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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성완종 리스트 수사 - 이완구 국무총리 비리 연루설

■ 성완종 리스트 수사 - 특별수사팀

■ 해외 공관 무장 괴한 총격과 외교부의 거짓말 기강해이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성완종 리스트 수사 - 이완구 국무총리 비리 연루설

 

[한국일보 사설-20150415화] 이완구 총리, 이래 가지고 직무 수행할 수 있나

 

이완구 국무총리는 취임 한 달 즈음인 지난달 12일 발표한‘부정부패 관련 담화문’에서 “부정부패 척결이야말로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 최우선 책무이며, 우리나라의 미래와 명운이 걸린 시급하고도 중차대한 과제”라고 말했다. 부패에 관한 한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근절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랬던 이 총리가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의 부패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자신이 쏟아낸 말의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직을 내려놓고 검찰수사에 임하는 게 옳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월 충남 부여ㆍ청양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이 총리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인터뷰에서 “지난번 재ㆍ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에 가서 이 양반(이 총리)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고 밝혔다. 이 총리야말로 “사정(司正) 대상 1호”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죽기를 작정한 상태에서 분에 받쳐 토로한 얘기라고만 치부해버릴 수 없는 내용이다.

 

물론 이 총리는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어제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의원들로부터 당시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났느냐는 질문을 받고 “선거 때는 많은 사람이 오고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잣은 말 바꾸기와 미심쩍은 부인으로 이미 상당히 신뢰를 잃었다.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해도 “동향 출신의 현역 의원이라는 점 외에는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다”고 말해 왔지만 그와 자리를 함께 한 사진이 여럿이다. 개인적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운 정황이다. 성 전 회장측은 DJP(김대중 김종필 연합)시절부터 밀접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태안 군의회 관계자들에게 15차례나 다급한 전화를 했다는 사실도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어제 이 문제를 놓고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 탓인지 이 총리에 대한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선에 그쳤다. 이 총리도 자신부터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리가 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아무리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외쳐도 무혐의 결과가 나올 경우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 트라우마가 극심한데 또 총리가 비리 문제로 낙마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크게 흔들리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이 총리가 스스로 거취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15수] 이완구, 총리직 물러나서 수사받아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을 주었다고 숨지기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폭로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 총리는 “돈을 한 푼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 총리에게 쏠리는 의혹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15차례나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나눈 대화 내용을 집요하게 캐물었던 것도 3000만원 수수 주장의 신빙성을 더하는 정황증거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현직 국무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피의자가 된 사상 초유의 사태는 결코 범상히 보아 넘길 수 없다. 이 총리는 “돈 받은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으나, 현 단계에서도 총리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사실, 검찰 수사 결과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총리직을 그만두는 정도가 아니라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총리는 그런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할 게 아니라 검찰 수사에 앞서 총리직에서 물러나든가, 아니면 최소한 무죄가 밝혀질 때까지는 총리직을 수행하지 않는 게 옳다.

 

우선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나 신뢰성을 위해서도 이 총리가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검찰이 현직 총리를 수사하는 데 느끼는 부담감이 얼마나 클지는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게다가 총리는 마음만 먹으면 검찰 수사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설사 이 총리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 수사 결과를 온전히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을 떠나 현직 총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출석하는 참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나라의 큰 수치다.

 

게다가 이 총리는 이미 총리로서 내각을 통할할 권위와 체통을 잃어버렸다. ‘피의자 총리’가 내리는 지시가 공직사회에서 무슨 영이 서겠는가. 이 총리 자신도 범죄 혐의 방어가 일차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랏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다. 결국 이 총리가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한 국정운영은 헛바퀴만 돌아가고 내각은 식물 상태로 빠져들게 돼 있다. 차라리 이 총리가 물러나 자신의 무죄 입증에나 힘을 쏟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좋은 일일 것이다.

 

이 총리의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의 주제는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이 총리는 “부정부패 척결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업”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총리가 쏘아 올린 사정의 화살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총리 자신이 “사정 대상 1호”로 지목되면서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말은 완전히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 총리는 이제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길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415수] 이완구 수뢰 의혹, 성역 없는 수사로 국정마비 막아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14일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국민은 거의 없다.

 

  이 총리는 그동안 “성 전 회장과 전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며 관련성 자체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마당발 인맥을 자랑해 온 성 전 회장이 동향에 연배도 비슷한 이 총리와 무관한 사이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총리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 위기에 몰리자 성 전 회장이 충청 인사들을 앞세워 강도 높게 지지운동을 벌인 사실도 확인됐다.

 

  성 전 회장의 폭로가 일방적인 주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돈의 액수와 장소, 시점을 특정한 데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원 수뢰 의혹처럼 성 전 회장의 주장 일부는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이 총리를 여러 번 거명하며 원망의 뜻을 표시했다고 공개한 태안군 의원 2명에게 15번이나 전화해 “다른 얘기 한 것은 없나”고 캐묻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 총리의 수뢰 의혹에 합리적 의심을 품는 건 당연하다. 그동안 이 총리의 언행을 보면 “절대로 그런 일 없었다”고 부인했던 사안들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많았다. 인사청문회에서 병역 기피·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앞뒤가 안 맞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또 그런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간부들에게 전화해 기사를 빼라고 압박한 사실이 보도되자 부인했다가 녹취록을 통해 거짓말임이 들통 나 사과했다. 며칠 전엔 “2012년 대선 때 암 투병 중이라 유세를 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충청 지역에서 세 차례 이상 박근혜 후보 지지 유세를 한 사실이 확인돼 또다시 망신을 당했다. 그런 만큼 이 총리가 ‘목숨’ 같은 극단적 표현까지 쓰며 결백을 주장할수록 국민의 의혹은 더욱 증폭될 뿐이다. 지금 이 총리가 할 일은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경망스러운 처신이 아니다. 국정 2인자의 양심을 걸고 자신에 제기된 의혹 하나 하나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죽음을 각오했다면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

 

  총리가 금품 수뢰 의혹에 휘말리고, 여당이 “총리부터 수사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자체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행정 수반으로서 이 총리의 권위는 이미 크게 실추됐다. 빨리 손을 쓰지 않는다면 국정 마비와 국격 실추로 이어질, 국가적 비상사태다.

 

  이 총리가 속히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즉각 수사를 개시해 진상을 파헤쳐야 국정위기를 막을 수 있다. 이번 사안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도 공소시효가 5년이나 남아 있다. 이미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의심스러운 돈 32억원을 찾아냈다.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하면 수뢰 의혹 단서가 나올 수도 있다.

 

또 성 전 회장이 누군가와 함께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찾았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선거사무소의 속성상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런 단서들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이는 드물다. 검찰이 총리를 일반인 다루듯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을지 극히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회의에 불참한 장관을 엄하게 질책하며 ‘군기반장’을 자임해 왔다. 또 성 전 회장과의 대화를 밝히기 거부한 태안군 의원에게 “내가 총리다. 내게 다 얘기하라. 5000만 국민이 시끄럽다”고 고압적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가 이런 권위적인 언행을 검찰수사 때도 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이 총리가 수사를 앞두고 총리 지위와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든지, 아니면 당장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런 만큼 검찰은 사즉생의 각오로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성역 없는 수사’ 1호는 이 총리 수사가 돼야 한다.

 

이 총리 의혹을 제대로 수사해야만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다른 실세들은 물론 야당까지 무한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다짐이 진정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이 총리 수사에 대해 청와대가 일절 보고받지도, 알아보지도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이 총리도 검찰의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만에 하나 “현금 수뢰의혹 사건의 속성상 물증을 찾기 힘들 것”이란 얄팍한 계산 아래 보여주기식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국민여론은 악화될 것이다. 이 총리는 법리로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민심의 추상같은 심판을 피할 길은 없을 것이다.

 

 ‘부패 척결’을 다짐한 총리가 부패척결 수사의 핵심 대상이 된 건 나라의 총체적 위기를 상징한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를 비롯한 권력 실세들에게 줬다고 주장한 돈은 정치인들이 수백억원씩 차떼기로 받았던 과거에 비하면 적은 액수라지만, 2000원 오른 담뱃값에도 호주머니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로선 피를 토할 일이다.

 

  성완종 리스트는 개발연대 시대에 성장한 엘리트들의 부패와 권위의식이 켜켜이 쌓인 끝에 터져 나온 추악한 자화상이다.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폭발 직전 상태에 이른 국민의 정부 불신이 사그라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와 국회, 검찰이 절체절명의 각오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415수] 이완구 총리, 최소한 직무 중단하고 수사 받아야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대국민 담화문 발표 한 달 만에 자신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어이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번 (2013년 4월 부여·청양) 재·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 가서 이 양반(이 총리)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정 대상 1호”라며 이러한 사실을 토로했다. 당시 이 총리가 회계 처리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라고 답했다. 이 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리는 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 없다”고 했던 그대로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에는 그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 금액이 적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돈의 액수와 장소, 돈을 건넨 동기 등을 특정했다. 또한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총리는 올 2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여론이 악화되자 성 전 회장이 만든 ‘충청포럼’에 지원을 부탁했고, ‘충청포럼’은 대대적인 옹호 운동을 벌였다. ‘김종필 자민련’ 때부터 밀접한 관계였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혈액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느라 2012년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당시 새누리당 충남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여러 번 지원 유세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 총리가 뻔히 드러날 사실마저 부인하거나 거짓말로 둘러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구린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성 전 회장의 증언이 공개되고 나니, 이 총리가 앞서 성 전 회장 지인들에게 ‘입막음’ 전화공세를 펼친 까닭을 짐작할 만하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자살 전날 만난 충남 태안군의회 의원 2명에게 15번이나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캐물었다. “내가 총리니까 다 얘기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국무총리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차원을 넘어 ‘외압’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총리의 ‘3000만원 의혹’은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 총리도 “수사 받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이 총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수사를 받는다면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란 점이다. 법무부 장관을 통해 사실상의 수사 조율 및 지휘권을 가진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터이다. 현직 총리가 검찰에 소환되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도덕적·정치적 권위와 리더십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국정의 무거움과 국무총리의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 이 총리 스스로 사퇴하고 검찰 수사를 받는 게 정도다. 그것도 안된다면, 사법적 판단이 완결될 때까지 총리의 직무를 중단하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415수] 檢, 李총리 ‘3000만원 의혹’ 제대로 수사해야 Tweet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는 발언이 공개되면서 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어제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의 인터뷰를 또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로 가서 3000만원을 주고 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성 전 회장은 3000만원은 회사 돈을 빌려서 준 것으로,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이 총리가 당시 회계 처리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라고 성 전 회장은 대답했다. 성 전 회장은 또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정대상 1호”라고 비난했다. 이 총리는 전면 부인했지만, 성 전 회장이 진술한 액수와 돈을 준 장소 등은 매우 구체적이다. 신빙성을 갖춘 근거로 볼 수도 있다.

 

‘성완종 리스트’ 공개 이후 이 총리의 언행에는 미심쩍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 전 회장의 지인인 충남 태안군의회 의원 두 명에게 15번이나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캐물었다는 것부터가 의심을 사고 있다. 이 총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정황도 나온다. 이 총리는 그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오전에는 “암투병 중이라 2012년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다”고 했다가 오후 들어서는 “유세장에는 한두 번 간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그래서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한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 총리는 어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 총리의 말대로 한 푼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성 전 회장이 3000만원을 줬다는 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성 전 회장이 자신에게 섭섭하게 대했던 실세를 겨냥한 일방적인 주장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총리의 이상한 행동과 거짓말이 이어지면서 신뢰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은 검찰이 밝혀야 할 몫이다. 새누리당은 어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검찰이 제일 먼저 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총리부터 수사해 줄 것을 검찰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직 총리가 검찰에 불려가 수사를 받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 총리는 지난달 12일 뜬금없어 보이는 ‘부정부패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본인이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 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주도하기는커녕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선 기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야당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총리직을 유지한 채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지,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총리 본인의 판단이 중요할 수 있다. 총리가 검찰에 불려가는 것만으로도 정상적으로 집무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총리도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검찰은 국정 2인자인 총리부터 소환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검찰은 이번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수사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15수] '이 총리 의혹' 국정공백 막는 차원서 조속 규명하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2013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주장이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이른바 '55자 메모'에 이은 것으로 이 총리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세간의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이 언론 보도가 있기 전 이 총리가 태안군의회 의원들에게 15차례나 '추궁성 전화'를 거는 등 부적절한 처신까지 겹쳐지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까지 이 총리 자진 사퇴론이 나오는 등 파장이 앞을 내다볼 수 없도록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대로 뒀다가는 이 총리 개인의 정치적·도덕적 명운을 넘어 국정운영 자체가 마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장 북핵 문제와 경제 살리기 등 국정 현안에 대한 논의가 예정돼 있던 국회 대정부 질문도 이른바 '성완종 블랙홀'에 빠진 채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한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의 실체적 진실 여부다. 물론 망자(亡者)의 증언이라고 해서 한 마디 한 마디를 진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럴수록 원점에서 전면적인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성 전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일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해 이 총리에게도 반론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 총리는 국정의 제2인자다. 검찰에 소환된다면 현직 총리로서는 초유의 사태다. 하루속히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 한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정치권도 필요하다면 특검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도 이 총리의 금품수수 관련 부분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하고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 총리 스스로도 떳떳하다면 국정 공백을 막는 차원에서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방안을 별개로 내놓아야 한다.

 

 

■ 관련 칼럼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50415수] 뇌물의 역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리스트가 일파만파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메모에 거명된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파장은 커져만 간다. 국민은 정치인들이 받았다는 억대가 넘는 돈 얘기에 혀를 찬다. 여론은 특히 뇌물에 민감하다.

 

뇌물은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를 지낸 존 누난은 뇌물의 역사에서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왜곡한다며 뇌물을 단속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적었다. 성경에도 ‘은밀히 안기는 선물은 화를 가라앉히고, 몰래 바치는 뇌물은 거센 분노를 사그라뜨린다’(잠언 21장 14절)고 기록돼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뇌물 얘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의 연개소문에게 억류됐다가 푸른색 베를 뇌물로 주고 풀려났다는 얘기부터 고려 조선시대 왕의 외척이나 지방 탐관오리들이 매관매직을 하면서 뇌물을 받았다는 얘기는 숱하게 나온다.

 

중국에서 ‘관시(關係)’를 넓혀나가려면 선물과 뇌물은 기본이다. 중동에도 ‘와스타(wasta)’라는 게 있는데 아랍어로 인맥이란 뜻이다. 수수료와 뇌물, 그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등을 의미하는 단어다. 상인들이 권력과 결탁하면서 뇌물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졌다. 뇌물은 돈이나 선물이 전형적이지만 예전에는 고기나 쌀 같은 음식이 주로 사용됐다. 금덩어리는 단골 메뉴였고 최근에 와서는 그림, 주식 등이 뇌물로 쓰인다. 뇌물은 관례적으로 물질적인 것에 한정되기 때문에 칭찬이나 아부는 뇌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성접대는 명백한 뇌물로 본다.

 

현대에 와서는 국제 거래에서도 뇌물 단속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1975년 록히드사가 일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가 법적 처리된 사건을 계기로 1977년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제정했다. 외국 관료에 대해 미국 기업이 뇌물을 주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외국계 기업에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영국계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대해 30억위안의 벌금을 매겼고 임원 2명을 구속했다.

 

선물과 뇌물을 구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뇌물을 뜻하는 ‘브라이브(bribe)’도 중세 영국에선 선물을 뜻하는 단어로 쓰였다고 한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도 정치자금인지 뇌물인지 가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참 혼탁한 세상이다.

 

 

■ 성완종 리스트 수사 - 특별수사팀

 

[한겨레신문 사설-20150415수] 특별수사팀, 지금 방식으론 신뢰 얻기 어렵다

‘성 완종 리스트’를 수사할 검찰 특별수사팀이 13일 발족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여야 가리지 않고 벌써 특별검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안 자체가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을 겨냥하고 있으니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질지, 실체에 다가서는 수사 결과가 나올지 세간의 의구심이 큰 탓이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김진태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기로 하고, 팀장에 검사장 가운데 가장 기수가 높은 문무일 대전지검장을 앉히는 등 나름대로 자존심을 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국민적 신뢰를 업고 수사를 시작하기에 역부족이다. 얼마 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당했을 때 즉시 검사 13명을 동원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론에 밀려 10명 안팎의 검사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초기 대응 태도부터 사뭇 다른 느낌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나 정윤회씨의 국정농단 의혹 등 정권의 치부를 건드리는 사건에서 검찰이 보여온 기회주의적인 모습도 국민의 기억에 뚜렷하다.

 

특히나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받을 수 있는 위치에 버젓이 앉아 있다는 사실은 애초부터 수사의 신뢰성을 지워버리기에 충분하다. 특별수사팀을 독립성이 보장된 특임검사처럼 운용하겠다는 말도 나오지만, 수사 상황을 윗선에 보고하는 한 청와대와 총리실, 여당에 그 내용이 전파되고 결국 수사가 외풍을 탈 것이 뻔하다. 정말로 특별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특임검사 운영에 관한 지침’대로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물 론 신뢰의 충분조건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검찰로서는 ‘권력의 시녀’라는 오래된 오명을 씻을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재수사나 특검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온다면 검찰의 종언이 될 것이라는 각오로 수사에 임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20150415수] '성완종 리스트' 문무일 특별수사팀에 전권을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대전지검장과 수사검사들은 어제 서울고검에 마련된 사무실에 모여 향후 수사 계획 등을 논의했다. 문 팀장은 기자회견에서 “결연한 의지를 갖고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체의 이해관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부 최악의 정치적 부패 스캔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정국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수사팀이 성 전 회장의 주장을 근거로 관련 계좌에 대한 자금 추적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즐겨 쓰는 표현처럼 ‘수사는 생물’이다. 어느 방향으로 튈지 수사팀조차 알 수 없다. ‘2012년 대선자금 불법 모금사건’으로 번질 공산이 큰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여야가 함께 대선자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한국의 정치지형을 상당 부분 바꿀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검찰 품 안에 들어온 것이다. 물론 수사팀은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수사팀의 명칭을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으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한 데서도 이 같은 의미가 읽혀진다. 그렇다고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의 경계를 그었다고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검찰에 대한 여론의 과도한 기대와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사팀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청와대와 법무부는 검찰에 대한 통제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범위와 방향을 놓고 검찰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 사건 수사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추태를 보였던 것을 국민들은 기억한다. 논란의 배경에는 청와대와 법무부의 그림자가 있었다. 이 와중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파문’으로 옷을 벗은 것도 권력의 수사권 장악 시도로 해석됐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수사팀이 ‘성역 없는 수사’를 선언한 마당에 정치적 주문은 검찰을 흔들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특검제 도입 등의 논의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해도 늦지 않다. “특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중 삼중으로 수사를 할 필요가 있나”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검찰이 과연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활동한 11차례 특검의 비효율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검이 시행되기까지 3개월가량의 시간을 마냥 허비할 수만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진태 검찰총장의 수사팀 보호다.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고 수사팀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가 한 예다.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은 “청와대에 들어와 상의를 하자”는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대검 중수부를 없애려면) 내 목부터 쳐라”며 권력과 각을 세웠다. ‘국민의 검찰’이란 검찰 역사상 유례없는 평가를 받았던 배경이다. 김영삼 정부 때 한보 사건 2차 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수부가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를 구속할 수 있었던 것도 심재륜 중수부장이 지휘한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한 데서 비롯됐다.

 

  김 총장도 자신의 자리를 걸고 수사팀이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대검의 반부패부를 통해 수사 상황을 보고받겠다는 계획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간곡히 바란다. 특별검사나 특임검사의 형태처럼 수사팀에 모든 재량권을 주고 최종 수사 결과만 보고받는 것이 어떨까.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 착수 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추측이 무성하다. 이 때문에 김 총장의 조언이나 지시는 정치적 주문으로 비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수사팀도 이 사건에 대한 특검의 재수사가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문무일 팀장의 표현처럼 검사로서의 마지막 양심을 걸고 수사만 생각하고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 “수사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남겨 놓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수사팀의 다짐이 허언(虛言)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관련 사설

 

[경향신문 사설-2010415수] 어이없는 여당 의원의 ‘경향신문 압수수색’ 발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경향신문 압수수색’ 발언은 참 어이가 없다. 권 의원은 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경향신문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마지막 인터뷰 녹음파일을 입수했는지 물으며 “압수수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이날 경향신문은 지면을 통해 지난 12일 검찰로부터 성 전 회장 인터뷰 녹음파일 제출을 요청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검찰 수사가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며 녹음파일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권 의원은 압수수색까지 운운하며 마치 경향신문이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기라고 한 것처럼 비치도록 정치적 공세를 폈다.

 

권 의원은 검찰 출신으로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압수수색이 무엇인지, 그리고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에서 비롯된 이번 ‘성완종 리스트’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다. 무지나 실수에 의한 발언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권 의원은 어제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경향신문이 아직 검찰에 음성파일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재차 압수수색 주장을 폈다. 그 이유를 묻자 증거인멸이나 분실이 우려돼서라고 했다. 주겠다는 녹음파일을 받으러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것도 민주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 이유가 녹음파일의 일부 삭제나 분실을 우려해서라니 지나가는 소까지 웃을 노릇이다.

 

‘성완종 리스트’ 보도로 여권이 느끼는 정치적 위기감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권 의원의 경향신문 압수수색 발언은 그런 여권의 분위기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성 전 회장 인터뷰 내용이 단계적으로 보도되자 전체 녹취록 공개를 요구했고, 대선자금 의혹으로 확산되자 “야당도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물귀신 작전을 폈다. 백번 사과하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정치공세로 물타기를 하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권 의원의 경향신문 압수수색 주장은 그런 새누리당의 정치적 처지와 대응 수준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 해외 공관 무장 괴한 총격과 외교부의 거짓말 기강해이

 

[중앙일보 사설-20150515수] 공관이 공격받는데 외교부가 대사 행방도 몰랐다니

 

지난 12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한국 대사관 피습과 관련한 외교부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외교부는 사건 당일 브리핑에서 “이종국 주리비아 대사가 이웃 나라인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 있는 임시공관에 머무르며 사건을 수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기를 마치고 교대하던 이 대사는 이미 지난 1일 한국으로 귀임한 것으로 확인돼 결과적으로 외교부가 사실과 다른 말을 한 셈이 됐다.

 

  더욱 황당한 일은 리비아를 관할하는 외교부의 아프리카·중동국이 13일 오후가 돼서야 이 대사의 귀국 사실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언론 보도를 본 이 대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알려 왔기 때문이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구나 바로 이날 현지에는 이 대사의 후임인 김영채 대사가 부임했다고 한다.

 

  해외 공관이 극단주의 세력의 기관총 공격을 받는 긴급 사태를 맞았는데도 외교부가 해당 공관장이 들고 나는 일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의 행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교민 안전을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교 업무의 기본이다. 본부에서 대사와의 통화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릇된 상황을 국민에게 전파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린 행동이다.

 

  현재 중동·북아프리카 상황은 어느 때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는 물론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리비아·나이지리아·케냐·튀니지 등지로 파고들어 세력을 넓히는 중이다. 예멘에서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부족 간의 종파 갈등이 내전으로 확대됐다. 주예멘 한국 대사관 직원들은 이달 초 수도 사나를 떠나 인근 아덴만의 청해부대 18진 왕건함에서 근무한다.

 

  중동 대부분의 지역에서 교민 안전과 국가 이익이 위협받고 있다. 언제든지 긴급 상황이 터질 수 있다. 외교부는 급박한 현지 상황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부문별로 긴급 대응체계를 기민하게 가동해야 한다. 우선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근무 자세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 사설-20150415수] 거짓말, 기강해이… 외교부를 믿을 수 없다

 

해외 공관이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주재국 대사의 행방조차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일어났다. 지난 12일 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한국대사관이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았을 당시 외교부는 리비아 주재 이종국 대사가 인접국인 튀니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사는 인사 발령에 따라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외교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 브리핑’을 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무 책임자가 귀국한 지 10일이 넘었는데도 제대로 소재 파악을 못 한 점이나 중대한 외교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최근까지 대사직을 수행한 인물과 대책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 외교부의 운용 시스템 전반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외교부의 첫 브리핑을 들은 기자들과 국민들은 이 대사가 당시에는 튀니지에서 사태 수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외교부도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 대사는 인사 발령에 따라 지난 1일 이미 귀국한 상태였다. 심지어 사고 수습을 책임졌던 중동 지역 담당 당국자는 이 대사가 국내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13일 오후에야 파악했다.

 

그것도 이 대사가 트리폴리 주재 대사관이 피습받은 것을 보고 “공관에 대한 공격에 놀라서 전화했다”며 담당 지역국장과 귀국 후 첫 통화를 한 뒤에야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 전까지는 외교부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이 대사와 제대로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외교부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한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런 외교관들이 외국에 있는 국민들의 안전을 제대로 챙길 리 만무하다. 큰일이 터졌는데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외교관들이 국익은 지킬 수 있겠나.

 

외교부는 그동안 정직을 최우선해야 하는 브리핑에서 이미 여러 차례 낙제점을 받았다. 과거 고(故) 김선일씨 사건이나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사태 등에서도 사실과 다른 정보로 국민을 오도했던 사례들이 아직도 선명하다. 사건이 터진 다음에야 허둥지둥 변명과 해명을 일삼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매번 구두선으로 그쳤다. 외교부는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처이고 한 국가의 신뢰를 가늠하는 얼굴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이나 하지 말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는 더이상 신뢰가 실추되지 않도록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 관련 칼럼

 

[한국경제신문 칼럼-취재수첩/전예진(정치부 기자)-20150415수] 외교부도 모르는 대사 행적

 

리비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대사관 총격 당시 인근 튀니지에서 사건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이종국 리비아대사가 한국에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대사는 인사발령을 받고 지난 1일 귀국했으나 외교부는 이를 알지 못한 채 그가 튀니지에 있다고 브리핑했다.

 

이 대사의 거취는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서야 밝혀졌다. 잘못된 언론 보도를 접한 이 대사가 13일 오후 외교부로 전화를 걸어 해명하면서다. 총격 사건을 수습하면서 현지 대사와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 대사가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그의 소재지는 영영 파악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외교부 아중동국 당국자의 해명대로 현지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리핑을 하다보면 실수할 수 있다. 납치나 테러처럼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사안일 경우엔 더 그렇다. 담당국이 수십개인 데다 매일 수백통의 전보가 쌓이는 상황에서 대사들의 귀국, 출국 보고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귀국한 대사의 거취를 12일 동안이나 아무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재외공관장 관리가 얼마나 엉망으로 이뤄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출장을 핑계로 업무시간에 종적을 감춘 ‘사라진 세종시 김과장’보다도 심각하다.

 

183개 해외공관을 이끄는 대사와 영사들은 720만명의 재외동포와 1300만명의 해외여행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그런 대사가 자신의 근무지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사건 발생 24시간 후에야 상황을 인지했다는 것은 업무 태만이다. 한국에 왔더라도 새 대사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가장 최근까지 현장을 경험했고 현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임에도 이 대사는 서울에서 열린 리비아 교민안전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아직도 트리폴리의 ‘컨트롤 타워’가 누구인지 횡설수설하고 있다. 대사가 어디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외교부가 어떻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415수] 특별교부세 맘대로 배정, 투명화 방책 찾아야

 

특별교부세 배정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역대 정권의 실세 정치인 지역구에 집중적으로 배정돼 온 관행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이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물론이고 행자부 실무담당 간부의 고향 땅에도 눈에 띄게 많은 액수가 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오래 전부터 특별교부세를 ‘눈먼 돈’처럼 여겼던 정치권의 관행이 담당부처로까지 퍼진 듯한 양상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1월 특별교부세 배정을 둘러싼 적폐 해소를 지시 했을까.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정된 특별교부세는 총 9,861억 원이고, 이 가운데 기초단체에는 평균 27억 7,700만 원이 배정됐다. 그런데 정 장관의 출신지인 경북 경주에는 기초단체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99억2,200만 원이 교부됐다. 또 특별교부세 배정을 담당하는 지방재정세제실 A과장 출신지인 경북 봉화와, 전임 담당과장 B씨의 출신지인 전북 전주에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액수가 지원됐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자체 ‘특별교부세 교부ㆍ운영지침’에 따라 공정하게 시행하고, 교부내역을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를 비롯한 개별 자치체 지원이 늘어난 이유도 해명했다. 경주의 경우는 노원구 도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로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30억 원이 지원됐다는 식이다. 언뜻 그럴 듯하지만 실상과는 다르다. 노원구 방사성 아스팔트 폐기물 1,496드럼의 처분비용은 지역지원 수수료 9억7,000여만 원을 포함해 총 120억 원에 달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 비용은 발생자 부담 원칙이지만, 이 경우는 발생책임을 가리기 어려워 중앙정부가 떠안기로 했고, 최종적으로 전액을 방폐기금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따라서 행자부가 배정한 30억 원은 어디까지나 임의 결정에 따른 추가 지원일 뿐이다. 노원구 폐기물 반입을 앞둔 지역주민의 반발을 희석하기 위한 지역현안사업 지원이 별도로 이뤄진 바 있지만, 시민행복문화센터 건설(20억 원), 양남면 실내체육관 건립(10억 원), 감포 중앙 도시계획도로 개설(10억 원) 등 행자부가 밝힌 내역에 이미 충분히 잡혀있어 30억 원을 설명해 주지 못한다.

 

특별교부세 투명화에 일차적으로 행자부의 각성이 필요함을 일깨우는 대응이다. 자치체의 신청 없이도, 행자부 장관 재량으로 교부할 수 있도록 한 지방교부세법 조항도 즉각 손질해야 한다. 아울러 이해당사자인 국회 대신 제3의 기구나 국민이 직접 내용을 감시할 수 있어야 ‘적폐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일보 사설-20150415화] 반길 수만은 없는 코스피지수 2100 돌파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초 1,880선을 저점으로 출발한 코스피가 최근 3개월간 가파른 상승세를 탄 끝에 마침내 어제 2,100 고지를 돌파했다. 코스피지수 2,100 탈환은 3년 8개월여 만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쌍끌이 강세를 보이며 장중 694.9까지 올라 700 고지 돌파를 눈앞에 뒀다. 증시에선 이번 상승세가 풍부한 유동성과 실적 개선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조만간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2,228.96까지 넘볼 것이라며 들뜬 모습이다. 하지만 왠지 살얼음을 걷는 듯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를 이끈 핵심 동력은 외국인이다. 1월 중 국내 증시에서 1조389억 원을 팔아 치웠던 외국인은 2월 들어 1조3,257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어 3월엔 순매수 규모를 더욱 늘려 2조9,110억 원을 샀고, 이달 들어서도 13일까지 8,135억 원을 샀다.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 배경은 유럽, 일본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우리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독일 증시가 30%, 중국이 20%, 일본과 홍콩이 각각 14% 내외 급등하는 동안 코스피는 8% 정도의 상승률을 나타냈을 뿐이다.

 

강세장 속에선 호재만 보이는 법. 저유가 및 저금리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업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MSCI코리아 편입 종목 전체 이익 전망치가 지난주 122조7,000억 원에서 어제 기준 125조5,000억 원으로 오르고, 2분기 전망치도 30조7,000억 원에서 31조2,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된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전반적 경기회복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저유가, 저금리에 힘 입은 비용절감이 실적 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들이 여의도로 몰려드는 조짐도 뚜렷하다. 초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증시 쏠림이 나타나는 셈이다. 3월 말 50% 수준이었던 개인 거래비중이 최근 60%에 육박하고, 투자예탁금도 지난 3일 현재 19조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문제는 강세장을 이끄는 동력이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일단 미뤄진 듯 하지만, 언제라도 단숨에 유동성을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 실적 개선 기대감 역시 실제 매출 확대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공허하다. 지금의 상승 동력이 워낙 불안정한데다 성장전망도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인 만큼 특히 개인들로서는 거품장세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15수] 경기부진에 제대로 대처 못하는 정부 재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며칠 전 올해 성장률 전망치 등을 낮추면서 정부에 재정지출의 증가 폭을 늘리도록 요구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세수 부족이 생기면 그해 성장뿐 아니라 다음해 성장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재정이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3일 “2월 이후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실물지표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등의 말로, 한은과 조금 다른 전망을 내놨다. 이 총재의 재정 확대 요구를 당분간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의 경제 진단이 약간 어긋나긴 하나 당장 사달이 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지표를 살펴볼 때 정부 재정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한 만큼 정부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당시 ‘확장적 재정운용’을 공언한 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재정지출을 11조7000억원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은 작년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0.5%포인트나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수 부족으로 예산에 잡힌 재정지출이 줄어든 결과다. 재정의 이런 모습은 2010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예산이 아닌 결산 기준으로 보면 더 그래, 정부 재정 기조가 5년간 긴축의 연속이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 기간에 경기가 대체로 부진했다는 점에서 재정이 경기변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가 생긴 데는 낙관적 경제전망에서 빚어진 세수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세수 부족을 해결할 방도를 적극적으로 강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채를 더 발행하거나 세수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도 이를 외면해왔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모두 국가채무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동시에 증세가 아닌 감세 기조를 내세웠기에 정치적 부담이 컸던 것이다. 재정에 대한 균형을 잃은 인식이 낳은 업보이긴 하지만 나라 경제에 주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제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세수 부족이 이어지지 않도록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 이는 짙어지는 고령화 추세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능력이 있는 납세자에게 더 부담하도록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추가경정예산의 편성 조건을 손질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엄격하게 묶어놓으면 지금처럼 재정이 적기에 구실을 하지 못할 수 있다.

 

 

[경향신문 사설-20150415수] 국민 혈세만 축내는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새로 지은 경기장이 결국 가뜩이나 열악한 인천시 살림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한다. 어제 경향신문이 보도한 인천 경기장 르포 기사는 1조7000억원을 들여 지은 세계 최고 시설의 경기장이 아무 쓸모없이 방치되고 있는 한심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인천시가 당초 남구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경기장 건설을 강행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우선 4700억원짜리 주경기장은 아시안게임이 폐막된 지 6개월이 되도록 국제행사를 치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앞으로 계획도 없다. 경기장에 값비싼 양잔디를 깔아놓고도 축구경기 한 번 열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됐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인천시는 먼지만 수북한 주경기장의 운영비로 연간 33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경기장을 포함해 신설 경기장 16곳의 연간 운영비는 134억원인 반면, 수익은 26억원에 불과한데도 대책이 없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혈세 108억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골칫덩이인 주경기장에 영화관·예식장을 유치하려 했지만 교통불편 때문에 무산됐다. 중국 투자자에게 통째로 팔려던 계획도 불가능해졌다. 시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해 관련법상 10년 동안은 매각할 수 없다. 결국 아시안게임을 테마로 한 관광단지 조성을 결정했지만 실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이 정도로는 경기장 운영 적자를 메울 수도 없다.

 

인천시가 겪는 낭패는 제대로 된 사후 활용방안 없이 대형 경기장 건설을 밀어붙인 탓이 가장 크다. 전남도가 유치했던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이 지역에 엄청난 빚만 남긴 것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나가노·소치 동계올림픽,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도 똑같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걱정이다. 강원도 역시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개최 후유증을 우려해 분산 개최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원도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이라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활용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415수] 민주노총 파업 접고 대화의 場에 나와야

 

민주노총이 24일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번 파업에는 노사정 대타협 결렬 선언과 함께 협상을 벗어던진 한국노총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조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1주년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정치색 짙은 춘투(春鬪)가 될 전망이다.

 

노사정 협의 참여를 거부해 온 민주노총의 파업 선언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는 하다. 그들은 파업 명분으로 노동시장과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뿐 아니라 세월호 시행령 폐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 등도 내세웠다. 다분히 정치적 목적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정부가 노사정위를 들러리로 내세워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더 많은 비정규직 양산을 시도하려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지만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 개혁이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최우선적 과제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고용 유연화가 이른바 ‘쉬운 해고’ 논란으로 이어져 적잖은 갈등을 빚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경제 성장을 해치는 상황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노동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 참여 자체를 거부하며 노동시장 개혁을 무작정 ‘죄악시’하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정부도 지적했듯이 정부 정책이나 법 개정 사항 등은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마땅하다. 혹시라도 세월호 희생자 1주기 추모 분위기에 편승해 대정부 투쟁의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라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순수성이 훼손될수록 노동계는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무릅쓰는 ‘정치파업’ 집단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쓰게 될 게 뻔하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파업은 결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은 노사정 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지난한 과제다.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또한 우리 경제의 시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민생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넣을 생각이 아니라면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당장 대화의 장에 동참해야 옳다. 정부 또한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되 대화의 끈을 이어 가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15수] 공공기관 甲질에 대한 건설사들의 소송을 지지한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건설회사의 소송이 확산할 조짐이다. 특히 현대건설 등 7개 건설회사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청구 소송은 큰 파장이 예상된다(▶본지 4월14일자 A1, 8면 참조). 국가계약법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관행으로 굳은 공공기관의 ‘내부지침에 따른 불공정 발주’에 건설회사들이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장 삼성물산 등 다른 건설회사들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소송결과에 따라서는 추가 소송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회사들의 이번 소송은 그동안 당연시되던 공공기관 불공정 발주 관행에 제동을 건 사건이라는 평가다. 사실 공공기관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국가계약법에 상충하는 자체 규정을 만들어 건설회사에 부담을 떠넘겨 왔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건설회사로서는 발주처인 공공기관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울며 겨자 먹기다. 공공공사는 손해만 안 보면 다행이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다.

 

최저가낙찰제 등으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공사 중 발생하는 온갖 추가비용까지 다 건설회사 몫이다.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를 낮추고, 법적으로 보장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깎고, 공기연장 추가비용을 건설사에 전가하는 공공기관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공공기관 부채문제가 불거지면서 그 횡포는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2010~2014년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공사 부대비용 소송만 32건에 달한다는 게 이를 말해준다. 공공기관의 불공정 발주에 더는 견디기 힘든 건설회사들이 소송으로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공공기관 불공정 발주가 사회간접자본(SOC)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프트웨어(SW) 사업 등 다른 발주 또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단가 후려치기, 일방적 과업 변경 등 국가계약법을 위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니 시장의 생태계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외치지만 갑의 지위를 악용하는 이런 불공정 관행을 뿌리뽑지 않는 한 공공기관 정상화는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15수] "돈부터 내라"는 징세편의주의에 제동 건 법원

 

서울고등법원이 세금을 낼 형편이 못 되는 기업이 납부시기 연기를 신청한 데 대해 처음으로 세금부과 집행정지 판결을 내렸다는 한경 보도(▶4월14일자 A9면 참조)다. 2년간 적자를 낸 동부하이텍이 영업권에 부과된 세금 778억원을 낼 경우 회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법원은 영업권 과세도 부정적으로 봤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기업 수십 곳이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전언이다.

 

국세청은 선고 이후 추가 체납처분(가산세 부과)을 정지한다는 뜻이지 세금부과를 취소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1998년에도 상속세 부과처분 집행정지를 결정한 원심을 대법원이 기각한 적이 있어 최종심을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무리한 과세에 대해서도 일단은 세금을 납부한 다음에 소송을 하더라도 하라는 징세편의적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세금에 관한 한 국가가 갑(甲)으로 군림하는 세법의 독소조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컨대 연말정산에서 회사 실수로 소득신고가 누락돼도 근로자 책임으로 간주해 불성실신고 가산세를 물린다. 그렇다고 미리 많이 뗀 세금에 이자를 주는 것도 아니다. 중간예납은 세금을 선납하는 것임에도 자동차세처럼 할인(10%)은커녕, 납부기한을 못 지키면 오히려 가산세를 매긴다. 더구나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여서 위헌 시비마저 일고 있다. 납세자에 물리는 환급불성실 가산세는 연 10.95%인데 국가가 토해내는 국세환급 가산금은 연 2.9%로 3배 이상 차이가 나 형평에 문제가 있다는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무리한 과징금 부과도 오십보백보다. 지난 10년간 과징금 처분 중 87%가 행정소송으로 이어졌을 정도다. 지난해 과징금 소송 중 공정위 패소율이 20%를 웃돌고 과징금 취소율은 40%에 이를 정도다. 국가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갑질’한다는 비판까지 듣는 게 정상일 수 없다. 관료들이 편해질수록 국민은 억울한 일이 많아진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15수] 전직 장관들이 로펌에서 너무 열심히 일하신다면…

 

2년의 취업제한에서 풀려난 장관급 고위 경제관료들이 속속 민간기업에 자리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관피아’나 전관예우 논란 등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기관장이나 대기업 CEO보다 로펌 고문이나 사외이사 등을 많이 맡는다고 한다. 물론 고위공직자들의 다양한 취업처를 모두 백안시할 이유는 없다. 공직사회에서 쌓은 경륜과 전문 지식을 활용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면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맡는 임무가 결국 대관(對官)업무요 로비 활동이라면 문제가 있다. 공직에서 구축한 인맥과 정보를 활용해 사건을 수임하거나 옛 근무처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비스트로서의 역할이라면 실망이다. 특히 규제기관의 수장이 자신의 관할 아래에 있던 기업으로 전직하는 경우 이런 활동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경제학자 게리 베커가 말하는 소위 ‘특수한 인적자본(specific human capital)’ 관계가 판을 치면서 부패 구조가 더욱 심해지는 사회다.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공직사회의 결속이 강해 로비활동이 아주 수월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 기업체나 로펌들이 퇴직 고위 관료를 고용하는 건 바로 이런 로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규제 권한이 많은 경제부처의 퇴직 관료들은 더욱 로비 활동에 동원된다. 의원 입법이 폭주하고 법 집행이 왜곡되는 것은 이런 로비 생태계의 결과다. 전관예우가 다시 살아나면서 부패 구조의 사슬이 만들어지고 또 소비되는 것이다.

 

퇴직 후 일반인의 생활과 별 차이가 없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의 전직 관료들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의 직업으로 돌아가거나 사회 봉사에 심취하는 전직 장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농촌으로 돌아가 농민으로서의 삶을 사는 장관도 적지 않다. 전직 공직자가 그저 국회에 줄대기 바쁘고 후배 관료들을 찾아다니기 바쁜 ‘로비형 인적 자본’으로만 쓰인다면 한국 사회의 부패 고리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415수] 선진국 부활·신흥국 추격 속 뒷걸음치는 고부가산업

 

최첨단 고부가가치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컴퓨터·항공우주 등 우리나라 첨단기술제조업의 부가가치가 2010년 반등에 이어 2011년부터 다시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다. 특히 컴퓨터·사무용기기의 경우 2003~2012년 세계 시장은 연평균 4.6% 커졌지만 한국 제품은 -4.5%로 성장은커녕 후진했다.

 

금융·교육 등 지식집약서비스업도 4년 전부터 감소세다. 두 업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 역시 2010년 전년 대비 27.2% 증가한 후 2011년 5.2%, 2012년에는 -0.7%로 급전직하했다. 고부가산업이 뒷걸음치는 것은 미국 등 선진국의 제조업 부활에다 신흥국의 추격이 가속화하는 데 따른 결과다. 무엇보다 중국의 추격이 두려울 정도다. 우리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고부가산업으로의 변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착화 조짐을 보이는 저성장 기조를 돌파하고 취업난 해소 차원에서도 고부가산업 비중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고부가산업의 부가가치를 10% 늘린다면 첨단기술제조업에서 4만명, 지식집약서비스업에서 25만여명 등 약 30만명의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통계도 있다.

 

고부가산업은 다른 산업 부문의 성장을 이끄는 파급효과가 크다. 현 정부 들어 다양한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고부가산업 육성의 중요성 때문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끼인 우리 산업은 중간재나 소비재만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돼 있다. 기술 우위 없이 경쟁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맞춤형 마스터플랜과 연구개발(R&D)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 고부가산업을 키우는 데 필요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짜임새 있는 전략을 세워 실천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15수] 대한민국 문화영토 세계로 넓히려면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산업 규모가 100조원 수준으로 커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허장성세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0대 베스트셀러 가운데 1위와 2위를 포함한 5개가 번역서였고 흥행 10대 뮤지컬 중 9개가 라이선스 아니면 내한공연이었다. 우리 것은 없이 외국 것을 가져다 모양만 바꿔 소비하거나 재가공해 수출하는 식으로는 문화 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최다 조회 수 기록을 세우며 정상 등극을 알릴 때만 해도 K팝은 우리 문화콘텐츠산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듯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K팝이 성장을 멈추고 주춤하는 배경에는 스타의 매력에만 의존해 진득한 준비 없이 과실만 찾으려 한 얄팍한 상술이 있었다.

당장 K팝 스타가 부르는 노래는 외국 작곡가가 만들고 이들이 추는 춤은 해외 안무가가 짠다. 외국 것 일색으로 얼굴만 한국인 상품으로는 K팝이 세대를 넘어 영속하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 힘들다. 한식 세계화도 보여주기식 이벤트에만 치중해 겉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 6년간 한식 세계화를 외치며 1,200억원이나 투입했지만 결과물이 없다. 미국 CNN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50가지 음식'에 태국·일본·인도·홍콩·베트남은 2개 이상씩 들어 있지만 불고기·비빔밥 등 우리 음식은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우리 문화콘텐츠산업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머나멀고 실체 또한 미약하기만 하다. 산업 규모 100조원을 운운한다지만 서울경제신문 기획 시리즈 '문화영토를 넓혀라'에 따르면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8%다. 문화콘텐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깊이와 새로움을 더하는 창조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에는 중국의 온라인 방영 규제와 일본의 반한 분위기 등으로 한류 위기론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보편적 스토리 구성, 정보기술(IT)과의 융복합,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 확대 등 삼위일체 노력으로 문화의 새 영토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한겨레 프리즘/김양중(의료전문기자)-20150415수] 준비되지 않은 죽음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켄 머리 남캘리포니아대 의대 교수가 실은 글을 보면 죽음이 소개돼 있다. 68살의 의사가 췌장암을 진단받은 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있는데, 이 의사는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수술은 물론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것이다. 암 진단 뒤 곧바로 일을 그만두고 가족들과 남은 시간을 보냈다. 많은 의사들은 현대의학의 효과와 한계를 알기 때문에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머리 교수는 다른 사례도 소개했다. 뇌로 전이된 폐암이 진단된 60살 사촌의 죽음이었다. 병원에서는 일주일에 3~5번의 항암제 치료 등을 받으면 넉달을 살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 사촌은 뇌 조직의 팽창을 막는 몇몇 알약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냈다. 평생 가 본 적이 없는 디즈니랜드에도 갔다. 이렇게 8개월을 지낸 뒤, 혼수상태에 빠져 사흘 뒤 숨졌다. 8개월 동안 그가 쓴 의료비는 20달러에 불과했다. 머리 교수는 미국의 한 연구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자신에 대한 치료 방침에 대해,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체적으로 가족들에게 주문해 놓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심폐소생술 등을 하지 말아 달라는 등 많은 의사들이 죽는 과정을 미리 준비했다.

 

지난해 11월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29살 여성이 이른바 ‘존엄사법’이 발효된 미국의 한 주로 이사해 결국 안락사를 선택했다. 외신 기사를 요약해 공급하는 <뉴스 페퍼민트>에 실린 글을 보면, 원래 의사들은 환자에게 해를 주면 안 되므로 조력 자살에 대해 반대하는 집단이지만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의사 2만여명에게 물은 결과 응답자의 54%가 조력 자살 허용에 찬성한다고 답해, 4년 전 46%보다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조력 자살은 환자가 원해 의사들이 약을 투여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최선의 치료를 다 해야 한다. 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하면 인공호흡기를 꽂은 채 사망하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작별인사도 하고 죽고 싶은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는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가 쓴 책인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인공호흡기를 꽂아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이 환자가 죽음으로 가는 고통만 더 크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연명의료에 대해 환자의 자율성을 중시하자는 쪽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윤 교수는 최근 호스피스 관련 토론회에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환자가 연명치료 대신 질병의 고통을 덜고 남은 삶의 질을 높이는 호스피스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시설, 인력 등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죽는 과정 자체가 고통이라는 것이다.

 

의사들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이별인 죽음은 모두 싫어한다. 하지만 맞아야 하는 삶의 일부로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다. 이렇듯 나이 들었고 또 준비하고 있어도 슬픈 것이 죽음이다. 그런데 바로 1년 전 세월호에 탄 많은 고등학생들과 승객들이 죽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죽음이었다. 그들은 ‘곧 구조될 거야’라는 믿음 속에 죽어갔다. 죽음을 준비하는 의사들과 이들은 똑같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죽음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중앙일보 칼럼-세상읽기/김종윤(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20150415수] 최악의 세 단어 '연말정산 소급 적용'

 

납세자들이 흔히 말하는 ‘13월의 보너스’는 잘못된 용어다. 매년 연말정산을 한 뒤 돌려받는 세금을 샐러리맨들은 그렇게 불렀다. 반대로 세금을 토해내면 ‘세금 폭탄’이라고 분개했다. 연말정산은 연간 낸 세금에서 소득을 올리기 위해 들어간 각종 비용 등을 정산한 뒤 최종 세액을 확정하는 절차다. 쉽게 말하면 납세자가 원래 내야 할 세금보다 더 많이 냈으면 그 차액을 돌려받고, 적게 냈으면 차액을 메우는 걸 말한다.

 

  13월의 보너스를 받았다면 샐러리맨들이 기분 좋아하는 건 이해가 간다. 생각지도 못한 공돈이 생겼으니 싫어할 이유가 없다. 이건 착각이다. 세금을 환급받은 납세자는 사실상 손해를 본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매월 세금을 많이 낸 뒤 다음 해에 초과분을 돌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 기간만큼 이자 손실을 본 셈이다. 거꾸로 세금을 토해냈다고 해서 울분을 터뜨릴 일도 아니다. 손해 본 게 아니라 원래 덜 낸 걸 냈을 뿐이다.

 

  이쯤 되면 연말정산의 본질이 이해됐을 게다. 연말정산 결과를 놓고 ‘보너스’니 ‘세금 폭탄’이니 왈가왈부하는 것은 애초부터 난센스였다. 연말정산 결과는 특별히 누구에게는 보너스가 되고, 누구에게는 폭탄이 되는 게 아니다. 막판에 세금을 뭉텅이로 돌려받거나, 토해 내면서 희비가 엇갈리지만 본질은 득(得)도 없고, 실(失)도 없는 절차다.

 

  올 초 우리 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고 갔던 연말정산 파동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이번 파동의 계기는 소득세법을 고쳐 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꾼 것이었다. 이 방식은 문제가 없었다.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 고소득층은 세금을 좀 더 부담하고, 저소득층은 덜 내게 된다. 소득 분배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정부가 더 걷을 수 있는 세금은 대략 1조원 정도였다. 정부는 늘어난 세수를 복지 분야 등에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꼬였다. 정부는 이런 취지를 납세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무능·무책임했다. 납세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소란은 그래서 시작됐다. 더 큰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일부 반대 블록의 강력한 선전전에 밀린 정부는 연말정산 보완 대책을 들고 나왔다. 그 카드라는 게 황당하게도 ‘소급 적용’이었다. 현 연말정산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고 보완하는 고민은 안 보였다. 중장기 나라 살림을 고려한 장기적인 그림도 보이지 않았다. 당장 불만만 잠재우면 된다는 미봉책만 남발했다.

 

  이미 낸 세금을 반발 목소리가 크다고 법을 바꿔 돌려주는 건 조세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짓이다. 떼를 쓰면 세금을 돌려주는데 앞으로 누군들 가만있겠나. 사람이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게 세금이다. 그래서 국민의 의무 중 하나가 납세의 의무인 것이다.

 

  한 나라의 조세 정책은 바람에 떠밀려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와 같아서는 안 된다. 조세 정책의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그 원칙이 훼손되면 나라가 흔들리고, 정권은 무너질 수 있다.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는 조지 H W 부시였다. 그는 선거전 초반에는 민주당 마이클 듀커키스 후보에게 밀렸다. 부시는 회심의 카드로 여섯 단어를 앞세워 분위기를 뒤집었다. ‘나를 믿으세요. 새로운 세금은 없습니다(Read my lips:No new taxes)’. 감세를 앞세운 부시는 당당히 백악관에 입성했다.

 

  문제는 4년 뒤에 터졌다. 90년대 초 경기 불황과 정부 의무지출 증가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심각해졌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증세를 도입하지 않는 한 정부 지출 축소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공세를 폈다. 부시는 타협했다. 소득 상위계층의 세금 부담을 10% 늘렸다. 술·담배·자동차·요트 등에 대한 특별소비세도 올렸다. 부시에 대한 믿음은 바닥에 떨어졌다. 92년 선거에서 클린턴에게 진 건 당연했다. 부시를 당선시켰던 조세 공약이 다음 선거 때는 대통령의 ‘최악의 여섯 단어’로 꼽혔다.

 

  지난 3년간 한국의 예산 대비 세수 부족액은 22조2000억원에 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도 세금이 3조4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복지예산(보건·복지·고용) 규모만 115조7000억원에 달한다. 들어오는 돈은 부족한데 쓸 곳만 많아지면 나라 곳간은 거덜 날 게 뻔하다. 경기를 살려 세수를 늘리는 게 최상의 해법이지만 이미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갇힌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큰 현실이다. 그러면 납세자에게 곳간 사정을 설명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연말정산 후폭풍으로 앞으로 납세자를 설득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이미 행정자치부가 추진해 왔던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 카드도 슬그머니 접은 상태다.

 

  그렇다고 빚을 내 버틸 수도 없지 않은가. 이건 후손들의 신용카드를 긁어 쓰는 파렴치한 짓과 같다. 더구나 빚을 영원히 낼 수도 없는 법이다. 빚이 쌓이면 나라 살림이 파탄 나는 건 시간문제다. 무너진 조세 원칙,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말정산 소급 적용’은 조세 정책 최악의 세 단어로 기록될 것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50415수] 제노사이드

 

1941년 8월24일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BBC 생방송 연설에서 나치독일의 만행을 규탄했다. 그는 나치의 민간인 대량 학살을 두고 “우리는 ‘이름 없는 범죄(a crime without a name)’에 직면해 있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조직적이고 잔혹한 살육은 없었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독일의 살인특무무대가 빨치산 소탕을 명목으로 소련땅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지칭한 것이었다. 나치독일의 만행은 300만명의 유대인이 한 줌의 재로 변할 때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이어졌다. 뭐라 딱히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군대 간 전쟁이 아니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전쟁(war against peoples)’이었기 때문이다.

 

1944년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법학자 라파엘 렘킨은 ‘이름 없는 전쟁’에 ‘제노사이드(genocide)’란 이름을 붙였다. 종족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genos)와 살인의 라틴어(cide)를 결합시켰다. 제노사이드는 반드시 한 집단의 ‘즉각적인 파괴’만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어떤 집단의 절멸을 위해 자행되는 다양한 행위를 지칭했다. 집단의 존재기반을 서서히 와해시키는 ‘부드러운 절멸’도 포함시켰다. 창씨개명(정치), 모국어사용 금지 및 우민화정책(문화) 등도 역시 제노사이드라는 것이다. 제노사이드를 국제법상의 범죄로 만들려고 동분서주한 렘킨의 노력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제노사이드 협약을 맺음으로써 결실을 얻었다. 제노사이드 범죄는 ‘국민·인종·민족·종교집단 전체 또는 부분을 파괴할 의도를 가지고 실행된 행위’로 규정됐다(협약 제2조). 그렇지만 ‘…파괴할 의도’ 문구는 두고두고 문제가 됐다. 아무리 끔찍한 제노사이드 가해자라도 ‘의도 없는 우발적 사건’이라 우기면 소모적인 논쟁으로 변질되기 일쑤였으니까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차대전 도중 오스만제국(터키)이 자행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제노사이드라고 규탄하자, 터키가 ‘내전의 일부였다’고 반발했단다. 익숙한 변명이다. 지난 100년간 제노사이드로 희생된 민간인 수가 1억75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제노사이드의 기질은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서동철(논설위원)-20150415수] 한국문학번역원

 

소설가이자 번역작가인 안정효는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사례로 들곤 한다. 미국 작가 마거릿 미첼에게 1937년 퓰리처상을 안겨 준 이 소설을 마무리하는 독백은 빅터 플레밍이 연출한 1939년 작 동명 영화에서도 마지막 대사로 쓰였다. 배우 비비안 리가 연기한 스칼릿 오하라의 유명한 대사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로 번역되면서 명대사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번역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이 구절이 어려운 일을 참지 못하고 놀기만 좋아하는 스칼릿 오하라의 입버릇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주인공의 성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꼭 오늘 해야 하는 것은 아니야”라는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멋을 부린 번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는 일본 속담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의심도 있다.

 

문화한류(文化韓流)의 시대 번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역시 소설가이자 번역작가인 박찬순은 태국에 수출된 한국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애인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대사가 “brother”로 나가기도 했으니 현지인들은 “한국에 이상한 풍속이 있는 모양”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허탈해한다. 이것 말고도 영화 대사의 김치찌개, 떡볶이, 장어구이는 아예 번역을 하지 않는가 하면 정(情)이나 한(恨) 같은 표현도 그저 ‘jeong’나 ‘han’으로 표기하니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번역의 취약성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한국 문학의 해외 소개와 교류’를 목적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 2001년 출범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19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설립된 한국문학번역금고가 발전적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번역원은 그동안 3000종에 이르는 성과를 해외에 내놓았다.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물량도 물량이지만 질을 높여 실질적인 독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반성은 내부에서부터 나온다.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영향력 있는 출판사와 제휴하고, 번역 아카데미는 대학원 과정으로 승격시켜 체계적으로 인력을 길러내겠다는 생각이다. 영화·뮤지컬 등 한류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번역원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통폐합시키는 기획재정부의 방침이 알려졌다. 오늘 열리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번역원 통폐합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속담이 아마도 우리 문화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문화융성의 시대라고 한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50415수] 뇌물의 역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리스트가 일파만파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메모에 거명된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파장은 커져만 간다. 국민은 정치인들이 받았다는 억대가 넘는 돈 얘기에 혀를 찬다. 여론은 특히 뇌물에 민감하다.

 

뇌물은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를 지낸 존 누난은 뇌물의 역사에서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왜곡한다며 뇌물을 단속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적었다. 성경에도 ‘은밀히 안기는 선물은 화를 가라앉히고, 몰래 바치는 뇌물은 거센 분노를 사그라뜨린다’(잠언 21장 14절)고 기록돼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뇌물 얘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의 연개소문에게 억류됐다가 푸른색 베를 뇌물로 주고 풀려났다는 얘기부터 고려 조선시대 왕의 외척이나 지방 탐관오리들이 매관매직을 하면서 뇌물을 받았다는 얘기는 숱하게 나온다.

 

중국에서 ‘관시(關係)’를 넓혀나가려면 선물과 뇌물은 기본이다. 중동에도 ‘와스타(wasta)’라는 게 있는데 아랍어로 인맥이란 뜻이다. 수수료와 뇌물, 그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등을 의미하는 단어다. 상인들이 권력과 결탁하면서 뇌물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졌다. 뇌물은 돈이나 선물이 전형적이지만 예전에는 고기나 쌀 같은 음식이 주로 사용됐다. 금덩어리는 단골 메뉴였고 최근에 와서는 그림, 주식 등이 뇌물로 쓰인다. 뇌물은 관례적으로 물질적인 것에 한정되기 때문에 칭찬이나 아부는 뇌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성접대는 명백한 뇌물로 본다.

 

현대에 와서는 국제 거래에서도 뇌물 단속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1975년 록히드사가 일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가 법적 처리된 사건을 계기로 1977년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제정했다. 외국 관료에 대해 미국 기업이 뇌물을 주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외국계 기업에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영국계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대해 30억위안의 벌금을 매겼고 임원 2명을 구속했다.

 

선물과 뇌물을 구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뇌물을 뜻하는 ‘브라이브(bribe)’도 중세 영국에선 선물을 뜻하는 단어로 쓰였다고 한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도 정치자금인지 뇌물인지 가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참 혼탁한 세상이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취재수첩/전예진(정치부 기자)-20150415수] 외교부도 모르는 대사 행적

 

리비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대사관 총격 당시 인근 튀니지에서 사건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이종국 리비아대사가 한국에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대사는 인사발령을 받고 지난 1일 귀국했으나 외교부는 이를 알지 못한 채 그가 튀니지에 있다고 브리핑했다.

 

이 대사의 거취는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서야 밝혀졌다. 잘못된 언론 보도를 접한 이 대사가 13일 오후 외교부로 전화를 걸어 해명하면서다. 총격 사건을 수습하면서 현지 대사와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 대사가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그의 소재지는 영영 파악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외교부 아중동국 당국자의 해명대로 현지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리핑을 하다보면 실수할 수 있다. 납치나 테러처럼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사안일 경우엔 더 그렇다. 담당국이 수십개인 데다 매일 수백통의 전보가 쌓이는 상황에서 대사들의 귀국, 출국 보고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귀국한 대사의 거취를 12일 동안이나 아무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재외공관장 관리가 얼마나 엉망으로 이뤄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출장을 핑계로 업무시간에 종적을 감춘 ‘사라진 세종시 김과장’보다도 심각하다.

 

183개 해외공관을 이끄는 대사와 영사들은 720만명의 재외동포와 1300만명의 해외여행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그런 대사가 자신의 근무지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사건 발생 24시간 후에야 상황을 인지했다는 것은 업무 태만이다. 한국에 왔더라도 새 대사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가장 최근까지 현장을 경험했고 현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임에도 이 대사는 서울에서 열린 리비아 교민안전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아직도 트리폴리의 ‘컨트롤 타워’가 누구인지 횡설수설하고 있다. 대사가 어디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외교부가 어떻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50415수] 구동존이(求同存異)

 

1955년 4월 인도네시아의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에 참석한 29개국 대표들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참여국 모두가 식민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같았으나 사회체제 등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이때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가 "같은 것은 함께 추구하고 다른 것은 남겨두자(求同存異·구동존이)"고 말했다. 이 한마디로 식민주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해 '반둥 10원칙'이라는 합일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후론 구동존이가 중국의 핵심 외교전술이 됐다. 1999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제네바 4자회담의 기조연설에서도 지난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중국은 구동존이를 역설했다.

 

'같음'을 강조하는 구동존이지만 '다름'을 부각시키는 사례가 왕왕 있다. 리진쥔 신임 북한주재 중국대사의 발언이 그런 경우다. 14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리 대사는 최근 김영남 위원장을 만나 "중국은 새로운 시기와 정세하에서 북한과 상호존중·평등상대·구동존이·협력공영을 통해 양국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중 관계에서 구동존이라는 표현이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양국의 혈맹 관계를 정상국가의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중국의 메시지로 해석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발언이다.

말썽 많은 북한이지만 때론 남과 북이 '같음'을 추구할 부분도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일본이 역사 왜곡 행위를 본격적으로 감행하는 것은 과거 조선에 대한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해 재침의 길을 열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거짓 주장하는 것 외에 한민족 역사에 대한 날조를 일삼는 일본의 악행을 막으려면 남북간 구동존이가 필요하다. 더구나 지난 13일엔 '독도는 조선 땅'이 표기된 일본 정부의 1897년 제작 지도까지 발견돼 독도의 한국령은 반발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진실로 판명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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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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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성완종 리스트 수사

■ IS의 한국대사관 공격

■ 민주노총 총파업에 돌입 예정

■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 무너진 자격루

■ 경남도 무상급식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성완종 리스트 수사

 

[한국일보 사설-20150414화] ‘성완종 리스트’ 수사 두고 다들 오해 살 짓 말라

 

지금 ‘野 대선자금도’ 주장은 물타기

의구심만 키운 李 총리의 황망 처신

野도 과도한 정치공세 역효과 염두에

 

정치권이‘성완종 리스트’로 벌집을 쑤신 것처럼 소란하고 어지럽다. 명단에 오른 인사들이 현직 총리와 전ㆍ현직 청와대비서실장 등을 비롯한 현 정권 실세들이니 그럴 만도 하다. 더구나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진영의 대선자금이 사안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수사 향방에 따라서는 정권의 정당성과 도덕성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초긴장 상황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여권 안팎에서 벌어지는 관련 인사들의 황망한 처신은 보기 민망하다. 서둘러 방어막 치기나 물타기 등의 본질 흐리기도 꼴사납기는 매 한 가지다.

 

무엇보다도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012년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야당도 함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한 것은 야당을 끌어들여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물타기다. 야당이 “물귀신 작전”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직전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캠프의 홍문종 의원에게 2억 원의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힌 만큼 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2012년 대선 박근혜 후보 진영 대선자금 전체를 넘어 야권 대선자금까지 수사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지나치다.

 

선거판 생리상 파고 들면 범법이 드러날 가능성이 적지 않겠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과거 경험 상 여야가 이전투구에 매달려 가뜩이나 시급한 국정현안과 사회적 과제들이 모두 비껴날 개연성이 크다. 우선은 성완종 리스트에 관련된 수사에서부터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먼저다. 야당도‘친박 게이트’운운하며 무한정의 정치공세로 몰아가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김 대표의 야당 대선자금 조사 언급도 야당의 공세가 촉발한 방어적 성격이 없지 않다.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병기 청와대비서실장과 함께 이름만 적힌 경우다. 그럼에도 성완종 리스트 회오리 속에 그의 존재감이 점점 도드라지고 있다. 이 총리는 엊그제 태안군 의회 부의장 등 2명에게 무려 15차례나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날 지역인사들과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를 캐물었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뭔가 켕기는 게 있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이 총리는 어제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이와 관련한 추궁을 받고 고인(성 전 회장)이 메모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만큼, 친분 있는 지역인사들에게 전화 해서 알아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 해명으로 의구심이 풀리기는 어렵다. 이 총리는 지난달 12일 갑자기 비리척결 담화문을 발표해 뜬금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담화를 기점으로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 자원비리 등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됐고 급기야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절박한 구명 로비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 이 사태와 전혀 무관할 수 없는 처지다. 야당이 요구하는 총리직 사퇴는 아니더라도 관련 보고 라인에서는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이 총리 스스로도 자숙하며 보다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 성 전 회장에게서 상당한 액수의 돈을 받았다는 홍문종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 등도 서둘러 결백을 외치기에 앞서 검찰 조사에 진실하게 응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13화] 이 총리, 뭐가 켕기기에 15번이나 전화를 했나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 전날 그를 만났던 측근들에게 15차례나 전화를 걸어 대화 내용을 캐물었다. 이 총리는 총리실 전화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로 이용희 충남 태안군의회 부의장과 김진권 전 태안군의회 의장에게 각각 12차례, 3차례씩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날인 8일 한 시간가량 그를 만났던 사람들이다. 이용희 부의장은 “성 전 회장이 ‘이완구를… 이완구를… 어떻게…’라고 이완구 총리 이름을 불렀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한 나라의 국무총리가 비리 혐의로 수사받다 자살한 인사의 발언 내용을 개인적으로 알아보려 십수차례나 전화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 그렇게도 성 전 회장의 입을 두려워한 게 아니겠나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성 전 회장이 자살 전날 이완구 총리의 이름을 여러 차례 불렀다는데, 왜 하필 이 총리를 그렇게 애타게 찾으며 배신감을 토로하는 듯한 얘기를 한 건지도 몹시 궁금하다.

 

이 총리는 “(이 부의장 등과) 통화한 건 서너 차례고 나머지는 통화가 안 됐다. … 2006년 이후 경남기업이나 성 전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게 없다”고 무관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성완종 전 회장 쪽은 “(성 전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김진권 전 태안군의회 의장에게 이 총리가 ‘지금 5천만 국민이 시끄럽다. 내가 총리니까 나에게 (대화 내용을) 얘기하라’고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고 말한다. 국무총리의 처신으로선 매우 부적절하고, 오히려 국민적 의혹만 키우는 행동임이 분명하다.

 

이번 사건처럼 현 정권의 전·현직 핵심 인사들이 한꺼번에 수사 대상에 오르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여당 내부에서 특별검사 주장이 나올 정도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감시 눈초리는 더욱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는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 제청권을 갖고 있다. 수사 내용을 알려고도 묻지도 말아야 할 국무총리가 성 전 회장 측근에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총리인 나에게 얘기하라”고 윽박지른 저의가 무엇인지 참으로 해괴하다. 이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훨씬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성 전 회장에게 이상하리만큼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이완구 총리만이 아니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성 전 회장의 전화를 직접 받아서 그의 호소를 들어줬다. 친박 실세로 통하는 서청원 의원도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며칠 전 그의 전화를 받고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성 전 회장의 전화를 거절하지 못한 건 단지 개인적 친분 때문이었을까, 그 이상의 뭔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었던 건 아닐까, 국민들로선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4화] 김무성 대표의 치졸한 ‘대선자금 수사’ 물타기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2012년 박근혜 캠프의 대선자금 문제로 확장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여야가 함께 2012년 대통령 선거 자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대선자금 수사에 응하겠다”며 “대선자금 조사하려면 야당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완종 리스트’가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야당을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은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대선자금 의혹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의 주장은 대선자금 수사를 할 경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측의 대선자금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검찰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이다. “검찰에 외압이 없도록 새누리당이 앞장서 책임지겠다”던 다짐은 어디다 팽개친 것인가. 야당 대선자금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성을 지니려면 구체적 근거나 혐의가 있어야 한다. 성 전 회장의 인터뷰나 ‘메모지’에는 야당의 ‘야’자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성완종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야당과 관련한 증거나 증언이 나오면 그때 가서 조사하면 될 일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야당 대선자금 수사를 운위하는 것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가리기 위한 치졸한 정치공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전·현직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한꺼번에 ‘검은돈 의혹’에 휩싸인 전대미문의 ‘권력형 게이트’이다. 거기에 ‘홍문종 2억’으로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꼬리를 드러냈다.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나, 성 전 회장이 1억원을 건넸다고 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이 사실상 시인한 데서 보듯 ‘성완종 리스트’는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찰이 그야말로 성역없이 엄정한 수사로 임한다면 진실을 규명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러한 의구심과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이라고 해서 수사기관이 눈치 보고 좌고우면해선 안된다는 점을 직접 천명해 검찰이 독립적인 특검처럼 수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 판국에 여당 대표가 야당의 대선자금 수사를 거론하며 압박을 가하는 것은 엄정해야 할 검찰 수사의 발목을 비트는 일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414화] 이완구 총리의 처신 부적절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자살한 직후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처신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11일 성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십여 차례나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 나눈 얘기를 캐물었다고 한다. 이 총리는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과 김진권 전 태안군의회 의장에게 각각 12번과 3번 전화를 걸어 “그날(8일) 성 전 회장과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었다. 성 전 회장은 자살하기 전날 이 부의장 등 측근 몇몇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의 이름을 여러 차례 거명하면서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소위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무슨 말이 구체적으로 나왔는지를 알려고 전화를 한 것이다.

 

이 총리는 어제 국회 답변을 통해 “고인이 메모에 (저의) 이름을 남겼고, 태안군 부의장 등이 도지사 시절에 알던 친분이 있는 분들이어서 전화해 알아보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겠느냐”고 해명했다. 이 총리 입장에서야 궁금하겠지만 적절한 처신은 아니었다. 더구나 이 총리는 대화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김 전 의장에게는 “내가 총리인데, 나에게 다 이야기하라. 5000만 국민이 다 시끄럽다”고 고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검찰은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여당이 검찰 수사의 외압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총리가 고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전화를 한 상황이고 보면 국민들은 과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독립적·중립적인 검찰 수사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을 믿을 수 없으니 특검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 총리가 전화를 한 것은 무슨 변명과 해명을 하더라도 매우 부적절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자살한 직후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성 전 회장과 측근의 대화 내용 파악에 애썼으니 ‘제 발 저린 속사정이 있었나’ 하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이밭에서는 벗어진 신발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머리에 쓴 관을 고쳐 쓰지 않는 법이다. 이 총리는 여당 원내대표 시절에는 박 대통령을 ‘각하’라고 여러 차례 부르고, 총리 인사청문회 기간 중에는 언론과 언론인을 좌지우지했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총리뿐 아니라 ‘성완종 리스트’에 있는 ‘살아 있는 권력’ 모두 압력으로 비쳐질 수 있는 언행을 삼가야 할 것이다.

 

 

■ IS의 한국대사관 공격

 

[한국일보 사설-20150414화] IS의 한국대사관 공격, 가볍게 넘길 일 아니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대사관이 12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보이는 총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대사관을 경비하던 리비아 내무부 소속 현지 경찰관 2명이 숨졌다. 당시 대사관내 관저에는 우리 외교관 2명과 행정원 1명이 있었으나 다행히 무사했다. 이번 사건이 우리 대사관을 직접 노린 것인지, 현지인 경비인력을 겨냥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현지에선 한국이 아닌 현지 경찰관을 노린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IS 세력이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IS가 본거지인 시리아, 이라크를 넘어 리비아로까지 세력을 확산하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은 지난해 일제히 대사관을 철수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IS 소탕작전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는 ‘인도적 지원 국가’로 분류돼 있음에도 피습된 것은 트리폴리에 남아 있는 18개 대사관 중 한국이 가장 친서방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카다피 축출 이후 내전이 극에 달했던 2011년에는 한국대사관이 무장괴한들에 의해 약탈됐고, 지난해 1월에는 트리폴리 주재 한석우 코트라 무역관장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난 적도 있다.

 

지금 리비아는 1,700여 개의 무장세력들이 난립해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IS 세력까지 가세한 무정부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리비아 정부도 지난해 민병대의 공격에 수도 트리폴리를 포기하고 동부로 피신한 상태다. 리비아에는 아직 교민 40여명이 잔류해 있다. 경제적으로 리비아는 우리의 3대 해외건설 시장 중 하나다. 그러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정세가 불안해지는 상황에서는 교민 철수를 적극 권고하고 대사관을 일시 폐쇄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기회에 중동 전체 우리 교민들과 현지 공관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이라크에는 우리 근로자 1,000여명이 나가있고 예멘에도 40여명이 머물고 있다. 중동을 비롯, 아프리카, 동남아 등 IS 세력권에 있는 한국인은 2만5,000여명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테러혐의로 강제추방된 외국인이 최근 부쩍 늘고 있고, IS에 경도된 자생적 추종세력도 생겨나는 상황이다. 테러에 대한 정부의 엄중한 위기의식을 다시 다잡을 필요가 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14화] 계속되는 ‘이슬람국가의 만행’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 12일(현지시각) ‘이슬람국가(IS) 리비아지부’를 자처하는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현지인 경찰관 2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초 김아무개(18)군이 이슬람국가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우리나라와 이슬람국가가 연관된 두 번째 사건이다.

 

괴한들의 목적이 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들은 한밤중에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기관총 40여발을 난사했다. 건물 안 별채에서 잠자던 대사관 직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정황이다. 이슬람국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대사관 경비 2명을 제거했다”고 했다. 다른 나라 대사관들에 테러를 가한 뒤 ‘○○대사관을 공격했다’고 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슬람국가를 퇴치하기 위한 군사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슬람국가가 우리 대사관을 목표로 만행을 저지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슬람국가 리비아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부상했다. 여러 조직으로 나뉘어 있어 이들 사이에 ‘테러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마저 보인다. 2월에는 동부 해안에서 기독교도인 이집트 콥트교도 21명을 집단 참수했으며, 1월에는 트리폴리의 호텔을 공격해 외국인 10명을 죽였다. 이슬람국가의 본거지인 이라크에서는 최근 고대 유적들을 마구 파괴하기도 했다. 이번 공격도 이런 만행의 연장선에 있다.

 

이슬람국가는 이미 중동 여러 나라로 확산된 상태다. 우리나라 교민이나 공관, 기업체 등이 이들의 무차별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들의 동향을 주시하며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잖아도 리비아에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의 붕괴 이후 1700여 개의 무장세력이 난립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재외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 가운데 하나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는 이미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다. 이들이 발붙일 터전을 없애는 것은 지구촌의 과제가 됐다. 하지만 문제가 다 해결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이 더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경향신문 사설-20150414화] IS 영향권 중동지역 한국인 안전대책 시급하다

 

이슬람국가(IS) 대원으로 보이는 무장괴한들이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것은 한국이 IS의 공격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한국 공관원이나 교민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아니다. 리비아를 비롯해 IS의 영향권에 있는 중동지역에 거주하는 2만5000여명의 한국인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어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중동지역 거주 교민과 현지 공관원의 일시 철수 등 안전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중동지역은 한국 경제의 핵심 이해가 걸린 곳이다. IS가 발호하고 이슬람 무장단체 간 전투 격화 등 정정 불안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교민과 한국 공관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지에 체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 인력의 중동 진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긴급연락망 가동 등 언제든 교민과 공관원의 안전한 대피와 철수가 가능하도록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대테러정보 교환 등 국제 공조도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괴한들의 소속과 범행 의도도 중요한 문제다. 정부는 이번 공격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닐 것으로 관측했다. 대규모 인명살상을 노린 건물 폭격이나 폭탄 테러가 아니라 현지인 경비원을 겨냥한 총격인 점, IS가 공격 직후 트위터에 올린 “칼리파(이슬람 최고지도자를 일컫는 호칭)의 전사들이 한국대사관 경비 2명을 제거했다”는 글이 그 근거다. 과거 아랍에미리트연합이나 이란 대사관 폭탄 테러 후 “칼리파의 전사가 대사관을 공격했다”고 밝힌 것과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IS 격퇴작전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고, 이 작전을 주도하는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참에 근본적 대책을 모색하기 바란다. 당장은 교민 안전대책 수립과 실천이 중요하지만 임기응변식 대처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아랍 젊은이들이 반문명적인 IS를 ‘탈출구’로 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다시 꿈을 꾸고 일자리를 얻도록 하는 일은 국제적 차원의 과제이지만 차제에 한국이 앞장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못할 이유가 없다. 공관 피습과 교민 안전대책 마련을 반복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414화] IS 추가 테러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괴한들로부터 무차별 총격을 받아 현지 경비경찰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에 대한 IS의 테러 공격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 대사관 직원들 피해는 없었다지만 우리나라도 더이상 IS 테러 공격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 셈이다. 특히 미국을 위시해 IS와 무력 대결을 펼치고 있는 서방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이들 국가의 대(對)테러 활동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테러 공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IS의 이번 공격을 놓고 일각에선 한국이 아니라 현지 경비원을 목표로 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주요 서방국들이 대부분 리비아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는 바람에 주(主)공격 대상을 찾기가 여의치 않게 된 IS가 한국을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실제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월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더이상 우리나라가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그의 경고는 최근 5년간 국내에서 국제 테러조직 관련 활동을 하던 외국인들을 강제 추방한 건수가 50여건에 이르는 사실에서도 뒷받침된다. 일본만 해도 우리처럼 대테러 군사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도 자국민 2명이 IS에 참수당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공개 참수와 화형, 집단학살을 마다하지 않는 테러 집단으로부터 우리만은 안전할 것이라는 요행을 바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 등 IS의 주된 활동 무대에 거주하는 교민과 이들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과 성지순례객들의 안전을 담보할 특단의 대책을 정부는 강구해야 한다. 여행금지 조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테러 세력의 국내 잠입 가능성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IS는 80여개국에서 몰려든 1만 5000여명의 무장 조직원을 둔 다국적 조직이다. 여기엔 터키를 여행하다 사라진 우리나라의 김모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IS가 언제 어떤 형태로 국내에서 테러를 자행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차원을 넘어 여야 정치권도 대테러 방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테러 앞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 민주노총 총파업에 돌입 예정

 

[중앙일보 사설-20150414화] 노사정 협상 결렬, 위원장이 책임질 일인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김대환 위원장이 노사정 대타협 결렬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반려할 것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전부터 노사정 협상이 실패하면 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타협이 무산된 마당에 더 이상 위원장 직을 유지하는 게 의미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사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선 노동시장구조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인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할 일이 많다. 대타협이 불발됐지만 그동안 합의된 부분을 토대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제도화 작업은 계속 진행해야 한다. 지난 3개월여 동안 집중적으로 논의했던 노사정 협상에서 합의에 가까운 입장 접근을 이룬 부분들이 있다. 통상임금 범위,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 3대 현안은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정부는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부터 제도적 후속조치를 추진하는 플랜B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김 위원장까지 사퇴하면 이마저도 동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

 

  또 협상 결렬은 김 위원장 혼자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중립을 견지하며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도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노사정위원회에 대해선 감사를 표시했을 정도다. 중재자 역할을 했던 김 위원장이 빠지면 노사는 더욱 극한적인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미 노동계는 강경 투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13일 “총파업을 위한 조합원 투표가 찬성률 84.5%로 가결돼 오는 24일부터 총파업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사정 협상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한상균 위원장은 민주노총 역사상 첫 직선제로 당선되자마자 총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2012년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참여율이 저조했다. 하지만 이번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월호 1주기에 4·29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성완종 게이트에서 드러난 것처럼 불의한 정권에 맞서 싸우라는 시대적 요구에 온몸을 다해 응답하려 한다”며 이번 총파업을 대정부 투쟁으로 몰고 가려는 뜻을 내비쳤다.

 

  이미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조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파업에 동참키로 했다. 또 노사정 협상에 참여했다 결렬을 선언한 한국노총까지 총파업에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도 노동계가 투쟁에 나서면 최저임금 협상 등에서 양보할 뜻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위까지 손을 놓아버리면 안 된다. 비록 대타협엔 실패했지만 노사정 간에서 조정·소통하는 노사정위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노사정위가 완전히 무력화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사정 대타협은 시도조차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14화] 노동개혁 이전에 노동계와 소통 방식 개혁해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가 주도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 등에 반대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한다. 민주노총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실시한 총파업 투표가 84.35%(36만1743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돼 오는 24일부터 총파업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오는 16일 3000여명이 모이는 전국단위노조 대표자회의에서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보고하고 민주노총과 연대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고 한다. 노동계의 양대 축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연대해 정부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노동계의 연대투쟁은 이미 예상됐던 바이고 그 주된 원인 제공자가 정부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의 핵심 의제로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등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하나같이 노동계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대형 현안이다.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동계와의 대화에 공을 들여왔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타협에 실패했다. 대화의 방식과 내용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민주노총을 참여시키지 못한 것이나 한국노총이 제시한 ‘5대 수용 불가 사항’을 거부해 파국으로 몰고간 것이 그런 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하자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독자적으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화하려는 자세가 부족하기는 재계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제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목적상·절차상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민주노총이 파업의 명분으로 내건 사안들은 정부 정책과 법 개정 사항으로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산하 노조들이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파업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원칙적이고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시급한 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계를 배제하고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노사정 대타협 결렬과 정부의 독자적인 노동시장 구조 개선 추진 선언 등으로 노동계의 파업 동력이 예년보다 커진 데다 양대 노총의 연대투쟁으로 올 춘투는 어느 때보다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해결책은 결국 기본에서 찾아야 한다. 노동계와 소통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다. 대화의 문을 닫을 게 아니라 여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 이전에 노동계와 소통하는 방식부터 개혁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14화] 노동계 총파업 결의, 청년실업 신음소리 안 들리나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을 원초적으로 거부해온 민주노총이 결국 총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민주노총은 조합원 총파업 투표에서 투표자 대비 84.35%의 찬성률을 보였다며 24일 전국대회를 시작으로 공무원연금 개혁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항의하는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총파업에는 한국노총과 공무원노조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춘투(春鬪)가 우려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파업 선언은 예상된 것이지만 아무런 실익도, 명분도 없다는 점에서 당장 철회돼야 마땅하다. 민주노총이 4대 핵심 요구로 내건 노동시장 및 공무원연금 구조개선, 대학 구조조정 등은 국민들의 한결같은 요구인데도 이를 개악이라며 반대하고 나서니 여론의 철저한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 주장은 대부분 정부 정책이나 법 개정 등에 관한 것으로 노동법에서 보장하는 근로조건 개선과 무관한데다 사전에 노동위원회 조정신청도 거치지 않아 절차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의 경우 찬성률이 전체 조합원의 절반을 넘지 못해 사실상 총파업이 부결됐는데도 지역본부별 개표라는 꼼수까지 동원해 억지 파업을 밀어붙이려 한다. 심지어 세월호 시행령 개정이라는 구호까지 슬쩍 끼워넣어 세월호 1주기 추모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인다지만 수출마저 뒷걸음질 치고 성장률도 하향 조정되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청년들은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도 소수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겠다며 뜬금없는 파업이나 벌인다면 국민들의 엄중한 질타를 면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과거의 무분별한 정치파업의 값비싼 대가를 반성하고 극한투쟁을 벗어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 또한 정치적 혼란기에 편승하려는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한다는 확고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 무너진 자격루

 

[한국일보 사설-20150414화] 세계적 행사 유치해 놓고 되레 국제적 망신을

 

해외 국가 정상급 인사와 국제적 기업의 CEO들이 대거 참석한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에서 황망한 일이 발생했다. 참석자들이 경악하고 대통령 경호원들이 단상위로 뛰어오르는 다급한 상황이 빚어졌다.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각국의 내빈 들이 단상에 올라 자격루(물시계) 퍼포먼스를 위해 줄을 당기는 순간, 높이 2m의 자격루 구조물이 내빈들 쪽으로 넘어지면서 항아리에 담긴 물이 쏟아진 것이다. 줄을 당기면 구조물 위에 있는 항아리에 담긴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 개막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나, 아예 구조물 자체가 자빠져버렸다.

 

인명사고는 없었으나 대통령까지 참석한 국가행사에서 우리의 변변치 않은 행사진행 수준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적 망신을 당한 꼴이 됐다. 특히 청와대는 행사 전에 안전을 이유로 자격루 퍼포먼스를 생략하도록 요구했으나 대회 조직위원회가 무리하게 강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행사는 사전에 리허설을 철저히 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직위 측은 사전에 수 차례 줄을 당겨 물이 제대로 흘러내리는 것을 확인했지만 내빈들이 직접 예행연습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내빈들이 줄을 너무 강하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구조물 자체가 쓰러졌다는 주장이지만 변명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17일까지 계속되는 물포럼은 전 세계가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키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전문기관, 기업, 시민단체 등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물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세계적 행사다. 이번 행사는 그래서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가 중심이 돼 주관하고 있다. 이런 행사의 준비가 이 정도로 안이했다니 차마 믿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7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비롯,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나 지자체가 주최하는 굵직한 국제행사가 즐비하다.

 

그러므로 이번 사고를 한낱 해프닝 정도로 가볍게 치부해버릴 일은 아니다. 국가 전반의 기강이 크게 해이돼 있는 징표로 볼 수도 있다. 으레 그렇듯 이번에도 기관들끼리 서로 미루기를 하고 있으나 제대로 책임소재를 밝혀 추후 재발을 방지하는 엄중한 경계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의미와 사후 처리는 크게 다뤄야 할 일이다.

 

 

■ 관련 칼럼

 

[경향신문 칼럼-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50414화] 무너진 자격루

 

주나라 시대에 계인(鷄人)이라는 벼슬아치가 있었다. 닭을 관장하면서 새벽을 알리는 관리였다(<주례> 춘관). 이렇듯 ‘하늘을 공경하여 백성에게 때를 알려주는(欽若昊天 敬授人時)’(<서경>) 직책은 매우 중요했다. 만약 농사철에 ‘때(인시·人時)’를 잘못 일러주면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여기는 백성들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1434년 세종이 자격루의 제작을 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세종실록>).

 

“시각을 잘못 알리면 중벌을 받았다. 장영실에게 명해 시각을 알릴 목각인형을 만들었다. 사람의 힘이 들지 않았다.”

 

장영실의 자격루(自擊漏)는 물시계와 자동시보장치를 겸비한 조선의 표준시계다. 물시계(아날로그)의 물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다시 일정한 시차로 구슬과 인형을 건드려 자격장치(디지털)가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변환기로 접속되는 디지털 시계가 이미 581년 전에 제작된 것이다. 하늘을 존중하는 마음씨로, 백성의 노고 없이 자동으로 작동되는 시계를 기어코 만든 것이다. 대단한 세종의 경천애민 정신이다.

 

장영실의 신분은 노비였다. 실록은 “아비는 원나라 소·항주 출신의 귀화인이었지만 어미 신분(기생)을 좇아 천민(노비)이 됐다”고 했다. 세종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솜씨는 물론 성질 또한 빼어난’ 장영실을 과감하게 발탁한 것이다. 세종은 “원나라 때도 절로 작동하는 물시계가 있었지만 정교함에서는 장영실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칭찬했다. 당대 사람들 역시 “장영실은 세종대왕을 위해 태어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필원잡기>).

 

자격루의 정교함은 6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하다. 내로라하는 과학자 30여명과 최첨단 장비까지 총동원하고도 23년 만에 겨우 복원했다(2007년). 쇠구슬의 크기가 1㎜만 달라도 제대로 시간을 측정할 수 없단다.

 

지난 12일 대구 세계물포럼 개막식 행사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다가 자격루 모형이 넘어지는 불상사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니 그 민망함이란…. 그저 해프닝이었으리라. 다만 세종 임금이 자격루를 만들 때의 마음씨를 한번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김성수(논설위원)-20150414화] 자격루

자격루(自擊漏)는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물시계다. ‘스스로 종을 울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종 16년인 1434년 장영실이 왕의 지시로 김조, 이천 등과 2년여의 연구 끝에 만들었다. 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그릇과 물받이 그릇, 톱니바퀴, 자동 시보(時報) 장치들로 이뤄져 있다. 흘러든 물의 양에 따라 각 기계 장치들이 연쇄작용을 하고 자동으로 종이 울리면서 시간을 알려 주는 정교한 물시계다. 세종 때 만들어진 것은 고장 나서 없어졌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중종 31년인 1536년에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를 개량해 새로 제작한 것이다. 덕수궁에 보관돼 있는데 1985년 국보 제229호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물항아리와 물받이 그릇만 남아 있다.

 

요 며칠 자격루가 엉뚱한 사건 때문에 입길에 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 전시장에서 있었던 제7차 세계물포럼 개막 행사의 해프닝 때문이다. 행사에서는 ‘자격루 줄당기기’ 퍼포먼스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 정상급 인사 등 내빈들이 자격루를 본떠 나무로 만든 2m 높이의 구조물을 잡아당기는 행사였다. 원래 각본대로라면 자격루에 연결된 줄을 당기면 구조물 상단의 항아리에 담긴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개막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야 했다. 그런데 민망하게 박 대통령을 비롯한 내빈 13명이 줄을 잡아당기자 구조물이 내빈들이 있는 쪽으로 ‘와르르’ 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놀란 대통령 경호원들은 황급히 무대로 뛰어올랐다. 박 대통령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행사는 난장판이 됐다. 국제적인 망신이었다. 물과 전통, 정보통신기술을 융합시킨 퍼포먼스로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주최 측의 의도도 완전히 빗나갔다. 조직위 측에 따르면 구조물은 5000만원을 주고 대행 기획사에 맡겼다고 한다. 사전 리허설을 많이 했는데 내빈들이 너무 세게 줄을 당겨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변명도 나온다. 행사를 준비한 권영진 대구시장의 말처럼 ‘옥에 티’라고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물’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지난 12일 개막해 17일까지 6일간 대구와 경주 등에서 열린다. 세계 170여개국에서 3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걸 보여 주려고 무리를 하려다 화를 불렀다. 전 국민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안 해도 될 퍼포먼스를 굳이 강행해서 망신을 자초했는지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제행사까지 이렇게 건성건성 준비할 수 있는 두둑한 ‘배포’도 놀랍다.

 

관노(官奴) 출신의 천재과학자 장영실의 위대한 유산인 ‘자격루’가 희화화된 것 같아 무엇보다 가슴이 아프다. 자격루 모형물이 무너지면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도 함께 무너졌다는 지적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 세월호 참사 1년

 

[한겨레신문 사설-20150414화] 세월호 1주기를 모독하는 뻔뻔한 정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요구하는 유가족 등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뿌렸다. 11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제를 연 유가족과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려 하자 차벽을 설치하고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려 진압한 것이다. 경찰이 세월호 관련 집회에 대응해 최루액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참사를 애도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공권력이 되레 추모 행렬에 주먹질을 한 셈이다. 참사 1주기가 다가오면서 정부가 내놓는 ‘세월호 인양 검토’ 등 온갖 유화 발언보다 이런 행동 하나야말로 세월호를 대하는 정부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 보여준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여덟 차례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경찰 방패를 뺏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이유를 댔다. 정당한 요구를 표출하는 시민들을 가로막은 뒤 충돌이 벌어지면 폭력행위자로 매도하는 낡은 수법이다. 유가족과 시민들의 평화로운 행진을 경찰이 폭압적으로 차단하지 않았어도 그런 충돌이 벌어졌겠는가. 나아가 정부는 시민들이 왜 분노하는지부터 헤아려야 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은 누가 봐도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독소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시행령안을 고치라는 요구를 보름 넘게 묵살해온 정부가 급기야 그 요구를 최루액으로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어이없는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인양을 두고도 말이 뒤죽박죽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더니, 9일에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인양의 위험성과 실패 가능성,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해 인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신중론을 폈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게다가 하루 뒤인 10일에는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이 가능하다’는 기술 검토 결과를 예정보다 이틀이나 앞당겨 급작스레 발표했다. 마침 ‘성완종 리스트’가 보도된 날이었다. 이렇게 속 보이는 태도를 취하니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당일에 추모제 대신 ‘국민안전다짐대회’를 연다. 참사와 관련된 내용도 담지 않은 고색창연한 관변행사나 열겠다는 발상이 한심하다 못해 놀랍기만 하다. 반면 유족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16일 추모집회에는 다시 경찰 차벽을 설치하겠다고 경찰청장이 나서 당당히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날 외국 순방을 떠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뻔뻔한 정부다.

 

 

[서울신문 사설-20150414화] 세월호 참사 1년, 여전히 불안한 대한민국

 

16일은 세월호 사고가 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막 피어난 어린 생명들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슬픔에 젖어서 지낸 지 벌써 한 해가 흘러간 것이다. 필설로 다 하지 못할 유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하고 국민들의 아린 가슴 또한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길다면 길다고 할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별반 달라진 것도 없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도리어 더 많이 발생했다. 최근 실시한 서울신문의 여론 조사에서도 ‘국가의 안전의식이 변화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0.1%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또 터질지 모를 정도로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불안하다.

 

세월호 사고의 근인(近因)으로 지목된 불법 과적 행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어느 지방 소도시 항구에서 섬을 오가는 여객선은 레미콘과 사료를 가득 실은 대형트럭 등 화물을 과적한 채 운항하고 있다. 그런데도 화물을 만재한 트럭들을 서류상으로는 빈 차로 처리해 선적 중량을 속이는 일이 많다고 한다. 세월호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불법 행위들이 근절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대로라면 세월호 사고의 재판(再版)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일 운항 관리자 증원, 벌칙 강화, 승객 신분 철저 확인 등을 담은 ‘여객선 안전관리 개선 현황’을 발표했다. 많이 달라졌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식 자평이다. 규정이 없다면 새로 만들고 느슨하다면 강화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으면 헛일이다. 사고는 안전 규정이 없어서라기보다 있는데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다. 영종대교 106중 추돌 사고는 안개 속 서행 의무를 어긴 관광버스 때문에 일어났다. 16명이 목숨을 잃은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는 설계도와 다르게 환풍구를 시공했기 때문이었다.

 

정부의 대응은 역시나 미덥지 못하다. 대책이라고 내놓았지만 재탕·잡탕식의 보여 주기식 전시형 대책뿐이었다.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자리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으니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어떻게 하겠는가. 조삼모사식 조직 개편이나 이름 변경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음이 증명된 셈이다. 온갖 안전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의됐어도 극히 일부만 처리된 것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도 그랬듯이 세월호 사고를 이용하려 한 정치인들의 속셈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꼴이 됐다.

 

허울 좋은 제도와 못 믿을 정부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국민 개개인의 안전 의식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사실은 그것이 첫째다. 있는 규정만 따르더라도 안전사고는 훨씬 줄어든다. 녹색 신호와 규정 속도를 철저히 지킨다면 자동차 사고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자동차 운전자가 같은 사람인 보행자를 치는 것처럼 우리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건설 현장, 화학 공장, 교통수단 등 안전사고 우려가 큰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각기 규정을 지켜서 안전 여부를 확인·점검하면 사고는 예방된다. 세월호 사고의 아픔과 교훈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한순간의 호들갑으로 끝내다가는 더 큰 시련을 맞을 수도 있다.

 

 

 

■ 그 밖의 신문사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14화] 규제완화가 일자리 창출효과 더 크다는 실증 분석

 

고용노동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 정책들의 실제효과를 분석한 2014년 고용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고용부는 평가대상 23개 정책과제 중 정부 예산이 직접 투입된 창조경제 분야 3건, 별도 예산이 없는 규제분야 3건 등 일자리 창출효과 상위 6대 과제도 발표했다. 이번 고용영향평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도 기업들의 고용 애로사항을 없애고 고용창출 유인을 제공하면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상위 6대 과제에서도 금방 드러난다. 창조경제 분야 1위로 약 1057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국토교통부의 공간정보 융·복합사업의 고용효과는 예산 10억원당 35명으로 분석됐다. 2위 환경부의 환경기술 R&D 투자사업(6797억원 투입)과 3위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상용화 기술 지원사업(815억원 투입)은 10억원당 각각 28명, 25명이었다. 그러나 별도 예산이 없는 규제개선의 고용효과는 고용부의 장시간 근로개선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14만~15만명, 국토부의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1만3323~2만3786명, 산업통상자원부의 도시 첨단산업단지 필지면적 규제완화 4854명 등으로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규제개선 쪽이 비용 대비 효과가 훨씬 크다.

 

더구나 정부 예산을 투입해 벌이는 사업의 경우 그로 인해 사라질 수도 있는 민간 일자리, 예컨대 구축효과 등이 잘 계상되지 않을 수 있고, 정부 예산 지원이 끝나면 일자리가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국토부 공간정보 융·복합사업은 참여업체와 미참여업체 간 고용효과가 달랐고, 환경부 환경기술 R&D 투자사업도 수혜기업 대부분이 정부 지원이 끝나면 바로 인력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규제개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자리 창출까지 감안하면 그 효과가 더 클 수 있고, 지속가능성도 높다. 흔히 정부 재정사업이 승수효과가 있다지만 그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실증분석이 적지 않다.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적극적인 규제개선을 통해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답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14화] 6만원 송사로 대법원까지 간다는 한국인의 법의식

 

재판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상고 사건 수가 지난해 3만7600여건으로 최근 20년 사이에 무려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대법관 1명당 연간 3100여건씩, 주말도 없이 하루 평균 8.5건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대법원 상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미국(8806건) 영국(259건) 등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법원에 올라오는 형사사건의 4분의 1이 소액의 벌금형으로 끝날 가벼운 사건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6만원짜리 교통범칙금을 내지 않기 위해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소송 남발로 인한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정작 법률적·사회적으로 중요해 대법원의 충실한 심리가 필요한 사건들은 선고가 늦어지기 일쑤다. 최근 5년간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 2년을 넘긴 사건만도 민사 1527건, 형사 1858건이다. 2007년에 접수돼 8년째 대법원에서 낮잠을 자는 사건도 있다.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심리를 열기도 점점 어려워져 2012년 28건에서 2013년 22건, 2014년 14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삐뚤어진 법의식부터 문제다. 분쟁이 생겼을 때 협상이나 타협을 통한 해결보다는 ‘법대로’ 끝까지 가보자는 심리가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다. 법에 대한 불신으로 평소에는 법을 잘 지키지 않으면서도 분쟁시에는 더욱 법에 집착하는 이중적인 모습도 보인다. 힘이나 돈이 있으면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도 소송 남발의 원인 중 하나다.

 

법조에 대한 불신 역시 대법원을 바쁘게 만든다. 통상임금의 경우에서 보듯이 대법원 판결 뒤에도 하급 법원마다 판결이 오락가락이다. 동일한 사건은 동일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보편법정 이념이 재판부 재량으로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판사의 개인적 신념과 이념에 따라 판결이 들쭉날쭉인 경우도 있다. 1심 판결의 30~40%가량이 2심에서 뒤집어지는 것은 바로 그런 결과다. 법원을 못 믿으니 다들 대법원까지 달려가는 것이다. 왜곡된 법의식과 소송 남발, 사법 불신의 악순환이 쳇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14화] 알고나 계신지 ? 지방 복지사업이 무려 1만개라는 사실

 

복지부가 이달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전면 조사 중이라고 한다. 지역 간 형평이 어긋나거나 중앙정부의 복지사업과 겹치면 조정토록 유도하려는 의도에서다. 놀라운 것은 전체 지자체의 복지업무가 1만개나 된다는 점이다. 재원은 도외시한 채 모두가 보편적 복지로 달려온 결과다.

 

복지정책이 스며들지 않은 분야가 없다. 주거와 의식, 의료와 고용에서부터 노인과 독거인, 장애인과 저소득층, 보육과 교육, 다문화와 다자녀 등 끝이 없다. 성남시처럼 이제는 중학생 무상교복에다 산후조리원 비용까지 대겠다는 판이다. 지방행정은 복지를 추가할 곳만 찾고, 지방선거는 복지확대의 경연장처럼 됐다. 가짓수만 많은 게 아니다. 지방예산에서 복지 비중도 2000년 10%에서 올해 25%로 급증했다. 시·도, 시·군·구가 벌여온 무한 복지경쟁의 결과다.

 

지금껏 파악도 안 된 이 많은 현장의 복지사업을 과연 어떻게 제대로 관리하겠나. 자연히 구청이나 동사무소 주변을 요령 있게 맴도는 복지족들만 눈먼 돈인 양 따먹을 것이다. 집행 공무원들의 복지예산 횡령사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 큰 문제점은 지난해 소위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정작 지원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한테는 가지도 않는 엉터리 전달체계라는 점이다. 중앙과 지방 모두 포퓰리즘 경쟁 속에 껍데기만 도입했을 뿐 내실은 돌보지 않았다.

 

마구잡이로 도입된 복지정책이니 평가는 뻔하다. 노인·장애인 쪽은 서비스 점수가 90.5점인데 비해 보육기반 조성 쪽은 68.8점이라는 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노인 표를 의식한 복지체계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 세대,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복지가 아니라 기껏 선거 때 표얻기 수단이었을 뿐이다. 이번에 복지부가 처음으로 지방복지를 전수조사한다지만 어디까지나 조사일 뿐이다. 과잉복지로 드러나도 중앙정부의 ‘개선 권고’를 해당 지자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 수단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자체들과 지방 정치꾼들은 또 어떤 기발한 복지제도를 짜내느라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14화] 한국 사회에 울리는 '노후 난민' 경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은 '노후 난민화'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험연구원이 '노후 난민화 가능성 검토의…'란 보고서를 통해 경고했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노인의 고립사가 늘어나면서 노후 난민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일본의 전철을 밟는 듯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노후 난민화 원인으로 꼽히는 효에 대한 의식변화와 무소득 고령층의 증가 현상이 우리에게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 울리는 '노후 난민' 경보음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심지어 한국의 노후 난민화는 여러모로 일본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014년 12.7%였지만 2026년에는 20.8%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다. 노인 빈곤율은 2011년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를 넘는다. 노인 자살률도 인구 10만명당 82명으로 OECD 국가 중 으뜸이다. 게다가 한국은 노후 난민화에 전혀 무방비 상태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로 OECD 평균(66%)의 3분의2 수준을 맴돌고 있고 국민연금 중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 또한 2014년 말 기준으로 월 33만원에 불과하다. 그뿐 아니라 노부모를 자녀가 부양해야 한다는 국민 인식은 2002년 70%대에서 2014년에는 30%대 초반으로 뚝 떨어져 노인들의 고립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한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노후세대 인프라의 새 판을 서둘러 짜야 한다. 노인 세대의 자립을 돕는 일자리 제공과 복지 확충 등을 위한 공공 부문의 정책실행이 필요하다. 재정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영보장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유념할 것은 노후 난민화를 포함한 노인 문제는 사회 모든 주체의 힘이 합쳐져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가정·사회가 한뜻으로 협력해야 곧 다가올 100세 장수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14화] 원가 이하 싸구려로는 관광 한국 미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유치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하는 여행 업체가 많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가 600만명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정작 관광 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상의가 국내 여행 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원가 이하로 유커를 유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기업이 무려 43.4%에 달했다. 원가 이하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다른 어디선가 부족한 만큼을 보충한다는 뜻이다. 손실분을 보충하는 방법으로는 '쇼핑·옵션 확대'가 54.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다른 여행상품에 비용 전가(27.0%)' '미래투자로 손해 감수(11.9%)' '품질수준 하향 조정(6.3%)' 순이었다. 손실분을 보충하는 방법을 보면 유커 1,000만명 시대는 고사하고 지금의 유커 600만명선을 지켜내기도 어려워 보인다. 비싼 값에 물건만 사게 하고 음식이나 숙박 등 여행품질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어떤 유커가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유커가 많이 오는데도 출혈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주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관광 인프라 부족에 있다. 볼거리는 물론 한류체험 및 즐길 거리, 숙박시설, 관광 가이드 등 인력, 먹거리 등에 이르기까지 관광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된다. 쇼핑 위주나 서울·제주에 편중된 관광 프로그램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한류 특화형 상품, 휴양림·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관광 상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일본 관광 업계 인사들의 말이 '서울에 다녀올 사람(일본인)은 다 다녀왔다고 한다"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전언은 유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볼 것도, 먹을 것도, 즐길 것도 별로 없이 품질 낮은 관광상품만 강요한다면 관광한국에 미래는 없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경남도 무상급식

 

[중앙일보 칼럼-사설 속으로-20150414화] 오늘의 논점-경남도 무상급식 중단 논란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4월 2일 30면>

무상급식은 이념 갈등과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경상남도가 1일 무상급식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예상대로 일부 학부모·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은 ‘점심 한 끼 단식’을 벌이고 무상급식 토론수업을 진행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소속 학부모들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관사 앞에서 ‘도지사님, 애들 밥 굶겨 골프 접대 나가서 행복하십니까’란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부모는 급식비 납부 거부와 등교 거부까지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이슈가 정책 논쟁이 아니라 점차 이념 갈등, 정쟁(政爭)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무상급식 전면 중단이 차라리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비난 논평을 냈다. 새정치연합은 “경남엔 새누리당 실세 의원들이 즐비하지만 누구 하나 홍준표 지사에게 문제 제기조차 못하고 있다”며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입장과 해결방안을 지역 주민 앞에서 밝혀야 한다”고 새누리당을 공격했다.

 

  경남도 홈페이지 ‘도지사에 바란다’ 코너에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지지하는 게시 글이 제3자에 의해 삭제된 사건도 발생했다. 경남도는 “반대 세력이 도민 여론을 왜곡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여기에 경남도까지 무상급식 운동단체를 ‘종북’으로 표현해 ‘색깔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는 문제 해결은커녕 이념 갈등만 부추기는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다.

 

  경남도는 무상급식에 지원하던 예산 643억원을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 재원을 초·중·고 서민자녀 교육 지원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서민층 입장에서 보면 혜택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게 된다. 가난한 집안의 학생은 계속 무상급식을 받을 것이고, 학습비·교재비 등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경남도의 시도가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무상보육 등 다른 무상복지 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추진한 무상복지 시리즈의 우려됐던 문제점이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해 학교 무상급식 예산은 2조6000억원,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은 3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무상복지는 매년 들어가야 하는 경직성 예산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 있는 학교 시설물 보수 예산마저 5년 새 40%나 축소됐다. 일부에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면 충분히 무상복지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교 시설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불필요한 것인가.

 

  홍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좌파·우파나 보수·진보가 아닌 국익에 있다. 국익에 맞다면 좌파 정책도, 우파 정책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념이나 정치 논리가 아니라 국익에 따라 급식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이념적 논란에 가세할 게 아니라 정책적·실용적 차원에서 묵묵히 일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선별적 복지가 빈곤층 학생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조용히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 문제가 더 이상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게임이 돼서는 곤란하다.

 

한겨레 <2015년 4월 1일 31면>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경남도가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결국 종북몰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남도청은 30일 성명을 발표해 최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의 불순한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하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도정을 훼손하려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서를 접하면서 맨 먼저 드는 의문은 과연 홍준표 지사나 경남도청 공무원들이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세력이 걸핏하면 종북 딱지를 갖다 붙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해도 너무했다.

 

다른 사안도 아닌 아이들의 밥그릇 문제에 종북 딱지를 붙이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경남도 학부모들의 바람과 호소는 매우 소박하고도 간단하다. “못사는 아이, 잘사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사이좋게 학교에 다니며 건강한 밥을 먹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어떻게 종북이라는 말인가.

 

홍 지사의 좌충우돌식 정치 행태를 두고는 그동안에도 ‘돈키호테’라는 비아냥이 많았지만 이번 경우는 단순한 돈키호테 차원을 넘어선다.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가공할 만한 폭력이자 저질 선동 정치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종북이라고 규정한 근거는 이 운동을 벌이는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본부’의 대표에 예전의 민주노동당 간부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 따위가 고작이다.

 

종 북이라는 굴레를 씌우려면 뭔가 그럴듯한 근거라도 찾아내야 하는데 최소한의 논리도 갖추지 못한 궁색하기 짝이 없는 억지 주장이다. 이런 수준 이하의 논리 구사력과 머리 구조를 지닌 사람들이 경남 도정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경남도는 이번 성명 발표를 통해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벌이는 단체와 개인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 홍 지사와 경남도는 이 대목에 대해 분명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홍 지사가 이런 무리수를 둔 배경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각한 데다, 미국 출장 중 평일 부부동반 골프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탈출구로 종북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정말로 잘못된 무기를 선택했다.

 

홍 지사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논리 vs 논리] “선별적 복지로 빈곤층 도와야” vs “차별 없이 건강한 밥 나눠야”

 

지난 1일 경상남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복지 논쟁이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발표된 경남도청 성명서는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경남도청은 무상급식 지원을 촉구하는 단체를 ‘반국가적 종북 활동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간부 출신 등이 대표를 맡고 있는 종북 좌파 정치집단’으로 규정하고, “종북 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 경남도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보낸다. 한겨레는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가공할 만한 폭력이자 저열한 선동 정치”라며 경남도청을 강하게 비판한다. 중앙 또한 “경남도까지 무상급식 운동 단체를 ‘종북’으로 표현해 ‘색깔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문제 해결은커녕 이념 갈등만 부추기는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중앙은 ‘선별적 복지’의 틀에서 무상급식 논란에 접근한다. 선별적 복지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한다. 중앙은 학교 무상급식에 2조6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나머지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 있는 학교 시설물 보수 예산마저 5년 새 40%나 축소된 현실을 짚어준다. 나아가 무상급식에 경상남도가 지원하던 예산 643억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재원을 초·중·고 서민자녀 교육 지원으로 돌리겠다는 홍준표 지사의 입장도 들려준다.

 

  홍 지사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부유층과 서민층 사이의 교육비 격차가 8배로 벌어진 지금의 현실에서는 빈부격차와 신분 세습이 고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 지사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교육 기회의 차이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앙은 “정치적·이념적 논란에 가세할 게 아니라 정책적·실용적 차원에서 묵묵히 일을 추진해야 한다”며 홍 지사 입장에 지지를 보낸다. 아울러 “선별적 복지가 빈곤층 학생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조용히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를 건넨다.

 

  반면에 한겨레의 입장은 ‘보편적 복지’ 쪽에 가깝다. “못사는 아이, 잘사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사이좋게 학교에 다니며 건강한 밥을 먹게 하자”는 문장 속에는 보편적 복지의 철학이 오롯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차별’이란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점심값도 못 내는 학생’이라는 ‘낙인 효과’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별적인 복지가 반(反)복지의식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시민들 머릿속에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만 받는 것이라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가 확산될수록 복지 확대를 통한 부의 재분배,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보편복지를 펼치는 나라 중 상당수가 빈부격차가 적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겨레는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 외로 심각한 데다 미국 출장 중 평일 부부동반 골프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종북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이라며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정치적 술수’로 해석한다.

 

  이러한 주장 뒤에도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가 묻어난다.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은 경상남도 전체 예산의 0.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9.5%의 예산은 무상급식보다 중요한 일에 쓰이고 있을까? 세금으로 출장을 간 홍 지사가 골프를 쳤다는 사실에는 예산 낭비야말로 무상급식 재원 부족의 진짜 원인이라는 결론이 숨어 있다.

 

  복지국가는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복지국가를 이루는 일에는 재원 마련, 증세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복지 논란의 해법은 정책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있다. “복지 문제가 더 이상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게임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중앙일보의 주장, 무상급식 논쟁을 이념 논쟁으로 확대하려는 경남도의 성명서를 비판하는 한겨레의 입장이 울림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 그 밖의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기고/우실하(한국항공대 교양학과 교수·중국 내몽고 적봉대학 홍산문화연구원 방문교수)-20150414화] ‘중화문명선전공정’이 시작된다

 

올 3월에 열린(3월3~15일)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제안들이 건의되고 의결되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정치, 경제적 정책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양회는 정치, 경제 분야만이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의 정책이 건의되고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회의이다. 여기에서 건의된 안건들은 대부분 실행된다.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 소장이자 전인대 대표인 왕웨이는 ‘제12차 전인대 3차회의’에서 ‘중화문명선전공정’(中華文明宣傳工程)을 제안하였다. 핵심적인 내용은 “국민들이 5000년 중화문명을 확실히 이해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 는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중화문명 5000년의 찬란한 역사가 드러났는데, 아직도 많은 중국인과 국내외 학계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선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왕웨이 소장은 5000년 중화문명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 중화문명선전공정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5가지 구체적인 기획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첫째, 중화문명 초기의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를 보여줄 티브이 특집프로그램 ‘중화문명의 형성’을 100회 정도의 연속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것. 둘째, 중화문명의 찬란한 역사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대중서’ 형태로 지속적으로 출판하여 총서로 만들 것. 셋째, 중화문명의 찬란한 역사를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형 사진도록 <중화문명> 시리즈를 만들 것. 넷째, 중화문명의 찬란한 역사를 소개하는 ‘대학교, 중고등학교, 초등학교의 교재와 보조교재’를 편찬할 것. 다섯째, 중화문명의 찬란한 역사를 국내외에 전시·소개하는 ‘중화 조기문명 문물순회전’(中華早期文明文物巡廻展)을 실시할 것.

 

이 외에도 도굴범들은 일벌백계하고 문화재관리 관련법의 집행을 엄격하게 집행할 것 등도 건의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요서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새로운 요하문명의 등장으로, 중국은 ‘중화문명 5000년’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중국학계는 요하문명의 주도세력이 중화민족의 조상이라는 황제족이라고 보고 있다. 요하문명의 꽃으로 불리는 홍산문화 후기(기원전 3500~3000년)에 이미 ‘초기 국가단계’ 혹은 ‘초기 문명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필자는 요하문명은 중국만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공통의 시원문명’이라고 본다. 많은 요소들이 고대 한반도, 일본, 몽골 등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요하문명의 새로운 발견 이후, 상고사와 고대사를 재정립하려는 ‘동북공정 → 중화문명탐원공정 → 국사수정공정(國史修訂工程) → 중화문명선전공정’ 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껏 발굴해 놓은 한반도 최대의 청동기 주거유적지인 춘천 중도 유적지를 덮고 그 위에 레고랜드라는 외국계 놀이공원을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적지의 34.8%만 발굴했는데도 917기의 주거지와 100여개의 지석묘(고인돌)가 발견된 곳에!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찬란한 5000년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대한민국 정부는 5000년 찬란한 역사를 밝히고 알리려는 국가 기획이나 계획이 있습니까?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엄을순(문화미래이프 대표)-20150414화] 내 나이가 어때서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에 실력도 인정받고 나름 존경까지 받으며 65세에 당당하게 정년퇴직을 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엊그제 95세 생일날. 엄청나게 울었단다. 정년퇴직하며 이제 다 살았다 생각하고 고통 없는 죽음만을 기다리며 허비한 30년이 너무나 아까워서라는데. 퇴직할 때 30년이란 세월이 더 남았음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지난 30년을 그렇게 덤으로 사는 인생같이 보내진 않았을 거란다. 아직 정신도 또렷하고 얼마를 더 살지도 모르고, 또 10년 후 맞이할 105세 생일에 10년 전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했다는 호서대 설립자 강석규 명예총장의 이야기.

 

  가까운 지인 중에 이런 사람이 또 있다. 정년퇴직하며 인생의 끝이라 생각해서 모은 재산 자식들에게 다 나눠주고 품위 있는 죽음만을 기다리며 지내길 15년.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몸은 아직 팔팔하고 건강한데 돈은 자식들에게 다 나눠줘 더 이상 쓸 돈이 없더란다. 이리 오래 살 줄 몰랐다나. 남은 인생 이토록 길 줄 알았더라면 그동안 벌어놓은 돈 가지고 새로운 인생이나 도전해 볼걸 그랬다며 후회하더라.

 

  지금은 ‘백세시대’다. 예전 70세시대 패턴을 그대로 따라 하면 남는 인생은 그야말로 산지옥일 게다. 퇴직하고 나오면 예전에는 길어야 10년 정도의 인생을 마무리하다 갔겠지만 백세시대엔 40년이나 남는다. 그 긴긴 세월을 어쩔거나. 시간은 ‘널널’한데 할 일은 없고, 그렇다고 마무리를 40년 동안 할 수도 없고.

 

  7년 전이던가. 누군가의 생일파티에서 아코디언을 멋들어지게 연주했던 후배가 있었다. 그 모습에 반해 난 드럼을, 옆에 있던 친구는 아코디언을 배우기로 약속하고 헤어진 후 엊그제 분당에서 그 친구를 만났다. 뭐하며 지내느냐고 묻기에 드럼에 미쳐 있다고 했더니 자긴 아코디언이 무거워 한 달 만에 그만뒀단다. 후회하고 부러워하고 또 망설이던 그녀.

 

 그 분야 선생님 연락처를 손에 쥐여 주며 ‘너와 나의 다른 점은, 난 지금도 하고 있고 넌 지금도 하려고만 하고 있다는 거야’ 했다. 어쩌면 몇 년 후에 또 다시 무언가를 그녀 손에 쥐여 줘야 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인생 2막. 악기 한번 배워 보자. 귀에 즐거워 좋고 뇌를 사용해 좋고 운동도 되니 더더욱 좋다. 내일, 혹은 내년, 혹은 10년 후. 자꾸 후회만 되풀이하지 말고 지금 시작하자. 노래도 있더라.

 

 

[경향신문 칼럼-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50414화] 무너진 자격루

 

주나라 시대에 계인(鷄人)이라는 벼슬아치가 있었다. 닭을 관장하면서 새벽을 알리는 관리였다(<주례> 춘관). 이렇듯 ‘하늘을 공경하여 백성에게 때를 알려주는(欽若昊天 敬授人時)’(<서경>) 직책은 매우 중요했다. 만약 농사철에 ‘때(인시·人時)’를 잘못 일러주면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여기는 백성들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1434년 세종이 자격루의 제작을 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세종실록>).

 

“시각을 잘못 알리면 중벌을 받았다. 장영실에게 명해 시각을 알릴 목각인형을 만들었다. 사람의 힘이 들지 않았다.”

 

장영실의 자격루(自擊漏)는 물시계와 자동시보장치를 겸비한 조선의 표준시계다. 물시계(아날로그)의 물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다시 일정한 시차로 구슬과 인형을 건드려 자격장치(디지털)가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변환기로 접속되는 디지털 시계가 이미 581년 전에 제작된 것이다. 하늘을 존중하는 마음씨로, 백성의 노고 없이 자동으로 작동되는 시계를 기어코 만든 것이다. 대단한 세종의 경천애민 정신이다.

 

장영실의 신분은 노비였다. 실록은 “아비는 원나라 소·항주 출신의 귀화인이었지만 어미 신분(기생)을 좇아 천민(노비)이 됐다”고 했다. 세종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솜씨는 물론 성질 또한 빼어난’ 장영실을 과감하게 발탁한 것이다. 세종은 “원나라 때도 절로 작동하는 물시계가 있었지만 정교함에서는 장영실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칭찬했다. 당대 사람들 역시 “장영실은 세종대왕을 위해 태어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필원잡기>).

 

자격루의 정교함은 6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하다. 내로라하는 과학자 30여명과 최첨단 장비까지 총동원하고도 23년 만에 겨우 복원했다(2007년). 쇠구슬의 크기가 1㎜만 달라도 제대로 시간을 측정할 수 없단다.

 

지난 12일 대구 세계물포럼 개막식 행사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다가 자격루 모형이 넘어지는 불상사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니 그 민망함이란…. 그저 해프닝이었으리라. 다만 세종 임금이 자격루를 만들 때의 마음씨를 한번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김성수(논설위원)-20150414화] 자격루

자격루(自擊漏)는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물시계다. ‘스스로 종을 울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종 16년인 1434년 장영실이 왕의 지시로 김조, 이천 등과 2년여의 연구 끝에 만들었다. 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그릇과 물받이 그릇, 톱니바퀴, 자동 시보(時報) 장치들로 이뤄져 있다. 흘러든 물의 양에 따라 각 기계 장치들이 연쇄작용을 하고 자동으로 종이 울리면서 시간을 알려 주는 정교한 물시계다. 세종 때 만들어진 것은 고장 나서 없어졌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중종 31년인 1536년에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를 개량해 새로 제작한 것이다. 덕수궁에 보관돼 있는데 1985년 국보 제229호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물항아리와 물받이 그릇만 남아 있다.

 

요 며칠 자격루가 엉뚱한 사건 때문에 입길에 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 전시장에서 있었던 제7차 세계물포럼 개막 행사의 해프닝 때문이다. 행사에서는 ‘자격루 줄당기기’ 퍼포먼스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 정상급 인사 등 내빈들이 자격루를 본떠 나무로 만든 2m 높이의 구조물을 잡아당기는 행사였다. 원래 각본대로라면 자격루에 연결된 줄을 당기면 구조물 상단의 항아리에 담긴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개막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야 했다. 그런데 민망하게 박 대통령을 비롯한 내빈 13명이 줄을 잡아당기자 구조물이 내빈들이 있는 쪽으로 ‘와르르’ 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놀란 대통령 경호원들은 황급히 무대로 뛰어올랐다. 박 대통령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행사는 난장판이 됐다. 국제적인 망신이었다. 물과 전통, 정보통신기술을 융합시킨 퍼포먼스로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주최 측의 의도도 완전히 빗나갔다. 조직위 측에 따르면 구조물은 5000만원을 주고 대행 기획사에 맡겼다고 한다. 사전 리허설을 많이 했는데 내빈들이 너무 세게 줄을 당겨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변명도 나온다. 행사를 준비한 권영진 대구시장의 말처럼 ‘옥에 티’라고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물’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지난 12일 개막해 17일까지 6일간 대구와 경주 등에서 열린다. 세계 170여개국에서 3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걸 보여 주려고 무리를 하려다 화를 불렀다. 전 국민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안 해도 될 퍼포먼스를 굳이 강행해서 망신을 자초했는지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제행사까지 이렇게 건성건성 준비할 수 있는 두둑한 ‘배포’도 놀랍다.

 

관노(官奴) 출신의 천재과학자 장영실의 위대한 유산인 ‘자격루’가 희화화된 것 같아 무엇보다 가슴이 아프다. 자격루 모형물이 무너지면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도 함께 무너졌다는 지적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414화] 도화동(桃花洞)

 

옛날 한 마을에 마음씨 고운 노인과 외동딸이 살았다. 딸의 아름다움이 천궁에 알려져 하늘나라로 시집가게 되자 노인은 기쁘면서도 섭섭했다. 이에 선관이 천도복숭아 한 개를 선물로 주고 갔다. 먹으면 천년을 산다는 복숭아였지만 노인은 딸 생각에 먹지 못했다. 결국 과일은 썩었다. 그러나 씨가 남았고, 덕분에 복숭아꽃이 만발했다.

 

사람들은 이 복숭아꽃 마을을 복사골이라고 불렀다. 서울 마포 도화동(桃花洞)의 유래다.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바뀌었지만, 밤섬에서 보면 산비탈의 분홍색 꽃밭과 쪽빛 한강물이 어우러져 그림 같았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도 복사골 전설은 많다. 복숭아꽃은 살구와 함께 집 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이어서 한때 국화(國花)로 정하자는 논의까지 있었다.

 

복숭아 원산지는 중국 황하 상류다. 원래 봄볕에 타는 듯 붉은 꽃을 가득히 피우므로 어느 꽃보다도 양기가 충만하다고 해서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쳤다. ‘귀신에 복숭아나무 방망이’라는 속담처럼 나쁜 것을 쫓는 용도로도 썼다. 복숭아꽃의 상징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미(美)와 색(色)이다. 복숭아를 먹으면 예뻐진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전한다. 달밤에 복숭아 벌레까지 먹으면 더 예뻐진다는 속설에 ‘복숭아는 밤에 먹고 배는 낮에 먹으랬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복숭아 중에서도 살과 물이 많고 단 수밀도(水蜜桃)의 맛은 일품이다. 연분홍 색감에 둥두렷한 곡선, 가는 봉합선의 골이 있는 외양도 탐스럽다. 그래서 여성의 이미지와 연결시키곤 한다. 서구에서는 서양배처럼 생긴 엉덩이를 으뜸으로 치고, 동양에서는 복숭아처럼 생긴 엉덩이를 제일로 꼽는다니 더욱 그럴듯하다. 복숭아 빛깔인 도색(桃色)의 뜻이 도색 사진, 도색 영화 등 섹스 영역으로 쓰이는 것도 이런 연유일까.

 

도화살(桃花煞)은 호색과 음란을 뜻한다. 이 때문인지 선조들은 복숭아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았다. 기생이나 애첩을 도엽(桃葉), 도근(桃根), 도화(桃花)라고 부르고, 도(桃)자가 들어간 이름은 유녀(遊女)에게나 붙였다. 그러고 보니 화류계 여인들의 부채도 도화선(桃花扇)이 아닌가.

 

하지만 복숭아밭은 낙원 사상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이나 성스러운 도원결의(挑園結義)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만큼 아름답고 높고 기품이 있다. 마포 도화동 사람들이 복사골 공원 복원에 나서 곧 완공할 모양이다. 봄마다 복숭아꽃 천지가 되는 부천에서도 내달 2~5일 복사골예술제가 열린다고 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414화] 이멀트 로드맵

 

1980년대 들어 항공기 엔진제작 등 주력 사업 부문의 활황세가 꺾였으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직원들은 태평했다. 옛 영광에 취한 채 악화일로인 경영환경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당시 부임한 잭 웰치 회장은 변화 없이는 미래는 없다며 사업구조를 확 뜯어고쳤다. 1990년대 중반까지 수백개의 사업이 매각되거나 중단된다.

 

웰치 회장이 새롭게 집중한 분야는 금융사업. 인류에 꼭 필요한 것을 개발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토머스 에디슨의 창업정신을 뒤로 한 채 GE를 사실상의 금융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방향전환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성공적인 듯했다. "둔한 공룡을 춤추게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6~1993년 사이 금융 부문 수익이 15억달러에서 155억달러로 10배 이상 급증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당시 제조업이 휘청거렸던 미국 산업계에 "세계 1위 또는 2위가 될 수 없는 사업에서는 철수한다"는 웰치의 지론은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과도한 금융 쏠림은 오래지 않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만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GE는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GE 금융 부문이 당국의 주요 감시대상 비은행 금융기관 4곳 중 한 곳에 지정됐을 정도다.

 

경영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판에 저성장에 저금리까지 겹치자 최근 제프리 이멀트 현 GE 회장이 '잭 웰치의 유산'인 금융 부문을 2년 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창업 초기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본업인 제조업에 충실하기로 했단다. '이멀트 로드맵'이다. 123년 GE 역사상 가장 큰 분기점이자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지 싶다.

천하의 GE도 이 정도니 장기 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오죽하랴. 알짜기업의 대명사였던 현대중공업마저 '과거의 성공과 현재의 번영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끊임없는 변신과 도전이야말로 모든 기업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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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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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성완종 리스트 수사

■ 오바마와 카스트로의 만남

■ 세월호 참사 1년

■ 러시아 2차대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 참가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성완종 리스트 수사

 

[한국일보 사설-20150413월] 청와대 검찰,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명운 걸어라

 

여권, “외압 행사 않겠다” 약속 지키고

檢은 정권 의식 않고 철저히 수사해야

불법 대선자금 수사도 예외 둬선 안 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숨진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직후다. 이에 앞서 어제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리 문제를 떠나서 정치의 문제로 절대 의혹을 갖고 넘어갈 수 없다”고 전제하고 “검찰 수사에 외압이 없도록 새누리당이 앞장 서 책임지겠다”고 이례적인 의지를 보였다.

 

성 전 회장이 현 정부 실세들에게 거액의 자금을 전달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더구나 2012년 대선 당시 대선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은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자금 용도로 2억 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추가로 나와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선자금 문제는 현 정권의 창출과 직접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어서 사태 흐름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존립 기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상황에 이끌려 가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소극적인 입장이었으나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후속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방향을 선회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어쨌든 여권이 비교적 신속하게 정면돌파 기조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다행스럽다.

 

문제는 앞으로다.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수사를 하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 수사과정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였다. 자원외교 비리와는 무관한 분식회계와 횡령 등 별건 수사에 매달리는 바람에 급기야 일을 내고 말았다. 그런 검찰에 성 전 회장의 폭로를 확인하는 수사를 맡기는 게 온당하느냐는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보다 내키지 않는 것은 검찰이 그 동안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눈치보기 수사를 해온 관행 탓이다. 올 초 ‘정윤회 문건 파문’만 해도 핵심인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 의혹은 끝내 파헤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의 검찰이 실세 권력자들을 상대로 의혹을 샅샅이 파헤칠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수사는 결국 특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설사 그런 수순이 불가피하다 해도 검찰은 최선을 다해 수사해야 마땅하다. 정치검찰이라는 오욕을 씻고, 이번 사정 수사에서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힌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정치권 금품 제공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 당시의 불법대선 자금 여부도 빼놓지 않는 그야말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청와대 등 여권도 더 이상 검찰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생각은 일체 하지 말아야 한다. 재보궐 선거나 정권에 미칠 도덕적 타격을 의식해서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려다가는 헤어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질 지도 모른다. 청와대나 검찰이나 이번 수사에 명운이 걸려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13월] 불법 대선자금이라면 더 철저히 수사해야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박근혜 정부 실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폭로한 사건의 성격과 관련 정황들이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2012년 대선 당시 홍문종 의원한테 2억원을 건넸다고 밝힌 부분이 주목된다. 홍 의원은 당시 중앙선거대책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성 전 회장은 대통령 선거에 쓰라고 주었으며 공식 회계처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 보도대로라면 홍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사용했으며, 선관위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성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자청해 녹음까지 하도록 하면서 정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비록 돈을 주었다는 사람이 숨졌다고 해서 무시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가 7년인 만큼, 수사 결과 관련자를 형사처벌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불법 대선자금을 주고받는 행위는, 우리 사회 부정부패와 비리 구조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모든 관련자를 철저히 수사하여, 사건의 전모를 단 한치의 숨김도 없이 밝혀내야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한테 2011년 6월께 건넸다는 1억원은 한나라당 대표 경선 자금으로 보인다. 역시 선관위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이 돈에 대해서는 홍 지사의 측근도 받은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준 사람과 받은 쪽 모두가 자금 수수 행위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으니, 당연히 수사 대상이다. 아직 성 전 회장이 몸에 지녔던 메모에 언급된 수준이긴 하지만 유정복 인천시장 3억원, 부산시장 2억원도 실체와 성격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관련 부분도 마찬가지다.

 

우려되는 것은 이 정부에서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가 극히 비정상적이라는 점이다. 청와대는 수시로 검찰 수사 방향에 관여하고 검찰은 그 장단에 춤추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치검찰 논란을 빚어왔다. 불과 몇달 전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가 대표적으로,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건 와중에 갑작스레 사퇴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현 정부의 핵심 실세들이 줄줄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특징이다. 특히 불법 대선자금이 맞다면 박 대통령한테 부담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정말 성역 없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12일 수사 착수를 선언하고 담당 부서를 배정했다. 검찰이 관련 정황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기를 일단 기대한다. 경우에 따라선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현 정부의 핵심 실세들이 연루되었다고 해서, 특히 대통령 자신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해서 수사기관이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나서는 것이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그 결과 검찰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후보 양쪽의 불법 자금을 밝혀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을 지켜보고자 한다. 수사기관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철저하게 사건 수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의지 표명이 필요한 때다.

 

 

[중앙일보 사설-20150413월] 박 대통령, '성완종 사건' 정면 돌파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1년 전 세월호 침몰도 충격적인 위기였지만 그래도 그것은 국가 전체의 책임이었다. 반면 성완종 사건은 정권 핵심부와 관련된 것이다. 만약 사건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이나 2012년 대선과 관련된 자금 의혹으로 번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파도는 핵심부를 넘어 대통령에게 닿을 수도 있다. 줄줄이 이어졌던 인사파동이나 정윤회 문건사태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은 사건을 정권의 운명이 걸린 중대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항상 위기의 한가운데에 선택의 길이 있다. 핵심을 외면하고 미봉책이나 정치적 술수로 대처하면 더 큰 위기가 온다. 김영삼·김대중 정권은 아들들의 비리를 쉬쉬하다가 결국 아들의 사법처리와 도덕성의 추락이라는 대형 위기를 맞았다. 반면 결연한 각오로 상황에 대처하면 정권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과 이회창 후보를 둘러싼 대선자금 수사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전·현직 비서실장 3인과 국무총리 그리고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얽혀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말 그대로 ‘친박 게이트(gate)’ 의혹이다. 박 대통령은 16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다.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이다.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권이 이번 사건을 잘못 다루면 민심은 크게 이반하고 박근혜 정권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지도 모른다.

 

  국민의 의구심은 여러 갈래다. 관련자들이 권력에 깊숙이 연관된 인물들인 만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수사가 대선후보 경선이나 대선의 자금 의혹에 이르면 대통령이 그런 상황을 용납할 것인지 많은 국민이 의심한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성 전 회장의 진술만 있을 뿐’이라며 머뭇거려선 안 된다. 대통령은 어제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를 읽기에 이 정도는 부족하다.

 

  성완종 리스트는 부분적으로 진실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 전 회장이 1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이 사실상 이를 시인하고 나선 것이다. 성완종 녹취록이 전부 공개되거나 다른 증인이 나타나면 성완종의 ‘유언’은 더욱 진실에 다가갈 것이다. 경향신문사는 녹취록을 검찰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사건을 끌고 나가는 것은 사실(fact)이다.

 

  박 대통령도 사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만약에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번져도 대통령이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커다란 줄기에서 부정(不正)이 없다면 모든 걸 정면으로 돌파하는 모습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켜줄 것이다. 정권의 허물이 무엇이든 솔직한 자세만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 미국의 닉슨이 고꾸라진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은폐 때문이었다. 대통령은 시험에 들어있다.

 

 

[경향신문 사설-20150413월] ‘성완종 리스트’ 수사, 대선자금 의혹도 파헤쳐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불법 정치자금 제공 명단인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검찰이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새누리당·청와대·정부 요직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는 권력의 실세들이 한꺼번에 ‘검은 돈 의혹’에 휩싸인 전대미문의 사건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와 마지막 ‘메모지’ 등을 통해 정권의 실세들이 거액을 건네받은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공소시효’ ‘증거능력’ 등을 내세워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전면 수사에 나선 데는 더 이상 국민적 의혹과 진상규명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터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마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성역없는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듯이 이번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밝히는 것은 달리 피해 갈 수 없는 과제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대부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나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에게 건넨 자금이 실은 ‘박근혜 후보 측’에 전달한 것이었음을 곳곳에서 내비치고 있다. 2007년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제공한 7억원은 ‘경선자금’이라고 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던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자금의 용처에 대해선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말했고, 공식 회계처리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불법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증언이다. 조직총괄본부장은 시·도별 당조직과 외곽 조직을 관리하며 자금을 많이 쓰는 자리였다. 성 전 회장의 ‘메모지’에 적힌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시 직능본부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선거자금을 통괄하는 당무조정본부장을 맡았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이들 3명이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조직·자금을 다루는 요직에 있었던 셈이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정치자금 제공 리스트가 2012년 대선자금과 연관될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 자체로도 정권의 도덕성이 걸렸지만, 대선자금은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검찰이 과연 ‘살아 있는 권력’의 심부를 겨냥하는 대선자금 의혹을 제대로 손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검찰 수사가 ‘살아 있는 권력’에 주춤거리거나 관련 의혹을 덮는 쪽으로 간다면 정권은 더욱 나락으로 내몰리고, 검찰도 ‘권력의 시녀’란 딱지를 떼지 못할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는 대상 인물들이 대부분 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이고, 대선 및 경선 자금과 연관된 의혹이라는 점에서 대통령과 직결된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드러난 의혹들을 한 점도 남김 없이 규명할 수 있도록 검찰의 공명정대한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413월] 檢, ‘성완종 리스트’ 파헤쳐 ‘정치검찰’ 오명 씻어라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은 어제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 권력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담은 이른바 ‘성완종 메모’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검찰 수사 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금액까지 명기된 김기춘(10만 달러)·허태열(7억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정복(3억원) 인천시장, 홍문종(2억원) 새누리당 의원, 부산시장(2억원) 등이 명기된 이 메모는 자살한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거명된 인사들은 대부분 현 정권의 실세인 친박(親朴) 정치인이다.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이 모두 거명되면서 메가톤급 게이트로 변할 기세다. 박 대통령은 어제 오후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를 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완종 리스트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성역 없는 철저하고 신속한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씻어야 한다”며 공명정대한 검찰 수사를 수차례나 강조했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민심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그 러나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금품을 제공했다는 당사자가 이미 고인이 돼 사실 여부 확인이 쉽지 않다. 게다가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 한결같이 금품수수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공소시효 등 법리적 문제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현 정권 들어서 예민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고 믿는 국민들이 별로 없다. 그만큼 검찰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의미다. 여권 일각에서조차 특검 수사의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성 전 회장의 검찰조사 과정에서 터져 나온 가혹 행위설, ‘빅딜설’ 등은 물론 시신에서 메모지를 발견하고도 곧바로 공개하지 않은 정황들도 이런 회의적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검찰이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부패 척결은 검찰 본연의 사명이자 존립 근거”라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그 말이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 그가 과거 전임자처럼 윗선의 하명(下命)만 기다리며 좌고우면하다가는 검찰 전체가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런저런 핑계를 내세워 유야무야 덮으려 하다가는 정치검찰이란 불신만 커질 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죽음으로써 항변한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정황은 너무나 구체적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사실이라고 믿을 것이다. 돈을 건넨 시기와 장소, 액수를 특정한 것은 물론 당시 수행비서나 직원들의 동행 사실도 밝히고 있다. 검찰은 리스트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명쾌하게 밝혀내야 한다.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면 “검찰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14월] '성완종 의혹' 수사에 국가와 검찰의 존망 달려

 

새누리당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수사를 촉구하며 "검찰에 외압이 없도록 새누리당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당연한 수순이다.

 

마침 검찰이 12일 특별검사팀을 발족시키며 철저한 수사 의지를 천명했으니 지켜봐야겠지만 어느 때보다 결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돈을 받은 대상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강력 부인해도 새로운 정황들이 나와 국민의 의구심은 높아져만 간다.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해명에서 제시된 알리바이마저 신빙성이 없다. 유력 차기 대권 주자로 알려진 인물의 측근 입에서는 실토하는 듯한 이야기가 나왔다. 관련자들 모두가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극단적 선택을 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금품수수를 부인하고 있으나 연락을 취했던 상황만큼은 속속 드러났다. 거물급 정치인들과 예사로이 전화통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성완종 리스트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만 하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검찰이 영 믿기지 않는다. 검찰이 정치로부터 당당하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더욱이 검찰은 성 전 회장을 자살로 내몬 데 대해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럴수록 검찰은 본연의 자세를 찾아야 한다.

 

수사가 미진하다면 당장 특검 얘기가 나올 것이 뻔하다. 두고두고 정치적 논란거리로 남을 가능성도 높다. 모두 검찰에는 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검찰에 무소불위의 힘이 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마당이다. 성완종 리스트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검찰 개혁론이 지펴질 수밖에 없다. 검찰에는 조직의 명예와 존망을 걸고 한 치 의혹을 남기지 않는 수사를 펼쳐야 할 책무가 있다.

 

 

■ 오바마와 카스트로의 만남

 

[한국일보 사설-20150413월] 오바마와 카스트로, 그 역사적 만남의 의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1일(현지시간)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얼굴을 맞댔다. 1시간여 동안 비공식 양자대화를 한 두 정상의 만남은 라울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을 일으키기 3년 전인 1956년 이후 59년 만이자 1961년 국교 단절 이후 54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적인 만남”이라고 했듯이 두 정상의 만남은 과거 낡은 이념을 청산하고 새로운 화해의 시대를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될 만 하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2월 양국이 국교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진행되고 있는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올 1월 미국의 대 쿠바 무역ㆍ금융 제한이 완화되고 여행이 확대됐으며 지난달에는 양국 간 직통전화가 개설됐다. 지금까지 세 차례 진행된 국교정상화 협상에서 쿠바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대사관 재개설 문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 카스트로의 정상회의 참석도 미국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정상화 합의 이후 미국이 쿠바에 초청장을 보내면서 성사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쿠바 봉쇄정책을 펴온 미국 역대 대통령들을 비난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봉쇄정책에 아무런 책임이 없기 때문에 사과한다”며 그를 “정직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냉전이 끝난 지 오래”라며 “역사에 갇혀 있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미국과 쿠바 두 정상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모습은 반세기가 넘는 동안 피로 물들었던 굴곡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게릴라로 위장한 쿠바 난민들을 침투시켜 카스트로 공산정권을 전복하려 했던 중앙정보국(CIA)의 피그만 침공사건은 냉전시대 이념의 광기가 어디까지 치닫고 있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정확히 54년 전인 1961년 4월 17일 CIA의 공작에 속아 피그만에 상륙했던 1,200여명의 쿠바 난민은 카스트로 군대에 모두 포로가 되거나 사살됐다. 이 사건은 쿠바와 소련의 밀착을 불러 이듬해 12월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일보직전까지 가는 쿠바 미사일위기로 이어졌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정상화는 이달 초 타결된 이란 핵협상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적 성과다. 이란과는 협상 타결 후속조치 여하에 따라 36년 만에 국교정상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9년 대통령 취임 전 쿠바 이란 북한을 거론하며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한 오바마의 약속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이제 북한만 남았다.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는 패배주의적 인식은 접을 때가 됐다. 미국이 카스트로 정권에 손을 내밀었듯이 의지만 있다면 북미협상을 재개할 틀과 토대는 얼마든지 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13월] ‘미국-쿠바 정상회동’의 역사적 의미와 남북관계

 

동서 냉전 체제의 최정점이기도 했던 오랜 ‘적국’ 미국과 쿠바의 두 정상이 59년 만에 얼굴을 맞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1일(현지시각)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비공식 양자 회동을 했다. 미국이 쿠바를 미주지구 정상회의에 처음 초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은 지난해 12월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 넘는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뜻을 모은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간 행보다. 두 나라의 전격적인 국교 정상화 합의는 국제 정치질서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는 쿠바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오랜 봉쇄정책이 실패했음을, 쿠바에는 경제개혁과 실용주의로의 노선 전환을 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쿠바 점령(1902년)과 쿠바의 사회주의혁명(1959년) 등으로 상징되는 20세기 두 나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보자는 의미였다.

 

이번 회동으로 국교 정상화 협상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현재 두 나라는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쿠바를 테러리스트 지원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두고 실무협상 중이다. 오랜 적대관계 경험에 비춰볼 때, 정상화 협상이 하루아침에 급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긴 하다. 여전히 미국 정부 안에선 국교 정상화와 테러리스트 지원 국가 해제는 별개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약 열흘 전 미국 등 주요 6개국(P5+1)과 이란이 이란 핵 문제의 해법에 합의한 데 이어, 국제사회엔 연거푸 긍정적 신호음이 울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첫 임기를 시작하며 밝힌 ‘적과의 악수’ 계획은 쿠바와 이란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구체적 조건이 달라 똑같은 해법을 곧장 끌어댈 수는 없다 치더라도, 한반도 평화와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엄중한 과제를 시급히 풀어야 할 우리로선 숨가쁘게 진행되는 국제정치 흐름이 결코 ‘남의 일’ 같을 수 없다. 그 출발점은 응당 남북관계 개선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413월] 오바마·카스트로 세기적 만남, 김정은은 봤는가

 

우리 시간으로 어제 새벽 파나마에서 세기의 만남이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화해의 손을 맞잡은 것이다. 라울의 친형 피델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킨 1956년 이후 60년간 계속돼 온 양국의 적대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 역사적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와 더불어 지구촌에 남은 냉전체제의 낡은 상흔 두 가지 가운데 하나가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인 것이다.

 

두 정상의 회담이 양국 관계 정상화로 이어지기까지 걸림돌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당장 쿠바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어제 회동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당장 해제하겠노라고 답하지 못했다. 북한·시리아 등과 연결된 쿠바의 무기 거래가 여전히 투명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장애 요소에도 불구하고 화해·협력의 길로 들어선 양국 관계의 커다란 물줄기가 다시 역류할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올 들어 지구촌은 국제 안보질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맞고 있다. 이란과 서방세계의 핵 협상 타결이 대표적이다. 미국 등 6개 주요 서방국들이 이란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이란은 진행 중인 핵 개발을 전면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1979년 이란 혁명과 함께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적대 관계 또한 상호협력을 모색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 세 나라의 하나로 지목한 이란과 반세기 넘도록 중남미 반미(反美) 전선의 맏형으로 군림해 온 쿠바가 역사의 우연이라 할 만큼 거의 동시에 미국을 향해 화해의 깃발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리비아와 베트남, 미얀마 그리고 지금 이란과 쿠바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년간 서방세계와 화해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선 나라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피폐한 국민들의 삶을 더는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국가 지도자의 결단이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완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굶주림을 더는 방치할 수 없기에 그들은 화해와 개방을 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위해 그 권좌에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부둥켜안은 핵으로는 결코 주민을 먹여 살리지 못한다. 자신의 체제를 보장받을 수 없음 또한 물론이다.

 

 

■ 세월호 참사 1년

 

[한겨레신문 사설-20150413월] 박 대통령 왜 하필 세월호 1주기에 출국을

 

오는 16일이면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을 비롯해 모두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 1년이 된다.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은 그때나 지금이나 멈출 줄을 모른다. 많은 국민들 또한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1주기 날에 외국 방문길에 오른다고 한다.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 같아 안타깝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콜롬비아와 페루, 칠레, 브라질 등 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16일 오후 출국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다만 출국일이 세월호 1주기인 점을 고려해 오전에 추모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왕 추모 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출국일을 하루 정도 늦출 수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운영 시스템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개혁과 대변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고 슬픔에 잠겼던지 경제활동 등도 영향을 받았다. 그런 만큼 대통령으로서 하루가량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바람을 뒤로한 채 오후에 출국한다고 하니 박 대통령의 공감과 소통 능력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정무 판단력도 의심스럽다.

 

외국 정상과의 회동 일정을 늦추는 게 적절하지는 않다.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남미가 우리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니 더 그렇다. 하지만 국내 상황을 설명하면 상대국도 이해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이런 자세를 보이지 않으니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직접 조문한 것과 세월호를 대하는 태도를 비교해, 박 대통령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그게 민심이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일정을 재고했으면 좋겠다.

 

 

■ 관련 칼럼

 

[중앙일보 칼럼-전수진의 한국인은 왜/전수진(정치국제부문 기자)-20150413월] 세월호 1년, 달라진 게 뭐야?

 

신호는 왜 꼭 내 앞에서만 깜빡일까. 달려가면 도로교통법 위반인데. 설마 걸리겠어. 뛰자.

 

  오늘 아침 내가 이랬다. 아니, 거의 매일 그렇다. 옹색한 변이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 대한민국 곳곳 출근길 횡단보도는 100m 달리기 경기장이 된다. 이 경주엔 선도 없다. 많은 이들이 횡단보도 선 밖 차도로 막판 스퍼트를 감행한다. 넘지 말라고 그어놓은 선인데 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뜬금없는 횡단보도 얘기를 꺼낸 건 사흘 뒤가 무서워서다. 1년 전 그날 아이들을 포함해 476명을 태운 배가 가라앉았다. 세월호는 우리 모두의 ‘설마’가 켜켜이 쌓인 무게로 가라앉은 건 아닐지. 인재(人災)로 아이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무력감 그 이후, 한국은 무엇을 배우고 바꿨을까. 노란 리본 달고 여전히 보행 안전조차 지키지 않는 게 우리의 2015년 4월 민낯이다. 1년이 지났지만 세월호도, 한국 사회도 그대로가 아닐까.

 

  이런 감상을 외국인으로부터 듣는 건 사실, 불편했다. 어느 영국인 서울특파원과 지난달 광화문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포스트-세월호 한국에서 달라진 게 뭐냐”고 그가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보기엔 없다”고 단언했다. 안전이 제일이라고 말만 하고 구호만 외칠 뿐 행동엔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보행신호 무시부터 운전 중 휴대전화 확인 등을 근거로 들었다.

 

  어느 일본인 서울특파원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도 떠오른다. “방금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들이 앰뷸런스가 지나가자 질서정연하게 길을 비켜주는 광경 목격. 서울 생활 수년 동안 처음 봤다. (한국도) 하면 할 수 있네.” 차마 ‘좋아요’를 누를 순 없었다.

 

  영국인 특파원과 식사를 마치고 나온 광화문 사거리엔 “진실은 아직도 바닷속에 있습니다”라는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 진실을 호도하지 마시고 돌아가세요”라는 분들이 대치 중이었다. 세월호의 씁쓸한 유산이다.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선을 지켜가며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할 때 작지만 큰 변화들이 생기는 게 아닐지. 국제 뉴스에서 ‘세월(Sewol)’은 인재를 상징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정작 우리는 세월호를 정치적으로만 소비하고 소모하는 건 아닐까. 서로의 골이 깊어지는 사이 변화의 골든타임은 놓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헛되이 시간만 보냄’으로 정의되는 말이 허송세월이라지만 세월호까지 ‘허송’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무섭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20150413월] 기억의 숲에서 무엇을 기억할까

 

기억력 좋은 사람이 입시에서 유리한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시험이 끝난 후 중요한 걸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리한 자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을 기억한다.

 

  2015년 4월.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하지 않는(못하는) 사람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라일락의 뿌리처럼 뒤엉켜 있다. 왜 하필 라일락인가. 해마다 4월이면 누군가 이 꽃을 ‘리마인드’시켜 준다. 제목은 황무지, 시인의 이름은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줄여서 T S 엘리엇이다.

 

“4 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잔인하지 않은 달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유독 4월은 가장 잔인한 달(the cruelest month)이라고 시인은 지목했다.

 

 시인이 된 사람은 적지만 시인의 감성으로 보낸 시기는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일 년에 한두 번 기차를 탔는데 그때 시인의 기분을 누렸다. 중학생 때인가 차창 풍경을 보며 시를 지었다.

 

“눈 덮인 작은 봉우리에 마지막 사람이 살고 있네.” 제목은 ‘무덤’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산 자들이 뒤에서 말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있다. “가장 잔인한 거짓말은 종종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The cruelest lies are often told in silence).”

 

  지난해 4월 이후 광화문을 지날 때면 노래 하나가 자꾸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씨가 고등학생 때 만든 ‘친구’라는 노래다. 친구가 바다에 빠져 실종된 후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지었다고 한다.

 

  친구가 실종된 바다는 거대한 무덤처럼 보인다. 4월에 그 자리에 이방인 가족이 나타났다. “저는 오드리 헵번의 아들입니다.” 세기의 연인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아들은? 그는 ‘마음’을 들고 나타났다. 그 마음은 ‘기억’이다. 그는 ‘기억의 숲’을 제안했고 드디어 착공했다. 그의 착한 마인드가 무딘 우리를 ‘리마인드’시켜 준 것이다.

 

 미술관·박물관은 기억의 숲이다. 예술가는 우리를 ‘리마인드’시켜 준다. 묘지 역시 기억의 숲이다. 죽은 자들은 산 자에게 묻는다. 제대로 살고 있는가?

 

엘리엇은 시를 ‘리듬감 있는 불평’이라고 했다. 리듬만 있고 불평은 없는지, 불평만 있고 리듬은 없는지를 되돌아보는 지금은 4월이다.

 

 

■ 러시아 2차대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 참가

 

[한국일보 사설-20150413월] 대통령이 못 간다면 특사의 격이라도 높여야

 

정부가 내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2차대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불참을 공식 발표했다. 대신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새누리당의원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남북 정상을 동시 초청하면서 이미 북한 측으로부터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참석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두고 미ㆍ중ㆍ일이 유례없이 복잡하게 얽혀 갈등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대(對)러 관계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로 보고, 대통령의 참석을 주문한 바 있다. 무엇보다 형식과 내용을 떠나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로 남북관계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박 대통령 집권 3년 차인 올해 남북관계의 활로를 열지 못하면 다음 정권까지 대북 관리 공백이 10년을 넘기게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 결정은 크게 아쉽다.

 

물론 정부가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고뇌를 짐작 못할 바는 아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대한 항의표시로 불참 결정을 한 상황이 크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미일동맹 강화구도 등 여러 요인도 운신 폭을 더 좁혔을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뒤집어 러시아를 동북아 국면관리의 활용변수로 끌어들이는 등 상황에 보다 적극적, 공격적으로 대처하는 방안도 고려했어야 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대북 포위망의 출구로 삼으려는 시도를 사전 차단하는 효과 면에서도 그렇다.

 

어쨌든 기왕 대통령 불참을 결정했다면, 대신 참석하는 특사의 격(格)이라도 맞출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어려운 입지 탈출의 돌파구로 이번 행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 참모에 불과한 의원 한 명의 파견은 어울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방러를 기대한 러시아 입장에서는 도리어 불쾌해할 가능성이 크다. 적극적으로 이익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소한 손해를 피하는 방안은 찾아야 한다. 총리 등 국가의 대표성과 성의를 담보할만한 인사로 격을 높이는 것이 옳다.

 

 

[경향신문 사설-20150413월] 대통령 방러보다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9일 열리는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대통령 정무특보이자 친박 실세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특사로 파견키로 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외교 경로를 통해 이런 방침을 러시아 측에 통지했다고 한다. 이로써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물론 박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국제외교 데뷔 무대에 동참할 기회도 무산됐다.

 

박 대통령의 러시아 정부 행사 참석 여부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행사 불참 결정 과정에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 체면을 구겼다. 주권국가로서의 결단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행사 참석에 부정적인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끌다가 행사를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와서야 가까스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와 서방 정상 대다수의 불참 방침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둘 다 이미 오래전 결정된 것이어서 뒤늦은 결정에 대한 해명으로는 합당하지 않다.

 

박 근혜 정부는 이전에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에서 능동적 대처를 못하고 미국과 중국에 휘둘려 시간만 끌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급기야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 외교부 고위인사가 한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국 외교의 핵심 가치인 중심과 균형을 잡지 못하고 강대국 의존과 편향을 선택한 대가다.

 

정 부의 이번 결정으로 남북은 장기화된 경색 국면의 반전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서로 간에 최고지도자까지 비난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정상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윤 의원이 특사 자격으로 북측과 접촉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방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실천적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의 존재 여부다. 북한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없다면 누가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의미 있는 결실을 맺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중앙일보 사설-20150413월] 그래도 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지난해 우리의 국가 부채는 1211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93조3000억원이나 늘어났다. 그중 절반이 넘는 47조3000억원이 공무원과 군인연금 적자를 보전하는 데 쓰였다. 지금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못하면 매일 80억원의 국민 혈세가 그 구멍을 메우는 데 흘러간다.

 

  한국노총의 이탈과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의 사퇴 표명으로 무산 위기에 처한 노동시장 개혁도 마찬가지다. 이 개혁이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20대 고용률이 10% 선에 불과한 스페인·이탈리아 수준으로 전락한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3.1%에 그치고, 물가상승률도 0.9%밖에 되지 않는다. 저성장과 디플레 수렁에 빠진 경제를 구할 길은 과감한 구조 개혁뿐이다. ‘성완종 사건’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과 노동시장 개혁 같은 국가적 과제만큼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부·여당은 성완종 파문을 성역 없이 파헤쳐 진실을 밝히고, 비리가 드러난 인사는 엄벌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국정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 핵심 실세들이 기업인 출신 전직 의원에게 거액을 챙겼다는 의혹을 덮어 둔 채로는 제아무리 중요한 국정도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 정권의 도덕성을 뒤흔드는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국정을 핑계로 넘어가려 했던 과거 정권들의 구태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핵심 어젠다들은 사망선고를 받고, 새누리당은 4·29 재·보선과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철퇴를 맞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역할도 중요하다. 성완종 파문을 한 점 의혹 없이 파헤치고 관련자를 엄벌토록 여권을 압박하되 공무원연금이나 노동시장 개혁만큼은 이와 연계하지 말고 조속히 처리되게끔 여당과 힘을 모아야 한다. 성완종 파문을 구실로 절체절명의 국가적 과제인 구조개혁을 회피한다면 엊그제 국회에서 ‘새경제연합’이 되겠다고 다짐한 문재인 대표의 연설은 빈말이었음을 자인하게 될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413월] IS 자처한 괴한들의 리비아 한국 대사관 공격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 어제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소속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국 대사관이 IS 추정 세력의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경비 초소에 있던 리비아 경찰관 3명이 괴한들이 난사한 기관총 총탄에 맞았다고 한다. 그중 2명이 숨지고, 한 명이 부상했다. 외교관 2명과 행정원 1명 등 대사관에서 근무 중이던 우리 국민의 피해는 없었다고 하지만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IS의 테러 위험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사건 발생 두 시간 후 IS 트리폴리 지부를 자처하는 단체가 트위터를 통해 “IS는 한국 대사관 경비 2명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일단 IS 관련자들의 소행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세운 IS는 참수·화형·집단학살 등 반인륜적 잔혹 범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집트·리비아·튀니지 등 북아프리카로 활동 무대를 넓히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IS를 국제사회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격퇴 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IS의 위협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대(對)테러 연합전선에서 군사적 지원 대신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대테러전을 주도하는 미국의 동맹국이기도 하다. IS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도 ‘작은 적’이기 때문에 주요 표적은 아니어도 보조 표적은 될 수 있다. 트리폴리 한국 대사관에 대한 이번 공격은 이런 점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이라크에는 한국 근로자 1000여 명이 체류 중이고, 예멘과 리비아에도 각각 40여 명이 머물고 있다.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속한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

 

  국제 테러조직 관련 활동을 하다 국내에서 강제 추방된 외국인 건수가 최근 5년간 50여 건에 이를 정도로 한국도 잠재적인 테러위험국이다. 유엔이 테러 대응책 입법을 권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테러 방지를 위한 입법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13월] 시행 5개월 만에 흔들리는 도서정가제

 

영세 서점을 살리고 거품 낀 책값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도서정가제가 시행 5개월 만에 위기에 빠진 모양이다. 최근 민음사 계열인 비룡소, 미래엔, 삼성출판사, 시공사 계열 시공주니어, 김영사 계열 주니어김영사 등 주로 대형 출판사들이 홈쇼핑 채널을 통한 도서 할인 판매에 나서는 등 도서정가제 취지에 반하는 행태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알라딘, 인터넷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인터넷 서점들도 사은품 증정 등 ‘꼼수’ 마케팅으로 도서정가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을 강하게 요구했던 출판인들이 스스로 제도 취지를 훼손하면서 기존의 할인 마케팅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해당 출판사들은 규정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정가제는 도서 정가의 15%까지만 할인이 가능하지만 세트 도서로 판매할 경우 예외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대형 출판사들이 정가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행태는 출판계 합의 정신을 깨는 일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사실 이런 결과는 제도 마련 때부터 예견됐다. 정가제가 편법 할인, 경품 제공, 처벌 기준 등에서 불완전하고 허점이 많아서다. 현재 반쪽짜리 도서정가제를 보완하는 버팀목은 출판·유통업계의 ‘자율협약’뿐이다. 그동안 정부가 “도서정가제가 연착륙했다”고 홍보했지만 현장의 평가는 정반대다. 대다수 출판사들은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독자들은 가격은 내리지도 않고 할인제도만 없앴다고 비판한다. 혜택을 볼 것이라던 중소 서점들조차 정가제가 되레 손님을 쫓았다고 불만이다.

 

이번 대형 출판사들의 ‘일탈’도 아동출판 매출 감소에 따른 자구책이었다고 한다. 출판사들이 대형서점에는 싸게, 일반서점에는 비싸게 책을 공급하는 것도 문제다. 도서정가제가 결국 대형 출판사와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도서정가제로 출판시장을 살리겠다고 나선 정부의 안이한 발상에서 비롯된 정책 실패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출판사와 서점, 독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도서정가제가 되도록 관련 규정의 허점을 확실히 보완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413월] 장관 고향에 특별교부금 몰아주는 행자부

정부의 특별교부금은 갑자기 새로운 재정수요가 발생하거나 재정수입이 감소한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용도로 쓴다. 재정 규모에 따라 기계적으로 지급하는 보통교부금만으로는 급작스러운 재정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방자치의 균등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자치단체들에는 생명수와도 같은 특별교부금을 배정하는 데 사실상 전권을 갖고 있는 중앙행정기관이 행정자치부다. 그런데 정종섭 장관을 비롯한 행자부 관료들의 고향에 유독 많은 특별교부금이 배정됐다는 소식은 듣는 이들을 착잡하게 한다. 그동안에도 이른바 ‘쪽지예산’만큼이나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챙기는 중요한 수단으로 변질되곤 했던 것이 특별교부금이다. 그런데 지방자치 발전에 역행하는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어도 시원치 않을 행자부가 구성원들의 ‘고향 챙기기’에 나섰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행자부의 ‘2014년 지자체별 특별교부세 배정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특별교부세의 전국 시·군·구 평균 배정액은 27억 7700만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부임한 정종섭 장관의 고향인 경북 경주시에는 평균 배정액의 약 3.6배인 99억 2200만원이 배정됐다고 한다. 경주보다 배정액이 많은 기초단체는 전국에 세 곳뿐이다. 창원시와 청주시는 자치단체 통합에 따라 재정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기장군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었으니 특별한 지원이 이해가 간다. 경주시는 방폐장에 폐기물 추가 반입에 따른 반대급부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특별교부세 배정을 담당한 행자부 간부들의 고향에도 의심을 살 만한 몰아주기가 있었다고 한다.

 

‘공직 이후’를 겨낭한 관료들의 고향 챙기기가 행자부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국가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도 해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 이상의 움직임이 없지 않다. 나아가 다른 부처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문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럴수록 특정 관료의 정치적 야심을 부처 차원에서, 그것도 국민의 세금인 예산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올해는 행자부 관료들 먼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옛말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건전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모범 사례를 제시한다면 고향 사람들도 더 큰 박수를 쳐 주지 않겠는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13월] 시장이 포화라고? 세븐일레븐을 보라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이 지난해에도 4조82억엔의 매출을 거둬 41년 연속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한경 보도(11일자)가 있었다. 영업이익도 2233억엔으로 사상 최대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점포 수가 41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점포 수를 1172개나 늘렸고, 올해도 1700개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돼 더 이상 설치할 곳이 없다는 일각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는 모두 혁신의 결과다. 세븐일레븐은 상식을 뒤엎는 새로운 상품과 판매방식 등을 끊임없이 개발해 성공했다. 1978년 개발한 주먹밥은 아직도 인기상품이고 편의점 내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한 것도 이 회사의 아이디어다. 택배서비스는 물론 공공요금 수납 대행, 사진 인화등 기발한 서비스를 제공해 손님을 끌었다. 100엔짜리 즉석 커피 또한 카페에서 커피를 팔아야 한다는 상식을 여지없이 깬 역발상이었다. 끊임없이 블루오션을 찾고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비단 세븐일레븐만이 아니다.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다는 의류 유통시장에서 성공한 유니클로도 대표적 혁신 기업이다. 유니클로는 상품 기획에서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일괄 처리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고르고 비교할 수 있게 안내 직원도 줄였다. 이런 혁신을 통해 가격을 낮춰 시장을 개척하고,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통상 경쟁에서 실패한 기업들은 대부분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생존 자체가 쉽지 않다고 푸념하기 일쑤다. 하지만 시장은 항상 변화하는 생물과 같다. 기존 시장에서도 신제품이 먹힐 여지는 얼마든지 있고 새로운 틈새시장도 널려 있다. 블루오션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변화와 혁신은 힘들고, 기업 내부 저항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혁신 비용 중 40% 이상이 이런 내부의 저항을 조정하는 데 쓰인다는 연구도 있다. 문제는 시장을 혁신시키고 생태계의 룰을 바꿔보려는 과감한 의지와 노력이다. 세븐일레븐과 같은 기업들이 필요한 때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13월] 노동개혁은 멀고, 청년 취업문은 더 좁아지고…

 

올해 청년 취업 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한다. 경영자총협회가 중소기업과 대기업 37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신규 채용이 작년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채용인원을 올해 6.5% 축소해 지난해(1.7% 감소)보다 더 줄이고, 대기업조차 지난해엔 그래도 0.5% 늘렸던 채용 규모를 올해는 3.4% 줄일 것이라고 한다. 채용인원 감축은 대졸자(-3.1%)와 고졸자(-4.9%) 구분도 없다. 더구나 신규인력 채용계획이 있거나 이미 채용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59.1%에 불과했다. 고용시장이 점점 나빠져 간다.

 

무엇보다 고용비용 급증이 고용시장을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이번 조사에서 고용을 회피하는 이유로 체감경기 미회복(28.2%) 다음으로 정년 60세 연장, 통상임금 확대 를 꼽았다. 아예 채용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15%를 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이 더는 고용을 늘릴 여력이 없어 현 인원이 줄지 않는 이상 굳이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다는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미 11%를 넘은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이 더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도 노동개혁은 요원하기만 하다. 끝내 노사정위원회도 결렬됐다. 한국노총이 통상임금 등 5대 현안을 모두 거부했던 때부터 예견됐던 결과였다. 협상 막바지엔 근로자 상위 10%의 임금동결,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재원을 조성해 80만개를 넘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는 제안조차 거부했다. 지금의 노동시장은 근로자의 10%인 고연봉자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비정규직과 청년 등 실업자가 희생하는 구조라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노동개혁은 멀고 청년들의 취업문은 갈수록 더 좁아지고 있다. 노동계의 개혁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임금피크제 등 보완대책은 언급도 않고 덜컥 정년만 연장했던 국회에 맡길 일이 아니다. 이런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않으면 청년실업을 막지 못한다. 10%의 기득권 근로자가 아니라 비정규직을 포함한 90%의 근로자와 청년 등 실업자를 위한 노동개혁이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13월] 대기업 M&A 막으면 중소기업은 어디서 활로 찾나

 

“대기업들이 마음놓고 중소기업을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저성장을 돌파할 수 있다”는 박종훈 한국전략경영학회장의 주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그는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통상 아이디어로 창업해 제품화까지 3~4년, 기업공개(IPO)까진 13년이 걸리지만 기술을 대기업이 사주면 창업에서 성공까지 5년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청년창업 활성화와 청년실업 해결, 혁신생태계 조성이란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벤처투자업계에선 너무도 당연한 진리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업한 신생기업이 IPO까지 기나긴 시간을 버티라는 것은 죽음의 계곡으로 떠미는 것과 진배없다. 정부가 창업을 독려하지만 투자금 회수에 병목현상을 빚어 생태계 형성이 지지부진한 게 현실이다. 벤처투자금의 70% 이상이 자금 상환이나 프로젝트를 통한 회수이고 M&A는 고작 0.5%뿐이다. 미국 중국에선 M&A를 통한 회수가 70% 이상인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사모펀드 출자 규제완화 등 대기업의 M&A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하면 당장 문어발이니, 기술 탈취니 비난부터 쏟아진다. 관료들은 M&A는 투자로 안 보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수준의 발상에 갇혀 있다. 대기업은 각종 출자규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운신의 여지도 별로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 10개월간 성사시킨 8건의 M&A 가운데 국내 기업은 단 한 건도 없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활성화가 저성장의 돌파구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 정책자금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데도 중소기업은 항상 돈가뭄이다. 오히려 창업단계에 편중된 눈먼 정책자금이 시장의 창업·투자·회수의 생태계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기술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대기업이 인수해 숨통을 틔워준다면 뛰어난 인재들이 더 많이 창업에 뛰어들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창조경제가 아닌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13월] 내수 부진에 수출 감소까지… 신발 끈 조일 때다

 

한국은행이 우울한 수출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5,620억달러로 전년의 5,727억달러보다 1.9%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맞아 떨어지면 2012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간다. 올 들어 수출이 이미 3개월째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보면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1~3월 수출액은 모두 1,33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75억달러보다 39억달러(2.8%) 줄었다.

 

수 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초반부터 수출은 우리 경제 전체를 떠받치는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다. 수출 감소는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하겠지만 감소 원인을 살펴보면 대책을 세우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수출이 줄어드는 큰 원인 중 하나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이다.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비중이 높다 보니 전체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가 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생각보다 작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수출량을 늘리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엔저와 중국의 경기둔화는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생변수라 더 심각할 수 있다.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엔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며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둔화 역시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흐름을 돌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내수진작을 위한 부양책을 줄곧 펴왔다. 재정·통화·구조개혁에 이어 최근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까지 발표했지만 소비와 투자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마저 줄어든다면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을 맞을 수 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한 단기 처방은 환율 절하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근본적으로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이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매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13월] 주식·부동산 시장에 부동자금 유입 반갑긴 하지만

 

저금리 기조로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과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요즘 들어 자산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까지 가세해 상승탄력을 더하고 있다. 10일에는 코스피지수가 2,090선에 육박해 지루한 박스권(1,800~2,100) 탈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가가 뛰자 기록도 풍년이다. 코스피가 2,050포인트를 뚫은 8일 거래대금이 10조1,488억원에 달해 2년7개월 만에 10조원을 돌파했다. 주식활동계좌는 2,050만개를 넘어서 최고치에 올라섰고 증시 주변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총액도 5년 만에 110조원을 돌파했다.

 

부동산시장에도 돈이 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거래량은 11만2,000여건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의 경우 올 1·4분기에 4만3,883건이나 거래돼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 이후 최대치였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부는 것은 경기 활성화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문제는 과도한 쏠림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증시가 그렇다. 개인들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 증가세가 걱정스럽다. 신용융자 잔액은 9일 기준 6조7,781억원으로 2011년 5월의 역대 최고치(6조9,128억원)에 근접했다.

 

아직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지만 과열론이 불거지는 중국 증시를 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상하이지수는 잇따른 금리인하·부동산부양책 등 정부 정책 덕분에 1년 새 88%나 급등했다. 무엇보다 한 달여 전부터 개인들이 묻지마 투자에 나서면서 적색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경제 펀더멘털과 시장의 괴리가 커지고 있어 2008년의 폭락사태 재연을 걱정할 정도다.

 

지금 우리 자산시장의 흐름도 정책효과 등 중국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 모양새다. 증시와 부동산시장을 띄우는 것 못지않게 거품이 끼지 않도록 세심히 점검·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세계의 창/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20150413월] 미국 경제호황의 종말

 

미국 경제가 3월에 12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미국 노동부가 발표했다. 앞서 3개월의 월평균 29만개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탄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게 했다.

 

이 재평가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대체 왜 이렇게 많은 경제 전문가와 경제부 기자들이 우리 경제의 현황을 그토록 잘못 판단했는지 강한 의문을 갖게 한다. 애초에 호황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많지 않았다. 잘못된 주장을 했던 이들은 데이터를 지나치게 선별적으로 봤다.

2014년 4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2.2% 상승에 그쳤다. 이는 대부분의 잠재성장률 추정치와 대략 비슷한 선상에 있다. 즉 잠재성장률을 쫓아가기 바빴다는 것으로, 2008~2009년 침체로부터 이어지는 잠재 국내총생산과 실질 국내총생산의 큰 간극을 전혀 메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호황론을 주장하는 쪽은 2014년 2~3분기에 평균 4.8% 성장했다는 사실을 꼽으며 밋밋했던 4분기 성장률을 이례적인 것으로 취급했다. 이 근거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2~3분기의 성장세는 2014년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을 만회하는 것일 뿐이다. 기상 악화와 정부 셧다운 등 몇가지 요인으로 인해 경제는 지난해 첫 분기에 연율 기준 2.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자 이어진 분기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의 호황론과 어긋나는 다른 데이터들도 있다. 시설투자는 전년에 견줘 아주 조금 증가했을 뿐이다. 주택 건설은 약간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경기 부양에 큰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저축률은 약간 내려가, 수입이 증가하지 않고서는 소비를 끌어올리기 어렵다. 달러 강세에 일부 기인한 무역적자 증가세는 성장에 더욱 장애가 되고 있다. 그리고 긴축재정 지지자들로 인해 정부가 이끄는 수요 증대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 수치가 이례적인 것이다. 국내총생산 성장이 미미한 경제에서는 높은 일자리 증가율이 생산성 저하를 의미하는데, 그게 바로 미국 경제의 현실이다. 2013년과 2014년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1%를 밑돌았다. 많은 이들의 추정치보다 훨씬 낮다.

 

이런 상황이 주는 시사점은, 3월 지표에서 보듯 경제성장률이 호전되지 않으면 고용 증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월 고용 지표는 기상 악재에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해 보이지만, 12만6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숫자는 그 이전 석달간의 월평균 29만개 일자리보다는 더 현실적으로 경제 저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이 수치조차 3월 보고에서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는 일자리 숫자를 뛰어넘는 교훈이 존재한다. 경제에 대한 엉뚱한 분석이 경제정책 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받아들여져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자들이 독립적 분석을 하는 것보다 일단 발언하고 보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돼있다. 그것이 경제정책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실제 경제 상황에 놀라게 되는 이유다. 마치 그들이 주택 버블 붕괴와 뒤이은 침체에 놀랐던 것처럼 말이다.

 

독립적인 분석의 부재는 그 전문성이 갖는 인센티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택 버블 붕괴 이후 봤듯이, 의견이 일치되는 쪽과 같은 무리에서 잘못했다면 아무도 경력에 문제를 겪지 않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국제통화기금(IMF) 혹은 그 어떤 주요 경제정책 기관이나 규제 기관에서 주택 버블과 그것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고된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이는 재앙적인 판단 실수를 하고도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의 ‘합의’와 동떨어진 입장을 가지는 것은 항상 위험을 동반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주요 경제학자들이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틀린 분석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의 대부분은 이런 ‘합의된 관점’을 반영한다. 주택 버블이 터지기 직전 상황처럼 말이다. 주요 언론에서 신뢰를 받는 미국 경제 호황론 같은 바보 같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앙일보 칼럼-전수진의 한국인은 왜/전수진(정치국제부문 기자)-20150413월] 세월호 1년, 달라진 게 뭐야?

 

신호는 왜 꼭 내 앞에서만 깜빡일까. 달려가면 도로교통법 위반인데. 설마 걸리겠어. 뛰자.

 

  오늘 아침 내가 이랬다. 아니, 거의 매일 그렇다. 옹색한 변이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 대한민국 곳곳 출근길 횡단보도는 100m 달리기 경기장이 된다. 이 경주엔 선도 없다. 많은 이들이 횡단보도 선 밖 차도로 막판 스퍼트를 감행한다. 넘지 말라고 그어놓은 선인데 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뜬금없는 횡단보도 얘기를 꺼낸 건 사흘 뒤가 무서워서다. 1년 전 그날 아이들을 포함해 476명을 태운 배가 가라앉았다. 세월호는 우리 모두의 ‘설마’가 켜켜이 쌓인 무게로 가라앉은 건 아닐지. 인재(人災)로 아이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무력감 그 이후, 한국은 무엇을 배우고 바꿨을까. 노란 리본 달고 여전히 보행 안전조차 지키지 않는 게 우리의 2015년 4월 민낯이다. 1년이 지났지만 세월호도, 한국 사회도 그대로가 아닐까.

 

  이런 감상을 외국인으로부터 듣는 건 사실, 불편했다. 어느 영국인 서울특파원과 지난달 광화문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포스트-세월호 한국에서 달라진 게 뭐냐”고 그가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보기엔 없다”고 단언했다. 안전이 제일이라고 말만 하고 구호만 외칠 뿐 행동엔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보행신호 무시부터 운전 중 휴대전화 확인 등을 근거로 들었다.

 

  어느 일본인 서울특파원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도 떠오른다. “방금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들이 앰뷸런스가 지나가자 질서정연하게 길을 비켜주는 광경 목격. 서울 생활 수년 동안 처음 봤다. (한국도) 하면 할 수 있네.” 차마 ‘좋아요’를 누를 순 없었다.

 

  영국인 특파원과 식사를 마치고 나온 광화문 사거리엔 “진실은 아직도 바닷속에 있습니다”라는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 진실을 호도하지 마시고 돌아가세요”라는 분들이 대치 중이었다. 세월호의 씁쓸한 유산이다.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선을 지켜가며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할 때 작지만 큰 변화들이 생기는 게 아닐지. 국제 뉴스에서 ‘세월(Sewol)’은 인재를 상징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정작 우리는 세월호를 정치적으로만 소비하고 소모하는 건 아닐까. 서로의 골이 깊어지는 사이 변화의 골든타임은 놓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헛되이 시간만 보냄’으로 정의되는 말이 허송세월이라지만 세월호까지 ‘허송’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무섭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20150413월] 기억의 숲에서 무엇을 기억할까

 

기억력 좋은 사람이 입시에서 유리한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시험이 끝난 후 중요한 걸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리한 자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을 기억한다.

 

  2015년 4월.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하지 않는(못하는) 사람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라일락의 뿌리처럼 뒤엉켜 있다. 왜 하필 라일락인가. 해마다 4월이면 누군가 이 꽃을 ‘리마인드’시켜 준다. 제목은 황무지, 시인의 이름은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줄여서 T S 엘리엇이다.

 

“4 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잔인하지 않은 달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유독 4월은 가장 잔인한 달(the cruelest month)이라고 시인은 지목했다.

 

 시인이 된 사람은 적지만 시인의 감성으로 보낸 시기는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일 년에 한두 번 기차를 탔는데 그때 시인의 기분을 누렸다. 중학생 때인가 차창 풍경을 보며 시를 지었다.

 

“눈 덮인 작은 봉우리에 마지막 사람이 살고 있네.” 제목은 ‘무덤’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산 자들이 뒤에서 말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있다. “가장 잔인한 거짓말은 종종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The cruelest lies are often told in silence).”

 

  지난해 4월 이후 광화문을 지날 때면 노래 하나가 자꾸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씨가 고등학생 때 만든 ‘친구’라는 노래다. 친구가 바다에 빠져 실종된 후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지었다고 한다.

 

  친구가 실종된 바다는 거대한 무덤처럼 보인다. 4월에 그 자리에 이방인 가족이 나타났다. “저는 오드리 헵번의 아들입니다.” 세기의 연인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아들은? 그는 ‘마음’을 들고 나타났다. 그 마음은 ‘기억’이다. 그는 ‘기억의 숲’을 제안했고 드디어 착공했다. 그의 착한 마인드가 무딘 우리를 ‘리마인드’시켜 준 것이다.

 

 미술관·박물관은 기억의 숲이다. 예술가는 우리를 ‘리마인드’시켜 준다. 묘지 역시 기억의 숲이다. 죽은 자들은 산 자에게 묻는다. 제대로 살고 있는가?

 

엘리엇은 시를 ‘리듬감 있는 불평’이라고 했다. 리듬만 있고 불평은 없는지, 불평만 있고 리듬은 없는지를 되돌아보는 지금은 4월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413월] 소양강 처녀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반야월 작사, 이호 작곡의 흘러간 뽕짝 ‘소양강 처녀’다. 2절은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로 이어진다.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산새인 두견새가 갈대밭에서 울 리 없고, 소양강에는 동백꽃이 피지 않는다며 가사를 트집 잡기도 했다. 두견새는 그렇다 쳐도 강원도에서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른다는 걸 모르고 하는 얘기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꽃이다.

 

소양강은 설악산 북천·방천, 계방산 내린천 등을 받아들여 북한강으로 흘러든 뒤 남한강과 합쳐 한강이 된다. 인제 일대 심산유곡에서 베어낸 목재를 한양으로 실어나르던 소양강 뗏목은 유명했다. 1973년 소양강댐이 세워지면서 거대한 호수로 바뀌었다. 노래는 댐이 세워지기 직전인 1970년 김태희가 불렀고, 그 후 한서경 등이 리메이크하면서 온 국민의 애창곡이 됐다. 1992년에는 노래방 인기순위 1위에 올랐다.

 

그간 소양강 처녀의 실제 모델을 두고 박경희씨(65)설과 윤기순씨(62)설이 팽팽했던 모양이다. 소양강변 여관집 딸이었던 17세 처녀 박경희씨는 ‘작사가 선생님’이 보름간 여관에 머물 때 노를 저어 소양강 뱃놀이를 시켜줬다고 했다. 그때 “너의 사연을 노랫말로 썼다”는 말을 들었단다. 열여덟 살 윤기순씨는 가수의 꿈을 품고 상경했다. 이 처녀가 반야월 등 노래 스승들을 소양강에 초대했는데, 이때 가사를 구상했다는 것이다. 윤씨는 밤무대를 떠돌며 ‘슬피우는 두견새’처럼 노래를 하다가 10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강원도가 나서서 “두 명 모두 가사의 주인공”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반야월이 두 차례 춘천을 방문했고, 박씨와 윤씨를 모두 만난 뒤인 1969년 가사를 지은 것으로 결론을 냈다. 반야월은 생전 인터뷰에서 “1960년대 말 소양강변에 살던 모든 처녀가 가사의 주인공”이라고 했다. 어찌 그들뿐이랴. 이 노래를 부르며 가슴 아픈 시대를 지나온, 한때는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순정’이었던 이 땅의 모든 누이들이 주인공 아닐까.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413월] 대부업체

 

대부업자는 쉽게 말해 사채업자들이었다. 대부업 관련 법이 2002년 8월 제정되기 전까지 말이다. 대부업은 제도권 금융이 아니므로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다. 결국 ‘금융을 모르는’ 지방정부에 등록한 뒤 영업한다. 대부업법은 서민들의 사채시장 이용이 급증하고 대부업자들의 불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자 서민 보호 차원에서 제정했다. 연 1000%대의 천문학적 수준의 이자율뿐만 아니라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을 인신매매도 했다. ‘신체포기 각서’가 근거였다. 불법 추심으로 자살자도 나왔다. 사채시장 양성화 시도에도 비인륜적인 행위를 일삼는 사채업자들을 한꺼번에 정화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2007년 6월 이자제한법이 부활했다. 애초 이자제한법은 1962년 이자가 연 4할(40.0%)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대통령령이었다. 1960년대 자금 사정이나 사채시장을 고려하면 유명무실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정부가 약탈적 금융을 제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40%의 법정 최고이자율은 1983년 12월 시행령 개정으로 연간 25%로 낮아졌다. 외환위기로 1997년 말에 다시 40%로 올라갔다.

 

외환위기를 틈타 국내 금융시장을 간섭하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자율 상한이 자금의 흐름을 왜곡한다”고 권고하자 정부는 1998년 1월 이자제한법을 폐기했다. 법정 최고이자율은 9년여 뒤에 부활해 대부업체를 포함해 모든 이자를 40% 미만으로 받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사례금, 할인금 등 명칭과 관계없이 대부와 관련해 대부업자가 받은 것을 모두 이자로 간주하기로 한 것이다. 더 나아가 대부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는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아 1년에 30% 이상의 이자율을 받지 못하도록 억제했다. 이 부활한 이자제한법으로 ‘등록’ 대부업자가 받는 최고 이자율은 종전의 연 66%에서 연 49%로 낮아졌고, 현재는 40% 미만이다.

 

이런 이자율 제한에도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고수익을 내고 잘나가고 있다. ‘러시앤캐시’로 잘 알려진 아프로금융그룹는 자산 2조원의 ‘공룡’으로 산와머니, KJI 등 3개사 등과 함께 한국 대부업 시장의 42.2%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계 대부업체는 SBI저축은행, OSB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OK저축은행, JT저축은행도 소유했다. 제도권 금융으로도 진입한 것이다. 한국계 대부업체인 웰컴론은 업계 3위지만 시장 점유율 7% 미만으로 왜소하다. 과거 은행들은 일본계 대부업체는 금리가 0%대인 자금을 조달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해명 겸 변명을 했는데, 한국의 기준금리도 1.75%이다. 대부업도 전주가 튼튼해야 경쟁할 수 있다. 말로만 서민경제 안정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로 ‘거대한 전당포’로 전락한 시중은행들이 고수익의 서민금융시장을 위해 제대로 투자해 볼 만하지 않겠나.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50413월] 일본식 한자

 

서울시가 일본식 한자어 등 행정용어 23개를 순화해 쓰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견출지는 ‘찾음표’로, 시말서는 ‘경위서’로, 식비와 식대는 ‘밥값’으로 바꾼다는 식이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재 잔재를 우리말로 순화하겠다는 뜻은 이해한다. 그러나 23개 용어 정도로 될 일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민법에서 일본식 민법용어를 그대로 차용한 어휘가 60%나 된다. 우리가 쓰는 말에 일본식 한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19세기 말~20세기 초 근대화 과정에서 한 발 앞선 일본이 서양 용어를 한자어로 먼저 번역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제강점기간 동안 한국에 일본식 한자가 대량 유입됐다.

 

일본은 서양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어력이 좋은 한자를 사용해 수많은 개념어를 선점했다. 이 작업에는 후쿠자와 유키치, 니시 아마네 등 당대 학자들이 참여했다. 희랍어에 연원을 둔 필로소피(philosophy)를 밝은 학문이라는 뜻의 ‘철학(哲學)’으로, 에듀케이션(education)은 가르치고 기른다는 ‘교육(敎育)’으로 번역했다. 기존 한자어의 의미를 잃고 현대적 의미를 갖게 된 문화, 경제, 자유, 대학, 민주, 회사 등이 모두 일본식 한자다.

 

일본은 조어법을 발전시키며 글로벌 용어들을 계속 번역해왔다. 원래 쓰이던 한자어에 새로운 의미를 넣는 방법을 보면 ‘죄인들을 놓아 보내다’는 말인 방송(放送)은 ‘전파를 활용한 매스컴’이란 뜻을 갖게 됐다. 초상화의 뜻으로 쓰였던 사진(寫眞)은 포토그라피(photography)를 번역하는 데 썼다. 각각의 한자를 합쳐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에어포트’를 번역하면서 하늘(空)과 항구(港)를 합쳐 공항이라고 했고, 오토모빌(automobile)은 스스로 가는 차라는 뜻의 자동차라고 불렀다.

 

그래도 중국은 뒤늦게 자체적으로 번역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비행기, 기차, 야구, 회사, 영화 등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쓰인다. 중국에선 각각 비기(飛機), 화차(火車), 봉구(棒球), 공사(公司), 전영(電影)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뜻을 모르지 않지만 일본식 한자를 순화하자면 교과서나 신문 용어도 다 바꿔야 할 것이다. 문화의 힘이 개념어에서 나오는 것임을 생각할 때 더욱 안타깝다. 영어로 된 새로운 용어들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식 번역어를 만들어 새로운 개념어를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조어에 도움이 되는 한자도 더 전향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후(논설위원)-20150413월] 신라 남녀의 사랑

 

신라 21대 소지왕은 죽기 3개월 전인 서기 500년 날이군을 방문했다가 유력자 파로(波路)의 딸 벽화(碧花)라는 여인과 관계한 설화로 유명하다. 벽화는 당시 16세의 소녀였고 소지왕이 60대 후반에서 70대로 추정되니 당시로서도 충격적이어서 이 기록은 삼국사기를 통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소지왕은 비단 보자기에 싸여 바쳐진 소녀를 돌려보냈으나 왕궁으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생각나 다시 찾아가 만났으며 나중에는 아들을 하나 낳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설화의 결말이다.

 

이 설화는 1970년대 중반 경주 황남대총 발굴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무덤에서 나온 60대의 남자와 10대 여자 인골이 설화와 들어맞는데다 신라의 순장풍속이 소지왕 다음 대인 지증왕 3년(502년)에야 비로소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 주장은 벽화가 법흥왕의 후비가 됐다는 다른 기록과 맞지 않고 연대 측정 등으로 볼 때 5세기 초반 내물왕과 눌지왕의 무덤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힘을 잃었다. 발굴 인골을 터부시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시 묻었다고 하니 현재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최근 문화재청은 황남대총과 가까운 경주 황남동의 5세기 후반 신라 무덤에서 30대 귀족으로 보이는 여성 유골과 20대 남성으로 보이는 유골이 겹쳐져 출토됐다고 발표했다. 부장품이나 유골이 포개져 있는 형태로 보아 귀족으로 보이는 여성 무덤에 남성이 순장된 행태로 보인다는 평가다. 남성이 순장된 첫 사례여서 호위 무사나 시종 등이 같이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나 연인 관계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황남대총에서도 남자에게서는 금동관, 여자에게서는 신분이 높음을 의미하는 금관이 나와 역사학계는 지금껏 논란 중이다. 황남대총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우리가 신라 사회를 너무 오늘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도시 구석구석이 신라 박물관인 경주다. 1,500년 전 신라인의 실제 생활과 그들의 사랑이 실제 어땠는지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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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세월호 인양 논란과 관련해 '세월호를 인양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한을 풀어 드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디 선거를 앞둔 립서비스가 아니길 바래요. 최근 하는 일을 보면 믿음이 안가니...

2. 빙그레는 메론맛우유 일부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돼 이 제품을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잘나가는 '바나나우유'까지 타격 받으시겠어요~ 그래서 하나만 밀어야 하는 법.

3. 경남도 무상급식 중단에 ‘도시락 싸기’, ‘집에서 밥 먹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13개 시·군 44개 학교 449명이 학교 급식을 거부해 농촌학교의 급식 중단 사태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고집과 아집이 참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들고 있구만...

4. 포스코 건설의 해외 비자금 조성에 관여하면서, 10억 원 가량의 금품을 부정하게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포스코 건설 토목 환경사업본부장 최 모 전무가 구속됐습니다.
가고 가다가, 파고 파다가 어디쯤에서 멈출까? 여전히 이번에도 몸통은 안갯속?

5. 일본 기업들이 야근 등 장시간 근무 문화에 이별을 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한 기업 회장의 '오랜 시간 근무하는 게 꼭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는 말을 파이낸셜 타임지가 전했습니다.
이런 건 빨랑 도입해서 시행하심이 옳을 줄 아뢰오~~

6. 영화배우 성룡이 60년 인생을 회고하는 '자서전'을 발간했습니다.
매일 술에 취하거나 기자를 위협하기도 했다며 성숙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다른 면이 사람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늙어서 후회하기 보다는 젊어서 고쳐 나가는 게 맞겠죠? 아는데 힘들지~

7. 중국 공산당이 인터넷 여론 통제를 강화하려고 1천만 명에 달하는 ‘댓글 알바단’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에 이어서 중국까지... 대한민국 십알단의 위력을 세계가 알아주기 시작했군~

8. 기혼자의 절반 이상이 자녀를 가질 때 자신도 모르게 임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여성에게 더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음... 할 말 없음. 믿었던 오빠 잘못임.

9. 시장조사업체 GfK가 22개국의 15세 이상 남녀 2만7천 명을 대상으로 국가별 요리 시간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인이 일주일에 요리하는 시간은 3.7시간에 그쳐 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짧았다고 합니다.
요즘 남자가 요리하는 게 대세라고 하지만, 어디 요리할 시간이 있어야 하죠~ 세상이 그냥 나쁜 남자, 못난 남자 만드는 건 아닌지...

10. 수많은 시민들이 매일같이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잦은 이용 만큼이나 사고도 많아 대형 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 의식은 제자리걸음이란 지적입니다.
한줄 서고 옆으로는 걷는 형태의 에스컬레이트 사용법이 뿌리내려서 그렇지요. 애초에 잘못 판단하고 그렇게 계몽한 사람이 누구신지?

11. '환상 속 과자' 허니버터칩을 내년부터는 좀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가루비(Calbee)가 한국 해태와 손잡고 강원도 원주에 40억엔(약 360억원)을 들여 과자 공장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허니버터칩 등 과자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난 아직도 마트나 편의점에서 단 한 번도 구경해 본 적이 없으니 나원참~

12. 새누리당 사람들이 입에 자주 올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비교’에 관한 표현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그래도 엠비(MB) 때는 소통은 했다'와 다른 하나는 '그래도 엠비 때는 일은 했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엠비가 그래서 잘했다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는 낫다는 얘기겠지? 그 누구는 열 좀 받겠는걸~

13. 지난 2월 해임된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보도 뒤 청와대의 사퇴 압력으로 해임됐다며 세계일보를 상대로 2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용기는 가상하나... 지금 뭘 기대하겠어~

14. 장수에는 적당한 운동보다는 격렬한 운동이 낫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호주의 한 연구진은 오래 사는 데는 땀이 나고 거친 숨을 몰아쉬게 하며 얼굴을 붉어지게 하는 거친 운동이 적당한 운동보다 나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꾸준히 하셔야지 오래 살겠다고 갑자기 그러시면 큰일 납니다. 어르신~ 아셨죠?

15. 정부는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단장 사전 회의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단의 방한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싫어도 자꾸 얼굴 보고 만나야 정도 드는 법.
부부 싸움도 밥은 먹어 가며 해야지요...

16.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에게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해 살해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습니다. 오토바이 미등이 망가졌다는 이유로 전자충격기에 실탄 발사... 이 정도면 살인 맞지? 공권력도 잘못 쓰면 폭력입니다.

17. 지난 3월로 월간 베스트셀러 20위에 한국문학이 한 권도 없는 상태가 5개월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한국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야 오래된 일이지만, 이제는 한국문학을 소멸시키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입니다.
때 되면 정치인들 출판기념회하고 책도 엄청 팔리는 것 같은데,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어?

18. 사회적 논란이 된 성매매 특별법이 결국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운명이 정해지게 됐습니다.
헌재는 오늘 성매매 특별법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열기로 했습니다.
내심 위헌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은 못하는 사람 많을 듯... 아닌가? 음... 말실수했나?

19. 연합뉴스 TV기자가 지난 3일 KBL 결승전 취재차 원주에 갔다가 노래방 계단에서 술 취한 여자를 성폭행하던 중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근데 왜 내가 몰랐지? 기자들의 동업자 정신이 힘을 발휘했던 거야? 그런 거야?

20. 법원은 학교 폭력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한국 성인 남성의 과체중 비율이 36%로 일본-중국에 비해 높다고 합니다.
청해부대 장교와 이스라엘 예비역간의 국경 넘은 사랑이 화제입니다.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상한액을 30만 원에서 33만 원으로 상향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꼽은 브랜드 충성도 1위 기업에 올랐답니다.
홍준표 지사가 전국 시도지사 중 부정평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늘 낮부터는 기온도 오르고
오는 주말 역시 따뜻하답니다.
이번 주 꽃구경 가시려면 오늘부터 한주 정리 잘 하셔야 합니다.
나는 언제 꽃구경 좀 가보려나?...
그래도 감사한 하루 보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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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가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를 코엑스에서 ‘국민 안전 다짐대회’로 연다고 합니다.
안산이나 진도 팽목항 그리고 유가족과 거리를 둔 채 관변행사로 치르는 것입니다.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이건 아니지 싶다...

2. 고(故) 오드리 헵번의 아들이자 영화제작 프로듀서인 션 헵번 페럴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에 나서 주목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많이 고맙고 부끄럽습니다. 에휴~

3. 말레이시아에서는 '기소 없는 무기한 억류'가 가능한 '반테러법'이 의회 통과를 했습니다.
설마 새누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반테러법'이 이런 건 아니겠지? 워낙 엉뚱해서...

4. 서울시가 여의도 봄꽃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을 위해 오는 10일과 11일 여의도를 경유하는 27개 버스 노선의 막차 시간을 다음날 새벽 1시20분까지 연장한다고 합니다.
벚꽃 만발하게 피고 지는데 꽃구경 한번 못하고 봄을 보내는 건 아닌지...

5.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주둔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고엽제 전우회 등 참전 군인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참전 용사 어르신들 입장에서 보면 학살자로 비치는 게 싫기도 하시겠지만, 명분 없는 전쟁에 여러분도, 베트남 양민들도 모두 희생 당했다는 걸 통감하셨으면 합니다.

6. IS가 장악했던 이라크 티크리트에서 시신 1,700구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시신의 대부분은 이라크군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양민이 아니고 군인이면 정당할까요? 전쟁은 언제나 참혹할 뿐이지요...

7. 지난 주말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 보셨나요?
오랜만에 돌아온 정치 풍자 코미디가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웃찾사의 'LTE 뉴스'에 이은 시사 풍자 코미디가 과연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종북 PD에 종북 개그맨 칭호를 하사받는 건 아닐런지...

8. 일본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를 발표했습니다.
다만 한국이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표현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합니다.
'가장 만만한 이웃 국가'는 아니고? 옆에 있다고 다 이웃 아닙니다.

9. 미국의 한 여성이 남편의 페이스북으로 이혼 서류를 발송해 화제입니다.
남편이 행방불명이 되는 바람에 최후의 방법을 쓴 것인데요, 만약 이혼이 성사되면 ‘페이스북을 통한 첫 이혼’ 기록입니다.
이혼이 싫어서 행방을 감추었을까? 아무리 싫어도 연락 좀 하고 살지 말이야~

10. 환경 보호에 모범을 보여야 할 부산환경공단이 측정기기를 조작해 거꾸로 수질오염에 앞장선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클린 해양도시, 생태도시라고 자랑하더니만... 감추고 싶어서 그랬을까? 뭘 받아잡숴서 그랬을까?

11. 북한의 시장 경제 유통 구조가 김정은 체제로 들어서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까지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결재는? 북한도 Activ-X가 있을까? 그거 만들었으면 숙청감일 텐데...

12. '하늘의 별따기'라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는 엄마들의 서류 조작 등 꼼수가 다양한데, 문제는 정말 절실한 맞벌이 가정, 한부모, 다자녀 가정의 아이들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겁니다.
내가 좋은 건 남도 좋고, 내가 싫은 건 남도 싫은 법입니다. 진짜 필요한 사람을 위해 한발 양보하는 미덕을... 안되겠습니까?

13. 홍성담 작가가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인 '세월 오월'을 독일 전시회에 출품하려 했으나 운송사 측이 운송을 거부해 전시를 포기했습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
알아서 기는 족속들이 너무 많은 거 아닐까요? 먹고 살겠다고 그런다지만 좀 속물 같아...

14. 우리나라 초등학생들도 중·고교생 못지않게 영어 공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영어 학습 시간은 43.4분으로 중·고교생과 비슷했습니다.
영어 때문에 받던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는 없길 바라는 부모님들 마음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 스트레스를 너무 일찍 맛보여 주는 건 아닌지...

15. 스마트폰 사용자가 자신이나 애인의 누드 사진·동영상을 찍어 주고받는 이른바 '섹스팅'을 미국 국가 안보국이 엿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에드워드 스노든이 말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그런 걸 주고받는 것도 우습지만 미국 CIA가 그딴 거나 들춰 본다는 사실이... 하긴 우리 국정원 댓글 수준도 만만치는 않아~

16. 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터널 안 공기 수준의 먼지를 들이마시면서 생활하고 있는 셈이라고 합니다.
운전할 때 터널 들어갈 때만 실외 공기 유입 차단하는데... 그냥 일상적으로 해야 할 모양이네~

17. 콜레스테롤 수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의외의 곳에 '함정'이 있습니다.
기름기 많은 육류 섭취도 피해야 하지만 수시로 손이 간다는 과자나 빵, 케이크도 삼가야 합니다.
풀만 먹고 살 수도 없고... 정말 몸에 좋다는 것만 골라 먹으면 오래 살긴 하는 겁니까?

18. 정부가 지원하는 서민 전세자금을 마치 쌈짓돈처럼 몰래 빼먹은 사기단이 검찰에 검거됐습니다.
무려 260여 명이 서류를 조작해 대출금을 타 갔는데,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은행들은 눈치조차 채지 못했습니다.
귀신에겐 안 홀려도, 사기꾼 말에는 홀딱 넘어간다고 하잖아... 그래도 그렇지, 은행이 사기 당하는 건 좀 그렇다.

19.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개성공단 기업협회 회장단이 내일 방북합니다.
투정부리고 생떼 쓴다고 매부터 들려 하지 말고... 부드럽게 대화 좀 하고 삽시다.
일본도 우리 보고 '중요한 이웃'이라고 안합니까~

20. 군은 상관이 부하와 '성관계' 땐 군형법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민의 65.8%는 세월호 인양에 찬성한다고 합니다.
초중고교의 90%가 관광주간에 최대 8일간 쉰다고 합니다.
체코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김정은을 만나도 악수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앞으로는 뺑소니를 당해도 바로 보험 처리가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올해 1분기 자동차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8%대나 감소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흐리고 쌀쌀하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바람 막아 줄 겉옷 준비하셔야 겠습니다.
목요일부터는 다시 한낮 기온이 오른다니 오늘만 꾹 참고 버텨 보자고요.
변함없이 오늘도 승리하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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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에서는 운전 강사나 버스 운전사를 못 구해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 정부는 이 업종을 포함해 자국민들이 꺼리는 일자리에 해마다 30만 명 가량의 숙련된 이민자들이 유입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동이 아니라 독일 가라는 얘기 나오겠구나. 청년들 대형 면허 따라 하겠네?

2. 청각 장애 여성이 미국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발탁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 합류한 것이 인연이 되어 백악관에 근무하는 첫 청각 장애인이 됐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겠지요...

3. 낙석 사고로 최근 5년간 국립공원에서 백 명 가까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사고를 당해도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19개 국립공원의 낙석 위험 지역은 180여 곳입니다.
낙석 사고는 아니지만 이틀 전 강화도 마니산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건강을 위한 산행이 사고로 이어져서는 안되겠죠? 안전이 최우선!!

4. 검사의 '인종 편견'에 따른 기소로 30년간 복역한 미국의 한 흑인 사형수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래서 법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되, 편견의 시선은 질끈 감아 주길...

5. 환경 운동에 관심을 보여온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카리브해의 섬에 친환경 리조트를 짓습니다.
바다 위에 활 모양으로 건설되는데, 생태 환경을 복원하겠다는 목표에 맞게 인공 산호초와 물고기 쉼터 등이 설치됩니다.
그리고 거기 놀러 가려고? 아무리 친환경으로 짓는다 해도 사람이 발 담그면... 그때부터 오염.

6. 교육부가 사학비리 전력자인 김문기 씨의 총장 해임을 요구한 상황에서 김 씨의 맏아들을 상지대 이사로 승인했습니다.
비리재단의 족벌 세습 체제를 허용했다는 지적입니다.
아버지는 안돼도 아들은 괜찮대? 그냥 니들끼리 다 해 먹어라 그거네?...

7. 국무조정실이 전체 간부 공무원들의 외근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가 출장을 핑계로 나섰디만 서울청사와 세종청사 어느 곳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피곤해서 사우나 갔나 보구만... 그러게 다 내려갔어야지~ 듣도 보도 못한 관습법에 청사가 둘이니 말야. 쯧쯧~

8. 주요 금융 회사 20곳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곳의 지난해 남자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 회사라 돈을 물 쓰듯이 팍팍 쓰나 보다. 살짝 부럽네...

9. 한두 살 자녀 키우는 부모님들, 아기들에게 TV나 스마트폰 많이 보여주시나요?
이런 습관이 아이의 언어 발달을 지연시킨다고 합니다.
우리 딸 키울 때도 칭얼대면 비디오 꽤나 보여줬는데... 근데 고딩인 우리 딸 청산유수 말만 잘하는데~ 이건 뭐지?

10. 한국인 6백여 명이 참혹한 노동 끝에 숨져간 일본의 옛 산업 시설들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 외교당국은 뭘 한 걸까요?
뭐하긴 뭐해~~ 수수방관하다 '반대' 입장 표명, 유감스럽다는 발표나 하겠지...

11. 서울의 버스, 지하철 요금이 오를 듯 합니다.
인상폭은 지하철 300원, 버스 200원 선을 예상하고 있으며, 인상안이 통과하면 심의를 거쳐 이르면 6월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서울이 오르면 전국이 꿈틀~ 있는 사람들이야 그깟 몇 백 원 하겠지만...

12. 초코우유 같은 우유 제품도 카페인 함량이 일정 기준이 넘으면, 학교 등에서 판매가 제한되고 방송 광고도 금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유랑 초콜릿이랑 섞는데 카페인이 왜 들어가지? 아무튼 술 마실 땐 딸기우유 강추!!

13. 고대 문명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흔히 피라미드 하면 이집트를 떠올리는데, 인도네시아에서 '2만 년 전 피라미드'가 발견돼 화제입니다.
2만 년 전이면 크로마뇽인인데... 이 양반들이 뭐하려고 그랬을까? 궁금하네~

14. 법무부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앞서, 야당 의원들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련 수사 자료 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법'을 다루는 법무부가 이런 비상식적 '탈법'을 저질러도 힘없는 야당은 할 말이 없데이~

15. 야식이나 과식과 같은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병 진료인원은 4년 동안 37% 증가했다고 합니다.
제때 먹고, 많이 씹고, 천천히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걸 누가 모르나? 이 경우는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님.

16. 교통경찰이 외근 활동 중 과태료 체납 차량을 발견하면 현장에서 바로 해당 차량의 번호판을 뗀다고 합니다.
그동안 과태료 담당 경찰이 맡았던 과태료 체납 차량의 번호판 영치 업무를 전체 교통 외근 경찰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당장 돈이 없어 못 낼 수도 있지... 어차피 차 팔 때 다 정산해야 하는구만,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야 하나?

17. 해외 연구팀이 코끼리의 유전자에 매머드의 유전자를 융합하는 방법으로 매머드 복원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코끼리의 조상, 매머드를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쥬라기 공원에서 봤던 공룡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입장료 비싸겠지?

18. 최근 미국 캔자스 대학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우유 속 항산화 물질인 글루타티온이 뇌 세포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유가 치매 예방에 좋다는 얘기인데, 우유가 사람에게 과연 이로운가에 대한 논란도 있고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것에 대한... 뭐 그런 거는 아니겠지?

19. '문자할 돈으로 급식비 내라'는 막말 문자 메시지를 학부모에게 보내 논란을 빚은 새누리당 이성애 경남도의원이 5일 '미안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분이 자그만치 문화복지부 위원장이십니다. 작년엔 독일로 외유성 연수를 다녀왔다죠? 아이들 밥은 못 먹여도 혈세로 놀러는 가는 모양입니다.

20. 김진태 의원은 유족들의 비난에도 계속 세월호 인양에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강 하류에 끈벌레가 또 대량 출몰해 어민들은 '재앙 수준'이라고 합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다음 주에 대면합니다.
금년 7월 1일에 1초 늦추는 '윤초'가 실시됩니다.
숨진 고라니를 치우다 교통사고로 숨진 경찰관의 순직이 인정됐습니다.
모바일 광고가 내년 1천억 달러를 돌파해 디지털 광고의 절반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미국의 한 민간 연구소가 북한이 25년 안에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구름 많고 간혹 비 오는 주말이었지만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기분 좋고 상큼한 출발 되시길 바랍니다.
멋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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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해외자원개발사업 진상 규명의 필요성

■ 노사정위 파행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해외자원개발사업 진상 규명의 필요성

 

[한국일보 사설-2010406월] 여야, 자원외교 진상 규명 기회 살려야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활동 시한이 내일이다. 그런데도 여야가 청문회 증인채택 이견으로 단 한 차례의 청문회도 못 연 채 100일을 허송하고 빈손으로 특위활동을 마감해야 할 상황이다. 여야 합의로 최대 25일까지 활동기간 연장이 가능하지만 증인채택을 둘러싼 의견 차가 워낙 커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 결국 소모적 정치공방으로 지새다 흐지부지되곤 했던 과거 국정조사의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한국석유공사ㆍ한국가스공사ㆍ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 3사가 2003년부터 벌여온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총체적 부실이었음은 감사원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이 기간 116개 자원개발사업에 투자된 31조4,000억원 가운데 회수액은 4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남은 26조8,000억원 가운데 회복이 어려운 손실금액만도 3조4,181억원에 이르고, 나머지 투자액도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감사원은 경제성을 과다하게 평가해 터무니 없이 비싸게 사들이거나 충분한 투자재원 없는 단기 차입위주로 자금을 조달해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자원외교를 명분으로 저질러진 비리와 불법행위는 검찰 수사와 감사원의 해외 현장감사 등을 통해 철저히 규명되어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원외교 추진과정의 무리수와 정책판단 잘못 등은 국회 국정조사 특위 활동을 통해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차원에서 추진된 해외자원개발이 주로 문제지만 노무현 정부 때도 해외 유전개발 등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전ㆍ현 정권과 여야를 떠나 해외자원개발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교훈을 얻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이유다.

 

여야가 정파적 고려에서 한 발씩만 물러난다면 청문회 증인 채택 등에 합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야당은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형 이상득 전 의원,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지경부 1차관을 지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5인방’의 증인 채택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망신 주기나 정치 공세에 매달리려는 게 아니라면 증인 채택 문제에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호통치고 망신 주기에 열을 올리는 것만으로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때도 됐다.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변신하겠다는 야당이라면, 청문회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여당도 야당의 무리한 주장을 핑계로 청문회를 회피하려는 꼼수를 부리려다가는 국민 여론의 역풍을 피해가기 어렵다. 여야는 이쯤에서 증인채택 실랑이를 끝내고 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해 모처럼 마련된 해외자원개발 진상 규명 기회를 되살리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06월] 감사원 발표로 더욱 필요해진 ‘자원 국정조사’

 

감사원이 3일 발표한 해외자원개발사업 감사 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자원외교’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부실을 예상하긴 했으나 감사원이 밝힌 실상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수십조원을 더 손해 볼 수 있으리란 전망에선 말문이 막힐 정도다. 현실이 이런데도 행정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국회에선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종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가당치 않다.

 

감사원의 발표를 보면, 2003년 이후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액수는 31조4천억원이며 앞으로 34조3천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지만 투자금 회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투자가 대부분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31조4천억원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절 투자분은 3조3천억원이며, 나머지 27조여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투자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는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치닫게 한 핵심 쟁점인 ‘청문회 증인’ 문제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보여준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원외교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해외자원개발을 해왔으므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발표를 보면, 해외자원개발 실패의 주범이 이명박 정부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데도 증인 공방을 이유로 7일 종료되는 국정조사의 시한 연장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기본 임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학교 무상급식에 드는 재정이 연 2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 열 배가 넘는 돈을 허공에 날려버린 정부를 그냥 눈감아준다면 도대체 국회가 존재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가 날린 수십조원의 공기업 투자액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에겐 국민보다 전직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더 중요한지 묻고 싶다.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꿔, 자원외교 국조를 연장하고 증인 채택에 성역을 두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이 더는 밑 빠진 독에 투입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게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6월] 정권 눈치나 보면서 뒷북치는 감사원

 

감사원이 3일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가 2003년 이후 벌인 31조원 규모의 116개 해외 자원 사업에 대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3개 공기업의 해외 투자는 노무현 정부 때 3조3000억원에서 이명박 정부 때 27조원으로 8배나 늘었다. 사정기관의 칼날이 전 정권 인사들에게 향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가 권력 실세들의 개입과 묻지마 식 투자로 대형사고를 낼 우려가 컸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문제는 당시엔 팔짱만 끼고 있던 감사원이 왜 돌연 뒷북을 치고 나왔느냐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가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2009년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정유공장을 비싸게 사들여 1조3371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정부에 3000억원의 배상소송을 걸라고 통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런 의혹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온 것이다. 그러나 당시 감사원은 “국내 공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켰다”고 오히려 석유공사 손을 들어줬다. 자회사 인수에 대해서도 “지식경제부의 방침을 받아 처리한 것”이라며 넘어갔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고 자원외교가 도마에 오르자 태도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4대강 사업을 놓고 이명박 정부 시절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총체적으로 부실한 사업”이라고 말을 바꾼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밖에도 이번 감사에선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주도한 이상득 전 의원·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무리하게 개입한 정황은 없었는지 밝혀내는 게 감사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에서 이런 내용은 쏙 빠졌다. 감사원은 또 회수가 불투명한 투자액 가운데 가스공사의 이라크 서부 아카스 사업(3조원)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지난해부터 IS(이슬람국가) 사태로 이라크 신규투자를 동결한 상태라고 한다. 감사원이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치를 부풀렸다면 안 될 말이다.

 

  감사원이 지난주 70여 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들어간 것도 석연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지방재정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달 12일 ‘부패와의 전쟁’ 담화를 발표한 직후 감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감사 대상엔 박원순 서울시장·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선 후보로 거명되는 야당 인사들도 많다. 정권 입맛에 맞춘 ‘표적감사’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최고 감사 기관이고, 상시(常時) 감사 기관이다. 3개 공기업이 날린 돈은 감사원이 전 정권 시절 지금처럼만 눈을 부릅뜨고 감시했다면 액수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감사원이 권력과 시류의 눈치를 보며 뒷북 감사를 하는 대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다할 때 정부도, 공기업도, 대한민국도 바로 설 수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50406월] 31조원 투입된 자원개발, 옥석 가려 손실 줄여야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 가운데 하나로 지탄을 받는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1차 감사 결과가 지난 주말에 나왔다.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자원개발에 투자한 돈은 31조 4000억원이나 되는데 겨우 4조 6000억원만 회수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27조원은 회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말인데 더욱 기가 찬 것은 앞으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무려 34조 3000억원을 더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대통령의 독려에 발맞추기 위해 공기업들이 실적 경쟁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임기만 채우면 되는 공기업 사장들은 해외자원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빚을 내 마구 사들였다. 목표를 채우려고 매장량이나 수익률을 부풀려서 비싼 값에 매수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상관도 없다는 듯 떠나버렸다.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한 경영자들이다. 민간기업이라면 과연 이런 무분별한 투자를 했을까.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 해외자원 개발은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해 왔던 사업이다. 산업을 굴러가게 할 동력을 일찌감치 선점하는 것은 현 정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국가적 과업이기도 하다.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을 눈앞에 둔 중국이 우리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여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자원을 싹쓸이하다시피 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에 뒤지지 않으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들이라는 말은 물론 아니었다. 비용 대비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가치가 뛰어난 자원은 과감하게 사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포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31조원이라는 투자금이 대부분 차입금이고 앞으로 그만 한 돈을 더 퍼부어야만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현실은 더욱 절망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탄만 하고 여기서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재편성해야 한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신중한 논의를 거쳐 정리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사업은 투자비용을 최대한 줄여서 경제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옥석(玉石)을 가려 내야 한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희망이 보이는 사업을 헐값에 처분해서는 안 된다. 이익을 보지 못한다면 손실을 줄일 길을 다각도로 찾는 게 지금부터 할 일이다.

 

세 공기업은 자원개발에 매진하는 와중에 부채가 많게는 20조원까지 늘었다. 빚더미에 있으면서도 가스공사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는다.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신용등급 추락, 나아가 공기업 부도라는 비극에 이르지 않으려면 임금과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에 대해 발뺌과 해명에만 급급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자원외교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자원외교에 관한 국회의 국정조사부터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노사정위 파행

 

[한국일보 사설-20150403금] 정부에 일차적 책임 있는 노사정위 파행

 

노동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중단됐다. 애초 정한 활동 마감시한(3월31일)을 넘긴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는 결렬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이 3일 “정부와 경영계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없으면 회의 참석이 무의미하다”고 선언한 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으나, 대화의 물꼬는 꽉 막힌 상태다.

 

노사정이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왔음에도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건 아쉽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노동시장 개혁의 논의 방향을 처음부터 한쪽으로 정해버린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처음 입에 올린 것을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쉬운 해고’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노동시장 개혁의 큰 그림인 양 강하게 밀어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노동시장 개혁이 4대 국정과제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배경에도, 노동시장 개혁이란 곧 ‘과보호되고 있는’ 정규직의 특권을 줄이는 것이라는 편향된 인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 이후에도 정부가 해고 및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등 기본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을 두고, 노동계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기타 쟁점에서 자신들을 더욱 압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이런 정부의 인식은 현실과 거꾸로 가는 처방이라는 이유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나 사쪽은 외국의 노사 대타협 사례를 자주 입에 올리는데, 이는 대부분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물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에 반해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주문할 만큼 정부가 스스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거두지 않는 상황 아닌가. 필연적으로 임금 삭감과 소득 감소를 가져오기 마련인 노동시장 유연화는 이 시대의 노동시장 개혁과는 어울리지 않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처방이다.

 

노동시장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뉜 이중구조를 깨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노사정 논의의 틀은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이해를 충분히 담아내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한국노총의 완강한 행태를 두고 정규직 노조의 특권 지키기라는 일부의 따가운 시선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저임금 인상,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 개편 등 다양한 형태의 대화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노사정위가 노동개혁 볼모되는 이런 상황

 

결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판을 깨고 나왔다. 한국노총은 지난 3일 소위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철회하지 않으면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불참 방침을 밝혔다. 말이 조건부 불참이지 사실상 빠지겠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이 철회를 요구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 5개 사항은 정부나 경영계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아니 노동개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결렬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하다.

 

노·사·정 합의를 통한 노동개혁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개혁의 대상인 기득권 노조가 개혁의 주체가 돼 한발짝도 물러서지 못하겠다는데 그 어떤 개혁이 가능하겠나. 노조 조직률이 10%를 겨우 넘기는 상황에서 대표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철밥통 노조’와의 협상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설사 대타협을 이룬다 해도 모양새만 갖추기 위한 총론적 선언적 수준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합의라는 틀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독일의 하르츠개혁,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 등을 모범사례 삼아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 대타협을 시도했지만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다. 이번 노·사·정 협상이나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적 대화를 통한 개혁을 이뤄낼 역량이 너무 부족하다. 지루한 협상은 노동개혁에 대한 의구심만 높여놨다. 개혁 성과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던 실업자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약자들은 이번에도 텅 빈 가슴만 쓸어내리고 있다.

 

하지만 노동개혁은 더 미루기 어렵다. 무엇보다 비정규직과 고용 유연성, 정년연장, 통상임금 등의 문제는 저성장 국면에 본격 접어든 우리 경제가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정년연장만 법제화해 놓고 임금피크제 같은 뒤처리는 나몰라라 하는 정치권에 기대할 것도 없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다. 노사의 극적 합의가 거의 불가능하다면 정부라도 적극 나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은 달지 않겠다는 식이라면 이번에도 노동개혁은 물 건너갈 게 뻔하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406월] 적극적으로 세월호 인양에 나설 때다

 

국민 77%가 세월호 선체 인양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월호 1주기 국민 여론조사’에서 772명(77.2%)이 ‘세월호 선체 인양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올 초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 61%가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비해 15% 포인트 이상 인양 의견이 늘어난 결과다. 인양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진상규명을 위해’ ‘유족들이 원하고 있어서’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등의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찬성 의견은 40대 이하에서는 80%를 넘었고, 50ㆍ60대에서도 각각 68.6, 69.8%에 달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세월호 선체 인양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일깨운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휴일인 어제도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선체 인양 이외의 방안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가족과 국민 다수의 뜻이 이렇다면 우선 그에 따르는 게 낫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 문제를 검토한 특별팀의 최종보고서가 이달 말이나 돼야 나온다는 이유로 선체 인양 여부 결정은 5월은 돼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기술적 문제가 주된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무게가 1만1,000톤(물속 9,000톤)에 이르는 세월호를 절단하지 않고는 곧바로 인양하기 어려운 데다 자칫 인양 과정에서 제대로 무게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 날씨와 조류 문제 등의 자연 조건이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는 유가족과 국민 다수의 뜻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각오만 서면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대 3,000억원에 이를 비용 문제도 제기된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산출되지 않은 참사 이후의 각종 대응 비용과 논란 장기화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의 비용에 비해 결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애써 선체 인양의 실익을 따질 것도 아니다. 유가족과 국민 다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참사로 겪은 ‘심리적 외상’의 치유다. 안전한 인양작업에 만전을 기할 수만 있다면, 인양 이후 특별한 성과가 없더라도 유가족과 국민의 상한 마음은 많이 나아질 수 있다. 당장 인양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갈등의 골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만도 값어치가 있다. 세월호 참사 이래 사회적 갈등의 골이 더욱 깊게 한 ‘세월호 논란’을 하루 빨리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적극적 인양 방침을 세우고 기술적 대책 마련을 서두르길 촉구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406월] 가계부채, ‘땜질 처방’ 아닌 근본대책 필요

 

안심전환대출 등 금융당국의 부분적 부채 구조조정 시도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전반적 위험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주택대출) 규제완화에 저금리가 맞물려 지난해 하반기 이래 부채 총량이 급증, 위험 관리책만으로 위험요인 확대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30대 주택대출 급증세만 해도 그렇다. 어제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대출 가운데 39세 이하 대출잔액이 지난해 2월 44조4,000억원에서 올 2월 54조8,000억원으로 1년 새 23.6%나 늘었다. 이는 40대 주택대출 잔액 증가율 11.6%는 물론, 50대(7.9%)와 60대 이상(7.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30대가 주택 구매의 주력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세난에 쫓긴 30대의 ‘빚 내서 집 사기’는 가처분소득 감소는 물론, 앞으로 예상되는 금리 상승 때는 적잖은 위험요인이 되리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정부는 국내 가계부채가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위험 ‘취약 고리’가 있긴 하지만, 지난해 기준 전체 부채의 70% 가량이 소득 상위 40%에 집중돼 있고,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도 각각 25% 내외에 이를 정도로 건전하다는 게 근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 가계부채는 가까스로 유지되는 부동산 경기와 저금리라는 두 축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 축 중 하나만 흔들려도 매우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전반적 위험은 차치하고라도, 가계부채 ‘취약 고리’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정부는 주택대출 규제완화로 비은행금융권의 고금리 가계부채 일부가 저금리 은행권으로 전환되는 부채 구조조정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재성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계층의 경우, 주택대출 규제완화가 이루어진 지난해 8월 이후 은행권은 물론 비은행금융권의 대출도 함께 증가해 취약계층의 부채상황이 오히려 악화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정부 역시 ‘취약 고리’를 감안한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안심전환대출 마감 후 “서민금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등 취약계층 대상 정책금융의 개편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대책이 부동산 부양책의 후순위로 떠밀려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한 전반적 위험관리는 표류하기 쉽다. ‘땜질 처방’을 넘는 근본적 정책전환이 검토돼야 할 이유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406월] ‘이란 핵 합의’ 이후 한국의 ‘북핵 외교’

 

역사적인 ‘이란 핵 합의’ 이후 북핵 문제가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뒤 “이란과 북한은 매우 다른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이란 핵 문제와 북핵 문제를 연결짓는 질문과 답변이 공개적으로 오가는 것 자체가 두 문제의 상관성을 잘 보여준다.

 

물론 이란 핵과 북한 핵 문제는 두 가지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란은 핵무기를 아직 개발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일정 수준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또 이란은 원유 수출 제한 등 외부 세계의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발휘하는 상대적 개방사회인 반면, 북한은 외부 세계의 경제제재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폐쇄 경제체제다.

 

그러나 난해한 핵 문제를 협상 관련국들이 서로 주고받기를 통해 외교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은 2008년 12월 마지막 6자회담 이후 6년 넘게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핵 협상에도 큰 교훈을 준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난관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란 핵 협상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반발은 그보다 덜하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협상 의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 지금 미국은 북핵 문제에 이란 핵협상에서 보인 것만큼의 의지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이 밝혔듯이, 북한의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대화 재개의 선행조건임을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 쪽에서 북핵 해결이나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의 동력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곤경을 겪고 있는 우리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곤경을 겪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도 남북 사이의 긴장이 완화된다면 쉽게 피해 갈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란 핵 합의 이후 우리 정부가 보이고 있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란 핵 합의를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어떤 의지나 움직임도 찾을 수 없다. 이런 태도로는 지난해 말부터 미·중·일·러를 발품 들여 찾아다니며 모색했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탐색적 대화’도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풀어줄 수 없다’는 자세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6월] 화평법 손질 안 하면 통상마찰 빌미 줄 수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국내에서 올 1월부터 시행 중인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기술 분야의 대표적 무역장벽으로 규정했다. USTR은 지난 2일 공개한 ‘2015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화평법이 ‘민감한 기업정보를 유출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USTR이 미국의 수출에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지적하는 것으로 매년 발간된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화평법을 대표적인 ‘과잉 규제’로 꼽아 왔다. 화평법은 기업들이 취급하는 모든 화학물질과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판매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의무적으로 보고·등록하고 심사·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애초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법이지만 기업들은 등록비가 물질당 수백만~수억원이 드는 데다 기업 기술·기밀 정보까지 공개해야 하는 등 부담과 부작용이 크다며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USTR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통상 마찰이 생길 우려도 커졌다.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듀폰·다우케미컬 등이 화평법에 따라 피해를 봤다고 판단되면 미국 정부가 문제를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화평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왔다. 2011년 우리 정부가 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자 무역 장벽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경고했고 2013·2014년 무역장벽 보고서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게다가 올해 보고서에는 “한국 환경부가 하위 규정을 만들면서 업계의 의견 수렴 기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며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장 미국이 화평법을 걸고 넘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 국내외 화학·제약 업체들은 한목소리로 화평법을 ‘반 시장 규제’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제를 첩첩이 쌓아놓고 무슨 기업 경쟁력을 말하고 규제 완화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미국 정부와의 통상 마찰 여부를 떠나 이런 과잉 규제를 계속 끌고 가야 하는지 정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6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경박한 처신

 

노무현 정권의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씨가 송사(訟事)에 휘말렸다. 그는 2년 전부터 골프대학을 운영하는 학교재단의 감사와 그 대학의 총장대리를 지냈다. 그는 올해 학교 소유주 측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재단 측은 그를 사기·명예훼손·횡령 등으로 맞고소했다. 김씨는 소유주가 거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한다. 재단 측은 김씨가 전직 국정원 간부들을 고용하고 과다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비난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상관없이 공익적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건 김씨의 처신이다. 김씨는 역대 국정원장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일을 담당한 인물이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정원 내에 설치된 ‘과거사건 진상규명 발전위원회’의 간사를 지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담당 차장과 원장으로 승진했다. 원장 재임 시에는 2007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두 차례 북한에 가서 남북정상회담을 교섭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비밀정보기관이자 국가안보 중추기관이다. 그런 기관의 장을 지냈으면 퇴임 후에도 자신의 노출과 품격을 적절히 관리하는 신중함을 지녀야 한다. 선진국의 정보기관장들에게는 일종의 도덕적 의무로 이런 처신이 요구된다. 영국의 해외담당 정보기관 MI6의 기관장은 재임 중에도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 퇴임 후에는 대개 조용한 지역에서 은둔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너무 엄격한 제한은 어려울 것이다. 전직 정보기관장들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자유는 ‘신중한 노출’이라는 의무 속에 있어야 한다. 김씨는 재임 중에도 경박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한국의 선교단이 납치됐다. 한국은 돈을 지불하고 인질을 빼내야 했다. 이런 식의 구출은 그리 자랑할 게 못 된다. 그런데도 당시 김만복 원장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가 웃는 얼굴로 홍보 사진을 찍었다. 국정원은 원장을 칭송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경향신문 사설-2010406월] 박상옥 청문회, 한국 민주주의 가치 지켜내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내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선다.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70여일 만의 일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축소·은폐한 검찰 수사팀의 일원이 사법정의와 인권옹호의 보루인 대법관이 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불행이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기를 권고한다. 그러나 기어코 청문회에 나오겠다면 철저히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청문위원들은 오늘 이 땅의 민주주의가 박종철씨의 죽음에 큰 빚을 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1987년 2월 서울지검 수사팀은 박종철씨를 고문한 경찰관에게서 ‘공범이 3명 더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2명만 기소한 채 사건을 덮었다. 검찰은 5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공범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폭로한 뒤에야 2차 수사팀을 구성해 이들을 추가로 기소했다. 1·2차 수사에 모두 참여한 박 후보자는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 외압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특히 수사팀의 말석 검사로서 수사를 주도할 위치가 아니었고 권한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말석’이 면죄부의 필요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직급이나 임관시기와 관계없이 모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다. 박 후보자가 외압을 알았건 몰랐건 최소한 부실수사를 한 정황은 분명해진 터다. 1차 수사기록을 분석한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고문 경관 강모씨에게 7시간 동안 96차례 질문을 했지만 공범의 존재나 상급자 지시 여부는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박 후보자가 기소 전날에야, 후일 공범으로 밝혀지는 반모·황모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며 “그러나 질문의 3분의 2가 박종철씨 연행시간에 대한 것일 만큼 형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판기록 등을 보면, 1차 수사에서 박 후보자는 강씨를 상대로 ‘반모씨가 주범인데 왜 강씨가 주범으로 돼 있느냐’고 추궁하다 답변이 없자 그냥 넘어간 것으로 나온다. 강씨는 최근 ‘박 후보자 등 검사들이 박종철씨를 담당한 주무 경찰관이 누구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에도, 무고한 시민을 물고문한 혐의로 입건된 경찰관을 불구속 처분했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자성도 없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과거에도 대법관 후보자가 임명동의 과정에서 개인비리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일은 있다. 그러나 박 후보자의 경우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폭력과 야만과 허위에 죽음으로 맞서 쟁취한 한국 민주주의의 가치와 직결된 문제다. 박 후보자가 대법원에 입성한다면 민주화에 헌신한 영령과 그 가족들을 대할 낯이 없게 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06월] 일본은 한·일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나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와 외교청서를 잇달아 발표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오늘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부과학성이 지난해 1월 교과서 제작 지침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을 개정,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명기토록 한 이래 첫 검정이다. 그동안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독도 관련 내용을 거의 담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독도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표현을 담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도 내일 발표하는 외교 백서인 외교청서에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은 해를 거듭할수록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간여할 수 있는 모든 출판물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넣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 때문에 일본이 겉으로 하는 말과 달리 실제로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별 관심이 없는 것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올해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식민지가 된 한국이 해방된 지 70년, 한·일 국교를 정상화한 지 50년이 된다. 말하자면 일본이 한국에 어떤 존재였는지 한국인들이 새삼 되새기는 시기인 것이다. 일본은 1905년 2월 시마네현 고시를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시마네현이 고시라는 행정절차로 독도를 편입했을 때는 이미 일본이 한국의 주권 상당 부분을 빼앗았을 때다. 이는 독도문제가 영유권 갈등 문제 이전에 일본의 한국침탈이라는 과거사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강조하면 할수록 과거사를 청산할 줄 모르는 일본의 한계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인이 모두 과거로부터 비롯된 오래된 원한으로 일본을 대하는 것은 아니다. 협력과 교류를 통해 양국에 이익이 되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지 또한 높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이 상호 협력을 심화,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을 자극하는 일을 멈출 줄 모른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다. 일본이 아무리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다고 해도 독도는 일본 땅이 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것이 될 수 없는 땅을 위해 후대까지 영유권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적 정책이다. 일본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406월] 도심의 잇단 지반침하 예사롭게 볼 일 아니다

서울시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도로 위 구멍을 ‘싱크홀(sink hole)’로 표현하는 것을 꺼린다. 싱크홀이란 본래 석회암이 물을 만나 녹으면서 구멍이 생기는 자연현상이다. 서울시내에는 그런 석회암 지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도로 위에 생기는 구멍은 싱크홀이 아닌 ‘도로함몰(혹은 지반침하)’로 표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용어의 차이가 시민을 불안케 하는 본질 문제는 아니다. 외려 싱크홀보다 도로함몰(지반침하)이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의 싱크홀이 그저 자연에 의한 현상일 뿐이지만 최근 서울시내의 도로함몰(지반침하)은 주로 인위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컨대 지난 2월20일 발생한 용산역 싱크홀은 불완전한 차수벽 때문에 지하수와 토사가 유출되면서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일주일 사이 신촌역, 코엑스 사거리, 삼성중앙역, 중계동 등에서 잇달아 발생한 싱크홀은 어떤가. 주로 지하에 매설된 낡은 하수관과 지하철 공사와 같은 지반 굴착공사 때문이었다.

 

낡은 하수관의 경우 틈새로 샌 물이 하수관 주변의 흙을 쓸고 지나면서 땅속의 구멍이 생긴다. 서울시내 하수관(전체 1만392㎞·2013년) 가운데 30년 이상 된 노후관이 절반에 가까운 5023㎞에 이른다. 여기에 지하철 건설이나 건물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하수관을 건드리거나, 지하수가 유출되는 사례가 급증했다.

 

지난 13년 동안 지하철 주변의 지하수위가 평균 1.7m 낮아졌고, 최근 1~2년 사이 서울 지하수위의 높낮이도 요동치고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땅이 꺼질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걱정을 결코 과장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도 용산역 근처 정류장에서 길을 가던 행인들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동영상의 모습이 생생하다. 또 많지 않은 봄비에도 무더기로 싱크홀이 생겼는데 여름 장마철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서울시와 중앙정부는 우선 노후하수관 교체를 위한 예산 투입에 힘을 모아야겠다. 또 환경영향평가처럼 지하수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어야겠다. 모든 지하공간의 3차원 지도 구축 등의 근본대책도 구체화해야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공사장에 대한 철저한 현장 지도관리가 시급하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폐습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지금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한다는 춘추시대 ‘기우(杞憂)’의 고사를 떠올릴 때인가.

 

 

[서울신문 사설-20150406월] 전문성 떨어지는 ‘정피아’가 ‘관피아’보다 더 문제다

지난해 4월의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政)피아’가 빠른 속도로 꿰차고 있다. 공기업 28곳, 준정부기관 85곳, 기타 187곳 등 300개의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관피아는 줄고 정피아는 늘었다. 공공기관 300곳의 기관장·감사 등 397명 중 관피아는 세월호 참사 당시 161명이었으나 지난달에는 118명으로 43명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정피아는 48명에서 53명으로 늘었다. 관료 출신의 공기업 기관장, 감사가 물러나자 정치권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그 자리에 속속 입성했다. ‘어부지리’를 얻은 꼴이다. 정치권 언저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에게 공공기관의 요직을 선심 쓰듯 나눠 주는 것은 큰 잘못이다. 외부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되지만, 최소한 그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인사가 가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척결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전관예우와 민관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의 고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음이 확인됐다. 관피아가 없어진 자리를 정피아가 차지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정피아는 일반 공기업은 물론이고 금융기관까지 접수하면서 또 다른 ‘적폐’가 되고 있다. 조직에도 해가 되지만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는 일이다.

 

금융권의 감사 등 핵심 요직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문외한’들이 중요 보직을 다 꿰차면 조직의 투명성과 경쟁력이 살아날 수가 없다. 정피아를 막으려면 공공기관 인사 선발 시스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 법에 정해진 대로 공공기관이 적임자를 뽑을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그 책임을 함께 묻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공개를 한 공공기관이라면 기관장과 감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들의 의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인을 비롯한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권에서 항상 반복됐다. 대선캠프 출신을 비롯해 정권 창출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들은 대통령 임기 내 한 자리씩을 차지해 왔다. 비정상적인 관행이며, 끼리끼리 문화의 전형이다. 오랜 병폐의 싹을 잘라야 한다. 비정상적인 잘못된 관행을 이제 없애야 한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맨날 비리척결만 외친다면 어느 국민이 정권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을 없앨 때도 되지 않았나.

 

 

[서울신문 사설-20150406월] 北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남북 협의 외면 말라

 

개성공단이 2013년 가동 중단 사태 이후 다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북측이 남북 당국 간 합의를 깬 임금 인상을 수용하라고 입주기업들에 채근하면서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3월분 임금 지급 기간은 이달 10∼20일이다. 우리 측은 공단의 파행을 막기 위해서 금명간 당국 간 협의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의 호응 여부에 따라 이번 주 개성공단의 운명이 기로에 서는 셈이다.

 

북측은 최근 일방적인 임금 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북측 직장장들을 통해 우리 측 입주기업의 경리 담당자들에게 인상된 3월분 임금 및 사회보험료 산정 지침을 통보해 온 것이다. 남북 간 합의도,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도 모두 어기는 일방통행이다. 남북이 합의한 노동규정은 전년도 최저 노임의 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인상하도록 하고 있다. 북측이 이번에 이 조항을 아예 없앴다고 통고한 형국이다. 남북 간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다. 얼핏 보면 북이 요구한 인상률은 5%보다 겨우 0.19% 포인트 높아 별것 아닌 양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합의를 무시하며 북한 맘대로 임금을 인상하도록 물꼬를 터 주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런 나쁜 선례는 시장원리에 따른 공단의 정상적인 발전을 영영 기대할 수 없게 한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5만 4000여명의 평균 임금은 월 140∼150달러 수준이다. 남측 기업도 국내에서 공장을 돌릴 때에 비해 인건비를 줄이는 이점이 있지만, 개성공단의 임금이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임금 수준에 비춰 별반 낮지는 않다. 외화난에 허덕대는 북한이 적어도 연간 9000만 달러를 챙긴다면 적은 돈인가. 그런데도 최근 훈춘 등 북·중 접경 공단에서 북 근로자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북한이 배짱을 부리는 꼴이다. 중국 공단과 달리 개성공단은 우리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기반시설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북측은 근로자 일부 철수 또는 잔업 거부 등으로 입주 기업을 압박할 낌새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분할통치술로 목적을 관철하려는 수순이다. 그러나 북측이 남북 간 약속과 신의성실이라는 상거래 원칙을 저버려서 얻을 건 없다. 그래서야 공단의 장래를 기약할 수 있겠는가.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는 한계 기업들이 공단을 떠나는 사태는 논외로 치자. 국제적 상거래 관행이 안 통한다는 게 알려지면 앞으로 어느 국내외 기업이 공단에 발을 들여놓겠는가. 북한은 소리(小利)를 좇다 미래를 잃는 우(愚)를 범하지 말고 쌍방향식 공단 운영을 위한 남북 협의에 응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M&A 막는 영업권 과세법, 차제에 재개정하자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동부하이텍이 서울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 영업권에 대한 과세가 부당하다는 판결로, 우리는 이를 적극 환영한다. 동부하이텍은 2007년 동부한농이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해 설립된 회사다. 인수과정에서 자산평가 차익 2932억원이 발생해 금융감독원 회계처리준칙에 따라 회계상 영업권으로 처리했다가 6년 뒤인 2013년 778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자 소송을 낸 사건이다.

 

우선 회계상 영업권에 대한 과세가 온당하냐의 문제가 불거졌다. 금감원의 회계준칙을 따랐는데도 다른 정부기관인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논란거리였다. 영업권 관련 세법 개정이 2010년에 이뤄졌는데 2007년에 발생한 M&A까지 소급적용한 데 대한 반발도 컸다. 비슷한 사례가 400여곳이나 된다는 것도 관심을 끌었다.

 

M&A는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세금을 매기는 식이라면 이는 누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영업권 과세 논란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부과 문제이기도 했다. M&A의 경우 대개 주식교환으로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주식을 받았다 하더라도 파는 순간까지는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국세청이 동부하이텍 등에 세금을 매긴 논리는 주식을 팔기 전이라도 합병법인이 차익을 얻었고 그 핵심을 회계상 영업권으로 본 것이었다.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 논쟁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이 2007~2010년에 이뤄진 M&A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2010년 세법 개정 이후 이뤄진 M&A에 대해서는 회계상 영업권이 여전히 과세 대상이다.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무더기로 세금을 매기는 세법이 존재하는 한 2017년까지 M&A 시장을 70조원대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산업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세제로 재개정하는 것이 옳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아시아 청년들의 창업 경진대회 열기를 보고

 

취업도 창업도 언제까지 국내 시장만 바라볼 것인가. 세계적 취업난 속에 아시아 각국 대학생이 모여 창업 아이디어 경쟁을 벌인 ‘2015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릴 때임을 잘 보여주었다. 본지와 중소기업청이 공동 주최하며 올해 14회째를 맞은 이번 교류전에는 한국 몽골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일본 대만 태국 등 9개국 15개팀(16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아시아 각국의 창업 트렌드를 확인하고 대학생들이 어떤 제품을 개발해 해외로 진출할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올해 교류전에서 드러난 아시아 창업 트렌드의 공통점은 생활 속 각종 아이디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수상 작품 역시 긴급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헬피(helpy)’ 스마트폰 앱, 온도와 습도, 태양열을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한 ‘스마트 화분’ 등이 휩쓸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속도가 빠른 국내 대학생은 이런 분야의 창업 아이템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들이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1960~70년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환경에서도 국내 기업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오늘의 글로벌 기업을 일궜듯이 지금의 청년들이라고 못해 낼 이유가 전혀 없다.

 

취업도 해외로 눈을 돌릴 때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베트남에서 시작한 글로벌 청년사업가 육성 프로그램 인재들이 전원 해외취업에 성공하고 있는 게 좋은 사례다. 해외에서 5년만 ‘빡세게’ 굴러보면 일자리가 보일 것이라는 그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실제 처음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 청년들의 성공사례는 속속 보고되고 있다. 최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기구도 노려볼 만하다. 우리의 국제기구 지분만큼 취업도 그 정도 몫이 돼야 정상이다. 도전의지와 모험정신만 있다면 해외 창업도, 해외 취업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다. 이제는 창업 아이디어를 국제적으로 다투는 시대가 됐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동부하이텍 해외 매각 바람직하지 않다

 

동부그룹의 비금융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동부하이텍 매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업계 다수의 견해는 역시 동부하이텍이 국내 기업에 팔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쪽이다. 무엇보다 동부그룹이 10년 동안 3조원 이상을 투입한 고도의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해외에 매각될 경우 국부 손실은 물론 기술유출 가능성까지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이에 유념해 동부하이텍 매각작업에 힘쓰고 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초 신년 간담회에서 "동부하이텍은 재매각 절차를 동부 측과 논의하고 있다"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산업은행은 6,000억원에 달하는 동부하이텍의 신디케이티드론에 대한 대출 금리를 기존의 연 12%에서 5~6%로 파격적으로 낮추는 등 인수조건을 개선하는 한편 프라이빗 딜 형태로 국내외 매수 대상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뾰족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말 아이에이 컨소시엄의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 반납 이후 공개입찰 재개는 고사하고 인수조건 개선에도 사겠다는 측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LG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유력 기업들이 동부하이텍에 대한 관심은커녕 인수전 불참을 공언까지 한 것은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10년간 3조원을 반도체 투자에 쏟아 부은 끝에 그룹의 몰락을 자초한 것이 김준기 동부 회장의 비극적 결말이었으니 누구도 전철을 밟기를 원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아날로그 반도체는 장기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동부하이텍에 대한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더구나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첫 영업이익을 내면서 비로소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부가 반도체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가의 용단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유인책과 해법이 모색되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모두가 불안·불만인 은행 고임금 구조, 뜯어고쳐야

 

주요 시중은행 5곳의 지난해 남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다. 시중은행 8곳 가운데 나머지 2곳도 거의 1억원에 다다랐다. 기본적으로 고소득 자체는 누가 뭐랄 게 아니다.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앞장서 기업의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마당 아닌가.

 

그러나 최근 은행권의 급여 부담 증가는 무수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나 기업 실적 호전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이끌고 나갈 젊은 인재 등용이 늘어나지 않았다. 남자행원들의 평균 급여가 1억원선을 돌파한 것은 고령화 때문이다. 평균 근속연수가 늘어나니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부터는 법적 정년이 만 58세에서 60세로 늘어나 시중은행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판이다.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확충에 호응해 신입 행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입으로는 약속하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 고약한 점은 시중은행들의 남녀 행원 간 임금격차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은행권 임금 문제는 우리 경제가 봉착한 한계구조의 축소판 격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눈앞에 둔 우리 경제의 선택은 여성 취업 확대와 청년 일자리 확충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일자리 지키기도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다. 정작 은행의 40~50대 남자 직원들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떨고 있다.

 

모두가 불안한 현실을 타개하는 길은 서로 나누는 것 외에 없다. 청년 취업과 여성 인력 활용을 늘리고 정년도 보장하려면 임금피크제나 일자리 나누기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정이 좋은 은행권이 실험에 실패한다면 우리나라 산업군 중에서 새로운 대안을 강구하고 실행할 곳은 하나도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6월] '네 번째 화살' 민자활성화대책 성과 제대로 내려면

 

정부가 민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을 도입 21년 만에 손질할 모양이다. 민간자금을 SOC에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담긴 '2015년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대책'을 이달 중 내놓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경환 경제팀이 재정과 통화·구조개혁에 이어 네 번째 쏘는 화살이 될 듯하다.

 

대책의 핵심은 SOC 부대시설에서 나오는 수익을 민간에 더 많이 돌려주는 방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제지원과 제도개선 등 각종 인센티브도 마련하고 있단다. 민간자금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재정을 대신하고 SOC 건설도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다. 정부의 의도대로 실행되면 재정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에 모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간 나타난 민간투자사업의 폐해를 생각하면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민간재원 유인 목적으로 도입된 최소운영수익보장(MRG) 제도로 민간투자사업은 국가재정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09년 MRG가 폐지됐는데도 부작용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존 사업에는 최대 30년까지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주먹구구식 수요예측 때문에 부족한 수익을 정부 재정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MRG에 쏟아 부은 혈세가 5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민자도로는 도로공사 통행료보다 2배 가까이 비싸고 특정 사업자가 사업을 독점해 특혜 논란마저 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준비 중인 보완대책의 골자는 민간의 수익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줄여주는 데 맞춰져 있다. 민간자금을 어떻게든 활용해 어려운 재정난을 풀고 경기도 살려보려는 정부의 고충은 짐작할 만하다. 그렇더라도 민자사업 활성화에만 방점을 찍다 보면 '세금 먹는 하마'가 된 MRG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일본 정부 역시 SOC에 대규모 민간투자를 끌어들였으나 수요창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수요예측이 정확하거나 짜임새 있는 대책이 아니라면 오히려 재정운용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싱크탱크 시각/김보근(한겨레평화연구소장)-20150406월] ‘신상철 5년 재판’과 천안함의 민낯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5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신상철 재판’ 관련 공판조서들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여기엔 ‘천안함 합동조사단’ 위원들의 법정증언도 포함돼 있다. 그것을 읽은 느낌은 합조단 조사 결과도 철저하게 과학에 바탕을 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천안함 조사 결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1번 어뢰’에 기대어 짜인 것으로 읽혔다.

 

신상철 ‘진실의 길’ 대표는 애초 야당 추천으로 천안함 조사위원이 됐지만, 조사 결과 발표 하루 전인 2010년 5월19일 국방부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신씨는 이후 불구속 상태로 기소돼 오늘까지 재판정에서 힘든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가 벌이는 싸움 덕에 우리들은 천안함 조사 결과의 민낯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합조단은 조사 결과 보고에서 천안함 침몰 당시 “수심 약 6~9m,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위치에서 총 폭약량 티엔티 250~360㎏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폭발체로 ‘1번 어뢰’를 지목했다. 하지만 공판조서를 보면 이것도 하나의 추정일 뿐이었다.

 

우선 합조단의 누구도 ‘1번 어뢰’의 폭약량이 얼마인지 몰랐다. 2014년 9월29일 공판에서 황을하 합조단 폭발유형분과 위원은 1번 어뢰의 고성능 폭약의 폭약량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보분과에 요청했는데도 알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합조단에서 아무도 폭약량의 규모를 몰랐다는 얘기다. 결국 1번 어뢰의 폭약량이 티엔티로 환산할 때 250㎏인지, 350㎏인지, 심지어 400㎏ 이상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1번 어뢰를 폭발체로 지목한 것이다.

 

폭발 시뮬레이션 결과도 온전치 못했다. 2014년 4월28일 공판에서 폭발 시뮬레이션을 책임졌던 정정훈 합조단 함정구조분과 위원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천안함 절단 현상과 똑같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0년 5월15일 1번 어뢰를 인양한 이후 급히 티엔티 360㎏을 ‘수중 7m와 9m’ 두 경우로 나눠 폭발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9m 시뮬레이션은 “실제 손상이 천안함에 비해서 작”았고, 7m 시뮬레이션도 “선체의 절단까지는 완전히 시뮬레이션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합조단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무엇보다 ‘1번 어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1번 어뢰’에 모든 것을 건 것은 너무나 큰 도박이었다. 버블주기를 예로 들어보자. 합조단이 추정한 폭약량인 티엔티 250~360㎏은 당시 “공중음파로 추정한 버블주기가 1.1초”라는 데 기초하고 있다. 버블이 팽창했다 수축하는 시간을 가리키는 버블주기가 클수록 폭발량은 커진다. 버블주기가 이보다 크거나 작다면 합조단의 가설은 송두리째 무너진다.

 

이와 관련해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공중음파로 버블주기를 계산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몇차례의 천안함 논문 발표에서 버블주기를 0.99초라고 주장해왔다. 김 소장은 이를 천안함 사건 당시 ‘지진파’에서 추출해낸 것이라고 밝힌다. 이 경우 폭발량은 티엔티 136㎏이라고 한다. 이 주장이 맞다면 합조단 조사 결과의 유일한 증거물인 ‘1번 어뢰’는 오히려 이상한 괴물이 되고 만다.

 

이런 논쟁을 종식시키려면 국방부가 사건 당시의 지진파 원본, 천안함 항적도 등 여지껏 감추고 있는 자료들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천안함 논쟁은 영원히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신상철 대표이지만, 국방부의 비밀주의 탓에 사실 전체 국민이 여태껏 진실의 심판대 위에 놓여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 문화콘텐츠학)-20150406월] 꽃들은 어디로 가나

 

미술관 뒷마당이 통째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10층. 주거만족도가 10점 만점에 10점이다. 베란다 창문이 커다란 화폭이다. 사계절 풍경화다. 누군가 매일 그림을 바꿔 단다.

 

  바람은 신의 숨결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개나리가 행진하더니 어느새 벚꽃이 점령해 버렸다. 점입가경. 그러나 고작 일주일이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내고 벚꽃은 일제히 사라질 것이다. 근심은 없다. 4월은 또 찾아올 테니까. 꽃들은 약속을 지킬 테니까.

 

  미술관 부근 찻집에서 오래된 제자를 만났다. 얼마 전에 메일을 보낸 친구다. 대학부속병원에 왔다가 무턱대고 연구실까지 찾아온 낭만파. 부재 사실을 알리는 ‘퇴근’ 표시를 보자 왠지 억울해서 문고리를 잡고 두어 번 흔들다가 곧바로 주소 확인하고 메일 보낸 행동파이기도 하다. “원예학과 84학번으로 1학년 때 국어작문을 선생님께 수강하여 C+ 받은 서정남입니다.”

 

  얼굴은 기억 안 난다. 어색하게 웃으면서 걸어오는 저 ‘아저씨’겠지. 명함을 내민다. 국립종자원에 근무하고 있단다. 전공을 잘 살렸구나. 그가 다니던 원예학과, 이웃해 있던 식물보호학과는 오래전에 없어졌다. 꽃은 없어지지 않는데 꽃을 기르고 보호해 줄 사람들은 이제 키우지 않는구나. 세상이 참 약았다.

 

  기억이 부활한다. 꽃향기, 커피 향기, 추억의 향기. 시간이 물들어 간다. 듣고 보니 그동안 꽃에 관해 교재도 펴내고 신문에 연재도 오래한 전문가였다. 칼럼 제목이 ‘꽃과의 대화’다. 메일 끝에 “꽃에 대한 글쓰기와 문화콘텐트로서 ‘꽃문화의 가능성’에 대한 보수교육을 받고 싶습니다”고 쓴 게 빈말이 아니었다. ‘교육은 애프터서비스’라는 신념이 굳어지는 순간이다. 오늘은 그에게 A+를 주고 싶다.

 

  어제는 부활절이자 식목일. 부활절에 성당과 교회에서 왜 하필 삶은 계란을 주느냐는 인터넷 질문에 첫 번째로 올라온 답은 ‘깨질까 봐’다. 김수환 추기경의 유머 한 토막이 떠오른다. 삶이 뭔지 모르겠다며 묻는 사람에게 ‘삶은(Life is) 계란’이라는 명언을 남기셨다. 알이 부화해야(깨져야) 생명이 되듯 부활도 깨어야 이룰 수 있다는 말씀으로 다가온다. 마침 광화문에서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예배’가 열렸는데 그 주제가 ‘곁에 머물다’였다. 내 곁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오늘도 깨어나야겠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기먹종(논설위원)-20150406월] 소나무 시인

우리나라는 소나무 나라다. 이 땅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데다, 민족의 삶과 정신세계와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어서다. “나라꽃은 있는데 나라나무가 없는 게 말이 되나.” 소나무를 나라나무(國木)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인이 있었다. 소나무를 끔찍이 사랑해서 말년에는 오로지 소나무 시만 썼던 박희진 시인이다.

 

“잘생긴 소나무에는 풍류를 즐기는 도인과 같은 기품이 있어. 소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영성과 얼을 되살리는 일이지.” 얼굴 가득 수염을 하얗게 길러 그야말로 고결한 도인 풍모를 풍기던 여든다섯 살의 그가 지난달 31일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동인지 운동과 시낭송 운동의 선구자, <실내악> <청동시대> 등 35권의 시집을 낸 서정시인이라는 부음기사가 실렸다. 그럼에도 그의 자부심이었던 ‘소나무 사랑’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건 유감이다.

 

평생 독신을 고수했던 시인은 소나무를 가족으로 여겼고, 늘 소나무처럼 살기를 원했다. 소나무 박사 전영우 교수와 함께 소나무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동호회 ‘솔바람 모임’을 10년 넘게 이끌었다. 소나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려는 뜻이었다. 아름다운 솔숲과 명품 소나무를 찾아다니며 시상을 가다듬고 소나무 예찬을 쏟아냈다. 젊은 사람이 무색할 정도의 열정으로 소나무 시를 낭송했다. ‘소나무 아래 정자에선 녹차 한 잔 들게나/바쁜 세상일수록 마음을 비우고/솔바람 소리 듣는 법도 배워야지/차 맛은 길지만, 인생은 짧다네.’ 시집 <소나무 만다라>에 실린 ‘그대 벗이여…’ 전문이다.

 

2005년 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절명의 위기에 빠지자 ‘죽어가는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문화예술인 100인 선언’으로 지지부진하던 ‘재선충병방제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더구나 금강소나무 정토/각별히 키 크고 알찬 강송미림이 있어/그 안에 들어서면 넋을 잃는다네/빛과 고요의 벼락 세례 받기 때문.’(‘소광리 금강소나무 정토’에서) 뒷동산 늘 푸른 소나무처럼 향긋한 솔냄새가 느껴지던 시인. 이제 송홧가루 노랗게 날리는 계절이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마음속에 서늘한 솔바람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서울신문 칼럼-이태동 鐘樓에서/이태동(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20150406월] 책 읽지 않는 ‘문화융성시대’는 없다

 

2년 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 대통령은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때 우리는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문화는 곧 생활”이라며 앙드레 말로 문화부 장관과 함께 ‘현대판 르네상스’를 일으켰던 시대를 생각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융성을 이룩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추상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물론 그동안 정부와 청와대는 문화융성 사업의 일환으로 게임 산업과 ‘케이팝’ 같은 청소년 중심의 대중문화 부분과 정보기술(IT)과 관련이 있는 콘텐츠 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나 과연 새로운 ‘문화융성 시대’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의 확대만으로 열릴 수 있을 것인가. 왜냐하면 문화융성은 ‘문화가 역사’가 되는 르네상스 시대처럼 높은 수준의 미학적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혼(魂)을 움직일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가진 예술의 탄생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바람같이 지나가는 대중문화 예술과는 달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깊은 울림으로 인간을 보다 나은 모습으로 변신하게 하는 문화 예술의 탄생과 번영은 그것에 상응하는 문화적인 풍토를 필요로 한다. 존 듀이는 “야만인이 야만인이며 문명인이 문명인인 것은 그가 참여하고 있는 문화에 의한 것이다. 이 문화의 척도는 그곳에 번영하는 예술이다”라고 했다.

 

작금의 우리나라 문화 풍토는 문화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예술을 생산할 수 있는 선진국의 그것과는 너무 먼 거리에 있는 것 같다. “문화는 언어의 조건이며, 그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거칠고 저급한 막말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이기적인 진영 논리에 묻혀 “표현의 자유”를 잘못 이해하고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짓을 서슴없이 행한다.

 

이러한 반윤리적이고 야만적인 작태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감염되어 그들 사이에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새로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사태까지 갔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미래를 열어 갈 청소년들이 문화 창조를 위한 상상력의 보고(寶庫)인 책 읽기를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스마트폰에 빠져 있고 교실에서 책을 읽으면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슬픈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기계문명의 편의와 더불어 공허하고 쾌락적인 삶을 추구하는 잘못된 사회 풍조가 곳곳에 만연하며 더욱이 치열한 대입경쟁이 그들로부터 책 읽을 시간적 여유를 박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의 소질과 가능성을 발견해서 꽃을 피우게 하는 일보다 입시 위주로만 교육을 하는 교사들의 인식 부족 때문인 점도 없지 않다. 그들은 책 읽기가 학습 능력 발달은 물론 인격 형성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 것 같다.

 

책 읽기는 단순한 게임 오락과는 달리 인식론적인 깨달음을 가져다 주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히려 학습효과를 보이지 않게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창조정신은 물론 삶에 대한 지혜와 교양을 넓혀 준다.

 

선진국 진입을 열망하는 이 나라의 내일을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이 책 읽기를 멀리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성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와 대학이 근시안적인 안목과 편견으로 인문학 교육을 고사(枯死)시켜 왔던 것이 결국 부메랑 현상으로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인간 교육 없는 수요자 중심 교육만이 사회발전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기 원한다면, 국민의 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책 읽기를 통해 상상력의 꽃을 피우게 하며 척박하고 후진적인 문화 풍토를 개선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독서 생활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품격과 교양의 문화 가치는 게임과 케이팝과 같은 한류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책을 읽지 않는 ‘문화융성 시대’는 없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406월] 류큐의 봄

 

‘우연히 사신 따라/ 신선 뗏목 탔더니/ 날마다 봄놀이에 화려한 경물이라/ 날씨는 언제나 이삼월과 같아/ 산과 숲에는 사철 꽃 아니 끊이네.’ 청나라 문인 심복(沈復·1762~1808)이 사신으로 유구국(琉球國)에 가서 그곳 날씨와 풍광을 노래한 시다. 사랑스런 아내 운(芸)과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부생육기(浮生六記)’에 실려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유구국은 류큐(琉球)왕국을 가리킨다. 지금의 오키나와다. 1429년부터 통일왕국을 이뤄 동아시아 해상 중계무역으로 번성했다. 중국과 일본의 세력권에서 450여년을 지내다 1879년 일본에 병합됐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 왜구에게 붙잡혀 간 백성을 돌려보내주거나 우리가 사신(유구국통신관)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임진왜란에 앞서 일본이 명을 칠 수 있도록 조선에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명은 조선이 일본에 협력해 반란하는 게 아닌가 의심했는데, 류큐국 사신이 우리 편을 들어줘 오해를 푼 적도 있다.

 

오키나와 중심부인 나하에는 류큐 왕궁인 슈리성(首里城) 등 유적이 많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정한 ‘구수쿠 유적 및 류큐왕국 유적’ 중 구수쿠는 10여개의 옛 성(城)이다. 일본어로 성은 ‘죠’라고 읽고 훈독으로는 ‘시로’인데, 유독 오키나와에서만 ‘구수쿠’라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홍길동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구’는 홍, ‘수쿠’는 집단을 뜻하니 ‘구수쿠’란 홍씨 집단이 거주하던 곳이라는 것이다.

 

야에야마박물관에 오야케 아카하치(洪家王)가 전해온 농기구와 화폐, 족보가 소장돼 있으니 그럴듯하다. 슈리성과 우라소에(浦添)성 터에는 ‘계유년에 고려 기와 장인이 제작하다(癸酉年高麗瓦匠造)’라고 쓰인 기와가 있다. 진도 용장산성 기와와 같은 것이다. 몽골군과 고려군에 맞서던 삼별초가 진도, 제주도를 거쳐 1273년 이곳으로 왔다는데, 그 해가 바로 계유년이다.

 

이곳은 이제 산호초와 맑은 물, 맹그로브 숲과 소철나무, 따뜻한 해류의 아열대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2차대전 때 지상전에 휘말렸던 비극의 현장이지만 섬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연평균 기온이 22.7도로 사철 여행하기 좋고 4월부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동양의 하와이’다. 최근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덕분에 더 인기다. 방사능 공포로부터도 멀다. 일본에서 가장 빨리 봄이 오는 곳, 1월부터 5월까지 꽃축제가 열리는 곳, ‘산과 숲에 사철 꽃 아니 끊이는’ 곳,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닿는 곳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406월] 동교동계

 

'동교동계'는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을 추종하는 정치인들을 의미한다. DJ는 1961년 강원도 인제에서 민의원에 당선됐다가 5·16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으로 이사했다. 이후 1995년 12월 경기 일산 자택으로 다시 옮기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이 집을 드나들면서 김 전 대통령과 가까이 한 인사들에게 자연스럽게 붙어진 명칭이다. 유신 시절 '도쿄 납치 사건'을 겪고 가택연금을 당하던 DJ에 대해 언론이 '동교동계 재야 인사'라는 식의 익명을 쓰면서 더욱 일반화됐다.

 

집권 이후에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였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동교동계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적자(適子)다. 비록 현재 친 노무현계가 주류를 이루지만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을 고려할 경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2·8 대표경선은 친노계(문재인)와 동교동계(박지원)의 맞대결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동교동계가 4·29 재보선을 앞두고 다시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다. 정동영·천정배 등 탈당 인사의 출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보선에서 호남표에 영향력이 있는 동교동계가 선거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국립현충원 DJ 묘역에 모인 동교동계 인사들이 현장 거수 투표로 선거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문 대표에게 지원 약속을 했던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상임고문은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친노 그룹과의 해묵은 앙금과 2·8 전당대회에 대한 불만 등 복합적인 소외감이 복합적으로 쌓인 결과로 보인다. 권 고문이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는데다 재보선 지원을 계속 거부할 명분도 마땅치 않아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선거 지원을 위해 소집한 '원탁회의'의 불참자가 속출하는 등 문 대표는 이미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5일로 예정됐던 문 대표와 권 고문간 회동도 갑작스레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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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내 제2외국어 수강률은 감소했지만 한국어 강좌 수강률은 상승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어 강좌는 지난 10년 동안 7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한국말 잘 배워야 하는데...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걸 알려면 말이야.

2.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딸의 교수 채용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장을 제출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기나긴 세월이 지나야 될 겁니다. 아마도...

3. '학교 밑 공동묘지' 괴담이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이야기입니다.
1300여기 무덤과 400구에 이르는 완벽한 형태의 유골이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리로 유학 안 간 거임. 진짜루~

4. 중국에서 3조∼4조 원대에 이르는 거액의 부정 축재 규모와 야산에 방치됐다 사망한 노인에 대한 소식이 동시에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게 꼭 중국 만의 문제일까? 각종 비리에 존속 살인... 남의 일 아냐~

5. 남자배구 삼성화재의 독주가 끝났습니다.
신치용 감독의 삼성화재 연승에 마침표를 찍어낸 팀은 다름 아닌 애제자 김세진 감독의 OK 저축은행이었습니다.
진짜 저축은행이 이길지 몰랐다는... 언제부턴가 삼성 천하라 재미가 없었는데 말야.

6. 러시아가 내달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특수대우'할 예정이라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특수대우'란 뭘까? 궁금하네... 한반도 사드 문제 때문에 그럴지도...

7. 뉴질랜드의 한 여성이 만우절 특별 세일 광고를 무심코 넘기지 않은 덕택에 BMW 새 차를 거의 공짜로 받는 횡재를 해 화제입니다.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때에 믿어 주는 센스!! 인간 관계에서도 필요할지 모른다는 거~

8. 식용견 사육업자들이 담합해 개고기 공급 가격을 약 40% 이상 올렸다며 식당 주인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개고기 자체가 불법인데, 공정위가 참 골치 아프겠다. 법 대로? 어떤 걸?

9. 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용인 교량 상판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 경찰이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을 물어 공사 책임자 7명을 형사 입건했습니다.
작던 크던 공사장 가서 들춰내면 안 걸리는 게 없을 것이다. 제발 더 이상의 인재가 없도록 좀 해주세요~

10. 검찰은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청구사건 심판정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로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왜 법정이 이렇게 신성시 되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판사 입장할 때 기립하는 것도 난 웃기더만... 왜 그래야 해?

11. 지난 달 배우 해리슨 포드의 경비행기 추락 사고 소식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는데요.
사고 발생 3주 만에 무사히 퇴원했다고 합니다.
아직 죽기에는 아까운 배우지요... 좋은 작품 많이 남겨주기 바래요~

12.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그것을 발동한 대통령의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 라는 판결이 논란입니다.
아버지가 맨날 가족을 때립니다. 하지만 가장으로서의 권위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이고 명판결이어라~

13. 요거트 광고 파문으로 종합 편성 채널 JTBC가 이영돈 PD의 프로그램 '이영돈 PD가 간다'와 '에브리바디'의 폐지를 확정했습니다.
과거 방송분이 마지막 방송분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본인은 좀 억울한 면이 없지 않겠지만 조금만 사려 깊게 생각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네~

14.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명당 보상금이 8억 2천만 원이랍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책임소재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금을 먼저 산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식당에서 누가 이 뉴스 보다가 '대박, 로또네' 하는 사람을 봤다. 자기 아들, 딸이라면 저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 개 자 식

15. 맥도날드는 오는 7월 1일부터 미국 내 직영 매장의 종업원의 임금을 10% 이상 올리고, 휴가 수당 등 수당을 추가하는 계획을 밝혔다고 미국 주요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미국 좋아하는 우리도 꼭 따라하기 바래요~

16. 방통심의위가 이번엔 종북적 시비를 걸었습니다.
멀쩡한 KBS 다큐 ‘뿌리깊은 미래’가 좌편향이랍니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KBS 관계자에게 'KBS를 남녘 방송이라고 하느냐?고 묻기도 했답니다.
이 양반들이 보고 듣고 싶은 방송은 전부 'TV 조선' 같았으면 좋겠다 싶은 거지?

17. 1천 100억 원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 납품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규태 회장이 방위사업청 기밀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가격 결정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양반 이러다 '클라라'... 어라~ 안 웃네?

18.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에 팔짱만 끼던 새누리당이 여론이 악화되자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개뿔~ 전전긍긍은 무슨... 기본 바닥 표가 있는데... 살짝 놀라는 척은 하겠지~

19. 4대강 사업이 흑두루미의 하늘길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낙동강 유역 쪽이 더 빠른 경로지만 제대로 쉴 곳이 없다 보니 흑두루미들이 서해안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4대강 전도사를 자처했던 인간들의 나머지 인생도 바꿔줘야 하는데... 이 인간들 요즘 뭐 하시나?

20. 새누리당이 무상급식을 5월에 다룬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가뭄으로 강제 절수에 들어갑니다. 167년 만에 처음이랍니다.
이란 핵협상 시한이 오늘까지 하루 더 연장됐습다
주한 러시아 대사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지역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답니다.
성남시는 소액 지방세 체납자의 가정을 방문해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4월 들어 첫 주말입니다.
즐겁고 행복하셔야 합니다.
이번 주도 토요일 쉽니다.
월요일에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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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연 5억 이상 보수 등기임원 개별보수 공시

■ 경남 무상급식 중단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연 5억 이상 보수 등기임원 개별보수 공시

 

[한국일보 사설-20150402목] CEO와 일반직원 임금격차, 사회용인 수준 넘어

 

연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보수를 공시토록 한 개정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요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지난해 보수내역이 공개됐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215억7,000만원을 받아 1위를 차지했고, 김승연 한화 회장이 178억9,000만원으로 2위였다. 전문경영인으로는 삼성전자 신종균 IT모바일부문 사장이 145억 7,200만원으로 최고연봉을 기록했다.

 

올해로 두 번째인 등기임원 보수공개는 회사자율에 맡겼던 지난해와 달리 기준서식에 따르도록 해 보수산정 기준과 근거가 보다 충실해졌다. 하지만 그 많은 보수가 과연 합당한 대가인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지 않은 대기업 총수일가의 보수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도 여전히 문제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고 보수책정 기준 등을 보다 명확히 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잘 나가는 대기업 임원들 연봉공개가 위화감만 부를 뿐이라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문제를 정확히 봐야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그렇게만 볼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등기임원 보수 공개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최고경영인(CEO)과 일반 직원간의 연봉격차다. 기업총수 일가와의 비교는 차치하고라도 전문경영인과 일반직원 간 격차도 갈수록 크게 벌어지는 추세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의 연봉은 일반직원 평균연봉 1억200만원의 142.8배다.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들의 연봉이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일반직원과의 과도한 연봉격차로 이어진다. 이 같은 격차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임금 불평등 심화의 한 지표임이 분명하다.

 

일반직원에 비해 기업의 CEO가 어느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게 적정한지는 세계적으로도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미국은 CEO가 최고 350배까지 받아 그 격차가 가장 큰데, 미국사회의 큰 문제인 소득불평등과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 받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그 격차가 크게 낮은 20~50배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보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면서 미국의 불평등 심화 양상을 따라가고 있다.

 

최근 저서 한국자본주의로 주목 받고 있는 장하성 교수는 우리 사회의 임금불평등 심화 현상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국가경제의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도 소득도 늘지 않는 모든 문제가 여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복지 등을 통한 재분배에 앞서, 이런 지나친 불평등 분배구조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기업도 개별기업의 일이라는 인식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는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심해봐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02목] 재벌 일가 빠진 임원 보수 공개의 허점

 

주요 대기업 등기 임원들의 지난해 연봉이 일제히 공개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상장사들은 2013 회계연도 때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 임원의 개인별 보수 내역을 이듬해 3월31일까지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최고 연봉의 주인공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정 회장은 계열사 3곳으로부터 모두 215억7000만원을 받았다.

 

시행 2년째를 맞는 이 제도는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공개 대상을 등기 임원으로 못박은 탓에, 상당수 재벌 총수 일가의 연봉은 여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연봉만 공개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등은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올해 들어 새로 도입한 ‘기준서식’의 효과도 미미했다. 고위 임원에게 10억원이 넘는 상여금을 주면서 달랑 ‘준법 및 윤리경영 정착에 기여’, ‘회사의 발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한 점’을 보수 산정 이유로 적은 사례도 있다.

 

경영진 연봉 공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세계적 흐름이다. 현행 제도가 허울뿐인 요식행위로 전락하는 걸 막으려면 이제라도 서둘러 허점을 촘촘하게 메워야 한다. 공개 대상을 기업경영에 실질적 권한을 쥔 인물로 확대하고 보수 내역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게 맞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3인의 집행 임원을 포함해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가 넘는 상위 5명의 연봉은 무조건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회사가 임원에게 골프클럽 회원권을 사줬거나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도록 편의를 봐준 경우에도, 그 편익을 금액으로 환산해 공개해야 한다.

 

투명성 강화와는 별개로, 분배 형평성의 관점에서 경영진의 고액 연봉이 과연 적정한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임원 연봉과 직원 평균 연봉 격차는 평균 35배였다. 그나마 사정이 매우 나은 편이다. 시간당 5580원인 현행 최저임금을 연봉(주당 40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400만원 남짓 된다. 단순 셈법으로 무려 1540년을 일해야 정몽구 회장이 지난 한 해 동안 받은 연봉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27만명(2014년 기준)에 이르는 게 지금 우리 현실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02목] 연봉 공개는 피하면서 경영권은 왜 휘두르나

 

연봉 5억원 이상 기업 등기임원에 대한 보수 공개 결과 상당수 기업 총수나 후계자들이 등기임원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공개 대상에서 빠져나갔다. 그물망을 벗어난 숫자가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비겁한 총수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연봉공개는 피하면서 경영권은 왜 휘두르는지, 그러고도 책임경영을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63곳과 한 곳 이상의 상장사를 거느린 그룹 등 총 239개 그룹 중 37개 그룹 오너 일가가 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정 부회장을 비롯해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김상범 이수 회장, 허영인 SPC 회장 등 11개 그룹 오너는 법 시행 과정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은 뒤 등기임원에서 빠졌다.

 

등기임원의 연봉공개는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취지는 명확하다. 연봉 잔치를 벌이며 황제경영을 일삼는 총수를 견제하고 책임경영을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총수가 등기임원직을 사임한 뒤에도 경영에 대한 위치나 비중은 그대로인 채 실질적 경영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권한은 행사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고도 사원들에게 주인의식이나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공개한 보수 산정 기준이 애매한 것도 문제다. 경향신문 취재결과 내로라하는 기업들조차 구체적이고도 투명한 기준없이 그저 ‘내부 기준에 따라’ ‘리더십 발휘’ 등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유만으로 거액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총수들이 연봉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급여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닐 터이다. 되레 감출수록 의구심은 커지기 마련이다. 재계는 마녀사냥, 여론재판 운운하지만 그런 행위 자체가 불신을 키우는 행위다. 굳이 해외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연봉공개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경우 등기, 비등기를 불문하고 주요 의사 결정구조에 있는 경영진의 보수를 공개한다. 제대로 일하고 그에 합당한 산정 기준을 통해 보수를 많이 받는 걸 시비할 사람은 없다.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의 전문경영인 3명이 지난해 거액의 연봉을 받은 것은 샐러리맨들에게 일할 의욕을 북돋는다. 올해는 코콤, 코맥스 등 일부 중소·중견기업 경영진들이 연봉 5억원 이하인데도 보수를 공개했다고 한다. 이런 시도가 투명경영을 이끌고,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굳이 법이 강제하지 않더라고 경영에 참여하는 총수일가라면 등기 여부에 관계없이 스스로 보수를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서울신문 사설-20150402목] 비정상·무책임 오너 경영 방치하면 안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대기업 등기임원 보수공개 제도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최근 연봉 5억원이 넘는 대기업 등기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됐지만 정작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재벌 총수나 오너 2세들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부분 등기이사에서 물러났거나 아예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는 편법을 썼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이 지난해 법원의 유죄판결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어느 면에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이해할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벌 3세 경영인들도 등기 이사를 맡지 않아 연봉을 밝히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지난 2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삼성 일가에서 연봉을 공개한 인물은 이건희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기업분석 전문업체인 한국CXO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239개 주요 그룹사 중 15.5%인 37개 그룹의 오너 일가가 이번에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등기임원 연봉공개가 법률로 의무화된 2013년 11월 이후 11개 그룹사 오너 일가 구성원이 등기임원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이트진로, 이수그룹, SPC, 무림, 종근당, 동서식품 등 오너 일가들도 미등기 임원으로 바뀐 것이 확인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등기임원의 연봉공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연봉공개의 취지는 선진적인 투명경영 정착이다. 국민과 투자자들이 임원 연봉이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하고 경영자들이 터무니없는 고액 연봉을 책정해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을 막자는 의미도 크다.

 

등기이사의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 때문에 오너 일가들이 이를 고의로 피하는 것이 대한민국 재계의 한심한 현실이다.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경영권 전체를 쥐락펴락하며 권한은 황제처럼 누리지만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천박하고 뻔뻔한 의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더이상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연봉 공개 대상을 이사 등재 여부와 상관없이 선진국처럼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바꾸고 오너 일가는 모두 포함하는 등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에 따른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

 

 

■ 경남 무상급식 중단

 

[중앙일보 사설-20150402목] 무상급식은 이념 갈등과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경상남도가 1일 무상급식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예상대로 일부 학부모·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은 ‘점심 한 끼 단식’을 벌이고 무상급식 토론수업을 진행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소속 학부모들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관사 앞에서 ‘도지사님, 애들 밥 굶겨 골프 접대 나가서 행복하십니까’란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부모는 급식비 납부 거부와 등교 거부까지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이슈가 정책 논쟁이 아니라 점차 이념 갈등, 정쟁(政爭)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무상급식 전면 중단이 차라리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비난 논평을 냈다. 새정치연합은 “경남엔 새누리당 실세 의원들이 즐비하지만 누구 하나 홍준표 지사에게 문제 제기조차 못하고 있다”며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입장과 해결방안을 지역주민 앞에서 밝혀야 한다”고 새누리당을 공격했다.

 

  경남도 홈페이지 ‘도지사에 바란다’ 코너에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지지하는 게시글이 제3자에 의해 삭제된 사건도 발생했다. 경남도는 “반대세력이 도민 여론을 왜곡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여기에 경남도까지 무상급식 운동단체를 ‘종북’으로 표현해 ‘색깔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는 문제 해결은커녕 이념 갈등만 부추기는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다.

 

  경남도는 무상급식에 지원하던 예산 643억원을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 재원을 초·중·고 서민자녀 교육 지원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서민층 입장에서 보면 혜택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게 된다. 가난한 집안의 학생은 계속 무상급식을 받을 것이고, 학습비·교재비 등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경남도의 시도가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무상보육 등 다른 무상복지 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추진한 무상복지 시리즈의 우려됐던 문제점이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해 학교 무상급식 예산은 2조6000억원,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은 3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무상복지는 매년 들어가야 하는 경직성 예산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 있는 학교시설물 보수 예산마저 5년 새 40%나 축소됐다. 일부에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면 충분히 무상복지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교 시설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불필요한 것인가.

 

  홍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좌파·우파나 보수·진보가 아닌 국익에 있다. 국익에 맞다면 좌파 정책도, 우파 정책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념이나 정치 논리가 아니라 국익에 따라 급식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이념적 논란에 가세할 게 아니라 정책적·실용적 차원에서 묵묵히 일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선별적 복지가 빈곤층 학생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조용히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 문제가 더 이상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게임이 돼서는 곤란하다.

 

 

■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세상 읽기/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20150402목] 가난을 모욕(처벌)하는 국가

 

경남에서 무상급식이 중단되었다. 많은 시비가 있었으니 딱 한 가지, 학교급식은 허기를 면하고 영양을 보충하는 일 그 이상이라는 것만 다시 새긴다. 밥 먹이는 것이 곧 보살핌이라는 것을 잘 알 텐데도 그리했으니,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남을 상처가 같이 아프다.

 

그다음이 더 문제다. 경상남도는 급식 대신 공부시키는 데에 돈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선별복지가 맞다면서 ‘서민 자녀’ 중에 지원받을 학생을 고르는 중이다. 그래도 이런 소리는 듣기 싫었을까, “가난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대상자를 객관적으로 선정”하는 것이라고 보도자료까지 냈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어떤 방법이든 그 학생들이 ‘딱지’를 피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무상급식으로 남겨 놓은 학생의 처지도 비슷하다. 아무리 부인해도 차별과 모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드러내 목표로 삼지는 않았지만, 나는 암묵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의료급여를 받는 가난한 사람들도 모욕을 당하게 생겼다. 복지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 서비스’ 때문이다. 얼마 이상 많이 쓴 사람에게 진료비 총액과 의료 이용량을 경고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만든 모범 통지문의 내용은 이렇다. “귀하께서는 …에 대한 의료 이용량이 매우 높아 적절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이런 통지를 받고도 불안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몇원까지 상세한 개인정보에다 으름장까지, 누구나 등골이 서늘할 일이다. 늘 따라붙던 ‘도덕적 해이’란 말만 쓰지 않았지, 필요하지 않은 병의원을 드나든다고 비난하는 것이 분명하다.

거기다가 “사용하신 총진료비용은 ○○○원이며 이 중 정부(의료급여)에서 ○○○원을 지원”한다는 문구도 들어간다고 한다. 국가의 시혜까지 내세웠으니, 도덕의 이름으로 가난한 자의 책임을 말하는 거리낌없는 차별이고 모욕이다.

국 가가 가난의 낙인효과에 유혹을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모욕을 통해 가장 은밀하게 가난을 ‘처벌’할 수 있어서다. 소설 <주홍 글씨>의 낙인이나 명단 공개를 통한 망신주기가 약한 처벌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터. 가난을 모욕하는 것에 빗대면, 그것은 현재의 사회경제 질서와 요구에 순응하게 하려는 채찍이자 당근이다.

 

하지만 그것이 국가의 통치방법인들 가난을 모욕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적어도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개인에게 쉽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언제나 그랬지만 더구나 지금의 가난은 온통 사회경제체제의 틀에 좌우된다. 우루과이 라운드와 자유무역협정의 태풍을 맞은 농부가 왜 모욕을 받아야 하나.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고도 ‘5포 세대’가 되어야 하는 청년들은 또 어떤가.

 

가난 벗어나기가 보상이 아니라 권리라는 것도 강조해야겠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혀 놓았다. 착각하지 말자. 공부 잘하거나 출세한 사람, 큰 기업을 일군 사람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능력과 노력, 지금의 처지에 상관없이 기본권을 가진다. 가난으로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모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부쩍 자주 떠오르는 일이, 오래되었는데도 눈에 선하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했다고 이름을 칠판에 적고 벌을 주던 모습. 복도에 세운다고 없던 돈이 생길까만, 모두 보라고 그랬을 것이다. 그때도 국가는 가난을 모욕하고 처벌했다.

이젠 그만하자. 아무리 유혹이 강해도, 혹 그것이 국가 이성이어도, 이렇게 가난을 처벌하는 것은 복지도 정의도 아니다. 국가의 책임이 말에 그친다 한들, 또다시 가난을 모욕하지는 말라. 이미 충분히 힘들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402목] 연금개혁 실패하면 여야 혹독한 추궁 각오해야

 

공무원연금 개혁 열쇠를 쥔 국회 특별위원회가 6일 회의를 열어 7일로 끝나는 특위 활동기간을 25일 연장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활동중지 상태이던 특위의 가동이 반가울 만하지만, 여야가 곳곳에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어 원만한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여야가 현재의 줄다리기를 거듭한다면, 아무런 의견접근 없이 막을 내린 국민대타협기구의 전철을 밟게 마련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에 비추어 여야가 끝내 국민의 기대를 배신한다면, 그 책임을 똑똑히 가린 혹독한 추궁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미리 경고한다.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특위의 순항 전망을 우선 흐리고 있는 것은 이른바 ‘실무기구’에 대한 여야의 시각 차이다. 야당은 공무원 노조까지 참여한 실무기구의 활동기간을 특위 활동기간과 같게 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실무기구의 활동시한을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로 못박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어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일제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4ㆍ29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무원과 그 가족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지적이다. 앞서 야당이 국민대타협기구에 독자안을 내놓으면서 공무원 노조의 눈길을 의식해 ‘최종 수치’를 가린 데 비추어 개연성이 크다. 또 이미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 마당이다. 아울러 실무기구가 단일안에 합의하든 대타협기구처럼 복수안 제시에 그치든, 어차피 최종적으로 특위가 이를 법안으로 다듬어야 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야당이 무리한 주장을 포기해 마땅하다. 다만 여당도 야당의 결정을 존중하는 뜻에서라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실무기구의 활동시한을 이달 하순까지 정도로 늦출 수 있어야 한다.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진정한 문제는 앞으로 특위가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제시된 다양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선택적으로 가다듬어 단일안을 도출할 수 있느냐이다. 정부안과 여당안, 이를 수정한 ‘김태일 안’과 ‘김용하 안’, 야당안 등이 나와 있다. 크게 보아 부담률(보험료/급여)과 소득대체율, 지급률(총부담보험료/연금액) 등의 수치를 조정하자는 모수개혁안과 이런 수치 조정과 함께 연금구조의 개혁을 병행하자는 구조개혁안으로 나뉜다. 그러나 국민이나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의 눈길은 결국 ‘얼마를 더 내고, 얼마나 덜 받나’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개혁 이상론에 사로잡히는 대신 이런 현실까지 감안한다면 합리적 방안에 이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야의 새로운 각오를 촉구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402목] 박범훈 전 수석 비리에 적극 맞장구 친 교육당국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중앙대 캠퍼스 통합과 적십자간호대학 인수, 중앙국악연수원 건립과 주변 땅 투기, 딸 교수 채용 특혜 등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박 전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준비위원장을 지낸 학계의 대표적인 ‘MB맨’이다. 중앙대 총장을 6년 동안 지내다 청와대 수석에 임명돼 MB정부의 교육문화 정책을 책임졌다. 그런 중책을 맡은 사람이 대통령의 신임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바빴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박 전 수석의 특혜와 비리는 교육부에 대한 전방위 외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검찰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앙대 캠퍼스 통폐합이 대표적이다. 당시 중앙대는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통합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지 않자 박 전 수석은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해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인의 압력에 교육 정책이 이처럼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부당한 압력에 대한 교육부의 직ㆍ간접적인 협조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대상에는 교육부에서 파견 나간 청와대 교육비서관과 교육부의 고위관료 2명이 포함돼있다. 당시 중앙대 캠퍼스 통폐합에 반대하던 실무진은 지방으로 전근되는 보복인사를 당했다. 청와대 ‘실세 수석’의 압력을 거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해도 실무진을 쫓아내고 법령까지 고친 교육부 고위관료들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박 전 수석과 중앙대와의 커넥션도 의혹의 대상이다. 박 전 수석은 모교인 중앙대에 캠퍼스 통합뿐 아니라 전문대인 적십자간호대학 인수과정에도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서울에 위치한 대학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원을 줄여야 하지만 예외규정을 둬 정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혐의다. 이런 특혜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수백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반대 급부로 박 전 수석의 딸이 중앙대 교수로 전격 채용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교육부, 대학간의 비리와 유착관계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다. 외압에 의해 교육 정책과 관련 법령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이 보여줬다. 정원조정이나 캠퍼스 통폐합 등 불가능할 것 같은 난제도 대학 측이 로비만 잘하면 해결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교육계에 심어줬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핵심 교육정책이 비리와 특혜로 얼룩져있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그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단죄는 물론이거니와 교육 당국의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02목] 세수 확충 없이 복지 구조조정만 하겠다는 건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세입 여건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재정 운용 여건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를 위해 “제로베이스 예산 방식과 보조금 일몰제를 엄격히 적용해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사업을 과감히 폐지 또는 대폭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역대 경제부총리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해온 얘기이긴 하나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재정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좋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세수 확충 방안을 언급하지 않고 지출 구조 조정만 강조하는 듯해 걱정스럽다.

 

재정개혁의 필요성은 어느 모로 보나 분명하다. 우선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복지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맞춰 복지재정을 확대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견주면 갈 길이 멀다. 반면, 여기에 쓸 재원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간 세수는 예산에서 잡은 금액에 미치지 못했다. 재정건전성에 더 신경을 써야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재정지출 가운데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하는 항목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입과 세출 모두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그런데 최 부총리는 세입 정비 방안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세수 부족 등을 생각할 때 적절한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1월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증세-복지 논쟁이 활발하게 펼쳐졌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세수 확충을 위해 세제를 어떤 식으로 손질할 것인지 방향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논의가 탄력을 받으면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최 부총리가 강조했듯이 재정지출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대상이 복지분야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출의 효율성을 중요한 잣대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복지제도가 이제 뿌리내리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빈틈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빌미로 복지지출에 마구잡이로 칼을 대면 복지제도는 제대로 뻗어나갈 수 없다. 그런 만큼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마침 이완구 국무총리가 1일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한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을 보니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군걱정으로 드러나면 좋겠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02목] 말로만 끝나선 안 될 유승민의 ‘세월호 관심’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3월31일 세월호 가족협의회 대표들과 만났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지금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중이다. 유 원내대표의 손을 꼭 잡은 전명선 세월호 가족협의회 대표는 “면담 요청을 받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전날 가족들은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하려다 경찰과 충돌했고, 몇몇은 머리를 다치거나 입술이 터졌다.

 

세월호 참사 직후엔 대통령·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들과 정치인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희생자 가족들의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으려 애썼던 때가 있었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일변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들은 이제 세월호 가족을 따뜻하게 감싸안기는커녕 아예 만나는 것도 꺼린다. 정치인들, 특히 집권여당의 힘있는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그래도 얘기를 들어주니 가족들에겐 고마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면담에서 가족들은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유 대표에게 재차 요청했고, 유 대표는 “시행령은 정부 결정 영역이지만 정부에 건의해 보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유 대표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가족들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고,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책임 있는 집권여당이라면, 가족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다음은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란 방관적인 태도에 그쳐선 안 된다. 잘못된 정책이나 민심과 어긋나는 결정에 대해선 정부를 다그쳐서라도 방향을 바꾸도록 해야 옳다.

 

정부가 만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세월호 가족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참사의 발생 원인과 구조·수습 과정에서 정부 잘못이 무엇인지를 가리는 게 진상조사의 핵심인데, 그걸 담당할 특위 운영을 사실상 정부 공무원들에게 맡기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더구나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든 것이다. 정부가 핵심 내용을 뒤집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는데도 방관하는 지금의 여당 태도는 명백히 잘못됐다.

 

유 대표는 ‘시행령은 정부 소관’이란 태도를 버리고 정부와 실질 협의를 진행해 시행령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유 대표가 세월호 가족들을 만난 게 의미가 있고, 그런 면담이 4·29 재보선을 의식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2목] 사드, 차분한 당·정·청 협의로 결정해야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으로 등장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가 어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다뤄졌다. 이로써 사드 논의는 정치권으로 번진 셈이다. 발언한 의원의 대부분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로 사드가 필요하며 이런 주권적 사안에 외국의 입김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개진된 의견에 대한 평가와 별도로 ‘의총 논의’라는 형식은 여러 문제를 던진다. 사드처럼 고도로 전문적인 군사적 사안에 국방위원회도 아니고 ‘일반적인’ 전체 의원들이 당론 비슷한 걸 정하는 게 바람직한 의사결정 과정이냐는 것이다. 의총 전부터 우려가 있었는데 이날 윤상현 의원은 매우 전문적인 문제를 비전문가인 의원들이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특보 3인 중 한 사람이다. 반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외교·국방 이슈는 의총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드는 국민 생존과 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여서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옹호하는 이들은 여당이 의총으로 당론을 모으면 정부가 중국의 압력에 대처하는 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의총 같은 공개적인 형식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야당의 의총에서 ‘배치 신중론’이 부각되면 이는 우려되는 사태발전이다. 이런 대립에 시민세력까지 가세하면 국론 분열은 가중되고 다른 나라가 이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기본적으로 사드는 군사 사안이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에 관해 미국 정부가 협의를 요청해 올 경우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 안보 이익을 고려해 우리 주도로 판단하고 결정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효용성’과 ‘안보 이익’이라는 판단 기준을 명시한 것이며 원칙적으로 옳은 접근방법이다. 사드는 국회 입법이 아니라 행정부의 정책 사안이다. 결정이 필요할 경우 국방부가 면밀히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핵심 당·정·청 협의기구에서 결론을 내리면 된다. 이런 차분하고 냉정한 절차가 국가의 주권적 대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2목] 헌재 심판으로 김영란법 완결성 갖추기 바란다

 

하나의 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기 위해서는 입법의 목적 못지않게 절차와 내용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법은 상식적이고 건전한 판단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때 생명력을 갖는다. 사법정의의 실현이라는 공감대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법의 수용자인 국민은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믿음 속에 법 집행에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가 의결하고 대통령이 공포한 속칭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은 시작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만들기’라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국회가 졸속·과잉 입법을 했다는 비판 속에 국론도 분열됐다.

 

  이런 와중에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대한 대한변협의 헌법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넘겨 심사키로 한 것은 입법 과정의 흠결을 찾아내고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사건의 심판기간은 접수일로부터 180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이보다 더 길어질 때도 많다. 헌재에 접수된 사건 중 30%가량은 이 기간 내 처리되지만 50%는 접수 1년 안에 결정 난다고 한다. 김영란법의 시행일이 내년 9월인 점을 감안할 때 헌재가 심리할 시간은 충분하다. 헌재는 이번 기회에 변론기일을 열어 당사자들의 법적 논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변론을 통해 국민의 의견이 직·간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고 헌법적 가치에 대한 토론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행복할 권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차별 없이 균등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힘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받고, 끼리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행태는 척결돼야 할 적폐(積弊)이고 구악(舊惡)이다. 김영란법 같은 충격적 요법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위헌 논란을 촉발시킨 법률까지 무조건 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헌재는 김영란법이 법으로서의 완결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꼼꼼히 살피고 지적해줬으면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402목] 김기종씨 기소와 ‘공안몰이 꼼수’의 결말

검찰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구속 중)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김씨를 기소하며 살인미수, 외교사절폭행,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이 적용을 공언했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공소장에서 빠졌다. 검찰은 ‘배후세력’도 찾지 못한 채 김씨 단독범행으로 결론 냈다.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검경 수사인력 100여명이 한 달 가까이 매달린 결과다. 검경은 망신살 제대로 뻗치게 됐다.

 

김씨가 북한 간행물을 갖고 있었고 북한 주장을 추종하는 등의 행동을 했지만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 입에서 보안법을 두고 이런 발언이 나오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배후세력 여부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1년간의 후원금과 통화내역 등을 살폈지만 배후나 단체와의 연계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어제 수사결과 발표를 끝으로 특별수사팀은 사실상 해체됐다. 현행범 한 명 재판에 넘기자고 이토록 난리법석을 피웠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기실 웃지 못할 소극(笑劇)은 예고된 것이었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은 “단독으로 했는지 배후가 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배후세력의 존재에 무게를 두며 반드시 찾아내라고 엄명을 내린 셈이다. 정부와 청와대 비서실, 새누리당 우두머리들은 한자리에 모여 이번 사건을 ‘종북세력’ 소행으로 규정하고 배후를 파헤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검경이 허겁지겁 ‘윗분’들의 뜻을 받들어 대규모 수사팀을 꾸린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어마어마한 배후가 생겨나거나 경천동지할 종북 행각이 드러날 리 있겠는가. 정치적 국면전환용 꼼수는 결국 ‘단체 헛발질’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 사건 수사 과정을 살피면 살필수록 부끄럽고 참담해진다. 대통령이 개별 사건에 ‘수사 지휘’를 하고, 피의사실조차 확정되지 않았는데 수사기관이 적용 법조(法條)부터 거론하는 게 법치국가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나마 검경이 1970~1980년대풍의 ‘용공조작’을 흉내내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집권세력은 더 이상 반이성적 공안몰이로 나라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아넣어선 안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02모] 수능, 쉽게 출제하는 원칙은 맞지만

오는 11월 치러질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될 것 같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그제 수능 난이도와 관련해 “작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은 특히 영어와 수학이 쉬워 만점자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변별력 약화에 따른 ‘물수능’ 논란이 벌어졌다. 따라서 교육 당국 말대로라면 올 수능은 최소한 작년보다 어렵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수능이 초·중·고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쉬운 출제’ 기조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고 공교육 살리기의 대의에만 골몰해 변별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쉬우면서도 변별력을 갖춘 수능, 교육 당국의 묘안을 기대한다.

 

수능 난이도는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와 연계된다. 쉽게 내면 사교육의 필요성이 줄고 어려우면 늘어난다. 또한 수능이 교육당국의 장담처럼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수렁에 빠진 공교육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1년 예산이 300조원을 조금 넘는 나라에서 사교육에 20조원가량 지출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쉬운 수능이 곧바로 사교육 광풍을 잠재우고 공교육을 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출발점은 될 수 있다.

 

물론 수능만 쉽게 낸다고 해서 곧바로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공교육 위축 현상은 사교육 탓이라기보다 오히려 단순주입식 암기와 경쟁 원리가 판을 치는 공교육 내부의 모순이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과도한 대학서열화 체제와 구태의연한 인재 등용 방식 등 엇나간 사회 제도가 이를 부추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물수능’ 문제로 교육 현장이 혼란을 겪는 것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다. 수능과 내신을 학생 선발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현행 대입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적정 수준의 변별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학생을 모집하는 대학들이 다양하고 합리적인 학생 선발 기준을 마련하도록 교육 당국이 유도해야 한다. 대학들이 설립 취지에 맞춰 공교육과 연결되고 사회적 공감도 얻을 수 있는 학생 선발 기준을 자율적으로 정해 시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대입제도의 모순을 해결하는 대책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사설-20150402목] 여야, 허튼 공약으로 민심 현혹하지 말라

 

여야가 그제 4·29 재·보궐선거 정책공약을 각각 내놓았다.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을 맞세우는 상투적 선거구도의 틀을 넘어선 것은 아니나 여야 모두 거대담론 대신 주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공약들을 발굴해 제시하려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새누리당이 재·보선 지역의 현안을 중심으로 한 공약들을 중점 제시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중앙당 차원의 굵직한 공약들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야의 공약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쪽이 더 문제랄 것도 없이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공약(空約)에 그칠 내용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그저 표심 확보만 노린 선심성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새줌마(새누리당 아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라는 제목으로 내세운 새누리당의 정책 공약은 상당수가 지역 개발 사업으로 채워져 있다. 인천 서·강화을의 안상수 후보의 경우 인천 지하철 2호선 조기 개통, 검단신도시 개발, 강화도와 영종도를 잇는 연도교 건설 등을 약속했다. 대부분 자신이 인천시장을 지낼 당시 계획했거나 추진했으나 야당 소속인 후임 송영길 시장이 예산과 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중단 내지 취소한 일들이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인천시의 궁핍한 형편을 감안할 때 과연 이들 사업 가운데 하나라도 이행할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당장 지하철 2호선 건설만 해도 지난해 6월 준공할 계획이었으나 재정난으로 인해 2년 늦춰졌고, 이 바람에 인천시 측은 지금도 시공사들로부터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사업비 900억원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 측은 지방채 발행 운운하고 있으나 1조 2000억원의 빚더미에 깔려 허덕이는 인천시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입도 벙긋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 성남 중원의 ‘위례~성남~광주 지하철 건설’이나 광주 서을의 ‘문화예술관광단지 조성’ 같은 공약도 아무런 재원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헛구호로 비쳐진다.

 

새정치연합의 공약들도 실현 가능성보다는 대여(對與) 공세에 초점을 맞춘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저임금 8000원으로 인상’이나 ‘재정투입 일자리 매년 10만개 창출’ ‘국공립어린이집 매년 600개 확충’ 등 10대 공약 대부분이 중앙당의 정책목표일지언정 재·보선 공약으로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심지어 카드 수수료 인하와 자영업자 세금 감면, 아파트 관리비·교통비·통신비 절감 등은 식상하기까지 할뿐더러 공약은커녕 정책목표로 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경제 정책을 앞세운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이들 구호성 공약만 놓고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야의 장밋빛 헛공약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유권자들이다. 여야 스스로 규정하고 있듯 이번 선거가 박근혜 정부 중반의 국정 안정이나 문재인 대표 체제의 순항을 가름 짓는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그에 걸맞을 진중한 선거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사탕발림식 선심공약은 정책능력 부재를 자인하는 꼴일 뿐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402목] 배달앱 횡포 공정위가 조사 나서야

 

음식점과 소비자를 중간에서 연결해 주는 ‘배달앱’ 시장은 1조원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7개 배달앱 서비스 업체를 조사한 결과, 드러난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음식점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10%가 넘을 정도로 과도하고 미성년자도 마음대로 술을 주문할 수 있으며, 배달 음식에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또 주문은 쉬워도 취소나 환불 절차는 몹시 까다로웠다. 모바일을 활용한 상거래는 유용한 점이 많다.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주문하고 결제한다. 또한 상거래 업체 간의 경쟁으로 가격이 오프라인보다 싼 상품도 많다. 편리하고 가격도 싸니 소비 진작에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소비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등장한 지 수년이 되어가는 배달앱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단지 음식을 고르고 주문을 하기가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배달앱 다운로드 건수는 370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음식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맹해서 배달앱 업체가 요구하는 수수료를 떼이다시피 하고 있다. 1만원짜리 음식을 팔면 1000원이 넘는 돈을 업체가 가져가는 것이다. 음식점의 이윤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손실을 음식점들은 가격을 올리거나 음식의 양을 줄여서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배달앱 서비스는 전화로 주문을 하는, 생산자(음식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에 불필요한 유통업체가 끼어들어 이득을 취하고 있는 꼴이다. 소비자가 얻는 이득이란 모바일로 주변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얻고 쉽게 주문을 하는 것뿐이다. 대신에 전보다 비싸거나 양이 적은 음식을 먹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한 단계를 더 거치기 때문에 전화 주문보다 배달도 늦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배달음식업이 배달앱의 덕에 신규 수요가 창출된 것도 아니다. 음식점으로서는 매출은 변함이 없는데 배달앱 업체에 지불하는 공연한 수수료만 늘어난 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겐 거간 역할을 하는 배달앱 업체가 고마울 까닭이 없다. 수많은 소비자가 앱을 이용하니 음식점도 가맹하지 않을 수 없고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광고비를 내지 않는 업체는 음식점 순위를 내린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영세한 음식점의 고혈을 빠는 과도한 수수료는 시정돼야 한다. 적어도 신용카드 수수료만큼은 내려야 한다. 횡포에 가까운 배달앱 업체들의 요구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합리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2목] 한국은 개혁이 불가능한 나라 되고 말았나

 

도무지 개혁이라고 말할 게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 개혁이 다 그렇다. 합의안을 만들기로 했던 시한이 지났는데도 여태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국회 공무원연금특위가 소위 대타협기구로부터 공을 넘겨받아 오는 6일부터 재가동키로 하고, 노사정위원회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지만 시간을 더 줘봐야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노총만 봐도 그렇다. 쟁점인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등 3대 현안과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성과 근로자 일반해고 요건 등 5개 사항 전부에 대해 모두 수용불가 입장이다. 노·사·정 합의안이 나오면 한국노총 내부에서 최종 결정하겠다고 한다. 개혁 주체와 객체의 전도다. 비정규직, 청년실업 문제가 절실한데 노조단체가 아무것도 포기하지 못 하겠다고 주장하니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당초 예상했던 대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동 개혁은 ‘불가’라는 소리가 나온다.

 

구조개혁의 틀부터 잘못됐다.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개혁 대상이 되는 당사자를 소위 대타협기구와 노사정위원회에 끌어들여 개혁하겠다고 했던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해 당사자가 들어와 있으니 타협은 몰라도 개혁은 설 자리가 없다. 더구나 노조단체의 대표성도 낮다. 노조 조직률이 10%를 겨우 넘는 상황이다. 5%가 안 되는 한국노총은 고연봉 근로자의 기득권이고, 민주노총은 아예 총파업을 외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90%인 일반 근로자의 목소리는 안 들리고, 실업자와 비정규직은 아예 울타리 밖에 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표를 의식하는 상황에서 개혁안은 의미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연금 핵심수치를 공란으로 비운 해괴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게 그렇다. 국회 특위가 재가동해봐야 시간만 끌 뿐,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 오히려 개혁을 막고 집단적·이기적 투쟁의 빌미만 주는 꼴이다. 노조단체는 90%의 근로자와 실업자는 외면한 채 귀족노조를 대변하고 있다. 공무원들조차 재정고갈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기득권을 고집한다. 야당은 노·사·정이 합의해도 국회 법제화 과정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끝없는 토론이 이어질 뿐이다. 국회는 개혁 불능의 조직이다. 무언가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국민의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자율 개혁은 불가능하다. 또 위기를 맞아야 그때 개혁할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2목] 한국은행의 이상한 돈 찍어내기, 누가 허락한 것인가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중소기업과 금융공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이 1년 새 66.5% 급증해 15조3761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외환위기 때보다도 많다. 중소기업 지원용 금융중개지원대출이 11조9081억원, 회사채시장 정상화 명분으로 지난해 3월 정책금융공사에 빌려준 3조4590억원이 그 내역이다. 아울러 한은이 주택금융공사에 4450억원, 수출입은행에 1조1650억원을 출자한 것도 발권력에 의한 것이다.

 

무차별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중앙은행이 정부를 대신하는 차별적 선택적 지원에 동원되는 것은 깊이 우려할 대목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중개대출은 최근 5조원이 증액돼 한도가 20조원으로 늘어났다. 3년째 매년 한도가 늘어나고 있어 어디까지 불어날지 알 수 없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을 40조원으로 늘리면서 한은은 주택금융공사에도 2000억원을 또 출자해야 할 판이다. 재정으로 할 일을 마치 예비군 동원하듯 한은을 끌어들인 셈이다. 정부가 한은법상 금융안정 임무를 들어 요구한다지만 그런 식이면 발권력을 동원해 못 할 일이 무엇이 있겠나.

 

한은 발권력은 조세 수입에 기반한 정부 재정 투입과는 전혀 다르다. 문자 그대로 고성능 인쇄기계로 찍어내면 그만이다. 바로 그런 위험성 때문에 한은법은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변덕스런 정치적 고려에서 탈피해 통화가치를 유지하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돈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금으로 교환되거나 누군가의 땀과 눈물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관리통화 시대라 해도 발권력이 통제도 없이 남용돼선 안 된다.

 

일각에선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데 한은은 소극적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 완화도 균형고용에 필요한 화폐량을 엄밀하게 계산하는 등 내부 기준이 있다. 정부가 한은을 찍어눌러 발권력을 빌리는 것은 양적 완화보다 질이 더 나쁘다. 과거 한은은 정부의 외환은행 출자 요구에 법에 위배된다며 버티는 결기라도 있었다. 지금은 하라는 대로 금통위의 의사봉 두드리기 바쁘다. 국회 심의조차 받지 않는 발권력을 누가 동원했나. 이럴 바엔 한은도 중소기업·서민대출창구를 만드는 편이 낫지 않겠나.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402목] KTX 전국망 시대…수도권·지방 타령 이젠 그만

 

KTX가 2004년 4월1일 경부고속철도 개통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이 땅에 고속철 시대를 연 지 11주년을 맞았다. 개통 당시 7만2300명이던 하루 이용객 수가 지금은 15만5628명,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누적 승객수로 따지면 약 47억명으로 전 국민이 아홉 번 이상 탑승했다고 할 정도다. KTX 운행노선은 2004년 687.6㎞에서 1512.4㎞로 증가했다. 시속 300㎞ 속도 혁명이 바야흐로 전국을 구석구석 이어주는 생활상의 일대 혁명을 몰고 온 것이다.

 

특히 올해는 KTX가 또 한 번 도약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오송~광주송정 간 호남고속철도와 신경주~포항 간 직결선이 완공돼 오늘 개통한다. 이로써 서울~광주는 최단 1시간33분, 서울~포항은 2시간15분으로 단축돼 그야말로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었다. 벌써부터 부동산이 들썩이는 등 지역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다른 지역도 관광 등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맞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빨대효과’를 들먹이며 수도권에 대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당일쇼핑 등으로 지역 상권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다. 하지만 그런 지역일수록 막상 새로운 유통망이 들어오려고 하면 각종 규제나 반발, 돈 뜯어내기 등으로 진입을 가로막아 왔다. 지역 간 경계를 허문 KTX 시대에조차 1960~70년대 균형발전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KTX를 반대한다고 더 빠른 속도를 향한 기술혁신이 멈출 것도 아니다. 전국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좁혀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각 지역이 KTX를 발판삼아 전국을, 해외를 자신의 무대로 만드는 과감한 발전전략을 펼 때가 아닌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3목] 외자 우대 줄이는 중국, 우리 기업 피해 최소화해야

 

중국이 외자기업에 대한 우대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180도 선회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말 지방정부가 자체 제정한 조세감면 등 외자기업 우대정책을 전면 청산해 조세법정주의를 준수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2008년에 단행한 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혜택 철회에 이은 것이지만 대상 범위와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까지 감안할 경우 우리를 포함한 외자기업 모두에 훨씬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무원 지침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국무원 허가 없이 세금우대 정책을 제정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지방정부는 외자기업이 부담하는 사업성 요금과 사회보험 등을 엄격히 집행해야 하며 토지 등 국유자산의 저가 매각도 엄금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무원은 특히 3월 말까지 이행사항을 지방정부에 보고하도록 해 이달부터는 이번 조치의 파장과 진출기업의 피해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가뜩이나 중국 내 임금·준조세·지가상승 등으로 운영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지 진출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중국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무작정 철수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세금우대 정책을 지역 중심에서 하이테크 등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만큼 사업구조 재편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대상 기업의 한국 U턴 방안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지원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2목] 노동개혁 과연 '사회적 대화'만으로 풀 수 있겠나

 

공무원연금에 이어 노동시장 개혁마저 좌초될 위기다.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 말까지 6개월간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논의해온 노사정 대화가 아무 성과 없이 협상시한을 넘겼다. 후진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대타협의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화를 이어간다지만 개혁 안건들에 대한 입장차가 커 극적 타결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설사 합의에 이르더라도 견해차가 큰 사안은 빠지고 낮은 수준의 타협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빈손으로 끝났다는 비난을 피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할 따름이다.

 

공무원연금 국민대타협기구에 이어 노사정위 협상마저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이유는 집단이기주의다. 국민들의 압박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기는 했으나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노조는 노조대로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집착했다. 사측마저 현 상태를 유지해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러니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고 성과가 나올 수 있었겠는가.

사회적 대화는 경제위기 극복 방안 등 사회적 의제에 대해 국회가 아닌 노사·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모두 노사가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양보해 결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노사정 협상에서 보듯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사회적 신뢰가 낮고 합의를 존중하는 문화가 약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책 이슈가 순조롭게 풀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가 중재자나 심판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 경제여건은 노사 타협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태다. 정부가 독자적인 안을 만들어 국회를 설득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다. 유럽의 사회적 대화 성공은 노사 양보와 함께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정치인으로 실패할 수 있다는 각오로 노동개혁에 성공함으로써 지금의 독일 경제를 가능케 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2목] 물가 또 마이너스… 2년차 한은 총재 어깨 무겁다

 

담뱃값을 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취임 1주년을 맞은 1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4% 오르는 데 그쳤다. 담뱃값 2,000원 인상 효과 0.58%포인트를 제외하면 2월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다. 월별 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0.8%와 올해 1월 0.8%, 2월 0.5%에 이어 0.4%로 하락세가 계속되는 추세다. 이래저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디플레이션 걱정은 말라고 한다. 되레 실물경제 회복세가 점차 강화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된다는 논평까지 내놓았다. 하기야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달에도 2.1%를 지켜내긴 했다. 2월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2.6% 증가하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증가율이 2.8%와 3.6%에 달하는 등 경제지표에도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도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만 봐도 전년보다 0.3%포인트 떨어져 안심할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최근의 지표호전 또한 설 연휴에 자극받은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

특히 한은 총재 2년차를 맞은 이 총재는 세 차례의 금리 인하에도 물가하락을 막지 못한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을 주도한 지난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8%에서 2.5%로, 소비자심리지수가 108에서 101로, 기업경기실사지수가 81에서 77로 내려앉은 것은 스스로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소통부족'과 '신뢰상실'이라는 쓴소리를 귀담아듣고 남은 임기 3년을 위한 묘약으로 삼는 지혜도 이 총재에게 필요하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의 '입조심'이다. 권력자의 섣부른 간섭으로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의심받게 된다면 이 총재에 대한 믿음은 물론 디플레이션 위험을 함께 극복해야 할 모든 경제주체 간의 신뢰까지 해치는 반갑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세상 읽기/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20150402목] 가난을 모욕(처벌)하는 국가

 

 

경남에서 무상급식이 중단되었다. 많은 시비가 있었으니 딱 한 가지, 학교급식은 허기를 면하고 영양을 보충하는 일 그 이상이라는 것만 다시 새긴다. 밥 먹이는 것이 곧 보살핌이라는 것을 잘 알 텐데도 그리했으니,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남을 상처가 같이 아프다.

 

그다음이 더 문제다. 경상남도는 급식 대신 공부시키는 데에 돈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선별복지가 맞다면서 ‘서민 자녀’ 중에 지원받을 학생을 고르는 중이다. 그래도 이런 소리는 듣기 싫었을까, “가난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대상자를 객관적으로 선정”하는 것이라고 보도자료까지 냈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어떤 방법이든 그 학생들이 ‘딱지’를 피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무상급식으로 남겨 놓은 학생의 처지도 비슷하다. 아무리 부인해도 차별과 모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드러내 목표로 삼지는 않았지만, 나는 암묵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의료급여를 받는 가난한 사람들도 모욕을 당하게 생겼다. 복지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 서비스’ 때문이다. 얼마 이상 많이 쓴 사람에게 진료비 총액과 의료 이용량을 경고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만든 모범 통지문의 내용은 이렇다. “귀하께서는 …에 대한 의료 이용량이 매우 높아 적절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이런 통지를 받고도 불안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몇원까지 상세한 개인정보에다 으름장까지, 누구나 등골이 서늘할 일이다. 늘 따라붙던 ‘도덕적 해이’란 말만 쓰지 않았지, 필요하지 않은 병의원을 드나든다고 비난하는 것이 분명하다.

거기다가 “사용하신 총진료비용은 ○○○원이며 이 중 정부(의료급여)에서 ○○○원을 지원”한다는 문구도 들어간다고 한다. 국가의 시혜까지 내세웠으니, 도덕의 이름으로 가난한 자의 책임을 말하는 거리낌없는 차별이고 모욕이다.

국 가가 가난의 낙인효과에 유혹을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모욕을 통해 가장 은밀하게 가난을 ‘처벌’할 수 있어서다. 소설 <주홍 글씨>의 낙인이나 명단 공개를 통한 망신주기가 약한 처벌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터. 가난을 모욕하는 것에 빗대면, 그것은 현재의 사회경제 질서와 요구에 순응하게 하려는 채찍이자 당근이다.

 

하지만 그것이 국가의 통치방법인들 가난을 모욕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적어도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개인에게 쉽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언제나 그랬지만 더구나 지금의 가난은 온통 사회경제체제의 틀에 좌우된다. 우루과이 라운드와 자유무역협정의 태풍을 맞은 농부가 왜 모욕을 받아야 하나.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고도 ‘5포 세대’가 되어야 하는 청년들은 또 어떤가.

 

가난 벗어나기가 보상이 아니라 권리라는 것도 강조해야겠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혀 놓았다. 착각하지 말자. 공부 잘하거나 출세한 사람, 큰 기업을 일군 사람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능력과 노력, 지금의 처지에 상관없이 기본권을 가진다. 가난으로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모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부쩍 자주 떠오르는 일이, 오래되었는데도 눈에 선하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했다고 이름을 칠판에 적고 벌을 주던 모습. 복도에 세운다고 없던 돈이 생길까만, 모두 보라고 그랬을 것이다. 그때도 국가는 가난을 모욕하고 처벌했다.

이젠 그만하자. 아무리 유혹이 강해도, 혹 그것이 국가 이성이어도, 이렇게 가난을 처벌하는 것은 복지도 정의도 아니다. 국가의 책임이 말에 그친다 한들, 또다시 가난을 모욕하지는 말라. 이미 충분히 힘들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상언(사회부문 차장)-20150402목] 울지마, 차두리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쉼 없는 달리기 때문에 차로봇·차미네이터 등으로 불린 그는 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전압 220V로 충전한다는(그의 등번호 22번에서 유래) ‘사이보그 의혹’이 해소됐다. 동시에 ‘차두리는 왜 공보다 빨리 달릴까’라는 오래된 의문도 풀렸다. 차 선수는 국가대표 은퇴 경기(3월 31일) 뒤의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너무 축구를 잘하는 아버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처에 못 가니까 … 전 잘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열심히 하려고 애썼고….”

 

  아버지 같은 레전드급 선수가 못된 것이 끝내 한스러운지 모르겠으나 사실 그는 이미 축구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엉거주춤 코리아’가 된 나라에서 국민은 그가 내달리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다. 가끔 엉뚱한 곳으로 공을 차면 어떤가. 발재간이 좀 떨어지면 어떤가. 공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선수보다 공을 향해 질주하는 선수가 보기에 좋지 않은가.

 

  아버지와 아들 또는 딸이 같은 분야에서 당대 최고의 재능을 보이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정도는 세상이 공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인지 유전자가 완벽히 대물림되지는 않는다. 후광으로 남들보다 쉽게 인생을 앞서 나간 이들은 늘 부모의 성취와 비교당하거나 스스로 비교하는 ‘주니어 콤플렉스’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차두리의 눈물은 그 부담의 무게를 말해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역설할 때 유독 말이 강해진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조국 근대화’를 외칠 때의 모습이 비쳐진다. 박 대통령이 “국가와 결혼한 삶”이라고 말할 때도 그 위로 아버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라고 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의 핵심 각료였다.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 수정까지 노리며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도 태생적 연원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선수로서의 차두리는 아버지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아버지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급 선수가 일류 지도자가 된 예는 많지 않다. 역대 최고급 야구 선수 출신 선동열·김시진도 감독으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차범근도 감독으로서는 별로였다. 반면 명장 거스 히딩크·조제 모리뉴(영국 첼시 감독)는 그다지 유명한 선수도 아니었다. 차두리, 축구 인생 2막이 기다리고 있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대근(논설위원)-20150402목] 두 손 든 아이

아이를 두고 흔히 순수하다, 순진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희망을 담은 표현일 뿐이다. 아이들을 한 방에 모아서 먹을 것을 주고 지켜보면 아이의 본성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마 서로 빼앗고 할퀴고 울고 난리 날 것이다. 이게 바로 어른들이 아이에게 사회 규범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사회상이 없으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은 살아갈 방법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그에 따라 패도 나뉘며 갈등한다. 결국 권력을 쥐게 된 소년과 그에 맞서는 소년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전쟁놀이 하듯 한다.

 

얼마전 이집트 어린이들이 IS의 인질 참수를 흉내내는 놀이를 하자 세계가 놀란 적이 있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은 세상이 가르친 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침팬지를 비교하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나뭇가지로 검은 상자 위쪽을 두드리는 등의 세 가지 행동을 한 뒤 상자 한 면에 달린 창을 열어 나뭇가지로 사탕을 꺼내는 것이다. 아이와 침팬지 모두 잘 따라 했다. 그 다음 투명한 상자로 같은 실험을 했다. 사탕이 잘 보이므로 상자 위쪽을 두드리는 행동은 불필요했다. 그냥 창을 열고 사탕을 꺼내면 된다. 그러나 아이는 세 가지 절차를 다 따랐다. 반면 침팬지는 바로 사탕을 꺼냈다. 침팬지가 아이보다 똑똑했다! 그런데도 침팬지는 문명을 만들지 못한다. 모방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방할 줄 알기 때문에 선례를 배우고 지식을 습득해 후대에 전수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어제 보도된 시리아 난민촌 사진 한 장을 보자. 사진에서 네 살짜리 아이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두 손을 들고 있다. 누군가가 긴 쇠뭉치를 꺼내 양손에 잡고 자기를 겨냥하자 살려달라며 두 손을 든 것이다. 터키 신문기자가 아이를 촬영할 때 그렇게 항복의사를 나타냈다고 한다. 아이가 생존법부터 배운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아이에게 왜 공포가 됐는지 이 사진은 묻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사진은 아이에게 생존경쟁의 정글 사회를 물려주려는 한국인의 어깨도 죽비처럼 내리친다.

 

[서울신문 칼럼-곽태헌 칼럼/곽태헌(논설실장)-20150402목] 이젠 운 좋은 ‘586세대’가 양보해야 한다

 

1990년대 들어 ‘386세대’라는 조어(造語)가 나왔다. 30대, 대학 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을 종합한 게 ‘386세대’다. 어원(語源)은 당시 성능이 좋았던 386급 컴퓨터다. 종전의 286급 컴퓨터에 비해 기능이 훨씬 뛰어났던 386급 컴퓨터와 같은 자랑할 만한 좋은 별칭이다. ‘386세대’가 제대로 업그레이드됐는지를 논할 생각은 없다. 세월이 지나면서 30대가 40대가 되고, 50대가 됐다. ‘486세대’를 거쳐 ‘586세대’가 되면서 요즘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86세대’로도 불린다.

 

기자도 여기에 포함되지만, 이 세대는 운이 참 좋다. 입시 지옥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쉽게 들어갔다. 1980년 7월30일 전두환 정권은 느닷없이 과외와 본고사를 없애고, 예비고사와 내신성적으로만 대학에 들어가는 내용의 ‘교육개혁안’을 내놓았다. 당시 모든 언론이 찍소리를 할 수 없었던 군사정권이었으니 가능했다. 대학 정원도 늘리고 여기에 덧붙여 졸업정원제라고 해서 30%를 더 뽑게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데모하지 말고, 공부를 하도록 하려는 꼼수가 깔려 있었지만 어쨌든 입학의 문은 활짝 열린 셈이다.

1981학년도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은 18만 7050명으로 전년보다 7만 350명 늘어났다. 졸업정원제 첫해인 그해에는 원서접수에 제한이 없어 허수(虛數) 지원이 많았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치러진 면접에는 한 곳만 선택해야 했으니, 서울대 법대를 비롯해 곳곳이 미달이었다. 1984년에는 30%를 더 뽑을 수 있도록 된 것을 대학 자율로 하도록 바뀌었고, 1988년에는 졸업정원제는 완전 폐지됐다.

 

‘86세대’는 직장도 골라서 갔다. 전두환 정권 시절의 3저(달러·유가·금리) 호황을 타고 이들이 졸업할 1980년대 말에는 취업도 쉬운 편이었다. 요즘 웬만한 기업의 경쟁률은 100대1이 넘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1980년대 말, 상경계 출신들은 투자금융·종합금융·리스·증권·투자신탁 등 당시 잘나가는 금융회사를 골라서 가기 바빴다. 상경계 출신들은 요즘 인기가 있는 시중은행은 안중에도 없었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져 여기저기서 구조조정을 했지만 입사 경력 10년을 넘지 않았던 ‘86세대’들은 이 위기도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갔다. 보통 기업에서는 고참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운 좋은 ‘86세대’는 국회의원들의 도움까지 받았다. 재작년 국회 본회의에서는 직원이 300명 이상인 기업의 경우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켰다. 고비마다, 외부의 도움을 받으며 넘어가니,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다.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보통 55~58세가 정년이던 곳에서는 1958~61년생도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는 ‘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이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과 딸을 위해 양보할 때가 됐다. 요즘 20대는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이다, 과외다 하면서 힘들게 살아왔다. 부모 세대보다 입시를 위한 공부는 더 많이 힘들게 했지만,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훨씬 어려워졌다.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은 없다. 지난 2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1%로 1999년 7월 이후 최고치였다.

 

취업하는 게 본인과 가족에 가장 큰 축복인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는 정반대인 주문을 해왔다. 배당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임금을 올리라고 압박한 게 최 부총리다. 배당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면 기업의 여윳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배당 압박을 할 게 아니라, 고용 압박을 해야 한다. 임금을 올리라고 할 게 아니라, 임금을 동결해서라도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게 맞다. 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다

 

정치권, 정부, 재벌을 믿을 수 없다면 기성세대들이라도 나서야 한다.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고, 임금동결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희망을 잃어가는, 꿈을 잃어가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기성세대가 양보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단군 이래 최고라는 지금 누리고 있는 물질적인 풍요를 우리의 아들, 딸이 더이상 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402목] 117세 할머니

 

1960년대 중반 프랑스의 한 중년 변호사가 90대 여성 고객과 특별한 계약을 맺었다. 그녀가 죽을 때까지 매월 일정액을 주는 대가로 아파트 소유권을 받기로 했다. 그녀는 여생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고, 그는 집을 싸게 사는 셈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30년 후인 122세 164일까지 살다 갔다. 세계 최고령자 잔 루이즈 칼망(1875~1997)의 실화다.

 

그녀는 85세에 펜싱을 시작했고, 110세까지 자전거를 탔다. 21세부터 117세까지 담배를 피웠다. 조사 결과 그녀의 조상들도 일반인보다 평균 10.5년이나 더 오래 살았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생활양식이나 음식보다 희귀한 장수 유전자 덕분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녀가 “자주 웃고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게 비결”이라고 했지만, 지루할 틈 없는 변호사가 훨씬 일찍 죽은 걸 보면 장수 DNA는 타고나는 모양이다.

 

남자 최고령 공인 기록 보유자인 일본인 이즈미 시게치요(1865~1986)는 120년 237일을 살았다. 그는 91세가 돼서야 재혼을 단념할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105세 때까지 젊은이처럼 일했다. 담배는 116세에 끊었다. 그러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동심을 갖고 있었다. 매일 술 한 잔의 여유와 태평한 마음가짐, 유머가 장수 비결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110세 이상을 산 사람은 100명에 육박한다. 100세를 넘긴 사람은 수십만명이다. 국내에도 100세 이상 노인이 1만5000여명 있다. 일본은 6만여명이나 된다. 물론 여성이 세 배 정도 많다. 현재 남성 최고령자는 112세인 일본인 모모이 사카리다. 그는 지난해 기네스 인증서를 받고 “건강 비결은 하루 세 끼를 생선 위주로 잘 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욕심이 없어 “2년만 더 살고 싶다”고 했다.

 

학자들은 성장 발육기간(24세 전후)의 5배가 인간의 한계수명이라는 점을 근거로 우리가 120세까지는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본다. 성경 창세기 6장 3절에도 ‘그들의 날은 백이십년’이라고 했으니 이 또한 비슷하다.

 

어제 세계 최고령자인 일본의 오카와 미사요 할머니가 117세로 세상을 떴다. 지난달 생일잔치에서 머리에 분홍색 꽃핀을 꽂고 수줍게 웃던 그 모습이 아직 선하다. 그동안의 인생이 길었느냐는 질문에 “짧았다”는 대답을 남기고 ‘만년 소녀’는 하늘로 갔다. 스시를 즐기며 하루 8시간 이상 자는 게 건강비결이었다고 했는데, 아쉽다. 인간 수명 120세에 3년을 남겨놓고 갔으니.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정상범(논설위원)-20150402목] 가장 가난한 대통령

 

중국의 전설적인 성왕인 순임금은 논밭을 매는 가난한 농부로 생활하다 전격 등용돼 임금 자리에 올랐다. 그는 왕위에 오른 후 단 한 번도 산해진미를 맛보지 않은 채 거친 밥과 나물국을 상식했다. 초가집에 살면서 질그릇으로 식사를 하는 바람에 신하들이 이를 말리느라 애를 써야 했다. 조선 시대 영조는 야참과 낮것상을 줄여 하루 세 끼만 들었으며 반찬의 가짓수가 지나치게 많다면서 늘 3첩 반상만 고집했다. 거처하던 대궐의 방문이 뚫어지면 손수 종이 조각으로 발랐으며 비단 대신 무명천으로 용상을 만들게 하고 버선도 해진 데를 일일이 기워 신었다. 어느 날 호조판서가 무명천에 솜을 집어넣어 방석을 만들어 올리자 몸이 편하면 마음도 게을러지기 마련이라며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비록 통치자의 자리에 있지만 백성의 고통을 외면하고 호의호식하는 것은 하늘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통치철학이다.

 

지난달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의 검소한 생활이 우리 사회에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재임 시절 대통령 관저를 노숙자 쉼터로 양보하고 자신은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허름한 시골농장에서 지냈다. 재산이라곤 1987년산 폭스바겐 비틀 중고차 1대뿐이다. 급여의 90%를 극빈층을 위해 내놓고 자신은 나머지 10%의 돈으로 생활한다고 해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그에게 70%의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단지 청렴한 생활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재임 시절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인 6.5%로 떨어졌고 빈곤율도 11.5% 수준까지 낮아지는 등 경제사정이 크게 좋아졌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혼자 검소한 생활을 해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다 돕지 못하므로 우루과이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임무는 가난한 생활을 경험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국민을 가난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소중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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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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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감독원은 작년 한 해 동안 6천억 원 상당의 보험사기가 적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보험사기 규모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이것도 생계형 범죄인가? 보험사기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기입니다. 그러면 혼나요~

2. 지난해 전국 면세점 총매출액이 8조 원을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면세점의 폭발적인 성장세에는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리 국민들의 담배 사재기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3. 4월 4일 오후 7시 15분부터 보름달이 지구 그림자 뒤에 숨는 개기월식이 시작됩니다.
이번 개기월식을 놓치면 2018년 1월이 되어야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꼭 보려고 시간 비워 놨는데 비 오는 건 아니겠지?

4. 미국 예일대학 연구팀은, 실패한 항암제 '사라카티닙'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쥐 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비아그라'도 처음에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만든 게 아니었다지? 발명도 이따금 이렇게 되기도 해야 재미도 있지...

5. 인간 관계에 치이고 일에 시달리는 분들을 위한 자판기가 있습니다.
500원을 넣고 '외톨이 바이러스', '미래 막막증' 등 자신의 병명을 누르면 작은 상자 안에 힐링용 시와 비타민 드링크제가 나온답니다.
지금은 전국에 하나밖에 없다는데, 재미도 있고 기분 전환에 좋을 듯 하네... 우리 동네도 하나 생겼음 좋겠다.

6.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제1차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세월호 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 기준 등을 의결하고, 4월부터 설명회와 현장 접수 등 배·보상 절차를 거쳐 이르면 5말께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뭐 하나 물읍시다. 자꾸 돈돈 하는데... 그 돈 받고 내 아이와 바꿀 분 계십니까?

7.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4월부터 157개 전 역에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용한 휴지는 변기통에 그냥 버리셔도 됩니다. 그렇다고 휴지까지 치우는 건 아니겠지?

8. 전 세계에서 캘 수 있는 금이 약 20년 안에 고갈될지 모른다고 골드만 삭스가 관측했습니다.
올해가 금 생산의 절정으로 다이아몬드·니켈·아연도 품귀를 전망했습니다.
사재기는 형편이 안되고, 캐러 다닐 수도 없고... 그냥 남 얘기라는 거지~

9. K-11 복합소총에 장전되는 20㎜ 공중폭발탄이 고출력 전자파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존에 생산된 물량이 전량 폐기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국민 세금 240억 원이 공중 폭발 됐다는 얘기입니다~~

10. 개념없는 셀카질 때문에 미국 뉴욕이 떠들썩하고 있습니다.
가스 폭발로 2명의 사망자와 2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참사 현장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셀카를 찍은 7명의 여성들에게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쯧쯧... 신문에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렸으니 당분간 나다니기 힘드시겠수~

11. '땅콩 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3개월이 넘는 수감 생활을 하면서 불면증 등 심리적 불안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래도 적응이 안되는 모양이네... 아무리 넉살 좋은 사람도 그 안에 들어가면 적응 안되는 거임.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함.

12. 엔저 현상과 일본내 혐한 기류의 영향으로 대한민국 대표술인 소주와 막걸리의 일본 판매가 급감하는 반면 일본산 맥주의 한국내 소비는 급증하는 등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나 주목됩니다.
우리 소주와 막걸리는 맛없고, 일본 맥주는 맛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13. 사업성이 확인되지도 않은 해외 자원 개발에 '안정성'이 생명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세금 쓰기를 자기 돈 쓰듯이 하더니 국민의 미래까지 들어먹으려 했구만~ 에라이~

14. 베트남 중부 하띤성 경찰은 최근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항만 부두 공사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삼성물산을 노동안전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성실하고 근면한 게 우리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이제 대충대충 어영부영으로 변해가는 건 아닌지...

15. 아스피린이 당뇨병엔 도움이 안된다고 합니다.
당뇨가 있는 사람은 오히려 뇌경색의 위험이 1.7배나 높아졌다고 합니다.
26만여 명을 4년간 추적한 결과라고 합니다.
아무리 아스피린이라지만 잘 따져 보고 드셔야겠습니다. 약이 독약이 돼서야 어디...

16. 미국 뉴욕 메트로 지역 한인 대표를 뽑는 선거가 파행을 거듭하며 막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차 논란을 빚어온 한인회장 선거이지만 아예 선거 자체를 치르지 못할 지경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거기서까지 그러면 어쩌십니까? 선진국 물 드셨으면 흉내라도 좀 내셔야죠~

17. 올해 11월12일 치러질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난이도가 지난해와 비슷하고 영어에서는 EBS 교재와 같은 지문을 활용한 문항이 줄어듭니다.
매년 똑같은 뉴스 보는 것 같지 않아? 난이도 비슷, 교과서와 EBS 교육 자료에 충실하면... 뭐 이런 거~

18. 선관위가 4ㆍ29 재ㆍ보궐선거는 국회의원 4곳 등 총 12곳을 확정했습니다.
재ㆍ보궐선거는 국회의원 4곳, 광역의회의원 1곳, 기초의회의원 7곳이랍니다.
잘 지켜보시고, '도와주세요' 한다고 막 도와주시 마세요. 나중에 후회합니다.

19.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의 창립 회원국 참가 시한까지 45개국 이상이 참가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나자, 일본은 이렇게 많은 숫자일 줄은 몰랐다며 당혹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많이 당혹스러우시겠어요. 어쩌냐... 다들 그쪽으로 줄 서는 것 같은데~

20. 경남의 무상급식 중단 첫날, 진주 엄마들이 직접 밥을 해 먹였답니다.
연예인 수지가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습니다.
다음카카오가 택시를 스마트폰으로 부를 수 있는 ‘카카오택시’ 앱을 출시했습니다.
EBS2 채널이 어제부터 케이블 방송으로도 시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공중전화 박스가 스마트폰 충전소로 변하고 있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국민 신뢰 획득 책임은 법관에게 있다'고 말했답니다.

4월의 첫날은 잘 보내셨지요.
시작이 좋아야 마무리도 잘 됩니다.
오늘도 기분 좋게~~
아자아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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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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