 명백하다. 단순하게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 진박(眞朴) 마케팅, 유승민 의원 사태 때문이라고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일색의 정치 지형으로는 더 이상 대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후진적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에게 표를 나눠준 것이다. 12명의 당선자는 당과 이념을 초월해 대구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 일하라는 것이 지역 유권자들의 본뜻이다.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전략적 사고 필요

지금까지 대구의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안일하고 나태한 행태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과 득표력에 기대고 있으면 당선이 무난했기에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고 노력할 필요성도 없는 듯했다. 의원들은 그저 계파 보스에 대한 줄서기에 매달리면서 안락한 생활을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역 의원 간 소통이나 단결력도 부산, 광주 의원에 비해 한참 뒤처졌다. 지역 의원들은 모래알처럼 각기 행동하면서 자신이 편하고 유리한 것만 좇으려는 풍토가 강했다. 타지역 의원과의 가장 큰 차이는 상임위원회 배정 때 명확하게 드러났다. 부산과 광주 의원들은 지역과 관련한 현안을 챙기기 위해 사전에 소관 상임위에 배정되도록 협의하고 역할 분담을 한다. 그렇지만 지역 의원들은 아무런 협의 없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 혹은 지도부의 배정에 따라 상임위를 선택했다. 대구시가 지역 현안 해결이나 국책사업 유치에 나섰다가 해당 상임위에 지역 의원이 없어 곤란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대구지역 당선자들은 여야, 무소속을 떠나 상임위 배정부터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제 팔 제 흔들기’나 헛약속은 더 이상 안 돼 

대구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20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꼴찌이고,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 활력을 잃어가는 도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힘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권자들이 당선자들에게 부여한 가장 큰 임무는 여야, 무소속을 떠나 힘을 합쳐 지역 발전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과거처럼 ‘제 팔 제 흔들기’식으로 각개약진을 하거나 사탕발림의 헛약속 따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당선자들이 함께 모여 대구 발전을 위한 장기 어젠다나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대구에 약속한 ‘10대 대기업 유치’ 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경향신문]

10. '돈 풀기'의 속내

새누리당 양적완화의 진짜 목표는 부동산시장 부양과 재벌기업의 지원을 통한 내년도 대선 승리에 있다. 지난해 명목GDP의 0.9% 규모의 재정을 1분기에 조기집행했음에도 1분기 성장률은 0%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예상된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4%였던 성장률은 반복적인 부양책에도 박근혜 정권에서 2.6%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재정의 조기집행으로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한 하반기 경기 후퇴는 불가피하게 됐다. 

문제는 내수와 수출 부진이 구조화된 상황이기에 내년에도 경제가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부동산시장의 여건 악화가 추가될 것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주택담보대출 소득심사 강화와 분할상환 등으로 한국은행, KDI 등이 내년 주택시장 침체 가능성을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장기불황의 가능성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는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에 최대 장애물이다. 새누리당의 양적완화는 이 장애물을 제거하는 목표로 고안된 것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발상이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는 대신 위험한 불장난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가 도입한 안심전환대출을 기억할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의 도입은 변동금리로 이자만 갚고 있는 대출을 최장 30년까지 연 2%대의 고정금리로 분할상환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을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으로 공사는 은행에 양도대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당시 1금융권 대출자를 중심으로 112만가구가 자격을 부여받았지만, 실제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가구는 32만가구에 불과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분할상환의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20년 상환으로 전환하겠다는 여당의 방안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미국 대공황 당시 도입한 장기 분할상환 제도가 장기근속 제도를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OECD 국가 중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짧을 정도로 고용이 불안한 우리 상황에서 장기 분할상환 제도는 부적합하다. 게다가 안심전환대출에서 배제되었던 제2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가계의 경우 분할상환 능력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당국은 서민금융기관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복잡성을 핑계로 2금융권의 대출을 배제했지만 진짜 이유는 이들 대출로 만든MBS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위의 방식은 가계부채를 완화시키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한계를 해결하고 부동산시장의 부양 효과까지 노린 것이 새누리당의 양적완화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을 금융회사들이 20년 분할상환으로 바꾸고 이를 바탕으로 발행한 MBS를 한은이 매입하게 할 경우 금융권은 거부할 이유가 없다. 손실 가능성을 한은에 이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이 손실을 입을 경우 정부가 메꿀 수밖에 없고, 이는 납세자 국민이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여당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부동산시장 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은의 MBS 매입으로 금융기관에 흘러들어간 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과 부자들에게 집중된 부동산자산의 가치를 상승시켜줄 것이고, 대부분 자산이 부동산시장에 묶여 있는 중산층의 지지도 끌어냄으로써 정권을 재창출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돈을 찍어 키운 부동산시장의 붐은 가계부채 해결책이 될 수도 없고 거품 붕괴 시 폭락 폭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특정 기업 지원을 위한 산업은행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한국은행이 산금채를 매입해주라는 것도 관치의 폐해뿐만 아니라 기업 지원이 실패할 경우 발생할 손실을 국민에게 전가시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실기업의 연명은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출혈경쟁을 통해 산업계 전반에 부실을 전염시킴으로써 장기불황의 요인이 된다. 재벌과 부동산 자산가에 대한 특혜 제공을 위해 발권력까지 사용하려는 새누리당의 양적완화는 국가경제를 놓고 도박을 하려는 위험한 불장난이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경제]냉면에 스민 어머니의 미소

“고기 먹을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안창살 사줄게.”

일요일 이른 저녁, 모처럼 형님 부부가 집에 들렀습니다. 어머니 모시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온 겁니다.

형의 제안에 어머니께서 그늘진 표정으로 말씀하십니다.

“고기 많이 먹으면 안 좋아.”

“그럼 냉면 어때요? 평양냉면!”

내 제안에 형수님이 빙긋 웃으며 물으십니다.

“서방님, 어제 술 드셨죠?” “네... 빙고...”

‘평가옥’ 물냉면, 속이 풀립니다.

어젠 왜 또 그리 들이부었는지.@_@;;

차게 만든 해장음식은 아마 냉면뿐일 겁니다.

언제부턴가 평양냉면이 인기입니다.

우래옥부터 을밀대·필동면옥·서북면옥까지, 지역별 냉면식당을 열거한 곳들은 항상 방문객들로 북적댑니다.

평양냉면은 보통 30대 중반 이후, 청년기가 시들 무렵부터 당기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인생의 맛’이란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중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얼굴에 새겨진 삶의 나이테만큼 슴슴하고 담백한 맛을 즐겨찾게 되는 듯합니다.

가격은 비쌉니다. 한 그릇 1만1,000원, 갈비탕보다도 고가입니다.

하지만, 음식의 재료를 생각해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평양식 물냉면의 육수는 고기와 사골을 푹 고아 만듭니다.

쉽게 말해, 곰탕이나 설렁탕을 시원하게 식혀 밥 대신 메밀국수를 담아 내오는 셈입니다.

국수가 아니라 육수에 참맛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로 뚝뚝 끊어먹을 수 있어, 치아가 시원찮은 중장년층이 반깁니다.

그런 논리로, 국물 없는 비빔냉면은 왜 가격이 똑같은지에 대해 분노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주전자에 주는 육수로 너그럽게 퉁치시죠. 

냉면을 처음 먹었던 때는 중학생이던 1989년 5월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점심 무렵 아버지를 따라 읍내 냉면집으로 향했고, 공산당 삐라처럼 붉은 빛 비빔냉면은 질기고 매웠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빨갱이의 맛’이었습니다.

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에, 평소 음식을 남기면 심하게 꾸짖으시던 아버지가 웬일인지 그만 먹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속은 아렸지만, 허기가 더 강렬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400원과 바꾼 너구리 두 마리를 몰고 왔습니다. 

‘농이’와 ‘심이’를 끓는 물에 부숴 넣으며 다짐했습니다.

“내가 다시는 냉면 따위 먹나 봐라!”

이후 세월이 흐른 군바리 시절, 병장으로 진급한 6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우리 중대 막내와 함께 4박5일 휴가를 나왔습니다. 이 녀석 집이 부산이라 밥이라도 먹이고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돼지 목살과 삼겹살, 그리고 설렁탕에 소주를 부었습니다.

십 원짜리 동전도 씹어 삼킬 듯한 소화력에, 주인 아주머니는 애정이 듬뿍 담긴 눈길로 말을 건네셨습니다.

“군인 오빠, 잘 드시네. 이거 서비스야. 그냥 들어요.”

물냉면이었습니다. ‘금냉 8년’의 다짐은 그렇게 깨졌습니다.

어느새 어머니가 수저를 내려놓으십니다.

만두전골보다 냉면이 더 맛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난 비빔냉면만 먹었는데...”

“엄마, 평양냉면 처음 드세요?”

어머니가 멋쩍게 대답하십니다.

“응. 처음인데 맛있네. 국물이 담백한 게 계속 찾게 된다.”

순간 가슴 속에 뭔가 뜨거운 게 일렁였습니다.

죄책감이었습니다. 

‘평양냉면 한 그릇도 안 사드리고 지금껏 뭐했냐...’

그렇게 식당을 나섭니다.

어머니의 흐뭇해하시는 표정을 보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됩니다.

앞으로는 고집을 피워서라도 어머니를 자주 모시고 다녀야겠습니다.

이제 건강한 몸으로 맛있게 음식을 드실 날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2. [뉴시스][신진아 이주이영화]4등이 체벌보다 더 무서운 나라… '4등'

4등. 스포츠에서 최소 3등은 해야 메달권인데 4등은 정말 ‘희망고문’이 따로 없을 것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순위진입이 가능할 것 같은데 계속 내 아이가 4등만 한다면? 

대다수의 부모가 유능한 과외교사를 붙여볼 것이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우니까. 영화 ‘4등’ 속 준호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수영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아무리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자 ‘수영업계 돼지엄마’를 통해 유능한 과외교사를 소개받는다.

비운의 수영천재 광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1등은 물론 대학까지 골라가게 해주겠다며 호언장담한다. 단, 교육방식에는 토를 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정작 수업이 시작되자 광수는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나태한 태도로 기겁하게 만든다. 준호가 수업하지 않느냐고 닦달하자 마지못해 수영장을 향하나 막상 준호의 재능을 간파하고 눈빛이 달라진다. 

준호는 생애 첫 은메달을 목에 건다. 준호의 엄마는 거의 실신할 듯 기뻐한다. 반면 광수는 1등을 놓쳤다고 혼을 낸다. 이때부터 기록을 단축시키려고 아이 몸에 멍이 시퍼렇게 들도록 때리면서 강압적으로 훈련한다. 우연히 체벌사실을 알게 된 준호 아빠가 문제를 제기하자 준호 엄마는 “애가 맞는 거보다 4등하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한다. 

‘4등’은 준호와 준호의 부모 그리고 준호의 코치인 광수의 이야기를 통해 교육의 현주소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 자식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이 열성 엄마의 모습이 과연 어떻게 보이는지, 우리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이 아이의 부모라면 어떻게 할지 찬찬히 생각해보게끔 한다. 

이 영화는 어린 준호의 이야기면서 준호와 같은 꿈을 꿨던 실패한 어른 광수의 이야기다. 광수의 과거는 어린 준호의 현재와 연결돼있다. 광수의 수영선수 시절로 영화가 시작돼 준호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수는 성적만 좋으면 뭐든 다 용인해주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불량품과 같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는 명문대생 이야기가 간혹 사회면을 장식하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머리도 좋고 수영도 잘해 오만해진 광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다른 선수들과 다른 특별대접이 아니었을 것이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따끔히 충고해주는 진짜 어른이었다. 불행히도 준호 주변에는 그런 어른이 없었다. 젊은시절 광수와 인연이 있었던, 준호의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광수에게는 권위의 매를 드는 사람만 있었을 뿐이다. 

젊음의 치기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잃고 초라한 현재를 살고 있는 광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수영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어린 준호에게 가장 현명한 충고를 하는 이는 다름아닌, 절망의 나락을 뼈저리게 경험한 어른 광수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준호는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고, 어떤 성취도 이룬다. 그런데 그 빛이 밝을수록 광수의 초라한 현재가 안타깝다. 

‘해피엔드’부터 ‘사랑니’ ‘은교’ 등 세상의 금기에 도전해온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 특유의 섬세한 이야기에 유려한 영상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영화로 내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어른들이라면 꼭 봐야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 제작했다. 

3. [동아일보][박성연의 트렌드 읽기]집단주의를 뒤흔드는 1인 가구

1인 가구가 집단주의에 젖어 있는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서울시는 2030년에야 1인 가구가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이미 이 비율을 훌쩍 넘어섰다. 벌써 세 집에 한 집꼴이다. 직장인이 많은 중구 을지로 등 6곳은 70%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 추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전 가구 대비 1인 가구 비중이 지난해 세계 6위였지만 앞으로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서울시내 어느 골목에서나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족, 이들이 이용하는 식당과 반찬가게, 그들을 고객으로 모시는 세탁소를 흔히 볼 수 있다.

1인 가구의 빠른 증가로 사회가 바뀔까. 그 추세와 단서를 소비 패턴에서 찾아봤다. 새로운 소비주체인 1인 가구는 지난해 한 달 씀씀이가 96만 원으로 조사됐다. 머지않아 100만 원 이상을 지출할 것이다.

이들의 소비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다. 다른 가족을 부양하지 않다 보니 자기계발을 위한 외국어 학습, 몸매와 건강 관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1인 가구의 학습비는 2인 가구의 두 배에 이른다. 성인 학습 시장과 뷰티 산업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그렇지만 베이비붐 세대처럼 집단으로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혼공’(혼자 공부)이다.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서 보다 세부화된 전문 취미를 배운다.

이들에게서 4인 가구 시절처럼 단일 품목 대량 소비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작지만 특별한 가치’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이다. 외국산 소형차 수입 증가에서 나타났듯이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작은 게 아니라, 작아도 가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에서 다인 가족의 집단성 대신 가치다원화를 이끌 주역으로도 꼽힌다. 이들을 무시하고 많은 생산품을 시장에 대량으로 내놓는 생산자는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이들이 현재 획일화된 시류에 쏠리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면 집단주의에 익숙해진 사회도 바꾸어 놓을 것이다. 단, 극단적 개인주의에 따른 공동체 책임의식 실종과 같은 부작용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4. [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소맥’이 신사답지 못하다고? 

유튜브에 올라온 지 사흘 만에 60만 명 넘는 누리꾼이 재생한 인기 영상이 있습니다. 아이디 ‘영국남자’가 올린 ‘소맥을 처음 마셔 본 영국인들의 반응’이라는 동영상입니다.

‘영국남자’의 실명은 조시 캐럿(27). 그는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으로 알려져 방송에 출연하고, 유튜브에서도 120만 구독자를 얻은 인기인입니다. 그동안 불닭볶음면, 인삼주, 홍어 등 한국의 독특한 먹거리와 목욕탕, 지하철도 유튜브에 소개했습니다. 

12일 그가 올린 영상의 주제는 ‘소맥’. 그는 우선 영상에 등장한 친구들에게 한국 맥주를 맛보게 합니다. 그런데 반응이 실망스럽습니다. “글쎄?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맥주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긴 어려운데?” “맥주라기보다는 맥주 맛 나는 탄산수 같다” 등의 평가가 쏟아졌죠. 

그 다음에는 ‘소주’가 등장합니다. 영국인들은 “20도짜리 술”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합니다. 소주를 병째 들고 마신 한 영국인은 “이 술을 마시는 목적은 딱 하나네요. 엄청 취하려고…”라고 말합니다. 

이어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이라는 술을 소개하자 영국인들은 당황합니다. 술과 술을 섞는 게 익숙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건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야(That’s not very gentlemanly)”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그런데 ‘소맥’을 한번 맛본 영국인들이 돌변합니다. 별의별 찬사를 다 쏟아내면서 말이죠. “이걸 왜 수출하지 않고 있죠? 삼성보다 대단한 거예요!” “예상 밖으로 진짜 맛있네요.”

이 영상은 단지 ‘독한 술’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술을 따를 때 두 손으로 술병을 잡는 장면도 나옵니다. 건배할 때는 “치어스(cheers)”라는 말 대신에 “짠”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나옵니다. 한 영국인은 “이걸 먹고 가라오케(노래방)에 가는 거지”라고 합니다.

이 동영상은 14일 ‘인기 급상승 동영상’ 코너에서도 1위를 달리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국 독자들은 “소맥을 하셨으니 다음엔 ‘양폭’(양주 맥주 혼합 술)을 소개해 달라”며 후속편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했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그 나라의 문화를 보여줍니다. 캐럿의 동영상에는 ‘술’에서 한국의 문화를 읽고, 그것을 유머 있게 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조만간 과일향 소주와 막걸리를 소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가 다른 술에서 어떤 문화코드를 읽어낼지 기대됩니다.

5. [중앙일보][시선 2035]노오력의 배신

“너처럼 노력하면 서울대에도 갈 거야.”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은 성실한 A를 격려했다. A는 좀처럼 노는 법이 없이 책상을 지켰다. 엉덩이에 커피색 굳은살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서울대는 가지 못했다. 대학생이 된 A는 더 성실해졌다. “너처럼 노력하면 취업도 골라서 할 거야.” 공부 말고도 봉사활동에 인턴까지 챙길 게 많았다. 그래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나마 노력했으니 여기까지 온 거야.” A는 그렇게 ‘노력의 신봉자’가 됐다.

내 얘기를 굳이 A라고 쓴 건 이런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얼마 전 만난 30대 취재원도 그랬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근무하는 워킹맘, 유별나거나 극성스러운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공부를 꽤 잘한다고 했다. 요즘엔 특목고 입시를 위한 교내 과학탐구대회 준비로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온다고. 그 모습을 보면 짠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어떻게 해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거 알잖아요. 김 기자님도 열심히 했으니까 지금이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정말 그런가. 사실 나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노력의 결과가 생각과 다르다. 서울대에 가려고,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노력한 게 아니었다. 보이는 목표는 그랬지만, 그렇게 되면 내 인생을 잘 꾸려갈 수 있을 거라고 믿 었다. 대학교에 가면 즐거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기자가 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서울대에 입학한 것도 모자라 박사까지 마친 친구,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 나보다 몇 배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친구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노력이란 건 끝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노력은 노오력을, 노오력은 노오오력을 부른다. 노오오오력을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총선 당일 선거 캠프에서 만난 한 후보. 그의 입에서는 단내가 났고, 눈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잠을 못 잔 탓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캠프 관계자는 “모두 승리를 위해 200% 노력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00% 노력했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노력해 봤자 다 쓸모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운보다 노력의 힘을 믿고 노력하는 삶을 사랑한다. 다만 노력은 언제든 배신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며 노력의 방향과 정도를 잘 살피자는 거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 만화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출연해 가장 공감을 얻은 대사로 이것을 꼽았다.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사는 건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어.” 이렇게 느껴지는 노력이라면 안 해도 그만이다. 좋은 노력의 방향과 정도는? 그건 자기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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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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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4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고용 없는 투자' 돌파구는 없는가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12.5%에 달하는 등 가뜩이나 고용 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고용 동력마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가 늘었는데도 고용이 증가하기는커녕 되레 감소한 것이다. 기업 경영성과 분석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고용인원은 모두 101만 3100명이다. 전년의 101만 7600명에 비해 4500명(0.44%) 줄었다. 30대 그룹의 지난해 투자증가율이 17.9%인 점에 비춰 ‘고용 없는 투자’가 현실화한 셈이다.

대기업의 고용 감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세계 경체침체와 중국을 비롯한 후발 경쟁국의 추격, 공급과잉 등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1000명 이상 직원이 줄어든 대기업은 삼성테크윈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넘긴 삼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철강, 조선업 분야다. 포스코의 경우 1년 사이에 2795명(-8.1%)이나 줄었다. 현대중공업도 1539명(-3.9%)이 감소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열악한 고용이나마 떠받치고 있는 투자가 위축세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고용 사정이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중 기업투자 비중은 29.1%로 1976년(26.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올 들어 지난 1월(-6.5%)과 2월(-6.8%)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감소했다. 투자가 줄어들면 고용 부진은 물론이고 가계소득이나 소비가 연쇄적으로 줄어 경제 전체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투자는 고용을 늘리고 소득 증가와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 경기가 잘 돌아가게 하는 선순환구조의 첫 번째 고리와 같다. 대기업들이 경기 부진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여유 자금을 쌓아두려는 걸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투자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 고용 증가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노동개혁, 한계기업 구조조정, 규제 혁파로 투자환경을 개선해 기업 활동을 뒷받침해야 함은 물론이다.

2. 선거의 최후 승리자는 유권자들이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냉혹하면서도 위대했다. 어제 전국에서 치러진 제20대 총선 투표를 통해 스스로 나라의 주인임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국민을 등한시하며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던 기존 정치권에 엄정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밤늦도록 쫓고 쫓기는 박빙의 개표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눈앞에 펼쳐진 여야 정당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감의 표출이다. 확보 의석이 과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말았다. 16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재연되는 여소야대 구도다. 국정을 원활히 이끌어갈 책임이 있으면서도 당내 세력다툼에 몰두한 탓이다. 유례가 드문 공천 파동까지 일으킴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렸고, 끝내 응징이라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더불어민주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여당이 잃은 표를 끌어오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결코 승리한 모양새가 아니다.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았으며 공천과정에서도 자의적인 잣대를 휘둘렀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국민의당의 약진은 기존 양대 정당의 실책으로 인한 반사적 이익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으로서 국회 운영의 원활한 지렛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책무가 맡겨졌음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걱정스러운 것은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선거가 임박해오면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국회 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은 셈이다. 이번 선거가 여당뿐만 아니라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심판이라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소통과 화합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 새로 일을 벌이기보다는 진행 중인 정책이나마 차질없이 끌고가겠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들의 역할이다. 당선에 따른 개인적인 기쁨과 영광에 앞서 앞으로 4년간 대한민국의 운명을 책임지게 됐다는 사명감을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 보겠다며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던 그대로 진정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짐이 없다면 당선 축하를 받을 자격도 유보될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

3. 16년 만의 여소야대, 민심 겸허하게 수용해야

4·13 총선은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로 정치권이 재편됐고 20년 만에 양당 체제가 다당 체제로 바뀌는 격변이 일어난 것이다. 패거리 정치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 왔던 기존의 정치권력을 표로써 심판했다는 의미가 크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다. 선거 초반 압승을 예상하며 기염을 토했지만 개표 결과 과반 의석 미달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1위 자리를 내줬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유승민 후보 등 무소속의 돌풍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 여론과 동떨어진 비박계 공천 학살이나 안하무인 격의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으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이나 대통령 존영 반환 소동으로 집권당의 비민주성을 만천하에 공개했고 친박계의 석고대죄 퍼포먼스는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집권 여당의 참패는 자업자득의 측면이 크다. 소통과 설득 대신 일방통행식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민심이 담겨 있다.

4·13 총선 결과로 현실화된 다당제도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은 공천 과정에서 혼란스런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총선에서 호남에서 압승을 거두며 양당 체제를 붕괴시키고 20년 만에 다당제를 부활시켰다. 양당 체제하에서 기득권 정치세력 간의 반목과 대립으로 점철돼 온 패거리 정치를 종식시키고 소통과 참여, 개방의 새로운 정치를 펼치라는 민심이 담겨 있다. 시대 흐름에 뒤처진 저효율 고비용의 정치 구조를 개혁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냉엄하다.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등이 심각해지고 있고 경제는 날로 침체되고 있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의 난제도 많다. 다당제에서 대통령 역시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대전환이 요구된다. 일방적으로 국회를 비난하기보다 국회와의 소통을 중시하면서 정당 간 연대를 존중해야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소통과 화합은 정당 차원을 넘어 국정의 성공적 운영의 필수 조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선전했지만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참패했다. 친노·운동권당이라는 꼬리표를 여전히 떼어내지 못한 채 야권 후보 단일화에만 목을 매는 모습을 연출했다. 텃밭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참패한 것은 수권 야당으로서 일대 각성을 촉구한 것이다. 4·13 총선은 변화의 희망을 갈구하는 민심이 담겨 있다. 국민이 여야 모두에 과반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독주 대신 ‘균형과 견제’의 정치를 펼치라는 주문이다. ‘무능 국회’, ‘불임 국회’로 막을 내린 19대 국회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 민생을 살피는 상생의 정치를 요구하는 민의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20대 국회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기는커녕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4. 총선 마친 정치권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라

4·13 총선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다시 한번 예상을 뛰어넘는 역동성을 보여 줬다. 유권자 각자의 한 표가 마치 집단지성처럼 거대하게 뭉쳐져 생산성 제로의 기득권 정치를 엄중히 심판한 동시에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 전체에 전해진 국민들의 이 같은 경고와 주문은 실로 준엄하다. 불통과 대립의 정치를 걷어치우고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일으켜 민생을 돌보고, 경제살리기에 나서라는 뜻과 다름없다. 여야 정치권은 이 같은 민의를 똑똑히 새겨 지금부터라도 즉각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곧 20대 국회가 출발하게 된다. 또한 내년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집권 세력 내부의 권력 누수는 점점 현저해질 것이 확실하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선 국회 운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의석 반수를 훌쩍 넘긴 상황에서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혔는데 이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여소야대가 됐으니 야권의 위세에 눌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야당책임론’만 외칠 텐가. 국정 운영의 잘잘못 책임은 오롯이 집권 세력의 몫일 수밖에 없다.

다당체제,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들은 독선과 오만에 빠지기가 쉽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입하면서 비세(非勢)의 여당을 몰아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여소야대 상황을 만든 것은 결코 야당들이 미더워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만 한다. 특히 국회선진화법 개정이나 일부 쟁점 법안 처리에 호의적인 국민의당 약진에서 알 수 있듯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되 안보·민생·경제살리기 등에 관한 한 초당적으로 협력하라는 주문이다. 국민들이 19대 국회에 ‘역대 최악의 무능 국회’라는 오명을 붙인 이유를 잊어선 안 된다.

절대 다수당이 없는 상황에서 여야 3당 간의 기싸움을 비롯해 정당 간 과열 경쟁은 자칫 국회를 마비시킬 수 있다. 안보위기·경제위기가 중첩해 몰아치고 있는 지금 국회가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게다가 총선 과정에서 여야는 실천 계획이 불투명한 온갖 경제·복지공약을 쏟아냈고, 국가개혁 청사진이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여야는 20대 국회 개원 전이라도 민생법안 처리 등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하길 바란다. 그것이 국민들이 표를 통해 던진 메시지의 의미다.

[한국일보]

5. 곳곳서 무너진 지역주의 벽, 희망이 보인다

높고 두꺼웠던 지역주의의 벽이 곳곳에서 무너졌다. 새누리당의 아성 대구에서 31년 만에 정통야당 소속 김부겸 후보가 큰 표차로 낙승했고, 역시 야당 계열인 무소속 홍의락 후보도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변화다. 대구 못지 않게 새누리당 세가 강한 부산경남에서도 의미 있는 야당 승리가 이어졌다. 반대로 야당의 텃밭인 전남과 전북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정운천 후보가 승리 깃발을 꽂았다. 이제 망국적 고질병이라는 지역주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음을 일깨운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주의 벽 깨기를 선도한 이는 대구 수성갑의 더민주 김 후보다. 대구의 강남이라는 이곳에서 김 후보는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시종일관 앞섰다. 2012년 내리 국회의원 3선을 했던 경기 군포를 떠나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대구로 내려간 그는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분루를 삼켰다. 이번에는 달랐다. 새누리당의 유승민 내치기, 진박 마케팅 역풍의 반사이익도 컸지만 대구시민들이 그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후보의 당선은 더민주 비례대표 출신 무소속 홍 후보의 당선과 함께 대구의 지역주의 극복에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부산경남(PK)지역에서도 영남 지역주의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부산에서 더민주전재수(북강서갑), 김영춘(진구갑), 김해영(연제) 후보 등이 승리한 것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임을 감안해도 김해 갑ㆍ을(갑 민홍철ㆍ을 김경수)을 더민주가 석권한 것은 지역주의 타파 의미가 크다. 당선에는 못 미쳤지만 다수의 더민주 후보가 30~40%대의 높은 득표를 한 것도 이전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변화다.

반대로 호남 정서의 아성인 전남ㆍ북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정운천 후보의 승리는 호남지역도 과거 높았던 지역주의 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2014년 7ㆍ30 재보선에서 지역주의 타파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 후보는 전남 순천에서 선거구 조정의 불리한 여건을 딛고 당선됐다. 전북 전주을에서 금배지를 거머쥔 정 후보는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출신이다. 두 후보가 이 지역에 분 국민의당 바람에 따른 3자 대결 구도의 덕을 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호남에도 여당후보 한두 명쯤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음이 확인되는 등 지역주의 균열 흐름도 한층 뚜렷해졌다. 대구에서 부산경남벨트를 거쳐 전남북으로 이어진 U자형 띠에서 지역주의 극복의 분명한 희망을 본다.

[동아일보]

6. 여당 참패, 박근혜 대통령 확 바뀌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민심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은 몰랐다. 어제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집권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에 훨씬 못 미치는 120여 석에 그쳐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출범하게 됐다. 집권 3년여 만에 치러져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탄핵풍’이 불었던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최악의 참패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 10개월이나 남았지만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이 가시화했다. 경제와 안보 실정(失政) 책임은 야당에 미루고, 안으로는 공천을 놓고 계파 싸움에 몰두한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응징이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어제 밤늦게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새누리당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날”이라며 패배를 자인했다.

새누리당과 그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7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져본 적이 없다.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어지러운 정치판에서 친노(친노무현)·운동권 중심의 야당에 힘을 실어주면 국정운영이 파탄나지 않겠느냐는, 중도·보수 성향 국민의 ‘공포의 균형감’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불패 신화’에 오만해진 집권세력의 독선에 마침내 국민은 회초리를 들었다. 새누리당은 국회 대표실에 ‘정신 차리자, 한순간에 훅 간다’는 배경판만 달아놓고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 기득권에 빠져 국정은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안위만 염두에 둔 ‘웰빙 새누리당’에 국민이 철퇴를 내린 것이다.

 
중간평가에서 ‘탄핵풍’보다 더한 공천역풍
 
특히 친박(친박근혜) 충성분자를 꽂아 넣기 위해 ‘총선 결과에 개의치 않겠다’는 역대 최악의 막장 공천은 전통적인 지지층의 이반을 불러왔다. 이른바 서울 강남벨트와 텃밭인 부산과 대구의 지지층이 고개를 돌린 것을 박 대통령과 친박 핵심은 직시해야 한다. 전체 투표율은 58.0%로 지난 총선보다 3.8%포인트 높아졌지만 전통적 여당 지역인 대구 부산 등이 가장 저조한 것은 아예 투표도 하기 싫다는 의미다. 이번 총선은 야권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새누리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도였다. 그러나 이번만은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분노의 폭풍’이 불면서 야권 분열 구도가 맥을 못 추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에서 새누리당에 근접하면서 선전(善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가 수도권에서 더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결코 이 당이 예뻐서가 아니다. 집권세력이 미워서다. 특히 정통 야당을 자임하는 더민주당이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과 정당투표에서 참패한 것을 친노패권주의, 운동권 정치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 여부에 대선 출마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으니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 궁금하다.

여야를 통틀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문 전 대표가 하차한다면 차기 야권의 대선구도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더민주당은 먼저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의 믿음을 얻는 데 주력해야 한다. 더민주당은 19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등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다. 그러니 국민의 눈에 안보불안, 경제불안, 신뢰불안 정당으로밖에 더 보이겠는가. 제3당으로 약진한 국민의당에 ‘야권재편 당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국정 정상화 위해 탕평인사-개각하라
 
총선이 끝나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잠룡들이 꿈틀거리겠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이 녹록지 않다. 박근혜 정부 앞에는 경제를 살리고 금융 노동 공공 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실업률 상승과 수출 급감,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것이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 철회로 나타났다는 해석도 있다. 박 대통령에게 총선 이후의 과제는 여당의 대선 준비가 아니라 국정의 정상화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도 무너질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임기 후반기에 국정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당내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한 것은 국민이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이제는 ‘선거의 여왕’이란 타이틀은 내려놓고 국정에 전념해 경제위기, 안보위기를 헤쳐 나가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향후 정국은 집권 새누리당과 친여 무소속,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혼존(混存)하는 다여다야(多與多野) 구조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일방통행식 통치에서 탈피해야 한다. 야당까지 아우르는 탕평인사와 함께 전면 개각으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국민 앞에 자성하고 새롭게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이번 총선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단호하게 던진 메시지다.

7. '국민의당 돌풍' 안철수, 대권 아닌 국민을 보고 가라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일으킨 ‘녹색 돌풍’이 호남 전체를 거의 휩쓸었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거의 40석에 육박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며 제3당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특히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득표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전국 정당화 가능성을 말해준다. ‘양당 철밥통 체제’를 비판한 안철수 대표에게 호응해 국민이 거대 기득권 양당에 경고를 보낸 셈이다.

선거로 제3의 원내교섭단체가 탄생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 때 50석을 얻은 자유민주연합 이후 20년 만이다. 오랜 양당 구도로 인해 여야 간 ‘적대적 공존관계’가 굳어지면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대의정치가 실종된 것이 국회의 실상이었다. 안 대표는 1월 “양당 구조 속에서 탄생한 것이 국회선진화법이므로 3당이 존재하면 원래의 단순 다수결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대 국회에 진입하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안 대표의 정치 초심대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중도개혁 노선을 견지한다면 보수-진보 양 극단의 정치에 신물을 내는 중간층의 지지를 업고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서 국정을 원활하게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이 더민주당을 제치고 ‘호남의 맹주’가 됐다는 것은 야권에는 혁명에 가까운 이변이다. 2004년 17대 총선 이래 친노(친노무현)의 손을 들어준 호남이 친노와 좌파 운동권 세력의 온상으로 변질된 더민주당을 12년 만에 응징했다는 의미가 있다. ‘강철수’의 뚝심을 발휘한 안 대표가 야권의 텃밭이자 심장부인 호남을 장악했으니 이제 야권 재편과 대권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국민의당에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정동영 당선자와 같이 더민주당 친노 세력에 못지않게 강성인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두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을 상대로 선명성 경쟁을 벌인다면 20대 국회는 19대 국회 못지않게 극단적 발목잡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안 대표가 사안별로 여야를 넘나들며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해야 국회가 생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녹색 돌풍’이 계속되려면 안 대표는 대권이 아닌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 정치권의 개혁을 선도하면서 정책과 국회 운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민의당이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기득권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한국경제]

8. 20대는 국회독재 아닌 일하는 국회 돼야

20대 총선이 끝났다. 5월30일부터 4년 동안 봉사할 ‘선량(選良)’ 300명도 가려졌다. 여야의 승패도 갈렸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내야 마땅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안보와 경제의 두 축이 비정상 궤도를 맴도는 국가적 긴장 상태에서 4개월 가까이를 총선 정국으로 날려 보낸 탓이다. 정치권은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정치를 정상적으로 하는 ‘정치의 정상화’다.

정치 외교 국방 등 국가적 아젠다를 처리하는 데서 19대 국회는 내내 의사무능력자처럼 행동했다. 국회는 토론도 합리적 의결도 이뤄내지 못했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노조 등 이해집단의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이 정부가 추진한 소위 4대 개혁과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었다.

운동권 정치의 종식도 이번에 확인된 민심이다. 투쟁 일변도의 운동권 정치는 끊임없이 편을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며 국민을 질리게 했다. 정부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반대하고, 나라가 망해도 현 정부가 실패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들이 찰거머리같이 정치를 지배해온 19대였다. 아니 일부 정치인들은 길거리 갈등이나 분쟁을 민주주의인 것처럼 인식하는 반(反)제도적 행태도 보였다.

특히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선 여야 할 것 없이 계파 간 갈등이 노골화됐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 비박에 진박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친노와 비노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계파는 이념이나 정책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돼야지, 이번처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그런 계파 정치는 파벌정치로 타락할 뿐이지만 선거과정에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앞으로의 정치개혁을 낙관할 수 없게 하는 요소다.

20대 국회가 19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정치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 ‘불임국회’를 초래한 국회선진화법을 폐기해야 한다. 또 개인 비리까지 막아주는 것으로 악용되는 불체포특권과 아무런 말이나 제멋대로 유포하는 소위 ‘막말특권’, 즉 면책특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100여개가 넘는다는 특권은 스스로 폐지해야 하고, 보수도 근로자 평균소득의 2배가 넘지 않도록 대폭 삭감해야 옳다. 이밖에 국민의 4분의 1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과잉범죄화 입법, 관련 없는 기업인들까지 불러다 호통치는 ‘원님재판’식 청문회도 금지돼야 마땅하다. 또 예산 고려 없이 마구 찍어내는 의원입법, 국가예산에 지역 민원을 끼워넣는 예산야합 등도 잘라 없애야 할 관행이다. 이런 조치들이 곧바로, 그것도 눈에 띄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치는 정상화하기 어렵다. 그만큼 지난 19대는 ‘의회 독재’로 불릴 정도로 최악이었다.

선거에 재미를 붙인 듯 정국을 곧바로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이어간다거나, 정계개편 운운하며 다시 파워게임식 ‘새 판 짜기’ 충동은 경계해야 한다. 그런 행태야말로 정당정치의 파멸을 불러오는 악수가 될 것이다.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는 더 이상 용납받을 수 없다. 이번 총선 막바지에 여당과 야당은 무릎꿇기, 절하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제를 살리겠다’가 아니라 ‘잘못했습니다’가 선거 구호가 된 듯한 민망한 풍경이었다. 그런 쇼는 이제 모두 끝났다. 당장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상화된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에 희망이 생긴다.

[중앙일보]

9. 빗나간 선거 여론조사, 유권자 혼란 막게 정비하라

4·13 총선은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선거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현역 의원 평가와 컷오프, 총선 후보 선출에 제시된 근거는 늘 여론조사였다.

그렇다면 판단 기준이 되는 여론조사는 정확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동일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를 넘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의뢰자의 의도에 맞게 여론조사를 해주는 기획 여론조사 기관도 있었다고 한다. 선관위가 적발해 처벌한 여론조사만 100건이 넘는다.

그러니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는 응답이 믿는다는 의견보다 많은 게 우리 현실이다. 고작 1~2% 응답률로 판세를 예측하니 높은 정확도가 오히려 기적이다. 게다가 주로 집전화에 의존하는 조사 방식 자체의 한계도 있다. 현실에서 집전화 가입자는 줄고 휴대전화는 표본 수집이 어렵다.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 수치가 정치판에선 금과옥조다. 정확성이 의심되고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된 여론조사가 정당의 공천 결과를 좌우하고 유권자의 표심을 출렁이게 만든다.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물론이다. 이번 총선을 놓고 주요 여론조사 기관은 새누리당 157~175석, 더불어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5~31석을 전망했다. 실제 결과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여야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선거 여론조사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면 여론조사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무엇보다 100개 이상 난립한 업체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번에 도입된 무선전화 안심번호제를 잘 다듬어 정당뿐 아니라 여론조사 회사에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경향신문]

10. 설탕과의 전쟁, 재벌 압력에 굴복하면 안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선포한 ‘설탕과의 전쟁’이 업계와 경제부처의 반발로 순탄치 않은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식약처는 ‘제1차(2016~2020년)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세웠으나 지난 7일 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치며 대폭 후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식약처는 당초 내년 7월부터 시리얼과 즉석식품의 영양표시 의무화를 도입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영양표시 확대 추진으로 변경됐다. 2018년부터 당류 함량이 높은 식품에 ‘고열량·저영양식품’ 표시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안도 ‘추진 검토’로 완화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들이 지나치게 규제를 가하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는 것이다. 시민 건강증진을 앞세운 식약처가 기업 논리를 대변한 경제부처에 밀렸다는 얘기다. 식품가공업과 제당업에 진출한 재벌의 반발이 심상치 않고 대정부 로비와 압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설탕과의 전쟁은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악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류 섭취 규제란 세계적 추세와 시민 건강 증진이란 대의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당류 섭취는 갈수록 늘고 있으며 비만 관련 의료비는 연간 4조원이 넘고 당뇨병 관련 의료비는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들이 당류 섭취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앞으로 대체 감미료와 당류 저감제품 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야 생존이 가능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영국은 2018년부터 설탕세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캐나다도 탄산, 과실음료와 같은 가당 음료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도 설탕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번에 국내에서 설탕세 도입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도입 시 제품가격 상승으로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업계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설탕과의 전쟁에서 기업을 넘지 못하면 부담은 시민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리뷰·연극3편]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헨리4세·햄릿아비·보도지침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연극계에서 바로 그 '왕관'의 중독성, 연민, 그리고 치졸함을 다룬 연극 세 편이 주목 받고 있다. 

◇헨리 4세 파트1 & 파트2-왕자와 폴스타프

세종문화회관 산하단체인 서울시극단이 2002년 국내 초연한 뒤 14년 만에 다시 선보이고 있다. 객원으로 초연을 지휘한 데 이어 다시 연출을 맡은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의 미니멀리즘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4륜 구동차에 태운 듯 멋스러움과 함께 속도감까지 선사한다. 

원작대로 하면 러닝타임이 5시간이 훌쩍 넘는다. 비디오 플레이어의 빨리감기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약 2시간40분으로 압축했다. 덕분에 밀도감이 높아졌다. 리처드 2세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영국 왕 헨리 4세가 왕관에 극도로 집착하는 심리적 변화가 다이내믹해졌다. 

권력을 향한 헨리 4세의 아들 헨리 왕자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허풍쟁이 궤변가 '폴스타프'와 어울려 밑바닥 삶을 체험하면서 온갖 기행과 방탕을 일삼는다. 하지만 반군에 맞서 승리를 거두는 그가 부친이 잠시 쓰러진 틈을 타 왕관을 제 머리에 얹을 때, 그 무거움은 기꺼이 감당하고픈 것이 된다. 

그 무거운 정도를 대수롭지 않게 만드는 이는 폴스타프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에는 햄릿이 있고, 희극에는 샤일록이 있으며, 사극에는 폴스타프'가 있다. 헨리 왕자가 즉위한 뒤 버림받는 드라마틱한 면도 갖춘 그는 뚱뚱하고 늙은 술고래에 난봉꾼이지만 권력의 위선을 통렬히 조롱한다. 서울시극단 단원 이창직의 능수능란함은 폴스타프를 펄떡이게 만든다. 

대학로에서 다방면의 작업에 참여하는 오세혁 작가가 각색했는데 그는 청년 문제에 관심이 크다. '헨리 4세'에서 세대 갈등도 도드라지는 이유다. 왕의 가족으로 태어났으면 충분히 왕이 될 만한 능력과 재주가 많은 젊은이인 홋스퍼는 권력의 무게감을 지난하게 지키려는 이들로 인해 사라져갔다. 14일까지 세종M시어터. 2만~5만원. 세종문화티켓. 02-399-1000

◇햄릿아비 

이성열 연출이 이끄는 극단 백수광부가 창단 20주년 기념 첫번째 공연으로 선보인 새 공동창작극 '햄릿 아비'에서 왕관의 주인은 셰익스피어 '햄릿' 속 햄릿의 아버지다. 자신의 동생에게 억울하게 시해된 원혼이다. 따라서 그의 왕관은 연민이다. 원혼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햄릿아비'는 이 시대의 햄릿아비, 즉 원혼은 누구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백수광부 단원들은 공동창작극의 특징을 살려 여러 시선으로 시대의 아픔들을 빠짐없이 무대 위에 기록한다.


햄릿이 어느 날 밤 열차를 타고 알 수 없는 곳들을 떠돌며 만나는 상황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질곡의 역사다. 권력을 잡은 이의 사관에 따라 과거의 역사가 다시 쓰여지고, 고등학생은 빨갱이를 잡겠다며 도시락 폭탄을 만든다. 그 고등학생은 정치, 연예뿐 아니라 연극계 가릴 것 없이 진보인사들의 실명을 거듭하며 거침 없이 욕을 내뱉는다. 

2년 전 죽은 딸을 위해 생일잔치를 벌이는 부모의 모습에서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깨닫게 만든다. 극 속에서 잠시 빠져 나온 배우들은 지난해 연극계에 분 검열 광풍 등의 논란에 대해 거침 없이 털어놓기도 한다. 진짜 왕관(王冠)을 쓴 이들로 인해 햄릿아비들의 왕관은 관(棺)밖에 될 수 없다. '제37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중 하나다. 17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 3만원. 극단 백수광부. 02-813-1674


 ◇보도지침

5공화국 시절 매일 아침 언론사에 은밀히 전달된 보도지침을 다룬 '보도지침'에서 왕관을 쓴 이들은 지침을 내리는 권력자들이다. 그들은 국민들의 눈, 귀, 입을 틀어막기 위해 치졸함으로 점철된 왕관을 움켜잡고자 했다.


연극은 당시 보도지침을 수용하지 않은 몇몇 언론인이 뜻을 같이 해 월간 '말'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화가 바탕이다. 이 재판 과정을 다룬 법정드라마다. 내용은 상당히 각색됐다. 재판에 연루된 실제인물들 간의 관계와 설정을 연극적으로 꾸몄다. 

실존 인물인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기자 '주혁', '말'지를 연상케하는 '독백'의 발행인 '정배', 변호사 '승욱', 검사 '돈결'은 모두 대학시절 연극반을 같이 한 절친한 친구다. 가장 진보적이던 돈결은 보도지침을 폭로한 주혁과 정배를 기소하려 든다. 승욱은 두 사람을 변호한다. 판사 '원달'은 이들의 대학 스승이자 연극반 선배였다. 법정은 결국 이들 관계의 역사적 집결지다. 

블랙코미디와 엄숙함이 깃든 법정 신과 유쾌함과 문제 의식을 갖게 되는 대학 동아리 신을 오가며 긴장과 이완을 조절한다. 끊임없이 대사를 쏟아내는 주혁 역의 송용진, 승욱 역의 이명행 등 배우들의 열연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자신이 수감된 상황에서 동료들이 대신 차린 돌상을 받은 딸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한다는 주혁의 바람은 심장을 파고든다. 

변정주 연출의 풍자적이면서 고루하지 않고, 재기발랄하면서 가볍지 않은 터치는 세련됐다. 특히 사건의 본질과 함께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현재를 투영케 한다. 

다만 '보도지침'은 제작사 대표가 대학로의 주관객층인 20, 30대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고 일부 관객은 보이콧 중이다. '보도지침'에서는 '연극은 시대의 정신'이라는 말이 수차례 반복된다. 일부 소비패턴의 흐름을 뭉뚱그린 제작사 대표는 시대의 정신을 잘못 읽는 오류를 범했지만, 이로 인해 연극 자체가 추구하는 정신까지 퇴색시키기에는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고가 아깝다. 1986년 문성근·강신일을 내세워 400여회 공연하는 동안 서울에서만 5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칠수와 만수'처럼, 연극을 통해 졸렬한 권력에 통렬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 [동아일보][내 생각은/최시영]공공도서 깨끗하게 읽자

올해로 전국 공공도서관이 1000곳을 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31일 ‘제2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도서관 기반 확충과 운영 내실화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환영할 만한 조치다. 올바른 독서 문화를 위해 하드웨어는 발전하는데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아직 후진적인 건 우려스럽다. 

우선 도서 관리상태에 문제가 있다. 연필로 밑줄이 그어진 것은 물론 지우기 어려운 펜으로 낙서돼 있거나 형광펜으로 표시된 책이 부지기수다. 페이지 일부가 없는 경우도 흔하다. 이물질이 침착된 경우도 있다. 인기 도서나 필독 도서 그리고 간혹 있는 수험서는 대출자의 상식을 의문케 할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다. 이용자의 무책임한 행태를 감독해야 하는 이유다. 

담당자가 대출과 반납을 승인할 때 도서 상태를 점검해 문제 있는 이용자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 문체부가 통일된 지침을 마련해 도서관에 이행할 것을 주문해야 추진력과 구속력이 생긴다. 개선되면 각 도서관이 재량으로 관리하면 된다. 정숙을 해치는 것보다 도서를 막 다루는 것이 더 나쁘다. 더럽혀진 책 때문에 이용자 전체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3. [동아일보][윤세영 따뜻한 동행]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까

활짝 핀 꽃들로 세상이 온통 화사한 봄날에 문득 ‘자연과 인간 사이에선 누가 갑일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 것은 연일 들려오는 ‘갑질 시리즈’ 탓일 게다. 그런 고약한 뉴스는 사람에 대한 희망을 접게 하지만 지난주에 내가 만난 이삿짐 아저씨는 사람에 대한 실망을 다시 희망으로 바꿔주었다.

지난주에 이사를 두 번 했다. 그런데 사무실의 책을 집으로 옮기는 초벌이사에서 이삿짐 아저씨가 얼마나 웃는 낯으로 능숙하게 일을 잘하는지 감탄을 했다. 짐을 실어 나르는 도중에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그곳에 갇히고도 “이사하다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다”며 느긋하고 태연했다. 기술자가 달려와 비상수단으로 문은 열었지만 엘리베이터가 정상화되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그 바람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지만 아저씨는 오후 일정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으니 급할 것이 없다며 오히려 우리를 편하게 해주었다. 이사를 하다 보면 항상 변수가 많다는 것. 한 번은 이삿짐을 싣고 갔는데 아직 도배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8시간을 대기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칠 후 본격적인 이사도 그 아저씨에게 맡긴 것은 당연지사. 도움이 될까 하여 아들을 불렀더니 이번에는 아저씨의 예상보다 일찍 일이 끝난 모양이다. 약정한 이사비용에서 20%를 덜 받겠다고 했다. 아들이 도와주어 일이 수월하게 끝났으니 자기가 일한 만큼만 받겠다는 것이었다. 갑도 없고 을도 없는 정말 기분 좋은 거래였다.

그날 밤 아들이 내게 말했다. “엄마, 이삿짐 아저씨가 지금 예순 둘인데 일흔다섯까지 건강을 잘 지켜서 일하시는 게 목표래요. 젊은 저도 힘들던데 그렇게 즐겁게 일하시는 모습이 참 대단해 보였어요.”

어쩌다 재벌가에서 태어난 덕에 호강하고 누리는 것들에 대한 감사는커녕 ‘갑질’을 일삼는 사람과 힘든 노동을 하며 살지라도 경우가 반듯하고 올바른 사람. 참으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부류의 삶을 보며 사람에 대한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맛보았다.

지금 도처에 봄꽃들이 피고 진다. 매화와 산수유,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고 지는 속에 벚꽃이 흩날리고 목련이 하얗게 웃는 봄날, 하마터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뻔했다. 그러나 지는 꽃이 있는 반면 피어나는 꽃이 있듯 악취를 풍기는 한편에서 또한 향기를 전해주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아직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4. [중앙일보][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을 사랑하게 된 아주 특별한 이유

요즘 날씨가 풀리면서 곳곳에 꽃들이 활짝 피고 있다. 그 숱한 꽃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벚꽃이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분이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주한 브라질대사관에 계셨던 에지문두 후지타 대사님이다. 벚꽃 하면 그분과 관련된 이야기가 떠오른다.

2014년, 날이 풀리면서 꽃봉오리가 고개를 내밀던 어느 포근한 봄날이었다. 그날따라 막 출근한 대사님이 아주 피곤해 보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 보았다. 대사님은 허허 웃으며 “이른 새벽부터 벚꽃을 보러 하동에 다녀왔다”고 했다. 대사님이 꺼내 보여준 휴대전화 속에는 아름다운 하동의 풍경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 봤던 벚꽃 중 가장 아름다운 벚꽃이 거기에 있었다. 연방 감탄을 하는 내게 대사님은 “언젠가 꼭 다녀오라”고 추천을 했다.

후지타 대사님은 그런 분이었다. 통상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좋은 점에 대해 물으면 ‘발전한 기술’ ‘치안과 편리한 생활방식’ ‘매력적인 문화 콘텐트’ 등을 말하지만 후지타 대사님은 늘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능력 있는 외교관으로서 전 세계의 많은 곳을 다녀본 분이었지만 한국을 특히 아끼고 사랑했다. 회의 참석차 이동할 때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국의 풍경 하나하나를 감상하며 좋아했다. 틈만 나면 사모님과 기르던 강아지, 이렇게 셋이서 함께 한국의 방방곡곡을 여행하는 것을 무척이나 즐겼다.

후지타 대사님은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는데 한국의 자연을 통해 받은 영감을 미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나는 그런 대사님을 통해 새삼스럽게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외교 공관에서 대사라고 하면 보통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높은 분이란 인식이 많다. 하지만 후지타 대사님은 정말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모든 직원을 배려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나 역시 대사님께 많은 것을 배웠고 마음 깊이 존경하게 됐다.

5. [동아일보][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배트맨과 슈퍼맨, 문재인과 김종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란 근사한 제목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나를 세 번 죽였다. 재미가 하나도 없었고, 의미도 없었으며, 심지어 길기까지(상영시간 2시간 30분)했던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 나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건곤일척 대결을 벌이는 이유가 미치도록 궁금했다. 공히 인류를 구하는 슈퍼히어로인 둘이 도대체 (여자 문제가 아니라면) 무슨 이유로 맞붙겠는가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는 허무한 결론에 이르렀다. 둘이 싸우는 이유는 단지 힘이 남아돌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배트맨은 슈퍼맨이 영 아니꼽다. 인간도 아닌 외계인 주제에 구원자 행세를 하고 있어서다. 사실, 슈퍼맨은 지구를 지키기보단 파괴하는 존재다. 같은 외계인인 조드 장군에 맞서 눈에서 광선을 뿜어내며 싸우는 과정에서 빌딩이 무너지고 수많은 인간이 희생되지 않았느냔 말이다. 그럼에도 슈퍼맨은 외계인이라는 초월적 존재이기에 어떤 도덕적 비난도 받지 않은 채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는다.

배트맨은 박사 수료 이상인 자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무지하게 어려운 말로 슈퍼맨의 존재적 문제점을 정의한다. “슈퍼맨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각인시켜 주는 데 있다. 슈퍼맨 앞에서 인간은 한낱 우주 생명체 중 하나에 불과해지니까….” 자신에게 의지함이 없이는 인간 스스로는 어떤 일도 해결하지 못하게끔 만듦으로써 인간의 존재 가치와 자유 의지를 추락시키는 암적 존재가 슈퍼맨이란 주장이다.

반면 슈퍼맨은 법 위에 서서 자경단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배트맨이 불만이다. 범죄자들의 몸에 섬뜩한 박쥐 모양 낙인을 푹푹 찍어대고, 악당들을 혼내준다며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는 배트맨이야말로 악당보다 더한 공포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슈퍼맨은 말한다. “배트맨이야말로 인류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 영원히 착한 존재는 있을 수 없으니까. 배트맨 때문에 수천 명이 희생됐지. 고담시를 봐. 배트맨이 활약했다고 하지만, 지금 착한 사람이 얼마나 남아 있지?”

어떤가. 배트맨과 슈퍼맨, 누구의 주장이 더욱 그럴싸하게 보이는지?

양자택일하기에 앞서 일단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 속에서 갈등하고 다투고 대결하는 슈퍼맨과 배트맨은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를 각각 쏙 빼닮아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지구인도 아닌 외계인이 영웅 행세를 한다’는 배트맨의 불만은 홀연히 더민주당으로 들어와 대표 자리에 앉아 난세의 해결사로 떠오른 김종인을 바라보는 문재인의 복잡한 심경은 아닐까? 굴러온 돌(슈퍼맨 혹은 김종인)이 박힌 돌(배트맨 혹은 문재인)을 빼내려 한다는 의심의 형국이 아닌가 말이다.

반대로 배트맨을 흘겨보는 슈퍼맨의 마음은 문재인을 향한 김종인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사심도 없고 깨끗한 외부인인 내가 마른하늘에 빛처럼 나타나 침몰해 가는 당을 구원해 주려 하거늘, 어두운 패권주의로 얼룩진 친노 세력이 도대체 무슨 도덕성과 정당성을 기반으로 나를 ‘바지사장’ 취급하느냐는 불만이 아닐까.

오, 게다가 배트‘맨’과 슈퍼‘맨’처럼 문재‘인’과 김종‘인’도 이름의 끝 글자가 똑같지 않은가! 이런 무시무시한 평행이론이? 배트맨과 슈퍼맨이 처음에는 서로 나쁘지 않은 사이였지만 점차 ‘친구’인지 ‘적’인지 헷갈려한다는 점도 문재인과 김종인의 관계를 절묘하게 포개 놓은 것만 같다. ‘서로 적인 듯하지만 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이 영화의 영어 제목(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중 ‘대(對)’를 뜻하는 영어를 ‘vs’가 아닌 ‘v’로 어중간하게 표기해 놓은 것이리라.

영화 말미에 이르면 공공의 적인 악당 렉스 루터가 만들어낸 무지막지한 괴물 둠스데이에 맞서기 위해 배트맨과 슈퍼맨이 힘을 모으면서 둘의 갈등은 봉합되지만, 이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는 악당 렉스 루터의 다음 대사를 통해 우리에게 하나의 분명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힘 자체는 순수한 거라고? 그 말은 거짓이야.”


그렇다. 정의를 표방하든 평화를 외치든, 세상 모든 힘의 본질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힘은 그 자체로도 결코 순수하지 않다. 나 같은 힘을 가진 또 다른 존재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 힘의 태생적 본질이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태양도 오직 하나, 영웅도 오직 하나, 구원자도 오직 하나, 아내도 오직 하나여야만 하는 것이다. 아, 지구나 지키면 될 일인 배트맨과 슈퍼맨이 쓸데없고 소모적인 싸움질을 벌인 게 고작 존재증명 때문이었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슈퍼영웅들아! 

지난주 수요일 후지타 대사님께서 본국에서 별세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 들었다. 2009년 4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한국에 계시던 6년 동안 정말 한국을 사랑하고 그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분이다. 그분을 기억하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돌아가신 대사님의 뜻대로 더 많은 사람이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알게 됐으면 한다. 깊은 애도와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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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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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12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이제 선거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드디어 제20대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4년간 대한민국의 진로를 좌우하게 되는 중차대한 행사다. 여야 정당의 지도부와 각 후보자들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심초사 선거운동에 매달려 온 이상으로 유권자들도 과연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기보다 자칫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 드는 상전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팽배해진 정치 불신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권리 행사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8~9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이 제도가 도입된 2013년 이래 최고치인 12.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이 뚜렷한 증거다. 물론 이러한 표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19대 국회가 당리당략에 치우쳐 실망적인 결과를 남겼다는 점에서 사전투표 참여자들 각자가 현명하게 선택했을 것이라 믿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도 적지 않은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여야의 독선적인 행태로 미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각각 자신의 표밭으로 간주하던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조차 마지막까지 읍소작전으로 일관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불신을 자초한 정치권의 자업자득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후보자들마다 막판까지 서로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는 데만 무려 1000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정도라고 한다. 예산을 끌어대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방안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뜻에서 공허한 약속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의 마지막 유세는 양상이 더할 것이다. 판세가 불리하다 싶을수록 허황된 공약으로 유권자의 눈길을 끌려고 들 것이다. 상대방 후보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과 흑색선전도 정점에 이를 것이라 여겨진다. 이럴 때야말로 빈쭉정이 후보를 가려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유권자들이 세심한 눈길로 마지막까지 후보들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나라의 운명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다.


2. '만능통장', 고객들 눈속임 하려는가

‘만능통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시작부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 등 주요 은행들이 일임형ISA를 어제 출시했지만 당초 금융당국에 신고한 상품 모델포트폴리오(MP)와 차이가 많이 나는 것부터가 그러하다. 은행들이 고객 투자성향에 따라 자금을 운용하는 일임형ISA의 포트폴리오에는 고위험 투자상품 ELS(주가연계증권)가 거의 제외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한 달 전 신탁형ISA를 출시했을 때 ELS를 적극 권유했던 것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신탁형ISA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기대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이에 비해 일임형ISA는 운용을 맡은 금융회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결국 금융사가 책임을 지고 장기간에 걸쳐 상품을 운영해야 하는 일임형의 특성을 고려해 은행들이 ELS 등 고위험 상품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이 직접 상품을 구성하는 신탁형ISA의 경우 은행들이 ELS를 적극 권유했던 것과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에서 빚어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진작부터 우려했던 그대로다.

은행들은 이 같은 영업전략이 ‘불완전 판매’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잠재 위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라는 뜻이다. ISA는 계좌 하나로 예·적금이나 펀드, 파생결합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다. 의무 가입기간이 5년이며, 돈을 찾을 때 수익이 200만원 이하이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가입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의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약할 경우에 대비한 보호장치를 제대로 마련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ISA에 몰리는 자금이 향후 5년내 15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재산을 불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ISA가 믿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되도록 안전장치를 갖추는 등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고객유치 경쟁 못지않게 신뢰와 안전성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써야만 할 것이다.

[서울신문]

3. 주먹구구 지역인재 공무원 채용 개선하라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 자신의 시험성적을 조작한 시험준비생이 학교장 추천 과정에서도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공무원 7급 지역인재 학교장 추천 시스템에도 구멍이 난 셈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인재 선발 시험은 2005년부터 도입됐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통해 755명이 국가공무원이 됐다. 보통 7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100대1이 넘지만 학교장 추천을 받으면 경쟁률이 크게 떨어진다. 올해는 110명을 뽑는 데 702명이 추천을 받아 6.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국가직은 아니지만 최근 마감한 지방직인 서울시 임용시험 7급 일반행정직 경쟁률이 288.3대1인 것과 비교해도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이 제도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학교장 추천 과정을 대학 자율에 맡기다 보니 선발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기본적인 자격 요건은 학과 성적 10% 이내, 영어 토익점수 700점 이상, 한국사능력시험 2급 이상 등이다. 상당수 대학이 이러한 자격 요건을 갖춘 학생들이 늘면서 변별력을 높이려고 공직적격성평가(PSAT) 모의시험 점수를 추가해 민간 업체에 위탁했다고 한다. 시험 성적을 조작한 공시생은 대학 측이 모의시험을 위탁한 고시학원에 찾아가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쳐 시험을 치러 교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추천됐다. 비뚤어진 공시생 1명의 범죄 행위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학교장 추천 과정에 비리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일부 대학은 PSAT 점수를 2회 이상 합산하고 면접을 거치는 등 엄격한 추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이 학부 성적이나 면접만으로 선발하는 등 선발 방법이 천차만별이어서 부적격자가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일정한 자격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제도를 보완하기 바란다. 또한 상당수 국민들은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공직에 합격한 부정한 사례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기존 합격자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학교장 추천 과정뿐만 아니라 성적증명서, 토익점수, 한국사능력시험의 부정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인재 채용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4. 정찰총국 대좌도 귀순, 북 체제 이완 주목한다

대남 공작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군 정찰총국 출신 대좌가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어제 뒤늦게 확인됐다. 그의 귀순이 관심을 끄는 것은 비단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직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속한 정찰총국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직보하는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이란 사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물론 그와 북한 내에 고위급 가족을 둔 식당 종업원들의 잇단 탈북 사태를 북한 체제 붕괴의 전주곡으로 해석하는 건 성급한 일이다. 다만 이런 ‘탈북 도미노’가 북 세습체제의 이완 조짐이라면 분단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은 우리의 몫임을 엄중히 인식할 때다.

최근 일련의 탈북 사태가 심상찮아 보이는 까닭이 뭐겠나. 과거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를 가리키는 ‘고난의 행군기’에 시작된 탈북 러시와는 양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탈북 대열엔 함경도나 양강도·자강도 등 배고픈 변방 주민들이 대종이었다. 반면 이번에 귀순 사실이 알려진 대좌는 인민군 출신 탈북자 중 최고위급이다. 계급은 우리의 대령급이지만, 현 노동당 대남 비서인 김영철이 이끌던 정찰총국 소속으로 북한 핵심 계층의 일원이다. 지난해 5월 아프리카 주재 북 외교관 및 이번 식당 종업원 탈북 사태와 한 묶음으로 보면 세습체제를 떠받치던 북한 정권 상층부의 동요 징후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우리는 이처럼 핵심 계층이 하나둘씩 북한을 떠나는 현상을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 체제의 붕괴가 임박했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북한 정권이 체제 유지를 위해 인위적 긴장 조성용으로 위험한 도박을 선택할 개연성에 유의하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북측이 5차 핵실험이나 대남 테러를 자행할 개연성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내부를 다잡기 위해 공포정치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도 걱정스럽다.

북한은 다음달로 예정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연일 주민들에게 “수령 결사 옹위”를 독려 중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 개발로 강력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지금 주민들을 옥죄거나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것은 외려 정권의 수명을 단축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도 과도한 대응으로 선거전에서 괜한 북풍 오해를 자초해선 곤란하다. 탈북자들은 통일 한국에 ‘먼저 온 손님들’로 봐야 한다. 북한발 위기 관리에 내실 있게 임하면서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조용히’ 지원할 때 통일은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동아일보]

5. 통진당 출신 당선되면 후보 단일화 이끈 문재인 책임져야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윤종오 김종훈 후보가 각각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당선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진당 출신이 대거 입당한 신생 민중연합당에서는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가 아직 없다. 윤, 김 후보 역시 당선권과 거리가 있었으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극 지지한 더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당선 가시권에 들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울산 북구에서 더민주당의 이상헌 후보가 윤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울산은 지난 총선과 시장 구청장 시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전패한 곳이므로 야권이 승리하려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묻지 마 단일화’를 촉구했다. 후보자 등록 마감 날인 이틀 뒤 25일에는 단일화 흐름이 울산 동구로 이어져 더민주당의 이수영 후보가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윤 후보는 2014년 통진당 소속으로 울산 북구청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 TV 토론회에서 “이석기 내란음모는 사실과 다르다”며 “국정원은 멀쩡한 시민도 간첩으로 만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 후보는 2012년 총선에 앞서 통진당 비례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2014년 울산지방법원에서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더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통진당 출신들과 연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결국 빈말이 됐다. 더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이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과의 연대를 통해 통진당 소속 10명을 국회의원이 되게 한 전과를 잊은 듯하다. 

헌재는 2014년 “통진당의 목적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진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윤, 김 후보가 당선되면 헌재 결정을 우회해 국회에 입성하는 첫 통진당 출신 의원들이 된다. 이들이 민중연합당에 가입이라도 하게 되면 통진당 후신이 다시 국회에 둥지를 트는 셈이다. 문 전 대표는 헌재의 결정을 외면하고 통진당 출신 후보를 밀어준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6. 이번 국회 남은 기간에 서비스법·선진화법 처리하라

20대 총선을 이틀 앞둔 어제 민생 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서명운동본부와 경제5단체가 여야 3당을 방문했다. 경제단체 대표들은 “4년 전에도 18대 총선이 끝나고 임기가 한 달 남았을 때 법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며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노동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서명운동본부는 서명자가 181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여야는 총선 기간 각종 경제공약들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성장률 3% 유지와 자영업자 보호를 내놓았고, 더불어민주당도 ‘문제는 경제’라며 일자리 70만 개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여야의 공약은 겉만 화려하지 진정성이 의심된다. 19대 국회는 법안 가결률 40.2%에 평균 처리 기간 517일의 기록을 세운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50대 기업의 82.4%가 규제개혁 법안 입법 지연으로 손실을 입었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를 가장 많이 늘려 발목을 잡은 것도 이번 국회였다. 이들이 만든 규제 입법 29건에 가로막혀 인공지능(AI) 로봇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사업에도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마음껏 투자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19대 국회에서 야당은 줄곧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법안 연계를 일삼거나 경제·민생법안 통과를 저지했다. 여당 역시 야당을 설득하거나 개혁 입법을 관철하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기력했다. 19대 ‘선량’들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남은 기간 서비스법을 비롯한 경제살리기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차제에 지난 총선 후 국회 폐막을 한 달쯤 남겨놓고 통과시킨 이른바 국회선진화법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고쳐야 한다. 법 개정을 주도한 의원들은 여야가 싸움질을 일삼은 동물국회의 폐단을 없앨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사상 최악의 무능 무책임 국회였다. 괴물 같은 선진화법을 하루속히 폐기하는 것만이 19대 국회가 속죄하는 길이다.

[중앙일보]

7. 케리의 히로시마 방문, 일제 면죄부 돼선 안 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원자폭탄 피해의 상징인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공원에 간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다. 케리 장관은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해 1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피폭의 참상을 절감케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주도로 추진 중인 비핵화 운동이 본격화된 상황이어서 이번 방문은 더욱 뜻깊게 보인다.

그럼에도 일제 침략에 신음했던 한국으로서는 우려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이 일제의 과오를 희석시켜 일본이 가해자 아닌 피해국이라는 그릇된 메시지를 줄까 두렵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규모 일본 민간인이 희생된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중국 등 주변국을 침략해 수많은 양민을 학살하고 고통을 준 사실까지 용서되거나 잊혀져서는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도 다음달 일본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시마를 찾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임기 초부터 ‘핵 없는 세상’을 줄기차게 추진해 온 그로서는 역사적인 이곳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전체의 눈으로 볼 때 지금 미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가는 것은 시기상조다. 우선 일본은 한국·중국 등 피해국들로부터 온전히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국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옛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은 일본군 위안부 및 난징 대학살 등과 같은 민감한 과거사를 그대로 인정하기는커녕 뒤틀어 보려 한다. 특히 지난해 말 한·일 양국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끌어냈지만 일본 측의 성실한 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아베 총리의 복심이라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장관은 최근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과 소녀상 이전은 패키지”라며 합의되지 않은 내용까지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의 하나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이 성사돼도 이것이 일제 만행에 대해 면죄부가 아님을 미국은 확실히 밝혀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8. 돈 회전 20년來 최저 제대로 돌게 할 방안 찾아야

우리 경제에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갈수록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만 나타나 걱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M2)을 본원통화(M1)로 나눈 수치인 통화승수가 2월 말 현재 17.2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은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할 경우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데 중앙은행은 통화승수를 보면서 본원통화 공급 규모를 조절해 전체 통화량 수준을 조절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 통화량(M2)으로 나눈 값인 통화유통속도 역시 지난해 말 이미 0.71로 연간 기준 역대 최저로 떨어져 있다. 통화유통속도는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통화가 평균 몇 번 사용됐는지 가늠하는 수치다. 1990년만 해도 1.5에 달했는데 2009년 이후 0.7대로 추락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한은이 2014년 8월부터 네 차례 금리를 인하하면서 전년 대비로 2014년에 6.6%, 2015년 8.6% 각각 통화량을 늘린 덕분에 시중에 풀린 현금인 화폐발행잔액은 올 2월 말 기준 역대 처음으로 90조원을 넘어섰다. 돈이 이렇게 많이 풀렸는데도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소비에 나서지 않는다. 기업은 투자는커녕 수익과 유보금을 쌓아두는 데만 몰두해 지난해 금융사에 맡긴 예치금이 50조원으로 늘어났다. 가계도 지갑을 열지 않고 현금을 축적하거나 저축을 택해 지난해 순저축률이 7.7%로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을 정도다. 시중에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금융권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무리 돈을 풀어도 기업이나 가계가 투자와 소비에 나서지 않으니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유효 수요를 만들어줘야 한다. 기존 생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거나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금리 인하 등 돈 푸는 통화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통화정책 효과가 안 먹히고 오히려 무력화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기 전에 물꼬를 돌려야 한다.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를 촉진하고 가계의 과감한 소비를 유도할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9. 탄소 배출 증가율 1위 `환경 후진국` 오명 쓴 한국

지난 20여 년간 이산화탄소(CO2) 배출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한국이 가장 빠르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1인당 CO2 배출량이 1990년 10.29t에서 2013년 9.55t으로 7.2% 감소했지만 한국은 5.41t에서 11.39t으로 110.8%나 증가했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매진하고 있는 추세와 역행하는 것이라 창피하고 충격적이다. 이런 보고서가 나온 이유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1인당 석탄 사용량이 세계 석탄 소비 1위 국가인 중국보다 많다니 놀랍기만 하다.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전 세계 196개국은 새로운 기후변화 대책인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합의문에서 각국은 장기 목표로 지구 평균 온도의 산업화 이전 대비 상승폭을 섭씨 1.5도까지 제한하기로 했는데 이에 앞서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라 지금 같은 CO2 배출 증가율로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치다.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발생 빈도가 점점 많아지는 것도 한국을 '환경 후진국'으로 전락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날아오기도 하지만 절반 이상은 국내에 있는 발전소와 공장, 경유차 등에서 발생한다. 지난 주말에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꽃 구경 나온 상춘객들을 괴롭혔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만큼 치명적인데도 정부는 마스크 착용 외에 이렇다 할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를 쓰는 발전소나 공장을 갑자기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적 친환경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 환경 후진국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태양광과 조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석탄연료 의존도를 점차 줄여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경유차 등에 대한 규제 수준도 높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10. 개인정보와 정보인권

래창조과학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정부의 통신자료 청구 건수가 2000년에 비해 무려 80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요청기관별로는 경찰(64%), 검찰(33%), 기타(2%), 국정원(1%) 순이었다.

수사정보기관은 범죄자를 잡기 위해 밀행성과 강제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수사 효율성을 위해 영장 없이 통신자료 제공이 수월하게 진행됨에 따라 헌법이 규정한 영장주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 또한 현행 법률상 ‘개인정보’는 생존하는 자연인에 관한 정보로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성별, 국적 등과 같이 해당 개인을 식별할 수 있거나 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결합해 식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망을 이용하는 가입자 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부당한 압수, 수색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며 통신상의 행위로 인해 자신의 정보가 조회되었을 경우 누가, 왜 그랬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에서 당사자에게 통지해 줄 의무가 규정되지 않음으로 인해 개인의 ‘알 권리’가 침해되고 있으며, 헌법 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권리, 헌법 18조 통신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도 함께 위협받고 있다. 정보통신환경에서의 정보인권을 보호하려면 국회, 정부 수사기관, 통신회사, 국민 등 모든 관련 주체들이 법 개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노컷뉴스][기자수첩] 내가 투표하는 7가지 이유

치와 선거는 자리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치인에게도 유권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누가 당 대표가 되어 당권을 잡고, 누가 당선되어 국회로 들어가느냐에 집중할수록 정치도 선거도 저급해진다. 내가 찍은 사람이 꼭 자리를 차지해야만 의미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의 틀을 바꾸고, 정치가 더 나아질 변화의 동력을 제공하고, 정치개혁에 나설 세력들을 키우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지적으로 세련된 것처럼 여기는 것도 정치적으로 옳지 못하다. 국민이 보인 관심은 사회분위기로 표현되고 사회분위기는 정치변화의 동력이 된다. 

선거가 정치의 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선거와 선거 사이가 정치이다. 선거 후 당선자와 정당들이 선거 때의 공약을 지키는지 정치개혁에 헌신하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국민이 소환해 따지고 질책했다면? 그 역할을 언론이 감당하고 감시했더라면? 선거가 임박한 지금에 이르러 어느 당을 지지하고 누구를 뽑을 건지 유권자들은 더 확신에 차 있을 것이다. 선거 때 투표소에 나가 한 표 찍고 돌아오면 민주공화국민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 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찍을 사람이 없어도 어쩌겠나 투표는 해야지... ’라는 식으로 떠벌리는 언론도 역할을 방기하거나 교묘히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는 것이다. 

종교나 종파를 따라 후보와 정당을 선택해 찍는 것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기독교 개신교 측의 입장은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내놓은 ‘총선에 임하는 크리스천의 자세’라는 가이드에 잘 드러나 있다. 이 가이드에서는 후보자의 종교를 따지지 말고 후보자와 정당이 제시하는 내용이 기독교적 가치와 일치하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언행이 정직한지, 공약이 지역감정이나 구태의연한 정쟁을 조장하지는 않는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지,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려 노력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가톨릭도 공공선과 사회정의를 기준으로 삼자고 강조한다. 올바른 질서를 세우는 게 아니라 권력을 쟁취하는 것에 매몰된 후보들을 경계하라고 이른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조계종의 총선 관련 자료집이나 불교계 언론을 살피면 ‘빠짐없이 투표할 것’, ‘바르고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힘쓸 것’, ‘올바른 후보를 선택할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국민의 고민과 지역의 고충을 내 문제처럼 공감하고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후보이며 출신과 학연 지연 등 비합리적인 요소로 대표를 선출하기 보다는 사회의 아픔과 고통해결을 기준으로 정당과 인물을 선택하자고 한다. 종교적 편향이나 이념 대립, 계층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도 사회통합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종교가 같다고 찍자는 주장은 각 종교 내에서조차도 통용되지 않는 허언이다.  

2. [한국일보]“우리는 젊고 무모하고 유치하고… 옳았다” 애비 별세

“우리는 젊고 무모하고 오만하고 유치하고 고집스러웠고, 또 옳았다(We were youngwe were recklessarrogantsilly,headstrong and we were right).” 애버트(애비) 호프만(Abbort Hoffman)은 저 문장을 만들면서, 모든 술어를 ‘또(and)’로 엮고는 아마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1960,70년대의 미국을 겁 없이 멋대로 산 그가 1989년 오늘(4월 12일) 숨졌다. 향년 52세.

그는 대안 사회를 꿈꾼 저항운동가였다. 대학시절 허버트 마르쿠제의 세례를 입어 신좌파로 분류되지만, 그는 사상을 떠나 반항아였다. 급진운동을 하면서도 히피들과도 어울렸고, 제리 루빈 등과 국제청년당 ‘이피스(YippiesYoung InternationalParty)’를 창당하기도 했다. 

그와 이피스가 일으킨 파문은 한둘이 아니다. 67년 8월, 뉴욕증권거래소 관람석에서 진짜와 가짜를 섞은 지폐 뭉치를 뿌려 돈을 주우려는 거래인들로 난장판이 되게 한 일이 있었다. ‘주식놀이’를 비꼰 퍼포먼스였다. 그 직후 거래소는 2층 갤러리 난간을 방탄 유리로 막았다. 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돼지를 끌고 가기도 했다. 돼지는 그 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조롱하기 위해 내세운 이피의 대선 후보였다. 호프만 등 주동자들에 대한 재판은 반전ㆍ반정부 시위를 방불케 했다. 71년 그는 돈 없이 사는 법 안내서라는 ‘이 책을 훔쳐라 Steal This Book’를 출간했다.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였지만, 제목을 따라 책을 훔쳐가는 이들이 하도 많아 그의 책을 취급하지 않는 서점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86년 11월 그와 몇몇 학생들은 매사추세츠 앰허스트대학 행정실을 점거했다. 학칙상 합법ㆍ준법기관만 교내 행사를 할 수 있는데, 대학본부가 준법기관이 아닌 CIA에게 교내 신입요원 채용행사를 하게 허락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재판에서 그들은 전직 요원들까지 증인으로 소환, CIA가 니카라과 등 중남미에서 자행한 불법행위를 폭로했다. 

사인은 수면제 과다복용이었다. 나이 든 자신이 싫고, 활력을 잃어버린 청년세대가 싫고,보수로 회귀한 그의 80년대도 견디기 힘들었으리라, 지인들은 여겼다. 

3. [국민일보]그린재킷 윌렛, 그 뒤엔 '아내+복덩이'

잉글랜드인들에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지난 82년 동안 ‘악몽’이었다. 딱 세 번 우승했는데 그것도 단 한명의 선수가 차지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린 재킷’을 차지하는 새로운 ‘잉글리시맨’이 나오길 더 학수고대했는지 모른다. 10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2016 마스터스 대회에서 새로운 잉글랜드인 챔피언이 탄생했다. PGA투어 무대의 우승이 전무했던 대니 윌렛(29)이 바로 주인공이다. 상금은 180만 달러(약 20억원)이다.

윌렛은 이날 합계 5언파 283타로 4라운드를 마친 뒤 라커룸에서 스마트폰으로 아내 니콜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10일 전 아들 자카리아(Zackharia) 제임스를 출산한 니콜은 남편에게 “잘 했느냐”고 물었고, 윌렛은 “아직은 1등”이라고 답했다. 바로 그때 3언더파 2위로 그를 추격 중이던 전년도 챔피언 조던 스피스는 17번홀에서 1.5m도 안 되는 버디퍼트를 놓쳤다. 통화 도중에 윌렛은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은 것이다. 스피스가 18번홀에서 버디를 한다 해도 1타차 1위에 오를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윌렛에게 이번 대회 우승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의 힘’이었다. 대회전 그는 4월 10일이라는 숫자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니콜이 자카리아를 낳는 출산예정일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윌렛은 마스터스 참가를 포기했다. 세계 최고의 대회보다 아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아내는 예정일을 열흘 앞서 아들을 낳았다. 부랴부랴 윌렛은 대회 참가신청을 했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로 날아갔다. 대회 참가선수 중 신청 순위는 맨 마지막인 89번이었다. 

니콜은 출산 전에도 남편의 마스터스 출전을 간절히 염원하며 자신의 트위터에 “여보, 꼭 마스터스에 가야 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이 대회 사전행사인 파3 콘테스트에 윌렛의 캐디로 나섰던 그녀다. 공교롭게도 남편이 그린 재킷을 입은 날은 니콜의 생일(10일)이었다. ‘그래스 그린(Grass Green)’으로 대변되는 마스터스의 녹색이 윌렛 가족 전체에게 엄청난 은총을 내린 셈이다.

1987년 영국 요크셔주 셰필드에서 성공회 목사인 아버지와 수학교사인 어머니 사이의 4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윌렛은 어린 시절 형들과 동네 근처 양떼 목장의 잔디밭에 파3홀을 만들어놓고 시합하며 골프를 배웠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지만 2008년 프로 데뷔후 7년 가까이 무명생활을 이어오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유러피안투어 4승을 거뒀다. 1년 전만해도 그의 세계랭킹은 102위였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12위로 참가했다.

윌렛과 우승경쟁을 벌였던 스피스는 ‘아멘 코너’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전반 6∼9번홀 4연속 버디로 기세등등했던 스피스는 그린 앞 대각선 워터해저드로 악명높은 짧은 파3 12번홀에서 주말골퍼보다도 못한 아이언샷 두 방으로 지옥으로 떨어졌다. 생크성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넬슨 브리지’ 방향 워터해저드에 볼을 빠뜨렸고, 1벌타 후 50m 어프로치 아이언샷도 엄청난 뒤땅을 내며 또 물에 빠뜨렸다. 5번째 샷은 벙커행(行). 7타 만에 홀아웃하며 ‘쿼드러플 보기’를 범했다. 이때 그린 재킷의 향배는 윌렛에게로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홀에서 2011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전날까지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최종 라운드 12번홀에서 4퍼트 더블보기로 우승을 날렸다. 2013년에는 2연패를 노리던 버바 왓슨(미국)이 최종라운드에서 3차례 볼을 물에 빠트리며 10타를 적어내고 고개를 떨궜다.

마스터스를 차지한 두 번째 잉글랜드인이 된 윌렛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요크셔 지방의 목사아들이 오거스타를 정복했다”고 썼고, 텔레그래프는 ‘윌렛의 숨겨진 5가지 사실’이란 특집기사를 타전했다. 윌렛에 앞서 ‘명인열전’의 그린 재킷을 차지한 잉글랜드인은 1996년 닉 팔도(1989, 1990, 1996년 3승)였다. 딱 20년 전이다. 

5. [서울신문][데스크 시각] 어느 노부부의 마지막 편지/박찬구 정책뉴스부장

70대 노부부가 세상을 놓았다. 남편은 유서에 ‘암에 걸린 아내의 병세가 좋아지지 않아 같이 가기로 했다’고 적었다. 강변 승용차 안에서 노부부는 손을 꼭 잡고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노부부는 ‘우리는 가족이 없다’며 화장을 부탁하는 종이를 남기곤 10평 오피스텔 거실에서 6개월 만에 발견됐다. 최근 두 달 사이 일어난 일이다. 무엇이 이들을 비극적 선택으로 몰았을까. 낱낱의 사연이야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하기까지 이웃과 친지, 주변의 손길이 이들이 닿을 수 있는 시선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회안전망이 이들을 걸러 낼 수 있었다면 노부부의 꼭 잡은 두 손이 덜 외로운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테다.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통계와 정책 홍보 속에 가린 공동체의 민낯이 얼마나 황량한지 노부부는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다. 죽음을 미화하거나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경계로 삼으려 함이다.

노부부에게서 ‘탄광 속 카나리아’를 떠올린다. 호흡기가 약한 카나리아는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에게 위험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유독가스가 퍼져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고 쓰러지면 광부는 위기를 알아차리고 서둘러 대피했다. 카나리아가 위험 신호를 보내듯 노부부는 우리 공동체에 사회안전망의 허점과 사각지대를 침묵으로 역설하고 있다. 노부부뿐만이 아니다. 집중 단속의 결과라고는 하지만 아동학대가 줄을 잇고, 취업과 생계의 어려움에 지친 청년과 가장, 부모의 일탈 사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진다. 국가에서 생계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빈곤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이 68만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회안전망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주춧돌 역할을 한다. 복지 선진국에 비해 사회안전망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사회 전반의 인식과 정책적 노력이 절실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양한 궤적을 그리는 사회 구성원의 생애주기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려면 4대보험과 공적부조, 각종 복지사업 등 단계별·수준별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확충돼야 한다. 이는 곧 국가와 사회의 기본 책무라 할 수 있다. 두 바퀴로 굴러가는 우리 사회의 한 축이 시장경제의 발전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쌓아 올려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양을 조성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공동체의 의제가 제대로 다뤄지려면 무엇보다 정치와 국회의 영역에서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치는 여전히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있다. 공동체의 사회적 의제는 종종 정치 투쟁의 소재로 변질되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본질이 희석된다. 구성원의 염원과 기대는 때로 무시되고 배제된다. 시민이 일상으로 겪는 비극적 참상이 ‘정부·여당의 잘못’, ‘야당의 발목 잡기’, ‘부처 간 영역다툼’ 식으로 틀짓기 되다 보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실질적인 노력과 사회적 타협은 뒤처지는 게 아닌가.

소외된 그늘에서 보내는 경고음을 넋두리나 한탄 정도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단기간에 모든 사각지대를 치유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 꾸려질 20대 국회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각지대 해소’라는 과제를 오롯이 직시하고 사회안전망의 틈새를 메워 나가는 데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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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12일 신문 브리핑 #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주옵소서"와 "감사합니다"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내일 총선 관련 외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LG전자는 1분기에 5052억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1일 공시함
- 전년 동기보다 44.8%, 전 분기보다는 65.5% 증가한 ‘깜짝 실적’임

2. 모바일 게임 분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실적이 부진하던 엔씨소프트가 올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대형 신작게임을 쏟아내고 해외시장 공략과 사업다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
-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게임명가’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제2의 창업’에 버금가는 재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 있음

3.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제우스(대표 이종우·사진)는 진단의학의 핵심소재로 꼽히는 바이오용 양자점(quantum dot)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1일 발표함
- 양자점은 인간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에 불과한 나노미터(1㎚=10억분의 1m) 단위의 반도체 입자로서, 양자점을 조영제로 쓰면 신경전달 및 줄기세포 분화, 암 전이 과정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양자점을 바이오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


<< 금융/부동산 >>
1. 소셜커머스 1위 업체 쿠팡과 2위 업체 티몬이 배송뿐 아니라 간편결제 서비스 분야에서도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음
- 쿠팡은 배송과 간편결제 모두 직접 하겠다는 전략이며, 반면 티몬은 지난 10일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약 460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간편결제 제휴를 맺는 등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음

2. 금융감독원은 ‘실용금융’을 대학 교양과목으로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1일 발표함
- 실용금융 과목에서는 금융상품의 이해, 부채와 신용관리, 연금, 보험, 금융소비자보호 등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금융지식을 가르침


<< 국제 >>
1. 중국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시장에 1999년 실리콘밸리를 연상케 하는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
- O2O 업체들이 ‘출혈 경쟁’으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는 데도 투자자금이 계속 몰려들고 있기 때문임

2.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연구반은 동물 장기 및 세포의 인간 이식을 금지해온 현행 지침을 이르면 다음달 개정할 예정임
- 그동안 일본에서는 돼지 유전자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식을 막아왔음


<< 사회/기타일반 >>
1. 이화여대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정시로 모집하는 학생 전원을 어느 전공이나 선택할 수 있는 ‘자유전공’으로 선발하기로 함
- 이런 입학전형을 마련하는 것은 국내 대학 중 이화여대가 처음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연결재무제표
- 연결재무제표는 2개 이상의 회사가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경우 이들 복수기업집단을 단일 조직체로 간주해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말하며, 연결손익계산서와 연결대차대조표 등으로 구성됨. 
내부거래나 떠넘긴 부채, 손실 등이 모두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독립돼 있어도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기업 집단의 실태를 파악하는데 유리함. 또 종속회사를 이용해 분식 등 비리를 저지르는 것도 막을 수 있음.
출자 비율이 50%를 넘거나 최대주주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으면 종속회사로 분류함
-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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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1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세계일보]

1. 탈북자 관리시스템 무용지물 만들어선 안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국내에 들어온 것은 당국이 치밀한 작전을 펼친 결과로 보인다. 이들이 동남아 제3국을 경유해 입국한 것은 해당국가의 외교적 입장을 고려한 조치다. 탈북자 입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식당 매출이 급감했는데 북한 당국의 외화 상납 요구는 강화돼 곤경에 처했다고 한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입국 경위와 발표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얘기도 제각각이다. 이들이 근무한 북한 해외식당이 어디인지에 대해 중국 저장성이라는 주장과 동남아 국가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북한은 중국과 동남아 등 12개국에서 130여곳의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 중 100여곳이 중국에 있다. 중국 내 식당이었다면 중국 정부의 용인과 한·중 간 조율이 있었을 것이다. 대북 제재에 대한 협력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탈북자 정책 변화 징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발표 배경과 시점이다. 정부는 이들이 입국한 다음날 이 같은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지금까지 신변 보호를 이유로 탈북자 입국 확인조차 꺼리던 정부가 조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제 “이 같은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발표는 탈북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는 탈북자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비난했고, 중국 동북 3성을 관할하는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교민들에게 ‘북측이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긴급 안전공지문을 발송했다. 그러니 무리한 발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통일부 대변인은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한꺼번에 탈북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북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것이 서둘러 발표할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국가정보원이 이번 사건을 주도하면서 탈북자 관리시스템 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탈북 관련 외교 시스템을 무너뜨린 것은 대외관계에서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다.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논란의 소지도 크다. 정부는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놔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엄중한 시점에서 이런 식의 논란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신문]

2. 재벌 대물림 경영 전 '인성교육' 먼저 시키라

이번에는 현대가(家)다. 현대가 3세인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의 갑질 역시 가관이었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그의 횡포는 배우만 캐스팅하면 그대로 개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도 손색없다. 운전기사용 수행 매뉴얼이 A4 용지로 100여장이나 된다는 사실부터 어처구니가 없다. 빨리 가자는 명령이 떨어지면 교통법규를 모두 무시하고 불법 운행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벌점에 감봉, 퇴직 처분됐다. 길이 막히면 수행 기사들은 운전 중에도 뒤통수를 맞거나 폭언과 폭행을 수시로 당했다. 매뉴얼을 어기면 정신교육을 받게 했다는데, 대체 정신교육은 누가 받아야 했을지 의문스럽다.

가당찮은 행실에 공분이 쏟아지니 정 사장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실었다. 눈곱만큼의 진정성을 찾기 힘든 졸속 사과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로 역풍을 맞고 있다.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했다”는 사과 내용에 여론은 아연실색이다. 46세나 된 중년이 젊은 혈기를 핑계 삼는 태도를 납득할 사람은 없다.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소아병적이라는 비판이 들끓는 이유다.

갈수록 태산이다. 제 정신 박힌 오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천박한 행태들이 사흘이 멀게 들통난다. 수행 기사를 노예처럼 부린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셔터를 내렸다고 경비원을 때린 ‘미스터 피자’ 정우현 MPK 회장 사건이 며칠 전 일이다. 안하무인의 횡포를 일부 오너들의 인격장애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정 사장과 이 부회장은 능력과 별개로 경영 세습의 특혜를 누린 재벌 3세들이다. 노비문서 같은 매뉴얼로 지탄받는 것도 개긴도긴이다. 재벌 금수저 세계에는 비상식적인 비서 매뉴얼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는지도 짚고 넘길 일이다.

‘재벌 갑질’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 정식 등재돼야 할 판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40, 50세가 넘어도 기본 인성조차 갖추지 못한 재벌 후손들을 참고 보기 힘들다. 고질이 된 갑질병을 고치려면 일벌백계의 징벌이 따르는 수밖에 없다. 세계 경영사에 유례없는 대물림 경영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려면 재벌가는 지금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천방지축 3, 4세가 기업의 얼굴에 구정물을 튀기지 않도록 인성 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 한다. 기업은 고객 없이 설 수 없다.

3. 최고 사전투표율, 최고 총선투표율로 이어지길

8, 9일 이틀간 진행된 20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12.2%로 최종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사전투표에는 전국 유권자 4210여만명 중 513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는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11.5%보다 0.7% 포인트 올라간 역대 최고치다. 높아진 사전투표율이 최종 투표율까지 끌어올렸으면 한다. 하지만 여야의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인한 정치 불신 등으로 최종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당초 예상된 사전투표율 14~15%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제 끝난 사전투표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투표 당일날 얼마나 투표하는가다.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한 안보위기 등 안팎으로 헤쳐 나가야 할 파고가 높다. 파고를 넘으려면 능력 있는 국회, 멀리 내다보는 국회가 있어야 한다. 19대 국회처럼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밤낮 끼리끼리 이해관계에 얽혀 싸움질이나 해서는 위기 극복은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구호로 ‘문제는 경제다’를 내걸고 있지만 ‘문제는 정치다’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함량 미달의 국회가 경제는 물론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는 까닭에서다.

제대로 된 국회라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올바른 정책은 입법으로 힘을 실어 주고, 그렇지 않다면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와 행정부가 견제와 균형의 추를 유지해야 민주주의도, 국가도 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정치는 외려 국정의 난맥상만 초래하는 진원지가 됐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할 일을 안 하고, 계파의 이익과 기득권 앞에서는 여야 모두 한통속이었다. 이런 정치를 확 뜯어고치려면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필수다.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더민주는 80~110석,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체 지역구 253곳의 3분의1 정도가 안갯속이라고 한다. 여야 선거 판세가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유권자들을 향한 각 당의 구애작전도 치열하다. 유세 과정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막말과 선심성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의 군부대 이전 공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체 부지 선정과 재원 대책 등도 없이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무책임한 공약을 일삼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 후보 등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가차 없이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4. 北 집단탈출 보고도 核 개발 미망 못 벗나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의 지상분출시험 장면을 그제 공개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미사일발사장에서 진행된 분출시험을 직접 시찰한 뒤 “적대 세력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했다”며 신형 ICBM에 보다 위력적인 핵탄두를 장착해 미국 본토 등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엄혹한 제재 국면에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의 아둔함이 안타깝다. 집단탈출 등 심각한 내부 동요조차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한국행은 김정은 정권으로선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과거에도 1987년 김만철씨 일가족 탈북 등 집단탈출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변경의 주민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탈북한 것이지 이번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13명이 ‘한 배’를 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잘 알려져 있듯이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부모가 대부분 출신 성분이 좋은 평양 주민들이고, 그들 역시 북한 내에서 김정은의 처 리설주의 모교인 금성학원 등 예능 명문학교를 졸업한 재원들이다.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관계 당국의 심층조사가 필요하겠지만 기득권층, 또는 체제수호 세력의 일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이 북한 체제에 등을 돌리고 집단탈출한 것이다.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공동 숙식, 합동 출퇴근 등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근무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그만큼 대북 제재 이후 사정이 절박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해외 북한 식당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경영난에 봉착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외화 상납 요구는 가중되고, 충족되지 않으면 문책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니 좌불안석 아니었겠나.

대북 제재 이후 김정은 정권은 ‘제2의 고난의 행군’ ‘군자리 정신’ 등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인내를 종용해 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북한 주민의 식량 배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줄었다.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는데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과연 나라 운영을 책임진 집권자의 양심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김정은의 ‘핵공격 수단 다종화·다양화’ 지침에 따라 핵탄두 기폭장치, 대기권 재진입체 등을 공개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데 혈안이 돼 있지 않은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은 12개국에 130여개가 있다. 여기서 근무하는 종업원을 포함해 전 세계에는 5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외화 벌이에 나서고 있다. 이들도 눈과 귀가 있다.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한국 TV드라마를 보고 남북의 현격한 국력차와 북한의 폐쇄성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집단탈출이 도미노처럼 이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핵을 포기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5. 막판여론 공표 막는 '깜깜이 선거', 표심 왜곡시킬 판

각 당이 어제 자체 판세를 분석한 결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한 4·13총선 예상 의석수를 새누리당은 145석 내외, 더불어민주당은 100석 이하, 국민의당은 35석 내외로 추정했다. 주요 여론조사기관 4곳이 선거일 6일 전 여론조사 공표 금지 때까지의 조사 결과와 정당 지지율을 합산해 새누리당 157∼175석, 더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5∼31석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어느 당이 엄살을 부리고 어느 당이 위기를 맞고 있는지, 또 어떤 돌풍이 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연일 “새누리당 과반수가 깨지게 되면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다”고 호소해 지지층 사이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민주당이 어제 “새누리당에서 엄살과 쇼를 부리고 있는데 180석 정도의 거대 여당이 출현할 것”이라며 야권 지지층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것과 딴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만이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 지지자지만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3번 찍겠다는 유권자가 많다”며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자신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은 각 당의 주장만 사실 여부도 알지 못한 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선진국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일 전 일주일 넘게 공표를 금지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가 1월 정당만이 무선전화 안심번호를 이용해 여론조사를 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것도 유권자의 ‘정보 비대칭’을 증폭시켰다. 정당들은 이동통신사에서 안심번호를 구입해 당내 경선에 활용하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계속 여론조사를 실시해 선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당들이 발표하는 판세 분석이 정확한 것인지, 선거 전략인지 알 수가 없다.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흑색선전이 유통돼 표심이 왜곡될 수도 있는 일이다. 

2002년 야권에서 노무현-정몽준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여론조사로 한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각 정당은 여론조사로 후보를 공천하고, 여론조사를 무기로 표심을 흔들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20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가 9일 1403건으로 2014년 지방선거 때의 1.7배다. 특히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는 응답률도 떨어지는데 등록 기준의 문턱이 낮아 부실한 조사를 심의위가 걸러내지도 못하고 있다. 사람과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할 선거를 오차범위가 크고 오류도 많은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외주 민주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실 여론조사를 걸러내는 조건으로 여론조사를 선거 하루 전까지 공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데일리]

6. 정일선 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이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 사장은 그동안 운전기사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는데 이러한 사실이 운전기사 증언으로 드러난 것이다. 회사측은 A4용지 140장에 달하는 ‘수행 기사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기사가 ‘가자’라는 문자를 받으면 번개같이 뛰어나와 출발 30분 전부터 대기하고 정일선 사장이 빨리 가자고 할 때는 신호·차선·버스전용차로를 대부분 무시하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기사들이 이를 지키지 못하면 정 사장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고 주먹으로 기사 머리를 내리치는 폭행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사들이 매뉴얼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벌점을 받고 벌점 누적에 따라 정신 교육·견책·감봉·퇴직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다. 이 정도면 업무 매뉴얼이 아닌 ‘노예 매뉴얼’이나 별로 다를 바 없다. 

정 사장은 고(故) 정몽우 전(前)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이다. 고 정몽우 전 회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정 사장의 할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봐, 해봤어?”라는 말로 함축되는 기업가정신을 선보이며 국내 산업화를 이끈 위인이다. 정 사장도 지난 7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신뢰와 혁신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100년 역사를 창조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지 않았던가. 그러나 회사 구성원인 기사에게 온갖 갑질을 하면서 고객을 섬기겠다는 정 사장의 발표는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기업 총수들의 갑질 논란은 정일선 사장만이 아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前) 부사장을 비롯해 김만식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등 총수 갑질이 잊을만 하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그릇된 행태가 ‘반(反)기업 정서’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 않는가.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 총수들이 맞서 싸워야 할 상대는 회사 종업원이 아닌 글로벌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7. 치솟는 미세먼지와 오보… 환경부 장관은 뭐하나

주말 전국을 강타한 미세먼지로 국민이 큰 고통을 겪었다. 사흘 연속 계속된 미세먼지는 국민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건강을 위협했다. 서울의 농도는 주의보 발령 기준인 2시간 이상 ㎥당 150㎍을 훨씬 넘는 241㎍까지 치솟았다. 본격적인 황사철을 맞아 불청객의 습격은 더 잦을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이다. 초미세먼지는 숨을 쉴 때 폐나 심장에 침투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디젤차 도심 진입 제한 등 선진국이 미세먼지 감축에 힘을 쏟는 이유다.

환경부의 대처는 실망을 넘어 공분을 자아내게 한다. 가뜩이나 예보 정확도가 62%에 그쳐 불신이 큰데 이번에는 사흘 내내 오보를 냈다. 예보를 맡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8일 농도를 ‘보통’으로 발표했지만 4시간도 안 돼 ‘주의보’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춘객이 많았던 토·일요일은 더 심했다. 수도권 농도를 ‘나쁨’ 수준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숨이 턱턱 막히는 ‘매우 나쁨’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 때 예보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한 환경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 한심한 것은 인력·장비·예산 타령만 한다는 것이다. 예보 전담자가 12명뿐이고, 장비 개선 예산이 없으며, 기상청과의 통합 운영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재임기간이 38개월로 현 정부 최장 국무위원인 윤성규 장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효율적 조직 운영도, 예산 확보도 장관의 책임 아닌가.

윤 장관은 사즉생의 각오를 보여야 한다. 미세먼지는 발생 요인이 복합적인 만큼 중국과의 환경외교를 강화하고, 당장 예보의 선진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경유 승용차 도입 허용에 따라 2005년 565만 대였던 경유차가 지난해 862만 대로 급증한 것에 대한 정책 재설계도 필요하다. 자동차 제조사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에서 봤듯 ‘클린 디젤’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다. ‘소극 행정’이 윤 장관의 장수 비결이란 소리가 들린다. 미세먼지에도 소극적인 장관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매일경제]

8. 아베노믹스 한계 드러낸 엔고 후폭풍 대비해야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작년 6월 초 125엔으로 고점을 찍은 후 올해 1월까지 줄곧 120엔 선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지난주 말에는 108엔 선까지 밀렸다. 그만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뛴 것이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뜻을 내비치면서 달러 강세가 멈춘 데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갑작스러운 엔고는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공격적인 통화 살포다. 아베노믹스가 가시화한 2012년 9월부터 작년 6월까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38%나 추락했다. 엔저 공습 덕분에 일본 기업들 이익이 급증하면서 닛케이지수는 9000선에서 2만 선으로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개월 새 엔화 가치가 16% 가까이 반등하면서 엔저와 기업 이익 증대의 선순환 고리는 끊어졌다. 

일본 기업들이 올해 들어 엔고 때문에 날린 이익만 5조엔(약 5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익이 줄어든 기업들은 임금 인상을 더욱 꺼리게 되고 이는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더욱 위축시켜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통화 살포, 재정 확대, 구조개혁) 가운데 유일하게 작동했던 통화정책이 엔고라는 거센 역풍을 맞으면서 자칫 아베노믹스 전체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팽배해 있다. 

이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베노믹스 3년의 경험은 무엇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소홀히 하면서 무작정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려고 하면 일시적인 성과는 거둘 수 있어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양적완화(QE)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실험은 뜻밖의 역풍으로 무위에 그칠 위험을 안고 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엔고로 일본 기업과 수출 시장 경합도가 가장 높은 한국 기업들이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일본 정부가 다음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무리하게 엔고 저지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지만 더욱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엔저 공습은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 기업들은 그전에 흐트러진 수출 전략을 재정비하고 정부는 각국 통화 가치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막을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9. 공공기관장 빈자리 총선 후 '정피아'로 채워선 안돼

현재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공공기관은 7개이고 총선 후 3개월 이내에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공공기관장 자리도 2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4·13 총선 출마 때문에 중도하차한 기관장은 13명인데 이 중 5명의 자리가 아직 비어 있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리는 5개월째 공석이고, 지역난방공사는 2월 사장 공모를 했지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면서 재공모에 들어갔다. 지난달 사장이 사임한 코레일은 아직 공모 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7월까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은 21곳이지만 사장 공모에 들어간 곳은 3개뿐이다.

공공기관장 인사와 공모 절차가 이렇게 늦어지자 낙선자나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낙천자에게 주려고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선거가 끝난 후 '정피아(정치권 마피아)'들이 공공기관 요직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현상이 잦았는데 더 이상 이런 구태가 반복돼선 안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새로 임명된 금융공공기관의 사외이사 중 상당수가 정피아로 채워진 걸 보면 공공기관장 인사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민간 금융기업의 사외이사 기준을 강화해놓고 정작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의 사외이사에는 정피아가 득세하게 해놓은 것이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정치인들을 공공기관으로 내려보냈다가 경영을 망친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인천공항공사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했던 이 공기업은 정피아 CEO들이 줄줄이 정치판으로 떠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언제까지 공공기관을 정치인들이 스펙 관리나 하는 놀이터로 방치할 것인가.

전문성 없는 수장의 폐해, 걸핏하면 발생하는 경영 공백으로 인한 조직의 경쟁력 상실은 수도 없이 봐왔다. 총선 후 낙선자들이 위로 선물이라도 받듯 우수수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국민의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전문성 있는 인물을 배치하는 투명한 인사를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

10. 은행 일임형 ISA 과열경쟁·불완전판매 막아야

증권사에 이어 은행도 오늘부터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판매하는데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걱정이다. 지난달 14일 신탁형 ISA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판촉전을 벌였으니 일임형에 대해서도 가입자 유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일찌감치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한 데 이어 고액의 경품까지 내걸었다고 하니 재테크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않아도 ISA는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으로 출시 12일 만에 100만명이 가입할 만큼 인기가 높다. 매년 2000만원까지 5년 동안 투자할 수 있는데 수익금 200만원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알아서 상품을 고르는 것이라 논란의 소지가 별로 없지만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가입자 성향에 따라 투자 상품을 정해 운용하는 것이라 손실이 나면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일임 경험이 없는 은행 직원들이 가입 실적을 채우는 것에 급급해 상품 설명을 소홀히 한다면 후유증이 생길 게 뻔하다. 일임형 ISA는 예금과 적금뿐 아니라 위험이 높은 주식형 펀드와 파생결합증권에도 투자하기 때문에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은행 창구 직원이 안전한 금융상품인 것처럼 현혹해 가입을 유도하면 큰일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주요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과당경쟁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는데 말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은행 창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수시로 암행 감찰을 시행해 불완전판매 등 문제점이 있으면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운용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도 과당경쟁보다는 영업 직원들의 자산관리 전문성 강화와 더 많은 운용 인력 확보, 안정적 시스템 구축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시장의 주류인 은행들은 국민 재테크 통장인ISA의 성공적 정착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를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타인의 성취

음악회에 잘 가지 않는다. 어쩌다 간 음악회도 자발적으로 갔다고는 말할 수 없다. 누가 표를 보이며 같이 가자고 할 때쯤 되어야 마지못해 따라나서곤 했으니. 그렇게 간 음악회에서 실망한 적은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강한 삶의 의지와 사랑으로 충만했다. 그 시간 동안엔 문학적 열정도 꿈틀거렸으니 음악회에 갈 때와 돌아올 때의 나는 같지 않았다. 얼마 전, 오랜만에 자발적으로 음악회에 갔다. 그 음악회를 연 피아니스트와 아는 사이라 가끔 만나지만 그의 연주회에 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늘 접하던 클래식 공연의 틀을 깬 구성부터가 신선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는 열정적 연주에 감동해 얼마나 열심히 손뼉을 쳤던지. 열심히 손뼉을 치면 어깨뼈가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음악회에서 나는 그의 성취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사실 나는 손뼉을 치다가 주변의 시선을 곧잘 받았을 정도로 어디서든 타인이 이룬 성취에 열심히 갈채를 보내는 편이다. 내가 가장 높이 샀던 것은, 그날의 성공적인 공연을 가능하게 했을 그의 끈기였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재주와 끈기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예술의 성패를 가르는 예술가의 훌륭한 자질은 끈기이고, 어떤 면에선 재주 이상으로 갖기 힘든 것이다. 두 가지 모두를 가진 그를 보며 부러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나는 목석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을 터.

2. [한국일보]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 태어나다

산도르 마라이(Sandor Marai)는 헝가리 작가다. 그는 지금은 슬로바키아 코시체(Kosice)가 된 헝가리(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카싸(Kassa)에서 1900년 오늘(4월 11)일 태어났다.

청년 시절 독일서 유학했고, 신문 등에 독일어로 문학 비평 등 기사를 썼다. 나치 준동이 시작된 30년대 중반 그는 독일어를 버렸고, 48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조국을 떠났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1989년까지 이탈리아 미국 스위스 등지를 떠돌다 머물다 했다. 왕정, 좌익 독재, 우익 독재, 두 차례 대전과 파시즘 공산주의 20세기 자유주의…. 20세기 거의 모든 이념과 체제를 겪으며 그는 가난한 모국어와 함께 내내 고독했다. 그 고독을 그는 이렇게 썼다. 

“인간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네. 없고 말고. 이것을 깨닫고 나면 강인해지고 외로워진다네.”(‘결혼의 변화’ 김인순 옮김, 솔)

“고독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유혹한 다음 무덤 속에 내팽개치는 세상에 아첨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실패, 붕괴가 사색하는 인간에게 더 어울린다. … 혼자 남아 대답하는 것…”(‘하늘과 땅’) 

“사람들은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밀함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한동안 일종의 우정으로 보였던 친밀함을 후회하게 되지.”(‘열정’)

그이 조국은 그를 인민의 적으로 대했고, 책 출간을 금했다. 헝가리 문학 작품을 헝가리어로 읽지 못하는 세계인을 동정한다는 도저한 자부심의 헝가리인들은 다만 독일어 번역본으로 그를 은밀히 사랑했다고 한다. 

소비에트 말년인 88년 헝가리 출판사들이 비로소 책 출간을 제의하자 마라이는 조국이 민주화되기 전에는 책을 안 내겠다고 거부했고, 문학비 건립 제안에도 냉소했다. “모든 기념비 공동의 운명은 개들이 발치에 오줌을 눈다는 것이다.” 

‘열정’에서 그는 아흔 살쯤 되면 늙는 양상도 달라져 “서글픔이나 원망 없이 늙는다”고 썼다. “고귀한 천, 가족 모두 힘을 합해 온갖 정성과 꿈을 엮어 만든 몇 백 년 묵은 비단이 그렇게 낡는다.” 그리고, 1943년 이후 평생 쓴 ‘일지’에 “지나치게 오래 사는 것은 분별 없는 짓”이라 쓰고 얼마 뒤인 89년 2월 21일 자살했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 핑크 카펫/박홍기 논설위원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많은 이들과 스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지하철엔 별별 풍경이 다 있다. 그중 하나가 핑크 카펫이다. 작년에 등장했다. 영화제에 나오는 레드 카펫을 본뜬 듯싶다. 어감도 나쁘지 않다.

핑크 카펫은 좌석이다. 긴자리 양쪽 끝에 지정돼 있다. 의자도, 발판도, 등받이 뒤쪽도 분홍색이다. 동그란 스티커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 바닥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 카펫’이라고 씌어 있다. 임신부를 위한 배려석이다.

출근길 핑크 카펫은 여성들의 독차지다. 임신부가 앉지만 여학생, 젊은 여성, 중년 여성 등의 좌석일 경우도 허다하다. 북적댈 때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서 있는 승객에겐 ‘배려’처럼 생각한 적도 있다. 공간이 넓어져서다.

퇴근길엔 주인이 없다. 먼저 앉는 승객이 임자다. 얼굴이 불그스레한 젊은이가 졸다 일어나자 중년 남성이 얼른 차지한다. 이어 대학 점퍼를 입은 여성이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는다. 핑크 카펫에라도 지친 몸을 기대고 싶어서일까. 문구가 눈에 띄지 않아서일까. 출근길과는 영 딴판이다. 핑크 카펫을 비워 놓았으면 싶다. 임신부들이 부담 없이 앉을 수 있도록.

4.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알랑거리는 말에 다친다

신흠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임금에게 덕을 쌓고 왕업을 닦으라는 뜻으로, 조정에 임할 때 경계해야 할 일 임조잠(臨朝箴), 한가로이 거할 때 경계해야 할 일 연거잠(燕居箴), 학문에 힘쓸 일 진학잠(進學箴), 하늘의 도를 본받을 일 체건잠(體乾箴) 등 네 가지 잠을 지어 올렸습니다.

임금은 모름지기 신하를 얻기 위해 애써 노력해야 한다면서 ‘독한 약에 병이 낫고, 알랑거리는 말에 다친다’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충언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좋은 계책을 수용하고, 기쁜 마음으로 행하라’고 하면서 ‘사람을 잘 취해야 왕도가 열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귀에는 거슬려도 곧은 말이 일을 성공으로 이끌며 당장 듣기는 좋아도 아첨하는 말이 일을 망치니, 의견이 다른 신하도 포용해야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에 듣기 좋은 말을 따르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귀에 대고 알랑거리는 말을 칼날 피하듯 피하고, 거슬리는 말을 보약 마시듯 기꺼이 들이켜겠다는 자세가 있을 때라야 바른 판단이 서고 바른 행동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신흠(申欽·1566~1628)

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경숙(敬叔), 호는 상촌(象村), 본관은 평산. 홍문관 대제학, 좌의정 등을 역임했다. 이정귀·장유·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문장사대가로 일컬어진다. 신중한 성품과 뛰어난 문장 실력으로 선조의 신망을 받아 항상 문한직을 겸해 맡았고, 당대 사림들에게 추앙받았다.

5. [머니투데이][광화문]공중파의 몰락

“어떻게 했길래 공중파 방송이 망할 수 있단 말인가?”지난 4월1일 밤 12시. 홍콩의 양대 공중파 방송 중 하나인 ATV(AsiaTelevision Ltd) 채널은 끝내 폐쇄됐다. 파란색 정지화면 위에 “프로그램 신호가 중단됐다”는 자막만 뜰 뿐이다. ATV는 사실상 문을 닫았다. 

한 때 홍콩 방송·연예계를 호령했던 이 공중파 TV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TV의 실타래가 꼬인 결정적 사건은 2011년 7월6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TV는 정규 방송 도중 긴급 자막으로 ‘장쩌민 전 중국 국가 주석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ATV는 이어진 10시30분 정규 뉴스 시간에 또다시 장 전 주석의 사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ATV의 이 보도는 불과 하루 만에 ‘세기의 오보’로 바뀌었다. 중국 정부의 입으로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이 사망 사실을 정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ATV는 곧바로 “6일 밤 장쩌민 선생의 별세 보도를 철회한다”며 “시청자와 장쩌민 선생에게 사과한다”고 오보를 인정했다. 장 전 주석은 같은 해 10월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에 모습을 보이며 건재를 알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오보를 낸 ATV의 사주가 왕정으로 바로 장쩌민 전 주석 외조카라는 점이다. 장 전 주석 사망 여부를 어느 매체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ATV는 정반대로 시대의 오보를 날렸다. 이후 ATV는 감당하기 힘든 위기를 맞는다. 홍콩 정부가 ATV에 일제 조사를 벌여 41개 시정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ATV의 공중파 무료 채널 면허가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장쩌민 오보는 상징적 사건일 뿐 ATV 내부는 이미 곪을대로 곪아있었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는 실질적 사주인 왕정의 역할이 한 몫 했다는 평이다. 왕정은 2010년 3월 ATV 지분 52.4%를 확보하며 ATV를 홍콩의 CNN으로 키우겠다고 야심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행보는 CNN과 거리가 멀었다. 

시청률의 관건인 드라마 제작을 중단하는가 하면 감봉과 직원 재교육 정책으로 능력 있는 직원들을 내쫓다시피 했다. 한때 700명을 넘던 직원들은 400여명으로 뚝 떨어진데다 충원된 직원들의 경험미숙으로 크고 작은 방송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위기는 숫자로도 입증됐다. ATV의 적자는 2012년 3억4000만 홍콩달러(505억원)에 이어 2013년에는 3억7800만 홍콩달러로 치솟았다. 

망하는 기업들이 그렇듯 내부 분쟁도 엿보인다. ATV의 2대 주주인 대만 왕왕그룹 차이옌밍 회장은 2012년 왕정 등의 방만한 경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며 홍콩 법원에 주주 권리 보호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홍콩 법원은 차이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왕정 측에게 지분 10.75%를 제3자에게 매각하라고 주문한다. 

왕정은 새 투자자를 찾아 나섰지만 깨진 독에 물을 붓겠다는 투자자는 없었다. 급기야 홍콩 상무경제부는 2015년 3월 ATV의 공중파 무료 채널 면허를 연장하지 않고, 2016년 4월 1일 자로 면허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ATV 몰락의 진짜 이유는 바로 시청자들의 외면이었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자, 광고 수입이 급감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 제작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는 다시 시청률 저하로 이어지며 끝없는 악순환을 낳았다. 가장 참담한 장면은 시청자들이 59년 역사의 ATV 면허 연장에 관심조차 없고, ATV 채널이 사라졌어도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0개가 넘는 유선방송과 위성TV가 있는 홍콩 TV 환경을 탓할 일이 아니다. 공중파도 고객이 외면하면 얼마든지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삶의 여기저기에 대입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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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11일 신문 브리핑 #

"가장 축복받는 사람이 되려면 가장 감사하는 사람이 되라."
- C. 쿨리지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전체 수출액이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로 지난달 농식품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함
-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수출액이 5억668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 늘어났다고 10일 발표했으며, 이는 1970년 관세청이 월별 수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임

2.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산업별 노동조합 산하 지부·지회가 독립성이 있다면 스스로 산별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다시 나오면서 기존 산별노조 중심 노동운동의 근간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
-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이모씨(45)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장 등 4명이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상신브레이크 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발표함

3.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이달 초 24개에 이르는 프로젝트팀을 동시다발적으로 신설함
- 네이버가 이 같은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은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의 뒤를 잇는 ‘차세대 기술리더’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서, 신 대표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로는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 신화의 주역임

4.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외국 선주들과 용선료(선주에게 배를 빌려 쓰는 비용)를 낮추는 협상에 들어감
-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를 보고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임
-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용선료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낮추라고 지침을 준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소 1억달러 이상은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한진해운이 연간 해외 선주에 지급하는 용선료는 8억달러임


<< 금융/부동산 >>
1. 금융당국이 국내 보험회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감독 기준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럽연합(EU)의 솔벤시Ⅱ(SolvencyⅡ)와 비슷한 체계로 개편하기로 함
-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위험부담금(요구 자본) 적립 기준(현재 8~12%)을 크게 늘리는 규제로, 2020년 도입 예정인 IFRS4 2단계(부채를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국제보험회계기준)와 맞물려 보험사에 대한 자본 확충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임
- 또한 이러한 변화는 삼성전자 지분 7.2%를 포함한 20조원어치의 계열사 주식을 효과적으로 처분할 대안이 될 수 있어서 삼성그룹 금융 부문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음

2. 은행들이 11일부터 가입자가 맡긴 돈을 금융회사가 알아서 투자하는 방식인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를 시작함
- 지금까지 증권사만 판매해온 일임형 ISA 시장에 은행까지 가세하면서 두 업권 간 ISA 판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임

3. 로보어드바이저와 인간 펀드매니저 간 자산운용 실력 대결을 펼치는 `매경 로봇 vs 인간 투자대회`가 지난 8일 6개월간의 치열한 경쟁에 돌입함
- 이번 대회는 지난달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 간 바둑 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로봇을 활용한 자산관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를 보여주고, 신뢰할 만한 것인지 검증하기 위해 마련됨

4. 중국이 경기 둔화로 최근 2년 새 은행에 쌓인 부실채권 규모가 두 배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부실채권을 해소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음
- 이를 방치하면 경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며, 중국 정부는 은행 부실채권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증권처럼 증권화해 시장에 매각,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과 부실채권을 대출기업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허용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

5. 법인세 실효세율을 놓고 국회 예산정책처와 정부가 서로 다른 계산법으로 충돌하고 있음
- 예산정책처는 법인세 실효세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보고서를 낸 반면 정부는 제대로 된 통계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실효세율은 오히려 상승했다고 밝힘


<< 국제 >>
1. 산유국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산유량 동결 합의에 대한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상승함
- 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6.6% 상승한 배럴당 39.72달러를 기록했으며, 런던 ICE 선물시장의 6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6.4% 오른 배럴당 41.94달러 선에서 거래됨

2. 미국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X가 우주로 발사한 1단계 추진 로켓을 지난해 12월 지상에서 회수한 데 이어 지난 8일 바다 위 무인선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함
- 지상이나 바다에서 1단계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면 우주선 발사 비용을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이에 따라 일반인들이 우주로 여행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

3. 중국이 `진주목걸이` 전략 거점인 스리랑카에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과 인도의 군사협력에 정면 대응하고 나섬
-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경계하는 미국은 최근 인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8일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미국에서 군사용 드론 `프레데터` 40대를 수입하기로 함

4. 인도의 인구 증가가 경제성장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지만 교육 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히려 경제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CNN머니가 9일(현지시간) 보도함
- UN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인도의 총인구는 14억1000만명으로 중국(13억8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금융지주회사(金融持株會社, financial holding company)
-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사업 없이 금융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주식이나 지분을 소유하여 경영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함.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는 주식 또는 지분의 소유를 통하여 1개 이상의 금융기관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로서,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회사로 정의됨. 주된 사업이라 함은 금융지주회사가 보유하는 자회사 주식총액이 금융지주회사 자산의 50% 이상인 경우를 말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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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8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한·미 핵우산 독트린 검토할 만하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제 국방부 기자단 인터뷰에서 북한이 조만간 핵탄두 폭발 시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소형화가 상당 수준 진전됐다고도 평가했다. 핵탄두를 만들어 터뜨리는 실험은 핵무기 보유의 마지막 단계로 인식되는 만큼 국방부 장관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를 언급한 것은 퍽 이례적이다. 북한의 핵 능력 평가에 신중했던 정부가 조만간 북핵의 실전 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예고했다는 차원에서다. 우리는 정부가 그런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이에 상응한 확고한 대응책을 확립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국제사회는 그간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북한의 핵클럽 가입을 논리적으로 용인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북핵 포기를 유도하는 게 지상 과제라고 해서 북측이 핵·미사일 실전 배치 수순을 착착 밟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통상 4∼5차례의 핵실험 후 핵무기를 보유한 다른 나라의 핵개발 과정에 비춰 볼 때 올해 초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어느 정도 핵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을 개연성을 부인하긴 어렵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한 장관이 강력한 북핵 대응 의지를 밝힌 점은 평가한다.

문제는 구체적 대응 방안이 있느냐 여부다. 한 장관은 킬체인 구축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다시 거론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는 ‘현실’에 비춰 볼 때 한가한 느낌이다. 우리 군이 2023년까지 킬체인을 구축하는 데 17조원이 든다는데 천문학적 비용도 문제지만 자칫 차 지나간 뒤에 손 드는 격일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고체 연료 추진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주입 시간이 긴 액체 연료 로켓에 비해 탐지 시간이 짧아 선제 타격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이보다 비용 면에선 효율성이 있는 사드는 중국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어떻게 발동할지에 대한 한·미 간 ‘핵 독트린’ 마련이 필요하다”는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의 어제 제안이 주목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핵에 맞서 핵무장론도 제기해 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와의 마찰 등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핵무장보다 핵우산을 빌리는 게 현실적 대안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유사시 핵우산 제공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담은 한·미 간 핵 독트린으로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북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은 가성비 높은 선택이라고 본다.

2. 볼수록 어이없는 청사 보안, 엄중히 책임 물어야

정부서울청사가 공시생 한 명에게 허무하게 뚫린 사건은 갈수록 가관이다. 공무원들의 보안의식이 얼마나 허술한지 우스우면서도 웃지 못할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건물에선 불과 4년 전 한 남성이 침입해 18층에서 불을 지르고 투신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부랴부랴 고가의 첨단 보안장치를 설치하는 등 보안 강화에 나섰지만, 정작 중요한 공무원의 보안의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행정자치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공시생 송모씨는 지난 2월 28일 이후 수시로 청사에 드나들면서 단 한 번도 제지받지 않았다. 결국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버젓이 들어가 컴퓨터로 점수를 조작하는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정부청사의 보안이 어떻게 이렇게 엉망인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침입자는 청사의 첫 관문인 정문이나 후문에선 훔친 신분증을 내밀어 무사통과했다. 얼굴과 신분증을 대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인 확인은 보안검색대 통과 때도 없었다. 건물 엘리베이터로 통하는 스피드게이트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스피드게이트는 방화 사건 이후 설치한 첨단 보안장치로, 고가의 화상인식 시스템까지 갖췄다. 그러나 방호원 누구도 송씨가 들어갈 때 그의 얼굴과 스피드게이트 상단에 큼지막하게 뜬 신분증 주인의 얼굴을 대조하지 않았다. 범인이 훔친 신분증 하나에 보안 3단계가 허무하게 뚫린 것이다. 범인이 사무실에 들어가는 과정은 더 황당했다. 출입문에 도어록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청소원이나 음료 배달원 등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누군가 적어 놓은 것이다.

만약 1~3단계 보안시설 방호원 중 단 한 명이라도 범인의 얼굴과 신분증 사진을 확인했다면 범행은 불가능했다.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도우미’만 없었어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이번 사건 후 지문인식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상인식 시스템이 뚫린 데서 보듯 문제는 보안시설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보안의식이다. 정부는 테러 방지를 위한 보안 강화를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정작 공무원들의 보안 교육엔 태만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공무원들의 보안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또 범행을 사실상 눈감아 준 것이나 다름없는 관계자들은 물론 이들을 지휘 감독하는 고위층까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3. 여야, 지역 정서에 기대거나 자극할 생각말라

4·13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은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분위기다. 여야의 텃밭인 대구와 광주를 중심으로 고질병인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깊어진 정치 혐오증 상황에서 투표 자체를 고민하는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릴까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오늘부터 이틀간의 사전 투표가 1차 승부처라는 판단 아래 여야의 선거전략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정치를 4류로 몰고 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를 보자. 새누리당 대구 지역 출마 후보 11명은 그제 ‘진박 감별사’를 자처했던 최경환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패권 공천’을 용서해 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자신들의 텃밭인 대구 지역에서 탈당한 유승민 후보 등 무소속 돌풍에 고전하면서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읍소작전을 펼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최근에도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요새 대구 선거에 걱정이 많으셔서 밤잠을 못 이루시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펼쳐 구설에 올랐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박 대통령을 도와주십시오’라는 선전 문구로 재미를 봤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대구 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유권자들을 너무도 우습게 보는 처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30년 동안 야당만 찍어서 얻은 게 뭐냐. 전북 도민들은 배알도 없나”라는 발언으로 지역 정서를 건드렸다. 여당을 뽑으라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공당의 대표가 지역감정을 부추겨서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얄팍한 술수를 부려서는 안 될 일이다. 어느 때보다 여야 후보가 난립하면서 막말과 흑색선전, 비방이 춤을 춘다. 욕먹는 건 잠깐이고 표만 얻으면 된다는 발상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광주에 ‘삼성 미래차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정작 삼성 측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돌풍에 텃밭인 광주가 흔들리자 앞뒤 가리지 않고 대기업인 삼성과 일자리를 앞세워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를 자처한 김 대표가 막무가내식으로 재벌을 끌어들이는 선거 전략은 광주의 표심을 되레 싸늘하게 만들 뿐이다. ‘호남의 적자’를 둘러싼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의 저질 공방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지역 정서를 자극하려는 저질 선거에 유권자들의 분노와 실망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총선 관련 벽보와 현수막들이 곳곳에서 훼손되는 사태에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싸늘한 표심이 담겨 있다.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패거리 정치의 얄팍한 술책이 선거판에 투영되면서 여야의 텃밭 표심이 분노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지지층 결속을 위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구태를 되풀이할수록 지지층들이 떠나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 정서에 기대는 정치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동아일보]

4. 현대重 노조, ‘알리안츠 헐값 매각’ 보고도 배가 불렀나

2013년 4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연간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보내 달라는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어제 사측에 내놨다. 성과급을 지난해의 두 배인 250%로 올리고, 조합원 사망 시 자녀나 배우자 중 1명을 특별 채용하는 고용 세습 조항도 담았다. 이런 요구안을 모두 실행하는 데는 연간 4000억 원 가까이 든다. 

조선업 장기 침체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현대중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배짱이 놀랍다. 현대중 노조는 2004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탈퇴했지만 지난해 10월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 후보가 당선되자 올해 민노총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노총 소속 기업 750곳 가운데 절반 정도가 고용 세습 조항을 두었다. 이러니 기업이나 정부가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촉구해도 먹힐 리가 없다.

현대중과 함께 조선 3사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어제 거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거제시와 시의회에 요구했다. 총선 후보자들에게도 대량실업 사태가 우려된다며 고용안정 대책을 공약으로 촉구했다. 지난해 8조 원대의 적자를 낸 3사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이런 현실에 눈감은 채 노조는 구조조정에 저항할 태세인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조하던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국내법인인 한국알리안츠생명을 300만 달러(약 35억 원)의 헐값에 인수키로 했다는 소식은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제일생명을 4000억 원에 인수했지만 누적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1차적인 책임은 경영진의 무능에 있지만 성과급제 도입에 반발하는 등 구조조정에 저항한 노조에도 책임이 작지 않다. 알리안츠생명 노조 역시 조선사 노조처럼 지난해 말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는 기업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정책이다. 정부가 발권력까지 동원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깎아내지 않으면 ‘좀비기업’만 연명시키는 꼴이 된다. 현대중 같은 기업의 노조원들을 해외연수 보내주느라 국민이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 같은 희생을 떠안을 순 없다.

[이데일리]

5. 대기업의 '中企기술 베끼기'는 범죄다

중소기업이 개발·보유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눈길을 끈다. 중소기업이 개발하고도 미처 특허청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기업이 그 기술을 베껴쓸 경우 형사 처벌키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업비밀을 침해할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벌금도 종전보다 10배로 올려 처벌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수사·재판 및 법 집행에 이르기까지 과거에 비해 겹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크게 박수칠 만하다.

정부가 이번에 공개한 기술유출 실태를 살펴보면 그 천태만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대기업 L사는 배터리라벨 제조 중소기업 S사의 기술로 자체 생산하다 당국에 적발됐다. 품질관리 차원에서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취득한 기술을 무단 사용한 것이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A사 연구소장은 퇴사 후 경쟁업체 B사 기술자문으로 활동하면서 A사 제품과 유사품을 출시했다. 도의적으로도 어긋나는 처신이다. 정부가 이번에 단속에 나선 것도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여러 방법으로 유출되는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조치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인수와 투자가 일반화된 미국 실리콘밸리와 달리 국내에선 중소기업들의 기술을 부당하게 가로채는 악습이 기업문화 저변에 깊게 도사리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갑’으로 모셔야 하는 대기업의 기술 프레젠테이션이나 기술자문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기술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도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소기업이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슬며시 빼앗아 가는 것은 범죄행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건전한 상생관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치는 대기업들의 ‘프리 라이더’(무임승차) 관행은 하루빨리 개선해야만 한다.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경영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과 규제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6. 이제 믿을 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뿐

4·13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야 정당들이 ‘집토끼’를 지키느라 골몰하는 모양새다. 전통적 지지자들의 대대적인 이탈 조짐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연일 긴급 선거대책위원회를 열어 집토끼 이탈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텃밭인 대구 지역의 후보들조차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모여 무릎을 꿇어가며 한 표를 달라고 읍소하는 등 여간 부산스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지지 기반이던 호남에서의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도 마땅한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과거 같으면 ‘산토끼’(중도층)를 잡느라 여념이 없을 선거운동 막바지에 정당들이 집토끼 챙기기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새누리당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주연의 ‘막장 공천’으로 집토끼를 내몰고는 이제 와서 “잘못했으니 회초리로 때려라. 하지만 표는 달라”는 억지를 쓰고 있다. 더민주는 ‘셀프 공천’, ‘도로 친노(親盧)당’ 파문의 장본인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07석 못 얻으면 당을 떠나겠다. 비례대표도 미련 없다”며 배수진을 치면서 ‘삼성전자 미래차사업 광주 유치’를 공약으로 내거는 무리수까지 뒀다. 하지만 괘씸한 행태가 워낙 컸던 탓인지 유권자들의 반응은 떨떠름할 뿐이다.

이번 총선은 각 후보의 인물 됨됨이와 공약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애당초 선거구 획정이 5개월이나 미뤄진 데다 공천마저 각 당이 파벌싸움의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토론을 거부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박탈하기까지 했다. 어제부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돼 그나마 선거판의 흐름을 읽기도 어려워졌다.

이제 믿을 건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뿐이다. 투표일까지 닷새밖에 안 남았지만 지금이라도 각 후보의 경력과 행적을 철저히 따지고 선거공보에 나타난 공약들을 면밀히 비교한 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어떻게든 당선되려고 마구 쏟아내는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가선 안 된다. 그랬다간 이번 선거로 구성되는 20대 국회 역시 ‘사상 최악의 국회’로 낙인찍힌 19대 국회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7. 기업가 정신이 만들어낸 셀트리온 성공 신화

셀트리온이 생체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 마침내 미국 시장을 뚫었다. 셀트리온은 6일 램시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FDA가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판매 승인을 내준 것은 램시마가 처음이다.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는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와 같은 효능을 내지만 가격은 30~40% 싸다. 레미케이드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약 12조원어치가 팔렸다. 관련 의약품의 미국 시장 규모만 약 20조원, 10%만 차지해도 연 2조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램시마의 승인 획득으로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성공의 눈으로 보면 실패와 좌절도 아름다운 법이다. 셀트리온의 성공 스토리도 그렇다. 서정진 회장의 도전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34세에 대우자동차 임원이 된 서 회장은 잘나가는 샐러리맨이었지만 바이오산업엔 문외한이었다. 2002년 ‘미래 산업의 대세는 헬스케어’란 확신 하나로 그는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바이오 문외한이 아무도 못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할 턱이 없다”는 비아냥이 쏟아졌지만 그는 버텼다.

서 회장은 2006년 램시마 개발에 착수해 4000억원의 거금을 쏟아부었다. 연구 자금이 모자라 사채시장을 전전했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끌어 쓰기도 했다고 한다. 주식 시장에는 음해성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낼 기술력을 의심받아 자살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의 성공 신화를 쓴 것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이 일궈낸 쾌거다. 서 회장은 “남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에겐 바이오산업의 무궁무진한 성장성이 보였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당뇨 치료제 개발로 대박을 터뜨린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스토리와 닮은꼴이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의 성공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 미래를 내다보는 눈, 눈앞의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으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만이 부진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건져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매일경제]

8. '설탕과의 전쟁' 국민적 자각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비만과 당뇨 등 만성질환의 주범인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저당 레시피' 개발 등 식습관 개선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한국인의 총열량 대비 당류 섭취량은 2007년 13.3%(59.6g)에서 2013년 14.7%(72.1g)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가공식품을 통한 국민 평균 당류 섭취량은 하루 44.7g(총열량의 8.9%)으로 적정 섭취기준(10%) 이내지만 어린이·청소년들은 이미 초과했고 당류 섭취가 빠르게 늘고 있어 걱정이다. 국내 청소년 비만율도 2014년 12.9%로 5년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당류를 과잉 섭취할 경우 비만, 고혈압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각각 39%, 66% 높은 것으로 조사된 만큼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당류 저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보다 비만도가 높은 각 나라들은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05년 당류 섭취가 119g에 달하자 공립학교 내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했고, 현재 어린이 자판기는 열량, 당 등 성분에 따라 빨강, 노랑, 녹색으로 칸을 구분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실천운동, 영양표시 의무대상 가공식품 확대, 커피전문점 자율영양표시제 등을 통해 설탕 줄이기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이드라인 제시와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수준이어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식품·외식업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만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영국은 '반 슈가보이'로 불리는 셰프 제이미 올리버의 학교급식 개선과 '슈가 러시'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 효과를 봤는데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영국은 향후 2년 이내에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설탕세를 매기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 비만도가 심각하지 않고 식음료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설탕세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봤는데 국민캠페인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를 대비해 설탕세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9. 총선 투표율 높일 사전투표권 적극 행사해야

20대 총선 사전투표가 오늘과 내일 전국 3511곳에서 실시된다. 신분증만 있으면 별도 부재자신고를 하지 않고 주소와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니 유권자들이 편리하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사전투표제는 2013년 4·24 재보궐선거 때 도입됐고, 같은 해 10·30 재보선과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실시됐다. 전국 단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두 차례 재보선 때 사전투표율은 각각 4.9%, 5.5%에 그쳤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11.5%로 상승했다. 낮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특별한 대형 이슈가 없는 데다 여야 모두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키우고 있어 벌써부터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당의 공천 파동과 야권 분열은 유권자들을 실망시켰고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 역시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늘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은 1월 초 22%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말에는 27%로 증가했다. 예상 투표율이 최고 60%에 이를 것으로 계산해도 680만명 이상이 부동층이라는 얘기다. 이들이 끝까지 지지 정당과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해 투표장으로 가지 않는다면 투표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막판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권자들도 신성한 권리인 참정권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전투표제를 적극 활용해 국민에게 실망만 주는 낡은 정치세력을 표로 심판해야 한다.

[세계일보]

10. 진경준 '주식 대박' 조사도 청와대 지시 있어야 하다니

검찰 고위 간부의 ‘주식 대박’ 스캔들이 확산일로다. 지난달 25일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120억원의 차익을 낸 것으로 드러난 뒤 의혹이 날로 무성해지고 있다. 진 검사장이 넥슨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는지가 핵심이다.

2005년 진 검사장과 외국계 컨설팅업체 간부 박모씨, 대기업 변호사였던 김상헌 현 네이버 대표가 넥슨 미국법인장을 지낸 이모씨로부터 넥슨 주식을 주당 4만원에 1만주씩 사들였다. 이들이 사들인 주식 3만주는 넥슨 전체 주식의 1%에 근접했다고 한다. 넥슨 주식은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희귀 매물이었고 넥슨 승인이 없으면 일반인은 사들이는 게 불가능했다. 시중에서 주당 10만∼15만원에 거래되던 넥슨 주식을 주당 4만원에 산 것도 의문이다.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넥슨 창업자 김정주 대표로부터 비공개 정보를 제공받고 주식을 싼값에 사들였는지가 의혹의 대상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근무를 하고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지낸 진 검사장 직무와 넥슨 주식 보유 간에 연관성이 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주식 대박’ 의혹은 검찰의 도덕성과 공직 윤리와 직결된 문제다. 법무부와 검찰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당국도 즉각 조사에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약속이나 한 듯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여론 눈치나 살폈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대한변협이 수사 촉구 성명을 내도 묵묵부답이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 만에 진 검사장에게 소명요구서를 발송한 게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진 검사장과 넥슨도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어제서야 청와대가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 검사장이 낸 사표 수리를 보류하고 의혹부터 밝혀내라는 뜻이다. 청와대 지시가 떨어진 이상 법무부와 검찰 등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 기관이 대통령 입만 쳐다보며 팔짱만 끼고 있던 셈이다. 이번 의혹은 청와대가 철저한 진상 규명을 강조할 만큼 엄중한 사안이다. 법무부와 검찰, 금융당국은 주식 거래에 불법적 요소가 없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기자수첩]장동민에게 '밝은 웃음'은 뭘까

장동민이 또 구설에 올랐다. 지난 3일 방송된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한부모 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콩트가 문제가 됐다. 새 장난감을 자랑하는 친구에게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다" "선물을 양쪽으로 받으니 재테크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악질이다.

여성비하 발언과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 조롱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밝은 웃음으로 보답하겠다"고 눈물을 흘린 지 1년여 만이다. 장동민은 "대본대로 한 것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연기자의 잘못"이라고 급히 사과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여전한 장동민의 언행은 더 좋은 개그나, '전적'이 있는 개그맨으로서 자신의 발언이 가질 무게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은 모양새다.

JTBC 웹 예능프로그램 '마녀를 부탁해'에 게스트로 출연해 '가모장적' 발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우먼 김숙에게, "그러다 (나처럼) 잘못된다"고 말한 대목은 "개보×" "여자는 멍청해서" 등 자신이 했던 말과 김숙의 패러디가 갖는 사회적인 맥락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장동민의 개그는 여성이나 삼풍백화점 사고 피해자에서 한부모 가정 자녀, 즉 또 다른 사회적 약자로 타깃을 바꿨을 뿐이다. 상대를 비하하고 상처를 들쑤시는 본질은 그대로다.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인 뒤 1년 동안, 장동민은 여전히 잘 나갔다. 각종 예능물에 게스트나 특별MC로 얼굴을 비쳤다. 이번 사건의 공동 가해자인 '코미디 빅리그'도 "장동민에게 떠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나섰다.

이번에는 한부모가정 권익단체인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까지 나서 일이 좀 커지고 있지만, 그래도 장동민은 잘 나갈 거다. 방송계는 언제나처럼 '우리 동민이가 거칠어 보여도 알고 보면 여자친구에게도 잘 하고, 속 깊고 착한 아이'라는 포장지를 덧씌워 장동민을 계속 부르겠지.

그렇다면 장동민식 '밝은 웃음'의 다음 타깃은 누가 될까. 또 다른 약자 집단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2. [이데일리][목멱칼럼]설현과 선거, 그리고 연예인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어느 선거이든 선거는 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초등학교 반장을 뽑는 선거든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든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선거는 늘 그래왔다. 

이번 선거 역시 그렇다. 공천부터 시작된 잡음과 논란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선거라는 속성상 2등이 필요 없는 인간 본능의 생존게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치열하고 각박한 경쟁은 늘 논란의 불씨를 낳아왔고, 거기에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연예인이 가세하면 그 논란의 폭발력은 훨씬 증폭되기 마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을 선거 홍보대사로 위촉한 뒤 선거 캠페인 광고를 선보였다. 투표참여를 독려하려는 취지의 이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였다. 마치 화장품이나 스마트폰 광고를 연상케 하는 이 영상의 핵심 메시지는 4월13일이 투표일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영상 속 설현의 섹시한 웨이브 춤,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할 때 사영된 대사다. 이를 두고 “성 차별적이다“ ”시민의식이 없는 시민으로 표현됐다” “선거 캠페인을 너무 성적 표현에 의존했다”는 부정적 의견이 쏟아졌다. 물론 이 광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는 신선한 광고다” “딱딱하고 근엄했던 기존 선거광고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파격적인 영상”이라는 의견이 그런 시각이다. 

트렌드나 시대변화, 그리고 기술의 진보에 따른 새로운 변화에는 항상 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기술의 진보에 따른 변화로 인해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투표 인증샷’이었다. 당시 이효리 김제동 김미화 등으로 촉발된 투표 인증샷은 SNS를 타고 번지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고, 일부 연예인은 목표 투표율을 걸고 공약실천을 약속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는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의견과 개인 정치색을 드러내며 특정 정당을 지원하려는 의도된 연출이라는 의견으로 대립하며 논란을 가열시켰다.

시대변화에 따른 이른바 폴리테이너(Politainer: 연예인(Entertainer)과 정치인(Politician)의 합성어)의 등장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정치인을 꿈꾸며 선거판에 뛰어들거나, 후보자의 유세 지원에 팔 걷고 나서거나, 소신 발언으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원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사회 변화에 따른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는 대중적인 인지도와 유명세로 인해 단기간에 홍보효과가 극대화되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논란을 불러올 개연성이 크다. 선거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후보자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아주 복잡하고 민감하다. 거기에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연예인이 가세하면 대중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된다. 그런 폭발력 때문에 연예인은 자의든 타의든 선거판에 뛰어들게 되어 자연스럽게 잡음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대중의 관심을 높여야 하는 게 선거광고와 선거마케팅의 본질이라면 이번 광고는 분명 성공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인기 연예인 설현을 앞세워 ‘선거광고 같지 않은 선거광고’라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기존 광고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논란마저 불러일으켰다. 

광고의 목적과 성 차별적 논란은 별개의 문제다. 논란으로 번진 광고 콘셉트나 표현 기법은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이나 선거운동 참여도 마찬가지다. 선거와 연예인은 속성상 대중의 관심과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논란의 여지도 클 수밖에 없다. 폴리테이너라도 선거와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나 엄격하게 적용받는 ‘신중’과 ‘냉정’ 모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3. [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게임에서 추억을 공유한 세대

회식을 마치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가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택시 기사님 목소리에 내렸습니다. 내린 곳은 어딘가 낯익은 풍경의 동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모여 시간을 보내던 친구 자취방 앞이었습니다.

현관문 앞에 서자 창문 틈으로 친구들이 보입니다. 양복을 입은 내 모습과 달리 친구들은 대학 시절 얼굴 그대로입니다. 무릎이 튀어나온 운동복 바지, 세수도 안 한 듯한 얼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멍하니 서 있는데 한 친구가 묻습니다. “가져왔어? 위닝 일레븐 4.”

위닝 일레븐 4는 1999년 최고 인기를 자랑하던 콘솔 축구 게임. 일단 대학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게임을 합니다. 만화책을 보고, 친구에게 머리 좀 자르라고 구박도 합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이름을 외치며 한참 웃으며 게임을 하는데 멀리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택시에서 꿈을 꾸다 현실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 대표적 게임 개발사 코나미가 지난달 유튜브에 올린 영상 줄거리입니다. 1995년 판매를 시작한 위닝 일레븐 게임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인데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50만 건을 기록했고,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전한 이 게임의 인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유튜브 등에 남겨진 댓글을 살펴보면 정작 게임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각자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보냈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리 오랜만에 만나서 밤새워 당구나 치면서 놀자’ ‘추억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 ‘다들 잘 사니. 오랜만에 한번 뭉치자’.

코나미가 동영상을 통해 이 게임의 재흥행을 기대하는 속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용자들은 상관없다는 눈치입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전 일을 상기시키는 동영상 내용에 ‘무장해제’를 당한 셈입니다. 한 이용자는 이런 댓글을 남겼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고,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남들처럼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다 보니 예전 일들을 다 잊게 됐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에게 “심심해”라며 자주 전화를 했었는데 지금은 마지막으로 심심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요. 친구들과 밤새워 게임을 하고, 실없는 소리나 뱉으며 웃고 떠들며 시간을 때웠던 적이. 동영상은 주인공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며 끝납니다. “여보세요. 우리 오랜만에 말이야….” 이 영상을 보고 저도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4. [한국일보]와우아파트 붕괴

1970년 4월 8일, 서울 마포구 창천동 와우산 기슭(현 와우공원)의 시민아파트 한 동(와우아파트 15동)이 준공 3개월여 만에 붕괴됐다. 먼저 입주한 15세대(총 30세대) 주민과 아래 판자촌 주민 등 33명이 숨졌고 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60년대 서울 주택상황은 열악했다. 54년 124만 명이던 서울 인구는 59년 200만 명을 넘어섰고, 67년 400만 명이 됐다. 이철용이 <꼬방동네 사람들>에 썼듯 변두리마다 “몇 집 움막을 치고 살던 곳이 몇 년 새 수백 세대의 천막촌으로 변”하고 천막에 판자를 덧대“하룻밤만 자고 나면 판잣집이 몇 채씩 늘어나”던 시절이었다. 66년 서울의 주택 부족률은 50%였고, 주택당 주거인은 평균 10.5명이었다. 

강준만의 <한국현대사 산책>에는 63~66년 서울시장 윤치영이 서울시 국감에서 한 발언이 인용돼있다. “내가 서울에 도시계획을 하지 않고 방치해 두는 것은 바로 서울 인구 집중을 방지하는 한 방안입니다.” 64년 국회 내무위에서 윤치영은 “지방에서 서울로 진출해 올 사람은 각 도지사의 사전허가를 받고 다시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는, 그런 입법조치를 연구해 주십시오”라고도 했다. 

박정희의 무허가 건물 정리 지시가 그 끝에 나왔다. 66년 군인 출신 김현옥이 취임한 66년 서울 무허가 건물은 13만 6,650동이었다. 그는 4만여 동을 보수ㆍ양성화하고 9만여 동은 아파트 건립과 경기 광주 대단지 이주로 해결하고자 했다. 68년 말 시민아파트 건립계획이 발표됐고, 69년 32개 지구 406동 1만 5,840가구 아파트 건립공사가 시작됐다. 첫 현장 중 한 곳이 와우산 기슭이었다. 

빈민 세간을 감안해 설계하중을 낮췄고(부실 설계), 저가 입찰ㆍ무허가 하청, 자재 빼돌리기 등 부실 시공. 6월 26일 착공한 아파트는 12월 26일 완공됐다. 실제 입주민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처럼 빈민이 아니라 ‘딱지’를 산 중산층이었다.

김현옥은 일주일 뒤 쫓겨났다. 시민아파트 안전도 검사 결과 405동 중 349동이 안전기준에 미달했고, 71~77년 101개 동이 철거됐다. 현존 두 동의 시민아파트(회현시민아파트, 남아현 시민아파트)는 와우아파트가 무너지는 걸 지켜보며 지어졌다.

5. [중앙일보][마음산책]우리나라 빈곤 아동들도 함께 도와요

지난달 강원도 정선에 있는 위스타트(We Start) 마을에 다녀왔다.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단순 시혜적 복지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구조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곳이 바로 위스타트다. 아이의 건강, 정서적 안정, 학습 능력을 돌보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의 아버지가 일이 없다면 직업 훈련과 연결해주고, 엄마가 우울증에 시달린다면 심리 상담과 부모 역활 교육을 돕는다. 2012년 나눔대사로 임명돼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안산 마을, 속초 마을, 원주 마을을 방문했는데, 이번 정선 마을에 가서는 그곳 아이들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경로당에 계신 할아버지·할머니를 찾아가 손 마사지도 해 드리고, 준비해 간 도시락 공양도 올리고, 아이들과 함께 노래와 악기 연주도 했다. 복지 혜택을 받는 입장에만 있던 아이들이 남을 돕고 베푸는 경험을 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지역 어른들과의 유대감 형성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좋은 시간이었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그냥 가기가 서운해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며 함께 놀았는데, 산이 많은 지역의 아이들이라 그런지 체력이 좋아 어른인 나보다 더 잘 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선 아이들에게 나는 스님이 아닌 얼마 전 ‘무한도전’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유명인이었다. 아이들이 사인을 해 달라고 줄을 서는 바람에 난생처음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너무도 착하고 예뻐 금방 정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많은 아이의 가족이 해체된 상황에 놓여 있거나, 아니면 우리말이 서툰 부모를 둔 다문화가정이었거나, 아니면 집안 환경이 아주 열악한 경우였다. 학교 방과 후 집에 가면 혼자 덩그러니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위스타트 마을에 와서 같이 공부도 하고 간식도 먹고 놀기도 하니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린아이를 돕는 구호 기관과의 인연은 내가 20대 때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시작됐다. 우연히 미국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중남미 국가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에 마음이 움직여 가난한 유학생 시절이었지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그 인연으로 몇 년 동안 과테말라에 있는 호세라는 남자아이를 후원하게 됐는데 1년에 한 번씩 그 아이가 커 가는 사진과 함께 보내온 카드를 받으면 늘 마음 한구석이 따뜻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아프리카 같은 해외에 있는 아동 구호에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전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많이 윤택해졌으니 절대빈곤을 경험하는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돕는 것은 훌륭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 거기에 나의 바람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해외 아동을 도우면서 이왕이면 우리나라 아이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기초보장수급자 가정으로 선정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의 빈곤 아동의 숫자가 무려 68만 명이나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수급을 받는 가정의 아이들보다도 훨씬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신체적·정서적 아동학대가 수급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가정에서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고, 평일 학업을 하는 시간도 빈곤하지 않는 가구 아동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 더구나 더 심각한 것은 걱정거리가 있을 때 상의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은 ‘아무와도 의논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왔다.

한번은 해외 아동 후원 광고는 감동적으로 아주 잘 만드는데 어째서 국내 아동 후원을 독려하는 광고는 가슴을 울리게 만들지 못하는지 관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 나왔다. 광고를 감동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야 하는데 국내 아이들의 얼굴을 그렇게 노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 지점이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아이가 슬픈 표정으로 그런 광고에 나가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내 아동 후원 광고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이 아닌 인지도 있는 홍보대사의 목소리나 사진이 주를 이룬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국내 아이를 돕는 후원은 비교적 활발하지 못하다.

최근 들어 아동학대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어 저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그냥 넘기지만 말고 그럴수록 국내 아동을 후원하는 기관을 찾아 좀 더 깊은 관심과 후원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기들 스스로가 힘드니까 도와 달라는 말을 하기 어렵다. 이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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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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