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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3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여름 오는데 모기향·제습제 무해한지 밝혀야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살균, 살충, 항균 관련 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세균이나 벌레를 퇴치하기 위한 제품들이 오히려 사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가습기 살균제 생산 업체인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제습제나 탈취제, 섬유유연제 등 화학약품이 섞인 생활용품 자체의 매출도 급감하는 추세다. 자칫 살충·살균제에 대한 필요 이상의 거부감이 생길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해당 제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독성 검사와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해 보이는 이유다.

인천시는 그제 시 청사와 모든 산하 공공기관에서 옥시 제품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와 서울시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옥시의 그간 행태를 보면 이런 조치는 당연하다. 다만 일상에서 쓰이는 화학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지나칠 경우 벌레나 세균을 제어하지 못해 전염병 창궐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당장 날씨가 더워지면서 모기향이나 제습제 등 살충·살균제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은 이런 제품들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가는지, 정말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줄 만큼 독성이 강한지 등에 대한 정보도 없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사용을 꺼린다. 제습제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52%나 줄었다고 한다. 방향제와 표백제도 30% 이상 덜 팔렸다.

이런 점 때문에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옥시 제품 외에도 방역용 살충제, 모기향 등을 수거해 안전검사에 나선다고 한다. 경기도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일반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의 이런 움직임은 매우 바람직하다.

반면에 정부 차원의 대책은 너무 미흡하다. 국민이 광범위하게 쓰는 살균·살충제에 대해 어떻게, 언제까지 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조차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위 책임자가 ‘장삿속만 챙기는 상혼 때문’이라고 언급하는 등 기업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그제 국회에 출석해 ‘가습기 살균제 환자를 만나 봤느냐’는 질의에 ‘내가 왜 환자를 만나야 하느냐’란 어처구니없는 답변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국민의 안전을 챙기고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2. 적군 아닌 비리에 무너지는 안보 현장

군(軍)이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신무기 체제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무기는 재래식 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비용이다. 이렇듯 천문학적인 혈세의 투입을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인다면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군이 지금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신뢰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육·해·공군을 막론하고 도대체 비리가 개입되지 않은 획득 사업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말해 보라. 오늘도 야전에서 흙투성이가 되도록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진짜 군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군인이 명예를 먹고산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이제 거의 없다. 비리로 얼룩진 무기를 들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사병들에게 적과 싸워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강요하는 것은 위선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방산비리의 끝을 여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그제 ‘무기·비무기체계 방산비리 기동점검’을 벌여 8건의 문제를 적발하고 2명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아군과 적군으로 나눠 실전처럼 훈련하는 152억원 규모의 중대급 교전훈련장비(MILES) 시스템을 육군본부가 납품받았지만, 핵심 성능인 공포탄 감지율은 함량 미달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육군본부는 평가방식을 바꿔 ‘합격’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전차가 특정 지점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표적이 올라오는 전차표적기 자동운용 시스템도 성공률이 기준인 99%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72%에 불과한데도 합격 판정을 내렸다. 담당 사업팀장은 개발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정신 상태를 가진 자들에게 나라를 맡기고 있다는 현실이 한심스럽다. 엉터리 장비를 들고 나가 싸워야 하는 사병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이런 짓이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賣國)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그런데도 합참은 K2 흑표전차 100대를 추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비리를 공개한 같은 날이다. 북한군이 보유한 전차는 4500대 남짓으로 우리의 2배 가깝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국민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80억원짜리 흑표전차 100대라면 8000억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으로 방산비리가 되풀이될 것이 뻔한데 제대로 된 성능의 전차가 생산되겠느냐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이렇듯 국민은 국방부나 합참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자업자득이다. 이제라도 군은 신뢰받지 못하는 전력증강 계획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방산비리부터 척결하라.

3. 총선 참패한 與, 쇄신 의지 있는지 의심스럽다

4·13 총선 참패 이후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새누리당의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고 당 쇄신 작업은 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투 트랙 방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 원내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어제 혁신 의지와 역량을 갖춘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예고하면서 “마누라를 빼고 다 바꾸게 될지,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충격적인 총선 참패에 대해 변화의 고통을 보이지도 않는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당장 다음주에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상당한 저항이 예상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친박계 지지로 당선된 정 원내대표가 이끄는 비대위는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7월께 열리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임시기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총선 직후 친박계가 추진하려다 역풍으로 무산된 원유철 원내대표 비대위와 무엇이 다른지 국민은 궁금해하고 있다. 총선 참패 후 한 달 만에 내놓은 집권당의 수습책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상이다. 당내에서조차 총선 책임론을 피하고 7월께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친박계의 의지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선 참패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친박계가 다시 당의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으로는 집권 여당의 위상을 되찾기 어렵다. 여당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과 지지자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새누리당의 원내 지도부 역시 친박 인사들이 포진함으로써 ‘도로 친박당’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도읍 신임 원내수석부대표뿐 아니라 새로 선임된 원내부대표단 13명 중 친박·범친박계가 11명이나 된다.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할 혁신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한다지만, 의미 있는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많다. 특별기구로 꾸려질 혁신위가 형식적인 자문기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2014년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보수혁신위원장을 맡아 각종 혁신안을 마련했으나 대부분 실천도 하지 못하고 유야무야로 끝났다. 2011년 4·27 재보선 패배 후 혁신을 위해 구성됐던 ‘정의화 비대위’ 역시 계파 간 충돌로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집권 여당의 구조와 체질을 혁신하라는 메시지였다. 아직 국민은 총선에서 굴욕적인 참패를 겪은 새누리당의 대오각성과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 대신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지긋지긋한 계파 간 이전투구 양상은 더욱 심화된 느낌이다. 국민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권 여당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대대적인 쇄신을 통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민심과 동떨어진 권력의 오만함이 재연되면 새누리당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4. 美 오바마 움직인 일본외교… 한국외교는 속수무책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방문은 집요하게 미국을 설득한 일본 외교의 승리이자 한국 외교의 한계를 보여준다. 외교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평화공원의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서 불과 200m 떨어진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도 방문하도록 요청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의 관심사가 협의를 통해 미 측에 전달돼 있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어제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이해한다”며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왔다”니 무슨 ‘소통’을 어떻게 해왔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은 26, 27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이 주목적이다. 이 회의에선 세계 경제 위기와 테러 대응 외에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중요 의제로 다뤄진다. G7 정상들이 북한 김정은의 핵보유국 주장에 엄중히 경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북핵에 직접 노출돼 있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2008년 일본서 열린 G8 회의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초청으로 참석해 한미, 한-러 정상회담까지 가진 것과 비교된다.

일본 언론은 당초 일본이 박 대통령을 G7 정상회의에 초청하려 했으나 한국 측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일본이 공식적으로 초청을 타진하거나 초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설명이고 실제로는 박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이 남의 잔치에 들러리 서는 형식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12월 한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됐지만 아직 진전이 없어 박 대통령이 방일할 만큼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G7 회의 하루 전인 2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와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다. 대통령이 내 놓을 ‘코리아 에이드’라는 아프리카 정책 비전이 이동검진 차량과 푸드트럭, 문화영상트럭으로 구성된 봉사단이고 보면 과연 G7 회의 참석을 못할 만큼 일정 조정이 어려웠는지 의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G7 정상들과 북핵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도 얻지 못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로 한미 관계가 미일 관계에 밀리는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박 대통령의 방일이 어려웠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 앞서 한국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이라도 잡아주도록 총력외교를 펼쳤어야 했다. 여러모로 대통령 눈치만 보는 듯한 우리 외교 당국의 안이한 자세가 답답하다.

5. 의원회관 2→3층을 ‘전용 엘리베이터’로 이동한 초선들

20대 국회 초선 당선자들이 그제 연찬회가 열린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의원회관까지 300m, 걸으면 5분에 불과한 거리를 대형 버스 6대에 나눠 타고 이동했다. 이들이 ‘의원 특권의 상징’이라는 의원 전용 출입문을 통해 의원회관에 들어가서는 2층 로비에서 3층 오찬장까지 한 층을 올라가는 데 국회사무처 여직원들이 잡아 놓은 엘리베이터를 타느라 민원인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아직 금배지도 안 단 초선들이 별다른 이의 제기도 않고 이런 과잉 의전에 편승한 것은 실망스럽다. 첫 의정 오리엔테이션인데도 20여 명은 지각했고 20여 명은 불참까지 했다. 

이번 국회에서 초선 당선자는 132명(300명 중 44%)으로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국회 때(18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초선들이 당적을 불문하고 똘똘 뭉쳐 과거의 잘못된 국회 관행과 의원들의 과도한 특권,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는 갑(甲)질을 타파하려 든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 당선자들한테 그런 패기는 없는 모양이다. ‘영감님’ 대접을 받기 시작한 이들이 “끝까지! 초심으로!” 건배사를 외쳤다니 끝까지 이럴까봐 겁이 더럭 난다.

국회의원 세비(歲費) 1억3796만1920원에다 의정활동 경비와 보좌진 7명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등을 합치면 의원 한 사람에게 국민이 바치는 혈세가 연간 6억7600여만 원이다. 의원들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가 무려 200가지나 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여야는 큰 선거를 앞두거나 국민의 눈총을 받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앞다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다. 그러나 실천에 옮긴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총선에서도 여야 3당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실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및 면책특권 개선, 정당 고액 특별당비 명세 인터넷 공개, 정치인 낙하산 임명 금지,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등을 공약했다. 당 차원이나 의원 개개인별로 세비 삭감과 일정 기간 세비 반납을 약속한 경우도 있다. 초선 당선자들이 선배들의 구습에 물들기 전에 특권 내려놓기 실천에 나서기를 기대해선 안 되는 것인가.

[이데일리]

6. 제2, 제3의 가습기 사태 피하려면

전국을 강타한 ‘가습기 살균제’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인 세퓨 제조사 버터플라이이펙트도 추가로 도마에 올랐다. 가습기 살균제는 물론 유아용 살균 분무액 등 영유아 제품에 유독물질을 사용했다는 정황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살균제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옥시레킷벤키저의 전(前) 대표 등 관련자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사태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옥시와 세퓨가 사용한 원료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은 대표적인 독성물질로 꼽힌다. 특히 버터플라이이펙트 전(前)대표는 살균제 제조에 뛰어들면서 인터넷 관련 사이트를 참조해 옥시보다 4배나 강한 독성물질을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이들 업체의 비윤리적 경영 행태로 인해 피해자가 200명 이상이나 나온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윤성규 장관은 국회에서 가습기 사건을 ‘장삿속 상혼이 빚은 대규모 인명 살상행위’라고 지적했다.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정부의 감독 잘못을 일부 시인한 대목이라 여겨진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공식사과를 하지 않았다. 초동대처 부실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사건 초기 담당부처가 산업부였다며 소관부처 타령만 했다. 살균제 파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가 보여줘야 할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파문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점검에 즉각 나서야 한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4만여개 화학물질 가운데 환경부에 등록된 것은 510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PGH처럼 인체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화학물질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아울러 소비자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사회적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반기업 정서와는 무관하다. 시장이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현실에서 소비자 건강을 보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7. “실업이 테러보다 더 위험하다”는데

프랑스가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교훈이다. 사회당 정부가 노동법 개정을 강행하면서 노동계가 총파업으로 맞섰고, 야당은 내각 불신임을 벼르는 상황이다. 긴급상황에는 정부가 각의 의결만으로도 의회 통과와 똑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헌법 조항을 발동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런 초강수를 둔 것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도 표밭인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아 노동개혁안의 의회 처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프랑스 실업률은 작년 말 10.6%로 독일과 영국의 2배를 웃돌고 청년은 4명에 1명꼴로 실업자다. 올랑드 대통령은 실업률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내년 4월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을 만큼 노동개혁에 모든 것을 걸었다. 사회당이 2000년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의 사실상 폐기와 해고조건 완화 등 친(親)기업 조치들을 과감히 밀어붙이는 것도 노동시장 수술 없이는 실업률 인하나 성장동력 확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업, 특히 청년실업은 우리나라도 여간 심각하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지난 2월 12.5%, 3월 11.8%에 이어 지난달에도 10.9%로 석 달 내리 전년 대비 월간 최고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웠다. 제조업 부진이 주원인으로 현재 추진 중인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면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 해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회의 입법 노력이 시급하다. 3당 체제를 선택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노동4법 등의 ‘일자리 법안’은 19대 국회 폐회 전에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도 입법 타령만 해선 안 된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출진흥회의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촉진대회를 직접 챙기며 각 부처와 업계를 독려하는 것도 일책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보다 실업이 더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우리도 사안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해결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업계가 서로 미닥질하며 때를 놓쳤다간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좌절만 안겨 줄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매일경제]

8. 野, 성과연봉제 반대만 말고 협치의 모습 보이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여당, 야권과 노동계가 대결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간담회에서 "호봉제가 청년 직접 채용을 기피하게 하고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 10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같은 날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금융공기업에 대해서는 임금과 예산, 인력 충원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대 노총과 노조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성과연봉제가 노사 합의 대상인데도 정부가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동계의 반대는 예상됐던 일이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야당들이 노조에 동조하며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금융노조와의 간담회에서 "진상조사단을 꾸려 현장의 불법성을 조사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다. 성과연봉제는 당리당략 차원에서 볼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시장 구조로는 청년 취업 절벽과 중장년 고용 단축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임금이 상승해 장기근속자와 신입사원 간 연봉 차이가 2~3배에 달하는 호봉제는 기업들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동시에 고임금 중장년들의 조기 퇴직을 강요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려면 성과제로 임금체계를 바꿔야 하는데 그동안 '철밥통' 소리를 들었던 공공기관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노조들은 성과연봉제가 임금을 낮추고 해고를 쉽게 하려는 꼼수라고 말하지만 야당들까지 이런 주장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노조를 설득해 성과연봉제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그것이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다수당으로서 책임을 지는 자세이기도 하다.

9. 사라진 軍침대 예산 2조원 감사원이 찾아내라

국방부의 '병영생활관 현대화 작업' 예산이 2조6000억원 구멍 난 데 대해 국방연구원이 심층 분석에 나섰지만 뚜렷한 진상 규명 결과를 내놓지 못해 예산 낭비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연구용역을 맡긴 국방연구원으로부터 중간보고를 받았으나 내용 미흡을 이유로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지역별로 사업 규모가 어떻게 변동돼 얼마의 예산이 날아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빠졌다는 것이 이유다.

이 사업은 침상형 구조의 병영생활관을 침대형으로 바꾸는 것으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혈세 6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사업이 거의 마무리될 시점인 지난해 육군이 예산 2조6000억원을 추가 요청하면서부터다. 육군에 배정된 예산은 5조1000억원이었는데 이 금액의 절반도 넘는 액수를 추가로 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방부는 "기본계획 변경으로 해체하기로 했던 대대가 유지되거나 현대화 대상이 100명 이하 부대까지로 확대되면서 예산이 증액됐다"고 해명했다. 2012년 기준 현대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었던 666개 대대가 851개로 증가하면서 예산이 더 들게 됐다는 것이다. 2조6000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올해 국방 예산 39조원의 5%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방 연구개발(R&D) 전체 예산과 맞먹는 액수다. 국방부는 예산 방만 운용이 아니라 잘못된 수요예측 탓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것도 정책 실패인 만큼 무능하다는 비판에서 비켜갈 수 없다. 

기재부는 사라진 예산에 대한 원인 규명과 국방부의 소명 없이는 내년 예산에 편성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가 '보완 요구'를 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방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국방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긴 것부터가 문제다. 군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민간이 조사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산하기관이 국방부의 예산 낭비 의혹 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국방부는 이 사안에 대해 2008년 자체 감사에서 '문제 없음' 결론을 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2차 내부 감사도 신뢰하기 힘들다. 감사원이 하루빨리 감사에 착수해 사라진 군 침대 예산의 행방을 밝혀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10. 수명 연장 원전 확실한 안전 확보 후이 재가동해야

설계수명을 연장해 재가동에 들어간 월성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발전 정지 사태를 맞아 불안감을 키운다. 고장은 지난 11일 밤 10시께 압력조절밸브에서 발생한 것인데 원자로 보호 신호가 자동으로 작동해 발전도 자동으로 정지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난 2월 말부터 들어간 100일간의 종합 예방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간 지 한 달도 안 돼 멈췄다는 점에서 안전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방정비 기간에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법정검사, 원자로 건물 종합누설률 시험, 저압터빈·발전기 분해점검 등을 했다는데 부실 점검이었거나 노후한 원전 자체에 문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정해진 기간의 설계수명을 다한 노후 원전에 대한 계속 운전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사안이다. 세계 2위 원전 강국, 프랑스는 올 초 원전 수명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10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47년간 운영 중인 원전도 있다. 우리나라에 수명을 다한 원전은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 두 기다.

고리원전 1호기는 10년 수명을 연장했고, 2017년 6월 연장 기한도 마감돼 폐쇄될 예정이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30년 설계수명을 다해 멈췄다가 10년 계속운전 승인을 얻어 지난해 6월 발전을 재개했지만 이번에 가동 중단 사태를 맞은 것이다. 환경단체 등은 원자력안전위의 수명 연장 결정을 위한 안전성 평가가 부실했다는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는데 발전을 재개한 지 1년여 만에 멈춰섰으니 총체적 점검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

세계 각국은 신재생에너지의 친환경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경제성으로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당장 줄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추세다. 사고 시 다른 부문과 비교할 수 없는 원전의 파괴력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선 월성 1호기에 대해서는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빈틈없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재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국민에게 일말의 불안감이라도 남겨서는 안 될 일이다. 아울러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만큼 수명 연장에 대한 확실한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신혜선의 쿨투라4.0]'시빌 워'도 천만 영화에 등극할까

대한민국에서 '천만 영화'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등장한다. 작년에만 3편의 영화가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베테랑'(1300만여명), '암살'(1200만여명) 그리고 '어벤져스'(1000만여명).

천만 영화 소식이 들리면 대표적인 반응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그렇다고 그 정도나(많이 볼) 된다고 생각해?"이다. 본인이 보고도 '천만 명이나 볼 정도인가?' 하는 의심병이 생각보다 넓게 퍼져있다.

두 번째는 "온통 그 영화뿐이야"이다. '몰아줬다'는 얘기다. 천만 영화는 '스크린 독점'과 함께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스크린 수는 절대적으로 많이, 시간은 조조부터 심야까지 폭넓게'.

체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 초에 주말 상영 시간을 살폈다. 집에서 가까운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미처 못 본 과거의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한다고 해 쾌재를 불렀는데, 입맛만 다셨다. 상영은 수요일(11일) 조조와 오후 상영, 단 두 번. 휴가를 내지 않고는 불가하다. 토·일 주말에는 시빌 워와 '곡성' 딱 두 편만 종일 상영한다. 시빌 워를 본 나는 곡성 외에는 선택권이 없다.

멀티플렉스 관을 살폈다. 다양성 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와 'CGV 강변' 두 곳의 이번 주 상영 표를 비교했다. 스크린 수가 많으니 '구색'을 갖췄다. 하루에 많게는 4번 정도까지 다양성 영화도 상영한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 시빌 워 상영 스크린 수는 압도적이다.

'역시 스크린 독점이 최고의 힘?'이라고 생각할 즈음, '박스오피스 경제학'(김윤지 지음, 어크로스)이라는 신간에서 재미있는 데이터를 발견했다.

저자는 우리 산업에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드문데 특히 영화산업이 그렇다고 봤다. 한 명이 봐도 천명이 봐도 제작비는 같다. 즉 많이 볼수록 제작비를 빨리 회수하고, 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론인데 '스크린 수가 무조건 많다고 대박이 난다는 게 아니다'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기대 이하면 배급사는 재빨리 상영관 수를 줄인다. 특히 저자는 일정 수 이상 스크린이 늘어나면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스페인의 연구 결과다. 여기서 나온 스크린 수 임계치는 1966개.

저자가 2015년 흥행 50위 한국 영화를 파악하니 평균 스크린 수는 694개, 천만 영화에 오르며 최대 스크린 수를 기록한 영화 암살은 1519개로 집계됐다.

그런데 암살보다 100만 관객을 더 모은 베테랑은 스크린 수가 400개나 적었다. 단기간 더 많이 봤다는 거다. 반대로 600만 여명 정도가 봐 아쉽게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사도'나 '내부자들', '연평해전'의 스크린 수는 1000~1200개로 천만 영화에 비해 만만치 않았다. (249쪽 '될 영화 몰아주기'에는 이유가 있다 : 파레토 법칙') 

경제학적으로 문화산업을 분석한 저자는 초기 대박이 예상되는 영화에 스크린 수를 몰아주는 건 규모의 경제학을 이뤄야 하는 자본의 속성이 작용하니 불가피한 시도라고 봤다. 하지만 모두 대박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8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개봉영화는 11편이었는데 이 중 3편만이 천만 영화에 등극했고, 3편은 300만 명도 채우지 못했다.

저자는 이후 충분조건이 뒷받침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저자는 '유머' 코드 외에도 '개봉일' 이나 경쟁작 변수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2년 전 개봉한 '역린'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380만여명)를 받은 결정적 이유를 개봉 일이 '4월 16일'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실 천만 영화는 여러 요건을 갖춰야 한다. 과거부터 온 공식 1번은 1인이 2회 이상, 즉 가족 동반처럼 저변을 확대하며 몇 번 본 관객이 나오는 영화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 흐름도 타야 한다. 언론의 도움도 필요하다. 700만~800만 명 정도여도 성공인데 각종 미디어에서 힘을 실어줘야 천만 고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머코드나 사회적 이슈도 꽤 중요한 요소로 얘기된다.

'명량'이나 '국제시장'은 앞서 말한 기존 흥행 공식의 표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도력에 대한 갈망, 정권 색깔과 세대에 대한 향수 등의 흐름이 뒷받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베테랑은 '재벌'에 대한 반감심리, '제작비를 한국이 다 해결했다'는 농담이 나왔던 인터스텔라는 한국의 교육열로 설명한다. 동료나 친구와 본 직장인 부모가 다시 아이를 앞세워 영화를 두 번 봤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 해는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이론 100주년이었고, 인공지능(AI)과 같은 과학 이슈가 중요한 흐름으로 떠올랐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본다.

책에서 분석한 2015년 개봉한 한국 상업 영화 31편 목록을 보니 그중 11편을 봤다. 그중 보고 실망한 영화는 3편. 11편 중 나를 포함한 300만 명 이상이 봐서 그나마 제작비를 건진(?) 것으로 보이는 영화는 6편밖에 안 됐다. 그래도 보고 실망한 영화에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나머지 20편 목록 중 못 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는 없다.

책은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인용, 파레토 법칙을 보여준다. "2015년 한국 상업영화는 155편이고 그중 15%인 23편에 총관객의 80%인 8188만 명의 관객이 집계됐다. 2014년 개봉해 2015년 천만 영화로 분류된 국제시장을 넣으면 15%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더 커진다." 

같은 시기 다양성 영화 관객은 약 200만 정도로 집계됐다. 다양성 영화를 개봉영화만큼 찾아보는 나로서는 다양성 영화가 더 많아지면 좋겠고, 스크린 수도 지금보다 늘어나면 좋겠다. 동시에 상업 영화라 해도 흥행 공식을 쫓기보다 색깔 있는 영화를 만들려는 시나리오 작가 및 제작자, 즉 좋은 작품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

작년 내가 선택한 영화에 대한 편향과 20%도 아닌 15%의 영화가 흥행의 80%를 차지하면서 대한민국 영화산업을 받치는 현실을 다시 해석하니 '숫자는 많아도 재미있는, 잘 만들어진 한국 영화는 별로 없다'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시빌 워가 천만 영화에 등극할 것인가'로 시작한 잡생각의 끝도 쏠리는 대중보다, 스크린 독점보다, 한국 영화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옮겨가는 이유다.

2. [동아일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서울에서 살아남기 

서울에서 살아남기 ― 최금진(1970∼ )
 

가게에서 물건을 사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통성명을 할 때
돌아와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일단 무조건 거만해야 한다
엔젤이라고 발음하는 너의 콩글리시에는 천사가 살지 않는다
(…)
젊어 고생은 사서 하는 것인가, 그렇다
고생은 너의 출세를 위해 가치 있는 것인가, 아니다
항복, 할복, 항복, 할복, 어떤 것이 행복을 위해 더 명예롭고 윤리적인가
학교를 그만둔다 해도 나무랄 사람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뿐이고
잉여인간, 너 같은 애들은 값싼 정부미처럼 창고에 넘친다
(…)
항복, 할복, 항복, 할복, 모든 선택은 성적순이며
지하철역에서 무장공비처럼 누워 자는 사내들도 한때는
전투적으로 국가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들
황달이 든 너의 얼굴과
고향에 지천으로 피던 민들레꽃이 심리적으로 일치할 때
결핍을 상징하는 그 노란색이 아지랑이처럼 자꾸 어른거릴 때
게임 오버, 넌 끝난 거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부모를 떠나 대도시로 유학 온다. 젊음과 희망을 무기 삼아 뿌리 내리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참 힘들다. 노력이 부족한 걸까. 그렇다면 더 힘을 내봐야지 생각하지만 다리가 후들거린다. 언제까지 전력질주해야 할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지쳐 간다. 이 시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여기 등장하는 젊은이는 대학 새내기이다. 대학에 낭만이 사라진 지 오래. 그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혼자 자취방에 들어가 잠을 잔다. 공부하고 돈 벌고 희망하고 절망하는 등 그의 24시간은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만큼이나 바쁘다. 그런데 열심히 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 학교를 그만둘까 생각해 보지만 딱히 대안이 없다. 누렇게 뜬 거울 속 얼굴을 보니 고향 마을의 민들레꽃이 그립다. 어린 시절 고향의 삶은 더 행복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생각하니 사람들은 말한다. 패배자, 넌 이제 끝난 거야, 라고.

‘게임 오버’ 되었으니 이제 삶은 끝장난 것일까. 우리는 민들레한테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절망도 슬픔도 이 시의 목적은 아니다. 이 시는 슬픈 시가 아니라 화가 난 시다. 그리고 화를 현명하게 내려면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다. 시에 의하면 눈을 크게 뜨고 직시해야 한다. 나, 너, 우리, 사회, 시대에 대해 눈을 감지 말자, 마음아.

3. [한국일보][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동업자

시를 쓰며 지방에서 사는 친구가 하룻밤 자고 갔다. 좁디좁은 우리 집에서 누군가가 자고 간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외국에서 사는 친구들이 오면 하루 이틀 자고 간 적은 있지만, 전국이 일일 생활권 안에 들게 된 뒤부터는 없던 일이다. 서로 좀 뒤척여도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을 거라 믿어 나란히 누웠지만, 막상 눕고 보니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엄습했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혼자 살았던 나만의 불안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1988년이었다. 잡지에 실린 나의 등단작을 읽고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의 내 생각은, 그가 나와 다른 유형의 사람일 거라는 확신이었다. 직접 만나본 뒤의 생각도 바뀌지 않았다. 늘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명랑하고, 여성성이 풍부한 친구가 쓰는 시 역시 내가 쓰는 시와 분위기부터 달랐다. 그런데 어떤 운명에 의해 나는 친구의 첫 시집을 편집했고, 인연은 계속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때 세 권의 시집이 같이 출간되었는데, 다른 두 권의 시집 역시 훌륭했다. 운이 좀 따랐다면 한국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도 있었을 그 시인 중 한 시인은 은거하다시피 살고 있고, 나오는 시집마다 여러 상의 최종심에 올랐던 다른 한 시인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제정신으로는 살기 힘들다는 세상에서 온갖 독소를 더듬는 촉수 같은 역할을 겸하는 시인들이 애처롭다.

4. [한국일보]벨크로

지퍼(zipper)는 1893년 미국의 한 직공이 불편한 군화 끈 대용으로 고안했고, 지퍼백(zipper storage bag)은 1954년 로버트 버고비라는 이가 봉지를 편하게 묶어보자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흔히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Velcro)는 ‘자연의 선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지게 됐다. 

스위스의 전기 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은 1941년 어느 날 개와 숲길 산책을 다녀온 뒤 바지와 개 몸통에 붙은 가시 달린 씨앗들을 떼어 내느라 애를 먹었는데, 누구나 한 번쯤 혹은 아무나 늘 겪었을 그 일에 그는 호기심이 생겼고, 현미경까지 갖다 놓고 관찰하며 원리를 탐구했다고 한다. 그는 씨앗의 가시 끝이 갈고리처럼 미세하게 휘어져 있어 올가미 형태의 옷감 섬유에 걸려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그 원리를 적용해 48년 첫 ‘갈고리 올가미 결속재hook & loop fastener’를 만들어냈다. 면 섬유 소재가 나일론으로, 폴리에스터로 개량되면서 결합력도 강해졌다. 그는 55년 기술특허를 받고도 성능 개량 작업을 지속했고, 58년 5월 13일 스위스에서 ‘벨크로’라는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했다. 벨크로는 벨벳을 뜻하는 프랑스어 ‘velour’와 고리를 뜻하는 ‘crochet’의 합성어라고 한다. 

60년대 험프리 크립스(Humphrey Cripps)라는 사업가가 그에게 투자를 하면서 그의 회사는 발전의 전기를 맞는다. 벨크로는 지분 변동을 거쳐 2009년 크립스 일가 소유의 개인 회사가 됐고, 그 사이 접착력 등 성능도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이제 벨크로는 단추나 지퍼 대체용으로 시작해 시계 가방 등 생활 소품, 농업ㆍ군수ㆍ의료 ㆍ우주ㆍ항공산업에 이르기까지 안 쓰이는 데가 없을 정도로 확산됐고, 손바닥 만한 접착포로 100kg가량의 하중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고밀도 고성능 벨크로도 등장했다. 벨크로는 한 해 평균 5만5,000km 가량이 판매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정품만 그렇다는 얘기다.

회사 이름이자 제품 이름인 벨크로는 갈고리 올가미 결속재 일반의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5. [서울신문][길섶에서] 봄밤/황수정 논설위원

이맘때 시골집에 가면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 아파트촌의 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뻣뻣했던 오감이 밤 깊어 제자리를 찾는다. 멀리 무논에서 몰려오는 개구리 떼창. 목이 째져라 합창했다 뚝 그쳤다, 정해진 리듬을 탄다. 가만 듣고 앉았으면 멍석을 깔아도 되겠다 싶게 신통해지는 내 감각. 풀숲에 엎드려 선창(先唱)을 맡은 놈, 무논에 좌정하고 화음의 절정을 뽑는 녀석. 당장 쫓아가 잡아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개구리 떼창 끊어지면 잽싸게 끼어드는 산비둘기. 앞산을 옆방으로 옮겼을까 또렷해지는 울음소리. 감각의 굳은살을 벗기면 절로 되찾아지는 신통력이다. 비비추 덜 자란 잎에 달팽이 기는 소리까지 알아챌 봄밤이다.

귀만 밝아지는 게 아니다. 시골에서는 밤 깊어 더 잘 보인다. 보름달 없고 가로등도 먼데 안마당 접시꽃 꽃대에 투망을 짠 거미줄이 다 보인다. 빛투성이 도시에서라면 내 시력으로 도무지 건질 수 없는 디테일!

침묵 속에 더 많은 소리. 어둠 속에 더 완연한 몸짓. 글 한 줄을 안 읽어도, 멍청히 귀만 열고 누웠어도 시골 봄밤은 선생이다. 봄도 깊고, 밤도 깊고, 오랜만에 마음도 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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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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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2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헌재의 '한글 전용론' 위헌공방 주목한다

그동안 ‘한글 전용론’과 ‘한자 혼용론’을 놓고 우리 사회 내부에서 적잖은 논란이 빚어져 왔다.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이 한글만을 우리 고유문자로 규정함으로써 한자가 국어 표기 문자에서 제외된 데 따른 논란이다. 이러한 한글 전용정책에 따라 중·고교 교과서에서도 한자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오늘부터 헌법재판소에서 시작되는 한글 전용론에 대한 위헌 여부 공개변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공방의 초점은 “‘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는 국어기본법 제3조 2항이다. 한자는 외국 문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에 따라 국어를 표기하는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4조에서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며 예외를 인정하는 정도다.

한글 전용론이 국수주의에 의한 결과인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글을 쓰면 애국이고, 한자를 쓰면 사대주의라는 발상이 우리 의식에 은연중 자리잡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얘기다. 한글이 세계적으로도 자랑스러운 우리 고유의 글자인데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한자를 우리의 문자생활에서 배제시키는 것도 올바른 처사는 아니다.

한글이 창제되기 이전에는 전적으로 한자로 글을 적었으며, 한글 창제 이후에도 한자는 문자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이룩한 학문·문화 분야의 대부분 업적이 한자로 기록됐다는 점에서도 한자를 외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가 현재 한글로 적는 어휘 중에서도 그 연원을 한자에 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도 일정 범위 안에서나마 한자를 가르치고 사용할 필요가 있다.

한글 전용론자들은 한글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히 전달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사실일 뿐이다. 국어기본법 규정대로 한글 위주로 사용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한자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한글과 한자가 서로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는 인식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국가 어문정책의 미래를 내다보는 차원에서 소모적인 갈등을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2. 헛돈만 들인 '미세언지'엉터리 대책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년 동안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미세먼지 및 이산화질소 농도는 목표치에 미달했고, 오존 농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2차 10개년 계획은 주요 오염원과 자동차 대기오염물질 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오염도가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나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감사원이 그제 발표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감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부는 2005년부터 10년 간 3조 814억원을 들여 1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추진했다.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서울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사업종료 시점인 2014년 33ppb로, 목표치 22ppb에 한참 못 미쳤다. 미세먼지 농도도 46㎍/㎥으로, 역시 목표치(40㎍/㎥)에 미달했다. 오존 농도는 17ppb에서 23ppb로 되레 더 높아졌다. 말짱 헛돈을 쓴 셈이다.

한심한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경부는 1차 때의 허점을 보완한다며 지난해부터 4조 5581억원을 투입해 2차 10개년 계획을 시행 중이다. 그런데 기본 정책수립부터 잘못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충남지역 화력발전소 등 수도권 이외 지역의 오염원 관리대책이 빠져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배출량 산정기준에 문제가 있는 등 자동차 대기오염물질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킴으로써 가히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 선천성 기형아 출산율이 100명 중 5.6명꼴로 그 원인이 대기오염물질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라는 게 노후 경유차 배출가스 단속에 미세먼지 예보와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큰 재앙으로 번지기 전에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서울신문]

3. '백억 수임료' 최·홍 변호사, 檢 명운 걸고 수사하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 검찰이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칼날이 이른바 ‘전관(前官)비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정 대표와 50억원대 수임료 분쟁을 벌이며 수사를 촉발시킨 부장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를 상대로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법원·검찰의 대표적인 부조리인 전관비리 전모가 제대로 파헤쳐질지 주목된다. 두 전관 변호사는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이다. 정 대표에게서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옛 동료인 현관(現官)들을 상대로 무혐의나 감형 처리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는 2013~2014년 정 대표의 마카오 등지 300억원대 원정 도박 혐의를 집중 수사하고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세 차례나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별건 첩보로 정 대표의 필리핀 등지 100억원대 원정 도박 혐의를 밝혀내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했지만 거액의 회사 자금 횡령 혐의는 제외했다. 검찰은 또 정 대표가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하자 재판부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취지의 ‘적의’(適宜) 의견을 냈고, 항소심에서는 이례적으로 1심 구형량보다 적은 형량을 구형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 검찰 고위직 출신인 홍 변호사의 ‘입김’이 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홍 변호사는 대표적인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개업한 이후 ‘서초동 사건을 싹쓸이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큰돈을 벌었다. 1년 소득이 90억원을 넘는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에게 사건이 몰려든 것은 결국 전관예우에 대한 의뢰인들의 기대가 반영됐다는 것 외에는 이유를 추측하기 어렵다. ‘전화변론’ 등 불법적 수단까지 동원됐다면 더 큰 문제다. 수사를 이번 사건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이숨투자자문 송창수 대표 사건과 정 대표 사건에서만 모두 100억원대의 천문학적 수임료를 챙긴 최 변호사는 친정인 법원을 상대로 정 대표 감형 로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직 판검사에게 전화변론 등으로 선처를 청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법원과 검찰이 그동안 강도 높게 전관예우 척결을 외쳤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비(非)전관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을 못 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반면 전관 변호사들은 1년에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현실이 명백한 증좌 아닌가. 그 뒤에 숨어 있는 현직들을 밝혀내야 한다.

현관은 옷을 벗는 순간 전관이 된다. 전관과 현관의 공생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여전한 전관예우에 더해 법조 브로커까지 극성을 부리니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사건에 쏠린 지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법 시스템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검찰은 명운을 걸고 실체 규명에 총력을 다해야만 한다. 두 전관 변호사의 비리나 이번 사건에 국한하지 말고 이들이 맡았던 모든 사건의 처리 과정을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현관들의 비리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4. 안이한 미세먼지 대책, ‘옥시 파동’ 재현할 텐가

어제 오전 서울과 수도권의 대기는 모처럼 쾌청했다. 오전 한때는 미세먼지가 말끔히 가셔 서울에서 외곽 도시가 건너다보였을 정도다. 그런 청정 대기가 지속된다면 도시민의 생활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좋음’ 등급을 받는 날은 사실상 거의 없다. 호흡을 통해 폐와 심장에 침투해 서서히 몸을 망가뜨리는 탓에 초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이렇다 할 대책은 고사하고 예보조차 빗나갈 때가 잦아 시민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그제 국무회의 안건으로도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맞추는 차원을 넘어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도 당부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조사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기 질이 나쁜 나라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나 스모그 탓으로 치부했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유발의 절대적 요인은 국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미세먼지 배출원은 다양하겠으나 질소산화물을 대량으로 내뿜는 경유 차량을 방치한 정책 탓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데도 화력발전소 증설 운운하는 정부 계획안이 들리니 개선 의지가 있는지 답답하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당장 차량 부제 시행만 해도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의가 앞서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13년 이후 두 차례나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랬으면서도 이 모양인 것은 산업계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핀 탓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제 발표된 감사원의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감사 결과만 봐도 딱하다. 환경부는 지자체 자료만 믿고는 미세먼지의 연간 발생량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현재 추진 중인 2차 종합대책도 이대로는 미세먼지 저감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환경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온 나라를 불안증에 몰아넣고 있다. 국민 건강이 눈앞에서 악화되지 않는다고 안이하게 대처했다가는 제2의 ‘옥시 파동’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대기 오염원 관리 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짠다는 각오라야 뼈아픈 실책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5. ‘이란 특수’ 치밀한 후속 조치로 결실 키워야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5단체 초청 경제외교 성과 확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달 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동행했던 사상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거둔 성과를 토대로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간 정상 외교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은 화려한 팡파르 속에 진행되다가 부실하게 끝맺음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구슬이 서 말이면 뭐하나. 이란을 방문한 기업들이 현지 기업과 맺은 양해각서(MOU) 체결 성과를 꿰어 내야만 보배가 되는 것이다. 기업 측은 이날 금융지원 확대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민관이 꼼꼼한 후속 조치로 어렵사리 맞은 ‘이란 특수’를 놓치지 말기를 당부한다.

물론 이번에 이란 방문 경제사절단이 기대 이상의 수주를 올렸다지만, 일각에선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를 제외하곤 강제성이 없는 MOU 단계인 데다 최대 52조∼53조원 규모로 알려진 이란 개발 참여 규모도 MOU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후 2차 공사까지 더한 금액이 아닌가. 그래서 정부가 마치 제2의 중동 붐이 눈앞에 다가온 양 기대치를 부풀려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조선·철강·해운·건설 등 주력 산업이 침체되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0.9%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직이 이어질 판이다. 냉소하거나 뒷짐을 지고 있기엔 사정이 너무나 절박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이란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면 2025년까지 10년간 수출은 845억 달러 늘고 일자리는 68만개가 창출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의 신빙성은 좀더 따져 볼 일이지만, 이란이 우리 기업들에 황금의 땅 엘도라도는 아니라도 새로운 도전의 무대임은 분명하다. 인구 8000만명이 넘는 이란은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세계 1위와 4위인 자원 부국인 데다 한류에도 매우 우호적이다. 건설·에너지 산업 중심의 1차 중동 붐에 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 콘텐츠를 포함한 다채로운 분야의 ‘이란 특수’를 기대하는 게 전혀 근거 없는 일은 아닌 셈이다.

이란 방문 외교로 희망의 싹을 틔웠다면 용두사미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정치권도 후속 대책에 힘을 보태야 한다. 한·이란 경협 효과는 수출과 현지 진출이 병행될 때 극대화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경청할 때다. 정부는 이란 진출 기업의 금융 조달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한·이란 금융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정치권은 이를 필요한 입법 조치로 뒷받침하기 바란다.

[동아일보]

6. 美오바마 대통령의 첫 히로시마 방문을 주시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일 원자폭탄 피해의 상징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방문한다. 백악관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속적 약속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로 해석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지적했듯 일본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사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뒤 71년간 역대 미국 대통령이 이곳을 찾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4월 체코에서 ‘비핵화 선언’으로 그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비핵화 및 핵 감축에 힘써온 그로선 임기 마지막 해 히로시마를 방문해 ‘용의 눈에 점을 찍을’ 생각도 했을 법하다. 뉴욕타임스는 “한국과 일본이 보다 가깝게 협력함으로써 역사적 차이를 다루어 나가도록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일 관계처럼 ‘과거보다 미래’를 중시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는 종전(終戰)을 앞당겼으나 무수한 희생자를 낸 비극이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는 점을 강조해 전범(戰犯)이라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시켜 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작년 4월 미국 상·하원 연설에서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한 2차 세계대전에 ‘통절한 반성’을 하면서도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침략에 대한 사과에는 인색했다. 아베 정권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일본의 전쟁 책임 물 타기에 이용하며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외면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와 함께 피해자 중 10%가량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출신 희생자를 기리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도 찾아 일본의 잘못을 간접적으로라도 경고하기 바란다. 그가 ‘핵 없는 세계’를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동북아 최대의 위협인 북핵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중앙일보]

7. 비상벨 수리해야 해운·조선 사태 재발 막을 것

해운·조선산업이 추락할 때 비상벨만 제대로 울렸어도 위기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상선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3월 1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의 결론은 “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다”였다. 그러나 보고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현대상선은 항로에서 벗어나 표류를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 역시 올 들어 대우조선이 항로를 이탈해 본격적으로 표류하자 지난 3월 ‘회계추정 오류’라며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이렇게 된 건 회계법인이 감시견으로서 울려야 할 비상벨을 울리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외부감사는 기업의 재무 상황을 검증하는 공공성이 큰 제도다. 그래서 외부감사는 공인회계사(CPA) 자격이 부여된 전문인력에게만 허용된다. 회사의 경영실적을 엄정하게 검증하라는 취지에서다. 이런 장치가 없으면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할 때 채무를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것처럼 꾸민 분식회계가 판을 치게 된다.

분식회계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며 경제 질서를 흔들어놓는다. 회계법인의 감사 자료가 부실하니 이를 토대로 작업하는 신용평가와 증권사 보고서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대우조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부실이 표면화되기 전에는 우량등급(A-)이었다. 이건 블랙코미디 아니면 사기극이다. 투자자에게 투자해도 좋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감사 자료를 기본 자료로 보고서를 쓰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역시 올 들어 한진해운·현대상선에 대해 ‘매도’ 의견을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대우조선에 자금을 대준 것도 이같이 비상벨이 고장 나면서다.

정부와 국회는 즉각 비상벨을 고쳐야 한다. “해당 기업이 정보를 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에 눈 감아선 안 된다. 벌금 몇 억원 내면 끝나는 솜방망이 처벌 규정으로는 회계법인과 기업의 짬짜미를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무 기관인 금감원과 금융위원회가 조속히 해법을 내놓길 바란다.

[매일경제]

8.  노동법 개정하는 프랑스의 담대한 몸짓을 보라

프랑스 정부가 정규직 근로자 고용·해고 기준을 완화하고 근무시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3월 이후 노동계가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저항해왔음에도 프랑스 정부가 10%를 웃도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선택한 담대한 조치이다. 

중도좌파 성향인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자신들이 2000년 도입한 주당 35시간 근로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번 노동법 개정에서 주당 근무시간을 최장 60시간까지 늘렸다. 또 기업 수주나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법률을 조정했다. 쉽게 해고할 수 있어야 기업들도 부담 없이 채용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달 초 의회에 제출된 노동법 개정안을 노동계뿐 아니라 보수파인 야당도 격렬하게 반대했다. 심지어 여당인 사회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의원이 많아 표결로는 통과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자 마뉘엘 발스 총리는 헌법 예외조항을 이용했다. 

프랑스 헌법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때 의회 투표 없이 총리 책임 아래 각료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공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그 조항을 이용해 개혁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의회는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반발하겠지만 사회당이 다수당이므로 프랑스 노동법 개정안은 실행되는 수순만 남겨 놓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내년 4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노동법 개정으로 그 결의를 확인해준 셈이다. 

이에 비하면 국내 노동시장 개혁은 한없이 답답한 상황이다.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달 10.9%로 4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올해부터 정년 60세 시대가 열림에 따라 청년 취업절벽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2014년 9월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를 구성하고 노동개혁에 착수한 것도 그런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1년에 걸친 노사정 협상을 토대로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노동개혁 법안은 먼지만 쌓여 있다. 여야가 대치만 하다가 결국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우리 현실을 쳐다볼수록 프랑스 노동개혁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헤럴드경제]

9. 국회가 할 일은 성과연봉제 저지 아닌 불법 방지

성과연봉제의 전선이 국회로 확산됐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부치자 노동자 단체들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연대에 나선 것이다.중요한 것은 야당이 본말을 전도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단체는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막아야 할 것은 ‘불법 행위’이지 ‘성과연봉제’가 아니다. 썩은 나무로 기둥을 삼을 수는 없다. 그건 국회의 책무중 하나다. 다만 거기 그쳐야 한다. 일부 불법적인 일들을 빌미로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가 무산되어서는 안된다. 프랑스 정부는 10일 정규직 근로자 고용ㆍ해고 기준을 완화하고 근무시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통과시켰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실업률만 올라가는 위기상황의 극약처방이다. 세계는 지금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간다. 생존을 위해서다.

성과연봉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해만 바뀌면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급제는 고임금 중장년들에게 조기퇴직의 압박요인이다. 기업들이 청년의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하며, 정규직보다 하도급이나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청년 실업, 취업 절벽의 근본원인인 셈이다. 그래서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다. 게다가 성과연봉제는 노사간 합의된 약속이자 법적 책무다. 국회는 지난 2013년 60세 정년연장을 입법화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화(고용촉진법 19조)했다. 지난해 9월 노사정대타협 당시 직무ㆍ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한다는 건 합의 사항이었다.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는데 공기업과 금융기관부터 앞장서라는 정부의 주장엔 하등 시비걸 여지가 없다. 이들 기관은 공공성이 강하다. 그래서 정부의 감독을 받는 동시에 보호와 지원도 얻는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봉도 어마어마하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들이 선도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그 흐름을 민간기업으로 확대하는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건 일종의 당위다. 

노조는 무작정 도입 반대를 외칠 일이 아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개정은 노조 근로자 과반수 동의로 가능하지만 노조가 막무가내로 논의를 거부하면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임금이 삭감될까, 평가가 공정할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공정한 평가와 쉬운 해고 방지 등 기업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해법과 보완책 마련을 고민하는게 정답이다.

[노컷뉴스]

10. 한·미 "北 도발은 중대 위협…억제 위한 다양한 조치 모색"

한국과 미국은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북한의 도발이 한미동맹과 세계 안정에 중대 위협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다양한 조치들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 국방부는 지난 9∼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9차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 언론보도문을 12일 발표했다.

회의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계속되는 도발이 한미동맹은 물론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또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KIDD 억제전략위원회(DSC)에서 미측은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강화하기 위해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참석자들은 북한의 도발과 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력의 모든 요소를 이용한 다양한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안보정책구상회의(SPI)도 열어 양국간 방위산업 기술 협력을 증진하고 우주 및 사이버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협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 협력 증진, 해양안보 증진, 테러 및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 아프가니스탄 및 중동 지역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양측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공동실무단'의 첫 회의도 열고 전작권 전환계획의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전작권 전환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KIDD는 2011년 한미 안보협의회(SCM) 합의에 따라 설치된 협의체로, 한국 국방정책실장과 미 국방정책차관이 공동대표로 주관하는 고위급 회의와 본회의로 진행된다.

이번 회의에는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데이비드 시어 미 국방부 아태안보차관보, 에이브러햄 덴마크 동아시아부차관보, 일레인 번 핵·미사일방어부차관보, 여승배 외교부 북미국장,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한미 국방·외교 주요 직위자들이 참석했다.

주요 신문칼럼


1. [매일경제]‘태양의 후예’가 보여준 현 대한민국과 이상적인 국가

최근 송혜교·송중기·김지원·진구 주연 “태양의 후예”가 최고 시청률 38.8%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다. 배우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김은숙 작가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양한 채널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높은 시청률이 나오기가 더욱 어려운 환경이었다. 어떤 점이 태양의 후예를 이처럼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끌도록 만들었을까? 단순히 남녀 간의 로맨스가 중점은 아니었다. 러브스토리를 배경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정치적 상황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미국 갱단에 납치된 강모연(송혜교)을 구출하기 위해 유시진(송중기)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작전을 실행하려고 결심한 상황이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군대에서 이를 말리고 있다. 그 이유는 어떻게 보면 터무니도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 국가정보기관이 관여 되어 있고, 이를 망치게 되면 우리나라 외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청와대 수석은 이 사건을 보류하고 전적으로 미국에게 맡기고자 한다. 이 때 유시진은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라면 문제가 조금 생기면 어때. 당신 조국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난 내 조국을 지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를 이어나간다. 

과연 이 결정이 고위공직자로서 마땅히 내려야할 결정인 것인가? 한 나라에서 국민의 생명을 다른 나라에 넘기는 것이 타당한 행동은 절대 아닐 것이다. 이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는 극 중 특전사령관 또한 유시진(송중기)에게 군대의 임무가 아닌 개인의 일을 처리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자신이 내린 명령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한다. 

이 시점에서 현실과 드라마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미국과 협상 없이 대한민국 군대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사건에 관여하고, 이를 해결한 특전사령관은 현 사회에서는 최악의 경우 불명예 전역까지 당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정부는 외교·안보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극 중에서는 오히려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무사히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사령관에게 인사를 한다. 정치와 외교 업무는 청와대, 즉 정부에서 책임지고 해결할 문제이며, 국민의 안전을 우선 시 여기고 어렵지만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인질을 구출한 대한민국 군대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아마 모든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과 사령관의 모습일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감동하고 대리만족을 하게 됨으로써 태양의 후예는 더 큰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 자체 보다, 외교 또는 미국의 눈치를 더 보는 우리 정부, 그리고 그러한 정치적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군대. 과연 이러한 현 상황이 국가와 군대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봐야하는 건지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드라마였다.

 2. [머니투데이][우보세]'축의금 7만원'은 어정쩡한가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9일 발표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을 보면 경조사비는 10만원이 한도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해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함께 공개했는데 눈길을 끈 부분이 있다.

지난해 7월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적절한 경조사비' 기준을 묻는 질문에 5만원이 45.5%로 가장 많았고 10만원이 37.5%로 뒤를 이었다. 그 다음은 20만원(7.8%)이었고 가장 적은 응답은 7만원(6.3%)이었다. 5만원과 10만원 사이에 선택지가 있었지만 택한 사람은 적었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664명을 대상으로 한 '경조사비'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경조사 한 번 참석할 때 얼마를 쓰냐는 물음에 가장 많은 60.3%가 5만원, 24.1%가 10만원이라고 답했다. 7만원은 7.8%로 3만원(5.7%)보다 조금 높은 수치를 보였을 뿐이다.

7은 흔히 행운의 숫자라고도 불리는데 7만원은 별로 인기가 없다. 이런 현상은 선물로 많이 쓰이는 상품권에서도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3년 8가지 종류 상품권 중 '7만원권' 발행을 중단했다. 이유는 수요가 적어서인데 5000원권과 3만원권이 아직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상품권은 예상대로 10만원권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축의금 7만원 내도 괜찮은가?'와 같은 글이 꽤 많이 보인다. 어딘가 불편함을 주는 액수인 듯하다. 경조사비 7만원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이런 의견을 보인다.

"3만원 때문에 찜찜해 하느니 좀 더 쓰고 다른 데서 아껴라", "5만원보다 낯뜨거운 액수"…. 7만원이 주는 느낌이 5만원보다 더 낸 것보다 10만원 쓰려다 뺀 것으로 다가온다는 얘기다.

7만원을 냈다가 받은 사람이 엄청 웃었다는 사례도 있다. 5만원권 지폐가 나오면서 7만원을 내기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1만원짜리를 쓰는 게 어딘지 불편하다는 것이다.

앞서 본 설문조사에서 많은 직장인들은 "경조사비가 부담된다"(82.8%)고 했지만 괜히 뒤가 찜찜해 격식에 더 신경 쓴다. 축의금으로 7만원을 내본 어떤 사람들은 씁쓸한 현실적인 이유를 댔다. 결혼식장에 배우자(혹은 친구)와 같이 갔는데 밥값을 생각해보니 5만원으론 안되겠더라는 것이다.

7만원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혀 마음 편히 내고 싶다는 의견들도 있다. 아직 우리 사회는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고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게 현실이다. 5만원과 10만원 사이의 어떤 액수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됐다.

사실 3만원, 5만원이거나 6만원, 7만원이거나 자신의 상황에 맞춰 한 경조사비가 축하나 위로의 뜻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한 네티즌의 솔직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상한가요? 당시 내 마음은 7만원이었습니다."

3. [동아일보][횡설수설/고미석]주름 없는 노인

올 4월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에 사는 70대 할머니가 결혼 46년 만에 첫 아들을 낳았다. 초고령 산모는 출생신고서도 없어 정확한 나이를 모르는데 남편(79)보다 대여섯 살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손주 볼 나이에 몸무게 2kg의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는 “신이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다”며 기뻐했다. 

알고 보면 눈부시게 발전한 의술의 기적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부부는 기증받은 난자로 불임클리닉에서 2년간 체외수정 시술 끝에 출산했다. 팔순을 앞둔 노부부가 자식을 제대로 기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하지만 주름진 초보 엄마아빠는 느긋하다. “부모 죽으면 아기는 어떡할 거냐고 말하지만 우리는 신을 믿는다. 전능하신 신이 모든 걸 돌봐주실 거다.” 자기 유전자를 물려줘 대를 잇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가 된다. 그러나 과학의 힘으로 나이를 거스르는 무모한 인간의 생떼를 과연 좋게만 봐줄 수 있을까.

70대 할머니가 아기를 낳듯이, 얼굴의 주름을 없애 영원한 젊음을 만끽할 시대도 성큼 다가왔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 공동연구팀은 주름 펴주는 크림을 개발해 네이처에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크림을 바르면 투명하고 얇은 막이 형성되면서 24시간 동안 피부가 당겨진다. 20대 초반부터 보톡스를 맞는 시대에 더 획기적인 발명품이 나온 것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최종 검증이 남아 있지만 ‘주름 개선 마법크림’이 출시되면 인기몰이를 할 것이 틀림없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남경희로(覽鏡喜老·거울 보고 늙음을 기뻐함)’의 한 대목이다. ‘늙지 않았더라면 요절하였을 터/요절하지 않았으니 늙은 것을/살아서 늙는 게 요절보다 나은 것이라는/이 이치는 의심할 나위 없다네.’ 소설 ‘은교’에선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란 절절한 대사가 노인들의 폐부를 찌른다. 젊음이 벼슬 아니듯, 백발도 치부는 아닐진대…. 주름 없이 팽팽한 얼굴의 늙지 않는 노인들로 가득한 미래의 세상, 왠지 으스스한 공포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것만 같다.

4. [동아일보][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아버지와 스승

그의 아버지는 제때에 수업료를 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중학생인 아들은 앞으로 불려 나와 손을 들고 벌을 서곤 했다. 그렇게 힘들게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이번에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립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중고교에서 수업료 때문에 고생한 아들은 아버지의 도움 없이 아르바이트로 대학 등록금을 조달해야 했다. 다행히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해 대학교수가 되었다.

고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종종 아내에게 월급을 제대로 갖다 주지 못한 선생님이 있었다. 월급을 타면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들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선생님의 가족은 영문도 모른 채 늘 쪼들렸다. 아들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는 아버지가 정년퇴직하고서도 한참 지난 어느 해 스승의 날이었다. 

연로한 아버지가 술에 취해 제자의 등에 업혀 집에 오시는 바람에 그는 중년이 된 아버지의 제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제자들은 “선생님께서 날마다 반주로 소주 한 병을 거뜬하게 드신다고 하시기에…”라고 말하며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했다.

팔순 아버지의 주량이 소주 한 병, 맞긴 맞다. 그런데 건강상 술을 줄이라는 의사의 권고를 듣고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버지의 기를 꺾지 않으면서 술을 줄이는 방법으로 아버지 몰래 술에 물을 타기 시작한 것. 처음엔 술 한 잔 덜어내고 대신 물 한 잔 붓고. 그런 식으로 야금야금 나중에는 술 반 물 반이 되었는데도 약간 치매기가 있는 아버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기분 좋게 날마다 술 한 병(?)을 비우셨다. 그러다가 스승의 날에 제자들이 올리는 ‘진짜 술’에 그만 대취하신 것이다.

“그날 만난 분들로부터 내 수업료는 늦게 주던 아버지가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먼저 도와주셨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어요.” 

그는 어렸을 적엔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자 하셨던 아버지의 참뜻을 이해하며 교육자로서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저는 아버지처럼 하진 못해요.”

그러나 대학교수인 그 역시 열심히 연구용역을 맡아와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마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모양이다. 어버이날을 보내고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세상의 아버지들이야말로 자녀들에겐 가장 큰 스승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5. [동아일보][2030세상/우지희]입사 동기, 동료와 친구 사이

어느 봄날이었다. 입사 동기 중 한 명이 퇴사를 하게 돼 송별회를 하러 다같이 모인 자리였다. 남편의 해외지사 발령 때문에 회사를 떠나게 된 그녀를 아쉬워하던 그 밤에, 나는 구석에 앉아 잠시 술잔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모인 동기들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한동안 보기 힘들게 된 예비 퇴사자의 앞날을 응원하는 모습과 더불어, 삼삼오오 모여 각자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30대 남녀들의 평범한 저녁 식사가 한창이었다. 

임산부 동기에게 자신의 가족계획을 공유하며 조언해 주는 이, 어제 본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며 깔깔대는 이, 묵묵히 빈 잔에 술을 따라주는 이, 잘 풀리지 않는 연애에 대해 푸념을 하고 그에 맞장구를 치는 이, 해외 출장으로 누적된 피로의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을 보며 문득 우리가 참 오랫동안 함께 나이를 먹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20대 중반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 어느새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허리를 담당하는 중간급이 되도록 매일 하루에 8시간 이상을 함께 보내온 것이었다.

그 세월 동안 우리는 꽤 많이 변했다. 나는 사투리를 고치지 못한 채로 사내 행사에서 사회를 보고 장기자랑을 하던 팀 막내였는데, 어느새 선배 노릇을 하는 대리가 되었고 결혼을 해 아내와 며느리라는 직함도 새로 얻었다. 사소한 것까지 매번 사수를 붙잡고 묻고 확인하던 이들이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되어 있었고, 또 그중에는 부모가 된 동기도 있었다. 회사 앞 홍익대에서 철없이 놀던 우리가 어느새 이렇게 어른 노릇을 하며 앉아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다. 다들 크고 작은 변화들 속에서 자신들의 몫을 해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모든 변화가 그러하듯 마냥 평탄하게 항상 다들 잘 지낸 것은 아니었다. 상사와의 갈등, 직무에 대한 고민 등으로 회사 생활이 버거울 때도 많았다. 그럴 때면 이렇게 다같이 모여 술과 음식을 놓고서 담소를 나누었다. 돌이켜보면, 내 직장 생활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바로 이것이었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입사 동기들끼리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은 대단한 위로도 근본적인 해결책도 주지 못했지만 그저 그 자체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쩌면 “요즘 좀 힘들어” 하고 입으로 뱉는 그 고백의 순간에 걱정이나 근심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오 놀라운 동기의 힘이여.

때때로 어떤 이들은 같은 기수의 동료가 곧 경쟁자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어쩌면 회사에서 이렇게 의지하게 되는 동기(同期)는 형제나 자매처럼 돈독해져 실제로 동기(同氣)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요즘은 좀 걱정이다. 회사 선배들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가지 이유로 동기들이 점차 퇴사를 하게 돼 결국 한두 명 남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의지가 되는 입사 동기들과의 직장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섣부른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가을날의 이파리처럼 동기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 것이 직장 생활의 섭리인가 싶은 날은 괜히 울적해지기까지 한다. 간절히 바라건대, 이 동기들과 부디 오래오래 동료로 남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밥벌이의 숭고함과 고됨을 서로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한다.


곧 다가오는 창립기념일에는 처음으로 장기 근속상을 받을 예정이다. 미리 소감을 말하자면, 이 영광은 모두 입사 동기들에게 돌리고 싶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명언처럼 지금껏 함께 걸어왔듯 앞으로도 직장 생활이라는 긴 길을 함께 여행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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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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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1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이 가야할 길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선노동당 위원장 등극은 김일성, 김정일에 이은 3대 세습 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북한이 지난 6일 제7차 당대회를 개막하면서 ‘최고 수위(首位)’로 포장했던 당위원장은 김일성이 1949년 북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을 조선노동당으로 통합하면서 스스로 썼던 감투다.

이로써 복장과 말투, 걸음새 등에서 할아버지를 흉내 내는 김정은의 ‘김일성 따라 하기’가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부족한 정통성과 권위를 ‘김일성 향수’로 메우려는 속셈이다. 당 산하에 여러 위원회가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당위원장이란 칭호를 택한 것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의 직책 승계를 피하면서 이들과 동급 반열에 올랐음을 은근히 내비친 의도로 읽힌다.

아버지 김정일은 한 번도 열지 않았던 당대회를 36년 만에 소집한 것도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대내외에 선포하려는 뜻이었다. 비서국 폐지와 정무국 신설 등의 조직개편과 함께 심복들을 요직에 앉힌 것을 보면 목적은 거의 달성한 듯하다. 그러나 핵심은 호칭이나 조직이 아니라 대남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 내내 핵무장을 강조하면서 세계의 비핵화에 기여하겠다며 자기모순을 드러냈고 노동신문은 어제 ‘경제와 핵 병진’을 당규약에 명문화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대남 대화 제스처를 선전 공세로 일축하고 북핵 강행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다짐했다. 미국과 일본은 비핵화 약속 이행을 촉구했고, 중국은 한술 더 떠 “한반도 비핵화라는 시대 조류에 맞추라”며 북한을 압박하고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 준수를 관련국들에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남북 공존과 공영을 통해 통일에 기여한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날 것인가, 아니면 ‘핵 불장난’으로 할아버지가 저지른 천추의 한을 되풀이한 민족의 역적으로 기억될 것인가가 애오라지 그의 판단에 달렸다. 이런 맥락에서 핵을 포기하고 번영의 길을 택한 이란은 그에게 더없이 훌륭한 교범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사회가 단단히 뭉쳐야 한다. 행여나 남남 갈등으로 그의 오판을 부추기는 한심한 작태가 재연돼선 결코 안 된다.

2. '명품 헬기' 수리온에서 드러난 결함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된 수리온(KUH-1) 기동헬기에서 결함이 발견됐다고 한다. 기체 골격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조종석 앞 윈드실드 유리에 금이 가는 현상이 일어나 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시험용 시제기와 군부대에 납품된 양산기 등 모두 7대에서 이러한 결함이 발견됐다니 간단히 넘길 일은 아니다. 

윈드실드는 헬기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돌가루가 튀는 등 외부 충격이 반복됨에 따라 금이 간 것으로 확인됐지만 기체의 균열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방위사업청의 잠정적인 조사 결과다. 더구나 윈드실드 결함은 초기 시험 때부터 지속적으로 발견됐는데도 군 당국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은폐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비행 안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만한 결함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헬기 개발에 1조 3000억원의 혈세가 들어갔음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대당 가격만 해도 185억원에 이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이 헬기는 2013년부터 실전 배치가 시작되어 현재 40여대가 군에 납품되어 운용되고 있다. 공중 작전을 수행하는 헬기의 특성상 사소한 기체 결함에도 작전 차질은 물론 자칫 인명 피해까지 초래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원인 규명과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산 ‘명품 헬기’라는 긍지를 지킬 수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헬기 설계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군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설계가 잘못됐다면 당연히 고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수리온 개발 성공으로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으로 기록됐다고 해서 결함에 대해서조차 쉬쉬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수리온 헬기의 경우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수상함 구조함인 통영함을 비롯해 대(對)전차 현궁 미사일, 복합형 K-11 소총 등 다른 국산개발 무기에서도 결함이 드러난 바 있다. 개발과정의 금품 비리나 검증 부실이 주된 이유였다. 이번 수리온 결함 발견을 계기로 군 배치 무기에 대한 성능 및 안전성 검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혹시 다른 무기에 대해서도 결함이 은폐되고 있는지 검증이 요구된다.

[서울신문]

3. 마약 못잖은 스마트폰 중독, 특단 대책 세워야

인터넷과 스마트폰 오·남용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어제 발표한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학령 전환기 학생 148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한 학생이 무려 20만명이나 됐다. ‘중독 위험사용자군’은 인터넷·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해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겪거나 금단 현상을 보여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말한다. 지난해에 비해 초등학교 4학년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숫자가 증가해 중독의 저연령화 현상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 중독 위험군은 2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고, 스마트폰 가입자는 4000만명 이상으로 중독자 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국가로 불릴 날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을 줄이기 위해 2011년부터 셧다운제를, 2012년부터는 아이템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등 제도상 허점이 많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치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20여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통해 중독 위험군으로 확인된 20만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상담·치료, 기숙형 치유 특화 프로그램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게임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고 갈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게임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쿨링오프제를 우선적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쿨링오프제는 2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게임이 종료되는 제도다. 10분 후 1회에 한해 재접속할 수 있다. 아울러 학교 주변이나 주택가에 무분별하게 자리잡은 PC방에 대해서도 회원제 도입 등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초등학생 스마트폰 중독은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 학교나 가정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바른 사용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4. 세습 완결하고 67년 전으로 돌아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7차 당대회가 3대 세습과 김정은 1인 유일 체제를 확립하면서 막을 내렸다. 36년 만에 열린 7차 당대회는 노동당 위원장이 당의 최고 직책으로 당을 대표하고 영도한다는 점을 당 규약에 추가 명시한 뒤 김정은 노동당 제1국방위원장을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김 제1위원장은 당 위원장을 포함해 중앙군사위원장 등 무려 9개의 감투를 쓰면서 당·정·군 권력을 장악하며 최고 통치자로 등극했다. ‘당 위원장’이란 이름은 67년 전인 1949년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사용했던 직책으로 굳이 이를 끄집어낸 것은 김정은이 김일성 향수를 이용해 권력을 공고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당대회가 ‘김정은 대관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인 독재 체제를 공식화한 7차 당대회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한 권력 구도의 변화다. 북한은 원래 당이 국가보다 우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당 규약은 헌법을 뛰어넘는 최고 규범이다. 김정은이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것은 부친 김정일의 선군(先軍) 정치와 차별화해 당을 중심으로 통치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한 것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장성택 등 핵심 간부들을 대규모 숙청한 김정은이 이제 자신의 말 한마디로 국가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당 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 교체는 없었지만 상당 규모의 승진을 통해 노·장·청 조화를 꾀한 것도 특징이다. 당 핵심인 상무위원을 5명으로 늘린 것이나 정치국 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의 수를 늘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선군 정치로 권력을 지탱해 온 아버지의 그늘에서도 확실히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것은 김정은 정권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경제·핵 병진노선’을 공식 채택하면서 핵무기의 소형화·다종화 실현 의지를 밝힌 점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및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제사회에서의 대결 구도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선언은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혀를 찰 정도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한층 격화될 것이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정은 개인 우상화도 심상치 않다. 뚜렷한 치적도 없이 권력을 잡은 그로서 김일성·김정일 수준으로 권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비상식적인 우상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어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 경축 군중대회가 이를 반증한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제1위원장을 향해 10만여명의 평양 시민들이 열광적인 찬사를 보내는 모습은 섬뜩할 정도였다.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고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가 광기를 더해 가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한층 권력 기반이 공고화된 김정은 정권이라는 점이다. 현재로선 북한의 무모한 핵 도발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세밀한 공조로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의 평화공세나 체제 급변에도 언제든지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면밀한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

5. 국책은행 성과연봉제 반대할 명분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뿌리내린 제도다. 공공기관이라고 반대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일반화된 제도를 놓고 아직도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혹스럽다. 도대체 정부가 공공기관의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무관심했기에 이제 와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어제오늘의 양상을 보면 정부는 여전히 노동계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 해운·조선 분야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정부다. 구조조정의 주체가 돼야 할 금융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마저 돌파하지 못하는 정부에 국민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도 “각 부처는 120개 공공기관 모두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정상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도 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공공기관의 경쟁력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를 그대로 담고 있다 해도 좋다. 하지만 노동계는 합리적인 요구에 호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총파업’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차 천막 농성에 이어 6월 18일 5만명 이상 참여하는 ‘노동자 대회’를 열고 9월에는 20만명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공공기관은 ‘신의 직장’이 된 지 오래다. 대부분 일반 기업보다 나은 대우에 퇴출 걱정 없이 정년을 보장받는다. 정부안은 최고 성과자와 최저 성과자의 임금 인상률 격차가 최고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임금 격차로 일 잘하는 사람에게 격려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도 공기업들은 정부와 노조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 받는 페널티를 감수하겠다는 기관마저 있다니 한심스럽기만 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제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의 주체가 돼야 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거론하며 “두 기관의 경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큰 만큼 조속히 성과주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 노조에도 “무엇이 기관과 조합원을 위한 것인지 현명히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금융공공기관에 제시했다는 ‘당근과 채찍’은 지금처럼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는 한가하게만 들린다. 정부와 공기업 노조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중앙일보]

6. 여야 청와대 회동, 협치 틀 만들어 내길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가 13일 청와대에서 만난다. 4·13 총선 이후 한 달 만이다. 수뇌 회담은 아니지만 내부 체제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정치권 사정을 고려하면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진 회동은 최고 지휘부 만남이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경제와 안보의 중첩 위기로 한숨이 깊어 가는 상황이다.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 법안 처리 외에도 기업 구조조정과 재원 마련,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의 힘든 과제가 산더미다. 해답을 만들어 내려면 일단 만나 소통하고 타협해야 하니 새 정치를 위한 새 만남은 굵직한 현안을 털어낼 첫걸음이다. 회동 자체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회동을 앞둔 국민 여론은 걱정의 목소리가 더 많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유사한 형태의 청와대 회동에서 각자 자기 말만 쏟아낸 뒤 뒤돌아서면 상호 비난에 몰두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대통령의 소통 부재, 다른 쪽에선 야권의 편협성을 맹비난하다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는 뒷말까지 남겼다. 게다가 그런 만남 자체가 많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국가지도자연석회의 같은 초당적 국정협의체 구축을 공약했고 틈날 때마다 소통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집권 3년이 넘도록 여야 간 대화 단절은 계속됐고 이렇다 할 대화 채널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국회 비난을 거른 적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이미지가 ‘불통 대통령’이고 그 결과가 여당 참패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정국이다.

그런 점에서 13일 만남은 박 대통령 임기 후반의 정국을 가늠할 시금석이다. 박 대통령과 여야가 실질적으로 소통하는 새 정치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건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과반 넘는 의석을 갖고도 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20대 국회는 3당 체제에다 야당이 제1당이다. 3당 모두 지분과 발언권을 갖지만 어느 당의 영향력도 절대적일 수 없다.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협치가 필수다. 당연히 국회의 태도와 진지함은 달라져야 한다. 그게 4·13 총선 민의다. 특히 총선에서 ‘문제는 경제’란 구호를 앞세워 승리한 야당은 구호에만 그칠 게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한다.

똑같은 이유로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도 기존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집권당을 더 이상 거수기로 간주해선 안 되고 야당에 대해서도 발목을 잡는 적대세력이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박 대통령에겐 다른 선택도 없다. ‘총선 민의는 국회 심판’이란 식의 인식과 입장을 고수하면 끊임없는 마찰과 충돌, 국정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은 3당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고 여야정 정책협의체 구성을 긍정 검토하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다. 다만 만나서 자기 말만 하고 상대방 의견을 조금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식이라면 백년하청이다. 이번에만은 협치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

7. 생활화학제품은 전체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라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충격으로 사용 중이거나 구입하려는 생활화학제품의 성분을 확인해 인터넷 등에서 유해성·안전성 관련 정보를 직접 알아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안전 지킴이 행동은 사회적으로 고무할 사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생산업체의 기초정보 표기를 의무화하지 않은 법 때문에 막혀 있다. 현행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은 생활화학제품의 종류·성분·독성·중량·용량 등을 표시토록 하고 있지만 모든 성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김영주(영등포갑) 의원 등은 2013년 11월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생활화학제품 가운데 유해물질 함유 가능성이 있는 세정제·합성세제 등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제품은 제조·수입 업자가 모든 성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보 공개를 강화해 국민 안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개정안이 3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정안은 2013년 12월 산자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소위에 회부됐지만 거의 2년이 다 된 지난해 11월에야 상정된 데다 그나마 그 이후 추가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무성의하게 방치된 것이다.

법을 바꿔 생활화학제품의 모든 성분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어렵지도, 큰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가습기 세정제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업체에도 지나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유해성분을 숨기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국회는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국민의 정보 갈증을 풀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이른 시일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 이에 맞춰 정부는 정보 공개를 포함한 생활화학물질 안전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이 ‘오케이’ 할 때까지 추진해야 한다. 생활화학물질 전반의 안전 태세를 재점검하고 수준을 높이라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성난 국민의 명령이다.

[매일경제]

8. 부산영화제 개최 합의 '일시적 봉합' 안되려면

파행으로 치닫던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9일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기로 하면서 1년8개월을 끌어온 갈등이 일단락됐다. 

세월호 구조문제를 다룬 다큐 영화 '다이빙 벨' 상영으로 촉발된 부산영화제 갈등 사태는 영화인들의 집단 보이콧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좌초위기까지 치달았다. 개막을 불과 5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김동호라는 구원투수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는 '조직위원장은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는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올해에 한해 부산시장과 집행위원장이 공동 위촉할 수 있도록 정관을 원포인트 개정하기로 했다. 정관의 전면적인 개정은 내년 2월 부산영화제 정기총회 때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촉박한 행사 일정에 쫓겨 일단 합의를 이루긴 했지만 세부사항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정관 개정을 미뤄둔 것이기에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 없다.

갈등의 핵심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책임성의 충돌이다. 외부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계와 공익적 관점에서 행정적 책임을 강조하는 부산시는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영화인들의 표현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산시가 전체 예산의 절반인 60억원을 지원하는 만큼 책임성과 예산의 투명성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제가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변질돼서도 안 된다. 이번 합의가 올해 영화제를 열기 위한 '일시적 봉합'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독립성과 책임성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해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 원만하게 정관을 개정하려면 영화계뿐 아니라 부산시와도 소통이 잘되는 김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75개국 302편의 영화를 상영했고, 관객도 23만명에 이르는 등 명실상부한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했다. 척박한 토양에서 20년간 일군 기적을 부산시와 영화계의 갈등으로 공중에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성장통으로 삼아 세계적인 명품 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라.


9. 북한 36년 만에 黨대회, 국제 웃음거리 전락했을 뿐

북한이 36년 만에 개최한 노동당 제7차 대회는 그들이 무엇을 의도했든 국제적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만 행사였다. 북한은 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이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노동당 규약에 포함시켰는데 이는 국제사회의 핵무기 제재에 도전하는 것으로 그들의 고립만 가중시킬 뿐이다.

김정은을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하고 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 당',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선노동당의 영원한 수반'이라고 표현하는 문구도 규약에 새로 넣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세습정치를 찬양하면서 김정은에게는 9개의 감투를 몰아줄 정도로 우상화를 강화했는데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보고를 끝마쳤을 때에는 전체 참석자가 기립해서 '만세'를 12번이나 외쳤다는데 몇백 년 전 왕조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또 10일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 10만여 명이 운집해 김정은을 향해 만세를 외쳤다지만 그럴수록 그들 체제의 경직성과 초조감을 드러내는 신호로 이해될 뿐이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진행하는 방식에서도 국제사회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외신 기자 130여 명을 평양으로 초청해놓고도 무엇이 두려웠는지 행사 현장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언제, 무슨 행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외부세계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깜깜이 진행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영국 BBC방송 기자를 불경스러운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추방해 북한 사회의 폐쇄성·경직성만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북한이 수십 년 전과 조금도 변화되지 않은 정치행태를 그대로 답습하자 우리 사회 내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북한에 대한 일치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핵보유국을 선언한 데 대해 중국에서도 루캉 외교부 대변인이 "시대조류에 부합하는 노력을 하도록 희망한다"며 거리를 뒀다.

이번 당대회가 국제사회 기준에서 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모순적인 모습으로 비치는지 북한이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매일신문]

10. 경북 대표 도서관 건립, 접근성과 효율성부터 고민해야

경북도가 9일 안동`예천 도청 신도시에 경북 대표 도서관 건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도청 신도시 문화시설 3지구 내 연면적 8천707㎡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348억8천만원을 투입해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북도의 이 같은 계획과 관련, 벌써 경북도의회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접근성과 효율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북도의 이런 도서관 건립 추진은 오는 2027년 기준 10만 명의 주민이 살아갈 신도시를 염두에 둔 일임이 틀림없다. 도서관 완공 후 10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에서다. 그런 만큼 120만 권 장서 보존 서고 등 기본적인 도서관 기능에다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복합 문화 공간 기능까지 갖추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북도 측이 “도청 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장담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명실상부한 경북의 얼굴 격인 대표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속내이다. 

경북도의 큰 속뜻은 그 나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한 논란거리를 제쳐 둘 수는 없다. 이미 주변 예천과 안동에만도 5곳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경북도 전체 공공도서관은 모두 62곳으로 서울과 경기도 다음으로 많다. 기존 인근 시설의 적극적인 활용 대신 350억짜리 도서관을 또 짓는 데 대해 효율성을 문제 삼는 이유다. 게다가 상주하는 도청 직원과 일부 신도청 방문객 외는 접근성마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적은 이용객으로 적정 수요를 채우지 못할 우려도 있다. 건립에 앞서 사전 수요 조사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도서관 건립은 굳이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업임이 분명하다. 효율성과 접근성 같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논란거리부터 짚어봐야 함이 마땅하다. 물론 경북도로서는 텅 빈 현재 신도시에 다양한 관련 인프라를 갖춰 하루빨리 10만 명 자족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도는 당연하다. 인구를 끌어들일 각종 시설이 많을수록 신도시 정주 여건은 나아질 것이 분명해서다. 그렇더라도 무턱대고 짓는 일이 능사는 아니다. 자칫 문제를 더 나쁘게 할 뿐이다. 보다 신중한 도서관 건립 추진이 필요하다.

주요 신문칼럼

1. [이데일리][특파원의 눈] 남자화장실에서 만난 그녀

뉴욕 맨해튼의 시외버스 정류장 포트오소리티(Port Authority)는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로 향했다. 

들어간 화장실에서 한 흑인 여성과 눈이 딱 마주쳤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서둘러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반대편 화장실도 여자화장실이다. 

손으로 눈을 비볐다. 남자화장실로 다시 들어가 봤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남성들 사이에 긴 파마머리에 귀걸이를 하고 치마에 하이힐을 신은 흑인 여성이 여전히 줄을 서 있다. 심지어 태연하게 화장을 고친다. 

자세히 보니 큰 키에 골격이 심상치 않다. 차마 ‘남자가 맞나요’라고 물어보진 못했지만 그는 트랜스젠더(성(性) 전환자) 였던 것 같다. 

요즘 미국은 화장실이 뜨거운 화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정부가 지난달 시행한 ‘HB2’(House Bill 2)법은 미국 화장실 논쟁에 불을 붙였다. 

‘화장실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노스캐롤라이나의 학교와 공공시설 내 화장실을 이용할 때 출생증명서상 성별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자는 남자화장실, 여자는 여자화장실을 쓰라는 것인데 이게 무슨 문제인가 싶지만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 역시 출생증명서상에 나와 있는 화장실을 쓰도록 강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미국 내 반대여론은 뜨겁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 법은 잘못됐으며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 록밴드 펄잼과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 비틀스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가 항의의 뜻으로 노스캐롤라이나 공연을 취소했고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급기야 미국 법무부가 인종이나 종교, 성별에 따른 차별대우를 금지한 미국 시민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정부를 상대로 경고장을 보냈지만 주 정부는 완강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는 오히려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매크로리 주지사는 “법무부 주장은 근거도 없고 노골적인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미국 내 모든 곳이 노스캐롤라이나 같지는 않다. 미국에선 이른바 ‘성(性)중립’ 화장실이 곳곳에 등장하는 추세다. 공화당원이 주지사로 있는 노스캐롤라이나는 이런 흐름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곳이다. 

사실 말이 성중립 화장실이지 일반 화장실과 크게 다른 건 없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만 사용하는 화장실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 문 앞에 굳이 남녀 표시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딸 쌍둥이와 주말에 자주 찾는 뉴욕 맨해튼 미술체험 공간 ‘칠드런스 뮤지엄 오브 더 아트’ 내에도 이런 성중립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문 앞엔 ‘Restroom’(화장실)이라고만 써 있을 뿐 남녀 구별이 전혀 없다. 

아이들은 벌써 좀 컸다고 남자화장실은 얼씬도 하려 하지 않는다. 여자화장실 문앞에서 아이들만 들여보내고 문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곳에선 당당하게 딸과 아빠가 함께 화장실에 들어간다. “여기는 남자와 여자가 같이 쓰는 화장실이야”라고 말해줬더니 딸 아이들은 “그럼 아빠하고 같이 들어가도 되는 거네”라며 좋아한다. 

화장실 논쟁은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미국 보수층의 열망을 대변한다. 남자화장실이건 여자화장실이건 별로 다를 건 없다. 두 화장실의 두터운 벽을 만든 건 어쩌면 우리의 오래된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2. [서울신문][고전으로 여는 아침] 자녀교육 망친 아버지의 무관심

작은 나라의 왕이었던 키루스 2세(BC 585?~529)가 주변의 큰 나라를 모두 정복하고 페르시아제국을 창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머니 만다네의 훌륭한 교육이 주효했다. 키루스는 배우려는 의지가 높았고 야심 찼으며 칭송을 받기 위해 노고와 위험을 감수했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절제와 정의, 배려를 배웠다. 그런데 키루스가 피땀 흘려 세운 대제국은 2대를 유지하지 못했다. 플라톤(BC 427~347)은 일생의 마지막 역작 ‘법률’(nomoi)에서 키루스의 자녀교육 실패를 그 원인으로 들었다. 키루스가 “다른 것들의 경우에 있어서는 훌륭한 지휘관이며 애국자였지만, 바른 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며, 가정 경영(oikonomia)에는 조금도 마음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일생을 전쟁터를 누비느라 자녀 교육을 여인들에게 맡겼던 터였다.

키루스의 자식들은 키루스의 어머니가 했던 엄격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신 그 무엇도 부족할 게 없는 자로 키워졌다. 여인들이 “그 누구도 아이들이 하는 어떤 일에서건 반대를 하지 못하게 막으며, 아이들이 말하는 것이나 행하는 것은 모두가 칭찬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아이들은 사치와 방종이 충만한 인간으로 길러졌다.

잘못된 교육의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키루스가 죽은 뒤에 페르시아제국을 물려받은 두 자식 가운데 대왕에 오른 장자 캄비세스는 아우를 죽여 버린다. 또 이집트를 무자비하게 정복한 뒤 과음과 무절제로 인해 미쳐 버린다. 결국 캄비세스는 본국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이집트에서 귀국하는 도중에 환관에게 살해당한다. 그로써 거대한 페르시아제국의 창업자 키루스 가문의 대가 끊겼다. 이후 환관의 반역은 다레이오스를 포함한 일곱 귀족들에 의해 평정되고 페르시아 대왕의 자리는 키루스 가문과 무관한 다레이오스에게 넘어갔다.

키루스의 자식들은 여인들과 환관들에 둘러싸여 ‘꾸지람이라고는 듣지 않는 양육을 받고서 자란’ 탓에 대제국을 이끌 페르시아적인 아버지의 방책을 교육받지 못했다. 아버지 키루스가 무관심한 사이에 행복 때문에 타락해 버린 교육이 자식 농사를 망치게 했던 것이다.

자신은 크게 성취했지만 자식만은 제대로 키우지 못한 사례를 역사는 숱하게 보여 준다. 부모는 자신의 삶을 가꾸는 것 못지않게 자식들이 모진 세파를 이겨 내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갈 덕성과 지혜를 갖추도록 할 교육에 마음을 써야 한다. 빈곤해도 기죽지 않고, 힘겹고 위험한 일을 기꺼이 감당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가정교육은 부모 공동의 몫이다.

3. [서울신문][오늘의 눈] 힘내라 청춘!/강주리 경제정책부 기자

“아무 준비도 없이 날갯짓을 하는 새처럼 우리도 연습하는 거야. 때론 힘에 부쳐 쓰러져 괜한 투정도 부리겠지”, “픽미 픽미 픽미업(나를 뽑아줘)”

최근 인기리에 방송된 걸그룹을 만드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01명의 연습생들이 따라 부른 가사의 일부다. ‘악마의 편집’에도 절대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는 불공정 약관 속에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습하는 소녀들을 보며 때론 가슴이 먹먹했고 다른 한편으론 ‘열정’에 자극도 받았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프로그램 사업자인 CJ E&M에 약관 시정 명령을 내렸다. 시간을 거슬러 2006년 신문사 입사 당시 토론시험 주제로 나왔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아들과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아버지 중에 회사가 한 명만 선택한다면’이라는 초난감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걸그룹을 꿈꾸는 연습생이든, 직장인이 되고픈 취업준비생이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직업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 보겠다는 열정에는 변함이 없는데 들어가는 바늘구멍은 더 작아졌다.

청년 실업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월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 4000명이 늘어난 52만명으로 실업률 11.8%, 1999년 통계치 작성 이래 3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에 증가한 실업자(7만 9000명)의 81%가 청년층이다. 2월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12.5%를 찍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3월 취업자 증가폭이 30만명 수준으로 회복돼 고용시장 개선에 방점을 찍은 데 대해 “취업자 증가폭이 작년 연평균에 미달하고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전반적인 고용 여건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청년 실업의 위기는 지난 총선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약으로 투영됐다.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대기업의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고,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맞춰 모든 정책과 재정 방향을 수정하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청년 취업은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제는 자식도, 집안 가장도 일자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선업계에서만 2~3년에 걸쳐 5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평생 생계를 책임져 온 가장의 위기는 제 밥벌이를 해야 할 나이가 된 청년들의 어깨를 더 짓누를 것이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 없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어려워도 언제나 희망은 있다. 도전하면 기회는 생기고 경제는 돌고 돈다.

다만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끊어져야 한다. 청년들이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경제 전반의 구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경기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총체적 부실의 단면을 보여 준 조선·해운사 구조조정, 그 안에서 본 오너의 이기주의와 무책임,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관리감독 기관의 방만 경영과 봐주기식 부실 감독 및 무능, 낙하산 인사,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 정쟁에 정신 팔린 식물국회 등 위기관리 실패의 전철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4. [중앙일보][노트북을 열며] 못 뒨 자아들의 배 아픔이라 치부하지 말라

지난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데 따른 경제적 효과가 꽤 괜찮았던 모양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같은 날인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임시공휴일이 소비심리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조업 일수 감소가 수출엔 악영향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공장 가동률이 낮아 소비심리를 끌어올리는 편이 경제에 더 긍정적이라고 봤던 듯하다.

경제적 효과는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따져 보면 좋았을 수 있다. 이와는 무관하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다.

유망 수출기업인 N사도 납기를 맞추기 위해 이날 임직원이 전원 출근해 일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이 모두 괜찮은 이 회사 직원들은 대체휴일 수당이라도 챙겨 다른 곳보단 사정이 나았다. N사 대표는 “돈 더 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다들 쉴 때 못 쉬는 직원들을 보는 게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많은 중소기업 직원들은 6일 수당도 못 받고 일해야 했다. 직원들을 출근시켰던 중기 사장들이라고 미안하지 않았겠는가.

얼마나 많은 중기 종사자들이 황금연휴 혜택에서 소외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연휴 전인 지난달 말 중기 350곳을 대상으로 ‘임시공휴일 휴무계획 조사’를 했을 뿐이다. 이에 따르면 36.9%의 중기만이 휴무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미참여 이유로 50.3%가 “하루만 쉬어도 생산량·매출에 타격이 있어서”라고 했다. “갑작스럽게 결정돼 생산계획 변경이 어려워서”라는 응답도 34%였다.

연휴 후 실제 휴무 여부는 조사되지 않았다. 중기중앙회 입장에서는 정부가 “임시공휴일 지정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데 거기에 ‘초’를 치는 결과를 내놓기가 꺼려졌을 수도 있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고 할 때 못 쉬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임시공휴일 지정이 10여 일 전 황급히 이뤄지며 이런 논의는 실종됐다.

정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청년 구직자들이 대기업에만 몰리는 데 대해 말한다. “중소기업을 꺼리는 것은 연봉, 미래에 대한 비전, 근무여건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찌 청년들의 등만 떠밀 수 있나. 정부가 중기를 대신해 실질적인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

정부는 중기 취업자 1만 명에게 1인당 900만원씩 쥐여주는 정책까지 오는 7월 도입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허겁지겁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중기에 대한 배려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니 어찌 된 일인가. 청년 구직자들의 입장에선 ‘그것 봐라, 중기 가면 고생이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지난 6일의 임시공휴일이 청년 구직자들에게 중기를 피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들어준 게 아닌지 정부는 되돌아봐야 한다.

5. [동아일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우리 아이 학급에 문제아가 있을 때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를 씻기는데, 허벅지에 멍이 보였다. 덜컥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가 장난감 던져서 맞았어”라고 한다. ○○라면 지난번에도 우리 아이를 밀쳤던 아이다. 아니 우리 아이뿐 아니다. 유치원에서 ○○에게 피해를 봤다는 아이가 한둘이 아니다. ‘도대체 애를 어떻게 키우기에? 선생님은 뭐하고 있었던 거야?’ 엄마는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교사와 통화한 후, 다시 같은 반 다른 아이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그냥 두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는 아이가 우리 아이와 같은 반에 있을 때, 부모들은 그 아이가 우리 아이를 괴롭힐까 봐 너무 불안하다. 혹 괴롭혔다는 소리가 들리면 어떻게든 그 아이를 벌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아이의 부모는 다른 부모들의 이런 행동을 너무 가혹하게 느낀다.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도 아직은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피해자 부모와 가해자 부모는 늘 이런 입장이다. 양측 부모 입장 모두 이해는 되지만 결국 둘 다 자기 아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자기 아이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이기는 하나, 이렇게 접근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문제에서, 부모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다음의 한 가지씩은 꼭 지켰으면 좋겠다. 우선, 문제가 있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유치원이든 학교든 다른 부모에게서든 내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말이 빈번히 들려오면 반드시 점검을 받아라. “어린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그 말은 문제가 1년에 한두 번 발생할 때나 해당된다. 반복적으로 그 행동을 해서 여러 아이가 피해를 본다면 어려서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들려오는 말에 기분 나빠 하지 말고, 아이를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긴 하나, 문제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는 면이 분명 있는 것이다. 그 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다. 

다음은 피해를 본 아이의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많이 속상할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일단 조금이라도 ‘그 아이가 내 아이라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그 아이는 얼마나 힘이 들까?’라는 마음을 가지려고 했으면 좋겠다. 온전히 몽땅 그런 마음을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가지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갖자. 그렇다고 문제를 그냥 덮으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그냥 넘길 수는 없다. 그냥 넘어가는 것은 우리 아이나 그 아이에게 도움이 안 된다. 우리 아이가 그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처를 잘못해 계속 피해를 본다면 교사에게 “우리 아이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아이 엄마에게도 전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얘기를 할 때 따지는 투가 아니라 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서로서로 잘 키워 보자는 취지로 의논하듯 해야 한다. 따지듯 말하면, 그 아이 엄마도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자기 자식이라도 아이를 다 바꿔 놓거나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그 나머지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우리 아이 반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 아이가 저지른 문제 행동을 알아도, 제발 그 사실을 카카오톡이나 밴드, 문자메시지 등으로 공유하지 말자. 공유하는 것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게 맞더라도, 아직 어리고 커 가는 과정이다. 공유하는 것은 그 아이에 대해서 낙인을 찍는 행위다. 그로 인해 그 아이와 별 문제 없이 놀던 아이의 부모들까지도 ‘어머, 걔가 그런 애야? 놀게 하면 안 되겠네’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것은 일종의 따돌림이다. 그 아이의 문제 행동보다 더 큰 잘못이다. 피해를 본 아이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나 그 아이 부모에게 말할 수는 있지만 다른 학부모들과는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를 지도할 때도 내 아이가 그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 피해를 봤다면, 아이에게 “그 아이와 놀다 보면 항상 다투게 되니,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어. 당분간은 다른 아이와 좀 놀아라”라고 말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별일 없이 잘 논다면 남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에 “너 걔랑 절대 놀지 마”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부모의 이런 말과 행동은 아이의 정서발달에 굉장히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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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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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0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경제 실패 자인하고도 개혁·개방 거부하는 北

북한은 어제 나흘째 진행된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핵보유국 명시’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최고 수위로 모시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김일성의 선당(先黨), 김정일의 선군(先軍)에 이어 ‘선핵’(先核) 노선에 기대 3대 세습체제를 이어 가려는 김정은의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그는 전날 사업보고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 경우 더욱 강도 높은 국제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면 가뜩이나 피폐한 북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김정은 정권이 언제까지 핵·경제 병진이란 형용 모순의 구호로 북한 주민들은 물론 자신을 속일 것인지 궁금하다.

김정은도 이번 당대회에서 북한 경제의 실패를 이례적으로 자인했다. 그는 ‘핵 강국’의 지위에 무한한 자부심을 드러낸 것과 달리 경제에 대해선 “한심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특히 “선행 부문이 앞서 나가지 못해 나라 경제 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경제난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당면한 경제난을 인정하면서도 “선군 총대로 날려 버렸다”며 개혁·개방을 한사코 거부하는 자세다. 그가 말한 ‘선행 부문 문제’는 경제발전의 초석인 에너지의 만성적 부족을 뜻하는 것으로, 이는 북한이 문을 걸어 잠그고 핵 개발에만 골몰한 업보가 아닌가.

이러니 빈사 상태의 북한 경제를 살릴 방도가 나올 리 만무하다. 북한 당국은 36년 전 6차 당대회에서 인민 경제의 ‘주체화’와 ‘현대화’를 천명했다. 그때는 결국 실패했을지언정 그럴싸한 구호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북측이 내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2016∼2020) 계획은 ‘속 빈 강정’을 방불케 했다. ‘핵 강국’을 자처하는 북한에 투자할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는 현실이 반영된 까닭이다. 최근 러시아마저 북한산 광물 수입 금지 등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 방안을 밝히지 않았나.

북측이 핵에 집착할수록 북한 주민들의 삶은 도탄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도 김정은이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한편 북의 리명수 총참모장은 “명령만 내리면 원수들의 정수리에 핵 뇌성을 터뜨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핵을 내려놓고 동족의 도움을 청할 생각은 않고 이처럼 위장 대화 공세나 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이는 체제 붕괴 우려 탓에 자력으론 개혁·개방을 할 수 없는 세습 정권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당분간 더 촘촘한 제재로 북한 정권이 경제를 살리려면 핵을 내려놓고 문을 열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2. 갑론을박하는 새 구조조정 골든타임은 흐른다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의 재원을 놓고 정책 당국이 연일 갑론을박하는 사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추경예산 편성과 관련해 입장을 번복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적극적 역할론에 이어 자본확충 펀드 조성 문제에서도 오락가락하는 분위기다. 한국 경제 회생의 분수령이 될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국이 재원 마련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실망스러운 가운데 시급한 것은 구조조정의 당사자들이 더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하는 문제다.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충당에 앞서 업계와 채권단 등 당사자들의 고통 분담이 있어야 혈세가 투입되는 구조조정에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재원 조달을 둘러싼 논란으로 본말이 전도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 등 구조조정 해당 기업들이 자체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부서를 통폐합하면서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들어갔고 비핵심 자산 매각도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역시 현대중공업과 비슷한 수순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업계의 자구 노력이 여론을 의식해 시늉으로 그치면 안 될 일이며 무엇보다 경영진의 책임은 피해 갈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 큰 문제는 채권단인 국책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다. 정부가 그동안 감독의 책임을 있는 국책은행에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책은행들은 해당 업체에는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도 자신들의 ‘밥그릇’은 악착같이 지키고 있다. 다른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성과연봉제를 한사코 거부하면서 평균 1억원의 고액 연봉을 꼬박꼬박 받아 가고 있다.

국민 부담이 큰 구조조정에 국민이 동의하는 것은 하루빨리 어려운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대기업) 구조조정의 시간은 이미 늦은 상황이다. (정부는) 더이상 실기하지 말고 정공법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하라”고 촉구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해당 업체와 국책은행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철저한 책임 규명은 성공적 구조조정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3. '옥시 국회 청문회' 늦은만큼 제대로 파헤쳐야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그제 당정협의회에서 새누리당은 국회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다.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와 관련법 개정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도 하겠다고 했다. 피해 대책의 컨트롤타워도 국무총리실로 정했다. 환경부에 계속 맡겨서는 일사불란한 사태 수습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폐 이외 다른 장기 손상에도 살균제가 영향을 미쳤는지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정협의회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작정하고 질책했다. “살균제의 유해성을 진작 확인했으면서 그동안 왜 정부는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조사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 한마디로 ‘옥시 청문회’까지 열어야 하는 상황이 되도록 정부는 뭐 했느냐는 추궁이다. 일을 이 지경으로 키운 환경부야 백번 매를 맞아 억울할 게 없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뒤늦게 호들갑 떨어 대는 여당도 가관이다. 늑장 검찰 수사에 온갖 의혹들이 터져도 뒷짐 지던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주문하고서야 가까스로 움직였다. 겨 묻었다며 정부 탓만 하는 정치권은 국민 원성이 안 들리는 모양이다. 버스가 한참 지나간 뒤에 뒷북을 치니 국민들은 “그 정부에 그 국회, 도긴개긴”이라고 혀를 찬다. 여야 없이 청문회를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이유가 빤히 읽힌다. 연일 악화되는 여론을 모른 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엉터리 생활용품에 사망자가 속출한 사건은 누가 봐도 후진국형 참사다. 입 아픈 얘기지만 피해 발생 초기에 관계 당국이 기민하게 대처했다면 이런 난리는 겪지도 않았다. 2006년 일선 의료기관들이 살균제 피해의 심각성을 질병관리본부에 처음 알렸을 때 곧바로 역학조사라도 했다면 140명이 넘는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살균제의 위해성을 뒤늦게 인정하고서도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수백 명의 피해자와 유가족, 시민단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여당은 모르쇠였고, 관련 법안 몇 개를 내놓은 야당도 그런 여당을 핑계 삼아 시간만 보냈다.

이번 파동을 국민들은 ‘안방의 세월호 참사’라 부른다. 그 참담한 심정을 여야 따지지 말고 새기고 또 새겨볼 일이다. 청문회로 뒤늦게 책임자를 가려내 호통이나 치는 일이 국회의 본령일 수 없다. 병 주고 약 준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거든 이제라도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에 발벗고 나서라. 참사 10년이 지나도록 피해자 구제 관련 법안 하나가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체면이라는 게 있다면 국회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할 판이다.

소비자의 생명과 권익을 지켜 줄 법안들을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중대한 직무 유기다. 이런저런 이유로 밀쳐 둔 소비자 보호 장치들을 법으로 정비할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20년 넘게 논의만 반복했던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부터 당장 검토하길 바란다. 기업 위축이 걱정된다지만 국민 생명 안전보다 더 급한 일은 없다. 새 국회가 진심으로 민생정치를 할 요량인지 아닌지 국민 눈에는 훤히 다 보인다.

[동아일보]

4. 내수 위축시킬 김영란법 시행령, 母法부터 보완하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어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 국공립 및 사립학교 교수, 언론인이 직무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서 3만 원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5만 원 넘는 선물 혹은 10만 원 넘는 경조사비를 받아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이 법 시행으로 내수 위축을 우려하면서 선물 가격 상한선을 합리적 수준에서 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과는 대통령의 말대로 되지 않았다. 한우 선물세트의 90% 이상이 10만 원을 넘는다. 농축수산업계와 화훼업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이 법이 시행되는 9월 28일 이후 내수가 급속히 침체될 우려가 높다. 

법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에 100만 원, 연 300만 원을 받으면 처벌한다. 100만 원 이하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받은 금품의 2∼5배 과태료를 문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부조를 위한 소액의 식사나 선물은 허용했다. 권익위의 이번 시행령안은 그 기준을 정한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부패를 근절한다는 모법의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과잉·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은 앞으로 공청회를 거치며 다듬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안이 비중을 뒀던 공직자의 이해충돌 부분은 빠졌다. 의원들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부분에서도 교묘히 직무 관련성에서 빠져나갈 통로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까지 포함시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다. 배우자를 포함시킨 것도 과잉이다. 공직자의 배우자인 줄 모르고 무심코 밥을 사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

김영란법은 옳은 법이지만 완벽하진 않다. 특히 입법과정에서 국회의원이 지위를 이용해 자녀 특채를 청탁하는 것 같은 ‘이익 충돌 방지’ 조항이 누락된 것은 큰 문제다. 본래 취지를 되살려 이 법의 무리한 부분을 걷어내고 빠진 부분을 20대 국회에서 시급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모법이 고쳐지지 않으면 시행령은 무리하게 설정된 범주 내에서 제정될 수밖에 없다. 법 시행까지 5개월도 남지 않았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시행령은 물론 법까지 고쳐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헌재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5. 산은·수은 ‘임금 반납’은 성과연봉제 막으려는 꼼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구조조정용 자금을 확충하기 전에 이들 국책은행의 임직원들이 임금을 반납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부실기업의 주채권은행인 국책은행이 부실한 감독 때문에 국민 세금을 공적자금으로 퍼주게 됐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고통 분담’에 나선다는 모양새다. 

작년 말에도 국책은행의 고임금과 수익성 악화가 논란이 되자 산은 간부 700여 명은 임금 인상분 2.8∼3.8%를 토해 냈다. 수은 직원들은 11, 12월 시간외수당을 반납했다. 국책은행 정규직 평균 연봉이 9500만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일회성 쇼다. 당시 수은 경영진은 2016년 기본급의 5%를 반납하고 일반 직원들도 2016년 임금 인상분을 모두 반납해 건전성이 악화된 수출입은행의 위기 극복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위기 때마다 임금을 쥐꼬리만큼 반납하고 수조 원대 혈세를 낭비한 무거운 책임을 면제받을 심산인가.

정부는 부실을 방조한 국책은행 담당자를 끝까지 추적해 법에 따라 징계해야 한다. 필요하면 기존 임금을 삭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국책은행장은 자회사를 부실하게 관리한 임직원의 연봉을 깎는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산은과 수은 노조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저항하고 있다. 일회성 임금 반납과 도입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성과연봉제를 주고받는 일종의 꼼수로 보인다. 노조는 박근혜 정부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데다 여소야대인 정치지형을 감안했을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 임금 동결 등 페널티를 주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국책은행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국책은행부터 방만한 경영을 일삼으면서 조선·해운의 부실기업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주문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일 테니 민간이 따라오라’며 공공, 노동, 금융, 산업 부문에 개혁을 요구해 왔다. 신의 직장인 금융공기업이 성과급 도입을 완강히 거부하는데 정부가 민간에 성과주의 보상체계를 도입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6. 조기 전당대회 결정한 與, 쇄신보다 안정이 그리 급한가

새누리당이 어제 두 번째 당선자 총회를 열고 7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4·13총선 참패 이후 당을 수습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상대책위원장은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해 비대위가 관리하는 전당대회를 조기에 열자고 한 친박(친박근혜)계, 외부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 체질을 전면 쇄신하자는 비박(비박근혜)계의 주장을 어정쩡하게 봉합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의 안정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당대회 시점은 7월을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준을 정했고 나머지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달 남짓한 기간에 당의 체질을 바꾸는 쇄신 작업을 마친 뒤 전당대회까지 준비하기엔 일정이 너무 촉박하므로 비대위는 결국 전당대회 준비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에서 그렇게 깨지고도 새누리당이 새롭게 환골탈태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당선자들의 인식과 판단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하기야 당선자의 과반이 친박계니 놀랄 일도 아니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특강에서 “선거 때는 안 하던 예쁜 짓도 하는데 그야말로 미운 짓만 했다”며 “(새누리당은) 이기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당내 세력 재편을 위한 선거였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또 “사회 변화에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권력을 잡겠다는 것이 조선 말 세도정치였다. 우리가 세도정치가 망국의 길로 이끌었다고 얘기하듯, 후손들이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가 마이크를 놓자마자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범친박계가 유권자의 변화에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당권을 잡겠다는 욕심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결정한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여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3당 국민의당은 차츰 수권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다. 더민주당은 ‘구조조정’을, 국민의당은 ‘교육개혁’을 어젠다로 선점했다. 2004년 천막당사 이전에서 보듯 집권 전 박근혜 대통령은 당이 흔들릴 때마다 혁신으로 위기를 타개했다. 이후 박 대통령과 친박은 ‘혁신 DNA’를 보여준 적이 없다. 그렇다면 당시 보여준 쇄신의 몸짓은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 쇼였단 말인가.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 뒤에도 쇄신을 거부한다면 ‘보수정권 10년’도 자신들이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비판한 것처럼 ‘잃어버린 10년’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이데일리]

7. 이래서는 관광수지 흑자국 요원하다

우리 국민이 지난 한 해 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쓴 돈이 26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쓴 금액은 13조원에 불과했다는 게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소비지출 통계 결과다. 외국인 관광객 지출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사용한 규모의 절반 수준에 그친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지갑을 여는 데 인색했던 반면 우리 여행객들이 해외에 나가 돈을 펑펑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 국민들에게 해외여행을 자제하거나 돈을 쓰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난해 우리 국민의 평균소비성향이 관련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래 가장 낮았으면서도 해외에서는 아낌없이 돈을 쓴 현상만큼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해외소비는 대부분 여행을 하면서 먹고 마시고 물건을 사는데 뿌린 돈이다. 명품 가방 하나쯤 사갖고 들어오는 것도 보통이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골프를 치면서 지출한 돈이 한 해 2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즐기는 골프 비용이 국내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공무원들도 마음대로 골프를 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돼야 함은 물론 골프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관광수지 적자는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커를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날부터 주말까지 이어진 이번 황금연휴 기간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유커 8만명을 포함해 무려 18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류 영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침체된 내수시장을 되살리는 데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한국을 다시 찾는 유커는 5명 가운데 1명꼴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의 한심한 현주소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와 관광 인프라를 제공해야 하며 이들을 상대로 저질러지는 바가지 상혼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이 친절하고 매력적이며 다시 방문하고 싶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에서 쓰는 돈만큼이나 기꺼이 쓸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을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

8. ‘밥값도 못하는 국회’ 원성 들어서야

우리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 4000만원이 넘는 규모다. 기본급 개념의 일반수당에 입법활동비, 급식비, 명절휴가비 등을 더한 금액이다. 사무실 운영비와 비품대, 차량 유지비, 출장비, 정책개발비 등의 명목으로 나가는 9000여만원은 별도이므로 국회의원의 실제 세비는 연간 2억 3000만원을 훌쩍 웃돈다. 여기에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실수령액은 훨씬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무원 4~9급 상당의 보좌진 7명과 인턴 2명의 인건비까지 합하면 국회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국민의 혈세는 연간 7억여원에 이른다. 이밖에 국회 구내 의료시설, 예식장, 체력장, 테니스장 등과 항공·철도 등을 무료 또는 저가로 이용하는 등 일반 국민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게 국회의원이다.

한국은 국회의원 보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한다. 주요 20개국의 국회의원 보수를 비교·분석한 보고서(류민형, 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근소한 차이로 일본과 미국에 뒤진 3위지만,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세계 1위나 다름없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연봉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5.27배나 되지만 세계적으로도 고소득 국가인 덴마크는 1.84배에 지나지 않는다. 액수로도 한국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야 국회의원이 돈을 조금 더 받는다 한들 누가 뭐래겠는가. 결국 우리 국회가 놀고먹기로 이골 났다는 게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19대 국회는 사상 최악의 ‘식물국회’로 낙인찍혔고, 여소야대의 3당 체제로 출범하는 20대 국회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지레 걱정되는 상황이다.

여당이 한 달 세비 250만원 삭감 등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을 추진한다지만 정말 그렇게 이뤄질 것인지는 벌써부터 의문이다. 여태껏 비슷한 시도가 거듭 되풀이됐으나 실행된 경우가 거의 없는 탓이다. 차제에 본회의 및 상임위 출석률과 법안발의 건수 등의 의정활동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에게 읍소해가며 금배지를 달았으면서도 본연의 의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의원들을 솎아내자는 얘기다.

[매일경제]

9. 여야 섞어 앉자는 정 원내대표의 제안 꼭 실행되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대 국회에서는 본회의장 좌석을 소속 정당별로 나누지 말고 여야 섞어 앉자고 어제 제안했다. 소관 상임위별로 앉거나, 추첨으로 배정해 협치와 소통의 정신에 맞는 구도로 바꾸자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아울러 초·재선 의원은 앞쪽에, 다선이나 지도부는 뒤쪽에 앉는 선수(選數)에 따른 의석 배치도 권위주의 시대의 관행이니 바꾸자고 했다. 매일경제가 실시한 20대 국회 당선자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32명 중 70%인 92명이 여야나 선수에 상관없이 본회의장 좌석을 섞어 앉자는 데 동의했다.

본회의장 좌석을 여야 간에 섞어 앉자는 의견은 매일경제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MK현인그룹에 새로 출범할 20대 국회의 과제를 자문하면서 내놓은 제안이었다. 1948년 제헌국회 이후 관행적으로 여야로 갈라 마치 전투대형 모양을 띤 본회의장 좌석이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는 만큼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우리보다 의회정치를 먼저 정착시킨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에서는 본회의장 좌석을 여야 구분 없이 지역구별로 모여 앉도록 하고 있다. 2003년 열린우리당이 당시 김근태 원내대표 주도로 본회의장에서 지도부를 앞에 앉도록 하고 상임위별로 모여 앉도록 하는 실험을 했지만 정작 다음해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자 원상복귀한 바 있다.

MK현인그룹 전문가들이 20대 국회 당선자들에게 준 조언의 기본 방향은 작더라도 의미 있는 변화부터 모색해보라는 것이었다. 지역구 현안을 해결하는 데 힘쓰기 좋은 상임위만 쫓아다니지 말고 한곳에서 오래 일하며 전문성을 키워보라거나, 상임위 소위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예결위를 상설화해 정부의 예산과 지출 낭비를 제대로 감시하라는 등의 주문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이다. 

양당 체제하의 극한 대치로 소모전만 거듭했던 19대 국회의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20대 국회에서는 대화와 타협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4·13 총선에서 국민은 주문했다. 집권여당의 오만을 꾸짖었고, 3당 체제를 만들어 상생과 협치를 해달라는 메시지도 정치권에 보냈다. 20대 국회가 출발부터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협치를 실천하는 작은 변화를 먼저 보여주기 바란다.

10. 좀비기업 솎아내기 더 엄격한 잣대 들이대라

이미 빈사 상태에 이른 조선과 해운 업종 외에도 더 늦기 전에 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올려야 할 기업이 수두룩하다. 특히 건설·철강·석유화학 같은 취약 업종은 업종 전체나 부분적으로 부실을 도려내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금융감독당국과 채권단은 여러 트랙으로 좀비기업들을 추려내고 있다. 은행들은 현재 신용공여액이 1조3000억원을 넘는 39개 그룹(주채무계열)을 대상으로 재무구조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해 한계·부실기업들은 채권단 공동관리나 워크아웃, 법정관리를 받게 할 예정이다.

개별 대기업 중 어느 곳이 올해 수술대에 오를지는 7월 말에 판가름난다. 매일경제가 지난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자료가 갖춰진 38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이자보상배율 2년 연속 1 미만, 영업활동 현금흐름 3년 연속 마이너스, 또는 자본 완전잠식으로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43개사였다. 

당국과 채권단이 이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구조조정 대상도 줄고 강도도 약해질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좀비기업들을 제대로 정리하려면 부실 판정기준을 가능한 한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여실히 보여줬듯이 채권은행들이 돈을 빌려준 기업의 부실이 뻔히 드러나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미적대면 나중에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주요 조선사 대부분이 2~3년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는데도 채권은행들이 지금까지 이를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다 뒤늦게 충당금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채권은행들은 지난해 두 차례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모두 54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평가를 한 차례만 실시했던 예년의 30~40개보다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올해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로 부실 징후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좀비기업들이 더 이상 이런저런 핑계로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요 신문칼럼


1. [한국일보][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커피 향

요 며칠 친구가 직접 로스팅해서 준 안티구아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숙면을 위해 이른 아침에만 커피를 마시는 내겐 하루 중 가장 향긋한 시간이다. 커피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낸 적 있는 친구는 커피광이라 할 만한데, 아마추어인 그의 로스팅 솜씨가 더없이 훌륭해 좀 놀랐다. 한때 나도 엄청난 양의 커피를 마셨다. 처음 커피를 처음 맛봤던 여중생 때부터 우리 집에서 커피를 가장 잘 끓이는 사람으로 통했던 나는 어디를 가든 커피를 지니고 다녔다. 그러다 지금처럼 오전에만 마시게 된 것은 불면증 때문인데, 나의 노화는 정확히 커피를 줄이던 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친구가 극찬했던 커피숍 중에는 내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 있는 집도 있다.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그 커피숍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얼마 전 그 집의 커피가 그리워 찾아갔던 친구도 기함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했던 그 집의 운영자가 너무도 불행해 보이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세 들어 있던 건물을 샀을 정도로 부자가 된 그가 그처럼 불행해 보이는 모습을 본 적 있는 나도, 나의 친구도, 커피를 통해 삶의 향기를 느끼고 있으니 죽네 사네 해도 아직 우리의 삶은 꽤 싱싱한 것 같다. 그 사실이 새삼 감격스럽다.

2. [서울신문][길섶에서] 카네이션/서동철 논설위원

어버이날이라는데 카네이션 구경을 하지 못했다. 직장에 다니는 딸아이는 전날 밤 현관에 들어서면서 “올해는 카네이션 없어. 내 경제력으로 카네이션 사는 것은 사치야. 대신 식사를 모실게” 하는 것이었다. 카네이션을 사러 갔더니 예전처럼 한 송이씩 파는 것은 보이지 않고 화려하게 꾸민 몇만원짜리 바구니만 있더라고 했다. “잘 생각했어, 먹는 게 남는 거지…” 하고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침 신문에 카네이션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는 뉴스가 보인다. 2011년에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56만 송이가 팔렸지만 올해는 37만 송이에 그쳤다는 것이다. 불황으로 소비가 줄어든 데다 다른 선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런데 우리 집의 경우 ‘불황’은 설득력이 없다. 한 송이씩 팔았다면 딸은 카네이션에 조각 케이크 한두 개쯤 곁들여 사들고 왔을 것이다. 사회 초년병에게 걸맞은 예쁜 소비다. 하지만 ‘대목’을 챙기려는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소박한 사랑의 표현은 불발에 그쳤다. 미안한 얘기지만, 판매가 감소했다고 울상 짓는 분들 가운데 소비를 줄어들게 한 장본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가슴에 손을 얹어 봐야 할 것이다.

3. [동아일보][동아광장/권영민]부산국제영화제를 어찌할 것인가

부산국제영화제가 위태롭다.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동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서 그 전통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사회가 산업화 과정과 민주화 운동의 격변을 거치면서 키워온 문화적 역량을 그대로 상징한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크고 작은 국제적 문화예술 행사 가운데 동아시아라는 권역의 문화적 특성에 맞는 적당한 규모와 성격을 갖춘 영화제로서 그 정체성도 확립하였다. 그러나 성년의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부산국제영화제가 존립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영화제의 자율성과 정치적 간섭이라는 문제를 두고 그동안 영화제를 잘 운영해 온 부산시와 영화인들이 서로 반목하면서 갈등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년 동안 착실하게 성장했지만 그 운영의 자율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영화제 운영의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운영에 필요한 예산의 절반 이상을 매년 부산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이 영화제를 발의하고 조직하고 운영하기 위해 사단법인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를 결성했고,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영화제 운영에 관한 모든 문제를 주도해 왔다. 부산시의 이 같은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면 이 영화제의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영화제를 계속 이끌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부터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이 책임을 지고 운영할 수 있는 영화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부산시가 언제까지 영화제의 조직과 운영을 주도할 수 있겠는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영화제 기간에 75개국 302편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관객만 해도 23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영화 가운데 월드 프리미어가 94편이나 되었다는 것도 그 국제적 참여의 열도를 말해 준다. 영화제 기간 중 부산을 찾은 관광객까지 따진다면 영화제를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가 얻는 유형무형의 이득도 큰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부산에 덧붙여진 영화 예술의 도시로서의 새로운 이미지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다 이른바 그 ‘브랜드 가치’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과 성공을 보면, 이제 부산시가 영화제 조직위원회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서 든든한 후원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제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지위를 이용하여 영화제 운영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앞으로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자율적인 운영 기반 위에서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뒤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 줘야만 한다. 부산시 스스로 동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자랑하고 있지 않은가?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축제여야 하고 동아시아 영화인들의 축제여야 하며 세계를 향한 영화제가 되어야 한다. 부산시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을 주도해 온 영화인들도 이제는 영화계 전체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젊은 영화인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열어 주고 영화제의 자율적 운영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영화와 인접해 있는 여러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시켜 영화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보다 가까이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영화제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부산시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원금을 폭넓게 모금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찾아야 한다. 특히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불필요한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영화제를 운영해 온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는 국제적인 영화 축제를 만들어 놓고 왜 다시 망가뜨리려 하는가?

4. [동아일보][야마구치의 한국 블로그]한국의 택시, 때론 당황스럽고 때론 서럽고

외국인이 한국에서 겪는 난감한 일 중 하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요즘엔 그렇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버스 두 대가 정류장에 나란히 도착하면 세 번째 온 버스는 서지 않고 가버리기 일쑤였다.

지난해 한 대학의 일본어과 학생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불편한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사람이 타자마자 버스가 출발해 넘어질 뻔했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승객들이 앉거나 손잡이를 잡는 것을 확인하고 출발하는 기사들이 요즘엔 많아졌지만, 여전히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서울 지하철은 이용하기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 일본 지하철보다 나은 점도 있다. 일본은 전철 안에 주간, 월간잡지 광고가 많고 내용이 스캔들 중심이어서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한국 차내 광고는 공익성을 담은 내용이 많고, 문화 혜택을 주는 광고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지나가다가도 광고를 휴대전화로 사진 찍고 갈 때가 많다. 플랫폼에 시가 적혀 있는 것도 차를 기다리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하고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즐거움이다. 

다만 시설적인 면에선 아쉬운 점도 있다. 1호선이나 3호선처럼 오래전에 만들어진 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플랫폼도 있다. 교통 약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 완비됐으면 좋겠다. 

교통수단 중 제일 당황스러웠던 건 택시였다. 택시를 잡을 때 손을 올리고 크게 흔드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손을 앞으로 쑥 내밀고 잡는다. 그걸 모르고 택시가 올 때마다 손을 올려 크게 흔드니 다 가버렸다. 겨우 정차하는 택시가 있다 해도 일본처럼 자동문인 줄 알고 가만히 서 있었더니 금방 떠나는 통에 택시 잡기가 참 어려웠다. 

택시를 무사히 잡아탔다 해도 황당한 일은 생겼다. 한 택시기사는 20분 동안 휴대전화를 들고 부인인지 애인인지 모를 상대에게 같은 욕을 무한 반복했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는 손님이 왜 20분 동안이나 일방적으로 욕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하나 다행이었던 건 내가 외국인이었다는 것이다. 기사가 하는 욕이 한국말로 얼마나 강도가 센 것인지 와 닿진 않았다. 외국인으로서 서러웠던 적이 또 있다. 수업에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타고 급히 가는 중이었다. 나는 목적지가 다가오자 “왼쪽! 왼쪽!” 하고 외쳤는데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왜 갑자기 반말을 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난 일본사람인데 명사만 말하는 것이 반말이 될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일본에서는 반말이라는 개념이 없고 급할 때 단어만으로도 말하곤 한다. 기사 아저씨는 “왼쪽은 명사가 아니라 지시대명사잖아요. 아는 척하기는…” 하고 흥분된 목소리로 항의했다. 외국인으로서 이해받지 못한 것이 불쾌하고 황당했다.

물론 친절한 기사 아저씨도 많다. 그래서 즐겁게 대화할 때도 있다.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걸 느낀다. 먼 시골에 가 택시를 탔던 날이었다. 기사 아저씨와의 대화가 너무 재밌어서 잠시 정신줄을 놓아버리곤 내릴 때 여행 가방을 트렁크에서 꺼내는 걸 깜빡했던 것이다. 내가 명함도 건네줬던 기사였기에 금방 연락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가방을 찾을 수 없었다. 아저씨 탓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영 기분이 찜찜했다. 그 이후론 택시 탈 때 항상 기사님의 관상을 본다.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알면 멀리 돌아갈까 봐 나는 되도록 일본인 티가 나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한국인처럼 말한다. 

그래도 요즘 버스에서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승하차 때마다 인사해주는 기사를 종종 보게 돼 기분이 좋다. 택시를 탈 때 나도 먼저 기사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내릴 때도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하고 말한다. 택시기사를 평가하는 제도가 시행된다는 소식이 들려 반가웠다. 대중교통 종사자들은 국가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직업이다. 그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친절한 얼굴이 되길 바란다.

5. [중앙일보][분수대]페이스북에 갇힌 50분

50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이하 페북) 창업자가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밝힌 전 세계 페북 이용자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이다. 그깟 50분이 뭐 그리 대수냐고? 그렇지 않다. 전 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16억5000만 명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페북을 이용하는데, 그들이 일평균 50분을 쓴다는 것이니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책 볼 시간 없다며 하루에 겨우 20분 내외(미국 노동부 조사 19분, 한국 국민독서실태조사 22.8분)만 독서에 할애할 때, 그 질리게 많다는 중국 인구(13억7000만 명)보다도 훨씬 많은 수가 페북에 매일 50분씩 쏟아붓는다. 책은 읽을수록 내 머릿속을 채우지만 페북은 하면 할수록 나의 관심사나 습관 같은 사적인 정보를 공짜로 제공해 사실상 페북 돈벌이만 시켜 주는 구조인데도 말이다.

그렇다 보니 ‘중국 사람이 동시에 발을 구르면 대륙이 움직인다’는 우스갯소리나 ‘중국이 움직이면 세계가 바뀐다’는 비유는 이제 중국 대신 페북으로 바꿔 넣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지난 10여 년 동안 네이버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페북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이용자가 늘면 활동적이지 않은 신참들 탓에 통상 그 사이트 안에서 머무는 평균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인데 페북은 이 법칙도 거스르고 있다. 이용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지만 평균 이용시간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40분(2014년)에서 50분으로 껑충 뛰었다.

그런데 페북은 이 50분으로도 만족하지 않고 이용자를 더 오래 페북 안에 잡아두겠다며 최근 알고리즘(일종의 작동방식)을 또 바꿨다. 사실 ‘시간’은 페북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 미디어의 화두다. 오래 잡아둘수록 이용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데는 물론 광고 유치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렸던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의 빅데이터 콘퍼런스에서 파이낸셜타임스(FT)의 광고 책임자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얻기가 어려운지를 “(제 아무리 대단한) 저커버그라도 어쩔 수 없는 게 바로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의 시간”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이야기했다. 과연 그럴까. 페북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알고리즘 변경을 앞세워 시간싸움에서도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2위인 유튜브의 평균 이용시간은 페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모든 걸 빨아들이고 있는 페북. 그 갇힌 세계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페북 입맛에 맞게 조련당하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솔직히 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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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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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원 구성 늦어지면 무노동 무임금 적용해야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마저 무기력증에 빠진 가운데 여야가 ‘신(新)3당 체제’로 운영될 20대 국회 원 구성에 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새 원내대표가 어제 이번 주부터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하자고 역시 새로 선출된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안하면서다. 그는 “각 당이 서로 얻고자 하는 계산이 있겠지만 그것을 떠나 시작부터 법을 지키는 20대 국회가 되자”고 강조했다. 당연한 얘기다. 여야가 말로는 “민생 최우선”을 다짐하면서 실제론 상임위원장직 배분 등을 놓고 한 달 넘게 샅바싸움을 벌이곤 했던 역대 국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6월부터는 20대 국회가 정상 가동돼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갖기엔 조짐이 좋지 않다. 민생 경제를 먼저 돌보라는 선거 민의를 강조하는 여야가 물밑에선 ‘의회 권력’ 장악에 여념이 없는 꼴이 아닌가. 야권은 벌써 교문위나 환노위 등을 둘로 분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임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이른바 ‘노른자 상임위’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는 욕심이 어른댄다면 큰일이다. 상임위원장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 부담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정치적 복선이 깔린 흥정이 오간다면 이 또한 문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국회의장직을 여당에 양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진정성 대신 정치공학적 노림수만 엿보이니 말이다.

물론 긍정적 신호도 없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4·23 총선 직후 “20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이달 30일까지 원 구성을 못 하면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반길 말이다. 하지만 그간 국회 공전이나 파행 때마다 여야가 앞다퉈 ‘무노동 무임금’이나 ‘세비 삭감’을 적용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결과는 늘 무용지물이었다. 19대 국회 초반 원 구성이 늦어지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한 달 세비를 반납한 드문 전례가 있을 뿐이다.

부디 여야가 이번엔 원 구성을 제때 완료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그러면 20대 국회가 의원 기득권이나 당략을 초월해 출발한 결과로 입증될 게다. 다만 우리가 본란에서 안 대표가 공언한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높이 평가하는 건 과거처럼 흰소리나 립서비스가 아니라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는 이유임을 밝혀 둔다.

2. 망상 벗어나지 못한 김정은의 핵보유국 선언

36년 만의 당대회를 개최한 북한은 변화 대신 고립을 선택했다. 북한은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식화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체제를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노동당 7차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하는 노선은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노선”이라며 핵·경제 병진 정책을 재차 선언했고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세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상호 모순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통일과 관련해서는 제6차 노동당 대회 때 김일성 당시 주석이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재차 주장했다. 의례적인 주한 미군 철수를 또 주장하면서 남북 군사회담도 제안했다.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이자 최고 결정기구인 당대회에서 대남 평화공세를 펴면서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북한이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을 구사하며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핵보유국을 선언하면서 비핵화를 운운한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을 완화하자는 전형적인 선동 선전에 불과하다. 남북 문제와 북·중, 북·미 관계에서 개선의 여지는 내비쳤지만 수사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의 요구를 진정으로 고민한 흔적조차 없다.

북한은 당대회 기간 중 김정은 제1위원장을 김일성·김정일 수준으로 우상화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관영 언론들은 그를 ‘21세기의 위대한 태양’ 등으로 치켜세우면서 핵실험, 장거리 로켓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핵강국’ 과시를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비웃을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유일 영도체제의 경직성을 보여 줄 뿐이다.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 됐다. 1980년 열린 6차 당대회 때는 118개 나라에서 177개 대표단이 참석했고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정상급 외빈이 왔지만 이번 대회의 경우 외빈들을 찾아 볼 수 없다. 김 제1위원장이 자신의 안방에서 화려한 대관식을 열었지만 국제사회에서 아무도 박수를 쳐 주지 않는 냉엄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 노선을 고수한 북한에서 희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핵무기를 앞세워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국가 통치 전략으로 북한의 미래는 열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는 변화무쌍하다. 최근 방한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 중 한국의 양보 의사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이를 반증한다. 북핵 문제 자체가 복잡한 국제정세를 반영하는 사안인 만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국제 흐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체제유지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지만 북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는 이르다. 당분간 북한의 변화를 겨냥한 대북 제재가 성과를 내기 위해 한층 세밀한 국제사회의 공조는 불가피하지만 평화공세 전환, 체제 급변에 대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3. '옥시 수사'에 금역이 있어선 안 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볼수록 어처구니없다.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의뢰를 받고 독성실험을 담당한 대학교수는 실험 결과를 회사의 요구대로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런 일을 저지른 회사는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이 지금까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여기에 옥시를 변호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로펌은 도덕의식이라고는 없는 옥시 측을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고 나서야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한 정치권은 더 한심하다.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는 수사 내용이 맞다면 최소한의 학자적인 양심마저 저버린 인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고서만 제대로 썼더라도 사건이 이처럼 장기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옥시 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려고 조 교수에게 살균제 원료의 독성실험을 의뢰했다고 한다. 조 교수는 생식 독성실험에서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가 사산하는 등 치명적인 독성이 확인되자 흡입 독성실험에서는 임신하지 않은 쥐를 실험에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연구비 외에 1200만원을 더 챙긴 것도 보고서 조작과 무관치 않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옥시를 변호한 로펌 김앤장이 보고서의 앞뒤를 무시하고 짜맞췄다고 새로운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이 맞는지 검찰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하는 게 마땅하다. 검찰은 또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외에 미국 국적의 존 리 전 대표와 인도 국적의 거라브 제인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지만 불응하면 마땅한 수단이 없다. 그러나 수사 결과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이들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대한 수사에도 한 점 의혹이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검찰은 “김앤장은 옥시 측 대리인으로 법률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 부분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법률 위반 혐의가 없는데 수사를 할 근거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예 수사 의지 자체를 보여 주지 않는 것이다. 수사에 ‘금역’(禁域)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금역을 검찰 스스로 설정하는 순간 불신을 면치 못할 것이다.

[동아일보]

4. 내년 징검다리 휴일도 임시공휴일 졸속 지정할 텐가

지난해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 가운데 실제 쓴 돈은 72.4%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저였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이 어제 밝혔다. 가처분소득이 100만 원 늘 때 72만 원만 추가 지출하고 나머지 28만 원은 통장에 넣어 둔다는 것이다. 가계가 지갑을 열게 하려고 정부는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난달 28일 지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임시 공휴일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는 1조3000억 원대에 이른다. 반면 일평균 수출액이 2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조업일수 감소에 따른 손실도 만만치 않다. 

임시 공휴일은 소비 진작 카드지만 불과 8일 전에 지정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통상 연휴 기간 소비 지출은 숙박업, 운송서비스업, 음식업, 오락문화서비스업 등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노는 날을 갑자기 정하면 여가 활동 계획을 제대로 짜기 힘들어 숙박을 하는 여행보다는 집에 틀어박히는 ‘방콕’이 많아진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임시 공휴일에 쉰 중소기업은 36.8%에 그칠 정도로 기업 간 편차도 컸다. 

내년에도 5, 6, 8, 10월 주말과 공휴일 사이에 평일이 낀다. 5월은 1일(월) 근로자의 날, 3일(수) 부처님오신날, 5일(금) 어린이날이어서 중간에 낀 날을 임시 공휴일로 하면 토요일인 4월 29일부터 9일 연휴가 이어진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는데 정부는 또 졸속으로 임시 공휴일을 정할 것인가. 지난해 8월 14일 임시 공휴일도 불과 10일 전에 결정했던 정부가 내년에도 즉흥성을 되풀이해선 안 될 일이다. 

소비 부진은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가계가 돈을 장롱 속에 넣고, 주거비 급증으로 다른 씀씀이를 줄이고, 불확실한 미래 전망으로 저축을 최대한 늘리려 하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경제의 단면이다. 기업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가계 부문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불황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소비 진작책이 아닌 임시 공휴일 늘리기는 무대책이나 마찬가지다.

[이데일리]

5. 국회 '정시 개원'이 협치 시험대

20대 국회를 이끌어 갈 여야 3당의 신임 원내대표들이 이번 주 첫 회동을 갖고 원구성과 쟁점 법안 처리 등 현안을 논의한다.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한 목소리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우선”이라며 협치(協治)를 강조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는 생산적인 상생의 국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양당 체제에서 대립과 반목으로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들은 19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새 국회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당장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을 둘러싼 신경전이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정무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3당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국회의장단 선출도 간단치 않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각각 집권 여당과 제1당이라는 점을 들어 국회의장직을 서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환경노동위 등 두 야당이 제기한 일부 상임위의 분할 문제도 논란거리다. 

쟁점법안 처리도 마찬가지다. 3당이 민생경기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이견차가 크다. 새누리당은 이달 말 끝나는 19대 국회 내에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처리를 주장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서두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3당이 합의한 청년 일자리 창출도 아직 구체적 진전이 없다. 조선과 해운업종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협치는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과거 원구성 협상을 하면서 여야가 국회의장 선출,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느라 국회 개원이 두 세 달씩 늦어져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19대 국회도 한 달여나 공전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번에도 자리다툼으로 지각 개원한다면 협치는 공염불이 될 게 뻔하다. 시급한 민생경기 회복과 발등의 불인 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해서라도 국회를 정상 가동해야 한다. 6월 5일 정시 개원이 여야 협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6. 트럼프發 '한미관계 블랙스완' 대비해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도널드 트럼프가 방위비 문제를 또다시 걸고 넘어졌다. 트럼프는 미국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등 미국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100% 모두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한국 등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왔지만 100% 부담하라고 구체적으로 못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한국이 이를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처사나 다름없다. 

최근 미국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럼프에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후보가 앞으로 펼칠 선거운동 과정에 따라 결과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수십년간 8년 주기로 정권을 교체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오는 11월 8일 막을 올리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로서는 ‘막말 제조기’ 트럼프와 수 년간 맞닥뜨려야 하는 ‘불편한 진실’을 맞이하게 될 지 모른다. 

‘트럼프 현상’이 보여주는 미국내 달라지고 있는 여론도 눈 여겨 봐야 한다. 많은 미국 유권자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의 막말과 돈키호테식(式) 소영웅주의에 환호하고 있지 않는가. 이는 올해말 대선을 통해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되더라도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또한 미국 최우선주의를 위해서라면 동맹의 전략적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대비해 그의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 진영과의 인적 네트워킹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한·미동맹 관계를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현안을 두루 협의해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1823년 미국의회에서 천명한 ‘먼로 독트린’(고립주의)에 뒤를 잇는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가 동맹은 물론 미국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중앙일보]

7. 또 항공기 충돌 위기, 활주로가 동네 주차장인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형 여객기 두 대가 충돌할 뻔한 일이 발생했다. 비슷한 상황이 올 들어서만 두 차례 일어났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로 넘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싱가포르항공 여객기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충돌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 이날 오후 5시50분쯤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시속 90~100㎞ 속도로 달리던 중 활주로 반대편 끝에 대항항공 여객기가 나타난 것이다. 관제탑의 긴급 정지 지시로 급제동을 할 수 있었지만 당시 두 여객기의 거리는 1.7㎞에 불과했다. 싱가포르항공 여객기는 급제동으로 타이어에 펑크가 났고, 출발이 19시간 지연됐다. 당시 싱가포르항공엔 186명, 대한항공엔 188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던 상태에서 여객기들이 충돌했다면 대형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비슷한 일이 지난 3월 18일 청주공항에서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대한항공 여객기가 청주공항에 착륙해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데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가 정지선을 넘어 활주로를 침범한 것이다. 당시 대한항공 조종사가 기체를 활주로 왼쪽으로 붙여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청주공항에선 지난달 30일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는 공군 전투비행단 부대 내에서 있었던 지역 기관장 만찬에 참석한 여성이 승용차를 몰고 활주로에 진입하는 사고도 있었다. 작은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활주로가 얼마나 허투루 통제·관리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대한항공 조종사의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측도 자사 조종사가 관제탑 지시를 따르지 않았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활주로 진·출입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제탑 지시에 따라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조종사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보다 엄격한 규정을 만드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라의 관문인 공항 활주로가 동네 주차장처럼 허술하게 이용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8. 돈 받고 옥시 실험 조작한 교수 영구 퇴출해야

서울대 조모 교수가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로부터 금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 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수뢰 후 부정처사· 사기· 증거조작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조 교수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실험 중 ‘임신한 어미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배 속에서 새끼가 사망했다’는 옥시 측에 불리한 결과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연구자가 진실규명은커녕 왜곡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옥시 측은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손상 질환의 위험 요소”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해성을 인정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와 호서대에 자사 제품의 독성실험 연구를 각각 발주했다. 옥시는 여기서 나온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자사 제품이 무해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규명은 143명이 억울하게 숨진 이번 사건의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이런 중요한 실험 결과를 금품을 받고 조작했다면 과학자로서 자격이 없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관계자들을 대학에서는 물론 학계에서 영구 퇴출해야 마땅하다. 가족을 잃은 희생자들에게 두 번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연구자는 과학기술계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과학기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동안 그나마 합리성·객관성·정직성을 인정받아온 과학자들이 돈을 받고 진실을 왜곡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사회적 신뢰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물론 한국의 과학기술계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연구윤리 강화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연구의 진실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거나 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그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과학은 사회적 가치를 확보하지 못한다. 당장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일벌백계,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매일경제]

9. 푸드투럭 1호 폐업 지자체 적극적 지원이 아쉽다

전국적으로 처음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 1호가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는 소식은 규제개혁이 현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충청북도에 따르면 푸드트럭 합법화 직후인 2014년 9월 한 50대 여성이 1호와 2호 푸드트럭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으나 반년도 안 된 지난해 3월 모두 문을 닫았다. 법이 정한 허용 지역에서만 영업해야 하는 한계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에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푸드트럭은 2014년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거론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푸드트럭 규제를 풀 것을 주문했고, 관련 부처는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을 개정하며 신속하게 푸드트럭을 합법화했다. 당시 정부는 규제개혁으로 2000대 이상의 푸드트럭이 생겨 6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의 발 빠른 규제 완화에 힘입어 서울을 비롯해 각 지자체는 푸드트럭 사업자를 모집해 속속 영업에 들어갔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식품위생법상 영업 가능 지역이 관광지와 체육시설, 학교 등으로 한정돼 있어 모객에 한계가 있었다. 

푸드트럭의 장점인 이동성을 살리지 못한 것도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유동인구 변화에 따라 자유롭게 자리를 옮기며 영업하는 노점상만도 못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의 길거리 상점과 노점 상인들 눈치를 보느라 사업자 모집과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지 2년이 다가오지만 허가를 받은 차량은 10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푸드트럭 규제개혁이 현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보완 대책과 사후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지자체들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지역 상인들과 푸드트럭이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이 절실하다. 그래야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푸드트럭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매일신문]

10.대구경북도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 급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대량 실업 등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중소 조선업체와 선박 부품`원자재를 공급하는 금속`기계 업종, 전자 업종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어서다. 구조조정은 기업 재활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근로자 대량 실업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아 정부의 정책 역량이 큰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구조조정은 현대`대우`삼성 등 빅3 조선 대기업이 최악의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메스를 대는 조치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 사태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전직과 재취업 지원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파견법 통과 등 노동 개혁을 통해 실업자 수를 낮추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실업자가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의 실직은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법정관리나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협력업체이기 때문이다. 빅3 대기업의 협력업체는 모두 700여 곳이다. 이들 협력업체 근로자만도 9만 명이 훨씬 넘는다. 

특히 울산과 부산, 거제 등 조선`플랜트 협력업체 실직자 수는 이미 지난해 1만5천 명을 넘어섰다. 경북 지역도 협력업체 상당수가 이미 폐업했거나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인 상태다. 선박 원자재를 공급하는 포항철강공단 내 협력기업 중 14개 업체가 지난해 휴`폐업했고 올해 들어서도 문을 닫거나 일감이 없어 쉬는 업체가 늘어나 모두 39개에 이르렀다. 이는 공단 전체 343개 업체의 10%를 넘는 수치다.

이들 협력업체들은 구조조정 당사자인 대기업과 비교하면 충격의 강도가 더 크고 실업 지원 등 정부 대책까지 가장 늦어지는 등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정책 비중을 높이고 더 많이 배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무엇보다 재취업`전직 등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세밀히 재점검해야 한다. 또, 국회도 대량 실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견법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힘을 보태야 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매경미코노미][서평] 나는 왜 늘 아픈가 | 질병 강박증에 사로잡힌 현대인

지구력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수명을 족히 6년은 늘릴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러나 그만한 효과를 보려면 자고 먹고 일하는 시간을 빼고 남는 시간 중 절반은 헉헉대며 달려야 한다. 6년을 더 산다 해도 지난 세월을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독일 신경과 의사면서 의학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티안 구트는 ‘나는 왜 늘 아픈가’에서 건강 강박증에 사로잡힌 현대인을 그린다. 그는 오래 살기 위해 억지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집단 패닉을 느낀다.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 몸 안의 지방을 태우려 한 시간 동안 헉헉거리며 뛸 마음이 없다면 그냥 텔레비전을 다섯 시간 보면 된다. 여유 있게 달릴 때 소비되는 에너지는 편하게 앉아 있을 때의 다섯 배 정도니까.

구트는 40대 초반이다. 싱싱한 젊은이들을 부러워하며 오래 살수록 젊음은 멀어져 간다는 걸 깨우치는 나이다. 노화와 죽음을 미루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더 실감하는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트는 의학이 내세우는 약속을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독일인들은 한 해 의료비로 381조원을 쓴다. 20년 새 두 배로 늘어난 액수다. 물론 비아그라를 사거나 보톡스 시술을 받는 데 쓰는 돈을 제외한 숫자다. 

나이 들어서도 일해야 하는 이들은 죽을힘을 다해 건강을 챙긴다. 의사들 돈벌이 기회도 그만큼 늘어난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대체의학도 번창한다. 부유한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의사는 위험성도 부작용도 없는 유당 알갱이를 주면 그만이다. 

구트는 예방의학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50대 셋 중 하나는 이미 몸속에 암세포를 갖고 있다. 80대가 되면 그 비율은 80%에 이른다. 미니 암은 대부분 문제가 안 된다. 서서히 자라기 때문이다. 어떤 종양이 죽음을 앞당길 만한 것인지 알아보는 데는 어떤 기술도 소용이 없다. 그저 기다려보는 수밖에.”

문제를 해결하려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수도 많다. 구트는 전립선특이항원(PSA) 테스트를 예로 든다.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암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이 테스트는 발견되지 않아도 괜찮을 암까지 발견한다. 진행이 아주 느려 애완견처럼 평생 데리고 갈 만한 암 말이다. 실제 이 테스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이 한 명 있다면, 불필요하게 수술을 받은 사람은 20명에 이른다고 한다. 조기 검진으로 적시에 유방암을 발견하고 치료한 여성 1명당 10명 정도는 불필요한 치료를 받고 있으며, 200명은 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에 기겁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현대인들에게 의학은 거의 종교적인 아우라와 권위를 지닌다. 의학의 힘으로 죽음을 유예받고 고통이 경감되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유예는 언젠가 닥칠 일을 늦추는 것일 뿐이다. 

▶오래 살수록 병들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내 몸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병을 부른다

독일인의 40%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충분히 장수를 누린 후에 그 순간을 맞는다. 그러므로 이 질환을 가장 무서운 킬러로 몰아세우는 건 부당하다. 어느 순간이 되면 심장은 멈추는 법이다. 오래 살수록 병들 확률도 높아진다. 우리는 이 패러독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 몸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오히려 병을 부를 수 있다. 의학의 한계를 드러내는 저자의 입담은 걸쭉하다.

“주어진 시간들을 술집에서 보낼지, 인터넷 앞에서 보낼지, 러닝머신 위에서 보낼지 이따금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살든 심장이나 혈액 검사에서 문제가 나타날 날이 닥쳐올 것이므로.”

2. [매경이코노미][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12) 보데가 까떼나 자파타 말벡 | 블렌딩용 포도를 명품 반열에 올린 주역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봄기운에 온몸이 노곤해지고 무기력할 때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시라 같은 레드 와인 한 모금은 활기를 북돋워준다. 일반 레드 와인으로 활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강렬한 맛이 일품인 말벡(Malbec) 와인을 권한다.

말벡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이다. 말벡 와인이 세상에 이만큼 알려지기까지는 보데가 까떼나 자파타 와이너리의 공로가 컸다. 아르헨티나 최고의 와이너리이자 말벡 와인의 선구자로서 ‘말벡 혁명’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보데가 까떼나 자파타 와이너리는 1902년 이탈리아 마르셰(March) 출신 이민자인 니콜라스 까떼나(Nicolas Catena)가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정착하면서 4㏊의 작은 포도밭을 경작한 게 시작이다. 가족 경영으로 4대째 운영하고 있는데, 1980년대까지는 저가의 벌크와인을 주로 생산했다. 그러다 3대째인 니콜라스 까떼나에 의해 부흥기를 맞게 된다. 

할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니콜라스 까떼나는 미국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출신이다. 그는 세계 최고 와인을 만들겠다는 야망을 갖고 10여년 동안 미세한 테루아를 연구했다. 1993년 멘도사 안데스 산맥의 우코 밸리(Uco Valley) 중에서도 해발이 가장 높은 1450m의 괄타라리(Gaualtallary)에 포도밭을 조성하고 여러 포도 품종을 심어 실험적인 와인 양조를 하고 또 했다. 그가 심은 포도 품종은 말벡,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피노 누아, 샤도네이 등 매우 다양했다. 

니꼴라스 까떼나의 10년여에 걸친 노력이 빛을 발해 영국의 대표 와인 잡지 ‘디켄터’는 2006년 ‘까떼나 말벡’을 ‘세계 50대 레드 와인’으로 추천하고 2009년에는 니콜라스 까떼나를 ‘200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저서 ‘더 월드 그레이티스트 와인 에스테이츠’에 남미 지역 와이너리로는 유일하게 까떼나 자파타를 소개했으며, 2004년 빈티지는 98점, 2006년 95점, 2007년 96점을 줬다. 또 2005~2007년에는 미국 와인 평론지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연이어 선정됐다. 

보데가 까떼나 자파타는 총 3개 등급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기본급인 까떼나 클래식(Catena Classic), 중급 까떼나 알타(Catena Alta), 최고급 까떼나 자파타(Catena Zapata) 등이다. 2004년에 가장 품질이 뛰어난 말벡 포도 품종만을 사용해 와인을 양조한 후 막내딸 아드리안나(Adrianna) 이름을 브랜드로 정한 아드리안나 와인도 최고급 와인에 속한다.

말벡은 원래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재배됐고 주로 블렌딩용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 100% 말벡으로만 와인을 양조하면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최고 수준의 집중도와 복합미, 균형 잡힌 맛과 향 등 품질 면에서 인정을 받아 와인 양조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

까떼나 자파타 말벡 와인은 천혜의 자연을 와인에 그대로 담고자 테루아를 반영한 미세발효 방법을 사용한다. 프랑스산 오크 발효통에 약 15~30일간 담가둔 후 18~24개월 동안 프랑스산 뉴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그다음 정제와 여과를 거치지 않고 병입한 뒤 24개월 동안 병 숙성을 한다.

까떼나 자파타 말벡 와인은 안데스 산맥 기슭의 심한 일교차 덕분에 당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 백년설이 녹아내린 물로 인해 미네랄이 풍부하다. 진한 루비색에 말린 자두, 블랙체리, 향신료, 제비꽃, 카시스, 초콜릿, 훈제 향이 난다. 고지대에서 자란 포도라 풀보디 하지만,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타닌이 부드러운 데다 경쾌한 느낌마저 준다. 

말벡 와인은 특히 한국 음식과의 조화가 뛰어나다. 불고기, 고추장 양념 돼지 요리, 쇠고기 갈비살 구이 등과 어울린다. 가격은 등급별로 2만5000~20만원 정도.

3. [머니투데이][우보세]초등 수학에 머리 긁적이는 학부모

요즘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보다 힘든게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수학공부를 도와주는 일이다. 우리 때만 해도 그 나이 때 덧셈, 뺄셈과 같은 연산이 고작이었는데, 요새 초등학생 수학은 "초등학생이 이런 문제를 풀수 있어"라고 할 만큼 난해하다.
비단 기자 뿐 아니라 주변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들로부터 자녀의 수학 공부를 돕다가 쩔쩔맸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럴만도 한것이, 현재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은 국어와 수학을 합쳐 놓은 듯한, 이른바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과거 연산 수학에 익숙한 부모들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하다. 

현재 초등학생들이 스토리텔링 수학을 접하게 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2009 교육 개정 과정'을 발표하면서 초중고 교육 시스템이 180도 달라지게 되는데, 이때 수학이 가장 큰 폭으로 변경됐다. 

개정된 교육 과정의 핵심은 학생들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데 목적을 두고있다. 이는 한국 학생들이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핀란드와 함께 최상위권에 포함되며 수학교육 강국으로 꼽혔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 등 정성평가에선 최하위권에 맴돌자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교육 개정 과정을 통해 수학을 단순 계산 방식이 아닌 개념과 원리를 알고 학습동기 및 흥미를 유발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스토리텔링 수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수학이 탄생하게 됐다. 

대략 스토리텔링 수학 문제 형식은 '영희가 빨간사과 1개를 가지고 있고 철수가 청사과 1개를 가지고 있는데 영희와 철수가 가지고 있는 사과는 모두 몇개 일까'의 서술형 방식을 띠고 있다. 기존에 식을 암기해 정답만 맞추면 수학 천재가 됐던 것과 달리, 스토리텔링 수학은 계산을 넘어 문제를 이해하고 응용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창의력 수학을 근간으로 한 스토리텔링 수학은 원래 취지와 다르게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갑작스런 수학교육의 변화는 부모들을 불안케 하면서 구태의연한 조기교육, 사교육 확산을 가져왔다. 부모도 모르는 수학을 아이가 배우면서 감당이 되지않자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학원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던 출판·교육업체들도 이때가 기회다 싶어 '창의력 수학', '논술형 수학', '서술형 수학', '스토리텔링 수학' 등 각종 학습지 및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부모들이 집에서 공부를 도와주면서 스토리텔링 수학마저 암기 방식을 요구해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기는 커녕 오히려 수학을 어려워하고 멀리 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교육환경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대간 너무나 다른 교육을 받은 탓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한간에선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학원을 다녀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스토리텔링 수학의 탄생 목적이기도 한 '재밌는 수학, 창의적인 수학'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 다시한번 초심을 되돌아 볼 때가 아닐까.

4. [중앙일보][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전통이 재미있으면 하지 말래도 한다

요즘 서울 광화문과 삼청동 일대에 나가보면 색색의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사진). 지난해에는 두세 명 그룹의 10~2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에는 남녀 커플이나 가족도 종종 눈에 띈다. 이렇게 한복 입은 사람들을 보면 고궁의 담장도 살아 숨 쉬는 느낌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걸까? 몇 년 전만 해도 명절 아닌 날에 길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결혼식의 부인 하객밖에 없었는데. 한 가지 원인으로 짐작되는 것은 사진 기반 소셜미디어의 인기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검색해 보니 지난 연휴를 기점으로 #한복이 약 39만6000건, #한복스타그램이 약 4만2000건, #한복체험이 약 2만 건에 이른다.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그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된 것이다. 그와 함께 한복대여 업체도 부쩍 늘었다.

지난달, 내가 소속된 영어신문에 관련 기사를 싣기 위해 후배 기자에게 취재를 하도록 했다. 한복 체험자들에게 “왜” 하는지 꼭 물어보라고 했다. 후배는 취재를 마치고 말했다. “SNS에 다른 사람들이 한복체험 사진 올린 걸 보니 예쁘고 재미있어 보여서라는 대답이 많았어요. ‘재미’가 압도적 이유였어요.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고 알리기 위해’라는 대답은 의외로 없더라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염려하며 한복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반짝 유행으로 그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재미’를 위한 한복체험이기에 한복 문화 확산에서 강력하게 효과적이며 지속적일 수 있다. 그 재미가 한복 탐구로 이어질 일이 과연 없을까? 외국인이 거리의 한복 남녀를 보며 한국 문화에 더 흥미를 가질 일이 과연 없을까?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1938년 저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에서 놀이야말로 인류 문화의 기원이고 원동력이며 그 놀이의 본질은 재미라고 했다. 90년대부터 “한복의 일상화로 민족의 혼과 정신을 찾고자” 정부가 지정한 ‘한복 입는 날’은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에 2011년 시작된 민간단체 ‘한복놀이단’의 플래시몹과 2012년 시작된 전주 한옥마을의 ‘한복데이’ 축제는 점차 호응을 받았고, 마침내 사진 기반 SNS를 타고 서울 중심부에 한복 남녀의 폭발적인 출현을 낳았다.

한복체험 인기를 심도 있는 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물론 정부와 전문가의 역할도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우리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5. [동아일보][박윤석의 시간여행]정부없던 시절, 어린이날과 어버이대회

1925년 5월 1일. 그날은 노동절이자 어린이날이었다. 일체의 사회운동을 강력 단속하는 치안유지법이 막 공포된 살벌한 시절이어서 노동자들의 가두 행진은 없었다. 다만 어린이들의 행렬이 그를 대신했다. 광복 이후 5월 5일로 변경되기 전까지 어린이날은 한동안 5월 1일이었다. 

이날 하루를 ‘어린이 데이’로 선언한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성대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60만 장의 전단과 1만여 장의 포스터가 전국에 뿌려졌고 200여 단체의 20만 회원이 참가했다. 동아일보는 어린이날 특별 호외를 발간하여 그 행사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주최 측을 대표하여 소파 방정환은 “이날은 메이데이이자 어린이날인 까닭에 서로 뒤섞이는 폐가 없지 아니합니다만 메이데이는 메이데이이고 어린이날은 어린이날”이라고 선언했다(동아일보 1925년 4월 30일자).

3주년 맞이 어린이날 기념 놀이가 식전행사로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었다. 서울 북촌 일대에 폭죽이 터지는 것을 신호로 여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가슴에 어여쁜 꽃을 꽂고 소년소녀 어린이들을 인도하여 길거리를 돌며 오색 전단을 가두에 살포했다. 종이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우리가 잘 살아날 도리는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습니다.’ ‘희망을 살리자, 어린이를 위하자.’(동아일보 1925년 5월 1일자) 

오후 3시부터 경운동 천도교회당 넓은 뜰에서 어린이날 축하식이 열렸다. 그곳은 어린이운동의 창도자인 방정환의 활동 거점이었다. 월간 아동잡지 ‘어린이’도 거기서 발행되고 있었다. 운집한 어린이들은 ‘소년운동 만세’를 세 번 연창하고서 저마다 손에 쥔 고무풍선 5000여 개를 일제히 공중에 날려 보냈다. 

풍선마다 주인 되는 어린이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 풍선을 주워 닷새 안에 천도교당 내에 위치한 ‘소년운동협회’로 가져오는 이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준다고 했다. 그중 가장 먼 곳까지 날아간 풍선을 가져온 어린이 10등까지 시상토록 했다. 

이어 오후 4시부터 열다섯 팀으로 나뉜 어린이 행진대가 저마다 네 줄로 행렬을 지어 다양한 구호가 적힌 깃발을 높이 들고 천도교당을 나섰다. 소년소녀들은 노래를 부르며 안국동을 거쳐 종로로 진출해 비각 앞을 돌아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 황금정으로 해서 동대문과 창덕궁 등 서울 중심 각 방면을 누빈 뒤 다시 천도교당으로 돌아왔다.

가두 행진은 끝났지만 행사가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천도교당과 종로 YMCA에서 동시에 축하오락회가 열려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시내 어린이들이 연합하여 준비한 동화극 가극 같은 공연을 선보였다. 

오락거리가 드문 시절에 5월 1일 하루 종일 진행된 ‘어린이 대회’는 그렇게 끝나고 다음 날에는 ‘어머니 대회’가 열렸다. 유익하고 재미난 교양 강연을 비롯한 경축행사가 오후 2시부터 벌어졌다. 어머니 대회가 끝나고 밤에는 같은 장소에서 8시부터 ‘아버지 대회’가 이어졌다. 연극과 무용, 음악 공연이 펼쳐졌다. 어버이날이 없던 시절이었다. 어른들의 두 행사는 입장료 10전씩을 받았다. 그 수익금은 3일째 날 오전 11시부터 속개된 ‘직업소년 위안 야유회’에 경비로 쓰였다. 

3일간의 이 모든 일정은 정부 없는 나라에서 어린이의 미래를 위해 민간 차원에서 벌어진 행사였다. ‘새 조선의 일꾼은 어린이!’ ‘잘 살려면 어린이를 위하라!’ 그러한 구호가 머리 제목을 장식한 동아일보 호외에는 방정환의 특별기고가 실렸다. 소년운동협회 대표 자격으로.

“예전 스파르타 사람들이 이웃나라와 싸워 패전하였다. 전승국에서 ‘너희 나라 어린 사람 100명을 우리나라로 보내라’고 하자 ‘우리가 모두 죽을망정 어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보낼 수 없다. 차라리 어린이 대신 우리 큰 사람 100명이 가겠다’고 하고 적국의 노예로 자진해 갔다.”

방정환은 그 심정을 이렇게 유추했다. ‘지금은 너희에게 졌을망정 우리 어린이대에도 질 줄 아느냐. 우리가 종이 될망정 우리 어린이를 남에게 맡기는 것은 우리의 장래까지 빼앗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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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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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4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다시 어린이날을 앞두고 마음은 썩 흔쾌하지가 않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연달아 일어난 어린이 가혹행위 사건들을 떠올리기가 부끄럽다. 부끄러운 차원을 넘어 한없이 슬프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자기 집안에서조차 굶주리고 매를 맞거나 심지어 부모의 손에 목숨을 잃은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죽하면 학대를 견디다 못해 맨발로 도망나오기까지 했을까.

정부가 어린이날을 제정해 기리는 것은 장차 어른들을 대신해 나라의 주인이 될 우리 아이들을 올바로 키우자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아이들에게 우리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씩씩하고 슬기롭게 자라나지 못한다면 나라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웃음이 넘치기를 바란다면 아이들부터 구김살 없이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각자 느끼는 행복지수로 따진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최하위라고 한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보고서에 나타난 결과다. 더욱이 어린이와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었을 만큼 중증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저마다 학교 공부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처지이니만큼 일상생활에서 여유와 기쁨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가끔씩 쉴 틈이 생긴다고 해도 부모들과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텔레비전의 자극적인 오락 프로그램이나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 십상이다. 우리 아이들의 정서가 갈수록 충동적으로 변해가는 가장 큰 요인이다. 결손가정이나 빈곤가정 아이들에 대한 보살핌의 손길도 미흡하다. 결국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어린이날이라고 장난감을 사 주거나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면서 자기만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노래의 진정한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아니, 오월만이 아니라 사시사철 어린이날로 지켜져야만 한다.

2. 부실채원 30조원, 응분의 책임 물어야

조선과 해운의 불황으로 은행권이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총 30조원으로 1년 전보다 24%나 늘어났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14조 7000억원)에 비해서는 2배로, 외환위기 와중인 2000년(42조 1000억원) 이후 16년 만의 최대 규모다.

부실대출 급증은 조선과 해운이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빚 못 갚는 대기업이 부쩍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은 각각 50조 5000억원, 44조 6000억원이 늘었는데도 부실채권은 오히려 감소한 반면 대기업은 부실채권 증가액(7조 3300억원)이 전체 대출 증가액(7조 2800억원)을 웃돌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화 논란이 불거진 것도 그래서다. 이들 국책은행이 조선과 해운에 물린 돈이 무려 21조원으로 전체 은행권 부실대출의 70%를 넘는다. 지난해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나 4조원 넘게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 한 곳만 해도 13조원에 이른다.

주력 산업의 젖줄 구실을 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화로 행여 금융 경색이 빚어지면 큰일이다. 이들 두 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발 벗고 나서도록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려는 정부 입장에도 일리는 있다. 다만 부실기업과 은행을 살리려고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는 일이 번번이 되풀이된다는 게 문제다.

이번에도 두루뭉수리로 넘어가선 절대 안 되는 이유다. 중소기업이나 가계에 자금을 빌려줄 때는 꼬치꼬치 따지는 은행이 대기업에 대해 사전심사는 물론 사후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손충당금도 쌓지 않다가 부실대출을 양산했다면 응분의 문책이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보수와 근무조건을 당연시하면서 문제만 생기면 덜컥 국민에게 손부터 내미는 못된 버르장머리를 차제에 손보자는 얘기다.

기업주와 노조도 예외일 수 없다. 기업주는 잘못의 정도에 따라 책임을 묻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 일선에서 완전 배제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노조도 자기 몫 챙기기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합당한 고통 분담으로 기업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국민들에게만 피해를 전가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서울신문]

3. '정운호 구명 로비'수사를 특검이 맡아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은 법조 비리 수준을 넘어섰다. 정 대표의 감형 또는 석방을 둘러싼 로비에 법원과 검찰, 경찰, 변호사, 브로커까지 직간접적으로 얽히고설킨 새로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등장인물이 고위직 전·현직 판사와 검사인데다 재벌인 정 대표를 중심으로 오가는 돈도 수십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에서처럼 권력과 돈에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마저 휘둘리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그제 이례적으로 현직 판검사 10여명을 한꺼번에 고발함과 동시에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 필요성을 제안한 것도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과 서울지하철 내 매장 확장 등을 위한 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나 다름없다.

변협은 정운호 사건에 대해 전관예우를 이용한 총체적 부패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변협의 고발장에는 2014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내사를 받던 정 대표를 무혐의 처분한 당시 검사, 지난 4월 선고된 항소심에서 1심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한 항소심 공판 검사, 정 대표의 브로커와 만난 항소심 재판장, 검사들에게 청탁한 의혹을 사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 수임료로 20억원을 받은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전방위 로비에 동원된 관계자들이 총망라된 것이다. 심지어 2014년 정 대표를 수사했던 경찰이 정 대표에게 100억원대의 투자를 제의했던 주장도 나왔다. 항소심 재판장은 비위 사실이 없다면서도 사의를 표명했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구명 로비에 관련된 5~6명을 출국금지하고, 정 대표를 조사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관건은 검찰이 전·현직 법조인들이 관여된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느냐는데 있다. 수사는 광범위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변협이 특검을 제안하고, 정치권이 특검을 거론하는 이유다. 특검은 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과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공정성을 들어 국회와 법무부장관이 각각 발의할 수 있다. 검찰총장은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법 신뢰와 함께 수사의 엄정성을 담보하는 민감한 사건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한계가 불가피하다면 애초부터 특검에 맡기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는 게 마땅하다.

4. 서울시와 자치구 상생 방향 제시한 영동대로 개발

사사건건 대립하던 서울시와 강남구가 영동대로 지하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계획 발표를 계기로 상생의 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는 어제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9호선 봉은사역까지 600m 구간 영동대로 지하에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5개 철도 노선이 지나는 광역복합환승센터를 만드는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신용목 서울시 교통본부장은 “통합 역사가 완공되면 하루 철도 이용객이 서울역의 35만명보다 많은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의 이 같은 구상에 신연희 강남 구청장은 직접 시청 기자실을 찾아 “영동대로 개발이 신속히 진행된 데 대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시와 강남구가 대립한 것에 비하면 크게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현대자동차가 한전부지를 매입하면서 조성된 조단위의 공공 기여금 사용처를 놓고 갈등을 보였다. 시가 공공 기여금을 영동대로 개발과 함께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하자 강남구는 강남에서 걷힌 돈은 강남에서 써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 간 대립으로 현대자동차가 추진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강남구청을 설득했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2011년부터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울시가 환지방식을 포기하고 구청이 요구하는 현금 수용방식으로 전환,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주민 공람공고를 거치는 등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강남구가 완전히 화해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구석들이 많다. 서울시가 학여울역 인근 세텍 부지에 시민청 건립계획을 밝히자 강남구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시가 발표한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을 위해서는 KTX노선 연장 등 정부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정부의 협조 없이는 반쪽짜리 청사진에 불과하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국토부의 협조를 얻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결국 이 사업은 정부와 서울시, 강남구가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 단체장의 이념과 소속정당이 다르더라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목표는 하나일 것이다. 앙금이 있더라도 대립보다는 상생을 해야 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살리는 ‘ 협치의 행정’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게 시민을 위한 길이다.

5. 구조조정에 적극적 역할하기로 한은

한국은행이 조선·해운 업계 구조조정에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매우 중요한 과제인 만큼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구조조정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정부의 입장과 맥이 닿는다. 국책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채권으로 허덕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선 특정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을 도와주겠다는 의미다. 국민의 관점에서 본다면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위한 증세나 다름없다. 현재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해운업종의 부채만 78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한은을 통한 산업·수출입 은행의 자본확충에 매달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도 있다. 국책은행 부실에 대해 감독의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로서 부실을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인 것이다.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한은에 책임을 지우고 정부가 뒤로 빠지려고 한다면 구조조정 자체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의 주체인 정부 대신 한은이 전면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의 근본 시스템을 왜곡시킬 우려도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을 통해 구조조정의 재원 마련에 반대하는 것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책임론이나 정부의 재정 건전성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꼼수가 아니기를 바란다. 정부가 신속한 구조조정을 이유로 국회의 동의 대신 금융통화위원회의 동의를 거쳐 한은 특별융자를 재원으로 마련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손쉬운 방법으로 구조 조정을 했다고 실패했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당시의 상황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사즉생의 각오 없이는 결국 책임 회피성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은의 ‘적극적 역할론’은 중앙은행으로서 국가 경제 회생이 걸린 구조조정에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의한다. 우리의 주력 수출 업종인 조선·해운 업종이 위기에 처해 있고 대량으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판국에 모두가 힘을 합쳐 국가적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구조조정의 재원 마련을 놓고 정부와 한은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스스로 변화의 모습 없는 구조조정 자체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공산도 크다.

오늘 기획재정부와 한은, 금융위원회가 참여하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회의’가 열린다. 여기서 앞으로 구조조정 자금 조달 규모 등의 윤곽이 잡힐 것이지만 앞으로 갈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혈세를 토대로 진행되는 만큼 향후 엄격하고 면밀한 모니터링 등 감시 활동도 게을리할 수 없다.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경제적 파문과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조정에 임할 것을 거듭 당부한다.

[동아일보]

6. '교육부 폐지론'에 박수치는 현실 교육부만 모른다

교육부가 어제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을 발표했다. 이 대학들이 정원을 조정하면 당장 내년에 공학계 4429명이 늘어나는 대신 인문·사회·자연·예체능계는 그만큼 줄어든다. 총 75개 대학이 지원해 3 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대학은 3년간 총 60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나눠 받게 됐다. 

취업 수요가 많은 공학계 정원은 늘리고 다른 곳의 정원을 줄이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방향은 맞다. 하지만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일부 대학은 비리 전력이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한 대학 총장은 “(사업 진행이) 투명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몇몇 사립대는 총장이 교육부에 미운털이 박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신세라고 했다.

2012년 이후 정부의 등록금 동결 드라이브 때문에 돈줄이 마른 대학들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두뇌한국(BK)21플러스,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LINC) 같은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정 과정에 로비가 횡행한다는 불만도 높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말을 안 듣는 대학에는 보복성 감사까지 하며 ‘갑질’을 하는 판이니 대학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다. 교육부 장차관이나 고위공무원 출신들을 총장으로 영입해 방패막이로 이용하려는 대학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최근 “교육부를 아예 없애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가 뜻밖에 박수를 받았다. 안 대표는 사석에서 한 말이고 왜곡된 보도라고 해명했지만 교육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어느 선진국에 한국 교육부처럼 대학 위에 군림하는 교육 부처가 있는가. 학과 명칭 변경까지 시시콜콜 간섭받는 대학들이 교육부 폐지론에 내심 가장 크게 공감한다는 사실을 교육 관료들은 직시해야 한다.

[매일경제]

7. 美대통령 당선 가능성 높아진 트럼프에 대비해야

극단적인 공약과 막말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지난 2일 밝힌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1%의 지지율을 기록해 39%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2%포인트 앞섰다. 본선 맞대결 구도를 전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11%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점점 줄다가 드디어 역전된 것이다. 공화당 주류 진영은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결선투표 형식의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트럼프를 낙마시킬 계획이었지만 이번 여론조사로 명분을 잃게 됐다.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펜실베이니아와 코네티컷 등 동북부 5개주 경선에서도 2위 테드 크루즈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며 공화당 대선주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국의 외교·안보에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외교 정책 연설에서 그는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동맹국들이 적정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한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하며 방위비 부담을 압박해왔다. 그의 공약이 실행된다면 기존 한·미동맹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는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도 대결 구도를 조성하고 있어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 내에 트럼프 측과 소통할 인맥이나 대응 수단이 빈약해 걱정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전략을 짜는 인사는 물론 비공식 라인도 적극 발굴해 언제라도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도 막상 대통령이 되면 후보 시절 쏟아냈던 극단적 공약을 그대로 실행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 해도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 등 외교·안보에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미리 대비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매일신문]

8. 봄철 폭발성 저기압, 철저하게 대비해야

주도에는 2, 3일 폭우를 동반한 강한 태풍이 몰아쳐 비행기 이착륙이 중단됐다. 수많은 관광객과 주민의 발길이 묶이고 농작물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은 이례적으로 전국에 강풍 예비특보를 내렸다. 이번 제주 강풍은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0~30m에 이르렀다. 통상적으로 최대 풍속이 초속 33m 이상인 태풍에 버금가는 까닭에 태풍급 강풍으로 불린다. ‘폭발성 저기압’에 따른 비바람이 원인이다. 반갑지 않은 기상이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태풍급 강풍이 잦아 섣불리 볼 수 없어 근심거리다.

태풍급 강풍은 지난달에도 한반도를 급습했다. 지난 4월 16, 17일 전국을 강타한 태풍급 강풍으로 대구경북에서는 1천700건이 넘는 각종 시설물이 파손됐다. 경북에 휘몰아친 순간 최대 풍속인 초속 21~33.7m 바람에 포항의 한 골프연습장의 철골구조물이 무너져 철길을 덮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령과 성주에서는 1천500동의 비닐하우스가 부서지거나 날아가는 등 큰 피해를 냈다. 제주 역시 항공기 운항 중단은 물론 선박 파손 등 많은 피해를 기록했다.

이처럼 4, 5월 봄철 들어 잇따른 폭발성 저기압에 따른 태풍급 강풍 발생과 피해는 여름철 태풍 못지않은 경계 대상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폭발성 저기압은 기상학적으로 하루(24시간) 동안 중심기압이 24헥토파스칼(h㎩`기압 단위) 이상 떨어지는 저기압으로 폭발력을 가진다. 그 폭발성 저기압은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잘 발생하는데 한반도는 3~5월 봄철과 10~12월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 영향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로 요즘이다. 

따라서 다른 곳보다 대구경북으로서는 더욱 남다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구는 지금까지 태풍을 비롯한 각종 자연재해 피해로부터 벗어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곳이고, 경북은 농작물 시설물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순간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대구 도심의 각종 간판과 시설물의 관리와 정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경북지역은 비닐하우스 등 농작물 시설물의 피해와 복구에 따른 손실, 농작물 피해까지 겹쳐 2, 3중 고통이다. 반갑잖은 봄철 태풍급 강풍 대비에 소홀할 수 없다.

9. 공무원 비위 처벌 기준은 사회 통념이 아닌 청렴

대법원이 50만원 상품권을 비롯해 66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가 강등된 한 공무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징계를 취소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크다고 볼 수 없는’ 금품을 ‘마지못해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을 강등한 것은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를 넘어선다’는 이유에서다. “징계가 가혹하고 사회 통념상 타당성도 없다”며 서울시의 부패 근절 의지에 재갈을 물렸다.

공무원이 업무와 상관없는 금품을 받더라도 중징계하는 이른바 ‘박원순법’을 시행하는 서울시의 반발은 당연해 보인다. 이 공무원은 박 시장이 부패 근절을 위해 만든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인 박원순법의 첫 적용 대상이었다. 이 공무원은 한 건설업체로부터 10만원 상품권 5장을 받았고, 한 유통업체로부터 12만원 상당의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을 받았다가 국무총리실에 적발됐다. 

액수를 떠나 부패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박원순법의 도입 취지다. 이 규정이 시민과 직원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민의의 소재를 보여준다. 서울시가 도입 1년을 맞아 서울시 직원 1천620명과 시민 1천 명을 상대로 설문을 한 결과 직원의 93%, 시민의 5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직원 대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서울시는 박원순법 도입 전후 1년간 금품수수와 성범죄 등 공무원 비위가 73건에서 50건으로 32%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건 것은 민심을 한참 잘못 읽은 것이다. 서울시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박원순법을 수정 없이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이 차라리 돋보인다.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눈높이는 법원이 아닌 박원순법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는 OECD 35개국 가운데 27위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의 평균치만 돼도 경제성장률이 0.65% 높아질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없다. 법원이 부패에 대한 단죄를 요구하는 ‘사회 통념’에 맞출 때다.

[경향신문]

10. 청소년 행복을 좌우하는 가족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한국 청소년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청소년들 가운데 가장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는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보고서는 한국 가족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이 연구소 염유식 교수팀이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82점으로 OECD 회원국 22곳 중 가장 낮았다. 주관적 행복지수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정도를 OECD 평균(100점)과 비교해 점수화한 것이다. 

한국 청소년들의 불행감은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조사에서는 2009년 첫 조사 이후 내리 6차례 꼴찌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꼴찌를 면하는가 했더니 올해 다시 추락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공부와 무한경쟁의 교육체제 아래서 신음하는 청소년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청소년은 병든 사회에서 행복할 수 없고, 청소년이 불행한 나라의 미래 역시 밝을 수 없다. 가정과 학교는 청소년들이 꿈과 행복을 키우는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는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청소년들이 성적이나 경제 수준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점이다. 성적이 똑같은 중간 수준이더라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으면 75.6%가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아버지와의 관계가 나빠지면 만족도가 47.7%로 떨어졌다. 이런 경향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났다. 경제수준의 높낮이도 부모와의 관계만큼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가정과 사회가 청소년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단초라고 할 수 있다. 부모의 인식전환과 실천이 중요하다. 청소년 자녀를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녀를 부모의 기대와 자존심을 실현해주는 존재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된다. 돈을 벌기 위해 가정을 소홀히 하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자녀를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자녀의 현재는 물론 미래도 불행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래가 아니라 지금 자녀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붕괴되는 가정을 애정과 신뢰의 공동체로 바꿔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우보세]뉴스를 정의할 수 없는 시대

매일 새벽 집으로 배달되는 종이신문과 밤 9시 땡하면 시작하는 TV 뉴스방송이 '뉴스'의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의 휴대폰을 켜고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이나 SNS로 공유해준 기사들을 읽는다. 종이신문과 TV 뉴스방송만 뉴스라고 정의할 수 없는 시대다.

지난달 22일 전북대에서 열린 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김위근·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이 발표한 '언론인과 이용자간 뉴스, 뉴스미디어에 대한 인식'이란 설문조사는 이런 생각에 확신을 심어준다. '포털이 뉴스미디어인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경우가 언론인은 30%였지만 일반인은 68.4%인 것. 포털뿐 아니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 SNS가 뉴스미디어라고 답한 언론인은 6.5%에 불과한 데 반해 일반인은 12.1%가 뉴스미디어라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용 영역에선 무엇이 뉴스고 무엇이 뉴스미디어인지를 구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중요치 않다. 그럼에도 뉴스를 생산하는 영역에서는 이를 금과옥조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뉴스의 존재이유인 '이용자'가 포털과 SNS가 뉴스라는데도 '생산자'인 언론인들은 아니라고 부정한다. 아니 부정하고 싶을 게다. 전에야 언론의 진입장벽이 높았지만 IT기업들이 플랫폼 파워가 생긴 뒤부턴 얘기가 달라졌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광고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네이버는 해외 매출과 모바일 광고 매출에 힘입어 6727억원의 광고매출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상파3사 광고비를 다 합쳐도 네이버의 절반밖에 안된다. 페이스북, 구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페이스북과 구글은 미국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의 64%를 가져갔다. 이용자들이 모바일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광고시장의 중심축이 전통매체에서 자연스레 온라인·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다.

원인부터 짚어보자. 기성매체보다 빠르고, 트렌디하고, 기사를 다량 생산해내는 온라인 매체들이 플랫폼 파워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포털 블로그나 SNS에선 기자보다 더 나은 필력을 자랑하는 글쟁이들도 넘쳐난다. 이용자들이 기존 언론을 통해 콘텐츠를 봐야 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성을 가진 수많은 각 분야 고수가 경쟁자로 등장했으니 기자들은 더욱 더 치밀한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해야 한다. 전문성이 핵심인 '퀄리티 저널리즘'이 절실한 이유다. IT기업은 스낵커블 콘텐츠(Snackable Content) 유통과 제작에 강하지만 아직 '퀄리티 저널리즘'에는 발을 들이지 못한 상태다.

'정보+광고'를 제공하는 네이티브 광고, 따로 팀을 꾸려 종합적인 홍보컨설팅에 나서는 브랜드 마케팅 등 새로운 광고 수익원도 필요하다.

버즈피드 창업자 조나 페레티는 "대다수 독자들은 자신의 시선을 끄는 것에 반응할 뿐이지 저널리즘 여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냉혹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과 포털이 각자도생을 넘어 상생하는 길이 아닐까.

2. [중앙일보][The New York Times] 가수 프린스의 ‘성스러운 욕망’

지난달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팝스타 프린스를 위한 음반을 만든다면 타이틀곡은 그의 노래 ‘어도어(Adore·열애)’가 될 것이다. ‘어도어’에는 프린스라는 인간과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2개의 열쇠가 녹아 있다. 섹슈얼리티와 종교적 가치관이 그것이다. 곡의 2절을 들으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면/ 오직 소리만이 들려/ 하늘의 천사가 울고 있어/ 기쁨의 눈물이 우리 위로 떨어져/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걸 천사도 아는 거야.” 노래에 등장하는 남녀는 하늘에서 천사의 눈물이 비처럼 흩날리는 가운데 성관계를 맺는다. 천사는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에 감탄한 나머지 눈물을 흘린 것이다.

프린스의 노래에선 이처럼 에로스와 신성함이 뒤얽힌다. 서구 문명을 지배해온 기독교 전통에 따르자면 섹슈얼리티와 영성은 칼처럼 분리돼야 한다. 그러나 프린스의 세계관에서 둘은 하나다. 그의 눈에 섹스는 영적인 삶의 일부다. 그가 숭배하는 신은 인간이 열정적이고 의미 있는 섹스를 하길 원한다.

프린스의 매니저로 일했던 앨런 리즈는 이렇게 말했다. “프린스에게 신의 사랑과 인간의 성적 충동은 하나였고, 동일한 개념이었다. 둘 다 우리 마음속 동일한 뿌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신이 이런 충동을 우리 안에 심었기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 건 절대 잘못이 아니었다. 충동은 신성하다.”

프린스의 노래라면 짜릿할 만큼 에로틱하다고 여기는 이가 많다. 그러나 프린스가 음악을 통해 얼마나 열심히 기독교적 세계관을 설파했는지는 잘 모른다. 프린스에게 돈과 명성을 안겨준 히트곡 상당수가 깊은 영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1981년 발매된 앨범 ‘컨트로버시’의 타이틀곡엔 주기도문이 들어가 있다. 또 다른 히트곡 ‘1999’는 심판의 날을 이야기한다. 그의 최고 히트 앨범인 ‘퍼플 레인’의 첫 곡도 마찬가지다. 프린스는 단상으로 올라가 설교를 시작한다. 인기 팝송을 틀어주는 라디오에서 방송된 노래 가운데 이렇게 멋진 설교를 들려주는 걸작은 없다.

‘퍼플 레인’ 앨범에는 프린스를 예수로 상정하고 기독교적 메시지를 녹인 노래가 2곡 더 있다.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IWould Die 4 U)’에서 프린스는 예수가 인류에게 약속한 구원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한다. 이어 “나는 너의 메시아”라고 선언한다. 앨범 제목과 동명의 노래인 ‘퍼플 레인’에도 종교적 메시지가 들어 있다. 프린스는 고통스럽게 끝난 연인 관계에 빗대어 용서를 노래한다. 곡에 등장하는 ‘자주색 비(purple rain)’는 우리 모두를 용서하고 정화해주는 세례수다. 비가 자주색인 이유는 비를 내리는 사람이 프린스이기 때문이다. 그의 상징색이 자주색이다.

프린스의 노래를 듣다 보면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예수로 여겨주길 원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프린스는 일종의 ‘예수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프린스의 동료들에게도 전염됐다. 한번은 도쿄 공연 직전 폭우가 쏟아져 공연을 취소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때 팀원 중 누군가가 “프린스가 비를 멈춰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비가 멎었다는 것이다.

프린스의 노래 중 가장 선정적인 ‘달링 니키(Darling Nikki)’에도 종교적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끝부분을 거꾸로 연주하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이봐요, 잘 지내나요? 나도 잘 지냅니다. 주님이 곧 오실 거란 걸 알기 때문이죠.” 또 다른 노래 ‘결혼한 것처럼(Let’s Pretend Were Married)’은 뜨거운 유혹으로 시작한다. “실례합니다만, 당신의 입술이 필요해요. 방금 날 두고 떠난 여자를 잊도록 도와줘요.” 그러나 노래는 말미에선 천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그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며,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믿음에 대한 그의 집착은 너무나 집요해 섹스를 이야기할 때조차 그는 내세를 생각한다. 프린스는 가스펠 가수처럼 교회 성가대에서 찬송가를 부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속의 거리에서 그에게 열광하는 대중을 향해 영적인 메시지를 설파했다.

프린스의 방식은 이렇다. 먼저 우리에게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음담패설을 들려주고 자신의 섹스가 얼마나 끝내주는지 설명한다. 거기에 우리가 빨려 들어가면 그는 “내게 집중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 말할 차례”라며 본론을 꺼낸다.

이것은 허세도 마케팅도 아니다. 프린스는 일찍부터 자신에게 비범한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다”고 믿는 길을 택했다고 그의 친구들은 전한다. 프린스의 이 같은 생각은 예수 콤플렉스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에는 소명이 있으며 그건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근거도 됐다. 프린스가 보기에 토요일 밤의 향락과 일요일 아침의 예배는 구분될 필요 없이 하나였던 셈이다.

3. [한국일보]스타워즈데이 “May the Force be with You”

“먼 옛날 멀고 먼 은하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에 살던 제다이 기사들은 작별을 하거나 임무를 띠고 떠나는 동료에게 신의 가호(God Bless You)를 빌지 않고 “포스가 함께 하기를 May the Force Be With You” 빌었다. ‘포스’는 우주의 온갖 에너지 통칭하는 말. 제다이들은 그 우주 에너지를 변환해 특별한 능력- 염력과 힘, 속력, 예지력 등-을 발휘하는 이들이었다. 

과학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를 에너지의 체계로 파악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였다. 1874년 독일 생리학자 에른스트 브뤼케는 저서 <생리학 강의>에서 생명을 지닌 유기체란 하나의 역학계이며 물리학과 화학 법칙의 적용을 받는다는 급진적인 견해를 밝혔다.(그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주임교수였고 프로이트는 그의 저 개념을 인간 정신과 무의식을 설명하는 데 적용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조지 루카스는 돋보기가 빛을 모으듯 저 포스를 모아 쓸 수 있는 권능을 제다이들에게 부여했다. 그들에게 포스는 뽀빠이의 시금치이자 소화한 시금치로 발휘하는 힘이었고, 우주에 편재ㆍ편만한 물리ㆍ화학적 에너지가 곧 신이었다. 

May the Force”라는 저 기원의 말이 영어권의 언어유희(pun)로 ‘May the Fourth’로 바뀌어 매년 5월 4일이 ‘스타워즈의 날’이 됐다. 영화 공식 홈페이지는 영국 마거릿 대처 수상이 취임한 날짜가 1979년 5월 4일이었는데, 영국 보수당이 ‘런던 이브닝 뉴스’라는 신문에 축하 광고를 하며 “May the Fourth Be With You, Maggie. Congratulation”이란 문구를 처음 썼다고 소개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인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 1977년 5월 25일 개봉됐고, 나머지 시리즈도 대부분 5월에 발표됐고, 루카스의 생일도 5월(14일)이라고 한다.

저 날 스타워즈 팬들은 제다이의 영웅들을 떠올리며 서로의 포스를 기원하고, 영화사와 관련 업체들은 각종 이벤트와 함께 기념품을 할인 판매하기도 한다. 2012년 영화 판권을 사들인 월트디즈니사는 이듬해부터 공식 기념일로 제정, 디즈니랜드 등을 통해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4. [머니투데이][피플]"직장인이 공부하는 이유요? '소통'하기 위해서죠"

"제약사는 약을 만들고 유통은 도매상이 합니다. 의사는 처방을 하고 약값은 국가에서 부담합니다.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공존하는 국내 제약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구조입니다"

이원택 한미약품 마케팅 순환기팀 팀장은 시간을 쪼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국내 제약시장의 특수성을 언급했다. 이 팀장은 한미약품 사내 MBA 프로그램 'H-MBA' 수료자 가운데 국내 대학 정규 MBA과정까지 밟은 최초의 졸업생이다. 

지난 2월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제약사 마케팅팀은 조직 안팎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야 한다"며 "경영전략부터 인사조직, 재무까지 모두 배울 수 있는 MBA는 소통을 위한 최선의 통로였다"고 말했다. 

입사 10년차인 이 팀장은 7년 전, 한 다국적 제약사와 협업을 위한 회의에 참석했던 첫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외부 조직의 경영 환경과 관련 용어에 대한 이해가 없다보니 모든 것이 생소했다"며 "외부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릴 방법을 찾던 중 사내에 'H-MBA'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2012년 'H-MBA' 2기에 지원해 7개월 과정을 이수했다. 매일 퇴근 후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한 과정씩 소화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인사팀에 "대학원에 보내달라"고 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원에 지원하라"는 응답이 왔다. 대학원에서는 마케팅을 전공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오프 라인에 적용하는 마케팅을 공부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동료들과 마감시간을 공유해 학업에 쏟는 시간만큼 생기는 공백을 메꿔나갔다. 일을 밀도 있게 진행할 수 있었지만, 서로의 일정이 타이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팀장은 "회사 내부의 전폭적인 믿음과 신뢰가 없었다면 일과 학업 둘 중 하나는 소홀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마친 학업이 실무에 준 영향은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이 팀장은 "H-MBA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들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팀원들과 이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5. [서울신문][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지의 봄

유배지의 봄은 어떠했을까? 회색의 칙칙하고 우울한 풍경들이었을까? 그러나 예나 제나 한라산의 봄은 철쭉의 바다다. 영산홍 말고도 철쭉 품종은 백철쭉, 황철쭉, 아까도철쭉, 자산홍, 겹철쭉, 산철쭉, 홍철쭉, 만병초, 서감철쭉 등 다양하다. 왜철쭉이라고도 부르는 영산홍은 폭군이었던 연산군이 특히 좋아하여 1만여 그루를 심고 추위에 죽지 않도록 움막을 만들기도 했다. 유배인 김정희는 제주 안덕계곡에 핀 영산홍을 보고 “품격이 원래 보통 꽃과는 다르다”(品格元來自不同)고도 했다. 그런 영산홍이 유배지 제주의 봄을 장식했을 것이다.

제주 유배인 김정이 한때 금강산을 다녀오면서 구부러진 가지로 만든 철쭉 지팡이를 박수량에게 선물했다. 곧은 나무는 도끼에 찍혀 재목이 되지만 구부러진 것은 화를 면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에 박수량은 지팡이는 구부러졌어도 나무의 곧은 성품을 감추지 못하기 때문에 언젠가 도끼질을 당할 수 있다고 화답하여 화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성품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성품이 곧았던 김정은 기묘사화에 연루, 제주에 유배되어 1년 만에 사약을 먹고 죽는다.

그런가 하면 제주 들판에는 각종 나물들이 자랐을 것이다. 봄의 재미 중 하나가 봄나물을 먹는 것인데 그 가운데 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는 망우초가 있다. 담배와 원추리를 말하는데 유배인들은 원추리 나물무침을 먹으며 근심, 걱정을 달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래도 제주 봄나물의 으뜸은 고사리다. 김정의 ‘제주풍토록’에는 “산나물로는 삼백초와 고사리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봄비가 내려 백가지 곡식을 기름지게 하는 날이라는 곡우를 전후해 제주에는 고사리장마가 시작된다. 원래 이때는 햇차를 수확한다. 다산은 강진 유배생활 중에 “곡우에 어린 차를 따서 잎차 한 근을 만들고, 입하 전에 늦차를 따서 떡차 두 근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고사리를 꺾는다.

남해에서 유배생활하던 유의양은 하동에서 손님이 고사리와 홍합을 가지고 오자 고사리는 받고 홍합은 돌려보냈다. 손님의 집이 지리산 밑이라 홍합은 사온 것이 분명해서 받지 않고, 고사리는 동산에서 꺾은 것이니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사리를 꺾고 말리는 정성을 제대로 알았다면 고사리도 홍합도 마다했을 것이다. 고사리가 귀한 이유는 천 번은 허리를 숙여야 제법 나눠줄 만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사리는 기막힌 일을 당해 열이 뻗쳐오르는 것을 가라앉혀 주는 성질이 있다. 그래선지 유배인 정온은 고사리를 즐겨 먹었고 그 덕인지 울분을 달래며 제주 유배생활 10년을 잘 견뎌냈다. 인조반정으로 제주에서 풀려난 후 병자호란을 겪은 뒤 그의 은거지도 고사리를 캐는 집이라는 뜻의 채미헌(採薇軒)이었다.

제주 들판을 지나 민가로 내려오면 아마도 앵두꽃이 화사했을 것이다. 처갓집 세배 갈 때는 앵두꽃을 꺾어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늦게 가도 된다는 뜻이다. 장인, 장모는 다 이해하고 섭섭해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유배인들은 그런 앵두꽃을 보며 두고 온 부인과 처가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유배인들이 살던 집 둘레는 가시울타리로 둘러싼 살풍경이었다. 가시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유배인을 가두어 두던 일을 위리안치(圍籬安置)라 했다. 탱자나무가 주로 이용되었는데 제주에서는 ‘개탕쉬낭’이라 불렀다. 그런데 봄에는 이 개탕쉬낭에도 꽃이 만발한다. 유배인들이 가시울타리를 견딜 수 있었던 것도 필경 그 꽃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유배지의 봄은 무르익어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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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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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9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주먹구구 임시공휴일 지정 문제 없을까

정부가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소비 절벽’을 타개하려는 일종의 고육책이다. 작년에 광복절이 토요일과 겹치자 그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연휴를 사흘로 늘린 덕분에 1조 3100억원의 내수진작 효과가 발생한 전례도 없지 않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0.4%까지 추락한 터에 뭔들 해보고 싶지 않겠는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임시공휴일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55%)는 견해가 ‘그렇지 않다’(38%)는 의견을 크게 웃돌았다. 작년 광복절과 비교하면 한여름이 아니라 야외활동에 쾌적한 5월 초인데다 연휴도 하루가 긴 만큼 효과도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나랏일에는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국가장(葬)을 빼면 건국 이후 임시공휴일은 서울올림픽 개막일인 1988년 9월 17일과 한국이 4강에 오른 2002년 월드컵 당시 폐막 다음날인 7월 1일을 포함해 모두 3번이었고, 이번으로 4번째가 된다. 작년에는 광복 70주년이란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엔 ‘내수 진작’이 전부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경기가 안 좋으면 징검다리 휴일은 모두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텐가.

역효과도 따져 봐야 한다. 하루 더 쉬라면 다들 좋아할 것 같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종업원에겐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 줄 뿐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직원을 배려하지 않는 임시공휴일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46.4%나 나온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이번 임시공휴일에 쉬는 중소기업은 37%뿐이다.

더구나 5월 6일이 이삿날로 잡혔다면 은행이 쉬므로 잔금을 미리 준비해야 하고 휴일진료비로 30~50%를 더 내야 하는 등 뜻하지 않게 일정이 꼬이는 것도 불만거리다. 짧은 여행도 몇 달 전부터 계획하는 게 상식이거늘 불과 일주일 전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놓고 여행 떠나라고 등 떠미는 것도 문제다. 주먹구구식 임시공휴일 지정은 지양돼야 한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지정하거나 굳이 날짜를 못 박을 필요가 없는 어린이날 같은 공휴일은 미국처럼 주말 직전이나 직후에 붙여 상시적인 소비 진작을 겨냥하는 게 바람직하다.

2. 공무원들, 아직 박봉에 시달린다 할 텐가

올해 전체 공무원들의 평균연봉이 5892만원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가 관보를 통해 고시한 내용이다. 이 정도면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지난해 평균임금(6020만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공무원들의 평균임금 상승률(5.1%)도 일반 기업체보다 높은 편이었다. “공무원들이 박봉에 시달린다”는 상투어가 이제는 엄살로 바뀐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100만명에 이르는 중앙·지방공무원이 모두 고르게 받는 것은 아니다. 연봉이 2000만원 남짓에 그치는 하위직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지원이 이뤄짐으로써 공무원들이 과거와 달리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선망의 직장이 됐다는 얘기다. 9급직 경쟁률도 심한 경우에는 100대 1 안팎까지 이른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공무원들이 봉급을 많이 받는다고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만도 하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서민들이 앞다퉈 적금을 깨고, 마이너스 통장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에 비춰본다면 그다지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제는 기업 구조조정의 회오리까지 불어닥친 마당이다. 납세자들이 생활에 허덕이는 처지에 그 돈으로 나라 살림을 맡은 사람들이 더 여유롭게 지낸다는 지적을 단순한 시샘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 받는 공무원연금도 일반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기간에도 일반 기업체에 뒤지지 않는 연봉을 받을 뿐 아니라 퇴직한 다음에도 노후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연금 액수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는 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로 개혁작업이 주춤거리는 양상이다.

이제는 공무원 보수체계에 대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할 때가 됐다. 공무원들은 급여를 적게 받아야만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일반 근로자들보다 높아지는 추세만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근로자들보더 더 많은 연봉을 받겠다면 ‘공복’(公僕)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3. 대기업 연봉인상 여력 있으면 청년 고용 나서야 
정부가 연일 청년 일자리 창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제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근로소득 상위 10% 임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면서 “청년 고용 상황이 매우 심각해 정부는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동종 업종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은 자동차와 정유, 조선, 금융, 철강 등 5개 업종과 공공기관이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소득 근로자의 임금 인상 여력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정부가 그제 내놓은 ‘청년취업내일공제’ 방안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에는 11.8%로 소폭 하락했으나 이 역시 3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없을 정도다. 현재 우리 경제는 투자위축, 고용감소, 소비정체, 경제성장 둔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4%로 회원국 평균 1.7%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에 비해 고용률은 답보 상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고용률은 64~65% 수준으로 2008년 23위, 2013년에는 20위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 고용률은 2014년 기준 40.7%로 29위를 차지하는 등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년 고용률이 40%대인데도 실업률이 11.8%라는 것은 ‘공시족’ 등 취업 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경제계가 우선해 풀어야 할 숙제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총선 공약인 ‘청년고용할당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청년고용할당제는 현재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서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제도로 이를 300인 이상의 민간기업으로 한시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경제계는 시장경제 질서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소득 상위 10% 임직원의 임금인상 자제 권고는 경제계가 반대하는 야권의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움직임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가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정부의 방침을 제대로 이행만 해도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 정치권도 고용할당제 도입 주장에 앞서 제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산업 육성에 힘을 보태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것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4. 총선 책임 잊고 친박계 지금 당권 노릴 땐가
4·13 총선이 끝난 지도 보름이나 지났지만 새누리당의 새로운 출발이 없다. 당이 추슬러지기는커녕 계파 이해에 따른 갈등만 낳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당의 주류인 친박계가 있다. 더욱이 원내대표와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반성과 성찰과 함께 자중해야 할 친박 핵심 인사들이 일찌감치 출마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어제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 최고 실세인 최경환 의원의 만류도 뿌리쳤다. 자중지란이 따로 없다.

친박 진영은 자숙해야 마땅하다. 핵심 당직과 당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보여 준 또 하나의 오만이자 독선이다. 총선의 민심을 겸허히 받는 차원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는 게 옳다. 최 의원이 출마를 타진하던 홍문종 의원을 만나 출마를 포기시킨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출마 의사를 굳히지 않은 유 의원에 대해서는 “친박 단일 후보는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26일 워크숍에서 친박·비박이 갈라져 총선 패인과 책임 떠넘기기식의 뻔뻔한 태도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는 안하무인과 같다.

20대 국회 당선자 122명 가운데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80명가량이다. 막강한 힘이다. 당내 표심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친박 계파 문제와 관련해 “만든 적도 없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 “여당과 정부는 수레의 두 바퀴인데 내부에서 안 맞아서 계속 삐거덕거리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밝혔다. 친박과 거리를 두는 듯하면서 친박을 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는 발언이다. 그렇다고 명분 없이 친박 쪽이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다시 잡으려 한다면 민의와는 거꾸로 가는 총선 뒷수습이다.

친박계가 자성하고 물러서지 않는 한 비박계가 화합에 적극 나설 리 만무하다. 부딪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와 함께 정당의 기능도, 조직도 지리멸렬한 상태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 맞나 싶다. 새누리당은 계파를 초월해 당 정비에 힘을 보태 정책 비전 등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전력을 할 때다. 원내대표와 당대표 경선도 의원 개개인의 판단이 아닌 계파 대리전은 온당치 않다. 오만과 독선의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다. 친박계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5. 보완 앞둔 '김영란법' 헌재 결정 빠를 수록 좋다
정부가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음식물이나 선물, 경조사비 허용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농축수산·화훼·요식업 중앙회 등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이 경기 위축 등을 고려해 기존 공무원행동강령 기준(음식물·선물 3만원, 경조비 5만원)의 금액 상한을 올려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물가가 오른 현실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행동강령 기준을 그대로 김영란법 시행령에 적용할 경우 관련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이 같은 사람에게 한 번에 100만원, 1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부조 목적의 음식물과 선물, 경조사비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수개월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등 구체적인 금액 기준을 정하기 위한 시행령 제정을 준비해 왔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의 식비·경조비 등의 기준 완화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의 상향 조정 의견과 달리 학부모 단체 등에선 현행 공무원행동강령 수준을 유지해 달라는 의견이 있어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는 눈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언론사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를 많이 했다”고 말한 점에 비춰 시행령은 행동강령의 금액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선물 가격 상한선 등이 시행령에 들어가는 만큼 합리적 수준에서 하려고 연구하고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어떻게 하든 소비를 살려야 하는 뜻에서 금액 기준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다만 부패 척결을 염원하는 국민의 눈높이를 감안해 더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 비공직자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헌법소원이 청구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 시행일인 9월 28일 전에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 시행을 위해선 미리 시행령을 만들어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시행령은 물론 법까지 고쳐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헌재의 결정이 빠를수록 좋은 이유다.

[매일경제]

6. 가습기살균제 외에 유해제품 없는지 철저 점검해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다림질 보조제에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다림질 보조제 16종 중 5종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애경 '가습기 메이트'의 주성분인 CMIT MIT가 검출됐다. 환경부가 정한 안전기준 이내지만 애경 제품으로 인한 폐질환 사망자가 27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 성분의 사용을 중지하기로 했다. 

프린터용 잉크·토너 일부 제품에서도 발암물질인 납, 비소, 카드뮴이 검출됐고, 수영장 물 관리에 사용하는 살조제에 포함된 이산화염소도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제품의 안전관리가 이렇게 소홀해서야 화학물질이 사용된 제품을 안심하고 쓸 수 있겠는가.

이 같은 결과는 환경부가 지난해 1월부터 도입한 '위해우려제품 제도'로 인해 밝혀졌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제품이 많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무심코 사용하는 방향제, 탈취제, 핫팩, 에어컨 세정제, 에어컨 항균필터, 손세정제 등이 과연 안전한지에 대한 우려도 높다. 

정부가 일반 공산품은 산업통상자원부, 생활용품은 환경부,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도록 구획을 나눠놨지만 경계가 모호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제품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가습기 살균제였다. 물과 함께 공기 중에 뿜어 호흡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임에도 산업부에서 가습기를 청소하는 세정제로 허가를 받다 보니 사후관리가 부실해 참사를 부른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146명이 사망하는 어이없는 일이 터졌고, 문제가 불거진 지 5년 만에 검찰이 늑장 수사에 나선 데 대한 국민적 분노와 불안이 크다. 정부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화학물질을 사용한 생활용품과 일반 공산품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에 나서야 한다. 

환경부가 매년 2~3종 위해우려제품을 추가하는 제도는 시간이 오래 걸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온전히 막을 수 없는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제품이 관리 대상에서 누락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7. 승진 거부권 부여 요구 현대차 노조 지나치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자동 승진과 승진 거부권 부여'라는 기상천외한 요구 조건을 들고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7일 개최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임금 인상 요구안을 확정하면서 별도 요구안에 '일반·연구직 자동 승진제 확대 및 승진 거부권 부여' 조항을 넣었다. 

자동 승진제는 근무연한만 채우면 사원에서 대리로 자동 진급시키라는 것이고, 승진 거부권은 대리에서 중간 간부인 과장이 되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승진시키지 말라는 내용이다. 승진 거부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과장이 되면 연봉제 적용을 받는 데다 인사고과 압박과 고용 불안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적지 않은 조합원이 승진을 원하지 않고 있어 요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치에도 맞지 않고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발상이다.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자의 핵심 권한이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직원들을 능력에 따라 평가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의 요구는 이런 기본적 경영 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성과연봉제가 확대되는 추세를 거스르는 요구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경영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기업들은 직원의 업무 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탄력적 인력 운용 차원에서 성과연봉제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1분기 매출이 증가했지만 신흥국에서 고전하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5.5%나 감소했다. 성과연봉제 시행을 더욱 확대하면서 실적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든 마당에 노조가 연공서열식 자동 승진이나 인사권을 침해하는 승진 거부권 부여 같은 뜬금없는 요구를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최근에는 연공서열 방식을 고집했던 공공기관들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가 개인의 성과를 도외시하는 인사 시스템을 채택한다면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보고 시대착오적 요구를 즉시 철회하길 바란다.

[매일신문]

8. 규제 개혁, 많은 진전 있었지만 아직 갈길 멀다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27일 대구에서 열린 제5차 규제 개혁 현장점검회의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한 각종 규제에 대해 정부가 이른 시일 내 풀겠다고 약속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회의는 이런저런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다. 업체들은 규제 때문에 상품화하지 못한 기술이나 파급효과가 적지 않음에도 사장되는 사례 등 문제점에 대해 건의했고, 정부도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다짐을 내놓은 것이다. 

지역 중견기업 에스엘이 개발한 자동차 모니터 시스템은 규제에 발목 잡혀 시장 진입을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행 법규상 자동차에는 반드시 실외 후사경(사이드미러)을 달아야 한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후사경 없는 자동차를 시장에 낼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모니터 시스템이 후사경을 대신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지방 흡입 시술 때 나오는 폐(廢)지방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인공피부나 콜라겐 등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도 바뀐다. 폐지방처럼 단순 의료폐기물로 버려지면서 입는 손실액만도 무려 연간 20조원이다. 또 중복 규제로 인한 행정력 낭비 사례 등 빠른 개선이 요구되는 문제점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기업 입장에서 규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 사업 다각화나 생산을 막으면서 투자와 일자리를 막고 결국 산업 전체에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도 규제 완화를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가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허용하되 예외적인 금지를 두는 네거티브 규제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체감도는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꼭 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불필요한 규제는 빨리 없애야 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 도움이 되고 경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치열한 국제 기술 경쟁에서 규제 때문에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 그만큼 우리 기업에 손해다. 정부는 규제 문제가 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 완화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9. 대구시, 사회복지시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손 놓나

대구시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을 공무원의 96.1%까지 높이고 급여 체계를 통일하는 등 처우 개선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시에 따르면 대구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이 다른 시`도보다 낮고, 시설마다 임금이 다른 등 문제가 많아 임금도 올리고 그 체계도 단일화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사회복지 시설 업무는 고강도, 저임금의 대표적인 3D 업종으로 손꼽혔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요구가 많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대구시가 이들의 임금을 올리는 등 개선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개선에서 비정규직을 제외했다는 것이다. 현재 복지시설 종사자의 약 30%가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현재도 정규직과 엄청난 임금 불균형을 보인다. 대구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계약기간 1년 이상의 전일제 계약직 종사자의 평균 연봉은 1천911만원이다. 이는 정규직 2천827만원의 67%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정규직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업무를 맡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재계약 때의 불이익 등을 이유로 제 목소리를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복지 시설은 정부 규정에 따라 정규직 인원이 제한돼 있다. 반면 최근 몇 년 사이 복지 수요는 급증해 시설마다 많은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조직 구조가 이런데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갈라 정규직은 시가 보호하고, 비정규직은 시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내버려 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이번 대구시의 개선 체계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이는 조직 내 갈등을 더욱 키우게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는 정부 정책과도 일치하고, 일반 기업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도 높다. 대구시는 이번 개선 사업에 비정규직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시설 자율에 맡긴 비정규직 임금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이를 시설이 철저하게 지키도록 관리 감독해야 한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책임도 대구시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향신문]

10. 국정원·의원·언론, 탈북자 문제 인권 친화적으로 다뤄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그제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관련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당초 20명이 탈북하려고 했으나 그중 7명은 북한 가족을 걱정해 마지막에 빠졌다는 것이다. 북한의 소환 지시를 받은 지배인이 종업원들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한 뒤 한국행을 결행한 사실도 밝혔다. 이로써 집단탈북 사건의 의문이 일부 풀렸다. 그렇다고 해서 탈북자들과 북한 가족의 신변 안전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북한식당 종업원 7명이 막판에 탈북 대열에서 빠졌다는 것은 한때나마 탈북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북한 당국이 이들을 의심할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특히 탈북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난 지배인의 가족은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듯싶다.


이 원장은 국회 간담회의 비공개 원칙을 내세워 책임을 모면하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정원의 국회 간담회 내용은 특별하게 비밀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공개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 원장이 민감한 집단탈북 경위를 추가 공개한 것은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정원으로선 북한의 ‘유인납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 터이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무시하면 그만이다. 국정원 주변에서는 이 원장의 추가 내용 공개가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탈북 사실을 일찍 공개하는 바람에 남겨진 7명이 강제 북송돼 신변이 위험해졌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국가 기관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탈북자와 북한 가족의 안전을 내건 셈이다.

이 원장의 국회 발언은 탈북자를 대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입만 열면 북한 인권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탈북자들과 북한 가족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는 이중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원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이 원장의 발언을 무분별하게 공개한 국회의원이나 보도한 언론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인권 친화적으로 다뤄야 한다. 그들은 피를 나눈 동포이자 헌법상 국민이다. 비단 인류 보편의 인도주의 정신이 아니라도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시는 체제 우월성의 산 증거로 선거에 활용하려 해선 안된다. 누구도 그런 권리는 없다.

주요 신문칼럼


1. [뉴시스][리뷰] 시대의 혈맥 잇는 것은 연극이라고 증명하는 무대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다섯 번째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연극 '혈맥'에서 극작술·배우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자. 

근현대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소설가 김영수(1911~1977)의 대표 희곡에 털보 영감 역의 이호성, 깡통 영감 역의 장두이, 원팔 역의 최광일 등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니 검증은 이미 됐다.

이태섭의 무대와 조인곤의 조명 등 미장센이 모던함과 품격을 부여한다. 최고 3.5m높이의 경사로를 이용해 되살려낸 방공호는 광복 직후 삶을 힘겹게 오르는 성북동 주민들의 애환이 투영됐다. 동틀녘의 어슴푸레한 푸른색, 해 질 녘의 달아오르는 주황색을 유채화 빛깔처럼 은은하게 퍼트리는 조명이 이를 위로한다. 

윤광진 연출(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은 기억의 이야기와 무대미학의 지금을 씨줄과 날줄로 엮는다. 근현대 희곡으로 현재를 관통한다. '혈맥'은 김영수가 창단한 극단 신청년의 박진 연출로 1948년 초연했다. 방공호 탈출을 꿈꾸는 민초들의 모습은 고시원, 좁디좁은 원룸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2016년 서민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사라지는 것들을 환기시키는 '혈맥'은 연극이 시대의 혈맥을 잇는 장르라는 것을 의미부여한다. 함경도 등 토속성이 짙은 사투리의 리듬감과 감정선을 부각시키는 자욱한 음악은 향수를 자극한다.

5월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 5월1일 공연 뒤에는 배우, 스태프들이 출연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예술감독 김윤철, 의상 이윤정, 소품 이경표, 방언지도 백경윤.

2. [한국일보]세계춤의 날
원시 인류에게 표정과 손발짓 허릿짓은 소통의 필요와 함께 시작됐을 것이다. 그것은 성대를 울려 낸 소리가 말이 되기 전부터 소리와 더불어 정교해지고 풍성해졌을 것이다. 처음엔 소리조차 성대의 짓, 다시 말해 넓은 의미의 몸짓의 하나였을지 모른다. 소리가 음성언어가 되고 소통의 독점적 권력을 쥐게 되면서 몸짓은 점차 덜 중요해졌다. 문자가 등장한 건 5000년 전이었다. 이제 소통의 중심에는 문자가 있다. 

몸짓은 ‘몸짓언어’라는 말로써만 간신히, 다시 말해 언어의 일부로서 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론 실생활에서 몸짓은 언어의 보조재가 아니다. 둘은 상호구성적이고 상호보완적이다. 몸짓언어는 자주 음성언어와 맞서서 그 이면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둘이 상보적인 건 둘이 상호독립적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몸짓이 춤이 된 건 소리에 감정이 실려 탄성이나 절규가 되고 훗날의 시와 노래와 희곡이 된 것처럼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을 것이다. 소리언어가 기도가 되기 전 기도를 대신한 게 몸짓이었고, 세레나데가 되기 전 구애를 대신한 게 포옹이었을 것이다. 기도도 포옹도 춤이었을 것이다.

음악이 먼저냐 춤이 먼저냐는 의문도 사실 무의미하다. 춤이 허전해서 장단이 시작됐을 수도 있고, 우연한 장단에 어깻짓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 춤 없는 음악도 있고 음악 없는 춤도 있었을 것이다. 그 둘도 하나로서 온전한 전체일 수 있다는 의미, 존재론적 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상관의 관계에 있다는 의미다. 

4월 29일은 세계 춤의 날(International Dance Day)이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댄스위원회가 1982년, 18세기 프랑스의 전설적 발레 안무가 장 조르주 노베르(Jean Georges Noverre, 1727~1810)의 생일을 기념해 제정했다. 예술로서의 춤의 가치를 부각하고 문화로서의 춤의 의미를 되새기며, 일상 언어로서의 몸짓의 중요성을 깨달아 더 널리 향유하자는 취지였다.

그건 춤이 일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위기감을 방증한다. 이 날 세계의 춤 관련 단체와 교육기관, 전문가와 애호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기획에 따라 춤을 즐기고 선뵌다. 춤을 위해선 더 넓은 멍석을 까는 게 아니라 있는 멍석을 걷어내는 일이라 여기는 이들도 물론 있다.

3. [동아일보][지금 SNS에서는]‘허언증 갤러리’를 아시나요?
하버드 합격했습니다. … 눈물만 흐릅니다.’

1월 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제목입니다. 본문에는 ‘내일 출국합니다. … 개학이 3월 2일이라더군요’라는 글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 대학도 아닌데 3월 2일부터 수업이라니, 그것도 ‘개강’이 아니라 ‘개학’이라니, 뭔가 엉성합니다.

여기에 ‘짤방(짤림 방지)’으로 올라온 모바일 메신저 캡처를 보면, 곧 허탈한 웃음을 짓게 됩니다.

사진에서는 ‘하버드 총장’이 ‘국내 대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완벽한 한국어’로 글쓴이에게 ‘합격 축하드립니다’라고 말을 걸어옵니다. 글쓴이가 ‘네? 정말 합격인가요?’라고 되묻자 ‘네. 실화입니다. 축하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여러모로 황당한 내용입니다. 이쯤 되면 글쓴이가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확연해지죠.

황당한 내용에 누리꾼들이 격분했냐고요? 아닙니다. ‘하버드가 어디죠? 지×대(지방 소재 대학을 비하하는 표현)라도 열심히 하시면 성공할 거예요! 힘내세요’ 같은 댓글들이 수두룩하게 달렸습니다. 거짓말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공간의 이름은 바로 ‘허언증 갤러리’입니다. 말 그대로 ‘허언(虛言)’을 올려놓고, 서로 맞장구를 치며 노는 게시판입니다. 거짓말의 주제는 학벌 세탁, 공상과학소설, 판타지 문학을 넘나듭니다. 블록 완구와 근의 공식이 적힌 수첩 사진을 올려놓고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다니는데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 중’이라고 주장하거나, 투명인간인 것을 ‘인증’하겠다며 속이 빈 청바지 사진을 올리는 식이죠.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웃음을 주는 이런 글은 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프로필 사진과 이름을 사칭한 계정으로 황당한 글을 올리는 개그가 자주 올라옵니다. ‘부처님’을 사칭한 유저가 ‘예수님’을 사칭한 유저에게 ‘팬입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국립국어원’을 사칭한 유저가 ‘그냥 아무럿개나(아무렇게나) 써’라고 쓰는 식이죠.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허언증 개그의 참맛은 인터넷에서 많은 거짓말에 속아본 다음에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요. 

허언증 개그에는 해학과 풍자의 코드가 담겨 있습니다. ‘판춘문예’(한 인터넷 게시판 이름과 신춘문예를 합친 말로 거짓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비꼰 표현)에 수도 없이 속아온 누리꾼들이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킨 겁니다. 

물론 그 뒤에는 익명성과 ‘거짓말 문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인식을 유머라는 세련된 방법으로 풀어낸 누리꾼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인터넷 실명제 같은 발상보다는 훨씬 세련되지 않았나요? 앞으로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도 이렇듯 유쾌한 유머 감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4. [중앙일보][시선 2035] 창살 없는 카톡의 감옥
나의 하루는 노랗게 시작해 누렇게 끝난다. 벌써 황사냐고? 온종일 카톡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아침에는 눈 뜨자마자 카톡부터 확인한다. 벌써 활성화된 채팅이 63개나 된다. 이 가운데 18개는 여러 명이 참여하는 ‘카톡방’이다. 가볍게 친구들의 신세 한탄을 휙휙 넘기다 보면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 직장 상사가 속해 있는 카톡방 옆으로 시뻘겋게 숫자 1이 떴다. 나만 늦게 확인한 거 아닐까? 혹시 나한테 급히 시킨 일이 있는 걸까?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카톡을 연다. 카톡은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햇병아리 시절에는 주로 전화 통화였다. 4년 전 취재 현장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751’ 국번이 찍힌, 회사 유선 번호로 온 전화였다. 샤워하는 도중에 전화가 올까 싶어 지퍼락에 스마트폰을 넣어 목욕탕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금 늦게 받으면 “뭐하길래 이렇게 안 받느냐”는 꾸중부터 들었다. 입이 험한 회사 선배에게는 “그렇게 헤맬 거면 퇴근 전에 사표 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서 전화기를 처음 발명한 그레이엄 벨을 향해 저주를 퍼붓기도 했고, 부장의 긴급 호출 전화를 받으면 몰래 부서 내근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부장의 표정과 심기를 물어본 적도 있다.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상사의 목소리는 끔찍했지만 그래도 딱 근무시간까지였다. 

요즘은? 보고도 지시도 ‘까똑’ 소리 몇 번에 끝난다. 장점은 확실하다. 말 대신 글로 정리하니 지시를 하는 쪽도, 받는 쪽도 깔끔하다. 한 명 한 명 일일이 전화할 필요 없이 단체 메시지만 보내면 된다. 이쯤 되면 오히려 전화가 어색하다. 그래서 영업직같이 외근이 잦은 친구들은 전화보다는 카톡이 편하단다. 문제는 너무 편리하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지시가 오간다는 것. 여기에 직장 내 위계질서가 엄격할수록 메신저에 스며드는 군기도 문제다. 솔직히 2~3년 전 일부 대학생의 카톡 군기가 한창 언론의 질타를 받던 시기에 내가 속해 있던 팀방도 만만치 않았다. 팀장이 올린 공지사항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탈영한 병사마냥 수소문이 시작됐고 후배는 팀방에 글을 올릴 때 반드시 군대식 ‘다나까’ 어미를 써야 했다.  

어느 순간 카톡을 보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지시를 놓치면 혼날까 봐서다. 이런 ‘카톡중독’에 모처럼 희망의 빛줄기가 비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용감하게 ‘밤 10시 이후 업무 카톡 금지’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퇴근 이후나 휴일에는 업무 지시가 아니라 질문하는 카톡도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런 게 진짜 창조경제가 아닐까. 부디 LG유플러스의 실험이 멀리멀리 퍼져 나가 이 땅에서 카톡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목을 매는 젊은 사원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한다.

5. [중앙일보][분수대] 여자 없는 남자들
정확히는 ‘결혼할 여자가 없는 남자들’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단편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이혼·사별 등으로 혼자가 된 남자들의 얘기를 다뤘지만 대한민국 현실 세계에선 좀 다른 이유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非婚)’ 성향이 강해지면서다.

결혼을 ‘못’ 하는 미혼(未婚)이 아니라 ‘안’ 한다는 거라고 비혼주의자들은 강조한다. 결혼이 필수 아닌 선택이라는 것.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특이한 이들의 지극히 마이너한 성향으로 치부됐던 ‘비혼’이란 단어가 이젠 일상 속으로 쑥 들어왔다. 숫자가 증명한다. 온라인에서 ‘비혼’을 언급하는 횟수가 2011년엔 2453건이었지만 올해는 4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1만9730건을 넘겼다고 한다. 704%나 증가한 셈.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1년 1월 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블로그 7억489만1299건과 트위터 89억1699만6004건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관혼상제의 골간이 흔들린다고 탄식을 하기 전에 왜 그런지 살펴보는 역지사지가 먼저다. 결혼과 관련된 단어로 ‘현실적’ ‘스트레스’ 등 부정적 단어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 힌트가 있다. 가뜩이나 살기 팍팍한데 결혼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똑 떨어지는 통계는 없지만 남성보다는 여성 사이에서 비혼주의자가 많아지는 분위기도 읽힌다. 인터넷엔 “결혼하니 무료 가정부가 된 것 같다”거나 “괴로운 것보다 외로운 게 낫다”는 여성들의 댓글이 넘친다. 암묵적으로 가사일은 여전히 여성이 우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 남자들은 아직도 이렇게 말하지 않나.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자기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비혼이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며 신혼부부용 임대아파트를 늘리는 것보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게 우선이다. 작금의 정책은 ‘결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보다는 ‘결혼을 하고 싶은 사회’로 바꾸는 게 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까. 지금의 비혼주의는 결국 결혼을 현실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느껴져 더욱 안타깝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각자 자유지만 하루키도 어느 결혼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 나는 늘 뭔가 딴 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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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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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8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드디어 막 내린 서울인구 '1000만 시대'

서울 인구 ‘1000만 시대’가 막을 내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시 인구는 999만 9116명(재외국민 제외)으로,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림픽이 열린 1988년 1014만 7107명으로 ‘1000만 시대’를 연 지 28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월까지 2만 4000여명이 서울을 빠져나가는 등 2010년 이후 순유출이 지속된 때문이다. 인구 감소가 서울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탈(脫)서울’의 가장 큰 이유는 서민층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집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 서울의 ‘미친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나머지 떠밀리듯 경기도 등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지난해 순유출 인구 13만 7000여명 중 61.8%가 전세난 등 주택 문제로 서울을 떠났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105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긴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서민 등골을 휘게 하는 전·월세난이 서울을 등지게 한 셈이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도시발전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 및 투자 감소에 생산성이 줄면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유출 인구의 대다수가 30~40대라는 점은 더욱 문제다. 청장년이 떠나는 도시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인구 감소→저출산의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전·월세난이 서민 가계를 옥죄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세 난민들의 탈 서울 행렬을 막을 수 있는 특단의 서민주거 안정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물론 서울의 인구 감소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서울은 정치·행정·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의 중심지다. 사람과 돈, 기술이 다 몰려 있다. 과밀화로 인해 내적으로는 열악한 주거여건, 교통 혼잡, 환경오염 등에 시달린다. 외적으로는 다른 도시와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 이동은 주거문제 뿐 아니라 경제·교육·문화 등 여러 요소와 연관돼 있다. 서울의 인구 감소를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 1000만 시대’의 종언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바람직한 ‘집중 완화’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 자꾸만 드러나는 해외탈세 정황들

국내 방산 대기업들이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와 거래한 계약서가 발견됐다고 한다. 최근 국제탐사언론인협회와 공동분석을 통해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세운 한국인 195명의 이름을 확인한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추가 폭로다.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더 확인할 필요가 있겠지만 파나마 법률회사의 유출자료에서 드러났다니 사실 자체만큼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현대로템 등 쟁쟁한 회사들이 거명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삼성테크윈은 2001년 K-9 자주포를, 현대로템은 2009년 K-2 흑표전차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터키의 유령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돼있지만 사실 같은 회사라는 점도 관심의 대상이다. 한때 코오롱의 탄약수출을 중개하는 등 국내 다른 업체들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고 한다.

이들 두 회사의 계약 상대방인 ‘KTR 리미티드’가 스위스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데다 회사 주주가 무기명으로 돼 있고 이사들이 차명 서비스에 전문으로 이름을 빌려주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회사 주소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현 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등록한 버진아일랜드의 같은 빌딩이라는 사실도 그러하다.



과거 하이닉스 자회사였던 하이디스 매각 과정에서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뒷거래가 오갔을 것이라는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당시 하이디스 최병두 사장과 중국인 한궈젠(韓國建) 씨가 각각 1주씩 소유하는 형태로 설립한 ‘C&H 트레이딩’이 그 근거다. 하이디스가 중국 BOE그룹에 매각되고 5개월 뒤인 2003년 4월에 설립된 회사다. 더욱이 한궈젠 씨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BOE그룹의 임원이었다.

국내 기업이나 부유층의 해외 탈세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탈세혐의도 조세회피처를 통한 것이었다. 상호출자제한 대상 33개 대기업그룹이 조세회피처에 240개의 역외법인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됐고, 국제탐사언론인협회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도 ‘KOREA’로 검색된 자료가 모두 1만 5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 당국의 엄정한 조사가 따라야만 할 것이다.



[서울신문]

3. 실업청년 눈물 닦아줄 마지막 고용대책 되길

정부가 어제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6번째의 청년 고용 대책이다. 청년 직접고용지원금을 확대하고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취업 정보와 면접 기회도 늘려 6만~7만명의 청년·여성 취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으로 청년 근로자들에게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청년취업내일공제’(가칭)의 신설을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 인턴을 수료한 청년이 정규직으로 취업해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기업이 지원금을 보태 2년간 최대 1200만원까지 자산을 불리는 방안이다. 청년 고용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중기 취업을 꺼리는 이유의 하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임을 고려하면 이 제도로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고용대책이 구직난으로 고통받는 청년 취업자와 구인난과 조기 이직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미스 매칭’을 해소하고,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평가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전시성 행정이나 재탕 삼탕의 땜질식 대책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소득 지원 방안의 경우 고용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고졸 근로자에게 최대 3년간 3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와 비슷하다.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418명에 그치자 1년도 안 돼 슬그머니 사라진 제도였다.

이번 청년 고용 대책이 조금이나마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이다. 기업이 아닌 청년에 대한 직접 지원금을 늘리는 등 공급자 위주였던 일자리 대책이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동안 청년 일자리 대책이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세제·재정 지원을 통해 기업에서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다.

한정된 대기업 일자리만으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이해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지금 문제는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들의 빠른 취업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취업 후 1년 이내에 퇴직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으로 시작했더라도 경력을 쌓아 정규직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동성을 높이는 정책이 시급하다. 인턴 일자리도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때문에 청년들의 지원은 적고 정규직 전환율도 낮은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 들어 수십조원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쏟아부었는데 청년 고용 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년 고용 정책의 근본적인 선회가 요구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비스산업의 과감한 규제완화와 제조업 혁신, 고용 기득권 타파, 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 등 우리 경제 전반의 구조적 개혁 없이는 청년 고용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4. 선거 지고도 민심 못 읽고 남 탓하는 여권

여권이 4·13 총선 참패 이후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지면서 우왕좌왕하는 인상이다. 그제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총선 패인 분석 및 지지 회복 방안’ 보고서를 내놓았다. 공천 실패와 경제·민생 악화 등을 포함한 6가지 패인은 적확한 진단이었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심기일전하긴커녕 친박 대 비박이 선거 패배 책임 소재를 놓고 저열한 입씨름만 벌였다니 혀를 찰 일이다. 범여권이 지금은 ‘네 탓’ 공방을 벌일 게 아니라 선거 민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국정 쇄신에 힘을 모을 때라고 본다.

전쟁이든 선거든 이기고 지는 건 상사(常事)일 수 있다. 패배했을 때는 그 경로를 돌아보고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부터 그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모임에서 그간 지적돼 온 ‘마이 웨이’식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꿀 기미를 보였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여당 당선자 워크숍 풍경은 딱하다 못해 민망해 보일 정도였다. 비박계 이종구 당선자는 “‘진박 마케팅’이 잘못돼 심판을 받았다”며 친박 실세라는 최경환 의원을 겨냥, “삼보일배를 하든, 삭발을 하든 행동으로 사죄하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자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야반도주한 것 아니냐”며 ‘옥새 파동’을 일으킨 김 전 대표에게 선거 책임을 통째로 떠넘겼다.

이런 책임 공방은 버스 지나간 뒤에 손 드는 격으로, 국민을 두 번 실망시키는 꼴이다. 여당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한 주요인이 뭔가. 떡 줄 유권자들은 꿈도 꾸지 않는데 친박은 ‘진박 후보’를 내리꽂는 데 급급하고 비박은 물갈이 공천을 무조건 반대하면서 피장파장의 오만한 자세를 보인 탓이 아닌가. 이제 와서 친박 대 비박 간 잘못이 7대3이니, 5대5니 따지는 것 자체가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진 여당으로선 한심한 일이다. 이러느라 국정 공백이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기 마련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올 1분기 성장률은 0.4%로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더군다나 글로벌 불황으로 세계 주요국이 겪고 있는 구조조정 태풍이 우리나라에도 이미 들이닥친 지 오래다. 총선 후 여소야대 정국이라 해도 새누리당은 엄연한 집권당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줄 모르는 듯한 여권의 태도가 진짜 문제라고 본다. 박 대통령과 친박·비박 모두 이제부터라도 소이(小異)를 버리고 총선 참패가 ‘내 탓’이라는 인식과 함께 국정 쇄신이라는 대동(大同)의 길로 나서기를 당부한다.



5. 법조계 민낯 들킨 수임료 20억 '정운호 사건'
100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유명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 리퍼블릭 정운호 대표를 빼내기 위한 부당거래가 시간이 지날수록 법조계 비리로 번지고 있다. 정 대표를 구명하려는 로비는 마치 법조 비리의 종합 세트와 같다. 문제는 로비 창구에 거론된 법원과 검찰의 전·현직 인사들이 관련법을 위반했는지를 떠나 법을 지키는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들의 갑질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도 예외가 아닌 까닭에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오간 천문학적인 수임료, 성공보수금을 따지는 것 자체가 오히려 식상하다.

사건은 정 대표가 서울구치소에서 부장판사 출신인 최모 변호사를 폭행하면서 불거졌다. 무려 20억원에 이르는 변호사 수임료를 둘러싼 갈등이 발단이다. 게다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성공보수 격으로 별도의 30억원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보석 신청은 기각됐고 최 변호사는 30억원을 돌려줬다. 정 대표는 보석이 실패한 만큼 20억원도 반환을 요구했던 것이다.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은 최 변호사는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의 얼개는 단순하다.

그렇지만 사건의 본질은 전혀 다르다. 법조계의 검은 거래에 있다. 우선 전관예우 차원에서 착수금에 성공보수를 미리 얹어 수임료를 높게 책정하는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하자 착수금이 높아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터다. 또 정 대표는 구치소에서 있으면서 지인을 이용해 항소심 재판장까지 직접 만나 구명을 부탁했다. 옥중 지휘나 다름없다. 석연찮지만 해당 사건의 재판장이 바뀌었다. 심지어 정 대표의 자필 메모지에는 전직 유력 검사장 1명을 포함해 유력 법조인 등 8명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법조계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와 매한가지다. 법조계의 부끄러운 민낯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 대표를 둘러싼 법조계의 뒷거래와 함께 제기된 의혹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 정 대표 항소심에서 검찰의 원심보다 낮은 형량 구형도 납득할 수 없는 부문이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먼저 정운호 사건을 세세하게 짚어 봐야 한다. 또한 법원과 검찰도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법치 구현, 법의 신뢰는 삼두마차인 검사·판사·변호사의 입이 아닌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유념하길 바란다.



[동아일보]

6. 혈세 900만 원씩 대줘 중소기업 '2년 임시직' 늘려서야

정부가 어제 발표한 ‘청년·여성 취업연계강화방안’은 기업 지원에서 청년 지원으로 재편한 것이 골자다. 그중 ‘청년취업 내일공제’가 눈길을 끈다. 중소기업 인턴을 거쳐 2년간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300만 원을 저금하면 정부와 기업이 900만 원을 보태줘 1200만 원의 목돈을 쥐게 한다는 것이다. 

‘고용률 70%’가 국정 핵심 과제인 박근혜 정부는 이번까지 6번째, 해마다 청년고용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그 성과를 체감하기 힘들다. 임시방편식 땜질처방에 그친 탓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기의 연봉과 근무환경 차이가 중기 취업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생색내기 좋을 만큼의 한정된 지원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정부의 성과로 치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1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청년취업 내일공제’의 경우 정부가 600만 원을, 기업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390만 원)에서 300만 원을 지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기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62%에 불과한 만큼 어느 정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돈을 보태준다고 중기 취업률이 얼마나 늘어날지 의문이다. 2년만 일하고 그만둔다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부작용을 줄이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연계방안이 필요하다. 

3월 청년실업률은 11.8%, 3월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청년 고용절벽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기존 정책이 임시직 비정규직 위주의 일자리 늘리기에 치중한 데다 산업 재편이 지지부진했던 결과다. 당국은 기존 대책을 재탕 삼탕해 내놓을 게 아니라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이 왜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단발성 대책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감한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가 근본적인 청년실업대책이라고 본다. 20대 국회에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를 위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7. '殺人 가습기 살균제’ 국회청문회로 정부책임 파헤쳐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어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통해 사건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다국적 기업 옥시는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횡포와 반(反)윤리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하고 국회 차원에서도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비대위원들이 전날 대통령의 언론간담회 같은 정치적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 대표가 제기한 ‘옥시 사태’ 청문회는 엉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문제야말로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이 겹쳐 피해가 커진 ‘안방의 세월호 사태’나 다름없다.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라면 찬성이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아직도 ‘그들만의 뜬구름’에 갇혀 국민의 삶과는 겉돌고 있다는 방증이다.

2006년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살인 살균제의 심각성을 질병관리본부에 알렸을 때 바로 역학조사를 했다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에 이르는 참사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7년 말 4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는데도 질병관리본부 담당 과장은 “(질병관리본부 담당인) 감염병은 아닌 것 같다”며 방관하다 2011년에야 역학조사를 벌여 살균제가 폐 질환의 원인임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왜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 말 이를 묵살한 이유를 조사하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만이 아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건강 문제니까 복지부다, 제조물이니 산업통상자원부다, 환경 문제니 환경부다… 이런 식으로 부처 떠넘기기를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선 카펫 제조 공정에서 쓰는 독성물질이 호흡기와 직접 관련된 생활용품에 사용됐는데도 국립환경과학원,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어느 한 곳도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음에도 2013년 검찰이 “정부 조사가 나오기 전에는 수사가 어렵다”며 올 초까지 수사를 중단한 것도 기이한 일이다. 피해자들은 당시 진영 복지부 장관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했으나 장관은 “해결해야죠” 한마디뿐이었다.

이제라도 정치권에서 살균제 사건을 규명하려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모처럼 국민을 위한 ‘생활 정치’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청문회가 열리면 의원들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당시 정부 관리들이 왜 그렇게 무책임하고 무성의했는지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는 이번에야말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8. 北은 5월 6일 노동당대회서 어떤 노선을 택할 것인가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이 어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5월 6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회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당 대회는 선출된 대표자들이 노동당의 새로운 정책과 노선을 추인하고 대규모 권력엘리트 개편을 하는 최고 기구다. 북한의 김정은은 36년 만에 열리는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시대’를 대내외에 선포하면서 자신의 유일한 치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과시하려 들 것이다. 6일 대회 이전에 탄도미사일 발사나 5차 핵실험 등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통과시킨 지 5월 3일이면 두 달이 된다. 극심한 국제적 고립과 국제 제재를 겪는 만큼 북한이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노선을 택하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러나 고립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김정은 노선’이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핵 독트린’을 선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북이 이미 5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으며 김정은의 지시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언론 간담회에서 북이 또 한 번 도발할 경우 국제사회와의 협조 속에 북한 옥죄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북한이 핵 및 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땐 다른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개인까지도 제재 대상에 넣는 2차 제재를 시사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북제재에 협조한다 해도 북한이 ‘숨을 거둘 때까지’ 제재하진 않을 것이 명백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제 “미군 무기로 북한을 쳐부술 수 있지만 북한과 맞닿아 있는 한국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월등한 대북 억지력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이지만 결국 한국이 북의 ‘핵 인질’로 잡혀 있다는 의미여서 개운치 않다. 북이 핵·미사일 도발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뜻으로도 들려 김정은 정권은 쾌재라도 부르고 싶을 것이다.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한 이상 우리의 생존권을 지킬 구체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중앙일보]

9. 임시공휴일, 예측 가능해야 경제효과 커진다

정부가 오늘 국무회의에서 다음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이라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임시공휴일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25일)한 바로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이 “긍정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지정이 기정사실화됐다. 확정되면 나흘간의 황금연휴가 생긴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6일도 쉬게 돼 8일 일요일까지 연휴가 되는 것이다.

사실 임시공휴일은 정부 수립 후 국가장(葬)을 제외하면 세 번뿐이었다. 서울 올림픽 개막일인 1988년 9월 17일, 한·일 월드컵 4강 자축일인 2002년 7월 1일, 그리고 광복 70주년인 지난해 8월 14일이다. 과거에는 나름 명분이 튼튼했던 데 비해 이번엔 명분이 다소 옹색하다. 임시공휴일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치고 ‘소비 절벽’을 맞아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정부의 고심은 이해할 만하다. 대한상의 주장처럼 5월은 계절의 여왕이어서 무더웠던 지난해 8월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당시 메르스 사태로 쪼그라든 경기를 살리려 지정한 임시공휴일의 내수 진작 효과는 1조31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관광·숙박·음식·유통·운수업 등의 매출이 급증해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지정에 따른 우려가 적지 않다. 임시공휴일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즉흥적으로 서두르다 보니 현장에선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공공기관·대기업과는 달리 휴일수당 부담이 큰 중소기업 등 전체 사업장의 30~40%가 못 쉬는 만큼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 수 있다. 특히 맞벌이 부모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아이 맡길 곳이 걱정이다.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부·지자체·기업이 모두 나서야 한다. 고속도 통행료와 유적지 입장료 면제에 그치지 말고 교통·숙박료 할인, 보육문제 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당연히 사전 예고가 필수다. 앞으로는 적어도 몇 달 전에 지정을 예고해야 국민들도 사전에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게 올바른 정부의 자세다.


[매일경제]

10. 中企 취업청년 지원 실효성 높이는 게 관건이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청년·여성 취업 연계 강화 방안은 취업에 목마른 청년을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직접 연계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참신하다. 내용 중에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와 기업이 지원금을 보태 최대 12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청년취업내일공제(가칭)를 비롯해 지원자 모두에게 면접 기회를 주는 청년 채용의 날, 직업훈련과 인턴을 취업으로 연결시키는 고용디딤돌, 전일제 근로자가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시간선택제로 근무하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최대 7만명 고용을 지원해 올해 35만명 이상 취업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는 여러 차례 청년고용대책을 내놓았다. 2013년 말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시작으로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대책과 청년 해외취업 촉진 방안,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등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많은 지원 방안이 포함됐지만 기본 방향은 재정을 투입해 공공 분야 일자리를 늘리고 세제 혜택 등 지원을 통해 기업의 고용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연간 15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청년실업률도 갈수록 높아졌다. 지난 2월에는 12.5%로 통계 기준이 바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지난달에도 11.8%로 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과 해운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과 수출 부진, 내수 침체로 고용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 정책만으로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남발하면 곤란하다. 재정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들이 지원금을 채용보다는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삼는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이번 대책은 청년과 기업을 연계하고 취업 당사자를 직접 지원하는 쪽으로 방식을 바꿨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중소기업들이 근무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이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종합 처방이 절실하다. 이것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이며, 일자리 미스매치와 청년실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주요 신문칼럼


1. [서울경제]형제 교육법 Vs 자매 교육법

“우리 아이는 도대체 왜 이럴까요?”

몇 달 전 컨설팅 연구소를 방문한 40대 초반의 K씨. 잘 나가는 여동생에 비해 늘 주눅 들어있는 장남이 고민이라고 했다. 컨설팅 결과, 장남에 대한 기대가 큰 나머지 여동생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훈육법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문제점 진단 후 장남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훈육 솔루션을 내렸고, 현재는 엄마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원만한 모자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를 양육할 때 출생순위별 심리적 특성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녀를 원하는 방향으로 지도하기 어렵고, 부모 자식 관계가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컨설턴트로서 안타까운 때가 많다. 그렇다면 출생순위별 이상적인 지도 방법은 무엇일까? 

출생순위별 접근 분류는 외둥이, 같은 성별, 다른 성별까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외동은 따라가거나 경쟁해야 할 상대가 없어 독불장군이 되기 쉬운 유형이다. 이 경우 부모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아이에게 부족한 점과 진로를 찾아 아이의 학습 활동을 지원해줌으로써 중심을 잡아주고, 아이가 어느 정도 관리가 된 이후에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좋다.

두 명 이상의 아이를 둔 경우에는 양육 방법이 다소 까다로워진다. 아이의 개별 성향 파악은 물론, 출생순위별 서열관계에 따른 경쟁구도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형제와 자매는 다른데, 형제는 모든 관계를 수직적으로 맺는 경향이 짙고 자매는 수평적으로 맺는 편이다. 이러한 관계는 학업 결과에도 영향을 미쳐 컨설팅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형제관계에서 형이 공부를 잘하면 동생은 공부를 못하고, 형이 공부를 못하면 동생이 공부를 잘한다. 반대로 자매 관계에서는 언니가 공부를 잘하면 동생도 공부를 잘한다. 즉, 형제관계는 부모가 형 위주로 공부를 시키면 동생은 형이 가지지 않은 능력을 찾아 승부를 보고, 자매관계는 언니만 잘 가르쳐 놓으면 동생이 언니의 학습 태도를 그대로 모방하여 따라가는 것이다. 부모는 이러한 특성을 이해해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적절히 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성별 형태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첫째 중심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다. 특히 K씨 사례처럼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일 경우 더욱 오빠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 여동생들은 오빠의 일거수일투족을 엄마에게 보고하는 오빠 전용 CCTV로 오빠가 감추고 싶은 부분을 콕콕 집어내고, 오빠가 자신보다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무시하고 깔보는 경향이 있다. 

만약 학습적인 부분에서도 오빠가 부족하거나 가정에서 공개적으로 오빠를 혼낸다면 오빠는 의기소침해지고, 냉소적이 되며, 엇나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오빠 중심 교육을 펼치는 것이 좋다. 반면 누나와 남동생 관계는 수평적인 관계로 자매 같은 남매의 모습을 보인다. 즉, 누나를 잘 키워놓으면 동생도 그대로 따라오게 되므로 엄마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훈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모가 자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이의 적성, 기질, 성향, 출생순위별 권력관계와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너는 왜 이러니? OO이는 잘하는데’라고 타박하고 전교 1등 친구의 공부법을 강요한다. 생각해보라. 지금까지 아이의 학업성적이 나의 정서를 치유하지는 않았는지. 현실은 간과한 채 허상 속의 ‘엄친아’를 쫓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부모는 어떤 출생 형태든지 아이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출생순위별 특성과 아이의 기본 성향을 고려한 학습 및 진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어렵다면 심리 검사를 진행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눈앞의 자녀에 맞는 공부법과 보완점을 연구할 때 아이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외모가 다르듯 모든 아이의 성격과 접근 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2. [프레시안]심장마비, 인공호흡 말고 가슴 압박만 하세요! 
심장은 산소가 녹아 있는 혈액을 온몸으로 내뿜어주는 펌프 같은 역할을 한다. 심장이 멈추면 산소의 공급도 멈추고, 인간의 생명은 산소 없이 5분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이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심장이 정지되었을 때 시행하는 응급 처치가 '심폐 소생술'이다.

일반인을 위한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

흔히들 심폐 소생술이라 하면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응급 처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외부에서 심장을 압축시켜 강제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처치이다. 가슴 압박으로 발생되는, 정상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에 불과한 혈액 순환만으로도 뇌의 손상을 지연시키고 심장이 다시 뛰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심장마비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심폐 소생술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각국이 이를 위한 교육이나 홍보 등 여러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이드라인 제정이다. 전문가들이 표준화된 심폐 소생술 시행 방법을 결정하고, 이를 일선 현장에 권장해 심폐 소생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유사한 노력이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KACPR)가 국내 실정에 맞는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을 지난 2006년 제정했고 이후 5년 주기로 개정하고 있다. 올해도 대한심폐소생협회는 새로운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우선 심장 질환에 대한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기존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의학적 치료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었다. 지난 십수 년간 국내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심장마비 환자 중 심폐 소생술을 통해 생존하는 절대적인 비율은 여전히 낮다.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심장마비의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일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내용이 적극 반영되었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바로 119로 신고하세요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선 신속한 119 신고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기존에는 쓰러진 사람의 반응과 호흡을 확인 후 119에 신고할 것을 권장하였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호흡을 관찰하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행위이다. 그 결과 심장마비 상황에 대한 인지가 늦어져 가슴 압박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어깨를 두드리면서 "괜찮으세요?"라고 소리치고, 이에 반응이 없다면 호흡 확인 과정 없이 바로 119에 신고하라고 권고한다.

나이에 관계없이 119에 먼저 전화 신고를 권고한 점도 변화이다. 기존에는 소아에게 발생한 심장마비의 경우 2분간 심폐 소생술을 먼저 시행한 다음에 응급 의료에 신고하도록 권고하였다. 이는 소아의 심장마비는 성인과 달리 숨을 쉬지 못하여 발생한 심장마비가 가장 흔하므로, 신속한 인공호흡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학적 근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소아의 경우 성인과 다르게 심폐 소생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개념을 교육하기 매우 어렵다. 이제는 거의 모든 국민이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어 즉시 신고도 가능하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소아 역시 성인과 동일하게 신속한 119 신고를 우선하도록 권장한다.

119에서 신고를 받는 응급 의료 전화 상담원(Dispatcher)의 역할도 강조되었다. 응급 의료 전화 상담원은 심장마비 환자의 초기 응급 처치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성원으로, 심장마비 환자와 신고자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응급 의료 전화 상담원은 신고자를 통해서 환자의 의식과 호흡 양상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장마비 상태 여부를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마비 상태로 판단될 경우 신고자에게 '전화 도움 심폐 소생술'을 지도하여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 소생술을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인공호흡 없이 가슴 압박만 시행하도록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가슴 압박만을 시행하는 '가슴 압박 소생술(hands-onlyCPR)'을 제안한 점이다. 최근 연구들은 심장마비 시간이 길지 않을 경우 가슴 압박만을 시행한 경우와 인공호흡과 가슴 압박을 동시에 시행한 경우에 생존율의 차이가 없다고 보고한다.

또한 일반인은 심폐 소생술 교육을 받은 후에도 인공호흡을 정확히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인공호흡하기를 꺼려해 아예 심폐 소생술을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서 '가슴 압박 소생술'은 인공호흡을 하지 않기에 일반인도 쉽게 시행할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일반인 구조자의 경우 기존의 심폐 소생술 대신 '가슴 압박 소생술'을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정리하면,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적용 가능성에 중점을 두었다. 높은 휴대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신속한 119 신고의 중요성과 119 응급 의료 전화 상담원의 역할을 강조하고, 소아의 경우도 성인과 동일하게 '119 신고 우선'을 적용했다. 또한 일반인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호흡 확인이나 인공호흡은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사실,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은 적용 가능성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다른 국가의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에 비하여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국내의 여러 사회적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제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수 년 동안 정체 상태인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이 다시 오르기 기대한다.

언제 119에 신고해야 하는 걸까?

응급 의료체계 전반에서 사용되는 가이드라인은 심폐 소생술 한 가지만 있을까? 심폐 소생술 가이드라인만이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만, 신속하고 표준화된 처치를 중시하고, 일반인의 직간접적 참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응급 의료 체계의 특성상 여러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표준 지침, 운영 지침, 업무 지침 등 수많은 '지침'이 이미 공표되어 응급 의료 체계 전반에서 사용 중이다. 지침의 수가 너무도 많아서 관련 종사자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지침들은 적용 대상이 의료인만으로 한정되어 있고, 내용도 전문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일반인 입장에서 응급 의료 체계를 어떻게 이용할지, 어떤 방식으로 응급 의료 체계에 참여할지, 그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는 응급 의료 체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대표적인 예로 119 신고 과정을 보자. 119 신고는 응급 의료 체계를 최초로 활성화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적절한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체 응급 의료 체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119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시민의 대다수가 막연하게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119에 신고하면 된다고 알고 있을 뿐이다. 관련 규정을 뒤져봐도, '응급 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있는 '응급 환자는 십 수 가지의 응급 증상이 있는 자를 말한다.'라는 언급이 전부다.

그 결과 119 신고의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게 되었다. 극심한 가슴 통증이나 의식 저하 등의 이유로 119 구급대를 요청하는 경우가 다수이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단순 감기 증상을 이유로 병원 이송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고, 술에 취한 일행을 무조건 병원에 데리고 가자는 사람도 있다.

기준이 없는 것은 개인만이 아니다. 구금자의 찰과상 소독을 위해서 매번 119 구급대를 요청하는 경찰서도 있고, 입소자의 외래 진료를 위해서 매달 이송을 요청하는 요양시설도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119 구급대가 이를 제한할 수단은 거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순 약 처방이나 입원 대기 등 응급실 본연의 목적과 상관없이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 질병의 위중한 정도와 상관없이 대학병원 응급실로만 몰리는 환자들 등 적절한 가이드라인의 부재가 전체 응급 의료 체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응급 의료 서비스의 표준화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도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변화한 응급 의료 체계에 맞는 가이드라인 필요

응급 의료 체계는 국민의 건강 및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일종의 사회복지 체계이다. 효과적인 전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반인, 119 구급대, 의료 기관 등 각 주체별 조건에 맞게 서비스의 종류를 설계해야 한다. 윤리, 문화, 교육수준, 법, 의료 환경 등 각종 사회적 요건도 고려되어야 한다. 응급 의료 체계 운영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내 응급 의료 체계는 괄목할 만하게 성장하였다. 1980년대 중반 서울에서 첫 선을 보였던 119 구급대가 이제는 전국 어디서든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가 되었다. 몇몇 병원에서 수련의(인턴) 중심으로 운영되던 응급실이 지금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항시 근무하는 41개의 권역 응급 의료 센터와 101개의 지역 응급 의료 센터로 변모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화된 응급 의료 체계에 조응하는 체계적인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



3. [서울신문][문화마당] 슬픔의 최대치/최진영 소설가
적당한 불안과 슬픔, 우울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다. 고요한 우울에 담겨 과거와 현재를 찬찬히 되짚으며 남루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때로 우리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치명적인 위험을 피하기도 한다. 슬픔이란 감정은 정말 중요한데, 슬픔은 나와 타인을 정서적으로 연결해 주는 마법 같은 힘을 가졌다. 당신의 슬픔이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 나의 슬픔이 당신의 바쁜 발길을 돌린다는 것. 슬픈 영화와 음악에 위로받는 많은 사람을 생각해 보라. 슬픔에 대한 공감이 없는 사회는 온기 없는 폐허와 같다.

인종과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여러 고전 역시 인간의 고독과 고통, 슬픔과 상실을 주로 다룬다. 나는 낮고 고요하며 그늘진 감정을 아끼고 내가 그런 감정을 가진 인간인 것에 감사한다.

기쁨과 환희처럼 우울과 슬픔도 무척 맑고 순수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이 지닌 태양 같은 에너지에 경외감을 느끼며, 그로 인해 타인과 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슬픔과 고통을 생각하듯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좋고 나쁨의 구분 없이 죽음 자체에 대해. 현실이 불행해 죽음을 떠올린다고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평온하고 만족스러울 때도, 소중한 사람과 즐겁게 지낼 때도 내 안에는 폐나 신장 같은 장기(臟器)처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들러붙어 있었다.

죽음을 생각하는 내 본심이 실은 ‘살고 싶지 않다’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이는 ‘죽고 싶지 않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말이다. 그 두 마음은 각자의 중력과 속도를 가진 채 충돌하지도 멀어지지도 않으며 나의 붕괴를 막았다. 그리고 몇 해 전 나는 그 두 마음보다 더 큰 질량을 가진 본심이 있어 ‘살고 싶지 않다’와 ‘죽고 싶지 않다’가 그것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음을 알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상실의 공포’다.

내가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타인이 사라지는 게 두려운 것.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죽어 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 나는 과연 그런 현실을 의연히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오랫동안 생각해 봤지만, 아직 자신이 없다. 오랫동안 생각해 왔기에 내게는 탄생도 죽음도 전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두려움과 슬픔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순간의 감정은 언제나 최대치일 테니까.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304명, 304명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겪고 있을 고통과 슬픔을 매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의 슬픔은 최대치다.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기에 더욱 그렇다. 구할 수 있었고 살릴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왜 구하지 않았는지 모르고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현실을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견디고 있을까.

이제 곧 5월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이 있는 5월. 그들의 자녀, 그들의 부모, 그들의 스승, 살아 있었다면 올해 성인이 됐을 많은 아이들. 진상을 밝히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알게 될 때까지, 책임을 묻고 온전히 슬퍼하며 애도할 수 있을 때까지 보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공감하며 함께해 주길.



4. [서울신문][길섶에서] 어느 날 점심/서동철 논설위원
점심 약속이 없을 때는 굳이 같이 밥 먹을 사람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신경 쓰지 않고 호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오늘은 점심 메뉴로 세운상가 근처의 칼국수집을 떠올렸다. 주변의 작은 전자부품 가게 주인인 듯 혼자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몇 년 전 처음 갔을 때는 3500원이었는데, 그사이 4500원으로 오르기는 했다. 그래도 밥을 사겠다고 누굴 데려가기는 좀 민망하다.

다음에는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하는 거다. 조계사 경내에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으로 간다. 뜰에서는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김밥을 먹고 있다. 귀여운 것들…. 대웅전의 부처님도 흐뭇하시겠구나 싶다.

박물관에서는 옛 비석의 탑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입구의 보령 성주사터 낭혜화상탑비부터 인상적이다. 최치원이 썼다는 비문의 한 대목은 이렇다. ‘대사는 장년부터 노년까지 스스로 낮추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 집을 짓거나 고칠 때도 뭇 사람보다 앞장서서 노역했다. … 식수를 길어 나르거나 섶나무를 지는 일도 더러 몸소 하였다.’ 소박하게 묘사할수록 훌륭한 분이라는 믿음을 깊게 하는 매력 있는 글이다. 회사로 돌아오는데 괜히 웃음이 났다.



5. [서울신문][손성진 칼럼] 행복지수의 상승곡선을 보고 싶다
도대체 사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뜬금없이 이런 논제를 꺼내는 이유는 한국의 행복지수가 늘 세계 중하위권이고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유엔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150여개국 중 58위였다. 전년보다 11계단이나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다. 영국 기관의 조사에서는 우리가 100위권 밖이다.

우리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성적을 제일 중요시한다. 마찬가지로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돈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국가의 위치, 국민의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NI)과 같은 계량하기 쉬운 경제적, 물질적 지표들이긴 하다. 결국 돈인 셈이다.

그러나 경제적,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풍요로운 국가의 행복지수가 낮고 빈곤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잘 알다시피 1인당 GDP가 세계 120위인 부탄의 행복지수 순위는 그보다 훨씬 높다. 사람, 즉 국민이 추구하는 가치가 부귀영화를 넘어 행복이라고 인정한다면 우리의 정책 당국자들은 세계 바닥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행복지수 문제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1인당 GDP가 세계 28위인 한국이 왜 행복지수는 그보다 훨씬 낮은지 원인을 따지고 해결책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먼저 해야할 일은 역으로 행복지수 지표를 분석하는 일이다. 국민의 91%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부탄은 1972년부터 ‘국민행복지수’(GNH·GrossNational Happiness)를 기준으로 삼아 통치하고 있다. 그 지표는 삶의 수준, 건강, 교육, 문화 다양성과 회복력, 생태적 다양성, 공동체 활력, 시간 활용, 바른 정치, 심리적 웰빙 등 9개 분야로 나뉘어 관리된다. 유엔 ‘행복보고서’의 6개 지표는 GDP,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사회적 신뢰, 선택의 자유, 관대함이다. OECD는 주거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정치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치안,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항목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지표들 중에서 특히 우리가 나쁜 점수를 받는 세부적인 지표들을 골라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분야에는 이미 방점이 찍혀 주요 정책으로 다루고 있긴 하다. 청년 실업, 노인 빈곤, 부의 양극화, 미흡한 복지체계 등이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하고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들이다. 물론 낮은 수준의 정치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밖에 공동체 생활이나 주거환경, 생태 보존 등도 정부나 지자체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관점을 바꾸어 궁극적으로 보면 개인의 행복을 국가가 정책적 노력을 통해 100% 보장해 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마음가짐과 사회 분위기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같은 월급 200만원을 받아도 어떤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떤 사람은 적다고 불평할 수 있다. 이임영 시인은 이렇게 풀이한다. “의식주의 해결과 아픈 곳이 없다면 그건 절대적 행복이다. 삶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상대적 행복의 결여 때문이다.” 불행은 현실이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소유욕 충족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욕심이 불행을 부른다면 행복을 부르는건 희망이다.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던 1970년대에는 잘 몰라도 행복지수가 지금보다 높았을 것이다. 앞으로 더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난해도 희망이 있으면 행복한 것이고 풍족해도 절망을 느끼면 불행하다.

청년이나 노인이나 우리 국민성의 나쁜 점은 너무 쉽게 비관하고 절망하고 포기한다는 것이다. 취업과 결혼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개인도 스스로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사회는 국가, 정부가 못 하는 일을 대신 맡아 주어야 한다. 셋이 삼위일체가 돼 희망을 잃지 않고 애쓴다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상승곡선을 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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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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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7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1. 노동 관련법 개정 없이 원활한 구조조정 어렵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제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 3차 회의에서 “구조조정 부작용 방지를 위해 노동개혁 4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 문제에 대비하려면 고용안정, 근로자 재취업 지원 등을 위한 고용보험법, 파견법 등의 입법이 시급하다”면서 “여야 각 당에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기업과 산업 상황에 따라 3단계 트랙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용 부문의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것은 어떤 단계든 불가피하다. 충격파를 최소화하려면 하루빨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서둘러 입법에 나서도 시원치 않을 정치권은 시늉으로만 일관하고 있어 임 위원장의 ‘정치권에 법 개정 요청’ 발언도 나왔을 것이다.

지금은 정치권이 노동 관련법을 놓고 기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경과야 어떻든 이제는 명분보다 실리를 좇지 않으면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노동개혁 4개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에도 제19대 국회 회기 안에 ‘노동개혁 4법’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파견근로자보호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처리 불가’ 방침을 고수한다. 다른 3개 법안도 지금의 형태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민의당은 파견근로자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3개 법안은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피력한 적도 있다. 구조조정으로 고통받을 근로자를 생각하고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할 엄청난 견해차는 아니다.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 3단계 트랙의 제1트랙은 정부가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경기민감 업종의 구조조정, 제2트랙은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상시적 구조조정, 제3트랙은 해당 산업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과 설비 감축에 나서는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조선·해운 분야는 제1트랙으로 먼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철강과 석유화학도 그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주력 산업으로 종사자도 그만큼 많은 업종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닥치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정치권만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은 총선 민심에 대한 배반이다.

3당은 당장이라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부문의 부작용을 입법 차원에서 어떻게 줄여 나갈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파견근로자법을 제외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의 분리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협상 과정에 걸림돌이 된다면 ‘노동개혁’이라는 표현도 양보해야 할 것이다. 야당도 파견근로자법의 장단점을 정부·여당과 다시 한번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은 없는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여야는 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 법안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민생·경제 법안을 최우선 처리한다’는 엊그제 원내총무 회동의 합의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지 말라.

2. 박 대통령 '소통정치' 각계각층으로 보폭넓혀야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방문 후 빠른 시일 내에 여야 3당 대표를 만나고, 3당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안에 따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여야와 정부가 서로 소통해 가면서 일을 풀어 나가자고 정치권에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어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총선 후 처음으로 직접 밝힌 향후 ‘소통 정치’ 구상이다. 여소야대라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두 야당과의 접촉면을 넓혀 민생 문제 등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팎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야당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조조정과 북핵 위기 등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복합적으로 몰아치는데 대통령과 야당, 여당과 야당이 ‘따로국밥’처럼 겉돌아서는 위기 극복은커녕 국민의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했듯 3당 체제를 탄생시킨 이번 총선은 서로 밀고 당기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의 변화 욕구가 표출된 것 아닌가. 협력도 하고 견제도 하면서 민생 살리기와 경제 활성화 등을 이끌어 내는 게 대통령과 여야 3당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회, 특히 야당을 배제한 채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 정치에 몰두해 왔다. 국민에게 정치인들의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역설했지만 총선 결과는 야당 승리,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분석일 것이다. 어제 간담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스스로 “국민과 국가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며 다시 한번 국회를 탓했다. 국민의 생각과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교과서로 배우면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된다”며 한국사 국정 교과서 강행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 인적 개편 등을 통한 국정쇄신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모든 사안들은 거야(巨野)의 핵심 요구 사안들이다. 야당과의 협치가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해 주는 것 같아 아쉽다.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각계각층과의 협력과 소통을 잘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청하고 이해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되길 기대한다.

3. 웃음 강요하다구류 받은 갑질 고객

은행원에게 웃으라고 강요하며 행패를 부린 30대 남성이 구류를 선고받았다. 즉결심판에서 이런 처분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 창구에서 이 남성은 막무가내식 횡포를 부렸다. 여직원에게 서비스직이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며 일할 때는 웃으라고 강요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현금 5000만원을 올려놓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직접 돈을 세어 보라고 강요했다. 이런 가당찮은 갑질로 1시간 넘게 은행 직원을 못살게 굴었다.

세상의 누구도 타인에게 웃으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서비스직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감정까지 마음대로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발상은 몰지각하기 짝이 없다. 이번 판결에는 여러 모로 새겨볼 만한 의미가 있다. 서비스 종사자의 인격을 함부로 대하는 상식 밖의 갑질을 일삼다가는 법의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서비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산업이 발달하고 서비스업이 증가하면서 감정노동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1770만여명의 국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최소 560만명이 감정노동 종사자로 파악된다. 전체 근로자 열 명 중 세 명꼴이다. 많게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쯤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데도 이들의 스트레스 강도는 극심하다. 서비스 종사자라는 이유로 감정적 학대를 견뎌야 한다는 호소가 심각한 수준이다. 2013년 노동환경연구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히 여성 감정노동자의 약 절반이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약 30%는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했다.

감정노동 피해는 건성으로 넘어갈 수 없는 사회문제다. 지난달 감정노동자의 적응장애와 우울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다. 이런 법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고통받는 감정노동자가 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언어폭력이나 일방적인 갑질을 거절하거나 법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덮어놓고 고객이 최고라는 인식은 후진사회에서나 통한다. 사업주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고객이 왕일 수는 없다. 기업 스스로 직원들의 감정을 소중한 노동자원으로 인식하고 몰지각한 고객의 횡포에는 선을 긋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도적 보상보다 예방 노력이 몇 배 절실한 문제다.

[이데일리]

4. 고뇌와 우울증에 빠진 '아픈청춘'들

우울증을 겪는 젊은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20대 남성 환자가 2010년 1만 5800명에서 2015년 2만 2200명으로 늘었다는 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다. 무려 40%나 증가한 규모다. 이에 비해 20대 여성 환자는 같은 기간 3만명에서 2만 9500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절대 수로는 남성보다 월등히 많게 나타났다. 정신과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다.

젊은층이 이같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은 이유가 뻔하다. 취업 준비에 따른 각종 스트레스와 결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결과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인생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안고 한창 꿈과 이상을 꽃피워나가야 하는 이들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봐도 심각한 문제다. 청년들의 좌절과 정서적 장애는 사회적인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 이어 인간관계, 집 장만, 취업, 꿈마저 내려놓은 ‘7포 세대’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부모 재산과 직업에 따라 자녀들 운명이 정해진다는 ‘금수저·흙수저’ 논란에도 기성세대에 대한 짙은 반감이 실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2%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취업을 한다고 해도 허드렛일 수준에 지나지 않는 등 여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바늘구멍보다 좁은 대기업 취업문을 뚫고 입사에 성공했어도 입사하자마자 희망퇴직 대상으로 삼은 경우도 없지 않다.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젊은 세대가 우울증에 빠진 데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부가 무능한 탓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갈등,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등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청년고용을 촉진하는 각종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게 지금의 현주소다. 청년층에게 도전정신만 요구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기회의 사다리’부터 만들어 주는 게 온당하다.

[매일경제]

5. 내수위축 부를 김영란법 서둘러 손질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다"며 "위헌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직자 골프 문제에 대해서도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그동안의 금지령을 풀고 허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건의한 다음달 6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내수활성화 의지를 보였다.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에 대해 심리 중인 김영란법은 반부패, 뇌물수수 방지를 위해 마련됐지만 식사대접, 선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 소비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농수축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이 법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시행 연기와 예외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 영역까지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 것이다. 부패 척결이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내수를 얼어붙게 만들 소지가 크다면 박 대통령 말처럼 국회 차원에서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 헌재가 헌법소원에 대한 결론을 앞당겨 내리는 것이 논의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제기구와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2%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로 작년 4분기(0.7%)에 이어 2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민간소비는 0.3% 감소하면서 작년 4분기(1.4%)보다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소비절벽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어떤 진작책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대한상의가 임시공휴일 카드를 들고나온 것도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처럼 고궁이나 숙박시설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가라앉은 경기에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 조선·해운 구조조정, 빅딜 포함 과감한 해법 내놓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마치고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날 회의에서는 조선·해운은 신속한 구조조정 산업으로, 건설·철강·석유화학은 설비 과잉 업종으로 우선순위를 달리하기로 결정했다. 진짜 사즉생의 각오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조선·해운 업종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2010년부터다. 이제껏 미루다가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됐고, 특히 수출 물류의 대동맥인 해운업은 양대 해운사가 용선료 협상에 실패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업종 자체가 사라질 판이다. 이런데도 철강·석유화학·건설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니 또 화근을 키우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방안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치고는 인력 감축, 비용 절감 외에 딱 부러진 게 없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합병·빅딜은 없다고 선까지 그었다. 이런 식이라면 또다시 국민 혈세로 산업은행에 수혈하고, 산은은 이 돈으로 부실회사를 자회사로 떠안겠다는 구상이 아닌가 싶다. 산은은 이미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을 자회사로 편입해 구조조정 시기를 늦추다가 산업 전체 경쟁력을 악화시켰다. 대우조선의 경우 단순히 업황 불황에 의한 대규모 부실이 아니라 분식회계 의혹까지 발생한 만큼 대주주인 산은과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선행돼야 한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대주주의 사재 출연, 노조의 고통 분담 역시 전제돼야 한다. 

조선업계 '빅3'는 지난해 8조5000억원 적자를 냈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3년간 당기순손실이 각각 1조원을 상회한다. 조선·해운 5개사의 지난해 부채 총액은 78조원이다.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이번에도 구조조정을 어정쩡하게 했다가는 금융권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판국이다. 금융당국은 경제 논리를 최우선으로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한 가지 목표만 갖고 임해야 한다. 합병이든 빅딜이든 이 같은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처방을 도출해 하루속히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7. 내달 6일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침체 숨통 틔워라
대한상공회의소가 다음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면 나흘 황금연휴가 생겨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는데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거둔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당시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정한 임시공휴일은 내수 진작 효과가 1조3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백화점, 관광업, 음식업, 숙박업 등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철도, 고속도로 이용객도 급증했다. 이번에는 전국 대다수 초·중·고교가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데다 정부도 5월 1~14일을 '봄 여행주간'으로 설정한 상태라 내수 살리기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가 임시공휴일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로 작년 4분기(0.7%)에 이어 2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민간소비는 0.3% 감소하면서 작년 4분기(1.4%)보다 급격히 둔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의 진작책으로 소비가 반짝했지만 다시 소비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임시공휴일처럼 고궁이나 숙박시설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가라앉은 경기에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난해에도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지정해 즉흥적이라는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충분히 논의하고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은 아쉽다. 

지난해 한국노동조합연맹의 설문조사 결과 임시공휴일에 쉴 수 있는 근로자는 전체의 65.6%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정상 쉴 수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통상임금의 150%인 휴일수당을 지급해야 해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임시공휴일을 남발해선 안 된다. 이를 지렛대 삼아 소비 침체 터널을 어떻게 탈출할지 근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중앙일보]

8. 낙하산 보내면서 공공개혁 하겠다는 뻔뻔한 정부

총선이 끝나자 ‘정·관피아(정치권·관료+마피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부채가 1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에는 총선에서 낙선한 조전혁 전 의원이 감사위원 자리를 꿰차고 이성한 전 경찰청장이 신임 감사로 추천됐다. 부채비율 6900%의 한국광물자원공사 신임 감사에는 김현장 201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이 임명됐다. 광물자원공사는 민간기업이라면 진작에 파산했을 수준의 부채비율 때문에 지난달 인력 20%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도 역주행 인사를 했다는 얘기다. 참 뻔뻔한 정부다.

공공기관알리오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340개 공공기관 가운데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로 연말까지 낙하산 대전이 펼쳐질 기관장 자리는 97개에 달한다. 이들 기관에 이번 총선에서 낙천·낙선된 친박 인사들을 앞세운 정·관피아가 속속 들어서면 그동안 벌여온 공공기관 정상화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이 자원개발·택지개발처럼 역대 정부의 과도한 공약 실현에 동원되면서 깊어진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2013년 말부터 경영혁신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의 창궐로 공공기관 개혁은 물속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낙하산 사장이 총선·도지사 출마를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전락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수용능력 포화상태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낙하산 사장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던 여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역대 정부의 반복적 과잉투자로 빚 134 조원의 부채공룡이 됐다.

낙하산 기관장과 감사는 정부가 공약을 이유로 무모하게 투자 드라이브를 걸거나 직원이 과도한 복지후생을 누려도 태생적 약점 때문에 뒷짐만 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낙하산을 내려보내서는 공공개혁이 잘될 리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임원 선임체계부터 투명화해야 한다. 경영능력이 인정된 민간기업 출신에게도 기회를 주고 능력이 있으면 내부 승진을 허용해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기관장에게는 강력한 권한을 주되 경영 성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부산일보]

9. 국민 생명 다루는 병의원 비리 발본색원 해야

병의원은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다룬다는 점에서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 받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개보험 제도에 따라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가 절대적인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병의원은 우리 사회의 공적 인프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과 공공성 추구란 상반된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들은 이 같은 책무를 망각한 채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환자와 짬짜미가 돼 요양급여를 불법 수령하는 등 불·탈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적발된 부산·경남 산부인과 3곳은 4년간 사진관 업주들에게 1만 4천여 명의 산모 개인정보를 넘기고 그 대가로 1억여 원어치의 의료장비 대금을 대납하도록 했다. 사진관 업주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산모들에게 아기 사진 촬영의 영업을 벌였다고 한다. 사진관 업주들이 병원의 묵인 아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신생아실에 맘대로 들락거리며 산모 개인 정보를 촬영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가뜩이나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이 외부에 노출돼 심각한 감염은 되지 않았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부산 남부경찰서에 구속된 서 모 씨의 경우 6년 동안 소위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대장 용종 절제술을 한 것처럼 허위 진료서를 꾸며 20여억 원의 요양급여를 부정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과잉 경쟁 탓에 많은 병의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같은 불법 의료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병의원의 고질적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보건당국과 건강보험공단의 강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특히 태반의 불법 행위에는 환자와 보험회사 등이 연루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 각자의 각성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매일신문]

10. 2·18 안전문화재단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기대한다
2`18 안전문화재단이 2003년 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 13년 만에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대구는 일찌감치 과거의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오늘의 생생한 교훈으로 승화시켜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제야 사고 희생자`부상자에 대한 추모 및 복지사업을 벌이게 됐다는 점에서 부끄러움과 다행스러운 마음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재단은 법인 설립을 위한 사업자 등록을 마쳤고 이번 주에 사무실 개소, 다음 달 사무국장과 직원을 뽑는다. 지난달 이사진과 감사가 선임됐고, 사무국 구성까지 완료하면 제 틀을 갖춘다. 재단의 임무는 피해자들을 위한 장학 및 안전복지사업, 연구`기술지원사업, 추모공원 조성 등이다.

지하철 참사 후 재단이 출범하기까지는 살얼음 위를 걷는 듯 너무나 위태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피해자 단체끼리 다투고 반목하고 대립했던 과거가 있었다. 대구시는 팔짱만 낀 채 피해자 단체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2월 피해자 단체 간에 합의가 성사되면서 재단 설립의 숙원을 이루게 됐다.

재단 출범 전에 벌어진 일을 거론한 것은 옛 상처를 헤집자는 뜻이 절대 아니다. 아픈 과거를 교훈 삼아 다시는 다투고 갈등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진 면면과 집행부 구성, 사업 방향 등을 보면 과거와 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에 일말의 우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단은 피해자의 추모`복지사업에 집중해 대구를 ‘안전도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 또다시 반목과 대립이 빚어진다면 희생자`부상자에 대한 모욕 행위나 다름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재단 운영진이 시민과 함께해야만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재단 출범을 축하하며 올바른 자리매김을 기대한다.

주요 신문칼럼


1. [머니투데이]우리나라 이름이 대한민국인 이유

우리 나라의 국호(國號), 즉 나라 이름이 왜 대한민국(大韓民國)일까?

이 질문에 대해선 그동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답변이 통용됐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선 정확한 검증 작업이 그다지 이뤄지지 않았다. 

A: 중국에서 신해혁명을 일으켜 청(淸)을 무너뜨리고 1912년에 세운 나라 이름을 중화민국이라고 했는데 대한민국을 중화민국의 민국을 모방한 것이다.
B: 대한민국의 민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를 가리키는 말의 준말이다. 

동국대학교 황태연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펴낸 『대한민국 국호의 유래와 민국의 의미』(청계, 2016. 4)는 왜 우리나라 국호가 대한민국이 됐는지를 여러 가지 사료(史料)를 발굴해 검증하고 있다. 나아가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에도 국호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연원에 대해 '확실한' 설명을 내놓는다. "대한민국의 대(大)는 '하나로 통합해 크다'는 의미다. 한(韓)은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三韓)처럼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고유의 말이다. 민(民)은 말 그대로 백성이며 국(国)은 나라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삼한을 통일한 큰 한으로서 백성의(백성이 주인인) 나라를 가리킨다"는 설명이다. 

"한이 우리나라를 가리킨다는 것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기 전부터 일본에서는 정한론(征韓論)이 제기됐고, 조선시대에도 명․청(明淸) 외교문서에서 조선을 한(韓)으로 부른 사례가 많이 나온다. 민국은 조선왕조실록, 특히 영․정조 실록에 많이 등장한다. 왕조실록을 번역하면서 민국을 '백성과 나라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백성의 나라'를 뜻하는 한 단어"라는 지적이다. 

민국(民國)의 어원은 3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민유방본(民惟邦本) 본고방녕(本固邦寧)'이 민국의 어원이라는 것이다. 민유방본은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라는 뜻이고 본고방녕은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말이다. 두 말을 이으면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그 근본(백성)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다'는 민국이 성립된다. 

황 교수는 "중화민국에서 가져왔다면 3.1운동 직후 자주독립 국가를 되찾기 위해 수립한 상해 임시정부가 국호부터 자주적이지 않고 사대주의적이며, 민주국가의 준말이라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헌법1조는 동어반복"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반도 통일국가의 국호도 대한민국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한다. '남한의 대한민국과 북한의 조선인민민주공화국에서 일부를 떼 내 국호를 정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은 역사성과 민족성과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민국과 옛날부터 통일 한반도를 가리키는 대한을 합한, 대한민국이야말로 명실상부한 통일 한국의 국명으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영문이 'Republic of Korea(ROK)'인데 이것도 대한민국의 원래 뜻에 맞게 'National State of GreatKorea(NOK 또는 NGK'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 [연합뉴스]<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주토피아의 유토피아를 꿈꾸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돌연 하늘로 간 팝스타 프린스의 앨범 3개가 25일 빌보드 차트 톱10에 올랐다. 

인터넷에서도 그의 음악과 전성기 시절 영상을 돌아보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그중에서도 2007년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그가 펼친 우중 공연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157㎝의 작은 거인이 폭우 속에서 펼친 공연에 관객들은 온몸이 흠뻑 젖는 가운데 열광적으로 환호했고, TV 앞에 앉은 전세계 시청자도 열광했다. 그 환호와 열광의 순간만큼은 이념도, 종교도, 인종도, 국경도 부질없었고,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였다.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 귀에 대고 "뭐가 그리 복잡한가. 우리는 똑같은 사람 아닌가. 같이 즐거워하자"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역주행 흥행 중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24일까지 누적 관객수 44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외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최고의 흥행 기록이고,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중 5위의 기록이다. 

'주토피아'의 마지막 장면에서 팝스타 가젤의 콘서트 장면이 프린스의 슈퍼볼 하프타임쇼와 오버랩된다.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가젤의 노래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며 즐거워한다. 키 큰 기린도, 육중한 코끼리도, 손바닥만 한 쥐들도, 느림보 나무늘보도 하나가 돼서 '위 아 더 월드'를 연출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네, 핵실험을 하네, 연일 시끄럽다. 같은 이슬람국가임에도 상극인 사우디와 이란의 신경전,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만행으로 지구촌은 위태위태하다. 물론, 굳이 해외로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한반도 안에서 매일같이 분열과 갈등의 현장을 마주하고 경험한다. 

'주토피아'가 흥행하는 것은 뒤늦게 이 영화의 메시지와 스토리에 눈뜬 어른 관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는 바로 '위 아 더 월드'다. 

'주토피아'는 종족의 생리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던 때는 '롱롱 타임 어고'였고, 이제는 교양있고 세련되며 진화된 동물들이 모두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주토피아라는 이상적인 사회를 무대로 한다. 키도, 몸무게도, 생김새도, 먹이도, 성향도 다 다르지만 다채로운 동물들이 모두 한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이념이나 종교나 종족의 차이는 존중될지언정, 분쟁이나 불화의 대상이 되지 않고 서로의 차이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훌륭한 문화 속에서 보존된다. 

영화는 이러한 '수준 높은 평화'가 분열주의자의 획책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가치관 아래 잘 묻어두었던 그릇된 편견과 힘의 논리가 다시 스멀스멀 수면 위로 기어 올라오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그린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며 막을 내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류애와 평화의 가치를 촌스러운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주입하려 해 빈축을 샀다면, '주토피아'는 같은 메시지를 아닌 척하면서도 상당히 세련된 방식으로 운반해 깊은 울림을 준다. 

작은 흑인 가수 프린스의 죽음이 전세계적으로 일으킨 보라빛 추모와 애도의 물결, '주토피아'의 세계적 흥행 물결 아래 공통으로 놓인 '위 아 더 월드'의 공감대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는 없는지 생각해본다.

지진으로 발밑이 뒤집히는 판에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네 편, 내 편' 싸움이 신물 나는 요즘이다. 

3. [서울신문][길섶에서] ‘작은 결혼식’/구본영 논설고문

셰익스피어는 “남자가 (여성을) 설득할 때는 화사한 4월”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맞는 듯 4월이 되니 청첩장이 하나둘 쌓이고 있다.

시인 하이네가 그랬다. “결혼 행진곡을 들으면 언제나 싸움터로 향하는 군대 행진곡을 떠올린다”고. 가슴 설레는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일지라도 막상 결혼 생활은 남녀가 서로 부딪치는 험난한 과정이기 십상이란 뜻일 게다.

하긴 요즘 결혼식 하객들도 한바탕 전투를 치르기 일쑤다. 몇 주 전 세 건의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서울 강북에서 열린 선배 아들 결혼식엔 축의금만 대신 전달하고 강남이 식장인 친지 딸 결혼식에 얼굴을 비춘 뒤 친구 아들 피로연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계획을 짰다. 하지만 계획은 철저히 어긋나 버렸다. 교통난으로 늦게 도착한 세 번째 결혼식 피로연은 벌써 파장이었고, 다른 커플의 하객들로 채워질 참이었다.

우리네 결혼식 풍속도가 늘 이렇다면 딱한 노릇이다. 숱한 고통을 이겨 내야 할 인생의 전장이 기다리고 있는데 새 출발 하는 남녀가 큰돈을 들이고도 쫓기듯 혼례를 치러야 한다면…. 집 주변의 학교 강당, 혹은 교회·성당 등에서 치르는 ‘조촐한 결혼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4. [서울신문][공희정 컬처 살롱] ‘동네’에서 다시 시작하자

한때 동네는 신나는 놀이터였고, 따뜻한 집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는 뒤로한 채 아이들과 골목을 누비며 놀았다.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가쁜 숨이 턱에 차오를 때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우리들은 그 집으로 달려가 맛난 간식을 함께 먹었다. 낮은 담장 너머로 고만고만한 집들이 늘어선 곳, 우리는 그곳을 ‘동네’라 불렀다.

작지만 마당 한쪽엔 나무 한 그루쯤 있어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꽃 피고 지는 사계절을 볼 수 있었다. 볕 잘 드는 곳에 놓인 항아리에선 간장·된장·고추장이 익어 가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개발이란 이름 아래 동네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억의 흔적조차 쫓아갈 수 없게 변해 버린 그곳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현관문만 열면 옆집이지만, 누가 사는지 쉽게 알 수 없었다. ‘누구네’라는 호칭보다 ‘몇 호집’이라는 숫자로 서로를 불렀다. 더 큰 세상, 더 풍요로운 일상을 꿈꾸며 미련 없이 모든 걸 내놓은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한 동네. 우리가 찾는 큰 세상은 쉽게 보이지 않았고, 풍요로운 일상도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고 지쳐 돌아가고도 싶었지만, 돌아갈 동네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동네’가 살아나고 있다.

37년 동안 일요일 낮 12시면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하는 ‘전국노래자랑’.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무대에 올라 한껏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싶었다. 하지만 수백 명의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 치열한 예선 때문에 ‘동네 스타’들은 마음 졸이며 몇 날 밤을 뒤척였다. 이제 제작진이 이들을 찾아 나섰다. 이집 저집 숨겨 둔 사연 들어 가며 울고 웃다 보면 슬그머니 잊혀진 동네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일명 ‘동네 스타 전국방송 내보내기’, 상당히 감동적이다.

‘동네 변호사’도 있다.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나타난 좌충우돌 괴짜 변호사. 동네 사람들 말은 무조건 믿어 주고,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당한 억울함은 어떻게든 풀어 주려 했다. 그는 근엄하기 짝이 없는 판검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고, 돈으로 못 할 것 없다는 부자들 앞에서도 당당했다. 거창한 사회 정의보다 내 이웃의 삶이 소중하다 믿는 그를 사람들은 ‘동네 변호사’라 불렀다. 이런 사람 있는 곳이 진짜 동네구나 싶었다.

그뿐 아니다. ‘동네의 영웅’도 있다. 영웅들이 지키려고 한 것은 결국 일상의 행복과 평화였다. 누군가 그리울 때 슬며시 다가와 시시콜콜 이야기 들어 주고, 맛있게 익은 김치 한 조각 얹어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눠 먹을 수 있는 그런 일상. 그것을 지켜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그 말도 일리 있어 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동네일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동네를 찾게 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동네는 우리 삶의 원점이다.

조금은 촌스럽고, 미성숙하고, 찌질하지만, 나와 내 이웃이 매일매일 부딪치며 숨쉬는 곳이다. 길을 잃었을 때 원점으로 돌아가면 어디로 가려 했는지 보이듯 동네엔 우리가 숨겨 놓은 인생 지도가 있다. 사실이 의견인 듯, 의견이 사실인 듯 엇갈리고, 참과 거짓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바꿈하는 세상에서 더이상 헤매고 싶지 않은 우리들은 그래서 동네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생 지도 들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5. [연합뉴스]한국어가 더 유창한 노무라는 일장기…매킬로이는 아일랜드 대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우승한 노무라 하루(24)는 알려졌듯이 한국계 일본인이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노무라는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한국에서 다녔다. 문민경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자랐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유창한 까닭이다. 골프를 하기 전에는 한국의 '국기'(國技) 태권도를 했다.

노무라는 '경계인'(境界人)이다. 

경계인의 사전적 정의는 소속됐던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으로 옮겼을 때, 원래 집단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금방 버릴 수 없고, 새로운 집단에도 충분히 적응되지 않아서 어정쩡한 상태에 놓인 사람이다. 노무라는 이 사전적 정의에 딱 맞는 '경계인'이다.

가치관이 형성되고 언어를 비롯한 생활 습관이 자리를 잡는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한국이 노무라의 원래 소속 집단이라면 성인이 되어서 옮겨간 일본은 적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집단이다.

노무라는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으면 한국 사람도 아니고, 일본 가면 또 일본 사람도 아니고…"라고 말한 바 있다. '경계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과 일본은 제한적으로 복수 국적을 허용한다. 대개 노무라처럼 한국과 다른 나라 국적을 다 취득할 수 있는 여자는 만 22세 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노무라는 22세 때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일본이 프로 무대 규모가 더 크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노무라는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일본 대표 선수로 참가할 게 거의 확실하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유창한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일본골프협회나 일본올림픽위원회 입장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더 익숙한 선수가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상상해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지금은 세계랭킹 3위지만 작년까지 세계랭킹 1위였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부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는 로리 매킬로이는 아일랜드 대표 선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매킬로이의 국적은 영국이다. 그는 영국의 정식 국명인 '그레이트 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의 수장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신민이다.

하지만 그의 정체성은 '아이리시'(Irish)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일랜드골프협회 소속으로 뛰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그는 아일랜드 대표 선수로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북아일랜드는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영국에 잔류한 곳이다. 가톨릭교도보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 신자가 더 많은 지역이다. 아일랜드 섬 전체에서는 가톨릭교도가 절대다수지만 북아일랜드에서는 가톨릭이 소수다. 매킬로이 부모는 가톨릭이다. 

그는 정치적,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일랜드 대표 선수였기 때문에 올림픽도 아일랜드 대표로 나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킬로이의 선택에 영국 국민과 아일랜드 국민의 반응은 따로 언급할만한 게 없다. 

브라질 대표로 유력한 미리암 나글(35)은 8살 때 독일로 생활 터전을 옮긴 부모를 따라 브라질을 떠났다. 그는 독일에서 아동, 청소년기를 보냈다.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녔고 대학도 미국에서 마쳤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등 골프 선수 경력도 대부분 미국에서 쌓았다. 

독일에서 만난 독일인 남편과 가정을 꾸린 나글은 인생 대부분을 독일인으로 살았다.

그는 그러나 지난해 브라질골프협회의 권유를 받고 먼지 쌓인 브라질 국적을 되찾았다. 나글이 브라질 국민 대다수가 일상어로 쓰는 포르투갈 어를 구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나글의 선택에 브라질이나 독일에서 어떤 언급을 했는지 역시 특별히 적을 게 없다.

지난 1999년 제1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 한국 대표팀에는 미국 국적 펄 신(49)이 포함됐다. 9살 때까지 신지영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살던 그는 부모와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가서는 14살 때 미국 국적자가 됐다. 

일본과 대항전을 앞두고 너무나 현격한 전력 차이 탓에 일방적인 패배가 걱정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일본 쪽 양해를 구해 펄 신을 대표로 뽑았다.

펄 신은 아마추어 시절 미국-영국 골프 대항전 커티스컵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바 있었다. 펄 신은 이듬해 열린 2회 대회 때도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펄 신은 '고국'에 대한 헌신으로 상당한 찬사를 받았다. 한국 기업의 후원도 줄을 이었다.

2004년 제5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에도 미국 국적 교포 크리스티나 김(32)이 한국 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김초롱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출전한 크리스티나 김은 펄 신과 달리 팬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에는 "외국인에게 태극 마크를 달아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크리스티나 김은 이후 한국과 인연을 끊고 산다.

노무라뿐 아니라 미셸 위(미국·한국 이름 위성미), 리디아 고(뉴질랜드·한국 이름 고보경), 이민지(호주), 대니 리(뉴질랜드·한국 이름 이진명), 케빈 나(미국·한국 이름 나상욱)도 엄밀하게 말하면 '외국인'이다.

한국 골프가 만약 지금 같은 수준에 올라오지 못해 리우 올림픽에 파견할 마땅한 선수가 없는 상황을 상상해봤다. 그래서 대한골프협회가 대리 리나 케빈 나, 리디아 고, 미셸 위, 노무라 등에게 부탁해 그들이 태극 마크를 달고 리우 올림픽에 나선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태극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새겨 넣은 노무라의 캐디백을 보면서, 매킬로이와 나글의 선택을 전해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들의 선택이 우리가 아니라도 그들을 적대시하거나 백안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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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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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6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오너 일가에 기업경영 부실 책임 물어야

조선 및 해운 분야를 시작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아직은 겉도는 모양새다. 정부 대책도 대책이지만 기업 차원의 자구노력이 미진한 탓이다. 한진해운이 어제 채권단에 자율협약 정상화방안을 신청했으면서도 구체적 계획 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구계획을 포함한 포괄적인 정상화 방안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자칫 채권단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지원 결정에는 철저한 심사가 따라야만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칫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지고도 일시적인 처방에 그쳤던 근본적인 원인이다. 기업들의 자구노력은 따르지 않은 채 부실 요인을 정부 지원으로만 메우려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번에 제기된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일가의 사전 주식처분 의혹이 명백히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겼다면 오너 일가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만 한다.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갖은 특혜를 누리고도 기업이 적자상태에 빠져 마지막 정상화 과정을 겪으면서도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도록 허용한다면 사회적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대상선을 포함해 부실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다른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만성적인 경영 부실에 빠져 있으면서도 최고 경영진은 거액 보수를 받으며 거리낌없는 대우를 받아 왔다. 도덕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다보고 알짜 부분을 미리 빼돌린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막대한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기업 구조조정은 말 그대로 살과 뼈를 깎아내는 작업이다. 채권단의 지원 요청에 앞서 기업 차원의 책임있는 자구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번에는 야당들도 구조조정 방안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룸으로써 실업자들에 대한 재교육 등 다양한 추가 대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의 일탈행위에 대한 엄중한 단속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2. 국민의당 연립정부론 진정성 있는가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연립정부론이 아연 정치권을 강타했다. 국민의당 소속 중진들이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연합정부론을 앞다퉈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각론에서는 저마다 견해가 다른 동상이몽의 성격이 짙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거의 비슷하다. 연립정부가 출범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크게 뒤바꿀 초대형 변수임에 틀림없다.

연립정부론은 국민의당이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확실한 결정권을 쥔 제3당으로 우뚝 섰다는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동안 당의 발목을 잡았던 야권통합론의 명맥을 끊고 향후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당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사례로 들어 단순한 엄표용이 아니라며 한술 더 떠 독자집권론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어느 쪽과도 연대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양대 정당 모두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더민주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갈등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터에 신경 써야 할 혹이 하나 더 달린 셈이다. 총선 참패로 혼돈에 빠진 새누리당은 대놓고 표현하진 못하지만 정국을 타개할 훌륭한 대안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여권과의 연대가 성사된다면 보수와 진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는 ‘가치의 통합’으로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앞당기고 정쟁 과잉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야권 연대는 내년 대선의 최대 현안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이 어느 쪽과 연대하든 그 파괴력은 가공스럽다는 얘기다.

다만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대의를 망각하고 제3당의 영향력 극대화에 집착한 정치공학적 산물이라면 연립정부든 뭐든 기대할 게 못 된다. 국민의당의 총선 승리는 ‘막장 공천’에 실망한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반 덕택이 크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경제와 안보는 보수’를 거듭 외치지만 당내 이념의 공감대가 미약하고 지역당의 한계도 안고 있다. 국민의당은 고유의 정체성 확보를 소홀히 한 채 결선투표제나 연립정부론 등 대선 현안에 매달림으로써 진정성을 의심받았다간 대선은커녕 내년 4월 재·보선에서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신문]

3. 2년여 만의 靑·언론인 대화, 소통 출발점 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언론인들과의 간담회는 2013년 7월 10일(논설실장·해설위원실장)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청와대 측은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 이후 첫 소통 행보이자 민심을 청취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권의 총선 참패 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이라 이번 간담회는 여러 모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국내외적으로 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 집권 후반기 북핵으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 위협과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 문제 등으로 국내외 안팎으로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의회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간 20대 국회에서는 과반 의석을 점한 19대 국회와 정치 상황이 판이해졌다. 여권의 국정 운영 동력이 현격하게 떨어진 상황인 것이다.

여권의 총선 참패와 대통령 지지율 급락은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도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소통 미흡이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방식 등이 단골 메뉴로 오르는 이유다.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한 국민의 반발인 것이다. 총선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국정 운영 방식과 새누리당의 수습 지연 또한 국민의 실망감을 증폭시킨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중심제의 정치구조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단합된 추진 동력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해 온 4대 개혁은 물론 정책 수행에 필요한 사소한 입법이라도 야당의 협조는 절대적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참된 소통으로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소통은 일반 국민이나 야당은 물론 당·정·청 간에도 확대돼야 한다. 언로가 막혀 장관이나 수석들조차 대통령을 면담하기 어렵다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여당은 청와대 지시에 움직이는 ‘하명식 정치’란 오명에서 벗어나야 하고 국무위원들도 받아쓰기식 행정으로 국내외 거센 파고를 극복할 수 없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당·정·청 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허심탄회하게 국가 대사를 논하는 분위기를 만들 책무가 있다. 집권 후반기 내각과 청와대 개편 같은 인적 쇄신이나 갈라진 민심 수습을 위한 국민통합 방안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야당을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국정 협력의 파트너로 삼으라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이다. 이번 언론인과의 대화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 설득과 소통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총선 표심대로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인적 쇄신을 포함한 대규모 혁신에 나선다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다. 이번 언론인들과의 대화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소통과 설득의 정치로 바뀌는 일대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4. 아이 낳을 의욕 꺾는 누리과정 예산 충돌

만 3~5세 어린이를 위한 무상보육 정책인 누리과정의 재원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4·13 총선 전에 이미 해법을 찾았어야 할 쟁점이었지만 총선 뒤로 어물쩍 넘긴 탓에 떠오를 수밖에 없는 현안이다. 청와대와 중앙정부, 여당이 한편이고, 야당과 대부분의 교육청이 다른 한편이라는 점에서 맞상대는 똑같다. 그러나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정국이 여소야대, 즉 힘의 균형이 변했다는 점만 크게 다르다. 정부가 이른바 거야(巨野) 체제에서 맞닥뜨린 첫 과제나 다름없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 측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 더 확고해졌다. 정부는 지난 22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다. 누리과정의 예산 편성을 법제화하는 조치다. 시·도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일부를 반드시 누리과정에 쓰도록 강제하도록 못박아 두는 것이다. 현재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거둔 세금 중 내국세의 20.7%를 교육청에 교육 교부금 명목으로 주면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자율 편성해 지출하고 있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예산 협의를 의무화하는 관련법 시행령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지자체를 통해 교육재정 편성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트려는 의도에서다.

야당과 일부 교육청도 변한 게 없다.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이 아닌 국가의 책임으로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 교부금의 강제 규정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광주·강원·전북 등 3개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까닭에 관할 어린이집들이 ‘외상’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보육을 넘어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1.2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한편에서는 누리과정과 별개인 듯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갖가지 저출산 극복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출산과 보육은 따로가 아닌 한 묶음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보육대란은 출산 의욕마저 꺾을 뿐이다. 이제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힘겨루기를 끝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의 장래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길 바란다. 국고든, 교육 교부금이든 결국 국민에게서 나온 예산이다.

[동아일보]

5. ‘성공보수 금지’ 大法판결, 전관예우 착수금만 높였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100억 원대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변호를 맡다가 지난달 해임된 최모 변호사가 어제 “정 대표가 ‘A 변호사에게서 항소심 재판장과 통화가 다 됐고 100% 집행유예 확답을 받았다’며 사임을 요구해 사임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최 변호사도, A 변호사도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前官) 변호사로 양쪽 다 전관 출신이 포함된 자문 변호사단까지 꾸렸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로 감형됐다. 그가 원했던 집행유예나 보석 결정을 얻지 못했으니 일단 전관예우는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 통념을 넘는 거액의 수임료가 오간 사실이 밝혀졌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서 수임료로 50억 원을 받았으나 해임되면서 성공보수로 받은 30억 원을 돌려줬다. 나머지 20억 원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역시 성공보수로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 변호사는 “30억 원을 받기 전에 착수금으로 따로 받았다”고 반박했다. 의견다툼으로 정 대표가 구치소로 찾아온 최 변호사를 폭행해 고소사건으로까지 비화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법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변호사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아무런 실효성이 없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20억 원은 논란이 되고 있으니까 차치하더라도 30억 원을 성공보수로 받은 것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모두 인정한다. 대법원 판결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약정만 하고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지불되던 성공보수가 지금은 수임료에 포함돼 수표 형태로 예탁됐다는 것 정도다. 

A 변호사는 최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정 대표에게 집행유예를 자신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A 변호사에게 들었다는 ‘재판장과의 통화’ 발언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형사사건 수임료는 많아도 통상 1억, 2억 원을 넘지 않는다. 최 변호사든 A 변호사든 실패한 전관예우이긴 하지만 전관예우를 노리고 수십억 원의 수임료가 오간 만큼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공교롭게도 어제는 법무부 장관·대한변호사협회 회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이 한결같이 법의 신뢰 추락을 개탄하며 “법조계부터 법치구현”을 다짐한 ‘법의 날’이었다.

6. 한진해운·현대상선 연명시키는 구조조정은 하나마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오늘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산업 구조조정 플랜을 공식 발표한다. 심각한 부실이 드러난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침을 밝히고 구조조정의 원칙을 언급할 것이다. 5대 취약 업종 중 해운과 조선업의 경우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주채권 은행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할 예정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 구상에는 과거에 본 듯한 익숙한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다. 산은이 기존 대주주 지분을 줄이는 감자(減資)를 실시한 뒤 새로운 자본을 충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빚이 많아 마이너스로 떨어진 순자산 가치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대신 산은이 해당 기업의 대주주가 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부실을 처리하고 구조조정하려면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은 이런 전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산은은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다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을 구조조정할 시기를 놓친 전력이 있다. 정부는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할 것”이라고 강조하겠지만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혈세를 퍼준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한국형 양적 완화’를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자칫 좀비 기업의 수명만 연장할 공산이 커질 뿐이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파산 가능성이 높은 법정관리보다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업 사태나 지역 경제의 파탄 같은 후폭풍을 회피하고 싶어서다. 그렇게 구조조정을 미룬 대가를 우리는 지금 혹독하게 치르는 중이다. 좀비 기업들이 멀쩡한 기업들과 출혈 경쟁한 결과 공멸의 지경에 이르렀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처럼 당장 도미노 도산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위기 상황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부실 기업을 모두 산은 자회사로 편입하는 식의 모르핀 처방에 그친다면 속으로 곪은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빈사 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7. ‘윤상현 복당’ 군불 때는 與, 총선 민심 외면할 참인가

20대 총선에서 윤상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직후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인천시의원 2명과 인천 남구의원 4명이 22일 인천시당의 당원자격 심사를 거쳐 모두 복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13총선 당선 뒤 이들과 함께 15일 복당 신청을 한 윤 의원의 복당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당 안팎에 무성하다. 오늘 열리는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윤 의원 등 탈당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는 윤 의원 외에 유승민 주호영 강길부 안상수 장제원 이철규 등 7명이다. 윤 의원만 친박(친박근혜)이고 나머지는 비박(비박근혜)이다. 모두 복당하면 새누리당 의석은 122석에서 129석으로 늘어 더불어민주당(123석)을 제치고 제1당의 자리를 다시 꿰차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김무성 전 대표를 겨냥한 막말 공천개입 파문을 일으킨 해당(害黨) 행위자다. 어제 ‘새누리당 혁신모임’(가칭)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해 (당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 규범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당내 세력 확장에 윤 의원이 ‘고리’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옥새 파동’을 일으킨 김 전 대표와 함께 보수층이 여당에 싸늘하게 등 돌리게 만든 책임이 무겁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윤 의원의 복당이 거론되는 것을 보니 총선 참패에도 새누리당은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비박계인 심재철 의원이 어제 윤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제외한 5명부터 먼저 복당시키자는 ‘5+2’ 방식을 제안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유 의원은 ‘개혁적 보수’ ‘수평적 당청관계’를 지향하다 박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혀 쫓겨났다는 점에서 윤 의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도 윤 의원과 유 의원의 복당을 동급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은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동반 탈락’을 주장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의원의 복당은 시도당 의결을 중앙당 최고위원회가 추인해야 가능하다. 지금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가 해체됐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지연되고 있다. 지금이 보수층의 이반(離叛)을 초래한 해당 행위자의 복당 군불이나 때고 있을 한가한 때인가. 친박 세력은 아무리 박 대통령이 그를 총애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의석을 잃었는지부터 돌이켜보기 바란다. 총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고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새누리당은 내년 대선에서 다시 매서운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8.보석 조건이 50억원…과다 수임료 의혹 철저 조사해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을 변론했던 최모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논란에 대해 서울변호사협회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정 대표가 자신의 항소심 재판을 담당했던 여성 변호사 최씨를 구치소 면회장소에서 폭행하면서 불거졌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 대표는 보석 석방을 조건으로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금조로 30억원 등 모두 50억원을 건네줬다고 한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 결정을 내리지 않자 정 대표는 최 변호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정 대표는 이후 최 변호사에게서 30억원을 돌려받은 데 이어 20억원마저 반환을 요구하면서 다툼을 벌였다. 정 대표를 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최 변호사는 “20억원은 사건 처리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20억원 중 세금을 제외한 11억원은 법률 자문 및 송사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물론 법조계 인사들조차 최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 윤리장전은 “변호사 보수는 절대로 과다해서는 안 되며, 부당한 축재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무의 공공성과 전문성에 맞게 수임료를 책정해야 하며, 성공보수를 받아선 안 된다는 의미다. 도박 사건이 최 변호사 주장처럼 10여 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간여할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는 최 변호사가 부장판사 경력을 이용해 ‘전관예우’ 차원에서 거액의 변호사 보수를 받은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그 때문에 변호사협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변호사 업계의 고질적 수임비리 전반에 대해 점검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마침 어제가 법의 날이었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한변협 회장 등이 모처럼 함께한 자리에서 ‘믿음의 법치(法治)’를 강조했다. 변협은 최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논란이 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엄중하고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

9. 朴대통령 언론 이어 각계 두루 만나 민의 들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46개 중앙 언론사 편집국장들과 갖는 간담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4·13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 후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밝혀 민심 청취를 위한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원래 잡혀 있던 국무회의를 하루 연기하고 언론사 간부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으니 국민의 목소리를 다시 확인하는 기회로 삼기를 주문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언론사 간부들과 간담회를 세 차례 했고 출입기자단과 오찬도 하는 등 언론과 다각도로 소통에 나섰지만 이후 3년여 유사한 자리를 갖지 않았다. 오랜만에 언론과의 대화를 통해 민심을 듣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고 환영할 일이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이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향후 국정과제 추진 방향과 의지를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등의 불로 떠오른 해운과 조선 부문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 현안과 북핵 도발 등 안보 이슈도 국민과 언론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민심이 표로 보여준 변화 요구에 수용하는 자세와 그에 맞는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국민은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면서 정부와 여당에 야당과 대화하고 주요 정책에 협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와 국회, 여당과 야당 간에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라는 주문인 만큼 정부와 여당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민의를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언론간담회에서 이런 민심의 변화와 주위의 쓴소리를 받아들이겠다고 흔쾌히 국민에게 화답했으면 한다. 참석 언론인들도 허심탄회하게 대통령과 대화해 여론을 충실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언론계와의 간담회에 이어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측근 비서진에게선 나오기 힘든 얘기를 듣고 국정에 반영하는 진정한 소통 정치를 펼쳐야 한다. 국회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간 현실을 인정하고 야당 대표들과도 만나 각종 법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해야 한다. 1년10개월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꾸려가려면 대화와 설득에 먼저 나서기 바란다.

10. 옥시 가습기 살균제 실험조작 의혹 철저히 밝혀라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자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무책임한 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추가 의견서를 지난해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봄철 황사와 가습기 자체에서 번식한 세균 등이 폐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지난 5년간 고통을 받았던 피해자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빌어도 부족할 판에 책임을 회피하려고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니 기가 막힌다.


옥시는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려고 서울대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의뢰해 받은 실험 결과에서 불리한 내용을 빼고 제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실험보고서를 2개로 나눠달라고 요구한 뒤 자사에 유리한 것만 받아 제출했고, 질본 역학조사 결과와 내용이 유사한 KCL 보고서는 수령을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월에도 짜깁기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삶이 망가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결코 해서는 안 될 패륜을 저지른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옥시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기로 한 데 이어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37개 단체와 공동으로 어제부터 불매운동에 들어갔는데 옥시가 자초한 일이다. 옥시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검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실험 조작 여부에 대해서도 진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법적으로 책임질 사안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피해자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처럼 잘못을 축소·은폐하려고만 하면 존립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검찰은 이번주부터 사건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해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성분 안전성 검증 과정에서 조작된 것은 없었는지, 옥시 영국 본사가 내린 조치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인 만큼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주길 바란다.

주요 신문칼럼


1. [연합뉴스]<현경숙 칼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내가 만일 병 속에 시간을 저장할 수 있다면/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영겁이 지나갈 때까지 매일을 저장할 거예요/그 시간을 당신하고만 지내면서요." 미국 가수 짐 크로스의 히트곡 '병 속의 시간'(Time In a Bottle)의 노랫말 일부다. 애처가였던 그는 아내가 아기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이 가사를 썼다고 한다. 영원히 아내와만 지내고 싶다는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아내를 사랑하는 한국 남편들의 진담 같은(?) 좌우명들을 잠깐 보자. 인명재처(人命在妻; 남편의 목숨은 아내에게 있다), 지성감처(至誠感妻; 지극한 정성에 아내도 감동한다), 개과처선(改過妻善; 잘못을 뉘우치고 아내의 선처를 기다린다), 사필귀처(事必歸妻; 모든 일은 아내의 뜻에 따른다) 등이다. 이를 보면 아내 사랑에서 크로스는 한국 남편들을 따라오지 못할 것 같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국회의원과 아내의 공통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남편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말이 많다, 아는 체도 하지 않다가 필요하면 아양 떤다, 바빠 죽겠다고 하는데 매일 노는 것 같다, 말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등이 공통점으로 꼽혔다. 아내가 국회의원보다 나은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밥은 해 준다'이다. 국회의원이 아내보다 나은 점도 있다. '4년 마다 갈아치울 수 있다'이다. 으레 농담 속에는 뼈가 있기 마련인지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이런저런 것들을 보면 남편에게 아내는 끔찍이 사랑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갈아치우고 싶기도 한가 보다.

윤진하(연세의대)·강모열(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직장의 근무시간이 긴 아내와 함께 사는 남편일수록 우울한 증상을 보일 위험이 크다고 한다. 아내가 무직일 때 우울한 남편은 7.1%에 불과했지만, 아내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일 때 10.7%, 주 50시간 이상 60시간 미만일 때 11%, 주 60시간 이상이 되자 13%로 점차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크로스의 노래처럼 아내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남편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일까.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 같은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요즘 가계 경제가 말이 아니다. 눈덩이 가계 빚, 가장의 조기 퇴직,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전셋값, 청년 실업과 캥거루족 자녀, 저임금 아내, 고령화, 노인 빈곤 등으로 도무지 집안이 편치 않다. 가계를 짓누르는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천200조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조4천억 원의 90%에 육박하는 규모다. 온 국민이 1년 내 벌어서 가계 빚을 갚는다고 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1년 동안 늘어난 빚만 120조 원 이상이다. 가계 빚 급증은 천정부지의 전셋값이 원인이었다. 은행 문턱이 높아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도 13조6천936억 원으로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350만 명 이상이고,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이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158만 가구다. 

빚이 많은 집일수록 부채는 더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한다. 가계부채는 부동산경기가 나빠지면 금융권 위기로 파급돼 한국 경제를 좌초시킬 수 있는 '뇌관'이 될 정도로 위험 수위다. 2~3년 뒤에는 가계부채로 인한 내수 위축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다 사상 최고 수준인 12%를 넘는 청년 실업률, 비정규직 청년들은 가정 내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될 조짐마저 보인다. 집값은 수억 원에 이르는 데 비해 소득 감소로 인해 집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20~30대는 부모에게서 얼른 집을 물려받길 원한다고 한다. 평생 일군 재산이라고 해야 집 한 칸이 전부여서 집에 큰 애착을 가진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 세대는 부모의 집을 팔아 사업 밑천이나 생활비로 삼고 싶어 한다고 한다. 

가계가 어렵다 보니 아내들이 집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아내들의 긴 근무시간은 생활고의 또 다른 얼굴이고, 남편들의 우울은 팍팍한 가정 경제의 결과물일 것이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저성장으로 인해 항시적으로 발생하는 고용불안, 청년 실업, 양극화 등이 가져온 가정 경제의 주름살로 남편들의 가슴은 무겁고, 아내의 부재는 여기에 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윤 교수팀은 근무시간이 일하는 당사자의 육체, 정신적 피로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겨울이 매서웠던 만큼 볕이 기꺼운 봄이 왔건만, 이 땅의 가장과 아내의 마음은 무겁다. 우울증에는 햇볕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한다. 햇빛은 만인에 공평할 뿐 아니라 돈 없이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사계절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태국에는 실제로 우울증 환자가 별로 없다고 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민이 낙천적이고 명랑한 것은 일조량이 많은 이 나라의 기후, 지리와 무관하지 않다. 햇볕을 받으면 나쁜 균이 죽듯 봄에는 범죄도 감소한다고 한다. 

우울한 남편과 일하느라 지친 아내들이여, 무작정 봄볕으로 들어가 보자. 찌든 삶으로 인한 우울과 마음의 병이 봄빛에 녹고 삶을 이어갈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먹고살기 바빠 봄이 오는지 가는지조차 느낄 새 없는 부부들이 염려된다. 고용 한파 속에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 500만 명 이상이고, 이들 밑에서 일하는 무급 가족 종사자가 6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폐업 직전의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하니 봄이 왔으되 봄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과 아내가 많을 것 같다.

2. [서울신문][기고] 당신이 몰랐던 동물성 단백질의 진실/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지난해 소시지를 둘러싼 발암 논란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다.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는 게 연구의 골자다. 이어 붉은 육류의 섭취도 발암 가능성이 있다며 발암물질 2A군으로 분류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소시지와 육류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나 담배만큼이나 나쁘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육류 섭취가 질병의 원인’이라는 식의 낙인을 찍은 셈이다.

사실 이번에 발암 위험성이 부각된 주된 대상은 가공육이다. 가공육은 가공 과정에서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가고 신선육과는 달리 가공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발암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 더욱이 이번 WHO 발표문을 보면 가공육 소비가 개인에게 미치는 대장암 발생 위험은 작으나 섭취량이 많아지면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육류 섭취는 해롭기만 한 것일까. 단백질은 체내에서 신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을 만드는 주요 재료이고, 면역물질을 만드는 데도 필수적인 영양소다. 이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 또한 적절한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는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국내 노년층에서 가장 많이 사망하는 질병 중 하나가 바로 뇌졸중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뇌혈관의 주요 구성물질 중 하나가 단백질이기 때문인데 단백질 섭취 감소로 뇌혈관이 약화되면서 혈류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터져 버릴 수 있다. 일 년간 한국인 평균 육류 섭취량은 40㎏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인보다 고기를 2배 이상 섭취하는 유럽의 경우 뇌졸중 발생률이 더 낮았다고 보고됐다.

또한 세계적인 장수 국가인 일본에서 5만여명의 일본인 남녀를 장기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0g 이내의 육류 섭취는 심혈관질환 사망률과 뇌졸중 사망률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와 유사한 식단과 생활습관을 가진 일본인에서의 결과이므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한국인의 경우 국이나 찌개 중심의 밥상으로 인한 나트륨 과다 섭취와 고탄수화물식이 뇌졸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국내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은 고탄수화물, 고나트륨 식사를 줄임과 동시에 지방이 적은 육류와 생선 등 단백질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최고의 밥상은 ‘균형 잡힌 식단’이다. 고콜레스테롤·고지방이 걱정된다고 육류 섭취를 결코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양질의 단백질을 육류로만 섭취하기 힘들다면 콩이나 두부를 같이 먹는 게 좋다. 또한 육류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부적절한 조리법에 기인하므로 직화구이가 아닌 삶거나 프라이팬에 구워 먹도록 한다. 적정 육류 섭취량(137.3g)을 준수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식습관이다. 양질의 고단백 식품을 통해 우리 건강을 지키도록 하자.

3. [서울신문][시론] 대학로 호객행위, 단속이 능사인가/최윤우 연극평론가·‘연극in’ 편집장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흔히 대학로라고 불리는 이곳은 공연예술의 중심지다. 반경 2.5㎞ 내에 170여개 공연장이 밀집해 있고, 연간 1200여편이 넘는 공연이 올라간다.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인프라를 자랑한다.

그런데 요즘 대학로와 관련된 뉴스에는 공연보다 ‘호객행위’라는 단어가 더 많이 등장한다. 대학로 호객행위 문제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대학로가 공연장 밀집 지역으로 형성된 이후 지속해서 거론된 잠재적 이슈였다. 다만, 최근 혜화경찰서를 비롯해 종로구, 대학로파출소, 공연예술계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호객행위 단속을 강화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몇몇 공연 제작사들이 ‘생존권 위협’이라는 자극적 문구를 들고나오면서부터 관심이 뜨거워졌다. 급기야 호객행위로 단속을 받은 이들이 혜화경찰서 앞에서 시위하기에 이르렀고, 언론매체는 앞다투어 대학로 호객행위 현실을 기사화했다.

몇몇 곳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호객행위의 정당성을 피력한다. 마치 거대 집단이 소집단의 적극적이고 일반적인, 혹은 어려운 삶을 타파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방해한다는 논조다. 서로 간의 협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사실관계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이야기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호객행위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간과한 데서 비롯된다.

호객행위는 그 자체가 불법이다. 불법 행위에 논리적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없는 일이다. 불편하고 힘들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눈감고 넘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불법적인 행위 역시 어떤 연유가 있을 것이니 큰 피해가 아니라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호객행위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불법 호객은 관객들의 공연 선택권을 침해하고, 대학로를 불편한 공간으로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수준을 담보한 공연은 호객행위 없이도 관객이 알아서 찾는다. 호객행위를 하는 공연은 반대의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또 호객꾼에게 이끌려 공연을 본 이들은 공연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작품성이 떨어지는 공연을 본 이들은 다시는 대학로 공연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호객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대학로에 대한 관객들의 오해와 공연예술의 수준에 대한 왜곡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호객’이라는 불법적 행위는 정상적인 공연 질서를 저해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정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그간 공연예술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통해 공연법 개정을 촉구해 왔다. 다만, 공연법 내 호객행위 금지 조항의 신설 등이 자칫 공연의 행위 및 홍보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가능한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시 문화지구 조례 개정이다. 서울시는 대학로를 2004년 5월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말 그대로 문화지구는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공간이다. 대학로가 공연예술 밀집 지역이자 공연예술의 중심지로서의 역할과 기능할 것을 서울시가 기대한다면 서울시가 문화지구 조례를 개정해 대학로 현실에 맞는 호객행위 근절 방안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2014년 종로구는 ‘대학로 관리지구 계획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계획안에는 노점상 및 호객행위 전면금지 구역을 운영하고 단계별로 확산하는 내용이 있다. 호객행위 등에 과태료 부과를 위해 지역문화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법 개정 후 호객행위 단속을 위한 단속팀 운영 등 다양한 제안이 들어 있었다. 아울러 소규모 공연 제작사를 위한 공동 마케팅 방안, 연극홍보 도우미 활동 등도 담겨 있다. 이런 내용을 이미 만들어 놓고도 실행하지 않은 배경은 모르겠다. 하지만 호객행위 근절 방향은 명확히 잡은 듯하다.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한다면 대학로 호객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설 수도 있다.

4. [동아일보][횡설수설/이진]맑은 날 미세먼지

지난 주말 야외활동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날씨만 보면 토요일인 23일과 일요일인 24일은 천양지차였다. 23일은 주변이 온통 뿌옇게 보여 미세먼지 탓하는 사람이 많았다. 24일에는 시정(視程)이 6∼20km로 탁 트여 미세먼지가 하루 만에 물러갔다는 환호가 나올 정도였다. 서울의 한 하프마라톤 대회에서는 1만여 명이 달렸고 대구에선 시민 생명축제가 열려 4000여 명이 자전거 타기 등 봄날을 즐겼다.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23, 24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상당히 나빴다. 입자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미세먼지(PM10)의 하루 평균 농도가 m³당 81∼15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면 나쁨, 151μg 이상이면 매우 나쁨 판정을 내린다. 23일은 16개 시도 중 13개 시도가 하루 평균 151μg을 넘어 매우 나빴고, 24일에도 8개 시도가 매우 나쁨이었다.

입자 지름이 2.5μm 이하로 작은 초미세먼지(PM2.5)가 많으면 주위는 흐릿해진다.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아 빛의 산란효과는 더 크기 때문이다. 23일에는 황사가 몰고 온 흙먼지에 안개가 끼어 시정이 나빴다. 24일에는 안개가 가신 데다 습도까지 10%대로 내려가 ‘맑은 황사’가 연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주말에 초미세먼지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일반인의 상식을 깨는 설명이다.

평균 300μg의 미세먼지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가 발령돼 차량 운행 제한, 조업 단축 등의 조치를 내린다. 서울 강남구는 23일 오후 9시부터 24일 오전 4시까지 300μg을 넘었고 한때 479μg까지 치솟았다. 이 상태에서 1시간 있으면 담배 연기가 가득 찬 방에서 4시간 정도 숨쉬는 것과 같다고 한다. 미세먼지나 담배 연기 모두 1급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서울은 경보가 나올 일이 거의 없다. 환경부가 경보 기준을 적용하는 전국 39개 권역 중 서울은 전체가 1개 권역이다. 서울에 경보가 발령된다면 호흡기 피해자가 상당수 나온 다음일 듯하다.

5. [동아일보][이라의 한국 블로그]결혼식 하객에 깜짝 놀란 미국인 老부부

오래 알고 지내던 미국인 노부부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구경과 함께 며칠 동안 같이 다니면서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에 적어 준비했다. 그중 재미있어 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정은 고전미술관, 조카 결혼식, 전통시장, 탄천공원 방문이었고, 내가 직접 함께 다니며 소개해 주었다.

공원에서 보낸 시간은 그 나름으로 즐거웠다. 한쪽에서 흥겹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재미있는 행사를 하나 가 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 ‘버스킹’이라 불리는 1인 공연을 하는 분이 이웃돕기 모금 활동 삼아 노래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는 친절하게도 신청곡을 받고 ‘Sweet Caroline’이라는 신나는 팝송을 불러 주었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두 내외가 바로 일어나 손을 마주 잡고 흥겹게 춤을 추셨다. 고희가 지난 연세에 한 분은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아 행동이 부자유스러웠지만 너무나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벤치에 둘러앉아 구경하던 관객들 중 한두 분이 일어나 같이 합류할 것 같더니 쑥스러운 듯 슬며시 다시 앉았다. 감정 표현이 빠르고 자연스러운 미국인들과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한국인들이 갖는 문화 차이인가 싶었다. ‘남편이나 아이들과 서로 애정 표현을 자주 하며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가끔은 눈에 보이는 것이 마음속에 감춰져 있는 것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구나 싶었다. 

장조카 결혼식에도 함께 갔다. 한국의 결혼식이 어떤지 보여주고 싶었다. 결혼식장 건너편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하던 중 꽃집 트럭에서 축하화환을 내리고 있었다. “무슨 꽃이냐”는 물음에 “각종 행사나 결혼식 때 축하하는 의미로 보내주는 화환”이라고 하니 아주 신기해했다. 미국에선 큰 사이즈의 화환보다는 대개 집 화병에 꽂아둘 수 있는 정도의 꽃다발을 많이 쓴단다. 

3층 엘리베이터 문을 나서자 하객으로 가득한 로비가 나왔다. 또 하나의 경이로운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와∼, 이 사람들이 모두 결혼식을 축하해 주러 온 손님이야?”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참석한 결혼식을 처음 본다고 했다. “여러 커플이 같은 건물 내에서 결혼하는 날이라서 그렇다”는 설명에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았다. 자기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에 열심히 두리번거린다. 한복을 입은 시어머니랑 사진 여러 장도 찍고 신부대기실에 들어가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신부와 같이 사진도 찍었다. 조금 있다가 슬며시 오시더니 신부와 찍은 사진을 미국 가족에게 보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워낙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그 나름의 문화나 종교, 관습들을 따라 여러 형태의 결혼식이 있지만 한국에서 보낸 이번 봄 여행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몽골에서는 결혼식을 주로 늦여름이나 가을에 많이 한다. 5월이 다 되어가는 며칠 전에도 눈이 내린 사진을 받을 정도로 몽골의 4, 5월은 아직 추운 계절이다. 몽골의 4월은 한국의 늦겨울 정도 날씨라 결혼식은 따뜻한 여름이 와서 초원이 초록색으로 변한 이후 7월부터나 시작된다. 도시의 결혼식 모습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지만 울란바토르 시내에 결혼식장이 하나밖에 없어서 이른바 ‘손이 없는 좋은 날’에는 오전 4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결혼식이 이어진다. 결혼식장에서 식이 끝나면 바로 식당이나 별도로 준비한 곳에 가서 어른들 덕담을 듣는다. 그리고 식사와 함께 축하 공연, 친척과 친구들의 축하 노래, 선물 전달식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진다. 지방에서는 전통의상 차림으로, 그 지방의 격식에 맞게 전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카자흐스탄 등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그들만의 특별한 결혼식이 열린다.

올해 만 스무 살이 된 아들이 여자친구와 식사를 한번 같이하자고 한다. 요즘은 ‘만난 지 1년도 안 된’ 아들 여자친구와도 밥을 같이 먹나 보다.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싶기도 하고. 이 아이가 더 커서 장래의 어느 날 예쁘고 참한 아가씨를 데리고 오면 4년 전 딸아이 결혼식에 이어 두 번째 결혼식을 치른다. 첫 번째는 한국식으로 치렀으니 둘째 아이 결혼식은 계획을 잘 세워 한국식, 미국식, 그리고 몽골식의 예쁜 부분만을 골라 ‘국제식’으로 치러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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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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