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2016년 3월 4일 신문 브리핑 #

"풍족함은 편한 것이지만 감사할 줄 모르게 하고, 부족함은 불편한 것이지만 무엇에겐가 감사하게 만든다."
- 세르반테스


<< 정치/외교 >>
1. 북한이 3일 UN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직후 단거리 발사체를 기습적으로 발사함
-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UN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하는 무력시위이자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겨냥한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분석함


<< 경제 일반 >>
1. 국제유가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두 달만에 1%대로 올라섬(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내용)
- 하지만 과일 채소 생선 등의 신선식품 물가는 급등해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옴

2. 특허청은 부실 특허를 줄이기 위해 특허 검증 제도를 강화하고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특허법이 지난달29일 공포돼 내년3월부터 시행된다고 3일 발표함
- 내년 3월부터 부실하거나 잘못 등록된 특허를 신속히 취소할 수 있으며, 현행 특허 출원일로부터 5년이던 심사청구기간을 3년으로 줄여 특허 출원자들이 조속히 권리를 확정받을 수 있게 됨

3.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남(현대상선, 3일 이사회 결과)
- 현 회장이 현대상선 경영에서 손을 떼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현대상선은 이와 함께 기존 주식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7대 1 감자를 결정함

4. 부산시는 한국기계연구원 '부산레이저기술지원센터'가 4일 오후 2시 부산 강서구 미음동 연구개발(R&D) 허브지구에서 개소식을 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3일 발표함
- 부산레이저기술지원센터는 부산 제조업의 60%를 차지하는 기계 부품.소재산업의 구조 고도화를 위해 설립됐으며, 내년에는 레이저 가공기술 관련 첨단장비 50여종을 갖추고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지원하게 됨


<< 금융/부동산 >>
1. 외국인 투자자들의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1950선을 회복함
- 코스피지수는 3일 전 거래일보다 10.75포인트(0.55%) 오른 1958.17로 마감했으며, 이는 지난해 12월30일(1961.31포인트) 이후 두달여 만의 최고치임

2. 금융당국이 그동안 엄격하게 금지해왔던 공모펀드의 예상수익률 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펀드를 고르기 전에 새로 나오는 펀드들의 예상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게 될 전망임
- 업계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같은 특정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쏠림현상이 완화되고 공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3.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특화서비스인 경조금 배달 서비스를 핀테크(금융+기술)와 접목한 우체국페이(PostPay)를 3일 출시함
- 우체국페이는 경조금 송금, 간편송금, 체크카드 등의 기능을 갖췄으며, 계좌번호나 주소 등을 몰라도 상대방 휴대폰 번호만으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음

4. 국토교통부가 기업형 임대주택(뉴 스테이)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주택 개발 방식을 허용하고 연기금 등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3일 밝힘
- 국토부는 우선 뉴 스테이 단지의 일정 범위(건축물 연면적의 30%)에서 분양주택이나 수익시설을 복합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으며, 토지 임대형 뉴 스테이 형태를 도입하고, 공실로 인한 손해를 스스로 책임지고 임차 업무를 대행하는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회사를 사업에 참여하기로 함


<< 국제 >>
1. 중국 정부가 외국 자본에 국유기업 인수·합병(M&A)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힘
- 올 들어 계속되는 천문학적 자본 유출 사태와 외환보유액 급감, 재정적자 확대 문제로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 전망으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는 중국 정부가 내건 승부수임

2.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올해 콘텐츠 제작비로 50억달러(약 6조원)를 쓰겠다고 밝히면서 재방송으로 편성표를 채우던 미국 케이블 업계가 새 콘텐츠 제작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음
- 볼거리가 많아진 시청자에게 희소식이지만 이익 감소가 예상돼 투자자들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임


<< 사회/기타일반 >>
1. 서울시는 서울시민대학 17곳을 531개의 네트워크형 `서울자유시민대학(가칭)`으로 확대·개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평생학습 종합계획을 3일 발표함
- 서울시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을 통해 연간 1만200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강좌 4000여 개를 운영해 성별·연령·계층·문화·지역에 차별받지 않는 평생 공교육을 제공할 계획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등기이사/비등기이사
- 주식회사는 주주총회, 이사회, 감사등 3개의 기관으로 구성돼 있고 이 가운데 이사회는 주주총회소집과 대표이사의 선임권을 행사하며 장단기 사업계획수립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투자, 채용, 임원인사에 관여하는 등 회사의 경영전반에 걸쳐 중요사항을 의결하는 기구임.
등기 이사와 비등기 이사를 구분하는 기준은 이사회에 참여할 권한 여부로서,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에 올라 있다는 의미이고, 비등기 이사는 그 반대임
이사회 구성원(등기이사)은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법적인 지위와 책임을 갖게 됨.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이사, 전무이사, 상무이사는 회사 내에서의 직급을 나타내 주는 것으로 앞에서 말한 '이사'와는 다른 것임. 따라서 이들 모두가 이사회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받지는 못하며, 이들 중에서도 등기이사로 임명되어야만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음.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등기이사/비등기이사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2016년 3월 2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노컷뉴스]

1. 한국말 연설 UN대사 "같은 민족에게 들으라고 그랬다"

오준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3일 오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2270호)와 관련, 중국이 제재 이행을 얼마나 충실히 할지 여부에 대해 "지키지 않을 것 같으면 왜 동의했겠느냐"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오 대사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유엔대사들의 평가인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중국이 강력한 제재를 많이 받아들였다, 동의했다, 이렇게 봐야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해서 동북아에 긴장이 조성되고 군비경쟁이 일어나고 하는 것이 중국의 이해에 맞지 않는다 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유엔 제재위원회가) 이행 감시를 통해 가급적 철저히 이행되도록 하기 때문에, 100% 이행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효과적인 이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사는 이번 제재안의 가장 큰 특징에 대해 웬만한 것은 다 잡아내는 '포괄적 방식'(catch all)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량살상무기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외화벌이라든지 물자 이동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북한의 무기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며 "굉장히 범위가 확대되고 정도가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사는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병행 논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어떤 것을 '동시'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비핵화가 전제가 돼야 하는 점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말해 우리 정부의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 대사는 이날 새벽 안보리 회의에서 영어 연설 도중 한국어로 '깜짝 발언'한 배경에 대해서는 "같은 민족으로서 그런 무기(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을 좀 전달하기 위해서, 일부러 다른 이사국들도 들으라고 한국말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회의 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며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북한의 통치자에게 부탁합니다. 이제 그만 하세요(please stop it now)"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데일리]

2. 필리버스터로 무엇을 얻었는가

우리 정치사에서 47년 만에 다시 등장한 필리버스터가 9일간이라는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면서 막을 내렸다. 개인 기록에 있어서도 김광진, 은수미, 정청래, 이종걸 의원이 과거의 기록을 연달아 갱신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 38명이 계속 릴레이로 연단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당연히 세계 기록이다.

야권에서는 이번 필리버스터로 상당한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며 무척 고무된 듯한 분위기다. 실제로도 필리버스터에 찬동하는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정치에 무관심했던 국민들의 눈길을 국회로 끌어들인 측면이 없지 않다. 의원들이 용변을 참으면서까지 단상을 지키며 열변을 토하는 모습에서 정치인들에 대해 새로운 면모를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표면적인 분위기로만 평가할 것은 아니다. 그 명분이 적절한 것이었는지부터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을 시정하려는 의도였다지만 일반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에는 설득력이 모자랐다. 유엔총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논의되고 북한이 청와대를 겨냥해 독설을 늘어놓는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서로 잘했다며 격려하고 부둥켜안는 모습은 하나만 알고 둘은 지나친 탓에 생겨난 결과다.

더구나 4·13 총선을 앞두고도 선거구를 획정짓지 못함으로써 유례없는 위헌 사태까지 초래됐던 마당이다. 우선적인 임무를 내팽개치고 9일 동안이나 필리버스터에 매달렸다는 사실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한다. 민생법안에 이토록 열성을 보인 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이 그 자체로 선거운동 효과를 거두는 동안 경쟁자로 나선 예비후보들은 선거구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이익을 받아야 했으니, 올바른 상황은 아니었다.

이제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여야가 다시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돌입하고 있다. 테러방지법과 선거법도 절차에 따라 이날 저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로 변한 것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결국 선거운동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야권으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소득으로 간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발목잡는 야당’이라는 이미지는 더욱 굳어지게 됐음을 깨달아야 한다. 무기력하게 끌려다닌 여당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유엔 제재 결의안 이후가 중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오늘 새벽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고강도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러시아의 몽니로 하루 늦춰지긴 했지만 북 도발에 대한 유엔 차원의 국제 제재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대북 제재에 나선 것은 반드시 북한의 핵 야욕을 포기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결의안은 북한의 모든 화물 검색, 항공유 수출 금지, 광물거래 차단 등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는 조치를 거의 다 담았다. ‘주민생계 목적’ 등 예외 조항으로 허점이 없지 않지만 과거 20여년 간의 안보리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로 나올 것인지, 제재에 맞서다 핵을 안고 고사할 것인지를 분명히 선택해야 할 것이다.관건은 중국이 결의안을 얼마만큼 성실하게 실천하느냐다. 중국이 겉으로는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협상’을 제안한 속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제재보다는 대화에 방점을 찍은 행보다. 지속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설지 의구심이 든다. 북한과의 국경지대 무역을 방치하는 등 구멍이 뚫린다면 제재가 무위에 그칠 우려가 없지 않다.

미국의 기류 변화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은 결의안 논의과정에서 중국이 반발하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에서 한 발 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이 안보리의 고강도 북한 제재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은 사드 배치에 유연성을 보이기로 전략적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 북한과 비공식으로 평화협정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국제사회의 공조, 특히 중국과 미국의 역할이 긴요하다. 개성공단 폐쇄 등 우리의 독자 제재로는 한계가 있다. 외교력을 총동원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중국 등 주변국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병행 협상론’이 힘을 받게 되면 우리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대북 제재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동아일보]

4. 총선 42일 전 ‘野통합 제안’ 김종인, 국민은 안중에 없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야권이 4·13총선 승리를 거두기 위해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며 ‘당 대 당’ 야권 통합을 제안했다. 대통령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을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겨냥해 김 대표는 “이기심에 집착하지 말고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안 공동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진의를 알아보겠다”며 온도 차를 보여 ‘통합 폭탄’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야권 통합 또는 후보 간 연대 논의는 김 대표가 꺼내지 않았더라도 불거졌을 일이었다. 불과 몇 %의 득표율 차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박빙 지역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는 야권에 불리한 구도임이 분명하다. 새롭게 획정된 선거구에서 수도권 의석이 10석이나 늘면서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수도권에서만이라도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 더구나 19대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로 재미를 본 기억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총선을 42일 앞둔 이 시점에 통합 제의를 한 것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본보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 대해 “정직성이 결여돼 있다”고 했고,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했던 김 대표가 자신이 한 말조차 뒤집는데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통합 협상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한데도 사전 의사 타진도 없이 불쑥 통합을 말하니까 ‘필리버스터 국면 전환용’, ‘국민의당 흔들기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를 탈당한 분들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을 했는데, 그 명분은 지금 다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총선 지휘탑이라고 해서 실질적 오너인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정리됐거나, 운동권 체질이나 ‘낡은 진보’ 청산이 완결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안철수 대표가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은 것도 이 때문일 터다.

친노 패권주의 정당을 개혁해 ‘수권 정당’을 만들겠다던 김 대표가 총선 승리만을 위해 이미 떨어져 나간 당을 다시 붙이자고 하는 것은 정당 발전에도, 민주정치 발전에도 역행한다.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모두에 실망해 제3당에 기대를 걸었던 유권자는 선택할 기회마저 뺏기는 일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야권 분열에 대해 “4년 동안 제대로 일하지 않다가 국민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가 창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국민의당을 분열시키면서 총선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통합 폭탄’을 던진 것이라면 노회한 책사(策士)의 선거용 정치공학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선거 후 정책연대를 한다면 몰라도 선거 전에 당을 뗐다 붙였다 하는 건 선진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행태다.


5. 테러방지법 괴담, 개혁 못한 국정원 탓도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이종걸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192시간 25분 만에 필리버스터를 끝내면서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국의 9·11테러를 계기로 법안이 제출된 지 15년 만에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단을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가정보원이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금융계좌까지 모두 들여다본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더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아마 국내 휴대폰 공장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광주 서을 출마 예정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정보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해야 하므로 정보통신 업계가 우려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인터넷에선 ‘아이폰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말도 파다하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을 다시 듣는 듯하다. 

테러방지법이 테러단체나 조직원, 위험인물로 대상을 한정한 취지를 무시하고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 것처럼 퍼뜨리는 것은 극단적인 과장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국정원을 음습한 ‘악의 총본산’으로 몰아가는데도 국정원에서 적극 해명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기억하는 이들은 국정원이 테러방지를 핑계로 공작을 할 수 있다고 의구심을 품고 있다. 김영삼 정부의 권영해 안전기획부장은 북풍·총풍 사건으로,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신건 국정원장은 불법 감청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대선 댓글 개입으로 구속됐고 최근에는 대공수사에 문외한이지만 민정수석과 친한 최윤수 2차장이 임명돼 신뢰를 깎아먹기도 했다. 

국정원은 먼저 어두운 흑(黑)역사를 극복하고 개혁에 매진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테러방지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서울신문]

6. 사교육 배불리지 않는 자유학기제 실현을

새 학기 시작으로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지필고사를 치르지 않고 진로와 적성을 찾는 데 주력하게 하는 교육 과정이다. 전국의 모든 중학교가 2학년 1학기까지의 세 학기 중 한 학기를 선택하게 돼 있다. 요즘 아이들은 미래의 꿈이나 계획 없이 맹목적인 학습에 매달리는 것이 큰 문제다.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지만 그런 답답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면 자유학기제는 무엇보다 가치 있는 교육 정책일 수 있다.

문제는 교육 현장에서 그 취지를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하는 점이다.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져야 정책이 신뢰를 받아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부모들은 걱정을 접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필시험이 없으니 한 학기를 손놓고 보냈다가 다음 학년에서 낭패를 보게 되지나 않을지 불안할 뿐이다. 교과 평가 방식이나 대입제도 등은 바뀌는 게 없는데, 한 학기를 적성 찾기로만 자유롭게 보내 보라니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들의 그런 불안감을 더 부추기는 쪽은 사설 학원들이다. 학원가에서는 자유학기제 집중 특강이란 이름의 사교육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른 지역들과 달리 중학교 1학년 두 학기 내내 자유학기제를 확대 적용하는 서울에서는 사정이 더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어제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학원 단속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래서다. 정기적인 점검을 하되 자유학기제 정착을 방해하는 불법 마케팅을 반복하는 사설 학원은 등록 말소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얼마 전에는 교육부 장관이 학원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협조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기왕에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는 성공한 정책이 돼야 한다.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도록 학원만 틀어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국으로서야 오죽 다급하겠는가마는 자유학기제의 명운을 사설 학원들이 쥐고 있는 듯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는 딱하다. 공교육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튼실히 갖추는 작업이 관건이다.

취지만 던져 주고 정작 창의체험 교육 프로그램은 일선 학교와 교사들이 알아서 만들라고 떠넘기는 청맹과니 정책부터 손보기 바란다. 정책적인 배려 없이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알찬 체험 콘텐츠를 선보이라. 사설 학원을 곁눈질할 이유가 없어진다.


7. 노동개혁법 등 남은 법안도 속히 처리해야

국회가 어제 필리버스터 정국을 매듭짓고 선거구 획정과 함께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등 다수의 법안을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등 비대위 지도부가 많은 소속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총선을 앞두고 이념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겠다는 고육책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야당은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모처럼 많은 국민들로부터 ‘정치가 재미있고 살아 있다’는 공감을 받은 것만으로도 테러방지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편 것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고 본다. 필리버스터의 장기화로 상당수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필리버스터 중단으로 국회가 정상화되고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등 쟁점 법안이 처리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테러방지법은 상정 15년 만에, 북한인권법은 11년 만에 국회를 통과해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로 이슬람국가(IS)의 묻지마 테러와 북한의 핵 도발로 야기된 테러 가능성의 증가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시점과 맞물려 북한인권법을 처리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는 테러 방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감청 오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는 아직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쟁점 법안들이 미처리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2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연속 두 자릿수로 줄었고, 역대 최장기인 14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기 둔화로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 신용도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 수가 56곳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수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가장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중 전체 산업생산도 지난해 12월보다 1.2%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4% 줄었다. 여기에 주거비(월세 기준)는 월평균 7만 4227원으로 전년보다 20.8% 늘어나 가계 살림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이 역시 2003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법·파견근로자법 등 노동 관련 4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국회가 정부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게 옳다고 본다.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기업구조 개혁과 함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의 양극화도 완화할 수 있다. 이 법안들은 이와 연관이 있다. 야당이 법안에 반대만 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책임 정치와 모순된다. 법안에 큰 문제만 없다면 정부가 일을 하게 한 뒤 그 결과를 놓고 책임을 묻는 게 순리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와 미처리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데 충분한 시간은 없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야당은 심각한 경제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무턱대고 반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따져 봐야 한다.


[매일경제]

8. 무디스의 中 신용등급 하향이 한국에 던지는 경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어제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은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결정이라 예의 주시해야 한다. 

무디스는 변경 이유로 중국 정부 부채 규모가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32.5%에서 지난해 40.6%로 상승하는 등 재정지표가 나빠졌고, 외환보유액이 최근 1년6개월간 큰 폭으로 감소해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연연하며 개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신용등급 하향의 요인이 됐다. 

중국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까지 떨어진 것은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침체로 인한 위기 징후는 연일 나오고 있다. 2월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2% 줄었고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월 전체 산업생산도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와 투자가 부진했던 탓이다. 수출과 산업생산이 역주행하며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은행권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말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은 1.71%로 전년 말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서둘러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데도 가시적 성과는 미미하다. 중국 정부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국가신용등급 하락 요인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경쟁력을 잃은 기존 산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바이오 의약 같은 신기술과 서비스 분야를 키워야 한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에 이어 한국을 먹여 살릴 신제품 개발과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중국을 대체할 신흥시장 공략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미 위기의 조짐이 곳곳에서 목격되는 만큼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9. 힐러리-트럼프 좁혀진 미 대선 향배에 미리 대비해야

지난 1일(현지시간) 13개주에서 동시에 치러진 미국 대선 경선 '슈퍼 화요일'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압승을 거두면서 양당 후보 지명에 바짝 다가선 분위기다. 경선 완주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의 뒤집기 가능성도 없지는 않고,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와 마코 루비오 간 후보 단일화로 경선판을 흔들 수도 있으나 힐러리-트럼프 대세론을 뒤집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물론 힐러리와 트럼프에게 각각 약점도 적지 않다. 힐러리는 이메일 스캔들 외에도 권모술수에 능한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공격을 받는다. 트럼프는 극단적인 막말과 좌충우돌 행보로 주류나 당 지도부에서 후보 교체를 검토할 정도이지만 우파 보수층의 열성적인 지지를 얻는 양면성을 가졌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는 민주당 샌더스나 공화당 트럼프처럼 그동안 정치판의 아웃사이더들이 대중에게 각광을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현실을 다시 보게 만든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의료개혁에 반발하는 백인 보수층과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환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더 심해진 양극화에 샌더스의 사회민주주의 성향이나 월스트리트에 대한 공격이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이례적이다.

우리로서는 군사적으로 동맹이자 최대 우방인 미국의 차기 대통령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힐러리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통일을 지지한다지만 그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한국이 더 우선순위를 차지하도록 공을 들여야 한다. 주한미군 유지 비용을 더 부담하라며 한국의 무임승차를 거론하는 트럼프에게 실상을 제대로 이해시키고 관련 발언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후보에게든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미 간 현안에 대해 우리의 입장과 전략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민간에 걸쳐 다양한 채널이 확보되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조선일보]

10. 쪼그라드는 경제, '好況 맛' 한번 못 보고 5년 임기 끝낼 건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200달러를 기록, 9년째 3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민소득은 전년보다 1000달러 넘게 줄었다. 미국·일본·독일 같은 선진국은 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가는 데 길어야 5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9년째 '2만달러의 함정'에 갇혀 있다. 환율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수출도 14개월째 줄고 있다.

 

올해와 내년도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임기 내 소득 4만달러'는커녕, 3만달러도 달성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칠 운명에 처했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한 이래 임기 중 호황을 단 한 순간도 맛보지 못하는 첫 번째 정권이 될 것이 확실하다. 김대중 정부는 벤처기업 붐,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발(發) 호황을 누렸고 이명박 정부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넘어 2009년 6%대 반짝 고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성장률 2~3%대를 맴돌며 온 국민을 불경기 속에서 지내도록 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제 환경이 어려워 어느 정도 감속(減速) 성장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뚜렷한 성장 전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정부가 성장 엔진에 불꽃을 지피기 위해 어떤 청사진을 갖고 노력했는지 떠오르는 게 없다. 집권 초엔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며 135개나 되는 국정 과제를 들고 나와 방황을 거듭했고, 성장 목표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창조 경제라는 도무지 국민이 이해하기 힘든 개념으로 경제 부흥을 꾀하겠다고 했다. 취임 초 1년의 골든타임을 허비해버린 뒤, 재작년 하반기부터 노동·교육·금융·공공의 4대 개혁을 들고 나왔지만 말로만 부산 떨었을 뿐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양적(量的)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한국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구조 개혁 외에 답이 없다. 부실·좀비 기업을 정리하고 경쟁력이 떨어진 취약 산업을 과감히 손질하면서 새로운 성장 산업을 발굴해 규제를 풀어주고 국가 자원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뼈를 깎는 구조 개혁 대신 추경예산을 뿌리고 금리를 내리는 손쉬운 대증(對症)요법에 치중하다 결국 성장 엔진에 불을 지피는 데 실패했다. 정부가 만병통치약처럼 내세우는 '창조 경제' 역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무슨 기여를 했는지 체감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수출 부진은 세계 경제 침체 탓, 내수 침체는 국회 탓이라며 '남 탓'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엊그제 3·1절 기념사에서도 "경제가 어려운데 국회가 마비 상태"라고 또다시 국회를 겨냥했다. 국회의 무책임 행태는 아무리 비판받아도 모자라지만, 경제 침체를 극복해야 할 주도적 책임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와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대로 2년을 허비하면 현 정부는 재임 중 평균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역대 정부 최저를 기록할 것이다. 역사의 냉정한 평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기자수첩]영화 '스포트라이트'와 기레기

영화의 소재나 이야기보다 쾌적한 근무환경과, 야근없고 권위없고 마초없고 알아서 일 잘하는 취재팀 분위기에 충격받은 1인.”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지난달 29일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자 한국의 어느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다른 기자들은 “한국 근무환경과 비교하다니 당신 실수한거야”, “자료조사원이 따로 있고 한 사건에만 몇 달 간 여럿이 추적 조사하는 놀라운 환경”이라고 반응했다.

올해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은 이렇듯 한국 기자는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에서 일한 미국의 일간지 탐사보도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2002년 가톨릭 교회에서 수십년에 걸쳐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보스턴글로브 신문의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의 실화다. 각본상까지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속도와 검색어가 우선적 가치처럼 돼버리며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출현한 한국의 언론계 종사자들에게 시사점이 많은 작품이다. 특히 최근 한국영화에서 그려진 기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떠올리면 더욱 더. 

물론 기자뿐 아니다. 전 직종에서 ‘밥벌이의 무게’가 모든 가치를 앞지르면서 직업윤리가 퇴색된 지 오래다. 지난 여름 ‘베테랑’이 ‘사이다 영화’로 관객의 사랑을 받은 것은 직업윤리를 회복한 형사가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을 ‘킹 메이커’로 그린 ‘내부자들’에서도 조승우가 연기한 검사는 출세욕이 사건 추적의 동기지만, 결국 정의감이 우선적 가치가 되면서 관객의 막힌 속을 펑 뚫었다.

다행스럽게도 ‘스포트라이트’에는 그렇게 영웅적인 기자가 나오지는 않는다. 자신의 일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성실하고 집요한 기자들일 따름이다. 팀의 특성도 작용했겠지만 모든 것은 협업의 결과다. 3명의 팀원과 1명의 팀장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편집국이 합심해 언론의 구실과 기능을 고민하면서 같은 목표를 향해 한 발짝씩 내딛어 마침내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지만 보다 현실적이다. 

성직자의 아동성폭행이라는 선정적 사건을 재연하지 않고 취재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점도 주목된다. 비슷한 소재의 한국영화 ‘도가니’(2011)가 가해자의 폭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감정에 호소했다면 이 영화는 아무래도 기자들이 주인공이어서인지 이성적이다. 다소 지나칠 정도로. 중요한 팩트를 알아낸 순간에도 쉽게 감정을 나타내지 않고 그저 수고했다는 인사만 건넨다. 

관객들의 분노를 끌어내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는다. 취재 과정을 통해 가해자의 잘못과 피해자의 고통을 분명히 짚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사건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와 권력관계 등 다양한 처지와 목소리를 다룬다. 

무엇보다 자사의 실적을 위해 독자를 자극하거나 공분을 유도하지 않는다. 기사가 보도됐을 때 사회적 파급력과 행여나 선정적 이슈에 본질이 희석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한 뒤에야 보도를 결정하는 인내와 숙성의 시간이 돋보인다.

“다른 회사에서 냄새 맡기 전에 빨리 보도하자”는 한 기자의 주장에 상사들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신부들의 개인문제로 사건이 축소될까봐 경계해서다. 이들에게는 신부들의 수장인 보스턴 대주교가 사건의 내막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그 여부가 더 중요하다. 시스템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극중 인상적인 장면. ‘스포트라이트’팀을 이끄는 로비 팀장(마이클 키튼)은 보스턴 대교구를 위해 일했던 변호사에게 보도에 앞서 성추행을 한 신부들의 리스트를 건네며 확인을 요구한다.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며 확인을 거부하는 그에게 로비는 정의를 부르짖는다. 처음에는 미동도 않던 변호사가 뒤늦게 마음을 바꾸고 로비를 따라 나와 서류를 확인한 뒤 말한다. 

“그러는 너희 언론은 그동안 뭘했느냐. 왜 이렇게 늦게 이 사건을 다뤘느냐.” 성폭력 피해자가 ‘스포트라이트’ 팀이 요구하는 자료들을 이미 5년 전 신문사로 다 보냈다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은 발 빠르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한다. 그렇게 공분을 일으키고 또 다른 뉴스로 이동한다. 이 영화는 공분만 일으키고 그 자리를 떠나는 언론의 모습이 과연 옳은지 묻는다. 좋은 뉴스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뉴스를 발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일어난 뉴스 속에 여전히 살아있음도 상기시킨다.

더불어 아동학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 나온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다.”


2. [머니투데이]타이완의 타이베이에는 한국이 없었다

타오위앤(桃園)국제공항. 타이완(臺灣)의 수도인 타이베이(臺北) 서북쪽 40Km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에서 2시간30분 정도면 날아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이다. 

지난 2월27일 오전 11시20분(현지시간,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타오위앤공항에 내리고 나서 잠시 눈을 의심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한국 관련 광고판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세계 어느 공항을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반면 일본 기업의 광고는 자주 눈에 띄었다. 

공항이라서 그런가 하고 시내로 향했다. 하지만 시내로 연결된 고속도로 주변이나, 타이베이 시내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광고판이나 매장은 찾기 힘들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스린야시장(士林夜市場)과 서울의 명동 같은 시먼딩(西門町), 타이베이101빌딩이 들어서 중심가로 통하는 신이취(信義區)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먼딩에서 눈에 번쩍 뜨인 이니스프리(innisfree, 화장품) 매장과 101빌딩 지하1층에 있는 이랜드의 ‘Teenie Weenie 매장’만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너무 없으면 섭섭하니 구색이나 맞추려는 듯이 말이다. 

타이베이에서 머무르는 2박3일 동안 한국 관련 광고나 매장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거의 찾지 못했다. 저층 건물 외벽에 있는 삼성갤럭시S 기어2 광고와 돌아올 때 타오위앤공항의 면세점에서 아주 자그마한 삼성전자 매장을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 상품은 도처에 넘쳐 났다. 택시는 도요타이고, 자가용은 도요타 혼다 미쓰비시가 대부분이고, 전자제품은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이고, 옷은 유니클로와 무지(無印)였다. 편의점은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가 거의 전부였고, 식당도 요시노야 같은 체인점이 수두룩했다. 

타이완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반일(反日) 감정이 없을 리 없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일본판일까? 반면 한국은 소련이 무너지기 전까지 타이완과 국교를 맺고 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한국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까?

타이완 인구는 2335만 명 세계 51위(2014년 7월 기준)이고 면적은 3만5980㎢다. GDP(국내총생산)은 5278억 달러로 세계 22위(IMF 기준)에 달한다. 인구와 면적 및 경제규모가 한국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놀랍게도(한국사람 대부분은 이렇게 클 정도로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타이완은 한국의 5대 교역국이다. 중국 일본 홍콩 미국 다음이다. 

그런데도 타이완에서 한국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꽃보다 할배’에서 타이베이의 고궁박물관이 소개된 이후 한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타이완에서 경제활동을 더욱 넓힐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에 비해선, 존재감이 거의 없다. 

무엇 때문일까?
한국이 1992년에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타이완과의 국교를 단절할 때 타이완이 많이 섭섭해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산업구조상 타이완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을 경쟁상대로 여겨 협력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타이완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다가 중국이 수입대체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 총통(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것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젊은이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88만원 세대’라는 말처럼 타이완에서는 ‘22K 세대, 2만2000달러(약83만원) 세대’가 유행어가 되면서 젊은 층 표가 야당으로 쏠렸다.한국도 중국에 ‘올인’하다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타이완 수출은 2014년에 약150억 달러에서 2015년에 120억 달러로 급감했다고 한다. 올 들어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과 경제가 어려울 때 타이완과의 관계를 회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것도, 난관에 부딪쳐 있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3. [한국일보]딘 헤스 ‘전쟁고아의 아버지’?

미 극동공군사령부 소속 딘 헤스(Dean Hess, 1917~2015) 중령은 6ㆍ25전쟁 중 F-51D 머스탱 전투기로 250여 회 출격했고, 한국 공군 창설 작전(일명 ‘Bout One’) 책임자로 활약했다. 그는 50년 말 1ㆍ4후퇴의 혼란기에 C-47 수송기 15대를 동원, 서울 각 고아원에 수용돼 있던 전쟁 고아 950여 명과 보모 등 직원 80여 명을 안전지대인 제주도로 안전하게 피난시켜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알려졌고, 그 공로로 한ㆍ미 양국에서 무공훈장 등을 탔다. 

미국 오하이오 출신인 그는 41년 메리에타 칼리지 신학 전문인과정을 졸업, 클리블랜드 교회 목사로 서임됐다. 그 해 11월 진주만 피습 사건이 터졌다. 그는 공군에 입대, P-47 전투기 조종사로 프랑스 전선에 투입돼 모두 63차례 출격했다고 한다. 2차대전 종전 후 예편했다가 48년 7월 현역으로 복귀했고, 연합군 점령지 일본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 전선에 투입됐다. 


‘영웅’서사는 부풀려지곤 한다. 그가 작전 후 부대로 복귀할 때 전투기에 전쟁 고아를 태워오기도 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가 1ㆍ4후퇴 때 수송대를 편성해 서울의 전쟁 고아 1,000여 명을 우선 대피시킨 사실은 여러 차례 국내 언론에도 보도됐고, 56년 자서전 ‘Battle Hymn 전쟁 송가’의 인세 전액을 한국 전쟁고아 후원 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책을 각색한 같은 제목의 영화(록 허드슨 주연)도 이듬해 개봉됐다. 영화 속 그는 자서전에서보다 더 ‘영웅’이었다고 한다. 그는 65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6ㆍ25전쟁 베테랑으로 제대 후 지역사회운동가가 된 조지 드레이크(George F. Drake)라는 이가 2004년 와이오밍의 한국전쟁 아동 희생자 추모단체 홈페이지에 ‘헤스: 기만적 영웅(Fraudulent Hero)’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요지는 그가 전쟁고아 대피 작전(Operation of Kiddy Car Airlift)의 공을 가로챘다는 거였다. 실질적인 주역은 공군 군목 러셀 블레이스델 중령과 멀 스트랭 하사였고, 헤스의 역할은 제주도에 고아 수용시설을 마련해준 게 전부라는 거였다. 드레이크는 “헤스는 그 작전을 계획하지도, 지휘하지도, 참여하지도, 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연기시키려고 했다”고 썼다. 2000년 블레이스델은 뒤늦게 작전의 공을 인정받았지만, 스트랭은 98년 숨졌다. 헤스는 지난해 3월 3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4. [동아일보][@뉴스룸/신수정]수입차에 뿔난 소비자들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부 수입차 업체의 개별소비세(개소세) 환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정부가 지난해 말 종료된 개소세 인하 혜택을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달 초 개소세 세율을 5%에서 3.5%로 낮췄다. 개소세에 붙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인하 효과 등을 더해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을 일제히 1.8% 낮췄다. 이와 함께 1월에 개소세를 내고 차를 산 소비자들에게는 개소세 인하분만큼 환급을 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 인피니티 등 일부 수입차 업체는 “이미 프로모션을 통해 개소세 인하분만큼 할인해 줬기 때문에 환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해당 수입차 업체들은 1월에 판매한 차 대부분이 12월에 통관돼 개소세 인하 적용을 받은 만큼 이를 반영한 가격으로 고객에게 차를 팔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주장과 달리 1월에 수입차를 산 많은 소비자들은 “차를 살 당시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했다는 등의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개소세를 환급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수입차 업체가 계속 개소세 인하분 환급을 거부하면 집단소송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바른 소속 하종선 변호사는 “수입차 업체들이 지난해 12월 개소세를 인하받고 수입해온 차를 1월에 팔면서 마치 개소세를 대신 내주는 것처럼 프로모션했다면 과장 광고 또는 허위 광고에 해당한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등을 통해 이러한 논란이 확산되자 수입차 업체들은 “개소세 관련 부당 이득은 없었다”며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억울함만을 호소할 뿐 통관 가격 등 정확한 정보 공개는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수입차 판매 가격은 통관 가격에 개소세, 교육세를 합한 ‘소비자 공급가액’에 수입차 업체와 딜러 마진, 부가세를 붙여 정한다. 상당수 수입차 업체는 마진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통관 가격 공개를 꺼리고 있어 소비자들은 수입신고필증을 확인하지 않으면 개소세 인하분이 판매 가격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알기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차는 24만3900대가 팔려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5%나 됐다. 수입차 연간 판매량이 20만 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으로, 수입차는 국내에서 2년 연속 20%대 성장률을 보이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수천만 원을 주고 ‘드림카’를 장만했던 국내 소비자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한 일부 수입차 업체의 대응 태도다. 억울하다는 항변만 늘어놓거나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침묵만 하고 있으면 의혹만 커질 뿐이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1월 구매 고객들에게 통관 가격 및 개소세 인하분을 명확히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5. [동아일보][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슈퍼히어로의 조건

1. “당신(관객)은 아마 지금 이런 생각을 하겠지? ‘남자친구가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해서 함께 보러왔는데 주인공이 지금 저 남자를 엿 같은 케밥처럼 (칼로) 쑤셔대고 있잖아’ 하고.”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에서 주인공은 관객을 힐끗 꼬나보며 조롱하듯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이런 슈퍼히어로는 시쳇말로 ‘듣보잡’이다. 특수부대 출신의 주인공은 말기 암인 자신을 치료해 준다는 악당의 꾐에 빠져 의문의 실험에 참여하고, 실험 후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놀라운 세포재생능력을 갖게 되지만, 얼굴은 흉측하게 변한다. 주인공은 복면을 쓴 채 자신의 몰골을 망친 악당들에게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펼친다.

마블코믹스의 캐릭터인 영화 속 데드풀은 기존 슈퍼히어로들과는 당혹스러울 만큼 다르다. 일단 입에 ‘걸레’를 물었다. 인도계 택시운전사에게 “홀쭉한 갈색친구”라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붓는 데다 “씨×” 하는 쌍욕을 입에 달고 산다. 또 적의 머리통을 댕강댕강 날리기를 무슨 사이다병 뚜껑 따듯 할 만큼 잔인무도하며, 무엇보다도 세계 평화나 정의란 대의명분이 없다.

“난 슈퍼히어로가 아니야. ‘슈퍼’이긴 하지만 ‘히어로’는 아니지.”

2. 그렇다. 슈퍼이긴 하지만 히어로는 아니다. 하긴, 어려서부터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을 연구해온 나로선 진정한 슈퍼히어로라고 인정한 대상이 별로 없다. 팬티를 바지 밖으로 입고 다니는 변태 같은 슈퍼맨은 중력의 제한을 받지 않은 채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므로 고난과 한계를 극복하고 인류를 구원한다는 슈퍼영웅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은 또 어떤가. 이들은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다는 점이 치명적 문제다. 정의를 지킨답시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폭력을 통해 상대를 응징하니 얼굴을 감출 수밖에 없겠지. 캡틴 아메리카는 성조기가 그려진 방패로 무장한 채 아메리카만 지키므로 활동 범위가 너무 좁고, 헐크는 제정신이 아닌, 일종의 공황장애 상태에서만 지구를 지키므로 ‘주폭(酒暴)’에 가까우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나 나올 법한 명품 황금밧줄을 채찍 삼아 휘두르며 상대를 동여매고 희열을 느끼는 원더우먼은 일종의 사도마조히즘 환자가 아닐까 말이다.

양영순의 상상력 넘치는 성인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누들누드’에 등장하는 ‘정의의 사도 Z.O.T.’도 진정한 슈퍼영웅이라 보기 힘들다. 그는 악당을 물리치고 인질을 구출하는 정의로운 과업을 수행하지만, 야한 장면을 보고 치솟아 오르는 세 번째 다리를 이용할 때에만 적을 퇴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지박약 혹은 호르몬 결핍으로 봐야 한다.

외려 잘생긴 얼굴을 감추지 않고 엄청난 재산을 기반으로 특수 슈트를 개발해 그것을 입고 날아다니면서 연예인인 양 스스로를 뽐내는 아이언맨이야말로 자본주의 시대의 슈퍼영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영혼까지 살 수 있다는 돈이야말로 ‘슈퍼’이고, 신의 영역까지 파헤치는 첨단 과학이야말로 ‘히어로’가 아닌가 말이다.

3. 얼마 전 나는 이준익 감독의 ‘동주’란 최신작에서 진짜 영웅을 발견했다. 시인 윤동주를 사려 깊게 그린 이 시적인 영화에서 윤동주는 ‘슈퍼’는 아니지만 진정한 ‘히어로’다. 소심한 그는 늘 스스로를 부끄러워한다.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고, 남의 나라 일본에서 시를 쓰는 자신이 부끄럽다. 하지만 그는 후쿠오카 감옥에서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내용의 진술서에 서명하라는 강요에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며 이렇게 절규한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 시를 쓰기를 원하고 시인이 되기를 원했던 게 너무나 부끄럽고, 앞장서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한 게 부끄러워서 서명을 못하겠습니다!”

적을 부숴버리는 일보다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였던 윤동주의 숙명 같은 자괴감이야말로 진짜 슈퍼파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3월 3일 신문 브리핑 #

"완성이 늦을수록 성취감은 숙성되어 그 맛이 그윽하다. 더딘 삶, 미완성을 다행으로 여겨라. 미완성에 감사하라."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UN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UN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를 한국시간 3일0시15분께 채택함
- 이번 제재안에는 핵.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원자려공업성과 국가우주개발국(NADA), 북한의 대남공작을 지휘하는 정찰총국과 김정은 정권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등을 제재대상에 포함했으며, 또 북한 은행이 UN회원국 내에 지점.사무소를 새로 열지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기존의 지점도 90일 안에 폐쇄하고 거래 활동을 종료하도록 함

2.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으로 테러방지법과 4.13총선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북한인권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대부업법 개정안 등 여야가 합의한 40여개 법안이 2일 밤늦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
-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에 대한 처리는 기약 없이 보류됨


<< 경제 일반 >>
1. 정부가 국내 기업들이 이란에서 진행하는 총 300억달러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이란 정부와 물밑 협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됨 
-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 참석을 위해 이란을 방문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비잔 남다르 장게네 석유부 장관과 면담하고 대우조선해양이 이란 최대 탱커선사인 NITC로부터 180억달러 규모 원유수송선과 LNG운반선을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함
- 또 주 장관은 기존에 중단된 대림산업 `천연가스액화플랜트 건설사업(40억달러)` `에스파한 정유시설 증설사업(20억달러)`에 대해 조속한 재개와 함께 현대엔지니어링 `사우스파 12확장 2단계 사업(36억달러)` 지원을 요청함

2.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61세)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54세)이 차기 그룹 회장을 맡게 됨
-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은 2일 이사회를 열어 위와 같이 결정했으며, 이로써 두산그룹은 4세 경영시대를 맞게 됨

3.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 사업 부문을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2일 최종 결정함
- 매각 가격은 1조1308억원임


<< 금융/부동산 >>
1. 12조원을 굴리는 고용노동부 산재보험기금이 대체투자를 위한 운용사 선정 작업에 나섬
- 공모분야는 블라인드 사모펀드(PEF) 3개, 벤처캐피탈(VC) 4개로서, 출자금액은 PEF당 300억원, VC당 100억원으로 총 1300억원 규모임

2. 올 들어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지난 1~2월 전국 분양권 거래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듬
- 공급과잉 논란에다 금융회사의 담보대출 심사 강화까지 겹치면서 주택 투자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임


<< 국제 >>
1.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최대 승부일인 '슈퍼 화요일'에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압승을 거둬 대선 본선행 티켓에 한 발 더 다가감
- 클린턴 전 장관은 12개 주에서 치러지 민주당 경선에서 텍사스 등 8개 주에서 큰 표차로 승리했으며, 트럼프는 11개 주에서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 앨라배마 아칸소 등 7곳에서 승리함

2. 러시아를 비롯한 15개 산유국이 원유 생산량을 더 이상 늘리지 않기로 약속하고, 국제 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제시되면서 유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음
-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다음달 인도 예정인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34.20달러(현지시간 오전 2시 기준)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달 11일 26.21달러였던 것이 불과 3주 만에 30% 상승한 것임

3.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춤
- 정부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은 감소하고 있어 채무상환 능력이 과거보다 약화됐다는 이유에서임

4.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 조정을 위해 향후 2~3년간 최대 60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 2일 보도함
- 중국 정부가 약 20년 만애 다시 부실 국유기업 퇴출에 나서는 것은 국유기업 부실이 중국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라는 판단에서이며, 현재 중국 기업은 약 3700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중국 연간 산업생산의 40%각량을 책임지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대체투자
- 채권이나 주식과 같이 전통적인 투자 상품 대신 부동산, 인프라스트럭처,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형태.
국내 증시가 장기적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2015년 3월 들어 기준 금리가 1%대로 하락하면서 채권 투자로 인한 수익 발생이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안정성이 다소 떨어져도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눈을 돌리면서 대체투자가 활발해졌음. 사회간접펀드, 벤처 기업, 원자재, 사모펀드, 선박, 테마파크, 항공기, 기숙사 등으로 대체투자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에 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대체투자 [代替投資, alternative investment]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2016년 3월 2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정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필리버스터 이후의 정국 순항할까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총선을 앞두고 꽉 막혔던 정국에 비로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필리버스터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테러방지법 중재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한 이래 9일째에 이르면서 캐나다 새민주당이 2011년에 세운 종전 세계기록을 거뜬히 갈아치웠다. 이렇게 기록을 세우는 동안 국민들은 뒷전이었다.

더민주가 격론 끝에 필리버스터를 중단키로 한 데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더민주는 출구전략을 찾자는 당 지도부와 ‘빈손’으로 끝낼 수 없다는 원내지도부가 팽팽히 맞섰으나 김 대표가 그제 심야 비대위에서 “이념론을 경제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종걸 원내대표를 설득함으로써 극적 타결을 봤다는 후문이다.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총선이 불과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회가 엉뚱한 쟁점에 발목 잡혀 선거구 획정조차 못했던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물론 야당 책임만은 아니다. 그동안 야당의 법안 연계처리 전략을 맹비난하던 여당이 이번에는 테러방지법 등의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나섰으니 그야말로 남이 하면 불륜이요, 자기가 하면 로맨스란 식이다.

그러나 더민주가 진짜 힘을 내야 하는 것은 지금부터다. 마치 필리버스터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 분위기에 당내 강경파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필리버스터를 하루 더 연장해야 했지만 그 박수소리가 대부분 기존 지지층에서 나온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필리버스터 세계 신기록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더 오르는 추세이며 더민주는 제자리걸음인 게 그 증거다. 자기편의 환호에 열광하느라 국회를 마비시키고 선거운동에 악용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은 꼴이다.

새누리당도 집권당답지 않게 야당처럼 몽니나 부리다간 코앞에 닥친 총선에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여당의 무능력이든,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든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키우기는 매한가지다. 국회는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며칠 안 남은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를 깔끔히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유권자인 국민에 대해 속죄하는 길이다.

2. 광화문 현판의 색깔부터 틀렸다면

2010년 복원작업이 마무리된 광화문 현판을 둘러싸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현판의 원래 모습이 지금과 달리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였다는 주장이 새로이 제기됐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복원작업 과정에서 고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차원에서 경복궁을 복원했다고 하지만 정문 현판에서부터 고증이 틀렸다면 다른 부분에서는 더 말하나 마나다.

광화문 현판의 원래 모습이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였다는 것은 단순히 주장 차원이 아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소장한 사진에서 그대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모임이 공개한 이 사진은 1893년 9월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사진에 나오는 조선 군병들이 1895년 폐지된 군복을 착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사진의 역사적 시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광화문 현판이라고 해서 색깔이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광화문이 과거 왕조의 권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것을 바꾸려면 합당한 설명이 따라야만 한다. 더구나 문화재청은 광화문 복원과정에서 바탕색과 글씨 색깔이 바뀌었다는 전문가들의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현판을 복원했다. 이것이 문화재를 복원하고 관리하는 우리의 한심한 수준이다.

사실은 조선총독부를 헐고 경복궁을 복원하면서부터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화강암으로 건축된 총독부 청사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촘촘히 박혔던 9300여개의 소나무 말뚝을 그대로 놓아둔 채 복원작업을 밀어붙인 것이다. 전각과 담장의 겉모습이 복원됐다고는 하지만 경복궁 지하 4m 바닥에서는 바늘처럼 박힌 소나무 말뚝들이 지금도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아찔하다. 그러고도 복원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광화문 현판의 색깔 고증이 잘못됐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복원작업 이후 이미 현판이 갈라지는 사태까지 이어진 마당이다. 광화문 현판의 복원은 과거 책임자들의 잘못이지만 지금도 비슷한 사례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러고도 민족정신을 되살리겠다며 입버릇처럼 외쳐대고 있으니 애처로울 뿐이다.

[동아일보]

3. 대기업 62%인 중소기업 임금, 격차 줄여야 청년실업 준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62%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대기업 임금은 월평균 501만6705원으로 전년보다 3.9% 올랐지만 중소기업은 311만283원으로 3.4% 상승에 그쳤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대기업의 80% 수준이었던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2009년 65%, 2011년 62.6%로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해진 것이 큰 이유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로 인한 압박을 많이 지적하지만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과 경쟁력이 대기업보다 낮아 임금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4년 한국 대기업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3만7756달러(약 3976만 원)로 일본보다 39% 많다는 보고서를 냈다. 일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1.29배인 데 비하면 대기업 임금 수준이 너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임금 격차가 크다 보니 사회적 갈등은 대기업 취업난에 중소기업 구인난, 학력 인플레 유발 등 심각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청년층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도 낮은 임금 수준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들어갈 바에야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 준비를 하겠다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 늘면서 청년실업률은 9.5%로 치솟았다. 고실업과 중소기업 구인난의 고용시장 미스매치(부조화)를 줄이기 위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축소는 시급한 과제다. 

일본의 중소기업 중에는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기술 경쟁력으로 임금 수준이 대기업 못지않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임금 상승과 병행해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개편도 필요하다. 경총은 대졸 정규직 초임 3600만 원 이상(고정급)인 기업은 초임을 조정해 그만큼 신규 채용을 확대하고 임금 격차도 줄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대기업 정규직 귀족노조의 과도한 기득권을 타파하는 노동개혁으로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

4. 포스코·한전 이란 수주, 제2 중동 붐 기대 크다

핵 타결 이후 빗장이 풀린 이란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발걸음이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란과 2조원대 제철소 건설에, 한전은 7400억원 규모의 발전소 건립에 참여하기로 했다. 때마침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란을 방문해 양국 간의 경제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이란 특수를 노리고 발 빠르게 움직여 도대체 우리 정부와 기업은 뭘 하나 걱정했는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는 그제 이란 철강기업인 PKP사와 쇳물부터 각종 철강 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구두 계약이나 다름없는 업무협약(MOU)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갖는 실질적인 계약서인 합의각서에 정식 사인한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보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자원외교 등과 같은 사업에서 적지 않은 계약이 이뤄졌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보여 주기식 계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코의 이란 진출은 실질적인 제철소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까지 간 것이니 기대가 크다.

합의각서보다는 약하지만 한전의 이란과의 발전소 건설 계약 체결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해외 다른 기업들이 가로채지 않도록 본계약까지 성사시켜 나가야 한다.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에 참석한 주 장관도 이란으로부터 옛 도심 개발과 호텔 건설 사업에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이란은 37년 동안의 경제 제재 조치로 낙후된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시설 등에 대한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뛰어들 사업이 널려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얘기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세계 1위의 자원 대국이다. 인구 8000만명의 거대 시장으로 내수 시장까지 고려하면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나라다.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유일하게 시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란의 제재가 풀리자마자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양국 교역 증대 방안을 합의한 이유가 거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중동 4개국 순방 후 경제 재도약을 위해 ‘제2의 중동 붐’을 해법으로 내놓은 적이 있다. 바로 절호의 기회가 왔다. 활짝 열린 이란 시장을 잡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더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5. 최악 국회에 남은 시간은 9일뿐이다

4·13 총선을 앞둔 2월 임시국회가 갈지자걸음이다. 그제 처리하기로 했던 선거구획정안도 테러방지법을 빌미로 한 무제한 토론 정국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제 심야 비대위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하고도 3·1절인 어제 추인 여부를 놓고 의원총회 등에서 온종일 진통을 겪었다. 선거를 40여일 앞두고도 표밭 구획 정리도 마무리 짓지 못하는 판이다. 이러니 노동개혁이나 민생 법안 처리는 기약조차 할 수 없다. 여야는 19대 국회가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는 순간까지 정쟁으로 얼룩진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가뜩이나 최악이라는 오명을 듣는 19대 국회였다. 그 까닭이 뭐였겠나. 민생을 돌보는 데 꼭 필요한 법안은 정쟁을 벌이며 끝없이 지연시키면서 없어도 그만인 법안들은 무더기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여야 의원들은 제 몫 찾기에는 서슴없이 짝짜꿍했다. 각계 이해집단의 민원을 반영하는 수많은 의원 입법에는 앞다퉈 총대를 멨지만, 공직 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의 규율 대상에서 현역 의원들은 쏙 뺀 게 대표적이다. 그러니 야권이 재·보선 때마다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왔지만 먹혀들 턱이 없었다. 정부·여당이 민생을 살리는 데 별반 유능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유권자의 눈에는 각종 경제활성화법의 발목을 잡는 야권의 태도가 더 못 미더웠기 때문일 게다.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과 테러방지법을 놓고 벌인 여야의 정략은 목불인견이었다. 애초 여당이 테러방지법과 공직선거법 처리를 연계한 일도 잘못이었다. 아무리 테러방지법이 시급하더라도 발등의 불인 선거구 획정과 한데 묶어 야당식 연계 전략을 쓴 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일주일 넘게 해온 필리버스터 중단을 스스로 결정하고도 의원들이 뒷북 갑론을박을 벌인 것은 더 황당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지금의 법안보다 더 국가정보원에 폭넓은 수사권을 준 테러방지법을 발의했던 야당이 이제 뼈 빼고 살 뺀 ‘맹물 법안’으로 북한의 테러를 막겠다니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혹여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라는 정치 게임에 대한 일각의 관심을 다수 국민의 지지로 착각해선 안 될 게다. 필리버스터 이후 어디 여론조사에서 야당 지지도가 올라갔던가. 19대 국회가 비효율적인 정쟁 국회라는 오명을 20대 국회에 대물림해선 안 된다. 여든 야든 오늘부터 10일까지 남은 회기 중에라도 지지층 결집에만 골몰하지 말고 시급한 민생 법안 절충에 당력을 쏟기를 당부한다.

6. 北 핵포기 않고는 대화 없다고 밝힌 박 대통령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목전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생존 차원의 핵 개발 포기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 9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핵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북한 정권을 유지시킬 수 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압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오늘 채택될 예정인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메시지를 아울러 전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압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제 공조를 강조하면서 주변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언급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에 우회적으로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원칙적 수준이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선택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경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지만, 북한이 선(先) 비핵화 의지를 밝힐 경우 6자회담 재개 등의 다양한 대화 채널을 가동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존 켈리 미국 국무부 장관도 밝혔듯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목적에는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것도 포함돼 있다. 국제사회의 북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의지를 희석시키는 모호한 평화협정 논의를 차단하고 북한의 확실한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중요한 화두였다.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타결된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성실한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으로 옮겨서 미래 세대에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이른바 ‘불가역적’ 합의의 성립은 일본의 향후 실천에 좌우된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아베 정권이 위안부 합의 이후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녹아 있다.

유례없이 강력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오늘 채택될 예정이다. 북한의 주요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육상과 해상은 물론 하늘까지 봉쇄하는 수준이다. 안보리 제재와 별도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자체 제재도 조만간 발효된다. 북한의 후원국 격인 중국마저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북한 김정은 정권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이란 망상에 집착하는 한 한반도 평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핵을 껴안고 패망의 길로 갈 것인가, 핵을 포기하고 공존공영의 길로 갈 것인가 선택은 북한에 달렸다.

[중앙일보]

7. 테러방지법 처리…노동개혁법도 서둘러야

국회가 오늘 본회의를 열어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선거구획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오랜 갈등과 대립의 대상이었던 법안들에 대해 여야가 타협점을 찾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테러방지법만 해도 야당은 일주일 넘게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법안의 문제점을 부각했다. 국가정보원에 의한 인권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핵심이었다. 이런 우려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안 가운데 특정인에 대한 통신제한조치(감청)의 목적을 ‘테러 방지를 위해’에서 ‘국가 안전 보장의 우려가 있는 경우 테러 방지를 위해’로 강화하는 중재안을 내놓음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의구심은 정부와 국정원이 충실한 법 집행으로 씻어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재단을 설치하고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도 발의 11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다.

시급한 민생법안도 일부 처리된다. 금융회사의 법정 최고금리를 27.9%로 제한하는 대부업법과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서민금융생활지원법 등이다. 이들 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없었던 무쟁점 법안이거나 지난 연말로 자동 일몰되는 한시법이었다. 그럼에도 선거법 등 다른 쟁점에 막혀 처리가 늦어지면서 아슬아슬한 법적 공백이 초래됐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과 채권단,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여야의 각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가 미루고 있는 중요한 법안들이 아직 남아 있다.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노동개혁법안은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을 근거로 만들어졌지만 야당의 반대와 한국노총의 무효 선언으로 진통을 겪어 왔다. 관련 법안 5개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2개가 완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발의된 게 불씨가 됐다. 대통령도 이를 감안해 기간제 근무를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기간제법을 철회했다. 하지만 중장년층 파견업종 제한을 풀고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는 파견법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나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테러방지법이 발등의 불이 되면서 여야 간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서비스산업발전법 역시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고용 안정성과 의료의 공공성을 걱정하는 이런 지적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법안이 통과된다고 바로 경제가 좋아질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들 법안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개혁법안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내수산업 육성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대다. 한두 가지 문제를 이유로 전체를 반대할 사안은 아니다. 영 문제가 있으면 테러방지법처럼 타협하면 될 일이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숙제인 이들 법안을 조속히 해결하는 여야의 노력을 촉구한다.

8. 비자 수수료 파동 따른 징계, 당장 거둬들여라

최근 벌어진 비자수수료 면제 논란과 이에 따른 외교부 좌천 파동은 잇따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번 소동은 지난해 12월 그달 말로 끝날 예정이던 중국 등 5개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비자 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관광객이 격감하자 수수료 면제 시한을 올 연말까지로 늘린 것이다. 문제는 비자 수수료가 120명에 달하는 현지 비자 담당 보조 인력의 인건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거였다. 수입이 없어지게 되자 외교부는 뾰족한 대책 없이 이들을 몽땅 해고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현지 보조인력들이 사라지면 비자 발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거라는 점을 무시한 주먹구구식 조치였다. 뒤늦게 막심한 후유증을 깨달은 외교부는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해고를 철회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의 조치들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삼척동자도 알 부작용을 헤아리지 못한 채 현지직원 해고라는 단세포적 대응으로 파문을 일으킨 것 자체만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현지 직원이라지만 그처럼 쉽게 자른다면 누가 충성을 다해 일하겠는가.

그 뒤에 벌어진 정부의 대응은 유치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와 법무부에 수수료 면제 연장을 재고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외교부 담당자들이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항명성 ‘공직기강 위반’이라며 좌천성 인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각 부처 수뇌부들이 결정한 사안이라도 부작용이 막대하다고 판단되면 시정을 건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조직을 살리는 소통이다. 자유롭고 원활한 말길은 절대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비자대란’을 막은 외교부 담당 직원들에게 상은 못줄 망정 좌천을 지시했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즉각 징계 조치를 거둬들여야 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을 벌하면 누가 고언을 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겠는가.

9. ‘세월호 교실’ 갈등, 부모의 마음으로 풀 때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쓰던 교실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릴지 주목된다. 한국 사회의 갈등이 교실이란 공간에 집약돼 있다는 점에서 그 매듭이 소통의 정신으로 풀리길 기대한다.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측, 재학생 학부모 대표, 유가족 대표 등이 지난달 28일 단원고 정상화를 위한 협의회를 열고 ‘사회적 합의로 교실 문제 등을 해결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조기에 풀기로 한 것이다. 이날 모임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DRP)가 4·16연대와 도교육청의 중재 요청을 수용해 이뤄졌다.

그간 희생 학생들이 사용했던 10개 교실을 놓고 유가족이 “안전 교육의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존치 입장을 고수한 반면 재학생 학부모들은 재학생들에게 교실을 돌려 달라고 요구해왔다. 지난달 16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교실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재학생 학부모 등의 저지로 무산되는 등 갈등이 외부로 분출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대립에 대해 사회적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원통하게 희생된 자녀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교실을 남겨두고 싶은 희생 학생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울감과 불안감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힘들다는 재학생 학부모들의 하소연에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300여 명의 신입생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늦출 수도 없다. 종교계가 중재에 나선 만큼 서로 마음을 터놓고 협의에 나서길 바란다. 특히 경기도 교육 행정을 책임지는 이재정 교육감은 “교실은 본래의 교육 목적대로 써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설득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

오늘 입학식에 재학생 학부모와 유가족 대표가 함께 참석해 신입생 등과 학부모들에게 논의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호소한다고 한다. 이제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최선의 결론을 내야 할 때다.

[매일경제]

10. 3개월째 두자릿수 감소한 수출 특단대책 필요하다

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2001년 3월~2002년 3월(13개월) 역대 최장 기간 마이너스 성장 기록도 갈아치웠다. 특히 작년 12월(-13.8%), 지난 1월(-18.5%)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대 감소세가 이어져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364억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중국 경기 둔화, 저유가 등 대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소비심리 급랭, 주택 가격 하락 반전 등 내수 침체가 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수출마저 최장기 감소세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행인 것은 1월 수출은 단가·물량 모두 감소했지만 2월에는 물량이 11.2% 증가했다는 점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29.7%) 화장품(22.4%) 등 신규 품목 수출이 늘고 컴퓨터(6.2%) 일반기계(2.4%) 등 일부 주력 품목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점, 지역별로는 베트남·미국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된 점도 반가운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48.4)보다 또 떨어진 48.0을 기록한 것은 불길한 징조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2월 제조업 PMI도 49.0으로 2011년 11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달 29일 대형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7.5%에서 17%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며 경기 방어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7000억위안(약 132조원)의 유동성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 간에 양적 완화와 환율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각국이 돈을 풀수록 통화 유통 속도는 더 떨어지는 추세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 반전은 힘들어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의례적인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수출 증대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막힌 곳은 어딘지, 애로사항은 뭔지 발로 뛰며 독려해야 한다. 수출 품목과 수출 지역을 하나라도 더 발굴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민감한 시기인 만큼 통화 환율 정책에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기자수첩]휴대폰 액정이 깨지니 보이는 것들

최근 액정 내부가 깨졌는지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 비싼 수리비를 핑계로 새 폰을 사기로 했다. 새 기기를 알아보고 온라인 가입신청서를 작성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넣고, 사용 중인 번호를 입력했다. 본인인증이 필요하단다. 방법은 세 가지다. 첫 번째, 자기 명의의 휴대폰 문자를 통해 본인을 인증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휴대폰 액정이 나갔다. 문자를 볼 수 없다.' 

두 번째, 공인인증서를 통한 방법. 최근 컴퓨터를 포맷해 공인인증서가 없다. 은행 홈페이지에서 인증서 재발급을 신청했다. 절차가 있다. 자기 명의의 휴대폰 문자를 통해 본인을 인증해야 한다. 

그런데 '핸드폰 액정이 나갔다. 문자를 볼 수 없다.' 

세 번째, 아이핀 번호를 이용한 방법이다. 아이핀에 로그인했다. 아이핀 번호 발급을 클릭했다. 절차가 있다. 앱이나 자기 명의의 휴대폰 문자를 통해 본인을 인증해야 한다. 

그런데 '휴대폰 액정이 나갔다. 문자를 볼 수 없다.'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 없이 문자를 확인하는 방법을 찾았다. 통신사에 계정을 만들어 문자를 컴퓨터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유료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통신사에 전화했다. ARS를 통해 전화번호와 생년월일을 입력했다. 본인이 인증됐다는 기계음과 함께 상담원이 연결됐다. 

휴대폰 액정이 나갔다. 그래도 문자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상담원이 명의자를 확인하고 용건을 물었다. "컴퓨터로 문자를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본인 명의의 휴대폰 문자를 통해 본인을 인증해야 한다"고 했다. 전화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휴대폰 액정이 나갔다. 문자를 볼 수 없다.' 

은행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이핀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이스에선 아이핀 번호 발급을 위해 "서울 여의도 본사로 직접 찾아와 얼굴을 보여달라"고 주문한다. 

이게 인터넷 가입자 비율 세계 최고라는 IT강국의 현주소다.

과거 웹사이트 회원 가입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를 통한 본인인증, 집주소, 직장, 취미 등이 필요하던 시절이 있었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규제라는 반발로 이젠 이메일만 있으면 본인을 인증해 가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풀겠다고 나섰고, 나름 여러 방면에서 열심히 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이렇게 암담하다. 휴대폰 액정이 나가면 문자를 볼 수 없고, 본인 인증 하나 맘대로 못 한다. 결국 계좌이체든 송금이든 초보적 금융거래조차 막힌다. 

정부나 금융계는 부인하지만 분명한 건 모든 것을 휴대폰 문자로 통하게 획일화한, 우리의 정보 및 금융서비스 수준은 '우간다'만도 못하다는 점이다. 

휴대폰 액정이 깨지니 많은 것들이 보였다.


2. [이데일리]피자값만 598만원‥미국의 '돈' 선거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젭 부시 전(前) 플로리다 주지사가 1억3000만달러(약 1607억원)를 어떻게 날려 먹었는가란 내용이다. 

부시 전 주지사는 아버지와 형이 모두 대통령인 미국의 대표적인 ‘로열패밀리’ 출신이다.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끌어모았던 부시지만 그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사퇴했다. 

존재감 없이 사라지면서 부시가 쓴 돈도 허공으로 날아갔다. NYT에 따르면 부시 캠프는 광고에 8400만달러(1039억원), 컨설팅 회사에 1000만달러(124억원), 인건비로 830만달러(103억원), 각종 지역모임 지원에 9만4100달러(1억1635만원)를 사용했다. 심지어 발레 파킹하는데 1만5800달러(1954만원), 그리고 피자를 주문하는 데에도 4837달러(598만원)를 썼다. NYT는 “부시는 인기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자신의 팀을 배고픈 상태로 놔두질 않았다”고 평했다. 

미국의 대선은 그야말로 ‘쩐(錢)의 전쟁’이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공개적으로 이뤄진다. 미국 갑부들은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사람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한다. 뒷돈이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당당하게 싸인까지 해서 준다. 마치 주식에 투자한 것과 비슷하다. 

미국 정치인은 돈을 낸 사람을 외면할 수 없다. 기부금 장부는 미국 정치인의 족쇄이자 자금의 원천이다. 소수 자산가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이다. 

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체 1억2000만가구 가운데 단지 159가구가 낸 돈이 정치 기부금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NYT는 이들 미국 갑부들이 사는 집을 항공사진을 공개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대저택이다.)  미국 금융의 심장부 월스트리트 역시 미국 정치판의 핵심적인 돈줄이다.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선 후보의 기부금 2억9000만달러 중에서 3분의 1 이상이 월스트리트에서 나왔다. 

월스트리트의 돈은 보통 공화당으로 몰리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前) 국무장관에게도 상당한 돈이 집중됐다.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해 하반기에 모은 2500만달러 중에서 1500만달러가 월스트리트에서 흘러나왔다. 헤지펀드계 거물 조지 소로스는 700만달러 이상을 클린턴에게 투자했다. 클린턴은 부시 다음으로 많은 돈을 모았다. 

월스트리트의 돈을 거의 받지 않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클린턴은 월가를 개혁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공격하는 건 상당히 근거 있는 얘기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클린턴과 비교하면 모은 정치자금이 5분의1도 안된다. 원래 돈이 많은 트럼프는 남의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 어쩌면 정치자금에서 가장 자유로운 후보가 트럼프다. 그는 자신 있게 부자 증세를 외친다. 

부시는 엄청난 돈을 날려 먹었지만 그가 돈을 댄 부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건 부시에게 돈을 낸 사람들의 선구안이 부족한 탓이니까 말이다. 미국 정치판은 철저히 주는 대로 받는(give and take) 문화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한기흥]이토 히로부미에게 현혹된 조선

영국 ‘데일리메일’의 특파원으로 한국에서 러일전쟁과 3·1운동을 취재한 프레더릭 매켄지는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일본을 신랄히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그런 그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선 “한국의 독립을 박탈하는 일에 종사했지만 한국의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다른 일본인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호감을 얻었으며 존경을 받았다”고 평했다. 친일파들만 만났나 싶어 관련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이토 통감은 덕과 공로가 높고 학문은 고금을 통달하였으며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실로 크게 떠받들고 지탱하여 준 공로가 있기에 짐은 언제나 존중하는 사람이다.”(순종실록 1907년 11월 19일) 순종이 이토를 태자태사로 임명해 영친왕 교육을 맡기고 황족인 친왕(親王)으로 예우하겠다며 한 발언이다. 1905년 을사늑약 후 국권을 빼앗기면서도 왕이 그런 생각을 했으니 대신들이라고 침략의 원흉에 감히 맞섰겠는가.

이토가 초대 한국통감으로 서울에 온 것은 꼭 110년 전인 1906년 3월 2일이었다. “조선을 독립국으로 승인해야 한다고 처음 말한 사람은 바로 본인이다. … 일본은 한국을 합병할 필요도, 그런 생각도 없다….” 부임 직후 ‘제1회 한국시정에 관한 협의회’에서 그는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았지만 당시 지도층은 도로망과 교육시설 건설 등 그가 내보인 당근에만 관심을 쏟았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이토 처단에 대해 고종과 순종의 탄식을 전한 일본 기록을 보면 배신감이 들 정도다. 망국엔 다 이유가 있다. 

이토는 “한국에 인물이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나라를 빼앗겼으니 항변도 어렵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어떤지 국정을 책임진 정관계 인사들을 떠올려본다. 격동의 한반도에 대한 주변 4강의 이해와 전략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지, 행여 검은 속내를 숨긴 현대판 이토에게 현혹당하는 일은 없을 것인지…. 당대에도 걱정이 태산인데 후대는 이 시대를 과연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


4. [동아일보][@뉴스룸/임희윤]비틀스, 스키틀즈, 기틀즈

“잘하면 아이유처럼 차트 줄세우기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준비 많이 했어요. 워낙에 전설이잖아요.”(지난달 28일 N 음악 서비스 사이트 관계자)

지난달 29일 0시, 비틀스 17개 앨범의 국내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반세기 만에 처음 개시됐다. 합법적 방식으로 비틀스의 음원을 국내에서 구입해 듣는 법은 그 전까지는 없었다.

멜론, 지니, 엠넷, 벅스, 네이버뮤직을 포함한 국내 10개 음원 서비스 사이트들은 이날 일제히 메인 화면에 비틀스 배너를 게시했다. 음원을 듣거나 내려받으면 음반이나 티셔츠를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엑소, 빅뱅의 컴백에 맞먹는 대규모 프로모션이었다. ‘Yesterday’ ‘I Want to Hold Your Hand’를 비롯한 주요 10∼20곡을 완전 무료 공개하는 파격적인 홍보수단도 동원됐다. 국내 한 음원 서비스 관계자는 “음악 팬으로서 비틀스의 역사적인 디지털 서비스 개시에 일조하게 돼 영광이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러나 희망은 꿈이었다.

1일 발표된 2월 29일자 멜론의 일간 종합(가요, 팝 통합) 차트 100위권에 비틀스의 음원은 한 곡도 안 들어갔다. 팝 차트 100위권에 그나마 든 9곡도 전부 메인 화면에 노출된 히트곡 모음집 ‘1’에 담긴 것뿐이었다.

한국에서 비틀스를 누른 2월 말의 팝스타는 단연 밀젠코 마티예비치다. 미국 헤비메탈 밴드 스틸하트의 보컬. ‘She‘sGone’(1990년)으로 유명한 그는 팝 음악계 주류에선 이미 몇 발짝 물러난 옛 록스타이지만 MBC TV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한 ‘번개맨’이 실은 그였음이 지난달 28일 저녁에 밝혀지자 10, 20대에게도 화제가 됐다. ‘(복면을) 쓰고 부르면 유명해지고 벗고 부르면 망한다’는 가요계 격언이 물 건너온 마티예비치에게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2분 30초 안에 끊어라.’ 196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런 공식이 있었다. 길이가 3분이 넘어가면 히트가 힘들다는 것이다. 팝 제작자들은 인상적 후렴구를 2, 3번 반복한 뒤 서둘러 끝나도록 음악을 자르는 데 골몰했다. 비틀스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1967년) 같은 음반을 통해 앨범 전체를 통으로 들었을 때 쾌감을 느끼도록 길을 개척했다. 곡 아닌 앨범의 예술을 만들었다.

비틀스, 핑크 플로이드, 롤링 스톤스…. 옛 음악 전설들의 젊은 팬 확보 전략은 요즘 글로벌 거대 음반사에 의해 거의 매년 계속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금의 음악 소비자들은 수많은 채널에서 밀려오는 정보와 재미의 홍수 속에 산다. ‘I Want toHold…’(2분 24초)는 스마트폰 속 52초짜리 드라마보다 두 배 더 길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과자처럼 문화를 즐긴다고 해서 그런 걸 ‘스낵 컬처’라 부른다.

한때 해외 유명 과자 ‘스키틀즈(Skittles)’를 모방한 ‘비틀즈’란 국산 제품이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진짜’나 ‘전통’ 같은 말을 너무 강조하면 거부감이 든다. 요즘 세상에 진짜가 어디 있나. 그래도 가끔 핏줄을 확인하고 싶어질 때는 있다. 역사를 이룬 세계 예술의 기틀들, 또는 대동맥.


 5. [동아일보][이기호의 짧은 소설] 아들의 기도

늦었다. 그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계속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저녁 8시 25분. 담임목사 부부와 장로, 안수집사가 집으로 찾아온다고 약속한 시각은 저녁 8시. 저녁도 먹지 않고 최대한 빨리 온 것인데…. 그래도 또 아내는 찬바람 쌩쌩 날리면서 두 눈을 흘겨대겠지. 그는 쩝, 입맛을 다셨다. 아, 아니다. 목사님도 있고 하니까 내색은 못 하겠구나. 속 깊고 인자한 척, 모든 걸 다 이해한다는 듯 나를 대하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 이렇게 목사님이 집으로 직접 찾아오는 심방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네. 좀 귀찮기는 하나, 어쨌든 목사님 앞에서는 화목한 가정 흉내라도 낼 수 있으니까. 자기도 느끼는 게 있으면 목사님 가자마자 남편을 쥐 잡듯 닦달해대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그는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그는 한 교통사고 취급 전문 로펌에 소속되어 있는 변호사였다. 보험회사를 상대로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위임을 받아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였다. 사망 사고는 7%, 일반 부상은 10% 하는 식으로 그는 보험회사로부터 받아내는 보상비의 일부를 수임료로 받았다. 교통사고는 매일 끊임없이 일어났고,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도시락을 먹어가며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이나 신체감정서를 들여다보며 피고답변서를 준비했다. 의뢰인에게 화해권고를 받아들일 것을 전화로 종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기는 때가 많았다. 그러면….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남들 남편보다 많은 월급을 가져다주면, 고마워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이건 무슨 옆집 강아지 대하듯 말 한 번 따뜻하게 건네는 법이 없으니…. 그저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 아들 하나만 금이야 옥이야 하고 앉아 있으니…, 그는 괜스레 위축됐던 마음을 풀어보려고 길게 호흡을 한 번 했다. 그리고 집 현관문을 열었다.

심방은 다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담임목사의 축복 기도를 받고, 성경 말씀을 듣는 순서로 이루어졌다. 그는 아내와 아들 사이에 앉아 경건하게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불렀다. 힐끔힐끔 아내의 얼굴을 살폈으나,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별다른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심방이 그럭저럭 마무리되어 갈 때쯤 담임목사가 말했다.

“제가 이렇게 심방을 하면 제 기도만 하는 게 아니고, 성도님들 한 분 한 분 기도를 듣는 시간을 꼭 갖습니다. 그래야 저도 성도님들의 어려움을 알고 함께 기도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김승우 어린이 먼저 기도를 하고, 그 다음에 김성철 성도님, 이정은 집사님 순서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담임목사가 그렇게 말하자 장로와 안수집사가 먼저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다. 그와 그의 아내는, 어리둥절 자신들을 쳐다보는 아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다. 그의 아들은 잠시 주눅이 든 표정을 짓더니 두 눈을 감고 소리 내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주님, 그럼 제 소원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소원은…. 이 땅에서 특목고와 자사고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입니다. 특목고와 자사고 때문에 작년부터 영어와 수학 과외를 받았습니다. 내년부터는 스펙을 쌓기 위해서 과학경시대회도 나가야 한답니다. 그거 때문에 과외도 또 하나 늘었습니다. 일반고에 들어가면 대학도 다 끝이라고 엄마가 말했습니다.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특목고와 자사고 좀 꼭 문 닫게 해주세요…. 주님, 그리고 엄마와 아빠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각방을 쓰지 않게 도와주세요. 엄마는 아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싫다고 하십니다. 아빠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합니다. 주님, 아빠 일이 줄어들도록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이 늘어나게 해주세요. 그래야 아빠 일이 깔끔해진다고,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야 아빠가 돈도 더 많이 번다고 하셨습니다. 주님, 우리 아빠와 엄마를 위해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더 많이….”

그의 아들은 기도를 하다가 끝내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는 감고 있던 눈을 떠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내와 그의 눈이 아들의 머리 위에서 마주쳤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3월 2일 신문 브리핑 #

"행복은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 조셉 우드 크루치


<< 정치/외교 >>
1. UN 안전보장이사회가 1일 오후 3시(한국시간 2일 새벽 5시)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연기함
- 러시아가 24시간 검토규정을 들어 연기를 요청해, 표결은 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일 밤 12시)로 순연됨 


<< 경제 일반 >>
1.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364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2%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발표함
- 무역수지는 73억9000만달러 흑자로 2012년 2월 이후 49개월째 흑자 행진이지만, 수입액은 지난해 2월보다 14.6% 감소한 290억2000만달러를 기록함
- 지난 3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0원대에서 1230원대로 7% 가까이 상승(원화값 하락)했으나, 환율이 상승하여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증가로 수출이 증가하는 과거의 공식이 성립되지 않고 있음

2.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의 83.9% 수준을 기록함
-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1인당 GDP는 2만7226달러로 1년 전(2만7963달러)보다 2.6% 감소함
- 이에 반해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DP는 3만2342달러로 전년보다 10.5% 감소했으며, 일본은 2012년만 해도 4만5583달러로 한국(2만4454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음

3.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열고 아래와 같은 내용에 합의함
- 원화결제시스템 유지
- 수출입은행, 이란 은행 2곳과 2억달러 전대금융라인 개설
- 철강 자동차 ICT분야 공동생산 협력
- 한-이란 무역.투자 콘퍼런스 매년 개최
- 이란산 원유도입 연내 확대

4. 현대자동차가 도심형 1인승 전기자동차와 휴대용 전동 스쿠터 등 미래 이동 수단 개발에 본격 나섬
- 1일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열린 '2016제네바모터쇼'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프로젝트 아이오닉'을 공개하고 중장기 미래 이동수단 및 라이프스타일 혁신 연구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함


<< 금융/부동산 >>
1.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미국과 일본 은행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남
-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작년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은 1.71%로 전년보다 0.16%포인트 상승했으며, 이와 반대로 미국과 일본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각각 1.59%, 1.53%로 2014년 말보다 0.52%포인트와 0.22%포인트 낮아짐

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일 부진한 제조업지표 발표에도 불구하고 1.68% 오른 2733.17에 마감함
- 전날 발표한 중국 인민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효과와 함께 중국 정부가 추가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임

3. 글로벌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 무려 120억달러(약 14조8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함
-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석유 메이저 기업인 엑손모빌이 이처럼 대량 차입에 나선 것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익이 쪼그라든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함

4. 전국 주택가격 상승 행진이 2년5개월만에 멈춤
-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동향을 조사한 결과 1월 대비 매매가격 상승률이 0.00%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함


<< 국제 >>
1. 아르헨티나가 29일(현지시간) 채무탕감 조건을 거부한 주요 채권단에 원리금의 75%인 46억5300만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최종 합의에 도달하면서 15년 만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시장에 복귀하게 됨
- 협상당사자는 억만장자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계열의 NML캐피털과 아우렐리우스캐피털, 데이비슨캠프너, 브레이스브리지캐피털 등 4개 헤지펀드이며, 이들은 액면가 20%에 채권을 사들여 10~15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둬들이게 됨

2. 미얀마 의회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오는 10일 시행하기로 했다고 미얀마국제방송(mitv) 등 현지언론이 1일 보도함
- 아웅산수지 여사는 대선에 출마하지 못해 외무장관을 맡은 것이란 관측이 나옴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부실채권(insolvent obligation , 不實債券)
- 부실채권이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채무자의 사정으로 회수가 어려운 돈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에 따른 여신 분류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속하는 여신, 즉 '고정이하 여신'을 가리킴.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의 여신은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normal), 요주의 (precautionary), 고정(substandard), 회수의문(doubtful), 추정손실(estimated loss)의 5단계로 나누어짐

'정상'이란 신용상태가 양호한 거래처에 대한 대출금으로 연체기간이 1개월 미만인 경우이고,
'요주의'는 연체기간이 3개월 미만으로 현재는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으나 앞으로는 신용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세심한 주의나 사후 관리가 필요한 대출금이며,
'고정'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대출처의 신용상태가 이미 악화돼 채권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출금과 다음의 회수의문 또는 추정손실 대출금 중 회수할 수 있는 예상금액을 말함.
'회수의문'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 1년 미만이면서 대출처의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하게 악화돼 채권회수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 대출금 중 회수예상금액을 초과하는 대출금을 가리키며,
'추정손실'은 연체기간 1년 이상으로 대출처의 상환능력이 심각하게 나빠져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대출금 중 회수예상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말함
- 출처 : 부실채권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2016년 2월 2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 與, 유권자를 뭘로 보기에 ‘비박 살생부’ 논란 나오나

새누리당 현역 의원 40여 명이 공천 물갈이 대상이라는 ‘살생부(殺生簿)’ 진위를 놓고 여권 계파 다툼이 막장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은 공천 살생부가 있다는 의혹에 어제 “3김 시대 음모 정치의 냄새가 난다”며 당 공식기구의 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친박(친박근혜)계 김태흠 의원도 같은 날 “김무성 대표가 친박 인사로부터 살생부를 받았는지 경위를 밝히라”며 “마치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에 개입하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며 사태에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살생부 논란은 26일 비박(비박근혜)계 정두언 의원이 “전날 김 대표 측근을 만났더니 ‘김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 의원 40여 명의 물갈이 명단을 받았다’고 했고, 거기엔 나도 포함됐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김 대표는 27일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을 통해 “물갈이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도 명단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얘기를 김 대표 측근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2008, 2012년 총선 때도 여당에선 살생부가 나돌았다. 2008년엔 당시 비주류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천이 잘못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지만 공천 후 “(당 안팎의) 살생부와 비슷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결국 공천 탈락 후보들이 ‘친박연대’라는 신당을 급조해 선거를 치렀고 살생부를 주도한 이방호 사무총장 등은 낙선해 ‘민의의 심판’을 받았다. 2012년에는 친박계가 칼자루를 잡고 친이(친이명박)계 다수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런 과거가 있으니 이번에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나오고 반대쪽에선 ‘자작극’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살생부 괴담이 나도는 것만으로도 새누리당은 맹성(猛省)해야 한다. 나라는 안보위기, 경제위기라면서 이념적 차이도 두드러지지 않은 집권 여당에서 계파 공천 다툼을 벌이는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오만한 자세다. 이 위원장은 “나를 우습게 보지 않으면 물갈이 명단 같은 소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국민 눈 밖에 난 정치인을 솎아내는 대신 대통령과 당 안팎의 권력자들 눈 밖에 난 의원들을 쳐낸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일이 될 것이다. 여당 공천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총선에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 주거비 20% 급등해도 국토부 장관 “이상 ” 할 텐가

지난해 가계의 주거비가 월평균 7만4200원으로 전년보다 20.8%나 급등했다는 통계청 가계 동향 분석이 나왔다. 2013년 7.0%, 2014년 4.0%에 이어 2015년 역대 가장 높은 증가세다. 주거비에는 월세만 포함되고 자가(自家) 가구나 전세 가구의 주거비는 0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월세 가구만 떼어낸 실제 주거비 부담은 더 높을 것이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한국 고유의 임대제도인 전세는 씨가 마르는 추세다. 지난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대거 전환한 데다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세입자들이 월셋집에 입주하면서 임대차 거래 중 44.2%가 월세인 ‘신(新)월세 시대’가 됐다. 정부가 2014년 말부터 ‘월세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하니 집주인들도 수익 면에서 더 유리한 월세로 자연스럽게 돌아선 측면이 있다. 

소득은 찔끔 증가하는데 월세 전환이 늘어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정책 효과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기존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마당에 비슷한 대책을 또 내놨다가는 총선에 불리하다는 계산도 정부 내부에서 분주히 오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열흘 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월세 시장에 이상 징후가 없다”고 말하는 식의 현실인식은 세입자의 절망감을 키울 뿐이다. 임대차시장이 변하는 과도기에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주택기금 등을 활용한 저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고 월세 전환 이율 상한선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처럼 정부가 통계를 바탕으로 월세 관련 정보탐색-계약-입주·관리 등의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월세 주거비가 1년 만에 20% 이상 급등했는데도 국토부가 손놓고 있다면 대체 누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3. 野, ‘필리버스터 선거전’ 끝내고 선거구획정안 처리하라

오늘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안을 법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는 어제 법정시한을 4개월 보름 이상 넘기고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선 야당이 테러방지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23일부터 7일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고 있다. 여야 간에 테러방지법 처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면서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표결이 실시되고,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처리가 가능하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새누리당에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수용 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수정안을 거부하고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풀지 않는다면 오늘 선거구 획정안의 처리는 물 건너간다. 더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원내대표가 진행하는 것이라 제가 뭐라 말씀드릴 수 없다”며 이 원내대표에게 떠민 것은 대표답지 않은 무책임한 처신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테러방지법을 당장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책상을 칠 일이 아니다”는 글을 올리는 등 연일 필리버스터를 응원하고 있다. 마치 운동권 친노(친노무현) 좌장으로 돌아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지 말라고 ‘교시’를 내리는 것 같다.

필리버스터가 합법적인 절차이긴 하나 시급하고 필요한 다른 법안의 처리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회 마비 조장이나 다름없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막고 있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문제 완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의 처리 시간도 부족해질 판이다. 

더민주당은 지금까지 새누리당에서 “선거법보다 민생이 우선”이라며 선거구 획정 문제와 쟁점 법안 처리를 연계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이 다른 어떤 사안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발등의 불’인 선거구 획정안부터 처리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행태도 문제다. 자신을 지역구 예비후보라고 알리거나 본인의 책을 소개하는 등 선거유세전으로 활용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더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총선 전략으로 삼는다면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총선 일정도 촉박하다. 2월 24일부터 3월 14일까지 선거구별로 재외선거인명부를 확정해야 하는데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선거인명부 작성과 후보자 등록 신청까지 차질이 생겨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면 더민주당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데일리]

4. 또 멈춰선 원전에 국민은 불안하다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가 그제 갑자기 멈춰 섰다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발전본부는 27일 오전 5시 16분께 한빛 1호기 복수기에서 저(低)진공 신호가 발생해 발전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경북 울진 한울원전 1호기가 원자로 보호계통 이상으로 한 달여 동안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사고다. 특히 한빛원전은 지난해 여러 차례 가동이 중단됐던 원전단지로 작은 사고라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한빛본부는 복수기 즉, 터빈을 돌리고 남은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장치의 고무신축이음관이 일부 파손된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혔다. 고무신축이음관 파손에도 펌프는 작동해 1시간가량 복수기가 가동됐지만 파손 부위가 확대돼 복수기 진공상태가 낮아져 결국 원자로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한빛본부는 “가동 중단에 따른 방사능 유출은 없다”며 “현재 발전소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5기 원자로도 모두 정상 가동중”이라고 했다. 

원전 측 설명대로라면 다행히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미덥지 못하다. 한빛원전의 경우 유달리 가동중단 사고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3호기가 원자로 냉각재펌프 제어회로 오신호로 발전을 멈췄다. 6월에는 2호기가 원전과 송·배전 설비를 잇는 송전선로 스위치 야드에서 문제가 발생해 전기공급 이상으로 가동을 정지했다. 일 주일 만에 재가동한 2호기는 채 두 달도 안 된 8월에도 냉각재 펌프 3대 중 1대에 이상이 생겨 다시 발전을 중단해야 했다. 

원전은 한번 사고가 터지면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으로 이어진다. 옛 소련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단적인 예다. 원전 사고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100% 안전’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한수원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은 물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국민 불안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 원전단지에서 이렇듯 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빛본부의 원전 관리·운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5. 소비심리 되살릴 구조개혁 서둘러야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소득에 대한 소비 비율을 나타내는 소비성향이 지난해 71.9%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소비성향이 떨어졌다는 것은 소비자가 지갑을 굳게 닫아 쓰는 돈을 아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가계동향’에서도 이러한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014년보다 1.6% 늘어났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 증가율이 둔화하자 소비심리도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비지출은 아예 0.2% 감소했다. 가계 소득이 쥐꼬리만큼 늘어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성향 하락은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금융 불안과 수출 부진으로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가계가 지출을 늘려야 기업의 숨통이 트이고 일자리와 투자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갑을 닫으려는 현재 가계재정으로는 이러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소득 증가율이 정체인 가운데 국내 가계 빚은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소비가 좀처럼 늘어날 수가 없다.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 빠진 일본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일본인구 고령화와 은퇴를 앞둔 세대가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돈을 쓰지 않아 경제가 활력을 상실한 것이다. 현재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는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소비를 인위적으로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4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소비진작에 실패한 일본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결국 구조개혁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외에는 따로 없다. 안정된 일자리를 많이 양산해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서울신문]

6. 남의 일 아닌 일본의 첫 인구 감소

일본 인구가 지난해 사상 처음 줄었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는 5년 전보다 0.7%인 94만 7000여명이나 감소했다. 5년 단위로 인구조사를 해 온 1920년 이래 감소 기록은 처음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위기론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실제 감소세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일본 정부는 당혹스런 모양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단계별로 따라가고 있는 처지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다. 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증가 수치는 16만 3000명에 그쳤다. 자연증가는 신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수치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다. 1980년대 60만명대, 2000년대 20만명대에서 다시 16만명대로 수직감소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2028년에는 우리나라도 사망자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자연감소 사회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치다. ‘늙어 가는 사회’의 경보음이 진작에 울렸지만 내실 있는 대책 없이 시간만 보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우리 정부의 노력과 대응은 여전히 미진하다. 2006년 이후 10년 가까이 저출산 정부 대책으로 150조원을 쏟아부었으나 출산율은 0.13명밖에 오르지 않았다. 취업, 결혼, 보육이 산 넘어 산이니 출산 기피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답변의 증가세가 청소년층에서까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정책이 오히려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내지는 않는지 백번 살펴야 한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면 과감한 궤도 수정이 절실하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유연한 이민정책에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는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한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노동력 부족이 눈앞의 현실인데도 정책이나 국민 인식은 지나치게 한가한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했더니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이주를 좋지 않게 여긴다고 한다. 인구 재앙을 앉아서 당하지 않으려면 정책과 인식의 대전환은 필수 요건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

7. 러시아·중국, 대북 제재동력 떨어뜨려선 안 돼

미국과 중국 간 합의에 따라 일사천리로 급진전됐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주춤대고 있다. 최근 20년간 안보리가 내놓은 결의안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결의안 초안에 대해 러시아 측이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어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소집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아무리 늦어도 현지 시간으로 3월 1일이나 2일쯤이면 채택될 것으로 예상한다지만 러시아가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자칫 제재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측은 “많은 양의 세부 사항과 분석이 필요한 부록들을 포함하고 있어”라는 설명과 함께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초안 작성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만큼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는데 반대나 비난할 상황은 물론 아니다. 북한과 일정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결의안 통과 시 자국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하게 따져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철저히 고립된 북한에 대한 물밑지원 등의 전략적 계산이 담겨 있는 경우다. 이는 고강도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컨센서스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대북 제재에도 ‘골든타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엔이 북한의 해운·항공·무역을 모두 봉쇄하는, 20여년 만에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제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제사회가 기대했던 효과는 거두기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미·중 양국이 이번 결의안을 도출하면서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기로 합의한 데다 주민생활을 위한 교역활동은 제외하는 등 결의안 자체의 허점도 적지 않은 마당에 제재 착수 시점마저 놓친다면 북한은 코웃음 치며 핵무장 능력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 뻔하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 것은 잠깐 동안의 제재 후 협상 국면으로 바뀌어 제재가 무뎌졌던 것과 무관치 않다. 어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해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한의 질적 변화를 위해 대북 제재의 전면적 이행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은 다행스럽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돈줄을 막기 위한 이번 제재가 성공하려면 접경 지역 곳곳에서 북한과의 교역이 활발한 중국이 확실하게 채찍을 휘둘러야만 한다. 대화와 협상부터 거론한다면 제재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매일경제]

8. 통화전쟁 막을 G20 정책 공조 물 건너갔다

주요 20개국(G20) 재정·통화 정책 수장들은 지난 주말 상하이에 모여 글로벌 저성장과 금융 불안에 대한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했으나 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27일 공동성명에서 "통화 정책만으로는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며 "통화·재정·구조개혁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실효성 있는 정책 공조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컨센서스도 이뤄지지 않았다.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유로권과 일본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국내 수요를 촉진할 가능성이 낮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혁신적인 통화 정책조차 효과가 감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 확대도 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유로권 맹주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가능성을 일축했고,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도 추가적인 긴축을 시사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글로벌 통화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데도 G20가 이를 막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G20는 통화 가치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한다는 상투적인 수사만 되풀이했다. 일본의 엔저 공습과 중국의 불확실한 환율 정책에 따른 금융 불안이 심각한데도 고작 '외환시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만 추가했을 뿐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이 불러올 부정적 파급효과 문제를 제기했지만 국제 공조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G20가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버금가는 정책 공조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제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부족한 글로벌 수요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통화전쟁은 더욱 무질서하게 확산될 공산이 커졌다. 어느 나라든 통화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모두 외부 충격에 민감한 한국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우선 다음달 유로권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확대로 외환·자본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칠 것에 대비해야 한다.

9. `매경이란포럼` 제2 중동특수 점화 계기 삼자

37년 만에 빗장이 풀린 이란에 대한 전 세계 선점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본지가 한·이란 경제협력을 위해 개최하는 '매경 이란포럼'이 2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렸다. 대기업 총수와 한국 대표 기업 CEO급 100여 명을 포함해 400여 명의 한국 사절단이 참석을 희망할 정도로 이란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기를 기대하는 기업인이 많았다. 이란 기업인들도 KOTRA와 무역협회 등이 주관하는 비즈니스 상담회에 200여 명이나 참가를 신청해 한국 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기업들에 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꿈의 시장'임에 틀림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미 이란을 다녀가는 등 각국이 구애를 보내고 있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공략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인들이 대거 동참한 매경·이란포럼은 양국이 협력을 모색하고 교역 물꼬를 트는 비즈니스의 장이 될 것이다. 더구나 지난 26일 개최된 총선에서 개혁파가 압승을 거둠에 따라 이란 시장 개방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에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 등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기회의 땅'이다. 한국과 이란은 한때 연간 170억달러의 교역 규모를 자랑했지만 제재 이후 쪼그라들어 지난해에는 61억달러에 그쳤다. 29일 정부는 10년 만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테헤란에서 양국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는데 '잃어버린 교역 100억달러'를 되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서방 제재 때문에 이란의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스트럭처와 원유시설은 크게 낙후돼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 경제 제재 이전 이란은 해외 건설 수주액 기준 중동 국가 중 5위였으나 현재는 8위로 떨어진 상태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에서 평판이 좋고 기술력도 높아 '제2 중동 특수'를 일으킬 수 있는 호기다. 다만 이란 재정이 고갈된 상태이니 국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란 특수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속도가 중요한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이 돼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중앙일보]

10. 정신질환 조기 발견 못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정부가 25일 1차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을 내놨다. 3만 개가량의 동네의원을 1차 의료망으로 활용하고 진료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는 게 골자다. 전 부처가 참여해 확정한 점, 범부처 차별개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기로 한 점 등은 2012년 보건복지부 차원의 대책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한국인의 정신건강은 재차 언급할 필요 없을 정도로 좋지 않다. 4명 중 1명꼴로 우울·불안 등의 정신건강 악화를 경험한다(2011년 조사). 2011년 이후 경제성장이 뒷걸음치면서 더 악화됐을 게다. 문제가 생겨도 15%만 서비스를 이용하고 발병한 지 1년 반 후에 의사를 찾는다. 미국은 환자의 39%가 서비스를 이용한다. 영국은 발병 후 7개월 정도 만에 의료진을 찾는다. 한마디로 한국은 병원에 덜 가고 늦게 간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정신질환은 조기진단-조기대처가 중요한데 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되면 갖가지 해악이 발생한다. 경증과 중등단계 정신질환이 생기면 실업자가 될 위험이 일반인의 두세 배다. 중증은 6~7배다. 우울증이 있으면 당뇨병·암·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본인과 가족이 불행해지고, 나아가 국가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조기 발견을 위해 동네의원 인프라를 이용하겠다는데 방향은 잘 잡았다. 진료 과목 구분 없이 3만 개가량의 동네의원이 실핏줄이 돼 조기에 환자를 잡아내 치료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특히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같아서 정형외과의원이 노인의 무릎을 치료하면서 우울증을 같이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러려면 동네의원이 참여할 동기가 있어야 한다. 정신질환 환자는 진료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적절한 수가를 마련해야 하고,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낼 경우 보상해야 한다.

전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마음건강 주치의(정신과 전문의)’를 배치하려는 계획도 지금 인력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전국 224개 기초자치단체 중 정신과의원이 없는 데가 85곳(38%)에 달한다. 경남·경북·전남 등지는 이런 데가 절반이 넘는다. 안 그래도 정신과에 잘 안 가는데 ‘원정 진료’까지 할 리가 없다. 한국 인구 10만 명당 정신과 의사는 8.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런데 신규 전문의 배출이 줄고 있다. 정신과 의사나 전문간호사 등을 늘려야 한다. 원격의료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정신건강 증진의 핵심은 편견 해소다. 정신병 범주에서 경증 질환을 빼는 게 우선이다. 우울증이든 불안장애든 유형에 관계 없다. 하지만 이를 담은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2년 넘게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다. 19대 국회가 반드시 이를 처리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 정부도 2012년 계획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고 이번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진전 사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7) 졸업·입학식 축하 와인…‘고진감래(苦盡甘來)’ 의미를 담은 ‘샤토 디켐’

겨우내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봄의 소리가 들려오는 2월엔 전국의 학교에서 성대한 졸업식과 입학식이 열린다. 대학 졸업이나 입학, 결혼 또는 취업 같은 특별한 날에 와인 선물이 빠질 수 없다. 유럽의 주요 와인 생산지에선 자녀가 태어난 해에 만든 와인 중 일부는 판매하지 않고 고이 저장했다 자녀의 결혼식, 졸업식, 입학식 등 특별한 날에 선물로 주는 전통이 있다. 주로 기분을 좋게 해주는 달콤한 샴페인이나 스위트 와인이 인기가 높다.

졸업이나 입학 축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와인으로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 소테른 지역의 스위트 와인 ‘샤토 디켐’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스위트 와인 특유의 제조법에 기인한다. 스위트 와인은 포도가 더 익어 단맛을 내도록 일부러 포도 수확을 늦게 한다. 다른 포도보다 더 오래 여물어 달콤한 와인이 되는 과정이, 마치 오랜 공부를 마치고 사회로 나가는 졸업생의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떠올리게 하는 것. 단, 가격이 80만원대여서 졸업 선물치고는 고가인 점이 흠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고 오랜 추억을 담아줄 졸업 축하 와인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독일 모젤 지역의 독일식 샴페인 ‘SMW 디히터트라움 아이스바인젝트 2004’ 혹은 샤토 디켐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소테른 지역의 ‘샤토 기로’를 추천한다.

SMW 디히터트라움 아이스바인젝트는 모젤와인협회장을 역임한 아돌프 슈미트 대표가 만든 젝트(독일 스파클링 와인)다. 아돌프 대표는 지난 2006년 ‘독일 최고 젝트 생산자’로 선정된 유명 양조기술자다. 그런 그가 만든 와인이니 맛이 얼마나 좋겠는가. 디히터트라움은 최근 4년 동안 와인품평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던 젝트 중 다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최상품을 선발하는 대회에서 3번 이상 베스트 젝트로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이 와인은 추운 겨울 영하 7℃에서 얼은 상태의 포도를 수확해 양조한 아이스바인을 다시 10년 정도 효모를 접촉시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열대 과일, 꿀, 레몬, 복숭아 등의 다양한 향과 마른 과일의 깊은 단맛이 만들어진다. 아이스바인의 산미와 탄산이 살아 있어 마시는 순간 특유의 신선함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케이크, 아이스크림, 생과일 등과 특히 잘 어울린다. 가격은 8만~10만원 정도.

샤토 기로 와인은 ‘신의 물방울’에 소개된 유기농 귀부 와인이다. 2011년 소테른 지역에서 최초로 유기농 인증서를 취득했다. 1981년 세기의 결혼식이었던 영국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식 공식 디저트 와인 자리를 두고 특1등급(Premier Cru)의 샤토 디켐과 자웅을 겨뤄 유명세를 탔다. 2006년 프랑스 자동차 기업인 푸조가 와이너리를 인수·운영하면서 품질이 더 좋아졌다는 평이다. 2012년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2009년 빈티지가 5위로 선정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보트리티스 시네레아, 즉 귀부병(포도가 무르익을 때 포도 껍질에 생성되는 곰팡이의 일종)에 걸린 포도송이를 엄선해 손으로 수확하고 오크통에서 3주~2개월간 발효시킨다. 이후 50% 정도를 약 18~24개월간 새 오크통에 숙성시킨 후 병입한다. 특이한 점은 다른 샤토에 비해 소비뇽 블랑의 블렌딩 비율이 높다는 것. 보디감이 진하고 진득한 꿀, 마멀레이드, 오렌지, 복숭아, 열대 과일, 페트롤(석유) 향이 일품이다. 디저트,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과 궁합이 좋다. 가격은 6만~8만원대.

대학 입학생에게 추천하는 와인은 칠레 마이포 밸리의 ‘모란데 그란 레세르바 2014’다. ‘한 그루의 작은 나무가 울창한 숲을 만든다’는 의미의 이 와인은 대학에서 열정을 갖고 공부하면 졸업 후 사회에서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모란데는 세계 5개 대륙, 35개국 이상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는 칠레의 대표 와인이다. 과일향이 풍부하며 오크의 풍미를 받쳐주는 순한 타닌의 지속감과 우아함이 훌륭하다. 스테이크, 갈비찜 등과 아주 잘 어울린다. 가격은 3만~3만5000원대.


2.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첫 내한 3대 바리톤 ‘토마스 햄슨’ 음색·연기·외모 갖춘 ‘성악계 신사’

성악가. 이 중 오페라 가수들은 참 매력적인 존재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등 여성 가수는 물론 테너, 바리톤, 베이스를 맡는 남성 가수의 ‘아름다운 묵직함’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 20세기를 풍미했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3대 테너에게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그 때문일 터. 3대 테너도 이제 한 사람은 가고, 한 사람은 건강이 안 좋다. 유일하게 도밍고만이 활동 중이다. 아쉽고 허전한 일이다. 

21세기는 이제 3대 바리톤 시대다. 3대 테너의 뒤를 잇는 테너 가수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리톤 시대가 열리는 모양새로 더욱 흥미롭다. 3대 바리톤은 미국 출신 토마스 햄슨, 영국 출신 브린 터펠, 이름 외우기가 참 어려운 러시아 출신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등이다. 이 중 토마스 햄슨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온다. 3월 2일 예술의전당에서다. 이미 내한한 바 있는 터펠과 흐보로스톱스키와 달리 햄슨은 첫 한국 방문이라 눈길을 모은다. 

바리톤은 오페라 가수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노래와 연기 외에도 특별히 외모까지 요구된다. 오페라 속에서 바람둥이 역할을 가장 많이 하며, 극 주인공인 소프라노와 테너를 위기로 모는 음모꾼이거나, 극 전체의 틀을 끌고 가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햄슨은 그런 점에서 가장 ‘최적화된 바리톤’으로 꼽힌다. 

아름답고 묵직한 음색 못지않게 배우 같은 연기력, 귀족 같은 수려한 외모와 190㎝를 넘는 큰 키까지. 바리톤으로서 그는 모든 것을 갖춘 가수다. 

덕분에 오늘날 세계 유수의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에서 햄슨은 특유의 연기력, 시원시원한 발성으로 현존 3대 바리톤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뉴욕필하모닉으로부터 임명된 첫 번째 ‘상주 음악가(Artist in Residence)’고, 미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비엔나 슈타츠오퍼로부터 ‘캄머쟁거(궁정가수·Kammersanger)’의 칭호를 받았다. 

햄슨의 매력은 베르디의 ‘맥베스’나 ‘돈 카를로’에서의 열연, 안나 네트렙코와 롤란도 비야손과 함께 환상의 호흡이라는 평을 받은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 푸치니 ‘토스카’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그의 오래된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볼프람 리거와 함께하는 이번 내한공연은 세계의 찬사를 받았던 2015년 카네기홀에서의 프로그램을 다시 재연해 ‘전쟁의 울음과 한탄’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독일 근대음악의 거장인 R. 슈트라우스가 아내에게 바쳤던 ‘은밀한 초대(Heimliche Aufforderung)’부터 세계 평화를 위한 ‘쉬어라, 나의 영혼이여(Ruhe meine Seele)’ 등 다양한 음악을 표현할 예정이다. 햄슨의 첫 내한에서 그의 오페라 아리아를 듣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약간 있지만 오히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묵직한 무게의 무대라는 점에서 더 기대가 된다. 그가 특별히 내건 주제 또한 최근 여러 가지 어수선한 정세를 겪고 있는 한국을 고려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성악계의 신사로 불리는 그가 들려줄 가곡의 유려하고 진지한 감동이다. 3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3. [매경이코노미][HEALTH] 소두증 공포의 주범 ‘지카 바이러스’ 수혈·성접촉 전파…브라질·태국 여행 조심

브라질에서 발생한 소두증 신생아 수가 지난 2월 17일 500명을 넘어섰다. 일주일 새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소두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두증은 선천성 기형으로 머리 둘레 약 48㎝ 이하, 10세 이하 소아는 평균 머리 둘레보다 약 5㎝ 작은 경우에 해당한다.

소두증이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는 있지만 아직 정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지진 않았다. 임신 중 풍진을 비롯해 소두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원인은 다양하다. 뚜렷한 원인 없이 소두증이 발생되기도 한다.

김태형 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에게서 소두증이 관찰된 사례 자체가 많지 않으며, 현재 증가하는 신생아 소두증 가운데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는 내용만 갖고 상관성을 추측할 뿐이다. 소두증 환자 중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의 구체적인 비중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은 ‘이집트숲모기’. 우리나라에선 이집트숲모기 서식이 관찰된 바 없다. 유사 모기로 흰줄숲모기가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흰줄숲모기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국내 발생 가능성을 확정 짓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종숙주(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기생하는 곳) 동물과 전파 매개체(모기), 그리고 기후와 같은 계절적 요인까지 삼박자가 모두 맞아야 전파된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에선 크게 유행했지만 바로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선 나타나지 않았듯, 실제 사례가 관찰되기 전까지는 바이러스 유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도 “현재는 흰줄숲모기 활동 시기가 아니며, 국내에는 아직 지카 바이러스가 없기 때문에 여행 이력이 없는 국내 임신부에게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소두증 신생아 출산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 감염자와의 일상적인 접촉만으로 전염되지는 않지만 모기에 물리거나 드물게 감염자 피를 수혈받은 경우, 또는 성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때문에 임신부는 바이러스 발생 국가로의 여행을 당분간 자제하고, 발생 국가를 다녀온 경우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귀국 후 한 달간은 헌혈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남성은 피임기구를 사용하고 가임 여성은 한 달간 임신을 연기하는 것이 좋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의 주된 증상은 갑작스러운 발열과 관절통, 결막염이다. 대개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판단하긴 어렵다. 최근 발생 지역인 브라질, 태국과 같은 관련 국가를 여행한 직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겪은 메르스의 기억 때문에 이번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는 호흡기로 대인 전파되는 메르스와 달리 일반적인 접촉만으로 감염되지 않으므로 너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4. [이데일리][신현상의 신의 커피]②맛있는 커피를 찾는 여정, 나만의 원두 찾기

[신현상 쟈뎅 수석로스터] 최근 스페셜티 커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콩 재배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이 엄격하게 관리되는 커피로, 일반 원두커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커피 제3의 물결’로 주목받으며 국내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커피맛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커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구분하고 개인마다 취향에 맞는 원두를 찾고 즐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공인된 스페셜티 커피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 맛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스페셜티 커피를 찾을 수 있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고가의 유명한 커피가 아닌 내 입맛에 꼭 맞는 커피라 해도 무방하다. 자신의 커피 취향을 파악하기 전에 우선 다양한 원두의 특성을 익혀야 한다. 원두가 커피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는 품종에 따라 크게 아라비카 종과 로부스타 종 2가지로 나뉜다. 아라비카 원두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가장 대중적인 품종으로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브라질 등 열대 지역에서 재배된다. 다른 원두에 비해 단맛과 신맛이 강하며 향기가 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 품종에 속한다. 대표적인 아라비카 원두로는 중남미의 브라질과 콜롬비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케냐 그리고 카리브해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등이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급경사 지역에서 자라는 원두로 강한 신맛에 독특한 향기를 자랑한다. 부드러운 맛과 은은한 꽃향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에티오피아를 추천한다. 커피의 여왕이라 불리는 블루마운틴은 카리브해 자메이카섬 블루마운틴 산비탈에서 생산된다. 커피 특유의 신맛과 함께 우아한 초콜릿 향이 어우러진 고급 원두다. 케냐에서 수확하는 커피는 강렬한 과일향과 바디감이 특징이다. 다른 아프리카 원두와 마찬가지로 신맛이 강한 편이다.

로부스타 원두는 주로 베트남에서 생산되며 다른 커피 열매에 비해 훨씬 단단하다. 아라비카에 비해 구수함과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2배 정도 높으며 향기가 약하다. 일반적으로 로부스타는 강한 쓴맛을 줄이고 높은 바디감을 살리기 위해 부드러운 아라비카 품종과 블렌딩된다. 

하지만 묵직한 바디감과 강한 커피 맛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로부스타 단일 원두에 시럽 등을 넣어 독특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 별미 중 하나로 로부스타에 연유를 섞어 마시는 아이스 커피가 있다. 쓴맛 뒤에 이어지는 부드러움과 달콤함으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필자가 처음 방문했던 커피 산지는 세계 최대 커피 산지인 브라질이다. 비행기로 총 24시간이 걸려 상파울로에 도착한 뒤 다시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 생애 첫 커피나무를 만났다. 나무의 가지 끝에 달린 커피 열매를 보고는 바로 한 알을 따서 입으로 가져갔다. 열매를 머금고 있으니 달콤한 점액질과 함께 싱그러운 풀냄새, 커피 열매의 싱싱한 과육이 느껴졌다. 감격스러운 순간을 더 기억하고 싶어 커피나무 아래 흙을 한 움큼 집어 향을 맡아보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 그 열매의 맛과 흙의 향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생애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14세 소녀가 손님을 위해 로스팅, 분쇄, 추출까지 에티오피아 전통 방식을 따라 정성껏 내려준 커피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이후 여러 산지를 돌아다니며 쟈뎅에서 만든 한 잔의 커피로 사람들에게 한 잔의 행복을 전할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해오고 있다.


5. [한국일보]영화 ‘스파이 브리지’ 주인공 제임스 도노번 태어나다

톰 행크스 주연의 스티븐 스필버그 신작 ‘스파이 브릿지(Spy Bridge)’는 1957년 6월 체포된 소련 스파이 루돌프 이바노비치 에이블(1903~1971)을 변호해 사형을 면하게 하고 소련에 체포된 미국 첩보원과의 스파이 교환 비밀협상을 성사시킨 미국 변호사 제임스 도노번(James B. Donovan)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57년이면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제조 기밀을 소련에 넘긴 혐의로 사형을 당한 지 4년 뒤. 핵 냉전의 공포와 반공주의가 극에 달한 때였다. 영화는 당시 소련 간첩을 변호하는 일이,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핀치가 흑인 청년 로빈슨을 변호하던 것 못지않은 용기와 자존을 요구하는 일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도노번은 다들 마다했던 에이블의 변호를 맡아, 시늉만 하라는 주문을 무시하고 헌신적으로 변호했다. 미 수정헌법 6조는 형사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는 FBI의 증거 수집 절차가 수정헌법 4조(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 금지) 위반이라며 증거능력을 항변했고, 재판에서 가망이 없자 그를 살려두는 게 스파이 교환 등 예상되는 국면에서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판사를 설득도 한다. 57년 11월 재판부는 에이블에게 사형이 아닌 30년 형을 선고했고, 도노반은 항소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도노번은 에이블이 적이라는 이유로 범죄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비겁자는 아니었다. 전장을 버리고 도망치지도, 자신의 존엄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우리도 그에게, 우리의 법치와 민주주의 시스템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냉전의 가장 위대한 무기가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대사 수정)62년 미국 신예 첩보기 U2가 소련 영공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 조종사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가 소련 법정에 서게 된다. 기밀 누설을 염려한 미ㆍ소는 동독에서 비밀 교환 협상을 시작하고, 미 당국은 도노번에게 협상을 의뢰한다. 영화는 도너번의 에이블 변호와 저 협상 과정의 활약상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제임스 도노번은 1916년 2월 26일 태어났다. 하버드 법대를 나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검찰로 참여했고, 50년 동료와 뉴욕서 로펌을 차려 보험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역시 변호사였던 그의 형 존(1913~1955)은 51년 뉴욕 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심장마비로 숨진 55년까지 재직했다. 제임스 도노번은 61년 4월 피그만 침공(미국에서 훈련받은 쿠바 망명자들의 카스트로 정부 전복 작전) 실패로 쿠바에 억류돼 있던 포로 교환 협상 임무(62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그 해 말 뉴욕주 민주당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1970년 별세. 영화의 또 한 명의 주인공 에이블은 모스크바로 돌아간 뒤 KGB의 해외 첩보원 양성 책임자로 일했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2월 29일 신문 브리핑 #

"감사는 곧 사랑이다. 감사할 줄 모르면 이 뜻도 알지 못한다."
- 김현승 시인


<< 정치/외교 >>
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8일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할 선구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함
- 농어촌 지역구 의원의 반발과 여야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법정 제출 시한(지난해 10월13일)을 139일 넘김

2. 19대 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 법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노동개혁으로 기대됐던 37만개의 추가 일자리도 사라질 위기에 처함
-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29일~3월10일로 예정돼 있지만, 야당은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3월10일까지 예고해 놓고 있으며 여당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임


<< 경제 일반 >>
1. SK하이닉스가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양산에 들어감
- 3D 낸드는 정보를 저장하는 셀을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쌓아 용량과 속도를 대폭 개선한 제품임

2. 카카오가 스마트폰으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를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 카카오 드라이버를 오는 5월께 출시함
- 콜택시 앱 카카오택시의 성공에 힙입어 대리운전사업으로 수익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서, 카카오는 최근 내비게이션 서비스 김기사의 기술을 활용한 카카오내비도 출시하는 등 교통관련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크게 확대하고 있음


<< 금융/부동산 >>
1.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들어 약 4조7000억원어치를 팔고 나간 것으로 확인됨(한국은행 집계)
-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채권의 5%에 달하는 규모로서, 매각액으로는 2010년12월(5조3000억원) 후 최대치임

2.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은행은 지난 24일 정기예금 금리를 상품별로 최소 0.05%포인트에서 최대 0.15%포인트까지 하향 조정했으며, 국민은행도 29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일괄적으로 0.1%포인트 인하하고, 신한.농협.우리 등 다른 은행도 정기예금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음
- 이처럼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은 갈수록 하락하는 시장금리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국내 수출이 급감하면서 한국은행이 연 1.5%인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음

3.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활용해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자문가)업체 쿼터백투자자문은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유치한 고객 계좌에서 평균 2%대 수익을 거뒀다고 28일 밝힘
- 같은 기간 국내 주요 주식형펀드 및 국내외 자산배분형 펀드의 수익률은 이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냈으며, 833개 국내 주식형펀드는 -3.38%의 평균 누적 수익률을 기록함

4. 한국에서도 이르면 올 연말부터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활용해 스타트업 기업 등 비상장 주식을 장외에서 사고팔 수 있게 됨
- 증권사나 장외거래소를 통하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일반 개인들끼리 주식매매가 가능해져 중개수수료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거래도 활발해질 전망임 
* 블록체인 :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 대 개인(P2P) 방식으로 여러 이용자의 컴퓨터를 연결해 주식 채권 등을 거래하는 신종 금융기술

5. 상암DMC에 기업들이 차례로 입주하면서 유동인구가 늘고 상권도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음
- 서울 시내 주요 업무지역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로서, 젠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13.5%에 달했던 오피스공실률이 지난해 4분기 10.3%로 떨어짐


<< 국제 >>
1. 미국 민주.공화 양당의 대통령선거 경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경선 4차 관문에서 각각 74%와 46%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각각 2연승과 3연승을 달성함
- 이에 관심은 이들이 경선 최대 승부처인 '슈퍼화요일(3월1일)'에 승리해 '매직 넘버(대의원 과반)' 달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장외거래(outside dealing , 場外去來)
- 정규시장인 유가증권시장과 협회중개시장(코스닥시장) 이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증권거래를 말하며, 주로 증권회사 창구를 통하여 증권업자와 고객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뜻에서 점두거래라고도 함.
매도 측과 매수 측이 직접 증권과 대금을 상호 교환하는 것이 특징임. 
장외거래의 경우 주로 비상장주식을 대상으로 하나, ECN(장외전자거래중개시장)에서는 상장주식도 거래되며, 상장주식 중 거래단위 미만의 단주도 장외에서 거래됨.
채권의 경우 전환사채와 일부 국공채를 제외하고 대부분 장외에서 거래되어 장외거래가 장내거래보다 많음.
장외거래에서 매매거래와 결제방법 등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고 금융감독원이 감독한
- 출처 : 시사경제용어사전, 기획재정부, 2010. 11., 대한민국정부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2월 26일 신문 브리핑 #

*바쁜관계로 요약 정리만 하였습니다

1.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 등 정치·사회학자 5명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 진원지는 '빈부격차'이며, 이에 따른 계층갈등이 한국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함. 이는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105명을 인터뷰해 작성됨.

2. 북한 정찰총국과 핵·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원자력공업성 및 국가우주개발국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미국과 중국이 합의함. 결의안에는 북한의 무역·금융회사 등 30여 곳을 제재하는 내용도 포함됨.

3. 강면욱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기업 중 배당성향이 7% 이하인 상장사에 대해 주총 전 배당확대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힘. 그는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에 대해선 의결권 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강조함.

4. 대만 훙하이가 일본 샤프를 인수함. 훙하이는 7000억엔(약 7조70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하는데, 일본 전자 대기업이 해외에 팔린 건 처음임. 훙하이는 샤프의 액정패널 백색가전 기술력을 앞세워 삼성과 LG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전망됨.

5.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물품·용역 구매 과정에서 '갑질'을 일삼는 것으로 나타남. 이들이 구매하는 조달규모는 77조원에 달하는데 과도한 입찰 기준을 내세워 신생 중소기업들의 참여를 봉쇄하고 있음. 일례로 '서울에 있는 업체일 것' '정부 부처 외 납품 실적은 인정 안함' 등의 기준을 요구함.

6. 26일부터 계좌이동제 3단계가 시행돼 은행 창구나 인터넷뱅킹을 통해 간편하게 주거래은행 계좌를 바꿀 수 있게 됨. 또 월세나 적금처럼 소비자가 금액과 납부 주기를 정하는 자동송금에 대해서도 출금 계좌를 바꿀 수 있음. 

7. SK그룹이 회장과 부회장 등 고위 임원 퇴직금을 대폭 줄이기로 함. 퇴직금 지급률이 줄어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7명의 퇴직금이 3분의 1 가량 삭감될 것으로 보임. 최근 SK그룹의 임원 퇴직금이 과도하다는 비난 여론을 감안해 최 회장이 결단한 것으로 알려짐. 

8. 내년부터 내과, 가정의학과 등 동네의원에서도 정신건강에 대한 진단을 받을 수 있음. 정신과병원 방문을 꺼리는 풍조를 해결하기 위해서임. 진단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나 지자체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음.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2016년 2월 26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더민주 ‘컷오프’ 정치권 변혁 기폭제로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의원 10명을 4·13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5선의 문희상 의원과 4선의 신계륜 의원, 3선의 유인태 의원과 노영민 의원이 포함됐다. 문 의원과 유 의원은 참여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지냈다. 노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이다. 역시 ‘컷오프’에 포함된 김현 의원은 춘추관장을 역임했고, 임수경 의원도 대표적 운동권 출신 친노 인사다.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은 비판받아 왔던 친노패권주의를 불식하는 차원을 넘어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에도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가 결코 과장은 아니라고 본다.

더민주는 애초 현역 의원의 20%를 탈락시킨다는 방침이었다. 지역구 의원 21명과 비례대표 4명 등 모두 25명이 대상이 돼야 했다. 하지만 탈당과 불출마 선언이 늘어나면서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설명이었다. 한편으로 탈락 의원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내용에서는 애초 관측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물론 공천 배제가 결정된 의원 중에서도 탈당하고 국민의당으로 옮기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고민하는 의원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사실상의 ‘정치적 사망선고’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몇몇 중진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민주의 결정은 정치 개혁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를 수용했다는 것이 일반 정서다. 그럼에도 공천 개혁에 동참해야 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문제의식을 가다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은 “거기는 무식하게 대놓고 싹둑 잘라 버린다. 우리는 하나하나 솎아 낸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김정현 대변인도 “이런 식의 잘라 내기가 정당 정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지 강한 의문이 든다”며 평가절하했다고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반응과는 거리가 멀다.

19대 국회는 헌정 사상 최악의 무능 국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대 국회에서는 공천 단계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더민주도 아직 끝이 아니다. 3선 이상 중진의 50%와 초·재선 30%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력 평가에서는 더욱 냉정한 ‘컷오프’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공천 주도권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멈추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공천에서부터 개혁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 “국민안전처에 테러정보 수집권” 주장 난센스다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으려는 야권의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어제 사흘째 이어졌다. 그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 동안 발언하는 진기록을 세우는 동안 이를 주도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회의장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이로 인해 테러방지법은 물론 오늘 공직선거법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필리버스터를 합법화한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한 ‘정치쇼’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려다가 자칫 선거구 획정이 지연돼 4월 총선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될 판이다.

야당 의원들이 한국판 기네스북 기록을 갈아치우려는 듯 경쟁적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서고 있지만, 테러방지법은 박근혜 정부가 원조는 아니다. 2001년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테러 이후 대다수 국가들이 유사한 내용으로 입법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국가정보원에 대테러센터를 두는 테러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테러방지법을 추진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더민주가 집권 시절과 정반대 논리로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국내 정치 개입과 수사권 남용 등 국정원의 원죄가 있는 건 사실이다. 여야가 그간 협상에서 대테러센터를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합의한 것도 그런 우려를 고려한 결과다. 국민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한 대테러 인권보호관 신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테러정보 수집권을 국민안전처에 주자는 더민주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신설 부처인 국민안전처에 현행 국정원 수준의 정보 수집 능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어제 더민주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국정원의 권력남용과 인권침해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일정한 장치가 마련되면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상설 전임위 전환을 요구하면서다. 작금의 야권 필리버스터에 대해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일종의 ‘출구전략’을 마련한 제안이라면 다행일 게다. 여야가 권한남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 도입에는 합심해야겠지만, 정보기관의 전비(前非)를 부풀려 존재 이유 자체를 부인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야권은 47년 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라는 정치게임에 대해 국민 일각에서 잠시 관심을 보이는 것을 두고 마치 총선 승기를 잡은 양 착각해선 큰코다칠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3. 대북 강경 제재안 비핵화 실현으로 이어져야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초안에 합의했다. 유엔 안보리는 오늘 회의를 열어 결의안 초안을 논의한 뒤 이달 안에 대북 제재 결의안을 최종 채택할 방침이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대북 제재안은 중국의 북한 광물 수입 중단과 중국 은행들의 대북 금융거래 차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북한의 돈줄 차단에 초점이 맞춰졌다. 항공유 공급 중단을 비롯한 원유 공급 제한과 북한 선박의 국제항구 접근 제한 등 해운 제재, 북한 항공의 유엔 회원국 영공통과 금지 등이 망라돼 있다. 그동안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했던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나 대북 금융거래 차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제재안을 포함해 역대 어느 대북 제재보다 강력하고 실효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북 제재 결의안이 발효되면 북한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뻔한 상황이라 안보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난달 6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 달 보름 이상 갑론을박을 벌였던 대북 제재안이 최종 합의됨에 따라 이제 국제사회는 실효적인 실천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이에 대한 응징으로 채택한 숱한 대북 제재안들이 종국적으로 실패했던 이유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북한의 수출 가운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90%에 이르는 상황에서 중국이 직접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북 제재 효과를 높이려면 한국과 미국의 단단한 공조를 지렛대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실천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질서를 좌우하는 미국과 중국이 북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 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쳤던 외교전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북핵·미사일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대국의 국가 전략에 따라 우리의 국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우리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주한 미군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등 초강경 대북 전략에 착수했지만 미국은 “비핵화만 되면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사드 배치에 급급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충격을 줬다. 입을 맞춘 듯 미국은 사드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발표 예정 20분 전에 연기를 통보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안보 주권 차원의 결정도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외면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추궈훙 주한 중국 대사 역시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며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 힘이 지배하는 국제 외교의 현주소다.

북핵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외교가 유연하고 전략적이지 못하면 한반도는 냉전 시기 강대국의 대결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역학 관계가 얽힌 한반도 정세를 풀어 가려면 자제력을 잃지 않고 상황을 주도하는 냉정한 자세가 절실하다.

[동아일보]

4. 더민주 김종인, 햇볕정책과는 다른 대북정책 내놓아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으나,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는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호남과 중도층을 겨냥해 “낡은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호남에서 제2, 제3의 김대중(DJ)으로 자라날 차세대 지도자를 키워 ‘호남불가론’이 사라지게 하겠다는 각오는 국민의당에 밀리고 있는 호남에 대한 구애(求愛)다.

더민주당은 4월 총선에서 호남에서는 안철수 의원 등이 이끄는 국민의당과 혈투를 벌여야 한다. 피차 호남 선거에서 실패하면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후보 단일화 같은 야권 연대가 안 되면 새누리당 및 국민의당과 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중도층, 나아가 개혁적 보수층을 공략하지 않고는 승산이 낮다. 

선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실천이 따라야 한다. 김 대표가 진정 북한 핵에 대한 우려에서 햇볕정책의 종언으로 간주되는 ‘대북정책의 진일보’를 언급했다면 우선 더민주당이 그간 북을 두둔했던 행태부터 반성해야 옳다. 북의 대남 도발과 핵·미사일 개발에 분명한 어조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북한인권법 처리도 지체할 이유가 없다. 당장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테러방지법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북핵에 맞서는 햇볕정책의 대안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더민주당이 낡은 과거와 단절하고 대안정당이 되려면 당에 깊숙이 뿌리 내린 친노 패권주의와 운동권 체질의 청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결과가 민생과 경제, 안보 관련 입법의 발목잡기로 나타났다. 낡은 체질 개선은 구호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어야 가능하다. 더민주당이 그제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 현역 의원 10명을 발표했지만, 정작 정청래 의원처럼 진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을 일삼거나 운동권 체질에 찌든 인사들은 대부분 빠졌다. 

김 대표 체제의 더민주당은 3선 이상 중진 50%, 초·재선 30%를 대상으로 정밀심사를 벌여 추가로 공천 배제자를 가려내겠다는 각오다. 어제 운동권 출신의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광주 북갑 강기정 의원 지역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정해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공천혁신’이 아니라 ‘공천쇼’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것이다.

5. 초등 1, 2학년 영어수업 금지가 옳다는 비현실적 헌재

헌법재판소는 어제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영어 과목 개설을 금지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고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고시는 영어 과목에 대한 사교육의 지나친 과열을 막기 위한다는 정당한 목적이 있고 초등학교 3∼6학년에게는 영어 과목을 인정하고 있어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2013년 교육부는 초등교육과정 고시에 1, 2학년 과목 중 영어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1, 2학년 대상으로 영어 교육을 하는 서울 영훈초 등에 2014년부터 수업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영훈초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관 9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내려진 헌재 결정이지만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 과목 금지가 사교육 과열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는 판단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적잖은 학부모들이 이미 유치원 때부터 자녀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다시 영어를 배운다. 초등학교 1, 2학년에서만 영어 교육을 금지하면 학교 밖에서 영어 교육을 시키게 된다.

초등 1, 2학년에서 영어 교육을 하는 곳은 대부분 사립학교다. 공립초등학교는 수업료를 한 푼도 내지 않지만 사립초등학교는 분기당 85만∼170만 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공립초등학교보다 영어 교육을 훨씬 잘 받을 수 있고 사교육으로 영어 교육을 시키는 것보다는 돈이 덜 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공교육 체계하에서 한글을 처음 접하는 시기로 이때 영어를 배우면 한국어 발달에 장애가 올 수 있다는 헌재의 판단도 전제부터 비현실적이다. 오늘날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한글을 처음 접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외국에서 이중언어(bilingual) 초등학교가 많은 걸 보면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배운다고 언어 장애가 오는 것 같지도 않다. 학부모의 선택에 맡겨서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왜 국가가 일률적으로 규제하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데일리]

6.평균 2400만원씩 빚 떠안은 국민들

가계 빚이 마침내 1200조원대를 넘어섰다.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해 말로 1207조원을 기록했다는 게 한국은행의 발표다. 이를 우리 전체 인구 수인 50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약 2400만원씩 빚을 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4인 가구로 따진다면 가구당 평균 1억원에 가까운 빚더미를 깔고 앉아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가 진작에 1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지만 공식 수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도한 빚은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서 경제 전반에 부담을 끼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찮게 여기기 쉬운 가계부채가 자칫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뇌관으로 불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음이 제기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벌써 몇 해 전부터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거듭 경고해 왔기 때문이다. 빚으로 경기를 떠받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가계부채가 늘어날수록 경제 흐름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계부채가 지난 1년 사이에 지나치게 늘었다는 점이다.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말 1085조 3000억원에서 1년 사이에 사상 최대인 121조원 규모나 증가한 점만 봐도 그렇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빚 폭탄’이 팽창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취약한 경기의 숨통을 짓누르게 된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의 3% 경제성장 달성 목표도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부채가 폭증하는 데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와 이에 따른 주택담보 대출규제 완화 탓이 크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아파트 소유자 10명 가운데 7명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저신용자들에 대한 위험성 대출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야만 한다. 부동산 정책으로 내수를 부양하기보다는 수출 확대 등 경제활성화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7.급증하는 노인진료비 대책 있는가

노인 진료비가 갈수록 우리 사회에 큰 부담으로 다가서고 있다. 노인 연령층이 급속히 늘어나는 이상으로 노인들의 진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존립을 위협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5년도 진료비심사 실적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는 모두 622만명으로 인구의 12.3%에 이르지만 이들의 진료비는 21조 4000억원으로 전체의 36.8%나 차지했다.

지난해 노인 가입자는 3.6% 늘었으나 노인 진료비는 10.4%나 뛰어 전체 증가율 6.4%를 크게 웃돌았다. 2010~2015년의 추세에서도 노인 가입자 비중은 2.1%포인트 올랐으나 노인 진료비는 5.2%포인트나 치솟았다. 이에 따라 1인당 노인 진료비는 지난해 344만원으로 전체 평균(115만원)의 3배였고, 특히 70세 이상의 진료비는 392만원이나 됐다. 이쯤 되면 혜택은 별로 못 누리면서 보험료로 매월 수십만원씩 내야 하는 청장년층의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노인 가입자와 진료비 증가는 국제적 현상이지만 우리처럼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의 경우에는 얘기가 또 달라진다. 한국은 2000년 노인인구 비중 7.2%로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데 이어 2017년 14.0%로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사회에 각각 진입할 전망이다. 노인인구 비중이 40%선까지 오르는 2060년에는 노인 진료비가 올해 나라살림 규모(386조원)에 육박하는 337조원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추정도 나와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잖아 노인 진료비가 건강보험 재정은 물론 국가 재정에 대재앙으로 떠오르며 세대 충돌을 유발할 게 뻔하다. 국가 차원의 노인건강 증진 대책이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미 2009년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이 펼치는 다양한 노인정책은 우리에게 훌륭한 참고자료다. 노인들 스스로도 노력해야겠지만 정부도 이들이 운동·금연·절주 등을 통해 건강한 노후를 누리도록 유도하고 미국의 메디케어 같은 노인의료지원제도 도입도 적극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앙일보]

8. 당사자도 모르는 카카오톡 압수수색은 인권침해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고 카카오톡 서버에서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위법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인터넷 메신저 압수수색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용규 판사는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대학생 용혜인(26)씨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대한 검경의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낸 준항고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그제 밝혔다. 용씨는 2014년 5월 세월호 피해자 추모집회를 여는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상은 이틀간 카카오톡 대화방 57개의 대화 내용이었다. 용씨는 1년 후 재판 과정에서 압수수색 사실을 알게 되자 취소 청구를 했다.

법원이 압수수색 취소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김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시 ‘급속(急速)을 요할 때’는 피의자에게 알려주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지만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과 계정 정보는 피의자가 은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급속을 요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카카오톡에는 내밀한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 실사용자 수가 지난해 말 4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터넷 메신저 이용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호흡하듯 메신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바일 시대에 수사기관이 사용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화 내용을 들여다본다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A4 용지 88쪽에 달하는 용씨의 카카오톡 대화에는 이름만 올렸던 단체카톡방 대화나 용씨가 동생에게 ‘세탁기를 돌려달라’고 부탁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범죄 수사에 필요하다 해도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법 원칙이다. 이 원칙을 넘어 범죄와 무관한 사생활까지 넘나든다면 그것은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검찰은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명확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


9. 미·중 강력 대북제재 합의…사드 전략적 접근을

미국과 중국이 24일(현지시간) 강도 높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에 합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 정찰총국·원자력공업성 등 핵·미사일 개발에 참여한 관련 부서 및 주요 인물 30여 대상이 제재 목록에 추가됐다고 한다.

이는 기존 제재에도 포함됐던 거라 그리 새로울 건 없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투기용 항공유 공급 중단을 비롯, 석탄과 철광석 등 광물 수입 금지 등 전에 없던 강력한 응징수단이 상당수 포함될 거라는 사실이다. 핵·미사일 관련 부품의 선적이 의심되는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북한 항공기의 유엔 회원국 영공 통과 금지 등 다른 방안도 예사롭지 않다. 얼마나 철저히 지켜질 것인가가 여전히 문제지만 솜방망이 제재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건 틀림없어 우리로서도 크게 반길 일이다.

물론 여기에는 즉각적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 등 우리의 강경 대응이 한몫했을 게다. 부정적인 중국 내 대북 여론도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우리는 사드 배치와 중국의 강경 대응을 맞바꿨을 거라는 ‘미·중 빅딜설’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드 배치와 대북제재는 별개 사안”이라는 게 그동안 되풀이돼 온 한·미 양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만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략적으로 얼마든지 연계해 다룰 수 있는 사안인 까닭이다.

미·중이 두 사안을 놓고 막후 협상 중이란 징조는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존 케리 국무장관 발언부터 그랬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드 배치에 급급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입장을 감안해 얼마든지 사드 배치에 유연해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된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돌연 미뤄진 것도 중국 때문이란 관측이 나돈다.

이런 판에 우리만 앞뒤 보지 않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다 없던 일이 되면 그런 낭패가 없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쐈음에도 별 대응수단이 없어 결국 사드 배치 카드를 꺼내야 했던 정부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미·중 고공전 끝에 사드 배치가 유야무야된다면 얻는 것 없이 중국 인심만 잃는 꼴이 된다.

결국 사드를 들여오더라도 중국과의 문제는 미국이 맡아 풀게 하는 게 낫다. 사드 포대는 미국이 유사시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들여온다. 그러니 그 혜택을 직접 볼 미국이 중국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사드 배치를 처음으로 주장한 것 역시 주한미군 측이었다. 우리는 동유럽 내 미사일방어(MD) 배치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시 MD 계획에 반대했던 러시아를 다룬 건 배치국 폴란드·체코가 아닌 미국이었다.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미국이 사드 카드를 신중하게 다룰 분위기라면 우리 역시 이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옳다. 바람이 바뀐 줄도 모르면서 불로 치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10. 갈등 봉합하고 세계 최고의 제주민군복합항 되길

‘21세기 청해진’이라 불리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 준공식이 오늘 열린다. 1993년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23년, 2007년 강정해안으로 부지가 선정된 지 9년 만의 결실이다. 지난해까지 1조765억원이 투입돼 49만㎡(14.9만 평)의 면적에 잠수함 3척을 포함, 군함 20여 척과 15만t급 초대형 크루즈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규모다.

제주해군기지는 물동 교역량의 99%가 해상교통로를 이용하는 한국의 남방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해양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한국 해군의 모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와 함께 아시아 최고의 크루즈 거점항인 중국 상하이에서 20시간 내에 도착 가능한 유일한 항구라는 지정학적 이점으로 한·중·일 크루즈 항로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 경우 2025년까지 1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크루즈 관광객 수용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준공에 이르기까지 제주해군기지는 평화와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과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지금까지 찬반으로 입장이 갈린 친척들이 제사까지 따로 지낼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으며 강정마을에 남아 있는 소수의 활동가들이 여전히 반대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우리가 치른 비용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은 제주해군기지의 완벽한 성공밖에 없다. 미국 하와이, 호주 시드니, 프랑스 툴롱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자 휴양지인 항구들은 모두 대규모 군항이 함께 있는 민군복합항이다. 평화란 안보라는 반석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해군도 부산 제3함대 기지 건설에서 얻은 노하우를 적극 발전시켜 ‘오염 제로’를 위해 노력해 환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많은 세계인이 새로 제주 민군복합항의 탄생을 관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군과 지역주민, 국민 모두 합심해 세계 최고의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향해 힘차게 닻을 올려야 할 때다.


주요 신문칼럼


1.[이데일리][목멱칼럼]소셜미디어는 소셜한가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자살을 준비해왔던데.”백화점 과장 영수(김인권 분)는 회사에서 상사 눈치, 집에서 가족들 눈치를 보며 격무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을(乙)이다. 백화점 옥상 플래카드를 손 보려고 올라갔다 실족해 죽게 된 그는 지옥행 티켓을 받게 된다. 하루 두 끼 인스턴트, 수면부족으로 ‘명백한 학대 행위’를 한 데다 뇌경색, 심근경색, 간경화 등 15가지 지병을 갖고도 건강을 방치한 ‘자발적 자살자’라는 게 이유였다. 24일 시작된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극본 노혜영, 연출 신윤섭) 이야기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막 살았네”라는 영수의 말처럼 어쩌면 일상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을 ‘학대’할 지도 모른다. 지난 1주일간 어떤 음식을 먹고, 몇 시간 수면을 취하였는지 모르는 채로 하루 하루 주어진 일을 해 나가느라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더구나 스스로의 마음 상태까지는 꾹 눌러둔 채로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우리 주변 일상은 영수와는 정반대다. 화사하고 아름답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 화보에 나올 법한 풍경, 프로페셔널한 글까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산뜻해진다. 거래처 앞에 무릎을 꿇는 굴욕도, 상사에게 “잘 하는게 뭐냐”고 무시당하는 일도, 결혼기념일에 남편 상사의 상가에서 심부름을 해야 하는 아내 마음도 없다. 소셜미디어는 소셜(social), 즉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이용하는 소통 창구이기 때문일까. 소셜미디어를 자신의 약점 보다는 장점을 드러내는 장치로 여기는 것만 같다. 

소셜미디어의 ‘소셜’은 전통적 의미의 ‘사회적’이라는 뜻과 차원이 다르다. 소셜미디어 이전 ‘사회적인 사람’은 보통 양질의 사람들과 호의적이고 깊은 관계를 맺고 그들과 직접 만나기도 하는 사람을 뜻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전화를 걸어 친구와 시간 약속을 잡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 디폴트, 코드 등 기술적 요인은 친구 소식을 나에게 끊임없이 전달해준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알 수도 있는 친구’를 지속적으로 추천하고 ‘친구’가 봤던 콘텐츠를 이용자 타임라인에 보이게 하는 알고리즘으로 날마다 친구를 만나게 한다. 친구의 글과 말을 확인하라는 빨간 알림이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반짝거린다. 

과연 우리는 그 친구들과 얼마나 사회적이며 얼마나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을까. 암스테르담대 교수 반 다이크는 ‘연결성 문화: 소셜미디어의 비판적 역사’에서 소셜미디어의 사회성은 질(質)이 아닌 양(量)으로 전환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페이스북에서 감정 표현은 오직 ‘좋아요’ 하나의 키로만 표시한다. ‘나빠요’를 표현할 수 없는 작동방식에서 ‘좋아요’는 결국 수(數)를 뜻한다. 이용자와 친밀한 관계이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이든, ‘친구’로 동일한 가치가 주어져 연결된다. 친구 수가 많으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산업적인 필요와 맞닿게 된다. 

물론 소셜미디어는 분명 일반인 목소리를 담을 그릇을 마련해주고 갑(甲)의 목소리가 아닌 을의 목소리를 모아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줄 공간이 있다. 그러나 연결성의 작동 방식은 새로운 유형의 사회성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에서도 질적으로 풍부한 관계를 원하는 요구 덕분에 어라운드와 같은 익명 소셜미디어가 단기간에 자리잡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익명 소셜미디어에는 과거 소셜미디어에서 보기 어렵던 내용이 채워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사회성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반갑다. 그럼에도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들으며 친구와 대화하는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몇 해 동안 페이스북에서 날마다 소식만 봤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2.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어리석은 자는 묻지 않는다

의심나면 어찌하여 묻지 않을 수 있나.
묻는 것을 어찌하여 정밀히 하지 않을 수 있나.

의호부질(疑胡不質)
질호부정(質胡不精)
김낙행 질의잠(質疑箴) ‘구사당집’(九思堂集)

‘질의잠’은 ‘의심나는 것을 묻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글’이라는 뜻입니다. 김낙행은 의문이 나도 물을 생각을 안 하는 게 배우는 자의 병폐라 하고, 묻더라도 정밀하게 묻지 않는다면 제대로 묻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또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가 생기고 자세히 물으면 분명히 알게 되지만, 모르는 것을 쌓아 두거나 그냥 넘어가면 학문에 방해가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천하의 의리와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음을 ‘어리석고 나약한 일’이라 하며, 어른뿐 아니라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모르는 것은 묻겠노라 스스로 다짐합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물을 곳이 있다면 참 다행한 일입니다. 내가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의 나이나 신분은 돌아볼 이유가 없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묻기를 좋아해 누구에게라도 묻습니다. 그래서 점점 더 지혜로워집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묻는 것을 부끄러워해 모르면서도 아는 척합니다. 그래서 점점 더 어리석어집니다.

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지혜로워지는 일입니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이진]70세 현역 임지순의 상상력

‘노벨상 수상이 가장 유력한 한국 물리학자’ 임지순 서울대 석좌교수(65)는 세미나에서 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졸면서 언제 발표를 들었을까 싶은데 질문 시간에는 가장 먼저 손을 드는 ‘기인(奇人)’이다. 임 석좌교수는 강연자에게 미안하다면서도 “내내 조는 건 아니다. 발표의 핵심 내용은 대체로 뒷부분에 나오고 앞부분은 재미가 없어서…”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임 석좌교수는 어릴 때부터 천재로 불렸다. 수재들만 모인다는 경기고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입학예비고사 전국 수석이었으며 본고사를 치르던 시절인 1970년 서울대에 수석 입학하는 실력을 뽐냈다. 그런 그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유학 가서는 기가 죽었다. 외우고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데는 앞섰지만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많은 미국 학생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박사과정 때 ‘전산고체물리학’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했다. 1998년에는 탄소나노튜브를 여러 다발로 묶으면 반도체 특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후 수소를 고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물질구조를 발견하는 괄목할 성과를 냈다. 2011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학술단체인 미국과학학술원(NAS) 종신회원이 된 국내 첫 물리학자가 됐다. 주 6일 연구실을 지키면서도 시간이 아까워 욕을 먹을지언정 대학 보직을 맡지 않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연구 덕목으로 창의성을 꼽는다.

경력으로 보면 공부벌레 같지만 경기고 시절 3선 개헌 반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다 정학을 맞았다. 대학 때는 계엄령과 위수령이 번갈아 내려져 전공 공부보다는 소설과 사회과학 책을 많이 읽었다. 그는 폭넓은 독서가 깊은 생각을 이끌고 이는 상상력 발휘로 이어진다고 후학들을 안내한다. 어릴 때부터 현실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그의 연구는 실용적이다. 그는 3월부터 70세 정년이 보장되는 포스텍 석학교수로 옮겨 신소재 분야의 산학협력연구를 진행한다. 70세 현역을 꿈꾸는 그의 상상력이 활짝 필 날을 기대한다.


4.[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가상현실과 유령집회

‘젠장(Damn), 괴기스럽네요(it‘s kind of creepy).’ 22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진에 달린 댓글입니다. 당시 저커버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그는 이날 삼성전자 신제품 공개 현장에 연사로 깜짝 등장한 직후 현장 사진 3장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중 유독 한 사진에만 관심이 쏠렸습니다. 25일 낮 12시 현재 이 사진에 달린 댓글은 1만4626건. 나머지 사진 2장에 달린 댓글이 모두 합쳐도 400건이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반응입니다. 

화제의 사진 속 저커버그는 미소를 머금고 연단을 향해 청중 사이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다들 삼성전자가 새로 공개한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상태였거든요. 

이 사진을 본 해외 누리꾼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VR에 빠져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일도 몰랐다는 사실에 섬뜩함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한 누리꾼은 VR에 빠진 청중을 ‘좀비’로 비유했습니다. ‘미래는 망했다(The future looks fucked up)’라는 댓글도 있었죠. 이처럼 VR시대가 암울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댓글은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사진을 보자마자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미국 마블코믹스의 ‘엑스맨’ 캐릭터 ‘사이클롭스’가 떠올라 우스꽝스럽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누리꾼들이 괜히 호들갑을 떤다고 여겼죠. 하지만 찬찬히 댓글을 읽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습니다. 

마침 제가 그 사진을 본 날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령집회’가 열린 날이었습니다. 유령집회는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제한받는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홀로그램 영상을 활용한 가상 집회입니다. 경찰이 유령집회에 대해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누리꾼들은 “경찰도 홀로그램 물대포 쏘고 홀로그램으로 강경 진압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비꼬았습니다. 

한편에서는 “이제 집회는 홀로그램으로 하면 되겠네”라며 유령집회를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유령집회를 새로운 평화 집회 유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칼럼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이런 평가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앰네스티 관계자는 “오히려 유령집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우려한 반응이었다”며 “유령집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커버그가 올린 사진 한 장과 유령집회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최근 각광받는 VR와 홀로그램 영상은 분명 다른 기술이고요. 하지만 그런 시대를 그려 보기에는 꽤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고민하다 문득 어린 시절 친구 집에서 본 영화 ‘데몰리션 맨’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 배경은 2032년, 남녀 주인공이 VR기기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저와 제 친구들은 매우 허탈해했죠.

20여 년 전 영화 속 장면은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VR를 활용한 성인 콘텐츠가 이미 시판 중이거든요. 한 페이스북 지인은 VR를 컬러 모니터에 비유했습니다. 컬러 시대에서 흑백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VR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는 얘기입니다.

다만 VR시대가 디스토피아일지 풍요로운 신세계일지는 결국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VR로 즐기는 영화나 게임은 무척 기대되지만 VR에서 사랑을 나누거나 집회나 시위를 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괴기스럽네요.


5. [동아일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길

길 ―김기림(1908∼?)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시인 김기림은 과수원집 아들이었다. ‘무곡원’이라는 이름의 과수원집에는 여섯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중에서 유일한 아들이자 막둥이가 김기림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1910년대 함경북도 학성군, 지금 지명으로는 김책시의 한 집안에서 김기림이 얼마나 사랑받고 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의 유년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가 이 시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에 잘 나와 있다.

어린 시절, 김기림은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다. 어머니의 상여는 언덕길을 돌아 사라졌는데 처음에 어린 아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몰랐기 때문에 기다렸다. 하지만 와야 할 사람은 오지 않고 대신 다른 것들만 돌아왔다. 노을에 젖은 빈 마음이 돌아왔고,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만 열심히 돌아왔다. 어린 아들은 언젠가 어머니가 갔던 길로 내려와 제 뺨을 쓰다듬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결국 이 아들은 자라서 어떻게 했을까. 그가 언덕에서 만난 모든 의미들은 결코 답안지를 채워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길을 따라 떠날 수 있을 나이가 되자마자 떠났을 것이 당연해 보인다. 스스로 어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 떠나는 그의 가슴에는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라는 보퉁이가 안겨 있었다. 그리고 이 보퉁이가, 기억이, 어머니가 어린 과수원집 아들을 시인 김기림으로 만들었다. 

이 시가 반짝거리는 이유는 한 시인의 탄생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탄생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아픔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
728x90
반응형

# 2016년 2월 25일 신문 브리핑 # 


"감사를 의식적으로 하라. 감사의 조건이 생길 때 감사하겠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감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북한에 대한 UN 제재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막판 이견 조율을 하는 가운데 중국이 다음달 북한으로부터 석탄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지난 23일 보도함
- 하지만 북한과 중국 간 석탄 무역 중단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 발표나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음


<< 경제 일반 >>
1.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기업 애로사항 청취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어 아래와 같이 결정함
- 조 단위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공장 건설에 대새 정부가 '범정부 합동지원반'을 구성해 애로 사항을 가능한 빨리 해결해 주기로 함
-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 경기 파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건설사업에만 설립돼 있는 범정부 합동지원반이 삼성 평택공장 건설사업과 SK하이닉스의 충북 청주 반도체공장 건설사업에도 구성됨

2. 채권단이 STX엔진의 전자통신사업부문을 떼어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섬
- 당장 STX엔진을 통째로 팔거나 STX중공업과 합병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임

3. 한국경제신문사가 오는 3월3일부터 19일까지 전국 7개 도시를 돌며 '2016한경머니로드쇼'를 개최함
- 참가신청 : 홈페이지(event.hankyung.com) 사전 등록
- 문의 : 한경 대외협력국 (02)360-4512


<< 금융/부동산 >>
1. 가계부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섬(한국은행 발표, 잠정치 1207조원)
-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임

2. 금융위원회가 지난 17일 회계처리.감사.위탁감리 기준을 정하는 위원회를 구성.운영할 때 금융위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관련 학회와 업계가 반발하고 있음
-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기어들의 회계부실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민간에 위탁했던 회계권한 전반에 걸쳐 정부의 역할을 강화키로 한 것임

3.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기업이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에 나서 일본 경기 회복을 이끌어줄 것으로 것으로 예상했던 일본 중앙은행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음
-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임금 인상을 주저하는 모습이 확산되고 있으며, 신규 발행 10년만기 일본 국채금리는 24일 장중 2주만에 사상 최저를 경신했고, 엔화가치는 또다시 달러당 111엔대로 치솟음

4.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채권을 전액 인수함
-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낮아 다른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임

5. 국토교통부는 부산 대구 등에서 통폐합되는 은행 지점 부지를 활용해 기업형 임대주택(뉴 스테이) 719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24일 발표함
- 이들 부지를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매입해 주거용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는 방식으로서 주변 시세 이하 임대료로 10년 이상 임대할 예정임

6.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올해 아파트 용지 공급 물량을 작년 대비 43% 줄임
- 이번 정부 들어 대규모 신도시를 새로 개발하지 않은 데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지정된 수도권 신도시 용지 공급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영향으로 분석되며, 부동산 전문회사들은 건설회사의 아파트 분양 감소로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 논란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함


<< 국제 >>
1.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산유량 동결을 부인하고 원유수출 확대를 위한 증산 방침을 재확인함
- 이 여파로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은 4.55% 급락한 배럴당 31.87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런던 ICE거래소에서 4.09% 떨어진 배럴당 33.27달러에 마감함

2.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설탕 원료인 원당 선물 5월 인도분 가격은 23일 뉴욕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대비 11% 폭등한 파운드당 14달러를 기록했으며, 런던거래소에서도 같은 달 인도되는 백설탕 가격이 6.1% 상승해 t당 395.90달러까지 치솟았음
- 엘니뇨 현상으로 장마와 폭우가 지속돼 작황이 나빠져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됨

3. 23일(현지시간) 네바다주에서 치러진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선거 후보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20%포인트가량 격차를 벌리며 압승을 거둠(AP통신 보도)
- 이로써 트럼프는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3연승을 올리며 대세론을 굳힘

4.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4일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a2'로 2단계 강등함
- 무디스는 브라질의 저성장 기조와 재정건전성 문제, 정치적 불안 등에 따라 하향 조정했다고 밝힘

5. 미국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 웨스턴 디지털을 통해 미국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려던 중국의 시도가 무산됨
- 미국 정부의 반대 기류에 중국 칭화유니그룹 산하 유니스플렌더가 웨스턴디지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려는 계획을 접었기 때문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외부감사
- 외부감사란 주식회사의 재무제표 등 각종 회계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를 외부 기관에 의해 검증받는 것을 말함. 한마디로 기업회계 적정여부를 내부사람이 아닌 외부인이 평가하는 것으로,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신뢰성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임
외부감사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 법률은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이 70억원이상인 주식회사는 매 사업년도마다 외부감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음.
이들 법인은 상법상 규정에 따라 내부감사를 받을 뿐만 아니라 외부감사도 받아야 하는 것임
외부감사인은 회계사로 구성된 감사반이나 회계법인만 선정될 수 있으며, 이들은 재무제표 등 각종 회계장부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감사보고서로 작성함.
감사인들이 감사보고서에 표명하는 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4가지가 있음.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외부감사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반응형
LIST
Posted by 늙은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