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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 신문사설
[이데일리]
1. 조선업의 몰락, 일본에도 다시 밀린다니
국내 조선업이 극심한 수주 절벽에 내몰리며 수주잔량에서 일본에 17년 만에 따라잡혔다. 진작 중국에 1위 자리를 넘겨준 데 이어 2위마저 일본에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더구나 조선업 구조조정 와중에 퇴직 핵심인력의 일본 유출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조선업이 처한 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 충격적 사건들이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의 수주잔량(잠정치)은 1991만 6852CGT으로 일본(2006만 4685CGT)보다 15만여CGT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확정치가 아니어서 약간의 가변성이 있다지만 수주잔량에서 일본에 뒤진 것은 1999년 12월 말 이후 17년 만이다. 호황이던 2008년 8월 말 일본보다 수주잔량이 무려 3160만CGT이나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조선업의 몰락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위기에 몰린 조선업계가 인원 감축에 나서면서 퇴직한 핵심인력의 일본 유출현상도 걱정스럽다. 현재까지 100여명이 일본 조선업체에 취업했다고 한다. 국내 업계가 올해도 인력을 추가로 줄일 가능성이 있어 일본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로의 인력 이동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핵심인재 유출은 경쟁 상대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의미한다. 부메랑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대응은 미덥지가 못하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조선업의 구조조정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에 수조원을 쏟아부어 연명시키는 등 구조조정의 원칙이 심하게 흔들림으로써 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발적으로 사전 통폐합 구조조정을 이룰 경우 선박 가격의 80%까지 낮은 이자율로 금융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으로 업계를 뒷받침한 일본 정부와 대비된다.
조선업은 국내의 주력 산업 중 하나다. 수출 비중도 크고 고용 창출도 생산 10억원 당 10명으로 자동차(8.8명), 반도체(3.8명)보다 훨씬 많다. 조선소들이 몰려 있는 거제와 울산, 군산 등의 지역 경제는 지금 거의 빈사지경이라고 한다. 구조조정의 고삐를 다잡아 조선업을 다시 살리고 지역 경제와 나라 경제도 살려야 한다. 퇴직한 핵심 인력의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2.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개인 조직인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최근 작성한 ‘개헌 저지 보고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내에 여러 계파가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에서 보고서의 내용이 전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을 거들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문 전 대표의 개인 조직이냐”는 반발과 함께 이른바 ‘친문’과 ‘비문’ 성향 의원 사이에 마찰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이 보고서가 문 전 대표 진영의 입장과 거의 일치한다는 게 문제의 초점이다. 국회 개헌특위에 4년 중임제에 긍정적인 의원들 중심으로 참여시키되 적극적 개헌론자나 이원집정부제 주장자들의 참여는 소폭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이 하나의 사례다.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가 구축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전략에 위협이 될 것이므로 이러한 움직임이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문 전 대표의 개헌 전략이 이 보고서에 따라 이뤄지는 정황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동안 개헌에 대해 완강한 움직임을 보이던 그가 “대통령이 되면 4년 중임제 헌법을 1년 안에 끝내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보고서에 들어 있는 ‘출구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이 보고서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쟁점으로 부각된 개헌 논란에 있어 문 전 대표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계파와 의견이 존재하는 정당에서 석연치 않은 일이다.
당내 ‘비문’ 성향 의원들의 반발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정당의 공조직이 특정 견해를 옹호함으로써 당의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이에 대해 “지시한 적이 없다”거나 “참고용”이라고 해명하고 나선 모습도 옹색하기만 하다.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문 전 대표가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로 꼽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야권을 통틀어서도 가장 앞섰을 뿐만 아니라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비해서도 지지율이 오히려 앞서 있다. 하지만 아직은 후보 지명이 공식 이뤄진 단계가 아니다. 원칙이나 상식을 무시하는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태가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이다. 실망스럽기만 하다.
[매일신문]
3. 미세먼지 예보, 환경부 발표는 못 믿겠다
연초부터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의 미세먼지 예보와 실제 지역별 대기질이 다른 경우가 너무 많다. 오보율이 30~4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점도 원인이긴 하지만, 동네에 상관없이 지역 평균값으로 발표해 지역별 차이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기상청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관리공단에서 발령하는 예보를 믿고 안심하다간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니 어이가 없다.
지난 2일 기상청과 한국환경공단은 대구의 미세먼지 농도(PM-10)를 ‘보통’ 단계라고 예보했다. 실제로는 대구시가 운영하는 북구 노원동의 측정소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까지 치솟았는데도, 정부의 예보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나쁨’ 단계는 장시간 바깥 활동 자제를 권하는 수준인데도, 이곳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대구에서 정부의 예보가 실제 동네별 미세먼지 농도와 달랐던 날은 지난해 12월 한 달 가운데 열흘이나 됐다고 하니 엉터리 예보나 다름없다. 그 이유는 대기질 예보가 동네에 상관없이 지역 전체 평균값으로 결정되다 보니 오차가 크기 때문이다. 대구만 해도 공단지역과 분지 지형, 중심가 등의 미세먼지 농도가 천차만별인데도, 현 예보시스템으로는 획일적인 예보만 받을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대기질 정보를 상세하게 알고 싶으면 대구시와 경북도에서 운용하는 실시간 대기정보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환경부는 예산 및 인력 탓을 하면서 동네별 예보시스템 구축을 지자체에 미루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지역별로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갖추려다 유보한 것에서 보듯, 지자체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소지역별 동네별 예보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환경부는 예보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보 정확도가 미세먼지는 62~63%, 초미세먼지 69~70%에 불과하다고 하니 기가 찬다. 예보 정확도를 몇 년 내에 선진국처럼 70% 후반대로 끌어올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4. 영덕군산림조합의 뭇 의혹, 수사로 특혜나 비리 밝혀야
영덕군산림조합의 송이버섯 유통 과정에서 1t 넘는 물량이 사라졌다는 의혹에 이어 소유 부동산 처분에서도 공매 절차상의 하자가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조합 총회와 감사자료를 통해 불거졌다. 이번 일은 조합의 투명하지 못한 운영과 같은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사법 당국의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영덕군산림조합에 대한 의문은 두 가지다. 먼저 지난해 9~11월 수집된 영덕 송이의 경매 전후 물량의 큰 차이다. 조합이 송이 생산자로부터 모은 물량은 114t인데 반해 경매 물량은 112t이었다. 이는 통상적인 경매 과정에서의 중량 감소를 가정한 113t보다 무려 1t 이상이 없어진 셈이다. 조합 수익금은 줄 수밖에 없다. 결산 결과, 2억원 이상이 모자라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산자의 의심처럼 경매 전에 송이가 몰래 빼돌려졌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다음은 부동산 처분이다. 산립조합은 지난해 10월 조합 소유 부동산 15만5천여㎡를 8억5천만원에 팔았다. 그런데 파는 과정이 의문투성이다. 이사회의 심도 있는 논의도 없었고 매각 예정 가격도 8억9천만원에서 수천만원 낮게 바뀌었다. 해당 땅은 공시지가 상승으로 지난해는 전년 대비 22% 폭등했다. 또 땅을 팔며 영덕군 내 거주자로 제한 입찰을 했고, 땅을 산 법인은 조합의 부동산 매각 결정 이틀 뒤 설립됐다. 비정상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들 두 사안은 누가 봐도 이상하게 여길 만하다. 거래 과정의 투명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조합 내부에서조차 반발하고 규정을 위반했다고 인정하는 까닭이다. 특히 부동산 거래에 대한 감사자료는 “사실상 수의계약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할 정도로 무늬만 입찰일 뿐, 특정인을 위한 거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일은 하나같이 조합원의 이익을 분명하게 해치는 일로, 비리와 특혜 의혹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수사 당국은 조합에 대한 여러 의혹을 수사로 밝혀야 한다. 흘린 땀의 대가를 송이 생산자가 아닌 다른 업자가 챙기고 조합원 이익을 갉아먹었다면 그냥 둬선 안 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역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서울신문]
5. 자고 나면 치솟는 생활물가, 서민은 힘들다
새해 들어 교통비, 하수도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으로 계란 값이 치솟는 등 지난 연말부터 장바구니 물가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영란법 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내수 시장의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공공요금과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이 불을 댕겼다. 서울시는 하수도 요금을 올해부터 평균 10% 올리기로 했다. 2019년까지 매년 10%씩 추가 인상할 계획도 마련했다. 서울시 대부분의 자치구는 20ℓ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 가격을 장당 440원에서 490원으로 올렸다. 인천과 대구시는 시내버스 요금을 150원씩 인상했다. 이 밖에 부산시와 경기도, 세종시, 제주 등 상당수 지자체도 지하철 요금을 비롯해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공공요금 인상은 비록 10~20% 내외의 소폭 인상이라 할지라도 소득이 낮은 계층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대중교통비 등 공공요금의 성격상 아껴 쓰거나 대체재를 사용하는 등의 다른 방법으로 요금 인상의 파고를 피해 갈 수도 없다.
계속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는 불경기를 무색하게 한다. 서민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중순 대표적인 서민 기호식품인 라면 값이 평균 5.5% 인상됐다. 오비맥주도 출고가 기준 평균 6% 인상한 데 이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I 확산으로 계란 값은 이미 2배 가까이 치솟아 정부가 무관세 수입이라는 긴급 처방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 산유국의 감산 합의 이후 국제 유가도 10% 이상 치솟고 있는 데다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불안감마저 확산되고 있어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다.
민생 안정은 어제부터 시작된 정부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공공요금과 장바구니 물가의 인상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못한다면 민생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6. 방중 민주 의원단 사드 보복 중단 요구하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방중 의원단에 사드 배치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송 의원 일행의 방중은 지난해 8월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사대·조공외교’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송 의원 일행도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베이징으로 떠나기에 앞서 “양국 간 경제적 교류 상황 악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같은 문화적인 문제, 중국 정부의 전세기 취항 불허와 같은 안 좋은 문제들을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중국 측에 전하고, 자제를 촉구하려고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양국간 난맥상을 푸는 의원외교 차원의 방중이라고 했지만 중국 측의 반응은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이 확인된 자리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이번 방중은 중국 측의 태도가 예상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음이 사실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수교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최근 우리나라 전세기의 중국 취항을 거부한 중국은 삼성SDI와 LG화학 등이 생산한 자동차용 배터리에 대해 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까지 내렸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반감이 치졸한 무역보복 형태로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이 보는 피해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이런 중국의 공세는 심화·확대될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국가 안보가 걸린 사드 문제를 중국의 입맛대로 해줄 수는 없다. 중국의 전방위적 공세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해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와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송 의원 일행도 이번 방중에서 사드 반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최근 진행 중인 각종 사드 관련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마당에 야당 의원들이 딴 목소리를 내선 곤란하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 측에 동조하거나 사드 배치는 다음 정부로 미뤄야 한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를 줘선 안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송 의원 일행에게 말한대로 한중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기를 원한다면 자국의 이익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송 의원 일행도 한중관계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면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는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왕이 부장의 립서비스에 현혹돼 그들의 의도에 말려들거나 장단에 맞장구를 쳐서는 안 된다.
7. 북핵의 중국 역할 강조한 트럼프 발언 주목한다
연초부터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적대 관계인 미국과 북한이 본격적인 기싸움에 돌입했다. 대중 강경 노선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중국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양국 사이의 입씨름도 거칠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한반도·동북아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허둥지둥대는 정부의 모습에 우려가 앞선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라며 핵 공세의 수위를 높이자 트럼프 당선자는 즉각 “북한이 미국 땅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를 했다. 한술 더 떠 “미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돈을 버는 중국이 정작 북핵은 돕지 않는다”고 밝히자 중국 언론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중국 때문이라는 생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중국 역할론을 강화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접근법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자신도 중국의 ‘하나의 중국’ 문제에 협조할 수 없다는 발언과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모든 외교 사안을 거래로 생각하는 정치인에 속한다. 중국의 민감한 고리인 대만 문제를 건드려 중국과의 무역 문제와 북핵 문제를 동시에 풀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는 모든 국제관계에서 손을 떼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신외교 정책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 특유의 협상식 담판 외교인 것이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언론들조차 트럼프 개인은 물론 ‘트럼프 돌풍’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편향적으로 지지하는 미국의 유력 언론들에 편승해 트럼프의 막말에 초점을 맞췄고 낙선을 예상할 정도로 안이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은 대부분 전 정권의 외교 안보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핵 포기 없이는 결코 북한과 대화가 없다’는 오바마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인 트럼프 당선자는 대북 외교에서 차별적인 새로운 안보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을 빗대 미치광이라고 부르면서도 햄버거 협상을 언급한 것이 바로 트럼프 당선자다. 앞으로 대북 외교 정책이 강온 양면의 협상 전술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미 동맹 위주의 4강 외교에 안주해 온 우리 외교로선 새로운 도전일 수밖에 없다. 외교는 국가 생존, 번영과 직결되는 국가적 책략을 관철하는 수단이다. 미·중 간의 복잡한 외교 전략이 새롭게 가동되는 상황에서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 대비해 보다 유연한 국익 극대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8. 국회, 18세 투표권-결선투표제 도입 함께 논의하라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에 앞서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제 “18세 투표권 보장과 결선투표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간다”고 호응했다. 야권은 젊은층으로 갈수록 지지도가 높다고 본다. 개혁보수신당도 어제 18세 투표권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가 일부 의원의 반발로 보류하긴 했지만 찬성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18세 투표권은 과거 정치개혁특위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젊은층으로 갈수록 지지도가 낮은 새누리당이 반대해 무산됐다. 18세면 고등학교 3학년이다. 일각에서는 18세 투표권이 도입되면 고3 교실까지 정치판으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만 선거연령 하한이 19세이고 세계 147개국이 18세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학제가 같은 일본도 지난해 18세 이상으로 바꿨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은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함께 요구한다. 최초 투표에서 과반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후보만으로 투표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것이 결선투표다.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의 분열로 보수진영도, 제3지대도 단일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결선투표를 도입하면 지난 대선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처럼 인위적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진영은 말로는 결선투표제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사실상 반대한다. 결선투표제를 개헌 사안이라고 보는 측은 대통령 후보 중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에서 당선자를 선출한다고 한 헌법 조항을 근거로 든다.
이 조항은 최고 득표자가 1명일 때는 그를 당선자로 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선거를 꼭 한 차례에 국한한다고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선투표제는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는 것이므로 헌법의 명문(明文)에 배치되지 않는다면 개헌 없이도 도입하는 쪽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18세 투표권과 결선투표제 논의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지속을 막기 위한 개헌론을 물타기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선까지 몇 달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성사를 보장할 수 없는 개헌만 추진하고 있을 수는 없다. 법률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가면서 개헌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상충한다고 볼 수는 없다.
[매일경제]
9. 회복세 돌아선 수출 희망의 불씨 살려나가야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작년 11월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수출이 다시 성장 엔진 구실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작년 11월 수출액은 464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다. 월간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건 2014년 6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파업과 태풍에 따른 생산 차질로 급감했던 자동차 수출이 살아난 데다 글로벌 수요가 호조를 보인 반도체와 화공품, 단가가 오른 철강도 수출 회복을 이끌었다.
한은은 상품의 통관이 아니라 소유권 변동을 기준으로 수출입 통계를 낸다. 따라서 해외에서 이뤄지는 가공·중계무역도 통계에 포함된다. 이에 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통관 기준 무역 통계를 내는데 이미 작년 12월 실적까지 나왔다. 통관 기준 수출액은 작년 11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데 이어 12월에도 6.4% 늘었다. 작년 8월 일시적으로 2.6% 늘어난 걸 제외하면 줄곧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던 수출이 두 달 내리 증가한 건 2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통관 기준 수출액은 총 4955억달러로 한 해 전보다 5.9% 줄었다. 그러나 4분기 들어서는 회복세가 뚜렷했다. 특히 12월에는 반도체, 유화, 철강을 중심으로 수출 단가가 크게 오르고 원화 기준 수출액도 2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7.3%)을 기록했다. 그만큼 수출 수요와 채산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2.9% 늘어난 5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4350억달러)도 7.2% 증가해 불황형 흑자 구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수출 부문에서 모처럼 나타난 희망의 불씨를 잘 살려가야 한다. 그동안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이끌었던 내수가 급랭할 가능성이 큰 만큼 수출의 성장기여도를 반드시 플러스로 돌려놓아야 한다. 2015년부터 3년 내리 무역 1조달러 고지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뼈아프지만 잘만 하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 비중(77%)이 여전히 높은데 화장품과 의약품을 비롯한 유망소비재 수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의 기술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10. 트럼프 첫 외교과제 된 북핵, 한미공조 더 긴요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새해 벽두부터 내놓은 대북 메시지를 보면 취임 후 북핵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것으로 읽혀 다행스럽다.
트럼프는 지난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북한이 미 본토에 닿을 핵무기 최종 개발 단계라고 주장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올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정보기관에 브리핑을 요청한 첫 주제가 북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한 것이었고 최근 실제 기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북핵 문제를 외교정책 가운데 주요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인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중 좌충우돌에 가까운 북핵 관련 주장을 내뱉었다가 지난해 11월 선거 승리 후에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새해 첫 일성으로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으며 동시에 대북 제재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함께 비판해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가 트럼프의 비판에 대해 대변인 브리핑 방식으로 '중국은 한반도 평화 안정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할 정도였다. 북한 대외 교역량의 90%를 차지하면서 사실상 북한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것으로도 읽히는 만큼 트럼프 새 행정부의 북핵 문제를 둘러싼 대북·대중 전략의 일단을 잘 보여준 셈이다.
외교부는 어제 가진 2017년도 업무계획 보고를 통해 북한에 대한 석탄 수출 차단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21호의 철저한 이행 등 압박과 제재로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해 비핵화를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6자회담 방식의 해법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북핵 문제는 한미 간 철저한 공조 위에 중국, 일본 등 주변 당사국의 협력을 더해 풀어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 새 외교안보 진영과 굳건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차단하고 대비해야 한다.이를 위해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 다양한 채널의 한미 공조를 강화해 가는 것이 우선적으로 할 일이다.
주요신문칼럼
1. [서울신문][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화살과 노래
화살과 노래(The Arrow And The Song)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화살을 허공에 쏘아 보냈지.
땅에 떨어졌겠지만, 어딘지 알지 못했어;
너무 빨리 날아가는 화살을,
내 눈이 좇아갈 수 없었지.
노래를 허공에 띄워 불렀지.
땅에 떨어졌겠지만, 어딘지 알지 못했어;
누가 날아가는 노래를 따라갈 만큼
예리하고 강한 눈을 갖고 있겠어?
오래, 오래 뒤에, 어느 참나무에서
아직도 부러지지 않고 박혀 있는 화살을 보았지;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의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어.
꽤 알려진 작품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읽어 보니 좀 심심하다. 시의 메시지가 도식적이고 표현도 단순하다. 세계의 명시라고 하기엔 부족하나, 영어가 쉽고 전달력이 뛰어나 대중에겐 호소력이 있을 터. 인간관계의 폭이 넓지 않은 내게도 이맘때면 송년회와 신년 하례식을 알리는 문자가 서너 개 오는데, 내가 참석한 모임은 단 하나였다.
얼마 전에 고려대 언론대학원 제46기 언론AMP과정 종강파티에 갔다. 가을에 문학 강의를 맡은 인연으로 초대받은 자리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다음주에 있을 수료식에서 시 낭송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지만, 돌아서서 생각하니 딱히 떠오르는 시가 없었다. 뛰어난 연애시는 수두룩한데, 우정을 노래한 괜찮은 시는 드물다. 롱펠로(1807~1882)의 ‘화살과 노래’는 그리 심오한 작품은 아니나, 여럿이 만나고 헤어지는 자리에서 낭송하면 어울릴 것 같다.
심오하지 않다고 내가 폄하한 이유는 이 시에서 말하는 ‘변치 않는 무엇’을 내가 믿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그 변함없는 무엇을 확인하는 화살과 노래가 낡았기 때문이다. 부러지지 않은 화살이 박힌 참나무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롱펠로 시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19세기 초엽의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참나무가 흔했겠지만, 지금 참나무를 보려면 차를 타고 한참 달려야 한다.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문자를 주고받는 21세기에, 친구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내 노래를 발견할 시간이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옛날 노래를 들을 여유가 있을까.
소통 과잉의 SNS 시대에 친구는 많아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외롭지 않나. 전화도 번거로워 문자와 카톡으로 새해 인사를 날려 보내는 요즘, 소꿉친구와 낙엽을 줍던 시절이 그립다. 내 놀던 동산에 올라가 나도 유년의 화살을 찾고 싶다. 화살을 찾으면 옛 동무의 이름도 기억날지 모른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보내는 12월 31일 오후, 카톡 채팅방에서 친구들과 송박영신(送朴迎新)을 비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경복궁 근처 찻집에서 팥빙수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을 친구들이 부럽다. 어서 나오라고 꼬드기는 벗들에게 “어머니 병원에 가서 저녁 먹여드려야 돼요. 내일까지 쓸 글도 있고…제 몫까지 재미있게 노세요.”
이런 한심한 문자를 날리고, 롱펠로의 인생을 들여다보았다.
1807년 미국 동부의 포틀랜드에서 법률가의 아들로 태어난 롱펠로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는 몽상가였다. 포틀랜드 항구를 떠도는 외국선원들로부터 스페인어, 불어, 독일어를 주워듣고 ‘아라비안 나이트’나 ‘로빈슨 크루소’ 같은 이국의 모험담을 즐겨 읽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 삼년간 유럽에 나가 외국어를 공부하고 돌아온 롱펠로는 모교인 보드윈대학의 선생이 되었다.
1831년 동창생인 메리와 결혼하고 그가 출간한 첫 책은 시집이 아니라 기행문이었는데 불어로 ‘Outre Mer’(Overseas)라 붙여진 제목만 봐도 그의 유럽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1835년 두 번째 유럽여행 중에 임신한 그의 아내가 유산 끝에 죽었다. 비교적 평탄했던 롱펠로의 인생에 어두운 그림자가 덮쳤다.
아내가 죽은 이듬해 펴낸 첫 시집 ‘밤의 목소리’ 그리고 두 번째 시집 ‘Ballads and OtherPoems’(1841년)에도 역경과 싸우는 인간이라는 주제가 반복해 나타난다. 그의 시가 보여 주는 긍정과 낙천성은 시련을 극복하려는 시인의 안간힘이 아닌지. 젊은 대륙의 독자들에게, 고군분투하며 나라의 기초를 세우려는 미국인들에게 롱펠로의 교훈적인 시는 상당히 유용했고, 그는 미국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남북전쟁이 시작된 1861년에 롱펠로의 두 번째 부인 프란시스가 드레스에 불이 붙어 죽는 어이없는 사고를 당한 뒤 그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 이후에는 의미 있는 작품을 생산하지 못했지만, 런던에서만 24개의 출판사들이 그의 저작물을 출판했다니 시인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롱펠로는 새로운 시적 실험보다는 관습에 충실했던 안전한 시인이었다. 지적으로 세련된 독자들에게 도덕 교과서 같은 그의 시는 매력이 없을지도 모르나 ‘인생찬가’처럼 쉬운 시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경구가 숨어 있다.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자들이 죽은 자들을 매장하게 하라!
2. [서울신문][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서민의 겨울 보양식 ‘닭곰탕’
따끈한 닭곰탕은 삼복더위에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에 더욱 잘 어울리는 보양식이다. 닭곰탕은 소고기 곰탕에 비해 값도 저렴하고, 집에서도 요리하기가 비교적 손쉬운 가정 메뉴다. 그 옛날 어머니들이 손맛을 자랑하며 식구들에게 특별식으로 내어놓던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레시피도 그리 복잡하지 않아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초보 주부나 모처럼 나서서 솜씨를 발휘하려는 아빠들의 실전메뉴로도 추천할 만하다. 먼저 생닭을 손질해서 삶은 후 물을 한 번 버려 기름기를 덜어낸다. 삶은 닭과 함께 파, 양파, 생강, 마늘 등을 넣고 잘 삶은 뒤 닭을 국물에서 건져 내어 잘게 찢어 소금, 후추 등으로 간을 한다. 닭 국물에 다시 닭살을 넣고 부추 등을 더해 한 번 더 끓이면 완성이다. 입맛대로 매콤한 다대기나 파, 후추 등 양념을 더해서 즐기면 된다.
닭곰탕은 여느 음식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대중식당 메뉴다. 1990년대 초 식당에서 2000원 했는데 지금도 6000~7000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어떤 탕 종류에도 지지 않는 맛을 자랑하는 닭곰탕을 내어놓는 집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닭곰탕 하면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곳이 있었는데, 1980년대 이름을 날리던 서울 중구청 인근 광희동에 있었던 ‘버드나무집’이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알았었고, 젊은 시절에 꽤나 다녔던 추억의 집인데 아쉽게도 오래전에 없어졌다.
물론 지금도 주변 곳곳에 닭곰탕의 맛과 역사를 이어오는 명가들이 적지 않다. 남대문시장 갈치골목 초입에는 55년 된 원조 닭곰탕 전문 식당 ‘닭진미’가 있다. 옛날 ‘강원집’에서 이름을 바꿨다. 복잡한 시장통에 자리잡은 옛날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가게다. 주문을 하면 양푼냄비에 닭다리와 고기가 듬뿍 들어 있는 탕과 김치, 깍두기, 마늘이 나온다. 국물이 담백하고 개운하다. 고기를 찍어 먹는 양념장과의 궁합도 최고다. 시장상인과 고객들이 찾는 쉼터다.
마포 대흥동에는 ‘마포닭곰탕’이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기사식당이다. 원래 안주인이 시작했는데, 바깥주인도 외환위기 이후 모범택시를 그만두고 본격 영업에 나섰다. 프랜차이즈로 시작했지만 곧바로 독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맑은 국물에 닭고기를 푸짐하게 넣어 든든한 한 끼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다대기를 넣어 매콤하게 먹는 것도 별미다. 오래전부터 영업해 온 가게 건물이 헐리는 바람에 이곳으로 옮겼다. 기사식당이라는 이름대로 술은 팔지 않는다. 반입도 물론 못한다.
을지로 3~4가 사이 인현상가 앞에 자리잡은 ‘황평집’은 가게 모습대로 50년 역사를 자랑한다. 원래 주인부부가 황해도, 평안도 출신이어서 황평집이란 상호로 30년 가까이 경영하다 은퇴했고, 지금 주인이 이어받은 지도 20년이 됐다 한다. 담백한 국물, 쫄깃한 닭고기, 닭 껍질이 조화를 이룬다. 매콤한 닭 무침도 인기 있는 메뉴다. 점심때는 많이 기다려야 한다.
이 집에서 200m 떨어진 같은 인현동 골목 안쪽에는 ‘호반집’이 있다. 20여년을 해 온 전 주인으로부터 수년 전에 이어받아 총 30년 가까이 됐다. 커다란 대접에 깔끔한 국물과 닭고기를 듬뿍 넣어 준다. 쫄깃한 닭 껍질은 씹는 맛이 있다. 부추, 마늘, 다대기로 국물 맛을 내면 좋다.
요즘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그런지 손님이 줄었다는 주인들의 걱정이 많이 들린다. 푹 끓여 삶는 닭곰탕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말이다. 아무쪼록 닭요리의 진미를 이어온 많은 가게들이 힘을 내도록 성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글의 테마를 닭곰탕으로 선택해서 소개한다.
3. [아시아경제][일터삶터] 거울의 목소리
여왕이 거울을 들여다 보며 물음을 하고 거울이 대답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동화 속 거울문답이다. 흔히 ‘여성의 다른 여성을 향한 질투와 불안’의 상징으로 치부되는데, 이번엔 좀 다르게 들여다보자. 여왕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물었다. 대답은 ‘거울의 목소리’가 한다.
자, 이제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거울의 목소리는 누구의 것일까? 거의 예외 없이, 묵직한 음성의 남성을 떠올릴 것이다. 여성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여성들을 비교하는 목소리의 타자성이 우리에겐 여전히 자연스럽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조차 타인이 평가하는 삶은 얼마나 피곤한 것인가. 본인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그런 삶은 분명 폭력적 환경에 있는 것이다. 누구도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거울 속 나를 볼 때조차 타인의 취향과 안목에 크게 영향 받아야 하는 건 분명 자존을 방해한다.
객관적 미의 기준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취향을 단단히 지닌 존재는 그 자체로 빛날 수 있음을 영화 ‘Me Before You’를 통해서도 감흥하게 된다. 우스꽝스럽다는 타인의 평에도 자신의 패션감각을 결코 굽히지 않는 ‘루이자’는 영화가 흐를수록 더욱 반짝이는 존재가 돼 보이며, 불의의 사고로 자존을 완전히 상실한 ‘윌’의 자존을 찾는 마지막 여정에 빛이 되어 준다.
외양에 관한 얘기만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거울문답에는 ‘질문하는 목소리’와 ‘대답하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질문하는 목소리가 다양하다는 건 자신을 다양한 각도와 깊이로 들여다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호기심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외부의 자극에 열린 자세로, 독서와 여행 등으로 견문을 넓히고 타인과 꾸준히 교류하는 셈이다.
이런 다양한 자극들이 나와 나 자신을 매개하는 거울을 끊임없이 연마하고 단련시킨다. 중요한 건,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을 때에야 연마된 거울이 ‘반추와 사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거울의 반추와 사유에 자신이 생길수록, ‘대답하는 목소리’는 점점 내 것에 가까워진다.
만약 대답하는 목소리와 질문하는 목소리 모두 자신으로만 한정되면, 독선과 오만 혹은 자폐의 굴레에 걸려들게 된다. 또한, 대답하는 거울의 목소리가 연신 타인의 것이라면, 타인의 취향에 맞추는 시늉을 하고 타인의 흉내를 내다 결국 내 삶이 내 것이 아니게 된다.
살면서 자신의 내면을 향한 문답을 좀처럼 하지 않는 사람과는 상대를 안 하는 게 상책이다. 그런 이와는 애초부터 교감이 불가할 것이다. 교감이 가능하고 깊이 교감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내 거울과 그의 거울을 번갈아 함께 보자. 거울 속 눈을 서로 응시하고 질문하고 대답하기를 주고받자. 내 거울이 그의 것에 비해 오목하거나 볼록할 수도 있고, 어느 특정 부분이 왜곡되어 있을 수도 있다. 상대로 하여금 내가 바라보는 나를 보게 해주는 것, 상대가 바라보는 그를 내가 봐주는 것. 그것이 공감을 이루고 역지사지를 가능케 한다.
서로 이런 노력을 다하다 어찌할 수 없는 벽에 부딪혀 중단한 교감(이별)이라면 상호가 미련에 허덕일 여지도 없다. 미련이란 대체로 자신에 대한 후회나 상대에 대한 원망의 사생아이지 않은가. 그게 상처로 남는 것이고.
보이고 싶은 모습뿐 아니라, 내가 아는 나를 드러내고 상대가 자신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을 때, 교감의 건강한 싹이 움트고 온전히 자라게 된다. 내가 상대의 훌륭한 거울이 되고 상대가 나의 훌륭한 거울이 되어주는 것처럼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관계는 더 없을 것이다.
솔직하자면, 내면의 거울이나 이상적 교감 등의 어려운 수준은 미뤄두더라도 내 외양을 비추는 거울의 목소리라도 온전한 내 육성이기를, 새해 들어 바래본다. ‘이상’의 시, ‘거울’의 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 이상의 시 ‘거울’ 중 >
4. [서울신문][손성진 칼럼] 책의 위기
택시 기사들이 택시 안에 책을 갖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니라 프랑스 파리의 얘기다. 사르트르 같은 어려운 책도 그들은 읽는다. 책을 갖고 다니며 읽는 기사가 욕설을 하거나 승차 거부를 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발견하기가 ‘옷 벗고 춤추는 사람’보다 발견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됐다. 20년 전만 해도 책이든 신문이든 인쇄된 활자 매체를 보는 사람들이 십중팔구였다. 지금은? 2015년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9.3권이란다. 2004년과 비교하면 33%나 줄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말초적인 인터넷 게임, 웹툰 따위다.
이런 조사도 있다. 대학생들은 5명 중 1명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단다. 취업과 학업에 치여서 그럴 것이다. 그 대신에 하루 113분을 인터넷을 쓰는 데 할애한다. 독서의 질도 떨어진다. 마음의 양식(良識)에 보탬이 되는 인문학 서적은 거의 보지 않는다. 심심풀이로 만화책이나 월간지를 볼 뿐이다.
선진국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심하다. 매일 또는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독서를 하는 ‘습관적 독서’ 인구의 비율이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더 멀리한다. 먹고살기 바빠서다. 생존이 급한데 책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책은 정신을 갈고 닦은 결과를 한 곳에 모아 놓은 집합체다. 활자의 마력과 종이의 향기는 일상에 지친 신경의 안정제 역할을 한다. 그런 책을 읽는 사람에게 서점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책을 멀리하며 서점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서울 도심에서는 종로서적, 을지서적 같은 대형 서점이 10여년 새 문을 닫았다. 대학가의 서점들도 카페에 자리를 내주었다. 동네 서점의 운명이야 말할 것도 없다.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었던 서점 수는 지금 1500여곳밖에 안 된다.
한마디로 책의 위기다. 책의 위기를 실감케 한 출판계의 사건이 며칠 전 있었다. 업계 2위인 대형 책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1차 부도를 낸 것이다. 전자책의 보급과 온라인 도서 판매의 성장, 서점의 대형화라는 배경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독서 인구의 감소다.
책의 위기는 넓게 보면 인문학의 위기다. 인문학은 글을 읽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의 쇠퇴는 바로 정신적 황폐화를 의미한다. 인간이 중심이 돼야 할 사회에서 인간은 점점 소외받고 있다. 산업화, 기계화는 인간의 본성을 말살하고 있다. 인간은 그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 하나의 부속품이 돼 간다. 곧 들이닥칠 인공지능 사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도 싫다.
이기주의, 위선, 부도덕이 판을 치는 사회를 바로잡는 수단은 관심 밖으로 내팽개쳐진 인문학이다. 공동체 사회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선 물에 빠진 인문학을 건져 올려야 한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 핀란드나 일본과 같은 나라의 도덕과 교양 수준이 높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 나라들의 범죄율은 아주 낮다. 일본과 범죄율을 비교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인구 10만명당 범죄 건수는 보통 우리가 일본의 4~5배다. 책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인문학을 되살릴 수 없다. 읽지도 않는 책을 허위로 써 넣은 생활기록부에 점수를 주는 제도 아래에서는 희망이 없다. 공공도서관부터 늘려야 한다. 1개 도서관당 인구는 5만 9123명으로 독일의 5.7배나 된다. 범국민적인 독서 운동이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필요하다.
2002년 문을 닫은 종로서적의 부활은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곳은 정신을 살찌우는 공간이었다. 특히 문인들에겐 영혼의 요람이었다. 장석주 시인은 “내 영혼이 숙성된 곳, 정신적 부표가 된 장소”라고 했다. (원래의 창업주와 다툼은 있지만) 토론의 광장으로 만들고 책 팔아 돈 벌 생각이 없다는 새 주인의 생각도 가상하다. 구순 고령에 한두 주일에 영문서적 한 권을 읽는 노학자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진정 존경하고 본받아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그런 사람들이다.
5. [매일신문][매일춘추] 어머니의 전화
우리 나이의 가장들이 지난 한 해를 반추하며 새 희망을 설계할 연초에 나는 홀로 계신 내 어머니 생각에 잠겨 있다네.
내 어머니 이야기이니 그냥 한 번 읽어나 주시게. 마침 수업이 없어 창밖의 봄볕을 보고 있는데 어머니가 전화를 한 거야. 안부도 묻지 않고 대뜸 경북대학교병원인데 위암이라서 내일 수술한다고 하더라. 청천벽력이 여러 번 일어날 일을 참 쉽게도 말하고는 전화를 끊는 거야.
병원에서는 더 가관이었어. 수술실에서 나오자마자 마무리 못 한 집안일들을 열거하며 의사가 회진할 때마다 퇴원시켜 달라 조르는 거야. 대단한 내 어머니가 결국 이겼고 퇴원 날짜도 일주일 정도 앞당겨졌다네.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 집에 왔는데 그때가 어머니가 우리 집에 두 번째 오는 길이었다네. 언제나 어머니가 부르면 주말마다 내가 시골집에 갔으니까. 어머니는 포항 우리 집에 오자마자 피곤해서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어머니가 쉬거나 졸거나 제대로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네.
아마도 어머니의 신조는 ‘기대지 말자, 눕지 말자’일 거야. 어머니가 나를 시골로 부를 땐 “누구네 아들과 사위는 감나무에 약 벌써 다 쳤다”고 하거나 “감 따기가 늦어 우리 밭 감만 홍시 다 됐다”고 하지. 내가 시골에 가면 어머니는 횡재하는 날이야. 다음 날이 시골장이 서는 날이면 더 그렇지. 새벽까지 준비한 어머니의 보따리들을 주섬주섬 내 차에 싣고 ‘풍각장’이나 ‘청도장’으로 가는 거야. 시골집에 갈 때마다 어머니는 시장에 내다 팔 푸성귀를 다듬거나 그것들을 쉴 새 없이 여러 보퉁이에 나눠 담고 있다네.
아픈 몸으로라도 어머니가 우리 집에 왔으니 나는 장남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었다네. 그런데 웬걸! 3일째 되던 날 어머니는 갖고 갈 보따리를 다 챙겨서 새벽 댓바람부터 나를 깨우는 거야. 시골로 가는 도중엔 먼 친척이 하는 미나리 밭으로 가자더라.
어머니는 타고난 장사꾼이라네. 시골 논밭에서 나는 온갖 것들이 5일장의 훌륭한 돈벌이가 되니까. 문제는 혼자 농사지으며 미나리 밭, 마늘 밭을 전전하며 일당벌이를 한다는 거야. 돈 벌어 뭐 하냐 물었더니 병원비에 쓴다고만 하더라. 시골 농산물 판로는 어디 많더냐? 그러니 어머니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에게 반강매를 시키거나 며느리를 감 장사로 둔갑시키거나 지난번처럼 우리 동기들한테 감 팔아 달라 고구마와 마늘도 팔아 달라 사정한다네.
사실 어머니는 지난가을 경운기 사고로 지금 대구 여동생 집에서 쉬고 있다네. 결국 몸이 다치니까 쉬는구나 하며 민망스러워하는 어머니한테 매몰차게 핀잔을 줬지. 두서없는 글 이만 줄이겠네. 자네나 나나 올해는 효도 좀 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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