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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주주총회가 한창입니다만 재벌 총수 일가들이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등기임원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전문 경영 체제라고 하지만 책임 경영을 회피한 꼼수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돈은 돈대로 챙기고 책임은 방기하는... 참 얄미운 부자들이지요?

2.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서거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 영결식에 참석한답니다.
흥미로운 건 현 싱가포르 총리가 리셴룽, 리콴유의 아들이고 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입니다.
어쩌다 우리가 싱가포르를 부러워하는 나라가 돼 버렸냐 그래~ 광화문에 떡하니 분향소 차려 놓고 말이야.

3. 미국으로 유출돼 그곳 시애틀미술관이 소장 중인 조선 덕종어보가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나라 잃고 전쟁통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가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조차 없다고 하니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잘 찾아서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4. 한양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학내 강연은 허용하고,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강연은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양대가 내놓은 해명이 참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네... 그렇게 눈치 보여서야~

5. 서울시 산하 병원인 서울의료원이 응급진료비를 상급종합병원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아파서 찾은 응급실의 진료비가 비싸서 두 번 앓는 경우가 조금은 줄어들겠네...

6. 울산시는 24일 고액 지방세 체납자들이 재산을 국외로 빼돌려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 법무부에 이들의 출국금지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5천만 원 이상의 체납자라고 하네요. 4천 9백만 원은 괜찮고? 수천만 원 씩이나 체납한 사람이 외국 나갈 일이 있을라나? 전부 못 나가게 하는 걸로 해야 함.

7. 경북 영천시가 행사장의 VIP·내빈석을 없앤다고 합니다.
다음 달부터 열리는 모든 행사에는 기존의 초대받은 기관장들이 앉던 가장 앞줄 의자에 시민 누구나 앉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당연 그렇게 해야지요. 이분들 선거 때마다 하늘같이 시민을 섬긴다고 했던 사람들입니다.

8.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수십 회씩 하는 서명을 한 번으로 줄이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형식적 절차를 줄이고 금융상품 설명은 더욱 내실있게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여기 여기 성함 적으시고 사인하세요' 할 때, 자세히 읽어 보고 하시는 분 없죠? 그러고 책임은 사인하신 분이 하는 거라니...

9. 성남시가 '무상 산후조리' 지원 조례를 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산모 1인당 2주간 산후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진짜 하는구만... 빚더미 성남시의 빚 다 갚고 복지 해택을 계속 늘려나가는 거 보면 누군 좀 찔리겠어~

10. 여론조사에서 국민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으며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려 48%가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는데 말입니다. 저들 표현대로 하면 국민의 절반 가량은 '종북'인거죠?

11. 쌀에 코코넛 기름을 조금 넣어 밥을 해서 냉장고에 두었다 먹으면 쌀밥의 칼로리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12시간 정도 냉장하면 자그만치 60%나 줄어든다고 합니다. 근데 밥이나 제때 먹었음 좋겠다.

12. '생리휴가 시 생리를 인증하라'는 등 여성혐오·지역차별적 글을 온라인에 올려 논란이 된 KBS '일베 기자'의 정직원 채용 문제를 놓고 내부 비판이 거세다고 합니다.
해당 수습기자는 오는 4월 1일 정직원으로 채용될 예정입니다.
망가지기 시작하면 한순간이라더니... 대체 뭘 믿고 이리 오만방자한 건지 에휴~

1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속지 말라'고 전했습니다.
집권여당 대표까지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구됩니다.
속아도 별로 놀랍지 않을 거 같아.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들어는 봤나?

14. 지난 1970년 노동자의 권리를 부르짖으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장소가 45년 만에 서울시의 미래유산으로 선정됐습니다.
'노동 3권 보장하라'는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니 그것 참...

15. 용인시 도로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사 중 구조물이 무너져 노동자 16명이 철근과 거푸집 등 자재 더미에 깔렸는데 15명이 구조되고 1명이 숨졌습니다.
이것도 인재겠지요? 안전 불감증이 아무래도 고질병인가 봅니다. 아휴~

16. 중국이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자동차를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이 차는 충전식 배터리를 이용해 움직이며 시속 40㎞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다 프린터 한대만 사면 가전제품도 다 장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17. 최대 '10년' 묵은 냉동 아귀를 시중에 유통시킨 업체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돈 벌고 싶디? 이 아귀 같은 놈들아~ 근데 지난 주 먹은 아구찜이 혹시?...

18. 미국은 지난해 발생한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을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해 발표했었습니다.
이런 발표가 있은 뒤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 차원의 ‘사이버 대응’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근데 아니라면? 잘못된 함무라비?

19. 미국 뉴욕의 한인식당 '금강산'이 한국식으로 종업원을 착취하다 29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가게 문 닫게 생겼구만요. 그러게 집에서 새던 바가지 잘 고쳐서 썼어야지... 어쩌냐?

20. 가계부채의 폭증으로 소득대비 비율이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함안보'가 또 보강 공사에 들어갑니다. 규모가 어마어마 하답니다.
중국에서 '고구려 침공' 함선의 제조자 묘비가 발견됐습니다.
조금전 러시아에서 아리랑 3A호 인공위성이 발사됐습니다.

오늘도 멋진 하루
힘찬 하루
당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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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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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천안함 5주기

■ 공무원연금 개혁

■ 리콴유 조문외교

■ 정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훼방

■ 한국, 국민 행복감 143개국 중 118위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천안함 5주기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천안함 5주기, 우린 희생에 값하는 시간을 보냈나

 

희생 욕보이는 해군 수뇌부 잇단 비리

여전히 횡행하는 음모론 이젠 끝내야

꽉 막힌 남북관계, 고민스런 해법 찾기

 

내일로 천안함 사건 5주년을 맞는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작전을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측의 기습 어뢰공격을 받아 두 동강나고 장병 46명이 산화했다. 구조작전 과정에서는 한주호 준위가 희생됐다. 시간이 흘렀어도 그날의 충격과 분노는 잊혀지지 않고, 유족과 국민의 아픔과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과 사회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던졌다. 우리 군은‘천안함을 기억하라’는 구호 아래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전비태세의 일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런 다짐과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특히 대잠능력 강화 등 해군전력 확충에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성과는 불안하다. 해군 지휘부를 비롯해 군에 만연한 방위산업 관련비리가 그 직접적인 이유다.

 

천안함은 거의 기능을 상실한 음파탐지기 탓에 어뢰공격의 낌새도 못 채고 당했다. 그런데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새로 건조된 구조함인 통영함에 엉터리 음파탐지기 등 부실장비 부착 등 납품비리 사건으로 구속됐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앞서 천안함 사건 직전 해군참모총장인 정옥근씨가 방산 관련 뇌물 혐의로 철장에 갇혔고, 통영함비리 연루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꽃 같은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는 파렴치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는 것도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사건 발생 직후 군 발표의 혼선과 말 바꾸기 등으로 의혹이 증폭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사를 토대로 한 민군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은 엊그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합동조사단이 진실을 숨겼다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출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근거가 희박한 음모론으로 더 이상 우리 내부의 소모적 갈등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천안함 사건 2개월 만에 취해진 ‘5ㆍ24대북제재조치’는 남북관계에 빙하기를 초래했다.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지만 북측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남북관계의 회복을 가로 막는 장애로 작용해왔다. 북측을 제재한 게 아니라 북한 진출 기업에 타격을 입히는 등 우리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5ㆍ24조치의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내부에서는 또 하나의 남남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5ㆍ24조치의 출구를 찾는데 지혜를 모을 때가 됐다.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하며 언제까지나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북한도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최소한 5ㆍ24조치 해제를 위한 여건 조성에 협조해야 한다. 어제처럼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잠꼬대 같은 넋두리”라며 우리정부의 사과 요구를 비방한 것은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5수] 유감스러운 북한의 5·24조치 해제 논의 거부

 

북한 국방위원회가 천안함 폭침 5주기를 이틀 앞두고 “천안함 사건과 북한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남측의 사과 요구에 대해 “잠꼬대 같은 넋두리이고, 남북이 5·24 조치 해제를 논의하자는 것 자체도 얼빠진 주장”이라 반박했다. 한마디로 유감스럽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의 책임을 부인해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시점과 수위에서 큰 문제가 있다.

 

  천안함 폭침은 국제 공동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히 밝혀진 사안이다.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취해진 것이 5·24 조치다. 하지만 이 제재가 5년째 이어지면서 남북 관계가 경색됐고,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제재를 풀 길을 찾는다는 방침 아래 고위급 대화를 추진해왔다. 북측의 간접적인 유감 표명이나 비공개 사과 같은 외교적 해법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복안도 구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5·24 제재를 풀기 위한 남북대화 자체를 거부해버린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기습 도발로 우리 장병 46명이 희생된 우리 군 사상 최대의 참사다. 이를 정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논리 없이 제재를 해제하리라 북한이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북한이 체면상 천안함 문제를 놓고 남측과 머리를 맞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물밑 접촉으로도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남북이 비공개 대화로 입장을 조율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개 회담에서 5·24 제재 해제를 논의한다면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자신이 처한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평양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씨를 옹호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 이로 인해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눈길은 더욱 차가워졌고, 중국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고립무원의 북한이 대화의 손길을 내민 동족의 선의를 곡해해선 안 된다. 북한이 진정으로 5·24 제재 해제를 원한다면 조속히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게 정답이다. “남북 정상회담도 못할 것이 없다”고 했던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의 신년사를 되살려내길 바란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는 우리에게도 이롭지 않다. 분단 70주년인 올해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북한의 만행을 결코 잊어선 안 되지만 우리의 인식이 천안함 폭침 당시에 머물러 있는 한 남북 관계는 진전되기 어렵다. 정부가 원칙 속의 유연성을 발휘해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내고,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측의 입장 표명과 5·24 제재 해제를 끌어내는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천안함 5주기를 맞아 대북 전단을 공개 살포하려던 인권단체들을 설득해 자제를 유도해낸 건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이처럼 북한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서 5·24 제재 해제로 논의를 확대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공무원연금 개혁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공무원연금 개혁, 중재안 출발점삼아 밤 새우라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가 활동 종료일 (28일)을 코앞에 두고도 합의안 마련은커녕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타협기구 소속 김태일 고려대 교수가 내 놓은 중재안은 주목할 만하다. 새누리당의 구조개혁에 기초하면서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노후소득 보장을 어느 정도 이뤄낼 수 있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은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연금체계를 개편하고,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노조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 인상이나 연금지급액 조정으로 재정부담을 줄이는 모수(母數)개혁을 선호한다.

 

중재안은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과 동일한 구조로 설계하는 대신 정부가 지원하는 개인저축계좌(월 30만원)을 여기에 추가해 소득대체율(퇴직 전 평균 급여 대비 퇴직 후 받는 연금비율)하락을 보완했다. 한마디로 깎인 공무원연금을 개인연금으로 메워주는 형식으로 월 150만원(연금+퇴직금+저축계정)의 노후소득을 보장한다. 이렇게 되면 구조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현저하게 낮아져 공무원연금이 용돈 수준으로 전락한다는 야당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정부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중재안을 최선의 방안으로는 보지 않는다. 다만 여야가 누차 약속한 내로 시한 내 합의안을 내놓으려면 일단 중재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해서는 개혁은 결국 물 건너 간다. 남은 기간 밤을 새워서라도 대타협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야당은 중재안마저도 정부여당의 구조개혁에 치우쳐 있다며 부정적이다. 언제까지 ‘노(NO)’만을 외치고 있을 건지 답답한 노릇이다. 90일 활동시한이 다 지나도록 야당이 한 일은 “소득대체율 50%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한 게 전부다. 그것도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은 없다. 이래서는 야당의 존재의의조차 의심받게 된다. 이제 정부안, 이를 바탕으로 소득대체율을 더 낮춘 새누리안, 중재안 등 3가지 중에서 선택하든지, 아니면 이보다 나은 자신들의 방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대타협기구는 연금개혁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조와의 타협을 위해 지난해 말 구성됐다. 여기서 아무 성과 없이 28일 이후 국회 특위로 공을 넘기면 여야합의에 의한 개혁입법은 더 어려워질게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4월 처리 협조를 요청하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합의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말 그래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5수] 공무원연금 개혁에 너무 소극적인 야당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시한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때문이다. 야당은 아직도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주 3자회동에서 “우리 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재정절감 효과와 노후불안 해소가 가능한 안”이라고 해놓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더니 어제 ‘개혁 기본 구상’이 흘러나왔다. 보험료는 지금보다 29~43%(여당안은 43%) 더 내고 연금은 11~24%(여당안은 34%) 덜 받는다는 것인데, 이 역시 정식 안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아니다. 쉬쉬하면서 야당 지도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왔다.

 

  새정치연합은 개혁안을 내라는 압박을 이런저런 핑계로 피해왔다. 어떤 때는 “공무원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에는 “정부안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을 반값 연금으로 만들려 하고, 이 계획을 철회하지 않아서 공개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국민연금이 반값 연금인 것은 맞다. 하지만 2007년 국민들이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동의해 준 것인데, 공무원연금을 자꾸 여기에 빗대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24일 ‘기본 구상’이 나온 뒤에도 강기정 의원은 “내일 얘기합시다”고 즉답을 피했다. ‘기본 구상’도 지난해 11월 공개된 초안과 별 차이가 없다. 도대체 넉 달 동안 뭘 했는지 궁금하다.

 

  새정치연합이 계속 이러니 공무원노조 편을 든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음달 재·보궐선거나 내년 총선에서 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공무원 표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그렇다면 야당 눈에는 국민은 없고 공무원만 보인다는 것인가. 공무원 표를 얻으려다 국민 마음을 잃게 될 위험을 깨달아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파를 떠나 국가 대계를 위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야당 초청간담회에서 “정부가 하는 일 중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했으면 좋겠다”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쓴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5수] 대안 없는 비판만으로는 연금개혁 못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 종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야당과 공무원노조는 비판만 하고 있을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다. 직접 이해 당사자의 이익집단인 공무원노조조차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했을 만큼 연금 개혁은 불가피하다. 공무원노조의 경우 연금 개혁이 곧 ‘제살 깎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만큼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앞장서고, 야당이 발목을 잡는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대타협기구가 사실상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김태일 안(案)’이 부상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신규 공무원에 대한 연금 지급률이 낮아지는 것을 보완하고자 개인 저축계정을 따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공무원연금과 퇴직수당으로 이루어진 기존 체계를 공무원연금, 퇴직금, 저축계정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저축계정은 공무원과 정부가 매칭펀드 형태로 4%와 2%의 저축을 각각 보태 개혁 이후 줄어드는 연금액을 보충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내놓은 절충안이다. 물론 이 안이 답보 상태에 있는 연금 개혁 논의를 일거에 진전시킬 수 있는 묘안은 아닐 수 있다. 여당에서도 당장 정부 부담 비율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저 “새누리당 안과 비슷하다”며 일축해 버린 야당의 자세는 문제가 있다.

 

공무원연금의 개혁 방향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차는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잘 알려진 대로 국민연금과의 장기적 통합 등 제도의 틀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노조가 기여율, 지급률, 연금지급 개시 시기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러니저러니 훈수만 두고 있을 뿐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도무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구조개혁 일변도는 공적연금의 하향 평준화를 부추긴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고 있으니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절충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짐작만 할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42만 8314만명인 연금 수급자가 2045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서고, 재직자 대비 수급자 비율이 올해 37%에서 84%로 급등한다는 정부 추계도 믿지 않는다. 추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없지는 않겠지만 걱정할 것 없는데 호들갑 떨지 말라는 식은 곤란하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맡아 경영하겠다는 수권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런 태도로 일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1야당이라면 모름지기 납득할 만한 대안을 가지고 정부·여당을 비판해야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여야정, 네안 내안 따지지 말고 철저히 검증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은 7~10%로 하고 가입기간 1년당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45~1.7%(40년 58~68%, 30년 43.5~51%)로 낮추는 안이다. 새누리당안보다 덜 내고 더 받는 반면 신규자는 더 내고 더 받는 셈이다. 내년 이후 임용되는 신규공무원과 기존 재직자에게 다른 보험요율과 연금지급률을 적용하는 새누리당 안과 달리 신구(新舊) 공무원을 차별하지 않고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현실화하지도 않는다. 새누리당의 개혁안보다 55조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이 오랜 침묵 끝에 꽤 합리적인 안을 선보였으니 무척 반갑다. 신규공무원을 차별하는 여당안에 대해 야당과 공무원단체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론이 만만찮은 만큼 여야와 정부 간에 긴밀한 논의를 거쳐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기존 공무원에게 20%, 신규 공무원에게 9%의 총 보험요율과 서로 다른 지급률을 적용하는 신구 공무원 분리안은 공무원 간 형평성과 재정적자 축소에 도움이 안 된다.

 

최근 여당은 신규 공무원의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본인과 정부 등 사용자의 현재·향후 보험요율 격차인 2.5%(7.5-4.5%)씩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운용하는 준(準)공무원연금 성격의 개인저축계정에 넣는 방안을 야당과 공무원단체에 타협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연계성을 강화하겠다는 원칙을 허무는 것이다. 본인과 사용자 부담분을 합친 총 보험료의 3배 이상을 받는 후한 연금제도를 바로잡아 적자를 줄이겠다며 개혁의 칼을 빼들고서는 "국민연금 수준으로 조정하니 노후소득 보장에 문제가 많아 저축계정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정부와 여야는 내 안이 좋다고 우기지 말고 어느 안이 지속가능한지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바란다. 특히 재정절감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후한 공무원연금의 적자보전에 지난 10년간 15조원, 향후 10년간 55조원, 다음 정권 10년간 86조원의 혈세가 들어 개혁이 시급한 마당 아닌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제1원칙은 수지균형을 이루는 보험요율과 연금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 리콴유 조문외교

 

[중앙일보 사설-20150325수] 리콴유 조문외교, 싱가포르 가치 공유를 …

 

23일 91세로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 초대총리는 가난한 항구를 번영하는 강소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이 아시아의 ‘거인’은 31년의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뒤에도 끊임없이 혁신과 추진의 리더십을 보여왔다. 고인이 남긴 싱가포르는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산다. 경제자유지수와 글로벌 경쟁지수에서 세계 최상위이며 부패인식지수에서는 뉴질랜드 및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평가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위, 금융산업은 뉴욕·런던·도쿄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를 각각 자랑한다. 실업률은 2%에 불과하다. 이렇게 눈부신 경제적 성과는 고인이 보여준 리더십의 유산일 것이다.

 

  일자리의 44%가 외국 기업에서 나오는 개방성, 법인세가 17%에 불과한 낮은 세금, 뛰어난 인프라, 우수한 인적자원, 깨끗한 정부와 사회를 갖춘 데다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 성장을 위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기업을 지원하는 특유의 시스템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를 설계하고 지휘한 인물이 바로 고인이었다. 물론 언론과 정치적 자유도 등에서 서구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한 신념, 추진력, 미래를 보는 혜안, 그리고 창의·혁신 정신은 높이 사야 한다.

 

  그런 인물을 보내는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다. 고인의 국제적 위상과 양국 관계, 각별한 개인적 인연이 참석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정상의 조문은 단순 추모와 과거 기억에 대한 회상을 넘어서는 고도의 외교 행위가 돼야 한다. 조문 온 다른 나라 정상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비공식 다자외교의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문외교는 고인이 추구해 온 가치에 대한 공유를 표시하는 하나의 정치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존재감, 그리고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처럼 번영하는 나라를 만들 영감을 얻는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

 

 

■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김종구(논설위원)-20150325수] 대통령의 리콴유 조문 ‘우려’

 

역사상 가장 많은 조문 인파가 모인 장례식은 누구 장례식일까?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시 엔(C. N.) 안나두라이라는 인도 타밀나두주의 전 총리로, 그가 1969년에 죽었을 때 무려 1500만명이 운집했다. 작가로도 유명한 그가 힌두어를 배격하고 타밀어로 타밀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열광적 추모의 배경이었다. 해당 국가의 인구 대비로 가장 많은 조문객이 모인 장례식은 1989년 6월에 사망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 이란 인구 6명당 1명꼴인 1020만명이 테헤란에 몰려들었다.

 

숫자를 떠나 ‘질적’인 면에서 따지자면 단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2013년 12월)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005년 4월)의 장례식이 꼽힌다. 각국 국가원수급 조문객만 100명 가까이씩 참가했다. 두 사람 모두 죽어서도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막상 교황 장례식장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쿠바, 시리아 지도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외면했는데, 찰스 왕세자가 무가베와 악수를 나누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장례식 때 조문사절단 격을 낮추어 큰 논란을 빚었다. 본인이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현직 행정부 인사도 아닌 1980년대 정부 관리들인 제임스 베이커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을 조문대표단으로 보냈다. 영국의 일부 언론은 ‘모욕’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유감과 실망을 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델라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달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는 본인이 직접 간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체질’이나 ‘지향점’이 만델라 쪽이 아니라 리콴유 쪽이기 때문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혹시 박 대통령이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리콴유의 리더십은 배우지 못하고 철권통치에만 더욱 감명을 받아 오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구본영(논설위원)-20150325수] 리콴유의 화장(火葬)

 

한 시대를 풍미한 거물의 마지막 가는 길치고는 퍽 소박해 보인다. 그저께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격인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이 그렇다. 그의 시신은 29일 치러질 국장이 끝나면 화장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살던 집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그가 아닌가.

 

중국 역사상 처음 대제국을 건설한 진(秦)의 시황제는 부귀영화가 영원하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불로초를 구하려다 여의치 않자 궁전과 같은 규모로 무덤을 건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미몽(迷夢)으로 끝났다. 죽어서도 생전의 영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지하 궁전에 수은이 가득한 7개의 지하강까지 팠지만, 도굴은 피할 수 없었다. 진시황의 시신은 물론 감춰 둔 금은보화도 이제 찾기조차 어렵다. 그가 남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나’라는 나라 이름 정도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긴 영생을 꿈꾼 권력자들이 어디 진시황뿐이랴. 이집트인들은 죽더라도 언젠가 다시 태어난다는 내세관을 가졌다고 한다. 파라오들의 시신을 방부제의 일종인 몰약으로 처리해 미라로 만든 배경이다. 더 황당한 건 무신론을 펴는 공산 정권 인사들이 죽은 자를 과학적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이른바 ‘건신(建神)주의’에 매달렸다는 역설이다.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구성된 ‘불멸화위원회’가 그런 미신의 산물이었다. 옛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죽자 그의 후계자인 스탈린은 이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레닌 시신의 방부 처리를 주도했다. 존 그레이가 지은 책 ‘불멸화위원회-유령과 볼셰비키, 그리고 죽음을 극복하려는 이상한 시도’에 소개된 내용이다.

 

건신주의의 영향 탓일까. 레닌과 스탈린에 이어 공산권 지도자들인 중국의 마오쩌둥, 베트남의 호찌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도 미라로 처리돼 부활이나 영생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방부 및 냉동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레닌의 시신 매장을 검토한 적도 있다. 러시아 당국은 2004년 레닌의 시신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18개월마다 특수 제작한 새 양복을 갈아입히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산케이신문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은 김 부자의 미라 관리비로 연간 2억엔(약 18억 6000만원)을 쓴다고 보도했다.

 

물론 사회주의권 지도자들이 모두 이런 미망에 사로잡혔던 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리콴유를 만난 뒤 개혁·개방을 결심했다는 중국의 2세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의 유해는 홍콩 앞바다에 뿌려졌다. 중화권의 두 절대 권력자가 화장이라는 장례 절차를 선택한 이면에는 후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실용적 애민 정신이 공통으로 깔려 있을 듯싶다.

 

 

■ 정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훼방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5수] 특위 위원장을 분노케 한 정부의 ‘세월호 태업’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위)를 훼방하는 정부의 행태가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특위의 정식 출범을 한없이 늦추고,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려 드는가 하면, 파견 공무원을 통해 특위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무엇이 두렵고 켕기기에 이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특위의 이석태 위원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그가 전하는 특위의 사정은 참담하다.

 

특위가 공식 활동을 시작하려면 조직과 예산이 정해져야 하는데, 정부는 2월17일 특위가 내놓은 조직·예산안의 처리를 한 달 넘게 미루고 있다. 특위 위원들은 5일 임명장을 받은 뒤 조사활동은커녕 실무직원 선발도 못한 채 안타깝게 시간만 보내고 있다. 참사 1주기인 4월16일 이전에 특위가 출범하려면 이번주 안에 조직·예산안이 확정돼야 하는데,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고 관련 부처 사이엔 협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특위 출범을 방해하고 고사시키려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수가 없다.

 

특위의 조직과 예산 축소가 검토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특위는 이미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의 문제제기 등에 따라 애초 구상했던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한 터다. 사업비는 38%나 줄였다. 정부·여당이 여기서 더 줄이려 든다면 특위의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렇게 특위를 파행에 몰아넣는 데만 열중한다면 비판과 저항은 피할 길 없을 것이다.

 

정부는 특위의 독립적 조사활동을 마뜩잖게 여기고 경계하는 모양이다. 1월에도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함부로 가공한 자료를 근거로 친박 실세라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특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헐뜯는 일이 벌어지더니, 며칠 전에는 파견 공무원이 특위의 주간 활동 내역과 다음주 활동 계획이 담긴 내부 문건을 청와대, 새누리당, 해수부, 경찰 정보과 등에 이메일로 유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세월호 특별법의 명문규정을 어긴 위법으로, 특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행위다. 개인적 일탈일 수 없는 만큼 배후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은 세월호 특위가 정상적으로 출범해 활동할 수 있을지가 의심되는 위기상황이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다짐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특위를 가로막는 온갖 행태를 멈춰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5수] 정부·여당은 세월호특위 방해 책동 그만둬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 이석태 위원장이 “정부·여당이 세월호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며 특위 내부자료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정부 부처, 경찰에 유출된 정황을 공개했다.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특위의 중립성과 직원의 직무상 비밀누설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비협조로 특위 활동이 지연되고 있는 터에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다니 개탄스럽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특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에서 파견돼 특위 임시지원단에서 근무하는 ㄱ사무관은 지난 20일 ‘임시지원단 주간업무 실적 및 계획’이라는 문서파일을 e메일로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 서울 방배경찰서에 보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지적대로 특위의 독립성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행태이다. 세월호특위에서 문서 유출 논란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세금도둑” 운운하며 특위를 비난했을 때 근거로 인용한 자료도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가공한 문서였다고 한다. 공식 문서도 아닌 자료가 외부로 흘러나가 여당 의원의 특위 공격에 활용된 것이다. 김 의원 발언 이후 특위는 예산낭비 논란에 휘말려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문서 유출이 단순한 유출이 아니라 조직적 방해 책동의 일환일 수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는 특위 설립준비단이 지난달 17일 넘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해서도 한 달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입법예고를 하지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있다. 시행령 제정이 계속 미뤄질 경우 세월호 참사 1주기인 다음달 16일까지도 특위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어제 기자들과 만나 “특위 조직 등에 대해 조율이 덜 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으나 납득하기 힘들다. 조율이 덜 됐으면 일단 특위 측 원안을 입법예고한 뒤 각계 여론을 수렴해 수정하면 될 일이다. 한 달 넘게 시간만 끄는 것은 특위를 압박해서 원안보다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려는 의도 아닌가.

 

세월호특위는 여야 합의로 만든 세월호특별법에 의해 탄생한 기구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자꾸 딴죽을 건다면 ‘밝혀져선 안될 진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커지게 된다. 거듭 밝힌 바와 같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세월호특위 활동을 훼방 놓으려는 책동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참사 1주기가 20여일 앞인데 진상조사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 부끄럽고 참담하다.

 

 

■ 한국, 국민 행복감 143개국 중 118위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5수] 팔레스타인·가봉 수준의 ‘국민 행복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이 ‘국제 행복의 날’(3월20일)에 맞춰 세계 143개국을 상대로 행복감 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가 118위를 기록했다. 중국·일본은 물론이고 중동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의 가봉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더구나 지난해보다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떨어졌다. 놀랍고 부끄럽고 한번 더 생각하면 참담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설문 내용을 살펴보면, ‘그런 결과가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사 전날 많이 웃었는지, 피로는 잘 풀었는지, 온종일 존중받으며 지냈는지, 하루의 상당 부분을 즐거운 감정 상태로 보냈는지, 뭔가 흥미로운 것을 하거나 익혔는지를 물었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며 이 물음에 자신있게 ‘네’라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많이 웃기보다는 표정 없이 긴장하여 지내고, 존중받기보다는 무시당하고, 피로를 풀기보다는 피로가 거듭 쌓인 채로 허덕거리며 지내는 것이 이 시대 많은 사람의 일상이 아니겠는가. 손학규 전 민주당 의원이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호로 내걸어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병증에 대해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우리는 극히 성과 지향적인 문화에서 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존중보다는 물질로 치환되는 성과를 앞세우는 게 현실이다. 또한 우리는 극단적으로 경쟁 지향적인 문화에서 살고 있다. 낙오하지 않으려면 잠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피로사회’이기도 하다. 수평적인 대화 문화도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권위적이며 위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가 많은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가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균형 성장과 억압적 질서 속에서 우리 생활문화의 결 자체가 깊이 뒤틀려 있음을 이번 조사 결과가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몸에 병이 나면 우선 쉬어야 한다. 쉬면서 어디에 고장이 난 것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병이 몸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국민 행복감이 세계 최저 수준에 그친 것은 심각한 신호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달려온 것과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더 이상 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제로 인식하는 게 늘 해결의 첫걸음이다.

 

 

■ 관련 칼럼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25수] 행복감

 

“행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판타지다.(…) 만일 당신이 행복이 무엇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다면, 그건 이유가 있다.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존 슈메이커가 쓴 <Are You Happy:행복의 유혹>은 ‘소비=행복’ 공식을 비판한 책이다. 행복학의 권위자인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행복의 기준은 ‘돈 없이 행복할 수 없다’보다 ‘돈만으론 행복할 수 없다’ 쪽이 대세인 것 같다. 세계 여러 기관들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가난한 은둔의 왕국 부탄이 자주 1위에 오르는 것도 ‘물질보다 정신적 풍요’를 따르는 문화 덕분이다. 행복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유명한 ‘행복 전도사’들 역시 행복하려면 욕심과 자만, 독선을 내려놓고 작은 것에 만족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에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한국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143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118번째라고 발표했다. 안타까운 건 1년 사이 행복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추락했다는 점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는 파라과이가 꼽혔다. 그 뒤를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이 이어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 10위를 모두 휩쓸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기질이 행복감으로 나타난 듯하다. 부탄은 이번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행복감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프리카 수단이었다.

 

한국 사회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양극화, 무한경쟁, 상대적 박탈감 등이 갈수록 심해지니 행복지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의 룰도 공정하지 못하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의 우울한 사건·사고와 경기 침체 등으로 모두 어깨가 처져있다. 이제는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총생산(GNP)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높이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대한민국 헌법도 행복추구권(제10조)을 명문화하고 있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엉터리 식품위생검사에 맡겨진 국민건강

 

허위로 시험성적서를 발급해온 민간 식품위생 검사기관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검찰이 전국 74개 식품위생 검사기관이 최근 3년간 발급한 시험성적서 85만여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중 10%에 가까운 8만3,000여건이 엉터리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검사기관 10곳의 대표이사 등 8명과, 허위성적서 발급을 요구한 식품제조유통업체 임직원 6명을 기소했다.

이들 민간 검사기관은 김치의 기생충알 유출검사를 의뢰 받고는 제품포장도 뜯지 않고 적합판정을 내렸다. 또 발암물질검사에 1회용 장비를 재사용하거나, 식혜에서 검출된 세균수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해당 식품업체에서 다른 검체를 받아 다시 검사한 후 적합 성적서를 발급하는 등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다.

 

문제는 영세한 민간 검사기관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검사수주를 위해 덤핑 경쟁을 벌이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민간 검사기관은 2000년 16곳에서 지난해 74곳으로 급속히 늘었다. 당연히 업체의 눈치를 살펴 대충 합격판정을 낼 수밖에 없다. 현재 식품업체의 80%가 민간 검사기관에 위생검사를 의뢰하는 상황이라, 검사기관이 이런 식으로 식품업체의 불법행위에 눈감아 버리면 국민건강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식품범죄를 ‘4대 사회악’의 하나로 규정한 바 있다. 식약처는 이번 적발된 검사기관 10곳의 지정을 취소했다. 그런데 7년 전에도 민간 검사기관들이 같은 이유로 무더기 처벌받았으나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식약처에 관리ㆍ감독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식약처는 앞으로 검사기관의 설립기준이나 검사방식 등을 재정비하고, 검사기관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라는 각오로 책임을 다할 것을 다시 강조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5수] 신입생에게 ‘갑질’하는 저질 대학문화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어김없이 대학 신입생들을 상대로 한 선배들의 폭력적인 규율잡기 행태가 도마에 오른다.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한 지도 10년은 족히 넘은 듯한데, 얼마나 ‘자랑스런’ 전통이라고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겨레>가 23일 현장 취재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신입생들의 ‘구보’ 프로그램은 집단기합이나 다를 바 없었다. 매주 두 차례씩 저녁에 3시간가량 선배들의 감시 아래 혹독한 체력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경찰공무원을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기초체력이 필요한 1~2학년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는 학과장의 설명은 어이가 없다. 교육 목적상 필요하다면 정규교육에 포함할 일이지 이렇게 엉뚱한 방식으로 진행해서야 되겠는가. 이 학과는 2006년에도 폭력적인 신입생 길들이기로 비판받은 바 있다. 이런 풍토에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경찰공무원이 길러질 리 없다.

 

신입생 길들이기 과정에서 직접적인 신체폭력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 하지만, 성적·문화적 폭력으로 번지는 양상은 더욱 우려스럽다. 최근 서강대에서 벌어진 성폭력적인 오리엔테이션 행사는 일일이 묘사하기도 창피할 만큼 저질스럽다. 단국대 한 학부에서는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화장 금지, 군대식 어투 사용, 택시 이용 금지 등 ‘행동 규정’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선배라는 알량한 지위를 이용해 후배들에게 부당한 억압을 가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갑질’을 떠올리게 한다. 선배들이 이를 통해 추구하는 게 일사불란한 위계질서라면 이 또한 시대에 역행하는 길이다. 이런 문화에 순치된 학생들은 결코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인재도 지성인도 아닐 것이다.

 

잘못된 전통을 비판 없이 답습하는 학생들도 문제지만 이런 현실을 뻔히 알고도 방치해온 대학 당국은 더 호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특정 대학, 특정 학과의 문제가 공개적으로 지목돼야만 마지못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점수와 스펙으로 학생들을 골라 뽑는 데만 집중하면서 정작 선발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데는 무능한 요즘 대학들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들이 사명에 걸맞은 자율과 창의 교육에 힘쓴다면 저런 황당한 일들은 진작에 사라졌을 것이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의 폐습을 사소한 일탈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그 대학의 정체성과 위상에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수]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인 안심전환대출

기존 주택담보 대출금리보다 1%포인트 정도 낮고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는 정책금융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상품 판매 첫날인 어제에만 한 달치 판매물량 5조원 중 3조3000억원 정도가 소진되었다고 한다. 엄혹한 시대에 ‘빚 다이어트’를 하려는 대출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진다. 폭증하는 가계부채에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뒷짐만 지던 당국이 뒤늦게나마 움직인 것은 달라진 모습이지만 저소득층 대책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대출 구조조정 차원에서 나왔다. 변동금리·이자 우선상환 대출로 이뤄진 대출구조를 고정·원리금 상환으로 바꿔 위기 시 완충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대출금리는 현재 평균 3.5%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은 2.53~2.63%로 낮췄다. 여기에 대출전환 시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앴다. 2억원 대출자들은 갈아타는 것만으로도 연 200만원 안팎의 이자부담을 덜게 된다. 이번 상품은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출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적고, 정작 가계부채의 뇌관인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점에서 한계도 명확하다. 당장 판매 총액 20조원은 전체 가계부채의 2%도 안돼 대출구조가 모두 바뀐다 해도 전체 대출자의 60~70%는 여전히 이자만 상환하는 계층이다. 정부는 대출 한도를 늘리겠다고 말하지만 상품구조가 은행의 손실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상품이 저소득층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기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전체 대출의 20~30%로 추정되는 저소득층 대출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1·2금융권에 채무를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이다. 훗날 금리가 올라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부메랑이 돼 금융권을 뒤흔들 게 뻔하다.

 

때마침 해외에서도 한국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저성장·고령화 가속화로 한국이 5년 뒤면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가계대출을 관리하면서도 대출을 부추기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다. 당장이라도 전체 가계부채 상황을 면밀히 평가한 뒤 저소득계층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대출을 부추기는 현재의 정책기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5수] 갈등의 치유·관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이 ‘갈등 공화국’임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념·계층·세대·지역·노사 갈등에서 최근 ‘갑을 갈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국가 가운데 종교갈등이 심한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246조원에 이른다는 민간 연구소의 분석도 있었다. 최근 이러한 사회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에서도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어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3월호에 발표된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관리지수’는 2011년 기준으로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나타났다.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정부의 행정이나 제도가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로서 정부의 효과성, 규제의 질, 부패 통제, 정부 소비지출 비중 등을 평가한 것이다. OECD 국가의 사회갈등관리지수를 산출한 결과 덴마크(0.923), 스웨덴(0.866), 핀란드(0.859), 네덜란드(0.846)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한국(0.380)은 멕시코(0.068), 터키(0.151), 그리스(0.206) 등 7개국과 함께 바닥권을 맴돌았다고 한다.

 

최근 소득 불균형의 심화, 계층간 불평등 확산, 저출산·고령화로의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갈등 요인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사회갈등이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갈등관리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즉 갈등관리를 10% 증가시킬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75~2.41% 증가한다는 것이다. 갈등을 치유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적절한 갈등은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 때문에 갈등을 키우거나 정부가 갈등을 잘못 관리하는 데 있다. 사회갈등구조를 이용해 정치·경제·사회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무엇보다 경계 대상이다. 정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갈등관리 능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확인한 만큼 그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노력을 각별히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5수] 비리에 성희롱까지… 부끄러운 해군

 

우리 해군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 장성들이 비리와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다. 해군의 민낯은 참으로 부끄럽다. 전직 참모총장 두 명이 두 달 새 비리로 잇따라 구속됐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해군의 명예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황기철 전 총장은 통영함의 선체고정음파탐지기의 평가 결과를 위조하라고 지시하거나 묵인한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됐다. STX에서 금품을 받아서 구속된 정옥근 전 총장은 통영함 비리에도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군의 최고사령관을 지낸 사람들이 장병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장비부품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해군의 부패 고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도 여실히 보여 준다.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니 통탄할 지경이다. 해군의 한 장성은 2011년 서울로 출장을 갔다가 자신을 보좌하던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했다. 이 장성은 당시 같은 숙소에 머물던 이 부사관의 방으로 찾아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고 한다. 또 다른 해군의 한 중장은 진해 해군기지 골프장에서 캐디들에게 “버디를 하면 노래를 부르라”는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캐디들이 골프장 관리소장에게 고충을 호소하자 관리소장이 관할 부대장에게 보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만 해도 해군 초계함에서 대위의 여군 성추행(3월), 호위함 함장(중령)의 회식 성추행(7월), 해사 장교들의 성희롱 사건(12월)이 잇따랐다. 해군은 도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복무하는지 의심스럽다. 기강이 무너진 지금의 해군에 국가 방위를 맡겨도 되느냐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해군은 지금 총체적 위기다. 밑바닥부터 최상층부까지 전부 개조해야 한다. 끈끈한 선후배 문화가 비리로 잘못 웃자라지 않게 미리 막아야 한다. 해이해진 기강도 다잡아야 한다. 스스로 개혁을 하기엔 이미 때를 놓친 듯하다. 외부의 힘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해 원천적으로 비리 재발을 막아야 한다. 26일은 천안함 사건 5주기가 되는 날이다. 해군은 지금 천안함 46용사 앞에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절치부심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방산 비리에 성범죄로 내부가 곪아 들어가고 있다. 이대로 둬서는 내부의 적 때문에 자멸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거듭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5수] 경기도의회 ‘꼼수’ 유급보좌관 폐지해야

경기도의회의 ‘유급보좌관제병(病)’이 또 도졌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유급보좌관을 도입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포기한 경기도의회가 이번에 또 ‘꼼수’까지 동원해 ‘변형’ 유급보좌관제를 운영하다 적발됐다.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경기개발연구원에 의정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지방의원을 지원할 수십 명의 인력을 채용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도 예산도 크게 늘렸다. 그동안 계속 추진하던 유급보좌관제가 무산되자 2013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의회 역량 제고’라는 명목으로 17억 7000만원을 증액해 석·박사급 인력 27명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유급보좌관제가 2012년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난 것을 모르지 않을진대 지방의회는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란 말인가.

 

거대한 광역 자치단체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곧 유급보좌관을 둬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원의 일그러진 행태를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첨병은커녕 지방자치의 뿌리를 아예 썩어 문드러지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1년이 다 가도록 한 건의 조례도 입안하지 않는, 무늬만 지방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외유성 해외 시찰이나 이권을 둘러싼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다. 변변한 월급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각 의원이 연간 50여개의 조례를 입안한다는 스웨덴의 지방의회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유급보좌관 타령을 할 게 아니라 그야말로 1991년 지방자치 부활 당시 무보수 명예직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2006년 지방의회 의원은 유급제로 바뀌었다. 광역의원들은 자료수집비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의 의정비를 지급받고 있다. 정히 보좌 인력이 필요하다면 개인 인턴이라도 두면 될 것이다. 도의회가 법망까지 교묘하게 피해 가면서 유급보좌관을 두겠다고 나서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명분이 희미한 일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유급보좌관이 없어 지방의원 일을 못 하느냐는 비아냥을 듣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도 달리 없을 듯하다. 우리 지방자치는 성년의 나이가 됐지만 온전한 성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지방자치를 욕되게 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남미 운명은 경제적 자유에 달렸다"는 지성들의 경고

 

'2015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리마 총회' 현장을 가다

리 마=권영설 논설위원 페루 리마에서 23일(현지시간) 개막한 ‘2015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총회’에 참석한 석학들은 경제적 자유가 남미 국가들의 운명을 갈랐다고 입을 모았다. 아널드 하버거 시카고대 명예교수는 이날 “칠레 등이 1970~1980년대 이후 견고한 경제성장을 유지한 것은 시카고학파의 조언을 따라 자유시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루의 문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박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은 정치적 자유는 받아들였지만 경제적 자유를 외면했다”며 “그 결과 비효율과 부패가 이어지고 국가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몽펠르랭협회는 201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 이후 이번에 다시 남미를 찾았다. 사회주의와 독재정권이 사라지는 자리에 정부 간섭과 포퓰리즘 등이 번지고 있다는 이 지역 회원들의 호소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번 리마 총회의 엔리크 게르시 조직위원장은 “페루도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를 놓지 않으려는 정부 간에 논쟁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100명 이상의 남미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경제학자 37명이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를 반대하며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결성한 몽펠르랭협회는 ‘작은 정부’ 등 자유시장경제 이론을 연구하고 전파해 왔다. 밀턴 프리드먼과 게리 베커 등이 차례로 협회를 이끌어 왔다. 그동안 8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학문적 권위도 높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실제적인 노력도 기울여 왔다.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 등도 그 결과물이다. 레이거노믹스를 주도한 관료 가운데 22명이 이 협회의 회원이었다. 칠레 역시 당시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재직하던 하버거 교수 등 이른바 ‘시카고 보이즈’들이 참여해 성공을 이뤘다. 나의 지적 여정:마르크스주의에서 자유주의로의 저자이기도 한 요사 박사는 “하이에크가 처음 페루를 방문했던 것이 1979년이었다”며 “당시 그가 사용한 민주주의, 자유라는 단어는 새로운 공기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그동안 두 명의 학자만이 이 협회 회원으로 활동해오다 3년여 전부터 한국경제신문이 매년 대표단을 파견했다. 지난해엔 ‘2017년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서울 총회’를 유치했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깃발을 내건 이후 정부 개입과 포퓰리즘이 만연한 한국에 자유 지성들이 어떤 조언을 제시할지 벌써 관심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모바일쇼핑 3년새 22배…억지 규제론 유통혁신 못 막는다

 

스마트폰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모바일쇼핑이 폭발적인 성장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15 유통산업백서’에 따르면 모바일쇼핑 매출은 지난해 120% 급증한 13조1000억원에 달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6000억원) 이후 3년 만에 22배로 불어나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14조2000억원)과 맞먹을 정도다. 업계에선 올해 매출이 2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모바일쇼핑 앱이나 웹페이지 접속자 수도 하루 평균 245만명으로 인구의 5%에 이른다. 내수 불황이란 우려가 무색해진다.

 

모바일쇼핑의 급성장은 스마트폰의 대중화, 맞벌이·1인가구 증가 속에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경향, 업체 간 할인 경쟁이 빚어낸 복합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해외직구, 아울렛, 면세점 등의 강세도 같은 맥락이다. 오프라인 매장 중 유독 편의점만 지난해 8.7% 성장한 것은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근거리 소량구매에 적합한 업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형마트(-3.4%)와 백화점(-1.6%)조차 매출 감소로 고전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유통시장에 절대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유통업태의 성패를 좌우하는 소비자의 선호 변화가 있을 뿐이다. 지금은 쇠락해가는 전통시장도 한때는 유통시장을 지배한 적이 있었다. 변함없는 강자일 것 같던 대형마트도 점포 없이 파격 할인으로 무장한 모바일·온라인쇼핑에 밀릴 수밖에 없다. 고령화와 저성장, IT 발전 등의 환경 변화는 또 어떤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유통 혁신을 몰고올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당장 눈에 보이는 대형마트만 틀어막으면 전통시장이 되살아날 것처럼 착각과 무지의 규제를 남발해 왔다. 그렇지만 결과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동반 매출 감소다. 지금도 국회에는 그런 억지 의원입법안이 20여건이나 계류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형마트를 강제휴무시키고 영업시간을 단축한들 소비자를 억지로 끌고갈 순 없다. 내수 침체만 부채질할 뿐이다. 눈에 안 보이는 모바일쇼핑은 강제휴무도 영업시간 제한도 불가능하지 않은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비좁은 김해공항, 동남권 신공항은 언제 결론낼 건가

 

인천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제선 노선을 운영 중인 김해공항이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한다(▶본지 3월24일자 A27면 참조).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만 438만여명으로 수용가능 인원을 이미 초과했고, 활주로 슬롯(slot·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도 2020년 이전에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국제선 청사 증축이 진행 중이라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찰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해공항 인프라 문제는 이용객의 불편을 넘어 국제공항으로서의 확장성마저 가로막는 지경이다. 중형기를 띄워야 하는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전무한 것만 봐도 그렇다. 김해공항에서 부산~독일 뭔헨 노선을 운항하던 루프트한자가 철수한 데 이어, 부산~핀란드 헬싱키 직항노선을 검토하던 핀에어도 계획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포화는 진작부터 예상돼 왔던 문제다. 그럴 줄 알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토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동남권 신공항이다. 하지만 그 뒤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말았다. 부산, 밀양 등이 극심한 유치경쟁을 벌이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아무 곳에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피해갔던 것이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달에야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입찰 작업에 들어갔다. 그것도 1년 뒤에나 결과가 나온다. 부산과 대구·경북은 또다시 치열한 신경전이다.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들 지역 갈등이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또다시 동남권 신공항을 지역 갈등을 이유로 표류시킨다면, 이미 일본에 밀리고 있는 관광 한국은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신공항이 지금 결정돼도 완성까지 10년 이상 기다려야 할 판이다. 더는 미룰 문제가 아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판촉비 가맹점에 떠넘기는 게 BBQ 뿐인가

 

서울고등법원은 24일 가맹점주 13명이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50만∼4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BQ가 치킨 가격을 올린 후 홍보·판촉행사를 하면서 비용 60억원을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BBQ는 판매증진을 위한 판촉행사의 경우 비용분담 기준을 점주에게 미리 알리거나 자율적인 참가 신청·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맹계약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甲)질'은 BBQ만의 일이 아니다. 치킨은 물론 빵집, 커피 전문점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막아보겠다고 넉 달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인테리어 공사비 전가 등 본사의 횡포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맹점주들은 실직이나 정년퇴직 후 창업에 나선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위법을 일삼는 본사의 행위는 자영업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처지는 암담함 그 자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3년 기준으로 조사해보니 40대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10년 전보다 700만원 넘게 줄어든 2,725만원에 불과했다. 임금 근로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입이 줄어드니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매년 80만명에 달한다.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에서 "회사가 전쟁터면 바깥은 지옥"이라는 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가맹본부의 갑질이라도 줄어야 자영업자들이 지옥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기업들은 노사정 타협 가능성 기대 안한다는데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경영현안에 대한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사정위원회에서 대타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전체의 88%는 타협 가능성조차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니 노사정위의 활동에 회의적인 경영계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상당수 기업들이 노사정위의 대표성이나 구속력에 부정적일뿐더러 정책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대목도 정부로선 귀담아들어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출범한 노사정위는 이달 말로 활동시한이 끝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 3자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껏해야 낮은 수준의 합의에 머무를 것이라는 비관론도 높아지고 있다. 노사는 통상임금과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업급여 같은 비용부담과 고용해지 요건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이나 파견근로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각 당파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다 보니 타협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민주노총이 애써 만들어진 노사정위를 내팽개친 채 정치파업의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노사정위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자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노사 양측은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는 인식 아래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한발씩 양보해 납득할 만한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뒷문을 막아놓고 앞문만 열어놓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고용시장의 혼란을 더 키울 뿐이다. 정부도 대타협 시한에 쫓긴 나머지 무리하게 합의문에 매달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노사정위가 남은 일주일 동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해본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리콴유 조문외교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김종구(논설위원)-20150325수] 대통령의 리콴유 조문 ‘우려’

 

역사상 가장 많은 조문 인파가 모인 장례식은 누구 장례식일까?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시 엔(C. N.) 안나두라이라는 인도 타밀나두주의 전 총리로, 그가 1969년에 죽었을 때 무려 1500만명이 운집했다. 작가로도 유명한 그가 힌두어를 배격하고 타밀어로 타밀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열광적 추모의 배경이었다. 해당 국가의 인구 대비로 가장 많은 조문객이 모인 장례식은 1989년 6월에 사망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 이란 인구 6명당 1명꼴인 1020만명이 테헤란에 몰려들었다.

 

숫자를 떠나 ‘질적’인 면에서 따지자면 단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2013년 12월)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005년 4월)의 장례식이 꼽힌다. 각국 국가원수급 조문객만 100명 가까이씩 참가했다. 두 사람 모두 죽어서도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막상 교황 장례식장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쿠바, 시리아 지도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외면했는데, 찰스 왕세자가 무가베와 악수를 나누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장례식 때 조문사절단 격을 낮추어 큰 논란을 빚었다. 본인이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현직 행정부 인사도 아닌 1980년대 정부 관리들인 제임스 베이커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을 조문대표단으로 보냈다. 영국의 일부 언론은 ‘모욕’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유감과 실망을 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델라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달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는 본인이 직접 간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체질’이나 ‘지향점’이 만델라 쪽이 아니라 리콴유 쪽이기 때문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혹시 박 대통령이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리콴유의 리더십은 배우지 못하고 철권통치에만 더욱 감명을 받아 오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구본영(논설위원)-20150325수] 리콴유의 화장(火葬)

 

한 시대를 풍미한 거물의 마지막 가는 길치고는 퍽 소박해 보인다. 그저께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격인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이 그렇다. 그의 시신은 29일 치러질 국장이 끝나면 화장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살던 집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그가 아닌가.

 

중국 역사상 처음 대제국을 건설한 진(秦)의 시황제는 부귀영화가 영원하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불로초를 구하려다 여의치 않자 궁전과 같은 규모로 무덤을 건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미몽(迷夢)으로 끝났다. 죽어서도 생전의 영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지하 궁전에 수은이 가득한 7개의 지하강까지 팠지만, 도굴은 피할 수 없었다. 진시황의 시신은 물론 감춰 둔 금은보화도 이제 찾기조차 어렵다. 그가 남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나’라는 나라 이름 정도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긴 영생을 꿈꾼 권력자들이 어디 진시황뿐이랴. 이집트인들은 죽더라도 언젠가 다시 태어난다는 내세관을 가졌다고 한다. 파라오들의 시신을 방부제의 일종인 몰약으로 처리해 미라로 만든 배경이다. 더 황당한 건 무신론을 펴는 공산 정권 인사들이 죽은 자를 과학적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이른바 ‘건신(建神)주의’에 매달렸다는 역설이다.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구성된 ‘불멸화위원회’가 그런 미신의 산물이었다. 옛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죽자 그의 후계자인 스탈린은 이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레닌 시신의 방부 처리를 주도했다. 존 그레이가 지은 책 ‘불멸화위원회-유령과 볼셰비키, 그리고 죽음을 극복하려는 이상한 시도’에 소개된 내용이다.

 

건신주의의 영향 탓일까. 레닌과 스탈린에 이어 공산권 지도자들인 중국의 마오쩌둥, 베트남의 호찌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도 미라로 처리돼 부활이나 영생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방부 및 냉동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레닌의 시신 매장을 검토한 적도 있다. 러시아 당국은 2004년 레닌의 시신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18개월마다 특수 제작한 새 양복을 갈아입히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산케이신문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은 김 부자의 미라 관리비로 연간 2억엔(약 18억 6000만원)을 쓴다고 보도했다.

 

물론 사회주의권 지도자들이 모두 이런 미망에 사로잡혔던 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리콴유를 만난 뒤 개혁·개방을 결심했다는 중국의 2세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의 유해는 홍콩 앞바다에 뿌려졌다. 중화권의 두 절대 권력자가 화장이라는 장례 절차를 선택한 이면에는 후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실용적 애민 정신이 공통으로 깔려 있을 듯싶다.

 

 

■ 그 밖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 부문 기자)-20150325수] 시골 도서관의 작은 실험

 

지난주 일본 여행 중 규슈(九州) 사가(佐賀)현에 있는 다케오(武雄)라는 동네에 들렀다. 온천과 3000년 수령의 삼나무가 있는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그런데 역을 나서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녀도 지도를 든 관광객 몇몇을 제외하곤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길을 묻고 싶어도 물을 행인이 없는 상황. 아,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어디 가 있는 거야.

 

  곧 답을 알게 된다. 잔잔한 시골 풍경에 급격히 질리는 도시녀 본색이 발동, “이런 동네에 스타벅스는 없겠지?”라고 중얼대던 참이다. 나 찾았느냐는 듯 저 멀리 스타벅스 간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걷다 보니 나지막한 2층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봄빛이 완연한 테라스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할아버지·할머니, 잔디를 뛰노는 아이들과 엄마, 홀로 커피를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젊은이들…, 다케오 시립도서관이었다.

 

  1층 전체를 높다란 천장에 고급스러운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며진 세련된 서점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최대 음반 렌털업체인 쓰타야(TSUTAYA)가 운영하는 책방 겸 CD&DVD 대여점이다. 한편에 스타벅스가 있고, 그 옆엔 커피를 마시며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도서관은 어딘가요?”라고 직원에게 물으니 여기가 도서관이란다. 1층 벽면과 2층 서가에는 서적분류표를 붙인 시립도서관 장서 20만 권이 빽빽이 꽂혀 있다. 이 책들도 누구나 꺼내 읽을 수 있고, 서점 계산대에서 도서관 책의 대여와 반납도 함께 할 수 있다. 도서관이자 서점이고, 열람실이면서 카페인 셈이다.

 

  알고 보니 이곳은 일본의 명소였다. 이전에는 시에서 운영했지만, 2013년 4월부터 민간업체 쓰타야가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오후 5시면 문을 닫던 도서관은 퇴근길 직장인들도 들를 수 있도록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연간무휴라 휴일에도 시민들이 몰린다. ‘한번 가봐야 할 도서관’으로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이용자가 100여만 명에 달했다. 이 중 40만 명은 다케오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 도서관 하나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공공기관을 상업화한다는 아이디어에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가본 이라면, 절로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이곳의 따뜻하고 독특한 분위기에 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로 지역 주민들의 편한 쉼터이자 모임 장소, 공부방이 된 도서관. 기차 시간도 늦추며 저녁까지 머물다 몇 권의 책을 사 들고 돌아왔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25수] 행복감

 

“행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판타지다.(…) 만일 당신이 행복이 무엇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다면, 그건 이유가 있다.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존 슈메이커가 쓴 <Are You Happy:행복의 유혹>은 ‘소비=행복’ 공식을 비판한 책이다. 행복학의 권위자인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행복의 기준은 ‘돈 없이 행복할 수 없다’보다 ‘돈만으론 행복할 수 없다’ 쪽이 대세인 것 같다. 세계 여러 기관들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가난한 은둔의 왕국 부탄이 자주 1위에 오르는 것도 ‘물질보다 정신적 풍요’를 따르는 문화 덕분이다. 행복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유명한 ‘행복 전도사’들 역시 행복하려면 욕심과 자만, 독선을 내려놓고 작은 것에 만족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에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한국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143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118번째라고 발표했다. 안타까운 건 1년 사이 행복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추락했다는 점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는 파라과이가 꼽혔다. 그 뒤를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이 이어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 10위를 모두 휩쓸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기질이 행복감으로 나타난 듯하다. 부탄은 이번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행복감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프리카 수단이었다.

 

한국 사회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양극화, 무한경쟁, 상대적 박탈감 등이 갈수록 심해지니 행복지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의 룰도 공정하지 못하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의 우울한 사건·사고와 경기 침체 등으로 모두 어깨가 처져있다. 이제는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총생산(GNP)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높이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대한민국 헌법도 행복추구권(제10조)을 명문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김선태(논설위원)-20150325수] 글램핑

 

오스만제국에서는 술탄이 전쟁이나 순시 등의 이유로 거처를 이동할 때면 이동식 궁전을 짓곤 했다. 수시로 이동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몽골의 이동주택인 게르와 비슷한 형태였지만 내·외관은 대단히 화려했다고 한다. 정치하게 수놓은 비단으로 안팎을 장식하고 값비싼 양탄자와 호사스런 가구들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술탄의 이동식 궁전은 ‘화려한(glamourous)’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인 글램핑(glamping)의 원조 격이다.

 

요즘 유행하는 글램핑과 비슷한 형태는 1900년대 초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시작됐다. 야생동물 사파리를 즐기던 미국과 유럽의 부호들은 저녁엔 집처럼 편하고 안락한 쉼터를 원했다. 텐트 안은 비싼 페르시안 카펫으로 치장했고 킹 사이즈의 화려한 침구도 곁들여졌다. 이들은 전속 요리사까지 대동, 야외에서 럭셔리한 식사도 즐겼다.

 

고품격 아웃도어 캠핑을 뜻하는 현대식 글램핑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안 됐다. 구글에 따르면 2007년부터 이 단어에 대한 검색이 급증하기 시작, 아일랜드 영국 등 유럽을 거쳐 최근엔 미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다고 한다. 트레킹 수영 승마 보트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 뒤 고급스런 야외 텐트에서 요리사가 해주는 바비큐 등 요리를 먹는 게 근자 들어 한참 유행하는 글램핑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 3월 제주 신라호텔이 국내 최초로 글램핑 개념을 도입했다. 호텔 야외 글램핑 빌리지에서는 카바나 스타일의 넓은 텐트에서 호텔 요리사가 조리하는 점심 또는 저녁을 즐길 수 있다. 마치 응접실 같은 텐트 내부 인테리어와 야외 바비큐 그릴, 파라솔, 해먹까지 갖추고 있어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안전상 취침은 안 되고 식사시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캠핑 열기를 타고 글램핑이란 이름을 내건 야영장을 운영하는 곳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개중엔 말만 글램핑이지 실제로는 허술한 시설의 야외 텐트에 가전제품 몇 가지만 갖춘 곳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화재로 5명이 숨진 강화도 글램핑장도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늘 그렇듯이, 사고가 터졌으니 대대적 단속과 규제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안전 관련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혹여나 과잉 규제로 캠핑문화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내수 중 지난 10년간 가장 성장세가 높았던 것이 아웃도어산업이라서 더욱 그렇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50325수] 내 아내는 '대월댁'

 

내 아내는 '대월댁'이다. 대월댁은 내가 만든 말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자기 소유 집에서 거주하는 기혼 여성을 '대치댁', 그에 못 미쳐 대치동에 전세 들어 사는 이를 '대전댁'이라고들 하니 이에 빗대봤다. 물론 내 집 거주는커녕 전세 살 능력도 부쳐 대치동 월세 아파트를 얻은 나와 함께 사는 내 아내를 대월댁이라 부르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 자기비하도 모자라 제 아내까지 깎아내려 부르는 꼴이니 나는 핀잔 들어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요즘 시장이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월세탈출·전세입성'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니.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고된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31.9%로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들어섰다. 2011년 1월 15.4%에 그쳤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의 팽창 속도가 급격하다.

 

학군 탓이 크다. 구태여 월세라도 대치동에 집착하는 나 역시 비틀린 교육열에 감염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고교의 개학을 앞둔 지난 2월 월세 거래는 학군 수요가 큰 강남이 75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송파 542건, 서초 465건, 노원 409건 순으로 많았다. 자녀들의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은 월세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정책은 늘 박자가 늦다. 이미 수년 전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락할 때 한국은행에서 정책당국에 개포·대치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의 단계적 시행을 권했을 때 왜 귀를 닫았나. 그때 실행만 했어도 지금의 전월세난은 한층 완화된 모습이었을 것이다. 실행 중인 정책의 스텝마저 꼬이고 있다. 정부는 집을 사라고 금리를 낮추고 돈을 마구 푸는데 사람들은 집 사기를 주춤대 전셋값만 폭등하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를 넘어설 지경이다. 왜곡된 교육행정과 정책 실패가 전월세민의 극심한 고통을 합작해 키우고 있음을 정부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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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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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관악구 고시촌에서 자신을 향해 청년실업, 반값등록금 공약 등의 답변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인 청년들을 '오래전부터 계획된 방해세력인 것 같다'고 비난했습니다.
아마 저 중에 통진당 당원이라도 나오길 학수고대할 것이다. 지난번 선거 때 '도와주십시오' 피켓들 때를 생각하셔야지~~

2. 살인누명을 쓰고 20년간 복역한 미국의 40대 남성에게 220억 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합의됐다고 합니다.
얼마 전 '코미디 빅리그'라는 프로에서 10년을 건너뛰는 대신 100억 원을 준다는 가상 토론을 하던데... 딱 그거네. 청춘과 맞바꾼 200억이라~

3. 큰딸을 14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폭행해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고, 작은딸 마저 성추행 및 성폭행한 친아버지가 구속됐습니다.
뭐 이런 개자식이 다 있냐. 세상 모든 욕을 다 동원해 퍼부어도 모자랄 놈. 천하에~

4. 미래형 자동차는 어디까지 진화할까요?
지금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운전자가 손을 놓고도 차량이 스스로 알아서 가는 차량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합니다.
손 놓고도 가는 차니까,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는 없는 거지요? 근데 언제 나오는 건가?

5. 홍준표 지사의 '미국 골프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습니다.
홍 지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야당에선 '도지사를 사퇴하고 여당 대표도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도지사 취임하고는 무상급식 지속하겠다 하고, 업체 관계자와는 골프 금지라고 하더니... 제발 자기가 한 말이라도 좀 지키고 삽시다.

6. 강원지역 한 사립대학교 예비역 수십 명이 도심 대로에서 속옷 차림으로 단합 행사를 하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항상 그 모양이니 여자들이 만나고 싶은 남자 2순위가 군복 입은 남자인 거야. 물론 1순위는 '민간인'이고 말야...

7.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가 자해를 시도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김 씨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등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바다에 잠긴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이 남아있습니다. 잊지 말아 주세요. 세. 월. 호

8. 도핑 스캔들 박태환 선수에게 자격정지 18개월이 내려져 리우올림픽 출전 희망은 살렸습니다.
다만 징계 시작 시점이 9월 3일이기에 인천아시안게임서 땄던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는 모두 박탈되었습니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동안 고생 많았는데, 꼭 재기하기 바래~

9.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끌면서 '조기 소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고정금리·정책자금·2금융권 대출자, 서민 대출자 등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습니다.
정말 돈이 필요한 서민에게는 자격이 안된다고 하니... 돈 빌리는데 돈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건 대체 뭐야?

10. 코끼리 상아를 노린 불법 밀렵으로 앞으로 10~20년 안에 아프리카 야생 코끼리들이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내 인감도장이 누군가 선물로 준 코끼리 상아라는데... 갑자기 죄송스럽고 송구합니다.

11. 일주일에 일한 시간이 18시간이 안된다면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근로자가 무려 12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취업이 안 돼 말이 좋아 프리랜서인 알바가 넘쳐나니 이게 '알바천국'인가 보네~

12. 전통시장 중심의 유통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은 대형마트가 전국에 500곳이나 됩니다.
그런데 이 유통 공룡, 유통 구조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지 몇 년 만에 성적표가 초라해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시장 사람들 문 닫게 하더니 쌤통입니다.

13. 개통을 열흘 앞둔 호남선 신형 KTX에서 최근 변압기 3대가 잇따라 터졌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추정되고 있지만, 문제는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운행에는 문제가 없다며 다음 달 개통을 강행한다고 합니다.
뭔 일이 있어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하니 그럼 터지는 문제는 뭔데? 혹시 북한 소행?

14. 45~60분의 낮잠이 기억력을 5배나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독일의 메클링거 박사가 대학생 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보도했습니다.
내일부터 점심 먹고 나면 잠시 잠깐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 나 찾지 마~

15. 전남경찰청이 할머니·할아버지 신발 뒤꿈치에 ‘반딧불’을 달고 있습니다.
가로 3㎝ 세로 2.5㎝ 크기 회색 반사지로 밤이면 자연스럽게 빛이 나도록 한 ‘야광’ 장치라고 합니다.
경찰은 이를 ‘반딧불 사업’이라 부르고 있으며 어르신들의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딧불 사업' 좋으네... 큰돈 안 들이고 효과 만점인 이런 좋은 일은 전국적으로~~

16. 게임 채팅방에서 아이디를 지칭해 욕설해도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법원은 아이디 지칭하며 욕설한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아이디' 역시 온라인상에 또 다른 나의 이름 아니겠어? 지당하신 판결이로세~

17. 초등학생 10명 중 6명은 수학을 가장 어려운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연산’ 영역을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학의 정석'이냐 '해법 수학'이냐, '성문 기본 영어'냐 맨투맨'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그동안 산 책값만 얼마냐...

18.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인근에서 이 모(9) 군이 인형 뽑기 기계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가 구출됐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인형이 탐나서 손을 뻗었던 이 군이 손이 닿지 않자 인형 뽑기 기계 안으로 몸을 구겨 넣어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통 아저씨 2세가 탄생한 모양이네... 하지마라 그러다 다친다.

19. 일본의 아베 정부가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일본의 원조 때문에 가능한 것처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포스코(포항제철) 창립과 지하철 1호선 건설 등을 내세우면서 일본의 전적인 지원으로 경제 성공을 이룩한 것처럼 언급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가 이따위로 발언하게 만든 우리에게도 책임이 크다고 봐... 과거사 청산을 헐값에 넘겨버린 점이 그렇고 말야~

20. 캄보디아 공항이 한국인에게만 1달러를 요구한다고 합니다.
동아리 MT에서 여자 선배를 성추행한 대학생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야당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은 우리와 무관하다며, 5.24 조치를 즉시 해제하라 요구했습니다.
미국 내 한인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씰'을 제작했습니다.

이번 주가 가면 3월도 마무린가 봅니다.
정말 시간 빠르네요...
봄 맞을 준비는 다 되셨죠?
새봄, 새 단장은 얼었던 마음부터 녹이고 시작할까요?
따뜻하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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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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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대북전단 살포 문제

■ 싱가포르 건국 아버지 리콴유 전 총리 타계

■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대북전단 살포 문제

 

[한국일보 사설-2010324화] 전단살포, 남북관계 큰 틀에서 신중히 판단해야

 

천안함 폭침 5주년인 26일을 전후해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해서 논란을 빚었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전단 살포를 당분간 중지하겠다”고 어제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천안함 폭침의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박 대표는 이달 초 국민행동본부 등 북한인권단체들과 공동으로 전단과 함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내용을 담은 DVD등을 보내겠다고 밝혔었다.

 

그가 뒤늦게나마 전단살포가 남북관계에 지우는 엄청난 부담을 깨닫고 이를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누차 지적한대로 전단살포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무한정 보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10월 북한이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포 10여발을 발사하고, 이에 우리 군이 대응사격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북한은 이번에는 “몇 발의 총탄이 아니라 대포나 미사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고, 22일에는 “사전경고없이 무차별적인 기구소멸작전에 진입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북한의 경고가 단순한 협박ㆍ공갈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파주나 연천 등 북부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위해가 닥칠 가능성이 조금이라고 있다면 전단살포는 당연히 중지돼야 한다. 또 일부 시민단체들의 행위로 인해 국가안보와 남북관계 전반에 심대한 파국이 초래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동안 전단살포 문제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이 컸다. 지난 1월 대북전단 살포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의 협박을 이유로 국민의 활동을 막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자 지난달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인권위에 의견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인권단체 스스로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위중함을 깨닫고 대승적 차원에서 전단살포를 중단하는 길뿐이다. 박 대표는 이달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파탄 우려에 “북한이 진짜 포격하면 국제적 문제로 비화할 텐데 북한이 그리하겠느냐”며 무인기를 동원한 살포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무책임한 생각일 뿐더러 실정법에도 위반된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도 ‘표현의 자유’에 기대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자세에서 벗어나 강력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남북간 긴장고조를 보수층 결집 등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전단살포를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전단살포 논란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4화] 근본 해법 필요한 ‘대북전단’ 문제

천안함 침몰 5주년을 맞아 긴장 일로로 치닫던 남북 사이의 대북전단 갈등이 한고비를 넘겼다. 26일 ‘천안함 5주년’을 기해 대대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했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23일 전단 살포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분간이 언제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천안함 5주년을 계기로 한 최악의 사태는 일단 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일부 단체들이 26일을 전후해 전단 50만장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편집분을 담은 영상물을 북쪽으로 날리겠다고 하자, 북쪽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북쪽은 22일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공개통고’를 내어 모든 타격 수단을 동원하여 무차별적인 기구(풍선) 소멸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 주민에게 군사적 타격권에서 벗어나 대피하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북쪽은 지난해 10월에도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했고 우리 군도 이에 응사하면서 일촉즉발의 군사 긴장이 고조된 적이 있다. 이번은 당시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이 더욱 나쁘다. 한-미 군사훈련과 기간이 겹치는데다 개성공단 임금 인상 문제가 불거져 있고, 남북 당국 간의 대화 통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작은 불씨가 큰불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다.

 

정부도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박 대표를 비롯한 보수 단체 대표들에게 자제를 요청했고 그들도 이를 수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대북전단 갈등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천안함 5주기 날까지는 전단 살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전단 살포 완전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북쪽의 ‘천안함 폭침 도발 인정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내세웠다. 그간의 북쪽 자세로 보아 앞으로도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전단 살포 단체들이 그런 조건을 고수하는 한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당국자가 아니라 그들이 쥘 가능성이 크다. 언제든지 그들이 북쪽을 자극해 남북관계를 교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표현의 자유’로 보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 비난 전단에는 ‘표현의 자유’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대북전단에만 적용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이 중요하다.

 

 

■ 싱가포르 건국 아버지 리콴유 전 총리 타계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4화] 아시아 네 마리 龍? 싱가포르는 6만달러 선진국이다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 전 총리가 어제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리 전 총리는 불과 37세에 자치령 싱가포르의 지도자로 취임한 이후 50여년 동안 국가를 지도해왔던 국부였다. 독립 당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430달러에 불과하던 말레이반도의 남쪽 끝 작은 어촌을 지난해 그 130배인 5만6113달러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그에게서 조언을 구할 만큼 탁월한 통찰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세계의 지도자였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싱가포르는 국가를 오로지 효율성이라는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본 리콴유의 의지와 집념이 만든 작품이었다. 산업육성은 물론이고 교육 정치 외교 사회 등 모든 국가전략이 이런 원칙에서 운영됐다. 영어 공용화를 과감하게 시행하고 산업클러스터(집적단지)를 조성했다. 일찌감치 금융과 해운의 국제 허브화에도 나섰으며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하는 개방 정책도 펴나갔다. 노동 유연성과 규제철폐, 낮은 세금정책 등 친기업 정책을 최대한으로 밀어붙인 것도 리콴유였다. 세계 2위의 경제자유도를 기반으로 2013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 규모는 세계 6위를 기록했다. GDP 대비 FDI는 홍콩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다. 무엇보다 그는 부패방지와 실력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정부조직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왔다. 지금도 집권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의 강령 중 하나는 반부패다.

 

물론 리 전 총리를 향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국가주도형 민주주의나 관료형 자본주의라는 독특한 체제는 그의 창안물이다. 민주주의는 유보됐고 권위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그의 지도력이 있었기에 다양한 종교와 인종을 뛰어넘고, 해양과 대륙을 아우르는 아시아의 ‘멜팅존’이 될 수 있었다.

 

지금 싱가포르는 다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 의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력과 기업을 끌어들이고 소득세를 인하하는 등 해외 부유층 유치 전략도 펴고 있다. 이미 아시아의 다른 용들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아시아의 경제 강국이요 개방국가다. 위대한 한 인간이 잠들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4화] '잘 사는 나라' 만드는 길 보여준 리콴유 리더십

 

향년 91세로 23일 영면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길인지 확실하게 보여준 정치 지도자였다. 1965년 그가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나라 꼴은 말이 아니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400달러에 부존자원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가난에 찌들고 부패가 진동하는 곳이었다. 그랬던 싱가포르가 그가 퇴임한 1990년 1인당 GDP 1만2,750달러의 강소국으로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1인당 GDP는 5만6,113달러로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가 '리콴유 리더십'에 관심을 표명하는 배경이다.

 

리콴유 리더십의 요체는 국민의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진정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가…그들이 원하는 것은 주택과 의료, 일자리와 학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통치기간 내내 재정 안정화, 서민주택 보급, 해외 투자자금 유치 등에 역점을 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동서양 항공의 요충지이자 물류 중심지와 금융허브로 굳건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싱가포르 국민이 리콴유 리더십에 완벽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풍요와 번영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히틀러'로 지칭될 정도로 혹독했던 그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이룬다. 싱가포르의 국민행복지수는 한때나마 150개국 중 149위로 추락하기까지 했다.

 

리 전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경제 근대화를 이끈 공로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나란히 미국 타임지가 꼽은 20세기 아시아의 20대 인물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함께 주목받았던 한국과 싱가포르 간에 지금은 국가경쟁력에서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철학자 플라톤이 꿈꿔온 현인정치와 민주주의적 정체 사이의 갈등과 고민을 두 나라가 보여주는 듯하다.

 

 

■ 관련 칼럼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허원순(논설위원)-20150324화] 국부(國父)

 

워싱턴DC 교외의 마운트 버넌(Mount Vernon)은 미국인들에게 각별한 곳이다.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의 사저로 미국인들에게는 성지 같은 명소다. 조지 워싱턴이 9~10세 때 그의 부친이 지은 이 대저택이 명명된 사연이 흥미롭다. 당시 본토 영국의 유명한 해군제독 버넌의 이름을 땄던 것이다. 버넌은 조지의 큰형 로렌스 워싱턴의 상관으로 ‘로열 브리티시 네이비’(영국 해군)의 현역 중장이었다. 하지만 워싱턴 가문을 친영파, 친왕파라고 비판하는 미국인은 없다. 국부를 기리는 미국인들의 발길이 끝이질 않으니 외국인 방문객도 적지 않다.

 

워싱턴DC에서 자동차로 한두 시간 동쪽으로 달리면 샬러츠빌이란 소도시가 있다. 버지니아주립대학으로 유명한 이곳에도 몬티셀로라는 고풍스런 대저택이 있다. 그리스 신전풍의 이 고택은 미국의 작은 국부격인 토머스 제퍼슨이 58년간 산 곳이다. 미국 헌법을 기초한 3대 대통령의 다양한 유품들이 잘 전시돼 있다. 어릴 때부터 마운트 버넌이나 몬티셀리를 방문하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참된 민주주의 가치와 건국 정신을 산교육으로 배운다.

 

너무나 흔해진 게 공화국이지만 공화국에는 대개 국부가 있다. 프랑스에는 드골이, 중국인들에겐 쑨원(孫文)이 있다. 인도에 네루라면 이집트엔 나세르다. 터키의 초대 대통령 아타투르크(케말 파샤)나 이스라엘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도 그렇게 추앙받는다. 이들 나라는 수도의 관문도 아타투르크 국제공항,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이름 붙였다.

 

몰락한 공산국가에서조차 그 나름대로 국부는 존재했다. 신격화되고 억지로 상징화된 게 차이점이겠지만 나라를 세운 데는 실패라도 실패의 역사는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기초를 세운 초대 대통령은 동상도 하나 없다. 식민지와 전쟁을 거친 세계 최빈국에 이승만만큼 국제적 경륜과 자유민주의 참가치를 인식한 인물도 없었다는 평가가 이제 조금씩 나오고는 있지만 갈길이 멀다. 그의 사저 이화장(梨花莊)이란 이름이라도 들어본 중·고·대학생이 얼마나 될까.

 

마침 모레(26일) 서울의 한 교회에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 기념사업회’(회장 박진) 주최로 탄생 14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고 한다. 올해가 작고 50주년이지만 우리 사회의 관심이 겨우 이 정도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떠나는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를 보면서 우남(雩南)을 다시 보게 된다. 리콴유와 이별하는 싱가포르 사람들과 우남의 존재 의미에 관심도 없는 한국인들의 차이가 너무 크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24화] 쌓여만 가는 기업유보금, 투자 안 하나, 못하나

 

국내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소득의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창고’에 쌓아만 두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96개 상장계열사의 지난해 말 사내유보금 총액은 503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6,300억원(8.1%)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30% 내외 격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보금이 오히려 증가한 건 기업들이 불황에 위축돼 그나마 번 돈조차 새로운 투자 등에 쓰지 못하고 손에 쥐고만 있었다는 얘기다.

 

이익을 유보금으로 쌓아두기만 하는 보수적 행태는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핵심 그룹들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18개 상장사 유보금 총액이 196조7,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나 증가했고, 현대차도 11개 상장사들이 총 102조1,500억원의 유보금을 쌓아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최고 그룹들부터 유보금 쌓기에 몰두하다 보니 납입자본금 대비 유보금 비율을 나타내는 사내유보율도 10대 그룹 평균 1,327.1%를 기록, 1년 전보다 69.4% 포인트 높아졌다.

 

대기업들의 사내 유보 증가는 곧바로 투자 감소로 이어져 경제의 전반적 활력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약 270조원이었던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이 지난해 말 두 배 가까이 폭증하는 동안, 해당 그룹의 실물 투자액은 26조원에서 2013년 7조원으로 75%나 격감했다. 2013년 국내 기업의 해외 M&A 총액이 중국(1,641억달러)에 비해 4분의 1인 414억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해외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국내외 불황 속에서 제대로 된 성장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멈칫거리기만 했다는 얘기다.

 

기업의 막대한 유보금을 가계와 재정에 환류시켜 경제활성화에 활용하려는 게 세계적 추세다. 미국 기업의 해외 유보금 과세 등을 골자로 한 오바마 행정부의 법인세 개혁이 그렇고, 최경환 경제팀이 도입한 우리의 기업소득환류세제 역시 유보금의 선순환을 겨냥했다. 하지만 쥐어짜는 식으론 기업의 적극적 유보금 활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 유보금이 성장동력으로 최대한 가동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경제활성화법안의 4월 국회 처리에 주력하는 한편, 노동ㆍ공공ㆍ산업 구조개혁을 통해서도 기업의 장기 성장여건을 조속히 만들어 줘야 한다. 기업 역시 팔짱만 끼고 있다가는 유보금 과세 강화나 법인세 인상 같은 자충수를 초래할 뿐이다.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유보소득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서둘러 찾고 실행해야만 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324화] 친일파가 ‘이달의 스승’? 교육부 제정신인가

 

교육부가 선정한 ‘이달의 스승’ 12명 가운데 8명에 대해 친일 행적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국사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에 검증을 의뢰한 결과, 최규동 전 서울대 총장 등 8명에게서 크고 작은 친일 행적이 발견됐다는 결과를 통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선정된 인사 대부분이 친일 시비에 휘말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 조성을 위해 귀감이 될 만한 교육계 인사를 선정한다며 시작된 사업이 이 모양이다. 이달의 스승이 아니라 ‘이달의 친일파’를 뽑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지난달 이달의 스승 1호로 선정된 최 전 총장부터 논란이 됐다. 교육부는 그를 ‘민족의 사표, 조선의 페스탈로치’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경성중등학교장 시절 일제 관변지에‘죽음으로써 천황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싣는 등 여러 차례 친일 행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미 전국의 초ㆍ중ㆍ고교 1만2,000곳에 최 전 총장에 대한 교육 자료와 포스터 배포를 마쳤다. 정부세종청사에도 홍보 입간판을 세웠다. 친일인사를 멀쩡한 민족운동가로 둔갑시켜 학생들에게 교육시켰다니 제 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 교육부는 부실 검증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달의 스승 대상자 부실 선정은 예고된 사태다. 선정위원들의 편향적 구성과 역사 인식, 주먹구구식 선정 과정이 부실 논란을 자초했다. 퇴직 교장 단체인 한국교육삼락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 등 주로 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위원회가 구성돼 처음부터 객관적인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 문제가 된 최 전 총장의 경우 애초 후보에도 들지 못했으나 교총 초대 회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선정됐다고 한다. 모든 학생들의 본보기로 삼을 스승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이념을 아우르는 인물들로 위원들을 구성했어야 한다. 선정위원회가 2,000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 받고도 단 세 차례 회의만으로 12명을 선정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객관성과 공정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위원들 입맛에 맞는 인물을 고르려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잘못이 드러난 사람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인사 대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독립운동가 가운데 교육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업과 중복된다는 점에서 굳이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4화] 굴뚝 농성자의 ‘착륙’에 화답할 때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 70미터 높이의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던 쌍용차 해고자 이창근(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씨가 23일 땅을 밟았다. 지름 8미터 남짓한 공간에서 칼바람을 이겨내며 겨울을 보냈던 그였기에 일단 ‘무사 착륙’ 소식은 참으로 반갑다. 지난해 12월13일 함께 굴뚝에 올랐던 김정욱(사무국장)씨가 10여일 전에 먼저 내려온 뒤 그가 느꼈을 번민과 외로움은 이해되고도 남는다.

두 해고노동자가 땅에 내려온 것을 계기로, 2009년 정리해고와 점거농성 사태 이후 6년 이상 끌어온 쌍용차 문제도 잘 풀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외환경 변화와 기업 경쟁력을 먼저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경영진과,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내몰린 상처를 지닌 해고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올해 1월21일 65개월 만에 재개된 노사 교섭이 여전히 양쪽의 입장이 갈린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엉킨 실타래를 풀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4일 열리는 쌍용차 정기주주총회에선 법정관리인 자격으로 출발한 이유일 사장이 물러나고 최종식 사장이 경영 지휘봉을 넘겨받는다. 해고자 복직 등 의사결정의 주체가 명확해질 수 있다. 새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 양쪽의 교섭에서 하루빨리 소중한 결실이 맺어졌으면 좋겠다. 정리해고 이후 이미 26명의 귀한 목숨을 잃지 않았나.

 

‘평택의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쌍용차 문제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두 해고자가 목숨을 걸고 굴뚝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 계기도, 법의 울타리마저 그들을 내팽개친 데 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정리해고 무효 확인소송에서 “2009년 정리해고는 적법했다”며 원고가 승리했던 원심을 파기했다. ‘경영상의 필요’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해고의 자유를 경영진에 안겨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이달 말로 시한이 잡힌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작업에서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등 무게 추가 회사 쪽에 더욱 유리한 쪽으로 쏠릴 조짐을 보이는 건 극히 우려스럽다. 법과 제도마저 자신들을 외면할 때, 버림받은 자들은 ‘인간의 땅’이 아닌 곳으로 옮겨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북 구미의 스타케미칼 해고자,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와 엘지(LG)유플러스의 인터넷 설치·수리기사 등 인간의 땅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이 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4화] 홍준표, ‘학생 급식’ 할 돈 없다면서 ‘해외 골프’

 

무상급식 지원 중단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미국 출장 중 부인 및 현지 기업인 등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도는 “골프 비용을 홍 지사가 냈다”며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무상 골프’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을 비롯해 공식 출장에 부인을 대동한 것과 평일 오후에 골프를 즐긴 것의 적절성 여부 등을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홍 지사의 골프가 많은 사람의 공분을 자아내는 것은, ‘돈’ 부족을 이유로 학생들의 밥그릇을 빼앗은 도지사의 ‘흥청망청’이 너무나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홍 지사 주장대로 재정이 그렇게 빠듯하다면 도지사가 솔선수범해서 근검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야 옳다. 그런데 홍 지사는 최근 부산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1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를 이동하면서 값비싼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호화 골프다. 자신은 특권과 혜택을 맘껏 누리면서 재정난 타령을 하는 염치없는 모습이 역겹지 않을 수 없다.

 

경남도는 해명자료를 내어 홍 지사의 골프가 “비공식 비즈니스”라고 주장하면서 “지사가 골프 비용 400달러를 현금으로 내서 통상자문관(미국 현지 사업가 주아무개씨)에게 결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부인까지 대동하고 비즈니스를 했다는 설명도 실소를 자아내지만, 이날 골프가 주씨의 요청에 따라 그가 회원으로 있는 골프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볼 때 비용을 홍 지사가 냈다는 말도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경남도의 해명은 주씨가 결제를 한 사실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상황에서 나온 사후 수습용 알리바이 냄새가 물씬 풍긴다.

 

홍 지사가 부인을 출장지에 대동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 경남도는 부인이 “친지 방문차 로스앤젤레스를 방문중”이었다고 설명했으나, 부인의 출국 시점과 체류지가 어디인지, 항공료와 체류비 등을 무슨 돈으로 치렀는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부부동반 출장’으로 징계를 받은 것을 생각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안이다.

 

홍 지사는 ‘국민의 세금’을 들먹이며 무상급식 중단 필요성을 강변하기에 앞서 ‘국민의 세금’을 흥청망청 쓰는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 “학교에 밥 먹으러 가나”라고 묻기 전에 “출장은 부인과 골프 치러 가나”라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모든 것을 떠나 자라나는 아이들의 밥그릇은 빼앗으면서 자기는 좋은 비행기, 좋은 음식, 호화 골프를 즐기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경향신문 사설-2010324화] 자원외교 청문회 증인 성역 두면 안된다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파행 위기에 처했다. 청문회의 성패를 좌우할 증인 선정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어제 첫 증인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으나 여당은 전면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참여정부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며 맞섰다. 자원외교의 진상을 밝히려면 꼭 필요한 핵심 증인마저 거부하면서 속 보이는 ‘물타기 증인’으로 청문회를 파행으로 끌려는 작태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원외교 청문회’의 목적은 명확하다.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낭비한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실상과 의혹을 국민 앞에 낱낱이 규명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다음 정권에서 같은 실패를 막자는 일이다. 그러려면 자원외교를 주도하고 추진한 책임자들의 청문회 증인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35조~46조원의 공적 자원이 투입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정권 차원에서 벌인 국책사업이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사령탑 구실을 했고, 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실무를 주도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전반에 걸쳐 이뤄진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과 부실 투자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선 이들을 청문회에 불러내야 한다. 당시 자원개발 주무 부서인 지식경제부의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다. 전직 대통령의 증인 채택은 전례가 드문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지만, 이 전 대통령도 무작정 성역이 될 수는 없다. 자원외교의 참담한 실상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성과’를 내세웠다. 그의 말대로 ‘자원외교 성과’가 왜곡되었다면,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에서 당당히 밝혀 의혹을 씻는 게 전직 대통령으로서 떳떳한 자세일 터이다.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무더기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건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본분을 몰각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물론 자원외교의 연속성을 감안할 때, 문제가 된 특정 사업의 연원을 추적하기 위해 이전 정부 정책 담당자들을 증인으로 부를 수는 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비서실장으로 총괄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제1야당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건 치졸한 ‘물타기’ 공세다. 새누리당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 인사들을 감싸며 끝내 진상 규명을 방해할 경우, 두고두고 후과를 남길 ‘괴물 자원외교’는 전·현 정권의 공동 책임으로 남게 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4화] ‘현실주의 진보’ 강령 채택한 정의당에 주목한다

한국은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정치체제이다. 이념과 노선 차이는 별로 없으면서 격렬한 대결 정치를 하는 현상도 상당 부분 양당체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양당체제는 중도를 지향하는 경향을 띠는 정당 체계라고 한다. 이런 체제에서 정치 지형은 보수화되고 소수자, 배제된 자,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는 잘 대표되지 않는다. 한국 정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냉소주의, 정치참여 부재, 정당의 대표성과 책임성 약화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한국 정치의 불건강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 색깔을 지닌 제3의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최소한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하는 진보정당이 존재한다면 기성 정당에 상당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발언권을 지닌 진보정당은 정책 경쟁을 유도하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로 이끌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진보정치 없는 정치’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정의당이 진보정당을 대표하고 있을 뿐이다.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진보정당의 왜소화는 기형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정의당이 어제 3차 정기 당대회를 열고 ‘이념적 진보정치’를 ‘현실주의적 진보정치’로 전환하는 새 강령을 채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새 강령은 “낡은 이념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비정규직의 정당입니다’라는 구호와 출생부터 사망까지 생애 주기별 국가 역할을 규정한 ‘생애주기 강령’도 채택했다. 진보정당은 자기 이념의 선전에 만족하는 운동 단체가 아니다.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정당이어야 한다. 따라서 다른 정당보다 더욱 시민들의 삶과 밀착한 의제를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도 진보정치가 공허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더 나은 방법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보수 우위 체제는 진보정당의 무능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진보적 의제의 부상이 말해주듯 진보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는 높다. 그 욕구를 조직화하지 못한 건 진보정당의 책임이다. 진보정당은 한국 정치구조 탓을 하기 전에 먼저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정의당의 신강령 채택이 새로운 진보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기를 기대해 본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4화] 4대강 사업 빼닮은 ‘임진강 준설’ 전면 재검토하라

임진강은 마식령 인근에서 발원, 북한 땅을 거쳐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을 따라 254㎞를 흐른 뒤 서해로 빠져나간다. 그로 인해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겨울철새의 천국이자 40여종에 이르는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임진강 하구는 바닷물과 민물이 자연스레 오르내리는 구간이다. 민통선 주민들은 이 드넓은 강 하구 둔치에서 자연스레 드나드는 강물을 밑천 삼아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이 자연 생태계의 보고를 대규모 공사판으로 만들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파주 문산 초평도~임진강 하구 사이 14㎞ 구간의 흙·모래 1020㎥를 준설하는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준설 사업’을 강행해온 것이다. 대대적인 준설을 통해 1990년대 큰 홍수 피해를 입었던 문산 등 지역의 수해를 방지한다는 게 목표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그러니 자연습지와 모래를 마구 파헤쳤고, 환경단체에서는 농민들 삶의 터전을 빼앗은 ‘5대강 사업’이라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임진강 하구를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한다는 환경부의 방침 또한 무시됐다. 지난 2013년 국무총리실 한국환경정책평가원까지 나서 “지나친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면서 ‘불가’ 의견을 냈지만 사업은 강행됐다. 최근에는 국토부가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까지 곡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나마 환경부가 국토부에 보낸 환경영향평가서에 ‘사실상의 부동의 의견’을 내놓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제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심상정 의원이 분석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면 임진강 준설사업은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

 

이미 군남댐과 한탄강댐(완공 예정)이 있는데, 굳이 추가로 준설사업을 벌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대대적인 준설은 임진강 하구의 농·습지가 머금고 있는 자연적인 홍수조절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예컨대 밀·썰물의 영향이 큰 임진강 하구를 준설하면 강바닥면이 확대된다.

 

그 경우 바닷물과 민물의 혼합이 커지고, 오히려 하천 수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준설로 인해 생물다양성의 보고와 농민들의 터전이 다 무너진다는 걱정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토부는 환경부의 ‘사실상의 부동의’ 의견에 다른 꼼수를 부리지 말고, 원점에서부터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환경부도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면 ‘사실상’이 아닌 ‘분명한 부동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4화] 바짝 마른 중부, 기후변화·물부족 발등의 불이다

 

157.41m. 이달 22일 기준 소양강댐 수위다. 같은 시점으로는 역대 네 번째로 낮은 수위다. 1997년 156.41m까지 떨어진 이후 18년 만에 최저다. 지난여름 이후 강원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기상이변이라고 부를 만큼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그 여파가 지금의 소양강댐 수위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의 가뭄 현상은 한강수계 상류인 강원과 충북, 경기북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충주댐에서는 수위가 내려가면서 일부 지역의 바닥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두 달 뒤가 더 걱정이다. 기상청의 3개월 전망에 따르면 4, 5월에도 메마르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수도권 식수난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 중부지방의 봄철 가뭄이 지구온난화의 결과라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 다만 온난화가 지구의 평형 상태를 흔들어 집중호우와 극심한 가뭄이라는 상반된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데 대부분의 기후학자가 동의한다. 지난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기상 관측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한반도에서 봄철 가뭄일수가 평년보다 커지면서 각종 자연재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반도의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빠른 편이다.

 

  다가올 자연재난까지 걱정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이 현재 물 부족 국가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0㎜로 세계 평균인 715㎜보다 많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수자원 총량은 세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특히 1인당 활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1452㎥로, 물 부족국가 기준인 1700㎥에 크게 미달한다. 물 부족 상태를 방치해두면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산업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의 강수량은 여름에 집중된다. 이를 가두었다가 갈수기에 풀어놓기 위해서는 댐이나 보가 필요하다. 독재정권 시절에 소양강댐 같은 대형 다목적댐이 건설돼 가뭄 조절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대형 댐 건설로 인해 주민 이주와 생태계 파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중단된 상태다. 주민 불편과 생태계 파괴가 크지 않은 지역에 중소형 가뭄조절용 댐의 건설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누수 되는 수자원 역시 촘촘히 관리해야 한다. 노후 수도관으로 인해 연간 5000억원어치의 수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포항 지역에서 보듯 폐수를 걸러 재활용하는 시스템도 늘려야 한다.

 

  3월 23일은 세계 기상의 날이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기도 했다. 기후·기상은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웃 일본은 2050년까지 장기전망에 따라 지구온난화 대책을 수립해놓고 있다. 우리도 장기전망은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과 연계성이 약하다. 좀 더 중장기적 시야를 갖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기상 문제의 핵심은 물 관리다. 20~30년 뒤 미래세대가 물 기근에 시달리지 않도록 지금부터 다각적인 수자원 확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4화] 이런 엉터리 위생검사로 불량식품 막을 수 있을까

 

식품위생검사를 엉터리로 한 검사기관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발급한 식품위생검사기관 10곳을 적발하고 각 기관 대표이사와 연구원 40명을 구속·불구속 기소했다. 전국 74개 검사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시험성적서 85만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8만3000건이 허위 발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 가운데 10%가 엉터리였던 셈이다. 식혜제품에서 기준치를 넘는 세균이 발견되자 식품회사에 그 결과를 알려주고 검체를 바꿔 재검사한 후 ‘적합’ 성적서를 발급한 검사기관도 있었다. 제품 포장을 뜯지도 않고 적합 판정을 내린 사례도 있었다.

 

 부실한 식품위생검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과 2008년에도 검사기관의 30~40%가 허위 성적서를 발급하거나 검사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적발됐다.

 

  처벌을 해도 이 같은 부실 검사가 되풀이되는 가장 큰 원인은 민간 검사기관이 난립해 덤핑 경쟁을 벌이는 혼탁한 시장 구조 때문이다. 식품업체가 ‘갑’이고 검사기관이 ‘을’인 상황에서 검사기관은 싼 검사 비용으로, 원하는 시험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는 ‘나까마’(중간소개업자)를 고용해 검사 용역을 수주해 오면 수수료의 30% 정도를 수당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검사기관 대표들에게 주의를 요청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지만 과당 경쟁 때문에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식품범죄는 박근혜 대통령이 척결 대상으로 규정한 4대 사회악 중 하나다. 불량식품을 걸러내야 할 검사기관이 불량검사를 한다면 식품범죄는 근절되기 어렵고 식품에 대한 불신만 커질 것이다.

 

  그동안 영세한 검사기관이 부실검사를 낳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는데도 검사기관은 2000년 16곳에서 해마다 늘어났다. 식약처가 검사기관 난립의 문제점을 알고도 이를 방조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식약처는 검사기관에 대한 기준과 관리·감독을 강화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실기관을 퇴출시켜야 한다. 이번에도 미봉책에 그쳐 이 같은 엉터리 검사가 다시 반복된다면 식약처에도 정책 운영과 감독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4화] 캠핑장 참변 … 이러고도 세계 캠핑대회 열 수 있나

 

인천 글램핑장의 화재사고는 국내 캠핑장 안전 시스템의 취약성, 민간사업자들의 무신경 등 캠핑 문화의 미성숙함을 드러낸 사고였다. 캠핑장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지속적으로 지적됐고, 이에 올 1월 캠핑시설 안전 문제를 규제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시행령이 공포됐지만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이번 화재는 텐트 안에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갖춰 대여하는 글램핑 텐트에서 전기 누전으로 보이는 사고로 발생했다. 글램핑은 불에 약한 천막 안에 각종 전기 기구들이 들어가 있어 화재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 이에 대한 안전 규제가 취약한 틈을 타 민간업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만드는 캠핑시설이다.

 

  국내 아웃도어 인구와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관련 안전 규제가 뒤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극적으로 성장했다. 국내 캠핑 인구는 올해 최대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캠핑산업도 지난해 6000억원대로 2008년(700억원)보다 9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관련 인프라와 산업의 영세성, 안전의식의 취약함 등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존했다. 지난해 기준 1800여 개의 캠핑장 중 등록된 시설은 230여 곳에 불과했고, 일부 영세 민간업자들은 상습 침수지구와 산사태 위험 지역에 캠핑장을 차려놓기도 했다. 1월 캠핑장 안전을 규제하는 시행령을 공포했지만 5월 31일까지 유예 기간이어서 여전히 불안한 봄을 맞고 있다.

 

  이번 사고로 당국이 야영장 전수조사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캠핑장 사고는 규제만으론 예방 및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캠핑은 자연과 벗 삼는 활동으로 거칠고 위험하며,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비상시 소방차나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캠핑족과 야영장 운영자들이 아웃도어 활동의 안전수칙과 비상시 대응 능력까지 완벽하게 익히는 캠핑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최우선이다. 올해 전북 완주에선 ‘세계 캠핑&카라바닝 대회’가 열리는 등 국내 캠핑 규모와 열기는 세계적 수준이다. 이에 걸맞은 높은 시민정신과 안전 시스템의 확충이 뒤따라야 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4화] 지역 비하 넘어 왜곡·선동 댓글도 엄벌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감정 조장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에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댓글이나 발언을 하는 경우 최대 2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그러진 현대 정치사가 만들어 낸 지역감정과 이에 따른 지역 분할 구도는 비단 정치에서뿐 아니라 사회 각 영역에 걸쳐 깊고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념과 세대, 계층으로 갈라지는 대립 구도의 바탕에 지역 갈등이라는 공고한 뿌리가 자리하고 있다고도 할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두 차례의 정권 교체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의 지역 분할 구도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대한민국 선거를 관통하는 상수(常數)로 작용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것처럼 선거제도를 바꿔 지역대립 구도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겠으나 사회 저변에 깔린 지역적 편견을 깨지 못하는 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선관위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위 자체를 적극적으로 억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올바른 현실 진단과 처방이라고 여겨진다.

 

실제로 지금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오가는 댓글을 보노라면 대체 이들이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인지를 의심케 할 만큼 특정 지역을 비방하고 모욕하는 내용이 넘쳐난다. ‘전라디언’이니 ‘경상디언’이니 하는 표현은 그나마 점잖은 축이고, ‘전라도 홍어’나 ‘경상도 문둥이’ ‘멍청도 핫바지’ 등은 아예 특정 지역 사람들을 총칭하는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비하 발언들이 단순히 특정 지역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담은 차원을 넘어 다분히 정파적 목적에 따라 의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전라좌빨’이니 ‘영남수꼴’이니 하며 지역과 이념, 정파를 하나로 묶어 상대를 공격하는 표현들이 대표적이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만 봐도 ‘좌익효수’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네티즌이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댓글 3460개의 상당수가 호남을 비하하는 내용이었던 것도 지역 비하의 정파성을 보여 주는 사례다.

 

단속의 기준이나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소지 등을 놓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넘어야 할 과제일 뿐 주저앉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차제에 지역 비하 댓글 단속을 넘어 근거 없는 사실 왜곡과 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라 놓는 행위를 근절할 범사회적 운동도 함께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지금 우리 사회의 소모적 갈등에는 지역 비하뿐 아니라 근거 없는 괴담과 선동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까지 참여해 벌인 정부 조사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폭침과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한 배경에는 이런 불순한 의도의 선동도 없지 않다고 할 것이다. 사이버 공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정보 유통 속도가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사회적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종착점은 혼돈과 분열뿐일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4화] 제대로 못할 거면 ‘이달의 스승’ 선정 중단하라

 

교육부가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한 12명 가운데 8명이 친일 의혹이 있는 것으로 그제 드러났다. ‘이달의 스승’은 지난해 8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지시로 시작된 사업이다. 존경받는 사도상을 정립하기 위해 독립유공자를 선정하듯이 매월 ‘이달의 스승’을 선정하겠다는 취지로, 3억 5000여만원의 홍보 예산이 책정됐다. 최규동씨가 첫 ‘이달(3월)의 스승’으로 선정됐는데 그의 친일 행적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교육부의 부실 검증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최씨는 죽음으로써 일왕의 은혜에 보답하자는 내용의 선동적인 글을 일제 관변 잡지에 썼다.

 

비난이 커지자 교육부는 소속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와 민간 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에 후보 12명에 대한 검증을 다시 의뢰했다. 그 결과 김교신, 안창호, 주시경, 이시열 선생을 뺀 나머지 8명에게 친일 행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교수 4명, 교사 3명, 교원단체 1명, 퇴직교원 1명 등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했는데 이들은 친일인명사전과 언론 보도만을 토대로 검증을 했다. 선정위원회는 애초 2000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받고도 세 차례 회의만으로 12명을 졸속으로 선정했다. 이번 사달의 단초를 제공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선정위원회가 드러난 추가 의혹을 바탕으로 재검증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대로는 ‘이달의 스승’ 선정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 엉터리 검증을 한 현 선정위원회는 즉각 해체하고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 후보를 다시 선정한다고 해도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뿐이다. 사업을 재개하려면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아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로 선정위원회를 다시 꾸려야 한다. 선정 절차와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 누가 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를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흠결이 있는 인사는 제외해야 한다. 무엇에 쫓기듯 서둘러 결정할 일이 결코 아니다.

 

친일 논란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아킬레스건이다. 후손들의 명예도 걸려 있는 만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공적에 비해 사소한 잘못을 침소봉대해 친일파 낙인을 찍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명백한 친일 행각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된다. 친일 인사를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표(師表)라고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 가르치는 것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4화] 천안함 피격 5년…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

 

26일로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한 지 5년이 된다. 백령도에서 해상작전을 수행하다 북한 어뢰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산화했고 이들을 구하려다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다. 천안함 생존 용사들과 유족들의 가슴속 상처와 고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호국보훈협회가 천안함 생존 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및 대면조사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사건 5년 후에도 여전히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살아가는 게 힘들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도 꺼리고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악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보내기는커녕 ‘경계에 실패한 패잔병’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천안함 생존 용사 중 심각한 부상으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3명을 제외하고는 국가로부터 지원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생존 장병과 유가족들을 더 괴롭히는 것은 천안함 폭침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천안함은 조작된 사건”,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 등의 실체 없는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 초기 트위터와 정치권 등을 통해 확산된 설(說)들은 지금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증폭시키며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먼저 평택 제2함대에 전시된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를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런데도 누구보다 안보 태세에 전념해야 할 군인들의 방산 비리가 툭하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에 이어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통영함 비리 연루 혐의로 구속됐다. 통영함은 다름 아닌 천안함 폭침 이후 해저 침몰선 탐색 인양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 천안함 용사 46명의 영령 앞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북의 기습적인 군사 도발에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세상을 떠난 병사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 이들만이 그들이 목숨과 맞바꾼 자유와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4화] 삼성 M&A 목록에서 국내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 이유

 

삼성전자의 성장 전략이 그린필드에서 개방형 포용 전략으로 급전환하고 있다. 삼성페이 결제를 위해 미국의 신생 모바일 서비스 업체 루프페이를 사들였는가 하면, 사물인터넷(IoT) 주도권을 겨냥해 미국 플랫폼 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체제 10개월간 공식 발표한 M&A만 이미 8건이다. 대상도 기업 간 거래(B2B)나 소프트웨어·플랫폼 등 신사업에 집중되는 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M&A 시도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경영진이 이구동성으로 독자기술만으로는 발 빠른 혁신이 어렵다며 M&A를 강조하고 있다.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에 더 개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손영권 전략혁신센터 사장),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전략이 삼성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데이비드 은 삼성 글로벌혁신센터 수석부사장)는 언급들이 이를 말해준다.

 

여기에 삼성이 경쟁을 벌이는 애플, 구글 등이 자고나면 M&A건을 하나씩 터뜨리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업에 도움이 되는 업체가 있다면 국내, 해외 구분하지 않고 M&A를 추진할 것”(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라는 발언은 삼성의 다급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 8개월간 삼성전자가 발표한 8건의 M&A는 그 대상이 모두 해외기업이었다. 물론 국내기업이 하나도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국내에는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설사 그런 기업이 나타난다고 해도 M&A가 외국에서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해야 마땅하다. 삼성이 소규모 기술기업에 대한 M&A에 나서면 당장 문어발 경영이요 기술탈취라는 비판이 튀어나온다. 게다가 내부거래다 뭐다 해서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에 온갖 규제로 불이익을 주는 것도 M&A에는 악조건이다. 이런 규제의 굴레 속에서는 정상적인 M&A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유망 스타트업들을 대기업이 인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나.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4화] 한국경제가 '40 - 50클럽' 고지에 오르려면

 

지난해 말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안에 3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가 2만8,000달러로 추산되는 만큼 올해 3만달러 돌파는 확실해 보인다.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가 선진강국의 상징인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하는 것은 자축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면 '40-50'클럽은 어떨까.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생각하면 갈 길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연중기획 '비욘드 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들의 57%는 올 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예상해 정부 전망치(3.8%)와 큰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의 우울한 예상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3각 파도에 휩쓸리면서 40-50클럽 가입은커녕 30-50클럽에서 탈락할 수도 있음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무엇보다 성장잠재력 확충에 성공해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의 도약에 성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40-50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구조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당장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 과제를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해소해 고용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작금의 노사정협의 참가자들이 이런 관점을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

 

도약과 좌절의 갈림길에 선 우리 경제가 참조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독일과 일본의 정책선택 과정이다. 그것은 달리 말해 국가 지도자 리더십의 차이이기도 하다. 일본이 지난 20여년간 경제정책 혼선과 지도자의 리더십 표류로 퇴보의 길을 걸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욘드 코리아를 성공시키려면 우리에게 요구되는 신성장 모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지도력을 구비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이를 실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4화] 일본에 추월당한 관광객 유치, 한류만으로 안된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4개월 연속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한(訪韓) 외국인 관광객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넉 달 전 일본에 5만명 차이로 첫 역전을 허용하더니 지난달에는 방일(訪日) 관광객이 139만명인 반면 우리는 105만명에 그쳤다.

 

문제는 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일본은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개최를 호재 삼아 범정부 차원에서 관광산업 진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정책추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연간 관광객 유치실적에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일본에 추월당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일본과 우리의 관광산업 정책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이렇게 된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은 2003년에 이미 관광산업 육성전략이라는 청사진을 만들고 2006년에 관광입국추진 기본법을 제정했다. 10여년 전부터 긴 호흡으로 관광산업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에는 엔저와 중일 정상회담에 힘입어 규제를 대폭 풀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부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해온 결과다.

 

우리 정부의 관광객 유치 노력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400만명 돌파에 이어 2017년에는 2,000만명을 넘어선다는 당찬 계획을 세울 정도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한류와 쇼핑에 기댄 관광 인프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일본에 역전당한 한국 관광의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방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불만이 쇼핑 말고는 딱히 할 게 없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전략 수립을 통해 다양한 관광상품·서비스를 개발해야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 수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사드는 적의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만든 미사일방어 체계 가운데 하나로 미국은 북한 핵무기의 위협에서 주한미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기존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이용한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로는 떨어지는 미사일을 단 한 번만 요격할 수 있어 방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KAMD는 한국을 겨냥한 북한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는 마지막 단계인 40㎞ 이하의 낮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체계로 목표물에 가까이 와야만 요격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도 40∼150㎞에서 요격할 수 있는 사드가 배치되면 적 미사일에 대해 2회 공격이 가능해진다. 사드로 요격하지 못한 미사일을 패트리엇이 다시 요격할 수 있어 그만큼 방어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반도에서 비행 가능한 공간은 사거리 800㎞ 이하, 고도 250㎞인데 레이더 탐지와 요격미사일의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요격 가능 공간은 사거리 400㎞ 이하, 고도 250㎞ 이하다. 사드의 요격 가능 공간은 사거리 200㎞, 고도 150㎞ 이하로 사드가 배치되면 요격 가능공간이 늘어나 적 미사일 요격 성공률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성능이 좋은 만큼 사드 1포대의 가격은 1조원대에 이르러 우리나라 국방 예산으로는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돈으로 구입하는 ‘도입’이 아니라 미국의 예산으로 ‘배치’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중국이 반발하는 이유는 요격체계보다는 미사일과 함께 들어오는 X밴드 레이더 때문이다. 그러나 사드는 아직 군사적으로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은 무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사드 배치 문제는 군사·외교·안보·경제 등 다양한 분야와 여러 인접 국가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중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종합적인 검토와 신중한 협의를 통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할 중대한 국가적 과제다. 정파적 이해 관계나 이념적 대결 수단으로 삼아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이유다.

 

 

[중앙일보-사설 속으로/김기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20150324화] 오늘의 논점 "사드 체계 한국 배치 논란"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3월 12일 34면>

당·청의 사드 공론화 엇박자 … 국민은 혼란스럽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 공론화(公論化)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어제 사드 문제에 대해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여당 원내지도부가 다음주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와 이달 말 정책 의총을 통해 사드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 선을 그었다.

 

  사드 문제의 공론화가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사이에서 외교적 입지만 줄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놓고는 여당 내에서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친박계 의원들은 사드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공론화에는 부정적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넘어 한국군의 도입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

 

  사드 문제 공론화를 두고 당·청에서 두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청와대 입장대로라면 공론화는 공론(空論)만 될 것이고, 국민만 혼란스러울 뿐이다. 당·청 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일러준다. 사드는 주한미군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처를 위해 본국에 배치를 요청한 무기 체계다.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용이다. 미 행정부가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려면 사전에 한·미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중국은 이를 두고 각급 대화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우려를 표시해왔다. 요격 대상 탄도미사일 탐지 레이더가 중국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 만큼 의사결정 과정은 냉철하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외교안보 사안이 의총에서 공론화돼 찬반 의견이 그대로 공개되면 자칫 내부 갈등만 증폭되고 외교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사드 문제는 우리의 국익과 안보의 관점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다. 안보 문제가 정치화되면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 당시 주한미군 재배치를 비롯한 한·미 동맹 재조정 작업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한·미 간에 신뢰가 손상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드 문제의 주무 부서인 국방부의 대응도 문제가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현재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면서 전략적 모호성 전략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미·중의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눈치만 본다는 인상만 심어줬다. 군사 주권이 걸린 문제에서 스스로를 옭아매는 듯한 자세는 곤란하다.

 

  정부는 미국이 요청해왔을 경우 의사결정 과정, 북핵 대처에 대한 사드의 효과와 한계 등에 대해 의연하게 설명해야 한다. 사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런 과정이 있어야 안보 정책에 대한 오해가 사라져 국민이 믿고 따른다. 군사 주권, 안보 문제에선 당당해야 하고 외교적 문제에선 주도면밀해야 한다.

 

 

한겨레 <2015년 3월 12일 31면>

어지러운 ‘사드 논란’, 미적대는 정부 탓 크다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를 우리나라에 배치할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다. 제때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는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는 빨리 명확한 거부 뜻을 밝혀 논란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사드 문제 공론화’ 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에, 그리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설전을 벌이는 것은 그 자체로 볼썽사납다. 부적절한 정책결정 과정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을 가중시킨 것은 무엇보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다. 이들이 15일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와 이달 말 정책의총 등을 통해 사드 문제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한 의도는 분명하다.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를 압박해 사드를 우리나라에 배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대사 피습 분위기’를 활용해 핵심 외교안보 전략과 관련된 사안을 정략적으로 밀어붙이려는 행태다.

 

  청와대가 11일 공론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은 나름대로 일관성이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말처럼 “동북아 각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몰고올 사안을 고도의 전문성이 뒷받침되기 어려운 의총에서 자유토론으로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미국의 사드 배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미국의 움직임을 봐서 결론을 내리겠다는 비주체적인 태도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사드의 해외 배치와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드는 미국이 세계적인 미사일방어(엠디) 체계의 하나로 개발한 값비싼 장비다. 우리나라에 배치된다면 일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미·중 군사대결의 최전선이 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느끼는 위협감은 이들이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힌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사드가 북한만을 겨냥한 것임을 잘 설명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사냥용 공기총은 흉기가 아니다’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는 결국 우리나라에 대한 구입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로 대응하며 미국의 엠디 체계에는 가입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이 말이 모두 거짓이 된다. 이제 소모적인 사드 논란을 끝낼 때가 됐다.

 

■ 논리 vs 논리

 

중앙, 당·청 정책 혼선에 초점 vs 한겨레,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지난 11일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사드 문제에 관해 “정부의 입장은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라고 밝힌 이후 이를 둘러싼 공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바도 없다는 것인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국방부로서는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변한 내용과 같은 입장이다. 반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같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공론화’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표명에 중앙과 한겨레가 한목소리로 비판적이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서는 분명한 견해차를 나타내고 있다. 사설 제목에서부터 중앙은 “당·청의 사드 공론화 엇박자…국민은 혼란스럽다”로 당과 청와대의 갈등 양상 자체에 주목한 반면, 한겨레는 “어지러운 ‘사드 논란’, 미적대는 정부 탓 크다”로 정부의 책임을 보다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사드를 우리나라에 배치할지 여부 자체보다는 이 문제의 공론화를 둘러싼 정책 결정 과정의 혼선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한겨레는 제때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는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빨리 ‘명확한 거부 뜻’을 밝히라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은 사드 문제 공론화를 두고 당·청 간 두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모양새가 바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의사결정 과정이 냉철하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고 사드 문제는 우리나라의 ‘국익과 안보의 관점’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안보 문제가 정치화되면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덧붙이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공론화를 둘러싼 당·청 간 갈등 양상을 지적하면서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 자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는 데 보다 역점을 두고 있다. 유승민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를 압박해 사드를 우리나라에 배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미국대사 피습 분위기’를 활용해 핵심 외교안보 전략과 관련된 사안을 정략적으로 밀어붙이려는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사드를 우리나라에 배치하는 문제는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은 ▶사드는 주한미군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처를 위해 본국에 배치를 요청한 무기 체계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용’이라는 점과 ▶미 행정부가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려면 사전에 한·미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요격 대상 탄도미사일 탐지 레이더가 중국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고는 있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보다 분명하게 중국의 입장을 설명한다. “사드는 미국의 세계적인 미사일방어(엠디) 체계의 하나로 개발한 값비싼 장비로 우리나라에 배치된다면 일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미·중 군사대결의 최전선이 된다는 점까지 지적하면서 사드가 북한만을 겨냥한 것임을 잘 설명하면 된다고 하는 일부의 주장은 ‘사냥용 공기총은 흉기가 아니다’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는 예까지 들고 있다. 사드 문제에 대한 중앙 사설의 결론은 “정부는 미국이 요청해왔을 경우 의사결정 과정, 북핵 대처에 대한 사드의 효과와 한계 등에 대해 의연하게 설명해야 하고 그래야 안보 정책에 대한 오해가 사라져 국민이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군사 주권과 안보 문제는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그동안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로 대응하며 미국의 엠디 체계에는 가입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는 점을 들어 만약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그동안 해 온 말이 모두 거짓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겨레신문 칼럼-기고/구인회(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20150324화] 시험관 시술, 윤리를 검토할 때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이 시작된 지 30년째로 기술로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술로 태어난 아기에게 유발될 수 있는 장기적 영향 등에 관해 현재 알려진 바가 없다. 이제 불임이나 난임 부부들에게 희망이 된 이 기술의 사회윤리적 문제에 대해 검토해볼 때이다.

 

시험관아기는 난자와 정자를 체외수정하여 2~6일간 시험관에서 키워 자궁에 이식하여 임신이 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시술 과정에서 생성된 배아는 착상 전 진단을 통해 유전적으로 정상이라는 진단이 나온 배아만 선별적으로 이식하고, 발달 정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등급에 따라 자궁에 이식되는 배아가 있고, 동결 보존되는 배아가 있다. 그밖의 다른 배아는 연구에 이용되거나 버려지기도 한다.

 

2012년 보건당국이 집계한 시험관아기 시술 건수는 4만8238건으로 국비 지원 전인 2005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 이유는 비용이 일회 삼사백만원 정도여서 일부 병원은 자연임신 가능성이 있는 부부까지 시술을 권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불임이 아닌데도 연이은 출산과 육아가 부담스러워 쌍둥이를 낳으려는 여성들과 독신자까지 시험관아기 시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호르몬제를 이용한 과배란을 통해 한번에 10개 안팎의 난자를 채취하기 때문에, 과배란 과정에서 복수가 차고 소변이 안 나오는 등 여성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또한 배란유도제는 폐경을 촉진시키며, 암을 발생시키고, 태아의 선천성 기형을 일으킨다는 경고도 있다.

 

한 국제 공동연구에 따르면 1개의 배아만 이식하도록 하는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같은 보조생식술로 임신된 아기들의 조산이나 사산, 조기 사망, 저체중 비율이 지난 20년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선 시험관아기 시술 중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또는 부부가 쌍둥이를 원하기 때문에 일부러 배아를 여러개 이식하는 경우가 많다. 다태 임신의 경우 자연유산, 조산, 미숙아, 발육부전, 출산 전후의 산파적 합병증이 증가하기 때문에 선택적인 태아 감수술을 감행하게 된다. 이는 태아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여성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게 된다. 여성의 몸은 출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시 험관아기 시술은 불임부부들에게 아기를 가질 수 있게 하여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로 시행하지만, 생명을 통제와 조작 가능한 것으로 전락시켜 인간 존엄성을 훼손한다. 더구나 시술과정에서 등급이 매겨지고, 연구에 이용되거나 버려지는 배아는 함부로 실험에 이용하거나 죽여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 보호해야 하는 온전한 초기 인간 생명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난자나 정자의 공여, 대리모를 통한 임신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몸매 관리를 위해 혹은 사회 활동으로 시간여유가 없는 여성들이 자신을 대신하여 아기를 낳아줄 여성을 찾는 경우도 있다니, 인간 생명은 더 이상 하느님의 선물이 아닌 선택의 대상이 되었다.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고려할 때, 정부는 시험관 시술을 위한 국비 지원보다는 이제 불임과 난임 예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난임의 근본 원인이 되기도 하는 스트레스와 심리 정서적 불균형을 없앨 수 있도록 상담 기회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신생식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높이는 홍보도 필요하다. 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출산이 과연 진정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도록 계몽해야 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민아(논설위원)-20150324화] 아시아적 가치, 한국적 민주주의

91세를 일기로 타계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생전에 ‘아시아적 가치’를 주창했다. 1994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문화는 숙명이다’라는 인터뷰에서 리 전 총리는 아시아의 문화적 특수성을 들어 “서구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동아시아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8개월 후 같은 잡지에 ‘문화는 숙명인가?’란 반박문을 싣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아시아에도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철학적 전통이 있다면서 맹자의 왕도정치와 동학의 인내천 사상을 예로 들었다. 결론은 “아시아에서도 민주주의는 필연”이라는 것이었다.

 

리 전 총리의 ‘독특한’ 민주주의관은 그가 남긴 어록에서도 드러난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민주주의는 신생 개발도상국에 좋은 정부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여론조사나 인기투표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지도자는 약한 지도자다” “언론의 자유는 싱가포르의 통합과 정부의 우선순위 아래 종속돼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문제적 인물’ 리콴유는 이러한 신념으로, 싱가포르를 번영하는 도시국가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2012년 미국 갤럽이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세계 148개국 국민 중 행복감을 느끼는 비율에서 싱가포르는 꼴찌를 기록했다. 껌 씹는 일조차 간섭받는 나라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일은 쉽지 않을 터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리 전 총리의 국장에 참석한다. 박 대통령이 해외 정상급 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애통함을 금치 못한다”는 성명도 냈다. 박 대통령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리 전 총리와 인연을 맺어온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다만 걸리는 대목은 있다. 박 전 대통령 또한 유신을 선포하며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라는 기괴한 명분을 내세웠다. 배불리 먹는 일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민주주의 같은 가치는 사치에 불과하다는 논리였다. 박 대통령이 리 전 총리를 애도하며 ‘그때 그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일은 없기 바란다. 한때 박정희의 시대가 있었다. 리콴유의 시대도 있었다. 이제 그 시대는 저물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엄을순(문화미래이프 대표)-20150324화] 우리 몸을 부탁해

 

지난주, 쇼핑몰에 들렀다가 망신만 당했다. 디자인은 섹시한데 크기는 아동복. 궁금해서 점원에게 물었다. ‘요즘은 애들도 이런 섹시한 티셔츠를 입나요?’ 어른용이란다. 44사이즈냐 물으니 프리사이즈란다. 신축성도 없던데 프리는커녕 열 명 중 두어 명쯤 맞으려나. 그렇다면 우리나라 젊은 여성 80% 이상이 오버사이즈란 말? 젊은 여성의 70~80%는 자기가 비만이라 생각한다던데 그 통계의 배경이 어쩌면 이 작은 옷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44사이즈. 과연 바람직한 체형인가.

 

 프랑스에서는 지금 말라깽이 모델 퇴출 법안이 한창 추진 중이라는데.

 

 9년 전께, 체질량지수 18(키 1m75㎝, 몸무게 56㎏가량) 이하인 모델의 패션쇼 출연을 금지시킨 스페인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영국·브라질·이스라엘·미국, 이젠 프랑스까지도 동참한 셈이다.

 

  사실 말라깽이 모델을 퇴출하기 시작하게 된 이유는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 때문이다. 2007년 프랑스의 모델 이사벨 카로가 거식증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촬영한 뒤 사망하면서 거식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후 계속 말라깽이 모델 퇴출운동은 일어나고 있지만 ‘선명하게 드러난 갈비뼈와 앙상한 팔다리에 퀭한 눈동자의 모델들’이 아직도 유명 패션쇼에서 캣워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라깽이에게 입혀놓은 옷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기 때문이라는 디자이너의 변명. 디자이너 책임인지 그런 옷을 선호한 대중 탓인지. 어쨌거나, 디자이너들이 먼저 현실적인 사이즈의 옷을 유행시키면 어떨까. 처음엔 낯설어도 차차 미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

 

  ‘개미 허리와 앙상한 팔다리’가 젊은 여성의 이상적인 체형이라면 문제는 크다. 그렇게 몸을 만들려고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건강은 물론 자신감도 잃고 성격 형성에도 문제가 생길 게다.

 

  ‘쭉쭉빵빵’. 시원스러운 모습의 소녀시대 광고 전단을 봤다. 절묘하게도 9명의 다리가 똑같다. 컴퓨터의 농간은 아닌지 궁금하다. 화제가 된 클라라의 화보 사진 또한 묘하다. 몸은 앙상하게 갈비뼈 자국이 선명한데 가슴과 엉덩이는 애마부인 수준이다. 죽을 만큼 운동을 했는지 성형인지 아님 컴퓨터의 농간인지는 몰라도 확률은 비현실적이다.

 

 연예인 광고 사진에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성형 혹은 컴퓨터로 연출한 사진임. 자칫하면 부작용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음’ 뭐 이런 거 하나쯤 덧붙이면 어떨까 싶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허원순(논설위원)-20150324화] 국부(國父)

 

워싱턴DC 교외의 마운트 버넌(Mount Vernon)은 미국인들에게 각별한 곳이다.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의 사저로 미국인들에게는 성지 같은 명소다. 조지 워싱턴이 9~10세 때 그의 부친이 지은 이 대저택이 명명된 사연이 흥미롭다. 당시 본토 영국의 유명한 해군제독 버넌의 이름을 땄던 것이다. 버넌은 조지의 큰형 로렌스 워싱턴의 상관으로 ‘로열 브리티시 네이비’(영국 해군)의 현역 중장이었다. 하지만 워싱턴 가문을 친영파, 친왕파라고 비판하는 미국인은 없다. 국부를 기리는 미국인들의 발길이 끝이질 않으니 외국인 방문객도 적지 않다.

 

워싱턴DC에서 자동차로 한두 시간 동쪽으로 달리면 샬러츠빌이란 소도시가 있다. 버지니아주립대학으로 유명한 이곳에도 몬티셀로라는 고풍스런 대저택이 있다. 그리스 신전풍의 이 고택은 미국의 작은 국부격인 토머스 제퍼슨이 58년간 산 곳이다. 미국 헌법을 기초한 3대 대통령의 다양한 유품들이 잘 전시돼 있다. 어릴 때부터 마운트 버넌이나 몬티셀리를 방문하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참된 민주주의 가치와 건국 정신을 산교육으로 배운다.

 

너무나 흔해진 게 공화국이지만 공화국에는 대개 국부가 있다. 프랑스에는 드골이, 중국인들에겐 쑨원(孫文)이 있다. 인도에 네루라면 이집트엔 나세르다. 터키의 초대 대통령 아타투르크(케말 파샤)나 이스라엘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도 그렇게 추앙받는다. 이들 나라는 수도의 관문도 아타투르크 국제공항,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이름 붙였다.

 

몰락한 공산국가에서조차 그 나름대로 국부는 존재했다. 신격화되고 억지로 상징화된 게 차이점이겠지만 나라를 세운 데는 실패라도 실패의 역사는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기초를 세운 초대 대통령은 동상도 하나 없다. 식민지와 전쟁을 거친 세계 최빈국에 이승만만큼 국제적 경륜과 자유민주의 참가치를 인식한 인물도 없었다는 평가가 이제 조금씩 나오고는 있지만 갈길이 멀다. 그의 사저 이화장(梨花莊)이란 이름이라도 들어본 중·고·대학생이 얼마나 될까.

 

마침 모레(26일) 서울의 한 교회에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 기념사업회’(회장 박진) 주최로 탄생 14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고 한다. 올해가 작고 50주년이지만 우리 사회의 관심이 겨우 이 정도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떠나는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를 보면서 우남(雩南)을 다시 보게 된다. 리콴유와 이별하는 싱가포르 사람들과 우남의 존재 의미에 관심도 없는 한국인들의 차이가 너무 크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정상범(논설위원)-20150324화] 서울둘레길

 

지난주 말 모처럼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아차산 둘레길을 찾았다. 새 봄을 맞아 둘레길 주변에는 진달래가 한껏 꽃망울을 머금은 채 봄을 터뜨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부드러운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올랐다. 탁 트인 전경에 한강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왔다. 정상을 지나 9부 능선에 자리 잡은 전망대에 오르니 우뚝 솟은 강남의 제2롯데월드는 물론 서울의 너른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삼국시대에 고구려와 백제·신라가 왜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였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친구들은 수도인 서울 가까이에 커다란 강이 흐르고 북한산 같은 명산이 들어서 있다는 것을 보고 놀라곤 한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메트로폴리스 가운데 서울을 제외하면 설렁설렁 걸어서 갈 만한 산을 찾기 쉽지 않은 탓이다. 서울의 크고 작은 산줄기를 시계방향으로 이어 만든 서울둘레길도 새로운 자랑거리다. 8개 코스, 157㎞에 이르는 만만찮은 길이지만 큰 부담 없이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창포원에서 시작한 대장정은 수락산∼불암산의 1코스를 지나 용마~아차산 코스와 대모~우면산 코스를 거쳐 북한산 기슭에서 막을 내린다. 화려한 도시와 다소곳한 자연이 어우러진 서울만의 독특한 트레일이다. 서울둘레길에는 곳곳에 휴대폰 충전기가 깔려 있고 완주를 기념하는 스탬프도 찍어준다니 둘레길의 화려한 변신이라고 할 만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주 말 아차산 코스에서 가진 '제1회 서울둘레길 달팽이 마라톤 행사'가 5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달팽이 마라톤은 서울둘레길 코스에서 매달 최적의 코스를 선정해 계절의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서울둘레길을 걸으면서 선물도 받고 역사 공부도 곁들인다면 이보다 좋은 건강 챙기기가 없을 듯하다. 올봄에는 장롱에 처박았던 등산복을 꺼내 입고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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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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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의점에서 파는 즉석 만두에서 종이덩어리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이 한입 배어 물은 만두 속에 원료명과 중량이 선명하게 적힌 종이가 들어 있었다고 고발했습니다.
뭘 먹고 있는지 선명하게 가르켜 주려고 한 모양이네... 편의점하면 애들이 즐겨 먹는 건데 제발 신경 좀 써주세요~

2. 최근 4년 동안 소득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월급쟁이들의 실질적인 세 부담은 계속 늘어난 반면 기업들의 세 부담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럴 줄 알았어~ 결국 월급쟁이만 봉인 거지~

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연일 '종북몰이' 등 이념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이념공세가 안 먹힐 때도 됐는데 까보면 그렇지도 않단 말이야. 그러니까 저러고 살겠지...

4. 빌 게이츠 같은 통 큰 기부는 앞으로 점점 구경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1세대 슈퍼부자의 자녀들은 기본적으로 아버지세대보다 기부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고 합니다.
애지중지 오냐오냐 키우니 자신 밖에 모르는 것 아닐까요? 나 만큼 상대를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5. 감사원이 경찰에 성매매 현행범으로 체포된 직원 2명을 23일 직위해제했습니다. 조사를 받는 이들 직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그걸 뭘 판단하고 그래~ 바로 파면부터 해야하는 거 아님?

6. 경기도 포천의 주한미군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훈련장) 인근 소나무밭에 전차 연습탄이 굉음을 내며 날아와 박히는 사고가 났습니다.
전시도 아니고 민간인 지역에 이런 사고가 나서야... 총부리 좀 겨냥 잘하자고요~

7. 프랑스에서 유통기한을 앞둔 상품들을 모아 싼 값에 파는 매장이 인기라고 합니다.
싸게 사서 빨리 소비하면 맛과 영양 면에서도 차이가 없다며 소비자들은 만족해합니다.
유통기간 지나면 바로 상한다고 오해 하시는 분들 많턴데... 우리도 이런 거 하면 좋겠다. 찾는 분들 많을 텐데 말이지~

8.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후 70주년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 표현을 써야 하느냐에 대한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안써도 돼!! 써도 안 믿거등~~

9. SBS '웃찾사'가 시간대를 옮겨 KBS '개콘'과 맞붙었습니다.
개콘 출신 강성범의 '저력'이 돋보이며, 지난 주 동시간대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시청률을 보이며 출발했습니다.
개그 프로그램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동시간대 방송은 별루지요? 맞붙어서 이기면 뭐가 좋은 건데?

10.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인 '연리지'
'남녀 간 사랑'이나 '부부애'를 상징하는 연리지 나무가 경남 창원시 팔용산에서 발견됐습니다.
보통 두 가지가 크로스 '십자' 형태를 보이던데... 그래서 둘이 엮어진 십자가는 사랑인가 봅니다.

11. 제2롯데월드 입점 상인들이 수족관·영화관 영업 중단과 주차요금 완전 유료화로 영업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대박 날거라고 시작하신 장사가 힘들다고 하시니 안타깝기는 하겠지만, 그 걸 누굴 탓하겠습니까?... 음...

12. 비흡연자 여성들의 폐암은 주방 연기가 문제라고 합니다.
요리할 때 나오는 연기에 폐를 위협하는 성분이 잔뜩 들어 있다고 합니다.
후드 켜고, 창문도 자주 열면서 요리하세요.
방향제로 냄새만 없엔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네... 남자들 요즘 요리하는 것도 대세라는데 조심해야겠습니다~

13. 한약부작용 때문에 환자가 숨졌다면 한의사 책임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다만, 부작용 발생 이후 양방병원에서 진단받지 않은 환자측의 책임도 일부 인정됐다고 했습니다.
부작용이 생기면 책임을 지셔야죠. 무슨 재판을 하고 그러싶니까? 근데 뭘 자셨길래~

14. 월급 많이받는 사람 상위 20%의 월급이 2배 오를 동안 적게받는 사람 20%의 월급은 동결수준입니다.
이런데도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람 숱하게 많고, 그 돈 몇푼 올리자는데 그렇게 반대를 하냐 그래. 치사한 양반들 같으니라고...

15. 온라인에서 만난 13세 여자 중학생을 협박해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20대에 대한 1심의 무죄 판결이 결국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습니다.
법이 상식을 쫓아가질 못하는 판결이라 비판도 많았는데 늦었지만 유죄라니 다행입니다. 내가 판사였다면 아주 그냥...

16. SNS가 보는 재미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선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남성(41.2%)보다 여성(53.9%)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트레스 줄이는 법 가르쳐 드려요? 상대와 비교하지 말고, 끝까지 상대를 존중하세요. '뭐 이런놈이 다 있나?' 할 정도로 말입니다. 아셨죠?

17. 서울시는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사고를 계기로 시내 캠핑장 10곳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몇번째인지? 제발 그 좋아하는 법 대로 시행 좀 합시다.

18.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가 안 쓰고 쌓아둔 여윳돈 규모가 91조 7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4조 3천억 원 늘었습니다.
불확실한 경기 상황 속에서 남는 자산을 소비하지 않고 모아두는 성향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한 시대가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 먹고 살기 힘든데, 어디 엄두가 나겠습니까만은... 쩝.

19.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 관악을 지역에 출마한 오신환 후보 지원을 위해 신림동 고시촌을 방문했으나 청년들의 격렬한 항의와 야유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꼭 집권여당이라는 이유만은 아니겠지요. 그래 현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들으시니까 어떻습디까?

20. 박 대통령 29일 리콴유 국장 참석차 출국합니다. 취임후 첫 해외조문이랍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많은 곳은 강서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순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희토류 매장을 홍보하면서 '금은보화 가득한 나라'라고 했습니다.
성균관대가 세월호 유가족의 간담회를 또 불허해 야외에서 진행키로 했습니다.
비운의 첫 조선왕비 '신덕왕후'가 잠든 정릉 재실이 복원됐습니다.
36개월 미만의 영아 4명 중 3명이 스마트폰 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제법 기온도 오르고
다시 봄기운이 '물씬'인가 봅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인상만 쓰신다면
늘어나는 건 주름 뿐이라는 것 아시죠?
오늘도 기분 좋게 웃고 시작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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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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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개최

■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3국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나

■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

■ 정부 3개월 만에 10조원 규모의 부양책 또 내놔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개최

 

[한국일보 사설-20150323월] 일본의 할 일 환기한 한중일 외무장관회의

 

그제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외교장관은 ‘가장 빠르고 편한 시기에’ 3국 정상회의를 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최소한의 목표 기한조차 잡지 못한 선언적 합의인 데다 중일 외교장관의 개별 회담 등의 분위기도 싸늘해 3국 정상회의가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소극적 평가가 잇따른다. 그러나 이번 3국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3국 모두에서 공공연히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이 확인됐고, 그에 따라 아무런 합의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던 데 비하면 나름대로의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3국 외교장관이 현재의 불편한 3국 관계를 해소하려면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우선적 공통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회의가 즉각적 3국 정상회담의 개최에 합의할 수 있으리라고는 애초에 기대난이었다. 거의 3년 만에 3국 외교장관이 3국 문제를 가지고 한 자리에서 대화하는 것만도 3국 관계가 최악의 시기는 벗어났음을 확인시킬 만했다. 그런 자리에서 다음 단계인 3국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에 공감했고, 그 환경조성을 위한 3국 각각의 과제도 분명해졌으면 당초의 예상보다는 좋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회의로 3국 협력체제가 복원 길에 들어섰고, 다음 단계로 접어들 역량이 축적됐다”는 외교 당국의 언급을 폄하할 이유가 없다.

 

3국 외교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자주 거론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반대’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 반대’로 살짝 바뀐 데서 ‘중국의 의지 후퇴’를 읽는 사람도 있지만, 3국 외교장관이 입을 모아 공식적으로 북핵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런 성과가 현실의 3국 관계 진전으로 바로 이어지긴 어렵다. 이번 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3국 역사문제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남아 있으며 이를 미래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솔한 반성과 사죄가 관계 복원의 대전제라는 분명한 주장이다. 한국의 속내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역사문제가 끝까지 3국 관계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관계 복원을 위해 일본이 할 일이 분명해졌고, 내달 아베 신조 총리의 미 의회 연설, 8월15일의 ‘종전 70주년 담화’등의 기회도 남아있다. ‘무라야마 담화 및 고노 담화의 계승’을 다짐하거나 그 핵심 내용을 옮기면 그만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이런 최소 요구에도 응하지 못할까.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3월] 일본의 ‘과거사 책임’ 재확인한 한-중-일 회의

서울에서 21일 열린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일본의 과거사 책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일본이 과거사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한 3국의 협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됐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3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는 한-중-일 협력 체제를 복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동발표문에는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이른 시기에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는 등 6개 항이 담겼다. 무려 5년 만에 합의문을 낸데다, 거기에 협력 체제의 핵심인 정상회의 개최 내용을 언급한 것 자체가 상당한 진전이다. 기존의 50여개 정부간 협의체와 핵 안보, 원자력 안전, 재난관리 등 각종 협력 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발표문의 표현처럼 ‘3국 협력 체제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사의 장벽은 여전했다. 3자 회의와 한-일, 중-일 회담을 지배한 것은 과거사 문제였다. 중국 쪽은 일본을 겨냥해 ‘역사직시 미래개척’이란 말을 화두로 던졌고,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서도 ‘필요한 조건’을 강조했다. 공동발표문에도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라는 구절이 포함됐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일본의 태도는 이번에도 그대로였다. 앞으로 일본이 바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상회담 개최가 불확실해지는 것은 물론 3국 협력 체제는 이전처럼 다시 침체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역사 문제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임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이 새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여럿 있다. 하나는 종전 70돌을 맞아 내놓을 이른바 ‘아베 담화’다. 여기에 기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의 계승을 넘어서 구체적인 해법까지 담는다면 과거사 문제 해결 노력과 한-중-일 협력은 큰 전기를 맞을 것이다. 새달 말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도 좋은 무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사죄하고 책임을 인정한다면 세계는 일본의 노력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최근 쟁점이 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는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 중요한 현안이지만 한-중-일 협력이라는 큰 의제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다. 일본이 이 사안을 풀지 않는 한 한국인들은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강화 등을 추진하는 의도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종전 70돌, 한-일 수교 50돌이 되는 해다. 일본은 기회를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3국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나

 

[경향신문 사설-20150323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에 최선을 다해야

한·중·일 3국은 지난 주말 서울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번 3국 외교장관 회의가 3년 만이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3국은 그동안 긴 대립과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한·중관계는 긴밀해졌지만, 한·일, 중·일 관계는 역사인식 및 영토 문제로 마주 앉아 대화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렇게 악화된 양자관계는 동북아 정세를 지배했고, 그 때문에 매년 개최되어야 할 3국 외교장관 회의, 3국 정상회의가 취소되고 3국 간 대화의 통로가 끊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3국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 언론발표문을 내고 3국 협력 체제 복원의 필요성에 합의했다는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언론발표문도 “3국 협력 체제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로서 계속 유지·발전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3국이 이번 회의에서 얼마나 협력해왔는지 앞으로 협력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것이 왜 각국에 이로운 일인지 서로 확인했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북한 핵무기 개발을 확고히 반대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 일치를 본 것처럼 3국이 힘을 합쳐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동북아 다자협력은 양자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때 특별히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을 접견한 자리에서 “양자관계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화와 협력을 가능케 해주는” 다자간 협력 체제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강조했다. 언론발표문에도 명시된 바와 같이 양자관계는 3국 협력의 토대가 되고, 3국 협력의 심화는 양자관계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가능케 한다. 그런데 이 선순환을 위해서는 아무리 갈등이 있다 해도, 아니 갈등할수록 다자협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광복 및 종전 7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다자협력 체제로 가는 길인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하는 데는 실패했다.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되도록 노력하자”는 원칙에 공감했으면서도 개최를 못 박지는 못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월 말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 8월 ‘아베 담화’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동북아 평화에 진정성이 있다면 한·중 양국이 수긍할 수 있는 역사 인식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도 3국 간 협력체제 구축이 해결책임을 인정하고 좀 더 대화에 적극적 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3월] 모처럼 합의된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되려면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중국·일본 외교장관 회의가 3국 정상회담을 열기로 원칙적 차원에서 합의했다. “모두에게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공동 회견문을 낸 것이다. 2007년부터 매년 열려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와 정상회의는 과거사·영토 문제로 세 나라 간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2012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그러다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한 건 의미가 작지 않다. 한·일,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3국 정상회의는 한·중·일 협력을 복원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지금 동북아는 중국의 부상과 이에 맞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냉전 시절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상황이 이같이 악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 미국과 동맹,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한·중·일 간의 원활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3국 협력이 활성화되면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양자관계와 무관하게 3국 협력을 항구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이유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3국 정상회의 개최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국이 외교장관 회의 내내 8월로 예정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내용을 보고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의장국인 한국이 과거사와 별도로 한·중·일 협력은 정상화돼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어렵사리 합의가 도출됐다고 한다. 그런 만큼 3국 정상회의의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다. 아베 총리가 다음달로 예정된 미 의회 연설이나 8월 담화에서 과거사에 진전된 입장을 보인다면 한·중·일 정상회의는 급물살을 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동북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정부도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한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3월] 한·중·일 정상회담, 일본의 노력에 달렸다

 

꽁꽁 얼어붙었던 한·중·일 3국 관계가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주말 3년 만에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서울에서 열려 공동 합의문까지 도출했다.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핵무기 개발 반대에 의견을 같이하고 한·중·일 대테러 협의회 재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를 위한 노력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도 있었다. 지난 3년간 한·일은 과거사 갈등과 영토분쟁 등이 겹치면서 갈등과 반목의 관계로 점철돼 온 것이 사실이다. 2011년 3월 일본 교토, 2012년 4월 중국 닝보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렸으나 의견 불일치 탓에 합의문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3국의 외교수장이 머리를 맞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외교가에서 이번 회의를 ‘새로운 디딤돌이자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맥락에서다. 올해 안에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3국 관계 복원은 급진전될 것이란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정상회의 성사까지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는 의미다. 3국 외교장관 회담 직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이후 어느 때보다 반일감정이 고조된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인식 변화를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던졌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일 관계와 3국관계 개선을 사실상 분리한 우리 정부도 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국민적 감정을 먼저 풀지 않고는 다른 한·일 협력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최근까지도 가해자로서 저지른 역사적 사실을 분식·미화하고 있어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국과 중국이 지나치게 과거사에 집착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을 진행하는 정황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해 “독일은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졌다”고 강조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역사를 똑바로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아직도 외면하고 있지만 정상회담 성사에 앞서 일본에는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두 번의 기회가 열려 있다.

 

다음달 26일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의 미 의회 합동연설과 오는 8월 종전 70주년 전후로 예정된 아베 담화가 그것이다. 두 번의 기회에서 일본이 진정성 있는 과거사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한·중·일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내일을 향해 공동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동북아의 갈등과 반목은 확대 증폭될 수밖에 없다. 3국 협력체제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로 기능하기 위해선 전적으로 일본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한중일 정상회의 열쇠는 아베가 갖고 있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들이 지난주 말 서울에서 모처럼 회의를 열어 3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3국 정상회의의 조기개최에 합의했다. 외교장관들은 언론 발표문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지 않았으나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이른 시기에'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3국은 또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처음으로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자유무역협정( FTA) 및 대기오염 문제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3국 외교회의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단 관계복원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북아 핵심 파트너인 3개국은 역사인식 및 영토 문제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어 2012년 이후 매년 열리던 정상회의조차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으로 관련 문제를 처리한다는 외교장관들의 이번 합의가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3국 외교장관 합의안에는 과거사 문제를 중시하는 중국과 이를 거부하는 일본의 입장 사이에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만 한다는 조건이 담겨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3국 정상들이 역내안정과 경제번영을 위해 만나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과 8월 담화에서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뚜렷한 반성의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미국도 동북아 평화를 원한다면 일본에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기보다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도록 유도함이 마땅하다.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논란에서 보듯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면 우리의 외교적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3국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외교입지를 넓힐 기회라 할 수 있다.

 

 

■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

 

[한국일보 사설-20150323월] 이런 후진적 인재(人災)를 언제까지 봐야하나

 

인천 강화도 캠핑장 내 텐트시설에서 불이 나 어린이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두 가족은 전날 캠핑을 왔다 잠을 자던 중 갑자기 불이 나는 바람에 변을 당했다. 텐트 재질이 불에 잘 타는 소재여서 순식간에 불이 번져 미처 피할 틈이 없었다. 전남 담양의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나 10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불과 넉 달 전 일인데도 유사한 참사가 되풀이됐다. 야외 레저 열풍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펜션과 민박, 캠핑장이 여전히 안전사각 지대임이 드러났다.

 

불이 난 텐트는 이른바‘글램핑’이라고 부르는 신형 캠핑시설이다. 원뿔형 텐트에 각종 가전 제품과 테이블, 의자, 침낭, 취사도구 등 기본 장비가 갖춰져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가연성 천막에 전기담요와 컴퓨터, 텔레비전, 냉장고 등의 전기 콘센트가 어지럽게 얽혀 있어 불이 날 경우 순식간에 전소될 우려가 있다. 이번 화재도 바닥에 깐 전기패널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이렇게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데도 사고 당시 불이 난 텐트 주변에는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캠핑장 마당에 있던 소화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근 샤워장에서 물을 받아 진화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났을 때 비좁은 출입문 등 탈출하기 어려운 텐트 구조도 화를 키웠다.

 

화재가 발생한 캠핑장은 민박업이나 캠핑장 등록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월 개정된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캠핑장 등 야영장은 적합한 등록기준을 갖춰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돼있다. 개정안의 유예기간이 5월말까지여서 엄밀히 말하면 법 위반까지는 아니지만 이 캠핑장은 텐트시설 옆 건물에서 운영해 온 민박업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텐트시설이나 민박이나 소방당국의 안전점검에서 버젓이 벗어나 있었던 셈이다.

 

주5일제가 정착돼 가면서 팬션과 민박, 캠핑장 이용객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국의 팬션ㆍ민박은 1만6,000개가 넘고 캠핑장도 1,800여 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펜션, 민박은 규모가 영세하거나 정해진 소방안전 관리 기준이 없어 관련 시설이 미흡한 곳이 적잖다. 캠핑장도 제대로 관리되는 곳은 230곳에 불과하다. 주말이면 예약이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데도 당국은 이들 시설의 안전관리는 내팽개치듯 하고 있다. 본격적 행락철을 앞두고 전국의 모든 레저시설에 대한 정밀한 안전점검의 필요성이 그래서 더욱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없이 강화 다짐이 되풀이된 안전관련 시스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인재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1월] 안전관리 또 사각지대, 누구 핑계 댈 건가

인천 강화도 캠핑장에서 22일 불이 나 텐트에서 잠자던 가족 등 5명이 숨졌다. 문제의 캠핑장은 텐트 안에 난방기구와 침구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간편하게 몸만 가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야외활동으로 요즘 인기를 끄는 형태다. 그런데 안전관리의 허점을 방치하다가 참변을 초래했다. 마음 놓고 가족과 함께 캠핑도 못하는 세상,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외치고 싶다.

불이 난 텐트는 전기온열매트,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잔뜩 들여놓았다. 텐트는 방염 처리가 안 된 가연성 소재였다. 불꽃이 튀면 확 옮겨붙을 수 있었고, 실제로 2~3분 만에 텐트가 전소됐다고 한다. 텐트 출입구는 어른이 허리를 숙이고 다녀야 할 정도로 작아, 어두운 밤에 대피로를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것과 비슷하게 캠핑객들이 극도의 위험 상황에 방치됐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캠핑장이 위험을 노출하고 있는데도 건축이나 소방 행정 어느 쪽에서도 안전 점검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사고가 난 캠핑장은 별도의 독립 건물을 짓고 뜰에 텐트를 설치했다. 민박업 신고가 필요한데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야영장이 전국에 1800개쯤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당국에 등록해 관리되는 곳은 230곳뿐이라고 한다. 캠핑장의 확산이 비밀이 아니고 갑작스러운 것도 아닌데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는 예견된 것이다. 당국의 대응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각 부처에 분산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능을 한 부처로 통합해 안전에 관한 정책 사령탑 기능을 강화하고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겪고 보니, 편의시설을 갖춘 캠핑장이라는 새로운 위험 요인 시설이 급속히 늘어나는데도 안전관리 주무기관이 모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안전처를 만들고 나서 뭘 했는지 궁금하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던 대통령의 다짐은 벌써 헛구호에 그치는 건가.

 

 

[경향신문 사설-20150323월] ‘안전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강화 캠핑장 화재

이번에도 안전불감증이 문제였고, 말 그대로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어제 새벽 화재사고로 사망 5명, 부상 2명 등 7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강화도 캠핑장은 미신고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소방서의 정기적인 화재 대비 안전점검 등 안전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1월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령의 유예기간이 오는 5월31일까지여서 엄밀히 말하면 이 캠핑장이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니 더 어이가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 위험이 국내 캠핑장 전체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캠핑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1800곳이 넘지만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230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강화의 경우 캠핑장 32곳이 모두 무허가(미신고) 시설이다. 순식간에 텐트가 전소된 이번 사고에서 보듯 요즘 인기가 높은 글램핑 텐트는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 글램핑장에 주로 설치되는 몽골식 게르나 인디언 텐트는 인화성이 강한 소재가 대부분이다. 바닥에는 스티로폼이나 합판을 깔고, 전기장판 등 전기시설까지 널려 있어 화재사고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번 사고가 난 텐트에는 소화기조차 없었단다.

 

이처럼 안전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캠핑장 사고는 늘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이달만 해도 경기도 양평 야외캠핑장 석유 난로 폭발사고로 2명이 숨졌고, 충남 서천의 텐트 안에서 버너 연소가스에 질식해 1명이 사망했다. 작년 11월에는 전남 담양의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 나 대학생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캠핑장을 오랫동안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했던 정부는 올해 뒤늦게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야영장 안전관리 등의 규정을 마련했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이런 뒷북 행정이 강화도 캠핑장 사고를 방조한 셈이기도 하다.

 

정부와 행정당국은 이번에도 안전관리와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판교 지하 환풍구 붕괴 사고 등을 겪으면서 내놓은 재발방지 약속의 복사판이다.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야외활동과 함께 캠핑장, 청소년 수련원, 펜션, 민박시설 등 행락·숙박시설 이용이 늘어나는 봄철이다. 이런 곳에서 어이없는 사고로 국민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가 철저한 예방대책과 꼼꼼한 안전점검에 나설 때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3월] 강화도 캠핑장 화재 참사… 안전의식 높아져야

 

어제 새벽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의 캠핑장에서 불이나 5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부모를 따라나선 어린이였다니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사고가 일어난 강화도 동막 해수욕장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데다 자연환경도 뛰어나 주말이면 많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호텔이나 콘도 같은 대형 숙박 시설은 거의 없는 반면 펜션과 캠핑장 같은 소규모 휴양시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소박하게 주말을 보내려던 아버지와 어린 자식들이 어이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들려온 소식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불행한 소식을 들으며, 이번 참사 역시 엉성한 재난 대비 태세에서 비롯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이 난 캠핑장은 독립 건물을 활용한 펜션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만큼 강화군에 민박업 신고를 해야 했지만 듣지 않았다. 신고하면 소방서로부터 한 해 1~2차례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는 만큼 화재 대비 태세도 이렇게 허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캠핑장은 지난 1월 시행된 관광진흥법 개정 시행령에 따라 야영장으로도 신고해야 하는 시설이다. 야영장으로 등록하려면 안전을 위해 게시판·소화기·대피소·대피로·관리요원을 확보해야 한다. 시행령 유예 기간이 5월 말까지인 만큼 아직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등록을 서둘렀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해당 캠핑장은 화려한 캠핑장이라는 뜻을 가진 글램핑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불이 난 인디언 텐트도 컴퓨터와 냉장고·난방시설·침낭 같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았다. 불은 바닥의 열선으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편의시설이 늘어나면 안전관리는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야영장 화재가 잇따르고, 인명피해가 적지 않음에도 여전히 가연성 재질의 텐트가 유통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번에도 처음 불꽃이 보인 뒤 불과 1분 만에 전소됐다니 텐트가 오히려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줄곧 세월호의 교훈을 말했다. 하지만 변해야 한다고 말만 했을 뿐 실제 변한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강화도 참사는 보여주는 듯하다. 캠핑장 마당에 소화기는 5개가 있었지만 막상 불이 나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변한 것 같은 시늉만으로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이제라도 나 자신의 안전의식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 정부 3개월 만에 10조원 규모의 부양책 또 내놔

 

[경향신문 사설-20150323월] 땜질식 부양책만 남발하고 정권 3년차 끝낼 텐가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또 꺼냈다. 지난해 말 확장적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은 지 3개월 만의 추가 부양책이다. 주요 경제지표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맞춰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뜻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하반기 재정투입분을 상반기로 앞당기는 돌려막기식 집행에 건설경기에만 올인하는 방식의 부양으로 경제가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지 되묻고 싶을 지경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46조원 규모의 재정투입과 부동산 규제완화 등 잇달아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동시에 한국은행을 압박해 금리 인하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투자는커녕 내수도 지지부진하다. 산업생산과 설비투자는 줄고 있고, 경상수지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물가는 디플레 우려가 나올 정도다.

 

정부는 야당의 경제실정 주장에 성장률이 2년 연속 올랐다는 점 등을 들어 성과가 있었다고 반박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이가 얼마나 될까. 굳이 가계부채와 청년 실업률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최악이라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정부는 주택매매량이 늘어난 점을 자랑처럼 말하지만 전세난 심화로 서민들의 주거 불안만 부추긴 것을 감안하면 듣기에도 민망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건설경기 부양이 결국은 재정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일본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보아온 터다. 최근 제기된 임금인상론은 민생경제를 화두로 올렸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지만 곧바로 재계의 항변에 묻히는 분위기여서 진정성 측면에서 의심스럽다. 지난해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며 만든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이 결국 기업오너들 좋은 일만 시키면서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난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길 고대한다. 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을 띄우고 기업들만 잘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지금과 같은 접근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우리는 과거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저성장, 고령화 사회를 살고 있다. 경제정책 역시 과거와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삶의 질을 맨 앞에 둔 정책기조로 바꿔야 한다. 정권 3년차에도 헛발질만 거듭한 채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경제 구조개혁 논의 물러나고 돈풀기만 반복되나

 

정부가 3개월 만에 또다시 돈 풀기에 나선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에 예산 3조원을 추가로 당겨쓰는 한편 연내에 공공 및 민간 투자를 7조원 늘리는 등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경제대책을 수립했다.

 

지난해 12월 확장적 거시정책을 담은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은 지 불과 3개월이 안 돼 정부가 추가 부양 카드를 내민 것은 그만큼 현 경제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정부는 46조원의 재정정책 패키지를 동원했으며 한국은행도 두 차례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올 초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말 그대로 최악에 가깝다. 1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3.7%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1%로 15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효수요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경기 활성화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는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그때마다 내놓는 경기부양 방식은 이미 여러 번 반복돼온 것들이다. 민간에서 소비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니 정부가 대신 돈을 풀겠다는 것이나 내수나 기업투자 촉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처방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수요조작에만 의지하지 말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는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부문, 특히 공적연금 및 노동개혁의 성공 없이는 모든 경기부양 노력이 모래밭에 물 주기에 그칠 뿐이라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지금 두 부문 모두에서 자율적 타협만 강조할 뿐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개혁성과에 자신이 없으니 손쉬운 재정 풀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23월] 가계 부채 대책 안심전환대출만으론 미흡하다

 

내일부터 주요 시중ㆍ지방은행 16곳에서 출시되는 ‘안심전환대출(안심대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현재 변동금리 조건이거나, 일단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장기거치식 주택담보대출(주택대출)을 낮은 고정금리의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구조 자체가 가계의 부담을 크게 낮출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주택대출 평균 금리 3.5%보다 무려 1% 포인트 가까이 낮은 2.6%대의 저금리, 전환 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도 대출자들에게는 파격적 조건이다.

 

안심대출은 1,100조원에 육박하는 최근 국내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대출구조조정의 2차 조치다. 지난해 8월 단행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는 주택대출 총량 급증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일부 긍정적 효과를 냈다. 안심대출은 거기에 더해 향후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의 상환부담 증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확대일로인 가계부채가 부를 미래의 위험을 다소나마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번 안심대출의 연간 총액이 20조원에 불과해 가계부채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추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점이다. 안심대출 대상을 주택 소유자에 국한함으로써 가계부채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의 위험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다. 변동금리로 은행 주택대출을 일으킨 가계는 평균 대출액을 1억원으로 잡으면 약 200만 가구에 이른다. 20조원을 다 소진해도 안심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가구수는 20만으로 전체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출자격을 따지면 전체 가계부채의 30%를 차지하는 소득 1~3분위 계층은 안심대출 ‘갈아타기’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주말 정부는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관리협의체’ 1차 회의를 열었다. 사상 최저금리에 기대어 대출에 기대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일어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상황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전체 가계부채 상황을 재평가한 뒤, 2금융권 비주택 대출 관리 강화,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출을 부추기는 한편으로 대출 위험은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선택폭은 지극히 좁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세에 휩쓸려 주택대출이 더 이상 급히 늘어나지 않도록 서서히 가계부채 총량관리 태세를 갖춰야 한다. LTVㆍDTI 규제완화를 크게 되돌릴 수 없는 처지라면, 신규대출에서 개인별 상환능력을 보다 엄격히 따지는 미세대책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3월] 기업은 공생 관점에서 임금문제 접근을

정부가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애초 예정액보다 2조원 늘리기로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했다. 공공기관 투자도 연내 1조4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회의에서 특히 “소비는 임금 정체 등 구조적 문제로 회복세가 미약하고 기업투자는 유효수요 부족으로 견실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경기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요인의 하나로 임금 정체를 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감할 만한 얘기다. 최 부총리는 앞서 디플레이션 우려 탈피와 경기 진작을 위해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질 낌새는 아직 없다. 삼성전자가 기본급 동결을 밝힌 데 이어 여러 계열사들이 따라나섰고 다른 기업들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게다가 경총은 회원사들에 임금 인상률을 1.6% 이내에서 정하라고 권고했다. 잘 알다시피 임금이 오르면 가계소득이 높아져 가계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 증대로 이어져 기업 매출을 늘리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활기가 높아질 수 있다. 나라경제에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소극적이어서 안타깝다.

 

일본의 상황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도요타자동차가 4000엔, 닛산자동차가 5000엔의 기본급을 올린 것을 비롯해 여러 대기업이 임금 인상 방침을 밝혔다. 우리나라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 경단련 대표는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큰 결심을 하고 수입을 종업원들에게 적절히 환원해 소비를 확대하겠다는 자세를 명확히 했다”며 “경영계는 ‘축소경제’로부터 ‘확대경제’로 가기 위한 한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등으로 일본 경제 여건이 우리와 같지는 않지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임금 인상을 통한 총수요 증대 없이는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 임금 인상 문제를 공생의 관점에서 풀어갔으면 한다. 형편이 좋은 수출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한편, 협력업체들과 과실을 적절히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협력업체들도 임금을 올릴 여지가 커지고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협력업체가 건실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제대로 뻗어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 표명을 빼놓을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2010323월] 천안함 46인이 통곡할 방산 비리

 

오는 26일은 천안함 폭침 5주년이다.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수장(水葬)됐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기습이었지만 그래도 천안함의 음파탐지기가 최신식이었다면 비극을 피했을지 모른다. 당시 탐지기는 1980년대에 제작된 것이었다. 한국전쟁이 터진 6월 못지않게 3월은 국가안보의 달이다. 그런 달에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인사들이 방위산업 비리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있다. 다른 방산 비리도 줄을 이었다. 또 다른 무기 관련 비리가 바다 밑 어뢰 파편처럼 숨어있을지 모른다. 46인과 한주호 준위가 통곡할 일이다.

 

  어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구속됐다. 부실한 장비가 장착된 해군 구조함 통영함의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해 기기 시험평가서가 조작된 사실을 묵인한 혐의다. 그는 2009년 통영함 계약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다. 방사청은 당시 H사로부터 2억원 상당의 음파탐지기를 총 41억원에 사들였는데 해당 기기의 성능은 70년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해군 복지기금 수억원을 횡령하고 STX그룹으로부터 7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사법 당국은 그가 통영함 비리에도 연루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통영함은 부실 부품 때문에 해군에 인도되는 게 미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건조되고 있는 소해함(掃海艦)이 여러 의혹에 휩싸였다. 방위사업청의 조사 결과 성능이 미달하는 음향탐지기와 성능검사가 부실한 기뢰 제거장치가 장착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부실 부품이 잇따라 적발됨에 따라 이 함정도 해군에 납품되는 게 3년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번 사태가 비리와 관련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이 업체가 최근 수년간 구매한 수십억원어치 상품권 중 상당수가 군 관련 인사들에게 제공됐다는 일부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3년 나라를 뒤흔든 방산 비리가 있었다. 이회창의 감사원은 ‘율곡사업’이라고 명명된 노태우 정부의 대규모 무기·장비 조달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대표적으로 전직 국방부 장관 2인과 공군·해군참모총장 등 4인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여 년 만에 한국군은 또다시 일부 수뇌부의 비리 태풍에 타격을 받고 있다.

 

  군은 방산 비리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방탄복·통영함 등의 납품비리로 구속됐던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이 군사법원의 허가를 받아 풀려났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5년 동안 특별한 군사적 긴장사태가 없다. 그래서 군이 정신적 해이(解弛)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잇단 성(性) 관련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결연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3월] 남북 관계개선, 집권 3년차를 놓쳐선 안 된다

남북 간에 불완전한 평화가 계속되고 있다. 남북에서의 군사훈련, 대북 단체의 전단 살포 계획을 둘러싼 긴장은 올해도 여전하다. 북핵 능력은 커졌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이나 협력 사업은 2010년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 이래 동결돼 있다. 그나마 개성공단도 북한의 일방적 임금 인상 통보로 자칫 난기류를 만날 수 있다. 남북 정상 모두 올해 초 남북관계 개선을 표명했지만 이렇게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올해는 남북관계에서 구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광복 70주년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큰 선거가 없는 집권 3년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3년 탈상을 끝내고 정책적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다. 여러 여건상 남북관계가 과거를 답습하느냐, 아니면 다른 길을 갈 것인지는 올해가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역대 정부에서 집권 3년차가 남북 관계의 분수령이 된 적이 많다. 노태우 정부에선 남북고위급 회담이 시작 됐고, 김대중 정부 때는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에선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구상이 성공을 거두려면 올해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주 열린 한반도포럼(이사장 백영철)에서 제기됐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은 불신과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진 동북아에서 우리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준다. 우리 기업에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면서 북한의 절대적인 중국 의존도를 줄일 것이다. 북한 비핵화 외교엔 힘을 보태 주고, 군비 확장을 완화시켜 줄 수도 있다.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나 중국 역할론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를 연계하는 장기적 안목의 새로운 접근법은 지금부터 초석을 다져야 한다. 국민들은 이제 남북관계에서 구상을 넘어 실질적 진전을 보고 싶어 한다. 집권 3년차를 놓쳐선 안 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3월] 사정정국 찬물 끼얹는 감사원 간부의 성매매

 

최근 한 달 새 사정기관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공직 사회의 부패가 도를 넘어선 것 같다. 감사원의 중간 간부 2명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술접대를 받은 뒤 성행위 혐의로 모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무총리의 대국민 약속을 비웃기라도 한 듯하다. 이달 초에는 국세청의 간부 2명이 성매매 혐의로 같은 지역에서 경찰에 적발됐다. 공무원 감찰과 세무조사를 하는,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기관들이란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감사원 간부들이 접대를 받은 행위는 보다 중차대하다. 이들은 감사원 내부 직원의 비리를 감시하는 감찰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접대 행위에서의 유착 관계는 의심되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해에도 감사원 간부 2명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감사원의 신뢰에 먹칠을 했다. 감사원은 뇌물수수 비리가 발생하자 지난해 내부 감찰을 강화하는 전담팀을 만들었다. 감사관들이 의구심이 드는 외부인을 만나지 말라는 행동 강령도 만들고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는 직원들을 모니터링해 왔다. 그런 결기는 온데간데없이 직원을 감시하는 직원이 오히려 딴짓을 했다. 국세청도 매한가지다. 비리가 터질 때마다 청렴 결의를 했었지만 직원들의 비리 행위는 그치지 않고 있다.

 

감사원 간부들의 이번 행위가 조직의 잘못된 관행에서 발생했다면 가볍게 넘길 순 없다.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감시하는 마지막 보루이기에 그러하다. 권력의 언저리에는 로비와 접대 등 유혹이 뒤따르고 금품 수수나 이권 개입 등 일탈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감사원은 이번 사안을 참혹하고 엄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술자리에 함께한 사람이 누군지, 왜 그 시간에 모텔에 들어갔는지 등의 감찰 결과를 숨김 없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감사원이 불과 몇 개월 전에 직원 비리 행위의 엄단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일벌백계하고 감찰팀도 수술해야 한다. 그래야 비리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끊을 수 있다. 감사관이 검은 유혹에 손을 댄다면 감사가 제대로 될 리 없고, 결과의 왜곡은 불 보듯 뻔하다. 감사원과 국세청 간부의 일탈은 조직의 잘못된 관행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를 되묻기에 충분하다. 두 기관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없다’는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바닥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지만 …

 

바닥경기가 풀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증시와 부동산은 완연한 훈풍이다.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치인 2037포인트까지 올라 작년 말 대비 6.35% 상승했다. 지난해 4.76% 하락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한 회복세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6년9개월 만의 최고치다. 부동산시장도 온기가 돈다. 3월 3주간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벌써 2월 한 달치 거래건수에 육박한다.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1월 기준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건설업체 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83.5로 12년 만에 80을 넘어섰다. 일용 건설인력시장이 북적이고, 이사·인테리어·가구업체는 모처럼의 특수에 함박웃음이다. 저유가·저금리·저원화가치라는 신3저가 훈풍을 몰고 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전반적인 실물경기는 아직 썰렁하다. 제조업 생산은 올 1월 3.7% 감소했고, 수출과 소비자 물가마저 마이너스다. 정부의 올 목표 성장률(3.8%)은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어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4%로 낮춘 정도다.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제활성화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당장 10조원 중 3조원은 하반기 재정투입분을 상반기로 앞당기는 것일 뿐이고, 특히 5조5000억원은 민간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돼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의욕이 없어 문제라고 하지만, 정작 핵심은 기업이 투자할 여건이 못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금을 올리라고 뜬금없이 압박한다. 기업 투자가 어디서 어떻게 나온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바닥경기 회복은 기업 투자를 깨우지 않고는 지속 불가능하다. 정부가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구조개혁에 대한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당장은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만든다는 노동개혁이 관건이다. 청년실업률이 15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대기업 정규직의 과보호가 해소되지 않으면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중구조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노동개혁이 실패하면 공무원연금 등 후속 개혁도 결과는 보나마나다. 간신히 불을 피운 경기회복 불씨를 살려 가야 한다. 비상한 각오를 보여달라.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선거 앞두고 이번에는 무상 산후조리원 타령인가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무상 산후조리원과 무상 교복에까지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3개 구에 무상 산후조리원을 설치하고 민간 산후조리원에 대해서도 1인당 50만원을 지원하겠다”며 관련 조례안을 제출했다. 성남시는 중학생 무상교복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성남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는 무상 산후조리원 조례안이 지난 18일 문화복지위원회를 통과하자 위원장 사퇴와 조례안 재심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말정산 파동 등을 계기로 무상복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던 게 불과 한 달여 전이다. 그런데 또다시 야권에서 무상복지 타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는 무상 산후조리원에 매년 94억원, 무상 교복에 34억원 등 모두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성남시 예산이 2조3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도 대부분 갚았다며 이 정도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무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복지는 모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될 뿐이다. 무상시리즈에 들어가는 재원에는 월 소득 200만원도 안되는 서민들이 낸 세금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야권이 철 지난 무상 시리즈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선거구 중 하나인 성남시 중원구 승리를 겨냥한 야권 측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홍 지사와 무상급식 중단을 두고 벌인 설전도 마찬가지다. 무상복지 공방으로 표심을 자극하고 여세를 몰아 득표로 이어가자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수술을 앞둔 무상복지를 오히려 늘리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올해 85조원, 2030년 238조원, 2040년 392조원으로 급증하는 무상복지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차라리 정부가 고단한 인생을 대신 살아주겠노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3월] "북한 경유 가스 파이프라인은 반만년만의 기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벨기에 브뤼셀에서 19~20일 개최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의 최우선 의제는 'EU 에너지동맹 구축'이었다. 그리스 위기,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긴급현안이 산적했음에도 에너지동맹 문제를 앞세운 것은 뜻밖이다. 에너지 독립과 효율화가 가장 화급한 과제라는 데 28개 EU 회원국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EU는 전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지역이며 에너지 수요의 53%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하물며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한국은 에너지 문제가 훨씬 다급하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에너지 수입액은 1,436억달러(약 160조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원유(950억달러)와 가스(366억달러)가 1,316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에너지 독립성과 효율화를 위한 대책을 속히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다행히 한국에는 '에너지 강국'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2015 에너지전략포럼'에서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우리 동해가 북극 무역항로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반만년만의 기회"라고 역설했다. 최근의 저유가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유리한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러나 왠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느낌이다. 북한 경유 한반도 파이프라인 건설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며 저유가 기회 역시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가 반만년 만에 맞은 호기마저 영영 흘려보내고 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에너지 강국' 건설을 위해 거국적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동맹 구축을 위한 EU의 초국적 노력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때가 아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세계의 창/존 페퍼(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20150323월] 이란, 북한 그리고 ‘노’라고 말하는 의회

이달 말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이란 핵 협상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유럽 파트너들은 이란의 핵프로그램 동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려 하고 있다.

 

이 협상이 성공한다면 이는 핵 확산이라는 특정 이슈를 넘어서는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이 합의를 양자 관계 정상화의 토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이미 ‘이슬람국가’ 격퇴전에 비공식적 협력을 하고 있는 두 나라의 역내 협력을 확대하고, 이란이 국제사회에 재진입할 길을 열 것이다.

 

이런 선순환 외교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미국 의회다. 의회 강경파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을 훼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미 의회 합동연설에 초청해 핵 협상 반대 논리를 펴게 했다. 최근에는 47명의 공화당 의원이 이란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언제든 이 합의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상기시켰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과 ‘제네바 합의’ 협상을 했던 1994년 여름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다. 이 합의는 북한의 핵 비확산조약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위기를 모면케 했다. 당시 2개의 경수로 원자로와 중유 제공, 그리고 정치·경제 관계정상화 추진 약속을 대가로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동결시켰다. 이 합의는 임박한 전쟁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에 새로운 시대를 열 것임을 약속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마지못해 끌려 들어갔을지라도, 그는 의회가 경수로 건설과 중유 제공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승인하도록 압박하는 등 많은 것을 투자했다. 그러나 의회 강경파들은 이 합의 전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1994년 가을 중간선거철이 왔다.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던 시절 집권한 클린턴은 이 선거에서 대패했다. 이것은 엄청난 정치적 역전이었다.

 

이 선거는 사실상 제네바합의를 고아 신세로 만들었다. 이후 8년간 의회는 이 합의에 말뿐만 아니라 예산 책정에서도 상당한 저항을 했다. 우선 미 행정부가 중유를 보내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힘겹게 만들었고, 종종 중유 제공이 지연돼 북한을 화나게 했다. 또 경수로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삭감해 이 프로젝트가 거대한 구덩이를 파는 것 이상으로 진전되지 못하게 했다.

북-미, 그리고 미 행정부-의회 간에 불신이 쌓여가면서 정치·경제 관계정상화라는 더 큰 목표는 잊혀졌다. 북한 쪽에선 우라늄 농축이라는 제2의 길을 통해 핵무기를 획득하고자 비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이 경수로 건설 전에 붕괴할 것이라고 유력 의원들을 은밀히 안심시키면서 의회를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붕괴되지 않았으나 제네바합의는 붕괴됐다.

 

이런 엉망이 돼버린 화해의 역사가 이란에서 반복될까? 의회는 이번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란과의 합의를 훼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고 있다. 2014년 의회 지형 변화는 제네바합의 때처럼 이란과의 합의를 고아 신세로 만들 수 있다.

다 행히, 두 합의에는 여러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제네바합의의 성공은 경수로 건설에 달려 있었는데, 이것은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했고 그래서 의회가 상대적으로 쉽게 통제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란과의 합의는 경제제재 해제를 대가로 제공하는데, 의회는 여러 플레이어 중 하나일 뿐이다. 유엔과 유럽 국가들이 각자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이 란은 북한보다 다양한 정치적 세력이 존재한다. 제네바합의가 북한 내 개혁파들을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았다. 반면에 이란에선 핵 합의가 이 나라의 자유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미국과의 정치·경제 관계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미는 1994년에 전쟁보다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점 외에는 이해관계가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반면에 이란과 미국은 모두 이슬람국가와 알카에다 등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바라며, 두 나라 간 상업적 이해관계도 상당하다.

제재와 개혁, 지정학적·경제적 이해 등 실용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면, 이란과의 핵 협상은 제네바합의보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양권모(논설위원)-20150323월] 춘서(春序)

 

남쪽으로부터의 화신(花信)을 타고 어김없이, 마침내 봄이 진군해 오고 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이성부 ‘봄’ 중)

 

봄의 전령은 꽃이다. 봄꽃이 피어나는 순서를 ‘춘서(春序)’라고 했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의 ‘춘풍’에서 유래한다. “봄 기운에 뜨락의 매화가 가장 먼저 피어나고/ 뒤이어 앵두 살구 복사 오얏꽃이 차례로 핀다.” 봄을 맨 먼저 알리는 ‘일지춘색(一枝春色)’의 매화를 선구로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이 차례로 난분분해지면서 봄은 절정으로 내닫는다.

 

날씨의 변덕으로 매년 개화 시기가 다르고, 심화되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간혹 꽃 피는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기도 하지만 ‘춘서’의 뼈대는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상청 조사 결과 봄꽃의 표상인 개나리·진달래·벚꽃의 개화 시기가 40년(1971~2010년) 만에 4~7일가량 빨라졌지만, 개나리-진달래-벚꽃 순으로 꽃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 아름다운 봄꽃의 개화를 시인 안도현은 “한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펑펑,/ 팡팡,/ 봄꽃은 핀다”(시 ‘순서’ 중)고 놀라워한다. 올해도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개나리가 개화한 것을 시발로 진달래, 벚꽃이 차례로 꽃을 피운 뒤 시속 1㎞ 남짓한 속도로 북상을 계속해 이달 하순쯤부터 서울에 당도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춘서’가 있기에 백화(百花) 봄꽃들을 각기 마중할 시간과 장소를 미리 마련할 수 있을 터이다. ‘빨갛게 멍이 든’ 동백은 남해 지심도와 보길도 등지에 지금 한창이고, 산수유꽃은 다음달 초 지리산 자락을 온통 수놓는다. 같은 시기 북한산 둘레길 평창마을 구간에 산벚나무꽃이 만발한다. 4월 중순에는 내장산에서 진달래를, 태안 해안에서 해당화를 맞이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소개한 ‘봄꽃 맞이 지도’이다.

 

꽃은 보는 것보다 기다릴 때 간절하다고 했던가. ‘춘서’에 따라 향연을 시작한 봄꽃의 북상 소식에 ‘길고 긴 겨울’을 털어낼 힘을 긷는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은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울 것인지 각자 한번 살펴보십시오”(법정 스님 ‘법문’ 중에서)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20150323월] 교육은 따뜻해야 합니다

‘촌지 동영상’이라는 검색어가 떴다. 학교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증거 영상? 아니면 작정하고 찍은 몰래카메라? 클릭해 보니 서울시교육청이 ‘청렴 무결점 운동’을 펼치며 제작한 캠페인이다. 주제는 분명했으나 구성은 취약했다.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성과는 충분하지 않았다.

 

  성우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우리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교육은 따뜻해야 합니다.” 하지만 표현방법은 따뜻하지 않았다. 화면 속 아이는 혼자 우는데 촌지를 주고받는 교사와 학부모는 크게 웃는다. 카메라에 현장이 잡히고는 화들짝 놀란다. 놀라는 배우의 표정이 누군가를 놀리는 듯하다. 어색한 상황이 복도·교실·주차장 등 장소를 달리하며 반복된다.

 

  영상을 본 교사들 반응은 어땠을까. 대부분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기자는 전한다. 부끄러워서? 교사들은 뭐가 부끄러웠을까? “아직도 동료 교사 중에 저런 사람이 있다니….” 그것보다는 “이런 모욕감을 느끼려고 내가 교직을 택했던가?” 이 점이 더 아프지 않았을까? 교사 출신인 내가 봐도 반성보다는 반발의 감정이 앞섰을 것 같다. 교사의 자존감을 꼭 저런 식으로 짓뭉개야 했나? 교사의 사(師)는 박사의 사(士)나 판검사의 사(事)와는 다르다.

 

  촌지는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다. 자식을 맡아 키워주는 선생님께 조그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게 뭐가 나쁜가? 많이 나쁘다. 봉투 속에 감사가 아니라 청탁이 담겼기에 나쁘다. 공평하지 않아서 나쁘다. “내 아이를 잘 봐주세요”가 아니라 “내 아이만 특별히 잘 봐주세요”이기에 나쁘다.

 

  촌지가 아름다우려면 시간이 흘러야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난 국어선생님(고3 때는 담임까지 맡으셨다)을 나는 평생 가슴에 안고 산다. 스승의 날마다 ‘촌지를 들고’ 찾아뵙는다. 재학 중엔 촌지를 드릴 형편이 못 됐다. 드린다고 받으실 분도 아니었다. 그분을 나는 로댕에 비유한 적이 있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나는 구리와 주석에 불과했다. 그분의 숨결과 손길이 닿아서 나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다. 고맙기 그지없는 분이다. 그분께 드리는 촌지는 그야말로 은혜의 정표다.

 

 당신을 만든 로댕 선생님은 지금 어디 계시는가. 올 스승의 날엔 은퇴한 은사님을 찾아 촌지를 드리자. 누가 막겠는가. 그런 걸 찍은 촌지 동영상이 있다면 진짜로 세상이 따뜻해질 것이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323월] 화가 황주리와 패션 ‘컬래버’

협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줄여서 ‘컬래버’(collabo)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컬래버’를 호명할 때는 제2차 세계전쟁 때 독일 나치 정부에 협력했던 내통자나 부역했던 배신자들을 말한다. 주로 프랑스에서 사용했다.

 

현대에서 거론하는 ‘컬래버’는 긍정적이고 예술적이다. 예술가나 연예인들이 의류·도자기 등의 브랜드와 협력하거나, 다른 두 개 이상의 분야가 다른 브랜드끼리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컬래버’는 200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예술가나 연예인,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한정판’(리미티드)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값비싼 상품에 예술적 감성이 덧붙여지면 다른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컬래버’를 주도했던 대표적 회사가 루이비통이다. 갈색의 모노그램 가방이 더이상 젊은 고객에게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루이비통은 2001년 벽면 낙서처럼 보이는 그라피티 작가인 스티븐 스프라우스와 협업해 ‘그라피티’ 컬렉션을 선보였다. 변화의 조짐을 보고 2003년에는 일본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멀티 컬러 모노그램’을, 2005년에는 ‘채리 모노그램’을 각각 내놓았다. 이후 무라카미 다카시는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루이비통은 2012년에도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작가 구사마 야요이와 ‘물방울 컬렉션’을 내놓았다. ‘아트 컬래버’ 덕분에 루이비통은 보수적이고 고루한 이미지를 떨쳐내고서 경쟁자인 구찌를 2003년부터 압도했다. 또 고가 상표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게 됐다. 국내 기업들은 예술가와의 컬래버가 그렇게 많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몇몇을 제외하고 황무지에 가깝다.

 

화가 황주리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지금 (서울 삼성동)코엑스에서 제 그림 이미지로 이영주 패션디자이너가 컬래버 패션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림 옷을 입고 워킹도 해요ㅡ하하!”라며 글을 올려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현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프린트된 화려한 코트를 입고 찍은 ‘셀카’도 직접 올렸다. 황 작가의 그림 ‘불독 베티’가 티셔츠로 살아나고, 최근 작품인 ‘식물학 시리즈’의 각종 모티브가 고급 맞춤복이 돼 9등신의 모델들이 입고 활보하는 동영상을 보니 아트 컬래버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황 작가의 ‘식물학 시리즈’는 2013년에도 여행가방 브랜드인 샘소나이트와도 아트 컬래버 상품으로 나왔지만 생생한 현장의 느낌은 덜 하다. 황 작가는 “패션의 아트 컬래버는 생각보다 훨씬 활기 있게 작품들이 활용됐다”며 만족했다. 순수예술을 전시장에서만 본다는 관습이 깨지고 있는 시대에 더 많은 작가와 더 많은 영역에서 컬래버가 이루어지고, 패션이나 생활 소품에서도 예술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323월] 면발 강국

 

 

면(麵·noodle)의 역사는 빵보다 길다. 제조나 조리가 쉽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야생 밀이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에 전해지면서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밀가루를 면(麵)이라 하고, 면으로 만든 것을 병(餠)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쌀로 만든 떡을 병(餠)이라 하고 국수를 면(麵)이라고 했는데, 삶은 면을 물로 헹군 것을 국수라고 불렀다. 밀이 귀했던 만큼 면은 특별한 날에나 먹었다. ‘잔치국수’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

 

제조법은 아시아 전체가 비슷하다. 반죽을 길게 늘여서 막대기에 감아 당기는 소면(素麵·중국의 선면, 한국과 일본의 소면), 작은 통 사이에 넣고 눌러 뽑는 압면(押麵·한국 냉면, 중국 하수면), 칼로 썰어 만드는 절면(切麵·한국 칼국수, 일본 우동), 짜장면처럼 양쪽으로 길게 늘이는 납면(拉麵·중국 납면, 일본 라멘), 쌀을 이용한 하분(河粉·동남아 쌀국수)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중국의 납면(拉麵·중국 발음 라미엔)은 일본의 라멘으로, 다시 한국의 라면으로 변신했다. 인스턴트 라면은 중일전쟁 때 중국인들이 건면(乾麵)을 기름에 튀겨 보관하기 쉽게 포장하고 스프를 가미해 먹은 게 시초라고 한다. 이를 현대식 라면으로 바꾼 것은 일본 닛신식품의 치킨라멘(1958년)이다. 한국에는 1963년 들어왔고 정부의 혼분식 장려에 힘입어 국민적 대용식이 됐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서 그럴까. 엊그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한국인의 면(유럽 주식인 파스타는 제외) 소비량은 1인당 9.7㎏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일본(9.4㎏), 인도네시아(5.8㎏), 중국(5.0㎏), 베트남(4.7㎏), 홍콩(4.1㎏) 등 상위 10개 나라가 모두 아시아 국가다. 아시아 면 소비량은 세계의 85%, 작년 매출은 418억달러(약 47조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라면 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10대 업체인 인도네시아 인도푸드 수크세스, 일본 도요스이산, 한국 농심을 관심 대상으로 꼽는다고 한다. 가장 늦게 라면을 만들기 시작했으면서도 가장 빨리 성장해 세계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2억846만달러(약 2251억원), 수출국은 120개를 넘어섰다.

 

한때는 구로공단 여공들의 ‘라보때(‘라면 보통’으로 때움)’ 정신으로 가난을 극복했다. 이제 그 쫄깃하고 차진 면발의 힘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주름잡게 됐으니 격세지감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323월] 시진핑 병법

 

지난해 7월4일 서울대 강단에 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명나라 소설 '금병매'에 나온 한 문장을 활용해 방한 핵심 메시지를 전달했다. '빙동삼척 비일일지한(氷凍三尺 非一日之寒)', 세 척이나 쌓인 얼음도 한나절 추위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 주석은 북핵 문제에 대해 관련국들이 충분한 인내심을 갖고 계속 대화와 접촉을 해야 한다며 이 표현을 썼다.

 

시 주석은 연설할 때 고전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자주 인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9월 스승의 날에 "교과서에서 고대 경전의 시가와 산문을 빼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시 주석의 고전 사랑은 각별하다. 인민일보가 연설·기고문에서 시 주석이 언급한 297개의 고전 문구를 분석한 '시진핑 고전 인용(習近平用典)'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 따르면 시 주석은 논어와 시인 소동파의 인용을 즐긴다. 해외 순방에서 애용하는 논어 구절로는 '인자요산(仁者樂山)'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많이 오르내린다.

 

반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에서 시 주석이 동원하는 것은 주로 병법(兵法)인 듯하다. 경제적 환심을 사 영국·독일·프랑스 등의 AIIB 가입을 이끌어 낸 것은 상대의 분열을 꾀하고 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과 닮았다. 한국에 대해 "사드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시해달라"고 압박한 것은 남의 칼로 적을 공격한다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을 연상케 한다.

 

"서구 국가의 참여를 막아온 미국에는 타격이고 우방 간 균열"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서 보듯 시진핑 병법이 지금까지는 효험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날로 강해지는 중국의 위세에 미중 틈에 낀 우리의 처지가 곤혹스럽다. 그렇더라도 양강의 힘겨루기를 역이용하는 비장의 카드가 어딘가 있을 것이다. 우리도 병법에서 지혜를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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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매매하다 적발된 감사원 고위공무원들은 심지어 감찰과 소속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놈들이 누굴 감찰하고 감사한다는 건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

2.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외침이 있었습니다.
고작 4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블랙아웃을 걱정하며 핵발전소 유지를 주장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의 재 가동안을 일방 표결 처리했습니다.
안전 불감증은 언제나 대형 참사로 나타납니다. '걱정마라 걱정마라' 할 것이 아닙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 저러는지 모르겠다. 정말~

3. 어제 22일은 유엔이 정한 물의 날입니다.
특히 세계인구의 10%인 7억5천만 명은 안전한 물을 이용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요즘 가뭄이 심각한 건 사실입니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니...

4. 축제여야 할 곳이 노동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카타르 월드컵'.
이틀에 한 명꼴로 네팔인 노동자 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낮 기온 최고 50도의 날씨에 중노동을 하고 제대로 된 안전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세계인의 축제라지만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친다면 축제 접어야 하는 건 아닌가? 월드컵 최초로 겨울 개막식에 말이야...

5.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노무현 대 이명박’ 구도를 끌고 들어와 공무원연금 개혁,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쟁점 현안에서 우위를 노리고 있습니다.
차떼기당 한나라당 얘기하면 발악을 하면서 언제까지 노무현 탓을 하려는지... 종북, 노빠 아니면 장사가 안돼? 그걸로 먹고사는 새누리가 종북, 노빠는 아니고?

6. 러시아에도 댓글 부대가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친러 성향 댓글을 올리는 사이버 부대 소속원이 최소 400명이라고 BBC가 보도했습니다.
자식들~ 우리 하는 거 보니까 좋아 보였나 보다. 좋은 것 좀 본받아라 응?

7. 종교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종교인 비율은 10년 전보다 4%포인트 줄어든 50%입니다.
종교에 관심을 잃거나 물질주의에 빠진 종교를 불신하게 된 이들의 많은 탓입니다.
종교 자체가 무슨 문제가 있겠어? 종교 지도자들의 행실과 말 한마디가 은혜가 되고 감동이 되기에는 일천하고, 일반인 수준 만도 못한 게 문제지...

8. 취업 준비생들에게 취업이 됐다고 속여 범죄에 이용할 통장을 모은 일당이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직접 구인광고까지 하며 개인정보가 필요하다고 취업 준비생들을 유인했습니다.
힘들게 사는 사람을 상대로 사기 치는 놈들은 감옥 가서도 곱절로 힘들게 해야 해...

9. 보이스피싱 사기단을 등쳐 피해금을 가로챈 20대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입건됐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그래도 중국으로 안 가고 한국에 남아있다 잡혀서 다행(?)이다.

10. 학생의 영작을 조롱한 외국인 교수의 재임용 거부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는 학생 영작을 페북에 올리고 'I can't help but laugh'라 썼습니다.
학생을 나무라고 선도하는 게 선생님의 본문이지 조롱하는 건 아니올시다. 내가 다 아니 웃을 수 없네...

11. 탈북자단체가 천안함 사건 5주기에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하자 북한이 무력대응을 경고했습니다.
지옥 같은 데서 탈출해 왔으니 행복하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 살던 국민들 불안감에 떨게 하는 이유가 뭡니까?

12. 어제 새벽 화재로 사상자 7명을 낸 인천 강화도 캠핑장은 미신고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만큼 또 다시 인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참담하다 참담해... 이놈의 안전 불감증 언제나 고쳐지려나.

13. 중국에서 4번째로 큰 하이난항공은 '폐식용유를 가공해 만든 항공유를 쓴 보잉737 여객기가 승객 150여 명과 승무원 8명을 태우고 상하이와 베이징 노선을 성공적으로 운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더 이상 짝퉁 천국이라고 놀리기는 힘들 듯하네... 이건 짝퉁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 아니겠어?

14.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절대복종'만을 강조하던 북한 매체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농담을 앞세워 대중 친화적인 모습을 부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청년들 싹 비우라는 농담을 똑같이 하면 어떨까? 거기는 먹힐지 모르겠는데 말야~

15. WHO는 지난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한 해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우울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가? 아~ 우울해...

16. 일본 언론들은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은 한일, 중일 간 관계 복원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얻다 대고 지적질이야 지적이... 문제는 니들이라니까~

17. 요즘 외국에 나가면 한국 드라마 주인공은 물론 케이팝 노래 가사까지 달달 외우는 외국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 덕분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리 국민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 기원하나이다.

18.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에어부산에 이은 제2의 저비용 항공사 설립 작업을 본격화하자 저비용 항공사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재벌의 문어발식 행태가 항공사까지... 장사 좀 된다 싶으면 꼴을 못 봐요. 꼴을~~

19. 대부분 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전국이 바싹 마른 가운데 일요일인 어제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속출, 온종일 진화 전투가 빚어졌다고 합니다.
비 좀 와야 하는데... 전국이 메말랐습니다. 불조심하자고요~

20. 엄마를 살해 후 알리바이 만들려 놀이동산 간 딸에게 징역 10년형이 내려졌습니다.
보수 변호사단체가 4·3 기념관이 역사를 왜곡한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포스코건설 상무를 긴급체포했습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가 한국의 식용견 농장에서 개 57마리 구출해 입양할 예정입니다.
한국 사람 1명이 연간 소비하는 면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로 춥습니다.
따뜻하게 챙겨 입으셔야겠습니다.
아무리 시샘해도 봄은 온다는 것 아시죠?
이번 한주도 화이팅입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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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청년실업률 15년7개얼 만에 최고치

■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일방적 임금 인상 통보

■ 3자 회담, 그 후

■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청년실업률 15년7개얼 만에 최고치

 

[한국일보 사설-20150319목] 마침내 IMF 위기 때 수준에 달한 청년실업률

 

청년실업률이 15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15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15~29세) 실업률은 11.1%로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11.5%) 이후 가장 높았다. 고시 준비생, 아르바이트생 등까지 감안하면 실제는 훨씬 더 높을 것이다. 그나마 신규 취업자들도 통상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출발한다.

 

청년실업은 개인을 넘어 이미 우리사회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고질화한 지 오래다. 미래가 없는 청년실업자에게 연애와 결혼, 출산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됐고, 나아가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하는 ‘오포세대’라는 자조까지 횡행하는 판국이다.

 

박근혜 정부는 일찍이 일자리 창출과 공급을 창조경제의 핵심과제로 내세웠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수 차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듯 상황은 급속히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을 뿐이다. 현실성 떨어지는 공허한 대책들만 반복해왔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의 일차적 책무가 정부에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규제개혁 등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게 정석이나, 기업 부담이 만만치 않다. 통상임금확대, 정년 60세 연장, 임금인상압력 등으로 신규고용여력이 많지 않은데다, 중화학공업과 장치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도 고용한계에 부딪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당장 유효한 방안은 서비스업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나누기는 기업만 들볶아 될 일도 아니다. 정부가 노동계를 설득해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단행해야 한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성세대가 청년들과 공생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야 한다.

 

청년세대의 실업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미래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절박한 인식으로 모두가 나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9목] 정부 통계도 확인한 청년실업의 심각성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월간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정부 공식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5년 2월 고용 동향’ 자료는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통계청 자료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청년층(15~29살) 고용률이 소폭 높아졌는데도 실업률이 덩달아 올랐다는 점이다. 논리상으로는 취업자가 늘어 고용률이 올라가면 실업률은 떨어지는 게 맞다. 그런데도 두 수치가 동반상승했다는 건 애초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다가 새롭게 일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은 늘어났지만, 정작 이들이 일자리는 구하지 못하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예전보다 더 많은 청년층이 구직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거대한 채용 장벽에 막혀 고배를 마셨다는 뜻이다. 결코 반가워할 수 없는 신호인 셈이다.

 

전문가들 평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장의 취업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정규직에 취업하고자 오랜 기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이 눈높이를 낮춰 단기 계약직 자리라도 찾아 나서는 추세를 반영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어찌 보면 더 버틸 여유와 체력이 이제는 없다는 슬픈 소식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들의 부모 세대에 속하는 50대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사실을 함께 미뤄볼 때, 전반적인 우리나라 가계의 경제여건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쯤 되면 이번 통계청 자료가 우리 경제의 어두운 민낯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아닌가.

 

이제 정부도 서둘러야 할 때다. 물론 청년층의 고용불안을 단칼에 해결할 묘수를 찾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너무나 더딘 편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스스로 밝힌 계획은 이른 시일 안에 현실화하도록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나마 얻은 청년층 일자리의 질 문제에 견줘,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청년층 생활안정에 도움을 줄 여지가 크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256만명 정도다. 이 가운데 98%는 직원 수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과 음식점, 편의점,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등이다. 지난 한 해 전체 청년 취업자의 19.5%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인위적 가계소득 증가가 아니라 일자리 주도 성장이 옳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아닌가.

 

 

[중앙일보 사설-20150319목] 치솟는 청년실업률, 규제 완화가 해결책이다

 

내수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 키우겠다던 서비스업이 각종 규제로 오히려 질식사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3월 정부는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1년 안에 전체 규제를 10% 감축하고, 특히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7대 유망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규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는 지난 1년 사이 오히려 13.5%(485건)나 늘어났고, 늘어난 규제의 71.1%가 7대 유망 서비스업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완화를 통해 유망한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한 게 아니라 규제를 강화해 서비스업이 커 나갈 기회를 집중적으로 막아 온 셈이다.

 

  이 와중에 서비스업을 키우겠다고 만든 각종 서비스업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채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서비스업 발전 기본법은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관광진흥법 역시 발의된 지 2년이 넘도록 처리되지 않고 있다. 서비스업 육성 법안들의 미처리 기간은 평균 600일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래서는 내수 회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도, 청년들을 위한 번듯한 일자리 창출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손실과 부담은 일감을 잃은 관련 기업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잠재적인 서비스업 취업 희망자들이 지고 있는 셈이다.

 

  마침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통계는 그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취업포기자를 감안한 체감실업률은 12.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수 부진과 서비스업에서의 고용 기회 상실이 곧바로 청년 실업자의 증가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완화는 돈을 들이지 않고도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그 파급 효과는 서비스업에서 가장 크다. 이제는 말로만 규제 완화와 서비스업 육성을 외칠 시기는 지났다. 실제로 규제를 없애고 서비스업 관련법을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내수 침체 장기화와 대량 청년실업을 피할 수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9목] 15년7개월 만에 최악이라는 청년실업률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2월 고용동향’에 나타난 각종 고용지표를 보면 곳곳에 경고등이 켜진 모습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4.6%를 기록했다. 2010년 2월(4.9%)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다.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불완전 취업자와 잠재적 경제활동인구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 또한 전달보다 0.6%포인트나 껑충 뛴 12.5%로 나타났다. 이 역시 지표 추계를 시작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들어 고용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여러 고용지표 가운데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청년실업률이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전달보다 1.9%포인트 급등한 11.1%를 기록한 것은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통상 2월이면 졸업 등과 맞물려 구직자가 늘어나는 계절적 특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사태 이후 실업률 통계기준을 변경한 1999년 7월(11.5%) 이후 15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30대 그룹이 올해 신규 채용을 전년보다 6.3% 줄인다고 하는 마당이다.

 

청년실업은 오래된 사회문제이자 지금도 우리 사회의 발등에 떨어져 타고 있는 불이라고 할 수 있다. ‘88만원세대’ ‘이태백’ ‘삼포세대’에서 ‘오포세대’ ‘청년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 ‘인구론’(인문대 졸업생 90%는 논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조어가 그 심각성을 웅변하고 있다. 역대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6년간 32개에 이르는 청년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동안의 청년실업 정책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걸 확인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청년실업률 상승 배경을 최근 고용시장 악화보다 구직인구 증가와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는 모양이다. 70%에 이르는 대학진학률이라든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원인 진단과 다르게 정부의 고용정책이 청년층을 비켜간 측면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일자리의 질이라든가 세대 간 고용률 격차 등의 문제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풀지 않고 어떻게 국가 미래 비전을 말할 수 있겠는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일방적 임금 인상 통보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9목] 북한 책임 큰 ‘개성공단 난기류’

 

개성공단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북쪽 당국의 일방적인 행태 탓에 남쪽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북쪽은 공단의 순조로운 운영과 발전을 가로막는 비합리적 행위를 중단해야 마땅하다.

 

북쪽 요구의 핵심은 임금 인상과 토지사용료 징수다. 북쪽은 월 70.35달러인 최저임금을 3월부터 5.18% 많은 74달러로 인상하겠다고 지난달 통보했다. 아주 무리한 내용은 아니다. 사회보험료 등을 더한 북쪽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40달러 남짓한 수준으로, 캄보디아나 방글라데시 노동자보다 많지만 베트남보다는 적다고 한다. 토지사용료도 전혀 엉뚱하지는 않다. 남북이 임대차 계약을 맺은 2004년을 기점으로 10년이 지난 다음해인 올해부터 부과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둘 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어렵잖게 풀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북쪽의 일방적 태도다. 남북은 2013년 8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서명한 합의서에서 ‘법규 개정 등은 반드시 남북간 사전 협의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통해’ 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쪽은 지난해 11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그 가운데 최저임금 조항 등을 우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북쪽은 이후 우리 정부의 항의 통지문과 남북공동위 개최 요구 통지문, 기업들의 건의문 등의 접수조차 모두 거부했다. 노동규정 개정은 자신의 주권사항이라는 것이다. 남북 합의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이런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정부가 기업들에 북쪽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한 것은 불가피한 대응이다.

 

북쪽이 개성공단 문제를 다른 남북관계 현안과 연계시키는 것도 잘못이다. 북쪽은 남북공동위를 개최할 수 없는 이유의 하나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남북이 대북전단 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노동규정을 바꿨다. 이런 식이어서는 기업들이 안심하고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꾸려갈 수 없다. 이와 별개로 북쪽이 5·24조치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남쪽 기업들도 이 조처가 공단 발전을 막고 있다며 완화·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북쪽은 남북공동위 개최에 응하기 바란다. 이번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면 북쪽이 힘을 기울이는 외자유치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남쪽 기업들도 당장 어려움을 피하려고 북쪽 요구를 개별적으로 들어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정부가 해법 찾기에 더 힘을 쏟아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9목] 개성공단 임금, 남북공동위서 협의해야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3월부터 일방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하고 정부는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개성공단 사무처를 통해 근로자들의 올해 최저임금을 5.18% 인상하겠다고 일방 통보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으로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개정할 때 예견됐던 일이다. 북한은 대북 제재 조치인 5·24조치로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 때문에 수입이 늘지 않자 무리수를 쓴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은 2013년 8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임금문제를 포함한 공단 운영에 관한 사항은 남북공동운영위원회에서 협의해 해결하도록 합의했다. 그러므로 북한이 임금인상을 원한다면 공동운영위를 개최해 남북 간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그런 절차 없는 일방 통보는 합의를 위반하는 행위이다. 기업들로서는 임금을 조금 올려 주더라도 공장 가동이 멈추는 최악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북한은 이런 기업들의 약점을 이용해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궁지에 몰린 기업들이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그 결과 5·24조치가 철회되기를 바라며 이런 강경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03년 4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와는 상관없는 일로 북측 근로자를 일방 철수, 가동을 중단했고 그 때문에 남북 모두 피해자가 되었다. 다행히 재가동하면서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합의를 했지만, 북측은 합의 이행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만일 이번 조치로 남북이 다시 대립하고 공단의 정상적 가동이 어려워지는 사태가 재발한다면, 북측 피해가 북한이 생각하는 남측 피해 못지않을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경협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물론 경협이 경협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남북관계, 한반도 주변 정세와도 밀접히 관련된 문제이므로 북한의 소극적 태도만 지적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그런 태도는 북한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북한이 진정 경협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우선 기존 합의를 충실히 이행, 상호 신뢰를 쌓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북한은 남측이 제의한 공동운영위에 즉시 나와야 한다.

 

 

■ 3자 회담, 그 후

 

[중앙일보 사설-20150319목] 이제 국민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주시한다

 

청와대 3자회동 이후 정국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으고, 국회에 계류돼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보건의료 부문 제외)을 처리키로 하는 등 ‘대화 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다. “박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박 대통령도 얘기를 경청해줬다”고 평가한 문 대표나, “대통령으로서 경제 한번 살려보겠다는데 그것도 도와줄 수 없느냐”며 협력을 당부한 박 대통령, 두 사람 모두 대화를 통해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다짐이 구두선에 그치느냐, 아니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느냐는 ‘입’이 아니라 ‘발’에 달려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처럼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돼 가고 있는 만큼 여야는 대화의 불씨를 살려 경제 회복을 위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 우선 여야의 지도자들이 필요성에 공감한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시동을 걸고 고삐를 바짝 좨야 할 것이다. 문 대표는 “우리 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재정절감 효과와 노후불안 해소가 가능한 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야당은 공무원 노조 설득이 우선이라며 일부 내용만 공개했을 뿐 종합적인 안을 내놓지 않아왔다. 그러나 문 대표 스스로 자체안이 마련돼 있음을 밝힌 만큼 이제는 당당히 협상안을 내놓고 타협점을 모색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인사혁신처도 조속히 정부안을 내놔야 한다. 이근면 처장이 지난달 초 어설픈 안을 내놨다가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는 정부의 개혁 의지를 담은 제대로 된 안을 제시할 때가 됐다. 여당·야당·정부의 세 가지 안을 놓고 막판 대타협을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개혁 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28일)이 가까워오는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이 시한을 지켜야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여야가 정한 국회의 연금개혁 특위 활동 시한(5월 2일)이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전월세 대책, 법인세 인상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본격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냈을 정도로 여야의 입장차가 큰 사안이다. 그런 만큼 더 많은 대화를 통해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영수회담이든 3자회담이든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만나 견해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회담의 진행과정에서 호평을 받은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의 소통 능력이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어제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근거 없는 위기론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활성화에 역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내 문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 건 부적절하고 신중치 못한 행동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사거나 자칫 모처럼 조성된 대화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9목] 작은 합의라도 실천해야 3자회담 의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사이에 두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여야 간 이견이 두드러진 가운데 눈에 띄는 합의는 적은 3자회동이었다. 그나마 공무원연금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한 게 성과다. 여야의 시각차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 항용 있게 마련이다. 다만 그런 평행선 대치를 풀고 대국적으로 타협해야 한국정치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게다. 여야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이번에 공감대를 이룬 현안만이라도 구체적 결실을 맺도록 후속 대화를 이어가기 바란다.

 

여야 수뇌부의 회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있었다. 특히 지난 대선서 맞붙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2년여 만에 만나 상대를 인정했다는 사실이 그랬다. 반대세력을 포용하는 아량을 보여주지 못해 불통 이미지가 덧씌워진 박 대통령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대선에 불복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온 문 대표를 위해서나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회동이 한낱 보여주기식 ‘정치 쇼’로 끝나서는 안 될 말이다. 하루하루 힘겹게 생업을 이어가는 국민이 여야 수뇌부 중 누가 정치적 이문을 더 얻었는지를 따질 겨를이라도 있겠는가. 회동에서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했다. 총체적 위기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려는데,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며 경제살리기 정책에 발목을 잡는 야권에 은근히 서운함을 피력했다. 관점은 달랐지만,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지향점은 같았다. 여야가 말로만 민생을 걱정할 게 아니라 실천적 후속조치를 절충해 내야 할 이유다.

 

3자회담이든 영수회담이든 소통의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진정한 위민(爲民)정치다. 거창하지 않은, 작은 합의일지라도 싹을 틔워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이다. 다행히 이번에 3자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확인했다. 하지만 각론에서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전혀 다른 게 문제다. 더욱이 다음달에는 노동 현장에서의 이른바 춘투(春鬪)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 인화성 높은 이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정략을 떠나 윈윈하겠다는, 여야의 대승적 결단이 없으면 뭐 하나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권 획득이 목적인 정당 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급적 여야 모두가 승자가 되는 ‘플러스섬’ 게임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여권이 고용 확대 등의 시급성을 감안, 야당이 부작용을 우려하는 보건의료 부분을 일단 빼고라도 서비스산업기본법을 처리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각종 개혁 입법과 경제 활성화 법안을 처리해야 할 4월 임시국회에서 그런 호양(互讓)의 자세는 이어져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다른 현안에서도 당략을 고집하기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란 뜻이다. 새정치연합 측도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여당이 공무원 표를 잃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낫다고 보는 정략을 고집할 요량이 아니라면 하루속히 당 안을 내놓고 절충에 나서기를 당부한다.

 

 

■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임종룡 위원장은 예대금리와 수수료 자율화 할 수 있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6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금융감독 쇄신, 금융회사 자율문화 정착,기술금융 확충, 자본시장 기능 강화, 핀테크 육성, 금융규제의 큰 틀 전환 등이다.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특히 금융회사에 자율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과 금융규제의 큰 틀을 전환하겠다는 대목은 적잖이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금융만큼 규제가 얽히고설킨 분야도 드물다. 법령뿐 아니라 지침 예규 창구지도 등 온갖 형태의 규제가 촘촘히 옭아매고 있다.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을 내세운 기술금융, 햇살론 등 이런저런 이름의 정책금융이 대표적이다.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임원보수 공개처럼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신설된 규제도 적지 않다. 여기에 금융사고라도 터지면 또 이런저런 규제가 추가된다. 최근 KB금융 인사청탁 건에서 보듯이 정치권의 인사 입김 역시 규제라면 규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예대마진이나 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없는 현실을 타개할 자신감을 임 위원장은 갖고 있다는 것인가. 업계에 몸담으며 소위 ‘을’로서 경험을 쌓은 임 위원장 본인이 누구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금융자율을 들고 나온 것도 그래서일 테다.

 

하지만 이 같은 초심이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 역시 없지 않다. 역대 금융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그대로 실현된 경우는 거의 없다. 말 따로 행동 따로였고 온갖 정치적 압력과 여론 등 시류에 휘둘리다 보면 초심은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우리은행 매각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는 전직 신제윤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기도 했지만 결국 우왕좌왕 끝에 매듭짓지 못하고 떠났다.

 

한국 금융산업은 총체적 위기다. 은행 증권 보험 할 것 없이 저금리 저성장으로 수익기반이 쪼그라들고 있다. 임 위원장이 관치와 규제로 얼룩진 금융시장에 시장원리와 자율을 불어넣은, 그런 금융위원장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삼진아웃 폐지 등 임종룡식 금융혁신 기대는 되지만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이 18일 금융감독원을 찾아 진웅섭 금감원장에게 전한 선물은 '금융개혁 혼연일체(金融改革 渾然一體)'라고 쓰인 서예작품이다. "두 기관은 금융개혁이라는 한배를 타고 있다"는 말도 건넸다. 속마음에는 KB사태에 따른 제재수위를 놓고 벌어졌던 두 기관의 지난날 갈등을 봉합하려는 뜻도 있겠지만 앞날의 '금융개혁'에 더 무게가 실린 듯싶다.

 

임종룡식 금융개혁 드라이브에 한층 가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이날 금융위에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 세 번을 받은 금융사의 해외 진출과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됐던 '삼진아웃제'를 연내 폐지하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전날에는 임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의 수수료와 배당·금리 등을 결정할 때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공개선언까지 했다.

 

개혁 드라이브에 명분도 있고 방향도 옳다. 특히 삼진아웃제는 금융사의 해외진출과 교차영업을 더욱 촉진해야 한다는 금융산업의 시대적 요구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진작 손질했어야 했다. 과거의 기관주의를 이유로 미래를 위한 인수합병(M&A)을 가로막은 제도는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을 스스로 얽매는 것과 다름없다. 수수료·금리 등에 대한 자율결정 방침 또한 시중은행의 영업이익률이 선진국 금융사에 비해 크게 뒤처진 현실을 볼 때 합당하다 할 만하다.

 

다만 금융개혁 과정에서 파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철저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삼진아웃제 폐지 이후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나 불건전영업 등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태가 만연한다면 성공한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금융사 경영에 대한 불개입 선언의 취지가 금융사의 '약탈금리'를 부추기는 쪽으로 퇴색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임 위원장의 금융개혁에 대한 숱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금융사 경영자들은 여전히 "푼다 푼다 말만 하지 말고 진짜 규제개혁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19목] 한중일 3국 외무장관회의에 주목한다

 

한국 중국 일본 3국 외교장관회의가 근 3년 만에 21일 서울에서 열린다. 북핵 6자회담, 이슬람국가(IS) 사태 등 대 테러정책, 경제 및 에너지 협력방안 등이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번 회의가 3국 정상회의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느냐 여부다.

 

1999년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례화하기로 한 3국 외교장관 및 정상회의는 2007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매년 열렸으나 2012년 중국에서의 6차 외교장관 회의와 5차 정상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때문이다. 그 해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로 중일 외교갈등이 무력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로 험악해졌고, 12월 정권을 잡은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면서 우리와의 관계도 사실상 올스톱됐다. 지난해 말 어렵게 성사된 중일 정상회담이 역사, 영토 문제로 아무 소득 없이 끝난 것도 불신의 골을 더욱 키웠다.

 

한일 및 중일 간 양자 정상회담이 현실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3국 정상회의는 한중일 관계복원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색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미얀마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어렵게 성사된 이번 외교장관 회의마저 성과 없이 그냥 흘려 보낸다면 현 상황이 고착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당사국들은 명심해야 한다.

 

현재로선 중국이 3국 정상회의 개최에 가장 미온적이다. 중국은 8월 예정된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내용을 보고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담은 1998년 중일 공동선언을 비롯한 4개 기본문서를 일본이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중일 3국 협력이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3국 정상회의 개최 지지를 말로만 되풀이 할 게 아니라 주변국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순리다.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전략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전략적 대결구도가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미중과의 호혜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의 책임과 역할은 크다. 그게 국익을 관철하고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외교장관회의가 3국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319목] 돌연한 전방위 기업수사, 기왕 할거면 제대로 하라

 

부도덕한 기업 단죄는 당연하지만

일제단속 모양은 목적ㆍ성과에 의구심

신속하게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방산비리 및 기업 수사 등과 관련해“이번에야말로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에 있어서 우리가 방치할 수 없는 것이 부정부패라고 생각한다”고까지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면전’ 담화에 이어 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만큼 대대적인 사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조성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고, 신세계와 동부그룹 비리도 내사 중이다. 새만금방수제 건설 공사 담합으로 과징금 처벌을 받은 SK건설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에 처음으로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 경남기업도 압수수색했다. 가히 전방위적이다.

 

방산비리와 자원외교 비리는 물론, 기업 비리도 의당 척결해야 한다. 회사 돈을 빼내 비자금을 만들어 오너의 배를 불리고 자녀들에게 불법 증여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탐욕스런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부르고 국가경제를 해친다. 박 대통령 말대로 기업들의 부정부패 관행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경제살리기도 불가능할뿐더러 설혹 경제가 살아났다 해도 언제든 가라앉게 된다. 더 이상 부도덕한 기업이 살아 남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먼저 검찰 수사가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실 지금 거론되는 대기업 비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1~2년 전 발견해 검찰에 넘겼으나 묵혀져 온 것들이다. 경제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정권적 차원의 기조 때문이었다. 실제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수감 중인 재벌 총수들의 조기 석방까지 거론했다. 그러다 갑자기 기업비리 사정을 들고 나오니 구구한 억측이 나오는 것이다.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사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정치적 분위기 조성 필요에 따라 서둘러 잔뜩 벌려만 놓고 끝에 가선 적당히 수습하는 모습을 우리는 매 정권마다 너무도 자주 보아왔다. 부패척결이 늘 정치적 헛구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기왕 시작했다면 기업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는 정교하고 치밀하게 진행돼야 한다. 동시다발적인 ‘먼지털이식’ 일제단속형 수사는 소리만 요란하지 실속을 거두기 어렵다. 수사 전반에 걸쳐 공정성이나 형평성 시비가 일어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무턱대고 대규모 압수수색이나 무차별 소환부터 해놓고 증거를 찾는 식의 전근대적인 수사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그제 간부회의에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고 지시했다. 수사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나 절차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병든 세포는 신속히 도려내는 것이 새 세포를 돋게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수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경기 침체를 가속화한다”는 기업들의 판에 박은 주장이 나오지 못하도록, 정확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수사가 정교하고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9목] 보건복지부의 황당한 ‘취재 방해’

보건복지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 기사의 옳고 그름을 다투던 끝에, 취재기자와 취재원 사이에 오간 사적인 전자우편을 입수해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위협하고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다.

 

보건복지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며칠 전 <한겨레> 보도에 이견을 품은 모양이다. 이 보도는 우리 제약업계가 중동 지역에 더 많이 진출하게 되었다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보도 내용을 반박하는 것까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겨레> 기자가 취재를 위해 중동 국가 제약업체 관계자와 주고받은 메일을 해당 업체한테서 넘겨받아 보도자료에 덧붙여 공개한 것은 심각한 취재 방해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처럼 정부가 기자와 취재원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 기자의 취재 방향과 업계의 누가 취재에 응했는지 등이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 관련 업계 사람 누구라도 언론의 후속 취재 때 몸을 사리게 될 게 뻔하다. 공익을 대변하여 권력의 잘못된 사용을 감시하려는 언론의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나아가 국민 일반의 기본권과도 관련성이 큰 문제다. 이런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면 국민 누구라도 마음 편하게 이메일을 주고받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이메일이 언제 남의 손에 들어가,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공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세상은 거대한 감옥이 되어 늘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갖고 살게 될 것이다. 통신과 대화의 비밀을 침해당하면 인간은 존엄성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 헌법은 17조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18조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다. 형법과 통신비밀보호법, 우편법 등은 비밀침해죄를 규정하고 위반자를 엄벌하도록 하고 있다. 봉함하거나 그밖에 비밀장치를 한 다른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을 개봉한 행위가 위법에 해당된다. 복지부 관료들이 이메일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어떤 힘을 썼는지도 의문스럽지만, 공중을 상대로 이를 공개한 것은 위법의 소지가 크다.

 

어처구니가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취재와 관련한 정부의 관여나 고발이 잇따르고 있는 점을 보면, 이번 일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 복지부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언론관이 얼마나 저급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복지부는 이번 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묻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9목] 해마다 수능제도, 학생을 '모르모트'로 아는가

 

현재 고등학교 1, 2, 3학년생은 모두 다른 수능시험을 치르게 된다. 3학년은 국어·수학·영어·탐구과목을 치르지만 1, 2학년은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추가됐다. 또 고 1은 영어를 절대평가방식으로 치른다. 수능 만점비율이 1%포인트만 달라져도 난이도 조정을 잘못했다고 난리가 나는 상황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변별력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17일 수능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영어의 EBS 지문 연계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방침이 애매모호하자 학생들은 EBS 교재 중심의 공부방식을 바꿔야 하는지 불안해하고 있다.

 

  수학도 현 고2는 수준별 A·B형에서 이과는 가형, 문과는 나형으로 바뀐다. 매년 수능시험 제도가 달라지다 보니 교사들조차도 헷갈릴 정도다. 오죽하면 11일 치러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 때 일부 학교에선 시험지를 잘못 배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겠는가. 국어도 마찬가지다. 고3 학생은 국어·화법·작문·독서·문학으로 나눠 배우고 있는데 고1, 2학년생은 국어I·국어II·고전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수능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현재 고1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수능개선위원회에서 수능 개선안을 논의 중이기 때문에 새 수능안이 나오면 현재 중3 학생은 현 고1 학생과 다른 형태의 수능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1학년도엔 문·이과 통합교육 과정에 따라 대대적인 수능제도 개편이 예고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매년 달라지는 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제도를 바꿀 때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건다. 하지만 이렇게 제도가 자주 바뀌면 학생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적응속도가 빠른 학원과 입시컨설팅업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땜질식’ 수능제도 변경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될 공산이 크다. 학생들을 입시제도의 ‘모르모트’ 정도로 취급하는 무책임한 짓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비전을 갖고 확 뜯어고칠 게 아니라면 차라리 당분간 장단점을 평가하면서 지켜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9목] 공교육 포기한 ‘방과후 학교’의 선행학습 허용

지난해 9월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학습 금지법’을 시행하자 ‘실효성 없는 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물론 선행학습 금지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법의 취지는 옳았다. 하지만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사교육 분야를 쏙 빼고 초·중·고교, 즉 공교육 분야에서의 선행학습 및 선행시험만 금지한 것부터가 잘못된 출발이었다.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금지된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것이 뻔하다는 걱정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그제 이 ‘공교육 정상화법’ 일부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방과후 학교’에 복습·심화·예습 과정을 허용하는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불과 6개월 만의 ‘땜질 처방’이다.

 

교육부는 “법 시행이 사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일선학교의 우려를 반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결은 다소 다르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이 교육부의 개정안 발표를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았다는 것인가.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법을 개정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선행학습의 욕구를 막기도 쉽지 않다. ‘선행학습이 성적 향상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2002년)가 있는데도 그렇다. 입시경쟁이라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게 작금의 교육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분명히 ‘역주행’이다. 이미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법’의 좋은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판에 교육부 스스로 만든 법의 취지마저 훼손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방과후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허용되면 전교조의 표현대로 ‘해 뜨면 공교육’ ‘해 지면 선행학습’이라는 두 얼굴의 학교가 생길 판이다. 법이 개정되면 ‘적어도 공교육 차원에서는 선행학습이 없다’는 최소한의 원칙까지 허물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부가 그리는 바람직한 공교육의 모습인가. 일이 꼬일수록 본질 문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공교육의 선행학습 금지로 사교육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면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게 순서이다. 수능의 자격고사화 등 수능혁신안과 학교 교육력 강화안 등 다양한 목소리들도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겠다. ‘선행학습이 필요없는’ 입시체제가 교육당국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9목] 北의 기간산업 해킹 협박 대응 방안은 뭔가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그제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도면 등 내부자료 유출 협박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사건의 발단이 된 직원들의 이메일 공격에 사용한 악성코드와 북한의 해커 조직이 쓰는 악성코드(킴수키)가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IP 주소 12자리 가운데 9자리도 북한 해커들이 활동하는 중국 선양 지역에서 사용하는 숫자와 같다고 밝혔다.

 

합수단의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원전반대그룹’임을 자칭한 북한의 해커 조직은 한수원의 전·현직 직원과 협력사의 대표 등 수천명에게 악성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발송해 PC 디스크 등의 파괴를 시도했다. 이게 실패하자 이전에 해킹 등으로 빼낸 한수원 자료들을 내세워 이달까지 여섯 번에 걸쳐 원전 가동 중단과 함께 100억 달러의 돈을 요구하는 협박성 글을 올렸다. 지난 12일에는 원전 도면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 등 국가 기간시설이 사이버 공격에 항시 노출돼 있음을 일깨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해커가 내부 전산망 침입에 성공하지 못했고, 유출된 자료도 교육용 등 일반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합수단은 “해커 조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입수한 자료를 공개해 사회 혼란을 일으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누누이 말했듯이 사이버 공격의 피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을 비롯한 불특정 집단과 개인의 사이버 공격은 언제든지 감행될 수 있다. 국가 기간통신망과 시설들이 불특정의 공격으로 뚫려 무너진다면 인근 주민은 물론 국민의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최근 수년간 농협의 전산망 해킹과 정부·공공기관의 홈페이지 공격으로 인한 혼란을 적지 않게 치렀다. 값비싼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보듯 시설의 보안망과 보안 의식은 허술하다. 이 사건이 단순하게 보아온 이메일에서 촉발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공고한 방어망을 갖추고 직원 보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청와대 국가안보특보 자리를 만들어 보안 전문가를 앉힌 것도 이런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여야의 이해가 엇갈려 방치된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도 서둘러 컨트롤타워를 갖춰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사이버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9목] 수능 변별력 높이고 EBS 연계율은 낮춰야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가 그제 수능개선안을 발표했다. 수능 출제기간과 인원을 늘려서 출제오류를 막고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해 과목별로 너무 많은 만점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수능개선위가 논의를 한 게 석 달밖에 되지 않은 한계 탓인지 과목수, 반영비율 조정, 문제은행식 출제 여부 등 수능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은 빠져 있다. 당장 급한 불만 끄겠다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쉬운 수능’만 고집했던 교육당국이 지난해 ‘물수능’의 악몽을 겪은 뒤 난이도 조절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지난해 수능 영어 만점자는 3.37%, 수학B 만점자는 4.30%나 나왔다. 수학B형은 만점을 받야야 1등급을 받을 정도였으니 시험이라고 볼 수도 없다. 수능의 수시가 뭔지, 정시가 뭔지도 모르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쉽게 출제하라고 훈수를 두는 말은 무시해도 좋다. 수시에서는 등급이 중요하고, 정시에서는 점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 시험을 쉽게 내 만점자가 3~4%가 나오는 ‘물수능’에서는 동점자들이 넘쳐나고, 실력이 아니라 실수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다. 수능은 자격시험이 아니다. 일정한 난이도를 유지해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능 영어의 EBS 연계를 개선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지난해까지는 EBS교재 영어지문을 70%가량 그대로 수능에 출제했고, 이에 따라 EBS 한글번역본만 달달 외우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그런 점에서 수능개선위가 EBS 지문을 그대로 수능에 출제하는 것을 줄여 나가기로 한 것은 제대로 된 접근이다. 정부는 수능을 EBS와 연계하면서 사교육비의 부담이 준다고 강변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EBS교재 문제풀이 강좌가 학원마다 생겨나면서 사교육도 줄지 않았다. 특정교재에서 수능 문제를 베껴 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수업시간에 EBS 동영상을 틀어놓는 학교도 많아졌다.

 

탐구영역의 출제기간을 며칠 늘리고, 출제인원을 소폭 확대하는 정도로는 출제오류를 막기에 충분치 않다. 출제위원이 주로 교수들로 구성돼 있고 서울 사대 출신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문제점부터 개선해야 한다. 사회탐구, 과학탐구, 제2외국어의 경우 난이도 조절을 제대로 해야 한다. 수험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려서는 안 된다. 수능이 복불복 게임처럼 되는 것은 곤란하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수능의 EBS 연계율은 점차 낮춰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정치가 뿌리인데 사정 칼날은 왜 기업으로만 향하나

 

포스코 계열사에서 시작된 검찰수사가 경남기업과 석유공사로 확대됐다. 포스코건설은 해외 비자금조성 혐의라더니 이번에는 러시아 유전사업이 타깃이라고 한다. 이전 정부의 자원외교 겨냥설도 들리지만 그렇게 국한되는 것 같지도 않다. 신세계, 동부에도 검찰이 들어갔고 SK건설도 검찰에 불려가게 됐다. 대통령까지 “비리 덩어리를 덜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으니 사정 한파는 당분간 더 거세질 전망이다.

 

부정부패는 성역 없이 근절돼야 한다. 검은 거래로는 경제살리기도, 소득 3만달러도 불가능하다. 다만 동시다발 전방위 수사에 기업만 줄줄이 소환되는 모습에 재계가 바짝 얼어붙은 것도 사실이다. 기업인들만 하나씩 손봐주는 식의 사정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무너지는 사회 기강, 방종의 극을 달리는 민주주의, 법치 위의 정치라는 한국병의 근원은 손도 못 댄 채 잔가지만 치다가 끝날 것일까.

 

잘못된 유착에 기댄 적폐는 당연히 기업에도 없진 않을 것이다. 이는 청산돼야 마땅하다. 문제는 그런 구습이 대개 정치가 요구하는 정경(政經)관계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정치과잉과 입법만능, 국회 독주의 오도된 민주주의가 서서히 구축한 먹이사슬이었던 것이다. 정기국회 때 증인으로 신청만 돼도, 상임위원회에 한두 번 불려만 가봐도 기업은 정치권을 어떻게 모셔야할지 즉각 알아차리게 된다. 법치는 뒷전이고, 민주적 가치는 파워게임에 밀려나고, 국회의원이면 언제나 ‘절대 갑’인 사회에서 몇몇 기업인만 처벌한다고 치료가 될 것인가.

 

정치가 문제다. 절실한 경제법들은 보류되고 엉뚱한 규제 법만 양산되면 로비의 문턱은 높아진다. 검은 거래는 그렇게 이어졌다. 기업 비리는 그 결과일 뿐이다. 구태 정치, 오도된 민주주의라는 원인을 도려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기획 사정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법치와 민주적 가치가 무너지고 정치 우위가 지속되면 수사받을 기업은 더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는 면책’이라고 한다면 이는 사정도 아니다. MB정권 파헤치기 식이라면 역시 사정도 아니다. 누적된 정치권의 적폐를 도려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대적 소명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어느 언론사의 걱정스런 영업 관행

 

다른 언론사의 비리나 부정을 개탄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동업자요 경쟁사이기에 더욱 그렇다. 보도와 기사를 광고나 협찬의 도구로 삼거나 카메라 렌즈를 영업수단으로 동원한다면 이는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 지방의 구석진 곳에서, 그리고 이미 4000개를 넘겼다는 인터넷 미디어의 말단에서 종종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종편까지 운영하고 있는 소위 5대 주요 매체에 속하는 미디어 중 하나가 이런 지경이라고 한다.

 

‘여의도 찌라시’들이 1보, 2보 식으로 전하고 있는 한 종편방송과 그 모회사인 특정 신문에 대한 최근의 풍문은 듣기에도 민망하다. 이 종편방송사의 광고 자회사인 미디어렙에서 유출됐다는 ‘영업일지’가 바로 그렇다. 막상 공개되고 보니 언론사 전체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 회사가 기자들을 동원해 무리한 압박성 광고 영업을 추진해왔다는 사실, 광고비를 받은 뒤 우호적 기사를 내보낸 정황, 재방송을 빌미로 금품수수가 있었던 점을 이 문건은 추정케 하고 있다.

 

이는 편성과 광고를 분리하고 직접 영업을 금지한 방송광고법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종편사의 모회사까지 비슷한 영업관행을 보여왔다는 사실이다. 경쟁 언론사의 정상적인 영업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것에 더해 경쟁사에 협조적인 기업들을 겁박하는 등의 조폭식 영업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개탄스런 일이다.

 

수많은 기업이 이런 위협에 노출돼 있을 것이다. 공직자가 아닌 기자들까지 ‘김영란법’에 포함될 지경에 이른 것은 이런 퇴행적 경영관행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이런 겁박과 위협은 일부 허점이 많은 국가기관의 장(長)들에까지 감행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공개된 소위 일지에는 ‘OO광역시, ××를 통해 예산이 증액될 수있도록 작업 예정’이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악화가 양화를 가장 쉽게 구축할 수 있는 분야가 언론이라는 말도 있다. 실로 실망스럽다. 언론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다. 그 때문에라도 더욱 스스로에게 엄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해당 언론사의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규제완화 상징 '푸드트럭'이 캠퍼스로 옮겨간 사연

 

현 정부의 규제완화 상징으로 지목됐던 푸드트럭이 마땅한 영업장소를 찾지 못한 채 대학 캠퍼스로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18일 건국대·서강대·연세대 등 7곳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캠퍼스 푸드트럭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대학생들이 현대자동차에서 트럭을 지원받고 커피나 치킨은 유명 프랜차이즈에서 공급받아 실전 창업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청년위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생활 속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모범사례로 확산시키겠다며 거창한 명분까지 내걸었다.

 

푸드트럭은 지난해 3월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처음 논의된 후 서민규제 혁파의 대표사례로 거론돼왔다. 정부는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까지 개정하면서 6,000명의 서민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감을 부추겼다. 그랬던 푸드트럭이 1년 만에 갑자기 대학 교정에서 창업의 산실로 변신했다니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는 당초 영업 가능한 도시공원만도 3,222개에 달한다고 홍보했지만 차량이 아예 진입하지 못하거나 주차장조차 없는 곳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여기다 기존 상권의 반발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푸드트럭이 들어설 곳을 찾기란 더욱 힘들어지게 마련이었다. 트럭 운영자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지난 1년간 푸드트럭 영업신고가 4대에 머물고 말았다니 애초 호언장담했던 담당자들로서는 낯을 들기 어렵게 됐다.

 

당국의 어설픈 정책은 서민 생계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정책불신과 시장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설익은 규제개혁으로는 지금 같은 경제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 규제개혁의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은 18일 경제인 릴레이 간담회를 열어 규제개혁 추진방향으로 현장 중심, 수요자 중심을 새삼 강조했다고 한다.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표본은 그리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5월 대학 축제장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푸드트럭만 찾아보면 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9목] 한일 교역 감소세 부정적으로만 볼 것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 교역이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교역규모는 860억달러로 전년보다 9.2% 감소했다.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3년 연속 내리막이다.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6%나 줄었다니 4년째 후퇴할 공산이 커 보인다.

 

한일 교역이 위축되는 것은 불황에다 엔저 현상까지 겹친 탓이 크다. 가파른 엔화 약세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이 줄고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수입도 동반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고착화 조짐을 보이는 엔저 등으로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니 걱정스럽다. 예전만은 못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우리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대일교역 감소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실제 좋은 신호가 눈에 띈다. 수입감소 속도가 수출보다 빨라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10년 361억달러에 달했던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해 216억달러로 뚝 떨어졌다. 이대로 가면 수년 내 100억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거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일본 의존도가 심했던 소재부품 분야에서 극일(克日)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적자액은 2012년 243억달러에서 2013년 205억달러, 지난해 163억달러로 급감했다. 적자가 줄고 있는 제품도 철강금속·자동차부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 것은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품 대체 노력이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은 지난해 1,000억달러 무역흑자를 달성할 만큼 최근 10년 사이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대일 무역이 급속히 냉각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요소를 교역구조 개선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손준현(기자)-20150319목] 대학로극장

1926년 일제는 지금의 서울 대학로에 경성제국대학을 세웠다. 1946년 신설된 서울대가 1975년 이전하기까지 대학로는 젊음과 낭만의 거리였다. 1956년 문을 연 학림다방은 그 상징이었다. 다른 한편으론 학생운동의 중심지였다. 1960년대 4·19혁명, 한일협정 반대투쟁, 1970년대 유신철폐 운동이 펼쳐졌다. 하지만 대학로라는 공식명칭은 1966년 서울시가 가로명을 제정하면서부터다.

 

이제 대학로 하면 ‘연극’이 떠오른다. 연극의 중심지가 된 것은 1978년 문예회관 대극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지금의 아르코예술극장이다.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이 건물 주변으로 극장들이 모여들었다. 명동이나 신촌보다 임대료가 쌌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로에서 연극을 올리는 극장은 모두 160여곳이다. 그 가운데 50~300석 규모 민간 극장은 지난해 말 142곳이다. 소극장은 공연기본법에서 ‘500석 이하’라고 규정하지만, 일반적으로 300석 이하를 가리킨다.

 

대학로 곳곳에는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문구가 붙었다. 그러나 ‘정신적 희망’의 제작소인 극장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를 더 감당하지 못해서다. 올 1월 상상아트홀 3개 관이 폐관했다. 건물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는 등 곧 문을 닫을 극장도 4~5곳이다. 사지로 내몰린 연극인 150여명은 11일 상여를 메고 “소극장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개관 28년 만에 폐관 위기에 처한 ‘대학로극장’을 구하자는 취지였다. 2004년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뒤, 땅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치솟았다. 건물주는 용적률 상향 조정과 주차면적 감면의 혜택을 받았지만, 소극장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문화를 살리겠다는 문화지구가 문화를 죽인 셈이다.

 

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는 상여를 멘 다음날 무대에 섰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럭키 역을 맡은 그는 목에 굵은 밧줄을 맸다. 누가 이 밧줄을 풀어줄 것인가.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상언(사회부문 차장)-20150319목] 이 몸은 하나인데, 서로 같이 가자 하네

 

돌이켜 보면 지난해 여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대 강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영화 ‘명량’이 한창 흥행하던 때에 “명나라 등자룡 장군과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함께 전사했다. 명나라 장군 진린의 후손은 오늘날까지도 한국에 살고 있다”며 명이 조선에 주장한 ‘재조지은’(再造之恩·나라를 구해준 은혜)을 상기시켰다. 이어 이백의 시구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센 바람이 물결을 가르는 때가 오면 높이 돛을 달고 바다를 건너리)’를 소개한 뒤 우리에게 “함께 돛을 달자”고 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흉기 습격 사건으로 수술받은 직후 트위터에 한글로 ‘같이 갑시다’를 썼다. 한국전쟁 때 백선엽 장군이 맥아더 장군에게 한 말이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표현이다. 3년 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외대에서의 강연을 “같이 갑시다”로 마무리했다.

 

  미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권하고, 중국은 “잘 생각해 보라”고 우리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양국의 고관들이 경쟁적으로 서울로 날아온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건에는 그 반대의 압박이 가해졌다. 미·중 양국이 양쪽에서 서로 팔을 잡아당긴다.

 

  ‘같이 가지 않을 때 겪는 일’을 중국이 우리에게 살짝 보여준 적이 있다. 2000년 한국이 농가보호 차원에서 마늘에 긴급관세를 물리자 중국은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에 수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 한국은 한 달 만에 백기투항했다. 그때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였다. 지금은 25%다. 중국은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항공기 등의 구매 계획을 유보시켰다. 사르코지는 결국 유감을 표명했고, 중국은 통 크게도 여객기 102대를 한 번에 사줬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2012년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두 나라는 최근 재빨리 AIIB 동참 의사를 밝혔다.

 

  팔목 낚아채 끌고 가는 것은 진정한 동행이 아니다. 친구라면 이해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미·중 양국에 장쩌민 전 주석이 즐겨 낭송한 소동파 시의 한 대목을 전해 주고 싶다. ‘인생엔 슬픔과 기쁨, 헤어짐이 있고/달에는 흐림과 맑음, 참과 기울어짐이 있으니/이는 예부터 온전하기 어려웠네/다만 원하니 인생 오래오래 이어져/천리 먼 곳에서도 저 달을 함께 보기를(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 此事古難全, 但願人長久, 千里共嬋娟).’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19목] 손으로 부른 노래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외딴 항구도시 청각장애인학교 교사 제임스는 이 학교 졸업생인 청각장애 여성 사라와 사랑에 빠진다. 제임스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2악장을 감상하며 수화로 말한다. “이 아름다운 음악을 당신과 함께할 수 없어서 너무 슬퍼.” 그러나 사라가 파도를 표현하는 모습에서 바흐의 음악보다 아름다운 몸짓의 언어를 깨닫는다. 사라는 몸으로 말한다. “당신을 사랑해요. 침묵도 소리도 아닌 곳에서….” 그렇게 다름을 인정할 때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사라 역으로 출연한 말리 매트린은 실제로 청각장애인이다. “나는 농아배우가 아니라 배우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입니다.” 그가 1987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고 한 말이다. 최근 국내 개봉된 <트라이브> 역시 대사, 자막, 음악 없이 수화로만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들의 격렬한 ‘손짓’과 ‘몸짓’으로 어떤 말보다도 강렬하게 의미를 전달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애가 결함이 아니라 차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얼마 전 방송인 신동엽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청각장애인 큰형에게 감동적인 ‘수화 편지’를 보냈다. 인순이, 루나, 알리, 소냐 등 가수들이 노래 가사에 맞춘 수화로 무대를 꾸미는 일도 많다. 앤드루 솔로몬은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책에서 “수화는 그 자체로 섬세하고 정교한 문법을 가진 언어”라며 “청각장애인은 어엿한 언어와 문화를 보유한 소수집단”이라고 했다.

 

60년 전통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아바, 셀린 디옹 등 세계적 가수들을 배출한 유럽 최대의 대중음악 경연대회로 유명하다. 올해 이 가요제 스웨덴 예선의 최고 스타는 가수가 아니라 수화통역사 토미 크롱이라고 한다. 청각장애 부모를 둔 배우 겸 영화감독인 그는 가요제 최종 결선에서 유명가수의 열창에 맞춰 현란한 수화를 선보였다. 그 열정적인 몸동작과 다양한 표정연기의 ‘수화 노래’가 유튜브를 통해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그를 “노래 수화 통역의 마이클 잭슨”이라고 표현했다. 역시 진정한 마음을 담은 행동은 어떤 말보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최광숙(논설위원)-20150319목] 뉴욕 특목고

미국 뉴욕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지인의 아들이 오는 9월 브롱크스과학고에 입학한다. 지금 그 중학교에서는 지인 아들의 브롱크스과학고 합격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아이들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그 학교를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에 온 지 불과 2년밖에 안 되는 아이가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했기 때문이다. 그 중학교에서 올해 브롱크스과학고에 합격한 학생은 3명뿐이다.

 

뉴욕의 브롱크스과학고는 ‘과학 분야 노벨상의 산실’로 불린다. 1938년에 문을 연 이 학교가 지금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8명에 이른다. 대학이나 연구소도 아닌 일개 고교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줄줄이 배출하자 미국 물리학협회는 이 학교를 ‘물리학의 역사적인 장소’로 선정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과학 분야에서 1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내지 못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성적표이다.

 

뉴욕에는 9개의 특목고가 있다. 이들 가운데 스튜이버선트고교와 브롱크스과학고, 브루클린텍이 3대 명문으로 꼽힌다. 뉴욕 맨해튼 남부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최고의 명문고인 스튜이버선트고교는 우리의 과거 경기고로 불릴 만하다. 이 학교는 공립이면서도 연간 4만여 달러(약 4500만원)의 학비가 드는 사립고교 수준의 최고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특목고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브롱크스과학고만 해도 매년 2만여명이 이 학교에 지원하지만 이 중 입학하는 이들은 5%에 불과할 정도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특목고 출신들의 대학 진학률도 높다. 스튜이버선트고교의 경우 졸업생 4명 중 1명이 하버드대 등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에 진학한다고 한다.

 

최근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뉴욕의 특목고를 ‘싹쓸이’하면서 ‘인종 다양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전체 고교 신입생 가운데 아시아계 비율은 17%에 불과하지만 예술고를 제외한 8개 특목고의 신입생 중 아시아계는 5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8개 특목고 신입생 5100여명 중 흑인은 5%, 히스패닉 7%, 백인은 28%이다.

 

그러자 뉴욕 카르멘 파리냐 교육감과 빌 더블라지오 시장은 최근 “특목고에 뉴욕 인구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선발방식의 변경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입시 제도가 바뀌면 특목고에 다니는 저소득층 아시아계 학생이 오히려 인종 역차별을 받는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민의 역사가 짧은 아시아계로서는 특목고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무리 특목고 입학 전형이 바뀐다 한들 높은 교육열과 공부를 통해 신분 상승을 하고자 하는 아시아계 학부모와 학생들의 뜨거운 열망까지 꺾지는 못할 것 같다. 미국이나 우리나 특목고가 교육계의 화두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319목] 세르반테스와 수녀원

 

스페인 마드리드의 돈키호테 동상은 의외로 평범했다. 긴 창을 들고 말에 오른 그의 곁으로 나귀를 탄 산초 판사의 모습도 보였지만 소설 속의 해학적인 면모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뒤로는 높다란 원주 위에서 이들을 내려다보는 세르반테스 조각상이 앉아 있다. 오른손엔 책을 들고 있다. 그런데 왼손은 옷으로 가려져 있다. 왜?

 

그제서야 레판토 해전이 생각났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인이나 성직자가 되기를 꿈꿨다. 스물세 살 때인 1570년 이탈리아 추기경을 따라 로마로 간 그는 군인이 됐다. 이듬해 터키 오스만제국 함대와 맞붙은 레판토 해전에 참가했다. 그 싸움에서 세 발의 총탄을 맞았다. 가슴에 맞은 두 발은 급소를 비켜갔지만 왼팔은 평생 쓸 수 없게 됐다.

 

그의 인생은 격랑 속의 난파선 같았다. 건강을 회복한 뒤에도 스페인 왕에게 보내는 추천장을 지니고 귀국하다 해적들에게 잡혀 알제리에서 5년간이나 노예생활을 해야 했다. 그가 지닌 추천장 때문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바람에 잡혀 있는 기간도 길어졌다. 네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해 더 모진 고통을 받았다.

 

어렵게 사는 가족들이 백방으로 뛰며 푼돈을 모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던 삼위일체 탁발수녀원도 애가 탔다. 결국 수녀들은 주변 상인들에게 도움을 청한 끝에 간신히 추가 금액을 마련해 그를 구해냈다. 그가 이스탄불로 강제 이송되기 직전이었다.

 

이 드라마틱한 사건 이후 그는 수녀원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벗고 나섰다. 프란치스코 수도회 재속회원으로도 가입했다. 필생의 역작인 ‘돈키호테’를 완간한 이듬해인 1616년 68세로 숨진 그는 유언에 따라 이곳에 묻혔다. 수녀원 지하에 그의 부인도 함께 묻혔다. 그러나 그의 묘지는 수녀원 확장 공사와 재건축이 이어지면서 4세기 동안 잊혔다.

 

지난해부터 유골발굴팀에 의해 그의 흔적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저께 수녀원 지하에서 부서진 왼팔뼈와 총알에 손상된 가슴뼈, 6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기록된 치아 등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숨진 지 399년, ‘돈키호테’를 완간한 지 400년 만이다.

 

궁핍을 벗기 위해 군인과 성직자의 길을 원했던 그가 전장에서 얻은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비록 죽어서라도 그를 구해준 수녀원 울타리 안에서 영원히 잠들 수 있었으니 한 가지 소원은 이룬 셈일까. 낡은 돈키호테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예견했던 오! 세르반테스여.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319목] 공정위 '전속고발권'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 검찰로 불리는 힘의 원천은 '전속고발권'이었다.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배타적 권한을 말한다. 1980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1981년 정부 조직개편으로 출범한 공정거래위원회 등 막 태동한 정부의 불공정거래 감시 임무에 실질적인 집행 권한을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기업 등 대부분 경제계를 상대로 한 사건에서 자칫 고발권이 남용될 경우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어 이를 방지하자는 명분도 있었다. 이후 3저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급팽창하는 동시에 독점·담합·경제력집중 등 공정위 업무가 크게 늘면서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갖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공정위도 이를 토대로 금융거래 계좌추적권에 더해, 공정위 직권조사 발동 요건을 법 위반 '사실'에서 '혐의'로 확대하는 등 대상 범위를 넓혀갔다.

 

하지만 공정위에 지나친 권한 집중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슷한 시기에 제기됐다. 1994년에는 공정위가 식품 가공날짜를 위반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만 부과하자 소비자단체들이 '재판청구권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이런 여파로 1996년에는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은 검찰총장에게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삽입돼 공정거래법이 개정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지난해 공정위가 조사했으나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사건이라도 중기청장·조달청장·감사원장(검찰총장 포함)이 공정위에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고발하는 의무고발요청제도 도입으로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은 새만금 방수제 공사 입찰에서의 담합 혐의로 이미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SK건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의무고발요청제도 시행 이후 검찰총장이 고발권을 행사한 첫 사례라지만 정부 기구들끼리 밥그릇 싸움이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전혀 고려치 않은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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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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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회 청문회를 거친 이병호‧이완구‧유기준‧유일호‧홍용표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통과됐습니다.
‘부적격’ 나와도 무사 통과하는데 검증이 무슨 필요냐며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는데 흠집을 내는 게 아니라 흠집투성이 아냐? 참으로 너그러운 대한민국 정부야...

2.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서울 지역에서 2억 원 이하 아파트 전세물량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급등하는 전셋값을 피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하는 가구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면 경기도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지 않겠어? 점점 갈 곳을 잃어가는 건 아닌지 몰라...

3. 소형 SUV 차들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티볼리에 이어 현대차의 신형 '투싼'이 출시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쌍용 '티볼리' 많이 팔리면 복직도 가능하다고 안 그랬나? 사람이 살아야 차도 팔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잘 아시면서...

4. 금융사기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사기 피해까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집으로 방문까지 하는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답니다. 이건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얼굴 디미는 "페이스 피싱'인 모양이네... 어르신들 특히 주의 요망!

5. 유명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러 갔는데 정작 마취 상태에서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대리 수술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피해가 잇따르자 시민단체가 집단소송에 나섰습니다.
피해가 없었다고 해도 엄청 불쾌한 일이지 않나? 보이스피싱이랑 뭐가 달라? 사기는 사기인 거지~

6. 사채 빚 1,500만 원으로 고민하다 일곱 살 난 딸을 흉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가 실패한 30대 어머니가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죽기는 무서웠나 보지? 그럼 아이는? 사랑하는 엄마 손에...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에게 그러면 안됩니다. 아이는 함부로 해도 되는 소유물이 결코 아니거든요...

7. 페이스북이 메신저 서비스에 페이스북 친구들끼리 돈을 부치고 받을 수 있는 송금 기능을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몇 달 후 미국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SNS를 통한 소액 송금이나 결재가 가능해질수록 이것 역시 사기에 유념하셔야 할 듯. 언제나 위험은 쉽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법 아니겠어요?

8.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붙잡혔던 미국 전쟁포로 출신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과거 전쟁범죄를 사과하기 전에는 의회연설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습니다.
아버지 세대의 과오를 덮으려고 하거나 미화하는 건 많이 비슷하다. 그래도 상처 입은 사람들은 속지도 잊지도 않는다는 것을 아셔야 할 텐데...

9. 프랑스 의회가 말기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잠든 채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현지 보수단체는 사실상 안락사 허용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게 어디 쉽게 결론 날 일이 아니긴 하다. 사람 목숨이니까...

10. 기준 금리가 인하되면서 시중 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1%대로 낮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이자나 수익을 한 푼이라도 더 준다는 상품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저 몰리는 뭉칫돈의 주인들은 누굴까? 푼돈이라도 있었음 좋겠다.

11. 최근 한 방송에서 인체에 유해한 '고래회충'이라고 보도한 물고기 속 기생충은 인체에 무해한 '필로메트라'라고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가 지적했습니다.
내용은 맞다고 해도 영상은 명확한 오보라는 얘기네? 징그런 회충 장면 때문에 횟집 손님이 줄었다고 울상이던데, 어찌 책임지실런지... 팩트가 중요하다는 거 몰라?

12. 미국의 한 총기 전시회에서 흑인을 그려 넣은 사격 표적지가 등장했습니다.
주최 측은 뒤늦게 표적지를 팔던 총기 상인을 쫓아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는 미국판 일베로 보이는데, 총 안 맞고 그냥 쫓겨난 걸 다행으로 알아라~

13.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케이블TV 협회장에 내정됐습니다.
협회 측은 '윤 전 수석이 기대 이상의 전문성과 열정을 지녔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요즘 청와대 출신들은 절대 패하지 않는다고 '청출불패'라고 하더니 빈말이 아닌 듯...

14. 경찰은 뺑소니 사고를 낸 뒤 종업원에게 자수를 권유한 혐의로 50대 최 모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다 하다 이제 죄까지 미루는 갑질을 하는구만~ 나쁜 놈 같으니라고...

15.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법원 직원들 다수가 '대법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판사 53명을 포함한 응답자 940명 가운데 573명(61%)이 ‘매우 부적절하다’, 158명(17%)이 ‘대체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식구들도 아니라고 하는데, 본인 생각은 어떠신지? 이 정도면 아니라고 봐야지~

16.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며 학부모들이 반발, 새 학년 시작 2주 만에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학부모들은 학생을 함부로 대하고 ‘왕따’를 조장하는 교사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학부모 요구로 담임을 바꾼 교육 당국의 대응을 놓고 교권 추락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학부모의 오해가 아니라면 담임이 아니라 교사라는 직업부터 바꿔야 하는 게 아닌지...

17. '대자보를 붙일 경우 1회에 1인당 50만 원', '농성 천막 철거하지 않으면 하루에 100만 원'
연세대가 농성 중인 청소·경비 노동자들한테 지급 요구한 가처분 신청 내용입니다.
연세대가 요즘 재정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거지한테서 뭐 뽑아 먹는다'더니...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울꼬~

18. 경기도 안산의 한 경찰서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자살기도자의 집 주소를 치킨집을 통해 파악, 꺼져 가는 한 생명을 구조했습니다.
GPS 추적이 반경 1Km나 되기 때문에 근방의 음식점을 뒤져서 찾아냈다고 하는군요. 이런 지혜로운 공무원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9.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나경원 국회외교통일위원장과 면담하며 ‘미인’이라고 언급해 외교적 결례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문맥상 별로 결례는 아닌 거 같은데, 본인한테 먼저 물어보지 그러냐, 불쾌했냐고? 그건 그렇고 류젠차오 이 양반 진짜 눈 낮다...

20. 중국 산둥성에서 신종 H7N9형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자가 확인돼 관련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지사가 어제 회동에서 서로 벽을 보고 얘기했답니다. ㅎ~
신라 왕궁이었던 경주 월성에서 초대형 건물터가 확인됐습니다.
3만 원짜리 개인정보로 신용카드를 1분 만에 위조해 쓴 중학생이 검거됐습니다.
감기약, 소화제, 진통제 등 일반의약품 가격이 약국과 지역에 따라 최대 3.5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항공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항공부문 공식파트너 협약을 맺었습니다.
정부가 AIIB에 참여키로 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온다는 비가 가물가물하더니 스치고 지나간 모양입니다.
기다리던 비는 오지 않고 바람만 불더이다.
오늘은 기다리는 것들
바라시는 것들
다 이루는 그런 굿~ 데이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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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3자 회담

■ 3자 회담과 공무원연금 개혁

■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갈등

■ 한수원 해킹 사건

■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3자 회담

 

[한국일보 사설-20150318수] 청와대 회동, 정례화 공감만으로도 반갑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오후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ㆍ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경제 살리기와 남북 관계 개선방안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 직후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만난 이래 4개월 여 만이다. 특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는 2012년 12월 대선 이래 2년 3개월 만의 첫 공식 만남이어서 회동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문 대표가 최근 다음 대선을 겨냥해 ‘경제 야당’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애써온 만큼 정부와 야당이 모처럼의 소통으로 일부 의견 접근에라도 이를 것으로 기대됐다.

 

나중에 청와대와 여야가 발표한 바를 종합하면 이런 기대가 완전히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다. 회담 모두의 냉랭한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몇 가지 인식의 공유에 성공했다.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여야 합의 시한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여야 각각의 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ㆍ경제법안에 대해서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고, 최소 전제조건도 확인됐다. 연말정산으로 연 5,500만원 이하 소득자의 세부담 증가가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거듭됐다.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기본적 공감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의제를 좁혀 정례적으로 대화를 갖자는 문 대표의 제의에 박 대통령이 공감을 표시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어제 대화는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결과 설명으로 시작됐다. 문 대표가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준비해 간 ‘소득 주도 성장론’보따리를 풀어 경제정책 대전환을 촉구, 한때 긴장감과 냉기가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발언 내용이 사전 의제 조정 과정에서 예고됐고 합의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묵묵히 들을 수 있었다. 이로써 문 대표는 과거 청와대 회동 이후 으레 뒤따랐던 당내 비판은 피하고, 유력한 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국민에게 자신의 경제감각을 보여주었다. 오랜 사회적 논의의 결과물인 경제과제의 제시가 ‘수권 야당’에 요구되는 정책대안 제시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정치적 소통 행사에서는 그만하면 충분하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감춘 속마음의 뚜렷한 이견을 들어 구체적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고 폄하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의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도 소통의 일종이다. 또한 그런 제한적 소통을 완전한 소통으로 이어가기 위해 청와대와 여야 모두 다시 한 걸음씩 물러서야 함을 일깨운 것만도 값지다. 무조건적 대결의 정치에 숨통이 트인 것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7수] 정치 복원 가능성 보여준 박근혜-문재인 회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3자 회담은 충분히 서로의 의견을 개진한 만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현안에서 구체적 합의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현 상황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한 건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통 인식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후 구슬을 꿰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여야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회담은 처음부터 팽팽한 긴장 상태였던 것 같다. 문재인 대표가 준비해 온 원고를 읽으면서 정부 경제정책을 작심한 듯 비판하자 박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고 받아 적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경제정책이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는 문 대표의 말은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듣기엔 몹시 껄끄러울 수 있지만,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건 꼭 좋은 얘기만 듣기 위한 게 아니다. 평소 청와대 참모들이나 여당 의원들에게선 듣기 어려운,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야당과 만나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이런 대화를 정례화하자는 야당 요청을 박 대통령이 선뜻 받아들인 건 평가할 만하다.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자주 만나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야 모두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합의 도출에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었던 만큼,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서로를 대하는 양쪽의 태도라고 본다. 예정된 시간보다 50분 넘게 양쪽이 많은 얘기를 나눴다니, 이것이 청와대와 여야 간에 국정운영과 정책, 입법에 관해 자주 대화를 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실 대통령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 국회의원들을 만나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야당 의원들을 자주 만나 입법 과정에서 협조를 부탁할 건 부탁하고 의견을 수렴할 건 수렴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청와대와 국회가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과 견제를 해나가는 게 시대 흐름에 맞는다.

 

여야가 청와대 회담에서 원칙적 의견 일치를 본 최저임금 인상과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에 관해선 국회를 중심으로 곧바로 깊이있는 협의를 시작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드 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청와대와 여야가 자주 만나기로 한 말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회담이 꽉 막힌 정국을 뚫고 상생의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8수] 청와대 3자 회동, 대화 정치 복원의 계기 돼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만났다. 2012년 대선에서 경쟁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2년여 만에 국정 파트너인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로서 얼굴을 마주했다. 3자 회동에서는 정치적 이슈를 배제하고 경제와 민생 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경제가 어렵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진단과 해법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소득주도 성장으로 정책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과도한 재정지출 등을 통한 인위적인 가계소득 강화 등은 국민 세부담 증가와 기업 활동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본적으로 철학과 지향 가치가 다른 경제 기조를 두고 입장이 갈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애초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한 번 만나 단번에 복잡한 경제 현안의 공통 해법을 도출해내리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다. 다만 서로 동의할 수 없더라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자리는 중요하다.

 

3자 회동 ‘합의문’이 구체적 실천이나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한 것도 이날 만남이 서로의 입장을 말하고 확인하는 자리였음을 보여준다.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은 ‘개혁의 원칙에 공감했다’는 수준으로 정리했다. 최저임금 역시 “인상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만 합의했다. 박 대통령이 집착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보건·의료를 제외하면 처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결국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첫 회동이 아무런 성과물 없이 끝났을 때 부담 때문에 억지 꿰맞추기로 합의문을 만든 모양새다.

 

이번 회동의 1차적 의미는 특정한 합의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국정 현안을 두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문 대표가 회동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대통령도 경청했다. 그것이 성과”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일 터이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국정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작은 주춧돌을 놓았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을 자주 갖기로 한 것은 주목된다. 문 대표가 “앞으로는 의제를 좁혀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재임 2년 동안 야당 지도부와 만난 게 이번을 포함해 네 번밖에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수시로 야당 대표나 여당 대표와 만나 국정 현안과 입법 등을 논의하는 것은 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이번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대화와 공존의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8수] 서로 제 얘기만 하고 만 朴대통령과 文대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로서는 18대 대선 때 여야 후보로 격돌한 지 2년 3개월 만의 공식 대좌다. 민심을 52%와 48%로 나눠 가졌던 두 사람이라는 점에서 어제 회동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 이전에 그 자체로 정파와 지역, 계층을 모두 아우르는 대화의 장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활력 잃은 경제가 국민 생활에 깊은 그늘을 드리운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두 거대 강국 사이에서 힘겨운 외줄 타기 외교를 펼쳐야 하는 지금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국민들로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나라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굳건히 하는 데 합심 협력하는 모습을 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회동은 아쉬움과 우려, 기대를 동시에 남긴 자리로 평가된다.

 

먼저 박 대통령과 문 대표 모두 경청보다 설득에 무게를 둔 점이 아쉽다. 회담 결과가 말해 주듯 두 사람은 이런저런 현안들에서 상대 얘기를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경제 현실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서부터 두 사람은 판이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침체된 내수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표현은 정중했으나 국회, 특히 야당이 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이 묻어났다. 반면 문 대표는 ‘최경환 경제팀’이 이끌고 있는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 소득 주도의 성장 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하는 등 자신의 정책 기조를 설파하는 데 힘을 쏟으면서도 대승적 차원의 국정 협력에는 뚜렷한 의지를 내보이지 못했다.

 

대북 정책이나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화 역시 엇비슷했다. 서로가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지만 각론에서는 결국 제 얘기만 하고 만 셈이 되고 말았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서로에게 독이 될 뿐임을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간 네 차례 야당 대표와 만났으나 한 차례를 빼고는 회담 이후 지지율이 떨어졌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야당 대표와 만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소통일 수는 없으며 양보와 타협을 통해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이끄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전례가 말해 준다고 하겠다. 문 대표 또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어제 회담만 해도 문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 나라 전체의 안위를 걱정하고 살피는 모습보다는 ‘대선 재수생’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등 자기 정치에 공을 들이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틀을 깨지 않고는 큰 정치를 펼치기 어렵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면 다음 술을 떠야 한다. 한 차례 회담으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신뢰를 높이고 국민들의 시름을 잠재울 수는 없다고 본다. 잦은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정치 문화를 가꿔 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 뉴스가 아니라 국정을 바른 궤도로 이끌 초당적 합의가 뉴스가 돼야 제대로 된 정치다.

 

 

■ 3자 회담과 공무연금개혁

 

[중앙일보 사설-20150318수] 박근혜·문재인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 공감, 뜻깊다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경제살리기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건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2012년 대선 때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겨뤘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예상을 깨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연말정산 개선 방안 등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차를 좁혀 ‘발표문’까지 낸 건 의미 있는 일이다.

 

  과거 몇몇 영수회담에서 보였던 힘겨루기나 지지세력을 의식한 무리한 주장과 정치적 구호는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경제를 화두로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서로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등 실용적인 대화가 오간 ‘경제 회담’이 됐다는 점은 과거와는 확 달라진 진일보한 회담이었다는 평가다. 여야 간 정쟁에 속이 타들어가던 국민에겐 ‘가뭄 끝 단비’ 같은 청량감을 줬다는 점에서도 신선한 회담이었다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발표된 사안에 대해 후속작업을 힘있게 추진하는 일이다. 1시간50분 동안 이어진 어제 회동에서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찬성하며, 정부가 정부안을 내놓고 공무원 단체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법안 처리 시한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고, 문 대표는 “합의한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천문학적인 연금 적자를 지금 막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세대가 재정파탄이란 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 야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동으로 모처럼 협력의 전기가 마련된 만큼 김 대표와 문 대표는 각각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한시바삐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합심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물론 어제 회동이 여야 모두가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일례로 김 대표는 청년 일자리 확보를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원안 통과를 주장했지만 문 대표가 보건의료부문은 빼자고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야당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어제 회동을 계기로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격의 없는 여야 간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아직 정례화에 대한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런 회동은 앞으로 경제분야뿐 아니라 외교안보, 사회개혁 등 국정 전반으로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모두 윈-윈 하는 길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청와대 3자회동… '공무원연금'만이라도 힘 모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회동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자리를 함께한 것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가 동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만난 뒤 처음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한 후 2년여 만에 만난 만큼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중동 2개국 순방을 통해 '제2 중동붐'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경제가 크게 일어나게 도와달라"며 경제 활성화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여야 대표에게 요청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총론적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대통령이 민생을 살리기 위해 노심초사했지만 정부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과 함께 각론에 대해 '할 말'을 했다. 문 대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공평한 조세체계 구축 등 4대 민생과제 해결을 제안하는 등 정부 정책과는 다소 차별화된 주문을 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 모두 기대가 컸다. 꽉 막힌 정국의 흐름을 뚫어 대내외적으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국론을 모으는 계기를 만들어달라는 여론의 압박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이날 회동을 '간담회'라는 열린 형식으로 진행해 소통 의지를 보였으며 문 대표 역시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김 대표도 사실상 여야 영수회담인 이날 회동에서 생산적 결과 도출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럼에도 이날 회동의 결과물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총론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한 관련 입법 등 구체적인 후속조치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 특히 두 사람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만이라도 힘을 모았으면 한다.

 

 

■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갈등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8수] ‘사드 갈등’, 기회주의적 태도로 풀 수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자칫하면 한-미, 한-중 관계가 다 손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며 줄타기를 하려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의 명확한 태도 표명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은 두 사안을 두고 차관보급 고위 공직자가 서울에서 공개적으로 상대를 견제하는 발언을 하는 데까지 왔다. 발언 내용도 이전보다 직설적이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16일 “중국 쪽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 달라”고 하자,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7일 ‘아직 배치되지 않은 안보체계에 대해 제3국(중국)이 강하게 언급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맞받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문제에서도 류 부장조리는 우리나라의 참여를 촉구했으나 러셀 차관보는 이 은행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등을 문제삼았다.

 

이 가운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문제에서는 미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도 가입 움직임을 보이고 미국 안에서도 가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가입을 미룰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더이상 미국의 눈치를 본다면 은행 내 발언권 저하를 비롯해 국익 침해가 예상된다. 중국이 과도하게 주도하는 지배구조 등의 문제점은 참여해서 바꿔 나가는 게 현실적이다.

 

사드 문제는 균형외교와 동북아 평화라는 원칙에 따라 빨리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한국 안보 필요성을 너무 과도하게 벗어나’ 자국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본다. 사드가 배치될 경우 한-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정부도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구축하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엠디) 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으며,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엠디의 일부분으로 간주되는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이 원칙에 어긋난다.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할 경우 기존 국방계획이 크게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 반대 뜻을 분명히 해 무익한 갈등을 종식시키기 바란다.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면 못 이기는 체 따라가겠다는 기회주의적 태도의 표현일 뿐이다. 국방부는 17일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더 급한 일은 갈등을 키울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18수] 중국 '사드 반대'에 앞서 북 비핵화 노력부터 해야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그저께 서울에서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국이 사전에 조율한 의제에 사드는 없었다. 그런데도 류 부장조리는 불쑥 사드를 거론하며 한·중 관계 훼손 가능성을 암시하고,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까지 했다. 외교적 결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새삼스런 게 아니다.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경제제재 카드까지 암시하며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고압적인 어조로 같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한 의원이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막았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추 대사는 대답 없이 ‘사드 반대’ 주장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북한의 핵 미사일 억지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사드를 자체 도입할 의사가 없고, 미국도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를 배치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설사 사드가 배치돼도 미국이 ‘X밴드 레이더’를 통해 중국군 동향을 감시할 것이란 중국의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레이더망 유효반경을 600㎞ 선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상식에 벗어난 강압외교를 펴는 배경이 우려된다. 사드 논란을 고리로 한국을 자기 편에 서도록 강요해 한·미 동맹의 근간을 약화시키려는 속셈이 읽히기 때문이다. 사드는 이런 강대국 간 패권다툼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북핵 억지 차원에서 한국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다. 따지고 보면 사드 논란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해 온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북핵이 없어지면 사드가 배치될 이유도 자연스레 사라진다. 중국은 한국의 안보주권을 침해하며 강압외교를 펼 게 아니라 북한 비핵화를 위해 진심으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정부도 중국에 우리 입장을 당당히 설명하고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눈치 보기·시간 끌기, 불안한 박근혜 외교

 

방한 중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그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며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동안 비공개로 언급하거나 공개 발언을 해도 완곡했던 것과는 다른, 강한 의사 표시다. 그러자 한국의 국방부 대변인도 “(주변국이)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중국 측을 향해 처음으로 비판적 발언을 했다. 방한 중인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제3국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유별난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조심스럽게 전개되던 한·중 간 막후 신경전이 본격 갈등 국면으로 전환될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이해가 걸린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소극적,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왔다. 러시아는 5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이 행사에 부정적인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할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미국이 싫어할까봐 미루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항일전 승리 70주년 행사에 박 대통령을 초청한 것에 대해서도 답을 못하고 있다. 그런 자세였던 정부가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했을 때는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반대하자 협의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꾸고는 미결정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주요 외교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은 묵묵부답, 유보, 미결정, 눈치 보기, 시간 끌기의 연속이었다. 이걸 외교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불리한 상황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건 행운에 기대는 외교행태이다. 그러나 행운이 항상 한국 편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시아투자은행에 이미 미국의 동맹국들이 줄줄이 가입키로 결정, 한국의 선택에 부담을 덜어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사드 문제에는 그런 행운이 없다. 사드 배치로 한·중 및 남북 갈등을 불사할 것인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사드를 거절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정부는 중견국을 자처해왔다. 중견국의 역할 공간은 미·중이 다투는 문제에 눈치만 보거나, 미국의 지침을 따르는 것으로는 확보되지 않는다. 상황을 주도하는 능동적 외교, 이게 필요하다.

 

 

■ 한수원 해킹 사건

 

[중앙일보 사설-20150318수] 북한 한수원 해킹 …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 있어야

 

지난해 말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던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은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났다는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의 17일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충격적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과 같은 주요 인프라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평화 목적으로 사용 중인 원전 시설을 해킹한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명백한 도발 행위다. 정부는 원전 시설에 대한 해킹이 북한 소행으로 최종 확인되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유엔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하는 등 국제 문제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한수원은 이번 사태를 사이버 안보 대처능력과 보안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17일 사이버 안보 역량강화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미래창조과학부·행정자치부·산업자원부·국방부 등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주요 기반시설로 관리체계가 분산돼선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민·관·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이버 안보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전담 중앙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효율 측면에서는 청와대에 이를 설치할 수도 있다. 사이버 보안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외협력 강화도 절실하다. 국제협력을 통해 사이버 위협에 대한 국제감시와 정보공유, 조기경보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사실상 북한의 사이버 관문인 중국과의 사이버 협력체계 구축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려면 인력 양성과 확보가 기본이다. 민간기업은 사이버 보안인력 확보와 교육, 시스템 확보에 충분히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사이버 보안요원을 학생 시절부터 특기생으로 양성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 군도 사이버 전문부대 확대와 함께 사이버 인력자원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 전쟁은 21세기 새로운 양상의 안보위협이자 경영 리스크라는 민·관·군의 인식 확산이 절실하다.

 

 

[경향신문 사설-20150318수] 한수원 해킹 ‘북 소행’ 드러나도 보안 실패 책임져야

 

잇단 원전 자료 유출 사태가 북한 해커조직의 소행으로 판단된다는 수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해킹 사태를 수사해온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어제 이런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e메일 공격에 사용된 악성코드가 북한 해커조직이 사용하는 것과 거의 유사하고, 인터넷 IP에서도 북한과의 연관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확인하는 실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 단계에서 북한 소행만 강조하는 수사 당국의 자세는 경계할 일이다. 북한의 소행 가능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자칫 진실을 가리고 사이버 보안 실패의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북한 소행이라 해도 한수원과 정부는 국가 기간시설의 사이버 망이 뚫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합수단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한수원과 임직원의 형편없는 보안 수준이 낱낱이 드러난다. 범인은 e메일에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컴퓨터를 감염시킨 뒤 자료를 빼내는 이른바 ‘피싱’ 수법으로 범행했다. 이를 통해 한수원 전·현직 관계자들에게서 e메일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임직원 주소록과 전화번호부 등을 끄집어냈지만 이 과정에서 누구도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보안 조치조차 취하지 않는 바람에 범행을 가능케 한 점이 뼈아프다. 한수원 관계자들은 비밀번호의 수시 변경 등 초보적인 보안 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회사 측도 다양한 사이버 보안 조치를 외면했다.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원전 업무 기관과 종사자들의 보안 의식이 이런 정도라니 한숨이 나온다.

 

원전 관련 도면 등 상당수 자료가 한수원 협력사 임직원의 e메일을 해킹하는 방식으로 유출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사이버 보안에 구멍이 뚫린 한수원 협력사에 대한 보안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12일까지 6차례에 걸쳐 90여건의 주요 자료가 유출됐음에도 “원전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범인이 자료 유출을 예고했지만 파악하지 못했고, 사후 처리 과정에서 우왕좌왕했다. 이번 합수단 수사에서도 한수원이 국가 중요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재확인된다. 원전 사이버 보안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이 업무만큼은 한수원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18수] 심상찮은 개성공단, 북한은 왜 합의를 존중 않나

 

개성공단 상황이 심상치 않다. 북측은 어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과 영업소 현지 법인장들을 대상으로 임금인상을 포함한 노동규정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주업체들이 우리정부의 만류로 참석하지 않아 무산됐다. 앞서 13일에는 우리정부가 북측에 임금 문제 등을 논의할 공동위원회 개최를 제안했지만 북측이 응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다. 남북의 잇단 엇박자와 기 싸움으로 개성공단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는 형국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오늘 개성공단을 방문해 최저임금 인상 등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항의하고 북측의 설명을 들을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북측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개성공단이 또 한 차례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2013년 봄 ‘최고존엄 모독 보도’논란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여파로 촉발된 공단 폐쇄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번 갈등은 북측이 지난해 1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에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임금 규정 등을 일방적으로 개정해 올 3월부터 적용하겠다고 통보해오면서 비롯됐다. 달라진 임금규정에 따라 최저임금은 현재의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된다. 하지만 북측 근로자 임금은 매년 8월1일 남북 합의로 결정하며, 그 상한선은 5%로 한다는 게 기존 남북 합의다. 북측 결정과 통보는 이런 합의를 깬 처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북측은 노동규정 개정이 자신들의 주권사항이라며 정식협의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 회의개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사회보험료 계산방식 변경과 그 동안 유예했던 토지사용료 징수 등에 따라 입주업체들의 추가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돼 있다. 물론 토지사용료는 10년 유예 기간이 지난 만큼 올해부터 부과가 당연하나 구체적인 액수 등은 남북 합의를 통해 합리적 수준에서 정해야 마땅하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 찾는 남북관계와 최근의 한미합동 군사훈련 등이 개성공단의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북측이 최저임금인상 문제 등을 일방적인 처리로 일관한다면 또 한번의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은 애먼 입주업체들에 큰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북측 자신들에게도 큰 손해라는 사실을 2013년 사태의 경험에 비춰 잘 알 것이다. 주변 여건이 안 좋을수록 원칙과 대화를 통한 합의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개성공단이 존폐위기로 치닫지 않고 발전해나갈 유일한 길임을 남북 당국이 공히 명심해야 한다.

 

 

[한국일보 사설-20150318수] 수치스러운 해군총장들의 잇단 방산비리 연루

 

통영함 비리와 관련해 지난달 사퇴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이 방위사업청 근무 당시 부하직원들이 통영함 장비와 관련된 서류를 위조하는 과정에서 지시, 또는 묵인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는 그 동안 “담당 팀에서 결정한 것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자신이 결재권자였으면서도 2억 원짜리 어선용 소나를 41억 원짜리 최신형인 것으로 서류를 위조한 책임을 부하들 탓으로 돌렸다. 이런 인사가 해군 수장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개탄스럽다.

 

앞서 지난달에는 정옥근 전 해군총장이 방산비리로 구속기소됐다. 대기업으로부터 아들이 설립한 요트회사를 통해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두 달 사이에 연이어 해군의 수장이 방산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것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그만큼 해군에 부패의 뿌리가 깊게 박혀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하들에게 엄한 규율을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최고 지휘관들이 장병들의 목숨과 다름없는 장비 부품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해군에선 통영함을 비롯해 소해함과 고속정 등에서 납품비리가 밝혀져 전ㆍ현직 장교 등 수십 명이 사법처리됐다. 해군은 유독 자신들에 비리가 집중돼있는 사실을 엄중히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수뇌부부터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은 지금까지 23명을 재판에 넘겼다. 적발한 비리규모만도 1,981억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거물급 무기중개상인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사 성과가 당초 예상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의혹이 제기됐던 사업들인데다 감사원 감사로 비리가 드러난 것도 적지 않다. 새로운 비리를 파헤쳤다기 보다 이미 알려진 사건을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방산비리 수사가 해군과 공군에 집중되는데 석연치 않아하는 시각도 있다. 전체 국방예산의 절반 이상, 방위력 개선사업의 40%를 쓰는 육군이 합수단 수사에서 적발된 것은 단 한 건에 한 명뿐이다. 무기도입 형태에서 육군이 대외군사판매(FMS)나 국내 개발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K-2 전차 국산 파워팩과 K-11 복합소총, K-21 장갑차 등은 매년 국감 때마다 등장하는 비리의혹의 단골 메뉴다. 합수단은 추호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역량을 총동원해 이번에야말로 육ㆍ해ㆍ공에 걸친 지긋지긋한 방산비리의 뿌리를 완전히 들어내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18수] 종편 특혜가 낳은 ‘팔 비틀기’ 광고 영업

종합편성채널 <엠비엔>의 광고영업을 대행하는 회사(미디어렙)가 광고영업을 위해 기자를 동원하고 방송 편성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엠비엔 광고판매대행사인 엠비엔미디어렙의 영업일지에서 이런 내용이 드러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방송의 공익성 원칙에 당연히 어긋나는 일이다. 엠비엔의 빗나간 영업 행태는 종편 전체의 행태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방송은 편성과 광고영업의 칸막이가 무너졌을 때의 폐해가 다른 매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방송 카메라를 들이대고 을러서 광고를 따려 할 때 취재원이 느낄 압박감을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방송은 공공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적 책임이 훨씬 크다. 이런 까닭에 많은 언론학자들은 애초 종편에 개별 광고영업을 허용하지 말고 공영 미디어렙 또는 1~2개 미디어렙을 여러 회사가 함께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는 종편사의 로비에 기운 탓인지 이런 의견을 듣지 않고 정반대의 특혜 입법을 했다. 종편사들은 3년간 직접 광고영업을 한 뒤, 지난해부터는 각각 별도의 미디어렙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엠비엔미디어렙 영업일지를 보면, 종편사 기자나 편성 부서가 미디어렙 영업팀과 손발을 척척 맞춘 듯한 모습이 엿보인다. 마치 종편사 내부에 광고국을 둔 듯하다. 편성과 광고영업 기능 사이에 최소한의 칸막이마저 사라진 꼴이다. 일찍이 법제화 방향을 잘못 잡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보도와 편성마저 왜곡되리라는 것을 뻔히 예상할 수 있다.

 

방통위는 방송 규제 기관으로서 엄정하게 구실을 해야 한다. 엠비엔미디어렙이 방송 제작과 편성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여, 개입이 확인되면 처벌해야 마땅하다. 이번 기회에 다른 종편 미디어렙의 광고영업 실태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근본적인 처방은 방송과 광고영업이 명확하게 분리되도록 미디어렙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우려돼왔던 ‘1사 1렙 체제’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8수] 여객기 보안 취약성 드러낸 회항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바꿔치기한 탑승권을 가진 사람을 태우고 이륙한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자칫 테러를 비롯해 범죄행위 목적을 가진 사람이 이런 식으로 민항기에 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의 하나라는 아시아나항공의 보안이 어떻게 이토록 허술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부정 탑승자의 얼굴과 여권 사진 속 얼굴을 구분하지 못한 현지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해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근본 원인은 아시아나항공의 보안의식 부재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항공 보안을 100% 완벽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철저히 대비하는 게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방심하다가는 엄청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 두 사람은 그제 홍콩 첵랍콕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다른 항공권을 구입했다. 한 사람은 오후 1시 55분(현지시각) 제주항공 편, 다른 사람은 앞서 1시 15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편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일정이 바뀌면서 비행기를 바꿔 타기로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탑승 수속 과정에서 수하물을 바꿔 실었고, 항공권과 여권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뒤 비행기에 타기 직전 교환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아시아나항공기는 그대로 출발했고, 1시간 30분이 지나 대만 북쪽에서 기수를 다시 홍콩으로 돌려야 했다고 한다. 똑같이 다른 사람의 항공권으로 탑승하려던 사람을 적발한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알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시아나항공은 저가 항공이라는 제주항공보다도 보안 의식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문제의 항공기는 당초보다 5시간 이상 늦게 다시 홍콩을 출발했다니 많은 승객들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여기에 항공사 스스로 입은 물적인 손해 등도 적지 않지만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항공사와 항공기 이용자 모두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고 본다. 먼저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다른 항공사들도 항공 보안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부정 탑승객을 철저하게 걸러낼 수 있도록 보안 의식을 높이고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항공기 이용자들도 자신의 작은 일탈이 자칫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각종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건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들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18수] 공대 인기 부활 조짐 바람직하다

 

서울대 공대 올해 신입생 중 최소 115명(14%)이 다른 대학의 의대, 치대, 한의대에도 합격했다고 한다. 서울대 공대가 지난달 오리엔테이션에서 설문조사한 것에 따르면 다른 대학 의예과에 합격한 학생은 103명, 치의예과에 합격한 학생은 9명, 한의예과에 붙은 학생은 3명이었다. 고려대 의대에 2명, 연세대 의대에 3명이 합격했다. 연세대 치의예과에 합격한 학생은 1명, 경희대 한의대에도 1명이 중복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입생 800명 중 675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설문에 응한 학생 중 17%는 요즘 이과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소위 ‘의·치·한’에 합격하고도 서울대 공대를 택한 것이다. 공대 인기가 부활하는 조짐으로도 볼 수 있어 다행스럽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고교 이과의 우수 학생들은 이공계를 선호했다. 서울대 공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유수 공대에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 공대의 위상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부터다. 기업들이 연구소에 있던 엔지니어부터 먼저 정리해고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보이는 의대, 치대, 한의대 쪽으로 인재들이 몰렸다. 의대 선호 현상은 여전하지만 2008년 이후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자리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이공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의대와 치대의 위상은 한창 인기있을 때보다는 낮아진 반면 공대 쪽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전국 4년제 이공계 대학의 취업률이 70%에 달할 정도로 취직이 잘 되는 게 영향을 미쳤다. 미국도 이공계의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 미국 대학 신입생들 중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전공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2007~2011년 동안 21.1%에서 28.2%로 7.1% 포인트 높아졌다.

 

한 나라의 경제가 튼튼하려면 제조업이 살아나야 한다. 제조업의 중심은 이공계다.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제조업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우수 이공계 인력은 지금보다 벤처 창업에 더 많이 나서야 한다. 공대를 지원한 우수 인력이 뛰어난 공학도로 거듭나려면 대학의 공학 교육 질이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대학과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모처럼 살아난 공대 선호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 우수한 인재가 여러 분야에 골고루 있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기업에 대한 국가기관의 전방위 공세가 시작됐다

 

경제민주화 법률들 무더기 발효…정부 부처들의 형벌 경쟁 본격화

 

폭주 기관차 같다. 국가가 경제적 자유를 구속하는 일이 다반사고, 과잉범죄화로 기업활동의 대부분을 범죄 목록으로 만들어간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 장부를 들춰보고 무차별 세무조사에 나설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전문성에 기초해야 할 국가 기능은 혼선을 빚고 있다. 무소불위 국회가 벽돌 찍듯 쏟아낸 소위 경제민주화 법률들은 속속 시행되고 있다. 과잉입법 금지, 비례의 원칙, 이중처벌 금지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법률들이다. 대중의 증오와 분노를 법제화한 결과, ‘네가 네 죄를 알렸다’는 식의 과잉엄벌이 난무할 판이다. 경제적 자유는 질식하고, 국가는 형벌지상주의로 가고 있다.

 

226개 지자체까지 세무조사에 나서고

 

기업들이 앞으로는 국세청뿐 아니라 전국 시·군·구로부터도 세무조사에 시달리게 됐다. 2013년 지방세기본법,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올해(작년 소득분)부터 법인이 내는 지방법인세를 징수하는 세정당국이 국세청에서 전국 226개 시·군·구로 바뀐 탓이다. 오는 5월부터 모든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에 사업장이나 지사(지점)를 둔 기업의 본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게 된다.

 

이런데도 정부는 어처구니없게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발뺌하기 바쁘다. 2013년 ‘중앙·지방 간 기능 및 재원조정방안’에 따라 과세체계를 바꾸며 지자체에 조사권도 함께 따라가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뒤늦게 “기업에 대한 지자체의 세무조사를 3년간 유예하고, 그 후에도 세무조사를 최소화하겠다”며 파장 축소에 급급하다.

 

누구보다 당혹해하는 건 기업이다. 9000억원 이상 급증한 지방법인세 폭탄도 모자라 세무조사 폭탄까지 맞을 판이다. 전국 각지에 사업장이나 지사(지점)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은 “앞으로 226개 기초 지자체들을 어떻게 상대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세청 단일기관에 제출하던 각종 재무관리 서류도 수십, 수백개 지자체에 동시에 제출해야 한다. 기업이 여기에 일일이 응대하며 세무조사까지 받는다면 아예 정상적 기업활동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각 지자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해부터 세무공무원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751명, 올해 400명 등 내년까지 총 1500여명을 충원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지자체들이 마구잡이 세무조사로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법을 엉터리로 만든 것이나, 이제 와서 유예니 최소화니 하는 것이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에 대한 국가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

 

중기청에 검찰까지…처벌 또 처벌

 

검찰이 SK건설의 담합 행위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부과 처분을 내린 기업에 대해 검찰이 미진하다며 고발을 요구해 원점에서 수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주무부처의 징계처분을 다른 정부 기관이 제동을 걸고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이중처벌, 과잉징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2009년 새만금방수제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SK건설에 과징금 22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처벌이 약하다며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바뀐 공정거래법에 따라 검찰이 고발 요청을 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무력화돼버린 것이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공정위 관할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있는 공정위가 책임지고 고발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 전속고발권이다. 이 권한이 때로는 논란도 불러일으켜 공정위는 내부기준에 따라 계량화된 지표를 두고 고발 여부를 결정해왔다. 전문가 조직의 행정위원회 판단을 검찰이 뒤엎은 것이다.

 

‘경제민주화법’으로 조달청 중소기업청 감사원도 지난해부터 고발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불공정하도급 거래를 했다며 중소기업청이 고발한 기업만 5건이나 된다. 모두 공정위의 행정처분이 내려진 사안이지만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무조건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이번에는 검찰까지 가세했다. SK건설 담합건에서 추가 혐의가 나왔다면 형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의무고발제를 발동한 것은 과잉 처벌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경쟁을 가로막는 담합은 근절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중삼중의 처벌, 경쟁적인 징계여서는 곤란하다. 자칫 일사부재리 원칙이 깨질 수도 있다.

 

국가기관들이 고발권을 남발할 소지가 많다. 고발요청권이 명문화된 법만 공정거래법 외에도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표시광고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5개나 된다. 집행을 형사처벌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치명적인 법들이다. 전속고발제를 채택해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기관들이 징계와 처벌을 경쟁하는 형벌국가로 가는 것인가.

 

기업활동을 범죄화하는 법률들 판친다

 

국가에 의한 과도한 처벌은 기업활동의 대부분을 예비 범죄 목록으로 만드는 국회의 과잉입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경제활동을 상법이 아닌 형법의 영역으로 규정해 지나친 규제와 처벌의 칼을 휘두르게 만든 것이다. 민간계약이나 행정규제 위반조차 과태료 대신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물리는 게 보통이다. 예컨대 원청기업이 하도급 사업장에 안전조치 미비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기업이 사업보고서에 개별 임원 보수를 잘못 기재해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형이다. 과태료나 시정명령으로 충분할 것을 기어이 전과자로 만든다.

 

이 같은 과잉범죄화로 인해 무려 1100만여명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전과자가 됐다. 15세 이상 인구 4명 중 1명꼴이고 행정범죄자가 70%에 이른다. 형벌조항을 포함한 법률이 2012년까지 약 700개, 벌칙조항이 5000여개였다는 게 김일중 법경제학회장의 조사였는데, 지금은 훨씬 늘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검찰청 ‘범죄분석’에선 범죄 유형이 너무 많아 134개 법률에 대해서만 범죄통계를 낼 정도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바람에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징역·벌금형 등 과잉범죄화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사회적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그동안 만들어진 10여건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이제 본격 발효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정거래법은 법이 예방하려는 8가지 규제 범주에 대해 모두 인신구속형이 강화됐다. 핵폭탄은 후폭풍이 더 무섭다.

 

물론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강화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대중의 증오와 반기업 정서를 법제화해 기업과 기업인을 잠재 범죄자로 간주해 처벌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법치가 바로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법 경시 풍조와 경제활동 위축만 초래할 뿐이다. 처벌도 적정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바이오헬스가 차기 성장동력 되기 위한 조건

 

정부가 17일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바이오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기술개발에서 수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2017년까지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내세울 만한 의약품 5개를 출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3,4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바이오 산업의 발전은 정보기술(IT) 혁명에 뒤이은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산업 전반에 대변혁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대에는 바이오 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나갈 핵심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4년에는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가 반도체·화학·자동차 등 3대 주력산업을 합친 것 이상이 될 것으로 볼 정도다. 미국과 독일·일본 등 선진국들이 1980년대부터 21세기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은 이미 1988년 생명공학경쟁조정법을 제정하고 매년 수십억달러씩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도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덕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정부 역시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1990년대 이후 수차례 이런저런 육성책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 부문을 더한 연구개발비만 보더라도 미국의 10분의1에도 못 미칠 정도로 현실은 초라하다. 지원책과 산업현장의 연계성도 떨어지다 보니 시장을 주도할 만한 제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 다행히 바이오 산업 시장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초기 단계다. 기초기술은 약해도 응용기술로 승부를 걸 수 있어 시장선점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이번 미래전략을 계기로 바이오 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할 것이다.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법률 상충 문제도 미리 살필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18수] 공정위도 모자라 검찰까지 기업 몰아치나

 

검찰이 담합행위로 적발된 SK건설에 처음으로 고발요청권을 발동해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SK건설은 이달 초 새만금방수제 건설공사에서 12개 업체와 담합한 혐의로 22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는데 이번에 검찰총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함에 따라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검찰은 특히 리니언시(자진신고자감면 제도) 혜택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도 고발요청권을 행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의 고발요청권은 1996년 공정위 전속고발제의 폐단을 막겠다며 처음 도입됐다. 여기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감사원과 중소기업청·조달청에도 고발요청권이 부여됐다. 공정위는 물론 웬만한 정부 부처마다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 들고 사방에서 감시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판에 검찰까지 가세해 경영진 조사와 벌금이라는 칼날을 휘두른다면 경영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만 해도 중동시장에서 입찰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해외 수주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담합행위는 시장경제질서 자체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사법당국의 시장개입은 그에 못지않게 신중하고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들이 최근 행정처분을 늘리는 것이나 사후 불이행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엄격한 규정을 두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무리하게 법의 잣대만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전문기관의 판단을 거쳐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행위만 처벌하도록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현행 리니언시와 충돌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담합 적발은 내부고발에 의존하기 때문에 검찰이 개입한다면 담합행위 자체를 적발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조직논리에 얽매여 무리한 기업 수사권을 발동하려 든다는 비판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칼럼-논쟁-20150318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어떻게 볼 것인가 ?

 

*논쟁의 초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행 소선거구제에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를 접목해 지역구 의원 수는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한편에선 지역주의 극복의 대안으로 환영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선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를 왜곡하는 방안이라는 등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양쪽 입장을 들어봤다.

 

고질적인 지역주의 완화책

 

2014 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현행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와 적은 지역구 간 편차가 너무 커서 1표의 가치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말까지 지역구 간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조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어차피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데 차제에 지역주의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선거제도는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의 지지를 왜곡되지 않게 의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지역주의적 정치구조를 재생산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소수정당 진출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현행 제도는 소선거구와 전국 단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혼합돼 있다. 1인 2표제로 유권자는 각각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을 대상으로 표를 던진다. 지역구 의원(246명)과 비례대표 의원(54명)은 투표 결과에 따라 의석이 배분된다. 이런 제도에서는 사표(死票)가 과다하게 발생한다. 지역구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 경우 자신의 표는 사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해도 지역주의 때문에 당선자를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지지자도 비슷한 현상을 경험한다. 비례대표를 위해 정당투표를 하지만 이는 전국 단위로 계산돼 지역과는 상관이 없다.

 

  정당 차원에서 보면 득표율과 의석률 간에 불비례성(Disproportionality)이 발생한다.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득표율보다 과도하게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는 거대 정당은 나름대로 지역에서 일정한 의석을 확보하지만 소수 정당은 그렇지 못하다.

 

  선관위가 제안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이런 문제를 고치려는 것이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인구비례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한다. 예를 들어 어느 권역에 30석이 배정된다고 치자. 그러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 대 1로 해서 지역구 20석, 비례대표 10석을 배분한다. 그러면 어느 정당이 지역주의로 인해 지역구 선거에서 대패(大敗)하더라도 일정한 정당득표율로 지역의 비례대표를 확보할 수 있다. 선관위 제도는 ‘석패율’도 도입하는데 이는 지역구 출마자가 동시에 비례대표 명부에도 이름을 올려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구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선자와 가장 적은 득표율 차이로 낙선하는 사람이 그 권역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장치를 마련하면 정당으로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자신 있게 공천할 수 있고 후보자로서는 지역구 선거에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를 받는 것이다.

 

  선관위 제안에 대해 여러 반대가 있다. 우선 인구 수로만 권역을 나눌 경우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농촌지역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농촌지역에 ‘특혜적인’ 의석수를 추가 배당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가 전문가를 의회에 진출시키는 것인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후보가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인재 등용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100명 정도에 해당되는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천에 중앙당 권력이 개입할 경우 비(非)민주적인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공천제도의 개혁 차원에서 어차피 극복돼야 하는 문제다. 비례대표 공천제도에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한다면 문제는 없다.

 

  지역구가 현행 246개에서 200개 정도로 줄어드는 것을 과연 여야 의원들이 동의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분명 이는 현실적인 장애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지 않으면 선거 개혁은 불가능하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기득권을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고선규 한국정당학회 부회장 (선거연수원 교수)

 

정국 불안정성 높일 가능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에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를 접목해 비례대표 의원은 약 2배 늘리고 지역구 의원은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은 지역구도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표를 줄여 표심을 보다 충실히 반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한다. 특히 석패율제는 아쉽게 낙선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석패율제가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 권역별 비례대표의 지역 대표성 약화 가능성, 고비용 정치구조로의 회귀 같은 문제점도 예상되는 까닭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진정한 의미의 비례대표제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점이다. 비례대표제는 직능 대표성과 정책 전문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대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등록하는 것은 지역을 대표하라는 취지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이와는 관계없이 구제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열세 지역 권역별 비례대표 앞 순번에 석패율제에 따른 후보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면, 직능별 대표와 전문성을 지닌 인물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하자는 비례대표제의 기본 취지를 위협할 수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정해 비례대표를 늘린 기준도 그 근거가 미약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확대는 중앙당의 권한을 강화하고, 군소정당 난립과 여소야대를 초래할 수 있어 정국 불안정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둘째,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지역 대표성과 지역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가 그렇다. 선관위의 의견에 따라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경우 인천·경기·강원이 같은 권역으로 묶이게 된다. 인구비례만 고려돼 지리·역사·문화적으로 동질성이 약한 지역들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게 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선관위 안 대로라면 수도권 선거구가 늘어나고 비수도권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국가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 측면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셋째, 고비용 정치구조 및 금권정치로의 회귀 가능성이다. 지구당을 부활하거나 법인·단체에 정치자금 기탁을 허용하는 방안은 특히 우려스럽다. 선관위는 2004년 폐지된 시·군·구 지구당을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고, 현 당원협의회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 정치인 사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과거 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로 비유돼 폐지된 제도다. 사무실 임차료·인건비 같은 고정비용이 드는 고비용 정치구조로 돌아갈 수 있다. 국민경선 제도는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역선택 방지와 국가 재정과 개별 후보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경유착과 불법적인 입법 로비를 막기 위해 금지했던 단체와 법인의 정치자금 기탁을 다시 허용하는 것이다.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직접 정치자금을 주는 것은 여전히 금지하고 선관위에 연간 1억원 한도로 기탁하게 한다지만, 정경유착의 고리가 되살아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관위의 제안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의된 개혁안들을 반영하고, 우리 선거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관위의 제안 취지를 잘 살려 바람직한 개편안을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적한 문제점들은 보완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선거제도 개편이 이루어지도록 면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

 

[한겨레신문 칼럼-한겨레 프리즘/김양중(김양중 의료전문기자)-20150318수] 무상, 공짜 아닌 권리

 

우리나라 복지제도 가운데 가장 대상이 광범위한 제도는 바로 건강보험이다. 3% 정도의 극빈층을 제외하고 5000만 국민이 가입돼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 가입자들 가운데 혜택을 더 많이 보는 사람은 소득이 높은 계층이다. 믿어지는가?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혜택이 커지는 민간보험이 아닌데도 말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 기준 건강보험료 대비 급여비 분석 결과를 보면 이는 쉽게 확인된다. 여기에서 급여비는 진료를 받은 뒤 병원에 내야 할 병원비 가운데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을 제외하고 건강보험에서 내는 돈을 말한다. 진료비 영수증을 살펴보면 이 급여비가 얼마인지 알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가입자를 다섯 계층으로 분류하면 상위 20%에 속하는 이들의 급여비가 가장 높다. 상위 20%가 한달 평균 약 23만8500원의 급여비 혜택을 누리는 반면 가장 소득이 낮은 하위 20%는 약 11만7000원의 혜택을 누린다.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급여비를 2배쯤 받아 가는 셈이다. 특히 직장가입자의 경우 상위 20%는 한달 평균 급여비가 약 26만9200원으로 하위 20%의 12만3000원에 견줘 2.2배나 된다.

 

일반적으로 주거지나 위생 및 영양 등이 좋지 않은 저소득층이 건강 환경이 좋은 고소득층보다 더 많이 아프다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통용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급여비가 더 낮은 것은 저소득층이 의료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내는 급여비 비율이 60% 초반으로 낮다 보니 병원에 내야 할 돈이 부담이 되는 저소득층은 아파도 병원을 덜 찾는다. 대신 병원비가 덜 부담되는 고소득층은 병원을 더 자주 찾는다. 이 때문에 중·저소득층의 치료받을 권리를 충족시키자며 건강보험의 급여비 비율을 크게 높이자는 이른바 ‘무상’ 의료를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아파도 경제적인 부담으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나라는 최소한의 인권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급여비 수치에는 저소득층의 반발을 막기 위한 반대 논리도 있다. 소득이 높은 사람이 보험료를 훨씬 많이 낸다는 것이다. 실제 상위 20%가 내는 보험료는 한달 평균 21만5000원으로 하위 20%의 2만2800원보다 9.4배나 된다. 또 하위 20%가 내는 보험료에 견줘 급여비 혜택이 5.1배로 상위 20%의 1.1배보다는 크게 높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료에 견줘 급여비 비율이 큰 저소득층에게 현재의 건강보험에 만족하라거나 혹은 보험료를 많이 내는 고소득층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물론 미국식 민간보험에 견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중·저소득층에게 훨씬 유리하다. 또 보험료를 많이 내는 사람들의 기여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보장 수준으로는 고소득층이 복지 혜택을 더 많이 누리는 기형적인 상황이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들의 행복추구권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픈 이들이 제대로 치료받은 뒤 다시 일터로 복귀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줄이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많은 주요국가들은 국민에게 기회를 평등하게 준다는 의미에서 의료와 교육을 공공정책에서 책임진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고 이어 교육에서의 복지정책인 무상급식마저 몰아내고자 한다. 이는 무상이라는 말을 ‘공짜로’ 혹은 ‘퍼주는’이라는 말로 비난하면서 기본적인 건강권을 누리는 데에도 현재의 불평등을 유지하자는 주장일 뿐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무상’이라는 말은 그 의미상 많은 오해와 불필요한 논쟁을 확대시켰다. 이제 치료·교육받을 권리 또는 먹을 권리 등으로 바꿔 부를 것을 제안한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50318수] '관심병 환자'의 우울을 아시는지

 

최근에 책을 한 권 낸 후(자기 홍보!), 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수줍은 성격이라 생각해 왔으나 실은 남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관심병’ 증세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SNS를 순례하며 어떤 평이 올라왔는지 확인한다. 좋았다는 반응에는 금세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된다. 다른 책을 칭찬하는 글에는 괜한 질투가 스멀스멀. 10점 만점에 7점을 준 한 블로거의 글을 발견한 날은 종일 우울했다. 왜 7점인데? 뭐가 맘에 안 든 거냐고!

 

  2009년 트위터가 한참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 미국 작가 미셸 카탈라노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그녀의 트위터 계정이 유명 스타 사이에 끼여 ‘친구 추천 목록’에 오르면서 순식간에 팔로어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처음엔 “이거 굉장한데!” 흥분했던 그는 팔로어들의 지나친 관심과 공격에 오래지 않아 공포를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나는 전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됐고, 자기 회의에 상처 입은 구멍 숭숭 뚫린 벌집이 됐다.” 최근 출간된 데이비드 즈와이그의 책 『인비저블』 에 등장하는 사례다.

 

  이 책은 유명해지는 것이 곧 성공이며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포장해야 한다는 ‘자기 홍보의 시대’에 던지는 경고를 담고 있다. 저자는 SNS를 통해 확산되는 허황된 인정 욕구와 질투의 감정에 주목하면서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인비저블(Invisible)’들을 소개한다. 스타 건축가가 아닌 구조공학자, 인기 밴드 멤버가 아닌 음향 테크니션, 외교관이 아닌 동시통역사 등 명성에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책에 소개된 이들의 삶은 남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데서 조용하지만 진짜 충만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터넷상에서 주목받기 위해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한다. 주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픈 증상을 꾸며내는 ‘뮌하우젠 증후군’에서 나온 말이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대학 합격 소식에 질투를 느껴 친구의 개인정보를 추적해 합격을 취소시킨 재수생도 있었다. ‘날 좀 봐 주세요’ 경쟁이 만든 그늘, 『인비저블』의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물어보라. 당신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러닝머신 위에서 뛰며 남들과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에게 도전해 영원한 보상을 얻을 것인가.”

 

 

[경향신문 칼럼-여적/이기환(논설위원)-20150318수] 올빼미

올빼미란 새가 있다. 워낙 귀해서 천연기념물(제324-1호)로 대접받고 있는 야행성 맹금류다.

 

그렇지만 고금을 통틀어 올빼미는 불인(不仁)과 악인(惡人)의 상징이었다. 어미를 잡아먹는 흉악한 새로 악명을 떨쳤으니 말이다(<시경> ‘반풍·치효’ 등). 올빼미 혐오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나라 조정은 해마다 5월5일이 되면 ‘올빼미국(梟羹)’을 끓여 백관(百官)에게 하사했다고 한다. 악조(惡鳥)인 올빼미를 먹어 깡그리 없애야 한다는 풍습이 있었던 것이다(<고금사문류취전집> 권9).

 

“1389년 우왕이 제사를 지낼 때 올빼미가 태실(太室·태조 왕건의 신주를 모신 방)에서 울었다”(<고려사절요>)는 기록도 있다. 고려가 망한다는 예시가 바로 ‘올빼미 출현’이었던 것이다. 반역죄인도 ‘올빼미’라 했다. 최치원은 881년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에서 “반란을 일으킨 황소는 올빼미 소리를 내고, 주인에게 대들며 짖어대는 자”라 욕했다(<계원필경>). 고려 태조 왕건은 928년 “임금(경애왕)을 죽인 견훤의 불인(不仁)함이 올빼미보다 심했다”고 비난했다(<고려사절요>).

 

‘올빼미’가 소인배라면, ‘봉황’은 군자를 상징했다. 한나라 문제 때 가의(賈誼·기원전 200~168)는 초나라 애국시인 굴원을 애도하면서 “난봉이 숨었고, 치효가 높이 날았다(鸞鳳伏竄兮 치梟고翔)”고 읊었다. 군자가 쫓겨나고 소인배가 득세한 초나라의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조선 중후기의 학자인 서계 박세당(1629~1703)은 노론의 영수 송시열을 ‘올빼미’라 욕했다. 송시열은 병자호란 후 삼전도비문을 쓴 백헌 이경석(1595~1671)을 비난한 적이 있었다. 박세당은 그런 송시열을 ‘봉황(군자)을 폄훼한 소인배(올빼미)’라 한 것이다. 결국 격렬한 진영 싸움 끝에 박세당과 그의 저작물(<사변록>)은 사문난적으로 몰렸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그제 ‘대북 매파냐, 비둘기파냐’는 질문에 ‘올빼미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한 모양이다. 극단보다는 균형감각을 갖겠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고금을 통틀어 온갖 흉악한 이야기를 담아온 올빼미가 아닌가. 아무리 봐도 ‘올빼미와 균형감각’은 맞지 않는 비유인 것 같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318수] 살인 고백

 

시즌 6를 달리는 미국 드라마 ‘굿와이프’는 한국에서도 인기다. ‘좋은 아내’라는 이 미드는 알리샤 플로릭이라는 여성 변호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알리샤는 시카고 쿡카운티 주검사장인 남편 피터 플로릭을 내조하며 산 미국 중산층 전업주부였다. 남편에게 성추문이 터지자 기자회견장 옆을 지키며 치욕을 견디던 알리샤는 남편이 권력형 비리 혐의로 교도소에 가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묵혔던 변호사 자격증을 사용하려 한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로펌에 취직하려는 ‘경단녀’ 알리샤에게 호락호락 문호를 개방할 로펌은 없었다. 이때 구세주가 법률대학원 동창 윌 가드너. 알리샤는 로펌 파트너 변호사인 윌의 특별한 배려로 취직했다.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플로릭 부부가 클린턴 부부가 아니냐’는 분석이나 알리샤와 윌, 피터의 불꽃 튀는 삼각관계뿐만 아니라 당대의 주요한 이슈를 법적으로 철저히 다루기 때문이다. 예로 구글이나 야후와 같은 거대 디지털 기업들이 확보한 개인정보를 정부가 요청할 때 내줄 수 있는가,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처럼 정부의 불법적이고 광범위한 통신 사찰 등을 법은 용인하는가, 성폭행 가해자를 응징하고자 해커가 확보한 성폭행 증거 동영상을 법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은 합법적인가 등이다. 흉악범이라도 최종심이 나오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거나, 의뢰인이 유죄라는 사실을 알고도 변론하면 변호사 자격증이 박탈된다든지 하는 시시콜콜한 법률 상식도 재밌다. 악당들도 약방의 감초다. 아내 살해 혐의를 받았으나 무죄 선고를 받은 재계의 거물 ‘콜린 스위니’라든지, 마약 조직을 운영하지만 ‘축구 아빠’로 부성애를 자랑하는 ‘르몬 비숍’ 같은 인물들이다. 특히 콜린 스위니는 거듭 살인 사건에 연루되지만 알리샤같이 유능한 변호사와 로펌 덕분에 혐의에서 빠져나간다. 스위니의 약혼녀가 연루된 밀실 살인 사건이 자살로 정리되는 식이다. 수백만 달러 몸값의 변호사들이 정의를 무력화시켰다.

 

뉴욕 부동산 재벌 2세인 로버트 더스트가 자신을 소재로 한 미국 케이블방송 HBO의 6부작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살인 고백’을 했단다. 2년 전 그는 화장실에서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냐고? 내가 죽였지”라고 혼잣말을 했고 마이크가 켜진 상태라 녹음됐다. 뒤늦게 해당 파일을 발견한 HBO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제보했고 자백 음성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더스트는 1982년 이래 부인과 여자 친구 등 2건의 살인 혐의와 1건의 실종 사건에 연루됐으나 증거 불충분, 정당방위 등등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유능한 변호사들 덕분이다. 이번에 스스로 살인을 고백해 만천하에 알려졌으나, 과연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지가 또 논란이란다. ‘굿와이프’의 스위니를 현실에서 보는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50318수] 험로(險路)

 

기원전 206년 항우는 유방을 파촉(지금의 중국 쓰촨성) 땅으로 내쫓았다. 파촉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군사들이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잔도(棧道)를 따라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책사 장량은 이 잔도를 태워버렸다. 항우에게 중원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음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몇 년 뒤 대장군 한신이 먼 길을 돌아 초나라를 습격했다. 유방이 결국 패권을 잡게 되는 초한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험로(險路)가 오히려 군사력을 키우는 기회가 된 것은 유방의 후손인 유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촉나라는 전혀 다른 운명을 맞는다. 제갈량까지 죽은 뒤 위나라 장군 등애가 3만명을 이끌고 음평도라는 험로를 넘어 침공해왔다. “등애는 사람이 살지 않는 땅 700여리를 행군했다. 산은 높고 골짜기는 깊어서 군량을 옮기는 일조차 버거웠다. 등애는 천을 몸에 둘둘 만 채 굴러서 산골짜기를 타고 내려갔다.”(위서 등애전)

 

아무도 넘지 못한 길로 침공한 등애 군에게 촉나라는 항복했다. 험한 길은 오르는 사람에게는 힘이 들지만 그만한 보상이 반드시 있다.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은 최초의 장군인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그랬다. 로마인 누구도 예상 못한 길로 이탈리아에 들어선 한니발 군에게 로마는 멸망의 위기에까지 몰렸다.

 

요즘에야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해서 아슬아슬한 모험과 묘기에 도전하는 게 프로스포츠로도 각광받고 있지만, 깎아지른 기암절벽에 올라선다는 것은 오금 저리는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험한 길로 유명한 스페인의 ‘왕의 오솔길(El Camino Del Rey)’이 오는 26일 다시 개방된다는 소식이다. 20명이나 추락사해서 2000년 폐쇄됐던 이 길은 명성에 비해선 그리 오래된 길이 아니다. 1905년 과달오르세강 협곡에 댐을 건설할 때 근로자들의 물자수송과 이동을 위해 100m 높이에 너비가 1m 남짓되는 7.7㎞짜리 임시도로를 만든 게 시초다. 1921년 스페인 알폰소 13세가 댐의 건설을 축하하기 위해 이 길을 건너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전율을 느끼기 위해 찾는 사람이 끊이질 않자 아예 관광지로 만든 것이다. 한나라, 촉나라의 잔도도 중국을 찾는 사람에게 인기있는 관광지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험해서 더 많이 찾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인생이라는 것이 알고보면 외롭게 걸어가야 하는 험로 투성이인데 말이다. ‘절벽 위에서 극한체험을 하면 인생의 깊이를 더 깊게 느끼게 되는가 보다’라고 짐작해 볼 뿐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한기석(논설위원)-20150318수] '대포'와의 전쟁

 

대포는 포탄을 멀리 내쏘는 무기다. 허풍이나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이 용어가 뜻의 가지를 치더니 대포통장 등에서 쓸 때는 사기로까지 확대됐다. 피싱 사기가 급증하면서 요즘 이 '대포'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사기와 관련돼 있어서 그런지 역시 전장은 금융권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부터 계좌 이체 후 30분 이내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출금을 막기로 했다. 피싱 범죄자가 고객에게 사기를 친 후 30분 내에 대포통장에서 돈을 빼가는 경우가 70% 이상이기 때문이다. 대포통장이 가장 많았던 농협은 지난해 통장 개설 때 금융거래목적을 확인하도록 하는 등 '대포통장과의 전쟁 전담팀'을 운용해 대포통장 점유비율을 지난해 3월 20%에서 지난달 2%대로 획기적으로 낮췄다.

 

캐피털회사의 신차론(loan)을 주공략대상으로 한 대포차 사기도 많다. 사기꾼이 급전 수요자에게 신차론으로 구입한 차량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뒤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 차량을 빼앗아 유령회사 명의로 넘기는 식이다. 대포차 역시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전직 검찰 수사관까지 고용해가며 이들과의 전쟁에 나서 대포차 범죄자를 적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포통장에서 시작한 대포는 대포차·대포폰으로 종류를 넓히더니 최근에는 레저보트와 제트스키 등에도 붙어 다닐 정도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대포통장 수만 해도 2012년 3만3,496개에서 지난해 4만4,705개로 급증 추세다. 민간기업과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종 대포가 늘기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포통장 같은 명의도용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계좌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분명 범죄지만 처벌은 대부분 무죄판결이나 기껏해야 벌금형에 그친다. 소위 '대포'를 근절하는 방법은 없을까. 당장 대포통장의 경우 일본처럼 지문인식시스템을 도입해 본인만이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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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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