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9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사드 ‘제3 후보지’ 약속, 분란만 더 키웠다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제3 후보지’ 문제로 장기간 공전할 조짐이다. 어제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사드배치철회투쟁위와 주민들 간의 토론회에서 이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투쟁위와의 비공개 대화에서 “주민들이 제3 후보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한 장관도 제3 후보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설사 다른 후보지를 선정한다 해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성주군 초전면 롯데 스카이힐골프장 일대가 제3 후보지로 굳어질 듯하자 불똥이 김천으로까지 옮겨붙은 것이 비슷한 맥락이다. 골프장에서 7㎞ 떨어진 김천시 농소면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강력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이틀간에 걸쳐 열린 토론회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아직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투쟁위 강경파가 사드배치 결정 철회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정부가 뒷걸음질치는 경우 오히려 더 강하게 나오는 반(反)정부 투쟁의 속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논란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리는 주범은 아마추어식 정책 추진이다. 성주 성산포대를 최적지로 결정하고도 사드배치 발표와 함께 공개하지 않고 미적대다가 “뭔가 감추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한 것부터가 그렇다. ‘전자파 참외’, ‘무정자증’ 등의 사드 괴담이 전국을 휩쓴 다음에야 괌 조사단 파견에 나서는 등 번번이 때를 놓친 ‘뒷북 대응’도 문제다.
그렇다고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 장관이 지난달 황교안 국무총리와 함께 성주를 방문했다가 6시간 넘게 억류됐던 것을 감안하면 정부와 투쟁위, 주민들이 참여한 이번 대화는 긍정적인 상황 전진이다. 강경파에 의해 저지되긴 했으나 주민은 물론 투쟁위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제3 후보지 논의에 대한 반응도 조심스레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정부가 또다시 어수룩한 일처리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금물이다. 비단 사드뿐만이 아니다. 다른 정책들에 있어서도 정교한 추진과 진정성 있는 국민 설득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론 분열과 그에 따른 국익 훼손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평범한 진리다.
2. 새만금의 미래가 오직 카지노 뿐일까
국민의당이 새만금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그제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지을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손질해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전북출신 의원 모두가 개정안 발의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당 차원에서 사업을 이끄는 모양새다.
내국인 카지노 유치 명분은 지지부진한 새만금 개발을 앞당기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새만금 지구 개발 진전과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대응하려면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같은 복합카지노 리조트 도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복합 리조트가 건설되면 향후 5년간 일자리가 23만개 창출되고 생산유발 효과 23조 5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8조 9000억원에 세수도 해마다 1조원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게 김 의원 측의 추산이다.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부정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사행산업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우려, 2025년까지 내국인 카지노 독점 운영권을 가진 강원랜드의 반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 갈등 요인이 잠복해 있다. 지역 내에서도 “내국인 대상 도박산업의 빗장을 열면 지역사회가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강원랜드는 ‘입법 포퓰리즘’이라며 극력 저지를 선언했다. 부산,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오픈 카지노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새만금에만 허용할 경우 지역 간에 충돌이 생길 우려도 크다.
텃밭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한 국민의당의 충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경제적 효과만을 생각해 도박산업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다. 24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간척지인 새만금에서 카지노만이 미래는 아닐 것이다.
새만금 위상에 걸맞게 지속성장이 가능한 방도를 찾는 것이 지역과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LG CNS의 새만금 스마트팜은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카지노 유치에만 힘쓸 게 아니라 스마트팜에 반대하는 농민들 설득에도 적극 나서는 건 어떨지 검토가 필요하다.
[서울신문]
3. 우병우 수석, 검찰 가기 전 거취 밝히는 게 옳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위 의혹을 감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어제 우 수석에 대한 정식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우 수석 가족 기업인 ㈜정강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우 수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우 수석은 경질 여론의 질타 속에서도 “문제 될 소지가 없다”고 버텨 왔다.
청와대 역시 “우 수석의 의혹 중 사실로 드러난 것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우 수석을 감싸 왔다. 결론적으로 우 수석은 이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는 게 마땅하다. 청와대도 더는 우 수석에게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우 수석은 지난달 19일 진경준 검사장의 인사검증 미흡, 의경 아들 복무 특혜, 가족회사 정강을 통한 세금 회피 및 재산 축소 등의 비위 의혹에 대해 특별감찰을 받아 왔다. 특별감찰은 2014년 도입된 이후 첫 시행이었다. 우 수석 아들은 지난해 2월 의경으로 입대해 같은 해 4월 서울정부청사 경비대를 거쳐 두 달 반 뒤인 7월 서울지방경찰청 운전병으로 자리를 옮겨 특혜 논란을 낳았다.
이 감찰관은 우 수석이 ㈜정강을 통해 고급 승용차 리스 비용을 부담시키거나 세금을 회피하고 재산을 축소한 정황이 있는지를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법 제19조의 ‘범죄행위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을 방지하거나 증거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수사 의뢰를 한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다. 우 수석과 경찰 측의 비협조로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고발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제 우 수석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특별감찰관이 수사를 의뢰한 만큼 미온적 자세를 떨쳐 내야 할 것이다. 우 수석 처가의 강남역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넥슨이 매매가 1173억원보다 153억원이나 더 주고 구입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터다. 정강의 회삿돈을 우 수석과 가족이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 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여부와 함께 MBC의 누설 자료 입수 경우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 수석의 비위 의혹에 대한 규명은 온전히 검찰의 몫이다. 검찰이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할 경우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
4. 동요하는 北 체제 현실 보여준 태영호 귀순
제3국 망명 신청설이 나돌던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최근 가족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태 공사는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이다. 북한 외무성 유럽연합(EU) 담당 과장, 구주국장 대리 등을 지낸 서유럽 전문가로서 북한 체제를 서방에 홍보하는 선전 업무에 종사한 인물이다.
이번 태 공사 귀순으로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도미노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올 들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북한 외교관들이 상부의 질책과 압박을 받다가 망명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는 탈북 동기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라고 밝혔다. 북한 정권은 즉각 해외 주재원들이 많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각 지역에 검열단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사회에서 출세의 바로미터인 출신 성분과 당성 등을 모두 인정받은 외교관 등 해외 근무자들의 연쇄 탈북 등의 사태를 막아 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북한 정권의 핵심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시선이 이번 사건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 북한 내 상류층에 속하는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에 이어 이번 태 공사의 귀순은 북한 체제의 총체적 난맥상을 반영한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주민들에 대한 공개 처형을 대폭 늘리는 등 공포정치로 체제 동요를 잠재우려고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 전체 탈북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엘리트층 탈북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태 공사 이외에 북한 외교관 여러 명이 입국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와중에 북한 원자력연구원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5차 핵실험 예고는 물론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재개, 출력 10만㎾의 경수로 건설 추진 등을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물론 북한의 노회한 선전전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5차 핵실험으로 치닫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5차 핵실험을 추진하는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이를 계기로 제재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핵 활동 중단을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보란 듯이 위반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이 결국 ‘핵을 껴안고 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할 수밖에 없다. 열성적으로 북한 체제를 옹호한 엘리트 계층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불만을 외면하고 핵·미사일 개발에서 살길을 찾는 것 자체가 그릇된 망상임을 김정은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
5. 공직사회 ‘복지부동’ 풍조 경종 울려야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공직사회에 ‘복지부동’ 풍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전기료 누진제 등 정부가 내놓는 각종 대책마다 절박한 민심과는 겉도는 결과를 낳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게 그 징후다. 심지어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라는 유행어가 관료사회에 회자되고 있을 정도라니 말이다. 어제자 본지 기획 보도에서 분석된 바처럼 정권 4년차부터 ‘3년 일하고 2년 쉰다’는 식의 공직사회의 잘못된 DNA(유전자)가 발현된 것이라면 문제는 사뭇 심각하다. 공직자들도 각성해야겠지만, 임기 말을 향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도 공직 기강을 다잡을 처방을 내놓을 때다.
4월 총선 이후 각 부처가 내놓은 정책 중 제대로 정곡을 찌르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수입 자동차 연비 조작과 미세먼지 대책, 가정용 전기 누진제 개선책 등이 그런 사례였다. 야당의 입김이 거센 해운·조선사업 구조조정 대책이 지지부진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타 사안은 딱히 ‘여소야대’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특히 가정용 전기료 파문은 관료들의 무사안일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서민들은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봐 전전긍긍하는데 “에어컨을 하루 4시간만 켜면 된다”는 관료들의 한가한 소리가 가당키나 했겠나. 그러다 박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당일 허둥지둥 개선안을 내놨으니 믿을 만한 근본 대책이 나올 리도 만무했다.
정책 난맥상이 되풀이될 토양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가뜩이나 주요 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공무원과 민원인 간 소통이 단절되고 있는 형편이다. 공무원들이 민생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듣지 않고 청와대가 한마디 하면 그때서야 움직이는 시늉만 한다면? 그런 ‘땜질 행정’의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임기가 1년 반 남은 지금 공직자들이 벌써 차기 정권의 향방에나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면 안 될 말이다. 역대 정권의 임기 말이 그랬다고 해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당연시될 수 없다면 정책 추진력의 회복도 현 정부의 책임이다. 엄정한 직무 감찰과 신상필벌이 필요조건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성과를 낸 공무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게 해야겠지만, ‘설거지하다 접시를 깨는’ 식의 행정 과실을 함부로 징치해선 곤란하다. 공직자들이 소신을 갖고 ‘위민(爲民) 정책’을 생산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동아일보]
6. DJ 7주기에 돌아보는 야당 집권의 길
어제 거행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다들 뜻을 함께하리라고 믿는다”며 “저희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저희’는 문-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지칭한 말이겠지만 야당이 집권하려면 야권통합보다는 수권정당의 자질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그제 당 강령 전문(前文)에서 ‘노동자’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서해평화지대) 설치’를 삭제하려던 개정안을 철회하고 이 문구들을 다시 살려냈다. 당초 강령분과위는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을 ‘시민의 권리 향상’으로 바꾸고 안보 논란을 불렀던 서해평화지대 부분을 삭제하려 했으나 당권 주자들이 ‘정체성에 위배된다’며 일제히 반발해 되돌린 것이다.
진보·중도정당을 자처하는 당의 강령에 ‘노동자 권리 향상’이란 문구가 들어간 것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서해평화지대 부분은 단순한 우클릭 시도가 무산된 것이 아니라 당의 정체성과 노선 투쟁, 집권 시 남북관계에 대한 중대한 함의를 담고 있는 문제여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선언’은 ‘남과 북이 서해평화지대를 설치해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도록 했다. 이어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북측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인 우리 영해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고 주장해 NLL 무력화 의도를 드러냈다. 이를 막은 사람이 당시 김장수 장관이고, 김 장관을 비난했던 사람이 문 전 대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피와 죽음으로 지킨 영해선을 무력화하는 ‘서해평화지대’ 설치를 강령에서 고집하는 것은 국민의 안보 불안 의식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정체성에 매달려선 영원히 집권하지 못한다”고 비판한 것을 새겨들어야 한다.
DJ는 생전에 정치인들에게 ‘서생(書生)적 문제의식’ 못지않게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햇볕정책의 3원칙 가운데 첫 번째로 ‘평화를 파괴하는 일체의 도발 불용’을 내세웠다. 야당 지도자들은 DJ 7주기에 “내년 정권교체로 유지(遺志)를 이루겠다”는 말만 외칠 것이 아니라 진정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중앙일보]
7. ‘노동자 정당’ 흉내 낸 더민주의 강령 소동
더불어민주당이 8월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체성 논쟁, 선명성 투쟁 일변도로 흐르고 있어 걱정스럽다. 과도한 정체성·선명성 경쟁은 피폐한 민생 문제에 대한 집중력을 헝클어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 논쟁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더민주는 엊그제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전당대회 준비위가 올린 ‘시민 중심’ 강령 개정안을 거부하고 구(舊) 강령보다 더 강력한 ‘노동자 중심’으로 되돌아갔다.
강령 전문이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구 강령)→‘시민의 권리 향상’(강령 개정안)→‘노동자·농어민·소상공인 등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신 강령)으로 변화했다. 노동자는 속성상 시민에 포함되기에 ‘노동자와 시민’을 같은 수준에서 병렬한 구 강령은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개정안에서 이를 보다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시민’이란 범주로 묶은 건 국민정당을 지향하는 더민주로선 적절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추미애·이종걸·김상곤 당대표 후보들이 “노동자 삭제는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최재성·정청래 의원 등 운동권 출신들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계층·계급적 용어가 구구절절 나열된 형태로 변질된 것이다. 또 강령 개정안엔 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위협 상황을 반영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이 삭제됐는데 정체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원래대로 복원됐다.
더민주는 4·13 총선 전 친노·친문 패권주의가 지배하는 운동권 정당 이미지로는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문재인 당시 대표가 물러나면서 보수·중도 성향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영입해 오늘에 이르렀다. 김종인 대표가 당 강령안 번복 소동을 보면서 “노동자를 삭제했다고 난리를 치지만 이제껏 당이 노동자를 위해 한 일이 뭔가” “급할 때는 이런저런 소리 다 하더니 이제 당이 살아날 만하니까 딴 소리를 한다”고 평했는데 정곡을 찌른 얘기다.
더민주 당권 주자들이 정체성·선명성 경쟁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 건 당이 안철수 의원 등 이질 세력이 떠나면서 이른바 친노·친문 당원들 일색이 됐기 때문이다. 친노·친문 세력한테 잘보이겠다고 노동자 정당 행세를 한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일경제]
8. 더 강한 구조조정 필요하다는 경영학자들의 조언
대다수 경영학자들은 해운업 구조조정이 매우 미진했고 조선업도 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가 지난 17일 부산에서 개막한 제18회 통합경영학회를 앞두고 경영학자 1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내용인데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 많다.
응답자의 54.6%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나 파산까지 갔어야 했는데 정부와 국책은행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 구조조정도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를 나눠서 정리하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공적자금을 투입해 조선 3사를 모두 살려야 한다는 답변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실은 경영학자들이 요구하는 방향과 다르게 가고 있어 걱정이다.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상황이 나빠지는데도 정부와 채권단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구조조정보다는 자본 확충 방안만 강구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한심하기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야는 조선·해운업 부실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이른바 '서별관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하고서도 증인 채택 문제로 시간만 끌고 있다. 야당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결정할 당시 회의 참석자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여당은 정권 실세를 망신주려는 정치 공세일 뿐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고 침체된 경기를 살린다는 취지로 편성된 추경안 심사가 교착 상태에 빠졌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추경이나 구조조정은 무엇보다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기를 놓치면 재원만 낭비하고 효과는 반감된다. 그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해 추경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경영학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9. 한·중 정상 G20 무대서 따로 만나 사드 매듭 풀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제11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때 개최국 정상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따로 만날지 주목된다. 한·중 외교 당국이 이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한다.
사실 두 나라 정상은 이번에 꼭 직접 만나서 풀어야 할 중요한 외교 현안이 있다. 지난달 8일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발표한 후 중국 정부가 이를 공개적으로 성토해왔는데 외교 실무 라인에서는 꼬인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는 터라 정상 외교로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다.
이 문제는 시간을 끌수록 더 꼬일 수 있다. 지난 3일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채택이 중국 반대로 무산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맺은 신뢰 관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9월 중국 전승절 때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시 주석과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지켜보았다. 동맹국 미국과 일본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중 간 신뢰와 협력 관계를 다지려는 결단이었다. 두 정상은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솔직한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 사드 배치는 어디까지나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위적 조치로 제3국을 겨냥한 게 아님을 강조해야 한다. 중국도 문제의 근원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다음달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대북 압박과 제재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러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 한·러, 한·중 간 잇단 정상회담이 균열 조짐을 보이는 대북 공조 체제를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매일신문]
10. 국민 짜증만 돋우는 여야의 유치한 ‘건국절’ 말싸움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를 놓고 여야가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은 한마디로 짜증스럽다. 총의(總意)를 모아도 해결이 만만치 않은 대외적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조선시대 당쟁을 빼다박은 공허한 말싸움으로 에너지를 탕진하고 있으니 그렇다. 1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으로 먹고살 걱정 없으니 한가한 논쟁이나 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올해를 ‘건국 68주년’이라고 한 대로 1948년 정부 수립이 건국 시점이라고 한다. 야당은 이에 대해 상해 임시정부와 항일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임시정부가 출범한 1918년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주장들이다. 건국의 개념 규정부터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3요소는 주권, 영토, 국민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없으면 정의(定義)상 국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건국 시점은 정부 영토와 국민, 주권을 다 갖추게 된 1948년이 맞다. 반면 상해 임시정부 시절의 대한민국은 국가의 3대 요소 모두를 결여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임시정부는 최초의 헌법인 ‘대한민국임시헌장’에서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했지만, 민주공화국의 성립에 필요한 선거 등 법률적 절차를 거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임시정부 수립=건국’이란 등식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상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헌법 전문은 독립정신과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948년=건국 시점’이란 주장은 곧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정통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의 부정이자 논리의 비약이다. 여당이 헌법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건국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의 논쟁은 진영 논리에 함몰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기 진영의 해석과 가치 부여만이 옳다는 저열(低劣)한 독선만 횡행하고 있다. 이런 막무가내식 말싸움에서는 건설적인 합의 도출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것이 우리 정치권의 수준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동아일보][광화문에서/김상훈]사무실의 ‘진상’들
며칠 전 친구가 휴대전화로 동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그날 출근길에 찍은 거란다. 동영상을 열어보니 전철 안이었다. 셔츠 차림의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 남성이 골프 스윙 연습을 하고 있었다. 왜 이런 동영상을 찍었느냐고 묻자 친구가 킥킥대며 말했다. “하도 한심해서…. 혼잡한 출근길 지하철에서 뭐 하는 짓인지….”
요즘 어디를 가나 이런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사람들. 이들의 안하무인을 ‘진상 짓’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며칠 전 휴가를 다녀온 후배도 진상 짓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했다. 경북 안동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이었다고 한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 8명이 탑승했다. 그들은 입석표를 끊은 것 같았다. 입석으로 열차를 탄 사람들은 맨 앞좌석과 벽 사이의 공간을 선호한다. 그 공간을 만들려면 앞좌석을 두 번째 좌석과 마주 보게 돌려놓아야 한다. 공교롭게 후배는 맨 앞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후배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좌석을 돌려놓았다. 후배는 졸지에 낯선 이들과 얼굴을 마주 보면서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후배가 좌석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하자 그들이 허허거리면서 “한국인끼리 이러지 맙시다. 불편해도 좀 참고 가 주세요”라고 했단다.
기차가 출발하자 그들은 아예 통로에 간이 의자를 펼쳐놓고 술을 마셨다. 휴대전화로 올림픽 경기 방송을 보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후배는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은 맥주를 바닥에 쏟고 닦지도 않았다. 이런 진상 인간들을 매일 접하지 않는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기분이 상해도 곧 잊혀진다. 하지만 이런 진상들을 매일 사무실에서 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얼마 전 상사인 부장검사의 폭력에 시달리던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밝힌 부장검사의 진상 짓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폭언은 일상적이었고, 폭력도 동반됐다. 부하 직원들을 세워놓고 보고서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구겨 던졌다. 예약한 식당과 메뉴가 성에 안 찬다며 모욕을 줬다. 누리꾼들은 “우리 상사와 똑같다”며 공분했다.
최근 건전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정 요일을 정해서 야근을 금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직장인의 상당수가 이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한밤의 사무실은 환하다. 일거리를 싸들고 퇴근하는 이도 많다. 혹시라도 상사의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하면 불호령이 떨어질 테니 휴대전화는 항상 켜둬야 한다. 이런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다.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을 위한 여러 시스템을 만들었는데도 일터의 삶이 고통스럽다면 그 원인이 같은 조직원, 특히 상사에게 있을 확률이 높다. 부장검사가 조금만이라도 부하 직원을 배려했더라면 억울한 죽음은 피했으리라. 하지만 부장검사는 부하 직원의 고통을 무시했다. 어쩌면 부장검사는 자신이 진상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진상’은 원래 조선시대 때 임금에게 보내는 진귀한 특산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최상품만이 진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상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폐단이 나타났고, 급기야 부정적인 뜻으로 변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들 처음부터 진상이었겠는가.
부하 직원들이 자신을 진상 인물로 지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사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진상 감별 체크리스트’ 같은 거라도 만들어야 할까. 우선 나부터 거울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인간인가.
2. [동아일보][@뉴스룸/손효림]자주 화가 나나요?
“그곳 사람들은 다들 웃고 있더라. 그제야 내가 잔뜩 화난 사람 같다는 걸 깨달았어.”
하와이로 휴가를 다녀온 친구가 말했다. 쌓인 업무를 간신히 처리하고 기진맥진해서 비행기를 탔단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걸 몰랐는데 웃고 있는 현지인들을 보니 자신이 평소에도 화난 듯한 상태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일년 내내 날씨 좋은 곳에서 지내니 그렇겠지’ 싶다가도 베트남, 캄보디아, 터키 등에서 눈만 마주쳐도 수줍게 웃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국인의 상당수는 무표정하다. 빌딩이 숲을 이룬 도심에서 스치는 이들은 더욱 더. 인터넷 댓글 등에 넘쳐나는 증오의 언어들을 보노라면 ‘건드리기만 해 봐. 언제든 불을 뿜어 줄 테니’라며 화를 낼 만반의 태세가 돼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것만 같다. 여유 없고 불안한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해보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분석가를 잇달아 인터뷰하게 됐다. 이들은 인간의 뇌는 요즘처럼 많은 정보를 처리할 정도로 진화하지 않았는데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과부하가 걸렸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머리를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여유가 있을 때는 어지간한 일도 그냥 넘어가게 되지만 정신없이 무언가를 하면 다른 이를 배려하기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어렵다.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했다. 권혜경 정신분석가(‘감정 조절’의 저자)는 “분노가 솟구쳐 오르면 일단 100번만 숨을 천천히 내쉬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마음이 차츰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단다. 짜증이나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운전하거나 걸을 때,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해 매일 100번 숨을 내쉬어 보라고 했다. 감정적으로 즉각 대응하는 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삶의 중심을 다른 이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두는 것도 중요하다. 수도자들이 산으로 가거나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하루 1시간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처방이 나왔다. 김진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의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회사 업무든 개인적인 용무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의 10%만 줄여보라”고 말했다. 혼자 운동하는 것도 좋고, 인터넷 서핑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여다보는 것만 덜해도 생각보다 적잖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단다. 그래도 방법이 안 보이면 일의 우선순위를 쭉 적은 후 아래에서부터 지워 나가라고 했다.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표정도 더 밝아질 수 있을까.
3. [중앙일보][시선 2035] 취향 있는 어른이 필요해
친구가 SOS를 보냈다. “흰 셔츠가 거기서 거기지. 왜 그 돈을 주고 사?”라는 자기 부장의 ‘거기서 거기론’ 때문이다. 옷이나 머리 스타일을 건드리는 것까진 괜찮았단다. 문제는 일에까지 손을 뻗쳤단 거다. 10년 전 유행하던 스타일의 디자인 업체와 계약하려는 부장의 구식 취향에 공들인 프로젝트를 망치게 생겼다며 한숨이었다.
청와대의 밥상도 호화스러움보단 그 몰취향이 뜨악했다. 송로버섯, 캐비아, 바닷가재, 샥스핀…. 고급 음식에 1차원적으로 연상되는 재료들만 억지로 쑤셔 넣은 것 같아서다. 고급 재료로 만들어도 창의적 주제 없인 좋은 음식이 될 수 없다. “나 샥스핀도 캐비아도 먹었어”라는 자랑 말고는 연상되는 게 없는 무취향의 메뉴다. 분명 청와대의 상에 오르기엔 격이 떨어졌다.
‘금동이의 좋은 술은 100명의 피’ 운운하는 비판자들의 논리도 시대착오적이다. 도시락 바닥의 쌀밥까지 적발해내며 배를 곯던 시대가 아니다. 서민 음식 먹는다고 정치인의 삶이 서민의 삶일 수도 없다. 2016년이면 국밥 먹방에 점수를 주는 것도 끝낼 때가 됐다.
그럼에도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의 사치품 논란과 전통시장 유세는 빠지질 않는다. 에르메스 명품 타이, 600만원대 고가 의자는 정책보다 더 큰 논란이 됐다. 논란의 당사자들은 “선물이다” “중고로 샀다”는 궁색한 변명을 해야 했다. 내가 좋아서 샀다고 용기 내 말한 이들은 없었다.
조금 사치스러우면 어떤가. 지금 젊은이들에겐 취향이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비용만 강조한 탓에 똑같은 성냥갑 같은 아파트, 효율만 내세우다 보니 최단 거리로 연결된 직선형 다리로 가득 찬 도시를 넘겨받았다. 이제는 다른 선진국처럼 뭔가 여유와 멋, 취향을 가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돈 쓰는 게 문제가 아닌 시대가 됐다.
영국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호피무늬 구두와 가죽 부츠를 즐겨 신는 테리사 메이 신임 총리에 대해 그녀의 말을 인용해 “똑똑하면서도 패션을 좋아한다”고 자랑한다. 수백만원대 비비언 웨스트우드 슈트를 즐겨 입는 그녀의 취임에 옷의 가격은 화제가 아니었다. 영국은 손가락질보다 그녀의 센스가 불러일으킬 새바람을 기대했다.
우리도 한번쯤 자신의 당당한 취향으로 고가품 논란을 잠재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난 대선 때 고가 의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문재인 대선 후보가 “나는 아름다운 의자를 좋아한다. 찰스 임스의 라운지 체어는 무리해서라도 한번 가져보고 싶은 꿈의 의자였다. 1956년부터 팔린 의자가 60년이 지나도 600만원에 팔리는 이유를 고민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비전으로 맞받아쳤더라면 어땠을까. 무턱대고 사치스럽다고 욕먹었을까.
4. [중앙일보][마음산책] 올림픽은 금메달을 위해 존재하는가?
낮밤이 반대인 브라질에서 올림픽 경기를 하다 보니 현장 중계로 경기를 보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예전만큼 올림픽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덜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런던 올림픽 때처럼 금메달 따는 선수 숫자가 많았다면 그래도 사람들이 새벽잠을 포기하면서라도 텔레비전을 볼 텐데, 아쉽게도 리우 올림픽에서의 메달 수는 예전만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올림픽을 보면서 너무 이기는 것에만 집착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반성도 해 본다. 왜냐하면 올림픽에 나가서 경기를 모두 이기고 금메달을 따는 선수보다는 메달권 밖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는 우리 선수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통계를 살펴봐도 리우 올림픽보다 메달 성과가 좋았던 지난 런던 올림픽 출전 선수 248명 가운데 한 게임도 지지 않고 모든 경기를 우승한 선수의 숫자는 단체전 금메달 선수를 포함해 총 18명이었다. 하지만 그 숫자보다 월등히 많은 230명의 선수가 경기에 지거나 메달권에 들지 못해 조용히 귀국한다. 만약 올림픽을 하는 이유가 경쟁을 통해 내 실력이 다른 선수들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해 금메달을 따고 영웅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라면, 아주 극소수의 성공하는 사람들과 대다수의 실패자들을 양산하는 불행한 무대가 돼버린다. 은메달을 따고도 자신은 “금메달을 못 따 영웅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북한 역도의 엄윤철 선수처럼 말이다.
올림픽을 포함해 우리 인생을 항상 이렇게 경쟁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한다면 1등이 되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의 삶은 초라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해 버린다. 더불어 나를 누르고 올라선 소수의 성공한 사람에 대한 질투와 분노, 박탈감 또한 올라올 수밖에 없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에만 가치를 둔다면 다른 사람의 실패가 곧 나의 성공이요, 나의 실패가 타인의 성공이 되는 제로섬 게임이 우리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고, 목표만 이룰 수 있다면 몇 년간의 과정은 즐기기는커녕 그냥 참고 견디는 삶이 돼버린다. 게다가 나의 가치를 내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의 비교를 통한 등수로 매겨진다면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내 삶의 가치 결정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유쾌하고 행복한 기운을 전달해 준 선수들 중 푸위안후이(傅園慧)라는 중국 여자 수영 선수가 있다. 그녀가 100m 배영 준결승전에서 자신의 기록을 듣고 “헉, 제가 그렇게 빨랐어요?” 하고 깜짝 놀라는 코믹한 표정을 지어 세계 여러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사람들은 푸위안후이 선수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재미나게 드러냈다는 사실에 좋아했고, 1등을 못했다고 슬퍼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본인이 쓸 수 있는 일체의 모든 힘, 홍황의 힘(洪荒之力)까지 써가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냈다. 즉, 비교 대상을 금메달 선수의 기록과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최선을 다했는지, 평소 본인 실력에 비해 좋았는지에서 의미를 찾았다.
또한 그녀보다 0.01초 빨리 들어온 선수가 있어 아깝게도 은메달을 놓쳤다는 기자의 말을 듣자 푸위안후이 선수는 아주 쿨하게 답했다. 아마도 자기 팔이 은메달을 딴 선수의 팔보다 조금 짧아서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팔다리가 백인이나 흑인이 비해 짧은 동양인의 신체 구조로 육상이나 수영에서 그들과 똑같이 경쟁한다는 것은 어려운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이 기록이 좋지 않을 때 그들이 노력하지 않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선천적인 몸의 구조, 경기 당일의 날씨와 컨디션, 어떤 심판을 만났고 예선전에서 누구와 경쟁했는지 등 여러 가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운도 분명 작용한다. 그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도 혼자만의 노력의 결과라고 여기는 것도 맞지 않고, 반대로 성적이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고 무조건 자기 잘못이라며 두고두고 자책하는 것도 맞지 않다.
지금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에는 두 명의 육상 여성 선수의 이야기가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5000m 달리기에서 미국 선수와 뉴질랜드 선수가 경기 도중에 넘어졌는데 바로 일어난 미국 선수가 자기 혼자만 달리지 않고 같이 넘어진 뉴질랜드 선수를 도와 끝까지 완주하도록 한 것이다. 매일 아침 올라오는 나라별 올림픽 메달 집계 현황도 중요하지만 경쟁이 아닌 우정과 협력의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그런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올림픽 경기에서 지고 돌아올 많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그대가 그대 인생의 승자라고 격려해 주고 싶다.
5. [머니투데이][기고]‘끓는 철판 도시’ 옥상 녹화로 식히자
서울이 끓는 철판이 됐다. 지난 15일까지 서울의 8월 평균 기온은 29.7도였다. 기상청이 1907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 한다. 역사적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0.3도가 높단다.
8월초 서울대 강연자로 초청했던 미카엘 크라빅 씨와 대낮의 서울 도심을 걸은 적이 있다. 불판이 따로 없었다. 그는 "빗물 낭비가 폭염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NGO '사람과 물' 회장인 그는 1999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골드만 상을 받은 바 있는 환경 전문가다. 대규모 댐 건설에 반대하며 대안적 방식을 고안했다는 공로였다.
서울이 이렇게 더운 이유가 탄소 배출로 인해 일어난 온난화 때문이라면 답이 없다. 한 도시가 탄소 배출을 줄여서 온난화를 막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도시에 물이 없기 때문에 더 더워진 것이라면 답이 있다. 기화열로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 건물과 도로가 불투수층으로 덮인다. 즉, 흙 대신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도시를 뒤덮는다. 서울시의 경우, 1962년에는 불투수율이 7.8%였던 것이 2010년에는 47.7%로 증가했다.
도시의 빗물은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배수구로 버려진다. 바짝 마른 도시의 표면은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8월 초 오후에 서울대 건물 콘크리트 옥상에서 표면 온도를 재니 섭씨 60도까지 올라갔다.
반면, 오목형의 옥상 녹화를 한 서울대 35동의 온도는 섭씨 25도로, 35도나 더 시원했다. 옥상 바로 아랫층은 다른 서울대 건물보다 여름에는 평균 3도 더 시원했고, 겨울에는 3도 따뜻했다.
다시 생각해보자. 서울의 불투수층이 늘어난 만큼, 25도 정도의 풀밭이 줄어든 만큼, 60도로 달궈진 불판이 늘어난 셈이다. 그러니 더울 수밖에. 해결책은 바뀐 지표면의 일부라도 원상복구시키는 것이다.
그중 가장 쉬운 것이 옥상 녹화다. 원리는 간단하다. 물이 기화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특성 즉 기화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숲이나 물가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원리다. 건물의 옥상이든, 도로든,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 모아두면 증발할 때 소모하는 기화열로 도시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옥상을 태양광발전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1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는 1평방미터(㎡)당 최대 230KwH다. 월 500kwh의 전기를 사용하는 집 옥상에 주택형(3㎾) 미니발전기를 설치하면 월 13만260원(5단계)에 이르던 전기요금이 2만5590원(3단계)가량으로 10만4670원이 줄어든다. 누진구간을 낮춰주는 덕분이다.
단, 태양광 패널은 도시의 열섬현상을 해소해주진 못한다. 주위와 조화로운 경관을 이루기도 어렵다. 해결책은 태양광 발전기와 텃밭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에 떨어지는 빗물은 깨끗하므로 별도의 처리 없이 통에 모아 텃밭에 뿌릴 수 있다. 태양광 판넬의 높이를 다른 시설보다 1미터만 높인다면, 그 밑에 식물을 키우거나 휴식공간을 만들 수 있다.
서울대 35동 옥상이 그 성공 사례다. 840평방미터에 꽃밭과 텃밭, 연못을 만들었더니 교수, 학생, 지역주민의 소통이 시작됐다. 여기서 키운 감자, 배추는 어려운 이웃과 나눠 먹었다. 덕분에 국제적인 상도 2번이나 받았다.
서울의 옥상을 텃밭 겸 미니발전소로 만들자. 이런 해법이 다른 도시로 퍼지면 원자력발전소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원전 때문에 불안한 지역민들의 시름도 줄어들 것이다. 불판을 풀밭으로 만드는 옥상은 미래형 도시의 모델이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가까운 해법이다.
'뉴스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년 8월 26일 신문 브리핑 (0) | 2016.08.26 |
---|---|
2016년 8월 25일 신문 브리핑 (0) | 2016.08.26 |
2016년 8월 19일 뉴스/정책 브리핑 (0) | 2016.08.19 |
2016년 8월 18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0) | 2016.08.18 |
2016년 8월 18일 뉴스/정책 브리핑 (0) | 2016.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