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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4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새누리당은 집권당 자격이 있는가

새누리당은 과연 집권당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옳고 그른 가치판단을 내세워 국가와 국민을 이끌어가기에 스스로 떳떳한가.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에 대한 결론을 유보한 채 마지막까지 질질 끌어온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삼스럽게 떠오른 질문이다. 아무리 눈앞의 이익을 좇아 정치적 도의가 헌 신발짝처럼 내팽개쳐지는 세태라지만 이런 정도일 줄이야 차마 짐작조차 못했다. 정치가 어느 밑바닥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을 만하다.

유 의원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누리당 일각에서 그의 정체성에 의문점을 제기하며 ‘미운 오리 새끼’처럼 곁눈질로 쳐다보고 있는데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 사태가 지금처럼 이르기까지 본인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있는 대로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공천 대상에서 제외시킨다고 발표하면 그뿐이었다. 다른 지역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처리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유독 유 의원에 대해서는 본인이 알아서 떨어져 나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로 일관했다. 이른바 ‘친박’, ‘비박’과의 갈등 관계에서 여론의 악화를 우려한 꼼수였다. 새누리당은 어제 오후 다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으나 유 의원의 공천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설사 결론을 내렸다고 해도 이미 집권당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져 버린 마당이다. 

결국은 오늘부터 4·13 총선의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유 의원이 제풀에 꺾여 스스로 탈당하도록 유도하려는 모양새였다. 공천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어제 자정까지 탈당하지 않는다면 출마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을 노린 얍삽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당내 투표를 통해 원내대표까지 지낸 인물에 대한 예우로서는 말도 아닌 처사였다. 앞으로 누구라도 집권층에 잘못 보인다면 이런 식으로 당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셈이다.

정치는 어디까지나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다.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역할과 임무도 그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번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정치가 아직도 당파싸움이 횡행하던 왕조시대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들게 된다. 이러고도 한 표를 달라며 유권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2. 소주 한 잔에도 운전대 못 잡게 해야

현재 혈중알코올농도 0.05%인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0.03%로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다. 경찰청은 내달 중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런 방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한다. 살인행위나 다름없는 음주운전의 폐해를 감안할 때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피해자와 그 가족까지 돌이킬 수 없는 불행으로 내모는 중대한 범죄다. 일순간의 그릇된 호기가 본인과 이웃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를 잠재적 살인기계라고 하는 이유다. 사회·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만 해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손실이 1조원 이상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0.03%는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다른 제품을 먹어도 나올 수 있는 수치이므로, 자칫 측정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반론을 내세우기도 한다.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나라가 0.05%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제시된다. 기준을 강화하기보다는 지속적인 단속과 계도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하루에도 100명 이상이 음주운전으로 죽거나 다치는 현실을 생각하면 너무 안이한 접근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0~2014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12.3%인 13만 6800여건에 이른다. 사망자 3600여명을 포함해 전체 사상자가 24만 8900여명으로, 하루 평균 136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10.8명)는 OECD 회원국 중 1위다.

음주운전 사고를 막으려면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잘못된 인식부터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2002년 단속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한 이후 음주운전 사망자가 75% 가량 줄어든 일본의 사례에서 배워야만 한다. 아울러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음주운전 사망 사고자 10명 중 7명이 형을 살지 않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고 한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음주운전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동아일보]

3. 시리아 참전한 北, 테러조직에 핵무기 확산 주시해야

북한군 2개 부대가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미국 등 국제연합군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5년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에 북한이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은 드러나 있지만 ‘철마1(Chalma-1)’ ‘철마7(Chalma-7)’이라는 부대 이름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무고한 민간인에게까지 화학무기 등을 퍼부으며 학살과 인권 유린을 서슴지 않는 아사드 정권을 도우려 북한이 파병까지 했다니 충격적이다. 

연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해온 북한이 시리아에서 실제로 전쟁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을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시리아 내전에 투입된 탱크도 대부분 북한제로 알려져 있다. 돈줄이 막힌 북한이 시리아 내전에서 무기를 팔고 국가용병을 보내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기와 용병의 대가로 시리아에서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는 외화를 차단하지 않으면 북한 핵개발을 막기 위해 발동한 유엔과 한미일 3국의 제재를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북한은 2007년과 2010년에도 핵 원자로와 미사일 기술을 시리아, 이란 등에 수출한 전례가 있다. 미국 딕 체니 전 부통령은 회고록에서 “1차 북핵 실험을 한 2007년엔 북한이 시리아 사막에 건설 중인 원자로를 이스라엘이 공격해 폭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핵 일부가 시리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손에 들어가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가공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내전으로 시리아에서는 25만 명이 죽고 1130만 명이 피란민 생활을 하고 있다. 대통령 아사드는 ‘수도 다마스쿠스만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놀림까지 받는다. 시리아와 북한 모두 ‘썩은 동아줄’과 같은 위태로운 동맹관계를 이어가는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생화학무기까지 사용해 자국민을 학살한 아사드와 이를 돕는 김정은은 명백한 학살방조범으로 국제형사법정에 세워 단죄해야 한다.

4. ‘도로 운동권黨’의 김종인, 무슨 낯으로 표 달랄 건가

사퇴의 배수진까지 쳤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당 잔류를 밝혔다. 그는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논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면서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책임감’ 때문에 대표직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2번은 “당을 끌고 가기 위해 필요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은 김 대표를 2번에 배정해 헌정사상 비례5선을 보장한 비례대표 공천안을 확정했다.

김 대표가 말한 ‘정체성’이란 뿌리 깊은 친노 운동권 체질을 의미한다. 그는 “미래의 정권을 지향한다면 기본적으로 국민의 정체성에 당이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당의 방향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도록 결심했다”고 말했으나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니 마치 총선과 대선 패배를 미리 내다보고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일부 세력이 정체성을 고집해 어쩔 수 없었다”는 ‘알리바이용’으로 짐짓 내세운 건 아닌지 의문이다. 

어떤 이유든 김 대표가 중앙위원회의 비례대표 결정을 수용한 것은 백기투항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어제 울산에서 “지도부가 자의적으로 하지 않고 중앙위가 결정한 것은 정당 민주주의 혁신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1월 “친노 패권주의가 당에 얼마만큼 깊이 뿌리박고 있는지를 보겠다. 이것을 수습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고 했지만 되치기당한 셈이다. 일각에선 ‘친노의 벽은 못 넘고 노욕(老慾)만 채웠다’고 비난한다. “내 말대로 안 하면 떠난다”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맥없이 주저앉았으니 이제 그의 으름장을 겁낼 사람도 당내엔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더민주당의 실제 주인은 친노 운동권이고, 문 전 대표는 상왕(上王) 같은 존재임을 국민이 알게 됐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당의 확장성’에 의기투합했다. 문 전 대표가 총선 이후 대선까지 내다보고 김 대표를 당의 전면에 내세워 자신의 대권 가도를 닦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도로 운동권당’의 얼굴마담이라는 본색이 드러난 마당에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떤 선거 공약을 내놓든 유권자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서울신문]

5. 집권당의 한계 보여준 유승민 탈당

공천이냐, 탈당 후 무소속 출마냐를 놓고 왈가왈부했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사태가 마무리됐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는 어젯밤 늦게까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로 나뉘어 고성이 오갈 정도로 막판까지 논란을 벌였다. 공천 과정 내내 떠들썩했던 유승민 파문이 총선 후보자 등록일 직전까지 이어진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의 합작품 성격이 짙다. 이한구 위원장 등 친박계가 주도하는 공관위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낙인이 찍힌 유 의원을 내부적으로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후폭풍이 무서워 차일피일 시간 끌기에 나섰다. 유 의원에 대한 동정 여론과 수도권 등지의 총선 악영향을 우려해 후보 등록 전날까지 최대한 결정을 미루면서 유 의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편 셈이다.

그동안 공천 여부를 미뤄 놓고 유 의원에게 거취를 정리하도록 압박한 것은 일종의 고사(枯死) 작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유 의원에게 무언의 압력을 넣어 자진 탈당하게 하거나 공천을 주더라도 최대한 힘을 빼놓자는 계산법을 쓴 것이다. 집권 여당의 꼼수에 지나지 않은 이런 공천에 국민들의 실망감은 적잖다.

정당의 노선과 정체성도 중요하지만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다양성을 보일 때 더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외연 확장의 가능성도 커지는 법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을 찍어 내기 위해 이렇게 집요하게 ‘작업’을 한 것은 여야를 통틀어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비박계 인사들을 대거 낙천시킨 것은 집권당의 편협성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공관위가 마지막까지 유 의원 스스로 탈당하라며 결정을 늦춘 조치는 어떤 이유로든 기회주의적인 데다 떳떳하지 못하다. 국민을 우롱하고 유권자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과 다름없다. 이 위원장의 말대로 유 의원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면 처음부터 결단을 내리고 공당으로서 책임을 지면 될 일이었다. 어물쩍 책임을 회피해 비난을 모면하려는 처신은 집권당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오늘부터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4·13총선의 막이 올랐다. 이제 새누리당은 하루빨리 계파 싸움을 종식하고 공천 과정에서 실망한 민심을 돌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집권당의 위상에 맞도록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아 국민의 심판을 받는 동시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정당으로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 바란다.

6. 천인공노할 브뤼셀 폭탄 테러

그제 벨기에 브뤼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폭탄 테러가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소한 34명의 시민이 희생된 이번 테러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집단 학살 행위다. 게다가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역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노린 ‘소프트 타깃’ 테러라는 점에서 그 악랄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IS는 이날 밤 인터넷을 통해 “우리 형제들이 자살폭탄 벨트와 폭탄을 품고 최대한의 죽음을 가져오려 했다”고 범행을 자인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이번 테러는 범행 나흘 전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이 체포된 데 대한 보복 공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압데슬람이 수사 당국에 협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지른 테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BBC 방송에 따르면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압데슬람 체포 후 실제로 보복 공격 위협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 조직이 멈추면 또 다른 조직이 테러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며 이 같은 테러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천인공노할 테러리즘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그제 공동성명을 통해 “브뤼셀 테러는 개방된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단결해 증오와 극단주의 테러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EU 정상들이 반테러리즘 공동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앞으로 테러를 막기 위해선 전 세계가 연대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이런 연대 강화 움직임은 연이은 테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테러 방지 노력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에선 IS 근거지 일부에 대한 폭격을 감행했을 뿐 강력한 연대에 의한 색출작전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지난 13일 터키에서 27명이 차량 테러로 숨지는 등 최근 8개월간 여섯 번의 자살폭탄 테러에 의해 200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테러 세력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강해질 수밖에 없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브뤼셀 테러를 계기로 모든 나라가 힘을 모아 테러분자들을 색출해 내기 위한 강력한 방안을 짜내야 할 것이다.

7. 여야 최악 공천 유권자가 제대로 심판해야

4·13 총선의 공천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온갖 파행 속에서 이뤄진 컷오프와 경선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오늘부터 이틀 동안 등록을 마치는 대로 선거판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1차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각 당의 공천 과정은 밀실·보복·전략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는 데다 당권 장악에만 매몰된 계파 갈등으로 진흙탕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새누리당은 친박·비박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친노·비노로 나뉘어 개혁 공천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내팽개친 채 죽기 살기로 패거리 정치에 매달렸다. 최악의 공천이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가 가장 형편없는 19대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조차 사치스럽다.

새누리당의 공천 행태는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인지 의심케 했다. 전략 공천을 막고 상향식 공천을 지키겠다던 김무성 대표의 공언은 헛말로 끝났다. 대신 친박 주도의 공천이 이뤄졌다. 경선 지역은 전체 250개 지역구 가운데 140곳에 그쳤다. 단수·우선 추천 중 50곳 가까이 전략 공천이었다. 현역 의원의 낙천도 43명인 27.2%에 불과했다. 당헌·당규에 상향식 공천을 못박아 놓고도 내리꽂기 공천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비박계 공천 배제는 ‘3·15 비박 학살’이라는 표현을 낳았다. 경선에서는 역풍으로 작용해 진박(진짜 친박)들에게 패배를 안겼다. 밉보인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전례 없는 고사 작전이 펼쳐졌다. 원칙 자체가 흔들린 탓에 감동은 없었다.

더민주도 김종인 대표를 중심으로 변신을 꾀했지만 후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친노의 핵심인 이해찬·정청래 의원 등을 쳐내는 것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시도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의 탈락은 전체의 33.3%인 36명으로 19대 총선 때 더민주의 전신인 통합민주당 현역 교체 비율 34.8%보다 낮다. 더욱이 물갈이 과정에서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 기준을 “정무적 판단”이라고 애매모호하게 제시해 당의 시스템 공천을 무색하게 했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김 대표의 사퇴 파동은 어제 당무 복귀로 일단락됐지만 친노·운동권 출신들의 힘과 함께 속내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합리적인 대안 정당으로의 탈바꿈이 여간 쉽지 않음을 보여 준 것이다. 국민의당도 심한 경선·공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공천이나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를 공천하는 ‘돌려 막기 공천’ 역시 정치 불신을 한층 부추겼다. 더민주는 전북 익산에서 경선에 떨어진 한병도 전 의원을 익산을에, 새누리당은 황우여 의원을 자기 텃밭인 인천 연수 대신 인천 서을로 전략 공천했다. 컷오프당했던 더민주 문희상·백군기·윤후덕 의원의 구제 공천도 마찬가지다. 인재 재활용이라는 측면일 수도 있지만 해당 지역의 예비후보나 유권자들에게는 모욕적인 처사다. 게다가 여야 정치권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지도 않고 선심성 공약을 쏟아 내고 있다. 엉망으로 공천 결과를 내놓고도 막무가내로 표를 달라는 격이다. 국민들은 정치권이 바꾸지 못한 정치를 바꾸는 심판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19대 최악의 국회를 20대 국회에서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8. 갈 길이 먼 제1야당의 정체성 개혁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어제 잔류를 선언했다. 이로써 비례대표 문제로 촉발된 ‘김종인 사퇴 파동’은 일단 정리됐다. 그러나 이번 일은 제1 야당에서 진보 패권주의와 낡은 진보를 청산하는 데에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저항이 버티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진보 패권 세력은 그동안 김 대표의 중도·실용 공천 개혁에 반격하지 않았다. 당장 공천과 총선준비가 급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천이 마무리되자 이번에 대거 공세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 시절 운용됐던 혁신위, 친노 성향의 당내 을지로위원회, 외곽에서 당을 지원하는 원로 원탁회의의 주요 인사들이 김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정봉주 전 의원과 강금실 전 장관 같은 외곽 그룹도 가세했다. 특히 강씨는 김 대표에게 끌려가는 당에 “미치려면 곱게 미치라”는 극단적인 매도를 퍼부었다.

이들이 막판에 공세를 멈춘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그들이 지지하는 시민단체·운동권 출신 수명이 비례대표에 들어가는 실리가 확보됐고, 당장 김종인 대표의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총선 후 새 지도부 선출과 대선후보 경쟁국면이 시작되면 이런 위장된 수습은 깨질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의 공천 과정에서 이해찬·전병헌·정청래·강기정·신기남·노영민 등 진보 패권주의 핵심 다수가 탈락했다. 하지만 친문재인 세력은 대부분 재진입에 성공했다. 그리고 약 500명의 중앙위원회, 대의원·핵심당원 그룹은 여전히 진보 패권주의의 공고한 울타리 안에 있다. 이들이 총선 후 세를 다시 가동하면 김종인의 개혁은 변방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개혁은 힘든 것이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김 대표도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비례대표 순번은 중앙위에서 정한다는 당헌을 중시했어야 했다. 그가 처음부터 자신의 비례 순번을 비대위에 맡겼더라면 그의 개혁은 더욱 힘을 받았을 것이다.

제1 야당의 노선 개혁이 중요한 것은 낡은 운동권식 투쟁의 폐해가 국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사리(私利)를 버리고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을 직시해야 한다.

9. 법원 개입까지 불러들인 새누리당 무법 공천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을 지역구에서 배제한 새누리당 공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어제 받아들였다. 집권당의 공천관리위(위원장 이한구)가 주 의원을 탈락시킨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이며 대구 수성을에서 내리 3선을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이다. 공천위는 그의 지역구를 한순간에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변경해 주 의원을 공천심사 대상에서 제외(컷오프)시켰다. 대신 그곳엔 당내 친박세력이 미는 이인선 전 경북부지사를 공천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대표 김무성)는 공천위에 주 의원을 구제하라는 취지로 재의(再議)를 요구했으나 이한구 위원장이 공천위원 3분의 2의 재의결을 거쳐 원안대로 관철했다. 법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공천위원은 총 11명으로 3분의 2 재의결 정족수는 8명인데 실제 원안에 찬성한 사람은 7명뿐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위원장이 의결 정족수가 몇 명인지도 파악하지 않은 채 졸속·날림으로 의사를 결정했다는 게 드러났다.

정당의 공천은 고도의 헌법적 자율성을 누리는 사안으로 그 결정에 대해 사법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왔다. 사법부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능동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엔 새누리당 공천위의 독단적·비민주적 행태가 불러일으킨 국민적 공분이 깔려 있을 것이다. 입법부의 구성원을 선발하는 집권당의 움직임이 얼마나 한심하고 초법적이었길래 법원이 이렇게 제동을 걸겠는가. 현재 남부지원에 들어와 있는 정당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새누리당 8건, 더불어민주당 1건 등 9건이라고 한다. 개별 사안마다 경우가 다르겠지만 이번처럼 ‘가처분 인용’이 속출할 경우 4·13 총선 뒤 선거불복 소송이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주호영 의원은 새누리당이 23일 자정까지 그를 재공천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결국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됐다. 이 문제는 주 의원의 당적과 관계없이 초라해진 한국의 정당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한구 위원장은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10. 대한민국 미래 50년 혁신으로 大도약 이루자

'우리의 앞길은 밝다.'

1966년 3월 24일 세상에 나온 매일경제신문의 첫마디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창간호 1면을 채운 건 캄캄한 터널을 빠져나오는 열차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이런 설명이 달려 있었다.

'태곳적부터 어둠처럼 누적되었던 빈곤을 헤치고 이제 우렁찬 고동을 울리며 희망에 부푼 산업열차가 어두운 굴을 빠져나오고 있다.'

그로부터 꼭 반세기가 지났다. 오늘 창간 50돌을 맞은 매일경제는 1만5581번째 신문으로 새 아침을 연다.

매일경제는 이제 21세기 지식혁명을 이끌어가는 최정상급 미디어그룹으로 우뚝 섰다. 매일경제 가족은 새삼 벅찬 감동과 자부심을 느끼며 오늘의 매일경제를 만들어준 독자의 사랑과 성원에 깊이 감사한다.

창간 50돌 매경 최정상 지식미디어로

신문은 역사의 초고다. 매일경제는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의 도전과 성취와 위기 극복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냈다. 50년 새 한국의 1인당 소득은 218배로 불어났다. 매일경제 독자는 피와 땀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이들이다. 이들은 환란의 아픔도 겪었다. 남북 분단의 질곡과 민주화의 산고도 견뎌야 했다.

매일경제는 역사의 기록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위기 극복과 선진국 진입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25차례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와 16차례 세계지식포럼은 매일경제의 고뇌와 땀의 결정들이다.

매일경제는 1997년 한국 경제위기를 내다보고 창조적 지식강국을 주창했다. 고비마다 새로운 국가 어젠더로 변화를 선도하는 언론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워싱턴에서 테헤란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도시에서 23차례 열린 매경글로벌포럼은 우리의 지평을 지구촌 전체로 넓혔다. 무재해 운동과 기업 사랑,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은 선진 사회를 향한 열망을 담았다.

매일경제는 한국 경제와 기업이 주저앉으려 할 때마다 '다시 뛰자'며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일관되게 경제적 자유를 부르짖었다.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온갖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늘 앞장섰다.

매일경제는 세계 최고의 지식미디어를 지향한다. 신문, 방송, 인터넷을 아우른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 그룹으로서 창조적 지식사회를 선도하고 자유시장경제 창달의 선봉에 선다는 사명을 늘 잊지 않을 것이다. 독립성과 품격을 갖춘 지식 공동체로서 언론 자유와 독자의 신뢰를 생명으로 여길 것이다.

먼저 혁신해야 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매일경제는 이제 미래 50년을 본다. 앞으로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바꾸고 개인의 삶을 뒤흔들 변화가 쓰나미처럼 닥쳐올 것이다. 지난 50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충격이 우리의 지식과 제도의 한계를 시험할 것이다.

변화의 큰 흐름은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차원의 세계화로 압축할 수 있다. 21세기 산업혁명의 폭발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기술, 기업, 금융, 정치, 도시에 미칠 파괴력도 그만큼 클 것이다. 

수출제조업에 의존하고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한국은 인공지능의 진격이 가장 거센 나라가 될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경쟁에 따른 실업 사태와 고령화 충격이 겹치면 극단적인 불평등과 복지재정 파탄을 불러올 수 있다. 유전자 편집과 블록체인 기술은 전통 사회와 금융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지구촌에서는 자본과 인재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하는 세계화와 저성장 시대 각자도생을 위한 역세계화의 힘이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화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 지구촌이 단절과 고립으로 회귀할수록 우리의 경제 영토는 좁아진다. 창조적 개인이나 기업이 국가보다 큰 영향력을 미칠 새로운 차원의 세계화는 우리에게 위협이자 기회다.

매일경제는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 아시아'를 주창했다. 하지만 아시아는 21세기의 화약고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대륙과 해양세력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가운데 핵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을 상대하며 통일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미래 50년은 새로운 비정상과 불확실성의 시대다. 낡은 지도와 나침반은 쓸모가 없다. 국가와 기업, 개인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경쟁은 한마디로 누가 먼저 혁신하고 개혁할 수 있느냐를 가리는 혈투다. 나라의 운명은 혁신 역량과 개혁 의지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다. 이 냉혹한 전쟁에서 지면 첫 세계화시대의 식민지 국가처럼 한순간에 추락하게 된다.

미래 50년의 변화를 주도하려면 먼저 스스로 변해야 한다. 한국이 새로운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되려면 미래형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미래형 국가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필요로 한다. 매일경제는 그 시대정신의 핵심은 혁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미래 50년 한국 재창조를 위한 국가 전략으로 '노바투스 코리아(Novatus Korea)'를 제안한다. 

노바투스는 혁신과 변혁을 뜻한다. 지금은 개인과 기업, 도시와 국가가 끊임없는 혁신으로 변화를 만들어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때다. 

변혁 주도할 '노바투스 코리아'로 가자

무엇보다 절실한 건 다음 세 가지 혁신이다.

첫째, 창조적 리더십이다. 개발연대에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통했다. 창조시대에는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면서 온 국민의 무한한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통합과 설득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매일경제는 국가 거버넌스 개혁으로 미래 50년을 내다보는 비전과 실천력을 갖춘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할 것을 주문한다.

둘째, 창업국가의 역동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대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1%로 34개 회원국 중 꼴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역성장 시대가 올 것이다. 대기업들은 창업세대의 도전정신과 헝그리 투혼을 잃어버렸다. 자본주의 체제의 역동성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의 모험정신에서 나온다. 젊은이들의 창의성을 한껏 북돋울 수 있게 금융과 산업 생태계, 규제 체계의 전면적 혁신을 촉구한다.

셋째, 파괴적 신기술이다. 우리가 빠른 추격자에서 혁신의 선도자로 거듭나려면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을 비롯해 게임의 판을 바꿔놓을 핵심 기술에서 앞서가야 한다. 지금처럼 설거지 연구만 해서는 끝내 선진국을 넘을 수 없다. 공장식 교육제도를 뜯어고쳐 글로벌시대 지적 노마드를 키울 평생학습 체제로 가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우리 앞길은 밝다

매일경제는 오늘 새로운 50년의 항해를 시작한다. 파고는 높다. 하지만 우리는 50년 전 창간사에서 그랬듯이 다시 한 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인류 진보와 한국의 미래에 대한 합리적 낙관주의를 견지하고자 한다. 어떤 결정론이나 숙명론도 거부하되 근거 없는 낙관론도 경계할 것이다. 모두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와 용기를 갖고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한 앞길은 밝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이 말했듯이 신문은 미래를 덮고 있는 커튼을 걷어내는 지식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매일경제는 세계 최고의 지식미디어로서 대한민국호가 미래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데 믿음직한 길잡이가 될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미디어 빅뱅시대 혁신을 주도하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과 성원을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리뷰]인간 배트맨·구세주 슈퍼맨,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얼마 전 중국 베이징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아시아 7개국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때 슈퍼맨을 연기한 헨리 카빌에게 던져진 질문이 있다. ‘과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슈퍼히어로 무비가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서부극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카빌은 스필버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서부극의 캐릭터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반면 슈퍼히어로는 그 자체로 신화의 주인공이라 슈퍼히어로 무비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화면을 꽉꽉 채운 밀도 높은 영상과 묵직한 액션으로 장대하게 써내려간 현대판 신화다. 영웅의 대서사시는 진지하고 엄숙하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 영화는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누가’ 이 둘을 싸우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해진다. 

최근 몇 년 간 만화를 찢고 나온 슈퍼히어로의 활약은 대단했다. ‘어벤저스’시리즈가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모으면서 미국산 슈퍼히어로는 한결 친숙해졌다. 흥행성적에 힘입어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 헐크가 더 대중적이 됐지만 자고로 슈퍼히어로의 대명사는 슈퍼맨과 배트맨이다. 이들 슈퍼히어로는 출신성분에 따라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파로 나뉜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DC코믹스파라면 ‘어벤저스’에 나온 슈퍼히어로들은 마블코믹스 출신이다. 아이언맨과 헐크, 스파이더맨, 엑스맨이 대표적이다. ‘마블스튜디오’는 마블코믹스 히어로를 속속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 명명하며 각각의 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와 이들을 한 데 모은 대작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DC코믹스도 마블코믹스에 이어 ‘DC유니버스’를 시작한다는 신호탄이다. 마블코믹스 무비가 상대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라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그 반대다. 어둡고 진지하며 사실적이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나 ‘슈퍼맨’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빨간 팬티를 벗기고 새롭게 리부트한 ‘맨 오브 스틸’(2013)을 떠올리면 된다. 메가폰을 잡은 잭 스나이더는 ‘300’(2006)과 ‘왓치맨’(2009) 그리고 ‘맨 오브 스틸’을 연출한 감독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슈퍼맨(헨리 카빌)과 배트맨(벤 애플렉)은 영화 속 허구의 영웅이 아니라 관객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다. 영화의 세트부터 스토리, 액션신까지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두 영웅이 실제로 존재하다면 어떤 모습일지, 그 능력과 행동의 결과로 어떤 복잡한 결과가 야기될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릇 블록버스터는 팝콘 보며 즐기는 영화라지만 이 영화는 곳곳에 숨겨놓은 상징과 은유로 철학하기를 유도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강점이자 단점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주요 갈등 중 하나는 슈퍼맨에게 영웅적 행동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묻는 부분이다. 슈퍼맨은 외계인 조드 장군의 지구 침공, 일명 ‘블랙 제로 사건’ 당시 온 힘을 다해 인류를 구했다. 도시 곳곳에 슈퍼맨 석상이 세워지고, 현대판 메시아로 추앙받는다. ‘슈퍼맨교’의 탄생이다. 동시에 슈퍼맨의 절대적 힘을 무서워하고 우려하는 이들이 생겨난다. 

슈퍼맨은 지구인이 키웠지만 원래 크립톤 행성의 외계인이다. 만약 슈퍼맨이 인류의 편에 서지 않으면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 아닌 노예가 되는 것이다. 배트맨이 슈퍼맨을 비딱한 시선으로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슈퍼맨을 둘러싸고 격론이 펼쳐진다. 설상가상 연인이자 기자인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비난이 쏟아진다. 급기야 슈퍼맨은 쫄쫄이 복장을 한 채 미국의회에 출두한다.

스나이더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배트맨의 관점에서 본 슈퍼맨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 때문일까? 영화는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어린 시절 그 비극적 사고로 문을 연다. 배트맨은 알려진대로 어릴 적 트라우마로 히어로가 된 책임감 과다형 인물이다. 눈앞에서 부모가 노상강도에게 죽는 걸 목도한 그는 자신의 전 재산과 삶을 범죄소탕에 바치고 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다시 한 번 아픔을 겪는다. 조드 장군과 슈퍼맨의 대결로 회사 건물이 무너져 유사가족인 직원들을 한순간에 잃은 것이다. 

이러한 상처는 ‘다크 나이트’시리즈로 친숙한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배트맨과 새로운 배트맨의 가장 큰 차이다. 배트맨은 나이도 들어 좀 지쳐있다. 분노에 사로잡혀 판단력이 흐려진 부분도 있다. 애플렉은 베일의 배트맨을 잊게 만들며 자신만의 배트맨을 성공적으로 선보인다. 193㎝의 장신(배트맨 부츠를 신으면 198㎝)인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슈퍼맨을 위협하는 존재로서 어떤 위엄이 느껴진다. 묵직한 갑옷 타입의 배트맨 슈트는 애플렉의 선 굵은 외모와 잘 어울린다. 

젊고 캐주얼한 이미지의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는 신선하다. ‘슈퍼맨’ 시리즈에서 슈퍼맨의 적수인 악당 루터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도 위험한 적수다. 그는 배트맨과 마찬가지로 억만장자에 고아다. 차이라면 절대 권력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악랄한 말장난과 농담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똑똑한 인간이지만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 요즘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개망나니 재벌3세’가 인기 악역으로 부상했다. 이 영화에서 루터가 바로 그런 존재다.

갈등의 중심축인 세 캐릭터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힘과 정의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린 시절 자신들의 아버지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삼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슈퍼맨이 얼마나 행복한 히어로인지 알게 된다. 친부모가 아닌 양부모의 손에 길러졌지만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는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하다. 사랑하는 엄마와 연인도 곁에 있다. 지켜야할 사람이 있는 슈퍼맨은 셋 중 가장 약한듯 강하다. 반면 학대받고 자란 외로운 루터는 강한듯 약하다. 배트맨 곁을 지키는 유사 아버지 ‘앨프리드’같은 존재도 없다. 

렉터가 만들어낸 괴물과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맞붙는 후반부 액션신은 마치 신들의 전쟁을 보는 듯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 영화가 어느덧 미국의 신화가 되는 순간이다. 특히 슈퍼맨은 부활이 예고된 메시아로 다가온다. 현실에 발붙인 배트맨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모범적 모델이다. 

오늘날 렉터는 점점 늘고 배트맨은 찾아볼 길 없다. 그 반대가 된다면 살만한 세상이 될 텐데 말이다. 인간의 선을 믿는 배트맨의 독백에 희망을 걸고 싶어진다. 기대를 모은 원더우먼은 맛보기로 등장한다. 그녀의 본격적인 매력은 내년 6월 개봉하는 ‘원더우먼’에서 확인하자. 만화에서는 슈퍼맨과 사귀나 스크린에서는 배트맨과 원더우먼의 로맨스를 기대해본다.

2. [동아일보][@뉴스룸/김유영]‘필기 수재’를 키우는 학교

최근 해외 석학이 강연하는 자리에 갔다. 강연장은 학구열로 넘쳐났다. 참석자들은 필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찰칵 소리를 내며 파워포인트 파일을 찍는 민폐를 불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강연 후. 그렇게 열심히 강의를 듣던 사람들은 “질문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강연은 서로를 어색하게 쳐다보다 끝났다. 

우리에겐 익숙한 한국적인 풍경일 것이다. 한국에 온 외국인 교수들은 굳이 강의실이 아니어도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받아 적기에만 바쁘다면 대체 교육이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고 한다. 

기자가 미국에서 대학원 수업을 들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럴 법도 하다. 수업을 이해하려면 학생들은 최소 30∼40쪽 분량의 교재를 읽어 가야 했다. 교수가 학생을 갑자기 지명해서 질문하는 ‘콜드 콜(cold call)’도 부담이었다. 

교수는 자신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촉진자)’로 칭했다. 학생들의 생각을 이끌어내 어떤 결론에 이르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토론 뒤엔 ‘테이크어웨이(take-away)’를 내라는 교수도 있었다. 직역하면 수업 시간에 자신이 얻은 것을 적는 것. 정답은 없었다. 자신이 깨닫고 생각한 걸 내면 그만이었다. 

10년 넘게 정답이 있는 교육을 받았던 기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고민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이미 누군가가 낸 결론을 외우는 데에 익숙해져 있지 않았던가. 실제로 학부 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기자는 중세시대 영시에 고어(古語) 전치사를 끼워 넣는 시험이 고역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전치사, 굳이 외워야 했나 싶다. 정 필요하면 검색하면 되고, 오히려 영시에 나온 삶과 의미를 읽어내는 노력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말한다. 현재 대학교육 모델은 평균 수명이 60세였던 산업 사회 초기에 개발된 것으로, 전공지식을 주입해 산업현장에서 30년 동안 써먹기 위한 대량 교육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지식과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다. 시험 문제용 정답을 찾으려면 인터넷 등 지천에 널려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자신에게 필요한 걸 골라내고 생각하는 힘, 사고를 구조화해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일 것이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은 있다. 학교에서 배우고 집에 가서 숙제하는 기존 교육과 달리 집에서 지식과 정보를 먼저 습득하고 학교에서 실험, 토론, 문제 해결 프로젝트 등을 하는 일명 거꾸로 교육(flip-learning)이다. KAIST 등 일부 대학이 실시하지만 여전히 제한돼 있다. 

고성장 시대에는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성적 받으면 좋은 직장에 갔고 그걸로 좋은 삶이 제법 보장됐다. 지금은 저성장이 고착화됐고 게다가 100세 인생을 논하는 시대다. 좋은 학교 나온들, 좋은 성적 받은들, 좋은 직장에 간들 불안감에 떠는 게 현실이다. 고로, 틀리면 끝장인 시절을 견딘 우리에게 알파고가 던지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매년 수업료를 1000만 원이나 내는 대학에서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만 배우기엔 아깝지 않나요?”

3.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돌아온 이발소

‘청와대 3인방’ 중 핵심인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이 쓰는 방은 박근혜 대통령의 집무실과 붙어 있다. 과거 남성 대통령들의 이발실로 쓰였던 공간을 개조한 것이다. 남성 대통령들은 바로 옆에 있는 이발실에서 머리를 다듬으며 휴식을 취하곤 했다. 말 그대로 권력과 ‘지근(至近)거리’에 자리한 방이다.

미장원이 아줌마의 사교장이라면 동네 이발소는 남성의 사랑방이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무반주 남성 4중창을 뜻하는 ‘바버숍 콰르텟’은 19세기 말 흑인 이발소에서 탄생했다. 자기 순서를 기다리면서 손님들이 화음에 맞춰 흑인영가 포크송을 부른 것이 그 시발점이다. 1938년 바버숍하모니협회가 결성된 뒤 지금은 매년 아카펠라로 부르는 국제대회가 열릴 만큼 인종과 남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음악 장르가 됐다.

남녀 공히 미용실을 드나들면서부터 주변에서 이발소 간판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럴수록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련한 향수도 커지는 법. 인천시가 2013년부터 ‘친근한 우리 동네 이발소 살리기’ 사업을 추진한 결과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참여한 15곳의 인테리어 개선, 기술 교육 등을 지원하면서 젊은 손님들의 발길이 늘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이발소라고 하면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풍경이 떠오르겠으나 요즘은 고급화 추세로 주목받고 있다. 외모 꾸미기에 관심 많은 그루밍(grooming)족을 겨냥해 고급 이발소가 등장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작년 패션매장과 결합된 세련된 복고풍 이발소를,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이발 서비스 공간을 마련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결한 서울 포시즌스호텔의 경우 최근 위스키를 마시면서 영국식 습식 면도와 이발 서비스를 받는 공간을 열었다. 면도 6만6000원, 면도와 커트를 합치면 13만2000원 등 가격이 만만치 않다.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발소는 서구식 ‘바버숍’임을 강조한다. ‘추억의 이발소’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고품격 바버숍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걸 보니 ‘남성 화장품 소비 세계 1위 국가’란 사실이 새삼 실감난다.

4. [동아일보]2030 세상]내 아이가 살게 될 세상

연초에 배 속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주변에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을 하는 부부가 워낙 많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큰 기다림 없이 아이가 찾아왔다. 입덧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고생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자라는 태아를 보며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아이를 좋아했던 나는 결혼하면 되도록 여러 명의 자녀를 낳겠다고 다짐했었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자신감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남편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결혼을 앞두고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에 깊이 빠지기도 했다. 

아는 것이 병이다. 먼저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친구들을 보니 육아라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안아 주지 않으면 아예 잠을 안 자는 아기들도 있고, 젖병을 거부한 채 엄마 젖만 찾는 고집쟁이도 있었다. 조금 자라면 언제 어디서 말썽을 부릴지 몰라 늘 긴장 상태로 지내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 때문에 출산 자체를 고민한 것은 아니다. 나와 남편, 넓게는 가족의 헌신으로 어떻게든 이겨내겠다고 다짐할 수 있다. 과거에 내가 인생의 중심이었다면, 당분간은 아이 위주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이다. 세상이 발전하고 좋아졌다고 하지만, 과연 내 아이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힘들다. 앞으로 이 나라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겠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공부를 일찍 찾아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했고, 재주를 살려 작지만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지방 출신이라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느끼긴 했지만 좋은 친구들과 어른들을 만나 빠르게 생활의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나와 같은 ‘운’은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10년 전 무렵에도 취업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는 소가 통과할 바늘구멍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은 그 구멍이 더 작아지거나 아예 막혀 버린 것 같다. 어린 친척 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른바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취직한 주변인들도 회사 사정이 나빠져 고용에 문제가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어떨까. 제 앞가림은 하고 있지만, 금수저 아닌 부모를 만났으니 어릴 때부터 ‘무한 경쟁’으로 던져질 것이다. 직장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조건이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어린이집 입소부터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공부를 잘하거나 특기 적성이 있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부터 배워야 할 수도 있다. 더 자라 어른이 된 후에는 직업을 얻지 못해 고생할 수도 있고, 사회 격차가 심해져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눈물 흘릴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인 나의 인생도 문제다. 잠시 회사를 쉬면서 새로운 진로를 찾던 중 아이가 생겼다. 임신한 몸으로는 재취업이 쉽지 않은 데다 출산 후 사회로 쉽게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괜한 걱정은 넣어두라고 하신다. 하지만 부모라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세상을 꿈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자식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지만, 늘 다짐했던 대로 가정에서는 남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양육하고 싶다. 더불어 아이에게 “개인의 노력으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선거에서 나를 위한 공약을 살폈다면, 이제부터는 내 아이를 위한 나라를 만들려고 애쓰는 곳이 어디인지 더 꼼꼼히 신경 쓸 것이다. 혼자 생각하고, 불평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작은 일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방법이 있다면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

5.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마음 읽기

친구와 함께 서울 지하철을 탔다. 신도림역에서 회기역까지 가야 하니 꽤 먼 거리였다. 나는 앉고 친구는 내 앞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니 옆자리 청년에게 자꾸 신경이 쓰였다. 아무리 작게 이야기해도 들릴 수밖에 없으니. 빈자리가 날 때마다 내심 옆자리 청년이 자리를 옮겨주길 바랐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이십 분쯤 흘렀을까. 그 청년 옆에 앉았던 아줌마가 다른 자리로 옮아가면서 청년에게 말했다.

“이리 앉아요. 두 분이 같이 앉아서 가게.” 

그 덕분에 친구는 내 옆에 앉았고 우린 그 아줌마를 향해 감사의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지하철에서 내린 후 우리가 그 청년의 장래를 걱정(?)해 준 것은 물론이다. 웬만하면 친구들끼리 나란히 앉아서 갈 수 있도록 해줄 법하련만 그렇게 눈치 없고 배려에 무딘 청년의 사회생활이 진심으로 걱정스럽기도 했다.

딸이 다니던 회사에서의 이야기다. 소위 일류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이 영 눈치가 없어서 서로 자기 부서로 받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딸이 소속된 부서로 발령을 받은 그 신입사원, 어느 날 조금 지각한 대리가 상사의 눈을 피하여 마치 화장실에 다녀오는 양 살며시 들어오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배꼽인사를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대리님, 안녕하세요?”

모두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어 무사히 넘어갈 뻔했는데 그 신입사원의 우렁찬 인사에 사무실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살금살금 들어오던 대리는 민망해 얼굴이 붉어졌지만 전혀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그 신입사원은 배운 대로 인사를 했을 뿐이니 태연했다. 그 이야기에 한바탕 웃고는 그 이후 종종 딸에게 그 눈치 없는 신입사원이 궁금해서 근황을 묻곤 했는데, 몇 년간 이리저리 부서 이동만 하다가 화려한 스펙을 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결국 퇴사했다고 한다.

눈치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다. 즉, 남의 마음을 읽는 센스다. 그러나 신세대들은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익힐 기회가 없다. 남과 어울리는 경험이 적으니 눈치라는 걸 알 턱이 없다. 옆을 둘러볼 줄도, 나의 행동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그저 ‘공부 바보’로만 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쯤은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되었을 직장 새내기들,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마음을 읽어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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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24일 신문 브리핑 #

"감사와 배은망덕 사이의 중립적 입장은 없다. 감사하지 않는 이들은 곧 모든 것을 불평하기 시작한다. 사랑하지 않는 이들은 미워한다."
- 토마스 머턴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2조원 규모의 손실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남
- 회계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수주에 어려움을 겪거나 손실 축소 기간에 주식을 사들인 소액주주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는 등 큰 파장이 예상됨

2.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SPP조선을 약 1000억원에 인수함
-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과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SM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을 투입하고 2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SPP조선 경영권을 가져감
-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본계약 체결 때 확정되며, 통영조선소와 고성조선소 등은 SM그룹이 인수하지 않기 때문에 물적분할 후 따로 매각됨

3. 국내 기업과 연구소들이 세계 3대 표준화기구에 신고한 표준특허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남(특허청&한국지식재산전략원 발표 자료)
- 표준특허란 해당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는 관련 제품을 생산하기 어려운 핵심 특허로서,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은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신고된 한국 표준특허가 782건이라고 23일 발표함

4.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평균 복지비가 중앙정부 공무원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남
- 지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자체장의 재량으로 직원 복지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옴

5. 국내 최대 규모의 고졸 인재 채용박람회인 ‘2016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가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림
-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과 학부모 등 1만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우리은행 국민은행 효성ITX 디에스피플 등 43개 기업이 현장면접을 통해 고졸 인재를 채용함


<< 금융/부동산 >>
1. 미래에셋그룹 25일로 예정된 현대증권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함 
- 미래에셋증권을 자기자본 10조원 규모의 아시아 대형 증권사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잠시 접어둔 채 내실을 다지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옴

2. 최근 5~6년간 꾸준히 연 5~15% 정도의 수익을 내면서 ‘믿을 만한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면서 사모(私募) 메자닌 펀드가 자산가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
- 23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펀드의 설정액은 최근 1년 동안 725억원의 자금이 새로 유입된 9604억원에 달함


<< 국제 >>
1.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폭탄 테러에도 유럽 각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함
- 벨기에 증시가 0.51% 오른 것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모두 0%대의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상승 마감했으며,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0.23%와 0.09% 하락했지만 나스닥지수는 0.27% 상승함
- 23일 아시아 증시는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0.28% 하락하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0.35% 상승하는 등 혼조세를 보임

2. 미국 일본 등 각국 정부와 글로벌반도체업계가 중국이 국가 주도로 운영하고 있는 ‘반도체 펀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함
- 중국 정부가 수백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펀드를 조성해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판단에서임

3. 일본 자동차업계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함
- 이는 미국 유럽 등의 업체들과 자율주행차 시장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로서, 자율주행 관련 신기술 개발에 거액의 비용과 대규모 인력이 들어가는 만큼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이를 국제 기술표준으로 삼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임

4. 일본의 평균 공시지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상승함
-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데다 엔화 약세로 해외 부동산 투자자금이 일본 내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임


<< 사회/기타일반 >>
1. 자기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치매노인이나 미성년자를 대신해 전문가가 상속 또는 가사소송 절차를 밟아주는 ‘가사상속절차 보조인 제도’(가칭) 도입이 검토되고 있음
-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족 간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자는 취지이며, 정부는 관계 기관과 민간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이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임

2. 법무부가 23일 법조 브로커 근절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고 법무법인(로펌) 소속 변호사 또는 직원이 사건 수임 등을 위해 법조브로커를 고용하면 법무법인까지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논의함
-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변호사법 개정안은 현행 변호사법(제109조 2항)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변호사법을 어긴 변호사나 사무직원이 소속된 로펌까지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또 사무직원이 변호사법을 위반하면 함께 일하는 변호사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메자닌펀드(mezzanine fund)
- 비교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채권의 성격과 향후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주식 관련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하며,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이 이에 해당함.
일반적으로 채권(선순위채권)과 주식(stock)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혼합 형태의 금융상품을 말하는데,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가진 하이브리드 형태의 금융상품을 통칭하기도 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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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3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국민의 정치 혐오증만 키운 '꼼수 공천'​

4·13 총선에 나설 국회의원 후보를 가리는 각 정당의 공천을 바라보면서 정치적 회의감만 쌓여가고 있다. 대부분 국민들의 감정이 비슷할 것이라 여겨진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과 국가는 안중에도 없고 계파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온갖 변칙과 편법, 속임수, 무원칙이 뒤범벅을 이룬 ‘꼼수 공천’으로 전락한 결과다. 이쯤 되면 가히 역대 최악의 공천으로 깎아내려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처음엔 새누리당의 ‘공천 학살’과 더불어민주당의 친노(親盧) 배제로 시끄럽더니 이젠 공천 심사나 경선으로 기껏 걸러낸 후보를 다시 살려 주거나 다른 지역구로 빼돌리는 돌려막기식 ‘재활용 공천’이 횡행한다. 여당은 한때 특정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황당한 편법도 불사하려 했고, 제1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셀프 공천’과 당무 거부로 막판까지 요동쳤다. 두 당의 공천 과정을 살벌한 패권정치라며 싸잡아 매도하던 국민의당은 공천 불복으로 최고위원회의가 난장판이 되고 김종현 선거관리위원장이 사퇴하는 홍역을 겪었다.

선거구 획정이 5달이나 미뤄진 탓에 공천이 예년보다 훨씬 늦게 시작됐건만 각 당이 저마다 내홍에 휩싸이는 바람에 후보등록 마감을 불과 이틀 앞두고도 전체 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비례대표 공천 역시 기대할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제 하루 동안 후보를 추가 공모한 새누리당이나, 김 대표의 ‘멋대로 공천’에 당내외 비난이 빗발친 더민주나, 당선권 배치로 잡음이 인 국민의당이나 원칙 없고 투명하지 않기로는 한결같다.

‘꼼수 공천’을 거쳐 국회에 진출하는 인물은 국민보다 공천장을 준 권력자에게 충성하느라 국민의 정치 혐오증만 키울 게 뻔하다. 백해무익한 꼼수 정치가 더 이상 이 땅에서 활개치지 못하게 하려면 유권자의 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총선은 후보가 누구인지, 정강과 공약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투표하는 ‘깜감이 선거’가 되기 십상이나 그럴수록 유권자가 영악해져야 한다. 누가 권력에 줄서는 아첨꾼이고, 누가 국리민복을 향상시킬 공복인지 가려낼 혜안을 갖추기 위해 후보의 정치행적과 성향, 공약 등을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투표하는 게 민주시민의 의무다.

2. 미국과 쿠바의 정상회담을 바라보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해 그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회담이 88년 만에 성사됐다는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지리적으로 바로 코앞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적대관계로 일관해 왔던 두 나라가 새로운 협력관계로 전환해 나가는 출발점이다. 양국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역내 질서에서 과거 냉전시대의 갈등과 마찰이 해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그동안 쿠바 경제를 압박했던 미 의회의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등의 문제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쿠바의 정치 민주화 및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서로의 견해 차이는 여전했다. 그러나 이처럼 두 정상이 서로 마주앉아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진전이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적 교류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의 정상화 조치를 발표했다. 과학·보건·농업·기후변화·에너지 등의 분야가 여기에 망라돼 있다. 이미 양국 간에 무역은 재개됐고 여행 규제도 풀린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공용어인 스페인어로 트위터에 우호적인 글을 올렸으며, 현지의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에 깜짝 출연한 데서도 미국 정부의 높은 관심과 기대를 느끼게 된다.

쿠바로서는 그동안 공연히 벽을 쌓았던 셈이다. 미국 정부가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려고 은밀히 시도한 것도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탓이었다. 그 결과 쿠바가 카리브해의 낙원으로 불리던 위치에서 경제는 피폐해졌고, 국민들의 생활은 고달파질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으로도 감시의 눈길이 살벌했다. 쿠바 국민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각배에 의지해 줄지어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했던 이유다.

쿠바의 문호가 열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북한의 처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가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도 유독 핵개발에 매달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은 그제도 동해상으로 5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달만 해도 벌써 4번째 이어지는 무력시위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쿠바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에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동아일보]

3. 前법무장관·검찰총장까지 법 어기고 사외이사 맡다니

3월 대기업 주주총회 결과 김성호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과 송광수 김준규 전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 10여 명이 변호사법을 어기고 사외이사를 맡은 사실이 드러났다. 변호사법 38조 2항은 영리법인의 이사가 되려는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장관, 총장까지 지내고 변호사로 고액 보수를 받는 이들이 ‘전관 보은’이나 대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눈총을 피하기 위해 변호사회 허가를 안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2013년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송광호 전 총장은 재임 중 삼성그룹의 편법 경영권 승계 및 비자금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김준규 전 총장도 특혜 대출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성호 전 장관은 그룹 총수가 사법처리 돼 재판을 받고 있는 CJ 사외이사이고, 이귀남 전 장관은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다. 그런 법이 있는지 몰랐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법률전문가답지 않은 군색한 변명이다. 

변호사법에 영리법인 사외이사로 취업할 경우 겸직 허가를 받게 한 이유가 있다. 법원이나 검찰 재직 중 재판 혹은 수사한 기업에 취업하는 이익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변호사가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맡는 것도 사기업에 고용되는 것인 만큼 변호사법이 규정한 직무상의 독립에 반(反)하지 않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적법성 여부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2013년에도 허가를 받지 않고 사외이사로 취업했던 전직 고위직 변호사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례가 있다. 변호사회가 솜방망이 징계를 하니 불법 겸직 사례가 계속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징계 처벌 수위를 높여서라도 법조계에 만연한 전관예우 성격의 불법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서울신문]

4. 지카 감염자 첫 발생, 제2 메르스 사태 안되게

세계를 소두증(小頭症) 공포로 몰아넣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브라질을 방문한 남성이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일상에서 사람 사이에 감염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혈이나 성 접촉으로 전파가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가 악명을 떨치고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해도 소두증은 감염된 임신부로부터 태어난 신생아에게서 나타나는 만큼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과 그 가족이라면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한 사람의 감염자 발생이 사회적 불안감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질병관리본부는 바이러스 차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중남미에서 시작돼 북미와 유럽, 아시아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화 시대에 우리나라에서도 중남미를 여행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올해 하계 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 전파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 선수와 임원, 보도진을 비롯해 반드시 가야 하는 인원부터 적은 숫자가 아니다. 4년 만에 돌아오는 지구촌 축제인 만큼 응원단을 포함한 관광객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가 사람에게 전파하니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감염자 역시 브라질 현지에서 모기 기피제를 쓰고 긴 옷을 입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앞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귀국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방역 및 의료 체계는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보듯 외래 감염증에 크게 취약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카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순식간에 전염되는 메르스와는 성격이 다른데도 감염자 발생 소식에 긴장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감염증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고 역학조사관도 증원이 추진되는 등 조직과 인력의 확충이 이루어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 바이러스 차단 대책만큼은 제대로 세워 메르스 사태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새로운 체계의 효율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걱정을 덜어 주는 정부 조직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5. 명분도 실리도 잃은 새누리 유승민 의원 처분

새누리당은 어젯밤 늦게까지 ‘뜨거운 감자’인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를 놓고 산고를 겪었다. 총선 후보 등록(24∼25일)을 코앞에 두고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결정을 떠넘기는 핑퐁 게임을 벌이면서다. 유 의원이 탈당해야만 총선에 나갈 수 있는 시점인 23일 밤 12시를 하루 앞둔 시점까지 꼴사나운 갈등 양상을 표출한 셈이다. 역대 어느 집권당에서도 볼 수 없었던 황망한 풍속도다. 이런 여당의 난맥상이 국정 누수로 이어진다면 피해자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여권 수뇌부는 이제라도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 시각의 소이(小異)를 버리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천 갈등을 수습하기 바란다.

총선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두고도 유 의원의 자진 하차 결단만 기다리던 공관위와 최고위가 온 종일 갑론을박을 벌였다는 건 뭘 말하나. 그만큼 당내 리더십이 허물어졌다는 뜻이다. 사실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유 의원의 처신에 분명히 문제는 있었다. 국회 상임위에서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한, 치기 어린 표현은 그렇다 치자.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것은 여당 원내 사령탑으로서 금도를 벗어난 처신이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증세 없는 복지’라는 당론을 바꾸려면 당·청 간 이견을 해소하는 절차를 먼저 밟아야 했다는 점에서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내대표직을 이미 사퇴한 유 의원을 공천에서도 배제하려고 한 것은 협량한 친박 계파적 시각일 듯싶다. 의견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 민주 공당에서 말이다. 백번 양보해 유 의원의 정체성이 현 여당과는 도저히 함께 갈 수 없을 정도라고 봤다면 공관위가 애초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그럴 자신이 없었다면 유 의원이 일찌감치 경선에서 당원들의 심판을 받게 해야 옳았다. 그럼에도 ‘폭탄 돌리기’하듯 시간만 끌다가 총선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새누리당은 치명적 타격을 입은 형국이다. 서울 강남권과 대구에서 경선에 임한 이른바 ‘진박 후보’들이 비박계 후보에게 줄줄이 고배를 든 게 그 징조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름으로써 이제 유 의원에게 공천을 주든 말든 집권당으로서 이미 명분도, 실리도 잃은 꼴이 아닌가.

어제까지의 새누리당 공천에서 지역 선거구 중 절반이 경선으로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 취지가 어느 정도 구현됐다고 당내에선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이 지고지선의 정치 개혁일 순 없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말은 그럴듯하지만 선거를 두 번 치르자는 얘기다. 게다가 여야의 경선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에게만 유리한 프레임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여권은 상향식 공천의 근간을 지키면서 친박 측이 제기한 전략 공천을 조화시키는 데 실패한 대목을 뼈아프게 복기해야 한다. 유승민 공천 여부를 비롯한 당내 공천 이견을 민주적 절차로 수렴하지 못한 한계를 자성해야 할 것이다. 혹여 역시 계파 패권주의의 덫에 걸린 야당의 지리멸렬한 분열상에 기대 총선을 치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6. 더민주 비례대표 내홍, '봉숭아 학당' 따로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둘러싼 내홍이 가까스로 봉합되는 분위기다. 당 중앙위원회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 거부에 반발해 그제부터 서울 구기동 자택에 칩거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비대위에 참석함으로써 일단 당무에 복귀했다. 이번 파동은 그제 비대위가 제안한 후보자 명단에 당 중앙위원회가 반발해 순위 투표를 보류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특히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된 것과 순번을 2번으로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여기에 대해 김 대표가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서 일할 생각 추호도 없다”며 당무를 거부하자 중앙위는 다시 그에게 그를 포함한 4명의 후보 순위 결정권을 넘겼다. ‘셀프 공천’이라며 김 대표를 강하게 몰아붙이던 세력들이 하루 만에 납작 엎드린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표까지 급거 상경해 김 대표 복귀를 설득했다.

김 대표의 벼랑 끝 버티기에 중앙위가 물러선 것은 당장 총선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당내 분란을 안정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또 김 대표와 당내 친노계 주류 세력 간 다툼 양상으로 비쳐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한 것 같다. 결국 중앙위는 어제 새벽까지 진행된 회의에서 김 대표가 안정권에 전략공천할 수 있는 몫으로 4명을 안배하기로 했다. 사실상 김 대표의 ‘셀프 공천’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 표절 의혹을 받아 온 박경미 홍익대 수학과 교수와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김성수 당 대변인 등도 안정권에 배치했다. 박 교수는 비대위가 비례대표 1번을 부여했던 인물이다.

중앙위가 물러섬으로써 비례대표 후보를 둘러싼 내분은 일단 수습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넣은 김 대표의 도덕성과 당헌을 무시하고 비례대표 후보들을 A, B, C 3개 그룹으로 분류해 순위 투표를 무력화하려 했던 점은 언제든 살아날 수 있는 불씨다. 비례대표제는 국회에서 다양한 사회적 계층을 대변하기 위한 제도다. 지역구 선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더민주의 당헌 102조에는 비례대표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 여성, 노인, 장애인, 직능, 다문화 등의 전문가를 고르게 안분하라고 돼 있다. 비대위가 제안한 후보 명단은 이런 취지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했다. 당원들이 그제 국회에서 당헌·당규에 의거한 비례대표 선정을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벌인 이유다. 이번 비례대표 파동은 많은 야당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총선 후에라도 당 차원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적 숙고가 필요한 대목이다.

[중앙일보]

7. 용서할 수 없는 악의 테러, 지상군 투입 검토하라

지난해 11월 130명의 사망자를 낸 파리 테러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또다시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최소 34명의 희생자를 낸 이번 테러도 인류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고 도전이다.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이 불과 4일 전 이곳에서 붙잡힌데다 테러범이 아랍어로 소리쳤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종교적 탄압이든 영토분쟁이든, 어떠한 이유에서건 무고한 시민에 대한 무차별 테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는 추악한 이번 테러 역시 인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누가 진범이든 이번 테러는 무척 충격적이다. 압데슬람의 체포로 브뤼셀에서의 보복 테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폭탄 공격이 이뤄졌다는 건 그만큼 테러리스트의 능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의미다.

파리 테러 이후 국제사회는 테러 방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별 효력이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서방세계의 소탕작전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도리어 늘었다. 터키에서는 최소 27명이 숨진 지난 13일의 차량 테러를 비롯, 최근 8개월간 6번의 자살폭발이 일어나 210명이나 희생됐다.

게다가 중동의 테러단체에 가담했다 유럽으로 숨어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만 2000명 이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자생적 테러리스트까지 합치면 위험인물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힘들다.

그런데도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는 선택적 폭격에만 의존할 뿐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라크·시리아를 넘어 리비아로까지 번진 악의 세력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국제사회는 유엔을 중심으로 하든, 아니면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국들끼리 합심해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지난 2월 IS는 한국인 20명을 살해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우리 역시 IS의 테러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는 경각심 속에서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매일경제]

8. 무원칙·무감동 공천, 20대 국회가 걱정이다

4·13총선 후보등록이 24~25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친박·비박, 친노·비노 진영으로 나뉘어 사생결단식 권력싸움을 벌이다 보니 원칙도, 감동도 없는 공천이었고 납득하기도, 승복하기도 힘든 공천이었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그보다 못한 20대 국회가 탄생하게 될 것이란 걱정이 크다.

정치혁신을 위한 국회의원 물갈이 요구는 외면당했다. 새누리당은 4년 전 현역의원 46%를 교체했으나 이번에는 불출마·경선 탈락을 합쳐도 물갈이 비율이 40%에 미달한다. 더민주당도 33%로 4년 전보다 낮아졌다.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를 새누리당이 후보등록 이틀 전까지 결정하지 못한 사실에서 보듯 당헌·당규는 무시됐고 계파 공천, 보복 공천, 돌려막기 공천이 횡행했다.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제쳐둔 채 국회의원을 계파이익에 따라 줄세우는 이런 공천이 20대 국회에서 어떤 후유증을 낳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예비후보 간 경선이 확산된 것은 새로운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여러 과제를 확인했다. 새누리당에서 경선을 거쳐 후보가 결정된 선거구는 17대 때 23곳, 18대 때 0곳, 19대 때 44곳에 불과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전체 141개 선거구에서 경선으로 후보가 결정됐다. 국민 뜻을 반영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나 무원칙한 공천 배제에 이어 중복조사·불법행위와 관련한 탄원서가 90개 선거구에서 접수될 정도로 준비 부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새누리당 부산지역 현역의원 16명이 100% 공천을 받는 유례없는 일도 벌어진 것은 현역의원들이 상향식 공천에서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인데 정치신인을 배려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비례대표 공천에도 감동은 고사하고 권력싸움만 넘칠 뿐이다. 더민주당은 비례대표 명단 발표 뒤 김종인 대표가 사퇴소동을 빚을 정도다. 공천 갈등이 이 지경이니 총선 공약은 안중에도 없다. 더구나 앞으로도 야권 선거연대, 무소속 이합집산 등의 고비가 남아 있어 유권자들은 더 힘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20대 국회 탄생을 막아야 하는 무거운 책무는 국민들이 떠안은 상태다.

9. '한국형 블프' 정착하려면 신뢰부터 얻어라

정부 주도로 지난해 처음 열린 대규모 할인 이벤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민간 주도 쇼핑행사 케이세일데이가 올해부터는 하나로 합쳐진다고 한다. 개최 시점을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한국을 찾도록 그들 국경절 연휴 기간인 10월 초로 하고 통합 행사 이름도 새로 짓는다니 소위 꽃단장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추진 계획을 미리 세우고 널리 알려 관련 업체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줌으로써 참여 폭을 대폭 확대하겠다는데, 내실도 있고 명성도 얻도록 만들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 광군제 못지않은 쇼핑 축제로 재탄생했으면 한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지난해 10월 초 2주일간 백화점, 온라인쇼핑 등 92개 업체와 200개 전통시장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케이세일데이는 민간 주도로 103개 업체와 500개 전통시장, 371개 중소 제조업체가 참여해 11월 20일부터 12월 15일까지 26일간 진행됐다. 하지만 급조된 관제 행사였을 뿐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쇼핑객 눈길을 끌 만한 할인 제품도 부족했고 뒷말만 무성했다. 할인율 최대 70%라는 광고가 내걸렸지만 실은 맹탕이었다. 두 행사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은 두 곳 가운데 하나꼴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측에서 판매수수료 조정이나 감면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불평만 가득했다.

원조인 미국에서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연말정산 전에 재고 떨이를 위한 파격 세일에서 시작됐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니 땡처리식으로 90% 넘는 할인율도 가능했다. 업체들이 평소에 할인을 남발하거나 미리 가격을 올려놓았다가 깎아주는 식으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실제 파격적 할인도 해주고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해 10월을 기다리게 하는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다면 한류 콘텐츠를 접목한 문화 행사를 함께 마련해 단순한 쇼핑 행사를 넘어 한국을 알리고 물건도 싸게 살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보기 바란다. 인위적으로 소비를 살리겠다거나 내수를 진작한다는 정책적 목표에 매달리다 보면 다시 관제 행사로 돌아갈 수 있다. 정부는 판만 만들어주고 가능한 한 시장과 업체들에 맡겨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게 맞다.

[세계일보]

10. 검찰 고위직 출신들 준법의식 이 정도 였다니

대한민국에서 검사만큼 좋은 직업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현직에서는 어느 국가기관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기소독점주의에 따라 피의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고위 공직자, 대기업 총수, 심지어 전직 대통령까지 불러서 추궁할 수 있다. 퇴직 후에는 정년 없는 변호사로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다. 변호사 수 증가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건 엄살이다. 그래도 골프나 여행을 즐길 정도의 수입은 올린다. 그러다가 정치권이나 정부 요직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 욕심은 끝이 없다.

이번에는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 10여명이 법을 어긴 채 주요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았다가 들통났다. 변호사로서 영리법인 이사가 되려면 소속 지방변호사회 허가를 받도록 한 변호사법을 위반해 징계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변호사들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고검장, 지검장 등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다.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지만 검찰 재임 중 수사를 지휘한 기업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례도 있다. 검찰에서 30년 가까이 법을 집행했으면서 “법을 몰랐다”고 해명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 정도 준법의식으로 검찰을 지휘했단 말인가.

설령 실무에서 다룰 일이 없어 해당 법 조문을 몰랐다고 해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외이사제도는 기업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외부 인사한테 폭넓게 자문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도 검찰 고위간부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이유는 삼척동자라도 안다. 그들이 지닌 법률 지식이 아니라 인맥을 사는 것이라는 걸. 법률 자문이라면 사내 변호사나 법무팀, 대형 로펌을 활용하면 그만이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에게 사외이사 감투를 씌워주는 건 검찰과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서울변호사회는 해당 변호사들을 이달 중 조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대기업 사외이사제도가 전관예우 통로로 활용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검사들의 자성과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밑바닥이다. 이제 검사로서의 자존심은 지키되 특권의식은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할 만한 검찰 출신 원로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라플라스의 악마

아인슈타인(1879~1955)이 상대성이론으로 뒤엉킨 시공간을 내보이기 이전, 그러니까 19세기 말의 물리학은 늙은 학문이었다. 뉴턴(1643~1727)의 법칙이 우주 만유(萬有)의 것들을 지배하던 시기, 시간과 공간이 따로 인간의 직관과 평면적 좌표, 유클리드의 세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포착돼 있던 시기였다. 과장하자면 당시 학자들에게 물리학은 이미 아는 법칙들을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면 경험적으로 검증하고 설명하는 일만 남았다고 여겼다. 사실 그것도 19세기 말 경에는 거의 완성된 단계였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 1749~1827)도 고전물리학의 질서를 수학적으로 규명한 학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천재로 알려진 그는 16세에 대학에 입학해 19세에 석학 달랑베르의 제자가 됐고, 22세에 파리군사학교 교단에서 엘리트들을 가르쳤고, 24세에 이미 프랑스과학아카데미 회원이었다. 그는 고전 역학의 유체 운동과 지구의 모양, 블랙홀 등을 수학적으로 설명했고, 전자기학의 전위와 천문학의 중력 퍼텐셜(단위 질량 입자의 중력위치에너지)을 계산하는 데 쓰이는 ‘라플라스 방정식’ 등을 고안했다. 

그가 ‘확률에 대한 철학적 시론(1825)’(조재근 역, 지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발표한 건 숨지기 이태 전이었다. 모든 변수를 파악하고 계산하고 통제할 수만 있다면 완벽한 예측도 가능하다는 가설이 거기 등장한다. “자연을 움직이는 모든 힘과 자연을 이루는 모든 존재들의 각 상황을 한 순간에 파악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게다가 그의 지적 능력은 이 정도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는 우주에서 가장 큰 것의 운동과 가장 가벼운 원자의 운동을 하나의 식 속에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가 그의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 가상의 존재를 19세기 이후의 인류는 ‘라플라스의 악마’라 불렀다. 신이 아니라 ‘악마’인 까닭은 그것이 과학의 산물, 인간 이성의 창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둑 챔프 이세돌 구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에서, 악마의 희미한 그림자를 본 이들도 있다. 그걸 의식한 듯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했다. 그리고, 달가워하든 않든, 슈미트가 말한 ‘인류의 승리’는 더 빈번하게, 더 압도적인 양상으로 인류를 놀라게 할 것이다. 인공지능에 ‘인공의식’이 결합해 ‘딥러닝’하며 상황을 봐서 ‘의도적으로’ 한 판쯤 져주기도 하는 ‘베타고’가 등장할 수도 있다. AI의 진화를 어떻게 통제하고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궁리해야 한다고도 한다. 어쩌면 인류는 그 해답도 새로운 AI에게서 구해야 할지 모른다. 

267년 전 오늘(3월 23일) 라플라스가 태어났다.

2. [동아일보][한옥에 살다]농가 한옥이 독특한 카페로

1. 순임 씨는 3년 전, 23년 동안 버려두었던 평택의 시골집을 크게 고쳤다. 올해 65세인 남편과 5남매가 나고 자랐고 시부모님께서 세상 떠날 때까지 생활하신 곳이다. 오랫동안 비워 둬 벽체가 무너지고 지붕은 내려앉아 말이 아니었다. 안채에서만 서까래 34개에 기둥뿌리 2개가 썩어 있었다. 다행히 한옥은 상한 부분만 도려낸 후 잇고 덧대어 고치는 것이 가능하다. 처마가 짧아 비가 들이치는 문제도 서까래 끝을 덧대는 방식으로 해결했고 단열에도 신경 썼다. 부엌을 입식으로 고치면서 장작 때는 아궁이도 하나 남겼다. 이 집에서 그녀는 생애 처음 농사를 지었다. 수확한 쌀이며 고구마를 주변과 나누는 즐거움도 누리는 중이다. 지난가을엔 부뚜막에 무쇠 솥을 걸고 메주를 쑤었다.

2. 인천의 아파트에 살던 서현 씨는 5년 전 강화의 농가 한옥을 사들였다. 7년간 비어 있던 집이다. 더 이상 아파트에 살기 싫었기에, 어려서부터 그냥 좋았던 한옥을 찾아다니던 차였다. 원형을 살려서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헐고 새로 짓기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드는 일이기에 “미쳤다”고 주변에서 난리였지만 현장에 텐트를 치고 작업을 챙겼다. 안방과 부엌을 합쳐 화장실 갖춘 넓은 안방을 확보했다. 헛간을 부엌으로 바꾸고 넓은 식탁을 놓으니 모두들 “카페 같다”며 좋아했다. 집을 고치고 나니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불 때는 방에서 뜨끈하게 지지고 싶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고 싶어서. 그녀는 “생활이 자연과 밀착하니 이제야 내 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즐거워한다.

3.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인 나지막한 언덕 위에 카페가 있을 줄은 몰랐다. 하얀 벽체에 붉은 지중해식 기와가 멋지게 어우러진 집이다. 온통 흰색인 내부는 벽체며 문과 창이 일률적이지 않아 자유롭다. 공간에 이끌려 자꾸 안으로 들어가다 갑자기 눈이 확 뜨인다. 천장에 원형 그대로 드러난 서까래가 보인다. 아, 이 집이 원래 초가였구나! 제멋대로 굽고 휜 서까래의 조형미는 하얀 벽과 천장을 바탕 삼아 더욱 극적이다. 남편이 태어나 자란 초가를 어떻게 잘 살릴까 고민하던 부부는 함께 좋아하는 커피를 떠올렸다. 부인이 디자인하고 남편이 실행하면서 고쳐 나갔다. 카페로는 동떨어진 위치인데도 커피 맛과 함께 집이 풍기는 독특한 매력이 상당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농촌 서민들의 주택은 대개 초가였다. 초가는 기와집과 달리 지붕이 가벼우므로 부재가 굵지 않아도 된다. 가까운 산에서 적당히 굽고 휜 나무를 베어 도끼나 자귀로 투덕투덕 껍질만 벗겨 쓴다. 지붕은 농사지어 생산한 벼를 떨어낸 부산물로 겨울 농한기에 만드니 농촌 주택으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짚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듯하다. 그러나 썩기도 쉬워서 1, 2년마다 이엉을 갈아야 할 뿐 아니라 벌레도 꼬인다. 경제개발기 이런 집들은 불량 주택으로 취급돼 헐려 나갔다. 그 와중에 붉고 푸른 슬레이트 기와나 함석지붕을 얹고 살아남기도 했고 그것을 오늘날 농가 한옥이라 부르고 있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집을 지을 때, 동네 목수의 지휘 아래 품앗이를 했다. 그러니 “우리 마을은 해 떨어지면 서풍이 불어∼”, “우리 아들이 키가 커서 방이 더 높아야 것는디∼” 하는 식으로, 지역의 환경과 사는 사람의 필요에 맞춰 집을 지었다. 그래서 집은 지역과 시대의 삶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역사 문화 자산이다. 자유로워 아름다운 목구조, 시간의 켜가 풍기는 아우라는 환산 불가능한 가치다.

한국인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 ‘가치’에 대한 인식과 지향이 뚜렷해지면서 일상에서 구체적인 욕구와 취향을 누리고 싶어 한다. 팔기 위한 집보다 살기 위한 집으로, 획일적인 공간보다 개성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우선순위가 건강, 개성, 자연과의 교감이다. 거기에 꾸준히 높아지는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농가 한옥이 지난날 잔뜩 붙이고 있던 군더더기들을 떨어버리고 현대인이 생활 가능한 공간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귀농인의 살림집으로, 작업장으로, 분위기 있는 카페로.

3. [동아일보][조경구의 옛글에 비추다]좋은 백성 만들기

4월에 관아에 질병이 돌아 밖에 나가 지낸 일이 있었다. 이웃집에 고양이가 있었는데 늘 사람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릇을 뒤져 무슨 음식이든 훔쳐갔다. 고기를 매달아 놓으면 어금니를 갈고 주둥이를 벌름거리며 펄쩍 뛰어서는 기어이 잡아채서 먹었다. 노복들이 골치 아파하며 몽둥이로 쫓고 개를 풀어 물게 하고 덫을 놓아 잡고 밧줄로 묶어놓고 채찍으로 때리는 등 실컷 괴롭힌 뒤 놓아주었지만 고양이의 도둑질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노복들이 서로 의논하였다. “이 고양이가 그렇게 고통을 받고 다 죽게 되어도 하는 짓이 여전하니, 이는 필시 배가 고파 그러는 것이다. 앞으로 이놈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 하는 짓을 보는 게 좋겠다.” 

마침내 밥을 조금 덜어 고양이에게 주었다. 고양이는 아침저녁으로 와서 먹이를 먹었다. 그러더니 이때부터 마음을 고치고 습관을 바꿔서 비록 음식이나 어육(魚肉)이 앞에 있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입맛 한 번 다시지 않았다. 사람과 친해져서 고개를 숙이며 매일같이 와서 길들여지니 노복들도 고양이를 사랑하여 더욱 잘 길러주었다. 

제주(濟州)에서 통판(通判) 벼슬을 하던 남구명(南九明·1661∼1719) 선생의 ‘고양이 이야기(猫說)’입니다. 대책 없던 도둑고양이가 길들이고 보니 그렇게 착할 수 없더라, 그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바로 안정적인 생계 대책이더라 하는 이야기. 이러니저러니 해도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게 만드는 사람이 좋은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도 좋은 백성이 되고 싶습니다.

제주도에는 본래 도적이 없어 밤에 문도 닫지 않고 나그네도 들판에서 잤다. 풍속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 가뭄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가니 인심이 크게 변하여 도적이 벌 떼처럼 일어나서 소와 말, 곡식이며 옷감을 죄다 훔쳐갔다.

내가 이를 보고 알게 되었으니, 배부르면 양민이요 배고프면 도적이 될 뿐이다(飽則民, 飢則盜耳). 누군들 좋아서 도적이 되고 싶겠는가. 속담에 ‘3일 동안 먹지 못하고 도적이 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三日不食, 鮮不爲盜)’라 하였으니 참으로 맞는 말이다. 아, 누군들 떳떳한 덕이 없고 염치가 없겠는가마는, 굶주리다 보니 본성을 잃어 살아서는 강도요 죽어서는 흉한 귀신이 된다. 비록 행실을 고쳐 착하게 살아 다시 태평성세의 백성이 되고자 하여도 될 수 있겠는가.

4. [서울신문][씨줄날줄] ‘엄마표’ 학원 광고/황수정 논설위원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있는 장면이다. 지난 1월 이준식 교육부 장관과 학원총연합회 관계자들의 만남. 학원 대표들을 장관은 정부서울청사로 초대했다.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학원들이 특강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니 오죽 답답했을까. 간담회 형식을 빌렸다지만 만남의 내용은 교육부의 통사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유학기제를 왜곡하는 과장 광고,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였다. 자유학기제를 안착시켜야 하니까 학원들이 제발 좀 알아서 도와 달라는, 백기 투항



정책의 무기력을 꼬집는 우스개로 “정책 있으면 대책 있다”는 말이 있다. 그 어떤 정책에도 ‘대책’으로 스스로 진화하는 곳이 대한민국 학원가다. 그들의 발빠른 대응력을 당할 재간이 없는 정책이 몇 수 접어 달라고 매달렸지만 달라진 건 없다. 장관의 초대까지 받고서도 학원가가 성의를 보인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학원들은 여전히 자유학기제 집중 특강 중이다. 장관은 스타일만 구겼다.


학원들의 자신감은 근거가 분명하다. 그들의 ‘빽’은 학부모다. 정책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학원가를 먼저 탐색하는 쪽은 학부모들이다. 새 정책을 마냥 믿고 따라가기 불안해 안절부절못하는 엄마들.


이번에는 학원들의 나쁜 광고가 도마에 올랐다. ‘○○고 2학년 김○○ 강제 퇴원 확정: 규정에 의거에 경고 2회를 받아 퇴원 조치됐음을 공지합니다. 사유: 언제까지 시간이 없다고 할래? 변명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 차려라!’


경기도 신도시 한 학원의 실제 게시물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한 달간 전국 10개 학원가를 점검한 결과다. 학생의 이름과 소속 학교가 완전 공개된 것은 물론이다. 악담과 조롱 수준의 경고에 신상 정보를 있는 대로 노출하는 것이 예사다. 공포 마케팅도 대세다. ‘마녀 스쿨’이라는 간판에 ‘목숨 건 강의, 공포의 관리’, ‘1분 지각하면 집으로 보내고 세 번 결석하면 퇴원’ 등의 문구를 광고판에 버젓이 새겼다.


교육도 인권도 안중에 없는 비정한 학원 광고들이 뭇매를 맞는다. 요즘 아이들에겐 학교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원이다. 도망칠 데 없는 사면초가의 공간이다. 극도의 성적 줄세우기, 경쟁 제일주의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담가 놓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학생 인권 침해 광고를 처벌하도록 학원법을 고치라는 목소리가 높다.

딱한 것은, 세상의 상식과 대한민국 엄마들의 속마음이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1분만 늦어도 벌칙을 주고, 5분만 늦어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고, 미주알고주알 성적을 까발리는 ‘망신 충격요법’에 먼저 안달 난 쪽은 엄마들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학부모들일까. 아니, 공교육을 믿지 못하게 망쳐 놓은 교육정책 탓일까. 헛바퀴만 돌아가는 답답한 이야기다.

5. [중앙일보][The New York Times] 동식물 멸종을 막을 글로벌 해법은

1940년 여름. 당시 열한 살이던 나는 워싱턴DC의 저소득층 아파트에서 살았다. 조금만 걸으면 국립 동물원에 갈 수 있었고 삼림이 우거진 록크릭 공원도 지척에 있었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내며 동물들을 구경했고 나비를 잡기도 했다. 그러면서 끝없이 눈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생명의 세계를 꿈꿨다.

76년 뒤인 지금도 나는 그 꿈을 간직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은 퍼 올릴수록 물이 많아지는 ‘마법의 우물’과도 같다. 그런데 내 오랜 꿈이 위험에 처했다. 우리는 환경오염과 물 부족, 경작지 소실 같은 기후변화 문제만 걱정했다. 반면 생물종 보존에 대해선 간과해왔다. 이는 엄청난 전략적 실수다. 지구의 생명환경을 구하면 물리적·비생명 환경도 구할 수 있다. 서로가 의존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우리가 물리적 환경만 신경 쓰면 결국 둘 다 잃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지구에 살아 있는 유기체 중 알려진 종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이 분야에서 인류의 지식은 한심할 정도로 적다. 지금까지 약 200만 종이 발견돼 라틴어 학명을 받았다. 그러나 박테리아나 세균류 미생물을 빼더라도 적어도 1000만 종 넘는 생물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6만3000종이 발견된 척추동물과 27만 종이 발견된 화훼 식물을 제외하면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이들 생명체는 자연의 근간을 이루며 지구를 꾸려가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이들을 포함해 지구 전체의 생물 다양성 지도를 만드는 작업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과학자들이 생물 다양성을 밝혀내는 속도는 말도 안 될 만큼 느리다. 매년 발견되는 새로운 종의 숫자는 1만8000개에 불과하다. 이런 속도로 연구가 이어지면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종 전체를 보여주는 지도는 23세기에 가야 완성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세계 생물 멸종률을 언급해야겠다. 화석과 유전학 연구로 얻은 정보들을 바탕해 계산한 연간 생명 멸종률은 수백만 년 전 인류가 지구에 출현하기 전의 멸종률보다 1000배 이상 높다.

생물 멸종이 가장 흔한 지역은 열대지방 나라들이다. 특히 열대우림 섬 지대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1895~2006년 사이 57개 생물종이 멸종했다. 토종 민물고기들도 다수 멸종됐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멸종률은 인류의 등장 이전과 비교했을 때 900배 가까이 높다.


당황한 미국은 전 세계적 차원의 자연보호 운동에 나섰다. 그 결과 자연 위기에 대한 인류의 인식이 제고되고 생물종 보존에 도움이 되는 연구가 다수 나왔다. 이런 노력으로 생물의 멸종 속도가 다소 늦춰졌다. 하지만 멸종으로의 행진이 완전히 멈춰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인류의 생물종 보존 노력은 전 세계 척추동물의 20%에 해당하는 멸종 위기종에 집중돼 왔다. 그 덕분에 이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21세기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음울하다. 글로벌 자연보호 운동은 교통사고 부상자를 치료하는 응급실 외과 의사에 불과하다. 환자의 출혈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며 축하할 수 있지만, 그 환자는 다음 날 아침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다음 세대가 육지와 해양, 대기의 생태계가 평형을 이루게끔 만드는 기막힌 기술을 고안해내지 못하는 한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 세계는 영영 사라져버릴 위험에 처해 있다. 인류가 바로 지금 생물종 보존을 위해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이유다.

생물종 절멸 사태를 막을 합리적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인류가 다른 대륙으로 퍼져 나가기 전의 수준으로 생물 멸종률을 낮추는 것이다. 인류가 지구를 야금야금 장악하면서 다른 생명체들은 서식지를 빼앗겼다. 이것이 생물 다양성 손실의 가장 큰 이유다. 인류는 지금까지 구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자연 서식지를 보존해야 한다. 땅 욕심에 눈이 멀어 다른 생명체의 터전을 뺏는 일을 중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지구의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멸종률을 낮출 수 있다.

아직까지 살아남은 생물종의 90%를 구하려면 육지 15%, 바다 3%로 규정된 현재의 자연보호 구역을 획기적으로 늘려 육지·바다 각각 50% 수준으로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다. 나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주장해온 대로 전 세계 곳곳에서 상대적으로 원시 자연의 모습을 지켜온 지역들을 선택하면 육지와 바다 면적의 절반을 보존할 수 있다. 그곳에 살아온 원주민들은 전통적 생활 방식을 유지하게 해주면 된다. 이런 방식의 자연 보존은 미국 정부가 국립·주립 공원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테스트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인류와 다른 생물종의 지속적 공존을 겨냥한 이 같은 조치는 우리 모두를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 조치가 성공하면 인류는 엄청난 혜택을 얻게 된다. 옛날 동물원을 즐겨 찾던 한 소년이 꾸던 꿈은 지속될 가치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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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23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할 줄 모르는 자를 벌하는 법은 없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삶 자체가 벌이기 때문이다."
- 라이피 곱스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한다고 22일 발표함
- Aa2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서, 중국(Aa3)보다는 한 단계, 일본(A1)보다는 두 단계 위임

2. 카카오가 국내 인터넷 기업 중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전망임
-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기업집단의 작년 말 기준 총자산이 5조원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 요건을 충족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카카오가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음

3.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절벽' 현상이 지속되면서 조선업체 직원들의 고용위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
- 이대로라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에서만 3년 내에 4만~5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

4. 한국 조선업계가 '마지막 희망'이라던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일본과 중국에 점점 밀리고 있음
- 22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초대형 유조선(20만톤급 이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8000TEU 이상),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한국 수주잔량은 4480만GT(총톤수)를 기록함
- 2014년 말(5070만GT)과 비교하면 11.6% 감소했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4년 말 50.7%에서 지난달 말 44.8%로 떨어짐

5. 2조3000억원이 들어간 경인 아라뱃길이 개통 4년 만에 한강과 연결됨
- 이에 따라 서해 주요 섬에서 아라뱃길을 지나 한강을 거쳐 여의도에 도착하는 700톤 규모의 유람선 운항이 가능해짐


<< 금융/부동산 >>
1. 글로벌 금융위기 후 블룸버그와 톰슨로이터 양강(兩强)구도로 재편된 세계 경제·금융정보 시장에 잇달아 도전자가 나타나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음
-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미국 기업 및 산업정보 분석 전문회사 IHS와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거시경제 및 금융 관련 정보를 주로 파는 마킷이 합병을 선언했으며, 작년 10월에는 세계 2위 거래소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금융분석 및 조사업체 인터랙티브데이터(IDC)를 사들임

2. 최근 이상급등으로 코스닥시장을 교란한 ‘코데즈컴바인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코스닥시장에서 감자 등으로 변경 상장한 종목의 유통주식 수가 일정 수준 미만으로 떨어지면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방안이 도입될 예정임
- 매매거래 정지 대상은 유통주식 비율이 총발행 주식 수의 2%(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1%)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유통주식 수가 10만주 미만으로 줄어든 코스닥 종목이며, 매매거래를 재개하려면 유통주식 비율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유통주식 수도 30만주 이상으로 늘려야 함

3. 코스닥시장 상장사였던 터치스크린 생산업체 디지텍시스템에 1000억원대의 은행 자금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불법 로비가 이뤄진 정황을 검찰이 적발함
- 2014년 금융권을 강타한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연루돼 파장이 클 것이란 전망임

4.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 하일일드 사모펀드가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음
- 신용등급 BBB+ 이하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대신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임

5. 국토교통부는 22일 부동산 전자계약 활성화를 위해 서울중앙우체국에서 국민은행, 신한카드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함
-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부동산 임대차 및 매매 계약을 전자계약으로 체결한 것이 확인되면 주택자금대출 이자율을 최대 연 0.2%포인트 낮춰 주기로 함
- 신한카드는 다음달 1일부터 부동산 전자계약으로 주택을 거래한 사람에게 최대 5000만원을 36개월까지 빌려주고 금리는 기존 일반대출보다 20~30% 낮게 적용할 예정이며, 취급·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하기로 함

6. 경기 성남시 신분당선 판교역 주변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음
- 서울 서초동에 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임직원 3000여명)이 지난 주말부터 판교역 복합시설인 알파돔시티 내 사무실로 이사를 시작했고 내달 말엔 알파돔시티 내 상업시설이 문을 열 예정임
- 첨단 업종 기업들이 대거 입주할 ‘판교창조경제밸리(제2판교테크노밸리)’도 이달 중 착공할 예정이며, 지난 1월엔 서울 강남역에서 경기 수원 광교까지 이어지는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하는 등 교통 호재도 이어지고 있음

7.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에 여의도를 중심으로 노량진, 노들섬, 용산, 마포 등 한강 수변부를 잇는 한강관광벨트 조성에 들어감
- 프랑스 파리 센강이나 영국 런던 템스강처럼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로 육성한다는 계획임


<< 국제 >>
1. 애플이 40만원대 보급형 아이폰을 선보임
- 스펙(부품 구성)은 작년 내놓은 아이폰6S와 비슷하지만 화면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춘 스마트폰 신제품으로서, 주요 수익원인 아이폰 판매 증가세가 꺾이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보급형 스마트폰시장에 뛰어든 것이란 분석임

2. 유럽연합(EU) 수도인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지하철역에서 22일 오전 8시께(현지시간) 잇따라 폭발이 발생함
- 벨기에 공영방송 VRT는 지하철역에서이 테러로 20명, 브뤼셀 공항에서는 1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이번 폭발로 207명이 다쳤다고 보도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하이일드펀드
-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정크본드(junk bond)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하이일드채권 펀드라고도 함.
신용등급이 낮아 간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발행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위험부담 또한 크다는 특징이 있음.
하이일드(high yield)란 ‘고수익률’이라는 의미임
- 출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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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2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동아일보]

1. 김종인에 반발한 친노, 더민주 주인이 누군지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어제 김종인 대표 없이 회의를 열어 김 대표의 비례 순번을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했다. 또 비례대표를 당선 가능성에 따라 A, B, C그룹으로 구분한 데 대한 당 중앙위원회의 반발을 받아들여 그룹별 칸막이를 없애고 35명의 명단을 추려냈다. 어제 종일 당무를 거부했던 김 대표는 비대위의 결정을 듣고 “14번 못 받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혀 당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빠졌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칸막이가 당헌 위반이라는 전날 중앙위의 반발에 “자기들 정체성에 안 맞는다는 게 문제의 핵심인데 자꾸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맞는 얘기다. 비례대표 갈등의 본질은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권력투쟁이다. 비례대표 당선권에 친노(친노무현) 운동권 출신을 대거 공천했던 19대와 달리 이번에는 각계 전문가들을 포진시킨 것이 중앙위 시각에는 당 정체성을 해친 일로 보였을 것이다. 

1월 말 더민주당에 입성한 김 대표가 지금까지 안보는 ‘우클릭’하고, 경제를 총선 화두로 삼는 한편, 이해찬 의원을 비롯한 골수 친노를 쳐냄으로써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총선 때까지만 문재인 전 대표를 대신하는 ‘바지사장’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내가 전권을 갖고 있는데 그들(친노)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반면 김 대표의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반기를 든 중앙위는 기초단체장과 현역 의원 중심으로 구성된 당의 주류 세력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혁신 공천안’을 전폭 지지했던 범친노이기도 하다. 이들이 비례대표 명단에서 총선 이후 5월 전당대회에서 손잡고 당권투쟁에 나서야 할 자파 세력이 빠져 있자 칼을 빼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대표도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 만일 김 대표가 처음부터 자신을 비례대표 14번 정도로 배정했어도 주류세력이 ‘때는 왔다’는 식으로 벌 떼처럼 달려들었을까. 사정(司正)의 칼을 휘두르는 자는 사심(私心)을 보여 약점을 잡히면 안 된다. 지역구 공천도 끝나고 새누리당 막장 공천으로 한숨을 돌리게 되자 그를 토사구팽(토死狗烹)하려는 친노 운동권 본색이 성급하게 드러난 셈이다. 

어제 문 전 대표가 일부 비대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든 김 대표를 설득해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은 이 당의 실질적 오너가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준다. 비대위가 비례대표 그룹별 칸막이를 없애고 35명을 추리는 과정에 문 전 대표 측이 간여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친노 운동권 세력을 비례대표의 이름으로 다시 더민주당에, 국회에 진출시키겠다는 의도다. 더민주가 다시 과거 같은 친노 운동권 당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까지 김종인의 ‘개혁’에 박수쳤던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2. 서울지하철 첫 노동이사 도입한 박원순 속뜻은 뭔가

내년 1월 출범할 서울지하철통합공사에 공기업 최초로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의 통합을 추진 중인 노사정대표단은 이사회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를 조례와 정관에 명시하기로 잠정합의했다. 두 공사 노조가 25∼29일 투표에서 승인하면 31일 노사정대표단이 노동이사의 수와 경영협의회 구성을 확정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지하철의 막대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재작년 말부터 통합에 착수했다. 두 공사는 당시 총 4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누적부채도 4조6000억 원에 이른다. 노후시설 교체 자금 1조6000억 원을 조달할 방안도 없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이미 노조에 “인위적으로 인력을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노동이사제 도입도 보장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노동이사제를 저성과자 해고 등을 막는 수단으로 홍보한다. 이래서야 서울지하철의 방만 경영을 수술하고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이사제는 1970년대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일부 도입됐다. 노조 대표가 아니라 노조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해 감시 기능에 집중한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의사결정만 더디게 하고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한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박 시장이 얼마나 신중한 검토 끝에 결정했는지 궁금하다. 더욱이 우리 지하철 노조는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거의 해마다 빠짐없이 분규와 파업을 일삼았다. ‘통합 공룡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시민의 발이 묶일 우려가 크다.

조합원이 노동이사가 될 수 있는지는 노동조합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어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유럽과 한국은 노조 운영시스템이 다르다”며 부정적이다. 진보좌파 계열에서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박 시장은 노동이사제를 산하 19개 공기업으로 확산하려고 한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을 이용해 노동계의 우군을 확보하려는 ‘대권 프로젝트’라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 박 시장은 당당하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3. 88년 만의 美대통령 쿠바 방문, 北 김정은 보고 있나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쿠바를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미국의 대(對)쿠바 금수(禁輸) 조치 해제 등 2014년 국교 정상화 선언 이후의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바나 미 대사관에서의 연설에서 “쿠바 국민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말했듯이 이번 방문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訪中)과 비교되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미주 대륙의 유일한 고립 국가였던 쿠바가 당장 정치적 개혁을 하지는 않는다 해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쿠바에 개혁 개방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 분명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카스트로 독재 정권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는 더 이상 미국의 목적이 아니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문 마지막 날인 22일 쿠바 국민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쿠바의 미래는 쿠바 국민에게 달려 있고, 이를 위해 인권과 자유 확대가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는 국제사회에서 이란 베트남 미얀마에 개입해 ‘게임 체인저’로 역할을 한 미국이 쿠바와의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남의 일 같지 않다. 지금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두고 중국과 북한이 물밑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며 교감하는 움직임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김정은 집단이 대화 테이블로 나온다면 미국은 김정은 정권의 교체가 아니라 북-미 수교를 고려하는 단계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물론 핵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은 핵이 없는 쿠바와 다르다. 미국과 쿠바는 소규모 무역거래도 하고 있고 미국에는 쿠바계 이민자 180만 명이 거주한다. 북한의 형제국을 자처하는 쿠바마저 안보가 아니라 경제, 고립이 아닌 개방을 택한 엄중한 현실을 북의 김정은은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미국도, 북한도 아닌 한국이 주도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쿠바 사례를 주시하면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교한 전략과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이데일리]

4. 집토끼 다 몰아내고 선거 치를텐가

4·13 총선에 즈음한 여야의 ‘막가파’ 공천 놀음에 유권자들이 기존의 지지 정당을 대거 이탈할 조짐이 엿보인다. 이런 경향은 새누리당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마구잡이 친박(親朴)계 밀어주기로 ‘사천’(私薦), ‘박천’(朴薦) 등의 신조어를 양산하느라 전통적 지지층조차 상당수가 당을 등지는 것도 모르는 듯한 눈치다.

새누리당의 경우 무엇보다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의 독선이 문제다. 비박(非朴)계를 무더기로 탈락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원내대표까지 지낸 3선의 유승민 의원에게 ‘정체성’을 들이대며 자진 탈당으로 몰아가는 고압적 태도에 대한 반발이 여간 거세지 않다. 그런데도 당 일각에선 “며칠만 더 끌면 무소속 출마마저 어렵다”는 해명까지 곁들이며 해당 지역구를 무공천으로 방치하자는 황당한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집권당의 ‘공천 학살’은 원칙도 없고 정의도 사라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제19대 국회 출석률 상위 10명 가운데 4명을 다음 국회에서 볼 수 없게 된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심판론’은 공허하기 그지없다. 청와대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윤두현 전 홍보수석을 비롯한 친박계가 새누리당 표밭에서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든 것도 여간 쑥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면 더 문제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약과다. 낙천자들의 탈당 사태에 이어 전통적 지지층까지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이 유 의원을 낙천시키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응답이 10명 중 3명꼴에 이른 여론조사도 있다. 물론 의석을 내주든 말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새누리당이 책임질 문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셀프 공천’으로 내홍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도 사정은 오십보백보다. 유권자들이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집토끼 다 놓친 다음에 산토끼 잡겠다고 부산떨어 봐야 부질없는 일이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대한민국을 정치 후진국으로 주저앉히는 공천 장난질이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무엇이 진짜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 진지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지금 이뤄지는 공천이 민의를 대변하는 것인지부터 따져보길 바란다.

5. KF-X 사업, 벌써 '호갱' 신세가 되었는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사업이 시작부터 꼬이는 모습이다. 전투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놓고 외국의 방위산업체들이 핵심기술 이전 약속을 번복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최신형 엔진이 아닌 구닥다리 제품을 제안하는 얌체짓을 벌이고 있다. 지금껏 우리가 방위산업 거래에서 국제적으로 얼마나 호구를 잡혔기에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할 만하다.

KF-X 개발 주관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차세대 전투기에 적용할 엔진 사업에 유럽업체 유로제트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자기들의 편의에 따라 말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제트는 당초 한국에 핵심기술을 모두 이전할 것처럼 홍보하다가 입찰 제안서에는 기술이전 비중을 60% 정도로 낮춰 써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GE도 전투기 엔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최신 세라믹복합소재(CMC) 기술을 개발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KF-X 엔진으로는 1990년에 개발된 구형 엔진을 제시해 구설수에 올랐다. 응찰업체들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제멋대로 꼼수를 부린다면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KF-X는 총 사업비로 17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쏟아붓는 중차대한 방위산업이다. 개발 일정이 길게 잡혀 있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16년 뒤인 2032년에야 전투기가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따라서 응찰업체가 핵심기술 이전에 미온적이거나 이미 퇴물 상태에 이른 구닥다리 엔진을 장착해서는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게 된다. GE의 제안처럼 1990년 개발된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면 40년이 훨씬 지난 엔진을 장착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고도 ‘차세대 전투기’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정작 필요한 첨단기술을 제대로 이전받지 못한다면 국제 무기시장에서 ‘호갱’ 이라는 놀림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세계 무기시장은 지역분쟁 감소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무기 수출국은 수입국에 금융과 기술지원을 하는 등 판로 확대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한국에 엉터리로 무기를 팔아먹으려 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방위사업청은 유로제트나 GE로부터 명확한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서울신문]

6. 비판 여론 듣고야 비례 후보·순서 바꾼 野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2번과 14번을 남겨두고 김대표의 판단에 맡기는 선에서 봉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공천 갈등으로 어제 당무를 거부한 김 대표가 14번으로 조정한 비대위안을 거부해 중앙위의 중재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표면적인 당내 갈등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김 대표가 자신을 2번으로 셀프 공천한 것이고, 또 하나는 비례대표 순번은 중앙위에서 투표로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비대위가 3등급으로 나눠 칸막이를 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 여론은 자체 공천과 부적절한 후보 공천에 모아졌다.

김 대표는 당 안팎의 여론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셀프 공천이라는 비판을 인격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비례대표 순번 결정 방식에 대한 비판도 코드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김 대표의 주장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셀프 공천과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비판까지도 무시하는 것은 국민 정서를 잘못 읽어도 한참 잘못 읽었다. 또한 아무리 비대위가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해도 당헌이 정한 절차를 어기는 것은 당원과 유권자를 무시하는 일이다. 그나마 비대위가 김 대표의 순위를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14번으로 돌리고 비위 혐의가 있는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을 후보에서 제외해 여론에 귀를 기울인 것은 다행스럽다. 또한 당헌을 수용해 비대위에서 순번을 정하는 것을 3명정도로 최소화하고 나머지 순번은 중앙위의 투표로 정하기로 한 것도 정상적인 절차에 복귀한 것이다.

더민주의 비례대표 공천에 비난이 쏟아진 것은 원칙과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개혁 노선에 박수를 보낸 국민과 당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2순위로 올린 셀프 공천은 기대를 무너뜨리고 실망감만 안겼다. 비대위가 뒤늦게 셀프 공천 등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은 잘했지만 여전히 김대표가 결정을 미루고 있는 데다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논문 표절 시비가 있는 박경미 후보를 1번으로 그대로 둔 것도 그렇다.

특히 여러 이익단체 중에서 서울시의사협회장인 김숙희 후보를 공천한 것은 쉬 동의하기 어렵다. 의료계에는 원격진료 등 민감한 현안들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의료계의 한 축인 의사협회의 대표를 공천한 것은 야당의 정체성이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 한의사협회나 간호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의 반발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것도 그런 이유로 보인다. 야당으로서는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대변하며 정부 정책을 견제할 사람을 의원으로 뽑아야 한다.


7. 與, ‘진박’ 후보 역풍으로 드러난 민심 읽어야

새누리당의 총선 경선에서 ‘박심’(朴心), ‘진박(眞朴) 마케팅’이 외려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주말과 어제 발표된 새누리당 지역구 여론조사 경선 결과 친박계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그것도 새누리당 텃밭인 서울 강남과 대구·경북에서 ’진박’ 후보들이 맥을 못 춘 것이어서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청와대와 내각 등에서 일한 이들이 빨간 점퍼를 입고 한자리에서 사진까지 찍으며 대통령이 선택한 ‘진실한 사람’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민심은 이들을 덮어 놓고 찍어 주지는 않았다. 친박들은 비박을 솎아 낼 생각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서울 서초갑에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유승민 의원 측근인 이혜훈 전 의원에게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서초을에서도 친박 현역인 강석훈 의원이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에게 패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친박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도 중·성동을에서 지상욱 후보에게 패했다. 이들 지역에서 친박의 고전은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픈 대목이다.

특히 친박들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친박 성적표도 시원찮다. 친박이라고 다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윤두현(대구 서구)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경선에서 유승민계와 김무성계 현역 의원들에게 밀렸다. 정치 신인으로 현역 의원보다 불리한 점이 작용했겠지만 과거처럼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이라고 무턱대고 밀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이 경북 상주·군위·청송·의성에서 김종태 의원에게 진 것도 인구가 많은 상주 출신인 김종태 의원이 유리한 지역구도임을 고려해도 친박 책사로 불리던 김재원 의원의 고배는 친박 내에서조차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권의 지지 기반에서 ‘진박’ 후보들이 무너진 것은 무엇보다 공천 과정에서 보여 준 친박계의 ‘무소불위’ 행태 때문이다. 사실 공천권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의 공천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총선마다 되풀이된 정치권의 고질병이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그래도 과거 주류, 비주류 간의 갈등이 비교적 수면 아래에서 일어나고 어느 정도 정치 명분과 원칙, 기준을 갖고 양측 간의 조율 끝에 공천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드러내 놓고 싸우면서 ‘배신자’와 ‘진실한 사람’ 가려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또 공천의 마지막 칼날은 당 정체성 등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유승민 찍어 내기’에 있다는 점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친박들을 외면한 경선 결과를 여권 지도부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당심판론’을 외친 여권이 야당을 심판하기도 전에 먼저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승민 의원 공천과 비례대표 의원 공천도 민심에 역행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자명하다. 깊은 자성으로 궤도 수정을 하지 않는다면 수도권 참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때 180석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과반은커녕 여차하면 ‘여소야대’까지 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8. 北, 오바마의 역사적 쿠바 방문에서 느끼는 게 없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 땅을 밟았다. 1928년 1월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첫 쿠바 국빈 방문이다. 역대 두 번째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흘간의 방문 중 첫 일정인 미국 대사관 직원과의 만남 자리에서 “역사적인 방문이자 역사적인 기회”라고 밝혔다. 미국 측에서 보면 지리적으로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쿠바는 지금껏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아메리카 대륙에 남아 있던 냉전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따라서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역사로 충분히 기록될 만하다. 미국과 쿠바의 새로운 출발이자 도전인 까닭에 환영하는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72년 2월 닉슨 당시 대통령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에 견줄 만하다. ‘죽의 장막’에 둘러싸였던 중국이 개방으로 나아갈 계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은 2014년 12월 미국과 쿠바가 53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지 1년 3개월 만에 이뤄졌다. 미국으로서는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정부를 세우고 쿠바 내 미국의 자산을 몰수하면서 1961년 단절했던 외교 관계의 실질적인 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밝힌 “북한·이란·쿠바 등 불량국가의 지도자들과도 만날 수 있다”는 공약의 실천인 것이다. 임기 마지막 해에 쌓은 또 하나의 외교 치적이다.

쿠바는 빗장을 풀었다. 중국이 장막을 거뒀듯 미국과의 경제 교류와 함께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따져 보면 이상보다 현실에 무게를 둔 실용주의 노선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2011년부터 점진적으로 배급제를 축소하고 자영업을 확대하는 등 시장경제로의 부분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취해 왔다. 쿠바의 경제성장과 활성화라는 새로운 바람의 세기를 지켜볼 만하다.

문제는 핵개발에 몰두하며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의 강력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잇단 도발로 대응하고 있다. 지구상에 개방을 거부하고 문을 닫은 곳은 북한뿐이다. 북한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쿠바가 결국 왜 문을 열고 개혁의 길을 선택했는지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그러지 않고 핵에 매달려 주민의 삶을 돌보지 않고 내팽개친다면 언젠가는 파멸할 수밖에 없다.

[매일경제]

9. 미래 일자리전쟁 승자 되려면 교육 확 바꿔야

'미래 직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면 향후 5년간 일자리 135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본지와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규제만 철폐해도 빅데이터, 스마트홈, 바이오 의약 등에서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소 뒤처져 있는 미래형 자동차, 드론, 지능형 로봇 등 ICT융합 제조부문은 특별법으로 육성할 경우 12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미래 직업 보고서'도 로봇과 인공지능 발달로 2020년까지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이전에 없던 일자리 200만개가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5년간 510만개의 일자리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청년실업 대란에 처한 우리에게 큰 충격이다. 

과거 산업사이클이 바뀔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렸듯 로봇과 인공지능 등이 주도할 4차 산업혁명에서 승자가 되는 국가는 새 일자리를 대거 챙길 수 있는 반면 낙오하면 다른 국가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알파고 쇼크'는 4차 산업혁명의 서막에 불과하다. 미국, 영국 등은 승기를 잡기 위해 AI, 로봇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고 있다. 이들 국가와 경쟁하려면 먼저 규제를 걷어내 기업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드론산업이 중국에 뒤처진 것만 해도 가시거리, 무게, 조종 자격증 등 각종 규제로 옥좼기 때문이다.

알파고 시대에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교육내용과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교육개혁이다. WEF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가 현재 존재하는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론 조종사, 에코 컨설턴트, 디지털 장의사 등 새로운 일을 하며 살게 된다는 얘기다. 정해진 답만 달달 외우고, 국영수만 들고파는 현재의 교육으로는 인공지능 시대에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게 하려면 기존의 질서를 비판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고력 훈련이 필요하다. 5세부터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 영국처럼 우리도 국영수에서 벗어나 코딩에 비중을 둬야 한다. 또한 결국 인공지능, 로봇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것은 인간인 만큼 과학기술이 미래 인류에 위협이 되지 않으려면 윤리 교육, 인성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10. 노동개혁 4대 실천과제, 임금·단체협상 반영하길

올해 정년 60세 시대 개막과 더불어 임금·단체협상이 곧 시작될 예정인데 어느 때보다 험난한 협상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1.6% 임금 인상안을 내놓았으나 올해는 국내외 경영여건 악화와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아예 임금동결을 회원사에 권고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보다 높아진 7.9%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니 그 간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여기에 노동개혁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된 채 한 발짝도 진전이 없고 4월 총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개혁방향을 둘러싼 갈등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고용노동부가 20일 이런 개혁의 정체 상태에서 현장실천 4대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근로소득 상위 10%의 임금인상 자제를 통한 청년고용 확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 공정한 인사관리 확산, 청년·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제들은 정년 60세 연장과정에서 법률에 추진원칙이 명시됐거나 노사정 합의에 그 기본방향이 반영됐던 내용들이다. 이제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후 최고치인 12.5%까지 치솟은 상태에서 노사 상생은 물론 노노 상생을 위해서도 긴요한 일들이다. 

올해 정년 60세가 적용되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중에서도 80%는 아직 능력·성과와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이들 기업 중 27.2%에 그치고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면 도입률은 12.1%에 불과하다. 그 결과 근로자 상위 10% 임금수준이 하위 10%와 비교하면 4.6배에 이르는 상황이다. 고소득층 임금인상 자제와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자 간 갈등을 막기 위해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경영계는 열정페이라는 미명 아래 청년들의 노동력을 부당하게 사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노동계도 부당한 해고·징계를 막기 위해 감시·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자리를 유지·확대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에는 전향적인 자세로 협조해야 한다.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일수록 이번 임단협에서 노사가 더 적극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동아일보][황광해의 역사속 한식]물밥(水飯)

효종 5년(1654년) 2월 10일, 정언 이상진이 영의정 정태화와 병조판서 원두표를 탄핵한다. 병조판서가 술상과 기생, 음악을 준비하여 상급자인 영의정의 집에서 한바탕 놀았다는 것이다. 상소문 중에 세종대왕 당시 영의정 황희와 호조판서 김종서의 ‘물에 만 밥’, 수반(水飯) 접대가 등장한다. 김종서가 황희에게 물에 만 밥을 준비하여 접대(?)하려 했더니, 황희가 김종서를 뜰아래 세워놓고 “아첨하려 한다”고 꾸짖었다는 내용이다. 

‘수반’은 밥상 차리기 귀찮을 때, 밥 먹기 번거로울 때 후루룩 먹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물밥’은 정식식사는 아니다. 간편식이다. 간단한 음식이지만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수반은 때로는 정치적인 음식이다. 성종 1년(1470년) 5월 29일 ‘조선왕조실록’에 수반이 나타난다. 성종이 “가뭄이 심하니 낮수라를 수반으로만 올리라”고 명한 내용이다. 조선왕조 때에는 가뭄 홍수 등 천재지변이 있을 경우 국왕이 음식을 줄였다. 이틀 후인 6월 1일 원로대신들이 수반을 멈출 것을 청한다. 내용이 상당히 길다. “근래 가뭄으로 인하여 감선(減膳)한 지가 오래되었다. 낮에 또 수반을 올리게 하시니 예전에도 이렇게 한 적은 없었다.” 성종이 답한다. “세종대왕 때에는 풍년이라도 수반을 올리게 했다. 지금 수반을 먹는 게 무슨 잘못이겠는가?” 노(老)대신들도 지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비위(脾胃)는 찬 것을 싫어하므로, 수반이 비위를 상할까 염려된다. 보통 사람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지존(至尊)이겠습니까?” 성종이 까칠하게 응답한다. “경(卿)의 말과 같다면 늘 건식(乾食·마른 음식)을 올려야 하겠는가?” 

한 달 남짓 후인 7월 8일에도 또 수반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노대신과 승지가 “요즘 비가 흡족해서 곡식이 잘 익으니 식사를 제대로 하셔야 한다”고 아뢴다. 재미있는 것은 성종의 태도다. 끝까지 수반을 고집한다. “감선하는 것은 가뭄 때문이 아니다. 낮에 수반을 먹는 것은 더운 날씨 때문이다.”

성종은 열세 살에 왕위에 올랐다. 예상치 못했던 왕위계승이었다. 왕은 어렸고 대신들은 노회했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공이 큰 대신들도 많았다. 노대신들이 국가의 업무를 관장하였다. 왕은 원상회의의 결과를 확인하는 역할만 맡았다. 성종의 즉위를 주도한 이들도 바로 원상들이었다. 게다가 수렴청정 체제였다. 어린 왕은 스트레스가 심했다. 입맛이 없으면 늘 수반을 찾았다. 성종의 수반은 정치적인 투정, 저항일 수도 있다. 한의사들은 성종이 스트레스가 심해서 몸속에 열이 많았고 따라서 수반, 물에 만 밥을 찾았다고 말한다. 

광해군 역시 울화병으로 수반을 먹었던 경우다. 인조는 반정으로 실각한 광해군을 강화도로 보냈다. 인조 6년(1628년) 2월, 광해군에 대한 근황이다. “삼시 끼니에 물에 만 밥을 한두 숟가락 뜨는 데 불과할 뿐이고 기력이 쇠진하여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지경이다.” 물에 만 밥은 속이 타는 사람들이 먹었던 것이다. 

인조 역시 몸이 아플 때 수반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인조 9년(1631년) 1월의 ‘승정원일기’에는 인조가 인후염 등으로 고생하는 내용이 자주 나타난다. 30일에는 신하들의 낮 문안을 받고 “(몸 상태가) 아침과 같다. 수반을 조금 먹었다”고 말한다. 

정조에게 수반은 효도의 상징이다. 수원 화성 언저리(지금의 화성시)에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모셨던 정조는 묘에 다녀오던 날 시를 남겼다. ‘비석 뒤에서 수반을 먹고 더디 더디 출발한다’고. 아버지를 떠나기 아쉬워하는 아들의 효성이 엿보인다.

2. [동아일보][동아광장/권영민]‘부모 되기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보도된 ‘원영이 사건’을 보면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자신이 낳아 키우는 아이를 죽이고 이를 은폐하려 했던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에 모두 걱정을 한다. 가정에서 자녀를 보호하고 잘 키워야 하는 부모들이 남모르게 어린 자녀를 학대하면서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다니 참으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5년 동안 아동 학대 사건이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 내용도 놀랍다. 특히 그 가해자가 대부분 부모였다는 사실을 함께 접하면서 피폐해가는 우리 사회와 허물어져 가는 가족 문제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녀 학대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찾고 있다. 가족 구성원 사이의 불화와 갈등이 언제나 첫째로 손꼽힌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모들의 그릇된 태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의 정서적 욕구 불만이나 알코올 중독 등이 자녀 학대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보다 먼저 따져보아야 할 근본 문제는 부모로서의 책무에 대한 무지(無知)와 방기(放棄)가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부모가 되어 자기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이 크고 소중한 기쁨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어린아이가 잘 자라나도록 보호하고 양육해야 하는 부모로서의 의무가 뒤따른다. 어린 생명이 자라서 올바른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돌봐야 하는 것은 부모가 맡아야 하는 사회적 책임에 해당한다. 이 책임을 망각하면 아이는 아이대로 방치되어 문제아가 되고, 부모는 부모대로 고달픈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힘들고 올바른 부모 노릇 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부모가 되려는 성인들을 상대로 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이른바 ‘부모 되기 교육(parenting education)’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이 교육 과정은 이수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하는 젊은 부부들은 대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 태아의 건강과 임산 과정에 대한 올바른 지식, 출산에 따른 법적 제도적 지원 절차, 유아의 성장과 발달 과정에 따른 육아 지식, 아동의 질병과 건강 문제 등을 단계별로 강의한다. 참가자들은 이 프로그램의 내용에 따라 부모로서의 역할과 그 책무를 익혀 나간다. 그리고 단계별로 과정을 이수하면 일정한 점수를 취득한다. 

여기서 얻은 점수를 가지고 유아에게 필요한 기저귀, 우유 등은 물론 각종 유아용품과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미국의 초보 부모들은 임신 초기부터 야간이나 주말에도 진행되는 이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새롭고 유익한 정보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생명을 키워야 하는 자기 책임을 깊이 깨닫고 사회적 유대감도 키워 나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부모의 책임과 역할을 가정 안에만 묶어 두어서는 안 된다. 바람직한 ‘부모 되기’ 교육을 사회보육제도와 연계하여 정착시키고 이를 확산시켜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한 가정 안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혈육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부모라는 지위는 대부분의 경우 별다른 준비가 없어도 아이를 갖게 되면 쉽게 얻는다. 아이를 낳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고 그 책임도 알지 못하면서 엄마 아빠가 된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을 제대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되는 것의 의미와 사회적 책임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만 한다. 자기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모가 어찌 그 자녀를 건전하게 키울 수 있겠는가.

수반은 곤궁함의 상징이기도 했다. 조선 중기 문신 성이성은 1645년, 청나라 사행(使行)에 서장관으로 참석한다. 청나라에서 돌아오는 길, 사신단은 퍽 힘들었다. ‘새벽 5시에 길을 떠난다. 강가 벌판에서 아침을 먹었다. 병이 있어 며칠째 식사를 못하는 이들이 많다. 조기를 몇 마리 사서 수반을 차린다’는 내용이다.

3. [중앙일보][분수대] 20대를 놓아주자

한 명문 사립대학 교수에게서 들은 얘기다. 공대의 어느 교수 연구실 앞에서 학생과 엄마가 같이 무릎을 꿇고 있더란다.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싶어 슬쩍 그 교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단다. 답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에 문제가 있으니 성적을 고쳐달라”며 찾아온 엄마의 요구를 거절하자마자 엄마가 아들과 함께 느닷없이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무릎까지 꿇는 건 좀 도가 지나치지만 성적 고쳐달라고 찾아오는 ‘헬리콥터 맘’이나 ‘헬리콥터 대디’는 꽤 많다고 다른 교수들도 입을 모은다.

이 사연을 전해준 교수는 “오죽하면”이라며, 엄마가 딱하다고 했다. 나는 그 학생이, 아니 ‘엄마주도학습’으로 커왔을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딱했다. 인생 진로를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수업의 성적 관리를 왜 진작에 제대로 안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20대를 훌쩍 넘긴 나이의 자식 대학 성적표를 보고 한걸음에 학교에 달려와 교수 앞에 무릎을 꿇는 엄마라니.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어엿한 성인인 20대 자식을 마치 밥까지 떠먹여 주는 듯한 부모들의 과보호야말로 오히려 자기 자식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회를 뺏는다는 걸 모르는 걸까. 20대 나이에 스스로 해야 할 최소한의 경험조차 이렇게 박탈하면 사회에 나가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할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원래 20대가 이렇게 보호받아야 할 미숙한 나이인가 하고 잠시 생각해봤다. 그건 아닌 것 같다. 1968년 건축가 김수근(1931~86) 아래서 서울 여의도 개발을 주도한 팀의 평균연령이 27세였다. 팀 일원이었던 건축가 김석철은 당시 25세에 불과했다. 물론 당시는 전후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지던 시기라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가 드물었고, 그 덕분에 젊은 층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가기도 했다. 다들 천재 소리 듣던 인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꼭 천재가 아니더라도 집에서나 집 밖에서나 20대를 어른 대접 해줬고, 20대는 그 시대와 나이에 맞게 주어진 일을 훌륭히 해냈다. 그렇게 쌓은 경험으로 나이를 먹어 더 큰일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20대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간다. 취업난이다 뭐다 해서 사회에서 기회를 못 얻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집에서부터 지금이라도 20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부모들이 손을 놓아주는 게 우선이 아닐까.

4. [동아일보][횡설수설/송평인]프랑스 파리의 K북

2014년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정해졌을 때 일이다. 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당시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장관은 카날플뤼스 방송과의 인터뷰 도중 “모디아노의 소설 가운데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펠르랭 장관은 모디아노의 소설을 하나도 읽은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장관으로 일한 지난 2년간 너무 바빠 독서를 못했다”고 말했다가 문화장관이란 사람이 책도 안 읽는다고 해서 오랫동안 구설수에 올랐다. 

프랑스 파리에는 동네서점이 아직도 남아있다. 파리 15구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다. 그곳 콩방시옹 거리의 ‘르 디방(LeDivan)’이란 서점에 갔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은 서점 사서들이 신간을 직접 읽고 소감을 짧게 손으로 적은 쪽지를 신간에 꽂아놓는다는 사실이었다. 서양의 서점은 독서클럽으로 시작했다. 우리의 짧은 근대사에는 독서클럽이란 부분이 생략돼 있다. 그래서 서점을 책을 파는 곳으로만 여기지 책에 대한 느낌을 주고받는 곳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16 파리 도서전’이 17일부터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려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그제 막을 내렸다. 공식 개막 전날인 16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전시장을 방문해 3시간 가까이 머물면서 작가, 출판인들과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마뉘엘 발스 총리도 찾았다. 주무장관인 오드레 아줄레 문화장관은 두 번이나 왔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대통령은커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영국 최고의 맨부커상 후보에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한강이 올랐다. 한강은 파리 도서전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한국 작가였다. 우리나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한강의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를 읽어봤느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미국 시사문예지 ‘뉴요커’가 올 1월 “한국인은 책도 안 읽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고 지적했을 때 정말 뜨끔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읽지 않으면 파리의 K북도 없고 세계의 K북도 없다.

5. [동아일보][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견디는 인간, 아름다운 존재

‘가장 아름다운 인간은 고요한 존재이다.’ 18세기 독일의 미술사학자 빙켈만이 말했습니다. 그는 고대 그리스 미술에서 참된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특히 ‘라오콘 군상’을 보라 권했지요.

조각은 기원전 1세기경 제작되었습니다. 인체를 다룬 미술이 사실성을 더하던 때였습니다. 생생한 표정과 격렬한 동작으로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고자 했답니다. 이런 시대의 특징이 잘 드러난 조각은 한 사람 솜씨가 아니었습니다. 하게산드로스, 아테노도로스, 폴리도로스의 합작품이었지요. 이 조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506년이었어요. 땅속에 묻혀 있다 발견되었거든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예술성이 뛰어났습니다.

조각 정중앙 인물이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입니다. “그리스 군대가 숨은 목마의 트로이 성 진입은 위험하다.” 트로이의 미래를 위해 조언했지요. 이런 행동이 트로이 함락을 원했던 바다 신의 심기를 거슬렀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은 너그러운 편은 아닙니다. 특히 신의 위엄에 도전한 인간에게 가혹했지요. 분노한 포세이돈은 라오콘과 두 아들에게 죽음의 형벌을 내렸습니다.

조각은 신의 저주를 사실적으로 전합니다. 동시에 이에 맞서는 인간의 정신력도 주목하게 합니다. 바다 독뱀의 공격에 라오콘 부자는 꼼짝할 수 없습니다. 참담한 순간이지만 절망의 흐느낌은 없습니다. 극한의 상황이지만 투혼은 계속됩니다. 이들이 지닌 유일하고 강력한 무기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의지일 것입니다. 그 모습이 그리스 사람들이 꿈꾸던 이상적 인간을 닮았습니다. 고대인들은 고통을 견디고, 품격을 지키고, 운명에 도전하는 인간을 으뜸으로 여겼지요. 그리스 미술의 정수로 평가되는 ‘라오콘 군상’이 실감나게 품은 것은 시대의 열망이었습니다. 이상적인 인간의 위대함이었습니다.

세기의 바둑 대국 소식에 인공지능과 겨룰 인간의 심적 부담감만 염려되었습니다. 우연히 네 번째 대국이 시작될 무렵 소위 ‘인간 대표’를 보았습니다. 세 번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을 잡는 침착함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실로 고요했습니다. ‘어쩌면 그리스 미술이 갈망했던 인간의 아름다움, 빙켈만이 말했던 존재의 고요함이 이런 것일지 모르겠다.’ 그날 밤 전해 들은 승전보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이 주인공인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이 현실 세계에도 고요해서 아름다운 존재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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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22일 신문 브리핑 #

"오늘 하루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고 먼저 감사하자."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북한이 21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5발을 쏘며 무력시위를 재개함
-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이 끝나고 독수리훈련이 이어지는 시기에 대남 위협용으로 발사체를 쏜 것으로 분석됨


<< 경제 일반 >>
1.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사'와 '육아'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여성(전업주부)은 708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5만8000명(0.8%) 감소함
- 이는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20~30대 여성 비경제 활동인구가 감소한 데 따른 것임

2. 전국 14개 시.도에 지역전략산업을 지정해 관련 규제를 모두 풀어주자는 내용을 담은 '규제 프리존 특별법(규제 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발의에 여당은 물론 야당도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음
- 여야 공동으로 발의되면 19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짐

3.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스마트폰 콜택시 앱(응용프로그램)인 T맵 택시가 택시요금을 건당 최대 3000원 깎아주기로 함
- SK플래닛이 요금 할인 카드를 꺼내들면서 업계 1위인 카카오택시와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임

4. 네이버가 다음달 말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대화형 검색 서비스 '라온'을 선보임
- 자연어를 이해해 대화를 분석하고 문맥에 맞는 간결한 검색결과를 제공하며, 인물과 영화, 방송, 날씨 등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 방식으로 적용할 방침임

5. 스웨덴 블루에어, 중국 샤오미, 일본 발뮤다 등 최근 국내에 공기청정기를 내놓은 외국산 업체가 늘고 있음
-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등 국내 업체들의 텃밭이었던 한국 공기청정기 시장의 경쟁구도가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달라질 전망임

6. 1967년 대우실업으로 출발한 '대우인터내셔널'이 6년 만에 사명을 '포스코대우'로 변경함

7. 서울과 지방을 잇는 외국인 전용 버스자유여행 상품인 K트래블(K-Travel) 버스가 오는 25일부터 본격 운영됨
-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과 대구, 강원, 전남, 경북, 동남권관광협의회(부산.울산.경남), 2016올해의관광도시(통영.제천.무주) 등과 함께 K트래블 버스의 운영코스를 6개 구간으로 정함

8. 청년희망재단과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한국지부(ICBS Korea), 한국경제신문사, 한국경제TV가 다음달 6~7일 '2016년 기업가 정신 중소기업 월드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함
- 이번 콘퍼런스는 '창조적 기업가 정신과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주제로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과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림


<< 금융/부동산 >>
1. 연초 이후 우량채 수요예측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데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회사채 투자 수요가 늘면서, 주주총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다음달부터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들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나설 전망임
- 21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S-Oil과 삼성물산은 각각 3000억원, 롯데쇼핑은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며, GS칼텍스(AA)와 CJ대한통운(AA-), 카카오, 한국항공우주산업도 회사채 발행으로 각각 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임

2. 산업은행은 21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산은캐피탈과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음
-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사의 초대형 선박 취득을 도와 해운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것으로서, 선순위대출 60%와 후순위투자 40%로 구성됨

3. 현대상선이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21일 신청함
- 22일 열리는 현대상선 채권단 실무자회의에 조건부 자율협약을 안건으로 올리기 위한 절차임


<< 국제 >>
1. 메리어트호텔이 중국 안방보험 컨소시엄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스타우드 호텔&리조트를 136억달러(약 15조7000억원)에인수하기로 합의함
- 이로써 메리어트호텔은 세계 100여개국에 5700개 호텔과110만개 이상의 객실을 갖춘 세계 최대 호텔로 거듭나게 됐음

2. 미국 페인트 회사 셔원월리엄스가 경쟁사인 발스파를 113억달러(약 13조1363억원)에 인수함
- 셔원월리엄스와 발스파의 지난해 페인트 매출 규모를 합치면 156억달러로 경쟁사인 미국PPG인더스트리(142억달러)와 네덜란드 악조노벨(111억달러)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 페인트 업체로 올라설 전망임

3.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상원 교통위원회가 이달 중 상업용 드론의 비행을 보장하는 중요한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20일(현지시간) 보도함
-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잉 추진하는 '프라임 에어' 서비스(드론을 이용한 상품배달 서비스)의 허용 여부를 가를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임


<< 사회/기타일반 >>
1.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셉테드) 등을 활용해 범죄를 미리 진단.예방하는 전담팀이 다음달 경찰청에 신설됨
- 학대전담경찰관(APO)과 학교전담경찰관(SPO)에서 한 단계 발전한 새로운 개념의 범죄예방진단팀(CPO.crime prevention officer)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채권단 자율협약
- 흑자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및 신용위기로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채권단이 이를 구제하기 위해 지원하는 정책. 즉, 채권금융기관과 기업이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포괄적 협약을 맺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임.
이는 워크아웃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기업이 대상이 되며, 일종의 선제적인 지원에 해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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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한국경제]

1. 중국발 국채 리스크에도 경각심 가져야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한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됐다는 소식(한경 3월18일자 A5면)이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중국이 보유한 한국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상장 채권 규모는 모두 17조5090억원으로 미국(14조3900억원)을 3조원 이상 앞섰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국 국채 보유 규모는 2013년 12조5090억원에서 지난해 말 17조428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미국은 올 들어 공격적으로 채권을 매도, 2월 한 달간 3조6580억원어치를 팔며 보유 비중(14.9%)에서 처음으로 중국(18.1%)에 뒤졌다.

중국 경제의 불안상을 고려하면 이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중국이 자국 사정으로 보유 국채를 갑자기 대량 매도하면 그 쇼크가 곧바로 한국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집중적인 채권 매도는 가격 하락과 전반적인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기도 한 중국은 미국에조차 보유채권을 일시에 대량으로 팔 수 있다는 위협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마침 글로벌 채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한 달여간 상승세를 지속해온 글로벌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갑자기 하락세로 반전했다. 당분간 통화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미국 중앙은행(Fed) 발표에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Fed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2회로 제안, 글로벌 채권 수익률을 일제히 끌어내렸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 연 1.871%까지 떨어졌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0.839%를 기록하며 3월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국채 수익률도 급락했다. 10년물은 한때 연 -0.09%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 일본의 기준금리(연 -0.10%)보다 더 낮아졌다. 국내 국고채 수익률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중국의 돌발 상황이 한국 채권시장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중국발(發) 채권 리스크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2.  자기 집 찾아간 김종인·강봉균의 경우와…

4·13 총선 후보등록(24~25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선 유독 여야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 많아 눈길을 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핵심이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자신을 더민주의 비례 2번에 ‘셀프 배치’하고 선거대책위원장도 맡을 예정이다. 비례대표로만 5선째다. 이에 새누리당은 강봉균 전 민주당 의원을 선대위원장에 내정하고 비례 순번도 부여해 김 대표에 맞불을 놓을 태세다. 서로 반대진영으로 옮겨 총선을 지휘하게 됐다.

김종인과 강봉균의 사례를 보면 이제야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평가를 줄 수도 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는 시대정신이고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영원히 못한다”는 지론을 가졌다. 김 대표가 새누리에 몸담았던 게 더 이상한 일이다. 강 전 의원은 야당이면서도 선별적 복지와 성장 정책을 주장해왔다. 오히려 새누리쪽과 코드가 더 잘 맞는다.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호남 출신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옮겼을 것이다. ‘원조 진박(眞朴)’이라는 진영 의원이 더민주에 입당한 것도 자연스런 귀결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야당 주장대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했으면서 여태 새누리 당적을 유지한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새누리나 더민주의 공천을 받은 어떤 인물들은 여전히 그 당에 남아 있는 게 미스터리로 느껴진다. 당의 정강정책이나 이념보다 지역구도에 의한 당선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경제기본법을 대표발의하고, 법인세 인상도 주장하던 유승민 의원은 경제관에선 더민주에 훨씬 가깝다.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을 주도하며 당론과 반대입장에 섰던 김세연, 이혜훈 등이 새누리 공천을 고집한 것도 의아하다. 더민주의 김진표 전 의원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야 정당들은 수시로 당명을 바꾸고 당색(黨色)까지 정반대로 내걸면서 유권자를 현혹해온 게 사실이다. 이제라도 각자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에 맞는 정당으로 옮겨가는 게 차라리 다행스럽다.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빌려 입고 국민을 기만하는 얄팍한 처세는 그만둬야 한다.

[서울신문]

3. 정치불신 키우는 이합집산의 혼돈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진영(서울 용산) 의원이 어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앞서 더민주에서 컷오프된 정호준(서울 중·성동을) 의원 등은 국민의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야당 소속으로 적진인 부산에서 내리 3선한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은 올 초 일찌감치 새누리당에 둥지를 틀었다. 지금 더민주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대표나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에 내정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각각 원래의 진영을 이탈해 새 꿈을 꾸고 있다. 각 당의 공천 배제 또는 경선 탈락 정치인들이 많아 ‘환승’ 행렬은 총선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의 오락가락 행보야 과거 총선에서도 익히 봐 왔던 터라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런 어지러운 이합집산의 혼돈 총선이 국민들의 정치혐오, 정치불신 풍조를 더욱 부채질하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어제까지 붉은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던 인사가 오늘은 갑자기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거나, 탈당파들을 비난하다가 갑자기 패권주의 타도를 외치는데 혼란스럽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한 석이 아쉽더라도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들까지 거두는 여야 3당은 지지자들의 뜻을 묻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원조 친박’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에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 의원은 더민주 입당변(辯)을 통해 “특정인 지시로 움직이는 파당”이라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에 맞서는 민주정치, 서민을 위한 민생정치, 통합의 정치를 이룩하는 데 마지막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자신이 추구한 ‘초심의 정치’였다면 새누리당에서 3선을 하고 현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내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렇게 새누리당과 맞지 않았다면 왜 미리 결심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정당의 정체성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지지자들에 대한 약속이다. 아무리 정치가 최선이 아닌 차악이라고 하더라도 조변석개하며 국민을 우롱해선 안 되는 이유다. 사실상 보수정당 일색인 우리 정치 현실에서 정치인들의 당적 이동이 무얼 그리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각 당의 정강정책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인 복지정책 각론만 해도 더민주는 복지 확대를, 새누리당은 복지 조정을 내세우고 있지 않는가. 게다가 총선을 전후한 당적 이동은 ‘사욕 채우기’ 의혹을 사기에도 충분하다.

이번 총선은 수십 년 만에 다당 구도가 재현된 데다 각 당 공히 크고 작은 공천파동을 겪었고, 그 결과로 무소속과 당적 이동 후보가 속출하는 등 큰 혼돈 속에서 치러지게 됐다. 유승민 의원 파동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당의 책임이 크다. 19대 국회의 무능에 진저리를 친 국민들은 20대 국회만큼은 본연의 자리를 찾길 학수고대했지만 이합집산의 혼돈 총선을 지켜보자면 실망과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계파갈등과 권력투쟁에 매몰돼 있는 정치권에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시름이 더욱더 커져만 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4. 면세점 추가 허가 서두를 일인가

정부가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주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면세점 전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특히 지난 16일 정부가 공청회를 연 이후 관련 업체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지난해 5년 특허 기간 만료로 신규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SK네트웍스와 롯데면세점은 신규 허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면세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현대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반면 신규 사업권을 따낸 SM면세점 등 5개 사업자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신규 허가를 주장하는 측은 관광산업 활성화와 고용 유발 효과를 내세운다. 공청회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고 있는 만큼 주요 방문지를 중심으로 신규 특허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추가 쪽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만만찮았다. 신규 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은 지나친 경쟁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사업 기반을 갖추기도 전에 또 다른 신규 특허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논리다. 특히 탈락한 면세점들이 다시 특허를 받아 영업을 계속하게 되면 신규 진입 사업자들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논란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2012년 관세법을 개정하면서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함에 따라 면세점 운영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로 인해 면세점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롯데와 SK도 5년 특허 규정에 걸려 탈락했다. 공청회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짚어졌다. 5년 특허 기간이 만료됐을 때 신규 진입을 원하는 다른 업체들과 똑같은 자격으로 다시 입찰과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원칙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사업자에게 결격 사유가 없다면 입찰 없이 최소 한 차례 이상 특허 갱신을 허용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개정된 법에 의해 결정된 신규 사업자들이 한창 개점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급하게 추가 허가를 내주는 조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영업에 들어가면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서두를 경우 자칫 지난해 탈락한 사업자들을 구제해 주려는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에 휘말릴 수도 있다. 꼼꼼한 시장분석을 통해 어떤 방안이 관광산업 발전과 면세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깊이 따져 보기 바란다.

5. 전수조사와 강력 처벌, 아동학대 예방 해법이다

도대체 아동학대 범죄의 끝은 어디인가 싶다. 계모의 학대로 욕실에 갇혀 숨진 평택 원영이 사건의 충격이 여전한데, 청주에서 또 아동학대 범행이 드러났다. 5년 전 친모의 가혹 행위로 숨진 네 살배기 여아는 계부의 손에 암매장됐다. 지난해 말 부모의 학대를 못 견뎌 집을 탈출한 인천 11세 맨발 소녀가 아니었다면 이런 끔찍한 사건들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인천 소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장기 결석 및 미취학 아동을 전수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새 학기 입학 대상자인데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초등·중학생은 19명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부모들까지도 모두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이다. 얼마나 끔찍한 일이 더 드러날지 숨죽이고 지켜보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이 정도일 줄은 누구도 몰랐다. 인터넷에서는 “학대로 숨지고도 실종 처리된 아동이 얼마나 많았을지 모른다”는 개탄이 쏟아지고 있다.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 기록이 전무한 취학 전 영유아도 809명이나 된다고 한다. 최소한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방치됐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당국과 경찰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철저히 학대 정황을 살펴야 할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는 관련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앞으로는 이틀 이상 학생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도 학교는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학업 부적응을 이유로 취학하지 않는 학생을 따로 관리하는 기구도 각 교육청에 두기로 했다. 당장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경찰과 손잡고 무단결석 학생 전담기구와 신고 핫라인을 만들어 안전망을 짰다.

범정부 대책을 바탕으로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뜻을 모은다면 아동학대 예방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된다. 걱정인 것은 이런 대응이 보여 주기 반짝 행정으로 끝날까 하는 점이다. 당국의 감독과 독려가 지속돼야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의 관심도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아동학대 판정 사례는 전년보다 무려 17%나 늘었다. 울산·칠곡 계모 학대 사건에 온 나라가 경악했으면서도 이런 추세인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도 크다. 굶기고 때려서 아이를 숨지게 해도 번번이 과실치사죄가 적용되는 물렁하기 짝이 없는 판결로는 예방 효과를 낼 수 없다는 비판이 높다. 명백한 우발 사고가 아니라면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야만 실질적인 경고 장치가 될 수 있다. 아동학대 범죄의 양형 기준을 손봐서 이를 홍보하는 것도 정부 당국이 서둘러야 할 일이다.

[동아일보]

6. 구조조정 앞선 일본, 한국조선업 빅3 무너뜨렸다

세계 조선(造船) 시장 3강이었던 우리 조선 3사가 일본 기업에 3위를 내줬다. 20일 분석기관(영국 클라크슨)에 따르면 2월 말 수주잔량 기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그룹이 각각 1, 2위였지만 3위였던 삼성중공업그룹이 일본 이마바리조선그룹에 밀렸다. 일본은 이미 2015년 1월 월 단위 수주량에서 세계 1위를 탈환한 바 있다. 6년 8개월 만의 일이다. 한국 조선사들이 침몰하는 사이 일본이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10%에도 못 미치던 일본 조선의 부활은 엔 약세에 힘입은 바 크지만 착실한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2014년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세계 4위 저팬마린유나이티드(JMC)를 탄생시켰고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LNG 선박 부문만 떼내 LNG 전문 조선소를 세웠다. 일본 내 최대인 이마바리조선이 18년 만에 독 확장 공사를 재개한 까닭이 있다. 일반 상선이면 무엇이든 대응할 수 있는 ‘선박 백화점’ 구축을 목표로 선박용 프로펠러 1위 같은 중소업체와도 손을 잡는 기술개발에 앞장서기 위해서다. 바다 오염물질 배출 규제가 엄격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친환경 선박 개발에도 발 빠르게 나섰다. 일본 정부도 통폐합 회사에 선박 가격의 80%까지 단 1% 이자율로 지원하는 파격 지원으로 응답했다.

일본을 앞질렀다고 환호하던 우리 조선업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초유인 영업 손실 5조 원을 넘겼다. 당기 순손실(5조1424억 원)도 외환 위기 때 기아자동차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국민혈세가 4조 원 넘게 투입됐지만 사상 초유의 엄청난 부실에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총선 바람까지 불어 구조조정마저 무한정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올 1분기 수주도 사실상 ‘제로(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5, 6년 전만 해도 국내 3사는 전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했으나 30%(중국 40%, 일본 30%)대로 추락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10위권 내 중국 업체가 3곳이나 돼 중국의 조선 빅3 진입도 곧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주력 산업이다. 수출 비중도 높지만 고용 창출도 10억 원당 10명으로 자동차(8.8명)와 반도체(3.8명)보다 훨씬 높다. 한국 조선업이 ‘최악의 겨울나기’를 끝내고 봄을 맞으려면 극심한 ‘엔고’ 속에서도 뼈아픈 노력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

[이데일리]

7. SKT-CJ헬로비전 합병 논란 잠재우려면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의 케이블 방송회사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SKT와 CJ헬로비전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을 승인했지만 관련 업계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양사 합병에 반대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업계의 합병 반대 움직임은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 SKT가 알뜰폰 및 케이블TV 1위 업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방송시장도 이동통신 시장처럼 SKT의 지배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표한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도 이같은 우려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시장에서 SKT와 SK브로드밴드 등의 점유율은 51.1%로 KT,LG유플러스 등 경쟁업체를 합친 것 보다 높다. 쉽게 말하면 SKT와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이동통신, 인터넷TV(IPTV), 초고속 인터넷 등의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SKT가 케이블TV까지 결합해 판매한다면 유·무선 시장 지배력이 한 회사에 집중되는 독과점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다 하겠다. 

SKT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해 통신과 미디어를 융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성장전략을 밝혔다. SKT는 또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동영상 실시간 전송)업체 넷플릭스가 지난 1월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업체의 한국 공략이 본격화된 데 따른 대응책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합병 논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SKT가 CJ헬로비전 인수로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공정한 경쟁이 훼손되고 가격 인상과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이어져 피해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 공은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합병을 심사중인 공정위는 SKT가 2001년 신세기이동통신과 2008년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며 내세운 글로벌 경쟁력이 제대로 확보됐는 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중앙일보]

8. 김정은, 오바마의 쿠바 방문에서 교훈 찾기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쿠바 방문에 나섰다. 이번 방문은 1972년 ‘죽의 장막’을 걷어냈던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버금갈 정도의 뜻깊은 일이다. 오바마의 쿠바행은 진작 조종이 울린 공산 이데올로기의 또 다른 종말만을 상징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중국의 도약은 닉슨 방문 이후 이뤄진 미·중 국교 정상화에 힘입은 바 컸다.

44년 전에 그랬듯 이번 방문 역시 쿠바의 개방화와 경제 발전에 불을 붙일 게 틀림없다. 실제로 하루 10편 남짓했던 미국~쿠바 간 여객기가 조만간 110편 이상으로 늘고 아바나를 찾는 미 여행객도 지난해 15만 명에서 연간 15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제재 이후 50년 넘게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쿠바로서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오바마로서도 이번 방문은 더없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대선 운동 때 “북한·이란·쿠바 등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며 이들 나라와의 관계 개선을 공약했었다. 따라서 이번 방문을 통해 북한을 뺀 나머지 두 나라와의 관계 개선을 이뤄냈다는 치적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쿠바식 화해 모델에서 중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북한과 쿠바는 옛소련을 중심으로 한 형제국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그간의 행보는 판이했다. 북한이 핵무장의 길을 걸은 것과는 달리 카스트로 정권은 심각한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원전마저 짓지 않는 철저한 비핵화 노선을 택했다. 미국 코앞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다간 정권이 남아나지 않을 거란 현실 인식이 작용한 거다. 북한은 쿠바 역사가 증명하듯 핵 없이도 얼마든지 체제를 지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란과 쿠바 문제를 풀어냄으로써 여유가 생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력을 북한 문제 해결에 돌리도록 애써야 한다. 자칫하면 미국 대선판에 휩쓸려 올해 말까지 한반도 문제가 잊혀질 수도 있다. 우리가 주도하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는 결코 성취할 수 없음을 잊어선 안 된다.
 

[매일경제]

9. 포용력·절제 잃은 정치 국민에 부끄럽지 않나

4·13 총선 공천과정에서 여야가 극도의 계파 갈등 속에 무원칙·무절제한 행태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박계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킨 결과 이들이 연이어 탈당·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나선 데 이어 친박계에 대한 여론 역풍까지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추진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진영 의원은 17일 탈당한 데 이어 20일에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진 의원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에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원조 친박'이다. 그가 박 대통령 임기 중에 야당으로 옮긴 건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타협·포용·절제가 사라진 새누리당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권은희 의원도 대구 북구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해 20일 탈당했다. 비박계 의원들이 탈당하는 다른 한편에서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의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예비후보 간 경선에서 탈락했다. 친박계 인물에 대한 여론의 역풍 아니냐는 해석까지 제기되고 있으니 총선 이후 국정 추진력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극심한 계파 갈등 속에 부산에서 3선을 해온 조경태 의원은 새누리당으로 옮겼다. 위기 수습을 위해 영입된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20일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셀프 전략공천'하는 강수를 뒀다. 그동안 여당을 향한 투쟁과 대치에 무게를 둬온 야당에 김종인·진영 등이 합류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위기관리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더민주당 기존 핵심들과 정책·체질 변화에 채찍질을 가하려는 영입세력이 충돌한다면 총선 이후에도 정치권 혼란은 피하기 힘들다. 조속한 국정 안정보다 자신의 생존과 계파 이익에만 관심을 쏟는 정치판이다.

10. 빚에 짓눌린 한계가구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지난해 전체 가구 중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40%를 웃도는 한계가구는 14.8%(158만3000가구)에 이르렀다. 한계가구는 3년 새 25만8000가구나 늘어났다. 이들 가구가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는 돈은 평균적으로 가처분소득의 104%에 달한다. 빚을 더 내지 않으면 원리금을 갚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 부문 금융부채는 작년 말 이미 14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 부문 순처분가능소득의 1.7배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통계 확보가 가능한 23개국 가계의 부채가 가처분소득의 1.3배 수준이므로 우리나라 가계는 지나치게 무거운 빚에 짓눌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가구는 소비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계가구 중 73%는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가계빚의 뇌관을 제거하는 일은 치밀하고 신속해야 한다. 정부는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고정금리와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로 유도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년 전 정부가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려 도입한 안심전환대출은 실행분 31조원 중 79%가 신용등급 1~3등급에 돌아갔다. 정작 부채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계층에는 혜택이 돌아가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한계가구 중 소득하위 계층, 자영업자, 60대 이상 고령자 가구, 자기 집을 가진 '하우스 푸어'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 정밀타격식 채무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주택 수요와 공급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주택연금의 문호를 대폭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계빚에 대한 근원대책은 소득을 늘려 부채상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재정·통화·주택·고용·복지정책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입체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영국에서 생겨난 커리 ‘치킨티카마살라’…인도와 영국의 음식문화가 합쳐져 탄생

카레를 생각하면 어릴 적 어머니의 주방에서 들려오던 맛있는 소리들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기분 좋은 콧노래 소리와 함께 탁탁탁 리드미컬하게 들려오던 행복한 도맛소리! 어린 필자는 주방으로 달려가 감자와 사과, 당근을 볶다 카레가루를 개어 붓던 어머니 모습을 지켜보며 군침을 삼키곤 했다. 

어린 시절 돈가스와 함께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 카레였는데 사춘기가 지나면서 지루해졌다고 할까. 카레와 차츰 멀어져갔다. 한참 뒤 일본에 유학을 갔을 때 카레가 다시 좋아졌다. 평범한 우리 카레와는 다른 맛, 치킨티카마살라(chicken tikka masala) 덕분이었다. 

일본 도쿄의 작고 예쁜 마을, 마치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우연히 인도 사람과 일본 사람이 함께하는 카레전문점을 발견하고 (사실 그다지 당기지는 않았지만) 공부 삼아 전통 인도 카레를 맛보러 갔다. 메뉴판을 읽는데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으며 특히 여성에게 인기 만점인 치킨티카마살라’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해 주문했다. 한입 먹는 순간 ‘오홋’, 동서양이 오묘하게 섞인 퓨전요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뒤 영국으로 짧은 유학을 떠났다. 영어를 배우러 간 것이 아니라 유럽의 음식이 궁금해서 찾아간 터였다. 그런데 막상 지내보니 영국인이 대중적으로 즐기는 음식은 피시앤드칩스, 매시트 포테이토에 피시파이, 미트파이 같은 것들에 불과했다. 얼마나 단순하고 맛이 없던지. 음식 값이 대체적으로 굉장히 비싼 데 비해 질이 형편없어 실망감이 컸다. 

그때 지인을 통해 유명한 카레전문점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카레집 메뉴판에서 읽었던, 영국에서 제일 인기가 많다는 치킨티카마살라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곳을 찾아가 다른 메뉴는 보지도 않고 곧바로 치킨티카마살라를 주문했다.  눈으로 보는 비주얼은 별로였지만 풍기는 향이 예사롭지 않았다. 맛을 보니 ‘정말 대박’. 일본에서 먹던 치킨티카마살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카레 특유의 향신료 맛과 산미, 풍미 등 3박자를 완벽하게 갖췄다고 할까. ‘그래서 영국 사람들이 이 음식을 그렇게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릇을 싹 비웠다. 

일본에 ‘나메로’라는 음식이 있다. 전갱이와 대파, 생강, 미소 등을 함께 다져서 먹는 음식인데 그 음식이 너무 맛있기에 접시까지 핥아 먹는다고 해서, 일본어로 핥는다는 뜻의 이름 ‘나메로’가 붙었다고 한다. 필자가 그날 먹은 치킨티카마살라도 옆에 손님만 없었더라면 접시까지 싹싹 핥아 먹지 않았을까 싶다.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까지 달라 보이게 한다. 이전까지 필자는 영국 하면 절대강국 또는 딱딱한 영국식 영어를 떠올렸다. 그러나 치킨티카마살라를 먹는 순간만큼은, 영국이 부드럽고 여유 있는 나라로 느껴졌다.

인도의 커리가 영국으로 전해진 것은 1772년 무렵,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시기였단다. 당시 초대 인도 벵골 총독이었던 워런 헤이스팅스가 인도의 혼합 향신료(mixture of spices)인 마살라와 쌀을 영국으로 갖고 간 것이 시초였다. 인도에서 먹던 커리 맛을 잊지 못한 영국인들이 귀국 후에도 커리를 즐기면서 인도의 커리는 영국 사람들 식탁에 자주 오르게 됐다. 처음에는 일부 상류층만 커리를 즐겼지만 일정한 비율로 조합해 만든 커리파우더가 생산되면서 일반 가정에도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커리파우더만 있으면 매번 가루로 갈 필요가 없어 누구나 편하고 손쉽게 커리 맛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먹는 영국의 커리는 오랜 시간 조리법의 변형을 거쳐 영국인 입맛에 맞게 변화된 것이다. 춥고 어두운 영국으로 건너온 커리는 인도의 것보다 좀 더 기름지고 녹진해졌다. 인도의 가벼운 코코넛밀크 대신 버터와 크림을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치킨티카마살라도 인도의 커리 요리기는 하지만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영국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음식이다. 치킨티카마살라는 1960년대 영국의 인도 요리점에서 태어났다. 인도 음식 ‘치킨티카(chicken tikka)’가 영국인이 먹기에 퍼석해 따로 커리소스를 주문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부드러운 커리소스에 인도식 케밥 치킨티카를 넣은 치킨티카마살라는 별로 맵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덜 매운 노란 커리’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마크니(makhani)나 코르마(korma)보다는 좀 더 맵고 색이 진한 편이다. 

영국인은 요리에 토마토를 즐겨 쓴다. 그래서 커리를 만들 때도 토마토퓌레를 넣어 달착지근한 맛을 냈다. 향이 강한 커리를 잘 먹지 못하는 영국인들은 설탕과 요구르트를 넣어 매운맛을 순화시켰다. 여기에 인도의 전통 화덕인 탄두르에서 구워 불맛을 제대로 입혀낸 닭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 넣고 보글보글 한 번 더 끓여낸 것이 바로 치킨티카마살라다. 이렇게 인도와 영국의 문화가 더해져 하나의 훌륭한 요리가 완성됐다.

2. [매경이코노미][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베르디 ‘팔스타프’…“세상 만사는 희극” 해피엔딩 오페라

‘오페라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한마디로 콕 정리해서 얘기해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그럴 때 하는 대답은 기실 별게 없다. ‘사람 사는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음악으로 풀어놓은 것’이란 답변을 가장 많이 하는 편이다. 

주세페 베르디. 이탈리아 오페라를 꽃피운 주역인 그는 평생을 오페라 작곡에 매진했다.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리골레토’ ‘나부코’ ‘오텔로’ ‘일 트로바토레’ 등. 오늘날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의 오페라들이다. 베르디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던 것 같다. 평생 28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던 그가 80세 나이에 또 새로운 오페라 작곡에 매달린 것을 보면.

바로 1893년 작 ‘팔스타프(Falstaff)’다. 베르디는 이미 6년 전 그가 존경하던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오페라화한 ‘오텔로’를 마지막으로 모든 작곡에서 손을 떼고 노년의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오텔로’의 대본을 쓰며 작업을 같이한 아리고 보이토(A. Boito)가 내민 것이 셰익스피어 ‘헨리 4세’ 1, 2부와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을 대본화한 ‘팔스타프’였다. 

전 3막의 오페라 ‘팔스타프’는 한때 고지식하고 성실한 삶을 살았지만, 나이 들면서 술고래에 호색한으로 변모한 팔스타프의 이야기다. 제자이자 친구기도 한 왕자가 왕으로 즉위한 뒤 옛 친구이자 스승인 자신을 불러주리라 기대하지만 왕자가 찾지 않자 낙심한 팔스타프. 돈까지 궁해지자 부유한 유부녀를 유혹해 궁지를 벗어나려는 계획을 세운다. 마을의 부유한 알리체와 메그 페이지에게 똑같은 내용의 연애편지를 보내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자신이 유혹의 손길을 뻗치기만 하면 그 어떤 여자도 넘어오게 되리라는 팔스타프의 망상. 결국 마을의 여인들을 화나게 한 연애편지 공략은 팔스타프가 큰 망신을 당하면서 끝이 난다. 베르디는 이 오페라를 1막의 9중창을 포함해 아카펠라, 푸가 등 섬세한 음악적 어법으로 펼쳐 보인다. 그에 더해 섬세한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위트가 결합하면서 베르디 사상 최초에 가까운 해피엔딩 오페라가 만들어졌다.

팔스타프를 통해 베르디는 그가 평생 그려온 비극 오페라에서 벗어난다. 또 ‘인생은 곧 희극’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전혀 베르디답지 않지만 또 베르디기에 가능한, 깊은 통찰이다. 오페라 속에서 그는 주인공 팔스타프의 입을 통해 ‘명예가 밥 먹여주나(L'Onore!)’라고 신랄히 외치는가 하면 피날레 부분에서 전 출연진이 함께 모여 ‘세상 모든 일은 희극이야(Tutto nelmondo e burla)’라며 유쾌하게 입을 모은다. 전 인생을 통해 꼭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해피엔딩의 오페라를 베르디는 그렇게 완성했다.

알파고의 바둑 실력을 보면서 충격적이기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인공지능에 의해 무엇이 얼마나 파괴될 것인가. 음악은 또 어찌 될까 하는 걱정도. 그러나 베르디가 전하는 오페라 속 합창은 그렇게 쉽게 망가지는 것은 없으리라는 믿음도 들게 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분발한다 해도 살아 있는 사람의 그 복잡다단한 영역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단 말인가.

3. [매경이코노미][HEALTH] 구취 대명사, 잇몸 내려앉는 ‘치주염’…잘못된 양치 습관·흡연·음주가 主敵

치아 건강은 ‘오복(五福)’ 가운데서도 으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한 치아를 타고났다고 해도 잘못된 양치 습관을 지속하면 치주질환의 발병을 막을 수 없다.

입속 세균을 제대로 청소하지 못해 생기는 치주염은 치아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만성 치주질환이다. 잇몸 염증이 심해져 뼈 부위로 옮겨가면서 뼈가 녹아내리고 주변 잇몸이 함께 주저앉는다. 

치주염의 대표 증상은 잇몸 부위 출혈, 욱신욱신한 통증과 함께 구취가 나는 것이다. 흔히 ‘우리하다(몹시 아리거나 또는 욱신욱신하다)’고 표현하는데 점차 악화되면서 고름이 나오고 더 심해지면 치아가 흔들리게 된다.

치주염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입속 세균이다. 구강 내에는 2억여마리의 세균이 산다. 플라크라고 하는 이 세균 덩어리는 음식 찌꺼기와 함께 치아 구석구석 끼이게 되며, 침과 함께 섞여 치석을 형성한다.

차재국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치주과 교수는 “치석은 마치 세균의 집과 같다. 치석이 없는 치아는 매끄러워서 세균이 잘 번식하지 못하지만 치석이 있으면 세균이 잘 붙는다.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세균이 활성화되면서 잇몸의 염증을 일으키고 뼈까지 파고들어가면 치주염으로 발전한다. 치주염은 우리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마다 급격히 악화되는 계단식 증상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치주염 치료는 염증의 깊은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치석을 제거해주는 스케일링이 1단계다. 스케일링만으로 안 될 때는 잇몸 치료를 한다. 잇몸 안에도 치석이 생기기 때문에 잇몸과 치아 사이에 뾰족한 기구를 넣어 긁어낸다. 더 증상이 심할 때는 잇몸을 열어젖혀 안쪽을 청소한 후 꿰매는 잇몸 수술에 들어간다. 이마저 안 되면 결국 치아를 뽑아야 한다.

치주염은 특히 당뇨나 류머티즘 질환, 심혈관질환 등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등 타 질환과 상관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치주염 예방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차 교수는 “구강 세균에 감염돼 잇몸 조직과 잇몸 뼈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치주염을 앓게 되면 몸 전체가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뚜렷한 근거나 기전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입은 우리 몸의 기관 중 바깥과 직접 연결되는 뻥 뚫린 통로다 보니 세균 번식 가능성도 높고, 우리 몸 곳곳으로 연결되기도 쉽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치주염 예방의 시작은 올바른 양치 습관이다. 치간칫솔이나 치실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 가글링까지 해주면 가장 좋다. 치주염 환자의 경우 치간칫솔 사용이 꼭 필요하다. 올바른 양치법은 가로가 아닌 세로 방향으로 3분 이상 이를 닦는 것. 치주염 환자는 특별히 변형바스법이란 양치 방법이 권장된다. 이와 잇몸 사이에 45도 각도로 칫솔을 대고 칫솔모의 일부가 이와 잇몸 사이로 들어가게 해서 닦아주는 방식이다. 주기적인 스케일링도 필요하다. 이상적인 주기는 6개월에 한 번. 치주염이 생겼다면 1년에 3~4회가 권장된다. 스케일링을 받은 후 이가 시린 경우가 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치아에서 치석이 제거된 부분이 외부 자극에 적응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해서다.

차 교수는 “치주염은 완치의 개념이 없다. 당뇨병처럼 꾸준히 계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라면서 “특히 치주염 환자에게 음주와 흡연은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4. [머니투데이][박종면 칼럼]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모든 사람은 죽는다. 혼자서 죽는다. 예외가 없다. 그래서 라틴어 ‘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HODIE MIHI CRAS TIBI)는 진리다. 직역하면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뜻이다. 오늘은 내가 여기 공동묘지에 죽어 누워 있지만 내일은 당신 차례라는 의미다.
이 명쾌한 명제를 수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대개는 이런저런 이유로 진실과 직면하는 걸 꺼린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인물처럼 우리는 죽음을 직시하는 게 너무 두려워 자신이 죽을 운명이란 사실을 잊고 살려고 애쓴다. 이건 잘못이다. 

어떤 마을에서 누군가 죽으면 교회의 종이 울리곤 했다. 오늘도 종이 울려 누가 죽었는지 알아보려고 심부름하는 아이를 보내려다 문득 깨닫는다. 종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 울리는 것이란 사실을. 인간이 발전하는 것은 아무리 보잘것 없는 일이라도 그것을 나와 연관짓는 각성 내지 깨달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올 1월 열린 다보스포럼은 주요 국가에서 앞으로 5년 동안 500만개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고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반신반의했다. 의례적으로 하는 얘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최고 바둑고수가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과 바둑시합을 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이세돌 9단도 그렇게 말했지만 대부분 당연히 사람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현주소는 예상보다 훨씬 대단했고,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인공지능이 먼 미래 일이 아니라 지금 바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바둑고수는 그 앞에서 투혼을 보여줬고 처절하게 싸웠지만 그게 끝이었다. 인공지능에 오늘은 이세돌이 패배했지만 내일은 내가 패할 것이다. 교회의 종소리는 이세돌이 아니라 나를 위해 울리는 것임을 각성해야 한다. 세상은 상상을 초월해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죽음의 가능성이 욕망을 자극하고 죽음이 있어 삶이 소중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이다. 알파고의 승리는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혁명의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던진 화두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근본적으로 판을 다시 짜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라도 기업도 개인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요즘 재계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나 시내면세점 사업권 확대문제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시장독점으로 인한 요금인상이나 콘텐츠시장 황폐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거대기업의 국내 진출이 임박했음을 감안하면 합병에 따른 이런 부작용들은 오히려 지엽적일 수 있다. 

시내면세점 사업권 확대도 정책의 일관성 상실이나 신라 신세계 한화 두산 등 5개사의 피해와 같은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한 해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 넘고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규제일변도의 면세점 정책은 더 이상 곤란하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다.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용기를 내 받아들여야 한다.

5. [한국일보]미군 최초의 흑인 지휘관 플리퍼

헨리 오시언 플리퍼(Henry Ossian Flipper, 1856~1940)는 미국 최초의 흑인 육군사관학교 졸업생이다. 1877년 소위로 임관한 뒤 소대를 이끈 첫 흑인 지휘관이기도 하다. 그의 복무 기간은 5년에 그쳤다. 부대장 등이 그에게 누명을 씌워 불명예 제대시켰기 때문이다. 그가 오명은 벗은 것은 100년 뒤였고, 1999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그 일에 대해 미국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플리퍼는 조지아주 토머스빌 흑인 노예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의 주인은 폰더(Ponder)라는 부유한 노예상인이었다.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났고, 그 해 12월 수정헌법 13조(노예제와 형벌 외 강제노역 금지)가 발효됐으니 태어날 무렵에는 그도 노예였다. 

헌법의 기운이 남부의 혈관으로 스미는 데는 물론 꽤 긴 시일이 걸렸지만, 플리퍼는 용케 애틀란타 대학에 입학했고, 1학년 때 주 하원의원 추천으로 웨스트포인트에 입교했다.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흑인 전투 공적을 기려 웨스트포인트는 종전 이듬해부터 흑인 생도의 입교를 허용했지만 졸업한 이는 없었다. 흑인 장교가 백인 병사를 지휘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차별이 당시 교관과 생도들 사이에 있었다. 그의 졸업은 그 자체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임관과 동시에 제10기병대에 배속된 그는 서부 텍사스 인디언 전투에 투입돼 적잖은 전과를 올렸고, 그 해 10월 소대장이 됐다. ‘버팔로 솔저(흑인 곱슬머리를 버팔로 털에 빗댄 말)’라 불리던 흑인 소대였지만, 그는 미군 역사상 최초의 흑인 지휘관이었다.

부대장이던 니콜라스 놀런 대위는 그를 차별 없이 대했다고 한다. 부대 내 차별 역시 심각했다. 놀런의 딸과 친구처럼 지낸 점을 ‘부적절한 행실’로 투서, 모욕적인 조사를 받게 하기도 했다. 부대장이 바뀐 뒤 병참 부서로 전출된 플리퍼는 1881년 7월 부대 운영자금 2,000달러가 빈다는 사실을 안 뒤 즉각 보고하지 않은 죄목으로 군법회의에 회부됐다. 동료 장교들이 그를 내쫓기 위해 조작한 일이었고 돈은 나흘 뒤 회수됐지만, 재판부는 82년 6월 그를 불명예 전역시켰다. 전역 후 그는 기술자로, 정치인 보좌관으로 일했다.

1976년 그의 후손들과 지지자들이 재조사를 청원, 신원(伸寃) 작업이 시작됐다. 클린턴이 사과하기까지 그로부터 23년이 걸렸다. 99년 웨스트포인트에는 플리퍼의 흉상이 섰고, 이후 매년 “난관을 딛고 기율과 리더십을 발휘한” 졸업생에게 ‘헨리 플리퍼’상을 수여하고 있다. 그는 1856년 3월 21일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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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21일 신문 브리핑 #

"감사하는 마음은 가장 훌륭한 미덕이며 다른 모든 덕의 어버이다."
- 키케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2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주 당정협의를 거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규제 프리존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19대 국회에 대표 발의할 계획임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도입하는 '규제 프리존'에서 사업 인허가 절차가 원스톱으로 바뀌고, 규제 프리존의 지역전략산업 27개는 10개 이상 개별법에 걸쳐 있는 사업 인허가 절차를 통합해 심의하기로 함

2. 삼성전자가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뤄진 5단계 직급체계를 '사원-선임-책임-수석'의 4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함
- 결재 단계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직무 위주의 수평적 관계를 정착시켜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임

3. 승차 거부없는 심야 대중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콜버스'가 다음달 정식 운행을 앞두고 난관에 봉착함
- 서울시가 시범서비스 기간 콜버스 운행시간을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로 제한하려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콜버스 운행시간이 제한되면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심야 교통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콜버스를 도입하기로 한 취지도 크게 후퇴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옴

4.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이 2013년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 요청을 해오면 대신 상환해주기로 함
- 작년에 16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두산건설은 자력으로 RCPS를 상환할 수 없는 상태로, 두산그룹은 두산DST매각 본입찰을 25일 하는 등 계열사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

5. 중국 정부가 한국산 전기버스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다음달에 끝내고 보조금 지급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함
- 최근 중국이 한국산 배터리 제품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갑자기 제외한 조치에 한국 정부가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데따른 것임

6. 서울대가 육성하는 대학기업의 연간 매출이 중국 베이징대 대학기업의 0.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남
- 중국 대학들이 30여년 전부터 대학기업 육성에 나서 연매출 수조원의 기업을 키운 데 비해 서울대 등 한국 대학은 창업과 기술 사업화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뒤처지 것이란 분석임


<< 금융/부동산 >>
1. KDB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
- 대우증권 인수전에 이어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와의 3파전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임

2. 히스(한국인슈어런스서비스.HIS)보험중개가 국내 보험중개업체 최초로 영국 로이즈 시장에 진출함
-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글로벌 보험시장의 중심지인 로이즈는 개인과 법인들로 구성된 협회 성격으로, 90여개의 신디케이트(기업연합체)와 190여개 보험중개업체가 로이즈에 소속돼 있음

3. 연 10% 안팎의 수익률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인 간(P2P) 대출 시장에서 연체 이력이 없고, 상환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던 한 차입자가 갑자기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바람에 수십 명의 대출자들이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사례가 나옴
- 지난해 9월 P2P대출업체 8퍼센트를 통해 34명의 투자자로부터 1500만원을 대출받은 한 40대 남성이 두 차례 원리금을 상환한 뒤 이달 들어 개인회생을 신청함


<< 국제 >>
1.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지난 18일 룰라 전 대통령의 수석장관 임명을 유예하고, 그에게 비리 혐의 수사를 받으라고 명령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함
- 연방대법원의 명령은 전날 지역 연방법원 판사들이 룰라의 수석장관 임명이 부당하다면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자 상급법원인 연방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을 다시 뒤집은 것으로서, 16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꺼내 든 '룰라 카드'는 이틀 사이에 세 번의 반전을 거치며 무산됨


<< 사회/기타일반 >>
1. 식품의약안전처가 비만과 당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당류 섭취를 줄일 국가 차원의 대책을 내놓을 예정임
- 식약처는 "이달 안에 당류 저감 목표와 저감 대상 식품을 선정하고 표시 방법 등을 홍보하는 내용을 담은 제1차 당류 저감종합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20일 밝힘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상환전환우선주(RCPS) : 복습입니다^^
-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분류되지만 회사가 상환권을 가지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
회사채 이자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가가 오르면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길 수 있어 기본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편임
-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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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8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막가파 공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여야 공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분통과 냉소로 요약된다. 말끝마다 국민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이 막상 하는 짓거리를 보면 국민이 손톱만큼이라도 안중에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보수 집권당에서 4년마다 벌어지는 ‘공천 학살극’이나 현 정부를 독재로 몰아붙이는 진보 야당에서 자행되는 ‘독재 공천’이나 목불인견(目不忍見)이긴 매한가지다.

정당이 선거에 나설 후보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추천하는 게 공천이지만 현실은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계파 이기주의가 난무할 뿐이다. 여론과 인지도, 의정활동 등의 원칙이나 기준도 작동하지 않고 투명성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권력자나 그 하수인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칼질하고 국민의 선택을 강요하는 권력의지만 판치니 “누가 누구를 물갈이한단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질 만도 하다.

이처럼 자의적인 막가파식으로 이뤄지는 공천은 후폭풍이 거세기 마련이다. 패자가 결과 승복과 함께 승자를 축하하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먼 나라 일이고 당을 뛰쳐나가 무소속이나 다른 당 후보로 나서서 여태 몸담았던 당을 공격하는 게 관행화되다시피 됐다. 여기에 대해선 유권자들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2. 한국은 얼마나 행복한 나라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국민들이 느끼기에 과연 얼마나 살기 좋은 환경일까. 한국이 세계 각국 가운데 행복지수가 58위로 나타났다는 소식에 새삼스럽게 던지는 질문이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에 나타난 순위다. 행복지수라는 표현대로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얼마나 행복을 느끼고 있느냐 하는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이 전년 보고서에서 47위에 올랐다가 올해는 더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1년 사이에 행복의 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뜻일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여력과 건강수명, 사회 분위기 등의 지표를 통해 측정한 결과다.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이나 어려운 처지에 닥쳤을 때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있는지도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고 한다.

이러한 평가 항목을 떠나서도 우리가 날마다 겪는 사회는 짜증나고, 불안하고, 심드렁하다. 밝고, 유쾌하고, 웃음을 주는 일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는 불만을 더 많이 느끼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경제불황에 청년실업, 전셋값 폭등, 가정폭력, 보복운전 등 신문 활자로 전달되는 요즘의 사회 분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살기가 팍팍하다고 해서 정치인들에게 하소연할 처지도 못 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조사된 덴마크나 그 뒤를 잇는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사례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꼭 경제적인 요소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적인 요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근면하고 검소한 태도로 생활의 여력을 키워가는 노력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남을 위해 배려하고 도우려는 마음가짐이 아쉬울 때도 적지 않다.

우리의 사회 여건도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살기 좋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면서 빈부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는 데다 능력은 있어도 연줄이 없으면 흙수저를 면치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로 미래에 대한 불안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자식들에게 이런 사회를 물려줘야 할 것인가. 내년에는 행복지수 순위가 더 떨어지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동아일보]

3. 새누리 공천 內戰, 김무성은 ‘보여주기 리더십’밖에 없나

새누리당이 어제 김무성 대표의 거부로 정식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못했다. 대신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만이 간담회 형식의 최고위를 열었을 뿐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김 대표와 같이 가기 어렵다’는 막말까지 나온다. 공천관리위 외부 위원들이 전날 김 대표의 ‘공천 비판’ 기자회견을 문제 삼아 회의를 보이콧하는 바람에 공관위도 중단됐다. 친박 지도부가 사과를 요구했으나 김 대표는 단칼에 거부했다. 비박계 의원 일부는 친박계에 맞서기 위해 의원총회를 추진하고 있다. 당이 두 동강 날 듯하다.

내전(內戰)을 방불케 하는 사태의 1차 책임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에게 있다. 당헌 당규의 상향식 공천 원칙을 무시하고 예외적으로 적용해야 할 단수와 우선추천을 원칙이나 되는 것처럼 밀어붙였다. 이 위원장은 친박을 뒤에 업고 친이명박계와 유승민계 위주로 탈락시키고, 친박계와 진박(진짜 친박) 예비후보를 대거 공천했다. 과거 2008년과 2012년 총선의 친박과 친이 학살 때도 이 정도로 명분 없이 하진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표라도 독립기구인 공관위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의를 요청하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일방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비공개 최고위 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공관위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분란을 일으키려는 언론 플레이나 다름없다. 최고위를 멋대로 연기한 것도 독단이다.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가 공관위의 독주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친박계 김태환 의원이 1차 컷오프됐을 때 시작했어야 한다. 서상기 주호영 권은희 홍지만 의원이 2차 컷오프됐을 때도 김 대표는 잠자코 있었다. 이후 친이계와 비박계가 우수수 탈락하자 뒤늦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 와중에도 권성동 김성태 김학용 박민식 등 김 대표 측 의원들은 살아남았다. 김 대표가 비박계 학살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는 ‘쇼’를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김 대표는 2014년 10월 ‘개헌봇물론’ 발언부터 최근 살생부 논란까지 몇 차례 박 대통령과 친박에 맞서다 30시간도 못 돼 물러서곤 했다. ‘30시간 법칙’이란 말이 그 바람에 생겼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자초했다.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듯한 여당 공천에 국민은 크게 실망했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이런 상태라면 선거 뒤 집권당이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각한 난맥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김 대표는 더는 “정치생명을 걸겠다”라는 말도 못하게 될 것이다.

4. 인공지능 산업에 1조 투자한다고 ‘숙제 검사’는 말아야

미래창조과학부가 어제 인공지능(AI) 등 지능정보산업 분야에 올해부터 5년 동안 1조 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네이버 등 6개 대기업이 30억 원씩 총 180억 원을 출자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면 재정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능정보기술이란 AI 개발 소프트웨어(SW)로 대표되는 ‘지능’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정보’를 결합한 개념을 말한다. 

하지만 정부가 1조 원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조기에 성과를 내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사족을 단 대목에선 뒷맛이 개운치 않다. 예산을 지원한 뒤 감사를 통해 해마다 일정 성과를 독려하는 방식은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제조업이면 몰라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AI산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숙제 검사’다. 경쟁이 기본인 민간기업으로부터 돈을 걷어 공동 연구소를 만드는 방식도 관료주의 냄새가 난다. 

정부가 AI산업의 방향을 미리 정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미래부는 지능정보산업의 핵심 분야를 ‘플래그십(주력 제품) 프로젝트’로 지칭하고 2019년까지 지식 축적 분야의 기술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정부가 깃발을 들며 ‘나를 따르라’고 하는, 1970년대 맨땅에 헤딩하듯 급조한 중화학공업 육성책을 연상시킨다. 정부 주도 개발시대의 추억에 젖은 관료가 AI산업의 밑그림을 성급하게 그리고 재촉할 일이 아니다.

AI산업은 자동차, 조선처럼 다른 나라 제품을 모방하면서 점차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무(無)에서 무궁무진한 유(有)를 창조하는 분야다. 성패는 오직 추리력, 상상력에 달렸고 일단 선점하면 그걸로 승부는 끝이다. 게임의 열쇠는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다. 캐나다고등연구원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의 말만 듣고 10년 동안 1000만 달러를 기계학습 분야에 투자했고 힌턴 교수는 ‘딥러닝’ 개념으로 AI 시대를 열었다. 

정부 예산으로 전문 인력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 만들 지능정보기술연구소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핵심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연구소장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해 전권(全權)을 주고 관료들은 손을 떼야 한다.

[서울신문]

5. 北 인권문제 국제사회에서 공론화 주도할 때

어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제재 조치들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기업·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 포괄적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을 금지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새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려는 시점에 나온 ‘인권 카드’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 문제를 다룰 ‘전문가 그룹’ 설립을 권고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북 인권 문제를 비핵화를 견인하는 수단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닐 게다. 우리는 이를 북한 주민들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류 보편적 잣대로 다룰 때라고 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어제 최근 북한이 여성 근로자들을 중국에 대거 파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 해외 근로자 파견 금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침해를 제재하는 조항을 넣은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은 이런 빈틈을 메우려는 수순이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죄는 차원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국외로 송출한 노동자들이 ‘노예 노동’으로 간주될 정도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 아닌가. 중동 지역 북한 노동자들이 “월급의 70∼80%를 북한 당국에 상납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검열단에 뇌물까지 줘야 한다”는 RFA 보도 내용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간 북 인권 문제에 대해 제3자인 국제사회에 비해 미온적이었다. 유엔은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다음해인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왔지만, 우리 국회는 발의한 지 11년 만에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북 주민들이 당하는 인권 유린을 외면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북 내부에서 벌어진 공개 처형이나 강제 수용소 감금 등을 못 막은 것은 고사하고 배를 곯다 국경을 넘으려던 탈북자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는 것조차 방치해 왔으니 말이다.

매년 5000만 달러 수준인 유엔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제재 국면에선 늘어나기 어렵다. 북 주민들의 극심한 생활고를 덜려면 김정은 정권이 속히 핵·미사일 개발을 관둬야 할 근거다. 그럼에도 그제 서세평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우리 공화국 인민들은 날마다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고 인권 침해 사실을 부인했다. 잠꼬대 같은 소리지만, 북 인권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던 북측이 다시 나타난 사실 자체가 이 문제가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임을 말한다. 통독 전 서독이 그랬듯이 인권 문제 제기는 늘 주민의 삶보다 체제 유지가 우선인 전체주의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명분 있는 비대칭 무기다. 지구상 최악이라는 북 인권 문제를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앞장서 공론화해야 한다.

6. 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체계적으로 조사하라

약탈당한 것으로 알았던 지광국사현묘탑의 사자상이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있었다는 어제 서울신문 보도는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 어떤 유물이 어디에 있는지 문화재 당국조차 알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보 제101호 지광국사현묘탑은 고려시대 고승인 지광국사 해린의 승탑이다. 애초 강원 원주 법천사터에 있었지만 일본으로 반출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마당에 자리잡았다. 팔각원당형이 승탑의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화려하게 장식한 사각의 독특한 형태로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이렇듯 중요한 문화재마저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었으니 문화재 행정의 문제가 크다.

중앙박물관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사자상의 존재를 확인해 보존 처리를 거쳤고, 지난해에는 학술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실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자상의 일제강점기 반출설(說)’이 학계에서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했던 마당에 그 존재를 확인하고도 공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랫동안 수장고에 수많은 유물을 쌓아 놓고 있으면서도 기초적인 관리 카드마저 작성하지 않은 일종의 직무 유기를 숨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이 같은 사실을 중앙박물관으로부터 통보받고도 인터넷 홈페이지의 ‘문화재 검색’ 코너에 슬며시 내용만 고쳐 놓은 문화재청도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문화재청은 6·25 전쟁 때 파괴된 것을 어설프게 복원한 지금의 지광국사현묘탑을 조만간 해체해 정밀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 지광국사현묘탑의 사자상이 알려진 것과 다르게 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었다는 소식은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앙박물관이 어떤 박물관인가. 광복 70년이 넘도록 국가 대표 박물관조차 유물 소장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국립박물관의 유물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품위 있는 선진 문화 국가로 대접받기를 원한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모두 30만점에 이른다고 한다. 유물 조사에는 많은 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도 중앙박물관의 인력 확충에 인색하면 안 된다. 유물 정리는 꼭 정규직이 아니라도 좋을 것이다. 청년 실업 시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기도 하다.

7. 인문학 지원이 도리어 죽이는 꼴 안 돼야

인문학 발전 계획을 잘 세운 대학들에 교육부가 예산을 지원한다. 지난해 예고했던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코어 사업)이다. 어제 교육부는 사업 기준에 부합한 프로그램을 제출한 대학 16곳을 우선 선정해 발표했다. 해당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7곳과 지방대 9곳이다. 선정된 대학들에는 앞으로 3년간 해마다 600억원의 예산을 나눠 주기로 했다. 참여 규모와 사업 계획에 따라 매년 12억~37억원의 목돈을 차등 지원한다.

이 사업은 대학 인문 분야 교육 프로그램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최초의 정책이다. 인문학의 위상을 살리되 사회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인문학 교육 모델을 제시한 대학들을 밀어 주겠다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맞게 특화된 인문학 교육을 확대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전공 계열에 상관없이 학생들이 다양한 인문 교육을 받게 할 수 있다면 고사 위기의 인문학을 살리는 특단의 처방일 수 있다. 문제는 예산 잿밥에만 관심 있는 대학들과 그럴싸한 사업 계획에 정부가 헛돈을 쓰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인문학을 살리자고 내놓은 정책이 순수 학문의 뿌리를 말리는 꼴이 될까 걱정이 많다.

냉정히 따져 코어 사업은 태생적 한계를 안은 정책이다. 지난해 정부는 대학 이공계 강화를 목표로 ‘프라임 사업’을 추진했다. 이공계 학과 위주로 입학 정원을 조정하게 유도하는 대학 구조조정 사업이다. 안 그래도 위축된 인문계 학과들이 설 땅이 없어진다는 비판에 보완책으로 서둘러 나온 것이 코어 사업이다. 그러니 웬만한 대학들은 덩치가 큰 프라임 사업에 사활을 걸어왔다. 산업 수요를 고려해 구조조정을 잘하면 최대 300억원의 뭉칫돈을 주겠다는데 마다할 대학이 있을 리 없다. 교육부의 눈에 드는 사업 계획서를 만들겠다고 대학들이 지난 몇 달 동안 컨설팅 업체에만 매달렸다는 탄식이 들린다.

이런 마당이니 더 걱정이다. 정부가 제시한 코어 사업의 핵심 모델은 기존의 인문학과 프로그램을 사회 수요가 많은 학과와 융복합하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인문학에서 취업에 유리한 학과 쪽으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 “돈 되는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짜라”는 또 다른 신호로 읽힐 우려가 작지 않다. 신호를 따라오는 순서대로 상금을 나눠 주는 얕은 정책이어서는 인문학을 돌볼 수 없다. 계획과 달리 부실 운영을 하지는 않는지 앞으로 현장의 만족도까지 두루 챙겨 평가해야 한다. 실질적인 감독 의지가 뒤따라야 정책의 취지를 꾸준히 살려 나갈 수 있다.

[매일경제]

8. 규제프리존 성공하려면 부처 칸막이 먼저 없애라

정부와 새누리당은 어제 규제프리존특별법 제정을 위한 당정 협의회를 열어 이달 중에 입법화하고 5월부터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규제프리존은 전국 14개 시도에 총 27개 지역전략사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업을 추진할 때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모두 철폐하고, 관련 법안이 없는 신산업에 대해서는 '그레이존'을 설정해 30일 안에 확인되지 않으면 규제가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전략사업에는 드론과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등 신성장 산업이 포함돼 있어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묘안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도입이 절실하다. 새누리당은 "규제 개혁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만큼 야당과 함께 공동 발의하도록 하겠다"며 강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정부와 여당이 규제프리존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사업 협의 과정에서 카지노 허가 확대와 연구용 난자 기증 등 수십 개 사업에 대해 해당 부처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 도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작하기도 전에 부처 장벽에 가로막히면 규제프리존 도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야당을 설득해 여야 공동 발의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공표했지만 일부 사업에 대해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입법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은 규제프리존특별법의 일부 내용이 의료와 관광 분야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할 수 있고 골목상권을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의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규제프리존 도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사업을 주도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도 규제프리존 성패를 좌우한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해당 지자체는 철폐돼야 할 규제를 발굴하고 신산업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규제프리존 도입은 각종 규제로 발전하지 못하는 신성장 사업을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정책이다.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비상시국이니만큼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9. 與 공천 자중지란이 국정 최대 걸림돌이 된 현실

새누리당의 친박·비박계 간 공천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17일 비박계 대거 탈락 공천안 추인을 거부하며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자 친박(親朴)계 최고위원들이 따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지도부가 아예 두 쪽으로 쪼개진 양상이다. 어제는 외부 공천관리위원들이 김 대표 사과를 요구하며 공관위 회의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상향식 공천만 외치다 현역 물갈이, 인재 영입, 국민 경선 어느 것 하나 해내지 못한 김 대표도 문제지만 기준도, 원칙도 없이 오로지 계파와 충성도만 따져 막무가내식 공천을 강행한 이한구 공관위원장과 친박계의 막가파식 행보도 끝을 모를 지경이다. 당 대표를 향해 "죽여버려" "바보 같은 소리" 등 막말이 난무하고 최고위원들끼리도 하극상이 횡행한다. 공천 탈락 의원들은 저마다 탈당,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고 있으니 명색이 집권여당이 사분오열, 모래알 분위기다. 김 대표는 최종 공천 명단에 대표 도장을 찍지 않는 옥새 투쟁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하고 청와대와 친박 주류들 역시 "김 대표와 같이 갈 수 없다" 며 일전불사 태세라고 하니 나라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듯하다. 어제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53.2%로 치솟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40.7%까지 떨어지는 등 당·정·청이 동반 추락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하든 새누리당의 70% 이상을 자기 사람들로 채우겠다는 친박계의 패권주의는 비례대표 선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선캠프 출신들은 물론 전·현직 관료, 공기관 수장들까지 직(職)을 내던지고 배지 앞에 달려드는 형국이다. 막말 파문으로 공천 배제된 윤상현 의원 지역구의 재공모를 미루는 것 역시 꼼수 중의 꼼수다. 새누리당 친박계 내에서는 악화되는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어중간한 170석보다는 친박으로 똘똘 뭉친 150석이 낫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도 150석을 자신하니 이 또한 오만의 극치다. 망국법으로 지탄받아온 국회선진화법은 고칠 생각도 없고 당권·대권만 챙기겠다는 의미다. 북한 핵 도발, 사상 최고 청년실업률 등 국가 안보·경제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집권여당이 패권 싸움에 여념이 없으니 나라의 앞날이 캄캄하다.

10. 美 북한 외화벌이 차단, 中·러 협력 끌어내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발동한 대북 제재 행정명령은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조치여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보완하는 이번 행정명령에는 북한의 국외 노동자 송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또한 광물 거래, 인권침해, 사이버 안보, 검열, 대북 수출·투자에 대한 포괄적 금지 조항과 함께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 은행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조항도 들어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한 거듭된 도발에 대해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로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40여 개국에 10만명 가까운 노동자를 파견해 외화를 벌어온 김정은 정권은 실질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는 당초 유엔 안보리 제재안 작성 때 거론됐으나 중·러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빠졌는데 미국 정부가 이번에 빈틈을 메운 것이다. 

미국 정부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를 발동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하려면 더욱 치밀하고 효과적인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도 북한 정권의 돈줄을 죄어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도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조치를 하나둘 취해 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중국 기업이 여전히 북한산 철광석을 반입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북한 광물 거래 제한에 대해 중국은 민생 목적이거나 대량살상무기와 무관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내용을 관철시켰다. 러시아는 나진항을 통해 수출되는 러시아산 광물은 제재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 이는 자칫 북한 돈줄 차단에 큰 구멍이 될 수도 있다. 추가 핵실험을 공언하는 북한을 강력히 응징하려면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의 대북 제재에 적극 협력하면서 자국의 제재 조치에 어떤 빈틈도 없도록 보완해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리뷰]홍광호, 귀를 호강시키는 위로의 목소리…뮤지컬 '빨래'

홍광호(33)의 달콤한 목소리가 삶의 묵은 때를 빨래하듯 씻겨냈다. 16일 오후 4시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1관 뮤지컬 '빨래'에서 벌어진 마법 같은 순간이다. 풍성하고 고급스런 홍광호의 목소리는 '꿀성대'로 통한다. 꿈결에 들려오는 듯하다. 귀가 호강하는 동시에 위로를 받는다. 

홍광호는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데스노트' 등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영국 런던에서 개막한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뉴 프로덕션의 베트남장교 '투이' 역을 맡아 '2014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월드닷컴 어워즈' 조연 남자배우상, '제15회 왓츠 온 스테이지' 최고조연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인정 받았다.

'빨래'는 250석짜리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다. 홍광호는 앞서 2009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 오른 '빨래'에서 몽골 이주노동자 '솔롱고' 역으로 호평 받았다. 당시 홍광호가 부른 솔롱고 넘버 '참 예뻐요'도 인기를 누렸다. 이후 자신의 콘서트에서도 이 곡을 자주 불렀다. '빨래'에 애정을 놓지 않던 그는 바쁜 스케줄과 높은 몸값에도 7년 만에 돌아왔다. 

4월 공연 티켓 13회차가 오픈 동시에 2분, 3월 공연 티켓 12회차가 3분 만에 매진됐다. 평일 낮 공연임에도 이날 역시 객석은 가득 찼다. 

대극장에서 공연 전체를 서서히 덮어가며 웅장하게 녹아냈던 홍광호의 목소리는 소극장에서 서서히 번져갔다.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솔롱고와 서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나영' 등 서민들의 팍팍한 인생살이는 관객들에게 저릿저릿 다가온다. 

홍광호의 스타성을 확인하는 순간들로 공연장은 터질 듯했다. 초반 솔롱고의 솔로곡 '안녕'을 부르고 2층 무대에서 씨익 웃는 장면은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잔잔한 하모니카 연주는객석을 위한 보너스였다. 나영이를 지켜보며 부르는 '참 예뻐요'에서 다른 등장인물들의 동작은 멈춰 있고 솔롱고만 홀로 노래를 부르는데, 실제 시간도 멈춘 듯했다. 

홍광호의 연기력은 한층 탄탄해져있었다. 특히 서점에서 불법해고를 당한 선배를 위해 사장인 '빵'에게 대든 뒤 술을 먹고 취한 나영이 솔롱고의 집주인과 싸움이 붙었을 때가 정점이다. 나영이를 보호하면서 대신 맞는 모습에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능수능란함도 늘었다. 2막 초반 일종의 보너스 장면으로 홍광호가 베스트셀러 소설 '빨래하는 남자'의 작가로 변해, 나영이가 일하는 서점에서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선글라스를 낀 채 건들거리며 사인해주는 모습에 관객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망가진 모습에서도 홍광호는 품위를 잃지 않는 태연함을 보였다.

홍광호는 이처럼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튀지 않는 묘를 발휘한다. '빨래'는 앙상블의 뮤지컬이다. 솔롱고와 나영 외에 반신불수 딸을 돌보는 주인할매, 동대문에서 여자 옷을 파는 과부 등 서민들이 어우러지며 위로를 받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빨래'를 함께 하며 쌓인 때와 그 속의 아픔까지 씻어버린다. 

솔로 넘버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지만 앙상블에서는 다른 7명의 배우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홍광호는 이처럼 능수능란하게 힘을 조절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를 통해 새삼 '빨래'가 좋은 작품이라는 걸 환기시킨다. 그가 이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는 이유다. 홍광호가 '홍롱고'인 이유다. 

지난해 6월 10주년 특별공연을 선보인 '빨래'는 11년차에 들어서도 이 시대에 없어진 것으로 보이는 감성과 정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스타배우와 작은 소극장 뮤지컬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모범사례가 됐다. 

이번 시즌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첼로 등 라이브 밴드가 함께 한다. 18차 프로덕션으로 지난 10일 개막했다. 내년 2월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1관. 홍광호는 4월24일이 마지막 출연 회차다. 

2. [프레시안]환경운동가의 카페? 변절하든가 망하든가!

최근 나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생겨나기도 하고, 가장 많이 망하기도 한다는 카페 사업에 뛰어들었다. 10년을 환경, 기후 변화, 에너지만 고민하던 활동가이자 연구원인 내가, 커피를 사기만 했지 팔아본 적도 없던 내가, 장사의 영역으로 넘어오니 에너지 문제는 아주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요즘 느끼는 것이 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는 주차장이 넓어서 차를 가지고 오기 편해야하고, 낮은 건물이라도 엘리베이터가 있어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어줘야 한다. 상점 안은 인버터 냉난방기가 설치되어 있어 비효율적이지만 냉난방기를 시야에서 가려준다. 마지막으로 설치는 되어 있지만 잘 쓰이지는 않는 비데가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어야 손님들이 기본적으로 괜찮은 곳이라고 인지한다고 한다. 이것이 내가 처음 배운 장사의 영역에서 에너지를 대하는 자세다.

적정 온도를 이야기하고, 인버터 냉난방기의 비효율성을 이야기해왔던 내가 이런 첫 경험을 통해 내면의 갈등이 시작될 즈음 또 다른 충격을 받게 됐다. 왜냐하면 상업용 전기제품의 전력 소비는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스무디나 주스를 만드는 블렌더는 상업용이 1.3킬로와트 정도는 넘어줘야 쓸 만하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업용 커피머신은 4킬로와트가 상시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일반 가정의 계약 전력이 3킬로와트인 것을 감안하면 커피 머신 하나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영업용 제품에는 에너지 효율 등급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용처럼 눈으로 바로 확인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마음먹고 한 걸음 한 걸음 장사의 영역으로 들어설수록 나는 에너지나 기후 변화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의 질문을 던지고 싶다. 무엇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하는 걸까? 의식 없는 사업자의 문제인걸까? 그것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문제인걸까? 아니면 이것을 방치한 제도의 문제인 걸까?

아직은 먼 이야기, 탈핵과 에너지 전환

암묵적으로 우리가 더 많은 에너지를 쓰도록 강요받고 강요하는 것은 한국의 중앙 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맹점일 것이다. 과정은 없고 결과만 있는 시스템, 그래서 내가 장사를 하면서 더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수입과 지출로 나가는 에너지 비용으로만 대변되는 시스템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수익만 나면 그만인 것이 된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는 여름철 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것으로 에너지의 과소비를 막고 있다. 매년 전국적으로 에너지 컨설턴트들이 육성되고 이들은 전반적인 에너지 컨설팅뿐 아니라 여름철 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영업점을 단속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아쉽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벌금이나 불이익을 주는 네거티브한 방식밖에 없는 것일까?

지난 3월 11일은 후쿠시마 사고 5주기다. 근 5년 동안 탈핵과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에 대해 많이 떠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에까지 이르지 못한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는 정부가 이야기하는 신, 재생 에너지를 통한 산업의 육성과 일자리 창출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떠들던 그곳에 시민들은 얼마나 있었는 고민해본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조금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떠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이진]편지의 힘

5년 전 일본 미야기(宮城) 현의 한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오이카와 리나 양(당시 12세)은 선생님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봉투 겉면에는 ‘엄마가 리나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누구에게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다오. … 네가 숙녀가 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가족 모두 너를 도와가며 함께 힘을 모을게. … 리나의 웃는 얼굴과 말에 언제나 힘을 얻는단다. 고마워.’ 하지만 힘이 되어주겠다던 엄마는 곁에 있지 않았다. 20일 전 동일본 대지진이 일으킨 지진해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마치 하늘나라에서 보낸 듯한 이 편지는 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졸업하는 자녀에게 써달라고 2월 말에 부탁해 동일본 대지진이 나기 전에 받아놓았다. 교사들은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교무실을 일주일간 필사적으로 뒤져 편지 보관함을 찾아냈다. 진흙으로 엉망이 된 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는 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교생이 되었을 리나 양에게 이 편지는 세상을 뜬 엄마 대신 늘 곁에 있을 것이다. 

▷일본 이와테(巖手) 현의 한 언덕에는 ‘표류 포스트 3·11’이라는 우체통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지진해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생존자들이 보낸 편지들이 이 우체통으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아카가와 우지 씨는 재작년 빨간 우체통을 설치했다. 카페를 찾는 이들이 사연을 읽고 눈가를 훔친다. 편지는 떠난 자와 남은 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된다. 서로의 마음이 전달된다는 희망이 싹트고 생활의 버팀목으로 기능한다. 전남 진도의 팽목항에도 ‘하늘나라 우체통’이 있다.

▷‘언제나 경기에 함께할 테니 정진하라. 내가 가르쳐준 것을 잊지 말라.’ 봅슬레이 세계 최강자가 된 원윤종-서영우가 이 구절에 눈물을 쏟았다. 그제 한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두 사람은 암으로 숨진 맬컴 데니스 로이드 코치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 같은 당신 덕분이었다며 ‘존경하고 사랑한다’로 편지를 끝냈다. 좌절하지 않겠다,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약속은 살아남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4. [동아일보][@뉴스룸/노지현]“방금 그 손님, 제 점수는요”

요즘 개인택시 회사택시 할 것 없이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쓰는 택시가 부쩍 늘었다. 스마트폰 덕분에 이용객과 택시기사 간에 편리한 점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큰길까지 나가서 택시를 잡아야 했지만 이제는 손님이 서 있는 곳까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찾아 들어온다. 몸이 불편한 노인도 바깥출입이 수월해졌다. 콜 호출 전에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입력하기 때문에 택시기사들도 이용객을 선택할 수 있다. 택시를 잡고 “○○ 가요?”라고 물어야 하는 이용객의 수고로움도 덜고 기사 역시 “거기 지금 못 가요”라고 말해야 되는 번거로움을 덜었다.

그런데 한 택시기사는 “몇 번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써보니 20, 30대 여자 손님은 피하고 싶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여자들은 호출하기를 누르고 화장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보통 근처에 있는 기사가 배정을 받아 오기 때문에 호출하기 버튼을 누른 후 2, 3분이면 손님 집 앞에 도착한다. 하도 사람이 안 나와 전화를 걸었을 때 “지금 나가요” 하면 그로부터 5분 정도 걸리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면 10분 이상을 기다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화 너머로 머리 말리는 드라이어 소리가 들리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면 기사들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나온 손님에게 “왜 이리 늦었느냐”고 기사가 항의하기도 어려웠다. 이용객은 방금 탄 택시의 기사를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 성희롱은 단번에 퇴출. 불친절도 누적이 되면 택시기사에게 불이익이 간다. 별점이 낮은 기사일수록 콜을 적게 보내거나 늦게 보낸다. 지금까지는 택시를 잡은 후 차내가 담배냄새로 가득 차 있어도 참고 목적지까지 가야 했지만 이제는 “냄새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의견도 보낼 수 있다. 일종의 점수 매기기다.

그러나 택시들도 최근 대등한 무기를 받았다. 고객 점수 매기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실컷 손님이 서 있다는 장소까지 갔더니 손님은 사라졌다. 택시가 오는 사이 손님이 근처의 눈에 띄는 다른 택시를 타고 가버리는 경우가 기사들이 갖는 가장 큰 불만이었다. 신뢰가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술 먹고 토한 뒤 수고비도 없이 내려버린다든지, 장시간 기사를 대기시키는 이용객 역시 낮은 별점을 받을 것이다. 서로서로 점수를 매기고 있는 셈이다. 

‘다시는 이 손님 받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 계속 쌓이면 그 이용객은 다음에 아무리 호출하기를 눌러도 택시가 잘 오지 않는다.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택시들도 공유해서 기피하기 때문. 요즘 이상하게 택시가 배정이 안 됐다면 스스로 한 번 고민해봄 직하다.

이쯤에서 엉뚱한 상상도 해볼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서비스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 판단해 ‘좋은 사람’부터 ‘나쁜 사람’까지 다섯 개짜리 별표로 구분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가 ‘진상’ 손님이나 ‘진상’ 주인을 쉽게 피할 수 있지 않을까.

5. [동아일보][광화문에서/박중현]비혼시대의 축의금

책상 한 귀퉁이에 청첩장이 쌓이기 시작했다. 결혼 시즌이 왔다는 뜻이다. 한 장 한 장이 청구서다. 5만 원권이 처음 나온 2009년에 느꼈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7년 새 축의금 최저 금액이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5만 원짜리를 두고 굳이 1만 원짜리 3장을 봉투에 넣는 건 “당신과 안 친해”라고 대놓고 내색하는 일 같아 마음이 켕겨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들이 5만 원권을 보유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조금 용도였다.

지출 증가가 걱정되긴 하지만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면서 결혼에 골인하는 청년들이 기특하단 생각도 든다. 이 시대 젊은이들에겐 부모 세대부터 투자해온 결혼 축의금을 회수하는 것조차 쉽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비혼 선언’을 하고 친구들로부터 축의금을 돌려받으려는 젊은이들까지 나온다.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그동안 낸 축의금을 내놓으란 요구다.

경조금은 폐쇄적 농경사회에서 만들어진 상호부조 시스템이다. 이탈이 적고 이웃의 숟가락 수까지 꿰고 사는 마을 공동체 내에서 쌀, 포목 등 현물로 낸 축의금은 시간이 지나도 손실 없이 고스란히 돌아올 공산이 컸다. 하지만 6·25전쟁, 급격한 도시화로 이동성이 커지고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이런 틀이 깨졌다.

화폐로 내는 축의금에는 인플레이션 문제도 생긴다. 시대가 변해도 축의금은 면피성, 보통, 적극적 축의금의 3개 등급이 유지된다. ‘1-2-3’ ‘2-3-5’ ‘3-5-10’ ‘5-10-20’ 비율이 반복되는 게 특징이다. 1990년대 초반 1만, 2만, 3만 원,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2만, 3만, 5만 원, 2000년대 중반 이후 3만, 5만, 10만 원이던 축의금은 현재 5만, 10만, 20만 원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10여 년 만에 최저 등급의 면피성 축의금이 66.7%나 올랐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시대에 보기 힘든 인상률이다. 호텔 결혼식 등으로 일반 물가보다 가파르게 오른 결혼 비용이 반영된 탓이다.

대상이 한정된 부의와 달리 축의금은 계산이 어렵다. 집집마다 자녀 수가 달라서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 어른들은 다른 집 ‘개혼(開婚)’, 즉 형제 중 첫 번째 결혼 때 축의금을 제일 많이 냈다. 두 번째에는 개혼의 70∼80%, 세 번째에는 50% 정도로 금액을 낮추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혼, 재혼이 빠르게 늘면서 셈법이 난해해졌다. 다른 집 자녀가 재혼할 때 초혼 때와 같은 축의금을 내야 할지, 줄인다면 얼마나 적게 내야 할지 마땅한 기준이 없다. 

반대로 자녀의 결혼이 늦어지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는 자녀가 있을 경우 부모들은 축의금을 회수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 장기간 축의금 손익을 맞추려면 알파고의 계산 능력이 필요할 지경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몇몇 선진국들처럼 동성결혼까지 허용된다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 최근 외신에는 일본IBM이 동성 파트너가 있다고 신고한 사원에게 회사 차원의 결혼 축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년들의 비혼 선언을 두고 “결혼이 장난이냐”며 눈살 찌푸릴 어르신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높아진 결혼의 허들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는 게 부당하다고 느끼는 청년들의 선택은 그 나름대로 합리적이다. 그래서 내 주위에 비혼을 선언하는 젊은이가 있으면 불평 없이 축의금을 낼 생각이다. 결혼조차 힘겨운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로서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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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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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18일 신문 브리핑 #

"가장 깊은 감사는 고난을 통과한 사람의 감사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16일(현지시간) 북한의 근로자 해외 송출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함
-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부부장으로 있는 노동당 선전선동부를 새로운 제재 대상에 포함함.


<< 경제 일반 >>
1.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적용 대상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새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18일 시행됨
- 새 기촉법은 워크아웃 절차에 참여하는 채권단 범위를 은행, 보험 등 채권금융회사에서 회사채 등을 보유한 모든 금융채권자로 확대한 게 가장 큰 특징으로서, 기촉법 적용 대상은 종전 채권금융회사 총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서 신용공여액 30억원 이상 중소기업으로 확대됨

2.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에 대해 오는 29일부터 자율협약을 통한 원리금 상환유예 등 채무 재조정 지원에 나섬
- 산업은행은 17일 현대상선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을 22일 채권단회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 재조정 방안을 마련함

3.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힘
- 과학기술전략회의는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며 핵심 과학기술 정책과 사업, 부처 간 의견 대립 사안을 조정하고 전략을 마련하는 역할을 함

4. 정부가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능가하는 한국형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정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민간기업과 손잡고 기업형 연구소를 연내에 설립하기로 함
- 핵심 기술 확보와 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해마다 2000억원씩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함

5. 경상남도는 조선과 해양플랜트, 해양레저 등 조선해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3개 분야 29개 중점 과제를 담은 ‘조선해양산업 중장기 육성계획’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17일 발표힘
- 2030년까지 1조40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기준 401억달러를 기록한 해양플랜트 및 선박 수출 물량을 목표 시점까지 519억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임

6. 1년간 끌어온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갈등이 마무리됨
-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은 17일 조합원 총투표에서 사내하청 근로자 2000명을 현대차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특별고용안을 투표자 622명(조합원 총수 679명) 중 484명(77.8%) 찬성으로 통과시킴

7. 3월 18일 오후 2시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1층)에서 부산발전연구원, 부산상공회의소, KNN 등과 함께 ‘부산 도시브랜드 전략 콘퍼런스’가 개최됨


<< 금융/부동산 >>
1. 미국 중앙은행(Fed)이 16일(현지시간) 연 0.25~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하고, 올해 금리 인상 횟수도 지난해 말 제시한 네 번에서 두 번으로 줄이는 게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함
- 회의 결과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라는 평가에 글로벌 증시는 강세를 보였으며, 코스피지수는 17일 0.66% 오른 1987.99에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가치 급락 여파로 올해 최저(원화 가치 최고)인 달러당 1173원30전을 기록함

2. 금융위원회는 아래 내용을 담은 개정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17일 입법예고함
- 오는 8월부터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 2금융권도 수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함

3. 18일 주요 대기업 계열사 333개사가 한꺼번에 주주총회를 함
- 전년보다 많은 순이익을 거뒀는데도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을 낮춘 에버다임과 감사 선임을 요구한 소액주주들과 정면충돌이 예상되는 BYC 등의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음

4. 배럴당 26~27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가 40달러 안팎까지 올라오면서 손실구간에 진입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중 일부가 기사회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음
- 손실구간에 진입한 ‘깡통 DLS’라 하더라도 만기평가일 유가가 발행 시점 대비 80% 수준을 회복하면 약속한 원리금을 받을 수 있음

5.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한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됨
- 위안화 불안 등 중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관측임

6. 한국감정원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은 0.01% 내렸고 전세가격은 0.05% 올랐다고 17일 발표함
-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강화 등의 악재로 매매가격은 5주째 내림세를 보임

7.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508명이 주택을 담보로 노후연금을 받는 상품인 주택연금에 신규 가입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 늘었다고 17일 발표함
-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설 명절 이후 가족의 권유에 따라 신청이 늘어난 데다 주택 상속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함


<< 국제 >>
1. 전 세계 산유량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주요 산유국들이 다음달 모임을 갖고 생산량 동결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예정임
- 이와 관련해 시장은 산유량 동결 결정이 장기화하는 저유가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

2.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법인세율을 현재 20%에서 2020년 4월까지 17%로 떨어뜨리고, 자본소득세율을 28%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올해 예산안을 발표함
- 높은 세율을 유지하면 글로벌 세금 인하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반영됐고, 또한 세계 최저 수준 법인세율(12.5%)로 다국적 기업 해외 본사를 잇달아 유치하고 있는 이웃나라 아일랜드와의 격차를 줄이려는 취지도 반영됨

3. 남미 중도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2010년 대통령 퇴임 뒤 5년여 만에 정치무대에 복귀하며 브라질 권력의 중심에 섬
- 7일 외신들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왼쪽)의 제의를 받아들여 수석장관을 맡기로 했으며, 브라질 정부조직법상 수석장관은 행정부처를 총괄하는 자리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원유파생결합증권
- WTI, 브렌트유 등 원유 가격과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임. 기초자산인 원유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40~60% 떨어지지 않으면 연 10% 정도의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형식이 일반적임.
가입 기간 중 원유 가격이 계약 시점보다 40~60% 밑으로 떨어지고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의 80~85%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하락률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함
-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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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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