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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올리는 자료로 상업적 목적은 없으며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블로그 운영성향과 무관합니다.
주요신문사설
[세계일보]
1. 또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 국격 고려한 신중 자세 필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에 출두한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으로 파면된 지 11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의 소환조사는 노태우·전두환·노무현에 이어 4번째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지켜보는 국민 마음은 참담하기만 하다. 전직 국가원수가 카메라 불빛 세례를 받으며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은 세계 곳곳에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박 전 대통령의 불명예이자 국가로서도 오욕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소환조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차 검찰과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약속을 뒤집고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연인으로서 소환에 응한 만큼 솔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그에게는 삼성 특혜와 관련한 뇌물 수수 등 13개 죄목이 붙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완전히 엮였다”, “좋은 의도로 한 것이다”고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해왔다.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투쟁을 벌이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법적 권리다.
하지만 자신과 관련한 사건으로 20명이 이미 구속된 데다 국가적 피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개인이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 이 부분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 오늘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는다고 하니 국민은 그의 입을 주시할 것이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로 물러난 국가원수일지라도 품격은 갖춰야 한다. 검찰은 사건의 실체 규명에 최선을 다하면서 예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를 놓고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탄핵심판이라는 절차를 통해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법정을 오가는 모습이 해외로 전파되는 일은 여러모로 바람직스럽지 않다.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의 명예로 볼 때도 이롭지 못하다. 태극기와 촛불로 쪼개진 민심과 대선정국의 민감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도주 우려 등이 없는 경우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은 우리 형법이 추구하는 대원칙이기도 하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결단이 요구된다. 수사는 엄정히 하되, 국격도 생각해야 한다.
[서울신문]
2. 박 전 대통령 조사, 예단 없이 법과 원칙 따라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비로소 검찰의 직접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로서 검찰에 소환되는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이래 8년 만에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전직 대통령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국민의 불행이자 헌정사상 또 하나의 오욕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지난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했을 때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변호인단 측의 약속이 지켜진다는 전제에서다. 박 전 대통령은 몇 차례에 걸친 검찰과 특검의 조사 요구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표하고도 정작 닥치면 여러 이유로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서 드러난 모든 혐의에 대해 “사익을 위해,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적도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을 선고받고 이틀 뒤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탄핵에 불복했다. 앞서 한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최순실과 경제공동체이자 국정 농단의 공범이라는 혐의와 관련해서도 “엮어도 너무 엮었다”며 정당한 수사마저 비난했다. 헌법과 법을 준수하기는커녕 부정한 격이다.
박 전 대통령 역시 방어권이 있다. 삼성 특혜에 따른 뇌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 혐의만 13개다. 변호인단은 예상 질문까지 뽑아 조목조목 반박할 태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기소된 30명 가운데 핵심 인물들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물증과 진술도 적잖게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모른다”, “선의였다”는 식으로 다짜고짜 부인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진정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면 당당하게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게 국민을 위한 도리다.
검찰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는 법과 원칙만 있을 뿐이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와 같은 정치적 고려로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혐의에 초점을 맞춰 정교하게 조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다만 조사 과정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배려를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확인되면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 다른 관련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적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만큼 명쾌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한 점의 의혹이라도 남을 경우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의 어깨가 무겁다.
3. 금호타이어 매각, 쌍용차 재판은 안 된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막판 반전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선매수권자인 박삼구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채권단에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채권단은 구조조정 때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이를 일축해 왔다. 아예 채권단은 얼마 전 중국 국영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와 주식 매매 계약을 하고 금호타이어를 중국에 넘기는 방안을 기정사실화해 버렸다.
그런데 어제 채권단 측이 한발 물러나 박 회장 요구 수용 여부를 22일까지 결정 내리기로 했다고 한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강경 일변도였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 이런 입장 변화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은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일제히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특정 기업의 인수전까지 왈가불가하는 것은 그다지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방산업체인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는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만 쏙 빼먹고 ‘먹튀’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는 기아차, 삼성 광주공장과 함께 광주·전남 지역 경제의 3대 축이다. 지역 경제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넘어가면 인근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지금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반중 감정이 최악인 상황 아닌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 추진이 ‘사드 달래기’ 용도가 아닌가 의심한다”는 발언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양국 관계를 볼 때 그럴 만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도시바 반도체를 매각하면서 국부 유출과 기술 유출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을 채권단은 주시해야 한다. 기업의 해외 매각 때 경제 논리 못지않게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박 회장도 책임 있는 기업인으로서 떳떳한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기대어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를 해결할 심산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채권단은 아예 금호타이어를 제3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원점에서 모색하기 바란다.
4. 사드 외면한 미·중 양강 사이에 낀 한국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순방이 그제 끝났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동북아 순방에서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과 관련해 한·미 동맹 강화를 재확인했지만 동시에 엄혹한 국제 외교의 현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외교장관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사드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우려 표시나 사드 배치에 대한 불가피성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와 관련된 내용이 거론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전 세계가 지켜보는 공개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지원한다는 신호조차 내놓지 않아 오히려 중국의 보복 조치가 용인된 듯한 오해도 줄 수 있다.
틸러슨 장관은 한국에서 “중국의 보복 조치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는 강경 입장을 내놓고 정작 중국에서는 입을 다물었다. 미국의 역할로 사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우리를 미국이 돕는 것은 당연하다.
사드는 애초 미사일방어(MD) 시스템으로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성격이 강한 데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당사자다. 사드는 한국군이 구매한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기지에 반입한 무기 체계라는 의미다. 중국이 한반도에 사드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한국에 대한 무차별 경제 보복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다음달 초 미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똑같은 일이 재연돼선 안 된다.
사드 운용 주체인 미국이 중국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이나 설득 없이 조기 배치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 대신 한국에 분풀이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 ‘넛 크래커’에 낀 신세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틸러슨 장관은 일본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지칭했지만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로 언급했다.
미국이 중요도에서 차등을 두고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일부 시각은 왜곡된 사대주의나 다름없다. 우리가 동맹국 미국에 실망하기에 앞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엄한 국제 현실을 제대로 보는 것이 순서다.
[조선일보]
5.美 국무 말처럼 한반도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核) 정책이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틸러슨 장관은 한·중·일 3국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의 핵무장 허용 가능성에 대해 "테이블 위에는 모든 옵션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한·일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미국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선 기간 중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듯한 의미의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일본이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보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관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미국 내 비판이 나오자 한동안 이런 언급은 사라졌으나 틸러슨 장관의 입에서 다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외교 관련 발언은 아직 정제돼 있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다만 이들이 자주 언급하고 또 자명하기도 한 사실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바로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국제정치, 국제 안보에서 '100%'라는 것은 없으며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조만간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실시하고 미 정보 당국이 내부적으로 북의 핵무장을 인정하게 될 때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이 군사행동으로 나설 수도 있고 정반대로 미·북 평화협정과 주한 미군 철수가 의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도 "김정은이 매우,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북한에 보상을 해주고 핵을 동결시키는 제2의 제네바 합의로 방향을 바꿀지도 모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말 평양 방문을 진지하게 검토했고,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과 평화협정 맺는 방안도 고려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동맹을 미·일 동맹의 하부 체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주고 있다. 지금 우리 처지가 그렇기도 하지만 이것이 한국을 잘 모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속성일 수 있다. 아무래도 트럼프 행정부 한반도 정책과 한·미 관계는 그동안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방향으로도 갈 수 있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불가측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로 미군 전술핵 재반입이나 우리의 독자 핵무장 추진을 상정조차 않고 있다면 국가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6. '공무원 정치 허용' 표 얻으려 불법·위헌 약속까지 하나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공무원 정당 가입과 정치 후원 등을 허용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우리 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 중립(7조), 교육의 정치 중립(31조)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도 '공무원은 정당이나 정치 단체 결성에 관여·가입할 수 없고, 선거에서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기본법·교원노조법도 교원의 정당 가입 등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헌재는 2004년과 2014년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규정한 공직선거법과 교사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등에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의 정치 활동 허용으로 공직 사회가 지지 정파별로 분열할 경우 전체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직자들이 정당의 전위 부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분열·대립이 심각한 우리 정치 풍토에선 더욱 그렇다. 그에 따라 집권당이 교체될 때마다 선심·보복 인사가 반복되면 공직 사회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다. 정책도 전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되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특히 공무원 노조가 대놓고 정치 세력화할 경우 앞으로 공공 개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국민 세금으로 메꿔주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일들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기업에선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기업을 망하게 한다. 그러나 공공 부문은 아무리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에 빠져도 망하지 않는다. 혈세로 메꿔주기 때문이다.
당원(黨員) 교사들이 판단력이 채 여물지 않은 초·중등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상당수 전교조 교사가 사실상 정치 행위를 하고 있고 교실에선 특정 정파 이념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아예 민노당에 가입해 정기적으로 당비(黨費)를 내다 적발된 교사들도 있었다. 교사의 정치 활동이 허용되면 전국 1만1000여개 초·중·고교가 이념 싸움터로 바뀔지도 모른다.
외국의 경우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활동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와 환경이 다르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1970년대에 교사는 이념과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교육을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우리는 정반대 상황이다.
공무원은 우리 사회에서 특수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다. 국민연금보다 유리한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고, 정년 때까지 신분 보장이 된다. 이제는 급여도 웬만한 기업 못지않아 선망되는 직업이다. 이들이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보다는 이익집단화 하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거기에 영합하는 것은 국가나 국민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7. 백악관까지 번진 '탄핵 댓글 전쟁' 부끄러울 뿐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국 네티즌들이 탄핵을 놓고 댓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탄핵 선고일인 지난 10일 미국 CNN 페이스북 계정에선 탄핵 찬성 네티즌이 '자랑스럽다'고 하자 탄핵 반대 네티즌이 한국어로 '그러지 마라. X팔린다'는 답글을 달았다. 이후 양측은 이 사이트에서 '너 같은 박사모 따위는' '탄핵은 종북 좌파의 음모'라는 식의 욕설과 비방을 주고받았다.
영어로 시작된 싸움은 결국 한국어 막말로 끝났다. 같은 날 미국 워싱턴포스트 사이트도 이런 댓글로 도배가 됐다. 보다 못한 외국 네티즌들이 '집안싸움은 다른 곳에서 하라' '이들을 차단(block)할 수 없냐'고 사이트 운영자에게 항의했다고 한다.
지난 15일 영국 BBC 사이트엔 '세월호 사고 때 근처에 미국 군함이 있었는데 박근혜가 도움을 거절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거짓 주장으로 이미 판명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사실로 믿은 외국 네티즌은 '대통령이 한마디라도 했으면 모두 살렸을 텐데'라고 했다고 한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의 시민청원 사이트에선 지난달부터 탄핵 관련 서명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엔 어느 재미 교포가 이 사이트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를 철회하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을 희한한 일이다.
지난 17일 영화 홍보차 방한한 할리우드 여배우의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대통령 탄핵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한국에 처음 온 그는 "저를 한국 정치에 끌어들이려는 건가요?"라며 농담으로 넘겼다지만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데일리]
8. 중국 보복에 끌려다니는 유일호 경제팀
정부가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항의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부처 장관은 뒤늦게 세계무역기구(WTO)에 협정위배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투다. 롯데그룹 등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는데도 정부는 부처 간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중국에 끌려다니는 꼴이다.
유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보복에 대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므로 유감 표명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책이 없다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게다가 “잘못하면 우리 발목을 스스로 잡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지레 꼬리를 내렸다. ‘한한령’에 관광 중단 등 보복 조치가 엄연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을 책임진 수장이 할 말인지 의심스럽다. 물증을 찾으려는 노력은 했는지 묻고자 한다.
이와는 달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제 국회 상임위에서 “지난 17일 WTO에 관광·유통 분야 중국 조치에 대해 WTO협정 위배 가능성을 정식 제기했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 얘기와 달리 한 발 진전된 조치다. 하지만 ‘제소’가 아닌 ‘위배 가능성’ 제기로, WTO의 조사가 언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피해 기업들의 아우성은 커져만 가는데 대응은 너무 느슨하다.
보복조치가 공식 문서가 아닌 구두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이뤄져 WTO 제소를 위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항의할 생각조차 않는 부총리나 뒤늦게 위배 가능성을 제기한 수준에서 생색을 내려는 장관이나 모두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부처 간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문화·관광, 유통·서비스 분야는 물론 무역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교묘하고 치졸한 수법으로 미뤄 앞으로 우리 주력산업인 자동차나 전자 부문에 타격을 줄 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0년 마늘파동 때의 수입제한 조치가 전례다. 더 큰 화를 당하기 전에 WTO에 정식 제소하는 등 ‘경제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
[매일신문]
9. 치졸한 중국의 사드 보복에 할 일 못 찾는 정부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협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20일 국회에 출석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관광`유통 분야 등 중국의 제재 조치가 최혜국 대우 등 협정 위반 가능성이 높아 17일 WTO에 공식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표면화된 이후 우리 정부가 내놓은 첫 공식 대응이다.
하지만 WTO가 당장 조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조사 착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제소를 통해 WTO가 조사에 나서려면 중국이 국제법을 어겼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당국의 제재가 구두로 이뤄진데다 자국법을 핑계 대고 부인하면서 증거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혜국 및 내국민 대우 위반을 들어 일단 문제점을 짚은 것은 잘한 일이다.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타깃이 된 롯데그룹의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90%가 영업정지 상태이거나 납품 거부, 반한 시위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국내 수출 업체 피해도 늘고 있다. 무역협회 대중국 무역애로신고센터에 따르면 20일 기준 구미지역 수출 업체 5곳을 포함, 모두 67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명칭 표기 등을 꼬투리 잡아 통관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제품 전수조사로 통관을 지연시키는 등 갖가지 수법을 동원해 한국 기업을 골탕먹이고 있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보복 행위가 지속될 경우 지역 수출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당장 개막을 한 달 앞둔 대구국제안경전(DIOPS)에도 불똥이 튀었다. 매년 600~700명의 중국 바이어가 전시회에 참가해왔으나 올해는 단체로 참가를 취소하면서 큰 차질이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의 비이성적인 경제 제재에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늦었지만 더 이상 중국의 치졸한 보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협정 위반 증거를 꾸준히 수집하고 반박 카드도 모아야 한다. 우리 기업에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동아일보]
10. ‘노무현 불행’ 끄집어낸 한국당, 보수 가치 더는 훼손 말라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어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뇌물수수 의혹의 모든 진상이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은폐됐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민정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비리를 막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전날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를 끄집어낸 발언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주장을 사실상 되풀이한 것이다. 홍 지사는 그동안 문 전 대표를 향해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막말을 했다. 자신의 ‘성완종 게이트’ 대법원 판결이 유죄가 나오면 “노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자살을 ‘검토’한다니, 이런 수준 낮은 언행을 하는 사람이 어제 한국당 2차 경선 컷오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홍 지사는 ‘자살’이란 표현 대신 ‘극단적 선택’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의로운 죽음이 아니었다”고 거듭 문제를 삼았다.
정 원내대표는 홍 지사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와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싸잡아 비난한 것은 당이 전면에 나서 보수 대 진보의 대립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적폐 청산’을 주장하기에 앞서 자기 쪽의 부끄러운 과거부터 되돌아보라는 정 원내대표의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다. 자기만 깨끗한 척하며 남을 싸잡아 청산 대상으로 모는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의 인식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맞는 말이라도 할 말, 안 할 말은 가려야 한다.
우리는 오늘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또 한 명의 실패한 대통령을 지켜봐야 한다. 한국당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할 여당이었다. 통렬한 반성을 못 하겠다면 침묵이라도 지켜야 한다. 당장 눈앞의 선거를 의식해 불행한 역사를 끄집어내는 것은 비겁하다. ‘정통 보수’를 내세우는 한국당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도덕성의 잣대로 존엄과 권위를 중시하면 보수주의 성향, 공정과 배려를 중시하면 진보주의 성향으로 구분한다. 보수라면 과거의 상처까지 들추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천박함을 경계해야 한다.
주요신문칼럼
1. [매일신문][기고] 봄철 산불 예방 나부터 실천하자
봄철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연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
이 시기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습도가 50% 이하일 때가 많고,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작은 불씨라도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분석한 산불 발생 빈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4월에 연간 산불 건수의 50% 이상, 피해 면적의 78% 정도를 차지할 만큼 산불이 집중되고 있으며, 대구는 지난 10년간 총 139건의 산불이 발생해 15.38㏊를 태웠다.
대구지역의 산불 원인은 총 139건 중 입산객 실화 75건, 논`밭두렁 태우기 8건, 쓰레기 소각 13건, 담뱃불 실화 11건, 성묘객 실화 4건, 어린이 불장난 6건, 기타 원인을 알 수 없는 22건이다.(※대구시 산불 통계 자료 2007년~2016년 12월)
봄철 산불 원인의 대부분은 농민들이 논`밭두렁의 잡초를 태우거나, 등산객이 무심코 버린 담뱃불 또는 쓰레기 소각 등 부주의로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기본안전수칙을 준수하는 시민의식이 선행된다면 산불 발생 건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산불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과 그에 따른 예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째, 산불의 주요 발생 원인은 입산자의 부주의라 할 수 있겠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입산자의 실화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논`밭두렁 소각, 담뱃불에 의한 실화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주말과 휴일에 많이 발생한 것으로 비추어 볼 때 산불은 결국 인재이며, 인간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산에서는 절대 불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라이터, 성냥, 담배는 아예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을 위해 맑은 공기를 마시려고 산에 가는데 그곳에서까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
둘째, 논`밭두렁 소각 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봄철이 되면 해충 방제, 잡풀 제거 등의 이유로 논`밭두렁 태우기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태워왔다.
하지만, 이제는 품종 개량으로 농작물에는 별 피해가 없게 됐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논둑에는 유익한 곤충이 89%인 반면 해로운 곤충은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논두렁을 태우면 유익한 곤충을 더 많이 죽이게 되고 해충을 죽여서 얻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는 이유는 논`밭두렁을 태움으로써 얻는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시 산불방지대책본부는 지난달부터 소각 전면 금지기간으로 설정하고, 산림 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에 대해 단속을 실시하고 적발 시 10만~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만약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 119, 112, 시`군`구청으로 신속하게 신고를 해야 한다. 산불 발생지역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 안전을 확보하고, 산불 발생지역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빨리 대피시켜야 한다. 또한 주민대피령이 발령되면 공무원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고 신속히 대피하되 산림에서 멀리 떨어진 논, 밭, 학교 등 공터로 대피하자.
대부분의 산불이 사람들의 부주의나 실수로 발생하고 있으며, 산불로 인한 피해 복구에 30~40년의 긴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국민 모두가 각자 생활 주변이나 산행 등에서 산불 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보자.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아무런 대가없이 누려온 우리 세대가 할 일은 그 혜택을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울창한 숲이 보존될 수 있도록 산불에 대한 지속적인 경각심과 적극적인 예방활동으로 아름다운 산을 지켜나가는데 우리 모두 앞장서도록 하자.
2. [서울신문][황인숙의 해방촌에서] 그 후로도 오랫동안, 다시 봄
내 방은 세 방향으로 창이 나 있다. 남쪽 서쪽 북쪽, 모든 창이 햇살 비추는 한낮이다. 창이란 창을 다 열어 놓으니 방안에 바람이 가득하다. 살짝 쌀쌀하긴 하다. 현재 기온, 바닥 온도 40도에 맞춘 보일러가 쉴 만한 정도. 봄이다. 어제가 낮과 밤의 시간이 똑같다는 춘분이었다. 오늘부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할 테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길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해질 테다. 여행지에서는 낮이 긴 게 좋다. 더 많이 쏘다닐 수 있으니까. 밤도 말랑말랑하고 따뜻하겠지.
이제 나무들도 고양이들도 살살 기를 펼 테다. 지난주에는 동네 가로수들과 놀이터 뜰의 나무들 가지치기를 하더라. 깔끔하니 보기 좋아졌지만 나무들 좋으라고 그렇게 한 건 아니겠다. 재작년엔가는 정말 속이 상했다. 수십 년 그 자리에 살았던 아름드리 가로수들이 듬성듬성, 어지간한 크기의 탁상 상판만 한 그루터기로 남은 것이다. 그 일을 지시한 사람에게 악을 쓰고 싶었다. “당신이 뭔데!? 당신이 뭔데!?” 도시 조경 책임자는 식물 복지도 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춥긴 춥네. 창을 닫을까, 보일러 온도를 높일까. 다 그냥 두고 패딩을 입었다. 어떤 체형이라도 무난히 가려 주고 따뜻해서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여성의 국민 겨울옷이 된 검은색 패딩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입고 있는 바지 역시 겨울철 국민 여성 하의, 허리에 고무 밴드가 들어간 검정 기모 바지군. 이렇게 사네…. 나이 든 살찐 여자로 산 지 십 년이 훌쩍 지났건만 아직도 그걸 내 정체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심이어라. 나이 먹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살은 좀 빼야지. 살을 못 빼겠으면 자세라도 바르게 잡아야지.
예전에 발레를 배우러 다녔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몸을 한시도 편치 않게 하라.’ 늘 어깨 끝을 바짝 내리고 등을 펴고 목뼈와 허리뼈를 곧추세우고 배를 집어넣고 있으라는 말씀. 생각난 김에 그리 해 보니 온몸이 시원하고 반듯해지는 듯도 하다.
이러나저러나 외모에 신경 좀 쓰고 살아야겠다. 일본 소설가 시마자키 도손의 사소설 ‘신생’에도 나오지 않는가. ‘한 번은 그녀가 몸단장을 하지 않고 있을 때 찾아가 자신의 집에서 볼 때와는 다른 사람이 아닌가 싶을 만큼 운치도 없고 정취도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 그는 일종의 환멸마저 느꼈다. 그때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기분이 편해지는 것이라면 왜 좀더 일찍 야나카로 세스코를 보러 오지 않았을까, 하고.’ 조카에 대한 ‘황폐한 열정’에 운명이 휘저어진 지경에도 이러한데, 나는 어쩌자고 낯선 사람을 만나러 나가면서도 때로 심지어 세수도 안 하고 추레한 복장이었을까. 남루 속에 보석 같은 정신이나 영혼이라도 감추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가관이었네.
이렇게 살지 말자. “너 아직도 포기 안 했구나!?” 살을 빼겠다는 내 결심을 비웃던 남자 동갑내기 친구를 놀래 줘야지. 초목이 새로 옷을 입고 고목도 꽃피울 채비를 하는 봄이다. 나도 무채색을 벗고 화사하니 색을 찾으리라. 그나저나 나는 어느 정도 늙은 걸까. 지난해 초가을에 중학교 급식 조리보조원으로 취직한 친구가 있다. 그는 나보다 여섯 살 어린데, 취업 면접관한테 이런 말을 들었단다. “그 나이면 집에서 쉬어도 힘들 나이인데, 일할 수 있겠어요.” 맙소사, 집에서 쉬어도 힘들 나이! 우리는 낄낄 웃었다. 그게 웃을 일이야. 친구가 일하는 학교는 부유한 동네에 있어서인지 학생들이 급식을 너무 조금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늘 많이 남았는데, 이 봄에는 모자랄 지경이란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보다 급이 높아진 급식에 감동해 엄청 많이들 먹어서라고. 가을 학기부터는 심상해져서 먹는 양이 줄어들 테란다. 먹성 좋은 중학교 신입생도, 새침한 여고 신입생도, 제가 이제 성인인가 아닌가 갸우뚱할 대학교 신입생도, 세상 무서움을 배우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도 저 봄볕과 봄바람 속에서 움죽움죽 움츠리고 살이 오르겠지.
이 글을 쓰는 내내 니노 페레의 ‘그 후로도 오랫동안’을 듣고 있다. 1966년에 세상에 나온 곡이다. 50년 저쪽에서 노래하는 저 목소리의 주인공은 1998년에 권총 자살을 했다. 64세. 열 살 덜 먹어도 젊다고 결코 할 수 없는 나이. 내 나이도 그렇다.
3. [경향신문][청춘직설]‘1990년대 공주’가 돌아왔다
엠마 왓슨의 <미녀와 야수>가 개봉했다. 책을 읽고, 질문을 던지는 여성이자,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여성인 ‘벨’. 그는 대중문화로 스며들어간 페미니즘 제2물결의 영향 아래에서 1980년대 말 등장한 2세대 디즈니 공주였다. 물론 “진정한 미녀라면 짐승을 ‘인간’으로 만들어 결혼에 성공해야 한다”는 20세기 판본의 평강공주 스토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캐릭터를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엠마 왓슨이 연기했다. 이는 ‘셀렙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왓슨은 2014년 유엔에서 ‘HeforShe’ 연설을 했고, 그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유명인이 페미니즘 운동의 아이콘이 되는 것을 ‘셀렙 페미니즘’이라고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말한 패트리샤 아퀘트의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소감, 여성영화를 만들기 위한 리즈 위더스푼의 영화사 설립, 세계여성공동 행진에서의 애슐리 주드의 연설 등은 이런 셀렙 페미니즘의 대표적인 예로 언급된다.
다만 셀렙 페미니즘은 때때로 선언의 형태에 그치기도 해서, 이것이 과연 현실 운동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계속되었다. 특히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밝힌 왓슨의 차기작이 <미녀와 야수>임이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이 여성에 대한 정형을 생산해 온 디즈니 작품에서 그가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소식은 대중을 설레게 했다. 왓슨은 촬영 당시 “여성의 행동과 몸을 제한하는 코르셋은 벨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코르셋 착용을 거부하고, 벨을 ‘과학자’로 그리자고 제안해 캐릭터 설정에도 기여한다. “벨이 만든 세탁기는 그로 하여금 책을 읽고 동네 여자 아이에게 글을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이 기계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부숴버린다.” 왓슨의 설명이다.
물론 앤젤리나 졸리의 <말레피센트>가 기대를 부추긴 면도 있다. 디즈니는 소재 고갈을 극복하고 안전한 흥행을 위해 고전 애니메이션을 실사판으로 리메이크하기 시작했는데, <신데렐라> <말레피센트> <정글북> 등이 그 결과물이다. 그중 <말레피센트>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마녀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그에게 역사와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다.
여기서 디즈니는 이성애 관계에 매몰되어 있던 ‘공주’를 구해내 여성들 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렇다면 <미녀와 야수>는 어땠을까? 이 오래된 이야기를 재해석해서 21세기의 ‘소녀’들에게 다른 모델을 보여주고자 했던 왓슨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무엇보다 ‘페미니스트 셀러브리티’로서 고군분투하는 왓슨의 삶이 벨과 겹쳐졌고, 그가 <라라랜드>가 아닌 <미녀와 야수>를 선택한 이유 역시 명백해 보였다. 하지만 이 작품을 페미니즘 영화로 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벨은 용감하고 따뜻하고 정의롭고 현명할 뿐만 아니라 과학을 이해하는 신여성이지만, 홀로 고고하고 특출하며 아름답다. 그리고 그렇게 벨을 빛나게 하기 위해 다른 여성들의 재현은 더욱 저열해진다. 그리하여 벨은 야수를 왕자로 변신시키는 마술을 행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혼자서만 빛나는 벨(왓슨)은 셀렙 페미니즘이 1인 영웅주의로 귀결될 때 벌어질 참담한 결과를 예시한다. 페미니즘은 나 홀로 돋보이라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그저 액세서리일 뿐이다.
페미니즘은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라고 말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마법의 성에서 일하는 이들의 동료애가 세밀하게 묘사되었던 반면, 실사판에서는 그들끼리의 커플링과 이성애 로맨스가 강조되는 것은 같은 의미에서 실망스럽다.
<말레피센트>에서 <주토피아>, 그리고 <모아나>까지. 최근 디즈니의 작품세계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미녀와 야수>에서는 갑자기 1990년대로 회귀해버린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작품이 중요한 것은 역시 왓슨의 행보 덕분일 터다. 왓슨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4. [부산일보사][밀물썰물] 바뀌는 '과일지도'
'사과 대구, 배 나주, 포도 안성….' 어릴 적 외우던 우리나라의 과일 주산지다. 하지만 요즘 과일 주산지를 묻는 문제가 시험에 나온다면 이대로 답하다가는 틀리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과일, 채소 등 농작물의 주산지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은 물론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열대·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지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과일인 사과의 주산지는 과거 대구·경북에서 지금은 충북과 경기 등으로 바뀌었고, 강원도 산간지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과일 중 가장 품질이 우수한 상품에 수여되는 '대한민국 대표과일' 대상을 받은 과일이 강원도 정선에서 생산한 사과라는 사실이 이 같은 과일 주산지 변화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또 복숭아는 주산지가 경북에서 충북, 강원 등으로 북상하고 있고, 포도의 경우에도 경북 영천과 경기도 안성 등은 주산지라는 타이틀을 강원도에 뺏길 처지다.
제주 특산품이던 감귤과 한라봉의 재배지도 전남 완도 보성 등과 경남 거제로 재배 가능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서나 겨우 나던 망고나 패션프루트 등의 열대·아열대 과일 재배지가 이제는 경남과 전남 등은 물론 경북과 충청 내륙지방까지 북상했고, 재배 면적도 크게 늘고 있다.
이 같은 과일 주산지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속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배나 빠르다. 지난 100년간(1911~2010년) 우리나라 대도시의 평균기온은 1.8도 상승했는데 이는 세계 평균 0.75도보다 배 이상 높다. 북반구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온 상승에 따라 과일 및 농작물이 재배될 수 있는 지역적 한계 온도인 북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는데,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농작물 재배 적지는 80~100㎞ 북상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과일 재배지는 과거에 비해 이미 200㎞ 정도 북상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100년에는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5도가량 더 오른다. 2020년 이후에는 남부권 전체, 2070년에는 한반도 전체가 아열대 기후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때가 되면 열대 과일이 우리나라를 뒤덮고 사과나 배 같은 전통적 과일은 수입품으로만 맛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5. [한국일보][기억할 오늘] 릭 핸슨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 포트 알버니(PortAlberni) 출신의 릭 핸슨(Richard “Rick”Hansen, 1957~)이 1985년 3월 21일 휠체어 세계일주 ‘Man in Motion World Tour’를 시작했다. 밴쿠버 오크리지 쇼핑몰을 출발한 그는 만 26개월 동안 4대륙 34개국 4만여km를 가로지른 뒤 87년 5월 22일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출발할 무렵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여정이 이어지면서 세계 언론이 그를 주목했고, 투어를 끝낼 무렵 그는 국제적인 장애인 활동가가 돼있었다.
핸슨은 15살이던 72년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어려서부터 온갖 운동을 즐겨 중학교 시절 5개 종목에서 ‘올스타 어워즈’를 탔다고 한다. 그는 재활치료를 받으며 고교를 졸업했고, 장애인으로선 처음으로 브리티시 콜롬비아대 체육학과에 진학했다. 당연히 운동도 계속했다. 휠체어 배구와 농구, 휠체어 마라톤. 1980년과 84년 하계 장애인올림픽에 캐나다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땄고, 국제 휠체어마라톤에서도 3차례 우승하기도 했다.
지역 고교에서 배구와 농구 코치로 일하던 그를 자극한 것은, 1980년 골육종으로 잃은 한쪽 다리에 의족을 차고 캐나다 횡단한 테리 폭스(Terry Fox, 1958~1981)의 '희망의 마라톤'이었다. 핸슨보다 1년 늦게 태어나 5년 늦은 77년에 장애인이 된 폭스는 의족 마라톤이라는 누구도 엄두내지 못한 멋진 일을 해내며 암과 장애에 맞섰다.
핸슨이 휠체어 세계일주에 나선 것은 28세 때였고, 2,6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듬해인 88년 릭 핸슨 재단을 설립, 장애인 재활 및 삶의 질 개선 사업을 시작했다. 장애인 이동권 개선 캠페인과 교육, 차별 철폐 소비자 운동 등에 앞장섰고, 국제 비영리 장애인재활지원단체 ‘ICORD’의 중추로 참여했다. 프레이저 강 연어와 철갑상어 보호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87년 결혼한 아내(AmandaReid)와 세 딸을 두었다.
2013년 한 지역 언론이 그가 재단에서 고액 연봉(more than $400,000)을 받아왔고, 사적 기부로 생색을 내고는 같은 금액의 세액 공제를 받았다는 사실 등을 들추며 그의 ‘위선’을 꼬집기도 했지만, 그건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함께 드러낸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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