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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0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與 새 지도부, 계파 늪 벗어나 미래 비전 보여 주길

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어제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이장우·강석호·최연혜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구원투수 격인 이 대표는 차기 대선까지 당을 진두지휘한다. 여당의 운명이 그의 어깨에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와 이주영·주호영·한선교 등의 후보가 벌인 대표 경선은 그런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퍽 실망스러웠다. 친박(친박근혜)·비박 간 고질적 계파 싸움을 하느라 나라의 미래 비전은 보여 주지 못하면서다. 새 지도부는 전당대회가 끝난 마당에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했다는 혹평에 연연할 이유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집권당이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 못했음을 뼈아프게 여기고 이제부터 심기일전하기 바란다.

이 대표가 호남 출신으로 첫 보수 여당 대표가 된 의미는 적잖다. 그러나 강 최고위원을 제외한 지도부가 친박 일색으로 구성됨으로써 국민 화합 이전에 당내 통합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낳게 한다. 이는 총선을 전후해 여당의 계파 간 막장극에 넌더리를 냈던 국민을 다시 실망시킨 꼴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계파 해체와 ‘섬기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 대회 과정에서 보스급 인물들이 뒷전에서 계파 정치를 부추기는 선거전을 목도한 국민의 눈엔 만시지탄으로 비친다. 선거전 막판 특정 친박 후보를 찍으라는 ‘오더 투표’ 의혹까지 제기됐다면 말이다.

국민이 어제 끝난 여당 전당대회나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근본 이유가 뭐겠나. 목전의 승리에 눈이 어두워 국가 백년대계를 도외시하는 데 국민인들 감동할 리가 없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둘러싼 양당 당권 주자들의 접근 행태를 보라.

더민주의 경우 당을 장악한 문재인 전 대표가 일찌감치 사드 반대를 천명한 탓인지 동조하는 ‘친문 후보’들끼리 선명성 경쟁에 급급한 인상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신중론은 씨도 먹히지 않았다. 여당 후보들의 모습은 더 한심해 보였다. 여당답게 사드 배치와 같은 안보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성주 지역민의 눈치를 보며 아예 ‘침묵의 카르텔’에 빠진 듯했다. 당원 자격으로 전당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단합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자고 주문했다.

작금의 범여권 지리멸렬상에 청와대의 책임도 없진 않겠지만, 일단 당정이 공유해야 할 메시지는 던졌다고 본다. 우리 앞에는 사드 문제뿐만 아니라 보호무역 바람이나 고용 없는 성장 기조 극복 등 현안이 쌓이고 있다. 새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이 희망을 걸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을 내보이는 일이다. 그 전제조건이 계파의 소리(小利)에서 헤어나 안정적 성장과 단계적 복지 확대라는 여당다운 정체성의 재구성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새 지도부는 누구를 대선 후보로 내세우든 재집권이 쉽지 않으리라는 엄중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2. 신용등급 상승, 한국 경제 재도약 발판 삼아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사상 최고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S&P가 그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올리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AA 등급은 전체 21개 신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일본보다는 두 단계 높고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수준이다. S&P로부터 한국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나라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 6개국에 불과할 정도다.

S&P가 우리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이유로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 수준으로 0.3∼1.5% 수준인 선진국보다 높다는 점과 지난해 대외 순채권국 상태로 전환된 데다 통화정책이 견조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지원해 왔다는 점을 들었다. 이번 신용등급 상승으로 해외 자금의 국내 유인에 도움이 되는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 빌리기가 쉬워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가 채무의 상환 능력을 가리키는 신용등급이 높아졌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올 성장 목표를 2.8%로 낮출 정도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우리의 경제 기반인 수출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와 투자도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 등 취약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고 청년 실업 문제 역시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보호무역의 파도가 거세지고 있고 중국의 사드 보복 가능성도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는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S&P가 신용등급 상향의 근거로 제시한 경상수지 흑자조차 사실상 수입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조선 등 주요 업종은 구조조정 없이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용등급 상향이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경제에 모처럼 호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냉혹한 경제 현실이나 체감경기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노동개혁 등 경제 체질 개선의 고삐를 더욱 죄는 동시에 신성장산업 발굴 등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번 신용등급 상향을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3. 불합리한 전기요금 누진율 조정해야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그제 순간 전기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인 8421만㎾를 기록했다고 한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한 탓이다.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전기 요금 폭탄을 맞은 시민들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소송전에 참여하는 등 전기요금 누진제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야당은 현재 6단계인 누진 구간을 3단계 또는 4단계로 조정하자는 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일단 난색을 보이고 있다.

2007년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6단계로 나누면서 저소득층을 우선적으로 배려했다고 한다. 정부 여당이 국민적 공감대를 내세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 달에 100 이하를 사용하는 저소득 가구에는 전기생산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당 60.7원을 적용하고, 100에서 200 이하 구간에서는 125.9원을 적용하는 등 구간별 요금 누진제를 6단계로 나눴다. 그러다 보니 500 이상 6단계 구간에서의 요금은 709.6원으로 1단계보다 11.7배나 높아졌다.

전기요금 관련 민원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잘게 쪼개진 높은 단계의 누진요금을 적용받는 가구 수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이 163였으나 지난해에는 223로 증가했다. 여기에 국제 유가 인하와 석탄화력발전소 설립, LNG 발전소 건립 등으로 전기 생산 단가가 크게 떨어진 것도 요금 조정 요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한전이 민간 전기사업자에게서 사들이는 전기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2013년 당 158원대이던 것이 성수기인 최근에는 당 65원과 66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09년 이후 여름철 SMP 가격으로는 최저치다. 이는 한전이 66원에 전기를 사들여 2단계보다는 두 배, 6단계 요금보다는 10배 이상 비싸게 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이 11조 3000여억원을 기록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을 배려하면서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사용량이 전체의 13.6%에 불과해 전력수급에는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가구당 전기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이하로 국민이 충분히 아껴 쓰고 있다. 전기를 낭비하는 사태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한전의 수익성 악화가 문제라면 산업용 전기요금을 소폭 올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4. 400조 육박하는 2017년 예산안 ‘재정 중독’ 아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사상 처음 4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어제 정부와 새누리당은 첫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9.3%인 국가채무비율을 40% 선으로 유지하는 데 맞춰 내년 예산안을 올해 예산(386조4000억 원)에서 3∼4% 늘린 400조 원 안팎(398조∼402조 원)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 신성장 산업 육성, 민생 안정에 역점을 두겠다”며 ‘확장적 재정 운영’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당정은 과거 증가율 수준에 맞춘 예산 규모라고 했지만 내년 경제가 3∼4%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정부는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재정을 퍼붓고도 정책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구태의연한 사업이 수두룩하다. 어제 여당은 청년일자리 예산 확대를 주문하면서도 지금까지 백약이 무효였던 청년고용대책을 어떻게 개선할지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출산 장려금 확대를 주장하며 전남 해남군 사례를 들었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장려금만 준다고 출산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정부가 재정으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정부 돈으로 경제성장률을 사는 ‘재정 중독’에 빠진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 수장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나라살림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유 부총리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창조적 콘텐츠를 만들고 문화산업을 지원해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최경환 당시 부총리도 “(새누리)당이 제시하는 민생사업을 예산안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으나 결과는 부양책 남발로 인한 ‘재정 절벽’과 총선 참패였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한 해, 민간부문에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획기적 기업 투자 유인책과 경제 체질 개선이 없으면 재정 중독은 다음 정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회에 넘어가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해 슈퍼 예산 속에 재정이 새는 구멍이 없는지 여야가 ‘정치적 고려’ 없이 깐깐하게 살펴야 한다.

5. 이정현 새 대표, ‘대통령 내시’ 벗어나 보수혁신 이끌라

새누리당의 새 당 대표에 호남 출신 3선인 친박(친박근혜) 이정현 의원이 선출됐다. 민주화 이후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사에서 호남 대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최고위원에는 강석호 이장우 조원진 최연혜(여성) 유창수(청년) 후보가 뽑혔다. 이 대표는 11년 만에 부활된 단일지도체제의 수장을 맡아 내년 대선을 치르는 등 2년간 당을 이끌게 됐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며 ‘유능하고 따뜻한 혁신 보수당을 만드는 정치 혁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역대 당 대표들도 당선될 때마다 화합과 계파 청산을 외쳤으나 보혁(保革)이 뒤섞인 ‘짬뽕 정당’의 태생적 한계에 막혔다. 친박 패권주의 때문에 4·13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이번 지도부 선거에서 강석호 최고위원 1명을 제외하곤 친박이 싹쓸이한 것을 보면 새누리당이 정신을 차렸는지도 의문이다. 

이 대표가 진정 계파를 청산하려면 서청원 최경환 의원 같은 친박 좌장은 물론이고 주군(主君)인 박근혜 대통령까지 ‘극복’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싸며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는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함으로써 정국 수습을 위한 개각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나를 대통령의 내시라고 해도 부인하지 않겠다”며 친박에 구애했다. 지금도 ‘하청 정당’ 소리를 듣는 당을 ‘내시 정당’으로 전락시켰다간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친박에서는 이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선 후보가 되는 시나리오대로 됐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편파적’으로 하기로 작당이라도 한 듯하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지금 제로”라고 말했듯이, 새누리당을 뼛속까지 개혁하지 않고는 ‘보수 집권 8년’에 실망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이 대표는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지역 출신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감격했지만 적잖은 국민에게는 ‘금수저’와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양극화의 나라’일 뿐이다. 기득권 계층의 대변자 같은 새누리당, 특히 친박부터 기득권을 포기해야 국민의 마음도 돌릴 수 있다.

작금의 새누리당은 어떤 혁신의 칼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웰빙과 무사안일 체질로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영국 노동당은 1994년 수구좌파 노선을 버리고 ‘제3의 길’로 집권의 발판을 다졌고, 보수당은 2005년 ‘온정적 보수주의’ 노선을 세워 정권을 되찾았다. 이 대표가 ‘새누리당은 죽어야 사는 당’이라고 진단한 만큼 당 노선도 시대정신에 맞춰 새롭게 정비해 보수 혁신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유세 과정에서 “내년 대선 때 호남에서 20%의 지지를 받아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지역 표심 공략 같은 정치공학 아닌 집권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북핵·미사일 위협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안보 및 국론 분열 위기, 장기 불황과 기업 구조조정 같은 경제 과제를 해결해 나갈 큰 그림을 제시하고 당이 국정 운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이 대표가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이를 어떻게 관철하느냐에 박근혜 정부의 성패, 보수 정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

[중앙일보]

6. 무서운 결핵, 허술한 결핵 관리

지난달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와 삼성서울병원 소아병동 간호사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7일에는 고려대 안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가 의심환자로 신고됐다. 의료진 결핵 감염은 자칫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고령자·환자의 병원 내 집단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전국 병·의원에서 신고된 의료진 결핵 감염 건수는 2013년 214명에서 2014년 294명, 지난해 367명으로 증가일로다.

한국은 ‘후진국 병’이라는 결핵의 후진국이다. 1996년부터 결핵 3대 지표인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유병률·사망률 모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매년 3만 명이 넘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결핵관리 수준이 허술할뿐더러 지난 20년간 개선을 위한 노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핵을 퇴치하려면 우리 사회의 무관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결핵예방법을 개정해 이달부터 의료기관·학교 등 결핵 확산에 취약한 집단시설 종사자들의 결핵·잠복결핵 검진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올해 예산뿐 아니라 추가경정예산에도 필수적인 검진비용을 빠뜨려 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결핵발생률을 10만 명당 12명(2014년 86명) 이하로 떨어뜨린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무책임한 자세로는 목표달성은커녕 외려 더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단시설 종사자에 대한 결핵·잠복결핵 의무 검진은 환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익적인 보건사업이다. 건강보험재정 투입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올해 안에 검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산후조리원·노인요양시설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노인과 관련 있는 시설 종사자들을 두루 검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병원이나 학교에 보내기가 두렵다는 부모들을 안심시키고 결핵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결핵은 무서운 병이다.

[매일경제]

7. 현대상선 `공매도 폭탄` 개인투자자 보호방안 찾아라

현대상선 구조조정을 위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공매도 폭탄'이 쏟아져 주가를 교란시키고 있다. 현대상선 주가가 한 달 사이 반 토막 났는데 외국인·기관투자가는 공매도로 차익을 챙긴 반면 유상증자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는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봐야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관리종목 공매도를 할 수 없기 때문인데 현행 공매도 제도에서 드러난 허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현대상선은 6월 초 채권금융회사·선주회사가 참여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주가가 1만8450원이었다. 7월 중순 유상증자 신주 가격을 주당 9530원으로 산정한 뒤 채권금융회사 외에 개인투자자로부터도 400억원 청약을 받았다. 그런데 현대상선 주가는 9일 7150원으로 떨어져 유상증자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은 한 달 사이 25%에 이르는 손실을 보게 됐다.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사이에 정보 차이와 공매도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희비를 불렀다. 현대상선 유상증자에서 채권단·선주회사가 출자한 1조4000억원 중 선주회사 유상증자 물량은 보호예수 없이 이달 3일부터 매도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3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증권신고서 한쪽에 적혀 있어 개인투자자들은 알기 힘들었다. 2000억원 규모 CB발행 내용도 구조조정 계획에는 포함돼 있었지만 2일에야 공시됐다.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은 이런 물량이 쏟아질 것을 알고 지난달 중순부터 공매도에 나섰고, 이달 2일에는 현대상선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 비중이 37%까지 급등하고 공매도 잔액도 294만주까지 불어났다. 

결국 유상증자 신주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한 3일 현대상선 주가는 27.9% 폭락했고 이날 공매도 잔액을 45만주 청산한 외국인·기관투자가만 큰 수익을 챙겼다. 

유상증자·CB 발행 조건 중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내용은 확정과 동시에 별도로 요약 공시하고 관리종목에 대해선 유상증자 발표 후 신주 상장까지 공매도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매일신문]

8. 새로 도입한 소방 관리 시스템 오류, 그냥 두면 화 키운다

경북도소방본부가 얼어붙은 소화전으로 화재를 제때 진압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 실수를 막으려 새로 도입한 ‘전자식 소화전 관리 시스템’의 효율성이 논란이다. 새로 도입한 시스템의 잦은 오류 때문이다. 정작 화재 때 새 시스템이 오류로 무용지물이 되면 치명적인 인적 물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자칫 아까운 예산만 날릴 시스템 오류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보완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까닭이다. 

경북본부가 이런 새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3개월 동안 2억7천600만원을 들였다. 새 시스템은 경북도 내 소화전 8천324개소와 급수탑 74군데에 전자태그(FRID)를 붙여 이들 시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화재 현장에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화재 시 이들 시설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 진압에 쓸 주변의 적합한 소화전과 급수탑을 파악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사실 이번 시스템 도입은 지난해의 뼈아픈 경험 결과다. 지난해 1월 영주의 한 철물점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 당국은 화재 현장의 소화전이 얼어 물 공급을 못 해 다른 곳의 소화전을 찾아 쓰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그 사이 불길은 인근 상가로 번져 점포 10여 곳을 태웠다. 화재 현장 주변 소화전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조기 진압에도 실패하고 화재 피해만 키운 꼴이었다. 

그런데 도입 취지와 달리 새 시스템을 3개월 운영해 본 결과, 전자태그 인식률이 60% 수준에 그쳤다. 부착 태그를 아예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 과정에서 오류 발생 등의 사례가 40%나 됐다. 이대로면 정작 화재 발생 시 전자태그 부착 시설들의 이용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첨단 시설은 무용지물이다. 새 시스템 도입으로 화재 진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원인은 여럿이다. 우선 오류를 일으키는 부착 장비와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다. 새 시스템의 사용과 활용을 위한 소방관 교육 홍보의 불충분도 있다. 부착 전자태그를 읽는 장비(리더기) 부족도 과제다. 본부도 인정하듯 새 시스템 도입에 따른 전문가 자문과 검수를 않은 점 등 더 늦기 전에 드러난 문제와 오류를 막을 대책을 세울 때다.

9. 혁신창업 비중 크게 뒤떨어진 대구, 문제점 점검할 때

대구의 창업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청년창업 비중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창업이 활발한 서울`경기는 물론 대전`부산과 비교해도 창업 열기가 뒤처졌다. 창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인재 유입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대구본부가 최근 발표한 ‘창업 활성화 요인 및 시사점’ 보고에 따르면 대구는 혁신창업 생태계가 미약해 창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국 도시 중 최초 창업 지역 비중을 보면 대구는 고작 2.9%로 서울(58.3%), 경기(19.0%), 대전(4.9%), 부산(3.1%)에 비해 낮았다. 경북은 더 낮은 1.1%에 불과했다. 이는 창업 기반이 약한 대구경북에서 창업이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이 보고서는 인재 육성이나 협업 공간 등 인프라, 스타트업 투자자`전문가의 네트워크 등에서 대구가 매우 열세라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새 창업 지원 기관이 속속 등장해 지역 창업 생태계가 조금씩 틀을 갖춰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마트벤처창업학교, 창조경제혁신센터 C랩, 크리에이티브팩토리, 청년ICT창업성장센터 등 창업 인큐베이터가 그 나름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창업도시 대구’ 이미지가 낮은 데다 창업 시스템도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해 20~34세 청년층 인구의 순유출(1.75%)이 타 광역시보다 훨씬 많았다. 

이런 현실을 이겨내고 대구가 ‘창업이 용이한 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 도시 브랜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뉴욕의 경우 ‘테크 시티’ 등 캠페인을 통해 도시 이미지를 브랜드화하고 스타트업`투자자를 유인하는 정책을 꾸준히 펴왔다. 2003~2013년 뉴욕시에 몰린 벤처 투자 금액만도 3조달러를 넘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도 청년 창업 열기를 확산시키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창업 프로그램과 정책 지원 등 창업 시스템 점검이 필수다. 인재, 인프라, 네트워크 등 혁신창업 생태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도 뒤떨어지면 창업 활성화는 어렵다. 대구시와 창업 지원 기관은 현재 대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빠른 시간 내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조선일보]

10. 訪中 의원들, 중국 뜻 증폭시켜 전달하는 역할 맡을 건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싱크탱크인 판구(盤古)연구소와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중국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 입장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며 '사드 반대' 논리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의원들이 전했다.


중국 측은 "한국에 가장 안 좋은 것은 중국이 북한과 다시 혈맹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며 사드로 인해 동북아가 신냉전 체제로 갈 수도 있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김영호 의원은 "중국은 사드가 한국의 안보 수요를 넘어서고 그 뒤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하더라"고 했다.


더민주 의원들이 베이징까지 가서 확인했다는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는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수없이 나온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토론해보니 중국의 반대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베이징대 교수와 판구연구소 연구진은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학자들이 아니라 당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중국을 오래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그들이 중국 정부·군과 미리 의견을 조율하고 나왔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 뭘 바라고 베이징까지 달려가 중국 정부에 멍석을 깔아주었는지 모를 일이다. 의원 6명 중 2명은 중국 유학파라고 한다. 그러고도 대외 문제에 관한 한 중국 학자들에겐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기본 사실조차 몰랐단 말인가.


사드 이슈의 핵심은 사드 배치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방어적 조치라는 것이다. 방중 의원들이 이 점을 중국 측에 납득할 만하게 설명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곧 제재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등 중국 측의 협박성 발언을 증폭해 국내에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외교 안보 문제는 무엇보다 국익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분야다. 그래서 어느나라나 의원 외교는 정부와 충분한 조율을 거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외교 경험도 없는 초선들이 정부의 공개적 반대를 묵살하고 방중을 강행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더민주 지도부도 도리어 정부를 비판하면서 방중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앞으로 의원 6명이 중국에서 들은 중국의 뜻을 어떻게 국내에 확대 전달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최재석의 동행> 사람은 본 만큼 느낀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 곁에서 여름 휴가의 마지막 3일을 보냈다. 6인실 병실 한쪽 끝 침대에 작은 몸을 뉜 어머니는 인공 고관절 수술 후 각종 후유증으로 거동을 못 한다. 24시간 옆에서 누군가 돌봐야 한다. 코에는 음식과 약을 주입하는 관이 끼여져 있다. 원래 가뜩이나 마른 데다 석 달째 병상에 있다 보니 이제는 뼈만 남은 듯했다. 90평생을 살아온 어머니의 앙상한 몸뚱어리를 보다 순간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병실 풍경은 정겨웠다. 80대 할머니 환자를 돌보는 60대 딸은 '방장'을 자처하며 다른 환자 보호자에게 이래저래 싱거운 농담을 건넨다. 그 덕에 잔뜩 침울할 수 있는 병실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지곤 했다. 치매 증상으로 요양원에 있다 갑자기 몸이 아파 입원한 할머니 환자는 50대로 보이는 딸이 병구완했다.


딸은 안타까운 마음에 어머니에게 계속 말을 시켜보지만, 그 어머니는 눈만 멀뚱멀뚱할 뿐 딸의 바람에 호응을 못 한다. 수술 후 혼자 거동이 가능해서인지 보호자 없이 지내는 60대 환자는 한마디로 점잖은 분이다. 내가 서울에 산다는 얘기를 듣고KTX를 타고 서울 근교의 딸 집에 갔던 이야기를 수줍게 했다. 빈 침대 2개는 새 '주인'을 기다렸다.


지난 6일 밤에는 리우 올림픽 여자 배구 한일전을 함께 봤다. 내가 해설자로 나서 병실 가족들에게 간간이 경기 내용을 설명했다. 다들 경기 규정은 잘 몰랐지만,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면서 '한국의 딸들'을 열심히 응원했다. 경기가 끝나고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보호자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어머니 침대 옆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누웠지만 통증에 끙끙 앓는 어머니의 신음에 신경이 곤두서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3시가 넘어서인가 살짝 잠에서 깨보니 그제야 어머니도 가볍게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그간 어머니를 돌보느라 응급실이나 6인실 병실에서 지낼 때 병원이 돌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간호사들의 친절하고 헌신적인 근무 태도에 감사했고 때론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 사무적으로 보이는 의사들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들이 어머니를 치료하고 있지 않은가. 환자 보호자에겐 병원과 의사는 이른바 갑을관계로 보면 '갑' 위치에 있다. 병실 침대에 붙은 이름표에는 환자명과 주치의 이름이 병기돼 있다. 그런데 주치의는 자주 볼 수가 없다. 대신 주치의 밑에서 전문의 과정을 밟는 젊은 의사만 가끔 볼 수 있을 뿐이다.

환자 보호자들은 답답하고 궁금하다.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치료하는 건지. 어디 가서 속 시원히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주로 마음씨 좋아 보이는 간호사에게 묻지만, 그들도 단편적인 내용밖에 알지 못한다. 이번에는 간호사에게 어머니 주치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 주치의는 아니고 전문의 과정 의사와 전화로 연결해줬다.


여느 보호자답지 않게 꼬치꼬치 물으니 전화상으로 들리는 젊은 여자 의사의 목소리에 건조함과 짜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참아야지 싶었다. 격무에 시달리는 데다 수많은 환자를 대해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 보호자의 심정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어머니가 수많은 환자 중의 한 명이겠지만 나에겐 하나뿐인 어머니다. 

어찌 보면 세상의 이치가 다 그렇다. 한 사람에겐 일상적이고 하찮은 일도 다른 사람에겐 특별하고도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언론사 사회부에는 때론 업무가 힘들 정도로 많은 민원 전화가 온다. 그때마다 기자들은 사연을 귀담아듣기 보다는 잘 설득해 전화를 빨리 끊게 하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민원 전화가 특종 기사를 낳은 경우도 있다. 나도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언론사 입장에선 수많은 민원 전화 중의 하나일 수 있지만, 어느 한 사람에겐 절박하고 억울한 일로 큰맘 먹고 전화를 걸었을 수 있다는 걸 그땐 잘 몰랐다. 그러니 나도 의사를 탓할 자격이 없다. 사람은 보고 경험한 만큼 느낀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파 누워서까지 자식에게 깨달음을 준다. 병원에서 보낸 '3일'은 세상의 갑을관계, 의료진과 환자 관계, 노인 간병과 의료비 문제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값진' 휴가였다. 정말이지 이번에 엄청난 병원비 보고 놀랐다.


2. [매일신문][매일춘추] 현실동화-신데렐라

초인종이 울리자 모두 그녀에게 소리쳤다. “왜 꾸물대고 있는 거야? 어서 내려와서 준비해야지!” 그녀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요정은 번민에 가득 찬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실한 사랑일지라도 때로는 무섭고 두려운 순간이 찾아오지.”

꿈 같은 시간이었다. 몸에 잘 맞는 화려한 드레스는 그녀를 돋보이게 했다. 그가 다행스럽게도 그녀에 대해 크게 궁금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시종일관 그의 스텝에 발을 맞춰 춤을 출 수 있었다. 유리구두가 커 조금 아프긴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반짝이는 눈동자는 마치 열정에 타오르는 불꽃 같았고 그녀는 금세 빠져들었다.


그러나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그녀는 돌아가야 했다. 그가 원하는 건 꿈속의 공주님이었지만 자신은 그저 먼지투성이일 뿐이었다. 도망치던 그녀의 구두 한쪽이 벗겨졌다. 발뒤꿈치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그는 남겨진 구두를 손에 든 채 그녀를 부르려 했으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며칠 후 그녀는 그가 자신이 도망친 그 무도회에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여자는 바로 자신의 배다른 동생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가 동생을 데리러 오는 날이었다. 손과 발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지만 그녀는 천천히 문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그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 온 가족은 두 사람의 사랑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그는 그녀의 동생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달콤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한 당신에게 내 사랑을 바칩니다.” 그러고는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무릎을 꿇었다. “나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그가 꺼낸 건 그녀가 잃어버린 유리 구두였다. 동생은 그 신발에 발을 넣었다. 신발은 아주 꼭 맞았다. 

그녀는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온 세상이 아름다운 두 연인을 축복하는 떠들썩한 축제 한가운데에 혼자 섬처럼 서 있었다. 그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나마 달콤한 이야기를 속삭이던 두 사람이었지만 남보다 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요정이 위로하기 위해 다가오자 그녀는 뿌리치며 소리쳤다. “왜! 어째서?” 요정이 말했다. “이 세상 모든 여자는 자신이 공주라 믿지. 하지만 현실엔 너만을 위한 동화는 없어. 그는 네가 아니라 저 아가씨를 선택했을 뿐이야.”

그녀가 눈물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게 날 위한 동화가 아니라면 날 여기서 빼내주세요!” 요정은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지팡이를 흔들었다.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거센 바람이 들이닥쳤다. 모두가 두려움에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그녀의 몸이 붕 뜨며 안개 속에 휩싸였다. 누군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신데렐라!” 

순간, 그녀는 그대로 사라졌다. 먼지가 되어.


3.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도전하라, 도전하라, 또 도전하라

고난의 시대일수록 대중은 영웅을 기다린다. 기원전 13세기 그리스에는 숱한 영웅들이 탄생했다.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이아손, 테세우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등이 그들이다. 그리스인들은 문명의 이 여명기에 갖가지 자연의 야수들을 물리쳐야 했고, 식량과 주석 획득을 위해 척박한 그리스 땅을 떠나 흑해와 지중해 연안 각지로 교역로를 개척해야 했다.

영웅이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목숨을 걸어야 했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험난한 모험과 시련을 이겨내야 했다. 당시 그리스 청년들은 당돌하리만큼 도전적이고 진취적이었다.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모험의 여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난 극복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탁월함을 입증하는 것을 영웅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겼다.

야수 같은 헤라클레스도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용렬했던 에우리스테우스의 종이 되어 10년이 넘도록 12고역을 과업으로 받아 수행했다. 인간이 성취하기 어려운 고역을 이겨내야만 신이 될 수 있다는 신탁이 그에게 영웅적 도전을 부추겼기 때문일 것이다.

이아손 역시 숙부에게 찬탈당한 왕위를 되찾기 위해 살아 돌아올 수 없으리라는 흑해 연안 콜키스 왕국으로 황금양털을 구하러 항해를 떠났다. 이 모험담을 아폴로니오스 로디우스(BC 295?~215?)는 서사시 ‘아르고나우티카’로 전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연상시키는 대모험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이아손이 이 ‘죽음의 항해’에 동행할 벗들을 공모하자 그리스 전역에서 날고 긴다는 영웅들이 54명이나 몰려들었다는 점이다. 살아서 돌아오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야만족의 손에 죽게 될 상황이 불 보듯 예견됨에도. 황금양털을 탈취해오면 이아손은 테살리아 왕이 될 자격을 얻겠지만, 동료에게 주어질 보상은 아무것도 약속된 것이 없었다.

그리스의 영웅들을 가슴 뛰게 한 유인책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땅을 향해 거센 파도와 풍랑을 이겨내고 거칠고 용맹한 야만족을 물리쳐 영웅이 되는 것. 그들은 그것이야말로 단 하나뿐인 목숨을 걸 만한 명예로운 일이라 생각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이아손은 콜키스 왕국의 공주 메데이아의 사랑을 얻고 그녀의 마술의 도움을 받아 황금양털을 획득한다. 이아손은 과업을 달성하고 귀환했다. 하지만, 그는 메데이아의 계략으로 숙부 펠리아스를 죽이고도 왕위를 이어받지 못했다. 2% 부족한 영웅 이아손. 이아손은 주체적으로 고난을 극복해내지 못해 대중의 폭넓은 인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청년들이 지나치게 안전한 직업에 몰리고, 가족과 주변, 사회와 국가의 도움에 의지하려는 풍조가 커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열어가려는 진취적 도전 정신이 아쉬운 때다.


4. [동아일보][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어쩌다 한 번 보는 사람이 중요하다

다음에 옮길 직장에 대한 중요한 정보는 누가 내게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실험을 한 학자가 있다.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이면서 가장 인용이 많이 된 사회학 논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약한 연대의 강점(The Strength of Weak Ties)’의 저자 마크 그래노베터이다.


1973년 ‘미국 사회학 저널’에 실린 이 논문은 얼마나 자주 만나는가를 기준으로 ‘자주’(적어도 1주일에 두 번은 보는 관계), ‘어쩌다’(1년에 한 번 초과 1주일에 두 번 미만 보는 관계), ‘거의’(1년에 한 번 이하로 보는 관계)로 나눈 뒤, 새로운 직장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로가 어느 쪽인지를 보았다. 결과는 ‘자주’로부터 얻는 경우가 16.7%였으며, ‘어쩌다’가 55.6%, ‘거의’가 27.8%였다. 논문 제목이 알려주듯,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하는 약한 연대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논문의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이다.

생각해 보자. 직장에서 매일 만나는 동료의 경우 그들이 알고 있거나 생각해 본 아이디어는 나도 알고 있거나 생각해 봤을 가능성이 높다. 유사한 환경에서 비슷한 정보를 받아 보고 회의 등을 통해 공유하기 때문이다. 회사 동료들끼리 브레인스토밍을 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설사 내 동료가 나는 모르는, 하지만 내게 중요할 수 있는 정보를 가졌을 때 그는 나와 공유하지 않을 가능성이 약한 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내가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사람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내게는 신선하고 좋은 정보일 가능성이 있다. 출판된 지 40년이 지난 이 논문은 약한 연대와의 소통이 활발해진 소셜미디어 시대에 여전히 많이 읽히고 있다.

이 연구는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네트워킹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네트워킹이란 무엇일까. 직장 선후배들과 1주일에도 몇 번씩 술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번 기회에 다시 생각해 보자. 네트워킹이란 약한 연대에 있는 사람들과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차 한 잔을 두고 서로 덕담만 나누는 표피적인 대화 말고, 정보와 생각을 나누며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다.


좋은 정보나 아이디어가 네트워킹을 통해 내게 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설득의 심리학’에서 말한 상호성의 법칙을 떠올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좋은 정보나 아이디어를 주기를 바란다면 내게 그런 정보나 아이디어가 있을 때 먼저 상대방에게 주라는 것이다. 투자가 있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듯, 관계에서도 먼저 신뢰를 보여주고 도움을 주면 시간이 지나서라도 직간접적으로 본인에게 도움이 되어 돌아온다.

올 3월 미국 출장 중 워크숍에서 우연히 프로 재즈 뮤지션인 마이클 골드 박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통의 관심사를 발견했다. 재즈의 즉흥연주가 비즈니스에 주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후 나는 한국의 한 세미나에서 발표를 의뢰받고는 그를 떠올렸고, 주최 측에 추천을 하여 한국에서 올 6월 공동으로 발표를 했다. 이번 주에는 그가 미국에서 발표를 하는 자리에 나에게 공동 진행의 기회를 주었다. 이제 우리는 한국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이뿐 아니다. 일자리나 사업의 기회가 있을 때 사람들은 종종 약한 연대의 지인 중 최근에 만났거나 그와 나눈 인상적인 대화가 기억이 나서, 혹은 그 사람이 도와주었던 것에 보답하고자 전화기를 든다. 나이가 들고 사업 경험이 쌓일수록 소개와 추천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네트워킹을 하라는 것이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고 더 자주 술이나 밥을 먹으라는 것은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사람들과 가능하면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만약 내가 갖고 있는 정보나 기술로 큰 부담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당장 내게 돌아오는 것이 없더라도 먼저 베풀라는 것이다. 약한 연대의 인연에게 베푼 작은 도움이 때로는 내 다음 직장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5. [동아일보][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부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오후에 인사동에 갔다. 아는 이의 전시도 보고 오랜만에 인사동 길을 좀 걸어 다녀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햇볕 때문에 미술관에서 나오자마자 에어컨이 켜져 있을 카페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관광객들, 상점 앞의 사람들 틈에서 무언가 팔락거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둥글고 납작한 모양의 둥글부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쥘부채들.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개 태극선이 프린트된 둥글부채를 들고 있는 것 같다.

올여름 휴가도 동생이 살고 있는 도쿄에서 보냈다. 한여름의 도쿄라면 더위뿐만 아니라 말도 못하게 높은 습도에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곤란하다.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나 우에노 공원 같은 데를 어슬렁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행인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각자의 방식대로 더위를 참고 이기고 있는 사람들을. 일단 손수건은 기본, 그 다음은 부채. 보통은 쥘부채들이다. 땀이 나면 손수건으로 꾹꾹 눌러 닦고 손목을 약간씩만 움직여 열기로 달아오른 얼굴에 대고 부채를 부친다. 

‘단오 선물은 부채, 동지 선물은 달력’이라는 속담도 있고 임금이 단옷날 신하들에게 부채를 선물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지만 부채는 이제 너무 흔해져버렸거나 대접받지 못하는 사물이 돼버린 감이 없지 않다. 교실에 선풍기 한 대만 간신히 털털거리며 돌아가던 때가 있었다. 체육 시간을 마치고 나면 책받침으로 부채질을 하거나 다 쓴 연습장을 한 장씩 찢어 같은 간격으로 앞뒤로 착착 접어 종이부채를 만들어 부치곤 했다. 그래서인가 나는 지금도 어디선가 홍보용으로 공짜 부채가 놓여 있으면 일단 하나는 챙기고 본다. 햇빛도 막고 얼굴도 가리고 모기도 쫓고. 

관측사상 서울 최고 기온을 기록했던 1994년 여름의 38.4도의 더위도 잊을 수 없다. 간절히 원해서 스물여섯 살에 대학에 입학한 해였다. 여름방학이었고 방에서 쭈그리고 앉아 습작 소설을 쓰고 있는데 떨어진 땀이 노트에 번져서 더 이상 유성 펜을 쓰지 못하고 연필로 바꿔 들어야 했다. 연신 땀을 훔쳐가면서 한 손엔 부채를, 한 손으론 연필을 쥐고 글을 써나갔다. 그 습작 소설이 내 등단작을 만들어내게 될 거라고는 그때 알 리 없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부채를 봤다. 초등학생 조카들이 여름방학 전날 학교 앞에서 받아 온 것인데 활짝 웃는, 꼭 ‘철수와 영희’ 같은 소년 소녀의 얼굴이 앞뒤로 그려져 있고 이렇게 크게 쓰여 있다. ‘아이고 신나라.’

나에겐 아직도 여름의 필수품인 부채를 든 채 정현종의 시 제목 일부처럼 ‘태양이 떵떵거리’고 있던 인사동 길을 잠시 걸어 다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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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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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10일 신문 브리핑 #


"화려한 궁궐같은 집에 살면서 삶이 왜 이렇게 괴로운가 불평하는 사람이 있고, 작은 집에 살면서도 항상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감사의 사람이 있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전남 곡성 출신인 친박(친박근혜)계 3선 이정현 후보가 비박(비박근혜)계 단일 후보인 주호영 후보에게 낙승을 거두고 당대표로 선출됨

- 당 대표 경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 후보가 3명이나 출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현 의원이 비박 단일 후보인 주 의원을 상당한 표차로 꺾었다는 데 비박계는 긴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친박계가 차기 대선 주자로 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됨


2.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여파로 한국과 중국 양국 간 관광·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분야 협력이 삐걱거리고 있음

- 중국이 일부 방한 행사를 취소하겠다고 잇따라 통보해오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 비중이 높은 국내 관광·마이스 업계에선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음



<< 경제 일반 >>

1. 현대자동차그룹 12개 계열사 노동조합(금속노조 산하)이  근로조건 향상과는 관계없는 ‘현대차그룹과 금속노조의 공동교섭 결렬’을 이유로 12일 공동 파업을 벌임

- 파업의 요건만 갖추면 파업 중 손실이 발생해도 노조에는 책임이 없게 되며, 이에 대해 1953년 노동법 제정 당시 법제화한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등 근로자보호제도가 노조의 힘이 강해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면서 강성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옴

* 대체근로

- 노동조합이 파업하는 동안 사용자가 신규 채용이나 하도급, 파견 등으로 다른 근로자를 활용해 조업을 계속하는 것. 한국에서는 1953년 노동법을 제정할 때부터 필수공익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음


2.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그리스 선사 알미탱커스로부터 31만7000t급 초대형 유조선 두 척을 수주했다고 9일 밝힘

- 건조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맡게 될 예정이며, 현대중공업은 수주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척당 9000만달러(약 995억원) 수준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짐


3.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에 앞으로 5년간 1조1000억원가량을 투자해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건립함

-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미래에셋 금융그룹과 영국계 국제 투자회사 캐슬파인스가 7 대 3의 비율로 출자했으며, 이달 중 외국인투자기업을 설립해 연말까지 전남개발공사와 투자 규모, 시설, 대금납부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한 뒤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임


4. 대형 서점들이 중고책 매장을 늘리면서 이용객과 매출이 급증하고 있음

-  ‘중고책을 직접 사들인 뒤 되파는 방식’과 ‘수수료를 받고 중고책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오픈마켓)’ 두 가지로 중고책 사업을 하고 있는 예스24의 올해 2분기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와 47% 증가함



<< 금융/부동산 >>

1. 금융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인한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함

- 보험사 부채평가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되, 장래이익에 대해선 보험금 지급여력 평가 때 자본으로 인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짐


2.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정보 포털사이트 파인(fine.fss.or.kr)을 다음달 1일 개설한다고 9일 발표함

-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금융회사와 금융협회, 금감원이 각각 따로 제공하던 금융정보를 한곳에 모은 사이트로 ‘금융상품 한눈에’ ‘보험다모아’ ‘ISA다모아’ ‘연금저축통합공시’ 등을 확인할 수 있음


3. 야당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기존 3000억원에서 2000억원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함

- 매출액 2000억~3000억원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제도를 악용해 막대한 상속세 납부를 회피한다는 것이 야당 주장이지만 해당 중견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범위 축소가 경영을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음


4. 기획재정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오는 30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9일 발표함

-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45%,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3% 이내에서 관리하는 방안이 내년부터 법제화되며, 국회가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법안을 제출할 때 재원조달방안을 첨부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제도도 의무화됨


5. 유럽과 일본 등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체제가 소비 촉진이 아니라 되레 저축을 늘리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독일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금액은 9.7%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10.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

 - 이는 가계·기업 등이 현재 경제상황을 ‘마이너스 금리 체제라는 전례 없는 시도를 해야 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위기’로 인식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돈을 쌓아두고 싶어하는 경향이 커진 때문으로 보임


6.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초에 입법예고했던 '공동주택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가구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한다고 9일 발표함

- 국토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연구 결과가 나오는 2019년 3월 이후 주택법 시행령 개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며, 이에 따라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 추진해온 아파트 리모델링이 지연되거나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짐


7. 전국 법원의 부동산 경매 물건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감소함

- 9일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법원 경매 건수는 9383건으로 집계됐으며, 경매 건수 감소는 낙찰 건수 감소로 이어지면서 7월 낙찰 건수도 3904건으로 하락함

- 경매 물건이 급감하는 것은 저금리로 빚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으며, 투자자들이 경매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유찰되는 물건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임



<< 국제 >>

1. 미국 대선주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재검토까지 예고하는 등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한국 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림

- 오늘의 경제관련 용어의 '도널트 트럼프 후보의 주요 경제공약' 내용 참조


2.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유가 회복세가 꺾이면서 다음달 26~28일 알제리에서 개최되는 국제에너지포럼(IEF)에서 OPEC이 비공식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8일(현지시간) 보도함

- O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러시아도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으며, 회담에서는 산유량을 동결하거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임


3. CNN머니는 비상장기업 전문평가회사 에퀼라의 자료를 인용, 에어비앤비가 지난달 28일 8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에어비앤비 기업 가치를 지난해보다 50억달러 높은 300억달러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짐

- 2008년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한국을 포함해 191개국에서 일반인이 자신의 집과 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숙박공유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비상장사 기업 가치 순위에서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을 추월해 3위에 오르게 됨(미국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가 660억달러로 1위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후보 주요 경제공약

1) 세제개편 부분

- 모든 계층 감세 추진 : 연소득 5만달러 이하가구 면세, 소득구간 7단계(0~39.6%)에서 3단계(0~33%)로 단순화

- 단일 법인세 도입(15%~35% => 15%)

- 미국기업 해외소득 미국 환입시 10% 저율과세(현행 35%)

- 해외이전 미국기업 수입제품에 15~35% 관세 부과

- 상속세 폐지

2) 임금인상 부분

- 최저임금 인상(시간당 7.25달러=>10달러)

3) 일자리 부분

- 인프라 투자 통한 일자리 창출

4) 육아 부분

- 육아비용 전액 소득공제

5) 규제완화 부분

- 석유.석탄 등 기존 에너지사업 구제완화 및 육성

- 경제회생때까지 금융산업 규제 도입 중단 : 규제부서 인력. 일자리 창출 민간인력으로 교체

6) 통상 부분

- 기존 무역협정 전면 재협상 : 미국 내 일자리 죽이는 한.미FTA는 잘못된 것임

- TPP 폐기 : 다자간 무역협정 체결 중단 => 양자간 무역협정으로 대체,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도 검토 가능

- 중국 등의 불공정무역행위 제재 강화 : 위반시 중국산 수입물품에 45% 관세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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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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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9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에너지 빈곤층 위한 폭염 대책 시급하다

전국이 보름 넘게 찜통이다. 입추가 지났는데도 연일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지난달 22일 이후 단 이틀만 빼고는 매일 밤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1973년 이후 열대야 발생 일수는 두 번째로 많은 해로 기록된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기록적인 더위에 시민 건강에도 전례 없는 비상이 걸렸다.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병 환자 수는 두 달 남짓 동안 1000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10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쯤 되면 손 놓고 기록만 세고 있을 단순 폭염이 아닌 것이다.

이런 이상 고온 속에 하루를 일년보다 더 힘겹게 넘겨야 하는 이들은 에너지 빈곤층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소득의 10% 이상을 냉난방비로 써야 하는 계층으로 전국에 약 150만 가구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만 해도 이들은 전체 가구의 10%를 웃돈다. 이들의 60%는 10평도 안 되는 좁은 집에 살고 있으며, 80%는 선풍기에만 의존해야 한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가구의 대부분이 70세 이상 노인이라는 것이다. 빈곤층 독거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게는 폭염이 재난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폭염은 태풍이나 홍수보다 인명 피해를 더 많이 내는 기상재해로 분류된다. 한국기상학회는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에는 60대 이상의 사망자 비율이 68%까지 늘어난다고 경고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경로당이나 복지관, 주민센터 등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취약 계층을 챙기는 작업은 서둘러야 마땅할 서민지원 정책이다. 자칫 그런 배려조차 받지 못하고 방치된 쪽방촌이나 달동네의 빈곤층은 없는지 더욱 세심히 살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해 온종일 집안에만 머물면서도 전기요금이 겁나 선풍기조차 마음 놓고 틀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니 걱정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여름철 폭염은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아열대성 기후로의 변화를 해마다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폭염 대비책을 지자체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니라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빈곤층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부터 손질돼야 한다. 겨울철 난방연료 지원으로만 국한하지 말고 당장 내년부터라도 여름철 냉방비 지원으로 범위를 확대할 일이다.

2. 지친 국민에게 희망 안겨 준 리우의 태극전사들

제31회 리우 올림픽에서 전해지는 낭보가 소나기처럼 열대야를 순식간에 날려 버리고 있다. 한국과 12시간의 시차가 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스포츠 제전에서의 승전보는 얽히고설킨 국내외 문제에 힘겨운 국민 모두에게 청량제나 다름없다. 침체된 경기에 지치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제 관계에 혼란스런 상황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한껏 펼치는 선수들의 도전에 위안을 삼고, 희망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환한 미소에 함께 웃고, 땀의 결실을 못다 이룬 선수들의 아쉬움을 달래며 계속되는 경기에서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에게 패한 다른 나라 선수들의 집념에도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여자양궁 한국 대표팀의 장혜진·기보배·최미선이 그제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양궁 단체전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여덟 번째다. 올림픽 8연패의 위업은 전 종목 통틀어 세 번째다. 결승전 동안 불어닥친 강풍도 태극 낭자들의 투혼에는 미풍에 지나지 않았다. 3세트 마지막 주자인 최미선의 활이 바람을 타고 표적 10점에 꽂힘에 따라 승리를 결정지었다. 한국 남자양궁은 여자양궁에 하루 앞서 미국과의 단체전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을 다시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참으로 장하고 멋지다.

리우에서 한밤중에, 새벽에 한국 선수들이 보여 주는 감동은 양궁만이 아니다. 축구 대표팀의 두 번째 경기였던 독일과의 승부는 치열한 공방 끝에 3대3 무승부로 끝났다. 후반 추가 시간의 프리킥 골을 허용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독일팀의 골망을 세 차례나 통쾌하게 흔들었다. 1승1무로 8강이 눈앞이다. 여자 유도 48㎏급에서 은메달을 딴 정보경의 경기는 153㎝ ‘작은 거인’의 반란이었다. 한국 여자 유도가 20년 만에 은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보경이 무릎을 끓고 엎드려 한참 눈물을 흘릴 때도, “져서 많이 슬프다”며 도복으로 눈물을 훔칠 때도 “20년 만에 일냈다”며 함께 눈물짓고 위로할 수 있었다.

사격 황제 진종오, 마린보이 박태환, 미녀 검객 신아람, 유도 60㎏ 김원진 등은 예상 밖으로 부진하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랑스럽다. 경기는 초반전에 불과하다. 양궁, 배드민턴, 여자골프, 태권도, 레슬링, 유도, 사격 등은 한국의 강세 종목이다.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힐 상쾌한 승전보를 기대하며 태극전사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3. 中, 본말전도 ‘사드 언론플레이’ 중단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야권 일각의 ‘사드 반대론’에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일부 정치인들이 북한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황당한 주장을 하거나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지적한 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때일수록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도를 넘은 사드 배치 비난 공세에 빌미를 주고 있는 ‘남남갈등’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깊은 우려 속에 중국 방문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은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지만 중국 관영 매체들이 어떻게 이들의 방중 활동을 왜곡할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이들의 방중과 관련된 우리 내부의 잡음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1면에 왜곡 보도한 전력에 비춰 보면 방중 자체를 이슈화할 가능성이 크다. 모쪼록 방중 의원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국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만 할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몰지각한 보도 행태에 대한 지적도 빠트릴 수 없다. 중국 언론들은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부터 사설, 기사, 기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난의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특히 우리 내부의 ‘사드 반대론’ 등 입맛에 맞는 글과 인터뷰만 골라 게재하면서 우리의 분열을 조장하거나 자기들의 반대 논리를 정당화해 왔다.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사드 배치를 초래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 껄끄러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 종종 관영 매체를 이용해 ‘언론플레이’를 해 왔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우리 군이 서해상에서 대규모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하자 환구시보는 “지금까지 좋은 말로 한국을 타일러 왔는데 한국이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중국이 한국을 손봐 줘야 한다”는 오만방자한 사설을 게재한 바 있다. 당시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비판하지 않았다. 역시 본말이 전도된 ‘언론플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본질을 무시한 중국의 행태는 소아병(小兒病)적인 자국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중국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사드 배치 등을 비난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외면하는 사이 오히려 이나다 도모미 신임 일본 방위상의 언급처럼 일본의 핵무장 등 더 큰 화근(禍根)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북한을 감쌀 일이 아니다. 중국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한다.

[동아일보]

4. 日王 퇴위로 아베의 군국주의 개헌에 제동 걸리나

아키히토 일왕(日王)이 어제 국민에게 보내는 비디오 영상메시지를 통해 “차츰 진행되는 신체의 쇠약을 생각할 때 몸과 마음을 다해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물러날 뜻을 전했다.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퇴위 의사를 밝히고 양위하는 것은 에도시대 후반기인 1817년 이후 약 200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83세인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해 공식 행사에서 순서를 헷갈리는 등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사를 하면서 일본 헌법하에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천황의 바람직한 위상이 어때야 할지를 날마다 생각해왔다”는 대목을 보면 또 다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일왕이 조기 퇴임 의사를 밝힘으로써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 중인 개헌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일왕이 세상을 떠난 뒤에만 후임자가 즉위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왕실전범(典範)의 개정 작업에 들어가면 개헌은 아베 총리 임기 내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일본 헌법 1조는 ‘일왕을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9조에서 ‘전쟁 포기’를 명시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3년 12월 팔순 기자회견에서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었다”며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개헌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개헌안은 일왕을 ‘국가의 원수(元首)’로 명문화하는 등 정치성을 부여하고 교전권(交戰權)을 명시해 평화헌법을 무력화할 태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아베 내각이 일왕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 국가 총동원체제로 돌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89년 즉위 이후 일본사회 일각에서 과거 침략전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풍조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1990년에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우리나라(일본)로 말미암은 불행한 시기에 귀국이 고통을 맛본 걸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 일왕가(家)의 핏속에 백제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할 만큼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감추지 않았던 아키히토 일왕이다.

아베 총리는 일왕의 메시지를 진심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도한 우경화로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주변국들을 자극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5. 의료진도 자꾸 감염되는 '결핵 후진국'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의 결핵 감염 사례가 자꾸 나타나 걱정이다. 이번에는 고려대 안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 감염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확진 판정은 아니라지만 앞서 삼성서울병원과 이대목동병원 간호사의 결핵 감염에 이어진 세 번째 사례다. 보건당국의 결핵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다간 오히려 병원에서 병을 얻는 게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특히 이번 사례가 드러난 3곳의 감염자가 모두 소아환자 담당 간호사라는 사실부터가 문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3월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결핵에 감염돼 어린이 등 20여명에게 세균을 옮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결핵은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에 의해 전염되는 것이 보통이다. 공기 중에 떠돌던 결핵균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침투함으로써 전염된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이 1996년 OECD에 가입한 이래 회원국 중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감염자가 8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명)에 비해 무려 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결핵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자부하는 입장에서 낯 뜨거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결핵 후진국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는 허술한 방역대책에 근본 원인이 있다. 한때 결핵 감염자가 줄어들게 되면서 보건소가 담당해 오던 환자 관리업무가 1989년 민간에 넘겨졌지만 2000년대 들면서 환자가 다시 늘어났다. 잠깐 방심한 탓에 관리가 부실해진 결과다. 이에 정부는 2025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책이 헛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결핵을 확실하게 관리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로 의료진의 결핵 감염 확산부터 막아야 한다. 특히 신생아나 소아, 노약자 등을 담당하는 의료진은 특별관리를 해야 한다. 병원이 결핵을 옮기는 경우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다.

6. ‘낙하산 인사’ 유혹 떨쳐버리지 못하나

역대 정부가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 관행을 없애겠다고 굳게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갈수록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례로는 대우건설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내부 공모를 통해 최종면접까지 진행된 사장선임 절차가 돌연 백지화되고 재공모 절차를 밟은 끝에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통해 외부 압력이 들어왔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현재 재공모 절차에 들어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자리도 마찬가지가 될 것으로 주변에서는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수자원공사의 경우 전임 최계운 사장이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사임하면서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정권 실세가 뒤를 돌봐주는 인물이 낙점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난 총선에서 떨어지거나 공천 받지 못한 여권 인사들도 공공기관 자리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농어촌공사와 마사회, 도로공사, 무역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대규모 공공기관 기관장들의 임기가 연달아 끝나가기 때문이다. 기관장을 포함해 감사, 비상임이사 등을 포함하면 그 자리가 100개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한국증권금융 감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의 경우도 경력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장 선임 절차가 형식적으로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진행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평가 항목과 점수를 바깥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각 후보들이 어떤 항목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가 없다. 선임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외부 입김에 의해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무능한 사람이 정치적 영향력을 앞세워 자리를 차지할 경우 조직을 거덜내게 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조직 관리보다는 자신을 뒷바라지해 준 사람에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권력에 의해 임명된 기관장들이 각종 경영 비리에 연관됐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자율적인 발전을 기대한다면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어야만 한다.

[매일경제]

7. 속도 내는 美보호무역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미국 상무부가 국내 철강업체들에 때린 고율의 반덤핑 관세 폭탄을 보면 거세지는 신(新)보호무역주의 바람이 코앞에 다가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지난 5일 부과된 조치는 열연강판 수출 1위인 포스코에 반덤핑관세율 3.9%, 상계관세율 57% 등 총 61%, 현대제철에는 반덤핑 9.5%, 상계 3.9% 등 13.4%의 관세 부과다.

상무부의 결정에 대한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최종 판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관세폭탄을 맞으면 해당 제품 수출은 사실상 끝나는 셈이다. 지난달 한국산 냉연강판에도 최대 65%의 관세 부과 판정을 내렸는데 열연강판은 냉연강판 등 다른 제품에 비해 수출 비중이 훨씬 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한층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 벌써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철강·금속 18건, 전기전자 2건, 섬유 1건 등 모두 21건의 수입규제를 취했다. 우리 업체의 북미 세탁기 점유율이 올라가자 미국 1위 업체인 월풀의 문제제기 형식을 빌려 중국산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각각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는 값싼 수입품으로부터 자국의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매기는 관세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무관세 시대를 열어놓고도 내놓고 보호주의로 빠져드는 것이니 공개적인 불공정무역과 다름이 없다.

미국은 경기 침체 때나 정권 교체기에는 강도 높은 보호무역 정책 기조를 되풀이해 왔다.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한국산 철강제품 등에 발동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대표적이다. 오는 11월 치를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에 신보호무역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미 FTA를 포함한 양자 간 FTA뿐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다자무역협정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공세를 업체들 간의 싸움이라며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법적 조치까지 강구해야겠지만 국내 기업 피해가 커지기 전에 양국 정부 간 채널을 총동원해 사전에 풀어나가야 한다.

[매일신문]

8. 교통지옥 뻔한 동대구환승센터, 대책 없는 대구시

사상 최대 규모의 백화점`종합버스터미널이 들어서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올해 말 완공된다. 축구장 40개와 맞먹는 연면적 29만㎡에 지하 7층 지상 9층의 환승센터가 문을 열면 하루 3만 대 이상의 교통량이 늘어난다. 출퇴근 시간이면 가뜩이나 막히는 인근 도로는 교통지옥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대구시가 교통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동대구역 고가교 확장 공사마저 계속 미뤄져 더욱 걱정스럽다.

대구시건설본부는 동대구역고가교(동대구역네거리~파티마삼거리) 확장 공사의 준공 예정일을 올 연말에서 내년 10월 말로 연기했다. 이유는 고가교 상판 공사를 열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만 할 수 있는 데다, 공사 승인권을 가진 한국철도공사가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경부고속철 대구 도심 통과 구간의 개통이 늦어지면서 고가교 확장 공사도 연쇄적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공사는 기존의 왕복 6차로(48m)를 왕복 10차로(126m)로 확장해 환승센터로 인한 주변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핵심 대책의 일환이었다. 공사 지연으로 인해 올 연말 환승센터 준공 이후 10개월 이상 교통 혼잡이 더해져 시민 불편이 엄청나게 클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지연 이유를 한국철도공사의 비협조와 경부고속철도 대구 도심 통과 구간 공사의 지연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대구시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신세계가 환승센터를 착공한 지 2년 6개월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고가교 확장 공사가 늦어진다고 하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핑계일 뿐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지만, 교통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은 채 환승센터를 유치했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주말`휴일이 되면 중구의 현대백화점 대구점으로 인해 달구벌대로 전체가 교통 체증에 빠진다. 환승센터의 신세계백화점 영업 면적이 현대백화점의 2배에 달하고 고속`시외버스의 진출입으로 인한 혼잡까지 고려하면 너무나 끔찍한 교통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다. 대구시는 하루라도 빨리 고가교 확장 공사를 마무리 짓고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환승센터가 재앙 덩어리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완벽한 교통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9. 투자 유치한다며 개인 사업에 혈세 퍼준 울릉군

울릉군이 기업 투자 유치를 명목으로 특정 리조트 운영업자에게 수억원의 사업 보조금 특혜를 준 것도 모자라 산림 무단 훼손, 허위 공문서 작성 등 수차례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보조금을 몰래 빼먹는 비리가 도처에서 적발되고 강력한 조치가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울릉군의 경우처럼 공무원이 앞장서서 거액의 보조금 특혜를 주면서 위법 행위도 서슴지 않은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울릉군은 2013년 이 사업을 처음 진행하면서 리조트 마당에 블록을 까는 데 4억2천여만원, 성인봉 계곡물을 리조트에 공급하기 위한 간이 상수도 시설 공사비로 3억5천여만원을 지원하는 등 모두 7억8천여만원의 도비`군비 예산을 지원했다. 게다가 관계 당국의 사업 계획 변경 승인도 받지 않고 사업 구역과 내용을 임의로 변경해 공사를 강행했다. 

감사원은 2014년 이런 비위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여 울릉군의 부적절한 사업 진행과 위법 사실을 확인했다. 행정자치부는 후속 조치로 해당 사업비만큼 10억원의 지방교부세 삭감을 통보했다. 결국 울릉군의 잘못으로 군민이 큰 손해를 입은 것이다. 더욱이 울릉군은 이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소명 자료를 행자부에 보내 비위를 숨기려 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특정 개인의 사업에 혈세를 퍼주고 공무원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업 편의를 봐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투자 유치를 통한 지역 발전이 중요한 과제라 해도 이는 상식에 어긋난다.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지방세 감면 등 적정 수준의 지원은 용인하는 추세다. 하지만 혈세로 특정인의 배를 불리거나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채 법을 어기면서까지 뒷배를 봐줬다면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 같은 특혜에 대해 울릉군 주민들은 “울릉군 공무원이 무슨 약점을 잡혔거나 뒷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릉군은 혈세 낭비도 모자라 위법 행위마저 감수하고 사업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사법 당국도 리조트 사업 과정에서 관`민 유착 등 비리는 없는지 조사해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10. 朴 대통령과 與野 새 지도부가 안보를 위해 해야 할 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외교 경험이 없는 그들이 만날 현지 인사들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주장하는 관변(官邊) 학자들이다. 언행에 신중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더민주당은 '사대(事大) 외교' 논란에도 이들의 방중을 막지 않았다. 전날과 어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의 방중(訪中)을 비판하자 오히려 출국 의원들을 옹호하는 의원들이 더 늘었다. 전형적인 한국형 정쟁(政爭)이다.


더민주당의 8·27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 세 명도 모두 사드 반대론자이다. 이들은 대여 관계에서도 강경론을 펴고 있다.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대통령 탄핵' 얘기를 꺼낸 후보까지 있었다. 후보들 간 선명성 경쟁으로 사드 문제가 정부에 대한 반감과 뒤섞이는 양상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새 대표로 선출되든 더민주가 사드 반대로 급격히 쏠릴 소지가 크다. 사드 당론 채택을 미뤄온 현 김종인 대표에 대한 불만도 이미 새 나오기 시작했다.


야당이 사드를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면 그만큼 안보·국방의 논리가 고려될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다. 지금도 사드를 반대하는 더민주당 의원들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만 강조할 뿐 군사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 문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남중국해 장악 시도가 국제법상 불법으로 결정된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 국가였으면 정권이 흔들렸을 사안이다. 중국은 지금 국내 불만 여론의 불길을 나라 밖으로 돌리려 부심하고 있고 때마침 사드가 그 대상이 돼 있다. 우리 국내에서도 야권 전체에서 사드 문제로 현 정권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세력이 커지고 있다.

이미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중에는 사드 반대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다. 우리 정치권은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사드 정쟁이 아니라 그 이상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경북 성주 주민들의 집값, 참외값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내년 말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한국의 정권 교체 뒤 사드를 철수시킬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할지 모른다. 심각한 일이다.


사드는 기왕에 있는 국내 미사일 기지에 버스 한 대보다 작은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을 배치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는 무기체제이다. 이것이 마치 엄청나게 거창한 시설이 오는 것처럼 부풀려져 있다. 순전히 북핵 미사일을 막자는 방어적 조치에 국론이 분열될 경우 득(得)을 보는 것은 국제 제재로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과, 미국에 대한 불신으로 우리 측 설명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중국밖에 없다.


어제 박 대통령은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언급이다. 그간 박 대통령이나 정부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이 없다.


새누리당은 오늘, 더민주는 27일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대통령이 여야의 새 지도부를 만나 안보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 바란다. 야당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나라는 게 아니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안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우리 앞엔 사드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문제들이 놓여 있다. 미 대선으로 촉발된 보호무역 바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장기 불황과 기업 구조조정 등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이 마당에 국민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대통령과 정치권 모두가 숙고했으면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이희용의 글로벌시대> 독도에서 떠올린 반크의 꿈

1998년 빌딩 청소를 하며 야간대학에 다니던 가난한 대학생이 인터넷 활용수업 과제로 외국인과 교류하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세계 여러 대학의 동아시아 관련학과 1천여 곳에 편지를 띄웠다. 한국을 알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친구들을 소개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10분의 1가량 되는 100여 곳에서 답장이 왔다. 이들과 대화하며 한국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려다 주요 사이트에 잘못된 내용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1999년 1월 1일 한국을 알리는 전용 사이트를 만들고 주요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관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다케시마' 대신 '독도'로 표기해야 한다거나 '일본해'에 '동해'를 병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단순한 두 나라의 다툼이 아니라 제국주의 침략 과정에서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일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2000년 세계적 명성의 잡지와 방송 채널을 소유한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동해'를 병기하겠다고 응답해왔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었고 함께하는 회원도 부쩍 늘어났다. 그 대학생의 이름은 박기태(42)였고, 그 펜팔 사이트가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머리글자를 딴 '반크'(VANK)의 모태였다.


반크는 '사이버 외교사절단'이라고 불린다.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한국을 올바로 알리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기태 단장이 반크를 결성했을 당시 세계지도에서 동해를 병기한 비율은 3%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30%에 이른다. 반크 회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주요 백과사전 사이트는 고조선을 누락한 채 고구려를 한국 최초의 국가라고 소개했다가 정정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은 대한민국이 1천 년간 독립국가였다고 기술한 대목을 '수천 년에 달하는 오랜 독립 역사를 지닌 한국'으로 고쳤다. 영국 국립중앙도서관과 호주 머큐리인쇄박물관은 구텐베르크에 앞서 한국이 금속활자를 발명했으며 직지심체요절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명기했다. 

반크의 활동 영역은 한국 관련 오류를 바로잡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3만 명의 반크 회원은 한복이나 김치 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가 하면, 한반도 통일이 가져올 미래를 펼쳐 보이며 설득에 나서기도 하고, 유엔이 지구촌 문제 해결을 위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달성을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크를 두고 국수주의 단체라거나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앞세운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독도 영유권, 동해 표기,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에 매달리고 '21세기 신(新)헤이그 특사단'이라는 이름으로 홍보사절단을 파견하다 보니 반일단체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심지어 일부 일본인은 사이버 테러단체라고도 부른다. 특정 사이트에 집단으로 '이메일 폭탄'을 보내 압박하거나 해외 대학 도서관의 장서에 'Dokdo'나 'East Sea'라고 적힌 수정 스티커를 마구 붙이는 일이 일어나다 보니 반크가 배후로 의심을 사는 일도 있었다.


박 단장은 "도서관 장서를 훼손하는 행위 등은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해되는 측면은 있으나 오히려 한국인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우리는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그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정을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크의 목표는 일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고 진정한 한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동북아 평화시대를 열어가는 것이며, 우리의 활동이 국수주의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전 세계 외국인들과 우정을 나누는 데 힘쓰고 있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반크 회원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재민을 돕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성금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반크 활동의 중심에는 독도가 있다. 반크는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독도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야말로 한일 간의 과거사 논쟁을 해결하고 남북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고 여기고 있다. 독도 우표나 엽서를 발행하고 청소년들을 디지털 독도 외교대사와 글로벌 독도 홍보대사로 양성해온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이다. 2009년부터는 경상북도와 함께 해마다 우수 회원을 초청해 독도 탐방 캠프를 열고 있다.

지난 4일 독도평화호를 타고 독도에 도착해 동도의 구석구석을 둘러본 반크 회원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맨눈으로 보는 독도는 사진으로 대할 때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발을 내딛는 감촉도 평소와 달리 정겹게 느껴졌다는 소감을 앞다투어 털어놓았다. '한국령'(韓國領)이라고 적힌 표석이나 동도 정상에 새겨진 태극기 그림과 마주할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독도의 풍경은 무척 평화로웠다. 쾌청한 하늘 아래 바람은 고요하고 물결도 잔잔해 바다 밑이 훤하게 들여다보였다. 독도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괭이갈매기는 한가롭게 날갯짓을 하고, 사람 말고는 이곳에 사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삽살개 '수호'와 '천사'도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소총으로 무장한 경비대원이나 사방을 향해 설치된 각종 무기가 오히려 어색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독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전혀 평화롭지 못하다.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 이후 노골적으로 과거 회귀 본능을 드러내는 일본은 최근 방위백서를 통해 12년 연속 "독도는 일본 땅"이라며 억지를 부렸다. 중국은 남중국해 섬들의 영유권을 놓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는데 이어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며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때 지켜주지 못한 대한민국의 최동단 영토 독도에 또다시 아픔을 주지 않으려면, 그리고 최소한 반크 청소년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2. [매일신문][세계의 창]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한 국제구호단체가 최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 12개국의 만 8`10`12세 아동의 행복감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 한국 어린이들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고, 특히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2세에서 행복감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중학생들은 가족과의 좋은 관계를 행복의 주요 조건으로 꼽았지만, 공부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고, 부모님은 학업에 대해서만 궁금해하면서 대화가 줄고 사이가 나빠진 사례도 나왔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러한 현상을 과연 ‘교육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오래전 경상북도에서 ‘창의적이고 정직한 인간’을 교육 구호로 내걸고 각급 학교마다 정문에 현수막까지 내다 건 적이 있다. 시의적절하고 제대로 된 표어였다. 딸아이가 다니던 모 고등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모인 수백 명의 학부모와 교장, 교감 선생님이 합의한 것은 “외부에는 적당히 둘러대고 우리끼리는 영어, 수학 수업을 더 많이 하자”였고, 무슨 수업료 영수증은 이중으로 발행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다 같이 조작해서 우리 자식들 대학에 많이 합격시키자는 것이었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40년여 년 전에도 음악, 미술, 체육 시간 대신 국`영`수 과목을 변칙 편성하는 이중 시간표가 만연했고, 담임 선생님은 장학사가 오면 원래 시간표대로 수업한다고 답하라는 지침을 하달하였다. 이런 해묵은 조작과 거짓말은 하도 만연되어서 모든 것이 ‘교육열’이라는 말로 미화되고 칭찬받는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학생들의 적성과 취향보다는 일류 학교 합격자 수를 늘리는 진학지도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시 성적이 좋으면 명문학교라 불러주고 언론은 그 결과만을 갖고 학교 서열을 매기고 경쟁을 부추긴다. 

이러다 보니 전교 1등을 놓쳤다고 2등 한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비극적 사건도 있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학에서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검사가 되어 세상 떠들썩한 부정을 저질러 감옥에 간 최근의 사례를 무슨 특별한 예외적인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공부만 잘하면, 성적만 좋으면 모범생이라고 상장을 주는 일을 아직도 하고 있지 않은가? 대학도 자의건 타의건 서열화되고,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선정 순위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위한 행정업무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미국에서는 교육 현장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분야에서 거짓말을 가장 큰 죄로 치고, 제도적으로도 거짓말에 대해 엄청난 불이익을 안긴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거대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러 공식석상에서 한국의 교육을 예로 들면서 미국도 이를 본받자고 한 적이 있다.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한 말이니 일부 지당한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과연 그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수많은 비교육적 처사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매사 순위를 매기고, 1등만을 지향하는 이런 것은 이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우리 사회에서 지양할 때가 되지 않았나? 모든 분야에서 평가의 잣대로 서열 매겨서 상주고 벌주는 일이 업무 성과의 극대화를 기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웃사촌의 정’이 유별난 한국인 공동체에 끼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다. 

개인주의가 뿌리내린 서양식 평가제도를 우리는 너무 급속히, 그리고 너무 쉽게 적용하려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고 있다. 지금 브라질에서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사람들이다. 은메달, 동메달도 세계 2, 3위인 굉장한 성과다. 괜히 그들이 죄를 지은 것처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올림픽 참가 선수뿐 아니라 1등 지상주의가 상존할수록 우리 사회에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만 길러질 뿐이다. 최근 몇몇 대학에서 성적 장학생을 줄이고 공동체 기여 및 참여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도 ‘교육과 행복’의 정비례를 위해 좋은 착안이라 본다.


3. [매일신문][기고] 태극기 사랑, 나라 사랑의 길

지난 7월 17일 제헌절 날 풍경은 많이 아쉬웠다. 대구 시내 중심가에는 높은 빌딩이 많은데, 건물에 태극기를 내건 곳은 달랑 4, 5곳이 전부였다. 태극기는 어디로 갔을까. 태극기로 대변되는 나라 사랑은 어디로 갔을까.

어린 시절 자주 불렀던 노래가 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풀거리며 행진 놀이하던 때가 눈에 선한데, 이제는 그런 날들은 언감생심이다. 88세 노인이 된 나라도 손에 태극기를 들고 아파트촌 노인들을 불러 모아 소꿉장난이라도 해볼까.

평소 늘 느끼던 일이지만 요즘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불문하고 국가기념일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생활이 풍요롭고 자유로워진 까닭에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도와야 한다는 생각, 나라 사랑, 이웃 사랑이 식어버린 탓일 게다. 그러나 그럴수록 허리띠 졸라매고, 근검절약하고, 나라 사랑하며 지내온 날들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

조금 잘살게 되었다고 나라와 이웃은 뒷전이고, 각자가 자기 목소리만 내세우는 모습이 참으로 아쉽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삼시 세 끼 죽으로 겨우 연명하던 가난의 시절, 주린 국민의 배를 채우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고, 해진 허리띠에 낡은 구두를 신고, 밀짚모자 쓰시고, 논에 들어가 농부들과 함께 모심기를 하고, 막걸리를 드시던 그 어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뜻을 이어받아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온 덕분에 이제는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배불리 먹으며 살고 있다. 우리 후손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동남아, 아니 세계로 우리나라의 발전 모델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잘살게 된 것은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고, 똘똘 뭉쳐 함께 해보자는 굳건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잘살게 되었다고 이웃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잊는다면 언제 다시 가난과 질곡의 세월로 떨어질지 모른다.

국민들께 호소드린다.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국경일에는 반드시 국기를 게양하자. 이제 며칠이 지나면 8`15 광복절이다. 그날에는 아파트고 단독주택이고 한 집도 빠짐없이 태극기를 달자. 북한에서는 남남갈등을 일으키려고 온갖 책동을 주저하지 않는데, 그 장단에 놀아나지 말고, 마음 단단히 잡자.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 끼여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뒤지지 않고 우뚝 서서 세계 강국들과 대등하게 정치외교를 펼치고 있으니 자랑스럽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그것을 막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내부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북한이 노리는 남남갈등일 것이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하루빨리 정치권과 국민이 뜻을 모아 논란을 마무리하고, 국민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것은 여야의 문제,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운명,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의 번영과 국민 생활의 안정, 즉 평화 자유 민주를 갈망할 뿐이다. 다가오는 광복절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 온 나라 안에 태극기가 휘날리도록 하자. 그래서 북한이 아무리 남남갈등을 조장해도 우리는 결코 분열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자. 그래서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후세 만대에 물려주도록 하자. 

광복절은 우리 민족이 다시 태어난 날이다. 이번 광복절에는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한 집도 빠짐없이 대문마다, 창문마다 태극기가 휘날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4. [동아일보][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어머니, 나의 어머니

‘검정색과 회색의 배치―화가의 어머니’는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1834∼1903)의 대표작입니다. 그림 속 화가의 어머니는 절제되고, 명예로운 삶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화가는 달랐습니다. 아름다운 여성과 호화로운 식기가 있는 삶을 탐했지요. 

21세 화가는 홀로 프랑스로 미술 공부를 떠났습니다. 이후 어머니와의 재회는 더 큰 자유를 찾아 정착한 영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미국에서 발발한 시민전쟁을 피해 어머니가 아들집에 왔거든요. 아들은 어머니의 재등장에 긴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했지요. 친구들에게 어머니 성품을 알렸고, 실내 장식도 검소하게 바꾸었어요. 

훗날 미국 최초 어머니의 날 기념우표를 장식할 그림은 이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1871년 가을, 청교도였던 어머니를 모델로 자유분방한 아들이 붓을 들었습니다. 그림 속 67세 노모는 지금까지 미술 속 어머니들처럼 미소가 자애롭지도, 눈길이 인자하지도 않습니다. 평소 모습 그대로 책임감과 도덕성으로 무장한 모습이었지요. 여기에 일본에 관한 화가의 관심도 엿보입니다. 그림 속 어머니는 기모노 천이 드리우고, 다다미가 깔린 방 안에 미동조차 없이 앉아 있습니다.

건강상의 문제로 어머니가 미국으로 돌아간 후 화가는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해방감을 만끽하느라 안부조차 묻지 않았지요. 그리고 2년 뒤 어머니의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그토록 벗어나려 발버둥 쳤던 어머니의 죽음이 화가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모처럼 어머니와 의기투합해 완성한 그림 판매를 보류할 만큼 죄책감에 시달렸지요. 화가에게 어머니는 부담스러운 존재인 동시에 부정할 수 없는 생명의 근원이었지요. 

노숙인 인문학 종료 후 전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업 중 여러 차례 그린 자화상을 선보이기로 했지요. 마지막 시간, 40대 수강생이 지금껏 그려왔던 자화상에 머리 모양과 옷 색깔만 바꾼 그림을 제출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랍니다. 자신의 모습에 곱슬머리를 붙여보고, 여자 옷도 입혀보며 어머니를 상상해 왔답니다.


자화상 대신 어머니 초상화를 전시해도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원망과 그리움의 존재, 어머니를 그렇게라도 불러보고 싶었겠지요. “왜 안 되겠느냐”고 답하며 화가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든 어머니는 멋지게 그릴 것이다.’ 하지만 그림에 쏟아진 세상의 찬사에 겸손하게 화답했던 화가에 대한 말은 차마 전하지 못했습니다.


5. [동아일보][림펜스의 한국 블로그]휴가철 베스트셀러에 숨겨진 이야기

여름 휴가철이라 책 얘기를 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면 독자 반응이 예상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그럴 때 출판사 대부분은 실망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해외 문학을 적극적으로, 많이 내는 편인 한국 출판사들은 외서를 기획할 때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겠지만 가능한 한 많은 독자들한테 책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면 해외 트렌드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나도 규칙적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대표 서양 출판 시장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검토한다. 물론 책에 대한 반응이 나라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만일 해외 베스트셀러들만 계약하려고 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결국 망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어느 나라의 문학과 책 시장을 조사할 때 그 나라에서 어떤 도서가 잘 나가는지, 어떤 책이 화제가 되는지 고려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어느 도서가 한국에서 먹힐지는 미리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작품마다 수십만 부씩 팔리는 인기 작가들은 거의 모두 조만간 한국에 소개되는데 한국어판도 잘 나간다고 말할 수 있는 작가가 별로 없다. 마크 레비, 프레드 바르가스, 다비드 포앙키노스, 미셸 뷔시 등은 한국에서 반응이 밋밋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인기를 끌었다. 그런 상황에 직면하는 작가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반면 희한하게도 자기 나라에서는 별로 주목을 못 받았는데도 번역판이 잘 나가는 외서가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최근에 열린책들이 출간한 소설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셸리 킹 지음·이경아 옮김)는 미국에서 나오기도 전에 10개국의 편집자들한테 마음에 들어 널리 계약되었다. 나중에 미국판이 나온 후 미국에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해 출판사가 좀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한국에서는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

누구나 말하는 ‘국제 베스트셀러’도 당연히 있다. 세계적으로 소개되었으며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말이다. ‘반지의 제왕’ ‘장미의 이름’ ‘해리 포터’ ‘다빈치 코드’ ‘밀레니엄’ 등 누구나 들은 적이 있는 책이 그런 부류다. 2010년대 대표적으로 국제 베스트셀러로 성공한 책의 저자로는 요나스 요나손, 프레드릭 배크만 등이 있다. 

밀리언셀러의 발행인한테 물어보면 “이 정도 판매될 줄 알았다”고 대답하지 않는다. 책마다 독자 반응에 대한 예감이 있는데 예측은 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출판사에 책을 10권, 20권, 30권 맡겨봐야 그중에 하나가 베스트셀러가 될 기회가 생긴다. 운이 좋지 않으면 100권 출판해 봐야 소용없다.


잘 팔리는 책만 출간하는 출판사는 없다. 물론 의욕이 넘치는 출판인이 어느 타이틀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낼 자신이 있다면 그만큼 투자해서 온갖 마케팅을 통해 책을 주목받게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홍보비가 장난이 아니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위험한 장사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란 게 참 기이한 것 같다. 도서는 대중한테 관심이나 호감을 일으킬 만한 요소들이 워낙 많은 특별한 제품이다. 그중에 조절할 수 없는 요소가 꽤 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는 절대 합리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출판사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사실이지만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정해진 공식이 있었으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같은 불합리성은 독자에게 좋은 일이다. 성공적으로 출판하는 과정이 정밀과학이 아니기에 출판계는 열정과 독창력을 갖추려고 한다. 번역가, 편집자, 디자이너, 제작자 등 각자 자기 나름대로 늘 최선을 다해서 가능한 한 질이 높은 책을 내도록 노력해야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최선을 다했다면 독자들로부터 반응이 없어도 결국 좋은 책을 만든 보람만은 남는다. 그런 경우 출판인들은 아까운 책이 많아도 후회할 게 없다. 무더운 여름 많은 책을 펴낸 출판계 사람들은 마음을 졸이지만 독자들은 그만큼 넓은 독서 선택 폭을 갖고 더 재미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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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9일 신문브리핑 #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감사함으로써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레오 버스카글리아
<< 정치/외교 >>
1. 여야가 이르면 오는 2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함
- 여야는 또 조선·해운산업 부실 관련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각각 17일과 18일 여는 안을 논의 중임
<< 경제 일반 >>
1.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8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인 ‘AA’로 상향 조정함
- AA는 전체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세와 대외건전성 지표 개선, 충분한 재정·통화 정책 여력 등이 등급 상향의 근거로 제시됨
2. 중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아시아 크루즈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크루즈산업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음
- 부산, 속초 등 한국을 모항으로 출발하는 크루즈선은 올해 15회에 이어 내년 37회(부산항 31회, 속초항 6회)의 항해 계획이 잡혀 2만2400명의 관광객을 실어 나를 것으로 전망됨
-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7만t급 크루즈선 1척이 항구에서 출발할 경우 연간 경제 효과가 모항 인근 쇼핑과 선용품(船用品) 공급 등 소비 지출 효과 4540억원, 승무원을 포함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1788명에 달함
3. 2000년대만 해도 한국 게임 수입상 역할을 했던 중국의 텐센트는 이제 세계 게임업계 부동의 1위가 된 반면 한국 게임업체는 자본 싸움에서 밀리면서 글로벌 M&A 싸움에서 방관자로 전락하고 있음
- 글로벌 게임업체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텐센트의 지난해 매출은 87억달러(약 9조6800억원)로 같은 해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 910억달러(약 101조3000억원)의 10분의 1에 육박함
4. SK그룹이 태양광 사업에서 손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
- SKC는 “자회사인 SKC솔믹스가 세라믹 기술 선도기업으로의 성장과 반도체 소재 영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멘텀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 정리를 검토 중”이라고 8일 밝힘
5. 지난해 LG상사 자회사로 편입된 종합물류업체 범한판토스가 몸집을 키우며 공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음
- 범한판토스는 지난 5일 육상 운송 전문 물류업체 하이로지스틱스에 대한 흡수합병을 완료했다고 공시했으며, 이 합병으로 하이로지스틱스의 육상 운송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단숨에 확보함
6. LG유플러스가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여직원과 임산부를 대상으로 이달부터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있음
- 개인 사정에 따라 출근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조정해 선택할 수 있으며, 출퇴근 시간은 매달 변경할 수 있고, 한 번 선택하면 최대 6개월까지 적용됨
<< 금융/부동산 >>
1. 8일 코스피지수는 13.18포인트(0.65%) 상승한 2031.12에 마감함
- 작년 11월6일(2041.07) 이후 최고치로, 올 들어 처음으로 2030선 위로 올라섬
2. 농협금융그룹이 은행뿐 아니라 보험, 캐피털, 저축은행 등의 서비스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All One Bank)’를 새로 선보임
-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출시는 늦었지만,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내세워 모바일 금융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임
3. 미래에셋생명이 급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을 잡기 위해 자본금 100억원 규모로 전문 자회사 `미래에셋모바일`을 설립했으며, 다음달부터 보험 판매 전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할 예정임
- 오픈마켓 사이트 특성상 미래에셋생명 자사 상품은 물론 타사 상품들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며 현재 손해보험사, 생명보험사 5~6개사와 제휴를 추진 중임
4. 중국 국영 보험회사인 타이핑생명이 한국 ING생명 인수전에 돌연 불참하기로 함
-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음
5. 신한금융투자가 퇴직연금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오픈했다고 8일 밝힘
- 퇴직연금을 활용한 ETF 투자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것이 최대 강점이며, 펀드 등 기존 퇴직연금 자산은 매입과 환매 간에 최장 9일 정도가 소요돼 시장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웠음
6. 일부 증권회사가 택지지구 내 공동주택용지가 추첨제인 것을 이용해 사실상 ‘땅 장사’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음
- 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교보증권이 30개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지구에서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에 집중 청약해 온 것으로 나타났으며, 금융감독당국은 이 같은 행위의 불법성 여부를 확인 중임
7. 서울 역삼동 벨레상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이 1조3500억원을 들여 높이 38층짜리 복합(쌍둥이) 빌딩으로 탈바꿈할 예정임
- 호텔과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한 중견 건설사 VSL코리아 측은 호텔 원소유주인 삼부토건의 3세 경영자와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 국제 >>
1. 중국의 7월 달러화 기준 수출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4.4% 줄었고 수입액은 12.5% 줄었다고 중국 관세청이 8일 발표함
-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7월 무역흑자는 523억1000만달러(약 58조원)로 6개월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수입이 수출보다 빨리 줄어들면서 흑자 규모가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가 나타난 것임
2. 중국에 없는 혁신기술을 선점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차원으로 '차이나 머니’가 미국 정보기술(IT) 혁신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 몰려들고 있음
-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에서 실리콘밸리로 흘러들어간 누적 투자금액은 60억달러에 이르며, 지난해 중국 투자가들은 실리콘밸리에서 2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 많은 142건을 투자함
3. 미국에서 소비자에게 시중보다 최대 95% 싼 가격으로 약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등장함
- 8일 CNBC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창업한 ‘블링크헬스’는 무료 앱(응용프로그램)과 자사 웹사이트(www.blinkhealth.com)를 통해 판매하는 1만5000여개 복제약 중 50% 이상을 10달러 이하에 팔고 있음
- 블링크헬스는 2500만명에 이르는 회원과 약국 네트워크를 갖춘 처방약 제조·환자 관리 대행업체(PBM)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환자나 소비자는 블링크헬스 웹사이트나 앱을 방문해 필요한 약품을 검색한 뒤 온라인으로 약값을 내고 월그린, 타깃, 세이프웨이 등 약국 체인점이나 슈퍼마켓, 할인점 등에서 약품을 찾아가면 됨
4. 세계 부자들의 자금 은닉 창구(조세피난처)로 널리 알려진 파나마가 중남미에서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로 주목받고 있음
-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파나마의 경제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고, 1인당 구매력이 멕시코와 브라질보다 높다고 평가함
5.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퀘타의 한 정부 운영 병원에서 자폭테러가 벌어져 7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함
- 테러 배후에 인도 정보기관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돼 `앙숙`인 양국 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번지는 것은 아닐지 염려가 커지고 있음
<< 사회/기타일반 >>
1. 법무부가 8일 넥슨 주식 등 모두 9억5000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 검사장(49·사법연수원 21기)의 `해임`을 확정함
- 해임은 검사 징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68년 검찰 역사상 현직 검사장이 비리 혐의로 해임된 건 진 검사장이 처음임
<< 리우 올림픽 관련 소식 - 올림픽 기간 중에만 한시적으로 요약정리 예정입니다^^ >>
1. 한국 여자양궁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8연패의 위업을 달성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추가경정 예산(追加更正豫算 , revised supplementary budget , supplementary budget)
- 정부가 집행하고 있는 예산에 대하여 다시 변경한 예산. 즉,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확정된 후에 생긴 사유(事由)로 인하여 이미 성립된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다시 추가편성하여 성립된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이라고 함.
추가경정예산은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여 성립된 후에 그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예산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에 그 내용을 변경하는 수정예산과 구별됨. 한편, 추가경정예산은 본예산과 별도로 성립된 것이지만 본예산의 항목이나 금액을 고친 것에 불과하므로 본예산과 통산(統算)하여 집행하게 됨.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있어서는 국가재정법이 정하는 첨부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생략할 수 있음.
일본에서는 이것을 보정예산(補正豫算)이라 말하고, 미국에서는 추가세출예산(supplemental appropriations)이라 부르며, 프랑스에서는 수정세출예산(Loi de finances rectificative)이라고 함
- 출처 : 이해하기 쉽게 쓴 행정학용어사전, 2010. 3. 25., 새정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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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8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야당 역할론’, 국가 안보 훼방놓자는 건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터져 나오는 파열음이 심상찮다. 오늘 방중을 강행하는 당내 초선의원 6명에 대해 우상호 원내대표는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정치논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감싸고 나섰으나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중국에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총선 승리 이후 그런대로 순항하던 더불어 지도부가 사드 문제로 엇박자를 내며 충돌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더민주는 김 대표 주도로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차기 당권주자들도 동조하면서 반대 당론이 공식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김 대표조차 대안 없이 반대만 일삼던 과거 야당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도로 민주’에 대한 우려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정도다.

민주국가에서 각 정당이 어떤 당론을 채택하느냐 하는 것은 자기들의 자유다. 그러나 국가안보가 걸린 문제에서 몽니를 부려선 안 된다. 당리당략에 앞서 국익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방중단에 포함된 김영호 의원의 ‘야당 역할론’이 어처구니없게 들리는 것도 그래서다. 여당이 못하는 한·중 우호관계의 다리 역할을 야당이 떠맡겠다는 것이니, 지금이 너도나도 나서서 중구난방 외교를 펼칠 때란 말인가. 안보외교를 정부 따로, 야당 따로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공연한 침소봉대로 중국이 자신들의 방중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커졌다며 오히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에 화살을 돌린 김 의원의 주장은 중국 관제언론의 논리와 똑같다. 이미 중국 언론들은 이들의 방중 방침을 대서특필하며 사드 반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오죽하면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당마저 사드 반대 공조와 더민주 의원들 방중은 전혀 별개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겠는가.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한국 인사들의 기고나 인터뷰를 관제 언론에 게재하며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야당의원들마저 집단으로 중국의 선전 술책에 놀아나는 우를 범해선 곤란하다. 적어도 수권정당임을 자임하는 제1야당이라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이들의 방중을 놓고 칭찬을 바란다면 철부지일 뿐이다.

2. 에어컨 놔두고 선풍기 틀어야 하는 현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한여름의 폭염보다 더 겁나는 게 전기요금이라고 한다.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가 누진제로 돼있어 전기를 평소보다 조금만 더 사용해도 요금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집안에 에어컨을 갖추고 있더라도 요금 걱정에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이유다. 흘러내리는 비지땀을 부채와 선풍기로 버티면서 공연히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현재 적용되는 요금 누진율이 전기 사용량에 따라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게 문제다. 6단계로 시행되는 누진제의 최고구간 요금이 최저구간에 비해 무려 11.7배나 된다. ‘전기요금 폭탄’이라는 표현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도 소비자들의 누진제 폐지 청원이 시작됐다고 한다.

물론 현행 누진체계가 나름대로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당초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전기 사용을 억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전기 요금을 통해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낸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 체계가 2007년 도입된 이래 10년 가까이 흘렀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동안 전력사용 행태가 크게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더위를 참도록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시내 대형상가마다 에어컨을 펑펑 틀어놓은 채 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받는 상점들과도 비교가 된다.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전기를 마음대로 써도 되고 집안에 있는 사람들은 요금폭탄을 감수해야 한다는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받는 상점에 대해 단속활동을 벌이다가 올해는 묵인하는 듯한 당국의 태도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는 전기요금 체계를 바꿀 때가 됐다. 전기요금이 물가와 가계경제,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 여러 분야에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개편할 수 없다는 주장은 핑계일 뿐이다. 누진제를 유지하더라도 가구당 전력소비가 늘어난 데 맞춰 누진구간 및 누진 배율의 조정이 필요하다. 무더운 날씨에도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을 켜지도 못하고 집안에 그냥 모셔둬야 하는 상황만큼은 개선돼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

3. 거대 야당, 경기 살리자는 추경안마저 정쟁 대상 삼나

구조조정 지원과 일자리 만들기, 민생안정 등을 위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벽에 부딪히고 있다. 여야는 당초 오는 12일을 처리 시한으로 합의했지만, 아무리 빨라도 오는 20일 전후로 처리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이유는 야당이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현안을 자신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처리해야만 추경안 통과에 협조할 수 있다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3당은 지난 3일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개최,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입,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기간 연장,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사드`검찰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 8개 사안에 공조하기로 합의했었다. 야당은 이들 8개 항을 추경안 처리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끼워넣기’ 전술이 도지는 형국이다.

이들 8개 항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조속한 처리가 필요한 것도 분명히 있다. ‘공수처’ 신설이나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설치,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현안들은 별개로 다루어야 할 사안이지 추경안 심사와 연결시킬 것이 아니다. 추경안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추경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번 추경이 야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 놓고 8개 항의 선결을 내세워 추경안 심사를 지연시키는 것은 추경안을 정쟁화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4`13 총선에서 민심이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것은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해서 ‘협치’를 하라는 것이지 이렇게 머릿수의 우위를 내세워 제멋대로 하라고 한 것이 아님을 야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번 추경은 속도가 생명이라고 한다. 경기둔화세를 멈추려면 속전속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야당은 추경안과 관계없는 사안을 내세워 추경안 처리를 늦출 일이 아니다. 그런 구태의연한 ‘야당질’은 야당이 입만 떼면 강조하는 민생을 오히려 어렵게 할 뿐이다.

[서울신문]

4. 현 경영진 비리 드러난 대우조선, 지원 명분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비리가 갈수록 가관이다. 도대체 부패의 검은 사슬이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지 말문이 막힌다. 전 경영진의 비위와 부실운영도 기가 막힌데 쇄신 플랜을 가동한다기에 믿었던 현 경영진조차 조직적인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열중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연일 조사했다. 이런 정신 나간 조직에 공적자금을 이미 3조원이나 밀어 넣었으니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김 부사장은 지난 1~3월 작성한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1200억원가량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실 규모를 속여 회사의 적자 폭이 전체 자본금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회계 조작을 했다. 적자가 자본금의 50%를 넘으면 증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채권단의 지원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런 분식회계를 한 것이다. 검찰은 정성립 사장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사실상 공기업이나 다름없는 회사가 비리 소굴로 전락했는데도 피 같은 세금을 뭉텅이로 밀어 넣어 주고 있는 꼴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노무현·이명박 정권이 선임한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비리와 분식회계를 집중 수사해 왔다. 현 경영진의 비리까지 더해지면 2006년 이후 대우조선은 조직적 비리 속에서 10년을 한결같이 허우적거렸다는 얘기다. 이 지경인데도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더욱 개탄스럽다. 대우조선을 관리해야 했던 산업은행은 꼬박꼬박 배당금을 챙겨 주고 눈먼 낙하산 자리만 만들어 주면 감독할 의지도 없었다. 이런 난파선 수준의 회사에 지원 결정을 내린 정부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 소재에 관해서는 구린 입조차 떼지 않으니 검찰이 과연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나 있을지 의문스럽다.

아무리 절박한 사정이 있더라도 비리 난장판인 회사에 혈세를 계속 퍼줄 수는 없다. 국민 정서를 살핀다면 정부는 최악의 경우 대우조선 회생 카드를 접을 각오까지 해야 할 것이다. 엄중한 수사를 하는지 검찰의 칼끝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까닭이다. 검찰은 곤두박질친 위신을 추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5. 포퓰리즘의 산물 48% 면세자, 국회가 책임지라

과다한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2014년 기준으로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 비율이 48.1%에 이르면서 조세 왜곡 현상을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여야 3당 모두 그 당위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증세에 가장 적극적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경제통인 최운열 의원이 지난주 “근로소득자 중 48%가 근소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근로자 면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0% 포인트 높다면 공평과세의 원칙에 어긋날뿐더러 늘어가는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도 어렵다. 선거를 앞두고 늘 무원칙한 세금 감면 조치를 남발했던 정치권이 자신의 원죄를 깨닫고 결자해지할 때다.

그런데도 여야 3당이 또 차기 대선에서 표를 의식해 주저하고 있는 게 문제다. 면세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서로 ‘고양이 목에 방울은 네가 달아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소비 위축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는 무리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제1야당인 더민주는 “정부가 먼저 면세점(상향)과 관련한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며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2013년 정부가 근로자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연봉 3450만원 이상의 세액 부담이 다소 늘자 “중산층에 세금 폭탄” 운운하며 ‘융단 폭격’을 하더니 이제 안면을 싹 바꾼 형국이다.

물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부의 재분배 기능에 초점을 맞춘 조세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민주가 마련한 세법 개정안대로 연봉 5억원 이상 과세표준을 새로 정해 세율 41%를 적용하더라도 늘어나는 세수는 연 6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부자를 혼내 생색을 내는 의미 이상의 복지 재원 조달 효과는 없는 셈이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언급한 대로 “고소득층에 대해 증세를 추진하는 데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포퓰리즘 차원서 남발한 조세 감면 거품부터 걷어내야 할 이유다.

현재 근로자 중 48%, 다시 말해 2명 중 1명꼴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면? 이는 조세 정의의 실종이라는 원론을 넘어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의 건강을 해치는 영양제 주사만 과잉 처방하는 꼴일 게다. 이는 역으로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세원은 넓히고 세율 인상은 적정선을 지켜야 할 근거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 경제 체질 개선과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안정적 세수기반을 구축할 수 있음을 여야는 유념하기 바란다.

[동아일보]

6. 국회, 낡은 생각을 바꿔 제할일 찾아라

혹독한 무더위다. 카페, 은행, 도서관으로 피난 가는 사람도 많다.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부조리다.

오직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징벌적 요금 체계는 전력이 부족하던 시절, 가정에 근검절약을 강요하고, 전력 소모가 많은 가전제품이 별로 없던 시대의 유물이다. 산업용보다도 더 저렴한 주택용 1단계 요금은 복지제도가 빈약하던 시대의 복지 수단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런 전기요금 체계를 정당화하던 모든 조건이 변했다. 당연히 언론과 국회 상임위 등에서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지만 꿈쩍하지 않는다. 기득권을 잃는 집단의 반발을 견뎌 낼 소신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정치와 정부가 통제하는 수많은 가격의 하나다. 여기서 보여준 부조리와 무능, 무책임은 거의 모든 정부 통제 가격에서도, 국가 규제와 예산에서도 반복된다. 의료 수가, 철도·지하철 요금, 공무원 임금·연금, 진흥·육성 명목의 예산 등에는 오래전에 유효기간이 끝났지만 기득권 집단의 반발이 무서워 손을 못 대는 부조리가 많다. 특히 국회가 권한을 주로 상대 견제, 저지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못 해도, 남이 하고 싶은 것은 확실히 막아낼 수 있는’ 비토권만 비대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기업인들이 “13억 중국은 안 되는 게 없고, 5000만 한국은 되는 게 없다”고 통탄하는 이유다.

한국 정치는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도 될 곳에는 있다. 국회의원의 임무를 아예 정부가 차려온 밥상 앞에서 반찬 투정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의원도 많다. 집안 살림 형편, 식재료 수급 사정, 식구의 영양 상태 등을 고려하여 법령, 정책, 예산과 같은 식단의 기준과 원칙을 내놓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다. 

간절한 소명의식과 준엄한 책임의식은 없는데, 대통령과 행정부에 비해 국회의 권한이 적다면서 권한 확대 요구는 질기게 한다. 하지만 이미 쥐고 있는 입법, 예산, 감사 등 거대한 권한은 제대로 사용하지도, 위임하지도 않고 그냥 썩힌다. 협치는 원래 여야 간 협력은 기본이고, 핵심은 그 권한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단위를 구성하여 권한 자체를 위임하는 것이다. 그런데 협치 개념 역시 축소되고 변질되었다.

정치와 정부가 유능해지려면 국회의원과 관료가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능한 국회의원과 관료를 선출·선발하고, 정당의 정책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다당제까지 추가해도 여전히 부족하다.

핵심은 자신이 관여해 결정할 사안과 그렇게 하면 안 될 사안을 구분하는 것이다. 국회나 정부나 자신이 비록 법적인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단위를 구성하여, 숙의를 통해 나온 권고안에 대해 가부만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컨대 국회의원과 정당이 핵심 이해관계자인 선거제도, 헌법 개정 등은 추첨으로 선발된 보통 시민 300명의 원탁·숙의 테이블에 권고안 작성을 의뢰하고, 국회는 가부만 판단하는 식이다. 

전기요금, 의료 수가, 공무원 임금 및 연금도, 더 나아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동, 공공, 금융, 교육, 규제, 지방자치제도 개혁 방안도 공공성, 중립성, 전문성을 담아내는 기구를 여야 합의로 구성하여, 그 숙의 결과에 대해 가부만 판단하는 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이 기구는 여야 일방의 확실한 대변자, 나팔수 노릇을 할 전문가를 배제하는 상호 제척권 행사를 통해 구성되어야 한다. 진짜 내려놓을 국회의 기득권은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하면서 움켜쥐고 있는 권한이다. 진짜 발휘할 지혜는 자신이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분별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7. 새로운 한·러 관계 열 정상회담을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결론부터 말해 잘한 결정이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보다 가깝고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새로운 한·러 관계를 기대해 본다.

사실 우리는 한반도 주변 4강 중 러시아를 비교적 소홀히 대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 문화적 이질감이 다소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의 갈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우리의 외교적 여력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우리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러시아는 북한의 핵 도발과 이로 인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꼬인 한·중 관계의 비상구가 될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의 핵 무장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비해 훨씬 비판적인 입장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에 대처한 우리의 불가피한 선택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면 충분히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 러시아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 수위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중요성도 안보 문제에 못지않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극동 지역을 개발하는 신동방정책을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로 유럽 쪽 통로가 막힌 상황에서 극동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발현된 것이 곧 동방경제포럼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 일대 15개 항구를 자유항으로 지정하고, 10개 선도개발구역(TOR)까지 열어 한국과 일본 등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 포럼에 참석하는 것도 이 지역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관심은 지나칠 정도다. 이 지역을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출발지로 선포한 중국은 훈춘까지 완공된 철도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중국 지린성 당국은 2018년을 목표로 자루비노항을 연간 물동량 처리능력 6000만t 규모의 다목적 항만으로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진출이 활발하다 보니 극동러시아의 먹거리는 이미 중국 농산물이 장악한 상태다. 위기감을 느낀 러시아는 한국과 일본에 손을 뻗고 있다.

우리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단독 또는 합작투자를 통해 극동러시아의 지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극동러시아 투자는 궁극적으로 북한과 상생을 위한 출구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북한 도발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지만 제재 국면이 해소된다면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재개해 나진을 동북아 교역 허브로 만들고, 극동러시아 가스관을 유치해 중·일·러·남·북이 참여하는 동북아 에너지 거점도시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경제]

8. 연일 살인적 폭염, 정부 제대로 된 안전대책 세워라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가축과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의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22일부터 어제까지 서울에는 열대야 현상이 15일이나 이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열대야 발생일수가 5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록적 폭염이다. 광복절인 15일까지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하니 걱정이다. 

인명과 재산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월 23일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후 이달 5일까지 열사병과 열탈진 등 온열질환자가 1016명에 달했고,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달 말 이후 발생했다.

이처럼 폭염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부의 안전대책이나 구호활동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폭염이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이며 재난에 준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주의보·경보 발령에 그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예방 수칙만 공지할 뿐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은 전무하다. 이는 폭염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자연재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단순한 자연 현상이기 때문에 정부의 피해 대책이나 보상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를 보완해서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반 가정의 냉방비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6단계로 돼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누진제는 말 그대로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단가가 가파르게 높아지는 구조를 말한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1단계에서는 킬로와트시(kwh)당 60.7원이지만 6단계에서는 709.5원으로 11.7배가 올라간다.

전기요금이 무서워 찜통 더위에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가정이 적지 않다고 하니 전체 전기요금 체계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누진구간이나 배율을 일부 재조정할 필요는 있다. 앞으로도 폭염 피해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는 폭염을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재난이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세계일보]

9. 야당 의원 6명의 중국 방문을 온 국민이 주시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이 오늘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영호 박정 신동근 소병훈 김병욱 손혜원 의원은 2박3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한·중 학자좌담회 등에 참석한다고 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의견을 듣는다는 게 방문 목적이다. 방중을 기획한 베이징대 출신 김영호 의원은 중국에 경제적 보복 자제 요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하기 어려운 일에 야당 의원들이 나서 준다면 바람직한 의원외교 활동이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의원들의 방중 목적과 의지와 상관없이 중국에 이용만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 행태를 보면 야당 의원들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도 짐작이 간다. ‘한국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중국 환구시보는 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더민주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고 방중하는 의원들은 사드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듣길 바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어제 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 계획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새누리당도 ‘굴욕외교’, ‘사대외교’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면서 이들의 중국 방문을 비난했다. 손혜원 의원은 곳곳에서 걱정과 비판이 쏟아지자 “우리가 중국에 나라라도 팔러 간답니까”하고 발끈했지만 그렇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중 관계가 사드 문제로 악화되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의 중국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중국 입장을 옹호하고 한국의 결정을 반대하는 중국 측의 선전선동에 이용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중국 언론에서 사드에 반대하는 한국 의원들이 왔다고 보도할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국민 대표인 의원들의 활동에 국익이 걸려 있다. 국가 위신을 추락시키고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에도 잘못된 신호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국의 외교적 공세에 악용되는 일도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된다. 가능하다면 출국하기 전이라도 마음을 바꿔 방중을 취소하는 결단을 보고 싶다. 의원들의 중국 방문은 대단히 경솔한 결정이고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가야겠다면 말과 행동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온 국민이 의원 6명의 말과 행동에 주시하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자칫 ‘조공외교’라는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국민대표로서 언행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매일신문]

10. 동해안 원전의 유해물질 배출, 원전 불신 키우는 화근 된다

경주 신월성 1`2호기와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온배수 거품 제거제(소포제)로 쓰이는 유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을 바다로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해양경찰이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가 이 물질을 지난 2011년부터 5년 동안 500t가량 배출한 것으로 보고 최근 수사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이들 시설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소포제 사용을 즉각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수원의 신뢰는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원전시설 등 발전시설은 전기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열을 식히는 데 바닷물을 쓴다. 이들 시설이 경주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선 까닭이다. 또 발전소는 열을 식히고 따뜻해진 바닷물을 다시 바다로 내보낸다. 이런 과정에서 거품이 생긴다. 문제는 거품을 없애기 위해 유해물질로 분류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쓰고 바다로 흘려보낸 사실이다. 해양자원과 해양환경을 해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인데도 말이다.

또 다른 궁금증은 거품 제거 장치를 이용하면 소포제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유해물질을 쓴 이유다. 이들 시설과 달리 한울원전과 한빛원전, 월성원전 1`2발전소(월성 1`4호기)는 거품 제거 장치를 쓴 탓에 아예 소포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를 비교하면 의문 제기는 마땅하다. 비록 한수원이 조치를 했다지만 원전시설 운영과 체계적인 관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업무를 두고 원전시설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과 다름없다. 

한수원의 뒤늦은 소포제 사용 중단 조치도 문제가 불거진 뒤 이뤄진 만큼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수사가 없었다면 계속적인 유해물질의 바다 배출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원전의 안전한 가동은 절대적이다. 원전시설로 인한 바다의 생태계 파괴 방지와 주변 주민들의 안전확보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 한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유해물질 소포제 사용량, 배출량의 파악과 함께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 유해물질 사용의 철저한 점검과 관리 강화도 필요하다. 원전시설에 대한 불신의 화근을 없애고 신뢰 회복을 위한 한수원의 각성이 절실한 때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이코노미][경영칼럼] 국가브랜드 재정립한 뉴질랜드 성공스토리

2010년 10월 미국의 패션 브랜드 갭(GAP)은 전통적인 글씨체의 로고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새 로고가 발표되자마자 소비자들의 혹독한 비난이 쏟아졌다. 전화, 이메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전 디자인이 훨씬 낫다’ ‘아마추어가 대충 만든 것 같다’는 등 거침없는 항의가 이어졌다. 결국 갭은 로고 변경과 관련된 모든 계획을 철회했다. 

기업이 부딪히는 소비자의 실망과 질책은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브랜드 로고, 슬로건을 바꾸는 데 아무 반응이 없다면 그만큼 무관심하다는 이야기다. 

도시나 국가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새로 선보인 국가 브랜드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반응은 국가를 향한 애정과 소속감의 얕은 수준을 보여준다. 국민과 기업, 다양한 조직의 열망을 제대로 드러낼 때 국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뉴질랜드의 브랜드 전략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99년 시작된 ‘100% 순수 뉴질랜드(100% Pure New Zealand)’ 캠페인은 뉴질랜드가 관광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는 가치를 전파해 해외 관광객 53%, 와인 수출액 7배 증가라는 성과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안홀트-GfK, 퓨처브랜드 같은 국가 브랜드 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3년부터는 존 키 뉴질랜드 총리의 주도 아래 국가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뉴질랜드 스토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가 매력적인 관광지일 뿐 아니라 얼마나 선진적인 기업 경영 환경을 제공하는지, 무역 대상국으로 얼마나 경쟁력을 지니는지를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홈페이지, SNS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직접 겪은 뉴질랜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프리미엄 유기농 차를 재배·판매하는 질롱(Zealong), 세계적인 럭셔리 요트 제조회사 맥멀린앤드윙(McMullen&Wing), 영화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파크로드포스트(Park Road Post) 등의 사례도 소개된다. 

뉴질랜드 스토리의 근간에는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 ‘뉴질랜드다움(New Zealandness)’이 깔려 있다. 뉴질랜드다움의 핵심 가치는 국민, 기업, 자연에 대한 국가의 책임감을 표현하는 ‘카이티아키(Kaitiaki·수호자를 뜻하는 마오리족 용어)’, 신뢰와 겸손을 중시해 함께 일하기 좋은 뉴질랜드인의 ‘진정성(integrity)’, 창조적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의 풍부성(resourcefulness)’으로 요약된다. 전 세계 경영자들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경영 무대로서 뉴질랜드의 경쟁력을 강조한 것이다.

뉴질랜드 토종 양치식물의 잎 모양을 응용한 ‘펀마크(FernMark)’도 제작해 정책 활동은 물론 기업 마케팅, 스포츠 행사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펀마크 허위 사용과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상표를 등록해 파트너를 엄선하는 라이선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가 브랜드 상징물에 대한 엄격한 보호와 관리는 그만큼 개인과 조직이 뉴질랜드에 소속돼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효과를 창출한다.

기업이든 국가든 브랜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유행하는 문구, 눈에 띄는 디자인을 찾기보다 변하지 않는 본질적 특성을 독창적인 스토리로 풍부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일방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고 동참하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 충성고객이 중시하는 핵심 가치를 잊고 디자인 트렌드만 좇아 실패했던 갭, 다양한 구성원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담아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성공한 뉴질랜드가 주는 교훈들이다.


2. [연합뉴스]<김종현의 풍진세상>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

대지를 태울듯한 불볕더위의 여름 극장가에서 두 영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 

인천상륙작전은 평론가와 언론이 '철 지난 반공영화'라고 혹평했음에도 관객들이 쇄도했다. 덕혜옹주도 스토리의 흡인력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힘입어 호응이 뜨겁다.

재미있는 건 정치권의 반응이다. 여권 지도부는 인천상륙작전, 야권은 덕혜옹주를 감상했다고 한다. 각자 코드에 맞는 영화를 보고 정치적 메시지를 전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속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의 유지와 만반의 대비 태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야당 원내대표는 위정자들이 제대로 나라를 다스리지 못해 식민지배의 나락에 떨어지면 결국 고통은 국민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야 지도부가 바쁜 시간을 쪼개 영화를 감상하고 교훈을 얻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 정치는 너무 삭막하다. 상소리와 파열음이 난무하는 정치는 품격 잃은 이전투구일 뿐이다. 국회의원들이 문학이나 예술에 관심을 많이 둔다면 거칠기 짝이 없는 정치 언어도 한결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인천상륙작전은 적의 침략을 받아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기 위해 유엔군 사령관인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주도한 작전에서 산화한 이름없는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덕혜옹주는 몰락한 조선 왕조의 딸로 태어나 어린나이에 강제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제의 내선일체(조선의 일본화) 정책에 따라 지방 백작과 정략결혼 했으나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켜 불행하게 삶을 마감했다. 두 영화의 내용은 다르지만 맥락은 같다. 나라를 잘못 타고난 젊은이들의 비극적 서사라는 점이다.


덕혜옹주는 황녀라고 하지만 일제 강점기인 1912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대한제국의 황제에서 나라를 강탈당하면서 전직 왕으로 전락한 고종의 딸일 뿐이다. 권력을 거세당한 채 뒷방으로 물러난 왕의 금지옥엽이었기에 이미 태어나는 순간 굴곡진 일생이 준비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덕혜옹주 불행의 연장선에 인천상륙작전이 있다. 외세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은 일본 군국주의의 패망으로 1945년 8월 15일 벼락처럼 떨어진 해방을 맞았다. 그러나 곧바로 주변 강대국의 개입으로 팔다리가 찢기듯 좌우 두 나라로 갈려야 했다. 급기야 북의 남침으로 동족상잔이 빚어졌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해야 했다. 영화는 그 작전에 투입된 한국 해군 첩보부대원들의 헌신적 활약과 장렬한 최후를 그렸다. 

두 영화는 모두 8월 15일을 겨냥한 애국 마케팅이다. 덕혜옹주에서 덕혜는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지만 창덕궁 낙선재에서 남긴 사실상의 유서가 "대한민국 우리나라"였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첩보부대 책임자였던 장학수 대위는 숨을 거두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와 조국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국권을 상실한 나라는 덕혜옹주를 지켜주지 못했다. 힘이 없는 나라는 젊은이들을 강자의 노예나 전쟁의 제물로 바쳐야 한다. 나라를 잃어버린 황녀나 징용으로 끌려간 백성, 이념이 다른 적의 손에서 국토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내놓은 젊은이들은 시대의 희생자들이다. 나라의 안위가 경각에 달렸을 때 국가는 젊은이들에게 피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위기가 오지 않도록 국가 경제나 안보를 단단하게 다져놔야하는 건 국가의 책임이다.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나이에 어울리는 삶과 꿈을 주지 못하고 목숨을 요구해야 한다면 그 건 이미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도, 경제도, 안보도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4ㆍ13 총선 이후 협치를 공언했지만, 헛소리가 됐다. 경제는 추진력이 고갈돼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격심한 국론 분열에서 보듯 안보에서는 제 앞가림도 못 하고 있다. 

우리의 힘이 국권을 잃은 1910년이나 6ㆍ25가 발발한 1950년에 비해 경이적으로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이나 내부 분열은 우리의 자생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여야 대표는 두 영화에서 각각 굳건한 안보와 국가 리더십의 절실함을 읽었다.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가 부실하면 나라가 바로 서기 어렵다. 부국강병은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추진이 가능하다. 강한 지도력은 국민적 지지에서 나온다. 헌신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몸을 사리면 국가는 쇠락한다. 

북한은 미사일을 펑펑 쏘아 올리고, 중국은 사드 보복을 해대겠다고 기관지들을 총동원해 연일 협박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고 있다. 공격용도 아닌 방어용 무기 체계 하나에 이렇게 나라가 흔들려서야 진짜 안보 위기가 닥쳤을 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우리의 오늘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묻고 있다.


3. [서울신문][이현청 교육산책]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미안하다. 오죽하면 ‘흙수저’를 이야기하고 ‘오포세대’, ‘칠포세대’ 심지어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팔포의 세대’가 되었는가 생각할 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 그들의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절망이 어느 정도인지, 치유책은 없는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에게 안타까움과 함께 감히 조언하고 싶다. 포기는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어느 시대든 젊은이들에게 큰 희망은 있었지만, 가시적인 해답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알기 원한다. 아버지 세대가,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가 그러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단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아버지 시대와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안다. 세기적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지식정보화사회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과 산업구조와 직업의 대변혁에 따라 기존 직업지도의 커다란 변화가 이루어지고 예측 자체조차 어렵다는 것도 안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인간의 직업이 인공지능 로봇이나 지능형 콘텐츠에 뺏기고 직업이 줄어드는 ‘직업 없는 사회’가 확산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보다도, 절대적 빈곤감보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서로 비교하면서 아파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젊은이에게는 젊다는 특권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젊은이에게는 도전의 기회, 재생의 기회, 학습의 기회, 창조의 기회 등이 나이 든 사람들보다 많다는 점을 기억하기를 원한다. 선진국의 경우 환경은 다르지만 30대에 백만장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기 바란다.

미국 UCLA 대학 앳킨슨 교수가 젊은이의 고뇌를 “꿈과 영웅이 죽어갔을 때”라고 표현했듯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도 영웅도 죽어간 이 시점에 절망만 쌓여 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희망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직업이 최대의 청년복지라는 것을 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감히 말한다. 21세기는 어디서 사느냐,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젊은이들의 고민을 이민이 해결하는 것도, 직업이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아픔 속에서도 세상을 다시 보는 기회와 한국에 있는 이유를 발견하는 것이 미래를 꿈꾸는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다.

21세기는 무한도전의 세기이다. 변화가 변화를 낳고, 창조가 창조를 낳고, 도전이 새로운 도전을 낳는 세기이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아르바이트를 서너 군데 뛰어도 88만원 세대밖에 되지 않는 그 절망이, 세계로 도전하는 도전의 세기가 될 수도 있으며 암흑같이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도, 새로운 길을 향해 달릴 수 있는 미래가 될 수 있다. 좌절과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에게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만이 없는 길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의 아픔이 너무 크기에 미래를 향해 감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내가 처한 환경을 들여다봤을 때, 절망밖에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듭 말하거니와 21세기가 젊은이들에게는 최대 위기의 세기이지만, 그와 함께 도전의 세기이고, 기회의 세기라고 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래도 세계 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미래의 주역들이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한류의 자부심도 함께 가질 수 있는 기둥들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세대가 되기를 바란다.

젊음은 잠깐이다. 긴 듯하지만 길지 아니하고, 할 수 있는 듯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아름다워지기 원하나 아름다워지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젊음은 자기 안에 영원히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아픔의 세대인 한국 젊은이들이 희망을, 자그만 불빛 같은 희망을 잃지 말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인생을 살아 보면 누구에게나 반드시 때가 주어지고 그때에 꾸준히 준비해 온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라 했지만 아픔을 지우고 살아야 청춘인 것이다.


4. [동아일보][박윤석의 시간여행]암울했던 80년 전 올림픽

8월 8일 오후 올림픽촌. 세 선수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마라톤이 열리기 전날이었다. 1936년의 베를린이었다. 마라토너 손기정과 두 동료였다. 사토 코치는 “세 선수 모두 컨디션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말했다. 연습 후 세 국가대표는 코치를 가운데 두고 잔디밭에 둘러앉아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국과 스키야키로 영양 공급을 마침으로써 9일의 전투 준비는 만사 OK, 기다리는 것은 오늘 오후 3시의 출발뿐.’ 일본 통신사의 특파원이 보낸 기사가 조선과 일본의 신문에 실렸다(동아일보 1936년 8월 10일자 호외).

베를린으로부터의 급보가 날아든 서울은 심야였다. 

‘9일 오후 3시(조선 시간 오후 11시)에 올림픽 경기장을 출발한 마라톤에서 우리 대망의 손기정 군은 30여 나라 56명의 선수를 물리치고 당당 우승을 하였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비를 맞으며 신문사 정문 앞에 운집해 기다리던 군중들은 시시각각 들어오는 소식들을 전해 들었다. 호외가 제작되는 시간이었다. 신문사 안에는 체육계 및 각계 인사들이 모여 현지 소식을 청취하는 중이었다. 다음 날 신문은 이렇게 썼다. 

‘우리의 손기정은 이겼다. 조선은 너무나 오랫동안 숨어 살았다. 또 너무나 오랫동안 기운 없이 살았다. 손기정 남승룡 두 용사는 시드는 조선의 자는 피를 끓게 하였고 가라앉은 조선의 맥박을 뛰게 하였다. 한 번 일어서면 세계도 손안의 것이라는 신념과 기백을 가지도록 했다.’

그날 새벽에 받아 본 호외 뒷면에 작가 심훈은 즉흥시를 썼다.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깊은 밤 전승(戰勝)의 방울 소리에 터질 듯 찢어질 듯/침울한 어둠 속에 짓눌렸던 고토(故土)의 하늘도/올림픽 횃불을 켜든 것처럼 화다닥 밝으려 하는구나’

아돌프 히틀러 총통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된 올림픽이었다. 당시 일본은 메달 순위에서 8위였다. 일본의 금메달 6개 중 하나와 동메달 8개 중 하나는 한국인이 획득한 것이었다.

머나먼 고국의 환호와는 대조적으로 시상대에 선 사진 속 손기정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침울해 보이기조차 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를 손기정은 8개월 전에 한 바 있다. 1935년 11월에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 선발전에서 이미 세계 기록을 경신하고 난 뒤였다.

“초인적 신기록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피곤할 대로 피곤한 몸으로 동경의 그라운드 한 구석에서 수많은 사람 속에 둘러싸여 환호와 갈채를 받던 그 순간, 나는 어쩐지 마음 한 구석에 서운하고 쓸쓸한 생각이 일어나며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물이 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많은 기자들이 와서 감상을 말하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인을 받아가기도 하고 카메라를 돌리기도 하였습니다. 더없는 영광이요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군중들 가운데 나는 한 사람의 조선말 하는 사람을 못 만나 보았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쓸쓸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월간 ‘삼천리’ 1936년 1월호)

그로부터 80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은 독립을 쟁취한 뒤 올림픽도 개최하고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도 배출했다.


5. [동아일보][표정훈의 호모부커스]자서전

‘뉴욕제과점은 우리 삼남매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필요한 돈과 어머니 수술비와 병원비와 약값만을 만들어내고는 그 생명을 마감할 처지에 이르렀다.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팔지 못해서 상한 빵들을 검은색 봉투에 넣어 쓰레기와 함께 내다버리고는 했다. 예전에는 막내아들에게도 빵을 주지 않던 분이었는데.’

김연수의 자전적(自傳的) 단편 ‘뉴욕제과점’의 일부다. 작가 김연수는 실제로 ‘김천 역전 뉴욕제과점 막내아들’이었다. 

김원일의 자전적 장편 ‘마당 깊은 집’에서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가족의 생계를 잇는다. 김원일은 이 작품을 “나의 어머니의 바느질 이야기”라고 말하면서 어머니의 말씀을 추억했다. “일아! 내 눈 어두버져 바느질도 몬하게 되믄, 그때는 집안 장자인 니가 우리 식구 먹여 살리야 된데이.”

우리 역사에서 문학적 자서전이자 회고록의 백미로 손꼽히는 작품은 정조의 생모이며 사도세자의 빈,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閑中錄)’이다. 정사(正史)를 보조하는 사료적 가치도 지니지만 소설로 볼 수도 있을 만큼 생동감과 박진감이 있다. 역사학과 국문학이 공유하는 대표적인 텍스트다. 특히 1762년 7월 사도세자가 부왕인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세상을 떠난 임오화변(壬午禍變)을 자세히 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 미겔 데 우나무노는 “모든 소설은 자서전”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바탕으로 “모든 소설은 자서전적이며 모든 자서전은 소설적 허구”라는 말도 생겼다. 이청준 소설 ‘자서전들 쓰십시다’에서 자서전 대필로 먹고사는 주인공이 이렇게 말한다. “늘 과거를 미화하고 과장하려는 사람의 습성 때문에 기술(記述)의 공정성을 잃기 쉽다는 게 자서전 집필의 일반적인 해로움입니다.”

그 해로움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은 자서전을 문학 장르로 확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루소는 과장이나 미화를 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표명했다. “나는 결코 전례가 없었고 앞으로도 모방할 사람이 없을 일을 구상하고 있다. 나와 같은 인간들에게 한 인간을 완전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려 하는데, 그 한 인간은 바로 나다.” 

자서전 쓰기 강좌와 교육 프로그램, 자서전 쓰기 대회와 공모전이 성황이다.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대하소설이 될 것”이라는 사람도 많다. 대하소설 분량이든 단편 분량이든 숨김없이 솔직하게, 거짓이나 꾸밈없이 정직하게 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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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8일 신문 브리핑 #



"항상 네 감사하는 일을 처음에는 하늘에 하고 다음에는 땅에 하라."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1. 청와대는 7일 한반도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비판에 “우리의 순수한 방어적 조치를 문제 삼기 전에 4차례 핵실험을 하고 10여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더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며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밝힘

- 김 수석은 또 “이런 중요한 시점에 더민주 의원 여섯 명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방문하려는 계획은 재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함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또한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국내적으로 분명하게 통일된 의사를 표시해야 우리의 국익이 보장된다”고 말하면서. 사드 배치를 놓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당내 강경파에 일침을 가함



<< 경제 일반 >>

1. 한국 게임산업이 2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음

- 중국에서만 연매출 1조원을 올리는 온라인게임 ‘크로스파이어’의 개발회사 스마일게이트는 잇단 흥행 실패로 올해 창립 14년 만에 처음 인력을 줄였고, 중견 게임회사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상반기에 전체 직원의 3분의 2를 내보냈으며, 창업자 김정주 회장이 비리 혐의로 기소된 넥슨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정성 논란에 휘말려 4년 동안 3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서든어택2’를 출시 3개월 만에 접기로 함

- 해외 경쟁사들이 모바일게임과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게임을 출시하는 동안 한국 업체들은 과거 온라인게임의 성공에 취해 혁신에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음


2. 한국 중소·중견 건설회사들이 1조원 규모의 홍콩국제공항(첵랍콕국제공항·조감도) 신규 활주로 지반개량공사를 수주함

- 국내 건설업체들의 기술력에 국토교통부와 주홍콩 한국총영사관, KOTRA 등의 지원이 더해진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됨


3.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섬유나 합성수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한국산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에 대한 덤핑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7일 확인됨

- PTA는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와 페트병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석유화학제품으로, PTA는 중국 등의 생산설비가 크게 늘어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


4. 미국 상무부가 지난 5일  포스코 열연강판 제품에 반덤핑 관세율 3.89%, 상계관세율 57.04% 등 총 관세율은 60.93%를, 현대제철에는 반덤핑 9.49%, 상계 3.89% 등 총 13.38%의 관세율을 최종적으로 부과함

- 중국 철강재 수출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임


5. 서울시가 내년부터 8000여개에 이르는 시내 불법 노점의 합법화를 추진함

-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영세한 생계형 노점의 영업을 단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로서, 노점이 세금을 내지 않고도 영업할 수 있도록 해줄 방침이어서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



<< 금융/부동산 >>

1.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10원대로 떨어짐에 따라 국내 수입 업체와 해외 투자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역(逆)키코’ 사태를 우려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음

-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달러당 1200원 이상에서 환헤지를 해놨는데, 환율은 이를 밑돌고 있어 그만큼의 손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임


2.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여신(대출, 보증 포함)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32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고 7일 발표함

- 새로 선정된 구조조정 대상 32곳에는 상장사 7곳(거래정지 2곳 포함) 외에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등 이미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기업도 일부 포함돼 ‘뒷북 심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반면에 구조조정 중인 대우조선해양은 정상기업으로 분류해 부실 평가 지적을 받고 있음


3. 미국뉴욕증시가 상승모드를 타면서 지난 5일 S&P500지수는 0.86% 상승한 2182.87로 마감하며 최고가를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는 1.06% 오른 5221.12로 최고 종가를 갱신함

-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에서 신규 일자리가 25만5000개 증가하며 예상치 18만개를 훌쩍 넘어선 것이 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됨


4. 서울 강서·은평·중랑구와 경기 광주시 등에서 새 빌라 공급이 급증하며 빌라 전셋값 조정이 뚜렷함

- 신혼부부와 맞벌이 부부의 주택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방화동은 방화대로 건너편 마곡지구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빌라 신축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이렇게 공급 물량이 늘면서 수요가 많은 59㎡형(방 두 개) 전셋값은 작년 말에 비해 최대 3000만원 이상 하락함



<< 국제 >>

1. 7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칭화유니와 XMC의 합작사인 창장메모리, 중국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SMIC, 화웨이, ZTE 등 27개 반도체 관련 기업과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연구소, 중지소프트웨어 등 연구소와 학교 등이 지난 4일 ‘중국 첨단 칩 연맹’을 결성함

- 이 연맹은 중국 정부(중국반도체영도소조)가 주도한 것으로 소재, 장비,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기 위한 것임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증강현실(增强現實 , augmented reality)

- 현실 세계에 컴퓨터 기술로 만든 가상물체 및 정보를 융합, 보완해 주는 기술을 말하며, 현실 세계에 실시간으로 부가정보를 갖는 가상 세계를 더해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혼합현실(MR : mixed reality)이라고도 함. 

1990년 보잉사의 항공기 전선 조립과정을 설명하는 데 처음 사용된 이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기술 연구개발이 진행되었으며, 최근 200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의 등장 및 활성화됨에 따라 이 기술을 적용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함.

가상현실(VR : virtual reality) 기술이 컴퓨터그래픽이 만든 가상환경에 사용자를 몰입하도록 함으로써 실제 환경을 볼 수 없는 데 비해, 증강현실 기술은 실제 환경에 가상의 객체를 혼합하여 사용자가 실제 환경에서 보다 실감나는 부가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음. 예를 들면 길을 가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 근처에 있는 상점의 위치 및 전화번호, 지도 등의 정보가 입체영상으로 표시되고, 하늘을 비추면 날씨정보가 나타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음.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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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5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추경 정치현안 연계, 협치 부합하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정부가 국회에 제출안 추가경정예산안의 처리와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관련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사실상 연계하기로 했다. 야 3당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각각 이틀 동안 여는 것을 전제로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국회에 검찰개혁위원회와 사드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국정 발목 잡기’라는 정부·여당의 비난이 아니더라도 앞뒤가 크게 뒤바뀐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침체된 민생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추경의 필요성을 먼저 제기한 것은 야당이다. 그런데 막상 추경안이 제출되자 다른 정치 현안의 처리를 반대급부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청년 일자리 확충이 기대보다 더딘 상황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고용 여건은 더욱 악화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서민 고통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추경은 신속히 집행돼야 효력을 발휘한다. 정부·여당은 추경안이 12일쯤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골든타임’은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추경안을 받아든 야 3당은 정부 여당의 다급함을 정치 현안 관철에 철저히 활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야 3당 원내대표가 그제 만나 사실상 추경안 처리의 전제로 내세운 것은 앞선 요구에 그치지 않는다. 세 사람은 내년 이후 예산 편성에서 누리과정 대책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민노총 시위 과정의 경찰 폭력 청문회, 어버이연합 불법 지원 청문회 등 8개항에도 합의했다고 한다. 추경안을 처리할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야 3당 원내대표는 추경안과 정치 현안의 연계에 합의하고는 환히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추경안 처리가 미뤄진다면 돈만 쏟아붓고도 서민 경제 활력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때는 결코 웃을 수 없다는 것을 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 원 규모의 추경안은 민생 경제의 활력을 한꺼번에 일으켜 세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럴수록 실기(失期)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야는 제20대 국회 개막을 즈음해 한결같이 외쳤던 ‘협치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야 3당은 적어도 추경안만큼은 볼모로 삼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도 줄 것은 준다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2. 공직자의 비상장 주식 보유, 엄한 잣대 필요하다

진경준 검사장의 ‘120억 주식 대박 사건’ 이후 공직자의 비상장 주식 보유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곱지 않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진 검사장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고위 공직자들이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21명 가운데 96명이 총 59억여원어치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변윤성 한국석유공사 상임감사가 가장 많은 14억여원어치를 갖고 있었다. 이들 중엔 황찬현 감사원장,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법을 위반하지 않은 이상 주식 보유 자체를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비상장 주식은 재산 신고 시 액면가 기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축소신고 수단이 될 수 있다. 변 감사의 경우 보유 주식의 실제 가치가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보유한 공직자는 고급 정보를 이용해 주식 가치를 높이려 시도할 수도 있다. 이번에 드러난 주식 보유 공직자 중에서도 일부는 직무 관련성이 의심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에선 공직자 지명 시 ‘윤리동의서’에 서명하고, 3개월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보유 재산 처분이나 ‘직무회피’를 권고받는다. 이마저도 어려우면 백지신탁을 통해 처분을 맡기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공직자로 지명되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국가 정책에 영향받는 재산은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우리와 차이가 있다.

우리의 공직자윤리법도 백지신탁제도는 두고 있다. 직무와 관련된 보유 주식 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대상이 된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은 백지신탁하더라도 처분하기가 어려워 퇴직 시 고스란히 돌려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도는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고위공직자의 비상장 주식 보유를 보다 엄격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재산 신고를 액면가가 아니라 실제 가치로 하도록 하고, 백지신탁한 재산은 수탁기관이 정보공개를 통해 반드시 매각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밝혀진 주식 보유 고위공직자 중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언제든지 제2, 제3의 진 검사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3. 中 ‘사드 보복’ 거두고 국제적 책임 다해야

중국 당국이 한국인의 상용비자 발급에 필요한 초청장 발급 대행 업무를 독점하던 자국 업체의 자격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파트너를 통해 정상적으로 초청장을 받아야 하는 등 앞으로 한국인의 중국 상용비자 발급 절차가 매우 번거롭게 됐다고 한다. 중국 측의 이번 조치가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응한 보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 활동을 위한 한국인의 방중 문턱이 높아졌으니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사드 보복’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한류 콘텐츠 방영 제한 등 흉흉한 소문도 퍼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필두로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사드 배치에 대한 비난의 십자포화를 연일 퍼붓고 있다. 인민일보는 그제 사설격 필명칼럼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지도자는 나라 전체를 최악의 상황에 빠뜨리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사드)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을 비꼬기까지 했다. 합법을 가장한 치졸한 사드 보복 신호탄을 쏘더니 아예 노골적으로 주변국 지도자를 상대로 협박하는 꼴이다.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사드 배치는 순전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다. 사드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북한의 도발을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도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주변국의 고충을 이해하기는커녕 위협받지도 않는 자국의 안보 이익을 내세우며 겁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입이 닳도록 ‘대국’(大國)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허언(虛言)에 불과했단 말인가.

우려했던 대로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몽니’에 편승한 북한은 어제 또다시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비웃듯 추가 도발에 몰두하고 있다. 어제 발사한 미사일 중 한 발은 1000㎞를 날아가 일본 해안에서 250㎞ 떨어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EEZ에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이 이처럼 가시화됐는데도 사드 배치에 어깃장을 놓을 셈인가.

사드 배치를 부른 것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이다. 북핵 및 미사일 위협만 사라진다면 사드는 배치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중국은 방어용에 불과한 사드에는 날을 세우고, 공격용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오히려 감싸고 있다.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어제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중국 대표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안 된다”는 하나 마나한 얘기만 했다고 한다. 중국이 진정으로 ‘책임 있는 대국’이라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을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이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다.

[동아일보]

4. 더민주, ‘면세자 48%이면 비정상’ 지적에 귀 기울여야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어제 “근로소득자 중 48%가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헌법에 납세의무가 있고, 소득이 있는 곳은 1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최 의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경제 브레인’으로 지난 총선 때 더민주당 경제공약을 진두지휘했다. 당 정책위 부의장인 그가 당내 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면세자 축소를 주장했는데도 실제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더민주당 안이 지극히 ‘정치적’임을 의미한다. 

더민주당 개정안의 핵심은 부자 증세다. 현재는 과세표준 1억5000만 원 소득에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는데 더민주당은 연봉 5억 원 이상 과세표준을 신설해 세율 41%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상위 0.1%를 공격해 표를 얻겠다는 의도로 ‘징벌적 효과’는 있지만 증가 세수는 연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조세 전문가들이 공평과세의 원칙으로 한결같이 강조하는 ‘과세 기반 확대’와도 거꾸로 가는 방향이다. 내년 대선을 의식해 면세자 축소 원칙을 포기한 더민주당이 앞으로도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 경제정책을 쏟아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더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2013년 8월 정부가 근로자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꿔 연봉 3450만 원 이상의 소득세 부담이 늘게 되자 “중산층 세금 폭탄”이라며 공격했다. ‘증세 논란’에 박근혜 대통령이 수정을 지시했고, 10월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정부는 닷새 만에 ‘증세 기준선 연봉 5500만 원’을 발표했다. 2013년 32.5%이던 근로자 면세 비중이 이 바람에 2014년 48.1%로 치솟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은 왜곡된 구조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6년 세법 개정안에도 면세자 감축 방안은 없다.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경감은 필요하지만 이는 최 의원 말대로 ‘1만 원 세금을 내면 여기에 얼마를 더해 돌려주는’ 근로소득장려세제 등으로 보완하는 것이 조세정의에 맞다. 과세 형평을 외면하고 고소득자만 공격하는 ‘갈라치기 세법 전쟁’으로는 사회 분열만 조장할 공산이 크다.

[이데일리]

5. 독극물을 바다에 흘려버린 발전소들

이번에는 화력·원자력발전소가 유해물질 배출 혐의에 올랐다. 한국동서발전 소속 울산화력발전소가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디메틸폴리실록산이 섞인 냉각수를 바다에 몰래 쏟아버린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바다에 유해물질을 쏟아부은 발전소가 비단 울산화력발전소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자체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해양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됐을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전국 모든 발전소에 대해 유해물질 방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게 된 배경이다. 화력·원자력발전소 외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복합발전소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다. 가습기 사건으로 국민들이 유해물질에 대해 민감해진 현실을 반영한다. 자칫 관심이 소홀한 틈을 노려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가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울산화력은 온배수의 거품을 없애기 위해 디메틸폴리실록산을 투여한 다음 바다에 방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발전소가 해안에 위치한 만큼 바닷물을 끌어들여 발전설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 그 온배수를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게 된다. 온배수가 방출되면 바닷물과의 온도 차이로 인해 거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품 제거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거품 제거제로 사용되는 디메틸폴리실록산이 인체에 노출될 경우 호흡기를 손상시키고 태아 생식능력까지 해칠 만큼 독성이 강하다는 게 문제다. 이처럼 치명적인 물질을 바다에 쏟아내는 것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변 어민 생업에 타격을 미치게 된다. 명백한 범죄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태에 처해서도 당사자인 동서발전은 핑계에만 급급하다. 연매출 4조원에 직원 2000명이 넘는 울산 지역의 대표 공기업으로서 도덕불감증이 안타까울 뿐이다. 무엇보다 공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공기업 존립 근거에도 어긋나는 처사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양 오염수 배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막고 해양 생태계 오염 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유해물질 분류 및 관리·감독 규정도 시급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중앙일보]

6. 청년수당 충돌 서울시와 복지부 볼썽사납다

청년수당 현금 지급을 둘러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정면충돌이 볼썽사납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는데 서로 갈등만 키우더니 급기야 법정 싸움까지 벌이게 됐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10.3%까지 치솟은 마당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공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청년활동지원사업’이란 명칭의 청년수당 사업을 밀어붙였다.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주 근무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이들을 뽑아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을 구직 활동비로 주는 내용이다. 선정·지급 방식과 효과도 불명확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정이란 지적과 새로운 복지실험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26조)에는 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때는 정부와 사전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서울시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고, 그간 수차례 협의와 공방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 시장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 등과 설전을 벌인 뒤 하루 만인 3일 기습적으로 사업을 단행했다. 선정된 3000명 중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첫 달 활동비 50만원씩을 지급한 것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 행보에 나선 박 시장이 정부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운 모양새다.

그러자 복지부가 강경하게 나왔다. 어제 사업 직권취소(무효) 처분을 내리고, 이미 지급한 14억1550만원도 모두 환수하라고 전격 통보했다. 이에 서울시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며 반발해 청년수당은 법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구직을 돕기는커녕 돈을 받았거나 신청한 젊은이를 울리는 ‘정치·이념적 탈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중앙·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새 복지정책을 짜는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년을 볼모로 한 박 시장의 정치적 행보와 정부의 강경 대응이 엉켜 구직자들에게 상심만 안겨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박 시장은 반성하고 조속히 후유증 최소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7. 외국서 인정 한국형 원격의료 국내선 안 되는 현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충남 서산효담요양원을 찾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같이 병원에 다니기 힘든 분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원격의료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원격의료 서비스는 참여자 80% 이상이 만족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외국에서도 한국형 원격의료 서비스는 높은 평가를 받아 페루, 브라질, 콜롬비아, 볼리비아, 파라과이, 중국, 필리핀, 몽골 등 많은 나라들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르완다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수출하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되기도 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 2020년에는 4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원격의료를 위한 통신과 장비,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까지 합치면 엄청난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생긴다.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은 1997년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원격진료를 시작해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중국도 2013년 원격의료를 허용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첨단 원격의료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음에도 정작 국내에서는 의료계의 반발로 합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기간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됐는데 의료계와 야당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하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면 오진 위험성이 높아지고 동네 병원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옹색한 논리에 불과하다. 개정안은 서비스 대상을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오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으로 국한하고 원격의료 대상도 동네 의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의사와 환자가 더 자주 볼 수 있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오진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세계적인 추세다.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성장 산업인 만큼 조속히 실시될 수 있도록 여야와 관련 업계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8. 한류 제재·비자 강화 中사드 몽니 외교로 맞서야

한반도 내 주한 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다방면에 걸친 딴지 걸기가 거의 몽니 부리는 수준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국인에 대한 상용 복수비자 발급을 돌연 중단한 것은 업무를 위임한 대행사 자격 취소 형태를 띠지만 공문도 안 보낸 채 이뤄진 갑작스러운 조치인 데다 향후 계획 언급도 없어 명백하게 정무적으로 내려진 결정으로 해석된다. KOTRA나 중국 상대 무역업계 쪽에서도 지난달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발표 후 음으로 양으로 조여지는 중국 측의 비관세 장벽이 늘고 있다고 얘기한다.

문화교류에서 한류에 대한 규제는 확연하다. 한·중 양국에서 동시 방송 중인 KBS 드라마 주연 배우들의 팬미팅이 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연기됐다. 중국 측 행사 주최사는 '불가항력적 이유'라고만 얘기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제동 아니냐는 추측만 키우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국제적인 요인을 이유로 향후 일정 기간 한국 연예인의 중국 내 활동을 규제할 방침이라고 보도하며 바람을 잡고 있다. 

중국 당국은 공식 입장을 확인하지 않는 데다 우리 외교부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만 되뇌이고 있어 불확실성만 크다. 그 바람에 중국 관련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는 연예기획사 주가가 출렁이는가 하면 화장품과 다른 연관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으니 직간접적인 파장이 커지는 중이다.

중국은 인민일보에서 4차례 걸친 사설로 박근혜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사드 배치에 강도 높게 비판 공세를 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로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가 이 정도로 나선 데다 한류 제재나 비자 발급 강화 등 일련의 조치를 보면 사드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공식 논평이나 발표는 안 한 채 유감 표명에만 그치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 4~5일 중국 항저우 G20 정상회의가 잡혀 있는 데다 그 직전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으니 사드 설득을 위한 외교전이 불가피하다. 우리도 군사주권 차원의 사드 필요성을 밝히는 대중 외교 총력전을 강력하게 펼쳐야 한다.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직접 만나 정상외교로 일을 푸는 것도 방법이다.
 

[매일신문]

9​. 안동호 동물 수난이 주는 경고, 예사로이 넘길 일 아니다
올 들어 경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된 야생동물의 폐사체 발견 및 구조신고가 230여 건에 이르렀다. 전체 신고 가운데 백로와 왜가리 등 조류만도 150여 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안동호를 낀 안동시 와룡면과 도산면 등지의 신고는 40여 건이고, 30여 건이 조류여서 경북에서 가장 많았다. 안동호 주변 야생동물 중에서 조류 생태계 문제가 심상찮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제는 먹이 부족으로 보인다. 구조센터에 따르면 이들 야생 동물은 대체로 먹이를 구하지 못한 데 따른 영양실조나 탈진으로 폐사했다. 아니면 거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구조의 손길이 닿았다. 안동호 주변의 사정은 경북 어느 곳보다 심하다. 과거와 달리 야생동물의 먹이사슬 파괴와 먹이 수급 불균형으로 더 이상 야생동물의 터전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야생동물 중 조류가 직면한 상황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 안동호 주변에서 신고 접수된 40여 건 가운데 고라니 등과 같은 포유류는 10여 건에 그쳤다. 나머지 대부분은 백로와 왜가리 등의 조류였다. 이들 조류는 주로 물고기와 벌레 등을 먹이로 하는데 낙동강과 안동호 주변은 새들에게는 좋은 먹이 서식처다. 하지만 이번 일로 안동호 주변의 자연환경 조건이 야생동물 중에서도 특히 조류에게는 어느 때보다 나빠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이런 먹이사슬의 파괴 원인으로 낙동강 상류의 오염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낙동강 상류에서 붕어와 잉어 등 물고기가 집단폐사한 일이 여러 차례 빚어졌다. 새들이 오염된 하천의 물고기나 집단폐사한 물고기를 먹이로 할 경우 그 피해는 자명하다. 게다가 낙동강 상류 석포제련소 같은 시설로 인한 하천오염을 의심케 하는 흔적은 여럿이다. 새들의 폐사 사례는 또 다른 증언과 다름없다. 

안동호와 낙동강 상류의 환경 문제를 그냥 둘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동물과 새, 물고기의 잇따른 폐사 위기는 바로 사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환경 당국 등과 함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늦을수록 3차 피해는 사람, 특히 경북도민의 몫이라는 자연의 경고를 잊으면 안 된다.

10. 권영진 대구시장, 제대로 된 신공항 만드는데 정치 생명 걸어야

K2(공군기지)와 통합이전하는 대구공항 규모에 대해 대구시와 정부의 입장이 아주 다른 것 같다. 대구시는 증가하는 항공 수요에 대비해 현 대구공항보다 규모를 키운 거점 공항 건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금과 비슷한 규모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대구시가 신공항 건설에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현재와 같은 시골 공항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의 입장은 국방부가 지난달 28일 발주한 ‘통합이전 후보지 조사 연구용역’ 제안 요청서를 통해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전하는 민간공항의 부지와 주요 시설(여객터미널, 계류장, 주차장 등)을 현재와 같은 규모로 설정해 연구용역을 맡긴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확장성이나 발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공항을 이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구공항의 여객터미널 시설 용량은 연간 375만 명에 불과해 2040년에 예상되는 연간 수송 인원 500만 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의 활주로 길이(2천750m)와 비슷하게 건설하면 중`장거리 노선 취항이 불가능해져 공항 이전 효과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신공항 규모에 대해 낙담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가 국방부의 용역 발주를 입지 선정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신공항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정부와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대구시의 자세다. 과거처럼 안이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거나 정부에 질질 끌려가선 안 된다. 대구시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시민의 염원을 해결할 책임이 있다. 

권영진 시장은 제대로 된 신공항 건설을 위해 정치 생명을 걸 필요가 있다. 권 시장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이 일부 있는 만큼, 신공항 규모를 키우는데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를 해야 한다. 대구에서 공항 문제만한 관심사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시정의 최우선 현안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면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대구의 100년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거점 공항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신문][매일춘추] 우는 여자

열기를 떠도는 미립자에게 내어준 거리는 온통 속수무책이다. 숨조차 가누기 힘든 날씨에 설상가상 발을 옥죄는 하이힐 때문에 가야 할 목적지는 뒷전이고 어디든지 자리가 보이면 앉을 궁리를 했다. 다행히 그늘에 있는 벤치가 눈에 띄었다. 혼자 멀거니 앉아 있으면 멋쩍을 텐데 모시옷을 차려입은 중후한 여인이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있어 안심하고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앉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실례인 줄 알지만 더 이상 걷거나 서 있을 수가 없는 처지여서 울음이 깔린 자리를 뭉개고 앉았다. 그 여인에게 우는 까닭을 물을 수도 없고 위로하기도 난감하나 최소한 예의가 있는 행동이라면 슬픔의 종류는 다르겠지만 내게 슬픔을 주었던 일을 떠올리며 눈빛으로 동조해 주는 일일 것이다.

옆자리에 앉자마자 들키지 않게 그녀가 왜 우는 것일까 이유를 추측해 보았다. 차림새나 생김새를 보면 아름답게 나이를 먹고 부유해 보여 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곁에 사람이 다가와 앉는데도 불구하고 흐느끼는 것을 보면 체면 따위는 아랑곳없는 깊은 슬픔이 있나 보다. 문득 그녀가 부러워졌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고 슬픔에 푹 빠져 눈물샘에서 연신 길어 올리는 그녀의 눈물은 삶의 진정성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눈물이 희박해진 나를 알아차렸다. 그래서 내 삶이 행복한 일만 계속되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기쁨과 얼마나 많은 슬픔이 대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리석게도 그동안 감정을 지나치게 억눌러 기쁜 일은 들뜨지 않게 기뻐하고, 슬픈 일에는 울음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방습제로 도포해 버렸다.

나도 때로 미어지게 가슴이 아프고 슬플 때 그녀처럼 눈물을 펑펑 흘려버리고 싶다. 좁은 어깨를 들썩이며 흘린 눈물이 드넓은 땅을 적시지는 못할 것이다. 지나가던 바람이 금세 말려버릴 것이고 때로는 빗물이 은닉해 줄 것이니 누구의 눈에 띌 리 만무하다.

몇 해 전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에서 아프리카 수단의 아이들이 처절하게 열악한 환경에 살면서도 눈물 흘리는 법을 모르고 살다가 삶에 희망과 깨달음을 준 이태석 신부가 돌아가셨을 때 슬픔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울 때까지 울어 눈물의 끝을 본 사람이라면 눈물에 닦인 뜨거운 삶의 길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울보 시인 박용래는 눈물이 삶의 충실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더위에 우는 일이라면 회색빛 구름 뭉치처럼 무겁고 우울한 일이다. 하지만 그 구름을 한 칼의 번개로 관통하여 열병을 앓고 있는 도시에 소나기를 퍼붓듯 내면에 쌓인 찌꺼기를 씻어내는 눈물이라면 얼마든지 속 시원히 울어도 될 만하다.


2. [서울신문][씨줄날줄] 영화속 맥아더와 ‘생얼’/구본영 논설고문

이재한 감독의 ‘인천상륙작전’이 흥행몰이 중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 사령관이 지휘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이 영화에 대해 상당수 평론가들이 ‘국뽕(애국심을 비하하는 표현) 영화’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의외로’ 호평하면서 벌써 4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단다.


어느 평론가는 “맥아더를 존경받아 마땅한 대상으로만 그린 연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네티즌은 “맥아더보다는 6·25 전쟁 중 우리의 숨겨진 영웅들을 보여주는 영화”라며 반박했다. ‘괜히 우리를 가르치려 하지 말라’는 투다. 관객과 평론가들의 시선은 엇갈리지만, 주연급 조연인 맥아더의 존재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 것은 사실일 듯싶다. 맥아더로 분한 할리우드 스타 리엄 니슨의 싱크로율은 꽤 높아 보였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삐딱하게 쓴 모자와 옥수숫대 파이프, 그리고 짙은 선글라스까지….

‘맥아더 영화’가 처음 나온 건 아니다. 명우 로런스 올리비에가 출연한 ‘오! 인천’이 1981년에 개봉됐고,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1977년 작 ‘맥아더’도 있다. 조지 마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 그와 동시대를 산 미국 전쟁 영웅 중 영화 주연으로 제작된 인물은 맥아더뿐이었다. 아마 맥아더가 배우 못잖게 ‘포토제닉’한 데다 정치적 쇼맨십이 뛰어난 캐릭터였기 때문일 게다. 군인으로서 그의 부하였다가 나중에 대통령이 된 아이젠하워는 맥아더에 대해서 묻자 “나는 7년 동안 그의 휘하에서 연기를 배웠다”고 토로했단다.

사실 맥아더는 생전에도, 사후에도 늘 논쟁을 몰고 다니는 ‘문제적 인물’이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나 해리 S 트루먼 등 미 대통령들이 그의 능력은 인정했지만, 오만한 스타일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렇지만 그는 부하들에게는 매우 다정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일본의 항복 이후 연합군 사령관 집무실에서 뒷짐을 진 채 차렷 자세의 일왕을 접견해 ‘천황의 인간선언’이라는, 일본 국민들에게 굴욕적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전범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평판도 얻었다.

그는 중공군의 참전으로 전세가 유엔군에게 불리해지자 6·25 전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만주 폭격론을 제기했다. 세계 대전으로 확전을 우려한 트루먼 당시 대통령에게 공공연히 반기를 들면서다. 그가 호전적이란 비난을 산 배경이다. 격분한 트루먼이 국방장관이었던 마셜에게 “그 개자식을 당장 해임시키겠다”고 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는 전장이 한반도로 고착돼 한국인들의 희생이 집중되는 상황을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50년 넘어 국산 영화에서 부활한 요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이 우리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탓일까.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맥아더의 구상대로 유엔군이 6·25전쟁을 끝냈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해보게 된다.


3. [이데일리][목멱칼럼] 연예계는 '무고 광화국'

배우 박유천 성폭행 피소 사건이 결국 무고(誣告)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 다음엔 배우 이민기 성폭행 피소 뉴스가 터졌는데 이 사건도 무혐의로 정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처음엔 연예인들의 성(性)윤리를 개탄하던 여론이 성범죄 무고를 남발하는 여성에 대한 규탄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여론이 반전될 즈음에 이진욱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네티즌은 이번엔 처음부터 무고를 의심했다. 박유천 사건에서 당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피해 여성은 자신이 꽃뱀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파파라치 매체에서 여성의 상처사진을 공개하자 사람들은 ‘이번엔 진짜 성폭행인가’라고 이진욱을 의심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결국 무고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세 번이나 연속해서 연예인 성폭행 사건이 무혐의로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무고에 대한 일반인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박유천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한류 톱스타였던 그가 과연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이민기는 이번 일로 출연이 유력시됐던 드라마 캐스팅에서 제외됐다. 이진욱은 이미 촬영까지 끝마친 CF가 날아가 멜로 스타 자리를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아니면 말고식’ 무고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잇따른 무고에 따른 피해자는 연예인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정말로 보호를 받아야 할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모두 피해자가 될 상황이다. 여성이 성범죄 피해를 주장했을 때 대중이 ‘또 꽃뱀인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한 대중의 의심이 성범죄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성범죄 피해 여성들에게 꼬치꼬치 물어보면서 자신의 피해를 정확히 증명하라고 요구하게 될 것이고 조금이라도 미흡하면 성범죄 피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보호 받아야 할 성범죄 피해자가 보호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대중의 따가운 의심이 두려워 성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공론화하길 꺼리게 될 수도 있다. 

이번에 잇따른 성폭행 고소-무고 사건에서 ‘성범죄는 은밀하게 일어나는 범죄이기 때문에 객관적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증명될 수 있다’며 사건 초기부터 일방적으로 여성의 편을 든 수많은 방송 패널들도 타격을 입었다. 앞으론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쉽게 두둔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무고죄 여성들은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지른 셈이다. 

문제는 무고가 너무 쉽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검경에 접수된 무고 사건이 2010년 3332건에서 2014년 4859건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일단 무고가 그리 큰 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원인이다. 거기에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말로는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벼운 처벌에 그칠 때가 많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말까지 무고죄 유죄 사건 중 65.1%가 집행유예, 21.5%가 벌금형이었다. 누군가를 고소했다가 무혐의가 됐지만 아예 무고죄로 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니 아니면말고식 무고가 끊이지 않는다. 

무고죄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악질적이고 반사회적 범죄다.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폭행 무고는 성폭행 유죄로 받을 처벌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연예인은 구설수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무고에 대해 돈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고 성범죄는 둘 사이에 은밀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객관적인 증거가 드물어 무고로 진흙탕 싸움을 만들기 좋다. 이래서 연예인과 성범죄 관련된 무고가 양산된다. 엄한 처벌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고가 창궐하는 무고공화국에서 살게 될지 모른다.


4. [동아일보][허문명의 프리킥]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저널리스트

도쿄의 7월도 무덥고 습했지만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서울을 떠날 때부터 슬픈 마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일본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 것은 평생 처음이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한일 언론인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그와의 인연은 3년 전 오피니언팀장으로 그의 칼럼을 싣는 편집자로서 맺었다. 같은 업(業)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인의 투철한 저널리스트적 사명감과 안목, 용기에 매료됐다. 

그가 베이징에서 유명을 달리한 게 4월 말이니 석 달이 지났다. 지난달 29일 아사히신문사 주최로 마련된 추도식장은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동료 선후배들은 물론이고 전직 총리 등 일본 정관계 주요 인사에 한국에서 날아온 전직 주일 대사들과 언론인까지 섞인 행사장은 또 다른 뜨거운 한일 교류의 현장이었다.


하늘나라에서 “나야말로 가장 행복했던 저널리스트였다”고 말하는 고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얀 국화꽃에 둘러싸인 환한 웃음의 영정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인생무상이 주는 허무감이 사라졌다. 몸은 비록 가고 없지만 그의 영혼이 뿌리고 간 씨앗이 한국과 일본의 단단한 우정으로 꽃피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인을 키운 아사히신문사라는 매체의 힘도 대단해 보였지만 기자 한 사람이 신문사를 또 얼마나 빛나게 할 수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현장을 누비던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 기자들이 “후배들에게는 더이상 갈등으로만 얼룩지는 한일 관계를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맹세와 다짐을 했다고 들었다. 그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두 신문사의 유대가 한일 교류의 발판이 되고 있었다. 선배들의 노고에 새삼 고개가 숙여졌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은 추도사에서 “고인처럼 두 번이나 한국에 유학을 하면서 한글로 강의할 정도로 한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고인은 단순한 ‘지한파’가 아니었다. 아베 내각의 군국주의 부활을 일관되게 반대했으며 전시(戰時) 일본 언론들이 “전리품을 더 따내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결국 ‘한국병합’이나 ‘대륙침공’에 탄력을 주었다면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부끄러워했던 양심적 지식인이었다. 일본 극우들은 매일같이 신문사 앞에 가두 선전차를 세워놓고 “국적(國賊)” “매국노”라 외쳐댔고 ‘와카미야는 할복하라’란 단체까지 생기는 바람에 고인 집 앞에 경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이렇게 위험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수줍음이 많고 겸손했으며 유머가 가득했다. 43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은퇴한 후에도 배낭 하나 메고 서울 도쿄 베이징을 오가며 취재수첩을 놓지 않았다.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서울에서 곧 다시 만나자”며 헤어졌던 저녁 자리가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그가 묵었던 베이징 호텔 책상에는 다음 날 발표할 원고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생애 마지막이 되어 버린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일중한(日中韓)이 대립하거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는 거기에만 눈길을 주지 않고 ‘유대’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환경문제를 시작으로 북핵문제 등 공통의 고민도 많다… 3국 사이에 국적을 초월한 신문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코앞에 떨어진 그제, 그의 꿈이 단지 꿈으로만 끝나지 않게 일본의 양심적 저널리스트들과 함께 동북아 평화를 위해 고인이 걸었던 길을 이어받아야겠다고 감히 다짐해 보았다.


5. [중앙일보][중앙시평] 제주를 가라, 제주에서 배우라

인류사를 묵상하면 할수록 훗날 세계를 이끄는 주요 사상과 종교는 대부분 문명과 문명 사이의 변경지역·경계(境界)국가·교량국가·전방국가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을 고리로 세계가 연결되고, 그들을 넘어야 경계 저편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피해는 늘 세계에서 가장 컸다. 자신들의 고난을 넘으려는 고투 속에 그들은 마침내 혼융과 통합, 용서와 화해, 평화와 생명을 향한 세계 보편의 대실천과 대사유를 빚어낸다. 변경이 곧 중심인 까닭이다.

올해 제주도는 도 승격 70주년, 특별자치도 실시 10주년을 맞았다. 2년 후에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최대 인명피해를 기록한 제주4·3사건 70주년을 맞는다. 군부정권 시절 제주4·3을 공부하러 처음 찾은 이래 자주 방문하는 제주는 이제 용서·화해·상생의 세계 최고 배움터로 다가온다. 필자는 지금 특별한 행사에 참여하려 제주에 머무르고 있다.

처음 제주를 찾았을 때 돌·바람·여자가 많은 삼다도는 한과 가위눌림과 침묵의 삼다도로 변해 있었다. 4·3광풍으로 인한 시체·피·눈물의 삼다 때문이었다. 인간사회에 정말 이런 비극이 있을 수 있는가? 인간으로서 차마 들을 수 없는 참상이었다. 제주4·3은 (그리고 한국전쟁은) 세계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갈라지는 세계 분단의 과정에서 발생한 경계국가 한국의 대비극이었다. 특히 세계 분단과 한국 분단 과정에서 제주는 중앙에서 가장 먼 이중경계 지역이었다.

공포와 질곡으로 재생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제주는 오늘날 전혀 다른 삼다도로 변모되고 있다. 용서와 화해와 상생(생명)의 삼다도를 말한다. 민주화와 탈냉전 이후 제주의 자기극복 과정은 인간정신의 대비약과 대도약이었다. 용서와 화해, 해원과 상생의 제주는 4·3의 충격 못지않은 인간영혼의 가장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4·3으로 인해 마을 이름 자체가 사라질 정도로 절대비극을 체험했던 하귀리는 2003년 영모원(英慕園) 위령단을 설립해 애국절사 영현비(英顯碑), 호국영령 충의비, 4·3희생자 위령비를 한 곳에 건립했다. 각각 항일인사, 전몰인사, 4·3희생자 영령들을 모신 것이다. 건립의 마음과 과정은 마을의 정체성 회복과 마음화해, 역사통합의 과정 자체였다. 특별히 ‘모두가 희생자이기에 모두가 용서한다’는 절대용서의 비문 앞에선 세계 종교와 사상의 근본 가르침인 사랑과 관용, 치유와 회복을 ‘현실에서’ 체험하며 무릎 꿇는다.

영모원은 서로 다른 죽음을 표상하는 명부와 영혼들을 한 곳에 모셔서 마침내 유공과 희생, 가해와 피해를 함께 기리겠다는, 죽음의 대통합을 통한 삶의 대화해의 절정이다. 매년 치르는 합동위령제는 경이적인 하나됨이다. 그 시각 그곳에서 과거의 삶과 죽음, 원한과 적의는 마침내 후대들에 의해 한 영혼이 된다.

지난 2일의 제주4·3희생자 유족회와 제주경우회(警友會)의 화해·상생 공동추모 행사는 놀라움 자체였다. 당일 모든 행사를 두 단체와 동행하며 필자는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 뜨며 이 장면이 실제 현실임을 확인해야 할 만큼 놀랍고 놀라웠다. 4·3문제를 둘러싸고 가장 반목과 갈등이 심했던, 전직 경찰 조직과 희생자 유족 조직은 3년 전 ‘화해·상생 선언’ 이래 매년 충혼묘지와 평화공원을 공동참배·공동헌화·공동분향하고 있다. 우리는 묘지에의 참배와 분향과 헌화의 깊은 뜻을 잘 알고 있다. 평화공원과 충혼묘지는 이제 애국·용서·화해·상생의 공동 상징이 되었다. 이들은 한국과 해외의 충혼과 위령 시설도 함께 참배한다. 하여 제주경우회는 화해·상생 노력으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이중변경 지역이었던 제주의 세계 중심으로의 진입, 즉 전체 제주와 영모원과 유족회-경우회의 용서·화해·상생·평화의 보편 경로는 한국과 세계에 보고·교육되어야 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대비극의 상호 가해와 피해, 진압과 저항, 민과 관이 하나가 된 곳은 거의 없다. 그 점에서 제주인들은 지금 한국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성직자요 철학자이며, 시인이고 교육자들이다.

한국과 세계가 이념 대결의 가장 큰 희생자들이 써 가고 있는 대용서와 화해, 대평화와 상생의 실제 여정으로부터 배워 끝내 제주가 세계 모델과 세계 보편으로 상승되길 소망한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 특히 북한·일본·중국·세계의 지도자들이 제주 정신과 제주 모델을 깊이 배우기를 호소한다.

제주민들과 같은 세계 선각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고 한걸음씩 발전한다. 세계 화해와 평화 정신을 앞서 실천하고 있는 제주민들에게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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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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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5일 신문 브리핑 #


"하늘을 향한 감사의 생각은 그 자체가 기도이다."

- C. H. 스펄전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정부는 소규모로 이뤄지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여 올 하반기부터 70인 이상 노인요양시설 680곳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벌인다고 4일 발표함

- 원격의료 시스템을 적용하는 의료 취약지 대상 지역도 크게 확대하기로 했으며, 도서지역은 기존 신안·진도 등 11개 보건소에서 완도·옹진 등 20곳으로 늘리고, 군 원격의료 대상 부대도 40개 격오지 부대에서 63개로 확대하며, 원격의료 시스템이 깔린 원양선박을 6척에서 20척으로 늘리기로 함


2. 서울 경전철 1호인 우이~신설선(강북구 우이동~동대문구 신설동) 사업이, 서울시와 민자사업자의 수익성 개선과 손실 부담 책임문제로 개통을 4개월 앞둔 5일부터 잠정 중단됨

- 우이신설선은 하루 최대 13만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으로, 강북지역 수요자와 인근 주택시장 및 상권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임


3. 성동조선해양이 지난 상반기 경영혁신을 통해 재료비 79억원, 노무비 95억원, 인건비 67억원 등 상반기에 총 445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면서 2008년 이후 8년 만에 처음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

- 하지만 조선업계 시장 전망은 좋지 않으며, 현재 성동조선의 수주 잔량은 35척으로 당장 일감은 있지만 문제는 내년 이후임


4. 한국석유공사가 2008년부터 2억5000만달러(약 2750억원)를 투입한 카자흐스탄 잠빌 석유광구 지분을 500만달러(약 55억원)에 팔기로 함

-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국민 혈세를 날리게 됐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정부의 압력에 석유공사가 무리하게 헐값에 지분을 파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옴


5. IWC 까르띠에 피아제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리치몬트코리아와 브레게 블랑팡 론진 등을 판매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 등, 20년간 가파르게 증가하던 국내 명품시계 매출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함

- 이들 업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과 2009년에도 20~30%대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고속성장했으나, 지난해 매출은 전년(6013억원)보다 10.99% 감소한 5352억원에 그쳤으며, 이는 명품 시계 시장의 가장 큰 고객인 대기업, 특히 삼성그룹 임원들이 대거 갤럭시기어 등 스마트워치로 옮겨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임


6.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를 2005년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구속 기소)과 셋째 부인 서미경 씨(56), 딸 유미 씨(33)에게 차명으로 불법 이전하면서 모두 6000억원의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를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4일 확인됨

- 6000억원은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로 드러난 조세포탈 규모로는 사상 최대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의 분석을 마치는 대로 서씨 모녀를 소환해 6000억원대 탈세 혐의와 일감을 몰아주고 롯데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임



<< 금융/부동산 >>

1. 영국 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7년5개월 만에 사상최저인 연 0.25%로 인하했으며, 필요하다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입장도 밝힘

- 또한 BOE는 자산매입 규모를 앞으로 6개월 안에 기존 3750억파운드에서 4350억파운드로 600억파운드(약 88조2000억원) 확대하기로 했으며, 이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중은행과 건설업계에 저리로 자금을 제공하기로 함

- 이번 조치는 기준금리 인하에만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는 강력한 통화완화책으로 받아들여지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영국 경제가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 분명해진 데 따른 조치라는 평가임


2. 인도 이코노믹타임스(ET) 등에 따르면 인도 상원은 3일(현지시간) 주마다 다른 세율을 부가가치세(VAT)와 비슷한 상품서비스세(GST)로 단일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킴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가 드디어 ‘진짜 단일시장’이 될 수 있게 됐다며 “인도 경제가 25년 전 자유화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중요한 개혁”이라고 평가함


3.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미래에셋 1호 벤처펀드’를 연내 선보이기로 하고 계열사 간 협의를 하고 있음

- 1호 펀드는 1조원 규모의 대형 펀드가 될 전망이며, 그동안 벤처투자업계에서는 100억~200억원, 많아도 1000억~20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주를 이뤘음


4.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연계투자를 받으려는 창업 초기 기업이 늘고 있음

- 신용보증기금은 보증 업무 외에 설립 후 5년 이내 창업 초기 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핀테크(금융+기술) 외에 다양한 업종에 걸쳐 사업성과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비상장 중소기업에 지분의 최대 50%, 최대주주 지분율 이내로 투자하고 있음

- 주식·회사채 투자 등으로 기업당 최대 30억원을 투자하며, 신용보증기금은 보증연계투자를 본격화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7개 기업에 총 490억원을 투자했음


5. 4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일시적 경영 위기에 빠진 거래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기업성공프로그램(CSP)의 지원 실적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 신한은행은 2006년부터 은행권 최초로 CSP를 시행하고 있으며, 올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CSP 지원 실적은 148건, 1711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함


6.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대로 국민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소득으로 단일화하면 250조원의 소득에 추가로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옴

- 이 경우 전체 가입자 중 89%는 현행보다 보험료가 내려가지만 11%는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입자의 0.5%는 월 30만원 이상의 ‘건보료 폭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됨


7,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비해 재건축 사업 추진이 더뎠던 강동구 재건축시장이 들썩이고 있음

- 높은 분양가에도 조기에 청약 마감된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이하 솔베뉴)와 무상지분율 합의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은 둔촌주공 아파트가 강동구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대표 주자로 꼽힘


8. 4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강남3구의 재건축단지 평균 가격은 올 6월 기준으로 3.3㎡당 3719만원에 기록함

- 2006년 4분기에 기록한 최고가(3635만원)를 10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며, 다만 지난달부터 정부가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재건축 단지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음



<< 국제 >>

1.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음

- 무슬림과 여성 비하 등 문제성 발언을 그치지 않아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는 가운데 지지율은 곤두박질쳤으며, 공화당 내부에서는 그의 중도 낙마(落馬) 시나리오까지 거론하고 있음


2.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함

- 도요타는 엔화 강세로 2016회계연도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4% 급감할 것으로 전망함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손실보전 이익공유형 민자 방식(build operate adjust)

- 민간사업자가 시설물을 짓고 운영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일정 부분을 보전해 주고 초과로 수익이 발생하면 정부와 이를 배분하는 제도로 수익형 민자 방식(BTO)과 임대형 민자 방식(BTL)의 중간 형태로 사업자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정부는 요금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일정 수준의 비용은 보전하고 이익은 공유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민간사업자의 투자 위험을 줄여줄 수 있어 민간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음.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다시 시설 이용요금을 낮추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비용 보전이 지나칠 경우 민간사업자에게만 유리하다는 비판도 있음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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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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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4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산업은행은 어떻게 복마전이 되었을까

검찰이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과 대우조선 과거 경영진과의 유착 고리를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대우조선의 경영비리 및 부정 회계에 이어 대주주인 산업은행 비호 의혹으로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검찰이 강 전 회장을 출국금지시키고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니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난 게 아니냐는 판단이다.

강 전 회장이 전임 MB(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실세였다는 점에서 검찰 칼날이 MB정부 핵심 인사들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가 MB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경제분과 간사를 거쳐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는 등 ‘MB의 경제 책사’로 불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단순히 넘겨짚는 추측만은 아니다. 비리가 있었다면 정치적 계산을 떠나서도 철저한 수사가 마땅하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역시 산업은행장을 지낸 민유성 씨가 동시에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민간단체로부터 고발된 배임혐의 사건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간단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의 재임 시절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특정인에게 시가보다 싼값에 넘겼고 매수자는 이를 다시 매각해 막대한 매수차익을 올렸다니, 명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산업은행 전직 수장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 및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근영 총재가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특검수사를 받았으며 정건용·김창록 총재도 조사 대상에 올랐었다. 홍기택 전 회장도 청와대 서별관회의 관련 발언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도중하차 등으로 구설수에 휘말려 있다. 산업은행 조직문화에 결정적인 흠결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정치적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다.

현 이동걸 회장 체제에서도 지난날 운영기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대우건설 사장 선임과정에서의 혼선이 하나의 사례다. 대우조선 경영비리와 관련해 그토록 질책을 받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탓이다. 산업은행은 지금 새로운 도약의 발판 마련을 위해 분위기 혁신을 꾀하는 중이다. 말로만 얼렁뚱땅 혁신을 외치는 모양새가 돼서는 곤란하다.

2. 국민들 지갑 털어 곳간 채우는 건강보험

최근 연속 흑자로 적립금이 쌓이고 있는데도 보건 당국이 건강보험료를 필요 이상 거둠으로써 국민 부담을 가중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병·의원과 약국 등에 지급하는 의료수가를 지나치게 높여 책정하는 등 지출 규모를 부풀리는 얄팍한 수를 썼다고 한다. 건강보험 곳간을 채우려고 꼼수를 동원해 국민 호주머니를 턴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어제 발표한 ‘2014회계연도 결산’ 보고서 분석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흑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적립금이 17조원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해마다 건보료를 올렸다. 인상 폭이 1.6~5.9%로 나타났다. 건보료율이 2011년 5.64%(보수월액 기준)에서 2016년 6.12%로 오른 것이 그 결과다.

방법 자체가 고약하다. 병·의원에 지출하는 요양급여비 등을 과다 추계해 지출예상 총액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수법을 썼다니,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친 것이나 다름없다. 거두지 않아도 될 돈을 거둬 수익을 남겼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생활이 쪼들리는 판국에 건강보험공단은 속 편하게 돈을 거둔 것이다.

보건 당국은 급속한 고령화 대비 및 건보 보장성 확대를 위해 보험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혀 일리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허위청구 등 과오·낭비·남용·부정으로 인한 건보재정의 누수 규모가 4조 8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부정·부당 청구로 줄줄 새나가는 보험급여만 막아도 보험료 인상 없이 충분히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 요인을 감안할 때 적립금을 쌓아두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장부상의 숫자 놀음으로 국민 호주머니를 털 일은 아니다. 온갖 구멍으로 허투루 빠져나가는 돈부터 막는 게 먼저다. 집을 3채 이상 소유하면서도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 68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반면 퇴직·실직자의 경우 지역보험에 편입됨으로써 직장에 근무할 때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가 청구돼 민원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현행 건보료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서울신문]

3. 北 또 미사일 도발, 사드 국론 통일 시급하다

북한이 어제 황해도 은율군 일대에서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탄 두 발을 쐈다고 한다. 지난달 19일 노동미사일 두 발과 스커드 미사일 한 발을 발사한 이후 15일 만의 도발이다. 이번에 쏘아 올린 미사일 가운데 한 발은 발사 직후 폭발했고, 다른 한 발은 한반도를 가로질러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국민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미사일 발사로 주변국에 강력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은 부수 목적일 뿐이다. 북한이 결정적으로 노리는 것은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우리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확대 재생산해 국론 분열로 몰아가는 데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일본의 EEZ에 떨어뜨린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1000㎞ 안팎에 이르렀다고 한다. 동해안의 강원도나 함경도에서 발사한다면 사실상 일본 대부분 지역이 사정권이다. 북한이 최대 사거리가 13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 노동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것은 1999년이다. 북한은 당시 노동미사일을 10곳 남짓한 전국의 발사 기지에 분산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7년이 지나는 동안 명중률을 비롯한 노동미사일의 성능은 크게 향상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 굳이 황해도 기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도 명백한 의도가 엿보인다. 남한 내 어디라도 노동미사일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상의 협박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엊그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오랜 고심과 철저한 검토를 거쳐 내린 결정임에도 갈등이 멈추지 않아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배치 예정 지역인 경북 성주 주민들의 반발이 그치지 않는데다 사회적 갈등도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을 이야기해도 시원치 않을 정치권 인사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틈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것은 북한의 상투적인 대남 전술전략이다. 이 시점의 미사일 발사는 그 갈등의 간극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일 수밖에 없다.

노동미사일은 사정거리가 짧다고 해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무기다. 미국 본토 공격까지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도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그래도 노동미사일은 이미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로도 일부 요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훨씬 더 높은 고도로 날아오는 장거리 미사일은 어림도 없다. 배치 예정 지역 주민의 현실적 걱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기에 앞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맞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대안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남남갈등’은 결국 미사일로 되돌아올 뿐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이번에도 확인시켜 주지 않았나.

4. ‘인지기능 장애’ 교통사고 막을 대책 없나

지난달 31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의 운전자는 평소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켜 24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다. 지난해 뇌전증 진단을 받은 문제의 운전자는 사고 당일 처방약을 먹지 않았다. 통제 불능의 대형 사고를 낼 수 있는 이런 환자가 어떻게 버젓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는지 허술한 운전면허 제도가 새삼 여론의 도마에 올라 있다. 어이없는 사고는 그 다음날 전북 익산에서도 있었다. 당뇨병을 앓는 운전자가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는 바람에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 사고가 될 뻔했던 것이다.

해운대 교통사고 운전자는 뇌전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였는데도 지난달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운전 중 발작 가능성이 있어 정밀 심사가 필요했음에도 간단한 신체검사만 받고 1종 보통면허를 갱신할 수 있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정신질환자, 뇌전증,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알코올 중독자 등은 운전면허를 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입원 환자가 아니고서는 도로교통공단이 부적격자를 파악할 수가 없으니 문제다. 선진국의 제도와 비교하자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미국, 일본에서는 뇌전증, 당뇨병 등은 운전면허 취소 사유다. 비교적 흔한 질병인 당뇨병 환자만 해도 유럽은 5년마다 의료진의 소견서를 제출하도록 강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치매로 6개월 이상 입원이나 치료를 받아야만 수시 적성검사를 받도록 관리하는 정도다.

이런 사정을 알고 보면 도로 위는 시한폭탄이 내장된 위험지대인 셈이다. 교통안전을 위해 운전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규제 방안 마련이 하루가 급하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은 뇌전증 환자의 운전면허 갱신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데, 현행 검사 자체가 지나치게 부실해 실질적인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벌써부터 고개를 든다. 최근 4년간 수시 적성검사를 받은 운전자 중 실제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2.2%에 불과했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눈 가리고 아웅’식의 형식적 처방은 있을 수 없다. 당장 수시 적성검사부터 강화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건강보험 자료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일이다.

5. 강만수 수사, ‘하명·표적’ 의혹 자초 안 돼

대우조선해양 부실 경영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명박(MB) 정부의 실세인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으로 향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로 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는 등 회사 경영을 실질적으로 감독하는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산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은의 옛 수장까지 부실 감독도 모자라 대우조선 임원과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직원과 임원, 감독기관까지 의혹에 휩싸인 ‘비리 백화점’의 양상을 띠고 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그제 강 전 은행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또 강 전 은행장 지인들이 운영하는 지방의 중소건설업체 W사와 B사 등 두 곳도 압수수색했다. 강 전 은행장은 대우조선 경영진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지인의 업체에 투자를 하도록 하거나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전 은행장이 재직하던 시기는 이미 구속 기소된 남상태·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과 겹친다. 그래서인지 의혹을 산 비위 형태가 남 전 사장과 닮은꼴이다. 그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W사는 대우조선으로부터 수십억원의 하도급을 수주했고, 지인들이 대주주로 있는 B사 역시 대우조선 자회사인 부산국제물류로부터 지분투자를 받는 등 수십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구속된 남 전 사장은 자신의 대학동창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20억여원대의 이익을 취하고 수출계약을 추진하면서 미화 46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전 은행장이 일감을 몰아주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품 수수 등의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강 전 은행장에 대해 드러난 의혹뿐만 아니라 분식회계를 묵인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강 전 은행장이 MB 정권의 실세였다는 점에서 하명·표적 수사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검찰은 강 전 은행장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대우조선에는 그동안 7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됐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대우조선을 ‘비리 백화점’으로 만든 부실 경영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주장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진상도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하명·표적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고 사실상 실패로 끝난 포스코 수사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동아일보]

6. 청년수당 강행한 박원순, 속 보이는 대선행보 그만두라

서울시가 어제 청년활동지원비 50만 원씩을 현금으로 2831명에게 지급했다. 취업 의지가 있는 저소득층 청년에게 6개월까지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즉시 중지 명령을 내렸다. 지방자치단체는 복지사업을 신설할 경우 복지부와 협의해야 하고 복지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 절차를 밟도록 사회보장기본법에 명시돼 있다. 서울시는 조정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서울시는 복지부의 시정 명령을 무시하고 복지부가 직권 취소하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년취업난은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국가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청년취업활동 지원을 위해 6개월간 6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박 시장이 청년활동지원비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더민주당을 통한 국회 차원의 논의로 전국적 시행을 추진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맞서 투쟁하듯 강행하니 박 시장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것이다.

경기 성남에서도 이재명 시장이 가구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1년에 100만 원씩 나눠주는 청년수당을 강행해 복지부와 갈등을 빚었다. 경기도의 제소로 성남시 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전국에서 성남시는 기초시군 중, 서울시는 광역시도 중 가장 부자다. 정부교부금을 받지 않고 있으니 정부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다른 지자체는 하고 싶어도 역부족인 사업을 강행해 중앙정부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참 볼썽사납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 

청년활동지원비로 돈을 받는 청년들이야 당장 공돈이 들어오니까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과 연계가 부족해 돈을 들인 만큼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시장이 성과도 불투명할뿐더러 위법으로 판결이 날 수 있는 사업을 강행한 것은 내년 대선 출마를 겨냥한 포퓰리즘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청년수당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보는 것이 대권을 꿈꾸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다.

[매일경제]

7. `부동산 과열` 우려하는 금통위원 경고 새겨들어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들이 서울 일부 지역 부동산시장 과열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 4명은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과 급증하고 있는 집단대출이 실거래 가격 하락, 분양권 포기 등으로 부실화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금통위원들이 부동산시장 과열을 경고한 것은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 후 멈추지 않은 가계대출 증가세 탓으로 보인다. 6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4조8000억원 늘어 6월 말 잔액이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 인하가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 투자로 연결되기보다 부동산시장만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니 금통위원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저금리로 갈 곳을 찾지 못한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수기로 꼽히는 7월에도 6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4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5월부터 대출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7월부터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도 시행했지만 약발이 안 먹히고 있는 것이다.

강남 재건축시장의 과열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은 3.3㎡당 4310만원의 고분양가를 책정하는 바람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거부로 제동을 거는 일까지 벌어졌다. 강남 압구정동 아파트도 지난 5월 말 통합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이 알려지면서 두 달 새 가구당 3억~4억원 뛰었다고 한다. 집단대출을 규제하자 풍선 효과로 비강남권 분양시장도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로 펄펄 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송파 등 강남 일부에서는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고, 미분양 주택도 증가하는 등 소화불량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공급물량 과잉으로 외환위기 때처럼 집값과 전세금이 떨어지면서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저금리가 키운 부동산 버블 붕괴로 가계부채가 부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금통위원들의 경고를 허투루 듣지 말고 부동산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으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8. 유가 급락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비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 2일 배럴당 4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두 달 새 20% 넘게 떨어져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한 것이다. 원유 가격은 2014년 여름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지만 그 후 공급과잉이 심해지면서 가파르게 떨어졌다. 올해 2월에는 26달러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저성장 탓에 원유 수급 불균형은 금세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 선진국들이 비축해둔 석유는 30억배럴이 넘는다. 이는 67일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미국 내 재고만 5억배럴로 지난 5년 평균보다 1억배럴 많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산유국들은 더 열심히 원유를 퍼올리고 있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산유량은 작년 말 사상 최고치(하루 3300만배럴)에 가까운 수준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셰일 오일 손익분기점이 40달러로 떨어지면 원유 공급은 더욱 탄력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국제 유가는 달러로 표시되므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유가는 오를 법하지만 지금은 달러가 약세인데도 유가가 떨어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글로벌 원유 수요가 부진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의 맥박이 그만큼 느려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도 유가 하락을 반길 수만은 없다. 1980년대 말처럼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큰 축복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저유가가 세계적인 수요 부진에 따른 것일 때는 수출 시장은 되레 쪼그라들고 국내적으로도 유가 하락에 따른 실질 소득 증가가 소비와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5년 전 한 해 1000억달러에 이르렀던 원유 수입액은 저유가 덕분에 그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조선과 유화, 해외 건설과 플랜트 수출은 저유가 탓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작년 석유제품 수출은 37%나 줄었고 유화 수출도 21% 감소했다. 우리의 황금 시장인 중동 지역 수출은 올해 들어 20% 안팎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산유국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 한국 경제가 유가 하락 충격으로 저성장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중앙일보]

9. 소통 부재가 빚은 이대 사태 되풀이돼선 안 된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어제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 신설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 28일부터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고 설립 반대 농성을 벌인 지 6일 만이다. 학생들도 농성을 풀고 곧 학업에 복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와 대학사회는 막중한 책무성을 되돌아봐야 한다. 학생들의 반대로 교육부 재정사업을 폐기한 첫 대학이 나왔고, 17년 만에 대학가에 공권력이 투입된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을 명분으로 연간 2조원이 넘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뒤흔들다 역풍을 맞은 것이다. 고졸 직장인과 30세 이상의 경력 단절 여성 등에게 4년제 대학 문을 열어주는 평생교육 단과대도 그중 하나다. 1년간 10곳에 30억원씩 대주는 것으로 취지는 좋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선취업 후진학 제도 활성화’ 발언 직후 급조된 게 문제다. 당장 단과대를 신설 해 내년 3월 개강해야 하는 일정인데도 지난달 이화여대 등 4곳을 추가 선정해 밀어붙였다. 대통령 임기 내 ‘완수’ 구설이 퍼진 연유다.

그 과정에서 이화여대에서 일이 터졌다. 이 대학은 올해 대학인문역량강화(CORE)와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에도 뽑혀 3년간 250억원을 확보했다. 그런데 구성원과의 협의 없이 평생단과대도 만들려다 갈등을 겪은 것이다.

당연히 최 총장과 대학본부의 책임이 크다. 기존과 유사하거나 직업교육 같은 전공을 내놔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특히 교수들에게는 이런 계획을 며칠 전에야 알렸다고 한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명문대가 돈에 홀려 ‘학위장사’를 하려 한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학생들도 반성해야 한다. 대화보다는 물리적 행동을 택해 ‘순혈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대학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일방통행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이번 사태가 보여줬다. 교육부와 대학사회가 깊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세계일보]

10. 중국의 갑작스러운 비자발급 제한, 사드 보복인가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상용비자 발급받기가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중국을 사업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에게 발급하는 상용비자 신청 때 중국쪽 기업의 초청장을 반드시 첨부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중국 외교부 산하 여행사의 초청장으로도 상용비자를 발급해 왔다.

중국비자센터는 “여행사 초청장은 편법이니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원칙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엄격히 따지자면 지금까지의 관행이 비정상이었다. 중국 외교부 산하에는 사실상 국영인 2곳의 여행사가 있다. 그중 한 곳만 중국비자센터와 변칙적으로 손을 잡고 초청장을 발급해 왔다. 다른 한 곳은 늘 불만을 지녀왔다고 한다. 이들 여행사 간 알력 때문에 비자발급을 제한하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비자발급 제한 사태를 무심코 넘길 수가 없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을 상황임을 감안할 때 보복조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게 사실이라면 한·중관계를 악화시키는 졸렬한 행태다.

중국은 최근 도를 넘는 사드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고압적 태도로 “사드가 끝내 배치될 경우 한반도 정세와 중·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차분한 논조를 이어온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어제 사설에서 “한국 정책결정자가 독단적으로 자국의 안위와 미국의 사드를 한데 옭아매 역내 안정이 깨지고 주변국 안보이익에 손해를 끼쳤다”고 성토했다. 중국 광전총국이 각 지역 방송국에 대해 한류스타 프로그램이나 한국 TV의 쇼의 판권을 당분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도 잇따랐다.

이 같은 일련의 행태는 ‘G2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다. 특히 비자발급 제한이 사드 압박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치라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국격을 스스로 훼손하는 사려 깊지 못한 행위임을 깨달아야 한다.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킬 최소한의 자위 수단이다. 북한은 어제도 보란듯이 노동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은 사드를 탓하기에 앞서 사드 배치 원인을 제공한 북의 핵·미사일 도발 억제에 나서야 한다. 중국 정부는 역지사지해 한국의 입장을 깊이 헤아리기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아시아경제][일터삶터] 밥값 내는 사람

밥값에 관한 고민은 스무 살, 대학생이 된 첫날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어리바리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쏘다니다 2학년 선배를 마주쳤던 그때. 꾸벅 인사를 하니, 그는 짐짓 심각한 얼굴로 "점심 누구랑 먹었어?" 했다. 나는 옆에 있던 친구를 가리키며 "얘랑 먹었어요" 했는데, 선배가 화들짝 놀라는 거다. "첫날부터 네 돈 주고 먹었단 말이니?"

그럼 누구 돈으로 먹는다는 것인지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캠퍼스의 개나리들이 바르르 흔들리도록 선배가 한참을, 으하하하, 웃었다. 그러곤 몹시 귀엽다는 듯, 가볍게 꿀밤을 주는 시늉을 하며 "신입생은 처음 한 달은 돈 주고 밥 사 먹는 거 아니야. 선배들 따라다니면서 얻어먹어야지" 했다.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아이처럼 얼어붙은 내게 "난 1학년 내내 돈 주고 밥 먹은 기억이 없는걸!" 하고 덧붙이며. 

물론, 선배들에게 살갑게 굴어 친분을 쌓고 학교생활도 배우란 뜻이었을 거다. 그러나 고지식하고 주변머리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나는, 그날 이후 점심시간마다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학생식당 앞을 맴돌다 아는 선배가 지나가면 대뜸 밥 사 달라고 하란 말인가? 전날 밤에 미리 문자를 보내서 내일 밥 사 주시겠냐고 물어봐야 하나? 넉살 좋은 친구한테 은근히 묻어갈까? 그나저나 선배들도 똑같은 학생인데 돈이 맨날 어디서 나오나?'

3학년쯤 되자 그렇게 속이 편할 수가 없었다. 선배들이 점심 사 주는 '명랑하고 살가운' 후배가 되려 애쓸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학생회관에서 라면 한 그릇 후루룩 먹고 나와도,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워도 좋았다. 

지금도 '혼밥'을 즐기고, 여럿이 함께 먹을 때는 더치페이가 좋다. 그러나 알다시피, 사람 수대로 나눠 밥값을 지불하는 건 어쩐지 야박하다고 여기는 문화가 있으므로, 얻어먹을 때도 있고 살 때도 있다. '아직은' 얻어먹는 상황이 많은데 '아직도' 그게 편치는 않다. 나이 많은 사람이 내는 문화도 잘 설득되지 않는다. 나이 많다고 돈도 많나. 돈이 많으면 많이 얻어먹어도 되나. 급기야, 저분이 나보다 월급은 많겠지만 딸린 식구가 몇인데, 맞벌이하고 애도 없는 내가 사실상 형편이 나은 것 아닌가, 뭐 이런 걱정까지 하고 앉아 있는 것이다. 스무 살 그때처럼. 

그러니 나는 오늘도 '완벽한 더치페이의 세상'을 꿈꾼다. 고지식한 이들이 밥값 때문에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는, 단순하고 한갓진 곳. 그곳은 결코 야박하지 않다. 각자 내는 게 당연해지면 남이 사는 밥은 더욱 특별해진다. 우르르 몰려가서 '낼 만한' 사람이 엉겁결에 계산하고, 한 시간만 지나면 식후커피와 함께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식사가 오히려 야박하지 않나. 물론 완벽한 더치페이의 세상에서도 누구 하나가 밥값을 낼 수 있다. 축하나 감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이 필요한 때다. 대접하는 이와 대접받는 이 모두 함께 추억할, '가끔' 있어 귀한 자리. 식사는 선물 같고, 대화는 축제 같은 자리.

그런 세상에서는, 내 돈 주고 밥 먹을 일이 없다는 건 좀 기괴한 일이 될 것이다. 자랑이 아니라. 상상만 해도 평화롭지 않은가, 인기도 없고 주변머리도 없는 '소심인'들이여. 


2. [연합뉴스]<추왕훈의 데자뷔> 민낯이 어때서'

길 막고 영어시험·우편함에 개똥…영국의 인종차별 민낯', '은폐, 허위보고, 묵살, 거짓해명의 연속…부산경찰의 민낯', '고립된 섬 불안한 여교사들…섬 성폭행 부끄러운 민낯', '전관로비·거액수임료…법조계 민낯 드러낸 정운호-변호사 공방'

최근 몇 달간 보도된 일부 언론 기사들의 제목이다. 하나같이 '민낯'이라는 말을 '부끄럽고 잘못된 본래의 모습'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굳이 비슷한 말을 찾자면 '치부(恥部)' 정도를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사전적인 뜻과는 거리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민낯'에 대해 단순하게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라고 기술할 뿐이다. 

기사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보면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민낯'이라는 말은 거의 사전적인 뜻으로만 쓰였고 사용 빈도도 높지 않았다. 비유적으로 쓰인다 해도 '있는 그대로 모습'이라는 뜻이었지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위에서 예를 든 것과 같은 부정적인 비유는 2012~2013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민낯'이 '숨겨야 할 부끄러운 얼굴'이라면 '떳떳이 남에게 드러낼 수 있는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민낯'의 반대, 즉 '화장한 얼굴'이어야 비유의 대칭이 맞는다. 화장 안 한 얼굴이 이토록 부끄러운 존재가 돼 버린 것은 여성에게 화장이 당연시되는 풍조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덧 한국에서 성인 여성은 외출할 때는 으레 화장을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게 됐다. 

화장하는 연령은 점점 어려져 이제 중·고교생이라면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상당수 중·고교는 여학생의 화장을 금지하는 교칙이 있지만, 워낙 화장하는 학생이 많아 '꼴불견'일 정도로 진한 화장이 아니면 묵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지난해 초록어린이재단이 초등학교 4~6학년 여학생 123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운 55명(45%)이 "화장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식품의약품 안전처는 '제대로 된 화장품 사용법'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이라는 책자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거의 전 연령대에 걸쳐 화장은 보편화하고 있지만, 문제는 부작용이다.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 화장품 용기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조개껍데기가 발견됐을 정도로 화장의 역사는 유구하다. 과거에는 수은이나 납, 비소와 같은 독성 물질을 원료로 만든 화장품이 많아 이를 사용한 여인들이 심각한 피부질환을 앓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초상화에 남아 있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창백한 얼굴은 납 성분이 들어간 '베니스분'을 두껍게 바른 덕분이었다. 그 때문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망가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더 진하게 화장을 해야 했고 말년에는 납중독으로 인해 피부가 거무죽죽해지고 치아까지 상한 데다 신경증의 징후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안전 규제가 엄격해진 요즘에는 유해 물질이 포함된 화장품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다수의 화장품에는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피부가 연약하고 피지의 분비가 활발한 어린이와 청소년은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고 있다.

성인 여성의 경우에도 원래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진한 화장은 피부 건강은 차치하고라도 보기에도 부담되는 측면이 있다. '민낯'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말을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민낯'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잘못된 일도 아니다.


3. [서울신문][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한여름을 이기는 콩국수

콩은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널리 재배되어 한민족 식생활과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요 먹을거리다.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데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우리 민족 건강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이익은 ‘성호사설’ 만물문 편에서 “곡식의 역할이 사람을 살리는 데 있다면 곡식 가운데 콩의 효능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이는 ‘숙맥’이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콩을 ‘숙’(菽), 보리를 ‘맥’(麥)이라 하는데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사람을 ‘숙맥’이라 한다. 쌀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곡식인 콩과 보리조차 구별 못 한다는 의미다.

이 콩을 가장 쉽고 맛있게 먹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많은 이들이 여름철에 즐기는 콩국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콩국수는) 콩을 갈아 만든 콩국에 국수를 삶아 말아 먹는 음식이다. 콩의 단백질과 지방질을 그대로 살릴 수 있으므로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몸을 보할 수 있는 음식이다”라고 설명한다. 콩국수는 한여름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 주는 전통의 서민 먹을거리다. 만들기가 그리 까다롭지도 않고 특별한 비법도 없어 보통 집에서 맛깔나게 즐길 수 있는 국민 음식이다.


그래도 좀더 호사를 하려면 조금만 발품을 팔면 된다. 이맘때 점심시간에 서울 여의도백화점 지하에 가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줄을 굽이굽이 서서 기다린다. 12시쯤 가면 20~30분 대기는 기본이다. 이곳이 ‘진주집’이다. 매일 새벽 주방에서는 가족들만 모여 콩국을 만든다. 강원도 일대의 콩을 직접 구매해 수작업으로 일일이 선별한다.

진주가 고향인 사장의 안주인은 사망했으나 비법은 전수되고 있다는 것인데, 명문대 출신 두 아들 부부까지 음식점 경영에 동참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걸쭉하고 구수한 콩국물에 쫄깃한 면발을 자랑하는 콩국수에는 면과 국물 외에는 아무런 고명이 없다. 콩국물은 씹어 먹어도 될 정도이고. 매콤한 겉절이가 곁들여진다.

또 다른 프리미엄 콩국수를 선보이는 곳이 서울 서소문 소재 ‘진주회관’이다. 진주집과는 인척 간으로 모 재벌회장 등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콩국수의 특징이나 맛은 여의도 집과 비슷하나, 익은 김치를 내놓는 것이 또 다른 맛이다.

을지로4가에 있는 ‘강산옥’은 숨어 있는 작은 맛집이다. 계절에 따라 콩비지찌개와 콩국수 가운데 하나만 하는데 6~8월에는 콩국수다. 콩과 검정깨로 만든 콩국은 ‘예술’이고, 면은 소면을 쓴다. 주인아주머니와 딸이 운영하는 ‘진심’ 가족식당으로, 사람을 쓰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게 확장도 마다한다. 몇 개 안 되는 테이블에 앉으면 주문을 안 해도 음식이 나온다. 메뉴가 하나뿐이니까.

한여름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 주는 콩국수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솔푸드로서 손색이 없다. ‘진한 콩국 vs 연한 콩국’, ‘순수 콩국 vs 깨와 땅콩을 가미한 콩국’, ‘쫄깃한 면 vs 소면 vs 메밀면’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조합으로 훌륭한 콩국수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4. [중앙일보][시론] 테러리스트라고 모두 사이코패스일까

테러의 시대다. 1995년 165명에 불과하던 테러 관련 사망자는 2014년 3만2685명으로 무려 200배나 증가했다. 게다가 최근의 주요 테러는 불특정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예고 없이 가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테러의 건수와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사전예방이 대단히 어렵고 테러범과의 협상도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테러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과거 제국주의 시절, 민족 독립 등을 목적으로 한 무장투쟁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인정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배후세력이 불분명한 ‘외로운 늑대’형의 테러범이 늘고 있고, 그 목표도 무고한 일반인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테러범이 단지 사이코패스와 같은 정신이상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면 정신이상자들을 미리 감시해 사전에 테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인류학자 스콧 아트란은 대부분의 테러범들이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을 끔찍한 범죄자로 만든 것은 개인적인 정신병리가 아니었다. 실제로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상당히 낮다. 보통 사람들, 즉 집단의 가치와 규율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테러를 저지른다. 정신장애인이나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이코패스가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진화적으로 인간은 자기 집단을 외부 집단보다 더 우월하게 여기는 경향, 소위 ‘내(內)집단 선호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집단 간 상호 폄하와 갈등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내집단 선호와 외집단 배척이 도를 넘어 상대방을 파괴하거나 말살하려는 수준으로 악화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외부 집단을 극도로 증오하게 되는 것은 IS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메시지 때문이 아니다. 테러리스트가 테러의 대상을 혐오하는 것은 자신들이 이미 혐오당하고 있거나 혹은 최소한 그렇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IS의 반인권적인 만행에도 불구하고 서구 사회의 수많은 젊은이가 자발적으로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프랑스 인류학자 도니아 부자의 연구에 의하면 IS에 포섭된 소녀의 70% 이상이 어린 시절 학대받은 과거가 있었다. 학대받은 여성에게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천) 뒤에 숨어서 평생 안전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해 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소총을 든 강인한 남편도 보장한다. 실제로 IS의 자발적 동조자 상당수는 경제적·인종적· 종교적으로 멸시받는 젊은 미혼자들이다. 이처럼 IS는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그들에게 정서적 소속감을 선사하고 삶의 숭고한 목적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혐오는 혐오를 먹고 자란다. 테러가 일어나면 즉시 중동계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가워진다. 미국의 어떤 정치인은 난민을 모조리 추방하고 중동계 이민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양한 사상과 종교·인종·민족으로 구성된 자유로운 공간이 사라질 위기다. 회색지대가 사라지면 ‘우리들’과 ‘그들’의 경계가 더 날카로워진다. 우리는 IS의 끔찍한 범죄에 경악하지만 사실 그들을 점점 강하게 만드는 것은 소수 집단에 대한 주류 사회의 혐오와 배척이다. IS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러한 주류 사회의 과잉대응이다. 집단 간의 담장이 높게 쳐지고 소수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될수록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무차별적 테러를 관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더 큰 증오로 갚아준다는 것도 해답은 아니다. 그런데 테러 연구에서 잘 알려진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기혼자가 자살테러범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프랑스 니스 테러의 범인도 이혼남이었다. 실제로 테러단체에 세뇌된 사람을 위한 정신치료 프로그램에서는 가족과의 정서적 연결고리 복원에 주력한다. 건강한 가정을 가진 사람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즉 사회는 젊은이에게 원하는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살테러를 하면 영원히 천국에서 처녀 72명의 시중을 받을 것이라는 IS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혐오 논란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여성 혐오 논란은 애꿎게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만 양산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었지만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인터넷에는 온갖 사회적 편견과 증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남성과 여성이, 일반인과 장애인이, 한국인과 외국인이, 청년과 노인이, 갑과 을이 서로 혐오하고 배척하고 있다. 안정된 미래를 약속해 주지 못하는 팍팍한 현실이 극단적인 혐오의 문화가 자라는 토양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에 만연한 증오와 편견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가 다양성이 인정받는 자유로운 회색지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미래는 열려 있다.


5. [매일신문][매일춘추] 포구의 새벽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통통거리는 발동기 소리가 작은 어촌마을을 흔들었다. 창문을 살짝 열어젖히고 고개를 내밀었다.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미풍이 얼굴을 감쌌다. 하늘에는 낮게 뜬 초승달이 심술궂게 바다 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열이 쏟아지던 대낮의 고요와 평온, 잔잔한 파도는 없었다. 작은 고깃배 한 척이 축구장만 한 포구에 조심스레 접근 중이었다. 

몇몇 아낙들이 쪼그리고 앉아 뱃머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수십 년간 육지에서 살아온 필자에겐 낯설고 서정적인 풍경이다. 발걸음을 재촉해 포구로 갔다. 배 옆구리가 콘크리트벽에 비스듬히 부딪치자 늙은 어부가 네모난 플라스틱 상자 세 개를 아낙들에게 건넸다. 두 곳에는 숨을 거둔 청어들이 있었고, 한 곳에서는 새끼 문어 한 마리가 꾸물거리고 있었다.

비릿한 생선냄새가 콧구멍을 지나 텅 빈 위장 속까지 스며들었다. 메스꺼웠다. 거칠고 정직한 삶의 현장에 내 육체가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부끄러웠다. 잠깐 고개를 먼바다 쪽으로 돌렸다. 등대는 없었다. 짙은 어둠을 헤치고 작은 고깃배 한 척이 또 미끄러져 들어왔다. 늙은 어부와 아낙들의 움직임, 어획량은 비슷했다. 문어 대신 소라와 물가자미가 담긴 상자만 달랐다.

이 작은 포구엔 TV 화면에 가끔 등장하는 만선의 기쁨이나 소란은 없었다. 힘든 노동 뒤의 허무한 귀가를 보는 듯했다. 방금 배에서 내린 그물 손질에 여념 없는 한 아낙 곁으로 걸어갔다. 낯선 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엔 검은 주름들이 깊게 패어 있었다. 칠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 같았다. 꾹 다문 입술엔 노년의 체념과 여유가 묻어났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바다로 나가는 고깃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비좁은 선상에는 손질한 통발이 수북했다. 수평선 위로 붉은빛이 넓게 피어올랐다. 일출 직전이었다. 1시간쯤 물거품을 뿜어내던 발동기소리가 잦아들었다. 늙은 어부는 허연 부표를 갈고리로 낚아챈 뒤 수면 위로 떠오르는 통발을 하나씩 건져 올렸다.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요즘은 바다 밑도 황무지나 마찬가질세…. 이젠 배질(조업)도 못해 먹게 됐어!" 

몇몇 통발 속에 갇힌 시커먼 성게와 회색빛 소라를 쳐다보는 필자에겐 절망의 아우성으로 들렸다. 하지만 도시인의 권태롭고 상냥한 목소리와는 달리 진솔하고 묵직했다. 2시간여 바다 노동을 끝낸 배가 천천히 포구로 향했다. 휘청거리며 육지에 발을 디딘 필자에게 방금 건져 올린 큼직한 소라들을 골라 비닐봉지에 담아 주었다. 극구 사양했지만 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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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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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4일 신문 브리핑 #


"아침에 '잘 잤다' 하고 감사하며 눈뜨는 사람은 행복의 출발선에서 시작하고, '죽겠네' 하고 몸부림치는 사람은 불행의 출발선에서 시작한다."

- 평생감사 카드



<< 정치/외교 >>

특이내용 없음



<< 경제 일반 >>

1.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2016~2025년 국가물류기본계획’을 3일 최종 확정함

- ‘도시첨단 물류단지’ 확대

- 연내 화물 운송시장 진입 제도를 개선해 2018년부터 전기화물차, 자율주행트럭 등 새로운 수송 수단의 상용화를 지원

- 초대형 고효율 선박 도입을 위한 12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 조성 및 운임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한 ‘해운거래소’ 설립 추진

- 항공물류 확대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에는 전자상거래물류센터와 제조·물류 융·복합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3단계 배후단지(9만3000㎡) 조성

- 내년 중 자동 피킹 로봇과 셔틀 로봇 상용화를 지원하고 드론 배송도 내년 중 도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상용화함

- 장거리 초고속 운송을 위한 시속 1000㎞ 이상의 하이퍼루프형 수송 시스템과 자율주행 트럭, 중소형 화물 전용기 개발


2. 정부가 고효율 가전제품에 인센티브를 주는 경기부양정책의 재원으로 한국전력의 이익금 1393억원을 활용하기로 해 ‘주주 가치 침해’ 논란이 일고 있음

- 전력업계에서는 정부가 상장회사인 한전의 이익금을 빼서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


3. 서울시는 청년수당 신청자에 대한 정성·정량평가를 거쳐 대상자 3000명을 선정했다고 3일 발표했으며, 서울시는 이 가운데 청년수당 약정에 동의한 2831명에게 50만원씩을 현금으로 지급함

- 보건복지부는 즉각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을 중단시키는 직권취소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서울시는 직권취소 처분이 내려지면 대법원에 소송을 낼 방침이어서 청년수당을 둘러싼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임


4.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해운회사 열 곳의 자동차 해상운송료 담합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됨

- 조사대상 회사는 닛폰유센, K라인, 미쓰이OSK라인, 이스턴카라이너 등 일본 선사 네 곳과 발레니우스빌헬름센 등 노르웨이 선사 한 곳, CSAV 등 칠레 선사 두 곳 등이며, 이들 해운사가 담합 기간에 한국 자동차 해상운송으로 올린 매출이 수천억원에 달해 과징금이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음


5.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3일 보도함

-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이 회사를 전부 인수하면 인수가가 30억달러(약 3조3500억원)를 웃돌아 삼성전자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 중 가장 크게 되며, 마그네티 마렐리의 일부 사업부만 매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함



<< 금융/부동산 >>

1.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이달 중순부터 홍채(눈동자) 인증만으로 모바일뱅킹을 통해 각종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

- 모바일뱅킹에 국한되긴 하지만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홍채 인증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임


2.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엔고(高)가 가속화하면서 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전날 오후 5시 대비 0.91엔 오른 100.75엔까지 상승함

- 글로벌 주가 하락과 채권금리 상승으로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진 가운데 안전자산인 엔화로 매수세가 몰렸으며, 일본은행이 그동안 이어온 대규모 양적완화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미국 경기 둔화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엔화 강세를 부채질함


3.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산하 중국자산운용업협회는 올 들어 전체 사모펀드 운용사의 약 40%에 이르는 총 1만개의 사모펀드 운용사에 영업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지난 2일 발표함

- 이번 조치는 보수적 성향의 류스위 증감위 주석이 지난 2월 취임한 뒤 벌이고 있는 일련의 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이며,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평가임


4.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함

-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는 2일 하루동안 7.15% 하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이번 스트레스테스트에서 ‘낙제점’을 받은 MPS의 2일 하락률은 16.1% 하락, 독일 2대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2일 장 초반 사상 최저가를 기록한 끝에 9.2% 폭락함

-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유럽금융감독청(EBA)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투자심리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옴


5. 아파트 분양시장 호황 영향으로 올 상반기 전체 주택 거래에서 분양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남

-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거래된 주택 73만1603건 중 분양권 거래량(전매.최초분양 검인 합계)은 총 20만6890건으로 전체 주택 거래량의 28.3%를 차지함


6.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9월부터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빌린 차입자가 원하는 만큼 대출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3일 발표함

- 지금은 대부분 은행이 일시상환 방식으로만 전세대출을 갚도록 하고 있음


7. 서울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양재 테크 플러스 시티’ 조성 계획을 3일 발표함

- 양재·우면동 일대 300만여㎡(여의도 297만㎡)를 내년 상반기까지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 기업 연구개발 시설 확충을 유도하고 부지 남쪽 국공유지에 기술 개발, 연구 교류, 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시설을 세우는 게 핵심임



<< 국제 >>

1. 국제 유가가 원유 공급과잉 우려로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하락함

-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55센트(1.4%) 내린 배럴당 39.51달러를 기록했으며, 미국의 원유 생산시설 가동 증가와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량 증가 신호가 투자 심리를 억누른 것으로 보임


2. 중국이 상용비자 발급의 필수 요건인 초청장 심사를 강화하기로 함

- 국내에서 중국 현지 초청장 등의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복수 상용비자를 발급해주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서, 이에 따라 비즈니스 목적으로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의 복수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음



<< 오늘 신문의 경제관련 용어 >>

*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 아주 예외적이지만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금융회사의 잠재적인 취약성을 평가하는 분석 기법으로 위기상황 하에서 금융회사 혹은 금융시스템이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데 활용됨.

금융회사 내부 스트레스 테스트은 ’90년대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들에서 처음 활용되었으며 바젤 2 규제에서도 금융회사의 자본적적성 평가를 위해 정기적으로 시행토록 규정하고 있음. 또한 ’99년 IMF와 세계은행이 마련한 금융부문평가프로그램에서도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분석기법으로 활용되면서 이후 각국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은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보유 또는 개발하고 있음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시 미국과 유럽 감독당국에서 수행된 스트레스 테스트는 당시 위기상황 하에서 주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평가하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 손실규모를 파악하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금융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였음.

- 출처 : 금융감독용어사전, 2011. 2.,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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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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