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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11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선물을 포장만 하고 주지 않는 것과 같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북한이 10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 북한에 있는 모든 남측 자산을 청산하겠다고 발표함

- 북한이 '청산 대상'으로 삼은 우리측 자산 대부분은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투자된 공장 및 설비, 호텔 등의 시설물이며, 개성공단은 9249억원, 금강산 지역은 419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됨

- 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 5시20분께 황해도 삭간몰 지역에서 강원 원산 동북 해상으로 스커드C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힘



<< 경제 일반 >>

1. 구글의 알파고가 무한대의 변수를 가진 바둑 대국에서 인간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자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음

-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겨나는 4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로봇과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대신하고 일자리가 없어지는 재앙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옴

- 또한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늘고 인간처럼 기억과 연산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차세대 제품으로의 진화가 촉진될 전망에 따라 관련 기술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음


2.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월 국세 수입은 30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4000억원 증가했으며, 1월 세수로만 놓고 보면 2012년 1월 이후 최대임

- 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목에서 수입이 증가했으며, 이러한 기대 이상의 세수 실적은 지난해 4분기 소비 개선 효과가 뒤늦게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됨


3. 첨단기능을 지닌 보트와 화려한 호화 요트를 전시하는 '2016부산국제보트쇼'가 10일 부산 벡스코와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함

- 해양수산부와 부산시가 공동 주최하는 이 전시회에는 대원마린텍, 동남레저보트산업, 아론비행선박 등 국내외 요트.보트 제조업체를 비로 엔진, 부품, 액세서리, 마리나 시설과 서비스, 워터스포츠 등 해양레저산업 관련 146개 기업이 참가함



<< 금융/부동산 >>

1. 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제로(0) 수준까지 낮춤

- ECB는 예금금리를 -0.3%에서 -0.4%로 추가 인하하고, 국채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 규모도 월 600억유로에서 800억유로로 확대하는 등 강력한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듬

-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에 그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자  ECB가 추가 양적 완화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임


2. 저유가로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은행들로부터 최대 80억달러(약 9조7000억원)를 빌릴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함

- 사우디 정부가 외국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WSJ는 사우디가 외국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저유가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시도라고 진단함


3. 이달 들어 브라질 주식시장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음

-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임


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기준금리를 동결함

- 이에 따라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한풀 꺾였으며, 다음달 금융통화위원이 대거 교체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옴


5.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이 11일 주주총회를 개최함

- 올해 주총의 화두는 '주주 중시'로서, 해당 기업들은 배당을 늘리고 이사회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등 주주권한을 대폭 강화할 계획임


6. 한국금융투자협회는 10일 증권업계 ISA 평균 수수료로 일임형은 유형에 따라 0.1~1.0%, 신탁형은 0.1~0.3%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힘

- 현대증권 등 일부 증권회사는 신탁형 보수를 0%로 책정했으며, 다만 신탁형은 편입 펀드에 대한 판매보수 등은 별도로 받음


7. 금융위원회는 아래 내용을 담은 개정 신용정보법을 12일부터 시행한다고 10일 발표함

- 개정법은 신용정보회사 등이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한 경우 최근 3년간 이용 및 제공 내역을 금융소비자가 조회할 수 있도록 규정함


8. 인수합병(M&A) 때 매도자의 진술과 보장 위반 책임을 보상하는 진술보장 보험이 주목받고 있음

- 사모펀드의 기업 매각이 잇따르면서 인수 이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인수자가 이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

-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솔케미칼은 최근 PEF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로부터 산업용 테이프 업체인 테이팩스를 사들이면서 진술보장 보험 가입을 준비중이며, 지난달 VIG파트너스에서 버거킹코리아를 사들인 PEF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이 보험에 가입했음


9. 국무조정실 산하 부채척결추진단은 10일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한국공인회계사회, 경찰청과 합동으로 벌인 아파트 회계감사 결과를 발표함

- 회계감사 결과에 따르면 외부회계감사 대상인 300가구 이상의 전국 아파트 8319개 단지 중 1610곳(19.4%)이 회계상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판정을 받음


10. 300가구가 넘는 아파트단지의 관리소장은 지난해부터 정부에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정부는 해당 보고서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에 올려 놓고 있음

- 아 사이트에서는 아파트 실거래 정보와 관리비, 공사 내역 등도 확인할 수 있음


11. 국토교통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네 곳이 올해 총 1689건, 20조9000억원 규모의 건설공사를 새로 발주한다고 10일 발표함

- 작년(19조5000억원)보다 약 7% 늘어난 규모임


12. 서울시는 지지부진한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을 직권 해제하는 기준과 절차 등이 담긴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이 9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0일 밝힘

- 직권 해제는 주민 갈등이나 사업성 저하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시장이 직권으로 정비(예정) 사업구역을 해제하는 것임



<< 국제 >>

1. 미얀마 정치지도자 아웅산수지가 자신을 대신해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 후보로 틴쩌를 지명함

- 아웅산수지보다 한 살 적은 1946년생인 틴쩌는 미얀마 국민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서, 2010년 아웅산수지의 가택연금이 풀렸을 때 운전기사 겸 비서를 맡은 최측근임


2.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은 비효율적인 농업 생산체제에 개혁을 추진하기로 함

- 그동안 석유화학 정유 등 산업계 구조조정을 이끈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농업분야에 처음 적용해 공급과잉 여부를 조사, 공표할 계획이며, 이는 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가축용 사료나 비료 등 농자재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랩어카운트, wrap account(오늘 신문에도 언급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인 ISA와 비교되는 금융상품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자산운용과 관련된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한 데 묶어 고객의 성향에 맞게 제공하고, 고객이 맡긴 재산에 대해 자산구성ㆍ운용ㆍ투자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말함. 

다시 말해 일반 증권사의 주된 수입원이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주식거래를 할 때 지불하는 건당 수수료였기 때문에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고객에게 주식을 많이 거래하도록 유도한 데 반해,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수탁한 금액의 규모에 따라 연간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고 투자를 위한 적합한 전략 등 자산운용방법을 제시하고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함. 따라서 투자자들은 1년 단위 등 기간을 정해 일정한 수수료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대신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입을 위해 회전율을 억지로 늘릴 필요가 없어진다. 

수수료의 산정기준이 자산잔고에 있는 만큼 실적개선을 위해 치열한 투자상담이 이뤄지게 됨.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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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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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0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새누리당 내부에서 불거진 막말파동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새누리당 내부에서 원색적인 막말 파동이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이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를 향해 내지른 언사가 언론에 불쑥 공개된 것이다. 공천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미묘한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장막으로 가려진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녹취록으로 공개된 문제의 발언부터가 심상치 않다. “김무성이 죽여 벼려”라거나 “먼저 그런 사람부터 솎아내라”는 등의 김 대표 공천 배제를 촉구하는 발언이다. 군데군데 원색적인 욕설도 섞여 있다. 윤 의원이 최근 지인과의 통화에서 말했다는 내용이다. 당사자인 윤 의원도 이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있으니, 발언 내용이 사실인 것만은 틀림없다. 야당으로부터 ‘막장 드라마’라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끼리 최소한의 위계나 윤리의식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물어보고자 한다. 스스로 정통 보수계의 맥락을 이어 왔다고 자부하는 집권당이 아닌가. 공천작업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 사이의 알력이 드러나고 있다손 치더라도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막말을 포함한 추태 의원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마당이다.


이미 윤 의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김 대표를 공격한 전례도 없지 않다. 김 대표의 오픈 프라이머리 구상에 대해 반기를 들었는가 하면 다음 대선에서 김 대표가 후보로 나서는 데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비치기도 했다. 친박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장이었다. 이번에는 공천 살생부 논란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고 하지만 역시 그 밑바닥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감이 도사리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이러한 개인적인 통화 내용이 녹음 상태로 외부에 유출된 경위도 석연치는 않다. 그 배경에 의도적인 음모가 깔려 있다는 반박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정치인으로서 문제의 발언에 대한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어차피 그런 사람들끼리 섞여 있는 집단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 유권자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2. TV홈쇼핑 '속임수 광고' 그냥 놔둘 건가

 텔레비전 홈쇼핑업체들의 선전 문구가 대부분 거짓이거나 과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상 최저가’, ‘단 한 번도 없던 초특가’, ‘방송에서만 판매’라는 등의 문구가 그것이다. 효능과 성능을 부풀렸는가 하면 중도해지 위약금과 추가 비용 등 계약 체결에 불리한 정보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엉터리 광고로 소비자를 속인 것이므로 사기와 다름없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 등 6개 업체의 100개 방송을 조사한 결과 70개 선전이 ‘최저가’, ‘방송에서만 판매’ 등으로 광고했다. 그러나 이 중 82.9%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방송에서만 판다던 물건을 실제로는 방송 후에도 자사 인터넷몰에서 계속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가’라는 상품이 다른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보다 비싼 경우도 없지 않았다.

100개 방송 중 39개 선전에서는 상품의 효능과 성능을 속이기도 했다. 일부 업체의 모바일앱은 소비자가 크게 할인받는 것으로 오인하도록 일시불, 자동주문 할인 등을 적용한 최저가를 판매가처럼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렌털 및 여행상품 30개 중 93.3%는 반품, 중도해지 위약금 등 중요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부도덕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들의 부도덕한 행태는 고질적이다. 홈앤쇼핑, NS홈쇼핑 등 4개 업체 간부 7명이 2012년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겼다가 사법처리됐다. 2014년엔 롯데홈쇼핑 간부 2명이 같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해에는 납품업체에 일방적인 판매조건 강요 등 불공정행위를 한 사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리와 ‘갑질’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TV홈쇼핑은 지난 20여년 동안 고속 성장해 왔다. 그에 비례해 납품업체에 대한 횡포와 비리도 늘어났다. 피해는 고스란히 납품업체와 소비자가 떠안아야 했다. 공정위는 일이 터지면 재발 방지를 장담했지만 달라진 건 거의 없다. 경고나 시정조치, 과징금 처분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속임수 광고를 엄중 처벌해 홈쇼핑업체들의 부도덕한 행태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동아일보]

3. 대통령측근 윤상현의 “김무성 죽여”… 공천 개입 靑뜻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이 죽여 버려 이××. (비박계) 다 죽여”라고 한 ‘막말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윤 의원은 ‘공천 살생부’ 보도가 나온 지난달 27일 밤 다른 친박 의원과 통화한 경위에 대해 “너무나 격분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어제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취중의 사적 대화를 녹음해…의도적인 음모”라고 역공했다. 막장으로 치닫는 새누리당 공천 드라마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윤 의원은 통화 유출 경위를 추적하겠다고 했지만 적반하장이다. 통화 내용의 진위부터 먼저 규명돼야 한다. 그는 “내일 (김무성을) 쳐야 돼!” “내가 ○○형한테다가…정두언이하고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어”라며 살생부 발언을 폭로한 정 의원과 조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음 날부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결국 김 대표는 사과했고,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


이 위원장과 서 최고위원 등은 ‘취중실언(失言)’이라며 덮고 가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안될 말이다. 새누리당은 먼저 윤 의원과 통화한 사람과 친박 핵심들이 실제로 ‘김무성 죽이기’에 나섰는지, ‘공천에서 떨어뜨리겠다’는 윤 의원의 말과 살생부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형’은 친박 고위 핵심을 지칭한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재오 의원은 “‘내일부터 공략하라’ ‘다 빼라’ 지시하는 건 공천 지침을 하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니 새누리당 공천의 공정성을 누가 믿겠는가. 국민에게 약속한 상향식 공천은 이한구 위원장이 사실상 전략공천인 단수·우선추천제와 컷오프를 단행하면서 물 건너갔다. 이 위원장이 ‘보이지 않는 손’의 지침을 따른 것은 아닌지, 김 대표가 침묵을 지키는 것이 완장 찬 친박 실세의 ‘김무성 죽이기’와 관련은 없는지 의구심이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공천(公薦)’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사천(私薦)’ ‘박천(朴薦)’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냈고 박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나’라고 부르는 윤 의원은 ‘박근혜의 남자’로 통한다. 그의 ‘취중진담’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당의 공천에 친박 핵심과 청와대가 공모해 개입했다면 일종의 국정농단이다. 청와대 개입 없이 그렇게 했다면 ‘친박 패권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삼권분립 논란에도 윤 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해 감쌌던 박 대통령의 인사 탓도 크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심각한 해당(害黨) 행위를 한 윤 의원은 공천 배제, 아니 출당 같은 엄중한 조치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4. 北김정은 “핵탄두 소형화” 발언도 정부는 가볍게 듣나

북한 김정은이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 이것이 진짜 핵 억제력”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김정은이 핵무기연구소를 찾아 소형 핵탄두로 보이는 모형 앞에서 지도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김정은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것은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핵·미사일 포기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달 초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통과시켰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독자 제재에도 나서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를 무시하듯 “위력이 있고 정밀화, 소형화한 핵무기들과 운반수단을 더 많이 만들라”며 실전 배치한 핵무기로 미국과 한국을 선제 타격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이 소형화한 핵탄두와 KN-08 실전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마크 웰시 미국 공군참모총장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핵과 관련한 소형화 기술은 어느 정보 확보하고 있지 않느냐”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도 북의 4차 핵실험이 수소폭탄 아닌 증폭핵분열탄이라 해도 핵탄두 소형화와 연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작년 말 북이 수소폭탄 보유를 밝혔을 때도 “수소폭탄 제조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던 정부가 또 판단 잘못을 한다면 국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핵탄두 무게가 2t 정도면 노동미사일에 실어 주한미군 기지를 비롯해 한국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 정부는 김정은의 말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한미 공동실무단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는 물론이고 탄도미사일에 대응한 4D(탐지 교란 파괴 방어) 작전계획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5.해남군 출산율 4년 연속 1위의 교훈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2001년 1.3명 이하로 떨어진 이후 15년째 1.2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05년에는 1.07명까지 떨어졌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014년 기준 합계 출산율은 세계에서 꼴찌인 1.21명이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친다.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아도 당사자인 젊은 부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출산율 증가는 헛구호일 뿐이다. 그런데 땅끝마을 전남 해남으로부터 출산율 1위라는 희망의 소식이 4년째 전해지고 있다.

해남군은 2014년까지 3년 연속 출산율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5년에도 출산율 1위가 확실시된다고 한다. 지난해 10월까지 태어난 신생아는 681명이다. 예년과 비교하면 이 숫자로도 전국 1위라고 한다. 해남군의 2014년 합계 출산율은 2.43명. 전국 평균 1.21명의 두 배다. 인구 7만명의 해남에서 한 해 800명, 4년 동안 30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남의 혁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해남의 출산율은 그저 얻은 게 아니다. 출산에서 보육, 교육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라는 정책 수행과 이를 믿고 따른 주민들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먼저 해남군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산장려금 예산을 보통 3억~4억원을 책정하는 것보다 10배나 많은 4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유인책으로 경제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5년 전 100가구에 그쳤던 1억원대 부농이 5년이 지난 지금 651가구로 증가했다. 적극적인 귀농정책으로 800가구 2000여명이 귀농했다고 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 535가구에 대한 지원책도 입체적이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의 취업을 군에서 지속적으로 챙기는 등 출산율 장려에 진력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이가 늘면서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들이 결혼보다는 자기 계발을 중시하면서 결혼 시기를 늦추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출산율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해남군의 출산율 증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결과인 셈이다. 정부는 물론 전국의 시·군·구에서 해남군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 같다.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 만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시행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해남군의 교훈’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바란다.

6. 막장으로 치닫는 與 계파 갈등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막말 파문은 4·13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당 전체를 들쑤셔 놓고 있다. 공천 방식 갈등,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문서 유출 등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악재 가운데 파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막말 이전의 사건들은 공천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측면이 강했던 탓에 계파들은 유불리를 따져 비교적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은 차원이 다르다. 당 대표를 특정해 공천 배제를 노골적으로 거론한 데다 육두문자까지 서슴지 않은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생중계되듯 드러났다. 집권 여당 내에서 벌어지는 계파 간 진흙탕 싸움의 실상과 수준이 까발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당 기강뿐만 아니라 공천의 투명성마저 의심하고 있다. 윤 의원 개인의 자질 문제로 치부해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윤 의원은 ‘여당 의원 40명 살생부’ 파동이 불거진 지난달 27일 누군가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대표를 거명하며 “죽여 버려. 다 죽여. 가장 먼저 그런 ××부터 솎아 내”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 냈다. 발언은 당시 윤 의원을 만난 제3의 인사에 의해 녹음돼 폭로됐다. 윤 의원은 김 대표에게 공개 사과하면서도 “취중의 사적 대화까지 녹음해서 언론에 전달한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구랑 대화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의원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다. 그러나 궁색하기 짝이 없다. 술에 취했다 해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다. 윤 의원은 말 그대로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직했을 만큼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실세이고, 사무총장·대변인 등 당 요직을 두루 거친 중진 정치인이다.

윤 의원은 무엇보다 먼저 ‘누구와 통화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당 대표의 공천 여부까지 거론할 수 있는 지인이라면 비박계 이재오 의원의 말처럼 “공천을 통하거나 권력을 통하거나 김 대표를 죽여 버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취중을 빌미로 얼렁뚱땅 넘어가기에는 너무 심각한 사안이다. 자칫 공천관리위원회의 권위와 함께 공정성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 윤 의원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도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함도 당연한 절차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진상을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지만 진상 결과에 따라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새누리당만이 아닌 정치 쇄신을 위해서다.

막말 파문은 새누리당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친박·비박의 계파 갈등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이 사실상 물 건너가고 살생부 파동으로 궁지에 몰린 김 대표 측에게는 친박을 압박해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다. 실제 비박계가 총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공방이 계속될 경우 당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자명하다. 새누리당 대표 회의실의 백보드에 쓰인 글귀 ‘진짜 잘하자’가 헛구호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기도 하다. 자중이 요구된다. 대신 공천 개혁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새누리당 스스로 말해 왔듯 한순간 훅 갈 수 있다.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매일경제]

7. 부실기업 구조조정 정치논리에 밀리면 공멸로 간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5조5000억원 영업손실은 대한민국 기업사에 전대미문 기록으로 남을 듯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공룡기업 대우가 한 해 9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지만 조선업 단독으로 평시에 이런 적자를 본 건 전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지난해 수조 원씩 적자를 보면서 조선업 전체가 애물단지 신세다. 조선 외에 해운, 철강, 석유화학까지 과거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중후장대 산업의 주력 업체들이 줄줄이 추락 중이다. 공급과잉 업종 기업의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마련했지만 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으니 걱정이다. 

좀비기업의 가장 큰 해악은 자신과 해당 업종을 넘어 연관된 정상기업이나 모그룹을 감염시켜 함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그룹 내 계열사의 빚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대표적이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채 2200억원어치를 받아준 그룹 맏형 대한항공은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판에 그만큼의 재무 리스크를 더 떠안았다.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엘리베이터도 현대상선에 운영자금을 수혈해주고,현대상선 보유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가며 총대를 멨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 여부가 그룹과 핵심 주력사를 흔드는 족쇄가 돼버린 것이다. 

부실기업 처리가 이렇게 시급한데도 앞장서 수술을 주도해야 할 주체들이 눈치만 보고 있으니 심각하다. 특히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력에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마냥 휘둘리고 있어 실망스럽다. 당장 정리해야 할 조선업체들의 일부 사업장을 해당 지역 여당 의원들 입김에 미루면서 부실만 더 커지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떠안거나 주채권은행을 맡은 부실기업의 경우 신속한 매각과 정리를 해야 하지만 사실상 손놓고 있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까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정부, 채권단의 보신주의,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수건 돌리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자꾸 미루다가는 한국 경제 전체가 공멸로 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8. 인공지능 시대의 본격화 알린 알파고의 승리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결에서 완승했다. 아직은 인간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대다수의 예상과 달리 186수 만에 이 9단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초반 포석부터 끝내기까지 허점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대국 내내 보여준 수읽기는 프로기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탄탄했다. 컴퓨터가 강점을 갖고 있는 형세 판단과 계산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목할 점은 많은 바둑 전문가가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두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알파고는 초반 이 9단의 실리 작전에 맞서 두터운 세력을 형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반에 결정적인 침입수를 날려 승기를 잡아 나갔다. 응수타진과 손빼기처럼 프로기사가 둘 법한 수단도 종종 등장했다.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인 인지·판단·추론의 영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국은 아직 네 판이 남아 있다. 승부의 최종 결과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첫 대국만으로도 AI는 이미 그 잠재력을 입증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프로기사 저단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불과 넉 달 새 세계 최고수 반열에 올라섰다. 이런 발전 속도는 이미 AI가 핵심 기술이 되고 있는 무인자동차와 원격진료, 금융투자 같은 분야에서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알파고의 승리를 계기로 AI의 현재와 미래를 냉철히 그려볼 필요가 있다.

이는 AI에 대한 활발한 연구개발(R&D)과 상용화를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만 해도 구글과 IBM·MS·애플·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모두 나서 다방면에 걸친 연구와 제품화를 서두르고 있다. AI를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국가적 전략도 아직 없다. 역사적인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의미를 곰곰이 되짚어야 할 이는 이세돌 9단만이 아니다.

[부산일보]

9. 높아진 북항·원도심 관심은 '균형 발전 부산' 위한 희소식

최근 부산 북항 재개발지와 인근 원도심에 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달 '북항 그랜드 마스터플랜'이 발표된 이후 이 일대의 부동산을 바라보는 투자자들과 시민들의 시선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곳이 앞으로 명품 주거지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인해 현재 분양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들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단다. 여기에다 우암 1·2 재개발 지역이 국토부의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북항 일대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이런 기대가 반영되어선지 여러 공공기관이 부속청사의 북항 이전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북항에 들어설 부산지방합동청사의 규모가 기존 계획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사안들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그간 기형적이란 지적을 받아 온 부산 도시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은 일찍부터 거대 도시의 중심을 원도심으로 옮겨 오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 왔다. 끝 모르게 외곽으로만 뻗어 나가는 도시 발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였다. 마구잡이 개발과 시설 확충으로 환경 훼손, 예산 낭비 등이 잇따른 데다 도심 슬럼화에 따른 악성 문제들이 폭증했던 것이다. 부산시도 이만큼은 아니지만, 동서 격차나 원도심 낙후 같은 고질이 지적돼 온 게 사실이다. 

원도심의 부흥을 통해 부산의 틀을 바로잡을 '북항 그랜드 플랜'은 그간의 도시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안겨 주고 있다. 북항 재개발 성공으로 부산이 유라시아 출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원도심이 기존의 해운대·강서 지역 등과 시너지 효과를 올린다면 도시 경쟁력이 급격하게 올라가게 된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부산시, 부산항만공사 등이 지역 경제계와 힘을 똘똘 뭉쳐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발전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점을 내세워 중앙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받아 내도록 해야 한다. 또 북항 재개발지에 고부가가치의 시설을 유치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지금 계획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된다. 이를 소홀히 하다 매립지가 빈터로 남아 고생한 외국의 전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10.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허위 서명, 과연 몸통은 없나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을 위한 허위 서명의 윤곽이 드러났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가 지난 8일 밝힌 중간수사 결과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박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 서명을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들이 주도한 것으로 밝혀진 때문이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홍 지사와 박 교육감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경남도 산하기관인 경남FC 박치근(구속) 전 대표와 박재기 경남개발공사 사장의 주도하에 범행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범행에 가담한 24명은 경남개발공사 직원 11명, 경남FC 직원 4명, 대호산악회 회원 3명, 박 전 대표의 지인 등이다. 이들은 박 전 대표와 박 사장의 지시를 받고 특정 장소에 모여 허위 서명에 동참했다는 게 경찰의 발표 내용이다. 두 기관 직원들은 준공무원 신분인데도 평일 업무 시간에 출장계까지 내어 범행에 가담했고, 박 사장은 간부들을 대동해 격려 방문까지 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과연 뭔가. 정말 박 전 대표와 박 사장의 홍 지사에 대한 과잉 충성이 빚은 돌출 행위인가. 홍 지사는 도민 사과문을 통해 '도 산하기관 임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선을 그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홍 지사는 지난해 7월 경남의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이 자신의 주민소환을 예고하자 기자 간담회를 통해 "나를 지지하는 그룹이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 지사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이번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경찰의 남은 수사 과제는 박 전 대표와 박 사장의 윗선 및 추가 개입 여부를 밝히는 일이다. 이와 함께 당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도민 2만 4천여 명분의 주소록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행정기관의 협조 없이 이처럼 많은 주소록과 신상 확보가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경찰은 명예를 걸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가난에 대한 차별을 가르치는 어른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휴거라고 알아?"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던 중 한 놈이 뜬금포(?)를 날린다. '종말론 얘기가 다시 도나?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지레짐작하는 사이 뜬금포의 주인공이 답을 내어놓는다.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조카에게서 듣고 자기도 깜짝 놀랐단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는 임대주택 사는 아이를 '휴거'라고 부른다고. 휴거는 종말론도 뭣도 아닌 '휴먼시아 거지'의 줄임말이라고.

'말도 안 돼. 같은 반 친구한테 그렇게까지 하겠어.' 설마 하는 생각은 얼마 가지 못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했더니 실제 '휴거' 얘기가 적잖다. 공공 임대주택 사는 사람인데 자기 아이도 그런 놀림을 받을까 고민이라는 글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한 부모가 문제라는 격앙된 말까지 '휴거'를 걱정(?)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임대아파트 거지', '초등학생 휴거' 등 관련 검색어도 부지기수다.

휴먼시아는 불과 몇년 전까지 쓰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아파트 브랜드다. 휴먼시아는 한때 판교신도시, 서울 상암동 등 요지에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며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휴먼시아 브랜드는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 '휴먼시아=가난한 아파트'라는 낙인이 브랜드 사용을 중단하게 된 이유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휴먼시아는 'human(인간, 인류)과 'sia'(넓은 공간, 대지)를 합친 말이다. 말 그대로 '인간의 공간', '함께 하는 공간'이란 의미다. 그런 휴먼시아가 어느새 가난 그리고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는 말이 돼버렸다.

'선생님, XXX동 아이들은 따로 모아서 공부시키면 안 돼요? 다른 아이들이랑 함께 섞이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XXX동은 이쪽 출입구랑 엘리베이터 사용하지 말아요. 그 돈 내고 이 아파트 사는 것만도 감지덕지지. 어딜….' 일반 주민 중 일부는 임대주택의 '임'자만 들어도 경기에 걸리는 듯하다. 그들에게 싼 임대료를 내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임대주택 주민들이 비싼 돈 주고 분양받은 내 집의 가치를 갉아먹는 적들이다.

아이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저 집 아버지는 대기업 임원이라는데. ○○이 학원 어딘지 좀 알아봐', '그 집은 임대잖아. □□이랑은 같이 다니지 마' 요즘 초등학생들은 친구를 사귀기 전 그 아이가 몇동에 사는지, 집은 몇 평인지, 아버지 직업은 무엇인지 사전 호구조사가 필수다.

조금 더 가진 어른들은 덜 가진 어른들을 향해 치졸하기 그지없는 우월감을 드러내고 이는 다시 아이들에게서 가난에 대한 그릇된 편견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아이들은 임대주택 사는 친구들을 스스럼없이 '거지'로 부르고 가난한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이재를 밝힌다는 유대인조차 가난한 사람을 경멸하고 손가락질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경멸하는 것은 가난과 그 가난을 가져오는 게으름이다. 그 경멸스런 가난이 널리 퍼지지 않도록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 또한 유대인의 오랜 철칙이다. 알량한 우월감으로 차별을 가르치기보다 서로 도와가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는 게 먼저다.

2.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동행]때가 왔다

최근에 심상치 않은 책제목을 보았다. ‘노후파산’이다. 한때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제목만으로도 널리 회자되었는데 ‘노후파산’이란 제목 역시 관심을 끈다. 파산이 노후라는 힘없는 단어와 만나니 더욱 파괴적으로 느껴진다. 아무리 아파도 청춘에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위로가 되지만 파산한 노후는 말만으로도 아프다.

노후에 대해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한 분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충무로에 상업사진 스튜디오를 낸 김한용 선생이다. 1950년대 이후 80년대까지 그분에게 사진을 찍히지 않은 톱스타가 없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그분도 초창기에는 가난해서 충무로 스튜디오에서 마포에 있는 집까지 걸어서 출퇴근하고 점심을 거르기도 했다고 말한다.

“버스비가 없을 때는 ‘얍! 드디어 걸어야 할 때가 왔다!’, 점심 값이 없으면 ‘얍! 드디어 점심을 굶을 때가 왔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씩씩하게 걸어 다니고 굶고 그랬어요. 어허허허.”

마치 신나는 일이라도 생긴 듯 그렇게 기합을 넣으며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충무로의 명물로 꼽혔던 그분의 힘찬 기합소리와 웃음소리는 구십의 연세에도 여전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시절 충무로의 스튜디오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수년 전, 오랜 세월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좀처럼 지갑을 여는 일이 없던 그분이 폭탄선언을 했다. 

“팔십이 넘으면서 결심했어요. 앞으로 내가 점심을 사면 몇 번이나 살 기회가 있겠어요. 이제부턴 내가 점심 값을 내기로 했소. 야압! 어허허허.” 

그날 한바탕 웃음으로 우리 모두 기분이 좋았다. 80년 몸에 밴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연세에 획기적인 전환을 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 놀랍고 유쾌했다. 그 이후로도 두어 번 더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뵐 때마다 기합소리의 음량은 줄고 있었지만 대신 마음의 여유가 커지는 모습이 ‘참 멋진 노후’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사실 “때가 왔다”는 것은 곧 “때가 갈 것이다”라는 말과 통한다. 행복하든 고통스럽든 담대하고 의연하게 견디면 결국 그 시간은 흘러가고 더 강하게 단련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픈 청춘이든 파산한 노후든 새봄에 어울리는 기합 한 번 넣어보면 어떨까. “이야아압! 희망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라고.

3. [동아일보][림펜스의 한국 블로그]‘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의 독소

‘안 되면 되게 하라.’ 이 말을 처음 들은 지 10년 정도 된 것 같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 친구 문수가 군대 얘기를 하다가 이 말을 가르쳐 줬다. (문수야, 연락 너무 안 해서 미안해. 곧 방문할게, 약속한다.) 군대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라고 했다. 이를 듣고 놀랍고 또 신기했다. ‘이게 뭐야, 무슨 무책임한 태도일까’ 하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해 볼 만한, 그러니까 내게는 새로운 접근이었던 것 같아 ‘괜찮다!’ 또 ‘역시 한국의 정신이 대단하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정신은 분명 대한민국이 ‘경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 굴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서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 마음만 먹으면 어떤 문제든, 어떤 장애든 극복할 수 있다는 그 확신,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창의적인 해결법을 찾아내는 능력…. 그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신기술, 스포츠, 문화 등 한국의 인상적인 다양한 성과를 설명할 수 있다. 요새 ‘올드 유럽’에서는 이런 투쟁심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다는 것도 되새겨봤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그 마인드가 어찌 보면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성공 비결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에 살다 보니 이 대단한 사고방식이 ‘양날의 칼’이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되게 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버릇이 되면 큰일이다. 

첫째로 일단 확고한 계획이 세워지기 힘들다. 차질이 생기지 않게끔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음에도 다수의 한국 사람은 습관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 보지 뭐’ 하며 계획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일할 때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계획보다 순간적인 반응성이 중요한 환경에서는 높은 생산성을 이루기 어렵다. 모든 일을 이번 주, 오늘, 지금 처리하게 되면 모두 급하게 해내야 한다. 모든 일이 급하다면 결국 아무것도 급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이런 환경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힘겹고 납득이 안 가는 순간이 꽤 있다. 

‘되게 하라’라는 말의 두 번째 큰 문제는 규칙을 무시하게 된다는 점이다. 무엇을 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규칙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되게 해야’ 한다면 규칙을 위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출퇴근시간 나의 통근버스 2200번은 승객들이 위험할 만큼 초만원이 되어 붐빈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비극도 무질서한 규칙이 난무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 번째로 ‘되게 하라’고 말하는 사람의 99% 정도는 그 명령이 실행되기 힘든 사항임을 충분히 아는 사람이라는 점이 문제다. 그런 상황이라면 명령하는 사람은 무시당하게 될 수밖에 없다. 불가능한 것을 어쩔 수 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니 이점(利點)을 얻기 힘들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다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한 결정자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은 희생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무모하게 자신감 있는 상사 아래서 일하는 직원이 참 불쌍하다. ‘야근의 왕’이 되어 수고해도 결국 인정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면 실행자가 책임감을 완전히 잃게 되고 효율적으로, 적극적으로 일할 마음, 혹은 동기가 사라진다. 직원으로부터 개인적인 의견을 듣기 싫어지고 “알겠습니다”란 말만 듣고 싶은 보스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기는 힘들다. 이의가 있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는 의견의 자유가 없어지고 직원의 결단력 또한 약해진다. 그런 환경에는 비전(vision)을 갖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가 없다. 

요즘 얼핏 보이는 사회병리 현상도 어느 정도 그 ‘되게 하라’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 같다. 결점이 많은 비뚤어진 사고방식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판단력 없이 실행하면 역효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규칙과 계획을 무시하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무시하고 또 인간의 지능을 무시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다른 나라처럼 한국 사회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상당히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점에 대한 한국인의 의견이 참으로 궁금하다.

4. [중앙일보][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왜 지구 반대쪽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까

며칠 전 한국에 사는 브라질 학생들을 집에 초대해 고국 음식을 대접했다. 이들은 2~3년 전 브라질 정부가 지원하는 ‘국경 없는 과학회’ 프로그램에 따라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나는 주한 브라질 대사관 교육담당관으로서 이들을 지원했다.

이들이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대개 비슷했다. 대개 K팝·드라마 등으로 접한 한국 문화나 한국 대기업의 세계적 명성 때문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나 장학금 때문인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대개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기억과 이미지를 간직하곤 브라질로 귀국해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부는 브라질에 가서도 한국을 그리워하며 어떻게든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다. 며칠 전 초대한 학생들은 용기를 내어 이를 실행에 옮겼다.

왜 돌아왔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취업이다. 최근 브라질 경기가 나빠지면서 취업이 힘들어지자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한국은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한국엔 브라질 등 중남미에 해외 지사를 둔 대기업이 많은데, 수출을 많이 하려면 그 나라 언어·문화를 이해하는 현지 출신이 필요하다. 둘째는 한국 사람의 정이다. 브라질 정서와도 어느 정도 맞닿는 부분이다. 친절하고 매력적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하거나 사귀던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려고 돌아왔다는 학생도 있다. 마지막 이유는 한국의 안전성과 편리함이다. 치안이 좋지 않은 브라질에서 지내다 한국에 오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본인도 안전한 곳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살 수 있고, 부모님도 안심시킬 수 있어 한국을 택한 것이다.물론 한국이라고 행복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브라질 특유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정신에 따라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한다. 한국의 ‘하면 된다’와 비슷하다. 지구 반대쪽까지 다시 날아온 이들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 나라에서 좋은 사람들과 많은 것을 배우며 살고 싶어 한다.

이들을 보며 내 과거가 떠올랐다. 장학생으로 한국에서 공부한 뒤 귀국했다가 다시 한국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당시엔 정말 많이 고민했고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의 매력을 잊지 못하고 다시 이 땅을 밟은 브라질 학생들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5. [중앙일보][이정재의 시시각각] ‘님티’들의 천국

보름쯤 전 헬스클럽에서 가슴에 통증이 왔습니다.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심장이 멎는 느낌이라더니. 3분쯤? 통증은 사라졌지만 불안·불쾌한 기억은 남았습니다. 며칠 뒤엔 늘 오르던 회사 계단 6층에서 멈춰야 했습니다. 한걸음도 더 디딜 수 없었습니다. 병원을 찾았습니다. 협심증. 관상동맥 두 곳이 하나는 많이 또 하나는 좀 길게 막혔다고 합니다. 친구 의사 녀석은 걱정하는 제게 쿨하게 말했습니다.

“사람 몸은 오래 쓰면 낡고 고장 나. 혈관도 그래. 오래되면 헐고 막혀. 운이 좋아 일찍 발견하면 약물로, 좀 늦으면 스텐트 시술, 더 많이 늦으면 수술로 처리하지. 한날, 한시라도 빨리 하는 게 좋아. 그래야 심장이 사니까.”

혈관이 막히면 심장이 멎는다. 심장이 멎은 생물은 살 수 없다. 생물이라? 흔히 경제는 생물이라고 합니다. 막힌 혈관이 뚜렷이 보이는 심장 사진을 들여다보며 난데없이 왜 저는 한국 경제를 떠올렸을까요. 직업병이라면 이런 직업병도 없겠지요.

5년쯤 전 우리 수출에 통증이 왔습니다. 수출 단가가 급락했습니다. 한번 시작된 통증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역대 최장입니다. 10년 전 5% 넘게 늘던 소비는 2%대로 주저앉은 지 몇 년 됐습니다. 기업 매출은 지난해엔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총체적 협심증. 한국 경제가 멈춘 겁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경제의 심장으로 가는 주요 혈관 10개(제조업 가동률, 수출 물량·단가, 소비·생산성 증가율 등)가 모조리 막혔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세계 경제가 어렵고, 중국이 쪼그라들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구조개혁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 산업도 기업도 오래되면 낡고 병듭니다. 수시로 약물 치료나 외과 수술을 해줘야 합니다. 그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안 했습니다. 그 결과 병이 골수에 찼습니다. 500대 기업의 10%(111개)가 벌어들인 돈으로 빌린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입니다. 누군가 칼을 들고 피를 흘리며 환부를 도려내야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습니다. 그저 미루고 덮고 떠넘기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것입니다. ‘내 임기 중엔 안 된다(Not in my time)’는 이른바 ‘님티족’이 정·관·재계에 널렸다는 겁니다. 지난 정부의 실세 한 분은 STX·동부·동양 등의 구조조정 요구에 대해 “이 정권에선 안 된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부도 다르지 않습니다. 돈을 풀고, 부동산을 띄우는 마약 치료에만 집중했습니다. 하다하다 안 되니 지난해 말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산업별 구조조정 계획을 한 차례 내놓기는 했습니다. 그나마 시한도 방법도 기준도 없었습니다.

주무부서인 금융위원회도 미적거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구조조정 전문기업 유암코에 “속도를 안 낸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게 고작입니다. 그러니 작년 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일몰로 폐지됐을 때 “국회가 법을 안 통과시켜서 구조조정을 못 한다”고 아우성을 친 게 다 쇼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총선의 계절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총선이 코앞이라 구조조정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합니다. 정치권은 오로지 공천, 공천, 공천입니다. 경제를 가끔 말하기는 합니다만, 온통 총선용 퍼주기뿐입니다. 구조조정을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대통령도 ‘경제살리기법’만 말할 뿐, 힘든 수술을 견디자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야당 압박용 아니냐고 의심받는 것입니다. 이래서야 20대 국회가 열릴 때까지 4~5개월은 또 허송하게 생겼습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5조원 넘는 적자를 냈습니다. 수술을 미룬 결과입니다. 그런데도 관계자들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되레 영전한 사람도 꽤 됩니다. 대우조선 같은 회사가 널렸습니다. 경제의 협심증이 그만큼 깊고 위중합니다. 자기 혈관이 막혔더라도 대통령·관료·국회의원·기업인이 과연 이렇게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경제의 심장이 멈추면 국가도 멈춰섭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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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10일 신문 브리핑 #

"욕심의 안경을 낀 사람의 눈에는 부족한 것밖에 보이지 않지만 감사의 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에 감사거리가 아닌 것이 없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인류를 대표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첫 대국에서 불계패함
- 자가학습을 통해 빠르게 진화한 인공지능에 인간이 무릎을 꿇은 것으로서, 인공지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간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임

2. 9일 한국바이오협회와 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학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벤처가 한 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남
- 연 200개씩 생기던 바이오 벤처의 절반가량을 교수가 창업한 2000년대 초반과 크게 달라진 모습임

3. 한국에서 최근 국제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까지 가는 직항 하늘길이 40년 만에 열릴 전망임
-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토교통부에 이란 국제항공운수권 배분을 신청했으며, 정부는 조만간 운항업체를 최종 선정할 예정임


<< 금융/부동산 >>
1. 9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매출 1조원 이상인 한국 기업은 해외 전체 법인의 실적 및 현금 흐름, 세금 납부 기록 등에 대한 국가별 실적보고서(CBCR)을 국세청에 제출해야 함
- 이에 따라 해외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세무조사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며, 국내에 들어와 있는 구글, 애플 등 외국 기업에 대한 한국 국세청의 조사도 정교해짐

2. 중소.벤처기업의 구주(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투자하는 세컨더리펀드가 벤처펀드 시장에 대세로 자리 잡고 있음
- 투자 위험이 낮고 수익률이 높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기관 및 고액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음

3.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90억달러(약 10조9400억원)의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함
- 이번 회사채 발행에는 340억달러의 투자금이 몰렸으며, 이는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위험은 낮은 초우량 회사채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결과로 보임 

4. 지난해 미국 5대은행의 매출이 유럽 5대은행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매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함
- 미국 경제 회복으로 영업여건이 유리해진 데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단행하면서 경쟁력을 높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옴

5.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44조2000억원으로 한 달간 3조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증가함
-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82조5000억원으로 한 달 새 2조7000억원 늘어나 전년 동월 증가액(4조2000억원)보다는 적었지만 지난달부터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대책을 시행한 점을 감안하면 주택 관련 부채 증가세가 누그러졌다고 보기 어려움


<< 국제 >>
1. 8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시간과 미시시피 하와이주 등 세 곳에서 완승을 거두며 대세론에 다시 불을 지핌
- 미시간과 미시시피 두 곳에서 경선을 치른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각각 한 곳에서 승리함

2. 좌파 성향의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친기업적 노동개혁에 나섬
-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013년 집권 초기 고소득자에게 최고 75% 세율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도입하는 등 강경 좌파 정책을 펴왔으나 최근 친시장.친기업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으며, 지난해 부유세를 폐지했고 33.3%인 법인세를 2020년까지 28%로 내리기로 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세컨더리펀드
- 벤처 신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투자회사 등이 이미 투자했던 벤처주식을 다시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로, '유동화펀드'라고도 함. 
주로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사들이 투자한 회사의 지분 중 펀드 만기기간 안에 매각하기 어려운 주식만 골라 싼 값에 인수한 뒤 시간이 지나 지분의 가치가 오르면 되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자금 회수의 어려움을 겪는 벤처캐피털사의 유동성 확보를 도와 주고, 피투자 벤처기업은 추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음. 
더욱이 단순히 지분만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를 예정대로 청산하고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며 피투자 벤처회사가 2차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재무적 지원과 함께 수출, 마케팅 지원 역할도 담당함.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세컨더리펀드 [secondary fund]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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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전담여행사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덤핑 여부를 상시적으로 심사해 적발되는 여행사에 대해서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키로 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가 어제 밝힌 방침이다. 그동안 저가 상품 위주로 운영돼 오던 중국 단체관광 시장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우리 관광산업 수준을 질적으로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앞으로 분기별 심사를 통해 문제점이 3회 적발되면 전담여행사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그만큼 바빠질 것이겠지만 전자관리 시스템의 도입으로 상시 심사가 가능해졌다는 것부터가 다행이다. 이와는 별도로 전담여행사로 지정받고 2년이 지난 업체들을 대상으로 관광객 유치실적과 재정 건전성, 법령준수 여부 등을 가려 조만간 대폭 정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국 관광객들이 대폭 늘어났다고 하면서도 실속은 보잘것이 없었다. 오히려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숙박시설이나 음식 수준이 관광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평을 듣기도 했다. 가이드가 관광객들에게 관광지 구경을 시키기보다는 면세점이나 쇼핑센터로 안내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도 들려오던 터였다. 여행사들이 서로 ‘제 살 깎기 경쟁’으로 관광객을 유치했기에 나타난 부작용이다.

정부가 꾸준히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뿌리깊은 덤핑 관행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거나 자격증을 빌려서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일부 여행사들의 이러한 불공정 행위로 한국 관광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이 더 심각하다. 정부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가세 즉시 환급특례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관광산업이 도약하려면 덤핑 관행부터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올해 중국 관광객 유치 목표를 800만명으로 세우고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 여행사에 대해서는 지원 방안이 마련되는 데다 중국 여행객들의 지역·계층·소득별 수준에 맞는 테마 콘텐츠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여행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이 따르지 않고는 모든 노력이 헛수고에 그치기 십상이다.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여행사들의 몫이다. 


2. 사이버테러 맨날 당하기만 할 건가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닥쳤다. “정부 주요 인사들의 스마트폰이 해킹됐으며 조사 결과 북한 소행으로 확인됐다”는 게 그제 국가정보원이 발표한 내용이다. 북한이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 이후 국가기반시설 인터넷망과 스마트폰 등을 해킹하며 우리의 사이버 공간을 위협하고 있고, 지난달 18일에는 코레일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다 발각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는 벌써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북한은 2011년 농협 전산망을 공격했고 2013년에는 KBS·MBC와 금융계 전산망을 마비시킨 전력도 있거니와 최근에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 제재에 강력히 반발하며 대남 도발 강도를 높여 왔다. 정부는 3차 핵실험 직후 대규모 사이버 테러가 자행된 점에 주목하고 지난달 사이버 위기 경보를 4단계인 ‘관심’에서 3단계 ‘주의’로 격상한 바 있다.

사이버 테러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혼란을 유발하고 국가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멈추지 않는 사이버 도발을 경고하고 철저한 대응을 주문한 것도 그래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어제 국정원 3차장이 주관하는 긴급 국가사이버안전대책회의를 열고 정보 공유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강구한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근 사이버 테러를 포함한 테러 역량의 적극 결집을 정찰총국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맹방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국제 제재에 동참한 데다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이 전개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독자 제재에 나서면서 북한이 대남 도발을 발악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핵탄두 실전 배치” 운운하며 대남 핵 위협을 노골화하기도 했다.


한반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컨트롤타워조차 설치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재연돼선 결코 안 된다. 아울러 이제는 근원 추적이 어려워 신속 대응이 어렵다는 타령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막강한 정보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 사이버부대를 키워 공세적으로 대응할 때다. 이제는 더이상 당하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서울신문]

3. 달러 뭉치 北 유입 막는 게 대북제재 핵심이다

어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독자적 대북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별도로 내놓은 금융 및 해운 제재를 중심으로 한 추가 제재안이었다. 발효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를 보완해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죄려는 수순인 셈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해 온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 등 북측 단체·개인들을 금융 제재 대상으로 추가하고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는 내용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우리는 이왕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자금줄을 차단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가 일사불란하게 힘을 보태야 한다고 본다.


유엔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가동 중인 터라 정부의 이번 독자 제재안의 강도는 높지 않다. 어찌 보면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자행한 이후 발동한 5·24 조치를 강화한 수준일 수도 있다.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 출입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북한 주민과의 접촉 제한’ 조항을 구체화한 대목이 그렇다. 물론 이는 온 국민의 협조가 없으면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조치다. 북한 정권이 동족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할 기미를 보일 때까지라도 우리 여행객들이 해당화식당 등 해외 각국에 산재한 북한 유흥업소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옳을 듯싶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어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발표한 독자 제재안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러시아 측에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을 통보했다는 보도를 주목한다. 우리는 이를 불가피한 차선의 고육책으로 이해한다. 러시아산 유연탄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이 프로젝트는 당장은 적자지만 언젠가 러시아와 남북 간 철도 연결을 통해 업그레이드할 경우 남북과 러시아가 윈·윈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항구에 들렀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한 현시점에서 이를 계속하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이다. 다만 러시아 측이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한반도를 초토화할 수 있는 ‘핵 불장난’을 하려는 북한을 말릴 생각은 않고 경제적 실익만 찾겠다는 것은 노름판에서 개평 뜯는 행태와 다름없지 않나. 정부가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영구적 사망 선고를 내린 게 아니라 핵 포기 등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한 잠정적 중단 조치임을 러시아 측에 당당하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일차적 목표가 뭔가. 핵·미사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북한의 잘못된 셈법을 바꾸려는 게 주목적이 아닌가. 그렇다면 가급적 북한 주민들보다는 북한 정권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해외의 북한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을 이번에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분상으로도, 실효적으로도 적실하다고 본다. 정부는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대북 제재 국면에서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이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뭉칫돈 차단에 주안점을 두기 바란다. 이른바 ‘벌크 캐시’의 대북 유입을 막는 국제 공조가 북핵 포기를 이끌 관건임을 유념하라는 뜻이다.


4. 바둑에 도전하는 AI, 미래산업으로 키우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세계 바둑의 최강자 이세돌 9단에게 도전하는 세기의 대결이 오늘부터 펼쳐진다. 대국은 15일까지 5번기로 진행된다.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과연 경우의 수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바둑에서마저 인간을 따라잡을 것인가. 아니면 아직은 인간 두뇌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이 9단이 입증할 것인가.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에게 5대0 완승을 거두고, 한 달에 100만판씩을 소화하면서 진화를 거듭해 왔다. 바둑 팬들은 물론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가 주목하는 이번 이벤트는 그 어떤 스포츠 게임보다 흥미진진한 행사가 될 듯싶다.

세계의 이목이 이토록 쏠리는 것은 알파고를 통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의 대주제였다.

인공지능은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보석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람의 두뇌를 빠른 속도로 쫓아오면서 이미 우리 생활상을 크게 바꿔 놓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인공지능 기반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10년 이내에 도로를 사실상 점령할 것으로 내다본다. 애플의 ‘시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등 인공지능을 장착한 개인 비서 프로그램은 자신의 ‘보스’가 저장해 놓은 일정을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내용을 알려 준다. 명령을 하면 최적의 해법까지 제시해 준다.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처방법을 의사에게 보여 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의사가 적절성을 검토해 선택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준비와 투자는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글 등 해외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는 반면 우린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전통적인 자동차산업이나 컴퓨터 제조업, 은행 같은 금융서비스업 등은 사양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이 수행하던 역할은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새로운 기술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 산업이라는 절박한 각오로 인공지능을 육성하기 바란다.


5. 北 해킹 막을 법안 통과시키고 해커 양성해야

북한이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을 해킹, 통화 내용까지 녹음해 탈취하고 인터넷뱅킹 보안 소프트웨어 제작 업체의 내부 전산망까지 장악했었다고 국가정보원이 어제 열린 긴급 국가사이버안전 대책회의에서 밝혔다. 아울러 철도 운영기관 직원의 메일 계정 탈취를 시도하는 등 북한의 사이버테러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이 국정원 측의 설명이다. 때맞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으로 오프라인 테러에 대한 방패는 마련했으니 이제는 온라인 방패도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전방위적이며 치밀한 사이버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 태세를 엿보기 위해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사이버 탐지에 나서는 한편 금융전산망 대량 파괴, 철도교통 관제 시스템 장악, 인터넷뱅킹 마비 등으로 혼란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력·교통·통신·금융·국방 등의 사이버 보안 취약지대를 집중해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유례없는 강력하고도 포괄적인 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사이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철저한 대비 태세가 필요하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원천 봉쇄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사안보다 서둘러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형법이 없어서 도둑이 날뛰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과 대비 태세가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다. 사실 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들이 수상한 문자 메시지에 첨부된 악성 코드를 클릭해 스마트폰을 해킹당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초등학생도 아는 보안 상식조차 무시하는 인사들이 안보 정책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니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2009년 7월 청와대와 미 재무부를 비롯해 한·미 양국의 주요 기관 23개 사이트가 다운됐고, 2011년 4월에는 농협 전산망이 마비됐는가 하면 2013년 3월에는 언론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이 집중 공격을 당했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 5000여명의 사이버 전사를 실전 배치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외교·안보 담당자들조차 이토록 허술한 보안 의식을 갖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관련 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화이트해커 양성과 사회 전반의 보안 의식 제고 등으로 튼튼한 방패막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


[동아일보]

6. 국민의당 김한길, ‘정당 브레이커’라는 말 또 들을 텐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죽더라도 광야에서 죽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의 통합 제안을 거부한 지 이틀도 안 돼 다시 당이 분열될 조짐이 보인다. 어제 천정배 공동대표는 “여당의 압승을 저지할 수 있는 전략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수도권 연대’를 언급했다. 4일 의원총회·최고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통합 거부 당론을 정하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회에선 한완상 전 부총리가 “그분은 광야에 살지 않고 넉넉한 가정에 살아서 잘 모를 것”이라고 안 대표를 비판하며 이른바 시민사회의 원로들과 함께 야권 연대를 촉구했다.


특히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더민주당에서) 패권주의 청산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야권의 개헌선 저지를 위한 뜨거운 토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합칠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친노 청산 컷오프’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 같다.


그럴 양이었으면 김 위원장은 애당초 더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패권주의 청산’을 어디까지로 판단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는 “모욕적”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통합 주장을 계속하니 자신의 지역구(서울 광진갑)에 더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밀약설(密約說)’까지 나오는 것 이다.


김 위원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 창당을 준비하던 안 대표의 손을 이끌어 그해 3월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당했다. 더민주당을 떠나면서는 기득권 양당 구도를 깨는 제3의 정당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엔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면서 선도(先導) 탈당을 결행해 결국 열린우리당을 해체시켰다. 이제 국민의당을 깨느냐 마느냐도 사실상 그의 손에 달렸으니 당을 깨뜨리는 ‘정당 브레이커’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과 제3당의 꿈 실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매일경제]

7. 가난해진 20·30대 희망사다리는 노동개혁이다

가구주가 20·30대인 가정의 지난해 소득이 2003년 가계동향 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인 가정의 소득은 2013년 7.4% 증가했으나 2014년 증가율이 0.7%로 급격히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0.6% 줄어들었다. 청년 취업이 어려워진 데다 직장을 얻더라도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서 생긴 것인데 몇 년 전부터 예고돼온 일이다. 올해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청년 고용절벽'이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견해왔다. 노사정위원회가 2014년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를 구성하고 노동개혁에 착수한 것도 이런 절박한 이유 때문이다. 그 후 1년 반 동안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도입,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진행돼왔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노동개혁 5개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이들 법률안은 노동개혁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이 정도만으로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13만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15만개, 고소득자 임금 인상 자제를 통해 9만개 등 3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추산해왔다. 절박한 노동개혁을 위해 정부는 최대 쟁점이던 기간제법을 유보하기로 했는데도 야당의 막무가내식 반대로 노동개혁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9.2%까지 높아졌다. 그로 인해 20·30대 가구의 지난해 근로소득은 0.8% 줄어들었고 이들 젊은 층 가구의 전체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일자리를 이미 차지하고 있는 40대 중장년층 가구의 소득이 지난해 2.8% 늘어났고 60대 이상 가정 소득도 6.8% 증가한 사실과 대조를 이룬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가구 간 소득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왕성하게 사회활동과 소비를 해야 할 젊은이들이 취업난, 소득 감소, 지출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노동개혁 법안은 당장 통과돼야 한다.


8.김종인의 더민주, 서비스산업法 왜 방치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기득권과 정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며 "꼭 필요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오늘까지 무려 1531일째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지금처럼 수출제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성장과 고용 모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므로 내수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게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옳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평균 취업유발계수(산출액 10억원당 직간접 취업자 수)는 13명 남짓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업 지원(30명)과 보건복지(19명), 교육(18명)을 비롯한 서비스 부문은 전기전자(5명)와 운송장비(7명)를 비롯한 제조 부문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훨씬 크다.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좋은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틀을 짜는 법안마저 야당이 한사코 반대하는 바람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이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의 속셈을 감추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 어디에도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문구가 없는데도 그런 프레임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위하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려면 더 이상 반대로 일관하지 말고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인 서비스법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수출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는 터라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그 돌파구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열어야 한다. 김 대표는 "경제정책 전환을 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20년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판할 요량이라면 먼저 서비스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 통과에 협력함으로써 책임 있는 민생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옳다. 김 대표는 더민주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시키고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강단 있고 실용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서비스법 통과를 위해 다시 한번 리더십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중앙일보]

9. 주민소환에 서명 날조한 경남도 사례 철저히 수사해야 

경남도에서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을 둘러싸고 벌어진 작태는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황당한 부조리극이다. 경남도에선 두 건의 주민소환운동이 벌어졌다. 하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와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며 진보진영이 벌인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다. 이에 대한 맞불 격으로 나온 게 보수진영의 박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었다. 한데 박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 과정에서 허위서명이 벌어지고 여기에 홍 지사의 최측근들이 연루돼 구속되면서 주민자치를 위한 제도가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나쁜 사례가 돌출했다.

주민소환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시·도지사 등 선출직 공무원을 주민들이 해임할 수 있는 견제제도다. 일정 기준 이상의 주민 서명을 받아 선관위에 투표를 청구한 뒤 주민들이 다시 투표해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단체장의 비위와 권한 남용 등을 주민이 직접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이 개입하거나 정치적으로 남용돼서는 안 되는 주민자치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번 박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엔 홍 지사 선거 캠프 인사인 경남도 산하기관과 출연기관장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들은 아예 서명서 날조를 위해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조직적으로 허위 서명서를 만들었다는 게 경찰 발표다.

이번 사건이 주민자치를 훼손한 정치적 남용 사례인 점은 분명해졌다. 물론 홍 지사 혹은 경남도 등 관권이 직접 개입한 증거는 없다. 홍 지사는 이번 사건을 ‘측근들의 일탈’로 규정하고 공보관을 통해 대리 사과했다. 하지만 도민들 사이엔 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 중 서명을 위조하는 데 사용한 2만4000명 분량의 개인정보가 경남도로부터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제도에 관이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사기관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남은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주민자치제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헤럴드경제]
10. 檢, 음주 사망사고 처벌강화 ‘만시지탄’
검찰이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에 대해 살인범에 준하는 처벌을 하기로 했다. 음주운전을 적극 만류하지 않은 동승자 역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며, 구형량을 높이는 등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해 실제 업무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는 법정 최고형이 징역 3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도 엄격히 적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간 검찰은 면허취소수치(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일때만 특가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도 대법원 양형기준에 교통사망사고는 징역 8월~1년6개월이 기본이라 집행유예가 가능했다. 국내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가 평균 징역 1년~1년 6개월에 그치고 그마저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이유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처벌이 이뤄지게 됐다니 다행스럽다. 억울하게 생명을 잃는 희생자나 유족 입장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보며 또 한번 고통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는 거대한 흉기이자 거리의 살인자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채 날벼락을 맞는 것이다. 지난해 온 국민을 분노케했던 ‘크림빵 뺑소니’사건처럼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음주운전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검찰총장이 예로 든 일본의 경우 9명을 숨지게한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된 바 있으며 동승자도 2년형을 받았다. 미국은 살인죄 최저형량과 비슷하게 취급하고, 영국도 평균 5년 이상의 형을 내린다. 유독 술로 인한 사건 사고에 관대한 우리 문화는 그렇지 못했다. 고위공직자들의 음주로 인한 성추행이나,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사고때도 법원의 판결은 지나치게 가벼워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통사고 사망자 10만명당 10.8명으로 OECD 1위에,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4621명) 중 음주사고 사망자가 12.6%(583명)에 달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강력한 처벌이 더 빨리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검찰은 음주측정 수치에만 의존하던 수사관행도, 이후 동석자나 술을 판매한 식당업주의 진술까지 적극 수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동승자 처벌은 좀 더 신중하게 보완돼야한다. 동승자가 적극 만류했는지, 또 만류해야할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검찰의 처벌강화 방침 천명을 환영하며, 차제에 거리에서 음주운전이 뿌리뽑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 [목멱칼럼] 연예인 성(性) 스캔들, 욕망을 버려야 한다
“사건 당시 연일 대서특필되어 성범죄자로 낙인 찍혔다가 3년이나 지난 다음에 결백을 입증하여 무죄라는 기사가 몇 줄 나와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미 대중들의 머릿속에 나는 성범죄자로 기억되고, 그 일로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꽤 오래된 이야기다. 강간 사건에 휘말렸던 한 유명 개그맨이 3년여의 법정싸움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연예인이 ‘성 스캔들’에 휘말려 한순간에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사례를 수없이 봐왔다. 한 여자 연예인은 지리한 법정싸움 끝에 무죄 취지로 결론났다. 하지만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최근 한 방송사 프로그램이 이른바 ‘시크릿 리스트’로 불리는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를 다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저 소문에 불과한 이야기라고 에둘러 외면해 왔던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이처럼 연예인 스폰서나 성 스캔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연예인’이란 타이틀과 인간 삶의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은밀한 성(性)과 돈으로 얽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예인은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화려한 직업 중의 하나다. 초등학교 학생 50% 이상이 장래 희망으로 연예인을 꼽고 있고,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언제나 문전성시일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부와 명예와 권력(문화권력)을 한꺼번에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다. 예쁘고 화려한 꽃밭에 벌이 날아들듯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에겐 악마의 유혹이 들끓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쌓아올린 명성과 인기를 약점으로 이용하려는 사람, 화려한 성공을 손쉽게 이루려는 일부 무명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의 어리석은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해 남다른 성취감이나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연예인 성 스캔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추악한 욕망이 서로 맞아떨어지며 만들어진 스캔들은 연예인이란 선망의 타이틀을 달고 SNS 등 미디어를 타고 속절없이 확대 재생산되어 급속도로 번진다. 급기야 극소수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으로 인한 일들은 전체 연예인으로 비화하여 마치 연예계 전체가 비도덕·비윤리의 온상처럼 비춰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를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도 그랬다. 방송 이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배우 김상중은 “방송을 하는 동안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토로했다. 많은 연예인이 연예계 전체로 매도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와 경계심을 드러냈다.

연예인의 성 상품화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슬픈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연예인이란 직업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근절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연예인 성 스캔들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연예 기획사 설립 조건을 강화했다. 누구나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던 기획사를 대표나 임원 중 범죄 사실, 특히 성범죄 전력이 있으면 무조건 등록을 불허하는 등록 허가제로 바꾼 것이다. 범죄 관련자는 아예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한 이 제도가 힘없는 연예인 지망생들을 보호하는 데는 어느 정도 이바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 성 스캔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은 못될 것이다. 연예인 성 스캔들은 인간 삶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유혹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스캔들을 만들어내는 당사자들이 욕망과 탐욕을 버려야 한다. 극소수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은 손쉽게 성공하려는 허황한 욕망을 버려야 하고, 약자의 욕망을 이용하려는 일부 가진 자들은 짐승 같은 탐욕을 버려야 한다. 설령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그릇된 일탈행위가 있더라도 연예인 전체로 매도되는 일은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연예인 연습생이나 연예인 지망생은 말 그대로 지망생일 뿐, 연예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여성신문]이혼 부부와 자녀 잇는 ‘면접교섭’

대부분 이혼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을 자기 탓으로 여긴다(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삶이 보다 나아지기 위해 이혼을 선택하지만 아이들은 이혼 과정에서, 그리고 이혼한 후 경제적, 심리적으로 많은 나쁜 영향을 받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학생 76명 등 2100여 명 학생을 조사한 결과, 부모의 이혼으로 국어 성적은 0.282점, 수학 성적은 0.443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회심리 발달 상태를 나타내는 내향적·외향적 문제 행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이혼으로 부모 일방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이혼으로 같이 생활하지 않는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혼은 너의 잘못이 아니고, 이혼으로 한 집에 살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엄마, 아빠라는 것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서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중지하고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아이를 면접교섭하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 비양육부모는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이와 눈을 맞추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시작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또 아이가 비양육부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양육부모가 상대방에 대한 험담만 늘어놓으면 아이는 양육부모에게 진심을 터놓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힘이 없이 상대방의 눈치만 보게 된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맞추는 삶을 살게 된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렵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그가 어떤 사람이든 소중한 친구다. 교우관계 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같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등을 숙고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한다는 사람과 쉽게 결혼을 하게 되니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다. 그래서 부모처럼 이혼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혼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한편, 이혼한 대부분 부모들은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아이에 대한 애정이 급상승해 무리하게 많은 시간 아이를 보려고 하는데 횟수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달에 4번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 때마다 일에 쫓겨 약속 시간을 미루거나 늦거나 또는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마친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애정을 가지지 못한다. 부모에게 자신이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 단지 심심할 때 만나는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반면 한 달에 한 번을 만나기로 했어도 그 날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난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최근 외할머니의 면접교섭을 인정한 판결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를 양육했던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편 비양육부모의 면접교섭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해하는 것일 때에는 면접교섭이 제한되거나 배제돼야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미성년 자녀가 학업 성적과 사회심리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건강한 면접교섭이 행해지길 소망한다.


3.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소크라테스가 받은 최고의 선물

기원전 5세기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아테네에서는 시민 누구나 민회에서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천명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탁월한 언변과 용기가 필요했다. 자연스레 연설의 비법을 가르치는 소피스트가 최고의 인기 직업으로 부상했다.


프라타고라스나 고르기아스처럼 유명한 소피스트들은 연설 교습의 대가로 비싼 수업료를 받아 큰 부를 쌓았다. 소크라테스(BC 470~BC 399)는 소피스트들이 참다운 지혜가 아닌 말재간과 터무니없는 궤변을 가르친다고 비난했다. 그는 수업료를 받지 않고 청년들이 아름다운 영혼과 비판적 지혜를 갖추도록 가르쳤다. 이런 탓에 소크라테스는 평생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고, 아내 크산티페의 바가지 긁는 소리를 참고 견뎌야 했다.

로마의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BC 4?~65)의 저서 ‘베풂의 즐거움’에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은 스승의 빈궁한 생활을 안쓰럽게 여기고 무상 교육의 은혜를 갚기 위해 자기 능력껏 여러 선물을 바쳤다. 특히 명문 가문의 부자였던 알키비아데스는 넉넉하게 선물을 했다.

그런데 아이스키네스(BC 390~BC 314)는 너무 가난해 아무것도 바칠 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소크라테스에게 자신의 처지를 고백했다. “저는 가난해서 선생님께 드릴 변변한 물건은 없고, 바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는 저 자신뿐입니다. 선생님, 저라도 기꺼이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서운해 하기는커녕 최고의 선물을 받은 듯 격려했다. “너 자신보다 더 큰 선물이 또 있더냐. 설마 너 자신을 별 볼 일 없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 선물로 받은 너 자신을 처음 받았을 때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어서 되돌려주마.”

아이스키네스는 소크라테스의 가장 충실한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소크라테스는 약속대로 아이스키네스를 아름다운 영혼과 지혜를 갖춘 청년으로 키웠다. 아이스키네스는 소크라테스가 신을 부정하고 청년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민회의 사형 언도를 받고 독약을 마실 때 임종을 지켰다. 그 뒤로 소크라테스의 참모습을 전하는 저작을 많이 남겼다.

소크라테스는 아무런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지혜를 청년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고, 아이스키네스는 최고의 선물로 그 은혜에 보답했다. 선물은 선의를 표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서의 선물은 금전적 가치의 크기보다 주는 사람의 정성과 의도가 더 소중하지 않을까.


4. [서울신문][씨줄날줄] 다빈치형 對 잡스형 인재/박홍기 논설위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환생한 듯싶다. ‘다빈치형’, ‘네오 다빈치’라는 표현을 종종 듣고 볼 수 있어서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문화창조아카데미 입학식에서 네오 다빈치를 언급했다. 김 장관은 “새로운 종류의 다빈치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 시대 ‘네오 다빈치’가 쓰는 새로운 종류의 물감은 바로 디지털 코드”라고 말했다. 작년 대학 입시에는 다빈치형 인재 전형도 있었다.

다빈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르네상스맨이다. 미술, 의학, 문학, 과학, 철학, 종교, 기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여 준 천재다. 모든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었다.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에는 수학적 원근법을 사용한 데다 기존의 프레스코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물감을 만들어 썼다. 창의력과 생산력을 동시에 실현하는 인재가 바로 다빈치형이다. 개럿 로포토 역시 저서 ‘다빈치형 인간’에서 억압을 싫어하고 큰 그림을 그리며 창조와 변화를 추구하는 등의 요건을 갖춘 유형으로 규정했다. 천재성을 발휘하려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전제도 깔았다.

스티브 잡스(1955~2011)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다빈치형이다. 아이폰에 대해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라는 게 잡스의 말이다. 남들이 할 수 없다는 일을 해내고, 남들과 다르게 사물을 봤다. 그러나 잡스를 ‘지휘자’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엔지니어가 아닌 까닭이다. 영화 ‘스티브 잡스’에서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 “기술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하는 넌데, 왜 매일 모든 뉴스에는 천재라고 나오냐”며 잡스를 거칠게 몰아붙인다. 잡스는 “뮤지션은 악기를 연주하고 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고 맞받는다. 엔지니어, 기획자, 마케터 등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전체를 이끌어 가는 지휘자, CEO로서의 역할을 피력한 것이다.

잡스의 지휘자론은 링겔만 효과와 다름없다. 유능한 리더가 조직원의 동기 유발에 탁월하다는 이론이다. 줄다리기의 참여자 수가 늘수록 한 사람이 내는 힘의 크기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사령탑을 맡았을 때다. 모리뉴의 연봉은 선수들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싹쓸이해 가다시피 한 명문팀 감독에게 거금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만하다. 선수들에게 열정을 심어 줘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팀을 조화롭게 이끄는 감독의 역량, 리더십의 값어치라는 게 답이다.

다방면에서 경계를 허무는 사고를 가진 다빈치형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빈치형이 될 수 없다. 한 우물을 파는 인재가 많아야 함도 당연하다. 인재들을 찾아내 빛을 보게 하는 게 잡스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빈치형이든, 잡스형이든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 인재다.


5. [서울신문][길섶에서] 섬진강 ‘벙굴’/강동형 논설위원

봄을 알리는 꽃 소식과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섬진강 하구의 ‘ 벚굴’ 채취 소식이 들려온다.


섬진강 물이 긴 여정을 마치고 광양만에 들어서기 직전 잠시 숨을 돌리는 곳이 망덕포구다. 강은 강인데 강이 아닌 것 같은 이곳에서 나는 굴을 ‘벚굴’이라고 한다. 벚굴의 원래 이름은 ‘벙굴’이다. 굴의 크기가 손바닥만 하지만 차지거나 야무지지 않다는 의미로 ‘벙’이라는 접두사가 붙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벙굴’은 사라지고 ‘벚굴’이란 이름이 통용된다. 벚굴이 된 사연을 물으니 우연한 스토리텔링 결과란다. 광양제철이 들어서면서 외지인들이 늘었다. 이들이 벙굴이란 이름의 연유에 대해 궁금해하자 현지인이 벚꽃 필 무렵 나오는 굴이라고 둘러댄 것이 벚굴이 됐다는 얘기다. 우연한 작명이 입소문을 타면서 섬진강 하구의 명물이 됐다. 이제 이곳 사람들은 벚굴에 더 익숙하고, 자부심마저 느낀다.


별미로 먹는 벚굴은 숯불에 구워 초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섬진강에서 벚굴 채취가 한창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사어가 돼 버린 ‘벙굴’이란 말이 그리워진다. 아마도 놓아 주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추억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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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9일 신문 브리핑 #

"감사는 위대한 교양의 결실이다. 야비한 사람에게서는 그것을 발견할 수 없으리라."
- 존슨


<< 정치/외교 >>
1. 정부가 북한에 기항한 제3국 선박의 한국 입항을 금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8일 발표함(국무조정실 발표 내용)
- 남.북.러 3각 물류사업인 나진.하산프로젝트는 중단하기로 함


<< 경제 일반 >>
1.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은 2조1000억원 규모로 13개 부처, 57개 사업으로 분산된 청년 일자리 사업을 고용부의 취업성공패키지로 일원화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내용의 '청년 고용대책'을 오는 21일 발표할 예정임
- 취업지원 프로그램(취업성공패키지)에 지원하는 모든 청년(18~34세)에게 최소 월 40만원의 구직수당(최대 6개월)과 함께 면접 경비(월 5만원씩 5회)를 주고, 우수 중소기업 1만개를 선정해 해당 기업에 1년 이상 근무하는 청년에게 1인당 600만원(월 50만원)의 고용보조금을 직접 지급함

2. 중소기업청이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인 '월드클래스 300' 지원 기업을 확대하고 이들 업체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연계 지원을 강화함
- 올해 선정 기업 수를 작년 30개사에서 50개사로 확대하고, R&D 지원예산도 작년 730억원에서 올해 874억원으로 증액 및 해외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 최장 5년간 5억원 한도로 총 사업비의 최대 50%를 지원함

3. 국토교통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이 2009년부터 GPS 오차를 줄이는 보정 기술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말 원천기술 개발을 마침
- 이 기술을 활용하면 오차 범위가 통상 0.2~0.9m 수준(최대 오차 1.5m)에 불과해 차로(폭 3m) 구분이 가능함


<< 금융/부동산 >>
1. 한국은행이 부진한 경기 흐름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시장금리(국채금리)와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한 것과는 반대로, 은행 대출금리는 서서히 오르고 있음
- 은행들은 경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차입자 신용도를 감안한 가산금리를 올렸고 이것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함

2. 보험회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가 중국 정부나 은행 채권의 원금을 보장해주고 보험료를 챙기는 구조의 파생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음
- 8일 국내 신용평가회사에 따르면 국내 증권회사들은 지난달부터 중국 채권 관련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과 우량채권을 엮은 파생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
- 이는 중국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보험료가 충분히 올라 매력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임

3. 지난달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금리가 하락해 자산운용사의 자금 운용 악화에 따른 영향으로 일본 금융시장에서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사라짐
-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노무라자산운용 등 일본 자산운용사가 MMF 운용을 중단하고 투자자에게 펀드를 환매해줄 방침임

4. 중국 정부가 환투기 세력 등에 대해 토빈세(외환거래세) 부과를 통해 제한 조치를 가할 방침임을 시사함
- 중국 국가통계국은 8일 홈페이지에 올린 `2015년 세계 경제 회고와 2016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요동이 커질 위험에 대비해 필요하다면 토빈세를 징수해 외환투기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힘
* 토빈세 :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가 1972년 프린스턴대 강연에서 처음 제창한 세제로, 투기성 자본 유출입과 각국 통화 급등락, 이에 따른 통화위기 가능성을 막기 위해 단기성 외환 거래에 부과하는 징벌적인 세금을 말함

5.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증시가 최근 강세를 띠고 있음
-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7일(현지시간) 49,246.10으로 마감해 올 들어 14.1%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이웃 아르헨티나 증시도 같은 기간 14.7% 오르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음
- 브라질에서는 브라질 최대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룰라 전 대통령이 체로로 친시장적 성향의 지도자가 집권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됨

6. 국토교통부는 개인이 소유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땅을 국가가 임차해 공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개발제한구역 내 도시공원 부지 임차제도 도입방안'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했다고 8일 밝힘
- 이는 개인 토지를 공원구역으로만 지정만 한 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20년이면 공원.도로등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지정 효력을 잃기 때문임


<< 국제 >>
1.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가 3개월 만에 배럴당 40달러 선을 넘어서고, 철광석과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올 들어 저점을 찍은 뒤 오름세를 보이고 있음
- 7일(현지시간) 북해산 브렌트유 5얼 인도분은 영국 런던ICE거래소에서 5.6% 급등한 배럴당 41.04달러에 거래되었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도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51% 급등한 배럴당 37.90달러에 마감함

2. 중국의 지난 2월 수출이 25.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남(중국 관세청 발표)
-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평균(-14.5%)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글로벌 수요 둔화와 춘제(중국 설) 연휴라는 불규칙적 요인이 복합 작용했다는 분석임

3. 유럽연합(EU)이 터키 정부와 난민(Refugee)이 아닌 이주민(Migrant)에 대해 유럽행 유입을 차단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함 
- 이에 따라 터키는 이주민을 떠안는 대신 8조원이라는 막대한 지원금을 비롯해 염원이었던 EU 가입 지지라는 혜택까지 받게 될 전망인 반면, 난민 유입으로 위기에 몰린 유럽 정상들이 인권유린으로 오명이 자자한 터키에 `짐`을 떠밀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신용부도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 , 信用不渡)
- 영문 첫글자를 따서 CDS라고 하며, 부도의 위험만 따로 떼어내어 사고파는 신용파생상품임. 
예를 들면, A은행이 B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한 경우에 B기업이 파산하면 A은행은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됨. A은행은 이러한 신용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C금융회사에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B기업이 파산할 경우에 C금융회사로부터 투자원금을 받도록 거래하는 것임.
이러한 신용파생상품은 1990년대 중반 투자은행들이 신흥 경제국에 투자하는 데 따르는 신용위험을 다른 투자기관으로 이전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으며, 2004년 이후 활발하게 거래되었음. 채무자로서는 자금을 조달하기 쉽고, 채권자로서는 일종의 보험료를 지급하면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임.
그러나 채무자인 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보증인 격인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면 채권자인 은행도 연쇄적으로 부실화됨. CDS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자금조달 시장이 마비될 우려가 있으며, 실제로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를 증폭시킨 요인으로 지적됨.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신용부도스와프 [Credit Default Swap, 信用不渡-]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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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8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 교수 철밥통 위해 수강권 사고파는 대학이 정상인가

대학에서 일부 학생들 간에 수강권을 사고파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졸업하려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 강좌나 인기 강좌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암표 거래하듯 벌어지는 일이다. 수강권 가격은 강좌의 특성이나 학생의 급한 사정에 따라 적게는 1만, 2만 원에서부터 수십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2010년 서울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졸업하려면 꼭 수강해야 한다며 계절학기 대학영어1 수강권에 100만 원을 주겠다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다.

대학들은 최적의 수업환경 조성을 위해 수강인원 제한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이 대세가 되면서 수강인원이 늘어나 ‘수강신청 대란’이 불가피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강좌를 수강하지 못하는 바람에 졸업을 못 해서 취업과 대학원 진학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대학 측이 사전에 정확한 수요를 파악해 강좌 수를 조정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추가로 개설하는 것이 ‘강의 소비자’에게 친절한 ‘공급자’의 책무일 것이다.

대학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 솔직한 이유는 교수들 사정에 있다. 일부 과목에 수강신청이 몰리면 다른 쪽에선 신청인원 미달로 폐강되는 과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책임강의시간을 몇 년 연속 채우지 못하는 교수들은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승진 급여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결국 교수들에게 철밥통을 보장해 주기 위해 대학이 ‘강의 시장’을 왜곡시켜 학생들이 암시장에서 수강권을 거래하게 된 셈이다. 

교수들이 경쟁 없이 편하자고 학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대학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해 폐강이 거듭되는 교수는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 좋다. 교수 이기주의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 ‘피해자’가 되는 대학사회는 불공정하다. 대학 개혁은 이런 후진적이고 구조적인 환부를 도려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 “성장세 둔화” KDI 선언과 딴판인 대통령의 경제낙관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경기 하강을 ‘우려’했고, 한 달 전에는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데서 성큼 나아가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민간 연구기관도 아닌 국책 기관이 이런 판단을 내놨다는 것은 정부에 요란한 경고음을 울린 것과 다름없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도 경제 상황이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느닷없이 ‘경제 낙관론’을 폈다. “재정 조기집행 등의 정책효과가 본격화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KDI 분석과는 정반대의 발언까지 했다. 

국민의 경제 불안 심리를 달래고 희망을 주기 위한 대통령의 배려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과 국내총투자율 등 10개 경제지표에 일제히 적신호가 켜지는 등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졌다는 그제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와도 동떨어진 인식이다. 안종범 경제수석이 2일 “부진했던 경제지표가 내수 회복세를 바탕으로 2월 이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브리핑한 것을 보면, 참모들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지도 의문이다. 

4·13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경제 실패’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어제 “(정부가) 경제 실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국민에게 알리면서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일본처럼 한국도 ‘잃어버린 20년’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심판론’으로 선거를 몰고 갈 태세다.

박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은 비상상황”이라며 경제활성화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국회 심판론’을 강조한 바 있다. 불과 두 달도 안 돼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위기에서 낙관으로 바뀐 이유가 총선에서의 경제 심판론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위험하다. 경제 상황과 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야당이 서로 상대 탓만 하면서 국민을 골병들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선거용 낙관론을 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비상한 경제 상황 관리에 돌입하도록 독려해야 마땅하다.

3. 이한구는 ‘청와대 공천’ 믿고 물갈이 밀어붙이나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의 1차 공천심사 결과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전날 김무성 대표가 공관위 결정에 “단수 추천은 당을 분열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터라 공관위 결정이 반려되면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웠다. 최고위는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공관위 결정을 추인했다. 이 위원장의 판정승이다. 그는 최고위 참석 후 “앞으로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면서 “공관위는 독립된 기관으로 누구도 압력을 넣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까지 날렸다.

새누리당 공천을 책임지고 있는 이 위원장의 행동은 지나치게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예고 없이 1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극도로 민감한 단수와 우선추천 지역을 다수 선정했고, TK(대구경북) 출신의 친박 중진인 김태환 의원을 현역 가운데 1번 타자로 공천 탈락시켰다. 당헌 당규 위반 지적이 나오자 “선거는 전쟁이다. 전쟁이 났는데 교본대로 하면 죽는다”고 응수했다. 공천의 원칙인 상향식 경선을 위주로 하되 단수와 우선추천을 최대한 병행하는 이한구식 공천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와 당헌 당규까지 능가할 정도로 비치는 이 위원장의 이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가 국민의 바람인 것은 사실이다. 경쟁 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10명의 현역을 공천 탈락시킨 데 이어 어제 일부 전략 공천을 발표했고, 조만간 추가 탈락까지 예고하고 있는 점도 자극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공천에는 파워 게임이 작용한다. 현실적으로 친박 비박 간의 갈등도 거세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국민의 지지가 상당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 없이는 이 위원장이 이렇게까지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국회에 제대로 된 인물을 보내야 한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으로 보면, 박 대통령의 남은 2년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을 공천의 대의로 여기는 듯하다.

새누리당이 어제 예비후보 추가 공모를 마감한 선거구 변경 지역 102곳에 하필이면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을)가 포함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유 의원을 경선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다른 유력 인사를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공천이란 이 정도로 민감한 것이다. 공천은 유권자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지 대통령 해바라기가 아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공감을 못 얻는 공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4.  말로만 '만능통장'이 돼서는 안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다음주 드디어 첫선을 보인다.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이나 펀드, 파생결합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에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가 ISA다. 의무 가입기간으로 설정한 5년을 채운 후 돈을 찾을 때 수익이 200만원 이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준다. 대부분 금융상품이 수익의 15.4%에 해당하는 세금이 붙고 일부 투자상품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수익을 낸 상품에 있어서는 정해진 세율대로 세금을 내야 하는 점과 비교하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뿐만이 아니다. 오는 5월부터는 계좌이동도 손쉽게 할 수 있어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저소득층의 재산 형성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ISA가 벌써부터 ‘만능통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금융권 내에서 ISA 시장에 몰리는 자금이 적어도 5년 안에 1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점치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사들로서는 ISA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로 피 튀기는 경쟁을 펼쳐야만 하는 현실이다. 이미 호화 경품을 내건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서도 세계여행 상품권이나 승용차, 골드바 등을 경품으로 제시한 모습에 쓴웃음을 감출 수 없다.

더욱이 금융사들이 ISA 상품 판매에만 주력한 나머지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우려된다. 가입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의무 가입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약할 경우에 대비한 보호장치를 제대로 마련했는지도 아직은 모호하다. 더 나아가 ISA 투자상품에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도 포함하고 있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을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

금융당국이 ISA를 도입한 중요한 목적은 가입자들이 효과적인 금융자산 운용을 통해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도록 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ISA가 고객들에게 믿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되도록 안전장치를 갖추는 등 관련 법규를 보완해야만 한다. 만능통장이라는 별명이 공허한 말장난으로 끝나지 않도록 최대한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5

5. 언제까지 성차별 후진국에 머물 텐가

오늘은 제108회 ‘세계 여성의 날’이다. 미국의 여성 노동자 2만여명이 1908년 2월 28일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달라”며 뉴욕 거리로 나선 역사적 거사를 기리는 날로 1975년 유엔이 3월 8일로 공식 지정했다. 세계 주요 국가가 100년이 넘도록 여성의 날을 기리고 있다는 사실은 성차별 해소가 아직도 시대적 과제로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성평등에 관한 한 한국은 명함도 못 내미는 후진국 신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현재 한국 기업에서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성의 6분의 1 수준인 0.4%로 OECD 꼴찌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직장 내 성차별) 지수에서도 한국은 4년 내리 OECD 최하위다.

대기업은 더하다. 작년 6월 말 현재 반기보고서 제출 대상 348개 대기업의 임원 97.7%가 남성이고 여성은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삼성전자(4.0%)를 포함해 현대자동차(0.8%), SK이노베이션(3.7%), 포스코(1.3%),LG전자(0.6%) 등도 형편없이 낮고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등 238개 회사는 여성 임원이 아예 한 명도 없다.

해마다 ‘세계 여성의 날’이 되면 듣기도 민망한 성차별 관련 통계가 쏟아지고 반성의 목소리도 덩달아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국은 그때뿐이고,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신통찮다. 유럽과 남미 등에서 내각의 절반 안팎을 여성으로 채우는 나라가 속속 늘어나고 심지어 중동의 아랍에미리트도 여성 장관이 7명이나 되지만 전체 장관 17명 중 여성은 여성가족부 장관 1명뿐인 게 우리의 현실이다.

취업 차별, 임금 격차, 경력 단절 같은 유리천장 타파는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느냐, 못 오르느냐를 가를 핵심 과제의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여성 지위 향상과 출산율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 정부, 공기업, 상장기업 등의 고위직 여성 비율 강제 할당도 그런 사례다. 능력에 관계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서울신문]

6. 소청委 온정주의 버려야 복지부동 잡는다

인사혁신처가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퇴출 방안을 담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어제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직무태만 등 ‘소극행정’ 공무원에 대해 징계 기준이 없었는데 이번에 마련됨으로써 일하는 공직사회 풍토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묻지마 감경’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무력화하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역할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이번 조치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공직사회에서는 일하다 ‘그릇’ 깨는 것보다 납작 엎드려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불문율이 통한 게 사실이다. 규정이 없어도 재량권 범위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나중에 감사에 걸리면 골치 아프다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은 인허가 사항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데도 민원인들을 오라 가라 하며 ‘갑질’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에 무사안일과 같은 소극행정도 징계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부작위 개념 등이 모호한 점은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 징계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자칫 상급자의 눈치 보기나 인사권 남용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관련 부처에서 공무원들에게 파면 같은 중징계를 내렸어도 소청심사위원회에만 가면 흐지부지된다면 징계 규정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소청심사제는 공무원이 받은 징계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심사·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서울시 모 구청의 국장이 건설업체로부터 50만원어치 상품권을 받아 단돈 1000원만 받아도 징계한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적용을 받아 처음으로 해임됐다. 하지만 이 국장은 서울시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해 ‘해임’에서 ‘강등’으로 감해졌고,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결국 복직했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성매매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불법 성매수를 해 징계를 받았다가 소청심사를 통해 감경을 받은 적도 있다. 2008~2012년 소청심사 건수 3781건 중 약 42%인 1579건이 감경을 받았다고 한다.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소청위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징계가 무력화된다면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묻지마 감경’을 일삼는 소청위부터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7. 여야, 쟁점 법안 ‘결자해지’ 책임 다해야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19대 국회 임기 내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쟁점 법안의 처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쟁점 법안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정치공세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일자리 창출과 선진 경제 도약을 위한 출발점인데도 국회에 최초로 법안이 제출된 지 1500여일이 지난 지금도 발이 묶여 있다”면서 국회에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노동개혁 4개 법안과 관련해서도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2월 임시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야당의 협조만 있으면 경제법안의 처리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요지부동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서비스법은 의료·보건 분야 중 쟁점 부분만 더 논의하고 나머지 서비스 분야를 통과시키자고 했지만 새누리당이 거부했다”며 여당에 책임을 전가했다. 또한 노동4법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논의도 안 된 것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야당의 협조와 여당의 유연성이 없는 한 쟁점 법안 처리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우리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국회에 계류 중인 쟁점 법안의 처리를 촉구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경제성장률을 매년 7% 이상 성장에서 앞으로 5년간 6.5% 이상 성장으로 낮추는 등 주변 여건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0.21%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노동생산성 증가율, 제조업 가동률, 기업매출 증가율 등 우리나라 10대 경제 지표가 5년 이상 하락세를 보이는 등 우리 경제는 구조적 장기 침체로 인해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경제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148개 단체가 일간지에 게재한 ‘경제법안은 왜 외면하십니까’라는 호소문을 읽어 보았는가. 야당의 반대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동계의 이해관계와 불만을 대변하는 것도 야당의 몫이 맞다. 그러나 개혁을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노동계의 일방적인 이익만 옹호할 게 아니라 현장을 다니면서 민심을 들어 봐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능사가 아니다.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경제상황이 좋을 때면 모르되 자칫 장기 침체에 빠질지도 모르는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쟁점 법안들의 처리가 무산되면 야당은 또 한번 ‘경제 발목 잡기’란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을 것이다. 여당도 유연성을 보이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한 마지막 협상에 나서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8. 사상 최대 한·미 훈련, 北 도발 대비에도 만전을

한·미 양국이 어제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미군 1만 7000명, 한국군 30만명 등 양국의 최정예 부대가 참가하고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최신예 전략자산도 대거 동원된다. 지휘소훈련(CPX)인 키리졸브 연습은 오는 18일까지,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연습은 다음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훈련은 병력과 장비 등 모든 전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으로 북한 핵심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도 포함돼 있다.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등을 선제 타격하는 ‘작전계획 5015’가 처음 적용된다. 한·미 연합 기동부대가 항공력 지원을 바탕으로 평양을 점령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등 기존 작전보다 공세적인 것이 특징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한반도의 군사적 환경이 급변한 것을 반영한 결과다.

한·미 연합훈련 개시와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대북 제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 직면해 북한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어제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미군과 그 추종 세력들의 핵전쟁 도발 광기에 전면 대응하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3일에는 “선제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위협과 함께 사거리가 150㎞에 이르는 300㎜ 방사포를 시험 발사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현 국면은 남북 모두 위기 관리가 전혀 작동되지 않는 일촉즉발의 상태나 다름없다. 휴전선 부근과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언제든지 국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서로 압박과 위협 수위를 높여 가다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다.

북한 정권은 오판하지 말고 자중해야 한다. 자신들의 후원국 격인 중국과 러시아까지 유엔 안보리의 전면적 대북 제재에 동참한 상황에서 무력 시위와 대남 도발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도발에 가차없이 응징을 해야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상식과 합리성이 결여된 정권이란 점을 고려해 무작정 압박만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정은 정권이 핵 개발 집착에 따른 고통을 확실하게 느끼게 하되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체제 생존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남북 모두 군사적 충돌 같은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한반도 긴장과 위기를 지혜롭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

[매일경제]

9. 기술혁신 강조하는 中國 구조조정에 적극 대응하라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낮추면서도 경제구조조정 의지는 재차 강조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성장률을 6.5~7%로 제시하면서 구조적인 개혁을 고려한 목표라고 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9%였는데 올해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뜻이니 수출 25%를 중국 시장에 내보내는 한국으로선 긴장해야 할 소식이다. 

우리나라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2.2% 줄어들어 이미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으로 향하는 수출도 12.9%나 줄었는데 중국은 이번 전인대에서 이례적으로 수출입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만큼 대외무역 환경을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건국 이래 최고 수준인 3%로 끌어올리며 경기 방어에 적극 나서기로 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은 G20 국가 중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력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중국발 위기'에 지나치게 위축돼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21%포인트 떨어진다고 한다. 중국 경제 영향이 어마어마한 만큼 수출과 자금 시장으로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 못지않게 구조조정을 통한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장단기 대책도 긴요하다.

중국 구조조정은 우선 과잉 설비 해소라는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철강산업에서 50만명, 석탄산업에서 130만명을 감원하는 대담한 구조조정 계획도 발표됐다. 이는 단기적 충격일 수도 있지만 과잉 경쟁을 완화해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하는 중국 구조조정은 외국산 수입 대체를 위한 품질혁신이라는 점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12월 중국이 세계 볼펜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지만 볼펜 볼은 90%가량 수입하고 있다며 기술혁신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런 혁신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도전 요인이 된다.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이른바 4대 개혁을 내걸었지만 큰 진척이 없는 한국이 중국 구조개혁을 구경만 하다가는 갈수록 커지는 '중국발 충격'에 휘둘리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10. 중구난방 청년일자리 정책 실효성 있게 정리하길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 최대 현안 해결을 위해 지난해 정부가 쏟아부은 예산은 1조98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기간 만들어진 일자리는 4만8000여 개에 불과했다. 일자리 1개당 4125만원을 투입한 꼴인데 이들 중 대다수는 연봉 3000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고 새 일자리도 42%가 비정규직이다. 지난 1월 청년실업률은 9.5%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절벽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헛돌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년일자리 사업은 현재 13개 부처에서 무려 57개를 시행하고 있다. 부처별로 유사·중복 사업이 넘쳐나는 데다 쪼개져 있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통폐합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부처별 밥그릇 싸움에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각 부처가 주로 채택하고 있는 사업은 청년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주 지원 방식'인데 이는 재정 투자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저조하다. 기업 인건비를 정부가 대주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공공기관들도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는 '체험형 인턴'만 대거 뽑아 생색내기 채용에 그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할 정부가 전시 행정에, 부처 간 실적 경쟁이나 벌인다면 청년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청년일자리 예산은 2조800억원에 달하지만 지금처럼 행정편의주의식으로 운영된다면 또 줄줄 새고 말 것이다. 민간 중심으로 1200억원을 모은 '청년희망펀드'도 이달 가동을 시작하지만 정부 정책과 상당 부분 중복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개혁도 시급하지만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책을 가다듬어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달 청년 일자리대책을 발표한다는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용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실업자가 급증하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월 5000마르크의 일자리 5000개를 만드는 '아우토 5000'을 추진했다. 15~20% 낮은 급여와 탄력적 노동시간을 적용하는 일자리 프로젝트였는데 우리도 과거 대책을 재탕, 삼탕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협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례를 만들어보라.

주요 신문칼럼


1. [매일경제][한예슬 변호사 칼럼] 여행계약

1. 서설
개정민법에 제9절의2 여행계약편이 신설되어, 2016. 2. 4. 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여행과 관련된 분쟁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여행계약의 내용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여행계약은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 운송, 숙박, 관광 또는 그 밖의 여행 관련 용역을 결합하여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깁니다.여행자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여행자는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여행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도 계약상 귀환운송(歸還運送) 의무가 있는 여행주최자는 여행자를 귀환운송할 의무가 있습니다.여행대금의 지급에 관하여, 여행자는 약정한 시기에 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그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따르고, 관습이 없으면 여행의 종료 후 지체 없이 지급하여야 합니다.

여행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여행자는 여행주최자에게 하자의 시정 또는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이에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시정 청구, 감액 청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여행자는 여행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그 시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여행주최자는 대금청구권을 상실하고, 다만, 여행자가 실행된 여행으로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을 여행주최자에게 상환하여야 합니다.위와 같은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에 따른 권리는 여행 기간 중에도 행사할 수 있으며, 계약에서 정한 여행 종료일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하여야 합니다.

이에 더해, 여행 개시 전의 계약해제,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과 계약 해지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는 약정으로서 여행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였습니다. 

3. 결론
이러한 여행계약 규정의 신설로 여행과 관련한 분쟁의 소지가 줄어들고, 여행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이데일리]중대형아파트에 주목해야 할 7가지 이유

작년 가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다. 아파트 과잉 공급에 대한 불안감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거래가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는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봄 이사철 전셋값 상승에 따라 실수요자의 주택 거래가 다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주택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는 무엇일까? 아마도 중대형 아파트 시세 향방일 것이다. 중대형 아파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꾸준히 하락했다. 하지만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값이 회복될 조짐이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중대형 아파트에 주목해야 할 이유 7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과 입주 부족이다. 전용면적 11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2000년 이후 매년 2만~6만 가구 가량 공급됐다. 그러나 2013년 이후에는 2000가구 이하로 줄었다. 공급량이 약 20분의 1로 확 줄어든 것이다. 

두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의 주요 수요층인 40대~50대 인구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연령대별 인구 중 가장 많은 세대는 베이비붐세대가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보다 50만명이 더 많은 ‘F세대’(Formidable members)이다. 구체적인 연령대는 1966~1974년 사이의 출생자들이고, 이들이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층이다. 

세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 수요층인 4~6인 가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그 감소율이 연간 1% 이하인 반면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 감소율은 연간 20%로 나타나 수급 밸런스가 깨졌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수요의 변화에 비해 공급의 변화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네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이 중소형 아파트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이후 연간 누적변동률을 비교했을 때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연간 4.7%, 중소형은 연간 3.37%로 나타나 이미 전세시장에서는 중대형 선호가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 변동이 매매가 변동에 선행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매매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는 중대형 아파트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80%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된다. 수도권 중소형의 경우 전셋값 비율이 높아 2013년 하반기부터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렸다면 중대형은 2016년 가을부터 매매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여섯 번째는 중대형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하반기에 신규 분양이 늘면서 전체 미분양은 소폭 증가했지만 준공 후 미분양, 특히 중대형 미분양은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의 존재는 시세 형성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준공 후 미분양이 팔리고 나면 다시 시세가 형성되는 소위 ‘마감효과’가 나올 수 있다.

일곱 번째는 일반적으로 주택 경기 회복 초기 단계에는 소형이 강세를 보이지만 주택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중대형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주택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1989~1991년과 2003~2007년에 중대형 아파트 강세가 나타났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정량에 못미치고 있다. 2000~2010년 수도권 아파트 평균 입주 물량은 16만 5000여 가구인데 반해 2012~2016년에는 평균 10만가구로 약 40%가 줄었다. 이런 점이 수도권의 전세난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수도권에서 2~4년간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봤을 때 이르면 2016년 가을, 늦으면 2017년부터 중대형 아파트의 본격적인 회복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정성희]공공장소에서 젖먹일 권리

‘대부분이 독특한 방식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얼굴을 가리지 않은 여자일 경우에는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있다.’(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구한말 외국인들이 찍은 사진이나 기록, 화가 신윤복의 그림을 보더라도 당시에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젖가슴을 내놓고 다니는 일이 드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미혼 여성은 그러지 않은 걸로 봐서 젖가슴을 드러낸 것은 섹슈얼리티가 아니라 수유(授乳)의 목적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공공장소에서의 수유는 문화적 금기 혹은 품격 떨어지는 행동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하철이나 식당 등 공개된 장소에서 젖을 먹이는 여성이 사라진 것은 문명화의 증거인가. 글쎄다. 모유 대신 우유를 먹이는 엄마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엄마들이 모유 수유의 번거로움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일이 있다면 여성권의 퇴보일 수도 있다. 공공장소에서 젖먹이는 여성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회문화가 형성된다면 저출산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버니 샌더스 후보가 유세장에서 딸에게 젖을 먹이는 마거릿 엘 브래드퍼드에게 감사 의사를 표한 것을 계기로 공공장소에서의 모유 수유가 미국 대선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이 여성이 수유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배고픔을 호소하는 딸에게 젖을 물린 것은 모성의 자연스러운 발로’라는 찬성 의견과 ‘교양 없는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모욕적인 메시지가 동시에 쏟아졌다. 이 해프닝을 샌더스 지지로 연결하는 ‘버니를 위한 젖가슴’이라는 캠페인이 생겨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수유할 시간을 달라고 하는 여자 변호사에게 “역겹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가 맘에 들지 않는 여성을 향해 쏟아낸 막말이 한둘이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수유를 불쾌하게 여기는 여성도 많은 걸 보면 이는 남녀의 시각차나 진보 보수 이념의 문제만은 아니다.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아이에게 젖먹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홍보물로 쓴다면 한국에서도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4. [동아일보][황광해의 역사속 한식]명태

참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동아일보 1921년 8월 30일의 기사다. ‘북관명산(北關名産)의 명태는 명천의 어부 태(太)씨의 어획이 그 시초되었음으로, 그를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함경도) 명천에 사는 태씨 어부의 명태’는 고종 시절 영의정을 지냈던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 책 제27권 ‘춘명일사’ 편에 명태가 소개된다.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고을 아전이 도백(道伯)에게 올렸는데 도백이 이 물고기를 맛있게 먹고 이름을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자 도백이 “명천 사는 태 어부가 잡은 물고기니 명태라 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명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이 이야기의 뒷부분에는 명태가 많이 잡혀서 팔도에 퍼졌고, 이름이 ‘북어’라는 점과 노봉 민정중(1628∼1692)의 예언(?)이 실려 있다. ‘300년 뒤에는 이 고기가 지금보다 귀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유원은 ‘원산을 지나는데 명태가 마치 오강(五江·한강 일대)에 쌓인 땔나무처럼 많아서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었다’고 적었다.

민정중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명천에 온 도백’이 물고기 이름을 지었다는 ‘동화’는 가능성이 있다. 관찰사는 ‘도백’이다. 민정중은 한때 함경도관찰사를 지냈다. 민정중이 처음 이름을 지었을 수도 있다. 

명태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처음 나타나는 것은 효종 3년(1652년) 9월의 ‘승정원일기’ 기록이다. ‘강원도에서 대구알젓 대신 명태알젓이 왔으니 해당 관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음 달인 10월에도 과일과 생선이 상했고, 역시 대구알젓 대신 명란이 올라왔으니 담당 관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사옹원 제조가 보고한다. 

18세기에는 명태가 자주 등장한다. 시골에 사는 노인에게 구호물자로 곡식, 장과 더불어 ‘명태 한 마리’를 주었으니 인색한 지방 관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도 나타난다. 희한하게도 조선 초기 기록에는 명태나 북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해류의 온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잡히지 않았거나, 흔하게 먹지 않았거나 혹은 먹으면서도 이름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효종과 민정중의 17세기를 지나면서 명태는 자주 등장한다.

민정중보다 160년 후 사람인 오주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북어’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우리나라 동북 해안에 있는 물고기다. 폭이 좁고 길이가 1척(30cm) 이상으로 길다. 머릿속에 오이 같은 타원형의 뼈가 있다. (…) 이름은 북어인데 속칭 명태라고 부른다. 봄에 잡은 것은 춘태, 겨울에 잡으면 동태(冬太)다. 동지 무렵 시장에 나오는 것은 동명태(凍明太)다. (…) 흔해서 천하지만 귀하게 먹는다. 늘 먹으면서도 그 이름을 모른다.’

‘북어(北魚)’라는 이름은 ‘북쪽 해안의 물고기’라는 뜻이다. 명천을 포함한 함경도 해안이다. 북어는 민정중의 예언대로 300년 후인 20세기 중반에는 귀해졌고 우리 시대에는 거의 사라졌다. 한때는 1인당 매년 20마리씩 먹었던 생선이다. 

일제강점기에도 가끔 명태 어획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동아일보 1926년 6월 1일의 기사에는 ‘조선 명태가 일본으로 이사를 갔다는 것은 이미 보도한 바와 같거니와, 그 대신 멸치가 많이 잡힌다. 명태의 주요 산지는 함북 청진, 경성군, 명천군 양화 등’이라는 내용이 있다. 역시 동북 해안이다. 

언론인 고 홍승면 씨가 공개한 ‘북어대가리 사용법’을 전한다. ‘북어대가리를 의뭉한 불에 바싹 굽는다. 태우지 말아야 한다. 이걸 유리잔에 넣고 뜨겁게 덥힌 청주를 붓는다. 접시로 잠시 덮어두었다가 불을 붙인다. 푸른색 불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일식집에서 흔히 보는 복어 지느러미 대용품임을 알 수 있다. 이름이 낭만적이다. 이른바 ‘북어두주(北魚頭酒)’다. 

참 흔한 물고기지만 귀하게 썼다. 살은 탕으로 끓였다. 얇게 썰어 전으로, 말린 다음 제사에 쓰거나 혹은 탕으로 먹었다. 아가미와 알, 내장으로 젓갈을 담갔다.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명태순대’는 함경도의 별미다. 명태 속에 나물과 곡물을 넣고 익힌 것이다.


5.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기다리는 동안, 아이에게 스마트폰 주지 마세요

여섯 살 남자아이와 엄마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내가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에게 “이제 엄마랑 원장님이랑 얘기를 좀 해야 해. ○○이는 좀 기다리고 있어야겠다”라고 하자 아이는 곧 엄마 쪽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엄마는 힐끔 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안 된다고 했잖아” 한다. 아이는 바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짜증은 금세 떼로 바뀌었다. 엄마는 몹시 난처해하며 “얘가 참. 안 돼, 오늘은 안 된다니까…” 한다. 아이의 떼는 잦아들 줄 몰랐다. 안절부절못하던 엄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럼, 딱 5분만 해야 돼” 하면서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꺼냈다. 

잠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단호하게 “어머님, 주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얼른 스마트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아이는 “아, 왜∼요∼?”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원장님은 기다릴 때 스마트폰 못 주게 해.” 아이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뺄 대로 빼며 다리를 쭉 뻗어 진료실 책상을 발로 탁탁 쳤다. “그럼, 난 어떡하라고요!” 여전히 화가 많이 난 목소리다. “밖에 네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많아. 만화를 보여줄 수도 있어.” 아이는 싫다고 했다. “그럼 책을 봐. 그림책도 많아. 장난감도 많고. 다른 선생님들이 그림 그리기나 종이접기를 해줄 수도 있어.” 아이는 다 싫다고 했다. “그럼, 그냥 기다려.” 아이는 처음에는 퉁탕퉁탕 화를 내기는 했으나 결국 스마트폰 없이 기다리다 갔다. 

요즘 지하철에서도, 자동차 안에서도, 병원에서도, 식당에서도 어린아이가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어린아이일수록 두뇌는 물론이고 여러 발달 면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아이는 늘어만 간다. 부모들의 변명은 항상 똑같다. “안 주면 난리가 나서….” 정말 그럴까? 아니다. 그보다는 스마트폰 없이 기다리는 연습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반응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충동적이다, 산만하다, 조금만 지루해도 못 견딘다, 생각하기를 싫어한다”며 혀를 찬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것들은 부모가 침묵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을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은 아이가 유별나서가 아니다. 스마트폰 없이 기다리는 연습을 성공적으로 해보지 않은 탓이다. 이 글을 읽은 이 순간부터 기다리는 동안, 제발 아이에게 스마트폰 좀 주지 말자. 아이가 울고불고 고집을 피울 수도 있다. 그래도 안 주면 된다. 그 대신 재밌게 놀아주면 된다. 초등 저학년 이하는 부모가 정말 재미있게 놀아 주면 의외로 쉽게 스마트폰을 잊는다. 물론 한 번의 경험으로 잊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없이 기다려본 경험이 서너 번만 쌓여도 아이는 더이상 떼를 부리지 않는다.

지금 이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는 스마트폰 같은 도구가 없으면 혼자서는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이 된다. 기다리는 것도 연습을 해야 한다. 몸에 배어야 자연스럽게 나온다.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면, 아이가 아무리 심심하다고 해도 “기다리는 거야”라고 말하자. 그리고 같이 기다려주자. 너무 힘들어하면 좀 도와줄 수는 있다. 이때 도와주는 것은 “그럼, 스마트폰 5분만 하고 기다리는 거야”가 아니다. 어떻게 기다리는지를 보여주고 가르쳐주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벌이 아니다. 부모가 느긋하고 편안하게 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아이도 기다리는 것을 ‘짜증 나고 지루한 시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몇 가지 팁을 주자면, 기다리는 장소가 자동차 안과 같이 다른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부모의 어릴 적 이야기, 아이의 어릴 적 이야기, 동요 부르기, 끝말잇기 등을 할 수 있다. 좀 더 조용히 노는 방법으로는 말 참기 놀이와 눈(目)싸움, 눈빛이나 표정으로 말하기, 손가락 놀이도 있다. 떠들 수 없는 곳이라면 조용함 속에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있어 보게 한다. 가만히 주변 사물이나 사람을 관찰하고, 하늘도 보고 발밑도 보고 공기도 느끼면서 기다려보게 한다. 아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부모가 편안한 표정으로 그런 장소에서 그렇게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아이도 그냥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줄 안다. 눈에 익고 몸에 배기 때문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진실로 아이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게 하고 싶다면 부모뿐 아니라 모든 어른이 필요 이상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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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8일 신문 브리핑 #

"지난날에 대한 감사는 마음의 욕심을 없애주고, 현재의 감사는 신바람을 일으키며, 미래에 대한 감사는 자신감과 용기를 준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크루즈가 국내 관광산업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음
- 15억명의 중국인이 크루즈 여행에 눈을 뜨기 시작한 데다 고령화로 인해 편안한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어서임

2. 정부가 5년 시한부인 현행 시내면세점 운영 기한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함
- 면세점 사업자가 내는 수수료도 최고 20배 올리기로 함
(이번달 1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 '면세점 사업 개선 공청회' 의견 반영 후 최종안 발표 예정)

3. 평화시장과 통일시장을 비롯한 동대문권 8개 전통시장이 2018년까지 공동상표를 개발하고
해외 바이어 원스톱 지원 체계를 갖추는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탈바꿈함
- 서울 중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대문권 8개 전통시장 육성계획을 7일 발표함

4. 삼성(서울)~동탄(화성) 간 광역급행철도(GTX), 부산지하철 5호선 등 주요 국책사업이 건설업체의 입찰 기피로 차질을 빚고 있음
- 적자를 우려한 건설회사들이 대형 공공공사를 꺼리고 있어서임

5. 부산시가 클라우드 서비스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미래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클라우드산업 전초기지 육성에 나섬
- 이번 협약으로 AWS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부산의 클라우드산업 발전을 위해 기술적.전략적 지원을 하게 되며, AWS는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시범단지에 클라우드서비스혁신센터를 설립해 혁신 기술 활용 및 홍보를 위한 전시장으로 활용하기로 함

6. 카카오가 오는 5월께 출시할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의 중개수수료를 건당 요금의 20%만 받기로 함
- 수수료를 낮춘 데다 보험료와 관리비를 받지 않기로 해 대리운전 기사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임


<< 금융/부동산 >>
1. 국제결재은행(BIS)이 최근 중국에서의 급격한 외화자금 이탈이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내 자산 매각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함(최근 공개한 정기 보고서 내용 중)
- BIS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있는 중국계 은행 지점에서 위안화 예금을 보유하던 개인고객이 향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자금을 달러화로 환전한 것이었다고 설명함

2. 주식시장 상장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기업공개(IPO) 등록제' 연내 시행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 같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함
- 중국은 증권시장 감독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상장 심사 권한을 갖고 있고, 공모가격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IPO등록제는 상장심사 권한을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로 이양해 일정 요건만 갖추면 상장을 허용하고 공모가에 대한 규제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음

3. 지난 1월 5000억원을 밑돌았던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상환액이 지난달엔 8000억원 선까지 증가함
- 조기상환은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만기보다 일찍 원리금을 되돌려주는 것을 의미하며, 인쇄하기 인쇄 ELS의 만기는 3년이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계약시점의 85~90%를 웃돌면 6개월이나 1년 만에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음

4. 주가가 240만원이 넘는 '황제주' 롯데제과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액면가를 지금의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7일 공시함
- 주식 수를 10배로 늘려 거래량을 늘리는 게 주가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임


<< 국제 >>
1. 핀란드 노동계가 임금을 깎고 근로시간은 늘리는 '사회적 대타협'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함
(핀란드노동조합연맹 집행부 투표 결과 찬성 14표, 반대 5표)
- 그동안 노동계는 이 방안에 거세게 반발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공공부문과 복지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인식이 퍼져나간 결과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국제결제은행(國際決濟銀行 ,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 국제금융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주요국의 공동출자에 의해 1930년 설립된 국제은행으로, 스위스 바젤에 위치함.
각국 중앙은행들 사이 조정을 맡는 국제협력기관이라고 하여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기도 함.
설립 당시의 주목적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배상문제를 처리하는 것이었으며,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 사이에서 거래되는 환(煥)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담당했음.
1980년대 중남미에 대한 선진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국제결제은행의 바젤위원회는 1988년 자기자본비율(BIS) 기준도 설정함.
회원국을 대상으로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나 비회원 감독 당국에게도 이 기준을 채택하도록 권고함.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국제결제은행 [國際決濟銀行,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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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7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한국인 살해하라”는 IS의 테러 선동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최근 우리 국민 20명의 이름, 이메일 주소와 함께 인질 참수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발견하면 모두 죽여라”라고 선동했다. 신상이 공개된 사람들은 공무원과 기업 홍보직원 등 모두 민간인이다. IS가 지난해 한국을 공격 대상국에 포함시킨 이후 처음으로 우리 국민을 살해하라며 공개적으로 부추기고 나선 것이다. 테러가 우리에게 가상의 위협이 아니라 눈앞의 위험으로 닥쳐온 셈이다.

IS는 지난해 11월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주뿐 아니라 이스탄불, 자카르타 등 아시아로까지 테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자카르타 테러처럼 각국의 자생 동조세력들과 연계해 이른바 ‘자생적 테러’를 유도함으로써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번 IS의 공개 테러 선동으로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이미 IS의 보복 대상국인데다 우리 청소년이 SNS를 통해 IS에 포섭된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도 IS를 따르는 무리들이 테러를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는 지금 IS의 테러뿐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지만 늦은 감이 있다. 현실적으로 테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연간 30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역의 테러 대비라는 게 고작 외주용역 3명과 철도경찰 2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천공항과 인천항에서 보았듯 국가 중요시설의 보안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려 외국인 밀입국자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 대(對)테러 장비와 인력, 보안시스템 등 모든 것이 한심한 수준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IS 테러든 북한 도발이든 어떠한 경우라도 단 한명의 국민도 무고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IS의 테러는 축구장이나 극장, 카페 등 도심지 번화가에서 무방비 상태의 시민과 관광객을 노리는‘소프트 타깃’으로 옮겨가면서 대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 철저한 감시체계 구축, 실효성 있는 테러 차단 조치 등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철저를 기하기 바란다. 

2. ‘마이너스 경제’의 탈출구는 없는가

전경련이 우리 경제에 대해 어두우면서도 솔직한 분석을 내놓았다.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수출이 감소하는 등의 ‘마이너스 행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하락세가 지속돼온 악순환의 결과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벌써 5년 이상에 이른다. 구조적인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분석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역대 최장기인 연속 14개월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30% 이상을 유지하던 수출 증가율은 이미 꿈같은 얘기가 돼버렸다. 기업투자와 민간소비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 추세가 마이너스 지표를 부추기고 있다. 70세 이상 인구가 460만명으로 이미 10세 미만 인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는 인구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이처럼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마땅한 성장 동력은 엿보이지 않고 있다. 말로는 노동개혁이니 구조개혁이니 하면서도 썩어가고 있는 환부에 대한 수술조차 자꾸 미뤄지고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지만 기업 규제는 여전하다. 이러다간 국민소득 3만 달러는커녕 오히려 2만 달러 아래로 주저앉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주체들이 마이너스 경제의 악순환에 대해 안이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서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정치권의 과도한 포퓰리즘부터가 문제다. 이번 총선도 그렇지만 내년 대선에 돌입하게 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걱정된다. 지금이야말로 경제주체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적어도 우리 경제가 더이상 마이너스 방향으로 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동아일보]

3. 中速성장’ 선언한 중국, 공격적 中華主義 우려된다

중국 정부는 5일 시작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보고를 통해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中速)성장 시대’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중국은 지난해 25년 만에 최저치인 경제성장률 6.9%를 기록하며 7% 이상의 성장을 의미하는 ‘바오치(保七) 시대’의 막을 내렸다. 중국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을 6.5%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전망이 어둡다. 이미 올해 성장률은 6.5%보다 낮은 6.3%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시진핑 주석 1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는 것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이 개혁 개방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던 기반은 고도성장이다. 성장 둔화는 국민의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에 중국 지도부가 대응할 필요가 커진 셈이다.

시 주석이 취임을 전후해 보시라이 충칭 시 서기를 부패 혐의로 척결한 이후 반(反)부패 투쟁은 그가 정치적 라이벌을 통제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 중국 언론은 최근 시 주석을 후진타오 전 주석 시대의 집단지도 체제 때 사라진 ‘핵심’이라는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 전국인대와 이틀 앞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개인숭배의 조짐마저 엿보인다. 서방 언론에서는 시 주석이 독재 권력을 휘두른 마오쩌둥을 닮아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연계된 1인 체제 강화는 한국에도 경제적으로나 군사·외교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던 중국 경제의 하락세는 전 세계의 경기 둔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고 인접국인 한국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중국발 수요 감소는 미국발 수요 감소보다 한국에 5배 가까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군사·외교적으로 성장 둔화와 1인 체제 강화에 따른 불만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국수주의(國粹主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미국과의 신형대국 관계를 외치며 센카쿠 열도, 난사 군도, 시사 군도에서 인접국과 갈등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의 군사적 균형에 민감한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중국이 동참한 유엔 대북 제재의 실효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우리도 중국의 변화에 대응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을 위한 다른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4. 정책은 없고 진흙탕 싸움만 있는 최악의 깜깜이 총선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드라마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공천 살생부’ 논란과 사전여론조사 유출 파문에 이어 어제는 1차 컷오프(공천 배제)에 걸린 예비후보들이 당사에서 시위를 벌여 시끄러웠다. 울산 울주의 강길부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중앙당에서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소위 친박 2명만 상대로 조사가 시행됐다”며 “상향식 공천은 어디로 갔냐”고 항의했다.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하는 김무성 대표는 공천면접 심사장에서 단수추천의 문제점을 따지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사전여론조사 유출로 이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중앙선관위 조사까지 받았다.

정책에는 관심 없고 이전투구(泥田鬪狗)만 난무한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4·13총선 공약의 가안을 보고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자리에선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여론조사의 방법,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암투(暗鬪)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18대 공천 때는 ‘친박 학살’, 2012년 19대 공천 때도 ‘친이(친이명박) 학살’ 논란이 불거졌다. 8년이나 집권한 데다 분탕질을 쳐도 주요 선거마다 연전연승하니 권력에 취한 극도의 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

야권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양극화 해소 공약인 ‘777플랜’을 발표했다. 국민의당도 복지공약을 발표했으나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야권 통합 카드를 빼들자 정책 이슈는 파묻혔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의 국면전환용 카드가 공약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셈이다. 어제도 김종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날 선 논쟁을 벌였다. 더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이슈를 들고 나와 판을 흔든 이후 정책에서 여당에 계속 밀린다. 2012년 대선 때는 야당의 전매특허라 할 경제민주화 이슈마저 여당에 선수를 빼앗겼다.

이번 총선은 안보에 경제위기까지 겹쳐 정책경쟁이 어느 선거 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와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각종 현안과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공약들이 산적해 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중간층을 잡기 위한 복지공약 경쟁이라도 했다. 가뜩이나 선거구 획정까지 질질 끌어 정책경쟁을 할 시간도 없는 터에 진흙탕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니 최악의 ‘깜깜이 총선’이 불을 보듯 뻔하다.

5. 안철수, “통합하면 죽겠다”는 말로 내홍 잠재우겠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하책으로 만년 야당 하자는 이야기와 같다”며 거부 의견을 다시 밝혔다. 안 공동대표는 “정치 공작”이라는 말로 김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그러나 죽음을 걸고 지키겠다는 독자노선의 내용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철수 정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려는 심중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냥 ‘야당 통합’ 반대에 목숨을 걸겠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답답해 보인다. 

이번 총선 결과가 야권의 분열로 여 압승-야 참패로 나오면 안 대표가 책임질 거냐는 우려가 야당 지지층에서 나온다. 안 대표는 이참에 김 대표와 만나 협력과 대화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정책의 차별성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그가 표방한 ‘열린 정치’에 맞을 것이다. 말로는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여야의 일대일 구도를 깨겠다”면서 “죽으면 죽었지 (통합)못한다”는 식의 대응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다시 일으켜 세울 내공과 역량을 지녔는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당은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김종인의 통합론에 이러저리 흔들리고 있다. 4일 밤 ‘통합 불가(不可)’ 쪽으로 당론을 모았지만 내홍은 잠복했을 뿐이다.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야권연대 없으면 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대표는 “수도권 연대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는 말로 지역별 연대의 물꼬를 열어뒀다. 통합에 반대한 의원들도 정치적 명분보다는 더민주당으로 가도 공천과 당선 가능성이 분명치 않다는 현실적 이유로 몸을 사리고 있다.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은 정치적 비전과 차별화에 실패한 안 대표의 내공 부족과 리더십 결핍이 결정적 이유다. 위기에 처한 안 대표가 ‘사즉생(死則生)’의 결기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풍비박산(風飛雹散)의 처지로 몰려 ‘포말(泡沫)정당’이 될 수 있다.


6.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한 처방

수출 감소세가 역대 최장인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였던 감소폭이 올해 두 달 동안에는 15.6%로 늘어났다. 현재의 부진은 구조적 성격이 강해 얼마 안 있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성의 차원이 이전과는 아예 다르다. 

수출 증감은 세계교역 변동과 교역상품 구성 변동, 시장점유율 변동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교역의 부진이다. 지난해 수출 감소의 70%가 세계교역 위축에 의한 것이다. 세계경기 부진으로 교역이 위축되는 데다 세계경기 부진에 비해서도 교역이 더욱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분업구조 확산과 선진국 버블경제에 힘입은 수요 증가로 세계교역이 급증했지만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며 글로벌화가 둔화하는 등 교역이 조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가 하향 흐름을 보이면서 수입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등 개발도상국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상품 구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수출 환경 전망이 밝지 않다.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전기전자, 철강, 조선 등 내구재와 자본재의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인구 고령화와 경제의 서비스화로 내구재의 수요비중 하락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세계경기 하향에 따라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약화되면서 자본재 교역 역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서 소비로 성장 방식이 변화하면서 중국의 투자 증가율이 2000년대 중반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부담이다.

수출 규모는 줄어들지만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어 우리가 선방하고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출이 줄어들고 매출이 압박을 받음에 따라 투자를 포함한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점유율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우리 주력 품목들은 전기전자, 조선 등 세계시장 내 선두자리가 빈번히 바뀌는 치열한 경쟁 산업에 몰려 있다.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등에서 중국은 추격을 넘어 추월을 현실화하고 있고 선박 신규 수주에서도 우리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수출 부진은 당연히 성장둔화를 초래한다.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세 하락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내수보다도 수출 부진이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을 먼저 경험한 일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가운데 대외부문의 비중이 일본보다 훨씬 높아 과거 일본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화장품 등 새로운 품목에서 수출 확대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세계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제약 등 바이오 분야와 항공기 등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의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부문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나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내수기반 강화는 성장세 확충에 더해 대외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경제구조를 갖추는 일도 된다. 요체는 규제 개혁을 통해 경쟁과 효율을 지향하는 것이다. 상황의 절박성에 비해 개혁 의지는 한참 못 미친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규제개혁에서 기존 사업자의 이권에 발목 잡혀 새로운 경쟁 도입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봉쇄되는 일이 잦다는 이야기다. 


[서울신문]

7. 계파 초월 ‘현역 물갈이’ 외에 공천개혁 답 없다

총선이 임박해지면서 여야의 공천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휴일까지 반납한 채 분주하게 후보 면접을 계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중 두 번째 현역 컷오프 명단 발표를 비롯해 지역구 공천 심사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참신·유능한 후보를 발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주 한 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3당 모두 현재까지의 공천 과정에 대해 낙제점 평가를 받았다. 공천개혁을 위해 정당들의 심기일전을 촉구하는 이유다.

여야 각 당이 총선에 출정하면서 모두 공천개혁을 다짐한 것은 국민들이 그것을 너무나 염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국민들은 19대 국회가 4년 임기 내내 무엇 하나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쟁으로 점철하면서 혈세만 축냈다는 점에 여간 분노하고 있는 게 아니다.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자초한 19대 국회 아닌가. 옥석은 가려야 하겠지만 많은 현역 의원들이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이용해 또다시 국회에 입성한다면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의 복사판이 될 게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지금껏 공천에서 제외된 현역 의원은 더민주 10명, 새누리당 1명 등 11명에 불과하다.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까지 포함해도 채 30명이 안 된다. 이 정도의 ‘현역 물갈이’로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없다. 새누리당이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현역 물갈이와 공천개혁을 주도해야 하지만 오히려 살생부 파문, 사전여론조사 유출 등으로 공천 내홍에 휩싸여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공천관리위가 지난주 경북의 친박계 중진인 김태호 의원을 내쳤으나 살생부 그대로 비박계를 대거 배제하려는 ‘논개작전’ 의혹이 제기돼 빛이 바랬다.

앞서 새누리당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양반집 도련님이나 월급쟁이와 같은 부적격 현역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바 있다. 그 칼날은 대상이 친박계라 해서 무뎌지고 비박계라고 곤두세워져선 안 될 것이다. 계파를 뛰어넘는 현역 물갈이일 때만 당사자들도 수긍하고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 이번 주 예정된 2차 공천 결과부터는 친박계와 비박계를 망라한 현역 컷오프 명단이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최소한 중진과 친노계까지 과감하게 내친 더민주 수준의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게다가 더민주는 이미 2차 물갈이까지 예고한 상태 아닌가.

더민주 역시 당내 징계위에까지 회부됐던 막말 의원 등이 1차 물갈이 때 빠진데 대해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만큼 2차 컷오프에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계파를 불문하고 부적격 의원들을 대거 솎아내기를 바란다. 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국민의당은 한 명의 현역 의원이라도 아쉽겠지만 소속 의원 모두가 재신임 받을 만큼 능력이 출중하다고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민주에 남아 있었다면 컷오프 대상에 포함됐을 법한 인사들은 심사 단계에서부터 과감하게 쳐내야만 한다. 계파를 초월한 현역 물갈이는 어느 정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8. 등록금 멋대로 쓴 대학에 솜방망이만 들 텐가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교비 회계를 쌈짓돈처럼 함부로 쓴 대학들이 또 적발됐다. 교육부가 일부 사립대학들의 회계 내역을 감사해 지난 4일 공개한 비위는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총장 딸의 1000만원이 넘는 해외여행 경비, 이사장 전용 차량에 들어간 수천만원의 임대료와 유류비, 심지어는 총장의 아파트 관리비를 교비 회계로 마구 썼다. 복지와 임금 수준이 높아 요즘 안 그래도 부러움이 쏟아지는 교직원들에게는 자녀 보육료까지 등록금으로 지원해 줬다. 김천대, 명지전문대, 부천대, 동덕여대에서 들통난 사례들이다. 할 말이 없어진다.

대학생 자녀를 둔 집마다 다락같이 치솟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휘는 현실이다. 보통의 서민가정에서는 신학기를 앞둔 최근 몇달 동안에도 등록금 홍역들을 치렀을 것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휴학을 반복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대학들의 도덕성이 바닥 수준인데, 생때같은 등록금을 알아서 주무르도록 맡기는 방법밖에 없는지 답답할 뿐이다. 이번 감사 대상은 전국 355개 사립대 중 27곳이 무작위로 선정됐다. 전부 들추면 이런 비위들이 얼마나 만연해 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사립대의 등록금 유용 비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교직원들의 사학연금 보험료를 등록금으로 대납한 대학들이 무더기로 들춰져 기가 막혔던 적도 있다. 등록금을 눈먼 돈처럼 써대면서 아무 법적 근거도 없는 입학금까지 별도로 걷어 최근 지탄이 쏟아졌다. 그러면서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총장이나 이사장, 그 가족들이 연루된 교비 회계 비리는 사립대 감사에서 단골 비리 메뉴가 됐다.

알 수 없는 것은 교육부의 태도다. 등록금으로 엉뚱한 짓을 하는 대학들에 속시원히 본때를 보여 준 적이 없다. 교육부가 등록금 유용 비위를 관행으로 키운다는 비판을 들어도 억울할 게 없다. 살인적 등록금 때문에 빚쟁이로 전락한 대학생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판이다. 물렁한 조치로는 부도덕한 대학들이 정신 차릴 리 없다. 유용액을 전액 환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력한 형사 처벌까지 받도록 엄중히 감독하고 제재해야 한다. 대학들의 자율적인 단속도 급하다. 등록금을 자꾸 엉뚱하게 빼돌렸다가는 등록금 인하 여론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

[매일경제]

9. 금통위원 임기 분산시켜 통화정책 연속성 확보해야

한국은행이 다음달 20일로 임기를 마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의 후임자 추천 요청 공문을 대상 기관들에 발송했다고 한다. 7명 가운데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대한상공회의소 그리고 한국은행 추천의 4명이 동시에 임기가 만료돼 총재와 부총재를 뺀 5명의 외부 인사 몫 중 80%가 한꺼번에 바뀌게 된다. 4년의 짧은 임기도 문제지만 대거 들어오는 신임 위원의 성향을 모르는 시장의 불안감과 위원 교체로 생길 수도 있는 변화 가능성에 통화정책 자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으니 걱정이다.

4년 후 똑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차제에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개별 금통위원의 임기 만료 시기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4명 중 2명은 일단 2년 임기를 부여해 일하게 한 뒤 다시 4년 임기로 연임할 수 있는 규정을 부칙에 명기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임명되는 시점부터 개인별로 4년의 임기를 적용하는 현행 방식을 바꿔 외부 인사 5명의 경우 직책에 임기를 정해 교체 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게 좋다. 4명의 임기 만료가 한번에 몰린 것은 2010년 4월부터 공석 금통위원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2년여 방치해 생긴 현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우 임기 14년인 7명의 상근위원에 대해서는 각각 2년 단위로 교체하도록 명문화해 미리 사임하지 않는 한 한꺼번에 위원이 바뀌는 사태를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 차제에 사실상 청와대 결정이면서 형식적으로만 행사하는 유관 기관 추천제를 폐지하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통령 지명을 받으면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기준금리 결정으로 수행되는 통화정책은 시중 금리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는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한 상태인 데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망라해 갈수록 연관성을 높이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금통위원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금통위원의 활동과 선임 과정을 보면 고액 연봉만 받으며 제 할 일은 못하는 '꽃보직' 정도로 치부되는 지경이다. 청와대와 한국은행은 이런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금통위원의 역할과 대외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로 삼기 바란다.

10. 미공개정보 2·3차 이용자 처벌 실효성 제고가 관건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처벌 규정이 작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은 여전히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잘 모르고 있다. 이 규정은 형사처벌을 받는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가 아니더라도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경우 과징금을 매기도록 한 것이다. 2·3차 정보 수령자도 처벌 대상이 되고 시세조종 목적이 없더라도 허수호가, 가장매매, 통정매매, 풍문 유포로 시장질서를 흩뜨리면 과징금을 물린다는 게 새로운 점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8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구체적으로 무엇이 불법이 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투자심리와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사례별로 불법 여부를 판단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불필요한 혼란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특정 집단만 공유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주가를 움직일 정책 정보를 얻고 이를 이용해 차익을 챙겼다면 그 1.5배까지 과징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증권사 직원에게서 펀드나 외국인 매매 동향을 미리 전해 듣고 거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형사처벌 중심의 기존 불공정거래 규제를 보완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 같은 명백한 증권 범죄조차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 터에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저질러지고 있을 온갖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과연 얼마나 잡아내고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신감청이나 계좌추적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불법 행위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법원이 아닌 행정당국이 내린 과징금 처분에 대한 불복 사례도 많을 것이다. 유사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도 많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홍보와 교육 강화는 물론 불법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유경희의 ‘힐링의 미술관’]애정결핍은 예술의 원동력?…여성에 상처 입은 뭉크의 섬뜩한 ‘마돈나’

인간에게 제일 큰 병은 애정결핍증이다. 모든 애정결핍 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것은 모성애의 부족이다. 

모성결핍은 세상에 드러난 범죄와 정신질환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 불우했던 유년 시절의 외상에는 일찍 죽은 어머니, 가출한 어머니, 부모의 불화와 이혼 등 어떤 식으로든 어머니와의 결별이 관련돼 있다. 어쩌면 이런 모성결핍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깊은 슬픔과 우울증의 근원이리라. 

어머니의 부재를 경험한 예술가들은 모성결핍을 어떻게 작품 속에 표현했을까? 

서양미술사의 오랜 테마 중 하나가 ‘성모자상’이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가면 성모자상이 넘쳐난다. 너무 흔해 아무 생각 없이 건성건성 지나칠 때가 많다. 모자관계의 가장 이상적인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이 도상이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성스러운 모자관계,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레토릭이 일종의 클리셰(Cliche·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로 전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 테마를 화가와 화가 어머니의 관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그림이 아주 흥미롭게 다가온다. 100% 남자들 작품이니, 남성들의 모성애에 대한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말씀. 게다가 성모마리아라니,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 존재해야 마땅한 희생적이고 자애로운 어머니를 갖고 싶다는 세상 모든 남자들의 로망을 반영한다. ‘무염시태(성모마리아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입어 원죄에 물듦 없이 잉태됨)’의 성모마리아! 영락없이, 남성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영원한 모성상이다. 그러니까 남성들은 아버지 없이 홀로인 엄마, 영원히 처녀인 엄마의 이미지를 원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남성의 집단무의식을 표현한 미술사의 걸작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안나와 성모자’다. 

다빈치는 공증인과 시골 소녀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고, 아버지는 그가 태어날 무렵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유년 시절을 친모, 외조부모와 함께 보내던 그는 어머니가 결혼할 무렵인 네 살쯤 친부에게 돌아간다. 레오나르도는 어린 나이에 계부와 계모를 동시에 경험한 셈이다. 이후 계모가 4번 바뀌었지만 그들과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래서인지 다빈치는 이 작품에서 계모와 친모를 결합시켰다. 할머니인 성안나는 친모, 마리아는 계모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마리아의 치맛자락에 독수리 형상을 그려 넣었다는 것. 다빈치는 이집트의 모성신으로 독수리 형태를 한 무트(Mut·독일어로 Mutter, 즉 mother)라는 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이를 그림에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유인즉슨, 무트신은 수컷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람’에 의해 수태를 하며 대개 그 자신이 남성 성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처녀 생식을 하는 모성신에 대한 환상을 꾸며냈다. 이런 환상을 만들어낸 것은 그를 버렸던(나중에는 받아들였지만) 미운 아버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성모자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애로운 어머니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에겐 엄마가 두렵고 불안한 존재고, 묘연하게도 파악이 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여자며, 자식을 돌보지 않고 내팽개치는 파렴치한 인간일 수도 있다는 식이다. 

베네치아 르네상스 전성기의 화가 조반니 벨리니는 성모자상을 가장 많이 그린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왜 그렇게 성모자상에 집착했던 것일까? 

그의 성모자상은 피렌체 르네상스의 날카로운 감수성, 딱딱한 형태감과는 달리 베네치아 화파만이 가진 빛에 대한 부드럽고 섬세한 색채감각이 돋보인다. 마돈나는 더욱 유려하고 아름다워진 느낌인데, 그게 다가 아니다. 어딘지 베일에 가려진 듯 훨씬 신비스럽고 몽환적이다. 

벨리니 전기를 보면 그는 가족과 떨어져 지냈으며 어머니 유언에도 벨리니 이름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벨리니의 어머니가 생모가 아닌 계모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벨리니가 그린 성모자상에는 아기 중심의 어머니가 아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주이상스(Jouissance·열락)를 즐기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 그림 속 예수는 처연한 표정으로 자기에게 관심 없는 마리아에게 간청한다. 자기를 좀 봐달라고, 사랑해달라고 울먹거린다.  


뭉크 역시 마돈나를 자주 그렸다. 그런데 그의 마돈나는 우리가 봐왔던 성스러운 여자가 아니다. 뭉크가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마돈나를 그린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모성애 결핍과 관련이 있다. 

뭉크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폐병으로 잃고 열네 살에는 엄마 역할을 해주던 열여섯 살의 누이도 같은 폐결핵으로 잃는다. 그리고 연이어 여동생의 정신질환, 아버지의 자살과 남동생의 죽음 등을 경험한다. 뭉크 전작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처절히 서려 있는 이유다. 이런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여성 혐오로 이어진다. 자기가 사랑하는 두 여자, 즉 엄마와 누이가 자기를 두고 일찍 죽었다는 사실이 아이에겐 버림받은 트라우마적 사건으로 각인된다. 그래서 모든 여자는 나를 버릴 것이라는 무의식적 사고가 뿌리내리고, 여자를 사랑하지만 여성에게 빨리 싫증을 내며 여성을 혐오하게 된 것. 사랑의 반작용이다. 게다가 실제 보헤미안적 자유부인이었던 첫사랑은 뭉크에게 뼈아픈 상처만을 남긴 채 떠나갔다. 

‘마돈나 3부작’은 다그니 유을이라는 어릴 적 고향 후배를 모티프로 제작된 작품이다. 그녀는 심각할 정도로 여성 혐오증에 시달린 뭉크의 편견을 깨끗하게 없애주는 유형의 여인이었다. 아름답고 교양과 지성미가 넘쳤으며 매혹적인 데다 예술적인 기질도 뛰어났다. 뭉크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녀는 예술가 모임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뭉크는 그런 그녀에게 사랑과 존경심을 동시에 품고 다가섰다. 지난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지만, 뭉크의 사랑은 또 한 번 매몰차게 내동댕이쳐진다. 유을이 뭉크의 친구인 한 건축가와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데이트를 하다가 결국 뭉크의 친구와 결혼했던 것. 뭉크에게 다가온 두 번째 사랑 역시 지독한 상처와 환멸만을 안겨준 채 끝나고 만다. 

‘마돈나 3부작’이 다그니 유을을 모델로 했어도 그림에는 뭉크의 곁을 스쳐간 어머니, 누이, 첫사랑 등 그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은 여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버무려져 있다. 그래서 분명 성모마리아인데도 불구하고, 섬뜩하리만큼 서늘하고 무시무시하며 유혹적이다. 마돈나를 표현하면서 여성에 대한 무의식을 표출한 셈인데 이런 표현은 그의 상처와 절망을 얼마간 치유해줬다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감정의 표출은 한 인간에게 최소한의 힐링 포인트가 되니까. 덕분에 평생 독신이었던 뭉크는 갖은 육체적·정신적 질병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았다. 전 생애 동안 자기 감정에 대단히 충실했던 까닭에 다작과 걸작을 동시에 생산한 보기 드문 화가로 남아 있게 된 셈이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예술작품이란 예술가가 가진 근친상간, 동성애, 살인 충동, 파괴 욕망 등을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방식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의 창작 행위는 일종의 자가 치료 행위다. 또한 그런 예술가들의 그림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고통, 고독,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그림을,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다.


2.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숯장이’란 단어에서 유래된 카르보나라 크림 넣어 걸쭉하게 만든 건 미국식

파스타는 대표적인 이탈리아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어느 지역의 레스토랑을 가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카르보나라(Carbonara)다. 고소한 달걀과 치즈 베이스, 베이컨과 스파게티면을 넣고 함께 볶아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인 카르보나라는 오일 파스타, 토마토소스 파스타와 더불어 이탈리아 파스타의 기본이라고 할 만큼 대중적인 메뉴다. 

카르보나라의 정식 이름은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spaghetti alla carbonara). 카르보나라라는 이름은 로마 방언으로 ‘숯장이(광부)’를 뜻하는 ‘Carbonaro’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 지방 탄광에서 종일 석탄을 캐던 광부들이 그날 아침에 갓 세상에 나온 싱싱한 달걀과 보관이 편리한 절인 고기, 치즈만으로 간편하게 파스타를 만들어 끼니를 해결한 데서 시작됐다고 알려진다. 보관이나 조리가 쉬운 데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열량이 충분해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광부들에게 적합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광부들이 이 음식을 먹다 몸에 붙어 있던 석탄가루가 접시에 떨어진 것에 착안해 굵게 으깬 통후춧가루를 뿌려 먹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몇 년 전 ‘파스타’라는 드라마가 방영될 정도로 파스타는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카르보나라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기는 메뉴가 됐다. 

그런데 막상 이탈리아 현지 레스토랑에서 카르보나라를 주문하면 생각지도 못한 비주얼에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크림을 듬뿍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내지만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는 생크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전통 카르보나라 레시피는 달걀노른자, 돼지의 뺨과 목살 부위를 이용해 만든 햄인 구안치알레, 후추, 로마 전통의 양젖치즈인 로마노치즈만을 넣어 만든다. 때문에 소스가 흘러넘치지 않고 노른자가 면에 코팅돼 크림색이 아니라 노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소스가 적고 뻑뻑해 보이는 비주얼이 나온다. 

어떻게 노른자와 치즈가 스파게티면에 버무려질까. 로마에서는 달걀노른자가 뻣뻣하게 굳는 것을 막기 위해 구안치알레에서 나오는 기름을 미리 달걀물에 추가하고, 파스타 삶은 국물을 넣으면서 재빨리 버무린다. 크림을 넣지 않기 때문에 진한 맛은 덜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노른자 특유의 고소한 맛이 아주 좋아 한번 먹어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이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다. 

크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식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건너온 방식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이탈리아 사람이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그들이 미국인 입맛에 맞춰 변형시켰다. 한국의 짜장면과 비슷한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렁탕이나 곰탕을 먹을 때 뽀얗게 우러난 진한 국물을 선호해 식당에서 프림을 넣어 한때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카르보나라도 미국식의 진한 맛을 좋아한다. 또 국물 문화에 부드러운 면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성에 맞춰 한국식 카르보나라는 미국식보다 더 부드럽게 변형됐다. 생크림과 우유를 넣고 끓이다 파마산치즈를 넣어 걸쭉하게 끓여내는데, 어떤 식당에서는 아예 뚝배기에 국물이 흥건한 카르보나라를 내놓기도 한다. 캐주얼한 식당에선 크림소스 스파게티와 카르보나라를 동의어로 취급할 정도다. 심지어 카르보나라 떡볶이, 카르보나라 돈가스 같은 새로운 메뉴까지 등장했다. 

필자는 학창 시절 우리나라 경양식 식당에서 카르보나라를 처음 맛봤는데 부드럽고 달달하며 진한 크림 맛이 너무 좋았다. 그때의 카르보나라는 사실 돈가스에 나오는 크림수프하고 비슷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싸고 맛없는 크림소스였는데 그 시절엔 얼마나 맛있었던지! 친구들끼리는 카르보나라를 ‘깔보지마라’라고 부르곤 했다.

미국에서 먹은 카르보나라는 우리나라 카르보나라처럼 크림이 많고 양도 푸짐했다. 영국에서 맛본 카르보나라는 좀 실망했는데 면이 너무 익어 뚝뚝 끊어져 있고 카르보나라라기보다는 일반 크림 스파게티 맛이었다. 브라질의 카르보나라는 간이 셌다. 브라질의 짠맛은 우리가 상상하는 짠맛의 몇 배는 될 것이다. 소금을 듬뿍 뿌려놓은 간고등어를 씻지 않고 그냥 구워 먹는 짠맛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될까. 짠맛이 너무 강해 머리가 얼마나 아프던지. 하지만 치즈의 풍미가 아주 좋아 뒷맛은 즐거웠다. 

스페인에서는 좀 특별한 카르보나라를 맛봤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이베리코 하몽햄을 올린 카르보나라다. 짭조름한 하몽과 크림소스의 조화가 일품이어서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노른자와 크림, 치즈, 거기에 이베리코 하몽햄의 밸런스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일본에서 먹어본 카르보나라는 다른 나라의 카르보나라보다 크림이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다. 일본은 워낙 크림 종류도 많고 제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높기에 맛 또한 훌륭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식 정통 카르보나라 우리나라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우리나라에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를 파는 곳은 흔치 않다. 재료와 만드는 법이 간단하니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괜찮다. 재료가 간단할수록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모든 파스타가 그렇겠지만 특히 카르보나라는 최대한 심플하게 기본에 충실한 재료로 만드는 것이 최상의 맛을 내는 비결이다. 

달걀노른자는 주황색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통통 튈 것처럼 탄력 있는 것이어야 한다. 치즈도 흔한 슬라이스치즈로는 맛내기가 어렵다. 가루로 시판하는 파마산치즈로도 부족하다.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파마산치즈를 갈아서 사용할 때 가장 만족할 만한 맛을 선사한다. 파스타의 면은 일반적으로 스파게티면을 사용한다. 알덴테로 삶아 준비하는데 만약 크림이 많이 든 카르보나라소스에 버무릴 것이라면 완전히 익은 상태도 괜찮다. 파스타를 둘러싼 걸쭉한 소스와 면의 질감을 맞추기 위해서다.

카르보나라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엔 고소하고 진한 맛이 좋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해서 많이 먹지 못한다. 필자도 카르보나라를 먹을 때 느끼한 맛이 많아 김치를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카르보나라를 만들 때 매콤한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의 고춧가루는 고추향이 강하므로 주재료 본래의 맛을 방해하지 않도록 페페로치노나 태국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마늘도 느끼함을 잡아주고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 카르보나라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카르보나라는 먹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얼른 스파게티면을 삶아 베이컨과 볶아서 달걀과 치즈에 버무려 먹고 싶어진다. 

이탈리아식이든 미국식이든 이제 어느 것이 정석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고소하고 풍미 좋은 카르보나라를 취향껏 즐겨보자.


3.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하이든 현악사중주 ‘종달새’…봄소식 알리는 청량한 실내악 선율

계절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완연한 봄이다. 당연히 많이 받는 질문은 봄에 들을 만한 클래식 음악이 무엇이냐는 것.

다른 어떤 곡보다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종달새’가 떠오른다. 하이든은 흔히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며 교향곡의 틀을 마련한 작곡가지만 ‘현악사중주의 창시자’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종달새’다. 1악장을 시작하는 아름답고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이 ‘종달새의 노래’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종달새’라는 부제가 붙었다.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이 곡은 4악장 빠른 템포의 느낌 때문에 영국 선원들이 추는 ‘혼파이프(hornpipe·동물의 뿔로 만든 파이프혼으로 반주하며 추던 영국의 활발한 춤)’를 연상시킨다. 때문에 이 곡을 혼파이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종달새와 혼파이프라는 이름은 모두 하이든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니다. 다만 마치 어린 새의 지저귐같이 날아가는 듯한 청량한 도입 부분의 선율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종달새’로 불리는 것이 대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자주 볼 수 없지만, 본디 ‘종다리’로 불리며 봄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가 종달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있다. 하이든의 ‘종달새’는 노래다. 언제, 어디서, 누가 들어도 종달새가 행복하고 아름답게 노래하는 것으로 들리는 것이 현악의 선율이다. 

우리는 새의 소리를 ‘노래’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운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새가 ‘노래한다’고 얘기하는데, 한국인만 유독 새가 ‘운다’라 표현한다고 석학 이어령 선생이 얘기했던 게 기억난다.

이런 표현을 우리만이 하게 된 건 여러 가지 상황과 우리만의 특색이 있을 터. 하지만 하이든의 ‘종달새’를 들으면 역시 새는 ‘노래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새의 노래를 사람이 표현하기 위한 곡인 만큼 연주가 결코 녹록지 않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현악사중주 팀이 이 곡을 연주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하이든은 생의 많은 부분을 그를 후원하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1790년 후작이 세상을 떠나면서 30년간의 궁정음악가 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던 시기에 작곡한 곡이 ‘종달새’다. 그는 이 곡을 에스테르하지 궁정 오케스트라의 제2바이올린 수석주자였던 요한 토스트에게 헌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견이 있다. 

대부분 학자들은 하이든이 토스트의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 실력에 감탄해 이 곡을 헌정했다고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토스트가 하이든이 없는 틈을 타 출판업자에게 이 작품이 자신에게 헌정된 것이라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여러 뒷얘기에도 불구하고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종달새’는 아름다운 봄노래다. 4대의 현악기가 서로 어울리며 이어나가는 선율을 들으면서 아직 체취가 남아 있는 겨울의 잿빛 흔적을 떠올리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종달새’가 노래하지 않는가? 툴툴 털고 가볍게, 싱그럽게 날아오르자. 이제 봄이 왔다.


4. [매경이코노미][HEALTH] 3월까지 독감 유행 주의보-변종 바이러스 기승…예방주사 맞으세요

올겨울 독감 환자 수가 최고치에 달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38도 이상 고열, 기침, 목 통증 등을 호소하는 독감 의심 환자 수는 지난 2월 7~13일 사이 1000명당 53.8명. 독감 유행주의보 기준치(1000명당 11.3명)의 약 5배 수준이다. 3월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앞두면서 더 급속히 확산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혜숙 건국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병원 상황을 보면 독감 유행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월 독감 확진자 수는 1월 확진 환자 수의 2배 수준을 일찍이 넘어섰다. 3월까지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4월경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금씩 잦아들 거란 예상”이라고 말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유행성 호흡기 질환이다. 현재 유행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독감 바이러스는 A형 바이러스 중 H1N1과 H3N2, 그리고 B형 바이러스다. 이 중 현재 국내에서 검출된 독감 바이러스 대부분은 H1N1 타입이다. A형과 B형 바이러스는 증상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B형에 비해 A형 증상이 비교적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2009년 유행했던 신종플루 바이러스 역시 H1N1의 아류형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해 지금 유행하는 A형 바이러스와 똑같은 종류라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과거의 신종플루가 지금 재유행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짚었다.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통 2일 후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독감 증상 후 5일까지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38도 이상 고열에 마른기침과 오한, 두통, 인후통, 근육통 등 전신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후, 기관지, 폐 등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또 폐렴, 심장근육염, 뇌수막염과 같은 2차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위험하다.

독감 판정을 받으면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처방받아야 한다. 감염 후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병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복용하는 것을 권한다. 중요한 것은 소아, 성인 상관없이 5일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것. 중간에 약을 끊으면 내성이 생겨 이후에 타미플루를 처방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복용 시 구토나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독감 예방법으로는 백신 접종이 일차적이다. 65세 이상, 생후 6~59개월 소아, 임신부, 당뇨를 비롯한 만성질환자는 특히 독감 위험군에 해당해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독감 백신은 예방주사를 맞은 2주 후부터 면역이 생기고 6개월가량 효과가 지속된다. 

정 교수는 “아직 독감 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확실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가을 접종한 독감 백신이 현재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백신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좋고, 지난해 가을 이후 예방접종을 한 경우라면 재접종까지 권하지는 않는다”고 조언했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 예절을 지키는 것은 독감 예방의 기본. 실내 온도와 습도를 각각 20~22도,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독감이 유행할 때는 되도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5. [한국일보]팝스타 45명이 목소리 모은 '위 아 더 월드' 나오다

1985년 3월 7일 슈퍼 프로젝트 그룹 ‘USA(United Support of Artistsfor Africa’의 앨범 ‘We are the World’가 발매됐다.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한 자선 앨범. 마이클 잭슨, 밥 딜런, 폴 사이먼, 케니 로저스, 다이애나 로스, 빌리 조엘, 디온 워릭, 브루스 스프링스틴, 케니 로긴스, 대릴 홀, 신디 로퍼, 조 코커…. 20세기 최고의 뮤지션 45명이 1월 28일 10여간 여 넘게 합심해 만든 음반이었다. 당일 현장에 못 온 레이 찰스와 스티비 원더 등은 ‘후시녹음(post recording)’으로 목소리를 보탰다. 노래는 마이클 잭슨과 다이애나 로스가 함께 만들었고, 음반은 퀸시 존스와 마이클 오마션이 공동 제작했다. 
https://youtu.be/M9BNoNFKCBI


저 거대한 기획을 제안하고 성사시킨 이가 ‘칼립소의 제왕’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 1927~)였다. 한 해 전인 84년 아일랜드 뮤지션 겸 사회운동가 밥 겔도프(Bob Geldof,1951~)의 1억인 아프리카 기아 구제 프로젝트‘밴드 에이드’ 공연에서 감명과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겔도프, 말론 잭슨 등과 함께 코러스로도 동참했다.


뉴욕 할렘 태생의 벨라폰테는 자메이카 출신 어머니와 함께 유년기를 자메이카에서 보내며 칼립소를 체득했다. 자메이카는 유럽의 서인도제도 흑인 노예무역 중심지였고, 칼립소는 그들 노동요특유의 리듬이었다. 그의 57년 음반 ‘칼립소(Calypso)’는 31주간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 ‘jamaica farewell matida' 등이 큰 인기를 누렸다. 억눌린 것들을 환한 자리에 놓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고 힘이 되던 시절이었다. 재즈가 수많은 걸출한 뮤지션들의 활약 덕에 세계인의 음악이 됐다면, 칼립소는 거의 그의 열정으로 빛을 얻었다. 벨라폰테는 음악인을 넘어 소수자 인권과 정의를 위한 활동가로 평생 헌신하며 85년의 저들- 특히 흑인 뮤지션들-이 기량을 펼 수 있는 예술적ㆍ사회적 공간을 여는 데 기여했다. 저 바쁜 이들의 숭고한 열정을 깨워 한날 한 시에 모이게 한 바탕에는 그를 향한 그들의 신뢰와 존경, 감사의 마음이 있었다. 

2013년 9월, 벨라폰테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는 국제사면위원회의 2013 양심대사상(Ambassador ofConscience Award)을 수상했다. 86세의 벨라폰테는 감사를 전한 뒤 “특히 우리 시대 진정한 영웅 유사프자이와 함께 수상하게 돼 더욱 영광”이라고, “그를 향한 나의 존경심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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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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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7일 신문 브리핑 #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무조건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 가나모리 우라코


<< 정치/외교 >>
1. 필리핀 당국이 UN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 차원에서 지난 5일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인 6830톤급 북한 화물선 '진텅(Jin Teng)호'를 몰수하고 선원 21명 전원을 추방하기로 함
- 세계 선박의 입.출항 기록을 보여주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진텅호는 선적을 북한 대신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등록한 '국적 세탁선'인 것으로 나타남


<< 경제 일반 >>
1. 6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으로 이전한 기업은 철강업체인 고려제강, 선박평형수 업체인 테크로스 등 80곳으로 10년 전인 2006년(27곳)의 세 배 가까이로 증가함
- 반면 부산을 떠난 기업은 2006년 66개에서 지난해 2개로 감소했으며, 신설법인 수는 지난해 전년대비 7.4% 증가한 4954개로 5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함

2. 사물인터넷(IoT) 가입자 증가폭이 처음으로 휴대폰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남
- 6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무선통신 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 IoT가입는 8만3577명 증가하여 휴대폰 가입자 7만97명보다 증가폭이 앞섬

3.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2016 월드IT쇼(WIS)'가 오는 5월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림
- 신청마감 : 4월15일
- 전시품목 : 모바일.통신.방송.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IT서비스,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IT융합, 전자장비 등
- 홈페이지 : www.worlditshow.co.kr

4.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바다위의 액화천연가스(LNG)공장'으로 불리는 부유식 LNG생산.저장.하역 설비(FLNG)를 건조함
- 지난 4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가 2012년 발주한 FLNG '사투(SATU)'의 명명식을 가짐

5. 기아자동차가 인도에 첫 공장을 설립함
-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340억루피(약 6000억원)를 투자해 인도에 연간 30만대 생산 규모의 기아차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임


<< 금융/부동산 >>
1. 미국 정부가 최근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해 '우려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짐
- 미국이 환율조작국에 무역보복을 할 수 있는 법안 시행을 앞두고 잇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음

2.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미얀마 현지 지점 설립에 나섬
- 신한은행은 최근 미얀마 금융당국으로부터 현지 지점 설립에 관한 예비인가를 받앗다고 6일 발표했으며, 예비인가를 받은 뒤 1년 안에 공식 인가를 받으면 현지 지점을 설립할 수 있음

3. 수출입은행이 해운사에 선박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금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 유지 의무를 앞으로 1년간 적용하지 않기로 함
- 수출입은행, 5일 '국내 해운사 위기극복 지원방안' 발표 내용 중

4. 이르면 다음달부터 서울 시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게되면서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예정에 없던 수주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
- 일부 단지에선 수주전 과열 조짐마저 나타나 연초 비수기임에도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호가가 상승하는 곳도 생겨나고 잇음
 

<< 국제 >>
1. 중국이 30여년에 걸친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경제성장률 6%대의 중속성장 시대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함
-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에서 '2016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7%로 제시함

2. 미국 캔자스와 켄터키, 루이지애나, 메인 등 4개주에서 5일(현지시간) 동시에 치러진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각각 48%와 4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트럼프를 여유있게 제치고 승리함
- 트럼프의 득표율은 캔자스 23%, 메인 33%에 그쳤으며, 이에 따라 크루즈를 위시한 '반 트럼프' 진영의 본격적인 반격 속에 트럼프가 당초 예상과 달리 경선 중.후반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음

3.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지난주 가파르게 반등해 두 달만에 배럴당 35달러를 회복함(4일 뉴욕상업거래소 WTI 4월 인도분, 3,91% 상승한 35.92달러에 마감)
- 공급과잉 해소 기대에 원유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으로 보이며, 단지 미국 셰일업계들의 원유공급 증가가 추가적인 상승에 있어 걸림돌이 될 전망임 

4. 세계 2위의 크루즈 해운업체인 미국 로열캐리비안크루즈가 2018년 세계 최대급 유람선을 일본 항로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함
- 이 신문에 따르면 로열캐리비안은 2018년 일본 구마모토현에 세계 최대 오아시스급 크루즈선(수용인원 약 5400명, 22만톤급)의 기항지를 정하고 중국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등과 연결할 계획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오늘 요약정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한화건설이 한화생명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교환사채(EB)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또는 다른 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에 교환해 주기로 하고 발행하는 회사채를 말함.
교환사채를 사간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교환하게 되면, 발생사의 입장에서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유가증권(주식)을 넘겨 주어야 하므로 회사의 자산이 감소하게 됨. 하지만 회사가 부채로 안고 있던 사채(교환사채)가 주식을 넘겨주면서 사라지는 것이므로 회사의 부채도 동시에 감소하게 됨.
교환사채의 장점은 일반사채와 달리, 주식과의 교환권을 부여함으로써 장래 주식가격의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의 기대와 그 대가로써 사채의 이자율을 다소 낮게 책정하여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을 경감하고 동시에 사채 발행으로 자금의 조달을 촉진할 수 있는 것 등을 들 수 있음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교환사채 [交換社債, exchangeable bond]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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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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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4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북한인권법, 왜 11년을 끌어야 했나

북한이 다시 기습적인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어제 오전 강원도 원산에서 동해 쪽으로 단거리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발표다. 이날 새벽 유엔 안보리에서 이뤄진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무력시위라 여겨진다. 우리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것도 북한 지도부에는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이에 대한 반발을 미리부터 예상하던 터였다.

그러나 북한 도발이 걱정된다고 해서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를 미루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가급적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북한과의 충돌을 피해간 데 있었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서로 만나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것은 좋았지만 북한이 그런 틈을 노려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것을 말릴 수가 없었던 게 문제다. 우리의 역대 정부와 정치인들도 북한 핵개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 인권법이 비슷한 사례다. 북한 주민들이 탄압·공포정치 아래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제17대 국회 당시인 2005년 처음 국회에 제출되고 무려 10년 6개월이 지나서야 이번에 겨우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이 이제야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서도 우리 대북정책의 무책임한 궤적을 짐작하게 된다.

북한 당국은 아직도 주민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폐쇄체제에서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을 세계가 뻔히 알고 있는데도 공연한 발뺌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와 협력하여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듯이 원칙적인 차원에서 대북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도발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다음주부터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반발 강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철저히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유엔 제재나 북한인권법 자체가 헛수고일 뿐이다.

2. 가시권에 들어온 美대선과 우리의 대응

미국 대선 가도의 최대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오는 11월의 대선 구도가 점차 가시권으로 다가서고 있다. 백악관 안주인과 국무장관을 거쳐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클린턴과 부동산 재벌로서 기성 정치권을 거부하는 ‘정계의 이단아’ 트럼프의 맞대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예전과 달리 ‘국외자’(아웃사이더)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민주당 버너 샌더스 상원의원은 젊은층의 폭발적 지지를 끌어내며 ‘샌더스 신드롬’을 낳았다. 백인 서민층을 등에 업은 트럼프는 더 극적이다. ‘슈퍼 화요일’의 패배로 기세가 꺾인 샌더스와 달리 히스패닉, 무슬림, 여성 등에 대한 막말 파문에도 쾌조의 연속이다. 이젠 “링컨의 공화당이 트럼프의 공화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더 이상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국면이다.

클린턴은 그제 12개 주 경선에서 8개 주를 휩쓸었고, 트럼프는 11개 주 중 8개 주를 가져갔다. 플로리다 등 5개 대형 주를 아우르는 오는 15일의 ‘미니 슈퍼 화요일’에도 두 사람이 예상대로 승리한다면 더 이상의 경선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뽑을 대의원의 약 50%, 공화당은 60%가 각각 결정되기 때문이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된다는 얘기다.

근년 들어 중국이 다방면에서 ‘굴기’하고 있다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미국의 대선 과정과 결과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과 최대 군사동맹으로 맺어진 한국은 더더욱 그렇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 한·미 관계에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격변을 가져올 가능성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우리 처지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지만 대선까진 8개월이나 남았으므로 속단은 금물이다. 다만 대비는 이를수록 좋다. 양 진영의 정책과 인맥을 예의 분석해 놓았다가 상황에 맞춰 민첩하게 대처해야 한다. 결과가 나온 뒤에야 움직이는 뒷북치기를 또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

3. 안철수의 리더십 결핍, 국민의당 자중지란 불렀다

제 부산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에 대해 “필리버스터 중단에 따른 국면 전환용으로 비겁한 공작”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제 이름은 안철수입니다. 철수 안 할 겁니다. 진짭니다”라는 반격 메시지도 날렸다. 그러나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 나머지 의원들은 몇몇을 빼곤 솔깃해한다. 이대로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들 게 불 보듯 뻔하다.

그제 박지원 의원의 입당으로 국민의당 소속 의원은 18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더민주당이 싫어 떠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다시 합치거나 몸을 의탁해도 좋을 만큼 더민주당이 변한 게 뭔가. 달라진 게 있다면 국민의당일 것이다. 창당 전 더민주당을 능가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잡탕 인사’들이 참여하고 안보 이슈에서 정체성이 오락가락하면서 지지율이 더민주당의 절반도 안 되는 8%(한국갤럽의 2월 넷째 주 조사)까지 급락했다. 이런 위기가 소속 의원들의 마음을 흔드는 주된 동력이다. 

국민의당은 창당발기취지문에서 “시대변화에 뒤처진 낡고 무능한 양당체제의 종언을 선언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타협을 모른 채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당 정치에 실망한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6억 원의 국고보조금도 받았다. 그러나 제3당으로서의 역할을 보여준 적이 없다. 안 대표는 1일 창당 한 달 기자회견에서 “부족함을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안 대표는 주요 정치 고비마다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몸집 키우기에 주력한 탓에 이번에는 더욱 존재감이 약했다. 그렇다 쳐도 통합 부채질에 소속 의원들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 국민에 대한 배신이 따로 없다.

안 대표는 여러 차례 소신을 접는 ‘철수 정치’를 한 전력이 있는 터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래도 소속 의원과 지도부까지 야권 통합이나 후보단일화에 동조할 경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국민의당의 운명은 안 대표에게 달렸다. 자신만 대의명분을 추구해선 안 된다. 소속 의원들이 공감하고 동참하도록 정치생명을 걸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제3당의 길도, 대선의 길도 열린다. 그러지 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뿐이다.

4. 첫 ‘4세 경영’ 두산, 위기 돌파해 기업가정신 입증해야

올해 설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에서 그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차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한국 주요 대기업이 ‘4세 경영 시대’에 돌입했다. 박정원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박승직 상점’을 설립해 두산그룹의 기틀을 잡은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4대째 장손이다. 두산그룹주는 4세 경영인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부문 매각 소식이 겹치면서 이틀째 동반 상승했다.

박정원 회장 체제는 형제들이 순차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해 온 두산가(家)의 전통을 감안할 때 예견됐던 수순이다. 2005년 박용성 회장 취임 당시 형인 박용오 회장이 동생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고발한 ‘형제의 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내부 가족회의에서 합의한 뒤 전격적으로 경영권 승계 사실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등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면모를 갖춘 승부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족경영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는 한국에서 두산의 4세 경영은 중요한 시험 무대다. 경영세습과 부의 대물림이라는 측면에서 논란이 있지만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능력으로 존재가치를 입증할 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소유경영 체제’인 월마트와 ‘전문경영 체제’인 K마트를 비교하며 오너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장기성과 달성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박정원 신임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 돌파라는 첫 과업부터 분명히 완수해야 한다. 두산그룹 계열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은 2012년부터 4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말 20대 신입사원에게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논란을 키웠다. DNA에 새겨진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부실을 털어내고 혁신을 통해 이윤 창출에 나서야 한다. 두산그룹에 대한 재계의 기대가 높지만 환호하기엔 이르다. 1년 뒤 성과에 따라 박수를 받을지, 비판을 받을지 판가름이 난다.

[서울신문]

5. 정체성 팽개친 야권 통합은 국민 기만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가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 대표는 어제도 “야권이 총선 승리를 거두기 위해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며 국민의당을 겨냥해 당 대 당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거 때가 되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야권 통합론이 20대 국회를 구성하는 4·13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진 것이다.

집권을 추구하는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런 일이다.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 속에서 총선을 치를 경우 야권이 참패할 것이란 위기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는 선거를 책임진 사령탑의 자구책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서는 온도 차가 크다. 김 대표는 연일 “탈당한 의원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계를 냈는데 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김 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가 친노 세력 일부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고 더불어민주당의 노선과 체질 자체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김 대표가 꺼내 든 야권 통합 카드는 유권자의 뜻을 무시하고 승리만을 위한 선거공학적 발상이란 지적도 많다.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 분열 이후 탈당과 창당 과정에서 새로운 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채 통합을 말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야권 통합론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총선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국민의당 내부는 통합 제의에 대해 찬반 양론이 갈리면서 갈등의 조짐마저 일고 있다. 야권이 통합 블랙홀에 빠져들면 제대로 된 공천이나 정책 대결의 초점은 흐려지고 승리 지상주의로 흘러갈 공산도 없지 않다.

통합의 대상으로 지목된 국민의당은 패권적 친노 세력, 낡은 운동권 진보 세력과의 결별을 목표로 정강이나 정책, 현안 대응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양당 정치에 대한 염증과 제3당의 출현을 기대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우리는 당의 정강과 지향점이 다른 정당이 합쳐지면 어떤 길을 갈 것인가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분열 과정에서 충분히 지켜봤다. 국민들에게 야권 통합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설득하지 못하는 물리적 결합은 결국 표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6. 실업 청년 울리는 귀족노조의 고용세습

대기업 노동조합의 고용세습이 거센 비판 여론 속에 개선되거나 폐지되기는 했지만 일부 귀족노조들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3000개 기업의 단체협약 실태 조사에 따르면 30대 기업 중 8곳이 조합원의 자녀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조항이 포함된 단협을 체결했다. 2013년 4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하청 근로자의 분신 자살로 불거진 노조의 일자리 대물림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청년 실업률이 지난달 16년 만에 최고치인 9.5%를 기록한 참담한 현실도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다.

고용세습 조항을 둔 대기업은 기아자동차, 현대오일뱅크,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LG유플러스, 한국GM,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이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적잖다. 30대 기업은 아니지만 금호타이어와 현대백화점도 같은 조항을 두고 있다. 고용세습은 정년 퇴직자와 장기 근속자, 업무 중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근로자 등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노사의 협약이다. 엄밀히 따지면 노조를 달래려는 수단으로 사측이 두루뭉술하게 받아들인 까닭에 합작품이나 마찬가지다.

고용세습은 없애야 할 비정상적인 관행이다. 울산지법은 2013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고용세습에 대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취지로 무효 판결을 내렸다. 법의 판단을 떠나 업무상 재해로 숨졌거나 큰 장애를 가진 근로자의 자녀를 특별 채용하는 조치는 나름대로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의 근무를 이유로 고용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행태는 음서제의 부활이다.

대기업 노조는 일자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 취업 포털사의 조사를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대학 졸업 예정자 중 16.9%만이 정규직에 취업했다. 60%는 아예 취업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비중은 32.5%에 이르고 있다. 기득권을 통째로 내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일자리마저 제 몫인 양 챙기려는 구습은 빨리 버려야 한다. 정부도 차제에 고용세습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부과하는 최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비롯해 단체협상 자체를 무효화하는 식으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매일경제]

7. 사회지도층 도덕불감증 드러낸 `서울시향 사건`

2014년 12월 불거졌던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폭언, 성추행, 인사전횡 의혹이 모두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의 '조작극'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직원들의 허위 투서 작성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 구 모씨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구씨가 박 전 대표를 내쫓기 위해 시향 직원과 휴대폰으로 투서와 관련해 지시하는 취지의 문자를 나눴다니 실로 충격적이다.

결국 시향 직원 10명이 박 전 대표가 남자 직원을 성추행하고 폭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이 사건은 모두 허위이고 그 배후가 구씨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경찰은 구씨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소환을 통보했으나 회신이 없어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명훈 전 감독이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공로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인정한다. 그렇지만 예술감독의 부인이 시향 운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직원들을 조종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관철시킬 수 있다는 우리 사회지도층의 오만방자함, 도덕불감증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 몽고간장 직원 상습 폭행, 성추행 서울대 교수 등 문제가 됐던 일련의 사회지도층의 슈퍼 갑질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줄곧 해외에 체류 중이라고 한다.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강제소환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 전 감독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는 것이 도리다. 정 전 감독도 지난해 감독직을 그만뒀지만 부인이 허위사실 유포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이 반전을 거듭하며 진실공방을 벌이게 된 것은 서울시의 미흡한 대응 능력 탓이 크다. 서울시는 사건이 터지자 시민인권보호관을 통해 사건을 조사하고 시향 직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박 전 대표의 징계를 권고했다. 이에 박 전 대표가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직원들을 고소하면서 '막장드라마'로 치닫게 된 것이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박 전 대표가 피의자에서 명예훼손 피해자로 밝혀진 데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8. 여야, 선거판 혼탁 주범 가려내라

4월 13일 치러질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늑장과 졸속, 파행의 연속이다. 총체적 부실·날림공사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국 253개 선거구에서 1300여 명 예비후보자들이 물불 안 가리고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규율하고 단속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2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기부행위·비방·흑색선전 등 각종 불·탈법 혐의로 선관위가 검경에 고발한 게 57건, 수사의뢰한 건이 16건에 이른다. 현장의 체감 혼탁상은 훨씬 심하다고 한다.

선관위가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한 예비후보자는 범법 혐의가 뚜렷하지만 조사권만 가진 선관위로선 형사상 증거 확보 등이 어려워 수사기관에 의탁한 경우다.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데다 선거에 당선해도 무효대상이 될 가능성이 많아 정치권에선 일찍이 이들을 공천 부적격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 공천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은 부적격자 대상을 선정할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은 촉박한 선거 일정에 치여 국회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와 덕목을 가볍게 여긴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오직 상대당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지지율·인지도 수치에만 집착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공천 부적격자 범주엔 전과·체납·표절·병역기피 같은 과거 기록의 문제나 부패·막말·공갈·갑질 같은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행위, 선거 현장에서 수집된 불·탈법, 혼탁 조장행위를 모두 담아내야 할 것이다.

특히 선거 현장에선 각 정당이 앞다퉈 도입한 ‘여론조사 경선’ 때문에 예비후보자들이 정책 제시, 정견 발표보다 음성적인 전화 응답조직을 확대하는 데 골몰하는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 속에 ‘여론조사 책임응답 유권자 100명 명단’ 등을 제시하며 금품을 요구하는 신종 브로커도 등장했다. 불공정·조작 여론조사로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는 단체들이 급증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이 밖에 허위학력 의혹, 허위사실 유포, 장학금 명목의 금품 지급,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철새 전력 등 숱한 부적격 행태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20대 총선의 시대정신은 역대 최악으로 비난받는 19대 국회 같은 입법부가 탄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 정당은 예비경선 단계부터 공천 부적격자를 보다 엄격하게 걸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 혼탁과 유권자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 중에 시민단체의 이름을 걸고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표적 제거하는 사례도 있다. ‘2016총선 시민네트워크’라는 곳에선 어제 공천 부적격자 명단 9명을 발표했으나 여당이 8명이고 나머지 1명은 더민주의 김현종 예비후보였다. 정당과 이념에서 지나친 편향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선정 기준 자체가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당과 선관위가 제 역할을 하면 이런 선동적인 단체의 활동을 주변으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매일신문]

9. 자녀를 공무원 만들고 싶어하는 사회, 미래가 있는가

우리나라 부모 3명 중 1명은 자녀가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난과 고용 불안을 겪은 부모들이 아이만큼은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길 원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씁쓰레한 결과다. 

인구보건협회가 2일 20~50대 기혼 남녀 1천335명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자녀의 미래 직업을 물어보니, 공무원(37.2%)이 1위로 꼽혔다. 다음으로 의료인(16.5%), 교사 (14.8%), 법조인(7.5%), 연예인(3.8%), 운동선수(2.3%) 순이었다. ‘아이 자신이 선택하는 직업’을 갖기를 원한다는 응답자는 114명이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공무원, 의료인, 교사 등은 안정적 수입과 정년 보장이라는 장점이 돋보이는 최고의 일자리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한국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는 현실을 지켜본 부모들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자녀를 공무원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입신양명을 하려면 관직 말고는 다른 길이 없던 조선시대도 아닌데, 너도나도 공무원을 하려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과학자, 기업가, 예술인 같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업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라면 우리 미래는 암담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대구의 남자 인문계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절반 이상이 공무원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그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한 케이블방송이 서울의 초`중`고생 83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공무원과 건물주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한국인은 역동성과 끈기로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안정 지향적인 생활 태도와 직업만 선호하는 국민 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전진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도전하는 젊은이,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를 북돋워주고 키워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새로 만들어야 할 때다.

10.  ‘문화관광형 시장’ 약령시, 변신 위한 밑그림 다시 그려야

대구약령시가 전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공모한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문화관광 콘텐츠 발굴 등 경쟁력 강화를 통해 관광 명소로 키우기 위한 사업으로 2018년까지 국비 포함 모두 18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상인회가 중심이 돼 약령시를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 위기를 맞은 약령시를 되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이번 사업을 계기로 다시 부활의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350년 약령시의 재발견’이라는 슬로건 아래 10년여간 대구시와 약령시 상인회가 많은 돈과 노력을 쏟은 결과 약령시의 외형은 크게 바뀌었다. 2005년 한방특구 지정 이후 약전골목 정비를 시작으로 한의약박물관 건립, 한약산업 육성, 관련 상품 개발 등 대표 브랜드 육성, 한방문화축제, 주말장터 등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약령시 고유의 멋과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했고, 전통을 기초로 한 문화 아이콘으로의 질적 변화도 뒤따르지 못해 지금은 거의 답보 상태다.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부족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과 요식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고 시민의 무관심 속에 약령시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2009년 210개이던 한약 관련 업소가 지난해 말 177개로 준데서도 약령시의 현주소를 짚을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10년 내 자연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은 어쩌면 약령시를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다. 약령시를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상품으로 키워내려면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가 중요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뀌지 않고는 더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을거리 개발이나 캐릭터`앱 제작, ICT안내판 설치와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으로는 어림없다.

먼저 약전골목을 차량없는 거리로 지정하는 등 시민과 관광객이 언제든 찾고 즐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방문객과 각 업소가 함께 호흡하는 상설시장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각오와 밑그림을 먼저 그린 후에 특색있는 콘텐츠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게 순서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비행복을 만든 윌버 프랭크스 나다

놀이기구를 타고 급상승하거나 하강할 때 몸이 감당하는 중력이 달라진다. 살과 뼈야 고형이니까 그 자리에 붙어 있지만 혈액 같은 액체는 얘기가 다르다. 올라갈 땐 아래로, 내려갈 땐 위로 쏠린다. 운동 상태 변화에 대한 물체의 저항력, 곧 관성의 힘이다.

놀이기구는 기껏해야 2~3G(Gravity), 즉 지구 중력보다 2,3배 수준이다. 작은 변화, 안전하게 통제된 사소한 일탈은 쾌락의 한 방편이다. 하지만 4G 이상이면 혈액 순환 장애로 빈혈이 시작되고 ‘그레이 아웃(GreyOut, 부분적 시각ㆍ의식장애)’ ‘블랙 아웃(BlackOut, 전면적 일시적 시각ㆍ의식장애) ‘G-loc(G-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중력 변화에 의한 실신)’같은 위험한 상황에 순차적으로 이르게 된다. 대뇌 혈류 감소 때문이다.

2차대전 초기 전투기 조종사들은 적국 전투기 못지않게 저 치명적 인체의 한계에 맞서야 했다. 항공기술 발달로 전투기의 속도와 가속력이 신장됐고, 긴급회피기동이라도 할 경우엔 5G이상(요즘 전투기는 7~9G)의 중력가속도를 감당해야 했다. 개인차는 있지만 통상 5G부터 장애가 시작되고, 지속되면 시력과 의식을 잃기도 한다. 

캐나다의 암 의학자 윌버 라운딩 프랭크스(Wilbur Rounding Franks, 1901~1986)는 원심력 때문에 시험관이 자주 파손되는 문제로 곤란을 겪곤 했다고 한다. 궁리 끝에 그는 물을 가득 채운 병 속에 시험관을 넣음으로써 저 문제를 극복했다. 2차대전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그는 그 원리를 비행사들의 옷에 적용했다. 즉 물을 채운 고무 패드로 비행사의 허리와 다리 주변을 압박함으로써 중력 가속도에 따른 혈류의 쏠림 현상을 완화한 것. 최초의 중력방호복(G-Suit)인 ‘프랭크스 비행복 Franks Flying Suit’이 그렇게 탄생했다. 그의 토론토 대학 동료로, 당뇨병 특효약인 인슐린을 공동 발견해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탄 프레드릭 밴팅(FrederickBanting, 1891~1941)이 시험단계에서 그의 비행복을 입고 비행하다 추락, 사망하기도 했다. 어쨌건 그의 비행복은 2차대전 연합국 비행사들에게 공급돼 대독일 항공전에서 결정적인 전술적 우위를 갖게 했고, 그는 1944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다. 미 공군이 물 대신 압축공기를 활용한 ‘버거 수트’를 보급한 건 대전 말기인 44년 무렵이었다. 3월 4일은 최초의 중력방호복을 만든 윌버 프랭크스의 생일이다.


2. [머니투데이] [광화문] 국립박물관과 에버랜드의 공통점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물의 보고다. 에버랜드리조트는 우리나라 민간 테마파크 중 단연 최고라 할만하다.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시설까지 겸비한 테마파크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방문객 규모도 국내에서 빠지지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만 따지면 연간 350만 여명, 전국 국립박물관(12개 지역과 1개 전시관)을 합하면 연간 850만 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한다. 에버랜드는 한 곳의 사업장임에도 연간 850만 명이 다녀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민간 테마파크를 일부러 비교할 이유는 없다. 다만 최근 두 조직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함을 해소할 기회가 있었는데 엉뚱한 대목에서 공통점을 발견해서다. 그것은 주변에 대형 관광차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주로 패키지 여행상품에 가입해 오는 단체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여행객의 큰 손인 중국 관광객을 잡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에버랜드도 나름 고민이다. 에버랜드는 지리적 요건을 가장 큰 이유로 분석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같은 원인에서 나온 결과라는 생각에 미친다. 우리 관광의 현주소는 ‘한류 관광 상품=(화장품)=쇼핑 관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객, 특히 단체 관광객들은 면세점이 가깝거나 명동과 같은 대형 쇼핑센터에 몰린다. 패키지여행을 주도하는 여행사에서는 이런 소비에 효과적이지 않은 동선을 넣을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관광차는 잠실 롯데월드(면세점)나 경복궁과 명동 주변에 머문다’는 얘기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여행사들이 박물관 내 상품점이나 식당을 이용할 때 40% 정도 할인을 요구하더라고요. 시내서 떨어져 있어서 그 정도 혜택을 줘야 오겠다는 겁니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박물관을 찾는 숫자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저 ‘양’에 매달리는 건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한국에 오래 체류하는 이들(어학연수인 등), 한국의 문화가 진짜 궁금해서 발품을 팔고 다니는 개별 여행자들의 증가 추이를 보고 있다”며 “그 방문객의 의견을 수렴해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한다.

3일, 에버랜드에 ‘판다’가 왔다. 판다의 고향인 중국에서 오는 여행자들은 한국에 온 자국 판다를 만나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을까. 에버랜드는 그저 판다만이 아닌 VR(가상현실)) 등 첨단 IT(정보기술) 기술을 접목한 ‘판다 월드’라는 더 큰 콘셉트의 문화상품을 준비 중이다. 중화권 관광객이 지금보다 늘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쇼핑이 아닌 ‘견학’과 ‘놀이’, 궁극적으로는 ‘한국만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판다는 적어도 그 ‘관광차 동선’에서는 여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숫자로 보는 한국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국가별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세계경제포럼, WEF)에서 우리는 29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지표는 세부 평가항목이다. 자연 및 문화자원은 22위로 조사됐는데, 인프라는 40위, 관광정책 및 여행 여건은 무려 82위로 처졌다. 관광 수지 지표는 심각성을 더 한다. 우리 관광 수입은 2010년 103억2800만달러에서 2014년 178억3600만달러로 늘면서 18위를 기록했지만, 2014년 관광 지출은 194억6900만달러로 무역적자다.

바깥으로 나가는 국민을 잡는 방법이든 들어오는 해외 여행자를 잡는 방법이든 핵심은 콘텐츠다. 쇼핑 문화 외에 우리의 귀한 자연과 문화를 더 좋은 여행 상품으로 구성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권순활]중국의 ‘K뷰티’ 견제

탤런트 이영애 송혜교 전지현은 중국에서 ‘한류 여신(女神)’으로 통한다. 한국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뒤 한국 화장품(K뷰티) 모델로 활동하면서 K뷰티 붐을 확산시켰다. 황정음 이하늬 송지효 김고은도 K뷰티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국 연예인들의 뽀얗고 깨끗한 피부는 중국의 젊은 여성에게 선망의 대상. 이들을 모델로 기용한 한국 화장품의 인기도 높아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샤넬과 일본의 시세이도 화장품이 대표적인 고급 화장품으로 꼽혔다. 한국 여성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지들에게서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다. 당시 우리 화장품은 해외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내수 품목이었다. 지금은 중국 대만 홍콩 등 중국권과 동남아시아,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K뷰티 열풍이 거세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29억2948만 달러(약 3조8405억 원)로 전년보다 52.7% 늘었고 특히 대중(對中) 수출은 99.2% 급증했다.

▷중국 시장 공략의 선두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국내외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프리미엄 한방화장품 설화수를 앞세워 5조50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는 P&G나 로레알에는 못 미치지만 시세이도와 SK-Ⅱ 같은 일본 브랜드를 제쳤다. LG생활건강도 프리미엄급 후(后) 브랜드를 내세워 화장품 부문에서만 2조40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이 수입 화장품을 강하게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6월 화장품 조례를 바꿔 한국의 경쟁력이 높은 미백 화장품을 위생허가 소요기간이 11개월이나 걸리는 ‘특수 화장품’으로 재분류한 데 이어 주름 개선 화장품도 같은 조치를 취해 규제할 태세다. 자국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한국 화장품을 겨냥한 견제 성격이 짙다. 수출의 새 효자로 떠오른 K뷰티가 중국의 비관세 수입 장벽에 막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민관(民官)이 힘과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한다.


4. [동아일보][@뉴스룸/조영달]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1994년으로 기억된다. ‘서울의 달’이라는 TV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다. 시청률이 40%가 넘을 정도로 인기였다. 당시만 해도 변두리 달동네였던 약수동이 배경이다. 시골 출신으로 허황된 성공을 꿈꾸는 제비족 홍식(한석규)과 어리숙하고 우직한 춘섭(최민식), 두 시골 청년이 상경해 겪는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드라마 속 인물이 보여주는 우리네 이웃의 고단한 세상살이와 팍팍한 삶은 시청자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식이나 춘섭 말고도 당시 가난한 시골 출신이 ‘서울드림’을 안고 무작정 상경하는 일은 흔했다. 의지할 곳 하나 없었지만 서울은 그들에게 ‘희망의 땅’이자 어쩌면 성공을 보장하는 ‘약속의 땅’이었다. 

2016년 오늘, 20여 년 전인 1994년과 비교하면 서울도 많이 변했다.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약수동 달동네는 재개발로 사라졌고 높다란 빌딩과 아파트 단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런 환경적 변화 말고도 눈에 띄는 게 또 하나 있다. 희망을 안고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보다 서울을 등지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서울에 사는 인구는 1029만 여 명. 2010년(1057만 여 명)부터 5년째 감소세다. 이런 추세라면 3년 후면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서울의 인구 감소는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최근 탈(脫) 서울의 주체가 경제활동의 중심축인 30, 40대라는 것이다. 지난해 13만7000여 명이 줄었는데 절반이 넘는 7만3000여 명이 30, 40대였다. 

30, 40대는 왜 서울을 떠나는 걸까. 높은 주거비용이 첫째 원인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명 중 6명이 ‘주택 문제’로 서울을 떠났다고 했다. 좀 더 싼 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야하는 ‘전세 난민’이 된 셈이다. 나이 들어 퇴직하고 귀농하거나 쾌적한 환경을 찾아 가까운 중소도시로 떠났던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30, 40대의 이탈은 서울의 고령화를 가속화시킨다. 고령화는 곧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악화와 복지수요 증가, 지역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동안 인구 감소가 국가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서울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풍요롭고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지 않고서는 30, 40대의 탈 서울을 막을 방법은 없다. 

30, 40대를 다시 끌어들여 ‘젊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거지와 창조산업 활성화를 통한 노동참여 기회를 늘려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복귀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추진해 온 세출구조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가 서울의 도시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책도 세워야 한다. 서울시가 30, 40대의 탈 서울을 막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5. [동아일보][박성연의 트렌드 읽기]기부로 가는 손을 주머니에서 빼려면

88회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거머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대자연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자”라는 멋진 수상 소감을 밝혔다. 평소에도 하이브리드 차를 몰고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만큼 환경을 아끼는 이 유명 배우는 쓰레기 재활용 벤처기업에 58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투자하고, 환경보호기구에도 1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국내에서 온정의 손길이 끊기기 시작하는 요즘 유명인의 기부 소식은 특별한 감동을 준다. 흔히 기부는 돈이 차고 넘칠 때에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서는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 중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경제적 여유’는 2011년 62.6%에서 2013년 60.9%로 줄어든 반면 ‘기부 방법을 몰라서’가 3.7%에서 4.2%로, ‘직접 요청받은 적이 없어서’가 5.7%에서 7.8%로 늘었다. 

그래서인지 쉽고 빠른 기부 방법들이 주목을 받는다. 걷는 걸음 수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체크해 목표치에 도달하면 기부가 되는 ‘빅워크’, 하루 1분 앱으로 광고를 보면 아동을 후원하는 ‘힐링히어로즈’, 음식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만 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음식을 후원하는 ‘피디(Feedie)’ 등이 그런 예다. 피디는 제이미 올리버 같은 유명 셰프들의 동참 덕에 지금까지 1200만 장이 넘는 사진이 공유됐다. 이들은 모두 사람들이 하루 온종일 끼고 있는 스마트폰과 연계해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사람들의 잠재 동기를 수면으로 끌어올려 ‘행동’으로 옮기도록 한 것이다. 

쇼핑 활동도 기부로 연결될 수 있다. 신발업체인 ‘탐스슈즈’는 신발 한 켤레만 사면 또 다른 한 켤레를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빠른 기부(Fast Donation)’로 사업을 번창시켰다. 그 여세를 몰아 이제는 선글라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선글라스 하나를 사면 안과 진료나 백내장 수술과 같은 시력 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스웨덴의 한 의류 회사는 헌옷 쇼핑백을 만들어 새 옷을 사면 흰색 쇼핑백에 넣어 준다. 이 쇼핑백의 용도가 재미있다. 쇼핑백을 뒤집으면 검정 택배봉투가 되는데, 집에 가서 입고 입던 헌옷을 벗어 이 봉투에 넣어 기부용으로 보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옷캔’이라는 비영리단체가 누구나 한번쯤 작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옷을 기부 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기부와 놀이가 결합되기도 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기부’라는 모토로 ‘기부 방방’을 벌이고 있다. 대형 트램펄린(방방)에서 뛰다가 동전을 떨어뜨리면 그 동전이 기부되는 것이다. 어린이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와 놀이를 결합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메이즈는 유명 인사나 연예인과의 데이트를 기부와 결합했다.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참가자가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응모권이 생기고 그중에 운 좋은 한 명은 데이트 당첨의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이벤트는 유기견 보호 단체부터 유니세프까지 다양한 단체가 벌인다. 만약 이벤트에서 당첨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낸 돈이 어딘가에서 좋은 일에 쓰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도무지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도 나왔다. 일명 선행버스(Do good Bus).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버스에 올라타서 버스가 내려주는 곳에서 좋은 일을 하면 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는 버스가 정해준다. 사전 정보가 없어 오히려 열린 태도와 설레는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다.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초보 자원봉사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를 본떠 ‘어떤 버스’(gogeeks.co.kr)가 나왔다.

이러한 기부 방법은 ‘착한 소비’와 같은 메가 트렌드와 맞물려 참여자의 욕구와 흥미에 초점을 맞춰 점점 더 세분화할 것이다. 기부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그 수혜자 규모도 덩달아 커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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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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