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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7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끝내 송사에 휘말린 정명훈 마에스트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끝내 명예스럽지 못한 송사에 휘말리게 됐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로부터 위자료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당한 것이다. 그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표의 성희롱과 폭언 의혹을 사실처럼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모든 문제를 떠나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마에스트로가 이처럼 불미스런 사건의 당사자가 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번 민형사 소송은 서울시향 직원들에 의해 제기됐던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이 경찰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난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당하고만 있던 박 전 대표가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반격에 나섰다는 얘기다. 해당 직원들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처음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사실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3명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됐다고 한다.

이번 사태가 서울시향의 운영과 콘서트를 각각 책임지고 있던 박 전 대표와 정 전 감독 사이의 미묘한 감정 대립에서 비롯됐다는 자체가 겸연쩍은 일이다. 피해자의 입장이던 박 전 대표는 사태의 배후에 정 전 감독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전 감독이 규정에 어긋난 회계처리를 해 왔고, 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게 되면서 불편을 느꼈던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어느 쪽을 두둔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일련의 사태가 진행되면서 정 전 감독이 자신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박 전 대표의 ‘인권 유린’에만 공격의 초점을 맞췄던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 연말 서울시향을 떠나면서도 단원들에게 “전임 대표 때문에 직원들이 박해를 당했다”는 편지를 남겼다. 지금의 송사가 제기된 것이 그런 결과다.

예술은 예술의 논리로 풀어가는 게 합당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습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시민단체 고발에 의해 경찰이 정 전 감독에 대한 업무비 횡령 여부를 추가 확인 중에 있으며, 이메일을 통해 서울시향 실무에 부당하게 개입해온 정황이 드러난 그의 부인은 기소중지 상태다. 예술로 풀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옳고 그른 것이 검찰과 법원에서 최종 가려지길 바란다.

2. 의사·변호사 속득탈루 발본색원해야

신용카드와 함께 현금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된 게 2010년부터다. 그러나 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상당수가 여전히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세금을 안 내려고 소득을 숨기려는 의도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파렴치한 범죄행위인 동시에 봉급생활자 등 성실 납세자들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엄벌해야 마땅하다.

국세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들이 지난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적발돼 물린 과태료가 11억 5000만원이었다. 전체 액수로는 크지 않지만 2010년(8600만원)에 비해 무려 13배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이 심각하다. 2014년(8억8300만원) 보다도 30% 증가했다. 건당 평균 과태료도 165만원으로 나타났다. 소득을 감추려는 불법행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수법은 대체로 일정하다. 고객들에게 대금 지급을 현금으로 하도록 유도하고는 차명계좌로 입금받는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이영수증을 써주거나 일부 액수에 대해서만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준다고도 한다. 특히 의사들에 있어서는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수술비를 깎아준다”고 조건을 내걸고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적발된 사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데다 일일이 현장을 쫓아다니며 적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전문직 자영업자 270명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소득적출률이 33%였다. 100만원을 벌면 67만원만 소득으로 신고하고 33만원은 숨겼다는 것이다. 이로 미뤄 세금 탈루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소득 탈루는 국가의 세수 누수뿐 아니라 지하경제의 온상이 된다. 공평과세의 원칙을 무너뜨려 계층 간 위화감을 키우기도 한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미발행 사업체에 대해서는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보다 철저하게 세원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현금영수증 미발급액의 50%를 물리도록 돼있는 과태료를 높이는 등 처벌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소득자들의 탈루 소득을 끝까지 찾아내겠다는 각오로 발본색원해야 한다.

[서울신문]

3. 혼돈 정국에서 더 중요해진 유권자의 판단력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돼 가고 있지만 이번 총선 정국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총선을 준비하면서 공천과 낙천으로 예비후보들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느 정도의 잡음과 혼돈 또한 ‘성장통’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객관적인 여론조사 결과든 계량화된 경쟁력 평가든 최소한 공천 기준만 명확하다면 사실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누가 봐도 부족한 사람인데 ‘진박’이라는 이유로 공천장을 거머쥐고, 이유도 댈 수 없는 정무적 판단으로 핵심 ‘친노’에게 낙천장을 내민 여야의 이번 공천은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공천은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재를 뽑아 유권자들에게 선택해 달라고 요청하는 정당의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현역 의원이라 해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고, 특정 계파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새누리당의 ‘3·15 공천 결과’를 이른바 ‘비박 학살’로까지 부르며 비판하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나 친이계의 수장 격인 이재오 의원, 기초연금 항명 파동의 진영 의원 등을 모두 배제하고, 그 자리를 진박 인사들로 채운 것은 사실상 ‘박심(朴心) 공천’과 마찬가지다.

유 의원의 사활 여부가 새누리당 공천의 화룡점정이 되겠지만 이미 클라이맥스는 넘어섰다. 새누리당은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은 도덕성이나 경쟁력에 문제가 없더라도 함께 걸어갈 수 없다는 점을 이번 공천에서 분명히 보여 줬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총선 이후 친박 핵심 A의원이 당대표, B의원이 국회의장에 올라 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 당과 국회를 장악하려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국회 및 정치개혁과 무관한 사당(私黨) 정치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던져 준다. 민심을 제대로 읽었는지 묻고 싶다.

당장 여당의 총선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지 않은가. 실제 낙천 당사자들이 보복 정치라며 반발하고, 유권자들 또한 수긍하지 못하면서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가 봇물을 이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실장 출신인 임태희 전 의원은 이미 새누리당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낙천자들 사이에서는 ‘비박 무소속 연대’ 움직임도 엿보인다고 한다.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낙천자들도 대거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일여다야 구도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혼돈의 총선이 될 것 같다.

유권자들로선 이래저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후죽순처럼 늘어선 후보들 가운데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인재를 고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공천 논리가 100% 잘못됐다고 볼 수도 없고, 양당의 낙천자들을 흡수하겠다는 국민의당의 태도를 비난만 하기도 힘들다. 무소속 출마자들 가운데 감춰진 보석이 있을 수도 있다. 유권자가 눈을 떠야 한다. 상향식 공천과 한참 먼 여야의 공천 파행, 특히 새누리당의 공천 독선은 결국 표로써 심판할 수밖에 없다. 더는 국민을 우습게 알지 못하도록 똑똑한 한 표를 행사해 혼돈을 바로잡아야 한다.

4. 실업률 역대 최고 12.5%, 슬픈 청년

청년실업률이 지난달엔 12.5%로 1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해 같은 달의 청년실업률 11.1%보다도 1년 만에 1.4% 포인트나 높아졌다. 그동안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청년층의 취업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청년실업률의 2개월 연속 최고 기록 행진이다. 2월 전체 실업률도 4.9%로 2010년 2월 이후 가장 높았지만 청년실업률이 그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청년층의 취업난이 더욱 악화되고 고용시장의 질도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늘어난 청년층 취업자 중 아르바이트, 인턴, 비정규직 등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청년 취업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등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만둬야 하는 곳을 첫 직장으로 잡은 청년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고 그나마 1년 이하의 계약직도 19.5%에 이른다. 정부는 청년 취업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청년층의 ‘고용 절벽’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청년 고용 대책은 숫자 채우기 등에만 급급한 보여 주기식이라는 비판도 많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앞다퉈 내놓는 대책들도 사탕발림성 공약이 대부분이다. 일자리 부족이나 취업난이 특정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청년층이 미래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에너지를 활용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전망도 좋지 않다. 정부와 민간 연구소들은 올해 신규 취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 두고만 보다가는 청년 취업난은 더욱 악화되고 노동시장의 질도 나빠진다는 것이다. 정부의 청년층 일자리 창출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 창업과 고용 지원,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다음달 청년·여성 고용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5. 심각한 소득 양극화 언제까지 두고만 볼텐가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 가까이 벌어들이는 등 소득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제 공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소득 양극화 수준은 아시아 최고에 이르렀으며, 이런 현상이 사회적 계층 이동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45%에 이르렀다.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 22개국 중 가장 높다. 한국에 이어 싱가포르가 42%, 일본이 41%로 뒤를 이었고, 뉴질랜드 32%, 호주 31%, 말레이시아 22% 순이었다. 특히 우리의 불평등 심화 속도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다. 1995년 29%에서 18년 사이에 16% 포인트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 국가 전체의 평균이 1~2% 포인트 늘어난 데 비하면 불평등 심화 속도는 압도적이다. 한국의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5% 포인트 늘어난 12%로 싱가포르에 이어 2위였다.

보고서는 소득 상위계층의 소득 점유율이 높아지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중기적으로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소득 하위계층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고성장의 동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 성장 속도가 지체되고, 지속성도 떨어진다는 의미다. IMF의 이번 분석은 경기 부양과 기업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우리의 경제 정책을 뒤돌아 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소비층의 다수를 차지하는 하위 90%의 소득을 늘리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독일경제연구소(DIW)는 경기 부양과 디플레 방지를 위한 유럽중앙은행의 강력한 양적완화적 통화정책이 증권, 부동산 등을 보유한 고소득층의 주머니만 불려 오히려 빈부격차를 확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한국 사회가 역동성을 살려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소득 불평등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득 불평등은 학력과 직업의 대물림 현상으로 이어져 사회적 이동을 어렵게 하고, 이는 빈곤의 고착화, 경제성장 지체로 진행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적 어려움이 꼭 소득 불평등 심화 때문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소득 양극화가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동아일보]

6. 총선을 '대통령 선거'로 끌고 가는 이유가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부산을 찾았다. ‘3·15 비박(비박근혜) 학살’이란 오명을 덮어쓴 새누리당 7차 공천 발표 바로 다음 날이고, 선거 불공정 논란을 빚은 대구 방문 엿새 만이다. 청와대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 1주년에 맞춰 이뤄진 것”이라며 선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찾은 사하사랑채 노인복지관에는 지역구에서 공천 경쟁을 벌이는 친박(친박근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모습을 보였다. 창조경제센터가 있는 해운대갑과 그 옆 기장군에도 진박(진짜 친박) 예비후보들이 경선에 나선 상황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통령이 굳이 지방을 찾는 것은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시중에는 ‘이번 총선은 박근혜 선거’라느니, ‘공천이 아니라 박천(朴薦)’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박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인사들이 사실상 모조리 컷오프(공천 배제)됐기 때문에 ‘보복 정치’라는 말도 나온다. 2008년 18대 공천에서 친박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 탈락했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말로 국민의 정서를 자극했다. 그 뒤 상당수가 살아 돌아왔고, 19대 총선에서 친이(친이명박)계에 보복도 했으며,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이제는 그 보복을 끊어야 했다. 그런데도 ‘진박 마케팅’이라는 비판까지 들으며 지방 방문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이 4·13총선에 매달리는 것이 후반기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려면 야당의 협조는 물론이고 여권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더 얻어야 하는데 정치 보복 공천으로 분열의 골이 깊게 파여서야 어떻게 국정에 협력을 이끌어낼지 걱정이다. 

그렇게 밀어준 진박 또는 친박 후보들이 언제까지 충성을 바칠지도 모를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했다가 탄핵소추까지 당했다. 그 역풍으로 당선된 운동권 출신 ‘탄돌이’ 의원들로부터 임기 말 철저히 배신당한 것을 박 대통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이 총선에 집착하는 것이 집권 후반기의 레임덕(권력누수) 방지를 넘어서 퇴임 후 정치 세력화를 겨냥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번 지방 행차는 TK(대구경북)에 이은 PK(부산경남) 방문이라 지지기반인 영남의 세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설도 무성하다. 대통령이 사심 없이 국정을 운영하면 여당은 물론이고 국민도 대통령의 편이 된다. 그런데도 굳이 총선 개입 논란을 자초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국민의 정치 수준이 훨씬 높다는 것을 대통령부터 깨달았으면 한다.

7. 역대 최고 청년실업이 공무원시험 탓이라는 정부

지난달 15∼29세 청년실업률이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인 12.5%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어제 발표했다. 해마다 졸업시즌인 2월의 청년실업률이 높긴 했지만 전달보다 3%포인트 치솟은 실업률은 예사롭지 않다. 전체 실업률은 4.9%로 2010년 2월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는 올해 고용률 66.3%, 신규 일자리 35만 개 창출 목표치를 일찌감치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고용노동부는 청년실업률 증가가 1월 말 공무원 9급 공채 원서를 낸 인원이 예년보다 3만 명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험 준비만 하면 사실상 백수라도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원서를 내면 구직활동으로 간주되는 바람에 실업자 수가 늘었다는 수박 겉핥기 식 진단이다. ‘공시’에 청년이 몰리는 것은 괜찮은 일자리가 민간 부문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인데도 일시적 현상으로 우기는 정부의 시각이 걱정스럽다. 

한국의 고용시장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대졸자 가운데 일을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 않는 니트(NEET)족 비율이 2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아르바이트생, 취업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4.9%)의 2배를 웃도는 12.3%다. 20년 전 일본처럼 청년실업률이 10년 이상 상승하는 장기침체기에 우리도 빠져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는 21일로 예정했던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발표를 4월 말로 연기했다. 총선을 앞두고 준비해온 청년 구직수당제도가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을 것을 우려한 일보 후퇴다. 남은 기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산업의 세상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대책을 만들기를 바란다. 어제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규제 정비 계획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산업 투자위원회’ ‘규제 최소성의 원칙’ 같은 용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화려한 명칭의 기구와 현학적인 구호의 이면에서 관료들은 집요하게 새 규제를 만들어낸다. 장고에 들어간 고용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규제의 판을 갈아엎는 혁신적 구상이 나와야 한다.

8. 親文 살린 野 김종인, ‘잃어버린 8년’ 심판할 자격 있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 정권의 잃어버린 8년’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4년 전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公約)에 관여했던 그가 정부여당의 공약(空約)을 비판하며 ‘경제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제 킹메이커 노릇은 더 이상 안 할 것”이라고 밝힌 김 대표가 스스로 킹이 되겠다고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듣기에 따라선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하려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체로 총선은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는데 이번 총선은 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도 “정치권에서 진정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야당 심판론을 재차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꼽히는 김 대표로서는 이런 프레임을 새누리당 심판론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어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현재 45%로 아시아 국가 중 최대라는 ‘아시아 불평등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김 대표가 2017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라고 진단한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만능열쇠’인 양 강조하는 김 대표의 발언에는 전폭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경제 살리기가 절실한 상황에서 더민주당은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을 악(惡)인 것처럼 국회 통과를 가로막았다. 김 대표도 열흘 전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가 사회 문제에 집착하면 근로자 권익 보호는 소외된다”고 지적했지만 노조가 반대하는 노동개혁 4법 처리에는 협조하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라는 말이 있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면 야당의 정치 행태도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청산한다며 ‘개혁 공천’을 했다지만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대부분 공천 관문을 통과했다. 과연 김 대표가 총선 전에 더민주당의 DNA와 정강 정책까지 바꿔 놓을 수 있는가. 친노와 체질이 다르지 않은 친문세력을 이끌고 새누리당의 8년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김 대표는 돌아보기 바란다.

[매일경제]

9. 기준도 원칙도 없는 공천학살, 유권자를 뭘로 보나

새누리당이 253개 지역구 중 250개 지역에 대해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가운데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원칙과 공정성을 놓고 또 충돌했다. 15일 공천에서 이재오·안상수·주호영·진영·조해진 의원 등을 대거 탈락시킨 데 따른 갈등이다. 지난 4년 동안 의정활동 평가는 제쳐두고 친이계·친유승민계라는 이유로 이들을 대거 탈락시킨 마당에 굳이 유승민 하나만 두고 여론 눈치를 보는 것도 어쭙잖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 과정은 대한민국 정치 후진성의 결정판이다. 2008년 친이계의 공천 학살, 2012년 친박계의 보복 공천 학살에 이어 올해는 친박계의 전횡이 극에 달했다. 제 아무리 분탕질을 쳐도 다수당, 집권당 위치를 유지하는 데다 주요 선거마다 연전연승이니 안하무인,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비례대표조차 인재 영입은커녕 박근혜 대선캠프 인사들의 나눠먹기 장(場)으로 변질됐다. 예의도, 염치도, 최소한의 정치 도의도 찾아볼 수 없다. 

파벌정치의 원흉인 공천 제도 개혁 논의는 이번에도 수포로 돌아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밀어붙였지만 그 자신 계파 싸움의 한복판에 선 데다 선거구 획정 지연, 당원 명부·여론조사 허점 등으로 인해 결국 현역에게만 유리한 결과가 됐다. 새누리당 공천 결과 현역 157명 중 26명만 탈락해 현역 물갈이 비율이 16.5%에 그친 것이 그 증거다. 19대 국회 전면 물갈이를 원하는 국민 여론과 크게 동떨어진 결과다. 

한국 정치의 수준을 지적할 때 흔히 "경제는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는 표현이 자주 거론되는데 현재 우리 정치는 '사류'에도 머물지 못하고 '오류'로 퇴보한 느낌이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된 것은 여당의 무능함과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가 결합한 탓이었다. 집권 여당이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나 사죄도 없이 방약무인 구태 공천을 자행했으니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이 곧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10. 생산성 없는 '야근 공화국' 이제 벗어날 때다

한국 기업이 상습적인 야근과 상명하복 업무 지시 등 후진적인 기업문화로 골병이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국내 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명을 대상으로 '조직 건강도(OHI)'를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 77%가 글로벌 기업 평균보다 약체인 것으로 평가됐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피처폰급인 기업 운영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폰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했는데 백번 옳은 얘기다.

한국의 조직문화가 전근대적이란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상사의 지시에 'No'를 못하는 불통 문화, 비합리적 평가 시스템 등 구태의 뿌리는 깊다. 최악의 기업문화는 '습관화된 야근'이다. 한국 직장인은 주5일 중 평균 2.3일 야근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농업적 근면성을 직원 평가의 바로미터로 삼으면서 '야근=성실'이라는 악습이 자리 잡았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상사 눈치가 보여 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 문화에서 생산성이 오르고 창의성이 나올 리 없다. 한국인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57시간으로 세계 3위다. 하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13년 OECD 34개국 중 25위에 머무르고 있다. 대한상의 조사에서도 상습적 야근자의 업무생산성(45%)이 일반 직장인(57%)보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 확인됐다. 

불필요한 야근은 저출산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장시간 근로 탓에 일·가정 양립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EO가 확실한 의지를 갖고 구태를 수술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알파고 쇼크에서 목도했듯 창의적인 기업이 미래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시대다. 구글, 애플 등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우는 기업문화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도 과거의 낡은 조직엔진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 끼우지 않으면 안된다. '야근 공화국'의 굴레를 벗어나 '칼퇴'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권영석의 통일시대> 알파고 만들어 김정은과 맞붙게 하자

그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 세계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을 단숨에 무찔렀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하는 바람에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답답하고 암울했다. 그런데 구원 투수가 등장한 것이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꿈쩍 않는 기계다운 냉철함, 치밀한 수 읽기와 강한 전투력. 그 정도면 북한 김정은도 무릎을 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알파고가 절실해진 것은 기존의 대북정책이 쓸모없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곧 소형화된 핵무기를 발사할 시험을 한다고 한다.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는 실전 배치 단계라고 한다. 안보 위기 국면이다. 나라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존 대북정책은 완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시대와 상황이 변하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햇볕정책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물 건너갔다. 이제 원점에서 대북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할 때다.

이번엔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폐기되는 정책은 너무 소모적이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스스로 끊임없이 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국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무쌍한 게임이다. 북한에 맞서 최적의 수를 찾아내고 그 수를 놓았을 때 승률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절대 자기 입맛에만 맞는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알파고 같은 대북정책에 특화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어 둬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이대로 간다면 시한부 인생이다. 이 통준위를 대북정책의 알파고로 한번 키워보자. 그러자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통준위 조직과 기능을 완전 개편해야 한다. 통일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당측 대표와 야당측 대표를 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래야 대북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통준위 위원 임명과 대북정책 입안도 변증법에 기반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보수가 있으면 진보가 있다. 정반합을 하고 또 정반합을 하는 과정을 거듭하며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런 대북정책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준위 시스템을 알파고처럼 만들자는 것은 모든 자원을 무한정으로 사용해 어떤 게임에도 지지 않는 묘수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한 묘수는 통일특사에게 맡겨 실행에 옮기면 된다. 이왕이면 고려 시대 서희 같은 외교관을 특사로 맞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탁월한 협상력을 갖춘 특사는 전쟁도 없이 통일을 앞당기는 능력이 있다. 그런 특사를 발탁해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을 설득하고 남북 평화통일을 이룩해 보자.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이 아니던가. 냉전 시대가 끝난 게 언젠데 아직도 지구 상 마지막 분단국으로 남아 힘자랑만 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제 우리도 미지의 통일 시스템에 본격 도전해야 할 때가 왔다. 

2. [서울신문] [문화마당] 당신은 소설을 열심히 읽었습니까/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아침. 도쿄 지하철 마루노우치선, 히비야선, 지요다선의 다섯 개 차량에서 신경가스계 독가스가 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지하철에 타고 있던 시민들은 눈이 멀거나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켰고 부상자는 5000여명에 달했다. 인간의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는 이것의 정식 명칭은 ‘사린’이며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개발한 맹독 가스로 알려져 있다.

아사하라 쇼코는 1955년 3월 2일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에서 태어났다. 소작으로 겨우 집안을 건사하던 부모가 일곱 번째로 낳은 자식이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눈에 이상이 있었는데 자라면서 거의 보이지 않게 돼 구마모토 현립 맹인학교에 다녀야 했다. 아사하라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미나마타의 수은 중독이 원인인 경우도 있었다. 야쓰시로에서 미나미타까지는 차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으며 같은 바다에 면해 있다.

하지만 아사하라의 형이 아사하라를 미나마타병 환자로 관청에 신고했을 때 돌아온 것은 아사하라를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소문과 괴롭힘”이었다. 후지와라 신야는 ‘황천의 개’에 이렇게 적었다. “미나마타의 질소 공장은 패전 후 국가 재건에 앞장선 선봉이었다. 그 국가적 산업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미나마타 앞바다에 수은을 방류했다. 중앙정부는 냉혹하게도 국가 재흥에는 다소간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아사하라가 고향을 떠나 도쿄에 머물며 옴진리교를 설립한 것은 1984년이었다. 1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1만여명에 가까운 이들이 모였다. 변호사와 생화학자, 의사, 과학자, 심지어 정부 관료와 경찰의 수도 상당수에 달했다. 이른바 사회 엘리트층인 그들을 향해 아사하라는 핵전쟁을 예언하고 옴진리교의 신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최첨단 무기와 독가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반론은 허용되지 않았다. 교단 내부에서 아사하라의 예언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은 조용히 제거됐다. 교단의 활동에 항의한 인근 주민들에게는 테러가 가해졌다. 문제는 살인과 납치, 폭력이 자행됐음에도 경찰 당국은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옴진리교에 대한 경찰 내부의 움직임이 교단에 소속된 경찰 간부에 의해 시시각각 보고될 정도였다. 1995년의 대참사가 벌어진 그 순간까지도 사린에 대한 방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문학 수업을 맡고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뉴스를 접하고 일본으로 돌아가 책을 쓸 결심을 한다. 그는 피해자 140명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의 르포르타주를 출간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로 “무방비 상태의 정치가와 경직된 관료 시스템”을 들었다. 한편으로 사건에 가담한 신자들과 인터뷰할 때는 공통 질문 하나를 던진다.

“당신은 소설을 열심히 읽었습니까?”라는 것이었다. 철학이나 종교, 과학 서적을 탐독해 온 신자들 대부분이 소설에는 흥미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대답을 종합해 하루키는 “아사하라가 내세운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픽션이었다. 그러나 픽션에 익숙하지 않은 신자들은 아사하라가 제시한 픽션을 사실과 뒤죽박죽 섞어 고스란히 받아들였다”고 진단했다.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소설을 읽지 않게 되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 맥락일지 모른다. 하긴 읽지 않는 것이 어디 소설뿐이겠냐만.

3. [동아일보][@뉴스룸/박재명]화장지는 변기에

지난해 초 기자는 동아일보의 2015년 연중 기획 시리즈인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에 참여했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총 250회에 걸쳐 연재한 장기 기획물이었던 만큼 독자를 비롯해 동아일보 편집국 기자들, 사회 각계각층의 명사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았다.

그때 두 건 이상의 개선 제안이 나왔지만 쓰지 못한 아이템이 하나 있다. 바로 ‘화장실 휴지통’ 문제다. 한 편집국 기자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놀라는 문화가 바로 뚜껑 없는 휴지통”이라며 “변기 옆 휴지통이 악취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외국 근무를 오래한 고위공무원 역시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혐오문화 중 하나가 화장실 휴지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은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아침에 독자들이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 화장실 휴지통이 화장실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하지만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구글 검색창에서 ‘한국 화장실(Korean Toilet)’을 검색하면 더러운 한국 화장실 사진만 등장한다. 대부분 변기 옆에 파란색 뚜껑 없는 휴지통이 놓여 있는 사진이다. 한국인이 자주 찾는 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화장실에는 한글로 “부탁! 사용 후 화장지는 변기에 넣어 흘려보내 주세요”라는 종이까지 붙었다.

화장지를 그냥 변기에 흘려버리면 배수 문제가 생긴다고 아는 사람이 많다. 화장지 제조사인 유한킴벌리에 물어 보니 “화장실에서 쓰는 소위 두루마리 화장지는 ‘화장실용 화장지’라는 별도 품명으로 판매한다”며 “20초 만에 물에 풀어지는 만큼 변기에 흘려버려도 배관 막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변기 옆에 왜 휴지통을 놓을까. 기자가 자주 찾는 서울 중구 일대의 사무실 4곳의 화장실을 조사해 보니 2곳에 변기 옆 휴지통이 있었다.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에게 휴지통을 유지하는 이유를 묻자 “휴지통이 없으면 더 귀찮아진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각종 위생용품과 스타킹, 물티슈 등을 변기에 버려 배관이 자주 막히는 문제 때문에 휴지통을 없앴다가 다시 만든 곳도 있었다.

한국에 첫 화장실용 화장지가 선보인 것은 1971년. 그 이전까지는 신문지나 공책 등 다양한 종이를 화장실에서 썼다. 당연히 휴지통에 모아 버려야 했다. 그때의 습관이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한킴벌리가 2013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사용한 화장지를 변기에 바로 흘려버리는 비율은 응답자의 51%에 그쳤다.

그동안 우리가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익숙해진 표어가 바로 ‘휴지는 휴지통에’다. 사람들은 으레 뒤처리를 끝낸 화장지를 휴지로 생각해 휴지통에 버렸다.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시민들의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때다. 최근 남미 지역에서도 변기 옆 휴지통 없애기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한다. ‘화장지는 변기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정도의 표어를 화장실마다 부착하는 건 어떨까. 중요한 볼일을 보면서 휴지통에서 흘러나오는 타인의 냄새를 맡는 문화는 이제 바꿀 때가 됐다.

4.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동행]매듭

택배로 물건을 받는 일이 잦다. 대부분은 사무적인 일이지만 가끔은 정이 듬뿍 담긴 상자를 받기도 한다. 시골에서 참기름을 짰다, 갓김치를 담갔다, 땅콩이 정말 고소하니 먹어보라며 요거조거 골고루 넣은 상자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런데 국물이 샐까, 병이 깨질세라 염려하여 얼마나 단단히 포장하고 묶었는지 칼과 가위로 싹둑거리고 난도질을 하는 한바탕 실랑이를 벌여야 할 경우가 있다. 

고마운 마음이야 이를 데가 없지만 포장을 뜯느라 한참 진땀을 빼고 나면 ‘뭘 이렇게까지 칭칭 동여맸을까’ 생각했는데 장흥진 시인의 ‘매듭’이란 시를 읽으며 숙연해졌다.

시인도 어머니가 보낸 택배를 받는다. 칭칭 동여맨 상자를 보며 난감해하자 시인의 아이가 칼을 건넨다. 상자 속엔 가을걷이한 곡식과 채소가 들어 있을 터. 하나라도 더 보내려다 보니 상자가 닫히지 않자 어머니는 꾹꾹 눌러가며 가로세로 수십 번 비닐 끈으로 동여매신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뭉툭한 손이 떠올라 시인은 차마 단칼에 잘라내지 못한다. 

‘힘이 들수록 오래 기도하시던 어머니처럼/무릎을 꿇고/밤이 이슥해지도록 상자의 매듭과 대결한다/이는 어쩌면 굽이진 어머니의 길로 들어가/아득히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시인도 어렸을 적엔 평생 지름길을 모르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시인은 ‘지름길을 지향하는 칼’을 버리고 차근차근 어머니의 매듭을 풀어내면서 이음매 없이 길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길을 본다고 썼다. 나는 이 대목에서 비로소 딸이 어머니를 이해하고 일치가 되는 감동을 느꼈다.

지난 일요일에는 봄맞이 겸사겸사 엄마 산소에 다녀왔다. 나도 예전에는 평생 지름길을 모르는 엄마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단칼에 베어내지 못하는 속 좋은 엄마가 못마땅해서 “그러면 남들이 우습게 본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래도 엄마는 “냅둬라. 괜찮다”라면서 빙그레 웃고 말아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엄마 버전으로 가고 있는 나를 본다. 나도 딸에게 “괜찮아. 돌아서 가도 결국은 다 도착하게 되어 있어”라는 당치 않은(?) 말을 한다. 세상의 매듭을 푸는 방법이 칼로 싹둑 자르는 것만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다 보면 비로소 보이는 길이 있다. 진정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풀리지 않을 매듭이 어디 있을까. 

5. [중앙일보][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한국어만의 특징, 얼마나 알고 있나

전 세계 언어는 7000~8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유엔의 공식 언어는 중국어·영어·스페인어·아랍어·러시아어·프랑스어밖에 없다. 이 여섯 가지만 전 세계 지도자들이 만나는 유엔에서 의사소통 수단이다. 유엔에서 회의나 연설을 할 때는 이 언어를 사용하고, 능통한 언어가 없으면 유엔에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한국어의 위치는 어디일까? 최근 국립국어원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한국어는 사용자 숫자에서 세계 13위를 차지한다. 사용자가 7720만 명에 이른다. 남북한은 물론 중국·일본·러시아·태국·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국어를 처음 접한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어보다 한글이 더 매력적이었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선생님들은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의 우수성을 주로 칭찬한 때문인 듯하다. 심지어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해 한국어가 과학적이어서 위대하고 우수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어떤 언어도 과학적일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글이 과학적이라고 자랑하는 대학생에게 과학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라고 주문하면 당황하기 일쑤다. 한글이나 한국어의 특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더듬거리는 분이 적지 않다. 모든 한국 사람이 언어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한국어에 대한 기본적인 언어학 지식은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한국어는 아름답고 개성이 뚜렷하다. 한국인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한국어만큼 요긴한 것은 없을 것이다. 어떤 외국어로도 ‘알콩달콩’ ‘깡충깡충’ 등 한국인만의 특별한 심리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의 특징이 무엇이냐 물으면 ‘빨리빨리’ ‘한복’ ‘추석’ 등 여러 가지를 꼽으면서도 ‘한국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한글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교육은 많이 받지만 한국어에 관심을 두는 교육은 소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글날도 있고 한글 패션쇼도 있지만 ‘한국어를 기념하는 날’은 없지 않은가. 한국어를 잘 쓰는 교육보다 외국어 학습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풍조도 한 이유가 아닐까.

한글만큼 한국어의 중요성이나 특징을 제대로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어가 전 세계에 더욱 널리 퍼져나가려면 본고장에서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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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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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17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할 줄 아는 마음씨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타고나야지 이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창조할 수 없다."
- 헬리팩스


<< 정치/외교 >>
1.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청와대가 16일 발표함
- 박 대통령은 이 기간에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과 별도 회담을 할 계획이며, 또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초청으로 4월 2일부터 5일까지 멕시코를 공식 방문, 한.멕시코 정상회담을 함


<< 경제 일반 >>
1.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 참여자 100명 중 96명이 취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됨
- 직접 일자리 사업이란 구직자를 취업시킬 목적으로 정부가 임금 대부분을 지원하는 한시적인 일자리 사업임

2.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56만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7만6000명 증가하고 청년실업률은 12.5%로 치솟음
- 1999년 6월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꾼 뒤 가장 높은 수준임

3.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광주 그린카진흥원에서 열린 지역 전략산업 간담회에서 “기존 충전소 및 주유소에 수소충전소를 함께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고 측정 센서, 수소 저장용기 등 수소차의 주요 부품 국산화율도 2020년까지 80% 이상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힘
- 승용차보다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버스가 수소차로 바뀌면 관련 부품산업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며, 버스 노선을 따라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면 일반 승용형 수소차 보급도 촉진돼 수소차가 빠르게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됨

4.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상선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이달 말 현대상선 회생 여부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임
- 이해관계자 집단 중 어느 한 집단이라도 회생 지원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내는 셈임

5. SK텔레콤은 전국 IoT 전용망 구축, 통합 관제센터 설립,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 등을 포함한 IoT 서비스 활성화 전략을 16일 발표함
- IoT 통합 관제센터도 설치하는 등 IoT 서비스 확대에 2년간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함


<< 금융/부동산 >>
1. 국내외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수요가 살아나면서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등 한동안 끊겼던 ‘고수익’ 채권 발행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음
- 16일 JB금융그룹 계열 은행인 광주은행은 75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오는 29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으며, 우리은행도 오는 29일 3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로 함

2. 16일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15년 국민연금 통계’에 따르면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데도 국민연금을 노후 보장 수단으로 선택한 임의 가입자는 모두 24만582명으로 집계됨
- 이 가운데 여성이 20만2769명(84.3%)으로 대부분 소득이 따로 없는 전업주부인 것으로 분석됨

3. 독일 증권거래소(도이체뵈르제)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가 16일(현지시간) 합병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보도함
- 양사는 새로운 지주회사인 ‘UK탑코’를 설립하게 되며, 합병 법인의 시가총액은 306억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를 뛰어넘음

4. 국민은행은 16일 펴낸 ‘3월 KB부동산시장 리뷰’에서 내년 신규 입주 물량이 33만9000여가구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힘
- 지난 11년간(2005~2015년) 평균 27만3000여가구보다 24%가량 많은 물량임


<< 국제 >>
1. 1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날 6곳의 경선지 중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일리노이, 미주리, 노던마리아나 등 5곳에서 승리함
- 하지만 누구도 오는 7월말 전당대회 전까지 당 대선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장에서 자유 투표로 후보를 뽑는 '경쟁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짐
- 한편 미국 민주당의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압승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됨

2.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지난 15일 남부 9개 성과 홍콩 마카오 간 경제통합 확대를 골자로 하는 ‘9+2 전략’을 공개함
- 이 계획은 푸젠성 광둥성 등의 중국 남부 성과 홍콩 마카오 간 경제협력과 교류를 더 활성화함으로써 침체에 빠진 홍콩과 마카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 홍콩과 마카오 지역 경기 불황으로 반중(反中)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옴

3. 바슈롬(콘택트렌즈)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캐나다 최대 제약회사 밸리언트가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밝히면서 주가가 반토막 남
- 분식회계 문제로 ‘제2의 엔론’(대규모 분식회계로 무너진 미국 에너지회사)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지 5개월 만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 주식 전환 또는 상각의 사유조건을 증권 발행 당시 미리 설정해 두는 채권임. 
즉,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경영개선명령을 받거나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등 경영이 악화되는 특정 사유가 발생되면 파산 전이라도 원리금이 주식으로 자동 전환되거나 원리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후순위 채권이며,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함. 
투자위험이 큰 만큼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음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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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6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이런 ‘깜깜이 총선’으로 국회 개혁 하겠나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다가오는 4·13 총선의 정치적 의미는 자못 크다. 우선 박근혜 정부 임기가 2년밖에 남지 낳은 시점에서 ‘정부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맞선 형국이다. 지금의 어려운 나라 형편이 실정 탓이냐, 아니면 국정 발목잡기 탓이냐가 총선으로 판가름 난다. 제19대 국회의 ‘사상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떨치고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느냐도 총선에 달렸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국민의 여망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선거가 코앞인데도 지역구마다 후보는 누구고, 공약은 무엇인지 모르는 ‘깜깜이 선거’가 문제다. 선거구 획정이 법정시한을 무려 5개월이나 넘기더니 이번엔 각 당의 공천이 진통을 거듭하는 바람에 지역구 후보 상당수가 정해지지 않았고 비례대표 후보는 아직 손도 못 댔다.

파벌정치의 원흉인 공천제도 개혁 논의는 이번에도 수포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정치 지도자들이 입만 열면 국민을 앞세우지만 실은 자기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내세우려고 사생결단하기 때문이다. 집권당에서 자행된 2008년 친이(親李)계의 ‘공천 학살’과 2012년 친박(親朴)계의 ‘보복공천 학살’이 좋은 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천 혁명’을 내세워 밀어붙인 상향식 공천도 ‘친박’과 ‘비박’의 계파 싸움에 맥없이 밀려나는 모양새다.

야당도 매한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노’(親盧)가 ‘친문’(親文)으로 명패만 바꿔 달았다는 비판 속에 친노의 좌장 이해찬 의원이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후폭풍이 거센데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은 아직도 야권연대 여부를 놓고 정치공학적 계산이 한창이다.

공천 과정에서 제시된 다선, 고령, 정체성 등의 물갈이 명분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정체성 같은 모호한 잣대도 그렇지만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다선이나 나이 때문에 안 된다니 어처구니없다. 이른바 ‘386’을 국정 전반에 대거 내세웠다가 나라 망친 지 얼마나 됐다고 고령을 탓한단 말인가. 정치권이 못하면 나라의 주인인 유권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국회를 꼭 개혁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로 진짜 선량을 가려내는 혜안을 유권자들 스스로 갖추는 수밖에 없다.

2. 대학 과학연구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대표적인 이공계 5개 대학이 정부의 연구업적 평가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급변하는 세계의 연구 추세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라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사람의 두뇌를 능가할 만큼의 연구 실적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현실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기도 하다.

과학 분야에서 외국과의 연구 격차는 이번 이세돌 선수와 5번기 대국을 진행한 알파고의 사례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비록 구글 등 일부 회사의 실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연구 격차가 벌어져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당장 뒤쫓아 가더라도 단시일 내에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다간 산업 분야에서도 뒤처지기 마련이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값비싸게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빌려써야 하는 처지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연구과제 수행의 성공 여부를 판정할 때 앞으로는 그 주제가 모험적이고 도전적이냐의 여부부터 제대로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 대학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동안의 평가가 연구 논문이 몇 편인가 하는 식으로 단기 실적을 따졌다면 앞으로는 그 내용 위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당사자들이 뒤늦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 아쉬울 뿐이다.

물론 연구자들 본인에게도 문제점은 없지 않다. 교수들 스스로 연구비와 단기 업적만을 쫓아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기 쉬운 분야에 매달려 왔던 측면은 없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정량적 평가 기준도 연구는 젖혀놓고 팔짱만 낀 채 놀고먹으려는 사례를 막으려는 조치였다. 요즘도 남의 논문을 베끼거나 심지어 제자 논문에 이름을 슬쩍 끼워넣는 경우가 적잖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과학 연구가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앞으로는 서로 바뀌어야 한다. 해마다 노벨상 타령이 이어지고 있지만 노벨상에 근접한 연구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학 연구에 관여하는 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대학 당국과 교수들 모두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알파고는 우리에게 귀중한 각성을 깨우쳐준 셈이다.

[동아일보]

3. 조종사의 안전책임 가볍게 여기는 대한항공 회장님

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3일 대한항공 김모 부기장의 페이스북 글에 ‘개가 웃어요’ 운운하는 댓글을 달아 구설에 올랐다. 김 부기장은 최근 비행 전 브리핑을 고의로 오래 끌고 비행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박모 기장이 파면되자 페이스북에 조종사가 비행 전에 해야 하는 일을 상세히 적었다.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말도 있지만 조종사들 하는 일이 많다는 내용이다. 이에 조 회장이 ‘조종사가 GO NO GO(갈지, 말지)만 결정하면 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자동항법장치)로 가는데.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는 반박 글을 붙인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인 1, 2노조는 임금 인상을 내걸고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1인당 평균 1억4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조종사들이 규정에 어긋난다며 비행을 거부하고 페이스북에 업무가 과중하다는 글을 올린다. 조 회장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댓글을 수정하면서 ‘개가 웃어요’ 구절을 넣었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그의 댓글은 재계 9위 그룹 회장으로서 품위를 잃었다. 이 댓글에서 재작년 12월 ‘땅콩회항’으로 불리는 딸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갑질’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많게는 500명이 넘는 승객이 탑승하는 여객기는 자동항법장치로 날지만 이를 작동하고 점검하는 일은 조종사 책임이다. 자동항법장치는 조종사를 돕는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조종사 일이 뭐가 힘드냐 식의 글은 항공사 최고경영자로서 비행 안전을 소홀히 여긴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귀족 노조’로 불리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경영진의 임금 상승률이 37%라며 그만큼 연봉을 올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 일반 직원 노조가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니다”는 성명을 낼 만큼 공감을 얻지 못하는 투쟁이다. 조 회장의 처신도 문제지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역시 국내 다른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도 헤아리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4. 5차 핵실험 지시한 김정은의 막가파식 위협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5차 핵실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를 지시하는 등 핵 위협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보유 의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읽힌다. 강공책을 선택함으로써 제재에 따른 내부 동요를 막고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어제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탄두로켓 전투부(미사일 탄두 부분) 첨두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실험을 현지 지도하는 자리에서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 실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몇몇 군사 대국들만이 보유한 대기권 재돌입 기술을 자력자강의 힘으로 당당히 확보했다”며 장거리 탄도 미사일 기술이 완성 단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대북 제재가 지속될 경우 실제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5월 제7차 당대회 전 성능이 개선된 증폭핵분열탄으로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에도 신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지도하면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쏠 수 있게 항시 준비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11일에는 “새로 제작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 이행된 이후 핵 위협 수위를 점점 높여 가고 있는 셈이다. 즉 제재에 굴복해 핵을 포기하는 대신 핵 군사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함으로써 향후 핵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북한의 이런 막가파식 위협과 도발이 먹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제재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응수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만 높였다. 추가 도발은 오히려 북한 스스로 극한상황으로 몰아 자멸의 시기만 앞당길 뿐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제재를 풀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이 무리한 도발을 계속하면서 변화의 길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멸의 길을 걷는 길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지 않았는가.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핵 보유 망상을 버리는 길밖에 없다. 그게 북한 지도부는 물론 고통을 겪는 주민들이 사는 길이다.

5. 다문화 인구 100만인데 여전한 제노포비아

2020년이면 우리나라 다문화 가족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선다. 현실이 이런데도 우리의 외국인 기피증(제노포비아)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전국의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100만점 기준에 53.95점이 나왔다. 4년 전 조사치(51.17점)보다 약간 개선되긴 했으나 이주민을 터부시하는 인식은 변함없이 높았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인식에 비해서도 크게 열악하다. 구체적인 질문에도 외국인 기피증은 확인됐다.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3명꼴이었다. 이민자에게 개방적인 스웨덴에 비하면 10배 가까이나 높다.

결혼 이민자, 그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 국내 다문화 가족 인구는 지난해 82만명이었다. 2011년 66만명에서 4년 만에 24%나 늘었다. 다문화 인구만 4년쯤 뒤면 10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이주 노동자와 불법 체류자까지 합하면 국내 거주 외국인은 이미 200만명이 넘는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다문화 사회에 부정적인 국민 인식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싫건 좋건 외국인 노동자들은 여러 취약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불청객이 아니라 그들이 없으면 공장이 멈춘다고 해도 엄살이 아니다. 편견도 그렇거니와 출신국과 인종에 따라 차별하는 이중 잣대가 더 견디기 어렵다고 이주 노동자들은 절망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이방인에게 개방적인 시민 의식은 절대 조건이다. 내년부터는 15~64세의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든다는 경고가 나온다. 노동력 부족이 코앞에 닥친 냉엄한 현실이다. 최근 정부는 사회적 장벽으로 학업과 취업이 막힌 다문화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 인식이 받쳐 주지 못한다면 헛수고다.

정부가 다문화 지원 정책을 수립한 지가 벌써 10년, 다문화 가족 지원법을 제정한 지도 8년이다. 이주민들을 단순 노동력이나 보충해 주는 역할자로 인식하는 정책부터 변화가 앞서야 한다. 외국인 전문인력이 유입되지 않고 한국 국적 취득자 수도 몇 년째 정체 상태다. 그들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당당하고 절실한 구성원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배려와 홍보 교육이 국민 인식을 바꾸는 최고의 처방일 것이다.

6. 與 비박계 무더기 컷오프 후폭풍 감당하겠나

새누리당 4·13총선 공천심사가 막바지로 접어들었지만 계파 갈등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 같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어제 비박(비박근혜)계 5선인 이재오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영 의원 등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그러나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또다시 컷오프를 보류했다. 김희국·류성걸 등 대구의 현역 의원은 또 공천에서 빠졌다. 대구 물갈이론을 앞세워 비박계 의원들을 대거 공천 탈락시킨다는 시나리오가 사실상 현실화됐다. 다만 비박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유 의원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고심하는 모양새다.

친박과 비박 간의 앙금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적지 않은 대구 현역 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조치는 투명한 원칙과 기준을 통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공천관리위의 의지를 퇴색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그제 예고 없이 세 가지 공천 배제 기준을 발표한 것은 누가 봐도 석연치 않다. ‘국회의원으로서 품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당 정체성과 관련해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 ‘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 다선 의원의 혜택을 즐긴 사람’ 등 세 가지 원칙이 그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즉각 ‘윤상현·유승민 의원을 동시에 처리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이 위원장도 한때 유 의원의 공천 배제를 강하게 주장하다 주위의 반대에 밀려 보류하는 선에서 컷오프를 미뤘다는 후문이다.

공천관리위가 어제 김무성 당 대표에 대해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사필귀정이다. 술에 취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집권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윤 의원의 행위를 봐줄 경우, 공천 원칙을 제대로 적용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윤 의원을 희생양 삼아 친박계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유 의원을 동시에 공천에서 제외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 등으로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인’으로 비판받았다. 원내 사령탑으로 복지국가의 비전과 방법론을 소신껏 제시했다지만 청와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았다. 이후 알다시피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이런 유 의원을 퇴출시키려는 움직임 자체가 새누리당이 건전한 보수 세력이 아니라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물론 공천관리위의 속내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국회 지도자로서 행한 언행을 당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매도하는 건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명확한 심사 기준을 공개도 하지 않다가 불쑥 공천 배제 기준을 발표하면서까지 유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킨다면 그 후폭풍은 선거판 전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 정체성이 문제라면 여론조사 경선에 참여시켜 당원과 유권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순리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계파 갈등을 접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통해 유권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천을 해야 한다. 계파 챙기기에 급급한 비상식적 공천은 당원과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매일경제]

7. 한국서 열린 `세기의 대국` AI 연구 기폭제 되길

아름다운 승부였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은 4승1패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최종 승자는 알파고지만 이세돌은 인공지능(AI)에 맞서 인간의 투지와 바둑의 낭만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세 번을 내리 지고도 포기하지 않고 알파고의 약점을 공략해 값진 승리를 얻어냈는가 하면 마지막 5국에서 패배했지만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진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이세돌은 5국에서 불리함을 자청하고 흑돌을 잡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도전과 희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는 결코 진 것이 아니다.

이번 대국의 최대 수혜자가 구글이라면 두 번째 수혜자는 바로 대국이 벌어진 대한민국이다. 인간의 직관까지 흉내 내는 AI의 괴력에 경악하고 좌절했지만 온 국민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을 생생히 지켜보고 온몸으로 체험한 것은 큰 축복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기술 개발을 서두르지 않고는 미래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경각심을 갖게 된 것도 소득이 아닐 수 없다. 구글의 AI 빅쇼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지 않았다면 미국 영국 등의 AI 기술을 탐색하고 우리의 열악한 수준을 돌아볼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70억달러에서 내년 1650억달러로 14%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비하면 한국 AI 시장은 내년 6조4000억원으로 추정돼 황무지 수준이다. AI 특허 수도 전체의 3%로 미국의 20분의 1밖에 안 되는 참혹한 상황이다. 정부는 AI산업 육성을 위해 매년 3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미국(30억달러), 일본(1000억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AI 붐이 일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전담 조직을 만든다며 분주한데 정부 주도로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민간에 맡겨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꽃을 피운 신산업들은 관치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구글의 자율자동차가 330만㎞ 시범주행을 할 때 우리 기업들이 겨우 시동을 거는 것은 부처 간 교통정리가 안 되는 중구난방 정책과 꽉 막힌 규제 때문이었다. AI산업 성장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규제를 허물어 신산업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본격적인 AI 시대에 대비해 AI의 기술적 오류,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일자리 소멸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8. 대기업 국내 유턴 파격 지원해 일자리 창출해야

LG전자가 대기업 중에 처음으로 멕시코와 중국에 있는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기는 리쇼어링에 나서기로 한 것은 고용 창출 측면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LG전자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멕시코 몬테레이 세탁기 공장을 6월부터 창원으로 이전하고, 중국 생산기지도 순차적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인건비는 높지만 생산성이 높은 데다 원화값 하락으로 수출 채산성을 맞출 수 있고, 컨테이너선 운반 비용도 낮아져 리쇼어링으로 인한 비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됐다.

해외 공장의 국내 유턴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장려할 만한 일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불황으로 기업 채용이 점점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들의 리쇼어링은 고용 절벽을 해소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이전하는 기업에 파격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금 감면은 물론 공장 이전 비용까지 지원한다. 이에 포드는 18조원을 미국 본토에 투자해 수천 개 일자리를 만들었고, 일본에서는 혼다와 파나소닉 등이 리쇼어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2013년 8월 제정해 법인세와 소득세, 자본재 수입에 대한 관세를 최대 100% 감면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76개에 불과했다. 이 중 대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그 이유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유턴 이후에도 동일 업종을 유지해야 하고 수도권 공장 설립을 막는 등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해외 공장을 완전히 청산해야 하는 조건까지 붙는다.

정부는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기업 리쇼어링 지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로 유턴한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수도권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과감하게 허용하고, 대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세금 감면뿐만 아니라 공장 이전 비용까지 지원하는 미국 등 선진국 정책을 적극 벤치마킹해 더 많은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국내로 이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침체된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묘수이기도 하다.

[헤럴드경제]

9.  대주주 CEO가 기업문화 혁신 전면에 나서라

우리 기업의 조직 건강도가 너무 허약하다. 열에 일곱, 여덟(77%)은 평균 이하 체력이고, 다섯 이상(52%)이 중병을 앓고 있다. 권위주의적 상명하복식 업무지시와 상습적 야근, 비효율적인 회의, 지나치게 잦고 형식적인 보고 등이 기업 건강을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한다. 그만큼 기업문화가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란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컨설팅 전문업체인 매킨지와 9개월간 국내 기업 100개사와 임직원 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문화 종합보고서 내용이 그렇다. 리더십, 조율과 통제, 역량, 책임소재 등 9개 영역 37개 항목에 걸쳐 평가해 글로벌 기업 1800개와 비교 분석한 것이라 실제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하다. 특히 습관화된 야근과 상명하복식 업무지시는 기업 경쟁력 제고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2.3일 야근을 한다. 하루 걸러 한번은 야근을 하는 셈이다. 이러니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요원한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1시간 40분 가량 더 일한 직장인의 생산성(45%)이 그렇지 않은 사람(57%)보다 오히려 낮았다. 

상사가 불합리한 지시를 해도 ‘노(NO)’ 또는 ‘왜(WHY)라고 말하지 못하고 무조건 복종하는 ‘불통’도 문제다. 이런 조직문화에서 경쟁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얻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한국 기업의 임원실은 장례식장 같다”는 말이 나올까. 

구시대적 기업문화는 생산성만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딥마인드가 알파고를 만들어 낸 원천도 따지고보면 자유분방한 기업문화다. 질식할 것같은 한국의 기업문화속에서 이런 창의력의 싹을 틔울 인재가 남아날 리 없다. 야근과 휴일 출근을 밥 먹듯 하면 결국 지역 소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낡고 병든 기업문화를 확 뜯어 고치는 일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보고서가 좋은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기업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특히 대주주 CEO가 마음을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 기업문화를 혁신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결국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부터 느껴야 한다. 기업 문화가 건강해야 가정은 물론 국가와 사회도 건강해진다.

[중앙일보]

10. ‘진박 마케팅’ 현실로 드러난 새누리당 공천

새누리당의 3·15 공천 결과 현역 의원 9명이 탈락했다. 친이계 좌장인 5선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진영(3선)·조해진(재선)·이종훈(초선) 의원 등 친이·비박계 의원이 대다수다. 대구에선 친유승민계 김희국(중-남)·류성걸(동갑)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이미 공천에서 탈락한 권은희·홍지만 의원과 조해진·이종훈 의원 모두 유 의원과 친한 관계인 만큼 유승민계가 사실상 초토화된 셈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류성걸 의원 지역구엔 ‘진박’ 정종섭 후보가 단수 공천됐고 김희국 의원 지역구에도 ‘진박’ 곽상도 후보가 경선 기회를 잡았다. 또 다른 ‘진박’ 추경호 후보도 이종진 의원이 불출마한 달성에서 단수 공천을 거머쥐었다. 반면 이날 공천에서 배제된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에게 폭언을 퍼부어 물의를 일으킨 윤상현 의원이 유일하다. 설로만 떠돌던 ‘진박 마케팅’ 시나리오가 현실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당 공천의 핵심은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이다. 현역 의원이 그런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지역구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면 물갈이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3·15 공천 결과는 그런 기준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특히 대구에서 낙천 당한 두 의원은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진박 후보들을 앞섰거나 적어도 뒤지지 않는 수치를 기록해왔다. 경선으로 공천을 결정할 경우 진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약할 것을 우려해 뚜렷한 이유 없이 현역을 탈락시키고 진박 후보를 전략공천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제 새누리당 공천의 초점은 유승민 의원, 한 사람만 남았다. 친박계는 유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발언이 당의 정체성에 부적합했다는 이유로 공천 배제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유 의원은 그 때문에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는 엄벌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끝난 것이지 의원직 재도전 기회까지 막는 건 민주주의에 앞서 상식에 어긋난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만약 새누리당이 윤상현 의원의 낙천을 명분 삼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유 의원 공천 배제를 강행한다면 여론의 거센 반발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헤럴드경제][프리즘] 한의사는 동의보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의사 A씨와의 대화 한토막이다. 황당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명의로 꼽히는 허준과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동의보감을, 그것도 한의사가 좋아하지 않는다니…

내막은 A씨가 최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논란과 관련해 울분을 토하면서 드러났다. 의사들이 “X-레이나 초음파 기기가 동의보감 어디에 나오느냐”며 말끝마다 동의보감을 들먹여서 그렇다는 거다. 의사들은 첨단의료기술을 맘껏 누리면서 한의사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대로만 진료를 하라는 얘긴데 괘변이다. 한옥에 산다고 세탁기, 냉장고, 가스렌지를 들이지 말라는 격이다.

의사와 한의사 간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은 어쩌면 ‘밥그릇싸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장보러 가다가 손목을 접질려 한의원을 찾은 가정주부 A씨는 X-레이를 찍기위해 아픈 몸으로 정형외과를 왕복해야 하고, 그 와중에 안써도 될 병원 초진진찰료 1만4000원까지 덤터기를 썼다. 퇴근길에 발목을 삐끗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외근직 영업사원 B씨는 사후 병가처리를 하려다보니 회사에 거짓말을 한 모양새가 돼 당혹스럽다. 회사에 제출한 X-레이 사진상 발목은 멀쩡한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침치료로 상태가 호전된 후 따로 병원에 가서 찍어야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현행 의료법에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때문에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 하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복지부는 소극적으로 일관하며 세월만 허송했다. 2014년 12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 개선을 위한 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혀놓고도 1년을 훌쩍 넘긴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이로 인해 한의사가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되풀이 된다.

한의사가 X-레이나 초음파 같은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은 정확한 진료와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일이기도하지만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의료기기사용 제한이 없는 중국의 중의학은 객관적 진단과 예후 관찰이 가능하다. 이런게 원동력이 돼서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세계 전통의약시장은 2050년 6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학육성계획만 발표하고 강건너 불구경인 우리와 달리, 중국정부는 중의약의 세계화를 위해 예산을 집중투입하고 있다.

더이상 방관할 때가 아니다. 자꾸 실현가능성이 요원한 ‘양한방 일원화’라는 방패 뒤로 숨은 채 그때까지 국민에게 불편을 강요해선 안된다. 오직 어느 쪽이 국민건강에 보탬이 되고 국가 전체적으로 더 이익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국민의 불편을 신속하게 해소하는 쪽으로 움직이면 될 일이다. 그게 복지부의 존재이유 아닌가.

2. [한국일보][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당장 듣고 싶은 말

등단 직전, 선배에게 습작시를 건네줬었다. 선배는 줄줄이 빨간 펜을 그어댔다. 내뱉는 말도 지청구 일색이었다. 버럭 자존심이 상했지만 계속 듣고 있자니 내 시에 대한 의견이 아닌, 자기 살아온 얘기가 더 많았다. 뜬금없었으나 시에 대한 품평보다 그 얘기들에 더 공감이 갔다. 그러면서 살짝 마음이 풀렸다. 얼마 후, 그 시들을 한 글자도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투고해 당선이 됐다. 선배의 의견을 수긍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내 선에서 손대고 반영할 수 있는 맥락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선배의 ‘고견’은 이후 다른 방식으로 잔향을 남기면서 오래 영향을 끼쳤다. 당시, 내가 듣고 싶어 했던 말이 무엇인지 선배는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그 말을 아낀 것 아니었을까. 이편에서 미리 듣고 싶은 답과 나누고 싶은 감정을 암시하면 할수록 상대가 제시할 수 있는 답은 더 미뤄지고 에둘러진다는 법칙을 그때 깨달았다. 당장 듣고 싶은 말, 한시적인 위안으로 잠깐이나마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는 말의 효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더 깊숙이 채워줄 수 없는 것이라면 스스로 상처와 결락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게 더 근본적인 애정의 조언일 것이다. 누군가 답을 달라는 말에 나도 선배처럼 응대했었다. 매도나 무시라 여겼는지 모르겠다. 고백컨대, 너무 답을 주고 싶어 그랬던 거라고 이제는 말해야겠다.

3. [한국일보]경구피임약의 재료를 합성한 미라몬테스

1951년 10월 15일 멕시코의 신텍스(Syntex)라는 제약회사에서 경구용 활성 황체호르몬 노르에티스테론(norethisterone)이 합성됐다. 그 호르몬을 주성분으로 최초의 먹는 피임약 ‘에노비드’가 미국서 시판된 건 9년 뒤였다. 

저 연구의 리더가 지난해 별세한 ‘경구피임약의 아버지’ 칼 제라시(Carl Djerassi, 1923~2015)다. 그는 멕시코 출신 화학자 루이스 미라몬테스(Luis Miramontes, 1925~2004)와 신텍스의 책임자 조지 로젠크란츠(1916~)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노르에티스테론을 실제로 합성한 이는 미라몬테스였고, 셋은 공동으로 물질특허를 등록했다. 제라시는 부신피질호르몬 코르티손 합성 등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였고 존경 받을 만한 여러 활동을 했지만, 경구피임약에 관한 한 그가 과한 영광을 누렸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3월 16일은 미라몬테스의 생일이다. 

먹는 피임약은 인류사 특히 여성의 삶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 전 주된 피임법은 체외사정 콘돔 자연주기법 페서리 등이었다. 체외사정과 콘돔은 남성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피임법이고, 페서리는 시술이 번거롭고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기독교가 유일하게 허락한 자연주기법은 ‘바티칸 룰렛’이라 불릴 만큼 실패율이 높았다. 여성들은 심지어 레몬즙을 묻힌 스펀지를 질에 삽입하기도 했다. 

먹는 피임약도 물론 부작용은 있다. 구토증상 소화불량 체중증가 월경불순 등. 페미니스트들이 초기 경구피임약을 경계한 것도 모성 건강 때문이었다. 피임이 여성 책임처럼 인식돼 양육 등에서 남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역작용도 우려됐다고 한다. 물론, 피임 실패와 낙태 후유증이 모성 건강에 미친 영향이 더 컸다. 

당시의 국가가 여성들 못지않게 경구피임약에 환호했다. 서기 원년 세계 인구가 2배로 느는 데 1500년이 걸렸다. 다시 2배가 되는 데는 300년이 걸렸고, 130년 뒤 또 2배가 됐다. 1930년 세계 인구는 20억 명이었지만, 2000년에는 65억 명이었다. 20세기 중반의 서구 사회는 경구피임약을 멜서스의 어두운 예언에서 벗어날 구명 줄이라 여겼다.(지구 차원에서 보자면 멜서스 전망은 아직 유효하다.) 

한국은 60년대 산아제한ㆍ가족계획이라는 국가 사업 덕에 먹는 피임약의 수혜를 선진적으로 누린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서구와 달리, 국가가 임신권을 통제한 사례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경구피임약을 가장 뜨겁게 반긴 건 68혁명의 주체들이었다. 그들에게 경구피임약은 성 해방의 상징이었다.

 4. [동아일보][이기호의 짧은 소설]나의 폭풍 다이어트 돌입기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사랑스러운 동생 슬기에게.

이렇게 가끔 늦은 시간까지 혼자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가족 생각이 많이 납니다. 될 수 있는 한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사실 가족 생각을 하면 허기가 더 많이 지거든요. 그러면 또 잠들기도 어렵고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지기도 합니다. 내가 지금 무슨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이 이어지다 보면 당장에라도 짐을 싸서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버스 한 번 타면 삼십 분 만에 도착하는 나의 집, 아늑한 침대가 있고, 손때 묻은 피아노가 있고, 또 냉장고 한편 냉동 삼겹살과 군만두와 콜라와 조각 피자가 소박한 모습으로 쌓여 있는 집.

사실 좀 전, 침대에 눕기 전 마지막으로 체중계에 한 번 올라갔다가 많이 시무룩해졌습니다. 아마 제가 지금 이렇게 센티멘털해진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저녁도 고구마로 때우고, 스쿼트와 윗몸일으키기도 땀 날 때까지 했는데, 그랬는데도 몸무게는 92kg입니다. 그러니까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집까지 나와 혼자 자취를 시작한 지도 60일이 지났는데, 몸무게는 겨우 0.5kg 줄어든 겁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제가 목표로 삼은 75kg까지는 5년 하고도 8개월이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후…. 곰도 마늘을 100일만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데, 왜 나는 고구마를 5년 8개월 동안이나 먹어야 하는 것일까, 고구마 먹는 게 무슨 주택청약 붓는 것도 아니고…. 이참에 저녁을 고구마에서 마늘로 바꿔볼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우울해진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제가 단순하게 몸매 때문에, 연애라도 한 번 해볼 마음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고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사실, 제 나름대로 상처가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제가 장남으로 태어나 다른 남자들과 다르게,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유치원에 취직한 데에는 다 그만한 신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신념이라는 말이 좀 거창하다면, 그냥 적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90kg이 넘었지만, 몸무게와 상관없이 아이들을 돌보는 게 좋았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행복했습니다(물론 그건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태어난 우리 막내 슬기 탓도 있었죠).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하든 유아교육과를 선택했고, 이렇게 바라던 대로 임용고시를 거쳐 유치원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금 뚱뚱하다는 것이, 남자라는 것이, 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전혀 방해되지 않았습니다. 유치원엔 정말 남자 교사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거든요. 힘을 쓸 일도 많고,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어쩌면 더 보람 같은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게 다 아이들 때문에 생긴 상처입니다. 아이들이, 그러니까 제가 달래주려고 안아준 아이들이, 제 가슴을 손으로 계속 조물락 만지는 거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뭐, 아이들이 엄마 생각도 나고,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자기 앞으로 나온 간식이 사라졌을 때, 같은 반 친구 생일잔치에 나온 바나나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졌을 때, 그때마다 모두 짠 것처럼 저를 바라보던 그 눈길을, 방귀 냄새가 날 때마다 저를 돌아다보던 그 순진한 산새반 아이들의 눈길을, 신념이나 적성만으로 이겨내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기 돼지 삼형제 책을 읽어주면 저를 빤히 바라보는 그 눈길 때문에,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저 자신이 한심스럽고 창피했습니다. 진짜 신념이 있다면 살부터 빼자, 자꾸 아이들이 미워지기 전에 다이어트를 하자, 그렇게 결심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 아버지 어머니. 자꾸 제 자취방에 찾아오셔서 얼굴이 핼쑥해졌다, 핏기가 하나 없다, 고구마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 안 찐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마음이 약해져서 한 개 먹으려고 했던 고구마를 세 개 네 개씩 먹게 됩니다. 아이들도 이미 겉모습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 내리는 세상입니다. 제 신념과 적성을 위해서 저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론 해남고구마 말고요, 그냥 평범한 고구마를 보내주세요. 이러다간 정말 해남고구마, 제가 다 먹어버리고 말 거 같습니다. 밤은 이미 깊었지만, 허기가 져 잠이 오지 않네요. 아버지 어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아들 올림.

5. [동아일보][내 생각은]책을 읽읍시다 이왕이면 사서 읽읍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 비율은 65.3%라고 한다. 교과서, 참고서, 잡지, 만화책 등이 아닌 단행본을 1년에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성인 10명 중 7명이 채 안된다는 얘기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소식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나는 우울하다. 책을 팔아 생계를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책을 안 읽는다’는 것보다 ‘책이 안 팔린다’는 소식이 더 우울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비가 1만6000원이란다. 전년 대비 2000원 정도 떨어진 수준이다. 여기엔 참고서, 문제집 등도 포함돼 있을 테니 일반 도서를 구입하는 데 지출한 비용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서점에서조차 책을 안 사도 수십 명이 맘 놓고 독서할 수 있는 책상을 들여놨다. 그저 ‘읽지 않는 것’만 걱정하니 ‘읽어만 줘도’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다.

출판도 엄연한 산업이고 책도 상품이다. 팔리지 않고 사주지 않으면 작가는 더 좋은 원고를 쓰기 어렵다. 출판사도 다양한 신간 출판에 모험을 거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살 만한 책이 없어 독서를 안 한다’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읍소하고 싶다. “책을 읽읍시다. 이왕이면 사서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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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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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6일 수요일 한국일보사설/한겨레신문사설/동아일보사설

 



[한국일보사설-160316수] 적신호 켜진 기업 조직문화, 구태 벗어나야

 

국내 기업의 조직문화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에 상명하복식 업무지시, 상습야근, 비생산적 회의, 불합리한 평가방식 등으로 불통과 비효율, 불합리 등이 횡행하면서 조직의 건전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간 국내 기업 100개사의 임직원 4만 명을 조사해 이 같은 내용의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진단에는 맥킨지의 조직건강도(OHI·Organizational Health Index) 분석기법이 활용됐다. 리더십, 조율ㆍ통제, 역량, 책임소재 등 9개 영역의 37개 세부항목을 평가 점수화해 글로벌 기업 1,800개사와 비교한 방식이다. 조사대상 100개사 중 최하위 수준 52개사를 포함해 77개사의 조직건강에 의문이 제기됐다. 중견기업은 91.3%가 하위수준으로 평가됐다. 진단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취약점은 리더십, 조율과 통제, 역량, 외부지향성에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상습야근과 주먹구구식 일 처리, 과도한 보고,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지시 등이 나쁜 점수를 받았다.

우리 기업은 제조혁신을 통해 앞서 나가는 해외기업을 따라잡는 전통적 성공 방정식에는 익숙하지만, 지식과 창의력 리더십 등을 발휘해 급변하는 시장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글로벌 기업의 역량을 따라잡기에는 힘이 달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 주된 원인은 후진적 기업문화일 가능성이 드러난 셈이다.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에도 임원 앞에서 정자세로 서서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리더의 업무지시에 ‘왜(Why)’라고 묻거나 ‘아니(No)’라고 거부하지 못하고 무조건 따르는 상명하복의 불통문화가 단적인 예로 제시됐다. 또 “한국 기업의 임원실은 마치 엄숙한 장례식장 같다”는 국내 기업 외국인 임원의 지적은 뼈아프다. 이래서야 창의력이 싹틀 토대가 없다. 유교적 전통에 덧붙여 오랜 권위주의 통치에 따른 군사문화에 기업문화가 접목된 것이 배경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말대로 ‘피처폰’에 머물고 있는 기업문화를 스마트폰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가 왔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구시대적 기업문화로는 생존과 성장이 어렵다. 아울러 기업문화의 획기적 개선에는 결국 기업 최고경영자의 인식과 의지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과 종업원을 사유물 취급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 재벌 2ㆍ3세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는 세습경영으로는 난관을 타개할 수 없다. 한 기업과 경제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오너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후진적 황제경영 방식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한국일보사설-160316수] 국민 우롱하는 여당의 유승민 공천 배제 분란

 

새누리당 공천 갈등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과 독선이 느껴진다. 총선 공천이 기본적으로 정당 내부의 일이라고 하나 상식과 민주주의 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작금 여당에서 벌어지는 일은 국민의 상식과 민주적 원리를 짓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기치 아래 오랜 기간 당내 토론을 거쳐 마련된 공천 원칙과 기준들이 무시된 대신 독단이 횡행하고 있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15일에도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 공천 배제를 놓고 진통을 거듭하다 16일로 또 한번 결정을 미뤘다. 전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현역의원 공천 배제 기준의 하나로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행동은 한 사람”을 제시했다. 명백히 유 의원을 겨냥한 기준이다. 대구지역 권은희 홍지만 김희국 류성걸 의원,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 유 의원과 친한 의원들을 대거 탈락시킨 것도 유 의원의 수족 자르기로 보인다. 눈밖에 벗어났다고 철저하게 유 의원을 배제하려는 권력의 집착에 소름이 돋는다.

유 의원의 정체성 논란은 지난해 4월 당시 원내대표로서 한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비롯됐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대목이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청와대와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3개월 후 유 의원은 국회법 파동 속에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낙인이 찍혀 원내대표직에서 밀려났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호흡을 맞춰 입법활동과 국정의 조화를 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은 접어두고 무조건 대통령의 뜻에 맞추라는 것은 3권 분립을 규정한 헌법 원리에 어긋난다.

정당이 노선과 정체성을 중심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다양성을 보일 때 더 많은 국민을 대표하고, 그만큼 외연확장 가능성도 커진다. 그런데 새누리당 공관위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는 현역의원들은 모조리 털어내려고 작심한 듯하다. 5선의 비주류 중진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과 복지부장관 시절 박 대통령과 마찰을 빚은 진영(서울 용산ㆍ3선) 의원을 탈락시킨 것도 충격이다. 공천 칼 바람의 선두에선 이한구 공관위원장이‘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최근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 이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정무수석의 비밀회동설, 윤상현 의원 욕설 녹취록 파문 등은 권력 핵심부가 공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윤 의원의 공천 배제만으로 그런 무리수와 비정상적 행태가 가려질 수는 없다.

 

 

 

[한국일보사설-160316수]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자

 

세계의 이목을 끈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역사적 대결이 끝났다. 알파고는 마지막 다섯 번째 대국에서 인류 대표 이 9단을 불계승으로 물리쳤다.

 

4 대 1 완승이다. 그래도 이 9단이 1승을 거둬 알파고의 기능적 한계를 확인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첫 판에서 이미 인공지능(AI)의 엄청난 위력이 확인된 만큼 그 뒤의 승패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 설령 이 9단이 4승1패 내지 3승2패로 승리를 거뒀더라도, AI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알파고의 궁극적 승리는 예견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이제 인류의 관심은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AI 기술이 삶에 침투한, 미래 사회의 모습에 쏠리고 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AI가 발전하면 인간이 더 똑똑해지고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럼에도 알파고의 승리를 목도한 많은 사람들이 기계시대의 도래와 인류의 종말을 떠올리는 게 사실이다.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수많은 직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 미국 노동력의 8.2%가 신기술과 연관된 새 일자리로 옮겼으나, 2000년대에는 그 비율이 0.5%로 축소됐다. AI 같은 첨단기술일수록 관련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속도가 늦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콜센터 등 단순 업무는 물론 날씨예보 주식투자 의료 법률 언론 등 전문영역까지 AI에 잠식당하고 있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선 향후 5년 내 700만 개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거대 자본이 AI에 기반한 로봇 사물인터넷 등 융합기술을 장악할 경우 1 대 99가 아닌 1대 999의 세계가 열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북한과 같은 세력이 AI 기술을 탑재한 군사용 로봇을 대량인명살상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인류는 그 동안 다이나마이트, 원자력, 로켓 등의 신기술이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대재앙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스티븐 호킹 교수가 “인류는 100년 내 AI에 의해 끝장이 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다고 AI 시대의 도래를 무조건 거부할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기술의 진보를 통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사례도 많다. 산업혁명을 잘 관리한 영국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AI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가 됐다. 이제 인류가 어떻게 AI를 통제하면서 행복한 사회시스템을 갖추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도 AI 기술을 제어할 국제협약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한겨레신문사설-160316수] ‘알파고 이후’의 과제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펼친 다섯 차례 대국이 모두 끝났다. 지난 일주일 사이 우리들은 인간의 직관과 추론 능력을 쏙 빼닮은 알파고의 위력에 충격을 금치 못했고, 동시에 포기를 모르는 투혼으로 알파고를 한 차례 무릎 꿇린 인간의 의지에 희열을 맛보기도 했다.

 

눈앞에서 지켜본 인공지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과잉 열풍도, 과잉 불안도 모두 적절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인공지능은 위협적이었으되, 아직은 한계 또한 분명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기계학습(머신러닝) 방식을 따르다 보니, 스스로 학습한 적이 없는 돌발상황과 맞닥뜨렸을 땐 어이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바둑과 같은 두뇌게임이 아니라 무인자동차나 의료 등 일상생활 분야에 곧장 적용됐더라면 치명적 피해를 입혔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앞길이 아직은 꽤 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알파고와 함께한 일주일은 우리의 부족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줬다. 아프지만 값진 시간이라 할 만하다. 인공지능 분야란 첨단 과학기술이 한데 집약된 대표적인 융복합의 영역이자 자연과학·인문학·공학·의학 등을 두루 아우르는 연구개발 능력의 결정판이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가는 인내의 시간과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창의적 사고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쉽사리 넘보기도 따라가기도 힘들다. 떠들썩한 세기의 대결이 결국 구글의 잔치로 끝나버린 건, ‘구상’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모방과 실행에만 매달려온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해마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단기적 효과의 가능성 위주로 인적·물적 자원을 배분해온 ‘추격자’ 모델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종합적인 인공지능 육성방안을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 움직임도 있다. 미래 인류 문명을 좌우할지도 모를 사업을 번갯불에 콩 볶듯 밀어붙이는 태도도 문제거니와, 정부가 결정하고 기업들은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행태는 여러모로 볼썽사납다. 창조경제 한답시고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워 사실상 기업에 할당하는 구닥다리 경제의 판박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한겨레신문사설-160316수] ‘핵 위협’ 강화하는 북한, 대북 경계심만 키울 뿐

 

북한이 미국 등을 겨냥해 핵 위협 수준을 부쩍 높이고 있다. 북쪽으로선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결국 국제사회의 대북 경계심을 더 강화시킬 뿐이다. 북쪽은 이제라도 비핵화의 길을 선택해 국제사회와의 공존을 추구하길 바란다.

 

북쪽 관영언론이 15일 보도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자력으로 개발했다는 것으로, 며칠 전 주장한 핵탄두 소형화·다종화 기술과 결합할 경우 미국을 직접 공격할 역량을 갖추게 된다. 다른 하나는 ‘이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5차 핵실험에 대한 예고인 셈이다. 북쪽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버금가는 수준의 핵 기술을 확보한 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북쪽이 아직 핵탄두 소형화와 재진입체 기술 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쪽이 최근 핵 위협 수준을 높이는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반발과 내부 결속, 강화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핵 능력의 기정사실화 등이 그것이다. 북쪽이 연이어 발표한 핵 관련 내용 가운데는 믿기 어려운 게 적지 않지만 적어도 북쪽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쪽이 이런 태도를 고수하는 한 ‘위험한 나라’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은 더욱 커질 것이다. 각국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가 더 강화될 수도 있다. 이는 김정은 정권에게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북쪽의 핵 능력 강화 주장은 국제사회의 기존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북쪽이 오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면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제재와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가 강조하는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를 시도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는 대북 대응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유지·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만큼이나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정부는 대북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6자회담 재개로 향하는 동력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막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사설-160316수] ‘개혁 보수’ 축출로 ‘꼴통 보수’ 자인하려는가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의 공천 배제(컷오프)에 대한 최종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5일 저녁 유 의원의 공천 여부 발표를 보류하면서 “내부 의견 통일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이날도 “새누리당 당헌에 어긋나는 대정부 질문을 했다”(박종희 사무2부총장), “당의 옷을 입고 엉뚱한 행동과 말로 민심을 호도했다”(홍문종 의원) 따위의 말로 공천 배제 분위기를 몰아갔다.

 

 친박 의원들이 유 의원 공천 배제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그의 ‘정체성’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잘 보여준다. 유 의원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건강한 보수’ ‘개혁 보수’ ‘유연한 보수’ 등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는 야당도 선뜻 나서지 못한 증세 문제를 공론화했고, 보수당의 금기라 할 재벌·대기업을 비판하면서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개혁보수의 아이콘’인 유 의원을 찍어내려는 것은 새누리당 스스로 ‘수구 보수’ 내지는 ‘꼴통 보수’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유 의원이 ‘문고리 권력’의 과도한 국정 개입 문제를 지적하며 “청와대 얼라들”이란 말을 한 것을 공천 배제의 근거로 대는 것은 친박계의 정신 상태가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지금 새누리당 친박계의 행태를 보면 ‘꼴통 보수’라는 말도 과분해 보인다. 이들이 유 의원을 기어코 찍어내려는 진짜 이유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는 저주를 퍼부었을 때부터 이들의 공천 작업 최종 목적지는 유 의원 축출이었다. 지금 친박계의 모습은 보스의 눈에서 벗어난 부하를 끝까지 쫓아가 숨통을 끊어놓는 뒷골목 조폭들이나 다를 바 없다. 잔인하고 냉혈하기 짝이 없는 보스, 그의 지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동대원들이 득실대는 ‘조폭 집단’이야말로 지금의 새누리당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인지도 모른다.

 

 유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파문으로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의 지엄한 가치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닌 일인 지배 국가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동아일보사설-160316수] 이한구의 노골적 眞朴 살리기, 이번엔 ‘非朴학살’인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어제 “김무성 죽여” 막말로 해당(害黨) 행위를 한 윤상현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를 발표했다. ‘태풍의 눈’이던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새누리당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공천 발표가 보류됐다. 유 의원을 컷오프하려는 이한구 위원장 등 친박(친박근혜)계 공관위원과 총선 역풍을 우려하는 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져 결국 최고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린다고 한다. 이렇게 논란이 커질 정도면 경선을 붙여 투명하게 처리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에 맞는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곽상도 전 민정수석, 윤두현 전 홍보수석,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등 대구의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5인방’은 모두 단수 추천이나 경선을 치르게 됐다. 현역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졌던 이들이 모두 1차 관문을 통과한 데는 꼼수도 작용했다. 공관위가 그제 대구의 주호영(수성을) 서상기 의원(북을)을 컷오프하고 각각 여성과 장애인 우선추천 지역으로 정하자 진박과 경쟁했던 예비후보들이 이쪽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30일도 안 남은 가운데 진박을 살리기 위해 이루어지는 후보 재배치는 대구를 아무렇게나 주물럭거려도 되는 ‘영지(領地)’쯤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유승민계 4인방’으로 알려진 대구의 김희국(중-남) 류성걸 의원(동갑)과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 등은 모두 컷오프됐다. 친박계가 주도했던 2012년 19대 공천 당시 친이(친이명박)계의 수장 격인 이재오 의원만 살려 두고 측근인 진수희, 권택기 유정현 전 의원 등 친이계를 대거 쳐냈던 일을 연상케 한다. 이번에는 유 의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려는 ‘유승민 고사(枯死) 작전’이란 말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서울의 이재오(은평을) 진영 의원(용산) 등 비박(비박근혜)계 핵심 인사들도 모두 공천이 배제됐다. 시중에는 ‘한 번 찍은 사람은 반드시 잘라내는 박 대통령이 정말 무섭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박 대통령은 ‘친박 학살’로 불렸던 2008년 18대 공천 때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토로했다. 2012년 19대 공천에서 친박계가 ‘친이 학살’을 한 것은 정치적 보복이었다.

 

이번 20대 공천에서도 ‘비박 학살’ 자행이라는 오명을 짊어지는 것이 새누리당이나 박 대통령, 그리고 정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볼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 누구도 박 대통령에게 찍힐 경우 정치적 미래가 없다면 공천의 공정성 여부를 떠나 정치 혐오마저 불러일으킨다. 새누리당이 이러고도 국회 180석, 아니 과반수 의석을 노린다면 도둑놈 심보다.

 

 

 

[동아일보사설-160316수] 천정배, 또 “연대” 외칠 거면 차라리 국민의당 떠나라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주장해온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어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회동한 뒤 “현재의 여러 여건상 당 차원의 수도권 연대는 여의치 않다”는 입장 발표문을 내놓았다. 안 대표와의 의견 교환에서 자신의 뜻을 밝혔으나 ‘여건상’ 수도권 연대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당무에 복귀한다는 것이다. 전날 천 대표는 안 대표와의 회동을 마지막으로 의견 조율을 시도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도부 갈등으로 창당 40여 일 만에 당이 깨질 위기까지 맞았던 국민의당으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이것으로 ‘연대 바람’이 잦아들 것으로 보긴 어렵다.

 

어제 비호남지역 야권 연대를 요구해온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광민회)가 “(안 대표의) 후보자 간의 야권 연대 허용 운운은 무책임한 선동이며 혹세무민”이라며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수도권 야권 연대에 대한 답을 주지 않으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주장했다. 야권을 지지하는 이른바 진보적 단체의 이런 주장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국민의당은 2일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야권 통합을 제의했을 때부터 찬성파, 소극파, 반대파로 나뉘어 갈팡질팡했다. 4일 당론으로 ‘통합 거부’ ‘수도권 연대도 없다’고 결론 냈음에도 김한길 전 상임선대위원장과 천 대표는 다시 연대를 들고 나왔다. 안 대표가 “지역 후보들끼리 이기기 위한 단일화는 막을 수 없다”고 개인 차원의 야권 연대를 사실상 허용했음에도 천 대표나 김한길 의원은 당 대 당 연대를 주장했다. 당론을 깨고 후보를 나눠 먹자는 야합이며, 제3당이란 대의를 포기하자는 얘기다.

 

천 대표는 꼭 1년 전 4·29보궐선거를 앞두고 지금의 더민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기성 정당의 안팎에서 새판을 짜겠다”며 광주 서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당선됐다. 그 뒤 기득권 양당 구도의 극복을 창당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제 와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와 압승 저지’를 주장하며, 뛰쳐나왔던 더민주당과 연대를 하자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유리할 때는 탈당하고 불리할 때는 무조건 뭉쳐야 산다고 외친다면 제3당이란 영원히 실현 불가능하다. 천 대표가 만일 또다시 연대를 주장할 거면 차라리 당을 떠나는 게 낫다.

 

 

 

[동아일보사설-160316수] 조종사의 안전책임 가볍게 여기는 대한항공 회장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3일 대한항공 김모 부기장의 페이스북 글에 ‘개가 웃어요’ 운운하는 댓글을 달아 구설에 올랐다. 김 부기장은 최근 비행 전 브리핑을 고의로 오래 끌고 비행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박모 기장이 파면되자 페이스북에 조종사가 비행 전에 해야 하는 일을 상세히 적었다.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말도 있지만 조종사들 하는 일이 많다는 내용이다. 이에 조 회장이 ‘조종사가 GO NO GO(갈지, 말지)만 결정하면 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자동항법장치)로 가는데.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는 반박 글을 붙인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인 1, 2노조는 임금 인상을 내걸고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1인당 평균 1억4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조종사들이 규정에 어긋난다며 비행을 거부하고 페이스북에 업무가 과중하다는 글을 올린다. 조 회장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댓글을 수정하면서 ‘개가 웃어요’ 구절을 넣었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그의 댓글은 재계 9위 그룹 회장으로서 품위를 잃었다. 이 댓글에서 재작년 12월 ‘땅콩회항’으로 불리는 딸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갑질’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많게는 500명이 넘는 승객이 탑승하는 여객기는 자동항법장치로 날지만 이를 작동하고 점검하는 일은 조종사 책임이다. 자동항법장치는 조종사를 돕는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조종사 일이 뭐가 힘드냐 식의 글은 항공사 최고경영자로서 비행 안전을 소홀히 여긴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귀족 노조’로 불리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경영진의 임금 상승률이 37%라며 그만큼 연봉을 올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 일반 직원 노조가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니다”는 성명을 낼 만큼 공감을 얻지 못하는 투쟁이다. 조 회장의 처신도 문제지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역시 국내 다른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도 헤아리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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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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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16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하는 마음이라 마음에 새겨둔 기억을 말한다."
- 마슈


<< 정치/외교 >>
1.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으며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또 하겠다고 위협함
- 김정은이 언급한 '핵탄두 폭발 및 탄도 로켓 시험'은 각각 제5차 핵실험과 추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이 오는 5월 제7차 당대회 개최 전 추가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됨

2. 한국 정부가 일본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해 일본이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절차에 착수함
-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일본 정부가 일본산 공기압 밸브에 대해 한국 정부가 취한 덤핑방지관세 부과 조치가 부당하다며 양자 협의를 요청해왔다고 밝힘


<< 경제 일반 >>
1.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을 1~2곳 추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면서 특허 기간도 연장하고 갱신도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에 나섬
- 특허 기간을 연장하면서 이를 소급 적용, 지난해 11월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한 호텔롯데(월드타워점)와 SK네트웍스(워커힐점)에 사업권을 다시 주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음

2. 대한민국 정부의 상징이 현행 무궁화 문양에서 역동적인 태극 문양으로 바뀜
- 부처 기관별로 제각각이던 상징도 태극 문양으로 통일됨
(오는 5월부터 중앙정부의 750개 부처와 기관 등에 일제히 적용 예정)


<< 금융/부동산 >>
1. 15일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에 따르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첫날인 14일 은행 증권사 보험회사를 합친 전체 가입자 수는 32만2990명, 가입금액은 1095억원으로 집계됨
- 가입자의 96.7%인 31만2464명이 은행을 통해 가입했고, 1만470명(3.2%)이 증권사를 통해 가입함
- 가입금액은 은행이 802억원(73.2%)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사가 293억원(26.7%), 보험사는 5000만원이었으며,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증권사가 약 279만원으로 은행(약 26만원)보다 10배 이상으로 많았음

2. 기획재정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외국환거래법 시행령'과 '외국환 거래규정' 개정안이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으며, 개정안에 따라 '소액외화이체업'이 새로 도입됨
- 이에 따라 보험사, 증권사 등은 물론 핀테크 업체나 외국계 기업도 지금까지 은행에서만 할 수 있었던 외환이체 업무를 할수 있게 되며, 1인당 건별 3000달러(약 356만원), 연간 2만달러(약 2375만원) 이내로만 외화송금이 가능함

3. 중국 선전과 홍콩 주식시장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인 선강퉁(深港通)이 올 하반기 시행될 전망임 
- 15일 제일재경에 따르면 팡싱하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부주석은 이날 베이징 양회 행사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강퉁 시행을 위한 증감회 내부 검토는 마쳤다"며 "기술적인 준비 기간이 4개월가량 필요하기 때문에 하반기 정식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힘

4. 국내 연기금들이 국내 주식 투자전략을 펀드매니저가 발굴한 유망 종목에 적극 투자하는 '액티브 운용'에서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지수 등락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패시브 운용'으로 전환하고 있음
- 국내 주식시장의 종목별 편차가 작아지는 등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임

5. 산업은행은 유망 특허에 투자하는 NPE펀드를 통해 처음으로 KT 등 국내 기업과 대학이 개발한 동영상압축 특허에 123억원을 투자한다고 15일 발표함
- 산업은행은 이번 투자로 표준특허 100여건을 확보해 국제특허풀에 참여함으로써 애플 등 세계 100여개 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게 된다고 설명함

6. 액티브펀드를 본뜬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 상반기에 국내에서 처음 출시됨
- 액티브ETF란 시장 평균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 ETF를 말함

7. 증권정보 제공업체 씽크풀이 주식 종목을 분석하고 추천해주는 종합 로봇 투자시스템 '라씨(RASSI)'를 15일 공개함
- 대우증권 SK증권 등을 통해 자씨의 일부 기능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주식종목 분석에서 매매까지 전체 구조를 공개한 것은 처음임


<< 국제 >>
1. 일본은행이 1년11개월 만에 일본 경제의 경기 판단을 하향 조정함
- 하지만 기준금리는 연 -0.1%로 동결하고 연간 80조엔(약 84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은 유지하기로 결정함

2. 중국 보험회사인 안방보험이 미국 호텔체인 스타우드호텔(쉐라톤 웨스틴 W호텔 등 11개 호텔브랜드 보유) 인수전에 뛰어듬
- 메리어트호텔이 스타우드호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지 4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메리어트보다 훨씬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판 뒤집기'에 나선 것임

3.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일본 도시바 백색가전부문 인수를 위한 최종 협상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보도함
- 대만 훙하이그룹도 샤프 인수를 위한 본계약 체결을 추진하는 등 중화권 기업의 일본 전자업체 인수 추진이 잇따르고 있음

4.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돌연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군 철수를 결정함
- 동맹관계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뒤 5개월 만으로서, 이러한 러시아군의 철수 결정은 시리아 정부군과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알아사드 퇴진을 외치는 시리아 반군 등으로 분열된 시리아 내전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액티브펀드, 패시브펀드
- 펀드매니저가 성장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종목을 발굴하고, 적절한 매수·매도 시점을 결정하고, 탄력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등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전략을 통해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임. 펀드매니저의 시장예측 판단력과 역량에 따라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주로 주식형 펀드 위주로 운용됨
패시브펀드라고도 불리는 인덱스펀드의 경우 코스피 또는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의 흐름에 가까운 종목들을 선택해 운용함으로써 주가지수 상승률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소극적인 투자인 반면, 액티브펀드(active fund)는 그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변동성과 리스크가 크고,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음
- 출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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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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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5일 화요일 중앙일보사설/동아일보사설/조선일보사설

 


[중앙일보사설-160315유승민·윤상현 운명이 주목되는 이유

 

공천권은 정당이 행사하지만 선발과정이 투명하고 원칙과 기준이 반듯해야 하며 여론의 검증과 민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어제 저녁 새누리당 공천관리위는 대구의 서상기·주호영·권은희·홍지만 등 현역 의원에 대해 공천배제 발표를 했다. 3선의 서·주 의원은 각각 친박·비박의 중진으로 새누리의 물갈이 폭이 야당에 비해 적다는 비판에 따라 공평하게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홍 의원은 초선으로 이른바 대표적인 유승민계로 꼽힌다.

 

이에 앞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긴급 브리핑을 자처해 현역 의원의 세 가지 탈락 기준을 제시했다첫째국회의원의 품위에 적합한가 둘째당 정체성에 적합한가 셋째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의 다선 의원들은 양보하는 게 낫지 않은가 등이다이한구 위원장의 발언은 공천 완료를 하루 앞두고 느닷없이 튀어 나왔다이 기준이 처음부터 제시됐다면 논란이 덜했을 것이다살생부 파동비공개 여론조사 유출윤상현 욕설·녹취 파문 등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숱한 파행과 무리수 끝에 나왔기에 특정인의 탈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바로 나왔다국회의원 품위 적합성은 윤상현 의원을당 정체성 적합도는 유승민 의원을 겨냥했다는 게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탈락 표적을 정해 놓고 발표시 반발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날림으로 기준을 만들어 공표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목표를 정해놓고 절차를 짜맞추는 기교(技巧공천이라고나 할까.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특보였던 윤상현 의원과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승민 의원을 선거판에서 동시에 퇴장시켜 공천 평가에 물타기를 해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윤상현 의원의 욕설·녹취 파문은 비록 사석에서 취중에 한 언급이 불법녹취돼 공개됐다는 점에서 본인의 억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간의 품위정당의 기강정치공작의 냄새 때문에 당이 공천을 줄 수 없는 사안이다반면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 등으로 박 대통령의 비판을 받긴 했으나 당의 중진이자 원내 지도자로서 복지국가의 비전과 방법론을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집권당 소속 의회 지도자가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을 허수아비처럼 구현하는 돌격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국민 일반이 용납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따라서 유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국회 지도자로서 행한 언행을 당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매도하는 건 다수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사실 이 문제는 가치(價値정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책임정치론과 의회민주주의론의 시대적 논쟁으로 격상시킬 만하다유승민 의원의 당 정체성이 진정 문제라면 여론조사 경선에 참여시켜 당원·유권자의 판단을 구하는 게 순리이고 공정한 게임일 것이다유승민·윤상현 의원의 공천 문제는 서로 완전히 다른 케이스다두 사람의 운명이 친박과 비박의 정치적인 거래 대상으로 취급되는 건 한국 정치의 수치다집권당이 청와대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다. .

 

 

 

[중앙일보사설-160315더민주 이해찬 공천탈락여당은 반면교사 삼길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친노 원로인 6선 현역 의원 이해찬 전 총리와 범친노(정세균)계 5선 이미경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이에 앞서 더민주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친노 원로 4인방으로 꼽혀온 문희상·유인태 의원도 낙천시켰다.

 

전해철·김경협 등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살아남아 친노의 완전한 퇴장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그러나 친노 중진 13명을 잇따라 탈락시킨 공천 결과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노무현 정부 이래 10년 넘게 야당을 주도하며 패권주의 논란을 일으킨 친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친노도 처음엔 개혁세력으로 출발했다노무현 정부의 핵심이었던 이들은 부패정치 청산과 자주외교 등 당시로선 참신한 개혁 어젠다를 밀어붙였다그런 노력들엔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하지만 운동권 출신 특유의 이념과잉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민의 지지를 잃고 말았다친노가 주도한 열린우리당·민주당이 두 차례 대선과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한 이유다그럼에도 친노는 특유의 결집력을 무기로 당권을 고수해 왔다비주류가 자신들을 비판하면 공천 욕심이란 한마디로 일축하기 일쑤였다.

 

그랬던 친노들이 김종인 비상체제가 들어서면서 한칼에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김종인이 아니라 민심의 거센 파도 때문이다이해찬 의원은 공천심사 성적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무적 판단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탈락했다그를 공천하면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바라는 국민들의 반발로 총선에서 참패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친노의 몰락은 운동권 정치인 대신 실질적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원하는 사회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민주화 운동 경력이 공천과 당직의 기준이 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여당도 친노의 몰락을 반면교사 삼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또 다른 친노 세력으로 낙인찍혀 심판 당할 것이다. .

 

 

 

[조선일보사설-160315잡음만 컸지 참신한 맛 없는 與 공천이러고도 票 바라나

 

새누리당이 12~13일 75곳의 총선 후보 공천과 20개 지역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강길부·박대동·이이재·길정우 의원 등 현역 5명이 컷오프에서 탈락했고경선에선 현역 2명이 떨어졌다공천관리위원회 파행 사태까지 불렀던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김용태 의원은 경선이나 단수 추천으로 공천이 결정됐다지난 몇 달간 막장 싸움으로 번진 친박(親朴)과 비박(非朴간 공천 내분이 4·13 총선을 불과 한 달후보 등록을 열흘 앞두고서야 겨우 봉합 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날 현재 현역 의원은 비례 포함 총 8명이 탈락했다하지만 상당수 현역은 단수 공천을 받거나 경선에서 이겼다앞으로 의외의 경선·공천 결과가 나올 수는 있지만현역 물갈이나 새 인물 영입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이 정도 공천 결과를 보여주려고 지난 몇 달간 진흙탕 싸움을 벌여온 것이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장기 공천 파행의 뒤에 청와대의 의중이 작용한 것처럼 비친 것도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진실한 사람들을 뽑아 달라"고 논란을 일으키더니 지난주엔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해 노골적으로 경선에 개입했으니 오해라고만 할 수도 없다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이 전국을 돌며 '진박(眞朴·진짜 친박마케팅'이라는 볼썽사나운 일을 한 것이나 이한구 위원장의 최근 행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청와대·친박과 갈등을 빚은 유승민 의원과 비박 현역들의 지역구가 발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여전한 분란거리로 남아 있다유 의원은 지역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경선 지역으로 선정조차 하지 않았다유 의원과 가까운 다른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도 마찬가지다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6월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유 의원을 공격했기 때문일 것이다.이 불씨가 언제 다시 발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새누리당에서 또다시 분란이 재연된다면 총선 결과는 뻔하다이런 여당에 어느 국민이 표를 주려 할 것인가이제 야당도 후보 연대를 추진하고 있으니 여당은 야 분열 구도 하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박 대통령도 앞으로 2년 가까이 남은 임기 동안 싫어도 여당의 도움을 받아야 경제·안보의 양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면 선거 후엔 당이 심각하게 분열해 서로를 증오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도대체 누구 지원을 받아 경제·안보 위기에 대처할 수 있겠는가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 각성해야 할 때다.

 

 

 

[조선일보사설-160315또 말 바꾸며 물러서기 시작하는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에서 야권 연대는 없다면서도 "지역 후보들끼리 이기기 위한 협상은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원칙적인 언급이고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는 아니다"고는 했지만 당 차원에서 야권 연대에 나서진 않더라도 각 지역 후보들 간의 단일화는 막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당 차원 연대나 후보 간 연대나 결과는 사실상 같은 것이다말장난이나 다름없다.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총선에서 저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조건 없이 단일화 합의를 이루는 것은 드물었다상당수 뒷거래가 있었다이번에도 야권 후보 간 연대가 정말 당 차원 조정 없이 이뤄진다면 금품이나 자리 약속과 같은 거래가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한때 새 정치를 내세웠던 사람들이 갈 길이 아니다.

 

두 정당이 당 차원에서 또는 특정 지역의 후보들끼리 정책 연대를 통한 선거 공조를 할 수는 있는 일이다그러나 우리 경우엔 이 연대가 순전히 당선을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어서 선거 후엔 연대는커녕 원수처럼 싸우기 일쑤였다더 심각한 것은 이제 단일화를 선거 전술로 써먹는 세력들이 국민 앞에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다.

 

안 대표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야권 통합과 수도권 야권 연대에 대해 "광야에서 죽겠다"는 말까지 써가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수도권 연대에 대해서는 "원칙 없이 뭉치기만 해선 더 많은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그러다가 이제는 '지역 후보들끼리 하는 것은 못 막는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은 지금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안 대표 말이 바뀌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그러나 대선 후보직 사퇴 등 그동안의 안 대표의 정치적 실패는 중요한 고비마다 지금처럼 상황에 따라 흔들리며 처음 세운 뜻을 바꿨기 때문이었다이번에도 위기가 오자 결국 과거의 전철을 밟으려 한다그렇게 되면 국민의당이 내세워 많은 유권자가 호응했던 '3당의 가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것이다..

 

 

 

[조선일보사설-160315만능 계좌무리한 마케팅 막되 주부도 가입하게

 

오늘부터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ISA는 예·적금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하는 '만능 계좌'로 정부는 연수익 250만원까지 세금을 면제하고 그 이상 수익에는 9.9%의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저금리 상황에서 서민과 중산층에게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주는 상품이 등장한 것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올해 10조원 넘게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ISA가 의도대로 서민과 중산층 재산 증식의 도우미 역할을 하려면 당장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우선 걱정은 금융 회사들이 과장되고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내세우며 무리한 마케팅에 나서는 행태다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은 이미 '완전 비과세' '손실 제로' '연 5% 약정수익률'처럼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가입자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금융 당국이 경고를 보내고 행정지도까지 했지만 과열 경쟁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최근 2~3년 새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은 홍콩 주가지수에 연결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중국이 망하지 않는 한 손해가 안 난다"고 장담하며 37조원 넘게 팔았다가 상당수 소비자가 원금 손실을 보게 했다글로벌 위기 당시 중소기업들에 4조원 넘는 손실을 끼친 키코 사태도 따지고 보면 금융사들의 무리한 판매가 원인 중 하나였다금융 당국은 ISA 역시 잘못되면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부터 소비자들에게 금융사들이 제대로 알리게 해야 한다.

 

정부가 ISA의 가입 문턱을 지나치게 높인 것도 고쳐야 한다국내 ISA는 소득이 있는 근로자나 자영업자만 가입할 수 있고 주부나 은퇴자학생은 가입할 수 없다부모가 자녀들의 ISA 통장을 만들어줄 수 있는 일본이나,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 자격을 주는 영국에 비해 제한이 과하다게다가 보험수시 입출금 통장 같은 상품이 ISA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명실상부한 만능 계좌를 만들려면 금융사들의 무리한 판매는 막으면서 ISA의 가입 문턱은 낮추고 포함 상품은 늘려야 한다..

 

 

[동아일보사설-160315새누리 윤상현-유승민 맞교환 탈락이 공정한 공천인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어제 오후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과 윤상현 의원(인천 남을지역구를 빼고 6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텃밭인 대구에서 권은희(북갑), 홍지만(달서갑), 서상기(북을), 주호영(수성을의원 등 현역 4명을 탈락시켰다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하면 우리의 공천은 개혁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듯이 이 정도의 현역 물갈이와 메시지로 국민에게 어떻게 표를 달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어제 오전 이 위원장이 예고 없이 세 가지 공천 배제 기준을 뒤늦게 발표한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그는 국회의원으로서 품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당 정체성과 관련해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 ‘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 다선 의원의 혜택을 즐긴 사람을 제시했다누가 봐도 첫째는 김무성 죽여”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둘째는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자로 낙인찍은 유승민셋째는 대구에서 3선을 한 주호영 서상기 의원 등을 연상케 하는 기준이다.

 

이 위원장의 돌출 발표에 윤상현과 유승민을 동시 처리하려는 꼼수라는 얘기가 당 안팎에 파다했다친박과 청와대의 의중을 대변하는 이 위원장은 유 의원의 공천 탈락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다른 공천위원들이 반발했다고 한다이에 친박계가 반드시 유 의원을 찍어내기 위해서 윤 의원을 희생양 카드처럼 내놓았을 수도 있다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 의원이 스스로 불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읍참마속(泣斬馬謖)하는 대신박 대통령이 진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지목한 유 의원은 반드시 쳐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두 의원의 문제를 등가(等價)로 보고 맞교환하듯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공정한지는 의문이다윤 의원은 당 대표를 공천으로 솎아내겠다는 막말을 함으로써 새누리당 공천의 신뢰도를 나락으로 추락시킨심각한 해당(害黨행위자다.

 

이에 비해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공개 비판하고 야당의 국회법 개정 요구를 수용하는 바람에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양심수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해 자기 정치라는 비판을 들을 수는 있다하지만 미운털이 박혔다고 공천까지 탈락시킨다면 박 대통령의 옹졸함을 부각시켜 총선 전략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

 

 

 

[동아일보사설-160315친노좌장 이해찬 잘라낸 더민주 공천이 보다 낫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친노(친노무현좌장인 6선의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떨어뜨렸다불출마를 권유했으나 거부하자 컷오프시킨 것이다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잘라 말했다이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실세 총리를 지냈고 지금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김 대표가 친노 패권 청산과 운동권 정치 탈피를 공언하면서 친노 수장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더민주당에서 공천 탈락한 현역 의원 21명 중 13명이 친노다. 5선의 이미경과 문희상 의원, 3선의 유인태 의원과 재선의 정청래 의원 등 상징적’ 의미가 있는 친노가 대부분이지만 전해철 홍영표 이목희 등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건재한 것도 사실이다총선이 끝난 뒤 이들이 문 전 대표와 패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더민주당에서 통합 제안을 받았던 국민의당이 더민주당에서 친노 세력의 패권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이해찬 의원 공천 배제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와 같다고 평가 절하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친노의 완전한 청산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김 대표가 악역을 맡아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친노를 중심으로 한 물갈이를 실제로 단행한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친노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대결과 투쟁 일변도의 독선적인 정치 행태를 보이기 일쑤였다지금도 독재타도 운동하듯이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경제와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법안까지도 발목을 잡아 식물국회를 초래해 국민의 원성이 높았다.

 

당 일각에선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지만 선거구도 전체를 놓고 판단한 김 대표의 결단은 평가할 만하다뚜렷한 지향점도 없이 당내 계파 갈등만 요란하고 실제 물갈이 폭은 얼마 되지도 않는 새누리당의 공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앞으로 공천 탈락자들의 저항과 반발이 거셀 것이다김 대표가 이런 반발에 굴복한다면 원칙이 허물어지고 개혁 명분도 실종될 우려가 크다비례대표에서 친노와 운동권을 공천하면 지금까지의 공천 개혁은 하나마나다안보와 경제 같은 전문성을 중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사람 위주로 공천해 더민주당을 명실공히 유능한 경제정당안보정당으로 만들기 바란다그래야 한 달도 안 남은 총선은 물론이고 1년 9개월 뒤 대선에서도 민심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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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15일 신문 브리핑 #

"감사는 인생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인생의 조미료이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여야 공천 관련 외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지난해 한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3.20%로 2000년 3.31%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남
- 대 미국 수출이 이처럼 선전한 것은 2013년 3월15일 발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이라는 분석임

2. 정부와 국회가 면제점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하면서 관련 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음
- 면세점 사업권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가 다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예정보다 빨리 시내면세점 사업자 추가 허용을 검토하면서 업게는 투자.고용.사업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음

3.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최근 부산광역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클라우드서비스 혁신센터를 세우기로 하는 등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음
- 정부가 업무 혁신 등을 위해 공공부문에 클라우드 도입을 확대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며, 정부가 클라우드 확산에 나서면서 5000억원 안팎인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2018년에는 2조원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4. 중견 해운회사 폴라리스쉬핑이 올해로 예정했던 상장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임
- 회사 실적은 나아지고 있지만 해운 업황이 나빠 올해 상장해도 투자자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이란 판단에서임

5.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약 3년만에 후판(주로 선박 제조에 쓰이는 두께 6mm이상의 두꺼운 강판) 가격을 올리고 있음
- 최대 고객인 조선사들은 원가 부담으로 경영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음

6. 동부제철 채권단이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동부제철에 2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기로 함
- 채권단은 회사 보유자산을 팔아 약 5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자산 매각으로 몸집이 줄어들면 동부제철 매각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임

7. SK(주)의 신약 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간질) 신약(YKP3089)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 가능한 수준의 약효가 있음"을 인정받음
-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기존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발작 빈도 감소율이 55%를 기록했다"며 "이는 기존 약물보다 약효가 두 배 정도 뛰어난 것"이라고 설명함


<< 금융/부동산 >>
1. 영국 최대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가입자를 상대하는 투자자문사를 줄이는 대신 로봇이 이를 대신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함
- 미국 뉴욕 월가에서도 찰스슈워브와 피델리티, 뱅가드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투자자문사를 줄이고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 등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무료 또는 최소 수수료만 받고 제공하고 있음
- 이러한 투자자문사 인력감소 과정에서 AI발 '일자리 위협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컴퓨터나 수학,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점에서 이 같은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음

2. 최근 중국 위안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 1월부터 위안화 가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국 정부와 '헤지펀드업계 대부' 조지 소로스 간 환율전쟁에서 중국 정부가 일단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음
-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가파르게 하락해 지난 1월7일에는 달러당 6.5998위안까지 추락했으나, 2월 중순부터 강세로 전환해 지난 11일에는 달러당 6.4940위안으로 6.5위안선을 돌파했으며, 이 때문에 위안화 통화옵션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최소 5억6200만달러(약 6657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추산함

3.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들이 기업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관련 공시 규정을 정비할 계획임
- 금융위원회가 작년 말 마련한 '시장질서 규제 선진화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로서, 이에 따라 기업이 매년 사업보고서 발간 이후에 기업 지배구조 현황 보고서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임

4.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인 대차(대여)거래 잔액이 사상 최고치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남
-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인 대차잔액 늘어난 것은 그만큼 앞으로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으로, 대차거래 물량의 상당수가 공매도로 이어지면서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지만 대차 잔액이 상승장을 견인할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서도 나옴

5.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 수익금을 지급받기 직전에 발행사가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주식을 대량 매도해 손해를 본 투자자가 증권사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졌음
- KDB대우증권이 비슷한 일을 했다가 소송을 당해 투자자에게 돈을 보상했던 것과 상반된 판결임


<< 국제 >>
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이 지방선거에서 싸늘한 평가를 받음
- 13일(현지시간) 독일 3개 주에서 치러진 주의회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대표인 중도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은 한 곳에서만 1위를 차지했으며, 반면 난민수용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한(AfD)'이 제3당으로 약진

2. 지난해 일본 경제가 성장과 후퇴를 반복한 가운데 외국인의 일본 직접투자액이 4년 만에 순유출(511억엔/약 5300억원)로 돌아섬(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 내용)
- 아베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삐걱대면서 외국인 직접투자도 주춤했다는 분석임

3.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 13일(현지시간) 총 300만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짐
- 시위대는 사법당국의 정.재계 부패 수사와 반부패법 제정을 지지하고,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과 부패 의혹에 휩싸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대차거래(Securities lending and borrowing)
- 대차거래란 대여자가 차입자에게 증권을 유상으로 빌려주고 차입자는 계약종료시 대여자에게 동종동량의 증권으로 상환할 것임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거래를 의미함.
대차거래의 법적성격은 민법상 소비대차거래에 해당하며 차입자에게 소유권, 처분권, 의결권 등 포괄적으로 권리가 이전됨.
대차거래는 증권시장의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결제불이행 위험을 방지하는 등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며, 또한 대여자는 유가증권의 대여를 통한 안정적인 추가수익 창출이 가능하며 차입자는 매매거래의 결제, 차입후 매도(공매도), 차익거래, 재대여 등 다양한 투자전략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함.
투자매매(중개)업자, 예탁결제원, 증권금융회사가 대차거래를 중개할 수 있으며 금융투자협회는 이들의 대차중개실적을 모두 취합하여 시장에 공시하고 있음.
- 출처 : 금융감독용어사전, 2011. 2.,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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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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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4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인공지능 한계 넘은 이세돌에게 박수를

‘인간 대표’인 이세돌 9단은 어제 진행된 알파고와의 4국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 연속 세 차례의 쓰라린 패배를 맛본 뒤에 거둔 수확이다. 인공지능이 뛰어나긴 하지만 인간이 결코 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확인시켜 준 것이다. 비록 5번기에서는 이미 승부가 가려졌을망정 마지막까지 불타는 의지를 꺾지 않고 투혼을 불사른 결과다.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박수를 쳐야 하는 것은 승리를 거뒀다는 것보다는 매 대국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세돌 선수의 의연한 모습이다. 피를 말리는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한 수, 한 수에 온힘을 쏟는 모습이야말로 세계 최고수로서의 자존심이다. 자신에게 쏠리는 세계의 눈길 때문에 중압감을 느끼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4국의 승리를 두고 인간의 완전한 승리라고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이세돌 선수가 나름대로 완벽을 기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알파고의 완착이 몇 차례 이어진 덕분임을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듯이 사람이 만든 기계도 완전할 수 없다는 교훈을 깨우쳐주고 있는 셈이다. 무려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알파고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세돌 선수가 어제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동안의 연패로 인한 마음고생을 어느 정도는 덜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더욱이 첫 대국에서부터 불계로 패배하면서 상대방을 처음부터 가볍게 봤던 자책감도 없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서른세 살인 그가 열두 살에 프로로 입단한 이래 지금처럼 곤혹스런 경우에 맞닥뜨린 적이 일찍이 있었을까. 일각에서 ‘불공정 게임’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만큼 알파고는 최정예 선수로서의 기량으로 이세돌을 압박했던 것이다.

이제 알파고와의 남은 대국도 내일의 한 판이 마지막이다. 인공지능과의 싸움이 결국 인간의 패배로 끝나는 것이어서 서운하기는 하지만 이세돌 선수의 바둑은 새롭게 발돋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내일 대국에서도 최대의 기량을 남김없이 발휘함으로써 인류 대표로서 손색없는 자긍심을 빛내주길 바란다. 마지막까지 바둑판을 응시하며 의연한 모습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동아일보]

2. 숭숭뚫린 아동학대 방지 메뉴얼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계모가 “길에다 버렸다”던 ‘평택 실종 아동’ 원영이가 그제 주검으로 돌아왔다. 계모는 평소 원영이가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때리고 굶기며 학대를 일삼다가 지난해 11월부터는 아이를 차가운 욕실에 가뒀다고 한다. 지난달 1일에도 아이에게 표백제와 찬물을 뿌려댄 계모는 다음 날 죽음을 확인하고 열흘간 시신을 베란다에 방치하다 암매장했다. 어린 자녀에게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 것인지 통탄스럽다. 

원영이의 죽은 한이나마 풀어줄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입학할 예정이었던 학교에서 발 빠르게 경찰에 신고를 한 덕분이었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매뉴얼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입학식 다음 날까지 미취학 아동 현황을 파악하고, 입학식 5일 이내에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가 주민센터에서 넘겨받은 취학 명부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만 있어 보호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다. 학교가 요청해도 주민센터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하면 알아낼 방법도 없다.

교육부는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부처 간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개학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달라진 게 없다. 일부 교육청에선 아직까지 미취학 현황을 집계하지 않는 등 늑장이다. 이래서야 아동학대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한가한 업무 대응 때문에 어디선가 희생당하는 또 다른 원영이가 나오면 어쩔 셈인가.

원영이는 계모의 학대로 사망했지만 아동학대의 80%는 친부모에 의해 이뤄진다. 원영이 남매는 계모의 학대를 피해 3개월간 평택 지역아동센터의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친부가 친권을 앞세워 남매를 데려간 뒤에는 아동센터도 손을 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2013년 울산 초등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특례법이 개정됐다지만 아동센터의 예산 인력 권한이 뒷받침돼야 할일을 다할 수 있다. 그런데도 2016년도 아동학대 예산안(185억6200만 원)은 2015년도보다 26.5% 삭감됐으니 제2, 제3의 원영이를 막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3. ‘靑 공천개입설’ 파문 일으킨 윤상현 스스로 물러나야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어제 오후 늦게 김무성 대표 지역구(부산 중-영도)의 경선을 확정 발표했다. 당내에선 공천개입설 관련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과 김 대표의 공천 여부가 동시에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윤 의원은 제외된 
것이다. 김 대표와 함께 ‘살생부 논란’을 촉발한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의 공천이 확정됐고, 친박인 서청원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의 경선도 모두 확정됐다. 

문제는 “김무성 죽여버려” 욕설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윤 의원의 거취다. 이 위원장이 공관위에서 10일 만장일치로 결정됐고 최고위 추인까지 났던 김 대표 공천 심사 결과 발표를 지연시킨 것도 윤 의원 처리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 위원장과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의 극비 회동설이 나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새누리당 공천 작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윤 의원의 파문을 최소화해 당을 파국에서 구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충정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으로 공천관리위원회를 맡았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총리 자리를 욕심내 지나치게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청와대와 친박의 구상대로 공천 발표를 끌고 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위원장이 공정한 공천 관리를 미루는 사이 새누리당의 수도권 출마자 사이에서는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보다 심각하다” “윤상현의 말 한마디에 1000표씩 떨어져 나갔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삼권분립을 흔든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맡아 총애를 받아온 윤 의원이다. 그가 당 대표를 공천에서 떨어뜨리겠다는 취중 발언을 하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공천을 받으면 당의 기강이 무너질 일이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당의 명예를 실추해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킨 행위를 해당(害黨)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당이 윤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해 누가 공천에 개입했는가를 낱낱이 조사하고 만천하에 알리는 사태를 피하려면 윤 의원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윤 의원 파문의 정리가 늦어질수록 총선 구도는 ‘청와대 대(對) 반(反)청와대’로 흐르게 되고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신문]

4. “뉴욕에 수소탄 쏠 수 있다”는 北의 속내 뭔가

북한의 핵 위협이 점입가경이다. 어제 한 핵 과학자가 선전매체 기고에서 “우리 수소탄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 떨어지면 온 도시가 잿더미가 될 것”이라며 미국까지 겨냥했다. 부산·포항이 북의 단거리 미사일 타격권임을 알리는 ‘전략군 화력 타격계획’이란 지도를 공개한 연상선상의 협박이다.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육·해·공과 수중에서 핵을 쏠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북측이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배경을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신경질적 반응으로만 보긴 어렵다. 결국엔 국제사회의 여하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 보유를 하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가 부산에 입항했다.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독수리(FE) 연습 기간에 ‘떠다니는 군사기지’를 북한의 코앞에 들이민 격이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어찌 보면 한·미가 이처럼 확고한 방위 의지를 보이자 김정은 정권이 수사적 차원에서 막가파식 표현을 동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와 국제사회의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가 먹혀들어 김정은 세습체제의 위기감과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위협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북한의 비핵화 유도를 위해 제재의 길을 선택한 만큼 현시점에서는 빈틈없는 국제 공조가 관건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가 발동 중인 터에 북한의 핵 공갈 수위가 높다고 해서 비핵화 의지가 약화돼선 안 될 말이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 이어 어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비핵화 우선’을 언급한 것은 그래서 다행스럽다. 중국이 주장한 비핵화 및 평화체제 병행 추진과 관련해 한·미 간 온도 차가 있다는 ‘오해’를 해소했다는 점에서다. 북측이 핵 공갈 대신 핵 포기를 선택해야 할 이유다.

다만 북핵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김정은의 ‘핵탄두 경량화’ 완성 및 실전 배치 선언이 당장엔 허장성세일지 모르나, 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까지 간과하지 말라는 뜻이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도 “북 노동신문에 실린 원형 물체를 실제 핵탄두로 볼 순 없지만 소형화를 위한 연구개발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했지 않은가.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최악을 상정해 대비하는 것이 최선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5. 정책·비전 없고 싸움판에 빠진 최악 총

4·13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모두 당의 집권 비전과 제대로 된 정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공천 과정에서 이전투구에 빠져들고 있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놓고 정치공학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이달 초에 겨우 선거구획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당의 집권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보다는 여야 모두 생존을 위한 계파 싸움에 매몰돼 있는 양상이다.

공천과정에서 집권 여당의 위상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집권당으로서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공천과정에 돌입한 이후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이 권력투쟁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양대 계파가 유리한 공천룰을 확정하고, 자기 계파를 공천하기 위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과정에서 낯 뜨거운 ‘공천 살생부’와 ‘윤상현 의원 막말 파문’ 등이 터지면서 집권당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줬다. 국가 안보와 경제 위기 속에서 정치 개혁,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집권당의 본분을 잊어버린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야권 역시 수권정당으로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연대·통합 논쟁에 빠져 감정싸움까지 치닫고 있지만 정작 야권의 비전과 정책 제시는 소홀히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한 ‘더불어 성장론’을, 국민의 당은 사회 격차 해소를 위한 ‘공정성장론’을 각각 주요 정책으로 제시한 이후 야권 통합 논란 속에 세부 내용조차 확정하지 못한 실정이다. 거대 담론만 있고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지리멸렬한 야권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다. 제3세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당은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안 공동대표와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의원이 대립하면서 분당 위기에 처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놓고 있는 정책 공약도 과거 무상시리즈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든 시점에서 여야 정당들이 생산적 정책으로 국가의 미래비전 제시에 주력해야 할 텐데 당장 눈앞의 선거 승리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유턴기업 지원 확대나 더민주의 ‘셰어하우스형 임대주택’, 국민의당의 ‘컴백홈법’ 등이 대표적이다. 공약 실행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 방안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표심을 유혹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총선 공약이 국가와 국민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은커녕 특정 지역과 집단의 이익만 대변한다면 또 다른 부작용과 후폭풍을 낳을 건 누가 봐도 뻔하다.

20대 국회를 구성하는 4·13 총선은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한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올바른 공천을 통해 국민들의 여망인 정치 개혁을 실현하고 국가 경제를 살리는 지혜가 도출돼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옥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사탕발림식 재탕 삼탕식 공약으로 표심을 유혹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치권이 끝내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결국 유권자가 총선에서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6. 원영이 숨지게 한 부모 살인죄로 처벌해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줄로만 알았던 일곱 살 신원영군이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애초 부모가 길에 버린 것으로 알고 신 군을 수색해 왔던 경찰은 그제 경기도 평택의 한 야산에서 원영이의 시신을 찾아냈다고 한다. 제발 살아 돌아오길 기도했던 국민들의 한 가닥 희망은 이제 충격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숨지기 전 원영이가 오랫동안 차디찬 욕실에 갇혀 찬물과 락스 세례를 받는 등 끔찍한 학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하 12도의 엄동설한에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옷을 발가벗겨 찬물을 퍼붓고 욕실에 감금했다면 누가 봐도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건장한 어른들도 몇 시간 견디지 못할 환경에 20시간이나 울부짖는 아이를 방치해 결국 숨지게 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경찰이 오랜 폭행과 찬물 세례로 인한 저체온증, 오랫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영양실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영군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바탕으로 계모와 친부에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는 이유다.

이런 반인륜적이고도 악질적인 범죄는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이들은 아이가 죽은 후에도 “원영이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는 등 거짓문자를 서로 주고받고 원영이의 책가방을 구입하는 등 범죄 은폐 시도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원영이가 불행하게 짧은 인생을 마감한 데 대해 우리 사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3년 전에 아동보호기관과 경찰도 학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기 전이라 아동 학대를 신고해도 부모가 “내가 키우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아이를 격리할 수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를 아동보호망의 사각지대로 내몬 것은 문명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맨발로 탈출한 인천의 16㎏ 소녀, 냉동상태로 발견된 부천 초등학생, 미라 여중생 등 아동학대의 끔찍한 사례들이 잊을 만하면 불거지고 있다. 아동학대 문제를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고 당국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이런 불행한 일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아이는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있듯이 이웃과 학교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연결해 앞으로 제2의 원영이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일경제]

7. 만능통장 ISA 불완전판매 철저히 막아야

'만능통장'으로 일컬어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오늘부터 은행, 증권사 등 33개 금융회사에서 일제히 판매에 들어간다. 예·적금,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채권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여러 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운용하는 방식이다. 투자 이익 200만~25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한도를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기존 15.4%보다 낮은 9.9%로 분리과세되는 등 혜택이 많다. 해외 분산 투자할 경우 연 6% 수익도 가능하다고 하니 금리 1% 시대에 매력적인 상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투자 상품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입자가 스스로 상품을 고르는 신탁형이 있는 반면 금융회사가 자산을 구성하고 운용하는 일임형 상품도 있으니 성향에 맞게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ISA에 한해 은행에도 투자일임형 상품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는데 전문인력이 태부족이어서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문인력' 자격증을 갖춘 은행 직원은 약 3만8000명으로 전체 직원의 3분의 1도 안된다. ISA 판매를 앞두고 은행원들이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자격증시험에 응시했다고 하니 과연 그들의 운용 능력을 믿어도 될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자동차, 해외여행권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과열 경쟁은 불완전판매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은 원금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점, 5년 가입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가입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하락으로 대거 손실이 난 ELS처럼 될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연 0.1~1.0%의 수수료가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된다. 금융당국도 ISA 열풍이 2007년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린 펀드 열풍처럼 되지 않게 하려면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8. 한국 사회갈등 치유할 행동계획 내놓아라

한국 사회가 계층·이념·노사·지역·세대 간 갈등 심화로 분노 사회를 넘어 원한 사회로 치닫는 데 대한 걱정이 크다.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국형 사회 갈등 실태 진단' 보고서를 토대로 매일경제가 지난 11일까지 10차례 연재한 '내부 갈등에 무너지는 한국 사회' 기획기사에도 각계의 뜨거운 관심이 표출됐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사회 갈등의 특징으로 불안을 넘어선 강박, 경쟁을 넘어선 고투, 피로를 넘어선 탈진, 좌절을 넘어선 포기, 격차를 넘어선 단절, 불만을 넘어선 원한, 불신을 넘어선 반감, 갈등을 넘어선 단죄 등 8가지를 진단했다. 우리 사회가 경쟁이나 불안·불만 단계를 뛰어넘어 포기·단절 등 극단적인 갈등 상태로 빠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자살률은 12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에 올라 있고 매년 법원에 접수되는 소송사건이 650만건에 이를 정도로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층간소음·주차분쟁 등 생활 주변 문제에서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 노동개혁 입법 등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소통과 타협보다 폭력과 투쟁이 앞서니 답답하다. 

한국이 선진국 관문이라 불리는 OECD에 가입한 지 올해로 20년인데 우리 사회 갈등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종교 분쟁을 겪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갈등으로 국가 정책 결정과 진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연간 경제적 손실도 최대 24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 화합과 상생을 위해 2013년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발족했고 이제 우리 사회 갈등 수준을 직시하게 된 것은 갈등 해결의 출발점이라 할 만하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 사회 갈등의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빈부 격차를 꼽고 근무시간을 지금보다 대폭 단축한 '반정규직' 신설과 빈곤층·소외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보강을 제시했다. 새로운 형태의 성찰적 시민운동, 교육개혁도 제시했는데 아직은 너무 추상적이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대책들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정부, 정치권, 교육계, 경제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각자 행동 방향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분야별 액션플랜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

9. 대구시, 동대구역 주변 교통 대책 있나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는 올해 말부터 대구 동구`수성구 일대는 최악의 교통난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도로는 그대로인데, 좁은 지역에 동대구역은 물론이고 고속버스`시외버스터미널에 백화점, 영화관, 호텔, 오피스텔, 유흥가까지 한꺼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구시에 여러 차례 환승센터 완공 전에 특단의 교통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해온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동대구역 주변에 수천 가구의 아파트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교통난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동구청에 따르면 동대구역 주변의 주택재건축`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결과로 착공에 들어간 아파트가 2곳, 1천695가구이고 시공사를 선정한 아파트가 4곳, 3천200가구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들 아파트 상당수는 환승센터 시행사인 신세계가 최근 작성한 교통영향평가에도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무려 5천 가구에 가까운 아파트가 교통영향평가에서 제외돼 있으니, 기존의 교통영향평가를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들 아파트의 가구 수는 교통영향평가에 반영된 개발계획(아파트 1천106가구, 오피스텔 및 호텔 1천717실)의 2배가 넘을 정도로 많다.

이들 아파트의 입지도 정체가 심할 것으로 보이는 교차로 인근에 몰려 있어 우려를 더해준다. 착공한 아파트 2곳은 각각 공고네거리 및 신천네거리에 인접해 있고, 시공사를 선정한 2곳은 파티마삼거리와 동대구역네거리 인근이다. 교차로 혼잡과 차량 지`정체가 상습화될 수밖에 없다. 

동대구역 주변 교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대구시도 환승센터 교통영향평가 분석보다 교통량이 많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시로선 환승센터 주변 교통대책도 세우기 힘든 마당에 동대구역 주변의 교통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제대로 된 방안이 없을 경우에는 동대구역 주변과 동구`수성구 일대는 만성적인 교통대란 지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는 특단의 교통대책을 세워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10. 아파트 관리비 비리, 제도`감시망 보완으로 뿌리 뽑아야

부가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에 대한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는 회계 부적합률이 4.1%, 경북은 8.2%로 낮게 나타났다. 국토부와 지자체 등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공동주택 회계감사에서 대구는 제주(2.7%), 울산(4.0%) 다음으로 부적합률이 낮았다. 경북은 도 단위에서 경남(5.3%)에 이어 부적합률이 낮아 지역 공동주택 대다수가 회계기준에 맞게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외부회계감사 등 관리비 진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주민 3분의 2가 동의해 회계감사 대상에서 빠진 공동주택 54곳을 제외하고 대구는 542곳 중 514곳, 경북은 382곳 가운데 355곳이 최근 감사를 마쳤다. 

하지만 부적합률이 말해주듯 일부 아파트는 여전히 회계처리 기준을 어기고 관리비를 집행해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이런 엉터리 회계는 그만큼 비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전국 8천319곳 가운데 19.4%가 회계처리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 예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는 관리소장이 공동 전기료를 과다하게 걷어 수천만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고,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주자대표가 입찰서류를 위조해 특정 업체를 밀어주고 뒷돈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국토부`한국감정원 등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만들어 관리비 내용과 집행 실태를 단지 간 비교하고 감시하도록 유도해왔다. 관리비가 적정한지, 어떻게 쓰이는지 주민이 무관심하다면 비리 근절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주민의 힘만으로 상시 감시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비리가 고질적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관련 법규와 현행 관리업무 감시 시스템에 허점은 없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공동주택 관련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회계감사 결과를 지자체에 제출`보고하도록 법 조항도 개정해야 한다. 감사를 방해하거나 허위 자료를 낸 관리업체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과 지자체, 정부 등 이중 삼중의 감시망이 아니고서는 관리비 비리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서평] 우리 아이들 | 금수저-흙수저 ‘기회격차’ 극복하려면

“가장 친한 친구가 그의 머리에 총을 두 번이나 쐈어요. 함께 자란 친구인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산타아나 지역에 사는 라틴계 여성 소피아(21)가 말한다. 산타아나 주민들은 가난과 폭력의 거리에 살고 있다. 이곳에는 29개 갱단이 활개 치고 있다.

“아이에게 천박하고 더러운 쥐새끼 같은 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아이는 실제로 그런 놈이 될 거예요.”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황폐한 흑인 빈민가에서 자란 일라이저(24)의 말이다. 어머니는 비행을 일삼는 그에게 자주 가슴에 못을 박는 저주를 퍼부었다.

로버트 D. 퍼트넘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교수의 ‘우리 아이들-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Our Kids-TheAmerican Dream in Crisis)’에 나오는 이야기다. 퍼트넘은 15년 전 베스트셀러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에서 미국의 공동체가 갈수록 시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신작에서는 아메리칸드림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고발한다.

퍼트넘은 자신이 고등학교를 다닌 오하이오주 포트클린턴 이야기부터 꺼낸다. 1950년대 이 도시는 아메리칸드림을 구현할 수 있는 곳이었다. 부잣집과 가난한 집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심지어 데이트도 했다. 가난을 영원한 족쇄로 여기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고향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이제 이 도시의 부자와 빈자들 간 계급 격차는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난다. 해안도로 왼쪽은 아동 빈곤율이 1%에 불과하지만 맞은편은 51%에 이른다. 사람들은 길 건너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더 이상 같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물론 서로 결혼도 하지 않는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미국의 계급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대졸자 가구 재산은 47% 늘었지만 고졸 이하 가구 재산은 17% 줄어들었다. 오늘날에는 가난하지만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이 대학에 가는 경우(29%)보다 부유하지만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학사모를 쓰는 경우(30%)가 더 많다.

고학력 전문직 부모들은 자녀를 키울 때 한 해 16만6000가지의 격려하는 말을 한다. 의욕을 꺾는 말은 3만6000가지에 그친다. 복지 수혜자 부모의 경우 격려는 2만6000가지에 그치는 반면 의욕을 꺾는 말은 5만7000가지나 내뱉는다.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 그 자체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유럽 사람들에 비해 결과적인 불평등을 그다지 염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의 평등까지 무너지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 미국인 95%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기회의 평등은 아메리칸드림의 핵심이다.

미국인들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불평등이 한 세대 안에서 생기는 불평등보다 나쁘다고 믿는다. 기회의 격차는 재능의 낭비를 초래해 사회 전체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낳는다. 부자들만 목소리를 내는 민주주의는 정치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아메리칸드림 핵심인 기회의 평등 무너져

가난의 대물림 막을 수 있는 행동에 나서야 


퍼트넘은 특권이 부여되지 않은 아이들의 곤궁함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 전체가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예컨대 아이들이 초기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유년기에 가난의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정부가 약간의 특별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있다. 아이가 태어난 첫해에 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복지정책은 피해야 한다. 교사들이 틈만 나면 부자동네 학교로 떠나려 하지 않도록 가난한 지역 교사에게 2년 동안 2만달러를 추가 지급할 수도 있다. 

왜 그래야 하는가? 이 물음에 퍼트넘은 이렇게 답한다.

“가난한 아이들은 우리에게 속해 있으며 우리 역시 그들에게 속해 있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이다.”

2.[머니투데이] '달팽이 크림', 중국서 대박난 이유는? 

불황의 시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다. 장기 불황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뚜렷해지고 중산층이 감소하면서 가성비는 더욱 중요한 소비자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가성비를 따져보는 것은 익숙한 모습이 됐다.

‘가성비’는 IT업종, 외식업, 화장품 등 업계를 막론하고 ‘핫 키워드'(Hot Keyword)로 자리매김했다. 가성비가 높은 제품은 누구에게나 환영 받는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 역시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주요 기업들의 전략도 브랜드 중심에서 가성비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갤럭시J7를, LG전자는 LG클래스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가 단독 출시한 ‘화웨이 Y6’는 출시 한 달 만에 2만대나 팔렸다. 중저가 휴대폰 판매 비중은 2014년 3분기 21%였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요즘 외식업계에서 인기 있는 1만2900원짜리 한식뷔페, 2인분에 1만9800원짜리 스테이크전문점, 5000원짜리 순대국밥, 저가 생맥주전문점, 1500~2000원짜리 생과일 주스 등도 모두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을 높인 가성비로 성공한 아이템이다. 빽다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가성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태원 유명 레스토랑, 만원대 최고급 프랑스 요리…왜?'에서 1만원대 최고급 프랑스 요리를 파는 오레노의 비결을 소개한 바 있는데, 오레노 역시 탁월한 가성비로 성공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한불화장품 계열사인 잇츠스킨은 달팽이 점액을 넣은 피부 보습 화장품(일명 ‘달팽이 크림’)으로 중국에서 대히트를 쳤는데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2014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이용자들 사이에 가성비가 입소문이 나면서, 그 해 중국을 중심으로 달팽이 크림 매출이 전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2015년 총매출은 3096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성장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면세점 업체인 DFS의 12개 매장에도 입점했다.

가성비가 좋은 아이템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성비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렉서스는 프리미엄 자동차 중에서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차종의 가격대에, 벤츠, BMW 등 등급이 높은 차종의 품질을 갖춰 시장 진입 1년 만에 벤츠, BMW 등이 장악했던 고급 자동차 시장을 30% 이상 잠식했다. 이렇게 가성비를 높임으로써 차별화와 비용우위를 동시에 추구한 전략을 ‘가치혁신전략’이라고 한다.

스와치 역시 75달러 수준의 세이코, 시티즌 등이 서로 차별화하기 위해 각종 기능 추가 경쟁을 벌일 때, 시계를 ‘패션 액세서리’로 정의하고 가격을 40달러로 낮춰 고객들이 시계 하나 값으로 액세서리 2개를 살 수 있게 만들었다. 스와치는 ‘패션 액세서리’라는 차별화와 ‘40달러’라는 비용우위를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1970년대 후반부터 붕괴 위기에 몰렸던 스위스 시계 산업을 부흥시켰다.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가치혁신으로 성공한 상품들이 많다. 여성들이 하나쯤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코치백도 마찬가지다.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을 조합한 매스티지(masstige) 상품인 코치백은 가격은 명품에 비해 싸지만, 품질 면에서는 명품에 근접한 상품이다.

최근 각광받는 비행기 ‘프리미엄 이코노미'(Premium Economy) 클래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일반석보다 40% 정도 넓은 공간과 차별화된 음식을 제공하지만 가격은 비즈니스석의 60~70% 수준으로 차별화와 비용우위를 동시에 추구했다. 실제로 에어프랑스, 싱가포르항공 등 세계 유수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의 프리미엄 니즈를 합리적인 가격에 충족시키는 이러한 ‘프리미엄 이코노미형 제품’은 단지 항공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걸쳐 거대한 트렌드로 번져가고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도 지출 면에서 투자비, 운영비 등은 줄이고 매출 상승 장치가 있는 가성비가 높은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 당분간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의미다. SK플래닛 광고부문은 2014년 11월 내놓은 ‘빅데이터 트렌드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속과 실리’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며 △충동적 과시를 벗어난 실리 추구 소비 △적극적이고 능동적 소비 △윤리적 소비 등 세 가지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포터는 ‘차별화’와 ‘비용우위’ 가운데 하나를 명확히 추구하지 않고 어중간하면 궁지에 몰리고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가성비를 높여 차별화와 비용우위를 동시에 이뤄내 ‘제대로 어중간’하면 성공할 수 있다. ‘제대로 어중간하다’는 의미는 차별화도 되어 있고, 고객 입장에서 지불할 만한 가격으로, 결론적으로 고객 가치를 혁신했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건 항상 고객 가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스와치의 ‘패션 액세서리’도, ‘40달러’도 모두 고객이 원하는 가치로부터 나온 것이다. 가치혁신을 하려면 고객에게 가치가 적은 요소들을 줄여 가격 거품을 빼야 한다. 스와치의 경우 금속이나 가죽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내부 디자인을 단순화했으며 부품도 150개에서 51개로 줄이고 나사 대신 초음파 봉합 방법을 채택해 경쟁사보다 비용을 30%나 절감함으로써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고객은 싸다고 무조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적절한 가격과 품질의 교집합’을 공략하는 것이 가치혁신전략의 핵심 포인트다. 또 가성비 시대에는 마케팅 포인트를 기존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실제 구매해야 할 이유를 찾아내 가장 효율적인 채널로 전달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3.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슈베르트가 선물한 봄노래…‘봄에’ ‘들어라 종달새’ ‘봄의 찬가’

한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가끔 진정한 시작은 3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즘 같은 때, 이제는 누가 뭐래도 자신 있게 ‘봄’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3월에 들어서면 말이다. 물론 아직 일교차가 심하고 겨울옷을 집어넣어야 할지 고민되긴 하지만. 그래도 3월은 봄을 맞이하는 시작점이다. 

일생이 겨울이었던 것만 같은 작곡가가 있다. 프란츠 슈베르트. 오늘날 ‘예술가곡의 황제’ ‘낭만파 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며 위대한 음악가 반열에 올라 있지만, 생전에는 단 한 번도 주목 받지 못했다. 베토벤을 존경했고, 후대인이 사랑하는 주옥같은 가곡을 무수히 남겼지만 그는 말할 수 없이 가난했다. 생활은 늘 궁핍했고 밥을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다. 슈베르트가 ‘사실상 굶어 죽었다’고 강조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빈 시립중앙묘지 32-A’. 30살로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가 잠들어 있는 구역이다. 생전 그토록 존경했고, 장례식에서 관을 운구하며 ‘죽어서 그의 곁에 묻히고 싶다’고 했던 베토벤이 그의 옆에 묻혀 있다. 모차르트의 기념비도 서 있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브람스도 함께 잠들어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지만.

겨우 30여년의 삶을 살다 갔지만 슈베르트에게도 분명 청춘이 있었을 것이고, 봄 또한 있었을 터. 그가 남긴 수많은 봄노래들, ‘봄에’ ‘봄의 찬가’ ‘들어라, 들어라! 종달새를’ 등이 이를 증명한다. 모두 슈베르트가 20대 시절 작곡했다. 

- 내가 한 마리 새라면 그곳 목장의 언덕에서 머물 텐데 작은 나뭇가지들 위에. 그리고 노래할 텐데 그녀에 대한 달콤한 노래를 -

- 온 세상이 매일 점점 아름다워져 어떤 모습을 나타낼지 모르겠다. 끊임없이 꽃이 피어나고 멀리 깊은 골짜기에도 꽃이 피어난다. 가난한 마음이 고통을 잊는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리라 -

한 마리 새라면 그녀를 위한 달콤한 사랑 노래를 부르고, 매일 아름다워져 가는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새로워질 것이란 믿음을 가졌던 20대 청년 슈베르트는 이렇게 노래했다. 슈베르트 가곡 특유의 미풍이 살랑거리는 듯 피아노의 선율에 얹힌 부드럽고 따스한 노래가 그대로 ‘봄의 향기’가 돼 마음을 흔든다. 그에게도 막 물오른 인디언그린 같은 파릇한 꿈이 있었고, 생생한 기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 가슴이 아파지면서.

그렇게 한때는 자기 인생의 봄날을 노래했던 그가 생의 마지막 앞에서는 그 ‘봄’을 잃어버렸음을 고백한다. 연가곡 ‘겨울 나그네’. 전체 24곡 중 제11곡인 ‘봄의 꿈’ 속에서 그는 실연의 슬픔 가운데 연인의 마을을 떠나 추운 겨울 여행길에 접어든 모습을 노래했다. 따스함이 펼쳐질 것만 같은 이 아름다운 봄날에 절망의 봄꿈을 꿨던 희대의 작곡가. 모쪼록 하늘에서는 안식하기를! 후대 사람들이 그가 남긴 선율에서 위안받고 행복하니 그것으로 위로가 되길 바랄 뿐이다.

4. [동아일보][특파원 칼럼/전승훈]누가 프랑스 교육이 평등하다고 했나

지난해 10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나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조 교육감은 취임 직후 일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교육부가 제동을 걸었고 조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는 “일반고를 부흥시킬 방안을 내놓기에 앞서 자사고부터 없애려 한 것은 성급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대부분 ‘진보 교육감’이 평준화 교육, 대학 서열화 폐지를 거론할 때는 프랑스가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조 교육감도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프랑스의 공립학교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두 아이를 키워 보니 프랑스가 ‘평준화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프랑스 교육부는 바칼로레아(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률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전국 고교의 서열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달 16일에도 2015년 전국 4300개 고등학교(공사립 일반고, 직업고 포함)를 각 도별로 1등부터 꼴찌까지 매긴 리스트를 내놨다. 올해 순위에서 프랑스 최고 명문 고교인 ‘루이 르그랑’과 ‘앙리 4세’가 공동 2위에 올랐고, 파리 15구의 사립고교 ‘자닌 마뉘엘’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사립고교는 물론 공립고교도 평준화가 아니다. 학군마다 있는 1, 2개의 명문고가 우수 학생을 선발한다. ‘루이 르그랑’은 프랑스 전역에서 최고 학생을 선발한다. 대부분의 고교에 우열반이 편성돼 있고 매년 성적 미달 학생의 10%는 유급된다.

등록금이 없는 파리의 국공립 대학은 1부터 13까지 숫자가 매겨져 있다.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집 근처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 대학은 서열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일반 대학 위에 ‘그랑제콜(Grandes ´Ecoles)’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이 하나 더 있다. 전국 상위 5%의 수재들만 입학할 수 있는 명문대다.

에콜폴리테크니크(이공계), 국립행정학교(ENA), 고등상업학교(HEC·상경계) 등의 그랑제콜에 입학하려면 고교 졸업 후에도 보통 2년간의 준비반(프레파)을 거쳐야 한다. 프레파 학생들은 밤낮없이 공부하느라 빛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두더지’로 불린다. 1시간에 100유로(약 14만 원)짜리 고액 과외도 받는다. 프랑스에 사교육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누구든 돈이 없어도 대학까지 공짜로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 키워내는 소수 엘리트 교육도 함께 존재한다. 그랑제콜 졸업생은 초봉이 일반 대학 졸업생의 2, 3배나 되고 프랑스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프랑스 학부모들이 명문고나 그랑제콜에 대해 질투하거나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뛰어난 인재라면 특혜를 줄 테니 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데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사고다. 

지난해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조 교육감이 최근 ‘일반고 전성시대’ 2라운드에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고교체계개편 보고서에서 “자사고뿐 아니라 외국어고, 국제고까지 일반고에 통합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반고를 명문고로 키울 방안도 없이 잘나가는 학교부터 끌어내리고 보자는 그의 전략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

5.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정약용과 상추쌈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의 청렴을 누누이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청렴은 검소한 생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여 자식들에게 항상 검소한 생활 태도를 권면하였는데, 특히 음식과 의복에 대해 자주 언급하였습니다.

그는 1810년 강진의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훈계의 글을 지어 보냅니다. 글 속에서 “속이는 것은 모두 죄악이지만, 세상에 오직 하나 속일 것이 있으니 바로 자신의 입이다”라는 경구와 함께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해 줍니다.

“금년 여름 내가 다산(茶山)에 있을 때 하루는 상추로 쌈을 싸서 먹고 있었다. 마침 곁에서 보던 손님이 ‘쌈을 싸서 먹는 것이 상추를 절여서 먹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까’라고 묻기에, 이것은 나의 입을 속이는 방법일세”라고 대답하였다.

의식이 풍요로운 현대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음식은 연명할 정도만 먹으면 되고 궁핍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입조차 속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너무 극단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물질적인 향락보다는 정신적인 안락이 중요하다는 다산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고, 아울러 고난의 유배 생활을 지혜롭게 대처하였던 그의 해학(諧謔)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약용(丁若鏞·1762∼1836)

조선 후기의 실학자·문신. 자는 미용(美庸), 호는 다산, 당호는 여유당, 본관은 나주. 문장과 경학에 뛰어났고 실학은 물론 서학도 받아들였다. 정조의 지극한 신임을 얻어 경세의 뜻을 폈으나 정조가 죽은 뒤 옥사에 연좌되어 오래도록 유배 생활을 하였고 만년에는 귀향하여 저술로 여생을 보냈다. 벼슬은 진주 목사를 지냈다. ‘모시강의’, ‘논어고금주’,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심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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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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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14일 신문 브리핑 #

"감사는 과거에 주어지는 덕행이라기보다 미래를 살찌게 하는 덕행이다."
- 영국 속담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중국 업체들이 중소형 LCD(액정표시장치)를 값싸게 공급함에 따라 급속히 채산성을 잃으면서 국내 LCD산업이 휘청이고 있음
-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19개 LCD 생산라인 중 중소형 6개를 폐쇄한 데 이어 2~3개 라인의 가동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임
- 중국 업체들은 중소형 LCD에 이어 대형 LC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도 늘리고 있어 이 분야에서 국내 업체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옴

2.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최강 바둑 고수인 이세돌9단을 이기자 '인공지능발 4차 산업혁
명'이 급속히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옴
- 이와 관련,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11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업체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고 발표했으며, 인수금액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짐
- 네 번째 대국에서는 이세돌9단이 3연패를 극복하고 알파고에 첫 승을 거둠

3. 해운업황 장기 침체로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이 자산매각과 비용감축을 포함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계획을 추진함
- 부채가 6조원 규모인 한진해운은 2013년말 이후 벌크선사업부 매각 등으로 2조3530억원을 조달했으나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으며, 한진해운은 이를 통해 600% 수준인 부채비율을 400% 밑으로 끌어내릴 방침임

4. 면세점 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가 일단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추가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짐
- 사업권 기간 연장(5년->10년)이나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과 같이 법 개정이 필요한 개편은 국회 통과가 불확실한 반면 신규 사업자 추가 허용은 정부의 고시 개정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임

5. 정부가 구갠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허용을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구글 길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임
- 1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IBM에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산업 규제 개선 및 글로벌 기업과 상생방안'을 주제로 연린 '제6차 정책해우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됨


<< 금융/부동산 >>
1. 14일부터 직장인 자영업자 농어민은 연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라면 누구나 33개 은행 증권 보험회사의 전국 지점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할 수 있음
- 시장 선점을 노리는 대형 증권회사들은 일임형 ISA의 모델포트폴리오를 전격 공개함

2. 국제 유가와 미국 뉴욕증시가 4주 연속 동반 상승 랠리를 기록함
-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1일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은 전날보다 1.74% 오르며 배럴당 38.5달러에 마감해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도 런던 ICE거래소에서 0.85% 오른 40.39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함
- WTI의 가격 상승 추세에 맞춰 미국 뉴욕증시도 급등하면서 S&P500지수는 지난주 1.1% 올라 지수 2000선을 회복하면서 올 들어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다우지수도 1.2% 오르며 S&P500지수와 함께 200일 이동평균선을 상승 돌파하며 상승 추세에 접어듬

3. 지점 통폐합으로 문을 닫는 KEB하나은행 건물 부지에서 내년까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6000가구가 공급됨
- 하나금융그룹은 2018년까지 이를 포함해 전국 60개 점포 부지에서 총 1만여가구의 임대용 오피스텔 및 소형 주택을 지을 계획임


<< 국제 >>
1. 2012년 이후 연 6%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필리핀에 발전소가 들어서고 새로 도로와 대형 건물이 건설되는 등 에너지.인프라 투자 붐이 불고 있음
- 지난해 5.8%로 둔화했지만 인근 말레이시아(5.0%) 인도네시아(4.8%) 태국(2.8%)를 웃도는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노무라증권 등은 올해 필리핀 경제성장률이 6.3~6.5%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

2. 중국 국가통계국이 1.2월 산업생산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했다고 이달 12일 발표함
- 전달인 작년 12월(6.1%)은 물론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평균(5.6%)에도 못미치는 수치로서, 최근 발표된 2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5.4% 급감한 것과 더불어 중국 경기둔화 추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음

3.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EU각국에 낮은 부가가치세를 매길 수 있는 상품.서비스를 결정할 권한을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함
- EU는 공통적인 부가세 규칙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본 세율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17~27%에 묶여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부채비율
- 부채비율은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 중 부채가 얼마 정도 차지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비율로서, 기업의 재무구조 특히 타인자본의존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경영지표임.
부채비율은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구함.
부채비율= [타인자본(부채총계)/자기자본(자본총계)]×100(%)
상환해야할 타인자본(부채총계)에 대해 자기자본이 어느정도 준비돼 있는가를 나타내는 이 비율은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이며, 부채와 자본의 구성비율을 나타내기 때문에 '재무구조' 또는 '안전성비율' 이라고도 함.
어느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라면 빚이 자사가 보유한 자본보다 두 배 많다는 것을 뜻함. 일반적으로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보고 있으며 선진국에선 200% 이하 업체를 재무구조가 우량한 업체로 간주함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부채비율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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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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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1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TK 방문한 박 대통령, ‘眞朴 마케팅’ 역풍 두렵지 않나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대구를 방문했다. 어제 오전 대구지역 3곳의 행사에 참석했고, 오후엔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했다. 청와대는 “도청 개청식 참석은 당연한 것이고 대구 방문은 경제와 문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했지만 그 설명을 믿을 사람은 없다. 신청사 개청식도 당초 총선 뒤인 5월 초에서 앞당겨졌다는 뒷말이 나온다. 게다가 개청식 일정에 맞춰 대구 방문 스케줄은 급히 끼워 넣은 듯하다. 대구 방문지 세 곳 중 두 곳의 진박(진짜 친박) 예비후보들이 유승민 의원계 현역들에게 도전장을 냈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총괄하는 2차관이 대구 방문에 동행한 것도 진박 후보들의 공약을 지원하려는 인상을 풍긴다. 

박 대통령의 대구 행사엔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 같은 정치인들은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선거나 정치 관련 발언도 없었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피하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총선을 불과 34일 앞두고 대구를 방문한 것 자체가 자제해야 할 정치 행위다. 박 대통령은 작년 9월 대구를 방문하면서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을 한 명도 부르지 않아 유 의원을 비롯해 TK(대구경북) 비박계 의원들을 물갈이하려는 의도라는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후 6명의 진박 후보가 대구에서 출사표를 냈다. 친박 중진들까지 진박 마케팅에 발 벗고 나섰으나 오히려 역풍이 불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선 영남권 3선 이상 현역 의원 교체론이 파다하다. 친박을 희생양 삼아 비박까지 왕창 쳐낸다는 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정무특보였던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대표 욕설 녹취록’ 파문으로 여권 전체가 벌집 쑤신 듯 난리다. 이런 상황이라면 박 대통령이 예정된 행사라도 취소하는 게 옳았다. 그런데도 대구 방문을 강행한 것은 ‘내 사람’ 심기에 꽂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과 같다. 9일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을 극비리에 만났다는 채널A 방송 보도가 나왔다. 친박과 비박 간 공천 갈등의 중심에 권력의 생리에 민감한 박 대통령이 있다는 의구심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선거에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 되레 민심의 역풍을 맞았던 게 역사의 교훈이다.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한 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북한의 동해상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일을 삼가고 안보와 경제에 몰입하기 바란다.

2. 건드리면 툭 터지는 전국의 아파트 관리비 회계 비리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전국 300가구 이상 8319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첫 외부회계감사에서 19.4%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1% 안팎인 상장기업의 회계처리 부실비율과 비교하면 20배나 높을 만큼 회계 관리가 엉망이다. 이와 별도로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아파트 입주민의 민원이 제기된 429개 단지를 대상으로 합동감사를 한 결과 무려 72%의 비위(非違)나 부적절 사례를 적발했다. 

국민의 7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나라에서 아파트 관리비 비리가 전국 곳곳에 만연해 있다. 남의 일이 아니라며 공분(公憤)을 느끼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월세처럼 매달 내는 아파트 관리비는 미루면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받은 돈을 아파트 5곳 중 한 곳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동(棟) 대표가 주머닛돈처럼 썼다는 얘기다. 충남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2011∼2014년 개인계좌로 16차례에 걸쳐 3억7000만 원을 이체했다. 이런 식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이는 돈이 20억 원이다. 경찰청이 작년 11월부터 벌인 공동주택 관리비리 특별단속에서 입건된 153명 중 입주자 대표가 41.4%, 관리소장 35.3%, 동 대표 7.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부의 아파트단지 회계감사는 2014년 배우 김부선 씨가 ‘난방비리’ 이의를 제기하면서 여론이 들끓어 시작됐다. 지금까지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사적인 영역의 자율을 보장해주는 차원에서 관리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앞으로는 주택법에 근거해 매년 외부회계 감사를 강제하기로 했다.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을 개정해서라도 감사결과를 지자체에 제출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파트 주민도 관리소장이나 입주자 대표들이 딴마음을 먹을 수 없도록 주인의식을 갖고 감시에 나서야 한다. 한국감정원이 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을 통해 감사결과와 관리비 내용을 확인한 뒤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관리소장이나 입주자 대표 명의로 개설된 아파트 관리비 통장을 주민들이 수시로 확인하는 것도 비리를 감시해 사전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 김종인 개혁, 이해찬 빼놓고 '친노 패권'청산 어림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발표한 44개 지역 공천 결과에서 정청래 의원을 포함해 최규성 강동원 부좌현 윤후덕 의원이 탈락했다. 정청래 의원은 막말, 강동원 의원은 위헌정당인 통합진보당 출신, 윤후덕 의원은 딸 취업 청탁, 최규성 부좌현 의원은 경쟁력이 열세라는 이유다. “당선 가능성이 제1의 기준이었다”고 밝힌 김종인 대표의 첫 현역 의원 물갈이다. 

친노(친노무현)의 대변인처럼 대포를 쏘아댄 정 의원의 컷오프가 발표되자 그의 지지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어제 더민주당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됐다. 그러나 김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를 쳐내겠다고 거듭 큰소리친 것에 비하면 정청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원식 이상호 이인영 의원, 송영길 전 의원 등 운동권 출신들과 최민희 배재정 박남춘 의원과 백원우 전 의원 등 친노 정치인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현역 의원 50명의 심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국민의당이 ‘친노·패권·무능 86그룹’으로 지목해 표적공천 대상으로 꼽은 이해찬 이목희 정청래 김경협 전해철 의원 중 정 의원만 탈락했다.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세작(간첩)’이라고 말해 당직 자격정지 2개월을 받았던 김경협 의원은 무사히 경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비서관 월급 상납 논란을 빚은 이목희 정책위의장, 성완종 특별사면 때 대통령민정비서관이었던 전해철 의원의 심사 결과는 아직 발표 전이다.

친노 세력의 좌장인 이해찬 의원은 정밀심사 대상에 오르지 않아 컷오프에서 아예 빠졌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로 나오기 전까지 자타가 공인하는 친노 좌장이었고, 수감 중인 한명숙 전 의원, 배우 문성근 씨와 함께 친노를 당의 최대 세력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는 백낙청 함세웅 씨를 비롯한 진보좌파 원로와 함께 원탁회의의 일원으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추진해 종북(從北)세력을 국회에 진출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의원을 빼놓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목을 잡았던 친노 패권주의 청산은 어불성설이다. 당의 쇄신은 정치를 왜곡시켜 온 친노와 운동권 세력을 얼마나 배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총선이 끝난 뒤 더민주당은 전투력이 강한 친노 세력의 발호로 개혁은커녕 치열한 권력투쟁의 내홍에 빠져들 것이다. 김 대표가 도마뱀 꼬리 자르듯 개혁의 시늉만 하고 민심을 얻기를 바란다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이데일리]

4. 활짝 열린 이란 하늘길서 높이 날려면

그동안 꽉 막혀 있던 한국과 이란의 직항 하늘길이 다시 열리게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토교통부에 테헤란 노선 국제항공운수권을 신청했다고 하니, 조만간 적절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운항허가가 내려지면 대한항공 화물기가 1976년 이란으로 한 차례 운항한 지 40년 만에 국적 항공사가 직항로를 통해 이란 정기노선을 운항하게 되는 셈이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면서 수십년 동안 닫혀 있던 이란의 하늘길이 뚫리게 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경제적인 차원에서는 더욱 박수칠 만하다. 빗장이 풀린 이란이 중동의 거대 수출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더욱이 이란은 세계 자연자원 매장량에서 원유는 4위, 천연가스 2위, 구리 2위에 달하는 자원 부국이다. 인구가 8000만명에 육박하는데도 1인당 소득이 5000달러에 지나지 않아 향후 개발 수요가 적지 않다. ‘제2의 중동 특수’를 노리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이란을 중동 진출의 허브로 삼을 필요가 있으며, 양국 간 항공노선이 이러한 경제 교류를 뒷받침해 줄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경쟁국들보다 앞서 이란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란 제재 해제 이후 외국 정상으로는 가장 먼저 이란 땅을 밟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연내에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라지만 우리는 ‘기회의 땅’인 이란을 공략하는 데 한발 뒤처진 상황이다.

다시 열리는 이란 직항노선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호재임이 틀림없다. 정부로서는 이란 항공노선을 놓고 항공사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정책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운수권 배분 규정상 주5회 이하 신규노선은 1개 항공사에 몰아주도록 돼있는 현재 관행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테헤란 직항노선을 놓고 볼썽스럽게 싸우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과당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해오지 않았는가. 새로 열리는 중동의 거대 시장에서 항공사들이 웅비할 수 있도록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5. 동네서점 살리려면 책읽기 운동부터

동네책방들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격년으로 발간하는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의 순수 서점이 2013년 말 1625곳에서 2015년 말 1559곳으로 66곳(4.1%)이 줄었다고 한다. 정점을 찍었던 1996년의 5378곳에 비하면 10곳 중 무려 7곳 넘게 폐업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127곳이 사라진 2011~2013년보다는 감소세가 둔화된 게 위안거리다.

문구류와 북카페를 겸하는 일반서점은 작년 말 2116개로, 2년 전보다 215개(9.2%) 감소했다. 문을 닫은 일반서점 10곳 중 9곳은 전용면적 165㎡ 미만의 소규모다. 전체의 절반을 훨씬 넘는 1178곳이 서울과 6대 광역시로 몰려 있는 지역 편중도 심각한 문제다. 인천 옹진, 경북 영양·울릉·청송·봉화, 전남 신안 등 6개 지역은 서점이 하나도 없고, 단 하나뿐인 ‘서점 멸종 예정지역’도 43개 지역에 이른다.

이쯤 되면 지방에선 일부러 대도시까지 행차하지 않으면 책 사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꼭 필요한 책이야 인터넷 주문으로 구입하면 되지만 책방에 들러 이것저것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호사’는 포기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거점이라 할 수 있는 동네책방이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사라지도록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지역에서 인문학 강연회, 작가와의 만남, 작은 음악회를 비롯한 각종 세미나와 독서클럽 등의 다양한 변신을 통해 ‘문화사랑방’으로 거듭나고 협동조합을 구성해 경쟁력을 키우는 책방들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최근의 서점 감소세 둔화가 도서정가제를 비롯한 지역 서점 육성책 덕분이라는 분석은 정부 당국의 정책 지원이 왜 필요한지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진정으로 책방을 살리고자 한다면 ‘책 읽는 사회’가 선결과제다. 대한민국은 ‘책 안 읽는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국제조사기관인 NOP월드의 2005년 조사에서 한국 국민은 주당 독서시간이 평균 3시간 6분으로 조사대상 30개국 중 꼴찌였다. 부모의 학력과 재산에 상관없이 양극화를 극복하는 최상의 사다리인 책읽기를 즐기는 국민이 될 때 비로소 나라에 미래가 열리는 법이다.

[서울신문]

6. 야권은 '현역 물갈이'하는데 새누리는 뭘 하나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현역의원 5명을 추가로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번 ‘2차 컷오프’에는 친노 386 운동권 그룹 내에서도 강경파로 꼽혀온 재선의 정청래 의원과 역시 친노로 분류되는 초선의 윤후덕 의원이 포함됐다. 정 의원은 문재인 대표 체제였던 지난해 5월 당시 주승용 최고위원을 상대로 “공갈치지 말라”고 막말해 물의를 빚었고, 윤 의원은 로스쿨 출신 딸을 대기업에 취업시키려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정 계파를 떠나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두 의원의 공천 배제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더민주에서는 지금까지 15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됐고, 5명은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진 등 추가 탈락자들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현역 물갈이’가 현실화된 셈이다.

국민의당도 그제 초선 임내현 의원의 공천 배제 사실을 밝혔다. 당 소속 현역의원이 19명에 불과한 국민의당으로서는 한 명의 의원도 아쉬운 상황이지만 준엄하게 현역 물갈이를 요구하는 민심을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두 야당의 현역 컷오프 기준에 대해서는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더민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친노보다는 비노나 중립성향 인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차 컷오프 대상자 중 한 명으로 고 김근태 전 상임의원계인 최규성 의원이 “재심을 청구하겠다”며 불복 방침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를 협상보다는 투쟁의 장처럼 여긴 많은 ‘운동권 의원’들이 버젓이 살아남은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당조차 “친노 패권주의 청산과는 거리가 멀다”고 혹평했다.

양적으로 미흡하고 질적으로 낮다 해도 야권이 현역 물갈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여당인 새누리당은 혹독하게 반성해야만 한다. 역대 최악인 19대 국회에 실망한 국민들은 비효율 국회의 주역이었던 현역 의원들의 무더기 공천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더민주가 15명의 현역 의원을 내치는 동안 새누리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달랑 친박계 3선 김태환 의원 한 명만 생색내듯 컷오프하지 않았는가. 그동안 살생부가 돌고 사전 여론조사가 유출됐는가 하면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 막말까지, 새누리는 그야말로 계파 갈등의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책임 있는 여당이라면 공천 갈등을 끝내고 야권을 뛰어넘는 과감한 현역 물갈이에 나서야만 한다.

7. 마지막 남북 연결고리마저 끊은 北 자해행위

어제 북한은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 제재에 맞서 북에 있는 모든 남측 자산을 ‘청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남 사이의 경제협력 및 교류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들을 무효로 선포한다”면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연일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던 북측이 자해성 강수를 둔 것이다. 그제 ‘핵탄두를 경량화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던 북측은 어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로써 핵 포기를 할 의사도, 국제사회의 그물망 제재를 피할 길도 없는 김정은 정권의 딜레마가 드러났다면 우리도 장단기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할 때다.

북측이 날마다 대남 위협 강도를 높이는 배경이 뭐겠나. 조평통은 우리의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아무 데도 소용 없는 물건짝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예상 밖의 큰 위력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역설적 반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안보리 결의 이후 북측 내부의 장마당 물가가 들썩이고 일부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지 않은가. 지난 5년간 1% 수준의 경제성장률로 근근이 버티던 북한 경제가 혈맹인 중국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가세로 한번 더 곤두박질치면서다. 이에 따른 내부 동요를 막는 차원에서 북측이 무력시위 카드를 잇달아 빼들고 있는 셈이다.

북 조평통은 어제 “남조선괴뢰패당이 일방적으로 개성공업지구 가동을 전면중단했다”면서 공단 내 남측 기업 및 정부 자산을 임의로 활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석탄과 철광석 등 최대 수출 품목이 유엔 제재 리스트에 오르자 개성공단 내 의류 제조시설을 가동해 벌충하려는 속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김정은 체제가 정상궤도로 돌아갈 잔도(棧道)마저 끊는 자충수일 게다.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북측은 우리 시설을 활용해 제3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북측은 공단 내 남측 재산 강탈은 남북관계가 풀렸을 때 남측의 협력을 얻을 길마저 끊는 자해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북측의 막가는 행보는 아직은 내부 결속에 큰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하다. 5월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이렇다 할 업적이 없는 김정은의 고육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갈수록 거칠어지는 북의 핵위협을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다. 안보 위협에는 그 가능성이 1%라 하더라도 100%의 확신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경구를 떠올릴 때다. 그래야 북한의 사이버 테러나 국지 도발 소지도 외려 줄어들 것이다.

북한이 체제 위기 속에서 악수(惡手)를 연발하고 있다면 정교한 입체적 대응이 중요하다. 물론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빈틈없는 제재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핵화를 이끌 수단이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북한에 결핵약을 보내겠다는 유진벨재단의 요청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우리는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제재와는 별개로 북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북측이 퇴로를 찾도록 하는 차원에서 다자 회담 개최 시점도 미리 고민해야 할 것이다.

8. ‘공존’과 ‘경고’ 메시지 함께 던진 AI의 승리

공상과학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인공지능(AI)이 결코 인간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우리는 믿었다. 세계 최정상급 프로 기사인 이세돌 9단이 그제 구글의 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 이어 어제도 패하면서 허를 찔렸다. 기계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절대영역으로 의심치 않았던 것이 바둑이다. 그것이 기계에 무너진 것은 인류 문명사적 사건이다. 구글은 “달에 착륙했다”고 승리를 자축했지만 전 세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술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압도했다는 비관론도 높다. “으스스하다”는 소감이 쏟아진다. 이 9단과 알파고는 오는 15일까지 세 차례의 대국을 남겨 뒀다. 최종 성적이 어떻든 AI의 현주소는 이미 확인됐다.

알파고의 승리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컴퓨터가 인간의 통찰력과 직관만은 따라잡을 수 없다는 통념부터 깼다.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를 본떠 설계된 알파고는 사람의 직관까지 흉내 냈다. 인간이라면 평생 엄두도 못 낼 학습량을 단 몇 주 만에 소화하고 급속 진화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은 앞으로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한다. AI의 현실과 미래를 냉정하게 짚고 예측할 때가 우리에게도 온 것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는 AI 분야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에 한참 뒤져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을 앞세운 미국한테는 말할 것도 없다. 영국, 독일, 일본 심지어 중국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을 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IT기업들이 AI 연구와 상용화에 팔을 걷어붙인 지 오래다. 금융, 의료 분야를 넘어 자율주행 자동차, 무인 항공기, 개인 비서 서비스까지 등장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이나 정부는 AI의 가능성을 제대로 주목하는 움직임이 없다. 독자적 연구로 내놓은 성과물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세계 시장이 IT에서 AI 무대 쪽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을 냉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시대적 대세에 합류할 수 있도록 지원책 마련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AI라고 예견한 것이 불과 두 달 전이다. AI의 급성장은 우리에게 위협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영역까지 파고든 판이니 인력 대체에 따른 대량실업 사태에 대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인류의 가치가 공격받지 않도록 AI 혁명에 다각도로 대처하는 것은 새로운 숙제다.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매일경제]

9. 정부는 면세점 시장 그만 흔들고 규제 걷어내라

정부가 면세점 특허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면세점제도 개선안을 이달 말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한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는 16일 공청회를 거쳐 개선안을 확정할 방침인데 추가 신규 면세점 허용설이 솔솔 흘러나오면서 정부의 '갈 지(之) 자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년 시한부 면세점 특허제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면서 잘 굴러가던 국내 면세점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대표적인 입법 실패 사례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면세점 재승인 심사를 통해 2곳을 교체한 후 후폭풍은 생각보다 컸다. 각각 6월과 5월 폐점을 앞두고 있는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은 확장공사에 쏟아부은 수천억 원을 다 날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반면 지난해 말 새롭게 문을 연 '갤러리아 면세점 63'과 'HDC 신라면세점'의 매출은 기대 이하다. 5년짜리 사업권이 약점으로 작용하면서 명품 유치에 애를 먹고 있으니 매출이 단박에 올라갈 리가 없다. 지난해 매출이 6100억원이었던 롯데 월드타워점은 방을 빼야 하고, 신규 면세점 매출은 죽을 쑤고 있으니 악수도 이런 악수가 없다. 무디리포트가 "한국 정부가 자기 발에 총을 쏜 셈"이라고 비판했는데 어이없는 실업 사태나 공중으로 날아간 투자금 등을 볼 때 딱 그런 꼴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설에 대해 관세청은 어제 결정된 바 없다고 발을 뺐지만 시장은 술렁거리고 있다. 롯데와 SK는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고, 특허권을 따낸 신세계와 두산은 시장 과열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등 시장은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오락가락할 게 아니라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부의 개선안은 과거처럼 10년으로 돌아가자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혼란을 부추겨놓고 기계적으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TF는 요건만 맞으면 모두 허용해주는 이른바 '등록제' 도입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면세점 시장의 특허를 좌지우지하는 특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채점표 등 모든 것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특허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은 시내면세점의 경우 요건만 맞추면 자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등록제를 채택하고 있다.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국 일본과의 글로벌 전쟁에서 국내 면세점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진입 장벽을 낮춰 무한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10. 현역 물갈이 `시늉`만 하면서 국민 우롱하는 정치권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친노 86그룹 강경파로 꼽혀온 서울 마포을의 정청래 의원(재선)을 포함해 현역 의원 5명을 공천배제했다. 정청래 의원은 "공갈치지 마라" "유대인의 히틀러 묘소 참배" 등 막말 정치로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국회 품위를 손상시킨 책임이 크다. 로스쿨 출신 딸 취업청탁 논란의 윤후덕 의원, 대선 불복 발언으로 논란이 된 강동원 의원 등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1차 컷오프 11명을 합쳐 지난달 24일 기준(재적 108명) 18.5%의 현역이 탈락한 셈이다. 하지만 친노 핵심인 이해찬(6선)·전해철 의원, 보좌관 월급 상납 논란의 이목희 의원은 아직 평가가 나오지 않았고 운동권 출신인 우상호·이인영 의원, 임종석·송영길 전 의원은 모두 살아남았다.김종인 대표가 호언장담했던 '친노 패권주의·운동권 정당 청산'은 온데간데없다. 국민의당은 "친노·486 성골 인사들의 친노 패권주의가 확대 재생산된 공천"이라고 혹평했는데 국민 일반의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도 이날 31개 지역구 공천 및 경선 명단을 발표했다. 현역 의원 탈락은 한 명도 없었다. 김무성 대표를 지목해 "죽여버려"란 막말을 쏟아낸 윤상현 의원조차 당내 친박계가 감싸고돌면서 대충 넘어가자는 분위기다. 친노 패권주의 운동권 체질만 문제가 아니라 국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안하무인 친박 패권주의가 더 한심하고 괘씸하다.

19대 국회는 5개월간의 국회 공전, 국회선진화법 악용, 자동 폐기 법안 1만건 등 역대 최악의 기록을 쏟아냈다. 그 어느 때보다 현역 물갈이 여론이 비등한 이유다. 그런데도 여야는 상향식 공천, 20% 컷오프 등 혁신 시늉만 했을 뿐 현역 물갈이 비율은 턱없이 낮다. 2012년 19대 공천에서 현역 교체 비율은 새누리당 41.7%, 민주통합당 27.0%였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 확보, 민주통합당의 참패였다. 이번 총선의 승패는 여야를 막론하고 막말·부패 의원은 물론 세비값 못하는 다선·중진들을 얼마나 과감하게 쳐내느냐가 판가름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경제][드라마로 보는 노동법] 태후. 송혜교는 우르크에 안가도 되지 말입니다.

시청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여주인공 송혜교(강모연 역)는 혜성병원의 의사이다. 병원 이사장은 여주인공인 송혜교를 호텔 스위트룸으로 불러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는 제안을 하고, 송혜교가 이를 거절하자, 전쟁 중인 우르크에 의료봉사단으로 전보명령을 한다. 송혜교는 우르크에서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유시진 역)를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는게 5회까지의 내용이다.

남여주인공의 달달한 러브스토리 때문에 여주인공의 인사상 부당함은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에서 잘나가는 의사였던 여주인공이 이사장 때문에 먼 이국땅으로 전보되는 것이 만일 실제라면, 쉽게 수용될 수 일이 아니다. 드라마의 달달함을 빼고, 법률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사장은 직장내 성희롱과 부당 전보로 관련법을 여러 가지 위반한 사용자이다.

1. 직장내 성희롱한 이사장. 처벌받을 수 있다.

이사장은 병원 직원인 여주인공에게 성적 언동으로 성적 수치심을 들게 했고, 개인적인 요구가 거절되자 인사상 전보조치를 내려 근무조건을 악화시켰으니, 이는 남녀고용및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는 사업주, 상급자, 근로자의 직장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특히 사업주가 직장내 성희롱을 하면 1천 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장도 사업주에 해당하므로 1천 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이외에도 사업주는 성희롱의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

2. 우르크 간 송혜교는 부당전보.

또한, 여주인공의 근무지가 서울에서 우르크로 변경되는 것은 노동법상 ‘전보’ 조치에 해당한다. 전보조치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건에서는 병원의 업무상의 필요성 보다는 이사장의 개인적 감정에 기인한 보복조치이기 때문에 부당 전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병원은 우르크 전보처분을 취소하고 원직에 복직 조치하여야 하며, 만일 전보처분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에 대해 배상하여야 한다. 즉, 여주인공 송혜교는 우르크에서 근무하지 않고, 서울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것이다. 덧붙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사업주가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에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므로 부당전보로 인하여 병원 이사장은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드라마처럼 여자 주인공이 우르크에 가지 않았으면 남자주인공과 러브스토리는 없다. 필자의 직업이 노무사이다 보니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오늘밤 남녀 주인공이 우르크에서 어떠한 사랑을 키워 나갈지 6회를 기다려 본다.

2. [매일신문][소리와 울림] 귀향(鬼鄕), 전과 후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귀향'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개봉 10일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귀향'은 감독이 사비를 털고 부족한 재원을 시민 후원으로 채우면서 14년 만에 완성한 영화다. 애초에 상업적으로 기획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흥행 돌풍 자체가 또 다른 화제다.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귀향'은 조만간 '국민 영화'의 지위에 오를 것 같다. 궁금증이 생겼다. 사람들은 왜 이 영화에 열광할까? 

위안부 실화라는 소재 자체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긴장된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애초에 세련된 극영화를 기대하진 않았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으로 영화를 봤다. 신파조의 격렬한 감정 분출이 부담스러웠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었을 현실은 더 했을 것이란 생각에 양해가 됐다. 어쨌거나, 나는 이 영화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을 얻었다. 지금까지 익히 사진으로 보고 글로 읽어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눈으로 확인하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들의 존재와 고통을 알고 있었지만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하진 못했다. 영화는 이 사실을 분명히 가르쳐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으로 올라오는 후원 시민 7만5천여 명의 명단을 보면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막연한 의무감이 밀려왔다.

사실 그동안 위안부의 존재는 늘 우리 곁을 풍문처럼 떠돌았다.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았다. 역대 어느 정권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2005년 3`1절 기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라며 강력하게 항의한 것이 전부이다. 시민들도 미온적이긴 마찬가지였다. 20년 넘게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일본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수요집회가 열렸지만 참여자는 소수였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세계적인 이슈로 20여 개국 60여 도시에서 수만 명이 참여하는 연대집회로 발전했지만, 이는 오로지 위안부 피해자 당사자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을 비롯한 소수 활동가들의 노력의 결과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위안부 피해자를 자기의 문제로 껴안은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동정받아야 할 '그들'이 아니라 위로받아야 할 '우리'로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제목이 귀향(歸鄕)이 아니라 귀향(鬼鄕)인 까닭은 종전 후 살아 돌아온 피해자뿐만 아니라, 죽어서 돌아오지 못한 피해자까지 껴안자는 뜻으로 읽힌다. 그건 위안부 피해자 전체를 정당한 우리 역사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자는 권유일 터이다. 나는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영화 '귀향'이 한국 시민사회가 위안부 피해자를 껴안는 새로운 전기가 될지, 껄끄러운 사회적 문제를 영화 관람이라는 의사행위로 흘려보내는 일회용 소비로 그칠지는 두고 봐야 안다. 관건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위안부 문제를 일본군이 우리 소녀들을 집단 강간한 사건으로 해석하면 위안부 피해자는 또 다른 가부장적 민족주의 담론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이 시각으로 위안부 문제를 보면 일본에 대한 분노를 증폭시켜 민족주의 정서를 동원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정작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온전한 수용은 어려워진다. 낡은 정조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깊은 위로와 후원이 필요한 그들을 멸시와 냉대의 속마음으로 대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는 제국주의 열강의 약소국에 대한 국가 간의 폭력과, 남성이 여성에 가하는 가부장적 폭력이 중첩된 문제다. 이 시각으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볼 때만 위안부 피해자들은 부당한 국가폭력의 희생자로 회복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 이런 사회적 인정이 자리 잡아 집단적 힘을 발휘할 때, 가해당사자인 일본의 공식사과와 법적 배상도 앞당겨질 것이다.

3. [이데일리][허영섭 칼럼] 알파고, 바둑판에 뛰어든 도깨비

마치 도깨비에 홀렸다고나 할까.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과 알파고가 맞붙은 ‘세기의 대국’ 5번기 2국이 끝난 지금의 얼떨떨한 기분이 바로 그것이다. 밤새 붙잡고 씨름을 했으나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는 옛날이야기 속의 그 도깨비 말이다. 알파고를 직접 상대하고 있는 이세돌의 심정은 더할지도 모른다.

내리 두 판을 졌으니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적어도 첫 판만큼은 이길 것이라는 게 바둑계의 장담이었다. 알파고가 뛰어난 인공지능이긴 하지만 바둑에 있어서만큼은 아직 10년 이상 뒤져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조차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이제 앞으로 남은 세 판에서 이세돌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변화무쌍한 수읽기에서 순간적인 직관과 감각이 요구되는 것이 바둑의 영역이다. 상상력도 필요하다. 경우의 수가 무한하기 때문이다. 이 마지막 울타리까지 컴퓨터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들었으므로 어느 쪽이 이기든 인간의 승리”라는 찬사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체스와는 또 다르다. 체스의 착점이 64개에 그치는 반면 바둑에서는 361개에 이른다. 그만큼 복잡하고도 오묘한 게 바둑이다. 바둑이 3000년 이상 전해 내려오면서 인간이 만든 최고의 ‘두뇌 오락’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디퍼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이던 카스파로프를 꺾었을 때와 충격의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알파고가 교과서적인 정석에 능할 뿐이라는 생각 자체가 오산이었다. 최적의 착점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앞을 내다보는 착점은 어려울 것이라고 낮춰 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응수 타진이나 흔들기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확률적으로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에서도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기존 기보를 흉내내는 차원이 아니다.

비록 컴퓨터일망정 사람의 두뇌처럼 신경망 구조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름대로 판단력과 직관력까지 갖추고 있음을 말해준다. 기존 데이터를 시행착오로 걸러내면서 새로운 전략을 찾아낸다는 것이니, 스스로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바둑에서 이세돌을 쩔쩔매게 만들 정도가 됐다면 과거 수천만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 단계를 훌쩍 건너뛰고 있다고도 여겨진다.

바둑의 영역만은 아니다. 이미 특정 기능을 대신해 주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우리 주변에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거의 상용화 단계까지 이른 무인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각종 센서와 고성능 GPS시스템을 갖추고 자기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주행 자동차다. 혼자서 농지를 경작하는 트랙터도 최근 일본에서 선보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예술 분야에도 버젓이 발을 디밀고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 ‘딥드림’은 추상화를 그리고 예일대가 개발한 인공지능 ‘쿨리타’는 음계를 조합해 척척 작곡까지 해낸다. 이와 더불어 빅데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분야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도 새삼스럽게 볼 일만은 아니다.

이젠 이러한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에 널리 파고들 경우 우리 생활이 과연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다. 공상과학영화인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스카이넷 만큼은 아니라도 최소한 사람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빈부의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것만큼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그런 불행한 현실이 다가오지 않게 미리 대처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그래야만 알파고가 이번 시합에서 최종 승리하더라도 진정한 인류의 승리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현대판 도깨비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화해갈지 지켜볼 일이다.

4. [동아일보][하숙 톡톡]오늘도 타향 학생들 부대끼며 추억을 쌓는다

“밥상에서 장난치던 남녀, 부부가 되기도”
《 ‘응답하라 1994’ 속 식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하숙생들의 얼굴이 비칩니다. 그들의 일상과 성장 스토리에 많은 시청자가 공감했지요. 하숙은 누군가 나를 위해 해준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따뜻한 밥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팍팍했던 하루를 위로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그런 생활을 끝내고 고된 세상살이를 거친 뒤에도 하숙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숙생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내가 하숙을 하는 이유
“스무 살 자취 생활에 대한 환상이 잔뜩 있었죠. 매일 인테리어용 가구를 사들이고 친구들 불러서 집에서 파티를 열었어요. 친구들은 놀다 가면 끝이지만 전 다음 날 너무 힘들었어요.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그릇들도 부담스럽고, 분리수거도 번거로웠죠. 점점 친구들과는 밖에서 만나고 밥도 밖에서 먹고 들어왔어요. 몸이 많이 상했어요. 안 되겠다 싶어 올해부턴 하숙을 시작했죠. 생활이 규칙적으로 바뀌고 식사도 제때 하게 되니 몸이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대학생 김모 씨(21) 

“서울이 집인데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게 됐어요. 기숙사 추첨에 떨어지고 자취를 하고 싶었지만 아빠가 엄하신 편이라 하숙을 하게 됐죠.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어요. 사투리를 한 번에 못 알아들어서 몇 번씩 되묻곤 했죠. 어느 날 하숙집 언니들이 작은 파티를 열어 저를 환영해줬어요. 그 언니들 덕분에 점점 대구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이 자고, 같이 먹는다는 게 유대감을 주더라고요.” ―대학생 박모 씨(20)

“집이 서울인데도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작년부터 하숙을 시작했어요. 학교까지 걸어서 10분이라 통학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하숙은 시험만을 위해 집중하는 사람에겐 최적의 시스템이에요. 오늘 해먹을 반찬이나 공과금 납부 같은 사소한 일엔 신경 안 써도 되니까요. 고충이 있긴 했죠. 하숙집 아주머니의 두 살배기 손자가 자주 놀러 왔거든요. 처음엔 귀여웠지만 벽 밖에서 들려오는 까르륵 웃는 소리와 울음소리 등이 신경 쓰여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었어요.” ―취업준비생 류모 씨(23)

“시어머니가 ‘니 음식 진짜 맛있다’고 칭찬해 주셔서 1995년에 하숙을 시작했어요. 하숙생들과 정 나누는 게 좋습니다. 우리 집에 한번 들어오면 3년씩은 살아요. 첫 보너스를 탄 날 선물을 사서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온 학생도 있어요. 지금도 제 생일엔 전국에 퍼져 있는 우리 집 출신 하숙생이 다들 모입니다. 부모님들도 감자, 밤, 귤 등 고향의 음식을 보내 주시지요. 방학 때 집에 돌아간 아들이 ‘엄마 밥보다 하숙집 밥이 맛있다’고 했다며 토라진 어머니도 있습니다. 진심이 아니면 사람을 대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걸 귀신같이 압니다. 늘 꿀과 매실청을 준비해 놔요. 술 먹고 속 쓰린 학생들에게 ‘일찍 댕기라’고 잔소리하는 대신 ‘꿀물 한잔 무라’ 하지요.” ―대구 북구 조정희 씨(62)

추억을 만드는 생활

“92학번입니다. 당시 하숙비가 26만 원이었습니다. 친구 여동생의 수학 과외를 해주고 한 달에 30만 원 받았어요. 그때는 한 학기 등록금이 60만 원, 학생식당 백반이 700원, 지하철 1구간 요금이 200원 정도였습니다. 하숙집 형들과 전공 이외의 모든 것을 공유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거실에는 기타, 노래책 같은 게 늘 놓여 있었어요. 금요일만 되면 도서관 앞 공터에서 시위를 했고 이념 서적도 읽었습니다.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과 서로 학보도 부쳐주고 음악회도 가고 그랬지요. 그 여학생이 롤케이크를 사서 하숙집에도 종종 놀러 왔어요. 형들은 넙죽넙죽 케이크를 입에 넣으면서 ‘너희 언제 결혼하니’라며 짓궂게 놀렸지요. 아직도 형들을 종종 만납니다. 다들 배 둘레를 걱정하고 자기 삶과 가족에 치여 살지만 만나면 금세 그때의 기개나 분위기가 되살아나서 얼큰하게 취하곤 합니다.” ―변리사 홍모 씨(44)

“건국대 행정학과 87학번입니다. 집이 제주도라서 2년간 하숙을 했어요. 3학년 하숙 때 주인아주머니는 전라도 분이셨고, 4학년 하숙 때 아주머니는 경상도 분이셨지요. 꼭 어떤 분이 음식을 더 잘하셨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음식은 두 분 다 잘하셨어요. 친구들을 데려가도, 서귀포에서 올라온 막냇동생을 하루 재워도 싫은 내색 없이 웃으며 푸짐한 아침을 차려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하숙’이란 단어를 들으면 젊은 날의 추억과 함께 따뜻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감귤 농사를 하는 문형천 씨(49)

“25년째 여성 전용 하숙을 하고 있어요. 우리 학생들이 밥이 정갈하고 담백하다는 말을 많이 해줍니다. 그 덕에 흐트러지지 않고 식사 준비를 해요. 지금 서른다섯 살인 손자가 초등학생 때부터 온 가족이 열심히 도와서 하숙을 꾸려왔지요.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우리 집 학생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고시에 합격하면 대견하지요. 날이 어두워지면 남편이 직접 현관문에 불을 밝혀 놓아요. 학생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H하숙 주인 한부용 씨(79)

“21년째 하숙을 하고 있어요. 2층은 여학생, 3층은 남학생이 써요. 2002년 월드컵 즈음이었던 거 같아요. 아침에 학생들 국을 떠주다 보니 마주 앉은 여학생이랑 남학생이 장난을 치고 있었어요. 분위기가 훈훈했어요. 몇 년 전 두 명이 예쁜 과일바구니를 들고 찾아왔어요. 앳된 얼굴이 겹친다 싶었는데 둘이 글쎄 부부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 그날 아침 기억이 슬슬 나더라고요. 그 둘은 우리 하숙집에서 처음 만나서 캠퍼스 커플로 거의 8년을 사귀다 결혼했대요.” ―B하숙 주인 김왕희 씨(68)

원룸형 외국인 전용도 등장
“자취를 하면 밥을 챙겨 먹기 힘들고 하숙을 하면 독립적인 공간 확보가 어렵죠. 그 절충으로 원룸형 하숙에 들어온 지 2년 반 됐어요. 각 방에 화장실, 냉장고, 에어컨이 있어요. 밥은 1층에서 먹을 수 있고요. 원룸형 하숙은 기본적으로 평소엔 자기 공간에서 생활을 하는 구조예요. 다른 학생들은 밥 먹을 때나 간혹 마주칠 뿐이죠. 각자 시간표도 다르고 아르바이트 때문에 일과도 다르다 보니 전통적인 하숙과는 다른 이런 형태의 하숙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대학생 김광현 씨(25)

“10년 전엔 유럽이나 미국 학생들이 많았어요. 요즘엔 인도 러시아 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공부를 하러 와요. 토스터, 커피메이커, 전자레인지, 시리얼, 우유와 달걀을 비치해 놨어요. 저녁은 한국식으로 김치찌개나 생선구이를 먹고요. 영어는 안 써요. 한국에 공부하러 왔으니 한국어를 사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처음 하숙비 독촉을 할 때에는 노크하기 전 문고리를 잡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한참 망설였어요. 요즘엔 ‘하숙비 밀렸어요’ 하고 바로 말해요.” ―C하숙 주인 윤경자 씨(60)

“방학을 통해 ‘집구하기 A TO Z’ 같은 상담과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어요. 자취나 하숙이나 사실 집을 보는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청년들을 위해 계약 전 단열, 방음, 방충 등을 함께 살펴주는 동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경험도 적고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 보니 모를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주거상담사 양성 과정도 마련해놓고 있는데 기수당 서른 명 정도가 수료해요.” ―민달팽이 유니온 주거사업국장 최지희 씨(26)

“서울대의 경우 학생 정원에 비해 기숙사 수용률은 11%밖에 되질 않아요. 나머지 89%는 자취든 하숙이든 살기 위한 방을 구해야 하는 거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의 하우스’라는 주거 실험에 돌입하게 됐어요.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사는 사람과 나눠서 내고 욕실, 주방 등은 함께, 방은 각자 쓰는 방식이에요. 2월 말까지 총 56명의 입주자가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어요. 이런 실험들이 점점 실제적인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서울대 총학생회 주거복지팀장 안혜린 씨(31)

5. [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다 지나갈 일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런 고민들도 다 별것 아닌 게 되겠지….’

서랍을 정리하다 발견한 학창 시절 일기장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더군요. 입시에 대한 압박감, 친한 친구와의 말다툼…. 당시 고민이라 하면 이런 사소한 것들이었지요. 10년이 지난 지금, 고민의 내용은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걱정들은 바람대로 정말 ‘별것 아닌’ 일이 됐지요. 당시엔 꽤나 심각했던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오늘을 사는 10대들도 예전의 저와 비슷해 보입니다. 지난 한 주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네이트 판 톡톡’에 ‘10대 이야기 베스트 톡’으로 꼽힌 게시 글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여기 고민 말해 봐. 반 년 뒤에 답글 달아 줄게’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내가 답글 달았을 때는 고민이 싹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때 댓글 보면서 ‘맞아 이런 고민이 있었지ㅋㅋㅋ 쓸데없는 고민이었네’ 하고 웃어넘기길 바라면서! 댓글로 고민 말해 봐 여름방학쯤에 답글 달아 줄게.’

글쓴이는 자신의 고민도 덧붙입니다. ‘난 새 학기 친구랑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이고 내신 관리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돼. 너네는??’

기다렸다는 듯 주렁주렁 댓글이 달렸습니다. ‘반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고 지금 상설 동아리 지원서 넣는 거 붙었으면 좋겠다. 중간고사 잘 보고’, ‘같은 반에 좋아하는 애 있는데 6개월 뒤엔 잘 만날 수 있을까’, ‘독서실에서 독학하는 재수생인데 사람을 못 만나서 너무 외롭다. 9개월 뒤에는 친구들이랑 다 같이 웃고 싶다!!’

이 글엔 댓글이 3700건 넘게 달렸습니다. 작성자가 댓글을 6개월 뒤에 달아 주기로 한 만큼, 댓글을 단 사람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았지요. ‘사람들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안 받았으면 좋겠어’, ‘동아리는 꼭 붙길 바라’, ‘중간고사 파이팅!’

이 시기 학생들로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고민들, 그에 대한 조언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10대를 지나온 어른들이 이들의 고민을 사소하게만 치부한다면, 그야말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꼴’일 겁니다. 친구와의 관계가, 자꾸만 떨어지는 내신 등급이, 좋아하는 학우의 마음을 얻고 싶은 그 간절함이 지금 10대들에겐 너무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그 시절 저 또한 그랬듯이 말입니다.

고민은 많지만 막상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요즘, 온라인은 고민 상담 창구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차마 말하기 부끄러운 그런 사소한 고민들을 익명의 공간에선 편하게 얘기할 수 있죠. 상담 전용 페이스북 페이지, 카카오톡 익명 상담 모임방 등이 활성화되는 이유입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딱히 해결책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위로받고 싶을 뿐입니다. ‘다 지나갈 일들’이라며.

누리꾼들의 고민을 읽다 보니 최근 방영된 MBC 무한도전 ‘나쁜 기억 지우개’ 편이 떠올랐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서울 노량진과 광화문 등지에 ‘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라고 쓰인 푸른 천막을 쳐 놓고 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그곳에서 잊고 싶은 기억을 종이에 쓴 다음 지우개로 지워 보는 시간을 가졌죠. 천막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뭐냐’라고 물었을 때 선뜻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현재의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오랜 취업 준비로 인한 불안감,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을 꺼냈죠. 나쁜 기억은 다시 떠올리기 싫어 기억의 저편에 묻어 두었기 때문에, 곧장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사실 지금의 고민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면, 그 일이 더 나쁘게 진행돼 훗날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겨질 수 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한동안 SNS에선 ‘내가 지우고 싶은 기억은 무엇인가’는 물론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든가’를 돌아보는 글들이 여럿 올라왔습니다. 무엇 때문에 괴로운지도 모른 채 살아가던 이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이들을 보며 공감하고, 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거죠.

여하튼 지금 안고 있는 고민들, 너무 심각해하지 않길 바랍니다. 먼 훗날엔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길 일이겠죠. 이 또한 다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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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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