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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세월호법 시행령

■ AIIB에서 외면당한 北, 북중 관계 회복 필요

■ 공무원연금 개혁

■ 차라리 노는 정부가 낫다는 한국무역협회장의 쓴소리

■ 눈총 받는 고령세대, 장수 재앙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세월호법 시행령

 

[한국일보 사설-20150401수] 책임 당사자에 진상 규명 맡긴 세월호법 시행령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는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이 한 명도 없다. 17명 위원 중 10명은 국회가, 나머지는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 희생자가족대표회의가 지명한 이들로 구성돼있다. 취지는 자명하다. 정부측 인사가 포함되거나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면 특위의 독립성과 조사의 객관성이 훼손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월호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사가 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책임당국자는 배제돼야 한다는 게 특별법의 정신이다.

 

그러나 정부가 27일 입법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특위 조직을 축소하고 정원을 대폭 줄인 것부터가 특위 무력화 시도라는 비판의 소지가 크다. 더욱 납득하기 힘든 것은 특위 업무의 주도권을 공무원이 쥐게 된다는 점이다. 입법예고안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신설하기로 한 기획조정실이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가진 핵심권한을 나눠 갖게 돼있다.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맡는다. 진상규명 업무를 총괄하는 조사1과장 역시 법무부 파견 공무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에게 특별위원회 기능을 사실상 맡기는 셈이다. 이럴 거면 공무원 조직이 직접 조사할 것이지 뭐 하러 세금 들여가며 특위를 구성했는가 싶다.

 

입법예고안에는 진상규명 범위를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라고 명시했다. 정부조사 결과만을 토대로 원인규명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의도라면 정부가 조사하지 않은 내용은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특별법은 제1조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참사의 발생 원인, 수습과정, 후속 조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의 진상을 밝히도록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안은 모법인 세월호 특별법에 담긴 법의 취지는 물론 기본적인 내용과도 다른 위법성을 띠고 있다.

 

정부는 시행령안 마련에 앞서 특위의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 특위에 대한 존중과 협력보다는 훼방으로 일관해 온 그 동안의 정부와 여당의 태도로 볼 때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문제는 관제조직을 통해 정부가 원하는 조사결과를 내놓은들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두고두고 후유증만 남길 뿐이다. 정부는 당장 입법예고안을 철회하고 특위와 협의해 제대로 된 시행령안을 내놓아야 한다. 새누리당도 “정부에 건의할 게 있으면 하겠다”는 식의 애매한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딛고 우리사회가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서는 특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사설

 

[경향신문 사설-20150401수] 세월호 1주기에 ‘관제 대회’ 열겠다는 정부

 

다시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가오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해결된 것도 없다. 한국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부패, 비리, 자본의 탐욕, 정부의 무능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침몰시킨 것이 세월호다. 세월호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 이러한 구조적 적폐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대개조’를 외쳤고, 여야 정치권과 국민 모두 나라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월호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다시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며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하던 유가족과 시민들은 경찰 벽에 가로막혔다. 특별법안이 지난해 11월 통과됐으나 특별조사위원회는 반년이 되도록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특위 활동에 대한 끈질긴 방해 끝에 특위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이 가득한 시행령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 했다. 마지막 실종자 9명을 가족 품에 돌려주고,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세월호 선체 인양 문제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1주년이 되기 전에 인양계획이라도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정부는 마냥 결론을 미룬 채 뻔뻔스러운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어떻게든 세월호 특위를 무력화시키고, 세월호의 진실을 이대로 봉인하고 가자는 속셈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행태다.

 

급기야 정부는 세월호 1주기인 4월16일 유가족을 배제하고 따로 관련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강남 코엑스에서 ‘국민안전다짐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열리는 공식 추모제는 ‘416가족협의회’와 경기도·안산시가 공동 주최하고, 정부는 뒤로 빠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초래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추모식마저 관제 ‘체육관 행사’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이 어이없다.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고 싶다. 오죽했으면 여당 원내대표가 ‘관변 대회’를 백지화하고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를 정부가 공식 주관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을까 싶다. 왜 그토록 어이없이 생때같은 혈육이 죽어가야만 했는지, 그 진실 규명의 조그마한 단초도 열지 못한 채 ‘세월호 1주기’를 맞아야 하는 유가족의 참담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럴 순 없다.

 

 

■ AIIB에서 외면당한 北, 북중 관계 회복 필요

 

[경향신문 사설-20150401수] 한반도 평화 위해 북·중관계 회복 필요하다

 

북한과 중국 간 냉랭한 관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이 영국 인터넷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이 거부당한 것은 북한의 금융·경제 체제가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단호한 거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 역시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어제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평양에서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소식을 짤막하게 보도하는 것으로 끝냈다. 북한은 그동안 최대 우방국으로서 중국 신임 대사가 부임할 때 대대적으로 환대해왔다. 북한은 또 알렉산드르 티모닌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의 이임 때 강석주 당 비서를 만나 작별 인사했다며 상세히 소개한 반면 전임 류훙차이 중국대사 이임 때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일화들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같은 해 12월 북한 2인자였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등으로 악화된 북·중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 양국이 이런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자칫 5월9일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서 각각 참석한 두 지도자가 제3국에서 어색하게 만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8일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양쪽의 편리한 시기가 언제인지 봐야 한다”며 관심을 표명했지만, 현실적으로 러시아 전승절 이전 정상회담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북·중관계의 악화는 양측의 이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관계 악화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핵 문제에 관해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과 외부세계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조정하는 중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중국의 한반도 위기관리 능력이 약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중국이 북한에 외부세계의 통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계 악화가 북한에 이로운 것도 아니다. 북한은 중국과 소원해지는 대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다.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서라도 깊이 간여할 전략적 이익이 별로 없다고 여기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에 관한 진전된 태도로 대중관계 회복에 나서는 길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중관계 회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북·중관계의 개선은 북핵 문제 진전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401수] AIIB에서 외면당한 北 핵 포기로 활로 찾아야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어제 스위스 로잔에서 최종 타결을 목표로 종일 산고를 겪었다. 반면 북한은 이날 이른바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수할 뜻을 거듭 확인했다. 만일 미·이란 핵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북한은 핵 개발을 고집하는 지구촌의 유일무이한 ‘불량국가’로 남게 되는 꼴이다. 부디 북한 당국이 그런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핵 개발 포기라는 통 큰 결단을 하기 바란다.

 

요즈음 테헤란 증권거래소가 아연 활기를 띤다는 소식이다. 이란의 증권·금융 시장은 2000년대 들어 핵 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해외 자본의 관심권 밖이었다. 하지만 최근 핵 협상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오자 서구 투자자들과 금융 기업들이 핵 협상 타결 이후에 대비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반면 북한 쪽 사정은 어떤가. 중국 자본의 유치를 겨냥해 압록강 하구에 황금평 경제특구를 조성했지만,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핵실험 등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는 형편에 개성공단을 확장해 남한 기업 이외에 해외 기업을 불러들일 엄두라도 내겠는가. 북은 외화난 속에서 희토류 등 지하자원 수출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지만 국제 유가 하락으로 최대 수출 품목인 석탄 수출액이 급감하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북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불패의 병진 노선을 튼튼히 틀어쥐고 강성국가 건설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2년 전 북 노동당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핵 무력 강화’와 ‘경제 건설’의 병진 노선을 채택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조국 통일을 이루기 위한 유일한 출로는 군사력·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강변한 것이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옛 소련이 어디 핵탄두 수가 모자라 무너졌던가. 더군다나 6자회담을 박차고 나가 2013년 3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북한이 얻은 게 대체 뭔가. 국제적 고립과 남북 관계 경색을 자초하면서 가뜩이나 힘겨웠던 보통 주민들의 삶만 더 궁핍해지지 않았나.

 

과거 미국의 적대국이었던 쿠바가 대미 관계 개선을 결심했고, 이란마저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핵 개발 카드를 접을 낌새다. 이런 마당에 북한만 오불관언의 자세로 핵 개발을 고집할 것인가.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려 했으나 중국의 거부로 무산됐다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죽하면 과거 북한의 혈맹이었던 중국이 자신이 주도하는 AIIB 가입을 거부했겠는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등 국제 안보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기구라도 선뜻 대북 투자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핵 포기는 북한이 선택해야 할 외길이다.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로 체제를 유지하려는 건 미망일 뿐이다. 국제 제재를 불러 북한 경제만 더 피폐해지는 게 아니다. 이에 대응해 한국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이른바 ‘킬 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는 게 불가피하게 된다. 북한이 남북 구성원 모두에게 고통을 안기는 오판에서 헤어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로를 찾을 때다.

 

 

■ 공무원연금 개혁

 

[중앙일보 사설-20150401수] 김무성·문재인 공무원연금 개혁 끝장토론 나서라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는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몹시도 답답하고 우울하다. 국민대타협기구가 타결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석 달 만에 문을 닫으면서 국회로 공을 넘겼지만 실무기구 구성부터 난항이다. 여야가 활동 시한을 놓고 대치를 거듭하며 이틀째 시간만 낭비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급성은 되풀이할 필요조차 없다. 총선과 대선이 이어지는 내년 이후엔 개혁을 밀어붙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개혁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여야와 정부안, 전문가안 2개까지 모두 5개 안이 나와 있다. 나올 수 있는 구상은 다 나왔다고 봐야 한다. 공무원들도 ‘더 내고 덜 받는다’는 원칙 자체엔 공감하고 있다. 재정추계 모형에도 여야가 합의한 만큼 타협의 골격은 갖춰진 셈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국회 특위 마감 시한인 5월 2일 안에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데엔 야당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줄곧 개혁에 소극적 자세를 보여온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타협기구 종료 사흘 전 구체적 수치가 하나도 없는 ‘방정식 개혁안’을 내놨을 뿐이다. 최대 쟁점인 연금지급률을 놓고 야당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해 만든 전문가안조차 거부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재정 절감과 함께 공무원 노후소득 보장도 충분히 유지돼야 한다”는 문재인 대표의 발언도 발목 잡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재정을 줄이면서 공무원 소득도 충분히 보장할 마법의 카드는 없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이 끝나면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고 한 대목도 어이가 없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기존 60%에서 40%로 낮추는 개혁안을 만든 게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 친노를 대표한다는 문 대표가 노무현 정부 정책마저 뒤집으며 개혁안에 물타기를 하고 있으니 실소를 금할 길 없다. 제1야당 대표가 국민보다 공무원노조의 눈치를 살피며 그들 주장에 편승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문 대표는 요즘 ‘유능한 경제 정당’을 역설하고 있다. 그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문 대표 앞에 놓인 첫 시험대다. 국가 경제를 위해선 자신의 지지기반을 설득하고, 부득이하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4·29 재·보선을 앞두고 공무원표 계산에만 온통 정신이 쏠린 듯하다. 국가 대계를 위한 개혁을 정치공학으로 접근하면서 어떻게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것인가.

 

  새누리당도 남 탓만 하며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렵더라도 야당과 공무원노조를 설득해 개혁의 근본 취지를 살린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야당의 물타기와 공무원노조의 버티기 탓에 재정 절감이나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같은 핵심 전제가 상당 부분 약화됐다. 게다가 공무원의 기대수명이 일반 국민보다 긴 데도 공무원 생명표 대신 국민 생명표를 기준으로 정해 재정적자가 덜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꼼수도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우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1일 “협상이 계속 결렬되면 내가 직접 나설 수 있다”고 말한 데 주목한다. 김 대표와 문재인 대표가 마주 앉아 끝장토론이라도 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정부는 공무원 연금·노동 개혁 의지 있기나 한가

 

정부 여당이 그토록 강조해왔던 노동개혁 3월 말 합의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어제까지 막판 협상을 이어갔지만 핵심 사안에서 예상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이렇게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오히려 노조단체들의 4월 총파업 으름장만이 확성기에 울려퍼진다. 개혁 성과에 실낱 같은 희망을 가져왔던 실업자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약자들은 이번에도 텅빈 가슴만 쓸어내려야 하는 심정이다. 참담하기 그지없다.

 

애초 노사정위원회가 끼어들어 기득권 노조와 합의를 시도한 것 자체가 실패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었다. 게다가 협상이 길어지면서 회의 안건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만 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이나 성과 낮은 근로자의 해고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렸다. 지루한 협상 경과는 노동 개혁을 밀고가겠다는 정부 여당의 의지에 대한 의구심만 키워왔을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였다. 여야가 국민대타협기구를 만들어 연금개혁을 논의한다고 했을 때부터 합의점 도출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합의기구는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더욱 완고하게 요구하는 통로가 될 뿐이었다. 결국 지난 28일 합의시한을 넘기고 다시 협상한다고 야단이다. 심지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실무협상단 구성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목표치를 먼저 정하고 나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확정하자”며 새로운 협상카드를 내놓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실무기구는 정부와 공무원들이 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의원들은 실무기구에서 아예 빠지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매일 100억원씩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답보 상태를 벗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제 정부가 구체안을 내놓을 때다. 토론은 합의에 도달할 의지가 있을 때 작동하는 것이다. 합의 기구가 합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구조라면 그런 기구는 폐기하는 것이 옳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여야, 공무원연금·노동 개혁 끝내고 재보선 나서라

 

공무원연금 개편을 논의하는 국민대타협기구에 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논의해온 노사정위원회도 합의도출 시한인 3월 말을 넘겼다. 우려대로 대화를 통한 합의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우리 사회는 이해·갈등 조정에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대화의 한 축에 편승해 오히려 합의도출을 방해하고 나섬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무용론까지 자초하는 상황이다.

 

노사정위는 31일 합의도출을 위한 막판 협상에 나섰으나 기간제 등 비정규직 관련 입법과 일반 해고요건 완화 등에 대해 서로의 지루한 입장차만 거듭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정 대화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노사정위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대타협기구에 이어 노사정위 합의까지 불발되면서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도출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합의시한을 넘긴 공무원연금 개혁도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이 이날 아예 '선(先) 공적연금 강화 후(後)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새로운 협상 카드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을 4월 국회(회기 5월6일) 내에 처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제안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국민대타협기구 이전으로 돌려놓은 것으로 사실상 여야 합의 위반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여야 정치권은 4·29재보선에 나설 후보를 확정하는 재보선 경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사회 각 분야의 이해와 갈등 타협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것이다. 당면한 경제 살리기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미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이기도 하다. 여야 정치권은 본분을 저버리지 않는 차원에서라도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구조 개혁에 대한 합의나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재보선에 나서서는 안 된다.

 

 

■ 차라리 노는 정부가 낫다는 한국무역협회장의 쓴소리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정부는 차라리 일을 하지 말라는 김인호 회장의 고언

 

“공무원이 일을 많이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30년 넘게 경제관료로 일한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엊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무슨 일이든 시장에 맡기고 시장에서 풀리지 않는 일부 사안에만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에서 풀 수 있는 문제에까지 들어가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거의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김 회장은 “노사관계가 꼬이는 것도 이를 경제문제로 보지 않고 정치·사회적 문제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시끄러워지는 게 두려워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라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정부를 질타했다. 불합리한 결정들이 어디 노사관계뿐이겠는가. 안심전환대출 논란에서 보듯, 가계부채 문제조차 시장원리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복지문제로 풀려고 드는 것이 이 정부가 일하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일단 규제하고 보자”는 관료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확신이 들지 않고 뭔가 모호한 점이 있으면 마땅히 더 심사숙고해야 하는데도 관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상생 등의 깃발 아래 쏟아진 온갖 법률들, 아직도 소비자 원성이 자자한 ‘단통법’도 이 범주에 속한다. 검찰의 기획수사로 정상적인 기업까지 잘못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김 회장의 충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김 회장은 한국은 시장 개방만이 살 길이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로서는 점증하는 대외 배타성에 제대로 대처 못하고 시장개입에만 매달리는 정부 관료들이 못내 답답했을 것이다. 김 회장은 공정거래위원장 근무시절 ‘시장으로의 귀환’이라는 액자를 사무실에 걸어놓을 정도로 시장경제 이념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관료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시장으로의 귀환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마냥 이탈하는 것이 대세가 돼 가는 답답한 상황이다. 시장 없이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차라리 노는 정부가 낫다'는 무협 회장의 쓴소리

 

정부가 사사건건 시장에 개입해 일을 더 꼬이게 만드는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창조경제'라는 구호 아래 규제개혁과 시장 자율을 외치는 지금의 정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때문인지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30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일성이 "시장에서 풀 수 있는 문제인데 정부가 들어가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지적이었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간섭하는 정부보다 차라리 노는 정부가 낫다는 취지에서다.

 

김 회장은 "정부라는 경제주체는 원래 유능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데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무슨 일이든 시장에 맡기고 그래도 풀리지 않는 극히 일부분의 사안에만 개입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정부의 기업사정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전에 경제관료로 있을 때도 검찰 측에 '정상적 기업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지금도 똑같은 심정"이라는 것이다.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노동개혁 문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노사 문제가 꼬이게 된 근본적 이유는 노사관계를 시장원리로 접근하려 하지 않고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풀려고 한 것이다. "언제까지 노사문제가 시끄러워지는 게 두려워 반대급부로 불합리한 임금을 지급할 것이냐"는 김 회장의 호소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제 문제는 성장·고용·분배·복지 네 가지인데 이들을 해결할 길은 기업이 활성화되는 것뿐이라는 지적 역시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김 회장은 "기업에 좋은 것이 나라에도 좋고 나라에 좋은 것이 기업에도 좋은 것이 되는 조건을 성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무려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사회 원로다. 그런 김 회장이 내놓은 결론은 단순하다. 정부가 아니라 시장(市場)이라는 구조개혁의 본질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401수] 지금이 외교장관 자화자찬할 만한 상황인가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그제 재외공관장회의에서 한 개회사에는 참석자들의 가슴을 뛰게 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종속 변수가 아니고 독립변수다. 대한민국호의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들이 힘을 합쳐 나간다면 3중 파고, 6중 파고가 아니라 집채만한 쓰나미가 닥쳐와도 뚫고 나갈 수 있다”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통해 미ㆍ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결코 골칫거리(dilemma)가 아니고,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와 같은 대목들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에 이리저리 치이며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게 우리의 지정학적 외교현실이다. 이에 비춰 외교수장의 당당한 독립변수 선언은 많은 국민들의 박수와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허세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의 외교 성적표를 냉철하게 보지 못하는 자화자찬에 질타가 쏟아졌다.

 

미ㆍ중 사이에 낀 우리의 지정학적 상황은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는 윤 장관의 상황인식이 틀렸다고는 보지 않는다. 윤 장관 말대로 지금 우리에게는 패배주의적, 자기비하적 시각이 아니라 상황을 주도해가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윤 장관이 일선에서 지휘해온 현 정부의 외교가 과연 그런 인식과 전략 아래 수행돼 왔는지는 의문이다.

 

윤 장관이 고도의 외교력이 발휘된 대표적 사례로 꼽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결정부터 국민들의 평가와 동떨어져 있다. 최적의 절묘한 시점에 결정을 내림으로써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함은 물론,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지만 국민 눈에는 미중 사이 눈치보기의 극치로 비쳤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말을 다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없지 않겠으나 상식과 거리가 먼 자화자찬은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고고도미사일 방어(사드ㆍTHAAD)체계 도입을 둘러싼 정부 내 혼선과 좌고우면 양상도 이 정부의 외교안보 역량에 의문을 갖게 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AIIB가입과 사드 도입 등에 대한 각계의 우려와 문제제기를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 “고난도 외교사안, 고차방정식을 1차원이나 2차원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가장 외교관적이어야 할 외교수장의 입에서 비외교관적 거친 언사가 쏟아져 나온다는 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옳다고 최종 판단하면 분명한 중심과 균형감각을 갖고 휘둘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저리 거칠고 오불관언인 선장의 지휘 아래 한국외교가 험한 바다를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한국일보 사설-20150401수] 지하철 9호선, 부실 탁상행정 반면교사 삼아야

 

서울 지하철 9호선이 30일 2단계 연장(신논현~종합운동장역) 개통한 뒤 가장 우려했던 사고는 다행히 없었다. 출근시간(오전 7~9시)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해 시민들이 일찍 집을 나서면서 그나마 승객이 분산된 때문이다. 그러나 연장 9호선의 혼잡도는 이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나아졌다고 할 상태는 아니다. 출ㆍ퇴근 시간에는 객실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고, 여성이나 노약자들은 비명과 신음을 터뜨리기 일쑤다. 열차 몇 대를 그냥 보내고도 타지 못하는가 하면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바람에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도 않을 정도다. ‘지옥철’이란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아직까지 큰 탈은 없지만 9호선은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날 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강남 방향은 출근시간에 하루 승객의 4분의 1이 몰리는 등 혼잡도가 최고 240%에 달한다. 평소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2호선 사당~방배 구간의 혼잡도인 200%보다 높다. 혼잡도 100%는 서로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 상태로, 객실 하나에 160명이 탔을 때가 기준이다. 240%면 380명이 넘게 탄 것이어서 열차가 급정ㆍ발차할 경우 승객이 넘어져 대형 압사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 같은 비상사태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아찔하다.

 

9호선이 이렇게 된 것은 애초 승객 수요예측을 엉망으로 한데다 극심한 혼잡이 문제가 된 이후에도 서울시와 기획재정부가 전동차 증차비용을 서로 떠넘기다 시기를 놓친 때문이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전동차 차량을 다른 노선(8~10량)보다 훨씬 적은 4량으로 편성했고, 개통 이후 서울지하철 혼잡도 상위 10개 구간 중 6개가 9호선에 집중될 정도로 사정이 나빠졌는데도 증차 등 근본 대책은 외면했다. 더욱이 이번 연장구간 개통으로 하루 왕복 540회이던 운행 횟수는 480회로 도리어 줄었고, 출근시간에는 편도 36회에서 34회로 줄었다. 작년 말에야 서울시가 국비 240억 원을 지원받기로 하고, 이달 초 전동차 70량을 발주했지만, 20량은 내년 9월, 나머지 50량은 내후년 말에나 투입 가능해 최소 1년 6개월 이상은 시민들이 꼼짝없이 지옥철에서 신음할 수 밖에 없다. 무상버스 배치 같은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하철 9호선은 시작부터 부실조사, 복지부동, 책임회피 등 탁상행정이 낳은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서울시와 정부는 안이한 행정의 대가는 반드시 애꿎은 시민이 치르게 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재삼 확인한 만큼, 9호선 사례를 같은 잘못을 되풀이 않기 위한 부끄러운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01수] 취약계층엔 ‘그림의 떡’ 안심전환대출

시중은행들이 안심전환대출 2차분 신청을 받고 있다. 1차분의 인기 등을 고려할 때 2차분 한도 20조원도 쉽사리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심전환대출이 정부의 바람대로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는 데 한몫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의 일부를 함께 갚아나가는 상품이다. 그러다 보니 이자 정도나 겨우 갚을 수 있을 뿐 원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은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힘들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등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와 은행이 이자 부담(1% 안팎)을 나눠 지면서 생기는 혜택이 주로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에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중산층이나 고소득층보다는 취약계층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게다가 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은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은행권보다 작기는 하지만 위험성은 더 높다는 점에서 역시 그냥 보아넘길 수 없다. 대출자들의 신용도가 대체로 은행권보다 낮은데다 담보인정비율(LTV) 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제2금융권의 경우 금리·담보여력·취급기관 등이 너무 다양해 통일된 전환상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임 위원장은 또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 금융위 간부들에게 “안심대출 이후 모든 정책 역량을 서민금융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금융위의 움직임을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모습 등으로 미뤄 얼마나 실효성 있는 ‘서민금융지원’ 방안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가계부채 문제의 위험을 줄이면서 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대책을 짜내야 한다. 경제 논리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사회정책적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게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제어해야 한다. 담보인정비율의 축소 등을 검토해야 할 때다. 지금의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혹시라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401수]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경남도가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결국 종북몰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남도청은 30일 성명을 발표해 최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의 불순한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하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도정을 훼손하려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서를 접하면서 맨 먼저 드는 의문은 과연 홍준표 지사나 경남도청 공무원들이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세력이 걸핏하면 종북 딱지를 갖다 붙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해도 너무했다. 다른 사안도 아닌 아이들의 밥그릇 문제에 종북 딱지를 붙이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경남도 학부모들의 바람과 호소는 매우 소박하고도 간단하다. “못사는 아이, 잘사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사이좋게 학교에 다니며 건강한 밥을 먹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어떻게 종북이라는 말인가. 홍 지사의 좌충우돌식 정치 행태를 두고는 그동안에도 ‘돈키호테’라는 비아냥이 많았지만 이번 경우는 단순한 돈키호테 차원을 넘어선다.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가공할 만한 폭력이자 저질 선동 정치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종북이라고 규정한 근거는 이 운동을 벌이는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본부’의 대표에 예전의 민주노동당 간부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 따위가 고작이다. 종북이라는 굴레를 씌우려면 뭔가 그럴듯한 근거라도 찾아내야 하는데 최소한의 논리도 갖추지 못한 궁색하기 짝이 없는 억지 주장이다. 이런 수준 이하의 논리 구사력과 머리 구조를 지닌 사람들이 경남 도정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경남도는 이번 성명 발표를 통해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벌이는 단체와 개인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 홍 지사와 경남도는 이 대목에 대해 분명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홍 지사가 이런 무리수를 둔 배경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각한데다, 미국 출장 중 평일 부부동반 골프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탈출구로 종북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정말로 잘못된 무기를 선택했다. 홍 지사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1수] 악취 진동하는 '이규태 방산 비리' 끝까지 파헤쳐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어제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사업비 110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EWTS는 조종사의 생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적의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의 전자장치를 방해하는 훈련장비다. 2009년 4월 터키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1300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이 회장이 당초 5100만 달러 규모인 사업비를 9600만 달러로 부풀려 돈을 가로챘다는 것이 합수부의 설명이다. 그는 2009년에도 ‘불곰사업’을 진행하면서 46억원을 교회에 헌금하는 방식으로 빼돌려 유죄를 선고받았었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사용돼야 할 수천억원대의 세금이 이처럼 허술하게 집행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놀랍고 한심할 뿐이다. 이 회장은 빼돌린 나랏돈으로 연예기획사도 만들고, 부동산 투자도 하는 등 개인적 치부(致富)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자식뻘인 한 여성 연예인과의 카톡 대화 내용이 공개돼 연예뉴스에도 등장한 특이한 이력을 고려할 때 그에게 방위사업 중개권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이 회장에 대한 향후 수사가 개인 비리는 물론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집중돼야 할 이유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구속된 이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도봉산 기슭 야적장의 한 컨테이너에서 확보한 각종 자료는 수사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압수품에는 이 회장이 직접 관리하던 녹음테이프와 음성파일이 담긴 USB 메모리, 불곰사업 관련 비밀 장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이 회장이 어떻게 방위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이 과정에 어떤 사람들에게 로비를 벌였는지를 수사해야 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수사는 ‘공소시효’가 없어야 한다. 국방사업을 이용해 세금을 빼먹는 파렴치범들이 더 이상 기생하지 못하도록 합수단 관계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수사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20150401수] 항공 안전 위해 조종사 정신건강까지 살펴야 한다

 

지난달 24일 프랑스 남부 알프스산맥 근처에서 추락해 탑승자 150명 전원이 숨진 독일 저먼윙스 9525편의 사고 원인이 정신 관련 질환을 겪던 조종사의 의도적인 자살비행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기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새 부기장이 조종실 문을 안에서 잠그고 일을 벌였다 .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에미레이트항공·에어캐나다 등 상당수 해외 항공업계는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조종실엔 반드시 2명이 상주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한항공 등 일부 항공사가 이를 제도화해 ‘나 홀로 비행’을 막고 있다. 항공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를 모든 항공사가 실시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야 승객이 안심할 수 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조종사의 정신건강을 의학 검진 과정에서 더욱 꼼꼼하게 검사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40세 이하 조종사들의 우울증·불안·약물남용의 위험성을 이미 수차례에 걸쳐 경고해 왔다. 영국의 경우 민간여객기 조종사 중 100명 정도가 우울증 전력이 있고 42명은 약을 복용 중이라고 한다.

 

한 국에서는 비슷한 사고나 상황이 없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행여나 정신적 이상이 있는 조종사에게 승객 안전을 맡기는 일이 없도록 항공 당국은 관련 제도를 일제 점검하고, 허점을 발견하면 즉시 보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항공 분야의 특성상 승객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꼼꼼한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는 필수다. 항공에서 안전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401수] 인권위의 ‘역주행’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는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권을 보호·향상시키고 인간의 존엄·가치를 구현한다”고 했다.

 

이것이 2001년 발족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목적인 이상 지금의 인권위는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용산참사·밀양 송전탑 농성·쌍용차 사태 등과 관련한 주요 인권사안에 침묵을 지키거나 보수편향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도마에 오른 게 몇 번째인가.

 

그런 인권위가 다시 한번 ‘인권 역주행’의 결정을 내렸다. 학내 폐쇄회로(CC)TV로 교사들의 출퇴근 여부를 확인하려던 광주시교육청의 행위가 인권침해인지 조사해달라는 진정에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인권위는 ‘감사업무를 담당하는 감사관이 교사들의 초과근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CTV 확인을 요구한 조치는 정당한 업무행위’라고 했다. CCTV와 같은 영상은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등은 ‘범죄 수사’ 등 제한된 용도로만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인권위도 지난 2004년 “CCTV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결국 인권위는 이번 결정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뒤엎는 자기부정 행태를 벌인 셈이다. 더구나 진정인과 피해자 측을 빼고 피진정인(광주시교육청)과 참고인(행정실 직원)만 조사했다는 주장도 있어 조사의 객관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무엇보다 불특정 다수의 교사들을 잠재적인 비리 혐의자로 취급한 비교육적인 결정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만약 이것이 선례가 되면 앞으로 공공기관이 감사를 벌이다가 ‘정당한 업무’라면서 CCTV 열람을 요구해도 막을 근거가 없다. 인권을 지켜야 할 인권위가 도리어 인권침해에 눈감고 이른바 ‘노동감시’의 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한국 인권위에 대한 등급 심사를 세 번 연속으로 보류했다. ‘사실상의 등급하락’이라는 평이 많다. 특히 ICC는 오는 8월에 임기만료 후 거쳐야 할 신임 인권위원장의 임명 과정을 지켜보고 등급을 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지금과 같은 인권위 체제라면 내년에는 등급보류가 아니라 강등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당할 만큼 당한 국제적인 망신을 언제까지 자초할 것인가.

 

 

[서울신문 사설-20150401수]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킨 수능 개선안

 

교육 당국이 어제 확정해 발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선 방안을 보면 오는 11월 12일에 치러질 올해 수능도 지난해처럼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수능도 지난해와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한다”면서 “고교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난이도와 변별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사상 최악의 ‘물수능’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올해도 ‘쉬운 수능’이라는 기조는 이어 가겠다는 뜻이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보면 사교육을 많이 하는 영어·수학이 특히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의 확정안은 지난 17일 수능 개선안 시안을 발표했을 때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 개선 시안을 내놓으면서 “적정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을 출제하겠다”면서 “지난해 수능처럼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로 등급이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물수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던 만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뜻으로 당시 해석됐다. 하지만 어제 발표로 보면 지난해와 큰 틀에서의 난이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의 ‘말 바꾸기’로 학생과 교사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능이 어려워지면 사교육비가 늘고 이로 인해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청와대의 질책 때문에 교육 당국이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바닥인 입시 정책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졌다.

 

수능은 쉽게 낸다고 능사가 아니다. 변별력을 갖춰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지난해 수능은 대혼란을 불러왔다. 수학 B형의 만점자 비율은 4.30%, 영어 만점자 비율은 3.37%를 기록했다. 수학 B형은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을 받았다. 국가 주관 시험을 이런 식으로 출제하는 것은 직무 유기다. 누구에게나 쉬운 문제만 내면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EBS 교재를 그대로 베끼는 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그대로 두면 영어시험을 국어시험처럼 한글 해석본을 달달 외우면서 준비하는 기형적인 학습 방법만 양산할 뿐이다. 올해 수능 영어에서 EBS 교재 지문을 통째로 베껴서 출제하지 않고 변형해 내기로 한 것은 당연한 시작이다. 수능이 합리적인 평가의 잣대가 되려면 궁극적으로는 EBS 연계율 70%부터 줄여 나가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401수] 서울시 ‘반값 복비’ 왜 머뭇거리나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내리는 이른바 ‘반값 복비’가 대세를 이뤄 가고 있다. 그동안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 온 경기도와 인천시의회가 강원도에 이어 반값 복비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엉거주춤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의회까지 동참한다면 반값 복비는 움직일 수 없는 정책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반값 복비의 당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현재의 중개수수료 체계는 2000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미친 전세’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집값 또한 만만치 않은 마당에 15년 전 복비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100%에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도 수두룩하다. 날뛰는 전셋값에 턱없이 늘어난 복비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주택 소비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국토교통부 권고안에 따르면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의 집을 살 경우 수수료 상한을 종전 0.9%에서 0.5%로, 3억∼6억원 전세 계약을 할 경우에는 상한을 0.8%에서 0.4%로 낮추게 돼 있다. 이에 대해서는 ‘서민’이 아닌 부유층 혹은 특정 계층만 오히려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현 중개보수 체계가 갖춰진 2000년 서울에서 매매가 6억원 이상 주택이 2.1%, 전셋값 3억원 이상이 0.8%에 불과했지만 현재 30% 안팎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한다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중개수수료 인하가 전면적으로 이뤄져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 침체한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요컨대 반값 복비는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길 만한 괜찮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로서 부동산 중개 업계가 집단 반발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서울시의회가 반값 복비 조례 개정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이익단체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중개수수료 인하가 다수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서울시의회는 더는 조례 개정안 처리를 망설여선 안 될 것이다. 서울은 중개수수료 인하의 영향을 받는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이 밀집된 도시다. 서울시의회의 향후 행보는 반값 복지 정책을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무분별한 지방공기업 설립이 문제다

 

정부가 지방공기업 혁신방안을 내놨다. 이제부터라도 부실이 심한 곳은 신속하게 퇴출시키고 설립 기준을 엄격하게 해 신설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비대한 국가공기업의 난맥상에 가려졌던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들에 대한 일대 혁신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부실 지방공기업을 적극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은 거듭 제기돼 왔으나 법적 규정이 미비한 데다 지자체의 님트(NIMT·내 임기 중엔 불가) 현상까지 겹쳐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태백관광개발공사를 비롯해 390여개 지방공기업 중에는 소속 지자체에 재정부담만 가중시켜온 ‘좀비기업’조차 적지 않다. 구조조정 기준인 부채비율 400% 이상, 유동비율 50% 미만 등 이번에 마련된 청산기준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그런 만큼 이 기준에 못 미치는 곳은 즉각 정리해야 마땅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사를 무분별하게 신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자치부가 전담기관을 두고 공사 설립 타당성을 사전 검토한다는 것은 잘한 선택이다. 심사원칙은 명확하다. 시장성을 갖추되 민간 영역을 침해하는 공기업은 안 된다. 시장에 맡겨두면 더 잘될 사업을 공공에서 의욕만으로 성공한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 퇴직자들 뒷자리 마련이나 지방선거 논공행상 차원의 자리배분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지방공기업만도 아니다. 아예 공기업은 더 만들지 않는 게 개혁의 시작이다. 정부 주도의 개발기를 거치며 온갖 공기업이 세워졌으나 이제는 민간 영역을 잠식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새누리당이 1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100곳이 민간기업과 경합한다. 관광공사의 면세점, 교통안전공단의 차량검사,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건설관리공사의 감리업무 같은 게 그렇다. 공기업을 만들고나면 필연적으로 정치가 작동하게 된다. 그 결과는 공기업의 부실이요, 국민부담 증가다. 교도소까지 민영화하는 판이다. 시장화가 가능한 사업은 민간에 맡기고 비효율적인 공기업은 민영화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401수] KIC는 제대로 따져보고 LA다저스 투자하나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소속 LA다저스 구단 주식 19%가량을 4,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입장권 판매와 중계권 등 수익권을 일부 양도받고 최소 연 3%의 수익률을 보장받기로 하는 등 투자안전 장치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IC는 분산투자를 투자철학으로 제시한다. 주식·채권 같은 전통자산은 물론 사모주식·부동산·헤지펀드 등 다양한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 다저스 구단 투자는 백번 양보해도 수긍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국부펀드가 수익이 고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스포츠 구단에 투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KIC는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 등을 모델로 삼아 100% 정부가 출자해 만든 국부펀드로 기획재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한다. 나랏돈을 운용하는 회사인 만큼 수익률만큼이나 중시해야 할 것은 투자위험이다.

 

그런 면에서 다저스 구단 투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당장 다저스 구단은 총 선수 연봉이 메이저리그 전체 구단 중 1위인데다 스타디움 개보수 비용 등으로 지출이 많아 지난해 1,22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수년간 적자를 냈다. 게다가 KIC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어 구단 운영에 관여하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해졌다. KIC는 2008년에도 미국 메릴린치에 2조원을 투자했다가 1조원을 날렸다. 당시 메릴린치 주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실패 등으로 곤두박질치자 주가반등을 노리면서 투자위험보다 수익률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KIC도 이 바람을 타고 대형 사고를 냈던 것이다. 다저스 구단 투자가 과연 적정한지 원점에서 재고하기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눈총 받는 고령세대, 장수 재앙

 

[경향신문 칼럼-여적/신동호(논설위원)-20150401수] 장수 재앙

 

한때 중·장년층 이상의 술자리에서 애용되던 건배 구호가 ‘구구팔팔이삼사’였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간 앓다가 4일 만에 죽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일 터이다. 오래 건강하게 명대로 살다가 자녀가 임종하는 가운데 생을 마감하는 것은 동양인의 오랜 로망이기도 했다. 서경(書經) 홍범편에는 인생의 다섯 가지 복으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덕을 쌓는 것)·고종명(考終命·제 명을 다하고 죽음)을 들었다. 청나라 학자 적호(翟灝)는 ‘통속편(通俗編)’에서 좀 더 서민적인 오복으로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와 자손중다(子孫衆多·자손을 많이 남김)를 넣었다. 구구팔팔이삼사라는 일곱 자 안에 이 모든 인생의 복록이 다 들어 있는 셈이다.

 

요즘 이 건배 구호를 잘 들을 수 없다. 한때의 유행처럼 반짝했다가 시들해진 면도 있겠지만 시대적·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한 점도 있는 것 같다. 오복 중에 으뜸이던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부담인 시대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청년실업이라든가 연금개혁 문제 등이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다. 그래서 건배 구호가 2~3일 앓아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구구팔팔복상사’로 바뀌었다가 요즘은 그마저 눈치가 보여 잘 사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1970년대 <장수 만세>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렸다. 그때만 해도 경로·효친은 전 연령층이 공감하는 절대적 가치였다. 장수하는 집안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개인적 노후 준비나 국가·사회적 복지제도가 미비한 마당에 장수는 곧 재앙이라는 쪽으로 사회적 인식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심지어 초·중·고등학교 교과서까지 ‘장수 재앙’을 말하고 있다니 놀랍다. 박윤경 청주교대 교수 등이 57권의 도덕·사회·경제 교과서를 분석하니 대부분 고령화를 노인 부양 부담 증가, 경제 성장 둔화, 국가 경쟁력 약화 등 부정적 관점으로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장수 만세’가 ‘장수 재앙’이 되는 현실은 매우 곤혹스럽고 혼란스럽다. 구구팔팔이삼사는 고사하고 ‘웬만하면 90살,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농담이 뼈 있게 들리는 세상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50401수] 눈총받는 고령세대

 

'30세가 넘은 사람은 아무도 믿지 마라'. 1968년 개봉한 미국 영화 '와일드 인 더 스트리트'에서 등장하는 캐치프레이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피선거권 연령이 14세로 낮아진 미국의 십대 대통령 맥스 프로스트가 십대 중심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30세가 넘는 사람을 모두 수용소에 가두고 LSD라는 약물을 투여해 멍청이로 만들어 버린다는 내용의 영화다. 프로스트는 유권자들에게 외친다. "미국의 가장 큰 업적은 세계인들에게 늙는다는 게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장애인지 가르쳤다는 겁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상황설정이 고약하기 짝이 없다.

 

고령세대에 대한 폄훼는 역사가 유구하다. 그리스인들을 지배한 올림퍼스의 신들은 하나같이 젊은이였으며 호머의 '일리아드'에서 노인은 알맹이 없는 상투적 문구로 가득한 말을 끝도 없이 지껄여대는 존재로 묘사돼 있다.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여러 늙은이들이 이미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고 굼뜨고 무겁고 납처럼 둔하다고 표현했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증가속도가 4.1%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지만 고령층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않다. 학교에서의 교육부터가 그렇다. 고령화 현상을 다룬 초중고 교과서들의 59개 단원 중 52.5%가 부정적 관점으로 서술된 반면, 긍정적으로 다룬 단원은 13.6%뿐이라고 한다. 심지어 "연금이나 언제든 채용돼 일할 능력이 없다면 오래 사는 것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이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버젓이 실려 있을 정도다. 이런 마당에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은퇴 후 받는 연급의 소득대체율은 최하위권이라니 정말 큰 일이다.

 

로마 시대 키케로는 '노년에 관하여'라는 수필집에서 젊은이들도 날마다 죽어 나간다는 진실을 알아야 함을 일깨우면서 "장수는 복이고 젊은이는 노인의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고 권했다. 장수를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여기는 요즘 세태에 우리 모두 마음속 깊이 아로새겨야 할 경구(警句)다.

 

 

■ 그 밖의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한겨레 프리즘/허호준(사회2부 기자)-20150401수] 침묵을 강요하는 세력

 

유엔은 1948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을 공포했다. 선언문 전문에는 “인간이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반란을 일으키도록 강요받지 않으려면, 법에 의한 통치에 의하여 인권이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제주에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하루 평균 96명이 희생됐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4·3의 비극성은 숱한 인권유린과 불법으로 상징된다.

 

그해 말, 제주도의 중산간은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으로 불바다가 됐다. 당시만 해도 중산간마을이나 다름없던 제주시 연미마을에 살던 양치부(76)씨는 4·3 당시 부모를 모두 잃었다. 부친은 토벌대에 연행된 뒤 육지 형무소로 이송됐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행방불명됐다. 청각장애인이었던 모친은 당시 피난을 가다가 토벌대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총살됐다. 부인 김순혜(78)씨는 12살이던 1948년 11월 당시 군인들이 쏜 총탄의 파편을 맞았다. 김씨는 파편 제거수술을 받아 완치됐다고 생각했으나 계속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렸다. 병을 낫게 한다는 굿도 여러번 했다. 평생 통증을 달고 살았다. 1994년에야 병원에서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 속에서 폐에 박힌 파편 조각을 발견해 제거수술을 받았다. 그 뒤에도 여전히 장애를 앓고 있는 4·3후유장애인이다. 제주도의 촌로를 붙잡고 물어보면 이런 사연들이 숱하게 쏟아지는 것이 4·3이다.

억울한 죽음과 상흔을 가슴에 담고 숨죽이며 살아온 이들이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빨갱이라는 누명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며 살아왔는가.

 

그러나 이들은 어느 누구 탓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4·3의 기억을 지우려고 침묵 속에 살다 최근에야 비로소 ‘사람 사는 세상이 왔나 보다’ 하고 있다. 모든 게 ‘시국’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지, 국가의 잘잘못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또다시 침묵을 강요하는 세력들이 있다. 4·3특별법이 제정되자 4·3 당시 악명높았던 서북청년회 중앙위원장 출신 등 보수 인사들이 “4·3특별법이 헌법이 정한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을 시작으로 진상규명과 희생자 결정을 뒤집으려는 보수진영의 ‘4·3 흔들기’는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희생자 결정과 진상조사보고서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6건에 이르는 각종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희생자 재심의를 통해 이른바 ‘불량 위패’를 위패봉안소에서 철거하라고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제주4·3평화공원 내 전시물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내는 이들도 있다. “너희들은 숨죽이며 살아야 한다”며 끝까지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유족들은 2008년 60주년을 기점으로 이런 논란을 불식하고 희생자와 도민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대통령의 참석을 호소해왔다. 지금까지 8년째 대통령의 참석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올해는 도지사와 여야 도당, 유족회·경우회 등이 나서서 10차례나 박근혜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을 요청했으나 ‘희생자 재심의 논란’을 이유로 대통령은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제주도민들이 대통령의 참석을 호소하고, 유족들을 위무해 달라고 ‘읍소’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이틀 뒤면 제주도민의 10%가 희생된 제주4·3이 일어난 지 67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의 모든 관련자들을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는 게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길이라 생각해본다. 침묵의 강요를 넘어 관용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후세대에게 남겨줄 역사적 교훈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50401수]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고백하건대 가끔 맘에 들지 않는 여자 후배가 있다. 인사를 안 해서 등 사소한 태도 문제일 수도 있고, 후배인데 일을 너무 잘해 샘이 나서이기도 하고, 그냥 어리고 예뻐서일 때도 있다. 티는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나 언젠가 한 후배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선배, 저 별로 안 좋아하시죠?” 순간, 속으로는 ‘알면서 왜 묻니?’ 했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왜 그런 소릴 해. 호호”로 무마. 서로에 대한 불만을 팩트 그대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오가는 말의 ‘뉘앙스’에 진짜 마음이 있다. 여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은, 가끔 좀 이렇게 복잡하다.

 

  여자 연예인 두 명이 촬영장에서 부딪친 사건, 그 핵심에도 이런 알 듯 말 듯한 문장이 있다. 추운 바다에서 해녀 체험을 하고 나온 선배 연예인에게 후배가 말을 건다. “추워요?” “너무 추워. 너 한번 갔다 와 봐.” 후배가 “안 돼”라고 짧게 답하자 선배의 말이 거칠어진다. “넌 싫어? 남이 하는 건 괜찮고 보는 건 좋아?” “아니 아니.” “지금 너 어디서 반말하니?” 그리고 문제의 문장이 나온다.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이 말을 계기로 선배의 욕설이 시작된다.

 

  문제의 대사가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니, 여자들은 ‘후배도 잘못했네’ 하는 반응이다. 반면 남자들은 ‘그게 뭐 어쨌다고’ 한다. 흔히 여자들은 직설화법보다 간접화법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남자친구가 맘에 들지 않는 선물을 줬을 때 “별로야”라 하지 않고 “영수증 어딨어?” 하는 식. “언니 저 맘에 안 들죠”라는 말에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한 네티즌의 풀이는 이렇다. “난 너보다 나이도 어리고 잘나가. 그러니 바다에 들어가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거고. 기분 나쁘지?” 진짜 이런 마음으로 한 말인지 타인이 어찌 알겠나. 문제는 여러 여자들에게 그렇게 ‘이해된다는’ 사실이다.

 

  다툼의 내용이 어쨌건 간에 이번 사건에 쏟아지는 관심은 그야말로 지나쳐 보인다. 대화의 진짜 내용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가해자로 몰아넣어 기어코 모든 일을 그만두도록 만들었다. 욕설을 한 건 나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때로 일어날 수 있는 다툼 아닌가. 상처를 주고받은 두 사람이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면 그만이다. 사소한 사건이 과도하게 화제가 되고, 순식간에 선악을 가려 단죄해 버리는 상황을 볼 때마다 오싹하기 그지없다. 그러고 보면 둘 사이의 대화를 또 이렇게 시시콜콜 해석하는 이 글도 좀 ‘오버’인지 모르겠으나.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오일만(논설위원)-20150401수] 시진핑의 新실크로드 야망

중화 부흥을 외치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육지와 바다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하나로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을 선언했다. 2200년 전 세계 최강국 중국의 실크가 퍼져 나간 길을 통해 21세기 중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미가 짙다. 최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발표했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띠’란 의미로 한(漢) 무제가 개척한 동서 교역로인 실크로드로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횡단 축이다. 일로(一路)는 명(明) 영락제 당시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로로 해상 실크로드에 해당한다. 남중국해를 지나 말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며 지중해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축과 연결된다. 중국은 육·해상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며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확산시키는 ‘범중화경제권’을 제시한 것이다. 60여개국의 44억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구상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또는 최근 미 의회에 제출된 ‘아시아 그물망 구상’에 대한 전방위 반격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으로도 불리는 그물망 구상은 군사적으로 일본·한국·필리핀·호주와 미국이 맺은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일본·호주 등 12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축으로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중국과 숙명적 라이벌인 인도를 끌어들여 ‘전략적·경제적 파트너십’을 맺고 경제를 지원하는 것도 일종의 대중 포위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미국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중국은 이번에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달러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해 경제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키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중국의 꿈’을 실현한다는 ‘시진핑의 야망’과도 같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1000억 달러 자금과 육해상 신실크로드 펀드 400억 달러가 실탄이다. 송유관·가스관 등 인프라 및 금융 협력이 주요 목표다. “지구 최대의 돈 잔치”로 떠오르면서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나라가 동남아와 유럽 국가들이다. 돈 냄새를 맡은 영국을 필두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우방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며 중국의 손을 잡았다. 경제 활력을 잃어 가는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적 유혹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일대일로 구상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며 유럽~러시아~중국~북한~한국을 잇는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이제 눈길도 안 주는 ‘찬밥 신세’로 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발표대로 ‘코리아 실크로드’가 본궤도에 올라야 한반도 통일 기반도 구축될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401수] 산수유와 생강나무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 단편 ‘동백꽃’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웬 ‘노란 동백꽃’이며 ‘알싸한’ 냄새인가. 동백이 자라지 않는 강원 지방에서 ‘동백’ ‘동박나무’는 생강나무를 가리킨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의 올동백도 마찬가지다. 가지를 꺾으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고 부른다.

 

산기슭에 소보록하니 깔린 이 꽃무리를 산수유로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봄 초입에 노랗고 작은 꽃잎들이 촘촘하게 뭉쳐 피니 둘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도 하다. 자세히 보면 산수유꽃은 길이 1㎝쯤의 가는 꽃자루 끝에 달려 있고, 생강나무꽃은 그냥 가지에 붙어 있다. 꽃을 피운 줄기 끝도 산수유는 갈색이고 생강나무는 녹색이다.

 

몸통이나 줄기로도 구분할 수 있다. 키가 큰 산수유는 줄기가 거칠고 껍질이 벗겨진 부분도 많지만 생강나무는 작고 매끄럽다. 열매 색깔도 산수유가 빨갛고 생강나무는 까맣다. 용도 또한 산수유는 약용(과육), 생강나무는 미용(씨앗기름)으로 다르다. 산수유는 재배하지만 생강나무는 자생한다. 도시나 마을 근처에는 산수유, 산에는 생강나무가 많다.

 

산수유 열매는 술과 차, 한약재로 쓴다. 처녀가 입으로 씨를 빨아낸 과육이라야 약효가 높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강장에 좋다. 산수유 산지로는 구례 산동면과 산내면이 유명하다. 산동은 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시집 오면서 산수유 묘목을 갖고 와 심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1000년 넘은 ‘할머니 나무’(始木)가 그곳에 있다.

 

수천 그루가 한꺼번에 피우는 꽃무리는 더없이 화사하다. 꽃말이 ‘영원불변의 사랑’이어서 꽃과 열매를 연인끼리 선물하곤 한다. 박목월 시처럼 ‘산수유꽃 노랗게 흐느끼는 봄’을 지나 가을이 오면 꽃 진 자리마다 빨갛게 열매가 익는 걸 보면서 누구나 그런 사랑을 꿈꾸리라. 구례 산수유 축제는 끝났지만 올해는 개화가 늦어 아직도 꽃천지다. 이천(3~5일)과 양평(4~5일)에서도 축제가 열린다.

 

또 한편으론 강원도 산자락 어디쯤에서 ‘노란 동백꽃무리’가 알싸한 향기를 내뿜고 있을 것이다.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알로 내려간 점순이와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는 더벅머리 총각을 슬쩍 훔쳐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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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만우절이라고 112에 장난전화했다가는 공무집행방해로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쾌하고 통쾌한 재미는 즐기시되 타인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알죠?

2. 필리핀 관광을 위장해 현지 여성과 성매매를 한 남성과 브로커 등 56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입건된 이들은 30∼50대 대학교수,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대기업 사원, 자영업자 등 고소득자가 많았습니다.
그럼 저소득자가 해외 성매매를 하겠냐만은 좀 배우고 돈 있으시다고 그럼 안돼~

3. 최근 급성장하는 배달앱 서비스를 이용해 미성년자가 아무 제한 없이 술을 주문할 수 있어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그것 뿐만 아니라 댓글 평도 고객만 달 수 있다더니 다 뻥이랍니다. 소신있게 먹고 싶은 거 사 먹읍시다!!

4. 아동 성폭력범이나 연쇄살인범, 성폭력 상습범 등 흉악범이 감옥에서 나와도 최장 7년간 사회와 격리하는 법 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중 처벌이란 논란이 있을 텐데... 그냥 처벌 형량을 대폭 늘리심이 낫지 않을까?

5. 미국 국무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을 목적으로 여성을 매매한 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글쎄 그걸 누가 모르냐고~ 그 주체가 누구냐고 콕 짚어서 얘기 좀 해봐봐...

6. 경남도청이 무상급식 중단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에게 '배후에 종북세력이 있다'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아이들 밥 걱정하다 종북으로 몰린 부모들이 크게 분노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뭐 반대만 하면 종북이라고 하니 이거야 원... 인간적으로 그만 좀 해라~

7. 지난해 체불 임금은 1조 3천억 원이나 됩니다.
금융 위기였던 2009년 수준에 육박합니다. 일을 하고도 임금조차 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저소득층이라는 거지... 에휴~

8.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 폐쇄 회로 TV로 교사들의 출퇴근 여부를 확인하려 한 것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CCTV를 이용한 ‘노동 감시’의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권위원장님도 일 열심히, 똑바로 하시나 CCTV 하나 달고 다니시지 그러냐~ 어때?

9.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사이버 안보비서관실'이 신설됩니다.
북한 소행 추정 사이버 테러가 종종 발생해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및 대비 체제를 갖추는 차원이라고 합니다.
사이버로 흥한 사람이 누구더라? '사이버 안보비서관실'이라... 딱히 신뢰가 안 가는데... 나만 그래?

10. 여학생은 비만일수록 취업할 확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남학생은 취업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뻥 치시고 있네~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냥 거짓말과 빌어먹을 거짓말, 그리고 통계' -벤저민 디즈레일-

11. 체조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20분으로 늘린 학교가 있는데요, 아이들의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체육 활동이 친화성과 성실성 등 긍정적인 성격을 증진시키고 스트레스는 줄여 준답니다. 우리애들 앉혀만 놓지 마시라고요~

12. 한양대 의대 연구진이 난치성 유방암인 '삼중음성 유방암' 발생에 관여하는 암 유전자를 확인해 난치성 유방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매일 뭔가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었다고는 하는데 매년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별로 줄질 않으니 이 또한 신기하네...

13. 서울·경기 지역의 비타민D 결핍률이 높다고 합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당뇨병과 암, 심혈관 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합니다.
아마도 대도시에 사시다 보니 햇빛 볼일이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점심 시간에라도 짬짬이 해바라기 좀 하세요~

14. 한일 양국의 벚꽃 원산지 논란에 중국까지 가세해 '중국이 벚꽃의 원산지'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한·중·일 3국 간 벚꽃 원산지 논쟁은 늦봄까지 이어질 듯 보입니다.
벚꽃 하면 우리!! 사쿠라 하면 일본, 중국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벚꽃이 피고 있습니다.

15. 새누리당 군 면제율은 13.1%인 반면 새정치연합 군 면제율은 24.7%였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말과 달리 군대를 안 다녀온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만 읽으면 새누리가 훨씬 괜찮아 보이는데 말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새누리는 대부분 환자들이고 새정치는 대부분이 민주화 운동 관련자라는 거지요~ ㅎ

16. 공약 폐기 비판이 나올 때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정색하고 '무상급식은 공약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100% 무상급식으로 확대할 때'라고 의견을 밝힌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죄송하다고 그러면 될 걸~ 그걸 굳이 아니라고 하다가 망신살 뻗치면 좋아?

17. 70만 원에 육박하는 초등학생용 책가방이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가세했습니다.
교복처럼 책가방도 단체로 맞춰야 하나 보다. 이거야 원~

18. 오늘부터 음식점이나 커피숍 등에서 흡연을 하는 경우 업주는 170만 원, 손님은 10만 원씩 각각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도 안된다고 합니다.
만우절 거짓말은 아니겠지? 과태료 10만 원이라...

19. 여야가 4·29 재·보선을 겨냥해 앞다퉈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공약 발표회를 열었고, 새정치연합은 국민지갑을 지킬 10가지 약속을 내놨습니다.
오늘이 만우절이여서가 아니라 믿을 수가 있어야지~ 더 이상 속지 않으리~~

20. 헌재는 '김영란법’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민단체 세 곳이 개인 정보를 불법 도용·유출한 혐의로 LG 유플러스를 고발했습니다.
삼성그룹이 4월 13일부터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통신사의 가입비가 19년 만에 전면 폐지된다고 합니다.
행복주택 임대료가 시세의 60~80% 범위에서 계층별 차등화를 둔다고 합니다.

기분 좋은 비가 제법 촉촉히 내렸습니다.
갈증 해소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4월 첫날입니다.
즐겁고 신나는 하루, 상쾌한 첫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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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 로비 의혹

■ 안심전환대출 연장

■ TV홈쇼핑 갑질

■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 지하철 9호선 해법은?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 로비 의혹

 

[한국일보 사설-20150331화] 최대규모 KF-X 개발, 추호 비리 없는 모범사업으로

 

방 위사업청이 어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 발표했다. KAI는 고등훈련기 T-30과 경공격기 FA-50,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한 경험이 있어 개발계획과 개발능력, 비용 등을 종합한 비교평가에서 경쟁업체인 대한항공을 따돌렸다. KAI가 한국형 차기전투기(F-X)로 선정된 F-35 사업자 록히드마틴과 기술이전 및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라는 점에서도 방사청의 이번 결정에 별 의문이 따르지 않는다.

 

본 계약을 앞두고, 또 그 이후의 실제 사업추진 과정에서 KAI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한국형전투기 개발기술을 확보, 상대적 저비용으로 작전능력이 뛰어난 KF-X를 개발해 양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과 함께 철저한 감시ㆍ감독을 하는 일만 남았다. KF-X는 첫 한국형 전투기로 개발된 KF-16의 후속 기종으로 KF-16과 비슷한 기동성에 한층 성능이 개량된 레이더와 전자장비 등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2020과 2025년 각각 F-4 30 여대와 F-5 150여대가 완전히 은퇴하는 데 따른 항공전투력 공백을 KF-16과 함께 메워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25 년까지는 완전히 개발을 마치고, 2032년까지 120대를 전력화할 방침이다. 총사업비가 개발비(8조 5,000억원)와 양산 비용(9조6,000억원)을 합쳐 18조1,000억원에 이르는, 건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도입 사업이다.

 

사 업 규모가 큰 만큼 감시ㆍ감독 체계도 더욱 철저히 다듬어야 한다. 사업 규모가 엄청나다 보면 어지간한 부정ㆍ비리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최근 고구마처럼 줄줄이 드러나고 있는 해군의 방산비리에서 보듯, 비리 규모가 크건 작건 곧바로 전력(戰力) 감퇴를 부를 수 있다. 함정과 마찬가지로 고가 장비인 전투기는 작은 부품 하나, 전자시스템의 작은 오작동 하나로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 경우 국민 세금의 낭비도 문제지만, 애초에 확보하고자 했던 전력증강 미달로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없게 된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무 기중개 비리로 구속된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의 방산비리 관련 비밀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소식은 방위사업의 투명성이 어디까지 흐려질 수 있나를 일깨운다. 경기 의정부 도봉산 기슭의 컨테이너 야적장의 한 컨테이너에서 대(對)러시아 차관을 군사장비로 돌려받은 ‘불곰사업’이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 등의 방위사업 관련 서류가 1톤이나 발견됐다. 앞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이 회장 사무실에서 찾아낸 ‘비밀공간’에서 사라진 핵심 증거자료가 이리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무더기 자료를 치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면 이 회장의 혐의는 물론 다른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수사 범위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의 분발이 요구된다. 아울러 KF-X 사업은 꼭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KAI와 방사청, 공군 모두 고도의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331화] 로비 의혹 와중의 한국형 전투기 사업

 

한 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정됐다. 방위사업청은 KAI와 5월까지 기술·가격 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 뒤 6월에 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KF-X는 개발비와 양산 비용을 합해 18조원대가 투입되는 건군 이래 최대 무기 사업이다. 공군의 노후화한 F-4와 F-5 전투기를 대체하며, KF-16 전투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100여 기를 생산하게 된다. 개발은 2025년 끝나고, 전력화는 2032년 마무리된다.

 

  국산 전투기 개발의 첫발을 내디딘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해외로 수출하는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에 이어 전투기도 국내 연구개발로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1970년 자주국방론이 나온 이래 약 반세기 만이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우리 영공 수호의 견인차가 되면서 수출을 통한 항공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같은 급 전투기에서 최고 성능을 자랑해야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과제도 적잖다.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을 미국 등에서 이전받아야 한다. 전투기는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KAI 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기술이전·투자와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록히드마틴은 차기전투기 사업 절충교역 협상에서 KF-X 기술 이전을 한국 정부에 약속한 바 있다. 기술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해외 수출에도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초기부터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천문학적 개발비의 안정적 확보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투명성도 긴요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방산 비리가 불거져 나오면서 국민의 방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현재 KAI는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정·관·군 대상 상품권 로비 의혹과 환전 차익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감사 대상이라고 한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순항하려면 한 점의 비리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안심전환대출 연장

 

[한국일보 사설-20150331화] 안심대출 연장, 제외 대상 재검토 등 보완점 많다

 

안 심전환대출이 어제부터 20조원 한도로 연장판매를 시작했다. 1차분까지 포함하면 총 40조원 규모로 다음달 3일 신청이 마감된다. 여타 조건은 1차 때와 같지만 이번에는 선착순이 아니라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로 배정되는 것이 차이다. 지난 24일 출시한 1차 안심전환대출 한도 20조원이 나흘 만에 소진되자 금융당국이 한도 확대와 연장판매를 결정했다.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높은 것은 금리가 기존 대출보다 1%포인트 정도 낮은 2.6%대로 고정인데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정 부가 안심전환대출제도를 선보인 것은 변동금리가 주종인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다. 물론 이번 대책을 통해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다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올해 안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라 변동금리 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시행이전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율은 76.4%에 이른다. 그래서 정부가‘관치금융’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것만으로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안심전환대출 규모가 총 40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1,100조원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이다. 더욱이 안심전환대출은 원리금을 함께 갚아야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부채상환능력이 나은 중산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 다가 부실 위험이 가장 높은 제2금융권 대출자를 제외한 것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제2금융권의 경우 대출상품의 종류와 성격이 워낙 다양해 안심전환대출의 틀로 묶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제2금융권 부실 대출이 원인이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취약지점인 이곳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전체 금융시스템을 흔들게 되어있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는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에서 고정금리 상환방식 대출 이용을 호소하는 등 고정금리 확산을 종용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을 착실히 믿고 따라왔던 이들은 오히려 상대적 불이익을 보게 됐다.

 

이 렇듯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 구조개선책으로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따라서 제2금융권 대출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보완대책이 빠른 시일 안에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가계부채의 뇌관을 조기에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핑계로 정부가 가계대출을 부추기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 병 주고 약 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소득증가가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만 급증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경향신문 사설-20150331화] 금융위원장의 가계부채 인식이 고작 이 정도였나

안 심전환대출 2차분 접수가 어제부터 다시 시작됐다. 당초 20조원 한도로 설정된 대출이 인기를 끌며 출시 나흘 만에 마감되자 추가로 20조원을 늘려 신청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대책이 절실한 저소득층 대출자들은 이번에도 외면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뒤늦게 서민금융지원에 정책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인식의 안일함과 역량의 협소함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2 차분은 내용면에서 1차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변동금리로 이자만 갚다가 훗날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2%대 고정금리로 바꿔주고 원금과 이자를 조금씩 나눠 갚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1차 때의 선착순 판매와 달리 일괄접수를 받아 신청액이 20조원을 넘게 되면 담보 주택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대출해주도록 했다. 하지만 2금융권 대출자나 다중채무자 대책은 또 빠졌다.

 

임 위원장은 “제2금융사들이 참여에 부정적이고 금리 및 대출구조가 복잡해 동일 상품을 만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은행권이 손실에도 불구하고 안심대출에 참여한 것이 당국의 회유에 의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은행장들에게 문자를 보내 안심대출은 국가를 위한 정책이라며 이해를 구한 게 임 위원장이다. 관치의 긍정·부정적 효과를 떠나 은행은 설득이 가능하고, 2금융권은 어렵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돈스럽다. 설령 대출구조가 복잡하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 계부채 대책은 1089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당연히 차주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바탕으로 소득계층별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당국은 변동금리·이자 우선 상환 대출을 고정금리·원리금 동시 상환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혜적 접근이 일상화하면서 과열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당국은 안심대출자들의 평균소득이 4100만원이라는 점 등을 들어 서민을 위한 대책이며, 대출이 완료되면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다. 가계부채 대책의 관건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문제에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부실 위험이 높아 대책이 가장 절실한 계층은 놔둔 채 가계부채 구조가 개선됐다고 한들 누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31화] 시장경제 원칙 무시한 소위 안심대출

 

현 정부에 도대체 금융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기는 하는가. 선착순으로 이자를 깎아준다며 국민을 은행 창구에 줄 세우는 정부를 보면서 한국의 금융산업을 걱정하게 된다.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정부가 마구잡이로 개입해 시장 질서를 파괴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이자 깎아주는 선착순 대회가 열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해외 토픽감이다. 그것조차 한쪽으로는 가계부채 대책을 걱정하고, 다른 쪽에서는 가계부채를 한껏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으니 국민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한다는 것인가. 왜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는지, 금융은 과연 복지사업인지, 대출금리를 정부가 정해도 되는지, 정부가 무슨 근거로 고정대출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금리 특혜를 받는 사람을 정부가 이렇게 줄 세워도 좋은 것인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시장질서도, 자율도, 자기책임도 없는, 한낱 포퓰리즘을 가계부채 대책이라고 주장하는 당국의 배짱은 또 어디서 온 것인지 걱정스럽다. 주택금융공사의 부실은 한국은행 발권력으로 메워도 좋다는 것인지, 은행들의 손실은 누가 메워줄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관치금융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다지도 원칙을 팽개친 금융대책은 있어 본 적이 없다.

 

 

* 금융은 복지사업 아니다

 

안 심대출 의도 자체는 그럴듯하다. 가계부채 만기 상환위험을 분산하고 금리변동 위험을 완화해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비싼 이자를 싼 이자로 바꿔준다는데 환영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문제는 금융은 복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올 때 우산을 빼앗는 것이 금융의 본질이다. 또 그런 과정을 통해 금융도 국민경제도 자라난다. 그것을 부정하면 금융도 국민경제도 모르는 사람에 불과하다. 정부는 9억원 넘는 고가주택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은행에서 돈을 꾸는 것이나 금리를 정하는 것은 차입자와 은행의 자율적인 선택이다. 은행은 그 선별작업을 통해 이익을 낸다. 자율이기 때문에 그 결과도 본인의 몫이 된다.

 

선 착순 금리인하는 형평성 시비를 낳을 수밖에 없고 하나의 국민을 달리 취급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자를 지원해주는 꼴이다. 그나마의 기준이라는 것조차 선착순으로 했다가 집값이 낮은 순으로 했다가 제멋대로다. 남미 등 일부 국가에서 극히 몰상식적인 정책들이 시행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지만 대한민국의 정책 수준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 은행과 주택금융공사의 손실 문제

 

문 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총액 40조원의 안심대출이 다 소진될 경우 은행권은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 연 3.5%가량인 대출 금리를 연 2% 중반으로 낮추면 1%포인트에 가까운 예대마진 손실이 발생한다. 그렇지 않아도 저금리로 수익기반이 잠식되고 있는 은행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다. 최경환 부총리는 평소 금융기관이라는 말 대신 금융회사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금융회사도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나오는 정책은 반대다.

 

모 기지담보증권(MBS)을 발행해 은행에 대출재원을 제공하는 주택금융공사도 마찬가지다. 기존대출과 안심대출의 이자 차이만큼 자동으로 손실을 떠안게 되는데 이 역시 궁극적으로는 국민 세금이다. 재원마련을 위해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에 출자키로 했다지만 이는 한은법 위반일 가능성이 짙다. 저질의 양적 완화를 은밀히 감행하는 꼴이다. 정부가 할 일을 왜 한은이 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 가계부채는 정부가 늘려왔다

 

지 속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써 온 정부가 이제 와서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겠다며 안심대출을 들고 나온 것도 모순이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며 지난해 8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대폭 높였다. 정부의 바람(?)대로 규제완화 두 달 만에 가계부채가 11조원이나 증가하는 등 가계부채는 증가일로를 걸어 이제는 1089조원까지 늘어났다. 기준금리 인하 역시 가계대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다. 금리인하는 대출비용 자체를 줄이기도 하지만 전셋값 상승, 주택구매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런 정부가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하겠다고 나섰으니 모순이다.

 

* 떨어지는 환율, 손 놓고 있는 정부

 

금 융을 제멋대로 주무르는 정부의 ‘얼치기 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달 중순 한국은행의 금리결정 회의 직전,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금리인하 압박에 나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금리인하 당위성으로 환율상승의 필요성도 강도 높게 제기했다. 환율을 올려야 수출도 늘고 경기도 살아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정작 금리인하(3월12일) 직후 잠깐 1130원을 넘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급격히 하락, 최근엔 11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리인하에도 원화는 오히려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당초 의도와 반대로 환율이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효 율성과 자기책임성을 무시한 시장개입은 필시 부작용과 모럴해저드를 부른다. 한국 금융산업이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안심대출식의 금리개입, 대출개입은 개발금융시대 이후로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도 명확해졌다. 돈을 벌 수 없는 금융에서 세계적 금융회사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한국의 정책당국 때문이다. 전세문제 따위도 그렇지만 수년 내 심각한 금융위기가 터진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지금의 정책당국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31화] 안심대출 열흘만에 40조, 시장 왜곡 감당할 수 있겠나

 

가 계부채 위험 축소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안심전환대출'에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차분 접수 첫날인 30일 시중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문을 열기도 전에 고객이 몰려 신청 경쟁을 벌였다. 이번 접수는 '집값 낮은 순'으로 선정방식이 달라졌음에도 1차 접수 때와 마찬가지로 '선착순 선정'으로 오인한 결과 빚어진 촌극이다. 그만큼 안심대출에 흡인력이 있다는 얘기다. 금리가 연 2.6% 수준으로 기존의 변동금리 대출보다 1%포인트나 낮을 뿐 아니라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면제되는 상품이다 보니 신청이 쇄도하는 것도 당연하다.

 

정 책에 명분도 있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4~5년 뒤에는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와 대규모의 대출만기가 겹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파다한 실정이다. 112조원가량의 부실 위험성이 높은 변동금리 대출의 구조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그 '위기설'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논란도 많다. 당장 불과 열흘 만에 한꺼번에 40조원을 쏟아낸 데 대해 졸속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16개 은행이 6개월 내 40조원에 달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물량을 전량 사들여야 하다 보니 구입비용이 상당할뿐더러 MBS 발행측인 주택금융공사의 금리 위험에 대한 회피수단도 마땅치 않다. 물론 입찰 방식 대신 스와프 방식을 적용하면 비용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만 자산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아 무리 명분 있는 정책이라도 시장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안심대출은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알아서 해결책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다시금 심어줬다. 금리손실로 은행권이 떠안아야 할 금액도 수천억원이다. 입만 열면 선진금융·자율금융을 외치던 정부로서는 이율배반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하기야 부동산부양책으로 가계부채를 잔뜩 부풀린 정부가 뒤늦게 안심대출을 가계부채 대책이라고 내놓은 꼴도 앞뒤가 맞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 TV홈쇼핑 갑질

 

[중앙일보 사설-20150331화] TV 홈쇼핑 못된 '갑질' 이대로 놔둘 건가

 

공 정거래위원회가 ‘갑질’을 해 왔다며 TV 홈쇼핑 6개사에 143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가 홈쇼핑사에 과징금을 물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개사 전부에 과징금을 물렸는데, CJ오쇼핑이 46억2600만원으로 가장 많고 NS홈쇼핑이 3억90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 내용을 TV 홈쇼핑 재승인 심사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즉시 통보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별도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다음달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공문으로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밝힌 홈쇼핑의 ‘갑질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방송세트 설치비, 모델료를 납품업체에 떠넘기거나 상품 판매대금을 늦게 주고 이자를 떼먹는 일은 ‘상식’에 속했다. 방송계약서를 아예 주지 않거나 늦게 주면서 당초 계약에 없던 내용을 끼워 넣기도 했다. 말을 안 들으면 멋대로 방송시간을 변경·취소했으며 50% 이하로 제한돼 있는 판촉비용을 99%까지 떠넘기기도 했다. 심지어 다른 업체의 경영 정보나 계약 정보를 알아오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홈쇼핑의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롯데홈쇼핑은 말단부터 회사 대표까지 납품업체로부터 돈을 뜯어 검찰에 구속됐다. 2012년에도 4개 업체 상품 구매 담당자들이 뇌물을 받다 줄줄이 구속됐다. 오죽하면 공정위 관계자가 ‘6개 업체 모두 불공정거래의 종합세트’란 말을 하겠나.

 

  TV홈쇼핑의 설립 목적이 뭔가. 자체 유통·판매망을 갖지 못한 중소기업 지원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홈쇼핑업체가 중소기업에 받은 수수료는 평균 34.4%였다. 대기업(32%)보다 3%가량 높다. 설립 취지와 반대로 노는 홈쇼핑의 갑질을 더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는 롯데·현대·NS홈쇼핑 등 3사의 재승인 심사를 다음달 중순 시작한다. 이번엔 솜방망이 처벌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매번 제재 시늉이나 하다 보니 홈쇼핑의 못된 갑질이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서울신문 사설-20150331화] 상습 甲질 TV 홈쇼핑 규제 강화해야

TV 홈쇼핑 업체가 납품 업체에 대해 불공정하게 한 행위가 또 적발됐다. 홈쇼핑 업체의 갑(甲)질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홈쇼핑 6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43억 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업체는 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이다. 과징금은 CJ오쇼핑이 가장 많고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순이었다.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앞장서 중소 납품 업체에 불이익을 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 주주인 홈앤쇼핑과 수협중앙회가 지분을 가진 NS홈쇼핑도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니 업계 전체에 번진 고질병이 아닐 수 없다.

 

홈 쇼핑 업체의 불공정 행위는 ‘갑질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릴 정도라고 하니 납품 업체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납품 업체는 대부분 자체적으로는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인 만큼 홈쇼핑 업체의 턱없는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홈쇼핑 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새로운 것도 아니어서 그동안 대책도 적지 않게 나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번에 적발된 홈쇼핑 업체는 대부분 납품 업자에게 방송 계약서를 주지 않거나 뒤늦게 줬다고 한다. 계약에 없는 불리한 조건을 납품 업체에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적 장치 자체를 근본적으로 무력화하는 ‘슈퍼 갑질’을 일삼은 것이다.

 

TV 홈쇼핑 업체가 남품 업체로부터 챙긴 수수료율은 2013년 평균이 34.4%이다. 백화점이 입점 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이 28.3%니 높아도 보통 높은 게 아니다. 그런데 기본 수수료를 뺨치는 갖가지 비용이 추가되니 납품 업체는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이번에도 CJ, 롯데, 현대, 홈앤은 판매 촉진 비용의 절반 이상을 납품 업체에 떠넘겼다. 특히 롯데, GS는 판매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이유로 아예 수수료율을 높였다. 납품 업체가 더 손해를 보거나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할 수밖에 없다.

 

정 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매출액과 비교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에 불과한 과징금으로는 정상화가 어렵다. 결국 시장질서를 되찾으려면 정부가 갖고 있는 사업승인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5월 롯데와 현대에 이어 6월에는 NS, 내년 3월에는 홈앤, 내후년 3월에는 GS와 CJ의 재승인 여부를 심사한다. 이참에 불공정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업체는 모두 정리한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도 없을 것이다.

 

 

■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경향신문 사설-20150331화] 정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다시 만들라

여 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는 것은 ‘자력구제 금지’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이 직접 수사·기소하겠다고 한 게 아님에도 여권은 시종일관 이 논리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는 수사·기소권 없이 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는 지금 국무총리가 되었다. 이 총리에게 묻고 싶다. 지난 주말 해양수산부에서 입법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을 살펴보았는가.

 

정 부 입법예고안은 세월호특위 사무처 조직을 축소하고 정원도 특위 측이 요구한 120명에서 85명(상임위원 5명 제외)으로 대폭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더욱 납득하기 힘든 것은 주요 업무의 주도권을 공무원이 쥐게 된다는 점이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각 소위원회 위원장이 해야 할 기획조정 업무를 공무원 조직이 담당하도록 했다. 조사를 지휘하고 종합보고서 작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도, 진상규명 업무 최일선에 나서는 조사1과장도 공무원이 맡게 된다. 특위의 1차 조사대상이 공무원인데, 그 공무원들에게 ‘칼자루’를 쥐여준 격이다. 이것이야말로 ‘자력구제’의 결정판 아닌가. 입법예고안은 진상규명 범위도 ‘정부 조사자료 분석’에 국한토록 했다. 성역없는 진상규명은커녕, 정부가 조사하지 않은 내용은 들여다볼 생각도 말라는 뜻이다. 이쯤 되면 세월호특위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거론하는 일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특위 무력화를 넘어서, 특위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마저 엿보이는 까닭이다.

 

정 부와 여당은 그동안 세월호특위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해왔다. 새누리당 의원은 특위를 “세금도둑”으로 몰고, 새누리당 추천 특위 부위원장은 파견 공무원들을 철수시켰으며, 해수부 파견공무원은 내부 문서를 유출했다. 해수부는 특위 측에서 보낸 시행령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일방적으로 입법예고를 강행했다. 그러나 정부 뜻대로 시행령이 제정돼 진상조사가 이뤄진다 치자. 누가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는가. 정부가 시행령안을 밀어붙인다면 사랑하는 혈육을 가슴에 묻은 시민들과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입법예고안을 폐기하고 특위 측과 논의해 시행령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31화] 세월호 진상 규명 피해갈 생각 말라

 

지 난해 봄 우리는 그야말로 지옥의 묵시록에나 등장할 법한 대참사를 두 눈 멀겋게 뜨고 바라만 봐야 했다. 다시 되뇌기도 두려운 세월호 비극이다. 304명의 목숨이 희생됐다. 혹자는 세월호 참사를 한국전쟁과 맞먹는 상흔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세월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새로워지는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그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속절없이 당한 비극이기에 우리의 상처는 더욱 크고 아쉬움 또한 더욱 깊은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우리가 내놓은 선후책(善後策)이란 정말 지질하기 짝이 없다. 전 국민적인 비극 앞에서 패가 갈려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정말 자괴감이 들게 할 정도다.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기구 규모와 예산, 구성 면면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특위의 정원은 세월호특별법에 명시된 120명보다 30명이 적은 90명이다. ‘국’이 ‘과’로 격하되는 등 조직 또한 크게 축소됐다. 우리는 단순히 정원이 줄어들고 조직의 규모가 작아졌다고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 러나 이석태 세월호특위 위원장도 지적했듯 각 소위원회의 기획조정 업무를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 등 해수부 공무원이 담당하고 진상규명 업무도 정부의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본다. 이처럼 공무원이 힘을 받는 시스템 아래서는 누구도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관제 기구화’의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 릇 진상 조사의 성패는 얼마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다분히 일방통행적인 정부안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진상 조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특위 무력화’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해수부는 특위와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입법예고에 앞서 정부의 시행령안을 보내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조차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이라면 세월호 진상 규명을 통한 국민 통합은커녕 그러지 않아도 갈라질 대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더욱 찢어 놓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세월호특위를 두고 온갖 험한 말들이 나돌았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세월호특위 일부가 무슨 벼슬이라도 한 듯 과도한 인력과 예산 등을 요구하며 ‘완장질’을 하는 것이라면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른바 친박 실세라 불리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세월호특위를 ‘세금 도둑’이니 ‘탐욕의 결정체’니 하며 제 하고 싶은 대로 ‘뻘소리’를 쏟아내는 판국이니 과연 세월호 진상 규명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세월호의 아픔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특위에 대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 특위에 보다 분명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야 세월호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무게를 감안하면 최소한의 국민적 컨센서스라도 이뤄 내야 한다.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은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 지하철 9호선 해법은?

 

[중앙일보 사설-20150331화] 증차 없는 9호선 연장, 왜 '지옥철' 방치하나

 

서 울지하철 9호선 연장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역) 개통 후 첫 출근날인 30일 오전 우려했던 출근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혼잡을 예상해 시민들이 출근시간을 분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9호선의 극심한 혼잡은 여전했다. 7시가 되자 열차를 타지 못하는 승객도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무료 대체버스 투입을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이 같은 미봉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대체버스 이용률도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시민들은 “차량을 늘리는 근본 대책 없이는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9호선 2단계 노선 개통 이후 혼잡이 가중되리란 것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연장 이전에도 서울지하철 혼잡도 상위 10개 구간 중 6개가 9호선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혼잡한 9호선 염창~당산 구간은 승객들이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다. 승객들 사이에 9호선은 ‘지옥철’ ‘가축수송열차’라는 악명이 붙었을 정도다. 그런데 서울시는 연장 개통으로 승객들이 30~40% 늘어나는데도 전동차를 증차하지 않았다. 전동차가 더 투입될 때까지 9호선은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수요예측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9호선 수요예측 조사는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그러나 2000년 37만3867명, 2004년 31만2438명, 2005년 24만 명으로 들쭉날쭉했다. 2000년 첫 조사만 실제 승객수에 근접할 뿐 나머지는 수요를 턱없이 적게 잡았다. 당시 경남 김해시 경전철 등 일부 사업이 수요 과다예측으로 예산 낭비 논란을 빚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민간투자자인 맥쿼리는 승강장 면적을 최소화하고 전동차 차량을 다른 노선(8~10량)보다 훨씬 적은 4량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개통 이후 9호선 승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버렸다.

 

  서울시는 수요예측 실패를 이미 알고 있었다. 오세훈 전 시장 때부터 9호선의 전동차를 대폭 늘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3~4년 동안 미적거리다가 개통을 보름 앞둔 지난 13일에야 차량을 발주했다. 앞으로 1년6개월이 지나야 20량이 증차된다. 나머지 50량은 2017년 말에 투입된다. 서울시는 기획재정부와 예산지원 협상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발주 지연 책임은 서울시가 더 크다.

 

250억원 정도의 정부 지원을 더 얻어내려고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체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9호선 연장 개통 시기에 맞춰 차량을 조기에 발주하는 게 옳았다.

 

  박원순 시장은 2013년 맥쿼리 등 9호선의 기존 주주를 교체하고 운임 결정권을 서울시에 귀속시키면서 최대 3조20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이 지옥철을 타야 하는 고통을 방치한다면 좋은 면만 부각시킨 ‘자기 홍보’에 불과할 것이다. 정책을 펼 때 가장 우선돼야 할 덕목은 시민의 편의와 안전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31화] ‘지옥철’ 9호선 해법으로 무상버스 투입한 서울시

 

서 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 구간이 개통된 후 첫 출근길인 어제 지하철은 예상대로 승객들로 혼잡을 이뤘다. 하지만 극심한 혼잡 등을 피하고자 한 시민들이 평소보다 출근 시간을 앞당기거나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우려했던 최악의 안전사고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에는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가진 9호선은 증차 없이 구간만 연장된 상황이기에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 루 44만명이 이용하는 9호선 일부 구간의 출근길 혼잡도는 240% 정도다. 적정 인원보다 두 배를 훨씬 넘는 시민들이 탄다. 대표적 주택단지인 강서지구와 업무지구인 여의도·강남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구간 연장으로 승객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데도 서울시는 그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화재 등의 사고나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자칫 압사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하철의 증차가 ‘해법’인데 1년 6개월이 지나야 증차된다고 하니 그동안 시민들만 골탕을 먹게 생겼다. 서울시는 증차가 늦어진 데 대해 정부와의 예산 협의가 늦어졌다는 핑계를 대지만 교통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해 증차 대책을 제때에 세우지 않은 책임은 분명 서울시에 있다.

 

서 울시는 이번 일로 무능한 행정 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하철 혼잡 대책으로 지하철 구간에 무료 버스 100대를 운행한다는데 무료 버스 운행으로 해당 구간의 혼잡도가 줄어든다고 해도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다른 구간에서 늘어난 승객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봉책도 이런 미봉책이 없다. 앞으로 다른 지하철도 막히는 구간은 무료 버스를 투입해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서울시에 묻고 싶다.

 

서 울시가 출근길 2~3시간 동안 30대의 버스를 빌리는 데 하루 6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이 돈은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특정 구간 시민을 위해 무료 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지하철 개통 시기에 맞게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몇 년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수준 이하의 대처를 한 것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에 대한 따가운 비난을 피하고자 내놓은 대책이 겨우 공짜 버스 태워 주기라는 사실이 한심하다. 이 무상 버스는 ‘박원순표’ 무상복지의 시작인가.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31화] 여전한 공익신고자 고통, 이래선 비리 못 막아

 

3 월11일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사골세트를 돌린 함평축협 현직 조합장 후보를 신고한 소속 축협 직원이 수사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돼 사직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이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사골세트 300여 개를 배포했고, 이후에도 추가로 100만원 어치의 사골을 추가 구입했다. 함평선관위가 검찰에 이 조합장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축협 간부들의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수사 방해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선관위의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가 하면, 검찰 지휘로 수사가 시작되자 조합원들에게 ‘지도사업비’ 명목으로 조합원용 선물을 산 관례적인 일이었다고 진술하라는 간부들의 회유도 벌어졌다. 이 조합장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 조합장에 대한 혐의 사실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일이고 처벌도 응당 그에 따를 일이다. 수사와는 별개로 우리가 심각하게 제기하는 것은 신고한 축협직원의 신분이 어떻게 외부에 누출돼 회사를 그만둬야 할 처지로까지 내몰리게 됐느냐는 점이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신고 접수단계부터 철저히 비밀보호와 신분보장을 받게 돼 있고,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분이 노출된 이 직원은 동료 직원들과의 접촉도 피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공 익신고가 겉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조직의 부패와 불법을 드러내 투명 사회를 이끄는 민주적 행위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나마 깨끗해진 것은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폭로한 이지문 중위나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고발한 장진수 주무관, 원전부품 비리 내부고발자 등의 의로운 양심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들이 배신자로 몰려 감당하기 힘든 개인적인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심지어는 비리기관에 신고자 보호를 맡기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래서는 ‘나 하나 눈감고 말지’ 식의 소극적 동조와 패배주의만 조장할 뿐이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공익신고자가 고통 받는 악순환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기회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강화 방안도 조속히 결론을 내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31화] 박 대통령, 4·3추념식 참석하는 게 옳다

사 흘 뒤면 제주4·3사건 67돌을 맞는다. 1948년에 일어난 이 비극적 사건으로 당시 제주도민의 10% 정도인 2만5천~3만명이 숨졌다고 정부 보고서는 적고 있다. 오랫동안 ‘남로당 반란과 정부군의 진압’으로만 여겨졌던 이 사건이 ‘국가권력에 의한 주민 학살’로 재조명된 건 불과 15년 전이다. 그래서 정부는 2003년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했고,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도 선거 때마다 ‘상생과 화해의 정신으로 4·3사건을 완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근혜 대통령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대통령후보 시절 “4·3은 제주도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사건이다. 국가 추모기념일 지정을 비롯해 도민 아픔이 가실 때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지난해부터 제주4·3 위령제는 국가 추념식으로 격상됐다. 하지만 제주도민의 아픔을 끝까지 보듬겠다는 나머지 절반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의 정당·단체들이 수없이 요청했는데도, 지난해 그랬듯이 올해도 박 대통령은 국가기념식으로 격상된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아픔이 가실 때까지 노력하겠다면서, 도민들이 강력하게 바라는 4·3 추념식 참석을 박 대통령이 꺼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제 주도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위령제를 지내는 4·3 희생자 1만4231명 가운데 103명에 대해서 보수단체들이 ‘4·3사건 발발에 직접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 등으로, 희생자 명단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을 막는 직접 요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희생자의 재심 문제와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을 연결짓는 건 옳지 못하다. 이미 정부 공식 조사가 끝난 사안을 재심사하자는 주장도 유족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지만, 설령 103명의 행적에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중공군 유해까지 발굴해 송환해주는 마당에 추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 비율도 전체 희생자의 1%에 불과하다. 그걸 이유로 추념식 참석을 피하는 건 내심 4·3사건을 여전히 좌익세력의 반란으로 보기 때문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십년 전 사건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문제삼기 시작하면, 남북이 분단된 우리 현실에서 ‘상생과 화해’ ‘국민 통합’은 영원히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은 소통과 통합의 상징적 징표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31화] 청와대가 강요한 ‘엠비 자원외교’ 실상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이 29일 공개한 한국석유공사 내부 문건은 이명박 정부 첫 해외자원개발 사업인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가 사업을 좌지우지한 정황을 보여준다.

 

문 건을 보면, 2008년 4월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과 행정관은 석유공사의 신규사업 실무자를 불러 “(쿠르드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음’을 (대통령이) 보고받을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 표시”했다고 돼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가 유전개발과 원유 확보를 조건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비 약 21억달러를 한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자, 석유공사가 ‘자금 문제는 민간기업이 해결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해 사업이 차질을 빚던 때다. 대통령의 ‘관심 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석유공사가 모든 부담을 떠안으라는 정권의 압박에 가깝다. 결국 그해 8월 소망교회 인맥인 강영원 신임 사장이 들어선 뒤 석유공사는 재협상을 통해 1단계 사업비(19억달러)를 모두 떠안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44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손실액만 최소 3억달러(33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국과 같은 자원 빈국 처지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무작정 근거가 없다고 볼 건 아니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의사결정 과정엔 전문성과 독립성이 철저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임에도 ‘엠비(MB) 1호 자원외교’라는 정권의 치적 홍보에 급급하느라 나랏돈을 무턱대고 끌어다 쓴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은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여 전히 나 몰라라 식으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이 전 대통령 및 핵심 책임자들의 해명은 거짓임이 거듭 확인됐다. 감사원도 2009년 10월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서 강영원 사장이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수차례 증언한 사실을 감사과정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엠 비 정부의 개입 증거가 쏟아지는데도, 여당의 ‘물귀신’ 작전 탓에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빈손으로 마무리될 형편에 놓인 건 극히 우려스럽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29일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투자가 모두 차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며 자원개발 비리의 엄중함을 인정했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행동으로 그 말을 증명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31화] 연합뉴스 새 사장, 관영통신 되길 바라나

 

< 연합뉴스> 박노황 새 사장의 행보가 언론계의 화제다. 편집권 보장의 상징인 편집총국장 제도를 폐지하는가 하면,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느닷없이 국기게양식을 열었다. 이 회사 노조 등 여러 구성원이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로서 정치적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박 사장은 며칠 전 첫 인사를 통해 편집총국장을 임명하지 않고 이아무개 논설위원을 편집국장 직무대행에 임명했다. 편집국·지방국·국제국으로 나뉘어 있던 보도부문을 편집국으로 단일화해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이사 아래로 배치했다. 이로써 편집총국장과 편집국장, 지방국장, 국제국장에 대한 기자 임명동의 투표제를 사실상 없앴다. 경영진의 한 사람인 상무이사가 보도부문을 직할하도록 하여 경영과 편집의 분리 원칙도 허물었다.

 

편 집총국장은 편집국·지방국·국제국 등 보도부문을 총괄하는 자리다. 편집총국장을 임명할 때는 노조원 3분의 2가 투표에 참여하여 과반수 찬성을 얻도록 단체협약에 규정되어 있다. 외압이나 경영 논리에 편집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려는 장치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구성원들이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103일 동안 파업을 벌여 얻어낸 제도다. 그런데 박 사장은 “회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제도 취지를 왜곡하더니, 기어코 일을 냈다. 박 사장은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 개념의 기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박 사장은 30일엔 임직원 국기게양식을 열면서 “연합뉴스의 정체성과 위상을 세우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 보장 장치를 무너뜨리면서, 연합뉴스의 정체성을 애국심에서 찾겠다는 모양이다. 국기게양식을 해서 안 될 것까진 없지만, 모든 권위를 비판하고 의심함으로써 자유로운 정신을 높여야 하는 언론기관으로서는 어색한 게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입에 올리는 ‘나라사랑론’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연 합뉴스는 국가 기간 통신사라고 정부 구독료 형태로 350억여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뉴스 도매상의 역할을 인정하여 활동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해주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박 사장의 행태는 민영 언론기관의 대표자로서도 부적절하다.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엄격한 공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연합뉴스의 대표자로선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박 사장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 회사에 대한 정부 지원금부터 중단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331화] 눈치 외교를 균형 외교라고 하는 윤병세 장관

윤 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사에서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옳다고 최종 판단하면 분명한 중심과 균형 감각을 갖고 휘둘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주장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 낀 약소국이라는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역량을 저평가했다. 겉으로 중견국을 자처하면서도 심화되는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미국에 의존하거나 이쪽저쪽 눈치를 보았던 것이 한국 외교의 실상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중심과 균형은 한국 외교의 핵심 가치가 아닐 수 없다.

 

그 런데 윤 장관은 그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아니라, 그걸 실천하고 있기에 자랑스럽다는 의미로 중심과 균형을 거론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라며 “집채만 한 쓰나미가 닥쳐와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외교 난제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일종의 자화자찬으로 들린다. 미국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 참석 문제를 미루고 미루던 일을 그가 벌써 잊은 것 같다.

 

다 시 상기하자면, 한국의 AIIB 가입에는 중심과 균형이 없었다. 영국 등 미 동맹국이 잇달아 가입한 뒤 미국의 견제 의미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서, 그것도 미국으로부터 각국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는 묵시적 허락을 받고서야 가입했다. 그런데도 마치 주권적 결단을 내린 것처럼 포장했다. 그는 이런 지적을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이라며 “그리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편승 외교, 무임승차 외교로 주변 환경을 헤쳐나갈 역량이 없음을 드러낸 것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역공을 편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무기한 연기로 안보 책임을 포기한 박근혜 정부가 자기 약점을 덮으려 이렇게까지 애쓰는 모습을 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정 부는 미국의 반대를 의식해 러시아 전승절 참석 여부도 미루고 있다. 일반적인 관측은 미국 압력 때문에 결국 참석을 포기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서도 윤 장관은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면 중국·러시아 등 오해가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될 것”이라며 배치 추진을 시사했다. 미국의 요구를 국익과 동일시하는 이런 태도를 보이고도 그는 그제 KBS <일요진단>에서 “우리가 미국을 너무 의식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인식으로는 미국의 승인·묵인 없이 독립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한국 외교의 현실을 바로잡을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31화] 솜방망이 처벌이 키워온 '보험사기 공화국'

 

일 확천금을 꿈꾸며 보험금을 노리는 보험사기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기획 시리즈 '보험사기공화국 특별법 시급하다'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2,237억원이었던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2013년 같은 기간 2,579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2,869억원으로 뛰었다. 적발되지 않은 사기까지 감안하면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이 최소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수법은 날로 잔인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얼마 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전 남편과 현 남편 및 현 남편의 시어머니를 살해한 뒤 심지어 친딸까지 죽이려다 붙잡힌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보 험사기가 늘고 수법이 갈수록 흉포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 사기범죄에 비해 처벌수위가 낮다는 점이다. 성공하면 대박이요 잡히더라도 사기미수 정도의 미약한 처벌로 끝나니 보험사기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보험사기는 얼핏 직접적인 피해자가 눈에 띄지 않다 보니 '피해자가 없는 범죄'로 비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의 정상을 참작해 형량이 일반사기에 비해 낮아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보면 징역형 비율은 22.6%로 일반사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벌금형(51.1%)과 집행유예(26.3%)가 대부분이다.

보 험사기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일반 가입자에게 돌아가 보험사기가 늘수록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보험사기를 줄이려면 처벌부터 강화해야 맞다. 그런 점에서 2013년 국회에 발의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2년째 계류돼 있는 것은 직무태만에 가깝다. 이 법은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보험금 수령액이 많을수록 가중 처벌하도록 해 보험사기 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범죄 방지법제화가 시급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31화] 고용세습 노조 기득권 없애려면 입법 해결밖에 없다

 

민 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근로자의 배우자 및 직계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단체협약 조항을 법으로 금지하는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위한 고용정책기본법 7조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하거나 근로하였던 것을 이유로 근로자 가족을 우선 채용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정년퇴직자의 가족 입사가 어려워지면서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온 특혜채용 시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회 사 직원의 가족을 우선 또는 특별 채용하는 고용세습은 오래전부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지만 노조의 기득권에 막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72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세 곳 중 한 곳은 고용세습 조항을 버젓이 두고 있으며 단지 정년퇴직했다는 이유로 채용혜택을 부여한 곳도 133곳에 이른다. 장기근속자나 업무 외 질병 등 불투명한 이유로 취업우대를 적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도 지난해 33곳이 단체협약에 고용세습을 명문화할 정도로 과도한 복지를 누리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노조에서 이를 포기하지 않으니 청년 일자리나 빼앗는 귀족노조라는 말이 나오는 법이다.

 

고 용 문제는 사적 자치 영역인 만큼 노사 자율로 해결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법원의 위법 판결도 무시되고 행정지도까지 안 먹히는 현실에서는 법률이라는 강제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는 이미 공공기관의 특별채용을 금지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의 법안도 올라와 있다. 국회는 차제에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고용세습 관련 입법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다만 우선 채용기준에 대한 법률 적용에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완하고 사회 통념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도 공공 부문부터 과도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강력한 후속조치를 펼쳐나가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야! 한국사회/박권일(칼럼니스트)-20150331화] 후각사회

여 름이 가을로 바뀔 무렵 불어오는 바람 냄새,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준 시래기 된장국 냄새, 아버지의 품에서 나던 희미한 파이프 담배의 향, 연인의 살결이 풍기는 달콤한 내음…. 나의 내밀한 냄새 목록에 영원히 각인된 것들의 일부다. 물론 저건 ‘좋은 냄새들’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끔찍하게 싫어하는 냄새들의 목록도 존재한다. 아무튼 목록에 오른 것과 같은 냄새를 맡는 순간, 나는 특정한 감정상황 속으로 빠져든다. 논리와 분석 따위는 무용하다. 느끼는 것과 거의 동시에 판단이 끝나버린다. 다만 행복해지거나 불쾌해질 따름이다.

 

시 각과 청각은 역사 이후의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인정받아 왔다. 보고 듣는 건 텍스트와 이미지를 창조하는 바탕이다. 그야말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능력이라 할 만했다. 반면 후각은 종종 ‘더 동물적인’ 감각이라 여겨졌다. 이성적 추론을 통하지 않았지만 ‘감’이 뭔가 이상할 때 우리는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별나게 그런 ‘촉’이 발달한 사람에게 ‘개코’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확실히, 냄새는 감정을 환기하는 기능에선 다른 감각을 압도한다. 후각은 호불호를 선명하게 나눌 뿐 아니라 때로 역전시켜버리기도 한다. 음식의 예를 들자면, 극단적 홍어 혐오자였다가 ‘홍어의 포로’가 된 사람을 나는 제법 많이 안다. 요컨대 후각은 매혹과 혐오의 양극을 오가는 감각이다.

 

혐 오표현이나 인종차별 발언에 유독 냄새와 관련된 것이 많다. 한국인을 향한 차별발언 중 가장 흔한 것은 “김치 냄새” “마늘 냄새”다. 어느 재일조선인은 어린 시절 일본인들이 자기한테서 마늘냄새 난다고 할까 봐 매일 피가 날 때까지 이를 닦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냄새라는 표징은 그토록 집요하고 끈덕지다. 한국인들은 자기들끼리도 냄새를 가지고 적나라한 혐오를 드러낸다. 전라도 사람에게 “홍어 냄새”가 난다고 조롱하고,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경우에 속하는 남성)에게서 “개천 냄새”가 난다고 이죽댄다. 자신을 뺀 모든 한국인의 ‘미개함’을 싸잡아 비난하고 싶을 때는 “김치 냄새 난다”고 비난한다. 냄새는 이처럼 공동체의 내부와 외부, 소속된 자와 배제된 자를 가르는 즉각적인 낙인이다. 동시에 그 낙인을 사용하는 이가 반민주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임을 드러내는 정확한 신호다.

 

오 늘날 후각적 표현으로 분출되는 사회적 혐오발언들은 계몽 이전의 야생성이 아니다. 계몽의 폭력성을 거부하는 탈근대주의적 저항도 아니다. 그저 동물화한 반지성주의다. 선비들처럼 위선 떨지 말자는 것. 그래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단 걸 알면서도 그들은 ‘솔직히 까놓고 말하는’ 혐오발언을 지속한다. 일베가 이 분야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비슷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간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을 향해 쏟아진 인종주의적 비난과 인신공격 중 상당수는 진보와 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 의한 것이었다.

언 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 폭력을 추동하는 감정이 분노와 슬픔에서 증오, 혐오, 경멸 같은 감정으로 많이 옮겨간 것 같다. 군대폭력의 수치 자체는 과거에 비해 여실히 줄어들었음에도 한 사람만을 따돌리고 배제하는 형태의 가혹행위는 오히려 심해지는 추세다. 후각사회는 실제로 후각이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일종의 상징이자 은유다. 후각사회란, 혐오와 열광이 설득과 토론을 대신한 사회다. 또한 맹렬하게 끓어오르다가도, 냄새에 코가 마비되듯 쉽게 잊어버리는 사회다. 무엇보다 그 사회는 실제 나지도 않는 냄새를 상상적으로 재현하며 확대재생산하는 사회다. 이런 감각의 변화들, 두렵고 불안해진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엄을순(문화미래이프 대표)-201503031화] '88한 청춘 할머니 운전 중'

 

운 전을 남편한테 배웠다. 1979년 미국 유학 시절. 운전 배우다 이혼한 부부 많다더니 불과 한 달 전 면허 딴 주제에 학생인 나를 인격적으로 마구 모욕해 길거리 실기수업 중에 운전대를 놓고 그만 나와버렸다. 운전학원을 알아보니 세 번 실습에 160달러. 그 당시 학교 아파트 월세 값이다. 아깝다. 그 돈도 벌 겸 새 마음으로 선생같이, 학생같이 다시 시작했다. “야, 너 뇌가 없냐? 갑자기 브레이크를 그렇게 밟으면 어떻게 해”하던 남편이 “브레이크를 그렇게 밟으면 위험합니다”로 바뀌었고, “한 달 전 딴 주제에 자긴 안 그랬냐?”하던 내 대답도 “네, 조심하겠습니다”로 변했다. 돈이 좋긴 참 좋더라. 돈 번다는 상상만으로도 둘 다 이렇게 공손해지니.

 

  선생이 초짜라서 그런가. 결국 여덟 번 시험을 치른 끝에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그 후 10여 년 동안 차 없으면 껌 한 통도 살 수 없는 외국에서 운전 덕분에 잘 살다가 서울로 완전 귀국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 한시도 운전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셋집에서 자가용이 웬 말? 그게 바로 나다. 전세나 내 집이나 누우면 다 내 공간이 되지만 차는 없으면 장롱에 발이 묶인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지난 10년간 노인 운전자 사고가 4배 넘게 늘었다는 기사를 봤다. 5년 뒤엔 나도 노인 운전자다. 그때도 가로수를 누비며 달릴 것만 같은데 통계가 그렇다니. 사고를 낸 70대 운전자들의 고백도 충격이다.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안 보여서, 발이 갑자기 움직이질 않아서’다. 나이 들면 순발력도 유연성도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5년만 지나면 베이비붐 베이비들이 다들 팔팔한 청춘 할머니·할아버지가 된다. 그들은 결코 운전을 포기하진 않을 거다.

 

 차는 끌고 다니는 폭탄. 몸이 말을 안 들어서 행여 잘못 들이받으면 수십 명 살인도 가능하다. 면허 갱신할 때마다 검사랑 체크랑 꼼꼼히 하는 건 기본이고.

 

 초보 운전자처럼 ‘차 뒤에 경고문 부착하기’를 의무화하면 어떨까. ‘어르신 운전 중’ 이런 칙칙한 말 말고 남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그래서 붙이고 다녀도 운전자의 체면을 전혀 구기지 않는 그런 문구 말이다.

 

 ‘88한 할머니 운전 중. 조심 부탁해요, 젊은이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잘 안 따라주는 할아버지 운전 중’. 뭐 이런 건 어떨까.

 

 법을 통해 강제로 붙이게 하든지, 붙인 자에겐 차 보험료를 깎아주든지. 그러면 노인 운전 사고가 엄청 줄지 않을까 싶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신동호(논설위원)-20150331화] 서해갯벌국립공원

1984 년 2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서산 A지구 간척공사의 최종 물막이 작업에 대형 폐유조선을 동원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로 계획공기 45개월을 35개월이나 단축한 이 공법은 ‘정주영 신화’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의 관심과 찬사는 이른바 ‘정주영 공법’에만 있지 않았다. ‘바다를 막아 옥토(沃土)를 만드는’ 간척사업 자체에 대해서도 기대와 환영 일색이었다. 당시 서산간척사업 반대운동을 펼쳤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사람들은 국토가 넓어진다고 환호했다”고 회고했다.

 

2003 년 3월 전북 부안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성직자를 필두로 주민·환경운동가 등이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의 결정판으로, 서울까지 65일간 305㎞에 이르는 고난의 대장정이었다. 주민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새만금 소송이 2006년 대법원에서 패소함에 따라 간척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새만금 보호운동은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4 년 12월 해양정책 분야의 최고 국제학술지 ‘해양-연안관리’는 ‘한국의 갯벌시스템: 에코시스템, 간척과 보호를 위한 노력’이라는 제목의 특별호를 발간했다. 특정 국가의 문제를 특별호로 다루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한국 갯벌에 대한 세계 학계의 관심을 반영하는 사건이다.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0년 학술지 측으로부터 한국 갯벌 특별호 발간 요청을 받고 편집인을 맡아 4년간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결실이다.

 

서 해안 갯벌은 세계적이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세계 5대 갯벌이라는 게 고 교수의 주장이다. 남북한의 서해안과 중국 발해 연안을 포함한 황해 전체의 순 갯벌 면적은 1만2600㎢로 독일·덴마크·네덜란드 와덴해 갯벌의 4700㎢를 능가한다. 특별호는 서해안 갯벌에 대해 대규모 간척의 중단과 보전 전환, 생태계 단위의 보전을 제안한다. 강화 남단, 서천, 곰소만, 신안 갯벌 등 주요 갯벌에 대해서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강도 높게 보호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와덴해갯벌국립공원을 능가할 서해갯벌국립공원의 탄생을 꿈꿔본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진경호(논설위원)-20150331화] 정동영의 궤적

정 동영씨의 서울 관악을 선거구 출마 선언으로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두 개의 전선(戰線)을 갖게 됐다. 여야의 대결 구도에 야 대(對) 야, 구체적으로는 야권의 17·18대 대통령선거 후보, 즉 정씨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맞붙는 구도가 얹어진 것이다. 정부·여당 심판론에다 야당 심판론이 추가됐으니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 4명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치고는 그 정치적 의미가 사뭇 무거워졌다.

 

속 된 말로 잘나가는 방송 앵커였던 정씨가 1996년 15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로 20년간 거친 정당은 8개에 이른다.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에다 최근 몸담은 ‘국민모임’까지…. 언뜻 ‘철새 정치인’으로 매도될 만큼 화려한(?) 이력이다. 물론 선거 때마다 간판을 바꿔 단 야당사(史)를 감안하면 풍성한 당력(黨歷)만으로 그를 매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17대 대선 패배 후 과거 15·16대 총선에서 내리 전국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겨 준 전북 전주 덕진을 떠나 서울 동작을(2008년 18대 총선)과 다시 전주 덕진(2009년 4·29 재·보선), 서울 강남을(2012년 19대 총선), 서울 관악을 등으로 옮겨 다니며 부단히 국회의사당 문을 두드리는 모습에서 ‘정치적 낭인(人)’이 어른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정 씨는 지난 1월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 진영에 합류하면서 ‘진정한 진보정당 건설’을 표방했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이 어정쩡한 ‘우클릭’으로 진보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이 주도했고 의장까지 맡았던 열린우리당을 박차고 나와 2007년 8월 세운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 명분이 다름 아닌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새 천년민주당 탈당과 열린우리당 합류, 열린우리당 탈당과 대통합민주신당 합류, 새정치연합 탈당과 국민모임 합류로 이어지는 정씨의 궤적에 담긴 함의는 결국 두 가지로 정리될 듯하다. ‘배반의 정치’와 ‘친노의 배타성’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으나 이후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호남 민주화 세력을 밀어내고는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친노로 상징되는 영남 민주화 세력과 손을 잡았고, 17대 대선의 패장이 된 뒤로 이들에게서마저 밀려나고는 국민모임 후보로 변신해 ‘호남 정신’을 강조하는 그를 두고 ‘배반의 정치’라는 비판은 근거가 충분해 보인다.

 

그 러나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새정치연합 친노 주류 세력이 눈을 부릅떠야 할 대상은 스스로의 배타성일 것이다. 정씨의 도발이나 고 김근태 의원의 좌절,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 은퇴도 따지고 보면 친노 진영의 ‘뺄셈정치’에서 비롯됐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맞붙게 될 친노의 상대는 새누리당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권영설(논설위원)-20150331화] 마늘과 쑥

 

문 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덕분에 오랜만에 삼국유사를 다시 찾아보게 됐다. 그가 새정련의 개혁을 얘기하면서 웅녀(熊女) 얘기를 인용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지난 29일 대표 취임 50일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단군신화에서 곰이 100일간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으로 변했지 않나. 우리 당도 앞으로 50일을 더 먹어야 제대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왜 하필 곰 얘기를 했을까. 삼국유사에 나오는 관련 대목은 정확히 이렇다.

 

“이 에 환웅이 신령한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이 그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그때 인간의 모습을 얻을 것이라(爾輩食之 不見日光百日 便得人形). 곰과 호랑이는 그것을 받아서 먹었다. 삼칠일을 참아내자, 곰은 여자의 몸을 얻었다. 호랑이는 참아내지 못하고 결국 인간의 몸을 얻지 못했다.”

 

자 세히 읽어봐도 특별히 이 신화로 전할 메시지는 없어 보인다. 삼국유사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단군의 모계혈통이 곰을 토템으로 하는 부족으로,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부족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 민족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끈기의 덕성을 더 높은 가치로 본다는 해석을 하는 이들도 있다.

 

문 대표는 새정련의 변화가 매운 마늘과 쓴 쑥을 먹는, 즉 신고(辛苦)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빠르게 변화하고 우리 당은 정체해 있다” “당원 평균 연령이 58세라니, 늙은 정당”이라고 부연설명한 대목을 보면 그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진다.

 

그 러니까 문 대표는 새정련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50일간 성과가 적었지만 다시 50일만 더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웅녀 얘기를 빌려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도였더라도 웅녀 메시지는 잘못된 선택인 것 같다. “인간이 아직 되지 못한 정당이었냐”는 비아냥이 벌써 나온다. 굳이 결정적인 실수를 잡으라면 디테일이다. 원래 환웅은 100일간 햇빛을 보지 말라고 했을 뿐 실제 웅녀가 사람이 된 것은 삼칠일, 즉 21일 만이었다. 물론 흠을 잡아보자는 차원의 얘기다.

 

두고두고 인용될 만한 메시지를 갈고 다듬어 적재적소에서 터트려도 국민의 마음을 잡기 어렵다. 권력에 대한 열망이 읽힌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런 레토릭보다는 이념적 정체성을 명백히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의 길이지 싶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임석훈(논설위원)-20150331화] 컨테이너의 변신

 

1956 년 4월26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항구. 커다란 몸집의 철제박스가 배에 실리자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더 이상 배에 선적하는 과정에 물건이 없어지거나 부서지는 불상사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었다. 화물 운송역사에서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물류혁명이 시작된 순간이다. 당시 미국에서 물건을 배에 선적하는 데 드는 돈은 톤당 5.86달러. 그러나 컨테이너를 도입하면서 16센트로 뚝 떨어졌다. 인부가 필요 없어지고 시간도 크게 단축된 덕분이다.

 

우 리나라에 컨테이너선이 첫선을 보인 것은 1972년. 인왕호가 한일 항로를 오갔다. 5년 뒤 전용선사인 한진해운 창립을 계기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배가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면서 무역패턴이 바뀌고 산업구조도 고도화의 길로 들어선다. 물동량이 급속히 늘어나 1995년에 부산항은 세계 5대 컨테이너 항구로 올라섰다.

 

2013 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된 컨테이너는 20피트짜리로 계산하면 1억1,600만개, 운반된 상품의 가치만도 6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선사들에 컨테이너는 어려울 때 요긴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2년 전 경영사정이 어려워진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7만1,700여개를 팔아 1,8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컨 테이너 상용화는 무엇보다 짐 꾸리기 편하고 운반·보관이 쉽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 탓에 쓰임새가 다양해져 요즘에는 컨테이너로 만든 사무실·창고·주택·경비실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컨테이너 수요가 급증해 주문제작이나 임대·대여하는 업체는 활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방 산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1톤이나 되는 자료를 대여업체에서 빌린 컨테이너에 숨겨놓았다가 발각됐다. 비밀 열쇠까지 만들어 컨테이너를 금고처럼 사용한 것을 보면 감춰야 할 비리가 많은 모양이다. 물류혁명을 이끈 컨테이너가 범죄 서류 은닉에까지 이용되다니 그 다용도가 놀라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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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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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으로 올랐던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입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골프 논란 이후 하락폭이 컸답니다.
홍지사가 아무래도 양날의 검인가 보다... 피아 구분 없이 막 베고 다니니 말야.

2. 아래 눈꺼풀이 떨리고 움찔한다면 안면신경장애를 의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피로로 인한 눈꺼풀 경련과 초기 증상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환입니다.
마비와서 침 흘리기 전에 병원 가셔야 합니다. 나는 윗꺼풀이 떨리는데...

3. 술을 하루 3잔 이상 마시면 간암 위험이 상당히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잦은 음주 외에도 과체중이나 비만도 간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아무 데서나 술 팔고 아무 데서나 술 마시는 나라도 드물걸~ 이러다 국민건강 위해 주세 올린단 소리 할라...

4.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 중 하나로 '포돌이'와 '포순이'의 탈을 쓴 경찰관들이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안아 주는 프리허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한번의 행사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도 단속 부탁드려요~

5. 조건 만남을 미끼로 남성을 유인한 뒤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A(16) 양 등 10대 혼성 강도단 4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아이들이 문제라고요? 조건 만남을 하러 나온 어른들이 더 나뻐!!!

6. 5천여 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맥주를 빚는 데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도자기 조각들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발굴됐다고 이스라엘 정부가 밝혔습니다.
5천년 전에 무슨 사건이 있었나? 모세가 애굽에서 나오다 맥주를 마셨을라나?

7.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습니다.
역사의 아픈 진실에 눈감는 대신 크나큰 고통을 겪은 그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해야할 때 아닐까요?
우리가 일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듯이 우리도 베트남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8. 샛노랗고 매끈한 바나나가 더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제로는 검은 반점이 생긴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합니다. 면역력을 최대 8배나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사람도 기미 끼면 더 좋다는 건 아니겠지? 썬크림 잘 발라야지...

9. 1년 새 10∼20대 마약사범이 27.8% 증가했습니다.
경찰은 '살 빠지는 약,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 등 허위 정보로 인해 중독되는 경우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나도 어릴 때 잠 안 자려고 각성제 '타이밍' 좀 먹어줬는데... 타이밍을 못 잡아서 실패~

10.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위 시행령안이 조사 대상 기관 공무원들에게 사실상 핵심 업무를 맡겨 ‘진상규명 방해 시행령안’이 됐습니다.
하고 싶지도 않고, 하려고도 안하고, 할 일도 없는 게지... 그렇게 1년이 가고 있으니 참나~

11. 각 은행들이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리기로 해 바늘구멍처럼 좁기만 하던 금융권 채용시장에 봄볕이 들었습니다.
청춘들에게 그나마 기쁜 소식입니다. 준비하신 분들께 좋은 소식 있기를 기원합니다.

12. 이번 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3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높은 전셋값을 견디다 못해 아예 집을 사겠단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없는 사람 빚 내서 사는 집. 전세난에 허덕이다 이제 융자 빚에 시달리는 일 없기를...

13. 해외 자원 개발 총괄 지휘는 총리실에서 맡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계약 추진 당시 청와대와 지식경제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잘 나갈 때는 자기 탓이고, 잘못되면 남 탓하는 게 가장 못난 짓인 걸 좀 아셔야지...

14.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착용한 40대 남성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해 경찰이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전자발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요즘 애완견에 전자칩을 심듯이 확 심어 버리면 어떨까? 인권침해 논란이 일라나?

15.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이 결국 직원들을 모아놓고 아침 국기 게양식을 거행했습니다.
'국가기간 통신사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는 사장 취임 이후 첫행보입니다.
'대통령 각하 저의 충성심을 보아 주세요~'는 아니고?

16. 펩시콜라가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다이어트 코크를 제치고 2위에 올랐습니다.
미국에서 다이어트 탄산음료의 인기가 계속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탄산음료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거나 다이어트용 음료라는 게 다 뻥이라는 거겠지?

17. 노후 대비는 가족의 책임이라는 응답이 지난 2002년 70.7%에 달했으나 2014년에는 31.7%로 10여 년 새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먹고 살기가 힘드니 그렇겠지... 하면서도 왠지 서글프다.

18. 경상남도청이 '기자들이 피곤해 한다'는 이유로 전교조의 기자회견을 못하게 했습니다.
정작 다수의 경남도 기자들은 '처음 듣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님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웠겠지... 알아서 기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19. 호주의 한 연구팀이 수술 없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력을 완전히 회복하는 초음파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진짜? 이게 사실이라면 완전 대박입니다요. 치매도 여러 형태가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빨리 치료 기술 전파해 주세요~

20. 우즈가 세계 랭킹 104위로 18년여 만에 100위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보안 취약성이 가장 높은 소프트웨어는 구글 크롬이라고 합니다.
2030년에는 의사, 간호사는 부족하고 한의사, 치과 인력은 ‘과잉’이랍니다.
연이은 포천의 미군 사격 사고로 주민들이 항의 집회에 나섰습니다.
카카오톡을 위장해 보이스피싱을 유도하는 악성앱이 발견돼 주의가 요망됩니다.
경찰지구대에서 남의 금품을 훔친 간 큰 40대가 검거됐습니다.

우와~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완전히 겨울을 떠나보내야 하는가 봅니다.
벌써 한낮의 온도가 20도를 넘어서는 걸 보니 바로 여름을 맞이하는 건 아닌지...

오늘 하루 겨울과 멋지게 안녕하시고,
4월 첫날을 기분 좋게 맞이할 준비 잘 하시기 바랍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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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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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아베 신조 일본총리 일본군 위안부 발언

■ 안심전환대출

■ 공무원연금 개혁

■ 무상급식 논쟁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아베 신조 일본총리 일본군 위안부 발언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어떻게든 위안부 본질 비껴가려는 아베의 꼼수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내달 말 미국을 방문, 일본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상ㆍ하원에서 합동연설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미국 일간신문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27일자 보도ㆍ현지시간)에서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측량할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에서‘인신매매’란 여성이나 아동 등 약자를 상대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강제적으로 이뤄지는 인권유린적 착취행위를 통칭한다. 그간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여왔던 아베 총리가 이런 뜻의 인신매매라는 용어를 처음 쓴 것 자체는 언뜻 진일보라는 평가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언급 배경과 의도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국제사회가 ‘성노예 사건’으로 규정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계산된 말장난임이 금방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아베 총리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분히 일제와 일본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인권유린 사건임을 부정하고 호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측은 그 동안 일본군 위안소는 민간업자들이 운영했으며 당시 일본정부나 군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비춰 아베 총리는 인신매매가 민간업자들이나 그들이 부렸던 하수인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강변하며 책임을 비껴가기 위해 “인신매매 희생자”라는 자락을 깔았을 개연성이 높다.

 

만일 진짜 의도가 그렇다면 역겹기 짝이 없는 행태다. 일부 연구자들은 조선인 군위안부 징모가 업자의 취업사기로 이뤄진 형태가 압도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또 그 과정에 동족인 조선인들이 적극 개입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이조차 일제가 강제방식을 피하려는 눈 가리기 식 술수였음은 숱한 연구가 입증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인신매매 논리가 종당에는 위안부 책임이 조선인들에 있었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어떤 궤변을 늘어놓는다 해도 일제가 군대 위안부를 침략전쟁의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0세기 최악의 성노예 사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이 명백한 사실 앞에 일본군과 정부가 위안부 강제 모집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아베 총리는 내달 29일 갖는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이런 본질을 덮고 교묘한 말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비껴가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서 진정한 화해는 불가능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30월] 위안부 본질 호도하는 아베의 ‘인신매매’ 발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달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앞두고 여러가지 깊은 계산 끝에 나온 용어 선택임이 분명하다.

 

인신매매란 말은 주로 여성이나 아동들을 성적 착취나 강제 노역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각종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사고파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까지 아베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아온 점에 비추어 보면 인신매매란 말은 한걸음 진전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치장을 한꺼풀 벗기고 보면 이 발언은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절묘한 말장난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는 인신매매의 ‘주체’가 빠져 있다.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일본군이 모집 과정에서부터 위안소 설치·운영·관리에까지 직접 개입했음을 인정하는 데 있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범죄행위의 부당성을 말하면서도 막상 그 범죄행위를 누가 저질렀느냐는 가장 핵심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발언의 밑바탕에는 위안부 문제는 민간업자들의 책임일 뿐 일본군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발뺌이 담겨 있다. 아베 총리가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해자로서 ‘사과와 반성’은 전혀 없이, 그냥 제3자적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다는 개인적 연민만 표시했을 뿐이다.

 

아베 총리의 물타기 시도는 “역사상 많은 전쟁이 벌어졌고 거기서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됐다”는 말에서도 확인된다. 위안부들이 고통을 겪은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일본군이 저지른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면 늘 벌어지는 ‘보편적 비극’이라는 취지가 짙게 배어난다. 아베 총리는 미국 의회 연설을 앞두고 위안부 문제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침해한 행위임을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마하면서도 일본의 책임은 교묘히 벗어나려는 절묘한 용어 선택을 한 셈이다.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 소식이 알려진 뒤 우리 외교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표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이번 아베 총리의 발언을 보면 이런 기대도 무망해 보인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인식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위안부 문제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 사회에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충분히 사과·반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마저 있다. 아베는 과거사 문제에 관해 국제사회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교묘한 행보를 계속해나가는 반면에, 우리 외교당국은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계속 뒤통수를 맞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중앙일보 사설-20150330월] 아베의 궤변에 워싱턴이 넘어가면 안 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자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민간 소행으로 돌리며 일본 정부·군의 개입을 은폐하려는 술수다. 아베가 다음달 29일 일본 총리로선 처음 미 상·하원에서 합동연설을 앞두고 이런 궤변을 했다는 데서 심각성이 더하다.

 

  위안부에 관한 한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강제적인 성노예’ ‘극악무도한 인권침해’라 규탄할 만큼 강경한 입장이다. 아베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상·하원 연설에서 위안부를 언급하되 ‘인신매매 희생자’란 물타기식 표현으로 빠져나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는 그런 속셈 아래 미국의 반응을 미리 떠보려는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베가 상·하원에서 이런 궤변을 하더라도 미국이 넘어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협력이 절실한 나머지 “큰 틀에서 위안부 존재를 인정한 것”이라며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 자신감을 얻은 아베는 과거사 독주와 집단적 자위권 확대를 거침없이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전방위 외교를 펼쳐야 한다. 아베의 연설에 과거사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포함돼야 하지만, 우선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궤변부터 차단하는 게 시급하다. 위안부 문제는 1993년 일본 정부 스스로 고노(河野)담화를 통해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사안이며, 한국을 배제한 미·일 동맹만으론 ‘아시아 회귀’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미국에 이해시켜야 한다.

 

  미 의회도 궤변이나 듣자고 아베에게 첫 합동연설 기회를 준 것은 아닐 것이다. 8년 전인 2007년 미 의회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잔학성과 규모에서 전례 없는 세기의 범죄’로 규탄하는 결의안 121호를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일본 총리의 주장은 강변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식 성명을 통해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 총리는 아베 신조, 바로 그다.

 

 

[서울신문 사설-20150330월] 미·일 新밀월시대, 日 우경화 지원 안 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다음달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최종 확정됐다. 미국이 제공하는 최고의 예우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6년 시도했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길에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새 방위협력지침에도 합의해 경제와 안보 협력을 한 단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와 안보 협력을 고리로 미·일 간 신(新)밀월시대가 가속화되는 현실은 미국 정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정계 지도자들은 벌써 ‘아베 찬양’에 돌입했다.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이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부터 경제 안보협력 확대 방안을 청취하는 기회”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아베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정계가 일본과의 경제·안보 협력에 치우쳐 아베 총리의 군사대국화와 우경화 행보에 애써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이나 지난해 10월 미·일 안전보장협의회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포괄적으로 인정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예산 증액이나 병력의 추가 배치 없이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미국과 군사력 강화를 꾀하는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침략의 과거사를 미화한 일본의 입장을 두둔한 것이나 자위대 해외 파병의 길을 열었던 집단자위권 행사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행위는 군사대국화를 추진해 온 아베 정권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런 와중에 아베 총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하며 “측량할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미 일본군 위안부 사건을 20세기 최고의 인권유린이자 일제의 조직적 후원 아래 자행된 매우 구체적인 ‘성노예’ 사건으로 규정한 상태다. 아베 총리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용어인 인신매매를 꺼내 들면서 매매의 주체와 객체, 목적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는 군 위안부 사안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미국 내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물타기 수법으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미·일 간 신밀월시대가 현실적으로 동북아의 평화를 보장하기보다 오히려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지역안보 강화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지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최소한의 반성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한국민들의 정서다. 미국이 진정으로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의 길을 모색한다면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순서다.

 

 

■ 안심전환대출

 

[한겨레신문 사설-20150330월] ‘안심전환대출 확대’만으로 해결될 문제인가

금융위원회가 안심전환대출을 20조원 추가 공급한다고 29일 밝혔다. 출시된 지 나흘 만에 올해 공급한도 20조원이 거의 소진되자 부랴부랴 공급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이 정도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자칫 부실을 키워 국가재정의 부담을 키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이런 대책이 가계부채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그 자체로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이거나 이자만 갚는 기존 대출을 고정금리·원리금상환 방식으로 바꿔, 금리 상승 때의 위험을 줄여보자는 가계부채 구조 개선 대책이다. 1100조원에 육박하는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366조원 정도인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로 한정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을 대상으로 삼았는데도, 금리가 1%포인트 낮아진다는 소식에 신청이 폭주했다. 애초의 월 한도, 상반기 한도, 연간 한도를 한꺼번에 다 채운 것을 보면, 우리 가계가 느끼고 있는 가계부채의 부담이 금융당국의 예상보다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다.

 

20조원에 20조원을 더해도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간 40조원은 가계부채 총액의 3.6% 정도일 뿐이다. 목표대로 대출구조가 바뀐다 해도 여전히 60~70%는 변동금리이거나 이자만 내는 위험한 대출에 머물러 있게 된다. 가계부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저소득층 대출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권 대신 제2금융권에 주로 채무를 지고 있는 이들은 금리가 올라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되고, 그 부실은 금융권 전체를 흔드는 폭탄이 될 수 있다. 금융위는 서민·취약계층과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해선 다른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의심되는 재탕·삼탕의 기존 대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가계부채 건전화를 추진한다면서 정작 부실 우려가 큰 제2금융권 대출이나 한계가구를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쳐두는 것부터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제는 경기부양 쪽에 기운 정책의 무게중심부터 바꿔야 한다. 빚으로라도 부동산 경기를 유지하겠다는 정책 기조야말로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이다. 이를 둔 채 일시적, 부분적 개선책으로 시늉만 낸다고 해서 가계부채라는 폭탄이 제거되지는 않는다. 이 추세라면 자칫 통제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정책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서울신문 사설-20150330월] 저소득층엔 ‘그림의 떡’인 안심전환대출

 

금융 당국이 어제 안심전환대출을 20조원 한도로 추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1차 때 20조원까지 합해 모두 40조원 규모다. 선착순이었던 1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로 공급한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갚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꾸고 이자와 원리금을 함께 갚아 나가도록 한 것이다. 금리가 연 2.6%대로 시중금리보다 1% 포인트가량 낮다. 갈아탈 때 물어야 하는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앴다. 파격적인 조건이라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24일 처음 출시된 뒤 불과 나흘 만에 연간 한도 20조원을 모두 소진했다. 정부가 추가 판매에 나선 것도 수요가 여전히 넘쳐나서다.

 

안심전환대출제도를 내놓은 것은 우리 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인 가계부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1089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연간 이자만 최소 40조원이다.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따라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로 빚을 내서 집을 얻은 사람들은 이자가 높아지면 못 갚을 위험이 커진다. 정부는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적 금융거래에 개입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제도를 도입했다. 2억원을 대출한 사람들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연간 200만원 안팎의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은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을 능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게 문제다. 원금은 커녕 이자 갚기에도 허덕이는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2금융권 대출자들도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정부는 2금융권도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말을 바꿔 최종적으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2금융권 대출의 부실위험이 은행 대출보다 훨씬 큰 만큼 가계부채의 건전화라는 정책 목표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의 시책에 호응했던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 역시 대상에서 뺐다.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확대했지만 주로 중산층 이상으로만 대상자가 한정돼 있어 가계부채 개선 대책으로는 크게 미흡하다. 2금융권 대출자를 비롯한 서민층을 위한 별도의 추가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고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이라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한편에서는 빚내서 집을 사라고 계속 부추기면서 동시에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신뢰도를 높여야 가계부채 건전화를 이룰 수 있다.

 

 

■ 공무원연금 개혁

 

[중앙일보 사설-20150330월] 공무원연금 개혁에 일주일간 사생결단하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끝내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대신 실무협의기구를 만들어 일주일간 연장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정황으로 봐서는 실무기구가 대타협기구와 다를 바 없어 보여 또 한 차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실 국민대타협기구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소극적 태도, 개혁 당사자인 노조의 참여 때문이다. 차라리 실무기구 논의 없이 국회 연금개혁특위로 넘겨 거기서 결단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타협기구가 이름만 바꿔 연장전을 벌이겠다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실무기구는 이런 우리 사회의 우려를 인식하고 남은 일주일간 사력을 다해야 한다. 이미 선수들의 패는 거의 다 드러나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안, 거기에다 개인저축계정을 추가한 고려대 김태일 교수안을 내놨다. 엊그제는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 안까지 검토 대상에 올렸다. 정부도 지난달 초 기초 제시안을 냈다. 새정치연합도 ‘α(알파)·β(베타)·γ(감마)’ 안을 내놨다. 핵심 숫자가 빠져 가장 부실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뭔가 내긴 했다. 공무원단체는 ‘보험료 추가 부담, 지급률 유지’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제는 선택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실무기구에 공무원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2009년 개혁 때도 공무원단체가 논의기구에 들어와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개혁안이 크게 후퇴했다. 이번에도 공무원단체가 실무기구에 들어와 보험료만 일부 더 부담하고 지급률은 유지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결국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설마 그게 공무원단체의 전략일 거라고 믿고 싶지 않다. 이제는 나라 장래를 위해 공무원단체가 양보해야 할 때다. 그런 의사가 없다면 실무기구에 아예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도 소극적 자세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도 “알파·베타·감마가 없었다면 우리 당이 내놓은 안은 가치를 잃었을 것”이라는 강기정 의원의 자화자찬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지난주 자신들의 검토안이 여당보다 재정절감 효과가 55조원이 많다고 추정했는데, 이제 더 이상 자기 진영에서 공만 돌리지 말고 하프라인을 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공무원과 그 가족의 표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이다.

 

  새누리당도 입장을 분명히 하라. 일본이나 미국처럼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할지, 재정절감 효과만 내는 부분 개혁만 할지 방향을 확정할 때가 됐다. 그런 분명한 입장을 정해놓고 공무원단체를 설득해야 한다. 5월 2일 데드라인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실무기구에서 어떡하든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공무원단체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치권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 여야는 공무원을 설득하되 한편으로는 마지막 결단을 준비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330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근본 취지 잊지 말아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정부와 여야, 공무원 등이 각각 제시한 개혁안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엊그제 활동 종료 시한을 넘겼다. 그러나 여야는 실무기구를 만들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해 결렬 위기는 넘겼다. 사실상의 기한 연장이다. 국가적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정치권과 공무원, 전문가 등이 모처럼 머리를 맞댔으나 소득 없이 활동이 끝나 아쉽다. 한편으로는 이해당사자가 100만명이 넘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90일은 사실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실무기구로 대타협의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을 반드시 도출하기 바란다.

 

대타협기구가 전혀 소득을 거두지 못한 것은 아니다.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부담률)를 올리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성과다. 공무원들도 이해를 표시했으니 ‘더 내는’ 연금 개혁의 첫 번째 단추는 잘 끼운 셈이다. 공무원 재직자와 신규 입직자 간 연금지급 방식 분리 개혁안도 절충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그럼에도 실무기구의 앞날은 험난하다.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덜 받기’다. 정부·여당은 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현재 1.9%인 연금지급률을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내는’ 것만으로는 개혁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공무원들은 노후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는 현행 수준이 유지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엊그제는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대타협기구에서는 연금 개혁의 기본 틀과 방향, 그에 따른 구체적 방안들이 제시되고 시각차도 충분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논의를 진지하고 심도 있게 전개해야 한다. 이 논의는 최소한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먼저 공무원연금 개혁의 근본 취지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공무원연금 개혁은 불안한 재정안정성 때문에 불거졌다. 보험료에 비해 연금을 많이 받게 설계돼 국민 세금에서 하루 90억원 이상 보전받고 있다. 자립성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연금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그렇다고 사회안전망 역할을 망각해서도 안된다. 연금재정의 안정을 위한 개혁이라 하더라도 공적 연금의 기능을 잃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들의 노후소득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무조건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하향 조정하는 것도 곤란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30월] 미적대는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들이 보고 있다

 

끝내 공무원연금 개혁작업이 국회 특위로 넘어갔다. 여당과 야당, 정부, 공무원노조 등이 참여했던 대타협기구가 지난 28일 시한까지 협상안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특위 산하에 공무원노조와 전문가 등도 참여하는 실무기구를 만들어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간을 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 시안들은 충분히 나와 있다. 정부안에 이어 새누리당안, 새정치민주연합안, 전문가안 2개 등 모두 5개나 된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으로선 이들 시안이 각각 무슨 효과가 있고, 어떤 점에서 다르다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공무원연금공단을 통해 시안에 대해 이미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합의안이 나온다 해도 국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당초 취지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터다. 현행대로 가면 정부의 재정부담이 너무 커져 연금 자체가 존속하기 어려워 개혁하자는 것인데, 관건인 재정부담 절감효과와의 상관성은 가린 채 기여율 지급률 소득대체율 등 이른바 모수에 대해서만 이런저런 수치들이 난무할 뿐이다. 배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합의조차 돼 있는 것 같지 않다. 낸 돈 대비 받는 연금의 비율인 수익비만 해도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높아 이 틀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다.

 

개혁다운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 이미 정부 부담금과 공무원이 내는 기여금 수입으로 연금 지출을 충당하지 못해 정부가 막대한 보전금을 투입하고 있다. 2014년에 2조5000억원으로 불어났고, 2020년 6조6000억원, 2024년 9조7200억원으로 급증할 것이란 게 정부 추산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적극 나서야 한다. 장차 집권하면 똑같은 상황을 맞게 된다. 공무원연금 다음엔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이 기다린다. 더는 미룰 수 없다.

 

 

■ 무상급식 논쟁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30월] 잿밥에만 관심쏟는 새누리당의 무상급식 침묵

 

'유능한 자는 행동하고 무능한 자는 해설한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4월부터 예산 지원이 중단될 예정인 경상남도 지방자치단체의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마땅히 사회적 담론의 주역이 돼야 할 집권 새누리당의 처신을 보면 혹여 무능한 자의 범주에도 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들은 해설은커녕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중이다.

 

경남 지자체는 지난해까지 무상급식 지원금으로 경남도 교육청에 주던 도비와 시군비 등 643억원을 4월부터 중단하는 대신 저소득계층 10만명에게 복지혜택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 학생들에게는 연간 50만원씩의 교육비가 새로 지급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나 경남 지역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당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18일 회동 이후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며 일부 시민단체는 경상남도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그 예산으로 시행하려는 서민 자녀 교육지원사업과 조례안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소위 진보를 표방한다는 새정치연합이나 시민단체들이 내세우는 반대 논리다. 우리 사회는 지금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를 놓고 모두가 고민하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확대는 진보세력이 추구하는 소득 양극화 해소의 유력한 방안이기도 하다. 재분배 효과가 클 뿐 아니라 교육평등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처신은 야당이나 시민단체들보다 더 한심하다. 그저 다가오는 4·29 재보궐선거에 엉뚱한 불똥이라도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뿐이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괜스레 평지풍파를 일으킨다는 불만까지 제기한다고 한다. 무상급식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면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홍 지사에게 고마워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옳은 것도 옳은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이 모두를 절망케 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제각각 지자체 복지정책, 정부가 중심 못 잡으니

 

지난 주 경기 성남시의 무상 산후조리지원 조례와 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만으로 강행처리됐을 만큼 논란이 큰 사안이어서 추후 복지부와의 협의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사업은 시내 3곳의 산후조리원에서 연간 2,000명 정도의 산모에게 2주씩 무상 산후조리서비스를 제공하되, 이용 못하는 산모에게는 50만원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는 지원금을 150만원 수준까지 늘려는 등, 4년간 376억 원 정도 들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는 여기 더해 무상 교복지원도 계획 중이다.

 

앞서 경남도가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선별지원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연일 거센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 등교까지 거부하는 등 우려했던 극단적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복지정책 방향상 완전히 정반대되는 지향이 두 단체장에 의해 돌발적으로 ‘실험’되는 양상이다.

 

물론 복지철학이 다른 두 단체장이 정치적 책임을 감수하고 각기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행위 자체를 무조건 뭐라 할 건 아니다. 지방자치의 취지도 원래 그런 것이고, 각 정책들도 나름의 명분과 논리를 갖추고 있다. 다만 무상 산후조리지원이 실제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지, 또 선별 급식지원을 통해 절감되는 예산만으로 교육환경 개선이 가능한지, 해당 정책들이 당장 시ㆍ도정의 최우선순위에 놓을 만큼 상대적으로 화급한 것인지 등에 대해 충분한 숙고와 공론화 없이 일방 추진된 모양새는 잘못됐다. 두 건 다 정치적으로도 의심 받는 이유다.

 

문제는 복지가 늘 정쟁으로 치닫는 현상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먼저 큰 가닥을 잡고, 그 틀 안에서 지자체별 사정에 따라 미조정하는 게 가장 좋은 형태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경남도의 선별급식 전환은 이미 전국적 정치쟁점이 돼있고, 성남시 건도 중앙정부와 협의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사회보장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 전체가 정쟁의 난타전 소재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역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최근 복지ㆍ증세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을 때도 결국 구체적 계수조차 논의에 올려보지 못한 상태로, “증세 없이 복지하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흐지부지 됐다. 복지방향 설정은 우리사회가 현단계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적 유불리 따위로 가벼이 다루거나 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래선 지자체장들이 저마다 정치적 효과를 염두에 둔 돌출정책을 내놓아 복지문제 전체를 어지럽힐까 걱정된다.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든 나서 중심을 잡고 논의를 정리해줘야 할 이유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30월] 교육부가 ‘성 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려는가

교육부가 체계적인 성교육을 위해 ‘성교육 표준안’을 새로 도입하면서 성 소수자 관련 내용을 일선 수업에서 제외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진일보한 표준안을 내놓지는 못할망정 기존 성교육 매뉴얼에 포함돼 있던 내용조차 배제시킨 것이다. 이는 성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용과 연대의 정신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 당국의 책임을 저버리는 처사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는 이미 법적인 요청이자 국제사회의 기준이 된 지 오래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평등권 침해의 유형으로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인종 등과 함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 어린이·청소년권리협약도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 이런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성 소수자들이 청소년 시절 학교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배우지도 존중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따돌림 등 실질적 차별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관련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한 조사에 참여한 18살 이하 성 소수자 가운데 45.7%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대중문화를 비롯해 사회·문화적으로는 성 소수자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는 반면 일부 종교계는 더욱 극렬한 반대 목소리를 냄으로써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현상도 감안돼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 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을 학교 교육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부가 차별의 논리를 공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차별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종교계의 반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정 종교의 시각이 국가 교육정책을 좌우하는 것 또한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원칙에 비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 소수자 관련 교육은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관계에서 차별을 배격하고 배려를 북돋는 시민교육의 일부분이다. 이런 내용조차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게 한다면 21세기 문명국가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30월] AIIB 가입을 국익 신장의 기회로 삼아야

 

우리나라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활짝 열렸다. 우리가 미·중 사이의 미묘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AIIB 가입을 적극 지지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경제적 실익을 놓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IB 가입 결정만으로 그러한 기회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AIIB의 공식 출범 때까지 우리의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세심한 전략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AIIB의 출범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아시아 인프라 개발 시장은 더욱 판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신설되는 AIIB 간에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아시아 각국이 구상해온 각종 인프라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ADB는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 수요가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약 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신(新)실크로드 건설사업’이 대표적인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다. 도로와 항만, 댐과 발전·송전·배전설비 등 아시아 각국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 건설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대규모 인프라 투자 사업에는 건설·토목은 물론 철강과 소재, 화학제품, 물류 및 운송까지 우리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모두 포함된다. AIIB 가입을 계기로 국내 기업의 아시아 인프라 시장 참여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국가적 전략과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자면 우선 정부는 AIIB 창립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지분율을 가급적 많이 확보해 우리나라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높이는 한편, AIIB의 지배구조 면에서도 우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도 AIIB가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국제 수준과 관행에 맞춰 입찰과 수주·시공 능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는 AIIB 가입을 국익 신장의 기회로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330월] 이 전 대통령, 사저에서 대통령기록 ‘불법 열람’ 했나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기록물에 대한 온라인 열람권은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의 핵심 논란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전직 대통령에게 열람을 위한 편의와 시설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다. 국가기록원은 온라인 열람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노 전 대통령의 요구를 “보안상 문제가 있고 시설을 만드는 데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달랐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하기 전날인 2013년 2월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에 온라인 열람 장비를 설치한 것으로 최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드러났다. 사저에 온라인 열람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한 것은 2010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 전직 대통령의 온라인 열람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신설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임자의 열람권 행사를 ‘불법 유출’이라며 각종 정치적 공세와 법적 고발조치 등으로 맹공했던 전비(前非)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 한마디 정도는 있어야 한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대통령지정기록이나 비밀기록으로 관리됐을 것으로 유추되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해서 많은 의혹과 비판을 산 바 있다. 이번에 사저에 온라인 열람 장비를 설치한 것이 확인됨으로써 의혹이 또 하나 추가된 셈이다. 전직 대통령의 온라인 열람권은 지정기록물과 비밀기록물을 제외한 기록물에만 한정된다. 회고록 내용과 이 전 대통령 측이 밝히는 작성 과정 등을 보면 사저에서 지정기록물을 열람한 정황이 농후하다.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국가기록원은 이 전 대통령 측이 회고록을 집필하면서 기록을 열람한 과정과 내용을 확인하는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과 국가기록원 간에 주고받은 공문서도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한다. 의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열람권 행사에 한없이 엄격했던 이 전 대통령 측과 국가기록원이 이 전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해 이처럼 각종 의혹과 구설에 시달리는 모습이 딱하다. 떳떳하다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든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향신문 사설-20150330월] 외교안보 사령탑 김관진 실장이 안 보인다

청와대는 2013년 12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상임위원회 실무조정회의, NSC 상설 사무처 신설을 발표하면서 “동북아 전략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청와대 진단대로 주변국 갈등은 점차 심화되었고 동북아 전략 환경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이 중심을 잡고 평화를 지키는 외교역량의 극대화가 절실해졌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문제,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 참석 문제 등 새 도전 과제들이 한국 외교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능동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미·중 사이 눈치 보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미국의 견제 눈초리가 사라질 때를 기다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한 것은 수동적 외교의 극치였다. 요즘처럼 동북아 갈등이 복잡하게 전개될 때는 외교안보 사령탑이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국가안보실장은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등 외교안보 책임자로 구성된 NSC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게다가 안보실장은 산하에 NSC 사무처장을 겸직하는 1차장과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이 겸직하고 있는 2차장까지 두고 있다. 김 실장은 외교안보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막중한 자리에 있는 그가 전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드러난 그의 활동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 피습 때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연 것뿐이다. 개인의 돌출 행동에 상임위까지 연 그가 최근 국가안보의 중대 과제를 놓고 상임위를 열었다는 소식은 없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 한·중관계 차원에서 균형 있게 통제하고 지도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시민을 불안케 하는 건 동북아 갈등뿐이 아니다.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외교사령탑도 불안 요소다. 사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실장, 국방장관, 국정원장, 주중대사 등 외교안보의 핵심 직위에 군 출신을 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김 실장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팀이 지금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외교안보 사령탑을 적임자로 교체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30월] 저유가 속의 공공요금 인상 러시

 

서울 등 수도권의 대중교통 요금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의 상하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이 분야에 따라 최대 36%까지 인상된다고 한다. 공공서비스의 만성적 적자 타개가 요금 인상의 목표인 만큼 재정 압박을 받는 형편이 비슷한 다른 지자체도 따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가계의 소득 증가가 제로에 가깝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공공요금 인상은 자제돼야 마땅하다. 또 이번 인상안이 최근 정부가 사교육비· 통신비의 동결과 자동차 부품비의 인하 등으로 지출을 줄여 가계의 실질소득을 사실상 증대하겠다는 대책과도 엇박자를 내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 안동, 전북 전주, 충북 청주, 경기 의정부 등이 조만간 상하수도 요금을 대폭 인상한다. 안동시는 상하수도 요금의 현실화를 위해 4월부터 하수도와 상수도 요금을 각각 34.6%와 10%를 인상하기로 했다. 전주시는 4월부터 하수도 요금을 36%, 김포시는 올해 30%를 인상한다. 제주도는 5월부터 상하수도 요금을 각각 9.5%, 27% 인상할 예정이다. 20% 이상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문제다. 서울시는 조만간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물론 광역버스 요금을 200~500원가량 인상하는 안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경기도도 다음달 최대 500원의 버스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 수도권의 대중교통 인상은 기정사실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서 50달러 안팎으로 3분의1 토막이 난 점을 살피면 대중요금은 오히려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최근 3~4년 사이 서울에 직장을 갖고도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수도권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적지 않은 점을 생각할 때 광역버스 요금을 25% 가까이 올리는 것은 너무 심하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2%대인 만큼 상승폭은 최소화해야 한다.

 

지자체들이 유가 하락 등으로 불황 속의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D의 공포’가 거론되는 틈을 타 공공요금 등을 일방적으로 인상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중앙정부의 간섭이 매우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공공요금의 대폭 인상은 서민 가계의 주름살을 깊게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부자나 서민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똑같이 적용되는 공공요금 인상은 자제돼야 한다. 불가피하다면 마땅히 최소한의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30월] 홍콩 증시로 옮겨가 크게 성공한 코웰의 경우

 

세계 3위 카메라모듈 제조업체인 코웰이홀딩스(코웰)가 31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한다고 한다(▶본지 3월28일자 A1, 6면 참조). 한국계 기업으로 홍콩에 상장하는 첫 사례인 데다 3년 전 코스닥을 떠난 기업이라는 점이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겠다”는 것이 코스닥 상장 폐지 사유였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코웰의 홍콩증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5억달러(약5500억원)로 코스닥을 떠날 당시 시가총액(900억원)의 6배 규모다. 올 매출이 1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이런 유망기업이 왜 코스닥에선 주목받지 못했는가. 곽정환 코웰 회장은 1992년 봉제인형 제조업체를 차려 1990년대 말 매출 2000억원짜리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인형 제조업에 미래를 걸 수 없다며 2003년 당시 매출 10억원대에 불과하던 코웰전자를 인수했다. 그 뒤 코웰은 2008년 매출이 500억원으로 불어나며 그 해 코스닥에도 입성했다.

 

코웰은 코스닥 상장 후 3년간 순이익이 4배 이상 크게 증가했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그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코웰이 애플 협력사라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게 한국의 주식시장 수준이다. 때마침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코스닥 상장 폐지 후 홍콩 재상장’ 카드를 내밀며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갈 것을 제안하자 코웰은 미련없이 한국을 떠났던 것이다.

 

코스닥이 이런 기업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건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투기적 시장흐름이 구조화돼 있는 데다 엉터리 실적 전망이 판치는 등 제대로 된 분석 보고서조차 찾기 어렵다. ‘코스닥 디스카운트’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상장에 따른 자금조달, 상장유지 등에 규제가 많기는 한국 시장이 유별나다. 우량기업들이 상장을 꺼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다른 기업도 국내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코스피, 코스닥 등 거래소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30월] 단통법 6개월, 불법 여전하고 소비자 혜택은 줄고

 

4월1일이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된다. 지난주 미래창조과학부는 평균 이동전화 요금이 8,500원가량 내려갔다는 통계자료까지 내며 단통법의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불법 보조금은 사라지지 않고 이용자 차별도 여전하다고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이통사 대리점 등 현장에서는 법 시행 후에도 불법 보조금 지급이 비일비재하다. 각종 편법을 동원해 법에 규정된 것보다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SK텔레콤은 영업점의 과다 보조금 지급으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에다 과징금까지 부과 받았다. 신제품 출시를 전후해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이 판치고 정부는 뒷북 제재를 하는 악순환이 법 시행 뒤에도 반복된 것이다.

 

공평한 보조금 지급을 유도해 이용자 차별을 없애겠다는 법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사정이 이러니 약삭빠른 사람은 여전히 단말기를 싸게 사고 대부분은 이전보다 더 비싸게 사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지난 6개월의 성과는 단말기 구입가격의 상향 평준화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문제는 부작용이 자영업자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대리점·판매점이 줄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 휴대폰 가격이 비싸졌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졸업·입학 시즌인 지난달과 이달은 전통적으로 이통 시장 성수기로 꼽히지만 되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호갱님'이 사라지고 요금인하에다 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되풀이할 것인가. 실효성 없는 보조금 상한선 등 과잉규제만 고집하지 말고 소비자와 시장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30월] 삼성의 새로운 '금융 프로젝트'를 주목하는 이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베이징에서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시틱(CITIC)그룹 창전밍 대표를 만나 금융사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 부회장은 창 대표에게 "증권에 이어 자산운용의 지수연동형 펀드(ETF) 사업제휴 등 다양한 금융 분야로 협력을 넓히자"고 제안했다는 소식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융도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 개척을 통해 급성장했듯이 금융회사들도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중국 금융사업 확대는 의미가 크다. 중국을 발판으로 삼아 금융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일류회사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금융의 삼성전자를 키우는 일은 삼성전자의 '도전 DNA'를 이식하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미 삼성증권·카드 등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강도 높은 체질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핀테크를 중심으로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접목이 진행되면서 삼성 내부에서 금융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강한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세계 금융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우리 금융환경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금융산업에 '뭔가 고장이 났다'고 할 정도다. 국내 선두권인 삼성 금융계열사조차 세계 시장에서는 힘이 달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산업은 해외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그럴수록 민관의 유기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정부-기업-금융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세계의 창/이영채(논설위원)-20150330월] 1F 피폭노동자들의 절규

3·11 원전사태 4년을 맞은 지난 11일, 후쿠시마시에서 열린 ‘원전 필요없다! 생명의 모임’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피난민들의 가설주택생활과 건강 문제, 방사능 오염 쓰레기의 소각 문제, 전국적인 원전 재가동 반대 주민운동의 현황 등 다양한 보고가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원전 필요없다! 후쿠시마의 여성들’ 소속의 사토 쇼코가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전(1F·이하 제1원전) 피폭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조사 분석은 현재진행형인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도쿄전력은 제1원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012년 5월부터 2014년 9월 사이에 모두 5번에 걸쳐 설문조사를 했다. 몇 가지 주요 항목의 개괄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피폭노동과 고용보장 측면이다. 5회째(2014년 9월) 설문 결과를 보면, 제1원전 노동자들은 지금도 현장의 노동에 불안(69.1%)을 느끼고 있고, 그 이유로 가족에 대한 피폭의 영향(87.7%)과 피폭량의 증가에 따른 해고(10%)를 거론했다. 2014년 9월 말까지 제1원전에서 일한 3만8454명 중 3.5년간 피폭량 20mSv 초과 7726명(5mSv×연수는 백혈병 산재인정 기준), 50mSv 초과 2071명(다발성 골수종 산재인정 기준), 100mSv 초과 174명(위암, 식도암, 폐암 등 산재인정 기준)이었다. 또한 2014년 8~9월 한달간 20mSv를 초과한 노동자는 140명이며 도쿄전력 직원 1인을 제외한 전원이 하청업체의 파견노동자였다.

 

이는 파견노동자들이 단기간에 고선량의 피폭에 노출당하고 있으며, 이후 기준을 초과하면 해고하는 형태의 ‘일회용 고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제1원전 노동자들은 작업장의 방사능 현황과 자신의 피폭량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적인 고용안정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 각자에게 건강수첩을 교부해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체계적인 인원배치 계획이 요구되고 있다.

 

둘째, 임금지급 현황이다. 2회(2012년 10월) 설문 결과를 보면, 제1원전 노동자 3186명 중 1533명(48.1%)이 원전사태 이전과 비교해서 임금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25.5%만이 늘었다고 답했다. ‘현재 임금에 제1원전에서의 작업이 특별수당으로 가산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산되어 있지 않다(32.1%), 잘 모르겠다(47%)로 답변해, 도쿄전력과 원청 파견회사 사이의 거래 관계가 공개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설문조사도, 특별수당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53.2%), 실제 증가했다(32%)고 답한 이는 많지 않았다. 체르노빌은 국가가 원전노동자들의 주택과 임금을 직접 담당한 것에 비해 후쿠시마의 경우 인력 파견회사가 고용주가 됨으로써 제1원전 현장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임금이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노동환경 측면이다. 작업환경에 대해 제1원전 노동자들은 ‘파편의 산란, 추락 및 낙하물에 대한 불안’(1회 설문), ‘노동시간이 길다(휴식시간이 없음)’(4회), ‘현장에서의 사고와 부상의 불안’(5회)을 계속 거론했다. 2014년 제1원전에서 발생한 산재는 약 40건으로 전년에 견줘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1월19일에도 오염수 저장탱크에 파견노동자가 떨어져 사망했으나, 희생자가 낙하방지용 허리띠를 착용한 흔적이 없었다. 도쿄전력은 제1원전에서 산재사고가 증가한 것은 ‘작업원의 절대수가 증가하여 개개인에게 안전수칙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2013년까지 제1원전의 1일 평균 작업종사자가 약 3천명이었던 것에 비해, 2014년도에는 오염수 대책을 위한 토목공사가 본격화하면서 평균 6천명이 현장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제1원전의 경우 후쿠시마 현지 고용이 약 50%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감 또는 일자리를 찾아서 다시 후쿠시마 원전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파견노동자들처럼 불공정한 임금과 부족한 정보 제공에 의해 또다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제1원전 피폭노동자들의 절규가 어디 후쿠시마뿐이겠는가. 한국도 23곳의 후쿠시마를 가지고 있으며 그 속에는 비정규직 피폭노동자들의 절규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주철환(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20150330월] 상식 수준의 연민

 

나이 들어 그런가. 강아지가 점점 좋아진다. 예전엔 ‘개 닭 보듯’ 했다. 지금은 누가 강아지랑 걸어가면 몇 발자국 따라간다. ‘TV동물농장’에 강아지가 나오면 시선고정이다. 이건 약과다. 충무로 근처에 가면 일부러 애견거리를 거닐 지경이 되었다.

 

개를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 그럴 계획은 없다. 엄두가 안 난다. 아파트에 사는 데다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 솔직히 고백할까? 키우는 건 좀 귀찮다. 여러 가지로 번거롭다. 그런데도 강아지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애틋하다. 가끔씩 눈에 밟히고 마음을 긁힌다.

 

  이쯤 해서 나의 이기적인 취향을 알아차렸을 거다. 난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일 뿐 사랑하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건 내가 좋은 것이고 사랑하는 건 상대가 좋은 것이다. 꽃이 좋아서 꺾고 그걸 화병에 담고 며칠 지나 싫증나면 분리수거하는 사람이 꽃을 사랑한다고 우길 수 있나? 성장을 돕고 입장을 존중해야 사랑이다. 동물원에서 과자 던져주는 정도론 어림없다.

 

  날이 더워지면 누구는 또 물을 것이다. “멍멍이 좋아해?” 그 친구는 개를 음식으로 간주한다. 개가 가엾지 않느냐고 물으면 소가 더 불쌍하다고 받아칠 것이다. 그러니 그냥 가볍게 거절하면 시간이 절약된다. 소신을 나무라면 얘기가 길어진다.

 

  키운다고 다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짖는다고 성대 제거, 번식 막는다고 수술 동의한 사람이 애견인일까? 그러고 보니 애견거리도 진짜 개를 사랑하는 거리는 아닌 것 같다. 어미와 이별하고 좁은 곳에 갇혀 연명(?)하는 개들의 처지를 상팔자라 여길 순 없다. 친구들이 팔려가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잠을 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유난히 자는 개들이 많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가 『아주 상식적인 연민으로』라는 책을 냈다. 연민이라는 단어가 심장을 두드린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둘러보면 사람 사이에도 연민은 사라지고 의심(“진짜 아프냐?”)은 요동친다. “아프건 말건 내 알 바 아니고.” 이렇듯 무정한 건 ‘쿨’한 게 아니다. 그냥 차가운(cold) 거다.

 

  체형, 체격, 체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게 체온이다. 정상 범주에 못 미치거나 넘어서면 그땐 죽음이다. 쉼터, 배움터, 일터를 살아 있는 봄날의 온기로 채우려면 상식 수준의 연민이면 충분할 듯싶다. 흐뭇하지 않은가. 꽃(웃음꽃)도 피고 열매(보람)도 따고.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30월] 검색의 시대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 카스파로프와 IBM 컴퓨터 ‘딥 블루’가 체스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딥 블루의 승리였다. 2011년 미국 ABC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IBM 컴퓨터 ‘왓슨’이 인간 퀴즈챔피언을 이겼다. 체스나 퀴즈처럼 사고와 판단력이 중요한 영역에서도 컴퓨터가 사람을 압도하게 된 것이다.

 

검색 만능 시대다. 생각하고 사유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무엇이든 인터넷 검색 포털에 물어보면 즉시 답이 나온다.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다 가르쳐준다. 풍부한 상식을 뽐내며 ‘걸어다니는 사전’이라고 불리던 이들도 인터넷 검색을 따라갈 수는 없다. 머리 싸매고 외울 필요가 없다 보니 인간의 지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검색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엷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2500년 전 붓다는 왕자로 태어나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는 고착된 생각, 굳어진 관습, 잘못된 삶의 행태와 완전히 결별하면서 위대해졌다. 붓다는 ‘나의 말도 의심하라’고 가르치며 ‘사유’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붓다의 가르침은 검색의 시대에 더욱 유효한 게 아닐까.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검색으로 남의 지식을 빌려올 수는 있어도 생각의 힘, 지혜를 키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남 해남 일지암의 법인 스님이 펴낸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은 검색이 지혜로운 삶의 걸림돌이라는 걸 일깨운다. 검색으로 상징되는 고착화된 생각에서 벗어나 내적인 성찰로 마음을 돌릴 때 진정한 행복과 성숙한 삶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검색보다 사색이 오늘을 살아가는 가장 든든한 생존무기이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와 넘쳐나는 독기(毒氣) 또한 사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데 따른 병폐라고 진단한다. “아프다고, 괴롭다고 말하는 이들은 위로받기 전에 냉엄하게 스스로를 진단해 보라. 내 삶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가. 나는 지금 남의 삶을 눈치 보며 흉내 내고 있지는 않은가.” 검색의 시대, 개인과 세상을 바꾸는 사유의 회복이 절실하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구본영(논설고문)-20150330월] 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

대학생 아들로부터 귀동냥하는 요즘 대학가의 풍속도는 삭막하다. 경영·리더십 분야 등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치르는 면접장의 분위기는 살벌할 정도란다. 학점 경쟁을 하다 보니 밥조차 혼자 먹는다는 뜻의 ‘혼밥족’까지 생겨나고 있다니….

 

청년 구직난 시대에 이런 살풍경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이른바 ‘5포(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 포기)세대’란 말이 괜히 나왔겠나. 낭만이 사라진 대학가의 풍경도 취업 빙하시대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눈물겨운 적응 과정일 게다. 바늘구멍 같은 청년 고용시장이 마침내 ‘호모 솔리타리우스’(외로운 인간)란 한국형 신인류를 탄생시켰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판이다.

 

정부도 청년 취업난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각료들이 “일자리 주도 성장이 옳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지 않은가. 다만 고용 확대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2012년 2.3%였던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2013년 3.0%, 지난해엔 3.3%로 2년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2012년 8.3%에서 해마다 상승해 올 2월에는 무려 11.1%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고용 없는 성장’이 가시화된 느낌이다. 사무 자동화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고용은 외려 줄어들 것이란 경제학자들의 불길한 예언이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박 대통령이 청년실업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적극적 중동 진출을 주문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중동, 네가 가라’라는 청년층 일각의 냉소에 편승한 듯 “청년들을 중동으로 내모는 것은 상처 난 곳에 소금 뿌리는 격”(서영교 원내대변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현 정부가 하는 일이면 뭐든 대안 없이 반대하는 차원이라면 한심한 일이다. 1970∼80년대처럼 건설 노무자 위주가 아닌, 원전이나 IT산업 중심의 중동시장을 진취적으로 선점하자는 게 청년 중동 진출론의 본뜻이라면….

 

그렇다 하더라도 고용 없는 성장은 전 지구적 현상이라니 ‘제2 중동 붐’에 올라타는 게 만병통치약일 순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일자리 축소-결혼 기피-저출산-성장 둔화’라는 악순환이 지구촌의 큰 흐름이라지 않은가. 중동 산유국들이 종전의 단순 시공 사업에서 벗어나 이제 금융과 IT 등을 망라한 종합시행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단순 노무자 시장과 달리 첨단 시장에선 박 대통령의 희망대로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의 일자리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이란 세계 문명사의 대전환기에 선 우리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듯한 정치권의 행태가 딱해 보이는 이유다. 정략과 표 계산에 눈이 어두워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법 하나 절충해 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오형규(논설위원)-20150330월] 커닝

 

조선 후기 야담집 청구야담에는 ‘시골 유생을 속여 박생이 과거에 합격하다(騙鄕儒朴生登科)’라는 이야기가 있다. 박생이 과거시험 전 거벽(巨擘·대리시험자)과 사수(寫手·대필자)를 찾아내 협박해 급제한다는 내용이다. 박생은 암행어사로 유명했던 박문수를 지칭한다.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과거제도의 실상을 엿볼 수는 있다.

 

숙종실록에는 성균관에서 과장(科場)까지 대나무통이 묻혀 있는 게 적발됐다는 기록도 있다. 시험문제를 끈에 매달아 내보내면 밖에서 답안을 써 돌려보내는 대리시험 수법이었다. 조선시대판 문자메시지 커닝이다. 이런저런 부정행위로 급제한 자들은 ‘뻐꾸기 현감’ ‘뻐꾸기 당상’이란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시험 있는 곳에 빠지지 않는 게 커닝(cunning)이다. 커닝은 일본식 영어(간닝구)에서 유래했는데 본래 ‘교활한’이란 뜻이다. 영어로 시험 부정행위는 ‘cheating’인데, 이는 커닝뿐 아니라 도박 게임 등의 속임수까지 포괄하는 의미다.

 

시험결과에 따른 반대급부가 크면 클수록 커닝은 성행하게 마련이다. 과거급제는 곧 인생역전이었으니 커닝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송나라 때 만들어진 인쇄본 좁쌀책은 알고보니 커닝용이었다. 청나라 때는 가로 4.5㎝, 세로 3.8㎝, 두께 0.5㎝에 불과한 커닝페이퍼 9권에 10만자를 담은 사례도 있다. 심지어 점심 도시락이나 콧속에까지 커닝페이퍼를 끼워넣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커닝은 더 기승이다. 최근 중국 일부 학교에선 커닝 통제가 안 되자 학생들을 운동장에 4m 간격으로 앉혀 시험을 치르게 하고, 교사는 망원경으로 감시한 일도 있었다. 또한 IT기기를 이용한 커닝 예방을 위해 시험장에 전파방해장치, 금속탐지기까지 설치할 정도다. 며칠 전 인도에선 고교 입학시험 도중 학교 벽을 타고 올라가 커닝쪽지를 건네려던 학부모와 부정행위를 거든 교사 1000여명이 체포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출세욕과 엇나간 교육열의 합작품이다.

 

서양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은 모양이다. 미국 고교생 4500명 설문에서 74%가 시험 커닝 경험이 있고, 이 중 3분의 1은 반복적으로 커닝을 했다고 조사됐다. 3년 전 하버드대에서 125명이 기말고사 집단 부정행위로 적발되더니 이번엔 스탠퍼드대에서 대규모 시험 부정이 드러나 조사 중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 명문대생들도 시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하긴 국내 대학에서의 커닝은 웬만해선 기사거리도 안 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정상범(논설위원)-20150330월] 자전거 도둑

 

2차대전 후 폐허의 이탈리아. 안토니오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침대 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어렵게 자전거를 구한다. 일자리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설렘도 잠시. 그는 벽보를 붙이다 자전거를 잃어버려 로마 시내를 헤맨 끝에 간신히 도둑을 잡았지만 자전거를 되찾지는 못한다. 주인공이 홧김에 다른 자전거를 훔치다 잡혀 군중들의 멸시를 받으며 아들과 함께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오는 모습은 영화 속 명장면 중 하나다.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이 만든 네오리얼리즘의 고전 '자전거 도둑'의 이야기다.

 

이 영화의 장면들과 달리 우리는 자전거 절도 행위에 별다른 죄의식이 없는 편인 것 같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처럼 자전거란 함께 나누는 물건이라는 인식까지 청소년 사이에 퍼져 있다. 호기심이나 재미로 남의 자전거를 타다가 아무 곳에 버리거나 팔아먹는 이들도 많다. 공유경제(?)의 원조라고 불릴 만한 일이다. 하지만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고 가격도 비싸지면서 자전거 도난은 점점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는 수천만원짜리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며 하소연하는 글이나 이를 원천 봉쇄하는 갖가지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자전거에서 잠깐 눈을 떼는 순간 소유주가 바뀔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화장실에 갈 때도 자전거를 메고 가거나 침대 옆에 곱게 모셔두고 잔다는 이들도 많다. 자전거를 되찾겠다며 며칠 밤을 꼬박 새워 중고 사이트를 뒤지는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상까지 심심찮게 들려온다.

 

남의 자전거를 무려 18㎞나 끌고 간 50대 남성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자전거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데도 안장과 뒷바퀴를 든 채 집까지 가져갔다고 한다. 경찰이 8일에 걸쳐 66대의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한 끝에 잡았다니 담당 경찰의 끈기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경찰은 여세를 몰아 자전거 도둑 전문 수사팀까지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우리의 자전거 인식도 이제 바뀔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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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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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고위 공직자 가족 재산 공개 거부

■ 천암함, 5주년

■ 하나금융 CEO 연봉 인상 구설수

■ 경기 부양의 몇몇 방법들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고위 공직자 가족 재산 공개 거부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7금] 힘 있는 공직자일수록 거부하는 ‘가족 재산공개’

 

국회의원과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대검찰청 고위간부, 국세청 고위공무원…. 이들의 공통점은 공직자 가운데서도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국회와 행정부 등 5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2300여명의 재산신고 현황을 보면, 공통점이 또 하나 발견된다.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 비율이 다른 기관 공직자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라면 공직자 가족의 재산공개 제도는 갈수록 사문화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자인 행정부 고위공직자 1825명 가운데 26.9%인 491명이 부모 또는 자녀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4명 중 한 명이 넘는다. 기관별로 보면, 국세청은 공개 대상자 4명 중 3명(75%)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고 대검찰청 고위간부 35명 중 절반이 넘는 20명(57.1%)이 일부 가족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장관은 16명 가운데 7명(43.8%)이, 대통령실은 대상자 50명 가운데 18명(36%)이 역시 일부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국회에서도 사무처 고위직의 거부 비율은 19.4%인 데 비해, 국회의원의 거부 비율은 37.3%에 이른다.

 

물론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직계 존·비속이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독립 생활을 하는 공직자 가족의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처사다. 하지만 가족 간에 위장 증여나 편법 상속 등의 사례가 적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이 조항은 재산을 숨기거나 축소 신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매우 크다. 특히 공직자 중에서도 직급이 높고 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가족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다면, 이 제도의 취지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처음 도입한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공직자 가족의 재산신고 조항 역시 재산 은닉이나 축소 신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 권력기관의 핵심 고위공직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막으려면, 일정 직급 이상 공직자의 직계 존·비속에 대해선 재산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래야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국민 신뢰를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7금] 직계 존비속 고지 거부하면 재산공개 하나마나 아닌가

 

고위 공직자 1825명이 지난해 재산을 공개했다. 평균 재산이 12억92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400만원 늘어났다. 땅값 상승과 급여 저축 등으로 66%(1212명)가 재산을 불렸기 때문이다. 1억원 이상 재산이 늘어난 공직자도 20.6%(377명)였다. 고위 공직자들이 일반 국민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위 공직자라고 재산이 늘어난 걸 무턱대고 의혹의 눈길로 바라봐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직계 존비속 재산 고지를 거부한 고위 공직자가 491명(26.9%)에 달한 점은 재산 공개의 근본 취지를 위협하는 큰 문제다. 이 비율은 지난해 27.0%와 큰 차이가 없고 2011년 26.0%, 2012년 26.6%보다 높다. 정부가 신고를 거부할 수 있는 ‘분리 거주 기간’을 신고일 이전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늘렸음에도 거부율이 줄지 않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국회의원(37.3%)과 법원 고위 공직자(46%)의 거부율이 유독 높은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 가족 보호 차원에서 독립 생계나 타인 부양 등의 경우 직계 존비속의 재산 비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법 논리상으로는 틀린 게 아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위 공직자가 저지른 비리 사건에 직계 존비속이 연루된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가 부정한 돈을 직계 존비속에게 명의신탁하거나 변칙 증여한 뒤 고지를 거부하면 밝혀낼 길이 없다. 특정 기업의 주식을 자식 이름으로 보유한 공직자가 이를 숨긴 채 해당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있어도 막을 길이 없다면 제대로 된 나라인가.

 

  고위 공직자들은 직계 존비속의 재산까지 합산하면 자신의 재산 규모가 부당하게 부풀려진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국민이 관심을 갖는 건 액수가 아니다. 공직자가 부모·자식의 재산까지 낱낱이 밝혀야 할 이유는 본인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보유한 자산으로 이해충돌이 발생할 우려는 없는지 국민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정 직급 이상은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7금] 공직자 가족재산 ‘고지 거부’ 손봐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어제 고위공직자 2302명의 정기재산변동 신고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 대상 고위공직자의 평균 재산은 15억3400만원에 10명 중 7명꼴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에도 이들 고위공직자가 늘린 재산이 평균 2억원에 달한 데 대해 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재산이 늘고 줄고의 문제를 떠나,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허무는 직계 가족의 ‘고지(告知) 거부’는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 매년 공직자 재산 공개 때마다 문제점과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유야무야되면서 올해에도 어김없이 심각한 행태가 재연되었기 때문이다. 재산 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중 부모나 자식 등 직계 존비속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고지 거부’ 비율이 26.9%에 달했다. 4명 중 1명꼴로 가족 재산 고지를 거부한 셈이다. 게다가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하는 비율은 힘 있는 기관과 공직자일수록 높다. 국회의원은 37.3%가 부모나 자식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고, 법원 고위공직자는 그 비율이 46%에 달한다.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들의 고지 거부 비율도 평균보다 높다. 권력과 지위가 높은 공직자들이 이렇게 ‘고지 거부’를 남발할 경우 재산 공개 제도 자체가 형해화되기 십상이다.

 

공직자는 재산 변동 내용을 신고할 때 본인뿐 아니라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의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 허가를 받아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는 있다. 공직자 가족이라고 해도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있다면 사생활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그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위장양도나 편법상속 등 공직자의 재산은닉 수단으로 ‘고지 거부제’가 이용될 소지가 크다. 가령 공직자가 재산을 부모나 자녀에게 명의신탁하거나 변칙증여한 뒤 고지를 거부하면 실체를 규명해낼 도리가 없다.

 

가족 재산 고지거부제가 공직자의 성실한 재산신고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가족 재산을 공개한 공직자들이 외려 불이익을 받는 현행 제도는 불공정하다.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고지 거부를 아예 못하도록 하거나, 최소한 일정 직급 이상 공직자는 가족 재산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가 부실한 ‘고지거부제’ 같은 구멍 때문에 단순 통과의례로 전락하게 놔둬서는 안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7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고지거부 개선책 찾아야

 

지난 한해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은 10명 가운데 7명꼴로 재산을 불렸다. 26일 발표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신고 내용에 따르면 국회의원·법관·고위공무원 등 2,302명 중 69%인 1,583명의 재산이 늘었고 평균 재산도 15억3,400만원으로 전년의 13억2,000만원에 비해 2억원 이상 증가했다. 공직자 재산증식 상태는 3%대의 낮은 경제 성장률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물론 불경기 속 고위공직자의 재산증식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단지 고위공직자라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다. 시장경제라면 누구든 자신의 재산을 합당한 방법으로 공정하게 운용해 늘릴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재산증식 결과가 대부분 토지와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특히 국회의원 292명 가운데 81.8%인 239명이나 재산이 늘어났다. 의원들이 자신의 이익에 경도된 입법활동을 일삼지는 않았겠지만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생이 피폐한 가운데 국회의원 절대다수의 재산이 늘어난 것을 선뜻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의 장관급 인사 27명의 평균 재산이 18억1,000만원에 1년 전 대비 2억2,000만원이나 늘어난 것도 민망한 부분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한 부동산 부양정책의 수혜를 장관들이 받았다고 꼬집어도 할 말이 군색해지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상습적인 재산고지 거부다. 이번에도 고지 거부율이 26.9%나 됐다. 심지어 국회의원은 무려 37.3%나 공개를 거부했다. 드러난 재산만으로도 위화감이 커지는 판에 숨겨진 부분이 이토록 크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불투명 정도가 이 지경이라면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있으나 마나다. 일정 직급 이상은 직계 존비속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국회는 스스로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정상화를 위한 법 개정작업에 즉각 나서라.

 

 

 

■ 천암함, 5주년

 

[한국일보 사설-20150327금] 새정치연합 1년, 변화 긍정적이나 책임감 더 보여야

 

천안함 사건 5주년인 어제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지난해 6ㆍ4 지방선거를 불과 2개월여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신당 추진세력이 손잡고 통합야당을 출범시킨 지 어느덧 1년이다. 그 동안 새정치연합은 창당 두 주역인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가 6ㆍ4지방선거의 사실상 패배에 이어 7ㆍ30 재보궐선거 참패로 취임 4개월 만에 도중하차 하는 등 극심한 혼란과 부침을 겪었다. 국정의 한 축인 제1 야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과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좀 다르다. 2ㆍ8 전당대회 후 문재인 대표체제 아래 비교적 안정을 찾고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당 지지도도 30% 안팎으로 회복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을 추격하는 형세이고, 문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군 가운데 20%대의 높은 지지율로 10주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여당을 견제ㆍ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할 임무를 갖는 제1 야당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새정치연합의 변화는 반대를 위한 반대나 편협한 운동권 의식에 머물러서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새해예산의 법정기한 내 통과와 핵심 쟁점법안 합의처리 등은 본회의장 난장판을 불사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문 대표가 공약대로 탕평 당직인사를 실천하고 당내 강경파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당의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유능한 경제정당ㆍ안보정당을 내걸고 중도층을 포함한 지지기반 넓히기에 적극적인 것 역시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구태를 완전히 벗고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중산층과 서민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 성장을 이끈다는 소득주도형 성장론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창당 날짜를 천안함사건 발생일로 잡을 정도로 무신경했던 당이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 등은 진일보다. 하지만 여당과 보수세력의 종북공세에서 벗어나려는 제스처 수준을 넘어서야만 국민들이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늦장 제시 등 그간 주요 현안에 취했던 무책임한 태도 탓에 더욱 그렇다.

 

또 지금은 숨죽이고 있지만 당내 강경파 세력이 언제 목소리를 높이고 나설지 모르고, 통합야당 창당의 한 축이었던 안철수의원의 존재감과 역할이 미미한 것도 잠재적인 불안요인이다.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 탈당 등에 의한 야권분열도 큰 부담이다. 당장 4ㆍ26재보선 승패가 걸렸다. 하지만 눈앞의 득실에 연연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지속적인 변화의 길을 갈 때 비로소 국민들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7금] 한국사 교과서, 왜 천안함 폭침을 빼먹는가

 

5년 전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군사 도발 측면에서나 남북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대 사건이다. 북한의 기습 도발로 우리 해군 장병 46명이 희생됐다. 합동조사단에는 외국 전문가도 참가해 북한의 어뢰 공격이 침몰 원인이라고 밝혔고, 국제사회는 북한의 만행을 규탄했다. 사건의 여파는 이명박 정부를 넘어 박근혜 정부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부터 일선 고교에서 사용 중인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천안함 피격 사건을 기술한 것은 교학사·지학사·두산동아 출판사의 3종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한선교 의원(새누리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상교육 출판사를 비롯한 4종은 남북관계 경색을 기술하면서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만 언급하고 천안함 사건은 생략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천안함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남북 경색국면의 모체가 되는 부분을 뺀 셈이 됐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당시의 남북 갈등에 대해 ‘서해안에서 양측 간 군사적 충돌이 연이어 발생하면서’라고 기술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은 물론 도발 주체도 명시하지 않았다.

 

  이런 교과서로 배우는 학생들이 어떻게 천안함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겠는가. 교과서가 이러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일각의 좌초설 등 각종 음모설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안보관도 함양될 수 없다. 교과서에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기술하는 것과 북한의 도발에 관한 기초적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천안함 사건을 빼먹은 교과서가 진보 성향 단체 소속 인사들이 대거 제작에 참여해서 생긴 일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인사들을 배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교육부도 문제다. 2011년 마련한 ‘북한의 도발 등으로 남북 간의 갈등이 반복되었으나…’로 된 집필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보다 명확한 집필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교훈은 정확한 이해에서 나온다.

 

 

■ 하나금융 CEO 연봉 인상 구설수

 

[한국일보 사설-20150327금] 불황에 난데없는 금융사 CEO 연봉인상 움직임

 

금융지주사들이 연봉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최고경영자(CEO) 보수한도를 또 다시 대폭 인상하려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봉은 현금 및 보너스, 성과연동 주식보상 등을 합쳐 줄잡아 30억 원 내외다. 그런데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에 이사 성과주식보상 한도를 기존 5만주에서 7만주로 2만주(현 시가환산 약 5억7,000만원) 올리는 안건을 상정했다. 신한금융 역시 현행 30억 원인 이사 보수한도를 45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온 나라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터에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해당 금융사들도 설명이 없지는 않다. 하나금융은 “하나ㆍ외환은행 통합을 앞두고 조직개편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도를 늘려 잡은 것”이라고 했다. 신한금융은 “임기 5년차를 맞은 현 회장이 올해 장기성과급을 일시금으로 받을 예정이어서 한도를 높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 이익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대부분 금융사들이 인력감축을 추진 중인 현실에서 이사회가 그런 안건을 상정한 것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금융권 내에서조차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이 감시와 견제는커녕 여전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개탄하고 있다.

 

금융사들로서는 민간기업 이사보수를 사정에 맞춰 조정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수시로 막대한 부실을 국민 혈세로 충당하며 성장해온 엄연한 공공재이기도 하다. 더욱이 지금은 가뜩이나 심각한 소득양극화 해결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정규직 임금과 근로조건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비정규직의 소득과 처우를 개선키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오죽하면 경총에서 어제 “6,000만원 이상 근로자 임금을 5년간 동결하여 청년고용 확대에 나서자”는 얘기까지 나왔겠는가.

 

차제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CEO 연봉의 적정성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없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시장주의가 득세하면서 국내에서도 CEO 연봉이 100억 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됐다. 금융지주 CEO들이 받는 30억 원만 해도 지난해 전체 근로자 평균연봉 약 3,800만원의 7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생산력의 개인차를 감안해도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격차다. 스위스에서는 2013년 CEO의 연봉을 해당 기업 최저임금의 12배 이내로 제한하자는 국민투표까지 실시됐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소득양극화에 대한 반감이 쌓여가는 상황이다. 끝없는 욕심에 앞서 경제계 지도자 입장에서 사회 전체를 배려하는 양식이 아쉽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7금] 직원은 내쫓고 회장 연봉은 올리는 금융지주사

 

30억원 정도나 되는 연봉을 받는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모럴해저드가 도를 넘어섰다. 수익이 나빠지자 직원들은 희망퇴직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사실상 길거리로 쫓아내면서 자신의 연봉은 올리고 있다. 고통 분담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 듯 내 뱃속만 챙기면 된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이런 후안무치(厚顔無恥)도 없다. 주요 금융사의 CEO들은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해 연봉을 깎았다. 하지만 올 주총 시즌을 맞아 ‘억지’로 내렸던 연봉을 1년 만에 슬그머니 경쟁하듯 다시 올리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3년 기본급 9억원과 성과연동주식 17억 4000만원 등 26억 4000만원을 받았다.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30%를 반납했다. 오늘 정기 주총을 개최하는 하나금융은 이사의 ‘성과연동 주식 보상’ 한도를 5만주에서 7만주로 늘리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성과연동 주식 보상은 3년간 경영성과를 평가해 경영진에게 주식으로 주는 제도다. 한도를 높이면 전체 연봉도 높아진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주총에서 7만주에서 5만주로 줄였던 성과연동 주식 보상 한도를 다시 7만주로 원상복귀하겠다는 것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2013년에 기본급·상여금 14억원과 성과연동주식 14억 2000만원을 합해 28억 2000만원을 받았다. 신한금융은 60억원이었던 이사보수 한도를 지난해 30억원으로 삭감했다가 그제 열린 주총에서 45억원으로 올렸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지난해 삭감한 것을 1년 만에 올린 것이다. 일부 금융지주사의 이러한 행태는 국민과 고객들을 우롱하는 짓이다.

 

국내 금융사 CEO의 연봉은 지나치게 많다. 2001년 금융지주체제가 출범할 때 3억~4억원이던 게 지금은 20억~30억원까지 치솟았다. 주요 금융사의 자산과 순익은 모두 일본 리딩뱅크의 10분의1 수준이지만 CEO의 연봉은 오히려 3배가량 많다. 이러한 상식 밖의 일은 사외이사와의 ‘공생’으로 가능하다. 회장의 측근인 사외이사가 회장의 연봉을 결정하고 회장은 사외이사의 연봉을 결정한다. 이런 식의 임금 결정은 주주에 대한 배신이다. CEO의 성과 체계와 보수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금융 당국은 적정성 여부를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

 

금융권에도 요즘 찬바람이 쌩쌩 분다. 수익이 줄면서 직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초 31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국민은행도 희망퇴직을 논의 중이다. 정부가 채용 규모를 늘리라고 압박하지만 지난해보다 더 뽑기는 어려운 구조다.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수익은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싶다면 오히려 CEO가 먼저 연봉 삭감에 나서는 게 도리다. 제대로 된 수장(首長)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지만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80위다. 저개발국 수준이다. 세계 50대 은행이 한 곳도 없다. 이대로는 우리 금융업에 미래가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금융 CEO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몫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어떻게 하면 연봉을 더 챙길까를 고민해서는 안 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7금] 실적 나 몰라라… CEO 연봉 다시 올리는 금융지주

 

금융지주사들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아 최고경영자(CEO) 보수 한도를 내린 지 1년 만에 다시 원위치시키고 있다. 하나금융은 '성과연동 주식보상' 한도를 지난해 5만주로 줄였다가 이번에 7만주로 원상 복귀하기로 했고 신한금융은 기존 60억원이던 이사 보수 한도를 지난해 30억원으로 삭감했다가 올해 다시 4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나머지 금융지주사도 회장 연봉을 덩달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불과 1년 전 금융지주사들은 수익성 악화에도 회장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아들여 일제히 내렸다. 당시 일부 금융지주사 회장은 하루 1,000만원의 임금을 받을 정도였다. 여론의 눈치를 보다 못해 연봉을 내렸다고 하지만 수익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회장 연봉을 1년 만에 원위치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익성이 그새 훌쩍 좋아져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한 회장의 연봉을 올린다면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수익성은 오히려 더 나빠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봉 올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사 이익의 70~80%를 차지하는 은행 수익성을 가름하는 잣대는 순이자마진(NIM)이다. 지난해 KB국민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NIM은 평균 2.31%로 전년의 2.40%에 비해 0.09%포인트 내려갔다. 올해는 이 수치가 2.25%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상황이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큰데다 경남기업 등 부실기업이 속출하는 점도 영업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올 초부터 직원을 대상으로 잇따라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한쪽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사람을 잘라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회장의 연봉을 올리는 행태가 도덕적 해이 아니면 뭔가.

 

 

■ 경기 부양의 몇몇 방법들

 

[경향신문 사설-20150327금] 경기부양 따로, 소비자 체감 따로

 

소비자들의 경제 불안감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재정확장, 금리 인하 등 정부와 한은의 쌍끌이 경기부양이 무색할 지경이다. 특히 소득 및 소비지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가계의 곳간은 비어있는데 고용과 고령화 등 미래불안이 겹치면서 활력을 찾지 못한 탓이다. 정부가 공을 들여온 부동산은 반짝하고 있지만 덩달아 가계부채를 늘리면서 경기를 데우는 데에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어 가계 친화적인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어제 발표된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는 꽤 우울하다. 매달 발표되는 수치가 주목받는 것은 정부의 경기부양이 실물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소비자심리지수는 101로 나타나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4월보다 더 얼어붙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보다 크면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뜻으로 수치만으로는 나쁜 게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추세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은 ‘부양 따로’ ‘체감 따로’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 조사는 한은이 1%대로 금리를 인하한 뒤 실시됐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당장 가계의 생활 형편, 수입 지출, 경기 등에 대한 인식은 모두 후퇴했다. 향후 물가 전망인 기대인플레는 2.5%로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였다. 인플레 기대가 없으면 금리를 내려도 부양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그나마 유의미하게 나아진 것은 집값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부양책이 오롯이 부동산 심리 부분에서만 효과를 발휘한 꼴이 됐다. 기업의 경우 재고조정과 국제경제 불확실로 투자에 애로를 겪고 있고 가계는 빚 부담 때문에 소비에 제약이 큰 상황이다. 정부가 지고의 선으로 여겼던 수출은 성장 기여도가 20여년 전의 60% 수준으로 약화된 데다 취업유발계수도 크게 떨어진 터다. 이런 측면에서 내수활성화는 곧 경제활성화나 다름없다.

 

이를 위해 가계 소득확대가 절실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이 내수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안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들어 최경환 부총리가 임금인상론을 들고 나왔지만 재계의 반발 등에 밀려 주춤하고 있다. 결국 해법은 가계소득 증대다. 돈만 푼다고 내수가 결코 살아나지 않는다. 내수를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그리 넉넉지 않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7금] 경제활성화법·구조개혁으로 경기회복 밀어붙여라

 

새봄을 맞아 우리 경제에 미약하나마 봄바람이 불고 있다. 2·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시장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금리 인하와 재정 투입이 시장의 투자심리를 북돋우고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으며 실업 문제도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우리 선택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는 중대한 시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4월에는 공무원연금과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 핵심 구조개혁의 향방이 판가름나는데다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 문제도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국민대타협기구와 노사정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각 부문의 구조개혁도 확고한 추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경제 활성화 법안의 국회 처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국회는 4월7일부터 한달간 임시국회를 열어 청와대와 정부에서 요청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 9개 경제 활성화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야당이 의료 영리화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해온 의료법 2개를 제외하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니 일단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하지만 세월호 1주기와 재보궐선거, 민노총 총파업 등 사회 갈등을 증폭시킬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자칫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숱한 정치·경제적 과제가 쌓여 있는 4월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분수령이다. 특히 구조개혁은 우리 사회의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미래 세대의 앞날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확고한 리더십을 갖고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와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관성 있는 대책을 과감하게 실천해 경기회복의 온기를 최대한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의식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국일보 사설-20150327금] ‘중진국 함정’ 탈출 위한 구조개혁 서두르라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제 한국은행이 발표한‘2014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전년(2만 6,179달러)보다 7.6% 늘어난 2만8,180달러에 그쳤다. 2006년 이래 9년 째 2만 달러 대에 발이 묶여 있다.

 

그나마 지난해 1인당 GNI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2013년 연평균 1,095원이던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 1,053원으로 하락한 덕분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전년 대비 증가율이 3.5%로 지난해 경제성장률 3.3%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는 경제가 게걸음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미 달러화의 강세 흐름도 거세다. 미국이 연내에 단행할 금리 인상이 원화 환율을 더욱 끌어올리리란 점에서 올해 또한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은 기대난이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으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은 나라들로 이뤄진 ‘30-50 클럽’가입 희망도 다시 늦춰지는 셈이다.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벽을 넘어서는 데 일본이 6년, 미국을 비롯한 구미 선진국이 8~9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듯한 상황이다. 지난해 3.3%에 그친 경제성장이 올해 더 나아지리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올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4%로 낮추었고, 4월의 수정 전망에서는 추가 하향 조정에 나서리란 관측이 무성하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성장률 전망치는 3%에 근접했고, 노무라 증권처럼 2.5%까지 낮춰 보는 경우도 있다. 유가 하락과 저공 비행하는 물가도 성장률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소비심리를 냉각시키고 있음도 물론이다. 지난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전년(160.3%)보다 3.9% 포인트 높은 164.2%에 이르렀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133.5%보다 눈에 띄게 높다.

 

결국 GNI 2만 달러대의 늪을 탈출하려면 경제 체질개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인위적 부양책 같은 단기처방도 멈출 수 없는 처지지만 공공ㆍ노동ㆍ금융ㆍ교육 등 4대 분야 구조개혁을 앞당겨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정부와 국회가 함께 매달려야 한다. 그래야 소득이 오르고 투자와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끝내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짙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 개혁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남은 제도개선 과제들에 곧바로 매달려야 할 때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7금] 유신 망령에 손짓하는 대법원 판결

유신 시절 국민의 자유를 짓밟는 도구였던 긴급조치는 2013년 대법원 판결로 위헌으로 선언됐다. 그런데 이 긴급조치를 발동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위는 아무런 불법행위도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26일 나왔다.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판결이자 시대를 거스르는 퇴행적 판결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긴급조치가 당시로서는 유효한 법규였던 만큼 이를 따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놔 비판을 받았다. 경찰·검찰 등이 영장 없이 무고한 시민을 체포·구금했어도 공무원으로서 당시의 실정법인 긴급조치를 집행해야 하는 처지였으므로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극히 형식적이고 몰역사적인 논리였다. 하지만 이에 근거하더라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 행위는 불법성이 인정될 수 있었다. 주어진 의무에 따라 행동한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대통령은 국정의 최정점에서 그 스스로 위헌적인 긴급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마저도 부정했다.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아무런 법적 의무도 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논리라면, 독재자가 아무리 위헌적인 조처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탄압하더라도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고 국민의 피해도 구제받지 못하게 된다.

반 면 2심 판결은 국가긴급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정치적 책임만 지는 행위이더라도 그 내용이 명백히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위법행위가 인정된다고 봤다. 대통령에게는 헌법수호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도 반하는 명백한 위헌이므로 대통령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된다는 게 2심의 결론이었다.

 

대법원과 2심 판결을 비교하면 누가 봐도 2심의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은 2심의 논리를 제대로 반박하지도 않은 채 서둘러 정반대의 결론을 냈다. 이러고도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대법원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번 판결은 과거 독재체제에 면죄부를 주는 동시에 미래의 독재자에게 법리적으로 뒷문을 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박상옥 검사가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된 상황까지 겹치니 대법원의 민주주의 인식에 심각한 의문을 떨칠 수 없게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7금] ‘사회적 경제 기본법’ 처리 합의, 의미 크다

여야 원내대표가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4월 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과 ‘협동조합 기본법’이 지난해 발효된 데 이어 이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사회적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본 토대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세계금융위기 등을 계기로 시장경제의 폐해가 크게 드러나면서 사회적 경제는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여야 원내대표의 법안 처리 합의는 의미가 작지 않다.

 

사회적 경제는 이윤 추구를 가장 앞세우는 시장경제와는 지향점이 많이 다르다. 이윤을 좇되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한다. 빈곤, 환경, 취약계층 실업문제 해결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보면, 사회적 경제 조직은 “사회적 가치 실현과 확산을 위해 성실히 노력해야 한다”, “발생한 이윤을 구성원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목적의 실현을 위해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장경제가 무한경쟁의 이미지가 강하다면, 사회적 경제는 연대의 이미지가 돋보인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으로 구성된 이런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의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경쟁력 등에서 취약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장경제의 그늘과 빈틈을 없애는 데 한몫을 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의 구실도 기대된다. 이는 사회적 경제에서 앞서가는 나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경제는 빠르게 커나가고 있다. 사회적 경제의 주축인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 곳이 지난해 말 1251곳으로, 2007년에 견줘 25배가 됐다. 또 고용인원이 4만2000여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취약계층이 약 60%나 된다.(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자료)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 통과되면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 3명이 제출한 법안이 계류돼 있다. 내용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잘 협의해서 좋은 법을 탄생시키길 기대한다. 사회적 경제에 물과 거름을 줘서 원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사회적 경제 관계자들이 더 노력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걸맞은 경영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7금] AIIB 참여 결정, 늦었지만 잘했다

 

정부가 어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간 논의를 거쳐 창립회원국으로 AIIB 설립에 참여키로 하고, 참여 의사를 어제 중국에 서한으로 정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가입을 권유하는 중국과 만류하는 미국 사이에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해온 박근혜 정부가 결국 참여하는 쪽으로 최종 방침을 정한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중국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설립하겠다는 AIIB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는 미국을 위한 금융 질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 경제 개발을 위해 설립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사실은 일본을 앞세워 미국이 주도해 온 체제였다. AIIB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 중심의 아시아 금융 질서에 대항해 만든 은행이다. 당연히 미국의 반발은 예견됐었다. 미국은 중국의 AIIB 설립 움직임에 이런저런 시비를 걸며 한국·호주 등 아시아 동맹국의 참여에 제동을 걸어왔다.

 

  동맹국 미국과 최대 교역국 중국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고민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AIIB 참여를 권유했지만 박 대통령이 확실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이 런 우리의 고민과 부담은 외부 변수에 의해 한결 가벼워졌다. 미국의 유럽 내 최고 동맹국인 영국이 AIIB 참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이 참여 의사를 천명함으로써 우리도 입장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우리가 좀 더 일찍 참여 의사를 밝혔더라면 AIIB의 지분 확보나 고위직 배분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늦었지만 우리가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한 만큼 중국 정부와의 당당하고 주도면밀한 교섭을 통해 최대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사적으로는 미국, 경제적으론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처지인 게 사실이다. 중국이 요구한 대로 AIIB 창립 멤버로 참여하기로 했으니 안보적으론 미국이 원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게 도식적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안보는 안보고, 경제는 경제다. AIIB는 중국 편, 사드는 미국 편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판단은 옳지 않다. 경제든 안보든 냉정한 판단에 따라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7금] 한국이 모르는 ‘한·미·일 MD 협력체제 진전’이라니

어제 방한한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한국이 편입되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발언을 했다. 그가 지난 24일 “아시아·태평양 역내의 통합된 미사일 방어 우산을 구축하는 데 진전을 보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은 각기 자신들의 입장에서 (MD 체계를) 획득하는 데 부분적인 진전을 보고 있으며 이는 (한·미·일 3국 MD 체제 간) 상호 운용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형 MD(KAMD)를 구축하고 있을 뿐, 미국 MD에 편입되거나 한·미·일 MD 간 상호 운용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렇다면 뎀프시 의장이나 한국 정부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뎀프시 의장이 거짓말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의회는 미국 정부에 3국 MD 협력을 강화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결정했으며 미 국방부는 이 결정을 집행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구형 요격 미사일인 PAC-2를 도입하고도 부족하다며 최신형 PAC-3를 구매키로 한 사실을 뎀프시 의장이 과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PAC-2, PAC-3 구매가 미국 MD와 무관한 것이라는 한국의 주장이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요격 고도가 더 높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더라도 미국 MD와 상호 운용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 한국의 미국산 MD 무기의 지속적인 구입, 미국 MD의 핵심인 사드의 한국 배치 추진을 한국의 미국 MD 체계 편입 과정이 아닌 다른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3국의 MD 협력체제 진전은 이 협력체제가 겨냥하고 있는 북·중·러 3국의 반응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물론 북한과 러시아도 최근 각각 외교부 대변인 담화와 논평을 통해 사드의 한국 배치가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냉전구도를 조성한다며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인정하든 안 하든 한·미·일 3국 간 MD 협력체제의 진전과 그에 따른 동북아의 갈등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 양자택일해서도 안되고, 동북아를 한·미·일 남방 3각 동맹 대 북·중·러 북방 3각 동맹의 대립 구도로 이끌어서도 안된다. 그런 구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개별 협력 구상과도 충돌한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미국 MD 편입 행진을 멈추고 북·중·러와의 관계 개선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평화는 첨단 무기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7금] 공직사회 일탈 막을 사정활동 더 강화해야

 

경찰이 서울과 경기 지역의 조직적인 세무 비리에 대한 전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과 세무서 직원 수십 명이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게 수사 내용이다. 뇌물을 받은 세무 직원 리스트에는 10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또 서울 강남에서 성매수를 하다 경찰에 붙잡힌 감사원 공무원들은 한국전력 직원들에게서 1인당 40만원짜리 식사를 대접받고 성상납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힘 있는 권력기관들이 어떤 식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지 실체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세무 비리 사건을 보면 세무서 직원이나 국세청의 조사담당 직원들의 조직적인 비리 실태를 알 수 있다. 세무사가 중간에서 로비스트가 돼 병원 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세무 공무원들에게 뿌린 것이다. 강남의 한 병원만 연루된 사건인데 다른 병원이나 기업들까지 뒤지면 얼마나 많은 비리가 쏟아져 나올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인 것이다. 정부는 세입이 부족해 아우성인데 공무원들은 세금을 덜 받도록 해 주고 뇌물을 받았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감사원의 성매매 사건은 더욱 한심하다. 엄정한 감사를 해서 공기업의 비리를 캐내야 할 감사원 공무원들이 도리어 성상납을 받은 이 사건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 한전은 한전 소속 모 부장의 진급 자리였다고 해명하는데 설령 그 말이 사실이더라도 그동안 감사원과 한전이 얼마나 유착됐으면 축하 식사를 고급 요정에서 하고 성매매까지 했겠는가.

 

두 사건에서 우리는 썩을 대로 썩은 공직자의 실상과 땅에 떨어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가 정보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공직 사정에 나서는 일뿐이다. 왜 김영란법이 필요한지 이번 사건은 확실히 증명해 주었다. 특히 세무 직원들의 뇌물수수 사건은 부패가 국가의 경쟁을 떨어뜨리고 경제 활성화에도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척결 선언 이후 검찰과 경찰은 기업과 공직 비리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 이제 그 사정의 칼날을 더 강하게 휘둘러야 한다. 사정 정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

 

드러나지 않은 공직사회의 비리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국세청이나 감사원 같은 권력기관과 인허가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단속 권한을 가진 기관들은 어디서 어떤 비리를 저지르고 있을지 알 길이 없다. 공직사회, 특히 권력기관의 비리를 잡지 않고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7금] 변협이 밝힌 ‘대법관 변호사 도장값’ 3000만원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엊그제 상고 이유서에 찍는 ‘도장값’으로 한 번에 3000만원을 챙겼다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사례를 공개했다. 하 회장은 “그는 당시 사건 내용도 모른 채 도장만 찍어 주고 이름을 빌려주는 식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고 소문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주변에는 그동안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소송대리인에 이름을 올리는 도장값 3000만원, 담당 판사나 검사에게 전화 한 통 거는 데 5000만원이니 은퇴한 뒤 곧바로 100억원을 모으지 못하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듯 믿기지 않는 일이 결코 헛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 회장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있던 2008년 여름 개업한 동료 변호사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한다. 벌써 7년 전이니 “도장 한 번 찍고 3000만원 받은 것도 벌써 옛날”이라는 비아냥도 과장이라고만 할 수 없게 됐다.

 

법조계의 잘못된 전관예우 관행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 판·검사도 ‘부장’ 자(字)만 붙으면 퇴직하고 거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챙기는 판국이다. 그러니 대법관 출신이라면 수임료의 단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당사자들은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오랫동안 공직에 봉사한 대법관 출신 법조인에 대한 글자 그대로의 예우 차원이라도 전관예우는 미풍양속일 수 없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게 엄청난 액수의 수임료를 부담하는 쪽에서는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 내겠다는 현실적 기대를 갖게 마련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은 후임 법관들도 적지 않은 심리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전관예우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의 본질은 재판의 공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앞서 대한변협은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 변호사 개업 신고를 철회해 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차 전 대법관은 거절했고, 결국 하 회장의 ‘도장값’ 발언이 나온 것이다. 대법관은 지금도 전관예우금지법으로 퇴임한 뒤 1년 동안은 상고심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대법관 출신의 전관예우가 옳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대법관 출신의 수임 금지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법안도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 대한변협의 권고에는 일부 논란도 없지 않은 만큼 법적 보완은 빠를수록 좋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7금] 수출한국 비상! 국민소득 무역비중 크게 줄었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해 처음으로 100% 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2011년 113.5%, 2012년 112.8%, 2013년 106.1%에서 지난해에는 99.5%로 낮아진 것이다. 이 비중은 과거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2011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반전했다.

 

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대외의존도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일종의 위험 신호다. 성장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낮아진 결정적 이유는 수출입 가격이 모두 떨어져서다. 석유제품(-11.8%), 반도체(-6.2%) 의 수출가격이 내려가는 등 수출물가가 평균 2.0% 싸졌다. 수입물가도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9.8%)으로 크게 내렸다. 특히 심각한 것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표적 수출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추격 등 경쟁 격화로 수출가격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최근 세계 경기가 부진한 것도 한국 기업에는 부담이다.

 

한국처럼 국토가 좁고 자원도 많지 않은 국가가 살 길은 무역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것 외에는 없다. 내수시장을 갖추기 어려운 한국에서는 그래서 무역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대외의존도 내지는 무역 활동수준의 하락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내수를 부양한다며 기업에 임금인상을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인상은 비용 증가로 경쟁력만 떨어뜨린다. 또 채용여력을 줄여 내수 부양에 역행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 주력은 역시 수출이자 교역이다. 수출이 없이는 경기회복도 내수부양도 모두 공염불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한겨레신문 칼럼-특별기고/홍세화(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장·장발장은행 공동대표)-20150327금] 이 땅의 장발장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돈 있으면 죄 없고 돈 없으면 죄 있다”는 의미에서 훨씬 확장되어야 한다. 돈 없으면 죄가 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죄를 짓도록 밀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상황에서는 생존 자체가 범법의 경계에 서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왜 우유를 안 사?” 세월이 흘러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일곱살 딸아이가 순진하게 묻던 모습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그때 우유를 사지 않은 게 아니라 못 샀다. 최근 장발장은행에 참여하여 벌금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만나면서 그 장면이 다시 돌아왔다. 벌금 100만원이나 200만원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 자신에게도 없지만 가족과 친지에게서 빌리기도 어려운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내 주변에서 직접 만난 기억이 거의 없는데 세상에는 무척 많았다. 세상은 고급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사이처럼 분리되어 있었고, 나 또한 “소외되고 버림받은 민중”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그것은 관념에 가까운 것이었다. <감시와 처벌>을 쓴 미셸 푸코가 동료, 후배들과 감옥감시단을 꾸렸던 일을 소개하면서 실천하지 않는 지식인을 비판했던 화살은 나부터 맞아야 했다.

 

파리에서 갑자기 외톨이로 남게 된 우리는 어떻게 우유를 살 수 있었을까? 말도 서툰 남의 땅,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아내의 생활력이 발휘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넘기게 해준 것은 나의 학벌이 준 인간관계와 프랑스의 복지제도였다. 나는 학교 선배의 소개로 관광 안내 알바를 할 수 있었고, 두달치 아파트 월세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했었는데 앞서 신청했던 주거수당(소득이 적은 사회구성원들에게 월세 중 일부를 국가가 보전해주는 제도) 여러달치를 한꺼번에 받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인간관계와 복지제도, 이것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복지체계가 허술한 한국에서 사회관계망도 열악한 사람들은 가난의 질곡 속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국가로부터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 중 벌금을 못 내 교도소에서 강제노역을 해야 하는 구성원들이 매년 4만명에 이른다는 점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일부가 될 것이다.

 

무이자 무담보로 벌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이 지난 2월25일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한달 동안 510명의 시민과 단체가 1억원이 넘는 성금을 보내주었고 4차에 걸친 심사를 거쳐 47명에게 8000여만원을 대출해주었다. 언론의 관심도 컸지만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은 대출 신청자들의 쇄도였다. 불똥 튀는 전화는 하루종일 멈추지 않았다. 한정된 재원에 비해 신청자가 워낙 많아 국가로부터 이미 심판받은 사람들을 다시 심판한다는 심리적 곤혹스러움과 함께 신청자들 중에서 일부만을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만명 모두에게 벌금을 대출해준다고 가정하면 평균 150만~200만원으로 계산할 때 총 600억~800억원이 필요하다. 장발장은행은 그들 중 기껏해야 2~3%의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뿐이다. 벌금형 제도의 개선,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2009년 한해 동안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들어갔던 4만3199명에서 따와 ‘인권연대’가 3년 전부터 벌여온 ‘43,199 캠페인’에 담겨 있는 내용을 보면, 징역형에 있는 집행유예 제도를 벌금형에도 적용하고, 총액벌금제를 일수벌금제로 바꾸어 소득과 재산에 따라 차등을 두고, 분납제도를 폭넓게 적용하며, 사회봉사제를 활용하는 것 등이다. 가난이 이미 불평등을 겪는 일인데 징벌에서 또 불평등을 겪게 하는 제도는 오래전에 고쳤어야 마땅한데 그러지 않은 것은 왜일까? 몫 없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돈 있으면 죄 없고 돈 없으면 죄 있다”는 의미에서 훨씬 확장되어야 한다. 돈 없으면 죄가 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죄를 짓도록 밀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상황에서는 생존 자체가 범법의 경계에 서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가령 가난에 찌들어 사는 나는 이름을 빌려주면 매달 100만원씩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 성인용 비아그라를 전해주면 푼돈이나마 벌 수 있는 지하철 택배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평생 고아로 살아온 나는 찜질방에서 눈에 띈 지갑을 슬쩍하여 2만원을 훔치지 않을 수 있을까? 병든 두 아이의 치료비가 많이 들어 밤에 이유식 배달이라도 하여 수입을 늘리고 싶은데 자동차 보험료 낼 돈이 없다고 그 일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뿐이 아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유전무병, 무전유병’을 결합시켜야 한다.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 중엔 기초생활수급자도 많은데 그 자신이 아프거나 식구들이 아픈 경우가 너무 많다. 병이 들어도 치료받지 못하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김수영 시인도 개탄했듯이 작은 일에만 주로 분개한다. 작은 도둑들은 빠짐없이 법망에 걸릴 때 큰 도둑들은 법망도 잘 피하는데 우리가 비난하고 냉대하는 쪽은 후자가 아니라 전자다. 적절한 비교는 아니겠지만, 한국의 기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성공불융자금이라는 제도로 3677억원의 융자금을 탕감 또는 감면받았다고 한다. 기업이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투자할 때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실패했을 때 융자금을 탕감 또는 감면해준다. 기업에는 이처럼 국민 세금을 너그럽게 사용하는 국가지만 가난한 국민에겐 야박하기 그지없다.

 

“선행은 자만과 쌍둥이다.” <주홍글자>로 널리 알려진 너새니얼 호손이 남긴 말로 전해진다. 엄격한 청교도주의를 비판했지만 청교도의 엄격성이라는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은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 말은 19세기에 속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부르주아 여성들에게 ‘빈민가 방문’은 ‘취미’에 속했다고 한다. 그 모습은 분명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진 않았다. 프랑스에서 19세기 후반 보통교육이 실시되었을 때 대부르주아의 자식도 청지기(후에 운전기사)나 하인의 자식과 같은 학교에 다녔는데 그것은 사회통합의 토대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 차차 주거 공간과 학교가 분리되기도 했지만 그 비워진 데를 채워준 게 복지제도였다. 19세기에 같은 공간의 만남에서 선행과 온정이 있었다면, 20세기에는 복지제도가 생겼고 그만큼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치가 고귀하다면 보이지 않는 사회적 연대의 실현이 정치의 기본 소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내던지고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의 대통령답게 “경제가 불쌍하다”고 말할지언정 정작 이 땅의 ‘장발장’들은 잘 보이지 않는 대통령처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지식인, 언론인들에게도 이 땅의 장발장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21세기 한국의 장발장들은 19세기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온정과 선행에서도, 20세기의 복지에서도 먼 존재들인 것이다.

 

서해성 작가가 기획하고 ‘인권연대’가 활동 중심에 선 장발장은행은 ‘평화인문학’을 통해 교도소 수감자들과 직접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벌금을 대출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상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상환하지 못한들 어떠랴. 은수저를 훔쳐 도망친 장발장에게 미리엘 주교는 은촛대까지 건네주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영혼을 사겠다.” 그 차원까진 아니더라도 국가로부터는 징벌을, 사회로부터는 무관심과 냉대를 받은 구성원들에게 시민사회가 따뜻한 손길을 내민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상환받고 남은 게 아닐까. 성금을 보내준 분들, 앞으로 보내줄 분들에게 두 손 모아 감사 인사 드린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나현철(경제부문 차장)-20150327금] 나는 왜 연말정산의 피해자가 됐나

 

지난달 월급을 받고 난 뒤 통장이 부쩍 가벼워졌다. 연말정산 탓이다. 1년 전과 비교해보니 세금이 꼭 200만원 늘었다. 월급에도, 가족 수에도 변동이 없으니 정부는 아니라고 하는 ‘증세’의 피해자가 된 게 분명하다.

 

  속은 쓰리지만 ‘증세’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더 낸 세금이 적잖은 돈이지만 그렇다고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은 아니다. ‘많이 버는 사람에게 더 걷어 적게 버는 사람에게 지원한다’는 명분에 딴지를 걸 생각도 없다. 없는 사람이 더 가난해져서는 공동체의 미래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나 사회적 안녕도 기약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이번 연말정산은 아무래도 명분 따로 내용 따로다. ‘증세’의 내용부터 국가 백년대계와 거꾸로다. 내가 더 낸 세금 200만원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따져봤다. 먼저 노후 생활과 큰 병에 걸릴 때를 대비해 10년 이상 연 400만원씩 들고 있는 연금저축과 보험에서 48만원이 더 나갔다. 힘들게 알아서 노후 대비하지 말고 나이 들면 국가에 손 벌리라고 하는 꼴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초(超)고령화 사회가 곧 닥쳐 온다고 부산을 떨고 있으니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둘째로 다자녀 공제가 사라지면서 세 아이 몫의 세금이 또 비슷하게 늘어났다. 출산 공제까지 사라진 걸 생각하면 “2014년에 애 안 낳은 게 다행”이란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지난달 대통령이 저출산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합심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데, 어느 장단이 맞는 건지 헷갈리기 짝이 없다.

 

  문제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두가 안다. 증세를 증세라 말하지 못하는 ‘꼼수 증세’다. 정부가 말한 애초 취지를 살리려면 소득세율을 조금씩 올리는 게 가장 투명하고 공평했다. 억지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교육비와 의료비 같은 필수적 지출에 대한 공제를 확 줄이면서 세제 개편의 명분도, 실리도 사라졌다.

 

  다음주 정부가 연말정산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고 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벌써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문득 그의 ‘예상’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진다. 부디 ‘방식과 내용은 몰라도 숫자는 맞았다’는 강변은 아니길 빈다. “풀이 과정은 틀렸어도 답은 맞혔으니 만점을 달라”고 하는 것과 똑같으니 말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27금] 어린이 놀이헌장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공동으로 ‘어린이 놀이헌장’ 초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어린이는 놀 때 가장 행복하며 누구든 놀 권리가 있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는 어린이가 놀 시간과 놀 터를 마련해주고 놀 권리와 가치, 중요성을 존중해야 한다.” 경향신문의 ‘놀이가 밥이다’란 기획기사(2014년 2월25일~3월21일)가 놀이헌장 제정으로 이어졌다는 소식이다. 어린이 놀이헌장은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5월5일 어린이날을 전후해 공식 선포될 예정이다.

 

한국인은 전형적인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고 했다(조흥윤 <한국문화론>). 그만큼 다양하고 독특한 놀이문화가 존재했다. 옛날의 어린이들은 학교, 등·하굣길, 동네 골목이 모두 놀이터였다. 놀기 위해 마실을 다녔다.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사방치기, 술래잡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숨바꼭질, 오징어놀이, 자치기, 말뚝박기, 깡통차기, 공기놀이 등으로 하루 해가 짧았다. 규칙에 따라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났다. 언니·형들은 놀이를 이끄는 훌륭한 리더였다.

 

마을 공동체의 해체와 핵가족화는 놀이의 몰락을 가져왔다. 요즘 어린이들은 집·학교·학원이라는 쳇바퀴를 돌며 성적 스트레스에 짓눌린 채 살고 있다. 아이들이 놀이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린 시절의 ‘놀이 결핍’이 이 나라를 미움과 독을 품은 분노사회로 만든 건 아닐까. ‘세상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다. 이번에 제정하는 놀이헌장도 어른들이 빼앗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돌려주자는 게 목적이다.

 

교육청이 이제라도 어린이 놀 권리에 주목하는 건 크게 환영할 일이다. 다만 놀이를 통해 뭘 가르치겠다는 발상은 아니었으면 한다. 돈과 시간을 따로 들여 아이들을 강제로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것도 틀렸다. 진정한 놀이는 자발성이 핵심이고, 오직 즐거움이 목적이다.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수업시간을 줄이고 노는 시간을 확 늘렸으면 좋겠다. “얘들아, 이번 방학숙제는 그냥 ‘놀기’다.” 아이들이 공부의 감옥에서 해방돼 재미있게 놀아야 온 나라가 행복하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문소영(논설위원)-20150327금] ‘심쿵’

 

“솔까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가 열린다고 해도 서민은 여전히 어려워요.” 어느 날인가부터 사람들이 말을 시작할 때 ‘솔까말’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무슨 말인지 모른 채 그냥 넘어가다가 급기야 ‘솔까말이 뭐냐’고 묻지 않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솔까말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약자로 ‘반도의 흔한 신조어’ 중 하나인데, 모르면 뒷방 노인네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낯선 단어 때문에 당혹해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데 대화 중간에 들어가는 특정한 단어를 이해할 수가 없는 탓이다. 그때마다 ‘심쿵’인데,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 정도로 놀랍다는 말이다.

 

50~60대들이 특히 요즘 골치를 않는 단어가 ‘뇌섹남’이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줄여 놓았다. 이 단어는 풀어 놓아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두박근 삼두박근으로 어깨가 떡 벌어지고 배에 식스팩 근육을 장착한 역삼각형의 늘씬한 남자가 아니라, 뇌가 섹시한 남자라니 대체 무슨 뜻이냐는 항변이다. 문화·영화평론가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수초(水草) 같은 허지웅처럼 지성과 유머가 풍부해 매력이 있는 남자이거나 최현석 같은 훈남 요리사들을 말한단다. 젊은 시절부터 폭탄주로 단련한 원팩의 배와 부엌에 들어가면 남자가 아니라는 소신으로 사는 50~60대 중년 남자들에게 ‘뇌섹남’은 언감생심인 단어다.

 

한글 문장을 줄여 놓은 유행어들 탓에 그렇잖아도 어려운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4~5년 전에 ‘짤방’이라는 단어가 많이 돌아다녔는데, 노래방에 아가씨들을 보내는 소개소를 말하는 은어 ‘보도방’을 말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잘림 방지 사진’이라는 뜻이었다. 짤방에서 파생된 ‘움짤’은 ‘움직이는 잘림 방지 비디오’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시작해 오프라인까지 확산한 젊은이들의 유행어와 행동 양식을 이해하려면 임성순의 2012년 장편소설 ‘문근영은 위험해’가 도움이 된다.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한글이 난수표같이 널려 있는 이 장편소설을 인내심으로 읽다 보면 요즘 세대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먹는 방송을 올린다는 의미의 ‘먹스타그램’이나, 진중권씨가 모욕죄로 고소돼 300만원을 지급해야 했던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란 단어들도 신조어다.

 

국립국어원은 그제 일간지 등 온·오프라인 대중매체에 새로 나온 낱말 334개를 선정해 ‘2014년 신어’로 발표했다. 뇌섹남이나 심쿵 등은 발표한 신어에 들어 있다. 2000년 초 인터넷이 활성화돼 신조어들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국어 파괴 현상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는데 유연하게 대처하는 국어원의 자세가 놀랍다. 새 단어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면 국어사전에 등재되거나 표준어로 인정된다니 디지털 시대 언중(言衆)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오춘호(논설위원)-20150327금] 인공위성 이름

 

옛 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로 발사한 인공 위성 이름은 스푸트니크다. 러시아어로 동반자란 뜻이다. 과학자들의 우주 여행에 길동무 역할을 해달라는 바람에서 붙였다고 한다. 이후 러시아에선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그냥 스푸트니크라고 부르고 있다.

 

스푸트니크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곧바로 위성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인 1958년 과학위성 익스플로러(Explorer)호를 발사한다. 미국이 우주에서도 개척자요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익스플로러는 이후 49호까지 발사되면서 명칭의 수명이 오래갔다. 인터넷 세상의 항해사를 자임했던 빌 게이츠가 인터넷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면서 익스플로러라고 붙인 것도 물론 이 인공위성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인공위성 개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명칭 싸움도 치열해졌다. 과학자들은 새 인공위성에 얼마만큼 상징적이고 창의적인 이름을 붙이느냐에도 승부를 걸고 있다. 유명한 과학자나 탐험가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마르코 폴로(영국)나 케플러(EU), 갈릴레오(EU) 위성이 대표적이다. 제미니, 머큐리(이상 미국) 등 각종 행성이나 별자리 이름도 활용한다. 마르스(옛 소련), 아폴로(미국) 등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영웅의 이름 또한 많이 따고 있다. 인공위성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다.

 

1962년 쏘아올린 통신위성 릴레이(Relay)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속보를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하면서 유명해졌다. 위성에 의한 생중계는 지금도 릴레이 생중계로 부른다.

 

일본은 꽃 이름을 많이 쓴다. 통신위성에 아야메(붓꽃), 사쿠라(벚꽃), 유리(백합), 기쿠(국화), 기상위성에 히마와리(해바라기) 등을 사용한다. 최근 행성 탐사위성에는 하야부사(매)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처음 발사된 위성인 우리별 1호는 이 위성을 개발한 KAIST 학생들이 붙인 이름이다. 최초의 통신위성인 무궁화나 기상위성 천리안은 명칭 공모를 통해 확정했다. 아리랑도 1995년 국민으로부터 명칭공모를 통해 확정한 이름이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가 어제 러시아 야스니에서 발사에 성공했다고 한다. 아리랑 시리즈의 5번째 위성이다. 3A를 붙인 것은 아리랑 3호와 구조 및 역할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야간이나 날씨의 변화에 상관없이 촬영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좀 무미건조한 이름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327금] '가상 공간 이동'

 

'스타트랙'은 1966년에 나온 미국 공상과학(SF)드라마다. 첫회가 방영된 후 50년간 총 6개의 TV용 시리즈와 30개 시즌, 726편의 에피소드가 소개됐고 지금도 영화와 컴퓨터·비디오게임 등으로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역사상 최고 흥행 콘텐츠로 평가 받는다. 이를 보고 자란 우리 세대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커크 선장과 외계인 선원 스팍 등이 펼치는 우주 여행,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각종 신기술 등을 보면서 상상력을 키우기도 했다.

 

지금 기준으로는 조악한 방송국 세트에서 만들어져 다소 어설퍼 보이지만 드라마 속 과학기술은 당시로서는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공간을 순간적으로 이동하고(텔레포트), 웜홀을 통한 광속 비행을 하며 우주공간의 불가사의와 맞닥뜨리고 이를 해결하는 주인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현실의 과학기술도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인 페이스북은 25일 개발자 회의인 'F8 2015'에서 '텔레포테이션 스테이션'이라는 가상현실(VR) 체험공간을 선보였다. 비록 가상이지만 스타트랙에 나오는 순간이동 기술처럼 50㎞ 떨어진 샌프란시스코만의 멘로파크 페이스북 본사를 실제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동안 다른 곳에서 보여줬던 VR보다 사각(死角)이 전혀 없는 등 기술 진전도 확인됐지만 실물처럼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는 등 과제도 남겼다. 여기에 사용된 헤드셋 기구인 '기어 VR'은 삼성전자와 오큘러스가 공동개발했다고 한다.

 

물론 '텔레포테이션' 개념은 스타트랙에서 빌려온 것이다. 김영기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순간이동 기술, 즉 텔레포트는 네트워크 기술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원격으로 자동차 운전이 가능하고 집에서도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미래사회의 핵심 기술이 '가상공간 이동'이고 이것이 삼성전자의 비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가난한 시절 미국 공상과학 드라마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우리 기술로 현실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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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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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샴푸를 쓰지 않는 '노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샴푸를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을 비교한 결과, 발모 상태는 비슷했지만, 두피 상태는 샴푸로 감은 쪽이 더 깨끗했습니다.
아무래도 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냄새도 그렇고 말야...

2. 미국에서 '성인 유치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이곳에서는 일상에 찌든 성인들이 유치원생으로 돌아가 놀이를 즐긴다고 합니다.
21세 이상만 받아 준다고 하네요. 한국에 문 열면 나도 가고 싶다.

3. 질병관리본부는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쯔쯔가무시병을 옮기는 진드기 등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야외 놀러 가실 때 풀밭에 눕지 마세요. 지난해 16명이나 사망했다는...

4. 복제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게 '꿀알바'라고 합니다.
부작용의 우려에도 참여자와 시험 진행하는 기관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짭짤한 돈벌이가 될지는 모르지만, 세상에 공짜 없다는 거 아시죠? 조심해야 합니다.

5.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의 '시즌 10'이 제작된다고 미국의 FOX 티비가 밝혔습니다.
13년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오는 '스칼리'와 '멀더'라는 얘기네... 또 외계인 나오고 그런 건가? 살짝 기대됩니다.

6. 한국인의 입원 질병 1위는 '허리 디스크'라고 합니다.
지난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허리 디스크 환자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자주 스트레칭 해줘야 합니다. 허리 아픈 사람만 그 고통을 알지요...

7. '일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 지역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특정 성별이나 지역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가 유머코드로 퍼지고 있답니다.
얘들아 그거 하나도 멋있지도, 웃기지도 않아. 하지 마라~ 응?

8.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이 경남의 엄마들을 화나게 하고 있습니다.
4월 유상급식이 다가오면서 이른바 '앵그리맘'들이 아이들의 '밥'만큼은 지키겠다며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등교 거부·1인 시위·집회·선전전 등 자발적인 반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는데... 그러게 투표장에 가실 때 선택을 잘하셨어야죠~

9. 단체 수학여행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학교 10곳 중 6곳이 미실시하고 있는데, 세월호 이후 대규모 숙박형보다 소규모 당일치기 현장학습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불만도 불만이지만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이 참 소중한 데 말이야... 안타깝네...

10. 은행 ATM에 카드복제기와 소형 카메라를 부착해 카드 정보를 빼내고 중국 조직에 넘긴 중국 동포 19살 고 모 씨와 공범 19살 김 모 씨가 구속됐습니다.
어린 것들이 왜 그러고 사냐? 한 번뿐인 인생인데 착하게 좀 살아봐라...

11.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자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소양강댐 정상에서 기우제를 올렸다고 합니다.
현재 소양강댐의 저수율은 30%대로 댐 운영 이후 역대 4번째로 낮은 상황입니다.
하늘도 감동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빌어 봅시다. '비야 내려라~~'

12. 2004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구글을 통해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음란물 누리집 ‘밍○○’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 그런 척, 점잖은 척은 다하면서... 뒤로 할 건 다하는 거지~ 호박씨 그거 안 좋은 겁니다.

13. 다목적 실용 위성 아리랑 3A호가 26일 오전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낮과 밤, 악천후에 상관없이 지상의 상황을 내려다볼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인공위성으로는 와이파이 못 쏘나? 잘 터지고 좋을 텐데... 한번 고민 좀 해줘요~

14. 정부가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가구당 평균 12억9천2백만 원의 재산을 신고해 한해 전보다 1천 4백만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치, 10억은 있어 줘야 장, 차관하는 거지요. 근데 이런 양반들이 서민들의 고충은 잘 알라나?

15. 대표적 자원외교 실패 사례로 꼽히는 하베스트사 인수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이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좋은 말 할 때 다 토해 내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알겠느냐?

16.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천안함 사건에 관한 내용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역사 교과서가 천안함 피격을 기술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교과서 수정해야 할 일이 반드시 온다에 한 표...

17. 배우 이병헌 씨에게 ‘음담패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20대 여성 두 명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이병헌 씨가 먼저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원래 빌미를 제공한 사람도 책임이 있기는 매한가지 아니겠어? 이병헌 씨 반성 많이 해야 할 듯...

18. 충북 괴산에는 43.5톤짜리 가마솥이 있습니다.
5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기네스북 등재도 실패하고 밥도 못 지어 먹었다고 합니다.
또 돈만 날렸구만... 무슨 국민 세금을 이렇게 허투루 쓰는지 모르겠다. 그 가마솥 이고 있어야 할 듯...

19. 이영돈 PD가 국내에 제대로 된 그릭 요거트가 없다는 방송을 해놓고 본인은 비슷한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동해 논란입니다. JTBC는 이영돈 PD의 모든 방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양반 깨끗하고 정직한 이미지로 잘 나가다 한방에 '훅' 가셨네... 좀 사려 깊게 생각하셨어야죠~

20. 홍준표 지사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직자의 자세’ 특강이 취소됐습니다.
경찰이 종묘공원 일대의 성매매 일명 ‘박카스 아줌마’를 무더기로 검거했습니다.
군인의 자긍심을 높이자는 의미로 전 장병의 군복에 태극기를 달기로 했습니다.
이영애 씨가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드라마 ‘사임당, 더 허스토리’에 출연합니다.
리퍼트 미 대사를 공격해 구속된 김기종 씨가 ‘현장 검증’을 거부했습니다.

한 주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하루 마감 잘 하시고 멋진 금요일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개인적 사정으로 당분간 토요일 소식은 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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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주주총회가 한창입니다만 재벌 총수 일가들이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등기임원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전문 경영 체제라고 하지만 책임 경영을 회피한 꼼수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돈은 돈대로 챙기고 책임은 방기하는... 참 얄미운 부자들이지요?

2.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서거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 영결식에 참석한답니다.
흥미로운 건 현 싱가포르 총리가 리셴룽, 리콴유의 아들이고 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입니다.
어쩌다 우리가 싱가포르를 부러워하는 나라가 돼 버렸냐 그래~ 광화문에 떡하니 분향소 차려 놓고 말이야.

3. 미국으로 유출돼 그곳 시애틀미술관이 소장 중인 조선 덕종어보가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나라 잃고 전쟁통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가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조차 없다고 하니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잘 찾아서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4. 한양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학내 강연은 허용하고,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강연은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양대가 내놓은 해명이 참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네... 그렇게 눈치 보여서야~

5. 서울시 산하 병원인 서울의료원이 응급진료비를 상급종합병원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아파서 찾은 응급실의 진료비가 비싸서 두 번 앓는 경우가 조금은 줄어들겠네...

6. 울산시는 24일 고액 지방세 체납자들이 재산을 국외로 빼돌려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 법무부에 이들의 출국금지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5천만 원 이상의 체납자라고 하네요. 4천 9백만 원은 괜찮고? 수천만 원 씩이나 체납한 사람이 외국 나갈 일이 있을라나? 전부 못 나가게 하는 걸로 해야 함.

7. 경북 영천시가 행사장의 VIP·내빈석을 없앤다고 합니다.
다음 달부터 열리는 모든 행사에는 기존의 초대받은 기관장들이 앉던 가장 앞줄 의자에 시민 누구나 앉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당연 그렇게 해야지요. 이분들 선거 때마다 하늘같이 시민을 섬긴다고 했던 사람들입니다.

8.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수십 회씩 하는 서명을 한 번으로 줄이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형식적 절차를 줄이고 금융상품 설명은 더욱 내실있게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여기 여기 성함 적으시고 사인하세요' 할 때, 자세히 읽어 보고 하시는 분 없죠? 그러고 책임은 사인하신 분이 하는 거라니...

9. 성남시가 '무상 산후조리' 지원 조례를 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산모 1인당 2주간 산후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진짜 하는구만... 빚더미 성남시의 빚 다 갚고 복지 해택을 계속 늘려나가는 거 보면 누군 좀 찔리겠어~

10. 여론조사에서 국민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으며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려 48%가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는데 말입니다. 저들 표현대로 하면 국민의 절반 가량은 '종북'인거죠?

11. 쌀에 코코넛 기름을 조금 넣어 밥을 해서 냉장고에 두었다 먹으면 쌀밥의 칼로리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12시간 정도 냉장하면 자그만치 60%나 줄어든다고 합니다. 근데 밥이나 제때 먹었음 좋겠다.

12. '생리휴가 시 생리를 인증하라'는 등 여성혐오·지역차별적 글을 온라인에 올려 논란이 된 KBS '일베 기자'의 정직원 채용 문제를 놓고 내부 비판이 거세다고 합니다.
해당 수습기자는 오는 4월 1일 정직원으로 채용될 예정입니다.
망가지기 시작하면 한순간이라더니... 대체 뭘 믿고 이리 오만방자한 건지 에휴~

1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속지 말라'고 전했습니다.
집권여당 대표까지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구됩니다.
속아도 별로 놀랍지 않을 거 같아.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들어는 봤나?

14. 지난 1970년 노동자의 권리를 부르짖으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장소가 45년 만에 서울시의 미래유산으로 선정됐습니다.
'노동 3권 보장하라'는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니 그것 참...

15. 용인시 도로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사 중 구조물이 무너져 노동자 16명이 철근과 거푸집 등 자재 더미에 깔렸는데 15명이 구조되고 1명이 숨졌습니다.
이것도 인재겠지요? 안전 불감증이 아무래도 고질병인가 봅니다. 아휴~

16. 중국이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자동차를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이 차는 충전식 배터리를 이용해 움직이며 시속 40㎞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다 프린터 한대만 사면 가전제품도 다 장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17. 최대 '10년' 묵은 냉동 아귀를 시중에 유통시킨 업체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돈 벌고 싶디? 이 아귀 같은 놈들아~ 근데 지난 주 먹은 아구찜이 혹시?...

18. 미국은 지난해 발생한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을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해 발표했었습니다.
이런 발표가 있은 뒤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 차원의 ‘사이버 대응’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근데 아니라면? 잘못된 함무라비?

19. 미국 뉴욕의 한인식당 '금강산'이 한국식으로 종업원을 착취하다 29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가게 문 닫게 생겼구만요. 그러게 집에서 새던 바가지 잘 고쳐서 썼어야지... 어쩌냐?

20. 가계부채의 폭증으로 소득대비 비율이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함안보'가 또 보강 공사에 들어갑니다. 규모가 어마어마 하답니다.
중국에서 '고구려 침공' 함선의 제조자 묘비가 발견됐습니다.
조금전 러시아에서 아리랑 3A호 인공위성이 발사됐습니다.

오늘도 멋진 하루
힘찬 하루
당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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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 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주요 이슈

 

■ 천안함 5주기

■ 공무원연금 개혁

■ 리콴유 조문외교

■ 정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훼방

■ 한국, 국민 행복감 143개국 중 118위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천안함 5주기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천안함 5주기, 우린 희생에 값하는 시간을 보냈나

 

희생 욕보이는 해군 수뇌부 잇단 비리

여전히 횡행하는 음모론 이젠 끝내야

꽉 막힌 남북관계, 고민스런 해법 찾기

 

내일로 천안함 사건 5주년을 맞는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작전을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측의 기습 어뢰공격을 받아 두 동강나고 장병 46명이 산화했다. 구조작전 과정에서는 한주호 준위가 희생됐다. 시간이 흘렀어도 그날의 충격과 분노는 잊혀지지 않고, 유족과 국민의 아픔과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과 사회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던졌다. 우리 군은‘천안함을 기억하라’는 구호 아래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전비태세의 일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런 다짐과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특히 대잠능력 강화 등 해군전력 확충에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성과는 불안하다. 해군 지휘부를 비롯해 군에 만연한 방위산업 관련비리가 그 직접적인 이유다.

 

천안함은 거의 기능을 상실한 음파탐지기 탓에 어뢰공격의 낌새도 못 채고 당했다. 그런데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새로 건조된 구조함인 통영함에 엉터리 음파탐지기 등 부실장비 부착 등 납품비리 사건으로 구속됐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앞서 천안함 사건 직전 해군참모총장인 정옥근씨가 방산 관련 뇌물 혐의로 철장에 갇혔고, 통영함비리 연루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꽃 같은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는 파렴치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는 것도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사건 발생 직후 군 발표의 혼선과 말 바꾸기 등으로 의혹이 증폭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사를 토대로 한 민군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은 엊그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합동조사단이 진실을 숨겼다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출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근거가 희박한 음모론으로 더 이상 우리 내부의 소모적 갈등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천안함 사건 2개월 만에 취해진 ‘5ㆍ24대북제재조치’는 남북관계에 빙하기를 초래했다.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지만 북측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남북관계의 회복을 가로 막는 장애로 작용해왔다. 북측을 제재한 게 아니라 북한 진출 기업에 타격을 입히는 등 우리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5ㆍ24조치의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내부에서는 또 하나의 남남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5ㆍ24조치의 출구를 찾는데 지혜를 모을 때가 됐다.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하며 언제까지나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북한도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최소한 5ㆍ24조치 해제를 위한 여건 조성에 협조해야 한다. 어제처럼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잠꼬대 같은 넋두리”라며 우리정부의 사과 요구를 비방한 것은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5수] 유감스러운 북한의 5·24조치 해제 논의 거부

 

북한 국방위원회가 천안함 폭침 5주기를 이틀 앞두고 “천안함 사건과 북한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남측의 사과 요구에 대해 “잠꼬대 같은 넋두리이고, 남북이 5·24 조치 해제를 논의하자는 것 자체도 얼빠진 주장”이라 반박했다. 한마디로 유감스럽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의 책임을 부인해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시점과 수위에서 큰 문제가 있다.

 

  천안함 폭침은 국제 공동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히 밝혀진 사안이다.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취해진 것이 5·24 조치다. 하지만 이 제재가 5년째 이어지면서 남북 관계가 경색됐고,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제재를 풀 길을 찾는다는 방침 아래 고위급 대화를 추진해왔다. 북측의 간접적인 유감 표명이나 비공개 사과 같은 외교적 해법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복안도 구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5·24 제재를 풀기 위한 남북대화 자체를 거부해버린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기습 도발로 우리 장병 46명이 희생된 우리 군 사상 최대의 참사다. 이를 정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논리 없이 제재를 해제하리라 북한이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북한이 체면상 천안함 문제를 놓고 남측과 머리를 맞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물밑 접촉으로도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남북이 비공개 대화로 입장을 조율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개 회담에서 5·24 제재 해제를 논의한다면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자신이 처한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평양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씨를 옹호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 이로 인해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눈길은 더욱 차가워졌고, 중국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고립무원의 북한이 대화의 손길을 내민 동족의 선의를 곡해해선 안 된다. 북한이 진정으로 5·24 제재 해제를 원한다면 조속히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게 정답이다. “남북 정상회담도 못할 것이 없다”고 했던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의 신년사를 되살려내길 바란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는 우리에게도 이롭지 않다. 분단 70주년인 올해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북한의 만행을 결코 잊어선 안 되지만 우리의 인식이 천안함 폭침 당시에 머물러 있는 한 남북 관계는 진전되기 어렵다. 정부가 원칙 속의 유연성을 발휘해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내고,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측의 입장 표명과 5·24 제재 해제를 끌어내는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천안함 5주기를 맞아 대북 전단을 공개 살포하려던 인권단체들을 설득해 자제를 유도해낸 건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이처럼 북한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서 5·24 제재 해제로 논의를 확대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공무원연금 개혁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공무원연금 개혁, 중재안 출발점삼아 밤 새우라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가 활동 종료일 (28일)을 코앞에 두고도 합의안 마련은커녕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타협기구 소속 김태일 고려대 교수가 내 놓은 중재안은 주목할 만하다. 새누리당의 구조개혁에 기초하면서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노후소득 보장을 어느 정도 이뤄낼 수 있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은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연금체계를 개편하고,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노조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 인상이나 연금지급액 조정으로 재정부담을 줄이는 모수(母數)개혁을 선호한다.

 

중재안은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과 동일한 구조로 설계하는 대신 정부가 지원하는 개인저축계좌(월 30만원)을 여기에 추가해 소득대체율(퇴직 전 평균 급여 대비 퇴직 후 받는 연금비율)하락을 보완했다. 한마디로 깎인 공무원연금을 개인연금으로 메워주는 형식으로 월 150만원(연금+퇴직금+저축계정)의 노후소득을 보장한다. 이렇게 되면 구조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현저하게 낮아져 공무원연금이 용돈 수준으로 전락한다는 야당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정부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중재안을 최선의 방안으로는 보지 않는다. 다만 여야가 누차 약속한 내로 시한 내 합의안을 내놓으려면 일단 중재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해서는 개혁은 결국 물 건너 간다. 남은 기간 밤을 새워서라도 대타협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야당은 중재안마저도 정부여당의 구조개혁에 치우쳐 있다며 부정적이다. 언제까지 ‘노(NO)’만을 외치고 있을 건지 답답한 노릇이다. 90일 활동시한이 다 지나도록 야당이 한 일은 “소득대체율 50%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한 게 전부다. 그것도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은 없다. 이래서는 야당의 존재의의조차 의심받게 된다. 이제 정부안, 이를 바탕으로 소득대체율을 더 낮춘 새누리안, 중재안 등 3가지 중에서 선택하든지, 아니면 이보다 나은 자신들의 방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대타협기구는 연금개혁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조와의 타협을 위해 지난해 말 구성됐다. 여기서 아무 성과 없이 28일 이후 국회 특위로 공을 넘기면 여야합의에 의한 개혁입법은 더 어려워질게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4월 처리 협조를 요청하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합의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말 그래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50325수] 공무원연금 개혁에 너무 소극적인 야당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시한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때문이다. 야당은 아직도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주 3자회동에서 “우리 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재정절감 효과와 노후불안 해소가 가능한 안”이라고 해놓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더니 어제 ‘개혁 기본 구상’이 흘러나왔다. 보험료는 지금보다 29~43%(여당안은 43%) 더 내고 연금은 11~24%(여당안은 34%) 덜 받는다는 것인데, 이 역시 정식 안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아니다. 쉬쉬하면서 야당 지도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왔다.

 

  새정치연합은 개혁안을 내라는 압박을 이런저런 핑계로 피해왔다. 어떤 때는 “공무원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에는 “정부안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을 반값 연금으로 만들려 하고, 이 계획을 철회하지 않아서 공개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국민연금이 반값 연금인 것은 맞다. 하지만 2007년 국민들이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동의해 준 것인데, 공무원연금을 자꾸 여기에 빗대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24일 ‘기본 구상’이 나온 뒤에도 강기정 의원은 “내일 얘기합시다”고 즉답을 피했다. ‘기본 구상’도 지난해 11월 공개된 초안과 별 차이가 없다. 도대체 넉 달 동안 뭘 했는지 궁금하다.

 

  새정치연합이 계속 이러니 공무원노조 편을 든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음달 재·보궐선거나 내년 총선에서 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공무원 표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그렇다면 야당 눈에는 국민은 없고 공무원만 보인다는 것인가. 공무원 표를 얻으려다 국민 마음을 잃게 될 위험을 깨달아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파를 떠나 국가 대계를 위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야당 초청간담회에서 “정부가 하는 일 중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했으면 좋겠다”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쓴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5수] 대안 없는 비판만으로는 연금개혁 못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 종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야당과 공무원노조는 비판만 하고 있을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다. 직접 이해 당사자의 이익집단인 공무원노조조차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했을 만큼 연금 개혁은 불가피하다. 공무원노조의 경우 연금 개혁이 곧 ‘제살 깎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만큼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앞장서고, 야당이 발목을 잡는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대타협기구가 사실상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김태일 안(案)’이 부상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신규 공무원에 대한 연금 지급률이 낮아지는 것을 보완하고자 개인 저축계정을 따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공무원연금과 퇴직수당으로 이루어진 기존 체계를 공무원연금, 퇴직금, 저축계정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저축계정은 공무원과 정부가 매칭펀드 형태로 4%와 2%의 저축을 각각 보태 개혁 이후 줄어드는 연금액을 보충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내놓은 절충안이다. 물론 이 안이 답보 상태에 있는 연금 개혁 논의를 일거에 진전시킬 수 있는 묘안은 아닐 수 있다. 여당에서도 당장 정부 부담 비율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저 “새누리당 안과 비슷하다”며 일축해 버린 야당의 자세는 문제가 있다.

 

공무원연금의 개혁 방향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차는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잘 알려진 대로 국민연금과의 장기적 통합 등 제도의 틀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노조가 기여율, 지급률, 연금지급 개시 시기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러니저러니 훈수만 두고 있을 뿐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도무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구조개혁 일변도는 공적연금의 하향 평준화를 부추긴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고 있으니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절충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짐작만 할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42만 8314만명인 연금 수급자가 2045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서고, 재직자 대비 수급자 비율이 올해 37%에서 84%로 급등한다는 정부 추계도 믿지 않는다. 추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없지는 않겠지만 걱정할 것 없는데 호들갑 떨지 말라는 식은 곤란하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맡아 경영하겠다는 수권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런 태도로 일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1야당이라면 모름지기 납득할 만한 대안을 가지고 정부·여당을 비판해야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여야정, 네안 내안 따지지 말고 철저히 검증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은 7~10%로 하고 가입기간 1년당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45~1.7%(40년 58~68%, 30년 43.5~51%)로 낮추는 안이다. 새누리당안보다 덜 내고 더 받는 반면 신규자는 더 내고 더 받는 셈이다. 내년 이후 임용되는 신규공무원과 기존 재직자에게 다른 보험요율과 연금지급률을 적용하는 새누리당 안과 달리 신구(新舊) 공무원을 차별하지 않고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현실화하지도 않는다. 새누리당의 개혁안보다 55조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이 오랜 침묵 끝에 꽤 합리적인 안을 선보였으니 무척 반갑다. 신규공무원을 차별하는 여당안에 대해 야당과 공무원단체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론이 만만찮은 만큼 여야와 정부 간에 긴밀한 논의를 거쳐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기존 공무원에게 20%, 신규 공무원에게 9%의 총 보험요율과 서로 다른 지급률을 적용하는 신구 공무원 분리안은 공무원 간 형평성과 재정적자 축소에 도움이 안 된다.

 

최근 여당은 신규 공무원의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본인과 정부 등 사용자의 현재·향후 보험요율 격차인 2.5%(7.5-4.5%)씩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운용하는 준(準)공무원연금 성격의 개인저축계정에 넣는 방안을 야당과 공무원단체에 타협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연계성을 강화하겠다는 원칙을 허무는 것이다. 본인과 사용자 부담분을 합친 총 보험료의 3배 이상을 받는 후한 연금제도를 바로잡아 적자를 줄이겠다며 개혁의 칼을 빼들고서는 "국민연금 수준으로 조정하니 노후소득 보장에 문제가 많아 저축계정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정부와 여야는 내 안이 좋다고 우기지 말고 어느 안이 지속가능한지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바란다. 특히 재정절감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후한 공무원연금의 적자보전에 지난 10년간 15조원, 향후 10년간 55조원, 다음 정권 10년간 86조원의 혈세가 들어 개혁이 시급한 마당 아닌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제1원칙은 수지균형을 이루는 보험요율과 연금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 리콴유 조문외교

 

[중앙일보 사설-20150325수] 리콴유 조문외교, 싱가포르 가치 공유를 …

 

23일 91세로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 초대총리는 가난한 항구를 번영하는 강소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이 아시아의 ‘거인’은 31년의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뒤에도 끊임없이 혁신과 추진의 리더십을 보여왔다. 고인이 남긴 싱가포르는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산다. 경제자유지수와 글로벌 경쟁지수에서 세계 최상위이며 부패인식지수에서는 뉴질랜드 및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평가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위, 금융산업은 뉴욕·런던·도쿄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를 각각 자랑한다. 실업률은 2%에 불과하다. 이렇게 눈부신 경제적 성과는 고인이 보여준 리더십의 유산일 것이다.

 

  일자리의 44%가 외국 기업에서 나오는 개방성, 법인세가 17%에 불과한 낮은 세금, 뛰어난 인프라, 우수한 인적자원, 깨끗한 정부와 사회를 갖춘 데다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 성장을 위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기업을 지원하는 특유의 시스템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를 설계하고 지휘한 인물이 바로 고인이었다. 물론 언론과 정치적 자유도 등에서 서구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한 신념, 추진력, 미래를 보는 혜안, 그리고 창의·혁신 정신은 높이 사야 한다.

 

  그런 인물을 보내는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다. 고인의 국제적 위상과 양국 관계, 각별한 개인적 인연이 참석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정상의 조문은 단순 추모와 과거 기억에 대한 회상을 넘어서는 고도의 외교 행위가 돼야 한다. 조문 온 다른 나라 정상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비공식 다자외교의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문외교는 고인이 추구해 온 가치에 대한 공유를 표시하는 하나의 정치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존재감, 그리고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처럼 번영하는 나라를 만들 영감을 얻는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

 

 

■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김종구(논설위원)-20150325수] 대통령의 리콴유 조문 ‘우려’

 

역사상 가장 많은 조문 인파가 모인 장례식은 누구 장례식일까?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시 엔(C. N.) 안나두라이라는 인도 타밀나두주의 전 총리로, 그가 1969년에 죽었을 때 무려 1500만명이 운집했다. 작가로도 유명한 그가 힌두어를 배격하고 타밀어로 타밀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열광적 추모의 배경이었다. 해당 국가의 인구 대비로 가장 많은 조문객이 모인 장례식은 1989년 6월에 사망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 이란 인구 6명당 1명꼴인 1020만명이 테헤란에 몰려들었다.

 

숫자를 떠나 ‘질적’인 면에서 따지자면 단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2013년 12월)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005년 4월)의 장례식이 꼽힌다. 각국 국가원수급 조문객만 100명 가까이씩 참가했다. 두 사람 모두 죽어서도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막상 교황 장례식장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쿠바, 시리아 지도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외면했는데, 찰스 왕세자가 무가베와 악수를 나누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장례식 때 조문사절단 격을 낮추어 큰 논란을 빚었다. 본인이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현직 행정부 인사도 아닌 1980년대 정부 관리들인 제임스 베이커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을 조문대표단으로 보냈다. 영국의 일부 언론은 ‘모욕’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유감과 실망을 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델라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달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는 본인이 직접 간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체질’이나 ‘지향점’이 만델라 쪽이 아니라 리콴유 쪽이기 때문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혹시 박 대통령이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리콴유의 리더십은 배우지 못하고 철권통치에만 더욱 감명을 받아 오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구본영(논설위원)-20150325수] 리콴유의 화장(火葬)

 

한 시대를 풍미한 거물의 마지막 가는 길치고는 퍽 소박해 보인다. 그저께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격인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이 그렇다. 그의 시신은 29일 치러질 국장이 끝나면 화장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살던 집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그가 아닌가.

 

중국 역사상 처음 대제국을 건설한 진(秦)의 시황제는 부귀영화가 영원하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불로초를 구하려다 여의치 않자 궁전과 같은 규모로 무덤을 건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미몽(迷夢)으로 끝났다. 죽어서도 생전의 영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지하 궁전에 수은이 가득한 7개의 지하강까지 팠지만, 도굴은 피할 수 없었다. 진시황의 시신은 물론 감춰 둔 금은보화도 이제 찾기조차 어렵다. 그가 남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나’라는 나라 이름 정도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긴 영생을 꿈꾼 권력자들이 어디 진시황뿐이랴. 이집트인들은 죽더라도 언젠가 다시 태어난다는 내세관을 가졌다고 한다. 파라오들의 시신을 방부제의 일종인 몰약으로 처리해 미라로 만든 배경이다. 더 황당한 건 무신론을 펴는 공산 정권 인사들이 죽은 자를 과학적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이른바 ‘건신(建神)주의’에 매달렸다는 역설이다.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구성된 ‘불멸화위원회’가 그런 미신의 산물이었다. 옛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죽자 그의 후계자인 스탈린은 이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레닌 시신의 방부 처리를 주도했다. 존 그레이가 지은 책 ‘불멸화위원회-유령과 볼셰비키, 그리고 죽음을 극복하려는 이상한 시도’에 소개된 내용이다.

 

건신주의의 영향 탓일까. 레닌과 스탈린에 이어 공산권 지도자들인 중국의 마오쩌둥, 베트남의 호찌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도 미라로 처리돼 부활이나 영생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방부 및 냉동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레닌의 시신 매장을 검토한 적도 있다. 러시아 당국은 2004년 레닌의 시신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18개월마다 특수 제작한 새 양복을 갈아입히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산케이신문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은 김 부자의 미라 관리비로 연간 2억엔(약 18억 6000만원)을 쓴다고 보도했다.

 

물론 사회주의권 지도자들이 모두 이런 미망에 사로잡혔던 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리콴유를 만난 뒤 개혁·개방을 결심했다는 중국의 2세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의 유해는 홍콩 앞바다에 뿌려졌다. 중화권의 두 절대 권력자가 화장이라는 장례 절차를 선택한 이면에는 후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실용적 애민 정신이 공통으로 깔려 있을 듯싶다.

 

 

■ 정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훼방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5수] 특위 위원장을 분노케 한 정부의 ‘세월호 태업’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위)를 훼방하는 정부의 행태가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특위의 정식 출범을 한없이 늦추고,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려 드는가 하면, 파견 공무원을 통해 특위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무엇이 두렵고 켕기기에 이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특위의 이석태 위원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그가 전하는 특위의 사정은 참담하다.

 

특위가 공식 활동을 시작하려면 조직과 예산이 정해져야 하는데, 정부는 2월17일 특위가 내놓은 조직·예산안의 처리를 한 달 넘게 미루고 있다. 특위 위원들은 5일 임명장을 받은 뒤 조사활동은커녕 실무직원 선발도 못한 채 안타깝게 시간만 보내고 있다. 참사 1주기인 4월16일 이전에 특위가 출범하려면 이번주 안에 조직·예산안이 확정돼야 하는데,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고 관련 부처 사이엔 협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특위 출범을 방해하고 고사시키려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수가 없다.

 

특위의 조직과 예산 축소가 검토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특위는 이미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의 문제제기 등에 따라 애초 구상했던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한 터다. 사업비는 38%나 줄였다. 정부·여당이 여기서 더 줄이려 든다면 특위의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렇게 특위를 파행에 몰아넣는 데만 열중한다면 비판과 저항은 피할 길 없을 것이다.

 

정부는 특위의 독립적 조사활동을 마뜩잖게 여기고 경계하는 모양이다. 1월에도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함부로 가공한 자료를 근거로 친박 실세라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특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헐뜯는 일이 벌어지더니, 며칠 전에는 파견 공무원이 특위의 주간 활동 내역과 다음주 활동 계획이 담긴 내부 문건을 청와대, 새누리당, 해수부, 경찰 정보과 등에 이메일로 유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세월호 특별법의 명문규정을 어긴 위법으로, 특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행위다. 개인적 일탈일 수 없는 만큼 배후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은 세월호 특위가 정상적으로 출범해 활동할 수 있을지가 의심되는 위기상황이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다짐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특위를 가로막는 온갖 행태를 멈춰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5수] 정부·여당은 세월호특위 방해 책동 그만둬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 이석태 위원장이 “정부·여당이 세월호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며 특위 내부자료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정부 부처, 경찰에 유출된 정황을 공개했다.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특위의 중립성과 직원의 직무상 비밀누설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비협조로 특위 활동이 지연되고 있는 터에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다니 개탄스럽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특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에서 파견돼 특위 임시지원단에서 근무하는 ㄱ사무관은 지난 20일 ‘임시지원단 주간업무 실적 및 계획’이라는 문서파일을 e메일로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 서울 방배경찰서에 보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지적대로 특위의 독립성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행태이다. 세월호특위에서 문서 유출 논란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세금도둑” 운운하며 특위를 비난했을 때 근거로 인용한 자료도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가공한 문서였다고 한다. 공식 문서도 아닌 자료가 외부로 흘러나가 여당 의원의 특위 공격에 활용된 것이다. 김 의원 발언 이후 특위는 예산낭비 논란에 휘말려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문서 유출이 단순한 유출이 아니라 조직적 방해 책동의 일환일 수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는 특위 설립준비단이 지난달 17일 넘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해서도 한 달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입법예고를 하지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있다. 시행령 제정이 계속 미뤄질 경우 세월호 참사 1주기인 다음달 16일까지도 특위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어제 기자들과 만나 “특위 조직 등에 대해 조율이 덜 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으나 납득하기 힘들다. 조율이 덜 됐으면 일단 특위 측 원안을 입법예고한 뒤 각계 여론을 수렴해 수정하면 될 일이다. 한 달 넘게 시간만 끄는 것은 특위를 압박해서 원안보다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려는 의도 아닌가.

 

세월호특위는 여야 합의로 만든 세월호특별법에 의해 탄생한 기구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자꾸 딴죽을 건다면 ‘밝혀져선 안될 진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커지게 된다. 거듭 밝힌 바와 같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세월호특위 활동을 훼방 놓으려는 책동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참사 1주기가 20여일 앞인데 진상조사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 부끄럽고 참담하다.

 

 

■ 한국, 국민 행복감 143개국 중 118위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5수] 팔레스타인·가봉 수준의 ‘국민 행복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이 ‘국제 행복의 날’(3월20일)에 맞춰 세계 143개국을 상대로 행복감 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가 118위를 기록했다. 중국·일본은 물론이고 중동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의 가봉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더구나 지난해보다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떨어졌다. 놀랍고 부끄럽고 한번 더 생각하면 참담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설문 내용을 살펴보면, ‘그런 결과가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사 전날 많이 웃었는지, 피로는 잘 풀었는지, 온종일 존중받으며 지냈는지, 하루의 상당 부분을 즐거운 감정 상태로 보냈는지, 뭔가 흥미로운 것을 하거나 익혔는지를 물었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며 이 물음에 자신있게 ‘네’라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많이 웃기보다는 표정 없이 긴장하여 지내고, 존중받기보다는 무시당하고, 피로를 풀기보다는 피로가 거듭 쌓인 채로 허덕거리며 지내는 것이 이 시대 많은 사람의 일상이 아니겠는가. 손학규 전 민주당 의원이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호로 내걸어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병증에 대해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우리는 극히 성과 지향적인 문화에서 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존중보다는 물질로 치환되는 성과를 앞세우는 게 현실이다. 또한 우리는 극단적으로 경쟁 지향적인 문화에서 살고 있다. 낙오하지 않으려면 잠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피로사회’이기도 하다. 수평적인 대화 문화도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권위적이며 위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가 많은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가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균형 성장과 억압적 질서 속에서 우리 생활문화의 결 자체가 깊이 뒤틀려 있음을 이번 조사 결과가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몸에 병이 나면 우선 쉬어야 한다. 쉬면서 어디에 고장이 난 것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병이 몸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국민 행복감이 세계 최저 수준에 그친 것은 심각한 신호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달려온 것과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더 이상 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제로 인식하는 게 늘 해결의 첫걸음이다.

 

 

■ 관련 칼럼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25수] 행복감

 

“행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판타지다.(…) 만일 당신이 행복이 무엇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다면, 그건 이유가 있다.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존 슈메이커가 쓴 <Are You Happy:행복의 유혹>은 ‘소비=행복’ 공식을 비판한 책이다. 행복학의 권위자인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행복의 기준은 ‘돈 없이 행복할 수 없다’보다 ‘돈만으론 행복할 수 없다’ 쪽이 대세인 것 같다. 세계 여러 기관들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가난한 은둔의 왕국 부탄이 자주 1위에 오르는 것도 ‘물질보다 정신적 풍요’를 따르는 문화 덕분이다. 행복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유명한 ‘행복 전도사’들 역시 행복하려면 욕심과 자만, 독선을 내려놓고 작은 것에 만족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에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한국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143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118번째라고 발표했다. 안타까운 건 1년 사이 행복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추락했다는 점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는 파라과이가 꼽혔다. 그 뒤를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이 이어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 10위를 모두 휩쓸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기질이 행복감으로 나타난 듯하다. 부탄은 이번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행복감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프리카 수단이었다.

 

한국 사회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양극화, 무한경쟁, 상대적 박탈감 등이 갈수록 심해지니 행복지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의 룰도 공정하지 못하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의 우울한 사건·사고와 경기 침체 등으로 모두 어깨가 처져있다. 이제는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총생산(GNP)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높이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대한민국 헌법도 행복추구권(제10조)을 명문화하고 있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50325수] 엉터리 식품위생검사에 맡겨진 국민건강

 

허위로 시험성적서를 발급해온 민간 식품위생 검사기관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검찰이 전국 74개 식품위생 검사기관이 최근 3년간 발급한 시험성적서 85만여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중 10%에 가까운 8만3,000여건이 엉터리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검사기관 10곳의 대표이사 등 8명과, 허위성적서 발급을 요구한 식품제조유통업체 임직원 6명을 기소했다.

이들 민간 검사기관은 김치의 기생충알 유출검사를 의뢰 받고는 제품포장도 뜯지 않고 적합판정을 내렸다. 또 발암물질검사에 1회용 장비를 재사용하거나, 식혜에서 검출된 세균수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해당 식품업체에서 다른 검체를 받아 다시 검사한 후 적합 성적서를 발급하는 등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다.

 

문제는 영세한 민간 검사기관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검사수주를 위해 덤핑 경쟁을 벌이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민간 검사기관은 2000년 16곳에서 지난해 74곳으로 급속히 늘었다. 당연히 업체의 눈치를 살펴 대충 합격판정을 낼 수밖에 없다. 현재 식품업체의 80%가 민간 검사기관에 위생검사를 의뢰하는 상황이라, 검사기관이 이런 식으로 식품업체의 불법행위에 눈감아 버리면 국민건강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식품범죄를 ‘4대 사회악’의 하나로 규정한 바 있다. 식약처는 이번 적발된 검사기관 10곳의 지정을 취소했다. 그런데 7년 전에도 민간 검사기관들이 같은 이유로 무더기 처벌받았으나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식약처에 관리ㆍ감독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식약처는 앞으로 검사기관의 설립기준이나 검사방식 등을 재정비하고, 검사기관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라는 각오로 책임을 다할 것을 다시 강조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325수] 신입생에게 ‘갑질’하는 저질 대학문화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어김없이 대학 신입생들을 상대로 한 선배들의 폭력적인 규율잡기 행태가 도마에 오른다.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한 지도 10년은 족히 넘은 듯한데, 얼마나 ‘자랑스런’ 전통이라고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겨레>가 23일 현장 취재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신입생들의 ‘구보’ 프로그램은 집단기합이나 다를 바 없었다. 매주 두 차례씩 저녁에 3시간가량 선배들의 감시 아래 혹독한 체력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경찰공무원을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기초체력이 필요한 1~2학년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는 학과장의 설명은 어이가 없다. 교육 목적상 필요하다면 정규교육에 포함할 일이지 이렇게 엉뚱한 방식으로 진행해서야 되겠는가. 이 학과는 2006년에도 폭력적인 신입생 길들이기로 비판받은 바 있다. 이런 풍토에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경찰공무원이 길러질 리 없다.

 

신입생 길들이기 과정에서 직접적인 신체폭력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 하지만, 성적·문화적 폭력으로 번지는 양상은 더욱 우려스럽다. 최근 서강대에서 벌어진 성폭력적인 오리엔테이션 행사는 일일이 묘사하기도 창피할 만큼 저질스럽다. 단국대 한 학부에서는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화장 금지, 군대식 어투 사용, 택시 이용 금지 등 ‘행동 규정’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선배라는 알량한 지위를 이용해 후배들에게 부당한 억압을 가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갑질’을 떠올리게 한다. 선배들이 이를 통해 추구하는 게 일사불란한 위계질서라면 이 또한 시대에 역행하는 길이다. 이런 문화에 순치된 학생들은 결코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인재도 지성인도 아닐 것이다.

 

잘못된 전통을 비판 없이 답습하는 학생들도 문제지만 이런 현실을 뻔히 알고도 방치해온 대학 당국은 더 호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특정 대학, 특정 학과의 문제가 공개적으로 지목돼야만 마지못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점수와 스펙으로 학생들을 골라 뽑는 데만 집중하면서 정작 선발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데는 무능한 요즘 대학들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들이 사명에 걸맞은 자율과 창의 교육에 힘쓴다면 저런 황당한 일들은 진작에 사라졌을 것이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의 폐습을 사소한 일탈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그 대학의 정체성과 위상에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수]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인 안심전환대출

기존 주택담보 대출금리보다 1%포인트 정도 낮고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는 정책금융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상품 판매 첫날인 어제에만 한 달치 판매물량 5조원 중 3조3000억원 정도가 소진되었다고 한다. 엄혹한 시대에 ‘빚 다이어트’를 하려는 대출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진다. 폭증하는 가계부채에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뒷짐만 지던 당국이 뒤늦게나마 움직인 것은 달라진 모습이지만 저소득층 대책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대출 구조조정 차원에서 나왔다. 변동금리·이자 우선상환 대출로 이뤄진 대출구조를 고정·원리금 상환으로 바꿔 위기 시 완충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대출금리는 현재 평균 3.5%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은 2.53~2.63%로 낮췄다. 여기에 대출전환 시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앴다. 2억원 대출자들은 갈아타는 것만으로도 연 200만원 안팎의 이자부담을 덜게 된다. 이번 상품은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출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적고, 정작 가계부채의 뇌관인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점에서 한계도 명확하다. 당장 판매 총액 20조원은 전체 가계부채의 2%도 안돼 대출구조가 모두 바뀐다 해도 전체 대출자의 60~70%는 여전히 이자만 상환하는 계층이다. 정부는 대출 한도를 늘리겠다고 말하지만 상품구조가 은행의 손실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상품이 저소득층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기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전체 대출의 20~30%로 추정되는 저소득층 대출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1·2금융권에 채무를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이다. 훗날 금리가 올라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부메랑이 돼 금융권을 뒤흔들 게 뻔하다.

 

때마침 해외에서도 한국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저성장·고령화 가속화로 한국이 5년 뒤면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가계대출을 관리하면서도 대출을 부추기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다. 당장이라도 전체 가계부채 상황을 면밀히 평가한 뒤 저소득계층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대출을 부추기는 현재의 정책기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경향신문 사설-20150325수] 갈등의 치유·관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이 ‘갈등 공화국’임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념·계층·세대·지역·노사 갈등에서 최근 ‘갑을 갈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국가 가운데 종교갈등이 심한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246조원에 이른다는 민간 연구소의 분석도 있었다. 최근 이러한 사회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에서도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어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3월호에 발표된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관리지수’는 2011년 기준으로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나타났다.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정부의 행정이나 제도가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로서 정부의 효과성, 규제의 질, 부패 통제, 정부 소비지출 비중 등을 평가한 것이다. OECD 국가의 사회갈등관리지수를 산출한 결과 덴마크(0.923), 스웨덴(0.866), 핀란드(0.859), 네덜란드(0.846)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한국(0.380)은 멕시코(0.068), 터키(0.151), 그리스(0.206) 등 7개국과 함께 바닥권을 맴돌았다고 한다.

 

최근 소득 불균형의 심화, 계층간 불평등 확산, 저출산·고령화로의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갈등 요인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사회갈등이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갈등관리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즉 갈등관리를 10% 증가시킬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75~2.41% 증가한다는 것이다. 갈등을 치유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적절한 갈등은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 때문에 갈등을 키우거나 정부가 갈등을 잘못 관리하는 데 있다. 사회갈등구조를 이용해 정치·경제·사회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무엇보다 경계 대상이다. 정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갈등관리 능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확인한 만큼 그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노력을 각별히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5수] 비리에 성희롱까지… 부끄러운 해군

 

우리 해군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 장성들이 비리와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다. 해군의 민낯은 참으로 부끄럽다. 전직 참모총장 두 명이 두 달 새 비리로 잇따라 구속됐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해군의 명예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황기철 전 총장은 통영함의 선체고정음파탐지기의 평가 결과를 위조하라고 지시하거나 묵인한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됐다. STX에서 금품을 받아서 구속된 정옥근 전 총장은 통영함 비리에도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군의 최고사령관을 지낸 사람들이 장병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장비부품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해군의 부패 고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도 여실히 보여 준다.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니 통탄할 지경이다. 해군의 한 장성은 2011년 서울로 출장을 갔다가 자신을 보좌하던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했다. 이 장성은 당시 같은 숙소에 머물던 이 부사관의 방으로 찾아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고 한다. 또 다른 해군의 한 중장은 진해 해군기지 골프장에서 캐디들에게 “버디를 하면 노래를 부르라”는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캐디들이 골프장 관리소장에게 고충을 호소하자 관리소장이 관할 부대장에게 보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만 해도 해군 초계함에서 대위의 여군 성추행(3월), 호위함 함장(중령)의 회식 성추행(7월), 해사 장교들의 성희롱 사건(12월)이 잇따랐다. 해군은 도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복무하는지 의심스럽다. 기강이 무너진 지금의 해군에 국가 방위를 맡겨도 되느냐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해군은 지금 총체적 위기다. 밑바닥부터 최상층부까지 전부 개조해야 한다. 끈끈한 선후배 문화가 비리로 잘못 웃자라지 않게 미리 막아야 한다. 해이해진 기강도 다잡아야 한다. 스스로 개혁을 하기엔 이미 때를 놓친 듯하다. 외부의 힘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해 원천적으로 비리 재발을 막아야 한다. 26일은 천안함 사건 5주기가 되는 날이다. 해군은 지금 천안함 46용사 앞에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절치부심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방산 비리에 성범죄로 내부가 곪아 들어가고 있다. 이대로 둬서는 내부의 적 때문에 자멸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거듭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50325수] 경기도의회 ‘꼼수’ 유급보좌관 폐지해야

경기도의회의 ‘유급보좌관제병(病)’이 또 도졌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유급보좌관을 도입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포기한 경기도의회가 이번에 또 ‘꼼수’까지 동원해 ‘변형’ 유급보좌관제를 운영하다 적발됐다.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경기개발연구원에 의정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지방의원을 지원할 수십 명의 인력을 채용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도 예산도 크게 늘렸다. 그동안 계속 추진하던 유급보좌관제가 무산되자 2013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의회 역량 제고’라는 명목으로 17억 7000만원을 증액해 석·박사급 인력 27명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유급보좌관제가 2012년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난 것을 모르지 않을진대 지방의회는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란 말인가.

 

거대한 광역 자치단체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곧 유급보좌관을 둬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원의 일그러진 행태를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첨병은커녕 지방자치의 뿌리를 아예 썩어 문드러지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1년이 다 가도록 한 건의 조례도 입안하지 않는, 무늬만 지방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외유성 해외 시찰이나 이권을 둘러싼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다. 변변한 월급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각 의원이 연간 50여개의 조례를 입안한다는 스웨덴의 지방의회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유급보좌관 타령을 할 게 아니라 그야말로 1991년 지방자치 부활 당시 무보수 명예직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2006년 지방의회 의원은 유급제로 바뀌었다. 광역의원들은 자료수집비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의 의정비를 지급받고 있다. 정히 보좌 인력이 필요하다면 개인 인턴이라도 두면 될 것이다. 도의회가 법망까지 교묘하게 피해 가면서 유급보좌관을 두겠다고 나서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명분이 희미한 일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유급보좌관이 없어 지방의원 일을 못 하느냐는 비아냥을 듣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도 달리 없을 듯하다. 우리 지방자치는 성년의 나이가 됐지만 온전한 성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지방자치를 욕되게 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남미 운명은 경제적 자유에 달렸다"는 지성들의 경고

 

'2015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리마 총회' 현장을 가다

리 마=권영설 논설위원 페루 리마에서 23일(현지시간) 개막한 ‘2015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총회’에 참석한 석학들은 경제적 자유가 남미 국가들의 운명을 갈랐다고 입을 모았다. 아널드 하버거 시카고대 명예교수는 이날 “칠레 등이 1970~1980년대 이후 견고한 경제성장을 유지한 것은 시카고학파의 조언을 따라 자유시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루의 문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박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은 정치적 자유는 받아들였지만 경제적 자유를 외면했다”며 “그 결과 비효율과 부패가 이어지고 국가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몽펠르랭협회는 201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 이후 이번에 다시 남미를 찾았다. 사회주의와 독재정권이 사라지는 자리에 정부 간섭과 포퓰리즘 등이 번지고 있다는 이 지역 회원들의 호소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번 리마 총회의 엔리크 게르시 조직위원장은 “페루도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를 놓지 않으려는 정부 간에 논쟁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100명 이상의 남미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경제학자 37명이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를 반대하며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결성한 몽펠르랭협회는 ‘작은 정부’ 등 자유시장경제 이론을 연구하고 전파해 왔다. 밀턴 프리드먼과 게리 베커 등이 차례로 협회를 이끌어 왔다. 그동안 8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학문적 권위도 높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실제적인 노력도 기울여 왔다.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 등도 그 결과물이다. 레이거노믹스를 주도한 관료 가운데 22명이 이 협회의 회원이었다. 칠레 역시 당시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재직하던 하버거 교수 등 이른바 ‘시카고 보이즈’들이 참여해 성공을 이뤘다. 나의 지적 여정:마르크스주의에서 자유주의로의 저자이기도 한 요사 박사는 “하이에크가 처음 페루를 방문했던 것이 1979년이었다”며 “당시 그가 사용한 민주주의, 자유라는 단어는 새로운 공기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그동안 두 명의 학자만이 이 협회 회원으로 활동해오다 3년여 전부터 한국경제신문이 매년 대표단을 파견했다. 지난해엔 ‘2017년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서울 총회’를 유치했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깃발을 내건 이후 정부 개입과 포퓰리즘이 만연한 한국에 자유 지성들이 어떤 조언을 제시할지 벌써 관심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모바일쇼핑 3년새 22배…억지 규제론 유통혁신 못 막는다

 

스마트폰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모바일쇼핑이 폭발적인 성장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15 유통산업백서’에 따르면 모바일쇼핑 매출은 지난해 120% 급증한 13조1000억원에 달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6000억원) 이후 3년 만에 22배로 불어나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14조2000억원)과 맞먹을 정도다. 업계에선 올해 매출이 2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모바일쇼핑 앱이나 웹페이지 접속자 수도 하루 평균 245만명으로 인구의 5%에 이른다. 내수 불황이란 우려가 무색해진다.

 

모바일쇼핑의 급성장은 스마트폰의 대중화, 맞벌이·1인가구 증가 속에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경향, 업체 간 할인 경쟁이 빚어낸 복합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해외직구, 아울렛, 면세점 등의 강세도 같은 맥락이다. 오프라인 매장 중 유독 편의점만 지난해 8.7% 성장한 것은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근거리 소량구매에 적합한 업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형마트(-3.4%)와 백화점(-1.6%)조차 매출 감소로 고전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유통시장에 절대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유통업태의 성패를 좌우하는 소비자의 선호 변화가 있을 뿐이다. 지금은 쇠락해가는 전통시장도 한때는 유통시장을 지배한 적이 있었다. 변함없는 강자일 것 같던 대형마트도 점포 없이 파격 할인으로 무장한 모바일·온라인쇼핑에 밀릴 수밖에 없다. 고령화와 저성장, IT 발전 등의 환경 변화는 또 어떤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유통 혁신을 몰고올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당장 눈에 보이는 대형마트만 틀어막으면 전통시장이 되살아날 것처럼 착각과 무지의 규제를 남발해 왔다. 그렇지만 결과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동반 매출 감소다. 지금도 국회에는 그런 억지 의원입법안이 20여건이나 계류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형마트를 강제휴무시키고 영업시간을 단축한들 소비자를 억지로 끌고갈 순 없다. 내수 침체만 부채질할 뿐이다. 눈에 안 보이는 모바일쇼핑은 강제휴무도 영업시간 제한도 불가능하지 않은가.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비좁은 김해공항, 동남권 신공항은 언제 결론낼 건가

 

인천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제선 노선을 운영 중인 김해공항이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한다(▶본지 3월24일자 A27면 참조).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만 438만여명으로 수용가능 인원을 이미 초과했고, 활주로 슬롯(slot·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도 2020년 이전에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국제선 청사 증축이 진행 중이라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찰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해공항 인프라 문제는 이용객의 불편을 넘어 국제공항으로서의 확장성마저 가로막는 지경이다. 중형기를 띄워야 하는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전무한 것만 봐도 그렇다. 김해공항에서 부산~독일 뭔헨 노선을 운항하던 루프트한자가 철수한 데 이어, 부산~핀란드 헬싱키 직항노선을 검토하던 핀에어도 계획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포화는 진작부터 예상돼 왔던 문제다. 그럴 줄 알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토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동남권 신공항이다. 하지만 그 뒤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말았다. 부산, 밀양 등이 극심한 유치경쟁을 벌이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아무 곳에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피해갔던 것이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달에야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입찰 작업에 들어갔다. 그것도 1년 뒤에나 결과가 나온다. 부산과 대구·경북은 또다시 치열한 신경전이다.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들 지역 갈등이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또다시 동남권 신공항을 지역 갈등을 이유로 표류시킨다면, 이미 일본에 밀리고 있는 관광 한국은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신공항이 지금 결정돼도 완성까지 10년 이상 기다려야 할 판이다. 더는 미룰 문제가 아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판촉비 가맹점에 떠넘기는 게 BBQ 뿐인가

 

서울고등법원은 24일 가맹점주 13명이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50만∼4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BQ가 치킨 가격을 올린 후 홍보·판촉행사를 하면서 비용 60억원을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BBQ는 판매증진을 위한 판촉행사의 경우 비용분담 기준을 점주에게 미리 알리거나 자율적인 참가 신청·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맹계약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甲)질'은 BBQ만의 일이 아니다. 치킨은 물론 빵집, 커피 전문점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막아보겠다고 넉 달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인테리어 공사비 전가 등 본사의 횡포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맹점주들은 실직이나 정년퇴직 후 창업에 나선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위법을 일삼는 본사의 행위는 자영업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처지는 암담함 그 자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3년 기준으로 조사해보니 40대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10년 전보다 700만원 넘게 줄어든 2,725만원에 불과했다. 임금 근로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입이 줄어드니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매년 80만명에 달한다.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에서 "회사가 전쟁터면 바깥은 지옥"이라는 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가맹본부의 갑질이라도 줄어야 자영업자들이 지옥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325수] 기업들은 노사정 타협 가능성 기대 안한다는데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경영현안에 대한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사정위원회에서 대타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전체의 88%는 타협 가능성조차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니 노사정위의 활동에 회의적인 경영계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상당수 기업들이 노사정위의 대표성이나 구속력에 부정적일뿐더러 정책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대목도 정부로선 귀담아들어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출범한 노사정위는 이달 말로 활동시한이 끝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 3자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껏해야 낮은 수준의 합의에 머무를 것이라는 비관론도 높아지고 있다. 노사는 통상임금과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업급여 같은 비용부담과 고용해지 요건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이나 파견근로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각 당파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다 보니 타협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민주노총이 애써 만들어진 노사정위를 내팽개친 채 정치파업의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노사정위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자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노사 양측은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는 인식 아래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한발씩 양보해 납득할 만한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뒷문을 막아놓고 앞문만 열어놓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고용시장의 혼란을 더 키울 뿐이다. 정부도 대타협 시한에 쫓긴 나머지 무리하게 합의문에 매달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노사정위가 남은 일주일 동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해본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리콴유 조문외교

 

[한겨레신문 칼럼-유레카/김종구(논설위원)-20150325수] 대통령의 리콴유 조문 ‘우려’

 

역사상 가장 많은 조문 인파가 모인 장례식은 누구 장례식일까?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시 엔(C. N.) 안나두라이라는 인도 타밀나두주의 전 총리로, 그가 1969년에 죽었을 때 무려 1500만명이 운집했다. 작가로도 유명한 그가 힌두어를 배격하고 타밀어로 타밀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열광적 추모의 배경이었다. 해당 국가의 인구 대비로 가장 많은 조문객이 모인 장례식은 1989년 6월에 사망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 이란 인구 6명당 1명꼴인 1020만명이 테헤란에 몰려들었다.

 

숫자를 떠나 ‘질적’인 면에서 따지자면 단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2013년 12월)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005년 4월)의 장례식이 꼽힌다. 각국 국가원수급 조문객만 100명 가까이씩 참가했다. 두 사람 모두 죽어서도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막상 교황 장례식장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쿠바, 시리아 지도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외면했는데, 찰스 왕세자가 무가베와 악수를 나누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장례식 때 조문사절단 격을 낮추어 큰 논란을 빚었다. 본인이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현직 행정부 인사도 아닌 1980년대 정부 관리들인 제임스 베이커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을 조문대표단으로 보냈다. 영국의 일부 언론은 ‘모욕’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유감과 실망을 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델라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달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는 본인이 직접 간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체질’이나 ‘지향점’이 만델라 쪽이 아니라 리콴유 쪽이기 때문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혹시 박 대통령이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리콴유의 리더십은 배우지 못하고 철권통치에만 더욱 감명을 받아 오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구본영(논설위원)-20150325수] 리콴유의 화장(火葬)

 

한 시대를 풍미한 거물의 마지막 가는 길치고는 퍽 소박해 보인다. 그저께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격인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이 그렇다. 그의 시신은 29일 치러질 국장이 끝나면 화장장으로 향한다고 한다.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살던 집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그가 아닌가.

 

중국 역사상 처음 대제국을 건설한 진(秦)의 시황제는 부귀영화가 영원하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불로초를 구하려다 여의치 않자 궁전과 같은 규모로 무덤을 건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미몽(迷夢)으로 끝났다. 죽어서도 생전의 영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지하 궁전에 수은이 가득한 7개의 지하강까지 팠지만, 도굴은 피할 수 없었다. 진시황의 시신은 물론 감춰 둔 금은보화도 이제 찾기조차 어렵다. 그가 남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나’라는 나라 이름 정도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긴 영생을 꿈꾼 권력자들이 어디 진시황뿐이랴. 이집트인들은 죽더라도 언젠가 다시 태어난다는 내세관을 가졌다고 한다. 파라오들의 시신을 방부제의 일종인 몰약으로 처리해 미라로 만든 배경이다. 더 황당한 건 무신론을 펴는 공산 정권 인사들이 죽은 자를 과학적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이른바 ‘건신(建神)주의’에 매달렸다는 역설이다.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구성된 ‘불멸화위원회’가 그런 미신의 산물이었다. 옛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죽자 그의 후계자인 스탈린은 이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레닌 시신의 방부 처리를 주도했다. 존 그레이가 지은 책 ‘불멸화위원회-유령과 볼셰비키, 그리고 죽음을 극복하려는 이상한 시도’에 소개된 내용이다.

 

건신주의의 영향 탓일까. 레닌과 스탈린에 이어 공산권 지도자들인 중국의 마오쩌둥, 베트남의 호찌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도 미라로 처리돼 부활이나 영생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방부 및 냉동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레닌의 시신 매장을 검토한 적도 있다. 러시아 당국은 2004년 레닌의 시신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18개월마다 특수 제작한 새 양복을 갈아입히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산케이신문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은 김 부자의 미라 관리비로 연간 2억엔(약 18억 6000만원)을 쓴다고 보도했다.

 

물론 사회주의권 지도자들이 모두 이런 미망에 사로잡혔던 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리콴유를 만난 뒤 개혁·개방을 결심했다는 중국의 2세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의 유해는 홍콩 앞바다에 뿌려졌다. 중화권의 두 절대 권력자가 화장이라는 장례 절차를 선택한 이면에는 후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실용적 애민 정신이 공통으로 깔려 있을 듯싶다.

 

 

■ 그 밖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 부문 기자)-20150325수] 시골 도서관의 작은 실험

 

지난주 일본 여행 중 규슈(九州) 사가(佐賀)현에 있는 다케오(武雄)라는 동네에 들렀다. 온천과 3000년 수령의 삼나무가 있는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그런데 역을 나서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녀도 지도를 든 관광객 몇몇을 제외하곤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길을 묻고 싶어도 물을 행인이 없는 상황. 아,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어디 가 있는 거야.

 

  곧 답을 알게 된다. 잔잔한 시골 풍경에 급격히 질리는 도시녀 본색이 발동, “이런 동네에 스타벅스는 없겠지?”라고 중얼대던 참이다. 나 찾았느냐는 듯 저 멀리 스타벅스 간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걷다 보니 나지막한 2층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봄빛이 완연한 테라스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할아버지·할머니, 잔디를 뛰노는 아이들과 엄마, 홀로 커피를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젊은이들…, 다케오 시립도서관이었다.

 

  1층 전체를 높다란 천장에 고급스러운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며진 세련된 서점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최대 음반 렌털업체인 쓰타야(TSUTAYA)가 운영하는 책방 겸 CD&DVD 대여점이다. 한편에 스타벅스가 있고, 그 옆엔 커피를 마시며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도서관은 어딘가요?”라고 직원에게 물으니 여기가 도서관이란다. 1층 벽면과 2층 서가에는 서적분류표를 붙인 시립도서관 장서 20만 권이 빽빽이 꽂혀 있다. 이 책들도 누구나 꺼내 읽을 수 있고, 서점 계산대에서 도서관 책의 대여와 반납도 함께 할 수 있다. 도서관이자 서점이고, 열람실이면서 카페인 셈이다.

 

  알고 보니 이곳은 일본의 명소였다. 이전에는 시에서 운영했지만, 2013년 4월부터 민간업체 쓰타야가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오후 5시면 문을 닫던 도서관은 퇴근길 직장인들도 들를 수 있도록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연간무휴라 휴일에도 시민들이 몰린다. ‘한번 가봐야 할 도서관’으로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이용자가 100여만 명에 달했다. 이 중 40만 명은 다케오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 도서관 하나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공공기관을 상업화한다는 아이디어에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가본 이라면, 절로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이곳의 따뜻하고 독특한 분위기에 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로 지역 주민들의 편한 쉼터이자 모임 장소, 공부방이 된 도서관. 기차 시간도 늦추며 저녁까지 머물다 몇 권의 책을 사 들고 돌아왔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석종(논설위원)-20150325수] 행복감

 

“행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판타지다.(…) 만일 당신이 행복이 무엇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다면, 그건 이유가 있다.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존 슈메이커가 쓴 <Are You Happy:행복의 유혹>은 ‘소비=행복’ 공식을 비판한 책이다. 행복학의 권위자인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행복의 기준은 ‘돈 없이 행복할 수 없다’보다 ‘돈만으론 행복할 수 없다’ 쪽이 대세인 것 같다. 세계 여러 기관들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가난한 은둔의 왕국 부탄이 자주 1위에 오르는 것도 ‘물질보다 정신적 풍요’를 따르는 문화 덕분이다. 행복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유명한 ‘행복 전도사’들 역시 행복하려면 욕심과 자만, 독선을 내려놓고 작은 것에 만족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에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한국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143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118번째라고 발표했다. 안타까운 건 1년 사이 행복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추락했다는 점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는 파라과이가 꼽혔다. 그 뒤를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이 이어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 10위를 모두 휩쓸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기질이 행복감으로 나타난 듯하다. 부탄은 이번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행복감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프리카 수단이었다.

 

한국 사회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양극화, 무한경쟁, 상대적 박탈감 등이 갈수록 심해지니 행복지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의 룰도 공정하지 못하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의 우울한 사건·사고와 경기 침체 등으로 모두 어깨가 처져있다. 이제는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총생산(GNP)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높이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대한민국 헌법도 행복추구권(제10조)을 명문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 칼럼/김선태(논설위원)-20150325수] 글램핑

 

오스만제국에서는 술탄이 전쟁이나 순시 등의 이유로 거처를 이동할 때면 이동식 궁전을 짓곤 했다. 수시로 이동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몽골의 이동주택인 게르와 비슷한 형태였지만 내·외관은 대단히 화려했다고 한다. 정치하게 수놓은 비단으로 안팎을 장식하고 값비싼 양탄자와 호사스런 가구들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술탄의 이동식 궁전은 ‘화려한(glamourous)’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인 글램핑(glamping)의 원조 격이다.

 

요즘 유행하는 글램핑과 비슷한 형태는 1900년대 초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시작됐다. 야생동물 사파리를 즐기던 미국과 유럽의 부호들은 저녁엔 집처럼 편하고 안락한 쉼터를 원했다. 텐트 안은 비싼 페르시안 카펫으로 치장했고 킹 사이즈의 화려한 침구도 곁들여졌다. 이들은 전속 요리사까지 대동, 야외에서 럭셔리한 식사도 즐겼다.

 

고품격 아웃도어 캠핑을 뜻하는 현대식 글램핑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안 됐다. 구글에 따르면 2007년부터 이 단어에 대한 검색이 급증하기 시작, 아일랜드 영국 등 유럽을 거쳐 최근엔 미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다고 한다. 트레킹 수영 승마 보트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 뒤 고급스런 야외 텐트에서 요리사가 해주는 바비큐 등 요리를 먹는 게 근자 들어 한참 유행하는 글램핑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 3월 제주 신라호텔이 국내 최초로 글램핑 개념을 도입했다. 호텔 야외 글램핑 빌리지에서는 카바나 스타일의 넓은 텐트에서 호텔 요리사가 조리하는 점심 또는 저녁을 즐길 수 있다. 마치 응접실 같은 텐트 내부 인테리어와 야외 바비큐 그릴, 파라솔, 해먹까지 갖추고 있어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안전상 취침은 안 되고 식사시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캠핑 열기를 타고 글램핑이란 이름을 내건 야영장을 운영하는 곳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개중엔 말만 글램핑이지 실제로는 허술한 시설의 야외 텐트에 가전제품 몇 가지만 갖춘 곳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화재로 5명이 숨진 강화도 글램핑장도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늘 그렇듯이, 사고가 터졌으니 대대적 단속과 규제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안전 관련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혹여나 과잉 규제로 캠핑문화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내수 중 지난 10년간 가장 성장세가 높았던 것이 아웃도어산업이라서 더욱 그렇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문성진(논설위원)-20150325수] 내 아내는 '대월댁'

 

내 아내는 '대월댁'이다. 대월댁은 내가 만든 말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자기 소유 집에서 거주하는 기혼 여성을 '대치댁', 그에 못 미쳐 대치동에 전세 들어 사는 이를 '대전댁'이라고들 하니 이에 빗대봤다. 물론 내 집 거주는커녕 전세 살 능력도 부쳐 대치동 월세 아파트를 얻은 나와 함께 사는 내 아내를 대월댁이라 부르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 자기비하도 모자라 제 아내까지 깎아내려 부르는 꼴이니 나는 핀잔 들어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요즘 시장이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월세탈출·전세입성'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니.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고된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31.9%로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들어섰다. 2011년 1월 15.4%에 그쳤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의 팽창 속도가 급격하다.

 

학군 탓이 크다. 구태여 월세라도 대치동에 집착하는 나 역시 비틀린 교육열에 감염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고교의 개학을 앞둔 지난 2월 월세 거래는 학군 수요가 큰 강남이 75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송파 542건, 서초 465건, 노원 409건 순으로 많았다. 자녀들의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은 월세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정책은 늘 박자가 늦다. 이미 수년 전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락할 때 한국은행에서 정책당국에 개포·대치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의 단계적 시행을 권했을 때 왜 귀를 닫았나. 그때 실행만 했어도 지금의 전월세난은 한층 완화된 모습이었을 것이다. 실행 중인 정책의 스텝마저 꼬이고 있다. 정부는 집을 사라고 금리를 낮추고 돈을 마구 푸는데 사람들은 집 사기를 주춤대 전셋값만 폭등하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를 넘어설 지경이다. 왜곡된 교육행정과 정책 실패가 전월세민의 극심한 고통을 합작해 키우고 있음을 정부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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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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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관악구 고시촌에서 자신을 향해 청년실업, 반값등록금 공약 등의 답변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인 청년들을 '오래전부터 계획된 방해세력인 것 같다'고 비난했습니다.
아마 저 중에 통진당 당원이라도 나오길 학수고대할 것이다. 지난번 선거 때 '도와주십시오' 피켓들 때를 생각하셔야지~~

2. 살인누명을 쓰고 20년간 복역한 미국의 40대 남성에게 220억 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합의됐다고 합니다.
얼마 전 '코미디 빅리그'라는 프로에서 10년을 건너뛰는 대신 100억 원을 준다는 가상 토론을 하던데... 딱 그거네. 청춘과 맞바꾼 200억이라~

3. 큰딸을 14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폭행해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고, 작은딸 마저 성추행 및 성폭행한 친아버지가 구속됐습니다.
뭐 이런 개자식이 다 있냐. 세상 모든 욕을 다 동원해 퍼부어도 모자랄 놈. 천하에~

4. 미래형 자동차는 어디까지 진화할까요?
지금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운전자가 손을 놓고도 차량이 스스로 알아서 가는 차량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합니다.
손 놓고도 가는 차니까,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는 없는 거지요? 근데 언제 나오는 건가?

5. 홍준표 지사의 '미국 골프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습니다.
홍 지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야당에선 '도지사를 사퇴하고 여당 대표도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도지사 취임하고는 무상급식 지속하겠다 하고, 업체 관계자와는 골프 금지라고 하더니... 제발 자기가 한 말이라도 좀 지키고 삽시다.

6. 강원지역 한 사립대학교 예비역 수십 명이 도심 대로에서 속옷 차림으로 단합 행사를 하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항상 그 모양이니 여자들이 만나고 싶은 남자 2순위가 군복 입은 남자인 거야. 물론 1순위는 '민간인'이고 말야...

7.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가 자해를 시도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김 씨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등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바다에 잠긴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이 남아있습니다. 잊지 말아 주세요. 세. 월. 호

8. 도핑 스캔들 박태환 선수에게 자격정지 18개월이 내려져 리우올림픽 출전 희망은 살렸습니다.
다만 징계 시작 시점이 9월 3일이기에 인천아시안게임서 땄던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는 모두 박탈되었습니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동안 고생 많았는데, 꼭 재기하기 바래~

9.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끌면서 '조기 소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고정금리·정책자금·2금융권 대출자, 서민 대출자 등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습니다.
정말 돈이 필요한 서민에게는 자격이 안된다고 하니... 돈 빌리는데 돈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건 대체 뭐야?

10. 코끼리 상아를 노린 불법 밀렵으로 앞으로 10~20년 안에 아프리카 야생 코끼리들이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내 인감도장이 누군가 선물로 준 코끼리 상아라는데... 갑자기 죄송스럽고 송구합니다.

11. 일주일에 일한 시간이 18시간이 안된다면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근로자가 무려 12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취업이 안 돼 말이 좋아 프리랜서인 알바가 넘쳐나니 이게 '알바천국'인가 보네~

12. 전통시장 중심의 유통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은 대형마트가 전국에 500곳이나 됩니다.
그런데 이 유통 공룡, 유통 구조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지 몇 년 만에 성적표가 초라해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시장 사람들 문 닫게 하더니 쌤통입니다.

13. 개통을 열흘 앞둔 호남선 신형 KTX에서 최근 변압기 3대가 잇따라 터졌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추정되고 있지만, 문제는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운행에는 문제가 없다며 다음 달 개통을 강행한다고 합니다.
뭔 일이 있어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하니 그럼 터지는 문제는 뭔데? 혹시 북한 소행?

14. 45~60분의 낮잠이 기억력을 5배나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독일의 메클링거 박사가 대학생 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보도했습니다.
내일부터 점심 먹고 나면 잠시 잠깐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 나 찾지 마~

15. 전남경찰청이 할머니·할아버지 신발 뒤꿈치에 ‘반딧불’을 달고 있습니다.
가로 3㎝ 세로 2.5㎝ 크기 회색 반사지로 밤이면 자연스럽게 빛이 나도록 한 ‘야광’ 장치라고 합니다.
경찰은 이를 ‘반딧불 사업’이라 부르고 있으며 어르신들의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딧불 사업' 좋으네... 큰돈 안 들이고 효과 만점인 이런 좋은 일은 전국적으로~~

16. 게임 채팅방에서 아이디를 지칭해 욕설해도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법원은 아이디 지칭하며 욕설한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아이디' 역시 온라인상에 또 다른 나의 이름 아니겠어? 지당하신 판결이로세~

17. 초등학생 10명 중 6명은 수학을 가장 어려운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연산’ 영역을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학의 정석'이냐 '해법 수학'이냐, '성문 기본 영어'냐 맨투맨'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그동안 산 책값만 얼마냐...

18.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인근에서 이 모(9) 군이 인형 뽑기 기계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가 구출됐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인형이 탐나서 손을 뻗었던 이 군이 손이 닿지 않자 인형 뽑기 기계 안으로 몸을 구겨 넣어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통 아저씨 2세가 탄생한 모양이네... 하지마라 그러다 다친다.

19. 일본의 아베 정부가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일본의 원조 때문에 가능한 것처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포스코(포항제철) 창립과 지하철 1호선 건설 등을 내세우면서 일본의 전적인 지원으로 경제 성공을 이룩한 것처럼 언급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가 이따위로 발언하게 만든 우리에게도 책임이 크다고 봐... 과거사 청산을 헐값에 넘겨버린 점이 그렇고 말야~

20. 캄보디아 공항이 한국인에게만 1달러를 요구한다고 합니다.
동아리 MT에서 여자 선배를 성추행한 대학생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야당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은 우리와 무관하다며, 5.24 조치를 즉시 해제하라 요구했습니다.
미국 내 한인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씰'을 제작했습니다.

이번 주가 가면 3월도 마무린가 봅니다.
정말 시간 빠르네요...
봄 맞을 준비는 다 되셨죠?
새봄, 새 단장은 얼었던 마음부터 녹이고 시작할까요?
따뜻하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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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늙은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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